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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내가 찍은… ’

    [새영화] ‘내가 찍은… ’

    쇼비즈니스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 저급한 존재는 누굴까.‘내가 찍은 최고의 슈퍼스타’(Delirious·10일 개봉)의 감독 톰 디칠로는 ‘파파라치’를 지목한다. 스타에게 욕 먹고 폭행까지 당해도 그들의 사생활에 렌즈를 갖다대고 기생하는 파파라치. 이들이 오늘날 문화에 대한 대중의 생각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는 감독의 판단이 바로 ‘내가 찍은’이 탄생한 계기다. 골디 혼이 밥 먹는 모습, 엘비스 코스텔로가 모자를 벗은 모습, 성기가 휜 록스타가 수술을 받고 나오는 모습 등. 파파라치 레스(스티브 부세미)는 이런 ‘세상을 뒤흔든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오늘도 분주하다. 길거리에서 먹고 자는 배우지망생 토비(마이클 피트)가 우연히 그 현장에 나타나게 되고 이후 토비는 레스의 조수로 주종관계나 다름없는 동거를 시작한다. 어느 날 레스와 함께 파티에 참석한 토비는 얼결에 최고의 10대 스타 카르마(알리슨 로먼)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내가 찍은’은 참혹한 실연의 순간에도 클레오파트라처럼 카메라 앞에 현현해야 하는 스타의 비애를 핥아낸다. 엔터테인먼트의 치졸한 단면도 발라낸다. 시상식장에서 몇 걸음 앞서는 데도 9000만 달러짜리 영화를 찍은 우리가, 앨범 천만장을 판 우리가, 먼저 앞서야 한다고 악다구니다. 그러나 영화의 쾌거는 ‘하이에나’로 알려진 파파라치의 동선을 레스란 인물을 통해 보여 주는 데 있다. 직업에 대한 레스의 강박적 자부심과 자기 혐오는 처절하면서도 유쾌한 템포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영화는 당신들이 손가락질하는 이들의 ‘업’은 결국 당신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냐고 묻는다. 파파라치라는 말에 치를 떨며 “나는 프로페셔널!”이라고 외치는 레스는 “파파라치가 없으면 쇼비즈니스는 다 망해. 우리 사진으로 잡지 사는 돈을 벌고 스타는 더 유명해지지.”라며 자신의 직업을 옹호한다. 감독의 말은 래스와 우리의 모습을 겹치게 한다.“레스의 깊은 절망과 뒤틀린 내면의 분투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 토비는 스타덤이라는 밝게 빛나는 열기 속으로 사라졌지만 레스는 진창에 남아 계속 싸우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제이워크’ 장수원 “젝스키스 이후 가장 열심히 활동

    ‘제이워크’ 장수원 “젝스키스 이후 가장 열심히 활동

    남성 듀오 제이워크의 멤버 장수원이 홀로서기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 놓았다. 제이워크는 3집 앨범 ‘My Love’ 발매를 앞두고 멤버 김재덕의 뜻하지 않은 현역병 입대를 맞이하게 됐다. 79년생인 김재덕은 “더 이상 늦춘다는 말을 듣기 싫어 군입대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하며 지난 4일 충남 논산에 위치한 육군 훈련소로 입대했다. 장수원은 최근 서울신문NTN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갑작스러웠다.”며 김재덕의 군입대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최근 (김)재덕 형이 훈련소에서 보내온 편지를 받았다. 그 속에는 군 입대에 대한 절절한 심정과 내가 솔로로 활동하게 된 것에 대한 걱정들이 담겨 있었다. 너무 고맙고 형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또 “본의 아니게 솔로 활동을 하게 됐는데 ‘함께 준비한 앨범이 잘 되지 않으면 어떡하나’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덧붙였다. 90년대 중반 H.O.T와 쌍벽을 이룬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 출신인 장수원은 이번 제이워크 활동에 대해 “가장 편하지만 가장 어려운 앨범”이라고 평가했다. 장수원은 “(젝스키스 시절엔) 앨범을 내는 것에 대한 감흥이 전혀 없었다. 한두 달만에 음반 하나를 만들고 나왔을 때 우리가 (가요프로에서) 1등할 것을 뻔히 알고 있기에 더욱 그랬다.”고 젝스키스 시절을 회상했다. 이어 “이제는 음반을 내고 활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젝스키스 이후로 가장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며 웃었다. 6인조 그룹 젝스키스에서 2인조 제이워크로,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해 온 장수원이 이제 홀로서기를 시도하려고 한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뛰어넘어 한 명의 아티스트로 자리매김 하고 싶다는 그의 노력을 기대해 보자. 서울신문NTN 김경민 기자 star@seoul.co.kr / 사진=조민우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문화플러스] 여성 조각가 양화선 개인전 25일부터

    여성 조각가 양화선(61)씨가 25일부터 새달 8일까지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바캉스, 여행풍경’이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연다.6년 만에 여는 개인전에서 작가는 브론즈 조각 25점을 선보인다.‘침묵’‘석양’‘고요’‘몽상’ 등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현대문명의 속도강박에 거리를 두며 느림의 철학을 웅변하는 작품들이다. 미술평론가 최태만씨는 “생존경쟁의 삭막한 수레바퀴에서 잠시 내려 여행을 떠날 것을 제안하는 전시”라고 평했다.(02)736-1020.
  • [여성 & 남성] 신상품 중독 신상녀·신상남

