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갑론을박
    2025-07-2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963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축구관계자의 공개적 선수비판 ‘NO’

    왜 축구는 열 한 명이 뛰어야 한단 말인가.11명이 아니라 13명,15명만 돼도 현재 전지 훈련 중인 선수들과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의 아름다운 조화를 상상할 수 있겠는데, 아쉽게도 축구의 신은 오직 11명만 뛸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당장 공격수부터 보자. 결정적 한 방을 지닌 킬러임을 보여준 이동국, 포지션에 구애없이 90분을 종횡무진하는 이천수, 능란한 볼 키핑을 보여준 조재진 그리고 날렵한 스포츠카 같은 박주영 등. 여기에 ‘해외파’를 더하면 점입가경이다. 박지성 설기현은 현대 축구의 한복판에서 일취월장하고 있으며 차두리와 안정환의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다른 포지션의 경쟁도 치열하다. 백지훈 이호 김동진 조원희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사실 그 자리는 이영표 이을용 송종국이라는 중량급들의 것이었다.20대 초반의 신예들이 2002년 당시 6만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4강까지 선발 출장했던 선배들의 경륜을 이겨낼지 관심사다. 그러니 왜 축구는 11명만 뛰고 나머지는 짐을 꾸려야 한단 말인가. 이런 때일수록 축구인의 언행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팬의 입장에서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해 자유롭게 갑론을박할 수 있지만, 축구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특정 선수에 대한 의견(더욱이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는 건 금물이다. 최근 ‘붉은악마’ 운영위원과 대한축구협회의 ‘책임 있는’ 관계자가 라디오 방송에서 박주영 선수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다. 나는 이들이 얼마든지 그러한 견해를 가질 수 있고 또 필요한 자리에서 토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디어가 수단이 된 것에 대해선 아니올시다다. 더욱이 요즘 그같은 예민한 발언은 곧장 인터넷을 통해 급속하게 퍼지게 마련이다. 둘의 사견은 현재 인터넷에서 ‘붉은악마 박주영 비판, 축구협회도 인정’이라는 식으로 과대포장됐다. 서서히 최종 엔트리 23명과 베스트 11을 엄별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팬들은 물론이려니와 축구 관계자들은 많은 선수들에게 깊은 애정과 신뢰를 보일 필요가 있다. 되새기지만 안타깝게도 축구는 11명이 뛰는 경기다. 우리는 나머지 십 수명의 선수들에 대해서도 그들이 축구화 끈을 풀 때까지 격려하고 성원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짜릿한 순간과 빛나는 열정을 선물한 선수들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사설] 정부에 부채 떠맡으라는 철도公

    사장은 4조 5000억원의 부채를 정부가 떠맡으라고 하고, 노조는 인력충원,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새달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철도공사의 모습이다. 딱하고 답답하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판단과 집행, 정치적 이해관계, 공기업의 방만경영이 얽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철도공사의 부채는 운영부채 4조 5000억원과 시설부채 5조 5000억원 등 무려 10조원에 이른다. 한해 이자만 4000여억원이다.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임은 분명하다. 철도공사는 “정부 몫인 철도건설 부채까지 부담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철도공사의 경영난에 털끝만큼도 책임질 이유가 없는 국민들로서는 부채의 주인이 누구든간에 막대한 혈세가 철도공사 빚잔치에 쓰이지나 않을까 불안하고 짜증스러울 뿐이다. 사실 철도공사의 적자는 정책적 오류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경부고속철 예상수익을 부풀린 정부와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한 정치권의 갑론을박 등으로 고속철 공사가 6년이나 늘어나고 막대한 추가비용이 발생한 것이 지금의 구조적 손실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11개의 자회사를 설립하고 러시아 유전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등 공사의 방만경영도 주된 이유라 하겠다. 정부는 이미 총리실 중심으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기금 활용과 국고채 발행 등이 검토되는 모양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철도산업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고속철 연계망 확충 등 적자구조 해결책이 따라야 한다. 호남고속철 조기착공도 재고돼야 한다. 막대한 재정소요를 감안할 때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 日 말많은 ‘여유교육’ 유지하기로

    |도쿄 이춘규특파원|‘폐지론’에 휘말렸던 일본의 ‘여유(유도리)교육’이 유지될 수 있게 됐다. 학력저하 논란 속에 여유교육의 존폐여부를 고심해 왔던 일본 문부과학성이 유지쪽에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문부과학상 자문기관인 중앙교육심의회는 13일 보고서에서 “여유교육을 계속 유지시키면서 개선해 나간다.”고 결론지었고 문부성은 이를 수용키로 한 것이다. 여유교육은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여유시간을 주고 체험·탐구 학습 등을 강화해 학생들에게 종합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자는 취지의 교육.2002년 주 5일제 수업 채택 등 ‘종합학습’이란 이름으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주 5일제 수업도 유지가 가능케 됐다. 보고서는 “교육력 향상을 위해 도입된 5일제 수업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되지는 않았지만 이는 국가적 과제로 앞으로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고서는 “국어 독해력의 저하, 규범 의식의 하락, 학습 습관이나 의욕의 불충분 등이 지적됐다.”며 일부의 우려도 반영했다. 21세기형 인재의 양성을 목표로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여유 교육이 좌초위기를 맞았던 것은 일련의 학력저하 지적 때문이다. 2004년 실시된 일부 국제학력평가에서 일본 고교 1년생의 독해력과 수학, 그리고 초·중학생의 학력저하가 드러나자 학부모와 교육전문가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여유 교육을 ‘교육적 태만’‘교육 의무의 포기’라고 비난했다. 고심하던 문부성은 전문가 자문들을 마친 뒤 일부 학력 저하 현상이 여유 교육 자체에 문제가 있기보다는 여유 교육의 시행 과정에서 서투른 탓이라고 결론지었다. 학부모들의 이해 부족과 교사들의 잘못된 방식으로 학력저하가 생겼다고 잠정 결론지은 것이다. 자문위원회 보고서도 “본격시행 3년 만에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고 여유 교육 폐지를 운운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학습지도요령의 기본적인 취지 자체는 옳다.”면서 “이는 향후에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자문위원회의 평가다. 그러나 자문위원회는 “기초적인 지식이나 기능, 스스로 배워서 생각하는 힘을 육성하자는 목적이 충분히 달성되지 않고 있다.”면서 문제점을 점진적으로 고쳐나가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총 수업시간 문제도 향후 조정하기로 했다. 역시 갑론을박의 논란 속에 있는 초등학교 영어교육도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전면도입 여부 등에는 결정을 보류했다. 한편 이같은 보고서의 결론과 문부성의 입장에 대해 산케이신문은 14일 여유 교육의 취지와 방식을 충실하게 보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여유교육과 학력저하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불식시키기에는 거리가 있다고 꼬집었다.taein@seoul.co.kr
  • [사설] 유 복지내정자에 쏟아진 우려와 질책

