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갑론을박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대통령실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학교폭력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049
  • [염주영칼럼]쌀개방과 농촌의 희망 찾기

    [염주영칼럼]쌀개방과 농촌의 희망 찾기

    쌀협상이 끝난 지 1년이 다 가도록 국회가 비준을 못하고 있다. 농민들이 비준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쌀협상 비준거부=개방 저지’라고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국회가 비준을 안 하면 국내 쌀시장은 ‘관세화 방식’이 적용된다. 이것은 쌀도 일반 농산물과 동일하게 취급해 관세를 물려 수입을 자유화하는 것이다. 관세를 얼마나 물릴지는 연내 이뤄질 후속 협상에서 결정된다. 국회가 비준을 하는 경우 개방폭은 오는 2014년에 국내시장의 8% 수준으로 확대된다. 따라서 현재 농민들이 벌이고 있는 쌀협상 비준 거부 투쟁은 무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투쟁이 성공해 국회 비준을 저지한다 해도 농민들이 얻을 건 별로 없을 것이다. 국회가 비준을 하든 안 하든 수입쌀시장은 상당폭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에 마치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정부와 국회, 농민 모두가 매달려 갑론을박을 하며 시간과 정력을 허비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여기에는 세계무역의 객관적 정세를 외면하고 인기발언에만 급급해 농민들에게 실현 불가능한 기대를 갖게 한 정부와 일부 정치인들의 잘못이 크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허비할 시간과 정력이 있다면 물 건너간 쌀개방 저지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농민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데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 대안은 개방화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농촌의 새로운 생존전략을 개발하는 일이다. 농촌의 희망 찾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 농민 모두가 차분하게 미래를 짚어보아야 할 때이다. 문제는 쌀에서 그 희망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농업소득의 절반을 차지하는 쌀의 미래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쌀은 시장 개방과 소비 감소라는 두개의 적으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장 개방의 위험성만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비 감소가 훨씬 심각하다. 농민들은 매년 대략 500만t의 쌀을 생산해 7조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개방으로 매년 0.4%씩 시장을 외국에 내줘야 하고, 쌀 소비량은 매년 2∼3%씩 줄어들고 있다. 두가지 요인을 합치면 매년 3% 정도 소득결손이 생기게 된다.10년후에는 쌀에서만 연간 2조원의 소득결손이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쌀에만 의존한다면 농민들은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쌀 이외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원, 즉 ‘포스트 쌀’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는 감성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쌀을 바라보아야만 합리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쌀이 여전히 주식인 만큼 생산기반이 일시에 무너지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되지만 그렇다고 농민들에게 쌀농사만 지으라고 권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그런 관점에서 신지식 농업인들의 등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브랜드로 승부하는 친환경·고부가가치 농업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농업과 2차산업을 결합한 전통식품업이나 농업과 3차산업을 결합한 농가체험관광 등도 ‘포스트 쌀’로 적극 육성해나가야 한다. 국내시장을 외국산 농산물에 내줘야 하는 만큼 수출농업을 육성해 해외에서 그만큼의 시장을 되찾아오는 방안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화훼산업은 중국과 일본 시장 진출 유망품목이다. 이밖에 비농업 분야의 소득원 개발도 중요하다. 소득이 농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 농업이냐 비농업이냐를 따질 이유는 없을 것이다.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우리 도시 10년 후에도 경쟁력 있을까/서울신문 좋은도시 만들기 특별취재팀 지음

    도시문제만큼 복잡하고도 민감한 문제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새로운 정책이 나올 때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갑론을박하기 일쑤이고,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청계천이 복원되고, 보도를 설치하는 육교 대신 횡단보도를 넓히는 등 보행자를 배려하는 쪽으로 우리 도시도 변하고는 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 실정. ‘서울신문 좋은 도시 만들기 특별취재팀’이 현장 취재와 전문가들의 연구성과 등을 묶어 낸 ‘우리도시 10년 후에도 경쟁력 있을까’(범한서적주식회사)는 우리 도시가 안고 있는 복잡한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 보는 데 참고가 될 만한 책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서울신문에 연재된 ‘좋은 도시 만들기’특집 기사를 뼈대로 했다. 책에선 일조량, 임대아파트와 소셜믹스, 뉴타운, 초고층 아파트 등 최근 도시문제 관련 주요 쟁점들과 함께 미국과 북유럽, 서유럽 등 선진국의 도시개발 사례들을 소개한다. 특히 정부의 8·31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시선이 몰려 있는 뉴타운 개발과 관련, 투기바람과 고비용 사업에 따른 부작용 등 불거지는 문제들을 다각도로 살펴본다.1만 3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사설] 盧·朴회담, 국민혼란 끝내라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단독회담을 갖기로 합의함으로써 정국이 중대 기로를 맞게 됐다.“권력을 통째로라도 넘겨줄테니 지역구도 극복 방안을 논의하자.”는 대통령과 “연정론은 정략에 불과한 것으로, 받을 생각이 없다.”는 제1야당 대표의 회담이다. 당장 연정론의 향배뿐 아니라 참여정부 후반기 국정 전반이 이 회담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정국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을 국민과 함께 환영한다. 참여정부 들어 처음이라니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다행이다. 다만 우리는 만나는 것보다 어떻게 헤어지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연정론을 둘러싼 정국혼란이 정해진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노 대통령이 대연정을 정식 제의하고, 박 대표가 이를 거듭 거부하면서 여야가 극한대치로 치닫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엊그제 중앙언론사 논설위원 간담회에서 “(연정 제의에)응답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은 정치적 수세를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이 거부할 경우에 대해서는 “전략이 전혀 없다고도, 다 있다고도 할 수 없다.”고 말해 어느 정도의 복안이 있음을 내비쳤다. 회담 제의가 ‘연정 구상’의 한 수순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에 맞서 박 대표 역시 연정 제의를 거부할 뜻을 거듭 밝혀왔다. 당론이나 다름없는 입장인 만큼 한번의 회담으로 자세를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최고 지도자 회담이 참여정부 후반기 극한대치 정국을 여는 첫 걸음이 돼서는 안된다. 정치권 전체가 연정의 늪에 빠져 갑론을박해도 좋을 만큼 이 나라 경제와 민생이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서민들은 “경제 좀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부동산 문제와 불법도청 처리 등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매듭지어야 할 과제다. 연정을 받니 마니 하는 차원을 넘어 민생을 살피고, 지역구도를 극복할 합리적 대안을 모색함으로써 국민들이 느끼는 혼란을 끝내는 자리가 되길 고대한다.
  • 한나라 주류 ‘연정론’ 무대응 확인

    한나라 주류 ‘연정론’ 무대응 확인

    ‘혁신(革新)’. 한나라당이 30일 강원도 홍천에서 이틀 동안의 의원연찬회에 돌입,‘알을 깨고’ 거듭날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연정론 무대응 대세 속에 일각선 정면 돌파론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등 국정 현안과 관련, 지도부의 ‘무대응 전략’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수요모임 대표인 박형준 의원은 “단기적으로는 무시 전략이 맞지만 중장기적으로 저들의 정략을 차단하기에 적절치 않다.”며 “국회에 특별기구를 구성, 개헌을 공론화하는 정공법을 구사하자.”고 주장했다. 남경필 의원도 “일일이 대응하면 말려들 수 있으니 개헌 논의로 당당히 대응하자.”고 가세했다. 반면 이강두 최고위원은 “연정은 법 체제에도 맞지 않다.”며 “당분간 예의주시하면서 무관심·무대응으로 맞서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형근 의원도 “가만히 놔두고 우리 갈 길 가는 게 적적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도 “연정과 관련해서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면서 “더 이상 대응하지 않는 게 당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혁신안 추인 놓고 신경전 ‘대선 1년 6개월전 당권·대권 분리’ ‘조기 전당대회’ 등을 골자로 한 혁신위안은 연찬회 이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수요모임이나 비주류 성향의 국가발전연구회 소속 의원들은 가감없는 ‘전폭 수용’을 촉구했고, 친박(親朴·친 박근혜 대표)성향 의원들은 ‘지도부 흔들기’라며 맞섰다. 박 대표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혁신안과 관련 어떤 예단도 하지 않겠다.”며 “토론 내용을 다 받아들이고 충실히 실천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권철현 의원은 “박 대표가 혁신안을 수용한 뒤 구성원들을 설득해주길 요청한다.”며 “제2기,3기 혁신위를 만들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토론회 직전 기자들에게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조율한 뒤 운영위원회에서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법·부동산정책 이견 속출 의원들은 앞서 9월 정기국회에 대비, 주요 쟁점 법안을 검토했다. 안상수 의원은 “불법도청 특검법안은 소급 입법이라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에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원 의원은 분양권 전매 제한과 분양원가 공시 문제 등 부동산대책 특위가 마련한 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홍천 이종수 전광삼기자 vielee@seoul.co.kr
  • [사설] 해괴하게 돌아가는 도청사건

