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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5㎝’ 다르게 살아온 내 인생

    ‘75㎝’ 다르게 살아온 내 인생

    “어떻게 보면 제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곤 하죠.” 마치 천사가 날개를 잃고 하늘에서 땅으로 몸을 낮춰 내려온 듯 선해 보이기 그지없는 얼굴과 웃음으로 얘기한다. 하지만 그가 감내해야 했던 고통의 무게는 상상 이상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도 여러 차례 생각했고, 오랜 시간 동안 ‘언젠가는 복수하겠다.’고 별렀다. 사람에 대해 한번 품은 앙심은 쉬 떨궈지지 않았다. 그 마음속에 문학을, 그것도 동시를 품고 살았다. 동시를 쓰는 시인 안학수(57)는 척추장애인이다. 등이 굽어 보통 어른의 어깨에도 미치지 않는 작은 키다. 다섯 살 때 입은 사고로 50년을 그렇게 낮은 자세로 살아 왔다. 사연은 기구하다. 동네 형의 밥을 얻어먹으려다가 발길질을 당해 툇마루에서 떨어졌다. 그랬건만 다섯 살 터울의 누나는 자신이 그 순간 제대로 돌보지 못해 벌어진 일로 생각해 평생을 죄책감 속에 살았다. 누나뿐 아니라 가족, 동네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알았다. 소처럼 우직하게 일 잘하는 동네 형 또한 차마 자신이 했노라 말하지 못한 채 평생을 끙끙거리며 살았다. 안학수 자신 또한 오랜 세월 원망과 복수심을 품고 살아야 했다. 끔찍한 고통, 상처와 화해하는 시간은 문득 찾아왔다. 199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며 초등학교 때부터 꿈꿔 왔던 문학의 삶을 나이 마흔에 펼치면서, 어느 날 상갓집에서 다시 만난 동네 형이 술의 힘을 빌려 사과하면서, 그리고 자신의 모든 고통스러웠던 삶의 기억을 담으면서 털어버린 장편소설 ‘하늘까지 75센티미터’(아시아 펴냄)를 내놓으면서다. 시인의 첫 소설이지만 이미 10년 전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최종심에 올랐을 정도로 내공은 충분히 다져 있는 상태였다. 안학수는 “내 속에 있는 깊은 상처를 모두 쏟아내고 털어버려야 오히려 제대로 된 동시를 쓰고 문학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자전적 소설을 내놓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그 동네 형이 오랫동안 안고 살았을 고통을 생각하면 오히려 내가 가해했다는 생각도 들고, 뒤늦게나마 사과를 해 줘서 이렇게 그 내용까지 포함해 소설을 쓸 수 있으니 그것 또한 내가 고마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75㎝는 일반인과 척추장애인의 평균적인 키 차이이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내미는 팔의 길이다. 단순한 해원(解怨)을 뛰어넘어 ‘사람에 대한 예의’를 담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좋은 데’를 가자며 함께 어머니가 그를 업고 강물로 걸어가는 소설의 첫 장면부터 그를 문학의 길로 이끌어준 눈 밝은 이문구 선생과의 인연, 금 세공사로 살아 왔던 신산한 삶 등이 소설의 외피 속에 가슴 먹먹히 펼쳐져 있다. 그의 몸 앞뒤로 굽은 뼈는 ‘퇴화한 천사의 날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 간다. ‘하늘까지’는 아시아권 문학의 한국 소개에 앞장서온 도서출판 아시아가 내놓은 첫 국내 작품이다. 몽골, 베트남, 중국 등에 번역해 소개할 예정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금강서 버스 강물에 떠내려 와‥”공사현장 인부 실어나르는 차량 추정”

     4일 오후 3시6분쯤 충남 공주시 장기면 금암리 불티교 아래에서 15인승 미니버스가 떠내려 가는 것을 강모(49)씨가 발견,경찰에 신고했다.  강씨는 “금강살리기 7공구 사업지구 인근 금강 상류쪽에서 버스가 물속에 가라앉았다 떠올랐다 하는 것이 보여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리가 가드레일로 막혀 있고 사고 흔적도 없는 점 등에 비춰 버스가 다리 아래로 추락했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을 실어 나르는 차량으로 추정된다.”면서 “잠수부를 동원해 수중에서 사람이 타고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부고]

    ●이시영(전 한국마사회 보건사업소장)씨 별세 동훈(삼정투자자문 전무)정원(미국 거주)명희(〃)씨 부친상 전영권(미국 네이션와이드보험 이사)한성구(미국 켄터키주립대 박사연구원)씨 장인상 2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9일 오전 10시 30분 (02)3410-6917 ●김민호(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코치)씨 조모상 28일 부산 영도 해동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 (051)410-6544 ●김원용(중부일보 차장)씨 부친상 28일 인천 청기와장례식장, 발인 30일 오전 7시 (032)577-0495 ●박동훈(세강물산 대표)동식(사업)동준(〃)씨 모친상 조경무(사업)씨 장모상 2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 (02)3010-2292 ●박영식(토대건설 차장)영수(수영건설 대표이사)씨 모친상 2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5시 (02)3010-2231 ●이승원(연합뉴스 총무부 차장)씨 부친상 28일 안동의료원, 발인 30일 오전 8시 (054)850-6441 ●김갑성(경상일보 차장)씨 부친상 28일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 발인 5월 1일 오전 7시 (055)389-0600 ●임성근(백암고 진로상담부장)정근(삼성생명 전주법인팀장)종근(전북타임즈 정치부장)경근(자영업)씨 모친상 수영(한국지엠 홍보실)씨 조모상 28일 전주 금성장례식장, 발인 30일 오전 9시 (063)276-4449
  • [씨줄날줄] 취사병/이춘규 논설위원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의 단편소설 ‘두 친구’에는 취사병(炊事兵)이 나온다. 작품은 모파상 자신이 1870년 20세의 나이로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 참전한 경험을 토대로 썼다. “총살된 (낚시광)두 사람의 시체가 강물 속에 가라앉자 발사명령을 내렸던 장교는 어망 속 물고기를 보고 미소지으며 취사병을 부른다. 살아 있을 때 튀겨야 맛이 좋을 거라며 태연한 얼굴로 담배를 피운다.”라며 전쟁에 대한 혐오감과 인간의 위선을 그렸다. 취사병. 병사용 음식 조리를 담당하는 사병이다. 고대 이후 전쟁이 있는 곳에는 취사병이 있었다. 역할에 비해 평가는 인색한 편이었다. 사병은 물론 부사관·장교들의 건강까지 책임지는 병과지만 애환이 적지 않다. 일반 병사들이 쉬는 휴일에도 소임인 밥을 짓느라 쉴 수가 없다. 계절에 상관없이 다른 병사들보다 1시간 이상 먼저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한다. 연합·독립 부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사격 등 기초군사훈련도 받아야 한다. 박성진은 경험담을 토대로 ‘취사병 X파일’이란 책을 출간해 취사병의 애환을 소개했다. 혹한기 훈련은 모든 병사들에게 쉽지 않다. 혹한 속에 치러야 하는 전투 대비 훈련으로 준비과정부터 훈련, 취침 등 모두가 힘들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 밥을 짓는 취사병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러나 박성진은 취사병 생활을 밝고 긍정적으로 그렸다. 끈끈한 우정과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 등 추억과 향수로 채색했다. 취사병의 처지와 인식은 시대 흐름에 따라 바뀌었다. 1960~70년대 배고팠던 시절 취사병은 가난한 집안 출신의 사병들에게는 최고의 보직이었다. 3년 동안이나마 마음껏 배 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어떤 부대는 유난히 굶주림에 민감한 사병을 취사병으로 배치하기도 했다. 절대빈곤이 사라지고 의식주 문제가 뒷순위로 밀리자 한동안 취사병은 기피 보직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최근 요리사 지망생이 늘면서 군복무 중 특기를 살리려는 취사병이 인기 보직으로 떠올랐다. 육군이 그제 병영식탁에 올릴 표준요리 조리법 책자를 펴냈다. 신출내기 취사병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단다. 고된 훈련 후 피로에 입맛이 텁텁해진 병사들의 식욕을 돋워주는 소스의 비결 등이 담겨 있다. 오이지·숙주·장아찌류 등 11가지 식재료가 식단에서 사라진 대신 새로 급식 중인 굴·소갈비·낙지 등 15가지 재료를 소개해 ‘병영 식단’의 변화상도 알 수 있게 했다. 취사병의 애환이 좀 더 줄어들 것 같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슈퍼제방 10㎞에 가로수길… 벌써 관광객들 ‘발길’

