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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교 ‘햄버거 회장’] 혼탁 배우는 선거 실태와 문제점, 유래-없는집 아이는 “알아서 포기”

    “어머니회 가입비로 낼 10만원이 부담스러워 학급회장 선거에 출마조차 못하는 학생이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서울 강북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 박모(37)씨는 현행 회장 제도가 진정한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그는 “자질이 훌륭한 아이도 편부·편모 슬하에 있거나 집에 돈이 없으면 학급 임원이 될 기회를 가질 수 없다.”면서 “이런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새학기를 맞아 치맛바람과 과열선거의 온상이 되고 있는 초등학교 학급회장 제도를 폐지하거나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접대·선심성 선거운동 극성 선출직인 회장 선거 과정에서 접대와 선심성 선거운동으로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혼탁 선거 양상이 빚어지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지난 98년 민주화 바람을 타고 대부분의 학교에서 반장에서 회장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부작용과 실태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현행 학급회장 제도는 학생들 사이에 특정 계층을 지속적으로 그룹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전교조 서울 강남지회 소속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38·여)씨는 “강남지역에는 초등학교 때 형성된 ‘회장단 그룹’이 대학교 진학 때까지 유지된다.”고 말했다.학급 임원 출신의 학생들끼리 어울려 유명 과외나 학원에 다니기 때문에 학부모가 학급선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정계층 지속적인 그룹화 불법 찬조금 문제도 학급회장 제도의 여전한 병폐로 꼽힌다.학급회장단 부모가 참여하는 각종 학부모회가 십시일반으로 찬조금을 모아 교사에게 건네거나 학교 운영비로 쓰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지난해 5월 서울시교육청이 전교조의 제보를 받아 14개 초·중·고교를 감사한 결과 이 가운데 10개교에서 불법 찬조금 5억 3000만원을 모은 사례를 적발하기도 했다. 불법 찬조금을 근절하기 위해 학부모의 신고를 받고 있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가 지난 한해 상담한 680건 중 18.1%에 해당하는 123건이 불법 찬조금 등과 연관된 내용이었다.이 단체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중1짜리 아들이 회장이 됐는데 학년대표 엄마가 반별로 200만원씩 걷어서 담임 교사에게 건네라고 한다.”“소풍 때 교사 도시락 준비한다고 10만원을 냈다.”는 등 고통을 호소하는 글이 빗발치고 있다. ●불법찬조금 병폐 여전 이에 따라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급회장 제도를 차제에 아예 없애거나 대폭 뜯어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고려대 교육학과 김성일 교수는 “교사의 권위와 임무를 일부 위임받은 학급회장은 다분히 교사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서 “회장이 ‘권위자’가 아닌 ‘대의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학급 구성원 전원이 번갈아 회장에 취임하도록 하면 특권의식도 없어지고,금품 선거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연 김효섭기자 anne02@˝
  • [1일 TV 하이라이트]

    ●특집다큐 ‘삶의 노래,정선아라리’(오전 11시10분) 강원도의 대표적 소리이자,우리나라 아리랑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정선아라리.첩첩산중 고단한 삶을 살아온 주민들에게 아라리는 힘든 산촌 생활을 견디게 해준 에너지이자 놀이이다.마을 주민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살아 있는 정선아라리를 소개한다. ●달려라 울엄마(오후 9시20분) 영애가 자리를 비운 사이 원종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대신 받은 영재는 의아해한다.한편 시골에서 개그맨이 꿈인 주희 오빠 남용이 찾아온다.그러나 남용은 주희의 구박을 받다 결국 집에서 나간다.어느날 주희와 말숙은 TV에서 사물개그를 흉내내는 남용을 보게 되는데…. ●대장금(오후 9시55분) 오겸호측의 움직임을 감지한 최 상궁은 사헌부로 향하던 민 상궁을 납치한다.결국 민 상궁은 최씨 집안에 의해 암살된다.한편 대비전으로 불려온 장금은 정윤수의 유서가 없음을 밝힌다.그런데 유황오리 사건의 전모를 밝힌 정윤수의 유서가 사헌부에 접수되고 오겸호는 다시 사헌부의 조사를 받는다. ●장군이네가 행복한 33가지 이유(오후 6시) 33명의 특별한 가족 장군이네.김성진·엄미자 부부와 중증장애를 가진 베컴 할아버지,그리고 많은 아이들.서로 남남으로 살아오던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이나 가정불화,경제적인 이유로 버려지거나 맡겨진 뒤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됐다.이들 가족의 특별한 사랑을 만나본다. ●경찰24시(오후 10시50분) 주택가에서 조선족 부부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다.단서는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족적과 사라진 피해자들의 휴대전화.형사들은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에 나선다.사건 전날 피해자가 다른 조선족과 만났던 사실이 밝혀지고 그 중 행방이 묘연한 사람이 용의선상에 떠오른다. ●퀴즈 죽마고우(오후 6시45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청음회관은 청각장애로 재활치료가 필요한 친구들이 함께 사는 곳이다.이곳에서 학습지원을 받고 있는 10명의 친구들과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출연한다.본선게임은 일석이조 수화게임,결선퀴즈는 스무고개 퀴즈,교과서 퀴즈,연상퀴즈 등을 출제한다. ●백지연의 정보특종(오후 3시20분)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과 학벌주의 타파를 위해 공공기관 직원을 채용할 때 특정대학 출신이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명문대 쿼터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명문대 출신의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을 알아본다. ˝
  • 뭘살까-문구류 도매시장

    ■신학기 문구류 도매시장이 저렴해요 개학을 기다리는 아이들 마음은 한껏 부푼다.새 친구,새 선생님을 만날 기대에 한번 들뜨고 새 공책,새 연필 쓸 생각에 또 한번 설렌다.하지만 경기가 어렵다 보니 이런 아이 생각을 아는 엄마 마음은 무겁다.아이가 여럿이면 지갑 열기가 더 망설여진다. 이럴 땐 문구 시장에서 발품을 팔아보자.저렴한 가격에 품질까지 좋은 문구들을 만나볼 수 있다.새 학용품으로 아이들 기분도 맞춰주고 가계 부담도 줄여 보자. ●발품팔아 싼가격에 말잘하면 반값에도 동대문구 창신동에 자리잡은 ‘동대문 문구 시장’.문구 도매상 30여 곳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국내 최대의 문구 시장이다. 모든 매장에서 일반 소매 가격보다 30∼40% 정도 할인받을 수 있다.하지만 품목에 따라 매장간 가격차가 있다.아이 셋의 학용품을 사기 위해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박재선(31·주부)씨는 “기왕 문구 시장을 찾은 김에 좀더 싸게 구입하고자 한다면 여러 매장을 들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도매상이기 때문에 대부분 묶음 판매가 원칙이다.묶음이라고 하면 필기구의 경우 12자루,공책의 경우 10권 단위.따라서 주위 사람들과 함께 구입하면 경제적이다.하지만 매장 입구에 일반 문구점처럼 진열대를 마련해 놓은 곳에서는 낱개 판매도 한다. 140평 규모의 매장을 자랑하는 ‘문구.com’의 경우 낱개·묶음 판매 모두 한다.낱개의 경우는 30%,묶음의 경우는 40%까지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모닝 글로리’의 경우도 낱개 판매가 가능하다. 팬시 제품은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금성 문구사’와 ‘현진 문구사’는 묶은 판매가 원칙.할인율은 다른 곳과 비슷하다. 동대문 문구 시장 골목에는 문구점뿐만 아니라 완구점·체육사·팬시점 등 다양한 매장이 들어서 있다.아이들과 시장을 찾은 강연자(45·주부)씨는 “옷 빼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 구입할 수 있다.”며 “한번 나오면 새학기 준비는 거의 다 할 수 있다.”고 이곳을 적극 추천했다. ●대목맞아 재할인도 대부분 월∼토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영업을 한다.다소 한가한 시간은 오후 2∼4시.주차 공간이 없으므로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4번 출구,6호선 동묘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문구 시장을 찾을 수 있다. 동대문 문구 시장이 도매상을 위한 곳이라면 남대문은 일반인들을 위한 곳이다.할인율은 조금 낮지만 물건 종류가 많아 인기가 높다.남대문 시장 입구에 ‘알파문구사’‘모닝글로리’ 등 유명 문구 할인점이 10곳 남짓 들어서 있다. 대표적인 곳은 ‘알파문구사’.4층 건물에 일반 문구부터 미술용품까지 갖추고 있다.할인율은 동대문보다 낮은 20%.대신 최신 유행의 각종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문구를 갖춰 선택폭이 넓은 것이 장점이다.또 새학기 시즌에는 품목별로 재할인하기도 한다.평일에는 오전 8시 반∼7시 반,일요일에는 오후 1∼6시 영업을 한다.15일은 휴무. 나길회기자 kkirina@ ■백화점·할인점 가방 기획전 편리해요 새 학기를 준비해야 하는 시즌이다.이것저것 챙길 게 많아 학부모들은 만만찮은 학용품 구입비용에 적지 않은 고민을 하게 된다.백화점·할인점·인터넷 쇼핑몰 등은 학생용품을 할인 판매하는 다양한 기획상품전을 마련,선보이고 있다. ●교복·가방 한자리서 보고 산다 김태윤 신세계 이마트 문구·팬시 바이어는 “학생용 가방을 구입할 때는 바느질이 꼼꼼하고 물에 의해 염료나 안료가 묻거나 지워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올해의 경우 성장기 아동의 어깨 부담을 줄여주는 바퀴 달린 휠팩 가방이 인기를 끌 전망”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수도권 전점은 14∼29일 ‘신학기 학생가방·신발 페스티벌’을 연다.가방은 10∼50% 할인 판매하며 브랜드별로 ‘1만원 균일가전’도 함께 진행한다.학생교복 대전은 서울 본점을 제외한 수도권 11개점에서 진행한다.가격은 16만∼17만원.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은 13일부터 이달 말까지 ‘신학기 학생가방 특집’ 행사를 갖는다.에어워크 학생용 가방 2만 8000∼5만 9000원,루카스 가방 2만 9000∼5만 5000원에 내놓았다.서울 영등포점과 미아점은 6일부터이다.갤러리아백화점 충남 천안점과 경기 수원점은 25일과 3월4일까지 ‘신학기 학생가방 특별전’을 실시한다.가격은 2만 7000∼9만 8000원.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은 29일까지 ‘학생가방 종합전’을 연다.아이찜 2만 9000∼6만 5000원,카무 4만∼5만원에 출시했다. 삼성플라자는 6∼12일 ‘유명브랜드 신학기용품 특집’을 갖는다.베네통 백팩 3만 5000원,빈폴키즈 가방(+보조가방)을 7만 5000∼8만 9000원에 내놓았다.행복한세상은 11일까지 마일스톤 학생가방 등을 1만∼3만원 등에 판매하는 ‘학생가방 특집전’,오투브레이크 등의 영캐주얼 등을 1만∼3만원에 판매하는 ‘영캐주얼 창고 대공개전’을 펼친다. ●디카등 새학기 선물도 풍성 신세계이마트는 15일까지 소형가전·학생가방·잡화 등을 10% 이상 할인 판매하는 ‘신학기 상품기획전’을 연다.삼성컴퓨터 MZ27-RC26C 165만원,디지털 카메라(UCA3) 38만 8000원에 출시했다.롯데마트는 11일까지 ‘가전선물 제안전’과 ‘학생가방 종합전’을 진행한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11일까지 ‘신학기 학생용품전’을 실시한다.짱구 가방 3만 5800원,동아전과를 1만 6000∼1만 8000원에 선보인다.그랜드마트는 이달 말까지 ‘학생교복 종합전’과 ‘신학기용품 특집전’을 갖는다.학생복 바지·재킷·스커트·조끼 2만 2000∼8만원에 판매한다. 킴스클럽은 25일까지 ‘신학기 학생용품 종합전’을 갖는다. 100여개 신학기 학생용품을 20∼30% 할인 판매한다. 김규환기자 khkim@˝
  • 유아 아토피 피부염 전통 발효식품 ‘특효’

    모기한테 한 군데만 물려도 가려워 잠을 못 자는 법.하물며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아이의 고통은 오죽할까.부모의 마음이 아픈 것은 이보다 더하다. 아토피 증상을 가진 유아에게 모유가 가장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우유는 알레르기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식품 중 하나.반면 모유는 알레르기를 이길 수 있는 면역력을 키워준다.단 모유를 먹이는 동안 엄마도 알레르기 유발 식품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여러 사정으로 모유를 먹이지 못한다면 초유라도 먹이도록 하자. 이유식은 되도록 늦게 하는 것이 좋다.알레르기를 억제하는 항체가 생후 6개월 이후 조금씩 만들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아이들이 잘 받아먹는다고 해서 일찍 이유식을 시작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돌까지는 굳이 이유식을 먹이지 않아도 괜찮다. ●장을 튼튼하게 만드는 음식 필요 한의학에서는 피부와 장을 하나의 기관으로 본다.따라서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장의 건강이 우선이다. 장 건강에 좋은 대표적인 음식은 재래식 된장이다.전통 발효 식품에는 요구르트보다 몸에 이로운 균이 수백 배 많다.된장뿐만 아니라 김치나 젓갈도 좋다.게다가 재래식 된장은 체내에 축적된 독소를 제거하는 역할까지 한다.이유식을 먹일 때 묽게 희석해서 함께 먹이면 된다. ●자연식이 최고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음식은 아토피의 적이다.유기농 채소 등 깨끗한 식품을 골라 먹이자.수입된 밀,옥수수,오렌지,바나나 등은 국내산보다 농약 수치가 더 높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친환경 농산물은 회원 가입수가 많은 유기농 전문 판매업체나 생활협동조합 등에서는 믿고 살 수 있다.조미료 역시 집에서 만들어 먹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다시다 대신 다시마로 국물을 내고 설탕 대신 조청을 쓰는 것이 좋다.소금의 경우 되도록 천일염이나 죽염을 이용한다. ●무조건 가리는 게 능사 아니다 아토피 식이법은 금기투성이다.그렇다고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음식들을 모두 안 먹여서는 안된다.자칫 아이들의 성장 발육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증상이 가벼우면 발육을 위해 질 좋은 음식을 많이 먹이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연구 조사에 따르면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들이 체격이 작다.밤에 증상이 심해져 수면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여기에 알레르기와 관계된 음식이면 무조건 먹지 않아 영양이 부족한 탓도 있다.따라서 피해야 할 음식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말고 영양 균형에 신경쓰는 게 필요하다. 나길회기자 ■ 도움말 남봉수 함소아 한의원(노원) 대표원장,이창화 도원아이한의원(강남) 원장 아토피 피부염에 좋은 이유식 ●현미오곡가루 미음 현미 30g,살짝 볶은 콩 10g,수수 10g,기타 잡곡을 준비해 가루로 만든다.오곡 가루를 물에 잘 개어 놓는다.정수한 물을 끓이고 여기에 개어 놓은 가루를 주걱으로 잘 저어가며 붓는다.한소끔 끓으면 죽염으로 간을 맞춘다. ●달래장국죽 불린 쌀 30g,달래 20g,양배추 20g,당근 20g,표고버섯 20g,육수 120g을 준비한다.달래는 뿌리 부분을 제거한 뒤 깨끗이 다듬어 잘게 썬다. 표고버섯과 양배추는 3㎜ 크기로 썰어둔다.냄비에 달래,표고버섯,당근을 볶다가 불린 쌀을 넣고 함께 볶은 다음 육수를 붓고 죽을 끓인다. 나길회기자 kkirina@
  • 설특집 We/아이들 손잡고 여기 갈까

