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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정은 회장 “젊은 사람도 금강산 찾게 할 것”

    |내금강 안미현기자|현정은(52) 현대그룹 회장은 29일 내금강 시범관광의 출발점인 표훈사에서 직접 법당에 들어가 큰 절을 올렸다. 그는 종교가 없다. 절을 하고 나오는 그에게 질문이 쏟아졌다.“뭘 비셨습니까.” 내내 수줍게 웃기만 하던 현 회장이 어렵게 입을 떼 한마디 한다.“다 잘 되기를 빌었지요.” 내금강 관광, 나아가 금강산 사업이 탈없이 잘 되기를 빌었음은 굳이 다시 묻을 필요가 없었다. 전날 추모비에 헌화한 남편의 넋(고 정몽헌 회장)도 빌었을 터다. 그만큼 내금강 관광에 임하는 현 회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예기치 못한 ‘북핵(北核)’ 사태로 한달 관광객이 1만명 밑으로 떨어진 게 불과 반년 전이다. 현 회장은 이번 내금강 관광을 계기로 ‘젊은 금강산’을 만들 생각이다. 송혜교, 유지태, 오연수, 이요원 등 연예인들을 이번 시범관광에 대거 초대한 것이나 금강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황진이의 시사회를 같은날 금강산 현지에서 가진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내금강 관광이 남북관계 진전에 큰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너무 이것만 강조하면 무거워지니 젊은 사람들도 부담없이 (금강산을)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의 부연설명이다. 현 회장은 “시작은 언제나 설렌다.”면서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공교롭게 시범관광에 맞춰 터져나온 ‘김정일 위원장 신변이상설’을 물어보았다. 현 회장은 “(언론보도)내용을 자세히 보고받지 못했다.”면서도 “아닐텐데…”하고 고개를 저었다. 현 회장은 “내금강 중에 보덕암이 좋았다.”고 했다.“6월 (관광객)예약이 꽉 찼다.”는 자랑도 잊지 않는다. 금강산 관광객 수는 지난해 40만명이 채 안됐다. 올들어 이날 현재 약 10만명이 다녀갔다. 연말까지 40만명을 넘긴다는 게 현대아산의 목표다. 손익분기점(30만명)을 웃도는 규모다. 윤 사장은 “다소 벅찬 목표이기는 하지만 내금강, 면세점, 골프장까지 가세하면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뒷손질만 남았다.”는 문필봉과 법기암터 신규 개방 코스에도 큰 기대를 거는 눈치다. 문필봉은 붓처럼 생겼다. 이 곳에서 빌면 장원급제를 했다는 봉우리다. 갓바위 못지않은 수험생 부모의 명소로 등장할 전망이다. 현대측은 연간 관광객수가 40만명을 훌쩍 넘어서면 관광요금 인하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금강과 외금강을 모두 둘러보는 관광요금은 기존 요금에 3만원만 더 보탠 성인 1인당 42만원(2박3일 기준)이다. 관광 개시를 기념해 올 11월까지는 특별요금을 적용한다. 내금강 초입까지의 버스이동 시간(4시간)이 내금강 등산 시간(3시간)보다 긴 것이 흠이다. hyun@seoul.co.kr
  • [볼거리 먹을거리] 쫀득쫀득한 막창 살살 녹지예~

    대구에 오면 팔공산은 꼭 둘러봐야 한다. 동화사 파계사 등 천년 고찰이 골짜기마다 들어서 있다. 불상 탑 마애불이 산재해 불교문화의 성지를 이루고 있다. 특히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갓바위는 입시철이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대구공항에서 팔공산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있는 봉무레포츠공원은 테니스장 족구장 배드민턴장 사격장 등 각종 경기장과 운동기구를 갖추고 있어 맑은 공기를 마시며 다양한 운동을 즐길 수 있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인 중구 달성공원은 동물원과 향토역사관, 민족시인 이상화의 시비가 있다. 이밖에 앞산공원, 우방랜드, 대구수목원, 망우공원, 경상감영공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등은 대구를 대표하는 볼거리다. 대구의 명동인 동성로와 인근 교동시장에서 보석과 의류 등을 쇼핑하는 것도 대구 관광의 즐거움을 더한다. 일일이 돌아보기 힘들다면 버스를 타고 문화유적과 관광지 등을 순회하는 시티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관광의 한 방법이다. 연중 무휴로 운영되며 매일 오전 10시 대구관광정보센터나 동대구역, 반월당에서 출발한다. 성인 탑승요금은 5000원, 중·고생은 4000원, 초등학생은 3000원이다. 따로국밥과 찜갈비는 대구의 대표적인 먹을 거리다. 따로국밥은 중앙네거리 인근 국일따로와 경대병원응급실 앞 벙글벙글식당이 유명하다. 중구 동인동 찜갈비골목에는 10여개 식당이 먹거리촌을 형성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막창구이 식당에서는 소나 돼지 막창의 고소하고 쫀득한 맛을 즐길 수 있다.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14) 서예가 마성린의 일생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14) 서예가 마성린의 일생

