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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보’가 그립습니다

    ‘바보’가 그립습니다

    세상에 사랑의 빛을 뿌리고 떠난 지난 2월16일 이후로도 김수환 추기경은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김 추기경의 1주기가 벌써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추모행사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9일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선종 1주기 준비위원회(위원장 안병철 신부)’를 꾸리고 새해 2월16일~3월28일을 김수환 추기경 공식 추모기간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추기경이 몸소 실천했던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추모 미사를 시작으로 다양한 추모 행사들이 마련된다. 새해 2월3~12일, 12월16일~3월28일에는 각각 서울 명동 평화화랑과 명동성당 초입에서 사진전이 열린다. 생전 김 추기경의 다양한 활동을 담은 사진들이 공개된다. 서울 합정동 절두산 순교성지에 있는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는 2월16일~5월23일 김 추기경이 사용하던 성경과 제의(祭衣), 제구(祭具), 문방구류 등이 전시된다. 추기경이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들도 3월3∼16일 평화화랑에서 만나볼 수 있다. 평화방송은 추모 기간 중 김 추기경의 생애를 다룬 3부작 다큐드라마 ‘김수환 추기경에 관한 마지막 보고서’와 다큐멘터리 ‘우리 안의 그 사람, 김수환 추기경’을 제작, 방송한다. 라디오를 통해 추모 방송도 내보낸다. 추모 미사는 선종 1주기인 2월16일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주례로, 또 같은 달 21일 용인공원묘원 성직자 묘역에서 염수정 주교의 주례로 각각 개최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한기총 신임회장에 이광선 목사

    이광선(65) 서울 신일교회 담임목사(예장 통합)가 29일 보수적 개신교 교단들의 협의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제16대 대표회장으로 당선됐다. 이 목사는 이날 서울 연지동 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린 선거에서 총 투표자 189명 가운데 103명의 지지를 얻었다. 내년 1월 정기총회에서 정식 인준을 받고 1년 임기를 시작한다. 이 목사는 장신대와 연세대 연합신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풀러대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목사는 “출범 20년을 맞은 한기총의 역량을 모아 사회통합과 소통에 힘쓰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불교의 禪 만화로 쉽게 풀어내다

    불교의 禪 만화로 쉽게 풀어내다

    불교의 선(禪) 수행과 만화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촌철살인’의 경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만화가 제한된 지면 안에서 제한된 그림과 문자로 의미를 전달하는 것처럼 선 수행 역시 압축적인 선문답을 필요로 한다. 새달 8~17일 서울 사간동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열리는 불교 카툰 작가 배종훈(34)의 ‘맑은 생각, 카툰 선(禪)을 만나다’는 이러한 선과 만화의 만남을 주제로 한 전시다. 배 작가는 그동안 어렵다는 이유로 대중과 다소 멀어진 불교 사상 및 정서를 ‘쉬운 불교’라는 틀 안에서 만화로 풀어내는 작업을 10년 동안 진행해 왔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작업한 불교 소재 카툰 중 30여점을 뽑아 선보인다. 주로 한 컷, 많아야 서너 컷으로 구성된 작품들은 따뜻하고 간결한 필체에 불교식 마음 공부 메시지를 담은 짤막한 대화들을 담는다. 배 작가는 “특별한 부처도, 특별한 깨달음도 없으며 결국 본래 그러한 것을 아는 것이 불교라고 생각한다.”면서 “작품을 통해 본래 각자가 지니고 있는 깨달음을 확인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품 판매수익금의 일부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2009 뜬별 진별] 시대의 거목 빈 자리에 희망의 얼굴들 떠오르고…