    이번 설은 토·일요일이 겹쳐 연휴기간이 5일이나 된다.아직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서울 및 수도권의 테마파크들이 마련한 프로그램에 눈길을 돌려보자.세계의 장난감들을 한자리에 모은 장난감 체험전,국내 최대의 빙등제,원숭이 공연 등 아이들과 함께 즐길 만한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세계 장난감 체험전 세계 각국에서 전승돼 내려오는 장난감들을 선보이는 ‘세계 장난감 체험전’이 최근 63빌딩에서 개막됐다.1층 특별전시관에서 3월1일까지 개최. 전시존엔 1950년대 영국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만물상 할머니’,왕복운동이 상하운동으로 바뀌는 것을 간단한 원리로 설명한 ‘망치 할아버지’(스위스),아기 업은 엄마의 모습을 나무로 표현한 ‘인디언 모자’(미국) 등 500여종의 장난감이 대륙별,나라별로 전시돼 있다. 또 로봇축구경기장에선 로봇 ‘미코’와 ‘마코’의 로봇 축구시합이 펼쳐지고,관객들도 직접 로봇 작동을 체험해볼 수 있다.전시관 내부에 설치된 입체영화관에선 3D 입체영화 ‘우주경찰 솔라캡’이 국내 처음으로상영된다.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관람료 대인 7000원,중·고생 6500원,어린이 6000원.(02)789-5663. ●아인스월드 빙등축제 세계적 축제인 중국 하얼빈의 빙등제(氷燈祭)를 국내로 옮긴 ‘아인스월드 빙등 대축제’가 지난 10일부터 부천 아인스월드에서 열리고 있다.2월22일까지 개최 예정. 이번 축제에선 가로 10m,세로 6m의 천안문,높이 6m,가로 15m의 만리장성,높이 6.8m의 용롱보탑 등 15개의 대형 얼음건축물을 선보이고 있다.얼음 속엔 설치된 갖가지 색깔의 등이 투명한 얼음에 투영돼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관람료는 어른 6000원,청소년(14∼18세) 5000원,어린이 4000원. 아인스월드(www.aiinsworld.com)는 지난해말 오픈한 건축물 테마파크로,세계 25개국의 유명 건축물 109개를 실제 크기의 25분의1로 축소,전시해놓았다.빙등제 문의 (02)558-4788. ●대한민국 동물학교 & 가자 아프리카로 세계파충류공원 주관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다.2월1일까지.대한민국 동물학교에선 갑신년의 주인공인 원숭이들이 코미디 프로그램 ‘봉숭아학당’을 패러디한 학교수업 모습을 보여준다. ‘가자 아프리카로’는 아프리카 동물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특별전.맹독을 가진 기븐바이퍼,킹코브라 등 파충류와 화려한 색상의 물고기와 앵무새,거미 등 아프리카의 대표적 야생동물이 한 자리에 모였다.관람료 어른 1만5000원,고교생 이하 1만3000원.(02)454-0100. ●놀이공원 설맞이 이벤트 서울랜드는 21일부터 25일까지 ‘새해맞이 한마당’을 개최한다.먼저 퓨전 민속 사물놀이패 ‘풍장21’이 신명나는 길놀이와 함께 타고 공연을 펼치며,‘새신 어린이 널뛰기팀’이 다채로운 널뛰기 묘기를 보여준다.이밖에 원숭이해 특별 이벤트로 원숭이띠 관람객에겐 자유이용권 50% 할인혜택을 주며,연휴기간중 한복을 입은 입장객에게도 50% 할인해준다.(02)504-0011. 롯데월드는 새해를 맞아 연휴기간 입장객 중 2004명을 뽑아 대우 라세티 자동차,삿포로 눈축제 여행권,디지털카메라 등 푸짐한 경품을 주는 ‘2004 왕대박 대잔치’를 개최한다.원숭이띠 입장객은 자유이용권 50% 할인.(02)411-2000. 에버랜드는23,25일 국악에 전자바이올린을 결합한 ‘퓨전 콘서트’를 준비했다.24일엔 이기찬,성시경 등 인기가수들이 총출동하는 ‘설날특집 SBS 공개방송’이 진행된다.(031)320-5000. 임창용기자 sdragon@ ■ 설 연휴 피곤하다고요? 설 연휴를 맞아 멀리 떠나기가 부담스럽다면 가족들과 집 가까운 호텔을 찾아보자.고품격의 서비스를 받으며 하룻밤을 쾌적하게 보내면 명절을 치르느라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다.다음은 각 호텔이 마련한 설 연휴 패키지 내용.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슈페리어 디럭스 1박,수영장·체련장 무료,로비라운지 2인 음료권.9만 5000원.26일까지.(02)531-6521. 홀리데이 인 서울 디럭스 더블 또는 트윈룸 1박,음료 쿠폰 2장,사우나 50% 할인쿠폰.12만 1000원.2인 조식 추가시 15만 4880원.25일까지.(02)7107-185. 서울신라 디럭스룸 1박,파크뷰에서 2인 조식,수영장 및 체육관 무료 이용,신라베이커리 20% 할인.19만원.저녁 만찬 추가시 23만원.25일까지.(02)2230-3310∼6. 아미가 객실 1박,수영장 및 체련장 무료 이용,사우나 50% 할인.10만원.한식 조찬 추가시 13만원.25일까지.(02)3440-8000. 롯데 객실 1박 및 2인 조식뷔페 또는 2인 떡국 조식 룸서비스,수영장·사우나 무료 이용.소공동 롯데 14만원,잠실 롯데 12만원,제주 롯데 26만 5000원.25일까지.(02)759-7311.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뮤지컬 ‘캣츠’와 함께하는 패키지 판매.캣츠 R석 관람권 2장,디럭스 객실 1박,더뷰에서 2인 조식,와인 1병,치즈 모듬안주.67만원.31일까지.(02)455-5000. 그랜드 하얏트 디럭스룸 1박,영어 어린이 연극 ‘리틀 드래곤’ 티켓 2장,칵테일 쿠폰 2장,수영장·체육시설 무료,아이스링크 50% 할인.16만 5000원.2인 조식뷔페 추가시 20만 5000원.29일까지.(02)799-8888.
  • 소비자만족 히트상품/본상

    ■ 태평양 아이오페 리제너레이션 (주)태평양의 ‘아이오페 리제너레이션 라인'은 피부노화 주범인 A.G.E.의 생성 및 축적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주는 ‘안티-에이지이 나노좀'을 함유하고 있다. 3R 시스템을 통해 피부 속 탄력을 재구성하고, 피부를 활성화하며, 피부 보습을 조절해 준다. 이 제품에 적용된 ‘유사피부 지질기술'은 피부지질을 구성하고 있는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 수분 등의 천연물질을 피부 구조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 준다. ‘아이오페 리제너레이션 라인'은 마로니에 추출물, 황기뿌리추출물, 강황추출물 등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안전성을 입증받은 성분들을 함유하고 있다. ■ 금강제화 레노마 ‘도시적 감각의 모던 캐릭터 슈즈 레노마.' 금강제화는 기획 생산으로 얻을 수 있는 고품질의 제품과 스폿 상품으로 얻을 수 있는 고객 위주의 제품을 적절히 운영함으로써 ‘레노마'의 디자인, 품질, 합리적 가격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만족시켰다. 여성화는 브랜드 컨셉트인 ‘현대적 세련미'를 강화, 일관된 이미지를 전개했으며, 남성화는프랑스풍의 유연하고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타 브랜드와의 차별화에 중점을 뒀다. 그 결과 올해 계속되는 소비위축 속에서도 전년대비 2%대의 신장률을 보였다. ■ 오리엔트골프 야마하 인프레스 미세가공 기술로 헤드두께 얇아 야마하 골프는 서로 다른 문제점을 가진 골퍼들이 각각 처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야마하 솔루션 이론'을 제시한다. 방향성, 비거리, 코스공략의 핵심 문제를 압축한 해법이다. 골퍼의 파워, 구질, 선호하는 헤드 사이즈 등에 따라 10가지 이상의 드라이버가 있는 ‘야마하 인프레스'는 위의 세가지 문제점 해결에 도움을 준다. 관계자에 따르면 약 500명의 골퍼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타결과 80% 이상이 비거리가 10~20야드 이상 늘었으며, 이는 헤드 반발력 차이로 인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야마하 인프레스'는 금속 미세 가공기술로 만들어져 2.5mm의 얇은 헤드 두께를 자랑한다. ■ 남양유업 임페리얼 드림 XO 모유의 두뇌 면역성분 배합 ‘임페리얼 드림 XO'는 국내 프리미엄급 유아식의 첫 장을 열었던 ‘임페리얼 드림'의 후속으로남양유업에서 올해 2월 새로 출시한 제품이다. 달라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그동안의 유아식 테크놀로지 발전을 집약시켰다. 단백질의 체내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저분자화 된 유단백을 사용하고 모유의 두뇌성분과 면역성분 등을 배합해 모유에 보다 가깝다. 기존 모유화 프로젝트를 계승해 6가지 XO프로그램으로 확대 재편했다. 즉 알레르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두뇌, 면역, 성장, 소화흡수, 변성의 5가지 차원에 저항원성 개념을 포함시킨 것이다. 따라서 저항원 설계, 면역강화성분, 변성개선 측면이 두드러지게 개선됐다. ■ 대교 눈높이한글 유아 한글능력 체계적 완성 (주)대교(대표이사 이충구)의 ‘눈높이한글'은 재미있는 구성 방식으로 유아의 문해 능력을 키워주는 주간 학습 프로그램이다. 만 3~4세 연령의 유아를 주 학습 계층으로 분리, 대상에 알맞은 언어 학습 프로그램을 구성함으로써 난이도의 불균형, 학습 효과의 저조, 낮은 학습 유지율 등을 보완했다. 또 아이들의 한글 학습 기간을 정확히 진단해 60주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했다. 균형 잡힌 문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말하기, 듣기 등의 영역활동과 계획적인 쓰기 활동이 연령별로 나눠져 있어 유아 한글을 체계적으로 완성해 준다. 교재 모양은 세로형, 가로형, 둥근형 등이 있다. 교재 내에 들추거나 펴는 장치, 구멍을 뚫는 장치 등이 마련돼 있다. ■ 기탄교육 한글떼기/수셈떼기 재미있는 놀이중심 교재구성 기탄교육의 ‘한글떼기/수셈떼기'는 총 10개 과정의 단계별로 구성돼 있다. 일일학습지처럼 엄마와 함께 하루 한 장, 한달에 한 과정씩 공부하므로 유아 학습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글떼기'는 유아 및 초등학교 1학년 수준에서 요구하는 어휘력, 표현력, 운필력 등의 코스를 통해 한글을 익히게 되는데, 교재구성이 놀이 중심이라 아이들이 재미있게 한글을 익힐 수 있다. ‘수셈떼기'는 기초단계부터 초등학교 입학 준비단계까지 단계별로 덧셈과 뺄셈을 깨우칠 수 있다. 문제마다 집중력, 변별력, 수리력 등 표제어를 넣어 자녀의 학습태도나 관심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 삼진기획 라이온보이 3부작 기획 팬터지 모험소설 삼진기획의 ‘라이온보이'는 팬터지 모험소설이다. 총 3부작으로 기획됐으며 2부는 내년 11월, 3부는 2006년에 출간될 예정이다. 영국의 한 출판사에서 100만 파운드라는 액수를 지불하며 계약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이 소설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드림워크스에서 영화화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앞으로 ‘해리포터'에 버금가는 베스트셀러가 되리라는 게 업체측의 전망이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 내용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인 찰리가 고양이 말을 한다는 것. 부모님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이 곳곳에서 고양이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지주 코더, 최수민이 옮겼다. 각 권 값은 8500원. ■ 박문각 수험서 시리즈 인터넷교육 포털서비스 제공 도서출판 박문각은 지난 35년간 7·9급 공무원 시리즈, 공인중개사 시험 대비 시리즈, 각종 공무원·자격수험서, 어학도서 및 단행본 등을 꾸준히 펴냈다. 현재 인터넷교육 포털사이트 ‘에듀스파(www.eduspa.com)'를 통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종로, 노량진, 강남 등지에서 ‘행정고시학원'을 직영 및 자매학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7·9급 공무원 수험도서는 기본서와 문제집 시리즈로 나눠져 있으며 행정고시학원 9급 강사들이 집필했다. 단원별 테마문제를 제시한 것이 특징. 공인중개사 수험서 역시 기본서와 문제집 시리즈로 나눠져 있으며 행정고시학원 교수진과 박문각 저자가 집필했다. ■ 린나이코리아 VIUUM 린나이코리아(대표 姜聖模)의 ‘VIUUM(비움)'은 약 40도의 열풍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건조, 수분을 제거하는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다. 음식물쓰레기의 보관 및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말끔히 해결한 것이 특징. 미생물로 음식물을 분해시키는 소멸식 음식물쓰레기 처리기와는 달리 열풍 건조식으로 수분을 탈수해 일정 주기로 미생물을 교체하는 불편함이 없다. 또 탈수압축방식 음식물쓰레기 처리기와 같이 탈수, 압축, 건조의 3단계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 과다한 전력비를 줄일 수 있다. ■ SK 지크XQ ‘지크XQ'는 21세기를 형상화한 제품명이며 고출력, 고성능 엔진개발을 주도하는 벤츠와 BMW 폴크스바겐의 엔진규격을 만족하는 유럽형 엔진오일이다. 1995년 출시 후 6개월만에 100만캔, 2년만에 1000만캔의 판매 매출을 올렸다. 소비자들은 엔진오일 구매 결정권을 카센터 직원에게 맡겨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소비자의 성향을 고려, 최근 ‘지크XQ'는 2000cc 이상 고급 엔진오일이라는 컨셉트를 내걸고 광고캠페인을 펼쳤다. 관계자는 “항상 처음과 같은 자세로 소비자들에게 최대의 만족을 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전했다. ■ 칼톤테크 칼톤엔진오일 (주)칼톤테크의 ‘칼톤엔진오일'은 윤활유 원자와 금속 원자간의 이온결합방식으로 차량 엔진내부에 윤활막을 형성시켜 준다. 업체측은 “장시간 엔진이 정지된 상태에서도 윤활막이 흘러내리지 않아 초기 시동 시 발생하는 엔진 마모를 최소화하며 영하의 혹한에서도 쉽게 시동을 걸 수 있다.”고 말한 뒤 “고온 상황에도 내열성이 우수해 엔진 수명을 최고 10배까지 연장시켜 준다.”고 덧붙였다. 또 엔진오일의 교환 주기가 길어져 폐오일 발생량을 줄일 수 있으며 1500cc 승용차의 경우 1일 100km 주행 시 연간약 110만원의 절감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 10대 온라인 탈선/(중)어느 여고 중퇴생의 고백

