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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고 작은 사각형… 단색이지만 다색… 평면이지만 입체

    크고 작은 사각형… 단색이지만 다색… 평면이지만 입체

    “똑같은 것을 계속하는 건 용서 못해요. 변화해야 합니다.” 89세 노화가의 눈빛은 형형했고, 어조는 단호했다. 독창적인 격자 구조 화면으로 한국 단색조 추상의 한 획을 그은 정상화 화백은 남들이 넘보지 못하는 경지에 이른 대가임에도 여전히 새로운 예술에 목말라했다. “작품 속에 나의 핏줄이 있고, 심장 박동이 있다”는 그의 말은 지치지 않는 열정과 끊임없는 수행으로 한평생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예술가만이 가질 수 있는 값진 자부심일 것이다.정 화백의 60년 화업을 돌아보는 대규모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오는 9월 26일까지 펼쳐진다. 전시 제목은 ‘정상화’.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을 정도로, 이름만으로 하나의 장르가 된 그의 예술 세계를 총체적으로 만나는 자리다. 서울대 미대 회화과 신입생이던 1953년에 그린 ‘자화상’을 시작으로 전위적인 표현주의적 추상 실험을 거쳐 1970년대 단색조 추상으로의 전환, 그리고 1990년대 격자화의 완성과 심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평면 작업의 지평을 넓혀 온 과정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학창 시절 정물화나 인물 크로키 같은 구상 회화를 주로 그렸던 정상화는 졸업 후 한국현대미술가협회, 악뛰엘 등의 단체에 참여하며 즉흥적이고 격정적인 표현주의 추상에 몰두했다. 전후 폐허가 된 현실에 대한 충격과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광기처럼 분출된 시기였다. 전시장에서 만난 정 화백은 “남이 못 하는 걸 하려고 했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회고했다. 1967년 가족을 두고 홀로 프랑스 파리로 떠난 이유도 “내 눈으로 직접 바깥세상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해외 체류는 1992년 영구 귀국 때까지 일본 고베와 파리 등에서 25년간 이어졌다.격자형 화면 구조는 수많은 추상 실험 끝에 찾은 그만의 독창적인 조형 기법이다. 캔버스 윗면에 고령토를 3~5㎜ 두께로 발라 건조시킨 다음 뒷면에 미리 그어 둔 선에 맞춰 캔버스를 접으면 표면에 균열이 생기면서 크고 작은 사각형들이 드러난다. 사각형에서 고령토를 칼이나 조각 도구로 뜯어낸 뒤 물감을 입히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화면에 입체적인 공간을 구현한다. 정 화백은 “화가들이 붓으로 그렸다가 지우고 다시 그리는 것처럼 나는 드러내고, 메우고, 다시 드러내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며 “화면에 설득력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을 때 작업을 멈춘다”고 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반년에서 1년이 걸리는 지난한 과정이지만 조수를 한 번도 두지 않고, 혼자서 작업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뜯어내고, 메우는 반복적인 행위를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수행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평면이되 ‘입체적인 평면’이고, 단색이지만 ‘다색의 단색’이다. 그는 “백색 단색화라도 그 안에는 수많은 흰색이 담겨 있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선 종이와 프로타주(탁본 기법) 등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미발표 작품들도 소개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방송서 울먹인 레이디 가가 “19세 때 성폭행당했다”

    방송서 울먹인 레이디 가가 “19세 때 성폭행당했다”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35)가 19세 때 성폭행 피해를 겪었다며 아직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레이디 가가는 미국의 정신건강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당신이 볼 수 없는 나’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고 21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그는 16년 전 한 음악 프로듀서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임신까지 하게 됐다며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가 병원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그는 “처음에는 전신에 통증을 느꼈고 감각이 없어졌다. 몇 주 동안 아프기도 했다”며 “완전한 정신착란에 빠졌고 몇 년 동안 나는 이전과 같은 소녀가 아니었다”고 울먹였다. 이어 “어디를 가든지 진짜 현실처럼 검은 구름이 따라다녔고 그 구름은 나에게 ‘쓸모없고 죽어야 한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가가는 “사람들은 성폭행 피해가 바이러스와 똑같고 아프고 나면 낫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나는 다시는 그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며 가해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단독] ‘불법 격리’ 폭로 간호사 징계했던 그 정신병원, 의사 지시없이 환자 27명 불법 격리했다

    [단독] ‘불법 격리’ 폭로 간호사 징계했던 그 정신병원, 의사 지시없이 환자 27명 불법 격리했다

    경기 지역의 한 정신병원에서 의사의 지시 없이 간호사들이 임의로 다수의 환자들을 여러 차례 불법 격리한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확인됐다. 심지어 병원 측은 환자를 불법 격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신고한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서울신문 2020년 2월 24일자 10면> 23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인권위는 경기 지역에 있는 A정신병원이 지난해 1월 전문의의 구체적인 진단과 지시사항이 없이 환자들을 보호실(환자 격리 장소)에 가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 병원 환자 27명은 간호사들 간의 인계장(환자 입·퇴원 현황, 입원 환자 수, 입원 유형, 보호자 면회 여부 등을 기록)에는 보호실 입실 정보가 적혀 있지만 진료기록에는 관련 정보가 기록돼 있지 않았다. 한 예로 진료기록부에는 ‘식사 관리 중’이라고만 적혀 있던 환자인데 인계장에는 지난해 1월 이틀 연속 보호실에 입실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병원 관계자들은 인권위 조사에서 “인계장에 연필로 기록하고 안정실(이 병원에서 사용하는 보호실의 명칭)에 입실시킨 환자들은 식사 관리와 투약 관리가 안 되는 환자들이었고, 같은 입원실 내 환자들의 자극을 줄이기 위해 안정실에 데려갔다”면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격리가 아니라고 판단해 안정실 입실 기록을 (진료기록부에) 남기지 않았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인권위는 “환자 27명의 보호실 입실 시 인계장에는 연필로 기록을 남기면서 전문의의 지시 여부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은 행위는 병원장의 묵인과 간호과장, 수간호사들의 임의적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입원환자의 투약이나 식사 관리 등을 목적으로 보호실을 활용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는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면서 격리 및 강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들을 입실시키는 등 보호실이 목적 외로 활용되지 않도록 별도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앞서 인권위는 해당 사실을 제보했다는 이유로 이 병원으로부터 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는 직원의 진정을 접수했다. 또 다른 기관으로부터 환자들이 운동을 전혀 할 수 없다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한 인권위는 지난해 이 병원을 직권조사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단독] ‘환자 불법 격리’ 폭로 직원 징계한 정신병원, 실제 불법 격리 있었다