    불법도청 사건의 흐름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이래서야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겠나 싶게 석연치 않은 상황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선 전직 국정원장 3명의 국정원장 항의성 면담이 그렇다. 이들은 면담에서 자신들의 재임 기간 불법도청이 없었다면서 국정원의 발표내용을 강도 높게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이 전·현직 국정원장들이 모여 네탓 내탓 해가며 갑론을박할 사안인가. 밀실에서 압력 넣고 흥정이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전직 국정원장들이 할 일은 후임 국정원장에게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불법도청의 진상을 있는 그대로 고해하는 것이다. 추가적인 집단행동도 할 수 있다고 했다는데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김승규 국정원장의 발언도 잘못되기는 마찬가지다. 정권 차원이 아닌 실무선의 도청이라고 했다는데 수사도 하기 전에 그렇게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인가. 과거 정권의 일이라지만 엄연히 피의자 격인 국정원이 자신의 범법사실과 죄목을 이렇게 재단하고 설명하듯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실 이 문제는 김 원장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 발표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반발하자 노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 차원의 도청’으로 규정하며 그의 ‘결백’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검찰에 수사의 한계선을 그어준 것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이번 사건이 전·현 정권간의 대립구도로 흐르는 점이 우려스럽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어제 김 전 대통령을 문병했지만, 수사가 진행 중인 마당에 DJ 달래기식의 이런 행동들은 자제돼야 한다. 검찰 수사 또한 거듭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천용택 전 국정원장을 소환하는 등 불법도청에는 팔을 걷어붙이면서도 X파일의 내용은 애써 외면하는 눈치다. 전·현직 검찰간부 7명의 떡값 수수의혹까지 제기됐는데도 검찰은 정녕 독수독과론의 우산 밑에만 머물러 있을 것인가. 특별법이다 특검법이다 하며 부지하세월의 공방에만 빠져 있는 정치권이 그저 한심하고 딱할 뿐이다.
  • [옴부즈맨칼럼] 연정론과 재외동포법/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 교수

    지난 한 주는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한 ‘연정론’을 놓고 크게 술렁거렸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연정(연합정부)론은 향후 정치구도의 개편과 연계된 사안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연정 논란의 불씨를 댕긴 것은 7월4일 서울신문이 1면에 단독으로 보도한 ‘노 대통령, 연정이라도 해야’라는 기사였다. 발빠른 취재와 대통령의 발언에서 쟁점을 끌어내 공론화시킨 점이 돋보인 보도였다. 이후 서울신문은 연정론에 대한 후속 기사를 연속으로 내보냄으로써 관련보도를 주도했다. 대통령의 연정에 대한 과거 발언에서부터 여야의 반응과 대응, 그리고 향후 시나리오까지 심층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지나친 추론에 근거한 기사는 단독보도의 빛을 가리는 옥의 티였다. 대통령의 발언이고,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할지라도 향후 진행될 연정의 시나리오까지 보도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서울신문은 ‘의회해산’ 과 ‘내각제’(7월6일자)의 진행가능성과 ‘차기 대권 주자의 반응’(7월7일자)까지 보도했다. 7월5일자 ‘정책공조→소연정·대연정→내각제 개헌’이라는 기사에서는 노 대통령의 장단기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기사에는 “거의 없는 것 같다.”,“갖고 있었던 것 같다.”,“가능성도 없지 않다.”,“소지도 안고 있다.”와 같은 추측성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사실에 근거한 취재를 통해 후속보도를 이끌어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정론과 비교되는 보도가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던 ‘재외동포법’에 관한 기사이다.‘재외동포법’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발의하여 부결된 법안이다. 이 법안의 정식 명칭은 ‘재외 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이다. 서울신문 6월30일자의 보도에 따르면 이 법안은 “이중국적인 남성이 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하면 재외동포의 자격과 혜택을 박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인터넷에서는 네티즌들간에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텔레비전에서는 이 문제를 뉴스뿐만 아니라 시사다큐와 시사토론회를 통해 심층적으로 다룰 정도로 반향이 컸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법안이 어떤 취지에서 발의되었고, 무슨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알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네티즌들간에는 이 법안의 내용과 효과에 대해 논쟁이 분분하였다. 텔레비전 토론에서는 출연자들간에 법안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혼란의 일차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와 관계없이 신문들은 이 법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신문의 보도내용은 법안이 부결되었고, 이를 둘러싸고 의원들간의 갈등이 있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지면을 통한 해설과 심층 보도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서울신문에서는 이 사안과 관련,‘국적포기 단죄 수포로, 재외동포법안 부결’(6월30일자),‘여, 재외 동포법 부결 후폭풍’(7월1일자),‘재외동포법 대안 싸고 논란’(7월2일자) 등의 기사를 게재했다. 하지만 이들 기사 중 어디에도 재외동포법이 어떤 법안이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재외동포법은 국민들의 관심사인 병역문제가 핵심 쟁점이다. 그런데도 보도내용은 정치권의 행위와 갈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법안 부결과 관련한 정치권의 동향을 주로 보도했다. 따라서 신문보도만으로는 왜 재외동포법이 문제가 되는지, 그리고 그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 없었다. 주요 사건에 대한 해설과 예측을 통해 독자들에게 사건의 진행에 대응하도록 하는 것은 신문의 중요한 역할이다. 사건의 핵심 쟁점과 주요 의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제시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독자를 위해서는 사실에 근거하여 사건을 보도하고 예측해야 한다. 신문의 저널리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반면 인터넷 저널리즘과 영상저널리즘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사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절제된 해설은 신문이 다른 매체에 대한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 교수
  • 안방을 점령한 겸업연기자들

