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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상 모든 아비지들께 바칩니다… ‘아버지 영화’ 봇물

    이 세상 모든 아비지들께 바칩니다… ‘아버지 영화’ 봇물

    갑자기 나타난 딸로 개과천선하는 양아치 종대(눈부신 날에), 아들과 잊을 수 없는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무기수 강식(아들), 지능이 떨어지는 아들의 졸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치킨집 사장 진규(날아라 허동구). 언뜻 봐도 평범하지 않은 이 아버지들이 삶에 찌든 조폭 가장 강인구(우아한 세계)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극장가에서 ‘아버지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영화도 유행을 타는지 짠한 부성애를 내세운 영화들이 앞다퉈 개봉되고 있다. 잘만 버무리면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기는 어렵지 않을 듯한데…. 과연 관객들이 이들과 함께 울어 줄 수 있을까. #1 ▶“죽음 앞둔 딸을 보며 새 삶 찾아” 슬퍼 보이긴 하는데 눈물이 나지 않는다. 애틋한 부녀지간을 만들기 위해 너무 억지를 부리면 이런 부작용이 생긴다. 박광수 감독이 아주 오랜만에 들고 나온 영화 ‘눈부신 날에’가 그렇다. 물론 ‘신동’ 소리를 들으며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역배우 서신애의 나이답지 않은 열연은 콧등을 시큰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뿐이다. 진한 감동을 줘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을까. 현실과 동떨어진 일부 무리한 설정은 상당히 거슬린다. 특히 영화에서 아이는 감동을 위한 희생양일 뿐 엄연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그걸 보고 울어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없다. 이야기는 이렇다. 전과 3범으로 야바위판을 전전하는 삼류건달 종대(박신양) 앞에 어느날 친딸이라며 귀엽고 깜찍한 준(서신애)이 나타난다. 아이를 잃은 상처를 지닌 사회복지사 선영(예지원)이 친딸처럼 여기는 준을 위해 아빠를 찾아준 것이다. 선영은 눈물 섞인 호소와 약간의 돈으로 펄펄 뛰는 종대에게 준을 맡긴다. 아이의 마지막 소원이라며. 사실 준은 불치병 환아. 이를 몰랐던 종대는 준을 방치하게 되고 병은 악화된다. 그토록 소원하던 월드컵 거리응원을 나간 날, 준은 종대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막 살아온 대가로 실명 위기에 처한 그에게 마지막 선물까지 주고 말이다. 최루성의 강도를 높이려다 보니 영화는 이해하지 못할 일 투성이다. 부양자로서의 자격을 전혀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종대에게 맡기는 선영의 행동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현실에서 입양이 얼마나 엄격한 심사와 기준에 의해 이뤄지는지 모른단 말인 것인지…. 게다가 병든 아이를 허름한 컨테이너 박스(종대의 집)에 살도록 하는 것은 방치나 다름 없고, 또 아이에게 병을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장면은 오로지 비극적 결말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겠다는 뻔한 계산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10살짜리 아이가 컨테이너 박스 위에 올라가 비바람 속에 TV안테나를 부여잡고 있다가 쓰러지는 장면에 이르면 슬픔 때문이 아니라 답답함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여기에 더해 준이 종대의 친딸이 아닐 수도 있다고 암시하는 원장 수녀의 태도는 나름 유쾌한 반전이라고 집어넣은 것이겠으나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어렵게 상봉한 부녀의 이별이 안타까워서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말도 안되는 상황에 내몰린 준을 보고 있으면 억울해서 눈물이 나긴 난다.19일 개봉,15세 관람가. #2 ▶“15년 떨어져도 아들을 느낀다” ‘아들’은 살인강도로 무기수가 된 아버지 강식(차승원)이 15년 만에 24시간의 특별휴가를 받아 아들 준석(류덕환)을 만나며 일어나는 사건과 감정의 변화를 다뤘다. 관객들의 눈물샘을 터뜨리기로 작정하고 만든 것처럼 느껴질 만큼 슬픔과 안타까움이 영화 전반을 흐른다. 평생을 교도소에서 가족을 보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강식의 미안함, 그리고 너무 오래 떨어져 산 탓인지 아버지를 보고도 선뜻 살갑게 대할 수 없는 아들의 안타까움이 잘 그려졌다. 하루의 만남으로 서로 화해를 이루는 장면은 감동적이기는 하지만 이야기 전개가 조금은 억지스럽다는 인상이 든다. 강식과 준석이 나누는 대화를 듣다보면 아버지와 딸 같다는 느낌도 든다. 교도소에 수감되며 3살배기 아들과 헤어졌던 강식은 15년이 지난 지금 준석에 대해 추억할 만한 기억이 거의 없다는 게 안타깝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를 직접 찾아가 만난 준석은 자신과 달리 키도 작고 그리 닮지도 않았다. 어려서부터 아들이 왼손잡이여서 혼내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어느새 아들은 오른손잡이로 변해 있다. 그래서일까. 더욱 아들에게 다가가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둘은 함께 목욕을 하며 화해를 시도하고 강변에서 달을 바라보며 준석이 아버지에게 ‘죽을 때까지 날 사랑해 달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린다. 아들 앞에서 한번도 울지 않던 강식은 다음날 아침 교도소로 돌아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다 준석이 손을 잡자 통곡하고 만다. “호랑이 문신이 나이가 들다보니 얼룩말처럼 변했다.”는 등 영화 곳곳 등장하는 ‘장진식 코미디’가 활력을 준다. 하지만 영화 내내 너무 울음이 많다는 것은 아쉽다.5월3일 개봉. 전체 관람가. #3 ▶“아들아 초등학교만 졸업해다오” ‘날아라 허동구’는 타이완의 베스트셀러 소설 ‘나는 백치다.’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원래 소설에서는 저능아 아들을 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엄마가 주인공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정진영이 영화 제작초기 ‘엄마’를 ‘아빠’로 바꿔보자는 제안을 해 받아들여졌다고. 장애아의 힘겨운 ‘장애 극복과정’을 그린 기존 장애우 영화와 달리 단지 사회에 무사히 발을 딛기만 해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대다수 장애아 부모들의 심정을 대변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장애아’를 키우는 한 아빠의 사실적이면서도 소소한 일상을 통해 잔잔한 웃음을 선사한다. 주인공 동구를 연기한 아역배우 최우혁은 연기를 위해 체중도 8㎏이상 늘리고 정진장애학교에도 주 1∼2회씩 방문하는 등 어른 못지 않은 열정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학교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IQ 60의 11살 동구. 아들이 세상에서 전부인 치킨집 사장 진규(정진영). 학교에 가도 친구들에게 물 따라주는 일밖에 못하는 동구지만 엄마 없이도 밝게 자라는 동구를 보는 진규는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하지만 동구가 그렇게 좋아하는 학교에서는 특수학교로 전학가라고 종용하고, 난데없이 집주인은 이사를 가라며 진규의 등을 떠민다. 때마침 선수 부족으로 없어질 위기에 처한 야구부에 들어가면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진규는 오직 동구의 초등학교 졸업을 위해 야구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야구의 규칙을 알 리 없는 동구는 선생님의 차가운 눈빛과 집주인의 잔소리에 맞서며 초등학교 졸업을 위해 고군분투한다.26일 개봉. 전체 관람가. 박상숙 류지영기자 alex@seoul.co.kr ■ 왜? ▶영화계 불황과 소재 개척을 반영 이뿐만이 아니다. 오는 19일 개봉 예정인 ‘파란 자전거’(권용국 감독)를 필두로 ‘성난 펭귄’(박상준 감독),‘마이 파더’(황동혁 감독),‘귀휴’(김영준 감독·),‘이대근, 이댁은’(심광진 감독),‘가시고기’(유학주 감독), 일본영화 ‘내일의 기억’(쓰쓰미 유키히코 감독) 등도 아버지를 소재로 5월 이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한국 영화에 ‘아버지 영화’가 대거 등장한 데에는 지난해 후반부터 시작된 영화계의 불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규모 자본투자가 어려워지자 적은 비용으로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는 감성형 가족영화 제작이 늘고 있다는 것.30억원 정도의 순수제작비로 5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말아톤’(2005년 개봉·정윤철 감독)의 성공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모성애 위주로 흐르던 가족영화에 부성애라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최근 아버지 영화 상당수는 감정에 호소하기 위한 흥행공식에 충실한 영화를 만든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날아라 허동구’를 배급하는 ‘쇼박스’의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가 노고를 잊고 살아온 아버지를 돌이켜볼 수 있는 계기로 삼기 위해 아버지에 관한 영화들이 기획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장르나 소재가 다양한 한국영화의 특성상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이라는 의미도 갖는다.”고 말했다.
  • [20&30] 메신저에 빠진 ‘직딩’들의 애환

