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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굄돌] 나침반 잃은 사회

    흔하게 얘기하는 ‘가진 자’들의 모임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특정 테마를 취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참석했지만,예상했던 대로 그자리는 전혀 다른 별세계 저편의 공간이었다.수입차를 몰고 다니는젊은이들의 흥청망청 아우성은 간접적으로 목격한 바 있지만,그들만의 모임을 직접 기웃거린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의 그 ‘예상’은 당연한 순서라는 듯 있는 그대로 나타나기 시작했다.사회적으로 인덕을 인정받는 몇몇 어르신까지는 차라리 괜찮았다.그 주위를 벌떼처럼 맴도는 면면들의 명함 돌리기 작전,눈도장 찍기 혈투가 정말 가관이었다고 표현한다면 당사자들에게 극히 실례되는 일이 될까? 하지만 내 눈에는 솔직히 실소를 금치 못하는 코미디이상의 무엇도 아니었다. 금전 따위의 물질적 무게를 내세우는 자,아주 높은 직급에 앉아 있다는 점을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는 자,그런 자리에 참석할 꿈도 꾸지못할 것 같은 일천한 이력을 가지고서 애써 항변하는 얼굴들,대학을갓 졸업할 나이가 뻔한 데도 어떻게 만들었는지 부동산 몇 채를 소유한 자산가라고 당돌하게 끼어드는 젊은 얼굴 등등. 무언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실감을 가슴으로 느꼈다.사회가 이렇게까지 분리되고 괴리된 상태에서,엇갈린 톱니바퀴처럼 일그러지고있구나 하는 느낌. 경제가 무너지고 실업자가 쏟아지며 대책도 없는노숙자가 늘어가는 현실 따위는 한가로운 가십거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국정은 표류하고 있어도 만찬은 계속되고 있었고,최후의 생존권을 위한 노동자의 분노가 물결치는 와중에도 가진 자들의 샴페인은분수처럼 넘쳐나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기댈 언덕 같았던 큰 어른들이 존재했던 7,80년대가 문득 떠올랐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선술집 구석에 홀로 앉아 깊은한숨을 내쉬는 중년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지하철과 버스를 가득 채운이들의 근심 어린 그림자는 그 농도가 더욱 짙어지고 있는데,도대체우리는 지금 어디를 향해 어느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10년 이내로철저한 계급사회가 형성될 거라던 십여 년 전 유학생 친구의 편지 문구가 문득 떠올랐다.하릴없이 헤아려 보니,올해가 10년이 지난 그 시간이 된모양이다.글쎄,그 말이 진짜 사실이었던가?■채지민 소설가
  • “신분 드러내면 후원 중단합니다”

    ‘신분이 드러나면 후원도 중단됩니다.철저히 익명으로 처리해 주십시오.’ 반년 가까이 신분을 감춘 채 망향의 한을 품고 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을 돕고 있는 한 독지가가 있다. ‘홍길동’으로 불리는 이 익명의 후원자는 ‘사할린 동포를 돕는데 써달라’며 지난 6월 800만원을 경기도 안산시에 기탁한 데 이어지금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성금 4,070만원과 각종 위문품을 보내왔다. 지난달 27일에는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됐다가 지난 3월 조국으로돌아온 489가구 970여명의 사할린 동포들이 정착해 살고 있는 안산시사동 ‘고향마을’ 노인들의 김장용이라며 배추 13t과 무 5t, 갓 450㎏,파 25상자 등을 보내왔다. 안산시에서 보조하는 매달 52만원의 지원금으로 겨우 생활하고 있는사할린 동포 노인들은 각종 노인성 질환으로 고생하면서도 돈이 없어병원진료에 애를 먹었으나 ‘홍길동씨의 후원금’으로 치료비 걱정을덜고 있다. ‘홍길동’씨는 고향마을을 두 차례 방문했지만 ‘자신이 누구이고왜 후원하는지’ 등에 대해 일절 밝히지 않았다.안산시도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안산에 사업체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시 관계자는 “단돈 10만원을 내고도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독지가들이 많은데 ‘홍길동’씨의 행동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이 시대 참 의인”이라고 말했다. 안산 김병철기자 kbchul@
  • 순풍 탔던 ‘순풍산부인과’ 막내린다

    “순풍,순풍,순풍,파이팅!”5일 저녁 여의도 CCMM빌딩 1층 코스모2홀.원탁테이블과 뷔페식탁,고급스런 조명들로 번들거리는 분위기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촌스런’ 구호가 터져나온다.주책바가지 김간호사(장정희)가 간호모를 벗어던진 것도 깜박한채 병원에서 버릇대로 한껏 목청높여 본 것.하지만그 구호는 SBS 인기시트콤 ‘순풍 산부인과’ 종방 기념연장을 가득메운 각종 보고,격려사,전달식 틈바구니에서 가장 ‘순풍’다운 하직인사로 비쳤다. ‘순풍산부인과’가 15일로 막을 내린다.98년 3월2일 ‘개원’ 이래2년9개월만이다. 갓 문을 열었을때만 해도 ‘순풍’이 이렇게 장수하리라곤 예측들을못했다.당시 편성국장이었던 송도균 SBS 사장조차 종방기념연에서 “처음엔 나도 순풍을 반대했던 사람중 하나였다”고 털어놨을 정도.버터냄새 나는 장르 정도로 치부되던 시트콤에 대한 편견,날마다 다른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는 소재발굴에 대한 부담감 등등이 복합작용했다. 하지만 ‘순풍’은 뜻밖에 ‘순풍에 돛단듯’ 순항해 나갔다.오지명원장을 축으로가족과 병원식구들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생생해지면서어수선한 세상사에 지친 9시뉴스 시청자들을 돌려세웠다.올 정초엔때때로 시청률 30%를 넘겨 SBS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무엇보다 ‘순풍’의 공은 토속적 소재를 잇달아 개발,그간 ‘싼맛에만드는 장르’ 정도로 인식돼온 시트콤을 토착화시킨 것.‘순풍’제작진의 역량 축적은 MBC ‘세남자’ 등 또다른 히트작을 낳으며,한국적 시트콤의 한단계 ‘업그레이드’에도 기여했다. 그러던 ‘순풍’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역설적으로 그 성공.출연진 전체의 CF 출연편수가 50편을 넘어서는 등 순풍 가족들이 골고루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자 이탈자들이 잇달았다.허영란,권오중,송혜교 등주연급 연기자들이 줄줄이 빠졌고 막판에는 병원원장인 오지명마저이탈대열에 합류했다.순풍의 탄생부터 폐업까지 지켜봐온 선우용녀는종방기념연에서 “마지막 5개월간 식구들이 떠나는 걸 보며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고 눈물흘리기도 했다.순풍의 후속으로는 그 PD와 작가군이 그대로 뭉쳐 5개월전부터 준비해온 ‘웬만해선그들을 막을수없다’가 18일부터 방송된다. 손정숙기자 jssohn@
  • [대한시론] 이와쿠라 도모미의 충고