    가수가 드라마에 나온다. 영화에도 나온다. 이제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풍경이다. 음악 활동으로 확보한 팬들의 지지를 얻기도 한다. 반면, 연기력이 도마에 오르는 등 ‘갑론을박’도 끊이지 않는다. 여성 그룹 ‘쥬얼리’의 리더였던 박정아가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의 실패를 딛고 영화에 도전한다. 같은 팀 이지현도 DMB 시트콤을 통해 연기에 나선다. 또 ‘베이비복스’의 윤은혜도 연기자 대열에 동참하는 등 끊임없이 가수 출신들이 연기 영역으로 밀려들고 있다. ■ 안방점령 겸업연기자 ●남자가 여자보다 세다? 최근 눈에 띄는 점은 남자 가수의 변신은 대체적으로 ‘무죄’였으나, 여자 쪽의 변신은 ‘유죄’였다는 것. 남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비와 문정혁(에릭)을 꼽을 수 있다. 비는 ‘상두야 학교 가자’ ‘풀하우스’ 등에서 노래 못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주며 캐스팅 0순위에 올랐다. 출연 논란을 빚기도 한 ‘못된 사랑’을 통해서 다시 안방문을 두드릴 예정. 문정혁은 지난해 ‘불새’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해에는 ‘신입사원’에서 코믹한 이미지로 변신, 연타석 홈런을 쳤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 카메오로 깜짝 출연했고,‘6월의 일기’에도 주연급으로 나서는 등 스크린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러브 홀릭’의 안칠현(강타)은 시청률면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연기력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여자 가수들은 장나라의 연착륙을 빼고는 대체로 실패 사례가 많다. 가수나 CF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효리나 박정아는 첫 데뷔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참패했다. 덩달아 시청률도 바닥을 기었다. 앞서 성유리나 서지영도 참담한 성적표를 받은 경우. 유진과 정려원 정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편이다. 방송 관계자는 “남자 가수들의 연기력이 여자에 비해 월등하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다만 전문 연기자가 아닌 상황에서 얼마나 자신에게 어울리고, 스스로 소화할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역을 맡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전했다. ●영역 넓히기 역사 가수만 연기하나? 연기자의 음반을 낸 사례도 있다.1990년대 초 아이돌 스타로 떠올랐던 손지창 장동건 이휘재 등이 그러하다. 프로 가수만큼의 가창력은 보여주지는 못했다. 당시 노래와 연기를 병행해 흥행 몰이를 하던 홍콩 연예계를 답습한 사례였다. 최근에는 권민중 강성현(보보) 등이 가수 변신을 시도했지만, 묻혔다. 차태현 정도가 그나마 히트한 정도다. 산울림의 김창완이나 이상우처럼 가수 출신으로 드라마의 감초 역할을 하며 신선한 맛을 제공해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이현우나 신성우가 그 맥을 잇고 있다. 가수로서 연기에서도 대박을 터뜨린 것은 김민종 엄정화 임창정 정도. 그러나 이들에게 연기는 다른 무엇보다 개인적인 선택이었다. ●음반판매는 ‘바닥’ 하지만 요즘 가수의 연기 겸업은 살아남기 위한 측면이 크다. 자동차 신제품 출시 주기가 줄어드는 것처럼, 인기 수명은 나날이 짧아지고 있다. 더욱이 음반계 불황으로 본업에 충실해질 수 없는 상황이라 음악 무대 이외의 곳으로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들의 음반판매 실적은 참담한 수준이다. 한국음악산업협회의 집계(4월말 기준)에 따르면, 가수 비의 앨범 ‘비(Rain) 3집’은 지금까지 18만 974장이 팔렸다.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가 불렀고, 지난해 10월8일부터 발매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끄러울 정도의 실적이다. 지난 3월 부터 발매를 시작한 가수 강타의 3집 ‘Persona’는 4만 6322장이 팔렸다. 같은달 발매를 시작한 쥬얼리의 4집 ‘Super Star’도 2만 2217장 밖에 팔려나가지 않았다. ●연기 하려면 제대로 배워라 멀티 엔터테인먼트 시대에, 게다가 드라마는 젊은 층 위주의 트렌디 위주로 흐른다. 젊은 인기 가수들의 연기 진출은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가속화 되고 있다.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자로서는 가수로 인지도가 높으니까 시청률을 어느 정도 담보했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다는 것을 보면, 역시 중요한 지점은-연기자가 음악에 도전했을 때 가창력을 문제삼는 것처럼-연기력이다. “방송사들이 연기력이 떨어지는 가수를 놓고 시청자를 상대로 실험하는 것 같다.”고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 시청자들도 많다. 한 중견 연기자는 “젊은 층을 상대로 한 드라마가 늘어나며 중견 전문 연기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면서 “가수 출신들은 연기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잦아 같이 연기하기가 껄끄럽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모 방송사 PD는 “연기 경험이 없는 데도 단역 수업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주연을 맡았을 때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면서 “방송사도 연기력이 떨어지는 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 낭패를 본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에 무차별적인 기용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겸업톱스타 매니저 인터뷰 ●결국 수익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 “드라마 출연 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어요. 오히려 손해죠.‘돈이 되는’ CF 섭외를 위한 전략적인 포석인 측면이 강해요.” 최근 가수에서 드라마 연기자로 변신을 꾀해 주목 받고 있는 톱스타 A씨의 매니저 B씨. 그는 가수들이 주위의 우려와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너도나도 연기자 겸업에 나서는 데는 소속 기획사 입장에서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음반시장의 침체로 입지를 잃은 가수들이 연예인으로서의 생명 연장과 돈 벌이를 위해 드라마로 눈을 돌린다.’고 생각하는데, 기획사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고 귀띔했다. 가수가 연기자로 완전히 탈바꿈해 성공할 가능성보다는 새로 낸 음반의 홍보 차원이나,CF 모델로 발탁돼 ‘대박’을 터뜨리기 위한 ‘징검다리’격으로 드라마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와 달리 음반 활동이 중단되거나 그룹이 해체돼 가수로서 생명이 끊긴 가수가 아닌, 음반 활동도 열심히 하고 현재 인기는 물론 연기 능력도 갖춘 가수를 안방극장에 데뷔시키는 것이 최근 추세”라고 강조했다. ●1년에 1개 음반 1개 드라마가 추세 실제로 그가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A씨는 아이돌 스타 출신. 예전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10대 팬층이 여전히 공고하고,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엔 새 음반을 내고 활발한 활동도 벌이고 있다. 드라마 출연은 원래 예정에 없었던 일. 하지만 “A씨의 재능을 썩히기 아깝고, 마침 작품 시놉을 받았는데 놓치기 아쉬울 정도로 맘에 들어 조금 무리하게 진행했다.”고 그는 밝혔다. 그러나 그는 A씨를 예로 들며 “아무리 톱스타라고 해도 드라마 회당 출연료는 300만원에서 많아야 700만원 정도로 일반 주연급 연기자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종 ‘행사’에 게스트로 나가 10분 동안 노래 몇곡만 부르면 하루 수천만원의 수익을 올리는데, 굳이 ‘3일치 행사분’ 밖에 안 되는 16부작 드라마를 두세달씩 시간을 들여 찍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CF로 이어져야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의 말에 따르면, 요즘 기획사들은 소속 가수들로 하여금 1년 동안 1개의 음반을 내고 1개의 드라마에 출연시키는 것이 추세다. 봄·여름 드라마에 출연해 인지도를 올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가을·겨울 동안 가수 활동을 하면서 CF 출연도 동시에 노린다는 것. 특히 그는 “몇몇 다른 소속사 가수 출신 연기자의 경우 연기력에 혹평을 받아도 CF 수익에서는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며 가수가 드라마에 한번 실패하고도 또 드라마를 기웃거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가수가 첫번째 음반에 실패하고도 2·3번째만에 성공하는 경우가 있듯이,‘언젠가는 드라마에서도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가수도 가창력이 좋아야 인정 받듯이 연기자 변신을 꾀할 때도 연기력이 뒷받침 돼야 실패할 가능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다시불거진 인터넷 익명성 논란] 플레이밍 현상 왜 나타나나

