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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탐방] 한강낚시터 잠실~행주대교까지

    [주말 탐방] 한강낚시터 잠실~행주대교까지

    한강의 ‘강태공’ 그들은 누구인가. 그 이름에서 유유자적이 느껴지지만 사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중국 고대의 실제인물인 강태공은 노인이 될 때까지 특별히 하는 일이 없던 ‘백수’였다. 그는 주나라 문왕(文王)의 눈에 들어 재상에 오르기까지 위수(渭水·황하의 지류)에 낚싯대를 드리운 촌로였다. 낚시로 세월을 보냈던 시절, 아내가 집을 나가는 등 시련을 겪었던 강태공의 마음이 어찌 편하기만 했을까. 서울 한강의 ‘강태공’들도 엇비슷하다. 하루 평균 100여명, 연간 3만여명을 헤아리는 그들. 물이 맑아지고 어종이 크게 늘면서 일부 지류에서는 견지낚시를 즐기는 애호가들도 눈에 띈다. 그들은 한강에서 무엇을 낚을까. 그들은 대부분 짜릿한 손맛에 고기 비늘만큼이나 찬란한 삶의 꿈을 긷지 않을까. 한강이 낚시 명소로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한강의 낚시터는 잠실수중보에서 강서구 개화동 행주대교에 이르는 양안 57㎞ 구간(강남 33㎞, 강북 24㎞)에 펼쳐져 있다. 상수원 보호구역인 광나루지구와 선유도공원을 제외한 한강시민공원 10개 지구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2003년 9월부터 19개 지역(19.4㎞)에서는 낚시 행위가 금지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낚시터에 대한 관리는 9월까지 낚시터가 있는 각 자치구에서 관할했으나 이달부터 한강수계 낚시터 전역을 한강시민공원사업소가 관리하도록 조례가 개정됐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는 낚시터 관리·운영 권한이 넘어옴에 따라 낚시터를 전면 재정비하고 조정할 계획으로 있다. 우선 한강 서울수계 대부분이 낚시 가능지역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낚시터마다 강태공들을 위한 의자 등 편의시설들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강에서 낚시하기 위해서는 강태공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도 있다. 우선 개인당 4대 이상의 낚싯대를 펼칠 수 없고, 훌치기 낚시(미끼를 달지 않고 세 방향으로 뻗어있는 바늘을 지나가는 물고기의 몸에 걸어서 잡는 낚시)를 해서는 안 된다. 잠실수중보에서 성산대교까지는 떡밥·어분낚시가 허용되지 않으며 모든 구간에서 야영·취사행위도 금지돼 있다. 특히 떡밥 낚시는 한강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 위반시 30만원의 과태료를 각오해야 한다. 지구별로 낚시터의 특징을 살펴본다. ●잠실지구 잠실수중보 인근에서 탄천 양수장까지 2㎞에 이르는 구간으로 한강낚시터의 대표격이다. 잠실수중보 밑으로 물고기가 밀집해 있지만 2년 전 수중보가 낚시 금지구역으로 지정돼 낚시꾼들의 아쉬움이 큰 지역이다. ●뚝섬지구 영동대교 하류 600m 지점에서 자양빗물펌프장까지 1.7㎞ 구간에 낚시꾼들이 몰린다. 누치·쏘가리·잉어·강준치 등 한강에서 대물 소식이 가장 많이 전해지는 곳이다. 장마철에는 붕어와 잉어가 떼지어 오르는 길목이다. ●반포지구 낚시터 시설이 가장 잘 돼 있어 ‘낚시터공원’으로 불린다. 특히 반포주공아파트 뒤편에 1만 2000평 규모의 인공섬인 서래섬이 길쭉한 모양으로 조성돼 있다. ●양화지구 한강에서 보기 드문 대낚시 포인트이다. 당산철교에서 성산대교 직전의 양화 유람선 선착장까지 2㎞의 호안은 대어가 종종 올라온다. 특히 선유도를 마주보고 형성돼 있는 800m 구간은 물살의 영향이 거의 없고 침수수초가 형성돼 있다. ●여의도지구 여의도 샛강 유입부에서 상류로 한강철교 아래까지 붕어·잉어·누치 등 어종이 다양하다. 계단식 호안과 어소(고기집) 블록이 깔려 있다. 호안이 단조로워 릴낚시가 성행한다. ●망원지구 양화지구 맞은편의 망원지구 낚시터로 성산대교 근처 홍제천 유입구부터 상류의 당산철교까지 2.9㎞ 구간에서 잉어가 잘 낚인다. 릴낚시와 대낚시가 고루 구사된다. ●이촌지구 예부터 두무포라 불리던 이곳은 강변에 늪지가 많아 잉어가 모이는 집산지로 유명하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꿈이 이뤄질 세상을 낚고 있죠” 평일인 지난 17일 오후 한강 낚시꾼들이 많이 있다는 서래섬을 찾았다. 서래섬은 반포대교와 동작대교 사이에 있는 인공섬으로 1982∼86년 올림픽대로 건설과 함께 조성됐다. 구름 한점 없이 화창한 날에 열대여섯명의 낚시꾼들이 5∼10m 간격으로 앉아 낚싯대를 담그고 있었다. “평일에 이렇게 한강에 나온 낚시꾼들치고 사연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서래섬에서 처음 만난 유모(43·관악구 신림2동)씨는 낯선 기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을 주저했다. 그러면서도 세상에 대한 원망과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강이 고마울 따름이죠. 이렇게 낚싯대를 던져놓고 출렁이는 물을 바라보는 것이 화를 식히는 유일한 길이거든요. 이것마저 없었다면 길가에 나앉아 술이나 마시는 신세로 전락했겠죠.” 유씨는 올 1월까지만 해도 경기도 안양 근처에 직원 12명을 거느린 모자공장 사장이었다.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자금유통이 어려워지고 수금이 안 되더니 급기야 올초 공장문을 닫게 됐단다.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다툼이 잦았던 아내와는 이혼했다.10살짜리 딸은 동생 집에 맡겨졌다. 유씨는 딸이 보고 싶지만 만나지 않겠단다. 딸 얘기가 나오자 눌러쓴 모자를 한번 더 힘껏 누른다. 유씨는 3개월째 거의 매일 한강에 나와 온갖 구상을 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 재기의 꿈을 버리지는 않았다. 한강은 희망을 낚으려는 유씨와 같은 사람들에게 한없이 고마운 공간이다. 홀로 낚싯대 2대를 던져 놓은 공정기(45·구로구)씨는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공씨는 스스로를 삼청교육대 피해자라고 밝혔다. “삼청교육대에 4주동안 잡혀 있었어요. 악몽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삼청교육피해자신고접수’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25살에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는 공씨는 그후 20년동안 제대로 직장을 다닐 수가 없었다고 한다. 누군가가 뒤에서 감시하면서 자신을 쫓아다니는 느낌 때문이다. 여러 직장을 전전하던 공씨는 정신과 진료를 통해 장애등급까지 받았다. 공씨는 “그나마 한강에 나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면서 “우선 피해자접수 결과를 지켜본 뒤 다른 일을 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에서 정년퇴임한 후 낚시를 즐기는 김모(65)씨는 ‘꿈’을 낚고 있다. 그는 10년 전 회사를 은퇴하고 재테크를 통해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그는 진행형인 ‘꿈’의 실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모은 돈으로 노인전문요양소를 짓고 있어요. 아직 설계중인데 몇년 안에 완공될 것 같습니다.” 김씨의 아내는 5년 전 세상을 떠났고, 두 자녀들도 모두 가정을 갖고 있다. 그는 “더이상 세상일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면서 꿈이 이뤄질 세월을 낚고 있다. 소주 한 병에 순대 2인분을 사들고 한강을 찾은 김기철(60)씨와 노병선(57)씨는 4년 전 낚시하다 만나 친구가 됐다. 모두 아내와 함께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젊어서는 가게일에 열중했지만 이제는 모두 아내들에게 일임했단다. 둘은 거의 매일 함께 낚시를 다닌다. 굳이 한강만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최저 비용으로 최고 재미를 누릴 수 있는 낚시터를 찾는 것도 둘만의 쏠쏠한 삶의 재미다. 노씨는 “이곳저곳 다녀봤지만 한강만한 낚시터도 없다.”면서 “낚시꾼들에게서 요금을 받지 않도록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3년 전까지만 해도 한강 낚시터에서는 낚싯대 1대당 1000원씩 요금을 받았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주말 낚시꾼들은 몰라도 평일 낚시꾼들 숫자는 곧 경기회복과 맞물려 있다.”면서 “40대 중반의 평일 낚시꾼 수가 ‘확’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하프타임] 최나연 하이트컵 1R 단독선두

    ‘루키’ 최나연(18·SK텔레콤)이 시즌 2승 경쟁에서 한발 앞섰다. 최나연은 20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골프장(파72·6391야드)에서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트컵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쳐 임선욱(22·70타)을 1타차로 따돌리고 단독선두로 나섰다. 올시즌 9개 대회에서 2승 이상 ‘멀티타이틀’을 거머쥔 선수가 1명도 없는 가운데 지난 레이크사이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최나연은 시즌 2승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했다. 대거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 가운데 이 대회 3연패를 기록했던 강수연(29·삼성전자)과 2003년 상금왕 김주미(21·하이마트), 그리고 정일미(33·기가골프) 등 3명은 이븐파 72타로 공동4위에 올라 무난하게 1라운드를 마쳤다.
  • 박근혜대표 “정체성 수호 타협없다”

