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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儒林 속 한자이야기] (144) 時享(시향)

    儒林(711)에는 ‘時享’(때 시/제사지낼 향)이 나오는데,‘시월 보름날을 전후하여 祖上神(조상신)에게 지내는 제사’로 時祭(시제)라고도 한다. ‘時’는 본래 ‘日’(날 일)’과 ‘止’(발자욱 지)가 합하여 ‘계절’의 뜻을 나타냈다.‘때’‘시간’과 같은 뜻도 派生(파생)하였다.音符(음부)에 해당하는 ‘寺’는 변신을 거듭하여 ‘들다’라는 뜻에서 ‘모시다’의 뜻이, 다시 ‘官廳(관청)의 이름’을 나타냈다.後漢(후한)의 明帝(명제)는 인도에서 온 僧侶(승려)들을 위하여 郊外(교외)에 白馬寺(백마사)라는 客舍(객사)를 마련하였는데, 이것이 중국 최초의 ‘사찰’이다. 用例(용례)에는 ‘晩時之歎(만시지탄:시기에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하는 탄식),時代錯誤(시대착오:변화된 새로운 시대의 풍조에 낡고 뒤떨어진 생각이나 생활 방식으로 대처하는 일),時宜適切(시의적절:당시의 사정에 꼭 알맞음) 등이 있다. ‘享’은 祖上神(조상신)을 모신 장소인 宗廟(종묘)를 본뜬 象形(상형)으로 ‘바치다’의 뜻을 나타냈다. 조상에게 음식을 바치면 福(복)을 받아 일이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싹트면서 ‘형통하다’의 뜻으로도 쓰였다.用例로 ‘享年(향년:한평생 살아 누린 나이),享樂(향락:즐거움을 누림),享祀(향사:제사),配享(배향:공신의 신주를 종묘에 모시는 일. 학덕이 있는 사람의 신주를 문묘나 사당, 서원 등에 모시는 일)’ 등이 있다. 인류가 원시적인 생활을 할 때 천재 지변이나 사나운 맹수의 공격과 질병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天地(천지),深水(심수),巨木(거목),山川(산천) 등에 절차를 갖춰 빌었던 데에서 祭祀(제사)가 시작되었다. 유교적인 조상숭배의 제도로 변하면서 그 儀式(의식) 節次(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까다로워 전문가들 사이에도 甲論乙駁(갑론을박)의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조상신에 대한 제사는 대체적으로 삼국시대부터 의례의 형태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性理學(성리학)의 수입과 더불어 朱子家禮(주자가례)가 보급되면서 家廟(가묘)의 설치와 같은 일대 변혁을 예고하였다. 조선 초기에는 불교의례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유교식 의례가 널리 통용되지는 않았다.四代封祀(사대봉사),五代 이상 時祭가 일반화된 것은 16세기 이후의 일이다. 祭禮는 절차와 규정의 복잡성 만큼이나 종류도 다양하다. 초하루 보름에 사당에서 올리는 朔望祭(삭망제)를 비롯하여 집안의 大小事(대소사)를 사당에 알리는 告由祭(고유제), 설과 추석에 행하는 茶禮(차례),端午(단오)나 流頭(유두)와 같은 각종 名節에 행하는 世俗(세속) 節祀(절사),封祀(봉사) 대상의 忌日(기일)에 올리는 忌祭祀(기제사),春夏秋冬(춘하추동) 四時節(사시절)의 仲月(중월)에 올리는 時祭, 시월에 5대 이상의 묘소에서 올리는 歲一祀(세일사)인 時享(시향) 등이 그것이다.祭禮의 일차적 목적은 報本反始(보본반시:지금의 나와 내 존재의 연원인 조상이나 천지만물의 은의에 감사를 표하는 것)에 있다. 진지하고 경건한 자세로 같이 참여하기 때문에 구성원간의 不信(불신)이나 葛藤(갈등)이 사라지고 和合(화합)의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김석제 경기도군포의왕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Book Review]“소극적 자유는 이미 낡은 사고”

    당신은 아이 둘 키우는 월수입 250만원의 가장이다. 빠듯한 살림이지만 똘똘한 애들 키우는 낙에 산다. 어느 날 이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던 온화한 표정의 한 자유주의자가 당신 귀에다 이렇게 속삭인다. “당신은 강남 최고급 아파트에 살 자유에다 사교육까지 마음껏 시킬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또 대학은 물론, 원한다면 유학까지 보낼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자유대한이거든요.” 당신은 어떻게 할까. 아마 “약 올리냐.”며 화낼 것이다. 주먹 안 나간 게 다행일 지 모른다. 사회경제적 제약을 생각하지 않는 자유란 헛소리다. 이 때문에 ‘개인’에서 출발한 자유주의는 ‘사회’로 보폭을 넓혀갔다. 아예 모든 사회경제적 제약에서 해방시켜 주겠다는 자유주의의 별종도 나왔다. 사회주의다. 그러나 사회주의는 이 해방을 위해 모두의 희생을 요구하더니 결국 모두의 자유를 갉아먹어 버렸다. 멀리 갈 것 없이 북한이 그렇다. 이런 사회주의와 차별성을 강조하려다 보니 자유주의는 외려 점점 줄어들었다.‘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주의 지킴이’라는 희한한 논리도 여기서 나왔다. 사회주의가 사라진 이 마당에, 이제 자유주의도 광폭행보를 보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사야 벌린의 지적 유산’(서유경 옮김·동아시아 펴냄)은 이 주제를 다룬 책이다. 이사야 벌린은 자유주의의 뿌리로 ‘다원주의’를 제시하고, 우리가 도덕교과서에서 배웠던 ‘소극적 자유’(개인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사회적 자유) 개념을 유행시킨 대표적인 정치철학자이다. 비판도 많다. 전 세계를 떠받칠 수 있는 단 하나의 원칙이란 없다며 ‘근본적(Radical) 다원주의’를 내세워 놓고는 구체적 방법론은 나몰라라 한 채 소극적 자유주의로 움츠러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민족주의를 탐탁지 않게 여기면서도 정작 시오니즘과 이스라엘 건국은 옹호했다는 사실이다.1909년 러시아 변방에서 태어난, 나치·소련·냉전을 겪은 유태인으로서의 한계일 수 있다. 책은 1998년 이사야 벌린 서거 1주년 기념 뉴욕학술대회에서 벌어진 토론을 담았다. 각각 자유주의적 다원주의와 민족주의를 다룬 1·2부와 3부는 이사야 벌린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학자들의 논쟁을 담았다. 그러나 옹호하는 학자들마저 이사야 벌린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야만 하는 위태로운 방식을 쓰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찬성이든 반대든 소극적 자유주의는 이미 낡았다는 얘기다. 특히 현대 자유주의의 대가로 꼽히는 로널드 드워킨의 송곳같은 비판은 강렬하다. 논쟁에 참가한 마이클 월저, 찰스 테일러, 토머스 네이글 등 1급 자유주의 이론가 11명의 재기 넘치는 갑론을박도 인상적이다. 또 서구 자유주의의 다양함을 소개해온 김비환 서강대 교수의 해제도 흥미롭다. 그는 논리적으로 따져봐도 자유주의를 소극적 자유에만 한정하는 것 자체가 자유주의 토대인 다원주의를 해친다고 지적하면서 “자유주의는 자신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서도 민주주의적 평등성의 원리로 스스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요즘 부쩍 불어난 한국의 자유주의자들도 혹시 스스로가 낡지 않았는지 고심해볼 만한 대목이다.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한국 정치에 여당이 있기는 한가