    태양은 강렬하게 빛을 발하지만 결국은 지고 만다. 올해도 태양처럼 떠올라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스타가 적지 않았다. 반면 그림자만 남긴 채 사라져간 별도 어느 해보다 많았다. 2009년 한 해, 뉴스의 초점으로 새롭게 떠오른 인물과 역사의 뒤안길로 자취를 감춘 인물을 국내와 국제 부문으로 나누어 돌아본다. ■국내·외 떠오르는 얼굴들 올해는 유난히 문화·체육 분야에서 뜬 별이 많았다. 혼돈스러운 정치와 스산한 경제, 아픔이 많았던 사회상의 또 다른 단면으로 풀이된다. 대중성만 놓고 보면 최고로 뜬 별은 ‘미실’ 고현정이다. TV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 역을 맡아 ‘미실어록’, ‘고현정의 재발견’, ‘도자기녀’(도자기처럼 피부가 매끈하다고 해서) 등의 말을 만들어내며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국민요정’ 김연아와 ‘바람의 아들’ 양용은, ‘추추 트레인’의 추신수는 개인적으로도 최고의 한 해를 보냈을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준 ‘트리오 별’로 꼽힌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는 역대 세계 기록을 두 차례나 경신하며 새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을 한껏 키웠다. 프로골퍼 양용은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역전승을 거두며 올해 세계 스포츠사의 최대 이변을 만들어냈고, 미국 프로야구 선수 추신수는 아시아선수로는 처음 ‘20(홈런)-20(도루)’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여자프로골프대회에서 다승왕, 신인왕, 상금왕에 오른 신지애도 빼놓을 수 없다. 홈런왕, 타점왕, 최우수선수(MVP)상을 휩쓸며 국내 프로야구 열기를 더욱 끌어올린 ‘해결사’ 김상현(기아타이거즈)과 한국인 선수로는 가장 어린 나이(21세)에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블루 드래곤’ 이청용(볼턴 원더러스)도 있다. 경제 쪽에서는 ‘황태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8월 그룹 주력사인 현대차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한 것을 시작으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정용진 부회장이 15년 간의 경영수업 끝에 11월 말 신세계 총괄 대표이사로 올라섰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해(年)가 바뀌기 직전에 부사장 승진과 함께 모든 직장인들의 꿈인 C급(COO·최고운영책임자) 경영진 반열에 올랐다. 정·관계에서는 서울대 총장에 이어 국무총리로 전격 발탁된 정운찬 총리와 한나라당에 입당한 지 21개월 만에 집권여당 대표직을 맡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국세청 개혁을 소리없이 주도해 일각의 비(非)전문가 우려를 깨끗이 불식시킨 백용호 국세청장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엄마를 부탁해’로 침체된 출판계에 밀리언셀러 희망을 다시 불어넣은 소설가 신경숙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경원 강병철기자 leekw@seoul.co.kr 올 한해 국제무대에서 가장 뜬 별은 단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지난 1월20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흑인으로서는 처음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오바마는 임기 초반에 자신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 방침을 확정 발표하고, 건강보험법 개혁안을 강력히 추진하는 한편 중동평화를 위한 국제 외교를 강화해 나갔다. 지난 10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취임 1년도 되지 않은 현직 대통령에게 노벨 평화상 수여를 결정한 것도 오바마 대통령의 국제적 입지와 영향력을 반영한 사례다. 국제 정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급부상했다면 경제에서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활약이 돋보였다. 버냉키 의장은 2008년 미국 부동산 시장 붕괴로 시작된 국제 경기 침체가 경제 대공황 사태와 유사한 상황까지 악화됐지만 시장에 돈을 풀고 은행 파산을 막는 등 경제 회복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시사주간 타임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일본에서 8월 실시된 총선에서는 하토야마 유키오 현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이 54년간 장기 집권했던 자민당을 대파하며 첫 정권 교체를 이뤘다. 70%가 넘는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9월 공식 취임한 하토야마 총리는 정치개혁은 물론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 외교를 중시하며 자민당 시절 일본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와 위장 헌금 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국제 정치무대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헤르만 판 롬파위 전 벨기에 총리는 지난달 19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유럽연합(EU) 초대 정상회의 상임의장으로 선출됐다. ‘EU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판롬파위 의장은 2년 6개월 동안 회원국 정상들의 회의를 주재하고 국제무대에서 EU를 대표해 외교활동을 하게 된다.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잡스는 ‘잡스를 보면 IT 산업의 미래가 보인다’는 업계의 평가를 증명하는 한 해를 보냈다. 췌장암 치료를 위해 지난 1월 회사를 떠났다 수술을 마치고 6월 업무에 복귀한 잡스는 아이폰 한국 출시와 함께 세계 IT 산업계에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잡스는 지난 18일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발행하는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선정한 세계 최고 경영자 100명 중 1위에 올랐고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선정한 2010년 가장 중요한 인물 10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국내·외 저물어간 얼굴들 한 인간은 하나의 세계다. 그의 세계가 클수록 죽음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도 크다. 그러나 죽음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기에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올해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김수환 추기경이 세상을 떠났다. 생전의 영향력만큼 그들의 죽음은 많은 의미와 과제를 사회에 남겼다. 투병기로 오히려 세상을 위로했던 장영희 서강대 교수는 “엄마 미안해…그래도 난 엄마 딸이라서 참 좋았어…엄마는 이 아름다운 세상 더 보고 오래오래 더 기다리면서 나중에 다시 만나.”라는 100자짜리 짧은 편지로 긴 여운을 남겼다. 한국 수영의 선진화를 이끈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는 2010년 다시 대한해협을 건너겠다는 약속을 뒤로한 채 떠났다. 1969년 전국 체전부터 두각을 나타낸 조씨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50차례 한국 기록을 갈아치웠고 현역에서 물러난 뒤인 1980년에는 최초로 대한해협을 13시간16분 만에 횡단했다. 인간의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하던 산악인 고미영씨는 지난 7월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 등정에 성공한 뒤 하산하다 실족사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고씨는 여성 산악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봉 등정에 도전했고 낭가파르바트는 11번째 고지였다. 2005년 동생과의 경영권 다툼으로 상처를 입은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11월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자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형제의 난’ 당시 그는 동생인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만 현 ㈜두산 회장이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진정서를 제출했고 1년 7개월 이어진 법정 다툼 끝에 그룹에서 퇴출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은 노환으로 별세했다. 그는 중앙정보부장으로 재임 중이던 1972년 5월 대북밀사로 평양을 방문, 김일성 전 북한 주석과 사상 첫 남북비밀회담을 갖고 ‘7·4 남북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묵직한 저음으로 가곡 ‘명태’를 부르고 한국 가곡만으로 독창회를 열기도 했던 성악가 오현명씨, ‘오발탄’ ‘아낌없이 주련다’ 등 40여편의 영화로 한국 영화계를 풍미했던 전후 1세대 감독 유현목씨 등은 올여름 유명을 달리했다. 위암 투병 중 지난 9월 사망한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장진영씨는 사망 나흘 전 혼인신고를 하는 등 남편과의 러브 스토리로 더욱 애잔함을 남겼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팝의 황제’였던 마이클 잭슨이 6월25일 갑자기 숨져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인은 마취제와 진정제 과다투약에 따른 것으로 잠정 결론지어졌다. 1969년 형제들과 결성한 ‘잭슨 파이브’의 리드싱어로 데뷔, 이후 ‘빌리 진’, ‘비트 잇’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그는 팝계의 전설로 남았다. 특히 전 세계에서 1억 400만장 이상 팔린 ‘스릴러’ 앨범은 ‘역대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국제 정치·경제계 거물들의 죽음도 이어졌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막내동생이었던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8월25일 뇌종양으로 숨졌다. 그는 미국의 정치 명문 케네디가(家)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1세대 정치인이었다. 그는 1962년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 자유주의 성향의 정치인을 대표한, 미 의회사의 산 증인이었다. ‘필리핀 민주화의 꽃’으로 불렸던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도 16개월의 투병 끝에 8월1일 결장암으로 타계했다. 남편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가 마닐라공항에서 독재정권의 비밀요원에게 암살된 뒤 가정주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 ‘피플 파워’ 민주화 운동에 의해 대통령이 됐다 미국인 최초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새뮤얼슨 MIT대 교수가 12월13일 사망했다. 그는 오랫동안 학계에서 복잡하게 다뤄져 왔던 경제이론을 수식이나 통계를 활용해 간결한 모델로 만든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였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경제학 교과서 ‘이코노믹스(경제원론)’는 1948년 첫 출간 이후 지금까지 19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장수 교과서가 됐다. 전 세계 27개 국어로 출간돼 약 400만부가 팔렸다. 유럽연합(EU)의 초대 대통령으로 유력시됐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국제정치계에서 낙마했다. EU 소국들이 집권 당시 이라크 전쟁을 강력 지지했던 블레어에게 반감을 가진 데다 ‘빅3’ 가운데 독일·프랑스가 영국의 위상 강화를 우려하며 반대했다. 1996년 프로 골프에 입문한 이후 세계 골프계를 10여년이나 쥐락펴락했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4)는 ‘여화(女禍)’ 때문에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플로리다주 자택 앞에서 11월27일 발생한 교통사고를 계기로 10여명의 여성이 불륜 상대로 떠올라 ‘바람난 타이거’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처음에 “악의적인 소문”이라고 부인했던 우즈는 결국 14일 만에 “골프를 무기한 중단한다.”는 선언과 함께 지금까지 칩거 중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클린턴정부의 미완성 북핵해법 오바마정부에서 어떻게 변하나

