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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학없는 학교」… 방향감각이 옳다(박갑천 칼럼)

    신문기자 생활도 거친 현대의 미국작가 제임스 서버.그는 기계문명속에 사는 인간의 뒤웅스러움과 곰팡스러움 등을 꼬집고 비아냥거리는 유머감각으로 인기를 끌었다.초기 단편소설에 「조제핀의 영광스런 날」이 있다. 어떤 부부가 새끼불테리어를 산다.한데 이 암캉아지는 지저분하고 깡마른 주제에 빠득빠득 빙충맞다.밤에는 깽깽대다가 한숨짓기까지.오라고 손짓해도 찡그리며 마룻바닥만 볼뿐이다.「황공하게도」 이름은 조제핀.나폴레옹 아내이름이었다.부부는 강아지 키우기에 관한 책도 보면서 정성을 쏟지만 정은 갈수록 멀어지기만.남에게 넘길 생각을 한다. 조제핀은 목장주인한테 넘겨진다.정이 없었으니 이로써 만사 해결된 셈이었다.하건만 그게 아니었다.며칠안가 부부는 조제핀을 떠올린다.새주인이 제대로 먹일까,잠자리는 편할까 하는 마음으로.어느날 부부는 목장으로 찾아갔지만 강아지는 야나친 파락호한테 넘어가버린 뒤였다.이들 착한 부부는 파락호와 타협끝에 강아지를 되돌려받는다. 이 단편은 비록 개얘기기는 하지만 우리 학교교육문제를 생각하게도 한다.그 볼테리어를 「문제아」라고 생각할때 말이다.어리뜩하면서 사고내는 학생이 골치 아픈건 사실이다.하지만 버린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다.이 단편은 「문제아」를 다시 찾아 거둔다.한데 지금까지의 우리 학교교육은 그들을 매정하게 쫓아내고 잊어버렸다.「퇴학」이라는 이름아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참회록」들이 있다.읽어보면 정말 그랬을까 싶어지는 대목들이 적잖다.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만 봐도 그렇다.그는 그리스도교 고대교부 가운데 최대의 사상가.책머리에 『거짓과 육욕으로 영혼이 썩은 지난 날을 기억하면서』 이 글을 쓴다고 밝히고 있다.학교도 그만두고 도둑질을 즐기던 콩켸팥켸시절이 있었다.그 고비를 넘기고서 보법있게 영혼을 맑혀나간다. 교육마당이 『품행방정하고 학업우수한 학생』만 가르치는 곳이어야 할것인가.오히려 비뚤어진 학생,새끼불테리어같이 버리고싶은 학생을 바르게 이끄는데 보람을 느껴야 하는것 아닐까.어른들이 「하수상한」본을 보이는 우리사회에서 「문제아」를 버리기로 들때 결과는 뻔하다.사회의 환부로 곪아나갈밖에 없잖겠는가. 앞으로 「퇴학없는 학교」를 만들어나가겠다는게 교육부의 생각.옳은 방향감각이다.『사랑은 모든것을 이긴다』.힐티의 묘비명이 떠오른다.〈칼럼니스트〉
  • 「문화유산의 해」와 사회교육/황규호 문화부 부국장급(서울논단)

    올해를 「문화유산의 해」로 정한 정부는 그 조직위원회 주관으로 오는 21일 선포식을 갖는다.지난해 출범한 조직위원회는 이미 사업계획까지 마련해 놓았다.그러고 보면 선포식과 더불어 이 해의 여러가지 활동이 곧 가동할 전망이다.이처럼 올해를 주제가 있는 해로 지정한데는 각별한 사연이 배경에 깔렸다.지난 1995년 우리 문화재 세점의 국제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세계문화유산 등록이 그것이다. 이 해의 무게는 문화유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민족 자긍심을 높인다는 쪽에 실었다.그래서 조직위원회는 「민족의 얼 문화유산 알고 찾고 가꾸자」는 표어를 정했다.그 표어가 제시한 내용을 실천하자면 정부가 챙겨야할 일과 국민이 할 일을 따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또 민족문화유산과 깊은 관련을 가진 종교도 함께 나서야 효과를 거두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현실적으로 짊어져야할 부하는 정부에 더 많이 걸려있다.국민들에게 문화재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책무 같은 것도 아직은 정부의 몫이다.무지는 때로 인류문화유산 망실을 재촉했다.중국이 그토록 자랑하는 갑골도 그런 위기를 겪었다.1889년 갑골에서 기록성을 발견하기 이전까지는 말라리아 민약재로 거래된 짐승뼈에 지나지 않았다.뒷날 갑골은 신화속의 은을 역사의 실체로 끌어올린 결정적 자료가 되었다. ○한민족의 자긍심 높여야 우리도 그만은 못하더라도 역시 잘못을 저질렀다.신안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청자가 섬사람들 집 강아지 밥그릇으로 사용되던 때가 있었다.얼마되지 않은 시절의 이야기다.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대대로 내려온 전세품따위의 가보를 엿 바꾸어 먹지 않았던가.그렇듯 헐값에 팔려나간 우리 문화유산들은 약삭빠른 외국인 수장고를 가득 채워주었다. 1906년 초대 통감으로 이 땅에 온 일제침략자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와 고종사이에 얽힌 청자이야기는 사뭇 충격적이다.임금은 일인 침략자가 보여준 청자가 어느시기에 어느나라가 만든 물건인지를 몰랐다고 한다.참으로 서글픈 대목이다.그럴진대 민중의 인식은 어떠했겠는가.오늘날 세계 미술품경매시장에서 우리의유출문화재(유출문화재)한 점에 수십만달러라는 초고가에 팔리는 현실을 본다.민족문화를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한 현상인 것이다. 그래서 민족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기능이 요구되고 있다.이른바 박물관대학으로 흔히 호칭하는 문화재교양강좌의 확충과 활성화를 먼저 떠올려보았다.일반시민을 대상으로 강좌를 개설한 대학기관이나 박물관을 재정적으로 도와주는 지원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그런 정책이 뒷받침 한다면 현재 극소수로 운영되는 강좌가 얼마든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사회교육 측면에서 반드시 고려할 문제가 아닌가 한다. 이는 민족문화유산 이해계층을 두텁게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기위해 필요한 인적자원 육성인 것이다.우리나라에도 영국 고고학협의체와 같은 민간단체가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순수 아마추어 고고학연구자 모임인 이 협의체는 회원활동을 통해 문화유산 파괴위험을 세상에 알리고 구제하는 일을 해내고 있다.국민 모두가 문화재를 향유하는 권리자로서의 자각을 의미하는 활동인 것이다. ○문화재 강좌 활성화 필요 우리가 정부를 세우고 홀로서기를 시도한지도 어언 반세기에 이른다.민족유산에 대한 관심은 좀 뒤늦게 돌려 문화재보호법과 그 시행령은 1962년에 제정되었다.그런 법령이 엄연히 존재했음에도 문화재는 그동안 개발논리에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그래서 관계제도 및 법령정비와 이에따른 운용의 묘를 모색하는 정부의 노력도 이 해에 기대하고 싶은 일이다.
  • 겨울방학·연휴맞는 극장가/어린이·가족영화 잇따라 개봉

    ◎드래콘 투카­심형래씨 7번째 작품… SF영화/101 달마시안­101마리 얼룩 강아지들의 소동/「마이크로 코스모스」 관객 5만 동원… 「7악동」도 볼거리 초등학교 방학과 연말연시 공휴일을 겨냥한 어린이·가족영화가 잇따라 극장가에 오른다.서울 초등학교가 일제히 방학식을 갖는 21일 한국영화 「7 악동」,외화 「101 달마시안」 「스페이스 잼」 등 세편이 개봉하며 22일에는 우리영화 「드래곤 투카」가 뒤를 잇는다.또 외화 「아름다운 비행」(12월28일 예정),아이맥스 영화 「위대한 서부」(97년1월1일) 등이 대기중이다. 한편 지난 7일 선보인 곤충세계 다큐멘터리 「마이크로 코스모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상영관을 전국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드래곤 투카◁ 개그맨 심형래가 7번째 감독·주연한 SF영화로 서양용을 본떠 만든 괴물 드래곤 투카를 비롯해 개성있는 캐릭터가 다수 등장한다.피자집 점원 영구가 16세기말 조선시대로 가 마을사람들을 괴롭히는 외계인 투마와,투마의 아들인 투카를 물리친다는 줄거리.심감독의 전작들과 비슷한 분위기·구성이지만 SF기법이 정교해져 14m 길이의 드래곤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지는 등 특수효과가 돋보인다.다만 어린이영화이면서 무술장면이 잦고 과격한 것은 눈에 거슬리는 점. 서울에서 22일 무지개극장(어린이화관 내),29일 코엑스에서 상영하는 등 내년 1월초까지 전국 30여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 ▷101 달마시안◁ 월트디즈니의 인기 만화영화 「101 마리 강아지」를 극영화로 리메이크했다.달마시안(털이 짧은 점박이 개) 암수 한쌍이 사랑에 빠지면서 그들의 주인인 로저와 아니타도 결혼한다.달마시안 한쌍은 새끼들을 낳아 행복하게 산다.그러나 모피회사 사장인 마녀 크루엘라가 코트를 해입으려고 런던시내 달마시안을 몽땅 유괴하는 데서 온갖 소동이 벌어진다는 내용. 1백마리가 넘는 달마시안이 어지러울 정도로 뛰어다니며 수놓는 화면이 장관이고 그밖에도 여러 종류의 동물이 등장,볼거리를 제공한다. ▷마이크로 코스모스◁ 지난 7일 서울 두군데,14일 부산·제주 한군데씩에서 개봉한 어려운 여건 아래에서도 10여일만에 관객 5만여명을 끌어들이는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전국 상영관은 ▲서울=코아아트홀,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부산=대한,시민회관(25일부터) ▲대전=대덕과학문화센터(22일) ▲제주=아카데미 ▲진주=동명아트홀(97년1월4일) ▲제천=명보 등이다. ▷기타◁ 「7악동」은 고아원의 개구장이 소년·소녀 7명이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벌이는 활약을 그린 작품.TV 등에서 연기력을 쌓은 어린이배우들이 당찬 연기와 무술솜씨를 보여준다. 반면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합성한 「스페이스 잼」은 어린이에게 보여주기에는 결점투성이인 영화이다.스토리전개·화면구성이 치졸한데다 툭하면 성조기와 제작사 마크를 화면 곳곳에 드러내 마치 「미국 제일주의」와 제작사를 홍보하는 CF물처럼 보인다.
  • 환경오염이 돌연변이 유발할수도/최광숙(발언대)

