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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새만금,풍력발전 활용을/이필렬 방송통신대 교수·에너지대안센터 대표

    지난주 북부 독일의 한 도시에서 녹색당의 주의회 선거유세를 구경할 기회를 얻었다. 작은 도시에서 열린 탓인지 사람이 많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녹색당 당수와 후보 대표의 진지하고 열정적인 연설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자기 당의 정책을 적절한 언어와 비유를 사용해 가며 전달하는 모습은 정치가 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연설의 핵심 내용은 에너지와 민주주의였다. 북해에 면한 그 지역은 풍력발전기가 수천개나 들어서 있는 곳이다. 그 곳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4분의1이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다. 자연히 풍력발전은 그 지역의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녹색당 후보는 풍력발전을 단순한 산업의 하나로 보지 않고 전지구적인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주요 수단, 중동의 석유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기술, 지역경제를 살리는 산업으로 부각시켰다. 그는 풍력발전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는 환경과 경제가 서로 상쟁의 관계가 아니라 상생과 윈-윈 관계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강조했다. 녹색당의 목표는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해 5년의 임기 동안 그 지역 전기 소비의 절반을 풍력발전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이것은 북해에 계획 중인 해상풍력단지가 완공되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다. 그렇게 되면 현재 가동중인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할 수 있게 된다. 북해의 해상풍력단지도 다양한 환경요소를 고려하는 가운데 추진되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갯벌은 조금도 건드리지 못한다. 국립공원에 포함된 섬들로부터도 꽤 멀리 떨어져야 한다. 그러면서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서 현재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강조는 독일에서 증가하는 극우파에 대한 경고로서 나온 것이다. 극우파는 소수이긴 하지만 최근에 어느 주의 의회에 진입함으로써 민주주의 정당과 깨어 있는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이들은 독일의 민주주의가 극우파의 준동에 의해서 무너지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극우파들이 세를 불려나가면 독일에 사는 외국인이나 장애인 같은 소수자들의 인권이 침해 당하는 일이 늘어나고, 이는 결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리라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녹색당 당수는 연설 도중 “인간의 존엄은 침해 당할 수 없다.”는 독일 헌법 제1조를 인용하고 여기서 인간은 독일인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극우파와 맞서 강하게 싸울 것을 호소했다. 5년 후 해상풍력단지 건설을 통해 전기소비의 50%를 풍력발전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들으며 우리나라의 새만금을 생각했다. 기존 간척계획의 타당성이 적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새만금을 간척해 대규모 골프장이나 산업단지를 건설하겠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에너지 수급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데도 방조제와 주변에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자는 제안에는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는 풍력발전기를 세울 수 있는 대단히 좋은 기초를 제공한다. 방조제를 풍력단지의 기초로 활용하면 간척을 중단해도 그동안 투자한 돈이 아까울 이유가 없다. 그 돈이 매몰되지 않고 그대로 살아나기 때문이다. 더불어 독일에서와 같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 전북의 정치인들은 왜 이 점에 착안하지 못하는 것일까? 도지사나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자기 임기 동안 전북에서 필요한 전기의 10%라도 풍력발전으로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 풍력발전 같은 새로운 기술로 환경도 살리고 경제도 살린다는 발상은 우리 사회에서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아직 저 30년 전 박정희 시대의 구시대적 개발주의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이란 이유만으로 그 숨막히던 체제를 그리워하는 분위기가 퍼지는 것은 갓 정착하기 시작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위협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생각한다면 박정희 향수를 소홀히 처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필렬 방송통신대 교수·에너지대안센터 대표
  • ‘목맨 이등병’ 유서 필적감정

    강원도의 한 전방부대에 배치된 지 2주일을 갓 넘긴 육군 이병이 선임병의 폭행과 가혹행위 등을 폭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10일 육군에 따르면 강원도 화천군 육군 모부대 강모(21) 이병이 지난 5일 오후 7시쯤 부대 내 보일러실에서 전투화 끈으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강 이병은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이튿날인 6일 오후 7시쯤 숨졌다. 숨진 강 이병의 군복에서는 ‘군대 내 폭행이 존재하고 욕설이 여전하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됐다. 유가족들은 그러나 강 이병이 자원해서 입대했을 뿐 아니라 유서가 강 이병의 필체와 다른 것 같다며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육군은 사고 직후 이뤄진 부검에서 “강 이병의 사인을 ‘질식사에 의한 사망’이라고 잠정 결론 내렸지만, 정확한 사인은 보름 정도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군 수사당국은 유서에 대한 필적 감정을 실시하기로 했다.
  • 곳곳에 ‘죽음의 덫’… 야생동물 ‘살육’ 기승

    곳곳에 ‘죽음의 덫’… 야생동물 ‘살육’ 기승

    #1 지난해 12월 경북 봉화군 태백산맥 자락의 산속. 생후 4년 된 산양(천연기념물 217호, 환경부지정 1급 멸종위기종)은 사정없이 내리치는 몽둥이질에 속수무책이었다. 밀렵꾼 박모(63)씨가 쳐놓은 강력한 덫은 도망도, 반항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숨져간 산양은 입을거리로 쓰기 위해 가죽이 벗겨진 뒤 사람들의 밥상에 올라감으로써 생을 마감했다. 산양은 우리나라에 겨우 수백마리 남아 있을 뿐이다. #2 사진작가 최협(28·돌베개출판사)씨는 두 달 전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 들판을 찾았다. 독수리가 허공 높은 곳에서 빙빙 맴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현장에선 쇠기러기 수십마리가 흰 거품을 문 채 쓰러져 있었다. 사체를 부검하니, 식도엔 갓 삼켜진 듯한 볍씨가 잔뜩 들어있다. 누군가가 볍씨에 독극물을 묻혀 뿌려놓은 것이다. 최씨는 이런 경험이 “흔한 편”이라고 한다. ●“웬만한 산은 야생동물의 지뢰밭” 야생동물의 겨울나기는 힘겹다. 먹잇감이 적어서도 그렇지만 가장 큰 위협은 사람들의 밀렵이다. 동네 야산이든, 깊은 산속이든 올무나 덫·그물·총포·독극물 등 다양한 형태의 밀렵도구들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견된다. 그래서 “야생동물에게 웬만한 산이나 들은 모두 ‘지뢰밭’”(야생동물보호협회 최인봉 부산·경남지회장)이라고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적발된 밀렵행위는 653건(971명), 밀렵·밀거래된 야생동물의 숫자는 957마리에 이른다. 멧돼지·고라니·너구리 등 포유류와 각종 조류, 양서·파충류 등이 망라돼 있다. 예년보다 다소 줄긴 했지만 밀렵행위 자체가 감소한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밀렵·밀거래가 더욱 은밀해져 적발되는 경우가 줄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수거한 올무 등 불법엽구(2만 449개)가 예년보다 훨씬 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한번 밀렵도구에 걸려든 야생동물은 용케 구조되더라도 대부분 생사의 고비를 또 한번 넘어야 한다. 덫이나 올무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치다 다리가 부러지거나 살이 어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겁이 많고 예민한 고라니 등 초식동물들은 치료하는 과정에서 충격의 여파로 죽기도 한다.”(한국야생동물구조센터 조광일 원장)는 것이다. 수술에 성공해 살아남아도 이전과 같은 야생의 삶을 기대할 순 없다. 한 쪽 다리가 없어진 불구로는 아무래도 자연 도태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무조건 방사하기는 어려운 실정”(조 원장)이라고 한다. ●年 시장규모 1500억… 주로 건강원 통해 거래 밀렵이 성행하는 건 물론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수요는 야생동물의 ‘어느 부위가, 몸에 어떻게 좋다.’는 식의 ‘보신(補身)문화’에서 대부분 비롯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의 밀렵꾼은 1만 6000여명, 연간 시장규모는 1500억원으로 추산될 정도다. 최인봉 지회장은 “밀렵꾼들을 다수 거느리고 있는 건강원을 통해 주로 거래가 이뤄지는데 멧돼지 쓸개와 고기가 각각 50만∼150만원씩, 오소리는 100만원, 고라니는 4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밀렵행위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 것도 밀렵을 부추기는 요인이다.“대부분 200만원 안팎의 벌금으로 끝나기 때문에 두 번만 밀렵해도 본전을 뽑는 구조가 문제”(야생동물보호협회 최성규 사무국장)라는 지적이다. 야생동물도 삶을 부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대응 능력을 높여가고 있다. 멧돼지처럼 후각이 예민한 야생동물은 올무에 쉬 걸려들지 않을 정도다.“철사로 만든 올무에 녹이 슬거나 비에 젖어 있을 경우 냄새를 맡고 함정을 피해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은 뾰족한 수가 되지 못한다. 언제나 한 술 더 뜨는 인간을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최 사무국장은 “요즘은 고무로 코팅한 올무나 스프링올무가 나오는 등 밀렵도구가 더 ‘발전’했고, 밀렵단속이 심해지자 등산객으로 가장해 도구를 등산가방에 넣고 다니는 등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며 혀를 찼다. 밀렵은 사람에 의한 ‘야생동물 잔혹사’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야생동·식물보호법 문답풀이 지난해 2월 제정돼 1년간의 경과기간을 거친 뒤 오는 10일부터 발효되는 야생동·식물보호법의 주요 내용을 문답으로 간추린다. ●먹는자 처벌 야생동물은 어떤 경우든 먹어선 안되나. -야생동물 32종(표 참조)만 해당한다.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아 사육된 동물은 대상이 아니며, 밀렵되거나 밀수된 야생동물을 먹을 때만 처벌을 받는다. 밀렵 여부를 몰랐을 때는 어떻게 되나. -밀렵된 사실을 알면서 먹을 경우에만 처벌한다. 그러나 자라 등 인공증식되는 일부 종(種)을 제외한 나머지 동물의 밀렵 여부는 상식적으로 판단이 가능하다. 식품위생법상 음식점에서 판매가 불가능한 데다, 고가로 은밀히 거래되기 때문이다. 해를 끼치는 멧돼지나 고라니를 잡아서 먹을 경우는. -농작물·과수원에 해를 끼치는 경우 유해동물 포획허가를 받은 뒤 잡아먹는 것은 가능하다. 수렵장에서 수렵허가를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것을 스스로 처분해야 하지, 판매·유통시켜서는 안된다. ●포획 금지 모든 종류의 야생동물 포획이 금지되나. -포유류와 조류는 모든 종류가, 양서·파충류는 32종(표 참조)만 금지된다. 국내에 43종의 양서·파충류가 있는데 이 가운데 비교적 흔하거나 보신용으로 쓰이지 않는 11종은 대상이 아니다. 살모사 등 독사도 못 잡나.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므로 이유없이 포획할 수 없다. 그러나 인체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는 허가없이 잡아도 된다. 학교에서 개구리 해부를 위해 잡는 것도 금지되나. -학술연구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사육 개구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드라마] 가슴 따뜻한 가족 이야기 풍성