    [여성 & 남성] 신상품 중독 신상녀·신상남

    이달에도 어김없이 날아온 카드대금청구서. 실눈으로 조심스레 사용내역을 훑어 본다.“아, 지난달 빨간구두는 ‘지르지’ 말았어야 했는데….”매번 반복되는 후회다. 하지만 후회도 잠시,‘신상’(신상품)을 향한 욕심은 마음 한 구석에서 계속 솟구친다. 비단 TV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오는 서인영만이 ‘신상녀’가 아니다.‘신상’에 사로잡힌 우리 시대 남녀들의 얘기를 들어 보자. 의류업체에 근무하는 이모(34·여)씨는 ‘신광(新狂)’으로 불린다. 신상품에 광적으로 집착하기 때문이다. 가방, 화장품, 구두, 옷 등 애착을 보이는 물품도 다양하다. 더구나 명품이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화장품은 스킨, 로션부터 아이라인 그리고 파우더까지 세트로 구입한다. 매월 카드대금 결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점심은 회사 구내 식당을 이용한다. 친구들과의 모임에는 빠지지 않는다. 폼잡기 위해서다. 이씨는 며칠 전 외국 출장을 가는 동료에게 면세점에서 루이비통 가방과 명함첩을 사다줄 것을 부탁했다.“예전에 사놓은 가방이나 구두, 옷 등이 많아요. 하지만 신상품이 나오면 꼭 사야 해요. 사지 않으면 잠을 못 자거든요.” ●‘신상녀’, 신상은 자기만족, 꼭 사고야 만다. 일부 여성들은 ‘신상’(신상품)을 통해 자기만족을 얻는다고 한다. 회사원 강모(27·여)씨는 일본에 가는 친척에게 200만원대의 L사 핸드백을 구입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30% 낮은 가격에 백을 사들고 온 친척은 “위에 살짝 잡힌 주름만 빼면 옛 모델과 전혀 차이가 없다.”고 했다. 강씨는 일본 S사의 립스틱을 모으는 습관이 있다. 나오자마자 팔려 나가는 립스틱을 구하는 방법은 선금을 주고 제품이 나오기 전에 예약하는 것. 그렇다고 해서 그 립스틱을 보고 주위 사람들이 알아 보는 것은 아니다. “자기만족을 경험한 사람은 ‘신상’ 구입을 끊기 힘들죠. 어떤 사람은 부질없는 쇼핑이라고 말하지만 물건이 아닌 자신을 존중하는 경험을 얻는 일종의 의식이에요. 물론 다른 방식으로도 자기만족을 얻을 수 있죠. 하지만 그 방법은 각자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근무하는 이모(30·여)씨는 구두 수집광이다. 신발가게에 진열된 새로 나온 구두가 있으면 지나가다가도 그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씨는 얼마 전 패션잡지에서 평소 선호했던 브랜드의 신상품 구두를 보고 구매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가격대가 보통 브랜드의 두 배 이상이었다. 어느 날 이씨는 회사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가다가 구두가게의 진열장에 진열된 그 구두를 보고야 말았다. 이씨는 그 구두에 한눈이 팔려 한참을 뜯어 보았다. 결국 이씨는 그날 오후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상사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이 신상 좋아하는 버릇을 고쳐야 하는데…. 한 번 꽂히면 빠져 나오지 못해요.” 대학원생 이모(25·여)씨는 마라톤에 흠뻑 빠졌다. 달리고 달리다 보면 논문과 취직 등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느낌이다.3년째 마라톤을 계속하다 보니 제대로 달리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이 운동화란 생각에 이르렀다. 이씨가 유일하게 탐내는 물품은 마라톤화다. 지금까지 이씨가 사들인 마라톤화는 20켤레가 넘는다. 그는 마음에 드는 신상품이 나오면 ‘저 마라톤화를 신고 풀코스를 뛰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하지만 이씨는 신상품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사지는 않는다. 동호회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 뒤 신중하게 구매에 들어간다.“화장품과 패션용품을 사들이는 것과 마라톤화를 사는 것은 다를 게 없죠. 결국은 자기만족이 목표니까요.” ●신상 NO! 나만의 스타일 창조 그렇다고 모든 여성이 신상에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일부러라도 신상을 경계하는 이들도 있다. 회사원 신모(27·여)씨는 ‘신상’이라면 고개를 내젓는다. 옷이나 핸드백 등에 관심이 많은 건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지만, 신상이 나왔다며 우르르 달려드는 유행을 따라가기가 싫다. 신상을 들고, 남들 앞에서 예쁜 척하며 자기 과시욕을 맘껏 부리는 친구들을 보면 내 개성을 찾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때문에 신씨는 옷가게를 가서도 복고풍의 옷을 고르고, 그 옷들을 적절하게 잘 매치해 자기만의 멋을 창조해 낸다. 머리 스타일도 마찬가지. 최근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 나오는 배우 최강희가 하고 있는 ‘베이비펌’ 스타일은 신씨가 이미 지난해부터 하고 다닌 스타일이다. 언론에서 ‘최강희 스타일’이라며 유행을 강조하자, 문득 머리 모양을 바꾸고 싶어졌다.“신상이 세련되고, 예쁘긴 하지만 모두가 원하는 걸 따라하긴 싫어요. 특이하면서도 나만 가진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제품과 스타일이 좋죠.” ●‘신상남’, 신상 그 자체가 기쁨 남성들도 신상에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최모(33)씨는 ‘외제 승용차 광’이다. 신차가 출시되면 사족을 못 쓴다. 형편상 값비싼 차는 구입하지 못한다. 최씨는 신차가 출시되는 순간부터 자린고비로 돌변한다. 점심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저녁 모임은 사절하거나 참여하더라도 계산하기 전에 슬그머니 빠져 나온다. 최씨는 그렇게 2년 동안 악착 같이 돈을 모아 지난해 초 4000만원대의 외제차 ‘푸조’를 구매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최씨는 올해 초 ‘아우디’를 새로 구입했다. 이번에는 돈이 모자라 카드 할부로 샀다. 최씨는 요즘 카드빚을 갚느라 정신이 없지만 기분만큼은 최고다.“월급에서 카드 할부 값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당분간 쪼들리는 생활이 이어지겠죠.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과시하는 데서 느껴지는 우월감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회사원 김모(33)씨는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새로 나온 ‘신상’ 농구화만 보면 입이 바짝 타들어간다. 중학교 때부터 농구에 매료된 김씨에게 농구화는 단순한 신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농구를 할 때 옷은 아무렇게나 입어도 상관없지만, 농구화는 좋지 않은 걸 신으면 발바닥이 상하는 등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구 좀 한다는 친구들 사이에서 농구화는 농구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제압 도구였다. 때문에 마이클 조던이나 샤킬 오닐 등 스타들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농구화 시리즈 모으기는 예나 지금이나 김씨에게 중요한 취미다.“이태원이나 동대문 등 유명 스포츠물품 할인점에 들러 새로 나온 농구화를 살피는 게 쏠쏠한 재미가 있어요. 이젠 몸이 무거워져서 실제로 농구를 즐기진 못하지만, 수년 전부터 장식장에 시리즈별로 모아 놓고 마치 코트를 뛰는 것처럼 보고 즐기곤 한답니다.” 직장인 김모(33)씨는 최근 22번째 휴대전화를 장만했다.1998년 첫 휴대전화를 장만한 뒤 10년 동안 한 해 2대 이상의 전화기를 갈아치운 것이다. 이번 휴대전화의 기종은 액정이 직접 반응하는 이른바 ‘터치폰’이다. 학교다닐 때도 친구들 중 누군가가 자신보다 신형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면 참을 수 없었다. 졸업 후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휴대전화 ‘갈아타기’를 시작했다. 부모님과 주변 친구들은 “좋은 휴대전화가 밥먹여 주냐.”며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의 휴대전화에 대한 그의 사랑은 계속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형 컴퓨터라든가 TV 등 다른 전자제품에 대한 신형 강박증은 없다는 것이다.“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자제품이 휴대전화잖아요. 다른 건 몰라도 휴대전화만은 최신형을 가지고 다녀야 자신감이 생겨요.” ●신상, 그거 왜 사는데? 회사원 윤모(36)씨는 부인이 ‘신상’을 너무 좋아해 부부싸움을 하곤 한다. 그의 부인이 꽂힌(?) 신상은 대부분 청바지이다. 대학시절부터 싸고 질기다는 이유로 청바지를 즐겨 입었던 그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지난주 부인이 사온 D사의 청바지는 45만원이었다. 가장 유명한 L사 청바지도 20만원대다. 그는 “한 달에 한 벌씩 청바지를 사대는데 낭비라고 생각한다.”면서 “수입청바지 원가는 5만원도 안 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부인은 윤씨에게 “남자들이 낚시나 골프를 좋아하고 거기에 돈을 쏟아붓는 것처럼 일종의 취미”라고 반박한다.“몸에 붙는 청바지만 해도 5벌은 넘을 텐데 또 산다면서 외국직수입 사이트까지 섭렵하고 있어요. 입지도 않는 것도 있던데 전 솔직히 이해를 못 하겠어요.” 회사원 이모(29)씨는 일명 중고 명품 마니아다. 굳이 신상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왕이면 싼 가격에 명품을 구입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씨는 주로 인터넷 사이트를 발품팔고 찾아 다니며 A급 상태의 명품중고상품을 구입한다. 어차피 명품백이나 시계 등은 큰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 스타일이 스테디셀러인지라 신상과 중고의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이씨는 주장한다. 그는 오히려 신상보다 중고품이 갖는 매력이 더 크다고 한다. 신상을 들고 다니며 물건을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을 드러내는 것보다 오래전부터 나는 이 명품을 들고 다녔다는 것을 중고품을 통해 오히려 티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모(26)씨는 요즘 유행하는 ‘신상’이란 개념이 소비욕을 부추기는 것 같아 맘에 들지 않는다.TV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유행어 ‘신상’이 널리 퍼지게 된 후 유난히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신상이란 단어가 자주 언급되는 것은 물론, 신상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나 여유있어요.”라고 뻐기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김씨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는 직장동료의 덕이 컸다. 신상을 좋아하다 한 달 월급을 통째로 카드빚 갚느라 거덜낸 직장동료 때문에 김씨는 신상을 쫓는 사람들이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갖게 됐다.“빚까지 내면서 꼭 새로 나온 상품을 구입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그냥 자기 분수에 맞게 소비하고 살아야죠.” 김정은 황비웅 장형우기자 kimje@seoul.co.kr
  • 정신병원 강제 입원 ‘올드보이’ 풀려난다

    정신병원 강제 입원 ‘올드보이’ 풀려난다

    #1. 공사장 목수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내기장기를 구경하다 경찰에 연행된 김모(74)씨는 정신병원으로 끌려가 13년 동안 입원했다. 단 한번의 외출도 없이 하루에 8시간씩 병원 목공일을 하고 한 달에 고작 11만원을 받아온 김씨는 국가인권위 진정을 통해 병원을 나설 수 있었다. #2. 의처증으로 배우자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된 박모(54)씨는 6년 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지냈다. 라이터만 가지고 있어도 12시간 동안 묶어놓는 등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박씨는 탈출하려 3층에서 뛰어내리다 왼쪽 다리를 영영 쓰지 못하게 됐다. 부당하게 의료기관이나 보호소에 감금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인신보호법이 22일 시행에 들어갔다. 그동안 정신병원 강제입원이나 부랑아 보호시설 강제수용 등은 법원의 판단도 없이 인신을 구속하는 것이어서 인권의 사각지대로 지적됐다. 보호자만 동의하면 정신질환자가 아니라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는 것이 가능해 재산 다툼 등 개인의 이해관계에 악용되는 사례도 많았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인신보호법은 이처럼 위법한 행정처분이나 개인에 의한 감금 등으로 부당하게 수용시설에 구금된 피수용자의 구제청구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일반 법률로 구제절차를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피수용자 첫 법률구제… 우편접수도 가능 이에 따라 피수용자는 물론 가족, 법정대리인, 후견인, 동거인, 고용주 등이 피수용자나 수용시설의 주소지 관할 법원·지원을 방문해 구제를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우편 접수도 가능하다. 구제청구 심리는 형사단독 재판부가 전담하며, 청구 2주 안에 심문기일을 잡도록 되어 있다. 재판 전에라도 신체의 위해가 염려되면 수용을 임시로 해제할 수 있으며, 구제청구재판에 따라 수용이 해제된 경우 같은 사유로 다시 수용할 수 없도록 했다. ●전국 6만여명 중 자의에 의한 입원 9.4%뿐 형사정책연구원 황만성 연구원 등이 올 초 발간한 ‘행정처분 등에 의한 구금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정신요양시설 및 의료기관에 입원·입소한 인원은 지난해 6월 현재 6만 5356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자의에 의한 입원은 9.4%에 불과하다. 또 정신보건심사위원회의 계속입원치료 심사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1년부터 2005년까지 계속입원 비율은 95%를 웃돌았다. 국가인권위에 접수된 정신장애인 관련 진정사건은 ▲2005년 176건 ▲2006년 228건 ▲2007년 548건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2월까지 81건이 접수됐다. 침해 유형은 계속입원심사청구 누락, 언어·신체 폭력, 성희롱, 불합리한 강박 등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인신보호제도의 의의는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행정력이나 개인에 의한 인권침해에 대해 구제절차를 마련한 것”이라면서 “지속적인 홍보와 구제사례 축적을 통해 제도를 보완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한국인의 질병](40)수면장애