    여당이 보이질 않는다. 북핵 사태와 가파른 경기 하강 등 나라 안팎이 비상국면에 놓였건만 정작 나라의 중심과 방향을 잡아야 할 여당은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다. 여당의 실종, 아니 사실상 해체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엊그제 실시된 재·보선에서 여당은 종적을 감췄다. 지난해 이후 40전 전패라는 참담한 재·보선 결과 이전에 기초단체장 후보조차 내지 못한 현실은 설명할 길이 없다. 지금 나라는 북핵을 둘러싸고 중차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우리의 선택 하나하나가 나라의 성쇠를 가를 순간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집권여당은 대책은커녕 현실진단조차 못하고 있다. 포용정책의 존폐에서부터 대북제재의 수위에 이르기까지 갑론을박하기에 바쁘다. 청와대와 정부간, 정부 부처간, 당·정간, 그리고 당내에서까지 모조리 제각각이다. 신도시 개발,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경기침체 등 다른 현안들도 쌓여 있건만 여당은 조정기능을 상실했다. 사정이 이러니 지난 석달간 정책의원총회가 한번 없었고, 각 부처 장관들이 말을 뒤집고 나란히 앉아 딴소리를 해대는 것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여당 스스로의 자기부정이다.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인 정동영 전 의장이 제기하고 김근태 의장이 거든 ‘창당실패론’은 얼핏 그간의 무능과 실정에 대한 겸허한 반성처럼 들린다. 그러나 속내는 따로 있는 듯하다. 민주당과의 재통합 등 대선을 겨냥한 정계개편의 동력을 만들어 보자는 심사 말이다. 이는 자신들에게 재·보선 40전 전패의 혹독한 채찍을 가한 민의를 잘못 보는 것이다. 민심은 여당을 다시 짜라는 것이 아니라, 한번이라도 여당을 제대로 해보라는 것이다. 총체적 난국의 진앙은 북핵이 아니라 집권세력의 대응이다. 진정 재·보선 민의를 받들겠다면 참패조차 역이용하겠다는 얄팍한 계산을 접고, 북핵문제부터 차분히 합일의 대응책을 세우기 바란다.
  • [사설] 동료의원 국감 무슨 권리로 막았나

    ‘개성공단 춤 사건’을 둘러싼 국회 국방위 여야 의원들의 진흙탕 싸움이 가관이다. 엊그제 한나라당 의원들이 춤 사건 당사자인 열린우리당 원혜영 의원의 버스 승차를 거부하며 국정감사 참석을 저지하더니, 어제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한나라당측 사과를 요구하면서 국감이 파행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이 이달 초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개성공단에서 춤 춘 것을 들춰내 역공을 폈고, 이에 송 의원은 “북 핵실험 전과 후는 다르다.”고 반박했다고 한다.3류 저질 코미디가 따로 없다. 한나라당이 원 의원의 국감장행 버스 탑승을 저지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가 북핵사태의 와중에 개성공단에서 북측 인사들과 춤 춘 것이 부적절하다면 국회 윤리위 등을 통해 따지면 될 일이다. 국정감사라는 동료의 직무수행을 한나라당이 막을 권리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문제 삼아 국감을 파행으로 몰아간 여당의 행태도 한심하다. 특히 한나라당 주장처럼 여당 지도부가 먼저 원 의원 국감 불참을 약속했다면 이는 여당의 책무를 스스로 방기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춤을 췄느니, 약속을 어겼느니 하며 갑론을박하는 이들을 보면서 국민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체념일 뿐이다. 북핵사태는 여야가 이런 치졸한 공방에 매몰돼도 좋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는다면 당장 저질공방을 때려치우라. 북핵사태에 대한 초당적 협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시정잡배식 싸움으로 정치판과 국민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만은 제말 그만두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 [서울광장] 작전 없는 전시작전권 논란/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작전 없는 전시작전권 논란/진경호 논설위원

    전시작전통제권 논란이 혼란스럽다. 미국으로부터 되찾는 것인지, 미국이 돌려주는 것인지, 즉 환수인지 이양인지부터 헷갈린다.‘군사주권 회복을 통한 자주독립’처럼도 들리고,‘자주와 안보를 맞바꾸는 위험한 도박’ 같기도 하다. 여야는 물론 전문가라는 전·현직 외교관과 군 장성들끼리도 갑론을박이니, 필부들로선 뭐가 정답인지 알 길이 없다. 작통권 논란이 불 붙으면서 여권이 뽑아든 키워드는 ‘자주’였다. 한데 미국이 “2012년까지 갈 것 뭐 있느냐.2009년에 가져가라.”고 하는 바람에 이 호방한(?) 기치는 속된 말로 김이 새버렸다. 안보 불안을 내세워 반발하던 한나라당과 보수진영도 머쓱해졌다. 미국이 가져가라는 판에 정부만 붙들고 되찾지 말라고 하는 처지가 영 군색하다. 그런데도 정치판은 미국은 제쳐둔 채 좁은 울타리 안에서 자주냐, 안보냐를 놓고 치고받는데 여념이 없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 눈을 멀게 하고 국론을 쪼개기로 작심한 모습들이다. 조만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가 열리고, 여기서 작통권 이양(환수) 계획이 마련된다. 그동안 양국간 실무협의에서 마련된 얼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한·미가 풀어야 할 의문과 과제가 너무나 많다. 우선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GPR)계획과 주한미군 재배치, 한·미 연합사 작통권 이양의 삼각관계를 명쾌히 정리하고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전초기지로 전락하고, 주한미군은 남한에 기지를 둔 세계 기동군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국이 한국에 작통권을 넘겨준 뒤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동북아사령부를 구성, 한국과 일본을 그 아래 두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한미군 감축을 통해 미 지상군의 피해 부담을 줄임으로써 선제공격의 여지를 충분히 확보하려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틈만 나면 ‘우리 민족끼리’와 ‘미제 축출’을 주장하는 북한이 작통권 환수를 비난하고 있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2012년까지 목표한 매년 9% 이상의 국방비 증액이 과연 가능한지,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 안보공백은 어떻게 메울지도 답해야 한다. 