    어제 국회 장관후보 인사청문회에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여야의원들의 열띤 자질 공방이 펼쳐졌다. 국민연금 미납에서부터 건강보험료 축소 납부, 서울대 민간인 폭행사건 연루, 학력 허위기재, 말 바꾸기 등 갖가지 의혹과 논란이 제기됐고 여야의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표적 논란인 국민연금 미납과 관련해 유 내정자는 “직장을 그만둔 뒤 한동안 연금을 내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고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민연금을 개혁할 자격이 없다고 공세를 폈고, 열린우리당은 관계법령의 허점 등을 들어 그를 두둔했다. 국민연금도 제때 안 내고 어떻게 복지부장관으로서 국민연금을 개혁할 수 있겠느냐는 주장은 수긍할 측면이 없지 않다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이 높아가는 상황에서 복지부장관으로서 국민적 반발을 살 소지가 크다. 학력 허위기재나 이중 소득공제 같은 문제들도 고의 여부를 떠나 흠결임이 분명하다고 하겠다. 우리는 그러나 이런 문제보다 더 심각한 유 내정자의 흠결은 일부 여당의원들조차 고개를 돌릴 정도로 정치권 전반의 정서적 거부감이 크다는 데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그가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 대한 질시라기보다는 그의 독선적 언행에서 비롯된 자업자득의 성격이 짙다고 하겠다. 노 대통령조차 그의 냉소적 태도를 우려했을 정도로, 겸양과 거리가 먼 그의 인간관, 사회관이 우려되는 것이다. 복지부장관은 그 누구보다 사회통합적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감안할 때 과연 그가 적임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과거 인신공격적 언행에 대해 청문회에서 사과했다지만 진정성이 의심되는 것이 현실이다. 유 내정자 인선 공방은 근원적으로 노 대통령의 개각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이뤄진 데 기인한다. 노 대통령이 말한 대로 당에 앉아있을 수도, 서있을 수도 없어서 그를 장관에 임명키로 했다면, 이는 문제이다. 이런 모든 흠결에도 불구하고 유 내정자만이 연금개혁의 유일한 대안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 [막오른 공무원노조 시대] 합법·법외노조 양립조짐 ‘새 불씨’

    [막오른 공무원노조 시대] 합법·법외노조 양립조짐 ‘새 불씨’

    공무원의 노조활동이 오는 28일부터 합법화된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공무원노조에 대해 법적으로 활동을 허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무원노조법 시행령을 의결하는 등 합법화에 대비한 준비를 끝냈다. 하지만 기존 공무원노조들은 합법화가 되어도 설립신고 없이 ‘법외노조’로 활동하겠다고 버티는 반면 정부는 법외노조로 남으면 ‘불법단체’로 규정, 강력히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혀 양쪽의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공무원 노조 합법화의 의미와 공무원단체의 움직임, 노동계에 미칠 파장을 점검해본다. “물가인상과 민간기업 근로자의 임금인상을 고려해 기본급 대비 최소한 5%는 인상이 되어야 합니다.”(공무원노조 교섭대표) “무슨 말입니까.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의 임금은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은 공무원 급여의 인상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행정자치부장관) 정부 교섭대표와 공무원노조 교섭대표가 민간기업의 노사협상처럼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아 공무원 봉급인상률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가상도다. ●공무원 봉급도 ‘노사협상’시대 합법적 공무원노조가 출범하면 노조는 보수와 복지, 근무조건을 놓고 정부에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기존에는 정부가 자체적으로 안을 마련했지만, 이제는 노조와 협상이 필수적이다. 중앙부처 관계자는 “앞으로는 공무원의 보수와 복지문제는 국민뿐 아니라 공무원노조도 설득시켜야 한다.”면서 “제도를 만들 때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부는 보수나 복지 등 예산이나 법령이 수반되는 경우, 노사합의사항을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국회 통과를 위해 성실히 노력하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조가 공무원의 단체교섭권을 완전히 보장하지 않는다고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선에선 “글쎄요. 달라질게…” 일반 공무원들은 ‘냉랭한’ 분위기다. 서울시 하위직 공무원인 A씨는 “직원들은 공무원노조 합법화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무원이라는 성격상 일반 기업체처럼 노조에 대한 생각이 적극적이지 않고, 가입에 한계도 있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반면 기존 조직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에서 활동하는 서울 자치구의 B씨는 “전공노와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법외 노조로 남기로 한 만큼 노동 3권 쟁취를 위한 투쟁은 거세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협,“노조 전환 고심” 직장협의회는 가장 고민이 크다. 노조활동이 합법화됐다지만, 가입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노조로 전환하면 직장협의회 회원 가운데도 상당수가 노조활동을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노조설립 신고를 내면 공직사회에서 ‘배신자’ 또는 ‘어용’으로 몰릴 수 있다. 그렇다고 노조로 전환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의 권익보호에 ‘나몰라라.’하는 꼴이 된다. 행정자치부 직장협의회가 25일까지 노조전환을 놓고 설문조사를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행자부 고응석 직협회장은 “대다수의 직장협의회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면서 “우리는 구성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시 직장협의회 등 7개 직협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노조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합법화되더라도 노조설립 신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직협 형태를 유지하면서 법외노조로 남는 이중적인 형태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노조가 합법화되더라도 직협은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부처 직협 관계자는 “이미 회원들에게 이같은 입장을 공지한 상태”라면서 “노조로 전환되더라도 당장은 설립신고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한 노조 관계자도 “현재의 분위기에서 노조 설립신고를 하면 어용으로 몰린다.”면서 “당분간은 설립 신고 여부를 놓고 정부와 줄다리기가 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법외노조는 불법단체” 정부는 법외 노조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이미 행자부·중앙인사위원회 등 45개 부처에 노조 전담인력을 배치했다. 또 250개 지방자치단체에도 모두 515명의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은 전공노와 공노총 등의 법외노조도 인정했지만, 합법화된 뒤에도 설립신고를 하지 않고 활동하면 불법단체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장협의회도 그동안에는 활동범위 밖에서 움직이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했지만 ‘직협과 법외노조’의 ‘한 지붕 두 살림’을 한다면 엄중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김후년의 클럽하우스] 떼거리 골프 투어 “이제 그만”

    주변을 둘러보면 얼굴이 까만 구릿빛으로 변한 사람이 부쩍 늘었다. 가을 시즌 종료 이후 일정을 맞춰온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해외 골프투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신문 지상에는 ‘파라다이스’로 떠날 것을 유혹하는 광고와 기사가 넘쳐난다. 이달 말 설을 전후해 해외 골프투어가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지만 벌써부터 인천 공항 출국장엔 골프백을 싸짊어지고 탑승을 기다리는 골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개인적인 선호도나 동행하는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투어 목적지가 결정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뭐래도 비용이다. 괌이나 사이판·일본 등 가족 위주의 여행을 즐기는 휴양지보다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또 추가 경비를 조금만 더 부담한다면 36홀 이상의 무제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동남아, 그중에서도 밤문화의 짜릿함까지 만끽할 수 있는 태국을 찾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해외 투어의 ‘떼거리 문화’를 척결해야 한다는 따가운 지적도 늘고 있다. 예전에 견줘 외국 여행이 한결 쉽고 간편해졌지만 소풍가는 어린 학생들처럼 설렘 그 자체의 마음가짐으로 해방감을 만끽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 비행기에 오르기 전부터 면세점에 들려 양주를 꿰차는 것은 기본이고 어디에서건 거친 소리가 난무한다. 돈으로 안되는 일이 어디 있느냐고 큰소리치기 일쑤다. 평소 착실하고 모범적이던 가장들도 떼를 지어 우르르 몰려다니는 해외 골프투어에 나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목소리도 높아진다. 머나먼 타국의 클럽하우스에서는 물론 코스 곳곳에서도 한국말이 큰 소리로 메아리친다. 저녁 무렵이 되면 뙤약볕 아래서 하루종일 샷에 시달린 골퍼들의 피곤한 몸엔 오히려 활기가 더 넘쳐난다. 싱싱한 해산물이 곁들여진 푸짐한 만찬과 안주가 2차·3차를 유혹하는 것. 이때쯤이면 골프 투어를 떠나기 전 비용을 놓고 갑론을박하던 사람들마저 지갑을 활짝 열어젖히고 흥청망청 돈을 뿌려댄다. 이른바 ‘19홀’, 주지육림과 환락의 시간이다. 매년 이맘때 국내 가정에 불화가 쌓이고 일부 특정(?)병원과 의원들이 특수를 누리는, 울지도 웃지도 못할 사연들의 시발점이다. 일부 몰지각한 골퍼들의 선동에 의해 자행되는 떼거리문화. 올 겨울엔 반드시 없어져야 할 구시대의 잔재다.골프 칼럼니스트 golf21@golf21.com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9)지배층의 편에 선 정치적 예언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9)지배층의 편에 선 정치적 예언