    [단독] ‘환자 불법 격리’ 폭로 직원 징계한 정신병원, 실제 불법 격리 있었다

    병원에서 환자를 불법 격리하고 있다고 신고한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경기 지역의 한 정신병원에서 의사의 지시 없이 간호사들이 임의로 다수의 환자들을 여러 차례 불법 격리한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확인됐다. 인권위는 병원장의 묵인 아래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관련 기사: [단독] ‘환자 불법 격리’ 인권위에 폭로했다고…정신병원, 내부고발자에 치졸한 보복) 23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인권위는 경기 지역에 위치한 정신병원인 A병원이 지난해 1월 환자 27명에 대해 전문의의 격리·강박 지시서, 격리 및 강박 시행일지 등을 진료기록부에 기재하지 않고 이들을 보호실(환자 격리 장소)에 입실시킨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인권위는 이 병원이 환자들을 의사의 지시 없이 부당하게 격리시킨 일에 대해 인권위에 알렸다는 이유로 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직원의 진정을 접수했다. 또 경기도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로부터 이 병원에 창문이 없는 입원실이 많고 이 병원 입원 환자들이 운동을 전혀 할 수 없다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한 인권위는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이 병원을 직권으로 조사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동안 이 병원 환자 27명은 간호사들 간의 인계장(환자 입·퇴원 현황, 입원 환자 수, 입원 유형, 보호자 면회 여부 등을 기록)에는 보호실 입실 사실과 입실 기간이 적혀 있지만 진료기록에는 이 환자들의 보호실 입실 정보가 기록돼 있지 않았다. 한 예로 진료기록부에는 ‘다른 환자와 별다른 갈등 없이 차분함’, ‘식사를 잘 하지 않으려고 하여 식사 관리 중’이라고만 적혀 있을 뿐 보호실 입실 사유나 입실 기간에 대한 기록은 없었던 환자인데 인계장에는 지난해 1월 초 이틀 연속 보호실에 입실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병원 관계자들은 인권위 조사에서 “인계장에 연필로 기록하고 안정실(이 병원에서 사용하는 보호실의 명칭)에 입실시킨 환자들은 식사 관리와 투약 관리가 안 되는 환자들이었고, 같은 입원실 내 환자들의 자극을 줄이기 위해 안정실에 데려갔다”면서 “당시에 이런 조치들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격리가 아니라고 판단해 안정실 입실 기록을 (진료기록부에) 남기지 않았던 것”이라고 진술했다.하지만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의료기관·정신요양시설의 장은 입원 등을 한 사람에 대해 치료 또는 보호의 목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하는 경우가 아니면 격리시키거나 묶는 등의 신체적 제한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위반해 전문의의 지시 없이 환자를 격리하거나 강박한 사람은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인권위는 “환자 27명의 보호실 입실 시 간호사들 간의 인계장에는 연필로 기록을 남기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시 여부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은 행위는 병원장의 묵인과 간호과장, 수간호사들의 임의적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피해자 대부분이 퇴원했고 병원장 등이 격리 및 강박기록을 남기지 않은 사실을 인정한 점, 현재는 환자들의 보호실 입실 사실을 진료기록부에 기재하는 점이 확인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입원환자의 투약이나 식사 관리 등을 목적으로 보호실을 활용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는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면서 격리 및 강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들을 입실시키는 등 보호실이 목적 외로 활용되지 않도록 별도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또 A병원에 대한 직권조사를 통해 이 병원이 채광, 통풍과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입원환자들이 실외 산책이나 실외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다는 점과 입원환자들의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인권위는 △병원 건물 구조를 채광·통풍이 가능한 시설로 개선하고 실외 산책 및 운동 공간을 마련하는 등의 자체적인 노력을 강구할 것 △입원 환자들의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이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제한하는 것은 물론 제한 사유를 진료기록부에 상세하게 기재할 것을 A병원에 권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정경숙 개인전 ‘버려지는 것들에 대하여’

    정경숙 개인전 ‘버려지는 것들에 대하여’

    여러 가지 그림 재료들 중 작가가 굳이 파스텔을 선택한 이유는 재료적 특징 때문이다. 파스텔은 피그먼트를 스틱형으로 뭉쳐 손으로 잡고 그리기 쉽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다 보면 화면에 붙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가루로 부서져 바닥에 수북이 쌓인다. 이를 바라보면 마치 허무한 인생을 보는 듯하다. 화면에 붙어 살아있는 일부의 존재성. 버려지는 가루를 허투루 여기지 않고 작품으로 다시 남기는 귀한 재생의 작업. 작가는 새로운 희망과 마주하기 위해 하찮은 것에서 다시 생명을 건지는 창작을 즐긴다. 작가의 인생철학이다. 파스텔은 오롯이 손가락을 사용해서 표현된다. 그냥 스틱으로 그려놓으면 얼마 가지 않아 밀착되지 못하고 부스스 흔적만 남기고 날아가 버린다. 반드시 손으로 문지르고 정성을 들여야 정성들인 만큼 남게 되고 실체는 선명해진다. 숱하게 손가락으로 문지르기를 반복하는 작업. 종반에는 손가락이 갈라지고 피가 나는 고통을 참아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우리네 삶의 방식이 그렇지 않을까? 쉽게 얻는 듯 보이지만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그러한 삶을 체득하게 된다는 이유로 파스텔이라는 재료의 매력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두 번의 개인전에서는 장지 위에 바탕처리를 하고 돌가루를 바른 거친 표면에 파스텔을 밀어 넣어 두께감과 깊이를 표현하였다. 파스텔의 재료적 특징은 가볍고 부드럽다는 것이다. 두께 감 보다는 얇은 느낌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고정 관념을 깨고 싶어 바탕을 거칠게 하고 그 사이사이에 색들을 밀어 넣었다. 쌓여진 색들이 은근하게 시간의 깊이와 두께를 발산하도록 했다. 이 작업 방법은 표현을 위한 재료 사용의 억지스러움과 두께감이라는 강박 때문에 답답함을 낳기도 했다. 작가의 지난 작업들이 거친 바탕에 색을 밀어 넣어 차곡차곡 쌓아 밀착 시키는 것이었다면, 이번 작업은 얇게 펴 발라서 스며든 시간의 안착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작업하는 동안 파스텔을 사용하여 묵직함과 두툼함을 추구하다 보면 한편으로는 반대 감성이 솟기도 한다. 얼핏 보면 가벼워 보이지만 겹이 느껴지는 표현을 하고 싶다는 작가의 욕구. 그 겹은 시간 또는 세월이라 말할 수 있다. 작가가 살아온 삶의 무게가 더해진 이유 때문이었을까? 때로는 표현의 욕구 중 묵지근한 기운이 작가에게 답답함과 숨 막힘 그리고 우울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요즘은 가볍고 여유롭고 편안해지고 싶은 마음이 작가를 이끌고 있다고 한다. 우리 땅이 키운 닥나무의 생명으로 탄생한 한지 재료만을 고집하는 작가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안동한지에 안착하게 되었다. 파스텔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화사함을 우수한 한지에 맘껏 표현하는 나날이 행복해 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자칫 버려지기 쉬운 파스텔 가루와 색조 화장품인 아이섀도우의 가루를 섞어 사용함으로서 색의 선명함과 화사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색감의 풍성함과 부드러움을 최대한 한지에 스며들도록 하여 주제의 특성을 잘 살렸다는 점 또한 눈여겨 볼 일이다. 화면을 꽉 채운 답답함보다는 빈 공간에서 생기는 여유를 찾고 싶은 작가. 천년을 간다는 전통 한지 위에 영속할 수없는 삶의 희망을 결속시키는 작업을 통해 인간의 기본 욕망을 담아내기에 바쁘다. 이전의 작업들이 조금 억지스럽고 거칠었다면 이번 전시작품은 차분한 정적 속에 조금씩 변화할 것 같은 평온의 시간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깊은 어둠 속에 퇴적되어 쌓인 물속의 시간. 활개 치는 잉어의 화려한 시간과 하늘의 변화되는 시간들. 세한의 시간을 버텨내고 화려하게 피어난 매화의 절정. 이들과 함께 사는 우리 또한 자연의 일부이다. 그림을 만나면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다. 뭇 인생의 어둡고 긴 터널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어두운 코로나의 시대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 모두는 꽃처럼 피어나고 잉어처럼 자유로이 유영할 것이다.
  • ‘임박노’ 고수하는 文… 송영길 “靑에 與 휘둘리는 것 바꾸겠다”