    박근혜대표 “정체성 수호 타협없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8일 긴급 기자회견장에 ‘바지’를 입고 나갔다. 여느 때처럼 ‘바지는 전투복’으로 해석되듯이 그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필요하다면 ‘국민과 함께 구국운동’도 벌이겠다는 결사 의지도 내비치면서 회견 내내 ‘체제·정통성’을 강조했다. 평소 ‘민생·상생 정치’를 강조해온 박 대표는 이날 노무현 대통령을 ‘타깃’으로 설정하고 초강수의 공세를 폈다. 검찰총장 사퇴를 야기한 일련의 사태가 자신의 ‘정치적 마지노선’인 자유민주주의·정통성을 흔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측근들은 해석했다. 당 지도부 회의를 주재한 뒤 회견장에 나타난 박 대표의 표정은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박 대표는 “그동안 민생을 위한 상생의 정치 기조를 지키면서 정책과 대안으로 정부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면서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는 결코 타협하거나 양보할 수 없으며 이 원칙을 훼손하는 세력과는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한 어조로 밝혔다. 나아가 “국립현충원도 4·19정신도, 광주 5·18 정신도 함께 안고 가야할 소중한 역사이지만, 만경대 정신까지 품고갈 수는 없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확고한 원칙”이라고 못박기까지 했다. 박 대표는 “정권의 심장부에서 나라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에게 ‘6·25는 통일전쟁인데 미국과 맥아더 장군 때문에 실패했다.’는 강정구 교수의 발언에 동의하느냐고 물으며 노 대통령을 ‘타깃’으로 설정했다. 박 대표의 초강수는 ‘강 교수 사태’가 정권 차원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남북관계에서 업적을 이루려는 정략적 목적이 담긴 것이라고 파악한 데서 비롯된다는 해석이다. 그에 따라 박 대표는 ‘국가보안법=체제 수호의 보루’라고 적시하면서 “나라의 근본을 부정하는 세력이 거리거리를 활보하며 북한체제를 찬양하며 선동하는 일만은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역설했다. 회견 직후 청와대가 ‘유신독재 망령 부활’이라고 비판하자 즉각 “쓸데없는 인신공격을 하지 말고 대통령에게 한 질문에 확실히 답을 해 달라.”고 다시 반박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맛있는 수돗물’ 가이드라인 만든다

    ‘맛있는 수돗물’ 가이드라인 만든다

    정부정책 가운데 수돗물만큼 공급자(정부·지방자치단체)와 수요자(일반 가정)간 평가가 엇갈리는 경우는 드물 듯하다.“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란 홍보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지만, 수돗물에 대한 불신의 눈길은 여전히 거둬지지 않고 있어서다. 최근 국회 일각에서 ‘약일 수도, 독일 수도 있는’ 불소(F)를 수돗물에 사실상 강제적으로 투입하려는 법 개정안을 마련(서울신문 9월12일자 22면 참조)한 이후 수돗물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소비자 입맛 끄는 수돗물 돼야” 이런 가운데 정부의 수돗물 수질정책이 조심스럽게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어 주목된다. 수돗물의 안전성만 강조해서는 더이상 ‘말발’이 먹혀들지 않을 것으로 판단,‘품질 향상’으로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보겠다는 것이 요지다. 환경부가 요즘 준비하고 있는 ‘맛있는 수돗물 프로젝트’가 그것인데, 떨어질대로 떨어진 수돗물의 매력을 되살리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맛있는 물’ 프로젝트는 말그대로 수돗물의 맛 향상이 목표다. 그렇다면 어떤 물이 맛있는 물일까. 일본 후생성과 몇몇 대학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맛있는 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끝에 몇가지 기준을 마련한 적이 있는데,‘아무런 맛도, 냄새도 나지 않아야 하고, 섭씨 8∼14도의 수온 및 중성이나 약산성을 띠어야 한다.’고 돼있다. 칼슘·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이 적정하게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었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최근 이런 일본의 ‘맛있는 물 지수’ 기준을 적용해 우리나라 4대강 수계 30개 광역정수장의 물맛을 재는 흥미로운 실험을 해보기도 했다. 한강수계의 경우 10개 정수장 물 가운데 ‘지수상으로’ 맛있는 물로 평가받은 곳은 3곳이었고, 금강·섬진강수계는 9곳중 2곳, 낙동강북부수계는 4곳중 2곳, 낙동강남부수계는 7곳중 4곳이란 결과가 나왔다. 실험결과에만 비추면 ‘낙동강 남부수계 정수장의 물이 가장 맛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런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활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일본에서 ‘맛있는 물 지수’가 1985년 개발되긴 했지만 현재는 이 지수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수도정책과 최문규 사무관)이다.“건강하고 맛있는 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선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단서도 달았다. ●수돗물이 가장 맛있다? 환경부는 이같은 수돗물 성분분석보다는 소비자들의 ‘물맛 평가’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달 한국상하수도협회와 서울YWCA는 서울시민 2000여명을 상대로 정수장물과 수도꼭지에서 받은 수돗물, 정수기로 거른 수돗물, 생수(먹는샘물) 등 4가지 종류의 물맛을 평가토록 한 시음행사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시음대상 물이 어떤 종류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품평을 내놓았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수도꼭지 수돗물을 마신 응답자의 59%가 ‘맛있다.’는 답변을 내놓은 반면 정수장 물(2종류)은 46%와 47%, 생수(2종류)는 42%와 50%, 정수기수돗물은 49%가 맛있는 물이라고 평가한 것(그래프 맨위). 서울YWCA 조주은 소비자환경부 차장은 “수돗물의 물맛이 다른 물에 비해 더 맛이 좋거나 적어도 별 차이가 없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시음행사와는 별도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평소 마시는 수돗물이 맛있다.’는 응답(8%)과는 딴판이었는데,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크다는 증거다. 이런 현상은 설문조사의 다른 항목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수돗물 안전성이 검증됐더라도 정수기나 생수를 사용하겠다.”는 응답이 44%인 반면 ‘수돗물을 그냥 마시겠다.’는 비율은 31%에 그쳤다. 심지어 ‘검사결과를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응답도 25%에 달했다. ●“내년부터 가이드라인 시행” 환경부가 수돗물의 안전성 홍보에 치중하는 대신 ‘맛있는 수돗물’ 만들기로 방향을 전환키로 한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최문규 사무관은 “삶의 질이 예전보다 향상되면서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기준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수질기준 만족 등 위생·안전성 여부가 주된 관건이었지만 갈수록 불쾌한 맛과 냄새 제거 등 맛있는 물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 6월부터 ‘맛있는 물 가이드라인’ 작성을 위한 포럼을 6차례 개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지난 5일엔 한국상하수도학회 주최로 공청회도 열었는데,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등을 모두 반영해 ‘아무런 맛도, 냄새도 나지 않는 물’을 맛있는 물의 기준으로 잠정 설정한 상태다. 이를 위해 불쾌한 맛을 내는 염소냄새 제거를 위해 수돗물에 포함된 잔류염소 함유량을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한 최대한 떨어뜨리겠다는 입장이다. 수도꼭지 수돗물에서 ℓ당 0.2㎎ 이상의 염소가 포함되도록 한 현행 수도법의 개정도 고려 중이다. 흙냄새나 곰팡이 냄새 등을 유발하는 미생물 제거를 위해 별도의 수질기준 항목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최 사무관은 “미국이나 일본 등은 수돗물 정수장 등에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수질기준 이외에 별도의 ‘2차 수질기준’을 마련해 권고기준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맛있는 물 가이드라인’을 연내 확정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은 일단은 각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맡길 계획이지만, 일반 주민들로 구성된 패널을 운영해 수돗물의 맛을 평가토록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3) 차와물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3) 차와물