    [20&30] 메신저에 빠진 ‘직딩’들의 애환

    회사원 홍모(31)씨는 지난주 회사 동료들과 친구, 선후배에게 ‘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최근 악명을 떨쳤던 메신저 바이러스 파일(photo album.zip)이 홍씨의 MSN메신저를 통해 ‘새로운 사진을 보라.’는 내용의 안부 글로 전달돼 이들의 컴퓨터를 감염시켰기 때문이다. 이들은 “메신저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하루종일 ‘암흑천지’ 속에 살았다.”며 볼멘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2030세대에게 메신저는 휴대전화만큼이나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이들은 컴퓨터를 부팅시키는 동시에 메신저를 로그인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메신저마다 ‘주특기’가 달라 둘 이상의 메신저 프로그램을 쓰는 이들도 허다하다.3명 이상이 한꺼번에 수다(혹은 회의)를 떨 수 있고 문서나 그림, 음악파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메신저의 장점은 많은 ‘20&30’을 중독자로 만들고 있다. ●“메신저는 생활 필수품?” 보안을 이유로 회사에서 방화벽을 쳐놓았지만 박모(27·여·회사원)씨는 아랑곳 않고 MSN메신저와 네이트온(NATE ON)’을 쓰고 있다. 규정상 사내 전산프로그램의 쪽지 기능을 쓰도록 돼 있지만 메신저가 훨씬 편해 암암리에 애용하고 있다. 한 번은 본사에서 암행 감사가 떴는데 메신저로 지사 친구들에게 언질을 줘 그 친구들이 ‘화’를 면했다고 박씨는 귀띔했다. “동료들끼리 동향 파악하고 정보 보고하는 데 유용하죠. 메신저가 없다면 회사 생활은 완전 암흑이죠. 우리 같은 ‘직딩’에겐 ‘생활필수품’이에요.” 다양하고 독특한 이모티콘이나 서체도 메신저의 매력이다.“때론 침대에 누워 있으면 천장에 메신저 창이 그려지고 온갖 이모티콘과 글자들이 눈앞에 아른거려 한참 뒤척인 뒤에야 잠들기도 한답니다.” 대학생 임모(26)씨는 눈을 뜨고 있는 내내 컴퓨터를 끼고 산다. 부팅과 동시에 MSN, 네이트, 구글의 메신저가 자동 로그인되도록 설정해 놓았고 각각의 메신저에는 100명 안팎의 친구들이 등록돼 있다. 휴대전화나 이메일보다 메신저로 약속을 잡는다. 임씨는 “뻔히 로그인으로 표시가 돼 있는데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거나 하루 종일 한마디도 걸어오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합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쯤되면 ‘메신저 강박증’으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 회사원 최모(36·여)씨도 지독한 메신저 중독에 빠진 경험이 있다. 최씨는 2003년 뒤늦게 후배를 통해 메신저(네이트온)에 맛을 들였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서웠다. 회사에서는 물론 퇴근하고 집에서도 메신저를 켜놓고 있어야 안심이 됐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 메신저에 누가 로그인해 있는지 확인하고 메신저에 아무도 들어와 있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까지 들었어요. 심지어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친구와 선후배, 동호회 사람 등 상대를 바꿔가며 대화하기도 했죠.” 문득 ‘중독자’가 돼 버린 것을 깨달은 최씨는 메신저 프로그램을 아예 지워버렸다. 업무 시간에는 로그인을 안 하고 집에서도 의도적으로 컴퓨터를 켜지 않았다. 최씨는 “지금도 다른 사람들에게 왕따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에 불안해요.”라고 말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이모(30)씨도 사내에서 메신저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방화벽을 뚫고 네이트온 메신저를 설치했다. 눈치보며 조금씩 채팅하는 수준이라 회사에서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분위기라고.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메신저를 로그인하고 누가 들어와 있나 확인해야 다른 일들이 술술 풀립니다. 열받게 하는 회사 상사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실시간 닉네임을 바꾸는 버릇도 생겼죠. 예를 들면 ‘왜 나만 시키는 거야.’‘XX님 착하게 사시오.’ 같은 거죠.” 이씨는 메신저의 대화명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고 친구들이 위로해 줘 회사 생활의 오아시스 같다고 말한다. 메신저에 등록된 사람들이 50명을 넘어섰기 때문에 입사 초기에는 말 걸어오는 사람들을 걸러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씨는 “지금은 요령이 생겨 소수에게만 대화 신청이 가능하도록 설정해 놓았고 귀찮은 사람이 말을 걸면 없는 척하고 그냥 씹어버리죠.”라고 털어놓았다. 시간과 돈을 모두 아낄 수 있기 때문에 메신저에 빠지기도 한다. 정모(25·여·회사원)씨는 바빠서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없고, 전화도 잘 하지 않는 성격이어서 메신저로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메신저를 안 켜면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이에요.”라고 정씨는 털어놓았다. 특히 정씨는 네이트온을 애용하는데 ‘미니대화’의 투명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대화창을 잘 안보이게 해 직장상사나 동료들에게 들키지 않고 마음껏 메신저를 쓸 수 있다. 외국의 거래처나 유학을 떠난 친구들과의 대화에도 유용하다. 정씨는 일본에서 유학 중인 친구와 메신저를 통해 틈틈이 수다를 떨고 안부를 물어서 2년 만에 얼굴을 봤을 때도 전혀 어색한 느낌이 없었다.“국제전화라면 돈이 아까워서 못하죠. 얼마나 경제적이에요.”라며 흐뭇해했다. ●‘메신저의 악몽’ 대화의 상당 부분을 메신저에 의존하다 보니 의도하지 않은 ‘사고’도 터진다. 송모(36·회사원)씨는 지난해 보고서를 제 때 못내 직속 상사인 과장에게 ‘처절하게 깨진’ 경험이 있다. 송씨는 친한 동료들과 메신저로 과장을 마음껏 씹으며 분을 풀었다. 머릿속에 온통 과장 이름이 오락가락하던 순간 새로 대화를 걸어온 상대에게 아무 생각없이 과장을 ‘씹었지만’, 상대는 반응이 없었다. 다름 아닌 과장이었다.“굳이 그 다음은 말하고 싶지 않네요. 과장이 말을 돌렸는지 상사들한테 완전히 찍혔고, 어쨌거나 그 회사를 오래 못 다녔죠.” 이모(29)씨는 메신저 때문에 인간관계가 일그러졌다. 회사 선배가 자꾸 짜증나게 하자 이씨는 일시적으로 대화상대에서 그 선배를 차단시켰다. 하지만 어느 날 그 선배가 이씨의 자리에 와서 얘기하다가 메신저에서 자신이 차단 설정이 된 것을 보고 말았다.“그땐 정말 등에서 식은땀이 쫙 흐르더라고요. 뭐라고 변명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나고 그 뒤론 선배와 소원해졌죠.” 보안 기능이 강화되면서 ‘자기 검열’도 늘었다. 장모(33·회사원)씨는 최근 메신저 친구들과 상사를 신나게 씹다가 며칠 전 사내전산팀에서 보안 점검을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순간 ‘이거 누가 보고 있는 거 아니야.’란 생각이 스쳐지나 갔다. 전산팀 동료로부터 기술적으로 개개인의 컴퓨터를 원격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들은 뒤로는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고 두려움이 엄습했다. 대화내용 저장기능 때문에 비밀이 탄로나기도 한다. 김모(25·여)씨의 회사에선 당직 근무자가 동료들의 컴퓨터 바이러스를 체크해주곤 했다. 어느 날 김씨가 메신저를 로그아웃하지 않고 퇴근했고, 마침 야근을 하던 동료가 호기심이 발동해 통합메시지함에 저장된 김씨의 대화 내용을 몰래 읽었다. 사내커플인 김씨가 연인과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은 은밀한(?) 대화를 모두 알게 된 이 동료는 술만 먹으면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고 김씨 커플은 한동안 곤혹을 치러야 했다. 임일영 이문영기자 argus@seoul.co.kr ■ 20대 이용률 최고… 네이트 독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최근 인터넷 메신저 사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연령대 별로는 20대의 이용률이 가장 높고, 브랜드는 네이트온의 이용자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흥원이 올 2월에 작성한 ‘2006년 하반기 정보화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인터넷 사용자의 메신저 이용비율은 47.7%로 2005년 12월의 45.2%에 비해 2.5%포인트 증가했다. 남성(48.0%)과 여성(47.4%)의 메신저 이용률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은 반면 연령별로는 20대의 이용률(75.6%)이 10대(55.7%)와 30대(46.0%)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았다. 직업별로는 학생의 63.6%, 전문·관리직의 53.9%, 사무직의 55.9%가 메신저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이용시간은 주 7.1시간이었고,5∼10시간 이용자가 34.5%,10시간 이상이 25.2%,3∼5시간은 15.7%였다. 이용목적을 묻는 질문에는 82.4%가 ‘친구와의 채팅’이라 답했고,40.2%는 미니홈피·블로그 방문,34.5%는 파일전송,30.7%는 게임·엔터테인먼트를 위해 메신저를 쓴다고 답했다. 브랜드별로는 점유율 1위 네이트온의 이용자수(1950만명·79.4%)가 2위 MSN(739만명·30.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리서치 기관 ‘메트릭스’에 따르면 올 2월 현재 네이트온은 로그인 시간(64.0%)과 실제 이용시간(58.5%) 등 전 부문에서 2위 MSN(13.7%,13.0%)과 3위 버디버디(12.7%,19.0%)를 큰 차이로 앞섰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김종면 기자의 책 안 세상 책 밖 풍경] ‘북 스마트’와 ‘스트리트 스마트’

    옛날 유대인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성경책의 제본 풀을 핥도록 했다고 한다. 아이에게 책 특유의 냄새를 맡게 하기 위해서다. 유대인들은 이런 식으로 아이의 시각과 후각을 일찍부터 자극시켜주면 아이가 평생 책 읽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고 믿었다.‘책의 민족’이라 불리는 유대인다운 발상이다. 유대인의 교육열이야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우리 또한 그에 못지 않다. 문제는 우리의 교육열이 자연스러운 독서열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로지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강요된 독서만이 판친다. 기껏해야 논술용 책읽기가 고작이다.“공부 때문에 책을 못 읽는다.”는 아이러니는 우리의 일그러진 교육현실을 잘 말해준다. 어려서부터 독서습관을 들이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중국의 유명한 어린이 잡지 ‘호아동(好兒童)’의 편집장을 지낸 저우예후이는 0세부터 각 연령대에 맞춰 일생의 독서계획을 세워야 책읽는 습관을 내면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어린 시절 배운 것은 돌에 새겨지고, 어른이 되어 배운 것은 얼음에 새겨진다.”는 말도 있듯, 어릴 때 읽은 책의 영향은 평생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논술이 독서를 지배하는 현실,‘유아논술’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강박에 의한 독서는 책상머리에서만 잘난 북 스마트(book smart), 이른바 ‘책똑똑이’를 만들어내기 십상이다. 미래 지식기반사회에서 정작 필요한 것은 책 속의 화석화한 지식보다는 세상에 두루 통하는 살아 있는 지식이다. 그렇기에 북 스마트를 양산하는 우리의 교육·독서풍토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새삼 주목받는 것이 바로 북 스마트의 반대 개념인 스트리트 스마트(street smart), 즉 ‘세상똑똑이’다.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풍부한 실전 경험을 갖춘 사람, 흔한 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스트리트 스마트 정신으로 성공신화를 일군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가방 끈이 짧은 할리우드 스타 해리슨 포드는 배우가 된 뒤에도 혹시 역할을 맡지 못할까봐 목공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그 기술로 사람들의 서재와 스튜디오를 직접 꾸며주기도 했다. 잡초처럼 강인한 스트리트 스마트 정신이 없었다면 그는 아마 고만고만한 배우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최근 실천적인 삶의 지혜를 뜻하는 ‘프로네시스’라는 말이 흔히 쓰이는 것도 스트리트 스마트 정신이 주목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책읽기도 꼭 공부의 연장선상에서만 하는 판박이형 책똑똑이가 아니라 세상을 보다 멀리 보고 우주를 품을 수 있는 유연한 세상똑똑이가 많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학교 갈 때 아이들은 걸어간다. 하지만 집에 갈 때 아이들은 뛰어간다.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현상이다. 자유 혹은 해방의 가치는 그만큼 소중하다. 논술 광풍 속에 날로 도구화돼 가는 우리의 경직된 독서 풍토, 그 굴레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jmkim@seoul.co.kr
  • 모든 평범한 삶은 특별하다