    [다시불거진 인터넷 익명성 논란] 플레이밍 현상 왜 나타나나

    한 일간지 기자 K씨는 지난해 10월 특정대학 ‘훌리건’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사립대학들이 제2캠퍼스 지원에 소홀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쓰면서 제2캠퍼스를 ‘분교’로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됐다.K씨가 홈페이지를 통해 해명을 했지만 훌리건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개방성을 악용해 상대를 인신공격하거나 욕설을 퍼붓는 ‘플레이밍(flaming)’ 현상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상대방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이를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할 때 이같은 플레이밍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인터넷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적인 공간이지만 네티즌이 글을 남기는 순간에 이 공간은 글쓴이에게 개인적인 공간으로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또 온라인의 세상에서는 현실의 ‘나’와는 다른 탈을 쓰고 타인 행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자유로운 상태에서 글을 남길 수 있다. 때문에 사실이 아닌 글이나 타인의 글처럼 위장하거나 욕설을 내뱉기가 쉬워진다. 하지만 황 교수는 인터넷상의 이 같은 익명성은 ‘허구’라고 주장한다. 황 교수는 “인터넷의 익명성은 40대 샐러리맨이 회사에서는 반듯한 직업인으로, 가정에서는 자상한 아버지로, 술집에서는 음주가무를 즐기는 호남으로 변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온라인 상에서는 이러한 정체성이 더 쉽게 변하고 감추어질 수 있는 특징이 있을 뿐이다.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상대의 의견이 인터넷에 올라왔을 때 네티즌들은 즉각적이고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황 교수는 “이런 행동이 집단적이 되면 플레이밍이 되지만 이러한 현상은 오로지 온라인 세상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황 교수는 “이러한 사회구성원 간의 갈등은 당사자들이 서로 이해하는 폭을 넓혀가는 방법으로 풀어야지 주민등록번호나 실명과 같이 개인 정보를 공개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익명성 때문에 명예훼손을 경험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 인터넷 문화의 심각성을 뼛속 깊이 느끼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명재진 충남대 교수는 인터넷이 지닌 파급력을 감안했을 때 인터넷의 익명성은 불특정 다수에게 엄청난 테러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명 교수는 “현대 민주주의는 가치지향적이지 누구의 의견도 모두 수렴하는 가치중립적인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자극적이고 왜곡된 여론은 빨리 전파되고 건전한 여론을 이끌어낼 정의로운 목소리들은 묻혀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명 교수는 모두에게 열린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만이라도 반드시 실명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는 인터넷 상에서 발생하는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와 같은 범죄의 원인이 ‘익명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지는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 교수는 “자살 사이트에 방문한 사람이 자살에 성공했을 때 자살 사이트 때문에 그 사람이 죽음을 선택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같은 예로 인터넷을 통해 10대들의 원조교제가 급속도로 번진다고 해서 그 원인이 인터넷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 민 교수의 주장이다. 민 교수는 따라서 인터넷의 익명성이 범죄 행위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익명성을 빌미로 그동안 담아두었던 개인의 생각을 분출할 수는 있지만 네티즌의 이러한 행동 원인은 반드시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민 교수는 인터넷의 실명제를 법제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연세대 황 교수도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갑론을박에 대해 지나치게 의미를 두는 오프라인의 시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황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인터넷 상의 ‘나’의 정체성은 매우 쉽게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말도 내뱉고 거짓 사실도 편안하게 쓸 수 있다. 문제는 ‘나’의 정체성이 고정되어 있는 현실의 잣대로 오프라인을 규정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효연 나길회기자 belle@seoul.co.kr ● 플레이밍이란 ‘플레이밍(flaming)’은 모욕적인 말, 욕설, 적대적인 언어 등을 뜻한다. 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 흥분되고 억제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말한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개방성을 악용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플레이밍’은 전자 메일을 불특정 다수에게 마구 보내는 ‘스패밍(spamming)’과 함께 사이버 커뮤니케이션의 부정적 현상 중 하나다.
  • “모바일 특성 살린 프로그램으로 승부”

    20일 서영길 TU미디어 사장의 전화 목소리는 한층 밝았다.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재전송 논란’이 전날 해결책을 찾으면서 가슴앓이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척 바빠졌다고 했다. 방송위원회는 지난 19일 KBS 등의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위성 DMB에 전송토록 사실상 허용했다. 그동안 허가건이 지연되면서 반년 정도 서비스가 늦어졌다. 오는 27일에 드디어 개국행사를 갖는다. 그리고 5월1일에는 오디오 7개, 비디오 20개 채널을 운영하며 본격 서비스에 들어간다.‘반쪽 서비스’ 우려가 말끔히 가신 것이다. 서 사장은 “경쟁 서비스인 지상파 DMB와 달리 모바일 특성을 한층 더 살린 콘텐츠를 개발 중”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또한 MBC,SBS와의 개별 협상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방송위는 지상파 방송사와의 개별적 협상을 전제조건으로 달아 승인했다. 그가 말한 콘텐츠는 20∼30분짜리 프로그램이 아닌 10분정도의 짧은 프로그램 개발이다. 이동시장의 초반 기세를 잡기 위함이다. 현재 30여 콘텐츠 제작사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서 사장은 이어 위성DMB가 국내시장만 겨냥한 사업이 아님을 내비쳤다. 국내시장이 형성되면 그 노하우를 세계시장에 내놓겠다는 것. 전용 단말기와 장비는 물론 콘텐츠의 수출길을 닦겠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 서비스는 단말기 제조 관계사인 SK텔레텍의 수출과도 연관돼 있다. 그는 무료 수준이 될 지상파와의 경쟁과 관련, 지상파보다는 서비스 영역이 넓어 시장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지상파는 지방서비스가 어렵지만 위성은 전국을 커버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와 관련, 올해는 서울지하철 5∼8호선까지 중계기(갭필러)를 추가 설치한다. 서 사장은 서비스를 같이할 KTF,LG텔레콤과의 협력문제도 큰 틀은 잡혔다고 전했다. 이들 회사와는 서비스 시기 문제, 단말기 전용기술 공개문제, 영업 수수료(25%) 지불 문제 등을 놓고 갑론을박을 해왔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데스크시각] 목란꽃이 피었습니다/구본영 정치부 부장

    수년전에 밀리언 셀러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읽었던 생각이 난다.‘국수주의냐, 세계화냐’ 등 당시의 숱한 논란도 기억에 새롭다. 학자로서 최고의 영예인 노벨상을 향한 꿈마저 버리고 자신의 무릎뼈 속에 설계도를 감춰 조국에 미사일 기술을 전수한 재미 천재 물리학자. 그를 보호하기 위해 60만 대군도 동원하겠다고 한 박정희 대통령과의 운명적 만남, 그리고 그들의 잇따른 죽음…. 줄거리야 어렴풋하지만, 소설의 주 모티브가 약소국 대통령이 핵개발을 하려다 미국의 눈밖에 나 비명에 간다는 내용이었음은 뇌리에 또렷하다. 기자는 박 전 대통령이 실제로 핵개발을 추진했다는 증거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역사적 정황으로 봐 소설적 상상력만이 아닐 개연성이 다분하다. 어느 나라든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가장 손쉽게 빠져들게 되는 유혹이 핵보유다. 굳이 북한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스라엘과 인도·파키스탄을 보라. 전설인 양 아스라하지만 1970년대 초반까지는 군사력·경제력 등을 종합한 국력에서 북한이 앞섰던 게 실상이었다. 특히 구 소련과 중국을 업은 당시 북한의 군사력만큼은 남한이 위협을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았던가. 머잖아 이 땅의 산야마다 함박꽃이 흐드러지게 필 것이다. 함박꽃은 5∼6월이면 삼천리 방방곡곡에 자생하는 목련과의 교목이지만, 생전의 김일성 주석이 좋아해 북한에선 목란으로 불린다. 평양 주체사상탑의 기단에도 새겨져 있고, 목란관이란 식당 이름에서도 짐작되듯이 북한의 국화(國花)다. 올해 한반도에는 목란이 때 아니게 만개한 느낌이다. 지난 10일 북한이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무기한 중단을 선언하면서 무궁화꽃이 피기도 전에 목란꽃이 먼저 피어버린 형국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핵보유 선언을 놓고 남쪽에선 대책없는 갑론을박만 한창이다.6자회담에서 받을 판돈을 키우려는 북한 특유의 벼랑끝 전술이라느니, 핵사찰을 반대하는 군부를 의식한 김정일 위원장의 선택이라느니 하는 이런저런 추측만 난무한다. 일리야 있는 관측들이지만 문제는 우리 사회가 어느새 북한의 핵무기 보유, 그 자체의 가공할 함의에 둔감해졌다는 사실이다. 핵보유 선언의 이면에는 북한 정권이 체제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배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자칫 반(半)영구분단으로 치달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통일되면 북한 핵무기는 어차피 우리 건데 뭐가 문젠가?”라는 발상이야말로 철없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북한의 핵개발 드라이브를 제어할 최소한의 지렛대는 확보해야 할 터이다. 북·미간의 각축전을 멀거니 바라만 보고 있을 때가 아니란 뜻이다. 지난 수년간 정부는 대북 포용 일변도 정책을 펴왔지만 북핵 문제에 관한 한 별무효과였다.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이 핵카드만은 꼭 움켜쥐고 있었음이 분명해졌지 않은가. 그렇다고 냉전시대의 ‘목 조르기 정책’으로 북을 막다른 골목으로 모는 일은 더 큰 민족적 참화를 부르는 위험한 선택이다. 그런 맥락에서 대북 봉쇄 일변도와 무조건 포용의 중용을 취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이른바 ‘선별적 포용정책’으로, 남쪽 내부의 보혁 갈등을 최소화하며 점진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식량 등 인도적 지원은 퍼주기 시비를 무릅쓰더라도 지속해야 한다. 아무리 다급해도 동족의 굶주림마저 외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핵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현금이 들어가는 사업은 북한이 핵협상이나 남북관계 개선에 임하는 자세와 반드시 대칭적이지는 않더라도 탄력적으로 연계, 속도조절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될 듯싶다. 과거 서독도 동독에 경제 지원을 했지만 인권 문제 등 동독 정권의 폭압성 완화를 강하게 요구했던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구본영 정치부 부장 kby7@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표류하는 ‘백어택’