    미국 부시 정부 시절의 대북관은 ‘악의 축(Axis of evil)’이란 표현 하나로 압축된다. 뒤를 이어 2009년 1월 출범한 오바마 정부는 ‘변화’를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다. 이 변화 속에는 북한으로 대표 되는 냉전의 잔재 세력 혹은 테러와 핵 위협을 가진 불량국가들을 향한 새로운 외교·국제협력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코리아연구원총서의 여섯 번째 시리즈로 나온 ‘오바마와 북한’(박건영 지음, 풀빛 펴냄)은 변화를 전면에 내건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의 향방을 분석한 책이다. 지은이 박건영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활동한 한반도 국제정치 분야 전문가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핵심 외교정책결정자들의 발언과 행위를 주요 자료로 하고 국내외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향후 2년간 추구하게 될 대북정책을 거시적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른 박 교수의 주요 판단은 오바마 정부는 대북 정책을 국방부가 아닌 국무부, 즉 군사력이 아닌 외교 협력의 방식으로 풀어나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군사 예산 삭감을 천명했다. 아울러 의료보험 등 사회복지정책 실현을 우선 순위로 끌어올렸다. 여기다 경제위기 타파라는 숙제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는 분석한다. 그렇지만 오바마 정부가 북한 핵 보유를 마냥 묵인할 수는 없다. ‘북한 지도부 교체’나 ‘경제적 제재’, ‘유엔 안보리를 통한 압박’ 등은 현실성이 없거나 효과에 비해 많은 비용과 위험부담이 따른다. 결국 박 교수는 오바마 대북 정책의 답은 ‘네오 페리프로세스(Neo Perry Process)’라고 제시한다.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호혜 정책을 내놓는 페리프로세스는 클린턴 정부에서 미완성으로 끝난 기획이다. 하지만 군사적 해결도, 핵 묵인도 불가능한 오바마 정부는 이 페리프로세스를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발전시킨 대북 포용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게 지은이의 견해다. 1만 8000원.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착한 소비, 그 울림

    착한 소비, 그 울림

    커피전문점에서 7000원짜리 커피를 마신다고 치자. 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그 한 잔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커피전문점의 바리스타부터 커피를 볶고 가공하는 커피공장 노동자,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에서 커피를 운반해 온 물류 노동자 등 수많은 사람들의 땀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그럼 이 한 잔 커피를 만들기 위한 가장 첫 단계, 즉 커피의 원재료인 커피콩을 재배하는 에티오피아 커피농장 농민은 과연 하루에 얼마를 벌까. 커피 소비자와 커피 생산자 사이의 역설적인 간극은 이미 유명해진 이야기다. 우리가 비싼 돈을 주고 커피를 마시지만, 정작 강렬한 햇빛 아래서 종일 일하며 커피를 재배하는 농장 노동자가 받는 돈은 고작 1~2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무역의 메커니즘 문제를 떠나 인간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무역을 극복하고 합리적인 거래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공정무역’이다. 공정무역은 생산과 소비 양측 모두의 인간다움을 위한 무역방식이다. 생산자는 생산한 만큼 대가를 받고, 소비자는 쓰는 만큼 대가를 지불한다. 이 공식은 지극히 당연하게 들리지만 사실 실제 무역에는 이 당연한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덤핑 수출이나 대기업·다국적 기업의 불균형 거래 등 무역에는 공정하지 못한 거래가 판을 치고, 그 결과 우리가 구매하는 제3세계 제품은 그 생산비의 최저비용조차 생산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커피의 경우처럼 말이다. 하지만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박창순·육정희 지음, 시대의창 펴냄)를 펴낸 박창순·육정희 부부는 내가 마시고 낸 커피값의 얼마가 생산자에게 돌아가느냐를 따지는 것만이 공정무역은 아니라고 말한다. 공정무역은 경제적 사고가 지배하는 무역에 환경·생태론적 사고와 인간애를 담은 무역이다. 단순히 돈 몇 푼이 더 가고 덜 가고의 문제를 넘어 인간적 유대감이 바탕에 깔려 있는 거래라는 얘기다. 이 부부의 신간은 각종 문제를 품고 있는 불공정 거래를 극복하고 공정무역을 꾸려나가는 세계 곳곳의 공공무역 거래자들의 이야기다. 공정무역을 소재로 한 TV다큐멘터리 ‘아름다운 거래’를 제작하며, 또 그 이후 공정무역가게 ‘울림’을 운영하며 직접 발로 뛰며 보았던 일본, 인도, 네팔, 필리핀, 영국, 네덜란드 등 13개 국가의 공정거래 현실을 전한다. 이들은 공정거래가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깊이 뿌리내렸다고 한다. 해마다 5월9일은 ‘세계 공정무역의 날’로 지정돼 있고 스위스, 일본 등 공정무역이 활성화된 국가에서는 공정무역 축제와 같은 다양한 행사도 열리고 있다. 소비자들도 절반 이상이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윤리적 생산을 위한 윤리적 소비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유럽 일부 국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는 아직 불공정 무역의 질곡에서, 생산자는 생산자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들이 본 비공정무역의 현실은 비참하다. 모순에 찬 거래 과정은 생산자들의 비윤리적 생산까지 종용하고 있다. 축구공을 만들다가 눈이 먼 아이들이나, 농장에서의 아동 학대 이야기는 지금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복잡화된 무역은 장거리 거래를 유발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탄소 연료의 과다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동반한다. 불공정거래가 환경까지 파괴한다는 얘기다. 공정무역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지은이들은 특히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의 말을 잊지 않는다. 공정무역이 국가 간 윤리적 유대를 근거한다는 점에서 볼 때, 한국은 국력에 비해 국제무역 무대에서도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소비자 중 공정무역에 대해 안다고 답하는 사람이 15%가 안 되는 게 현실. 그나마도 공정무역은 동정심에 근거한 거래라든지, 공정무역 제품은 비싸다는 등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부부는 최근 일어났던 ‘착한 초콜릿’(카카오 생산자의 노동가치를 보호하고 소비자의 정당한 지불가치를 보장하는 공정무역 제품의 하나) 캠페인 등에서 희망을 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열풍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대형마트 등 유통권력과 사업자, 정부 지배층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1만 6000원.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북한동포 위해 써주세요”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마감을 앞둔 23일 익명을 요구한 80대 노부부가 자선냄비에 1억원을 쾌척했다. 구세군 대한본영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김모(85)씨와 아내 조모(86)씨 부부는 23일 낮 구세군 대한본영을 직접 방문해 각각 5000만원씩 1억원을 전달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은 “이제야 마음이 후련하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고 구세군 관계자는 말했다. 북한 신의주와 정주가 고향으로 한국전쟁 당시 월남했다는 노부부는 “북한을 위해 이 돈을 써달라.”는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문화재 자료 DB화 헤리티지 채널 구축

