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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 대사 부인과 요리cook 조리talk

    이집트 대사 부인과 요리cook 조리talk

    이집트는 유구한 역사만큼 다양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피라미드, 스핑크스, 나일강, 클레오파트라 등등…. 하지만 막상 이집트 음식 하면 특별히 떠오르는 것 없이 고개만 갸웃하기 마련이다. 아비르 헬미 이집트 대사 부인은 “초로 분위기를 돋우고 접시에 나이프와 포크 등을 차리는 서양식 식탁의 기본이 이집트에서 시작됐다.”며 “지중해 건강식의 원류가 바로 이집트 음식”이라고 자랑했다. 올리브 오일과 콩·토마토·오이 등을 많이 먹으며, 바질·타임·오레가노 등 허브와 향신료를 듬뿍 쓰는 것이 이집트 음식의 특징. 한국 음식의 맛을 장이 좌우한다면, 이집트 음식은 다양한 향신료가 맛을 가름한다. 이집트 여인들은 소금과 후추처럼 애용되는 향신료인 커민을 외국에 나갈 때 꼭 챙긴다. 마치 사막을 건너 향료를 운반하던 낙타처럼. 아비르 헬미 대사 부인은 서울 한남동 대사관저에서 일곱살 난 아들 카림을 키우며 카이로에서 가져온 커민으로 맛을 낸 음식과 함께 이집트 문화의 전령사로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 그를 통해 역사만큼 깊은 이집트 음식의 향에 취해 봤다. 글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문명의 진원 맛의 진원 이집트 아비르 헬미 이집트 대사 부인이 직접 꾸민 응접실은 넓고 화려했다. 순도 100%의 이집트산 은으로 만든 촛대와 각종 장식품과 접시 및 남대문에서 산 싱싱한 꽃으로 꾸며진 식탁은 우아하면서도 정감이 넘쳤다. 소파와 탁자가 4세트나 갖춰진 이곳에서는 매일 저녁 파티가 열린다. 다른 나라 대사관 동료들끼리 자주 모이는 저녁 식탁에 오르는 이집트 음식에는 신선한 야채로 만든 샐러드와 렌즈콩수프, 훔머스 등 콩요리가 빠지지 않는다. “이집트는 농업국가입니다. 살충제를 많이 쓰지 않아서 민트를 요리하면 온 집안에 냄새가 퍼질 정도로 이집트 야채는 향이 강하고 신선하지요.” 렌즈콩으로 만드는 ‘팔라펠’은 유럽에서 ‘채식주의자의 햄버거’라 불릴 정도로 인기다. 팔라펠은 콩소스인 훔머스에 찍어먹는다. 부드러운 죽같은 훔머스는 땅콩 버터와 비슷한 맛이 나는데 입안 가득 고소한 맛과 마늘과 레몬이 섞인 알싸한 향을 안겨준다. ●허브와 향신료가 맛을 좌우 헬미 부인의 이집트 음식 자랑이 이어지는 중간에 마침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카림이 뛰어들었다. 그는 아들을 위해 브로콜리 등을 넣은 야채수프를 자주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대개 야채를 먹기 싫어하잖아요. 당근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대신에 야채를 잘게 썬 수프를 끓여주는 것이 영양가도 높고 아이들에게 야채를 먹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아이를 건강하고 활기차게 키우는 비법도 살짝 귀띔했다. 카림은 세살때부터 한국에서 자라 이제 한국을 고향으로 생각한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비빔밥과 불고기. 점심도시락으로 피자를 싸주면 싫어하고, 김밥을 싸달라고 고집해 아침마다 대사관 직원 아주머니가 일일이 김밥을 말고 써느라 고역을 치른다. 한국 사람들에겐 이집트 요리가 생소하지만 바자에 나가면 항상 준비한 음식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것이 헬미 부인의 자랑. 이탈리아, 터키, 그리스, 레바논 등의 음식과 비슷하고 재료도 친숙한데다 역시 맛이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 오일, 토마토, 바질, 민트, 파슬리, 타임 등을 많이 쓰는 점에서는 이탈리아 음식과 비슷하다. 닭고기나 양고기로 만든 케밥을 즐기는 점은 터키와 닮았다. 커민은 위에 좋고, 바질과 타임은 소화를 도우며, 민트는 호흡기에 좋다. ●양국 모두 큰상에서 정을 쌓아 헬미 부인은 유니세프에서 어린이의 위생을 위해 일하다 남편 아무르 헬미 대사를 만났다. 대사는 음식에 관한 인터뷰는 정중히 사양했다. 미국, 일본 등에서 각각 4년간 지냈으며 한국에 온지는 이제 3년 반째다. 이집트 음식은 대부분 담백한데다 많이 맵지 않아 처음 한국음식을 접했을 때 김치 냄새가 매우 심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아들처럼 매운 맛이 덜한 불고기와 비빔밥이다. “나물 반찬을 수십개씩 한꺼번에 내놓는 한국 상차림처럼 이집트에서도 애피타이저를 25가지씩 대접하지요. 이집트의 시어머니나 한국 친구 모두 엄청난 양의 음식을 차려놓고 많이 먹으라고 하는 점은 똑같아요.”상다리가 떡 부러지는 식탁에서 가족과 친구간의 정을 확인하는 것은 이집트나 한국이 비슷하다는 얘기다. 7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집트는 긴 역사를 가졌다는 점에서도 한국과 공통점을 가졌다. 매년 5만명 이상의 한국 사람들이 인류 문명의 원형을 보기 위해 이집트를 찾는다고 한다. 헬미 부인은 4000년전 고대 이집트인의 화장법을 공부했는데 당시 여성들이 20대 초반부터 주름살 예방에 신경쓰고, 임신선을 없애는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했다며 놀라워했다. 고대 이집트 벽화를 보면 모든 여성이 가는 허리와 날씬한 배를 가졌는데 이는 청결, 날씬, 건강이 당시 유행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는 한국 여성들이 메인요리로 고기를 먹는 이집트 여성에 비해 더 날씬하다며 부러워했다. 화려한 꽃꽂이 솜씨를 자랑하는 헬미 부인이 마지막으로 조언을 하나 던졌다.“참, 야채는 이집트가 한국보다 훨씬 싸고 싱싱하지만 남대문 시장의 꽃은 이집트보다 훨씬 싸고 좋다는 걸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더군요.” ■ 이집트 요리조리 쿡 ●팔라펠 재료 병아리콩·껍질 벗긴 잠두 각각 1컵, 다진 양파½컵, 으깬 마늘 3조각, 물 1컵, 참깨 ½컵, 병아리콩 가루 ½컵, 밀 ¼컵, 채썬 파슬리 ¼컵, 소금 ¼큰술, 빻은 커민·고수풀 각각 2작은술, 베이킹 파우더 2작은술, 고춧가루 ½작은술, 검은 후추¼작은술, 식용유 적당량. 만드는 법 (1)기름과 말린 병아리콩, 잠두를 분쇄기에 넣어 돌린다.(2)남은 재료를 모두 넣고 한 시간 동안 둔다.(3)패티를 호두 크기의 공 모양으로 만든다.(4)겉이 바삭하고 갈색이 날 때까지 375℃의 기름에 4분 동안 튀긴다.(5)피타 빵에 튀긴 팔라펠, 채썬 토마토와 양파·상추, 요구르트를 채운다. ●피타 빵 재료 이스트 2작은술, 온수 1컵, 밀가루 3컵, 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 (1)온수에 이스트를 넣어 녹인다.(2)밀가루, 소금을 섞어 체에 친 다음 (1)과 함께 섞는다.(3)몇분간 주물러 빵 반죽을 만든다.(4)반죽을 젖은 천으로 덮고 따뜻한 곳에서 3시간 동안 부풀어오르도록 놓아둔다.(5)오븐을 350℃로 예열한다.(6)반죽을 6조각으로 나눈 뒤 공처럼 만다.(7)손이나 밀대로 반죽을 둘레 5인치, 두께 ½인치로 펴준다.(8)오븐에 넣고 피타가 연한 황금빛을 띤 갈색이 될 때까지 10분간 굽는다. ●렌즈콩 수프 재료 물 2ℓ, 렌즈콩 500g, 양파 2개, 당근 2개, 토마토 1개, 커민 ½큰술, 버터 1큰술, 저민 마늘·소금 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법 (1)냄비에 물을 끓이다가 렌즈콩과 얇게 썬 양파 1개, 당근,4등분한 토마토, 커민을 넣고 끓인다.(2)끓으면 불을 줄여 다시 15분간 끓인 뒤 식혀 믹서로 곱게 간다.(3)버터를 녹인 프라이팬에 얇게 썬 양파 1개를 중간불에서 투명해질 때까지 10분간 익히고, 마늘은 황갈색이 되도록 볶는다.(4)양파와 마늘을 (2)와 함께 냄비에 넣어 15분 끓인 뒤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스위트 핑거 재료 온수 1½컵, 설탕 ½큰술, 기름 ¼컵, 소금 약간, 밀가루 1컵, 계란 4개,설탕시럽(설탕 2½컵, 바닐라 1큰술, 물 1½컵, 레몬쥬스 ½큰술). 만드는 법 (1)설탕시럽은 모든 재료를 한데 넣고 저으면서 끓인 뒤 식혀서 따로 준비해둔다.(2)물, 소금, 기름과 밀가루를 섞어 반죽을 만든 뒤 따뜻하게 둬 부풀어 오르면 계란을 하나씩 넣어 섞도록 한다.(3)계란을 넣은 반죽을 손가락 모양으로 빚는다.(4)반죽이 황금빛을 띤 갈색이 날 때까지 튀겨준다.(5)튀긴 (4)를 설탕시럽에 담갔다 내놓는다. ●훔머스 재료 병아리콩, 베이킹소다 1큰술, 다진 마늘 2작은술, 참깨 페이스트·레몬즙 250㎖, 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 (1)물 1.5ℓ를 끓이다가 불린 병아리콩, 베이킹 소다를 넣고 약한 불에 1시간 반 동안 뭉근히 끓인다.(2)콩을 체에 받쳐 찬물에 헹군 뒤 껍질을 없앤다.(3)콩을 으깬 뒤 마늘, 참깨 페이스트, 레몬즙, 소금을 넣고 섞거나 믹서로 간다.(4)접시에 담아 올리브, 방울 토마토 등으로 장식하고 올리브 오일을 뿌린다. ■국내 유일 이집트식당 ‘알리바바’ 국내에도 이집트 음식점이 있다. 서울 이태원의 큰길 제일기획 맞은편 건물 2층의 알리바바(790-7754)가 유일하다. 3년전 식당을 연 칼리드 알리(37) 사장은 주한 이집트 대사관 상공회의소에서 근무하다가 한국에 식당을 열고 정착했다. 곳곳에 이집트 소품들이 놓여있는 알리바바의 내부는 작고 소박한 편이다.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한국인과 외국인이 반반이다. 외국인들은 미국, 캐나다, 유럽인들이 많이 온다. 한국 사람들은 인천이나 멀리 지방에서도 이집트 식당이란 명성 때문에 찾기도 하고, 특히 영어 교사들이 자주 들른다. 메뉴는 영어로 되어 있다. 가장 인기있는 것은 알리바바 치킨(1만 4500원). 닭고기를 레몬, 양파, 오레가노 소스에 재웠다가 오븐에서 구워 낸다. 훔머스(4500원), 팔라펠(8000원), 쌀과 콩을 삶아 볶은 뒤 그 위에 토마토 소스와 베이컨 조각을 얹는 쿠사리(8000원) 등도 손님들이 즐겨 찾는 메뉴다. 이집트의 중동식 빵은 피타 빵(2000원)이라 불리는데 인도의 ‘난’과 비슷한 맛이 난다. 물담배를 피우기 위해 찾는 단골도 많다. 물담배는 물을 통과한 담배의 연기가 긴 호스를 통해 사람 입에 들어오게 돼 있다. 니코틴은 없으며 물에 딸기, 사과, 망고, 바나나 등 과일맛이 나는 향료를 넣는다. 일행끼리 대화를 나누며 돌아가면서 담배를 피운다. 다 피우는데 2시간 정도 걸리며 값은 2만원으로 남녀 모두 즐긴다고 한다. 알리 사장은 “이집트에 여행을 다녀왔다가 또 다시 이집트의 맛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며 “우리 식당이 서울 강남에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인기가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공직자 윤리와 부동산] 도덕성 잣대 ‘껑충’…공직자 윤리는 ‘제자리’