    지난달 12일 전남 강진군 강진읍 서성리의 한 여관 신축공사장에서 쥐를 닮은 강아지크기의 동물이 잡혔다.이 동물을 처음 본 사람은 쥐가 환경오염으로 돌연변이해 「슈퍼쥐」가 된 것으로 추측,한때 소동이 빚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몸통 50㎝,꼬리 30㎝크기의 이 동물은 원산지가 유럽인 「뉴트리아」로 밝혀졌다.털은 흑갈색이며 머리와 몸은 쥐를 닮았고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달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뉴트리아는 유럽에서 모피용으로 기르고 있으며 이번에 잡힌 놈은 민가에서 기르던 것이 도망쳐 번식한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 「슈퍼쥐」 해프닝이 일어난 같은 날 영국의 주간지인 「뉴 사이언티스트」는 영국의 섬유·전자제품공장에서 방류하는 노닐페놀 등 화학물질이 수컷 물고기의 성전환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스코틀랜드 환경보호청 연구원들이 『스코틀랜드 중남부의 11개 강이 물고기 수컷을 암컷으로 만들 수 있는 노닐페놀을 허용치의 10배이상 함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성굴절」 화학물질인 노닐페놀은 기름을빼지 않은 생양털을 씻거나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는 데 사용된다. 영국의 과학자들은 각종 공장에서 나오는 화학오염물질이 동물의 성전환과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등 여지껏 생각하지도 못한 끔직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환경오염이 새로운 종을 탄생시키는 조물주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돌연변이로 괴물이 된 동물과 곤충이 인간을 공격한다는 할리우드의 공상공포영화의 내용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니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 서울대 동물병원 유감?/김태균 사회부 기자(오늘의 눈)

    오는 10월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문을 열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종합병원의 마무리공사가 한창이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개나 고양이,다람쥐는 물론,토끼·햄스터·도마뱀 등으로 애완동물의 종류와 수가 크게 늘어나는 현실에 비추어 선진국 수준의 대형 동물병원이 생긴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정성껏 기르던 강아지나 고양이가 「죽을 병」에 걸려도 딱히 믿고 찾을 만한 곳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발만 동동 굴러야 했던 애호가들에게는 단비같은 소식일게다. 개나 고양이 같은 포유류는 사람과 생체구조가 비슷하다.동물들에 대한 진료 및 연구 성과는 암의 정복 등 인류의 건강 증진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는 병원 관계자의 말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무엇보다 이번 동물병원 신축은 지어진지 20여년이 지난 수원캠퍼스의 동물병원이 너무 낡았기 때문이다.시설이 뒤떨어지다보니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들어설 병원은 난치병 치료를 주임무로 삼고 있다.사람으로 치면 3차 진료기관인 셈이다. 때문에단순 진료기관이라기 보다는 연구기관의 성격이 강하다.최첨단 내시경실,안과진료실,초음파실,내분비검사실,혈액검사실 등 수준 높은 시설이 마련된다.3개층 가운데 두개 층에 교수와 학부생·대학원생의 연구 및 강의실이 들어선다. 27억여원의 예산 가운데 상당액이 연구시설비에 투자됐다고 학교 관계자는 밝혔다. 하지만 아직도 애완동물 사육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애완동물을 지나치게 사치스럽게 키우는 애호가들 때문이다. 우리사회에 대형 동물병원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나온다.몸이 아픈데도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우리의 의료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투자우선 순위에서 동물병원은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대측은 이같은 곱지 않은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연구중심이라는 취지를 끝까지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내 최고의 상아탑에 세워진 동물병원이라는 생각에 가벼운 증상에도 동물을 껴안고 달려와 북새통을 이루는 모습도 없어야겠다.
  •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동물역학조사 첫 실시

    환경부는 30일 인천시 서구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이웃지역에 대한 동물역학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이 지역 주민이 항공방역과 소음·악취·먼지 등 각종 환경오염으로 기형강아지가 태어난 것을 비롯,젖소의 유·사산이 늘고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생활쓰레기매립지에 대한 동물역학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 비디오작가 백남준(이세기의 인물탐구:96)