    슈퍼제방 10㎞에 가로수길… 벌써 관광객들 ‘발길’

    오는 9월 준공을 앞두고 24일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경기 여주군 양촌리 이포보 건설현장은 초입부터 거대한 공사 규모가 눈을 압도했다. 수십대의 덤프트럭이 높게 쌓인 흙을 쉴 새 없이 퍼 나르고 있지만, 공사현장 곳곳에 산더미 같은 흙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공사 이전의 이포보 모습을 알지 못하는 외지인들이라면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할 만한 공사라고 여겼을 것이다. ●한강구간 중 저류지 조성 유일 근처에서 40여년을 살고 있다는 주민 최용천(42)씨는 “여주에서는 처음 진행되는 대규모 개발”이라면서 “지금 주민들은 9월에 새롭게 바뀌게 될 모습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찬승(50·대신면 천서리)씨는 “공사 인부도 많지만 요즘에는 이곳을 일부러 찾은 외지인들도 많이 늘었다.”면서 “처음에는 음식점 손님이 자꾸 줄어서 걱정했는데 이제는 무슨 관광명소처럼 외지인들이 찾아와 이만저만 다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곳은 지난해 8월 환경운동연합 소속 3명이 4대강 공사 중단을 촉구하면서 이포보 교각에 올라가 40일 넘게 ‘고공시위’를 했던 곳이다. 당시 시위는 낙동강 함안보까지 이어졌으며, 장기적인 갈등으로 환경단체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이포보의 움직임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전국적인 갈등으로 확산됐었다. 하지만 이제 이포보 공사만으로 여주군에만 2000억원대의 골재 판매수익이 돌아갔다. 준설공사 덕분에 남한강의 강바닥이 낮아져 강 한가운데 쌓여 있던 모래톱은 사라지고 강물이 시원스럽게 흐르고 있다. 이제 얼마 후에는 사람들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가족 피크닉장이나 체육시설, 푸른 가로수길 등 친수구역이 완공된다. 한강 사업구간 중 유일하게 저류지를 조성했다. 전국의 나머지 15개 보와 달리 곡선형의 모양은 부드러우면서도 자연과 어우러진 느낌이며, 보 아래 원형으로 위치한 수중광장은 낮은 수심을 유지해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알맞게 보였다. 환경단체가 농성을 하던 수문의 기둥도 대부분 완공되었다. ●한쪽엔 못 치운 쓰레기 더미 쌓여 폭이 20m에 달해 ‘슈퍼 제방’이라고 불리는 제방에는 길이 10㎞가 넘는 가로수길이 조성됐다. 단위지구별로 개화시기가 다른 산수유, 이팝나무, 왕벚나무, 은행나무, 삼나무가 심어져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산수유와 왕벚나무에서는 이미 꽃이 피었다. 봄에는 눈처럼 피는 벚꽃을, 가을에는 단풍이 물든 은행나무길을 즐길 수 있으며, 약 2㎞의 메타세콰이아길도 벌써부터 사람들이 찾는다. 특히 이곳에 식재된 나무들 대부분은 공사현장 인근에서 그대로 버려질 위기에 있던 나무들을 옮겨 심어 재활용한 것이다. 제방 아래에서는 저류지 공사가 한창이다. 원래 모래가 퇴적된 강바닥을 파내 홍수에 대비하기 위한 공간. 한때 공사 현장은 강바닥을 일제히 파내면서 함께 휩쓸려 나온 폐어망이나 비닐 등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그때 환경운동가들의 반대가 가장 심했다. 다만 아직도 다 치우지 못한 쓰레기더미가 남아 있는 게 눈에 띄었다. 현재는 바닥에서 퍼낸 모래들이 쌓여 있지만 정비가 완료되고 나면 골프장 54홀 규모인 약 200만㎡에 홍수에 대비할 수 있는 저류지가 조성된다. 이포보 저류지는 7m 깊이로 홍수기 때 1620만㎥의 물을 일시적으로 가둬 10~12㎝의 하천 수위를 낮춰 주는 역할을 한다. 겨우 몇㎝의 수위 조절만으로도 홍수 예방이 가능하다는 게 현장 소장의 설명이다. 저류지 안에는 저류 기능에 지장이 없는 생태습지와 잔디광장, 미로공원, 야외공연장 등 다양한 테마시설을 설치해 지역축제와 문화행사장으로 쓸 수 있다. 이포보에서 여주군 쪽으로 조금 더 가면 한강8경 중 제3경으로 꼽히는 당남지구가 나온다. 수변지역 인근에 작지만 울창한 숲을 조성한 것이다. 지난 5일 식목일 행사를 위해 이곳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도 당남지구를 보며 “천지가 개벽한 것 같다.”고 말했던 곳이다. 이곳은 주민들의 산책로로 개방될 예정이다. 차량은 처음부터 출입이 불가능하다. 이포보를 찾아오는 주민들에게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아직 보완할 부분도 있다. 이포보의 변화가 정부의 4대강 살기기 사업 전반에 대해 제2의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되려면 아직 더 고치고 다듬을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저자와 차 한잔] ‘빗물과 당신’ 펴낸 빗물 전도사 한무영 교수

    [저자와 차 한잔] ‘빗물과 당신’ 펴낸 빗물 전도사 한무영 교수

    지난 21일 서울신문사 1층 카페에서 만난 그와의 인터뷰도 차라리 빗물 전도에 가까운 자리였다. “빗물은 돈입니다. 천박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잘만 쓰면 복이요, 행운인데 가치를 몰라 흥청망청 낭비하고 있다는 지론이다. 그 빗물 예찬의 바탕엔 중앙 집중식 물 관리의 모순과 위험에 대한 증오 수준의 반감이 있다. “강물을 모아 식수며 생활용수·산업용수를 대주는 댐 같은 집중식 물 관리는 천문학적 비용을 감수해야 함은 물론 붕괴 같은 큰 위험을 예고합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말이지요. 빗물은 어디서든 모을 수 있고 간단한 시설만으로 손쉽게 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큰 하늘의 선물이 어디 있습니까.” ●방사능비 우려는 시대착오적 오류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맑은 물이라는 그의 빗물 예찬에 지금의 산성비며 방사능비는 큰 방해의 요인일 터. 한 교수는 그 산성비, 방사능비는 괴담 수준의 시대착오적 오류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빗물에 먼지며 불순물 같은 성분이 섞여 있다 해도 땅에 떨어지면서 중성, 알칼리성으로 변하는 사실을 외면한 여론몰이에 불과합니다. 생태 환경과 오염에 일찍 눈떴던 서구며 이웃 일본조차도 산성비 운운하는 데엔 생뚱맞다는 반응인데….” 서울대 토목공학과 학사와 석사,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 박사 학위를 받은 토목 전공자. 이력을 보자면 천연의 빗물 예찬이 아닌, 대규모 댐이며 토목사업에 더 천착해야 할 것 같은 인물이다. 수(물)처리 전문가로 살던 그가 생각을 바꾼 건 2000년 봄 큰 홍수가 났을 때였다. “여기저기서 홍수 대책을 요구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에 크게 좌절했습니다.” 논문 한편 쓰기보다 현실 문제를 푸는 생활 도우미로 살겠다는 생각에 빠져 있던 중 우연히 빗물에 눈을 돌리게 됐단다. ●서구식 중앙집중 물 관리 집착은 모순 사실 이 땅의 물 관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 앞선 것으로 인정받는다. 멀리는 고조선의 홍익인간 이념이 그렇고 삼국시대 대형 저수지며 조선시대 측우기뿐 아니라 지금 행정단위인 동(洞)에도 다름 아닌 물의 공동 이용과 관리 개념이 배어 있다고 한 교수는 말한다. 연중 고르게 비가 내리는 지역과는 달리 단기간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한반도의 강수에 대비한 지혜다. 그런 탁월한 대비의 지혜를 제쳐둔 채 굳이 서구식 중앙 집중의 물 관리에 매달림은 모순이라는 말이 괜한 것일까. ●스타시티 빗물시설 각국에서 벤치마킹 그의 빗물 전도의 결실은 이미 곳곳에 스며 있다. 2002년 의왕시 갈뫼중학교에 설치한 빗물 수집·이용 시설이며 직접 설립한 서울대 빗물연구소를 통한 서울대 건물들의 빗물 시설 마련, 서울 광진구 주상복합 건물인 스타시티의 3000톤짜리 빗물 시설…. 스타시티엔 빗물 시설을 벤치마킹하려는 각국의 전문가가 몰려들고 있으며 그 성과는 2008년 국제물학회지 커버스토리에 ‘미래형 물 관리 모델’로 소개됐다. 47개 지방자치단체에선 앞다투어 빗물 관련 조례를 만들거나 설치할 움직임을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가 받아들여야만 할 천혜의 자원이라는 빗물은 여전히 홀대와 기피의 대상이다. 이는 상식을 외면하는 태도와 물 처리 관련 이익집단의 ‘물의 장벽’이 큰 요인이라고 한 교수는 거듭 지적한다. “이제 불쏘시개는 마련됐고 불만 지피면 된다.”는 한 교수. 그의 ‘빗물 바이러스’는 언제쯤 폭넓은 결실을 볼 수 있을까.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학생을 강물에 던진 하버드와 카이스트/이도운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학생을 강물에 던진 하버드와 카이스트/이도운 정치부장

