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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대문형무소에서 만나는 독립운동가들의 100년 전 뜨거운 함성

    서대문형무소에서 만나는 독립운동가들의 100년 전 뜨거운 함성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 칠 그날이,/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한다면,/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하략)’ 독립운동가이자 소설가·시인인 심훈(1901~1936)은 시 ‘그날이 오면’에서 조국의 광복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노래했다.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심훈처럼 독립을 간절히 염원했던 선열들의 항일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문화재청이 마련한 특별전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이다. 이번 전시는 19일부터 4월 21일까지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제10·12옥사에서 열린다. 1910년 경술국치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환국까지 긴박했던 당시 상황과 선열들의 발자취를 재조명하는 자리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18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매천 황현 선생의 유물, 이봉창 의사의 선서문 및 의거자금 송금증서 등 살아있는 자료들을 통해 항일 독립의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전시는 도입부를 시작으로 총 3부로 구성된다. 도입부에서는 조선말기 우국지사 매천 황현(1855~1910)의 유물이 눈에 띈다. 1910년 경술국치에 항거하는 황현의 결연한 뜻을 담은 칠언절구 4수의 한시 ‘절명시’를 비롯해 황현의 후손들이 100년 넘게 소장해온 또다른 자료 ‘사해형제’(四海兄弟)와 신문 자료를 모아놓은 ‘수택존언’(手澤存焉) 등이 최초로 공개된다. 특히 ‘사해형제’에는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한용운이 황현의 죽음을 기리며 쓴 애도시 ‘매천선생’(梅泉先生)이 수록돼 있어 눈길을 모은다. 홍영기 순천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한용운이 1913년 ‘조선불교유신론’을 간행한 뒤 전국 유명 사찰을 순회하며 강연을 했다”면서 “구례 화엄사에 갔을 때 황현의 동생을 만나 이 시를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1부 ‘3·1운동, 독립의 꽃을 피우다’에서는 등록문화재 제730호인 ‘일제주요감시대상 인물카드’를 만나볼 수 있다. 안창호, 윤봉길, 유관순, 김마리아 등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 4857명에 대한 신상카드가 소개된다.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지역 3·1운동 수감자와 여성 수감자의 활동 상황도 살펴볼 수 있다. 지난해 각각 등록문화재 제713호와 제738호로 등록된 이육사의 친필 원고 ‘편복’과 ‘바다의 마음’도 전시된다.2부 ‘대한민국임시정부, 민족의 희망이 되다’에서는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관련한 다양한 유물이 소개된다.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인 조소앙이 ‘삼균주의’(三均主義)를 바탕으로 독립운동과 건국의 방침 등을 정리한 등록문화재 제740호 ‘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과 두터운 천 위에 일본 국왕을 처단할 의지를 맹세한 ‘이봉창 의사 선서문’ 등이다. 나라의 광복과 환국의 긴박했던 상황을 조명하는 3부 ‘광복, 환국’에서는 백범 김구가 1949년에 쓴 붓글씨 ‘신기독’(愼其獨·‘홀로 있을 때도 삼가다’는 뜻)과 1945년 11월 초판 발행된 등록문화재 제576호 ‘한중영문중국판 한국애국가 악보’가 공개된다. 다만 문화재청은 유물의 보존 환경을 고려해 복제본을 전시하기로 했다. 전시 개막일인 19일과 3월 1일, 4월 11일에만 유물 원본을 전시한다. 이밖에도 문화재청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22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항일문화유산의 현황과 보존·활용’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열고, 3월 1일부터 31일까지는 국립고궁박물관 전시실에서 ‘100년 전, 고종 황제의 국장’(가제)을 선보일 예정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정월대보름이자 봄의 문 여는 ‘우수’에 서울·경기는 폭설

    정월대보름이자 봄의 문 여는 ‘우수’에 서울·경기는 폭설

    정월 대보름이자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24절기 중 ‘우수’(雨水)인 18일 화요일은 서울과 경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큰 눈이 내리겠다. 기상청은 “18일 오후부터 19일까지 저기압이 남해상을 지나가면서 제주도와 남해안에는 온난다습한 남서류가 유입되면서 18일 오후 3시경 제주도에서 비가 시작돼 19일에는 전국이 흐리고 비나 눈이 내릴 것”이라고 18일 예보했다. 18일 오후 제주와 남해안을 시작으로 내리는 비와 눈은 19일 밤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19일 자정부터 오전 시간에 서울과 경기지역을 포함한 중부지방에 많은 눈이 집중되면서 출근길 교통 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돼 기상청은 주의를 당부했다. 19일까지 예상적설량은 서울과 경기도, 강원 영서지역은 2~7㎝, 충청도, 경북내륙, 전북 동부내륙 지역은 1~5㎝로 예상됐다. 예상강수량은 제주와 남해안은 20~60㎜로 많은 곳은 100㎜ 이상의 겨울비로는 다소 많은 양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남부지방은 10~40㎜, 중부지방은 5~10㎜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24절기 중 ‘우수’는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말로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을 맞게 됐다는 의미이다. 이 무렵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는 속담처럼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추위도 한층 누그러들어 봄기운이 돌고 새싹이 돋는다. 기상청의 ‘최근 10년 우수 이후 눈일수 및 마지막 눈’과 ‘2월 기온’ 자료를 살펴보면 실제로 우수 이후 평균 기온은 물론 최저기온이 올라가는 추세를 보였다. 서울의 경우는 최근 10년 동안 우수가 지난 이후에도 적어도 2회에서 많게는 8차례 가량 눈이 더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우 서울에서 4월 7일 마지막 눈이 내렸으며 우수 이후 가장 눈이 빨리 그친 때는 2016년으로 2월 29일에 서울에서 마지막 눈이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경기북부, 강원영서 중북부, 서해안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내려진 건조특보는 18일 오후부터 내리는 비와 눈으로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천문연구원은 20일 자정을 지난 시간에 올해 가장 큰 보름달인 ‘슈퍼문’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뜨는 슈퍼문은 오는 9월 14일에 뜨는 가장 작은 보름달인 ‘미니문’보다 14% 정도 더 크게 보인다. 슈퍼문은 정월대보름인 19일 오후 5시 46분에 떠서 20일 새벽 0시 54분에 가장 크게 보인다. 이날 달이 크고 밝게 보이는 이유는 달이 태양의 반대쪽에 위치해 완전히 둥근 ‘망’인 동시에 달과 지구의 거리가 25만 7151㎞로 지구와 달의 평균거리인 38만 4400㎞보다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강물에 빠진 자동차 운전자 구하려 뛰어든 남성

    강물에 빠진 자동차 운전자 구하려 뛰어든 남성

    한 남성이 물에 빠진 자동차 안에 갇힌 운전자를 구하기 위해 용감하게 물에 뛰어들어 누리꾼들의 찬사를 받았다. 지난달 26일 중국 산시성 안캉시에서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가 강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국영방송사 CGTN은 당시 사고 영상을 공개하며 운전자를 구조하기 위해 강물에 뛰어든 남성의 용감한 행동을 보도했다. 영상에는 자동차 한 대가 물에 가라앉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미 자동차 앞부분은 물에 완전히 잠겨 뒷좌석만 간신히 떠 있다. 차 안에는 운전자가 갇혀 있지만, 안에서는 문을 열 수가 없는 상황. 한시가 급한 순간이지만 구조할 방법이 없어 시민들이 발을 동동거리는 그때, 한 남성이 물속으로 뛰어든다. 남성은 인근 건설 현장에서 빌려온 철 막대기를 휘둘러 창문을 깨트린다. 이어 차가 완전히 가라앉기 직전 운전자를 무사히 밖으로 빼낸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정말 용감한 청년이다”, “90년대 생이라고 하는데, 정말 자랑스럽다”,“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사람이 있었네” 등의 댓글을 달며 남성의 용감한 행동을 칭찬했다. 사진·영상=CGTN/유튜브 영상부 seoultv@seoul.co.kr
  • “젊은 시인들아, 가난한 사람이 따뜻해지는 詩를 쓰자”

