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의 섹스토리] (11) 그를 찾아서
그가 내곁에서 사라진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를 재미있는 방법으로 찾아보라고 했다. 그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 먼저 찾아갔다. 자물쇠 따는 사람을 불러 그의 방문을 땄다. 혹시 그가 자살이라도 해서 그의 시체가 방안에 누워 있는 것을 두려워하며…. 그러나 그의 방은 평소와 같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의 옷가지를 살펴보니, 그가 자주 입던 면바지와 티와 그가 소지품을 넣고 다니던 가방만이 없어졌을 뿐이었다. 짐을 챙겨 어디론가 간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미국에 있는 가족들의 연락처는 그의 수첩에 모두 적혀 있다. 그가 평소에 늘 가지고 다니던 수첩…. 그 수첩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가 들고 나갔나 보다. 그리고 다른 이상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오피스텔 주인을 찾아갔다.
“글쎄요…. 계약단위가 1년이고 얼마전 두 달전쯤에 1년 연장을 하셨지요. 그 다음부터는 원룸의 성격상 거주인이 있든 없든 주인을 알 수가 없어요.”
오피스텔에서는 단서를 찾기 힘들 것 같아 나는 접어두었다. 그럼 이제 그가 자주 가던 곳은 그가 공익근무를 하던 곳이다. 그렇지만 그가 공익근무를 한다기에 그런 줄만 알았지,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물어본 적이 없고 그가 말해준 적도 없었다. 정말 그에 관해서 아는 것이 이렇게 없을 수가 있을까…. 어떻게 우리가 지난 1년동안 믿음 안에서 진한 육체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런 의구심 가운데서도 내 마음 깊은 곳에는 그를 놓칠 수 없다는 간절한 ‘사랑’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를 찾을 방법은 없다. 방학은 이제 시작됐다. 그가 사라진 지 한달, 아무것도 안 한 채로 이제는 단념해야 하나 하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나를 추슬러가고 있던 어느날, 내게 이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그’였다.
“미안해. 그럴 수밖에 없었어. 나는 지금 어느 섹시한 ‘특구(特區)’에 와 있어…. 아아…. 나는 더이상 쓸 수가 없어. 정말 미안해…. 날 계속 찾아봐….”
분명히 그다. 그의 아이디. 그러나 그가 평소에 쓰던 ‘nownuri.net’이나 ‘hotmail.com’과는 달리 ‘spearea.com’이라는 처음 보는 주소다. 그리고 내용도 심상치 않다. 특구? ‘spearea’는 ‘special area’라는 뜻일까.
그런지 일주일 후, 다시 그에게서 메일이 왔다. 같은 주소에서 보낸 편지였다.
“빨리 나를 찾으러와줘. 너를 기다리고 있어. 거기서 너를 야하게 훈련시킬 계획이야. 아마 석달쯤 뒤에는 세상으로 나갈 수 있을 거야.7월21일 지하철 압구정동역, 오후 3시에 16번 물품보관함을 봐. 열쇠는 그전 날 20일 밤 압구정동 커피숍 ‘G-Spot’에서 내 친구가 보관하고 있을 거야. 나와 비슷하게 생긴 얼굴을 가진 친구이니 찾기는 어렵지 않을 거야. 아무것도 묻지 말고 그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열쇠를 받을 수 있어.”
드디어 그를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20일 날짜가 다가올수록 나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도대체 그는 어디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일까.
20일 밤 10시의 압구정동 ‘G-spot’카페.
그의 친구를 찾는 것은 그가 해준 말처럼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180㎝ 정도의 키에 건장한 체구. 뚜렷한 얼굴선의 미남형.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heyday의 ‘그녀’인가요? 나를 따라 오세요. 아무것도 묻지 마시고….”라고 말하며 나를 자신의 차가 있는 곳으로 인도했다. 나는 두려운 마음을 품고 그의 자동차에 올라탔다.1시간 정도 차를 달린 후, 어느 으슥한 곳에서 그 남자는 갑자기 차를 세우고 나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자, 보관함 열쇠는 나에게 있습니다. 내 몸 어디엔가에 숨겨져 있으니까 잘 찾아보세요.”
나는 그의 변동 없는 표정을 보고서 더이상 물어보지 않고 그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겉 주머니에는 당연히 없었다. 그의 바지와 신발을 벗겼다. 없다. 그의 남방을 벗겼다. 없다. 결국 그를 팬티까지 벗겨 그를 알몸상태로 만들었다.…없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요?”하고 내가 물었다.
“내가 언제 내 옷 안에 있다고 했습니까? 내 몸 어딘가에 있다고 했지요. 어서 계속 탐색을 해보세요.”