    모든 평범한 삶은 특별하다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려 애를 쓸수록 문은 굳게 닫힙니다. 돌아서서 일에 파묻혔더니 문득 세상 밖에 나와 있습니다.” 심재명 엠케이픽처스 영화제작부문 총괄 사장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공병호: 국문학을 전공하셨는데, 영화 일을 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심재명: 중학교 때부터 영화를 꿈꿨어요. 당시만 해도 청소년들에게 롤 모델이 될 만한 영화제작자가 드물었고, 또 한국영화라면 왠지 극장에 가서 보기 부끄러웠던 때였지만, 그래도 막연히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선망이 있었어요. 아무 이유 없이 영화 보는 게 좋았던 거죠.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감상을 끼적이거나 감독의 이름을 외운다거나 하는, 요즘 말로 하면 마니아 단계에까지 이르렀어요. 그렇게 그냥 좋아하다 보니까 꿈이 이뤄지더라고요. 혼자 있기 좋아하는 말수 적은 소녀, 영화사 사장 되다 공병호: 말씀은 쉽게 하셔도 그렇게 간단치는 않았을 테고, 과정을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죠. 심재명: 대학을 졸업하고 두 군데 영화사에서 4년 반 정도 기획과 홍보 일을 했습니다. 이후 잠시 프리랜서 생활을 하다가 나이 서른하나에 창업을 했죠. 공병호: 요즘 표현으로는 ‘벤처’네요. 창업 이후에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재능을 발견하셨나요. 심재명: 아니, 그런 거창한 표현보다는…. 저는 직장생활이 참 힘들었어요. 회사에 동년배는 드물고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는데 그분들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했죠. 하도 신경을 써서 나중에는 위궤양에 시달리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독립을 하니까 싹 낫더라고요. 그때 아, 나는 생리적으로 조직에 맞지 않구나, 느꼈죠. 공병호: 자신의 길을 때맞춰 잘 수정해 오셨네요. 그나저나 그토록 좋아하는 영화 일을 하신 지 근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간의 시간들을 돌아보신다면…. 심재명: 모험정신이 넘치는 도전적 삶을 살았다, 뭐 이런 모범답안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으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수세적守勢的으로 살아요. 만약 이십대에 몸을 담았던 회사가 제게 더 많은 동기 부여를 했더라면 계속 그곳을 다녔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다행히 제 곁에 결단력 있는 사람이 있었어요. 저는 영화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구체화시키지 못했는데, 이른바 운동권 영화를 만드는 운동권 출신의 독립영화 감독이었던 제 남편(이은, 현 ‘엠케이픽처스’ 대표)이 저를 이끌었어요. 그렇게 1995년에 만든 ‘명필름’을 10년가량 운영하다가 주식회사 상장을 계획하게 되었고, 제작만으로는 너무 리스크가 크다,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급과 투자를 겸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난 2004년 <강제규필름>과 합쳐 <엠케이픽처스>라는 상장사가 생겨나게 된 것이지요. 10년도 안 돼 사라진 ‘21세기를 책임질 영화인’ 공병호: 일반인들은 영화 한 편의 제작 규모가 얼마나 될지 궁금해 합니다. 심재명: 편당 평균 제작 비용 30억, 마케팅 비용 20억 등 도합 50억 원 정도의 자금이 투입됩니다. 위험 부담이 크지만 그만큼 결실도 클 수 있으니 말 그대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high risk, high return’이죠. 공병호: 50억 프로젝트라, 중소기업 규모의 영화사로서는 말 그대로 엄청난 리스크네요. 심재명: 작년에 제작된 한국 영화가 총 108편인데, 그중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영화는 20편에 불과합니다. 이런 수치는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라고 해요. 공병호: 올해는 몇 편 정도 제작을 하실 계획인가요. 심재명: 저희 회사 브랜드로 여섯 편쯤. 공병호: 작품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통상 제작기간은 얼마나 걸립니까. 심재명: 의외로 길어요. 아이템 발굴에서 극장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나는 시점까지의 기간이 평균 2년쯤 되죠. 예를 들면 강제규 감독이 만든 <쉬리> 같은 영화는 시나리오 작업까지 포함해서 4년 이상이 걸린 거예요. 공병호: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입니다. 그 사이 소비자의 취향이 달라지지 않나요? 심재명: 영화는 정서적인 장르인 데다 더욱이 작품 수가 한정되어서 어느 정도의 여유는 있어요.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영화는 108편인데, 그게 너무 많다는 거예요. 전문가들은 한국의 영화산업 규모에서 인구 대비 적정 편수를 7, 80편 정도로 보고 있어요. 한 편 만들면 주목받기 쉬운 거죠. 최근의 통계를 참조하면 한국 영화 1년 관객이 1억 7천만 명 정도 된답니다.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까 앞으로 2억 명까지는 갈 것 같고, 치솟는 제작, 마케팅 비용만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우리 영화산업은 낙관적이지 않나 생각해요. 물론 해외 시장에서 더 많은 성과를 올려야겠지만…. 공병호: 집에서 비디오, DVD 등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심재명: 그것을 이른바 ‘2차 윈도우’라고 부르는데요. 이웃 일본은 그 시장이 굉장히 커요. 그러나 우리는 요즘 와이드 배급이라고 해서 영화 한 편이 개봉 첫날 수백 개의 스크린에 동시에 걸리는 까닭에 상영 기간의 호흡이 굉장히 짧아졌어요. 예전에 <공동경비구역 JSA>가 6개월 만에 6백만 명이 들었는데 지금은 3, 4개월 만에 천만 명이 들거든요. <괴물> 같은 영화를 전 국민이 알고, 보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거지요. 공병호: 우리는 뭐든 참 급하군요. 심재명: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2차, 3차적 방법으로 보지를 않아요. 그렇게 비디오나 DVD 시장이 완전히 죽었고, 방송이나 케이블 판권도 기대만큼 금액이 상승하지 않으니까 개봉 첫 주에 승부하지 못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한국영화산업의 현안懸案이고요, 한류의 열기가 식어가면서 해외 시장에서 생각했던 것만큼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도 심각한 타격이지요…. 인간이 되기 전에 성공을 논하지 마라 공병호: 그간 영화계에서 많은 사람들의 부침을 지켜보셨을 겁니다. 저도 되돌아보면 재기발랄한 사람들이 의외로 중도에 넘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이는 왜 쓰러지는 걸까,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살피는 것이지요. 심 대표께서 목격한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어떤 것입니까? 심재명: 성공하는 분들은 무엇보다도 ‘인간’ 자체가 좋아요. 반대로, 무언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눈앞의 이익을 쫓아 판단이 흐려지는 분들은 길게 가지 못하죠. 며칠 전 방을 정리하다가 1999년에 나온 한 영화 잡지를 다시 읽게 된 일이 있습니다. 그 안에 ‘21세기를 책임질 영화인 50인’이라는 설문조사가 실렸는데, 오늘 시점에서 그 면면을 살펴보니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분들이 많더라고요. 채 10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공병호: 퇴보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가는 일이 그렇게 힘이 듭니다. 자, 그렇다면 좀 더 실질적으로, 과연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영화의 ‘키 석세스 팩트 Key Success Fact (성공요인)’는 무엇일까요. 심재명: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요. 그중 첫 번째는 시나리오 즉, ‘이야기’입니다. 공병호: 결국은 컨텐츠라는 말씀이시군요. ‘이야기’를 판단하는 기준은. 심재명: 가장 먼저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인가’를 스스로 묻습니다. 그다음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할 것인가’를, 마지막으로는 ‘돈이 될 수 있는가’를 따져보죠. 공병호: 와, 제가 책을 쓰기 전에 고려하는 관점들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건 독자 여러분께 밑줄을 쳐서 보여줘야 합니다! 심재명: 두 번째 요인은 ‘탤런트talent’예요. 팀워크가 중요하지만, 그래도 우선 되는 것은 재능입니다. 공병호: 탤런트를 우리는 재능이라고 하지만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인재라는 뜻도 있어요. 그래서 인재 전쟁을 ‘워 포 탤런트War for Talent’라고 하죠. 그만큼 사람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갈수록 흥미진진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심재명: 영화는 굉장히 과학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터무니없이 비과학적이기도 해요.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해요.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제때를 찾아야 하지요. 공병호: 아주 좋습니다. 제대로 된 인터뷰라면, 뭔가 ‘프로페셔널’한 것을 끄집어내서 소개해줘야 해요. 심재명이라는 사람이 영화라는 업業을 저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테마가 있어야 해요. 오늘은 이 세 가지만 전해드려도 되는 거예요! ’해피엔딩’이 행복할 수 없는 까닭 공병호: 영화제작자에게 이런 질문을 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영화, 많이 보시지요? 심재명: 사나흘에 한 편, 1년에 100편 정도 될까요. 공병호: 좋아하는 장르는? 심재명: 결혼하기 전에는 굉장히 잔혹한 영화, 개성 강한 영화를 좋아했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따뜻한 영화가 좋아지더라고요. 요즘 들어서는 구분 않고 다양한 영화를 봅니다. 이 분야의 종사자로서 잘 만든 영화는 칭찬하고, 그렇지 못한 영화는 한 쪽으로 골라내고…. 공병호: 조폭 스타일의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나는 용감하지만 그건 또 질색이라서 항상 불만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크게 비난하지 못하는 것이 고객의 니즈needs 가 있으니까 그런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겠죠. 심재명: 저 역시 그런 영화를 싫어해요. 하지만 영화라는 것이 어둠 속에서 자기 혼자 스크린을 보는 거고, 그 안에는 보통 사람들의 일탈과 욕망을 담아야 하니까 불량식품 같은 요소도 들어 있어야죠. 폭력, 섹스 이런 것들은 동전의 양면같이 영화의 또 하나의 특징이에요. 공병호: 듣고 보니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드문 것 같습니다. 그것도 결국은 제작자의 취향을 따라가는 것이겠지요. 심재명: 사실이에요. 감독도 그렇지만 제작자들도 나름의 성향이 있지요. 저희는 남성 취향의 컨텐츠는 거의 없고요. 그보다는 발을 땅에 디딘 현실적 내용에 관심이 많다고 할 수 있어요. 공병호: 말초적인 자극에 지친 관객들을 위해 좋은 영화 한 편 추천해주세요. 심재명: 최근에 본 〈리틀 미스 썬샤인Little Miss Sunshine〉(2006)이 괜찮을 듯하네요. 미국에서 만든 아담한 가족영화인데 소외되고 뒤처진 인생을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 안는 작품이에요. 공병호: ‘가족’이라, 그러고 보니 심 대표께서 요즘 가족영화에 대한 사업적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심재명: 극장들이 이제는 주거지역까지 파고들 만큼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잖아요. 영화관에 들르기가 그만큼 쉬워진 거죠. 가족 단위 관객들은, 저도 딸을 키우고 있지만, 주로 방학 때 할리우드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나 교양물을 즐겨 봅니다. 이 점에 착안해서 이제쯤이면 우리 관객들도 우리가 만든 가족영화를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거예요. <안녕 형아>(2005), <아이스케키>(2006) 등이 그런 취지의 작품들인데, 앞의 것은 조금 성공했고 뒤의 것은 조금 실패했죠. 어쨌든 이런 과정에서 한국영화 컨텐츠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공병호: <조용한 가족> <바람난 가족> <구미호 가족> 같은 연작물도 제작하셨지요. 가족에 대해서 할 말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심재명: 제가 가족주의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가족이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 내포하고 있는 특별한 의미를 주목注目하고 있을 뿐이에요. ‘우리’라는 말처럼 ‘가족’도 가끔은 강박으로 작용해서, 누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가족’에서 찾으려 하잖아요. 그리고 이들 영화는 앞서 말한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가족영화의 범주에 들어가지는 않아요. 저는, 예를 들어 가족을 다뤄도 어설픈 가족주의로 문제를 봉합하려는 태도를 혐오해요. 제가 얌전하게 보이고 또 실제로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기존의 체제와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발심이 커요. 그런 의미에서 이들 작품들은 오히려 가족의 해체 같은 문제를 다루면서, 기존의 관념을 깨는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 거죠. 영화 같은 삶보다 삶을 꿈꾸는 영화가 좋다 공병호: 스스로는 자기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심재명: 10년 넘게 알고 지내는 분들이 저더러 너무 안 변한다고들 하더군요. 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칭찬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구보다도 시대 흐름에 민감해야 하고 좀 더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할 텐데, 좀 아쉽죠. 삶을 대하는 태도도 비관적이고…. 이 일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매스컴에 오르내리게 되었지만, 그러나 저는 겉으로 드러난 사회적 이미지에 대한 환상이 없어요. 활발한 활동을 하시는 많은 여성 중에는 야심적인 전략가들도 계시죠. 물론 저는 ‘워커홀릭workaholic(일 중독자)이에요. 하지만 그런 분들하고는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어요. 공병호: 일에 파묻히겠다, 세평世評에 관심 두지 않겠다…. 심재명: 저를 힘센 페미니스트로 보는 분들이 있어요. 육아에 대한 책임도 남편과 평등하게 나누어 질 것 같다고 하는데, 그러나 사실은 그와 달라요. 아무리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주말에는 꼭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죠. 공병호: 오늘 답변이 제 예상을 많이 빗나갑니다. 얼핏 생각하면 도전과 변화를 추구하는 적극적 성격을 지니셨을 것 같은데, 의외로 내부지향적 측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얻고 싶은 답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를 해보지요. 인생의 성공이란 무엇입니까, 어떻게 정의하시겠습니까. 심재명: 성공해야겠다, 이런 생각 전혀 안 했어요. 얼마 전 딸아이가 앨빈 토플러를 얘기하면서 금융, 경제 이런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얘기하던데…. 이전에 다른 매체에서도 인터뷰를 하면 꼭 성공을 화제로 삼더라고요. ‘성공한 여자’가 어떻고 하는 것들…. 저는 스스로 성공했다는 생각은 한 적 없고요. 굳이 성공이라는 말과 연관을 시키자면 제가 몸을 담고 있는 일에서 발전을 이루는 일이겠지요. 지금도 가끔 제 능력의 한계와 위기의식을 느끼는데, 어느 시점에선가 현명하게 나 자신을 변화시키거나 운신의 폭을 달리하면서 여전히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 그것도 또 하나의 성공한 인생이라고 보는 거지요. 공병호: 음, 이 답도 굉장히 소박하네요. 내가 반성을 좀 해야겠어요. 아무튼 심 대표께서 꿈꾸시는 또 다른 방식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심재명: 박사님도 늘 건승하세요. 공병호 어떻게 그렇게 많은, 좋은 글을 쓰십니까. 사람들은 묻습니다. 그러나 내 안에서 나온 그것들을,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잊어버렸습니다. 배를 타본 사람은 압니다. ‘이물’에 앉아 있으면 두 갈래로 물살이 갈라져 빠르게 ‘고물’ 쪽으로 달려갑니다. 화살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나간 일에는 아무런 기쁨이 없습니다. 실패하면 사람들로부터 잊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성공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느낌이 없습니다. 재능이 있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나는 다작多作을 합니다. 밥 먹고, 글 쓰고, 책을 냅니다. 그것이 나의 일상입니다. 1960년 경남 충무 생. 고려대학교 경제학과(1983), 미국 라이스대학교 박사(1987).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2001~). 저서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10년 후, 한국> 등. 심재명 재테크요? 문외한이에요. 성격이요? 직관적이고 감성적이랄까, 지레짐작해서 일을 그르친다고 남편에게 늘 주의를 받아요. 화나는 일이요? 어떻게 하면 영화를 잘 만들까 고민하지 않고, 잘 살아남을까만 궁리하는 사람들을 볼때…. 어떻게 화를 내냐고요? 못 내요. 스트레스를 푸는 비법이요? 저는 비법이 없는 게 문제예요. 좌우명이요? 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말자. 성공이요? 그런 걸 꼭 생각해야 하나요? 저 참, 별로지요…. (아, 사람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기에 언어는 너무 가볍다. 침잠沈潛하지 못하고 부유浮游하는 나뭇잎처럼.) 1963년 서울 생. 동덕여대 국문과(1987), (주)명필름 창립(1995), 여성영화인모임 준비위원회 위원(2000),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산업대학원 겸임교수, (주)엠케이픽처스 이사. <조용한 가족, 1998> <해피엔드, 1998> <공동경비구역 JSA, 2000> <질투는 나의 힘, 2002> <바람난 가족, 2003> <그때 그사람들, 2004>.
  • 해외스타 해외입양 동기는 뭘까