    “하버드는 학생들을 그냥 강물에 던져 버립니다. 수영을 할 줄 아느냐고 묻지도 않아요. 죽을 힘을 다해서 강을 빠져나오죠. 그러면 학교는 ‘너 수영할 줄 아는구나’ 하면서 곧바로 학생들을 바다에 던집니다.” 워싱턴 특파원이던 2006년 1월부터 6월까지 하버드와 예일, 프린스턴, 매사추세츠공대(MIT), 뉴욕대 등 세계 최고의 대학들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취재를 기획하면서 기존에 나왔던 대학 기사들과는 차별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해당 대학의 가장 대표적인 단과대학 학장을 인터뷰하고, 대표적인 수업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전세계 대학 가운데 하버드는 비즈니스 스쿨(HBS·경영대학원)이 1위, 예일대는 로 스쿨(법학대학원)이 1위, 프린스턴은 칼리지(학부)가 1위, MIT는 엔지니어링 스쿨(공대)이 1위, 뉴욕대는 티시 스쿨(예술대학)이 최상위권이었다. 당시 예일대 로 스쿨의 학장은 한국계인 헤럴드 고(고홍주·현 국무부 법률고문)였다. 그는 예일대에 들어오기를 원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열심히, ‘정말로’ 열심히 하면 됩니다.”라고 조언했다. 수업도 로 스쿨 1호 강의실에서 고 학장의 국제법 수업을 들었다. 프린스턴 칼리지에서는 “한국인 졸업생 가운데 프레지던트 리(이승만 대통령)와 프레지던트 정(정운찬 서울대총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낸시 말키엘 학장을 인터뷰하고 대니얼 로저스 교수의 ‘미국 문화와 지성사의 문제들’ 강의를 참관했다. MIT 엔지니어링 스쿨의 토머스 매그난티 학장은 한국에서 온 기자에게 냉장고 문에 모니터를 단 삼성전자의 창의성을 극찬한 뒤 미디어렙의 로봇연구팀으로 안내했다. 앤절리나 졸리 등 기라성 같은 배우와 감독, 작가들을 배출한 티시 스쿨에서는 ‘레오 제피 극장’에서 아널드 배스킨 교수의 영화학 수업을 들었다. 최근 카이스트(KAIST) 학생들과 교수의 자살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하면서 하버드 방문 당시의 기억이 더욱 자주 떠오른다. 그해 2월 하버드에 도착했을 때 조지프 린 대외협력처 처장은 “정말 안 좋은 시기에 왔다.”고 아쉬워했다. 그 당시 하버드는 로런스 서머스(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 ) 총장의 개혁안을 둘러싸고 학생과 교수 사회는 물론 동문 전체가 큰 논쟁에 휩싸여 있었다. 서머스 총장은 2005년 말 교수와 학생, 교직원, 동창들에게 ‘2006년과 그 이후’의 대학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는 하버드가 당면하고 있는 도전과 과제로 ▲가장 똑똑한 학생을 선발해야 하고 ▲교수진을 강화·다양화해야 하며 ▲최선의 교육 방법을 제시해야 하고 ▲과학 분야에 더욱 정성을 기울여야 하며 ▲인문학과 예술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서머스 총장의 개혁 방향에 대해 학생들과 교수들은 반발했다. 방향은 옳았지만, 서머스 총장이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는 것이었다. 당시 만난 학부 2학년 학생은 “대학을 정부나 기업처럼 운영하려는 서머스 총장의 리더십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하버드 역사상 최연소 교수에 임용됐던 서머스 총장은 얼마 뒤 학교를 떠나고 말았다. 그 당시 만났던 HBS의 학생들은 교내 상황보다 글로벌 사회로 나간 이후의 ‘경쟁’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한국에서 온 여학생은 “강물에, 그리고 바다에 빠진 뒤 살아 나오면 이 세상 어느 나라, 어느 기업에 가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면서 “HBS에서 배우는 것은 이론이 아니라 바로 어떠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과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카이스트 논란도 서남표 총장이 취임 직후 학생과 교수 전체를 강물에 던져 버리면서 시작된 것 같다. 안타깝게도 강물에 빠진 학생과 교수 가운데 5명이 희생됐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무엇인가. 서 총장은 학생들과 교수들을 다시 바다로 던질 것인가. 아니면 학생들과 교수들이 서 총장을 내던져 버릴 것인가. dawn@seoul.co.kr
  • 장대한 자연 품은 아무르강 집중조명

    장대한 자연 품은 아무르강 집중조명

    아무르강은 몽골에서 발원해 러시아, 중국의 국경을 가르며 오호츠크해로 흘러 들어간다. 길이는 4400㎞. 동북아 생태와 문화의 원류이며 한반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강이다. 아무르강을 집중조명하고 있는 KBS 1TV는 프롤로그인 ‘깨어 있는 신화’와 본편인 ‘초원의 오아시스’(2부), ‘타이가의 혼’(3부)을 방영한 데 이어 13, 14일 ‘검은 강이 만든 바다’(4부)와 ‘아무르강 4400㎞’(5부)를 들고 안방극장을 찾는다. 제작진은 아무르강의 행로를 따라간다. 동북아에서 가장 긴 아무르강은 사향노루, 두루미 등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동물들과 대초원, 울창한 숲을 길러낸다. 카메라는 과거 인류의 유목문화를 간직한 유목민들의 모습도 담아냈다. 아무르 지역은 겨울이 춥다. 탱크가 지나갈 정도로 강물이 꽁꽁 얼어붙는다. 아무르 강 지류인 쑹화강변의 차간호에는 2000년간 지속된 전통어업이 있다. 얼음을 뚫고 2㎞에 이르는 그물을 놓아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말 5마리가 연자방아를 돌려 끌어올리는 그물에는 5t에 육박하는 물고기가 담긴다. 차간호 어부는 닥치는 대로 물고기를 잡지 않는다. 어린 물고기는 돌려보내 성장을 기다린다. 자연 의존적 생활양식이 지속되고, 야생과 인간이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이유다. 지구상에 500여 마리만 남은 동북아 호랑이는 바로 아무르 지역에 서식하는 ‘아무르 호랑이’다. 30여 마리만 남은 것으로 알려진 표범의 정식 이름도 ‘아무르 표범’이다. 현재 아무르 지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존귀한 야생동물을 품은 셈이다. 호랑이와 표범이 생존하는 러시아의 극동 시호테알린 산맥은 한반도 백두대간의 뿌리다. 숲속 원주민으로 살아온 우데게이족은 호랑이를 숭배한다. 가장 위엄 있는 호랑이를 산신으로 모신다. 아무르 호랑이는 왜 산신이 되었을까. 아무르강 지역을 부분적으로 조명한 작품은 있었지만, 강의 전체를 조망한 다큐멘터리는 세계 최초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사회주의 국가의 국경을 가르는 강이어서 촬영 허가를 받는 것이 까다로운 탓에 세계 유수의 방송사들도 엄두를 못 냈던 작업이다. 프로그램 제작에는 1년이 걸렸다. 촬영일수는 약 230일. 제작진은 장대한 자연을 완벽하게 담아내기 위해 각종 수단을 총동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물에서 자유롭지만 뭍에서 살아갈 숙명