    임준원과 홍세태, 유찬홍 등의 낙사(洛社) 동인들 이후에도 인왕산과 필운대는 여전히 중인문화의 중심지였다. 위항시인들이 대개 한양성의 서쪽 인왕산에 많이 모여 서사(西社)라는 이름을 썼지만, 고유명사라기보다는 막연한 지칭이다. 최윤창이 ‘이른 봄 서사에서 두보 시에 차운하여(早春西社次杜詩韻)’라는 시에서 “백사에 한가한 사람들이 있어/술을 가지고 와서 안부를 묻네.”라고 한 것처럼 백사(白社)라는 이름을 즐겨 썼다. 최윤창이 지은 시 ‘서사에서 주인 엄숙일에게 지어주다(西社贈主人嚴叔一)’라는 시를 보면, 명필 엄한붕의 아들인 엄계흥의 집에서 한동안 서사가 모였음을 알 수 있다. 지금 그 집터는 없어지고, 필운대 옆의 누상동 활터에 엄한붕이 ‘백호정(白虎亭)´이라고 쓴 글씨만 바위에 새겨져 있다. ●중인의 일대기 평생우락총록(平生憂樂總錄) 백사의 동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자 모임의 장소가 자연히 김성달의 함취원(涵翠園)으로 바뀌면서 구로회(九老會)로 발전하였다. 마성린(馬聖麟·1727∼1798)과 최윤창·김순간을 중심으로 한 이 모임도 주로 인왕산에서 모였다. 마성린은 대대로 호조와 내수사의 아전을 해오던 집안에 태어나, 넉넉한 살림으로 위항시인들의 후원자가 되었다. 그의 문집인 ‘안화당사집(安和堂私集)’ 뒷부분에는 그 자신이 엮은 연보 ‘평생우락총록(平生憂樂總錄)’이 실려 있어 보기 드물게 위항시인의 생장지와 교육, 교유관계, 모임터를 찾아볼 수 있다. 마성린은 1727년 3월28일 서울 황화방 대정동(大貞洞·지금의 중구 정동) 외가에서 태어나, 외가와 두석동 본가 및 다방동 외종가를 다니면서 자랐다.11세에 동네 친구인 김순간·정택주 등과 함께 인왕산 누각동 김첨지 집에서 글을 배웠다.12세에는 김팽령·원덕홍과 함께 두석동 고동지 집에서 글을 읽었다. 이즈음 문덕겸·최윤벽·최윤창·김순간·김봉현 등의 중인 자제들과 더불어 글을 지으며 놀았다. 이들은 평생 글친구가 되었으며, 나중에 백사와 구로회의 동인이 되었다. 15세에는 첨지 한성만의 여섯째 딸과 혼인한 뒤에 육조동 어귀에 있는 친구 김봉현의 집에서 함께 글을 읽었다.16세에는 유세통 형제와 더불어 유괴정사(柳槐精舍)에서 글씨 공부를 했다. 유괴정사는 필운대 아래 적취대(積翠臺) 동쪽, 첨지 박영이 살던 곳이다. 위항의 예술가들이 모여 예술활동을 하던 곳으로 마성린은 어린 나이에 선배들과 함께 어울리던 기억을 이렇게 기록했다. 매번 꽃이 피고 꾀꼴새가 우는 날이거나 국화가 피는 중양절이면 이 일대의 시인·묵객·금우(琴友)·가옹(歌翁)들이 이곳에 모여 거문고를 뜯고 피리를 불거나, 시를 짓고 글씨를 썼다. 그중에서도 여러 노장들 즉 동지 엄한붕, 사알 나석중, 선생 임성원, 별장 이성봉, 동지 문기중, 동지 송규징, 첨정 김성진, 동지 홍우택, 첨지 김우규, 주부 문한규, 첨지 이덕만, 동지 고시걸·홍우필·오만진·김효갑 등이 매번 시회(詩會) 때마다 나에게 시초(詩草)를 쓰게 하였다. ●겸재 정선에 산수화 배워 선배들이 흥겹게 시를 읊으면, 나이 어린 마성린은 옆에서 받아 썼다. 십여년 글씨공부 끝에 마성린은 명필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중인 예술가들은 꽃이 피거나 꾀꼴새가 울거나 국화가 피면 그 핑계로 모여 시를 지었다. 수십명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제목으로 시를 짓다 보니 아름다운 자연과 즐거운 인생을 노래하는 시들이 수백편씩 쏟아지게 되었다. 필운대풍월이라는 말이 천편일률적인 유흥시라는 뜻으로 전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직을 통해 안정된 수입을 얻은 데다 더 이상 승진할 수 없는 신분적 제한 때문에 유흥에 빠지기 쉬웠던 것이다. 그는 18세에는 필운동으로 이사했으며, 인왕산 언저리에 살던 겸재 정선의 문하에 드나들며 산수화를 배웠다.19세에는 한의학 서적을 보면서 몸조리를 하는 틈틈이 필운동 어귀에 있는 처갓집 노조헌(老棗軒)에서 글과 글씨로 나날을 보냈다. 이때 유세통 형제와 김순간·최윤창·최윤벽 등 여러 친구들이 날마다 이 집에 모여서 시를 지으며 노닐었는데 이 모임이 7∼8년 계속되었다. 24세에는 봄과 여름 동안 여러 친구들과 더불어 인왕산의 명승지인 곡성(曲城)·갓바위·필운대·적취대 등을 찾아다니며 시를 짓고 노래를 불렀다.43세에는 필운대 아래 북동으로 이사하였다. 집안에 정원이 있었으며, 정원 아래에는 초가 삼간이 있었다. 안화당(安和堂)이라고 이름 지은 이 초당에는 시인·가객(歌客)·화사(畵師)·서동(書童)들이 날마다 모여들었다. 48세에는 인왕산의 청풍계·도화동·무계동에서 노닐었으며,49세에는 누각동에 있는 직장 권군겸의 집인 만향각이나 옥류동에서 모였다. 51세에는 신윤복의 아버지인 신한평이나 김홍도 같은 화가들과 함께 중부동에 살던 강희언의 집에 모여 그림을 그리거나 화제(畵題)를 써주었다. ●시·노래·글씨·그림의 유산 ‘청유첩’ 그는 52세 되는 1778년 9월14일에 이효원·최윤창과 함께 김순간의 집인 시한재(是閑齋)에 모여 국화꽃을 구경하며 시를 지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거문고를 타는 이휘선과 가객 김시경, 화원 윤도행이 약속도 없이 찾아오자 밤새도록 촛불을 밝혀 놓고 시와 노래, 글씨와 그림을 즐겼다. 이날의 모임을 기록한 시첩이 바로 ‘청유첩(淸遊帖)’이다. 마성린은 그 모임을 이렇게 그렸다. 주인옹(김순간)은 왼쪽에 그림, 오른쪽에 글씨를 걸고 중당에 앉았는데, 맛있는 안주와 술을 차리고 손님들에게 권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마루에 올라 안부 인사를 마친 뒤에 술잔을 잡고 좌우를 살펴보니, 대나무 침상 부들자리 위에 두 사람이 앉아서 바둑을 두는데, 바둑돌을 놓는 소리가 똑똑 들렸다. 왼쪽에 용모가 단정한 사람은 이효원이고, 오른쪽에 점잖게 차려입은 사람은 최윤창이다. 술동이 앞에 한 사람이 있는데, 떠돌아 다니는 분위기로 걱정스럽게 앉아서 춤추는 듯한 손으로 거문고를 탔다. 거문고 소리가 고요하고도 맑았는데, 은연 중에 높은 하늘 신선들의 패옥소리가 들렸다. 이 사람이 바로 세상에 이름난 금객(琴客) 이휘선이다. 그 곁에 한 소년이 또한 거문고를 껴안고 마주 앉아, 그 곡조와 어울리게 함께 연주하였다. 소리소리 가락가락이 손 가는 대로 서로 어울렸다. 길고 짧고 높고 낮은 가락이 마치 둘로 쪼갠 대쪽이 하나로 합치듯 하였으니, 묘한 솜씨가 아니라면 어찌 이같이 할 수 있으랴. 이 사람이 바로 전 사알(司謁) 지대원이다. ●늘그막에 소장품 팔아 위항시인 후원 두 거문고 사이에 한 사람이 의젓하게 앉아서 신나게 무릎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노랫소리가 어울려서 그 소리가 구름 끝까지 꿰뚫었으니,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게 손발이 춤추게 하였다. 노래를 부르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당시에 노래를 가장 잘 부르던 김시경이다. 창가에서는 한 사람이 호탕하고 노숙한 자세로 술에 몹시 취해 상에 기대어 앉았는데, 거문고 가락과 가곡을 평론하던 이 사람은 전회(典會) 유천수였다. 책상 위에 붓과 벼루를 마련하고 그 곁에다 한 폭의 커다란 종이를 펼친 채, 하얀 얼굴의 소년이 베옷에 가죽띠 차림으로 붓을 쥐었다. 이 자리의 모습을 그리는 이 사람은 윤숙관이다. 사알은 액정서의 정6품 잡직인데, 왕의 명령을 전하는 역할을 맡았다. 전회는 내수사의 종7품 관직으로 수입이 많은 경아전이다. 중인 신분의 시인·음악가·미술가·서예가들의 이 모임은 그뒤에도 봄가을마다 시한재에서 자주 모였다. 이듬해인 1779년 3월에는 필운대 아래에 있는 오씨의 화원에서 모였다. 이날의 모임도 역시 청유첩으로 엮어졌다.(필운대 화원 이야기는 9회에 소개) 마성린은 58세에 다시 승문원 서리로 들어갔다. 늘그막에는 집안 살림이 어려워져서 집안에 전해 내려오던 명필들의 작품을 재상 집안에 팔아넘겼다. 가난한 위항시인들의 후원자 노릇을 하기가 그만큼 어려웠던 것이다. 옥류동에 사는 천수경이 1791년에 위항시인 70∼80명을 불러 왕희지의 난정고사(蘭亭故事)를 본받아 풍류 모임을 열자, 마성린도 초청을 받고 나아가 시축에 시를 써주었다. 이때부터 최윤창·김순간 등 서사(백사) 동인들도 자주 옥류동 송석원으로 찾아가 후배들과 어울리면서 위항시사의 주축이 서사에서 옥계사 쪽으로 넘어갔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다음 주에는 대원군시대 가객으로 필운대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던 박효관 이야기를 소개한다.
  • 어둔 저 능선 너머 걸어라 내 젊음아

    어둔 저 능선 너머 걸어라 내 젊음아

    취재 글 : 강성봉 기자 | 사진 : 한영희 ...행군 준비 끝! “지금쯤 아버지는 회사에서 일하고 계시고, 어머니는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계실 거예요. 여동생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친구들은 동아리활동을 하거나 데이트하고 있겠죠.” 같은 시간, 57사단 220연대 소속 전상훈 병장은 경기도 불암산 유격훈련장에서 전술복귀행군을 준비하고 있었다. 반합, 수통, 야삽, 판초우의, 활동복, 천막… 20kg이 넘는 군장을 꾸리고 전투화를 손질했다. 발에 물집이 안 잡히게 하기 위해 전투화에 깔창을 깔고 발바닥에 반창고를 붙였다. 오후 3시가 되자 병사들은 군장을 매고 계곡 아래에 모였다. “연대본부 행군 인원 보고, 총원 이십육, 열외 무, 현재원 이십육, 행군 준비 끝!” 오전부터 간간이 흩뿌리던 비는 멈췄고 계곡을 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병사들 말마따나 행군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힘찬 걸음 내딛고 “불암산 차렷!” 우렁찬 구호와 함께 행군이 시작되었다. 흰색 탄띠를 둘러맨 첨병이 선두에 서고 각 중대의 기수들이 파란 깃발을 펄럭이며 뒤를 따랐다. 유격훈련장 입구에서는 운전병들이 이온 음료수와 껌과 사탕 등을 나눠주었다. 앞으로 열댓 개의 껌과 사탕으로 심심한 입을 달래며 40km를 걸어가야 한다. 훈련 후 복귀행군이라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오랜만에 하는 바깥구경이라 병사들은 설렌다고 했다. “이게 무슨 꽃이야?” “아까 말해줬잖아!” “목련화?” “아니, 내가 아까 뭐라 그랬나… 음… 연산홍, 연산홍!” 선연하게 붉은 연산홍 꽃잎 아래를 지날 때 병사들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논두렁을 지나 들꽃이 흐드러지게 핀 강둑을 걸었고, 강물은 병사들의 발걸음을 따라 유유히 흘러갔다. 마을 어귀를 지날 때면 개와 닭이 짖어대느라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다. “행군은 제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체력적으로 얼마나 튼튼한지, 정신적으로 얼마나 강인한지 한번 테스트 해보는 거죠.” 멀리 떨어진 도로에 수학여행 버스가 줄줄이 지나갔다. 여고생들이 창밖으로 손을 흔들자 병사들은 침묵에 잠겼다. ...잠시 멈추어 서서 퇴뫼를 지나 병사들은 군장을 벗고 들길에 주저앉았다. 10분간 휴식 시간. 병사들은 담배를 꺼내 물고 군화를 벗고 땀에 젖은 양말을 말렸다. 수통을 돌려 물을 마셨고 어디선가 건빵도 나왔다. 힘들어서 퍼진 이도 있고 아직 쌩쌩한 듯 장난을 거는 이도 있다. 이번이 아홉 번째 행군이라는 강덕윤 상병은 그다지 힘들지 않은 눈치였다. “시간도 잘 가고 재밌어요. 제가 촌에서 살아서 그런지 발이 워낙 튼튼하거든요.” 행군 출발 준비 신호가 들렸다. 병사들의 움직임이 부산스러워졌다. “가스마개 점검!” “수통!” “하이바!” 장구류 점검을 복창하며 병사들은 군장을 매고 일어섰다. 어느새 사위는 어둑해졌다. 저 멀리 험난한 비륵고개가 나타났다. 산으로 올라가니 어둠이 먼저 찾아오고 발소리가 뒤따랐다. 군화에 툭툭 차이는 나무뿌리와 돌덩이. 산새 소리,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 총 철걱거리는 소리. 군장 삐걱거리는 소리.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산길엔 거친 숨소리만 들려왔고 조심스러운 걸음마다 부모님 생각, 친구 생각, 헤어진 애인 생각, 갖가지 상념들이 펼쳐졌다. “후반기교육 때부터 여자 친구한테 편지가 안 오는 거예요. 전화하니까 목소리도 예전 같지 않아서 친한 형한테 물어봤더니 다른 남자가 생겼더라고요. 한 달 정도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제가 맡은 일을 놓을 순 없었어요.” “대학 동기 여자애들은 4학년이 되어 진로 걱정할 때인데 난 나가서 뭐해야 하나 걱정이 많아요. 일, 이등병 때는 그런 생각을 할 시간도 없었는데 이젠 제대가 백 일 정도밖에 안 남다 보니 슬슬 압박감이 들어요. 군대 오기 전에 시간을 헛되이 쓴 게 후회되기도 하고요.” 산마루에 오르니 발밑으로 도시의 불빛이 깔렸다. 흔들리는 불빛에 상념은 멈췄다. 병사들의 입에선 짤막한 탄성이 터졌다. ...낙오는 없다 비륵고개에서 갓바위로 내려와 한 병사가 비틀거렸다. 다른 병사가 재빨리 달려와 부축했지만 둘은 대열의 맨 뒤로 쳐졌다. 체력이 고갈된 병사는 ‘앰비카(앰뷸런스)’에 실려 갔고 그를 부축하던 동료는 흘긋 뒤돌아보더니 바지를 추스르며 대열에 합류했다. 똑같은 군장을 매도 각각의 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낙오하는 병사가 생긴다. 이럴 때 병사들은 전우애를 발휘하여 군장을 들어주고 서로를 부축한다. 이 사람이 저런 면이 있었구나. 평소에 무섭기만 하던 선임이 사뭇 달라 보이는 계기가 된다. 부대가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은 빨라졌지만, 길은 끝이 없었다. 병사들은 앞사람의 뒤꿈치만 보며 걸었다. 군장은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고 어깨는 마비될 듯 저렸다. 땀으로 가득 찬 군화는 찌걱거리고 발바닥은 뜨거웠다. “지금 제가 느끼는 피곤함과 갈증, 어깨에 둘러 맨 군장보다 훨씬 무거운 짐을 부모님은 짊어지고 걸어오신 것 같아요. 말썽만 부리던 못난 아들 남부럽지 않게 해주기 위해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온갖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제 앞에서는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으셨어요. 고작 행군하면서 힘들다고 요령 피우려는 지금 제 모습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즐거운 표정을 짓자고 말하는 전상훈 병장, 힘들 때면 노래 가사를 중얼거린다는 김일 일병, 거리의 네온사인을 보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신에게 되물었던 이윤직 이병도 마지막 힘을 다해 순화궁고개를 넘었다. 고개를 넘어가는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려 병사들의 힘을 북돋아주었다. 곧이어 부대에 도착한 병사들이 외치는 “파이팅! 파이팅!” 소리가 행군의 선두에서 후미로 이어졌다. 가족들과 친구들의 박수와 환호는 없었지만 뿌듯한 성취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다 왔어요. 다 왔어. 낙오하지 않고 행군을 무사히 마쳐서 기뻐요. 우리 분대원들도 낙오하지 않고 무사히 마쳐줘서 고맙고요. 안전하게 통제해주신 대대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머릿속으로 무수히 집을 짓고 다시 부수곤 하지만 지금의 집은 바로 이곳. 뜨거운 젊은 시절, 먼 길을 돌아 이제야 집으로 돌아왔다. 고된 행군 중에도 취재와 사진촬영에 협조해주신 57사단 장병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월간<샘터> 2006.07
  • [Local] 목포 최대 분재공원 조성