    “젊은 시인들아, 가난한 사람이 따뜻해지는 詩를 쓰자”

    “후배들 언어 유희로 난해한 망상만 가득 필 오면 끄적이지 말고 24시간 몰두해야”“좋은 시인가 아닌가 아는 방법이 있어요. 시 쓰면서 우는 거예요. 대상하고 교감이 완벽하게 이뤄지면 그 동질감 속에서 눈물이 나오는 거죠.” 시 ‘사평역에서’를 쓴 ‘아기 참새 찌꾸’ 아빠, 곽재구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을 냈다.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문학동네)다. 지난 28일 전화로 만난 시인은 “내 시가 좋다는 말은 아니지만 동화 ‘아기 참새 찌꾸’의 마침표를 찍을 때, 이번 시집을 쓸 때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73편의 미발표시들로 빼곡히 채운 시집은 시인이 자신의 터전인 전남 순천의 샛강 동천을 걸으며 나왔다. ‘평생 강물의 노래를 들었으나/자신의 노래를 부른 적 없는 이가 눈보라를 맞는다/피아노의 검은 건반이 하얀 눈보라 속에 묻힌다’(‘징검다리’), ‘물고기 두 마리/입맞춤하네/가을에 사랑하다 헤어지면 봄 온다네’(‘나와 물고기와 저녁노을’) 등이 다 그렇게 나왔다. 일곱 번째 시집 ‘와온 바다’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생명력, 삶에의 거룩함은 신작에서도 그대로다. ‘니 좋으면 나 좋으니/나한테 더 좋은 일인지도 모르겄다/이번 달 시급 만 원 계산했다/새 정부에서 2020년부터 시행할 모양인데/힘들어도 함께 힘든 게 낫지 않겄냐?’는 삼겹살집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난 가난한 사람이 따뜻해지는 시를 쓸 거예요’라는 점원의 다짐으로 돌아오는 식이다.(‘라면 먹는 밤-성래에게’) “강은 쉽게 말하면 한반도, 착한 물고기들은 반도 안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 푸른 용은 반도와 사람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는 에너지예요. 촛불집회하는 사람들 모습도 다 착한 물고기 속에 들어 있는 거죠.”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올해로 39년차인 시인. 그는 이번 시집에서 처음 시 쓰던 때, 도서관에서 윤동주 시집을 훔치던 때로 돌아갔다. ‘도서관에서/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초판본을 훔쳤지/(중략)/당신만큼 쓸쓸하고 순정한 시를 쓰리라 혼자 다짐했네.’(‘고교 1학년’) 초심을 되새긴 것이냐는 질문에 뜻밖의 날 선 대답이 돌아왔다. “방금 초심 이야기를 했는데, 저도 인제 우리 나이로 6학년 6반이에요. 근데 우리나라 시가 너무 자잘해요. 젊은 친구들 쓰는 시가 비전도 없고, 언어 유희에다가 난해한 망상들을 집어넣고…, 진정성이 없어요.” 순천대 문예창작학과에서 19년째 시를 가르치고 있는 시인은 ‘신인상 당선작에서 쓰레기 냄새가 난다’(‘물고기와 나’)고까지 썼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시인이라면 모름지기 하루 24시간을 시에 몰두해야 한다는 거다. 잠자다 꾸는 꿈에서까지. “정말로 좋아하고 사랑하면 꿈에 나와요. 무의식 세계하고 현실 세계의 경계에 있는 게 꿈이에요. 꿈이라는 일주문을 들어가야지 미지의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거죠. 일주일에 하루, 뭔가 ‘필’이 오면 끄적끄적 쓰고 시라고 발표하는 거, 그건 시가 아니에요.” 하루 열 편씩 쓰겠다는 초심을 지금도 이어 나가는 시인이다. “방탄소년단도 분명히 꿈에서 춤추고 노래할 것”이라고 덧붙인 시인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 말은 다 틀린 것”이라며 ‘허허’ 웃었다. 시어에 김소월과 윤동주가, 해설 대신 직접 쓴 산문에는 정지용, 백석 등 먼저 간 선배 시인들이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는 백석의 시를 일컬어 ‘번역이 불가한 도저한 조선의 시’, 김소월은 ‘눈보라 날리는 날 배고픈 내 손에 쥐여 준 따뜻한 고구마’, 윤동주는 ‘극한 상황에서도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이라고 적었다. “이 시집을 낸 의미 중 하나가 ‘젊은 시인들아, 좋은 시 좀 쓰고 살자’ 하는 겁니다. 한반도 미래를 위해서도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거밖에 없어요.” 시인이 말하는 좋은 시란 ‘쉽고 깊고 따뜻한 것’이다. 아주 쉬운 언어로 깊은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 커튼에 햇살 비치는 무늬만 봐도 시를 떠올린다는, 39년차 순정한 시심(詩心)이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책가방 이고 강물 건너는 소녀, 노랑 보트 덕에 안전해진 등굣길

    책가방 이고 강물 건너는 소녀, 노랑 보트 덕에 안전해진 등굣길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강을 건너는 이 소녀, 등교하는 길입니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의 잠보앙가 시에 사는 아이들인데 학교에 가려면 교과서와 교복 등을 넣은 가방을 두 팔로 들어 올린 채 거센 물결에 맞서 강을 건너야 한답니다. 학교까지 1000m쯤 이렇게 물을 헤쳐 가야 했답니다. 수위가 높거나 물살이 세면 헤엄을 쳐서 건너야 했고요. 망그로브 나무 가지들에 발이 걸려 넘어질 수도 있어 위험천만한 길이었습니다. 노랑 보트 희망 재단이란 곳에서 필리핀 아이들이 안전하게 강과 바다를 건너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보트를 구입하는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답니다. 이 재단에서 가장 먼저 보트를 구입해 전달한 곳이 잠보앙가 시입니다. 재단을 창립한 제이 자보네타는 “훌륭한 수영선수라도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부모들은 생계를 위해 낚시를 해야 해서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줄 상황이 아니랍니다. 사실 몇백 달러만 있으면 배를 구입할 수 있을텐데 그마저 어려울 정도로 가난한 지역입니다. 자보네타 역시 이렇게 어렵게 학교를 다니는 애들이 있는지 예전에 몰라 깜짝 놀랐다고 재단을 창립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자신도 놀랄 정도로 친구들이 모금에 동참했고 이제 필리핀 전역에서 온정이 쏟아지고 있답니다.200달러 정도에 구입한 작은 보트는 6~8세 아이들이 타고 스스로 노를 저어 건너게 하고 그보다 더 비싸고 큰 보트에는 엔진을 달아 부모나 더 큰 아이들이 조종하게 하는데 스쿨버스와 마찬가지로 노란색 페인트를 칠했습니다. 몇몇 지역에서는 이마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아예 기숙사를 짓고 있습니다. 또 더 큰 배를 구입해 교사와 교육 도구를 싣고 오지를 찾아가 이동 수업을 하는 프로젝트도 운용하고 있답니다. 2010년부터 200군데의 지역사회와 이런 형태의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2013년 태풍 하이얀이 덮쳐 전국에 많은 피해가 발생했을 때 해외 기부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필리핀 각지에서 모인 기금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답니다. 자보네타는 “보트 한 척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 될 수 있는지, 또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상상조차 못했다”며 “필리핀은 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다. 그래서 어느 곳에나 보트가 있다. 오죽하면 100만대가 넘는다는 얘기가 나오겠느냐. 그래서 우리는 그저 당연히 주어진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은빛자서전 프로젝트<5>] “어디선가 꽃씨 날아와 강가에 피어난 노랑꽃처럼”