    때는 1870년대,이제 갓 개항한 일본의 정치·사회적 정황은 어렵기만했다. 미완성된 초기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인해 빚어진 자원 부족과열악한 노동조건,빈곤,인구 과잉,그리고 일련의 어려움의 마지막 형태인 만성적 사회 불안은 위정자들로 하여금 최후 수단을 강구하지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그래서 나타난 것이 정한론(征韓論),즉 조선을 정벌하는 길만이 살 길이라는 논리였다. 정한론은 멀리 하야시 시헤이(林子平)에서부터 비롯하여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의 쇼카의숙(松下義塾)에서 구체화했다.당시 이 의숙에는후에 명치 공신이라는 칭호를 들은 야마카타 아리토모(山縣有朋)를비롯하여 한일합병의 주역이 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등이 수학하고 있었다. 이토는 그의 스승인 요시다가 국헌을 문란시켰다는 이유로 29세의 젊은 나이에 참형당하고,선배들이 연루가 두려워 모두 도피했음에도 불구하고 18세의 어린 몸으로 목이 잘린 스승의 시체를 거둔 뒤 유훈(=征韓)을 수행할 것을 무덤 앞에서 맹세한다.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그리고 이들의 막내인 이토 히로부미로이어지는 정한파들의 꿈은 집요한 데가 있었다.예컨대 사이고는 중신회의에서 일부 온건파가 조선 정벌을 반대하며 정한의 구실을 묻자“내가 조선에 사신으로 파견되어 조선 국왕 앞에서 그를 모독하면나를 죽일 것이니 그때 내 죽음을 구실로 조선을 정벌하라”고 발언했다.그러나 꿈이 이루어지지 않자 그는 고향인 사츠마(薩摩)로 돌아가 사설 육군사관학교를 세웠다.그는 이곳에서 군대를 양성한 다음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무렵 즉각적인 정한론에 가장 강력히 반대한 사람이 바로 이와쿠라 도모미(岩倉具視)였다.1870년대 초에 이미 세계를 일주하고 귀국한 이 명치 공신은 조선을 정벌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우선 내정을 바로 잡고 국력을 키운 연후에 조선을 정벌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이 내치파들의 논리가 강세를 보이자 사이고는 그의고향에서 황권(皇權) 강화와 군국주의를 주창하며 반란을 일으켰으나(1877년)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결함으로써 사무라이다운 최후를 마쳤다. 199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서 가장빈번하게 회자되는 말 중의 하나가 국제화와 세계화인 것 같다.아마도 이제부터는 밖으로 진출하자는뜻이 아닌가 여겨진다. 우리나라가 처한 지리적인 궁벽성(窮僻性)과쇄국이라는 역사 유산에 비추어볼 때 더 넓은 세계로 뻗어 나가자는의지에는 전혀 잘못됨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밖을 볼 만큼 집안을 잘 꾸려 나가는가? 사흘이멀다 하고 무고한 시민이 떼죽음을 당하고,지하철과 철도는 어느 하루 편할 날이 없고,르완다니 소말리아에 구호 양식과 평화유지군을보낸다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 결식아가 있는 차제에 국제화니 세계화니 하는 것들이야말로 일의 선후가 잘못된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그 성공 자체가 의심스럽다. 인명이 걸린 대형 건설 공사장에서는 덤핑 입찰과 하도급 비리가 먹이사슬처럼 얽혀 있고,시멘트를 아끼느라 비닐을 섞어 버무리고,철제빔을 넣어야 할 곳에 스티로폴을 채우고,마대로 교각을 호도하고, 관청은 세도(稅盜)의 소굴이 되어 있고,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화물운임이 부산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가는 운임보다 비싼경황에 세계의 대열에 끼려는 꿈이 너무 허황하지 않은가?그러므로 세계로 뻗어 가려면 내 몸을 먼저 추스려야 한다.몸은 만신창이가 됐는데 그 몸을 가지고 어찌 비정한 국제 무대에 올라갈 수있을까? 우리는 체력도 허약하고 기본기도 갖추지 못한 권투선수가링 위에 올라 강자의 먹이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연민을 느낀 적이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 한국의 현실이 그렇다.이제 우리는 이와쿠라의 충고를 유념하면서 우선 최소한의 정의만이라도 갖춘 사회가 되는 것,그것이 세계화의 첫 단계일 것이다. 신복룡 건국대대학원장·정치학
  • 장터에 가면/ 강구항 영덕대게

    대게 삶는 냄새가 항구 가득 진동한다.항구 언저리에는 갓 잡아온싱싱한 대게들로 넘쳐난다. 건너편 도로변의 식당가에서는 “진짜 영덕대게 먹고 가세요…”라는 경상도 아주머니의 억센 사투리가 흘러나오는 등 항구 일대가 온통 대게판이다. 경북 영덕군 강구항은 제철을 만난 ‘영덕대게’를사고 팔려는 사람들로 하루종일 북적인다.대게 포획기인 11월1일부터 이듬해 4월말까지는 항구 전체가 대게시장이 된다. 이때의 강구항은 하루종일 드나드는 10여척의 대게잡이 어선이 쏟아내는 몸길이 10㎝ 이상의 싱싱한 대게들로 넘쳐난다.수협위판장을 통해 거래되는 대게는 하루 평균 3,500∼4,000여마리로 금액으로는 3,000만원에서 4,000만원을 호가한다. 대게는 큰 게라는 뜻이 아니라 다리의 모양이 대나무와 닮아 붙여진것으로 한자로는 죽해(竹蟹)라 표기된다.‘영덕대게’는 영덕군 강구면과 축산면에 이르는 3마일 앞바다에서 잡히는 대게만을 말한다. ‘영덕대게’는 꽉찬 속살과 담백하고 쫄깃쫄깃한 맛이 다른 곳의 대게와 구별된다.초겨울만되면 이 특별한 맛을 찾아나선 ‘미식가’들로강구항은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이듬해 봄까지 계속돼 ‘영덕대게 큰잔치’가 열리는 4월 중순(4월12일부터 19일까지) 절정을 이룬다.이기간 강구항을 찾는 전국의 미식가는 줄잡아 10만명이 넘는다.먹고가져가는 대게의 양은 연간 200∼300t에 이른다. 특히 주말이나 연휴때가 되면 가족나들이 객과 어우러져 항구와 200여m 떨어진 7번국도까지 북새통을 이룬다.이들은 강구항 주변에서 영업중인 대게전문식당에서 ‘영덕대게의 참 맛’을 본다.130여개에 이르는 대게전문식당은 살아있는 대게를 즉석에서 삶아 준다.가격은 마리당 5만원에서 12만원 정도.600g∼1㎏짜리 2마리면 한가족(4인기준)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저렴하게 즐기려면 강구항에서 판매하는 살아있는 대게를 구입,집에서 삶아 먹으면 된다.마리당 2만∼3만원선이다.삶을 때는 솥에 물을 적당히 붓고 소반에 대게를 얹어 찌듯이 익혀야 한다. 영덕 이동구기자 yidonggu@
  • 독자의 소리/ 서해대교 사진찍는 인파로 교통체증

    며칠 전 김대건 신부의 솔뫼 성지에 가려고 서해대교를 이용했다가황당한 꼴을 보았다.서해대교 갓길에 차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는 인파 때문에 고속도로가 꽉 밀려 오랜 시간 오도가도 못했기 때문이다. 본선을 주행하는 차가 경관을 보느라고 속도를 늦추다가 갑자기 차를 세우는 바람에 뒤따르던 트레일러가 멈추지 못해 추돌하면서 연쇄추돌 사고까지 발생했다. 갓길이 사진 찍는 차량들로 가득차 사고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사고처리를 기다리지 못하고 역주행하는 차들로 그날 서해대교는 북새통이었다. 빨리 가려고 고속도로를 탔다가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동때문에 제시간에 목적지를 가지 못해 답답하고 짜증나는 날이었다. 서해대교는 유원지가 아니라 분명히 고속도로다.고속도로는 자동차전용도로고 갓길은 비상도로다.서해대교의 위용을 감상하는 데 나무랄 수는 없지만 고속도로 구실을 다할 수 있도록 이용자의 준법정신이 필요하다. 석진선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
  • [失業 이렇게 풀자] (1-2)전문가 제언