    [한국인의 질병](40)수면장애

    인간에게 ‘잠’은 매우 중요한 행위다. 대문호 셰익스피어조차 “인생의 향연에 있어 가장 보양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잠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닌, 몸과 정신의 피로를 동시에 푸는 능동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수면의학 전문가인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50) 교수는 “우리가 살기 위해 음식이나 물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잠은 자기보존을 위한 육체적 욕구”라면서 “수면에 문제가 생기면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질병에 시달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수면장애로 잠을 못자면 우리 몸에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쥐는 일주일 동안 잠을 재우지 않으면 죽는다. 사람은 24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거나, 일주일 동안 하루 4∼5시간씩만 자면 혈중 알코올 농도 0.1%인 상태와 동일한 증상이 나타난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는 운전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만취상태다. ●인슐린 저항성 높이고 교감신경 자극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은 해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도 근본적인 원인은 엔지니어의 수면부족 때문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적절한 수면의 양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개 성인의 경우 7시간30분이 필요하다. 청소년은 8시간,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때까지는 9시간의 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어린이 9시간 잠 재우기’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단순히 하루나 이틀 정도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성적으로 잠을 못이루는 증상은 병으로 간주한다. 수면부족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교감신경을 자극해 고혈압과 당뇨병을 일으킨다. “1950년대 세계인의 수면시간은 8시간30분이었지만 2000년에는 6시간30분으로 줄었습니다. 그만큼 수면장애 증상을 앓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2명 중 1명이 수면장애 증상을 갖고 있을 정도입니다. 잦은 야근과 회식, 아이들에게는 사설 학원이 가장 큰 악영향을 끼쳤죠.” ●체중·식사량 줄이고 꾸준히 운동해야 수면장애 증상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수면무호흡증’과 ‘수면무호흡증후군’이라고 홍 교수는 설명한다. 수면무호흡증은 한시간 동안 수면 호흡장애가 5번 이상 나타나는 병이며, 수면무호흡증후군은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낮에 졸림증상이 나타나는 병이다.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은 깊은 잠에 들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자도 피로를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또 잘 때 심하게 코를 골다가 갑자기 조용해지고 숨을 쉬지 않다가 조금 지나서 숨을 크게 몰아쉬는 증상이 나타난다. 수면무호흡증이 생기면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나타나기도 한다. 뇌졸중 환자의 50∼80%, 당뇨병 환자의 33%가 수면무호흡증을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낮에 졸림 증상이 심해 교통사고를 내기도 한다. ●수면제·안정제 오히려 증상 악화 시켜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려면 우선 체중부터 감량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체중을 10% 줄이면 수면무호흡증이 약 30% 감소한다. 매일 1시간 정도의 수영이나 조깅 등의 운동이 필요하며 저녁 식사량을 줄이고 금주,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수면제와 안정제는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수면 무호흡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옆으로 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잠 잘 때 속옷의 뒷면에 테니스 공을 두개 꿰매 착용하고 자면 등이 배겨서 옆으로 누워 자게 되죠. 이런 훈련을 약 3개월 동안 하면 자연스럽게 옆으로 자게 됩니다.” 이런 생활요법으로도 증상을 치료할 수 없으면 코로 공기를 넣어 인위적으로 기도를 확장시키는 ‘상기도 양압술’을 받아야 한다. 수면장애 증상 가운데는 과도하게 졸음이 오는 ‘기면증’도 있다. 이런 환자는 대부분 졸음 때문에 운전이나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또 크게 웃거나 감정이 심하게 변할 때 갑자기 힘이 빠지는 ‘탄력발작’이 환자의 70%에서 나타난다. 기면증 환자는 가능한한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뇌의 시상하부에만 작용하는 약이 개발돼 있어 부작용은 거의 없다. ‘불면증’은 스트레스에 취약하거나 신경이 예민한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불면증을 없애기 위해서는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부터 없애야 한다. 또 불을 켜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주변 환경을 어둡게 만들어야 한다. 수면을 촉진하는 치즈를 먹은 뒤 따뜻한 우유를 마시거나 작은 불빛 아래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것도 좋다. 하루에 40∼50분간 꾸준하게 운동을 하는 방법도 좋다. 불면증을 치료하려면 TV시청이나 야간 업무를 줄여야 한다. 일에 집중하면 스트레스가 생기고 잠이 오기는커녕 불면증이 반복될 위험이 높다. 또 수면촉진제는 의존성이 강하기 때문에 가급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잠잘 때 다리 저리거나 아파도 의심 “잠을 하루에 몰아 잔다고 해서 불면증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를 가지면 불면증을 없애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죠. 자기 전에 30∼40분간 온수욕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운동은 잠자리에 들기 5시간 전까지만 해야 잠이 잘 옵니다.” 수면장애 증상 중에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하지불안증후군’도 있다. 잠을 자는 동안에 다리가 저리거나 아프고 알 수 없는 불쾌감 때문에 고통받는 증상이다. 철분 보충제나 도파민 작용제를 사용하면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 in] ‘겟 스마트’

    [강유정의 영화 in] ‘겟 스마트’

    오랜만의 첩보영화다. 게다가 코미디이다. 냉전시대가 낳은 최고의 적자는 바로 첩보 영화였다. 제임스 본드로 대표되는 말쑥한 첩보원은 냉전시대가 마치 섹시한 시대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제임스 본드 이후 첩보 영화라면 단연 ‘본 시리즈’일 것이다. 섹시한 바람둥이가 아니라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뛰고, 또 뛰는 첩보원 제이슨 본은 첩보원의 환상을 날리고 실제와 접촉했다. 설마,‘겟 스마트’를 ‘본 시리즈’와 견주려고? 끄덕끄덕. 코미디 첩보영화 ‘겟 스마트’의 등장은 9·11 이후 미국이 제3세계에 대해 취해왔던 강박적 반응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실 ’겟 스마트’의 줄거리는 별반 새로울 바가 없다. 러시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를 추적하기 위해 미모의 요원 99와 현장임무 초짜인 86이 함께 간다.86은 이중 첩자로 오인 받지만 결정적 순간 오해를 풀고, 미국의 대통령과 시민을 구한다. 눈치챘다시피, 영화는 ‘트루 라이즈’를 비롯한 미국 첩보 영화의 흔적들과 이야기 구조를 여러 군데 차용했다.‘겟 스마트’의 주목할 점이라면 바로 ‘스티븐 카렐’이라는 코미디의 뉴 히어로다. ‘겟 스마트’는 ‘미스터 빈’의 로완 앳킨슨이 맡았던 ‘쟈니 잉글리쉬’의 엉뚱한 첩보원 계보를 잇고 있다. 둘 다 모두 고급스러운 양복을 빼입고 엉뚱한 짓을 저지르지만 로완 앳킨슨과 스티븐 카렐 사이에는 제임스 본드와 제이슨 본만큼의 차이가 있다. 일단 스티븐 카렐은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얼굴은 무표정한데 사실상 그가 관객에게 선사하는 웃음이 슬랩스틱 코미디의 전형이라는 사실이다. 요원 86은 마취총의 탄환을 삼키고, 신발에 붙은 껌을 떼려다 테러범으로 오인 받는가 하면, 수갑을 풀기 위해 쏜 미니 작살에 온몸을 관통 당한다. 영화의 매력이라면 바로 이 부조화에 있다.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을 짓지만 몸으로는 웃기는 백조식 코미디 전략 말이다. 앤 해서웨이와 다른 주인공들이 모두 정극처럼 진지한 연기를 펼치는 것 역시 간헐적 웃음을 증폭시킨다. 로완 앳킨슨이나 짐 캐리가 어떤 영화에서나 ‘튀는’개성적 연출로 각인되었다면 스티븐 카렐은 어떤 영화에서라도 어울릴 법한 무개성의 연기를 보여준다. 스티븐 카렐의 매력이라면 너무도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이라는 것일 테다. 이 소시민의 모습은 로완 앳킨슨이 보여주었던 악동 이미지와도 다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요원 99(앤 해서웨이)가 했던 응급탈출 요령을 응용하는 장면은 이 단정한 아저씨의 매력에 충분히 동의하게끔 해준다.9·11 이후 스파이 영화와 재난 영화에 드리워진 테러의 그늘을 웃음의 코드로 전환한 영화, 오랜만에 큰 웃음을 주는 코미디이다. 영화평론가
  • [오디세이 서울] (1) 세운상가