    ‘사이버 탈선’은 결코 일부 ‘문제아’들의 얘기가 아니다.지난해 6월까지 외고에 다니며 컴퓨터라곤 단순한 게임밖에 몰랐던 김미진(가명·16)양이 이른바 ‘사이버 포주’가 되기까지는 한 달밖에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김양을 탈선으로 이끈 것은 친구도,부모도,학교도 아닌 인터넷이었다. ●가정불화-친척 냉대-고교 자퇴 대기업 직원이던 미진이의 아버지는 미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을 때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벌였다.그러나 미진이가 중2 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뒤 집을 나가자 어머니와 시골 외가에 ‘얹혀’ 살기 시작했다. 외가 식구들은 늘 수군수군 미진이의 아버지를 흉봤다.예민한 사춘기라 미진이는 곧 반항아로 변했다.학교를 자퇴한 미진이는 힘겹게 검정고시를 통과했고,외고에 입학했다.외가 식구들이 싫어 기숙사가 있는 학교를 택했던 것.그러나 기숙사의 꽉 짜인 시간표와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미진이는 “차라리 혼자 공부해 대학에 가겠다.”고 마음먹고 학교를 그만둔 뒤 지난해 7월 상경했다.어머니는 힘든 상황에서도검정고시를 통해 외고에 입학했던 미진이를 믿고 강남구 역삼동에 월세 자취방을 직접 구해줬다. ●외로움 이기려다 수렁에 빠져 서울에 도착한 미진이는 지겨운 학교와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홀가분했다고 말했다.일단 고교 졸업 검정고시를 치르겠다고 마음먹고 학원에 등록했다.하지만 외로운 서울 생활에 하나 둘 사귄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생활은 흐트러졌다.학원도 나가지 않게 됐다.“‘이쪽’에선 한 명만 알면 나머지는 저절로 친해져요.오갈 데 없고 당장 먹고 살 돈도 없는 아이들이 모이는 곳은 뻔하죠.” 처음에는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는 중압감,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으로 망설이기도 했다.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봤지만 미성년자라는 것이 탄로나 그만둬야 했다.점차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구들과 1시간에 2000원인 PC방에 모여 ‘돈벌이’를 찾았다.채팅 실력은 금방 늘었다.인터넷만 잘 뒤지면 ‘돈벌이’할 곳은 무궁무진했다. ●오후 3시 기상,PC방 직행 당시 미진이의 하루는 오후 3시에 시작됐다.밤을 꼬박 새워 PC방과거리를 헤매다 잠들었기 때문이다.늦은 아침식사는 배달시킨 자장면 한 그릇으로 해결했다.이어 샤워를 하고 곱게 화장을 한 뒤 오후 6시가 되면 PC방으로 ‘출근’했다.옷은 어른스러워 보이도록 정장을 입었다. 먼저 채팅사이트에 접속한다.주로 찾는 B,J사이트는 ‘좋은 만남’을 빙자하고 있지만 실제는 성매매를 원하는 ‘아저씨’의 글이 수두룩하다.성매매를 은밀히 거래하는 채팅방은 하루에 몇백개씩 만들어진다.‘부산 사는 24세 남자 대딩(대학생),손이 따뜻한 여동생 구함.자세한 건 문자 보내면 알려 드림.’하는 식이다.또래인 18살짜리부터 대학생,40대 회사원까지 다양했다. 적당한 상대를 골라 메신저로 채팅도 하고,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밤새워 흥정을 했다.모인 친구 6명에게 한 명씩 ‘아저씨’를 주선하기 위해 새벽 6시까지 PC방에서 자리도 뜨지 않고 인터넷을 뒤졌다.상대 남자와 약속이 잡히면 친구들과 함께 나가 선불을 받았다.보통 두시간에 20만원.‘일’을 마친 아이들이 다시 모이면 함께 해장국을 먹고 헤어졌다.1주일에 2∼3일 일한 다음 나이트클럽에서 신나게 놀고 술도 마셨다.백화점에서 비싼 옷도 사입었다.포주 노릇을 그만둔 뒤에는 스스로 성매매에 뛰어들기도 했다.몸과 마음에는 점점 상처가 쌓여갔다. ●“발 담그면 빠져나가기 어려워” 미진이는 지난 8월 10대 성매매 단속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경찰은 미진이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이며,친구들에게 상대 남성을 소개하면서 돈을 뜯거나 소개비를 받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풀어줬다.담당 경찰관은 미진이의 사정을 알고 고향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라고 설득했다. 현재 미진이는 경찰관의 충고대로 어머니와 살면서 대입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미술대 디자인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꿈이다.미진이는 “아직도 그 세계에서 발을 빼지 못한 친구들이 안타깝다.”면서 “한 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다른 친구들이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지연 유지혜기자 anne02@ ■인터넷 사용 부모 10계명 1. 인터넷 사용시간을 자녀와 협의한다. 2. 부모도 인터넷을 활용한다. 3. 컴퓨터는 가족이 공유하는 장소에 둔다. 4. 인터넷을 학습용으로 사용하도록 격려한다. 5. 자녀가 인터넷 이외의 다른 취미를 갖도록 유도한다. 6.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식사나 군것질을 하지 않게 한다. 7. 인터넷 사용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보여준다. 8. 인터넷 사용시간 관리 소프트웨어를 설치한다. 9. 자녀의 평소 생각이나 고민에 관심을 기울인다. 10. 생활부적응이나 갈등이 지속되면 전문상담기관을 찾는다. (자료: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음란사이트 차단법 몰라 지도 어려워”자녀와 ‘인터넷 갈등' 부모들 주부 이모(42·서울 역촌동)씨는 1년 전 딸 선영(가명·17)이가 가출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지난해 11월 성적 문제로 말다툼을 벌인 선영이는 집을 뛰쳐나갔다.수소문 끝에 다음날 선영이를 찾기는 했지만 ‘전날 밤 아는 오빠 집에서 잤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친구 집에서 자면 찾아올까봐 채팅으로 알게 된 혼자 사는 남학생 집에서 잤다는 거예요.아무 일 없었다고 하지만 하루만 늦었어도 무슨일이 있었을지….” 대부분 부모들에게 온라인 매체는 아직도 낯설고 어렵다.자녀가 컴퓨터로 이것저것 하는데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 방법이 없다.이씨는 선영이의 가출 이후 집에는 인터넷선을 끊었고 과외와 학원 수업이 끝난 밤 8시에서 10시까지만 선영이 아버지의 가게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했다.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이씨는 “옆에서 지키고 서 있을 수도 없고 봐도 뭘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환경이 너무 빨리 달라져 아이를 제대로 지도하기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사는 김모(45·여)씨는 아들 태성(가명·16)이가 컴퓨터만 켜면 빨리 끄라고 잔소리를 시작한다.“아이가 인터넷에 빼앗기는 시간이 너무 많아 사용시간을 정해놓고 쓰기로 약속했다.”면서 “하지만 한 번 빠져들면 약속을 어기기 일쑤라서 이젠 아들이 30분만 쓰겠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집에 있는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걸어놓았지만 밖에 나가면 얼마든지 인터넷을 쓸 수 있으니 막을 길은 없다.음란사이트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프로그램과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별 도움이 못된다.이씨는 “홍보가 부족해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가 안 간다.”면서 “무작정 인터넷을 하지 말라고 혼만 내다 보니 다툼이 잦고 아들과 사이만 나빠진다.”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자녀의 생활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충고한다.서울 YMCA ‘청소년 약물과 인터넷중독 예방상담실’의 김은정(32·여) 상담사는 “평소 아이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부터 하루에 인터넷을 몇 시간 사용하는지까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면서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공간에 컴퓨터를 설치하고,부모도 적극적으로 인터넷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탈선 부추기는 온라인 실상 채팅,커뮤니티,해외 인터넷 사이트….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들이다.그러나 상당수의 사이트들이 청소년의 호기심을 이용해 탈선을 부추기고 있다. ●가출 청소년을 노려라 최근 등장한 사이버(cyber)와패밀리(family)의 합성어인 ‘사이버팸’에 가입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같은 취미를 가진 청소년들이 사이버상에서 ‘가족’을 형성해 아빠,엄마,삼촌,이모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가족처럼 지낸다. 처음에는 실제 가족관계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긍정적인 기능을 했지만 차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멤버 가운데 한 명이 가출하면 다른 멤버도 따라서 집을 나가는 ‘번개 가출’을 한 뒤 같이 모여 살거나,생활비 마련을 위해 멤버들이 함께 10대 성매매에 빠져들기도 한다. 현재 온라인에 300곳 이상 존재하는 ‘가출사이트’도 ‘청소년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이들 가출사이트의 가입자는 10만여명으로 추산된다.대부분 가출 청소년이거나 잠재적 가출자들이다.사이트에 가보면 잠잘 곳을 제공해준다는 명목으로 ‘성매매’나 ‘동거’를 요구하는 글이 넘쳐난다.가출 청소년을 묶어 하나의 ‘작은 회사’를 차리는 사이버 포주들의 활동무대로 활용되기도 한다. ●변질되는 채팅의 기능 PC통신이 시작될 때부터 선보인 채팅은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처음에는 온라인 친구를 만드는 데 이용됐던 글자 채팅에서 화상채팅 단계로 넘어간 뒤 청소년이 서로 벗은 몸을 보여줘 ‘쇼걸’과 ‘쇼보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휴대전화를 통한 ‘문팅’(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채팅하는 것)도 10대에게는 익숙하다.물론 건전한 채팅도 있지만,성매매 상대나 탈선할 친구들을 찾는 수단으로도 쓰인다.특히 최근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디지털 노래방’은 화상채팅과 노래방을 결합시킨 것이다.실시간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인터넷을 통해 화상채팅을 주고받는데 전국적으로 120여곳이 운영되고 있다.처음 생길 때는 ‘또하나의 놀이터’ 정도였지만 일부 청소년은 단체로 옷을 벗으며 노래를 부르는 일명 ‘스트립 미팅’을 하기도 한다.이런 장면을 동영상으로 저장,비밀리에 인터넷에 뿌리는 사례도 있다. ●10대를 돈벌이 수단으로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는 ‘해외 한글 음란사이트’는 10대들에게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서버가 설치된 국가의 법률에 규제 조항이 없으면 국내 기관은 사이트를 폐쇄시킬 권한이 없다.때문에 회원 가입시 미성년자인지도 철저하게 따지지 않는다.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한 달 2000∼3000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사이버폴더를 통해 해외 한글 음란사이트가 제작한 포르노물을 다운받아 볼 수도 있다.정보통신윤리위에 따르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는 한글 음란사이트 차단 요청건수는 최근 2년 만에 36.8배나 폭증했다.숭실대 정보사회과학과 이성식 교수는 “인터넷 음란물을 접촉한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성비행을 훨씬 많이 저지르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가학적인 폭력음란물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영표 유영규기자 tomcat@
  • [인터넷 스코프] 1등주의를 위한 변명

    20년 전 얘기다.당시에 필자는 지방의 사립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다.그런데 모교는 당시 기준으로 보아도 기가 질릴 만큼 철저한 성적 지상주의였다.반 1등은 실장,반 2등은 부실장,전체 1등은 학생회장 이런 식으로 성적에 따라 학급 임원을 자동 선정했다.월말고사 90점이 넘으면 번쩍거리는 학급장 배지를 가슴에 붙여주었고 기말 평균 90점이 넘으면 다음 학기 등록금을 전액 면제해 주었다.그러니 론 위즐리도 반장 배지를 달 수 있었던 호그와트 마법학교와는 상당히 다른 세계에서 자란 셈이다. 단순한 일렬 조직인 만큼 학교생활도 단순했다.선생님은 일등 학생과 단둘이 눈을 맞추고 수업을 했다.69명의 열등생(?)은 무협지를 몰래 꺼내 읽거나 엎드려 잘 수 있었다.변형 파레토 법칙.99%의 보통 학생이 1%의 우등생을 먹여 살린다. 요즘은 약간 달라진 모양이다.예를 들어 초등학생을 둔 강북 학부모의 대화는 언제나 강남에서 시작해서 대치동으로 끝난다고 한다.“성민이는 내년에 강남으로 전학가는데 건중 엄마는 언제쯤 이사갈 계획이죠?”“대치동 초등학생들은 벌써 대입 영수 과외를 받는다면서요.” 공기 맑고 풍광 좋은 강북의 홍은동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는데도 대출받고 평수 줄여서 강남행 막차를 타야만 일등 부모로 인정받는다.강제 이주가 따로 없는 것이다. 인격에는 1등,2등이 없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합의하는데 20년이 더 필요할까? 전 국토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리고 전 국민이 개인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21세기에도 원시적인 학벌주의,일등주의가 조금도 가시질 않았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1등주의는 경쟁의 산물이다.경쟁 없이는 1등이 나타날 수 없다.인격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므로 도덕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일등주의는 폐기되어야 한다.그렇지만 비즈니스의 세계는 정확하게 1등만이 살아 남는 경쟁환경이다.일등주의에 대해서도 인격과 비즈니스를 분리해서 평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 인터넷쇼핑몰 업체가 판매액과 방문자수에서 업계 1위를 탈환했다고 선언했다.경쟁사의 반발이 뒤따랐고 1등을 향한 과열경쟁이 시장 전체를 침체시킨다는 언론의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그렇지만 시장과 트래픽은 정직하다.일등기업은 거저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잖은가.고객을 만족시키고 이익을 극대화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만이 일등기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검색 1위를 놓고 네이버와 다음이 신경전을 펼치고 유통 1위를 놓고 신세계와 롯데쇼핑이 경쟁하는 모습도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매우 아름다운 모습이다. 한 사람을 평가하는 척도가 성적이 될 수는 없다.그렇지만 기업의 세계에서는 얘기가 다르다.기업의 성적은 평가나 신분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현대 자본주의체제에서도 독과점에 대해 여러 가지 규제를 가하지만 그럼에도 기업의 꿈은 MS와 같은 ‘독점적 1위 사업자’가 되는 것이다.예외가 없다. 인터넷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차이점이 있다면 보다 투명한 경쟁이고 1위 업체에 대한 밴드왜건(선도마차)효과가 오프 라인에 비해 보다 강력하다는 정도일 것이다.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시장의 덤블도어로부터 반장 배지를 받을 수 있는 학생은 오직 헤르미온뿐인 것이다. 전자상거래업계도 내년의 대한민국 1위 자리를 놓고 옥션,인터파크,LG이숍의 대회전이 예고돼 있다.개별 경쟁기업들은 최저 가격,빠른 배송,높은 고객 만족도의 종목에서 최선을 다하고,관전자들은 판매액과 트래픽으로 1등 기업을 가려주기만 하면 된다. 김 동 업 인터파크 사업본부장
  • ‘엄마 점수’가 자녀 대학 결정한다?/대입 수험생 둔 어머니들의 이야기

    사교육 시장의 규모는 7조원에서 25조원 정도로 추정된다.일부 상류층뿐만아니라 전 국민이 나름대로 무리해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형국이다.모든 길은 대학입시로 통한다던가.더욱이 대학입시에는 어머니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다고 한다.‘엄마점수’가 아이들의 학교를 결정한다고 한다.그러나 아이를 유명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정해두고 아이의 운전기사로,좋은 학원과 좋은 선생을 찾아내는 매니저로 뛴 어머니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재미있게도 한결같이 “다른 사람에 비해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했다.”는 아쉬움에 젖어 있었다.‘오만’한 개인을 ‘겸손’한 어머니로 내려 앉게 하는 대학입시라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수험생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 성적 부모하기 나름? 수능이 끝난 후 김연희(44·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호된 감기몸살을 앓고 있다.수험생 아들과 똑같이,아니 더 스트레스에 파묻혔다가 긴장이 풀린 탓이라고 했다.“아이가 하나라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시험성적이 나빠 컨디션이 안 좋다는 아이의 얼굴빛만 봐도 가슴이 철렁했다.이제야 남편이 눈에 들어온다.그동안 남편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수험생 부모가 이 정도는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아이 중심으로 살았다.” 아들이 원하는 법대에 안착하도록 김씨는 끝까지 ‘엄마노릇’을 잘 해낼 계획이라고 했다. 연년생인 두 아이의 고3부모 노릇을 2년 연거푸했다는 서정순(46·서울 송파구 삼전동)씨는 다이어트하지 않아도 살이 저절로 내렸다.“조금만 방심하면 살이 찌는 체질이라 늘 그게 고민이었는데 2년간 대입을 치르니 체중이 너무 내려가 나중에는 건강진단까지 받았다.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지만 이젠 엄마의 열성으로 채워야겠다.‘엄마 점수’가 빛을 발할 때다.”라고 학교설명회 홍보자료로 눈길을 돌렸다. ●이 시대 학부모는 이중인격자? 수험생 집에는 전화도 안하는 게 예의라고 한다.어디 학원을 다니는가,얼마나 돈을 들이는가도 서로 묻지 않는 게 수험생 부모들 사이의 불문율이라고도 한다.물론 최신 정보를 공유하는 ‘마음씨 좋은’ 엄마가 최고 인기를 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대부분 “우리는 별로 안해.”라고 말하며 내숭을 떨게 마련이다.그래서 교육에 관한 한 부모들은 모두 ‘이중 인격자’라는 말이 있다.이중이 아니라 아예 ‘다중 인격자’라는 말도 한다.공교육을 믿지 못하는 학부모에게 섭섭한 교사도 자신의 아이 역시 사교육에 맡기고,입시관계자들도 역시 자녀들의 대학입시에 대해서는 비책을 찾아헤맨다.‘보통 사람’은 모두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간절하게 사교육 시장을 헤맨다. 경제력에 따라 사교육비는 크게 차이난다.월 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아니 그 이상도 ‘투자’한단다.“이때 능력껏,능력 이상으로 뒷바라지하지 않는 것은 부모로서의 직무유기다.” “빚을 내서라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하겠다.”는 말에 수험생 부모들은 대부분 공감한다.“부모 인생 따로 있고,아이 인생 따로 있는데….”라고 반대의견이라도 내놓는 이가 있다면 “아직 아이가 어리니 그렇지.어디 한번 입시 겪어봐.어떻게 남들하는 만큼은 안할 수 있나!”라고 단숨에 ‘고 3엄마’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까탈스러운 시부모도 뒷전 이명선(46·서울 강남구 개포동)씨는 둘째딸의 수능이 끝나자마자 오랜만에 시댁을 다녀왔다.수험생이 있는 집에서는 시댁 어른들도 ’뒷전’에 밀리게 마련이란다.“저희 시부모님께서는 아들에게 퍽 기대를 많이 하셔서 결혼한 이래 20년을 주말마다 시댁에서 지냈어요.그런데 딱 하나 아이들 입시때만은 제가 오직 아이에게만 신경쓰도록 해주세요.정말 감사하지요.” 늦둥이 입시 때문에 힘들게 지냈다는 윤성진(59·서울 성북구 길음동)씨는 “부모 노릇도 젊어야 한다.”며 막내에게 미안함을 표현했다.“공부를 자신의 머리로만 하는 시대가 아니래요.부모의 노력과 지원이 더해져야만 아이가 제대로 빛을 볼 수 있다는데….큰애들 때는 저도 치맛바람께나 날렸지만 벌써 그것도 10년 전이라 정보에서 뒤질 수밖에 없었으니 아이에게 미안했지요.” 오직 아이를 위해서만 ‘뛰는’ 엄마들 틈에서 직장을 가진 엄마들은 아무래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엄마가 직장생활을 하느라 아이에게 소홀했던 탓’이라거나,‘엄마가 틀어쥐고 학원정보,좋은 선생을 찾아서 쥐어줘도 따라가기 힘든 세상이다.’고 말한다.아이들도 고3이 되면 슬그머니 엄마탓을 한단다.그래서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있는 한국적 현실에서 수험생 뒷바라지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도 있다. 전희성(4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도 그 중 하나다.“진작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돌봤어야 한다는 후회가 가슴을 친다.큰애가 어릴 때는 무척 공부를 잘 했는데,중학교가 되면서 내가 직장일로 너무 바빠서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컴퓨터게임에 빠졌고 결국 바라던 대학에 못갔다.둘째마저 그렇게 할 수는 없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1년간 아이 뒷바라지만 했다.그래도 아쉽다.입시준비는 중3부터는 시작해야 한다는데 우리는 고3이 돼서야 시작했으니….” 수험생 부모들은 모두 아쉬움에 젖어서 자신들의 ‘역부족’을 탓했다.거기에는 아이들의 삶이란 부모의 노력과 후원으로만 ‘완성’된다는 믿음이 굳건했다. ●부모의 자기 만족일 뿐 그렇다면 이런 교육열에 아이들은 감사할까.정하늘(대학 2년)양은 “엄마덕분에 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는 것이 우리 엄마의 생각이다.그러나 나는 엄마가 비싼 과외비를 쓴 것이 과연 나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엄마의 허영이자,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는 열등의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야멸차게 말했다.“친구들도 그렇게 말했다.”며 부모들의 착각이자,자기만족이라고 말했다. 고학력 전업주부들이 에너지를 분출할 곳이 자녀교육밖에 없기 때문에 이렇게 교육에 매달린다는 것이다.솔직하게 경제적 부담도 크고,자신만은 자유롭게 아이를 키우리라던 소신과도 충돌해 갈등을 겪는다고 한다.그래서 교육을 여성문제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시인 김승희씨는 ‘여성 이야기’란 책에서 “자녀에게는 무능력자”가 되고마는 이 시대 중년여성들을 향해 “어머니의 치명적인 사랑에는 독성이 있다. 그 독성은 교육열과 과보호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hhj@
  • 집중기획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 / (하)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엄마라고 부르겠다는 이은숙 양

