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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前국회의원 아들 특혜 드러났는데… 입사 취소 안 밝힌 금감원

    금융감독원이 전직 국회의원의 아들 A씨를 변호사로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김일태 금감원 감사는 8일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지난 10월 말부터 내부 감찰을 벌인 결과 특혜채용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임직원을 징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인사 실무자인 이상구(현 업무총괄 부원장보) 총무국장은 변호사 채용 과정의 첫 단계인 서류전형에서 서류 심사기준인 평가항목과 배점을 여러 차례 변경했다. 변호사 채용을 할 때 2년의 경력 요건을 두다가 2013년 1년으로 낮췄고, 2014년엔 경력 요건을 아예 없앴다. 이는 최수현 전 금감원장과 행정고시 25회 동기인 전직 국회의원의 아들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로스쿨을 갓 졸업한 A씨는 실무수습 경험조차 없이 합격했다. A씨의 경력적합성 등급도 임의로 상향조정됐다. 정상적으로 서류전형을 진행했다면 A씨는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 부원장보는 A씨의 등급을 올려준 이유에 대해 별다른 소명을 하지 않았다. 김 감사는 “논술 및 면접 과정에서는 부당행위로 볼 수 있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으나, 채용 과정의 첫 단계인 서류전형에서 당시 총무국장이 서류심사 기준인 평가항목과 배점을 수차례 변경하게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당시 인사 라인에 있던 김수일(현 부원장) 부원장보, 이상구 총무국장, 인사팀장과 직원들에 대한 문책을 검토 중이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이 부원장보에 대해선 검찰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최수현 금감원장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개인보다는 채용 과정의 문제’라며 A씨의 입사 취소 등은 건의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말빛 발견] 꿈꾸는 아기들의 잠, 나비잠/이경우 어문팀장

    아기들이 가장 잘하는 것? 잠자기와 꿈꾸기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한다. 온종일 잠만 자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아기들이 놀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잠을 자면서 수없이 많은 꿈을 꾼다. 꿈을 꾼다는 것은 곧 두뇌 활동을 활발히 한다는 것을 뜻한다. 아기들은 잠을 자면서 쉴 새 없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기들의 잠은 깊은 잠이 아니라고 한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들에도 쉽게 반응하며 잠을 잔다. 그럼에도 아기들이 자는 모습을 보면, 깊고 편안하게만 보인다. 잠자는 모습이 꾸밈이 없고 순수해 보여서일 수도 있겠다. 거기서는 어떤 근심이나 걱정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이때 아기들은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기들이 좋아하는 나비잠을 잘 때는 더 그럴 것 같다. 나비잠은 갓난아기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잠을 말하는데, 그 모습이 나비를 닮았다. 마치 날개를 편 나비의 모습과 같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거기에다 나비잠에는 나비가 주는 이미지도 조금은 얹어졌을 것이다. 따듯함, 밝음, 작은 움직임 같은 것들이다. 색으로는 노랑이다. 나비는 노랑과 바로 연결된다. 다른 빛깔의 나비들도 많지만 나비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노랑나비다. 가장 흔히 볼 수 있어 친숙하게 다가온다. 노랑은 밝고 흥겹고 유쾌함을 전한다. 그러니 나비잠은 주위에 즐거움을 주는 잠이기도 하다. 누워만 있는 잠도 아니다. 발랄하게 움직이고 꿈틀거리는 잠이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천진난만한 잠이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 [新국토기행] 눈꽃에 숨은 장성의 푸름

    [新국토기행] 눈꽃에 숨은 장성의 푸름

    서울에서 내려오면 가장 먼저 만나는 전남의 관문인 장성군은 호남의 중심이다. 전북과는 경계를 이루고 광주시와 접해 있고 사통팔달 도로가 연결돼 있어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예로부터 장성은 ‘산이 둘러 있고 물이 굽이쳐 스스로 하늘을 이뤘다’고 표현하듯 자연이 만들어 낸 빼어난 경관과 수려한 풍광이 으뜸인 고장이다. 호남에서 유일하게 문묘에 배향된 하서 김인후 선생을 기리는 필암서원을 비롯해 고산서원, 봉암서원 등 유서 깊은 문화자원이 곳곳에 남아 있는 문향의 고장으로 알려졌다. 소설 홍길동이 실제 살았다는 아치곡, 동학농민군이 싸웠던 황룡전적지 등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장성은 최근에는 ‘옐로시티’라는 새 이름으로 불린다. 옐로시티는 사계절 내내 노란색 꽃과 나무가 가득하고 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자연친화적 도시를 의미하는 것으로, 장성이 꿈꾸는 미래다. 밝은 노란빛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예술적 감성이 가득한, 사계절 활력과 매력이 넘치는 고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자연의 멋과 문화 그리고 노란색의 감성이 가득한 팔색매력 장성은 찾을수록 푹 빠지는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인구는 4만 7000여명이다. >>볼거리 ●피톤치드향 가득한 치유의 숲 축령산 편백림 전북 고창과 경계를 이룬 축령산에는 40~50년생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림대가 1150㏊에 걸쳐 울창하게 펼쳐져 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건강한 나뭇잎에서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는 특유의 향을 풍기며 산을 찾은 이들에게 청량한 기분을 선물한다. 축령산은 전국 최대의 조림 성공지로도 유명하다. 춘원 임종국 선생이 한국전쟁 뒤 폐허가 된 벌거숭이 산에 30년간 사재를 털어 묘목을 심고 물을 주고 가꾸며 편백림을 직접 일궜다. 촘촘히 뿌리 내린 편백나무마다 산을 사랑했던 그의 열정이 느껴진다. 산을 오르다 보면 중턱에 그의 공적을 기리기 위한 조림 공적비가 세워져 있다. 잠시 쉬면서 임 선생 평생에 걸쳐 보여 준 헌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삼림욕을 즐기기 가장 좋은 곳인 축령산은 2014년 사단법인 생명의 숲 국민운동으로부터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축령산에는 널찍한 임도가 곳곳으로 뻗어 있어 가벼운 산책이 가능하다. 안내도를 따라 오솔길로 들어서면 더욱 진한 피톤치드향이 온몸을 감싸며 상쾌한 기분을 선사하고 곧게 뻗은 나무들로 편백림이 만들어 내는 이국적 정취에 흠뻑 빠지기도 한다. 천천히 걸으며 삼림욕을 즐기는 데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취향에 따라 숲속에 조성된 데크에 누워 독서나 명상을 즐길 수도 있다. 축령산의 매력을 더 깊게 느껴 보고 싶으면 산림청 ‘장성편백 치유의 숲’에서 운영하는 ‘산림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된다. 특히 청소년, 환우, 임산부 등을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고 숲 해설가가 함께해 더욱 알차게 숲의 속살을 체험할 수 있다. ●천년의 역사가 숨쉬는 백양사 백암산을 뒤로하고 가인봉과 백학봉 사이 골짜기에 자리잡은 백양사는 백제 무왕 때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명찰로 애기단풍과 비자나무 숲, 고불매 등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장성의 대표 관광지다. 백양사에는 보물인 소요대사부도를 비롯한 극락보전, 대웅전, 사천왕문, 청류암, 관음전 등의 국가 문화재들이 가득하다. 담장에 기대어 있는 고불매와 비자나무 숲과 같은 천연기념물도 볼 수 있다. 이곳은 사계절 내내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내지만 특히 가을에는 색이 고운 애기단풍이 사찰과 백암산을 물들이기 시작하면 백양사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단풍객들과 추억을 만들려는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백양사로 향하는 길에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백학봉을 배경 삼아 맑은 연못에 비치는 쌍계루와 붉은 단풍이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가을의 풍경을 그대로 담아내고 가을 햇살이 더해지면 환상적인 풍경이 연출돼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최고의 단풍 사진 촬영지로 손꼽는다. 백양사를 품은 백암산은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명산 중 하나로 사계절 사랑받는다. 특히 전남대수련원에서 오르는 등산길 중간에는 장성 8경 중 하나인 입암산성 일부가 온전히 보존돼 있어 역사의 발자취도 느껴볼 수 있다. 입암산성은 삼국시대부터 전라도를 지키려는 군사 목적으로 쌓은 성으로 계곡능선을 따라 3.2㎞의 성이 남아 있다. 정연하게 쌓은 성벽이 무너지지 않고 많이 남아 있는 데다 남·북쪽 두문의 흔적까지 있어 웅장했던 성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피와 땀으로 나라를 지키려던 조상들의 숨결이 들리는 듯한 매우 유서 깊은 호국유적지다. 지금은 그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성곽과 윤진의 순의비가 있고, 가을 억새는 장관을 이룬다. ●호수를 품은 숲길, 장성호 호반길 장성호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씻어 주는 기분 좋은 숲길이다. 호수를 배경으로 울창한 숲이 이어지는 장성호 호반길은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입소문 난 트레킹 명소다. 장성읍내와 넉넉한 들녘 풍경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고즈넉한 숲길로부터 시작되는 호반길은 댐이 만들어지기 오래전, 마을주민들이 오갔던 길이다. 한동안 사람의 발자취가 사라졌지만 최근 자연 그대로의 경치를 간직한 아름다운 길로 다시 주목받는다. 지금은 장성군이 호수를 중심으로 명품 둘레길을 만들기 위해 곳곳에 끊겨 있는 길을 나무 데크로 잇고 쉼터를 만들어 걷기 좋은 길로 다듬고 있다. 숲길 군데군데 쉼터도 만들었다. 모두 호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힘든 길은 아니지만, 잠깐잠깐 멈춰 서서 풍광을 내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적을 깨며 호수를 가르는 보트의 자태도 멋스럽다. 장성호 건설로 대를 이어 살아온 고향을 등져야 했던 이들을 위한 수몰문화관이 있어 장성호의 과거도 잠깐 엿볼 수 있다. 또 한국 영화계의 거장이라고 인정받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임권택 시네마테크도 이곳에 있다. 시와 글, 그림과 어록을 주제로 갖가지 조각 작품이 세워진 조각공원도 있어 예술을 즐기며 송골송골 맺힌 땀을 식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홍길동 테마파크 홍길동의 고장으로도 유명한 장성 황룡면 아곡마을에 ‘홍길동 테마파크’가 넓게 조성돼 있다. 테마파크는 홍길동 생가를 비롯해 산채, 전시장, 야영장 등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홍길동 생가는 자리를 옮겨 원형대로 복원했고 전시관에는 출토된 유물과 홍길동 관련 자료인 영상물, 연구논문, 문학작품 등이 함께 전시돼 있다. 또한 테마파크 곳곳에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예쁜 쉼터, 꽃밭이 꾸며져 있고 광장에는 분수대가 있어 한여름 어린아이들의 단골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4D 영상관’은 장성군이 제작한 홍길동 애니메이션 ‘홍길동2084’와 ‘Let’s go 활빈당’을 상시 상영하고 있어 어린이들로 북적인다. 이 밖에도 풋살경기장같이 가볍게 몸을 풀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많아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더욱 큰 사랑을 받는다. 많은 이들이 홍길동 테마파크를 찾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캠핑장이다. 테마파크에 있는 야영장은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나무데크가 25개 조성돼 있고 주변에 취사장, 샤워장, 화장실, 매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최적의 캠핑장으로 손꼽힌다. 기본적인 캠핑시설은 저렴한 가격에 대여가 가능하고 바로 옆에도 오토캠핑장이 있어 개성에 따라 선택해 즐길 수 있다. 바로 옆에는 이 마을에서 태어난 박수량 선생의 청백리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청백당’이라는 한옥펜션이 지어져 고즈넉한 하룻밤을 보내기에도 좋은 곳으로 한번쯤 가족과 함께 머무르기 좋다. ●영화계 거장의 작품 조명한 임권택 시네마테크 장성호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장성이 낳은 영화계 거장인 임권택 감독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업적을 기리기 위한 ‘임권택 시네마테크’가 들어서 있다. 2014년 개관한 이곳은 상영관과 전시관, 영화 관련 연구 및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이 있다. 2018년까지는 무료로 개방할 예정이다. 시네마테크가 있는 문화예술공원은 넓게 펼쳐진 장성호를 배경으로 103점의 시·서·화 어록을 새긴 멋진 조각작품이 설치돼 관광객들이 공원을 거닐며 문학적 재미를 느끼도록 해 준다. ●오솔길의 낭만 찾는 캠핑족들의 천국, 남창계곡 입암산 남쪽에 있는 남창계곡은 은선동, 자하동 등 여섯 갈래로 이뤄져 길이가 십여리에 이른다. 계곡마다 크고 작은 폭포와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는 모습은 마치 선계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온갖 새소리가 그치지 않는 울창한 수목과 산천어의 작은 움직임까지 들여다보이는 수정처럼 맑은 계곡물과 계곡을 따라 지루하지 않게 이어지는 오솔길은 남창계곡이 자랑하는 가장 빼어난 멋이다. 여름철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대표적인 피서지로 인기가 높고 최근에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캠핑을 즐기려는 레저족의 발길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먹거리 ●단풍나무 수액으로 만든 흑두부 단풍나무 수액으로 만든 전통 손두부가 별미로 꼽힌다. 두부가 들어간 버섯전골과 단풍두부묵 등을 즐길 수 있고, 청국장도 맛이 좋아 백양사를 찾는 이들이 즐겨 찾는다. ●여름엔 꿩 샤부샤부, 겨울엔 꿩 떡국 꿩은 예로부터 기력을 증강시키고 소화기능을 돕고 간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피부의 염증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심이나 등심 같은 부위는 적당한 두께로 썰어 샤부샤부와 육회, 탕수육, 떡국 등으로 먹는다. 여름에는 샤부샤부, 겨울에는 떡국을 즐겨 먹는다. ●얼었다 녹았다 반복해 달달한 장성 곶감 맛이 달기로 유명하다. 품종은 주로 대봉이며 감나무들의 수령이 높아 열매가 크고, 육질이 단단하다. 자연 바람으로 말리는 이곳 곶감은 다른 지역과 달리 빛깔이 그리 곱지 않다. 늦가을부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당도가 높다. 특히 절반만 말린 반건시가 부드러워 인기를 끌고 있다. ●자양 강장의 아이콘 메기찜·메기매운탕 강에서 갓 잡은 메기에 온갖 채소를 넣고 끊인 메기매운탕은 향긋하고 비린내도 나지 않아 식욕을 돋워 주는 음식이다. 자연산 메기에 각종 양념으로 맛을 낸 메기찜은 담백하고 향긋해 맛을 아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메기찜은 담백하고 칼칼하며 매콤한 맛은 물론 자양 강장의 효과까지 뛰어나다. ●축령산 경치와 함께 즐기는 한방약오리 축령산 자락에서는 황귀, 녹각, 예덕나무 등 각종 약재를 넣어 끓여 낸 한방약오리를 맛볼 수 있다. 축령산 계곡물에 발을 담글 수 있어 더운 여름날 피서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깔끔하게 나오는 신선한 나물 등 담백한 밑반찬과 함께 오리백숙과 닭백숙, 떡갈비까지 기호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장성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14. 그대, ‘비포 선 라이즈’를 꿈꾸는가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14. 그대, ‘비포 선 라이즈’를 꿈꾸는가