    [오디세이 서울] (1) 세운상가

    서울은 ‘관리된 자연’과 ‘방치된 인공’이 공존하는 곳이다. 낡은 것과 새것, 성스런 것과 속된 것이 뒤섞여 소통한다. 전근대와 탈근대, 버려진 것과 선택된 것, 공인된 것과 금지된 것이 병존하는 ‘콜라주’도시다. 왕도의 오랜 역사와 20세기의 돌진적 근대화가 만들어낸 시공간의 불협화음적 하모니가 ‘뉴타운’과 ‘도심재생’으로 상징되는 신개발주의의 토건 프로젝트에 휘말려 언제든지 파괴되고 균질화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이 도시를 기억하라.’라고 말하고 싶다. 그곳이 비록 볼품없이 쌓아올린 콘크리트 덩어리, 비루하고 지지한 도심의 후미진 뒷골목일지라도. 도시경관기록 보존운동을 펼치는 사단법인 ‘문화우리’와 함께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개발시대 서울의 거리와 건축물을 재조명한다. 1967년 서울이라는 슬럼의 바다 위에 모습을 드러낸 세운상가에는 발전과 도약을 갈망하던 동시대인의 소망이 41년이 지난 지금까지 끈적한 욕망의 자취를 남겨놓고 있다. 세운상가라는 이름의 ‘콘크리트 유적’은 서울 종묘 앞에서 청계천로, 을지로를 거쳐 퇴계로로 이어지는 1㎞의 남북축을 따라 네 덩어리의 상자형 건물로 도열해 있다. 쇠진과 몰락의 기운만이 느껴지는 남루한 건축물이지만 녹록잖은 건축사적 무게 덕분에 최근엔 건축학도와 문화운동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기실 ‘주상복합건축물의 효시’이자 ‘집합건축(mega) 프로젝트의 원조’라는 평가는 세운상가를 논할 때면 설계자 김수근의 이름과 함께 세트로 따라붙는 단골 구문이다. 대지 1만 6308㎡ 연면적 20만 5898㎡,2000개가 넘는 점포와 호텔객실 177개, 주거용 아파트 851채. 이같은 거대규모의 복합 건물군이 1인당 국민소득이 144달러에 불과하던 시절,‘종삼’이라 불린 최대의 유곽지대를 쓸어내고 들어섰다는 것은 왕조시대의 대역사(大役事)에 견줄 만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형태·구조에서 발견되는 파격성 또한 오늘날의 하이테크 건축물에 뒤지지 않는다. 김수근은 이곳에 인공대지, 공중가로, 옥상정원 같은 1950∼60년대 서구건축의 첨단 어휘들을 과감히 도입했다. 이런 까닭에 아직도 이곳엔 건축물이 ‘삶을 위한 기계’라는 기능적 역할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공동체의 복원’이라는 유토피아적 기획에도 봉사해야 한다는, 전후(戰後) 모더니즘 건축의 이상주의가 곳곳에 새겨져 있다. 여의도개발계획이 도시적 차원에서 모더니즘의 이상을 축조하려는 것이었다면, 세운상가는 건축적 맥락에서 그 미망(未忘)을 구현하려는 전위적 공간 프로젝트였다. 지역명이나 건설업체 이름과도 무관한 ‘세운’이란 명칭을 갖는 과정 역시 주목할 만하다. 원로 도시학자 손정목에 따르면 연원은 1966년 9월8일 세운상가 A지구 기공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행사장을 찾은 서울시장 김현옥이 붓으로 세운상가라는 휘호를 써 증정했던 것인데,‘세계(世)의 기운(運)이 모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비루한 주변부적 현실로부터 탈출을 욕망하던 당대의 ‘집단 무의식’이 군인 출신 행정가의 직설화법을 통해 민자 건축물의 이름에까지 투영된 것이다. 신경증적인 성장강박의 시대가 무르익고 있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17일 TV 하이라이트]

    ●난 네게 반했어(KBS2 오전 9시) 국장은 효진을 찾아와 새로운 거래를 제안하면서도, 민서와 지나치게 가까이 지내지 말라는 경고성 발언을 날린다. 덕배와 점순은 장고 끝에, 겹사돈 문제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우진을 사윗감으로 받아들이기로 합의한다. 한편으로 지훈과 우정이 식을 올릴 때까지 기조에겐 비밀로 해달라고 우진에게 당부한다.   ●흔들리지마(MBC 오전 7시50분) 수현은 한 회장을 먼저 만나, 강필이 자신을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는 강박감에 쫓기는 데다 한 회장도 자기 뒤를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귀띔한다. 그 말을 들은 한 회장이 흥분하자 수현은 자기가 다 알아서 처리할 것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말한다. 수현은 한 회장을 찾아온 강필을 만나 설득하려고 하는데….   ●YTN 스페셜(YTN 오전 10시40분)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져 유럽 전역으로 퍼진 신조어,‘아이엠 가초드’. 교통단속에 걸렸다는 뜻인 이 말은 다름아닌 ‘가초미터’라는 한 자동차 단속기 회사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이 회사는 뛰어난 기술력과 철저한 품질관리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자동차 단속기 시장을 석권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5분) 갱년기는 여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의욕과 자신감 상실, 무기력증, 성기능 장애 등의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면 한번쯤 의심해봐야 할 남성 갱년기. 실제 우리나라 40대 이상 남성의 64%가 이런 경험을 하고 있다. 남성 갱년기에 대해 알아보고, 적절한 치료법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식객(SBS 오후 9시55분) 생선의 경매 상황을 살피던 오숙수는 마음에 드는 생선이 없자 박 선장에게 직접 낚싯대를 잡으라고 명령한다. 일본 대사관 행사를 봉주에게 맡긴 오숙수는 성찬을 조리사로 승격시킨다. 한편 성찬이 좋아하는 모습을 못마땅해 하던 민우는 행사장에서 성찬이 실수로 칼집을 떨어뜨리자 그걸 수풀 속으로 차버린다.   ●세계테마기행(EBS 오후 8시50분) 알렉산더 대왕의 후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럽인의 외모를 닮은 칼라쉬족들이 살고 있다. 모계중심 사회인 칼라쉬족은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내에서도 유일하게 자신들만의 전통 문화와 종교를 고수하고 있는 종족이다.5월은 칼라쉬족의 축제 기간으로, 그들의 고유문화를 한눈에 엿볼 수 있다.
  • [진실TALK] 신동, ‘부쩍 자란’ 그를 만나다 ①