    ‘세상 모든 것은 물에서 시작되었고, 모든 것은 물로 되어 있다.’라고 2000여년 전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얘기했다. 대단히 낮은 단계 유물론의 시작이었다. 과학적 사실이야 일찌감치 부정되었지만 구병모(34)의 장편소설 ‘아가미’(자음과모음 펴냄)에 있어서 탈레스의 이론은 여지없이 들어맞는다. 소설 속 인물들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도, 현실에 쫓겨 선택하는 삶의 마지막 공간도, 삶을 새로 시작하는 공간도 모두 강이나 호수, 혹은 큰비와 같은 물이다. 이미 ‘위저드 베이커리’로 판타지를 리얼리즘과 결합시키는 만만치 않은 솜씨를 과시한 구병모의 두 번째 장편이다. 강렬한 물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풀어내는 판타지는 역시나 독특하다.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아버지에게 안겨 호수에 들어갔다 자신만 가까스로 살아남은 아이는 ‘곤’이다. 출입이 금지된 호수 마을에서 고기를 잡으며 사는 노인과 외손자 강하가 구해낸 곤이는 놀랍게도 몸에 아가미와 비늘이 있다. 그는 회칼에 난자되는 원초적 공포를 안고 바깥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간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을 지닌 곤이는 필연적으로 물 안에서 푸근함을 느낀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리 사회적 관계가 끊어졌다 하더라도 물에서 목숨을 잃을 뻔하다가 다른 이에 의해 구해진 곤이는 필연적으로 다른 이와 관계로 얽혀지게 돼 있다. 강물에 빠진 해류를 구해내는 것은 곤이의 몫이다. 마약에 찌든 모습으로 십수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강하의 생모 이녕에게 모성애에 기반해 원초적 성애의 기운을 되찾게 해 주는 것도 곤이의 역할이다. 그러고 보니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모두 물에서 시작되었고 물로 되어 있다. 강하, 해류는 말할 것도 없고, 이녕(泥
  • 영월 한반도 지형·선돌 국가지정 문화재 된다

    영월 한반도 지형·선돌 국가지정 문화재 된다

    한반도 모양을 닮은 ‘한반도 지형’(사진 위)이 국가지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4일 강원도 영월에 있는 한반도 지형과 같은 지역의 자연유산인 ‘선돌’(아래)을 명승(名勝)으로 지정 예고했다. 이들 자연유산은 앞으로 30일간 지정예고 기간을 거친 뒤 문화재위원회에 상정돼 별다른 이견이 없는 한 최종 지정된다.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 180 일원에 있는 한반도 지형은 평창강이 시작하는 지점이자 서강이 시작하는 곳이다. 주천강과 합쳐지기 전에 크게 굽이치면서 반복된 침식과 퇴적을 통해 동고서저 경사까지 한반도를 닮은 특이한 구조의 절벽지역을 만들어냈다. ‘영월 선돌’은 영월읍 방절리 서강가 절벽에 위치하며 마치 큰 칼로 절벽을 쪼갠 듯한 형상이다. 약 70m 높이의 입석으로 신선암(神仙岩)이라고도 불리며, 푸른 강물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는 곳이다. 단종이 영월 청령포(명승 제50호)로 가는 길에 선돌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쉬어 가며, 우뚝 서 있는 것이 마치 신선처럼 보였다고 하여 ‘선돌’이 되었다고 하는 전설 등이 담겨 있는 명승지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금강하구 실뱀장어 조업기준 완화해야”

    실뱀장어 어획량을 늘리기 위해 조업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28일 전북 군산시에 따르면 금강하구 일대에서는 지난 2월부터 전북과 충남지역 소형 어선 190여척이 몰려 실뱀장어 조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어획량이 예년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월 하순 기준 실뱀장어 어획량은 1.5㎏으로 예년의 같은 기간 500㎏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뱀장어 가격이 1마리에 1900~2200원으로 지난해보다 70~80%나 올랐다. 어민들은 실뱀장어 어획량을 늘리기 위해 무동력선이나 5t 미만 동력선으로 제한하고 있는 실뱀장어 조업 어선을 10t 미만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뱀장어를 잡을 때 사용하는 그물의 크기를 감안할 때 5t 미만은 너무 작다는 주장이다. 특히 조업 허가구역도 어군에 따라 조업해야 하는 특성을 감안해 항구 경계 내까지 확대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어민들은 “군산항과 장항항 등 내항은 대형선박 운항이 없고 교통장애가 없기 때문에 항계에서도 한시적 조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실뱀장어 조업은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금강하구 일대에서 매년 2월부터 6월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박명재 세상 추임새] 춘래불사춘, 그들에게 진정 봄이 오게 하라

    [박명재 세상 추임새] 춘래불사춘, 그들에게 진정 봄이 오게 하라

    자연은 이제 완연한 봄이다. 산과 강·들의 온갖 꽃과 나무들 그리고 땅속의 갖가지 생명들이 탄생과 부활의 소생을 시작하고 있다. 봄을 찬미하고 노래한 시인과 문인들이 참으로 많지만 삼봉(三峯) 정도전(鄭道傳)이 “봄이란 봄의 출생이며, 여름은 봄의 성장이며, 가을은 봄의 성숙이며, 겨울은 봄의 갈무리(收藏)이다.”라고 말한 것만큼 봄의 계절적 의미를 잘 압축해서 표현한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 봄은 자연 속에 싹이 움트고 꽃이 피는 생명과 향기의 계절이다. 동시에 우리 인간들에게는 고난의 겨울을 이기고 새로운 시작과 출발 그리고 전진과 성장의 아름답고 행복한 희망과 꿈을 주는 계절이다. ‘낡은 말뚝도 봄이 돌아오면 푸른빛이 되기를 희망한다.’라는 핀란드의 속담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 탓에 이 땅의 아름답고 약동하는 봄의 기운과 희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진정한 봄을 느끼게 될 때 이 땅의 봄은 완전한 자연의 봄, 참다운 인간의 봄이 될 것이다. 먼저, 지난 겨울 내내 구제역과 폭설, 가축 전염병 등으로 한없는 실의와 좌절에 빠져 있는 농어민, 축산 농가들이 하루빨리 시름을 털고 재기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과 완벽한 후속 대책이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경제논리와 축산주권 이론이 부딪치는 혼선과 정책의 갈등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그들의 얼어붙은 가슴에 희망의 봄 강물이 다시 흐르게 하여야 한다. 매몰된 가축의 침출수가 겨우내 얼었다 녹아 흐르는 강물에 스며들어 우리의 산하를 더럽히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완벽한 대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졸업과 함께 대학을 떠나 사회 속으로 취업의 문을 찾아 나서는 젊은이들에게 최대한 일자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청년 실업대책이 효율성 있게 추진되기 바란다. 봄을 가장 강렬하게 느끼고 받아들여야 할 이 땅의 젊은이들이 얼음 두께보다 더한 무거운 가슴과 답답함, 막막함으로 이 봄을 맞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청년들을 위한 취업정보, 취업지도, 취업알선 등 청년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다해 우리 젊은이들이 희망과 꿈을 실은 봄의 전령사가 되게 하여야 한다. 봄은 누가 뭐래도 무릇 젊은이들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의 못된 만행으로 자식과 가족, 삶의 터전을 잃고 겨울보다 더 혹독한 시련과 고통을 겪고 있는 천안함 유족과 연평도 주민들에게 재기와 새 출발의 기운을 북돋아 그들의 가슴에 봄의 온기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 땅을 수호하고 지킨 자랑스러운 호국 용사로서, 접적지역의 용감한 국민으로서 그들에게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 못지않게 진정어린 국민들의 존경과 감사, 고마움을 느낄 때 그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 통한의 잔설이 조금씩 녹아내릴 것이다. 끝으로 7000만 대한민국 국민 전체와 삼천리 금수강산 전 국토에 봄의 햇살이 구석구석 골고루 비치기 위해서는 우선 경색된 여야 관계가 원활하게 작동되어 산적한 국정현안과 민생대책이 효율성 있게 추진되고, 좌초한 남북관계에 대화와 타협의 물꼬가 터져 더 이상의 포격과 폭침 그리고 핵전쟁의 위험이 사라져 평화와 공존의 남북관계가 이루어져야만 진정 이 땅에 완전한 봄, 진정한 봄이 오게 될 것이다. 어디 그들뿐이랴. 혹한과 폭설 못지않은 사회의 높은 벽과 단절에 응어리진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고통받는 이들의 가슴에도 진정 봄이 오게 될 때, 우리의 산천에 버들잎은 제대로 가지마다 푸르고(楊柳絲絲綠) 복숭아꽃 또한 제대로 송이송이 붉게(桃花點點紅) 피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올해는 이 땅에 봄이 와도 봄이 온 것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이 아닌, 봄이 오니 진정 봄 같다는 춘래여진춘(春來如眞春)이 되었으면 한다.
  • 농업인재양성 매진하는 장태평 前 농림수산식품부장관