참여정부 들어 경제성장률은 4% 안팎에 그쳐왔다. 반면 내년부터 복지부문의 예산비중은 지금의 25%에서 더 확대될 예정이다. 국방예산 증가의 여지가 그만큼 좁다. 매년 7% 성장이라는 대선공약조차 못 지킨 정부가 어떻게 다음 정권의 국방비 지출을 장담하는지부터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미가 다툴 문제로 여야가 다퉈서는 안된다. 작통권 환수를 놓고 대선에서의 유불리나 따지며 주판을 튕기는 한 최후의 웃음은 미국의 몫일 뿐이다. 작통권 환수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이미 현실임을 여야가 직시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더 이상 미국에다 작통권을 넘기지 말라고 조를 일이 아니다. 열린우리당도 ‘자주의 찬가’를 그만 접어야 한다. 환수인지, 이양인지부터 제대로 따지고 미국이 쉽사리 이양하는 목적을 다시 살펴야 한다. 이로 인해 변화할 동북아의 안보정세를 내다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안보 주권이 다른 형태로 침해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초당적인 대미(對美) 작전이 필요하다. 국회 특위를 만들고 정부와 함께 작전권 환수를 위한 작전회의를 시작하라.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盧정권 사람 찍힐라” 승진기피

    “盧정권 사람 찍힐라” 승진기피

    참여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심상치 않다. 성인용 오락게임인 ‘바다이야기’ 의혹 등으로 당·청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고, 민감한 정책으로 당·정·청 3각 협력체제 자체가 와해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역대 정권 최악의 지지율(10%대)을 기록하고 있는 참여정부가 ‘바다이야기’ 의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국정 표류와 함께 ‘레임덕’은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다.1997년 초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말년에 터졌던 ‘김현철 게이트’가 결국 IMF 사태로 이어졌던 국정 혼란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노무현 대통령이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코드·보은인사’를 남발하면서 민심은 격앙되고 있다.‘청와대 386’들의 지나친 정책·인사 개입으로 관료사회도 술렁거린다. 정부 부처는 청와대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민감한 정책들은 표류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조차 “정부 여당 실패의 중심에 노 대통령이 서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정·청 불협화음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집권 말기 현상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고위직 공무원들이 차기 정권을 겨냥, 승진을 기피하고 있고 청와대 파견은 아예 기피 사항이다. 청와대에서 보수 기득권 세력의 본산으로 꼽는 재정경제부의 경우 참여정부 나머지 1년4개월만 ‘조용히’ 지내자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장은 “솔직히 주요 보직에 있기보다 1년 정도 한직에 있는 게 낫다.”고 털어놓았다. 정권 교체를 상정,‘노무현 정권의 사람’이라는 말을 듣지 않겠다는 일종의 ‘보신책’인 것이다. 유진룡 전 문화부차관이 6개월 만에 도중 하차하면서 행정고시 23회인 박양우 차관이 바통을 이어받은 문화관광부의 경우 “차관 임기가 적어도 1년 이상 보장되지 않으면 국장들이 주요 보직에서 제대로 일할 수 없다.”며 승진을 꺼리는 분위기다. 정책 표류는 더욱 심각하다. 정보통신부의 경우 진대제 전 장관이 ‘10년후 먹을거리’로 추진했던 ‘IT839 정책’의 경우 집권 말기 추진력이 약해져 맥이 빠진 분위기다.‘와이브로(휴대인터넷)’와 ‘방송통신융합정책’의 경우도 당·정·청의 ‘힘겨루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과 진전이 느려졌다. 최근 발표한 4대 보험 통합 징수와 관련, 부처간 잡음도 적지 않다. 국세청 산하에 통합 징수업무를 맡을 공단을 설치하자는 기획예산처의 의견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권 말기 전형적인 부처간 알력이 표면화됐다는 지적이다. 당정 협의도 삐걱거린다.‘청와대 코드’에 맞추다 보니 제대로 결론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소주세율 인상 방안을 철회한 게 대표적이다. 올해 세제 개편안을 놓고도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폐지가 논란이 되자 여당 일각에선 벌써부터 재론 주장이 나온다. 여권도 레임덕에 대한 위기 의식이 심각하다. 당ㆍ정ㆍ청 고위급 채널인 4인 회동이 가동하기 시작했고,27일엔 청와대 정무팀 직제를 신설해 당청간 소통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9월 정기국회가 지나면 곧바로 차기 대권 경선체제다. 대통령이 정치적 시선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려우니 차분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특별취재반 정치부 박홍기 차장, 오일만 구혜영 박지연 황장석 기자 공공정책부 최광숙 조덕현 차장, 박승기 장세훈 이두걸 기자 사회부 심재억 차장, 이동구 박은호 김재천 기자 경제부 백문일 차장, 이영표 기자 산업부 정기홍 부장급, 최용규 차장, 주현진 기자