    [공직자 윤리와 부동산] 도덕성 잣대 ‘껑충’…공직자 윤리는 ‘제자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고위 공직자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줄줄이 낙마하면서 공직자의 재산 증식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여야 정치권이 도입을 추진 중인 주식백지신탁제도에 부동산도 포함하는 방안을 본격 제기하면서 정치권의 화두로 또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공직자에 대해 부동산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합리적인 잣대가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993년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가 도입된 이후 부동산은 국회의원, 장·차관, 고위 공직자들의 ‘무덤’이 돼 왔다. 여론은 공직자에게 공직을 택할 것이냐, 재산을 택할 것이냐를 때로는 강요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의 과다 보유를 문제삼던 초기에서, 취득 과정의 불법성 여부나 매각과정의 투명함을 요구하는 쪽으로 시각이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각계각층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직자의 투기 잣대는 강화중 부동산 소유문제가 논란이 될 때마다 시민단체는 ‘투기’라고 공격하고, 공직자는 ‘단순 투자’라며 방어해 왔다. 그러나 일단 논란이 되면 해당 고위 공직자들은 여론재판에 떠밀려 대부분 낙마하거나, 어렵게 임용된다고 해도 도덕성에 상당한 타격을 입어 업무수행에 차질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한화 리서치센터장 이종우 이사는 “선진사회로 진행하면서 도덕성의 잣대는 계속 강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처럼 공직을 맡는 사람은 국민의 최소 의무인 국방·납세의 의무를 준수했는지 여부가 임명의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손호철 교수는 “사회 지도층은 본질적으로 반성해야 한다. 불법적 행위가 공소 시효가 지났다고 해서 국민들이 눈감아주지는 못한다.”면서 “앞으로는 부정한 재산 증식이 있어서는 고위 공직자가 될 수 없다는 시금석이 이헌재 전 부총리 등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영삼 정부 때 도입된 이 제도의 첫 희생자는 뜻밖에도 여당 소속의 국가 서열 2위이자 입법부의 수장인 박준규 전 국회의장이었다. 1993년 3월 1차 재산공개에서 아들을 포함해 고위 공직자로서 지나치게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한 박 전 의장은 결국 국회의장직을 사퇴했고, 나중에는 의원직까지 내놨다. 당시 들끓었던 여론의 비난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만한 상황이다. ●매도과정 적법성도 중시 경제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공직자의 부동산 과다소유를 두고 투자 또는 투기라고 딱 잘라서 말하지 못한다. 경제적 논리로만 볼 경우 투기도 투자의 일환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말한다. 즉 높은 위험을 감수해 많은 이윤을 얻어내는 투자기법이라는 논리다. ‘토지정의시민연대’ 남기업 사무국장은 “투기와 투자를 구별하기는 어렵다.”면서 “전국민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부동산 투자의 진흙탕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분석한다. 그는 그러나 “고위 공직자들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므로 ‘여론재판’이라는 지적이 있더라도 엄격한 잣대로 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 경제부총리의 사퇴를 몰고온 ‘부동산 취득 및 매각’과정은 그러나 현재 국민들이 갖고 있는 ‘도덕성의 잣대’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의 부동산 파문은 경기 광주 소재의 전답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전답은 현지인이 아니면 소유할 수 없으므로 주소지 이전을 통해 부동산을 취득했다. 이것은 위장 전입으로 ‘불법’이 된다. 국민들은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매수뿐만 아니라 매도 과정도 적법한가, 또 그 과정에서 부가되는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초기 재산공개를 보면서 ‘국민정서법’이 작용했다면 이제 ‘법적 합법성’을 더 강조하는 상황이다. ‘참여연대’ 이재근 투명사회국 간사는 “우리가 문제삼는 것은 투기와 투자의 분류가 아니라, 재산축적 과정의 불법성 여부”라면서 “이헌재 전 부총리나 최영도 전 인권위원장은 모두 20년 전의 일이라고 해도 위장 전입을 통해 토지를 취득했고, 그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투기 의혹 부동산을 기증하기도 투기 논란을 ‘증여’ 등을 통해 해결한 공직자들도 있다. 한나라당 박세일 의원은 지난해 부동산투기 의혹이 일자 문제의 경기 동두천의 70평짜리 땅을 ‘지구촌 나눔운동’에 기부했고, 충남 홍천의 임야 3000평도 ‘탄허불교재단’에 기증해버렸다. 이보다 앞서 이명박 서울시장은 민자당 비례대표시절 과도한 부동산 소유로 문제가 되자 서초동 주변의 노른자위 땅을 공시가격 이하의 무척 싼 가격에 매각해 여론을 무마해 나갔다. 참여정부의 공직자 검증 강화는 다른 한편으로는 현직의 공직자들에게 반면교사 역할도 하고 있다. 중앙부처 공무원의 한 부인은 최근 5억원 상당의 서울 강남의 재개발 아파트를 처분하려고 했으나 양도세가 3000만원이라 ‘방법’을 찾고자 했다.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무주택자인 동생에게 ‘위장 매매’를 통해 세금을 줄여보려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그 부인은 현재 참여정부의 공직자 인사검증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탈세행위를 포기했다. 중앙부처의 또 다른 고위 공무원도 지방발령으로 갑작스레 서울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아파트 가격이 한 차례 폭등한 탓에 양도세는 2500만원 수준이었다. 그는 아파트 구매자가 취득세를 적게 낼 수 있도록 매매가를 낮춘 ‘다운계약서’를 작성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사문서 위조”라며 거절했다. 현재는 부동산 실명제와 실거래가 신고 등이 도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70·80년대식 불법·편법의 사례들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이야기다. 현재 시중에서 동원되는 불법·편법의 방식으로는 ▲주소지 이전을 통한 농지구입 ▲가족이나 친척의 이름으로 명의신탁하는 경우 ▲형질변경전까지 현지주민 이름으로 위장매입 ▲매매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작성하는 ‘다운(Down)계약서’ 작성을 통한 탈세 등이 거론된다. 문소영 박준석 김준석기자 symun@seoul.co.kr ■ 공직자는 ‘부동산 완패’?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있다. 부동산에 투자하면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그러나 이제 고위 공직자들은 부동산문제에 걸리면 웬만해선 살아올 수 없다는 ‘부동산 완패’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올해도 부동산의 덫에 걸려 낙마한 ‘높으신 분들’이 속출하고 있다. 반면 의혹은 받았지만 여론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인사도 있다. 요즘 공직자들 사이에선 부동산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고위직은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 최근 물러난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는 청와대가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지만 허사로 돌아간 경우이다. 아무리 사회기여도가 높더라도 부동산에서 깨끗하지 못하면 ‘국민정서법’이 가만 두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이기준 전 총리는 부임 57시간 만에 물러났다. 안동수 전 법무장관이 지난 2001년 43시간 만에 사퇴한 것에 이은 역대 2위의 단명장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전 총리는 미국 국적의 장남 명의로 거액의 부동산을 은닉한 의혹을 받았다. 잠잠하던 부동산 망령은 지난달 말 다시 불거졌다. 경제수장인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도마에 올랐다. 공직자 재산공개과정에서 부동산 분야만 재산이 7년 사이에 46억원이 불어 투기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어 부인이 경기 광주시 전답을 매입하면서 위장전입을 했다는 것이 추가로 드러났다. 올해 국정 최대의 화두를 경제회복으로 잡은 청와대로서는 이 부총리를 살리려고 했지만 끝내 여론에 두손을 들고 말았다. 최근엔 높은 도덕성이 필수적인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마저 부동산 덫에 걸려들었다.20여년전 농지를 사면서 위장전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 위원장은 사퇴는 하지 않겠다고 끝까지 버텼다. 청와대도 위장전입한 때가 오래 됐고 사회봉사활동을 높이 사 그냥 넘기려고 했다. 그러나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이주성 국세청장, 허준영 경찰청장은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관문을 무사히 뚫었다. 크고 작은 부동산 의혹이 제기됐지만 설득력있는 해명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주성 국세청장은 미성년자인 장남이 외조모로부터 아파트를 물려받은 사실에 대해 “우리부부가 장모를 모시고 살아 손자를 배려하는 차원이었을 것이다.”고 말했다.‘효’를 내세워 의원들을 설득했다. 허 청장도 2003년 부인이 대전에 아파트를 산 뒤 1년도 안돼 되판 사실에 대해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투기라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허 청장은 “동생이 아버지의 노후를 위해 구입했다가 되판 것”이라고 말해 역시 ‘효’를 내세워 청문회 의원들의 예봉을 피했다. 뚜렷한 부동산 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양승태 대법관은 청문회에서 단번에 합격점을 받았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안동환기자의 현장+] ‘리허설없는 인간극장’ 법정에 가다

    [안동환기자의 현장+] ‘리허설없는 인간극장’ 법정에 가다

    한 인간의 죄(罪)를 다투는 형사재판에서는 ‘숨겨진 진실’과 ‘드러난 증거’가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벌인다. 하지만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걸할 것 같은 살인범은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매달리고,30만원의 벌금은 “절반만 깎아달라.”며 흥정 아닌 흥정이 벌어지는 곳이 또한 법정이다. 지난 8∼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법정.2005년 3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형사재판의 백태를 들여다 봤다. # 장면 1 “살해순간에도 사랑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422호 법정. 스크린에 비치는 법정은 하나같이 세상의 관심이 가득한 화제의 현장으로 떠들썩하지만, 실제 법정은 단순 절도이든, 살인사건이든 살풍경하기 이를 데 없다. 1심에서 살인죄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정모(36)씨의 항소심 재판에도 방청객은 노모와 누이로 보이는 여성, 그리고 기자 등 세 사람뿐이다. 살인을 저지르기 전 정씨의 꿈은 소박했다. 결혼해서 노모를 모시는 것.10여년 동안 억척스레 1억 7000만원을 모았지만 결혼을 약속했던 여성에게 1억원을 사기당했다. 긴 방황 끝에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을 다시 만났지만 돈이 떨어지자 그 여성은 정씨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사기를 당해 방황할 때 만난 술집 종업원이었죠?”“피해자가 술집에 출근을 못하면 그 벌금도 대신 내줬죠?”“하지만 피고인의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차갑게 대했죠?”“피고인의 모친과 누나도 피해자에게 결혼을 설득했죠?”정씨는 변호인의 질문에 조그만 목소리로 “네!”라고 짧게 답변했다. 잠시 뜸을 들이던 변호인이 “살해하는 순간에도 피해자를 사랑했느냐?”고 묻자 정씨는 갑자기 “너무 사랑해서 결혼하고 싶었다.”고 울부짖기 시작했다.“왜 결혼에 그렇게 집착했느냐?”는 질문에 정씨는 “어릴 때부터 불우해서 나만큼은 결혼도 하고 어머니를 모시며 사는 게 꿈이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한 정씨는 최후 진술에서 “더 이상 살아야 할 의미가 없다.”며 사형을 요구했다. 아들을 지켜보던 노모는 끝내 흐느끼고 있었다. # 장면 2 “사흘 굶주리다 지갑 훔쳤습니다” 재판정에서 바라본 판사는 쉽지 않은 직업이었다. 거의 모든 사건에서 법과 인정은 서로 맞부딪치는 듯했다. 지갑을 훔친 혐의로 구속된 박모(27)씨 사건도 그랬다. 박씨는 고향에서 상경한 뒤 가구공장 종업원으로 일했다. 불황으로 공장이 문을 닫자 거리를 떠돌던 그는 사흘 동안 굶주리다 절도범이 됐다. 국선 변호인은 “배가 고파 지갑을 훔친 전형적인 곤궁범으로 고향에 돌아가 새 인생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면서 선처를 요구했지만 검사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나라면 법의 준엄함을 선택할까, 아니면 한 인생에 다시한번 기회를 줄까. 박씨의 재판이 끝나자 법정에는 미모의 20대 여성이 떼를 지어 등장했다. 피고인은 윤락행위를 시킨 혐의로 기소된 강남의 한 룸살롱 마담. 여종업원 5명이 응원하러 나온 것이다. 이날 심리는 이른바 ‘2차’를 나가느냐 아니냐에 초점이 모아졌다. 증인은 ‘메이커’ 옷과 액세서리로 치장한 룸살롱 여종업원. 마담측 증인으로 나온 그녀는 “우리 가게는 ‘텐프로’이기 때문에 2차가 없다.”고 주장했다. 텐프로란 소위 ‘수질’이 가장 좋은 강남의 룸살롱 가운데 상위 10%를 가리키는 은어라고 한다. 그녀의 증언으로 드러난 선불금의 규모는 1000만∼6000만원. 증언이 진행될수록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는 등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테이블에서 손님과 대화하고 술시중만 든다는 그녀가 받는 팁은 하루 30만∼40만원. 한달 수입은 600만∼700만원이라고 했다.“2차도 없이 그냥 대화만 하고 거액의 봉사료를 받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검사의 신문에 여인의 답변은 도도하기만 했다.“검사님도 한번 와보세요.” # 장면 3 “피고인이 증인 신문하세요” 4층의 또 다른 법정. 중개한 장외 주식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피고인의 재판이 열리고 있다. 변호인과 검사의 신문이 끝나자 판사는 “증인에게 질문이 있으면 하세요.”라고 피고인에게 신문 기회를 준다. 증인은 피해 회사의 직원. 오랫동안 참았다는 듯 포문을 연 피고인의 매서운 신문.“증인은 주식 매입을 사장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본인의 사무실은 증인의 회사와 도보로 5분거리에 있는데도 수령장을 받지 못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데 설명하세요.” 10여분 동안 계속된 피고인의 신문에 증인은 당황하고 있었다. 판사가 “피고인의 말이 거짓말이냐.”고 다그치자 증인은 우물쭈물한다. 재차 피고인이 검찰의 수사기록 쪽수까지 제시하며 증인의 진술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동안 검사와 변호사는 모두 묵묵부답이다. 판사가 “피고인의 신문에 끼어들어 미안하다.”며 뜨거운 법정을 정리한다. 성폭행 재판은 피부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달라졌다. 특히 전자법정의 도입으로 가해자와 대면하지 않고도 피해자의 진술이 가능해 더 이상 주눅든 피해자를 찾을 수 없다. 한 30대 성폭행범의 재판. 스피커로 피해 여성의 당당한 목소리가 들려온다.“저 사람이 범인입니다. 처벌해 주세요.” # 장면 4 “벌금 절반으로 깎아주세요” 도로교통법 위반 등 경미한 범죄로 벌금형을 부과하는 형사단독 법정. 지갑이 얇은 서민일수록 애간장이 탄다. 대부분 약식기소된 벌금을 조금이라도 깎아보려고 정식재판을 청구하다 보니 변호인도 없이 스스로 변론을 한다. 변론 요지는 물론 벌금을 깎아달라는 것.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30대 트럭운전사에게 부과된 벌금은 200만원이었다. 판사에게 “단 한 차례 실수로 면허가 취소되는 바람에 생활이 너무 힘들다.”며 울상을 짓는다. 판사가 “벌금을 깎아달라는 말이죠?”라고 묻자 반가운 듯 고개를 연방 끄덕인다. 판사의 선고는 벌금 100만원. 절반이나 뚝 잘려나갔음에도 불만이 얼굴 가득 배어 있다. 술취해 공공기물을 파손한 50대 남성은 검사가 30만원을 구형하자 “차라리 교도소에 가겠다.”고 응석을 부렸다. 판사가 초범임을 감안, 선고를 유예하자 “두번 다시 술을 입에 대지도 않겠다.”며 지키지도 못할 공약(空約)을 남발한다. 거리에서 불법 DVD를 팔다 벌금 100만원을 구형받은 30대는 “앞으로 나쁜 짓을 안 하고 열심히 살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기자는 3년전 법조를 출입한 적이 있어 법정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당시에 지켜본 법정의 모습과 현재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심리 시간은 두배 이상 길어졌다. 입 다문 ‘피고인’을 사이에 두고 검사와 변호사가 벌이던 ‘그들만의 공방’은 사라졌다. 판사와 피고인이 가세해 말이 많아진 법정. 피고인이 속 시원히 할 말을 다 하는 재판은 선고 결과야 어떻든 억울함은 남지 않을 듯싶었다. ■통계로 본 법원 24시 2004년 형사재판 처리건수는 모두 23만 7070건이다. 하루 650여명의 피고인이 전국 387개의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아, 매일 273명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형사 항소심의 경우 고등법원은 9106건, 지방법원은 5만 2446건을 처리해 각각 134건,835건의 무죄가 나왔다. 죄목별 형사법 위반자는 2004년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2003년 통계로 볼 때 사기 및 공갈죄가 3만 2250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절도 및 강도가 1만 3971건, 상해 및 폭행이 5621건, 강간·추행·성풍속 위반도 3600건에 달했다. 살인은 823건으로 매일 2.25건의 재판이 진행됐으며,36명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특별법 위반 사건은 도로교통법 위반이 2만 128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뺑소니 등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이 1만 2685건, 마약도 4568건이었다.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2001년 12명,2002년 7명,2003년 5명,2004년 8명이다.2005년 3월 현재 사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피고인은 모두 60명.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60번째 사형 확정자가 될 듯하다. 법정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검찰의 신문조서보다 법정에서 피고인과 증인의 신문으로 진실을 밝히는 공판중심주의가 불러온 새 바람이다. 이른바 ‘말 많아진’ 재판으로 무죄율은 2001년 1.4%에서 2003년 1.9%로 높아졌다.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비율도 2001년 93.6%에서 지난해 81.1%로 줄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남성복 전문 멀티숍 ‘MAN gds’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남성복 전문 멀티숍 ‘MAN gds’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남성복 패션.’ 지난달 25일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웨스트가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연 남성복 전문 멀티숍(편집매장)인 ‘MAN gds’이 남성 패션리더들의 쇼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메트로섹슈얼(꽃미남)을 지향하는 젊은 남성들의 구미에 맞는 제품들을 엄선해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4인 4색의 정상급 디자이너 ‘작품’ ‘남성 패션 선도’를 표방하는 ‘MAN gds’는 ‘남성 갤러리아 디자이너 거리(MAN Galleria Designer Street)의 약어. 국내 정상급 남성 디자이너 4인방인 정욱준·홍승완·김서룡·서상영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남성만을 위한 특별한 패션 공간’이다. 방원배 명품관 남성복 바이어는 “다른 지역과 달리 서울 강남지역 상권에서는 젊은 남성 소비자들도 여성 소비자들처럼 원하는 트렌드가 다양하고, 브랜드보다 자기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같이 세분화된 남성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보다 차별화된 특성을 살리기 위해 ‘MAN gds’ 매장을 오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여평 규모인 ‘MAN gds’는 니트·티셔츠를 비롯해 재킷, 바지, 턱시도, 정장 등 의류뿐 아니라 구두·가방·액세서리 등 패션 잡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템들을 내놓았다. 가격은 셔츠가 20만원대, 정장은 100만원대 안팎으로 조금 비싼 편이다. ●정장 100만원대 등 다소 비싼 편 이곳에서 만난 장태식(36·서초구 반포동)씨는 “패션 스타일이 심플하고 세련됐으며, 매장도 깔끔하게 정리돼 있어 쇼핑할 기분이 난다.”며 “다만 제품의 가격대가 높아 조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정욱준은 ‘론 커스튬’, 홍승완은 ‘스위트 리벤지’, 김서룡은 ‘김서룡 옴므’, 서상영은 ‘서상영’이라는 브랜드로 출시했다. 특히 정욱준과 서상영은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수길, 홍승완과 김서룡은 강남구 압구정동에 로드숍을 내고 있어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들로, 자기만의 고유의 색깔을 드러내는 톡톡 튀는 스타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정욱준의 ‘론 커스튬’은 도회적이고 세련된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일반적인 ‘옷(Cloth)’이 아닌 격식을 차려 입는 ‘커스튬(Costume)’이라는 특별한 느낌을 갖게 한다. 정욱준은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영어 완전정복’ 등 영화 의상을 제작해 성가를 높였고,2003년 아시아 타임지 선정 ‘아시아 4인의 아티스트’에 뽑혀 유명 인사로 떠올랐다. ●메트로섹슈얼족 입맛에 ‘딱’ 옷을 입는 소비자 중심의 편안한 디자인을 강조하는 홍승완의 ‘스위트 라벤지’는 향수를 자극하는 고전풍으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살렸다. 홍승완은 지난 1995년 일본 패션 디자인 콘테스트 디자인상을 수상했으며 용인 송담대학 스타일리스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여자 친구와 함께 온 김진영(29·송파구 오금동)씨는 “자신이 매일 입는 남성 패션에 대한 연구가 깊을 수밖에 없는 남성 디자이너들이 직접 만든 제품인 만큼 보다 편하고 신선해 보인다.”며 “요즘 들어 열풍이 불고 있는 메트로섹슈얼 요소를 모두 갖춰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서룡의 ‘김서룡 옴므’는 손뜨개나 나염 등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는 수공예적인 요소가 진하게 배어 있고, 동양적인 신비함을 담은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학 때 서양화를 전공한 뒤 1983년부터 92년까지 개인전을 여는 등 작가 활동을 하며 심미안을 키웠다. 지난 ‘2002년 추동 서울 컬렉션’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철학을 패션으로 표현하는 ‘서상영’은 간편함과 자연스러움, 신고전풍의 디자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불문학을 전공한 뒤 프랑스 파리의 스튜디오 베르소에서 디자인 공부를 한 서상영은 겐조 마틴 쉬퐁 등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작업에 프리랜서로 참여하는 등 실무를 익힌 것이 ‘브랜드의 힘’이다. 김선구 명품관 신사팀 바이어는 “창의성과 개성 있는 독특한 제품이지만 개인의 체형과 취향에 맞게 변형이 가능해 기성복의 약점을 보완해 준다.”면서 “이 때문에 자신의 개성 표현에 적극적인 남성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GDS’에선 여성디자이너가 만든 의류·구두 취급 갤러리아 백화점에는 ‘여성 디자이너의 브랜드만을 판매하는 여성 전문 패션 공간도 마련돼 있다.’ 명품관 웨스트 2층에 위치한 ‘GDS’가 그곳. 지난 1999년 9월 오픈한 ‘GDS’는 국내 여성 신진 디자이너의 브랜드로 구성한 멀티숍으로 디자이너 브랜드 편집매장의 원조로 꼽히고 있다. 추은영 대리는 “멀티숍은 한정된 공간에 여러가지 브랜드를 한데 모아 선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이 캐주얼에서 정장까지 취향에 맞는 상품들을 원스톱 쇼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특히 다양한 브랜드나 디자이너의 제품을 소량으로 팔고 있어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는 희소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15평 규모인 ‘GDS’는 디자이너가 상품을 공급하고, 백화점은 위탁 판매를 전담해 판매사원 관리, 인건비, 인테리어 등 영업에 필요한 부문을 맡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디자이너 배상은의 ‘b.a.e’, 박윤정의 ‘박윤정’, 송자인의 ‘송자인’, 윤영선의 ‘미오’, 김지운의 ‘Tess킴’, 구두 디자이너인 최정인의 ‘최정인’이라는 브랜드로 출시하고 있다. 여성 의류와 구두 등을 판매하며, 가격은 여성 정장이 100만원대 안팎이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닻 올린 행정도시] 금융·물류·첨단산업… 동북아 경제수도로