    농업인재양성 매진하는 장태평 前 농림수산식품부장관

    ‘땅에 자랐어도/ 하늘을 닮은 수박/ 둥글고/ 시원하고/ 가슴 가득 붉은 노을을 지녔다.’ 그가 2001년 출간한 시집 ‘강물은 바람 따라 길을 바꾸지 않는다’에 실린 98편 중 스스로 가장 아끼는 작품이다. 제목은 ‘수박’. 크고(太) 평평하다(平)는 본인의 이름을 연상시키기 때문은 혹시 아닐까. 지난 3일 장태평(62)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만났다. 서울 서초동에 새로 낸 그의 사무실에서였다. 장관 재직시절(2008년 8월~2010년 8월) 가장 역점을 두었던 농협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해서인지 표정이 한결 밝아보였다(실제로 그를 만난 다음날인 4일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서울신문 3월 5일자 1면 보도>). 장 전 장관은 다음 .달 1일 ‘더푸른미래재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한다. 이곳을 통해 ‘미래농수산실천포럼’을 운영, 우수 농업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키워드1:“한국에 ‘마쓰시타 정경숙’ 필요한 이유를 아나?” →우선 재단 설립을 축하드린다. 한국판 ‘마쓰시타(松下) 정경숙’을 만든다고 하셨는데. -마쓰시타 정경숙은 일본의 미래 정치인 양성 프로그램이다. 농업과 농촌의 ‘슈퍼(Super) 인재’, ‘명품 리더’를 키우는 것이다. 꿈나무 농업인을 잘 교육해 농촌의 경영혁신을 이끄는 조직으로 육성할 것이다. 농업인 300~400명을 모아 10년 정도 양성하고 이 가운데 100명을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의 정예 농업경영자로 키워낼 것이다. 이들에게는 농업을 포함해 우주, 원자력, 생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력을 자극하는 기회가 제공된다. 농업은 혼자서는 힘들다. 네트워킹을 해야 한다. 우리 포럼이 바로 그런 장(場)을 만드는 울타리와 마당이 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 농업인재 양성은 좀 진부한 주제처럼 들리기도 한다. -소 1마리를 800만원에 팔아도 사육하는 데 700만원이 들었으면 100만원 밖에 못 남긴다. 결국 500만원에 키워 700만원에 파는 사람보다 못한 것이다. 1억원 벌었다고 좋아하는 농민 중에 상당수는 실제로 좀 더 잘했으면 2억원을 벌었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농업 CEO에게 기업가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벼농사 말고 다른 거 할 게 없나를 고민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똑같은 비용과 노력을 들였을 때 어떤 산업보다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게 농업이다. →지금까지의 시도와 차별성을 기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은 인재 육성에 있어 창의성이 배제됐다. 사람들이 디자인, 정보기술(IT), 예술 같은 분야에서만 창의성을 강조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동차를 만들 때에는 모든 부품이 표준화돼 있고 과정이 균일화돼 있다. 단순하다. 하지만 농업을 봐라. 스스로 모든 것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CEO도 이런 CEO가 없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해야 한다. 지식만으로는 부족하고 창의력이 중요한 이유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책이 있지 않나. 렉서스(도요타의 고급 자동차)는 같은 모델이라면 모든 제품들이 다 똑같지만 올리브는 같은 품종이어도 지역마다, 나무마다, 가지마다 똑같은 열매가 없다. 창의력이 제조업보다 농업에 더 요구되는 가장 큰 이유다. 키워드2:“충주 장안농장에 가면 알 수 있는 것” →현재 염두에 두고 있는 모범사례가 있나. -충주에 가면 유근모씨가 대표로 있는 장안농장이란 곳이 있다. 유씨는 15년쯤 전에 건설업을 접고 300만원 들고 충주로 내려가 상추, 케일, 양배추 등 유기농 쌈채소 농장을 시작했다. 지금은 공동체 전체로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 우수농산물(GAP), ISO 9001, 이노비즈 등 관련 인증을 두루 받았다. →이곳의 성장과정에 비결이 있다는 얘기인가. -유 대표는 품질을 인정받아 백화점에 채소를 납품하기 시작했는데 일정시점이 되니 공급 물량이 달리게 됐다. 혼자서는 도저히 백화점의 요구량을 감당할 수 없었다. 생각 끝에 동네 형님들 3명에게 같이 재배할 것을 권했다. 그러다 차츰 인근으로 확대됐고 지금은 120가구가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인근 지역농가를 중심으로 확대됐는데 이후 제주당근 등 다양한 구색을 갖추기 위해 전국 각지에 협력농장이 조성됐다. 새로운 형태의 농촌공동체 회사가 탄생한 것이다. →그런 식의 성공이 어디 쉽겠나. -그래서 슈퍼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단 전국에 100명만 제대로 육성하면 된다. 100명이 각각 100가구와 공동농장을 형성하게 되면 총 1만 농가가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쉽게 말해 규격화, 기술개발, 고객관리, 마케팅, 브랜드, 유통 등은 슈퍼인재를 중심으로 하고 농민들은 편하게 매뉴얼에 따라 농사를 지으면 된다. 합동법률사무소, 합동회계사무소의 농업판이라고 할 수 있다. 키워드3:“우리 농협이 하나로클럽이나 운영해야 하나?” →사실 그런 것들은 기존 농협이 해야 할 부분 아닌가. -바로 그거다. 내가 그래서 농협을 개혁하고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하자고 외쳤던 것이다. 현재 우리 농협은 장안농장처럼 품목에 따라 구성돼 있지 않고 지역에 기반해 있다. 선진국은 오렌지, 키위, 파프리카, 화훼, 돼지, 소고기 등이 다 품목별로 협동조합을 통해 생산·판매된다. 뉴질랜드의 세계적인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도 하나의 주인이 있는 게 아니라 그 나라 키위협동조합이다. 미국 선키스트(오렌지), 네덜란드 그리너리(화훼), 덴마크 대니쉬 크라운(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농협에도 하나로클럽 같은 판매조직이 있지 않나. -하나로 같은 소비자 판매가 어디 농협이 할 일인가. 농민이 생산한 걸 농협에서 팔아준다는 것이 언뜻 그럴싸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과연 하나로에서 120만 농가의 생산품을 다 팔아줄수 있나. 양돈조합 중에 몇 군데나 이곳에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나. 입점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말도 못한다. 내가 장관으로 있을 때 이곳에 입점하게 해 달라는 청탁이 상당했다. 농협은 산지 유통을 해야지 소비지 유통을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신·경분리를 안 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나무가 햇빛 따라 자라고 물 따라 뿌리를 뻗듯 모든 게 변화에 맞춰 자연스럽게 발전해 나가야 하는데 농업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그게 참 안 됐다. 기득세력이, 아니면 미래 변화가 불안한 사람들이 용기가 없어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들도 자기들의 결정이 손해나는 방향이라는 것은 뻔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쌀 관세화를 지금까지 미룬 것, 농업에 과도한 특혜를 줘서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는 것을 가로막은 것 등이 따지고 보면 다 그런 것 아닌가. →신·경분리가 그렇게 중요한가. -뉴질랜드 제스프리의 경우 개별 농가를 위해 유통, 마케팅 등을 하고 수익의 25%를 떼어간다. 정부에서 돈 한푼 주지 않으니 재배방법 개선하고 병충해 방지 연구하고 상품화, 브랜드 홍보 등 하려면 그만큼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농협을 보라. 농업의 자금 융통에 도움을 주라고 부여한 금융기능이 최고의 수익사업이 돼 버렸고 정작 필요한 공동구매, 공동판매 등은 저 밑에 내팽개처져 있다. 그야말로 본말전도다. →금융이 농협에 그렇게 걸림돌이 되나. -지금 농협 업무의 80%가 금융에 몰려 있다. 12~13%는 자회사에 있고 농협 고유의 일은 6~7% 수준이다. 농협 내부에는 금융쪽에 있어야 출세 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하지만 신·경분리를 하게 되면 4000~5000명이 농협 고유의 일을 할수 있도록 바뀐다. 고유의 농민 지원 사업을 하게 되면 분위기가 싹 바뀔 것이다. 막상 신·경분리를 해보면 반대했던 사람들이 왜 진작에 이걸 안했느냐고 정부를 원망하게 되지 않을까. →실질적인 이득이 또 뭐 없나.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사업에 대한 풍족한 지원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신·경분리만 제대로 되면 우리나라 협동조합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뉴질랜드 제스프리는 수익의 25%를 조합이 가져가지만 우리나라는 5% 정도면 충분할 수 있다. 농협이 금융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 풍부한 조합운영 지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워드4:“구제역 사태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구제역 사태가 100일이나 이어지면서 책임소재 등 논란이 많다. -1차적인 책임은 축산농들에게 있다. →정부의 대응에도 문제가 많지 않았나. -그 부분 대해서는 ‘노 코멘트’하겠다(농식품부를 떠난 지 6개월가량 된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얘기). →축산농가들의 얘기를 좀 더 해보자. -시설관리, 사육방법, 경영마인드 이런 것들이 변화를 못 따라간 것이다. 구제역이 조금씩 일어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것은 국제적 망신거리다. 구제역은 선진국에는 없는 가축 질병이다. 동남아시아 등 가축방역이 극히 불량한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병이다. 한 축산농이 베트남에 다녀와서 문제가 생겼다. 네덜란드 같은 선진국 축사를 보고 오지 왜 베트남을 다녀오나. 병원균이 우글대는 나라에 도대체 왜 가는지, 그게 참 신기할 정도다. →축산업이 빠르게 대형화됐지만 문제는 여전한 것 같다. -이건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화·대형화를 선진화와 동일하게 여기지만 절대로 별개의 문제다. 이번에도 어디선가는 1만마리 이상 기업농이 구제역으로 가축 다 죽였지만 오히려 소규모로 하는 영세농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하나도 안 걸렸다고 하지 않나. 결국 규모가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규정이나 원칙이 정해졌으면 그걸 지키는 게 중요한 것이지. →축산농가들의 태도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시다. -우리 축산업의 규모는 커졌지만 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일례로 네덜란드는 어미돼지 1마리를 통해 1년간 출하하는 돼지가 24마리이지만 우리나라는 14마리에 불과하다. 우리도 10년 전에는 17마리였다. 오히려 10년 전보다 늘기는커녕 3마리가 줄어든 것이다. 키워드5:“내가 SNS에 열정을 쏟는 이유가 뭔지 알아?”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관한한 관료 출신 중 최고의 대가로 꼽히시는데(장 전 장관은 ‘새벽정담’이라는 개인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에 실린 글과 사진을 모아 지난해 말 ‘새벽을 여는 편지’를 출간했다. 현재 3200명가량의 페이스북 친구를 두고 있다.). -정보의 상호작용과 이를 통한 놀랄 만한 변화의 경험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2008년 농식품부 장관으로 취임하고 나서 두어달쯤 지나 페이스북에 가입했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립자)가 나한테 감사패라도 보내야할 거다. 친구들한테 내가 아주 많이 선전을 했다. 동창생들한테 페이스북 친구요청 메일을 보냈는데 다들 가입을 꺼려하길래 내가 “이거 진짜 좋은 거다, 앞으로 이쪽으로 모든 게 모아질 것 같다.”면서 정성껏 설득했다. →새로 시작하는 인재양성 사업에서도 SNS는 빼놓을 수 없는 도구가 된 것 같다. -‘미래농수산실천포럼’의 공식 출범에 앞서 페이스북에 먼저 포럼을 개설했는데 사이버 회원이 360여명 가입했다. 이곳에서 예상 외로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김태균 온라인뉴스부장 windsea@seoul.co.kr ●장태평 前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1949년 전남 무안 출생 ▲경기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행정고시 20회 ▲경제기획원 장관비서관·소비자정책과장, 재정경제부 법인세제과장·재산세제과장,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재경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 “갑옷에 싸인 뜨거운 가슴…절제·신중함이 브람스 매력”