    [은빛자서전 프로젝트<5>] “어디선가 꽃씨 날아와 강가에 피어난 노랑꽃처럼”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장은 충북 옥천신문과 손잡고 ‘은빛자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 사람의 일생은 그 자체가 역사이고 작은 박물관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80세 이상 주민의 구술(口述)을 풀어내 자서전으로 정리하는 프로젝트다(서울신문 3월 16일 자 ‘인터뷰 플러스’ 참조). 이번에는 옥천군 동이면 조령2리(새재마을)에 사는 여경자 씨(80)를 만났다.●꿈속에서라도 어머니 얼굴을 보았으면 나(여경자)는 1940년 영동군 학산면 지내리에서 태어났다. 친정은 가난한 농사꾼 집안이었다. 나는 세 자매의 막내였는데, 불행이라는 불청객이 우리 가족을 연이어 찾아왔다. 나보다 먼저 태어난 두 언니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내가 여섯 살이 되던 해에는 어머니마저 돌아가셨다. 나에게는 한(恨)이 있다. 어머니가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얼굴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그게 지금까지도 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어머니는 ‘곽 씨’라는 성만 가지고 있었을 뿐 유일한 혈육에게 당신의 이름조차 남겨주지 못하셨다. 꿈속에서라도 어머니 얼굴을 뵙기를 기원했지만 그 소원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버지(여하현)는 새 아내를 맞아 슬하에 4남매를 더 두셨다. 막내였던 내가 졸지에 5남매의 맏이가 되었다. 친엄마를 잃은 나는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물에 콩 나듯이 메마를 수밖에 없었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일해서 행복했던 시절 나는 열여덟 살이 되던 1957년 가을에 옥천군 동이면 새재마을(조령2리)로 시집왔다. 군대에 가 있던 신랑의 얼굴 사진으로 맞선을 대신했고, 혼례식도 신랑의 휴가 기간 중에 치렀다. 양가의 고모가 중매를 섰는데, 우리 고모가 설명한 ‘중매의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신랑이 아주 잘 생겼어.” 신랑은 잘생겼는지 몰라도 시댁 역시 지독하게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에서 시할머니, 시아버지, 시누이가 살고 있었다. 새재마을은 친정보다 더 오지 중의 오지였다. 마을에 들어가려면 높은 고개를 넘어야 했는데, 새소리밖에 나지 않는다 해서 ´새재´라고 불렀다. 나는 영동에서 심천역까지 열차로 이동한 다음 가마를 타고 우산리를 거쳐 금강 여울을 건넜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넘어 마을에 도착했는데, 마을 뒤쪽에 금강과 보청천이 버티고 있었다. 산촌(山村)이자 강촌(江村)인 새재마을은 말 그대로 하늘 아래 첫 동네였다. 혼례식을 치르고 귀대했던 남편(성연호)이 몇 개월 뒤에 제대했다. 우리 두 사람은 부모가 물려준 땅 한 평 없는, 말 그대로 맨바닥에서 살림을 시작해야만 했다. 더욱이 시댁에는 약간의 빚까지 있었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건강한 몸뚱이가 우리의 유일한 삶의 밑천이었다. 우리 두 사람은 정말 열심히 일했다. 남의 논밭에 가서 일해주고 품삯을 받았고, 남는 시간에는 비탈진 땅을 일구어 깨와 콩 등을 심었다. 추수를 해놓으면 심천에서 장사꾼들이 곡물을 사러 왔다. 남의 소를 키워주고 대가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한 푼 한 푼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빚도 갚았고 한 뙈기 한 뙈기 땅도 사기 시작했다. ●날마다 안부 전화 걸어오는 고마운 7남매 우리 부부는 모두 7남매를 낳았다. 장남 재영, 장녀 금년, 2남 은영, 2녀 미숙, 3남 현영, 4남 대영, 3녀 미애가 차례로 태어났다. 지금도 자식들에게 가장 미안한 것은 한창 커야 할 때 먹을 것 제대로 먹이지 못한 것이다. 셋째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끼니를 보리밥과 고구마로 버텼기 때문에 쌀밥은 아예 구경할 수 없었다. 얼마나 질렸는지 요즘에도 자식들이 고구마는 잘 먹으려 하지를 않는다. 보리는 쌀처럼 바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없다. 우선 물에 불려 박박 문지른 다음 솥에 넣고 쪄야 했다. 더욱이 그때에는 동네에 우물이 없어서 강에서 식수를 길어다 먹어야 했다. 겨울에 강물이 얼어붙으면 얼음에 구멍을 뚫었는데, 그것이 마을 사람들에겐 우물인 셈이었다. 나는 강물을 담은 동이를 머리에 이고 미끄러운 빙판길을 걸어서 산기슭 가장 위쪽의 우리 집까지 날라야 했다. 자식들은 좋은 학교를 보내주지 못했지만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다. 7남매가 모두 마을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우산초등학교와 동이중학교를 다녔다. 자식들은 매일 아침 안부 전화를 하고 내 생일 때는 온 식구가 여행을 가거나 작은 잔치를 연다.●청춘학교에서 깨우친 한글로 써본 시 팔십 평생 까막눈으로 살았던 나에게 광명이 찾아왔다. 대전의 한 여고에서 교장을 하다 퇴직하고 귀촌한 오광식 이장님이 지난해에 청춘학교를 열어주셨다. 우리는 이곳에서 한글교실과 한지공예 등 다양한 공부와 체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한글교실에서 한글을 깨우쳤다. ‘ㄱ’, ‘ㄴ’, ‘ㄷ’ 등 자음과 ‘ㅏ’, ‘ㅓ’, ‘ㅗ’ 등 모음을 가지고 평소 쓰는 말과 내 생각을 문자로 써 보는 과정이 참으로 신기했다. 한글로 내 이름을 쓰는 순간 짜릿한 감동이 밀려왔다. 다만 받침, 그중에서도 쌍받침을 쓰는 것이 여전히 헷갈린다. 예를 들면 ‘젊다’라고 써야 할 때 쌍받침 ㄹ과 ㅁ의 순서가 자꾸만 바뀌곤 한다. 청춘학교에서는 반장과 부반장도 뽑았다. 선생님들이 수업을 시작하며 출석부에 적혀 있는 우리 학생들의 이름도 불러주셨다. “여경자.” 나는 학생의 마음으로 대답했다. “네.” 그렇게 나는 어린 시절 가난으로 이루지 못한 학생의 꿈을 70여 년이 지난 뒤에야 이루었다. 이 나이에 누가 내 이름을 불러주겠는가. 내심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한지공예 시간에는 팔각대상도 만들었다. 지난해 가을에 이장님 자택 잔디마당에서 청춘학교 교육과정 발표회가 열렸다. 나는 연분홍 저고리와 진분홍 치마를 꺼내 입었다. 자식들이 꽃다발을 들고서 축하해주러 왔다. 술과 담배를 너무 좋아했던 남편은 환갑을 넘기자마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나와 함께 살고 있는 3남 현영 부부를 비롯해 7남매가 모두 12명의 손주를 낳아주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다음은 늦은 나이에 배운 한글로 내가 직접 써본 시다. 강가에 노랑꽃 예쁘게도 피었구나 어디서 날아왔니 메마른 자갈밭에 아름답게도 피었구나 강가에 노랑꽃 젊은 시절 나와 같구나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美 강 한복판서 빙글빙글 회전하는 ‘원형 얼음판’ 또 목격