    오는 20일 프로배구 원년 출범을 앞두고 남자배구 ‘백어택 이중 점수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엿새 동안 치러진 시범대회에서 여자부 ‘백어택 2점제’가 성공을 거둔 것에 견줘 프로 유니폼으로 완전히 갈아입은 남자부의 ‘백어택 차등 점수제’가 4개팀 감독들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는 것. 기존 3m 라인보다 50∼70㎝ 뒤에서 후위공격을 시도할 경우, 공격 패턴이 단조로워지고 선수 부상의 우려가 높아진다는 게 이들 남자 감독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물론 각 팀 사정에 따라 반대 의견도 달리한다. 백어택에 유리한 장신 선수를 제법 보유한 팀은 “아직 시기가 이르다.”는 말로 말꼬리를 흐리는 반면 장신 선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팀은 ‘절대 불가’ 입장이다. 그러나 한번쯤 시범대회 코트를 찾아본 배구팬이라면 이들의 반대 주장이 얼마나 현실을 외면한 것인지 금세 알 수 있다. ‘백어택 2점제’ 적용이 확정된 여자배구는 엿새 내내 화제였다. 지난해까지 경기당 평균 0.75개에 머물던 백어택 시도가 첫날 2경기에서 무려 70개나 쏟아져 나왔다. 평가는 지난해까지 ‘그밥에 그나물’로 핀잔을 받아온 것에 견줘 ‘상전벽해’나 다름없다. 남자배구도 달라져야 한다. 이젠 프로이기 때문이다. 예전과 같은 그저 그런 모습이라면 첫 해부터 팬들의 눈밖에 날지도 모른다.‘프로 아닌’ 여자배구에 치일 수도 있다. 집단으로 쌍거풀 수술까지 받고 이번 프로무대를 준비했다는 모 여자배구팀 선수들의 예는 생각하게 하는 바 크다. 오직 자기 팀의 유·불리를 따라 룰 개정을 찬성하고 반대하는 것은 프로가 아니다. 팬들이 찾는 진정한 프로배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배구 발전의 큰 틀에서 백어택을 바라보는 폭넓은 시야가 절실히 요구된다.“프로의 주인공은 팀도 선수도 아닌 팬과 관중”이라는 모 감독의 말이 ‘백어택’에 앞선 프로배구의 화두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최병규기자 cb91065@seoul.co.kr
  • [광복 60년-국민여론조사] ⑤ 전문가 좌담

    [광복 60년-국민여론조사] ⑤ 전문가 좌담

    광복 60주년을 맞아 서울신문이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으로 기획해 정치·경제·역사·통일 등 4개 분야로 나눠 보도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의 현 주소를 다시금 확인케 했다. 우리 사회의 성숙함에 기반한 북한 포용의 필요성,5·16를 평가하는 인식,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적 기대, 정치적 무당(無黨)층의 확산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를 토대로 학계 전문가들의 좌담을 통해 지나간 6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조명해봤다. ●경제 재도약과 강한 리더십 갈망 김형준 KSDC 부소장 근현대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으로 예상과 다르게 5·16을 꼽은 것은 정치심리적으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추구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명진 국민대 사회과학부 교수 5·16이 가져온 메시지는 경제적인 함의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경제가 어렵다보니, 경제 재도약에 대한 갈망이 담긴 것 같다. 노재봉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 사무국장 최근 경기가 침체돼 있고, 어렵다보니 우리 사회를 발전시킨 중요한 계기로 5·16을 꼽은 것 같은데 이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연결돼 있다. 이번 조사에서 68%가 장래가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본 것은 우리가 앞으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지금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듯해도 이런 긍정적 평가를 한 것은 의미가 있다. 김 부소장 현재 우리 사회는 리더십의 위기다. 열심히 일하면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치를 높일 수 있는 변혁적 리더십의 출현이 절실하다. 이 교수 국민들은 현재 ‘사자형 정치 지도자’를 원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 맥락에서 5·16을 꼽은 것으로 보인다. 노 국장 국민들이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치의 기능이 사회에서 원활하게 작용해야 다른 모든 사회 부분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다양성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싸움의 긍정적 측면’을 살펴보는 고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성장·분배의 조화로운 병행 필요 노 국장 경제는 심리적 요소가 크다. 낙관하면 낙관적 결과가, 비관하면 비관적 결과가 나오곤 한다. 미래에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의 비율이 높게 나온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기업가들이 수익을 내면서도 투자하지 않은 채 뭔가 리스크를 두려워하고 있다. 또한 중산층의 붕괴가 가장 큰 걱정이다. 이렇게 되면 경제가 회복되고 국가 경제는 그럭저럭 갈지 몰라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 교수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경제 기반이 옅어졌기 때문이다. 안정된 중산층을 키우는 문제에 소홀하게 되면 모든 상황이 극단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김 부소장 빈부 격차 문제와 함께 반부패 문제가 중요하다. 얼마전 시민사회단체 주요 인사 150여명이 모여서 반부패사회협약을 발표했다. 선진한국의 지향점도 ‘강소국’인데, 강소국으로 가기 위한 전제로서 ‘부패 없는 사회’로 가는 게 중요하다. 이 교수 우리 사회 부패도가 그리 나쁜 정도는 아니지만 너무 절대적인 기준만을 생각하며 칭찬에 인색한 것 아닌가. 노 국장 투명하게 돈을 벌고 그렇게 쌓은 재산을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본주의에서 성취한 것에 대해 인정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기업가가 먼저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 부소장 작년 경제 키워드는 ‘성장과 분배’였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했지만 국민들은 병행 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치권이 이러한 국민적 인식을 끌어안아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이 교수 국가 정책이란 것이 실질적으로 성장만 할 수도 없고, 분배만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두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김 부소장 성장과 분배의 필요성과 문제점이 동시에 나타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의 강화가 필요하다. 사회적 책임성이 함께 병행되어야지 성장과 분배의 동시 추구가 가능할 것이다. 노 국장 삼성의 이재용씨가 백몇십 억을 상속받으며 세금을 제대로 물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기 이전에 원래 해야 할 최소한의 상식적이고 투명한 경영이 필요하다. 이후에 사회적 책임까지 덧붙여진다면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위협 아닌 지원의 대상 노 국장 한·미관계 설정에서 잘 하고 있다는 평가와 잘못 하고 있다는 평가가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평가의 세부적인 원인이 궁금하다. 이 교수 젊은층은 미국과의 관계를 매우 평등한 관계로 인식하고 싶어한다. 그 심리가 현실과 관계없이 긍정적 평가로 나타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우려스럽다.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보는 것 같다. 김 부소장 친미도 반미도 아닌 용미(用美)로 가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잘·잘못 평가가 비슷하게 나온 점은 실용적 노선과 자주적 노선을 병행하는 우리 정부의 이중적 외교에 대한 평가다. 이는 여야가 따로 없는 부분인 만큼 초당적으로 대처해주기를 주문하고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마저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모습이다. 유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하나 특이할 만한 점은 북한에 대한 인식이다. 위협으로 느낀다는 평가보다는 지원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평가가 훨씬 많았다. 노 국장 더 이상 친북에 대한 거부감이 우리 사회에서 없어야 할 것이다. 통일 방식에 있어서는 남측이 주도권을 갖고서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친북을 과거와 같이 용공의 인식으로 볼 필요가 없다. 서로 평화롭게 살고 통일 시대에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져야 할 것이며, 국제사회에 편입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일종의 친북 아니겠는가. ●대선 후보 검증 과정 개선 필요 이 교수 인기투표 방식이 아니라 어젠다, 정책 내용 등 정치지도자에 대한 검증 과정을 강화하면서 일반 국민의 참여 제도를 보완해야 할 필요는 있다. 관훈토론, 여론조사 등은 첫 단계다. 더 나아가서 정책을 명확히 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 검증이 필요하다. 김 부소장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 과정을 통해 정치적 리더십도 강화될 수 있다. 정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는 점에서 볼 때 잠재성 및 실현 능력에 대해 검증을 위한 검증이 아니라 내용 있는 검증이 필요하다. 노 국장 여론조사를 보니 정책 등 구체적 사안에서 보수적 사고를 하면서도 진보적이라고 스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김 부소장 이념은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 예컨대 네 개의 이슈를 놓고 두 개는 진보고, 두 개는 보수일 경우 이는 중도가 아니라 이념이 없는 무정향이다. 지난 대선 때 보면 일관성 있는 진보가 일관성 있는 보수보다 많았다. 최근에 보니 일관성 있는 진보의 비율이 더 많아졌다. 우선은 이념 정당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후 정책정당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념이 바탕이 되지 않는 정책은 공허하다. ●2005년 우리 사회는 이렇게 김 부소장 정치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 자기방어적 리더십에서 벗어나 국민과 같이 갈 수 있는 미래지향적 리더십을 보여줄 때다. 여당은 야당의 기능을, 야당은 여당의 기능을 인정해야 한다. 선진화의 요체는 인물과 우연에 의해 지배되지 않고 시스템에 의해 지배될 때 선진화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 관용과 화해가 필요하다. 노 국장 모든 경제 정책에서 우선순위를 두고 움직여야 한다. 지속적 성장과 함께 기업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상위 20% 계층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소비진작 정책을 펴주기 바란다. 이 교수 이때까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 인식은 자기방어적이었다. 집권 3년차에 어떤 세력이나 정당의 리더가 아니라 국민의 지도자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정권으로부터 소외된 집단 계층을 감싸안는 것은 어느 정도 해왔고, 이제는 국민 전체를 통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리 전광삼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검·경 수사권조정자문위 발족 첫날 회의는 무슨… 위원장 뽑다 끝나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검·경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가 송광수 검찰총장과 최기문 경찰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20일 발족돼 첫회의를 가졌으나 첫날부터 신경전만 벌이다 끝났다.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회의는 양쪽이 추천한 각계 인사들이 위원장 선출문제를 둘러싸고 1시간30분이 넘도록 티격태격하다 정작 본건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검경은 지난 9월 이후 3개월간 수사권 조정 문제를 협의했지만, 핵심사항들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학계·법조계·시민단체 등 외부인사를 포함,14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했다. 송 총장은 이날 “3개월 동안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일부 조항에 검경이 이견을 보여 계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국민을 위해 서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적극적인 성유보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와 검찰 쪽 의견을 지지하는 김일수 고려대 교수가 회장 후보로 공동 추천됐다. 그러나 위원 14명 가운데 검경 추천인사가 각각 7명씩이어서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검찰 쪽 위원들은 “법학 지식이 많은 학계 출신이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경찰 쪽은 “연장자가 위원장을 맡거나 공동위원장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맞섰다. 무기명 투표와 거수 등 선출방법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결국 성 대표의 양보로 김 교수가 위원장으로 선출됐지만 양쪽의 기싸움은 앞으로 논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자문위의 활동기간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의 임기가 각각 내년 3월과 4월 끝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작정 결론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 양쪽의 중론이다. 경찰청 홍영기 혁신기획단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위촉된 만큼 위원들이 경찰과 검찰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與 현안마다 ‘적전분열’