    태국 방콕으로 겨울 휴가를 다녀왔다. 여행 가는 기자에게는 각종 주문이 쏟아졌다. 이참에 여행지에서 눈 맞는 건 어떠냐, 방콕 클럽 탐방기를 써 봐라, 정말 동남아에서 한국 여자가 인기 있는지 궁금하지 않느냐 등등등. (결과적으로는 그들의 열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미비하고 죄송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3박 5일의 신기루 끝 다시 돌아온 인천공항에서 “방콕에서 뭐라도 건져 왔어야 했는데 큰일 났다”고 여행 메이트에게 고백했다. 메이트가 한 마디했다. “남자랑 눈도 안 마주치더만. 너 너무 철벽쳐!” 내가? 정말? 내깐엔 많이 웃었는데...? 라는 말이 목젖까지 올랐지만 무안해진 나는 “관심이 없으니까 그렇지!”라며 또 다시 철벽을 쳤다. (정말이지 철벽 치는 데는 자신이 있다.) # 그대, ‘비포 선 라이즈’를 꿈꾸는가 아이러니하게도 기자는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비포 선 라이즈’를 봤다. (가문 땅에 단비를 내리는 느낌으로다가.) 낯선 기찻간에서 조우한 남녀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내려 끝도 없이 걸으며 주구장창 말만 하는 영화. (내 입이 다 얼얼할 지경이었다.) 기찻간에서 기차 홧통 삶은 듯한 목소리로 싸우는 부부를 피해 자리를 옮겼더니 하필 옆 자리는 에단 호크고! 그는 운명적으로 내게 말을 걸었고! 함께 내려보니 여기는 하필 비엔나다. 이 얼마나 조화로운 삼위일체냔 말이다. 이 아름다운 기적이 현실에 뭉개지는 걸 막기 위해, 그들은 연락을 하거나 다시 만나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파리행 기차 앞에서 허겁지겁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6개월 뒤에 여기서 이 시간에 만나!” “어제부터 6개월이야, 오늘부터야?” ‘비포 선 셋’을 거쳐 단숨에 미드나잇까지 정주행한 결과, 결론적으로 그들의 사랑이 위대한 것은 ‘리얼 월드’로 서로를 소환했다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를 벗어나 콧구멍 사이로 비어져 나온 그의 콧털을 마주한다거나, 그녀의 쩍쩍 갈라진 발뒤꿈치를 아무렇지 않다는 듯 봐야 하는 리얼 월드의 세계로. 대신에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은 모두 거세된다. 짧은 하룻밤 이후 9년 만에 재회한 그네들이 그럴 수 있었던 데는 엄청난 대화량이 증명하리만치 감정에 솔직한 모습이 한 몫 했다. 그래서 그들은 한 방에 트윈스를 낳고, 근사한 호텔방 잡고 사랑을 나누려다 반라로 말다툼을 벌이는 ‘미드나잇’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누군가 이들에게 그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면 됐을 걸, 왜 구질구질한 영역으로 들어갔느냐고 하느냐면. 인간사야 원래 그렇게 핫찌질한 것이라고 목놓아 부르짖고 싶다. (쿨시크한 인생은 인생이 아니었음을) 비엔나에서의 꿈 같던 하루를 뛰어 넘어 현실이라는 진흙탕 속으로 그네들은 무람없이 ‘손잡고’ 걸어들어간 것이다.   # 비포 선 라이즈는 어디에도 있다 비포 선 라이즈는 기실 어디에도 있다. 결혼 2년차 호인(29·여)은 지금의 남편 오리(31)를 인도에서 만났다. “2012년 3월 말경 인도 바라나시에서 만나 네팔 트래킹을 같이 하려고 했는데, 내가 아파서 그 팀에서 나만 빠졌고 산에서 다 내려온 오빠를 네팔 포카라 슈퍼에서 다시 만났고, 결정적으로는 3일 뒤에 인도 국경을 다시 넘어 갔는데 거기서 또 봄. 미튄 ㅋㅋㅋ” 말인 즉슨 땅 덩어리가 한국의 9배쯤 된다는 인도에서 우연히 두 번을 더 만났다는 거다. 되레 삐딱해진 기자가 “한국 사람들은 다 같은 루트로 다니는거 아녀?”라고 했더니 ‘한국판 셀린느’ 호인이 꿈꾸듯 말했다. “그 일행들 중에서는 오빠만 그렇게 이동했어.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 데스티니...” 둘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인도 타이거힐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황홀한 풍경을 함께 봤고, (심지어 동행은 그 날 우연히 아파 그 자리에 없었다!) 자기도 모르게 오리는 호인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고 한다. 경남 창원에 살던 호인과 경북 경산에 살던 오리는 한국에서 다시 조우했다. “여행지에서 봤던 아우라 같은 게 다 사라지고 나니까 이상하지 않던?” 인도는 한국보다 더 리얼한 월드라고, 호인은 설명했다. 사람 좋고, 가리는 거 없는 오리는 한국에서도 여전했고, 호인의 가족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렸다. 오리는 호인을 따라 호인의 옆 동네 대학원에 진학했고, 호인은 오리를 따라 경기 수원으로 이사를 했다.   # 철벽녀가 말합니다 “여행 가서 철벽 치지 마세요~” 여행이 주는 매직(Magic)이라는 것은 기실 별 게 아니다. 평소와는 다른 공기, 다른 풍경 속에서 현실에 찌든 그 가난한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기도 하고, 평범한 초승달 하나에도 ‘달이 누웠다’며 아이처럼 웃고 그러는 것이다. 기자도 “현실로부터 벗어나겠다”며 SNS에 당찬 선언까지 하며 출국했지만 막상 피곤한 현실을 벗어나지도, 그렇다고 오롯이 살아내지도 못한 채 어정쩡한 상태에서 3박 5일을 보내다 왔다. 아마 내 표정도 그러했을 것이다. 철벽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하다면야 기자에게 메일을 주셔도 좋다. (그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기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험난한 세상, 여행지에서까지 철벽을 치지는 말자고 목놓아 얘기하고 싶다. 청문회장에서도 “미비하니 노력하겠다”, “실망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철벽남 재벌 총수들과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올 겨울 휴가에서는 꼭 제시와 셀린느(‘비포’ 시리즈의 남녀 주인공)가 되소서. 그리고 그 전에 그 어떤 박해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꼭 쟁취하소서! 덧붙임1: 지난달 29일자(#13. 전 남자친구의 ‘뽀삐’가 그리울 때)에 등장했던 상냥한 개 토니가 지난 3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모두에게, 특히 ‘피곤한개키우는여자’에게는 더 좋은 개였던 토니의 명복을 빕니다. 덧붙임2: ‘덕분에 용기내서 전 여친 다시 붙잡았습니다. 감사해요~’ 라고 댓글 달아주신 네이버 아이디 kjh3****님, 제가 감사합니다. 제게도 기운을 불어 넣어 주세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버무리다 2016’ 김장 봉사활동 펼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버무리다 2016’ 김장 봉사활동 펼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 및 교직원들이 지역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전하는 작은사랑 큰 나눔 프로젝트 ‘버무리다 2016–김장 담그기’ 행사를 12월 2일과 3일, 이틀 간에 걸쳐 진행했다. 이번 김장 담그기 행사에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정 내 150여평 규모의 텃밭에서 교직원들이 직접 파종하고 농사지은 배추가 김장 재료로 사용돼 의미를 더했다. 총 2일에 걸쳐 진행된 김장에는 교직원 봉사단을 중심으로 많은 교수와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첫날에는 수확 및 절임조, 둘째 날은 담금조로 각각 나서 맛있는 김치 담그기에 나섰다. ‘버무리다 2016’ 봉사를 통해 완성된 김장 김치는 지역 어르신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청강문화산업대학교가 위치한 경기도 이천 마장면 일대의 어르신들께 직접 전달하였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이은표 교육지원처장은 6일 “많은 단체들이 겨울철 김장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본교에서 실시한 ‘버무리다 2016’은 김장철에 맞춰 교직원이 직접 텃밭을 가꾸고 김치의 주재료가 되는 배추, 무, 갓, 파 등의 씨앗을 파종해 농사를 지음으로써 더 맛있고 소중한 김치를 나눌 수 있게 됐다”며 “교직원봉사단 연간 계획에 맞춰 오랜 시간 준비하고 손수 재료를 길러 김치를 완성하기까지 전 과정을 함께 해냈다는 점에서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편 청강문화산업대학교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는 생산량을 2배로 늘려 더욱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연말을 선물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산란계 농장 덮친 AI… ‘달걀 대란’ 초비상