    “갑옷에 싸인 뜨거운 가슴…절제·신중함이 브람스 매력”

    “브람스란 사람 자체가 표현을 막 폭발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뜨거운 가슴은 있지만 많은 갑옷을 껴입은 것처럼 절제하고 은근하면서 신중하게 표현하는 게 그의 매력인 것 같다.”(임헌정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10일 예술의전당서 첫 막 예술의전당이 지난해 시작한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The Great 3B Series)의 두 번째 주인공은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다. 19세기 후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동시에 독일음악의 전통을 계승한 브람스야말로 지난해 베토벤(1770~1827)에 이어 또 한명의 ‘위대한 B’(Great B)로 손색 없을 터. 내년에 펼쳐질 ‘3B 시리즈’의 마지막 주자는 바흐다. 브람스의 교향곡과 협주곡 등 전곡 대장정을 이끌 지휘자는 1999년부터 5년간 말러교향곡 전곡을 연주해 ‘말러 신드롬’에 불을 지폈던 지휘자 임헌정(58·서울대 교수)이다. 그와 22년 동안 호흡을 맞춘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임 교수는 “단원들에게는 항상 영혼을 담아 살아 있는 음악을 연주하자고 강조한다.”면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음표가 아닌 브람스의 마음을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와 부천 필하모닉은 그동안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1991)과 말러 교향곡(1999~2003), 베토벤 교향곡(2003), 슈만과 브람스 교향곡(2010) 등 끊임없이 전곡 연주에 도전했다. 음악단체로는 처음으로 ‘호암상’을 수상하며 국내 정상의 교향악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경선·송영훈… 화려한 협연 총 4회(3·5·9·11월)로 이뤄진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브람스’의 첫 막은 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오른다. 프로그램은 ‘교향곡 제1번 C단조’와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 브람스가 22세부터 초고를 쓰기 시작해 완성까지 무려 21년이 걸린 ‘교향곡 제1번’은 ‘베토벤의 열 번째 교향곡’으로 불릴 만큼 뛰어난 작품이다. ‘운명 교향곡’을 모범으로 삼았기 때문인지 베토벤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엄숙한 분위기나 깊이 있는 선율, 목가적인 분위기는 물론 4악장에서 모든 갈등이 해결돼 강물처럼 흐르는 느낌은 브람스의 감수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브람스의 마지막 관현악 작품인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은 중후한 악상 속에 차분하고 독특한 로맨티시즘이 스며든 명곡으로 평가받는다. 협연자의 면면도 화려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은 1993년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와 1994년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등에서 연속 입상하면서 ‘제2의 정경화’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국내 최고의 첼리스트로 꼽히는 송영훈은 피아졸라의 곡을 모은 솔로 앨범 ‘탱고’를 발매하는 등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예정된 네 차례 공연을 동일한 좌석의 등급으로 한번에 예매하면 20% 할인해 준다. 매회 2만~4만원. (02)580-1300.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전국 지자체 축제 구조조정한다