    [닻 올린 행정도시] 금융·물류·첨단산업… 동북아 경제수도로

    신행정도시 건설에 따른 서울 수도권 공백을 어떻게 메울까? 정부는 서울의 행정기능 상당 부분이 연기·공주로 이전하는 대신 서울 수도권은 국가균형의 큰 틀에서 전략적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행정도시 규모와 이전 계획 등이 드러남에 따라 수도권을 쾌적한 웰빙형 도시로 키우는 동시에 다핵형·혁신형 도시로 재편하는 정책이 곧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수도권 어떻게 바뀌나 ●규제 풀어 첨단산업 적극 유치 정부는 신행정도시 건설을 계기로 우선 서울 수도권에 이중삼중으로 묶여 있는 규제를 대폭 풀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우선 1단계(2004∼07년)에는 공장 총량제를 현행 기조대로 유지하되 첨단산업 등의 규제를 선별적으로 완화할 방침이다.2단계(2008년 이후)는 3개 권역 체계를 지역 특성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일률적 금지 위주 규제를 정비해 나간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신행정도시 입주가 완료되는 2014년 이후에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체제를 지자체가 참여하는 계획적 관리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규제 위주의 법규가 개발·발전 방안 법규로 바뀌는 것이다. ●‘녹지총량제’도입… 웰빙도시로 쾌적한 도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10년 안으로 대기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고 상수원 수질을 1급수로 유지하는 한편 녹지총량제를 도입, 소규모 근린공원과 녹지를 확충할 방침이다. 청와대와 북악산 주변을 역사 공원 및 시민 녹지공간으로 돌려주고, 도심에는 역사 문화벨트를 조성할 방침이다. 청계천·안양천 등 도심 수변공간과 한강 생태계를 보전, 시민들의 휴식·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지역별 특화 방침도 서 있다. 서울은 도쿄나 상하이 등과 경쟁하는 동북아 금융·국제비즈니스 허브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지역별 특성을 살린 거점 도시 개발 방안이 그것이다. ●5대 국제업무­4대 디지털거점 개발 우선 5대 국제업무거점 도시 개발 계획에 따라 도심과 용산·상암은 국제업무 도시로 개발된다. 서울 강남은 국제회의·컨벤션 도시로, 여의도는 국제금융도시로 특화시키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4대 디지털 거점은 도심은 문화, 강남은 소프트웨어형 정보기술(IT)로 특화시킨다. 구로·금천은 하드웨어형 IT 도시로, 상암지구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도시로 집중 육성한다. 인천은 중국 푸둥지구에 버금가는 동북아 물류·비즈니스 도시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중심으로 국제 교통·물류허브가 된다. 송도는 국제업무와 지식기반산업, 연구개발 기능을 갖춘 도시가 된다. 영종지구는 항공물류와 첨단 산업·해변 종합관광도시로, 청라지구는 금융·관광·복합레저도시로 키우는 전략을 짜고 있다. 경기도 역시 첨단·지식기반산업의 메카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클러스터 도시가 그것이다. 안산·반월·시화 일대는 부품소재 클러스터로, 수원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전자클러스터로 키운다. 파주는 LCD클러스터로 특화시켜 수도권 경쟁력을 더욱 키워 간다는 전략이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새달 190개 공공기관 이전지역 발표 국가균형발전위(위원장 성경륭)는 24일 수도권 344개 공공기관 중 약 190개 기관을 이전대상으로 잠정 선정했다. 균형발전위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신행정수도특위 산하 균형발전대책소위에서 이같이 내용을 보고했다. 균형발전위는 이전대상 공공기관을 ▲대규모 기관 ▲산업특화기능군 ▲유관기능군 ▲개별이전 기관으로 분류한 뒤 대규모 기관은 시·도별로 1개씩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해양수산·에너지·노동복지 기능 등 산업특화기능 및 유관기능군은 집단이전 기관으로 분류, 지역전략사업을 고려해 시·도별로 각 1개씩 배치하고, 중앙119구조대 등 개별이전 기관은 시·도간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배치키로 했다. 이전기관에 대해서는 기업 지방이전에 준하는 세제지원 및 관련부담금 면제의 혜택을 부여하고, 이전기관 직원 자녀의 전·입학 특례허용, 특목고 설치 등 우수한 교육서비스 혜택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어 수도권과 대전·충남을 제외한 광역시·도에 특성화된 지역거점도시인 ‘혁신도시’를 원칙적으로 1개씩 건설하고, 혁신도시의 기능 활성화를 위해 기업도시와 연계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균형발전위는 새달 중 이전대상 기관 및 시·도별 배치방안을 발표한다. 이어 오는 5월까지 관계부처와 시·도, 이전대상 기관끼리 이전시기 및 지원내용 등에 대한 협약체결을 추진키로 했다. 내년 12월 말까지 혁신도시 지구지정 및 개발·실시계획을 수립하고 2012년까지 공공기관 이전을 완료해 혁신도시를 완공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수도권에 잔류하는 기관은 한국전기연구원 서울분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서울분원, 감사교육원, 한국자원재생공사, 한국영상자료원, 전쟁기념관, 국립의료원, 국립현충원, 한국방송공사, 항공교통관제소, 인천국제공항공사, 군인공제회, 한국증권업협회, 정보통신기술협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대한투자신탁, 한국투자신탁, 제일은행, 한국생산성본부, 중소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금융감독원, 한국수출보험공사,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지역난방공사, 국립국어연구원, 대한민국학술원, 한국디자인진흥원, 국립국악원, 한국과학기술원,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등이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충청 다시 땅땅거린다 충청권 훈풍, 수도권은 역풍? 여야가 신행정도시건설에 합의한 뒤 충청권과 서울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충청권 부동산 시장은 다시 살아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 수도권은 각종 규제로 열기가 식고 있다. ●거래 회복세… 아파트건설 재추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이후 거래가 끊겼던 충청권 부동산 시장은 연초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의 신행정도시건설 후속대책 마련에 다시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여야가 신행정도시건설 계획에 합의하면서 충청권 부동산 시장은 들먹거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보상이 본격화되면 대토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주변 땅값이 다시 한번 뛸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체들도 충청권 아파트 분양계획을 다시 세우는 등 신행정도시 특수를 기대하는 눈치다. 오진우 벤처부동산사장은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행정도시 건설을 놓고 ‘안개’가 걷혔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은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이전작업이 진행되면서 연기군·공주시 일대 국도변 땅값과 대전 유성구 일대 아파트값 움직임이 눈에 띄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과거 같은 투기 열풍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택용 주공부동산 사장도 “규제가 심해 외지인의 사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과천 타격, 서울은 큰 변화 없을 듯 과천 지역 부동산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아직 청사 활용 계획이 나오지 않아 변수가 있지만 우선 당장은 상권이 죽고 집값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과천의 음식점 등 대부분의 소비성 상가들이 청사와 연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천 청사를 고급 주거단지로 개발하거나 기업 입주 등으로 활용할 경우 역풍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일부 부동산업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서울 아파트값 폭락 현상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신행정도시 건설로 인한 수도권 인구 감소가 한꺼번에 일어나지 않고 점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이 시뮬레이션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수도권 인구 감소는 17만∼55만명 정도로 예상됐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강남의 맛집