    새해부터는 문화재가 우리 생활에 좀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문화재 관련 자료들이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DB)화 되고,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영상자료로 제작·정리돼 접근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24일 ‘2010년도 업무추진계획’을 발표하고 “문화유산 가치 확산 및 문화재 현장의 체계적 기록을 위해 ‘헤리티지(Heritage) 채널’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헤리티지 채널은 기존 문화재 관련 각종 영상 및 사진자료를 일괄적으로 통합·관리하는 DB로, 이를 통해 기록유산 및 영상자원을 확보, 2차 콘텐츠로 재가공해 낼 예정이다. 특히 이 자료들은 다양한 스토리를 엮어 문화재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영상콘텐츠로도 제작된다. 제작된 콘텐츠들은 유튜브나 곰티비,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과 케이블 방송 채널을 통해 전세계에 배포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새해에 지정·비지정문화재 및 매장문화재에 대한 DB를 공간정보 서비스 형식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또 국가기록유산도 약 4만자 분량의 원문 DB를 구축해 온라인 서비스한다.이건무(62) 문화재청장은 “DB구축을 위해 전문촬영·편집 인력을 모아 운영본부를 이미 구성한 상태”라며 “전문가들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재DB를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1700여명의 꿈… 삶의 현실 비추다

    1700여명의 꿈… 삶의 현실 비추다

    애면글면 뜨겁게 덥혀진 가슴이었다. 신춘문예 원고를 보낸 지 며칠이 지났건만 당선 통보 전화벨은 잠잠했고, 겨울 바람에 창틀만 시끄럽게 덜컹거렸다. 불안한 마음을 애써 잠재우며 근사한 당선 소감문도 이미 써놓았건만 올해도 속절없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또 다시 기약없는 듯한 불면과 고통의 밤, 그리고 마냥 구겨 내팽개쳐지는 원고지 더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2010 서울신문 신춘문예 심사가 모두 끝났다. 바늘귀를 통과하는 낙타도 푸념할 만큼 뜨거운 투고 열기였다. 시 3207편, 소설 434편, 희곡 160편, 동화 207편, 평론 15편, 시조 470편 등 6개 부문에 걸쳐 1700여명이 응모했다. 부문별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늘어난 수치다. 분야를 막론하고 이번 신춘문예 투고 작품들의 공통된 특징으로는 삶에 기반한 구체적 현실에 뿌리를 굳게 내리고 있다는 점이 가장 먼저 꼽혔다. 심사위원들은 한결같이 “몇몇 기술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더욱 큰 기대를 품게 하는 원고들이 많았다.”면서 “당선자들과 함께 비록 당선되지 못한 이들 모두 질기디질긴 문학의 힘을 확인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분야는 응모작들의 평균적인 기량이 예년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는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와 손택수 시인이 예심을, 황지우·안도현 시인이 본심을 각각 맡았다. 유 교수는 “안정감과 패기, 익숙함과 낯섦, 산문 지향과 운문 지향, 서정의 구심과 원심 등 우리 시의 다양한 미학적 충동과 방향을 여러 방향에서 보여준 가편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평균적 기량이 높아진 반면 개성적인 목소리가 ‘신춘문예적’으로 표준화되는 느낌이 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한때 유행한 미래파적이고, 비문(非文)을 통해 서정성을 추구하는 시도는 많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설 분야(본심 현기영 소설가·방민호 문학평론가, 예심 전성태 소설가·백지연 문학평론가) 응모작들에서는 최근 신춘문예에 많이 등장했던 무한 상상력에 기반한 장르소설, 혹은 비현실적이리만치 잔혹한 소재 등이 현저히 줄어들고, 대신 생활에 기반한 주제, 생활 속에 밀착된 소재들이 주류를 이뤘다는 점이 주된 경향으로 평가됐다. 평론 분야(예·본심 김종회·문흥술 문학평론가)는 많지 않은 응모작 속에서도 깊이 있는 지적 역량과 탄탄한 짜임새를 갖춘 작품이 많았다. 시조 분야 심사를 맡은 이근배·한분순 시조시인은 “천년의 내력을 간직한 시조에 바로 지금 시점의 생기 도는 감각을 선사함으로써 새로운 심미를 탐색하고 있는 시도들이 눈에 많이 띄어 반가웠다.”고 평가했다. 동화 분야(예·본심 조대현·원유순 동화작가)에서도 현실에 기반한 작품 경향은 마찬가지였다. 응모작의 대다수가 부모의 이혼이나 재혼, 다문화 가정의 갈등과 화합, 학원 스트레스 등의 소재를 다루고 있었다. 희곡 분야 심사위원(예·본심 김방옥 동국대 연극영화과 교수, 박근영 연출가)들은 “3~4년 전과 다르게 기법이 수준 이하로 미숙한 작품은 찾기 힘들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무대의 속성을 알고 희곡의 공연성을 제대로 살린 경우나 눈에 번쩍 뜨일 만한 작품은 드물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당선자 명단과 당선작은 서울신문 새해 1월1일자에 실린다. 박록삼 강병철기자 youngtan@seoul.co.kr
  • “빨간 자선냄비는 사회구원·종교활동의 상징”