    새벽달빛이 창문 틈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풀벌레소리는 어느새 수곽의 물소리에 젖어들고 있다. 새벽예불을 위해 가만히 문을 열면 사방은 바로 고요해진다. 인간의 소음에 모든 삼라만상이 긴장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 분별과 자만으로 인해 자연과 소통하지 못한다. 파키스탄에서 일어난 인류최악의 강진도 제일 먼저 동물들이 그 반응을 보인 것은 그 같은 자연과학적인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문을 열고 나와 발우를 부여잡고 청수(淸水)를 공양하기 위해 자우홍련사 툇마루를 나선다. 오렌지처럼 푸른 달빛이 축축한 대지에 차가운 기운을 전달하고 있다. 맑고 청아한 물소리가 내 영혼을 먼저 깨운다. 초의스님이 그토록 사랑했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샘물인 유천의 물소리다. 산등성위에 살짝 얹힌 두개의 바위 틈 사이로 대나무가 박혀 있다. 그 대나무를 타고 세 개의 작은 수곽을 지나 유천의 물이 숙성되면 암반으로 흘러넘친다. 마치 안개비처럼 산구름처럼 소리없이 물이 흘러내린다. 그 물소리가 혼탁한 세상을 맑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유천에 가볍게 반배를 한다. 그리고 발우를 수곽에 얹으면 또르륵 이슬방울처럼 스며드는 유천의 물은 마치 광망한 바다에 아침을 물고 나오는 붉은 해가 세상에 젖어들 듯 장엄한 울림을 전해준다. 발우에 담긴 유천의 물을 부처님께 공양한다. 지심귀명례 지심귀명례. 물에 대해 초의스님은 이렇게 말했다.“물은 차의 몸이요 차는 물의 정신이 되는 것이다.” 물은 차의 맛을 좌우한다.“나에게 젖샘이 있어 이 물을 떠서 찻물을 끓이면 수벽탕이나 백수탕이 돼버리니 어찌하면 목멱산 아래 해거옹에게 이 물을 드릴 수 있을까.”라며 찻물을 끓이는데, 좋은 물을 권하고 있다. 찻맛의 절반은 물맛이라는 말이 있다. 차는 물에 우려내는 것이므로 물의 등급에 따라 찻맛과 그 효능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옛 차인들은 물을 차를 내는 데 가장 우선순위로 두었다. 차를 우려내는 데 있어서 물은 그 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찻물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게 되었다. 그나마 좋은 찻물을 먹을 수 있었던 산골이나 시골지역도 개발의 바람과 대기오염으로 인해 그 안전성을 보장받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은 현대산업사회의 폐해가 자연환경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차인들에게 차의 물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좋은 차는 좋은 물을 통해 우리의 오감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의스님은 “차는 물의 마음과 정신이요, 물은 차의 몸이니 참 된물(眞水)이 아니면 다신(茶身)을 나타낼 수 없고, 참된 차 (眞茶)가 아니면 수체(水體)를 나타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물과 제대로 된 차가 만났을 때 좋은 차는 그 생명력이 살아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떤 물이 참된 물일까. 환경이 오염돼 버린 현재의 지구촌에서는 좋은 물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다만 옛날 차인들이 추천했던 물의 품수(品水)를 통해 차를 우려내기 위한 참된 물을 정의해볼 뿐이다. 물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물에서 모든 생명은 태어나고 졌다. 물의 존재는 곧 생명체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좋은 물을 마시면 육신과 영혼을 증장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나쁜 물을 먹었을 때는 육신과 영혼을 갉아먹는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정말로 순수한 물은 바로 깨달음을 얻은 부처 같은 물이다. 무색(無色), 무미(無味), 무취(無臭)한 것이 참된 물인 것이다. 초의스님께서는 이렇게 소중한 물에 대해 여덟가지 덕(八德)이 있다고 했다. 가볍고(輕), 맑고(淸), 시원하고(冷), 부드럽고(軟), 아름답고(美), 냄새가 나지 않고(不臭), 비위에 맞고(調滴), 먹어서 탈이 없는(無患) 여덟가지로 물의 덕을 설명하고 있다. 초의스님의 설명에 따른다면 물은 완전무결한 식품이다. 인간이 즐길 수 있는 모든 맛과 효용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이렇게 완전무결한 것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에는 품천(品泉)이 있다. 육우는 (다경)에서 물의 등급을 “산의 물을 쓰는 것은 상품이고, 강물은 중품이며 우물물은 하품이다.”고 평하고 있다.(자천소품)(煮泉小品)에는 “돌은 금의 근본이요, 돌에서 흐르는 정기는 물을 낳는다.”고 깊은 산중에서 나오는 물이 최고임을 밝히고 있다. 산중의 물중에서도 최고는 이름난 명산의 샘물이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샘물은 바로 돌샘이다. 돌은 산의 뼈요, 물은 산의 골수같은 것이기 때문에 돌샘에서 나오는 샘물이 최고인 것이다. 돌샘은 산의 정기가 모인 것으로 담백하고 맑고 차기 때문에 물을 길어놓아도 오랫동안 물의 기운이 그대로 유지된다. 산중의 물중 산마루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맑고 가벼우며, 돌 사이에서 나는 석간수는 맑고 달며, 자갈샘은 차갑다. 땅밑의 샘은 담백한 물을 뿜어내고 황석(黃石)에서 솟아나는 물은 좋은 물이다. 다만 청석(靑石)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결코 좋지 않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계곡의 물은 발원지에서 멀수록 좋으며 그 흐름이 조용하고 완만하게 흐르며 맑아야 한다. 또한 계곡 위쪽의 인적이 끊어진 곳이어야 한다. 흐르는 물이 발원지에서 멀수록 좋은 것은 물이 흐르면서 광물질 이물질 등이 자연스럽게 여과되어 어느정도 흐르면 담백한 물이 되기 때문이다. 좋은 명산의 물중에서도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샘에 고여 있는 물이다. 물이 넘쳐 흐르지 않고 고여 있다는 것은 샘이 죽어 있을 뿐만 아니라 물도 함께 죽어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음은 강물이다. 강물 역시 명산을 발원지로 해서 시작해 흐르는 물이 좋다. 강물은 또한 오염도를 줄이기 위해 가능하다면 인간에서 멀리 떨어진 것이 좋으며 빛깔은 맑으며 물맛은 지극히 찬 것이 좋은 것이다. 다음은 우물물이다. 인가가 밀집된 지역에서 인공적으로 솟아나게 하는 샘물인 우물물 중에서도 돌이나 모래속에서 솟아나는 상품의 물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물물은 가까이에 있는 인간의 오물이 섞일 수도 있고, 기름진 논이나 비옥한 땅에서 건수가 스며들 가능성이 많아서 제일 하품으로 쳤던 것이다. 이밖에도 호수물, 빗물, 웅덩이물 등이 있으나 찻물로서 적합하지 않다. 물은 흐르는 유천(流川)이 좋고 돌틈의 석간수가 솟아나는 샘물이 좋다. 물의 종류에는 하늘의 은택으로 내린 샘물인 영천(靈泉),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늘 물인 천수(天水), 바위틈에서 솟아 흐르는 지천(地泉), 강물인 강수(江水), 우물물인 정수(井水), 유황성분이 함유된 온천(溫泉),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약수(藥水)가 있다. 이중에서 현재 찻물로 쓰일 수 있는 물은 영천 지천 정수 정도일 뿐이다. 현대에는 그 만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물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다천(茶泉)이 몇군데 존재한다. 신라시대의 다천으로 사선(四仙)들이 차를 달여마신 강릉 한송정, 보천과 효명 두 태자가 차를 달여마시고 차공양을 올린 오대산 서대 우통수, 고려시대 송악의 안화사(安和寺) 샘물, 충주의 달천수(達川水), 금강산에서 시작되어 한강으로 흐르는 우중수(牛重水), 속리산 삼타수(三陀水), 초의스님이 마셨던 두륜산 일지암의 유천(乳泉)등이 있었다. 현존하는 다천중 가장 유명한 것은 경주 기림사의 오종수(五種水)다. 석간수로 최상의 찻물로 꼽히며 물색이 음수(陰水)중 음수인 감로수(甘露水), 물맛이 젖처럼 달콤하며 마시면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지는 화정수(和靜水), 물에 기운이 있어 장수가 된다는 장군수(將軍水), 눈이 맑아지는 물인 안명수(眼明水), 까마귀가 쪼는 자리에 물빛이 배어 그 자리를 파서 감로수가 샘솟았다는 오탁수(烏啄水)가 그것이다. 초의스님이 계시던 일지암의 유천(乳泉)도 명수(明水)중 명수다. 초의스님은 “나에게 젖샘(乳泉)이 있어 이 물을 떠서 찻물을 끓이면, 수벽탕이나 백수탕이 돼버리니, 어찌하면 목멱산 아래 해거옹에게 이 물을 드릴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고 있다. 일지암의 유천은 찻물로는 최상의 물로 평가할 수 있다. 오죽하면 초의스님이 젖샘이라고 불렀겠는가.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써야 할 찻물은 어떤 것이 있는가. 차를 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물의 소중함과 귀함을 알고 있으나 도시에서 찻물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우선 가장 좋은 찻물은 아침일찍 인근에 있는 높은 명산의 약수터 물을 길어 오는 것이다. 국가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은 약수터인가를 확인한 후 찻물을 먹을 만큼 길어다 길게는 일주일, 짧게는 2∼3일 동안 먹는 것이다. 그다음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수(生水)다. 인위적으로 생산한 생수는 요즘 차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생수의 생명은 짧다.3∼4일이 지나면 생수의 본 성품이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정수기를 통해 걸러진 물도 찻물로 쓰기도 한다. 그러나 정수기를 통해 정수된 물은 많은 부분에서 물의 본 성품을 강제로 빼앗아버려 썩 좋은 찻물은 아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가 가장 흔히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이다. 수돗물을 찻물로 쓰기 위해서는 하루쯤 침전해야 한다. 침전하는 도구로는 옹기항아리가 가장 좋으며 유리병도 무방하다. 옹기항아리나 유리병 바닥에 삼투압을 할 수 있는 물질인 맥반석, 돌, 굵은 모래등을 가라앉혀 놓으면 맛있는 물을 얻을 수 있다. 여름에는 뚜껑을 삼배보자기로 덮는 것이 좋으며 겨울에는 본래 뚜껑을 덮어두면 된다. 한 항아리의 물은 3분의2만 쓰고 나머지는 허드렛물로 쓰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 일지암 암주 ■ 김노경과 초의스님 ‘유천일화’ 일지암에는 유천이란 샘물이 있다. 유천(乳泉)은 말뜻 그대로 마치 어머니의 가슴에서 나오는 젖처럼 맑고 담백한 천상의 물이라는 뜻이다. 그야말로 생명을 기르는 젖과 같은 샘이다. 명나라 전예형은 (자전소품)에서 “젖샘이란 종유석의 샘이며 산골의 고수다. 그 샘물의 빛깔은 희고 비중은 무겁다. 매우 달고도 향기로워서 마치 감로와 같다.”고 적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물에 대한 비유다. 유천에 대한 또 다른 일화가 있다. 바로 추사의 부친인 김노경과의 일화다. 추사의 부친이었던 김노경은 일지암에서 가까운 완도 고금도에 유배를 왔다. 그곳에서 4년을 보낸 김노경이 마침 그 유배가 풀렸다. 해배가 되어 서울로 돌아가던 도중 김노경은 일지암을 들를 결심을 했다. 그가 촉망하는 아들 추사의 인품에 비해 초의스님의 인품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노경은 초의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그의 학식과 선풍이 뛰어남을 알았다. 그런 그가 초의스님이 권하는 유천을 맛보았다. 김노경은 중국의 유명한 차와 물에 대해 깊은 조예가 있었다. 유천의 물을 맛본 김노경은 “일지암 유천의 물은 그 물맛이 ‘수락’보다 더 좋다.”고 극구 칭찬을 했다. 일지암 유천의 물맛은 참으로 뛰어나다. 당나라 때 소이는 (탕품)에서 물을 끓이는 기술에 따라 3품, 뜨거운 차를 잔에 따르는 솜씨에 따라 3품, 탕기의 종류에 따라 5품, 물을 끓이는 땔감의 종류에 따라 5품 등으로 분류했다. 소이는 이 중 가장 잘 끓인 물을 ‘득일탕’(得一湯)이라 했고 그 다음을 어린탕, 너무 많이 끓어버린 물을 백수탕으로 구분해놓았다. 좋은 물도 물이지만 좋은 용기에 잘 끓여야 제대로 된 찻물이 된다는 뜻이다. 소이는 “사람이 백살을 넘은 것처럼 너무 오래끓은 물을 이야기하다가, 때를 놓치거나, 볼일 때문에 내버려두다가 비로소 사용하려면 물은 이미 성품을 잃은 뒤다. 감희 묻거니와 머리털이 희고 얼굴이 창백한 나이 많은 늙은이가 활을 들고 과녁을 맞힐 수 있겠는가. 아니면 씩씩하게 높은 곳을 올라가거나 활발하게 걸어서 멀리까지 갈 수 있도록 돌이킬 수 있겠는가.” 끓인 물이 차의 생명을 좌우한다는 것은 조금 과장일 수 있다. 그러나 물 못지 않게 끓이는 물에 대한 차인의 정성은 소중해야 한다.
  • [서울광장] 독일 대연정, 그 수준과 다름/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독일 대연정, 그 수준과 다름/진경호 논설위원