    美 강 한복판서 빙글빙글 회전하는 ‘원형 얼음판’ 또 목격

    강물 위에 생긴 거대한 원형 얼음판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돌아가는 모습이 또다시 포착돼 화제에 올랐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등 현지언론은 지난 21일 미시간 주 글랜드윈 시더 강에 형성된 '아이스 디스크'를 영상과 함께 보도했다. 마치 누군가 일부로 만들어놓은 작품같은 아이스 디스크(ice disk·이하 원형 얼음판)는 얼어붙은 물의 표면이 원 모양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촬영된 얼음판 역시 강물 위에서 빠른 속도로 빙글빙글 회전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한 메리 주낙은 "당시 남편과 산책 중이었는데 우연히 회전하는 원형 얼음판을 목격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목격된 원형 얼음판의 크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지언론은 보기드문 자연 현상이 연이어 목격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이에앞서 지난 14일 메인 주 웨스트브룩 프리섬스코트 강에서 지름 100m에 육박하는 거대한 원형 얼음판이 발견돼 전세계적인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원형 얼음판 역시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데 일부 주민들은 외계에서 온 미스터리 서클이라고 주장해 화제가 됐다.  이에대해 현지 전문가들은 "겨울철 급격히 수온이 변하면 물이 회전하면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얼음판이 만들어진다"면서 "보기드문 현상으로 원형 얼음판의 지름은 대체로 10m를 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황규관의 고동소리] “살미 그대를 쏘길지라도”

    [황규관의 고동소리] “살미 그대를 쏘길지라도”

    지난 금요일 그러니까 1월 18일에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 시사회에 다녀왔다. ‘칠곡 가시나’들은 경북 칠곡군 약목면 복성2리 할머니 일곱 분의 일상을 담은 영화다. 그런데 감독은 왜 칠곡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의 삶을 카메라를 담은 것일까? 그것은 그곳의 할머니들이 시를 쓰기 때문이다. 칠곡군에서는 ‘인문학 도시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관내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문해 교육을 다년간 해 왔다.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우면서 그림도 그리고, 연극도 하고, 시도 썼다. 그리고 그 성과를 ‘시가 뭐고?’와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 머’라는 시집으로 묶어 냈다. 나는 이 시집들의 편집자로서 연을 맺게 됐는데, 감독은 창비 팟캐스트 ‘김사인의 시시한다방’에 소개된 손점춘 할머니의 시를 듣고 연락을 줬고, 나는 감독을 칠곡군에 연결시켜 줬다. 이렇게 시작된 영화 작업은 해를 두 번 넘기고 반년의 편집 작업을 거쳐 드디어 작품이 돼 우리 앞에 나타났다. 자의였든 아니면 불가피한 상황 때문이었든 감독은 약목면 복성2리 할머니들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영화의 밀도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따분하리라는 선입관을 뒤흔들어 놓는 것은 단연 할머니들이 한글 공부를 하면서 쓴 시가 중간중간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 도시인들에게는 드문 할머니들의 우정이 칠곡의 자연과 어울려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수줍음이 많아 보이는 박월선의 할머니의 ‘사랑’이란 시는 이렇다. “사랑이라카이/부끄럽다/내 사랑도/모르고 사라따/절을 때는 쪼매 사랑해조대/그래도 뽀뽀는 안해밧다” 맞춤법에도 맞지 않는 이 시를 처음 읽을 때 알 수 없는 설렘이 웃으면서 물결 지어 왔던 것은 마지막 구절에 배어 있는 수줍음 때문이었다. 박월선 할머니는 영화에서 이 시를 낭송하고 난 다음 시에서 다 하지 못한 말을 웃으며 한 줄 더 넣었다. “왜 안 해 봤겠노!” 나는 어쩐지 박월선 할머니가 이 이상 말하지 못하는 아픔이 있을지 모른다는 예감에 휩싸였다. 이 영화에서 할머니들에게 가려졌지만, 인상적인 인물은 복성2리 배움학교 교사인 주석희다. 나는 그가 등장하자마자 요즘 말로 ‘빵’ 하고 터져 버렸다. 강한 경상도 사투리와 어우러진 그의 개성 있는 외모는 하나의 캐릭터로서도 손색이 없었다. 주석희는 특유의 하이톤으로 할머니들의 엄한(?) 선생 노릇을 하기도 하고, 개구진 친구가 되기도 하고, 살가운 딸이 되기도 한다. 이 영화는 복성2리 할머니 일곱 분과 교사인 주석희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금껏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는 칠곡이라는 구체적인 장소와 그녀들의 삶이 서로를 함축하면서 말이다. 시집에서도 일부 드러나지만, 할머니들의 내면에는 미처 펼쳐 놓지 못한 강물 같은 서사가 웅크리고 있다. 극영화 형식도 아니고 또 노인들을 대상화하는 예능 프로그램처럼 작가나 PD가 개입하지 않기에 할머니들의 서사는 그들의 웃음과 울음 사이에서 깨진 사금파리처럼 빛난다. 그것이 보는 내내 아프게도 했고 웃게도 했다. 등장인물 중 박금분 할머니는 가장 활달하고 가장 울음이 많은데, 나는 박금분 할머니의 이 웃음과 울음이 같은 모태를 가졌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영화의 막바지에서 박금분 할머니는 푸시킨의 시를 필사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시대에 대해 너무 많은 언어를 발화하고 필요 이상의 정념을 재생산하는 시간을 사는 우리에게 이 영화는 여태껏 자신의 삶을 표현할 언어를 갖지 못한 존재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반대로는 우리가 가진 언어가 과연 역사와 삶을 얼마나 진실하게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묻는다. 특정한 시대적 상황과 국면을 맞아 우리는 너무도 쉽게 절망하고 희망을 과장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 걸까. 자유의 이름으로 표현의 소비는 마음껏 누리며 살고 있지만, 내면은 텅 비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도 계속 맴돌았다. 그런 나를, 아니 당신의 삶을 위로하려는 듯 강금연, 곽두조 할머니와 저수지 둑에서 나물을 캐던 박금분 할머니는 푸시킨의 시를 읊조리며 화면 저편에 있는 당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살미 그대를 쏘길지라도….”
  •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역사기행] 최고의 선물을 가져다준 나일강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역사기행] 최고의 선물을 가져다준 나일강

