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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딸 구속시켜주세요”

    2급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최모(36·여)씨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편의점에 들렀다. 물건만 사고 나갈 생각이었지만 종업원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순간적으로 돈을 훔치고 싶은 충동에 빠져들었다.자기도 모르는 사이 카운터에 보관 중이던 현금 75만 7000원을 슬쩍 훔치고 말았다.현장에서 종업원에게 들킨 최씨는 이날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입건됐다. ●1년 동안 13차례나 경찰 드나들어 며칠간 길거리에서 노숙을 한 것 같은 남루한 옷차림의 최씨는 “왜 돈을 훔쳤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엄마가 월급을 안 줘서 돈이 없다.”고 했다.“돈을 어디 썼느냐.”고 묻자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조사결과 최씨는 2002년 4월27일부터 서울 강남과 강북,경기도 분당,과천 등지에서 절도를 저질러 모두 13번이나 경찰 신세를 졌다.지난달 14일에도 절도 혐의로 동대문경찰서에 붙잡혔다.공교롭게도 당시에도 같은 수사관에게 조사를 받았다.구속된 적은 없었다.훔친 금액이 100만원 이하로 소액인 데다 정신지체인이라는 점이 인정돼 5차례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8차례는 훈방됐다.경찰 관계자는 “최씨는 이미 여러차례 범죄를 저지른 데다 정신연령이 초등학생 수준도 안돼 언제든 사고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면서 “하지만 경찰로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차라리 구속해 주시오.” 최씨는 보호자를 기억하지 못해 경찰은 전산망을 통해 겨우 어머니를 찾았다.최씨는 홀어머니와 함께 서울 양재동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다. 최씨는 며칠씩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어머니는 말했다.어머니는 “그동안 숱하게 경찰서를 찾아 딸을 데려왔다.”면서 “이젠 더 이상 딸을 돌볼 기력이 없다.”고 했다.수사관에게 “돈도 없고 병원에도 못가니 차라리 구속이라도 시켜 달라.”고 말했다.어머니는 “딸이 돈만 보면 아무 생각없이 슬쩍한다.”면서 “평소에 하도 속이 상해 ‘약 먹고 죽자.’고 하면 딸이 그 이야기는 알아듣는지 달아나곤 한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정신지체인 수용시설 태부족 정신지체인은 중추신경계에 장애를 받아 지능지수(IQ)가 70이하인 사람을 가리킨다.IQ 34이하를 1급,35∼49를 2급,50∼70을 3급으로 나눈다. 최씨와 같은 2급은 일상생활의 단순한 행동을 훈련시킬 수 있고,어느 정도의 감독과 도움을 받으면 복잡하지 않고 특수기술을 요하지 않는 직업은 가질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정신지체인애호협회 최영광(38) 사무국장은 “전체 10만 정신지체인 가운데 보호시설에 들어가 있는 1만명을 뺀 나머지 9만명을 수용할 특수학교나 지역사회 복지관 등 보호시설이 매우 부족하다.”면서 “보호시설에 있는 1만명도 인권유린 등 여러 문제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사회적 관심이나 국가적 서비스가 턱없이 모자라고 국가의 지원도 일부 요금을 감면해 주거나 지원금을 주는 데 국한돼 있다.”고 덧붙였다. 정신지체인을 위한 시설은 전국적으로 180여곳이 있다.가족들과의 정상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생활시설이 80여곳이며,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한 직업재활시설이 100여곳이다. 보건복지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정신지체인 집단 수용시설 52곳 가운데 100명 이상을 수용한시설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비용은 무료지만 시설이 한정돼 정신지체인 가운데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중 일부만 혜택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지연 이세영 이두걸기자 anne02@
  • [행복한 육아를 위하여]1부 믿고 맡길 데가 없다

    여성이 직장을 갖는 것은 개인적인 성취욕구 차원만의 일이 아니다.2001년 매킨지보고서는 “한국은 2010년까지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여성 고급인력 활용을 90%까지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여성에게 일할 것을 사회가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8.3%.그러나 아이를 낳고 키우는 25세부터 34세 사이에는 뚝 떨어졌다가 35세를 넘기면 다시 늘어나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M자 곡선’이다.“집에 가서 애나 봐라.”는 말은 사람을 비하하는 말로 사용된다.아이 키우기는 그렇게 쉽고,의미없는 일인가? 그러나 최근들어 아이 키우는 일을 더이상 개인적인 일로 맡겨둘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 가정에서 한창 진행중인 육아전쟁을 멈추게 하는 비법은 없을까. ●할머니는 준비된 보모인가 직장인 이영진(34·서울 송파구 방이동)씨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결국 시댁 가까이 이사했다.보모가 바뀔 때마다 적응을 제대로 못하고 감기에 걸렸던 6살 딸과 4살 아들은 좀 안정됐다.그러나 얼마전 남편이 지방출장 가던 날,이씨는 야근을 끝내고 새벽 3시에 아이들을 데리러 시댁으로 가면서 “왜 내가 이 짓을 하나?”하는 회의에 빠졌다.선잠 깬 아이는 차가운 새벽 공기에 춥다고 보챘고,결국 감기에 걸렸다. “아침에 유치원 가는 것까지는 내가 못 챙긴다.”는 시어머니는 아이들이 놀이방과 유치원을 마치고 난 오후시간부터 저녁 퇴근 때까지 아이들을 돌봐준다.“노년에 친구들과 여행하는 재미없이 어떻게 사느냐?”는 시어머니의 봄철 여행 스케줄이 잡히면 또다시 아이 맡길 데가 마땅치 않다며 이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임정원(39·서울 성동구 구의동)씨는 친정 어머니가 아이를 맡아줘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그러나 두 아이가 자랄 때까지 5년간,어머니와 아버지는 별거를 해야만 했다.2∼3주일에 한번씩 어머니는 충주에 계신 아버지에게 다니러 가셨다.“다섯 남매를 힘겹게 키우신 부모님이 나 때문에 고생을 하셔야 했던 것도 죄송했지만,아버지가 병이 드셨을 때에는 도대체 내가 왜 직장생활을 해야 하나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몰라요.”임씨는 직장과 육아를 양립하기가 어려웠던 과거를 이렇게 회상했다. ●시골에서 자라는 아이들 권선정(30·서울 마포구 도화동)씨는 지난 주말에도 친정인 안동으로 아이를 보러가지 못해 속상했다.연이은 일요근무 때문에 세 살난 아들을 본 지 3주일이 지났다.“아이를 만나고 오면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가벼워요.그러나 이렇게 아이를 만나러 가지 못한 채 ‘빨리 와∼’라는 전화만 받으면 가슴이 미어지고 몸도 마음도 무겁고 의욕도 없어요.”라고 말하며 “아무 대책은 없지만 빨리 아이를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부모와 떨어져 자라는 아이들의 숫자가 통계에 잡힐 정도다.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국보육실태조사보고’에 따르면 비동거 조부모로부터 양육지원을 받는 아동은 0세가 6.0%,1세 5.5%,2세 5.4%,3세 5.3%였다.아이를 놀이방이나 어린이 집에 맡길 수 있는 4세부터는 크게 떨어져 2.0%,5세는 1.7%로 나타났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에게 육아를 떠맡긴 젊은 엄마들.이들의 관계는 우리사회의 모순을 확실하게 보여준다.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기위해 또 한사람의 여성을 희생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된다.더욱이 젊은 할머니들은 일하는 딸과 며느리로 인해 “이제 애들 다 결혼시키고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보모로 발목잡혀 꼼짝달싹도 못한다.”고 불평한다. 조순임(59·경기 고양시 일산구 마두동)씨는 “손자보느라 동창 모임에도 못나가는 나를 친구들은 한심하다고 하지요.그러나 대학원까지 졸업한 딸이 집안에서 애만 키우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또 직장 그만두고 들어앉으면 나중에 누가 나와서 일하라고 할 리도 없고…. ”라며 3년째 손자를 업어키우느라 생긴 허리병과 팔의 신경통을 호소했다. 물론 아이들을 돌봐주지 못하는 할머니들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아이를 맡아주지 못하는 친정 어머니와 이를 섭섭해하는 딸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빚어지는 예도 드물지 않다. ●보모는 시어머니보다 더 ‘무섭다’ 심정옥(33·인천시 연수구)씨는 최근 서울 강남의 직장과 멀리 떨어진 인천으로 이사를 해야만 했다.아이를 돌봐 주던아주머니가 이사를 하게되면서 어쩔 수 없이 부랴부랴 이사했다.4살 난 딸이 낯선 아주머니와 지내면서 갑자기 우울해졌고,폭력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이젠 웬만하면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할 수 없이 우리 집을 급히 전세 놓고,전세를 얻어왔어요.인천에서 강남의 직장까지 출퇴근이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아이를 망가뜨릴 수는 없잖아요?” 이렇게 정든 아주머니라도 있어 따라 이사라도 할 수 있다면 그것도 보기드문 ‘복’이라고 직장 여성들은 말한다.정들만 하면 바뀌는 아주머니로 인해 젊은 엄마들은 눈물깨나 쏟아야 한다.하루 종일 보모를 쓸 경우 월 100만원을 훌쩍 넘는 인건비는 직장 여성을 갈등으로 몰아 넣는 원인이기도 하고 보모의 퇴근시간에 맞춰주지 못하면 몸은 직장에 있어도 마음은 벌써 집에 가 있다. 정윤영(4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두 아이를 키운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싶지도 않다.“아이를 키우면서 늘 칼끝을 쥐고 있는 것 같았어요.좋은 아주머니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대개는 아주머니가‘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집안에 틀어박혀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몇 달만 지나면 ‘좀 쉬겠다.’고 관두거든요.그때마다 설득하고 돈으로 잡기도 했고….아주머니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어요.” 그 어렵던 구조조정 시절도 이겨냈지만 아주머니가 그만두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떠나야 했다는 강영임(37·서울 강남구 도곡동)씨.“갖가지 어려움도 버텼냈는데 2년이나 아이들을 맡아줬던 동네 아주머니가 지방으로 이사가고 나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해야 할 일이 까마득했어요.‘네 자식은 네가 키우라’고 시어머니는 못 박으셨고,좋은 아주머니를 구하다,구하다 그만 지쳐서 내가 그만뒀어요.” 다시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강 씨의 얼굴은 어두웠다. ●아이 하나도 버겁다 뿐만 아니다.첫 아이를 어렵게 키워야만 했던 직장 여성들은 육아의 어려움 때문에 둘째 갖기를 주저한다.결혼한 뒤 아이를 돌볼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임신을 꺼리는 신혼의 직장 여성들도 많다.“결혼했다고 아무 대책없이 아이만 가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에게서 임신과 출산·육아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커 보였다.선진국의 경우 전문직 여성에게서 아이를 낳지않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35∼39세 여성들 가운데 40%가 아이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 사회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동물학자들은 나쁜 생활환경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포유류는 새끼를 낳지 않는다고 보고하고 있다.물론 피임약 없이도 말이다. 요즘 “둘째는 언제 보느냐?”는 시댁 어른들의 채근을 받고있다는 유양선(34·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씨는 “아이는 돌봐 주시지 않으면서 임신만 재촉하시는 시어머니가 야속하게 느껴진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더욱이 큰 애가 6살이 됐는데 다시 육아에 뛰어든다는 것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하나는 봐줄 수 있어도 둘은 못 키운다.”고 아이를 돌봐 주는 친정 어머니나 아주머니들은 말한다.조부모와 삼촌·고모 등이 함께 아이를 키워내는 대가족 제도 아래서는 아이들이 ‘저절로’ 자랐지만 이제 아이 키우기는 ‘짐’이 됐다.●일하는 엄마들의 ‘죄의식’ 대부분 직장 여성들은 “아이들에게 잘 못해준다.”는 죄의식과 열등감에 젖어 있다.전업 주부의 아이들로 자란 이 시대의 직장 여성들 머릿속에 그려진 ‘좋은 엄마’ 이미지 때문에 “제 엄마보다 더 좋은 보모가 어디 있느냐?”는 말을 듣기라도 하면 당장 아이가 잘못될 것 같아 고민에 빠져든다.함께 같이 있는 시간이 적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이야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독일의 출판편집자 베티나 뮌히는 ‘일이냐 아기냐,아무것도 포기할 수 없는 여자’란 책에서 “영아를 타인에게 맡겨도 아무런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음에도 불구하고 3세까지의 양육은 너무나 중요하다고 설명하는 심리학자,어린이 전문가들이 많다.”면서 증명되지 않고 강요되는 ‘모성 신화’의 허구성을 지적했다.그는 “가장 ‘불행한 엄마’는 스스로 일하기를 원하지만 아이 때문에 집에 머무는 여성”이라면서 직장 여성들이 죄의식에서 벗어날 것을 권했다. 허남주기자 hhj@
  •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 3곳/ 차별 ‘NO’…육아 ‘짱’ SI업체는 ‘여인 天國’