    “빨간 자선냄비는 사회구원·종교활동의 상징”

    날씨가 추워지면 거리를 채우는 종소리, 그리고 빨간 자선냄비로 다가가는 손길은 우리에게 익숙한 연말 풍경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질 법한 의문 하나. ‘자선냄비’로 대표되는 구세군은 연말이 아닌 평소에는 대체 무슨 활동을 할까. 답은 간단하다. 구세군은 12월이 아닌 달에도 ‘자선냄비’ 활동을 한다. 다만 12월에는 빨간 냄비를 ‘채우고’, 1~11월에는 냄비에 담아온 사랑을 ‘나눠주는’ 일을 한다. 12월 모금액으로 1년간 사회복지활동을 펼친다는 말이다. 구세군에는 자체 병설 사회사업시설만 320여개나 존재한다. 그럼 구세군은 사회복지단체일까. 아니 구세군은 엄연한 기독교의 한 교단이다. 그러면 구세군은 종교활동을 언제 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전광표(68) 구세군 대한본영 사령관은 ‘마음은 하나님께, 손은 이웃에게’라는 자선냄비의 슬로건으로 대신 답했다. 12월 한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지만, 21일 서울 구세군 중앙회관 집무실에서 만난 전 사령관은 차분한 웃음을 띤 단정한 모습이었다. “구세군 창립자인 윌리엄 부스는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 두 구원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바로 사회적 구원사업의 일환이며, 곧 종교적인 복음 활동과도 같은 것입니다.” 1865년 영국 런던에서 윌리엄 부스에 의해 세워진 구세군은 사회사업을 통한 전인적 구원을 목표로 한다. 한국에서는 1908년 처음 선교를 시작했고, 빨간 자선냄비는 1928년 박준섭 사관이 처음 내걸었다. 자선냄비가 곧 구세군의 주요 신앙활동이기에 모금이나 이를 통한 복지활동도 목적의식이 뚜렷하다. 전 사령관은 “구세군 활동은 인류를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따르는 것”이라면서 “지역사회 섬기기,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자들의 복지를 지원하면서 궁극적으로 영혼구원과 사회구원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달 1일부터 시작한 자선냄비 모금은 이제 막바지로 가고 있다. 24일이면 결산을 한다. 성금은 지난해 이맘때 대비 14%나 늘었다. 올해 목표인 40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 사령관의 설명이다. 서민 경제생활의 체감 온도가 영하를 치닫고 있는 한 해지만 올해도 자선냄비에는 돼지저금통과 황금열쇠 기부, 사랑의 편지 등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사례들이 많았다고 한다. 기독교 교단의 하나로서 구세군 역시 부흥과 선교 활동을 외면할 수는 없다. 지난해로 설립 100주년을 맞은 구세군에게 사실상 올해는 새로운 100년을 맞이하는 원년이었다. 새 100년 구세군을 맞아 전 사령관은 선교 2세기 장기 청사진을 위해 희망프로젝트를 2028년까지 5년 단위 4단계로 추진하고 있다. ‘찾아가는 자선냄비’ 등 모금방법 다양화를 비롯, 각종 사업을 계획 중이다.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해외 선교다. 눈코 뜰 새 없는 12월이지만 지난주 전 사령관은 해외 본영 설립으로 몽골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우리 동포가 있는 북한 등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이르러 하나님이 원하시는 한국 구세군이 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회개, 희망과 거룩한 전진을 할 것”이라고 다짐을 전했다. 새해를 ‘청소년의 해’로 정해 청소년 복지 관련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청소년 사업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결식아동 지원, 청소년 상담사업, 시설 청소년 지원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내년 21개 支교회 독립… 인사·재정권 보장”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작아진다. 현재 등록 성도 수가 78만명에 이르는 초대형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새해 1월1일 산하 21개의 지(支)교회를 독립시킨다. 1만~2만명 규모의 각 지교회들은 자체 인사·재정권도 갖는다. 이렇게 되면 본부교회는 절반 규모로 줄어든다. 파격적인 교회 개혁을 단행하는 이영훈(55)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이를 ‘새출발’이라고 표현했다. 22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만난 그는 “우리 사회에는 대형교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없지 않다.”면서 “이제 교회는 성장에 치중할 게 아니라 소외된 사회로 들어가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지교회 독립을 추진한 것도 그가 말하는 ‘사랑의 실천’을 효율적으로 해나가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지교회가 자치권을 가지고 지역 속으로 파고들어 그동안 본부 차원의 사업이 보지 못하던 소외된 이웃을 돌보라는 것이다. 물론 지교회가 할 수 없는 대형 선교 사업은 지교회의 예산을 분배 받아 본부 차원에서 이끌어간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한기총 누가 이끄나

