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 위상과 부처 협조(새 경제팀의 과제:하)
◎「강경식 사단」전면 포진 팀워크 최고/재경원출신 통산·건설·정토·노동 등 장악/원활한 부처협조 기대… 권한집중 우려
경제정책의 핵심수단인 예산,세제,금융 등 경제3권에다 대외경제 협력 및 조정,물가관리….여기에다 부처장악까지.3·5개각이후 재정경제원의 비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구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공룡부처가 된 재경원이 이번 개각으로 여타 경제부처 장관자리까지 석권했다.임창렬 통상산업부장관,이환균 건설교통부장관,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이 재경원 출신이다.신임 김인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말할 것도 없고 유임된 강봉균 정보통신부장관,진념 노동부장관,강현욱 환경부장관도 재경원이 친정이다.이 가운데 김수석,강정통부장관,진노동부장관,강환경부장관은 기획원시절 과장 또는 사무관으로 강경식 부총리를 모셔 「강경식사단」으로 불리기도 한다.
경제부처 수장들의 이같은 인적 구성으로 보아 강부총리가 주재하는 경제장관회의는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역대 경제팀들 가운데 팀웍에서는 가장 일사분란한 체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부처간 업무협조가 그 어느때보다 원활해질 것이란 얘기다.이들은 모두 기획원,재무부 등을 거치면서 경제정책의 기획,예산,금융,세제 등을 다뤄본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경제정책 총괄부서를 거쳤기 때문에 통상,건설,환경,노동등 개별 부처의 이해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경제 전체의 시각에서 정책을 판단할 수 있는 안목과 균형감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서로가 서로를 잘알아 불필요한 마찰이 줄어들고 호흡이 잘 맞을 가능성도 높다.특히 예산,금융,세제 등 정책수단에 밝아 현안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옛 재무부 출신으로 이번에 통산부차관에서 재경원차관으로 옮긴 강만수 차관을 두고 통산부 일각에서 금융,세제분야를 세밀하게 「코치」해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그 예다.시급한 현안들은 많지만 특별한 정책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개별부처의 입장을 재경원쪽에 반영시킬수 있는 여지도 커진다.
강만수 차관은 통산부를 떠나면서 『침이 없는데도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어려움을 알게 됐다』며 『자신의 새 집무실(재경원 차관실)을 앞으로 통산부 파견관실로 활용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무역수지 적자해소라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서도 개방화,규제완화로 기업에 대한 수출금융 등 정책수단이 없어진 통산부의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론과는 달리 반론도 만만치 않다.우선 권한집중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많다.재경원이 일방적으로 독주할 경우 견제할수가 없다는 것이다.한 관계자는 정책수단을 재경원이 쥐고 있는데 권한은 주지 않고 책임만 추궁하면 어떻게 일을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사기저하도 예상된다.나름대로 엘리트 의식을 갖고 있는 경제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1등부처」 「2등부처」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정책개발의 주역들인 국장,과장,사무관들에게 사명감을 불어넣어주지 못하면 경제회생은 물건너 간다.과천관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실험작이 성공하지 못하면 조만간 재경원 조직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