    산란계 농장 덮친 AI… ‘달걀 대란’ 초비상

    산란계 살처분 238만 마리 달해… 산란계 번식 종계의 35% 살처분 매일 120만개 달걀 공급 끊긴 것… 내년 여름까지 수급 차질 빚을 듯 오리 농장을 중심으로 번지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최근 산란계 농장으로 확산되면서 ‘달걀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알 낳는 닭을 번식시키는 국내 종계의 35%가 이번 AI 사태로 살처분돼 내년 여름까지 달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위성항법장치(GPS)를 달지 않은 달걀 운반 차량이 산란계 농장을 드나들며 바이러스를 퍼뜨릴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방역 당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이후 AI로 살처분된 가금류는 127개 농가 383만 3000만리에 이른다. 농가 수로는 육용 오리 농장이 70곳으로 압도적이지만, 살처분 마릿수는 산란계가 238만 2000마리로 전체의 62%를 차지한다. 산란계는 육계나 오리에 비해 농가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농가당 적게는 10만 마리에서 많게는 70만 마리를 키운다. AI가 발생하면 살처분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살처분된 산란계는 국내 전체 사육량의 3.4%에 해당된다. 농식품부는 “매일 120만개의 달걀 공급이 끊긴 것”이라고 추산했다. 국내 양계업계가 하루 4000만개의 달걀을 적정 공급량으로 보는 것을 감안하면 약 3%의 달걀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통상 겨울은 달걀 공급과 소비가 모두 감소하는 비수기로, 특히 방학이 시작되면 학교 급식에 쓰이는 달걀 수요가 줄어 당장 수급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큰 틀에서 장기적인 수급 우려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특히 살처분된 종계가 18만 2000마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종계가 낳은 알에서 산란계 병아리가 부화한 뒤 6개월이 지나야 달걀을 공급할 수 있는데, 전체 종계의 35%가 살처분되면서 내년 여름까지 산란계 마릿수가 크게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은 “양계업계에 ‘초생추’(갓 부화한 병아리) 수입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산란계 부족분을 보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달걀 운반 차량 관리에 고심하고 있다. 살처분으로 달걀 확보에 비상이 걸린 업체들이 ‘AI 청정지역’으로 남은 영남권까지 이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방역 당국은 달걀 운반 차량 1500대에 의무적으로 GPS를 부착시키고 이동 경로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GPS를 달지 않은 미등록 차량이 산란계 농장을 드나든 것으로 확인되면서 방역망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길섶에서] 김장 풍경/강동형 논설위원

    결혼식장에서 모처럼 만난 지인에게 바로 헤어지기가 아쉬워 차 한잔하자고 권했다. 지인은 집에 들어가는 길에 김장용 소금을 사 가기로 아내와 약속했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섭섭함도 잠시, 지인의 얘기를 듣고서야 요즘이 김장철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번거로움을 줄일 겸 절인 배추 두 상자를 샀다. 아내가 각종 재료로 배춧속을 만들고, 무뚝뚝한 아들도 이날만큼은 서툰 칼질을 하고, 마늘을 다듬고, 배춧속을 넣고, 김치통을 나르며 일을 돕는다. 남편이라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아내가 시키는 대로 크고 작은 심부름을 하며 힘을 보탠다. 부엌 한쪽에선 돼지고기가 익어 가고 있다. 어느 집안이라 할 것 없는 김장 풍경이다. 김장을 해 본 사람이라면 김장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가족이 없으면 이웃과 품앗이를 해야 하는 공동체의 산물이다. 김장을 마치고 갓 담은 김치에 잘 삶은 돼지고기를 먹던 아들이 “김장은 한 가정의 정체성인 것 같다”며 제법 어른스런 말을 했다. 가족이 함께 모여 땀을 흘린 게 뿌듯했던 모양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유대감은 김장이 가져다준 덤이 아닐까 한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대우조선해양 희망퇴직 5년차 이상 직원도 접수

    대우조선해양이 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지난 1일 부서를 대폭 줄이며 다운사이징 작업에 들어간 대우조선이 조직개편의 후속 조치로 인원 감축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희망퇴직 목표치를 따로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2일 “오는 9일까지 근속연수 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밝혔다. 지난달 1일자로 근속연수 10년차 이상 1200여명의 직원을 내보낸 데 이어 추가로 감원에 나서면서 전체 직원 수(정직원 기준)는 1만 1000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희망퇴직에 포함된 5년차 이상은 갓 대리를 단 30대 초중반 직원들도 해당된다. 위로금은 지난번 희망퇴직 때와 동일한 최대 8000만원이다. 이날 대우조선은 사내 정보통신시스템을 담당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의 분사도 결정했다. 본사 직원 150여명이 내년 1월 1일 대우조선 100% 자회사로 출범하는 ‘DSME정보시스템’(가칭)으로 이전하게 된다. 지원조직의 첫 분사를 실시한 회사는 앞으로 추가 분사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희망퇴직, 자산 매각 등 예정된 인적, 물적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면서 “ICT 부문 분사를 비롯해 다른 부문 분사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新국토기행] 살아있는 갯벌 스며드는 풍광 모여드는 사람