    한기총 누가 이끄나

    기독교 보수성향 교단의 최대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CCK)의 16대 대표 회장 선거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입후보를 마친 3명의 후보들은 연합 내 각종 현안에 대해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선거는 29일 서울 연지동 한기총 회관 회의실에서 열린다. ●WCC총회 개최 ‘찬·반·중립’ 입장차 뚜렷 출마자들은 지난 18일 서울 연지동 한기총 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후보간 견해 차가 확연히 드러난 쟁점은 지난 8월 한국 개최가 확정된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7년마다 열리는 WCC 총회는 전세계 110개국 349개 교단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다. ‘개신교 올림픽’이라고도 불리지만 개혁주의 성향으로 인해 한기총은 줄곧 반대 입장을 지켜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이하 예장) 합동총회 후보인 홍재철(경기 부천 경서교회) 목사는 “WCC 총회의 한국 유치로 한국교회가 또 다시 신학적 혼란과 분열에 휩싸일까 염려된다.”면서 “WCC를 반대하는 것이 한기총의 설립목적”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한영훈(서서울교회·예장 한영) 목사는 “토론 등을 통해 일정을 조율했다면 이와 같은 반대는 없었을 것”이라면서 중도적 입장을 취했고, 개혁 성향의 이광선(신일교회·예장 통합) 목사는 “WCC 유치는 국가 발전에 유익하고 한국 교회에 도움이 되는 기회일 뿐 아니라 우리의 뜨거운 신앙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적극 찬성의 뜻을 밝혔다. ●대북정책 “인도적 지원” 한목소리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세 후보 모두 비슷한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인도적 지원에 무게를 두면서 한기총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원·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홍 목사는 일요일 국가고시 금지 등을, 한 목사는 대사회·정부·언론 창구마련 및 조직 강화를, 이 목사는 사안별 특별기구 조성을 공약으로 거는 등 연합 운영에 대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걸었다. 29일 선거에는 66개 교단 실행위원 196명이 참가한다. 회장 임기는 1년. 회장은 연합회 운영의 전권을 가진다. 현 엄신형 대표회장은 2년간 연임했다. 신임 회장은 새해 1월 말 총회를 거쳐 임기를 시작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시진핑, 반동의 자식에서 차세대 지도자로

    시진핑, 반동의 자식에서 차세대 지도자로

    이 사람의 아버지는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였으나 마오쩌둥과 얽힌 권력투쟁에서 낙마하며 감금·유배 등 온갖 고초를 겪는다. 이어 문화혁명이 일어나자 이 사람과 가족들은 반동으로 낙인 찍혔고, 그는 홍위병조차 될 수 없었다. 공산당 입당 신청을 열번이나 했지만 열번 다 퇴짜를 맞았다. 결국 이 사람은 마오쩌둥이 죽고 덩샤오핑이 실권을 장악한 뒤 복권될 때까지 산시성 북부의 황량한 고원에서 농촌생활을 해야만 했다. ●변방 떠돌며 굴곡 거친 여정 ‘반동의 자식’으로 변방을 떠돌아야만 했던 이 사람이 바로 지금의 중국 국가부주석인 시진핑(習近平)이다. 지난 16일 방한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 정·관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기도 했던 그는 이변이 없는 한 2012년 후진타오 국가주석에 이어 중국 최고 지도자로 등극할 차세대 지도자다. 반동에서 최고 지도자까지 시진핑이 걸어온 길은 드라마에 가깝다. 그리고 그의 인생 노정은 수많은 굴곡을 거쳤던 중국 현대사와 함께 하고 있다. 신간 ‘시진핑 평전’(우밍 지음, 송상현 옮김, 지식의숲 펴냄)은 올해 56세인 시진핑이 고난을 극복하고 권력자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함께, 중국의 경제 성장, 정치권력 변화 등을 함께 짚어낸 책이다. 저자 우밍(吳鳴)은 홍콩의 중국어신문사 주임으로 시진핑, 리커창 연구의 권위자로 불린다. ●포용력과 소탈한 삶이 성공비결 시진핑이 공산당의 ‘황태자’로 등장한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중국 공산당 원로 시중쉰 전 부총리의 아들’이나 ‘군대 가수 펑리위안의 남편’으로 불리던 그였다. 그런 그를 이 자리로 끌어올린 것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바닥까지 떨어지게 했던 아버지였다. 태자당(공산당 원로 자제)에 속하는 시진핑은 태자당의 실세인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에 의해 발탁됐다. 2007년 10월에 열린 제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그는 리커창(李克强)과 함께 나란히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들어가며 ‘두 명의 후계자’라는 인상을 주었다. 거기다 그는 “각 방면의 세력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며 리커창을 누르고 ‘통합형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이러한 수용력 역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강요하지 마라.)’이라는 논어 구절을 수없이 들었다고 한다. 몸에 배어있는 검소함과 소탈함도 마찬가지. 그는 파리가 들끓는 화장장과 쓰레기 매립장에서도 친근하게 노동자들과 섞이며, 상하이시 당서기 때는 호화로운 관사를 거부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 그를 만든 건 아버지의 교육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가치들을 부단히 실천해 최고 지도자 자리로 향하는 정치적 자산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노력이다. 입당이 거부된 채 산시성 농촌에서 일하면서도 그는 장애농민들을 보살피며 “인민을 위해 실제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신념을 키웠고, 정딩(正定)현 부서기 시절에는 인민과 가까워질 수 있다며 자전거타기를 고집하기도 했다. 전근 때마다 현지 주둔군을 방문하며 다진 군 세력기반도 시진핑의 든든한 배경이 됐다. ●국내 현직 검사가 번역해 화제 책은 중국에서 최초로 쓰인 시진핑 평전이다. 우밍은 각종 자료와 시진핑 측근 인사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평전을 썼으나, 아쉽게도 시진핑 본인을 만나지는 못했다고 한다. 국내 번역은 현직 검사인 송삼현 수원지검 특수부장이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2만 5000원.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언어와 삶 사이… 그 시차를 노래하다