    [드라마] 가슴 따뜻한 가족 이야기 풍성

    설을 맞아 훈훈한 ‘가족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을 찾아간다. 방송사들이 오랜만에 마주 앉은 가족들의 가슴을 잔잔하게 달굴 ‘우리네 가족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특집 드라마들을 준비했다. SBS는 8일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엄마의 전성시대’(극본 박언희 김진수, 연출 박경렬)를 방영한다.50대에 늦둥이를 임신한 엄마와 직장 문제로 아이 갖는 걸 주저하는 20대 딸이 동시에 임신하면서 일어나는 갈등과 화해를 통해 ‘출산과 모성애’의 참된 의미를 짚는다. 고두심과 이태란이 각각 엄마와 딸로 출연해 극을 이끌어간다. KBS2TV는 어머니의 재혼을 소재로 한 2부작 드라마 ‘새 아빠는 스물아홉(극본 구선경, 연출 이재상)’을 10일 오전 10시30분 방영한다.14살의 나이차이를 극복한 담임선생과 학부모의 사랑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에서 옥소리는 여중생 딸을 둔 엄마역을, 안재환은 담임선생님역을 연기한다. MBC는 11일 오전 9시45분 이현세의 만화를 원작으로, 복수를 뛰어넘는 두 젊은이의 처절한 사랑을 통해 진정한 화해의 모습을 그린 ‘해후(극본 김진숙, 연출 한철수)’를 편성했다. 이 드라마는 아버지가 죽인 남자의 심장을 이식받은 오혜성이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죄책감에 유족을 찾아가 죽은 남자의 딸 최엄지를 사랑하게 된다는 비극적인 멜로물. 이보영과 강경준이 각각 최엄지와 오혜성을 맡아 만화의 감동을 재현한다. 이밖에 KBS는 9일 오후 3시15분에 경남 남해군 남면 사촌마을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로 잡아낸 설특집 2부작 드라마 ‘내 손을 잡아요’(극본 서현주, 연출 김용규)를 방송한다. 댄스 스포츠를 중심으로 제대를 앞둔 김중위(김태현)와 섬마을 분교에 갓 부임한 정은미 선생(조안)의 사랑과 분교생들의 꿈과 희망, 마을 사람들과의 화합을 따뜻하게 그렸다.SBS는 10일 오전 10시30분 조선족 후예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핑구어리’(극본 윤성희, 연출 김형식)를 선보인다. 제목 ‘핑구어리’는 조선 사과와 중국 배를 접붙여 탄생시킨 사과배의 이름. 이 드라마는 한국에 뿌리내린 조선족이 국내에 살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홍수현과 권오중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꼬마돼지 “괴로워도 슬퍼도 난…”

    꼬마돼지 “괴로워도 슬퍼도 난…”

    ●꼬마돼지 베이브(EBS 11일 오전 9시50분) 다큐멘터리 전문 크리스 누난 감독의 1996년작. 소박하고 영리한 꼬마돼지 베이브를 통해 ‘사랑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행복해진다.’는 진리를 일깨워주는 아동 가족영화. 주인공 베이브 외에 흰 요크셔종 돼지, 양몰이 개 두 마리, 오리, 레스터종의 양, 파란 페르시아계 고양이 등이 의인화해 출연한다. 동물조련사 칼 밀러는 이 작품을 1년 넘게 준비했는데, 개, 소, 말을 제외하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모두 어린 새끼들을 사용했다. 특히 돼지들은 빨리 크기 때문에 16주에서 18주 사이의 돼지를 촬영하기 위해 6개 그룹의 돼지들을 훈련시켜 한 그룹당 3주씩 찍고 새로운 그룹으로 바꾸어 찍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마리의 새끼돼지가 동원되어야 했다. 주인공인 베이브(크리스틴 카바노프 목소리)는 이 세상에 갓 태어난 돼지새끼. 그는 엄마와 짧은 기간이지만 단란한 생활을 하며 엄마에 대한 정을 키운다. 그러나 엄마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운명을 맞게 되고 베이브는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 멍청한 다른 동물들은 베이브의 엄마를 천국으로 가는 것으로 착각하고 좋아한다. 베이브는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동네 축제의 경품이 돼 하겟(제임스 크롬웰 목소리)에게 팔려간다. 새로운 곳에서 생활하던 베이브는 양치기 개 플라이(미리암 마고리스 목소리 분)와 사귀게 된다. 어느날 닭이 되고 싶어 매일 아침 지붕으로 올라가 닭처럼 울어대는 엉뚱한 오리 퍼디랜드(대니 만 목소리)와 농장 밖으로 나가게 된 베이브는 하겟씨의 양들이 도난당하는 것을 목격, 양치기 개인 플라이에게 알려 양들이 도난당하는 것을 막는 공을 세운다.90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골리앗, 파이터 변신중

    골리앗, 파이터 변신중

    “스트레스라니요? 처음이라 재미도 있고, 즐기면서 운동하고 있어요.” 모래판의 골리앗 최홍만(25)이 ‘파이터’로 거듭나기 위한 담금질이 한창이다. 지난달 25일 도쿄 토털워크 체육관에 훈련캠프를 차린 지 일주일여. 처음 며칠은 제주도 부모님 집에 전화를 걸어 “엄마! 엄마가 해주는 국수 먹고 싶어.”라면서 에둘러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K-1 주관사인 일본 FEG가 제공한 시나가와 프린스호텔에서 편히 지내지만 잠자리와 언어, 먹을거리까지 바뀌어 힘든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야식까지 먹어야 잠이 드는 체질 때문에 입맛에 맞는 한국식 야참(국수류)이 가장 그립단다. 물론 육체적 고통도 따랐다. 코 앞으로 다가온 데뷔전에 맞춰 난생 처음 겪는 강도높은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소화하느라 훈련이 끝나면 곯아떨어지기 일쑤다. 최홍만은 최근 메디컬테스트에서 유연성과 스피드는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훈련을 총괄하는 캐빈 야마자키(49)는 “K-1 파이터의 몸을 만들려면 적어도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냉정히 진단했다. 야마자키는 이종격투기는 물론 프로야구와 스모 스타들의 트레이너로도 유명한 일본 최고의 조련사.2002년 안정환의 체력훈련을 돕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첫 훈련에 돌입한 최홍만은 샌드백 치기부터 시작해 격투기 기본자세와 복근 및 하체를 다지는 데 주력했다. 땀의 대가로 체지방이 7%에도 못 미치는 근육질로 변했다.7일부터는 약식 스파링을 통해 본격 파이터 수련에 들어간다. 복싱과 킥복싱 전문가를 초빙해 스트레이트와 로킥, 커버링 위주로 실전 감각을 쌓는다. 첫 실전인 다음달 19일 ‘K-1 월드그랑프리 2005 서울’ 대회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역대회라서 ‘절대강자’는 출전하지 않지만, 갓 ‘걸음마’를 배운 최홍만에게 녹록한 상대는 없다는 것. 그나마 해볼 만한 선수는 아케보노(36·일본·203㎝ 220㎏)와 장친준(19·중국·185㎝ 103㎏) 정도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3라운드 내내 스텝을 밟으면서 커버링을 유지할 수 있는 스태미나 보강이 급선무다. 차성주 KBS스카이 해설위원은 “안면 커버링이 내려가면 하이킥 한방에 KO패 당할 수도 있다.”면서 “쉴새 없이 로킥을 뻗어 견제를 하고, 틈이 보일 때 무릎공격을 노린다면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하루 6시간씩 비지땀을 쏟고 있는 최홍만은 오는 21일부터 훈련 시간을 2시간 더 늘리고, 실전 스파링을 곁들이는 등 스퍼트를 올릴 생각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긴~ 설연휴 하자!하자!] (2)40대 스노보드 체험