    *전문가 제언. ◆허재준(許裁準)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기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시장은 잔인한 형태로 보복을 가한다.사회유기체의 필연적인 자기 정화작용인지도 모른다. 경영개선계획 제출을 요구받은 금융기관들이나 경영정상화 명령을받은 기업들은 해고대상자 선정을 위해 극심한 내부 진통을 겪어야한다.공공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이같은 여파는 곧장 협력업체들에까지 미친다. 이처럼 인력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층이 거리를방황하게 될지도 모른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실업자 양산창구는 고용창출 및 파급효과가 가장 크다는 건설업이었다.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구조조정이모색되는 금융기관과는 달리 건설업의 경우 구조조정 비전은 여전히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일자리도 창출하고 구조조정도 제대로 이뤄지게 하는 묘안은 없을까. 우리나라의 공공서비스 부문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25%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영국은 1980년대 이래 꾸준히 구조조정을 추진했으나 공공부문의 일하는 방식만 조정했을 뿐 공공서비스 부문의 인력은 줄이지 않고 오히려 늘렸다.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 구조조정에 따른 지원대책이 겉돌지 않으려면 정책기관의 서비스가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장기적으로 건설산업의 자생력을 확보하려면 ▲건설업 종사자의 기능수준을 제고하고 ▲고용관계를 투명하게 하며 ▲거래행위를 철저히 감독하되 ▲세정을 개혁하는 등 공공서비스 강화가 필수적이다. 공공서비스 부문의 확충은 여성과 새로 인력시장에 진출하는 대학졸업자에게도 바람직한 탈출구가 될 수 있다.이를테면 학교,도서관,지방자치단체의 데이터베이스 사업을 확충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구조조정을 계기로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서비스의 양을 확대한다면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김태기(金兌基) 단국대(노동경제학) 교수 = 정부는 실업문제에 대해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며 종합적인 실업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국민들은 물론,노동계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왜 그럴까? 정부가 내놓은 실업대책은 기존의 대책을조금 보완하거나 예산을 늘리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이러한 대책으로는 국민들의신뢰를 얻을 수 없다.본질적인 대책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먼저 그동안의 실업대책을 냉정하게 반성하고,경제의 실상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너무 앞서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업문제를 강조하고,각종 선심성 실업대책을 백화점식으로 내놓았다.그러다가 환율 등 국제 경제환경이 유리하게 작용해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이 호황을 누리고 경제지표가 좋아지자 실업문제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급격히 식어갔다.“IMF 체제에서 졸업했다”고 공언하며 실업 대란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처럼 자만하기도 했다. 과거 경험에서 보듯 우리나라 경제는 실업에 대단히 취약하다.대우자동차 부도사태나 현대건설의 위기에서 드러났듯이 원청기업이 무너지면 하청기업의 집단적 연쇄부도가 불가피하다.또 대부분의 기업은 사업구조가 부실한데도 고비용·저효율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이같은 취약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실업대란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제2의 실업 대란을 극복하려면 첫째,정부는 실업문제를 사건·사고 다루듯 해서는 안된다.실업문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경제현상이다. 경제원리에서 벗어난 실업대책은 실효성도 없다.소리만 요란했지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 둘째,정부는 어려운 경제현실과 함께 실업 대란이 재발할 수 있다는점을 노사는 물론,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낙관적이거나 부풀리기식으로 경제 전망을 하거나, 몇달만에 문제를해결하겠다는 식의 조급한 약속은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정부·민간연구소 전망. “내년 2월쯤에는 실업자 수가 110만명을 넘어서면서 실업 대란이우려된다.정부가 재정으로 보전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민간연구원) “대책없이 당했던 IMF 외환위기때와는 다르다.사회안전망을 갖추고있어 실업으로 인한 대혼란은 없을 것이다”(노동부 관계자) 정부와 민간 연구기관들이 예측하는 실업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정부의 실업예측] 재경부는 12월 실업자 수가 90만명으로 늘고,실업률은 4.1%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9월 실업자 수 80만4,000명보다 9만6,000명 늘어난 수치다. 노동부는 내년 연평균 실업자는 83만명(실업률3.8%)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노동부 관계자는 “동아건설 등 부실기업의 직원 10%가 실직한다고 보고,최대한 비관적으로 예측한 것”이라면서 “내년 2월 96만명으로 피크에 이른 뒤 실업자 수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기관에서 본 전망] 노동연구원은 최근 자료를 통해 내년 2월 실업률은 4.7%,실업자는 103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그러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그때쯤 실업자가 110만명(4.9%)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1·3’기업퇴출 조치와 공공부문 구조조정,은행권 퇴출,현대건설·쌍용양회 등 부실기업의 처리와 관련해 7만5,000명,경기침체로 9만5,000명,신규졸업자의 미취업,건설·농림부문에서 13만명 등 모두 30만명의 실업자가 새로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한달에 10만명씩 실업자가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국민들의 체감은 더욱 심각] IMF사태때와 달리 기업들의 여력이 없는 상태라 명예퇴직금도 제대로 못받고 거리로 내몰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IMF때 저축을 깨고,앞다퉈 보험을 해지하며 근근이 살아왔던 중산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IMF때 실업과의 차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대우경제연구소 신후식(申厚植) 연구원은 “정부가 실업의 충격을 보전할재정적인 여유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IMF사태때는 노동계가많이 양보했지만,이번에는 험악한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삼성경제연구소 최숙희(崔淑姬) 수석연구원은 “내년 2월 실업률은 5%를 넘겠지만,IMF때처럼 6∼8%까지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실업률은 내년 하반기부터는 뚜렷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최경수(崔慶洙) 연구위원은 “97년 말은 콜금리가 30%까지 올라가면서 건전한 기업도 연쇄부도가 났지만,지금은자생력없는 기업을 퇴출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업이란 점이 다르다”면서 “오히려 인력감축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자금시장의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성수기자 sskim@
  • 장터에 가면/소래포구 새우젓시장, 신선도 제일 ‘염장새우’

    갓 잡아올려 배에서 내린 새우가 부두 물양장에서 퍼득퍼득 뛴다.즉석에서 새우에 소금을 뿌려 간을 맞추는 어부들의 손 놀림이 분주하다.덩달아 새우를 구입하기 위해 몰려드는 아낙네들의 발걸음도 줄을이어 포구 전체에 활력이 넘쳐난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새우시장인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는 김장철이 되면 마치 사라진 파시(波市·바다 위에서 열리는생선시장)가 부활한 듯 생기가 넘친다. 이곳의 새우젓이 유명하게 된 것은 팔미도·승봉도·율도 등 인천연안의 천혜의 조건 때문.한강과 임진강 등에서 흘러든 민물이 바닷물과 만나면서 염도를 낮춰 새우떼를 몰려들게 만든다. 4∼6월에 잡아올린 젓새우에 소금을 넣어 대전과 옥천 등지의 온도변화가 없는 토굴에서 반년 가량 숙성시킨다. 이곳에서는 선주만이 잡은 새우를 팔수 있도록 돼있기 때문에 새우용기에 배와 선주 이름을 명시하는 ‘새우젓 실명제’를 실시할 만큼품질을 자신한다.변질된 제품은 즉시 바꿔준다. 가격도 1㎏당 2,000∼3,000원선으로 일반 가격의 절반 수준이어서주부들이 먼 길을 달려온 보람을 느끼게 한다.요즘 평일에는 1만여명,주말에는 2만여명이 찾고 있다. 김장용 생새우는 소래포구가 자랑하는 특색 상품이다.소비자들이 원하면 당일 조업으로 잡아올린 생새우에 소금을 뿌리는 염장을 한 뒤판매한다.염장새우는 맛은 조금 떨어지지만 신선도는 그만이다.가을철에는 새우가 봄보다 덜 잡히기 때문에 값은 조금 비싸 한말당 2만∼2만5,000원에 팔린다.염장새우는 집에서 한달간만 숙성시키면 김장용으로 안성맞춤이다.김장이 시작되는 다음주부터는 염장도 필요없이직접 생새우를 김장용으로 사용해도 지장이 없다고 한다. 소래포구 어촌계는 소래 새우젓을 전국적인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내년부터 새우젓아가씨를 선발하는 등 새우축제를 열 계획이다. 인천 김학준기자
  • 모리도 인정한 ‘퇴진론’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브루나이로 떠나기 직전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는 한 교육개혁자문위원으로부터 성탄절 전야행사에 참석해달라는 초청을 받았다.“그때까지 총리직에 있다면 참석하겠다”는 것이 모리 총리의 답이었다.총리스스로 자신의 자리가 언제 바뀔지 모름을 시사한 것이다. 출범 7개월을 갓 넘긴 일본의 모리 총리체제가 침몰 일보직전의 위기에 몰렸다.16일 발표된 지난달 일본의 도산기업 집계는 일본 경제가 사상 최악임을 수치로 증명해주고 있다. 이같은 경제부진에 ‘피랍 일본인 제3국 발견안’ 등 모리 총리의실언마저 계속되자 야당은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기 직전인 이달말쯤‘총리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할 것을 결정했다. 문제는 자민당 내에서도 모리 총리 퇴진에 동조하는 세력이 급속히늘어나고 있는 것.11일 비주류의 가토 고이치(加藤紘一)파가 불신임안이 제출되면 야당에 동조할 것이라고 선언한데 이어 주류파 내에서도 총리 퇴진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모리 총리가 물러나면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외상,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전 외상,고이츠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후생상 등이후임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세진기자 yujin@
  • 문화스냅 2000/ 편지