    ‘임박노’ 고수하는 文… 송영길 “靑에 與 휘둘리는 것 바꾸겠다”

    文, 총리 인준 협조 땐 야당 뜻 수용 여지與서도 “1명은 내줄 수 있는 것 아니냐”재선 의원들 “당 지도부가 결단 내려야”宋 “김상조, 내로남불 극치” 당 주도 시사비주류 5선 이상민 “임·박 임명 안 된다”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부적격 논란 장관 후보자 3인에 대해 국회에 14일까지 인사청문보고서를 송부해 줄 것을 다시 요청하면서 여야가 나흘의 시간을 벌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나흘 이내에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 처리와 장관 후보자 거취 논란을 마무리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특히 4·7 재보선 패배 후 청와대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된 가운데 송영길 대표는 당이 주도하는 당청 관계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3인 모두에 대한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이 후보자 한 명의 지명을 철회하는 선제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문 대통령의 선택은 국회에 다시 공을 던지는 것이었다. 다만, 문 대통령이 14일까지 재송부 기한을 비교적 넉넉하게 잡은 것은 민주당에 협상 공간을 열어 준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야당이 대승적으로 총리 인준에 협조하면 대통령도 야당의 뜻을 일부 존중하겠다는 여지를 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3인 전원 임명의 뜻을 굽히지 않은 데 대해서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한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가 강박이 있는 것 같다. 4·16 개각은 모두 6명인데 그중 1명은 내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아쉬움을 표했다. 비주류 5선 이상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민심에 크게 못 미치는 임혜숙·박준영 두 분을 임명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송 대표와 민주당 재선 의원 간담회에서는 ‘국민 눈높이’가 여러 번 언급됐다고 한다. 다수 의원들은 장관 후보자 3인에 대해 지도부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을 비판했다. 김병욱 의원은 “어제 대통령 기자회견은 아쉬웠다. 당 지도부가 대통령과는 별개로 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은 “마지막 1년이라도 당 중심으로 가야 한다”며 “대선 전까지 청와대 요청에 따라간다면 대선에 플러스 요인이 될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여당 의원들이 청와대에 휘둘리는 것을 바꾸겠다. 부동산 사태의 원흉이 김 실장이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김상조(전 청와대 정책실장)는 내로남불의 극치였다”면서 “여당 국회의원들을 향해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의하는 듯하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 당이 중심이 되는 대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민주당은 ‘선(先) 김부겸, 후(後) 장관 거취’로 대야 협상 전략을 잡았다. 장관 후보자와 달리 총리 후보자는 반드시 본회의 표결로 인준을 받아야 한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 첫 협상은 불발됐으나 윤호중 원내대표는 “야당을 잘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이 김 후보자 인준에 먼저 협조를 해야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지명 철회나 자진 사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이날 임·박 후보자 2인을 공식적으로 데스노트에 올렸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임·박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다시 촉구한다”며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 정권과 여당의 오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사설] 지자체 유치전 과열 ‘이건희 미술관’, 서두를 일 아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미술품 1226건, 1488점의 목록이 어제 공개됐다. 현대미술관 과천관 수장고에 입고된 기증품은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 238명의 작품 1369점, 외국 근대작가 8명의 작품이 119점이다. 한해 소장품 구입 예산이 48억원에 불과한 현대미술관으로서는 언감생심이었던 박수근, 장욱진, 권진규, 유영국 등 근대 대표작가 작품도 망라돼 있다. 모네, 고갱, 피카소,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마르크 샤갈 등 서구 거장들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처음으로 소장하는 것이다. 이건희 소장품의 국가기증은 극소수 인사만 즐기던 수준 높은 예술품의 가치를 모든 국민이 함께 향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기증품을 어떻게 활용해야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을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문제의식의 표현이라고 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이건희 미술관’을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불을 붙인 것은 ‘국립근대미술관’을 송현동 부지 등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서울지역 미술계 인사들이다. 그러자 부산, 대구 등 광역자치단체와 특별자치단체인 세종은 물론 수원, 창원, 진주, 의령 등 기초자치단체도 유치전에 줄지어 뛰어들었다. 이건희 소장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을 어떤 외국 미술관과 비교해도 부럽지는 않을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미술관’으로 발전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국립근대미술관을 새로 설립한다면 국립현대미술관은 과거의 ‘부실한 국책 미술관’이란 오명을 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립근대미술관을 신설하더라도 국립현대미술관의 덕수궁관, 과천관, 청주관의 활용방안을 먼저 평가해보길 바란다. 천문학적 액수가 들어가는 미술관을 신축하다보면 국립현대미술관의 컬렉션 강화가 또 미뤄질 것 아닌가. 문화체육관광부는 문 대통령이 지시했더라도 ‘이건희 컬렉션’ 활용법을 신속히 내놓으려는 강박관념을 떨쳐야 한다. 문 대통령이 ‘특별관’을 말하면서 ‘별도의 전시실’을 언급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이건희 미술관’ 신축 지시가 아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7월부터 이건희 기증품을 단계적으로 공개한다. 내년까지 기초 학술조사를 하고, 도록 발간과 학술행사도 연다. 그렇게 기증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작업을 선행하면서 전시공간을 찾는 게 올바른 순서다. 이후 미술관 신설 여부와 함께 주제별로, 작가별 활용방안도 도출될 수 있다고 본다.
  • 상담원 1명당 아동학대 64건… “ADHD·장애는 안 받아줘요”

    상담원 1명당 아동학대 64건… “ADHD·장애는 안 받아줘요”