    [진실TALK] 신동, ‘부쩍 자란’ 그를 만나다 ①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이하 슈주)의 멤버 신동. 첫 데뷔 당시 그의 존재는 소위 말해 ‘이질감’이었다. ‘꽃 미남’과는 거리가 먼 외모와 크지도 않은 키와 살집이 있는 몸매의 그는 다소 동떨어진 존재 그 자체였다. 2005년 데뷔 당시 한 버라이어티 쇼에서 “저는 때려도 괜찮아요. 멤버들 중 가장 팬이 없거든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데뷔 3년차 신동은 슈주 활동 외에도 MBC ‘뽀뽀뽀 아이조아’, 케이블 채널 M.net ‘DJ 풋사과 사운드’, MBC FM ‘신동 김신영의 심심타파’ 등 MC는 물론 지난 4월 종영된 KBS 2TV 드라마 ‘싱글파파는 열애 중’에도 출연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진실 톡’ 첫 회에서는 슈주의 멤버 신동이 아닌 인간 신동희를 만나 보았다. 최근 슈주 활동이 뜸한데 어떻게 지냈죠? 밤에는 라디오 DJ를 하고 낮에는 잠만 자고 있어요. 많이 잘 때는 하루 12시간도 잤으니…많이 자면 좋아질 줄 알았던 피부가 안 좋아졌어요. (웃음) 아! 얼마 전에 멤버들과 릴레이 마라톤을 했는데 그때까진 살이 빠졌는데 지금은 또 찌고 있죠. 친구들과 밤에 치킨 먹고 아침에 삼겹살 먹고 그래요. 하하. 슈주를 떠나 이렇게 만난 건 처음인데. 그렇네요. 사실 개인 활동할 때는 편한 게 미용실 부분이에요. 13명이 할 때는 멤버 전체가 2시간이 걸렸어요. 저는 빨리 끝나는 편이라 30분 만에 메이크업과 헤어를 끝내고 줄창 기다렸거든요. 단점이라면 참 외로워요 혼자 다해야 하는 것이 힘들죠. ‘뽀뽀뽀’를 오랜 기간 진행하고 있는데 어때요? (뽀뽀뽀를 맡을 당시)처음엔 무척 부담됐어요. 내가 어려서 보고 자라던 건데 “잘 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해를 주지는 않을까?”는 생각이 들었죠. 벌써 1년 2개월을 하고 있는데 점점 애정이 생겨요. 편해지고. 라디오 DJ도 하던데? 좋아요. 개인적인 이야긴데, 우리 어머니 꿈이 제가 라디오 DJ를 하는 거였어요. 어머니가 평소 청소하실 때나 밥하실 때 라디오를 틀고 하시거든요. 제가 라디오를 하는 시간이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진데 하루도 안 빼놓고 들으세요. 또 다른 좋은 점은 많은 분들의 사연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에요. 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소통한다는 것 그게 매력 아닐까요? 어떻게 춤과 노래를 하게 됐어요? 초등학교 때 친구들을 사귀려고 시작했어요. 전학을 갔는데 당시 H.O.T가 유행했거든요. 그래서 저도 같이 동아리를 하려고 했고 나름 오디션도 봤죠. 중학교 때는 제 방에 전신 거울이 있었는데 거울을 볼 때마다 웨이브를 연습했어요. 그러다 절 가르쳐 준 친구들보다 더 잘하게 됐죠. 나름 자신도 있었어요. 경기도에서 댄스 경연 대회 우승도 하고 그랬거든요. 하지만 고등학교 때 전국 대회에 가서 예선 탈락했죠. 그래도 포기한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춤을 정복해보자’는 생각에 발레, 댄스 스포츠를 배우다 지금의 기획사에 들어가게 됐죠. 참 많은 가수가 데뷔하고 경쟁이 심한데, 어떻게 생각해요? 무섭죠. 모든 무대, 방송이 긴장 되요. 많은 분들이 제 외모만 보고 “넌 버라이어티 잘 할거다”고 하시는데 제가 의외로 소심하고 낯을 가려요. 실제로 데뷔 초에 버라이어티를 나가면 “한마디라도 더 해야지”, “더 주목 받아야지”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렸어요. 지금도 모든 무대가 무서워요. 라디오도 경쟁이고 제가 진행을 못해서 “청취율이 떨어지면 어떡하나.” 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어요. 극복해 나가야죠. 데뷔 3년째인데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시기가 있다면? 데뷔 음반 나오기 전이죠. 많은 가수들이 겪는 것이지만 데뷔 날짜가 취소되는 일이 많았어요. 친구들에게 “나 음반 나온다”고 자랑 많이 했거든요. 그럴 때 마다 욕 좀 먹었어요. 하하. 2편에 계속 서울신문NTN 김경민 기자 star@seoul.co.kr / 사진=조민우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경찰간부들, 촛불을 폭도로 봤다”

    “경찰간부들, 촛불을 폭도로 봤다”

    “현재 고위 간부들 중에는 과거 대학생들 데모할 때 진압 잘해서 승진한 이들이 많다. 진압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로, 시위대를 시민이 아닌 ‘폭도’와 ‘적’으로 봤다. 촛불행진에 나선 시민들에게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 논란이 일고 있는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 전·의경들은 과거 시위대를 소탕해야 할 ‘적’으로 봤던 경찰간부들의 인식을 문제삼았다. 그들의 구시대적 시각이 전·의경들을 강경진압으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신문은 지난 7∼8일 촛불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을 강제진압했던 전·의경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촛불집회를 심정적으로 지지했다.A기동대 최모 상경은 “쇠고기 협상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제복만 입지 않았다면 촛불대열에 동참했을 것”이라고 했고,B경찰서 방범순찰대 박모 상경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위험한 정책에 대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이어서 공감한다.”고 했다. ●“과잉진압 배후는 간부들” 전·의경들은 강경진압은 자기들의 의지와는 무관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에서 서울로 동원된 C경찰서 방범순찰대 조모 일경은 “우리는 현장 상황을 모른다. 위에서 지시하니까 진압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D기동대 문모 일경은 “저지선이 뚫리면 부대 복귀 후 ‘깨지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막는다.”고 했다. 이들은 군홧발로 여대생의 머리를 짓밟은 전경에 대한 사법처리는 부당하다며 강경진압을 지시한 윗사람들을 경질해야 한다고 성토했다.B경찰서 박모 상경은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전경은 명령을 수행하는 신분이기 때문에 전경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군홧발 진압 전경에 책임전가는 부당” 하지만 촛불행진은 불법이며, 경찰의 대응이 옳았다는 이들도 있었다.D기동대 김모 상경은 “도로를 불법점거하거나 경찰버스 위에 오르는 등 ‘촛불’의 순수한 의미가 변질됐다. 법을 벗어난 행동을 한 사람은 ‘범법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연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E경찰서 방범순찰대 임모 일경은 “물대포는 결코 위험하지 않다. 과격 시위대에 의해 저지선이 밀리면 물대포라도 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불법엔 강제해산·연행 마땅” 주장도 인간적인 고뇌와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C경찰서 조모 일경은 “현재 전·의경 인력이 충분치 않아 교대 근무를 못 한다. 연일 수면부족에 시달린다. 진압명령과 육체적 피로에 따른 강박관념과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호소했다.A기동대 최모 상경은 “우리도 사람이다. 과격하게 나오는 시민들과 대치하면 무섭고 떨린다. 법질서 내에서 시위를 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전주·청주지법 “과잉진압·과격시위 배상” 판결 한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 과잉진압·과격시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최근 잇따라 집회 관련 불법 행위에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해 주목된다. 9일 대법원에 따르면 전주지법은 쌀 협상 국회비준 반대 농민대회에서 진압경찰이 휘두른 경찰봉 등에 맞아 숨진 홍덕표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6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지난 1월 판결했다. 홍씨가 진압경찰에게 맞았다는 ‘직접 증거’는 없었지만, 경찰이 방패를 공격용으로 쓴 사례가 자주 목격됐다는 점을 감안해 홍씨가 뒷목을 맞아 숨졌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청주지법은 지난해 7월 시위 도중 전경이 던진 돌에 맞아 실명한 시민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억 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은주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 in] 아임 낫 데어

    [강유정의 영화 in] 아임 낫 데어

    ‘밥 딜런’은 누구일까? 팝의 역사에 정통한 사람들에게는 신과 같은 이름이겠지만 사실상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에게 이 이름은 낯선 외국어에 불과하다. 재미있는 것은 신화가 기록이 아닌 기억에 의해 탄생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기억하고 회고하는 전기영화들이 지루한 간증 이상이기 어려운 까닭도 여기에 있다. 실존했던 인물을 재고한다는 것은 늘 몇 가지 난제를 제공한다. 하나가 실존 인물의 외모와 삶을 되도록이면 사실적으로 묘사해야 한다는 강박이며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몰랐던, 접혀진 부분을 드러내야 한다는 의무감이다. 그런 점에서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임 낫 데어(I´m not there)’는 전기 영화의 난제를 가뿐히 극복한다. 아니 전기 영화의 진부함을 전복하고 낯설지만 혁명적인 방식을 선사한다. 그는 전기 영화가 기록이 아닌 기억의 방식임을 전면에 내세운다. 누군가를 기억함으로써 기록되는 생애, 그는 전기 영화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질문하고 있다. 토드 헤인즈는 밥 딜런을 고스란히 복제하는 것을 애초에 포기하고, 자신이 이해한 밥 딜런을 그려 낸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접근이 오히려 사실적 묘사보다 밥 딜런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생각게 한다는 사실이다. 입체적 질감은 밥 딜런이라는 인물의 인격을 여섯 명의 전혀 다른 배우가 연기한다는 점에서서 극대화된다. 은둔자적 면모, 엉뚱한 일탈자의 면모, 가족 속에서의 밥 딜런, 어린 시절의 밥 딜런은 여섯 명의 다른 인물로 재조명된다. 그는 여성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흑인 소년이 되기도 한다. 토드 헤인즈의 이러한 접근은 한 사람의 인격이 내재적 자아의 충돌로 구성됨을 직감케 한다. 한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는 밥 딜런을 은둔자로 기억하지만 누군가는 틀에 묶일 수 없었던 남자로 기억한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면을 보이는 입체처럼 그는 다양해진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비단 밥 딜런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토드 헤인즈의 성공은 누구든 자신의 내면에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모습의 자아를 간직하고 있음을 이해한 데서 비롯된다. 실존 인물의 실제에 되도록 가깝게 가리라는 강박을 벗어 던지자,‘아임 낫 데어’는 그 어떤 기록보다 훌륭한 기억으로 자리잡는다. 제목인 ’아임 낫 데어’도 아마 이러한 원칙을 설명해 준다. 거기에 없을 때 가장 실감나는 존재, 없음으로 인해 그의 잔영이 완전해지는 아이러니. 우리는 이 영화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듯 싶다. 영화평론가
  • 두 문제 소녀의 실크로드 모험기