    나일강은 아프리카 대륙의 중심부인 빅토리아 호수에서 발원한 백나일강과 동아프리카의 아비시니아고원에서 시작된 청나일강이 수단의 수도 카르툼에서 만나 지중해까지 총 6500㎞가 넘는 거리를 흐르는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이다. 고대 이집트 문명은 지중해를 만나기 직전 오늘날의 ‘이집트 아랍 공화국’이 있는 지역을 흐르는 나일강 유역에서 기원전 3100년경부터 기원 전후 사이에 사람들이 만들어 갔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기원전 5세기의 인물인 헤로도토스는 그렇게 만들어진 드라마, 즉 우리가 ‘고대 이집트 문명’이라 부르는 그 역사 과정과 나일강의 관계를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라는 말로 멋들어지게 평했다. 헤로도토스는 과장된 어법을 즐겨 사용한 것으로 악명이 높기도 하지만, 이 말에서만큼은 고대 이집트 문명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 느껴진다. 이집트 문명은 헤로도토스의 말처럼 나일강 없이는 결코 탄생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나일강이 문명의 토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강의 범람이 대체로 예측 가능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평소보다 큰 홍수가 나기도 했고, 또 가뭄이 일어난 적도 있지만, 그래도 나일강의 범람은 대체로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매년 거의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이 범람의 리듬에 맞추어 생활을 했는데, 그들이 사용하던 달력에는 그 사실이 잘 반영돼 있다. 달력은 세 계절로 구분돼 있다. 첫 번째 계절은 아케트(Akhet)라 불렸다. 대략 8월에 시작돼 11월까지 이어지는 이 계절은 이집트 전역이 불어난 나일강 물속에 잠기게 되는 ‘홍수기’다. 그다음으로는 페레트(Peret)라고 불리는 ‘생장의 계절’이 이어진다. 12월에서 3월에 이르는 이 계절이 시작되면 불어났던 강물이 빠지면서 농지가 다시금 드러나게 되는데, 이때 새롭게 드러난 토지는 불어난 강물이 상류로부터 옮겨온 비옥한 토양으로 인해 지력이 완전히 회복된 상태다. 그렇게 비옥해진 땅에 뿌려진 작물의 씨앗은 점점 더 뜨거워지는 태양의 열기를 받아 특별한 관리 없이도 무럭무럭 자라나게 된다. 세 번째 계절은 4월에서 7월까지 이어지는 셰무(Shemu)다. 이 시기는 자라난 작물들을 거둬들이는 ‘수확의 계절’이다. 이와 같은 안정적인 나일강의 리듬은 이집트인들에게 풍요롭고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해 주었다. 이 안정성이 3000여년 동안 극단적인 변화 없이 지속됐던 이집트 문명의 ‘문화적 내구성’의 바탕이 됐던 것은 당연하다. 홍수·생장·수확으로 이어지는 강의 리듬은 아스완하이댐이 만들어지는 1960년대까지 계속됐다. 고대 이집트는 기원전 30년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연합 함대가 로마 함대에 패배한 이후 이집트가 로마제국의 영토로 편입되면서 정치적으로 멸망했다. 서기 4세기 말에는 로마황제 테오도시우스가 기독교의 국교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때까지 별 문제 없이 존속되고 있던 고대 이집트의 신전들이 모두 폐쇄됐고, 그 결과 문화적으로도 종말을 맞이했다. 그런데 문명의 근간이 됐던 나일강의 리듬은 20세기 중반까지도 계속됐으니, 고대 이집트 문명은 자연적으로는 현대 문명기에 와서야 비로소 끝이 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나일강은 훌륭한 교통로로도 기능했다.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북풍은 돛만 펼치면 배를 쉽고 빠르게 남쪽으로 데려다 주었고, 다시 북쪽으로 뱃머리를 돌릴 때에는 돛은 접어 둔 채 키를 조정하기만 하면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나일강의 흐름이 배를 목적지까지 이동시켜 주었다. 이처럼 나일강은 직선거리로 남북 1000㎞가 넘는 광대한 지역을 하나의 문명권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 [기업 특집] LG, 생명 구한 시민영웅 ‘LG의인상’이 기억합니다

    [기업 특집] LG, 생명 구한 시민영웅 ‘LG의인상’이 기억합니다

    LG그룹의 사회공헌 활동 중 ‘LG의인상’은 발표할 때마다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생업이 걸린 그물을 끊고 달려가 조난 선원을 구조한 김국관 선장, 평소 가족같이 자신을 보살펴 준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불길로 뛰어든 외국인 근로자 니말, 문화재급 건물 화재 진압 중 순직한 이영욱 소방위와 이호현 소방사, 엽총을 난사하는 피의자를 맨몸으로 제압한 박종훈씨 등 총 90명의 의인의 용기 있는 행동에 LG그룹은 의인상을 줬다. 의인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 구본무 회장의 뜻으로 2015년 9월 만들어졌다. 상은 수여자의 생업 현장 혹은 관할 경찰서에서 조용하게 전달된다. 또 치료 등 급박한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 과정을 일주일 내로 신속하게 진행한다. 의인들의 면모는 소방관 13명, 해양경찰 10명, 경찰 7명, 군인 7명 등 ‘제복 의인’부터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우리 사회 평범한 이웃까지 다양했다. 특히 지난해 2월 할머니를 구한 니말은 외국인 첫 수상자다. 그는 불법체류 신분이 드러났지만 결국 한국 영주권을 얻게 됐다. 의인상 수상자 중 일부는 상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의로운 모습으로 더 큰 감동을 주고 있다. 2016년 10월 전남 여수시에서 태풍 ‘차바’로 인해 여객선이 표류하자 선원 6명을 구한 여수해경 122구조대 소속 신승용 구조대장 등 해경 5명과 서울역에서 기도가 막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시민을 응급처치로 구조한 해군작전사령부 소속 반휘민 중위, 물속에 빠진 여성을 발견하고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어 여성을 구조한 이태걸 경사, 불길 속에 갇힌 90대 할머니를 구조한 박종우 경사, 주택가 화재현장에서 본인의 크레인으로 화마 속 베란다에 갇힌 일가족 5명을 구한 원만규씨도 상금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태국 골프장 실종 한국 남성 2명, 숨진 채 발견

    태국 골프장 실종 한국 남성 2명, 숨진 채 발견

    태국으로 골프여행을 떠났다가 골프장 안에 있는 강에 빠져 실종된 한국 남성 2명이 이틀 만에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27일(현지시간) 주태국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태국 민관 합동수색팀은 전날 밤과 이날 아침 실종됐던 A(76)씨와 B(68)씨의 시신을 찾았다. 지난 25일 A씨와 B씨는 골프 라운딩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가기 위해 강을 건너다가 사고를 당했다. 두 사람은 각각 배우자와 함께 전동카트 2대에 나눠타고 수송선에 올랐다. 그런데 카트 2대가 서로 추돌하면서 앞쪽에 탔던 부부 한쌍이 강물에 빠졌다. 뒤따르던 카트에 탔던 남성이 이들을 구하려고 물에 뛰어들었다. 아내는 무사히 구조됐지만 두 남성은 실종됐다. 태국 당국이 150여명을 동원해 수색했지만 최대 폭이 200m, 수심이 15m에 이르는 강물의 유속이 빨라 구조가 쉽지 않았다. 수색팀은 사고 현장에서 하류 쪽으로 2.5㎞ 지점에서 전날 밤 A씨의 시신을 인양했고 이날 아침 10㎞ 지점에서 B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사고가 발생한 골프장은 한국인이 임차해 운영해왔으며, 겨울철을 맞아 골프를 즐기려는 한국인이 주 고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태국 골프장 실종 한국인 수색 이틀째…‘동굴소년’ 잠수사 투입

    태국 골프장 실종 한국인 수색 이틀째…‘동굴소년’ 잠수사 투입

    태국의 한 골프장에서 강물에 빠져 실종된 한국인 2명의 수색작업이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10시 20분 태국 중북부 피사눌룩주(州) 한국인이 임대해 운영하고 있는 한 골프장에서 A(76)씨와 B(68)씨 등 한국인 남성 2명이 강물에 빠져 실종됐다. 주태국 한국대사관 측은 사고 발생 직후 영사 인력을 현장에 파견하고 현지 경찰에 신속한 구조와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 A씨 등은 각각 배우자와 함께 전동카트 2대에 나눠 타고 골프장을 가로지르는 강물을 건너기 위해 수송선에 올랐다가 추돌사고를 당했다. 뒤따르던 카트의 추돌로 먼저 타고 있던 카트가 한 부부와 함께 강물에 빠졌고, 추돌사고를 낸 카트에 있던 남성이 이들을 구하려고 뛰어들었다. 부부 중 아내는 무사히 구조됐지만, 두 남성은 실종됐다. 현지 구조 당국은 군경과 공무원, 민간 구조대원 등 100여 명을 동원해 이틀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구조대원 중에는 지난 6월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州) 탐루엉 동굴에 갇혔다가 17일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한 축구아카데미 소속 선수와 코치 13명의 구조작업에 참여한 잠수사들도 포함됐다. 그러나 강의 폭이 200m, 최고 수심이 15m에 이르고 유속이 빨라 구조작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우주를 보다] 우주를 나는 하마?…소행성 2003 SD220 포착