    심리치료 요청 후 3개월 지나서 첫 상담법적 후견인 되기까지 더 많은 시간 필요 보호전문기관 전국 69곳뿐… 절대 부족7인 미만 쉼터는 예산 부족·인력난 심화24시간 근무·열악한 처우에 퇴사율 높아 열두 살 지현이(가명)는 다섯 살이 되던 해 엄마와 제주도로 이사했다. 학창시절 햄스터를 70마리나 키울 정도로 심각한 애니멀호더(동물을 병적으로 수집한 후 방치하는 사람)였던 엄마는 제주도에서 고양이 10마리와 강아지 1마리를 키웠다. 물론 엄마는 고양이와 강아지뿐만 아니라 지현이조차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저장강박에 게임중독이었던 그는 지현이를 쓰레기와 동물 배설물이 가득한 집에 방치했다. 엄마는 초등학생인 지현이에게 직접 장을 보게 하고, 요리와 빨래도 시켰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아이를 때리고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하루는 눈이 나쁜 지현이가 엄마 콘택트렌즈를 끼어 봤다는 이유로 엄마는 “손목을 잘라야겠다”면서 흉기를 든 채로 지현이를 질질 끌고 마당으로 나가기도 했다. 지현이가 자주 결석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담임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통해 지현이의 사정을 알게 됐고, 선생님의 신고로 지현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가게 됐다. 고맙게도 이모인 김주형(35·가명)씨가 지현이를 맡겠다고 나섰지만, 가정위탁 등록에만 1년이 걸렸다. 이모가 지현이의 법적 후견인이 되기까지는 또다시 지난한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 지현이는 심리치료도 요청한 지 3개월 만에 첫 상담이 시작됐다. 학원비 지원도 늦어졌고, 지현이 엄마가 “아이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며 김씨를 괴롭히고 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를 막아 줄 힘이 없다. 지현이는 쓰레기 집에서 구조돼 학대 가해자와 분리됐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피해 아동 보호 인프라는 제자리걸음 아동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지만 지현이와 같은 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는 부족하다. 연 2회 이상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온 아동을 학대 가해자로부터 즉시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가 지난 3월 30일부터 시행됐지만 당장 분리된 아이들을 보살필 시설과 예산을 마련하는 속도는 더디다. 제도는 마련했지만 현실이 따라오지 못하는 셈이다. 아동학대 대부분이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즉각분리가 이뤄지는 경우 보호시설로 보내질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동학대 행위자의 75.6%(2만 2700건)는 부모였다. 분리가 필요한 아이들이 넘쳐나지만 아동학대 대응 체계의 출발점인 아동보호전문기관부터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동복지법 제45조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도 및 시군구에 1곳 이상 두도록 정하고 있지만 전국 229개 시군구 중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된 곳은 3분의1인 69곳에 불과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은 지난해 4월 기준 960명으로 1곳당 평균 14명꼴이다. 이 중 아동학대 사건을 직접 관리하는 사례관리 상담원은 절반 수준인 470명으로 상담원 1명당 약 64건의 아동학대 사례를 담당한다. 이는 미국의 아동복지연맹에서 권장하는 1명당 사례 건수 17건과 비교해 3~4배 많은 수준이다. 열악한 현실을 반영하듯 이직률도 28.5%에 달한다. 학대피해아동쉼터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쉼터는 7인 미만의 공동생활 가정 형식으로 운영된다. 2019년 기준 전국에 마련된 쉼터는 총 73곳으로 피해 아동 1044명을 보호했다. 2019년 분리조치가 결정된 아동이 3669명으로 집계된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 2625명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셈이다. 쉼터가 부족하다 보니 아이가 한번도 생활해 본 적 없는 동떨어진 지역의 쉼터를 떠도는 경우도 생긴다. 강원의 한 청소년쉼터 보호상담원은 “수도권 쉼터의 경우 대기 아동이 많아 입소한 아이들이 일정 기간이 되면 쉼터를 나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런 경우 급히 강원도로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쉼터라는 새로운 환경도 적응하기 벅찬 아이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적응이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쉼터에서 근무자들은 예산 부족과 인력난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지방의 한 학대피해아동쉼터 원장은 필요한 지원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아이들의 사업비’라고 답했다. 6명이 정원인 이 쉼터의 아동 사업비는 연 3030만원이다. 3년 전 30만원이 올랐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사업비로는 아이들이 필요한 옷, 물품 등을 구매하는 것부터 학습 발달에 필요한 학원비, 정서적 활동에 필요한 나들이 비용까지 해결한다. 인력난 역시 고질적인 문제다. 이 원장이 운영하는 쉼터는 원장과 종사자 3명이 꾸려 간다. 쉼터의 아동들에게는 매일 24시간 보호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 4명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아이들을 돌본다. 휴일에는 종사자 1명이 아이 6명을 모두 맡는다. 더 섬세한 돌봄이 필요한 영아나 장애 아동 등이 입소해 있으면 어려움은 가중된다. 이 원장은 “총 2명이 근무하던 6~7년 전과 비교하면 이것도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과 비교해 처우 개선도 더디다. 열악한 처우는 높은 퇴사율과 구인난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종사자 1명이 밀착해서 돌봐야 하는 장애 아동,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 등은 더 갈 곳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전성원 강원도여자중장기청소년쉼터 소장은 “매일 24시간 일해야 하니 업무도 과중하고 종사자들의 퇴사율도 굉장히 높다”면서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ADHD나 장애 아동은 현실적으로 받을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분리는 끝이 아닌 시작…인적·물적 확대 필요 전문가들은 학대 피해 아동을 행위자와 분리하는 것으로 학대 사건이 끝났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살던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보내진 아이들에게 분리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할 또 다른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분리 과정과 분리 이후의 생활에서도 아동의 욕구를 자세히 살피고, 존중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특히 신고 횟수로 기계적으로 아동을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동은 이미 분리했는데, 추후 학대 행위가 아니었음이 밝혀졌을 경우 이 아동을 다시 가정으로 되돌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예원 변호사는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생활하던 아이를 국가가 분리했으면 더 나은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졸속으로 분리된 아이들은 낯설고 열악한 곳에서 제대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절반 정도는 신고한 것을 후회한다”고 지적했다. 제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 등 인프라도 마련해야 한다. 아동학대 관련 전문 인력을 제대로 육성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일도 필요하다. 김희진 변호사는 “아동보호 체계에 관여하는 담당 공무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원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인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현재는 적정 인력과 예산이 가늠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기초 조사부터 시작해 세부적인 지침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동 보호체계가 아동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대 신고를 받고 대처하는 데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조기에 징후를 발견하고 더 큰 학대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세원 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보호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학대를 막기 위한 분리가 아동을 또 다른 위험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분리만 하면 끝인가요?…업무 과부하 걸린 아동보호체계