    이 도시에는/편지를 쓰는 시민이 아무도 없다/전화를 두고/팩시를 두고/성가시게 편지는 무슨 편지/하지만 우체부 김씨의 우편낭은/산타클로스의 선물푸대보다 더 크다/그 속에 가득찬/안 사면 손해인 소비자의 복음/홍보용 인쇄물…(이형기 ‘우체부 김씨’)#우표값을 아시나요? 이 뜬금없는 물음에 선뜻 답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손수 편지지를 고르고,곱게 우표를 붙여,골목골목 우체통을 찾아다니는 서정이 잊힌지 오래다. 요즘 우표 한장은 170원.연애편지 쓰기에 딱 좋은 무늬 편지지는 서너장 한세트에 1,000원선.경조금 담는 용기쯤으로 전락한 흰 봉투는100장들이 한통에 2,000원이고. 빨간 우체통 앞에 서면 괜스레 가슴뛰고,하릴없이 우편배달부를 기다리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오래전 일도 아니다.그러고보면 편지는 지난 세기의 유물 목록에 휩쓸려 어물쩍 도매금으로 넘어가버렸다. 이메일이 ‘광속’으로 오가는 이즈음.손으로 쓰는 편지를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무지 촌스러운 발상일 수도 있다.그렇건만 이 가을 끝자락에서,아날로그식 수(手)작업에 새삼 향수가 쏠리는 건 왜일까. #끊임없이 편지를 사랑한 사람들 휴대폰과 이메일,인터넷이 국민적의사소통기구로 급부상하기 전까지만 해도 편지의 좌표는 당당했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모색하는 데 펜팔이 쏠쏠한 역할을 자임한 적이있었다.어디 그뿐인가.30대만 해도 초등학생 시절에 군부대로 위문편지 한두번쯤 안띄워본 이들이 없을 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생활현장을 풍미한 ‘은유의 수사학’으로는 편지만큼 근사한 게 없었다.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역사와 문학을 주름잡은 ‘세기의 편지’는 일일이 꼽기가 숨차다.육필 편지의 진가를논한다면,뭐니뭐니해도 연서(戀書)가 최고.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연애편지가 갖는 수사적 의미야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다.그 역사는,불과 두달전엔 레이건 전 미대통령 부부가 젊은시절 연애편지를 책으로 묶어내는데까지 맥을 이었을 정도다.고흐가 동생 테오에게,프란츠 카프카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 등은 그대로 빛나는 문학작품이다. 여물지 않은 생각을 ‘날것’으로 쏴대는 이메일 시대였다면,이들이온전히 빛을 볼 수 있었을까.그리운 이의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젊은이의 마음을 슈베르트는 몰랐을 것이고,연가곡집 ‘겨울나그네’에실린 ‘우편마차’는 죽었다 깨어나도(?) 나오지 못했을 거다. #편지는 죽었을까… 현실속 인간관계가 단절될수록 사람들은 가상공간으로 마음을 뺏겨간다. 컴퓨터의 지원없는 글쓰기란 생각할 수 없는 하이퍼텍스트의 시대.사이버 공간에서의 의사소통법이 폭발적으로 세를 얻게 된 배경을 놓고어떤이들은 한국적 특수성을 들먹이기도 한다. 그들 주장은 이쯤된다.“유별나게 공동체적 삶을 중시하는 교육환경에 길들여온 국민성이경쟁사회에서 고립을 느꼈고,그 뒤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유연한 소통장소로 사이버 공간을 선택했다”틀린 말은 아니다.속도지향의 세상은 즉시즉각 소통가능한 전자우편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나날이 가치를 실어주는 중이다.이메일이나 핸드폰 메시지는 체취를 담은 일종의 ‘자기확인’ 장치가 됐다는견해(김성기 ‘현대사상’주간)도 있다.액정화면에 메시지를 한꺼번에 8줄까지 띄우는 핸드폰이 인기몰이를 하는데야. #하이퍼텍스트의 시대,그래도 편지는 살아있습니다 달갑잖은 이메일을 하루에도 몇통씩 ‘휴지통’에 쓸어넣고,손가락이 안 보일 만큼날렵하게 핸드폰 단말기로 채팅 메시지를 찍어날리는 세상.이런 풍경들 속에서 육필편지가 설 자리는 사라졌다고들 믿었다. 실은 그렇긴 하다.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의 통계(3년마다)에 따르면,88년 전체 우편물 가운데 개인우편물이 차지한 비율은 31.1%.지난97년엔 25.2%로 떨어졌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막연한 예상처럼 개인서신이 급감추세는 결코 아니란 대목에 있다. 우정사업본부 우편물 통계담당 황성구 차장은 “정확한 통계는 잡을수 없지만,육필편지는 최근 오히려 늘고 있는 분위기다.글쓰기에 무작정 겁먹던 과거와 달리,온라인 글쓰기로 단련된 네티즌들이 부담없이 접근하기 때문인 것같다”고 귀띔한다. 시인 황동규씨가 그렇게 노래했던 ‘즐거운 편지’는 이제 더이상 육필 형태로만 머물러 있진 않을 태세다.모양새를 바꿔 살아남기로 했다.이름하여 ‘하이브리드(hybrid)메일’.웹상에서 작성한 메일을 우표에 소인이 찍히는 실물편지로 바꿔 보내주는 우체국 서비스가 크게인기다. 천지개벽해도 관계를 떠난 주체란 있을 수 없는 법.가을이 다 가버리기 전에,보내서 마음 들뜨고 받아서 기쁜 ‘즐거운 편지’ 한통 어떨까.서정이 담긴 종이편지라면 더 좋겠다.서두르자. 황수정기자 sjh@. *영화속 ‘편지’관객을 울리고…. 100년 영화 역사 속에서 편지는 내내 요긴한 아이템이었다.‘편지중의 편지’ 러브레터를 그대로 제목이나 주소재로 삼은 영화부터 떠오른다.이와이 순지 감독의 일본 ‘러브레터’,진가신의 할리우드 ‘러브레터’,이정국의 한국 ‘편지’.일본 ‘러브레터’가 이루지 못한애잔한 사랑으로 눈물샘을 건드렸다면,최진실과 박신양이 주연한 충무로의 ‘편지’도 그에 못잖았다.남편이 홀로될 아내를 위해 세상을뜨기전 미리 부치고간 편지의 슬픈 정조가 오래오래 기억되는 멜로. 진가신의 영화에서는 편지의 속성이 좀더 원색적으로 드러난다.연애편지 한통이 이 사람 저 사람을 거치면서 온마을이 분홍빛 연정에 ‘감염’되는,익살맞은 내러티브다. 이말고도 줄줄이다.‘병속에 담긴 편지’에서 케빈 코스트너는 아내를 잃은 슬픔을 절절한 편지로 달랬다.‘일 포스티노’는 칠레의 망명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이름없는 바닷가 우편배달부의 우정을 담았다. 편지가 섬뜩한 스릴러로 장르를 넓히기도 했다.두어해 전 국내 개봉된 ‘킬러가 보낸 편지’는 대표적이다. 손편지가 이메일에게 자리를 내주자 영화도 그에 주목했다.맥 라이언이 주연한 ‘유브 갓 메일’은 이메일을 주소재로 당당히 부상시켰다.일본의 ‘하루’는 이보다 훨씬 더 이메일 코드에 밀착한 경우.이메일이 내러티브의 근간을 이루기로는 한국의 ‘접속’도 빼놓을 수 없다. 고전이 돼버린 윌리엄 와일러의 ‘편지’(1940)에서부터 얼마전 국내개봉된 일본의 ‘포스트맨 블루스’나 충무로의 최근작 ‘시월애’까지.편지 생각은 간절하지만 당장 쓰기가 내키지 않는다면 영화라도한편 골라보면 어떨지. 황수정기자
  • 와인이 브람스를 만날 때…

    가을이 깊다 못해 겨울이 완연하다.경제난으로 마음까지 얼어붙기 쉬운 요즘 향기 그윽한 와인 한잔을 이야기 한다면 너무 호사스러울까?때마침 11월은 올해 갓 수확한 포도로 담근 햇 포도주 ‘보졸레 누보’가 출시되는 와인의 계절.보졸레 누보는 일반 와인보다 맛은 가볍지만 포도 맛이 진하고 떫지 않아 초보자들이 즐기기 좋다. 마실 때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깔리면 금상첨화.오랜시간 참나무통에서 익어야 제 맛이 나는 와인처럼,세월에 단련된 연주자라야 악기의제 소리가 나는 법.그러고보니 와인과 클래식은 닮은점이 있다. 지난 6일.와인을 세상에게 가장 사랑한다는 여성 와인마니아들과 술과는 친하지 않다는 남성 피아니스트가 와인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다.2시간동안 이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와인을 마시면 행복해져요 인터넷 와인전문사이트 ‘베스트와인샵’을 운영하는 최성순씨.6년전 런던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만 해도 그녀는 “옛날에 먹어본 것”만을 찾는 완전초보였다.그러다가 동료들과함께 우연히 맛본 와인에 반해 마니아가됐다.책을 찾아가며 공부한덕에 현재는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와인선택요령,빈티지(생산년도)를 소개할 정도로 베테랑. 그녀는 와인은 매번 마셔도 함께 마시는 사람,요리 그리고 분위기에따라 변하더라며 혼자 마시는 와인처럼 맛없는 술은 없단다. #브람스를 들어보세요 피아니스트 김주영씨는 5살부터 피아노를 배웠다.처음엔 남들처럼 교양 차원에서 시작했지만 중학교때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결심했다. 피아노란 악기는 오랫동안 꼼짝않고 앉아 있는 일을 견딜 수 있는 차분하고 침착한 성격이 아니면 칠 수가 없다.술도 담배도 별로 즐기지 않는 그는 오직 피아노와 음반수집이 취미다. “술은 잘 모른다”며 한사코 물러서는 그에게 여성 와인마니아들이가을에 맞는 음악이라도 추천해 달라자 선뜻 ‘브람스 바이얼린 소나타’를 든다.요즘 연주회 협연을 앞두고 연습 중인데 어둡고 쓸쓸하면서도 관조적인 느낌이 딱 맞다나. #와인은 사람 같아요 현재 케이블TV SDN에서 DJ로 활동하는 배혜진씨.월급을 타면 새옷보다 좋은 와인 몇병을 사두고 본다.집 한 귀퉁이에 모셔두고 볼 때마다 누구와 마실까 궁리하며 가슴이 설렌다. 비싸서 안 마신다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다.“좋은 와인이란 따로 있는 게 아니예요.아무리 싼 술도 마셔서 입에 맞으면 그게 제일 좋은술이지요.”그녀에게 새 와인을 경험하는 일은 사람을 만나는 일처럼 늘 새롭다. 맛을 표현할 때도 그런 식이다.이건 아무 생각없이 가볍다,우아하다,남성적이다 등등. #와인과 클래식 닮은데가 있네 김주영씨는 레코드수집이 취미다.한창재미붙였을 때 취미가 같은 사람을 만나면 그야말로 만리장성을 쌓은경험 때문일까.와인에 대해 열올리는 최성순씨와 배혜진씨에게 ‘증상이 비슷하다’며 테이블에 바싹 다가앉는다. 김주영씨가 “사실 클래식은 처음 들어서는 좋은 줄 모르죠.젊은이보다 성인층에 클래식 애호가가 많은 이유도 들으면 들을수록 반복을통한 이해가 축적되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최성순씨가 “맞아요.와인도 처음엔 떫기만 하죠.비싼 술일수록 더 그렇고요”라며 반갑게맞는다.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편견이 없어지면서 다 좋더라는 김주영씨 말에도 와인마니아들은 “모든 사람이 제 나름의 멋이 있듯 와인도 제각각 매력이 있어요”라고 맞장구 친다. 와인마니아와 술 안마시는 피아니스트,결코 섞일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이들이 와인잔을 마주한 지 2시간. “15일 자정에 보졸레누보 축제가 있거든요.12시를 기해 전세계에서동시에 열리는 행사인데 한번 참석해 보시겠어요?”김주영씨는 어느새 이들과 다시 만날 약속을 잡고 있었다. ◆와인상식. 초보자들은 대개 달콤한 과일향의 화이트와인에서 단맛이 덜한 드라이 화이트와인,레드와인으로 바꿔가는 것이 좋다.가격도 1만∼2만원대의 저렴한 와인부터 시작한다.화이트와인은 10∼13도,레드와인은 15도 정도가 알맞다.마실 때는 컵의 손잡이 부분을 잡고 살살 ‘파도치기’해 향기를 맡아본다.불고기·갈비 등 양념이 강한 고기요리에는 레드와인,생선과 야채요리에는 화이트와인이 어울린다.마시다 남은 와인은 병속에 있으면 공기에 산화해 식초처럼 변하므로 2∼3일내 마시는 게 가장 좋다. (힐튼호텔 식음료부 조이환차장 도움말)허윤주기자 rara@
  • [대한광장] “인간은 법대로만 살 수 없습니다”