    역사를 보면 기성세력이 예언의 힘을 빌린 경우도 적지 않았다. 민심이 흉흉할 때, 국가가 누란(累卵)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그들은 예언서를 끄집어내 “이렇게 하면 아무 문제도 없다.”는 식으로 나왔다.‘정감록’이 주로 권력에 도전하는 사람들 편에서 이용돼 온 것과는 사뭇 다르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기성세력은 주로 국도(國都)에 관한 풍수설을 자주 꺼냈다. 이런 논의를 주도한 이들은 술관(術官)이었는데, 고려 인종 때 백수한과 묘청이 수도를 평양으로 옮기자고 주장한 일은 너무도 유명하다. 이른바 묘청의 서경 천도설이다. 이것은 이미 다각도로 다룬 적이 있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밖에 어느 곳에 별궁(別宮)을 지으면 나라의 수명이 연장된다거나, 양경제(兩京制 수도를 둘로 함) 또는 삼경제(三京制)를 실시해야 나라가 무사태평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일단 이런 주장이 제기되면 술관들 사이에선 격렬한 갑론을박(甲論乙駁)이 되풀이되었고, 그 여파로 한동안 조정이 양분되기도 했다. 민심을 달래려는 정략적인 의도에서 임시방편적인 조치가 강구되기도 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특히 조선 후기엔 예언서에 관한 논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민심을 가라앉히는데 더욱 효과적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것은 기성세력이 예언서를 대하는 근본 태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징후로 봐야 한다. ●강화도 연기설과 술관 백승현 13세기, 고려사회는 몽골의 침입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고종(1213∼1259) 때는 사태가 심각했다. 몽골군의 침략을 피해 조정은 수도 개경을 버리고 강화로 피란을 가게 됐다. 국운이 다했다는 소문이 온 나라에 퍼졌고 신하들의 사기도 저하되었다. 왕은 무엇이 됐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이 때 풍수를 업으로 삼은 백승현이란 술관이 고종의 뜻을 알아차리고 왕업을 연장시킬 방도를 제시했다.“혈구사(穴口寺)에 들러 ‘법화경’을 강론하시면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삼랑성 등에 궁궐을 짓는다면 영통한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백승현은 국교인 불법과 풍수설의 위력을 빌려 사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종은 내심 백승현의 주장에 찬동했다. 당시엔 심리적인 방법 외에 따로 마땅한 대책이 있을 리 없었다. 왕은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재상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다음 최고급 술관들에게 백승현의 건의사항 특히, 임시궁궐을 짓는 문제에 대해 찬반토론을 하게 했다. 일대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백승현은 이 자리에서 ‘마타도록’, 불경, 음양서 및 각종 예언을 자유자재로 인용하여 왕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의 견해를 반대하던 경유 등은 말이 막혀 입을 다물었다. 결국 백승현의 건의대로 삼랑성과 신니동에 궁궐을 건설하게 되었다.(‘고려사’, 권 123) 그러나 궁궐공사는 시작만 하였을 뿐 제대로 추진되기 어려웠다. 많은 인력과 재물이 투입되는 큰 공사인 만큼 도리어 국력이 소진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뒤 고종은 승하했고 원종이 왕위에 올랐다. 몽골과의 전쟁은 아직 지속되고 있었다. 원종5년(1264년) 몽골은 고려의 왕더러 몸소 입조(入朝)하라고 요구하였다. 백승현은 당시의 실권자 김준(金俊)을 통하여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만약 마리산(摩利山·마니산이라고도 함)의 산성 주변에 못을 판 다음 왕께서 친히 제사 지내시고, 또 삼랑성과 신니동에 임시 궁궐을 만들고, 친히 대불정에서 오성도량(五星道場·해와 달을 비롯한 다섯 별들을 위한 기도)을 마련하신다면 금년 8월이 되기 전에 징험이 나타날 것입니다. 몸소 입조하라는 말은 아예 사라질 것입니다. 또한 삼한이란 이름을 바꿔 진단(震旦)이라 부르면 큰 나라가 조공을 바치러 올 것입니다.” 원종은 백승현의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그래서 내시대장군(內侍大將軍) 조문주를 비롯한 여러 신하들에게 명령해 임시 궁궐을 짓게 했다. 가뜩이나 조정의 세입이 부족한데 궁궐공사를 벌이고 대규모 불사(佛事)를 벌이고 한다는 것은 도리어 백성을 괴롭히는 일이 아닌가, 하는 판단을 하는 관리가 있었다. 예부시랑 김궤였다. 그는 어느 재상에게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털어놓았다.“혈구산은 사실 흉산입니다. 그러나 요망한 백승현은 그곳에 대일왕(大日王 태양신)이 항상 머무른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는 일찍이 고종께 아뢰기를, 혈구사를 지어 고종의 옷과 혁대를 가져다 두면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한 지 얼마 안 되어 왕께서 승하하셨습니다. 지금 또 감히 요망한 말을 지어내서 임시 궁궐을 짓자 하고, 혈구사에 임금님이 몸소 대일왕을 위해 도량을 차려야 한다고 하니 말도 안 됩니다.” 김궤는 그 재상더러 국정의 실권자인 김준에게 고해, 백승현의 말을 물리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려사’, 권 123) 이 말을 전해 들은 김준은 김궤를 죽이려 했다. 까짓 돈이 얼마 드느냐가 큰 문제는 아니었다. 과연 백승현의 제안이 옳은가, 하는 문제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행사를 벌임으로써 고려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백승현의 예언이 들어맞았다고 볼 수 있을까. 그의 주장과는 달리 원종은 몽골에 항복했고, 몽골인 왕비를 맞아들이는 처지가 되었다. 김준도 비명에 횡사했고, 조정은 강화도를 떠나 개경으로 다시 돌아갔다. 고려라는 나라가 완전히 망하지는 않았지만 망한 거나 별반 차이는 없었다. 그렇다면 백승현 효과는 그야말로 일시적이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장은 아직 살아 있다. 강화도 혈구산에 대일왕, 즉 태양신이 머문다는 백승현의 견해는 현재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 혈구산은 강화도의 주산(主山)인데, 그 남쪽에 마니산이 있다. 그 산 꼭대기에 유명한 참성단이 있다.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전설이 남아 있는 곳인데, 이를 통해 우리는 강화도가 하늘 또는 태양신과 밀접한 관계로 인식됨을 알 수 있다. 지금도 해마다 참성단에서 채화된 불을 가져다 전국체전에 봉화로 사용할 정도다. 또한 혈구산 등이 최고의 명산이란 백승현의 주장이 후대에 널리 전승되어 ‘정감록’에도 강화도는 전국의 길지(吉地) 가운데 하나로 이름이 올라 있다. ●조선 광해군 때의 교하 천도설 임진왜란으로 국토가 잿더미로 변했다. 그러자 그간 수백 년 동안 잠잠했던 천도설이 다시 조정에 등장했다. 광해 4년(1612) 술관 이의신이 상소를 올려 한양을 버리고 천하제일의 길지인 경기도 교하(交河)로 수도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얼마 전 왜란에 이어 몇 차례 반역사건이 발생한 이유, 조정이 동인과 서인으로 나뉜 까닭, 그리고 한양 주변의 산이 황폐해진 것도 한양의 지기(地氣)가 쇠약해진 때문이라고 했다. 광해군은 이 말에 솔깃했다. 허균을 비롯한 일부 관리들도 수도 이전에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힘을 얻은 왕은 예조에 명령해 수도이전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해 보라 했다. 그러나 예조 판서 이정구(李廷龜)는 반론을 전개했다. 우선 풍수설이란 것이 유교경전과 무관해 믿을 만한 근거가 도무지 전혀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의신이 문제로 삼은 한양은 지세가 평탄해 편리하고, 전국각지와 교통망이 발달해 있으며 주변에 비옥한 토지가 많아 물산이 풍부하고 성곽도 잘 갖춰져 있어 흠잡을 데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수도로서의 조건이 완비돼 있어 조선을 다녀간 중국의 많은 사신들도 한양의 수려함을 칭찬했다고 주장한다. “왜란은 국제질서에 관계된 것이며, 역적이 일어난 것은 수도와 관계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도끼를 들고 산에 들어가지 않으면 수풀은 절로 무성해집니다. 국운을 생각한다면 백성을 사랑하고 풍속을 두터이 하며, 내정을 잘 닦고 외적을 물리치는 것뿐입니다. 이 도리에 어긋나면 해마다 도읍을 옮기더라도 위기와 난리만 불러들일 것입니다.” 이런 식의 반론이 고려 공민왕 때는 불가능했다. 고려 고종이나 원종 때도 물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예언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술관들이 검토해야 할 일종의 전문분야였다. 그러나 조선시대엔 달랐다. 모든 중요한 문제는 성리학자들이 담당했다. 더 이상 풍수설과 도참설이 판단의 기준은 아니었다.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이 절대적인 척도였다. ●발상의 전환 이정구는 바로 그런 입장에서 일체의 예언을 근거 없는 미신으로 간주해 몽땅 부정해 버렸다. 그가 사물을 판단하는 기준은 공리성과 합리성이다. 이것은 역사상 일대 전환을 뜻한다. 고대의 왕과 대신들은 기꺼이 예언가 노릇을 차지했다. 고려 말까지도 왕과 대신들은 예언의 위력을 빌려 정권의 안정을 꾀했다. 남의 나라 일이라곤 하지만,20세기 후반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국가의 중요한 일을 점성술사와 상의했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어쨌거나 17세기 조선의 성리학자 이정구는 예언을 정치의 장에서 몰아냈다. 본심이야 어쨌든 광해군도 이정구의 견해에 반대의사를 제기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예언이 주렁주렁 매달린 뽕나무 밭이 변해, 이제 합리성의 푸른 바다가 된 셈인가. 세월이 가면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이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신돈·공민왕 ‘도선비기’ 이용 망국론 잠재워 요즘 MBC가 고려말 승려였던 신돈을 재조명하는 드라마 ‘신돈’을 방영하고 있다. 그는 과연 ‘희대의 요승’인가 아니면 ‘실패한 혁신가’인가. 고려 말, 공민왕은 몽골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왕은 승려 출신 신돈을 내세워 내정을 혁신하고, 정권을 농단해온 무장(武將) 세력을 숙청하는 등 여러 면에서 새로운 정치를 꾀했다. 그러나 귀족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고, 여러 차례 홍건적과 왜구의 침공이 잇따르는 등 애로가 많았다. 공민왕과 그를 최측근에서 보좌한 신돈은 정권의 안정을 위해 여러모로 예언을 이용하고자 했다. 신돈과 공민왕이 예언설에 집착하게 된 데는 사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외우내환이 겹쳤고 혁신정치를 추진하느라 불만세력이 발생한데다, 항간에 고려가 곧 망한다는 끔찍한 소문이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수를 써서 든 국면전환이 이뤄져야만 했다. 이에 신돈은 ‘도선비기’(道詵記)를 살폈다. 여기서 그는 송도의 운수가 쇠진된다는 설(松都氣衰之說)을 거꾸로 이용했다. 신돈은 왕에게 천도를 권하였다. 왕은 그에게 명령하여 평양으로 가서 지맥을 살펴보게 하였다. 그러나 신돈은 진심으로 도읍을 옮길 생각을 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시늉을 하며 잠시 민중의 마음을 떠 본 것에 지나지 않았다. 과연 신돈은 심리전술의 대가였다. 자신이 승려출신이라 유교를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학자들을 널리 포용하기 위해 약간의 잔재주를 피우기도 했다. 공민왕이 성균관을 지으라고 명령하자 그는 여러 유신(儒臣)들과 함께 성균관의 옛 터를 둘러보았다. 신돈은 모자를 벗고 머리를 땅바닥에 조아리며 공자에게 맹세했다.“온 마음을 다하여 성균관을 다시 짓겠습니다.” 공민왕 18년(1369), 신돈은 그동안 자신이 추진해온 개혁정치가 한계에 도달하자 또 다시 천도론을 펼쳤다. 이번에는 평양이 아니라 충주였다. 공민왕은 그에 반대했다. 신돈에 대한 의심을 노골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궁지에 몰린 신돈은 핑계를 찾아냈다. 개성은 바닷가에 가까운 관계로 왜구가 쳐들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륙지방이자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충주가 수도로 적격이란 것이었다. 공민왕은 여러 생각 끝에 교서(敎書)를 내려 수도 문제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정리했다.“옛날에 우리 태조는 매번 소해, 용해, 양해 그리고 개해마다 삼소(三蘇)를 돌아가며 머물렀다. 나도 장차 평양에 갔다 금강산을 거쳐 충주에 머물려고 한다.”서울은 개성으로 묶어 두되 평양, 금강산 및 충주를 이른바 세 군데 명당으로 삼아 돌아가며 머물겠다고 한 것이다. 왕의 원거리 순행은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는 큰일이었다. 여행경비가 만만치 않은 것은 물론이고, 일행이 머물 시설을 새로 짓는 문제, 도로를 닦는 작업이 뒤따랐다. 더욱이 왕은 자신이 머물 이궁(離宮)은 물론 죽은 왕비를 위해 공주혼전(公主魂殿)까지 짓게 하였다. 그 바람에 평양과 충주의 백성들은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었다. 국운을 연장해 보겠다고 벌인 공사 때문에 자칫하면 민심이 이반되어 도리어 국운이 위태해질 가능성마저 커졌다. 얼마 후 공민왕은 자신의 결정이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책동한 신돈을 더욱 의심하게 되었다. 이때를 기다린 술관 진영서가 왕에게 아뢰었다.“요즘은 한낮에도 태백성이 보입니다. 게다가 흉년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길하고 움직이면 흉합니다.” 이 말을 듣고 왕은 어째서 이렇게 늦게 그런 사실을 아뢰느냐며 평양과 충주 순행계획을 모두 파기해 버렸다. 모든 공사가 중지된 것은 물론이다. 공민왕은 남달리 영리했지만 본래 의심이 많고 잔인한 성격이었다 한다. 제아무리 심복 대신이라도 권력이 커지기만 하면 꺼려해서 반드시 제거했다. 신돈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국 역모를 꾸몄다는 죄명으로 왕은 신돈을 없애 버린다. 그러던 왕 역시 어느 신하의 칼끝에 쓰러진다. 공민왕과 신돈은 한 때 개혁정치의 동반자로, 갖은 예언설까지 끌어다 국운을 연장하려 애썼지만, 실은 제 한 목숨도 온전히 지켜내지 못했다.
  • [사설] 北 인권, 핵 해결 걸림돌 안돼야