    요즘 직장인들은 스스로를 ‘사오정’이라고 부른다.45세가 실질적인 정년이란 뜻에서다.자조적이지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특히 여성들은 육아와 가사 부담 탓에 마흔다섯이 되기도 전에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정보통신업종 가운데 시스템통합(SI) 회사들은 다른 업종보다 여사원의 비율이 높을 뿐 아니라 남녀 차별 없이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분야다.사람의 머리로 모든 것을 해내는 SI분야에서 여성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는 과정에서 ‘꼼꼼함’이란 강점을 발휘한다.한국의 대표적인 SI기업 3곳의 여성 근무여건과 이들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는 것이 좋은지를 알아본다. ●육아환경 최고 삼성SDS 보채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놓고 출근한 경험이 있는 직장 여성들이 삼성SDS 어린이집을 보면 ‘눈이 뒤집어질’ 정도로 부러울 것이다. 목욕탕까지 갖춘 60여평의 빼어난 보육시설이 본사 사무실 한편에 자리잡고 있다.출근할 때 아이를 맡긴 뒤 일하면서 수시로 얼굴을 보다가 아이 손을 잡고 퇴근할 수 있다.아침 7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이용료도 한달에 11만∼23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SDS는 6700여명의 직원 중 14%가 여성이다.인사팀의 정지영(31) 대리는 입사 8년차에 다섯살,세살의 두 아이를 둔 엄마.정씨는 “900여명 여사원 가운데 기혼이 300여명인데 이중 30명이 지난해 말 육아휴직중이었다.”면서 “거리낌없이 육아휴직을 내고 바로 복귀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아이가 만 한살이 지난 뒤에도 육아휴직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상사들의 의식이 개방돼 있다고 한다. 지난해 문을 연 여사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sdswomen.com’은 사장이 글을 남기고 삼성그룹의 다른 회사들도 관심을 가질 만큼 호응이 대단하다.김인 삼성SDS 사장은 여성 인력 비율을 30%로 높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이달의 신입사원 모집에서 여성의 비율은 20%에서 40%로 뛰어올랐다. SDS는 신입사원을 수시로 채용한다.전공은 가리지 않는다.정씨는 어문학을 전공했지만 학원에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5개월 배운 뒤 96년 입사했다.신입사원 가운데 전공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도안 된다. 정씨는 “최근에는 여성 고유의 강점이었던 섬세함 외에 도전정신과 프로의식이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학생회장 등 활발한 대외활동 경험이 입사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또 인도,중국 등에서 온 개발자와 함께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능숙한 영어실력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여성의 커리어를 보장하는 한국IBM 2500여명의 사원 중 여성 비율이 19%정도로 30%에 이르는 미국 본사보다는 낮은 편이다.기업을 대상으로 컴퓨터를 파는 영업직의 경우 아직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일하기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얼마전 삼성전자가 민간기업 최초로 만들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여성이 모유를 짤 수 있는 수유방이 한국IBM에는 ‘마더 케어 센터’라고 해서 그 이전에 개설됐다.또 하나은행,대교와 함께 이르면 오는 6월 강남,분당,일산 등 3곳에 탁아방을 설치할 계획이다.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제도도 있어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이 회사생활 도중에 탈락하지 않도록 돕고 있다.출·퇴근 시간을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으며 정규직은 하루 4시간,6시간 근무도 가능하다. IBM은 매년 연말에 대규모 공채를 실시한다.필요할 때마다 수시 채용도 한다.최근 신입사원 채용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자율적 문제해결 능력’이다. ●차별없고 특혜없는 LG CNS LG CNS에는 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임원인 이숙영(李叔英·42) 상무가 있다.89년 경력사원으로 입사,빠른 속도로 승진해 12년만에 상무가 됐다. 여성인력 비율은 5800여명의 전직원 중 21%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신입사원 가운데는 평균 30%가 여성이다. CNS직원들은 대학에서 정보기술(IT)관련 자격증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자 전공영역에서 지식을 충실히 쌓는 것이 더 낫다고 입을 모은다.SI가 산업의 전 영역에 사용되다 보니 각자 전공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 나중에도 유리하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신입사원 중 IT전공은 10% 미만이다. 채용은 서류전형과 적성검사를 거쳐 한다.적성검사 문제가 까다롭기로 업계에서 유명하며 비중도 높다. IQ 검사와 비슷하며 공간영역,수열,논리적 사고 등을 측정해 IT에 자질이 있는지를 판단한다.신입사원들의 평균 토익점수는 800점 초반이다. 윤창수기자 geo@
  • [향락산업 퇴폐로 달리는 사회] 3. 10대부터 아줌마까지 섹스산업으로

    IMF 외환위기는 주부들까지 향락업소로 내몰았다.경제가 다소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한번 빠져버린 구렁텅이에서 그들이 헤쳐나오기는 쉽지 않다.정신적인 수치와 고통을 감내한다면 상대적으로 손쉬운 돈벌이라는 점에서 향락업소에 발을 내딛는 평범한 여성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취재진이 노래방과 퇴폐이발소,화상대화방에서 만난 주부들은 예상대로 경제적 난관을 이겨내지 못하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실직과 이혼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여성들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바로 향락 유흥업소였다.그곳에서 주부들은 금전적인 면에서 바라는 만큼 보상을 얻기는 했지만 그들 자신과 가정은 전보다 더 피폐해져가고 있었다. 8일 밤 서울 강북구 수유지하철역 근처 H노래방을 기자가 찾아갔다.처녀같은 ‘아줌마 도우미’가 있다는 여주인의 말을 듣고 “불러달라.”고 했다.10분쯤 기다리니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들어와 근처 동네에 사는 조미애(가명·37)라고 소개했다.‘보도방’을 통해 이 일대 노래방을 돌며 일한다는 조씨는 ‘수고비’ 1만 5000원을 요구했다. 돈을 지불하자 조씨는 최근 인기있는 가수의 ‘랩송’을 부르며 흥을 돋우었다.조씨는 100점을 맞으면 ‘축하금’으로 1만원을 달라고 했다.이 돈에서 보도방 업자에게 2000원,노래방 주인에게 3000원을 떼어준다는 것이다. 노래방 도우미를 시작한 지 4개월된 조씨는 하루 10시간 남짓 노래방 7∼8곳에서 일을 한다고 말했다.5년전 IMF 한파로 남편이 실직한 뒤 이혼해 혼자 살고 있다는 조씨는 “빚 수천만원을 갚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2년 전에는 ‘묻지마 관광’에 일당 10만원을 받고 몸을 파는 아르바이트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조씨는 비슷한 처지의 주부들이 수유역 일대에만 100여명은 족히 되고 일부는 유흥주점에도 나간다고 했다.시간이 끝나가자 조씨는 춤을 추자며 손을 끌면서 귀엣말로 “2시간에 5만원만 주면 ‘2차’도 나갈 수 있다.”고 유혹했다. 비슷한 시각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이발소.이곳에서 만난 고윤자(가명·47·경기 광명시)씨는 5년 전 부도를 내고 도피중인 남편의 빚 2억 5000만원을 갚기 위해 ‘산전수전’을 다 겪고 있다고 말했다.면도와 안마를 해주는 고씨는 “나도 집을 뛰쳐나오고 싶었지만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자식들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식당 종업원이나 파출부 일도 해봤지만 빚을 갚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찾아간 이발소 생활은 자신도 모르게 윤락으로 이어졌다.혹시 자식들이 알까봐 인천·수원 등 집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다른 지역 이발소만 골라 출근을 했지만 비밀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해 가을 단속에 걸려 잠시 쉬고 있을 때 딸(22·대학 3년)이 출근을 재촉하는 이발소 전화를 받는 바람에 들통나고 말았다.딸은 펑펑 울어댔고 아들(14·중학 2년)은 결석과 가출이 잦아졌다.고씨는 “빚 갚기를 포기하고 아이들과 ‘야반도주’하는 길 말고는 방법이 없다.”면서 “엄마를 위로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 죽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고개를 떨궜다. 8일 오후 강남구 신사동 J화상대화방에서 만난 최은주(가명·35·종로구 효자동)씨는 7살 난 딸과 남편이 있다고 털어놓았다.실직한 남편 대신 돈벌이에 나섰다는 최씨는 “남자들과 성적인 대화를 나누고 알선업체로부터 월급 120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최씨는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계층이 오지만 폰섹스나 2차를 원하는 손님이 많다.”면서 “대부분 곧바로 옷 벗을 것을 강요한다.“고 했다. 최씨는 “그래도 얼굴이 보이는 화상방은 손님들이 상대적으로 체면을 지키기 때문에 전화방보다는 낫다.”면서도 “‘왜 이런 수치스러운 일까지 하게 됐나.’라는 생각에 하루에도 몇번씩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최씨는 “같은 알선업체에 소속된 여성 100여명 가운데 주부가 반 이상”이라면서 “상당수가 ‘2차’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영표 유영규 박지연기자 tomcat@kdaily.com ◆천호동 윤락녀의 하소연 “종일 장막같이 검은 커튼 뒤에서 손님을 기다리다보면 햇빛이 그리워져요.” 서울 미아리텍사스,청량리588과 함께 성매매업소가 밀집된 강동구 천호동 423 ‘천호동텍사스’.지난해 1월 김모(24·여)씨가 이곳에 온 것은 카드빚 300만원 때문이었다. 경기도 어느 농촌이 고향인 김씨가 “미용기술을 배우겠다.”며 상경한 것은 지난 97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식당 허드렛일을 해 매월 100만원을 벌었지만 방세 30만원을 내고,혼자 사는 아버지에게 30만원을 보내고 나면 생활이 벅찼다. 10만원,20만원씩 쓰기 시작한 신용카드 대금은 연체로 이어져 빚이 순식간에 불어났다.카드대금을 갚기 위해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다 결국 사채까지 얻게 됐고,빚 독촉을 견디지 못해 직업소개소를 찾았다. 선금 500만원을 받아 빚을 갚은 뒤 도착한 곳이 천호동이다.이곳에서 김씨가 매월 버는 돈은 300만∼400만원.선금으로 쓴 500만원은 석달 만에 갚았지만,10평 남짓한 원룸의 월세와 화장품·옷값 등 지출이 만만찮다.김씨는 이곳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 대부분은 전세나 월세방에 살면서 출퇴근하는데 그 이유가 컴컴한 업소를 잠잘 때만이라도 탈출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독신으로 살 생각을 갖고 있지만 아버지를 생각하면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답답하다.지금도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늙은 아버지는 김씨를 옷가게 종업원으로 알고 있다.김씨는 “돌아가실 때까지 아버지께 알리지 않는 것이 효도하는 길”이라면서 “생전에 번듯한 일을 하는 걸 보여드리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황장석기자 ◆성매매 멍드는 외국인여성들 “돈을 모아 한국을 떠나야 하는데,마음의 병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2년 전 중국 옌볜(延邊)에서 온 동포 김영숙(가명·32)씨는 서울 영등포의 한 퇴폐이발소에서 일한다. 처음엔 식당일을 했지만 100만원의 월급으론 고향에 있는 남편과 7살짜리 아들의 생활비를 부치기에 너무나 빠듯했다.게다가 한국에 오기 위해 빌린 돈 1000만원 때문에 사채업자의 독촉에 시달리는 가족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석달 만에 식당일을 그만둔 김씨는 “선금을 주고,한 달에 300만원을 쥐어주겠다.”는 말에 ‘이상한’ 이발소에 발을 들여 놓았다.김씨는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지만 갈수록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대낮에도 낯 부끄러운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이전혀 딴세상 같다.”고 말했다.경기도 동두천의 한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여성 메리(가명·22).지난해 6월 예술·흥행(E-6)비자를 받아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손님 무릎 위에 앉아 ‘랩댄스’를 추며 웃음을 팔고 있다. 업주는 매월 한 잔에 10달러짜리 주스 200잔을 팔 것을 강요한다.할당량을 채우려면 한 차례에 150∼300달러를 받고 성매매 티켓을 끊지 않을 수 없다.그는 “감옥이나 다름없는 숙소에서 달아나고 싶지만,한국인 ‘이모’가 따라 붙어 쇼핑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지촌내 자활공동체인 ‘새움터’ 등은 러시아 여성의 윤락업소 고용비율이 99년보다 최고 15배 늘어나는 등 외국인 윤락여성이 급증하고 있지만,성매매 강요·폭행·벌금착취·월급 안주기 등 인권유린 현상이 심각하다고 밝혔다.한국교회여성연합회 김정우(32·여) 간사는 “정부가 나서서 시민단체와 함께 외국인 윤락여성의 인권착취 실태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황장석기자 surono@kdaily.com ◆생계형 윤락 급속 확산 주부들이 ‘밤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환란’ 이후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생계형’ 윤락에 뛰어드는 여성들이 점점 늘고 있다.이대로 가다간 사회의 기반인 가정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윤락의 출발지인 ‘티켓다방’에 발을 들여 놓는 가출소녀,향락산업의 주 공급원인 20대 여성에 이어 가정을 지켜야하는 ‘안방주인’인 주부들까지 ‘노래방 노우미’ 등으로 나서 향락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 피해여성을 지원하는 단체인 ‘새움터’가 지난해 16∼59세의 윤락산업 종사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주부층인 30대 이상이 42%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윤락업에 종사하는 기혼여성을 ‘개인의 윤리성 결여’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정치·사회·경제적 약자인 여성이 ‘밤거리’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왜곡된 사회구조부터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향락산업의 비대화가 ‘새롭고 값싼’ 성에 대한 수요를 낳고,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생산·윤리지수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향락산업에 종사하는 주부들은 노래방과 유리방,안마시설소 등에서 ‘삐삐 아줌마’,‘묻지마 언니’ 등으로 불린다. 거액의 카드빚을 대납해주는 서울 강남 등지의 업주에게 직접 찾아가거나 출장이 잦은 기업체 간부들을 대상으로 명함을 돌리며 ‘잠자리 아내’를 자청하는 사례도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서 ‘전화방’을 이용하는 여성의 41.3%가 가정주부로 조사됐으며,이가운데 49.3%가 “돈이 필요해서”라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여성문화 동인 ‘살류쥬’의 장정임(張貞任·55) 고문은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은 기혼여성에게 더욱 불리한 형태로 이뤄졌고,어쩔 수 없이 윤락업을 택하게 된 여성들은 가부장제 구조에서 이중삼중의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정현백(鄭鉉栢·50) 공동대표는 “기혼여성은 취업시간과 형태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이들을 찾는 업소가 많다.”면서 “일반 여성은 성매매를 하지 않는 서구의 풍속에 비해 우리 사회는 성에 대한 윤리의식이 지나치게 결여돼있다.”고 지적했다. 성매매 근절을 위한 모임인 ‘한소리회’ 사무국장 조진경(趙眞卿·35) 사무국장은 “윤리적 반성과 함께 윤락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koohy@
  • 15세 남녀 중학생 인터넷 출산일기 충격