    ◎규격을 거부하는 첨단예술가/텔레비전 주사선 조작으로 비디오예술 “창시”/기존관념에 도전… 어떤 일에도 의미부여 안해/개관이래 외부 나간적 없는 뉴욕 휘트니비엔날레 93년 국내 유치도 멜빵 달린 바지에 두꺼운 신문뭉치를 옆구리에 끼고 뉴욕의 「남준 백」은 상오 11시께 아침식사를 하러 소호로 나온다.단골식당은 그의 스튜디오가 있는 스프링스트리트 코너바.아주 천천히 야채샐러드 한접시를 다 비우고 스테이크나 생선,롤빵을 더 시켜먹는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신문을 읽는다.뉴욕타임스,인터내셔널헤럴드튜리뷴,월스트리트저널을 샅샅이 읽고 한국신문도 훑어본다.임대료가 비싼 남의 스튜디오를 빌려 쓰기 때문에 주로 밤샘작업을 하는 편이고 취미는 낮잠과 산책.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겉모습은 언제나 천진무구하기만하다. 그러나 어눌한듯 하면서 거침없이 쏟아내는 말의 성찬은 상대방의 질문에 선문선답식으로 우회하거나 때로는 정곡을 찌르면서 그속에 해학과 사물에 대한 통찰이 숨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84년,34년만에 고국땅을 밟으면서 「예술은 사기」라고 한 말은 당시 우리의 지적분위기에서는 폭탄선언이었고 『왜 무엇을 근거로 예술이 사기인가』라는 논란과 함께 오랫동안 문화예술계에 혼란의 파장을 불러일으킨바 있다. 그가 비디오아트를 하게된 동기는 너무나 「간단」하다.기술잡지에서 본대로 텔레비전의 주사선만을 조작했는데도 『펑펑 새로운 그림이 쏟아져나왔다』는 것이고 『비디오무용만 해도 세상만사 아무거나 찍어서 이어붙이면 무용이 된다』고 대수롭지않게 말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92년 8월,동숭동 문예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무용가 김현자와의 퍼포먼스를 예로 들수 있다. 그날 그는 직접 무대에 나와 피아노에다 못을 박거나 피아노건반을 의미없이 튕겨보기도 하고 손가락을 허공중에 찔러보는 지루한 되풀이를 계속하고 있었고 김현자는 김현자대로 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춤을 추어대고 있었다. ○“예술은 사기” 충격선언 동양철학을 하는 도올 김용옥은 이 공연을 보고 처음엔 『공연자체로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다른 범인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낀 천재이거나 범인이 느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천재』일꺼라고 비꼬았다.반대로 가야금명인이자 현대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황병기는 『우리가 얼마나 부질없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부자연스럽게 살고있는지를 너무도 강렬하게 반영해준 천재의 공연』이라고 호평해 마지않았다.그러나 『왜 공연을 한시간만에 끝냈느냐』는 질문에 백남준은 『그렇게 지루한걸 뭣하러 오래해, 빨리 끝내는게 좋지』 두사람의 엇갈린 비평을 일시에 일축했다. 그후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대규모 회갑전을 본 도올은 『광대한 화폭이 끝없이 움직일뿐만 아니라 눈길이 닿는 순간마다 변화무쌍을 구사하는 그의 색채예술에 현혹되지 않을수 없었다』고 고백하게 되었다.『그는 무엇보다 정감이 가는 인간이며 해탈한 인간,그리고 그 인간이 훌륭하다』고 전제하고 「무위적 행동속에 유위」를 창조하는 백남준에게는 『참으로 광막한 지식의 세계가 엄존하고 있으며 관심의 초점이 맞닿는 곳마다 확고한 전거와 자기류의 해석을 가지고 있었다』고 감탄했다.실제로 그는 「한국의 역사는 물론 중국 노장과 주자학의 도덕적 엄격주의,명대사회의 개인주의와 시민정신을 표방한 양명학,삼국유사에 이르기까지 정확하고 디테일한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그러나 막상 백남준은 「천재의 둘째」라면 서러워할 김용옥이 누구인가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고 오히려 머리를 빡빡 깎았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절깐의 중놈취급」하여 도올이 그의 저서를 증정하자 『왜 스님이 한글로만 책을 썼느냐?한문 없는 거는 책두 아니다. 난 그런 책은 안본다』고 묵살한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남기고 있다. 일탈한듯 방심한 듯한 그의 움직임을 세세히 뜯어보면 서구사회에서 물든 개인주의와 합리주의,세속적 관심과 유행의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고 디컨스트럭션(비구조)과 디포메이션의 철학을 바탕으로 작품에서도 정통성과 엄숙성,현실에 대한 야유와 풍자,시니시즘과 현란미까지도 치밀한 계산에서 종횡무진 모자이크하고 있음을 간파할수 있다. ○6·25 나던해 도일 63년 독일 부퍼탈 파르나스화랑에서 열린 「존케이지에 대한 경의」만해도 단순히 케이지의 넥타이를 가위로 자른 행위예 불과한것 같지만 「넥타이는 맬 뿐만 아니라 자를수도 있으며 피아노는 연주뿐만 아니라 두둘겨 부술수도 있다」는 기존관념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파괴의 실천임은 말할것도 없다. 콩을 던지고 쉐이빙 크림을 바르고 자신의 웃통을 벗은채 「인간첼로」가 되는가 하면 바이올린을 강아지처럼 끌고 다니는 그의 뒷모습에선 틀에 박힌 모든 일상에서 훨훨 벗어나고 싶은 현대인의 묘한 아이러니와 비애감이 물씬 풍겨난다. 대표작의 하나인 「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도 마찬가지다.「초승달에서 그믐달까지 달의 차고 기우는 과정을 교교한 시적차원으로 창출한 반면 TV모니터와 대좌한 「TV부처」의 경우는 「동양적 사유와 첨단기술이 서로 깊이 조응하는 무시무종의 윤회」를 구사하면서 기계의 철학화와 종교화를 꾀하고 있다. 그가 한국에서 산것은 6·25가 나던해 일본에 건너가기 전까지 18년 뿐이다.태창방직 설립자인 백낙승씨와 조종희씨의 3남2녀중 막내,종로구 서린동에서 그가 어린시절 「가장 재미있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피아노」였고 경기중시절에는 마르크스주의자였으며 「분배의 정의없이는 의를 실현할수 없다」는 사상이 지금까지도 「남의 모방이나 티내는 예술을 거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오는 7월17일 독일의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 50주년 기념행사 오프닝콘서트등 전세계를 누비는 전시와 공연에 쫓기는 중에도 기업체로부터 의뢰받은 작품제작을 위해 1년에 한번은 서울에 오고 그때마다 「부자가 많은 서울」에 익숙지 못한 그는 호텔비가 저렴한 변두리쪽에 숙소를 정하고는 반드시 만날 사람들을 구별하기 위해 호텔프런트에 「암호」를 대게하는 여전한 장난기를 누리기도 한다. 알뜰하고 낭비가 전혀 없지만 지난 93년에는 1억원이 넘는 돈을 내놓아 개관이래 외부에 나가본 적이 없다는 뉴욕 휘트니비엔날레를 국내에 유치했고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정보예술전에는 세계적인 미술인등 컴퓨터천재 60여명을 초청,고국의 미술계발전을 위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일본인 부인인 구보타 시게코(구보전성자)와는 77년 뉴욕에서 결혼,시게코도 비디오작가이지만 둘이는 서로의 작업을 존중하고 철저히 방해하지 않는다. ○부인도 비디오 작가 그에대해 확신할수 있는 것은 그는 규격화를 거부하는 첨단예술가,행위예술가로서 어떤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모든 상식과 틀은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 때문에 수시로 파괴되고 변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프랑스의 미술평론가 장폴 파르지에는 그런 그를 향해 「피카소이후 20세기작가 중에서 유일하고도 진정한 새로운 구상형식의 창시자」로 단정짓고 도올역시 「그는 한국이 낳은 예술가이긴 하지만 한국예술가는 아니며 마르셀 뒤상 막스 에른스트 쉔베르크와 머스커닝햄,그가 친애해 마지않던 존케이지 조셉 보이스와 함께 세계적 예술가」로 정의를 내리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누구의 어떤 형태의 표현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은 「이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예술가」이며 더욱 확실한것은 예술가의 온상인 뉴욕하늘에 뜬 수많은 「별」들중에서도 특히 특별한 광채를 발하는 「아주 눈부신 존재」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이다. □연보 ▲1932년 서울출생 ▲1956년 동경제대 졸업,독일 뮌헨대 쾰른콜로뉴대서 작곡수업 ▲1957년 프라이부르크 뮤직콘설바토리 입학,다름슈타트 강좌참가 ▲1960년 플럭서스결성 ▲1963년 독일 첫비디오 개인전 ▲1965∼77년 미국 첫개인전이후 유럽및 남미 전미국연속순회 ▲1978년 뒤셀도르프 국립미술대 초빙교수,파리·도쿄개인전 ▲1982년 뉴욕휘트니미술관주관 백남준 회고전,플럭서스 20주년기념전 ▲1984년 우주오페라 △1부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도쿄·몬트리올개인전 ▲1986년 우주오페라 2부작 「바이바이 키플링」,체이스맨해튼소장전 ▲1988년 서울현대화랑 개인전,국립현대미술관에 「다다익선」설치.우주오페라 3부작 「손에 손잡고」발표 ▲1989년 서울현대화랑서 조세프 보이스를 위한 진오귀굿 추모공연 ▲1991년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백남준 대회고전」순회전시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백남준회갑기념전,「92 춤의 해를 위한 김현자와의 퍼포먼스」(서울문예회관) ▲1993년 대전엑스포 비디오아트쇼,뉴욕 휘트니비엔날레 서울유치 ▲1994년 밀라노 두오모성당광장 공연,파리 퐁피두센터공연 ▲1995년 광주비엔날레특별전,제네바 유엔창립 50주년기념행사참가,조선일보미술관·갤러리현대·박영덕화랑 개인전등 수백여회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기념전 〈수상〉 독일 캐피탈지 「세계의 톱미술가」5위(93∼95년),스웨덴 스톡호름 아트페어 「올해의 미술가」(95),93,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호암상예술상(95년)
  • 사할린 원유·가스 생산지(시베리아 대탐방:70)