    북한 인권 문제가 결국 유엔총회에까지 오르게 됐다. 엊그제 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이 북한인권결의안을 유엔총회에 제출함에 따라 오는 23일 폐막 전까지 채택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대북(對北) 인권결의안이 유엔총회에 상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세차례의 유엔 인권위 결의안에 비해 무게와 파장이 더욱 크다 하겠다. 북한의 인권상황은 굳이 유엔 결의안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심각한 수준이다. 사상과 종교의 자유가 제한받고 있는 것은 물론 불법구금과 강제노역, 공개처형 등 숱한 인권 침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식량난으로 주민들은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척박한 북한 주민들의 인권 환경을 개선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당연하며,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다만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것은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이 한반도의 최우선 과제인 북핵 해결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유엔이 대북결의안을 논의하게 될 시점은 북핵 해결 실천방안을 다루는 5차 6자회담 기간과 겹친다. 북한과 미국이 경수로 지원과 핵 폐기의 우선 순위를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북한인권문제가 제기되고, 양측이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 든다면 북핵 문제는 더욱 꼬일 수도 있다. 북한 인권과 북핵 문제는 무엇이 먼저라 할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들이다. 그러나 의욕만 앞세워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 한다면 자칫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 못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하루아침에 개선하기 어려운 것이 북한 인권임을 감안한다면 우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북핵 해결을 북한 인권 개선의 지름길로 삼자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의 논점은 정부의 유엔 대북결의안 참여 여부가 아니라 어떤 선택이 북핵 해결과 북한 인권 개선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냉철히 따지는 일이어야 한다고 본다. 결의안에 찬성하느냐, 기권하느냐만 놓고 갑론을박한다면 결과적으로 북한 인권 개선에도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 무기력한 유엔 60돌