    중학교 2학년,15세 동갑내기가 쓴 충격적인 내용의 ‘인터넷 출산일기’가 10대 네티즌 사이에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산다고 소개한 중학교 2학년 손모(15)양과 정모(15)군은 임신 6개월째인 지난 7월부터 ‘열다섯살 엄마,제니의 일기장’(www.jannie.net)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서로 번갈아 가며 일기를 올리고 있다.10월 초부터는 딸 ‘다슬이’를 출산하고 육아를 체험하는 내용이 올라 있다.입소문을 통해 네티즌이 몰리면서 21일 현재 60만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정기 독자만 6만여명이 넘는다. ◆일기 내용 같은 반 친구인 두 사람의 성관계와 임신,부모와의 갈등,낙태와 양육 문제 등을 둘러싼 고민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일기에 따르면 손양은 올해 초 강북지역에서 전학 온 정군과 사귀게 되었고,부모님이 없는 틈을 타 집과 비디오방 등에서 관계를 가졌다.지난 7월23일자 일기에서 정군은 “성교육 시간마다 피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우리가 콘돔을 구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어른의 눈을 피해 대형할인마트에서 콘돔을 구입했다.”고 적었다. 손양의 배가 불러왔지만 주위에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고 이들은 말한다.손양은 일기에서 “나는 아이 엄마가 되기엔 너무 이른 15살 소녀”라면서 “하나님,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라고 적었다.“어디 임신용 교복을 따로 만들어 파는 곳은 없나요.”라고 푸념하기도 했다.학교에 갈 때는 임산부용 복대를 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뒤 한때 고민하다 낙태 수술장면을 담은 영상물을 보고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고 적었다.일기에 따르면 두 학생은 모든 사실을 부모에게 털어놓고 10월 초 딸을 낳았다. 손양은 지난 8일자 일기에서 “울다가도 내가 안아주면 뚝 그친다.엄마 냄새를 아는가 보다.눈과 입은 엄마 닮고,코와 귀는 아빠 닮고,아빠가 ‘다슬아 보고시퍼’라고 문자 보냈다.조금만 기다려.아빤 학교에서 공부 한단다.”라고 적고 있다. 정군의 2일자 일기에는 “예정보다 한달반이나 빨리 낳았다.사람 몸무게가 2.5㎏라니.이건 소꿉장난이 아니다.내가 아기 아빠가 된 거다.”고돼 있다.손양은 “사람들이 알면 우린 문제아로 낙인찍힐 테지만 임신을 남보다 좀빨리 했다는 것을 빼고는 우리의 사랑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다. ◆진위 논란 임신에서 출산 이후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 일기를 둘러싸고 네티즌 사이에 진위 논란도 뜨겁다. 일부 네티즌은 “픽션이라고 하기에는 글의 구성이나 내용,심경의 표현 등이 너무 구체적이며 사실적”이라고 주장한다.아이를 직접 낳아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체험하거나 느낄 수 없는 세세한 내용들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5세 여학생이 적은 글이라고 보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잘 정돈돼있다.”라는 반론도 만만찮다.실제 이 홈페이지의 도메인(www.jannie.net)이 손양이 아니라 구로구 고척동에 거주하는 정모씨 이름으로 등록돼 있어 제3자의 것이거나 허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일기내용 가운데 음란하거나 유해한 내용은 없지만 10대들 사이에 널리 읽힌다는 점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
  • 방송인 윤영미씨 가족의 어린이도서관 주말외출/ 토요일 讀요일

    ■어린이 독서습관 들이기 지난 9월28일,토요일 오후 3시가 넘어서면서 서울 종로구 사직동 어린이도서관에는 가족단위 방문객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열람실에는 빌릴 책을 수북하게 쌓아둔 채 아빠와 엄마,아이들이 각기 독서삼매에 빠져 있는가 하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빠도 눈에 띄었다.여느 도서관에서는 숨소리만 들릴 뿐이지만 이곳에서는 아이들과 한 문장씩 바꿔가며 읽어주는 아빠의 목소리가 너무 크지 않다면 얼굴 찌푸리며 바라보는 사람도 없었다. 6살,5살난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 나들이를 한 황능준(41·두란노서원 본부장) 윤영미(41·KBS아나운서)씨 부부도 대출할 책을 골라 들고 열람실로 들어왔다. 벌써 2년째 계속해온 도서관 나들이로 아이들은 한달에 20권 이상,그동안 30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 한다.황씨는 “집에도 책은 많지만 늘 새로운 책을 읽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방문한다.”며 “도서관의 분위기만으로도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오늘 빌린 책은 ‘왜 우리는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할까요?’‘나는 어떻게 태어났을까요?’와 ‘뼈’‘애벌레’등 과학도서들.그러나 예손(6)은 ‘탑블레이드’를, 동생 예후(5)는 ‘무적함대 사우루스’등 TV만화영화를 책으로 엮은 것을 골랐다.두 아이가 서로 자기가 선택한 책을 읽어 달라고 아빠에게 졸라대는 모습을 보며 윤씨는 “책읽는 습관은 제대로 들었지만 아직도 아이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TV시리즈에 관심이 더 많다.그래서 이런 책은 도서관에서 읽어주고 집에 빌려가는 책은 ‘좋은’ 책으로,직접 선택한다.”고 말했다. 잠들기 전 1시간씩 아빠와 엄마가 번갈아가며 책을 읽어준다는 이 부부는 한글에 관심이 생긴 아이들을 위해 요즘 직접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윤씨는 어린이도서관에선 책은 물론 DVD도 볼 수 있어 앞으로도 토요 도서관 나들이를 계속할 것이라면서 근처의 성곡미술관과 교보문고,경복궁과 덕수궁 등 고궁 등을 둘러보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된다고 말했다. 이제 32개월 된 아기아빠인 류철(32·회사원)씨는 토요일,낮 12시30분 퇴근하면서 강남의 사무실에서 바로 어린이도서관으로 달려왔다.고양시 일산구 탄현동의 집에서 아내 나영애(29)씨가 아들과 도서관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6권씩 아이가 읽을 책을 빌려갔다가 1주일만에 반납하기 위해 토요일마다 도서관에 온다는 이들은 격주휴무인 토요일이면 아침을 챙겨먹자마자 가장 먼저 도서관을 들른다고 했다.류씨는 “책을 좋아하는 아내의 제안으로 시작했는데 나도 매주 와서 시사잡지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일산 시립마두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다가 책이 더 많은 어린이도서관으로 바꿨다는 부인 나씨는 “아이가 어리지만 이렇게 어릴 때부터 도서관을 드나든 것이 아이에게 큰 공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도서관을 찾은 김정선(초 5)양은 “다음에는 나도 아빠랑 같이 와야겠다.”면서 가족나들이를 부러워했다. 일요일마다 온가족이 마포평생학습관을 찾는다는 송길현(39·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씨는 “놀이동산이나 백화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다.”면서중3과 중1인 아이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공부를 잘 하는 것이 바로 도서관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어린이도서관 박길호 관장은 “어떤 곳보다 가장 좋은 나들이 장소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일요일에는 단골이 300여 가족은 된다고 말했다. 독서를 ‘종합영양제’라고 말하는 서울 신월초 이병희 교장은 “부모가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은 가르침이 된다.또 어려서부터 책에 파묻히게 하고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는 등 매일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게 습관을 어릴 때부터 들여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가르침은 없다.”고 독서교육에 부모의 역할을 강조했다.어린이도서관 (02)736-8911. 허남주기자 yukyung@ ■처음엔 이렇게 - 책읽는 까닭 먼저 깨닫게 대학입시가 지필고사뿐 아니라 논술과 심층면접 등 다양한 평가가 이뤄지면서 독서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2005년 입시부터 전공과목에 대한 심도있는 논술이 출제될 예정이라 초·중학교부터 논술준비가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 빠져든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기란 쉽지 않다.무슨 비결이 없을까. 독서교육전문가인 교육인적자원부 조영식 교육연구사는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라면 우선 위인들이 한결같이 독서를 생활로 받아들인 것을 소개하면서 관심을 불러일으키라.”고 제안한다.독서로 청력을 잃어가는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낸 베토벤과 학교는 다니지 않았지만 책을 놓지 않았던 에디슨과 링컨 등 위인의 이야기를 통해 독서해야 할 이유를 우선 깨닫게 하라는 것이다. 그다음 책을 읽으면서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주고,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보다는 테마별로 독서를 하게 해줘 뇌의 인지망을 서로 연결하게 해주는 것이 보다 독서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또 흔히 한 번 잡은 책은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경직된 생각에서도 벗어날 것을 권했다.“하루 100여종,1년에 4만권의 새로운 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모두 읽을 수는 없습니다.책을 읽는 만큼 내것이 되니까,읽고 싶지 않은 책을 억지로 읽게 하는 것이 오히려 독서를 어렵게 합니다.” 그리고 조 연구사는 ‘독서감상문이 독서를 막는다.’고 지적했다.“책을 읽게 하기 위해 확인절차로 독서감상문을 쓰게 합니다.결국 줄거리만을 읽고,줄거리 요약으로 메우는 독서감상문을 제출합니다.책읽기의 즐거움은 아예 없지요.” 천편일률적인 독서감상문을 벗어나 ‘창조적인 독서교육’으로 단 한권을 읽더라도 내 것으로 소화하는 독서법을 강조한다.“책을 읽고 느낀점을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들에게는 그림이나 만화 등 다양한 독서감상표현법을 도입해 쓰게 하면 완전히 이해되고,그 작업이 재미있어 더 독서에 빠져든다.”고 한다.읽은 책의 그 뒷이야기를 써보거나,책의 내용을 기상뉴스나 중계방송의 형식을 빌려 다양한 방법으로 재구성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컴퓨터 게임과 미로찾기,콩트,독서만평이나 시력측정표 등 쉽게 접할 수있는 소재를 독서감상 표현으로 도입하면 아이들의 창의성이 발휘돼 가장 바람직한 독서가 된다고 했다.실제로 교육현장에서 독서교육으로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그는 “아이들은 책읽는 즐거움을 모를 뿐,아직 독서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가정과 학교의 독서지도가 달라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허남주기자
  • [강남특구 대해부] (2)대치동 학원가 르포