    ◎원유생산 파이프 수천개 지상에 “우뚝”/야산꼭대기까지 생산관련기계 널려/대륙붕 개발땐 「러」 생산량 10% 차지 사할린은 극동지역에서 유일한 원유와 가스 생산지다. 사할린 북쪽끝 오하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할린 최대 석유회사 모르네프테가즈는 연간 원유 1백50만t,가스 15억㎥를 생산한다.그중 3분의 1은 한국의 유공을 비롯한 외국으로 수출하고 나머지는 인근 하바로프스크주의 콤소몰스크 나 아무레 정유공장으로 보낸다. ○연간 원유 150만t 생산 이 회사의 세르게이 보그단치코프 사장은 직원 1만3천명을 거느린 총수답지 않게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다.91년 2만4천명이었던 직원수를 불과 몇년사이에 절반가량으로 줄였다.보그단치코프 사장은 『사할린 대륙붕 1·2공구의 본격개발이 빠르면 6∼7년내에 착수돼 생산량이 원유 3천만t,가스 2백50억㎥로 러시아 전체생산량의 10%를 차지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산하회사인 오하 네프테가즈를 찾았다.미리 연락받은 선임 지질연구원 겐나디 마즈니친이 점심시간인 낮 12시를 넘기며 기다리느라무료한 듯 컴퓨터로 포커게임을 즐기다가 취재진이 들이닥치자 멋적은 듯 악수를 청하며 맞았다.이 회사의 생산현장은 8곳 모두 육지에 있고,중앙 오하지역 두곳에 박힌 원유생산 파이프만 1천개 이상이며 물과 수증기를 땅속에 넣어주는 파이프도 3백50개에 달한다.마즈니친씨는 『이 지역의 원유에는 파라핀 성분이 많아서 증기를 넣지 않을 경우 매장량의 20%밖에 채굴할 수 없지만 증기를 넣으면 60%까지 채굴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넓은 벌판과 산꼭대기까지 원유를 퍼올리는 기계로 가득하다.사람은 없이 기계가 스스로 쉴새없이 원유를 퍼올린다.증기 생산기 12대도 쉴틈없이 가동돼 시간당 80t 가량의 증기를 생산,파이프를 통해 공급한다.온도는 4백℃,압력은 35㎏/㎠다. 아직 바다에는 생산현장이 없다.97년 오돕투지역의 해상유전에 해상 플랫폼을 설치하지 않고 육지에서 비스듬히 파이프를 박아 원유를 빼낼 계획이다.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다.이곳의 원유가 육지에서 3㎞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매장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기술적으로4㎞ 이내까지 가능해 육지에서 14㎞ 떨어져 있는 차이포지역에는 해상 플랫폼을 설치해야 한다.육지의 원유는 대부분 파내 이제 바다밑 것만 남았다고 한다. ◎사할린 교포가 지사장 회사소유 시추대가 6대 있지만 2대는 베트남에 가서 일하고 나머지는 얼지않는 남쪽 홀름스크와 코르사코프 앞바다에 2대씩 대피시켜놓고 있다. 그는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살기가 좋아진 반면 술마시고 게으름피우는 사람들은 살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유공해운 러시아 지사장 일을 맡고 있는 사할린 교포 김덕수씨(48)는 요즘 새로운 일을 추진하고 있다.사할린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전량 국내로 들여와 정유시켜 내보내는 일이다.콤소몰스크 나 아무레에 정유소가 있지만 운영이 잘 안된다.궁극적으로는 사할린에 정유소를 세우는 편이 좋겠지만 장기적인 목표일 뿐 당장은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우선 쉬운 일부터 하면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자는 것이다. 김지사장은 천재들만 모인다는 아카뎀 고로독을 나온 석사 출신이다.그것도 소수민족에게는 금기분야였던 전자학과를 전공했다.사할린의 해양연구소 부소장까지 지내다 93년 연구소가 문을 닫자 고민끝에 유공해운 일을 맡아 극동지역 선박에 대한 해상급유시장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해양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이 분야에 발이 넓고 유력인사들과 친분이 있다는 점이 큰 힘으로 작용한다. 사할린에서 원유가 발견된 것은 1891년.원주민들이 『냄새나는 물이 있다』고 해 러시아 탐사대가 시추공을 1백20m 깊이까지 박아 원유매장이 확인됐다.당시에는 시추공을 박는 일도 수작업에 의존했다.1923년부터 일본과 소련이 공동으로 생산을 시작했다.호수의 지표면부터 지하 7백50m까지 14개 저장층이 확인됐다.25년 이 지역이 소련 영토가 됐고 28년에 오하란 도시가 생겨났다. ○도시 전체가 흔적 없어 오하시의 인구는 3만4천5백여명.식료품공장 등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석유회사가 먹여살린다.발레리 아르초모프 오하 부시장은 『우리 세금수입은 거의 전적으로 석유회사의 영업성과에 달렸다』면서 소득은 높지만 운송비 때문에 물가가 비싸서 생활수준은 타지역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오하에서 수십㎞ 떨어진 네프테고르스크.한때 2천9백79명이 거주했던 석유도시였으나 지난해 5월 대지진과 함께 사라져버린 도시다.95년 10월9일자로 도시자체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주지사가 공표했다고 아르초모프 오하 부시장은 설명한다. 마을 뒤쪽으로는 공동묘지가 두 곳 있다.한곳에 6백∼7백명씩이 묻혀 있다.「나제즈다 마루카 시제르니코바 (44.4.15∼95.5.28) 블라디미르 마루카(71.5.24∼95.5.28)」 초라하게 꽂힌 나무묘비에 씌어진 내용이다.모녀가 지진으로 같은 날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부모와 두 딸 등 일가족 4명이 묻히거나 할머니 딸 손녀가 한꺼번에 변을 당한 경우 등 기구한 사연들도 많다.93년10월18일생 야나 루비네츠의 묘에는 강아지 인형이 놓여 있다.
  • 신선함이 그립다/임성렬 도서출판 신서원 대표(굄돌)

    어느 사이엔가 봄이 와 있었다.아직은 어설프기만한 많은 생명들이 나름으로 그 봄의 문을 열고 있다.봄볕,가슴 벌려 들이쉴 양의 봄바람,보송한 잔디,그리고 그 위에 어린 강아지와 한 아이가 놀고 있고,아이 부르며 달려오는 누이의 가슴에 노란 개나리 한아름이 더없이 신선한 봄이다. 오늘,우리는 그 봄볕과도 같이 신선함으로 다가서는 모든 일들을 그리워하는 것이다.주위 어디에건 설레이도록 향긋한 신선함이 없어보이는 요즈음에 더욱 그러하다. 사람이 세상을 지배하던 때가 있었다.사람만이 가지는 사랑도 존엄성도 숭고함도 있던 그런 세상이 있었다.그러나 이제는 그렇지가 못한 듯하다.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아주 하찮은 것들이라 여겨졌던 우리의 소중한 것들이 주위에서 사라지고만 그런 황량한 빈터만이 있을 뿐인 것이다.더욱 불행스러운 것은 그런 빈자리를 메우는 것들이 편협한 동물적 욕구의 잔해들이라는 사실이다.그만그만한 권력 그리고 돈,또다른 많은 자기만을 위한 것들을 오로지 하는 사람들,추행·공갈·사기·절도 등의 소식들이 모두그 잔해들이었다.그로 인해 모두는 놀라고 괴로워하고 두려워하고 슬퍼하는 것이다.마치 가위눌린 듯 놀란 아이처럼 말이다. 이런 일들은 점차로 사람들을 메마르게 하고,또 그런 세상이니 사람들은 메마를 수 밖에 없다.사람이 사는 곳에서라면 풋풋한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풀기없이 늘어진 우리 어깨,자조의 미소를 띤 얼굴들을 바라보면서 지금 우리에게는 흥을 북돋울만한 신선한 무엇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것이 무엇이라 해도 좋다.우리에게 신선함을 주면 그만이다.흥을 북돋워 주기만 하면 된다. 가지지 않은 사람도 불행해 하지 않고,가진 사람들은 갖지 않은 사람들을 위하여 더 많은 무엇인가를 주려고 하는 신선함,그리하여 그 많은,버릴 것 없이 진솔한 사람들이 우리 시대의 전면으로 튀어나와 우리에게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서기를 고대하는 것이다.
  • 신한국당 저질 인신공격 중단 선언/이회창 의장

    ◎“DJ·JP 비난 홍보물 폐기”/“깨끗한 선거 여 먼저 실천” 신한국당은 24일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간의 비난전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인신비방과 지역감정 조장발언,흑색선전성 발언 및 홍보물 배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신한국당의 이같은 방침은 야당측의 홍보자료는 물론 신한국당이 최근 펴낸 「이렇게 말한다」라는 홍보물의 일부 내용이 공명선거 풍토를 흐리는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야당들의 대응 및 실현 가능성여부가 주목된다. 이회창 중앙선거대책위의장은 이날 강용식 기조위원장에게 『야당총재나 기타 상대방에 대한 개인적 인신공격이나 비방을 담은 홍보물이나 교육용인쇄물을 작성,배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황우려 의장비서실장이 전했다. 이의장은 이날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린 과천·의왕지구당개편대회에서도 격려사를 통해 『깨끗한 정치는 여당이 먼저 몸소 실천해야 한다』면서 『선거전략에서 정책이나 정견으로 맞서야지 인신공격이나 비방하는 정치풍토를 정당시해서는 안된다』고말했다. 신한국당은 그동안 김철 선대위대변인을 통해 인신비방 중단을 선언해 놓고도 야당측의 대여비방이 여전히 정도를 벗어나 있다는 이유로 이를 사실상 실천하지 않았다. 특히 최근 전국 지구당에 배포한 「이렇게 말한다」라는 대화자료는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를 「카멜레온」 「놀라운 위선자」로,김종필 자민련총재를 「노인성 치매」라고 원색적으로 묘사해 물의를 야기 했다. 자민련도 「김영삼 대통령 정권의 3년을 파헤친다」는 백서를 통해 신한국당을 「불그스레한 당」으로 묘사하고 『상도동에 남은 것은 강아지 뿐』이라고 현정권의 인사정책을 혹평하는등 혼탁양상을 보여왔다. 국민회의측도 「수탈」「도청설」「김영삼 대통령 3천억원 수수설」등 지역감정과 정치불신을 조장하는 발언을 무차별적으로 전개,혼란을 가중시켜 왔다는 지적이다.
  • 러 국립서커스단 29일 내한/수익금 일부 심장병어린이 돕기 기부