    전국 지자체 축제 구조조정한다

    ‘지역 축제도 뭉쳐야 산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저마다 열던 축제를 통·폐합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에서는 단체장들이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축제를 마구 개최한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결국 “축제가 너무 많다.”는 주민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뒤늦게나마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축제의 통합을 통해 방문객 증가와 예산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주민들도 “축제 남발” 지적 충북 옥천군은 포도, 복숭아, 옥수수, 감자 등을 주제로 7월과 8월에 각각 개최하던 4개의 농산물 축제를 하나로 묶어서 오는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열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군, 농협, 작목반 대표 등으로 구성된 ‘농산물축제추진실무협의회’는 최근 회의를 열어 이 기간 중에 포도와 복숭아 축제는 옥천공설운동장에서, 옥수수와 감자 축제는 안내종합축제장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축제 명칭은 주민 여론을 수렴해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옥천군 관계자는 “시·군들이 1년 내내 축제만 한다는 비난을 받아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면서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지역의 특산물을 모두 접할 수 있어 홍보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지역의 대표 축제인 울산고래축제와 태화강 물축제를 통합해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남구 태화강 둔치와 장생포 해양공원에서 열기로 했다. 통합축제의 명칭은 ‘2011울산고래축제’. ●증평군도 예술제 등 통합 충북 증평군은 지역 축제의 효율적인 개최 방안을 찾기 위해 충북개발연구원을 통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증평군의 경우 5월과 6월 농번기에 증평문화예술의 날 행사, 증평예술제, 증평들노래축제 등이 집중되면서 주민참여가 부족하고 관광객 유치가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군은 결국 통·폐합을 결정했다. 충북개발연구원이 증평예술제, 증평들노래축제, 증평인삼골축제의 통합 개최를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8000만원의 예산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관광객은 통합개최 3년 이후부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제 경쟁력 강화는 의문 이런 이유 때문에 지자체들의 축제 통합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아직 통합이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각각의 축제 내용을 대부분 유지한 채 시기와 장소만 통일한 형식이어서다. 이럴 경우 예산을 절감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축제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규완 충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축제를 통합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 차별화를 시도할 때 진정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축제 통합이 막 시작되는 단계라 한계를 보여도 바람직한 변화”라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생명의 窓] 좀 다르게 살자/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생명의 窓] 좀 다르게 살자/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봄볕이 완연하다. 매화의 움이 꽃을 머금고 있는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언제 저 움이 터져 꽃이 피어날까. 개화를 기다리며 나는 날마다 매화나무 아래를 서성인다. 우리 절 매화나무 수령은 수백 년이 된다고 한다. 그 나무 속에는 용문사를 살다간 많은 스님들의 이야기와 부처님 앞에 와서 기도하던 신심 있는 불자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매화나무에 꽃들은 강물이 흘러가듯이 피고 지기를 계속하고 있다.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어쩌면 그 꽃들은 아주 오래 전 이 절 스님들의 이야기이고 신심 있는 불자들의 기도하는 모습인지도 모른다. 먼 훗날 이 나무는 내 삶의 이야기도 간직하고 있다가 꽃으로 피워낼지도 모른다. 그러면 누군가 지금의 나처럼 이 매화나무 아래를 서성이며 한 시대의 이야기 향기에 귀를 기울일 것만 같다. 매화가 아름다운 것은 자신만의 향기와 모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매화는 장미를 닮으려 하지도 않고 백합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매화는 자신을 사랑해 그 향기마저도 감추며 건넨다. 조심스럽게 건네는 매화의 향기 속에서 나는 매화의 자기 사랑을 본다. 살아가면서 우리 사람들만큼 다른 것을 부러워하는 존재들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몇명의 신화와 같은 존재들의 삶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맞추려고 애쓴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권력을 잡아야 하고,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인생의 창살을 스스로 만들어 갇혀 살고 있다. 왜 우리는 좀 가난하면 안 되고, 경쟁에서 뒤지면 안 되는가. 누군가 잘살고 누군가 앞서 간다면 그것이 우리들에게 즐거움은 될 수 없는 일인가.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개 타인의 욕망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속물적인 삶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모두 다 똑같은 삶의 형태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획일화된 삶의 모습들 속에서는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발견할 수가 없다. 오직 질시와 원망 이외에 그 무엇이 있겠는가. 간혹 똑같은 삶을 거부하고 다르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꽃을 만나듯 반가운 일이다. 불교 귀농학교에 가 보면 더러 그런 사람들을 만난다. 한번은 30대 초반의 부부가 귀농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졸업식 날 귀농학교 교장인 나는 그들에게 귀농할 것인지를 물었다. 그들은 아주 경쾌하게 대답했다. “네, 귀농하겠습니다.” 나는 다시 이유를 물었다.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똑같은 삶이 아니라 좀 다른 삶을 살아야 내가 나인 이유를 알 것 같아서요.” 그 말이 내 가슴을 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매화의 향기와도 같이 내 가슴 깊은 곳에 내려앉았다. 사실 우리는 정작 원하지도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에 기쁨이 없고 행복이 없다면, 그것은 자신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기쁨과 행복만이 자신의 참모습이기 때문이다. 우리들 생명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하여 우리들의 삶에는 반란이 필요하다. 기쁨과 행복을 위한 반란 말이다. 우리 절 밑 마을에는 서울에서 온 60대 부부가 산다. 그들은 그냥 꿈을 찾아 무작정 귀촌했다. 농촌 마을에서 살아 보는 평생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늦은 나이지만 귀촌을 감행한 것이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행복하게 산다.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고, 노래방 기계에 맞춰 노래하며 그렇게 산다. 이제는 어디 외지에 나가면 용소마을의 작은 집과 마을 사람들이 그립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꿈을 찾아온 부부는 이제 기쁨을 만난 것이다.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그들은 결행한 것이다. 그 결행은 꿈이 있어 가능했고 그들은 이제 그 꿈에 안착해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좀 다르게 살자. 다르게 살면 우리는 저 매화와 같이 향기를 발하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왜 이 아름다운 삶의 길을 욕망에게 그토록 쉽게 내어주고 지친 어깨로 인생을 살아가는가. 획일화된 삶을 벗어나면 우리 자신의 삶을 살 수가 있다. 그것은 얼마나 멋지고 살맛 나는 일이겠는가.
  • [법정 입적 1주기] 다시 읽어보는 법정스님 유언장

    남기는 말 1.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리석은 탓으로 제가 저지른 허물은 앞으로도 계속 참회하겠습니다. 2.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에 주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토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십시오. 3. 감사합니다. 모두 성불하십시오. 상좌들 보아라 1. 인연이 있어 신뢰와 믿음으로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한다. 괴팍한 나의 성품으로 남긴 상처들은 마지막 여행길에 모두 거둬가려 하니 무심한 강물에 흘려 보내주면 고맙겠다. 2. 덕조는 맏상좌로서 다른 생각하지 말고 결제 중에는 제방선원에서, 해제 중에는 불일암에서 10년간 오로지 수행에만 매진한 후 사제들로부터 맏사형으로 존중을 받으면서 사제들을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 3. 덕인, 덕문, 덕현, 덕운, 덕진과 덕일은 덕조가 맏사형으로서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수행을 마칠 때까지는 물론, 그 후에도 신의와 예의로 서로 존중하고 합심하여 맑고 향기로운 도량을 이루고 수행하기 바란다. 4. 덕진은 머리맡에 남아있는 책을 나에게 신문을 배달한 사람에게 전하여 주면 고맙겠다. 5. 내가 떠나는 경우 내 이름으로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여 주기 바란다. 2010년 2월 24일 법정 박재철
  • 軍 일부 반기… 카다피 벼랑끝

    7일째로 접어든 리비아의 정권 퇴진 시위가 수도 트리폴리까지 번지면서 시위대와 보안군 간 유혈 충돌이 빚어지고 정부청사가 불타는 등 확산되고 있다. 또 제2도시 벵가지 등 몇몇 지역이 시위대 손에 넘어가고 군과 외교관 일부가 반기를 드는 등 집권 42년째를 맞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중대 기로에 섰다. AP 등 외신은 트리폴리에서 국가원수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21일(현지시간) 새벽까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정부기구인 ‘인민위원회’ 청사가 불탔다고 전했다. 또 벵가지 등 일부 도시의 시위대가 카다피에게 반기를 든 군인들의 도움으로 지역을 장악했다고 프랑스 인권단체인 국제인권연합(IFHR)이 주장했다. 아직 군 지도부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으나 카다피 정권 유지에 기여해 온 군의 분열이 감지되고 있다. 또 이날 중국 베이징 주재 후세인 사디크 알 무스라티 대사와 인도 주재 알리 알에사위 대사도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BBC 등 외신이 전했다. 리비아 최대 부족인 와르팔라가 시위대 지지를 선언하자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는 지난 20일 밤 국영TV 연설을 통해 “우리는 튀니지도, 이집트도 아니다.”라면서 “마지막 한 사람, 마지막 총알이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며칠 내로 헌법 제정을 포함한 개혁안을 내놓겠다고 제안한 뒤 “개혁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리비아 전역에 피의 강물이 흐르게 될 것”이라며 내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아버지 카다피의 소재에 대해서는 “리비아 안에 있다.”며 베네수엘라 출국설을 부인했다. 그는 “군이 진압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하면서도 “사망자 수는 과장됐으며 지금까지 84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RW)는 벵가지에서만 최소 233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나길회·유대근기자 kkirina@seoul.co.kr
  • [청춘, 정의를 꺾다] “빨리 성공하고 싶어요? 인생 신인상보다 주연상 받으세요”