    22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 사거리.수십대의 승용차와 소형 버스들이 속속 도착하며 인도쪽 한개 차로를 점령하고 있었다.그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친 원색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우르르 인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소위 ‘강남교육특구’,‘대한민국 교육1번지’라 불리는 대치동.이곳 학원가에는 대규모 대입 종합학원부터 소규모 고액학원,과외방까지 150여개의 학원들이 몰려 있다.교육청에 등록할 필요가 없는 학생 9명 미만의 학원까지 포함하면 학원 수는 총 400여개에 이른다.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로변은 물론 골목길까지 온통 학원뿐이다. 가방을 서너개씩 들고 잰 걸음을 재촉하는 학생들의 뒤를 따라가 본 한 국어학원 강의실에는 남녀 학생 10명이 몸을 숙이고 뭔가를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다.감색 정장에 은빛 안경,그리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강사는 “같은 사건을 보더라도 다른 각도에서 봐야한다.1∼2점을 더 받고 못받는 것은 그런 차이다.”며 ‘논술답안의 창의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곳 학생들은 보통 4∼5개 학원을 다닌다.과외는 기본이다.박진형(17·K고 2학년)군은 4시 학교 수업을 마치고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영어,수학,국어,사회탐구,과학탐구 등 5개의 학원 수업을 듣는다.저녁은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주로 햄버거로 때운다.박군은 “학원공부에 지치다보니 모자라는 잠과 학원 숙제를 모두 학교 수업중에 해결한다.”고 말했다.1년전 경기 분당에서 이곳으로 W고로 전학해 왔다는 황모(17·2학년)군은 “1년간은 분당의 학교를 마치면 이곳 대치동 학원으로 직행해 6개의 수업을 들었다.”면서 “교통이 막혀 학원 수업에 지각을 자주하자 어머니가 아예 학교를 이곳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곳 학원가 학생들 중 상당수는 타지역에서 온 학생들이다.지방에서 ‘원정’온 학생들도 있다.일선 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학원가 바로 옆에 위치해 ‘전입생 선호도 1위 학교’라 불리는 D고의 경우 한반에 5∼6명은 전학온 학생들이다.윤모(47·고3담임)교사는 “이곳 학원가의 명성이 입소문으로 퍼지자 최근 전국 각지,심지어 외국에서도 학생들이 전입해 온다.”면서 “특목고와 같은 8학군내에 있는 학교를 자퇴하고 전입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어수룩한 차림의 강사를 찾아보기도 어렵다.머리염색과 향수,깔끔한 정장 차림은 기본이다.경력 10년의 J학원 강사 이모(40)씨는 “주름살 제거수술을 받기도 하고 머리를 심기도 한다.”면서 “실력도 실력이지만 아이들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한다.”고 했다.I학원 정모(48) 원장은 “프로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약육강식의 정글”이라고 표현했다.또 “강남 엄마들은 돈 걱정은 안하지만 성적이 떨어지면 다시는 그 학원에 애들을 안보낸다.”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단시간에 성적을 올린다고 소문난 ‘족집게강사’에겐 한시간에 수백만원씩 지불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대치동엔 수험생 가족 대상 찜질방도 성업 중이다.아이들을 학원에 데려다주고 새벽에 끝날 때까지 찜질방에서 쉬며 학부모들끼리 학원에 관련된 정보를 교환한다.고3학년인 딸이 학원에 다닌다는 김모(46·여·강남구 도곡동)씨는 “‘지난 달 학원을 옮겼는데 아이 성적이 올랐다.’거나 ‘어느 과목은 어느 학원이 최고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전학온 학생 엄마들이 가장 먼저 찾는다.”고 말했다.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우아한 이탈리아나 프랑스 음식점은 대치동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그 자리를 고기집이 대신하고 있다.대치1동에서 H고기집을 운영하는 심모(47)씨는 “못먹어서 고기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애들 체력이 떨어질까봐 걱정해서 간다.”고 말했다. 이영표 황장석기자 tomcat@ ■“맘에 드는 학원 다닐수 있어 좋아요” “학교는 어디나 비슷해요.하지만 학원이 많아 저한테 맞는 선생님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른 곳에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학교로 전학온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강남이 아닌 서울의 유명 외국어고에서 1학년 2학기때 이곳으로 전학왔다는 3학년 안호정(18·서초구 우면동)군은 “공부하는 분위기는 외국어고 학생들도 이곳 못지 않다.”면서도 “누가 공부를 도와주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안군은 지금 다니는 학교로 전학오면서부터 학원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같은 반 친구들 중에 학원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 없어 떠밀리듯 학원을 찾았다고 한다. 안군은 “이전 학교에서는 학교수업이 전부였는데 여기에선 학원수업이 더 중요하다고들 한다.”면서 “학원에서는 인터넷 등을 뒤져 최신 자료를 찾아주고 어려운 도표 같은 것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준다.”고 말했다.안군은 지금 대치동 일대 학원 4곳을 다니고 있다. 같은 강남이지만 다른 지역 학교를 다니다 1학년을 마치고 대치동의 한 학교로 전학왔다는 3학년 최형진(18)군은 “전학 오기 전부터 학원은 이곳으로 다녔다.”면서 “가까운 곳에서 다니게 됐다는 것만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전에 다니던 S고등학교 친구들 중에 그 동네 근처 학원을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최군은 “학교 선생님들 중에는 수업시간에 성의없이 자습서만 들고 와서 읽는 분도 있다.”면서 “학원에서 그랬다가는 학생들이 금세 다른 학원으로 옮겨 버린다.”고 전했다. 강남을 찾아 밀려드는 학생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지난 10일 현재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강남8학군으로 옮긴 고등학생은 모두 927명으로 지난해 1년간 1493명의 62%를 넘어섰다. 2000년에는 모두 1216명이 강남으로 옮겼다.이런 추세라면 올해도 지난해 수치를 넘어설 전망이다. 반면 강남에서 다른 학군으로 옮긴 학생 수는 올 들어 170명이며,지난해에는 1년간 282명에 불과했다. 황장석기자 surono@ ■강남학생 공부 잘하는 건 사실 강남의 아이들이 강북 아이들보다 공부를 더 잘한다는 말은 사실일까. 평준화된 일반계 고등학교와 달리 치열한 경쟁을 거치는 특수목적고 학생들을 분석하면 이는 대체적으로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와 명문대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신명문’인 2개의 과학고와 6개의 외국어고,국악고를 제외한 4개 예체능고교가 모두 강북에 있다.서울시내 고교생은 200개교에 31만 6000여명이다.그중 강남구와 서초구의 고교생은 27개교 3만 7000명에 채 못미친다.강동구와 송파구까지 확대해도 그 숫자는 7만 5000명에 불과하다.이는 강북152개교 24만명과 비교하면 3분의1에도 훨씬 못 미친다. 그러나 특수목적고 학생들은 강남권의 학생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시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서울과학고의 경우 강남의 학생이 30%에 이르고,광진구 중곡동의 대원외고는 45% 정도로 집계됐다. [표 참조] 그러나 교사들은 “입학 당시 거주지 기준으로 하면 강남권 학생들이 거의 50∼60%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한 외국어고교 교사는 “학교 때문에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사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집값 때문인지 학교 근처로 이사온 가족들도 입시가 끝나면 대부분 강남으로 되돌아 간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yukyung@ ■강북 속 '강남' 경복고/ “교사에 대한 믿음이 명문 낳았죠” 대부분의 구 명문교들이 강남으로 옮겨갔지만 경복고는 여전히 강북을 지키고 있다.이 학교는 그러나 요즘에도 많은 학생들을 세칭 명문대에 진학시켜‘강북의 강남’으로 불리고 있다.강북의 재벌가와 명문가 자녀들이 경복고에 많은 것도이런 것과 무관치 않다.학교에 ‘안전하게’ 배정받기 위해 거주지를 불법으로 옮기는 일도 있다. 평준화된 고교에서 우수한 학생을 골라 입학시키거나,좋은 교사를 선택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또 이 학교 학생들도 과외와 학원에 밤늦게 다니면서 입시준비에 매달려야 하는 것은 여느 학생과 마찬가지다. 지난해 서울대에 22명을 입학시켰고,상위권대에 꾸준히 진학시키는 것이 명문의 요소이지만 이 학교의 평가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강남의 한 중학교 교장은 “경복고에는 수업중 조는 아이가 없다는데 무슨 비결이 있는지 좀 배우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잔다.’는 말도 경복고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교사들이 밝히는 비결은 ‘전통’과 ‘신뢰’다.엄청난 기대에는 못미치지만 ‘학교의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큰 힘으로 작용한다.아침 7시부터 밤 9시 넘어서까지 학교에서 지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교장 이하 교사들의 열성이 한 예다. 임동원 교감은 “수업중 조는 학생들을 교사가 종아리 몇 대 때렸다고 해서 항의하는 학생이나 부모가 없다.”면서 “교사에 대한 이런 완벽한 신뢰가 교사를 신명나게 하고 연구·노력하게 한다.”고 밝혔다.그는 또 “공부에 관심없는 학생은 다른 학교와 같이 50% 정도 된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입시뿐 아니라 바른 삶의 가치관도 가르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물론 주위환경도 장점으로 꼽힌다.학부모 최진화씨는 “서울 시내에서 이런 자연환경을 가진 학교는 흔하지 않다.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울창한 교내 숲이 해소해 주고 학교 주변에 유흥업소도 없어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다른 곳보다 쉽다.”고 말했다. 입시만을 위해 아이들을 내모는 것이 결코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경복고는 ‘명문’이란 단어의 뜻을 새롭게,정확하게 보여준다. 허남주기자
  • [대한민국 24시] 광안리 해수욕장/낮엔 피서 천국… 밤엔 청춘 해방구

    연일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 인파도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운다.주말이면 해운대 100만명,대천 40만명 식의 ‘추정보도’가 난무하면서 어떻게 든 짧은 휴가를 이른바 ‘방콕’,‘방굴러데시’로 버텨보려는 가장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산과 계곡이 더위를 피하는 곳이라면 해수욕장은 직접 더위와 맞서 더위를 쫓는 ‘이열치열의 피서지’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뙤약볕 아래의 뜨거움과 해질녘의 낙조,바다가 만들어내는 시원한 해조음은 여름철 바닷가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낭만 그 자체다.해수욕장의 낮과 밤 풍경은 사뭇 다르다.교수와 괴물을 넘나드는 프랑켄슈타인처럼 해수욕장도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다.부산의 대표적 해수욕장중 한 곳인 광안리 해수욕장의 낮과 밤을 최근 들춰봤다. ■광안리 해수욕장 아침 풍경= 광안리의 하루는 모두들 곤히 잠들어 있을 시간인 새벽 5시쯤 미화원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더미를 치우면서 기지개를 켠다. 미화원들이 청소차를 동원해 쓰레기를 치우기시작할 때쯤이면 붉게 이글거리는 원반의 불기둥이 바다밑을 박차고 수면 위로 서서히 솟구친다. 그러나 아직도 백사장 곳곳에는 전날 밤 더위를 피해 돗자리를 깔고 잠든 인근 주민들과 질펀한 술판을 벌인 피서객,청소년들이 웅크린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같은 ‘노숙’이지만 서울의 지하철역에 웅크린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난 3일 광안리 해수욕장의 아침도 그렇게 시작됐다.동녘이 훤히 밝은 오전 6시쯤.백사장은 이미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로 북적대기 시작한다. 모래사장을 뛰는 조깅파와 무작정 걷는 워킹족,맨손체조를 하는 사람,바닷가를 거닐며 새벽녘 신선한 기운을 마셔보는 외지 피서객들로 활기를 띤다.이들의 얼굴과 몸에는 어느새 굵은 땀줄기가 줄줄 흐른다.건강한 시민들의 힘찬 발걸음 소리가 박스를 덮고 자고 있던 술꾼들의 잠을 방해한다.때맞춰 주변 해장국집의 호객행위 목소리도 커져간다. 사람들은 어제의 숙취와 운동 뒤에 오는 출출함을 해장국집에서 간단히 달랜다.이들 해장국집은 쉬는 날이 없다.종업원들은 24시간 2교대로 돌아가면서 자리를 지킨다. 광안리해수욕장은 오전 8시쯤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다.그러나 그것도 잠깐,이내 낮 손님을 받을 채비에 돌입한다.신문의 사진이나 TV화면을 통해 낯이 익은 형형색색의 파라솔이 해변을 메울 준비를 마쳤다.2시간 뒤인 오전 10시쯤.아빠·엄마와 여동생 손을 꼬옥 잡고 곧 있을 물놀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벅찬 한 초등학생이 해변에 나타났다.물놀이도 물놀이지만 이제 학원에 가도 친구들에게 자랑거리가 생겼기 때문인지 아이의 얼굴은 벌써 붉게 달아올랐다.언제부터인지 초등학생들에게 보편화된 학원수강 때문에 아빠·엄마 손잡고 나서본 지 꽤 오래됐다. 해가 머리 위로 떠오른 낮 12시가 되자 해수욕장은 갑자기 바빠졌다. 한꺼번에 몰려드는 피서 차량으로 도로는 순식간에 마비돼 주차장으로 변해버린다.가만히 앉아 있어도 연신 등줄기에는 땀이 줄줄 흐르고 태양의 신은 이를 즐기기라도 하듯 더욱더 뜨겁게 내리쬔다. 벌겋게 달궈진 백사장은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물놀이객들로 빼곡히 들어찼다.이날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인파는 줄잡아 50여만명.고작 2㎞ 정도의 해안에 마산 시민 모두가 들어앉은 셈이다. 여기저기 모래에다 몸을 파묻고 찜질에 여념이 없는 아저씨·아줌마,날씬한 몸매를 자랑이라도 하듯 비키니 수영복차림으로 선탠을 즐기는 젊은 여성,팔짱을 낀 애인을 두고도 비키니 여성을 곁눈질 하는 청년,아빠·엄마를 졸라 바닷가에 온 어린이들은 연신 짠 바닷물을 마시면서도 물놀이가 마냥 즐겁기만 하다.이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팔고다니는 아르바이트 학생과 잡상인의 풍경이 오히려 정겹게 와닿는다. 여름철 해수욕장의 한낮은 마치 ‘혼돈 속에서 질서가 묻어나는 시골장터’를 방불케 한다.그러나 해가 서산에 뉘엿뉘엿 지고 밤이 찾아오면 해수욕장은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한다.잠시 휴식기를 취한 해수욕장은 토요일밤의 열기 속으로 금세 빠져든다. ■청춘의 해방구, 해수욕장의 밤= 시원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 피서객들은 한낮의 열기에 대한 복수라도 하듯 미친 듯이 밤을 파고든다.열기가 가라앉은 백사장에는 파라솔 대신 돗자리가 깔린다. 가족,친구,연인,대학동아리 등 끼리끼리 삼삼오오 돗자리를 깔고 앉아 가져온 음식과 음료수 등을 마시며 밤의 여유를 만끽한다.이날은 이달들어 처음맞는 토요일이자 바다축제가 열린 탓에 평소보다 많은 5만여명의 인파가 찾아들었다.광안리의 밤은 북적대던 낮 못지 않게 역동적이다. 전국 청소년들 사이에 광안리는 이미 생소한 곳이 아니다.해수욕철이면 전국 각지의 젊은이들이 모여든다.한때는 서울 강남의 ‘오렌지족’들이 여름철 광안리를 점령하곤 했다.폭발하는 퓨젼쇼,현란한 몸짓 등 광안리의 젊은축제는 밤이 깊어가면서 절정에 달한다.모래밭에 무리지어 저마다 노래하고 춤추며 젊음을 발산한다.청춘 남녀들의 뜨겁고 질퍽한 사랑도 밤의 열기만큼이나 뜨겁게 익어간다. 젊은 남자들은 부나방처럼 여자들을 찾아나선다.오가는 여성들을 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일상생활에서 벗어난 피서지에서는 흔히 긴장감이 풀리게 마련.‘늑대와 여우’들의 탐색전이 치열하다.동그랗게 모여 앉은 여성들 주변에는 항상 두세무리의 ‘늑대’들이 어슬렁거린다.‘침투조’를 뽑기위해 가위바위보를 하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이미 ‘대표선수’가 정해진 듯 어깨를 두드리며 기를 불어넣어 주는 쪽도 있다. 서울 연희동에서 왔다는 회사원 김모(27)씨는 “숙소는 해운대에 잡았지만 밤에는 광안리에서 논다.”며 “아무래도 젊은이 취향에는 광안리가 더 좋은것 같다.”고 한다. 밤이라고 청춘들만 있는 건 아니다.전국 최고의 피서지라는 부산에 사는 시민들은 따로 피서갈 필요없이 ‘밤마실’을 나오면 된다.인근 해운대구 수영동에 사는 김진헌(50)씨는 “더위를 피해 가족들과 함께 밤 피서를 왔다.”며 “아예 여기서 자고 새벽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자정이 넘었는데도 광안리에는 차량들과 사람들로 넘쳐난다. 날이 바뀐 4일 오전 1시30분.민락동 야외공연장 앞 도로변 건널목에는 대낮같이 밝은 가로등 아래 오가는 사람들로 붐빈다.거의 초저녁 수준이다.바로옆 회센터들의 간판도 여태껏 반짝이고 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해장국을 팔아왔다는 한 해장국집 주인 아들(33)은 “몇년 전부터 광안리의 밤은 젊은이들이 차지하게 됐다.”고 말했다.습기를 머금은 무더위,술,젊음이 어우러지다보니 서로간에 충돌하기가 쉽다. 광안리 여름 경찰서 관계자는 “술에 취해 싸움을 하다 연행되는 경우가 하루 5∼6차례 이상은 꼭 있다.”고 한다.하루종일 온 몸으로 사람들의 더위를 식혀준 백사장은 그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 때문에 밤새 신음을 토해낸다.이날 오전 2시쯤 ‘만남의 광장’에는 어김없이 컵라면 용기,담배꽁초,맥주병 등이 어지럽게 나뒹굴었다.한편에는 10대들의 소란스러움으로 여름 밤바다의 정취를 느끼기 힘들었다. 하지만 해수욕장은 낭만과 젊음,열망과 환희뿐만 아니라 무질서와 추태마저 따뜻하게 감싸고 어루만져 준다.인고의 세월을 겪어온 넉넉한 어머니 같은 바다에게 못난 자식이나 잘난 자식이나 소중하기는 다 마찬가지다.많은 것을 감춰주고 새로운 것을 잉태한다. 광안리 해수욕장의 밤도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물론 바다는 '네가 올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을'것이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대한민국 24시/ 서울 홍제천변의 주말 밤