    독일과 일본의 조기 총선이 막을 내렸다. 의회 해산이라는 초강수를 던진 끝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화려한 압승을 거둔 반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퇴진했다. 일본에선 고이즈미의 대대적인 자민당 내부수리가 시작됐고, 독일은 진통을 거듭하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내세운 대연정 체제가 들어섰다. 이들 지도자의 엇갈린 운명과 두 나라의 정국 흐름은 극적인 반전과 복잡한 구성을 담고 있어 보는 재미가 드라마 못지 않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노 대통령의 반응이다. 고이즈미의 압승에는 별 말이 없었건만 독일 대연정에 대해선 “유럽 정치의 수준을 보여줬다.”고 평가한 것이다. 부럽다던 슈뢰더의 정치생명이 끝장났는 데도 말이다. 중도퇴진 가능성까지도 내비치며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의할 때의 논거로 이 말을 따지면 아마도 정치 지도자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좌·우 이념의 정당이 경제회생을 위해 손을 맞잡는 정치문화,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정치구조를 ‘높은 정치수준’으로 보는 듯하다.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기자실을 찾아 노 대통령의 이 말씀을 전했다는데 지시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의미있다고 판단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대통령이 정치의 수준을 언급했다니 짚어야 할 점이 있는 듯싶다. 우선 독일 대연정 자체는 ‘수준’을 논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프랑스 동거정부든, 독일 대연정이든, 우리의 대통령 단임제든 다 그 나라의 역사와 정치토양, 정치문화를 배경으로 한 존재 이유를 지닌다. 지고지선(至高至善)의 제도는 없으며,‘수준’보다 ‘다름’의 문제에 가깝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노 대통령이 일본 자민당 개혁은 제쳐 놓고 독일 대연정을 높은 수준으로 평가한 데는 나름의 목적의식이 있어 보인다. 즉 고이즈미식 리모델링, 즉 정치개혁보다는 독일 대연정에 버금가는 리스트럭처링, 즉 정치판 새로짜기에 관심을 두고 있고, 이를 위한 정지작업 차원에서 독일 대연정을 언급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우리 정치를 지금 개·보수해야 하느냐, 아니면 재건축 정도로 확 뜯어고쳐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정치판 새로짜기를 시도할 생각이라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옳다 그르다를 따질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무엇이든 당위성과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추진동력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독일 대연정에서 평가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성사 자체가 아니라 이에 이르기까지 좌·우 정파가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양보한 과정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독일 대연정은 노 대통령에게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교훈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3당 합당이나 DJP연합에 대해 국민들의 기억은 그리 좋지 않다. 국민통합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은 정권 획득의 수단들에 불과했음을 똑똑히 목도한 국민들이다. 이런 국민들에게 다시 국민통합을 앞세워 새판짜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면 과거 YS나 DJ가 했던 몇 배 이상으로 진심을 내보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대통령은 21세기에 있는데 국민들은 여전히 유신시대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는 식의 발상이나 대통령직을 끼워 대연정 카드를 불쑥 내밀고는 선택을 강요하는 자세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이 이왕 정치구조 개편과 관련해 대연정 후속 카드를 제시할 뜻이라면 보다 우리 토양에 맞는 한국형 모델을 제시하고, 그 당위성을 설명할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검찰총장 사퇴 파장] ‘사의 표명’ 안팎

    사상 초유의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발동 사태는 결국 14일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표제출로 이어져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김 총장은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이는 대신 총장직을 내놓는 초강수를 던졌다. 겉으로는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사실상 거부한다는 뜻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장이 4가지 시나리오 중 ‘수용+사퇴’ 카드를 빼든 것은 검찰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장관의 추가 수사지휘권 발동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일선 검사들을 상대로 수용과 거부를 놓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거부 의견이 우세했으나 이번 사안은 거부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 검찰은 장관의 동국대 강정구 교수 불구속수사 지휘가 비록 부당한 측면이 있지만 불법행위가 아닌 만큼 검찰청법에 규정된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을 수호하는 검찰이 스스로 위법 행위를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검찰은 대신 천 장관에게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장관의 수사지휘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과 이번 지휘가 검찰권을 훼손할 수 있어 “심히 유감”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직격탄을 날렸다. 더 이상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8조의 존폐에 대한 공론화도 시도한 것이다. 김 총장은 이 과정에서 자신이 조직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생각을 굳힌 듯하다.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한차례도 발동되지 않은 까닭을 총장직 사퇴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가 정당한지는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의 사퇴는 13일 오전 대검 평검사회의 이후 차츰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평검사들은 김 총장이 천 장관의 수사지휘를 거부할 것을 요구했다. 진퇴 문제는 김 총장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대검 주변에서는 “어차피 죽는다. 적군(정부여당)에게 죽느냐, 아군(검찰조직)에게 죽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일선 검사들의 의견은 수사지휘 거부가 우세했다. 총장으로서는 ‘거부+사퇴’ 카드를 빼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사지휘를 거부하고 사퇴한다는 것은 검찰에 큰 짐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김 총장의 부담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검찰 내부인사들로부터는 ‘수사지휘를 거부한 선배’라는 찬사를 받을 수 있지만 오히려 ‘검찰=개혁대상’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검찰개혁이라는 ‘역풍’을 조직에 안겨줄 수도 있는 위험한 카드였던 것이다. 실제 김 총장도 마지막으로 “지휘권이 타당하지 않다고 해 따르지 않는다면 검찰은 통제되지 않는 권력기관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로 자신이 장관의 지휘를 수용한 배경을 설명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새로 그리는 청계천 풍경