    [우주를 보다] 우주를 나는 하마?…소행성 2003 SD220 포착

    크리스마스를 맞아 멀리 우주에서 선물이 날아들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지구를 스쳐간 소행성 '2003 SD220'의 레이더 이미지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NASA 측이 '마치 하마가 강물 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고 표현한 이 이미지는 지난 15~17일 촬영된 것이다. 지난 22일 2003 SD220는 지구에서 약 290만㎞ 거리를 두고 안전하게 지나쳐갔다. 물론 물리적인 거리로는 상당히 멀어 보이지만 우주적인 관점에서는 그야말로 스쳐지나간 수준. NASA의 지구근접 소행성(Near-Earth Asteroid) 목록에 올라있는 2003 SD220는 지름 1.6㎞ 정도로, 2015년 크리스마스에도 지구로 찾아와 공포의 선물이 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1100만㎞ 떨어진 지점을 안전하게 통과했으며 다시 우리를 찾아올 시기는 오는 2070년이다. 이번에 NASA 측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골드스톤 심우주 통신 콤플렉스의 70m 짜리 레이더 안테나와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천문대에 있는 지름 305m 전파망원경 그리고 웨스트버지니아주 그린뱅크에 있는 100m 직경의 전파망원경을 동원해 2003 SD220의 레이더 이미지를 잡아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 랜스 배너 박사는 "이 레이더 이미지는 2015년 이미지보다 20배는 더 선명하다"면서 "마치 근접비행하는 우주선에서 얻은 이미지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향후 소행성의 특징을 연구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여든두 살 ‘미스터 젠틀’ 도둑으로 마지막 인사

    여든두 살 ‘미스터 젠틀’ 도둑으로 마지막 인사

    56년간 배우·감독… 수많은 걸작 남겨 독립영화 축제 ‘선댄스영화제’ 창립자 내년 골든글러브 남우주연 후보 올라금발에 서글서글한 눈, 오똑한 코와 다부진 턱에 흐르는 멋진 미소. 할리우드 원조 미남 배우 로버트 레드퍼드가 여든두 살 나이로 영화계를 떠난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마지막 작품 ‘미스터 스마일’을 끝으로 이제 더는 스크린에서 그를 만날 수 없다. 배우뿐 아니라 감독으로서, ‘선댄스 영화제’ 창립자로서 그가 영화계에 남긴 업적은 실로 크다. 그의 은퇴가 그 누구보다 화려한 이유일 것이다. 로버트 레드퍼드는 미국 콜로라도대에 야구 장학생으로 입학한 뒤, 1년 반 만에 대학을 그만두고 TV와 뮤지컬에서 활동하다 1962년 드니스 샌더스 감독의 반전영화 ‘워 헌트’로 영화계에 첫발을 들인다. 1969년에는 폴 뉴먼과 출연한 그의 대표작 ‘내일을 향해 쏴라’로 스타덤에 오른다. 당대 최고 스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호흡을 맞춘 로맨스 영화 ‘추억’(1973)을 비롯해 다시 한 번 폴 뉴먼과 함께한 ‘스팅’(1973), 그리고 ‘대통령의 음모’(1976) 등으로 전 세계 여성들의 연인으로 떠오른다. 메릴 스트리프와 출연해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촬영상 등을 수상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와 같은 작품성 있는 영화는 물론 ‘은밀한 유혹(1993)처럼 상업 영화 등에도 두루 출연하며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다. 그는 배우로만 만족하지 않고 감독으로 도전을 이어 간다. 처음 연출한 영화 ‘보통 사람들’(1980)로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다. 자신의 과거 시절을 꼭 빼닮은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흐르는 강물처럼’(1992)을 비롯해 ‘퀴즈 쇼’(1994), ‘호스 위스퍼러’(1998) 등 영화감독으로 탄탄히 입지를 다진다.그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연기한 ‘선댄스 키드’에서 이름을 딴 선댄스 협회를 1980년 설립하기도 했다. 이어 소규모 ‘미국영화제’를 흡수·통합해 1985년 ‘선댄스영화제’를 출범시키며 독립 영화의 부흥을 이끌었다. 그 공으로 2002년 아카데미 명예상을 받았다. 나이가 들면서도 본업인 배우의 끈은 놓지 않았다. 2014년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저’에서 알렉산더 피어스 국장을 맡아 열연했다. 지난해만 해도 넷플릭스 영화 ‘디스커버리’, 제인 폰다와 호흡을 맞춘 ‘아워 소울즈 앳 나이트’에서 주연을 맡는 등 노익장을 과시했다.그가 배우로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미스터 스마일’은 우아하고 품위 있게 한평생 은행을 털어온 실존인물 포레스트 터커의 이야기를 다룬다. 레드퍼드가 연기한 터커는 단정한 슈트를 입고 우아하고 품위 있게 은행원의 마음마저 사로잡는다. 은행원에게 가방을 내밀며 “전 지금 은행을 털러 왔어요. 제 가방에 현금을 채워 주세요”라고 속삭이는 터커는 ‘미스터 젠틀’로 불리는 그에게 더없이 맞는 배역이다. 데이비드 라워리 감독은 디지털이 아닌 16㎜ 필름으로 촬영해 1970년대 영화 스타일로 그려냈다. 극 중 터커의 은행 강도·탈옥 경력 등을 보여 주는 장면에서 실제 레드퍼드의 과거 모습을 보여 주는 방식으로 그의 젊은 시절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레드퍼드는 이 영화로 내년 1월 열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마지막 영화로 ‘남우주연상’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소 지으며 영화계를 떠나는 그에게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닐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열린세상] 내 생의 역사를 자서전으로 남기자/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열린세상] 내 생의 역사를 자서전으로 남기자/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개인이나 집안이나 국가나 모두 과거가 있다. 그러나 과거 자체를 역사라고 하지 않는다. 과거의 사건과 경험에 의미를 부여해 기록할 때 비로소 역사가 된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나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가 없었다면 이분들이 오늘날 이토록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자기 생의 역사를 스스로 기록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흔히 자서전은 유명한 사람만 남기는 것처럼 인식돼 왔다. 이는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아무리 하찮고 평범하게 산 사람이라도 삶의 경험은 단 하나밖에 없기에 소중한 것 아니겠습니까?” 80세가 넘은 한 어르신의 말에 관악구가 7년 전 전국 최초로 시작한 어르신 자서전 출간 사업의 의미가 들어 있다. 아무리 큰 강물도 수만 수천 갈래의 시냇물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처럼 역사의 강물 역시 민초의 삶이 모여서 도도히 흘러가는 것이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의 인생도 자서전이 되고 역사가 된다. 누구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의 역사를 갖고 있다. 자신의 역사는 자신만이 기록할 수 있다. 언뜻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도 지나온 인생행로를 더듬어 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일제 치하와 8·15해방, 분단과 6·25전쟁, 4·19혁명과 5·16쿠데타, 베트남 참전과 중동 건설 참여, 오일 쇼크와 IMF 외환위기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평범한 사람의 삶에 녹아 있다. 발에 차이는 돌덩이 하나에도 지구의 역사가 담겨 있다. 마찬가지로 보통 사람의 삶도 한국 현대사의 훌륭한 단면이 된다. 자서전을 쓰면서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는 것도 값진 경험이다.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어 자서전을 쓴 어르신은 “나의 과거를 찬찬히 돌이켜보니 내 인생도 생각보다는 훨씬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자손들에게 일일이 말할 수 없었던 굴곡진 인생 궤적을 한 권의 책으로 남기니 가슴이 굉장히 뿌듯해요”라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결정적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판단으로 어떤 결단을 내렸는가. 이는 사람의 인생 행로를 확 바꾼다. 유네스코 기록유산만 기록유산이 아니다. 자신만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면 기록유산이 된다. 팔순 잔치 때 수건 대신 자서전을 돌렸더니 가족 친지 친구들의 대접이 달라지더라는 후일담은 공통점이다. 한마디로 참여자의 만족도가 대단히 높음을 알 수 있다. 해방 후 부부가 빨치산 활동을 하다 남편은 죽고 자신은 체포돼 파란만장한 생을 이어 온 박정덕(86) 할머니. 반면 빨치산 토벌작전에 동원됐던 김관영(87) 할아버지. 치열한 역사의 현장에서 대척점에 섰던 이분들은 같은 동네 주민으로 한날한시 한 장소에서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하면서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서 손을 맞잡았다.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감동으로 승화시키는 순간 참석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박 할머니는 “나도 젊은 시절 꿈이 있었는데, 죽은 뒤 이 세상에 왔다 간 흔적도 없을 뻔했어요. 그런데 내 인생의 자취를 남기게 돼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구귀순(71) 할머니는 맏며느리로 병든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딸만 일곱을 낳아 길렀는데, 아들 선호 분위기에서 딸들을 눈물로 훌륭하게 길러 낸 사연을 ‘일곱 개의 보석’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으로 남기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흥남 부두 피난민으로 천신만고 끝에 자수성가한 이야기도 흔한 것 같지만, 그 집안의 역사로는 훌륭하기 그지없다. 부인과 사별하고 자서전 집필에 들어가 책이 나오자 조촐한 가족 출판기념회를 가진 후 바로 생을 마감한 분도 있다. 매우 애석한 일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자손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자서전을 남긴 셈이니 아름다운 마무리라 말할 수 있겠다. 자서전 사업은 구청에서 비용의 절반 정도를 지원하고, 전문 사회적기업인 희망사업단에서 주인공의 구술을 토대로 집필을 도와주거나 대필을 해 준다. 두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지금은 여러 시·군·구로 확산되는 중이다. 출간된 자서전은 지역 도서관에 영구 소장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똑같은 인생은 없다. 의미 없는 인생도 없다. 누구나 자서전을 남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길섶에서] 흔적/손성진 논설고문