    분리만 하면 끝인가요?…업무 과부하 걸린 아동보호체계

    열두 살 지현이(가명)는 다섯 살이 되던 해 엄마와 제주도로 이사했다. 학창시절 햄스터를 70마리나 키울 정도로 심각한 애니멀호더(동물을 병적으로 수집한 후 방치하는 사람)였던 엄마는 제주도에서 고양이 10마리와 강아지 1마리를 키웠다. 물론 엄마는 고양이와 강아지뿐만 아니라 지현이조차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저장강박에 게임중독이었던 그는 지현이를 쓰레기와 동물 배설물이 가득한 집에 방치했다. 엄마는 초등학생인 지현이에게 직접 장을 보게 하고, 요리와 빨래도 시켰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아이를 때리고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하루는 눈이 나쁜 지현이가 엄마 콘택트렌즈를 끼어 봤다는 이유로 엄마는 “손목을 잘라야겠다”면서 흉기를 든 채로 지현이를 질질 끌고 마당으로 나가기도 했다. 지현이가 자주 결석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담임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통해 지현이의 사정을 알게 됐고, 선생님의 신고로 지현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가게 됐다. 고맙게도 이모인 김주형(35·가명)씨가 지현이를 맡겠다고 나섰지만, 가정위탁 등록에만 1년이 걸렸다. 이모가 지현이의 법적 후견인이 되기까지는 또다시 지난한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 지현이는 심리치료도 요청한 지 3개월 만에 첫 상담이 시작됐다. 학원비 지원도 늦어졌고, 지현이 엄마가 “아이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며 김씨를 괴롭히고 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를 막아 줄 힘이 없다. 지현이는 쓰레기 집에서 구조돼 학대 가해자와 분리됐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분리하면 끝?…피해 아동 보호 인프라는 제자리걸음 아동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지만 지현이와 같은 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는 부족하다. 연 2회 이상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온 아동을 학대 가해자로부터 즉시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가 지난 3월 30일부터 시행됐지만 당장 분리된 아이들을 보살필 시설과 예산을 마련하는 속도는 더디다. 제도는 마련했지만 현실이 따라오지 못하는 셈이다. 아동학대 대부분이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즉각분리가 이뤄지는 경우 보호시설로 보내질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동학대 행위자의 75.6%(2만 2700건)는 부모였다. 분리가 필요한 아이들이 넘쳐나지만 아동학대 대응 체계의 출발점인 아동보호전문기관부터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동복지법 제45조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도 및 시군구에 1곳 이상 두도록 정하고 있지만 전국 229개 시군구 중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된 곳은 3분의1인 69곳에 불과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은 지난해 4월 기준 960명으로 1곳당 평균 14명꼴이다. 이 중 아동학대 사건을 직접 관리하는 사례관리 상담원은 절반 수준인 470명으로 상담원 1명당 약 64건의 아동학대 사례를 담당한다. 이는 미국의 아동복지연맹에서 권장하는 1명당 사례 건수 17건과 비교해 3~4배 많은 수준이다. 열악한 현실을 반영하듯 이직률도 28.5%에 달한다. 학대피해아동쉼터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쉼터는 7인 미만의 공동생활 가정 형식으로 운영된다. 2019년 기준 전국에 마련된 쉼터는 총 73곳으로 피해 아동 1044명을 보호했다. 2019년 분리조치가 결정된 아동이 3669명으로 집계된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 2625명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셈이다. 쉼터가 부족하다 보니 아이가 한번도 생활해 본 적 없는 동떨어진 지역의 쉼터를 떠도는 경우도 생긴다. 강원의 한 청소년쉼터 보호상담원은 “수도권 쉼터의 경우 대기 아동이 많아 입소한 아이들이 일정 기간이 되면 쉼터를 나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런 경우 급히 강원도로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쉼터라는 새로운 환경도 적응하기 벅찬 아이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적응이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쉼터에서 근무자들은 예산 부족과 인력난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지방의 한 학대피해아동쉼터 원장은 필요한 지원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아이들의 사업비’라고 답했다. 6명이 정원인 이 쉼터의 아동 사업비는 연 3030만원이다. 3년 전 30만원이 올랐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사업비로는 아이들이 필요한 옷, 물품 등을 구매하는 것부터 학습 발달에 필요한 학원비, 정서적 활동에 필요한 나들이 비용까지 해결한다. 인력난 역시 고질적인 문제다. 이 원장이 운영하는 쉼터는 원장과 종사자 3명이 꾸려 간다. 쉼터의 아동들에게는 매일 24시간 보호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 4명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아이들을 돌본다. 휴일에는 종사자 1명이 아이 6명을 모두 맡는다. 더 섬세한 돌봄이 필요한 영아나 장애 아동 등이 입소해 있으면 어려움은 가중된다. 이 원장은 “총 2명이 근무하던 6~7년 전과 비교하면 이것도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과 비교해 처우 개선도 더디다. 열악한 처우는 높은 퇴사율과 구인난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종사자 1명이 밀착해서 돌봐야 하는 장애 아동,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 등은 더 갈 곳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전성원 강원도여자중장기청소년쉼터 소장은 “매일 24시간 일해야 하니 업무도 과중하고 종사자들의 퇴사율도 굉장히 높다”면서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ADHD나 장애 아동은 현실적으로 받을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분리는 끝이 아닌 시작…인적·물적 확대 필요 전문가들은 학대 피해 아동을 행위자와 분리하는 것으로 학대 사건이 끝났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살던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보내진 아이들에게 분리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할 또 다른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분리 과정과 분리 이후의 생활에서도 아동의 욕구를 자세히 살피고, 존중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특히 신고 횟수로 기계적으로 아동을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동은 이미 분리했는데, 추후 학대 행위가 아니었음이 밝혀졌을 경우 이 아동을 다시 가정으로 되돌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예원 변호사는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생활하던 아이를 국가가 분리했으면 더 나은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졸속으로 분리된 아이들은 낯설고 열악한 곳에서 제대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절반 정도는 신고한 것을 후회한다”고 지적했다. 제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 등 인프라도 마련해야 한다. 아동학대 관련 전문 인력을 제대로 육성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일도 필요하다. 김희진 변호사는 “아동보호 체계에 관여하는 담당 공무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원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인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현재는 적정 인력과 예산이 가늠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기초 조사부터 시작해 세부적인 지침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동 보호체계가 아동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대 신고를 받고 대처하는 데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조기에 징후를 발견하고 더 큰 학대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세원 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보호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학대를 막기 위한 분리가 아동을 또 다른 위험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저체중 되려다 탈모와 노화 얻는다[헬스픽]

    저체중 되려다 탈모와 노화 얻는다[헬스픽]

    마른 몸매에 집착해 거식증(신경성식욕부진증)에 걸리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거식증 환자 8417명 중 10대 여성 청소년이 14.4%(1208명)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깡마른 몸매를 원하기에 거식증에 걸리려하고 문제행동임을 자각하고 치료하려는 의지가 없다. 고도비만보다 저체중이 사망 위험률이 높다. 영양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뇌가 정상적으로 활동하지 않는다. 강박장애, 자기비하, 우울감 등 심리적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으로 전해질불균형이 나타나고 심장의 움직임이 불규칙해 급사하는 경우도 있다. 거식증이 심해지면 영양결핍으로 빈혈은 물론 탈모, 피부 노화, 손발톱 갈라짐과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 여성의 경우 월경불순과 무월경으로 인한 난임, 골다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시작은 다이어트였는데… 미국 타임지에 따르면 거식증 환자들은 거울을 통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거식증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실험을 통해 거식증 환자는 자신의 모습을 본 후에도 그 모습에 대해 뇌에서 거의 움직임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거울을 봐도 보이는 대로 믿지 않고 자신의 머릿속에서 ‘더 말라야 한다’, ‘먹지 말아야 한다’라는 죽음의 주문을 외우고 있는 것이다. 시드니 피터 버몬트 센터의 식이장애전문 정신과 의사인 나르시 몬드레티 박사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뇌에 반응이 없다는 것은 거식증에 한번 빠져들면 거식증은 사회의 압력이나 환자의 허영심과는 별도로 그저 환자를 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신경의 교란 작용을 일으키게 하는 것과 더 큰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미디어에서는 마른 사람이 자기관리를 잘한 것으로 여긴다. 일상적인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가 통제력을 잃으면서 음식 먹기를 거부하고 거식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의학적으로는 정상체중의 85% 미만이면서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거나 폭식 후 토하는 행동을 반복한다면 거식증으로 진단한다. 거식증 같은 식이장애는 진행성이기 때문에 오래 지날수록 치료가 복잡하고 길어진다. 거식증은 정신과적 문제가 동반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음식을 토하거나 거부하는 행동을 보이면 즉시 전문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거식증을 지닌 청소년의 경우 가족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복제인간 ‘서복’ 끊임없는 질문들, 인간의 어리석음 들춰내고 싶었다