    [新국토기행] 살아있는 갯벌 스며드는 풍광 모여드는 사람

    전남도의 서남부에 위치한 무안군은 동쪽은 영암군과 나주시, 서쪽은 신안군의 많은 도서와 접하고, 남쪽은 목포시, 북쪽은 함평군과 연결된다. 400m가 넘는 산지는 없고, 낮은 구릉과 평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바다와 접해 있어 무안반도와 해제반도, 망운반도를 형성하고 있다. 무안 땅 절반은 게르마늄과 칼륨이 많은 붉은 황토밭이다. 여기서 나는 양파와 마늘은 최고의 보약으로 쳐준다. 서쪽에 있는 220㎞에 달하는 긴 굽이굽이 리아스식 해안은 가는 곳마다 유원지이자 해돋이와 해맞이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경면과 해제면 사이 갯벌에서 나는 세발낙지는 천하명물로 소문나 있다. 무안은 2005년 광주시에 있던 전남도청이 이전해 오고, 전남경찰청과 전남교육청, 농협 전남본부 등이 옮겨와 전남의 중심이 되고 있다. 도청이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로 이전하면서 목포시의 옥암지구를 편입해 추진 중인 남악신도시는 15만명(4만 5000가구) 목표로 개발이 한창이다. 공무원이 유입되면서 인구가 8만 200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서해안고속도로, 광주~무안 고속도로, 무안국제공항까지 문을 열어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서남권의 신관광허브로 자리잡고 있다.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인 회산백련지와 대한민국 최초 갯벌습지보호지역인 무안생태갯벌센터로 유명한 고장이다. [볼거리] ●동양 최대 백련 자생지, 회산백련지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에 소재한 ‘회산백련지’는 33만㎡(약 10만평)에 이르는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이다.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연꽃이 가득한 저수지로 인근 농경지를 기름지게 했다. 당시 인근 주민이 백련 12주를 구해 심은 뒤 그날 밤 꿈에 하늘에서 학 12마리가 내려와 앉는 모습이 나타났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이곳 백련지에서 자라는 백련은 홍련처럼 일시에 피지 않고 7월부터 9월까지 수줍어 잎사귀 아래 보일 듯 말 듯 숨어서 핀다. 3개월 동안 연못을 가득 메운다. 꽃송이가 주먹만 하고 연잎 지름은 1m나 된다. 최근 멸종 식물로 알려진 가시연꽃 집단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수련, 노랑어리연, 개연꽃 등 30여종의 연꽃과 50여종의 수중식물·수변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백련지 내에 오토캐러밴과 오토캠핑장이 설치돼 있고 매년 7~8월에는 연꽃축제가 열린다. ●전국최대 갯벌 체험의 장, 무안생태갯벌센터 자연 침식된 황토와 사구의 영향으로 형성된 무안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2001년 전국 최초 습지보호지역지정, 2006년 람사르습지 등록, 2008년 6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생물인 흰발농게, 대추귀고둥을 비롯한 245종 저서생물, 칠면초 갯잔디 등 45종 염생식물, 혹부리오리, 알락꼬리마도요 등 52종의 철새 등 많은 생명체가 무안갯벌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109.2㎞의 해안선이 원시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수려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무안군 해제면 유월리에 있는 무안생태갯벌센터는 이러한 무안갯벌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11년 전국 최대 규모 갯벌센터로 개장했다. 람사르습지 1732호인 무안갯벌의 가치를 소개하는 홍보, 교육, 전시 기능과 생태체험학습을 통한 해양환경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무안생태갯벌 유원지 조성사업에 따라 국민여가캠핑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매년 9~10월에 황토갯벌축제가 열린다. ●다도순례 성지, 초의선사탄생지 초의 대선사는 조선 후기 침체된 당시의 불교계에 새로운 선풍을 일으킨 선승으로, 근근이 명맥만 유지해 오던 한국의 다도를 중흥시킨 다성이다. 무안군 삼향읍 왕산리에 있는 초의선사 탄생지는 초의선사의 생가와 추모각을 복원하고 기념전시관, 차 문화관, 차 역사관, 다정 등을 건립해 명실상부한 다인들의 다도순례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초의선사 탄생일인 음력 4월 5일을 전후로 매년 초의선사탄생 문화제가 개최되고 있다.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호담항공우주전시장’ 무안군 몽탄면 사창리에 있는 호담항공우주전시장은 몽탄면 출신 호담 옥만호 전 공군참모총장이 고향사랑 실천과 우리 공군의 발전 과정을 소개하고 후세들의 교육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사재를 들여 2003년 건립해 무안군에 기부채납했다. 이후 무안군이 꾸준하게 관리하고 투자해 현재는 실물항공기와 북한 전투기 등이 전시돼 있다. 실내 전시관에는 우주항공분야의 발전상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가 있어 전국 학교들의 수학여행 코스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물의 기운 가득한 식영정 몽탄면 이산리에 있는 식영정은 한호 임연 선생이 1630년 무안에 입향한 후 당대 많은 시묵객들이 즐겨 찾은 시의 경연장이었고, 석학들의 토론장이었다. 담양의 식영정이 ‘그림자가 쉬어가는 정자’라면, 무안의 식영정은 ‘강학교류의 장소’다. 식영정이 위치한 이산리는 조선시대까지 영산강물이 마을 앞까지 들어와 물의 기운이 가득한 수태극 자리라고 한다. ● 일출·일몰 한번에 볼 수 있는 도리포 도리포는 서해안의 자그마한 포구로 해변에는 횟집이 늘어서 있고, 인근 영광군과 함평군을 경계로 하는 칠산바다와 연접해 도미, 농어 등을 낚을 수 있는 바다 낚시터로 유명하다. 겨울철에는 함평의 바다 쪽에서 해가 뜨고, 여름철에는 영광의 산 쪽에서 해가 뜬다. 또한 도리포 포구 반대편 칠산바다 쪽의 일몰 또한 장관을 이뤄 일출과 일몰을 같은 장소에서 즐길 수 있다. ●서해·영산강 절경이 한눈에 ‘승달산 등산로’ 승달산(해발 333m)은 서해와 영산강을 끼고 있어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승달산 산행은 목포대 정문을 기점으로 매봉, 깃봉, 하루재, 천지골을 거쳐 정문으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 산행코스가 가장 인기가 많다. 등산보다 가벼운 산책을 원한다면 목포대 뒤편으로 난 길을 올랐다가 목우암에 들러 약수로 목을 축인 후 잠시 숨을 돌렸다가 올랐던 길을 되돌아오는 것도 좋다. ●윈드서핑의 최적지 홀통해수욕장 홀통해수욕장은 천혜의 자연발생적 유원지로 울창한 해송과 긴 백사장이 장관을 이룬다. 해수욕, 야영, 바다낚시, 해수찜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여름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청정해역으로 병풍처럼 둘러싼 섬들 사이로 부는 바람이 잔잔한 물결을 만들고 수심이 얕고 파도가 잔잔해 해양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윈드서핑의 최적지로 불린다. 매년 4~5월이면 전국단위 윈드서핑 대회가 열린다. [먹거리] ●기절할 만한 갯벌의 맛 세발낙지 살아 있는 갯벌에서 잡혀 전국에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발이 세 개가 아니고, 발이 가늘어 세발낙지라 불린다. 무안지역의 갯벌은 게르마늄이 다량 함유돼 있어 각종 생선회의 맛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하다. 세발낙지는 발이 가늘어 부드럽고 쫄깃쫄깃하면서 향미가 있어 입안에 착 감기는 낙지 특유의 맛이 있고, 일을 하다 쓰러진 소에게 먹일 경우 소가 바로 일어난다는 스태미나 식품이다. 무안읍 공용터미널 뒷골목은 낙지골목으로 유명하며 낙지를 깨끗하게 씻어 식초에 찍어 먹는 일명 ‘기절낙지’의 맛은 무안 지역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별미다. ●고단백 건강식품 명산장어구이 호남의 젖줄 영산강변에 위치한 몽탄면 명산리는 명산 하면 장어구이를 연상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영산강 하류 갯벌에서 나는 장어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다량 함유된 건강식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일제강점기에는 명산에 장어 통조림 공장이 설치돼 200여척의 장어잡이가 성황을 이뤘으나 영산강 하굿둑 축조 이후 장어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어린이 입맛도 사로잡은 양파한우고기 양파한우고기는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해 어린이, 노약자도 선호한다. 인체 생장 발육의 필요 요소인 필수지방산이 풍부하고 간 지방축적과 피부조직 각질화 예방 등 성인병 예방과 여성미에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파김치·게장과 함께 먹는 돼지짚불구이 돼지짚불구이는 암퇘지의 삼겹살을 석쇠에 가지런히 깔고 볏짚을 지펴 그 불씨로 고기를 구운 것이다. 볏짚 특유의 향이 고기에 스며들어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함께 나오는 양파김치와 칠게를 갈아 만든 게장과 함께 싸 먹으면 고소한 맛이 더하고 개운한 ‘짚불삼합’이 된다. ●감성돔 안 부러운 도리포 숭어회 도리포는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특히 도리포 앞바다에서 갓 잡아 온 생선회의 맛은 천하일품이다. 이곳 겨울 생선회는 자연산으로 유명해 주말이면 광주 등 인근 지역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눈이 내려야 숭어 맛이 제대로 드는데 겨울 숭어의 쫄깃함은 천하의 감성돔과도 비교할 바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13. 전 남자친구의 ‘뽀삐’가 그리울 때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13. 전 남자친구의 ‘뽀삐’가 그리울 때

    “배에 뽀뽀도 하고 했는데, 몸통에서 나던 그 냄새가 너무 그립다.” 전 여자친구나 전처 얘기가 아니다. 전처의 강아지 얘기다. MBC ‘라디오스타’에 나온 ‘혼자남’ 한석준 전 아나운서는 “솔로로 지내는 것은 행복하다”면서도 “전처가 데려왔던 강아지는 보고 싶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이별의 끝에는 정리해야 할 게 산더미다. 일단 상대의 전화번호를 지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서 삭제를 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 명멸한 그의 잔해도 말끔히 지워야 한다.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을 지우는 것은 물론, 카톡 앨범에 남겨진 얼굴까지. 친구들에게 그네들의 친구가 다시 솔로 부대의 일원이 되었음도 알려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옛 유물 같은 커플링의 처분도 고민해야 한다. 가장 정리하기 힘든 부분이 역시 마음의 영역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긴 여운을 남기는 게 그의 반려동물이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 사랑하는 내 고양이를, 그도 사랑하는 일련의 ‘러브 커넥션’ 대학 때 사귀었던 남자친구에게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다. 새하얀 바탕에 이른바 ‘고등어 태비’라고 불리는 얼룩무늬가 있는 고양이었다. 이름도 내가 지었다. ‘풍뎅이’라고. 구질구질했던 이별 후, 그의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풍뎅이 영상을 봤다. 맹렬히 돌아가는 드럼 세탁기 앞에서 풍뎅이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튀어 올랐다. 더 이상은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눈물이 한 줄기 또르르 흘러내렸다. 내 반려동물이 내 애인에게 보내는 특출난 애정, 혹은 내 애인이 내 반려동물에게 보내는 특출난 애정은 그를 더 사랑스럽게 한다. 나에게만 마음을 여는 줄 알았던 내 반려동물이, 알고 보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거다. 같은 의미에서 내가 사랑하는 내 반려동물을 그도 같이 사랑한다니. 이 일련의 ‘러브 커넥션’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잦은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했던 풍뎅이 아빠와의 연애에서, 실제로 풍뎅이는 그와 나를 잇는 촉매제 같은 역할을 했다. 그 영상을 보고서 다시 재회했던 어느 날, 풍뎅이는 내 무릎에 폴싹 앉았다. (실제로 개가 아닌 고양이가 그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 그러는 건 처음 본다.” 그 말 한마디에 그와 나는 시한부 연애를 몇 주 더 이어갔다. 함께 반려동물을 들여올 때는 흡사 아이를 입양하는 부모가 된 듯한 경외감이 들기도 한다. 지금껏 함께하고 있는 내 고양이는 정확히 1년 6개월 전, 그와 함께 데려왔었다. 네비가 위치도 잘 못 잡는, 골목 어귀를 돌아돌아돌아 데려온 아이였다. 부지런히 꼬물거리는 그 괴생명체를 함께 품에 안았을 땐, 운명공동체가 된 듯한 느낌도 함께 받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이름도 같이 지었다. 내 고양이가 그를 잘 따랐음은 물론이다. 한석준 전 아나운서처럼 마지막까지 남는 기억은 역시 후각인가 보다. 그리운귀냄새(29·여)에게도 전 남친의 반려견에서 나던 귀냄새는 잊히지 않는 기억이다. 귀냄새의 전 남친은 어려서 개한테 물린 기억 때문에 강아지를 무서워하다, 귀냄새의 강아지를 만나고는 사람이 바뀌어 결국 강아지를 입양하기까지 했다. 귀냄새는 말했다. “걔 강아지가 이탈리안그레이하운드였는데, 너풀거리는 귀여서 귀에서 고소한 냄새가 났어. 그 냄새가 맡고 싶어서 지금도 가끔 눈물이 나.” 이별의 끝, 가장 무책임한 행태는 함께 키웠던 반려동물을 서로에게 유기하는 것이다. 실제로 유기견·묘 센터 등에 가면 연인의 결별 끝 그 곳을 찾은 유기견·묘들이 수도 없이 많다고 한다. 아놀드(35·남)의 친구 빠마(35·남)는 대학 시절 여자친구와 동거를 했다. 여친이 데려온 강아지도 함께였다. 그러나 결별 후, 여친은 홀연히 떠나고 강아지는 남았다. “새로 여자친구 생겨서, 새 여친들이 강아지의 출처를 물어보면 그냥 지가 사서 키운거라고 하더라고. 되게 이쁜 말티즈였어.” 아놀드의 친구는 말티즈가 죽을 때까지 그의 곁을 지켰다. ◆ 지독한 이별의 끝은 그 놈의 개 냄새로… 눈부시게 사랑했던 연인이 헤어지면, 결국 그가 내 인생에서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를 어디서 얼핏 들은 것 같다. 그도 그런 것이, 친구로서 계속 관계를 이어가지 않는 이상 그가 당장 죽는다 해도 나는 알 길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으면서, 각자의 개체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그의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미워도, 개나 고양이가 뭔 죄가 있으랴. 이별의 끝은 그놈의 개 냄새로 남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 안데스 유기견에서 알프스 반려견으로 ‘견생역전’

    안데스 유기견에서 알프스 반려견으로 ‘견생역전’