    새로 그리는 청계천 풍경

    조선시대 청계천은 지금의 한강과 도시사회학적 기능이 유사했습니다. 현재 한강 남쪽이 조선시대에는 청계천 북쪽에 해당했지요. 청계천 북쪽은 강북, 청계천 남쪽은 강남인 셈이지요. 그런데 강북인 북쪽엔 잘 나가던 양반님들이, 강남인 남쪽엔 중인이나 몰락한 양반님들이 살았습니다. 한강의 경계선과는 다르죠. 이덕무나 홍대용 등 조선 후기 실학자들이 남산 근처 집에서 교류했다는 기록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일제 때는 청계천을 사이로 남쪽은 일본인, 북쪽은 조선인들이 장악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많아지면 끼리끼리 모이고, 넓어지면 구분되기 마련입니다. 망국적인 지역색이라지만 모두 나쁜 것은 아닙니다. 지역색의 가장 큰 특징인 사투리는 우리 말 연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문제는 좁디 좁은 서울에서 지역색이 ‘빈부의 차’ ‘한의 크기’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강남·북 균형발전, 더불어 사는 이웃만들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강북 도심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청계천이 지역 화합의 장이 되고, 서울의 균형발전과 화합에 초석이 되길 바랍니다. 과거의 청계천과 지금의 한강이 갈등을 잉태했던 경계선이었다면, 새로 복원된 청계천은 한데 어우르는 물줄기가 돼야 합니다. 이미 화합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청계천에서는 지역도, 계층도 없습니다. 강북의 주부도, 강남의 직장인도, 그리고 지방에서 올라온 농부도 청계천은 넉넉히 감싸안고 있습니다. 청계천의 물줄기와 천변 풍경은 청계천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에 따라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습니다. 출근길 천변풍경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글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환경의 변화는 사람들의 생활이나 사고 방식도 바꿔 놓는다.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은 전국을 1일생활권으로 묶으면서 마이카 시대를 열었다. 최근의 ‘웰빙 열풍’은 일산 호수공원과 월드컵공원, 그리고 올해 개장한 서울숲 등 도심공원의 증가를 요구한다. 푸른 물결이 서울 도심에 모습을 드러낸 지 14일째 청계천을 찾은 시민과 외국인들이 300만명을 훌쩍 넘었다. 청계천은 서울 시민들의 삶에 변화를 주고 있다. 시민들은 압축성장의 희생양으로 사라졌던 청계천을 이제 다양한 모습으로 즐기고 있다. 청계천과 천계천을 찾는 사람들이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는 ‘천변풍경’을 24시간 동안 들여다봤다. ■ 시시각각 이색풍경 ‘만인만색’ #출근길 12일 오전 7시.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고산자교 인근은 ‘마을 공원’이다. 쌀쌀하게 느껴지는 가을 바람을 가르며 천변을 달리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조간 신문이나 책을 펼쳐들고 벤치에 앉아 모닝 커피를 마시는 ‘낭만파’도 눈길을 끈다. 청계천변 주민인 정강자(47·여)씨는 “아침 식사 뒤 운동을 하러 청계천에 나오는 게 일상이 됐다.”면서 “물길을 따라 걷다가 돌다리를 건너 돌아오는 상쾌한 기분은 걸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다.”고 흐뭇해했다. 오전 8시.‘넥타이 부대’가 하나둘 출현하기 시작했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등 근처까지 대중 교통으로 왔다가 천변 산책로를 따라 도심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다. 경기도 분당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나종웅(61)씨는 “청계천이 개통된 뒤에는 버스로 종로까지 왔다가 매일 20분 가까이 걸어서 출근한다.”면서 “시골 개천을 건너 학교까지 등교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자연학습장 오전 9시가 지나자 청계천은 학생들의 ‘자연 학습장’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전국 곳곳에서 견학 온 학생들의 웃음 소리와 앳된 미소가 푸른 물결과 함께 포개진다. 분수와 다리위에서 친구들과 함께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다. 다리 밑에서 김밥을 몰래 까먹는 모습도 정겹기만 하다.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중에 다니는 서세민(13)군은 “하천 바닥이 콘크리트로 돼 있어 인공적인 것 같지만 물고기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물이 깨끗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일본인 배낭족 다나카 마사코(23·여)씨는 “TV에서 청계천 개통식을 보고 꼭 오고 싶었다.”면서 “도쿄나 오사카 등에는 없는 자연 하천이 서울에 생겨 부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넥타이부대 정오. 점심 시간을 조금 넘기자 천변에는 다시 직장인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점심 식사를 일찍 마치고 청계천 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청계천 시점부인 청계광장부터 동대문까지 정장 차림의 신사 숙녀들이 청계천을 메웠다. 아이스크림이나 테이크아웃 커피 등을 든 젊은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종로2가 삼일빌딩의 한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데이비드 알프레도(42)는 “6년 전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삭막한 도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났다.”면서 “하늘과 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청계천을 걷는 것은 서울에서의 가장 큰 기쁨”이라고 밝게 웃었다. 아직 가을 햇살이 따가운 오후 3시. 직장인들의 빈 자리는 중·장년층이 대신했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여성들의 탄성과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손을 잡고 돌다리를 건너가는 노부부들의 모습도 미소를 짓게 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들은 한가로운 가을 오후를 즐기고 있다. 시점부 광장에는 ‘청계천 사진사’가 등장, 시골에서 올라온 관광객과 노인들을 상대로 상행위를 하고 있었다. 경기도 안산시 와동에서 농사를 짓는 장일순(69)씨는 “서울시청까지 지하철을 타고 와 물어물어 찾아왔다.”면서 “어릴 적 봤던 청계천보다 훨씬 깨끗하고 아름답게 복원된 것 같다.”고 떠올렸다. #연인들의 사랑 늦은 오후. 청계천의 평균 연령은 대폭 낮아졌다. 수업을 마친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가득 찼다. 동대문시장에서 쇼핑을 한 뒤 검은 봉지를 들고 청계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도 많았다. 오간수교 아래에는 자리를 깔고 사주팔자를 보는 여인도 눈에 띄었다. 해가 지고 가로등이 밝혀지자 청계천은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푸른색 네온으로 치장한 다리는 밤하늘 별들과 함께 장관을 연출했다. 연인들이 이곳을 그냥 지나칠리 만무하다. 저녁 때 도심 천변은 절반 가까이가 ‘쌍쌍’이다. 커플들은 손을 마주잡은 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천변을 걸었다. 다리 밑 벤치나 돌 위에 앉아 밀어를 속삭이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다. 구석진 자리에서 몰래 입맞춤을 나누는 연인들도 흐뭇하기만 하다. 동대문을 지나자 운동족들이 천변을 차지했다. 특히 고산자교 인근에서는 밤 9시가 지나도 걷거나 뛰는 사람들로 붐빈다. 정장에 운동화를 신은 채 ‘퇴근 운동’을 하는 직장인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도심이 어둠에 잠긴 13일 새벽 2시. 하루 종일 인파에 시달린 청계천이 유일하게 쉬는 시간이다. 음침한 청계로와는 달리 천변은 적당한 조명으로 오히려 아늑하다. 낮에는 들리지 않았던 물소리와 귀뚜라미 울음 소리가 온 몸을 휘감는다. 삼일교 아래서는 20대 젊은이들 8명이 조용히 맥주를 기울이고 있다. 광통교 아래에서는 한 젊은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노상방뇨를 시도한다. 취기 오른 한 커플은 광교 아래 천변에서 발을 담근 채 물장구를 치고 있다. 새벽 운동을 나선 아주머니들의 발걸음도 활기차다. 가난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천변풍경’은 이렇게 다시 쓰여지고 있었다. 이두걸 서재희기자 douzirl@seoul.co.kr ■ 관리자들이 말하는 청계천 꼴불견 ‘청계천에서 이러지 마세요!’ 청계천 관리 담당자들은 어떤 사람들을 ‘청계천 꼴불견’으로 꼽을까. 멀쩡한 시설물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 개구쟁이들이 첫째로 지목됐다. 청계천 시점부 광장에 조성된 ‘청계 미니어처’의 물이 올라오는 부분에 장식용으로 놓은 구슬은 장난꾸러기들이 자꾸 빼버려 아예 없애 버렸다. 지난 4일에는 짓궂은 학생들이 물길을 발로 막아 광장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민병찬 청계천관리센터 시설관리팀장은 “오간수문의 ‘오버플로(수위가 높아졌을 때 물이 흐르도록 뚫어놓은 관)’ 뚜껑 위에 놓았던 두꺼비상은 등에 발자국이 새겨질 정도로 사람들이 밟아 관이 막혀 물이 넘치곤 했다.”면서 “지금은 두꺼비상을 밟지 못하도록 자리를 옮겨 물 속 깊이 넣어뒀다.”며 혀를 내둘렀다. 자연을 그대로 두지 않는 사람들도 문제다. 금붕어 미꾸라지 다슬기 등 각종 어류를 청계천에 몰래 풀어놓는가 하면 청둥오리와 비슷하게 생긴 집오리 세 마리를 데려다 놓은 시민도 있다. 강수학 청계천관리센터 생태관리팀장은 “호기심에 풀어놓는 생물들이 청계천의 생태계를 어지럽힐 수 있다.”면서 “청계천에서는 물고기를 잡아서도 안 되지만 동물을 풀어놓는 ‘방생’ 행위도 금지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청계천의 유명세를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얌체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다리에 ‘대리운전’ 등 홍보 플래카드를 은근슬쩍 붙여놓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허가 없이 공연을 벌여 관리팀을 당혹케 하기도 한다. 지난 5일 세운교 밑에서 색소폰을 멋들어지게 연주한 외국인 예술가는 ‘모금통’역할을 하는 모자를 돌리다 관리팀에 적발됐다. 관리팀은 ‘상행위뿐만 아니라 예술 공연도 허가 없이 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제지했지만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왜 막느냐.”는 일부 시민들의 항의를 감수해야 했다. 이밖에 청계천에서 술에 취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사람, 급한 김에 다리 밑에서 ‘실례(노상방뇨)’를 하는 사람 등이 청계천 꼴불견으로 꼽혔다. 청계천관리센터 박호영 경영관리팀장은 “대부분의 청계천 방문객들이 질서를 매우 잘 지키고 있다.”면서 “아름다운 청계천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시민들 스스로 규칙을 잘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서울이야기(25)] 인사동과 대학로