    복제인간 ‘서복’ 끊임없는 질문들, 인간의 어리석음 들춰내고 싶었다

    청춘 멜로 영화 ‘건축학개론’(2012)으로 411만 관객에게 첫사랑 감성을 일깨웠던 이용주(51) 감독이 9년 만에 SF 신작 ‘서복’으로 돌아왔다. 15일 개봉하는 ‘서복’은 진시황의 명으로 불로초를 찾던 인물의 이름을 딴 ‘복제인간’을 소재로, 인간의 욕망과 죽음의 두려움에 대한 본질적 가치를 사유한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이 감독은 “제 첫 작품 ‘불신지옥’(2009)에서 보였던 두려움을 확장하고자 했다. 그 근원을 찾다 보니 영생이 떠오르더라”며 “결과적으로 복제인간을 선택했지만 화려한 SF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영원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바벨탑을 쌓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라 멈추지 않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분)이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실험체 서복(박보검 분)을 이송하는 일을 제안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삶을 사는 기헌은 서복을 통해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말에 선뜻 임무를 맡지만 서복을 노린 여러 집단의 공격을 피해야 하는 예기치 않은 일에 휩싸인다. 영화 속에서 서복은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왜 자신을 만들었고, 왜 기헌은 살고 싶어 하고, 인간들은 왜 죽기 싫어하는지. 이 감독은 “두 남자의 험난한 여정 속에서 숙명과도 같은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함으로써 삶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며 “죽음을 앞둔 기헌과 인간을 넘어선 서복이 서로를 구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브로맨스’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초고를 쓰는 데만 3년이 걸리는 등 시나리오 작업에 6년이 소요됐다. 코로나19도 겹쳐 관객과 만나기까지는 또 시간이 걸렸다. 이 감독은 “‘건축학개론’이 흥행할지 전혀 몰랐는데, 흥행에 대한 강박관념이 생겨 시나리오를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다음 작품은 좀더 편한 마음으로 밝은 주제를 선택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114분의 짧은 시간에 철학적 담론을 모두 담으려다 보니 베일에 싸인 연구원 임세은(장영남 분)의 비중이 작아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있다. 이 감독은 “설명이 많아지면 개연성은 강화되지만 지루해질 수 있어 많은 부분을 편집했다. 모두가 만족할 지점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차례 연기된 끝에 결국 15일 인터넷 동영상(OTT) 플랫폼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개봉하게 됐으나 아쉬움은 없었을까. 이 감독은 “기약 없이 개봉을 연기하는 것보다는 동시 공개가 최상의 선택”이라며 “많은 영화인이 오히려 ‘서복’의 성패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서복’ 이용주 감독 “영생 추구 인간의 어리석음 사유”

    ‘서복’ 이용주 감독 “영생 추구 인간의 어리석음 사유”

    청춘 멜로 영화 ‘건축학개론’(2012)으로 411만 관객에게 첫사랑 감성을 일깨웠던 이용주(51) 감독이 9년 만에 SF 신작 ‘서복’으로 돌아왔다. 15일 개봉하는 ‘서복’은 진시황의 명으로 불로초를 찾던 인물의 이름을 딴 ‘복제인간’을 소재로, 인간의 욕망과 죽음의 두려움에 대한 본질적 가치를 사유한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이 감독은 “제 첫 작품 ‘불신지옥’(2009)에서 보였던 두려움을 확장하고자 했다. 그 근원을 찾다 보니 영생이 떠오르더라”며 “결과적으로 복제인간을 선택했지만 화려한 SF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영원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바벨탑을 쌓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라 멈추지 않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분)이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실험체 서복(박보검 분)을 이송하는 일을 제안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삶을 사는 기헌은 서복을 통해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말에 선뜻 임무를 맡지만 서복을 노린 여러 집단의 공격을 피해야 하는 예기치 않은 일에 휩싸인다.영화 속에서 서복은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왜 자신을 만들었고, 왜 기헌은 살고 싶어 하고, 인간들은 왜 죽기 싫어하는지. 이 감독은 “두 남자의 험난한 여정 속에서 숙명과도 같은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함으로써 삶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며 “죽음을 앞둔 기헌과 인간을 넘어선 서복이 서로를 구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브로맨스’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초고를 쓰는 데만 3년이 걸리는 등 시나리오 작업에 6년이 소요됐다. 코로나19도 겹쳐 관객과 만나기까지는 또 시간이 걸렸다. 이 감독은 “‘건축학개론’이 흥행할지 전혀 몰랐는데, 흥행에 대한 강박관념이 생겨 시나리오를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다음 작품은 좀더 편한 마음으로 밝은 주제를 선택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114분의 짧은 시간에 철학적 담론을 모두 담으려다 보니 베일에 싸인 연구원 임세은(장영남 분)의 비중이 작아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있다. 이 감독은 “설명이 많아지면 개연성은 강화되지만 지루해질 수 있어 많은 부분을 편집했다. 모두가 만족할 지점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차례 연기된 끝에 결국 15일 인터넷 동영상(OTT) 플랫폼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개봉하게 됐으나 아쉬움은 없었을까. 이 감독은 “기약 없이 개봉을 연기하는 것보다는 동시 공개가 최상의 선택”이라며 “많은 영화인이 오히려 ‘서복’의 성패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제 극장과 OTT가 시장에서 주도권 다툼을 하기보다 각기 다른 시장의 폭을 넓혀 가는 건강한 변화로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뚜렛 증후군 환자도 복지서비스 받는다

    뚜렛 증후군 환자도 복지서비스 받는다

    하나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가 있는 사람과 무의식적으로 반복행동을 하는 ‘뚜렛 증후군’ 환자 등도 장애인복지법이 보장하는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6일 장애인복지법을 적용받는 시각장애와 정신장애의 인정기준을 확대하는 내용의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에 따라 복시가 있는 사람도 시각장애인으로 인정된다. 또 강박장애와 뇌의 신경학적 손상으로 인한 기질성 정신장애, 스스로 조절하기 힘든 무의식적 반복행동 및 음성 틱 장애가 모두 나타나는 질환인 뚜렛 증후군, 일상생활 등에 상당한 제약이 있는 기면증이 있는 사람도 정신장애인으로 인정된다. 기존에는 시각장애의 경우 나쁜 눈의 시력이 0.02 이하, 두 눈의 시야가 각각 모든 방향에서 10도 이하 등을 시각장애인으로 인정했고, 정신장애는 조현병, 재발성 우울장애 등이 정신장애인으로 인정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을 통해 장애인의 복지서비스 수급권이 더욱 폭넓게 보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2030 세대] ‘내가 옳다’를 증명하려면/김영준 작가