    [청춘, 정의를 꺾다] “빨리 성공하고 싶어요? 인생 신인상보다 주연상 받으세요”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시작은 김난도 교수가 2004년 미니홈피에 올린 ‘슬럼프’란 글이었다. 슬럼프에 빠진 제자에게 김 교수 자신의 실패와 방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힘이 끓어오르는 조언을 남긴 내용이었다. 한때 포털 사이트에서 김난도를 검색하면 슬럼프가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로 이 글은 화제가 됐고 눈 밝은 출판사 편집자가 그에게 ‘젊은이를 위무하는 글을 묶어 보자.’고 제안해 책으로 나오게 된 것. 인터넷으로 먼저 이름을 떨친 ‘글짱’ 교수였던 셈이다. 출판사에서 예상 판매 부수를 5만부로 제시할 때 깜짝 놀랐던 것은 김 교수 자신이었다. 전작(前作) ‘트렌드 코리아’가 1만~2만부 정도 팔리는지라 5만부는 ‘언감생심’ 숫자였다. 하지만 대형 서점에서 하루 1600부씩 팔리는 ‘아프니까’의 판매 기세는 조만간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아이돌 그룹 빅뱅의 책 ‘세상에 너를 소리쳐!’의 판매고(45만부)를 따라잡을 전망이다. 그만큼 진심 어린 조언에 목말랐던 ‘88만원 세대’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책에는 미국의 많은 대학이 방학 3개월 동안에는 월급을 안 주는데 우리나라의 대학은 월급을 주는 이유가 뭔지 아느냐는 내용이 나온다. 교수가 방학 동안에도 학생들과 만나라는 의미라는 게 ‘란도쌤’의 해석이다. 학생들과 소통하기를 즐기는 그는 “혼자 속 끓이지 말고 선생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라.”고 조언한다. 인터뷰 도중에 그의 방문을 두드리는 제자에게 김 교수는 10분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진로부터 연애까지 그의 상담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흔히 괜찮은 남자는 다 결혼했거나 여친이 있다고 투덜거립니다. 하지만 진실은… 그 남자들, 여자 만나서 괜찮아진 겁니다^.^ 솔로 여성 여러분, 괜찮은 남자 기다리지 말고 만나서 괜찮게 만드세요~”와 같은 김 교수의 ‘연애 관련’ 트위터 멘션은 폭발적인 댓글 숫자를 자랑한다.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이용하지만 그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신문 읽기와 글쓰기다. 매일 다섯 개 신문을 정독한다는 김 교수는 “신문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정보도 얻는다. 신문에는 고급 정보가 많이 있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인터넷 뉴스는 자기주도적 검색이 되기 때문에 편협한 정보만을 얻게 된다고 경고했다. 연예 기사를 한번 클릭하면 연예 기사만 쫙 뜨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이슈는 놓친다는 것이다. “신문은 그래서 여전히 힘이 세다.”는 김 교수는 “비릿하지만 산뜻한 잉크 냄새를 맡으며 아침을 시작하라.”고 젊은이들에게 목청을 높인다. 그렇다면 ‘글짱’ 교수는 좋은 글을 쓰려고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학창 시절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다닐 때마다 카드에 시를 한 편씩 적어 놓고 외웠다고 한다. 유명한 작가의 글을 종이에다 펜으로 꾹꾹 눌러서 베끼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자녀에게 직접 글쓰기를 지도한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목사 아버지처럼 긴 글을 간결하게 쓸 때까지 몇 번이나 퇴짜를 놓는 방식은 아니다. 빨간 펜을 들고 대학원생의 논문 지도를 하듯 첨삭하는 방법으로 가르친다고 귀띔했다. “옛날 사람들은 항해할 때 배 밑바닥에 짐을 실었습니다. 풍랑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이 밑짐이 필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열등감을 부끄러워하고 감추려 하는데 열등감은 인생의 성취를 위한 또 다른 형태의 밑짐입니다.” 그에게는 생활 속에서 ‘되도록 하지 않으려는 행동, 되도록 하려는 행동’ 리스트가 있다. 게임보다는 독서, 인터넷 서핑보다는 신문 읽기, TV 시청보다는 영화 감상, 골프보다는 빨리 혹은 느리게 걷기, 늦잠보다는 토막잠, 수다보다는 대화, 다이어트보다는 운동, 사우나보다는 반신욕 등이 그것이다. 해마다 11월 초면 다음 해의 유행을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를 3년째 출간하고 있는 김 교수의 전공은 소비자학이다. 책을 내고 나면 기업의 강의 요청이 이어져 겨울방학이 오히려 더 바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여전히 스펙 쌓기 압박에 시달리는 30대를 위한 희소식도 있다. 당장 계획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직장에 다니며 결혼 생활을 고민하는 세대를 위한 책도 써 보고 싶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그의 책에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바탕에는 ‘진정한 멘토, 진정한 스승’에 목마른 이들의 갈구가 있었음을, 제자를 바라보는 김 교수의 부드러운 미소에서 읽을 수 있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씨줄날줄] 토끼길/이춘규 논설위원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소개된 ‘토끼길’. 경북 문경시 고모산성이 있는 오정산 벼랑과 산허리를 따라 나 있는 길이다. 고려 왕건 관련 전설이 그럴싸하다. 견훤과 전투를 벌이던 왕건은 이곳에서 절벽과 강물에 길이 막히며 더 이상 남진할 수 없는 위기에 빠진다. 그런데 때마침 토끼 한 마리가 벼랑을 따라 달아났다. 왕건은 토끼의 뒤를 밟아 벼랑길을 개척하며 위기에서 벗어난다. 문경 토끼길은 현지어로 벼랑을 뜻하는 비리를 더해 토끼비리나 토끼벼랑길, 토천(兎遷)이라고도 부른다. 절벽과 산허리를 따라 조성된 토끼길은 좁고 험했다. 길손들에게 고달픔을 안겨줬던 험준한 토끼길은 지금도 남아 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은 토끼길을 따라 북상했다. 이런 사연의 토끼길이 요즘에도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국어사전은 ‘토끼가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길’이라고 정의한다. 서울 중계동 등 전국 여러 곳에 현지인들이 토끼길이라고 부르는 좁은 오솔길이 지금도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연초 정치적 텃밭인 대구에 내려갔다. 대구여성정치아카데미 신년교례회에서 “올해 신묘년 토끼해는 여성의 해로 토끼는 남이 낸 길을 가는 것보다 자신이 만든 길로만 다니는 동물이라고 한다. 여성 정치를 꿈꾸시는 여러분의 길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해 뒷말이 무성하다. 정치권에선 차기주자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에 기대지 않고, 독자 노선과 정책으로 대권행보를 하겠다는 의미 등 다양하게 해석됐다. 토끼의 해 벽두 토끼길을 언급해 파장이 컸을 터. 영동 동해안 지역에 폭설이 내린 뒤 토끼길이 자주 거론된다. 100년 만의 폭설로 외딴 지역 주민 다수가 고립됐다. 대부분 고령자다. 일부 주민들이 하루종일 토끼길을 내 이웃집과 겨우 연결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깝게 했다. 고립된 집과 진입로를 연결하는 수많은 토끼길을 내기 위해 군과 공무원도 동원됐다. 토끼길을 통해 고립주민들에게 생명선인 구호물자를 전달했으니 생명의 길이기도 하다. 일본에는 토끼길 종합판이 있다. 도야마현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해발 3000m급 다테야마 연봉으로 들어가는 이 길은 수백m 절벽을 굽이굽이 돌아 오른다. 2000m 안팎 고지대에 오르면 동절기엔 눈이 수십m 쌓여 있다. 2월부터 두달간 불도저와 제설차, 포클레인 등을 동원해 길을 뚫는다. 눈의 계곡으로 불리는 높이 20m 안팎의 설벽 사이를 버스가 달린다. 해발 2450m 무로도고원까지다. 7월 한여름까지도 토끼길은 일부가 남아 있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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