    지난 주말 미 할리우드 톱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베트남 호찌민의 고아원에서 세살된 남자 아이를 입양한 것을 계기로 해외 유명 연예인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외국 아이 입양이 화제가 되고 있다. 졸리는 지난해 파트너인 배우 브래드 피트와 사이에 낳은 딸 실로 누벨 말고도 아들 매독스(6)를 캄보디아에서, 딸 자하라(3)를 에티오피아에서 이미 입양했다. 부모와 4자녀의 국적·인종이 제각각인 유례없는 ‘다민족·다문화 가족’을 이룬 셈이다. 팝 스타 마돈나도 최근 말라위에서 아들을 입양했다. 이혼한 배우 맥 라이언도 중국에서 딸을, 이완 맥그리거 부부도 두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살난 여자아이를 몽골에서 입양했다. 해외 입양의 선구자격인 배우 미아 패로는 직접 낳은 아이 넷이 있지만, 한국 등 외국에서 10명을 입양했다. 동기는 뭘까. 졸리가 호찌민의 고아원에서 흘렸던 눈물에서 읽을 수 있듯, 인류애적인 사랑의 발현일까, 단순 동정심일까. 아니면 원죄의식에 대한 구원 심리일까. 미국 abc방송은 최근 심리학자와 해외입양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출산 능력이 있는 연예인들의 해외 입양 동기를 분석했다. 심리학자인 힐러리 허너핀 박사는 “‘엄마가 된 사람’으로서, 정상적인 가정을 갖지 못한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다는 모성애가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입양 전문가인 데이비드 커시너는 “일종의 강박관념일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여러명을 입양하는 것은 ‘원죄 의식과 구원’의 복합적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임신에 대한 공포와 출산의 고통이 하나의 동기일 수 있고,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개인적인 성향이 경쟁적으로 작용, 세상에서 가장 다양하게 구성된, 훌륭한 대가족을 만들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전 세계 고아들은 1억 4300만명. 전문가들은 연예인들의 해외 입양 동기가 어떻든간에 해외 입양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고통속에 있는 어린이들을 구제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어린 시절 성폭행 상처로 부부생활 장애

    Q착한 남자를 만나 결혼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어린 시절 친족에게 당한 성폭행 상처 때문에 아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남편과 사이좋게 지내다가도 밤만 되면 과거의 악몽이 생각 나 남편을 밀쳐내게 됩니다. 성에 대해 폐쇄적이었던 제 모습에서 순결한 여자를 기대하고 결혼했던 걸 알기에 늘 남편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죽고 싶습니다. 이젠 밤이 두렵고 남편에게 언제까지 참아달라고 말할 수도 없어 이혼하려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송인숙(가명·33세)- A 어린 시절 충격 받은 상처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혼자 힘들어했을까요? 남편에 대한 죄책감에 이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지금의 절규가 너무나 가슴 아프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제는 두려움의 과거에서 당당히 걸어 나올 때라 생각합니다. 이혼은 상처를 회피함으로써 또 다시 과거 사건의 노예가 되어가는 불행한 과정일 뿐입니다.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회피하고 싶었던 과거의 사건과 직면하여 극복해야 합니다. 남편과의 애정어린 신뢰와 친밀한 관계 유지를 통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겠다는 의지로 상황을 직면하고 고통을 극복한다면 앞으로의 결혼생활은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충격적인 사건을 당하면 그 고통을 잊기 위해 몸부림치며 무의식의 세계로 자신을 억압시킵니다. 특히 어린 시절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 보호자가 어린이에게 책임추궁이나 야단을 치거나 피해를 묵인 또는 비밀유지를 요구하는 경우, 이해나 지지를 통해 충분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자기 존중감에 상처를 받아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고 스스로 과잉희생이나 통제를 하게 되고 불안, 공포, 분노, 좌절감으로 피해의식에 시달립니다. 성폭행은 어린 나이에 겪을수록, 가까운 친족에게 당할수록, 오랜 기간에 걸쳐 거듭될수록 후유증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피해자의 심리적 후유증이 극복되지 않으면 성폭행 당한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자책하게 되고, 자기학대나 공격 등으로 이어져 남자에 대한 혐오감과 원망감, 특히 결혼 후 배우자가 자신을 통해 성적 욕망을 채운다는 피해의식이나 강박관념으로 성관계를 가질 수 없어 원만한 부부생활을 하는데 커다란 장애를 갖게 됩니다. 성폭행당한 사건이 내 잘못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며, 수치스럽거나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죄책감과 수치심을 버리고 이제는 과거의 내가 아니며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세요. 지나친 결벽이나 순결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더 이상 과거 피해의식의 노예가 돼 자신과 사랑하는 남편, 가정을 파괴하려는 나약한 생각은 금물입니다. 어떻게 인식하고 사고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바뀝니다. 과거를 회피하거나 덮지 말고 직면하면서 성숙되고 강해진 자기 자신과 만나야 하며 무엇보다 성폭력의 고통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남편과의 친밀감을 높여나가기 바랍니다. 남편에게 무리한 성관계 등은 당분간 서둘지 말고 기다려 줄 것을 요청하고 기분 좋을 만큼 따뜻한 시선교환과 대화, 안아주기, 키스 등 가벼운 스킨십부터 순차적으로 늘려나가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남편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를 받아야 남성에 대한 피해의식을 벗을 수 있으며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긍정적인 체험을 통해 건강한 성을 되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지금 현재의 감정을 적절하게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남편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원가족에서 분리되어 독립된 결혼생활을 시작한 것처럼 어린 시절 상처받았던 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남편과의 긍정적인 체험을 자연스럽게 즐기다보면 고통이나 악몽에서 많이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또한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빠른 상처 치유와 부부생활의 중요성,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보기 바랍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 ‘웰빙 강박증’ 앓는 사람들

    ‘웰빙 강박증’ 앓는 사람들

    ‘웰빙(참살이)도 지나치면 독(毒)?’웰빙 열풍에 대한 반작용으로 ‘웰빙 강박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유기농 식품과 건강보조식품, 다이어트, 요가 등 사회 전반에 웰빙이 건강의 대명사처럼 자리잡고 있지만 웰빙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운수업체에 다니는 김모(54)씨는 심한 운동 중독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남들보다 유달리 건강을 챙기던 그는 웰빙 열풍이 불면서 퇴근 후 매일 3∼4시간씩 러닝머신을 뛰고 주말에는 암벽 등반을 했다. 심지어 황사가 심한 날에도 야외 운동을 중단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회사 생활과 가정 생활을 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결국 아내와 주위 사람의 권유로 운동을 중단했다. 김씨는 “운동을 그만두자 불면증과 호흡곤란 증세에 시달려 정신과에서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마치 알코올 중독자와 같은 금단 현상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홍모(32)씨는 금방 살을 뺄 수 있다는 말에 헬스클럽과 ‘핫요가’를 병행하다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로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헬스를 끝낸 뒤 섭씨 40도가 넘는 스튜디오 안에서 1시간30분가량 핫요가를 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과도한 운동이 건강을 해친 셈이다. ●작년 웰빙 관련 피해 접수 1만건 넘어 주부 최모(45)씨는 웰빙 음식에 빠져 최근 직장을 그만둔 남편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하다. 인터넷과 TV에 나오는 웰빙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보던 남편이 심하게 음식을 가리는 탓에 직장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그만뒀기 때문이다. 최씨는 “남편이 숯불에 익힌 고기가 좋지 않다며 직화구이를 안 먹고, 육류는 기름기가 없는 샤부샤부 종류로, 외식은 채식뷔페만 고집한다.”면서 “이 때문에 직장 회식은 거의 참석 안 하고 사람도 가려서 만나다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건강보조식품 등을 마구잡이로 섭취해 부작용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회사원 박모(34)씨는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다는 말에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해 복용하다 심한 피부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는 “약을 복용하고 난 뒤부터 손바닥에서 입술까지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고 가려움증이 심해 피부가 많이 손상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9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피해 사례는 7716건, 헬스와 요가, 피트니스센터에 대한 피해 사례는 3879건이나 됐다. 웰빙 열풍을 타고 등장한 건강보조식품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은 것만 해도 무려 4500여종, 시장 규모는 3조원에 육박한다. ●진정한 웰빙은 육체·정신건강의 조화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웰빙 강박증은 규범이나 가치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한 사회 현상이 투사된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먹거리·운동 등 1차적 통제가 가능한 것에 집착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몸에만 집착하는 것은 웰빙이 아니며, 진짜 웰빙은 자아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통해 보다 성숙한 삶의 태도를 갖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진보진영 학자들의 ‘참여정부 진단’

    현재의 백가쟁명식 진보 담론은 대부분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전제로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잘못된 정책 추진으로 사회·경제적 측면의 실질적 민주주의가 오히려 과거 정부보다 퇴보했다는 주장들이다. 다분히 현 정부 출범 이후 더욱 심화된 양극화와 한·미FTA 등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 등을 염두에 둔 비판으로 보인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등 일부 학자들은 ‘미국식 기업국가’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동원하고 있다. 21일 민주노동당 주최로 열린 토론회 주제도 ‘위기의 진보진영, 대반전 가능한가’였다.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가 진보진영의 위기를 몰고 왔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실패의 원인에 대한 분석 스펙트럼은 사뭇 다양하다. ●실정에는 공감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진영의 실정 진단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진보진영 학자들은 요지부동이다. 진보 담론을 촉발한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참여정부 정책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양극화의 심화, 대중생활의 파괴 등 ‘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가져 왔다.”면서 “이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입증하는 중요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의 진단을 반박하며 어느 정도 참여정부를 옹호하는 듯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조차도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포함한 최 교수의 현상 지적에 대해 대체로 동의한다.”고 언급할 정도다. 안병진 창원대 교수는 “현 정부는 재벌체제, 부동산문제 등 사실상 천민자본주의의 개혁에 불철저한 태도를 취했다.”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특히 “현 정부는 ‘놀랍게도’ 현 단계 민심의 방향을 시종일관 철저하게 무시하며 공허한 주장을 남발해 왔다.”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현실을 외면하고 ‘미래’에만 집착하는 ‘토플러주의 리더십’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조희연 교수는 “무능력 등 참여정부 주체세력의 문제점, 보수세력의 저항과 비판, 참여정부 개혁의 파괴적 결과로서의 극단적인 양극화와 불평등화 등 세가지 측면에서 참여정부 주체세력들은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21일 토론회에서도 “집권세력이 국가권력의 담지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안적인 사회경제적 정책을 취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도 “현 집권세력이 군사독재 시절보다 오히려 사회적 양극화를 더 악화시켜 놓았다는 점에서 분명한 정책의 실패”라고 단언하고 있다. ●원인 분석과 대안은 백가쟁명 최장집 교수는 참여정부 실패의 원인을 ‘운동정치의 과잉’으로 돌렸다. 사회적 갈등이 제도정치로 수렴되지 못하고, 여전히 ‘거리의 정치’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제도정치 안착을 위해 실패를 인정하고 정권교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진보진영 전체가 참여정부 실패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 집권세력이 ▲정체성에 집착하느라 헤게모니의 정치를 고민하지 못했고 ▲사회경제적 개혁주의를 보다 급진적으로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지만 그 책임은 진보진영 전체가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제도정치로 갈등을 수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비(非)제도정치적 힘을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손 교수도 “민주주의의 위기, 참여정부의 실패는 오히려 운동정치의 부족에서 비롯됐다.”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의 대안을 관철시킬 수 있는 사회적 힘을 길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 교수는 “집권 여당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과거 운동진영의 일부 세력은 강박관념처럼 집착해온 정치개혁 어젠다나 판짜기에만 정통했다.”면서 “민의의 정확한 해석없이 어젠다를 추구하는 것은 위로부터의 주관적인 기획에 불과하기 때문에 애당초부터 성공할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대안으로 ‘좌우이동론’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이슈에서는 심각한 양극화를 고려해 좀더 ‘왼쪽’으로 이동하고, 사회적 가치 이슈에서는 유권자의 중도성향을 고려해 좀더 ‘오른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국대 홍윤기 교수도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좌파의 급진적 진정성이나 우파의 경직된 정체성이 아니라, 문제에 대해 통합적 해결력을 보이는 강한 중도”라고 주장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외국처럼 강간으로 엄벌해야”