  • [사설] ‘외부선장’ 논란 벌일 때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외부선장론’으로 여당이 뒤숭숭하다. 김근태 의장 등 여당내 유력한 대선후보주자들을 앞에 두고 꺼낸 점을 들어 해석이 더욱 분분한 모양이다. 신중한 쪽은 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일이 급선무임을 강조한 원론적 발언으로 풀이한다. 반면 확대해석하는 쪽은 김 의장을 비롯해 지금 당내 인사는 대선후보로 적합하지 않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보기까지 한다. 청와대가 부랴부랴 “원론적 차원의 발언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 하다. 노 대통령이 민감한 시점에 미묘한 파장을 낳을 발언을 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당과 힘을 겨루는 차원의 언급이라면 더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이를 제 입맛대로 해석하고 네편 내편 나뉘어 갑론을박한다면 더욱 딱한 일이다. 대선은 앞으로 1년 하고도 넉 달이 남았다. 갈 길이 멀다. 당장 코 앞에는 8월 임시국회와 100일 회기의 9월 정기국회가 놓여 있다. 해를 넘기고도 진척을 보지 못한 입법현안들이 쌓여 있다. 여기에 각종 경기지표는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청와대와 여당이 집안 문제로 치고받을 때가 아닌 것이다. 한달을 끈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임면 논란에 국민들은 지쳤다. 그런데도 이번엔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 여부를 놓고 여권이 또 어떤 다툼에 휩싸일지 걱정부터 해야 할 처지다. 걸핏하면 민심을 내세우지만 정작 민심은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법무장관 인선에 있어서 당·청은 마지막까지 함께 숙고하고 결과와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외부선장 논란이나 섣부른 정계개편 논의도 끊어야 한다. 그것만이 대통령과 여권, 국정 전체의 누수를 막는 길이다. 노 대통령은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바깥에서 선장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빗대어 당부한다. 여권 모두가 맡은 본분에 최선을 다해야 떠난 민심이 돌아설 것이다.
  • [儒林 속 한자이야기] (133) 乙科(을과)

    儒林(655)에는 ‘乙科’(둘째 천간 을/과거시험 과)가 나오는데,‘조선시대 科擧(과거) 합격자를 成績(성적)에 따라 나누던 세 등급 가운데 둘째 등급’을 말한다. ‘乙’의 字源(자원)에 대해서는 ‘제비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본뜬 것’‘봄에 새싹이 돋아나는 모양’‘물고기 창자’ 등 여러 異說(이설)이 있다.用例(용례)에는 ‘甲論乙駁(갑론을박:여러 사람이 서로 주장을 내세우며 상대편을 반박함),乙夜(을야:오후 9시부터 11시 무렵으로 二更이라고도 함),乙鳥(을조:제비)’ 등이 있다. ‘科’는 익은 벼를 뜻하는 ‘禾’(화)와 곡물의 분량을 되는 용기인 말의 상형 ‘斗’(두)를 합한 글자로,‘곡식을 말로 되다’가 본 뜻이다. 후대에 ‘등급별로 나누다’‘조목’의 뜻이 파생하였다. 그밖에 ‘법’‘과거’‘웅덩이’‘할당하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용례에는 ‘科目(과목:가르치거나 배워야 할 지식 및 경험의 체계를 세분하여 계통을 세운 영역),盈科而後進(영과이후진:물은 웅덩이를 채운 뒤에 다시 흘러가듯이, 배움의 길도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닦아 나가야 한다는 말),罪科(죄과:죄와 허물을 아울러 이르는 말’ 등이 있다. 조선시대의 科擧(과거)는 성격에 따라 文(문)·武(무)·雜科(잡과)로, 시기에 따라 式年試(식년시)와 別試(별시)로 구분하였다. 과거는 3년 주기로 실시하는 式年試가 원칙이지만 상황에 따라 여러 종류의 別試를 시행하였다.別試에는 국가의 경사가 있을 경우 실시하는 慶科(경과)와 성균관 및 四學(사학)의 儒生(유생)들을 위한 謁聖試(알성시)가 있다. 이밖에도 제주도 토산물인 黃柑(황감:귤)을 進上(진상)하면 成均館(성균관) 학생들에게 頒賜(반사:임금이 녹봉이나 물건을 내려 나누어 줌)하면서 실시하는 黃柑製(황감제) 등이 있었다. 文科는 지방에서 실시한 初試(초시)와 중앙의 覆試(복시:일명 會試라고도 함)가 있고, 다시 어전에서 실시하는 殿試(전시)가 있다.武科와 雜科의 경우는 式年科 실시 전년 가을에 初試(초시)를 시행하고, 다시 그 해 봄에 覆試(복시)를 실시하여 합격자를 결정하였다.文科에서는 初試와 覆試를 막론하고 初場(초장)에서는 四書五經(사서오경)에 대한 이해를 筆記(필기)와 口頭(구두)로 평가하였고,中場(중장)에서는 賦(부)·表(표)·(전)의 문장 능력을 평가하고,終場(종장)에서는 현안에 대한 對策(대책)을 작성토록 했다.雜科(잡과)는 기술 및 기능직의 시험으로서 中人層(중인층)이 應試(응시)하는데, 분야는 譯科(역과)·醫科(의과)·陰陽科(음양과)·律學(율학)이 있었다. 합격 정원은 小科에서 각 지방을 통해 1000명을 뽑았다. 성균관에서 실시하는 覆試(복시)에서는 200명을 선발하였다. 소과에 합격하면 生員(생원)이나 進士(진사)의 칭호를 주었다. 진사는 ‘士流(사류)에 나아갔다’, 생원은 ‘성균관의 연구원이 됐다’는 뜻인 바, 후에는 진사로 일원화했다.文科의 최종 합격 정원은 성적에 따라 甲(갑)·乙(을)·丙科(병과)로 구분하였다.甲科는 최종시인 전시에서 최고 득점한 3명을 말한다. 최고 등위인 壯元(장원)에게는 종6품을 내려 弘文館(홍문관)에서 일하도록 하였다.4위부터 10위까지를 乙科(을과)라 하고 정8품의 품계를 내렸다. 나머지 23명은 丙科(병과)에 해당하는데 정9품의 품계를 주었다. 김석제 경기도군포의왕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사설] 여당이 대통령 레임덕 재촉하나

    요즘 열린우리당의 주요 당직자들의 언행이 너무 나가고 있다.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교육수장으로서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의견은 내놓을 수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인선이 확정되지 않은 법무부 장관은 다르다. 공개적으로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발언을 미리 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대통령의 레임덕을 여당 스스로 재촉해 국정이 표류하면 누가 책임질 건가.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는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문 전 수석의 기용에 당연히 찬반 견해가 있다. 반대론자들은 회전문 인사, 코드 인사를 든다. 그리고 내년 대선 때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반면 능력과 인품이 법무부 장관을 하기에 충분하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여당은 이런 여론을 종합해 청와대에 조용히 전달하면 된다. 대놓고 반대의견을 말하는 것은 인기가 떨어진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함으로써 당 지지도를 만회해 보자는 의도로 비친다. 특히 특정인의 대권욕심이 깔려 있다면 비판받아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가 모두 ‘문재인 부적격론’을 언급했다. 이에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인사권은 헌법적 권한”이라고 맞받아쳤다. 집권당과 청와대의 대화통로가 얼마나 부실하면 이렇듯 언론을 통해 갑론을박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그동안 여론과 동떨어진 행보를 해온 청와대측에 한편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청와대를 비난해야 할 의무감이라도 있는 양 행동하는 것은 여당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한계를 넘은 인사갈등을 진정시켜야 한다. 노 대통령과 김 의장이 만나도 되고, 다자 협의채널을 가동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사전검증이다. 후임자 발표에 앞서 추가 문제점은 없는지, 여론 흐름은 어떤지를 잘 살펴 김 교육부총리 인선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 [데스크시각] 자객시대와 공인의 길/구본영 정치부장