    [뒷골목 맛세상] 강남의 맛집

    마침내 입춘과 우수를 지나고 봄이 비롯되었다. 얼핏 보면 봄이야 시절에 따라 저절로 오는 것 같지만, 결코 저절로 오는 봄이란 없다. 지난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모진 눈보라가 있어야 비로소 꽃 피는 봄도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봄과 마찬가지일 터이다. 절망을 거치지 않은 희망이란 얼마나 무의미할 것인가. 우리 선인들이 입춘이 되면 봄맞이라도 하듯이 대문이며 사랑방 기둥에 크게 써 붙이던 입춘대길(立春大吉)의 대길은 주역의 지천태(地天泰)에서 나온 말로, 역술인들은 입춘대길과 함께 이 괘를 그려 넣기도 했다. 이 지천태의 괘는 곤괘(坤卦)의 땅이 위로 올라가고 건괘(乾卦)의 하늘이 아래에 있어 얼핏 위아래가 뒤바뀐 것 같지만, 오히려 이 뒤바뀜을 선인들은 크게 길하게 여겼으니 그이들의 깊은 뜻이 오늘에 새삼스럽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뒤바뀌는 立春 선인들에게는 봄이야말로 어두운 음의 기운이 하늘에 가득하고 밝은 양의 기운이 땅에 가득하여 이 뒤바뀐 기운으로 만물이 생겨나는 시절인 것이다. 하늘과 땅이 서로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다 보면 천하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고, 만물도 생겨날 수가 없다. 대신에 하늘과 땅이 뒤바뀌면, 절망과 고통이 어쩔 수 없이 뒤따르는 가운데에서도 하늘과 땅이 본디 자리로 돌아가려는 기운이 천지에 가득하게 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하늘과 땅의 교류가 이루어져 만물이 생겨나는 것이다. 비록 절망과 고통이 뒤따른다 해도, 이런 천지의 뒤바뀜이 어찌 크게 길하지 않으랴. 천지의 뒤바뀜을 사람살이 식으로 풀이하자면, 가장 깊은 절망의 가운데에서 한 가닥 희망이 솟아나오고, 반대로 온통 장밋빛으로 가득한 희망의 가운데에서 이미 한 가닥 절망은 비롯된다는 지혜일 터이다. 천지의 뒤바뀐 기운은 어느 새 그대를 파고들어 마침내 그대에게도 지천태의 입춘대길로 봄이 온다. 길고 긴 절망의 터널을 지난 그대가 이제는 희망을 꽃피우고, 그리하여 일생에 가장 소중한 이를 만나게 된다. 자, 이 크게 길한 날에 어디에 소중한 이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할까. 강남의 지하철 2호선 역삼역 2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앞에 스타타워라는 멋있는 빌딩이 바라보는 이의 고개를 모자라게 할 만큼 높은 키로 세련된 외양을 자랑하고 있다. 그 빌딩을 끼고 돌면 후문이 나오는데 후문 바로 앞에 ‘바이더웨이’라는 24시 편의점이 있을 터이다. 그 골목을 들어서서 10여 미터 걷다보면 ‘민들레(02-558-8513)라는 자그맣고 예쁜 입간판을 만나게 된다.2층 양옥집을 개조하여 전통 한정식집으로 꾸몄는데, 깔끔하면서도 멋스러운 실내 디자인과 개량한복 차림의 종업원들이 예사롭지 않은 주인의 성품을 은은하게 내비치고 있다. 얼핏 한정식집 주인으로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깊은 눈빛과 단아한 분위기의 오성숙씨가 있는 듯 없는 미소를 띤 채 그대에게 조용히 인사를 할 터이다. 그 첫 대면의 순간 그대는 그이에게서 어쩌면 그대와 함께 사람살이의 신산고초를 겪으면서 심성이 보다 그윽해진 큰누님이나 혹은 큰언니 같은 살붙이의 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런 살붙이의 정을 느끼면서 그이의 곁을 보면, 이번에는 흰머리가 참 잘 어울리는 장년의 노신사가 역시 그대에게 가볍게 인사를 할지도 모른다. 흰머리의 그이는 다름 아닌,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김세균 박사이다. 방학이 되거나 한가할 때면 그이는 이따금씩 민들레에 나타나 아내인 오성숙씨를 도와 기꺼이 손님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한때 참교육·여권운동에 몸담기도 민들레에 와서 주인 내외를 만나본 이들은 한결같이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된다. 적어도 이 나라 명문대학의 교수이고 또 그 부인되는 이가 도대체 더 이상 뭐가 부족해서 한정식집까지 차리게 된 것일까.1997년 민들레라는 한정식집 주인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오성숙씨는 명문대학의 교수부인이기에 앞서 1980년대 후반부터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을 맡아 전교조와 함께 잘못된 교육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운동권에 몸을 담아온 소위 여성운동가였다. 또한 한국여성민우회 편집실장이며 정책실장으로, 저소득여성들이나 근로여성들을 위한 지원활동에 나서 공부방이나 쉼터를 열어주고, 주부들을 위한 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여성의 지위를 자리매김하는 여권운동의 일선에서 뛰어온 이였다. 그런가 하면 그이의 남편 되는 김세균 교수는 형제인 사회학의 김진균 교수와 함께 진보적 지식인의 길을 걸어오며 1970년대부터 이 땅의 민주화운동에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이이기도 했다. 오성숙씨가 자신의 잘못된 빚보증 한번으로 집이며 재산 따위를 깡그리 다 잃고 무일푼이 되어 남편이며 아이들과 함께 10여 평 남짓 되는 셋방에 나앉게 된 것이 바로 1997년이었다. 이때부터 그이는 모든 사회활동을 접고 여기저기서 돈을 그러모아 한정식집을 차린 것이었다. 기실 그이는 평소부터 음식솜씨가 남달라서, 남편과 함께 독일의 베를린에 있는 자유대학에 유학 중이던 1980년대 초에는 당시에 소위 운동권 출신 유학생들이며 황석영씨 같은 정치적 망명자들 사이에서는 그 뛰어난 음식솜씨 때문에 청진옥으로 불리기도 했다. 청진옥이란 그이의 큰아들 김청진이라는 이름에서 따서 유학생들이 붙인 별칭으로, 프랑크푸르트에 있던 이해동목사 내외의 해동여관과 함께 유학생들에게는 공짜로 자고 공짜로 고국의 음식을 먹으며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소중한 쉼터이기도 했다. ●단아한 분위기의 큰누님같은 안주인 민들레의 한정식은 코스요리를 주로 하지만, 낮손님들을 위해서는 민들레밥상이라고 하여 흑임자죽이며 녹두죽 같은 죽에 잡채, 야채샐러드, 해물무침, 고등어조림, 김치전, 콩비지 등에 된장찌개며 밥이 나오는데, 무나물이며 취나물, 고사리나물 무침에 조개젓, 도토리묵, 김치 같은 밑반찬이 따라 나온다. 이 8000원짜리 민들레밥상에 곁들여 불고기볶음이며 제육주꾸미볶음, 해물한정식, 더덕구이, 갈비찜오분자기, 메로구이, 간장게장 등이 추가되면 각각 1만원에서 1만 5000원짜리 정식이 된다. 저녁나절에 주로 하는 코스요리에는 1인분에 2만 5000원짜리 기본정식과 3만 5000원짜리의 민정식이 있는데, 그대가 소중한 이와 처음으로 함께하는 자리라면 약간 무리할지 모르지만, 민정식을 권하고 싶다. 민정식은 나오는 순서에 따라, 녹두죽에 야채샐러드, 탕평채, 찹쌀화전이며 생선전이며 표고버섯전으로 구색을 맞춘 삼색전, 도미찜, 굴이며 소라며 우렁이며 새우가 들어간 모듬해물, 도다리며 도미의 싱싱한 모듬회, 연어쌈, 수삼과 꿀, 해물고추잡채, 홍어와 돼지고기에 보쌈김치를 곁들인 홍어삼합, 구절판, 새우튀김, 갈비찜, 해물냉채, 대구탕, 장어구이 등이 나오고, 마지막으로는 민들레밥상의 반찬과 밥에 누룽지가 함께 나온다. 민들레에는 10여 개의 방에 130석의 자리가 있어 얼마든지 대형 모임도 가능하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내려 7번 출구를 나와 시티극장에서 골목으로 접어들어 50미터쯤 언덕길을 올라가면, 골목 막다른 곳에 푸치니(02-552-2877)라는 정통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있다. 일찍이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곧장 이탈리아로 건너가 로마에 있는 페스타라 음악원에서 10년 가까이 유학을 하고 돌아와 모교에서 강사를 지낸 테너 안종선씨가 주인인데,1998년에 자신이 살던 양옥을 개조하여 3층까지 한결 깔끔하고 격조 있는 레스토랑으로 바꾸어 놓았다. ●유학생활 10년동안 익힌 미각 잘살려 투명한 유리창으로 지붕을 덮은 정원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소중한 이와 함께 정통 스파게티며 파스타를 즐기고, 밤이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도 헤아릴 수 있는데, 푸치니의 지배인으로 있는 피아니스트 안토니오 파텔라씨의 감미로운 연주까지 들을 수 있다면 더욱 소중한 시간이 될 터이다. 볼로냐의 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서울발레단의 음악감독으로 왔다가 8년 넘어 머무르고 있는 안토니오씨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안종선씨의 테너 독창까지 들을 수 있다면 거기에서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푸치니의 손님들은 거의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들이고, 그만큼 주인 되는 이의 정통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주로 이탈리아인들을 위시한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데, 기실 10년 가까이 이탈리아에 유학하면서 정통 이탈리아 요리의 미각을 익힌 그이가 귀국하자마자 푸치니를 차린 것도 그때까지 우리나라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들이 그의 미각을 만족시키지 못한 때문이었다. 그이는 통밀에서부터 치즈같이 이탈리아 요리에 필요한 재료들을 거의 대부분 이탈리아에서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푸치니에서 레스토랑의 이름을 내걸고 손님들에게 특선메뉴로 내놓는 ‘스파게티 알라 푸치니’는 푸치니 스페셜로 부르기도 하는데, 볼로냐와 피렌체 사이의 산간지방인 폴리아에서 주로 먹는 토속음식으로 파마산 치즈 중에서도 3년산 레지아노 치즈를 사용한다. 이 치즈는 무게가 35kg이 나가는 거의 맷돌만한 크기인데, 치즈 가운데에 홈을 파서 홈에 ‘바카디151’이라는 높은 도수의 럼주를 붓고 불을 붙여 치즈를 녹인 후에 여기에 스파게티며 야채를 넣어서 비벼내는 식이다. 1인분에 1만 8000원인 이 푸치니 스페셜은 강한 화력으로 럼주가 증발한 후에도 그윽한 향이 남아 여성들도 즐기는데, 요리사가 주방에서 나와 손님 앞에서 직접 시연을 펼치고 서브까지 한다. ■다국적 요리·술 한자리에 지하철 2호선 강남역 7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바로 출구 앞에 레비스(02-565-5959)라는 퓨전요리집이 있다. 간판에도 버젓하게 내세운 ‘다국적 식주공간(食酒空間)’답게 한식, 중식, 일식, 양식을 위시해서 세계의 퓨전요리들을 거의 망라하고 있다. 이를테면 우리의 옛날두부김치에서 매운낙지볶음, 직화구이곰장어, 신닭발, 화이어뽈에서 일식의 해물오코노야키, 해물 스테미나나베, 후지볼케이노롤, 모리아와세, 겐키도리, 중식의 광동갈비, 팔보라조, 타이치킨, 홍콩야식, 깐소꽃게, 양식의 레비스초이스, 새우퐁듀, 철판돈가스, 시푸드치즈그라탕, 치즈칠리치킨, 파에리아 이외에도 훈제연어허브샐러드, 아보카드샐러드, 펌킨셀러드에 군고구마베이컨 피자, 데리야키 치킨피자에 소이웰빙파스타까지 모두 100가지가 넘어 미처 종류를 헤아릴 수 없는 요리들을 1만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고 있다. 거기에 술 또한 우리의 백세주며 천국, 설중매를 위시해서 일본의 나마조조나 고노이즈미부터 중국의 죽엽주와 금화고량주, 공부가주, 죽봉주에 와인이며 양주, 생맥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비하여 20대의 신세대들은 물론 30,40대의 취향에도 뒤지지 않게 구비해 놓았다. 다국적 요리들이라고 해서 결코 싸구려로 맛이며 정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레비스에서는 이 다국적 요리들을 위해 대학에서 조리학과를 나온 젊은 조리사들이 각각 한중일양으로 나누어 모두 12명이 주방을 맡고 있다. 게다가 직접 조리를 담당하지 않은 관리직들도 저마다 한두개씩은 조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퓨전요리를 개발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기도 한다. 레비스에서 개발해낸 퓨전요리 중의 하나로 훈제연어 허브 샐러드는 훈제연어에 비타민이라는 야채, 케이퍼라는 서양배추 봉오리, 치커리, 물냉이, 양상치, 트레비스라는 보라색양상치, 천연의 천도복숭아, 가늘게 채 썬 양파를 올리브유로 드레싱해내는 식이다. 팔보라조는 갑오징어, 해삼, 새우, 참소라, 피조개 등의 해산물에 죽순, 표고버섯, 양송이버섯, 베이비콘을 넣어 매운 소스로 볶아내는 식이다. 그러나 레비스의 뛰어난 점은 380평에 360석이라는 대형 홀에 대한 섬세하고도 세련된 실내 디자인에 있을 터이다. 홀을 크게 나누어 한식의 분위기를 살린 공간, 일식집의 분위기를 살린 공간, 중식집의 분위기를 살린 공간에 양식집 분위기의 이국적 공간에 이어 룸살롱처럼 화려하고 푹신한 둥근 소파의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요리며 술을 맛보며 소중한 이와 함께 저녁 한때를 즐길 수 있다.
  • 집값 상승세 확산 기지개! 신기루?

    집값 상승세 확산 기지개! 신기루?

    수도권 주택시장에 봄 기운이 불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꿈틀거리고 부동산중개업소에는 거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결혼 시즌을 앞두고 아파트 전세 수요도 늘었다. 분양 시장에도 밀물이 몰려온다. 오랫동안 분양을 미뤘던 건설사들이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공급을 재개할 채비를 하고 있다. 주택시장이 곧바로 활황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멀리서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 감지된다. ●일반아파트까지 옮아… 거래 문의 증가 연초부터 오르기 시작한 수도권 아파트값은 설 이후 봄 이사철로 이어지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급매물이 소진된 데다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도입이 지연되고 2종 일반주거지역 층고제한 폐지 정책이 발표되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호가가 강세로 돌아섰다. 개포동 주공 1∼4단지 아파트는 연초보다 3000만∼4000만원 올랐다. 은마 및 대치 진달래 아파트 등도 2000만∼5000만원 상승했다. 잠실 주공 5단지 아파트 매물도 3000만원 이상 올려 내놓고 있다. 서울발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은 수도권으로 번졌다. 광명시 재건축 아파트값은 연초보다 5% 정도 올랐다. 과천·의왕 재건축 아파트도 1000만∼2000만원 뛰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시작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아파트값 상승세는 일반 아파트로 옮아갔다. 서울 강남·목동, 신도시 아파트값은 연초부터 매주 상승세를 띠고 있다.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면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현상도 뚜렷해졌다. 거래 문의도 늘고 있는 추세다. 김태호 부동산랜드 사장은 “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강남, 신도시 아파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폭등 현상은 없겠지만 아파트값 오름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파트 분양도 기지개 수도권 대규모 아파트 분양이 대기하고 있다. 동탄 신도시에서도 막바지 아파트 분양이 대기 중이다. 서울에서는 1차 동시분양이 무산된 이후 3월부터 본격적인 분양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100가구 미만의 소규모 단지이지만 입지여건이 빼어난 곳이 많아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마포구 창전동 쌍용건설 아파트 635가구는 215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이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역세권 아파트로 대기 수요가 많다. LG건설이 짓는 여의도 한성아파트 재건축과 주상복합아파트도 다음달 초 분양한다. 아파트 47∼79평형 580가구(일반분양 250가구)와 오피스텔 350실로 이뤄졌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용산 시티파크 옆에 짓는 ‘파크타워’주상복합아파트도 관심을 끌고 있다. 아파트 32∼79평형 888가구(일반분양 268가구)와 오피스텔 52∼93평형 126실이다. 인천에서는 1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 분양이 줄을 잇는다. 다음달 인천 동시분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 가운데 학익동 풍림산업 아파트는 2090가구의 초대형 단지.25∼58평형으로 모두 일반분양 아파트다. 송도신도시와 가깝고 주변에 법원·검찰청 등 공공시설이 들어서고 대형 할인점도 자리잡고 있다. 주안동 주공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아파트도 나온다.27∼47평형 3160가구 단지로 일반분양분도 780가구에 이른다. 풍림산업과 벽산건설이 함께 짓는다. 한신공영이 짓는 가좌동 가좌주공1단지 재건축 아파트 2276가구도 나온다. 이 중 646가구가 청약통장 가입자 몫이다. 부평구 삼산동에서는 엠코가 708가구를 분양한다. 경기도에서는 대우건설이 이달 말 안산 고잔지구에서 38∼61평형 705가구를 내놓는다. 화성 동탄신도시에서는 다음달 초 사실상 마지막 물량이 공급된다.6개 업체가 4754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일반 분양 아파트 1838가구와 임대아파트 2916가구로 나뉘어졌다. ●결혼시즌 앞두고 전세 수요 증가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시장도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봄 결혼 시즌을 앞두고 신혼 보금자리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값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시기에 전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세 보증금 하락이 일단 멈췄다. 전세 수요가 많은 곳은 전철역 주변 대규모 단지 새 아파트. 전철역 주변 20∼30평형 새 아파트 전세는 설 이후 강세로 돌아섰다. 김치영 공인중개사는 “입지가 빼어난 곳에서는 전세가가 오르는 만큼 수요가 몰리는 3월 이전에 미리 구해놓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저금리·코스닥 열풍으로 ‘高성장’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면서 재정경제부는 내심 1999년을 그리워하는 모습이다.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2년도 채 지나지 않았던 그해,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이 9.5%였다. 전년도인 98년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6.9%,99년초 재경부의 경제성장률 예상 전망치 2%를 고려하면 ‘놀라움’ 자체였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이 큰 버팀목이 됐다.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주가지수가 1000을 넘어섰다.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육성정책이 밀레니엄 특수를 맞아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한 코스닥 열풍으로 이어졌다.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도·소매업 매출액이 전년 대비 42%나 늘어났다. 환율 급등으로 내수는 침체됐지만 가격경쟁력이 생겨 경상수지 흑자는 240억달러였다. 환율 급등에 정부가 해외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외국자본유치에 적극 나서는 등 ‘바이코리아’ 열풍도 불었다. 고(高)성장은 했는데 99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8%. 인플레 압력없이 고성장하는 ‘신경제’가 됐다는 희망도 나왔다. 그해 3월부터 분양권 전매가 허용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달아올랐다. 그늘도 있었다.‘떴다방’이 등장했고 이때부터 서울 강남과 분당 신도시 등 특정지역의 아파트값만 뛰었다. 빈부격차도 커지면서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주가지수는 2000년 한해 동안 반쪽이 됐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요절가수 김광석 팬 모임 ‘둥근소리’