    성매매여성 보호 쉼터에 있다 환각 등 정신병적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한 경아(가명·17세)는 초등학생 때 동네 아저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아저씨는 성폭행을 하고 나서 항상 용돈이나 먹을 것을 줬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자 경아는 성을 이용해서 필요한 것을 얻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생존의 방법’이 되어버렸다. 심지어는 병원에서 친절하게 돌봐주는 남자 직원들에게도 육체적으로 보답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몸을 접촉하는 등의 성적인 행동을 보이곤 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매수는 이처럼 피해자의 청소년기는 물론 인생과 성적 관념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중범죄에 해당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는 그래서 끊어지지 않는다. 서울신문이 청소년위를 통해 ‘13세 미만 아동 성매수’ 혐의로 판결이 확정된 62명의 형량을 입수, 분석한 결과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8명(12.9%)에 불과했다. 징역형을 받은 범죄자들의 평균 형량도 1인당 12.4개월에 그쳤다. 집행유예가 29명(46.8%)으로 가장 많았다. 절반 가까운 40.3%는 벌금을 내고 풀려났고, 이들이 낸 평균 벌금은 고작 364만원이었다. 아동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형벌이다. 청소년위 관계자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 중 청소년의 의사가 반영됐다고 해석될 수 있는 성매수에 대해서는 성범죄자의 책임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3세 미만 아동과의 성관계를 ‘합의’에 의한 성매매로 분류하는 법적 판단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찰대 경찰행정학과 표창원 교수는 “13세 미만의 아동에게 금품을 주고 성관계를 맺는 가해자들은 상대방도 원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굉장히 무책임한 것이고, 사실상 돈이나 환경을 이용한 강간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의 재량이 개입될 여지가 없도록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하지 못하게 하는 등 처벌의 원칙 자체를 못박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북유럽 등에서는 청소년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는 16∼18세 이하의 청소년과 성관계를 맺는 행위는 당사자와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강간으로 간주해 중벌을 내리고 있다. 아동성폭력상담을 맡고 있는 해바라기아동센터 최경숙 소장은 “성폭력 특별법에서도 미성년의 기준을 13세 미만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기준일 뿐”이라면서 사실상 13∼14세 청소년도 성에 대한 가치 판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어도 통합적 인지능력을 주관하는 전두엽이 완전히 성장하는 만 16세 정도로 기준 연령을 올리고 그 이하의 청소년, 아동과 성관계를 맺는 행위는 모두 강간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전남편과 재결합하라고 주위서 난리

    Q3년 전 이혼을 하고 5살,7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성입니다. 최근 큰아이가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애들 아빠를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둘 다 혼자다 보니 주변에서 아이를 봐서라도 재결합하라고 난리입니다. 가정을 소홀히 하고, 채팅으로 만난 여자와 여행을 간 사실이 밝혀져 이혼했는데 예전의 상처가 되살아나 결정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아이를 위해 재결합하는 게 좋을까요? -오연주(가명·36세) A이혼 후 자녀를 혼자 돌보기도 힘들었을텐데 최근 아이가 병원에 입원하는 사고가 생겼다니 마음고생이 무척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이 입장을 생각해서 아이 아빠와 재결합도 고려할 만하겠지만 지금의 혼란 속에서는 성급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대부분 아이를 편부, 편모 밑에 자라게 하는 일이 쉽지 않고 이혼 후 아버지는 양육비에 대한 부담, 어머니는 육아의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되며 이혼가정이라는 사회적 편견도 무시할 수 없지요. 또한 이혼가정 아동들은 부모의 재결합에 대한 환상을 가지며 함께 살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러나 분명하고도 중요한 것은 재결합 과정도 새로운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신중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일입니다. 두 사람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 변화된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성숙된 태도로 결혼생활에 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재결합을 해야 합니다. 단순히 생활의 필요 때문에 애정도 없이 재결합한다면 얼마 못 가 과거 응어리진 상처의 분노감과 함께 갈등 상황은 증폭되기 쉬우니까요. 재결합을 고려한다면, 아이들의 부모로만 인정할 것이 아니라 우선 당사자 중심으로 긍정적인 체험을 늘리고 애정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헤어져 있는 동안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닫고 부부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세요. 부부 문제란 두 사람 상호 작용에 의한 관계이므로 어느 한쪽의 잘못만 있었던 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자격지심이나 열등감, 강박증 등으로 인해 상대방을 힘들게 하고 책임 전가한 것은 아닌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회피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스스로의 통찰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마음에 담아둔 채 서로에게 풀지 못했던 응어리진 상처를 드러내어 치유하세요. 속 깊은 마음의 대화를 통해 과거의 부정적 감정을 털어내고 서로의 아픔과 입장을 이해해주고 지지 받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때 과거 이야기를 꺼낸다 하여 무조건 자리를 피하려 한다거나 자기입장 변명, 방어에만 급급한다면 관계개선 가능성은 희박하며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재결합을 결정할 때 또 중요한 것은 바로 이혼할 당시의 문제가 해결되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문제는 그냥 덮어둔 채 섣불리 상대가 ‘이젠 정신 차렸겠지’,‘살면서 나아지겠지’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다시 갈등의 원인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주변 여자 관계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선을 긋고 이후 투명한 관계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합니다. 결혼을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배우자는 도구 수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함께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보고 확신을 얻을 수 있다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입니다. 재결합 과정에서 부부상담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과거 상처를 치유하고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우선적인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익히는 것도 권하고 싶습니다. 최고의 자녀교육은 부부가 서로 사랑하면서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자녀의 쾌유와 함께 행복한 가정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정경영연구소장> ●가족클리닉의 상담 의뢰는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 [주말탐방] PB마케팅의 세계