    與 현안마다 ‘적전분열’

    주요 현안을 놓고 갈팡질팡하기는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다.폐지 후 형법 보완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하던 국가보안법 논의가 최근 들어 헝클어지기 시작했다.노무현 대통령의 폐지 발언 이후 수그러들던 대체입법론이 다시 세를 모으면서 여기저기서 갑론을박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의 국보법 태스크포스(TF)팀 전격 해체는 열린우리당의 ‘동요(動搖)’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국보법의 핵심 조항인 찬양·고무죄를 존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법무부가 국보법 폐지에 부정적 의사를 피력했다.’는 등의 보도가 잇따르자 천정배 원내대표는 곧바로 TF팀 해체라는 초강수를 빼들었다. 이날 원내대표실은 유례없이 격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대체입법을 주장하는 몇몇 의원들이 국보법 개폐 논의의 흐름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TF팀을 그대로 뒀다가는 당내 분열상만 부각될 것이라고 보고 서둘러 파문의 ‘근원’을 없애버린 것이다. 천 대표는 2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당론으로 확정되지 않은 민감한 내부 문건이 언론에 통째로 나가고,한 의원의 아이디어 차원 생각이 당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이어 “지금은 무엇보다 내부의 신뢰와 단결이 중요하다.”고 당내 분위기를 다잡았다. 지도부는 당초 이번 주말까지로 잡았던 당론 확정 시점을 다음달 국정감사 이전까지로 늦췄다.그러나 당내 상황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11월로 당론 결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형법보완론과 대체입법론의 견해차가 여전히 큰 데다 무엇보다 당내 중도·보수세력의 세 결집이 예사롭지 않다. 당장 국보법 폐지에 반대해 온 ‘국보법의 안정적 개정을 위한 의원모임’ 의원들이 23일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으로 확대 개편돼 재결집한다.다음달 2일에는 보수색이 짙은 의원 30여명이 ‘일토삼목회(一土三木會)’라는 친목모임을 결성한다.전직 관료와 시장·군수 출신 등이 주축이 된 이 모임은 “행정 경험을 의정에 반영하자.”는 기치 아래 당내 중도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방침이다.그동안 ‘전대협’ 등 운동권 출신 386 의원들이 논의를 주도해 온 게 지금까지의 흐름이었다면 이제는 진보진영과 중도·보수진영간에 뚜렷한 전선이 형성된 셈이다. 논란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국보법 폐지에 앞장서 온 임종석 대변인은 “한달이 다 가도록 여론과 야당의 눈치를 살핌으로써 스스로 개혁주도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은 아닌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도부를 압박했다.반면 ‘안개모’의 한 핵심 의원은 “현 정국에 대한 핵심 주류의 기본 인식은 근본적 문제가 있다.”며 “당내의 넓은 스펙트럼을 당 지도부가 슬기롭게 조화시켜야 한다.”고 반박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여, 국보법 ‘대체입법’ 택할듯

    여, 국보법 ‘대체입법’ 택할듯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 이후의 대안(代案)으로,형법 보완보다는 ‘파괴활동금지법’을 제정하는 대체입법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 대안 마련 작업을 주도하는 한 의원은 12일 기자에게 “우리 당에서는 대체입법보다는 형법 보완 의견을 갖고 있는 의원이 수적으로 많지만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반대 여론과 야당의 반발을 의식해 대체입법으로 가고 싶은 눈치가 역력하다.”면서 “앞으로 당론 수렴 과정에서 갑론을박이 있겠지만,지도부의 의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결국은 대체입법 쪽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보법을 대체할 법안을 만들지 않고 형법 보완에만 그칠 경우 지도부가 폐지 반대 여론을 설득하기에 훨씬 힘이 부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현실적 선택이라는 얘기다.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당내 상당수를 점하고 있는 ‘형법보완론자’들을 설득하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그 해법에 대해 이 의원은 “당론 수렴 과정에서 의원들에게 제시되는 2개 대안,즉 형법보완안과 대체입법안에 강약(强弱)을 차등 배합하는 방법이 유력하다.”고 말했다.다시 말해 ‘형식’과 ‘내용’을 각각 약(弱)-강(强),강-약으로 엇갈리게 배합한다는 구상이다.즉,형법 보완안의 경우 겉보기엔 상대적으로 진전된 방안이란 느낌을 주면서 기존 국보법 조항을 상당부분 살리는 강한 내용을 담는다는 것이다.대신 대체입법안의 경우 상대적으로 절충안이란 인상을 주면서 기존 국보법 조항을 훨씬 완화한 내용을 실어 형법보완론자들을 설득할 명분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지금부터라도 국민들을 부지런히 설득한다면,국보법 폐지 반대쪽 여론을 돌려세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 “두 방안 중 하나를 이달 안에 당론으로 선택한 뒤 야당과의 협의를 거쳐 늦어도 11월까지 국보법을 폐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시생들 “로스쿨 갈피 못잡겠다”