    요절가수 김광석 팬 모임 ‘둥근소리’

    “광석 아저씨께. 오늘은 1월6일, 아저씨 기일(忌日)이네요. 더 보고 싶어지는…. 더욱 그리워지는 그날이네요. 추위에 떨면서 혼자 옥상에 올라가 술 한잔 하고 아저씨 노래를 듣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겁니까?” ‘반토막’으로 불리던 가수 김광석은 하늘로 갔지만,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그를 보내지 않고 있다. 반토막이란 키가 161㎝ 밖에 안 되는데도 목소리만은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탓에 선배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1996년 1월 어느날 새벽 김광석이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돼 찢어질 듯 가슴 아팠던 이들이 ‘둥근소리’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노래와 이웃사랑으로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고 있다. ●’반토막’을 사랑하여 일요일인 지난 9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광진구 군자동 군자공원길 후미진 골목에 자리잡은 3층짜리 건물의 지하 1층엔 젊은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더러는 악기를 짊어지고 나타난 이들 11명은 전국에 퍼져있는 3500여회원 가운데 극성 회원들이다. 회원은 중학생 등 10대에서부터 50대도 더러 있지만 30∼40대가 80%를 차지한다. 모임의 총사령탑이라 할 ‘소리지기’를 지낸 김주연(33·여)씨는 “광주에서 비행기로 올라온다고 했던 회원 2명이 다음 정팅(정기 미팅) 때로 연기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모인 것은 정기 연주회에 대비한 연습 때문이다. 김광석이 숨진 해에 ‘머리를 올린’ 뒤 올해로 벌써 10번째인 공연은 다음달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제콘서트홀에서 열린다.1·2부로 나눠 오후 4시,7시 두 차례 공연이 이뤄진다. 회원 13명이 15곡 정도를, 게스트로 출연하는 가수들이 5∼6곡을 부른다. 올해에는 박학기 등 동물원 멤버와 ‘자전거 탄 풍경’을 초청할 계획이다. 부지런히 휴대전화를 걸던 회원들은 오후 4시를 조금 넘기자 올 사람은 다 왔다고 여겼는지 연습실로 모였다. 방음장치를 갖춘 연습실에는 드럼과 건반 등 악기가 눈에 들어왔다. 김광석이 통기타와 함께 세트로 연주하던 하모니카도 빼놓을 수 없다. “하나, 둘, 셋, 둘, 셋, 둘…. 먼저 코드부터 통일하자.” 시원스러운 목소리로 동료들을 푸근하게 하는 소리지기 이민희(31·회사원)씨의 주도로 연습이 막을 올렸다. 이씨는 “정기 공연인 ‘작은 음악회’를 앞두고부터는 4개월 동안 일주일에 하루, 적어도 4시간씩은 호흡을 맞춘다.”고 귀띔했다. 김광석이 살아 생전에 즐겨 부르던 밥 딜런 원작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가 연습 첫번째 곡으로 꼽혔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물 속으로 나는 비행기/하늘로 나는 돛단배‘ 한참 연주와 노래가 시끌벅적 어우러지며 신명을 뿜나 했더니 어느 한 회원이 “너무 빨라.”라고 외쳤다.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 가운데 여러 의견이 오갔다. 조율작업이 벌어지는 것이다. 연습은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부치지 않은 편지’ 등으로 이어지면서 3시간 만인 오후 7시에 막을 내렸다. ●왜 김광석인가? 기타리스트 김장호(30·회사원)씨는 “딱히 악기마다 지도자를 둔다거나 리더가 있는 게 아니라 회원들이 저마다 평소 연구하다, 모이면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한다.”면서 “공연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동호회의 특장점”이라고 수줍게 웃었다. 김수진(33·여)씨는 “여느 가수들과 달리 팬들을 직접 만나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마음 속에 살아 숨쉬는 김광석을 사랑하고, 마음씨 넉넉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그를 아직도 못 잊어하며 모여드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팬들과 얘기하기를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던 그와 한밤중에 채팅을 하다가 불쑥 ‘술 한잔 하자.’며 즉석미팅을 갖기도 했단다. 회원들은 김광석을 ‘아저씨’라고 부른다. 한 회원은 “나이에 ‘ㄴ자’가 붙는다는 걸 두려워하며 ‘서른즈음에’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이젠 그 나이도 넘어섰다.”면서 “서른 즈음에는 나이 한살을 더 먹는 1월만 찾아오면 한달 내내 아저씨의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고 되돌아봤다. 또 다른 회원은 “봄날처럼 따뜻했던 날씨가 3일장을 지내는 동안 얼마나 추웠던가 하는 기억과 아저씨가 돌아가셨을 때 나이와 맞추기라도 하듯 ‘서른즈음에’가 흘러나왔던 점 등등 이것저것 여러 가지 생각이 겹친다.”고 회고했다. 그는 “살면서 그렇게 가슴이 먹먹했던 때가 몇번이나 있었는지…. 아저씨, 그곳에서는 행복하시죠?”라고 고인을 추도했다. 하지만 회원들은 김광석이라는 인물과의 끈질긴 인연으로 만났지만, 그 때문에 한명의 가수만을 위한 모임으로 한정하지는 않는다. 이 또한 고인이 평소 되풀이한 말들 때문이다. 둥근소리에 대해 김광석은 살아생전 “나 김광석을 위한 팬 모임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류의식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곳으로 꾸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해 왔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1996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메트로홀에서 조촐하게 첫발을 뗀 작은 음악회에서 나오는 수익금 전액을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쓰고 있는 것도 김광석의 제안을 따른 선택이다. 2003년 8월부터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공부방 ‘나눔의 집’에서 음악을 통한 사랑 알리미 역할을 시작했다. 금전적인 도움만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자신들의 특기를 활용하고,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다가서는 노력을 해보자는 뜻이 담겼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동료끼리 우애가 끈끈하다는 점은 둥근소리 회원으로 만나 오는 5월 백년가약을 맺기로 한 권선대(31)·김임선(24)씨의 경우와 같이 더러 커플이 생긴다는 사실. “10년이 지나도록 팬들이 이처럼 두드러지게 활약을 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지적에 “사실은 부끄럽다.”고 멋쩍어한다. 김주연씨는 “언젠가 노래비를 세울 요량으로 벤치마킹하려고 배호 팬클럽을 찾아갔는데, 우리는 ‘쨉’도 안되더라.”면서 “모였다 하면 30∼40명인 데다, 노래비도 3개나 만들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광석을 기념하는 가요제나 장학회 창설을 꿈꾸는 회원도 있다. 김씨는 “배호 팬클럽과 같이 우리 회원들도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성숙한 나이가 되면 기념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김광석이 진행했던 방송프로그램 녹음 테이프를 보관하고 있는 김서령(35·여·피아노학원 운영)씨 등 보통 정성이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낼 자료수집에 노력하는 회원도 많다. 이런 노력과 김광석을 끔직히도 사랑하는 모습 덕분에 주변 도움도 적잖다. 사회에 진출한 김광석 팬들이 연습에 필요한 장비나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는 것이다. 김수진씨는 “둥근소리의 첫 음악회를 앞두고 ‘꼭 가마.’라고 약속했던 아저씨가 공연일을 며칠 남기고 저 세상으로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결국 창단공연은 다음달 추모음악회로 변해버렸다.”고 말을 맺었다. 해마다 김광석의 기일이 되면 회원들 가운데 5∼6명은 그가 잠든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암자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리고 돌아온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등에서 매주 ‘노래 번개모임’을 가질 때면 지나던 시민들이 김광석의 노래를 알아듣고 따라부르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작은 몸집에서 뿜어져나오는 불 같고,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하다가 스러져간 ‘반토막’ 김광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온세상’을 열어가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부동산 어떻게 될까] ‘침체 터널’에 갇힌 집값…거품 더 빠질듯

    [부동산 어떻게 될까] ‘침체 터널’에 갇힌 집값…거품 더 빠질듯

    부동산 시장에는 언제쯤이나 따스한 햇볕이 들까. 지난해 내내 부동산 시장을 짓눌렀던 무거운 구름이 걷히고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기를 정부나 투자자 모두 바라고 있다. 하지만 바람일 뿐 올해에도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비구름이 길게 드리워지면서 침체의 정도가 지난해보다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갖가지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짧은 시간에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기에는 한계가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시장은 일반 경기 흐름이나 정책의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일반 경기 침체는 곧바로 기업 투자 감소와 긴축 경영으로 이어지고 파장은 금융권의 돈줄 죄기로 번지기 마련이다. 불똥은 곧 부동산 시장 침체로 옮겨 붙는다. 때문에 일반 경기가 침체하면 부동산 시장은 바로 고꾸라지고 원상태로 되돌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일반 경기 침체는 외환위기 때와 다르게 해석된다.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친 내수부진, 기업 투자의욕 감퇴 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겹쳐 일어난 침체로 보아야 한다. 갑작스럽게 맞은 KO펀치가 아니라 그로기상태에서 당한 타격이라서 회복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도 투기억제정책,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 세제 강화 등이 겹쳐 하루아침에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 주택 주택경기는 특히 일반 경기와 정책변화에 바람을 많이 탄다. 그런 면에서 새해 주택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깊은 불황이 점쳐진다. 지난해 워낙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쉽게 회복할 수 있는 기력을 잃은 데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옥죄기 주택정책 기조도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아파트값은 새해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 확실시된다. 하락 기울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외곽과 서울 변두리에서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순 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새해 집값·전셋값의 동반하락을 점쳤다. 김 박사는 집값은 연간 3% 정도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과잉과 투기억제책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을 원인으로 꼽았다. 크게 증가한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급격한 수요감소를 가져왔다고 보는 견해다. 올해 신규 입주 주택은 지난해 입주 물량(44만 8000가구)보다 많은 52만가구 정도로 예상된다. 무주택자가 줄어들어 수요는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증가한다. 지난해 15만 5000가구 수준이던 신규 아파트 물량이 새해에는 19만 5000가구로 4만 가구가 늘어난다. 공급 과잉은 투기억제 대책과 맞물려 가격 하락을 압박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전셋값은 하락폭이 더 커 연간 4∼5%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신규 아파트 입주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과 역전세난 확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전략연구소도 올해 집값이 평균 3∼4%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매매가는 3.5%, 전셋값은 5.0% 각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의 변화도 집값 하락을 더욱 부채질한다.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 실시 방침이 나오면서부터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곤두박질친 것만 보아도 집값이 정책의 흐름에 얼마나 민감한 지 알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주택가격 공시제, 과표 현실화 등도 아파트값 하락을 압박하는 수단이다. 다주택·고급주택 보유 자체만으로 무거운 재산세를 물리는 종부세는 수요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실거래 기반의 과표현실화 역시 아파트 거래를 오므라들게 하고 있다. 아파트를 사고팔 때 내는 거래세가 지금보다 3∼4배 올라가기 때문에 거래 자체가 끊긴다. 주택가격공시제 역시 집값을 실거래가에 맞춰 매기는 제도로 세금 줄이기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만큼 거래 욕구를 크게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청약시장도 불황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지방 아파트 시장 미분양은 그만두고라도 분양성이 좋다는 수도권까지 빈집이 늘고 있다. 수도권은 새해에 입주물량이 가장 많기 때문에 시장 침체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다만 판교신도시는 사상 최고의 청약경쟁률이 예상된다. 투기과열지구 해제, 분양권 전매금지 완화 정책의 변화가 따르는 지역도 청약시장이 다소 움직일 수 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토지 집값 하락 예상과 달리 토지 시장은 약보합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거래가 증가하고 가격이 급등하는 호황은 기대할 수 없지만 주택보다는 거래 규제 강도가 느슨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토지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국책사업 착공, 택지지구 개발지구 주변은 소폭이나마 오를 가능성도 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새해 땅값을 지난해(3.0%)보다 둔화된 1∼2%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토지공사는 평균 0.6%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건설경제협의회는 전반적으로 땅값 상승률은 둔화되나 신도시 건설지역 및 지역균형발전계획에 따른 개발예정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연간 3% 정도의 상승률을 점쳤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투자의욕이 감소하고, 충청권을 중심으로 불었던 사재기 바람이 진정되고 있는 것을 근거로 한다. 각종 지역개발 호재가 이미 반영돼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고 가격도 오를 만큼 올라 추가 상승 여력이 소진된 것도 더이상 가격 상승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하지만 국지적인 상승이 예상되는 곳도 있다. 충청권도 신행정수도 건설 후속대책이 최종 확정되면 주변 토지 시장이 다시 꿈틀거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당초 후보지로 예정했던 연기·공주지역 토지를 사들이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이르면 2월말 행정수도의 윤곽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도시 주변, 공공기관 이전 예정 지역은 땅값 상승과 거래 증가가 따를 수밖에 없다. 대규모 택지개발지역 주변 땅값도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 농지, 임야 등이 빠지면서 유동 자금이 주택에서 토지로 이동할 가능성도 커졌다. 농지법 개정으로 도시민의 농지 소유 제한 완화도 땅 투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로 급등이나 거래 활성화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오피스 상가·오피스 시장도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상가 부진을 예상하는 근거는 뭐니뭐니 해도 내수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음에 따라 문을 닫는 업소가 늘고 있는 추세다. 소형 상가뿐 아니라 대형 상가도 입점이 안 된 경우가 수두룩하다. 권리금은 그만두고 보증금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오는 4월부터 선시공 후분양제도가 도입되면서 분양규제도 따른다. 이에 따라 공급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법 개정에 따라 상가도 토지매입과 건축허가를 마친 뒤 공개분양을 실시해야 하므로 안전한 투자여건이 조성되겠지만 공급 비용을 증가시켜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 시장도 밝지 않다. 경기침체로 신규 창업이나 사업 확대를 꺼리는 바람에 사무실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무실 면적을 줄여 이사하는 경우도 흔하다. 빈 사무실 증가와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오피스 정보를 제공하는 샘스에 따르면 서울 중심권과 강남권 등 대형 빌딩이 밀집한 곳에서 공실률이 증가하고 임대료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 도심이나 강남권역도 공실률이 5%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흔히 연초에는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렸으나 파이낸스센터, 흥국생명 빌딩 등 대형 빌딩에도 빈 사무실이 늘어나고 있어 새해 임대료 상승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 외곽 빌딩들은 전세를 보증부 월세로 돌리면서 임대료를 깎아주고 있는 추세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연말연시 대목 맞은 점집