    [주말탐방] PB마케팅의 세계

    “나이도 있으신 만큼, 안정적인 재테크가 중요합니다.15억원 가운데 10억원은 정기예금 쪽으로 돌리고, 펀드 등은 5억원만 투자하시죠.” 지난 9일 오전 우리은행 PB(Private Banking) 센터인 서울 서초동 강남교보타워 ‘투체어스’에 들어선 이모(58)씨 부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곳 김인응 팀장이 이들을 상담실로 안내한다. 부부 중 남편은 중견 기업 최고경영자(CEO). 경기도 지역의 땅 보상금 5억원과 평소 갖고 있던 10억원을 합해 모두 15억원을 김 팀장에게 맡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5평 남짓한 상담실 안은 모두 따뜻한 갈색 톤의 카펫과 가구 등 고급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CD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선율도 은은한 분위기를 더한다. 이씨는 “처음 왔지만 마치 절친한 친구 집에 온 기분”이라면서 “오늘 상담을 통해 상속, 증여, 자녀 장래 상담 등까지 함께 상의할 수 있는 좋은 동반자를 얻었다.”고 흐뭇해했다. ●PB고객 서비스는 연중 무휴 시중 은행들의 PB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금융 자산 관리에서 벗어나 고객의 재산 전반에 대한 ‘토털케어’를 제공하고 있다. 음악회, 미술 전시회, 와인 품평회 등은 기본. 자녀 맞선 프로그램은 물론 풍수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연중 24시간 무휴는 PB 서비스의 기본이다. 시중은행 PB(Private Banker)들의 일상은 극소수 ‘VVIP’ 고객들을 위해 채워져 있다. 김 팀장의 하루의 시작은 오전 6시. 이때부터 한 시간은 오롯이 독서에 할애한다. 경제학, 심리학, 문학 등 거의 전 분야를 망라한다. 미팅을 위한 일종의 ‘기초 작업’이다. 출근 시간은 7시40분쯤. 각종 경제 기사와 주가 동향, 금융 지표 등 국내외 시장에 대한 분석에 들어간다. 오전 9시에는 주요 고객들에게 그날의 중요 정보를 이메일로 발송한다. 오전 10시까지는 우수 상품이나 자산 운용방안 등 그날의 미팅을 위한 자료를 정리한다. 일과 시간에는 본격적인 고객과의 미팅이 시작된다. 김 팀장이 하루에 만나는 고객 수는 평균 5명. 그가 관리하는 10억원 이상 금융 자산고객 70여명은 한 달에 한 번은 그를 찾는다. 고객의 대다수는 기업 총수나 변호사, 의사 등 몸이 두 개는 필요한 직업을 갖고 있다. 직접 사무실로 찾아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경우도 많다. 상담을 마치고 나면 오후 9시를 넘기기 일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일본과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주식 시장과 글로벌섹터 등의 정보를 체크한 뒤 오후 10시에야 퇴근한다. 김 팀장은 주말에는 기업체 등 외부 강연에 주로 시간을 쏟는다.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다. 얼마 전 강연에서도 의사 5명을 새 고객으로 맞았다. 그렇지만 그의 휴대전화는 여전히 ‘On’ 상태다. 주말에도 상담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PB는 성실성과 정직성, 전문성을 모두 갖춰야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서 “10년 가까이 관계를 유지하는 고객만 5명이 넘는다.”고 했다. ●골프와 와인, 미술 등은 필수 골프와 와인은 PB들의 필수 취미.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을 넘어 호흡을 같이하기 위해서는 취향도 비슷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강남WM센터 이만수 부장은 PB계에 처음 와인 마케팅을 도입했다. 지난 2003년 처음 PB들을 대상으로 한 와인동호회를 만든 뒤, 이를 영업에 적용했다.PB들의 상당수는 포도주를 관리·추천하는 소믈리에 교육 코스를 밟는다. 미술, 음악 등 다른 예술 분야 역시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의 세미나를 통해 평균 이상의 ‘내공’을 쌓고 있다. 이 부장은 50여명의 고객 자산 2100억여원을 관리하고 있다. 이 부장은 “2000년대 들어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신흥 부자들은 대부분 외국 경험을 하면서 와인이나 미술 등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시작하게 됐다.”면서 “이들에게 상류 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에티켓과 창의적인 투자를 도울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레슨 프로골퍼 출신인 박경호씨를 골프 컨설턴트로 영입했다. 박씨는 PB 고객들을 대상으로 주 2차례 필드 레슨을 갖고, 고객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골프 교실도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LPGA 투어인 ‘코오롱 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최우수 고객 120여명을 초청, 프로 골퍼들과 라운딩을 주선하기도 했다. 음악회, 미술 전시회 등도 빼놓을 수 없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4년부터 경기도 신갈의 하나은행 연수원 내 야외공연장에서 PB 고객들을 대상으로 연간 10회 정도 서양 고전음악 중심의 ‘하나빌 숲속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2004년 갤러리 뱅크를 처음 선보인 국민은행은 기존의 전시 일변도에서 벗어나 올해에는 미술 동호회 구성과 아트 투어를 유도,PB 고객과의 ‘스킨십’을 높일 계획이다. 이밖에 기업은행은 풍수지리 서비스도 PB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VVIP 혼사까지 PB 몫 PB마케팅은 사적인 영역에도 침투하고 있다. 고객의 자녀 혼사는 빼놓을 수 없는 서비스. 하나은행은 정기적으로 VVIP 고객 미혼 자녀들의 맞선 행사를 열고, 고객 자녀들의 커뮤니티 모임도 주선하고 있다. 상류계층 형성을 유도하면서 현재 고객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은 물론, 미래의 고객까지 창출하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5월 결혼정보회사 출신인 김희경 커플매니저를 PB고객부 커플매니징 팀장으로 영입했다. 김 팀장이 지금까지 주선한 고객 자녀는 모두 10쌍. 한 쌍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 고객자녀 초청 미팅파티도 일년에 두번씩 열고 있다. 김 팀장은 “한번 소개하면 99%가 만나겠다고 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면서 “결혼은 자산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인 만큼, 커플매칭 프로그램이 고객 유치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PB고객 어떤 대우받나 세계적인 투자기관 메릴린치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백만장자 증가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2005년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5억원 이상 고액 예금계좌는 약 8만여개. 총액은 260조원이 넘는다. 그해 기준으로 은행권 전체 예금의 32%에 해당한다. 은행권이 PB 마케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PB 마케팅이 처음 선보인 것은 1990년대 초반. 그러나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0년이 채 안 됐다.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교보타워 김인응 팀장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다양한 실적배당 상품이 도입되고 해외시장 분석이 시작되면서 PB 마케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VIP 마케팅은 있었다. 그러나 명절 때 선물을 돌리며 예금을 유치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PB 마케팅은 종합적으로 자산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르다. 시중은행들은 PB 센터를 일반 영업점과 따로 두고 전문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다.‘일반인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대부분 고급 빌딩의 고층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특징. 상당수가 전용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고객들의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PB 센터에서 북적대는 은행 지점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발소리도 들릴 만큼 한적하다. 고객들의 상담 시간이나 횟수는 무제한이다. 고액의 투자나 세금, 이민 문제 등이 걸려 있으면 하루가 멀다 하고 전담 PB와 얼굴을 맞대고 상담할 수 있다. 출장 상담은 기본.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등은 상속·증여, 세무 문제 등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본점 차원에서 직접 고객을 찾아 자문을 해주기도 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PB들이 본 한국 부자 유형 시중은행 PB들이 꼽는 한국의 부자는 상속부유층과 자수성가형, 그리고 벼락부자형 등 세 부류다. 상속부유층은 대대에 걸쳐 상당한 부를 유지한 케이스라 부에 대한 관리능력이 탁월하다. 그러면서도 일정 정도 이상의 교육을 받은 경우가 많다. 상당수가 특정 예술 분야에 고급 취미를 갖고 있다. 소위 ‘돈 있는 티’도 잘 내지 않는 편. 표시 안 나는 명품을 선호한다. 다만 자식 교육에는 거금을 아끼지 않는다.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선호한다. 자수성가형은 벤처사업가들이 많다. 연령도 50대로 상대적으로 젊은 편. 그러다 보니 돈 쓰는 행태도 공격적이다. 억대의 외제 고가 승용차나 명품을 ‘가볍게’ 구입한다. 그런 만큼 공격적인 투자를 좋아한다. 벼락부자형은 보상받은 땅값으로 ‘인생’이 달라진 유형이다. 그러다 보니 돈을 제때 쓸 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PB들은 이들에 대해서는 현금, 카드 등 각종 지출까지도 관리해주곤 한다. 조언을 잘 따르면 ‘업그레이드’되고, 과소비의 욕망에 굴복하면 부가 오래가지 못한다. 주위의 질시를 못 이겨 이민을 가는 경우도 상당수다.PB들이 기피하는 케이스다. 부자들의 직업별 특성도 다양하다. 먼저 기업가는 머릿속이 온통 ‘사업’으로 가득 차 있다. 와인 이야기를 하다가도 ‘와인 도매 쪽에 투자하면 어떨까.’라는 식으로 대화가 흘러간다.‘이성’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도 특징. 한 시중은행 PB는 “항상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이성을 통해 위안을 받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의사 등 의료인 출신 부자의 관심은 ‘돈’이 90% 이상이다. 이들은 혼자 자영업 형태로 병원을 꾸려가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책임질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독주를 많이 마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투자를 고민할 시간이 없다 보니 부동산을 많이 사들이면서 의외로 땅부자들이 많다. 한국전쟁 이전 부자 세대들이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요즘은 젊은 임대사업자 부자도 많다. 이들은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게 특징. 비교적 한가하다 보니 아이디어나 시장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제뜻’을 펼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여성&남성] 성형 다이어트 필요악?… 남녀의 속셈은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은 슬림하고도 섹시한 ‘몸짱’ 몸매에다 ‘동안(童顔)’처럼 어려보이는 외모, 연예인급 스타일을 갖춘 패션감각 등을 요구받으며 매일매일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 등장하는 뚱뚱한 체격의 소유자 ‘한나’가 다이어트 성형으로 ‘교통사고 당한 사람이 넋을 놓고 쳐다보다가 병원가기를 잊을 만큼 황홀한 미녀’로 재탄생하는 과정에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실제 남자들은 대부분 예쁜 여성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면서도 다이어트 성형에는 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여자와 남자, 평행선처럼 영원히 다를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다이어트 성형에 대한 견해는 또 어떤 차이가 있을까. ■ 남성 “내 여친 DIE~t 안돼!” 상당수의 남자들은 여자친구의 ‘다이어트 성형’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날씬한 여자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다이어트 성형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남자들의 의견도 적지 않았다. ●돈쓰고 힘든 다이어트 성형은 절대 반대 회사원 문모(28)씨는 성형 다이어트보다는 자신과 함께 농구 등 스포츠를 함께하며 다이어트를 하라고 여자 친구에게 권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평소 외모보다는 에너지도 많고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에게 보다 더 매력을 느껴왔기 때문에 단순히 예뻐지려고만 하는 다이어트 성형수술은 절대 반대다. “무조건 빼빼 마른 여자보다는 통통해도 청바지를 맵시있게 입을 수 있으면 만족합니다. 다이어트 성형보다는 운동으로 건강까지 유지할 수 있는 여자친구가 더 좋아요.” 공무원 석모(25)씨는 더욱 완강하다. 그는 다이어트 성형을 하는 여자는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이 없고 당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일 여자친구가 성형을 고집하면 헤어지는 것도 감수하겠다고 말한다. “단순히 보여지는 외모보다는 마음씨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내 여자친구라면 뚱뚱하고 못 생겼어도 다이어트 성형은 하지 않는 게 더 좋아보입니다. 위험하고 부작용도 많다는 데 굳이 할 필요가 없지요.” 회사원 고모(30)씨도 이에 동의한다. 그는 앞의 두 남자와 달리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단순히 예쁜 외모보다 예쁜 여자가 되는 과정도 함께 중요하다. “남녀 누구나 자신을 절제하면서 자기관리를 할 필요가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꾸준하게 자신을 가꾸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여요. 그렇지만 여자친구가 그냥 다이어트를 하면 적극적으로 돕겠지만 성형 수술은 반대합니다.” ●다른 여자는 ‘YES’, 내 여자친구는 ‘NO’ 컨설팅회사에 다니는 이모(26)씨는 여자들이 다이어트 성형 수술을 받고 삶의 자신감을 찾는 건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 예쁘고 날씬한, 이른바 섹시한 여자와 함께 있는 걸 즐기는 건 남자들의 본능과 같은 심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막상 자신의 여자친구가 다이어트 성형을 한다면 고개를 저을 생각이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수술을 하기보단 옷이나 화장품 구입으로 외모를 빛나게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것 같아요. 수술로 살을 급히 빼면 건강 문제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요가나 밸리 댄스 등을 통해 원천적으로 살을 빼도록 유도할 생각입니다.” 대학생 송모(26)씨도 여자친구가 자신과 만나기 전에 이미 성형을 해서 예뻐졌다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미 사귀고 있는 사람이 다이어트 성형을 하는 건 결사 반대다. “만나는 사람이 갑자기 외모가 급변한다면 아무리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하더라도 여자친구와 어색해지는 걸 막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예전 여자친구 모습이 생생히 남아있는데 모습이 예뻐진 여자친구를 보면 당장 기분이야 좋겠지만 불편해서 결국은 싫어질 것 같아요.” ●다이어트 성형 역시 엄연한 자기관리 하지만 다이어트 성형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남자들도 있다. 회사원 김모(27)씨는 다이어트 성형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본적인 경제력에다 예쁜 외모까지 갖춘 여성인데다 다이어트 성형 역시 엄연한 자기관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대찬성이라는 입장이다. “근육 강화제를 먹어가며 근육키우기에 여념이 없는 남자들과 다이어트 성형을 하며 예뻐지려는 여성이 다를 게 뭐 있나 싶어요. 지금 사회가 날씬하고 예쁜 여자를 요구하면서 다이어트 성형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증거죠.” 취업준비생 양모(25)씨도 여자친구가 스스로에 대해 더욱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는 다이어트 성형을 굳이 말리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겉모습이 변하는 거지 사람이 변하는 게 아니잖아요. 여자라면 예뻐지고 싶은 건 당연한 욕구이고 여자친구가 더 예뻐진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한다면 저 역시도 함께 기뻐할 것 같아요.” 회사원 박모(30)씨 역시 찬성론자. 박씨가 다이어트 성형에 찬성하는 이유는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가 얼마나 힘든지 자신이 몸소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한때 몸무게가 100㎏ 넘게 나가서 죽을 듯이 운동해 20㎏ 정도 감량한 적이 있었죠. 그런 경험을 여자친구가 하게 되면 성격이 이상해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아서 차라리 함께 적금이라도 부어 다이어트 성형을 받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여성 “운동해서 빼야죠” 당사자인 여자들 역시 “살을 빼고 싶다.”며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다이어트 성형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그렇지만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과 같이 살을 빼 성공이 보장된다면 성형을 할 생각이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성형보다는 운동으로 살빼는 것이 우선 ‘미녀는 괴로워’ 주인공에 버금갈 정도로 획기적인 다이어트에 성공했던 직장인 홍모(29·여)씨. 성형은 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친듯이’ 다이어트를 했다는 그는 “성형을 하고싶을 정도의 절박함은 이해하지만 갑작스럽게 살을 빼면 후유증이 크다.”고 조언한다. “살이 눈에 띄게 빠질 때는 자신감도 생기고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죠. 하지만 누군가 시작하려 한다면 말리고 싶어요.” 그는 “친구의 남자친구가 밥을 산다고 해서 나간 자리에서 밥을 먹은 뒤 화장실에서 운동을 하고, 하루 최소한 3시간은 운동을 했다.”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갑작스럽게 몸무게가 준 뒤 강박관념 때문에 정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회사원 이모(25)씨는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만 성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이어트 성형을 위해 많은 돈을 들이기 보다는 충분히 운동하고 음식을 조절해야 한다는 게 정석 아닌가요. 건강 문제도 문제지만 ‘돈만 있으면 살쯤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이나 남들 모두에게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 그는 특히 “뭐든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데 수술은 어쩔 수 없을 때 기대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미용을 위한 성형이라면 자제하는게 옳다. 정작 성형이 필요한 사람은 전문의를 찾기 힘들어 지는 부작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을 위한 성형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성형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평범한 몸매를 가졌다고 말하는 대학생 최모(23·여)씨는 다이어트 성형을 ‘부분적으로는’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아무리 운동을 해도 팔뚝 살만큼은 빠지지 않아 여름에도 민소매 티셔츠를 입지 못해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감이 없어진다.”면서 “부분적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수술이라면 특별히 반대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27·여)씨는 성형 비용 대비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영화에 나오는 김아중씨처럼 남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을 수 있는 미모를 보장받을 자신이 있다면 돈을 벌어서라도 다이어트 성형을 할 생각은 있다.”면서도 “성공할 확률도 낮은데 많은 돈을 쓰는 등 무리를 해가며 다이어트 성형을 굳이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최근 7㎏ 정도 몸무게가 불어서 고민이지만 운동을 해서 빼야겠다는 생각이 훨씬 크다.”며 고개를 저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개헌해도 이번 대선·총선 그대로”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79개 지방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4년 연임제 개헌안 발의 시점에 대해 “2월 임기국회가 끝난 다음에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시국회에서 중요한 입법처리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분명하게 설명했다. 따라서 개헌안 발의는 3월로 넘어갈 가능성도 높다. 노 대통령은 개헌 내용에서 “이번 선거(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면 가급적 이번 선거 시기는 종전대로 하고, 다음 선거 시기를 맞출 수 있도록 그렇게 기술상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개헌 후) 5년 더 지나서 2012,13년 그때 가서 임기를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원 포인트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지 않고 현행대로 각각 12월, 내년 4월에 치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은 개헌의 부칙에 적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개헌 부칙을 정리할 때 이제 임기를 서로 맞추기 위한 경과 규정을 둬야 한다.”면서 “경과 규정을 만들기에 따라 5년 뒤에 적용되게 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기술상의 문제이지 원칙상의 문제는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민주노동당은 동시선거를 싫어하는 것 같고, 한나라당은 무슨 계산인지 말씀들을 안 해서 알 수 없다.”면서 “가급적이면 모두의 이해관계가 서로 어긋나지 않게 그렇게 발의하고 싶다.”고 의중을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1단계 개헌을 하고 나면 개헌 논의시기에 제한이 없어지고, 임기가 일치하기 때문에 언제나 개헌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뒤 “1단계 개헌을 하자는 게 제가 제기한 취지”라고 역설했다. 개헌 논의에서 권력구조 개편도 다루자는 의견에 대한 확실한 반대 입장이다. 노 대통령은 개헌 제안의 시기에 대해 “아무 악의 없다.”면서 “이번에 디디고 넘어가지 않으면 20년을 허송해야 된다는 그런 강박관념이 있다.”고 말했다.●“금융실명제,“불가능한 것” 노 대통령은 “한국의 대통령 권력은 절대로 지나치게 강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그 당시 긴급명령을 했던가.”라고 물은 뒤 “그것도 헌법의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불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당시 민자당이라는 막강한 거대 정당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밀어붙인 것”이라고 했다.●“탈당 정치인, 국민이 판단” 노 대통령은 “대의명분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이것이 전형적인 노무현식 정치“라고 말했다. 여당의 탈당사태에 대해서는 “국민들은 지금 ‘무슨 셈이 있나보다.’,‘옛날에 우리가 말하던 보따리 정치냐.’,‘명분의 정치냐.’ 이렇게 보고 서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童詩의 動心