    사시생들 “로스쿨 갈피 못잡겠다”

    로스쿨(전문법학대학원)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대법원이 2008년 로스쿨 시행을 골자로 한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도입의 큰 틀이 마련됐다.당초 부정적 입장을 보이던 법무부도 찬성으로 돌아서 로스쿨 도입은 이제 대세로 굳어지는 것 같다. 이에 따라 수험생들과 학원가,학계 등의 관심은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로 쏠리고 있다.로스쿨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사개위의 논의가 실제로 어디까지 진행됐느냐는 것이다. 대법원 산하 사개위는 지난달 16일 제18차 회의를 가진 데 이어 지난 6일 제19차 회의를 열고 ‘법조인 양성 및 개발’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대법원측이 로스쿨 도입안을 제시한 만큼 논의는 로스쿨 도입을 전제로 이뤄졌다. 하지만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높고,로스쿨에 찬성하는 쪽 내부에서도 대법원안을 둘러싸고 세부방침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수험생들의 반발도 거세다. ●“로스쿨 이수자에게만 시험기회 부여”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로스쿨 모델은 미국식의 3년제 전문법학대학원이다.대법원 개선안도 미국식 모델을 따르고 있다.대법원은 로스쿨을 인가주의로 설치하되,엄격한 설치인가 기준을 마련하자고 제안하고 있다.최소 20인 이상의 전임교수를 확보하고,전임교수 중 20% 이상은 경력 5년 이상의 실무자가 맡도록 하자는 것이다. 로스쿨 입학자격은 학사학위 소지자 이상으로 제한하고,학부 성적뿐만 아닌 어학능력,사회활동 경력 등을 종합해 입학자를 선발하자는 입장이다.또 현행 사법시험을 변호사시험으로 전환해 로스쿨 수료자에게만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응시횟수도 제한하자는 게 대법원 개선안의 주요 내용이다.법조인 선발과 양성과정을 철저하게 교육제도와 연결시키고,현재 사법시험의 폐해로 지적되고 있는 이른바 ‘고시낭인’의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것이 로스쿨 찬성론 쪽의 목적이다. ●평등권 침해 논란 하지만 로스쿨의 구체적 형태 등을 둘러싼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찬성론 내부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고,논의 자체를 4∼5년 뒤로 미루자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개선안에 대해서는 우선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사개위의 한 위원은 “대학 졸업자만이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고 또 변호사시험 자격을 로스쿨 졸업자에게만 준다는 것은 명백한 평등권 침해”라고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또 변호사시험자격을 받기까지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원까지 이수하는 데 드는 학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사개위의 조성혜 전문위원은 “현행 사법시험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기회가 부여되고 있지만 로스쿨은 일부 상류층에게만 입학자격을 주게 되는 셈”이라고 비난했다.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 없이는 시험자격조차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법조인 수와 직결되는 로스쿨 정원을 둘러싼 공방도 치열하다.대법원안은 현행 사법시험 정도의 인원인 1200명으로 정원을 제한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이는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전문 법조인을 양산하자는 당초 사법개혁 취지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때문에 정원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서부터 500명에서 3000명까지 적정수를 제시하는 의견까지 그야말로 분분하다. ●수험생 동요 분위기 확산 수험생들의 관심은 로스쿨 도입시기와 시험자격기준 등에 쏠려 있다.2008년 로스쿨을 도입하고 향후 5년간 현행 사법시험을 병행하자는 대법원 안이 알려지자 수험생들은 로스쿨 입학과 기존 사법시험 준비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어느 쪽을 선택하는 게 유리할지에 대한 공방도 한창이다. 수험생 정미정(25)씨는 “이제 1차시험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장 결정할 일은 아니지만 사법시험 준비를 하는 게 나을지,로스쿨 입학준비를 하는 게 좋을지 혼란스럽다.”고 털어놨다. 대법원 안에 대한 수험생들의 불만도 쏟아졌다.수험생 이모(33)씨는 “사법시험은 어찌됐든 실력으로 신분상승을 꿈꿀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면서 “로스쿨이 도입되면 그 기회마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연수원생 남모(27)씨는 “원생들도 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관심이 많다.”면서 “하지만 수박 겉핥기식의 논의만 되고 있을 뿐,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동요만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로스쿨을 도입하든,다른 개혁안을 도입하든 수험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하루 빨리 최종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기고] 통 큰 지도자 그립다/김병관 서울시재향군인회장·창작수필문인회장