    [서울이야기(25)] 인사동과 대학로

    서울엔 다양한 모습이 있다. 종로 5가엔 약국이 모여 있고, 사당동엔 가구점이 몰려 있다. 아현동엔 웨딩거리가 있고, 또 경동시장엔 한약재가 있다. 어떤 지역에 특정 자원이 밀집되어 고유한 이미지가 연출되는 것, 이를 우린 클러스터(cluster)라 부른다. 한 지역에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 중요한 이유는 시너지(synergy) 효과 때문이다. 한 곳에 몰려 있다 보니 경쟁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보다 끊임없는 혁신이 이루어진다. 지속적인 혁신과 발전,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중요한 이유다. 다른 하나는 특정 자원이 밀집되어 있다 보니 서로 연관관계가 형성되고, 지역을 통하는 고유한 이미지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어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는 것. 지가가 비싸도 클러스터에 들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예술계는 어떨까. 예술계 또한 마찬가지다. 작가들과 경쟁해야 하고, 세계적인 흐름과 교류해야 하는 이상 다른 분야보다 강도 높게 밀집이 전개된다. 전통적인 서화와 표구점, 화랑, 필방이 모여 있는 인사동과 연극 자원이 밀집되어 있는 대학로. 아틀리에와 클럽이 있는 홍대 지역 등 서울에도 그런 지역은 상당수 많이 분포되어 있다. 외국의 경우 이런 지역은 문화회랑이나 특별지구로 지정 보호한다. 정부 또한 이런 지역을 보호하겠다는 명목 하에 2000년 문화지구 제도를 도입하였다. 문예진흥법에 문화지구를 법제화함으로써 특정 지역 내 문화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지원할 수도 있고, 위해한 업소 및 영업행위는 퇴출시키기 위해 그 영업을 금지할 수도 있다. 현재 이 문화지구로 지정된 곳이 인사동과 대학로 등 두 곳이다. ●인사동, 세월의 흐름이 멈춘 도시의 쉼터 2003년 최초로 문화지구로 지정된 지역은 인사동이다. 제도 자체가 인사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지정한 인사동은 문화지구 지정의 표본 모델이었다. 지정을 고민하던 1998년 당시 이 지역엔 172개의 골동품점과 87개의 표구사,108개의 화랑이 있었다. 전통의 업소가 484개나 밀집된 곳은 세계적으로 그리 흔하지 않다.2000년 전통의 업소가 366개로 크게 줄고, 인사동 전반에 개발의 압력과 상업화의 열기가 일자 문광부와 서울시는 이 지역을 문화지구로 지정했다. 문화지구 지정 이후 거리는 많이 변했다. 전통업소는 상당수 늘었고, 개발압력도 가라앉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살펴보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전통업소 중 상업적인 공예품점이 크게 늘어난 반면, 골동품점과 표구사, 필방 등은 크게 줄어들었다. 인사동의 주인이었던 전통예술이 크게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공예품점이 주인을 차지한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고서점과 표구점, 필방이 모두 공예품을 팔려고 나서고 있다. 인사동의 가치는 단지 전통업소가 아닌 전통예술이 촘촘히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는 데 있다. 조선왕조부터 풍류를 즐기던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던 인사동은 본래 서화의 거리였다. 그러던 것이 일제강점기에 들어서 다수의 골동품과 고서화가 나오며 일본인들에 의해 골동품과 고서화를 취급하는 거리로 바뀌었고, 화랑과 표구점, 필방, 지업사들이 들어서면서 인사동은 고미술 네트워크를 구성하였다. 지역에 자리잡은 예전 다방과 찻집, 음식점은 모두 이 예술가를 위한 것이었다. 한 때 ‘메리의 거리’(Mery’s Alley)라 불릴 정도로 번성하던 거리는 88 올림픽과 더불어 국제적인 관광의 거리로 바뀐다. 올림픽 기간 중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이 방문할 수 있는 거리로 인사동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 많은 고서점과 골동품점이 떠나게 된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들끓는 개발압력과 지가 때문에 전통 예술업종이 하나 둘 밀려나게 된 것이다. 오늘날 공예품점이 늘어선 건 지가 때문이다. 그러나 인사동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인사동을 위해서도, 우리의 관광과 예술을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예술이 시장을 만나고, 전통의 느낌이 현대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멈추는 곳. 사실 인사동이 지니고 있는 매력은 ‘시간이 멈추어 선 전경’이다. 인사동에 들어서면 전통이 주는 무게가 가볍게 느껴진다. 그것은 마친 시장에 옮겨 논 박물관처럼 누구나 손쉽게 만지고 즐기게 만든다. 가격부담 없이, 조용할 필요 없이 전통을 즐기며 맛볼 수 있는 공간. 인사동 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 덧 시간은 멈춰 과거 속에 특정한 시간과 조우한다. 가장 바쁘고 현대적인 도심 내에 가장 여유롭고 전통적인 멋이 있는 곳. 인사동은 과거와 현대를 이어주는 거리로서, 우리의 예술을 보여줄 관광지로서, 전통의 예술과 자원이 밀집된 지역으로서 우리에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예술창작 지구, 대학로 대학로는 세계 최고의 공연예술지구다. 현재 대학로에 있는 공연장 수는 정확히 70개. 멀티플렉스로 지어진 최근 공연장을 고려하면 극장 수는 70개를 훨씬 상회한다. 숫자로는 세계 최고의 수준. 대학로 만한 밀집공간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대학로가 갖는 특징이라면 모든 연극자원이 밀집되어 있다는 데 있다. 공연장은 말할 것도 없이 극단이 무려 48개나 밀집되어 있다. 우리나라 극단 중 32%가 대학로에 자리잡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대와 중앙대, 상명대 등 각 대학교의 연극 관련 학과가 있다. 예총과 연극협회, 배우협회가 있고, 우리나라 문화예술 지원의 종합창구인 ‘문화예술위원회’도 여기에 자리잡고 있다. 연극에 관한 한 모든 것이 있는 곳, 그곳이 대학로다. 대학로의 가치는 이 많은 자원들이 경쟁하며 살아 있는 실험성과 창의성을 창출한다는 데 있다. 우리가 보기에 언뜻 초라해 보이는 100석에서 300석 규모에 달하는 극장. 그러나 이 극장들은 창의성과 실험성을 발휘하기엔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본래 낭만주의 시대에는 대규모 극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극장에선 관객의 느낌을 느낄 수 없자 작고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극장을 세우게 된다. 독일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소극장운동이라 불리는 새로운 연극을 정착시키게 된다. 대학로의 극장은 바로 그렇듯, 소극장 운동의 핵심이 된다. 관객과 호흡하며 관객과 관객끼리도 커뮤니케이션하는 공간. 그런 만큼 연기는 충실하고 연습의 강도는 강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한국 영화에서 언뜻언뜻 만날 수 있는 우리 연극배우들의 이름들. 그 이름들은 대학로의 연극이 우리나라 영화와 영상산업의 바탕이 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대학로에는 또한 특징적이고 전문적인 극장이 있다. 하늘땅 소극장은 어린이 전용극장이며, 샘터 파랑새 극장은 ‘라이어’를 장기공연하는 극장이다.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지하철 1호선’이 공연되고 있는 ‘학전그린’극장, 품바 중심의 ‘강강수월래’ 극장 등 그 전통의 명맥은 대학로를 연극의 1번지, 연극의 갯벌로서 만들고 있다. 이런 대학로도 최근 위기에 빠져 있다. 문화지구 지정 등 최근 관심이 고조되면서 300석 이상의 대규모 극장이 들어서고, 극단보다는 상업적인 기획자나 건물주가 운영하는 공연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관료가 올라가고 연극은 상업적으로 변하고 있다.100석 이하의 공연장이 줄고,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연극은 삼선교 등 성신여대 주변으로 이전하리라는 예상이 곳곳에서 그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다. 다만 대학로에서 지켜내지 못하는 한 우리나라 연극의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 필요는 있다. 대학로는 촘촘히 박힌 공연장과 연극관련 학교, 극단, 단체, 협회 등이 숨쉬는 곳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창작활동과 연기연습이 이루어지며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바탕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모든 공연예술의 살아 있는 생태계를 형성하는 지역. 대학로를 보존할 필요성은 여기에 있다. ●인사동과 대학로, 변화 진통 문화지구 지정과 더불어 인사동도 대학로도 변해가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전통적이고 자그마한 업소가 사라져 간다는 것이다. 인사동도 고서화점과 표구점이 위기다. 대학로는 작은 극장들이 위기다. 이 위기는 어쩔 수 없는 현상 중 하나다. 문화지구는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지정하는 제도다. 그러나 지정하려는 순간 그 지역은 어느새 유명해져 지가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문화를 보호하려는 정책이 지역의 생태계를 바꾸고 작은 것이 큰 것에 먹히는 사태를 만들 수 있다. 지금 우리의 문화지구는 그런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숲의 건강함은 여러 수종의 나무에 있다. 물은 또한 다양한 어류가 살아야만 깨끗함을 보장받을 수 있다. 문화 또한 마찬가지다. 자그마한 시설이 세태와 관계없이 살아남을 때 우린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인사동에 있는 자그마한, 그리고 보잘것 없는 골동품점. 대학로에 있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극장. 이 모든 것들은 우리의 자산이다. 이번 주말 이 자그마한 시설을 찾아보자. 심금을 울리는 연기와 배우들의 땀방울이 당신의 머리에 튈지 모른다. 우리 조상이 남긴 멋진 골동품 한 점이 초라하게 숨겨져 있다 해도 우리가 찾으면 보배다. 주말 그 보배를 찾아 떠나보자.
  • [사회플러스] ‘상주참사’ 공무원 1명 영장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 압사 사고를 수사중인 상주경찰서는 11일 상주시 김모 새마을과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과장은 사고를 일으킨 ‘MBC 가요콘서트’ 행사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면서 감독을 태만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상주시 박모 행정지원국장과 정모 자전거문화 담당에 대해서도 보강수사를 벌여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 [디비전시리즈] 굿바이~ 애틀랜타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5전3선승제) 4차전. 연장 18회로 넘어가면서 경기 시간은 5시간50분에 접어들었지만 6-6의 숨막히는 균형은 깨질 줄을 몰랐다.18회말 1사,‘무명’ 크리스 버크(휴스턴)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간 순간, 미닛메이드파크를 가득 채운 4만 3000여명의 홈팬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말 그대로 애틀랜타에게는 ‘굿바이 홈런’이었다. ‘와일드카드’ 휴스턴이 10일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연장 18회 혈투 끝에 애틀랜타에 7-6,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시리즈전적 3승1패로 챔피언십시리즈(7전4선승제)에 2년 연속 진출했다.휴스턴은 13일부터 챔피언십에 선착해 있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2년 연속 리그 챔피언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게 된다. 같은 팀이 2년 연속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맞붙기는 지난 1991·92년 피츠버그-애틀랜타전 이후 처음. 지난해에는 세인트루이스가 4승3패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반면 미국 프로스포츠 사상 초유의 14년 연속 지구 우승을 일군 애틀랜타는 불펜투수들의 난조로 2년 연속 휴스턴에 무릎을 꿇으며 포스트시즌 징크스에 울어야 했다.이날 5시간50분 동안 벌인 연장 18회 혈투는 역대 포스트시즌 사상 최장 이닝 신기록. 종전은 1986년 휴스턴-뉴욕 메츠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기록한 16이닝이다. 8회까지 애틀랜타가 6-1로 리드하면서 챔피언십시리즈 티켓의 주인공은 최종 5차전에서 가려지는 듯했다. 하지만 휴스턴은 8회말 1사 만루에서 ‘주포’ 랜스 버크먼의 만루홈런으로 5-6까지 쫓아간데 이어,9회 2사에선 브래드 아스머스의 극적인 동점홈런으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휴스턴은 2차전에서 패전의 멍에를 쓴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를 16회부터 투입하는 초강수를 띄웠고, 결국 버크의 끝내기 솔로아치로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루키 때인 1984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구원투수로 등판한 클레멘스는 3이닝 동안 4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는 탈락위기에 몰렸던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가 LA 에인절스에 3-2,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두 팀의 5차전은 11일 오전 9시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10일 TV 하이라이트]

    ●다큐극장-맞수(EBS 오후 9시30분) 만인의 건강과 미각을 위해 봉사하는 요리사. 그 길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요리에서 일가를 이루겠다고 다짐한 두 학생이 있다.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3학년 유희주·강수진. 이 학교에서 이들은 이른바 ‘맛의 달인’으로 불리는 맞수들. 이들이 펼치는 요리의 세계를 만난다.   ●서동요(SBS 오후 9시55분) 부여선은 백성들 사이에 퍼진 소문을 통해 위덕왕과 아좌태자가 죽으면 자칫 자신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민하던 부여선은 아좌태자를 없애려고 보낸 자객들을 모두 죽이고, 오히려 아좌태자를 호위하는 것처럼 꾸민다. 장의 꾀 때문에 아좌태자는 무사히 궁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이언스+(YTN 오후 1시25분) 생활 속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2005 대한민국 여성발명품 박람회. 이곳에 모인 생활 속의 아이디어들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이곳에는 여성들에 의한, 여성들을 위한, 여성들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돋보인다. 대한미국 여성발명품 박람회 현장을 찾아 여성들의 번뜩이는 지혜와 창의력을 본다.   ●안녕, 프란체스카(MBC 오후 11시5분) 폭풍 전야의 긴장감이 도는 가운데 또다시 헌터에 의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프란체스카 가족은 일대 혼란에 휩싸인다. 왕고모 소피아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라며 형사까지 달라붙어 가족들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이에 다이아나는 왕고모의 특명을 받고 형사 규환을 유혹하러 나서는데….   ●TV소설 고향역 (KBS1 오전 8시5분) 집을 나와 덕우의 별장에 머물게 된 준호는 고열에 시달리다가 이내 의식을 잃는다.이 모습을 보다 못한 덕우는 선경을 별장으로 데려오고, 그 광경을 정인이 본다. 집에 연락도 하지 못한 채 덕우를 따라 온 선경은 정신이 혼미한 준호를 보자 가슴이 아파온다.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55분) 유럽에서 더 유명한 재즈 아티스트 나윤선. 프랑스에서 활동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나윤선은 5인조 밴드 ‘나윤선 퀸텟’의 리더이자 보컬이다.프랑스인들로부터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재즈를 한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재즈 아티스트 나윤선을 만나본다.
  • 코리안 에이스 얼굴 바뀐다