    부모라면 누구든 한결같이 자신들의 아이가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정직해야 한다,바르게 살아라,나쁜 짓 하지 말라 등의 말은 이미 부모가 되고만 우리 역시 지난 시절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것들이었다.그런데 그런 것들은 불행하게도 그저 말로써‘교과서’적인 가르침뿐이었을 뿐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정작 우리가 살면서 몸으로 체득하게 된 삶의 지혜란 그와는 정반대로“그리 살면 망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고만 어느 공직자의 유서는 너무나 적나라하고 비극적이다.“인간은 법대로 살 수 없습니다”. 오죽했으면 그는 삶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에 그것도 그 하고많은사연 가운데 하필이면 이런 얘기로 시작하는 유서를 남긴 것일까.“인간은 법대로 살 수 없습니다”라는 하소연이 인간 본연의 존재적부조리를 일컫는 게 아니라면 이 말은 분명“우리 사회에서는 법대로 살 수 없습니다”라는 의미일 터이다. 법이란 그 사회의 최소 규범이자 최하위의 도덕률이다.윤리나 양심과 같은 고상한 덕목에 비추어 보면 턱없이 저급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사회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마땅히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준을강제하는 것이 법이다.때문에 법이 무너지면 사회의 근간이 뒤흔들리게 되고,법의 권위가 상실되면 온갖 편법·비법·불법들이 난무하게마련이다.법이 무너지는 사회는 그야말로 마지노선마저 붕괴된 난장의 나락이 되기 십상이다.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들의 몫이 됨은 물론이다.“법대로 살 수 없다”는 유언은 그 한마디말만으로도 오늘의 우리 사회가 대체 어느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를단적으로 보여주고도 남는다.또 이 말은 동시에 우리 스스로를 향해곧장 내리꽂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고 만다. 과연 ‘법대로’였다면 빌게이츠의 성공 신화가 아닌 다음에야 불과삼십을 갓 넘긴 나이의 어린 한 사업가가 수백억원이라는 우리로서는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의 돈을 마치 주머니 속 쌈짓돈 굴리듯 주물러왔다는 사실이 어디 가능하기나 했겠는가. 사람이 법대로 못 산다면 지키든 말든 상관없이 법은 그저 명문상의 법으로서만 있게 하든가,아니면‘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법을 세상에 맞추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이같은 말이 지나친 비아냥일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대신 학연·지연·인연과 같은 연고주의나 심지어 관언협착,정경유착 따위를 아예 합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그리되면 비록 법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최소한법의 효력만은 지켜질 것이 아닌가.이도저도 아닌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어차피 비웃기나 하듯이 법을 피해가며 온갖 탈법과 투기와 협잡과유착이 비일비재하게 또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그래도 법대로 살아야 한다고 외치는 것은 ‘공자님 염불하는 격’과 다르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긴 한 나라의 장관이라는 사람이 심야 TV토론에서 방청객을 ‘구로공단 여공’으로 여기고 그들의 치마 속을 들여다보며 잠을 쫓았다는 얘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이 사회에서 과연 무슨 도덕과 윤리와법을 얘기할 수 있을까.이제 나는 자라나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어른으로서 어떻게 살라고 가르침을 주어야 할지 암담하다.그나저나 법대로조차 살 수 없다면 정말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그 뾰족한 수를과연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김 형 완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 [먹거리 축제를 찾아서] (12)양양 남대천 연어

    강원도가 온통 떠들썩하다.불타는 설악의 단풍에다 알래스카 등 북태평양으로 떠났던 ‘우리 연어’가 떼를 지어 어머니의 강 남대천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3,4월 양양 앞바다에 방류된 1,200만마리의 연어 치어는 3,4년뒤 몸무게 3∼4㎏,길이 40∼80㎝의 어른이 돼 설악산이 붉게 물들무렵이면 동해로 귀향한다.10월부터 12월초 사이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연어는 연간 3만5,000여만리.이중 2만5,000여 마리가 남대천에서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수정을 하고 삶을 마감한다. 그리고 이때는 알래스카 등지에서 들여온 냉동 또는 훈제 연어에 익숙한 미식가들이 모처럼 갓 잡은 싱싱한 연어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시기다. 강원도 양양군이 주최하는 제 5회 남대천 연어축제가 오는 4,5일 이틀간 남대천 둔치와 내수면연구소 채란장 등에서 열린다. 축제에서는연어 맨손잡기 체험,연어 낚시대회,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와함께 달리기,연어 탁본뜨기 등 연어를 주제로 한 생태체험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체험행사의 참가자는 하루 1,000여명으로제한되며올해의 경우 이미 접수를 마감했다. 그러나 행사기간중 누구나 남대천 둔치 상설전시장을 찾아 싱싱하고향긋한 연어 요리를 맛보며 행사에 동참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수 있다.국립수산진흥원 내수면연구소에서는 지난달 11일부터 그물로잡아 채란을 마친 연어를 마리당 4,000원씩,양양군 가평리 부녀회는훈제 연어구이를 한 토막에 2,000원씩 이달말까지 판매한다.냉동연어와 연어포 등 각종 연어 제품은 물론 은어뚜가리탕,감자부침,송이요리 등의 시식코너도 있다. 연어는 담백한 맛도 일품이지만 ‘나이아신’ 함량이 높아 피부미용및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들의 건강식품으로 적격이라는 것이다. 연어고기는 주로 살짝 훈제하거나 말려서 먹는다.회는 민물과 바다를 오르내리는 도중 기생충에 감염됐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연어요리에 대한 연구가 짧아 훈제구이,튀김,회,연어포 정도가 고작이지만 일본에서는 연어를 재료로 100여 가지가넘는 요리가 개발돼 인기를 끌고 있다.문의 양양군 개발기획단 이벤트기획팀 (033)670-2239,2418.연어축제 홈페이지(salmon.or.kr)양양 조한종기자 bell21@
  • 주말극장가 ‘4편4색’ 골라보는 재미 쏠쏠