    러시아 국립서커스단이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주)뽀빠이 훼미리(516­0069)의 초청으로 오는 29일부터 내년 1월21일까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공연을 가질 러시아 국립서커스단은 각종 국제경연대회에서 뛰어난 기량을 과시할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공연으로 오래전부터 찬사를 받아온 단체. 특히 이번 내한공연은 국내 심장병어린이 돕기행사의 하나로 기획돼 공연수익금중 상당부분이 심장병 어린이를 위한 수술비용으로 쓰일 예정인 뜻깊은 의미도 담고 있다. 1백20분동안 진행될 이 공연에는 연기자 50여명외에 말·고양이·강아지·곰·비둘기등 1백10마리의 동물들이 출연한다. 공연시간 내내 동물들의 귀여운 재롱이 어린이들을 동화의 세계로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특히 마지막 프로그램인 코사크 말묘기는 경쾌한 음악에 맞춰 박진감 넘치는 말들의 행진과 묘기가 선보여 흥미를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공연이 끝난뒤 내년 1월27일부터 2월4일까지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2차공연도 갖는다.
  • 손톱… 슬플때마다 자란다 했던데(박갑천 칼럼)

    세계에서 가장 긴 손톱을 가진 사람은 인도의 시리드하 치랄씨.35년 자란길이가 다섯손가락 합치면 548.7㎝라 한다(10월3일자 스포츠서울).양의 뿔같은 사진이 굴왕신 같기만 하다.그는 괴로운 세월을 털어놓는다.손톱 하나 까딱 못할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카메라 다루는 직업을 가졌고 날마다 자전거로 13㎞거리를 출퇴근한다. 치랄씨 이야기는 조갑천장의 옛얘기를 떠올리게 한다.눌재 양성지의 손자(충의)는 공부를 안했다.할아버지는 학문깊은 문신이었건만 그는 마흔이 다되도록 민머리였다.할아버지의 드레진 이름을 더럽힌다 생각한 그는 어느날 스스로 늦잡죈다.『내가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는한 이 왼손가락을 펴지 않으리라』 드디어 급제한 다음 손가락을 펴려 했을때 손톱이 손바닥을 뚫고 있었다.그래서 생겨난 「조갑천장」이라지만 독한 결심을 말하려면서 후세인이 지어낸것 아닐는지. 『무릇 호랑이가 강아지를 굽잡는 바탕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다.만약 호랑이의 이빨과 발톱을 뽑아서 그것을 강아지로 하여금 쓰게 한다면 호랑이는 강아지한테 꿀리고 말것이다』 「한비자」(이병편)에 나오는 말이다.손톱(발톱)은 이빨과 함께 위세를 상징한다.그래서 조아(손톱과 이빨)란 말은 거기서 한걸음 나아가 보좌하는것,호위하는것을 이른다.그뿐이 아니다.손톱이 「사람」을 대표하기도 하는 것임을 전조단발이란 말이 알려준다.이는 은나라 탕왕이 크게 가뭄이 들었을때 손톱깎고 머리칼 잘라 자신에 갈음한 희생으로 바치면서 비를 빌었다는 고사에 근거한다. 그런 손톱인만큼 그에 대한 종교적·주술적 습속은 세계 곳곳에 있다.적의 수중에 들어가면 안된다 하여 뉴질랜드 마오리족 추장의 손톱은 무덤속에 숨겨지고 파타고니아 원주민들은 태워버린다.어떤 부족의 경우 왕족의 손톱을 먹어야하는 직업도 있다.죽어서도 부활할때 찾는다 하여 교회의 벽이나 구새통속에 보관해두는 겨레도 있고.어머니 태속에서 석달이면 생겨난 다음 자라나는 손톱.성인일때 하루 약 0.1㎜씩 자라면서 건강상태의 신호등이 되기도 한다. 고생이 많으면 손톱이 빨리 자란다고 했다.『손톱은 슬플 때마다 돋고 발톱은 기쁠때마다 돋는다』고도 했고.치랄씨 손톱은 그점에서 0.1㎜보다는 더 자랐던것 아닐지.벌어도 벌어도 시원찮은 삶을 탄식한 일본의 한 작가는 문득 손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고 노래했다.그말따라 손등을 펴고 손톱을 한번 노려본다.자라나는 소리가 들리는 양하다.
  • 「금지된 장난」(영화탄생 100년/감동의 명화)

    ◎“전쟁 금지” 호소한 영상메시지/어린이들의 순수함·서정성 화면 가득히 1940년 6월 파리는 독일군에게 함락되고 시민들의 피란대열이 길을 메운다.독일군의 전투기가 이 피란민 대열에 폭격과 기총소사를 가한다.어린 소녀 폴레트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기총소사의 희생자가 되고 소녀는 강아지를 안고 피란민 대열에 밀려가다 혼자서 숲속을 헤매게 된다.소녀는 이 숲속에서 소를 모는 시골소년 미셸을 만나게 되고 미셸은 소녀를 그의 집에 데리고 간다.미셸이 너무도 간절하게 부탁하자 부모님도 폴레트를 집에 있게 한다. 폴레트는 미셸의 도움을 받어 죽은 강아지의 묘를 만들고 십자가를 세워 기독교식으로 강아지의 명복을 빈다.소녀는 이 묘지와 십자가놀이가 마음에 든듯 매일같이 죽은 벌레,작은 짐승들의 묘를 만들고 미셸은 십자가를 열심히 만든다.그들은 마침내 공동묘지의 십자가도 훔치게 된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아픔,전쟁과 이별….그래서 「초원의 빛」이나 「사랑할때와 죽을때」같은 영화가,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들이 가슴아프게떠오른다.그러나 그보다도 더 생생한 감동과 아픔속에 단조로우면서도 서글픈 기타소리와 폴레트의 외침이 들려오는 것같다.멜로드라마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금지된 장난」이야말로 나에겐,적어도 나의 청춘시절엔 가장 감동적인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다. 1953년에 제작된 「금지된 장난」은 베니스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미국 아카데미상은 그해의 최우수 외국영화로 선정했다.냉전시대의 소련과 중국에서도 최고의 흥행기록을 올리고 아낌없는 찬사를 얻어냈다.베니스영화제의 심사위원회는 「금지된 장난」을 대상 작품으로 선정하면서 『순수한 서정성이 넘쳐 흐르며,어린애들의 순수무구함과 표현력이 전쟁의 비탄과 비극을 넘어서서 빛나는 작품』이라는 특별한 언급을 한 바 있다.두 어린이의 명연기가 르네 클레망의 장인정신과 결합돼 불후의 명작을 낳은 것이다.이 점에 있어서 「금지된 장난」은 예술작품이라기 보다 체제와 사상 그리고 국경을 넘어서 인류에게 뭔가를 절실하게 호소하는 영상 메시지요 영상을 통한 흐느낌이라고도 할 수있다. 십자가를 훔치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것은 「금지된 장난」일지도 모른다.그러나 그보다도 인류에게 더 크고 중대한 「금지된 장난」은 바로 전쟁이 아닐까하는 느낌을 갖는 것은 우리가 전쟁과 더불어 청춘을 보낸 세대이기 때문일까.
  • 강아지/침대/장례식/한국영화 「소재파괴」 바람

    ◎「꼬리치는…」「은행나무…」「학생부군신위」에 등장/파격·환상적 내용설정에 극흐름 큰 비중/테마주의 경향 탈피… 이색소재로 “신선감” 한국영화에 소재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충무로에 이른바 「기획파워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양해지기 시작한 우리 영화의 소재가 최근들어 강아지,침대,장례식,폭음족 등에까지 이어지면서 영화계 전반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이색소재 영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작품은 「꼬리치는 남자」(제작 기획시대,감독 허동우).국내 첫 시도로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바람둥이 장님이 우연한 사고로 자신의 강아지와 영혼이 뒤바뀐다는 설정부터가 파격적이다.강아지로 변신한 남자가 미모의 내레이터 모델과 함께 지내는 가운데 여자들만의 세계를 훔쳐보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이 작품에서 빙고(BINGO)란 이름의 강아지는 인간의 관음증 등 부정적 속성을 드러내는 유력한 수단으로 등장한다.주인공 빙고는 미국영화「빙고」「에어 헤드」「아이 러브 트러블」등에 이미출연한 적이 있는 베테랑 연기파.현재 절반가량 촬영을 끝낸 상태로 10월 중순경 개봉될 예정이다.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은행나무 침대」(제작 신씨네)도 새로운 소재의 영화.전생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한 두 남녀가 천년뒤 환생해 사랑을 나눈다는 다소 황당무계한 줄거리다.궁중 가야금 악사 종문(한석규)은 공주 미단(진희경)과 비밀스런 사랑을 나누다 공주의 약혼자인 황장군의 질투로 죽음을 당한다.악사와 공주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로 환생하지만 천둥번개에 무참히 쓰러진다.시간이 흘러 석판화가 수현으로 다시 태어난 악사는 우연히 노천시장에서 은행나무 침대를 구입하게 된다.미단공주의 영혼이 깃든 이 침대에 몸을 눕히는 순간 수현은 신비로운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미단공주를 다시 만나게 된다.이렇듯 이 영화에서 은행나무 침대는 이야기의 극적 반전을 이루는 매개물로 단순한 소품 이상의 역할을 한다.오는 12월 개봉될 예정. 올봄 「301·302」로 실험적 영화문법을 선보였던 박철수감독이 만드는 「학생부군 신위」는 장례식을 소재로했다.영화의 무대는 기와지붕에 잡풀이 우거져 있는 고색창연한 시골 초상집.종손어른의 5일장을 계기로 모여든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시추에이션영화 형식에 담는다.새달초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박철수 감독은 『이제 우리영화도 지나친 테마주의 경향에서 탈피해야 할 때』라며 『장례영화인 만큼 슬픔의 정조를 바탕으로 하되 죽음을 통해 산자의 삶을 희화하는 지독한 코미디영화로 꾸미겠다』고 말했다. 지난 92년 새우잡이배의 문제를 다룬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로 상업영화권에 데뷔한 홍기선 감독의 「폭주족」(가제·제작 영필름)도 주목을 끌만한 작품.조직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술에 절어 지내는 한 잡지사 기자의 정신적 방황을 통해 좌표를 잃고 부유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그린다.새달중 촬영에 들어갈 예정으로 주인공 진호역엔 조재현이 캐스팅됐다.이밖에 엘리베이터를 주요공간으로 한 심리스릴러 「엘리베이터」,우리의 전통무예를 다룬 「대륙혼」등도 이색소재의 영화로 기획단계에서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 퇴원 못하는 「삼풍 기적」/김태균 사회부 기자(현장)