    두 문제 소녀의 실크로드 모험기

    ‘독서논술’ 어쩌고 하는 수식어의 강박이 없는 책을, 서슴없이 펼쳐들 수 있는 강심장 청소년이 얼마나 될까. 사심없이 독서할 여유가 많지 않은 청소년 독자들에겐 ‘재미’가 완벽하게 보장된, 때때론 청량제 같은 읽을거리가 절실하다. 빵빵하게 부푼 풍선에 올라탄 듯 마음 설레게 하는 제목 ‘하이킹 걸즈’(김혜정 지음, 비룡소 펴냄)라면 괜찮다. 청소년들이 읽는 글이니까 이래야 한다는 따위의 금기는 애초에 없다. 그들이 하고 싶은 말, 날생 그대로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 작정하고 그들 편이 돼본 소설이다. 주인공 은성, 보라는 흔히 말하는 ‘문제아’들이다. 가출을 밥먹듯 하다 결국 1년을 유급당한 고등학교 1학년생. 욱 하면 주먹부터 나가니 누가 ‘단순무식 날라리 여고생’이라 비웃어도 할 말이 없다. 보라는 또 딴판이다. 새침한데다 소극적이어서 친구들에게 늘 왕따를 당했고, 그 스트레스를 남의 물건 훔치기로 풀다가 그만 들키고 만다. 이야기 소재나 표현에 사실감을 최대한 불어 넣었다는 게 맨먼저 눈에 들어오는 책의 장점이다. 속도감 넘치는 상황전개도 10대 독자들에겐 아주 매력있다. 천만다행히도 은성과 보라는 소년원에 들어가는 위기를 모면한다. 때마침 청소년보호센터와 검찰이 청소년 재활프로그램으로 마련한 실크로드 도보여행에 참여할 기회를 얻은 덕분이다. 실크로드 도보여행 길에 이미 들어선 둘의 이야기로 책은 운을 뗀다.“짜증나 정말. 도대체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는 거예요?” 무슨 불만이 그리 많은지, 투덜투덜 가시돋친 말들을 쏟아내는 은성 덕분에 찜통 사막여행길은 조용할 새가 없다. 30대인 미주 언니의 인솔 아래 하루 8시간을 꼬박 걸으며 강행군하는 도보여행은 끔찍하게 고생스럽기만 할 뿐이다. 우루무치 공항에서 출발해 우루무치, 투루판, 하미, 둔황까지. 일절 탈것을 이용하지 않고 걷기만 해야 하는 여행길이니 오죽할까.1200㎞를 70일 동안 답사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두 문제아 소녀는 조금씩 세상과 화해한다. 영화로 치면 로드무비 같은 소설이다. 깡패를 만나 위기에도 빠지고,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해도 행복해 보이는 유목민들을 만나고, 조선족 가이드와 얘기하다 난생 처음 자신들의 꿈을 비춰보기도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로 우연히 만나 70일 동안 한배를 타는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소설의 질감을 한결 더 생생히 살려나간다. 비룡소가 한국 청소년문학 지원을 위해 제정한 ‘블루픽션상’ 제1회 수상작.9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모든 음악을 랩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모든 음악을 랩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삐딱이’ 김진표(31)가 둥글둥글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올가을이면 아기 아빠가 되기 때문일까. 지난달 29일 5년 만에 신보 ‘JP5’를 내고 마주앉은 그에게선 전에 없던 30대의 여유가 감지됐다. “어설픈 티를 내지 않으려다 보니 5년이나 걸렸어요. 이번엔 외부에서 일절 곡을 받지 않고 전곡의 작사와 작곡, 편곡까지 맡다 보니 더 신경이 쓰이더군요. 마치 발가벗고 대중앞에 선 느낌이에요.” 그의 말처럼 이번 앨범에는 판소리부터 러시아 집시풍 음악까지 음악적 고민이 오롯이 담겼다. 카메라 셔터소리로 리듬을 만드는 새로운 실험도 감행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에 랩을 얹어보고 싶었어요. 솔직히 요즘 같은 음반 불황에 랩으로 정규 앨범을 낸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죠. 장르가 다양해 ‘문어발식’ 앨범 같지만, 전체적으론 힙합보다 팝적인 부분을 강조했어요.”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랩으로 표현해온 사회비판적 메시지는 여전히 강한 힘을 발휘한다. 타이틀곡인 ‘그림자 놀이’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현대인들의 소외감을 노래했고,‘나의 주먹’에서는 아무리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는 사회적 패배자들을 은유했다. 인터넷 악성 댓글이 여론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폐해를 꼬집은 곡도 있다. “제가 대중을 선동하려는 게 아니고, 그냥 ‘이야기꾼’으로서의 역할이 좋아요. 그저 이 사회를 더불어 살아가면서 제가 느끼는 것들을 함께 고민하고 힘내자는 취지죠.” 지난 96년 이적과 함께 남성 듀오 ‘패닉’으로 데뷔해 이듬해 솔로로 데뷔한 김진표는 한국말로 랩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던 90년대 가요계를 뜨겁게 달군, 자타공인 ‘대한민국 래퍼 1세대’다. “그동안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이 많이 나왔지만, 경쟁심이나 조급함은 없어요. 골동품처럼 느껴진다고 해도 10집 넘게 꾸준히 음반을 내는 것이 목표예요.20대엔 랩은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지만,30대가 되니까 가사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만큼 유연해진 것 같아요.” 사실 그의 20대는 우여곡절의 그늘이 누구보다 짙었다. 이혼과 재혼을 겪었고, 심장수술로 생사의 기로에 섰던 적도 있었다.“‘그땐 어렸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닥쳐 공인으로서 말 못할 애환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낙천적이어서 무슨 일이든 거치고 나면 얻는 것이 있다는 생각으로 견뎌냈어요.” “마흔살에도 랩을 하고 있을 것 같다.”며 웃는 그에게 혹시 2세가 먼훗날 가수를 지망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지 슬쩍 물어봤다.“제가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의외로 보수적이고 소심한 구석이 있거든요. 굳이 아이가 원한다면 시키겠지만, 도움은 주지 않을 거예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토요영화] EBS 세계의명화 보스턴 교살자

    ●EBS 세계의명화 보스턴 교살자 (오후 11시25분) 1962년 6월 미국 보스턴. 한 아파트에서 50대 여인이 목이 졸려 숨진 채로 발견된다. 하지만 이는 끔찍한 연쇄살인의 전조였을 뿐이다. 이후 3년 남짓 동안 무려 13명의 여성들이 모두 같은 수법으로 살해된다. 1968년 작품 ‘보스턴 교살자’는 이같은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릴러극이다. 살인자 앨버트 드살보(토니 커티스)와 수사관 존 보텀리(헨리 폰다)의 이름이 실명으로 등장하고, 실제 사건에서처럼 피해자 가운데 흑인 여성이 한 명 포함됐으며, 초심리학에 의존한 수사기법을 그대로 재현한 설정 등이 영화의 사실감을 드높인다. 현실에서 그랬듯 영화에서도 디나탈리 형사(조지 케네디)를 비롯해 수사진이 검거에 나서지만 단서를 찾지 못한다. 유능한 보텀리가 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되지만, 여전히 수사는 미궁 속을 헤맨다. 그 사이 애꿎은 젊은 목숨들만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리처드 플레이셔(1916∼2006) 감독은 연쇄살인범의 실화를 세미다큐멘터리 터치로 묘사한 이 영화로 ‘B무비의 숨겨진 제왕’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한다. 애초 판타지 장르에 재능을 나타냈던 그는 범죄스릴러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여 ‘난폭한 토요일’‘강박충동’ 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플레이셔 감독은 다큐멘터리, 누아르, 전쟁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변화무쌍한 작품 행보를 선보이며 사실상 모든 장르를 섭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 아메리칸 시네마가 태동하던 당시의 시대적 기운은 영화 스타일의 완성에 톡톡히 한몫했다. 이는 만화의 칸 나누기 같은 화면분할 기법을 통해 사건에 대한 반응들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 등에서 드러난다. 무엇보다 ‘보스턴 교살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내·외적 소통의 단절이다. 경찰은 끝까지 범인을 밝혀내지 못하는데, 이유는 범인 자신도 자신이 연쇄살인 범인인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화는 겉으로 드러난 모범적 자아와 내부에 잠재된 파괴적 자아가 완전히 분리된 극중 인물 드살보의 자아분열을 통해 극단적인 소통단절을 보여준다. 여기다 낯선 이에게 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끊임없는 경고에도 계속해서 문을 열어주는 여성들, 예외적으로 살아남지만 심리적 충격으로 다시 만난 드살보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피해자 등도 ‘소통불가’의 스산한 메시지를 은유한다. (김승환씨 글 참조) 원제 ‘The Boston Strangler’.116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데스크시각] ‘비판의 달인’ 국민을 몰랐다/정기홍 지방자치부 부장