    남미 안데스의 유기견에서 유럽 알프스의 반려견이 된 잡종견 '피델'의 스토리가 중남미 언론에 소개되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아르헨티나 파나고니아의 비야라앙고스투라라는 곳이 고향인 잡종견 피델은 길에서 태어난 유기견이다. 안데스산맥을 끼고 있는 비야라앙고스투라는 겨울이면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다. 하지만 유기견에겐 그저 매서운 추위가 얄궂을 뿐이다. 피델은 쓰레기를 뒤지며 거리생활을 했다. 그런 피델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생긴 건 2011년 겨울. 동물사랑이 남달랐던 솔레닷 에브린이 추위 속에 거리를 배회하는 피델과 친구 유기견을 집으로 들이면서다. 에브린의 집엔 또 다른 유기견 '노턴'과 두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었다. 고양이들도 이른바 '길냥이'들이었다. 길에 사는 게 안타까워 2010년 에브린이 입양한 반려동물들이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프랑스인 남편이 모국에 취업하게 되면서 에브린이 조국 아르헨티나를 떠나게 된 것. 갓 태어난 아기까지 있는 부부에게 반려견 3마리와 고양이 2마리를 프랑스로 모두 데려가는 건 무리였다. 피델은 친구 유기견과 함께 동물보호센터에 맡겨졌다. 여기에서 피델은 정말 혼자가 됐다. 어릴 때부터 동거동락한 친구 유기견이 동물보호센터에서 도망쳐 버린 때문이다. 그렇게 2년이 지난 어느 날 피델은 갑자기 꼬리를 치며 달려나갔다. 멀리 보이는 반가운 얼굴. 피델에게 따뜻한 잠자리를 내줬던 에브린이었다. 에브린은 프랑스로 건너간 후에도 피델을 잊지 못해 동물보호센터에 자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피델의 친구 유기견이 사라졌다는 사실도 에브린은 전해들어 알고 있었다. 프랑스 브리앙송에 자리를 잡은 에브린은 홀로 남은 피델을 프랑스로 데려가기로 결심했다. 피델은 예방접종 등 이민 절차(?)를 마치고 에브린 부부와 함께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로소 다시 가족과 함께 살게 된 피델의 스토리는 중남미 언론이 최근 소개됐다. 에브린은 "14~15살 정도로 추정되는 피델이 적지 않은 나이지만 프랑스 알프스에 잘 적용해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백신·예방접종에 대한 우려와 진실

    백신·예방접종에 대한 우려와 진실

    면역에 관하여/율라 비스 지음/김명남 옮김/열린책들/312쪽/1만 5000원 아기를 갓 낳은 부모들은 생후 6개월까지 신생아에게 각종 예방접종을 시키느라 바쁘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 많은 예방접종이 필요한지 한 번쯤 고민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예방접종의 부작용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논픽션 작가인 율라 비스가 쓴 ‘면역에 관하여’는 인간이 면역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분석한 책이다. 백신과 예방접종이 실제로 아이와 우리의 삶을 어떻게 구원하고 있는지 규명한다. 책에서 저자는 자연이 무해하고 순수하다는 생각이 진리인지 반문하면서 수두를 앓는 아이를 초대해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게 하는 ‘수두 파티’를 예로 든다. 파티를 통해 자연적으로 수두균을 획득한 아이는 면역력을 높일 수 있지만, 자칫하면 또 다른 치명적인 질환에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레이철 카슨이 저서 ‘침묵의 봄’에서 발암물질로 지목한 살충제 DDT에 대해 “DDT와 암의 연관성은 입증되지 않았고, 카슨의 연구는 일부 수치가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주장도 편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아프리카에서 DDT 사용을 금지함에 따라 모기가 급증했고, 이로 인해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하는 아동이 함께 늘어났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누구나 완벽한 면역을 가질 수 없다고 말하는 저자는 “중요한 것은 병균 혹은 독성물질의 양이며 유해물질이라도 일정 용량 이하면 해가 없다”면서 “예방접종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백신에 있는 미량의 독성물질이 자연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손성진 칼럼] 좋은 대통령

    [손성진 칼럼] 좋은 대통령

    5년간 우루과이 대통령직을 수행한 호세 무히카는 작년 2월 퇴임 직전 지지율이 65%였다. 프로야구 선수가 은퇴기에 3할대 타율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할 만한 높은 지지율은 청빈 때문이다. 그는 1987년형 폭스바겐 비틀 승용차, 트랙터 2대밖에 갖고 있지 않았고 퇴임식 후 허름한 농장으로 돌아갔다. 물론 청빈, 도덕성만으로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임기를 두 달 남겨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57%나 되는데 나흘간 41억원을 골프비용으로 써도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코 청빈하지 않은 오바마가 레임덕도 없이 인기를 유지한 이유는 경제적 업적 때문이다. ‘오마이 갓 대통령’ 미국 트럼프가 다우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가 망언을 쏟아내는 ‘괴물’에 대한 혐오를 능가한 것이다. 최고의 민주 선진국가에서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의심을 받는 파렴치한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도리어 국민의 기대를 받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모든 국사(國事)를 총괄하고 나라를 이끌어야 하는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은 수십, 수백 가지다. 장재찬 저 ‘참 좋은 대통령감’에 거론된 대통령의 자질은 도덕심, 정의감, 건전한 가치관, 청렴성, 절제, 자신감, 성실성, 집중력, 사고의 유연성, 의지, 용기, 결단성, 열정, 애국애민, 소명의식, 희생정신, 능력 등이다. 이를 다 갖췄다면 성인군자요 팔방미인이다. 통치자의 조건을 용인술에서 찾는 고전의 가르침도 많다. 중국 위나라의 참모 유소는 ‘인물지’에서 군주의 능력을 사람을 잘 쓰고 신하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불교경전 ‘아함경’에는 통치자의 조건에 대해 재물에 집착하지 않으며 신하의 간언을 잘 듣고 그 말을 거스르지 말라고 돼 있다. 동서양의 금언과 사례를 종합해 보면 현대의 관점에서 대체로 통치자의 조건을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다. 국정 능력, 민주성, 청렴성, 용인술이다. 한국의 대통령들은 한두 가지는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두세 가지의 결정적인 흠결 때문에 나라를 망치다시피 했다. 보수 측이 ‘건국의 아버지’로 받드는 이승만은 독재로 발전을 지연시켰다. 박정희는 뛰어난 용인술로 경제를 도약시켰지만 역시 독재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국정 능력 이전에 철권통치와 부패 대통령으로 낙인찍혔다. 최초의 문민정부를 이뤄낸 김영삼은 민주주의를 회복했지만 경제를 망친 무능한 대통령으로 남고 말았다. 역대 대통령들의 실패 경험을 두루 살피고 통치자의 자질에 관한 흔한 금언(言)들만 잘 따랐어도 이즈음 박근혜 대통령의 참혹한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경제로 본 국정 능력은 바닥이고 청렴성과 용인술은 그보다 더 떨어지니 최악의 대통령이란 오명을 쓸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은 국민이 뽑으니 그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고 할까. 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지지자들이 일종의 자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그런 탓이다. 우매한 국민은 분장으로 감춘 정치인의 속 모습을 알 수 없기에 곧잘 현혹당한다. 박 대통령의 실상을 파악한 전여옥 전 의원이 모시던 박근혜 후보를 배신했을 때도 알아차린 국민이 거의 없을 만큼 국민은 우매하다. 트럼프를 뽑아놓은 미국민이 현명한 선택을 했는지는 더 있어 봐야 판가름 날 것이다. 이제 우리도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매한 국민이 되지 않고 뒤늦은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좋은 대통령감을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 성인군자, 팔방미인은 없겠지만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을 인물을 선택해야 오늘 같은 집단 우울증에 걸릴 일이 없다. 잘못 뽑아놓은 대통령 앞에서는 보수나 진보나 다 같은 피해자다. 그러니 단지 사상만을 좇아서 표를 던져서도 안 될 일이다. 그것 때문에 좋은 대통령이 되지는 않는다. 좌파의 지지를 업고 당선된 남미의 좌파 대통령의 실패도 좋은 본보기다. 중국의 노자는 “세상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제국을 맡길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을 사랑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참 좋은 대통령을 보고 싶다.
  • 바람이 머문 풍경, 쉬엄쉬엄 달린다