    연말연시 대목 맞은 점집

    “내년 사주에 어두운 기운과 밝은 기운이 같이 있어요. 집안 어른이 안 좋은 일을 당할 순 있지만 어딘가 자리잡을 수는 있을 것 같네요.” 지난 27일 저녁무렵 종로3가 지하상가.20대 남녀 한 쌍이 ‘사주 3000원’이라는 현수막이 걸린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른바 ‘지하철 점집’이다.40대 여자 역술인과 간이 탁자 사이로 마주앉은 이들. 세밑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심각한 표정이다. “올해 계속 취업이 안 됐죠. 내년부터 관운이 풀리는 것으로 나오네요. 공무원 등 각종 시험운이 좋아요.”역술인의 설명에 이들의 얼굴은 점차 풀어졌다. 역술인의 말 한 마디가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새해선물’이었다. ●점집 ‘도심 속으로’ 점집은 연말연시가 되면 토정비결 등 운수를 알아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마련.“12월부터 설까지 번 돈으로 한해를 먹고 산다.”는 말이 이쪽 업계의 정설이다. 지난달부터 점집이 종로와 명동 등 도심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벌써 예닐곱 군데나 된다. 천막으로 급조한 게 아니라 어엿한 매장의 형태를 갖췄다. 거느린 역술인만 10명 가까이 될 정도로 제법 규모도 있다.2호선 을지로입구역,1호선 종로3가역 지하상가 등 ‘알짜배기’터에 자리잡고 있다. 가격도 3000원에서 1만원 사이로 저렴한 편. 하루 평균 100여명이 들락거린다. 역술인들을 도심으로까지 이끈 건 불경기다.‘각개 전투’가 잘 안 되니까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시내에 자리를 잡은 것이고, 동시에 미래를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났다는 뜻이다.‘귀는 얇지만’ 극심한 취업난에 고통 받고 있는 젊은 층이 주 공략대상이다. 을지로입구역 부근에서 점을 봐 주는 역술인 김남일(42)씨는 “손님 가운데 한창 취업난을 겪고 있는 20·30대가 절반 이상”이라면서 “호기심으로 보는 이들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하게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상담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 역술집은 이대와 홍대 등 대학가와 압구정동의 사주 카페가 유명하다.90년대 초부터 들어섰던 사주 카페는 이제는 젊은이들의 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가 됐다. 사주 카페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이대 부근에는 20여곳이 성업중이다.1만원에 사주와 취업, 결혼운 등을 귀띔해준다. 이밖에도 유명 포털 사이트를 비롯한 1000여개의 점 사이트가 온라인에서 활동중이다. ●미아리는 “가게세 내기도 벅차” 미아리 점집 거리는 국내 최대의 점성촌(占星村). 모두 80여곳의 점집들이 간판을 내고 있다. 신내림을 받은 무속인 대신 역술인들이 대부분이다.5만원 정도에 사주를 볼 수 있지만 무속인들에게 부적을 받으려면 최소한 십만원 이상 써야 한다. 이곳도 최근 불경기의 ‘직격탄’을 맞고 흔들리고 있다.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연말이면 미래를 알아보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대던 거리가 요즘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지난해까지 찾던 일본 단체 관광객들도 발길이 끊겨 아예 돈줄이 마를 지경이다. 20년째 이곳에서 가게를 지키고 있는 강모(54·여)씨는 “예년의 절반도 안 되는 하루 서너 손님만 찾는다.”면서 “업종을 바꾸려 해도 사주 상에 장사 운이 있는 사람들도 망하는 판국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불확실성의 시대’를 점으로 풀어가려는 사람은 언제나 있다. 지난 27일 미아리 점집 거리를 찾은 최모(50·여)씨는 “남편이 명퇴를 해 수입은 뻔하지만 딸의 진로를 알아보기 위해 점집에 들렀다.”면서 “점이 가려운 곳은 긁어주고 궁금한 점을 어렴풋하게나마 알려주기 때문에 1년에 한두번은 들른다.”고 말했다. 강북은 인사동과 삼청동, 강남은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각각 20여곳의 점집이 몰려 있다. ●심리적 불안 해소의 ‘비상구’ 그렇다면 점집을 찾는 사람들의 심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심리학자들은 불경기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점집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마지막 비상구”라고 지적한다. 한국외대 사회과학대 허태균(심리학 사회심리 전공) 교수는 “사람들은 경제난이나 취업난 등 어려운 일이 한꺼번에 닥치면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판단할 수 있는 자기 통제력을 상실한다.”면서 “이 상태에서는 불가피하면서도 외부에 있는 이유인 ‘팔자’를 찾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보다 점으로 어려운 상황을 납득하는 게 정신 건강에 훨씬 좋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한국역술인협 박형용 사무총장 “‘점쟁이’가 되려면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죠. 인터넷에서 상담해 주는 역술인들은 모두 자격증 소유자입니다.” 사단법인 한국역술인협회 박형용 사무총장은 “역술인은 무속인과 다르다.”면서 “역술인들은 공부를 통해 이치를 터득한 ‘학자’”라고 강조했다. 한국역술인협회는 지난 1968년 ‘한국역리인협회’로 문화부에 등록됐으며,1992년 사단법인으로 전환된 단체다. 약 5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민간자격검정시험을 통한 역술인 양성도 이 단체의 주요사업 중 하나다. “물론 자격증 없이 점(占)을 친다고 해서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역술의 기본인 명리학, 관상학, 풍수지리학 등이 학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공부를 열심히 해 자격증을 딴 사람이 더 믿을 만하지 않을까요.” 박 사무총장은 “뭐니뭐니해도 결국 잘 맞히는 사람이 역술인으로 성공하게 돼 있다.”면서 “경험상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이 잘 맞히더라.”고 비법을 흘려주었다. 협회에서 연 2회 실시하는 역술인 자격시험에는 5개 과목에 걸쳐 20문항씩 총 100문항이 출제된다.▲사주팔자를 보는 명리학▲얼굴을 보는 관상학▲이름을 풀어내는 성명학▲괘를 뽑아 운명을 감정하는 육효학(주역)▲지리적 환경을 고려하는 풍수지리학 등이 해당 과목이다. 각 과목별로 6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한다. 박 사무총장은 “매해 약 100∼150명이 시험을 치른다.”면서 “협회에서는 이 시험을 국가공인 시험으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좀더 체계적으로 역술인을 양성하기 위해 협회직영으로 학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수강생은 1년에 두차례 모집하며(5개월 과정) 현재 75기 수강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수업은 시험과목과 똑같이 다섯 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수강생들은 5개월 정규과정이 끝나면 5개 과목 중 하나의 전공분야를 정해 1∼2년 정도 더 집중 공부를 한다. 그 후 역술인으로 개업을 하게 된다. 사주팔자를 보는 명리학은 역술의 기본이기 때문에 수강생 누구나 심도있게 공부하며, 그외 과목 중 수강생들은 돈벌이가 잘 되는 관상학과 성명학에 많이 몰린다고 한다. 풍수지리학은 어렵기 때문에 인기가 없는 편이란다. 박 사무총장은 “앞으로 자격검정시험을 철저히 실시해 무속인 및 비자격 역술인과의 차이를 벌여나갈 생각”이라면서 “점을 치러 갈 때 자격증소지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역술인과 무속인은… 포괄적인 의미의 역술인(易術人)에는 역술을 하는 사람과 무속인(巫俗人)이 포함된다. 그러나 둘은 엄연히 다르다. 역술인과 무속인의 차이는 종교학과 신학의 차이와 비슷하다. 역술인은 학문을 하는 사람에 가까운 반면, 무속인은 신을 숭배하는 신앙인에 해당한다. 점을 보는 방식 또한 다르다. 역술인은 명리학 등 주자학 이전의 유교와 관상학, 풍수지리학 등의 전통 학문을 익혀야 한다. 역술의 기본인 사주팔자는 사람이 태어난 연(年), 월(月), 일(日), 시(時) 등의 사주(四柱)와 생년월일과 생시를 60갑자로 풀어낸 팔자(八字)로 인생을 풀이한다. 무속인은 옥황상제, 일월성신 등 하늘 땅 바다의 신령들과 관성제군, 최영장군 등 중국과 한국의 역대 장군 등을 몸주로 받아들인다. 몸주와의 교감에 따라 사자(死者)를 불러들이거나 미래에 대해 내다볼 수 있다. 무속인도 두 종류로 나뉜다. 강신무(降神巫)는 내림굿을 통해 신을 몸에 받아들인 경우. 보통 한강 이북지역에 분포돼 있다. 이와 달리 세습무(世襲巫)는 말 그대로 혈통을 따라 사제권이 대대로 계승되는 무당이다. 주로 영·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하지만 요즘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 넓은 의미의 역술인은 국내에 30만명 정도.20만명이 무속인이고 나머지는 협의의 역술인이다.10만명 가운데 5만명은 한국역술인협회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비공식적으로 역술을 익힌 사람들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삶과 경영이야기] (36)NHN 김범수 대표

    [삶과 경영이야기] (36)NHN 김범수 대표

    중국과 일본에서 김범수(38) NHN 대표는 ‘미래에서 온 사람’으로 통한다. 자신들보다 저만치 앞선 한국의 인터넷 문화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인 만큼 그가 하는 얘기들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그는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의 향후 흐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 이 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미래의 키워드는 네트워킹이다!” 1991년 봄. 서울대(산업공학)에서 석사 논문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후배의 자취방에 들른 게 오늘날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PC통신 태동기였던 당시 10명 정도가 동시 접속해 채팅 등을 하도록 지원하는 네트워킹 시스템인 사설 BBS(Bulletin Board System)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아∼이런 세상도 있구나!”라며 미래의 네트워킹 시대를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남들은 잘 나가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지원했지만 컴퓨터 분야가 승산이 있다는 막연한 일념으로 졸업후 삼성SDS에 특례 보충역으로 들어갔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일을 하던 1995년, 그는 삼성의 PC통신 사업인 삼성유니텔 설립을 위한 태스크 포스팀에 지원했다. 당시 그는 국내 통신시장의 대세가 PC통신이 아닌 인터넷으로 바뀌고 있음을 직감했다. 확신도 섰다. 창업을 하기 위해 1998년 9월 사표를 던졌다. ●목표 설정이 성공의 절반 스스로를 “착실함이 첫 번째 강점”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장기 목표와 그에 따른 단기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는 스타일이다. 그의 착실함은 학창시절에서 잘 드러난다. 고등학교 입학 이후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세우고 매일 새벽 1시면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2남 3녀 중 장남인 그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한 까닭에 ‘나의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한다.’는 모토를 어릴 때부터 갖게 됐다.TV, 친구 등 방해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과후 집에 오면 곧바로 잠자리에 들고 한밤중에 일어나 공부했다.3년만에 뜻한 대로 1986년 서울대 산업공학과에 진학했다. 국내 최초 게임포털인 한게임도 미래는 인터넷 시대임을 예감한 삼성SDS 재직때의 창업 구상이었다. 인터넷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만큼 게임이 가장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고 판단했던 것. 곧바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삼성SDS 재직때인 1998년 6월 서울 행당동 한양대 앞에 48대 PC를 갖춘 전국 최대 규모의 PC방을 열었다.6개월만에 5000만원을 벌었고, 그해 연말에 강남 삼성동에 사무실을 따로 내고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본격 가동했다. ●“조조보다는 유비가 되어라.” CEO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그는 주저없이 ‘유비 정신’을 꼽는다. 경영이란 사람을 통해 일하는 것인 만큼 좋은 사람을 곁에 두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지론이다. 아직 큰 시련 한 번 격지 않고 단숨에 국내 1위 포털 업체의 CEO로 거듭난 것도 자신의 두 번째 강점인 ‘인화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게임산업협회장이 된 것도 주변에 적이 없어 가능했다고 덧붙인다. 정치적 줄서기가 없고 경영진간에 신뢰하는 문화가 NHN의 가장 큰 자랑이란다. NHN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도 ‘좋은 사람’ 덕분이라고 밝힌다. 좋은 직장(삼성 SDS)을 팽개치고 PC방에서 한게임 창업을 준비하며 동고동락한 문태식 한게임 부문장,SDS 입사 선배이자 네이버컴㈜과의 합병을 제의했던 김정호 NHN차이나 대표, 일본 사업을 성공시킨 그의 친구 천양현 NHN재팬 대표가 그들이다. 합병 파트너인 네이버컴 이해진 부사장도 평생의 동반자다. 국내 1등 포털을 목표로 1000만 이용자 기반을 가진 한게임과 자금 및 아이디어가 풍부한 네이버컴이 만나 계속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일을 벌이는 김 대표와 이를 다듬어가는 이 부사장의 파트너십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직의 인화를 바탕으로 그는 비전을 세우고 일을 추진하는 CEO다.2000년 당시 ‘인터넷은 공짜’라는 인식을 무릅쓰고 업계 최초로 게임과 포털의 유료화를 단행,NHN의 수익 창구를 대폭 확대해 오늘의 NHN 동력을 키워냈다. 어느 나라에서든 그 나라에 맞는 포털 강자가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몰리는 포털 이용자들의 특성으로 포털은 1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 국내 시장의 최대 강자로 자리매김한 NHN이 포털이 아닌 게임 부문에 중점을 둔 해외 투자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 재팬과 네이버 차이나는 중국과 일본 현지에서 성공해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넷 사업의 미래는 게임에 있다!” 예컨대 지난 3·4분기 기준으로 매출은 NHN(177억원)이 다음커뮤니케이션(100억원)보다 1.7배 정도만 앞서지만 시가총액은 NHN 1조 3562억원, 다음 4039억원으로 3.4배 높다. 해외투자 성공여부가 시장에서 둘의 격차를 크게 벌려 놓은 것이다. 나아가 NHN은 최근에 국내와 해외로 NHN의 사업부문을 분리했다. 그는 NHN 총괄 CEO이면서 해외부문 담당 CEO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 사업에 전력 투구하겠다는 의도다. 일본·중국에 이어 내년에는 영어권 국가에 게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동남아시아 영어권 국가에서 경험을 쌓은 뒤 미국에 진출할 지를 고민 중이다.2001년 미국의 9·11 테러로 전국이 충격에 휩싸이면서 한게임USA가 현지 준비 9개월만에 철수했던 경험이 있다. 김 대표는 언젠가는 게임으로 승부를 겨루는 국제 게임 올림픽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나는 전형적인 B형 남자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CEO 10명 중 4명은 B형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도 B형이다. 그는 B형 남자가 바람기와 성질(?)이 있다고 하지만 창의력과 추진력도 두루 갖춰 CEO 중 B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업계 인사들과 골프장을 찾는다. 함께 운동하고 식사까지 하면 친해지는 만큼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골프는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해진 부사장과 공동대표를 맡다가 단일 대표로 나섰던 것도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적극성이 컸다는 것이다. 요즘엔 건강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일주일에 최소 세 번은 소주 한병을 비워야 하는 술자리가 있어 건강검진은 필수란다. 반신욕 열풍이 불기 훨씬 이전인 5년전부터 아침마다 반신욕도 즐기고 있다.40분 동안 사업 아이디어 등 생각을 정리하는 자신만의 시간으로 활용한다. 김 대표는 대학 1학년때 ‘회색 도시’를 주제로 한 벽화가 오늘날 성공 모티브가 됐다고 소개했다. 빌딩 숲속에서 사무실 창밖을 통해 밖을 바라 보는 화이트 칼라의 직장인을 자신의 미래 모습으로 설정하고 달려 왔단다. 이런 일념이 그를 강남 스타타워 34층에서 7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CEO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불혹이 되기도 전에 국내 최고 포털기업을 키워내면서 일단 첫 번째 꿈은 이뤘다고 자평했다. ●균형있는 삶, 꿈꾸는 삶을 살자 이제는 성공 모드를 바꾸기로 했다. 균형있는 삶을 모토로 글로벌 경영과 함께 가족도 챙기겠다는 말이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오는 사이 아들 상빈(11)과 딸 예빈(9)이에게 아버지의 말이 통제력을 갖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충격이 작지 않았기 때문. 한달 전부터 매일 오락 게임을 1시간씩 같이 하며 ‘가족의 울타리’를 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보통 부모라면 아이들이 게임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에 그는 “아니다.”라고 했다. 게임을 못하게 한다고 그만둘 아이들이 아니다. 부모와 함께 게임을 하면 불건전한 채팅 등을 막을 수 있다. 최근엔 부인 형미선(36)씨에게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골프를 배우라고 권했다.6개월만에 남편을 능가하는 골퍼가 됐다며 뿌듯해 했다. 그의 좌우명은 모두 꿈과 관련돼 있다.‘꿈꾸는 자만이 자유롭다’ ‘꿈을 꿈으로 끝내지 말고, 꿈을 끝내지 않고’… 등. 꿈을 꾸면 방향과 목적이 생기기 때문이다. 꿈을 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 실천하면 목적이 달성된다는 것이다. “미래는 도전하는 자의 몫이다. 열심히 준비하고, 준비되면 도전해라.” 오늘도 그는 네이버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분주히 미래를 준비한다. ■ NHN은 NHN은 인터넷 검색 포털 ‘네이버’와 게임 포털 ‘한게임’을 운영하는 인터넷 전문 그룹이다.NHN은 넥스트 휴먼 네트워크를 뜻한다. 1999년 6월 네이버컴㈜으로 출발해 2000년 7월 한게임커뮤니케이션과 합병, 본격적인 인터넷 포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2001년 9월, 현재의 NHN으로 사명을 바꾸고 2002년 10월 코스닥 시장에 등록했다. 2002년 닷컴 업계 최초로 순이익 100억원 시대를 열었으며,2004년 상반기 회사 설립 6년만에 반기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코스닥 인터넷 업종 시가총액 1위 회사로 발돋움했다. 2000년 9월 설립한 일본 한게임은 현지 게임포털 1위다. 지난 7월 중국 최대 온라인 게임포털인 롄종을 운영하는 하이홍으로부터 롄종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 김범수 대표는 ▲1966년 서울 출생(본적 전남 담양)▲건대부고 졸업▲1990년 서울대 산업공학과(86학번) 졸업▲1992년 서울대 산업공학과 석사 졸업▲1992년 삼성SDS 특례보충역 입사▲1992년 양식편집기 ‘Form Editor’ 개발▲1993년 호암미술관 소장품 화상관리 시스템 개발▲1996∼97년 유니텔 에뮬레이터 유니윈 2.0, 유니윈 98 설계 및 개발▲1998년 ㈜한게임커뮤니케이션 창립▲2000년 NHN㈜ 공동 대표이사 ▲2004년 단독 대표이사▲2004년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오륙도·수영강’ 조망권 경쟁