    이맘때 극장가는 비수기다.그나마 국내외 기대작들도 ‘공동경비구역JSA’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기를 못펴고 있는 터. 그 와중에 4일 개봉하는 영화들은 모처럼 실속있다. 각양각색의 장르에,할리우드 일색에서 벗어난 다양한 국적에.액션과섹스드라마,코미디와 멜로까지 ‘4편 4색’을 소개한다. ●겟 카터(Get Carter) 빼고 보탤 것 없이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으로 실베스타 스텔론이 돌아왔다.여전히 근육질의 사나운 몸매를 하고 있지만 이번엔 말끝마다 “내 가족”을 외쳐댄다.비정한 영웅의 이미지를 빠져나와 그가 오랜만에 복귀한 자리는 가족의 울타리안. 스텔론이 맡은 잭 카터는 처음부터 영웅적 면모와는 거리가 멀다.주먹다짐으로 남의 빚이나 대신 받아주는 라스베가스 뒷골목의 해결사.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친 건 동생의 장례식장에서다.수십년만에 찾아간 고향에서는 누구 한사람 반겨주지 않지만,동생의 갑작스런 죽음 뒤에 숨겨진 음모를 직감하고 복수에 나선다. 포르노 사업에 이용당한 어린 조카딸을 못내 안쓰러워하는스텔론의눈빛 연기는 확실히 전에 볼 수 없던 변신이다.인터넷 포르노사업을배후조종하는 갱두목으로,섹시함에 카리스마 섞인 한창때의 모습을재확인시킨다. 범죄스릴러의 고전으로 꼽히는 마이크 하지스 감독의 71년작 ‘겟 카터’를 리메이크했다.오리지널 필름에서 주연했던 마이클 케인이 다시 합류했다. ●집으로 가는 길 속살처럼 사변적인 추억과,이리보나 저리보나 중국산임을 말해주는 대륙적 감성에,세상 누구에게나 가슴으로 통할 보편적 진실이 녹아엉킨 ‘장이모우 표’ 멜로다.모두가 첫사랑의 기억한자락쯤은 안고 산다는,암묵적 동의를 얻어서일까.일상의 사소한 편린을 보여주는 영화는 분명 ‘소품’인데도 그렇게 힘있고 당당해보일 수가 없다. 노모 쟈오의 회상을 통해 옛시절로 되돌아간 그 길위에는 온갖 색깔의 사랑이 다 놓였다.수줍은 시골처녀가 갓 부임해온 총각 선생님에게 품는 분홍빛 연정에서부터 눈길위에 서서 뜬눈으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붉은 격정까지. 붉은톤의 차분하면서도 유려한 영상을 배경으로 동화같은 생의 에피소드들이 촘촘히 고리를 엮는다.‘와호장룡’에서 청순미를 자랑한장쯔이가 이 영화로 데뷔했다.올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수상. ●레스트리스(Restless) 앰뷸런스 응급의사로 일하는 아리는 상처를주기도,받기도 싫다는 이유로 한 여자와의 사랑을 거부한다.상대가누구든 하룻밤 상대면 족하던 그가 평범하면서도 착실한 티나를 사귀면서 혼돈을 겪는다. 이 즈음부터 영화는 직선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영원히 한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진정한 사랑의 결실은 결혼이라고 믿는 티나가 적극 구애해오자 강박에서 벗어나려는 아리는 티나의 두 여자친구를 오가며 섹스에 탐닉한다. 판이하게 다른 성의식을 가진 세 여자가,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는남자와 허무뿐인 사랑을 나누는 과정에는 신기하게도 음울하거나 칙칙한 느낌이 없다.두려움없는 방황? 북구의 늦여름 광선이 뮤직비디오를 찍던 감독의 경쾌한 감각과 절묘한 지점에서 만났다. ●빅마마 하우스(Big momma's House) ‘경찰서를 털어라’에서 재치만점의 수사반장으로 돋보였던 마틴 로렌스가 FBI요원이 됐다.그에게 주어지는 임무는 변장을 해서라도 수사의 단서를 잡아내는 것.그렇다고 ‘미션 임파서블’류의 심각한 액션을 기대한다면 틀렸다.엉뚱하고 기발한 특수분장술 자체가 영화의 한 축을 차지하는 천방지축코미디다. 변장의 귀재인 FBI요원 말콤에게 악질 탈옥범을 잡는 일따위는 식은죽 먹기. 탈옥한 악질 은행강도를 검거하기 위해 접근한 곳은 일명‘빅 마마’라 통하는 흑인 뚱보 할머니의 집.탈옥범의 옛 애인 셰리(나이어 롱)가 어린 아들과 함께 그곳으로 숨어들자,말콤은 집을 비운 할머니 대신 감쪽같이 변장해 탈옥범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육중한 실리콘 변장 아래로 얼음물이 자동펌프되고 있다는 사실,알고보면 더 흥미있지 않을까.‘나홀로 집에 3’을 연출한 라자 고스넬감독. 황수정기자
  • [문화스냅 2000] 인터넷 커뮤니티 만발

    #1. 지난 토요일 오후 고려대앞의 한 라이브 카페 피아노와 마이크,앰프가 설치된 무대 주위에 10여명의 남녀가 모여 열심히 악보를 뒤적이고 있다.잠시후 차례로 무대에 나온 이들은 간단한 자기소개와함께 각자 준비해온 음악을 하나씩 연주하기 시작했다.바흐의 ‘미뉴엣’이 맑고 투명한 피아노 선율에 실려 나오는가 했더니 김현철의‘춘천가는 기차’가 기타와 피아노 반주에 맞춰 연주되고,곧이어 클라리넷 3중주로 편곡된 ‘향수’가 조용히 실내에 울려퍼졌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프리챌(www.freechal.com)의 음악동호회 ‘피아노마니아’의 첫 오프라인 모임.피아노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사이버상에서 뭉친 이들은 이렇게 1시간이 넘는 ‘작은 음악회’로 첫 대면식을 가졌다.‘피아노마니아’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김성진씨(25·연세대 4년)가 지난 7월 개설한 모임.취미삼아 자작한 피아노 소품을 음악파일로 만들어 친구들에게 들려주던 그는 “내 음악을 올릴 공간을 따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프리챌에 방을 꾸몄다.현재 회원은 80여명.자료실에 서로 좋아하는 음악자료를 올려놓고,게시판에서 안부를 주고받으며 친목을 쌓아가고 있다. #2. 우리 나이로 27세인 류한나씨는 다섯살,세살짜리 두딸을 둔 전업주부 미혼인 친구들에게는 늘 ‘아줌마’라는 놀림을 받지만 막상 30대가 넘는 동네 아줌마들과는 ‘세대차’를 느끼던 그는,두달전 한미르(www.hanmir.com)에 ‘어린 아줌마들의 모임’을 개설했다.순식간에 비슷한 처지의 아줌마 50명이 몰려들었다.갓 스물의 초보아줌마부터 스물아홉의 베테랑주부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회원들은 남다른 동류의식으로 금방 친해져 이제 하루라도 인터넷에서 안보면 서운한 사이가 됐다.“남편 뒷바라지와 애 키우는 일 등 비슷한 나이와처지에서 오는 공통분모가 많아 서로 큰 힘이 된다”는 류씨는 “요즘은 남편들이 더 열성적인 관심을 보인다”고 귀띔했다. #3.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술을 즐기는 김병곤씨(29·부산 동의대 대학원)는 네띠앙(www.netian.com)에 개설된 ‘소사모(소주를 사랑하는 모임)’의 시삽(모임 관리자)이다.‘소주’를 매개로한 모임이지만 술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술자리에서 오가는 인생얘기가 더 풍성한 커뮤니티.회원은 2,000여명으로 전국적인 모임은 1년에 한번,지역모임은 한달에 한번씩 연다.하지만 술생각이 나면 언제든 ‘번개’로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것 또한 이 모임의 특징.추천 술집과 올바른음주법,숙취예방법 등 유용한 정보도 공유한다. 지금 사이버 세계가 각종 모임으로 떠들썩하다.수천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거대 모임에서 수십명의 미니 모임까지 인터넷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백화제방을 이루고 있다.‘카페’란 이름으로 회원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다음(www.daum.net)만 해도 현재 24만개의 모임이 개설돼있다.홍보담당 이수진씨는 “하루에 2,000개의 카페가 새로 문을 열기도 한다”고 전했다.하루 평균 100여개의 새 모임이 개설되는 네띠앙을 비롯해 프리챌,세이클럽,한미르 등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수십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사이버 모임의 규모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늘어난 이유로는 우선 누구나 손쉽게 모임을 만들 수 있게 된 점이 꼽힌다.대부분의 커뮤니티 사이트는 회원으로 가입만 하면 누구든지 모임을 개설할 수 있다.각각의 모임마다 게시판과 자료실 등 기본 공간을 제공한다.이같은 간편함과 시의성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는 네티즌들의 관심사를 그때그때 반영하는 첨단 유행의 바로미터 노릇을 하기도 한다.네띠앙의정지은과장은 “최근엔 학교동창회와 주부동호회,영어동호회가 강세”라며 “인터넷 모임도 시기에 따라 트렌드가 있다”고 분석했다. 개성을 중시하는 신세대들의 성향도 ‘커뮤니티 호황’에 한몫하고있다.목표만 같으면 다소 맘에 들지않더라도 동호회 안에 남아있던예전과 달리 요즘은 의견이 갈리면 바로 ‘독립’해 새집을 꾸민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모임이 사이트별로는 물론 같은 사이트 안에서도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과거에는 회원수로 세를 과시하려는경향도 있었으나 요즘은 회원수가 많든 적든 별로 개의치않는 것도한 특징.그냥 내가 좋아서 만들고,내가 즐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이때문에 이름만 내걸고 활동이 거의 없는 유명무실한 모임도 심심찮다.프리챌 등에서는 일정기간 활동이 없을 경우 모임을 강제폐쇄하기도 한다.‘흑인음악 창작동호회’ 등 3개의 사이버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성욱씨(25·명지대 2년)는 “오프라인 모임까지 참여하는열성 회원은 전체 회원가운데 10%선에 불과하다”며 “이름만 걸어놓고 게시판에 글 한번 올리지 않는 유령회원도 많다”고 말했다. 나이와 성별,지역을 뛰어넘어 언제든지 마음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익명성이 지닌 속성탓에 부작용도 없지 않지만디지털세상에 아날로그적인 정감을 더욱 돈독히 하는 삶의 활력소인것만은 확실하다.자,이제 컴퓨터를 켜고 내게 맞는 모임을 찾아 인터넷 여행을 떠나보자.딱 맞는 모임이 없다면 내친 김에 하나 만드는것도 좋지 않을까. 이순녀기자 coral@■기발한 이색모임 ‘어,이런 모임도 다 있어?’오프라인이라면 남들 이목때문에 상상하기 힘든 특이한 모임들도 인터넷에서는 당당하다.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온라인의 특성은 보다 솔직한 개개인의 욕구와 고민들을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낸다. 독특한 취향과 기발한 발상으로 네티즌들의 눈길을 끄는 이색 모임을 유형별로 살짝 엿본다. ◆동병상련형 남들과 다른 외양이나 처지,비슷한 경험으로 고민하는이들의 모임.만성피로 환자들이 권익을 위해 개설한 ‘만성피로 환자모임’(천리안),아기를 원하는 주부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삼신할미 아기 점지해주세요’(다음),키 큰 사람모임인 ‘롱뷰티’(프리챌),카드연체 등으로 신용불량거래자로 찍힌 이들의 모임인 ‘신용불량자들의 모임’(프리챌),‘자랑스런 왼손잡이들’(네띠앙),군대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성들의 ‘짬밥 같이 먹기’(다음) 등이 여기에 속한다. ◆마니아형 남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 특이한 분야에 남다른 취향을가진 사람들의 모임.김치없으면 못사는 사람들의 ‘김치를 사랑하는모임’(다음),‘라면동호회’(네띠앙),누디즘을 공통관심사로 한 ‘누디스트’(프리챌),우표처럼 전화카드를 수집하는 ‘전수동’(네띠앙),만화 소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미소년들을 좋아하는 ‘미소년마니아모임’(프리챌) 등이 있다. ◆오리무중형 이름만으로는 도무지 정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모임도있다.네띠앙에 개설된 ‘나는 누구인가’‘바보동호회’‘타락한 자들의 모임’‘나이값 못하는 사람들’이 그런 예.헌혈아줌마의 손길을 뿌리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인 ‘애드모’ 역시 이름만으로는 종잡을 수 없다. ◆대리만족형 다음의 ‘욕동호회’는 누군가에게 욕을 하고 싶을 때유용한 모임.게시판에는 차마 입에 담지못할 온갖 종류의 욕들이 올라온다.프리챌 ‘싸움방’도 하루의 스트레스를 사이버상에서 해결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이순녀기자
  • [외언내언] ‘JSA’와 개방사회