    험하고 힘든 세상이지만 우리 주위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도 많다.이 사회를 대신해 아무런 연고도 없이 위탁아동을 친자식처럼 거두어 키우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12월5일은 설희의 생일 김미심(金美心·37·여·서울 구로구 구로5동)·오진석(吳眞錫·38·목사)씨 부부는 부모없는 아이 3명을 데려다 키우고 있다.외동딸 하나(7)양을 두고 있지만 갈 곳 없는 김설희(7·유아원)양,신재민(8·신구로초등 2년)·강현호(12·신구로초등 5년)군을 대리양육하는 이른바 위탁가정이다. 설희는 지난해 11월,재민이는 98년 봄,현호는 지난해 10월 각각 데려와 주민등록에 얹었다.다행히 친딸 하나와는 친남매처럼 잘 지낸다. 설희의 부모는 이혼 후 각각 재혼했다.갓난애 적 사진이 있지만 부모의 얼굴은 기억 속에 희미하다. “오늘 이모에게 야단을 맞았다.엄마·아빠와 함께 살던 때가 그립다.하루빨리 벗어나고 싶다.두 달만 참으면 엄마가 데리러 온다고 했다.힘들어도 참아야지.” 어느 날 김씨는 우연히 현호의 일기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주위의 편견이 두려워 친딸보다 더 잘해줬는데….데리고 올 때를 생각하면 애가 이럴 수는 없는데….”잠깐이나마 후회스러운 마음이 스쳐갔다고 털어놓는다. 재민이는 조용한 성격이면서도 살갑게 다가온다고 했다.“엄마,설거지 도와드릴께요.”라고 말할 땐 가슴이 뭉클해 힘껏 안아주곤 한단다.처음엔 말도 붙이기 어려웠던 재민이는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 표정이 꽤 밝아져 김씨 부부의 마음을 홀가분하게 만들었다고 했다.고민을 덜어주려고 “이제부턴 엄마·아빠라고 불러라.”고 말한 뒤부터다.엄마·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만족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김씨는 분석했다. 구로5동 강남교회 목사인 김씨의 남편 오씨는 “세 아이에게도 조부모 등 친인척이 있지만 이혼과 재혼을 거듭해 아이를 맡을 수 없는 가정”이라면서 “아이들 교육을 위해 성결대학에서 2년째 사회복지학 강의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가정위탁아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중·장기 대책이 절실하다는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재민이는 아주 어릴 때 데리고와 어쩔수 없이 동사무소에 가정위탁아동으로 등록해 적은 돈이나마 지원받고 있다.그러나 설희와 현호는 언젠가 부모들이 데리러 올 것이라는 생각에 등록을 미루고 있다. 최근엔 마음을 바꿨다.자꾸 불안해져서다.아이들이 행여 뜻밖의 사고로 다치기라도 한다면 지금껏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뒷수습할 경제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오씨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아 버티다 이마저 꽉 차는 바람에 얼마 전에는 교회 차량을 팔아 400만원을 마련했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오는 12월5일은 설희의 생일.이들 ‘사랑의 여섯 가족’은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얘기꽃을 피울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중학교 졸업 전 엄마라 부르겠어요 유기봉(55·아산시 도고면 봉농리)씨는 부모없는 이은숙(15·아산 도고중 2년)양을 두 살 때부터 데려다 수양딸처럼 키우고 있다.유씨는 미혼인 막내 아들(28),은숙이와 한 집에 산다.아들 2명은 결혼해 분가했다. 유씨는 은숙이를 2살 때 만났다.13년 전,유씨집에 세들어 살던 은숙이 아버지는 30대 초반의 목수였다.한집에 1년쯤 같이 살았을 때 부부싸움 끝에 엄마가 은숙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렸다.은숙이에게 외할머니 집에서의 생활은 악몽으로 남아 있다.은숙이는 “나만 집에 남기고 매일 외출하는 외할머니와 엄마가 미웠다.”고 말했다.외할머니 집에 온 지 10여일 후 엄마는 재혼하고 은숙이는 아빠 집으로 보내졌다. 딸이 다시 돌아오고 부인이 재혼했다는 얘기를 들은 은숙이 아버지는 목수일마저 팽개치고 술로 세월을 보냈다.급기야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간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당시 교통사고로 남편과 사별한 유씨는 초콜릿회사를 다니면서 어렵게 살았지만 은숙이를 받아들였다.졸지에 고아가 된 은숙이는 부모 없는 스트레스 탓인지 머리숱이 모두 빠지는 병을 앓았다.유씨는 매일 약을 사와 정성스럽게 돌봤다.그는 “너무 불쌍하고 속이 상해 은숙이를 부둥켜안고 울기도 숱하게 울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씨의 사랑 덕분에 은숙이는 밝게 자라주었다.성격이 밝아 친구가 많고 학교 성적도 좋은 편이다.은숙이는 아침 6시반에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수다를 떨며 등교한다.유씨는 “저것이 아니면 새벽 5시에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라며 애정어린 눈길을 보낸다. 유씨는 사춘기인 은숙이가 혹시 나쁜 길로 빠질까봐 걱정이다.어릴 적부터 친오빠처럼 은숙이를 챙겨준 유씨의 아들들도 요즘엔 신경을 더 쓴다.아주머니와 오빠들이 “아무 걱정 말고 공부만 신경써라.”라고 하지만 가끔은 부모없는 설움을 겪는다.은숙이는 “일부 친구 엄마가 ‘엄마없는 애’라고 깔봐 속상할 때가 많다.”고 했다. 유씨는 “남의 집 애를 3명이나 키웠지만 시집가니까 찾아오지도 않는다.”면서 “저것은 시집가면 찾아올라나 몰라.”라고 농담을 던졌다.은숙이는 “건축디자이너가 돼 남편,아줌마와 함께 살,잔디가 넓은 집을 짓고 싶다.지금은 부끄러워 아줌마를 엄마라고 못부르는데 중학교 졸업하기 전에 엄마라고 부르기로 다짐했다.”며 유씨의 손을 꼭 잡았다. 특별취재반 ■나현민 충남 가정위탁지원센터 팀장 “대화단절이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아이들에게는 가난 못지않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국복지재단 충남가정위탁지원센터 나현민(羅賢民·30) 팀장은 “조부모와의 세대차가 너무 커 할머니·할아버지에게 맡겨진 위탁아동들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데가 없다.”며 “고민을 숨기면서 지내서인지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가 많다.”고 말했다.핵가족시대여서 평소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오지 않은 점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다. 자녀를 규제하는 엄마·아빠가 없다 보니 절제력도 떨어진다.나 팀장은 “할머니·할아버지는 ‘어미·아비없이 크는 불쌍한 손자’로만 여겨 아이들에게 관대하다.”고 설명했다. 경제력 부재도 문제다.손자를 떠맡은 할머니·할아버지들은 대부분 남의 논밭을 부치거나 식당에 다니는 등 어렵게 살고 있다.위탁아동에 대한 지원이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가정위탁지원센터에 맡겨 위탁아동을 돌보게 하고 있으나 시·도당 3명의 월급만 지원해 손이 모자란다.”며 세대간 단절을 막으려면 부모 나이의 후견인을 둬 그들의 고민을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또 읍·면사무소에서 가정봉사자를 파견,할머니·할아버지를 도와 위탁아동을 돌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팀장은 “농어촌지역은 도시와 달리 친구 사이에 ‘왕따’가 심하지 않아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어린이들이 비행아동이 될 위험은 크지 않지만 농어촌도 가정해체가 가속화돼 위탁아동이 늘고 있는 만큼 사회적 관심과 보호가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가정위탁' 전문가 조언 전문가들은 가정위탁아동 문제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관심을 요구했다. 한국아동권리학회 이재연(李在然·53·여·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 회장은 “아동문제만은 아직 ‘인권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면서 “아동에 대한 정책의 방치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같은 약자층이지만 장애인,노인은 참정권 등을 통한 의사표시와 인권개선 요구가 가능하지만 아동에 대해서는 정부 등 사회적으로 보호의무가 있는 계층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현행 법률상 문제로는 협의이혼 때 양육자 지정 없이도 이혼이 가능하도록 한 허점을 꼽았다. 또 친부모 아닌 사람이 양육을 맡을 경우 ‘양육수당’의 현실화 등을 통해 정신적 부담에다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지 않도록 함으로써,아동이 정상적 여건 아래 자랄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단다. 이 회장은 “어릴 때부터 교육문제에 휘둘리는 등 우리 사회의 아동 방기(放棄)가 아동문제에 대한 무대책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면서 “가정위탁아동 문제는 국가의 총체적인 문제를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세경(朴世鏡·32·여) 책임연구원도 “가정위탁아동이 좋은 환경에서 생활해도 모자랄 판인데 새 삶을 꾸려나갈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나쁜 결과가 빚어진다.”면서 이 회장과 의견을 같이했다. 우선 정부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위탁가정을 대상으로 의료보험 혜택이나 교육비 지급 등 충분한 지원책이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그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가정해체로 조부모가 친손자,손녀를 키울 경우 조부모에게 부모와똑같은 법률적 지위를 부여해 최상의 여건에서 결손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탁가정이 모여 경험을 공유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입양과는 달리 위탁받은 쪽이나 아동이 모두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함께 생활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알맞은 관계설정이 절실하다는 점에서다.더 나아가서는 가정위탁아동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체계적인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별취재반
  • 소라게 키우기/‘갑옷’속에 숨어 꼼지락 꼼지락

    몸을 활짝 펴 집게발을 드러내면 게와 같고,집게발을 움츠려 몸 속으로 집어넣으면 소라와 같은 소라게.등에 아름다운 색깔의 딱딱한 ‘갑옷’을 걸치고 있는 조그마한 모습이 귀여운 데다,강인한 생명력마저 지녀 키우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신세대들의 애완동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라게는 개·고양이 등 다른 애완동물과는 달리 냄새가 나지 않아 정말 깨끗해요.키워보니 힘도 별로 들지 않아 좋습니다.조그마한 것이 꼼지락꼼지락 살아움직이는 그 모습이 너무너무 깜찍해 깨물어주고 싶어요.” 소라게를 기른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왕초보’ 주인숙(43·가정주부)씨는 “초등학생인 딸이 사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얼떨결에 구입해 딸과 함께 기르고 있는데,행동하는 모습이 귀여워 날이 갈수록 정이 새록새록 쌓여간다.”며 “특히 딸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보다 소라게를 먼저 찾을 정도로 소라게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있어 교육적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한다. 소라와 게의 중간쯤 되는 소라게는 육지 소라게와 바다 소라게로 나뉜다.애완용은 보통 육지 소라게로,원산지가 미국 플로리다 해안이다.해안가 출신이지만 헤엄을 칠줄 모르는 ‘맥주병’이어서 물에 빠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한시도 소라게와 떨어지기가 싫다는 ‘소라게광’인 김택수(11·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5년)군은 “소라게는 야행성이어서 낮에는 주로 잠을 자고 밤에만 활동한다.”며 “길들여진 소라게는 손바닥에 올려놓는 등 만져도 크게 상관없지만,어린 소라게의 경우 귀엽다고 너무 자주 만져주거나 억지로 집게발을 잡아 빼면 스트레스를 받아 죽을 수 있다.”고 충고한다. 소라게는 소라 등의 빈 껍데기 속에 들어가 생활하며,성장하면서 자기 몸에 알맞은 크기의 소라 껍데기로 바꾼다.잡식성이지만 사과·배·무·오이·당근 등의 야채를 좋아하는 편이다.몸의 크기는 3∼10㎝,평균 수명은 15∼25년.온도는 섭씨 20∼26도,습도는 70∼80% 안팎이 적당하다.가격은 크기에 따라 3000∼1만 5000원. “수조 속에 있는 나뭇가지 등을 따라 꼬물거리며 기어오르거나 입으로 물을 찍어 마시는 모습이깜찍하고 앙증맞아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요.” 물고기류를 키우려 했으나 잘 죽어 소라게를 키우게 됐다는 김정은(8·여·서울 강남구 도곡초등학교 1년)양은 “소라게의 깜찍하고 앙증맞은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학교 수업이 지장을 받을 때가 많다.”고 너스레를 떤다. 육지 소라게를 구입하거나 정보를 원하면 ‘소라게닷컴(www.sorage.com)’,‘펫사모넷(http//pet35.net) ’,다음 카페의 ‘육지 소라게 세상(cafe.daum.net/thfkrp)’ 등을 찾으면 된다. 김규환기자 khkim@
  • WOMEN JOB/전업주부 탈출기

    전업 주부들은 말한다.“나도 일하고 싶다.”.아직도 “놀고 먹는 게 가장 좋은 팔자”라고 말하는 여성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주부들은 가사노동만 하는 데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고등학교나 대학 졸업후 잠깐 직장을 가진 뒤 가정에서만 머물렀던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에 비유된다.청년 실업이 증가하는 요즘에 30∼40대의 아줌마가 일을 원하는 것은 ‘헛된 꿈’ 취급을 받기에 딱 맞다.그래서 자신의 능력을 살리고 싶은 여성들은 우울하다.구하면 열린다고 했던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새롭게 직업을 구하는 데 성공한 여성들도 있다.이들의 특별한 ‘전업 주부 탈출기’를 소개한다. 장희숙(41·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아직도 은행에서 일하던 시절의 꿈을 꾸곤 한다.97년,명예퇴직으로 직장을 떠났던 일을 “그동안 한 결정 중 가장 잘못한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직장을 떠난 후 딱 한달은 재미있었다.그러나 늘 나는 뭔가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젖어 있었다.”고 했다. 6년째 접어든 전업 주부의 일상을 접고 그는요즘 취업 전선에 뛰어들 준비로 바쁘다.지난 8월 말부터 마포신촌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리고 있는‘리본공예·비즈공예 쇼핑몰’ 강좌를 듣기 시작하면서 예전의 활달함도 되찾았다. “특별한 기술도 없는 입장에서 뭔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모험이었어요.뭘 해야 할지 막막했고….그런데 적은 자본으로 창업할 수도 있고,또 간단하지만 기술을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강좌가 끝난 후 시장조사도 할겸 재료도 살겸 동대문시장에 들러 감각을 익히는 생활이 즐겁습니다.”11월 말에 강좌가 끝나면 수강생 중 마음맞는 이들과 함께 쇼핑몰을 열거나,가게를 할 의논을 하느라 분주하다.“고1,중1 아이들의 사교육비가 최소한 60만원은 들어요.이것만 모으면 우리 부부 노후자금으로는 부족함이 없겠지만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열심히 해서 아이들 뒷바라지할 겁니다.” ●직장 그만둔 것, 가장 잘못한 결정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했지만 채 활용도 못한 채 89년 결혼했다는 이진희(36·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뒤늦게 전공을 살려 직업을 구했다.올 연초부터 노원YWCA에서 ‘컴퓨터 강사’로 주부들은 물론 일반인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지난해 단기 컴퓨터강사 양성과정을 밟은 뒤 취업을 했다.그는 이제 달라진 삶의 충만감에 푹 빠져 있다.“진작 일을 찾지 않았던 것에 대해 후회할 정도로 만족해요.14년동안 살림만 하다보니 도대체 뭘 해야 할지,내가 뭘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는데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씨는 “중1인 아들이 가장 좋아한다.”며 “요즘엔 아이들도 엄마가 뭔가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해요.특히 컴퓨터를 알게 되니 아이와 대화도 잘 되죠.” 라고 자랑했다. ‘대단하다.’고 말하는 주위의 전업 주부들에게 그는 컴퓨터를 배울 것을 권한다.“꼭 직업을 갖지 않더라도 달라지는 세상을 알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기본이니까요.주위 전업 주부들에게 제가 역할모델이 되고 있어요.” ●잃었던 자신감 되찾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결혼정보회사 ‘뮤즈’를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는 김은미(37·구리시 교문동),민은주(32·서울 강서구 화곡4동),안효선(38·서울 양천구 목동),최정애(36·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씨도 역시 10년 안팎 경력의 전업 주부에서 웨딩플래너로 변신했다.웨딩플래너란 예식장 섭외부터 드레스와 예물,예단준비까지 결혼준비를 도와주는 직업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6개월간 웨딩플래너 교육을 받은 이들은 올 3월,여행사 한 편을 빌려 창업했다.이들은 지난 봄에 이어 두번째 결혼시즌을 맞으면서 요즘 신바람이 났다. 결혼 전 호텔리어였다는 김은미씨는 “나를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고 말했다. ●수입 100% 저축… 남편 수입으로만 생활 웨딩플래너란 시간제약이 없는 근무 조건과 인륜지대사인 결혼을 도와주는 일인 만큼 성취감이 크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솔직히 집에만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오니 모든 게 얼떨떨했어요.전문적인 지식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인간적인 면으로 밀고나가자는 전략이 맞아 떨어져 입소문이 나니까 자꾸 고객이 찾아오고 있어요.” 결혼식이 계절을 타기 때문에 수입이 한결같지는 않고,아직은 창업초라 기대에는 못미친다면서 ‘잘만하면 한달에 1000만원이란 거금도 벌 수 있는 직업’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남편의 수입으로 생활하고,자신의 수입은 몽땅 저금하고 있다는 김씨는 첫 수입으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사줬고,2년후에는 가족과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김씨와 함께 일하는 안효선씨는 텔레비전을 통해 웨딩플래너란 직업을 알게 되면서 “결혼 경험도 있으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한지 3년만에 꿈을 이뤘다.“10년간 집에만 있다보니 대인 관계는 물론 매너도 부족해 영업일이 쉽지는 않았어요.하지만 말도 제대로 못하던 제가 직업을 가진 후 성격이 밝아졌어요.경제력을 갖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제대로 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격증 따 취직하기도 어렵지만 자격증에 도전하는 여성들도 있다.문춘희(35·서울 서대문구 홍제2동)씨는 지난해 3개월간 교육을 받은 후 전산세무회계사무원 국가공인 2급자격증을 취득,연초부터 한 개인세무회계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시험공부하기 위해 독서실에가서 공부했어요.나이와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일이라 선택했는데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요.”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자격증을 따도 나이 때문에 취직이나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는 그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말했다.김경혜(49·서울 동대문구 청량리1동)씨도 전산세무회계사무원 국가공인 2급 자격증 소지자로 현재 취업 중이다. “20대도 취업못하는데 아줌마가 무슨 취직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일해요!”라고 자신있게 얘기하는 여성들,그들의 얼굴은 해맑다. 허남주기자 hhj@ ■어디서 배울까 2002년 국내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은 49.5%로 미국(67.6%),일본(60.1%)에 크게 못미치며 0ECD국가 평균 59.3%와도 차이가 난다. 특히 고학력 여성의 비율은 선진국에 뒤처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8.7%로 활용도가 더 떨어지는 겻으로 나타났다.이는 미국(72.5%),일본(62.8%)과 정반대되는 현상이다. 많이 배운 여성일수록 직장을 갖지않는 한국적 현실을 단지 여성들이 가정에 안주하기를 바란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자녀양육부담이 여성 개인에게 집중된 현실에서 직업을 가진 여성들도 결혼과 임신·출산을 이유로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아에서 벗어난 전업주부들은 일을 찾고 있으나 특별한 기술도 없고,경력이 단절된 이 여성들이 일할 곳은 없다. 현재 비경제활동 여성은 958만명.그중 육아로 인한 비경제활동상태의 여성도 15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이들 가운데 취업을 원하는 여성은 약 15만명으로 추산된다.여성개발원 김태홍 박사는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둔 전문대 졸업이상의 고학력자가 40%를 넘을 뿐아니라 30대에서는 무려 고학력자가 50.5% 이상이다.이들의 활용에 대한 새로운 정책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국내 전업주부 교육과정 여성부 산하 전국여성인력개발센터와 서울시여성발전센터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전업 주부 재취업 유망직종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표참조) 전업 주부를 중심으로 취업희망 주부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전업 주부 재교육은 국가보조 80%와 자비 부담 20%로 실시돼 저렴하게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신직업 위주로 구성된 교육과정은 테이크아웃 전문창업과정 등 소자본외식업 전문과정·가정식배달서비스과정·애견토털패션 전문과정 등을 비롯,미술지도사·방과후아동지도사·약국행정실무인 메디-팜 오피스전문가·문화체험지도사·논술지도사·한문지도사·케어복지사 등 다양하다. 지난해 여성부 지원 여성인력개발센터의 교육을 이수한 사람 879명 가운데 60% 이상이 취업했다. 전업주부교육을 맡고 있는 마포신촌여성인력개발센터의 박정숙 사무국장은 전업 주부가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선 것만으로도 이미 ‘50%는 성공’이라고 말했다.“여자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이 뭔가 부족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같아 흔히 ‘자아 실현’이라고 미화시켰던 때가 있었지만 이젠 현실적으로 의식이 달라지고 있어요.아직도 육아문제,‘벌면 얼마나 버느냐?’는 부정적인 말이 덫이 되기는 하지만요.”그래서 박 국장은 전문적인 내용 외에 직업의식 훈련과 여성학 강좌도 포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미국에서는 여성이 노동시장 재진입을 위해서 시간과 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원스톱직업센터’를 설치,공공취업을 유도하고 있으며,‘성인진로상담센터’를 통해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무료진로안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95년부터 연방정부에서 여성재진입 고용서비스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고 주정부에서는 ‘WOW’라는 직업의식프로그램을 교육하고 있다.‘타임스체인지’ 등 비영리기관에서는 직업탐색 워크숍과 교육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생애학습추진센터’를 통해 주부와 노인 등에 맞는 학습정보를 제공하고,‘여성센터’를 통해 여성직업교육훈련과 사회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다. 허남주기자
  • 오늘의 결혼문화 / (하)행복한 결혼준비