    ‘오륙도·수영강’ 조망권 경쟁

    아파트 분양시장에 ‘부산 대전’이 불을 뿜고 있다. 주택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대형 건설업체들이 부산에서 초겨울 부동산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다. 업체마다 최고 조망권, 초고층, 최고급 마감을 무기로 내세웠다. 주택경기가 오랫동안 침체된 가운데 한꺼번에 9000가구를 넘게 물량을 쏟아놓아 청약 결과가 주목된다. 신규 아파트 분양 시장의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SK건설·LG·롯데·포스코 총출동 포문은 SK건설이 먼저 열었다.24일부터 3000가구를 청약받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무기로 오륙도 조망권을 내놓았다. 아파트 단지에서 용호동 오륙도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SK건설은 모든 가구가 바다 조망권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LG, 롯데, 벽산, 포스코건설이 맞붙었다. LG건설은 중앙건설과 함께 ‘LG하이츠자이’ 1149가구를 분양한다.‘메트로시티’와 붙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미 도시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8500여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타운으로 조성되는 것이 장점이다. 광안대교 및 바다 조망권을 최대한 확보토록 단지를 배치했고, 피트니스센터 등 편익시설을 갖춘 아파트라고 자랑한다. 롯데건설은 사하구 다대동에 ‘롯데캐슬 몰운대’ 3462가구를 내놓았다. 다대포와 영도, 낙동강 을숙도, 다대포 해수욕장과 몰운대의 전경이 펼쳐진다. 단지안에 주변 경관을 볼 수 있도록 전망대 4개를 세울 예정이다. 옥상을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 및 휴식처로 가꿀 계획이다. 벽산건설은 동래구 온천동에 52층 아파트 ‘아스타’ 649가구를 공급한다.90년 이후 부산 아파트 공급량의 10% 정도를 담당할 정도로 부산에서 이미지를 굳혔다고 자신한다. 초고층 주택사업에 진출하는 의미도 있다. 일반 아파트로는 국내 최고층이다. 다른 경쟁업체들과 달리 도심속 고급 아파트를 지향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주상복합 아파트로 승부를 걸었다.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들어서는 ‘포스코 더#센텀스타’로 아파트 629가구, 오피스텔 219실로 구성됐다.60층 건물로 부산에서 가장 높아 렌드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수영강과 바다로 둘러싸인 산-강-바다 복합조망권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럭셔리 아파트의 진수 보여준다 아파트인가 호텔인가. 모델하우스마다 최고급 아파트 전시장에 들어온 느낌을 준다. 고층 아파트라서 내진설계는 기본이고 바닷가에 들어서는 아파트는 소금기에 녹이 슬지 않는 내구성 강한 최고급 마감재를 사용한다.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 원격제어·원격진료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원스톱 리빙’이 가능한 아파트로 보면 된다. 입주민이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고급 피트니스센터를 설치하고, 새집 증후군을 잡기 위한 자재를 선택하는 등 건강 아파트 개념도 도입했다. SK VIEW는 동간 거리를 최대한 확보, 쾌적하고 여유로운 단지라고 자랑한다. 벽산 아스타는 입주자 관리비 부담을 덜고 입주 후 실내 구조변경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했다.LG는 첨단 방범·실내소음 차단 시스템을 자랑거리로 내놓았다. 롯데는 입주민을 위한 피트니스 클럽을 마련하는 등 웰빙 아파트를 내걸었다. 주변 경관을 주민들의 품으로 가져다 주기 위해 별도의 전망대를 세우고 옥상마다 아름다운 조경을 설치해 주기로 했다. 커뮤니티 공간 및 휴식처로 이용할 수 있는 장소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벽산은 입주자가 실내 구조를 변경할 수 있는 ‘플랫 슬래브’구조로 설계했다. 서울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관리하는 회사에 입주 관리를 맡겼다. 선진관리와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포스코는 건강과 웰빙을 동시에 추구하는 ‘어고노믹스(Ergonomics)’ 디자인을 바탕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친환경적 마감재를 도입했다. 첨단 보안시스템과 홈네트워크 기능을 갖추고 있다. ●고가분양에 소비자 반응 주목 업체마다 대형 고급 아파트를 내놓고 부자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빼어난 조망권, 고급 내장재 마감을 들어 분양가도 높게 책정했다. 펜트하우스는 일반 아파트 분양가보다 2배 넘게 매겨졌다. 주민들은 빼어난 입지여건을 인정하면서도 분양가는 비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산지역은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투기과열지구. 하지만 아파트 계약 후 1년 뒤부터 분양권을 되팔 수 있다. 때문에 분양권 전매를 노린 투자자들이 상당 부분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시에 9108가구를 공급, 부산 수요로는 채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3순위 청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지금 그곳은]반포 저밀도지구

    [지금 그곳은]반포 저밀도지구

    서울의 대표적인 ‘베드 타운’ 서초구 반포동.70년대 ‘강남 바람’을 불러일으킨 이곳은 몇년 전부터 저밀도 아파트를 시작으로 재개발 열풍이 불었다. 현재 반포지구중 고밀도 지구는 용적률 문제를 둘러싼 지루한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삽을 뜰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반면 대표적인 저밀도 지구인 반포 주공3단지는 사업 승인을 받고, 순조로운 재건축 수순을 밟고 있다. 이 지역에도 재건축의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2일 오후 반포3동 신반포 6차 아파트 재건축조합 사무실에 모인 20여명의 조합원들의 얼굴은 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10일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서초·반포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변경 결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용 용적률을 개발기본계획에서 정한 220%로 할지, 시의회에서 건의한 230%로 할지 위원들의 의견이 팽팽히 엇갈렸다. 그러나 주민들은 여전히 250%안을 고수하고 있다.220%의 용적률로 재건축을 추진하면 일반분양 물량이 거의 없거나 적어 조합원들은 상당한 추가 부담금을 내야 하는 등 사업성 자체가 대폭 떨어진다. 서초지구 고밀도 재건축조합뿐 아니라 삼익, 진흥, 코오롱 등 다른 고밀도아파트 조합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민들은 서명운동과 함께 헌법소원 제기 등 법적 투쟁까지도 불사할 태세. 서초·강남 고밀도협의회 박영덕(52) 회장은 “재건축의 희망에 몇 년 동안 녹물이 섞인 수돗물을 쓰는 고통을 참아왔던 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처지”라면서 “10·29 부동산 안정화대책 때문에 사업이 망해도 집을 못 파는 주민들이 부지기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포 주공3단지는 지난달 30일 서초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주공 1·2·3단지와 미주아파트 등 반포저밀도지구에서는 첫 케이스.3411가구를 재건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단지의 분위기는 잠잠한 편이다. 재건축을 위해 집을 옮기는 가구는 보기 힘들다. 가격도 주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다.20평 아파트의 시세는 6억5000만원 정도. 사업 승인 전보다 많아야 2000만원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반포본동에서 대동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윤재기(50)씨는 “1·2단지보다는 낫지만 3단지도 급매물을 제외하고서는 집을 내놓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손으로 꼽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서울 강남 아파트 시황] 매매가 서초구이외 0.5%안팎 하락

    [서울 강남 아파트 시황] 매매가 서초구이외 0.5%안팎 하락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은 급매물이 대부분 팔렸고 부르는 값도 떨어졌다. 하지만 사고팔 사람 모두 시장만 바라보고 있다. 오래된 아파트는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불확실해 가격과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전셋값이 하락했지만 역전세난은 심하지 않고 이사철이 끝났다. 강남구는 한달 전에 비해 아파트값은 0.45%, 전셋값은 0.87% 떨어졌다. 대치동 선경아파트 40평형대는 3000만∼4000만원 내렸다. 서초구 아파트값은 움직임이 없다. 송파구는 매매가격이 0.57% 내렸지만 전셋값은 큰 변동이 없다. 올림픽아파트 50평형대가 3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강동구는 아파트값이 0.46% 떨어졌다. 둔촌 주공아파트 31평형은 1500만원 정도 내렸다. 전셋값 역시 0.84% 떨어졌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 가운데 주택거래지역에서 해제된 강동구 암사동 등 7개 동은 신고지역 지정 전에도 거래가 거의 없던 곳이어서 이번 조치가 아파트값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는 신고제 해제에서 빠져 가격 거품은 계속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수요자라면 역세권이나 환경개선이 예상되는 지역 아파트를 골라 보는 것도 괜찮다. 김광성 한국감정원 정보조사팀장 ●조사일자 2004년 11월12일
  • [서울광장] 기업이 춤추게 하라/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기업이 춤추게 하라/우득정 논설위원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1997년 8월 중순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강경식 경제부총리 등 경제각료들은 답답한 경제현실을 걱정하며 통음을 했다. 오간 얘기의 요지는 이렇다.‘만석꾼 집안도 자식들이 잘못되면 3대를 넘기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 실상은 어떤가. 자식이라면 삼성, 현대,LG, 대우 등 4명쯤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삼성은 반도체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자동차를 하겠다며 외도를 일삼고 있다. 현대 역시 제철소에 눈이 멀어 자동차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LG는 세계 무대에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변변한 기술조차 없는 골목대장일 뿐이다. 대우는 남과의 경쟁을 피해 동유럽이나 중동 등 오지를 떠돌아 다니며 만병통치약을 파는 봇짐장수(Pedlar)나 다를 바 없다.’ 외도와 요행의 결과는 한달 후 외환위기로 현실화됐다. 사상 초유의 국면을 겪으면서 삼성은 3조원에 이르는 수업료를 지불했고, 현대와 LG는 파탄 직전 상황까지 몰렸다가 가까스로 회생했다. 대우는 끝내 몰락의 비운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자식들이 외지에 나가 열심히 돈을 벌어들인 덕분에 우리 경제는 혹독한 가뭄을 그런 대로 버티고 있다. 곳간에는 44조원에 이르는 현금이 쌓였다. 하지만 문전옥답만 쟁기질할 뿐, 황무지는 개간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출자총액제한제 때문에 남의 논에 물꼬를 댈 수 없다고 한다. 대기업 소유 금융사 의결권 제한에 대비해야 한다며 문전옥답의 담장만 높게 쌓고 있다. 그래서 우리 경제는 시중에 돈은 넘치는데도 굶어죽을 판이다. 이른바 ‘돈맥경화증’이다. 지난 2월 취임 이후 ‘친시장’‘친기업’ 구호를 줄기차게 외쳤던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한국판 뉴딜정책’이라는 재정 확대정책을 들고나온 것도 이같은 실상과 무관하지 않다. 재계의 투정과 배짱, 여권 내부의 반(反)부자 정서 탓에 쌈짓돈을 털고 여기저기 손을 벌려 융통한 돈으로 집안 기둥이 통째로 허물어지는 것을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야당이나 사회 일각에서는 없는 살림마저 거덜내려고 하느냐며 난리다. 부자들의 걱정을 덜어주어 담장부터 허물게 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사리로 따지자면 맞는 말이다. ‘한국판 뉴딜정책’이라며 펼친 메뉴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지난 정부에서 실패한 정책들도 분칠만 다시 하고 버젓이 메뉴판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게다가 먹어서 살이 되는지 뼈가 되는지 배탈만 나는지 알 수 없는 약효불명의 메뉴도 적지 않다. 장사꾼(기업)의 손발을 묶어놓고 얼치기 장사치(정부)가 날뛴다는 말도 들린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민’(民)은 오간데 없고 ‘관’(官)만 목소리 높이는 관존민비(官尊民卑)의 시대로 회귀했다는 비아냥거림도 있다. 예전 성장 제일주의 시절, 상공부(현 산업자원부)는 맨앞에서 북치고 장구치면, 재무부는 날라리를 불며 뒤따르고, 경제기획원은 어슬렁거리며 맨 뒤를 따른다는 말이 있었다. 기업의 흥을 돋우는 것이 먼저고, 금융 및 세제 지원은 다음 순서, 그리고 마지막이 재정 및 국가경제운용이라는 뜻이다. 참여정부는 개발독재시절의 적폐를 시정하는 것을 주요 국정목표로 삼고 있지만 경기부터 부양해야 하는 지금으로선 이러한 공식이 여전히 유효하다. 펌프질을 해서 지하수를 끌어올리려면 먼저 한 주전자의 물부터 부어야 하듯이 재정의 역할은 여기서 그쳐야 한다. 나머지 펌프질은 민간에 맡겨야 한다. 정부는 물길이 옆으로 새나가지 않는지 관리감독만 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무엇이 기업의 신명을 가로막고 있는지는 새삼 적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누구나 알고 있다. 기업이 흥에 겨워 춤추게 하라. 이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2008학년도 새 대입안] ‘맞춤형 내신과외’ 성행 할듯