    한국 영화사를 보면 한국 사회가 폐쇄사회에서 개방사회로 이행되는과정을 읽을 수 있다. 우선 표현의 자유부터 보자.1960년대,전쟁영화에서 갓난 아이가 죽은 엄마의 젖을 빨다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있다.그런데 검열관은 ‘여성의 유두 노출 금지’규정에 따라 그 장면을 가위질해 버렸다.이런식의 무지몽매한 횡포는 ‘아 대한민국’이한창 불려지던 시절까지 이어졌다.청운의 뜻을 품고 상경한 청년이결국은 낙향,자살로 생을 마감한다.‘서울드림’을 소재로 한 이 영화의 문제는 끝장면.검열당국이 ‘지금같은 태평성대에 비관자살이말이 되느냐’며 바꿀 것을 요구한 것이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작사나 감독은 검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심지어 잘려나가도 괜찮은 도마뱀 꼬리를 군데 군데 붙여 놓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 생겼다. 시장도 물론 관치였다.1980년대까지는 20개 영화사가 제작·배급을독점했다.이들에게는 한국영화 제작 의무편수가 주어졌고 외화는 1년에 1사 1편,그리고 대종상 수상작에는 수입쿼터 하나가 덤으로 주어졌다.수입외화는 자연히 세계적인 명작이었고 흥행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이에 비해 한국영화는 의무편수를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대종상출품용도 상을 주관하는 당국의 구미를 맞추기에 급급했으니 이런 환경에서 수작을 기대하는 것은 개울물에서 대어를 바라는 격이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25일로 개봉 47일 만에 서울 관객 200만을 돌파했다.이는 지난해 ‘쉬리’가 세운 56일 기록을 9일 앞당겨세운 기록이다. ‘JSA’는 이미 최단기간 100만(개봉 15일) 돌파,주말 최다관객동원(21만5,000명) 등 신기록을 세웠으며 이런 추세라면‘쉬리’의 서울 최다관객 243만 기록갱신도 확실해 보인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은행나무 침대’를 시발로 ‘박하사탕’‘섬’‘초록물고기’‘아름다운 시절’ 등 작품성이 뛰어난 한국 영화들이 줄을이었다.이런 영화들은 한 두 작품을 빼고는 흥행에도 성공해 작품성과 흥행은 반비례한다는 영화계의 불문율을 깨고 있다.모두 한국영화중흥기를 알리는 신호들이다. 표현의 자유 억압은 상상력의 날개를 꺾는 행위다.그 점에서 본다면검열로부터의 해방이 한국영화 중흥의 1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 공부한 젊은 피의 대거 유입도 한 요인이다.시장의 자유 덕택이다.‘냉전’‘6·25’ 등 한국인만의 특수경험도 호재다.이 면에서는 ‘광주…’ 등 우리만의 호재는 무궁무진한 셈이다.이는 분명 개방사회의 청신호다.이 청신호가 정치,경제 등 우리사회 모든 분야로파급됐으면 좋겠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 ASEM SEOUL 2000 D-8/ 프랑크 헤스케 駐韓 EU집행위 대표

    서울 아셈(ASEM)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주한 유럽연합(EU)집행위대표부의 프랑크 헤스케 대표가 11일 대한매일과 특별 인터뷰를 갖고EU회원국들의 입장과 회의 전망 등을 밝혔다. 헤스케 대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한 화해 노력을 지지하는 ‘한반도 평화에 관한 서울선언’을 채택하는등 한반도문제도 주의제로 다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아셈 정상회의가 갖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무엇이라고 보는지.이번에 논의될 주요 의제는. 지난 96년 1차,98년 2차회담에 이어 3차회담을 갖게 됐다.지난 4년간의 성과와 과제를 뒤돌아보고 다가올 10년에 이룩해야 할 청사진을만드는 게 이번 회담의 가장 큰 과제다. 회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협력의 세 분야로 나누어 진행된다.정치,안보 분야에서는 아시아·유럽 양 지역간 신뢰 증진과 협력체제구축 방안이 논의된다.불법 이민문제 등 공동 관심사도 다룰 예정이다.경제 협력 분야에선 무엇보다 경제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아시아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보완할 방안을 모색한다.문화 분야에서는 아셈펠로십 등 지식 정보화시대에 두 대륙간 인적교류 확대 방안 등을논의한다. ■유럽집행위 대표단의 방한 일정은. 로마노 프로디 집행위원장이 이끄는 대표단은 19일부터 21일까지 방한한다.프로디 위원장은 21일 오후 김대중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갖고 한국과 유럽연합간 정치,사회,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프로디 위원장은 남북한 관계개선 노력에 대한 EU의 지지를 전달하고 남북한 화해에 EU의 기여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 남북한 화해 노력과 관련해서는 어떤 논의들을 할 것인지. ‘한반도 평화에 관한 서울선언’이 채택될 예정이다.남북한간 화해를 지지하고 지원하기 위한 선언이다.EU 지도자들은 갓 시작된 한반도의 화해 작업이 통일로 이어지도록 지원을 다짐할 것이다. ■ 많은 EU 회원국들이 금년 들어 북한과 수교를 했거나 수교 교섭을진행 중이다. EU와 북한의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현재 핀란드 스위스 덴마크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체코 6개국이 북한과 수교했고,북한이 브뤼셀에 연락사무소 개설을 요청해놓고 있다.98년과 99년 말에 이어 오는 12월 EU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해 제3차 정치회담을 갖는다.핵비확산조약 가입 및 준수,인권 존중 등의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북한과의 관계 수립은 언제든 좋다. ■ 아시아판 EU의 탄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시아에서는 전체를 아우르는 동맹체보다 개별 국가들간 지역 협력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예를 들어 동북아에서는 어로행위 분쟁,환경문제 등에 있어 한국·중국·일본간에 공동 협력의 바탕이 잘 놓여져 있어 앞으로 매우 바람직한 모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EU는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 새 유고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그를 지지한 도덕적·정치적 근거는 무엇인가. EU는 민주적 원칙을 존중한다.국민의 정치적 뜻을 우리는 존중한다. 밀로셰비치는 민주적인 선거에서 졌다.국민이 선출한 정부를 지원한다는 게 우리의 원칙이다. ■ 같은 분단국이었다가 한국보다 먼저 통일을 이룩한 독일 국민으로서 한반도 통일 전망에 한마디 한다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겠다.통일을 추구하는 데 너무 돈에 얽매이지마라.통일비용 때문에 통일작업을 주저해서는 안된다.70년대 초 독일의 빌리 브란트 총리는 동방정책을 통해 동독에 일방적으로 주기만했다.그게 결국 통일의 밑거름이 됐다. 이기동기자 yeekd@
  • [대한포럼] ‘위기설’로 흔들기