    코리안 에이스 얼굴 바뀐다

    올시즌 6승을 합작하며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휘젓고 있는 ‘코리아군단’의 세력 판도가 바뀌고 있다. 지난 2001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승 이상씩을 챙기던 박세리(28·CJ)와 박지은(26·나이키골프)의 이름은 더 이상 리더보드에서 찾아보기 어렵고, 새로운 강자들이 급격하게 떠오르고 있는 것. ‘코리아군단’의 새 간판스타는 누가 뭐래도 장정(25)이다.‘작은 거인’ 장정은 투어 데뷔 6년 만에 생애 첫승을 메이저인 브리티시여자오픈으로 장식한 것을 비롯, 올시즌 12차례나 ‘톱10’에 입상하며 당당히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상금에서도 발군이다. 오피스디포챔피언십에서 4만여 달러를 보태 어느덧 100만달러 돌파(99만 668달러)를 눈앞에 뒀다.4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 불과 17만달러 뒤진 5위로 지난해 총상금 68만달러(12위)를 훌쩍 뛰어넘었다. 4일 막을 내린 오피스디포챔피언십에서 시즌 첫승과 통산 4승째를 수확한 ‘미시골퍼’ 한희원(27·휠라코리아)도 뚝심있는 플레이에 힘입어 ‘코리안 에이스’ 경쟁에 명함을 내밀고 있다. 한희원은 우승상금 19만 5000달러를 보태 순식간에 상금랭킹 11위(69만 39달러)로 뛰어올랐고,LPGA투어 선수들 가운데 9번째로 많은 8차례 ‘톱10’을 기록했다. ‘필드의 패션모델’ 강수연(29·삼성전자)은 전반기에 부진했지만 세이프웨이클래식 우승 이후 3개대회 연속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박희정(25·CJ)은 소리없이 강한 경우. 한국선수 가운데 두번째로 많은 9번의 ‘톱10’에, 상금랭킹 9위(69만 4619달러)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통산 1승도 건지지 못해 ‘에이스’로는 낙제점이다. 나머지 ‘위너스클럽’ 멤버인 이미나(24)와 김주연(24·KTF), 강지민(25·CJ)은 들쭉날쭉한 플레이를 거듭해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부고]

    ●김의구(국민일보 탐사기획팀장)씨 상배,우일(전 대구 동인초등학교장)씨 자부상,경구(대구 곽병원 과장)씨 형수상,송종경(성남 송소아과 원장)씨 누나상 4일 서울삼성병원, 발인 7일 오전 9시 (02)3410-6916●임성춘(한국전력기술 사장)성주(애경화학 부회장)씨 모친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2)3010-2295●정관식(경축 회장)씨 상배 한식(경축 대표이사 사장)씨 모친상 황창규(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씨 빙모상 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8일 오전 6시 (02)3410-6915●이강수(전 삼성증권 전주지점장)강용(금융감독원 수석검사역)씨 부친상 4일 전북대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63)251-3834●김중배(전 철도청 영등포역장)씨 별세 종관(성신철강 대표)씨 부친상 김혜국(거래가격 대표)씨 빙부상 5일 대전 을지대병원, 발인 7일 오전 7시 (042)471-1321●이남용(관양초등학교 교사)씨 별세 김문정(한일MEC 대표)씨 상배 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9시 (02)3010-2292●조남태(현대자동차 군자지점장)남선(LG전자 부장)씨 부친상 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7시30분 (02)3010-2254 ●이영우(미국 거주)창언(동부건설 부산지점장)씨 모친상 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2)3410-6918●박종철(기아자동차)씨 부친상 심규종(서대문구 재활용센터 부장)씨 빙부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6시 (02)3010-2267●하걸욱(삼성전자 연구원)걸범(대상 직원)씨 부친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2)3010-2268
  • [오피스디포챔피언십] ‘미시’ 한희원 “외조가 보약”

    [오피스디포챔피언십] ‘미시’ 한희원 “외조가 보약”

    ‘미시골퍼’ 한희원(27·휠라코리아)이 13개월 만에 투어 패권을 거머쥐며 통산 4번째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한희원은 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랜초 팔로스 버디스의 트럼프내셔널골프장(파71·6017야드)에서 벌어진 LPGA 투어 오피스디포챔피언십(총상금 130만달러) 마지막 3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12언더파 201타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가 이틀에 걸쳐 치러진 악조건 속에서도 대회 내내 선두를 놓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국가대표 시절 한솥밥을 먹던 선배 강수연(29·삼성전자)을 2타차로 따돌리고 시즌 첫 승을 올린 한희원은 우승 상금 19만 5000달러를 챙겨 시즌 상금 랭킹도 19에서 11위(69만 39달러)로 끌어올렸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올시즌 한국 선수의 타이틀을 6개로 늘린 한희원은 또 지난 1988년 구옥희(49)의 LPGA 첫 우승(스탠더드레지스터대회) 이후 17년 만에 50승째를 달성한 주인공으로도 이름을 남겼다. 한희원은 “많은 교민들이 응원해 준 LA 인근에서 우승해 기쁘다.”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시아버지의 생신 선물이 돼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5언더파 66타의 데일리베스트샷을 때린 강수연은 합계 10언더파 203타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지난달 세이프웨이클래식 우승 이후 3개 대회 모두 10위권에 진입했다. 한국 선수가 1·2위를 나눠가진 건 LPGA 사상 11번째. 한편 전날까지 한희원과 우승 경쟁을 벌인 장정(25)은 공동6위(6언더파 207타)에 자리잡았고, 김미현(28·KTF)과 조령아(21)도 4언더파 209타로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함께 공동9위에 입상, 모두 5명의 한국 선수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오피스디포 3R] 한희원, 8번홀까지 1타차 선두

    ‘주부 골퍼’ 한희원(27·휠라코리아)이 1년만의 우승잔치를 눈앞에 뒀다. 한희원은 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트럼프내셔널골프장(파71·6017야드)에서 벌어진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오피스디포챔피언십(총상금 130만달러) 3라운드에서 일몰로 중단된 8번홀까지 버디와 보기 1개를 맞바꿔 이븐파를 쳤다. 이로써 한희원은 중간합계 9언더파로 같은 홀까지 경기를 마친 카린 이셰르(프랑스)와 11번홀까지 3타를 줄이며 추격한 카트리오나 매튜(스코틀랜드) 등 공동 2위에 1타 앞서 지난해 세이프웨이클래식 이후 14개월만이자 올시즌 첫 승에 바짝 다가섰다. 전날 짙은 안개 때문에 연기된 2라운드를 마친 결과는 한희원과 장정(25), 그리고 이셰르가 나란히 9언더파로 공동선두. 한희원은 최종라운드 4번홀(파3)에서 티샷을 그린옆 벙커로 보낸뒤 1타를 잃어 장정에 단독 선두를 내줬지만 7번홀(파5) 그린 가장자리에서 친 5m짜리 내리막 버디퍼트를 홀컵에 떨궈 선두를 되찾았다. 반면 브리티시여자오픈 챔피언 장정(25)은 7번홀까지 한희원과 공동선두를 달리다 8번홀(파3) 7m짜리 버디 기회에서 4퍼트로 더블보기를 저질러 2타차 공동 4위로 밀려났다. 9번홀까지 2타를 줄인 강수연(29·삼성전자)과 12번홀까지 3타를 줄인 조령아(21)가 장정과 나란히 7언더파 공동 4위로 뛰어올랐고, 김미현(28·KTF)도 은 6언더파 공동 8위에 포진,‘코리안 파워’의 시즌 6승째를 부채질했다. 3연패를 노리는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14번홀까지 1타를 줄여 4언더파 공동16위로 올라서며 역전의 가능성을 놓지 않았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책꽂이]

    ●미하엘 쾰마이어가 들려주는 니벨룽의 노래(미하엘 쾰마이어 지음, 최병제 옮김, 동아시아 펴냄) 중세 유럽 문학의 결정판으로 꼽히는 대서사시 ‘니벨룽의 노래’를 현대 유럽 최고의 신화작가로 꼽히는 저자가 현대적 시각으로 치환하여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풀어냈다.9000원.●전쟁 대행 주식회사(피터 W 싱어 지음, 유강은 옮김, 지식의 풍경 펴냄) 앙골라 내전에 개입하여 반군을 물리치고 명성을 얻은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즈 등 전 세계적으로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민간 군사 기업들의 실태를 살피고, 이로 인해 국가의 주도권과 통제권이 위협받는 등 파생되는 문제점을 짚어본다.2만 3000원.●인생은 아름다워(조지 도슨 지음, 강수정 옮김, 해냄 펴냄) 젊은 시절을 고된 노동과 방랑으로 보낸 미국 한 흑인 노인의 101년 인생을 풀어놓은 에세이.98살에 글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이루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이룰 의지가 있느냐에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준다.9500원.●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1840∼1900(스티븐 컨 지음, 남경태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고갱, 르누아르, 드가, 마네, 로제티, 번 존스 등 19세기 회화와 문학 분야 대표적 작가들의 작품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 나타난 남녀 시선을 매개로 서유럽 문화 전반을 조망한다.3만원.●일하지 않는 사람들 일할 수 없는 사람들(후타가미 노우키 지음, 이성현 옮김, 홍익출판사 펴냄) 일도 공부도 하지 않고,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멈춰 버린 이른바 니트족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처법을 알아 본다.9800원.●한국인의 선택적 미래 2020(하인호 지음, 학지사 펴냄) 한국미래학연구원 원장인 저자가 2005년 현 시점에서 15년 뒤의 한국의 미래를 내다본 책. 다가올 신세계 경제질서와 사회특성을 면밀하게 규명하고, 이후 한국사회가 성취해야 할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9900원.●고고학자 슐리만,150년 전 청일을 가다(하인리히 슐리만 지음, 이승희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트로이 유적 발굴자로 유명한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이 1865년 당시 청나라와 에도시대 일본을 둘러보며 상점가 풍경과 가정 살림살이 등 사람들의 생활상을 꼼꼼히 기록한 책.9800원.
  • 외국계 펀드 탈세 어떻게