    ◎최명석군,사고 50일 지나도록 악몽 시달려 『늦어도 추석 전까지는 퇴원했으면 좋겠어요.전주에 있는 선산에 가서 성묘도 하고 그동안 걱정해주신 어른들께 큰절도 한번 올려야 될 것 같은데…』 17일 하오 서울 강남성모병원 5213호실.삼풍백화점 붕괴사고때 매몰됐다 11일만에 극적으로 구출된 최명석(최명석·20)군은 사고 50일째를 맞은 이날도 역시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다.퇴원예정일을 한달을 넘기면서 들떴던 마음도 이제는 무뎌졌다. 최군의 퇴원이 이렇게 늦어지게 된 것은 갑작스러운 간질환 때문.구출된 뒤 처음에는 이상이 없었는데 갈수록 지방간으로 변해가서 포도당주사를 맞는등 치료를 받고 있다. 증상이 그다지 호전되고 있지 않아 더더욱 답답하다.병실에는 친구들이 사다준 스포츠모자·돼지인형·강아지인형·최군이 갇혔을 때 갖고 놀던 장난감기차·각계에서 보내준 쾌유를 비는 화분등이 즐비하게 놓여 있지만 이들도 답답한 최군의 마음을 위로해주지는 못한다.시간이 지나면서 연일 쇄도하던 격려편지와 선물도 이제는 거의 오지 않는다.그나마 얼마전 퇴원한 지환이와 승현이가 자주 찾아주는 것이 위안이다.『지환이는 괜찮은데 승현이가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어요』 최군은 요즘 시간만 나면 볼펜을 든다.멍하니 누워 있다가 책 좀 보다가 간간이 찾아오는 친구들과 산책을 나갔다 들어오는 반복되는 일상의 지겨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뭔가 「기록」을 남겨보고 싶어서다.사고가 나던 6월29일부터 지금까지 겪어온 고통과 절망,새삶을 찾은 기쁨등을 기억이 남아 있을 때 적어보려는 것이다.그러나 30분정도만 글을 쓰고 나면 정신이 멍해진다.고통스러운 기억이 짓누르기 때문이다. 『깜짝깜짝 놀라는 때가 많아요.사고 전에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잠도 잘 자고 건강하던 애였는데,지방간증상보다도 정신적 충격이 더 걱정돼요』 하루종일 최군 옆에서 간병하는 어머니 전인자(50)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최근 유태인의 금언서 「탈무드」를 읽고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하는 최군.하루속히 환자복을 벗어버리고혼자서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것이 지금 꿈꾸는 최고의 바람이다. 그때쯤이면 삼풍의 악몽도 떨쳐져나갈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 자동차 밀수(두만강 7백리:12)

    ◎일제 중고차 1대3천∼4천불에 거래/ 두만강은 외줄기로 흘러가는 국경의 강이다.그 강의 유역에는 외진 마을들도 있다.십여년 전만 해도 기차구경을 못했다는 촌로들이 있을 정도였다.해방이 되던 해에 소련군 지프가 길도 아닌 길을 따라 천신만고 끝에 마을로 들어오자 차 앞머리에 여물을 수북하게 갔다놓았다는 이야기가 아직도 남아있다.마치 소에게 여물을 먹이로 주기라도 하듯이…. ○차 앞머리에 여물까지 놔 그런 삼수갑산 같은 마을이 용정시 대소과수농장과 백금향 사이에 있다.세찬 물결과 깊은 산,그리고 나무숲에 갇힌 마을이다.이 마을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승용차들이 들어왔다.하이야라고 부르는 승용차들인데,이 산골마을에 몰려든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이를테면 산골마을이 승용차 밀수기지로 이용되었던 것이다.마을 사람들은 밀수꾼들이 떨어뜨린 떡고물 얻어먹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신바람이 난다. 『하루에도 이 길로 매미차(승용차가 매미가 나무에 붙어있는 것 처럼 땅에 납작 엎드린다고 해서 생긴 말)들이 수십대씩 지나갔디.그래서 조용하던 동네가 벅적댔지 않았갔시요.그때 마을 사람들은 뗏목을 묶어 매미차를 실어오는 일을 했수다.하룻 저녁 나가 어슬렁대면 사오백원은 벌었다 이겁네다』 자동차 밀수는 1992년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그러나 그해 가을에 꼬리를 사렸는데,세계 각국의 중고차는 다 흘러들어온 것 처럼 보였다.한대에 3천∼4천달러씩 하는 일본 도요타계열의 승용차로부터 몇만달러나 하는 미국제 차까지 다양하기 이를데 없었다.이들 승용차는 연변에 들어와 패쪽을 달고 곱배기 값으로 팔려 중국 각지에 흩어져 나갔다.외국 땅에서 실컷 굴러다니다 목숨만 간당간당 붙어 들어온 중고차가 중국에서 과분한 대접을 받았던 것이다. 이 무렵에 모든 정력을 자동차 밀수에 바친 사람들이 많다.해관과 같은 유관기관원 주머니에 찔러주고 중개인 호주머니 역시 곯지않게 해주고도 두배 장사가 되었다.훈춘시 한 무역회사원 이강돈(35)씨 말을 들어보면 자동차 밀수가 화수분이라는 사실이 실감난다. 『6만달러를 감춰가지고 로시야(러시아)로 건너갔디요.거기주먹들과 미리 선이 닿아 있어서 도착한 날로 흥정에 들어가 차 다섯대를 샀더랬습네다.길이가 7.5m나 되는 미제 링컨표와 도요타 넉대였디요.주먹들이 전신무장을 하고 우리가 산 차를 끌고 나오는 데 로시야 경찰이 추격해옵데다.우리 차가 속력을 내니까 추격을 포기했는지 로시야 경찰차가 안 보여서 겨우 안심했디요.국경선까지 배웅한 주먹패거리들과 작별하고 장령자 해관을 쏜살 같이 빠져나와 차를 그날 다 처분했수다.경비를 빼고 칠십만원이 남습데다』 ○노인들 달라진 세상 한탄 자동차밀수가 성행하면서 달러 씀씀이가 커져서 중국 여러곳에서 달러가 연변으로 몰려들었다.달러값도 물론 천정부지로 뛰었다.그래서 국정가격이 1달러에 8.27원인데 암시장가격은 12원까지 오른 적도 있다.전국에서 달러값이 제일 높은 지역이 연변이라고 한다.달러 장사꾼도 생겨나 비행기를 타고 남방 연해지구까지 펄펄 뛰어 다닌다.달러수집에도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자동차밀수가 주로 두만강연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음식업자와 여관업자들이 이사가는데강아지 따라가듯 강믿으로 옮겨갔다.해괴한 바람이 산 좋고 물 맑은 강가 사람들의 마음을 휘저어놓은 꼴이 되었다.그래서 노인들은 달라진 세상을 한탄하기 일쑤다.용정시 백금향 백금촌에서 만난 박길남(68)노인도 그런 노인의 한분이었다. 『광복 전에도 백금향에 요리(요릿집)들이 있긴 했디.강 건너 회령과 무산에는 제법 고운 기생들이 욱실거리고….우리 동네 박아무개는 생강장사로 돈을 버네까 기생놀이에 빠져버렸디.한번은 생강을 사서 배 한척에 골똑 싣고 가서 받은 돈을 몽땅 이화자라는 기생 밑에 바쳤다 이거야.그런데 기생년이 돈 떨어지니끼리 박아무개를 내쫓아버렸디.박아무개가 쫓겨나오는 마당에 기생더러 옷을 한번 벗어달라고 간청하고는 시한수를 지었다고 기래요』 그 시는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멀리서 보면 죽은 말의 눈이요,가끼이서 보면 상처가 깊구나.더구나 이도 없는 짧은 입인데,생강 한배를 다 삼켰구나」라고 해석할 수 있는 한시였다고 한다.비록 돈은 다 날렸을지라도 위트가 있는 한량이었던 모양이다.기생 사타구니에 빠지면 패가망신이 자명하다는 말을 누누이 한 노인은 백금 산골에 들어온 음식점이나 여관·가라오케가 못마땅하다는 눈치를 보였다. 차밀수로 떼돈을 쥐게 된 사람들은 고기반찬에 얼큰히들 술을 먹고는 가라오케에 들어가 한때의 피로를 풀고는 여급의 젖가슴에 팁을 끼워주었다.화룡시 숭선진 가라오케에서 반년간 육체봉사를 한 어느 여인은 사내들의 손가락새에 끼워 묻어나온 돈으로 차 한대를 밀수해서 연길에 들어가 택시업을 벌였다고 한다. ○93년10월 된서리 맞아 뒤늦게 밀수소식에 접한 한국 장사꾼들이 부랴부랴 연변으로 달려왔다.그들은 연줄이 닿는대로 계약을 하고는 허둥지둥 돌아가 중고차를 모아 배에 실어 바다에 띄웠다.많이는 산동쪽으로 흘렀지만 더러는 연변 가까이 로시야부두와 북조선 청진에도 배를 정박시켰단다.조금만 흥분거리가 있으면 자랑하지 않고 못배기는 민족이라 한국 신문에는 중국으로 들어간 차가 얼마인데 그중 정상무역과 밀수의 비례며,새 차와 중고차 숫자는 얼마라고 똑똑히 밝혔다.한국보다 엄청 많은 수량의 중고품을 쏘고도 입을 싹 다시고 아닌 보살 능청을 떤 일본은 너무나 대조적이라 하겠다. 1993년10월부터 연변에서는 차밀수를 타격하기 시작했다.주에서는 밀수타격사무실을 전문 내오고 해관과 군대를 동원하였다.망둥이가 뛴다고 전라도 빗자루가 뛰는 식으로 늑장을 친 사람들의 골통이 깨지기 시작했다.한국 차 수십대를 실은 연변 장사꾼의 배가 산동 앞바다에서 해군들에게 나포된 일은 전국을 들썩하게 들었다 놓았다.선불로 차까지 사놓았지만 길이 막혀버렸으니 가슴을 치고 통곡한들 용빼는 수가 없었다.
  • 개의 충성심은 고금이 같건만(박갑천칼럼)