    유엔이 24일로 60번째 생일을 맞지만 앞날은 여전히 우울하다. 유엔 개혁, 테러 및 질병퇴치 등 당면 과제는 산적한데 처리는 요원한 까닭이다. 구심점 없이 늘어나기만 하는 ‘사공’들로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는 형편이다. 회원국이 191개 나라로 늘어난 양적 팽창 속에서 구성원간 첨예한 이견을 통합·조정할 능력은 날로 떨어져 무기력 속에 빠졌다는 평이다. 지난달 유엔 창설 60주년을 기념해 뉴욕서 열린 170개국 정상회담이 ‘갑론을박’ 끝에 성과 없이 막을 내린 것은 유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독일, 일본, 브라질, 인도 등 이른바 ‘G4’가 안보리 확대 개편을 들고 나오며 유엔 개혁안에 불을 붙였으나 이탈리아 등 12개 중견국가들은 안보리 증설을 반대하면서 제동을 건 상태다. 무엇보다 유엔의 제도는 6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아 국제관계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코피 아난 사무총장 주도로 유엔 개혁안이 마련됐지만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제자리 걸음이다. 개혁안은 상임 인권이사회 설치, 안보리 확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유엔은 창설 후 국제사회에서 일방주의가 아닌 다자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외교의 장으로 폭넓은 활동을 보여온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최근 무기력한 모습을 계속 보여줌으로써 ‘존재의 이유’에 회의감만 들게 하고 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2007년 대·총선 동시실시를”

    ‘2007년 11월, 대선·총선 동시 실시→2008년 2월1일,17대 대통령 및 18대 국회 임기 개시.’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이 23일 제안한 ‘개헌론 로드맵’이다.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공식 거론할 예정이다. 권 의원의 개헌론은 당론과는 관계 없이 개인 차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담고 있어 당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제안대로 하면 노무현 대통령과 17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모두 줄어들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권 의원은 대정부질문에 앞서 미리 배포한 원고를 통해 이같은 제안을 하면서 “올해 정기국회에서 헌법 논의를 시작하자.”고 주장했다.2006년 지방선거 이후에 하자는 한나라당의 당론과 거리가 있다. 그는 “올 정기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헌법학자 및 정치학자로 구성되는 정치 전문가 중심의 ‘헌법연구회’를 국회의장 직속으로 설치하자.”고 주장했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서울광장] 독일 대연정, 그 수준과 다름/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독일 대연정, 그 수준과 다름/진경호 논설위원

    독일과 일본의 조기 총선이 막을 내렸다. 의회 해산이라는 초강수를 던진 끝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화려한 압승을 거둔 반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퇴진했다. 일본에선 고이즈미의 대대적인 자민당 내부수리가 시작됐고, 독일은 진통을 거듭하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내세운 대연정 체제가 들어섰다. 이들 지도자의 엇갈린 운명과 두 나라의 정국 흐름은 극적인 반전과 복잡한 구성을 담고 있어 보는 재미가 드라마 못지 않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노 대통령의 반응이다. 고이즈미의 압승에는 별 말이 없었건만 독일 대연정에 대해선 “유럽 정치의 수준을 보여줬다.”고 평가한 것이다. 부럽다던 슈뢰더의 정치생명이 끝장났는 데도 말이다. 중도퇴진 가능성까지도 내비치며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의할 때의 논거로 이 말을 따지면 아마도 정치 지도자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좌·우 이념의 정당이 경제회생을 위해 손을 맞잡는 정치문화,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정치구조를 ‘높은 정치수준’으로 보는 듯하다.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기자실을 찾아 노 대통령의 이 말씀을 전했다는데 지시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의미있다고 판단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대통령이 정치의 수준을 언급했다니 짚어야 할 점이 있는 듯싶다. 우선 독일 대연정 자체는 ‘수준’을 논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프랑스 동거정부든, 독일 대연정이든, 우리의 대통령 단임제든 다 그 나라의 역사와 정치토양, 정치문화를 배경으로 한 존재 이유를 지닌다. 지고지선(至高至善)의 제도는 없으며,‘수준’보다 ‘다름’의 문제에 가깝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노 대통령이 일본 자민당 개혁은 제쳐 놓고 독일 대연정을 높은 수준으로 평가한 데는 나름의 목적의식이 있어 보인다. 즉 고이즈미식 리모델링, 즉 정치개혁보다는 독일 대연정에 버금가는 리스트럭처링, 즉 정치판 새로짜기에 관심을 두고 있고, 이를 위한 정지작업 차원에서 독일 대연정을 언급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우리 정치를 지금 개·보수해야 하느냐, 아니면 재건축 정도로 확 뜯어고쳐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정치판 새로짜기를 시도할 생각이라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옳다 그르다를 따질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무엇이든 당위성과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추진동력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독일 대연정에서 평가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성사 자체가 아니라 이에 이르기까지 좌·우 정파가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양보한 과정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독일 대연정은 노 대통령에게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교훈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3당 합당이나 DJP연합에 대해 국민들의 기억은 그리 좋지 않다. 국민통합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은 정권 획득의 수단들에 불과했음을 똑똑히 목도한 국민들이다. 이런 국민들에게 다시 국민통합을 앞세워 새판짜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면 과거 YS나 DJ가 했던 몇 배 이상으로 진심을 내보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대통령은 21세기에 있는데 국민들은 여전히 유신시대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는 식의 발상이나 대통령직을 끼워 대연정 카드를 불쑥 내밀고는 선택을 강요하는 자세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이 이왕 정치구조 개편과 관련해 대연정 후속 카드를 제시할 뜻이라면 보다 우리 토양에 맞는 한국형 모델을 제시하고, 그 당위성을 설명할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클릭 이슈] 민주노총 분열 심화