    [긴~ 설연휴 하자!하자!] (2)40대 스노보드 체험

    스키장에서 멋진 모습으로 스노보드를 타는 젊은이들을 보면 부럽지 않으신가요. 젊음을 한껏 과시하는 양 힙합 스타일 보드바지에 모자, 고글을 쓰고 설원을 질주하는 그들을 보면 은근히 화가 납니다.‘아, 나도 할 수 있는데….’ 하지만 보드는 배우기도 어렵고 자칫 심하게 다칠 수도 있다니 쉽게 용기를 내기 어려웠지요. 한 집안의 가장이며 이제 몸을 사려야 할 40대 언저리 세대들은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죠. 그러나 올해 갓 마흔의 문턱에 들어선 장승호(유니폼전문회사 이데아 영업부장)씨가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인 큰아들 현영이와 함께 보드를 타고 싶답니다. 마침 용평스키장에는 처음 보드를 신어보는 사람을 2시간만에 S자 턴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LTR프로그램이 있답니다. 결과가 궁금하시죠. ●처음 신어 보는 보드 26일 아침 7시에 서울을 떠나 용평스키장으로 향했다. 전날 밤 내린 눈으로 용평은 서울과는 전혀 다른 하얀 나라. 승호 씨는 “정말 올해 처음으로 구경하는 눈꽃이네. 아들놈을 데리고 오는 건데….”라며 말끝을 흐린다. 경기가 좋질 않아 올 겨울에 아이들 데리고 여행 한번 못 간 안타까움 때문이다. 오전 11시 강사 김은석(27·동국대 체육과 4)씨를 만났다. 몸풀기 준비운동을 하고 빌린 보드를 신었다.“아, 이거 왜 이렇게 안 들어가지.” 처음 신는 탓에 승호씨가 투덜거리자 친절한 강사는 “이렇게 안에 이너부츠를 벌리고 발을 꾹 밀어 넣으세요.”하며 신발끈을 매어준다. ●드디어 설원에 서다 보드를 매고 당당히 눈밭에 선 승호씨.‘드디어 나도!’라는 기대 섞인 미소가 스친다. 왼발을 보드에 끼우고 오른발을 밀며 스케이팅을 하듯 미끄럼을 탄다.(승호씨는 왼발이 앞으로 나가는 ‘레귤러 스탠스’이기 때문에 왼발만 끼웠다. 오른발이 나가는 ‘구피 스탠스’는 반대로 해야 한다.) “아 어색하네. 똑바로 나가지를 못 하겠네.” 절룩절룩, 아까의 미소가 사라졌다. 평면에서 보드가 발에 익숙해지면 다음은 클라이밍, 작은 언덕을 오르는 방법이다. 조그만 둔덕을 가뿐하게 오르는 강사. 마흔 살 제자는 몇 번을 미끄러지더니 급기야는 쿵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왼발의 보드를 세워서 날로 찍으며 올라오면 쉬워요.”라고 요령을 이야기하자 “진작 가르쳐 주시지요.” 되레 불평이다. 이제 리프트에서 내릴 때를 대비한 힐드레그와 토드레그 연습이다. 왼발만 보드를 신고 오른발은 보드 위에 올리고 미끄러지다가 서는 것. 몸을 앞이나 뒤로 기울여 경사면과 직각이 되도록 보드 날로 선다.(이 동작이 멈춤의 기본인 ‘에지’다.) ●꽈∼당, 쿵, 큭, 켁 영하의 날씨에도 땀이 난다. 왼발로만 보드를 끌고 다니려니 다리가 아프다.“이게 무슨 고생이야. 벌써 다리도 아프고 넘어질 때 잘못 짚어 팔목이 시큰거려요.”하며 엄살을 떤다.“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일어나서 저 위로 가지요.”라며 강사는 벌써 자리를 뜬다. 슬로프 하단부까지 올라갔다. 잠깐의 휴식.“완전 중노동이에요.” 영하의 날씨에도 그의 티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자, 이제 사이드 슬리핑을 합니다. 보드를 채운 뒤 계곡(슬로프 내려가는 쪽. 올라가는 쪽은 ‘산’이라고 부른다.)을 바라보고 경사면과 직각이 되도록 보드를 두세요. 직각이 되지 않으면 일어서지도 못하고 미끄러지니까 주의하셔야 합니다. 한 팔을 밀고 팍 일어서서 옆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면 됩니다.” 강사가 능숙하게 시범을 보인다. 승호씨가 한 손으로 설면을 밀며 일어서려는데 도대체 일어설 수가 없다.“뱃살이 겹쳐서 일어날 수가 없네.” ●기초부터 차근차근 흔히 낙엽이라고 하는 펜듈럼. 무게중심을 이동해 오른쪽으로 내려가다가 멈춘 뒤 반대방향으로 이동해 멈추는 동작을 반복하는 기술이다. 선생님이 직접 뛰면서 시선을 잡아준다. 강사 말을 따르면서 넘어지기를 계속하던 승호씨,“이렇게 하면 되지요.”하며 자신감을 보인다. 다음은 비기너턴.“자 중심을 잡으시고 어깨를 돌리면 자연스럽게 보드가 회전합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출발. 역시 몇 번을 넘어진 후 간신히 오른쪽으로 턴을 했다. 그러나 또 ‘꽈당’. 반복 끝에 승호씨가 일어나더니 외친다.“야, 된다. 감이 왔어요.” 다시 미끄러져 내리는 승호씨. 속도 때문인지 이번에는 몇 바퀴를 굴렀다. 하지만 아픔보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큰 듯, 아랑곳하지 않고 일어선다. ●나, 초보보더! 11시부터 시작해 오후 1시가 넘어서야 그의 도전은 마무리되었다. 점심시간이 됐으나 밥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한번만!”을 외치며 자빠지고 뒹군다. 아예 보는 사람이 ‘저러다 어디 부러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러다 아슬아슬 넘어질듯 넘어질듯 슬로프를 미끄러져 내려간다. 성공!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어요. 무릎, 팔굼치, 엉덩이, 팔… 하지만 저도 이제 당당한 보더예요. 초급코스를 한번도 안 넘어지고 내려왔어요. 아직 왼쪽 턴이 잘 안 되지만….” 2시간만에 보더로 다시 태어난 승호씨, 그가 20대 청년처럼 싱그러워 보였다. ●용평 LTR 프로그램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용평리조트에서만 실시하고 있는 초보용 강습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스노보드 전문회사인 버튼사가 만들었으며 2시간 강습을 받으면 S자 턴까지 가능하다. 전 세계 11개국 64개의 스키리조트에서 강습한다.4명의 초보자를 보드 전문강사 한 명이 2시간 동안 책임지고 가르쳐준다. 강습비와 보드 렌털비를 포함,13만 5000원.(033)330-7373. 용평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깔깔깔]

    ●함께 가자 어느 날 20살을 갓 넘긴 아들이 부모님 앞으로 가더니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버지, 어머님. 이제 저는 제 인생을 찾아 떠나겠습니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아버지가 마음을 진정시킨 뒤 물었다. “너의 ‘인생’이라는 게 도대체 뭐냐?” “전 인생을 즐겁게 살고 싶다고요. 돈도 많이 벌고 싶고, 발 길 닿는 대로 여행도 떠나고 싶고, 때때로 멋진 여자들도 만나고 싶어요. 절 막지 마세요.” 그러고는 현관 문쪽으로 가려고 하자 아버지가 다급하게 아들에게 다가갔다. “왜 그러세요?절 막지 마시라고 했잖아요!” 아들의 말에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신발을 신으며 말했다. “누가 널 막는다고 그러냐?어서 앞장서라. 같이 떠나자.”
  • ‘인간 119’ 정동남 泰왕실 보은의 초대

    탤런트 정동남(55)씨가 태국 왕실로부터 ‘보은의 초청’을 받았다. 정씨는 최근 서남아시아에 몰려온 쓰나미로 인해 대재앙이 일자 가장 먼저 태국 푸껫으로 달려가 구조활동을 펼쳤다. 이때 그가 현지에 안겨줬던 훈훈한 감동을 태국 왕실 등이 잊지 않았고, 태국 푸미폰 국왕부부의 55주년 결혼기념으로 태국정부와 타이항공에서 주관하는 ‘어메이징 드림 포 러버’란 수중결혼식 행사가 열리게 되자 정씨와 그의 아내에게 특별 초청장을 전한 것. 정씨는 14일부터 4일간 태국 남부 뜨랑을 방문한다. 갓 결혼한 커플들을 위한 태국 정부주관의 웨딩 이벤트인 이번 행사에는 태국의 톱스타 커플 및 전세계 55쌍의 VIP가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해일피해를 입은 태국 남부사람들로부터 자신들에게 진정한 도움은 여행을 와주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가족을 잃고 생활 기반을 잃은 태국인을 위한 행사에 참여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태국 카오락지역에서 실종자 및 실종 경비정 수색 활동을 펼쳤던 그는 태국 해군 특수부대의 초청으로 피피섬 살리기 해저 오물청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구조연합회 중앙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삼풍백화점 및 성수대교붕괴 참사, 괌항공기 추락사고 등 국내의 재난은 물론, 이란ㆍ이라크ㆍ인도 등의 지진 등 해외 재난이 벌어졌을 때도 구조활동을 펴 ‘인간 119’별명을 갖고 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주영하 지음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주영하 지음