    전남 목포시 용해동 갓바위 해양관광단지 일대에 국내 최대 규모의 분재 공원이 조성된다. 2일 목포시에 따르면 최근 분재 전문 업체인 우산문화재단과 분재공원, 미술관 등 종합예술품 전시장 조성을 위한 투자협의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우산문화재단은 올 초 갓바위 해양관광단지 안에 600억원을 들여 분재공원과 미술관 등을 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분재공원은 제주 분재 예술원 보다 4배 이상 큰 1만 2500여 평 규모로 수십억 원대의 주목과 소나무, 향나무 등 희귀한 분재 30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또 분재공원 안에 들어설 1000평 규모의 미술관에는 국내·외 500여 유명 작가의 초대형(500∼3000호 크기) 대표작 150점 등 500여점이 전시된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Local & Metro] 경산에 삽살개 테마공원 조성

    경북 경산에 오는 2008년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 토종견 삽살개(천연기념물 제368호) 테마공원이 들어선다. 경산시는 내년부터 2년간에 걸쳐 와촌면 대동리 일대 3000여평에 국비와 시·도비 등 총 68억원을 투입, 삽살개 육종연구소와 연구실·견사 등을 갖춘 테마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또 민자를 유치해 경견장, 경연장 등을 건립해 인근 팔공산 관봉석조여래좌상(일명 갓바위·보물 제431호)과 연계한 관광코스 상품도 개발키로 했다. 최병국 시장은 “삽살개의 원산지로 자리매김한 경산에 테마공원을 조성함으로써 체계적인 육종연구와 혈통보존은 물론 관광상품화 등을 통한 지역홍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홍(경북대 자연과학대 유전공학과 교수) 경산삽살개보존회장은 “지난 10여년간 예산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삽살개 테마공원 조성사업이 뒤늦게나마 추진된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경산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중복 투자” vs “지역 발전”

    “중복 투자” vs “지역 발전”

    “중복투자다.”“지역발전 방안 가운데 하나다.” 전남도가 추진 중인 국립미술관 유치와 컨벤션센터 건립이 중복투자 등 논란에 휩싸였다. 8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남종화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고 지역미술 발전을 위해 국립 미술관을 도청 소재지인 무안군 삼향면 남악신도시에 유치키로 결정했다. 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화의 역사성을 체계적으로 알리고 보존하는 일이 시급해 가칭 국립 남도미술관 건립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남종화는 북종화와 함께 산수화 2대 화풍의 하나로, 진도에 뿌리를 둔 소치 허련,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의제 허백련, 오당 허진(남농의 손자) 등 허씨 일문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신도청과 인접한 목포시 용해동 갓바위공원 일대는 박물관 거리로 인식돼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이 곳을 예술의 거리로 특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1984년에 문을 연 남농기념관(지상2층)에는 소치 일가와 조선시대 남종화 작품 등 150여점이 전시돼 있다. 이 곳에는 자연사박물관, 국립 해양유물전시관, 중요무형문화재전수관, 산업도자전시관, 목포시 문화예술회관, 오승우 미술작품관 등도 자리잡고 있다. 시 관계자는 “목포시의 경우 전시공간이 부족해 예술인들이 전시공간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도는 수백억원을 들여 2011년에 전남컨벤션센터를 개관한다는 도지사 공약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센터의 건립은 서남해안 시대 도래에 대비한 것으로 국제회의장과 산업전시장 등을 갖추게 된다. 도 관계자는 “전남컨벤션센터는 필요성을 검토하는 구상단계에 머물러 있고 수익성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150만명의 광주시에는 호남 최대라는 김대중컨벤션센터가 운영중이다. 그러나 회의장과 전시장의 올해 가동률은 40%를 밑도는 등 적자운영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전남도의 장기발전 구상에서 사업 우선순위와 함께 지역 상징성, 수익성 여부도 따져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Local] 27일부터 경산시 ‘갓바위 축제’

    ‘소원도 빌고, 단풍 속에서 축제도 즐기고’전국에서 유일하게 소원을 비는 축제인 ‘갓바위축제’가 27일 경북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팔공산 갓바위 일원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3성현(원효·설총·일연)의 탄생지로서 유서가 깊고 소원을 비는 곳으로 유명한 팔공산 관봉석조여래좌상(일명 갓바위·보물 제431호)을 소재로 한 테마형 관광축제다.
  • “팔공산 갓바위 부처 보시 챙겨라”

    ‘팔공산 갓바위 부처의 보시를 무시하지 말라.’ 경북 경산시가 연간 수백만명씩 찾는 ‘갓바위(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 부처의 보시 챙기기에 나섰다. 갓바위가 행정구역상 명백히 경산에 위치해 있는데도 정작 ‘대구 팔공산 갓바위’로 잘못 알려진 데다 참배객들도 주로 대구시 동구 방면을 통해 찾는 등 유·무형의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시는 26일부터 갓바위 참배객 차량 682대의 동시주차가 가능한 와촌면 대한리 집단시설지구 ‘팔공산 갓바위 공영주차장’의 무료개방에 들어갔다. 최근까지 민간에 위탁, 유료(소형 2000원, 대형 3000원)로 운영돼 왔다. 시는 대신 연간 임대수입 2억 2900만원을 포기했다. 또한 다음달부터 사업비 60억원을 들여 갓바위 공영주차장에서 갓바위 길목에 위치한 선본사까지 7㎞ 편도 1차로 진입도로를 2차로로 전면 정비하기로 했다. 아울러 참배객들의 보행안전을 위해 선본사에서 갓바위로 향하는 폭 1m 내외의 보행로 돌계단을 자연석으로 깔고 폭도 2m 이상 넓힐 계획이다.경산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전남 가을축제 물결 ‘출렁’