    [클릭 이슈] 민주노총 분열 심화

    시한부인 민주노총 이수호 체제가 벼랑끝에 몰렸다. 지난 11일 ‘하반기 투쟁 후 조기선거’라는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의로 위기가 수습되는 듯했으나 강·온파간의 내부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불안한 동거´ 조만간 청산 가능성 특히 이수호 집행부의 ‘사회적 대화’를 반대하며 극렬하게 저항했던 중앙파와 현장파 등 민주노총 내 강경세력들은 현 지도부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며칠 동안의 ‘불안한 동거’는 조만간 청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황이 급반전되자 한시적으로 이수호 체제를 인정했던 일부 단위연맹조차 전폭적인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중집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던 금속산업연맹(중앙파) 내부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몸은 몰라도 마음까지 가긴 어려워 보인다. 금속연맹 홍광표 사무처장은 “(중집의 결정이)잘못된 결정일지라도 논란을 벌이지 말고 투쟁하자고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수호 체제의 한시적 인정이 전체 의견은 아니라는 얘기다. 일단 중집결정을 존중하겠지만 하반기 투쟁인 비정규직법안 및 노사관계 로드맵 투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처장은 “당분간 노선투쟁은 지양하겠지만 차기 선거에 대한 논의는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내에서 가장 큰 세력 중의 하나인 공공연맹(중앙파)은 13일 이수호 체제에 대한 파상적인 공세에 나섰다. 이성우 사무처장은 “총연맹의 난국수습 노력이 미흡하다.”면서 “현 집행부의 단호한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공연맹은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서 “민주노총 집행부는 중앙집행위를 소집해 사퇴냐 아니냐를 놓고 갑론을박하며 분열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줬다.”며 “비리를 저지른 개인(강승규 수석부위원장)에 대한 징계 차원을 떠나 집행부로서 책임지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집행부의 결단만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수위를 높였다. 말이 결단이지 사실상 퇴진 요구다. 중집회의 때 이수호 지도부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이경수 전 충남지역본부장은 “하반기 투쟁을 이끌고 조기선거를 치르겠다는 이 위원장의 발표내용은 중집 결정이 아니다.”면서 “이 위원장이 직무정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법안 등 하반기 투쟁이 올 12월 말에 끝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내년 1월 선거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현장파 “집행부 즉각 사퇴를” 민주노총 내 최강성 세력인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현장파)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하반기 투쟁에 전 조합원들이 나설 것을 촉구하면서도 현 집행부와 함께 투쟁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전노투는 “사업주로부터 돈을 받은 집행부가 투쟁을 책임지겠다는 것을 어떻게 믿으란 말이냐.”며 “사회적 교섭, 임원의 비리 등으로 노조운동을 위기로 몰아넣은 책임을 지고 (이수호 집행부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장파인 ‘노동자의 힘’도 민주노총 지도부의 하반기 투쟁 후 조기선거 방침을 대중적 기만으로 간주했다. 현 집행부의 즉각적인 총사퇴만이 조합원과 전체 노동자에 대해 진정으로 책임지는 자세며 조직혁신의 출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처럼 민주노총 내 강경파가 강 수석부위원장의 비리사건을 계기로 전면에 부상함으로써 시한부 이수호 체제는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북핵 6자타결 이후] 새 경수로 대신 신포경수로 부활?

    [북핵 6자타결 이후] 새 경수로 대신 신포경수로 부활?

    9·19 공동성명이 나온 이후 대북 경수로 제공 시점을 둘러싸고 북·미간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우리의 대북 송전 제안으로 종료가 선언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신포 경수로 건설이 ‘부활’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높아지고 있다. 오는 26∼27일 뉴욕에서 열릴 KEDO 집행이사회에서 신포경수로 운명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제네바합의 옥동자가 6자회담의 양자로? 신포 경수로는 1차 핵위기 결과인 94년 북·미 제네바 핵합의 산물. 여기에 2005년 6자 회담이라는 모자를 씌우고 재원 조달과 운영 방식을 발전적으로 조정하면, 남북한과 미국 일본 등 모두의 ‘윈·윈’의 게임이 된다는 논리를 펴는 이들이 많다. 북한은 회담 기간 중 경수로의 ‘공동 관리와 사찰 허용’을 이미 천명했다. 물론 대북 추가 지원 규모를 놓고 논란은 있겠지만, 신포경수로를 6자가 공동관리하는 형식,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하에 폐연료봉을 직접 해외에 반출하는 식으로 안전망을 친다면 굳이 신포를 놔두고 새 경수로를 지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신포 경수로라야 하는 이유 세종연구소 백학순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21일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IAEA의 안전조치 협정을 이행한 뒤 경수로를 제공받아야 한다.”면서 “그렇다면 입지적·경제적·역사적인 측면에서 신포경수로를 부활시키는 게 가장 낫다.”고 말했다. 먼저 지형적 입지. 신포는 북한이 80년대 러시아와 원자로 제공 협의를 할 때부터 안전한 지형으로 찾아낸 부지란 게 백 실장 설명이다. 그는 “미국이 신포경수로 건설을 중단시킨 이유가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핵개발로 제네바 핵합의를 위반했다는 것인데, 이번 공동성명에 모든 핵프로그램을 포기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신포 건설 불가’의 전제 조건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국 현재까지 70%, 약 12억달러 부담 경제적인 측면도 크다. 우리가 쏟아부은 돈은 무려 11억 2000만달러.97년 8월 공사가 시작돼 2003년 12월 중단됐다. 공정률은 34.5%로, 공사를 재개하면 5년 후인 2011년께 완공된다는 분석이다. 총 사업비는 46억달러(4조 7000억원)인데 이미 15억 4000달러가 투입됐다. 콘크리트 타설은 끝났고, 주요 부품인 터빈제작을 이미 두산중공업에서 70% 마친 상태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하반기 경제운용대책 살펴보니 대부분 ‘空約’

    ●수도권에 관광단지-부처간 합의 안돼정부가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키고 불안한 내수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지난 7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의 핵심 부분들이 말만 거창한 ‘공약(空約)성 정책’으로 확인됐다. 20일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보건복지부·환경부·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환경보전 대책을 전제로 수도권에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 해외로 빠져나가는 수요를 국내로 전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자연보전권역에서는 6만㎡ 이내로 제한된 관광단지의 조성 규모에 대한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내에 합의가 이뤄진 것은 전혀 없으며, 자연보전권역에서 대규모 관광단지에 대한 규제를 풀 필요성을 지금도 못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재경부와 문화관광부가 규제 완화를 요구했으나 당시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환경보전뿐 아니라 국토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들도 수도권에 대규모 관광단지가 들어서는 방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형성 지원사업-예산 안잡혀 표류 정부는 또 근로소득이 있는 저소득층이 저축을 할 경우 정부와 민간기금으로 저축 원금의 2배를 3년 뒤 지원해 주는 ‘자산형성 지원사업(IDA)’을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본사업이 시행될 경우 2조∼3조원의 예산이 든다.”며 내년 예산안에서 IDA 시범사업을 아예 제외시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에 필요한 3년간의 예산 69억원 가운데 1차적으로 내년에 쓸 23억원을 요청했는데 아무런 근거도 없이 2조∼3조원을 내세우면서 예산을 뺐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수도권 첨단공장 신설 허용 문제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당초 8월 말까지 선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부처간 협의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산업단지를 만든 뒤 기업의 개별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정부 일각에서는 수도권 첨단공장 신설이 시급한 문제인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주무부처 못 정해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12월 수도권발전 종합대책에서 전반적인 허용 여부를 결정할 텐데 굳이 상징적인 차원에서 개별기업에 미리 허용해줄 필요가 있느냐.”고 말해 한 부총리와는 대조적인 시각을 보였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된 어린이집 기본보조금 지원책은 예산상의 문제로 겉돌고 있다. 복지부는 어린이집 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5년간 2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기획예산처는 이같은 금액이 어린이집 운영을 위한 인건비에 쓰이는지, 아니면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 개선에 쓰이는지 입증하라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국무조정실의 한 관계자는 “특히 올해 하반기에 ‘장애인차별 금지법’을 제정키로 했으나 주무부처를 아직 정하지 못해 법 제정이 표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나 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맡아야 하는데 자처하는 부처가 한 군데도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재경부의 고위관계자는 “관계부처간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확정된 정책이 없지 않다.”면서 “그러나 대부분은 당초 발표한 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염주영칼럼]쌀개방과 농촌의 희망 찾기