    경제력과 상관없이 딸을 결혼시킬 때는 무리하게 마련이어서 딸을 결혼시킨 집은 문을 열어놓고 살아도 도둑이 들지 않는다고 했던가.‘기둥뿌리를 뽑아간’ 뒤 친정에 남겨진 혼수 빚을 메워 나가느라 고민하는 여성들도 적잖다.결혼식을 앞두면 신랑·신부는 물론 어른들도 주위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남들은 어떻게 하나?”“흉잡히지 않으려면….”그러나 이런 생각이 결국 과소비를 부르게 된다.그러나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돈으로 ‘구매’한 결혼이 절대로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물질이 아닌 마음으로 결혼을 준비했다.”는 몇 가정의 행복비결을 공개한다. “다 잘해서 보내고 싶지요.그런데 마음껏 못해 보내는 부모 마음을 안다면 어떻게 ‘잘했네,못했네’타박할 수 있을까요?기성 세대의 이기적인 마음이 젊은 세대의 결혼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차춘자(63·서울 도봉구 쌍문동)씨는 10월11일 아들의 결혼식이 결정된 후 주위 사람들로부터 “뭘 할거냐?”“뭘 받았느냐?”“뭘 해왔냐?”는 질문을 듣는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사람이 아닌 물질에 초점이 맞춰지는 결혼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서로 덕담은 주고받아도 그렇게 오가는 물질을 입에 올리는 것은 좀 달라졌으면 좋겠어요.그러면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마음이 괴롭겠습니까.” ●겉치레 싫어하는 시어머니 “특별한 분” 그래서 예비 며느리 한윤경(28·소화아동병원 뇌파검사실)씨는 시어머니를 ‘특별한 분’이라고 주저없이 소개했다.“대부분 시어머니들이 ‘괜찮다.’‘필요없다.’고 사양하는 말씀은 하지만 정작 안하면 섭섭해 하신대요.하지만 저희 시어머니는 한번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겉치레로 뭘 했다가는 야단치실 걸요.친구들이 ‘너 그러다 나중에 큰일 당할 것’이라고 걱정할 정도예요.”친구들은 시댁에 인사갈 때에는 10만원을 훨씬 넘는 백화점 과일바구니가 제격이라고들 말하지만,자신은 “2만∼3만원 정도의 과일이나 과자 등 소박한 선물이라야 오히려 더 좋아하신다.”고 덧붙였다. 한씨는 결혼준비를 하면서 대부분 싸울 뿐만 아니라 때로는 헤어질 위기에도 처한다면서“저는 결혼준비하면서 단 한번도 예비신랑과 싸운 적도 없고 여느 친구들과 달리 살이 빠지지도 않았어요.대부분 결혼식을 앞두고 너무 신경쓸 일이 많아 신부들은 한결같이 살이 마르기 때문에 드레스 치수를 작게 하거든요.하지만 저만은 예외랍니다.”라고 말하며 행복한 웃음을 보였다. 다음 주말에 사돈댁으로 보낼 함준비에 바쁜 차씨는 ‘사랑과 정성·축복이 듬뿍 든 함’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구색맞추는 일에 신경쓰지 않으니 그리 바쁠 일도 없다는 이 예비 고부는 지난 토요일(27일) 오후,앞으로 함께 살아갈 날들을 계획하고 있었다. 결혼 5년차 성진영(32·서울 마포구 연남동)씨는 주위에서 “결혼 잘했다.”는 덕담을 늘 듣는다.결혼할 때,시어머니가 보낸 함에서 나온 편지 덕분이다.“함이 오던 날,저희 친정에 친지들이 모두 모였어요.함을 딱 열었는데 그 속에 시어머니가 붓글씨로 쓰신 편지가 한 장 들어있었어요.저를 며느리로 맞아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는 말씀을 쓴 글을 보고 저희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감동받았어요.모두 정성을다해 결혼한다지만 정작 이런 인생의 가르침이 될 말을 해주는 어른은 별로 없거든요.” 성씨는 ‘결혼생활이 처음처럼 행복한 것만은 아니고,때때로 어려움도 있고 참아야 할 일도 있겠지만 현명하게 잘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잘 부탁한다.’는 그 편지만 생각하면 웬만한 어려움은 이겨낼 수 있단다.“물론 시어머니가 정성을 다해서 함을 보내셨어요.그러나 어떤 귀한 패물보다,비싼 옷보다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좋은 선물이었어요.저희 집에 보낼 함을 위해 붓글씨를 배우셨다는 정성도 대단하시고요.그래서 저희 부부는 시댁이나 친정에 서로 잘 하려고 경쟁할 만큼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결혼 9년째인 길정은(35·인천시 연수구 연수동)씨는 결혼을 앞두고 닥친 친정의 어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채 결혼해야만 했다. ●함 속에 붓글씨로 쓴 편지 담아보내 그때 시어머니가 보여주신 마음에 지금도 감사한다.“다들 ‘그렇게 시집갔다가는 제대로 못산다.’고들 말했어요.가구까지도 모두 시어머니께서 마련해 주셔야만 했으니까요.솔직히 저나 친정 엄마는 걱정했어요.하지만 시어머니는 ‘형편 나은 편에서 더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어요.친정에서 못해온다고 소홀함을 전혀 보이지 않으셨죠.아무것도 안해와도 저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오히려 화려한 예단에 지참금까지 갖고 갔던 아이들 중에는 이혼한 친구도 있는데….”물질이 절대로 행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길씨는 “오순도순 잘 사는 게 진짜 선물이고 효도”라는 시어른들의 말씀을 지키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그리고 “혹시 시어머니가 싫은 말씀을 하셔도 그것을 ‘내가 결혼할 때 제대로 안해왔다고 저렇게 야단친다.’고 괜한 자격지심은 갖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색만 갖출 뿐인 예단 대신 시어머니께 김치냉장고를 선물했다는 강혜경(27·서울 성동구 광장동)씨,시누이와 의논해 정말 시어머니가 갖고 싶어하는 응접소파를 바꿔드렸다는 윤영란(29·경기 고양시 일산구)씨 등 허례허식에서 벗어나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예단 대신 꼭 필요한 제품 선물도 11월13일 아들 결혼 날짜를잡았다는 정유정(56·서울 강남구 잠원동)씨는 주위의 결혼식을 보면서 결심했다.“성의껏 최선을 다해서 결혼준비를 할 것이고,사돈댁에서 보내는 선물은 작아도 반갑게,많으면 고맙게 받는다는 생각입니다.아들이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양가 부모님의 욕심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어요.단순한 커플링만 주고받아도 행복한 젊은이들을 부모가 힘들게 해서는 안되잖아요?”정씨는 주관없이 ‘남들 하듯,남들만큼’이란 기성세대의 생각이 바뀌면 결혼문화가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남주 기자 hhj@ ■인성교육원 원장 권명득씨 “함을 싸면서 지갑 속에 100만원짜리 수표를 넣는다거나 지나치게 많은 양의 함을 보내는 것 등은 자신을 과시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사돈댁에 ‘나 이만큼 했다.’거나 ‘이렇게 잘 산다.’는 식의 과시는 오히려 흉이 된다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통혼례강좌 강사 권명득(63)한국인성교육원장은 혼례강좌를 할 때마다 이렇게 강조한다. 교사 출신의 그가‘예지원’을 비롯,문화센터에서 혼례강좌를 하게 된 것은 전통적 결혼의식을 간소화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25년이 지난 요즘은 오히려 전통적인 정신을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간소화하는 과정에서 결혼에 대한 정신이 모두 빠져버린 겁니다.게다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예단과 혼수 등의 허례허식은 더해지고 있어요.전통적인 결혼의 의미와 복잡하다고 할 만큼 조심스러운 과정을 거치면서 어른들은 물론 젊은 세대들도 결혼의 의미를 새롭게 다지게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주자사례(周子四禮)의 혼인 의사를 타진하는 절차인 의혼(議婚),날짜를 정하는 납채(納采),예물을 보내는 납폐(納幣),혼례식을 올리는 친영(親迎) 등의 복잡한 절차와 의미를 반드시 가르친다.함 싸는 법을 가르치면서 오곡주머니 청홍채단,혼서와 쌍가락지 등을 어디에 어떻게 놓고,어떻게 쌍가락지를 매달아서 풀리지 않게 하라는 설명이 복잡하다.“옛날에는 엄격하게 심사를 거쳐 함진아비를 선정했어요.‘함사려’하고 소문을 내면서 혼례를 공지하고,또 혼례의 증인이 되는 겁니다.” 다소 복잡한 결혼절차를 통해 쉽게 만나고,쉽게 헤어지는 세태를 바꿔나갈 것을 기대하는 그의 강의에는 결혼을 앞둔 자녀를 둔 ‘주부 학생’들이 혼례의 의미를 배우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허남주기자 ■결혼정보업체 웨딩매니저 천정아씨 ‘결혼 준비가 즐겁지 않으면 결혼생활도 행복하지 않다.’고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천정아(29) 웨딩매니저는 말했다.웨딩매니저란 결혼식과 관련된 일을 총체적으로 도와주는 직업인이다.드레스를 비롯해 폐백음식과 촬영,허니문여행까지 신랑·신부와 업체를 연결해줄 뿐 아니라 서로의 생각이 다른 두 가정을 조율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행복을 주는 일을 평생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 결혼 후 직업을 바꿨다는 천씨는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 동안 100커플의 결혼을 도왔다.남들을 행복하게 하는 직업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그는 결혼준비과정 중 힘들어하고,때로는 결혼을 포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행복한 준비과정’을 강조했다.“결혼준비가 즐거운 일이 돼야합니다.이 순간부터가 바로 결혼생활의 시작이니까요.” 요즘엔 예식장 예약을 위해 6개월 전부터 결혼준비가 시작돼야 하고,최근 들어 이벤트성 결혼식 등 특별한 결혼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더 준비기간이 길어진다고 한다.더불어 문제가 생길 이유도 더 늘어났다.천씨는 “시어머니와 서로 대화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어렵게 생각해서 작은 일을 괜히 오해를 뒤섞어 키우기보다는 직접 물어보고 뜻에 따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그리고 또 한가지는 신랑의 역할론이다.“신랑이 제 역할을 해주면 편안한 결혼식이 됩니다.서로 자존심 싸움으로 팽팽하게 맞서는 양가 어른들에게 ‘휘둘리기’시작하면 끝도 없어요.신랑·신부가 결혼준비부터 주체가 돼야 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돼야 흉잡히지 않겠죠?’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무리하지 않는 게 정답이다.”라고 답한다는 천씨는 서로가 지나친 기대를 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허남주기자
  • “퇴임하면 실크로드로 제2세계일주”/45개국 여행한 이성 구로 부구청장

    다음달 4일 구로구청 앞에서 이색 마라톤대회가 열린다.벤처기업 직원 1000여명이 와이셔츠에 넥타이 차림으로 달리는 ‘제1회 벤처인 넥타이 마라톤대회’다.공무원 이성(47)씨가 기획했다. 이씨는 지난 2000년 7월 서울시 시정개혁단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훌쩍 휴직계를 내고 만 1년동안 가족 4명과 함께 세계 45개국 일주를 감행,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그는 세계일주를 마친 뒤 복직,지난해 7월부터 구로구 부구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그는 무모한듯 했던 천하주유가 그와 가족들을 한층 더 성숙하게 했다고 말했다. ●아이들,경험만큼 자라다 현재 이씨는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처조카 홍익환(14)군 소유의 아파트에 세들어 산다.14살 처조카에게 얹혀 식구들이 더부살이를 하는 ‘기이한 동거’다. “조카 익환이는 제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청주에 사는 아빠와 떨어져 저희와 같이 살았습니다.세계여행도 함께 했죠.처남은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여행비로 써버린 우리를 위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조카 명의로 사두었습니다.그리곤 지난 1월 조카만 남겨둔채 갑자기 숨을 거뒀지요.” 이씨는 부모를 잃고 혼자된 조카에게 얹혀살다가 조카가 결혼 적령기가 되면 “밑천삼아 살라.”며 집을 비워주고 나갈 생각이다. 조카 익환군을 비롯,아들 홍일(18)·영일(17)군 그리고 아내 홍현숙(46)씨와 이씨까지,1년동안의 여행은 이들 다섯 가족의 삶을 크게 바꿔놓았다.아이들은 모두 친구들보다 1년씩 학년이 늦춰졌지만 그들보다 몇 곱절 빨리 어른이 됐다. “학교 선생님들이 저희 아이들을 보고 ‘여느 학생과 다르다.사회생활을 경험한 어른같다.'고 얘기합니다.” 또래 아이들이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경험하면서 몸으로 깨달은 지식이 아이들을 변화시켰다는 의미다. 귀국 직후 아이들이 다시 돌아온 일상을 견디지 못해 힘들어할 때도 있었다. “큰 아이는 처음엔 ‘한국에서는 대학 입학이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니 빨리 끝내고 자유를 찾자.’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지금은 일상에 많이 적응한 것 같습니다만.” 경기고 2학년에 재학중인 장남 홍일군은 지난 여름 학교선거에서 많은학생들의 지지를 얻어 학생회장으로 당선됐다.아내 홍씨와 이씨는 초조해하고 조급해하던 성격이 낙천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버둥버둥 살기가 싫어졌지요.사촌이 땅을 사도 배 아파하지 않고,남의 집값이 얼마나 뛰었든 신경 안쓰게 됐다고나 할까요? 제 페이스대로 살게 됐다는 것이죠.” ●‘넥타이 마라톤'등 문화축제 준비 구로구 부구청장으로 부임한 뒤 이씨는 가슴이 아주 후련했던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남부순환도로 근처 개봉1동에 있던 육교가 철거되고 횡단보도가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였다.그는 육교를 ‘무지무지' 싫어한다. “현재 개봉2동에서 육교를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돼 여론조사를 하고 있습니다.문제없으면 철거할 겁니다.” 육교 통행을 국민에게 강요하려면 홍콩처럼 에스컬레이터도 설치하고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도 설치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지하도 역시 못견뎌한다.전 세계를 통틀어 지하도나 육교가 있는 나라는 아주 드물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런 이씨는 요즘 자치구를 문화도시로 만드는 방안에 몰두하고 있다.다음달 2∼5일 열리는 구로구의 ‘문화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넥타이 마라톤도 축제행사의 하나다. 시민들에게 도로를 가득 메운 넥타이부대의 행렬을 보여주며,구로구가 ‘굴뚝과 매연’의 이미지가 아닌,1800여개 벤처기업이 입주한 ‘첨단산업단지’란 사실을 널리 알리고 동시에 ‘젊은 벤처문화’를 심겠다는 의도다. “도로가 넓고 기반시설이 잘 갖춰졌다고 좋은 도시는 아닙니다.주민들이 다같이 문화를 만들며 향유할 수 있어야 살기 좋은 도시지요.” 내년초 착공을 목표로 자치구 최초로 전문적인 장난감도서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지난 7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시민들이 ‘장난감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을 목격한 뒤 마음속에 담아뒀던 사업이다. “선진국 부모들도 자녀에게 매번 새 장난감을 사주기는 힘듭니다.장난감도서관은 ‘내 아이가 안쓰는 장난감을 다른 아이를 위해 제공한다.’는 공유문화의 개념입니다.그러면 내 아이도 장난감을 얻게 되니까요.” ●요즘에도 세계일주 문의 이메일 수십통씩 요즘에도 이씨에겐 세계일주를 문의하는 이메일이 수십통씩 쏟아진다.지금까지 이씨에게 자료와 조언을 구해 세계일주를 떠났거나 계획중인 가족만 모두 5가족이다.정보수집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그들 대부분은 이씨 가족이 경험했던 여행코스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씨는 정년퇴임하면 ‘실크로드를 따라 티베트와 네팔을 지나고,다시 중앙아시아를 돌아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제2의 세계일주에 나설 계획이다. 황장석기자 surono@
  • 오늘의 결혼문화 (상)혼수·예단의 갈등