    남도의 가을에 축제 물결이 넘친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축제가 어우러져 추억을 만들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서남해 청정해역에서 갓 올라온 횟감을 즐기기도 안성맞춤이다.●`깨가 서말´… 광양 전어축제 오는 15∼17일 광양시 진월면 망덕포구에서 열린다.‘가을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말’이란 말이 있듯이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전어는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어요리 설명회, 전어비빔밥 만들기, 전어썰기 체험과 평양민속예술단 공연, 섬진강 한밤의 음악회, 사물놀이, 불꽃놀이가 이어진다.섬진강의 풍광과 전어의 참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목포사랑 은빛갈치 축제 이틀간 9∼10일 목포시 평화광장에서 열린다. 갈치낚시대회와 해양레포츠,7080콘서트, 해변댄스 스포츠대회가 이어지며, 싱싱한 은빛 갈치를 맛볼 수 있다. 자연사 박물관, 갓바위 공원, 목포의 눈물 이난영 공원, 유달산 야간조명, 고하도 앞바다 오색등을 즐길 수 있다. 15∼17일엔 영암군 삼호읍 영산호 관광지내 체육공원과 현대삼호중공업 남문주차장에서 ‘무화과·갈치 축제’가 열린다.●곡성 심청축제… 난타등 공연 28일∼10월1일 곡성읍 섬진강 자연생태공원에서 ‘효와 환경이 미래를 연다’라는 주제로 열린다. 효녀 심청전국어린이 예술공모전, 효녀심청 어린이 사생대회, 심청 마당극, 오산 난타공연 등이 마련됐다.●다도해 절경… 장흥 천관산 억새제 30일∼10월1일 장흥군 천관산에서 전국 산악인의 대축제인 천관산 억새제가 열린다. 다도해의 풍광과 기암괴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천관산은 으뜸 억새 관람지로 꼽힌다. 축제는 다음달에도 그치지 않는다. 나주에서는 10월13일부터 ‘나주로 떠나는 2000년의 시간여행’이란 주제의 나주 영산강문화축제가 시작되며,14일부터 강진 대구면 고려청자 도요지에서 9일 동안 청자문화제가 이어진다. 18일부터 순천시 낙안읍성에서는 남도의 음식이 한자리에 모이는 ‘남도음식문화 큰잔치’가 열리며,21일 보성에서는 서편제 보성소리축제가 이어진다.전남도 홈페이지 관광포털사이트(www.namdokorea.com)나 각 시·군 홈페이지의 프로그램을 확인하면 된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부산에서 서울까지 다시 걷는 옛길] (5) 대구길

    [부산에서 서울까지 다시 걷는 옛길] (5) 대구길

    청도 옛길은 팔조령을 넘어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으로 들어선다. 가창은 지난 1995년 경북도에서 대구시로 편입된 곳이다. 편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시골풍경이 완연하다. 날씨마저 흐려 퇴비 냄새가 진동했다. 그러나 지방도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고 곳곳에 러브호텔이 들어서 개발의 손길이 턱밑까지 왔다는 느낌이다. 팔조령 아래 녹문삼거리는 새로운 도로가 개설돼 녹동서원과 남지장사를 찾는 사람만 지나가는 한적한 곳으로 전락했다. 녹문삼거리에서 2㎞쯤 가면 벌판 한가운데 위치한 데서 유래됐다는 ‘들마마을’이 나온다. ●얼음같이 찬 ‘냉천´ 하루 5000명 발길 오동원을 거쳐 30번 지방도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처음으로 큰 건물을 만난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장외경마장이다. 여기서부터 위락시설과 음식점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그중 가장 우뚝한 봉우리인 최정산 자락에 허브힐즈(구 냉천자연랜드)가 자리잡고 있다. 가창면 냉천2리 정동곡(50) 이장은 “냉천은 최정산 골짜기와 청도 팔조령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줄기가 가창면 주리에서 만나면서 큰 계곡을 만들고, 이 물이 얼음같이 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 소주회사가 냉천의 물로 소주를 만들 만큼 수질이 좋아 주말에는 하루 5000여명의 대구 시민들이 물을 받기 위해 몰려 든다. 옛길은 냉천에서 파동을 거쳐 신천을 넘어 대구 시내로 들어간다. 파동은 수성못 입구에서 가창까지 난 길이 곧다고 해서 ‘니리미, 파잠, 파집’ 등으로 불렸다. 파동에서 상동교를 거쳐 대봉네거리, 봉산육거리로 이어진다. 이 길은 비교적 곧게 연결돼 있다. 대봉네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건들바위가 나온다.4m 높이의 건들바위는 대구시 기념물 2호로 지정돼 있다. 이름의 유래는 알 수 없지만 바위의 모양이 삿갓을 쓴 노인과 같다고 해서 ‘입암바위’ 즉 ‘삿갓바위’라고도 불리고 있다. 원래 이 바위 앞에는 냇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1776년(조선 정조1년) 대구판관으로 부임한 이서가 이 일대의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을 만들면서 물줄기가 신천으로 돌려져 물이 흐르지 않게 되었다. 대구시가 1994년 건들바위 종합조경공사를 실시하여 분수와 폭포를 새로 설치하고 물이 흐르도록 하여 옛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하였다. 건들바위 뒷산은 조선 순조 때부터 정오를 알리는 대포가 설치돼 오포산으로 불렸다. ●약령시 주변 전국서 사람 모여들어 봉산육거리에서 성밖 골목을 지난 옛길은 서문시장과 원대동으로 이어진다. 성밖 골목은 계산동과 대구읍성 남쪽 성곽사이에 난 길이다. 대구시 거리문화시민연대 권상구(32)국장은 “성밖 골목은 전정리라고 불렸으며 우리말로 풀이하면 앞밭골, 앞밖걸”이라고 말했다. ‘대구 천주교사’에는 ‘앞밖걸엔 천주교 신자였던 상인이 많았다. 이들중 중심인물은 최철학이란 사람이었으며 그는 1890년대부터 대구지방 보부상단의 도회장으로 활약했다.”고 적혀 있다. 권 국장은 “성밖 골목은 대구를 지나는 교통요지였으며 넓이는 크게 줄어들어 지금은 차가 지나다닐 수 없는 전형적인 골목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곳은 서문시장과 남문시장이 만나는 길목이라 일찍부터 자유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성밖 골목에는 약령시의 보조기능을 하는 상점들과 업체들이 들어섰다. 권 국장은 “약령시 주위에는 유생과 한약종상은 물론 한약재를 수집하여 판매하는 중간상인과 객주, 거간 등과 관련되는 한의약업인이 모여들었다.”며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 약을 팔고 사면서 여러 날을 이 일대에서 보내야 했고 자연스럽게 성밖 골목 주변은 객주집과 여각이 성업을 이루었다.”고 설명했다. 큰 장으로 통했던 서문시장은 약령시와 함께 전국 상권을 주도했다. 대구문화육성추진협의회 손필헌(72) 위원은 “당시 서문시장은 현 섬유회관 맞은편인 오토바이 골목 일대에 있었다.”며 “성주, 고령, 의성, 김천 등 대구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도 2일과 7일 장날에 장꾼들이 모여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현재 서문시장 자리에는 천황지라는 못이 있었으며 1923년 이를 메워 옮겼다.”고 곁들였다. ●관문동 ‘밤숲´ 수백가마 알밤 따기도 서문시장을 빠져 나온 사람들은 달성지구대와 자갈마당을 지난다. 달성지구대 건너편에는 달성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달성공원은 대구시민의 오랜 휴식처다. 손 위원은 “고려 중엽 이후 달성 서씨가 대대로 살던 사유지였으나 조선 세종 때 국가에 헌납했다.”면서 “1905년 공원으로 조성됐으며 1967년 5월 대구시가 현재의 대공원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집창촌인 자갈마당은 행정명으로 중구 도원동이다. 낮시간이라 그런지 다른 상가지역과 다름없이 보였다. 도원동은 복숭아 나무가 많아 그렇게 불렸다는 설이 있다. 한때 700명이 넘는 윤락녀들이 모여 호황을 누렸으나 윤락행위방지법 시행 뒤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단다. 경부선 철길이 지나는 지하차도를 건넌 옛길은 달성초등학교를 거쳐 원대오거리로 향한다. 지명에 ‘원’이라는 글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대구 북부의 관문인 원이 위치했던 데서 유래했지만 그 자리는 찾을 길이 없었다. 금호강을 건너면 또 한번 쉬어갈 곳이 나온다.‘밤숲’이다. 현재의 북구 관문동 동양자동차학원 부지 일대다. 이 일대는 밤나무가 무성해 가을걷이 때는 수백가마의 알밤을 땄다고 전해진다. 대구의 강북으로 불리는 이곳도 최근 아파트단지가 잇따라 들어서는 등 급성장했다. 러시아워 때는 차량이 밀려 팔달교를 통과하는 데 상당한 곤욕을 치러야 한다. 금호강을 건넌 옛길은 현 금호인터체인지에 못미쳐 난 경부고속도로 지하 굴다리를 통과해 경북 칠곡군으로 넘어간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조선에 투항한 日장수 모셔져 있는 ‘녹동서원’ 일본 관광객이 대구에 오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에 있는 녹동서원이다. 이 서원은 조선시대 김충선 장군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김 장군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일본 장수이다. 일본 이름은 사야가. 그는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에 회의를 품고 전투를 포기한 채 경상도 병마절도사 박진에게 투항했다. 김 장군은 임진왜란 동안 화포 및 조총 만드는 법과 사용기술을 조선군에게 전수했다. 또 왜적이 점령한 18개 지역의 성을 탈환하는 등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권율 장군과 어사 한준겸이 선조에게 간청해 정이품인 정헌대부에 올랐으며, 선조가 그에게 ‘사성 김씨‘라는 성을 하사했다. 그는 1600년부터 우록리에 둥지를 틀었다. 녹동서원은 1789년(정조 13년)에 창건됐으며 김 장군의 후손과 인근 유림들이 봄·가을로 제향하면서 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서원 주변에는 녹동사와 숭의당, 향양문, 장군의 이력과 공을 새긴 유적비, 장군의 묘소 등이 있다. 또 충절관에는 임진왜란 때 사용된 조총을 비롯해 모하당(김 장군의 호) 문집과 친필 등 유품, 유물이 두루 전시돼 있다. 연간 2만여명의 관광객이 이 서원을 찾고 있으며 이중 일본인이 5000여명에 이른다. 김 장군의 후손 중에는 법무장관과 내무장관을 지낸 김치열씨 등이 있다. 녹동서원에서 비슬산 쪽으로 1㎞쯤 가면 남지장사가 나온다. 이 사찰은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이다.684년(신라 신문왕 4년)창건되었다.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승병을 훈련시키고 병사들을 지휘한 곳이다. 사명대사는 3000명의 승병을 이곳에서 배출시켰다. 대구 팔공산 동화사 부근의 북지장사와 대칭되는 곳에 있다고 해서 남지장사가 되었다는 유래이다. 왜군에 의해 불탔다가 1940년 중수되었다. 현재는 대웅전과 설현당, 삼성각, 광명류 등이 자리해 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조용섭의 산으路] 팔공산(1193m 대구의 진산)