    ‘넌 눈부시지만, 난 눈물겹다.´ 이정하 시인의 시집을 새삼스럽게 들먹이려는 것은 아니다. 시인이 떠올렸을 본래 시심과는 관계없이 이 시구를 인용하려는 까닭이 있다. 상대적 박탈감과 기득권에 대한 원망어린 수사로서 이보다 더 ‘필이 꽂히는´ 표현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공직자를 비롯해 시쳇말로 ‘잘 나가는 사람’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갈수록 엄격해지는 분위기다. 정견을 달리하는 상대에 대한, 건설적 비판을 넘어 무차별적 비방 공세가 압도하는 것도 또한 현실이다. 온·오프라인에서 난무하는, 시퍼렇게 날이 선 비방과 폭로전을 보라. 그 연장선상에서 바야흐로 ‘자객들의 전성시대’가 온 듯하다. 자객이라고 해서 옛날처럼 검은 복면에 검을 든 닌자류를 상상할 필요는 없다. 정보화 시대의 자객들은 보다 세련된 방식을 사용한다. 언론을 통해 비리를 폭로하거나, 익명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만 해도 된다. 그 정도로도 정국의 물꼬를 확 바꾸거나, 정치적 경쟁자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청와대 전 정태인 국민경제비서관이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말 역점사업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제동을 거는 내부 폭로자로 등장했다. 지난 4월 “한·미 FTA 추진은 임기 안에 업적을 남기려는 노 대통령의 조급증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부터다. 이는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FTA에 대한 여론을 반전시키는 데는 일조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낙마 사태를 보자. 청와대가 여당 일각에서조차 반대하는 인사를 강행, 정치판에서 갑론을박이벌어질 때만 해도 ‘통과 의례’려니 했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누군가 언론에 그의 논문 표절 의혹과 중복 게재 사실을 제보하면서 일은 꼬이기 시작했다.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결국 그의 중도하차로 이어졌다. 수해 지역인 정선에서 한나라당 경기도당 간부들이 벌인 ‘배짱 골프’ 사건도 마찬가지다. 언론의 취재망에 걸려들지만 않았으면 아무 일없이 넘어갔을지도 모를 사안이었지만,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으면서 정국의 큰 변수가 됐다.7·26재보선에서 한나라당 싹쓸이 승리가 무산되고, 성북을에서 민주당 조순형 후보의 승리에도 기여했다. 공인들의 입장에서 굳이 역지사지하자면 우리 사회 도처에 함정과 복병이 널려 있다. 자신이 이미 기득권자가 된 사실을 망각하는 순간 예기치 않게 저격수로부터 직격탄을 맞거나, 유탄을 맞을 개연성은 언제나 있다. 김 교육부총리는 “이런 식으로 (논문의 각주까지)검증하면 교수 출신은 아무도 장관 못한다.”고 푸념을 했다고 한다. 수해 골프로 한나라당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당사자들도 당내 비주류의 음모가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그들은 주류인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었다. 하지만 공인들이 자신의 치부를 제보하는 자객을 원망한거나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본말을 전도하는 일이다. 공개적 비판을 받았든, 익명 폭로에 당했든 원인을 제공한 자신부터 돌아보는 것이 온당하다는 뜻이다. 공직자는 매사에 옷깃을 여미고 도덕성으로 무장하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세상이 됐다. 그런 엄격한 자기 관리가 싫으면 공인이 될 욕심을 버려야 된다. 물론 한·미 FTA 추진과정서 불거진 논란은 이와는 다른 문제일 것이다. 정책 추진자의 도덕성과는 연관성이 없는 까닭이다. 더욱이 대외 의존도가 70%가 넘는 우리가 언제까지 개방 대신 쇄국을 고집할 순 없다는 논리도 일정부분 설득력이 있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청와대 전직 참모가 등을 돌려 ‘친정’의 정책목표에 비수를 꽂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준다. 국가의 명운을 건 정책을 성급히 추진한 방증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미 FTA가 진정한 추진력을 확보하려면 정부는 협상시한에 쫓겨 밀어붙이기보다는 활발한 자체 토론으로 이론 재무장과 함께 내부 폭로자의 출현부터 막아야 될 듯싶다. 구본영 정치부장 kby7@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K-리그 청사진’ 기술축구에 있다

    지금 K-리그 각 구단은 하반기 리그를 준비 중이다. 부산 아이파크처럼 새 감독을 영입한 팀이 있는가 하면 취약한 포지션을 채우기 위해 유능한 선수를 이적시켜 전력 강화를 꾀하는 팀도 있다. 화제는 단연 수원 삼성의 이관우다. 그는 이전 소속팀인 대전 시티즌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2001년 대전에 입단,5년 동안 공격의 중추 역할을 했고 대표팀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거스 히딩크와 본프레레, 아드보카트 등 역대 대표팀 감독들이 그의 기술에 혀를 내둘렀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뼈아픈 부상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지는 못했다. 이 탓에 “체력이 약하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다. 순식간에 경기의 흐름을 뒤집는 천재적인 테크니션이지만 90분 동안 전천후로 활약하기에는 무리라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은 물론, 대전을 지휘했던 감독들은 하나같이 이러한 평가를 일축한다.‘전천후 압박 축구’라는 대세 때문에 지능적으로 90분을 효과적으로 뛰는 이관우와 같은 테크니션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반론이다. 나는 이관우 선수에 대한 이러한 엇갈린 평가가 한국 축구의 미래를 가늠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한다. 요컨대 이관우에 대한 심오한 의견들은 결국 “우리 축구 문화에서 기술축구는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함축하고 있어서다. 