    하나의 행함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인생행로에서도 오늘 나의 행위가 내일 나의 일에 영향을 주게 되고 현재 나의 모습은 지난 세(世) 내 업의 결과라고도 한다. 중국 선종의 초조인 달마대사께서 설하신 ‘이입사행(二入四行)론’ 중 보원행편에 의하면 사람이 아무 이유없이 괴로움을 당할지라도 이것은 아득한 전생부터 지말(枝末)을 따르고 미망의 세계를 헤매면서 업을 지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달가운 마음으로 감내해야지 원망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하였다.이것을 카오스 이론에서는 피드백(feed-back),즉 되먹임 현상이라 하고 있다.먹고 먹히면서 무한의 윤회를 거듭하는 것이 우주의 질서이기에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는 결론이다. 정글이나 심해에서는 어김없이 강자가 약자를 유린하는 약육강식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여기서도 통합조절되는 기능은 분명히 있다.하지만 결국 강자는 업보를 피할 수 없게 되고 약자는 희생당한 만큼의 영원불변한 에너지를 얻는다.약자가 강자로 바뀌는 것도 순환의 법칙에 의해 시간을 다투어 이루어지는 것이다.세계 역사를 보아도 영원한 강자로 군림한 나라가 없는 것을 보면 강한 것은 반드시 쇠한다는 이치를 느끼게 한다.강자의 역할 이면에는 반드시 강자의 업보가 따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너무나 잘 알려진 보수와 진보의 대표적 논객 네 분이 만나 이라크 파병문제를 놓고 무려 세 시간에 걸쳐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미국의 국익을 위한 명분 없는 전쟁에 우리가 왜 희생되어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진보 측과,세계평화와 한·미동맹의 실천으로 국익을 위한 파병의 대의는 분명하다는 보수 측의 갑론을박이 결론 없이 끝나고 말았다. 마치 힘센 고양이를 쥐들이 나쁘다고 욕하고 대들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측과 고양이를 이기려면 고양이와 친해지면서 힘을 기르든지 아니면 고양이를 대적할 만한 천적과 동맹을 맺어야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라고 서로 우기는 것과 흡사해 보였다. 근자에 와서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국론이 분열되어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온 한·미동맹에 균열이 일어나자 이를 재빠르게 포착한 중국이 역사를 왜곡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이해관계에 개입하기 시작했다.지나치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급진정책들이 기업과 자산계층의 외면으로 결국 서민경제가 파탄나는 현상과 같이 외교든 경제든 균형 감각을 상실하게 되면 이와 같이 엉뚱한 결과가 초래되기 마련이다. 물이 흐르다 보면 넘치기도 하고 막혀서 갈증이 나는 곳도 있기 마련인데 성미 급한 김에 억지로 막힌 곳을 뚫어 내다보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되고 만다. 우주의 통일성,즉 하늘의 계산법이 엄존한다는 사실을 신뢰하지 않고 모든 현상을 세상의 계산법만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욕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수많은 역사는 증명한다.당초에는 야당 대표를 겨냥한 듯한 친일 과거사 청산 문제가 여당대표에게 부메랑이 되어 버렸다.결국 생태계의 일원인 우리 인간 역시 먹고 먹히는 대자연의 법칙 앞에 겸허해져야 한다는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만 같다. 끝간 데 없는 극한대립과 무분별한 욕구분출이 결국 더 큰 되먹임 현상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불완전한 인간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덕목이 아닌가 싶다.그래서 우리는 다소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국가 발전과 미래를 생각하며 다양한 세력을 포용해 더 큰 힘으로 결집시킬 수 있는 통 큰 지도자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김병관 서울시재향군인회장·창작수필문인회장
  • [서울광장] ‘내 탓이오’/오승호 논설위원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적어도 지금까지 보여준 경기 예측과 관련해서는 ‘닮은꼴’을 보이고 있다.한 나라의 경제정책을 주무르는 부총리와 통화 정책 기관인 한은 총재는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곤 했던 것이 과거의 예다.경기 분석 등에 있어 갑론을박은 선의의 경쟁으로 비치곤 했다.그런데 아쉽게도 두 사람은 최근 들어 한결같이 빗나간 경기 예측을 했다. 경제 성장률의 예를 보자.지난 상반기에 이 부총리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효과를 내면 6%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2·4분기 말부터 투자와 내수가 서서히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는 말도 했다.그는 또 ‘우리 경제는 지금 입춘’이라는 표현도 썼다.봄 기운을 느낄 단계에 경기회복이 와 있다는 비유다.박 총재도 2·4분기부터 체감 경기가 회복되고,올해 경제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5.2%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을 비슷한 시기에 했다.국민들은 ‘이제야 경기가 좀 살아 나려나 보다.’라고 기대했었다. 반면 7월로 접어든 이후 상황은 딴판으로 바뀌고 있다.시장에 불확실성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자신감 결여로 국민들이 기댈 곳을 없게 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이 부총리가 얼마전 우리 경제를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에 빠진 환자에 비유한 것은 위기가 아니라 조금만 기다리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종전의 입장과 상충되는 것이다.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386세대에 대한 문제 제기도 했다.아울러 당정협의에서 이미 합의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의 문제점 등을 강하게 비난하는 등 불편한 심기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박 총재는 지난 20일 한 심포지엄에서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간접 화법을 동원하긴 했지만 경제 진단이 바뀌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 부총리와 박 총재 얘기를 꺼낸 것은 경기 예측이 빗나간 것을 꼬집으려는 것은 아니다.예측 오류는 우리나라처럼 대외 여건에 취약한 경제 환경에서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중요한 점은 경제 수장과 한은 총재가 우리 경제가 정말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거나 경제 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더이상 소모적인 위기론 논쟁이나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 등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경제 정책을 둘러싼 환경은 서로 남의 탓만 쏟아내는 분위기가 형성돼 우려스럽다.한은의 한 국장급 간부는 최근의 경제 환경에 대한 정책 당국자들이나 기업인 등의 발언을 ‘신뢰 위기’(confidence crisis)라고 진단했다.자기가 하는 것은 옳고 상대방이 하는 것은 틀린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로 각자 자기 목소리만 내면서 경제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이 부총리가 386세대를 비판한 것을 여당의 일부 의원들이 책임 회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걱정스럽다. 이 부총리도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을 했기 때문에 386세대 의원들과의 토론의 장이 마련되면 상황을 잘 설명해 갈등을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다.이른바 ‘네 탓’ 논쟁으로 번지는 것은 안 된다.지금 상황에서 경제 기조가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같은 맥락에서 기업인들이 틈만 나면 규제 때문에 투자를 하지 못하겠다는 등 정부나 정치권 탓만 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국가존망 필부유책(國家存亡 匹夫有責)’이라고 했다.경기가 어려운 것이 내 탓은 아닌지,겸허한 자세로 되돌아가 각자 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서프라이즈’가 ‘오마이뉴스’를 헐뜯네…

    여권의 잇따른 악수(惡手)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친노(親盧)세력의 핵(核)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이는 최근의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하락과도 직결된다. 친노세력의 분화는 이들의 주된 활동무대인 사이버 상에서 한눈에 드러난다.진보·개혁성향의 인터넷 뉴스와 각종 토론웹진들은 연일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이라크 추가 파병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문화관광부 장·차관의 인사청탁 개입의혹 등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특히 이라크 파병은 김선일씨 피살과 맞물리면서 여권 지지세력을 분화시키는 동인(動因)이 되는 양상이다. 대표적 친노 웹진인 ‘서프라이즈’는 최근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를 집중 공격하고 나섰다.‘오마이’측이 파병과 관련해 “노 대통령 지지세력들이 급속히 이탈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서프라이즈측의 이른바 ‘노빠’(노 대통령 지지자)들은 일제히 “조선일보에서 아르바이트하느냐.”,“노사모를 두번 죽이고 있다.”고 맹공을 폈다. 반면 진보진영의 대표적 논객인 진중권씨는 연일 파병 반대를 외치며 노 대통령과 친노세력을 공격한다.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의 웹진인 ‘진보누리’에서 진씨는 최근 ‘노란 권언유착’이란 제목의 글로 노 대통령과 ‘노빠’들을 맹비난했다.문화부 장·차관 인사청탁 개입 의혹의 당사자인 김모씨의 남편이 서프라이즈 대표 서영석씨임을 들어 “권력 핵심에 빌붙어 키운 영향력으로 자기 부인 인사청탁이나 하고…무슨 자격으로 개혁 운운하느냐.”고 질타했다. 반면 ‘노사모’와 ‘서프라이즈’ 등 친노 웹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노 대통령을 옹호하고 회원들의 결속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친노’,‘반(反)수구’의 한울타리가 벗겨지는 데 따른 위기감을 반영하는 셈이다.한 인터넷 논객 K씨는 “요즘 정말 노빠 노릇하기 힘들다.진정한 노빠라면 이럴 때 돌을 던져야 한다.”며 친노 웹진의 무비판적 지지를 비난했다. 친노 진영의 분화는 개혁정책의 후퇴로 비쳐지는 여권의 실용주의 노선과 맞물려 있다.김선일씨 피살사건 수습과 이라크 추가파병의 향배에 따라 그 분화의 진폭이 가름될 듯하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서희, 협상을 말하다/김기홍 지음

    서기 993년,거란은 고려와 송의 관계를 트집잡아 고려를 침입했다.이에 고려 조정에서는 거란에 항복하자는 투항론(投降論)과 서경 이북의 땅을 거란에 내어주자는 할지론(割地論)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려의 재상 서희는 이 두 의견에 반론을 제기했다.“거란이 고려를 침략한 근본 이유를 파악한 뒤 대응책을 논의해야 한다.만약 항복해야 한다면 한번 싸워보고 난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서희와 적장 소손녕의 7일간에 걸친 협상은 이렇게 해서 시작됐다.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협상을 통해 강동 6주를 획득한 서희.그로 인해 평양 이남으로 국한될 뻔했던 우리 영토는 압록강변까지 확대됐고 수백만의 백성이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협상의 힘이다. ‘서희,협상을 말하다’(김기홍 지음,새로운 제안 펴냄)는 우리 역사의 위대한 협상가 서희로부터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이며,오늘날 그것은 어떤 현재적 의미를 지니는가를 살핀 흥미로운 책이다. 고려가 송·거란·여진 등과 긴장관계를 유지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의 국제상황은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다.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은 고사하고 중국마저 고구려를 자기들 역사의 일부로 주장하고 나섰다.또한 이라크 파병,WTO와 농산물개방,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관련된 문제 등 중대한 협상상황이 눈앞에 놓여 있다.저자(부산대 경제학과 교수)가 이 시점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국가 내부의 사전협상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외부협상력의 근간은 다름 아닌 내부협상이기 때문이다.저자는 “국가간의 외부협상은 국내에서 이뤄지는 내부협상의 반영에 지나지 않는다.”고까지 말한다.내부협상의 요체로 저자가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은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비판적인 여론의 활용이다.서희가 소손녕과의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도 당시 고려의 자주적인 시대 분위기에 힘입은 바 크다. ‘서희 대망론자’인 저자는 서희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능력과 대화능력,실익과 명분을 구분하는 능력 등 협상가적 덕목을 두루 갖춘 인물로 자리매김한다.1만 1900원. 김종면기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