    바람이 머문 풍경, 쉬엄쉬엄 달린다

    가나자와에서 북쪽을 향해 거슬러 오르면 우리 동해를 향해 뿔처럼 불쑥 솟은 반도가 나온다. 여기가 노토반도다. 들쭉날쭉한 반도의 해안을 따라 풍경의 보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우리의 동해는 해가 뜨는 곳이지만 노토반도가 접한 동해는 해가 지는 곳이다. 그래서 어느 지역을 가도 우리 서해의 포구처럼 고즈넉한 저물녘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노토반도엔 일주도로가 잘 닦여 있다. 대표적인 것이 249번 국도다. 한반도의 등뼈를 타고 가는 우리 7번 국도처럼 줄곧 해안길을 따라간다. 249번 국도는 풍경의 보고다. 여행자들이 할 일이란 그저 해안도로를 달리다 멋진 곳이 나오면 차를 세워 자연을 보고, 그 소리를 듣고, 상큼한 대기의 향기를 맡고 즐기는 것뿐이다. 그렇게 머리를 헹구고 가슴을 비울 수 있는 곳이 노토반도다. 서쪽 해안을 따라 북상하다 가장 먼저 만나는 명소는 ‘지리하마(千里浜) 나기사(渚) 드라이브 웨이’다. 우리말로 풀면 ‘천리 해안 드라이브 길’쯤 되겠다. 거리는 8㎞ 정도. 백사장은 표면이 무척 단단하다. 해변 위로 버스가 달릴 수 있을 정도다. 우리 백령도의 사곶도 이와 비슷하다. 단단하기로는 외려 사곶이 한 수 위다. 한국전쟁 당시 실제 천연 비행장으로 쓰였을 정도다. 이에 견줘 지리하마의 해변길은 풍경이 장쾌하다.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너른 바다와 하늘 닮은 물빛이 황토빛 모래사장과 멋드러지게 어울렸다. 지리하마에서 북쪽으로 30분 정도 더 올라가면 ‘노토 곤고’(金剛)가 나온다. 나라에서 지정한 국정공원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우리의 해금강처럼 다양한 모습의 기암과 해안 절벽이 펼쳐져 있다. 주민들은 이를 ‘천변만화하는 암초미’라 표현했다. 실제 이 지역 관광안내 책자에는 “바다로 뻗어나간 북한의 금강산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적혀 있다. 우리 금강산의 명성이 바다 건너까지 전해진 셈이다. 노토 곤고에 들면 응소암이 이방인을 맞는다. 매가 둥지를 튼 바위라는 뜻이다. 노송 몇 그루를 머리에 이고 바다를 딛고 우뚝 선 자세가 굳세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간몬(巖門)이다. 30m 높이의 바위 벼랑 아래쪽이 파도의 침식을 받아 동굴처럼 뻥 뚫렸다. 구멍의 규모는 폭 6m, 높이 15m, 깊이는 60m에 이른다. 이 구멍 너머로 파도가 쉼 없이 넘실댄다. 간몬 옆으로 난 동굴을 통과하면 암반지대가 나온다. 여러 개의 포트 홀과 검은빛 암반이 어우러져 있다. 포트 홀 속엔 푸른빛의 바닷물이 들어찼다. 이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빛깔의 작은 물고기들이 유영하고 있다. 암반 위를 걸을 수도 있다. 발 아래로 파란 바닷물이 찰랑대고 멀리 ‘돼지코’라 부르는 곶과 동해의 만경창파가 어우러져 막힌 가슴을 뻥 뚫어 준다. 바위 벼랑 사이에 놓인 다리 위에 서면 노토 곤고의 전경을 굽어볼 수 있다. 하쿠이군의 시가마치 해안에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길었던’ 벤치가 있다. 노토 곤고에서 30분 거리다. 벤치의 길이는 약 461m. 너른 바다를 굽어볼 수 있는 언덕 위에 조성돼 있다.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긴 벤치’로 등록돼 있다가 최근 지위를 잃었다. 하지만 안내판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긴 벤치’로 표기돼 있다. 벤치에 앉으면 너른 바다가 품에 안긴다. 언덕 아래에선 포근한 바람이 불어와 머리를 빗질한다. 이만한 풍경 가진 바닷가 언덕 만나기도 쉽지 않다. 언덕엔 경관 조명을 위해 수천개의 전구가 박혀 있다. 달빛이 밤바다 위로 내려앉을 때 수많은 전구들이 별처럼 반짝이겠지. 그 상상만으로 즐겁다. 벤치 뒤엔 수천 개의 손도장이 음각돼 있다. 이 지역 어린이들이 찍은 것이다.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와 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노토 반도 북단의 소도시 와지마엔 아침시장이 열린다. 1000년 넘도록 이어져 오는 시장이다. 갓 잡아 올린 해산물과 신선한 채소 등을 어부, 농부가 직접 들고 나와 판매한다. 그릇이나 수저에 화려한 장식을 넣은 와지마 칠기도 만날 수 있다. 우리처럼 떠들썩한 흥정이 오가지는 않지만, 일본인 특유의 얌전한 목소리로 ‘호객 행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장 한편엔 ‘마징가 제트’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40~50대의 장년층이라면 난데없이 뛰쳐나온 풍경에 유년 시절로 소환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터다. 와지마는 추억의 만화영화 ‘마징가 제트’의 작가 나가이 고의 고향이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을 아침시장 중간에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박물관이 조성돼 있다. 노토 반도 동쪽엔 와쿠라 온천마을이 있다. 역사가 1200년을 헤아리는 곳이다. 에도시대부터 바닷속 원천(源泉) 주변에 인공 섬을 만들어 이용했다고 한다. 이 지역 온천수는 짠맛이 난다. 바닷물이 섞였기 때문이다. 낭만적인 나나오만(灣)을 감상하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취재 협조 일본정부관광국(JNTO) www.jroute.or.kr 글 사진 이시카와(일본)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이시카와까지는 고마쓰 공항을 통해 들어간다. 인천에서 비행 시간은 약 1시간 40분 정도. 고마쓰 공항에서 가나자와까지는 버스로 40분 정도 걸린다. →호시 료칸은 무려 1300년의 역사를 가진 료칸이다. 718년에 세워진 이래 46대째 가업으로 전승되고 있다. 이 덕에 한때 ‘세계 최고(最古)의 숙박업소’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일본 내에서는 가장 오래된 료칸으로 꼽힌다. 고마쓰시에서 10㎞쯤 떨어진 아와즈 온천 지구에 있다. 료칸의 입구와 별채는 일본의 국가 지정 문화재다. →노토반도의 쓰지구치 히로노부 미술관 안에 있는 제과점은 일본에서도 이름난 파티셰가 만든 달달한 먹거리들로 가득하다. 도쿄까지 이름이 알려져 있다고 한다. 와쿠라 온천단지에 있다.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12. “자니?”...연애, 그 찌질함에 대하여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12. “자니?”...연애, 그 찌질함에 대하여

    연말을 맞아, 달이 차오르는 것 마냥 술 약속이 차오른다. 온통 크리스마스 무드가 범벅이 된 거리에는 빨강X초록 물결이 넘실댄다. 급한 마음에 소개팅은 했지만, 썸녀(남)은 카톡이 오는 둥 마는 둥하다. 날도 춥고, 술도 먹었겠다 생각나는 전 남(여)친. 술 기운을 빌어 보내본다. “자니...?”   ◆ 구질구질해지기 쉬운 시즌,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질구질해지나? 헤어진 연인에게 할 수 있는 ‘구질구질’의 표상은 술 먹고 보내는 카톡 ‘자니...?’ 혹은 ‘잘 지내니...?’가 대표적이다. 문자 그대로 말하자면 ‘Are you sleeping?’ 정도가 되겠지만, 그걸 액면 그대로 해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풀이하자면 “나는 이 시간에 네 생각에 깨어 있는데, 너는 어떠니?” 정도가 될 것이다. 또 미끼를 덥석 문 단톡방 떼톡커들과 함께 짚어 본 ‘자니?’ 또는 ‘잘 지내니?’ 에 함축된 의미는 이런 식이었다. “(나 없이도) 잘 지내니”“(설마 벌써 애인이 생긴 건 아니지?) 잘 지내니”“(술 먹어서 하는 말이지만) 잘 지내니” “요새 나 이렇게 저렇게 지내고 있는데, 너는 어때?” 라며 자신의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타입도 있다. ‘나 너 생각만 한 거 아냐. 나는 나대로 잘 지내고 있어. 그때의 일은 그만 잊고, 이제 우리 쿨하게 한 번 볼래?’ 정도를 의도한 멘트라고 하겠다. 그러나 쿨한 게 쿨한 게 아님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알고 있다. 근황 보고도 이쯤 되면 프로급인 ‘선수’도 있다. 전여친이잊지못하는매력의소유자(30·남·이하 전매남)에게는 4개월 만났다 헤어진 여친에게서 지속적으로 ‘장문의 카톡’이 왔다.“‘나 이렇게 지내고 있고,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편지 같은 카톡을 보내. 그러다가 내가 하도 연락을 안받으니까, 나중엔 통보를 하는 거야. ‘○○역 몇 번 출구 사물함에 편지를 넣어놨으니 꼭 가서 봐라. 비번은 니 생일로 해놨다’ 이렇게. 그런 카톡이 한 두 세번 왔어. 나중에 가서 보니 자격증을 따서 거기 넣어놓은 거야. 조그마한 등록증 같은 걸. 자기 열심히 살고 있다구.” 우리는 어떨 때, 이토록 구질구질해지는 걸까. 전 남친에게 다시 연락하는 걸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돌아와니가있어야할곳은바로여긴데(29·여)는 “혼자 있는 걸 못 견디겠을 때”라고 한 마디로 정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전 남친이) 소개팅을 할까봐, 다른 여자와 있을까봐 두려운 금요일 밤, 토요일 밤”이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 재회한 연인은 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진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헤어진 연인의 재회에 관한 일반론은 ‘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시 만나 얼마간의 민망하고 버름한 사이를 기적적으로 극복하더라도 지난 결별의 이유가 반복돼서, 또는 그 때 그 일이 계속 유효하게 작용해서 또 헤어진다는 것이다. ‘세상에 둘도 없을 차칸 남자’ 먹고놀자(35·남)가 바로 그랬다. 십여 년 전, 힘들던 재수 시절을 함께 견딘 여자친구가 그에게 느닷없이 이별을 통보해왔다.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붙잡아도 소용 없었다. 먹고놀자가 이별의 아픔으로부터 조금씩 치유되어 갈 무렵, 웬 여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는 흐느끼며, 당신 여자친구가 자기 남자친구와 바람을 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오빠, 잘 지내?”가 도착했다. (그 때는 문자 메시지였다.) ‘역시나 차칸 남자’ 먹고놀자는 옛 정이 있고, 또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 “무슨 일 있니?” 하며 답했다고 한다. 그렇게 몇 달 사귀다 보니 그 여자 하는 얘기가 가관이었다. “그 때 왜 오빠가 나 안 붙잡았어?”라고 하는 거야. 홧김에 얘기해 버렸지. 전화 받은 거.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더라고.” 천하의 차칸 남자도 감당 못 할 나쁜 여자였다. 앞서 나온 전매남은 그 ‘선수’와 다시 만났을까. 만났다. ‘자격증’이 도화선이 돼 결별 4개월 만에 재회한 그 날, 그들은 불꽃이 튀었다고 한다. (파바박) 그러나 4개월을 못 넘겨 또 다시 헤어졌다. (이들 커플에게는 4·4·4 법칙이 적용된다.) 전매남은 말했다. “그냥 만나서 좋은 게 좋은 거였는데, 여자들은 사귀었다 헤어지면 그 시간 버린 걸로 생각한대매. 나는 그 친구를 결혼 상대로는 생각 안 했고, 그 쪽은 급할 거 같아서…” 물론 다시 만나 잘 사귀는 사례도 무수히 많다. ‘눈 돌려봤자 별 놈 없다’는 평범한 진리에 이른 커플들이다. 주변 친구들이 우후죽순 결혼하고 있다는 잠실동수저(32·남)은 주변에 명멸하는 사례를 얘기했다. “결혼 적령기까지 오래 사귀었던 커플들이 순간의 권태기를 못 참고 헤어졌다가 다시 봉합하는 경우 왕왕 봤어요. 그러곤 바로 결혼하더라고요? 딴 사람들 봐 봤자 별 놈 없었나봐.” ‘충분히 좋은 사람’이었지만 이별을 상황탓으로 이해한 이들도 얼마든지 재회에 성공한다. 이러한 이들은 전술 복습을 거쳐 더욱 살뜰히 서로를 배려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간다. 2년 만난 연인과 헤어졌다 4년만에 재회한 삼고초려슬러시의뮤즈(29·여·이하 뮤즈)는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땐, 둘다 첫 사랑이고 너무 어리고 서툴러서 좋아하긴 해도 막 많이 부딪치고 싸우고 그랬다? 근데 헤어진 몇 년 동안 그 상처가 아물고 다른 사람도 만나고 이런저런 경험도 생기면서 다시 만났을 땐 전혀 그러지 않았어. 서로를 한 번 잃어봤으니까…” 마포청년(29·여)도 3년 반을 만난 전 남친에 대해 ‘충분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그는 “X나 소울메이트였는데 연인으로 만나 X됐어”라는 필설로는 차마 옮기기 힘든 터프한 말로 전 남친에 대한 소회를 대신했다. ◆ 한밤중 ‘자니...?’를 보낼 수 있는 용감함 그러나 그렇게 애틋했던 뮤즈도 차마 밝힐 수 없는 이유로 다시 헤어졌다. “연인이 헤어지면 헤어지자고 한 사람이든, 헤어짐을 당한 사람이든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망설이게 되잖아? 한쪽은 ‘내가 헤어지자고 했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한쪽은 ‘내가 못 잊어도 쟤가 나 싫다는데…’ 이러고 말이야. 근데 그걸 뛰어넘고 어쨌든 둘이 다시 만나기로 결정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난 되게 엄청난 인연이라고 생각해.” 여전히 헤어진 연인의 행복을 빈다는 뮤즈는 전에 없이 자못 진지했다. 술 기운을 빌었든 어쨌든, 찌질할 수 있는 용기를 응원한다. 물론, 순간의 외로움을 못 참아 덤벼드는 상습적인 찌질함까지 응원할 생각은 없지만, 누구나 실수는 하는 거니까. 연말에는 실수도 용납되는 법이다. (내 맘대로.)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 정유라, 작년 5월 제주에서 남아 출산…임신 상태에서 금메달 획득?