    새로운 대학입시제도가 교육인적자원부의 기대대로 사교육비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등급으로만 기재하고, 내신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새 제도가 일단 재수생은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등급제 적용으로 재수의 효과가 크게 떨어지면서, 수능 점수를 올려 주요대학이나 유망학과에 진학하려는 수요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 중학교 3학년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는 2008학년도부터 적용되는 새 제도가 재학생들의 사교육비를 줄여줄 수 있을지는 누구도 섣불리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한재갑 한국교총 대변인은 “정부 대책대로만 된다면 교육 정상화가 실현되고 과열경쟁 완화로 사교육비가 경감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하면서도 “그러나 고교가 독서이력철을 획일적으로 운영하고, 대학이 다양한 논술·심층면접 기법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과외가 등장해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다.”고 지 적했다. 실제로 각 고교의 내신 비중이 커지면서 강남권 중소학원을 중심으로 개별 학교의 학생부를 관리하는 ‘맞춤형 내신과외’가 등장하는 등 선행학습 열풍이 불 가능성이 크다. 전국 200여개 대학 가운데 47개 대학만 시행하고 있는 논술고사와 심층·구술면접을 새로 도입하는 대학도 늘어날 수 있다. 떨어진 수능 변별력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논술·면접의 비중이 커질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국 2000여개 고교 가운데 학교 수업에서 논술과 심층면접을 가르칠 수 있는 학교는 거의 없다는 점도 논술·면접과외가 더욱 성행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를 실어 주고 있다. 유병화 고려학력평가연구소 실장은 “개별 고교의 내신에 초점을 둔 맞춤형 내신과외와 논술과외가 기존 수능시험 위주의 사교육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결국 새 대입제도는 고교와 대학이 잘만 운영하면 교육 정상화를 통해 사교육비 경감을 유도할 수 있지만, 손쉬운 학생 선발 방식에 안주한다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2008학년도 새 대입안] 교육부 내년 200개교 실태조사

    [2008학년도 새 대입안] 교육부 내년 200개교 실태조사

    교육부가 새 대입제도의 핵심 보완책으로 발표한 ‘학업성적 신뢰제고 종합대책’은 ‘학교생활기록부’ 즉, 내신에 대한 신뢰 확보 없이는 새 대입제도가 성공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의 산물이다. 새 제도에 따르면 수능시험의 등급화로 점수따기 경쟁은 의미가 크게 줄어드는 대신 떨어진 수능 변별력을 해소할 방편으로 학생부 비중은 대폭 강화된다. 내신 비중이 커짐에 따라 고교 등급제의 빌미를 제공했던 ‘내신 부풀리기’를 교육부가 대대적으로 수술하겠다는 것이 대책의 요지다. 내년 1월 처음으로 내신 부풀리기 실태조사에 들어가는 것이 ‘대수술’의 첫단계다. 전국 2000개 고교 가운데 10%인 200여개 학교를 각 시·도교육청이 조사한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교사·학부모·전문가로 구성된 대책팀을 구성하고 ‘학업성적 신뢰제고 방안’을 내년 신학기 이전에 제시할 계획이다. ●학교장 학업성적관리 책임제 도입 또 학교 단위의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학교장 책임제를 도입한다. 시·도교육청별로 ‘학교평가개선 장학지원단’을 운영한다. 매달 한 차례씩 실태파악을 통해 학교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내신 부풀리기가 적발되면 학교장과 해당교사에 대한 징계도 강화된다. 특히,2006학년도 대입전형부터 평어보다 석차백분율을 반영하고, 같은 석차가 여러 명일 경우 중간석차를 부여하는 등의 보완책을 대학에 권고하기로 했다. 교육부의 억제책이 제대로 시행되면 ‘내신 부풀리기’는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교과성적 표기 방식을 원점수와 표준편차로 변경하더라도 여전히 학교·지역간 격차가 존재한다는 문제점은 남는다. ●학교·지역간 격차 해소방안 제시 안해 전문가들은 내신 부풀리기가 없어진다 하더라도 강남과 비강남권·지방 등 전국 2000여개 고교의 학력 차이를 해소할 방안을 교육부가 이번 새 제도에서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고교가 천차만별인데다 수능시험의 변별력이 전보다 크게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대학은 여전히 등급제와 유사한 변별력 찾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교 특성을 전형에 반영하거나 우수고교의 우수학생을 유치하려는 ‘새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한 내신 평가를 위한 일선 학교의 협조도 절대적이지만 과연 교육부가 바라는 대로 학교들이 내신 부풀리기 유혹을 완전히 뿌리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교육부가 교사별 평가제도를 보완 장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착까지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교사당 학생수가 너무 많고 교육과 평가 이외의 잡무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부를 얼마나 충실하게 기록 가능한지, 또한 주관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루는 비교과영역에 대한 신뢰도를 어떻게 확보할지도 과제다. 촌지와 치맛바람이 다시 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난제인 것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성매매 방지법’ 직격탄…강남 유흥가 ‘死色’

    ‘성매매 방지법’ 직격탄…강남 유흥가 ‘死色’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문닫는 업소가 많아 우리도 겁이 나요. 우리 옆집 가게만 해도 벌써 2개나 문을 닫았어요.”서울 역삼동 N생태전문집 종업원의 얘기이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이 발효된 지 한달여가 돼 가면서 서울 강남 등 유흥업소 주변을 중심으로 휴·폐업 도미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 라마다르네상스호텔에서 역삼역 인근 LG강남타워로 이어지는 테헤란로 북측 뒷길쪽은 서울의 대표적인 유흥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이후 고객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음식점이나 상가 점포주의 얼굴에는 불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실제로 N생태전문집의 경우 점심시간에는 직장인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밥을 먹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되지만 저녁 술손님은 한달전보다 3분의1가량 줄었다. 그래도 이 집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주변 대형 일식집 ‘선유’와 ‘남도’는 최근 문을 닫았다. 간판은 그대로인 채 임대 안내문이 나붙었다. 이들 일식집은 룸살롱에 가기에 앞서 1차로 식사를 하는 손님이 많이 찾았었으나 경기불황에다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손님이 줄면서 결정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인근의 안마시술소 5∼6곳은 대부분 휴·폐업 중이다. 낮에도 손님이 줄을 이었던 이 안마시술소들은 저녁 8시가 돼도 네온사인조차 켜지 않고 주차장은 텅 비어 있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유흥업소 주변 상가 철퇴 성매매특별법의 타격을 받은 곳은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안마시술소뿐만이 아니다. 미장원이나 세탁소, 심지어는 포장마차까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역삼동 LG강남타워 뒷길에 자리잡고 있는 미용실 ‘제니스’. 평소 이 곳에는 하루 평균 15∼20여명의 속칭 ‘나가요걸’들이 찾아 머리 손질을 하고 갔으나 요즘에는 그 수가 2∼3명으로 줄었다. 이 미용실 헤어디자이너 이모(33)씨는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저녁 유흥업소 종사자 손님이 크게 줄었다.”면서 “우리는 직장인들이 있어서 그런대로 버티지만 논현동 일대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미용실은 대부분 문을 닫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하루 고생을 하면 30만원가량 벌었는데 룸살롱 고객과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수입이 10만원대로 줄었다.”면서 “가뜩이나 어려운데 이상한 법이 생겨 생계를 위협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성매매특별법의 간접적인 영향도 만만치 않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번화가에서 40평 규모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수일(41)씨가 대표적인 예다. 이씨는 “인근에 모텔과 안마시술소, 룸살롱 등이 밀집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았지만 요즘은 30%가량 줄어들었다.”면서 “매출도 20% 정도 떨어졌다.”고 털어놓았다. 하루 매출이 100만원에서 70만원정도로 줄었다는 얘기다. 권리금도 뚝 떨어졌다. 권리금이 한달새 7000만원선에서 3000만원으로 곤두박질쳤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서울의 또 다른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강남 특허청 사거리.19일 밤 역삼동 특허청 뒷골목은 과거의 영광(?)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역삼역 방향으로 오른쪽으로 들어서자 포장마차를 비롯한 여러가지 가게들이 스산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음식점마다 저녁 8시쯤이면 1차를 하러 오는 손님과 유흥업소 아가씨들이 빽빽히 자리를 채웠지만 지금은 손님 몇명만이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역삼동에서 소고기집을 하다가 삼겹살집으로 업종을 바꾼 김모(46)씨는 “예전에는 하루에 300만원 정도의 매출을 거뜬히 올렸는데 요즘은 현금을 보기조차 어렵다.”면서 “아무래도 폐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룸살롱 앞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최모(52·여)씨도 “예전에는 하루 30만원대 매출을 올렸으나 지금은 10만원대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룸살롱 손님의 발길이 끊기면서 주위에 연계된 상권들이 송두리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봇물 이루는 모텔 매물 요즘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권에는 모텔매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강남권에만 모텔매물이 220여개나 쌓여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권 전체 모텔(400여개 추정)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이들 매물 가운데 20%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에 나온 ‘새 물건’이라는 게 모텔거래 전문 컨설팅 담당자의 얘기다. 강남권 모텔의 경우 수도권 지역의 러브호텔과 달리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와 연계해 손님을 받아왔다. 그러나 강력한 성매매 단속으로 룸살롱 등의 ‘2차’가 사라지면서 모텔 인기가 급락한 것이다. 모텔 매물이 늘어나면서 가격도 폭락했다. 강남권에 있는 대지 150평에 5층에 룸 35개짜리 모텔의 경우 가격이 60억원대를 호가했으나 현재는 45억원대로 떨어졌다. 그나마 사려는 사람도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웃돈은 그만두고 금융권의 채무만 안은 채 그냥 가져가라는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강남권 모텔 매물 가운데 이런 ‘교환매물’이 40여개가 되는 것으로 부동산중개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서초구에서 B모텔을 운영하는 최모(63)씨는 2001년 제2금융권으로부터 담보액의 70%까지 대출을 받아 모텔을 매입했던 경우다. 최씨는 “올해 대출 만기가 됐으나 성매매특별법 발효로 손님이 줄면서 상호신용금고에서 대출금 상환을 요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빚만 떠안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넘기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모텔과 점포 전문컨설팅사인 RPM컨설팅 고재일 이사는 “모텔업계는 불황과 성매매특별법, 금융기관의 대출금 회수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앞으로 모텔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日관광객 발길 끊겨 ‘울상’ 성매매특별법의 한파는 지방까지 미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관광수입의 급감을 우려하고 있다. 대체수단으로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일본인 관광객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지방 유흥지 가운데 하나인 전남 목포의 하당 신도심도 타격을 받고 있다. 무려 200개에 이르는 모텔과 유흥주점 등으로 밤새 불이 꺼지지 않았지만 요즘은 손님이 뚝 끊기면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모텔과 유흥업소에 이어 임대아파트, 오피스텔도 텅텅 비면서 신도심 공동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통신망을 비롯, 최고의 인테리어로 무장한 모텔은 190개나 되지만 지금은 손님이 없어 개점 휴업상태다. 이 가운데 39개는 자금난 등으로 부도가 나면서 경매가 진행 중이고 다른 모텔들도 손님이 없어 하루 평균 3∼4명의 손님을 받는데 그쳐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를 형편이다. 김성곤 윤창수기자 sunggone@seoul.co.kr
  • [데스크 시각] 고교등급제 학부모의 두 얼굴/윤청석 사회교육부 부장급

    작년까지만 해도 대학입시를 앞두고 유명 사찰에서 학부모들이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모습이 TV화면에 비치면 자식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그런 광경이 생소하기만 했다. 그러던 내가 올 3월부터 ‘고3자녀를 위한 새벽 예배’ 모임에 나가고 있다. 처음 예배에 참석할 당시에는 빈 좌석이 많았는데 찬 바람이 불고 수능시험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빈 자리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아침 잠을 설쳐가며 교회에 나와 “수능시험 때까지 건강을 지켜달라.” “수시전형에 꼭 합격했으면 좋겠다.”는 주변 사람들의 기도 내용이 더욱 간절하게 들린다. 요즘 술자리에서는 물론, 주변에 학부모 몇명만 모여도 화젯거리는 온통 고교등급제 문제다. 서울 강북에 사는 사람들은 무기력과 허탈감을 토로하며 ‘강남 사람’을 시샘한다. 반면 상당수의 강남 사람들은 “등급제 실시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특목고에 다니는 3학년 딸을 2학기 수시모집에 넣어 놓고 마음 졸이고 있는 아내는 등급제에 관해서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강남·강북 가릴 것 없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성적 부풀리기는 마찬가지여서, 대학측이 특목고를 우선 배려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강변한다. 그러다 성적이 좀 처지는 중학교 3학년 아들을 생각해서인지, 대입제도가 또 바뀌는 오는 2008년까지는 등급제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우선 내 자식은 어떻게 해서든 원하는 대학에 넣고 보자는 이기주의가 배어 있다. ‘이해찬 세대 1기’인 딸아이는 “중학교때는 무엇이든지 한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서점에 가보면 나와있는 EBS방송교재만 60권이 넘는다.”고 한숨을 짓는다. 학교에 안 가고 하루종일 집에서 EBS방송만 들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라고 한다.2008학년도의 새 대입제도에 따라 시험을 치르게 될 아들의 경우에는 ‘딸아이 때 갈고닦은 입시 노하우’는 아무 쓸모가 없게 돼 아내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3년후에는 등급제가 완전히 없어지고, 아들에게 딱맞는 대입제도를 바라는 아내의 말을 들을 때마다 교육정책 입안자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고교등급제를 전형에 적용한 일부 사립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한 시민·여성단체 대표들의 모습을 신문이나 방송에서 접할 때마다 “저분들은 집이 강남일까, 강북일까, 자녀들의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하는 묘한 호기심이 생긴다. 여하튼 전교조와 시민단체들이 등급제를 맹렬히 비판하는 목청을 높인 덕인지 몰라도 ‘변두리 강남권’에 있는 우리 동네에서도 2학기 수시 발표때는 이들 대학의 예비합격자가 몇명이나 나왔다. 비강남권에 사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부러워하는 강남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강남이 아니다.1학기 수시 발표때 변두리 강남권 고교는 비강남권과 매한가지로 명문 사립대의 합격자를 거의 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우리동네에서는 한때 중3자녀와 부인의 주소지를 ‘핵심 강남’으로 암암리에 옮겼으나 고교등급제가 없어질 조짐을 보이자 또다시 되돌아오는 해프닝을 벌였다는 얘기도 들었다. 대입제도에 관한 한 국민 모두를 만족시켜 줄 해법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과거의 예비고사처럼 전국단위의 시험을 실시한 뒤 대학별로 시험을 치렀던 것이 그나마 지역차별을 줄이는 방법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제3자였을 때는 이상을 얘기하던 교육제도이지만, 당사자가 되자 철저히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나 자신에 놀라고 있다. 윤청석 사회교육부 부장급 bombi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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