    [염주영칼럼]쌀개방과 농촌의 희망 찾기

    쌀협상이 끝난 지 1년이 다 가도록 국회가 비준을 못하고 있다. 농민들이 비준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쌀협상 비준거부=개방 저지’라고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국회가 비준을 안 하면 국내 쌀시장은 ‘관세화 방식’이 적용된다. 이것은 쌀도 일반 농산물과 동일하게 취급해 관세를 물려 수입을 자유화하는 것이다. 관세를 얼마나 물릴지는 연내 이뤄질 후속 협상에서 결정된다. 국회가 비준을 하는 경우 개방폭은 오는 2014년에 국내시장의 8% 수준으로 확대된다. 따라서 현재 농민들이 벌이고 있는 쌀협상 비준 거부 투쟁은 무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투쟁이 성공해 국회 비준을 저지한다 해도 농민들이 얻을 건 별로 없을 것이다. 국회가 비준을 하든 안 하든 수입쌀시장은 상당폭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에 마치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정부와 국회, 농민 모두가 매달려 갑론을박을 하며 시간과 정력을 허비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여기에는 세계무역의 객관적 정세를 외면하고 인기발언에만 급급해 농민들에게 실현 불가능한 기대를 갖게 한 정부와 일부 정치인들의 잘못이 크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허비할 시간과 정력이 있다면 물 건너간 쌀개방 저지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농민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데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 대안은 개방화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농촌의 새로운 생존전략을 개발하는 일이다. 농촌의 희망 찾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 농민 모두가 차분하게 미래를 짚어보아야 할 때이다. 문제는 쌀에서 그 희망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농업소득의 절반을 차지하는 쌀의 미래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쌀은 시장 개방과 소비 감소라는 두개의 적으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장 개방의 위험성만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비 감소가 훨씬 심각하다. 농민들은 매년 대략 500만t의 쌀을 생산해 7조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개방으로 매년 0.4%씩 시장을 외국에 내줘야 하고, 쌀 소비량은 매년 2∼3%씩 줄어들고 있다. 두가지 요인을 합치면 매년 3% 정도 소득결손이 생기게 된다.10년후에는 쌀에서만 연간 2조원의 소득결손이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쌀에만 의존한다면 농민들은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쌀 이외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원, 즉 ‘포스트 쌀’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는 감성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쌀을 바라보아야만 합리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쌀이 여전히 주식인 만큼 생산기반이 일시에 무너지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되지만 그렇다고 농민들에게 쌀농사만 지으라고 권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그런 관점에서 신지식 농업인들의 등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브랜드로 승부하는 친환경·고부가가치 농업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농업과 2차산업을 결합한 전통식품업이나 농업과 3차산업을 결합한 농가체험관광 등도 ‘포스트 쌀’로 적극 육성해나가야 한다. 국내시장을 외국산 농산물에 내줘야 하는 만큼 수출농업을 육성해 해외에서 그만큼의 시장을 되찾아오는 방안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화훼산업은 중국과 일본 시장 진출 유망품목이다. 이밖에 비농업 분야의 소득원 개발도 중요하다. 소득이 농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 농업이냐 비농업이냐를 따질 이유는 없을 것이다.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우리 도시 10년 후에도 경쟁력 있을까/서울신문 좋은도시 만들기 특별취재팀 지음

    도시문제만큼 복잡하고도 민감한 문제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새로운 정책이 나올 때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갑론을박하기 일쑤이고,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청계천이 복원되고, 보도를 설치하는 육교 대신 횡단보도를 넓히는 등 보행자를 배려하는 쪽으로 우리 도시도 변하고는 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 실정. ‘서울신문 좋은 도시 만들기 특별취재팀’이 현장 취재와 전문가들의 연구성과 등을 묶어 낸 ‘우리도시 10년 후에도 경쟁력 있을까’(범한서적주식회사)는 우리 도시가 안고 있는 복잡한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 보는 데 참고가 될 만한 책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서울신문에 연재된 ‘좋은 도시 만들기’특집 기사를 뼈대로 했다. 책에선 일조량, 임대아파트와 소셜믹스, 뉴타운, 초고층 아파트 등 최근 도시문제 관련 주요 쟁점들과 함께 미국과 북유럽, 서유럽 등 선진국의 도시개발 사례들을 소개한다. 특히 정부의 8·31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시선이 몰려 있는 뉴타운 개발과 관련, 투기바람과 고비용 사업에 따른 부작용 등 불거지는 문제들을 다각도로 살펴본다.1만 3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사설] 盧·朴회담, 국민혼란 끝내라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단독회담을 갖기로 합의함으로써 정국이 중대 기로를 맞게 됐다.“권력을 통째로라도 넘겨줄테니 지역구도 극복 방안을 논의하자.”는 대통령과 “연정론은 정략에 불과한 것으로, 받을 생각이 없다.”는 제1야당 대표의 회담이다. 당장 연정론의 향배뿐 아니라 참여정부 후반기 국정 전반이 이 회담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정국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을 국민과 함께 환영한다. 참여정부 들어 처음이라니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다행이다. 다만 우리는 만나는 것보다 어떻게 헤어지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연정론을 둘러싼 정국혼란이 정해진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노 대통령이 대연정을 정식 제의하고, 박 대표가 이를 거듭 거부하면서 여야가 극한대치로 치닫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엊그제 중앙언론사 논설위원 간담회에서 “(연정 제의에)응답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은 정치적 수세를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이 거부할 경우에 대해서는 “전략이 전혀 없다고도, 다 있다고도 할 수 없다.”고 말해 어느 정도의 복안이 있음을 내비쳤다. 회담 제의가 ‘연정 구상’의 한 수순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에 맞서 박 대표 역시 연정 제의를 거부할 뜻을 거듭 밝혀왔다. 당론이나 다름없는 입장인 만큼 한번의 회담으로 자세를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최고 지도자 회담이 참여정부 후반기 극한대치 정국을 여는 첫 걸음이 돼서는 안된다. 정치권 전체가 연정의 늪에 빠져 갑론을박해도 좋을 만큼 이 나라 경제와 민생이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서민들은 “경제 좀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부동산 문제와 불법도청 처리 등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매듭지어야 할 과제다. 연정을 받니 마니 하는 차원을 넘어 민생을 살피고, 지역구도를 극복할 합리적 대안을 모색함으로써 국민들이 느끼는 혼란을 끝내는 자리가 되길 고대한다.
  • 한나라 주류 ‘연정론’ 무대응 확인