    부산 자갈치 시장의 새벽 비린내부터 수백만원짜리 양주잔이 오가는 서울 강남의 밤거리까지 2002년 대한민국의 표정은 시시각각 달라진다.일요일 아침 텅 빈 도심처럼 어떤 공간은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이기도 한다.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를 계기로 우리 이웃의 삶에 새삼 관심을 갖게 된 요즘,무심코 지나쳤던 특정 공간의 특정 시간대가 갖는 시·공간적인 의 미와 그 속에서 살아 숨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담담하게 짚어본다. 서울은 밤에 달린다.’ 8000㎞나 떨어진 대한민국에 출장와서도 서울 남산을 달리던 독일의 외무장관 요시카 피셔.달리기로 1년만에 37㎏을 뺐다는 그의 이야기는 전국민의 30%가 비만이라는 한국에서 더없이 좋은 화제거리가 됐다. 비록 ‘국민사기극’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개그우먼 이영자가 기적적으로 살을 빼는 데 성공했고 ‘공포의 삼겹살’김형곤도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와 “너도 할수 있어!”라고 유혹한다.여기저기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마라톤대 회가 주말마다 도로를 가득 메우고 ‘달리기 예찬론’이 끊이지 않는다.시쳇 말로 “열심히 먹은 당신,달려라!”다. 마라톤 열풍이 불어닥친 지 2년여.가장 지루하고 고독한 운동인 ‘달리기’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이 월드컵 축구만큼 각별해졌다.지난 95년 633개에 불과하던 서울시내 헬스클럽은 지난해말 1065개로 폭증했다.밤마다 환하게 불을 밝힌 헬스클럽은 서울 시민 모두를 수용하고도 남을 듯한 기세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시민들도 적지 않다. 토요일인 지난 20일 밤 10시30분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변.지난 5월말 초록빛 아스콘을 덮은 자전거전용로가 냇가에 깔렸다.냇가를 흉물스럽게 차지하던 콘크리트 더미 중턱에 ‘민선 관청’이 한 턱을 낸 것이다.사천교에서 홍제동 그랜드 힐튼(구 스위스 그랜드)호텔 턱밑 홍제3교까지 폭 2∼3m로 3.1 ㎞가 이어졌다. 끈적끈적한 주말 늦은밤.지척에 있는 신촌,홍대앞 등 유흥가에서 토요일밤의 열기를 만끽할 수도,안방에서 편하게 배를 내밀고 누워 TV 리모컨을 희롱 할 수도 있겠지만 시민들은 안락함을 반납하고 비지땀을 흘렸다.지난 5일간 밤늦게까지 섭취한 ‘과잉 영양’을 배출하려는 직장인들과,젊은 시절 미처 돌보지 못했던 건강을 챙기려는 중년층들의 발버둥처럼 보인다.이 시간이면 시골의 농군 부부는 연신 터져나오는 하품을 참고 9시 뉴스를 겨우 겨우 완파한 뒤 ‘제국의 아침’에 도전하다 곯아 떨어졌을 것이다. ‘백양’표 흰색 내의에 운동화 목위로 까만 양말이 도드라진 중년의 아저씨가 연신 벗겨진 이마를 훔치며 뛴다.아저씨를 추월하는,‘나이키’조깅복 을 완벽하게 차려입고 머리에 헤어밴드까지 두른 멋쟁이 아가씨의 볼이 발그레하다.가족들 저녁을 해 먹이고 삼삼오오 ‘밤마실’을 나온 주부들의 ‘큰 걸음 걷기’도 경쾌하다.“누구 엄마는 얼마를 뺐다더라.”는 식의 대화를 주고 받는 이들의 표정에서 비장감마저 느껴진다. 아이에게는 인라인 스케이트를,아내에게는 자전거를 선물한 젊은 아빠,정작 본인은 발로 뛰고 있다.갑자기 나와 버린 배 때문인지 벌써부터 땀이 흥건하다.‘커플룩’ 차림의 연인 또는 신혼부부들은 뛰는둥 마는둥 연신 애정을 과시한다.운동보다는 얘기 나눌공간이 절실해 보이는 교복 차림의 여고생 들은 냇가에 주저 앉아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매일 저녁 1시간씩 홍제천변을 뛰거나 걷는다는 김용배(65·서대문구 남가 좌동)·한경자(62)씨 부부는 “밤늦게 이렇게 사람이 많이 나오는 건 너도 나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어찌보면 잘 먹고 할 일 이 없어 지르는 ‘즐거운 비명’같다.”고 비꼬았다. 반면 김종순(50·서대문구 홍은동)·삼례(35)씨 자매는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해서라기보다 생활의 활력을 찾기 위해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3년전부터 운동을 시작한 자매는 “저녁상을 물리고 4∼5㎞를 뛰지 않으면 하루가 끝나지 않은 것 같을”정도로 달리기에 ‘중독’됐다. 이름은 ‘자전거 전용도로’지만 이미 ‘러닝머신’이 돼버린 길은 다양한 시민들의 욕구를 담아내기에는 너무 비좁다.달리는 사람들은 행여나 이웃의 발길에 태클을 걸까봐 조심 조심이다.애완견 금지라는 구청의 안내문구가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는 탓인지 온갖 종류의 개들도 덩달아 뛰고 있는 터라발밑도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쌩’ 하고 치고 나가는 자전거와 그보다 조금 느리지만,달리기보다는 훨씬 빠른 인라인 스케이터들의 ‘폭주’도 경계 대상이다. 2㎞지점에서 난간이 없는 다리를 건넜다.‘자전거를 타고 건너면 위험합니다.’라는 경고문 대신 다리 난간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이쯤되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오던 조거(jogger)들이 드문드문해진다.대신 배드민턴을 즐기거나 벤치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발을 주물러 주는 노부부가 가끔 눈에 띈다. 3000m 표시와 함께 길은 끝났다.두팔로 무릎을 짚고 거친 숨을 토해내는 초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곧바로 오던 길을 되뛰는 ‘철인’들이 적지 않다. 시속 7∼8㎞에 불과한 속도로 뛰었지만 그래도 ‘주마간산’이라고 잰걸음으로 되돌아오는 길에는 스쳐 지나갔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 온다. 지난밤 1인분에 6000원하는 갈비집 삼겹살 대신 1근에 4000원이면 되는 정육점 삼겹살을 가득 싣고,온 가족이 나들이를 나왔던 강바닥에도 모처럼 물이 흐른다.천지도 모르는 아이들은 어둠과조명 때문에 티없이 맑아 보이는 냇물로 뛰어 든다.곧바로 터져나오는 어머니들의 비명소리.“거기가 어디라고 들어가.얼른 나오지 못해.”.그래도 장맛비가 휩쓸고 간 오늘만은 마시지 는 못해도 몸을 적신다한들 이 물이 해롭지는 않을 것이다. 수해를 막기 위해 강폭을 턱없이 넓혀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하천이 그 넓이 덕에 몇십년만에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바라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던 내부순환로도 그 밑을 달려보니 밤길을 밝혀 주는 고마운 조명이다. 별달리 볼거리도 없고 쾌적한 여건도 아니지만 한 달에 10만원이 넘는 헬스 장 회원비는 엄두가 나지 않고,한강변은 너무 멀어 귀찮은 서울 시민들에게 홍제천을 비롯한 한강 지천의 자전거로는 너무나 소중한 공간이다. 물보다 강바닥이 더 드러나 보이는 홍제천의 밤은 ‘졸졸’물소리 대신 1000여 시민들의 ‘질질’ 운동화 끄는 소리로 그렇게 깊어갔다. 류길상 기자 ukelvin@ ■서울 하천변 조깅코스 - 하일동~개화동 41.5㎞ 마라톤 완주 코스 각광 중랑,불광,홍제,양재,안양,도림,탄천 등 한강의 주요 지천들에는 어김없이 자전거 도로가 깔려 있다.물론 이 길에는 자전거 수보다 훨씬 많은 ‘달리기 족’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붐빈다. ‘오염의 대명사’였던 중랑천 둔치에 최근 폭 4m,길이 7.65㎞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완공됐다.녹천교,창동교(노원구청 앞),상계대교(창동 지하철 차량 기지 앞),당현천(청소년 수련관 앞) 등 4곳에 진입로를 만들었고 앞으로 노원교,상계동 11단지 앞,월계1교,한천교 등에 추가로 진입램프를 개설할 예정이어서 주민들의 접근이 쉬워질 전망이다. 불광천도 지난 5월 오른쪽변에 폭 4m,길이 2.9㎞의 자전거도로 겸용 산책로를 조성했다.체력단련시설 5곳과 건강지압보도 3곳을 마련했고 징검다리 7곳을 설치,주민들이 편리하게 불광천을 오갈 수 있게 됐다. 양재천은 이미 너무나 유명해진 조깅 코스.양재천 구간을 따라 마련된 7.4 ㎞ 길이의 자전거 도로는 이른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기를 즐기는 시민이 끊이지 않는다. 군데군데 붕어와 버들치 등 각종 물고기와 노랑꽃창포 등 수생식물의 생태를 감상할 수 있는 자연생태학습장이 마련돼 더욱 인기가 좋다. 짧은 지천변이 감질나는 시민들은 한강 둔치로 내려가 마라톤 풀코스에도 전할 수 있다. 강남과 강북에 조성된 9개 시민공원은 모두 자전거도로 또는 조깅코스로 이어져 있다.특히 강동구 하일동에서 강서구 개화동에 이르는 41.5㎞ 구간에는 달린 거리를 잴 수 있는 표지판까지 세워져 있어 마라톤 완주를 꿈꾸는 아 마추어들의 사랑을 받는다. 서울시는 올해 88억 20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한강과 합류하는 8개 주요 지천변에 자전거도로 40.9㎞를 신설키로 했다.이 공사가 끝나면 한강과 8개 지천의 자전거도로는 모두 152.5㎞로 늘어나 시민들의 달리려는 욕구를 충족 시키게 된다. 류길상기자
  • 건강단신/ ‘관절염 환자연대’ 11일 발족

    ◇'관절염 환자연대' 11일 발족 그동안 개별적으로 활동해온 관절염 환우회를 통합한 ‘관절염 환자연대’가 오는 11일 연세대 알렌관에서 발족식을 갖는다.연대는 앞으로 관절염 환자의 권익보호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매주 목요일 '화상치료와 예방' 한강성심병원에서는 이달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1시에 병원 노인센터 강당에서 ‘화상치료와 예방’을 주제로 강연한다.(02)2639-5770. ◇'요통 진단과 치료'주제로 서울대병원은 10일 오후3시 어린이병원 임상1강의실에서 ‘요통의 진단과치료’를 주제로 강좌를 연다.참석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사전에 질문을 접수(팩스 744-8217)하고 답변도 해 준다.(02)760-2975∼6. ◇'왜소증과 소아당뇨'건강강좌 강남성심병원은 오는 13일 오후3시 영등포구 경방필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왜소증과 소아당뇨’를 주제로 건강강좌를 갖는다.이 병원 소아과 오필수교수가 나서 ‘우리 애는 왜 키가 크지 않을까’라는 제목으로 강연한다.(02)829-5089. ◇고객 불편사례집 발간 삼성서울병원은 고객 불편사례집 ‘고객불만을 만족으로…아 다르고,어 다르고’를 발간,앞으로 지침서로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QA팀 고객상담실에서 발간한 이 사례집은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접수한고객 불편사례와 사례별 대응방법을 실었다.(02)3410-3082. ◇ 24.25일 '어린이 비만교실'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임상영양연구소와 경희의료원 임상영양센터에서는오는 24∼25일 이틀간 서울지역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엄마와 함께하는 어린이 비만교실’을 운영한다. 참가비는 8만원이며 검진과 신체검사,비만예방과 치료방법 등을 가르친다.희망자는 14일까지 병원 임상영양센터에 접수하면 된다.(02)958-9066∼7,961-0506,0934
  • 월드컵/ 본선진출국 영화제 풍성, 축구열풍 그대로 ‘영화 월드컵’