    미혼 남녀 한 쌍이 가정을 꾸리는데 필요한 결혼비용이 평균 9000만원이라 한다.이 엄청난 액수에 대해 “평균일 뿐,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9000만원 중 약 6000만원은 주택자금이고,혼수에 무려 결혼비용의 20% 정도를 사용하고 있다.주택자금은 물론 혼수까지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는 미혼 남녀는 결혼준비 중 적잖은 갈등을 겪는데,갈등은 ‘예물과 예단’에서 시작된다.사랑해서 결혼한다지만,결혼날짜가 잡히면 ‘갈등’이 사랑의 기쁨을 환치한다.그래서 결혼준비중 헤어지는 커플도 드물지 않다.‘돈으로 사랑을 완성한다.’는 오늘의 결혼문화를 2회에 걸쳐 살펴본다. #1.14일,강남의 최고급 한복가게 딸의 혼수를 장만하기 위해 나왔다는 김선혜(56·서울 광진구 구의동)씨는 “막상 딸을 결혼시키려니 사돈댁에 하나라도 더 해드리고 싶다.딸이 잘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다.”고 말했다.김 씨는 “뭣 때문에 내가 이렇게 비싼 것을 해가느냐?”고 화를 내는 딸 정선우(28)씨를 “결혼생활 해본 엄마말을 들으라.”고 설득한 끝에 무려 1000만원을 지출했다.‘요즘엔 시아버지 한복은 잘 안하는 편이 아니냐?’고 물으니 “그래도 드리면 좋아하실 거다.”고 김씨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2.19일,남산의 H호텔 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의 살롱 쇼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결혼시즌을 앞두고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만큼 여느 외국의 살롱쇼처럼 객석의 면면들이 화려했다. 마침 기존의 웨딩드레스에선 좀체 볼 수 없는 모피를 곁들인 웨딩드레스가 선을 보이자 나란히 앉은 어머니와 딸들의 눈빛이 반짝였다.눈에 띄는 손님은 20대 청년들,나란히 앉아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었다.쇼가 끝난 후,한 청년에게 물으니 “12월 결혼을 앞두고 내 신부가 입으면 좋을 드레스를 고르러 왔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사람들에게서는 ‘한번 뿐인’ 결혼에 비용을 아낄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같아 보였다. ●‘돈’으로 사랑을 완성한다? 한 예비신부는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는 말을 “사랑이 아니라 돈이 있어야 결혼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속물이 곧어른”이라는 말로 들린다고 했다. 결혼이 낭만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란 각성은 엉뚱하게도 ‘돈이 행복을 보장한다.’는 왜곡된 결혼관으로 연결되는 추세다.결혼을 앞둔 여성,딸을 둔 50∼60대 여성들은 한결같이 ‘이런 잘못된 결혼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그러나 문제에 대한 인식과 달리 이들에게는 ‘통념’을 깰 용기가 부족하단다.“남들이 하는만큼은 해야죠.능력있다면 더 하는 것이고…” 10월에 결혼을 앞둔 직장인 박미란(28)씨는 고민이 많다.“이렇게 어려운 일인줄 몰랐어요.마치 제가 돈으로 팔고사는 상품같아요.아니면 무슨 결함이 있어서 이를 감추려고 돈을 들이는 것도 같고.우리는 예단비를 1000만원이나 보냈는데 시댁에서는 딱 200만원만 보내니 저희 어머니는 섭섭해 하시고,주위에서도 모두들 ‘그런 법은 없다.’고들 난리에요.” 그러나 박 씨는 자신이 유별난 케이스는 아니라고 말했다.혼수준비를 하면서 대부분 갈등을 겪고,파혼 위기까지 가기도 하고,또 결혼 이후에도 적잖은 앙금이 남는 것을 봤단다. 시댁의 과다한 혼수요구를 다 맞출 수 없어서 고민끝에 결국 파혼했다는 정여진(29)씨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아직도 아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아들이 신부집에서 많이 받으면 자기 집안의 자산이 늘어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에요.무식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겉으론 교양있는 대부분의 중산층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이들 젊은 여성들을 괴롭히는 것은 늘 문제가 된 호화혼수 뿐 아니라 최근 ‘결혼시장’에서 상식화된 ‘예단비’때문이다. 대개 결혼에 앞서 신부는 시댁어른들에게 혼수를 장만해 보내게 마련이다.은수저와 고급 반상기,침구세트는 기본이라는데 최근 여기에 예단비가 포함됐다.액수는 보통 500만원에서 1000만원선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부 부유층은 1억원도 넘게 쓴다는 말도 오간다. 옛날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께 신부가 직접 지은 옷을 한벌씩 보내며 ‘인사’하던 풍습이 산업화 과정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도록 현금화한 것은 당연한 일.그러나 오늘날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여자쪽에서 돈을 보내면 그 반정도를 돌려주는 ‘이상한’ 신풍속이다. 예단비 액수 책정도 만만찮은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사람들마다 생각이 달라 이 과정에 대부분 갈등을 겪는다는 것이다.정작 정신은 사라지고,물질만 남아 갈등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이런 갈등은 결코 의사나 판·검사 사위를 맞기 위한 졸부들에게서나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결혼이 있는 곳은 어디든 혼수와 예단비라 불리는 ‘돈’으로 인한 갈등이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예단비는 ‘필요악’인가 결혼이야기를 꺼내면 ‘700만원을 보냈는데 단 300만원밖에 못 받았다.’,‘1000만원을 보냈는데 단 한푼도 받지 못했다.’,‘2500만원 중 불과 500만원만 돌아 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7000만원의 예단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도대체 어디에 쓰라는 거냐?”고 물었다는 시어머니 이야기도 있고,“맏동서가 워낙 잘해서 니가 웬만큼 하지 않으면 시집와서 힘들 것이다.’고 말한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에피소드도 있다.게다가 “차라리 정확하게 이야기해 주시는 시어머니가 고마웠다.”고 이야기하는 여성들도 있다. 돈만 있으면,예단비만 많이 보내면 행복이 확실하게 보장될까. 이정기(59·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씨는 아들 부부가 모두 의사로 연애결혼을 했다.그런데 결혼후 한참이나 마음이 찜찜했다.“부모들끼리 만나서 받지도 말고,주지도 말자고 약속했어요.우리는 똑같은 의사니까.그래놓고선 사돈이 1000만원을 넣어서 보낸 겁니다.그런데 돈이란게 참 이상한 것이더군요.아마 핸드백 선물을 받았다면 달랐겠지만 현금봉투를 받고 보니 영 기분이 언짢아요.그러려면 제대로 격식차려서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고….돈이 많고 적고가 아니라 돈을 주고 받는다는 것 자체가 감정을 상하게하는데 왜들 그런 일을 하는 지 모르겠어요.” 금전이 오가는 결혼,주는 쪽도 받는 쪽도 기분이 찜찜한 것은 마찬가지라고들 말한다.“다들 그렇게 한다.”는 ‘상식’을 뛰어넘어 결정하니 행복한 결혼이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작년 2월에 결혼한 이호선(31)씨는 ‘왔다갔다 하는’번거로운 예단비를 없앴는데 주변으로부터 “시집살이 꽤나 할거다.”라는 걱정을 들어야만 했다.“저희 시부모님께서는 아예 돈을 보내지말 것을 다짐하셨어요.그래서 선물로 성의를 표했는데,정작 다른 사람들이 ‘두고봐라.후회할 일이 있을 것이다.’고 겁을 줬어요.그래서 돈을 보내야 할 것은 아닌가 흔들리기도 했지만,지금 생각해도 안보낸 것은 잘한 일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선 한짝이라도 정성이면 된다.”고 아름다운 말로 결혼준비를 시작한다.그러나 정작 ‘버선 한짝’에는 섭섭해하는 이중성에 시달린다. 이는 혼수와 예단 등 조건이 사람을 앞서는 중매결혼이 아닌 연애결혼에서도 똑같이 작용한다. 김진숙(54)씨는 “연애결혼해도 갈등은 마찬가지”라고 각박해져가는 세태에 혀를 내둘렀다.“10여년 전만 해도 ‘연애하면 괜한 허례허식을 안 찾는다.’고들 말했는데 이젠 그것도 아닌 것 같다.남자들이 변했다.부모욕심이라고만 말할 수만도 없다.혼자 벌어서는 집장만이 쉽지 않은 현실도 문제지만 청년들이 독립적이지 않고,처가가 좀 있는 집안이길 원하는가 하면 처가에 바라는 것도 노골적이다.”며 딸애 결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예전의 인기는 누리지 못한다지만 아직도 ‘사’자 붙은 신랑감들 사이에는 누군가가 받은 특별한 대접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이 사실이다.김영진(31)씨는 약혼자에게 예단비를 2000만원 하겠다고 말했다가 “겨우 2000만원 밖에 안해?”라는 대꾸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신랑감은 대학 친구인데,그가 공인회계사가 됐다고 내게 뭔가를 바라지는 않을줄 알았다.주위에서 많이 받는 것을 봐서 그렇게 말했을 뿐이라지만 기분은 묘하다.”고 말했다. ●정신적 혼수가 더 중요해 그나마 불행중 다행은 혼수나 예단비와 행복이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혼수가 화려할수록,예단비가 많을수록 생색내고 싶고,적게 보낼 수밖에 없을 때에는 괜히 주눅들게 마련이지만 사랑하는 남녀에게까지 시장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혼수와 예단비가 무려 2억원이나 됐지만 결혼 3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는 김수지(가명·33)씨는 “무리해서라도 행복을 ‘사려고’ 한 내가 바보였다는 생각이 든다.그러나 결혼할 때에는 남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 흔들렸다.더 많이 보낼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혼수의 속성을 결혼전에만 알았더라도 현명하게 대처했을 것이고,그 결혼의 늪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고 때늦은 후회를 했다. 듀오의 커플매니저 송민정씨는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 대부분 나보다 학력도 외모도 경제력도 나은 사람들을 원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같다.”라고 말하며 “조건을 지나치게 따지는 사람일수록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고 조언했다. 혼례절차를 가르치는 신세계문화센터 강사 권명득씨는 “물질이 절대로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오히려 예단비가 많을수록 갈등도 많고,혼인의 실패도 많을 수밖에 없다.그래서 60%는 정신적인 혼수를 하고,40%정도를 물질로 인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가르친다.”며 이 시대의 결혼풍속이 달라지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남주 기자 hhj@
  • 고전 읽는 여성들 / “古典속에서 삶의 지혜·가치 배워요”

    서울 서초구 ‘한국인성교육원’의 사무실에 들어서니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한학자 소현(素玄) 노재욱(73·교육학) 박사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천선화(代天宣化),사람 없는 하늘 없다.즉,하늘이 할 일을 사람이 대신한다,인간이 하는 것 같아도 우리가 하는 일이 모두 하늘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지요.그러니 허튼 짓을 하지 말아야 하고,또 작은 일에 겁을 내고 점쟁이를 찾아다니는 등 호들갑을 떨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왜 겁이 나? 하늘이 있는데.또한 하늘이 보고 있으니 방자한 행동을 하지 말자는 가르침까지 함께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도리와 삶의 지혜를 담은 당나라 때의 책 ‘이수합해’(理數合解)를 펴든 이들은 40∼70대의 여성들.모두 열중한 모습이었다.낮 12시면 수업이 끝날 것이라 했지만,강사 소현 선생은 물론 학생들도 30분이나 연장된 수업에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10여년째 고전 공부를 하는 ‘골수 회원’들이 10여명 되고,신참 회원들도 늘고 있어요.그동안 논어·맹자·중용·대학 등 사서삼경(四書三經)을 꾸준히 읽었고 현재는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단 한권의 해설서나 참고서도 나와 있지 않은 책,‘이수합해’를 읽고 있어요.그래서 더 즐겁습니다.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행복과 보람을 주니까요.” 권명득(65) 원장은 이 클래스의 수준이 대단하다고 자랑했다. 한국인성교육원이 구성된 것은 3년 전.그 이전부터 고전 공부를 시작했던 회원들이 뜻을 모아 교육원을 만들었고,현재는 60여명이 고전을 익히고 있다.고전을 공부하면서 삶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공유하고,지혜를 모아간다는 이들은 ‘세상 이치’를 터득하는 데는 고전 공부가 최고라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문옥주(66·서울 마포구 서교동)씨는 “고전을 배우면서 가정생활은 물론 자녀교육까지 도움이 된다.”며 “집안을 경영하는 여성들이,젊은 엄마들이 배워야 할 것이 고전”이라고 말했다.널리 고전 공부를 보급할 수만 있다면 우리 여성과 가정·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희순(64·서울 동작구 사당동)씨는 아이들을 키운 후 마음이 허했는데,고전 공부가그런 허한 마음을 채워줬다고 웃음을 보였다.“자식과의 갈등,친구와의 문제에서도 쉽게 상처받았지만 공부를 시작한 후에는 조금은 객관적으로 나 자신은 물론 세상사를 보게 됐다.내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나를 사랑하게 됐다는 것이야말로 정말 의미있는 일이다.” 김정숙(77·서울 마포구 성산동)씨는 고전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헛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인생의 고비에서 풀어지지 않았던 문제들을 지금에사 머리와 가슴으로 동시에 느끼고 풀어간다.”고 고전 공부가 바로 인생 공부라고 말했다. 그러나 녹록지 않은 고전 공부를 누구나 할 수는 없단다.주위의 친구들과 친지들에게 권해도 막상 나와보고는 손사래를 치며 다시는 오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정말 좋은 공부라 권해도 ‘공부라면 딱 질색’이라는 사람들도 있고,배워보겠다고 나서도 실제로 아무나 고전에 입문하지는 못해요.노래나 스포츠댄스처럼 재미있지 않잖아요.그리고 90분간 가만히 앉아서 강의를 듣는다는 것이 좋은 말씀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고문이거든요.”이종미(50·서울 강남구 세곡동)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들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에 대해 소현 선생은 ‘극성 학생’이라고 말한다.99년,갑자기 암 판정을 받고 수술 후 어쩔 수 없이 휴강을 했는데,3개월만에 다시 강의를 시작한 것도 ‘극성 학생’들 때문이었다.“열심히 하는 분들이니 좋은 말씀을 하나라도 더 전하고 싶은 게 가르치는 사람의 마음이니까요.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배우는 분들이라 강의 한마디 한마디가 쑥쑥 빨려들어가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대수술 후 3개월만에 강의를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의사는 물론 제 가족들도 모두 반대했지요.그러나 이들의 열정과 마주선 덕분에 건강도 찾았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고전 교실에 출석한 배기화(56·서울 성북구 신영동)씨는 “전통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큰애를 결혼시키면서 격식을 갖춘 함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세상이 변해도 결혼의 소중함은 변함없는 것인 만큼 부모의 정성을 담기 위해 노 선생님께 도움을 청했다. 이를 계기로 고전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공부가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좋은 말씀을 듣고,인생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계속 강의를 듣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모임의 청일점,김진돈(44·운제당한의원 원장)씨는 올해 초부터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새로운 교재로 공부하면서 신선한 시각으로 한의학에 접근하게 된다고 말했다.“10여년간 골프를 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바로 그런 시간을 고전공부로 돌렸어요.쉬운 결단은 아니었지만 제게 고전 공부는 삶의 필터,정화기능을 맡고 있는 것 같습니다.고전공부를 하면 1주일이 편안합니다.스트레스가 없어져요.” 김씨는 하늘이 할 일을 사람이 대신한다는 뜻의 ‘대천선화’란 말이 환자와 만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겸손함을 잊어버리지 않게 한다고 말했다. 한때 세 동서가 나란히 고전공부를 했다는 최영숙(49·서울 강남구 세곡동)씨는 “옛 성현의 글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잃어버린 나를 찾게 되는 계기를 만나게 됐다.1초 전이 과거라면 1초 후가 미래인 만큼 매 순간을 소홀할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크게 깨닫고,내 삶에 감사하고 만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환경에 맞게 하라는 가르침을 담은 말 시중처화(時中處和)와,자신의 속을 먼저 들여다보라는 뜻의 정관(靜觀),모든 본성을 다해서 이치를 추구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궁리진성(窮理盡性)의 말을 배웠다는 이들에게서는 편안함이 보인다. 고전을 읽는 여성들은 고전읽기의 즐거움을 “글을 통해 삶의 이치를 터득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고전을 통해 ‘느리게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한 사람들의 얼굴이 해맑았다. 허남주기자 hhj@
  • [2003 여성문화](4·끝)소비 주체인가 노예인가