    살아온 궤적이 머릿속에 빙빙 돌 때가 있다. 수구초심일까, 그리움일까. 마지막으로 치닫는 한 해처럼 인생도 저물녘 황혼으로 타오르는 탓일까. 맛으로 따지면 단맛, 신맛, 쓴맛 등 갖은 맛을 번갈아 느끼며 지내온 듯하다. 그럴 때면 코흘리개 적 뛰어놀던 남쪽 도시의 그 동네가 보고파진다. 연줄에 사금파리 가루 먹이는 광경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소년. 비석 치기, 구슬 치기를 하며 깔깔대는 아이들. 돌고 돌아 태어난 강물로 회귀하는 연어에게도 이런 사무침이 있을까. 동백꽃 검붉었던 옛동산은 박가분 짙게 바른 여자처럼 도무지 분간 못할 모습으로 변해 버린 지 오래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그대로 버티고 있었지만, 낯선 신식 교사(校舍)가 근 반백년 만에 찾은 나그네를 멀뚱멀뚱 쳐다본다. 쌕쌕이 꽁무니의 연기구름처럼 시간은 흔적을 하나둘 둘러매고 흩어진다. 이쯤일까, 저쯤일까 더듬어 보지만 상전벽해에선 별 얻을 것 없는 짓이다. 남아 있는 기억은 비 오는 저녁답처럼 어둡다. 기댈 곳이 그런 기억뿐이라는 건 돌이킬 수 없이 서글픈 일이다. 어쩌겠는가. 실파래처럼 여윈 추억조차도 언젠가 잃어버린 흔적이 되지 않도록 단단히 동여맬 뿐.
  • 미·멕시코, 때아닌 폐수 전쟁..죽어가는 샌디에이고 바다

    미국과 멕시코가 ‘오·폐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멕시코의 티후아나 강으로 정화되지 않은 수천만 리터의 오·폐수가 흘러들면서 미국 샌디에이고의 북부 바다까지 악취가 진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지난 10일 밤부터 흘러들기 시작한 오·폐수로 샌디에이고 해변의 관광객과 서퍼 등의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특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환경 참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월 캘리포니아주 하비에 베세라 검찰총장은 인근 도시인 임페리얼 비치와 출라 비스타, 샌디에이고 항과 함께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생활하수와 유독 물질 유입 등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멕시코의 하수 유입에 대비해서 티후아나 강의 양수 펌프 용량을 늘리고 근처 계곡에다 정수용 저수지를 신설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한 것이었다. 베세라 총장은 “현재 멕시코 쪽의 정화되지 않은 하수는 지난 10일 이후 매일 2200만ℓ 이상 강물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이를 막지 않으면 샌디에이고 앞바다가 조만간 죽음의 바다로 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국제 국경수질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하수 유입 원인이 멕시코의 노후화된 하수수집관의 파열 때문이다. 멕시코의 노후화된 대형 하수 수집관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차례 큰 보수 공사를 거쳤지만, 아직도 제대로 완전히 수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현장 행정] 컴퓨터를 로그아웃 합니다…아이들의 꿈이 익어 갑니다

    [현장 행정] 컴퓨터를 로그아웃 합니다…아이들의 꿈이 익어 갑니다

    꿈나무타운 이용객 1년 새 60만명 돌파 외국어 교실·도서관·극장 등 모여 인기“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배울 수 있는 보육·교육의 장으로 만든 용산꿈나무종합타운이 1년 만에 이용객 60만명을 넘겼습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롤모델로 삼고 싶다고 찾는 곳이 됐죠. 별관에 있는 보훈회관을 이전시켜서라도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더 늘리고 산후조리원도 만들어 용산을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는 ‘요람’으로 만들겠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백범로 용산꿈나무종합타운 꿈나무극장. 성장현 용산구청장의 말이 다음 말로 이어지기도 전에 박수가 이어졌다. 특히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한 보육·교육 공간을 더 늘리겠다는 성 구청장의 다짐에 큰 환호를 보냈다. 구민들은 특히 구가 전문기관에 위탁 운영할 산후조리원을 연다는 데 대해 호응이 컸다. 성 구청장은 “1년에 용산구에서 태어나는 신생아가 1700~1800여명인데 우리 지역에 산후조리원이 부족해 다른 지역에서 산후 조리를 하는 산모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안타까워하며 “부지는 이미 검토해 둔 만큼 법 개정 등으로 길이 열리면 바로 조리원 설립에 착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개관 한 돌을 맞은 꿈나무종합타운은 구 교육 사업 가운데 가장 큰 결실로 여겨진다. 1978년 지어진 옛 용산구청사를 고쳐 청소년 문화의 집, 장난감 나라, 원어민 외국어 교실(6개 언어), 육아종합지원센터, 도서관, 극장, 전통 한옥식 서당 등을 한데 들여보내 영유아부터 아동, 청소년, 성인까지 향유할 수 있는 다채롭고 알찬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인기를 끄는 이유다. 성 구청장은 “제가 클 때는 온 산과 들이 교육의 장이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공기도 나쁘고 폐쇄된 공간에서 컴퓨터, 스마트폰만 가지고 노는 요즘 아이들이 안타깝다”며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는 결단을 내렸는데 어디서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체험과 교육이 이뤄지니 보람이 크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수요도 늘었다. 평일에만 강좌를 하던 용산서당은 내년부터는 주말반도 새로 연다. 원어민 교실에서는 영어 체험 학습 기회가 부족한 취약계층 어린이들을 위해 방학마다 영어캠프도 내년부터 새롭게 진행한다. “이 나라는 우리 것이 아니라 아이들 것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사는 세상을 정의와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으로 만들어 줘야죠. 꿈나무종합타운은 내년에도 더 알찬 프로그램으로 어린이들과 부모들을 맞겠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복수가 돌아왔다’ 유승호 조보아, 심장 폭격 60분 “마음이 골절됐다”

    ‘복수가 돌아왔다’ 유승호 조보아, 심장 폭격 60분 “마음이 골절됐다”