    명실공히 지구촌 문화축제인 월드컵에 영화라고 빠질 수 없다.월드컵 참가국들의 영화 축제가 곳곳에서 열리는 것.한국 영화나 할리우드 영화 아니면 극장에선 볼수 없었던 다양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다. ●프랑스영화제= ‘제2회 프랑스영화제’에서는 올해 프랑스에서 개봉한 영화 12편이 16∼21일 센트럴6시네마에서 관객을 맞는다. 축구 국가대표를 꿈꾸는 감옥수를 다룬 ‘3대0’,올해 칸 영화제 폐막작인 제레미아이언스 주연의 ‘자…신사 숙녀 여러분’,코스타 가브라스의 ‘아멘’,올 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통행증’ 등 따끈따끈한 최신작이 기다린다. ‘통행증’의 감독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등 감독·배우 11명이 내한,16일 오후 3시30분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에서 팬사인회를 연다.(02)3444-9006. ●중국영화제= 애니메이션에서 로맨틱코미디까지.중국영화의 현주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제1회 중국영화제’가 13∼15일 CGV강변11에서 열린다.대중 목욕탕을 배경으로 일상과 가족 간의 갈등을 그린 장양 감독의 ‘샤워’,‘목인의 신부’로 잘알려진 황 지엔신 감독의 ‘엄마는 갱년기’,미국에 이민 간 두 남녀의 사랑싸움을 다룬 중국 최고의 흥행감독 펑 샤오강의 ‘올 때까지 기다려줘’,서유기를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보련등’ 등 총 10편을 선보인다.(02)592-4031. ●라틴아메리카 영화제= 평소에 보기 힘든 라틴아메리카 영화 25편이 13∼19일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신비의 베일을 벗는다.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멕시코는 70년대 이후 사회·역사에 대한 비판을 상징적으로 그리며 세계 영화계의 조명을 받았다. 일탈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내용의 ‘미네르바의 여행’ 등 장·단편 11편을 소개한다. 94년작 ‘달팽이의 계략’으로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컬럼비아 감독 세르지오 카브레라는 영화 4편을 들고 이번 행사를 찾는다.그밖에 칠레 파라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의 영화를 볼 수 있다.(02)720-9782. ●토요영화감상회=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29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3시 미술관 대강당에서 3개국의 걸작 영화를 선보인다. 아일랜드 장애인 화가 크리스티 브라운의 일생을 그린 ‘나의 왼발’,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속도감 넘치는 독일 영화 ‘롤라런’,프랑스의 잔잔한 가족 코미디 ‘나의 장미빛 인생’이 매주 차례로 상영된다.(02)2188-6068. ●한국영화 외국어 자막으로= 영화진흥위원회가 대대적인 우리영화 홍보에 나선다.27일까지 서울 MMC,CGV 명동,메가박스에서는 ‘후아유’‘해적 디스코왕 되다’‘예스터데이’(13일 개봉)가 영어ㆍ중국어ㆍ일본어 자막으로 상영된다. 18∼20일 메가박스에서는 ‘취화선’‘생활의 발견’‘집으로…’‘쉬리’‘공동경비구역 JSA’‘엽기적인 그녀’ 등 최근 화제작 6편이 하루 6회 영어자막으로 외국인에게 무료 상영된다.(02)9587-584. 김소연기자 purple@
  • 여성학자 출신 ‘성공한 엄마’ 박혜란씨 “”인생도 공부도 자생력이 중요””

    여기자 6년,전업 주부 10년,여성학 공부,학부모 운동….여성학자 박혜란(55)씨가 걸어온 길이다.하지만 정작 그녀가 유명해진 것은 아들 셋을 서울대에 보냈기 때문이다. 자녀교육 수기인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란 책을펴낸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거리에서,강연장에서 “우리애 어떻게 키워야할까요.”라며 ‘지침’을 구하는 아줌마들의 공세에 시달린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오는 7일부터 문여는 ‘부모 대학’의 첫 강연자로 낙점된 것만 봐도 그의 인기도는 짐작된다. 박씨는 “요즘은 자녀교육에 대한 정보가 너무 넘쳐서 탈”이라며 “하지만 직접 해보니 여기저기 휩쓸려 가는 것보다 소신을 지키는 게 가장 효과도 좋고 행복하더라.”고 강조한다. 그녀 역시 처음부터 소신이 있었던 건 아니다.숱한 시행착오의 대상은 바로 장남.“70년대에 스포크 박사의 육아법이 선풍적 인기였어요.큰 애는 식욕이 왕성한 애였는데책에는 몇개월때는 3시간마다 몇㏄라고 써 있어서 열심히따라했죠.애가 배고파 울면 보리차를 먹였다니까요.”그 과정을 거치며 “내 애는 내 상황에 맞춰 키우는 건데 왜 권위자의 말만 따랐을까.”라고 후회를 했다.교육열풍 1번지인 강남에서 과외 한번 안시키고,방목하듯 키운 것도 그때의 깨달음 덕분이다.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게 아니고 그저 선배의 경험으로 참고하면 좋겠다.”는 단서로 들려준 그녀의 ‘소신’은▲애 잘 키우려는 생각보다 엄마부터 크자 ▲남들로부터초연하자 ▲되도록 아이를 풀어주자 ▲아이 스스로 자라도록 참고 지켜보자 등등. 이쯤이면 ‘입시지옥에서 너무 꿈같은 얘기 아니냐.”는부모들의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올 판이지만 박씨의 신념은 굳건하다. “인생도 공부도 자생력이 가장 중요하잖아요.그런데 요즘은 엄마가 미리 나서서 애들이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물량공세를 퍼붓죠.결국 아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뿐입니다.” 84년 39세 나이로 여성학 대학원에 들어가 늦은 공부를시작한 것도,90년 인간교육실천연대라는 학부모단체를 창립해 대표로 활동한 것도 자녀 교육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한다. ‘부모 대학’에서 들려줄 강연 제목도 ‘부모노릇,그렇게 어렵나요?’로 정했다.손봉호 서울대 교수,김재환 한양대 의대 교수 등도 강연자로 나설 예정이다.(02)2253-9972 허윤주기자
  • [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 캐나다의 코흘리개 유학생들

    ■캐나다의 코흘리개 유학생들 환상의 교육천국과는 큰 거리. 여기는 캐나다 토론토.하루는 화창했다 하루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고약한 겨울날씨다.한국보다 14시간이 늦은 이곳은이제 막 밤 10시를 지나고 있다. 캐나다에 온지 오늘로 7일째.서울시내 초중고 교장,교감 등 10여명과 함께 지난달말 10여일의 일정으로 캐나다 학교의금연실태 등 교육환경을 둘러보고 있다.캐나다가 어떤 땅인가.‘교육의 천국’이라며 한국사람들이 너도나도 교육이민을 떠나는 나라가 아닌가.그래서인지 ‘교육천국’의 실상과 이민 온 한국인,유학생들의 삶에 촉각이 곤두선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IMF이후 갑절로 늘어 총 10만여명.이중 6만7만명이 토론토에 몰려 산다.최근 한국 유학생들이 급속히 늘면서 이곳에는 새로운 현상들이 잇따라 생겼다. 토론토 외곽인 노스 욕(North York)의 한 초등학교는 한국에 ‘명문’으로 입소문이 퍼진 곳이다.한국에서 온 조기유학생이 전교생의 절반인 600여명에 이르러 학교측이 부랴부랴 교실을 새로 짓기까지 했다.부모와 떨어져 유학 온 학생중에는 초등학교 1∼2학년짜리 코흘리개도 있다.교사들이 “어린애가 엄마도 없이 불쌍하다.”고 혀를 찬다. 얼마 전에는 서울에서 온 강남·강북 출신 학생끼리 패싸움이 벌어졌는가 하면 한국의 ‘학습열풍’까지 상륙했다.‘수학,영어 전문’이라고 적힌 한글 간판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캐나다의 공립학교는 수업료가 무료이고 학용품 일체를 공짜로 준다.한반의 학생 수는 20여명이 조금 넘는다.재정을뒷받침하기 위한 국가 지원도 튼튼하다.그렇다면 이곳은 정말 만사를 제치고 찾을 만한 ‘천국’일까.170여개국의 이민자들로 구성된 다문화국가 캐나다에서도 주류는 역시 유럽계 백인들이다.한인타운의 교민들에게서,거리에서 만난 동양인들의 표정에서 자신감 보다는 묘한 위축감을 읽을 수 있는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 나라는 일자리가 넉넉하지 않다.야채가게나 음식점을 해 고생고생 아이를 공부시켜도 회사에 취직해 화이트칼라가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명문대학 입학 경쟁도 치열하다.원하는 대학에 실패한 백인 상류층 자제들은 엄청난 돈을 들여 미국에서 공부하고 되돌아온단다. 토론토의 짧은 소감.한국에서 피상적으로 갖고 있던 머리속의 환상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유학을 한다고 열등생이 갑자기 우등생이 되지는 않는다.영어 하나를 건졌다고성공을 보장받지도 못한다.이른바 성공을 거둔다 하더라도부모가 치를 희생,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의 상처는 가혹하다.‘그곳에 가면 모든게 해결된다.’는 착각이 더이상 우리 사회에 퍼지지 않았으면 한다. 허윤주기자rara@
  • KBS새주말극 ‘내사랑 누굴까’새달 방영

    오는 3월2일 첫 방송될 KBS 2TV 새 주말드라마 ‘내 사랑누굴까’(토·일 오후 7시50분)는 ‘여자와 결혼’을 주제로 한 정통 홈드라마랄 수 있다. 제목과 주제로만 봐선,여성의 결혼 적령기가 점차 늦어지고 사회진출도 활발해지는 요즘 너무 구태의연한 것이 아닌가하는 선입견이 짙다.하지만 ‘히트드라마 제조기’‘언어의연금술사’라는 별명을 가진 김수현 작가와 지난 96년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호흡을 맞췄던 정을영 PD가 다시 만난 작품이란 점에서 일단 방송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이승연,이태란,명세빈이라는 세 명의 주연급 여배우의 불꽃튀는 연기대결이 만만치 않은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연(33)은 29살이 될 때까지 직업을 갖지 않고 결혼만염두에 둔 채 살아가는 오지연 역.나이를 먹어갈수록 눈을낮추기는 커녕 완벽한 이상형을 찾아 고군분투한다.이혼한엄마 때문에,자신의 집이 강남이 아니라 강북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남자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승연은 그동안 꾸준히 드라마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좋은반응을 얻지 못한 탓인지 이번 드라마에 거는 기대가 자못크다.“이제 연기력을 평가받아야 할 시점이 됐다는 생각을하면서 조급함이 생겨요.야무지고 똑똑한 모습이 아니라 약간 헐렁하고 바보같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설 것입니다.” 매니저를 사기및 횡령으로 고소했다가 최근 합의한 이태란(27)은 모델 이하나 역을 맡았다.이하나는 결혼을 코 앞에 두었던 연애가 깨진 뒤 29살이 되도록 일에만 몰두하며 커리어를 쌓는 여성.활발한 다혈질로 화끈한 것이 매력이지만,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이다. 촬영장에서 이태란은 최근의 복잡한 심경을 보여주듯 다소우울한 분위기를 풍겼다.“한동안 쉬고 싶었지만 이처럼 좋은 역할을 맡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어요.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연기에 몰입하겠습니다.” 지난해의 좋지 않았던 기억들을 털어버리고 명랑한 이미지를 전하기 위해 머리모양과 옷차림에 특별한 신경을 썼다고한다.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주기 위해 드래곤파마를 했으며빨간자켓으로 멋을 부렸다.극중에서도 자주 헤어스타일을 바꿔 변화를 줄 예정이다. 그는 “김수현 작가님이 워낙 대사처리에 까다롭다고 해서,아예 대본을 끼고 살아요.옆에서 툭 치기만 해도 대사를 줄줄 외울 지경입니다.”라고 엄살(?)을 떤다. 6개월전 SBS 주말드라마 ‘그래도 사랑해’에서 ‘캔디’같이 명랑한 역으로 연기변신에 성공했던 명세빈은 다시 청순가련한 여인이 되어 돌아온다. 그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지만 집안형편 탓에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김고은 역을 맡았다. 재력만 보고 결혼한 남자가 알고보니 돈도 없고 제대로 된직업도 없는 인물.결국 어린 아들을 하나 두고 이혼을 한다. “마냥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이 아니라 당당하고 성숙한 이혼녀의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지난 6개월간 휴식기에 미국과 뉴질랜드 등을 돌면서 골프에 취미를 붙였다고 한다.자제력을 키워주는 게 골프의 좋은 점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는 “이승연,이태란씨와는 다른 매력을 선보일 것입니다. 두 사람이 활발하고 매력적인 여자라면 저는 정적이면서 강인한 역할이예요.”라고 다부지게 말했다.이송하기자 songha@
  • [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 “강남 8학군 알고보면 거품이야”

    지난 몇주 동안 서울 강남 대치동이 화제였다.‘강남 특별구’‘대치동 교육특구’등 학원가 르포에서부터 소비문화까지 파헤친 시리즈가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뒤틀린 교육특구,강남’이라는 제목으로 대치동 일대 사교육의 실태와 부작용을 소개한 후배기자에게 “진짜로 그정도냐.”고 물었더니 “정말 큰 일”이라고 했다. 그같은 떠들썩한 언론 보도를 지켜본 학부모들은 심경이 복잡했으리라. 내가 사는 곳은 강남에 비하면 ‘오지’이다.강북에서도 북단에 위치한 중계동이다.최근에는 이곳에도 신흥 학원가가생겨나고 있지만 대치동에 비해서는 한참 뒤진다. 얼마 전 한동네에 사는 친언니를 만났는데 한숨부터 내쉬었다.공무원인 형부의 월급을 쪼개 쓰다보니 생활이 빠듯할 수 밖에 없다. 언니:요즘 신문을 보면 비애를 느껴.나도 강남에 갈 수만있다면 가고 싶어.딸(중3)친구들도 벌써 세명이 겨울방학 때 강남으로 떠났댄다. 나:근데 거기 부작용도 많다잖아.공부 너무 시켜 정신질환까지 생기고…. 언니:그래도 잃는거 보다 얻는게 많지않겠냐.대학이 모든걸 좌우하는 나라니까….하지만 어차피 갈 형편이 안되니 있는 데서 잘하자고 결론을 내렸지 뭐. 강북에 사는 남자 선배도 비슷한 푸념을 털어놓았다.“월급 200만∼300만원을 받아 가지고 그런 곳에 살 형편이 되나. 나중에 자식들이 아비가 무능하다고 원망하지나 않을런지…. ” 예비 학부모인 나 역시 대치동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만은않다.맹모삼천(孟母三遷)이라는데 ‘학원의 천국’‘최고의교육환경’이란 말에 솔깃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8학군 출신으로 지금은 일산에 살고 있는 주부 Y씨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붙들어맨다. “그곳 사정 내가 잘 알아.거기 간다고 대학 잘 들어가는것도 아니야.성적좋은 애들이 몰리니까 잘 가는거야.공부 못하는 애들은 조기 유학으로 ‘도태’되거나 다른 지역 학교로 빠져나오지.그곳 엄마들,애들한테 열성이다보니 속은 얼마나 골병이 들었다구.다 거품이야.맘 편하게 저 사는 곳에서 열심인게 최고라니까.” “맞아,대학이 대수냐.우리 아이들 시대는 밥 굶을 걱정은안해도 되잖아.저 좋아하는 일 하며 살면 되지.” 허윤주기자 rara@
  • 뒤틀린 ‘교육 특구’ 강남/ (하)폐해·대책