    최근 한 경제부처 실무자는 이색적인 고충을 털어놨다.“성장률과수출 등 경제지표가 좋은데도 이를 제대로 보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좋은 지표를 들이밀면 먼저 정부 내의 고위층부터 “체감경기와 현실을 모른다”고 타박을 주기 일쑤라는 것이다.더욱이 한 국책 연구기관은 국제유가가 내년에는 25달러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치를 비(非)공식적으로 정부에 보고하면서도 “요즘 같은 분위기에 어찌 낙관적으로…”하며 대외 발표를 꺼리고 있다고 한다.얼마 전부터 시중에 나돈 제2의 경제위기설과 거시경제지표 불신 풍조가 이제 관변(官邊)마저 ‘감염’시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주 전직 부총리와 재정경제부장관들이 청와대에서밝힌 경제 진단은 인상적이다.“위기냐,위기 전(前)단계 상황이냐 이야기를 하는데 절대,단호히 그렇지 않다.성장률,경상수지와 물가는 50년 한국 경제에서 이렇게 건전하고 균형 있었던 때가 없었다(丁渽錫전 부총리)” “우리 경제는 경기지표로 본다면 예상 외로 좋다(趙淳)” “중요한 것은 거시경제지표를 관리하는 것이다.성장률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金滿堤)” 이 정권과 인연이 없는 전직 부총리와 장관들이 경제위기론과 거시경제지표 불신 풍조에 반론을 편 것은 주목할 만하다.이들의 지적대로라면 경제위기설은 한 마디로 경제지표를 잘못 해석한 비관론이며,긍정적인 거시경제지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위기설에 근거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다소 씻는 데도 도움이 될 만하다.물론 건설과 유통 등 내수 업종의 경기는 환란 이전 수준에서 허덕이고소비 역시 크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자금 경색으로 시중 돈이 돌지않아 체감경기가 썰렁하고 대우차 등 부실 기업 매각이 골칫거리로등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 삶의 행복이 일,건강과 가정생활 등 몇가지 요소에 따라 결정되듯 나라 경제의 건전성 역시 성장률,무역과 물가 등 중심지표에 의해 좌우된다.현장의 체감경기는 어디까지나 공식 통계를 보완하는 것이지 실제와 괴리가 있다고 해서 거시지표를 깡그리 무시하다가는 ‘맹인,코끼리 다리 만지기’식의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요즘 썰렁한 체감경기의 대명사처럼 된 건설과 유통 업종,벤처기업들은 어차피 구조조정을 거쳐야 한다.경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리며정부가 억지로 살리려 해서는 안된다. 걸핏하면 ‘경제정책의 일대 전환’이니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지만 사실 깜짝 놀랄 만한 카드는 없다.유가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을닥달해봐야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땅치 않다.반면 자동차,컴퓨터와반도체 등은 여전히 수출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업종마다 체감경기가 다른데도 정부까지 시중의 ‘총체적인 경제위기설’에 휘말려들 경우 부작용은 심각하다.감기를 앓고 있는데 보약을 투입하는 식으로 경기부양책 등의 과잉 대응으로 치달을 수 있다. 특히 정책 결정자들이 지금껏 비교적 제대로 방향을 잡은 구조개혁의 틀에서 벗어나 자칫 억지 정책을 양산할까 우려된다. 사실 고도 성장의 쓰레기를 이제야 치우려니 여기저기서 소리가 나게 되어있다.총론으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각론으로들어가면 기득권 세력의 반대와 집단이기주의의 저항에걸려 삐꺽거리고 구조조정의 고통으로 아우성이 터져나오는 것이 요즘 상황이다. 한 마디로 빠르고 강한 금융·기업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이 작업을 야무지게 추진하는 것이 경제 성공의 열쇠이다.장관들도 경제위기설에 치우치기보다 경제의 밝고 어두운 양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인식을 갖춰야 한다. 주위에서도 갓 취임한 장관들이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저지르는 잘못을 어느 정도 봐주는 ‘그레이스 피리어드(grace period)’를 베풀면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이번 경제팀이 일도 못하고 중도 하차하거나 헛발질하면 그때야말로 정말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걱정해야 한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요리연구가 박경미씨 ‘처음 배우는 떡’ 펴내

    34살의 요리연구가 박경미씨는 떡을 사랑한다.젊은 세대에 속하는 만큼 피자도,빵도 친숙하지만 늘 머리속엔 떡이 떠나지 않는다.이렇게만들면 맛있을까,저렇게 모양내면 예쁠까. “대학을 갓 졸업하고 궁중음식연구원에 멋모르고 입사해 10년을 일했어요.한복려원장님을 도우며 이런저런 우리음식을 접했지만 그중에서도 떡과 한과가 가장 매력적이더라구요”박씨가 그동안의 노하우를 모아 최근 펴낸 ‘처음 배우는 떡’은 기존의 떡만드는 법을 담은 책들에 비하면 파격적이다.‘칙칙하고 궁상맞은 옛음식’쯤으로 치부하는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무지개떡,인절미,수수부꾸미 등을 현란할 만큼 예쁘게 만들어 사진에 담았다.떡의아름다움을 자랑하자면 혀 뿐 아니라 눈으로도 맛을 느낄 수 있도록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떡을 만들 때마다 쌀의 한없는 포용력에 반합니다.쌀은 어떤 재료와 섞여도 제 맛과 향을 잃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루어내죠”처음엔 멥쌀가루만으로 설기떡을 찌고,나중엔 버터를 넣은 ‘버터설기’까지 만들어내며 떡의 무한한 가능성에 새록새록 재미를 붙여갔다. 책을 쓰는데는 작년 8월 서울 이화여대 정문앞에 ‘늘 함께 떡을 사랑하자’는 뜻을 가진 떡집 ‘동병상련(同餠常戀)’을 경영한 경험도 바탕이 됐다.젊은이에게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에 ‘입지가 별로’라는 주위의 걱정을 무릅쓰고 낸 가게였다. 깔끔한 실내장식과 작고 앙증맞은 포장은 신세대들에게 금방 어필했지만 정작 주력품으로 개발한 떡 케이크는 잘 팔리지 않았다.예쁘고맛있어보인다고 감탄하면서도 막상 사는 사람은 적었다고 한다.서양식 빵이나 생크림 케이크에 익숙해진 신세대들을 공략하려면 ‘떡은떡 다워야지’하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도 가게를 운영하며 절감했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떡케이크’에 대한 열정은 식지않고 이어져 지금은 흰팥가루와 귤조림을 이용한 귤케이크,코코아가루를 뿌린 달콤한 떡케이크,버터와 망고를 넣은 버터케이크 등 메뉴도 다양해졌다. 집에서 빵,쿠키는 손쉽게 만들면서 떡은 어렵다고 겁부터 먹는 주부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그녀.“도구도 특별하지 않고 집에 있는 믹서,절구,찜통 등을 쓰면 된다”면서 “한번 시작해보면 금세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장담했다. 허윤주기자
  • 민국당 ‘虛舟’ 체제로

    민국당 김윤환(金潤煥)최고위원이 27일 오전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열린 임시 전당대회에서 대표에 추대됨으로써 향후 정치적 역할에관심이 모아지고 있다.4·13 총선에서 참패한 뒤 선장없이 표류해온민국당으로서도 5개월여 만에 정상적인 당의 모습을 갖추게 된 셈이다. 민국당은 우선 김대표의 경륜에 기대를 걸고 있다.김대표가 그동안TK의 맹주로,‘킹 메이커’로서 다양한 정치경험을 쌓아온데다 최근여야를 넘나들며 보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표는 이날 취임사에서 “우리는 분명히 야당”이라고 전제,“우리 당과 협력하지 않고는 어느 정당도 원내 과반수의 원의(院意)를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당 가릴 것 없이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반대할 것은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국당과 김대표의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같다.당장당권 도전에 나섰던 장기표(張琪杓)최고위원이 후보등록금 시비로 등록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갓 출범한 허주(虛舟·김윤환대표아호) 체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장최고위원측은 조만간 ‘대표선출 원인무효 소송’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오풍연기자 poong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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