몇 해 전만 해도 한국 축구는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 사정만큼이나 처절하고 심각했다. 공은 놓쳐도 사람은 잡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백태클에 퇴장을 불사하는 축구가 오랫동안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그러다 두 차례의 월드컵을 치르고 몇몇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해 선진축구의 흐름과 문화를 다양하게 흡수하면서 이제는 ‘기술축구가 관건’이라는 화두를 집어들게 된 것이다. 지금은 이관우를 정점으로 갑론을박하고 있지만 1998년 월드컵 직후에는 ‘잊혀진 천재 미드필더’ 김병수가 화제에 올랐고,2002년 이후에는 ‘패스의 달인’ 윤정환이 있었다. 이런 테크니션들에 대한 추억과 평가가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는 건 그만큼 우리 축구가 ‘투지와 근성’ 대신 섬세한 기술축구로 발전해야 하지 않느냐는 조심스러운 소망 때문이다. 이관우 개인이 다시 ‘그라운드의 디자이너’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그러나 그보다는 강철같은 투지와 근성이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대접받는 K-리그에서 과연 그와 같은 테크니션이 어떻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지 한국축구가 더욱 처절히 고민해야 할 숙제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씨줄날줄] 광복절 특사/진경호 논설위원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그리스의 패권을 다투던 기원전 5세기. 스파르타에 패한 아테네에 ‘30인 참주’가 다스리는 친 스파르타 정권이 집권한다. 그러나 폭정이 도를 넘으면서 몇 년 만에 아테네엔 새로운 민주적 형태의 정부가 들어선다. 폭정을 일삼은 이들 서른 명의 참주를 처형하라는 민중의 요구가 거세게 일면서 이들의 목숨은 풍전등화의 처지에 놓인다. 그러나 새 정부는 뜻밖의 조치를 내린다. 처벌은 물론 재판조차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인류 역사상 국가 차원에서 처음 이뤄진 사면(赦免)으로 전해지는 내용이다. 100여년이 흐른 기원전 250년 중국에서도 최초의 사면이 이뤄진다. 진(秦)나라 효문왕이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기에 앞서 정적들의 죄를 사하고 벼슬을 내려준 것이다. 아테네의 경우 나라가 둘로 쪼개질 것을 우려했다면, 진나라는 취약한 아들의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면이 쓰였다. 왕권과 사면은 이렇게 수천년을 함께 해왔다. 법치국가가 들어선 지금도 사면은 핵심적인 국가통치수단이다.“세상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져야 한다.”며 사면을 법치주의의 최대 위협으로 간주한 칸트와 벤담 등 법철학자의 저항이 거셌지만 지금껏 대통령이나 총리의 사면권을 금한 나라는 찾기 어렵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1948년 8월30일 제정한 법률 제2호 사면법을 강산이 여섯번 변한 지금까지 단 한 차례 개정 없이 지켜오고 있다. 언도(선고), 형무소(교도소) 등 법안의 용어가 고색창연하지만 그 효력은 맹위를 떨친다.3·1절과 8·15광복절 등 주요 경축일엔 어김없이 대통령 특별사면이 단행되고,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끊이질 않는다. 대사면 이듬해엔 교통사고율이 5%포인트 정도 올라간다는 주장도 있는 걸 보면 사면은 화해보다 박탈감, 거부감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지는 상황이다. 비리권력자 봐주기로 남용되면서 국민통합 대신 권력기반 강화의 수단으로 악용돼 온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8·15대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정부 수립후 90번째 사면이다. 재작년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사면법 개정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으나 사면의 그 강렬한 유혹을 뿌리칠 권력은 찾기 어려울 듯하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美 ‘농산물 지키기’ 협상 판 깼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지난 23∼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6개국 각료회의가 결렬된 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이 즉각 협상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지난해 말에서 올해까지로 연기된 DDA 협상 시한은 다시 지키기 어렵게 됐다. ●코너에 몰린 미국이 협상을 깨뜨려 이번 각료회의에선 미국과 EU가 농산물 국내보조금 감축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미국은 EU의 보조금이 가장 많은 만큼 기존의 75%까지 보조금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EU는 70%로 맞섰다. 반면 EU는 미국에 60% 감축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53%만 제시했다. 농산물 관세 감축의 경우 EU는 지난해까지는 39%를 고수했으나 이번에는 이보다 높은 51%를 제시했다. 이는 농산물 수출개도국(G20)이 요구한 54% 감축에 근접한 것으로,EU는 상당 수준 양보한 셈이다. 하지만 호주는 EU와 미국에 더 높은 비율의 관세와 보조금 감축을 요구했다. 결국 EU와 호주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미국은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갔다. 미국은 특히 “개도국에 민감·특별품목 등을 예외로 인정해 주는 것은 관세 감축을 통한 무역자유화에 허점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타래처럼 꼬인 이해관계 때문에 합의점 찾지 못해 이번 회의는 선진국과 개도국,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 등을 대표한 6개국만 모였는데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14시간 동안 격론을 벌였음에도 당초 논의하기로 했던 비농산물(공산품) 관세감축 문제는 한마디도 꺼내지 못해 협상의 어려움을 더했다. 이 때문에 라미 사무총장은 전체 회원국을 상대로 소집한 ‘긴급 무역협상위원회’에서 “6개국이 서로의 탓만 하고 있어 입장을 정리할 시간과 신축성이 필요하다.”면서 “협상의 진전 여부는 회원국들의 손에 달렸다.”고 밝혔다. 