    정유라, 작년 5월 제주에서 남아 출산…임신 상태에서 금메달 획득?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씨의 딸인 정유라(20·개명 전 정유연)씨가 지난해 제주에서 남자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5월 8일 제주 모 병원에 입원, 남자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출산 당일 제주 모 조산원에서 자연 분만하려다 해당 병원으로 급히 옮겨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정씨가 19살로 미혼모 상태다. 정씨는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9월 19일∼10월 4일)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정씨는 임신한 상태에서 경기에 출전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가 거주했던 독일 헤센주(州) 주택 인근 주민들의 증언 등에 따르면, 최씨는 딸 정씨와 정씨의 남자 친구로 추정되는 남성, 돌이 갓 지난 남자 아이와 함께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12. “자니?”...연애, 그 찌질함에 대하여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12. “자니?”...연애, 그 찌질함에 대하여

    연말을 맞아, 달이 차오르는 것 마냥 술 약속이 차오른다. 온통 크리스마스 무드가 범벅이 된 거리에는 빨강X초록 물결이 넘실댄다. 급한 마음에 소개팅은 했지만, 썸녀(남)은 카톡이 오는 둥 마는 둥하다. 날도 춥고, 술도 먹었겠다 생각나는 전 남(여)친. 술 기운을 빌어 보내본다. “자니...?”   ◆ 구질구질해지기 쉬운 시즌,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질구질해지나? 헤어진 연인에게 할 수 있는 ‘구질구질’의 표상은 술 먹고 보내는 카톡 ‘자니...?’ 혹은 ‘잘 지내니...?’가 대표적이다. 문자 그대로 말하자면 ‘Are you sleeping?’ 정도가 되겠지만, 그걸 액면 그대로 해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풀이하자면 “나는 이 시간에 네 생각에 깨어 있는데, 너는 어떠니?” 정도가 될 것이다. 또 미끼를 덥석 문 단톡방 떼톡커들과 함께 짚어 본 ‘자니?’ 또는 ‘잘 지내니?’ 에 함축된 의미는 이런 식이었다. “(나 없이도) 잘 지내니”“(설마 벌써 애인이 생긴 건 아니지?) 잘 지내니”“(술 먹어서 하는 말이지만) 잘 지내니” “요새 나 이렇게 저렇게 지내고 있는데, 너는 어때?” 라며 자신의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타입도 있다. ‘나 너 생각만 한 거 아냐. 나는 나대로 잘 지내고 있어. 그때의 일은 그만 잊고, 이제 우리 쿨하게 한 번 볼래?’ 정도를 의도한 멘트라고 하겠다. 그러나 쿨한 게 쿨한 게 아님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알고 있다. 근황 보고도 이쯤 되면 프로급인 ‘선수’도 있다. 전여친이잊지못하는매력의소유자(30·남·이하 전매남)에게는 4개월 만났다 헤어진 여친에게서 지속적으로 ‘장문의 카톡’이 왔다.“‘나 이렇게 지내고 있고,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편지 같은 카톡을 보내. 그러다가 내가 하도 연락을 안받으니까, 나중엔 통보를 하는 거야. ‘○○역 몇 번 출구 사물함에 편지를 넣어놨으니 꼭 가서 봐라. 비번은 니 생일로 해놨다’ 이렇게. 그런 카톡이 한 두 세번 왔어. 나중에 가서 보니 자격증을 따서 거기 넣어놓은 거야. 조그마한 등록증 같은 걸. 자기 열심히 살고 있다구.” 우리는 어떨 때, 이토록 구질구질해지는 걸까. 전 남친에게 다시 연락하는 걸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돌아와니가있어야할곳은바로여긴데(29·여)는 “혼자 있는 걸 못 견디겠을 때”라고 한 마디로 정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전 남친이) 소개팅을 할까봐, 다른 여자와 있을까봐 두려운 금요일 밤, 토요일 밤”이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 재회한 연인은 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진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헤어진 연인의 재회에 관한 일반론은 ‘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시 만나 얼마간의 민망하고 버름한 사이를 기적적으로 극복하더라도 지난 결별의 이유가 반복돼서, 또는 그 때 그 일이 계속 유효하게 작용해서 또 헤어진다는 것이다. ‘세상에 둘도 없을 차칸 남자’ 먹고놀자(35·남)가 바로 그랬다. 십여 년 전, 힘들던 재수 시절을 함께 견딘 여자친구가 그에게 느닷없이 이별을 통보해왔다.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붙잡아도 소용 없었다. 먹고놀자가 이별의 아픔으로부터 조금씩 치유되어 갈 무렵, 웬 여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는 흐느끼며, 당신 여자친구가 자기 남자친구와 바람을 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오빠, 잘 지내?”가 도착했다. (그 때는 문자 메시지였다.) ‘역시나 차칸 남자’ 먹고놀자는 옛 정이 있고, 또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 “무슨 일 있니?” 하며 답했다고 한다. 그렇게 몇 달 사귀다 보니 그 여자 하는 얘기가 가관이었다. “그 때 왜 오빠가 나 안 붙잡았어?”라고 하는 거야. 홧김에 얘기해 버렸지. 전화 받은 거.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더라고.” 천하의 차칸 남자도 감당 못 할 나쁜 여자였다. 앞서 나온 전매남은 그 ‘선수’와 다시 만났을까. 만났다. ‘자격증’이 도화선이 돼 결별 4개월 만에 재회한 그 날, 그들은 불꽃이 튀었다고 한다. (파바박) 그러나 4개월을 못 넘겨 또 다시 헤어졌다. (이들 커플에게는 4·4·4 법칙이 적용된다.) 전매남은 말했다. “그냥 만나서 좋은 게 좋은 거였는데, 여자들은 사귀었다 헤어지면 그 시간 버린 걸로 생각한대매. 나는 그 친구를 결혼 상대로는 생각 안 했고, 그 쪽은 급할 거 같아서…” 물론 다시 만나 잘 사귀는 사례도 무수히 많다. ‘눈 돌려봤자 별 놈 없다’는 평범한 진리에 이른 커플들이다. 주변 친구들이 우후죽순 결혼하고 있다는 잠실동수저(32·남)은 주변에 명멸하는 사례를 얘기했다. “결혼 적령기까지 오래 사귀었던 커플들이 순간의 권태기를 못 참고 헤어졌다가 다시 봉합하는 경우 왕왕 봤어요. 그러곤 바로 결혼하더라고요? 딴 사람들 봐 봤자 별 놈 없었나봐.” ‘충분히 좋은 사람’이었지만 이별을 상황탓으로 이해한 이들도 얼마든지 재회에 성공한다. 이러한 이들은 전술 복습을 거쳐 더욱 살뜰히 서로를 배려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간다. 2년 만난 연인과 헤어졌다 4년만에 재회한 삼고초려슬러시의뮤즈(29·여·이하 뮤즈)는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땐, 둘다 첫 사랑이고 너무 어리고 서툴러서 좋아하긴 해도 막 많이 부딪치고 싸우고 그랬다? 근데 헤어진 몇 년 동안 그 상처가 아물고 다른 사람도 만나고 이런저런 경험도 생기면서 다시 만났을 땐 전혀 그러지 않았어. 서로를 한 번 잃어봤으니까…” 마포청년(29·여)도 3년 반을 만난 전 남친에 대해 ‘충분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그는 “X나 소울메이트였는데 연인으로 만나 X됐어”라는 필설로는 차마 옮기기 힘든 터프한 말로 전 남친에 대한 소회를 대신했다. ◆ 한밤중 ‘자니...?’를 보낼 수 있는 용감함 그러나 그렇게 애틋했던 뮤즈도 차마 밝힐 수 없는 이유로 다시 헤어졌다. “연인이 헤어지면 헤어지자고 한 사람이든, 헤어짐을 당한 사람이든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망설이게 되잖아? 한쪽은 ‘내가 헤어지자고 했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한쪽은 ‘내가 못 잊어도 쟤가 나 싫다는데…’ 이러고 말이야. 근데 그걸 뛰어넘고 어쨌든 둘이 다시 만나기로 결정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난 되게 엄청난 인연이라고 생각해.” 여전히 헤어진 연인의 행복을 빈다는 뮤즈는 전에 없이 자못 진지했다. 술 기운을 빌었든 어쨌든, 찌질할 수 있는 용기를 응원한다. 물론, 순간의 외로움을 못 참아 덤벼드는 상습적인 찌질함까지 응원할 생각은 없지만, 누구나 실수는 하는 거니까. 연말에는 실수도 용납되는 법이다. (내 맘대로.)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 협동조합택시 수입금 일반택시 1.4배... 강감창 서울시의원 “시 적극 지원 노력”

    협동조합택시 수입금 일반택시 1.4배... 강감창 서울시의원 “시 적극 지원 노력”

    출범 1년을 갓 넘은 협동조합 택시가 업계 최고수준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회 강감창 의원(송파, 새누리)의 요구자료에 의하면 협동조합 택시가 2016년10월 현재, 가동율이 97.1%에 이르고 1일 수입금도 일반택시에 비해 1.4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협동조합 택시는 2015년7월14일 부도 택시회사인 서기운수를 박계동 이사장이 인수하여 종업원(기사) 출자방식의 협동조합으로 출범했다. 협동조합택시의 일일 운송수입금 비교결과, 출범 초기에는 법인택시 평균에도 미달하였으나 운행 2개월후부터 대폭 증가하기 시작하여 현재 업계 최고수준으로 급성장했다. 한편, 22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국택시협동조합 연합회 출범식이 개최된다. 강감창 의원은 축사를 통해 “협동조합택시의 정책변화는 서울시 대중교통 지원정책 중에서 매우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지원사례로 꼽힌다”며 “앞으로도 서울시가 협동조합택시 지원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토 다큐] 가장 따뜻한 꽃 목화