    [조용섭의 산으路] 팔공산(1193m 대구의 진산)

    “눈속에 오동꽃이 피었더라기/팔공산 동화사에 오르는 길에/고려의 두 장군이 피를 흘린 곳/주춤서 슬픈단가 외어보았소” 노산 이은상 선생의 시 ‘팔공산’ 전문이다. 대구의 진산 팔공산(1193m·대구광역시, 경북 영천, 경산시, 칠곡, 군위군)은 이 시에서 보듯 동화사로 대표되는 불교의 향기와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의 체취가 산자락 가득 스며있는 곳이다. 이 산자락 남동쪽 들머리에 있는 파군(破軍)재는 천 여년 전 고려와 후백제의 전투로 아수라장을 이룬 전장(戰場)의 병마(兵馬) 대신 이제 수많은 차량행렬을 내려다 보고 있다. 산길은 갓바위 집단시설지구에서 갓바위로 올라 능성재∼신령재∼동봉(1155m)까지 능선산행으로 진행한 후 동화사 앞 야영장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잡았다. 동봉에서 오도재∼서봉∼파계봉∼파계재∼한티재∼가산으로 이어지는 완전종주코스는 동계 당일 산행코스로는 결코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체력과 하산시간을 감안하여 코스를 조정하면 되겠다. 서봉 인근의 오도재와 서봉 샘터, 파계재에서 하산하는 길이 열려 있다. 코스 들머리의 갓바위 오름길은 마치 순례와 구도의 길처럼 1시간가량 계단으로 이어진다. 한겨울의 모진 추위도 아랑곳 않는 중생들의 그 지극한 원(願)에 갓바위 부처님(약사여래불)은 천년세월을 마다하지 않고 귀 기울이고 있다. 갓바위에서 약사암 쪽으로 내려서서 왼쪽 능선으로 오르며 산길이 이어진다. 산길 곳곳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바위지대는 팔공산의 면모를 잘 느끼게 해준다. 은해사(영천) 방향 갈림길 이정표가 있는 인봉을 지나면 이내 능성재다. 갓바위에서 1시간 소요. 오늘 운행할 목표 지점인 동봉에 이르는 능선은 올망졸망한 바위봉우리를 많이 만나는데, 오른쪽 산자락 사면으로 우회길이 나있다. 사거리를 이루는 평평한 잘록이(鞍部)인 신령재 왼쪽(서쪽)으로 난 너른 길은 폭포골을 거쳐 동화사로 이어진다. 오른쪽 공산폭포 방향은 등산로가 폐쇄되어 있다. 능성재에서 1시간 소요. 능선을 우회하는 오른쪽의 급사면 길은 바위길 못지않게 위험한 곳이 많으니 특히 동계산행 때는 주의를 해야 한다. 능선에서 바라보이는 비로봉 군사시설물이 가까운 듯하나 생각보다는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느낌이다. 신령재에서 약 40분 정도 진행하면 조암에 닿는데(위치표지판 79번), 왼쪽 바위 지대로 내려서면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 도량인 내원암을 거쳐 동화사로 내려설 수 있다. 조암에서 약 20분이면 염불봉 아래의 휴식하기 좋은 평평한 공간을 만나고 다시 30여분 올라서면 거대한 바위 봉우리인 동봉에 이른다. 북서방향으로 공간이 트인 이 곳은 겨울이면 매서운 칼바람과 추위, 그리고 시간이 빚어놓은 상고대와 설화가 늘 만발하는 곳이다. 비로봉을 중심으로 들어서 있는 거대한 시설물들도 설경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모습이다. 동봉에서 나무계단을 거쳐 왼쪽으로 내려서면 갈림길을 만난다. 정면 능선의 왼쪽에 조금 비켜서있는 푸근한 봉우리가 서봉이고 오른쪽 안부가 오도재이다. 갈림길에서 왼쪽 가파른 돌계단을 내려서는 사거리에서 왼쪽 염불암이나, 정면의 능선(팔공스카이라인능선)을 거쳐 동화사 입구로 내려서며 산행을 마친다. 하산시간은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 자가용 경부고속도∼동대구IC∼팔공산 방향∼갓바위집단시설지구 ■ 대중교통 열차나 고속(시외)버스로 동대구로 이동 한 후,104번 시내버스 이용.(수시운행,40분 소요) (택시요금:2만원) ■ 숙박 집단시설지구(갓바위, 동화사) 숙박업소 이용. 또는 식당 이용 조건으로 숙박할 수 있는 음식점이 많다.(동화사지구 86식당 053-986-0860)
  • 팔공산 붉은 물결에 빠져보세요

    대구 팔공산 단풍이 절정을 이룬 가운데 29∼30일 팔공산에서는 ‘갓바위 축제’와 ‘단풍축제’가 잇따라 열린다. 갓바위축제는 29일 팔공산 갓바위 집단시설지구 일원에서 먹을거리 한마당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갓바위의 명물인 전통 두부는 현장에서 직접 만든 것으로 시식이 가능하고, 전통 떡류 30여가지도 맛볼 수 있다. 또 동구 관광문화 브랜드인 ‘갓방구’상표를 단 공산빵, 전병과자류와 공예품인 열쇠고리·휴대전화 줄·넥타이모음전과 전통한지 공예작품 전시회도 열린다. 30일 팔공산 순환도로 16.3㎞ 단풍길에서는 단풍축제가 열린다. 오전 10시30분부터 동화주차장을 출발, 수태골 입구까지 왕복 3㎞ 구간에서 열리는 ‘단풍길 걷기대회’와 오후 1시부터는 동화지구 특설무대에서는 ‘단풍가요제’가 열린다. 단풍길 걷기대회를 완주하는 사람들에게는 만보기가 지급되고, 추첨을 통해 푸짐한 경품도 주어진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번 주말이 팔공산 단풍의 절정기”라며 “가족끼리 단풍도 즐기고 건강도 다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가을소리 들으러 오세요”

    대구시는 ‘낙엽의 거리’ 17곳(36㎞)을 지정해 은행·단풍·느티·참나무 등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낙엽 기간인 11월5일부터 21일까지 차도를 제외한 인도와 산책로의 낙엽을 쓸지 않는다. 또 낙엽 거리에서 그림 그리기와 사진 찍기, 전시회 등의 행사를 갖는다.▲국채보상공원(종각∼조형분수)▲경상감영공원(관리사무실∼남쪽 산책로)▲대명남로(남명삼거리∼대명6동사무소)▲체육관 앞길(도청∼체육관)▲운암지공원(운암지 주변)▲수성못길(두산오거리∼수성하와이)▲무학길(지산청구타운∼보성맨션)▲서재로(신당네거리∼신당재)▲팔공로(공산댐∼공산터널),(미대동∼백암삼거리∼동화사 입구)▲파계로(파군재삼거리∼파계사삼거리)▲팔공산순환도로(동화삼거리∼파계사네거리)▲갓바위길(백안삼거리∼갓바위지구)▲월드컵경기장(야외공연장∼산책로)▲달성공원(토성산책로)▲앞산공원(은적사∼만수정∼대성사)▲두류공원(두류도서관∼산마루휴게소)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오감 만족’ 가을축제