그 남자의 대답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계속 그를 뒤져나갔다. 귓속을 혀로 핥으며 탐색했고, 배꼽·성기·항문까지도 샅샅이 혀로 뒤졌다. 그래도 없었다. 나는 좀 피곤해졌다. 그러자 남자는 “사실 내 성기 안에 특수 장치되어 있습니다. 아주 미세한 조직으로 된 거지요. 나를 흥분시켜 가지고 내 정액을 분사시키면 찾을 수가 있어요.”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그를 흥분시키기로 작정했다. 그의 손으로 내 옷을 하나 둘씩 벗기게 만들고, 내 젖가슴을 그의 얼굴에 마찰시키며 내 손으로는 그의 성감대를 부드럽게 자극해나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나는 그의 성기를 힘차게 빨았다. 결국 그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고, 그의 성기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빳빳하게 섰다. 드디어 정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약 30분간 그의 성기를 빨아주자 정액이 힘차게 분출되었다. 나는 그의 정액을 내 입안에 머금고서 그 ‘단단한 물체’를 찾기 시작했다.…있었다!…미세한 철 조직망으로 덮인 아주 작은 캡슐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열어볼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흥분의 도가니 속에 빠져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이것…어떻게 여는 것이지요? 그냥 힘을 줘서 열면 안 되나요?”
“한번만 더 나를 흥분시키면 열어드리지요.”
그의 대답. 정말 지독한 남자다.‘그래 어디 한번 오늘밤 흥분상태로 죽어봐라.’하고 중얼거리면서 나는 내 온몸을 던져 그를 흥분시켰다. 내 클리토리스를 빨게 하고, 내 젖가슴을 그의 입에 물렸다. 그리고 그의 심벌을 세차게 빨면서 그의 성기 주변을 항문까지 샅샅이 핥았다. 그랬더니 그는 차의 트렁크를 열고서 채찍을 꺼내 보이며 나더러 마구 때려달라고 한다. 나는 잘 됐다 싶어 그를 채찍으로 마구 때렸다. 남자는 대단한 반응을 보이며 신음소리를 내지르고, 그러면서도 더 때려달라고 했다. 그를 더욱 세게 때려주자, 그는 드디어 캡슐을 열어주었다. 캡슐 속에는 아주아주 얇은 종이에 글씨가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미안해. 너를 고생시켜서. 열쇠는 내일 21일 오후 6시, 강남역 근처에 있는 아랍풍의 레스토랑 ‘하렘’ 6번 테이블에 앉아 있는 다른 남자에게서 받아. 사랑해.-heyday.”
정말 기가 막혔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이상한 남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렇지만 사랑하는 그를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열쇠를 찾는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하렘’ 레스토랑은 외진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올 법한 야하디야한 무희 차림의 섹시한 여종업원들이 배꼽티를 입고 나타났다.6번 테이블에 가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여종업원들은 나를 휘장 뒤의 한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 방 안은 큰 사이즈의 더블 침대와, 하렘 분위기가 나는 화려한 장식들로 꾸며져 있었다. 방 전체에 배어 있는 향이 코끝을 찔렀다. 섹시한 무희처럼 생긴 여종업원들은 나를 아주 야한 옷으로 갈아입혔다. 먼저 재스민 향이 나는 물로 나를 목욕시킨 다음, 향기로운 향수를 내 몸 곳곳에 뿌렸다. 나는 향 냄새에 취해서 저항할 수조차 없었다.
내 긴 머리채를 풀어서 은색·금색·기타 천연색 실로 장식하고 머리카락 곳곳에는 화려한 리본들을 매어달았다. 그러고는 나비 모양, 하트 모양, 다이아몬드 모양의 에메랄드와 각종 보석들이 박혀있는 옷을 내 몸에 입혀주었다. 속옷은 황금색 레이스로 장식된 팬티 하나. 브래지어는 입히지 않고 속살이 다 비치는 그물로 된 옷을 입혔다. 그리고 배꼽에는 금색과 빨간색이 섞인 보석을 박아넣고, 내 젖꼭지와 클리토리스에도 이름모를 보석을 붙였다. 그리고 빨강·보라·금색·은색 등으로 된 50㎝ 길이의 인조손톱을 붙이고 나서, 마지막으로 나 자신도 알아볼 수 없으리만치 진하디진한 화장을 시켰다. 피부를 하얗게, 눈은 연보라색 섀도를 바른 후, 금빛 가루를 눈 주위에 골고루 뿌리고 10㎝가량의 숱 많고 긴 인조 속눈썹을 붙였다. 그리고 입술에는 붉은 빛이 감도는 보라색 립스틱을 칠했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클레오파트라처럼 내 모습은 그렇게 변모되고 있었다.
아직도 마취향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순간, 어떤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상당히 미남이었다.…눈을 간신히 뜨고 바라보니 바로 ‘그’였다! 그는 나를 침대 위로 가져다 냅다 내던지더니, 온몸을 혀끝으로 살살 핥아주기 시작했다. 나는 정신 없는 와중에도 그의 심벌을 입으로 붙잡아 꾸역꾸역 빨아대고 있었다….
■마광수는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사랑의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