    “암만 배가 고파도 느릿느릿 먹는 소/비가 쏟아질 때도 느릿느릿 걷는 소//기쁜 일이 있어도 한참 있다 웃는 소/슬픈 일이 있어도 한참 있다 우는 소”(윤석중 ‘소’) “손을 쭉 뻗어/검지를/하늘 가운데 세웠더니/잠자리가 앉았습니다.//내 손가락이/잠자리 쉼터가 되었습니다.//가만히 있었습니다.//내가 나뭇가지가 되었습니다.”(남호섭 ‘잠자리 쉼터’) 어떻게 하면 어린아이처럼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동시를 읽는 것이다. 혀짤배기 말을 앞세운 ‘동시답지 않은 동시’도 없진 않지만, 우리의 어두운 정신을 밝혀주고 서늘한 깨우침까지 안겨주는 장르가 있다면 그건 단연 동시다. 윤석중의 ‘달 따러 가자’(민정영 그림, 비룡소 펴냄)와 남호섭의 ‘놀아요 선생님’(이윤엽 그림, 창비 펴냄)은 우리에게 백지처럼 하얀 마음을 심어주는 동시집이다. 열세살에 동요 ‘봄’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2003년 아흔두살의 나이로 삶을 마치기까지 1200여편의 동시를 쓴 윤석중은 한국 아동문학을 대표해온 제1세대 작가. 이번에 나온 책에는 ‘퐁당퐁당’ ‘기찻길 옆’ ‘나란히 나란히’ ‘산바람 강바람’ ‘우산’ ‘맴맴’ 등 동요로도 널리 알려진 작품들을 포함,‘비둘기 옷’ ‘이슬비 새색시’등 모두 56편의 동시가 실렸다.9000원. ‘놀아요 선생님’은 저자가 ‘타임캡슐 속의 필통’(1995년) 이래 12년만에 펴낸 두번째 동시집이다. 저자는 국내 최초의 상설 중등대안학교인 경남 산청 ‘간디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시에는 아이들의 조잘거림과 흙냄새, 풀냄새가 가득하다. 입시의 강박에서 벗어나 자연을 마음껏 호흡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구김살 없는 일상이 18편의 ‘간디학교’ 연작시에 담겼다. “이렇게 날씨 좋으니까 놀아요./비 오니까 놀아요./(눈 오면 말 안해도 논다.)/쌤 멋지게 보이니까 놀아요./저번 시간에 공부 많이 했으니까 놀아요./기분 우울하니까 놀아요./에이, 그냥 놀아요.//나는 놀아요 선생님이다.”(‘놀아요-간디학교 13’ 전문) ‘쌤’(간디학교에서 아이들이 선생님을 부르는 말)과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스스럼없는 배움터의 정경이 낯설면서도 정겹다. 남호섭의 작품에는 동시가 흔히 빠지기 쉬운 유치한 코맹맹이 소리나 무작정 교훈을 건네려는 억지 발상이 없다. 시인 신경림은 남호섭의 동시를 읽으면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말을 “동시는 시의 아버지”라는 말로 바꿔 부르고 싶다고 했다. 그만큼 그의 작품이 동시, 아니 시의 본연에 바싹 다가서 있다는 얘기다.8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내일 박종철 열사 20주기

    내일 박종철 열사 20주기

    ■ “80년대 이해하는 고갱이 무명씨로 잊혀질까 걱정” 한낮이지만 한 점의 볕도 들지 않는 좁은 방. 철문을 밀치고 들어서자 왠지 모를 한기가 밀려 왔다. 서울 용산구 갈월동의 모텔촌에 자리잡은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 5층으로 올라가자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현장인 조사실 509호가 나타났다. 12일 오후 기자와 함께 이곳을 찾은 소설가 김윤영(36)씨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려왔다. 세면대 위에 놓인 영정사진 속의 박종철 열사는 편안해 보였지만, 고인의 폐를 압박했던 욕조와 알 수 없는 죽음의 냄새는 보는 이를 힘겹게 했다. 14일 20주기에 맞춰 ‘박종철-유·월·의·전·설’<서울신문 1월5일자 9면보도>을 내놓은 김씨는 말을 잇지 못하다 긴 숨을 들이쉬고 나서야 말문을 열었다. “자료 수집하면서 고문받았던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직접 보긴 처음이에요. 추운날 이 좁은 방에 4명의 조사관에 둘러싸였는데 얼마나 공포에 떨었을까요.”라고 입을 뗐다. 스스로 “화염병을 만지긴 했지만 던진 일은 별로 없었던 세대”라는 그가 박종철 열사에 관한 글을 쓰게 된 데는 운명적인 만남이 있었다. 출산 뒤 잠시 쉬고 있을 무렵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측에서 집필을 제안했고, 전부터 박종철 열사의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 알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기에 이를 선뜻 받아들였다. 등단 이후 한동안 논술강사로 뛴 그는 중·고생들이 ‘박종철’이란 이름조차 모르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이런 식으로는 완전히 잊혀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집필을 받아들인 것을 후회한 적도 있다.”고 한다. 박종철이란 이름에 누가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글을 쓰는 동안 꿈에서 고인을 두번 봤어요. 마음에 안 드시는지 혀를 차시더라고요.” 20년이 지난 지금 박종철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1980년대를 팔아넘긴, 상품화된 정치권 386세대가 아니라 무명씨로 잊혀진 386세대를 기억해야 해요.‘나서기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설거지하는’ 성격이었던 박종철과 그의 친구들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80년대를 이해하는 고갱이인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권보호센터란 어정쩡한 명목으로 조사실은 보존되고 있지만 아직 기념관조차 없다. 그의 말대로 제2, 제3의 관련 책이 나오고, 다음 세대가 박종철과 1980년대를 기억한다면 미래로 나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박종철 열사의 벗 최인호씨의 표현처럼 고인은 “무슨 씰데 없는 짓이야.”라며 순박한 미소를 지을지도 모르겠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역사의 물줄기바꾼 죽음 어느해보다 마음 무겁다” 1987년 1월14일, 고려대에 재학 중이던 ‘학생’ 이인영은 서울 삼청동 자취방에서 박종철 열사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곧바로 학교로 달려갔다.‘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공안당국의 발표를 믿을 수 없었다. 박 열사를 살려내라는 온 국민의 절규가 전국을 뒤덮었다.2·7 국민추도대회와 3·3평화대행진을 거치면서 ‘학생’ 이인영은 동료들과 스크럼을 짜며 온몸으로 저항했다. 그는 또 서울지역대학생대표자협의회(서대협) 의장을 맡으며 전국 학생운동을 주도하는 중심인물로 섰다. 그러나 5월27일 결성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국본)창립과정에서 구속돼,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 안에서 ‘6·10항쟁’을 지켜봐야 했다.‘학생’이인영은 거리마다 넘쳐났던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호송차 안에서 들으며,‘아름다운 청년’ 박종철이 바꿔놓은 역사의 물줄기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12일, 당시 ‘학생’ 이인영은 열린우리당 의원으로 ‘박종철 열사 20주기’를 맞았다. 이 의원은 어느 해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20주기를 맞고 있다고 고백했다.‘정치인 이인영’에게 ‘박종철 정신’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의원은 “박 열사의 죽음은 모든 사람들의 죽음이다. 보편적 가치가 왜곡될 때 국민의 폭발력이 어떠했는지 경험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어느새 ‘386’ 정치인들은 ‘무능’과 ‘오만’의 상징이 됐다. 이 의원은 “386의원들은 독재가 사라진 공간에서 시장의 왜곡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이자, 정의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답했다.386정치인들이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일부 보수언론과 기득권 세력들이 정치적으로 왜곡하려는 시선도 많다는 것이다. 무능은 차치하고라도 이념이라도 지키고 있냐며 다소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의원은 “이라크 파병과 한·미 FTA, 국가보안법 철폐투쟁 때 맨 앞자리를 지켰던 사람들도 386정치인이었고 다들 추가성장을 말할 때 복지도 선순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도 우리였다.”고 항변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Health] 마음의 병

    [Health] 마음의 병

    글 김철환 인제대학원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우리 ‘마음’은 참으로 신비하다. 고요하다가도 이유 없이 요동치고, 일상의 항로를 잘 따라가다가도 때로는 인생을 걸만한 이유도 아닌데 항로를 이탈하여 헤맨다. 마음에 들면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요란을 떨다가도, 약간만 틀어지면 천 길 나락으로 떨어진다. 사랑한다면 폭풍우처럼, 쏟아지는 햇살처럼 사랑을 쏟아 부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잔잔한 호수에 비친 달처럼 사과나무를 기르는 농부처럼 그리움에 젖어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중략- 그러나 진정 사랑한다면 좋고 나쁨 슬픔과 기쁨을 뛰어넘어 그대 모습 그대로를 가슴에 안고 홀로 황혼이 물든 언덕길을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 위의 시처럼 우리의 마음이 유연하고 깊고 어떤 경우라도 본래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한다면 일시적인 선호나 기분에 좌우되지 않고 끝까지 믿어주고 지켜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심지가 굳지 못한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동치는 마음이 몸에 병을 일으키는데 이것을 정신신체질환(psychosomatic disease)이라고 한다. 마음이 원인이 되어 병이 생기기도 하고 낫기도 하고 악화되기도 하는 것이다. 우울증, 불안증은 마음의 병이요. 두통, 소화장애, 신경성 식욕부진, 비만, 두드러기, 고혈압, 당뇨병, 천식, 소화기궤양, 궤양성 대장염 등은 마음이 몸에 병을 만든 정신신체질환이다. 왜 그럴까? 왜 마음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키며 몸에 병까지 만들까? 그 이유는 마음은 몸과 연결되어 끊임없이 몸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는데 해결이 안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스테로이드 호르몬, 에피네프린, 노어에피네프린 등의 분비가 과도하게 되면서 이 호르몬의 부정적인 작용이 커지게 된다. 그 부정적인 작용이 혈압 상승, 위점막 출혈, 면역 저하이고 결과적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소화성 궤양이 발생한다. 이유 없는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불안 중에는 사람들 앞에만 서면 불안한 경우도 있고, 길 가다가, 혹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꼭 죽을 것 같은 공황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있다. 심한 충격을 받은 후 때로 밀려오는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있고, 자식, 사업, 집단 단속 등 계속해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 못 사는 강박장애도 불안의 한 형태이다. 이런 불안은 정신과 의사의 도움없이 헤어나기 쉽지 않은데 우리 사회가 불안해질수록 환자도 많아지는 것이 안타깝다. 북핵 문제로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 편하지 못하고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여러 마음의 병과 정신신체질환이 더욱 늘어난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 변화가 심하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한국사회에 사는 한국인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데 더 심해지고 있어서 걱정이다. 문제의 본질과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대책을 세울 수 없는 민초들이다. 우리가 나라 걱정, 미래의 걱정을 안 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걱정하는 것의 90% 이상은 실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가 걱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도 변화되지도 않는다. 북핵 문제나 정치 문제는 우리가 관심을 갖고 토론하고 걱정할수록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만 무거워지고 힘이 빠지는 문제이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를 외면하자는 것은 아니고 주어진 의사 표현의 기회 때 하면 되고 또 혹시 어려운 때, 나를 필요로 할 때가 될 때 내 의무를 다하면 된다. 그러니 평소에는 가족과 친척과 친구들과 이런 문제로 힘을 빼지 말고 나와 가족이 기쁠 수 있는 문제를 얘기하고 실제 그런 기회를 많이 갖기를 바란다. 즉, 서로 관심을 나누고, 같이 문화를, 자연을 즐기고, 운동하고, 사랑하고. 같이 삶의 아름다움을 나누는 가운데 불안도 떨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아무쪼록 위기는 기회이니 하루 빨리 한민족의 평화공동체가 실현되어 우리 모두가 몸과 마음이 편하게 되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노대통령 발언은 언론폭행” 편집인협회 비난 성명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비판 발언을 비난하는 내용의 성명을 5일 발표했다. 편협은 성명에서 “노 대통령이 4일 고위공무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언론에 대해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표현을 쏟아낸 것은 언론 탄압을 넘는 언론에 대한 폭행”이라고 주장했다. 편협은 또 “노 대통령에게 이같은 발언이 과연 언론의 자유를 준수해야 할 대통령으로서 합당한 발언인가 되묻고 싶다.”면서 “언론에 대한 대통령의 표현은 사실에 맞지도 않거니와 언론자유를 보장한 헌법 정신을 침해하는 위헌적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대통령이 특히 공익을 위해 언론에 협조해야 할 공무원들에게 갈등적 언론관을 부추기는 것은 정부와 언론의 건강한 관계에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노 대통령은 피해의식과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건강한 언론관을 세우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학원으로 아이들 끌고 다니는 남편