    외국계 펀드 탈세 어떻게

    국세청은 29일 관심이 집중됐던 론스타 등 5개 외국계 펀드에 대해 모두 2148억원의 세금을 추징하는 내용의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추징액수는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다. 국세청은 일부 펀드 관계자들의 경우 ‘사기·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한 조세포탈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고 검찰에 고발까지 할 방침이다. 국세청이 초강수(超强手)를 두는 것처럼 보이는 데 대해, 외국계 펀드 조사를 지휘했던 윤종훈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실질과세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에도 외국계 펀드에 대한 조사는 있었으나 이번처럼 심층적인 조사는 처음”이라면서 “적절한 시점에 조사할 필요가 있으면 (다른 펀드에 대한 조사도)하겠다.”고 설명했다. ●조세피난처에 실제로 영업하지 않는 회사 세워 탈세 미국계인 론스타가 이용한 수법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론스타가 벨기에에 설립한 ‘스타홀딩스’는 100% 출자를 통해 국내에 스타타워(론스타코리아)를 설립했다. 론스타코리아는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을 6200억원에 사들여 싱가포르 투자청에 주식거래 형태로 9000억원에 매각, 막대한 양도차익을 냈다.‘주식거래에 대해선 과세하지 못한다.’는 한국과 벨기에간 조세협약을 내세워 세금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국세청은 벨기에에 있는 회사는 실제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회사이며, 매각의 실제 주체는 론스타 미국 본사로 보고 과세했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법인의 경우 보유 주식을 50% 이상 처분할 때에는 부동산 매각처럼 소득세를 물릴 수 있다는 한·미간 조세협약과 의정서에 따른 것이다. ●이전가격 이용한 탈세 국내에서 생긴 소득을 본국으로 넘겨 탈세한 경우다.A국의 ○○펀드는 한국에서 지급하는 이자에 대한 소득세가 면제되는 B국에 △△△사를 설립했다.○○펀드는 국내 자회사가 필요한 자금을 국내은행에서 싼 이자로 빌릴 수 있었지만, 투자자금을 조기에 회수도 하고 세금부담도 줄이려고 △△△사를 통해 고리로 돈을 빌렸다. 자회사의 소득은 이렇게 부당하게 해외로 빼돌려졌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정상이자율과 국내 자회사가 부담한 고리의 이자율 차이에 대해 과세했다. 통상 이러한 방법으로 재산을 빼돌릴 경우는 보통 정상이자율보다 1.5∼2배 정도 높은 이자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훈 청장은 “정상적인 이자가 8% 수준이라면 이러한 경우는 10%가 훨씬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추징세금 쉽게낼지 불투명 문제는 외국계 펀드가 국세청의 추징방침을 수용하느냐다. 특히 가장 많은 세금이 부과된 론스타는 세무조사를 받을 때부터 조사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져 추징세액을 쉽게 낼지는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법리공방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론스타의 한국대표가 지난 28일 사표를 낸 것도 세무조사 발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론스타 벨기에 법인이 한국과 벨기에간 조세협약이 적용되는 실제 매각 주체인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론스타가 만약 검찰고발 등 조세범에 준하는 처벌을 받게 되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게 제대로 된 것인지를 놓고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곽태헌기자 tiger@seoul.co.kr
  • 원폭피해자 국내서 수당신청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정부는 해외거주 원폭피해자가 대리인을 통해서도 건강관리수당과 장례비용 등 원호수당을 신청할 수 있다는 최근 후쿠오카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상고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28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 사는 피폭자는 올해부터 국내 일본대사관이나 영사관 등에 수당을 신청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일본 정부는 원호수당 지급은 피폭자 건강수첩 소지자에 한하며 수첩을 받기 위해서는 피폭자 본인이 일본에 직접 와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조건은 유지하기로 했다.taein@seoul.co.kr
  • 로봇·요리에 빠진 아이 실업계고 보내볼까

    로봇·요리에 빠진 아이 실업계고 보내볼까

    실업계 고등학교가 변신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많은 졸업생들이 우량기업에 입사하고 동일계 특별전형 등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특화된 교육과정을 갖춘 곳은 2∼3대 1의 경쟁을 거쳐야 입학할 수 있을 만큼 인기있는 실업고도 있다. 더 이상 인문계나 대학에 갈 성적이 되지 않는 학생들이 가는 학교는 아니다. 그러나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막연히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진학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름과 학습 내용을 바꾸며 변모하고 있는 실업계고를 둘러본다. 실업계고의 ‘변신’은 교육당국의 특성화고 육성, 특화·세분화된 전공, 대입 수시모집의 동일계전형 실시 등에 힘입은 바 크다. 이에 따라 대학진학자 수가 취업자 수를 앞설 뿐 아니라 서울 상위권대에 입학하는 학생도 계속 늘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지원자가 줄어 미달 사태가 속출하던 실업계고는 이제 학교에 따라서는 2∼3대 1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다양한 전공, 특성화고 양성 실업계고는 컴퓨터·IT분야에서부터 상업, 관광, 미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공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특히 내실있는 실업교육을 위해 각 시·도교육청이 지정하고 있는 특성화고는 실업계고 활성화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01년 선린인터넷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한 이래 7개교를 특성화고로 운영하고 있다. 강남공고에서 이름을 바꾼 서울로봇고는 자동차로봇과, 로봇재료과 등을 신설했다. 서울관광고는 관광이벤트과, 관광조리코디과 등을 개설해 차별화된 교육을 제공한다. 전통의 명문 실업고인 서울여상의 금융정보과, 국제통상과 등도 초급 수준의 특화된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지방 실업계고도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가장 먼저 특성화고 사업을 시작한 부산은 동래원예고의 생활원예, 환경조경과, 부산산업과학고의 신발관련학과, 해운대관광고의 관광조리과, 레저스포츠과 등이 있다. 광주 서진여고는 고등학교로는 유일하게 간호학과를 설치하고 있고, 경기 한국도예고의 도예고도 특색있다. 이외 피부미용, 축산, 바이오생명과학, 골프관리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특성화고들이 전국에 64개교가 있다. ●진학 62.3%, 취업 32.9% 지난해 전국의 실업계고 졸업생의 진학률은 62.3%로 취업률 32.9%를 크게 앞섰다. 대학진학률은 2002년 49.8%에서 2003년 57.6%로 처음 절반을 넘기는 등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4년제대학 진학자도 2002년 전체의 14.1%에 불과하던 것이 2003년 20.0%, 지난 해에는 23.7%를 기록했다. 물론 산업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실업계고에서 대학 진학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실업계고의 설립 취지가 훼손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21세기 무한 경쟁의 지식정보화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전문기술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진학과 취업을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교육목표가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 아래 다양한 실업계고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교육부, 산자부, 노동부가 공동으로 20개 시범실업고에 40억원을 지원하는 등 산학협력 지원도 늘리고 있다. ●동일계 특별전형 대학진학률이 급등한 것은 각 대학이 실업계 졸업자들에게 동일계열에 한해 정원의 3% 내에서 정원외로 뽑는 ‘실업계고교 동일계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 큰 이유다. 현재 특별전형의 계열은 농업·공업·상업·수산해운·가사실업 등 5개 계열로 나눠져 있으며, 실업계고 학생은 세부전공에 관계없이 동일 계열의 학과를 둔 대학에 특별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다. 실업고가 대입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실업계고에서 3년 동안 해당 전공을 82단위 이상 이수한 학생만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주요 상위권 대학들도 동일계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고려대는 수능 2개 영역이 2등급 이내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연세대도 수능 2∼3개 영역이 2등급 이내인 실업계고 동일계열 졸업자를 선발한다. 수능의 직업탐구영역 신설도 실업계고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올해 실업계고 신입생 선발은 11월 15∼21일 특성화고 원서를 먼저 접수한 뒤 12월 5∼7일 일반 실업계고 원서접수에 들어간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졸업생 3인이 말하는 “실업계고 이래서 좋다” 실업계고 지원을 놓고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최대 관심사는 졸업 후 진로다. 취업, 진학, 그리고 창업과 학업을 병행하는 졸업생 3명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길을 엿본다. 올해 서울여상 인터넷비즈니스과를 졸업한 강수연(19·여)씨는 포스코건설 법무팀에서 일하고 있다. 굳이 대학에 갈 필요성을 못느껴 일찍 취업할 생각으로 실업계고를 택한 강씨는 재학중 내신성적 관리는 물론 워드, 정보처리 등 3개 자격증을 차근차근 준비해 대졸자들도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팀내 행정업무나 용역비 정산 등을 담당하는 강씨는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실무적인 부분에서 크게 도움이 되고,3년간 ‘취업 마인드’를 키워왔기 때문에 회사생활에 적응도 빠르다.”고 말한다. 다만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내년쯤 야간대학에 진학해 보충할 생각이다.“중3시절 중상위권 성적이었지만 좋은 대학 갈 자신은 없어 고민 끝에 실업계고를 선택했고, 후회가 없다.”며 만족해했다. 수도전기공고를 졸업하고 현재 연세대 기계공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박재홍(21)씨는 실업계고에서 특기를 한껏 살려 명문대 진학까지 거머쥔 케이스. 어릴 때부터 발명을 유난히 좋아하던 박씨는 그러나 당초 실업계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중3 때 우연히 발명동아리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도공고에 구경하러 갔다가 단숨에 마음을 정했다. 전기과에 다니며 발명동아리에서 꾸준히 아이디어를 개발했고, 전국학생발명 창작경진대회, 국제로봇 올림피아드, 전국 학생창의력 올림피아드 등에서 상을 휩쓸며 수시모집 특기자전형으로 연세대에 입학했다. 중학교 때 상위 40% 정도의 평범한 성적이었던 박씨는 “개개인의 소질을 적극 개발해 주는 수업 방식이 재능을 살렸고, 진학으로까지 이어졌다.”면서 “대학 입학 직후에는 영어·수학에서 부족함을 느낀 부분이 없지 않지만 노력에 따라 극복할 수 있으며, 오히려 물리 등 과목은 훨씬 수월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나 ‘성적이 안좋으니 한번 가볼까.’ 하는 경우라면 실업계고 진학을 권하고 싶지 않다.”면서 “먼저 자신의 재능과 희망을 꼼꼼히 살펴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취업과 진학의 두갈래길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경우도 있다. 올해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에 입학한 김가영(19·여)씨는 주식회사 2개를 운영하는 ‘사장님’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 전교 10등 내외의 우수한 성적이었지만, 인문계고의 일률적인 생활이 싫었고 좋아하는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터넷고를 택했다. 입학한 뒤 친구들과 창업동아리를 만들었고,2학년 때 ‘이누스’라는 교육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설립했다.3년간 청소년 창업아이디어경진대회, 신기술 콘퍼런스, 여성창업 경진대회 등에서 상을 휩쓴 끝에 동일계전형 혜택을 보지 않고도 수시모집 특수재능보유자 전형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직원 10명의 월급을 주고도 일반 중소기업직원의 연봉 정도를 번다는 김씨는 “학교에서 컴퓨터 기술을 배우면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고 ‘기술을 통해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씨는 “막연하게 진학의 요행을 바라는 경우라면 실업계고에 가지 마라.”고 잘라 말한다. “확고한 뜻이 있어야 하며, 입학해서도 학교 공부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능력을 개발하는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취업이든 진학이든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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