농림부 관계자는 “DDA 협상은 149개국의 이해 관계가 복잡한 데다 관세 감축 이외에도 관세 상한선 설정과 관세 구간의 범위 등을 놓고 의견차가 커 당분간은 협상 재개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 결렬이 아니라 중단이기 때문에 각국의 기존 입장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8월까지 선진국들은 휴가철이다. 또한 라미 사무총장이 회원국에 책임이 있다고 말해 중재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 미국이 물밑 접촉을 시사했으나 현실적으로 연내 ‘세부원칙’ 타결은 물건너 갔다는 지적이다. 또한 내년 7월에는 미 부시 행정부의 신속협상권한(TPA)이 끝난다. 이 때문에 협상 일정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DDA 전체 협상이 타결될 공산이 적다. 지난 2001년 9월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한 DDA 협상은 지난해 말까지 세부원칙을 타결하고 올해 각국이 이행계획서를 제출, 올해까지 전체 협상을 끝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3년 멕시코 칸쿤 각료회의가 결렬됐고, 지난해 홍콩 각료회의에서도 세부원칙을 이끌어내지 못해 지난 4월과 6월로 시한이 늦춰졌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도하라운드(DDA)란 도하라운드는 2001년 11월14일 카타르 도하 각료회의에서 합의된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다자간 무역협상을 뜻한다. 우루과이라운드(UR)의 맥을 잇는다. 무역장벽을 낮춰 세계 가난한 국가에 혜택을 주자는 뜻에서 ‘개발’ 라운드로도 불렸다. DDA 협상은 농수산과 공산품 분야, 서비스업으로 나눠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농업의 경우 ▲관세감축과 개도국 지위 등의 시장접근분야 ▲국내 보조금 분야 ▲식량원조 규제 등으로 이뤄졌다. ■ 협상일지 ▲2001.11 카타르 도하서 출범 ▲2003.9 멕시코 칸쿤각료회담 개도국 대표들 협상장 퇴장으로 결렬 ▲2004.7 제네바서 협상 재출범 ▲2005.7 글렌이글스 G8회담서 도하라운드 타결 의지 천명 ▲2005.10 미국, 농업보조금 문제 첫 제안,EU 관세인하 대응안 제시 ▲2005.12 홍콩 각료회담 진전없이 종료 ▲2006.7.16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G8 정상회담서 협상 타결의지 재천명 ▲2005.7.24 G6각료회의서 협상 결렬
  • [중계석] 북한 내구력, 쿠바와 비교 ‘갑론을박’

    북한 김정일 체제는 언제까지 지탱될 수 있을까. 체제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체제변화가 일어난다면 어떤 방식이 될까. 대진대 통일대학원은 지난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북한을 쿠바와 비교해 가면‘북한체제의 내구력 분석’을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가져 관심을 모았다. 위로부터의 체제이행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과 이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다음은 토론회 발언 요지. ●최완규 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주제발표 북한과 쿠바는 옛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붕괴된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북한에서는 생필품과 에너지 부족,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했고, 쿠바에서는 생필품과 에너지난으로 수도인 아바나가 공포와 좌절의 도시로 전락했다. 하지만 북한과 쿠바에서는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한 지배세력의 본격적인 개혁·개방정책이나 경제적 궁핍에 항의하는 대중시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북한과 쿠바는 정치체제의 성격이 비슷하고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존 체제와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유사성을 갖고 있다. 당면한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방식과 과정도 유사하다. 북한과 쿠바의 체제 성격상 위로부터의 체제이행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대세력이 형성될 여지가 매우 적고 지배집단내의 타협과 협상을 주도할 수 있는 온건파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도 없다. 북한과 쿠바에서 체제이행은 결국 밑으로부터 혁명에 의해 추동될 수밖에 없다. 밑으로부터의 혁명에 의한 체제이행은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가능하다. 첫째는 대다수 주민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행동으로 체제이행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행동을 전국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정보통신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북한과 쿠바는 이런 체제이행의 핵심적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북한과 쿠바는 체제이행의 조건뿐 아니라 주민들을 통제하고 자발적 동의를 유도해 낼 수 있는 지배세력 집단의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다. 특히 북한은 집단주의와 온정주의, 분단상황에서 비롯되는 탈식민주의, 자민족 중심의 멘털리티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어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사회통합위기를 겪지 않으면서 아직도 기존체제와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동복 명지대 교수 북한의 체제이행은 아래보다 위로부터의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덩샤오핑 체제 이후 중국의 체제변화는 위로부터 체제이행의 전형적 모델이다. 황장엽씨에 따르면 북한 체제를 지탱해주는 역량은 기간요원의 변치않는 충성심이라고 한다. 기간요원은 35만명 정도다. 김대중 정부 이후 남측의 대북 퍼주기 정책은 기간요원들을 먹여주고 입혀주는 김정일의 능력을 보장해주면서 북한체제의 유지와 연명에 기여하고 있다.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 단기적으로 보면 북한에서는 위로부터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중장기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쿠바와 북한은 1인체제이다. 