    ‘가을 축제에 흠뻑 빠져 보세요.’ 풍성한 계절을 맞아 전국 각지에선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임방울 국악제 광주에서는 ‘쑥대머리∼귀신형용∼’으로 시작되는 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쑥대머리로 일제말 조선과 일본·만주에 까지 이름을 떨쳤던 ‘국창’ 임방울(1905∼1961) 선생을 기리는 ‘임방울 국악제’가 오는 26∼28일까지 광주 문예회관에서 열린다. 임방울국악진흥재단(이사장 염홍섭)이 임방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여는 것으로 중요 무형문화제 송순섭 선생, 명창 안숙선, 이생강씨 등 90여명이 출연, 공연을 펼친다. 장사익씨도 참여한다. 학생부와 일반부로 나뉘어 열리는 경연에서는 판소리 명창부 ‘임방울 대상’(대통령상)에 1500만원의 상금과 순금 트로피 60돈이 주어진다.●갓바위 축제 신비로운 영험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갓바위 축제가 오는 23일 경북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갓바위(관봉석조여래좌상 보물 제431호)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로 6회째. 갓바위에서 있을 다례봉행을 비롯해 각설이·댄스 공연, 과일 게임 등 다양한 볼거리 행사가 준비돼 있다. 특히 갓바위 주차장 특설무대에선 은해사 주지인 법타 스님의 소원 기도 법회가 열린다.설운도, 현숙, 조항조, 오은주 등 인기 연예인과 서연·도연스님 등이 출연하는 산사음악회도 흥을 돋울 전망이다.●오미자 축제 24∼25일 경북 문경시 동로면 일대에서 ‘2005 문경 오미자축제’가 개최된다. 문경의 새로운 특산물로 떠오른 오미자를 소재로 한 이번 축제는 ‘빨간 웰빙의 맛과 체험’이란 주제로 오미자 수확체험, 오미자 음식품평회 등을 비롯해 학생미술대회, 사진전, 초청공연, 황장산 등반대회, 가요제 등이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송이·인삼·탈춤 축제 오는 24일부터 4일 동안 경북 봉화군 봉화읍 포저리 내성천 체육공원과 송이산 등지에서는 ‘봉화 춘양목 송이축제’가 열린다.청량문화제와 송이요리 경진대회, 송이산 체험, 송이요리 맛보기, 춘양목을 활용한 한옥 짓기, 목공예 체험, 춘양목 명상 수련회 등이 준비됐다. 30일∼다음달 9일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안동 하회마을과 낙동강변 축제장에서 막을 올린다. 우리나라 탈춤관련 중요무형문화재 18개 단체와 일본, 러시아 등 세계 16개 나라에서 18개 공연단이 참가한다. 영주에서는 ‘풍기인삼축제’가 오는 10월1일부터 닷새 동안 풍기읍 남원천둔치와 인삼시장에서 벌어지는데, 인삼캐기, 인삼깎기, 인삼인절미 만들기, 우량인삼선발대회 등 여러가지 체험ㆍ경연 행사를 준비 중이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지금 목포에선] 다도해·유적지 묶는 ‘해양 관광지’ 개발 한창

    [지금 목포에선] 다도해·유적지 묶는 ‘해양 관광지’ 개발 한창

    항구도시 전남 목포가 21세기의 성장산업인 해양문화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목포는 서남해안에 흩어진 섬과 바다, 이 곳에 깃든 역사와 문화 속에서 잉태된 남도민요(잡가)와 남종화 등으로 대표되는 남도문화의 모태이다. 예부터 뭍과 바닷길의 길목인 탓에 다양하면서도 독특한 생활양식이 뒤섞여 있는 해양문화의 진앙지로 생태적·문화적 자산이 풍부하다. 이러한 민초들의 삶과 예술혼, 민속자료, 섬과 바다의 경관 등을 묶는 테마 관광산업이 뜨고 있다. 나아가 이를 소재로 삼은 공연·만화·게임·영화 등 문화콘텐츠는 차세대 문화·오락산업(엔터테인먼트)으로 특화되고 있다.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날개를 단 격이다. ●목포권의 문화자원 목포권은 주변 7개 시·군(60여만명)의 교통 길목이면서 관광지다. 역사속의 이곳은 유배와 저항문화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의향·예향·미향 등으로 각인돼 있다. 827개 섬으로 된 신안군을 필두로,‘해신’ 열풍을 일으킨 해상왕 장보고의 완도(청해진), 씻김굿 등 토속신앙 등 민속자료의 보고인 진도, 영산강 고대문화권의 나주, 왕인박사의 영암, 초의선사의 무안, 공룡화석지인 해남 등을 아우른다. 특히 신안군은 흑산도·홍도 등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몸체로 해양문화 관광의 핵심이다. 진도 회동에는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갈라지는 바닷길이 있고, 완도 정도리의 검은 돌, 해남 땅끝 전망대, 영암 월출산 국립공원, 무안 도리포 등 발길이 닿는 곳마다 천혜의 관광지다. 예를 들면 드라마 ‘해신’의 해상왕 장보고를 해양관광산업으로 육성하면 이를 줄거리로 한 게임·영상·캐릭터 등 문화산업 콘텐츠로 상품화가 가능하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 홍순일 교수는 “신안·완도·진도민요 등 섬 지역별 민속문화 자료를 전산자료로 해 캐릭터·게임·문구·음반 등으로 상품화하면 문화관광산업이 된다.”고 밝혔다. 같은 연구소 이윤선 교수도 “진도에서 토요일마다 하는 토요민속 여행이 인기를 누리는 것은 삶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고향에 대한 향수를 되살리고 잃어버린 자아를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관·학이 힘을 합친다. 산·관·학의 결정품이 ‘다도해 문화콘텐츠사업단’이다. 이름마저 낯선 이곳에서는 다도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자연경관과 역사문화를 융합해 해양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는 문화산업 발전소 역할을 한다. 사업단은 목포대 역사문화학부와 생활과학부의 교수와 학생을 주축으로 목포시와 기업체, 시민단체, 방송국 등이 함께 참여한다. 이들은 해양문화 콘텐츠 강좌를 운영하고 홍보 및 연대사업을 펴고 있다. 첫 작품으로 지난 11∼14일 목포 벤처지원센터에서 문화콘텐츠 박람회가 열렸다. 섬과 해양문화관광의 활성화 방안을 찾는 주제로, 토론회와 함께 만화영화 제작사인 스타버스트와 투자양해각서를 맺었다. 이번 박람회는 문화상품 기획전이 돈벌이가 된다는 점에서 일반인의 고정 인식을 바꿨다. 아울러 전국 중·고 학생 컴퓨터 게임대회, 문화콘텐츠 영상제 등 이색적인 기획으로 이목을 끌었다. 목포대학 내 관광길라잡이 창업동아리인 ‘E-남도투어’는 목포권 내 완도·진도·해남 등의 역사문화 유적지에다 김치체험이나 국악체험 등을 넣은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문화산업클러스터 문화산업클러스터는 제조업과 도심 공동화의 대안으로 정보기술(IT) 이후를 책임지는 차세대 성장엔진이다. 문화콘텐츠산업 분야 선도기업을 유치해 지원·육성한다. 전남 신도청 이전지 맞은편 인근인 목포시 석현동 3만 7553㎡에 목포시가 문화산업클러스터를 만들고 있다.2003년 이곳에 47억원을 들여 문을 연 벤처지원센터(지하 1층, 지상 3층)에는 소프트웨어·문화·바이오 등 24개 관련 기업이 연구 중이다. 지난 11일에는 57억원을 들여 연건평 1000여평에 이르는 지상 3층짜리 문화산업지원센터 기공식을 가졌다. 문화벤처기업체 17개와 영상·음향 편집실 등이 입주한다. 또 내년부터 230억원으로 문화콘텐츠 개발·유통을 담당할 종합지원센터를 2010년까지 세운다. 현재 목포 입암산 갓바위 일대는 국립해양유물전시관, 목포 자연사박물관, 남농기념관, 문예회관, 무형문화재 전수관 등이 한 자리에 배치돼 집적화를 이뤘다. 목포시 투자통상과 이재현씨는 “목포권의 유·무형 문화자산을 이용해 게임·만화 등 문화산업으로 엮어내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목포권이 다도해와 남도 예향의 문화보고라지만 지역역량을 체계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물적·인적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목포권역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없다는 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르익는 주변 여건 요즘 목포국제여객선 터미널에는 전국 중·고교 수학여행단과 일반 여행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주 5일제 근무제와 고속철도 연계손님 30% 할인혜택 등으로 금·토요일은 미어터진다. 목포∼제주항로에 취항한 씨월드고속훼리㈜의 박종엽(48) 전무이사는 “제주도에 들어가는 배편 관광객의 40%는 목포항에서 출발한다.”며 “올들어 4월까지 지난해 동기 대비 이 노선의 손님이 72.4%나 늘었다.”고 말했다. 또 오는 10월이면 전남도 신청사가 목포와 접경인 무안군 삼향면으로 이전해 목포는 거주 및 교육 장소로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국가 역점사업으로 지도를 바꿀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J-프로젝트) 건설과 산업교역형 기업도시 유력 후보지로 해남·영암·무안이 확정적이다. 신안군은 수도권 부동산업자들의 발걸음이 잦다. 목포항은 세계 최대 도시인 상하이를 잇는 국내 최단거리의 뱃길이다. 민자유치인 목포 신항만은 자동차 수출 및 석재전용 기지로 발돋움했다. 또 무안 국제공항이 2007년 개항되면 목포권은 육·해·공으로 닿을 수 있다.25일에는 2만t급 일본 크루즈 관광선이 처음으로 목포항에 입항, 해안 관광에 나섰다. 문화관광산업의 메카로 떠오르는 청신호들이다. 목포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고석규 문화콘텐츠사업단장 “섬마다 이어져 오는 이미지나 이야기, 노래·춤·미술 등 삶 속의 문화와 자연경관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장르의 해양문화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는 게 목적입니다.” 국립 목포대학교에서 문을 연 ‘다도해문화콘텐츠 사업단’의 고석규(48·역사문화학부) 단장은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일자리 창출과 관련 인력 현장 배출 등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섬과 역사문화, 예술적 기능을 접목한 현장형 콘텐츠만이 상품 경쟁력이 있다는 점에서 목포는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강조했다. 고 단장은 목포권에서는 해양문화 지역에서 전승·발전된 온(민속자료)·오프(경관·유적)의 자산을 디지털 영상화하는 등 해양문화관광 산업화에 비중을 뒀다. 다시 말해 문화콘텐츠 프로듀서와 연출자, 디자이너, 코디네이터 등 인력 상품을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해 기존의 산업에 문화 및 문화 콘텐츠를 활용,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해 간다는 전략이다. 이 사업은 목포대가 교육인적자원부의 누리사업(지방대혁신역량사업)으로 선정되면서 탄력이 붙었다. 사업기간은 2004∼2009년이고 사업비는 국비 50억원, 목포시 5억원, 사기업체 2억 5000만원, 목포대 1억 5000만원 등 59억원이다. 여기에는 목포대 역사문화학부와 생활과학부 교수 31명과 졸업생과 재학생 등 700여명이 참여한다. 졸업 후 학생들은 문화산업 현장으로 곧바로 투입된다. 자본금 출연자인 목포대와 목포시, 기업체뿐 아니라 지역 방송국과 시민단체 등도 참여해 홍보 첨병을 자임하고 있다. 목포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조용섭의 산으路] 대구 팔공산