    소·개·돼지 등 가축에 대한 우리 속담은 좋잖은 일에 비유된게 많다.개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개같은…』 『개만도 못한…』이란 말 듣고 발끈안할 사람 있겠는가.가까이 있는 동물이기에 쉽게 끌어댄 결과였다 할 것이다. 황현의 「매천야록」에 보이는 흥선대원군 얘기도 그런 뜻으로 쓰인 사례중 하나이다. ­김보현은 세도가에게 아첨하느라 돌아다니므로 나귀를 사면 사흘만에 죽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대원군은 그러는 그를 싫어했는데 그는 상을 당하자 대원군이 문상오도록 이리저리 손을 쓴다.이를 안 대원군은 문상가서 『오요오요』하고 곡을 했다.김은 문상온 것만 좋아 뽐내었다.이 말을 들은 대원군은 이렇게 말했다던가. 『그 멍충이가 내 문상의 뜻을 알리 있나.그 아비의 어릴적 별명이 강아지라서 「오요 오요」했던건데…』.부자를 함께 개로 몰아버린 대원군 특유의 익살이었다고 하겠다. 사람들이야 그렇게 내리깔아도 개의 주인에 대한 충성심은 검질기다.그래서 충견에 대한 얘기는 동서고금에 숱하게 전해진다.이번 일본의 지진에서도 그런 충견이 있어 화제다.나이든 여성이 무너져내린 자기집에 묻혀버렸는데 키우던 개가 구조요원들을 물고 늘어지면서 묻힌 곳에 올라가 짖어댐으로써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되었다지 않던가.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의구총들도 그렇게 주인을 화재등의 위험으로부터 구해내고서 죽었다는 내력을 담는다.도둑만 지켜주는건 아니다.목장에서는 양떼를 몰아주고 산에서는 사냥을 돕는다.범죄적발의 첨병노릇도 한다.일본 지진현장에서의 스위스 탐색견과같이 묻힌 시신을 찾아내기도 한다.개가 지붕이나 담위에 올라가 짖으면 그집 주인이 죽는다는 속설도 있다. 친일하던 사람이 죽었다.어떤 자리에서 사회장하자는 말이 나왔다.누군가 불쑥 게정거린 말­『그 개같은 놈을…무슨 놈의 사회장이야』.이 흥분에 월남 이상재(월남)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그사람 대접해주는 말씨로군 그래』.그래도 개는 주인을 알아보고 죽는 날까지 따르며 섬기지만 주인을 배신한 그 개만도 못한 「놈」에게 『개같은…』이라고 격을 함께 해줬으니 대접이 아니냐는 독설이었다. 패륜에 살인에 배신에…,월남선생의 독설을 들어야할 사람들이 오늘에 어찌 그리 많아져만 가는 것인고.남의 나라 불행속에서의 충견 이야기는 『개보다 못한…』이란 말을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한다.
  • 부모역할 훈련(외언내언)

    겨울방학과 입시철을 맞아 「부모역할훈련」(PARENT EFFECTIVE TRAINING)이라는 강좌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20여년전 미국의 심리학자 토머스 고든의 이론을 바탕으로 개발된 이 훈련은 19 89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됐는데 요즘들어 YWCA·한국지역사회 교육협의회·서울영락교회·명동성당·현대인력개발원등 종교·사회단체와 기업체에서 잇따라 강좌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 부모역할훈련은 명령·꾸중·훈계등 일방적인 지시형태가 아니라 서로 마음을 여는 대화법을 통해 부모와 자녀들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그러나 이 훈련은 부모들의 도덕적 자신감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부모들의 72.8%가 자녀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이해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부모로서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60%가 「자신이 없다」고 대답했다. 영국의 유명한 성격배우 피터 유스티노프는 『나의 자녀들이 나하고 의견을 달리 할때가 종종있다.참으로 다행한 일이다.부모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부모는 부모임과 동시에 강아지가이(치)를 튼튼히 하기위해 씹어대는 뼈의 역할도 해야한다』고 말했다.강아지가 썩은 뼈를 씹으면서 어떻게 이를 튼튼히 할수 있겠는가.음미해볼만한 명언이다. 오늘 우리의 자녀들은 입시에 찌들리고 부모들이 저지른 갖가지 부정과 비리 때문에 방황하고 있다.세태를 원망하고 사회를 탓하기 이전에 내자녀들에게만이라도 떳떳한 부모가 될 수 있도록 각성하고 노력해야 한다.자녀들이 부모를 믿고 따르지 못한다면 그 가정과 사회는 황량해질수 밖에 없을 것이다. 「윗사람이 바른 도리로써 아랫사람을 거느릴때 아랫사람이 어찌 바르지 않겠는가」(자솔이정숙감부정).공자의 가르침이다.
  • 바꿀바엔 토박이말 한글이름으로(박갑천 칼럼)

    전통사회에는 이름이 천해야 오래 산다는 생각도 있었다.그래서 아명의 경우 듣기 거북해지는 것들이 적지않다.가령 측간개·측생이 같은 이름이다.측간(변소)에서 낳았다 하여 그리 지었다.마당에서 낳은 마당쇠,길가다 낳은 노중이에 개똥이·쇠똥이 같은 이름도 흔했다. 천하기까지는 않더라도 주변의 사물을 두고 대충 지어버린 듯한 경우도 많다.몇가지 예를 보자. ▲낳은 때에 따라:정월이·동지·야녀 ▲낳은 곳이름 따라:영암녀·과천이·고금례 ▲신체의 특징에 따라:점백이(점이 있어서)·쌍가매(가마가 둘)·육수 ▲성질에 따라:심술이·야단이·억지 ▲동물이름 따라:강아지(한자표기 많음)·원숭이·송아지·당나구 ▲출산관계에 따라:고만이·설마·섭섭이·절통이.(정광현저「성씨론고」참조) 이런따위 아명은 또 그렇다 치자.생각하고 따지면서 지었을 벼슬한 이들의「행세하는 이름」가운데도 오늘날 듣기에는 어색해지는 이름들이 있다. ▲고약해:고려·조선에 걸친 문신.시호는 정혜이다.▲김자지:고려·조선에 걸친 문신.시호는 문정이다.▲방유령:조선초기 문신.경상도 관찰사를 지냈다. ▲양사형:조선중기 문신.사후 도승지 추증. ▲왕자지:고려문신.시호는 장순이다.▲이시발:조선중기 문신.사후 영의정 추증.시호는 충익이다.▲조자지:조선초기 학자.죽림칠현을 자처했던 이름 높은 선비이다.▲조지서:조선초기 문신.사후 도승지 추증. 그밖에 권사공(조선중기 문신)·김구덕(조선초기 문신)·김극형(조선후기 문신)·김장(고려문신)·김치(고려 조선에 걸친 문신)·김치(조선중기 문신)·신발(조선중기 문신)·안주(고려문신)·허전(조선후기 문신)·홍탁(고려문신)… 등등도 여운이 썩 개운한건 아니다. 오늘날에도 무심코 지은 이름이 나중에 놀림감으로 되는 사례는 적지않다.이런 점을 감안하여 대법원은 올해 1년동안 국민학생들의 이름고치기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도록 했다.이름 때문에 고민하던 어린이들로서는 좋은 기회다 싶다.이젠 이름도 한글로 쓰는 흐름이니 기왕 고칠바에는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살려가면서 한글로 지었으면 한다.
  • 파리/카페 문화(아랍서 지중해까지:20)