    참 기발한 발상이 아닌가? 그림을 통해 음식의 역사를 보고, 음식의 역사를 통해 그 시대의 사회상을 엿본다는 것 말이다. 지금까지의 음식사 연구가 백과사전적 혹은 민족적 정체성 확보를 위한 계몽주의적 경향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림 속 음식을 통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신선·발랄하기까지 하다. ●음식사의 계몽성 거부… 저자 상상력 덧칠 한국학중앙연구원(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민속학)인 주영하의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사계절 펴냄)는 음식사의 계몽성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도발적이고, 풍속화 속 음식에 돋보기를 들이댔다는 점에선 문화적이다. 저자는 ‘음식의 변화상은 이른바 ‘유행’이라는 풍속의 그릇에 시대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 책을 썼다고 서문에서 밝힌다. 대부분 조선 후기에 그려진 23편의 풍속화에 담긴 음식과 인물들에게 돋보기를 대고, 그림 안팎을 넘나들며 나는 듯 펼쳐나가는 저자의 상상력이 유독 돋보인다. ‘앙상하게 말라버린 나무들 사이에 비석이 뽐내듯이 서 있다. 그 아래 난 길에 아이를 안은 아낙이 쓰개치마를 머리에 두르고 겸연쩍은 듯 황소의 등에 올린 등거리에 앉아 있다…. 그 옆에서 갓과 두루마기를 갖추어 입은 양반이 술 한 잔으로 들병이와 수작을 부리다가, 갑자기 나타난 젊은 양반 부부에 놀란 듯 오른손으로 하릴없이 귓밥을 만지작 거린다.’ 김홍도의 ‘행려풍속도병’(行旅風俗圖屛·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 대한 묘사다. 지은이는 그림에 ‘노방노파’(路榜 婆)란 화제(畵題)를 붙였다. 그림의 주인공이 노방(길가)의 노파(술독을 지키는 할머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술이다. 노파의 독에 담긴 술은 청명주나, 한산소국주 같은 ‘앉은뱅이’ 술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야 객지를 떠돌아 성읍에 다다른 과객의 호주머니를 훔칠 수 있지 않겠는가! 김홍도의 ‘벼타작’(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서 저자가 보는 것은 타작에 여념이 없는 농군들 옆에 돗자리를 펴고 비스듬히 누워 곰방대를 문 채 졸고 있는 양반, 아니 양반 같은 이다. 거드름이 잔뜩 밴 그는 ‘분명 소작인의 타작을 감시하기 위해 온 지주의 대행인 마름’이라는 게 저자의 상상이다. 그 옆엔 술병과 술잔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비록 소작인이라 ‘반타작’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타작은 즐거운 듯 얼굴마다 웃음이 가득하다. ●농군옆에 술병 놓고 졸고있는 양반… 이어 음식인 쌀에 대한 ‘수다’가 시작된다. 한국 음식의 반찬은 쌀밥을 먹기 위해 마련된 부식이라는 이야기부터 쌀로 만든 술과 과자, 제물로서의 쌀,‘쌀의 나라’이면서도 몰락해가는 현대의 쌀밥 등등. 19세기 작품인 ‘야연’(野宴·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 이르면 소나무 아래서 기생들을 옆에 끼고 숯불에 쇠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양반들의 주연이 마냥 흥청거린다. 여기서 지은이는 동국세시기를 지은 홍석모(洪錫謨)를 떠올린다. 홍석모가 이 풍경을 보았다면 아마 “요사이 한양풍속에 화로에 숯불을 활활 피워놓고 번철을 올려놓은 다음 쇠고기를 기름·간장·계란·파·마늘·고춧가루에 조리하여 구우면서 화롯가에 둘러앉아 먹는다. 이것을 난로회(煖爐會)라 한다.”고 동국세시기에 기록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상상이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남자 다섯에 여자 둘. 지은이가 보기에 이들은 권세가들과 기생이다. 어지간히 취했을 법한 남정네들이 기생들과 어우러져 즐겼을 듯한 걸죽한 입담을 지은이 또한 거침없이 펼쳐나가고 있다. 안중식의 작품인 ‘조일통상장정(朝日通商章程) 기념 연회도’엔 서양음식이 등장한다. 조선 관리 몇 사람과 일본 사람, 서구적 풍모의 인물들이 사각 식탁에 둘러앉아 있다. 각자 앞엔 접시와 나이프·스푼 등 서양식기가 세팅돼 있고, 상 중앙엔 꽃을 담은 조선꽃병이 서양식 촛대와 함께 놓여 있다. 마치 양복 입고 갓 쓴 어색함이 가득해 절로 웃음이 터진다. 이 그림은 1883년(고종 20) 6월22일 조선측 전권대신인 민영복과 일본측 전권대신인 다케조에 신이치 사이에 조인된 조일통상장정 조인식을 끝낸 뒤 있었던 연회를 그린 것이다. 재미 있는 것은 자리 배치인데, 양 협상 당사자가 마주 앉지 않고 상석에 앉은 민영목 오른쪽으로 다케조에가 아랫사람 입장에서 앉아 있는 모습이다. ●시대적·정치적 상황 곁들여 설명 저자는 당시의 복잡한 시대적·정치적 상황을 설명하며 그림의 의미를 풀어본다. 또 커틀릿과 포도주, 위스키가 당시 어떻게 조선 관리들에게 받아들여졌을지 다양한 시각에서 상상력을 발휘한다. 책은 다양한 풍속화에서 서민의 애환이 담긴 음식뿐만 아니라 국가적 행사 때 쓰인 궁중음식, 조선 관료들의 음식을 골고루 끄집어내 조선 사회를 엿손다. 거대담론이 아닌 시시콜콜한 음식이야기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지만, 사소한 일상 자체로 역사와 대면하고자 하는 의미심장한 의도가 읽힌다.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설 선물 어디서 살까

    설 선물 어디서 살까

    ■이마트 저가·고가 양극화 신세계 이마트는 저가의 실속형 선물세트와 고가의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동시에 늘려 양극화를 추구하고 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백화점 소비자들도 찾아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인균 이마트 마케팅실장은 “설 대목을 앞두고 지난해보다 10∼20% 많은 660만개의 선물세트를 준비했다.”며 “소비 양극화 추세에 맞춰 중간 가격대를 대폭 줄이고 실속형과 프리미엄급 선물세트를 크게 늘렸다.”고 밝혔다. 선물세트는 미용건강·통조림·청과세트·정육·수산·건강식품·웰빙세트 등이 있다. 미용건강세트는 1만원 이하의 상품이 50%를 차지할 정도로 철저하게 저가로 승부한다.1만원 미만 세트는 8개로 늘었다. 유니레버가 9900원 세트 2종을, 니베아가 9800원 초저가 세트를 선보였다. 참치·햄류로 짜여진 통조림 세트는 1만원 미만의 동원참치세트(100g×6+올리브유)가 출시돼 눈길을 끈다. 청과세트는 사과·배를 중심으로 개발했다. 밀양 얼음골 사과(10㎏·27개 이내·6만 6000∼8만원), 당도 13도 이상만을 선별한 프리미엄 신고배 세트(13㎏·18개 이내·6만 8000∼7만 8000원)가 주요 상품이다. 정육세트는 육즙이 파괴되지 않아 고기 맛이 그대로 살아 있는 냉장육(프레시육)과 호주산 수입육 세트에 초점을 맞췄다. 프레시 한우 냉장육(맞춤형·11만∼26만원)은 원하는 부위를 원하는 가격대로 즉석에서 제작해 준다. 수산세트는 굴비·옥돔·김·멸치 등으로 기획했다. 굴비는 전량 추자도 굴비세트로 기획해 100% 국산으로 신뢰성을 높였다. 주 가격대를 지난해 절반 수준인 4만∼8만원대로 낮췄다. 옥돔은 6만∼7만원대의 초저가 세트도 나왔다. 조미 김은 주력 가격대를 2만원으로 낮췄으며, 멸치도 2만원 미만의 세트를 만드는 등 주요 선물세트 가격이 2만∼3만원대로 거품을 뺐다. 수삼·버섯 등의 건강식품세트는 3만원대 미만의 영지버섯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명품 수삼 세트(48만원) 등 프리미엄급 세트와 쌍화차·오가피차·대추차 등으로 구성된 3만원 미만의 선물세트,2만∼3만원대의 녹차 선물세트 등도 출시됐다. 웰빙세트는 와인의 경우 전년보다 8개 세트 늘어난 28개 세트가 판매된다. 올리브유도 이탈리아산 고급 제품을 출시하는 등 지난해보다 6개 세트가 많은 18개 세트를 마련했다.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프랑스 유기농 모니쵸 와인세트(6만 9000원)와 이탈리아산 엑스트라 버진급인 레브톨리 올리브유 5호(2만 2000원)가 대표적이다. ●직불카드 쓰면 할인·포인트 “이마트에서 알뜰 쇼핑을 즐기려면 직불카드를 이용하라.” 직불카드 이용자들에게 가장 많은 할인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오는 2월8일까지 직불카드로 5만원 이상 선물세트를 구매하면 5%의 에누리 할인 혜택을 준다. 또 최고 1% OK캐시백 포인트 적립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직불카드로 저렴하게 쇼핑할 수 있다. 지난해 출범한 이마트몰과 연계한 기획행사도 실시한다. 오는 2월 2일까지 이마트몰을 통해 이마트 매장에서 판매하는 설날 선물세트를 동시에 판매하는 ‘설날 왕대박 특급 선물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 기간내 300만원 이상 대량 주문하는 소비자에게는 구매 금액에 따라 2%를 추가 적립해 준다. 특히 생활용품 세트의 경우 10개 구입하면 1개를 덤으로 주는 ‘10+1’ 행사,10만원 이상 구입할 때마다 10만원 단위로 1만원짜리 상품권을 연속적으로 증정하는 행사도 실시한다. 오는 2월10일까지 OK캐시백 회원이 캐시백 포인트를 적립하면 추첨을 통해 모두 2005명에게 캐시백 포인트 1000점을 추가 제공한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롯데마트 중저가 세트 ‘올인’ 롯데마트는 중저가 가격대의 선물세트에 올인하고 있다. 내수 부진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선물세트 물량의 60%를 5만원대 이하로 내놓아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김영일 롯데마트 기획부문장(상무)은 “가계부담 등을 고려해 1만원 안팎의 저렴한 선물세트를 예년보다 30% 이상 늘리는 등 중저가 가격대의 선물세트 물량을 우선적으로 준비했다.”며 “설날 선물세트의 전체 물량은 지난해보다 25%가 늘어난 190만세트에 이른다.”고 밝혔다. 선물세트는 농산물·축산물·수산물·가공식품·생활용품 등으로 세분화했다. 청과·곶감 등 농산물 세트는 품질보증에 전력을 기울였다. 배세트 1호(13개·4만 5800원)는 당도 12 이상으로 제작됐다. 얼음골 사과세트(17개·3만 9800원)는 당도 17 이상의 상품을 선별 포장했다. 한우 등 축산물세트는 신선도 유지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한우 알뜰 정육세트(3.8㎏·14만원)는 한우 국거리·불고기거리·산적으로 구성된 실속세트이다. 구이용 갈비세트인 호주산 냉동갈비세트(4㎏·10만 8000원)는 가격 부담이 거의 없는 편. 옥돔·굴비 등 수산물세트는 가격대가 선어의 경우 10만∼15만원대, 건어는 2만∼3만원대로 꾸몄다. 명품 멸치 특선세트(800g·4만 8000원)는 갓 잡은 멸치를 배 위에서 바로 삶아서 건조한 덕분에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자연산 대하세트(1.5㎏·28마리·15만원)는 가격이 저렴해 실속형 선물로 꼽히고 있다. 햄·참치·식용유 등 가공식품 세트는 웰빙과 관련된 유기농 올리브유 세트와 허브그린 선물세트, 프리미엄급 수제햄 세트 등을 대폭 보강했고 물량도 전년보다 30% 이상 늘렸다. 청정원 종합 2호세트(1만 8500원)는 참기름·런천미트·딸기잼 등으로 채워 풍성하다. 인기 상품으로 떠오른 올리브유 선물세트인 백설 올리브 2호(2만 4500원)는 올리브유 1000㎖(2개)와 500㎖(1개)로 구성돼 있다. 샴푸·비누·수건 등 생활용품 세트는 불황에 따른 저가 수요가 급증할 것을 감안해 1만원 이하의 균일가(9900원) 선물세트 30만세트를 준비하는 등 1만원 안팎의 선물세트를 크게 늘렸다. 웰빙 반신욕세트(3만 2000∼4만 9000원)는 욕조덮개·목베개·발바닥 지압기 등으로 구성돼 인기가 있다. 세라믹 욕실용품 4종세트(2만 4800원)는 비누받침·물컵·칫솔꽂이·샴푸용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색깔이나 모양의 변형이 없고 위생적이다. ●대량구매땐 덤·상품권 증정 롯데마트는 ‘덤’행사와 상품권 증정, 경품행사 등 다양한 기획행사를 마련했다. ‘덤’행사는 오는 2월8일까지 가공·신선식품 등 400여개 선물세트를 대량 구매하면 1개를 덤으로 주는 ‘10+1’,‘9+1’,‘5+1’ 등의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식용유·런천미트·젓갈 등 150여개 품목의 가공식품 선물세트는 ‘10+1’, 배, 사과, 수삼, 버섯 세트 등 청과 세트의 대부분과 한우 세트는 ‘9+1’, 특선 옥돔세트·안동 간고등어 세트·은갈치 세트 등은 ‘5+1’을 실시한다. 상품권 증정 행사는 연속식으로 하는 것이 특징. 가공식품 등 선물세트를 구입하면 구매액 10만원마다 1만원짜리 상품권을 증정한다. 구매액이 30만원이면 3만원어치 상품권을 준다는 얘기다. 농산물·수산물·축산물 등 신선식품 선물세트는 구매액 10만원마다 5000원짜리 상품권을 준다. 경품 행사는 2월2∼7일 BC카드로 15만원 이상 구매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데,100% 당첨이 보장된다. 이들 당첨자 중 74명에게는 디지털 카메라,6700명에게는 서울랜드 자유이용권,7600명에게는 CGV 입장권 등이 제공된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국선 전담변호사制 성과와 과제] ‘충실 변론’ 안착… 보수 현실화 긴요