    대량소비의 시대를 살면서 소비의 주체로 불리는 여성들,그들의 소비생활은 어떤가. ‘알뜰하다’는 말이 칭찬으로 통하지도 않지만 여전히 ‘과소비’와 ‘사치’‘허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면서 비난도 받고 있다. 어려운 시대를 살았던 어머니 세대의 가치는 머릿속에 존재하고,실제로 발딛고 선 현실은 쉴새없이 ‘소비하라’는 주문 공세를 받고 있다. 여성은 소비하는 존재인가. 소비를 좋아하는 존재인가.소비에의 유혹이 넘쳐나는 시대를 곁눈 주지 않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면서 소비하고 때로는 후회하는 여성들,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1. 강남의 유명 백화점 수입아동복 코너에서 20대의 ‘젊은 엄마’들이 한가롭게 유모차를 끌면서 쇼핑을 하고 있다.최고급 아기옷을 입고 우유병을 물고 있는 아기에게 입힐 옷을 고르는 눈길이 사뭇 신중하다.손바닥만한 아기 여름옷이 10만∼30만원대.물론 더 비싼 옷도 얼마든지 있다. “광고에서 말하는 ‘내 아기는 특별하다.’는 말이 바로 내 생각이에요.하나뿐인 내 아기,어떤 아기와도 비교되지않게 정말 특별하게 키우고 싶어요.” 30대 여성 두 사람이 명품 광고에서 막 튀어 나온듯한 옷차림으로 백화점의 명품코너에서 나 온다.손에는 묵직한 쇼핑백이 몇 개씩이나 들렸다. 판매원은 “아예 출근하는 손님도 많다.다른 사람들이 갖지 않은 것을 먼저 갖기 위해 전화로 예약하는 것은 필수다.불경기라지만 명품만은 예외인 것 같다.”고 들려줬다. 자신을 ‘쇼핑중독자’라고 서슴지 않고 말하는 여성 윤현정(34)씨는 “때로 후회할 정도로 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능력이 되니까 사는데 때때로 ‘과소비’를 욕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기분 망친다.못사니까 괜히 욕하는 것이겠지만….”이라며 소비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2. 유명백화점 부근 좌판 아기를 포대기로 가슴에 껴안은 20대 엄마가 화려한 색상의 티셔츠와 반바지를 고르고 있었다.“집에서 아기와 놀면서 입으려면 구태여 좋은 옷이 필요없어요.자주 빨아 입을 수 있는 순면이면 좋아요.늘어진 티셔츠도 있지만 그래도 제가 신혼인데 너무 구질구질하게 입을 수는 없잖아요.그래서….” 5000원짜리 옷을 고르던 김정은(28)씨는 몇 차례나 “싼 게 비지떡이라는데 잘 샀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자신도 재작년까지만해도 ‘쇼핑광’이었단다.“처지와 분수에 맞게 살게 되네요.그전에는 정말 메이커 없는 옷이라면 딱 질색이었는데….” 점심시간을 이용해 좌판에서 쇼핑 중인 서경미(37·회사원)씨의 검은 비닐백을 잠깐 들여다봤다.아이들의 여름 팬티 한 장에 1000원,서씨의 수영복과 남편을 위한 여름용 반바지 각각 5000원,미끼상품인 양말이 한 켤레에 200원씩이라 한 보따리를 구입,총 지출액이 3만원이라 했다.“남편으로부터 매달 250만원,제 수입이 200만원이에요.집도 있고,앞날을 위해 저축하고 있어요.아이들 사교육비도 많이 쓰지 않는 편이라 돈 문제로 어렵지는 않지만 값이 싸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떨이매장을 좋아해요.눈만 밝으면 좋은 물건은 얼마든지 있어요.물론 제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이야 디자이너 부티크에서 산 ‘좀 비싼’옷이에요.알뜰한 편이지만 늘 싸구려만 사는 것은 아니고요.”그는 “때때로 물건을 사놓고 후회하지만 값이 싼 물건이니까 부담없다.”면서 비닐백에 자꾸 물건을 담았다. #3. 텔레비전 홈쇼핑 프로가 켜진 아파트 거실 “이제 마지막 기회입니다.단 한번뿐인 기회,명품을 이 가격에 장만할 기회는 다시 없을 겁니다.”는 쇼핑 호스트의 목소리에 갑자기 바빠지는 것은 한영선(47·경기 고양시 일산구)씨의 마음뿐이 아니다.휴대폰을 들고 텔레비전 앞으로 다가간 손은 더 바쁘다.“전 절대 쇼핑중독자는 아니에요.하지만 다른 때보다 좋은 조건이라는 확신이 들면 구입하고 싶어요.쇼핑 호스트의 다급한 목소리에 저 자신도 모르게 흥분된다고나 할까요.” 소비하는 여성들.이들은 소비의 주체일까 노예일까. 사실 이 시대 여성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그 속에 여러 모습의 소비자를 함께 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명품족,또순이,쇼핑 중독자,살림꾼 등등. ●마님이 될 것인가,삼월이가 될 것인가 여성이 확실하게 ‘대접’받는 것은 ‘소비자’로서만이라든가.TV광고 속에서 거침없이 소비하면 ‘마님’이 되고,알뜰하면 자칫 ‘삼월이’로 전락하고 마는 세상이 된 것이다.광고 속의 여성은 우아하게 소비한다.물건으로 인해 행복이 확실하게 증명된다. “뭐 하느라 그 (많은)돈을 다 썼느냐?”는 비난은 결혼한 여성이라면 한두 번은 들어본 적이 있는 남편의 잔소리다.남편의 경제력,그 자체는 크게 문제가 아니다.‘분수껏’ 살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은 여성들에게는 비난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내의 과소비를 문제삼아 이혼을 원하는 남성들도 있다. 직장인 김영철(39)씨는 “카드로 무분별한 소비를 하는 아내에게 질렸다.더이상 이런 생활이 유지된다면 나는 아무것도 제대로 갖지 못한 채 아내의 옷과 가방,구두에 치여 죽을 것 같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했다.김씨의 부인 이영화(33)씨는 “직장생활을 하기 위한 당연한 투자로 나를 위해 돈을 쓴다.알뜰하다고 직장에 아줌마 같은 옷차림으로 다니면 그것 역시 직업의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소비에 대해 남편과 다른 생각에 괴롭다고 말했다. 이혼상담소에 가보면 이처럼 아내의 과소비를 이유로 이혼을 고려중인 부부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직장여성 김현옥(35)씨는 아이들을 맡아주는 입주 아주머니에게 매월 100만원씩 지불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활은 “아낄 수 있는 것은 철저하게 아낀다.”고 했다.그렇다고 그도 마냥 알뜰한 소비자만은 아니란다.“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살 때는 선뜻 큰돈도 쓴다.나의 소비생활은 이분화돼 있다.”또 가끔 충동구매도 한다고 고백했다.“스트레스 해소에는 아이쇼핑이 좋아요.속 상할 때 마음에 드는 것 하나 사는 것도 건강에 좋다는 생각이에요.”김씨는 친구들 가운데서도 ‘철저하게’ 알뜰한 소비자는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비생활의 주도권은 이미 여성에게 넘어온 지 오래다.우리나라의 경우 구매결정권의 85% 이상이 여성의 손에 있다 한다.소소한 물건은 물론 자동차와 아파트까지도 철저하게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가톨릭대 의류학과 조정미 교수는 물건에 집착하는 이유를 “계급이 붕괴된 시대에 소비가 권위이자 신분의 한 표시가 됐다.명품이라는 물질에 집착한 사람들이 외모와 피부 등을 가꾸는 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 또한 소비문화의 심화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남주 기자 hhj@
  • [2003 여성문화](3) 직장 떠나 집으로....그러나 아이 키우며 ‘일’로도 성공 꿈꾼다

    흔히 여성의 직장생활을 ‘자아실현’이라 말한다.‘자아실현’이란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생 해야할 일이지만 여성에게 사용될 때에는 때때로 몰이해와 비아냥이 묻어난다.“저 자아실현하자고,아이는 내 팽개쳐 두고…”.그래서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은 ‘독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기저귀만 떼면…’‘어린이 집만 가면…’육아로부터 한 숨 돌릴 것이라고 믿으면서 꿋꿋이 어려움을 이겨냈던 여성들은 오히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직장을 떠나기도 한다.“직장가진 엄마의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직장을 떠나는 여성들,집으로 돌아가는 여성들.직장을 떠나도 일에 대한 열정만은 숨길 수가 없다.그래서 비정규직이거나,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일’이 뭐길래.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을 찾다가 결국 15년간 다닌 직장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는 강은영(39·서울 강남구 역삼동)씨는 ‘이젠,아줌마로서의 생활도 괜찮다.’고 말했다.그러나 지난 1년간,“선·후배들은 어려워도 견디고,이겨나가는 직장을 나만 떠나야 했던 것에 대해 패배감을 느꼈다.아이들을 핑계삼아도 나는 경쟁에서 탈락했다는 생각에 몸은 편해졌어도 마음이 한동안 편치 않았다.”고 한다. 이젠 그 스트레스에 짓눌리던 직장생활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얼마전부터 그는 일을 찾고 있다.“꼭 돈을 벌어야 할 절박한 상황은 아니지만 ‘일’은 하고 싶다.정규직으로 하루종일 직장에 묶여 있는 것은 싫지만 평생 이렇게 ‘빈둥빈둥’ 지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출신의 추은희(32·서울 송파구 풍납동)씨는 아직도 병원생각만 하면 가슴이 뛴다.“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5살난 아이가 며칠간의 밤샘 간호 끝에 정신이 돌아오던 순간을 생각하면….”임신중에도 3교대 밤근무를 했고,한달에 9번이나 밤샘근무를 해야 하는 간호사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성취감을 주는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추씨도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직장을 떠났다.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행복하지만 41개월된 아이가 조금만 더 자라면 언제든 일터로 돌아갈 생각이다.더욱이 신경외과 의사인 남편과는 ‘병원용어’로 대화를 많이 하는데 “이렇게 있다가는 5년후쯤엔 남편과 대화도 나눌 수 없을만큼 ‘병원용어’를 다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나,고민된다.” ●일은 좋지만 묶이는 것은 싫다 직장여성은 직장생활의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편안하게 사는 또다른 삶’을 꿈꾼다.절대빈곤층이 아닌 여성들의 경우 그 꿈은 더욱 많은 갈등으로 연결된다.오죽하면 한 직장여성은 “차라리,차라리 내가 반드시 돈을 벌어야만 할 상황이라면 잡념없이 일할 수 있겠다.”라고 말했을까. 구하기 어렵다는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성들.물론 그들도 쉽게 직장을 떠난 것은 아니다.남성들이 일의 가치를 삶의 첫번째 자리에 올려놓고 승부하듯 여성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기때문이다.더욱이 30∼40대 직장여성에게 직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일하는 것은 당연하고,대학교육으로 키운 능력을 사장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의미까지 이미 학습됐다.더욱이 이 ‘험난한 정글’에서 살아남은 터,지난 날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투사처럼’살아온 이들도 결정적으로 약해지는 때가 있다.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는 순간,일과 자아실현,사회적 책무는 모두 사라지고 만다.어머니로서의 임무를 소홀했다는 자책,그것은 일순간 모든 것의 의미를 퇴색시키게 마련이다. 대우공채 2기로 입사, 수출파트에서 일했던 김은희(39·서울 동작구 사당5동)씨는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유산위험이 있다는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직장을 떠났다.경력 8년 만에 직장생활을 접었다.“유난히 일을 좋아했고,강박적으로 일에 매진했다.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갑자기 결혼했고,임신·유산의 위험 등 걷잡을 수 없도록 내몰리면서 사표를 냈다.인정받았던 직장인이었지만 하루아침에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고,갈 곳도 없는 쓸모없는 인간으로 버려진듯 한동안 우울했다.” 현재 9살·7살난 두 아이의 어머니로 집안일에도 전문가가 됐다는 그는 3년간 전업주부 생활을 했지만,그후 6년은 아르바이트와 재택근무 등 꾸준히 일을 해왔다.현재는 사당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아이들의 ‘발표력 교실’을 기획,운영해 오고 있다. “일은 얼마든지 있지만 저녁 때 아이들만 놔두고 나가는 것이 싫어서 일을 늘리지 않는다.내 모든 스케줄은 오후 4시30분이면 끝난다.”김씨는 초등학교 교사였던 친정어머니로 인해 남의 손에서 자라 자신의 아이에게만은 ‘엄마의 부재’를 경험하게 하고싶지 않았다.그러나 그도 ‘일’의 중요성만은 잊지 않았다.“수입에 관계없이 살아있는 한 일할 것이다.아마 이렇게 일하지 않았더라면 즐겁게 집안일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입주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를 키웠다는 박경아(39·서울 송파구 가락동)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던 4년전,전업주부가 됐다.“바빴기때문에 아이의 알림장도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다.수행평가제 도입 등 달라진 교육현실은 취업모의 아이들에겐 상대적으로 불리했다.”직장을 그만두면서 둘째를 낳았다는 박 씨는 “큰애의 학습습관을 바로잡을 수도 있었고,큰애 때는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부모로서의 행복감에도 흠뻑 젖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씨의 행복에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풀 타임으로 묶이지는 않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부동산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한다.“새로운 경제상황에서 돈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다.바쁘지않으니 신문을 샅샅이 훑어보고 세상돌아가는 것을 읽고 변화에 부응하는 경제 마인드를 갖게 되면서 솔직히 직장생활하는 것보다 수입이 낫다.” 남편의 반대에 부딪혀 전업주부가 돼야만 했다는 유준희(35·경기 구리시 토평동)씨는 아이에게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새로운 관심분야를 키워 영어교육전문가가 됐다.오후에 한 두시간 영어를 가르치고,주말에는 유명영어학원의 교재를 집필했다.유씨는 “아이들에게 이유식도 열심히 해먹였고,놀이터에서 노는 게 아직도 내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또 집안도 반들반들 윤기 내며 살아왔다.그러나 평생 자상한 엄마가 되느냐,성공한 여성이 되느냐는 문제는 아직도 내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9시부터 시작되는 정규직은 싫다는 그는 ‘가정을포기하고’ 직장을 갖고 싶지는 않지만 일에는 더욱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7살·3살난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 적극적으로 일하려고 지금도 남편을 설득하고 있어요.” ●비정규직,아이 돌보며 일하기엔 좋다? 여성들이 육아를 위해 직장을 떠나는 전형적인 ‘M자 곡선’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흔한 일이다.후진국형으로 불리는 여성들의 고용은 사회·국가적인 지원으로 달라져야 할 ‘과제’다. 대학은 졸업했지만 살림에 파묻혔다가 일하고 싶어 둘러보니 ‘허드렛일’밖에 할 게 없더라고 여성들은 푸념한다.“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40대 전업주부들에겐 또다른 회의를 가져다 준다. 이 직접 키우면서 일하느라 정규직을 갖지 못했다는 서미경(39)씨는 “안정된 일에 진입하지 못한 채 나는 늘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아이 내 손으로 키우면서 행복했지만,내 일을 생각하면 씁쓸하다.비애감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몰입해서 경력을 쌓지않아 일을 늘 해왔음에도 ‘언제나 제 자리’라는 그는 영어와 일어 번역을 할정도이고,남편직장관계로 3년간 일본에 머물면서 호텔전문학교를 다니기도 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직장을 가질 수는 없었다.“여성들이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처음부터 가정에 안주한다면 언제나 주변부로 밀리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박의경 연구교수는 “우리 사회처럼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는 곳도 없다.그러나 여기에 또한 남성중심적 사회의 비수가 숨어 있다.모성에 대한 강조에는 여성을 사적 영역에 제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지적한다.어머니를 말할 때 따라붙는 ‘숭고한 희생’이란,‘어머니는 희생해야 한다'는 말이자,‘어머니가 자기 것을 챙기면 어머니가 아니기에 존경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라 지적했다. ●직장여성,독한 여자라고? 교보증권 홍보팀장 추은영(36)씨는 쌍둥이 아들들을 대전의 친정 어머니에게 맡겨 키우고 있다.아이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일도 가슴아프고,친정 어머니를 힘들 게 하는 것도 죄송하지만 정작 가장 괴로운 것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아이를 떼놓고사느냐.”고 묻는 사람들의 말이다.“그런 말 들을 때마다 상처를 받는다.‘독하다’고 말하기도 한다.악의없이 하는 말이겠지만 ‘정말 내가 독한가 잘못하는 것일까’하는 회의에 빠져든다.추 팀장은 “왜 똑같이 하는 직장생활도 남성이 하면 가족부양,여성이 하면 자아실현이 되느냐.”고 물었다. 법과 제도적으로는 남녀평등이 이뤄졌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가부장적인 직장문화,육아와 가사책임은 여성의 몫이란 인식은 일하는 여성들을 지치게 한다.‘의무’만 있을 뿐,‘권리’는 없는 존재인 자신에 대해 측은함이 느껴지고 우울해진다는 여성도 있다. 한 여성공무원은 “내 몸도 돌보지 못하고,내 아이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허겁지겁 살아 간다.그러나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만성피로에 지친 몸은 골병이 들었다.”고 말했다.더욱이 경제적인 측면은 쏙 빠지고 비하되는 여성의 직장생활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맞벌이 안하면 집 한채 마련하기 어려운 세상 아니냐.” 여성들은 ‘일’을원한다.때로 육아를 위해 ‘일’을 떠나도,어떤 형태로든 일로 돌아온다.더이상 모성애냐,자아실현이냐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허남주 기자 hhj@
  • 아이 미래 간섭하는 부모 / “엄마가 의사 되래요… 난 싫은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부모들은 진로선택과 직업선택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꿈꾸기조차 멈춰버린 아이들.이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진로지도,부모가 함께 생각해야 할 일이다. ●꿈이 뭔가요 “성적 봐가면서 골라야죠.” 어느 대학의 무슨 학과를 지망하느냐는 물음에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이렇게 답한다.물론 “아버지가 법대를 원하세요.”라거나 “엄마는 의대를 가라시지만…”이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많다. 고3인 김선우 군은 한의과 진학을 원하는 부모의 과도한 기대때문에 요즘 공부에 열중할 수 없다고 말했다.“미리 공부를 좀 많이 했더라면 좋았겠지만 벌써 늦었어요.그런데 부모님은 어쨌든 한의학을 원하세요.그래서 어디 숨어버리고 싶어요.”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묻자 김 군은 한참 망설이더니 “컴퓨터를 좋아하지만,딱히 뭐를 해야할 지는 모르겠어요.컴퓨터 공부를 했으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곧 캐나다 유학을 떠난다는 중학생 한여울(15)양은 “대학입시에 시달리는 한국을 떠난다는 게 좋을 뿐 솔직히 외국유학은 싫다.그러나 자유롭고 싶어서 일단 떠난다.천천히 생각할 것이다.그런데 고3인 오빠는 부모님의 강요로 법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방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실시하는 진로·직업의식 강화프로그램은 이렇게 ‘꿈이 없다.’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협회가 시행하는 교육은 ‘신용사회에서 돈관리하기’‘리더십 강좌’등 이론교육과 함께 국회의사당과 기업 등을 탐방,현장을 둘러보며 여성CEO를 만나는 기회를 준다.협회 강성민 사무국장은 “이 교육을 통해 ‘꿈을 구체화하게 됐다.’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자랑했다.“직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부모님의 뜻을 따를 수 밖에 없다던 아이들이 몇번의 교육을 받으면서 ‘내가 생각한 직업이 실제와는 크게 다르다.’고 놀란다.”고 말했다. ●자식의 미래까지 관리하자? 주부 김현경(45·서울 마포구 연남동) 씨는 진로문제로 아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고 했다.“이론상으로는 아이의 적성에 맞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그러나 직업까지 생각하면서 진로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아들을 얽어 매게 돼요.꽉 막혀 있는 부모는 아니라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아이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 부모로서 조언하지 않을 수 없어요.” 김 씨는 법대가 아니면 경영대학이라도 가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고2 아들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라며 좀체 좁혀질 것 같지 않다고 걱정했다.“요즘 영화산업이 뜬다지만,그래도 너무 불안정하기 때문에 부모로서는 이를 두고 볼 수 없어요.”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희망사항’을 바꿀 수 밖에 없다 한다. 회사원 이석우(46)씨도 고등학생 아들과 진로에 대해 고민중이라면서 “뻔히 잘못된 길을 가는 줄 알면서도 부모로서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강남에서 고3을 담당해온 한 교사는 “대부분 성적으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지만 그것 역시 아이들의 의사와는 달리 부모들에 의해 결정되는 예가 많다.”고 지적했다. 부모의 강요에 의해 대학을 결정한 학생들의 경우 끝내 전공학과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재수를 하는 경우도 적잖다.그나마 대학 1학년때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학생들은 대학 3학년 가을 학기에 ‘도저히 못참겠다.’고 대학을 뛰쳐나가는 학생보다는 행복하다. 어릴 때부터 부모가 아이들에게 직업의 고정관념을 심어주거나,방향성을 갖고 몰고 간다면 이는 아이의 가슴 속에 갈등의 요인으로 자리잡게 된다.한국기술교육대학교 인력개발전문대학원 김봉환 교수는 “초등학교 상급학년에만 접어들면 아이들은 부모와 자신이 서로 다른 미래의 꿈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이때 솔직하게 자신의 뜻을 밝히고 야단을 맞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이를 숨기고 방황하면서 결국 부적응 행동을 하는 학생도 있다.”면서 부모가 아이들의 꿈과 직업·미래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그리고 개입을 원한다면 하루아침에 할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적성을 알아보고,직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인터넷을 통해 조사할 것을 권했다. 한편 부모의염려와 달리 아이들은 자신의 진로와 관련,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최근 한국청소년상담원이 1500명 중·고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장 큰 고민은 진로선택(45.7%)으로 학업고민(28.7%)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이에 대해 금명자 한국청소년연구연수실장은 “오늘날 청소년의 고민은 예전과 달리 상급학교 진학에 국한되지 않으며 시야를 넓게 보고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할 지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직업 종류는 1만200여종으로 알려져 있다.삼성경제연구소가 전국 중·고교생 12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업선호도 조사 결과에 의하면 남학생은 의사(13.0%)를 가장 많이 선택했으며 컴퓨터 분야 직업(11.3%)과 기업가(10.6%)순으로 나타났다.여학생은 교사(24.6%)가 1위,아티스트와 의사 순으로 나왔다.그러나 아이들이 알고있는 직업의 종류는 실제 직업의 1%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꿈이 있는 아이,성적도 좋아 재량활동 시간을 이용해 진로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서울 개봉동의 경인중학교허은영 교사는 “진로교육이야말로 학교에서 반드시 해야할 삶의 계획이다.”고 말했다.아직도 여학생 가운데 직업은 ‘필수 아닌 선택’이라 생각하는 비율이 높기도 할 뿐아니라 헤어디자이너·교사·애완동물 관련 직업이 고작이라 했다.그러나 진로교육을 통해 직업의 세계를 알아본 학생들은 “여자라고 못할 게 없다,또 성공한 직업인이라도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허 교사는 학생들이 1년간 진로교육을 받으면서 다양한 직업 중 원하는 직업을 구체화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스스로넷방송국을 견학한 이효석(경인중 3년) 양은 “PD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충고를 가슴에 새겼다.나는 PD와 공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줄 알았는데…”라고 체험보고서에 기록하고 있다.흔히 진로교육을 진학교육과 동의어로 생각하지만 진학교육은 진로교육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진로교육이란 바로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김 교수는 “진로교육으로 삶의 중심축이 선 학생들은 성적이 좋다.지금이라도 아이들에게 스스로 진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면 탈선과 비행은 줄어들 것이다.”고 덧붙였다. 허남주기자 hhj@
  • 학대… 방임… 내 아이는?