    “요즘 아이들을 보면 정말 걱정스럽습니다.창의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워요.틀에 짜인 공부는 잘 하지만 새로운환경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포기해 버립니다.” 서울외국어고에서 지구과학을 가르치는 강병재(姜秉載·42)교사는 사교육 열풍이 거세지면서 아이들이 점점 더 대학에 가기 위한 ‘기계’가 되어 간다고 한탄한다. [요즘 아이들은 ‘쭉정이’]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이 몰려든다는 외국어고.하지만 명문대에 많이 진학한다는 교내외평가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학습 능력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강교사의 생각이다. “학원에서 외고 입시공부에만 매달리던 아이들이 대거 입학하면서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학원에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지만 원리를 응용해야 하는 문제를 내면손도 대지 못합니다.초등학교 때부터 미리 교과과정을 떼는선행학습과 반복학습에 익숙할 뿐 기초 중학 과정을 제대로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그런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를찾아서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이런 현상은 해가 거듭될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는 “학원 과외를 많이 받은 강남 출신 학생들이 더 심하다.”고 지적했다.어려서부터 학원 과외에 의존해온 결과다.이들의 특징은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이해력이 떨어지며 ▲공부하려는 의지가 부족하고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불안해하며 ▲모든 것을 교사에게 의존하려 한다. 그는 “부족한 점을 보충하는 과외는 필요하지만 남들 따라 하는 과외는 아이를 ‘문제 푸는 기계’로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학부모들은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력의 부재는 대학까지 이어진다. 교재 없이 학생들의사고력을 유도하는 강의를 하는 대학 교수는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교재가 없어서 불만’이라는 이유에서다.한신대 사회학과 김종엽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영어 회화는 잘 하지만 대학에서 정작 필요한 독해력은 크게부족해 대학원에서조차 원서를 교재로 쓸 수 없을 정도”라면서 “스스로 해야 하는 연구조사 능력은 거의 제로 수준”이라고 밝혔다. [과외 효과 있나] 그렇다면 어려서부터 과외를 받은 학생들이공부를 과연 잘 할까.단국대 사범대 이해명(李海明·58)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학업성적 결정이론’에 따르면 과외의 효과가 있는 아이들은 지능지수(IQ) 90∼110의 중학생,그것도 3%의 학생들만 효과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48개 중고교에서 3349명의 중고생을 대상으로 과외수업 유무와 종류,3년간 학업성적을 분석한 이 조사에서 과외의 ‘효험’을 본 학생은 중학생의 3%에 그쳤다.오히려지능과 노력,가정·사회환경 순으로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 [대책은 없나] 최근 몇 년 사이의 사교육 ‘열풍’은 길을잃은 교육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이교수는 “교육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대책을세우는 교육부부터 자성해야 한다.”면서 “평준화 정책을대폭 수정해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현실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안교육기관인 하자센터 전효관(全烋寬·38) 부소장은 “서울 강남의 대치동을 비롯한 우리 사교육의 문제점은 정보화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능력을 전혀 길러주지 못한다는점”이라면서 “정부는 건물 짓고 학생 수 줄이는 외형에 치중하지 말고 현재의 자원을 어떻게활용할지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이종태(李鍾泰·46) 박사는 “사교육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서 “평가체제를 완전히 바꿔 학생들의 진정한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평가 모델 개발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부적응 사례- 부모 과욕이 아이 병원 내몰아. 아이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교육이 아이들을 병원으로 내몰고 있다.신체적인 질병이 아니다.부모의 욕심과 예외를인정하지 않은 교육 현실에 아이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멍이 들고 있다. 서울 강북에 사는 지훈(3·가명)이가 소아정신과를 찾은것은 지난해 말.친구들을 떠밀거나 때리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자주 보이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유치원 교사의 충고때문이었다.지훈이는 1등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심지어 유치원에서 나갈 때 가장 먼저 신을 신어야 직성이 풀렸다. 지훈이의 증세는 의외로 심각했다.병원에서 지능 검사를받으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안절부절했다.옆에 앉아있는 엄마의 눈치를 슬슬 살피며 초조해하던 지훈이는 결국 정답을가르쳐 달라며 의사를 조르기 시작했다.지훈이의 증상은 ‘수행불안’.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는 증세로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인은 엄마에게 있었다.무심코 가르쳐온 공부가 스트레스일 뿐,지훈이는 엄마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어려서부터 혼자 영어책과 비디오를 통해 매일 6시간씩 공부했다는 지훈이는 두 돌 때부터 영어학원에다녔다.영어는 곧 잘 하지만 지훈이 또래에 갖춰야 할 사회성은 없었다. 중학교 2학년인 성철이(15·가명)는 우수한 두뇌 때문에적응하지 못한 경우다.IQ 145에 집중력도 뛰어난 ‘수재’로 성적도 우수했다.다만 한문은 매번 0점이었다. 성철이가한문을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했다.‘왜 글씨를 달달 외워야하나’는 것이었다.합리적으로 가르쳐주지 않고 틀린 한자를 100번 쓰라는 ‘벌’을 내린 선생님을 이해할 수 없었던성철이는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고민하던 희철이의 부모는 친척이 사는 캐나다로 유학을 보내기로 결심했다.우수한 아이가 적응할 수 없는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영재’는 고사하고 ‘이상한’ 아이로 낙인찍혀 재능을꽃피우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서울 대치동에 사는 학부모 이모씨는 최근 답답한 마음에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희철(11·가명)이를 데리고 병원을찾았다.IQ 138에 집중력도 정상인데 반에서 꼴찌를 도맡아했다.이씨가 더욱 충격을 받은 것은 다른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희철이와 어울리지 말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닌다는 사실이었다.‘멍청한 아이’와 함께 다니면 같이 멍청해진다는 이유였다. 겉으로 보면 희철이는 단지 ‘공부 못하는 아이’였다.항상 무표정한 얼굴에 수업 중에도 집중하지 못했다.학교 숙제도 엄마가 다그쳐야 했다.책가방도 혼자 챙기지 못했다. 엄마의 야단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항상 불안해했다. 의사의 처방은 ‘1년 간 공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국영수는 물론 예체능 과목까지 밤9시가 되도록 다니던 학원공부를 전부 그만두고 학교 숙제만 했다.그러자 이번에는불안해하던 엄마 이씨가 우울증으로 드러누웠다.하지만 의사의 충고를 받아들인 이씨의 결정은 옳았다.6개월이 지나자 희철이가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책가방도 혼자 챙기고할 일을 알아서 했다.결국 이씨는 대치동을 떠났다.남보다잘 키워보겠다는 욕심이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몇자 더 가르치려다 아이 인생 망칠수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입니다.” 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申宜眞·38) 교수는 과열되고 있는 사교육 열풍을 이렇게 비유했다.아이의 장래를위해 시키는 공부가 오히려 아이의 평생을 망칠 수 있다는주장이다. 특히 만 5세 미만의 조기 교육은 아이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간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인격의 70%가 형성됩니다.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능력,즉 감정 및 충동 조절 능력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인내심 등을배우는 시기죠.하지만 조기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이런것을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욕구를 발산하지 못하고 경쟁만하다 보면 결국 공격적인 아이로 변하게 됩니다.” 공부의 중압감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의 나이가 빠른 속도로 낮아지는 것은 더 큰 문제다.그는 “예전에는 외래 환자의 10%에 불과하던 만 5세 미만의 아이들이 요즘에는 30%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는 “조기 교육이 아이들의 자아상인 셀프 이미지(selfimage)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아이들이 남과 비교하면서 ‘나는 공부 못하는 아이’로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분야에 따라 뇌의 발달 속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창의적인아이들이 적지 않지요. 하지만 부모들은 뒤처지지 않으려면어려서부터 모든 것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적인 조기 교육은 아이의 가능성을 죽일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손해입니다.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결과천편일률적이고 체제에 순응할 줄만 아는 기계적인 인간을만들어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어려서 사회성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 전체가 흉흉해질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는 남의 것을 베끼기나 하는 영원한이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재천기자
  • 뒤틀린 ‘교육 특구’ 강남/ (상)사교육 실태·문제점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교육 특구’로 불린다.수도권을비롯,전국의 학부모들이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갖춘 대치동에 진입하기 위해 앞다퉈 이삿짐을 챙긴다고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부추기면서 비롯됐던 최근의 집값 파동에서 보듯 이곳은 교육에 관한 한 모든 문제가 한데 어우러진 심장부이다.유치원이나 초·중·고교생을 둔 학부모들은 물론,신혼 부부들도 ‘평당 2,000만원’이라는 집값에도 불구하고 2세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가고싶어 하는 곳이기도 하다.교육 특구라는 명칭에 걸맞게 소그룹과외가 주류를 이루는 보습학원과 입시학원 등 사교육기관이 무려 160여개나 들어서 있다.학부모들은 단 1분이라도 자녀들을학원으로 내몰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다.학생들도 학원에 가지 않으면 친구를 사귈 수 없다.학부모,특히 어머니들은 자녀들을 학원에 실어 나르는 ‘마을버스 운전기사’로 전락했다.옆집 아이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대치동 학부모들이 털어놓는 자녀 교육 실상과 대안을 2회에 걸친 시리즈로 게재한다. ■중학생 부모 경험담.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사는 주부 S씨(41)는 이틀에 한 번 반드시 통화를 하는 사람이 있다.미국에서 공부하는 큰아들 현준이(16·가명)이다.벌써 1년 반째다.현재 미국 사립학교에서 8학년에 다니고 있는 현준이는 다행히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유학을 결정한 것은 현준이가 중학교에 입학한 지 한 학기도 지나지 않을 때였다.서울 일원동에 살면서 대치동 학원에 다녔던 현준이는 숨막히는 공부에 몸서리를 쳤다.초등학교 때만 해도 남들만큼 사교육을 시키지는 않았다.4학년부터 영어를 시작했을 뿐이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수학은 전문학원에 보내고 암기과목은 돈을 아끼기 위해 중학교 참고서를 구해 S씨가 직접가르쳤다.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자 사정은 달라졌다.국영수는 물론 미술과 음악,체육까지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결국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스파르타 식으로 전 과목을 가르친다는 유명 학원에 등록했다. “아이가 견디지 못하더군요.자정이 넘겨서야 집에 돌아오는 학원 생활때문에 심하게 앓았습니다.한 달도 안돼얼굴이 누렇게 뜨고 잠자면서 헛소리까지 하는 아이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S씨는 당시를 돌이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을 포기하면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을텐데’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성적표가 나오거나 다른 아이들얘기를 들으면 ‘언제 그 얘기 했나’ 할 정도로 현실로돌아오곤 했습니다.유학은 그런 갈등이 끊임없이 계속되다가 내린 결론이었지요.이런 식으로 계속 가르칠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사업가가 꿈인 현준이가 미국에서 좀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면서 여유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대치동으로 이사갈 생각도 했지만 현준이가 떠난 뒤에는 생각이 달라졌다.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 현민이(12·여·가명)는 워낙 학원을 싫어하는데다 현준이 때와는 달리 과도한 교육열 속에서 처신하는 노하우도 어느 정도 터득했기 때문이다.“첫째 아이를 기를 때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시행착오를 거치지요.둘째를 기르면서 ‘대학 못가도 아이 팔자(八字)’라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아이 스스로 더 잘하더라구요.” 그는 ‘대치동 열풍’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이렇게말했다. “대치동이 다른 곳보다 교육여건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요.하지만 부모가 주관이 없다면 주변 분위기에 휩쓸릴 수 밖에 없습니다.주관대로 하기도 어렵지요.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대치동으로 간다고 끝은 아닙니다.경제사정이 교육을 좌우하는 환경이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김재천기자 patrick@ ■숨막히는 주변환경. “대치동 엄마들은 모두 ‘마을버스 운전사’입니다.” 대치동에 사는 주부 A씨(41)는 대치동 학부모들의 처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매일 자녀들을 학원까지 자가용으로 실어나른다는 말이다.학원 셔틀버스가 있지만 시간을 아끼기 위해 엄마들은 돌아가며 가까운 곳에 사는 아이들 몇몇을 모아 직접 태워주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엄마들의 ‘치맛바람’에 A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A씨가 이곳에 산지는 8년째다. “지난해였습니다.초등학교 6학년인 큰 애가 독서토론 과외를 했지요.‘먼나라 이웃나라’라는 책을 읽고 독후감도 쓰고 토론하는 과외였습니다.책 한 권을 읽으면 직접 경험해야 한다며 책에 나온 국가로 여행을 떠난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공무원인 남편의 월급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떠나기 한 달 전에 슬그머니 팀을 빠졌습니다.아이에게 상처주기 싫어서였지요.” 그의 아이들은 체육과외도 받고 있다.이 곳에서 ‘주말체육’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체육과외는 주말에 아이들끼리 모여 노는 일종의 ‘노는 과외’다.“주중에는 학원에 다니느라 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과외지요.주말체육 과외에 참가하지 않으면 함께 놀 친구들도 없다며 울며 졸라대는 아이의 성화에 못이겨서 하고 있습니다.” 촌지 문제는 그의 또다른 고민거리다.“7년 전 처음 이곳에 이사와서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였습니다.학기 초 학부모총회를 한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담임선생님이 하는 말이 기가 막혔습니다.‘다른 엄마들이 얘기 안해주더냐.지방에서 와서 잘 모를 거다.학교에 찾아오기 어려우면 집으로 와도 된다’며 집 주소를 적어 슬쩍 주머니에넣어주더군요.학기초와 말,명절 등 ‘때’가 되면 주는 촌지가 연간 60만원이었는데 이 정도면 최소 수준이라고 하더군요.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요즘에는 아예 촌지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요즘 두 아들은 그에게 이사가자고 조른다.아빠를 따라지방으로 1년간 전학갔다 온 이후 바뀐 모습이다.도저히이 곳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었다.“자기밖에 모르고 오직 경쟁만이 있는 이 곳이 싫다고 하더라구요. 아이들과 생각은 같지만 다른 곳으로 이사가지 못하는 이유는 미련 때문입니다.이러다가 아이들을 망치겠다는 걱정이 앞서다가도 ‘혹시 이 곳에 있으면 상위권 대학은 갈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놈의 미련 말입니다.”김재천기자. ■대학생이 본 대치동. K씨(21)는 대치동에서 13년째 살고 있다.K대 의예과 2학년인 그는 요즘 대치동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냉소적인 눈길이 못마땅하기만 하다.‘돈 많고,옷 잘 입고,고액 과외많이 받아 대학 들어온 애’로 매도당하는게싫다. 그도 역시 학원도 다니고 과외 공부도 했지만 공부는 스스로 했다고 자부한다.가정 형편도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넉넉하지도 않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치동’ 아이들은 모두 공부를 잘 하다고 착각하고 있어요.가까운 곳에 다양한 학원이 많아 편리한 것은 사실입니다.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대다수의 아이들은 학원을 친구를 만나는‘사교의 장’ 쯤으로 생각합니다.매일 학원에 아이들을열심히 실어나르는 엄마들이 불쌍하지요.” 대치동에서도 남들에게 지지 않게 과외공부를 시킨 한 학부모가 요즘 코가 쑥 빠졌단다.올해 입시에서 지방대 원서 내려고 전국으로 뛰어다니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더라는 것이었다. “이 곳에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은 사실이지요.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요.초등학교 동창회에나가면 명문대에 들어간 친구들은 많지 않습니다.일부는서울 지역 대학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거의 재수합니다.엄청난 돈을 투자했는데 지방대는 자존심이 상해 갈 수 없다는 이유죠.그런 현상은 이곳 토박이보다는 이사온 사람들이 더 심합니다.모든 걸 희생해서 이곳으로 왔는데 뭔가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공부를 잘하는 것은 본인의 의지 때문이지 과외를 하느냐,안하느냐 때문이아닙니다.” ‘대치동 사교육’은 어른들의 욕심의 산물일 뿐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어느 강사가 일류대학에 학생들을 많이 보냈다고 하면 가리지 않고 찾아 다니는 학부모들 때문에 학원과 강사가 이곳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학부모들은 ‘누구의 강의를 들은 아이들이 몇 명 붙었다’는 식의 소문이 돌면 앞뒤 안가리고 그 강사만 찾을 정도로 극성을 부린다는 것이다.대치동 출신인 그도 “그런 부모들을 보면정말 답답하다”고 했다. 부모들의 극성만큼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며그는 이곳에서 꽤 알려진 S강사의 수업시간 얘기를 했다. “강의를 제대로 듣는 아이들은 맨 앞 3줄에 앉은 학생들 뿐입니다.나머지는 중간에 빠져나가 놀고,수업도 듣는 둥 마는 둥 합니다.강사는 아이들에게 관심도 없습니다.학원료만 꼬박꼬박 받으면 그만이죠.한 반에 3분의2는 들러리선다고 보면 됩니다.부모들은 아이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거라고 믿겠죠….”
  • 에듀토피아/ 학부모 “’학원과외비’ 방학이 괴로워”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원이 문전성시다.학생 한사람의 학원비는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른다.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파출부일도 마다하지 않는 학부모들은 ‘무슨 대책이 없느냐’고하소연하고 있다. 일산에 사는 주부 임모씨(42)는 요즘 허리가 휠 지경이다. 큰 아들의 겨울방학 학원 등록금과 과외비로 100만원을 마련해야하기 때문이다.학원비는 사회탐구 과목이 22만원이며 과학탐구가 24만원.여기에 대학생 수학과외비가 50만원이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사는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43)는 아이들 학원비와 과외비로 한달 월급을 다 쓰다시피했다.중학교 2학년이 되는 맏아들이 겨울방학을 맞아 등록한 학원만 5군데.종합반 수강료 33만원은 또래들 사이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단과반 사회과목 10만원,수학과 영어 개인과외로80만원,영어회화 학원 20만원,미술 4만5,000원,글짓기 8만원,축구 4만원 등 한달에 총 160만원이 들어간다. 서울 중계동에 사는 세 아이의 엄마 조모씨(38)는 학원비를벌기위해 식당일, 파출부 등 일을 가리지 않고 하고 있다.내년고교에 진학하는 딸의 학원비에 50만원,중1년생 딸 학원비에 27만원이 들었다. 학부모들은 “주변에서 다들 그렇게 하기 때문에 불안해서과외공부를 시키지 않을 수 없다”면서 “보충수업을 부활하든지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교육비 증가는 각종 수행평가와 특기적성교육이 실시되면서 더 심각해졌다.서울 지역의 웬만한 가정에서 중학생은 한달에 100만∼150만원,고교생은 200만∼300만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 중학생은 10여 과목,고등학생은 20여 과목에 일일이 내신,수행평가를 챙기면서 동시에 수능 공부도 따로 해야한다.거기다 토플,텝스,경시대회,논술,심층면접까지 준비해야 뒤쳐지지 않는다.공교육에서 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믿는학생과 학부모는 없다. 보통 가정의 한달 수입을 뛰어 넘는 사교육비를 마련하기위해 주부가 파출부나 청소부로 나서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회사원 김모씨(경기도 성남시 분당·46)는 “파출부를 새로 고용했는데 자식들의 과외비를 벌러왔다고 했다”고 말했다.학원비와 과외비를 대기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가정도 부지기수다. 난이도가 들쭉날쭉한 수능 시험도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국영수 90만원,사탐과 과탐이 각각 50만원인 강남구 삼성동 J학원의 고2 방학특강엔 지난해보다 2배나 많은 수강생이 몰렸다.학원 관계자는 “올수능시험을 보고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으로는어림도 없다’생각을 하게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복잡한 대입 전형과 ‘카멜레온식’ 입시 정책도 사교육을부추긴다.경시대회 수상 경력이 대입에 유리하게 작용하자각종 경시대회가 난무하고 이를 겨냥한 학원들이 속속 등장했다.수학 경시대회를 전문으로 하는 대치동의 D학원엔 일요일 강의를 듣기 위해 지방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학생도있다.논술,면접과외도 고3이 되는 학생들에겐 겨울방학 필수 코스다. 주부 배모씨는 “고2인 아들이 내년에 수시모집을 준비하려면 심층면접,구술시험 등의 과목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다니지 않을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학부모들은보충수업의 부활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과거처럼 일률적인 수업대신 수준별로 반을 편성하면 부담을 좀 덜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학부모들은 또한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고입을 모은다.학부모 최혜정씨(서울 청담동·43)는 “학원에선 영어과목 하나도 말하기,듣기,쓰기,읽기,문법으로 나눠전문적으로 가르치는데 학교가 따라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초중고생 과외비 年 7조원. 국내 사교육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교육인적자원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생이 과외비로 지출한 총액이 7조1,276억원으로 추정된다.교육재정 총 규모의 31.4% 수준이다.지난 99년에는 6조7,720억원이었다.과외를 한 학생 1인당 연간 평균 133만5,000원,1가구당 185만원을 과외비로쓴 셈이다. 하지만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기업정보 분석업체 코네스는 사교육비 규모를 30조원으로 추산했고한국교육개발원은 98년에 이미 연간 과외비 총액을 12조원으로 보았다. 수행평가와 다양한 입시전형에 따라 사교육 시장도 내부도변하고 있다.학원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종합적으로모든 과목을 다루었던 기존의 학원들은 국어,영어,수학,논술학원 등 전문학원으로 바뀌었다.서울 강남구 대치동엔 이런단과 전문학원 160여개가 밀집해 먼 곳에 있는 학생들도 이곳까지 찾는다. 대형 입시학원들도 프랜차이즈 형태의 전문학원으로 변신하고 있다.97년 9월 종로학원은 재수생 전문학원의 노하우와명성을 이용,‘종로엠스쿨’이란 이름으로 분원을 세우고 지금까지 전국 190개 지역에 약 4만여명의 학생을 확보했다.이에 뒤질세라 대성학원도 지난해 12월 ‘대성엔스쿨’을 만들어 현재 전국 96개 지역에 분원을 세웠다.지난해 말에만 20여개의 입시학원이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섰다.이런 대형학원의 분원화는 동네 학원의 변신을 꾀하게 만들었다. 중학생 황모군(13·서울 반포동 원촌중 1)은 “대부분 친구들은 대형 입시학원에서 종합강의를 듣고 부족한 과목이나따로 배우고 싶은 과목은 전문 단과학원에서 배운다”면서“학원 2∼3곳을 다니는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화는 온라인교육 시장의 급성장이다.대형학원들은 유명 강사들의 강좌를 그대로 동영상으로 제공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사회탐구 강사로 유명한 손주은씨가 운영하는 메가스터디는 7만여명의 유료회원을 확보,지난 1년간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12월 매출은지난해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온라인 강의는 싼 값에 양질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이용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김소연기자.
  • 국내도 해리포터 ‘열풍’