    한나라 주류 ‘연정론’ 무대응 확인

    ‘혁신(革新)’. 한나라당이 30일 강원도 홍천에서 이틀 동안의 의원연찬회에 돌입,‘알을 깨고’ 거듭날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연정론 무대응 대세 속에 일각선 정면 돌파론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등 국정 현안과 관련, 지도부의 ‘무대응 전략’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수요모임 대표인 박형준 의원은 “단기적으로는 무시 전략이 맞지만 중장기적으로 저들의 정략을 차단하기에 적절치 않다.”며 “국회에 특별기구를 구성, 개헌을 공론화하는 정공법을 구사하자.”고 주장했다. 남경필 의원도 “일일이 대응하면 말려들 수 있으니 개헌 논의로 당당히 대응하자.”고 가세했다. 반면 이강두 최고위원은 “연정은 법 체제에도 맞지 않다.”며 “당분간 예의주시하면서 무관심·무대응으로 맞서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형근 의원도 “가만히 놔두고 우리 갈 길 가는 게 적적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도 “연정과 관련해서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면서 “더 이상 대응하지 않는 게 당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혁신안 추인 놓고 신경전 ‘대선 1년 6개월전 당권·대권 분리’ ‘조기 전당대회’ 등을 골자로 한 혁신위안은 연찬회 이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수요모임이나 비주류 성향의 국가발전연구회 소속 의원들은 가감없는 ‘전폭 수용’을 촉구했고, 친박(親朴·친 박근혜 대표)성향 의원들은 ‘지도부 흔들기’라며 맞섰다. 박 대표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혁신안과 관련 어떤 예단도 하지 않겠다.”며 “토론 내용을 다 받아들이고 충실히 실천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권철현 의원은 “박 대표가 혁신안을 수용한 뒤 구성원들을 설득해주길 요청한다.”며 “제2기,3기 혁신위를 만들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토론회 직전 기자들에게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조율한 뒤 운영위원회에서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법·부동산정책 이견 속출 의원들은 앞서 9월 정기국회에 대비, 주요 쟁점 법안을 검토했다. 안상수 의원은 “불법도청 특검법안은 소급 입법이라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에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원 의원은 분양권 전매 제한과 분양원가 공시 문제 등 부동산대책 특위가 마련한 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홍천 이종수 전광삼기자 vielee@seoul.co.kr
  • [사설] 해괴하게 돌아가는 도청사건

    불법도청 사건의 흐름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이래서야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겠나 싶게 석연치 않은 상황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선 전직 국정원장 3명의 국정원장 항의성 면담이 그렇다. 이들은 면담에서 자신들의 재임 기간 불법도청이 없었다면서 국정원의 발표내용을 강도 높게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이 전·현직 국정원장들이 모여 네탓 내탓 해가며 갑론을박할 사안인가. 밀실에서 압력 넣고 흥정이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전직 국정원장들이 할 일은 후임 국정원장에게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불법도청의 진상을 있는 그대로 고해하는 것이다. 추가적인 집단행동도 할 수 있다고 했다는데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김승규 국정원장의 발언도 잘못되기는 마찬가지다. 정권 차원이 아닌 실무선의 도청이라고 했다는데 수사도 하기 전에 그렇게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인가. 과거 정권의 일이라지만 엄연히 피의자 격인 국정원이 자신의 범법사실과 죄목을 이렇게 재단하고 설명하듯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실 이 문제는 김 원장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 발표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반발하자 노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 차원의 도청’으로 규정하며 그의 ‘결백’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검찰에 수사의 한계선을 그어준 것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이번 사건이 전·현 정권간의 대립구도로 흐르는 점이 우려스럽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어제 김 전 대통령을 문병했지만, 수사가 진행 중인 마당에 DJ 달래기식의 이런 행동들은 자제돼야 한다. 검찰 수사 또한 거듭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천용택 전 국정원장을 소환하는 등 불법도청에는 팔을 걷어붙이면서도 X파일의 내용은 애써 외면하는 눈치다. 전·현직 검찰간부 7명의 떡값 수수의혹까지 제기됐는데도 검찰은 정녕 독수독과론의 우산 밑에만 머물러 있을 것인가. 특별법이다 특검법이다 하며 부지하세월의 공방에만 빠져 있는 정치권이 그저 한심하고 딱할 뿐이다.
  • [옴부즈맨칼럼] 연정론과 재외동포법/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 교수

    지난 한 주는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한 ‘연정론’을 놓고 크게 술렁거렸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연정(연합정부)론은 향후 정치구도의 개편과 연계된 사안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연정 논란의 불씨를 댕긴 것은 7월4일 서울신문이 1면에 단독으로 보도한 ‘노 대통령, 연정이라도 해야’라는 기사였다. 발빠른 취재와 대통령의 발언에서 쟁점을 끌어내 공론화시킨 점이 돋보인 보도였다. 이후 서울신문은 연정론에 대한 후속 기사를 연속으로 내보냄으로써 관련보도를 주도했다. 대통령의 연정에 대한 과거 발언에서부터 여야의 반응과 대응, 그리고 향후 시나리오까지 심층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지나친 추론에 근거한 기사는 단독보도의 빛을 가리는 옥의 티였다. 대통령의 발언이고,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할지라도 향후 진행될 연정의 시나리오까지 보도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서울신문은 ‘의회해산’ 과 ‘내각제’(7월6일자)의 진행가능성과 ‘차기 대권 주자의 반응’(7월7일자)까지 보도했다. 7월5일자 ‘정책공조→소연정·대연정→내각제 개헌’이라는 기사에서는 노 대통령의 장단기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기사에는 “거의 없는 것 같다.”,“갖고 있었던 것 같다.”,“가능성도 없지 않다.”,“소지도 안고 있다.”와 같은 추측성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사실에 근거한 취재를 통해 후속보도를 이끌어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정론과 비교되는 보도가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던 ‘재외동포법’에 관한 기사이다.‘재외동포법’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발의하여 부결된 법안이다. 이 법안의 정식 명칭은 ‘재외 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이다. 서울신문 6월30일자의 보도에 따르면 이 법안은 “이중국적인 남성이 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하면 재외동포의 자격과 혜택을 박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인터넷에서는 네티즌들간에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텔레비전에서는 이 문제를 뉴스뿐만 아니라 시사다큐와 시사토론회를 통해 심층적으로 다룰 정도로 반향이 컸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법안이 어떤 취지에서 발의되었고, 무슨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알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네티즌들간에는 이 법안의 내용과 효과에 대해 논쟁이 분분하였다. 텔레비전 토론에서는 출연자들간에 법안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혼란의 일차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와 관계없이 신문들은 이 법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신문의 보도내용은 법안이 부결되었고, 이를 둘러싸고 의원들간의 갈등이 있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지면을 통한 해설과 심층 보도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서울신문에서는 이 사안과 관련,‘국적포기 단죄 수포로, 재외동포법안 부결’(6월30일자),‘여, 재외 동포법 부결 후폭풍’(7월1일자),‘재외동포법 대안 싸고 논란’(7월2일자) 등의 기사를 게재했다. 하지만 이들 기사 중 어디에도 재외동포법이 어떤 법안이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재외동포법은 국민들의 관심사인 병역문제가 핵심 쟁점이다. 그런데도 보도내용은 정치권의 행위와 갈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법안 부결과 관련한 정치권의 동향을 주로 보도했다. 따라서 신문보도만으로는 왜 재외동포법이 문제가 되는지, 그리고 그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 없었다. 주요 사건에 대한 해설과 예측을 통해 독자들에게 사건의 진행에 대응하도록 하는 것은 신문의 중요한 역할이다. 사건의 핵심 쟁점과 주요 의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제시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독자를 위해서는 사실에 근거하여 사건을 보도하고 예측해야 한다. 신문의 저널리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반면 인터넷 저널리즘과 영상저널리즘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사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절제된 해설은 신문이 다른 매체에 대한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 교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