    [국선 전담변호사制 성과와 과제] ‘충실 변론’ 안착… 보수 현실화 긴요

    기존 국선 변호사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도입된 국선 전담변호사 제도가 시행 5개월째에 접어들었다. 국선 변호사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법원은 오는 3월부터 본격시행에 앞선 시범실시를 확대키로 했다. 전담 변호사제의 성과와 보완점을 짚어봤다. ●연착륙한 전담변호사제 사례들 #사례1 사기죄로 기소된 30대 피고인 A씨는 구속기간이 길어져 집안이 기울자 보석을 신청했다. 재판부가 보석금 1000만원에 허가했으나 돈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때 국선변호사가 선뜻 빌려줬다. 도망치면 그뿐이었지만 A씨는 보란 듯 재판에 나와 “믿어줘서 고맙다. 앞으로 정직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사례2 강도살인죄로 기소된 20대 B씨. 헤어진 동거녀 C씨를 살해하고 신용카드를 훔쳐 1750만원을 인출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계획적인 살인이라며 사형을 구형했지만 국선변호사는 B씨가 말다툼 끝에 살해했고, 당황해 신용카드를 훔친 것이라고 변론했다. 살해도구가 흉기가 아닌 베개라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은 B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사례3 중국에서 밀반입된 필로폰을 팔다 잡힌 D(33),E(42),F(28)씨.D,E씨는 사선(私選) 변호사를 구했지만,F씨는 돈이 없어 국선변호사를 택해 법정에서 사선, 국선 변론의 한바탕 경쟁이 붙었다.D,E씨는 징역 5년을 받았으나 F씨는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국선변호사가 “어려운 생활형편 탓에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며 적극 변론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사례4 절도죄로 교도소를 들락거린 지 7년이 넘은 G씨. 서른을 갓 넘겼지만, 면회 오는 가족도 없었다. 시름에 빠진 G씨에게 나이 지긋한 국선변호사가 찾아왔다. 그는 “앞날이 창창한데 포기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그리고 매주 면회를 신청했다.G씨는 “가족도 외면한 날, 돌봐준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사명감에 불타는 국선 전담변호사들 국선변호사는 성의가 없어 증거자료를 준비하지 않고 구치소 접견도 오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국가는 헌법상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자 사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형사사건 피고인에게 국가가 대신해 변호사를 선임한다. 그러나 ‘때운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형식적 변호가 많은 게 현실이었다. 전담변호사제가 도입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 국선 전담변호사인 심훈종(68), 유영근(53), 조현권(50), 이석준(44) 변호사가 지난 5개월 동안 밤낮없이 뛰어다닌 결과이기도 하다. 변화의 움직임을 가장 먼저 감지한 곳은 다름 아닌 구치소다. 시범 실시 중이라 국선변호 신청서 등에 ‘전담’이라 표시하지 않는데도 피고인들이 소문을 듣고 전담변호사만을 골라 신청한다. 한 부장판사는 “국선변호 신청자 10명 중 3명은 전담변호사를 찾는다.”고 전했다. ●여전히 보완점 산적해 새 제도는 연착륙했지만, 과제는 남아 있다. 국선 사건은 증가하는데도 국가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란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전담변호사의 경우, 사건당 25만원씩 한달에 25건을 맡으면 세전 월급은 625만원에 달하지만, 서초동 사무실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순수입은 얼마 남지 않는다. 윤영근 변호사는 “전용 사무실을 마련해주는 등 기본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각 법원에 전담 변호사실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지만, 재판과 변론을 분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취소했다. 변협도 회원들 반대에 부딪혀 사무실을 내주긴 어렵다고 전해왔다. 한 판사는 “국선이 활성화될수록 일반 변호사의 일감이 줄어드는 터라 변호사단체에서 협조 받기가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사선 변호사가 국선 변호사보다 형을 줄이는 데 효율적이란 편견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국선 전담변호사에게 배당된 270건 중 87건은 사선으로 옮겨갔다. 전담변호사들은 “대부분 담당 판사와의 학연, 지연을 통해 낮은 형량을 받기를 기대하며 사선을 선임한다.”고 말했다. 국선변호사제도가 전관예우란 법조계 고질병폐를 없애고 사회적 약자도 평등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사법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국선과의 형평성 문제도 새로 떠올랐다. 전담 변호사가 맡는 사건이 한정돼 있어 “왜 내 사건은 일반 국선이 맡느냐.”는 항의가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 민형기 형사수석부장은 “국선제도가 구속피고인, 영장실질심사 대상자로 확대되는 터라 전담변호사의 권리·의무·지위 등을 빨리 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결혼이야기]조용신(28·동국대 연구처)·주효숙(28·하얀손)

    [결혼이야기]조용신(28·동국대 연구처)·주효숙(28·하얀손)

    만난 지 10년, 사귄 지 8년 만에 결혼합니다. 으레 친구로 지내다가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면 곧 결혼이라는 고갯마루에 다다르는 듯합니다만, 저는 꽤나 늑장을 부렸습니다. 무엇보다 그녀와 연인으로 지내는 시간들이 즐거웠던 까닭입니다. 1996년 대학에 갓 입학하자마자 그녀를 만났습니다. 동아리 동기였는데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그런 사이였습니다. 그녀는 주로 선배 ‘오빠’들과 친하게 지내려는 눈치였고, 저는 저 나름대로 미팅이다, 소개팅이다 바빴습니다. 때문에 만난 지 한 학기가 지나도록 별다른 이야기조차 나누지 못했습니다. 그녀와 친해지게 된 건 동아리 여름 엠티 때였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이야기를 나눈 것 같습니다. 그녀는 친절했고, 대화를 잘 끌어나갈 줄 알았습니다. 저는 그 점이 퍽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는 거의 매일 전화를 걸고 서로의 호출기에 음성녹음을 해가면서 급속도로 친해져 갔습니다. 그녀와 공식적인 연인사이로 발전한 것은 그로부터 1년 정도 지나고 나서부터입니다. 입대를 앞두고 우리 사이를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사귀는 것으로 못을 박고 싶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받아주었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녀와의 관계에서 특별히 위기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2년 2개월 동안 군생활을 할 때도, 그녀는 꾸준히 편지를 보내고 면회도 왔습니다. 복학하고 같이 학교를 다닌 기간 동안에도 전과 다름없이 지냈고요. 같이 먹는 점심이 좋았고 대화도 언제나 즐거웠습니다. 사람들이 결혼하는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것도 이때입니다. 결혼은 그냥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을 때 하는 것이란 사실 말이죠. 사실 저같이 무덤덤한 사람이 결혼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쉬운 만큼 얼렁뚱땅 결혼하자고 조르는 것 아닐까 걱정도 했습니다. 결국 마냥 떼만 썼지 분위기있는 말 한마디 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결혼의 길에 접어들게 됐습니다.1월 22일 저희는 부부가 됩니다. 저처럼 멋없는 남자, 허락해 준 그녀가 너무도 고맙습니다.
  • ‘적대적 공범자들’ 펴낸 임지현 교수