    Q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아이들 교육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공부시켜야 한다는 남편과 결혼 후 줄곧 자녀 뒷바라지에만 매달려 살았어요. 남편은 학교는 물론 학원도 직접 데려다 줄 정도로 자녀 교육에 열성적입니다. 한달 수입을 거의 다 교육비로 쏟아 부을 정도로 학원을 보내는데 최근에는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다.”면서 자주 짜증을 냅니다. 아빠 눈치 보며 이 학원, 저 학원 끌려 다니는 아이들이 불쌍하단 생각에 저도 남편과 의견 충돌로 싸우는 날이 많아졌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고영순(가명·43세) A부모라면 누구나 다 자녀를 잘 키워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훌륭한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부모가 원하는 대로 또는 자녀가 하자는 대로 하기보다는 자녀에게 필요한 것을 적절하게 도와 주어야 합니다. 자녀가 지나치게 부모에게 의존하거나 벗어나려고 갈등을 느낄 때 부모는 격려와 보호를 해 주면서 최적의 거리를 유지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녀의 필요에 따라 도와 주는 게 아니라 부모의 기준을 가지고 자식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위험합니다. 그럴 경우 자녀는 자기 주도성과 자율성이 없어지고 부모는 완벽하기를 강요합니다. 현실적으로 학원 과외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마구잡이로 다른 아이들이 하니까 우리 아이도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은 버려야 합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이 필요한 공부인지 우선 순위를 잘 조정하셔야 합니다. 아이들의 장점을 키우면 최고가 될 수 있지만 단점을 줄이면 보통사람밖에 안된다는 말처럼 부모의 기준으로 단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아이 기준으로 잘할 수 있는 것을 도와 주세요. 대개 ‘훌륭한 부모는 곧 완벽한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녀에 관한 한 무엇이든 부모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지요. 이러한 강박관념은 자녀에게 높은 기준이나 목표를 설정해 놓고 완벽하게 행동할 것과 부모가 생각한 착한 아이라는 틀에 맞춰 자라기를 요구합니다. 부모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에게 이루게 하려고 하며, 자신이 경험한 시행착오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으려고 잔소리를 하면서 행동을 일일이 통제하고 간섭합니다. 부모가 의도하는 대로 어려서부터 아이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교육을 시키게 되지요. 학습에 있어서 주도적이고 자율적이지 못하니 유연성·창의력 등이 떨어지고 성장한 후에도 주어진 일 이외의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해지기 쉽습니다. 또한 부모에게 야단 맞을까봐 눈치 보는 자녀는 자신감이 없어져 순종하는게 더 마음 편하다는 생각에 빠져 있을 수도 있고 겉으로는 말 잘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에는 억압된 감정이 분노와 증오로 쌓여 공격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루 빨리 이러한 자녀교육 태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자녀의 개성과 능력을 무시하고 여러가지 교육을 과다하게 시키게 되면 오히려 아이의 재능을 잃게 하는 경우가 많으니 일단 아이가 원하지 않는 학원은 모두 중단하세요. 또 자녀교육 문제로 부부 싸움을 하면 아이들은 부모가 싸우는 것을 보고 자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 스스로 괴로워하고 죄책감이 듭니다. 부모의 싸움을 말리지 못한 자신에 대해서도 무력감이 들지요. 부모가 싸움을 하면 자녀는 험악한 분위기 때문에도 힘들지만 죄책감과 무력감으로 더 힘겨워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경험이 많아지면 실제로 자녀는 부모와 가면적 관계를 맺기 때문에 다니기 싫은 학원을 가야 하는 경우에도 거부하거나 강하게 자기 주장을 하지 못합니다. 부모가 요구하면 자녀는 눈치보는 길밖에 없지요. 그것이 지나친 요구라 할지라도, 자녀는 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남편과 함께 부모 역할에서 벗어나 부부로서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고 부모가 먼저 마음을 가다듬으세요. 자녀의 양육이나 교육 과정에서 부모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자주 충돌할 경우 아이는 산만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져 학습효과가 낮아집니다. 사회적 통념이나 부모가 욕심내는 것을 자녀에게 바라지 말고 자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아이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주면서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 해낼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 자체가 자녀에게 가장 큰 선물이며 훌륭한 자녀교육입니다. <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
  • [길섶에서] 아버지… /황성기 논설위원

    군대에서 생긴 허리 병이 끝내는 도졌다. 제대로 걷기가 힘들고, 약 기운이 떨어지는 새벽녘 자리에서 일어나면 온 몸을 달리는 통증에 출근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병원은 수술을 권했다. 이제는 간단한 수술이 됐다지만 두려움이 앞선다. 아버지가 세상을 뜬 것은 마흔여덟 때다. 간질환이었다. 갑작스러운 타계에 당황한 중3 시절이었다. 중3이면 지금의 내 아들과 같은 시기. 아들에게 종종 “할아버지는 아빠가 네 나이때 돌아가셨단다.”라고 말하곤 한다. 부질 없는 얘기라 말해놓곤 후회도 하지만 중3은 일종의 강박처럼 눌어붙은 시간이다. 방황하던 청소년기, 대학 입학, 취업, 결혼, 아이를 본 그 희로애락을 아버지와 나누지 못한 회한이 남아 있다. 아버지가 건너지 못한 마흔여덟도 넘어서야 할 마의 벽이다. 때때로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에 눈물짓곤 한다. 힘들거나 약해질 때 그리고 하소연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아버지가 떠오른다. 중3에서 아버지 기억은 멈췄지만 몸이 아픈 지금 병환에 시달렸을 아버지가 새삼 생각난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정치·사극 명해설 성우 김종성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정치·사극 명해설 성우 김종성

    카타르시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나온다. 억압된 영혼이 자유로워져 순간적인 쾌감을 준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이른바 ‘천(天)의 목소리’라고 한다. 정확한 발음과 깔끔하고 박력있는 목소리로 오감을 자극해 카타르시스를 팍팍 선사한다. 또한 ‘제1공화국’에서 ‘제3공화국’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세월을 생생하게 전달, 정치극을 한 차원 높이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도 ‘격동 50년’(MBC라디오)을 18년째 진행해오면서 청취자들의 귀를 역사의 현장으로 쏘옥 빠뜨린다. ●‘천의 목소리´로 안방극장에 생생한 해설 전달 어디 이뿐이랴. 얼마전 끝난 인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비롯, 요즘 주말에 상영되는 ‘연개소문’(SBS-TV) 등의 대하사극과 오락 프로그램 ‘스펀지’(KBS-2TV)에서 감칠맛나는 해설로 우리의 오감을 흥미진진하게 건드린다. 특히 딱딱할 것 같은 웬만한 다큐멘터리와 교양 프로그램에서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끌어당긴다. 성우 김종성(63)씨. 주말 저녁이면 목소리로 늘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아저씨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얼굴 없는 배우’ 가운데 소위 ‘가장 잘 나가는’ 성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964년에 데뷔, 올해로 42년째이자 나이 60대 중반을 바라보는 원로이지만 여전히 열정적인 활약으로 ‘성우계의 살아 있는 역사’로 통한다. 지난 16일 오후, 가을의 끝자락을 아쉬워하듯 쓸쓸하게 낙엽이 흩날리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김씨를 만났다. 처음에는 “해줄 말도 없는데다 얼굴 없는 배우가 얼굴을 내밀어선 무엇하느냐.”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김씨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주 동안(童顔)이었다. 소설가 조정래씨와 시인 박제천씨가 동국대 국문과 동기이고 탤런트 김무생씨와는 동갑이라는 점에서도 얼른 비교가 된다. 젊어진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욕심도 없고 술, 담배도 안 한다.”며 빙그레 웃을 뿐이다. 나이보다 젊어 황당했던 일도 당연히 있을 터. 주차장에서 50대 경비 아저씨한테 “젊은 사람이 왜 그래?”하는 식의 야단을 자주 듣는가 하면 한 살 아래인 부인과 동행할 때 누나 동생 사이로 오해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너무 젊게 보여 수염을 길렀더니 오히려 ‘젊음의 끼’로 여겨 낭패(?)를 당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어려서는 노숙했고 나이들어서는 젊게 보인다고 하니 얼마나 복받은 삶일까 부러워진다. 김씨의 본명은 김기호, 아명(兒名)이 ‘종성’이다. 성우로 데뷔할 때 ‘금(金)종소리’라는 뜻에서 ‘鍾聲’으로 쓴 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김종성(金鍾聲)으로 쓰고 있다.‘두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로 유명한 라디오 스타 김기덕씨가 친동생이다. “원래 성우가 된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먹고 살기 위해 대학 다닐 때 방송대본을 쓰게 되면서 엉뚱하게 성우의 세계로 빠진 셈이지요.” ●동아방송 사태로 실직 아픔… 복덕방 운영도 가난한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가문에 대한 강박관념과 살림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래서 대학 3학년때 입주 아르바이트 등 여러가지를 했지만 신통치 않아 방송국을 노크했다. 당시 MBC 라디오 제작2부장이었던 김범석씨를 만나 방송대본을 건네자 “성우가 낫지 않겠느냐.”며 성우학원 등록을 권유받았다. 이때가 1963년 6월. 그래서 서울 종로5가에 있는 한국예술학원에 두달 동안 다녔다. 그해 10월 동아방송 성우시험에 응시했으나 낙방, 적잖은 고민을 했고, 결국 이듬해 4월 TBC가 개국하면서 성우시험 공채 1기에 합격했다. 이와 관련, 김범석씨는 “당시 한국예술원에서 성우강의를 했는데 김종성씨는 성우에 자질을 크게 보였다.”면서 “지금도 방송해설 분야에서 나름대로 독특한 장르를 개척했고 또한 그 분야를 순수하게 잘 이끌어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성우의 길은 생각만큼 순탄치 않았다. 초창기 TBC 시절, 구조조정 등으로 노사분규가 발생했고 함께 입사한 동료 15명 중 7명이 퇴사하는 아픔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부인을 만난다. 부인은 당진 출신으로 TBC에서 2년,MBC에서 3년 성우생활을 하다가 1970년 결혼하면서 성우활동을 그만두었다. “동아방송 사태가 나자 실직했지요.1976년부터 1979년까지 서울 잠실에서 3년동안 가나안 복덕방을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돈 되는 걸 도무지 맞추질 못하는 거예요. 오죽했으면 주위에서 ‘반대로만 하면 된다.’고 할 정도였지요.” 이때 MBC에서 ‘그림자’ 방송을 담당하는 PD한테 연락을 받고 다시 복귀했다. 아울러 1980년 서울의 봄을 맞아 동아방송에서 ‘정계야화’라는 정치드라마를 맡으면서 사실상 본격적인 성우생활이 시작된다. 하지만 신군부에 의해 방송국이 통합되면서 또 한번의 시련을 겪으면서 KBS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현재 극단 산울림대표의 임영웅씨가 만든 ‘인물 한국사’의 해설을 맡으면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그가 지금의 최장수 라디오 프로그램 ‘격동 50년’을 하게 된 것은 지난 1988년 4월1일에 시작된 ‘격동 30년’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해 김씨는 “배우 사정이나 시국 분위기 등으로 처음에는 두달만 하자고 한 것이 벌써 18년이나 됐다.”면서 ‘전설따라 삼천리’보다 더 오래 장수한 유일한 라디오 드라마가 됐다고 의미 부여를 했다. “소리나 언어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지요. 사전대로 하면 안 맞습니다. 대중들이 가장 아름답게 여기는 언어와 억양을 구사해야 친숙해집니다. 물론 잘못된 대중언어는 골라내지요. 그게 제가 40년 넘게 성우생활을 해온 고집이기도 합니다.” ●“말이란 형식미가 아니라 자연미여야” 가끔 후배들을 만나면 “성우는 언어학자가 아니다. 자유롭게 리얼하게 표현하면 된다.”고 당부한다. 또 작품의 성격을 잘 이해해야 올바른 배역과 해설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씨 자신도 드라마든 다큐프로이든 항상 대본부터 꼼꼼히 읽는 습관을 가졌다. 목소리가 원래 좋았느냐고 묻자 “어렸을 때 부모님이 ‘옥루몽’이며 ‘삼국지’를 읽는 모습을 자주 봤다.”면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누나들이 갖다 준 ‘무정’ 등의 소설책을 많이 읽었다고 대답했다. 또 성우생활을 하면서 AFKN방송의 해설을 눈여겨보면서 미래의 호흡과 템포를 익혔다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언젠가는’ 할 때 대부분 한꺼번에 읽지만 ‘우리는/언젠가는’식으로 호흡의 길이를 나름대로 정했다.“말이란 형식미가 아니라 자연미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술, 담배 안한 것도 맑은 소리를 제대로 서비스하기 위해 결단했던 것.”이라며 웃는다. “물러나는 것을 늘 생각합니다. 짧게는 2년 후 그만두려고 합니다. 후배들이 한 600여명이 있지만 영상매체의 발달로 성우라는 직업이 사양길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새로운 무대를 개척해야지요. 지금까지 방송의 배려로 살았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매년 몇백대1로 성우 지망생은 늘고 있거든요.” 김씨는 이에 대비해 몇년 전부터 ‘오디오북’을 준비해오고 있다. 이미 ‘백범일지’‘고전12마당’‘단편문학50권’ 등을 녹음했다. 앞으로는 후배들과 함께 특수효과를 넣은 오디오북 1000권 제작을 목표로 이에 전념할 계획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나 후배 성우들도 품위있게 은퇴를 하려면 이러한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김씨는 ‘불멸의 이순신’을 끝내면서 시청자들이 주는 상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카페를 만들어 김씨의 나이를 의식해서인지 “후계자는 없나요.” 등의 많은 애정과 안타까움을 표시한다.“글쎄요. 제가 하라는 대로 하면 후배들이 돈을 벌 수 없다며 기피한다.”며 멋쩍게 웃는다. k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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