    ‘복수가 돌아왔다’가 지난 10일 첫 방송된 가운데 이제껏 본적 없던 ‘첫 사랑 남녀’의 유쾌하면서도 설렘 돋는 ‘엉따 로맨스’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지난 10일 첫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는 전국시청률 1회 4.3%(닐슨 미디어 리서치 제공), 2회 5.4%, 수도권 1회 4.9%, 2회 6.0%를 기록했다. 특히 최고 시청률은 8.1%로, 성인이 돼 대신맨으로 활약중인 유승호가 얼떨결에 한강에 떨어진 첫사랑 조보아를 구하는 아름다운 장면이 차지했다. ‘영화 같은 완성도’, ‘엉뚱하면서도 설렘 유발하는 최고의 첫사랑 재회신’이었다는 시청자의 호평이다.‘복수가 돌아왔다’는 극 초반 9년 전 공부 빼고는 못하는 게 없는 ‘오지라퍼’ 전교 꼴등 강복수(유승호)가 항상 웃고 있지만 ‘욱’하는 순간, 서슴없이 협박도 가하는, 전교 1등 손수정(조보아)에게 “마음이 골절”돼버리는 스토리가 펼쳐져 설렘을 자극했다. 여기에 9년 후 고객의 부탁이면 뭐든지 들어주는 ‘대신맨’으로 살아가는 강복수의 포복절도 일상과 정규직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현실에 무릎 꿇은 기간제 교사 손수정의 팍팍한 현재가 더해지면서 웃픈 공감대를 높였던 터. 더불어 ‘유부남(유리 부스에서 자습하는 남자)’이라는 사립고생의 폭로로 시끄러워진 학교의 풍경이 담기며 몰입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때로는 설렘을, 때로는 웃음을 유발하면서 60분을 꽉 채운 배우들의 열연과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면서도 유쾌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담아내는 함준호 감독의 촘촘한 연출, 김윤영 작가의 통통 튀는 대사가 ‘3박자 시너지 효과’를 폭발시키며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국민 남친’ 유승호는 코믹과 로맨스를 오고 가면서도 ‘심장을 저격’하는 연기로, 또 한 번 휘몰아칠 ‘여심 점령’을 예고했다. 전교 꼴등이지만 잘생기고 왕따 당하는 친구를 돕는 정의 구현의 일을 한 뒤 어김없이 틀린 명언을 날리는 ‘꼴통 히어로’ 강복수의 모습부터 눈곱만큼도 관심 없던 수정에게 어느 순간 마음을 뺏긴 후 그윽한 눈빛과 저돌적인 데이트 요청을 건네는 ‘로맨틱남’, 의뢰인의 부탁이라면 뺨을 맞는 굴욕까지 감내하며 해내는 ‘대신 맨’의 면모까지, 완벽하게 그려냈다. 마냥 해맑았던 과거, 그리고 상처로 점철된 현재를 시시각각 넘나드는 눈빛과 표정 연기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보아는 지금까지와는 180도 다른 첫사랑의 이미지를 가진 손수정의 반전 매력을 거침없이 소화해냈다. 전교 1등 반장이지만, 전교 꼴등 복수와 한 조가 되면서 수행평가 만점을 받기 위해 복수에게 협박을 퍼붓는 당찬 포스를 선보인 것. 이어 2인 3각 경기에서 넘어진 복수를 들쳐 업은 채 1등을 해내는 독종이지만, 보기와 다른 식탐을 가진 털털한 고등학생의 모습 또한 표현해냈다. 동시에 기간제 교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설움과 함께 전 재산을 사기 당한 후 터트리는 분노, 자살하겠다는 학생을 설득하다 급기야 함께 떨어지고 마는 허술함 등 억척스럽고 당찬 성격이 다분한 손수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김동영은 극 초반 의뢰인인 신부와 도주를 해야 하는 복수가 위기에 처하자 신랑과 키스를 감행하는 등 복수와 9년의 의리를 지키는 이경현의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폭소하게 했다. 박아인은 복수에게 시도 때도 없이 사랑을 고백하는 가하면, 복수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등 9년 전부터 오직 복수만 바라보는 귀여운 스토커 양민지 역으로 웃음을 더했다. 그런가 하면 이날 엔딩 장면에는 복수가 한강에 빠진 수정을 구하기 위해 헤엄쳐 다가가는 모습이 담겨 긴장감을 높였다. 극중 복수는 의뢰인의 부탁으로 이별을 대신하기 위해 한강으로 이별녀(황보라)를 찾았고, 수정은 실종됐던 제자 영민(연준석)의 연락을 받고 한강다리로 간 상황. 영민에 대한 협박용으로 다리위로 올라섰던 수정은 순간 울린 휴대전화를 잡으려다 그만 다리 아래로 떨어졌고, 이때 이 장면을 목격한 이별녀가 사례비를 준다고 하자, 복수는 한강물로 뛰어 들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차츰 다가오는 복수를 발견한 수정이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수정을 향해 손을 뻗는 복수의 모습이 펼쳐지면서, 다시 재회하게 된 복수와 수정에게 9년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 사연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이 장면은 최고시청률 8.1%를 올렸다. ‘복수가 돌아왔다’ 3,4회 방송 분은 11일(오늘) 오후 10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갠지스강 살리자며 줄줄이 단식하는 인도인, 115일이 최장 기록

    갠지스강 살리자며 줄줄이 단식하는 인도인, 115일이 최장 기록

    세상에서 가장 오염된 강 가운데 하나인 인도 갠지스강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며 숱한 이들이 목숨을 걸고 단식 투쟁을 벌인다. 지난 20년 동안 수십 명이 이렇게 목숨을 잃었다며 영국 BBC의 인도인 기자가 힌두교 신도들이 성지로 여기는 하리드와르 마을의 마트리 사단 아슈람(사원)을 찾아 르포로 전했다. 케랄라주 출신으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다 중퇴한 뒤 지난 10월 24일부터 이곳에서 성인 예우를 받고 있는 아트마보다난드(26)는 곡기를 끊은 지 40일이 넘었다. 망고 나무 아래 담요를 덮은 채 누워 있다 밤이 내려 쌀쌀해지자 건물 안 스파르타 전사들이 머물 법한 공간으로 옮겨 잠을 청했다. 그는 “죽을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 아슈람은 희생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물과 소금, 꿀만으로 연명하고 있다. 그는 1997년에 세워진 이 아슈람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는 60번째 주민이다. 대형 댐 건설을 철회해달라거나 모래 채취를 막아달라거나 강물 정화를 하라든지, 아니면 수질 보호를 위한 법률을 통과해달라고 단식 투쟁을 벌였는데 정부가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준 것도 여러 차례였다. 7년 전에는 스와미 니가마난드(36)가 115일 만에 혼수 상태에 빠져 숨져 이 아슈람 단식 투쟁 가운데 가장 오랜 단식을 경험했다. 그는 강 근처의 채석을 금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최근에 산트 고팔 다스(39)는 강제로 병원으로 옮겨져 음식을 들고 있다.지난 10월에는 환경 엔지니어 출신인 GD 아가르왈(86)이 이곳에서 111일의 단식 끝에 세상을 등져 다른 나라 언론의 주목까지 받았다. 그는 캘리포니아주립대(UC) 버클리 캠퍼스를 졸업한 뒤 인도공과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기도 했다. 연방정부의 오염통제 당국과 함께 일했는데 특히 정부가 말로만 번지르르하게 강물 정화에 나선다고 호되게 비판했던 인물이다. 2011년 그는 속세와 결별하고 선각자(seer)가 됐다. 그는 죽기 전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자신의 요구 사항을 담은 편지를 세 차례나 보냈는데 한 차례 답장도 받지 못했다. 그의 죽음 이틀 뒤 아가르왈이 물까지 거절해 죽음을 선택했다. 2주 뒤 아트마보다난드가 단식 대열에 뛰어들었다. 아트마보다난드는 한 사람이 굶어 죽으면 “강을 죽음에서 되살려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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