    근래 가장 눈여겨볼 젊은 시인 하면 문인들은 주저없이 김경주를 뽑는다. 2003년 서울신문(당시 대한매일)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시·희곡·음악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그는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기담’ 등 출간 시집마다 화제를 몰고 왔다. 각종 상을 휩쓸었음은 물론이다. 최근 낸 신작 시집 ‘시차의 눈을 달랜다’(민음사 펴냄)는 이러한 전작들의 명성에 뒤지지 않는 작품집이다. 제28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집이기도 하다. 수록된 61편의 시들은 미래파의 대표 시인으로서 그가 기존 작업에서 보여주었던 낯설지만 독특한, 그러면서 독자에게 무한한 영감을 제공하는 실험들을 이어가고 있다. ‘시차의’는 여행 후에 남는 여독을 주로 노래했다. 실제로 일년에 두세 달은 여행을 하면서 보낸다는 김경주는 자신이 여러 차례 겪었던 ‘시차’로 대변되는 여독을 통해 ‘사이’에 대한 사유들을 풀어놓는다. 여행지와 일상 사이에 생기는 ‘틈’인 시차는 그의 시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 사이에, 주체와 대상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처럼 존재하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 // 사이 // 조금씩 바닥에 가루로 흘러내린 / 그 시차의 이름을 / 이제 나는 쓸 것이다’(‘개명’)라는 다짐에 가까운 시구처럼 시집 속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 속으로 파고든 시차들이 있다.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지난 시간을 추억하고, 다가올 날을 꿈꾸지만 시인은 이 역시도 일종의 의식의 시차로 본다. ‘사이’에 대한 사유는 존재 자체가 무상(無常)하다는 의미로도 이해된다. 오전에 불을 끄러 가던 소방관은 오후에 불 속에서 녹아내리고(‘시차의 건축’), 향기롭던 나비는 곧 폐로 들어간 연기(‘나쁜 피’)로 변하는 등 존재는 시간 사이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하지만 시인은 그래서 존재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보다는 ‘바람이 되어 돌아다니다가 // 이제 눈을 뜨면 // 누구나 자신이 아직 돌아오지 못한 바람의 시차라고 생각해보아야 한다’(‘…어떤 무렵’)처럼 그러한 시차가 현재를 만든다는 삶의 비의를 전한다. 그는 시의 수단인 언어나 시쓰기 행위도 ‘사이’로 이해한다. “언어와 삶 사이에는 간극, 시차가 존재한다. 그런 시차, 시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는 그는 결국은 시가 시와 인생 사이에 놓인 강을 건널 수 없지만, 그 사이에서 또 다른 삶의 진실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한국은 과연 경제위기서 탈출했나

    20세기 말 외환위기를 지난 한국은 2007년 다시 금융위기를 겪었다. 그리고 2010년을 맞이하는 지금, 한국은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미국발 금융위기와 두발이발 쇼크 등을 예견했던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의 답은 ‘노(No)’다. 그는 자신의 첫 책 ‘경제학 3.0’(더난 펴냄)에서 우리 사회는 아직도 경제 위기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음은 물론이요, 심지어 또 다른 위기의 가능성까지 품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위정자들의 잘못된 정책 운영 때문. 그는 “사람의 가치보다도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데 혈안이 된 정치권과 정부 관료는 그 자체가 이미 위기”라고 지적한다.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자원이라고는 사람과 지식·시간이 전부인 한국이지만 정부는 이를 간과하고 ‘엉뚱한 짓’만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소장이 보기에 한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는 이미 시작됐다. 전국 방방곡곡에는 빈 아파트들이 널려 있는데도 정부와 집권여당은 아파트 가격 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기업 정책도 마찬가지. 식민지 약탈 자본, 군사 독재 시절의 정경관 유착, 관치 금융으로 자란 재벌기업은 미래가 불투명한데도 정부는 대기업의 손을 들어준다. 김 소장은 “뭐가 뭔지도 모르는 이념쟁이들이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통렬하게 꼬집는다. 그러면서 그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20~40대 지식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 세력을 형성하고 과감한 위정자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결국 사람이 답인 사회에서 “사람의 가치를 우습게 아는 한 절대로 양극화와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책을 통해 그는 케인지안(케인즈 학파 경제학자)인 정운찬 국무총리와 이명박 정부의 동거, 대량해고-대량고용을 악순환하는 대기업 고용정책, 경제전문가와 언론, 4대강 사업, 북핵 문제 등 우리 사회의 이슈와 고착화된 구조적 모순을 경제라는 코드 안에서 예리하게 풀어 낸다. 1만 3000원.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영친왕 일가 옷·장신구 333점 국가문화재 지정

    영친왕 일가 옷·장신구 333점 국가문화재 지정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 일가의 유물이 국가지정문화재가 됐다. 문화재청은 17일 영친왕과 영친왕비가 사용했던 옷과 장신구 333점을 일괄 공개하고 중요민속자료 265호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보관됐다가 1991년 환수된 이 유물들은 영친왕의 곤룡포와 왕비의 대례복인 적의(翟衣)를 포함, 궁중의례에서 착용했던 것들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문형진 통일교 세계회장 “통일교 본부 새해 2월 용산 이전”

    문형진 통일교 세계회장 “통일교 본부 새해 2월 용산 이전”

    “새해에 통일교 세계본부 교회가 용산으로 이전합니다. 이를 계기로 (통일교가) 한단계 도약할 것입니다.” 통일교 본부교회 당회장 취임 2주년을 맞아 17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문형진(30) 통일교 세계회장은 내년 최대 역점사업으로 ‘천복궁’이라 불리는 세계본부교회 이전사업을 들었다. 이 사업은 새해 2월 서울 용산구민회관에 새 본부교회를 열며 완료된다. 지금의 서울 청파동 본부교회는 한국본부로 사용할 예정이다. 본부 이전에 맞춰 1만 4300쌍의 국제 합동 결혼식도 추진 중이다.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막내아들인 문 회장은 문 총재의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철학과를 나왔다. 그는 “일본에서의 통일교 탄압이 거의 인권유린 수준”이라며 강도높게 성토했다. 이어 “통일교인을 대상으로 일본에서 발생한 불법구금, 납치, 강제 개종 사례가 4300여건이나 확인됐다.”며 “인권유린을 방불케 하는 이런 종교 탄압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은 열성신자만 30만명가량이 있는 통일교의 주요 활동 지역이다. 문 회장은 “일본의 인권탄압 사례에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문 총재의 근황과 관련해서는 “(89세의 나이에도) 하루에 16시간 설교할 정도로 정정하다.”며 “2~3년 전부터 ‘2013년 1월13일까지 내가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씀하시곤 하지만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석가탑서 最古문양 비단 발견