    [데스크시각] ‘비판의 달인’ 국민을 몰랐다/정기홍 지방자치부 부장

    현 정부의 ‘부자 내각´ 파장이 심상찮다 했더니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등으로 더 시끄럽다. 정부로서는 부아가 날 정도로 정국이 꼬여 있다. 이런 정부가 29일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정부 고시를 확정 발표, 정공법을 택했다. 정부는 잇단 시위와 성토에 앞으로 나가기도 물러서기도 마뜩찮은, 참으로 난감한 처지였을 것이다. 정부의 고시 발표가 수입 쇠고기 정국을 어디로 가져갈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폭등하는 기름값에 어려워지는 서민경제, 코앞에 닥친 공기업 구조조정 등 또 다른 사안들이 쇠고기 정국과 맞물려 똬리를 틀 태세다. 당장 민주노총 등은 미국산 쇠고기를 보관 중인 전국의 냉동창고와 컨테이너에서 출하 저지에 나설 것임을 선포했다. 이미 터져 있는 악재들을 생각하면 사태가 간단히 해결될 것 같지가 않다. 누구의 탓인가. 현 정부는 집권 3개월의 짧은 기간에 성급한 행보를 보였다. 국정 철학이 달랐던 이전 정부의 ‘10년 때’를 빨리 벗겨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지배했고, 민주화 이후 ‘비판의 달인’으로 변한 국민들의 ‘영악함’도 경시했다. 이 정부의 국정 철학을 선택한 유권자가 영원한 우군인 것으로 착각한 듯했다. 때맞춰 개혁 드라이브를 걸면서 조직과 사람을 ‘떼고 붙이는´ 과정에서 이같은 저항의 벽에 부닥쳤다. 오죽하면 밀어붙이기식만 있다는 말이 시중에 떠돌까.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보다 많은, 폐부(肺腑)가 아팠던 경험들을 거쳤다.IMF 고통을 이겨냈더니 참여정부의 실정(失政)이 다가왔고, 이 과정에서 신물을 맛보기도 했다. 국민과 여론은 이래서 노련하고 영리해졌다. 이는 지금 국정 운영에서 큰 변수가 돼 있다. 시위 문화는 또 어떤가. 노하우가 많아졌고 전문화됐다.‘꾼이 생겼다’는 말이 있을 만큼 광장을 좋아하고, 참여를 갈구한다. 현대인의 ‘소외감’이 ‘소속’을 찾아 다니게 한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간과한 채 정책의 수행 과정에서 미숙함을 보였고, 누구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 됐다. 실용을 내세워 ‘대부처주의’를 택했지만 과정보다 결과만 중시한다는 지적에 조직을 추스르기 전에 쇠고기 정국 등에 부닥쳤다. 조직 바꾸랴, 사람 바꾸랴, 정책 내놓으랴 바삐 움직이기만 한 꼴이 돼버렸다. 대부처화된 조직들은 탄생 후 내내 무거워만 보였다. 대부처들이 비슷하게 조직의 융합 등에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경우를 보면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구시대의 부활’이란 말이 무성하다. 조직을 효율화시키자는 정책에 왜 말이 많을까. 획일적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10% 감축안을 만들면서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점들이 보인다. 경기 화성은 신도시 개발로 조직과 인력이 더 있어야 한다는 현지 지적이 있었는데도 행안부에선 “줄여놓고 다시 늘리자.”고 했단다. 국민은 이런 ‘책상머리 정책’에 대한 비판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정책 수행에는 빠져 나갈 ‘그물’도 갖고 있어야 하고, 쳐서 버릴 수 있는 ‘체’도 지니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작은 고기가 달아날 구멍을 만들어야 큰고기를 쉽게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공직사회도 정책의 발목을 잡는 데 일조했다. 언제부터인가 공직에도 ‘정치´란 말이 자리를 했다.10여년 전만 해도 정권 교체기엔 언제나 줄대면 다친다는 엄중한 지시가 떨어졌다. 왜 이런 분위기가 자리했는지…. 공직사회에 그만큼 격랑이 많았다는 말이다. 정치 공무원이 안 되면, 줄을 안 서면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정부는 출범 초기에 조직을 개편하고 사람도 바꾸고 ‘섬김 정치´ ‘섬김 행정´을 펴겠다고 천명했었다. 하지만 이제 정부가 좀더 유연해져야 한다. 이래야 정책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고, 무리없이 수행할 여지가 많아진다. 말없는 다수는 아직도 이 정부의 실용정책을 잊지 않고 있다. 정기홍 지방자치부 부장 hong@seoul.co.kr
  • [글로벌 시대] 영어, 그리고 미국식 영어/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글로벌 시대] 영어, 그리고 미국식 영어/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영어는 글로벌화를 상징하는 대표적 키워드다. 현재 영어를 배우는 전세계 사람들의 수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영어학습 열풍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닌 전세계적인 현상인 셈이다. 일부 언어학자들은 적어도 향후 100년간 영어가 국제공용어로서 확고한 위상을 과시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기업세계에서 체감하는 영어의 위상 또한 다르지 않다. 다만, 영어 역시 시대상을 반영해 진화하고 있다. 영어는 이제 원어민과 비원어민간의 소통을 넘어 비원어민들간의 소통을 위한 수단으로서 그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다양한 국적, 문화,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지구촌 차원에서 역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탓이다. 영어를 모국어나 공식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전세계 인구의 12%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제2외국어이자 국제공용어로 영어를 배운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는 ‘얼마나 원어민에 가까운 수준으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가.’라기보다는 상대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건 아니건 간에 ‘얼마나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가 풍부하고 쉽고 명확한 표현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졌는가.’라고 볼 수 있다. 영어는 1600년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끊임없이 여러 외국어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 일종의 국제혼합어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영어는 크게 영국 영어(British English)와 미국 영어(American English)로 나뉜다. 아직 정통영어로 대접받는 것은 셰익스피어의 후손들이 사용하는 영국 영어다. 하지만 세계적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대세는 미국 영어다. 소위 ‘스탠더드 미드웨스턴(Standard Midwestern)’이라 불리는 방송 아나운서들이 쓰는 미 중서부 영어를 표준 미국영어로 본다. 한국인은 미국 영어를 배운다. 그래서 미국 영어가 곧 영어라는 잘못된 공식이 우리들의 의식 속에 굳어진다. 미국 영어만 영어가 아니다. 영국 영어, 호주 영어, 남아프리카 영어, 인도 영어, 싱가포르 영어, 필리핀 영어, 그 외 한국인을 포함한 모든 비원어민이 국제공용어로 쓰는 영어도 모두 영어다.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영어실력이란 완벽한 미국식 발음으로 미국 영어를 구사하는 능력이라기보다는 알아 듣기 힘든 싱가포르 영어, 고약한 억양의 인도 영어, 통통거리는 프랑스 사람의 영어 모두 거부감 없이 소통의 묘를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영어를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영어를 배울 때 재떨이를 재러리로 발음해야 할 것만 같은 한국인의 애처로운 강박관념 역시 미국 영어가 곧 영어라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그렇기에 애꿎은 오렌지, 아니 아륀지를 둘러싼 소동에 온 나라가 시끄러워지고 아이들의 영어발음을 좋게 하기 위해 혀수술이 유행하는 극단적 양상이 나타난다. 모국어가 아닌 이상 외국어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모국어와 자신이 속한 문화의 특성을 반영한다. 그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서는 원어민뿐 아니라 제2외국어로 영어를 사용하는 모든 세계인의 다양한 영어 발음과 표현방식의 차이에 익숙해져야 한다. 아니, 최소한 그러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게 글로벌 마인드이다. 운 좋게도 자신의 모국어가 국제공용어라서 평생 커뮤니케이션상의 수혜를 누리는 영어 원어민이라면 비원어민과 말할 때 쉬운 영어를 쓰려고 노력하고, 현학적 표현이나 속어를 삼가려는 배려심을 가져야 한다. 지구촌 일원으로서 가져야 할 성숙한 글로벌 마인드라는 건 그리 거창한 것도 멀리서 찾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문화적 유연성이다. 타문화를 인정하고 다름을 포용할 수 있는 열린 태도는 어쩌면 영어능력보다도 더 중요한 자질일지 모른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미국 영어만 영어가 아니다. 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 [일요영화] 할리우드 엔딩