    “공부해라” 중압감도 결국 ‘학대' 직장여성 ‘육아뒷전' 후유증 커 조기교육,영재교육 등 잘 키우겠다는 부모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이런 아이들이 과연 “부모 잘 만나 질 높은 교육을 받는다.”고 할 수 있을까.공부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은 아닐까.직장을 가진 여성들이 늘면서 아이들을 방임하는 경우가 많다.직업적 성취를 위해 아이가 잠들고 나서야 귀가하는 직장 여성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누가 달래줄 것인가.학대와 방임 사이,내 아이는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잘 키우고 싶다 강영은(34·가명·서울 서초구 반포동) 씨는 6살 난 딸 혜리를 자랑하는 재미에 살아왔다.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똑똑한 딸에게 한 달에 무려 100만원씩 쏟아 부으면서도 늘 새로운 교육정보를 얻으려고 교육에 관심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신문 사이에 끼워진 광고 전단지까지 빠짐없이 살핀다. 그런데 최근 영재 판별을 받기 위해 교육전문상담소를 찾았더니혜리는 엄마 뒤에 딱 붙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순간 강씨는 화가 치밀어 “왜 이래 바보같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고,그 순간 착하기만 하던 아이가 엄마를 꼬집고 때렸다. 이와 관련,전문가들은 “부모를 때렸을 정도라면 분리불안이 심하고 충동 조절이 되지 않는 등 마음에 심각한 병이 있다는 증거”라면서 “두 돌이 되기 전부터 시작된 국어학습지,수학학습지가 아이의 마음을 지치고,병들게 한 것“이라고 조기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그러나 어머니 강씨는 “요즘 아이들,다 그렇지.”라며 아이의 영재성만을 확인받고 싶어했다. 김연홍(36·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7살,5살 두 아이의 교육을 위해 지난해 일산의 집을 팔고 전세를 얻어 이사했다.한 달에 두 아이의 교육비로 150만원이 조금 넘게 든다.그래도 부족하다 싶어 집으로 미국인 강사를 초빙해 영어공부를 시작,이달부터는 60만원이 더 지출된다.남편의 월급이 보통 직장인보다 많아서 그나마 가능한 일이란다. “제가 집을 팔고 전세를 사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해요.아이들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하는 게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하니까요.이 험한 세상에서 잘 살 수 있도록 키워줘야죠.” 한국은행이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소비자동향조사결과에 따르면 수입의 절반 이상을 교육비로 쓰는 부모들은 “생활이 어려워도 교육비는 더 늘리겠다.”고 응답했다.국어·수학·영어 학습지는 기본,피아노,미술,두뇌계발 등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부터 6∼7가지씩 이어지는 아이들의 조기교육을 부모들은 ‘교육투자’라 말한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 만들어진,수입된 조기교육 교재·교구들은 마치 이것들을 다루지 않으면 ‘당신의 아이는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협박하듯이 집요하게 다가온다.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20개월부터 시작되는 수학공부와 ‘상상력을 자극해 논리적 사고와 기억력을 키워준다.’는 두뇌계발형 교구들이 장난감을 대체하고 있다. “교육은 0세부터,아니 태교부터 영어로 한다.”든가 “값비싼 교재를 사용했더니 또래보다 목도 먼저 가누고,옹알이도 먼저 시작했다.주변에서 이렇게 빠른 아이는 처음 본다고 말한다.”고 자랑하는 젊은 엄마들의 체험담은 또래를 키우는 엄마들을 흥분시킨다.“우리 애만 뒤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속도’가 아이들의 세상에도 중요한 척도가 되면서 아이들은 병들고 있다.어쩌면 풍부한 물질,좋은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학대’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명품으로,특별하게 ‘잘 키운다’는 말 속에는 아이들을 최고로 잘 입힌다는 것도 포함된다.청담동 명품상가 뒤편에는 아이들을 위한 명품매장이 늘어섰다.보통 사람들로서는 오금이 저려 들어서지도 못할 정도의 값비싼 옷이 ‘공주’와 ‘왕자’들을 기다리고 있다.손바닥만한 옷이 20만∼30만원,원피스 한 벌에 100만원짜리도 드물지 않다.아이 옷을 잘 차려 입히는 것이야말로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증거로 부모들은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을 괴롭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이 ‘비싼 옷’이다.강남의 한 유치원 교사는 “편한 옷을 입혀서 보내 달라고 당부하지만 어머니들은 예쁜 옷을 사서 입혀 보낸다.때로는 옷을 더럽히지 말라는 당부를 교사에게 하기도 한다.무엇이 중요한지를 정말 부모들은 모른다.”고 말했다.물론 변두리라고 예외는 아니다.안산의 한 어린이집 원장 역시 “야외활동을 하는 날이라고 고무줄 바지를 입혀 보내 달라고 당부해도 한두명은 반드시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혀서 보낸다.그러면 그 아이는 제대로 활동을 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옷이 잘 벗겨지지 않아 실례를 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옷을 더럽히자 “엄마가 야단친다.”고 너무나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며 다른 아이를 때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고급 옷을 입히는 것이 아이에 대한 사랑인지,일종의 구속인지 모르겠다고 교사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사랑으로 자라는 나무 성공한 직장인 나혜선(43·가명)씨는 자신이 ‘나쁜 엄마’라는 자책에 빠져 있다.고등학생인 아들 경호(18·가명)는 혼자 늘 방에 틀어박혀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매사에 의욕이 없어 공부는 물론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없다.”고 말해 부모와 함께 학습장애클리닉을 찾았다.그러나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어릴 때 아이의 특성을 말해 보라.”는 질문을 받고는 말문이 막혔다.“아무것도 기억나는 게 없었어요.너무 바빴기 때문에 아이는 아주머니에게 거의 맡겼죠.별 문제도 없었고….”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으로부터 산만하다는 말을 들은 것이 거의 유일한 아들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었다.경미한 자폐증을 앓아온 것으로 밝혀지자 나씨는 “너무 힘들고,바빠서 아이에게 사랑을 제대로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흐느꼈다. 여성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떳떳하게 드러내지 못한다.성공한 남자의 업무 책상 위에 놓은 가족사진은 그가 가정적인 남자라는 증거지만,일하는 여성이 가족사진을 책상 위에 내놓는다면 그것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영락없는 아줌마’라는 말을 듣기 때문이다.그래서 직장에서 성취하고 싶은 여성들은 아예 육아에 눈을 돌리지 않기도 한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김영(33·가명) 씨는 7살 난 딸을 시어머니에게 맡겨 키우고 있다.자신보다 할머니가 더 잘 키운다는 게 그녀의 ‘변명’이다.그러나 실제로 김씨가 아이를 데려오기를 미루는 것은 “야근도 많고 해외출장도 잦은데 아이가 있으면 사회생활이 제대로 안 될 것 같다.”는 게 주된 이유다.어린이 집 종일반에서 저녁 6시까지 지내는 딸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고,단 1시간이라도 더 빨리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지 않는 시어머니에게 섭섭하다.최근에는 아이가 “할머니가 자꾸 엄마 흉본다.”면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도 안하고 우울증세를 보여 어린이집 교사가 상담치료를 권했다. 김유영(43·가명·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5대 독자인 ‘귀한 아들’을 시어머니가 도맡아 키웠기 때문에 ‘할머니 식’에 맞게 자란 아이에게 거리감을 느낀다.중1인 아들은 최근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정신과를 찾았다.“남편과 시어머니에 대한 섭섭함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투영된 것 같다.아무리 아쉬움없이 자라도 사랑의 결핍은 채울 수 없는 것 같다.”며 김씨는 부부싸움과 가족간의 불화로 인해 아이가 희생됐다고,결국 자신이 아이를 ‘방임’했다고 후회했다. 허남주기자 hhj@ ■저소득층 아동학대 심각 당신은 학대받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고단한 삶을 아십니까?그들은 매맞고 굶주리는 것은 물론 내버려져서 심성마저 달라져 있습니다.우리 사회는 이들을 어떻게 배려해야 좋겠습니까? 정식(가명·8살),정우(가명·6살)형제는 현재 한국수양부모회의 보호를 받고 있다.부모가 이혼 한 뒤 1년반 동안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굶거나 겨우 생라면을 뜯어먹으며 주린 배를 채웠던 아이들은 오랜만에 ‘사람 대접’을 받고 있다.그러나 두 아이는 다른 아이를 때리는 등 이미 폭력을 학습하고 있었다. 유정(12·가명)이는 우울증과 학습장애를 앓는 아이다.7살때,어머니의 가출로 인해 술을 마시기만하면 딸을 때리는 아버지를 피해,할머니댁에서 살다가 할머니마저 “아이를 돌볼 형편이 아니다.”며 수양부모회에 도움을 청했다.아이는 극심한 우울로 인해 누구와도 눈을 맞추지 않는다.공부에도 관심 없고,학교생활도 재미없어서 자꾸 결석한다. 박영숙 한국수양부모회 회장은 “사랑으로 아이를 보듬어안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아이들에 대한 학대와 방임은 제도적으로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역촌동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보는 공부방 ‘꿈이 있는 푸른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한윤희(36)씨는 “저소득층 아이들은 대부분 환경탓에 자아 존중감은 가질 수도 없어 폭력적으로 변하고 또한 사람에 대한 애정도 없다.실제로 아이들을 낮에 데리고 있으면 늘 불평만 하고,왜 제대로 도와주지 않느냐는 불만에 차있다.때로는 섭섭함도 느꼈지만 그것이 바로 아이들이 처한 환경으로 인해 심성마저 달라진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02년 아동학대신고전화 ‘1391’에 접수된 2498건 가운데 친부모에 의한 학대가 무려 80%나 된다고 발표했다.피해아동의 74.9%가 11세 이하의 아동으로,아동학대유형은 방임과 신체학대,정서학대와 유기 등 다양했다.그중 아동을 굶기거나 제대로 입히지 않는 등 방임형 학대가 36.3%로 전년에 비해 4.4%나 늘어났다.한편 부자나 모자가정,즉 한부모 가정에서 학대받는 아이들이 48.0%로 양부모 가정 2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아동학대 피해자 숫자가 무려 4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이 아닌 지나친 교육열로 인한 아동학대까지 포함한다면 그 숫자는 얼마나 될까.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엄밀한 의미의 아동학대는 경제적 어려움을 기저에 깔고 있지만,우리 사회의 지나친 교육열로 인한 학대까지 포함한다면 우리 사회의 어린이들은 거의 대부분 피해자일지도 모른다.학대받은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우리 사회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허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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