    ◎인생과 예술얘기꽃 피우는 시민들/19세기엔 사르트르·보부아르등 예술인 아지트… 지금은 관광객 즐겨 찾아 파리의 문화는 카페문화,웃음문화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실제로 파리만큼 한집 건너 카페인 곳은 어느 도시에서도 본것 같지 않다. 실내에서 길까지 연장된 카페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거리를 바라보는 여유있는 모습들,신문을 읽기도 하고 담소를 하기도 한다. 바가 함께 있는 형식의 카페도 많은데 그런 곳에서는 사람들이 카운터에 기대 선채 카페올레나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모습을 볼수 있다.의자에 앉을 필요까지 없이 그저 잠깐 들러 커피나 혹은 맥주를 서서 한잔 마시고 가는 것이다. 여행객 배낭족들이 걷다가 지치면 잠시 쉬어가기도 한다. 카페가 완전히 생활화되어 있는 이곳 사람들의 카페 정서를 이방인은 어림쳐서만 느낄뿐 언제까지고 알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이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아리랑이나 바위고개같은 정서를 결코 언제까지 알수 없으리라 단정지을 수 있듯이. ○화려한 샹젤리제 거리 특히 카페거리로 알려진곳은 몽파르나스·몽마르트·생제르맹,그리고 개선문을 바라보는 샹젤리제거리다. 「개선문」을 쓴 레마르크는 샹젤리제의 한 카페에 앉아 실제로 개선문을 바라보며 그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카페 바닥에는 그곳에 왔던 예술인들의 사인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그 거리에 서서 개선문을 보았을 때 이 세상 사람 누구에게나 최소한 어머니가 있을 것임에도,즉 고독을 막아주려 애쓰는 마지막 존재가 있음에도 왜 사람들은 저토록 고독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하며 영화 끝장면을 보던 때의 기억이 났다. 몽파르나스와 몽마르트언덕은 19세기초부터 가난한 예술인들의 아지트가 되었던 곳이다.드랭,브라크,피카소,루소,레제,동겐,모딜리아니,유위릴로,샤갈,로트레크,아폴리네르,로랑생,사르트르,보부아르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밤낮으로 카페에 모여 얘기를 꽃피우는 동안 낡은 것은 깨지고 새로운 것이 창출되곤 했다.다다이즘·큐비즘·모더니즘·초현실주의·인상파·입체파 등은 다 그곳에서 탄생된 것 들이다. 그들은 비록 가난하였지만 하루하루가격정적이며 장미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고 그 시절을 산 예술가들이 회고하는 필름을 본적이 있다.거친 언쟁과 카페에서의 말다툼을 술회하였고 예술·인생·혼돈이 함께 소용돌이 치는 곳이었으며 지상의 낙원이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그러나 지금의 몽파르나스는 사업을 하는 돈 많은 사람들의 오가는 곳이 되어 있다.지하철이 몽파르나스 역에 머물때 그 향수를 지니게 하던 이름이 다른 곳과 똑같이 벽 표지판에 써붙여져 있는 것이 나는 이상할 지경이었다.밖으로 나오니 59층의 새로 지은 몽파르나스타워가 나지막한 고풍스런 건물들 속에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인다. ○고풍스러운 건물 즐비 한 카페의 갸르송에게 안내 책자에서 본 유명한 네개의 카페가 한데 모여있는 거리를 물었더니 무엇인가 말을 담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 가르쳐준다.이곳도 좋은 카페인데 꼭 그곳으로 가려하는 동양의 관광객에게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을까. 몽파르나스 대로와 라스파이 대로가 마주치는 교차점 부근에 있는 돔·쿠플·로통드·셀렉트,이 카페들은 망명 후의 레닌·헤밍훼이·헨리 밀러·사르트르와 보부아르들이 애용했던 카페라고 한다.그 중 한 카페에 앉아 길 건너 보부아르가 태어났다는 건물의 창을 바라보노라니 그가 지금은 사르트르와 함께 몽파르나스 묘지에 누워 있다는 사실이 전혀 현실감 없이 다가든다. 시간이란 그런 것일까. 일요일 상오이어서인지 거리는 한산하고 간혹 밀차를 끌고 가는 주부와 지팡이를 짚고 걷는 노인들의 한가한 산책이 눈에 띈다. 카페에도 사람들이 별로 없다.깨끗이 단장을 한 카페,이제는 그런 예술가들이 찾아올리 없는 곳을 관광객을 의식해서인지 더욱 손질하고 갈고 닦아놓은 것 같다. 이나라 사람들은 만나면 화제가 하나의 주제에 대한 토론이나 책·연극·영화·전시회라고 한다.그러므로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도 그런 관람을 소홀히 할 수가 없으며 아무리 사업상 만났다 하더라도 우선 그런 대화로 교류가 시작된다고 한다. 사회당이 집권하고부터 연극표값이 비싸졌는데도 두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볼 수가 없다.세계 각곳에서 연극을 보기 위해 온 지식층과 머리가 하얀 사람들이 관람객의 대부분이고 젊은 층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데 이들은 돈이 없는 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실력이 없는 것은 자기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을마다 있는 도서관은 아이들로부터 노년층까지 애용되고 있고 레코드까지도 빌려준다.바로 이러한 시민들에 대한 국가의 철저한 봉사가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높여놓는 것이구나 생각되었다.책과 레코드로 돈을 번다기보다 사람들은 그것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사람이 사람의 대접을 받고 있다고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카페 문화 외에 파리는 웃음의 문화라고 하는데 그것은 어디서 연유된 것일까.웃음을 우주적 농담이라고 라즈니시는 표현했지만 웃음은 참으로 여러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고 하겠다.슬픔보다 더 깊은 곳에서 나오는 것이 웃음이라는 것을 우리는 종종 느낄 수 있다. 코미디 후랑세이즈에 가면 웃음의 문화를 만날 수 있을까.그 극장에는 일년내내 몰리에르의 희곡을 많이 올리고 라신과 코르네유의 것도 올려지는데 극의 성격은 해학과 풍자 익살 이런 것으로 인간의 가면적 속성을 벗겨주고 사회상의 의표를 찌르는 것들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웃음이라하면 어떤 흥성거림·즐거움·신선함 같은 것으로 떠오른다.파리는 흥성거리며 즐거움을 주고 있는가. ○피에로 무언극에 낭만 언뜻 차가워 보이는 파리의 외면상의 느낌속에서,그러나 몽마르트 언덕에서 무언극을 하던 피에로가 우선 다가든다.퐁피두 미술관 앞에서 풍선으로 만든 야구 방망이를 가지고 극을 벌이고 있는 남자,거리에서 아주 작은 장난감 침대에다 장난감만큼 작은 강아지 두 마리를 재우며 손으로 유성기를 돌려 음악을 틀고 있는 사람을 보았을때의 느낌이 다가든다.거기에는 인간 본연의 무엇인가를 건드려주는 고도의 감성이 있었으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같은 것을 솟아나게 하던 것이다.동전그릇을 앞에 놓고 자기 속의 무엇인가를 내보이는 거리 곳곳에서 만나지는 사람들,그저 단순한 생계수단이 아닌 생에 대한 천진한 호기심,타인을 아랑곳 않는 자신만의 세계,그러나 타인에게 나누어주는 마음,인간애 같은 것들이 거기에 있었다. 몽마르트의 피에로에게 차를 한잔 같이 마실 수 있는가 우리가 청했는데 가까이 가는 사람에게마다 손과 뺨에 키스를 하던 그가 스튜디오로 연습하러 가야한다고 사양했다.아,저 무언극이 매일매일의 훈련으로 남의 심중에까지 가서 닿을 수 있는 것이로구나,차를 마시자고 청한 일이 무언가 몹시 무례하게 여겨져 부끄러웠다.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있는 성숙된 느낌,조용하며 알찬 생활을 가지고 있는 듯한 개개인의 모습,길을 물으면 예부터 알던 사람같은 표정으로 가르쳐주는 순수한 얼굴들. 카페의 정서나 웃음의 정서,이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문화가 발달된데에서 파생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이곳에도 문제점들이 물론 있을터이지만,그러나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하며 살아가도록 모든 제도와 시민들의 의식이 적어도 이상을 향하고 있음을 알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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