    [2030 세대] ‘내가 옳다’를 증명하려면/김영준 작가

    영화 ‘빅쇼트’와 ‘머니볼’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마이클 루이스의 논픽션이 원작이란 것과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옳음을 증명해 나가는 내용이란 점이다. 빅쇼트에선 온 세상 사람들이 호황에 취해 있을 때 불황을 예상하고 베팅해 큰 수익을 거두는 투자가들을 다루고 있고, 머니볼에선 업계의 통념과는 다른 방식으로 야구단을 운영해 성공을 거두는 구단 경영자의 모습을 그린다. 두 영화 다 자신의 생각과 예상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긴긴 시간 동안 고뇌하는 주인공을 다루다가 결국 자신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카타르시스가 터진다. ‘이거 봐! 모두가 내가 틀렸다고 했지만 사실은 내가 옳은 거였어!’ 영화 속 캐릭터가 이렇게 해도 매우 큰 카타르시스가 오는데 그 주인공이 나라면 오죽할까? 내 신념과 내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그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자신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고자 하는 사람은 거의 다 실패한다. 사실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는 태도는 매우 나쁜 길로 빠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자신의 생각과 부합하는 자료만 편향적으로 선택하고 어떤 사건과 현상에 대한 분석 또한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즉, 현실이나 상황, 자료 등을 제대로 분석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믿음을 강화해 나가는 쪽으로만 이용하는 셈이다. 어떠한 생각과 믿음은 한번 결정하면 그 경로를 따라가게 돼 있기 때문에 생각과 믿음은 매우 신중하게 따져 선택해야 하는 것이며 시간이 지날 때마다 이것이 정말로 옳은지를 재검증해야 한다. 특히나 내 생각이 대부분의 사람과 다르다면 더욱더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 것이고. 이렇게 얘기하면 어떤 사람들은 ‘흔들릴수록 굳게 믿어야지 어떻게 그렇게 쉽게 포기할 생각부터 먼저 하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과 신념은 강철을 달구고 벼려 내는 것처럼 철저한 검증을 통해 쌓아 나가는 것이다. 그저 무조건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데이터와 사실들을 외면하는 것이 될 수 없다. 빅쇼트와 머니볼 속의 주인공들을 다시 돌아보면 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들은 생각과 의견을 정하기 전에 데이터를 철저하게 살펴보고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으며 모든 것을 종합해 신중하게 생각과 의견을 정했다. 그러고 나서 현실이 자신의 생각과 반대로 움직일 때 그저 정신승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에 문제가 없었는지, 데이터에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하게 재검증을 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옳다는 강한 믿음을 갖게 된 것이다. 그에 반해 대부분 사람의 생각과 판단은 너무나도 가볍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과 검증이 없는데 내가 옳고 세상이 틀릴 순 없다. 많은 사람이 저지르는 잘못된 생각과 판단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내가 옳다는 강박은 더욱더 큰 틀림으로 갈 수 있다.
  • 광주 동구 저장 강박증 할머니집서 쓰레기가 8t 나와

    광주 동구 저장 강박증 할머니집서 쓰레기가 8t 나와

    “집 안이 쓰레기 더미로 가득차 있었어요.치우고 보니 무게만 8t이었습니다.” 25일 광주 동구 한 아파트에서는 쓰레기 수거에 나선 구청 공무원,사회단체 회원,자원봉사자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쓰레기를 채운 비닐 자루와 포대가 손에서 손으로 주차장까지 옮겨지자 폐기물 처리장을 오가는 화물차도 덩달아 분주했다. 집주인인 A씨(84·여)는 30여 년을 한곳에서 살며 재활용품 수거함과 골목에서 눈에 보이는 쓰레기 더미를 집안에 끌어모았다. 온갖 물건을 저장해 두는 강박 증세가 심해지면서 쓰레기 더미는 아파트 공용공간인 복도까지 차지했다. 악취와 화재 위험으로부터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 목소리가 잇따르자 동구는 이날 임택 구청장까지 나서 대청소를 했다. 꼬박 하루 동안 쓰레기를 치운 동구는 소독과 도배,장판 교체 등 A씨가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거 공간을 개선할 예정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광주 동구 독거 할머니집서 쓰레기가 8t 나와

    “집 안이 쓰레기 더미로 가득차 있었어요.치우고 보니 무게만 8t이었습니다.” 25일 광주 동구 한 아파트에서는 쓰레기 수거에 나선 구청 공무원,사회단체 회원,자원봉사자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쓰레기를 채운 비닐 자루와 포대가 손에서 손으로 주차장까지 옮겨지자 폐기물 처리장을 오가는 화물차도 덩달아 분주했다. 집주인인 A씨(84·여)는 30여 년을 한곳에서 살며 재활용품 수거함과 골목에서 눈에 보이는 쓰레기 더미를 집안에 끌어모았다. 온갖 물건을 저장해 두는 강박 증세가 심해지면서 쓰레기 더미는 아파트 공용공간인 복도까지 차지했다. 악취와 화재 위험으로부터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 목소리가 잇따르자 동구는 이날 임택 구청장까지 나서 대청소를 했다. 꼬박 하루 동안 쓰레기를 치운 동구는 소독과 도배,장판 교체 등 A씨가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거 공간을 개선할 예정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마스크니, 코비드15, 코비디엇, 코벡시트…코로나 신조어 알고 계신가요

    코로나19로 우울증·체중 증가·폭음 등 부정적인 문제가 늘면서 미국에서 이런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다양한 신조어가 쓰이고 있다. NBC방송은 14일(현지시간) ‘팬데믹(대유행)이 우리 몸을 변화시킨다’며 마스크니(maskne)·코비드15(covid 15)·죽은엉덩이증후군(dead butt syndrome) 등의 용어로 설명했다. ●일·생활 경계 무너진 ‘죽은엉덩이증후군’ 마스크(mask)와 여드름(acne)을 합친 용어인 ‘마스크니’는 마스크를 장기 착용해 얼굴에 생기는 피부 질환을 뜻한다. ‘코비드15’는 대유행으로 폭식이 늘고 운동은 부족해 살이 15파운드(약 6.8㎏)는 찐다는 의미다. 최근 미국심리학회의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중 42%가 체중이 늘었다고 답했고, 평균 체중 증가분은 약 13㎏이었다.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과도하게 길면 생기는 ‘죽은엉덩이증후군’은 엉덩이 근육이 약해지거나 엉덩이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증상이다. 최소한의 움직임이던 출퇴근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과 생활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방치한다면, 심각한 근육량 손실이 동반될 수 있음을 경계하는 용어다. ●암울한 뉴스만 확인하는 ‘둠스크롤링’ ‘둠스크롤링’(doomscrolling)은 코로나19 시대에 암울한 뉴스만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행태를 뜻하는데, 여기에 빠지면 정서적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지난달 미국의사협회 의료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33%가 대유행으로 불안이나 우울증 증상을 겪었고, 12%는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으면서도 마스크 없이 해변이나 파티에 가는 이들이 늘면서 ‘코비디엇’(covidiot)이란 말도 다시 등장했다. 코로나19(covid)와 멍청이(idiot)의 합성어로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는 이들을 가리킨다. 코로나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합쳐 만든 ‘코벡시트’(covexit·코로나19 출구전략)도 자주 거론된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집단면역에 도달할 때까지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라고 호소하지만, 텍사스·미시시피주 등은 이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폐지하고 경제 봉쇄를 해제하며 출구전략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마스크네·코비드15·죽은엉덩이?… “코로나로 몸이 변했다”

    마스크네·코비드15·죽은엉덩이?… “코로나로 몸이 변했다”