    [포토 다큐] 가장 따뜻한 꽃 목화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이 지나고 계절의 길목에 섰다. 찬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하는 이즈음에 옛 여인네들은 너나없이 솜을 틀어서 이부자리를 손질하는 겨울 채비로 바빴다. 가족들에게 보다 포근한 잠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정성이다. 그 시절 솜이불을 만들어 주던 목화(木花)는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집집마다 재배하는 중요 농작물의 하나였다. 경남 산청의 목면시배유지(木棉始培遺址)는 고려 말 문익점이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면서 가져온 목화씨를 심어 재배에 성공한 곳이다. 지난 15일 지리산으로 오르는 길가 오른편에 낮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재배 단지에서는 목화 수확이 한창이었다. 들판에는 눈송이가 내린 듯 하얀 목화솜이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목화는 4월에 씨를 뿌리고 9, 10월이 되면 꽃이 핀다. 5개의 꽃잎이 나선상으로 펼쳐지며 흰색과 황색, 홍색을 띤다. 꽃이 진 자리에 ‘다래’라는 열매가 맺히고 한 달가량 지나면 꽃봉오리가 터져서 새하얀 목화솜을 드러낸다. 밭 한가운데서 할머니들이 하얀 솜을 터뜨린 목화를 따고 있었다. “보송보송한데도 씨가 있는 게 희한하다 카이~.” 60년을 넘게 목화를 땄다는 억센 경상도 억양의 김갑술(76) 할머니는 소쿠리 한가득한 목화를 만지며 연신 감탄하고 있었다. ●노란 꽃 진 자리 ‘소복소복’… 지리산 벌써 덮은 목화 눈송이 기념관 대청마루에서는 무명베짜기재현보존회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갓 수확한 목화 열매가 토해 낸 솜뭉치들을 한곳에 모아 말린 뒤 실을 뽑는 일이다. 목화솜이 무명천이 되려면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솜을 씨앗기에 넣어 씨를 빼내고 활시위에 털어서 부풀린다. 서로 엉키게 꼬치로 말아서 물레로 돌리면 실이 뽑아진다. 열 가닥의 실을 모아서 굵은 무명실을 만들고 풀을 먹인 다음 베틀에서 무명천을 짜는 것이다. 목화솜에서 뽑아낸 실로 만든 옷이 바로 백의민족인 우리 선조들이 즐겨 입던 무명옷이다. 산청군은 목화솜을 활용한 무명베 짜기 기능을 복원, 전수하기 위해 2007년부터 축제를 열고 있다. 목화 따기 체험, 무명베 짜기 재현 등 풍성한 행사가 열린다. 목화 전파 이후 당시의 삶을 윤택하게 한 생필품인 목면(木綿)의 탄생을 기념하는 의미다. 이영복 목면시배유지 관리소장은 “시간이 갈수록 목화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지만 옛날 조상들의 의류 문화를 잘 계승하고 전승해야 할 의무가 후손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목화는 화학섬유에 자리를 내주면서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하지만 편리함과 더불어 피부염 등 환경의 역습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은 다시 친환경 소재인 목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목화솜은 공기의 통기성, 땀의 흡수성이 뛰어난 천연 소재다. 또한 숨이 죽을 때마다 새롭게 솜을 틀어 주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하루종일 채운 정성 ‘보송보송’… 전국에서 찾는 웰빙 솜이불 경남 함양군의 임채정씨는 10여년 전부터 목화를 직접 재배하고 수확해 이불을 만들고 있다. 함양군 상림공원 인근 2000여평의 밭에 틈새 작목으로 재배해 나오는 목화솜은 700~800㎏ 정도로 수확량이 한정적이다. 100여채 남짓인 그의 웰빙 솜이불은 전국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임씨는 “솜이불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하루 종일 밀고 당기고 털고 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화는 이 땅의 의복 생활을 바꾼 ‘가장 따뜻한 꽃’이다. 올겨울은 기습적인 한파와 폭설이 잦을 거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다. 장롱 속 깊숙이 보관한 솜이불을 꺼내 추억의 향수를 되새기며 겨울을 나 보면 어떨까. 글 사진 산청·함양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재수·삼수는 “NO” 공무원 안 해도 “OK”…중국엔 공시족 없다

    재수·삼수는 “NO” 공무원 안 해도 “OK”…중국엔 공시족 없다

    중국에서 6월이 가오카오(高考·대학 입학시험)의 달이라면 11월은 궈카오(國考·국가 공무원시험)의 달이다. 중앙정부와 정부 직속기관의 신규 공무원을 뽑는 국가고시가 11월 네 번째 일요일에 실시되기 때문이다. 각 부처와 기관이 국가고시를 주관하는 인력자원부에 신규 임용이 필요한 직위와 인원을 통보하면 인력자원부가 이를 취합해 인터넷에 공고를 낸다. 수험생들은 자신이 희망하는 직위에 원서를 낸 뒤 시험 자격이 있다는 통보를 받으면 응시할 수 있다. 성과 직할시 등 지방정부는 국가고시와는 별도로 매년 4월에 지방고시를 통해 공무원을 뽑는다. 올해는 2만 7000명의 중앙 공무원을 뽑는데 무려 149만명이 응시해 평균 5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민주동맹 중앙사무청의 접대처 주임직은 1명을 뽑는데 9837명이 몰려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민주동맹은 국가가 관리하는 관변 정당으로 공산당 ‘2중대’ 역할을 하고 있다. 별다른 자격 제한이 없는 데다 대졸 및 2년간의 관련 업무 경험만을 요구하고 있고 업무 역시 공공기관 간 공무상 응대로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응시자가 몰렸다. 베이징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부정부패 사정 바람으로 접대 업무가 부쩍 줄어 공공기관의 접대처는 요즘 공무원 사이에서 ‘꽃보직’으로 통한다. 반면 223개 직위는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이 서부 지역의 산간벽지에 있는 중앙기구 산하기관이었다. 중국 언론은 “대도시에서 업무 부담 없이 ‘철밥통’ 생활을 누리는 직급에는 사람이 몰리고 시골 험지에서 농민을 위해 봉사하려는 사람은 없다”고 한탄했다. ●‘1차 관문’ 국가고시 쉬워 속성으로 합격 가능 중국에서도 공무원이 좋은 일자리이긴 하지만 한국처럼 노량진 학원에서 재수, 삼수를 마다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공시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째, 국가고시가 재수, 삼수를 해서 통과할 정도로 어렵지가 않다. 둘째, 국가고시를 통과하더라도 각 부처가 요구하는 별도의 시험을 봐야 한다. 셋째, 공무원보다 월급을 많이 주는 직장이 널려 있다. 국가고시는 객관식 문제로 이뤄진 행정공직능력평가와 주관식의 논술로 구성된다. 공직 수행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과 지식을 묻기 때문에 1년 정도 혼자 공부를 하거나 학원에서 속성으로 기출 문제를 풀면 합격할 수 있다. 문제는 국가고시에 합격하더라도 해당 부처의 별도 시험이라는 2차 관문을 뚫어야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교부를 지원한 응시자는 영어와 희망 근무 지역의 언어 시험을 별도로 쳐야 한다. 논술과 직무 면접 등도 거쳐야 한다. 힘이 센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상무부, 재정부, 공안부 등은 경쟁률이 500대1 이상인데 이 부처도 국가고시 후 별도 시험을 통해 신규 인원을 선발한다. 한국의 행정고시, 기술고시, 외무고시와 같은 고등고시를 부처마다 모두 실시한다고 보면 된다. 중국 외교부에 근무하는 10년차 공무원은 “부처마다 재수생보다는 대학을 갓 졸업한 인력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 번 탈락하면 미련 없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유능한 학생들은 아직도 사기업을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검·판사는 우수대학 법학 전공자로 자격 제한 중국은 로스쿨이 아닌 사법고시를 통해 법조인을 양성한다. 사법고시는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법률사무소에서 1년 이상 근무해야 변호사 자격을 얻는다. 변호사는 사기업에 근무하면서 변호사 일을 겸직할 수 있다. 검사와 판사는 변호사보다 좀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다. 가장 특이한 점은 국가가 인정하는 4년제 ‘우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거나 법학 전공에 상응하는 지식을 쌓은 사람으로 자격 조건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중국 전역에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4년제 ‘우수 대학’ 500여개가 있다. 이 대학 출신 중 판·검사가 되려는 이들은 각 성이나 직할시에서 실시하는 지방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시험에도 합격해야 한다. 검사는 지방 검찰청에서 3년, 판사는 지방 법원에서 3년을 수련해야 정식으로 임명된다. 선조생(選調生) 특채 제도도 있다. 정부 각 부처나 공공기관, 국유기업에는 예외 없이 공산당위원회가 있다. 각각의 당 위원회는 베이징대, 칭화대, 인민대, 푸단대 등 전국의 명문대 학생 중 성적이 우수한 당원을 미리 선발해 공무원으로 양성한다. 이들을 선조생이라고 부른다. 선조생 출신들은 대부분 해당 기관의 당 위원회에서 일한다. 신화통신의 한 기자는 “시험을 쳐서 입사한 기자들은 취재와 기사 작성을 주로 하고 선조생들은 기사 교열(검열)을 주로 한다”면서 “나중에 승진하는 이들은 대부분 선조생”이라고 말했다. 선조생이 아니더라도 공산당원이나 학생회 주석, 공청단 간부 출신들이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식비·난방비 등 복지 혜택… 승진은 ‘바늘구멍’ 중국 공무원 월급은 박하기로 유명하다. 국가고시와 부처별 시험을 거친 신규 공무원은 ‘과원(科員)급’에 배치된다. 과원급의 월 기본급은 3000위안(약 51만 3000원)이다. 직무수당과 상여금, 장려금을 합쳐도 월 급여는 4000위안(약 66만 4000원) 정도에 그친다. 성 서기 및 중앙부처 부장(장관)에 해당하는 ‘성부급(省部級) 정직(正職)’의 기본급도 6000위안(102만 6000원)에 불과하고 수당을 합친 월 급여도 1만 위안(약 171만원)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중국 공무원은 연금, 의료보험 외에도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린다. 하루 세 끼를 구내식당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식권 카드가 지급되며 카드 잔액으로 쇼핑할 수도 있다. 교통비도 카드에 충전해 주는데 패스트 푸드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춘제(중국의 설) 전에는 도서카드나 영화관람권을 나눠 주기도 한다. 이발비와 세탁비가 지급되는 부처도 있고 겨울에는 난방비도 나온다. 반부패 운동으로 공직사회가 투명해졌다고는 하나 공무원에 대한 접대도 아직은 많이 남아 있다. 중국의 공무원 등급은 1급(국가주석, 총리)에서 27급(과원)으로 세분화된다. 보통 대학 졸업 후 22세를 전후해 과원으로 일선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 ‘청국급’(廳局級)의 ‘정직’(正職)에 오르는 데 평균 25년이 걸린다. ‘청국급 정직’은 우리로 치면 실장이나 국장에 해당한다. 청국급 정직을 통과해야 영도간부의 핵심이라는 ‘성부급’에 오르게 된다. 중국은 단계별 간부의 성장이 정형화돼 있어 단계를 뛰어넘는 승진은 불가능하다. 직급별로 3~5년에 이르는 승진 연한을 채워야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외부에서 고위직 공무원으로 갑자기 들어오는 ‘낙하산’도 찾아볼 수 없다. 일례로 중국이 각국에 보낸 대사 중 외교부 과원 출신이 아닌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과원에서 한국의 군수에 해당하는 ‘현처급’(縣處級)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 현처급에서 중소 도시의 시장에 해당하는 ‘청국급’(廳局級)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1% 남짓이다. 중국 재직 공무원의 60%가 ‘현’(縣)과 ‘향’(鄕)에 포진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공무원 대부분이 승진의 좁은 문을 뚫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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