    ‘적대적 공범자들’ 펴낸 임지현 교수

    한양대 사학과 임지현 교수는 ‘논쟁적인’ 지식인이다. 그가 던진 ‘일상적 파시즘’,‘합의·대중독재’,‘닫힌/열린 민족주의’,‘포스트-민족주의’ 등의 개념은 숱한 논란을 낳았다. 그런 임 교수가 9·11사태 이후 미국의 우익화 경향에서 얻은 성찰을 담은 새 책 ‘적대적 공범자들(소나무 펴냄,1만 5000원)’을 내놨다. 민족주의적 논리가 서로 적대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똑같은 게임의 법칙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강화해 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아이디어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9·11이후 미국의 우경화 과정 성찰 한때 남미를 휩쓸었던 종속이론에 비슷한 모티프가 있었고 97년 대선 직전 색깔론을 노린 북한 관련 사건들이 줄잇자 김종필씨가 ‘남북관계는 적대적 의존관계’라고 비판해 ‘중앙정보부 창설자답다.’는, 칭찬인지 야유인지 모를 평을 받기도 했다. 임 교수는 ‘민족주의’를 매개로 이런 개념을 전방위로 확장하고 있다. 기존 논의가 우파·기득권층을 과녁으로 삼는다면 그는 좌파·저항세력에게서도 혐의점을 찾는다. 이 때문에 때로는 민감한 감수성으로 상식의 허를 찌르지만 “이놈 저놈 다 똑 같다.”는 논리로 결국 보수주의에 이바지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책 출간을 즈음해 임 교수를 자택 부근 찻집에서 만났다. 우선 포스트-민족주의에 대해 물었다. 반만년 단일민족이라는 혈통적 단일성에 근거한 우리의 닫힌 민족주의에 비해 혈통은 달라도 원하는 사람에게는 시민권을 주는 미국의 열린 민족주의는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다. 그런데 9·11 이후 미국의 우경화는 닫힌 민족주의와 열린 민족주의간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단적인 예로 9·11 뒤 미국인들의 인사말이 바뀌었습니다.‘하이(Hi)’에서 ‘갓 블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ca)’로. 우리 민족주의도 만만치 않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끼리 ‘대한민국 만세’라고 인사한 적 있습니까?”부시의 재선 성공도 하나의 징후다. 억압과 강제가 아닌 선거라는 동의와 지지 절차에 따른 통치, 바로 그가 말하는 ‘대중독재’다.“안 그래도 미국 연구자들이 제게 ‘재선 성공이 바로 대중독재 아니냐.’고 합디다.”그렇다면 닫혔든 열렸든 아예 민족주의라는 틀을 ‘넘어서는 어떤 것’을 모색해야 한다. 그게 포스트-민족주의라는 설명이다. ●닫힌 민족주의·열린 민족주의 큰 차이 없어 “저도 민족주의의 현실적인 힘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로 인정하는 것과 그게 유일무이하다고 말하는 것은 다릅니다. 인문학 연구자는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끄집어낼 필요가 있습니다.”그는 섣부른 ‘중도통합론’과 ‘망라주의’의 유행을 비판했다. 하나의 학문적 입장을 깊이 있게 밀고 나가지 못하고 대충 타협 보고 좋은 말만 골라 ‘총망라’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그의 관점은 ‘적대적 공범자들’ 곳곳에 녹아 있다. ●섣부른 중도통합론·망라주의 못마땅 책에서 한 걸음 벗어나 봤다.‘파시즘’이나 ‘대중독재’라는 말의 어감에서 나오는 정치적 효과에 대해 물었다. 임 교수의 논리구조 가운데 필요에 따라 일부만 차용하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마침 며칠 전 한 일간지의 임 교수 인터뷰 기사 제목은 “北인권에 입 다문 민주세력,北정권과 적대적 共犯관계”였고 부제목 가운데 하나는 “역사는 사법적 판단 대상 안돼”였다. 이 대목에서 그는 잠시 목을 가다듬었다.“물론 내가 보기에도 그들이 약간씩 비트는 듯한 게 보이긴 합니다. 그러나 내가 거기다 나쁜 글을 쓰진 않았습니다. 체 게바라나 로자 룩셈부르크 등 그들 눈에 ‘빨갱이’인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 썼습니다. 내 글을 줄 때는 나도 긴장하고 저 쪽도 긴장합니다. 조금이라도 고치면 꼭 내 허락을 받도록 합니다.” 이 대목에서 임 교수는 최근 자신이 집중하고 있는 ‘변경사(Border History)’ 연구 이야기를 꺼냈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불어닥친 고구려사 열풍이 그는 못마땅하다.2000년 전의 역사를 지금의 역사에 연결지어서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래서 내놓은 대안이 ‘국경’이 아닌 ‘변경’이었다.“옛 기록을 보면 대마도 도주는 조선의 신하이자 일본 막부의 무사였습니다. 대마도는 조선 땅인가요, 일본 땅인가요. 그게 바로 변경입니다. 현대의 국경 개념을 오래전 역사에 가져다 붙이면 안 됩니다. 그런 주장은 ‘국내용’에 불과합니다. 국제적으로 설득력이 있으려면 객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2000년 전 지도를 가지고 이게 네 땅이네 내 땅이네 싸우는 것은 비웃음거리밖에 안 됩니다.” 임 교수는 여기서 속내를 털어놨다.“변경사 연구를 한다니까 ‘고구려 역사를 우리 역사에서 빼는 연구는 도와줄 수 없다.’고들 합니다. 보수진영이야 그렇다 쳐도 소위 진보적이라고 불리는 곳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진보진영의 이상한 보수주의지요.”겉으로는 싸우는 것 같지만 ‘민족주의’라는 호명 앞에서는 의좋게 나란히 서 있는 우리나라 우파와 좌파의 모습, 바로 그가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이다.“제 연구는 기본적으로 국민국가를 해체하는 좌파적 기획입니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고 쏟아내는 비판에 대해서는 정말 더 이상 대답할 힘도 없습니다.” 임 교수의 올해 일정도 빡빡하다. 벌여 놓은 학술대회도 많고 써야 할 책도 많다. 그래도 ‘대중독재’라는 주제의식은 놓치지 않고 있다. 올해는 ‘욕망과 환상’이 키워드다. 권력이 대중의 욕망을 어떻게 충족시키는지, 대중들은 권력의 효과에 어떤 환상을 품는지 분석할 계획이다. 그 환상이 깨어졌을 때 저항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찬반을 떠나 그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데스트 시각] 여성과 상속의 역사/서동철 사회부 차장

    호주제를 비롯한 호적제도는 상속을 전제로 고안됐을 것이다. 호주제 역시 장자(長子)상속을 공고하게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나 다름없다. 호주제를 일본의 통치가 남긴 유산의 하나로 보기도 한다. 봉건시대 지배계급인 무사들이 봉토와 재산을 유지하기 위해 장남에게 독점 상속토록 한 데서 비롯된 제도라는 것이다. 호적제가 대단히 정치적 의미를 담을 수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조선시대는 중기를 지나면서 호주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장자 상속이 일반화되어 갔다. 이를 두고 조선 초기까지도 굳건했던 남녀균분상속제도가 쇠퇴한 것이란 주장을 펴기도 한다. 잘 알려진 대로, 조선의 근본 법전인 ‘경국대전’은 기본적으로 큰아들과 작은아들, 아들과 딸을 구별하지 않고 재산을 고르게 분배하도록 명문화했다.‘조선왕조실록’에도 성종대까지는 자녀균분의 재산상속 원칙이 조정의 보호를 받았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여럿 있다고 한다. 세종대왕은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같은 어머니의 형제이면서, 노비와 재산을 모두 차지할 욕심으로 혼인한 여자에게 나누어주기를 꺼려하는 자는 엄중히 처벌하라.’는 전교(傳敎)를 내린 일이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남녀 불평등 사회였다고까지 평가되곤 하는 조선왕조가 상속제도만은 세계사의 어느 나라, 어느 시대보다 평등하게 시행하려 노력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선왕조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고려왕조를 딛고 일어섰다. 태조 이성계가 역성혁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고려왕조의 모순이 한계점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구시대의 중앙세력이든, 근거지의 지배권을 인정받은 지방세력이든 그 경제적 기반의 해체는 갓 출범한 조선의 지배세력에게는 가장 중요한 현안이었을 것이다. 남녀균분상속제도는 구지배세력이 가진 대농장의 해체를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의 ‘충청권 행정수도’와 맞먹는 이성계 정권 핵심브레인의 깜짝 아이디어는 아니었을까. 고려 지배층의 대농장은 일본의 봉토가 그렇듯 철저히 장자상속이 이루어졌을 때만 규모가 유지된다. 균분상속제도라면 한 세대가 지날 때마다 자녀의 수에 반비례해 토지 규모는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고려사’가 언급하고 있는 상속제 역시 정치적 배경이 없지 않을 것이다.‘고려사’는 ‘무릇 부조(父祖)의 토지는 약정이 없을 경우 적장자에게 우선적으로 지급한다.’고 적고 있다. 대농장의 존재가 지배계층의 기반이었기에 적장자 상속 규정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물론 전해오는 고려시대 호주단자에는 여성이 호주로 기록된 사례도 있다. 균분상속이 이루어졌다는 흔적이지만,‘고려사’기록은 적어도 지배층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정치적 목적으로 도입한 조선의 균분상속제도는 당연히 초기부터 흔들렸다. 세종이 직접 신하들에게 경고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 증명한다. 국가운영의 주체로 떠오른 사대부들에게도 균분상속은 세월이 흐를수록 체통마저 유지하지 못할 만큼 가문(家門)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제도였을 것이다. 불평등 상속의 근거가 됐던 호주제의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가족법 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법원도 이미 새로운 신분등록제도를 마련하고 ‘호주제 이후’에 대비하고 있다. 경제적 균분상속을 이룬 데 이어 정신적 균분상속의 토대까지 갖추게 된 데는 여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상속의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새삼 여성이 강력한 정치권력으로 떠올랐음을 깨닫고 있다. 서동철 사회부 차장 dcsuh@seoul.co.kr
  • [그 영화 어때?]새영화 ‘스노 워커’