    마스크 장기간 착용에 피부 트러블 ‘마스크네’집콕 생활에 체중 15파운드 증가 ‘코비드15’온라인서 부정적 뉴스 보다 불안 ‘둠스크롤링’ 백신 안 맞고 마스크 없이 활보하는 ‘코비디엇’코로나19로 우울증, 체중 증가, 구부정한 자세 등 부정적인 신체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에서 이를 일컫는 다양한 신조어들이 쓰이고 있다. NBC방송은 14일(현지시간) 마스크네(maskne)·코비드15(Covid 15)·죽은엉덩이증후군(dead butt syndrome) 등을 소개했다. 마스크네는 마스크(mask)와 여드름(acne)의 줄임말로 마스크를 장기 착용하면서 얼굴에 생기는 각종 피부 질환을 뜻한다. ‘코비드15’는 폭식 및 운동 부족으로 몸무게가 15파운드(6.8kg)는 증가한다는 의미다. 데일리메일은 지난 11일 응답자 중 42%의 체중이 평균 13kg 증가했다는 미국심리학협회의 설문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일과 생활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빈지 워치’(binge watch)도 체중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폭음·폭식(binge)과 시청(watch)을 결합한 말로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를 소위 ‘정주행’ 하는 것을 뜻한다. 앉는 시간이 늘면서 죽은엉덩이증후군도 회자되고 있다.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면 엉덩이 근육이 약해지거나 엉덩이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증상인데, 역시 운동 부족으로 인한 현상이다. ‘둠스크롤링’(doomscrolling)을 유의하라는 기사도 많이 나온다. ‘불행’(doom)과 화면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스크롤링’(scrolling)을 합친 신조어로, 펜데믹(대유행)으로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늘면서 암울한 뉴스만을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행태를 뜻한다. 최근 미국심리학회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3%가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예전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신다고 답했다. 또 지난 2월에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는 응답자의 33%가 불안이나 우울증 증상을 겪었다고 응답했고, 12%는 자살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했다. 최근 텍사스·미시시피주가 마스크 의무 착용을 폐지하고,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지 않았으면서 마스크도 없이 해변이나 파티장으로 인파가 몰리자 ‘코비디엇’(covidiot)이 언론에 다시 등장했다. 코로나19(covid)와 멍청이(idiot)의 합성어로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는 이들을 가리킨다. 요즘 미국인들의 관심은 코로나19의 출구전략을 의미하는 ‘코벡시트’(Covexit)다. 코로나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합쳐 만든 용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집단면역에 도달할 때까지 방역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하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1년간 봉쇄정책으로 지쳐 있는 상태여서 준수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佛 교사 파티 참수 부른 13세 소녀 “수업 듣지도 않았는데 거짓말”

    佛 교사 파티 참수 부른 13세 소녀 “수업 듣지도 않았는데 거짓말”

    지난해 10월 프랑스의 중학교 교사 사뮈엘 파티가 수업 중에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비하한 만평을 보여줬다는 사실이 알려져 한 극단주의 무슬림에게 참수당한 비극이 있었다. 그런데 파티가 만평을 보여줬다는 사실을 아버지에게 처음 털어놓아 파티 교사를 비난하는 온라인 캠페인이 벌어지게 만든 13세 여학생이 당시 조퇴를 해 해당 수업을 듣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실토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8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소녀는 파티가 표현의 자유와 신성모독에 대한 수업 시간에 무슬림 학생이 있으면 교실을 나가도 좋다고 말한 뒤 만평을 보여줬다고 아버지에게 알렸다. 소녀의 아버지는 파티를 교단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고 한 무슬림 전도사가 가세해 온라인 혐오 캠페인으로 번졌다. 이를 보고 격분한 체첸 난민 출신 18세 청년 압둘라 안조로프가 파티를 응징하겠다고 찾아와 참수했고, 출동한 경찰이 총격을 가해 안조로프도 사망했다. 소녀는 끔찍한 거짓말로 온라인 혐오 캠페인을 벌어지게 만들어 두 사람이 애꿎게 세상을 떠나게 만든 셈이다. 파티의 참극이 알려지면서 프랑스 전역에 ‘내가 사뮈엘이다’ 추모 캠페인이 벌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파티의 가족에게 최고의 훈장인 레종 도뇌르를 수여했다. 마침 정부에 고용된 사람에게 상당한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온라인에 글을 쓰거나 옮긴 사람에게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보안법 개정안이 의회에서 논의되는 중에 소녀의 거짓말 때문에 파티의 참극이 시작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일은 무슬림에게 최악의 치욕이자 공격으로 받아들여지며 특히 프랑스에서는 지난 2015년 만평 잡지 샤를리 에브도가 마호메트 풍자 만평을 실은 뒤 극렬주의자들의 공격으로 12명이 살해된 비극이 있어 아주 민감한 주제다. 철 없는 10대의 거짓말이 화약고에 불씨를 던진 셈이었다. 소녀의 변호인 음베코 타불라는 AFP 통신에 “급우들이 소녀에게 대변인 역할을 해달라고 해 그녀는 강박증을 느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소녀의 거짓말과 온라인 혐오 캠페인이 안조로프의 만행을 불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고 소녀를 모략, 그녀의 아버지와 무슬림 전도사를 살해 모의 혐의로 기소했다. 안조로프는 범행 직전에 시리아의 지하디스트와 연결된 인물을 접촉한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내 맘을 남들이 다 아는 미래…이득 보는 사람은 과연 누구?

    내 맘을 남들이 다 아는 미래…이득 보는 사람은 과연 누구?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내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타인에 대한 진심과 불만이 여과 없이 드러나면, 누가 가장 이득을 볼까. SF영화 ‘카오스 워킹’은 이런 흥미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2257년 남성만 사는 프렌티스타운 영화는 서기 2257년 모든 남성들이 자신의 생각이 노출되는 노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뉴월드’ 프렌티스타운을 배경으로 한다. 노이즈 현상을 겪는 토드(톰 홀랜드 분)가 어느 날 지구발 우주선을 타고 불시착한 바이올라(데이지 리들리 분)를 만난다. 데이비드(매즈 미컬슨 분) 뉴월드 프렌티스타운 시장은 바이올라를 구조하러 올 우주선을 탈취하려 하고, 토드와 바이올라는 우주선에 데이비드의 야심을 알리려고 도망친다. 추격전이 주를 이루지만, 구조는 단순하지 않다. 프렌티스타운은 여성이 한 명도 없이 남성뿐인 이상한 곳이다. 시장은 원주민 생명체인 스패클이 여자들을 모두 죽였다고 선전하지만, 토드는 여성인 바이올라를 필사적으로 추격하는 시장을 의심한다. 무엇보다 대다수 남성과 달리 시장은 자신의 생각을 통제하는 데 능숙하다. 타인의 정보와 약점을 움켜쥐고 자신의 약점을 노출하지 않는 시장은 소수의 정보 독점이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경고를 전달한다. 남자들 속에서 자란 토드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바이올라는 동정심, 눈물, 공감 능력으로 대표되는 여성성 이외에 냉정함, 강인함, 모험심도 갖춘 인물이다. 진실을 깨닫는 토드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남성성과 여성성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소수의 정보 독점이 민주주의 파괴 경고 거짓말로 위기를 넘기려 하지만 늘 들켜 버리고 마는 토드의 모습이 흥미와 웃음을 자아낸다. 톰 홀랜드는 전작 ‘스파이더맨’(2019),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청년의 순수함과 영웅적 면모를 능숙하게 연기한다. 흥미로운 소재와 함께 긴장감을 자아내는 속도감은 더그 라이먼 감독의 실력이기도 하다.●속편 염두에 둔 듯 모호한 결말 답답 그러나 영화는 자세한 배경 설명을 미룬 채 토드·바이올라와 시장 일당의 추격전에만 초점을 맞춘다. 지구인들이 어떻게 이 외계 행성 ‘뉴월드’에 정착하게 됐는지, 프렌티스타운에 왜 여자가 없는지, 원주민인 스패클은 어떤 존재인지 등에 대해 몇 가지 정도만 보여 줄 뿐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아 답답하다. 속편을 염두에 둔 듯한 결말 부분도 자칫 서둘러 끝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패트릭 네스의 동명 원작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들에겐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상영시간 109분. 15세 관람가.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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