    석가탑서 最古문양 비단 발견

    불국사 석가탑 안에서 발견된 유물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문양의 비단이 나왔다. 그동안 청동으로 알려졌던 ‘청동제 비천상’은 금동제인 것으로, 은제 매화판은 청동제라는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6일 최근 보존처리 작업을 완료한 석가탑 발견 유물에서 8세기 문양 비단의 조각 더미를 비롯, 통일신라·고려 시대 유물 수백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고대 비단 중 문양이 확인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66년 도굴사건을 계기로 탑을 해체·수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석가탑 내 발견 유물은 1967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었다. 그러다 박물관은 2007년부터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보존처리와 정리·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뭉쳐져 있던 흙덩이에서 조각 난 상태의 문양 비단이 발견됐다. 이들은 금(錦), 나(羅), 주(紬), 능() 등의 직제 방식이 혼재돼 있었으며, 이어 붙인 조각에서는 위아래로 늘어선 마름모꼴이 반복되는 문양이 확인됐다. 비단은 석가탑 내 사리함을 쌌던 것들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다양한 재질의 구슬 370여점과 불국사 석가탑의 중수(重修)과정을 기록한 중수문서 등도 발견됐다. 또 다라니로 알려졌던 종이뭉치는 향을 담은 봉투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한편 이 석가탑 내 발견유물 일체는 17일 조계종으로 이관돼 한국불교역사박물관에 보관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마음 성형’으로 아름다움을 찾으세요

    ‘마음 성형’으로 아름다움을 찾으세요

    수능시험을 마친 고교 3학년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가 성형외과다.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몸의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서다. 반면 그 시기 마음의 아름다움을 찾는 발길은 드물다. 마음의 수련을 원해도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효(64) 스님이 운영하는 ‘청소년 선(禪)수련’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의 아름다움을 찾는 성형’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30여년 전부터 제주 원명선원을 중심으로 운영했고 다녀간 청소년들만 해도 수천명에 이른다. 14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들을 만난 스님은 지난해 안성에 개원한 활인선원에서도 올해부터 ‘청소년 선수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청소년기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시기로 독립심이 가출·반항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면서 “선수련은 이 과정에서 자율성과 주인의식을 올바르게 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자신 또한 청소년기에 출가했던 스님은 처음 절에서 접하는 문화가 너무나 생소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청소년들에게 불교문화를 알리고, 또 그 수행법을 전환기 인생 설계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 결과가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는 청소년 선수련이다. 스님이 진행하는 선수련은 기본적으로 단식을 한다. 하루 약 2~3ℓ의 물과 죽염 외에는 5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서 참선 수행을 하고 법문을 듣는다. 수련회 수행의 키워드는 ‘중단(中斷)과 반조(返照)’다. 스님은 “중단과 반조는 문명 전환의 기조”라면서 “기는 사람은 기는 걸 중단해야 비로소 걷는 길이 나오며, 자신을 되돌아봄으로써 자기 존재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수련회에서는 중단과 반조를 주제로 각종 수행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수련회는 24일부터 올해 말까지 3차례 진행된다. 4박5일 코스로 한 회당 청소년 20명이 참석하고 보호자가 동행한다. 1644-5266.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다시 고개 든 지구 종말론

    다시 고개 든 지구 종말론

    최근 지구 종말을 소재로 한 영화 ‘2012’의 흥행 성공을 계기로 종말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고대 마야인의 예언에 따라 2012년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영화의 핵심 내용은 출판물과 방송·인터넷 등을 통해 계속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2012년을 기점으로 20년 전인 1992년에도 한 교회의 휴거(携擧)설로 사회가 떠들썩한 적 있다. 거기다 세기 말 분위기를 등에 업은 각종 예언까지 가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종말론도 지금까지 실현된 것은 없다. 그런데도 왜 끊임없이 종말론이 회자되는 것일까. 이렇듯 종말론이 대중 사이로 떠도는 현실을 종교계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천재지변에 대한 확장적 상상” 지적 종교계에 따르면 세상을 순환적인 시각으로 보는 힌두교나 민족종교에도 어느 정도 종말의 요소는 있다. 하지만 종말이 주요 교리로 등장하는 것은 기독교 전통. 기독교에서 종말의 모습은 요한묵시록에 잘 표현돼 있다. 묵시록에 따르면 세계가 멸망하는 날에는 일곱 개 봉인이 뜯어지고 일곱 천사가 나팔을 불며 온갖 재앙이 닥친다. 하지만 실제 기독교에서는 종말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차동엽 미래사목연구소 신부는 “기독교의 종말은 제한돼 있던 우주 질서가 새로운 차원으로 완성되는 때”라면서 “그 순간의 장면은 선인과 악인 간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기독교에서의 종말은 하느님의 뜻이 완성되는 시간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세간에 떠도는 종말론은 고통의 장면만을 흥미에 따라 확대한다고 차 신부는 지적했다. 그는 이를 “세상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 낳은 파괴 욕망” 또는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등 천재지변에 대한 확장적 상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독교 교리에 따른 올바른 종말 이해는 “그 날에 깨어 있으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도덕적 자기 반성 vs 포퓰리즘 불교계에서는 종말론 유행 현상을 “도덕성 파괴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이해한다. 불교는 “시작도 끝도 없다.”는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시간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교리에 종말을 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순환적인 시간론에서도 새로 한 시대가 시작될 때는 재앙의 순간이 있다고 본다. 이에 빗대어 불교에서는 지구의 멸망 장면을 일종의 방편법으로 이해한다. 조계종 불학연구소 원철 스님은 종말론 유행이 지구 멸망 그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사후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 현재 우리 삶에 충실해지자는 반성” 또는 “지적 문명의 도덕적 타락에 대한 위기의식”이라고 분석했다. 종교계가 아니라 종교학자가 보는 눈은 또 다르다. 김윤성 한신대 교수는 최근의 종말론 유행은 일종의 ‘놀이’ 성격이 짙다고 했다. 그는 “종말은 여러 종교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지만 각 교단에서 주장하는 종말에 대한 반응은 다 다르다.”면서 “2000년 이전의 종말론은 세기 말과 얽혀 보편적 전환의식을 유발했지만, 최근에는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 소비되고 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김 교수는 “종교가 현대사회에서 필수가 아닌 일종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되면서 그 교리조차도 대중적 소비문화의 대상이 됐다.”면서 “종말론 유행은 현대사회의 종교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극단적 예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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