    인간은 참 간사하다. 제 잘난 맛에 우쭐대다가 ‘쓰나미’같은 재앙을 겪어야 자연 앞에 겸손해지는 척이라도 한다. 대자연의 위대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요즘 같은 때, 문명에 기댄 현대인의 삶이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를 새삼 일깨워주는 영화가 바로 ‘스노우 워커(Snow Walker)’다. 베테랑 비행사인 찰리(배리 페퍼)는 병든 에스키모 소녀 카날라(아나벨라 피카턱)를 태우고 도시로 가는 중에 비행기 고장으로 북극해 오지에 추락한다. 생면부지의 두사람, 게다가 말도 통하지 않는 이들 앞엔 오직 허허벌판 설원뿐이다. 한번도 도시를 떠나본 적이 없는 찰리는 두려움과 초조함에 미칠 지경이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카날라는 그저 담담하기만 하다. 비상식량인 콜라와 햄으로 연명하는 찰리는 생선을 낚아 날것으로 먹는 카날라가 역겹고, 카날라는 문명의 이기가 없는 곳에서는 마치 갓난 아기처럼 무방비 상태인 찰리가 안타깝다. 점점 혹독해지는 추위와 날로 심해지는 병마에 맞서면서 두사람은 조금씩 서로의 삶의 방식에 익숙해진다. 찰리는 날고기를 먹고, 가죽으로 외투를 만들어입는 에스키모인들의 전통 생활방식에 적응하고, 카날라는 서툰 영어로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툰드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들의 정신적인 교감은 설원위에 반짝이는 한낮의 태양처럼 맑고 투명하다.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콘크리트 문명에 갇혀 지내는 도시인으로서의 비애가 문득 가슴을 파고들게 만드는 영화다.2월25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데스크시각] “한국이 싫다”는 이유/손성진 사회부 차장

    잘못된 수사로 성매매범 누명을 써 체포되고, 손해배상 청구마저 기각당했다면 심정이 어떠하랴. 검찰과 법원이 왜 존재하느냐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을 피해자를 대신해서 따지고 싶다. 보도된 내용이지만, 장성한 아들을 둔 40대 후반의 가장인 김모씨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일을 당한 것은 2001년 7월이었다.15세 H양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것이다. 사건은 아들의 휴대전화를 자기 이름으로 해 둔 데서 비롯됐다. 아들이 여자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그 여자친구도 친구인 H양(성매매범)의 전화기를 빌려 써 결국 김씨가 H양과 통화했다는 오해를 샀다. 검찰은 오해에 그치지 않고 윽박지르고 회유하면서 김씨를 파렴치한으로 몰아갔다. 애초부터 김씨의 전화기는 명의만 자기 것이었지 아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전후사정을 제대로 조사했어도 김씨의 명예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군사정권식’ 고문과 가혹행위는 사라졌다지만 피의자를 으르고, 꾀고, 속이는 구태의연한 수사 관행은 여전하다.H양도 검찰 조사관이 새벽 5시까지 붙잡아 두고 머리를 때리고 욕을 해 김씨와 성매매를 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검찰도 개혁을 한다는데 이런 그릇된 수사 행태는 왜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가. 개혁이 핵심을 짚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압적인 수사를 추방하지 않는 한 검찰 개혁은 도로아미타불이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해결해 줄 곳이 없다는 게 힘없는 시민으로서는 더 답답한 노릇이다. 법원도 답답함을 풀어주기에는 노력이 미흡했다.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김씨는 혐의를 벗긴 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에 대한 물적인 보상은 허락하지 않았다.‘욕하고 때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검사가 위법한 수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이런 법적인 논리를 앞세운 판결의 취지는 당최 납득하기 어렵다. 어째서 욕하고 때린 것이 위법한 수사가 아닌지. 수사를 하다 보면 어쩌다 때리거나 욕을 할 수도 있고 새벽까지 잠을 재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인지. 검찰을 감싸기에 급급했지 시민의 찢어진 명예는 못본 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개혁은 왜 하며 사법부와 검찰은 왜 있는지 묻고 싶다.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의 귀착점은 국민이다. 국민의 존재를 망각한 채 개혁을 위한 개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뇌부는 개혁을 외치고 있는데도 일선 판·검사들은 절실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저 잠시 앓고 지나가는 열병 정도로 흘려버려서는 곤란하다. 검찰은 수사기관이고 법원은 재판기관이다. 수사와 재판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개혁은 썩은 육체에 화장하는 짓이다. 허울좋은 전시행정으로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제도개혁보다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인적개혁이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제도만 바꾼다면 갓 쓰고 자전거 타는 격이다. 사람부터 바꾸어야 한다. 변화하지 못한다면 도태시키고 청산해서 장애물을 없애야 할 것이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한국이 싫다는 말만큼 듣기 싫은 말도 없다. 국가가 배상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받은 후 김씨는 이 나라가 싫어졌다고 했다. 한국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얼토당토않은 혐의를 뒤집어 씌우고 보호막 구실을 해줄 아무런 장치도 없는 한국. 그런저런 이유로 우리는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이 싫지 않도록 할 책임은 위정자들에게 있다. 법관과 검사들에게도 있다.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 배신당했다는 생각에서 잠시라도 나라를 버리려고 마음먹는 사람이 새해에는 정말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성진 사회부 차장 sonsj@seoul.co.kr
  • 남해군 ‘보물’ 다랭이마을…민박등 ‘체험 프로그램’ 마련

    남해군 ‘보물’ 다랭이마을…민박등 ‘체험 프로그램’ 마련

    경남 남해군 남면 가천리 ‘다랭이마을’. 농촌체험마을의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이 마을에는 연중 관광객이 붐빈다. 지난 2002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촌 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되면서 농촌체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775차례 실시된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2만여명이 참가했다. 처음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 2002년에는 참가인원이 2010명에 불과했지만 2003년에는 6820명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웰빙’붐을 타면서 급증했다. 체험객들을 상대로 민박과 체험활동, 농산물 판매 등으로 소득도 짭짤하게 올렸다. 첫해에는 2060만원이었으나 이듬해는 1억 2527만원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2억 2075만원이나 됐다. 다랭이마을에는 바닷가에서 시작된 가파른 절벽에서 산중턱까지 108층이나 되는 ‘다랑논’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다랭이마을의 전체 주민은 65가구 154명. 논두렁에 앉아 낚시질 할 수 있을 정도지만 배를 댈 수 없어 배 한척, 그물 한 코 가진 주민이 없다.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13명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녀회와 노인회, 청년회 할 것 없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주민들은 프로그램의 내실을 위해 친절교육을 받았으며, 해외연수를 통해 중국·일본·유럽 등지의 우수사례를 발굴해 접목했다. 마늘과 벼에 국한했던 작물도 체험객들의 구미에 맞도록 찰옥수수와 두릅·미나리·갓·감자·고구마 등으로 늘리고, 편의시설도 보강했다. 체험프로그램도 계절별로 다양화했다. 대표적인 체험프로그램은 시골학교 운동회와 삿갓배미 찾기, 손그물 고기잡기, 논갈이 등으로 10명 이상이면 참가할 수 있다. 체험비용은 종류에 따라 종목당 1000원∼1만원. 숙식비는 1박3식에 1인당 어른 2만 5000원, 초·중생 2만원이며 유치원생은 무료다. 남해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박동섭&안귀옥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새 상담칼럼에 앞서