    개봉 전부터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영국 동화 작가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신드롬이 시작됐다.전국 92개 영화관,140여개 스크린에서 14일 일제히 개봉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첫 회부터 관객들이 들어찼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꼬마 마법사’ 해리 포터를 보러 모여든 어린이와 중고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16개 스크린 가운데 6곳에서 상영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메가박스에는 오전 8시부터 조조 관객이 1,493명이나 몰려 1,556개 객석을 거의 다 채웠다.오후부터는 매진 사례가 이어졌다. 친구 6명과 함께 엄마를 졸라 메가박스를 찾은 강호석군(10·계성초교 4년)은 “엄마가 어젯밤 12시 넘어서까지 몇 시간 동안 애를 써서 인터넷으로 겨우 표를 예매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친구 배경수군(10)은 “책에 나오는 ‘동작멈추기’ 마술 주문을 다 외운다”면서 “친구들도 해리포터의 주문을 하나 정도는 외우고 있다”고 자랑했다. 기말고사 기간임에도 영화를 보러 온 김진영양(17·보성여고 2년)은“보름 전에 영화표를 예매했다”면서 “수업 시간에 책을 읽다가 혼나는 친구들도 많다”고 털어놨다. 서울극장 기획실 서재선씨(30)는 “어린이들에게 감상문 숙제를 내주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초등학교 선생님들도 눈에띄었다”고 말했다.전국 주요 영화관의 토·일요일 주말 예매표는 완전히 매진된 상태다.이미 인터넷으로 예매된 표만20여만장에 이른다. 각종 팬시용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서울 교보문고는 아예 독립 부스를 설치,지난 6일부터 해리 포터 그림이 들어간 열쇠고리,목걸이,반지,보석함,필통,모자,가방 티셔츠 등을파는 ‘해리 포터 매직 액세서리 기획전’을 열고 있다. ‘해리 포터 달력’은 하루에 100여개씩 팔리고 있다.완구점 주인들은 1세트에 15만원 가량 하는 ‘해리포터 블록’이엄청나게 팔려나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3D 해리포터 어드벤처’ 게임도 인기를 끌고 있다.포스터와 카드는 벌써 완전 매진됐으며 길이 2m짜리 초대형 걸개그림도 하루에4∼5개씩 팔리고 있다. 이 영화를 수입한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박효성(朴孝星·46)대표는 “반응이 좋아 450만명을 동원한 ‘타이타닉’에 버금가는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영우 이영표 윤창수기자 anselmus@
  • 2001 길섶에서/ 겉과 속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병원에는 될 수 있으면 가고 싶지 않다.치료를 받아야 하는 당사자로 가는 것은 물론 싫지만 병문안도 말처럼 쉽지 않다.큰 힘도 되지 못하면서 고통스러워 하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적당한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게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강남 성모병원의 병실에서 여러 명의 환자·보호자들과 함께 이틀을 지냈다.발 한 쪽은 없고 다른 쪽도성하지 않은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와 그 부인,오른쪽 뼈발육이 멈춰 충남에서 올라온 다섯살배기와 그 엄마,오래살 것 같지 않다는 진단을 받은 40대 후반의 남자. 비록 몸은 정상이 아니었지만,환자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몸이 아픈 것 외에는 매우 정상이었다.우리 주변에 겉보기에는 멀쩡하고 정상적인 것 같은데,속은 텅텅 비어 있거나 생각이 비뚤어진 사람들과는 매우 대조적인 셈이다.병원에 가면 ‘건강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이런 사실을 잊은 채 끝없는 탐욕으로 가득찬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곽태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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