    [조용섭의 산으路] 대구 팔공산

    쥐똥나무, 그 작고 여린 연록색 이파리에 파릇파릇 생기가 도는 것을 보면 춘설과 꽃샘 추위를 비집고 봄은 벌써 우리 주위에 와 있었나 보다. 이제 곧 산자락을 뒤덮을 생강나무, 제비꽃, 양지꽃 등 노랑 꽃들의 재잘거림이 시작되는 이즈음,‘봄마중 산행’으로 대구의 진산 팔공산(1192m)을 찾았다. 산길은 대중교통 접근이 쉬운 동화사입구 야영장에서 시작, 스카이라인 능선(남릉)으로 동봉에 오른 뒤, 주능선 암릉길을 거쳐 조암능선으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코스로 잡았다. 야영장에서 스카이라인(케이블카)종점까지는 약 1시간 정도 걸리는데, 너른 산길은 아주 잘 나 있다. 케이블카 매점을 지나 전망바위에 서면 주능선 봉우리들과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팔공산은 수많은 상처를 입고 신음하는 산이다. 동남쪽(오른쪽) 주능선 바로 아래 들어선 골프장은 눈길두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산자락이 망가져 있는데, 이를 방치했다는 생각에 대구의 산악인들은 무척이나 부끄러워 한다. 주능선에서 뻗어 내린 이 능선 오름길은 바위와 마사토가 많고, 소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는 것이 특징. 그리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다만 수태골·염불암 갈림길을 만난 후, 주능선쪽 깔딱고개를 오를 때는 제법 가쁜 숨을 쉬어야 한다. 갈림길을 지나 급경사 계단길을 두 차례 오르면 산자락이 넓어지며 주능선 길과 만난다. 왼쪽길은 오도재∼서봉∼파계재∼한티재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동봉으로 올라 관봉까지 길게 이어진다. 비로봉에는 통신시설이 들어서 있어 갈 수가 없다. 헬기장 끝의 마애불상을 지나며 동봉으로 오른다. 동봉으로 올라서는 길은 언제나 북새통을 이룬다. 계단길을 천천히 오르면 거대한 암괴로 이루어진 동봉에 닿는다. 동북쪽 보현산의 모습과 남쪽 멀리 영남알프스 산군도 아스라이 보인다. 팔공산의 산길은 주능선에서 뻗어내리는 지능선과 계곡으로 매우 잘 나 있어 시간계획을 잘 세우면 아주 다양하게 코스를 택할 수 있다. 관봉까지 능선산행 후 갓바위로 하산하는 코스도 권할 만하다.(전체 9시간 소요) 동봉에서 이어지는 능선은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고 북사면쪽으로 우회하며 등산로가 잘 나 있는데, 위험해 보이는 암릉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리 힘들지는 않으나 암릉산행을 할 경우 경험이 많은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 좋겠다. 염불암으로 하산하는 안부를 지나 하산 시작점인 조암능선 초입까지는 약 1시간 소요된다. 조암은 2개의 바위가 마치 새 부리 모습과 흡사해 붙여진 이름이다. 조암 능선길은 다른 길에 비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편이지만 의외로 부드럽게 잘 열려 있고 능선 초입 바위지대에는 휴식하기 좋은 공간이 여러 곳 있다. 주능선 방향 왼쪽의 거대한 바위는 바로 대구·경북 산악인들의 요람인 병풍바위다. 능선을 내려서다보면 주능선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공간이 나오는데, 특이한 조암의 모습은 이 곳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오른쪽(서쪽) 계곡 깊숙한 곳에 있는 암자는 양진암이다.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도량인 내원암으로 내려서서 도로를 따라 내려와 산행을 마친다. 매표소 입구까지 약 1시간30분 소요. 철도나 고속버스편으로 동대구로 이동.105번 버스로(파티마병원 정류소) 동화사로 가면 된다. 동대구역∼동화사의 택시요금 2만원이다. 동화사에 내리면 집단시설지구 내에 숙박시설 등 편의시설 잘 갖추어져 있다. ●해빙기 산행시 주의사항 해빙기의 산악기상은 예측할 수 없다. 겨울과 봄이 공존한다는 생각으로 반드시 겨울장비와 여벌의 옷 등을 챙겨야 한다(방수방풍의·보온복·여벌옷·보온장갑·여벌양말·아이젠·스패츠 등).
  • [산 오르記] 대구 팔공산

    [산 오르記] 대구 팔공산

    이제 곧 장마가 끝나면 불볕 더위가 찾아오리라.한 낮의 무더위를 피해 한밤에 산에 오르는 재미는 색다르다.세상 모두가 잠든 사이 팔공산 갓바위(冠峰·해발 850m)를 찾았다. 갓바위 산자락은 잠을 잊은 야간 산행족들로 분주했다.이제 막 차에서 내려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총총걸음을 옮기는 등산객과 서둘러 하산하는 사람들이 서로 어둠속에 교차한다. 자정이 넘었지만 팔공산은 아직 잠들지 않은 채 깨어있었다.아니 밀려드는 야간 산행족들로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갓바위로 향하는 등산로에는 밤 안개가 스멀스멀 밀려 내려왔다. ‘졸졸졸…졸졸졸….’한낮의 소음이 모두 사라진 밤.등산로 입구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선명하게 귓전을 울렸다. 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맑은 물인지를 짐작케 할 만큼 한밤에 들려오는 계곡의 물 소리는 청아하고 단아하다.한동안 물 소리에 넋을 놓고 있다가 갓바위로 발길을 재촉했다. 등산로 주변을 환하게 밝힌 불,불빛이 끊어질 듯하면 또 다시 나타나는 불.자욱한 밤 안개 속으로 퍼져나가는 불그스레한 불빛은 은근하게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갓바위 가는 등산로 주변에는 군데군데 불이 켜져 있어 밤이지만 산을 오르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갓바위 바로 아래에 있는 선본사가 야간 기도객들을 위해 사시사철 등산로에 불을 밝혀두고 있다. 등산로가 콘크리트 포장길이라는게 흠이라면 흠이다.하기야 요즘 차가 오르지 못하는 산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내키지는 않지만 산길을 내는 것은 용서해 줄수 있다만 호젓한 산길을 콘크리트로 포장하는 만행(?)만은 백번을 양보하더라도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 빛이 사라진 밤에는 시각 대신에 청각이 더 민감해지는 걸까.‘줄줄줄…줄줄줄….’보청기를 낀 듯 계곡의 물 소리는 전을 더욱 크게 파고 들고 어느새 안개비가 촉촉히 어깨에 내려앉았다. 불 밝힌 등산로를 따라 바쁠 것 없이 터벅터벅 가는둥 마는둥 30여분을 올라가자 이젠 제법 가파른 계단길이 나온다. 갓바위 바로 아래 선본사까지 이어진 화물용 케이블카 출발지다. 여기서부터 갓바위까지는 계속 돌 계단길이다.힘이 부치는 등산객들은 이곳에서 한숨을 돌린 후 정상 공격(?)에 나선다. “이제 거의 다 올라왔습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한마디씩을 던진다.산에 오르다 지쳐 쉬고 있는 등산객에게 하산하는 사람들이 ‘정상까지 거의 다왔다.’고 던지는 말은 대부분 새빨간 거짓말이다. 하지만 얼마나 듣기 좋은,아름다운 거짓말인가.거짓말인줄 알면서도 숨이 가쁜 등산객들의 발길은 한결 가벼워지니 말이다. 갓바위까지 이어지는 돌 계단길은 다소 지루하다.한낮의 열기가 식은 밤이지만 경사진 계단길을 오르다 보면 등줄기로 땀이 줄줄 흘러 내린다. 20여분 부지런히 돌계단을 밟아가면 조계종단의 직영 사찰인 선본사에 다다른다.선본사 절마당에서 시원한 생수 한사발로 목을 축인 후 다시 돌 계단 300여개를 오르면 갓바위다. 갓바위에는 ‘정성스레 기도하면 한가지 소원만은 들어준다.’는 돌부처(冠峰石造如來坐像·보물 제431호)가 밤에도 여전히 산을 지키고 있다. 짙은 밤 안개속에 보일듯 말듯 은은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갓바위부처. ‘약사여래불…약사여래불’ 어둠속으로 퍼져가는 염불소리는 등산객들을 한순간 불자(佛子)로 만들어 버린다. 갓바위부처 눈아래 제법 넓은 공간에는 밤을 잊은 올빼미 기도객들의 백팔배가 한창이다. 기도객들의 모습은 자못 진지하다.백팔배를 끝낸 기도객은 서둘러 하산을 재촉하고 다시 한무리의 기도객들이 합장을 하며 갓바위로 올라선다. 다들 무슨 바람이 그리도 많은지….그러나 정작 안개속에 둘러싸인 갓바위 돌부처는 아무런 말이 없다. 누구 소원은 들어주고 누구 소원은 안 들어준단 말인가.한여름밤.산사의 짙은 향내음의 여운을 안고 안개비를 부슬부슬 맞으며 한가롭게 산을 내려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산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볼거리 먹을거리 갓바위의 높이 4m 석불좌상은 머리에 마치 갓을 쓴 듯한 자연판석이 올려져 있어 갓바위부처라 불린다.자비로운 미소가 사라진 근엄한 표정에다 이마 한가운데에는 큼직한 백호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불자들에겐 입시기도처 1번지로 소문이 자자하다. 갓바위 입구인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에는 야간 기도객이나 등산객을 위해 24시간 영업을 하는 음식점이 수두룩하다.시골집(053-852-3112)솔메기식당(053-852-9344)에서 늦은 밤 촌두부와 파전,호박전을 먹는 것도 별미다. ●가는 길 야간에는 승용차를 이용해야 한다.대구 동구 백안삼거리를 지나 능성재(예비군 훈련장)를 거쳐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삼거리에서 갓바위쪽으로 좌회전하면 된다.부산역(매월 음력 초 1일부터 초 8일까지 오후 7시15분.011-883-8868)과 울산 태화로터리(매월 음력 7·14일,그믐날 오후 9시·018-571-7007)에서 갓바위행 야간 버스가 운행한다.
  • [산 오르記] 대구 팔공산