    [박동섭&안귀옥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새 상담칼럼에 앞서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가 문을 엽니다. 지난해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혼클리닉’을 확대, 개편한 릴레이 상담칼럼입니다. 가족해체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상담의 범위를 이혼뿐 아니라 부부·고부갈등, 자녀문제 등으로 넓혔으면 좋겠다는 독자들의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박동섭·안귀옥 두 전문 변호사가 매주 수요일 번갈아 독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인생경험이 서로 다른 두 변호사가 다양한 관점에서 가족갈등의 해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칼럼 연재에 앞서 두 변호사로부터 집필에 임하는 각오와 포부를 들어봅니다. ■ 박동섭 변호사 인터뷰 “곤경에 처한 친구에게 도움을 주듯 상담하고자 합니다.” 서울신문의 새 릴레이 칼럼 ‘가족클리닉, 행복 만들기’의 바톤을 쥔 박동섭(62) 변호사는 다양한 경력을 지닌 노련한 법조인답지 않게 대학에 갓 들어온 새내기 같은 설렘이 가득한 표정이다. “변호사 사무실은 가족관계가 완전히 깨진 뒤 마지막에 찾아오는 곳입니다. 이혼·상속 등 가족간 소송이 그렇지요. 아무리 애써도 화해하기엔 너무나 늦은 때, 그들을 만나는 게 가슴 아팠습니다. 상처가 커지기 전에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늘 생각했어요.” 박 변호사가 1998년 10월부터 인터넷 개인홈페이지를 개설, 무료상담을 시작한 것도 소송 전에 화해할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1시간씩 10여건의 사연에 답변해 준다. 그러나 대부분 법률상담이라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서울신문의 새 칼럼이 더욱 반갑다.“어렵사리 고민을 털어놓은 이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방법을 찾고 있어요. 편지글로 써볼까, 시를 인용할까 생각이 많아요.” 박 변호사는 최근 우리나라 이혼율이 급증하는 이유를 ‘미숙아’의 준비없는 결혼 탓이라고 지적했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의 성적올리기에만 급급해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지 않고, 결국 공부만 하던 아이들은 나이 스무살이 넘어도 부모의 품을 떠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부모의 손에 이끌려 식장에 들어가다 보니 6개월도 못되어 이혼법정에 선다고 했다. “양가 부모가 이혼법정까지 쫓아와 참견하는 일도 있습니다. 부모가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식을 늪에 밀어넣고 있는 셈이지요.” ‘홀로서기’를 강조하는 박 변호사는 10여년 전 고등학생이던 세 딸에게 각자 해외여행을 떠나라고 권했다는 얘길 꺼냈다. 오히려 머뭇거리는 딸들에게 “부모는 자녀만 남기고 떠나야 할 운명을 타고 났단다. 내겐 세상과 맞서 싸울 힘과 지혜를 너희들에게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득했다. 세 딸은 각자 짐을 꾸려 유럽과 동남아시아로 50여일간의 여행을 떠났다. “‘잘 도착했다.’는 전화가 걸려온 후 열흘간 연락이 없더라고요. 걱정으로 잠도 못 잘 정도였죠. 그 순간 나도 홀로서기를 배우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그는 부모의 홀로서기를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가족갈등의 원인으로 ‘속마음과 다른 거짓말’을 꼽았다.“솔직·단순·명쾌한 대화법이 필요합니다. 우린 자존심, 허세 탓에 속마음과 다른 말로 상대방에게 자주 혼란을 줍니다.”혼수 필요 없다고 해놓고는 나중에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나,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끝까지 우겨 이혼법정까지 가는 부부가 대표적이다.‘주도권 다툼’도 가족해체의 주범이라고 덧붙였다. 신혼부부들이 아내를, 남편을 길들인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싸우고, 아버지가 뜻을 따르지 않는 아들을 끝없이 혼내면서 가족은 서서히 깨져 나간가는 것이다. “할인매장에서 큰소리로 싸우는 젊은 부부를 봤습니다. 장을 보고 나서 아내가 짐을 들어달라고 하니까 남편이 ‘내가 네 종이야.’라며 소리를 질러요. 결국 아내는 무안해서 눈물을 흘리고…. 작은 상처가 모여 큰 아픔으로 남는데, 너무 안타깝더군요.” 그럼, 행복한 가족 만들기의 비법은 무엇일까. “아내를, 자녀를 동등한 인격체로 받아들이고 ‘지배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남편은 아내의, 아내는 남편의 ‘사랑의 종’이 되세요. 행복 없는 권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부모는 자녀를 신뢰해야 합니다.24시간 감시한다고 자녀가 올바르게 자라는 게 아니에요. 한발 떨어져 믿고, 기다려 주는 것, 자녀를 현명하게 사랑하세요.” ■ 안귀옥 변호사 인터뷰 “고통을 참고 사는 것보다 헤어져 평안을 얻는 게 나을 때도 있습니다. 화해든, 이혼이든 행복한 삶을 선택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박동섭 변호사와 함께 칼럼을 이끌어 갈 안귀옥(47) 변호사는 “이혼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이혼하지 않고 위기를 잘 극복해 더욱 튼튼한 가족을 꾸리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고통이 너무 커서 더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면 냉정하게 이혼하도록 힘을 줘야 합니다.” 이런 단호함은 지난 8년간 이혼법정에서 여성을 변론하면서 자연스레 몸에 배었다.1997년 인천에서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그는 처음부터 ‘이혼 전문’을 원한 게 아니었다. 박사 학위를 받은 보험법 관련 소송을 맡고 싶었다. 그러나 여성 변호사가 한 명도 없던 인천에서 개업한 터라 시퍼런 멍자국을 껴안은 한 많은 여성 의뢰인들이 몰려들었다. 숱한 상담을 통해 그는 고통없는 결혼의 비법을 깨달았다. 모든 문제를 첫단계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편의 폭언·폭행·바람기는 반드시 처음에 잡아야 합니다. 여린 마음으로 때를 놓치면 영영 해결할 수가 없어요.” 남편이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손찌검을 하려 들면 국냄비를 집어던져서라도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편이 폭력을 휘두른 뒤 눈물로 사과한다고 참고 살면 평생 그 버릇을 고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애매한 태도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족클리닉’에서도 때론 과감히 거부하고 싸우라고 조언할 생각이다. 평범하지 않은 이런 태도는 삶에서 비롯됐다. 안 변호사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초등학교도 제때 마치지 못했다. 열일곱살 되던 해, 훌쩍 여행을 떠났다. 답답한 틀 속에서 벗어나 세상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강원도 태백, 강릉에서 전남 완도까지 기차를 타고 돌아다녔다. 차비가 없으면 가정집에 들어가 아이들을 돌보며 여행비를 벌었다. 경북 경주에선 불국사 풍경소리에 취해 반년이나 머물렀다. 그리고 5년. 그는 해외여행을 가고파 공부를 시작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검정고시로 마치고,1983년 인천대 법학과를 입학했다. 졸업한 지 7년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힘든 순간마다 저 자신을 운동장에 세워놓는 상상을 했어요. 건물 위에서 그런 저를 바라보는 타인을 설정해 놓고 생각했지요. 뭐가 문제이고,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얘기하고, 다독였습니다. 내 문제에는 허덕이면서도, 친구에겐 쉽게 조언할 수 있잖아요.”안 변호사는 똑같은 원리로 상담자들이 ‘가족클리닉’에 글을 올리면서 스스로 해답을 찾게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늦은 결혼과 출산이 안 변호사의 관심분야를 가족문제로 넓혔다. 지난해 3월 비영리사단법인 ‘한국가족상담소’를 만들어 행복한 가족 만들기 운동에도 뛰어들었다. 심리상담 전문가가 부부갈등·가족불화 등을 무료 상담, 분석해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지난해 그 자신도 인하대 교육대학원 치료상담학과에 입학했다.“시어머니를 모시고, 어린 자녀를 키우면서 보이지 않는 가족 내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전문가와 얘기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도 쌓아두니까 병이 되고, 고통이 된다는 것도요.” 그는 지면의 한계로 ‘가족클리닉’에서 받지 못한 상담은 그의 한국가족상담소에서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행복한 가족 만들기 비법은 무엇일까.“믿는 거예요. 의심하고, 감시하기 때문에 싸움이 생기거든요. 똑같은 잔소리를 친정 어머니에게 들을 때와 시어머니에게 들을 때 섭섭함이 다른 것도 같은 이유예요. 가족 구성원 각자가 자립성을 가져야 해요. 가족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거든요. 스스로도 책임지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과 잘 어울려 살 수 없어요.”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2005년 이사람 주목하라]①삼성전자 김기남 전무

    [2005년 이사람 주목하라]①삼성전자 김기남 전무

    ‘이 사람을 주목하라’ 향후 산업계를 빛낼 ‘스타’들은 누굴까. 지금은 알에서 갓 부화돼 날갯짓을 하기도 힘들지만 향후 ‘10년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산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 ‘이슈 인물’들을 업종별로 조명해본다. ‘불가능에 도전한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은 세계 최초로 60나노 공정기술 8기가 난드(NAND)플래시 개발 성공을 알리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는 1999년 256메가비트를 시작으로 2001년 1기가,2003년 4기가에 이어 60나노 8기가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서 ‘황의 법칙’을 이어갔다. ●50나노 16기가 개발 과제로 이 ‘기적’은 김기남(47)전무가 이끄는 반도체연구소 차세대연구팀 190여명이 365일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했기에 가능했다. 그는 “2003년 10월 처음 60나노 8기가 제품을 만들어 보자고 나섰을 때 팀원들도 반신반의했지만 3교대 24시간 근무가 계속될수록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김 전무와 차세대연구팀은 내친김에 올해도 또 한번 ‘무모한’(?) 도전에 나선다.50나노 16기가비트 난드플래시 개발이 ‘지상 과제’로 떨어졌다. 지난해 80나노 공정기술에서 완성한 2기가비트 DDR2 D램도 올해는 70나노 공정에서 만들어 볼 계획이다. 60나노미터는 머리카락 두께 2400분의 1수준.16기가비트 난드플래시로 32기가바이트 메모리카드를 만들면 DVD급 동영상은 32시간,MP3파일은 8000곡을 저장할 수 있다. 메모리의 ‘혁명’인 셈이다. 전 세계 난드플래시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60나노 8기가 제품 개발성공으로 1년 정도였던 경쟁업체와의 기술격차를 더욱 벌렸다. 8기가 제품은 올 연말 양산된다.8기가 시장은 2008년 60억달러로 예상되는데 삼성전자는 이 가운데 40억달러를 ‘독식’할 계획이다.2001년 4억달러에 불과했던 삼성전자의 난드플래시 매출은 2003년 21억달러, 지난해 40억달러에 이어 올해 65억달러로 추정된다. 차세대연구팀은 5년뒤,10년뒤 ‘먹고 살 거리’인 나노공정기술, 차세대 플래시·D램,P램,M램,F램 등 미래형 반도체 기술을 준비중이다. ●본인 이름딴 연구실 가져 내년 상용화될 예정인 64메가비트 P램(Phase Change RAM·상 변화 메모리)도 차세대연구팀의 ‘작품’이다. 전 세계 반도체업체들이 고용량 P램 개발에 나서지만 시제품을 내놓은 곳은 삼성전자밖에 없다. 81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삼성전자에 입사한 김 전무의 24년 반도체 인생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와 늘 함께했다. 2003년에는 P램 등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주력한 공로로 ‘삼성 펠로’로 선정됐다. 삼성 펠로는 본인 이름을 딴 연구실이 지원되는 등 삼성 기술인의 꿈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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