    ●할리우드 엔딩(KBS1 명화극장 밤 12시50분) 한때 잘 나가던 감독 왁스먼(우디 앨런)은 10년째 와신상담 중이다. 그는 왕년에 아카데미상을 2번이나 수상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이지만, 지금은 CF나 간간이 찍으며 “맡겨만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날 기회가 왔다. 누가 봐도 대박날 게 분명한 영화 ‘잠들지 않는 도시’의 메가폰이 그에게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교롭게도 프로듀서가 그를 차버린 전 부인 엘리(테아 레오니)다. 게다가 제작자는 그녀의 새 연인 자에거(트리트 윌리엄스). 왁스먼은 달콤한 제안과 상처받는 자존심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어쩔 수 없이 후자를 희생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촬영에 들어간 왁스먼은 엘리에 대한 배신감과 어떻게든 영화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급기야는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시력을 잃어 앞이 잘 안 보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는데…. 우디 앨런이 각본, 연출, 연기 등 1인 3역을 맡아 주특기인 슬랩스틱 코미디의 향연을 벌인다. 스트레스성 실명 상태에 빠진 왁스먼이 “귀머거리 베토벤도 명곡을 만들었다.”며 대박의 꿈을 더듬더듬 좇아 가는 모습, 안 보이면서도 다 보이는 척하며 속사포처럼 쏟아 내는 대사 등이 웃음을 이끌어 낸다. 제목에서 드러내듯 무엇보다 영화는 할리우드 방식의 제작풍토와 작품경향에 대해 날카로운 자기비판을 날린다. 눈이 멀고서도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연출을 진행하는 대목들은 그대로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 대한 풍자이다. 또 영화 속에서 왁스먼이 만든 영화 ‘잠들지 않는 도시’가 할리우드에서는 망했지만 프랑스에서는 폭발적인 호응을 얻는다는 아이러니한 설정도 곱씹어 볼 만큼 의미있다. 영화 내용 자체가 행운의 복선이 됐던 걸까. 실제로 우디 앨런은 이 영화 덕분에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의 붉은 카펫을 처음 밟을 수 있었다. 극중 왁스먼 감독이 눈먼 채 영화를 찍느라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 해피엔딩을 맞듯,‘할리우드 엔딩’은 자국 평단의 반응은 신통찮았음에도 제55회 칸영화제 개막작의 영예를 안았다.2002년작. 원제 Hollywood Ending.111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맛있는 다~이어트

    맛있는 다~이어트

    옷차림이 얇아지면서 미처 덜어내지 못한 군살이 신경 쓰이는 시기다. 때를 맞춰 각 화장품 업체들의 슬리밍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바르기만 하면 정말 살이 빠지냐는 간절한 물음에 ‘3개월 이상 꾸준히(!) 발라야 한다’는 강박성 조건이 달린다.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사용자의 게으름이 주범으로 꼽힐 수밖에. 가시적인 효과에 대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슬리밍 제품들이 잘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이 정도라도 해야 하지 않나. 보디 로션 바르는 셈 친다.’하는 심리적 위로가 작용하는 것. 이렇듯 여름철이 다가올 때마다 슬리밍 제품 열전이 펼쳐지는데 올해는 ‘먹는 슬리밍 제품’까지 더해져 노출의 계절을 앞두고 여심을 흔들고 있다. ●꾸준한 섭취와 운동 병행하면 슬~슬 빠져요 일명 ‘뷰티푸드’ 또는 ‘헬스푸드’라고 불리는 ‘먹는 화장품’이 등장한 것은 대략 4∼5년 전이다. 기미, 주근깨를 완화시켜주는 미백 또는 안색 개선 제품이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살을 빼주는 제품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 제약·식품회사가 주도했던 먹는 화장품 시장에서 미용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화장품 업체들의 기능성 미용식이 큰 인기를 얻어 가고 있다. 뷰티푸드가 제품군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DHC코리아는 지난 3월 올 여름을 겨냥해 신제품 키토산을 내놨다. 바다참게 껍질의 주성분인 키토산에 고려 인삼과 쌀 배아를 배합하여 콜레스테롤 축적을 방지하고 필요없는 지방을 분해함으로써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90개에 6500원으로 지갑 열기에도 만만하다. 아모레퍼시픽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비비 프로그램’도 신제품 ‘에스라이트 슬리머’를 출시했다. 상큼한 딸기맛의 앰플형 액상 제품으로 하루에 한번 마시면 날씬한 허리와 복부를 갖게 해준다고 한다.‘소녀장사’에서 날로 날씬해지고 예뻐지고 있는 윤은혜를 모델로 기용해 여심을 자극하고 있다.●식사대용으로 맛·영양 듬뿍 ‘먹는 재미’ 쏠쏠 한방을 컨셉트로 삼아 차별화를 둔 LG생활건강의 ‘청윤진’은 주름완화, 노화방지에 효과 있다는 ‘엘-스킨케어’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지난해 매출이 300억대. 올해 400억대를 목표로 방문 판매만 해오던 것에서 전문뷰티숍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여기에 탄력 받아 두 가지 다이어트 제품,‘화이버 in Nature’와 ‘엘 치아씨드 다이어트’를 선보였다. 전자는 장의 기능을 원활히 해주는 제품이고, 후자는 하루 한번 식사 대용으로 섭취하며 체중을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다.1포에 115㎉로 가벼우면서도 하루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미네랄, 비타민, 단백질, 오메가3 지방산, 섬유소 등)가 함유되어 있다. 바나나맛 등 4가지 맛으로 구성돼 먹기에도 부담없다. 진주목걸이로 유명한 미키모토에서 만든 미키모토 코스메틱도 독소를 배출하고 신체 균형을 도와주는 ‘DD서포트’를 내놨다. 떠먹는 것과 알약 형태 2종으로 구성된 이 제품은 30일을 복용하면 체내 독소를 제거하고 신진대사를 회복해 몸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과연 먹으면 빠질까. 바르는 슬리밍 제품에 대한 답과 똑같다. 꾸준히 복용하고 운동과 병행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세상에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장근석도 빅뱅도 ‘사과머리’ 했네

    장근석도 빅뱅도 ‘사과머리’ 했네

    길을 가다가 다 큰 남자가 아기처럼 머리 가운데를 질끈 동여맨 것을 본 적 있는가. 어렸을 때 엄마들이 눈이 찔릴까봐 앞머리를 말아 올려 고무줄로 묶어주어 머리 위에서 분수대처럼 퍼지는 모양의 머리 말이다. 그 모습에 당황했다면 당신은 구세대. 남자다움보다 여자 못지 않게 예뻐보이고 싶은,‘튀는’ 신세대 남자들 사이에서 불붙은 머리 모양이다. 일명 ‘사과머리’. 얼굴을 사과 몸통이라 하면 묶어서 삐죽이 올라온 머리가 사과 꼭지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suave17의 헤어디자이너 누리는 “유행을 앞서 간다는 남자들은 모두 머리를 기르는데 지난해 배용준, 장동건, 비처럼 머리를 뒤로 묶는 ‘꽁지머리’가 유행이었다면 올해는 상투처럼 위로 묶는 스타일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하면 다양한 사과머리 묶는 방법에서부터 ‘사과머리’ 남자 연예인들의 사진이 줄줄이 뜬다.TV광고에 나온 배우 장근석이나 ‘빅뱅’,‘슈퍼주니어’ 등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이런 유행의 전도사다. 과거 아이돌그룹 ‘HOT’나 ‘NRG’ 멤머들도 사과머리를 했던 적이 있지만 예쁜 남자들의 세상이 완전히 도래하지 않아서였는지 요즘처럼 반향이 크지 않았다. 원조는 따로 있다.‘사과머리’는 이전에 ‘링고머리’로 불렸다.‘링고’는 일본어로 사과라는 뜻. 눈치챘겠지만 이런 머리 모양의 원조들은 일본 남자 연예인들이다. 일본 연예계에서 남자쪽으로는 꽉 잡고 있는 기획사 쟈니스 소속 남자 연예인들이 이런 유행을 주도한다. 쟈니스에는 스마프, 도키오,V6, 아라시 등 쟁쟁한 그룹이 속해 있는데 이 그룹의 멤버들인 가메나시 가즈야, 야마시타 도모히사, 아카니시 진 등 주로 젊은 스타들이 드라마를 통해 사과머리로 귀여움을 뽐내왔다. 물론 스마프의 기무라 다쿠야나 나카이 마사히로 등은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긋한(?) 나이에도 종종 사과머리를 선보여 왔다. 일본에서 이런 남자들을 보는 반응은 우리와 다르다. 일본에서는 남자들이 어릴 때부터 사과머리를 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고 한다. 일본 엄마들은 딸뿐 아니라 아들에게도 귀엽다고 사과머리를 곧잘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남자들은 더이상 남자답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증을 훌훌 털어버린 듯하다. 아이라인을 강조하는 눈화장에 검은색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 날씬한 몸매가 드러나는 옷차림과 사과머리. 유행을 앞서 간다고 자부하는 여성, 아니 남성들에게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괴테의 메시지가 여성적 외모의 수용으로 탈바꿈되는 것일까.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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