    이제 곧 장마가 끝나면 불볕 더위가 찾아오리라.한 낮의 무더위를 피해 한밤에 산에 오르는 재미는 색다르다.세상 모두가 잠든 사이 팔공산 갓바위(冠峰·해발 850m)를 찾았다. 갓바위 산자락은 잠을 잊은 야간 산행족들로 분주했다.이제 막 차에서 내려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총총걸음을 옮기는 등산객과 서둘러 하산하는 사람들이 서로 어둠속에 교차한다. 자정이 넘었지만 팔공산은 아직 잠들지 않은 채 깨어있었다.아니 밀려드는 야간 산행족들로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갓바위로 향하는 등산로에는 밤 안개가 스멀스멀 밀려 내려왔다. ‘졸졸졸…졸졸졸….’한낮의 소음이 모두 사라진 밤.등산로 입구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선명하게 귓전을 울렸다. 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맑은 물인지를 짐작케 할 만큼 한밤에 들려오는 계곡의 물 소리는 청아하고 단아하다.한동안 물 소리에 넋을 놓고 있다가 갓바위로 발길을 재촉했다. 등산로 주변을 환하게 밝힌 불,불빛이 끊어질 듯하면 또 다시 나타나는 불.자욱한 밤 안개 속으로 퍼져나가는 불그스레한 불빛은 은근하게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갓바위 가는 등산로 주변에는 군데군데 불이 켜져 있어 밤이지만 산을 오르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갓바위 바로 아래에 있는 선본사가 야간 기도객들을 위해 사시사철 등산로에 불을 밝혀두고 있다. 등산로가 콘크리트 포장길이라는게 흠이라면 흠이다.하기야 요즘 차가 오르지 못하는 산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내키지는 않지만 산길을 내는 것은 용서해 줄수 있다만 호젓한 산길을 콘크리트로 포장하는 만행(?)만은 백번을 양보하더라도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 빛이 사라진 밤에는 시각 대신에 청각이 더 민감해지는 걸까.‘줄줄줄…줄줄줄….’보청기를 낀 듯 계곡의 물 소리는 전을 더욱 크게 파고 들고 어느새 안개비가 촉촉히 어깨에 내려앉았다. 불 밝힌 등산로를 따라 바쁠 것 없이 터벅터벅 가는둥 마는둥 30여분을 올라가자 이젠 제법 가파른 계단길이 나온다. 갓바위 바로 아래 선본사까지 이어진 화물용 케이블카 출발지다. 여기서부터 갓바위까지는 계속 돌 계단길이다.힘이 부치는 등산객들은 이곳에서 한숨을 돌린 후 정상 공격(?)에 나선다. “이제 거의 다 올라왔습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한마디씩을 던진다.산에 오르다 지쳐 쉬고 있는 등산객에게 하산하는 사람들이 ‘정상까지 거의 다왔다.’고 던지는 말은 대부분 새빨간 거짓말이다. 하지만 얼마나 듣기 좋은,아름다운 거짓말인가.거짓말인줄 알면서도 숨이 가쁜 등산객들의 발길은 한결 가벼워지니 말이다. 갓바위까지 이어지는 돌 계단길은 다소 지루하다.한낮의 열기가 식은 밤이지만 경사진 계단길을 오르다 보면 등줄기로 땀이 줄줄 흘러 내린다. 20여분 부지런히 돌계단을 밟아가면 조계종단의 직영 사찰인 선본사에 다다른다.선본사 절마당에서 시원한 생수 한사발로 목을 축인 후 다시 돌 계단 300여개를 오르면 갓바위다. 갓바위에는 ‘정성스레 기도하면 한가지 소원만은 들어준다.’는 돌부처(冠峰石造如來坐像·보물 제431호)가 밤에도 여전히 산을 지키고 있다. 짙은 밤 안개속에 보일듯 말듯 은은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갓바위부처. ‘약사여래불…약사여래불’ 어둠속으로 퍼져가는 염불소리는 등산객들을 한순간 불자(佛子)로 만들어 버린다. 갓바위부처 눈아래 제법 넓은 공간에는 밤을 잊은 올빼미 기도객들의 백팔배가 한창이다. 기도객들의 모습은 자못 진지하다.백팔배를 끝낸 기도객은 서둘러 하산을 재촉하고 다시 한무리의 기도객들이 합장을 하며 갓바위로 올라선다. 다들 무슨 바람이 그리도 많은지….그러나 정작 안개속에 둘러싸인 갓바위 돌부처는 아무런 말이 없다. 누구 소원은 들어주고 누구 소원은 안 들어준단 말인가.한여름밤.산사의 짙은 향내음의 여운을 안고 안개비를 부슬부슬 맞으며 한가롭게 산을 내려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산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볼거리 먹을거리 갓바위의 높이 4m 석불좌상은 머리에 마치 갓을 쓴 듯한 자연판석이 올려져 있어 갓바위부처라 불린다.자비로운 미소가 사라진 근엄한 표정에다 이마 한가운데에는 큼직한 백호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불자들에겐 입시기도처 1번지로 소문이 자자하다. 갓바위 입구인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에는 야간 기도객이나 등산객을 위해 24시간 영업을 하는 음식점이 수두룩하다.시골집(053-852-3112)솔메기식당(053-852-9344)에서 늦은 밤 촌두부와 파전,호박전을 먹는 것도 별미다. ●가는 길 야간에는 승용차를 이용해야 한다.대구 동구 백안삼거리를 지나 능성재(예비군 훈련장)를 거쳐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삼거리에서 갓바위쪽으로 좌회전하면 된다.부산역(매월 음력 초 1일부터 초 8일까지 오후 7시15분.011-883-8868)과 울산 태화로터리(매월 음력 7·14일,그믐날 오후 9시·018-571-7007)에서 갓바위행 야간 버스가 운행한다.˝
  • 남부 집중호우 10여명 사망·실종

    제7호 태풍 ‘민들레’의 영향으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져 집과 도로가 침수된 데다 빗길 교통사고와 매몰사고 등이 잇따라 1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4일 오전 7시35분쯤 충북 영동군 용산면 가곡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46다 51××호 카니발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운전자 이모(32)씨와 부인이 숨지고 생후 7개월된 아들이 중상을 입었다. 오전 8시16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 모 군부대 앞 도로에서 충북 31고 63XX호 매그너스 승용차가 가로수를 들이받아 운전자와 탑승자 권모(20)씨가 숨졌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인천 영종도 해상에서 나모(56)·최모(60)씨 등 2명이 가로 2m,세로 1.8m 두께 10㎝의 스티로폼 2장을 겹쳐 묶은 뒤 올라타 물놀이를 하다 썰물에 남서쪽 바다로 밀려가 실종됐다. 또 오전 10시40분쯤 강원 강릉시 사천면 미노리 사천천에서 물고기를 잡던 최모(52)씨가 불어난 물에 빠져 숨졌다. 앞서 3일 오후 5시20분쯤 경남 창원시 북면 매곡리 B레미콘 회사의 공사현장 위쪽 절개지가 무너지면서 조립식 건물안에 있던 박모(70)씨가 흙더미에 깔려 숨졌다. 3일 시간당 63㎜의 비가 내린 목포에서는 4일 오전 3시35분쯤 해수위가 높아지면서 산정동 북항,삼학도,갓바위,동명동 어판장 일대 도로 4곳이,주택과 상가 등 136채가 물에 잠겼다.경북 구미시 인의동과 전북 김제시 요천동 일대 상가 100여채,전남 목포시 죽교동과 전북 김재시 만경읍 일대 농경지 32㏊가 침수됐다. 4일 오전 10시5분쯤 전남 여수시 만덕동 만성리 해수욕장 방파제 부근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1000t급 석유 운반선 1대가 강풍으로 좌초됐다. 선박에는 12명의 승무원과 80t의 경유가 실려 있었지만 인명 피해나 기름유출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6시45분 김포발 포항행 아시아나항공 OZ 8331편이 기상악화로 이륙하지 못하는 등 서울에서 남부지역을 오가는 왕복 항공기 131편이 잇따라 결항됐다.인천과 목포,통영항 등을 운행하는 연안 여객선 154척의 운행도 중단됐다. 18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주요 등산로 132개 구간이 통제돼 등산객 87명이 지리산 장터목 등 8곳의 대피소에 대피했고,울릉도를 찾은 300여명의 관광객도 높아진 파도로 발이 묶였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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