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손잡고 ‘추억의 거리’로
철사줄에 수건이 널린 이발소, 라면땅과 만화책을 들고 뒹굴던 만화방 등, 엄마아빠의 추억 속 정겨운 거리를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거닐 수 있게 됐다.
국립어린이박물관은 4일 현판개막식을 맞아 1960~70년대 거리 풍경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체험형 전시 ‘추억의 거리’를 공개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산하에 있던 어린이박물관은 최근 독자적인 운영시스템을 갖추고 어린이 전문박물관을 표방, 새롭게 출범하게 됐다.
이를 기념해 조성한 ‘추억의 거리’는 박물관 옆 1900㎡ 면적의 야외전시장에 위치해 있다. 잘 다진 흙길 양곁으로 이발소, 만화방, 식당, 다방, 양장점, 사진관, 레코드점 등 30~40년 전 상점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한쪽에는 기존에 있던 개항기시대 전차와 한약방, 포목점을 재정비해 옮겨 왔다.
상점들은 실제 존재했던 것들을 모델로 한 게 많다. 거리 초입에 있는 ‘화개이발소’는 2007년까지 서울 종로에 있던 명소. 당시 이발소가 문을 닫을 때 민속박물관이 수집했던 이발소 의자, 이발도구, 이발소 그림 등을 이번에 내놓은 것이다. ‘노라노 양장점’도 한국 최초로 패션쇼를 열었던 노라노(81) 여사의 ‘노라노의 집’이란 양장점을 모델로 해, 당시 의상과 마네킹을 재현해 걸었다.
이 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만화방. 불편한 나무의자와 흑백티브이, 연탄난로도 그대로 옮겨놨고, 당시 인기를 끌었던 만화책들도 실제로 진열장에 비치한다. 또 거리에는 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978년식 ‘포니1 픽업’도 전시된다.
어린이박물관 김시덕 교육운영과장은 “당시 생활문화를 어린이들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추억의 거리를 이후 어린이 체험 학습 등에 계속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어린이박물관은 내년에 ‘마을 진입 마당 조성’, 그 다음해에 ‘전통마을 조성’ 을 통해 내부 전시와 연계한 총체적인 체험전시환경 만들기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개막식은 새달 4일 오후2시에 열린다. 이날은 홍익대 안상수 교수가 알록달록한 블록형태로 제작한 박물관 현판을 공개한다. 또 이날 추억의 거리에서는 ‘화개이발소’가 영업을 한다. 실제 만리동에서 3대째 이발사 일을 이어온 베터랑 이발사가 가위를 잡는다. 포니의 시승 행사도 마련됐고, 다방에서는 쌍화차, 냉커피도 맛볼 수 있다. 또 뻥튀기, 뽑기, 아이스께끼 등 추억의 먹거리도 그 자리에서 만들어 무료로 제공한다.
또 이날은 민속박물관 ‘우리 할머니 회혼례’ 특별전 개막식도 이어진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