쿠바의 카스트로는 현재 80세이고, 북한의 김정일은 65세다. 쿠바에서는 카스트로의 동생이 후계자이고 북한에서는 아직 후계자가 분명치 않다. 궁정쿠데타가 일어나지 않고 후계자들이 순조롭게 권력을 이어받는다고 해도 어차피 쿠바와 북한의 전체주의는 변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두 나라의 전체주의는 시한부 체제다. 정리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대우건설 우선협상자 선정 연기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일정이 연기됐다. 재정경제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위원장 박영철)는 20일 매각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이날 공자위 결정이 내려지면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매각 소위는 21일 재개되지만 전체회의 일자와 우선협상대상자 발표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캠코 관계자는 “매각 소위가 심의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박영철 위원장도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신중해야 한다며 결정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의 과정에서 갑론을박은 없었으며 신중하게 검토하자는 의견에 따라 선정을 연기했다.”면서 “이번주 안에 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매각소위에 참석한 위원들은 국민적 관심사인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2시간 만에 결정하는 것은 무리라며 처음부터 재논의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입찰에 참여한 5개기업 가운데 특정업체가 최고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확실시 되지만 특혜 의혹 등 논란의 불씨를 잠재우기 위해 시간을 두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입찰 예정가(6조 6000억원)가 언론에 보도되고 대우건설 노동조합이 반발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자기 목’ 죄는 카드사 포인트전쟁

    ‘자기 목’ 죄는 카드사 포인트전쟁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가 고객 사용액의 2%인데, 일부 카드사들은 그 2%를 다시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있습니다. 같은 카드사 입장에서 봐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2%의 포인트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은 그만큼 수익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입니다.‘기초체력’이 안 되면서 무리하게 따라오는 다른 업체들이 문제지요.” 신용카드 사용액의 일정액을 포인트(1점=1원)로 적립해주는 포인트 마케팅이 가열되면서 카드업계 내부에서도 과당경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시작된 ‘포인트 전쟁’이 자칫 카드사의 수익 구조를 왜곡시켜 제2의 카드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포인트가 출혈경쟁의 주범? 그동안 포인트 적립에 인색했던 카드사들은 최근 포인트 적립률을 부쩍 올리면서도 자신들보다 더 쌓아주는 카드사들이 수익성은 따지지 않고 고객 빼앗기 차원에서 무리하게 포인트를 쌓아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동안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포인트를 쌓아주던 카드사들은 “자신 없으면 따라오지 말라.”고 되받아친다. 이런 갑론을박 속에서 포인트 적립률은 계속 높아져 급기야 금융감독원이 지난 2주 동안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처음으로 모든 카드사에 대해 강도 높은 특별 검사까지 벌였다. 금감원 비은행검사국 관계자는 “과거처럼 무자격자에 대한 카드 남발 현상은 사라졌지만 과도한 마케팅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평균 포인트 적립률은 0.2∼2% 수준이다. 가맹점과 특별 계약을 맺은 경우에는 적립률이 5%가 넘는다. 현대, 삼성카드 등이 전통적으로 사용액의 2% 정도를 포인트로 쌓아줬지만 요즘은 모든 카드사들이 적립률을 대폭 높였다. 일부 카드사들은 아예 포인트 광고를 별도로 제작할 정도다. 포인트는 가격 할인이나 마찬가지여서 많이 쌓아줄수록 소비자에게는 유리하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무분별하게 경쟁하다 수익구조가 악화되면 카드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전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현재 카드사들이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평균 수수료는 카드사용액의 2% 정도다. 포인트 적립률이 2%면 가맹점 수수료를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려주는 셈이다. ●금감원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욱이 ‘포인트 경쟁’이 주유할인이나 현금서비스 경쟁 등으로 확산되는 조짐마저 보인다. 요즘 카드사들은 주유시 ℓ당 50∼80원을 적립해 주거나 할인해준다. 카드사가 주유소에서 받는 가맹점 수수료는 1.5% 정도이다. 휘발유 1ℓ 가격이 1500원이라고 가정할 때 카드사는 주유소에서 22.5원의 수수료를 받아 50∼80원을 고객에게 돌려줘 손해 나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마케팅 비용이 높아져 수익성이 떨어지자 카드사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수수료율이 높은 현금서비스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대폭 낮추거나 ‘캐시백 이벤트’ 등으로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이지만 과도한 현금서비스는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직결될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태 이후 카드시장이 성숙되면서 신규 고객 창출보다는 기존 고객 지키기가 더 큰 관심사가 됐다.”면서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는 데는 포인트 적립보다 더 좋은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모든 카드사에 대해 ‘특검’을 실시한 것도 포인트 적립 등 일부 마케팅이 과열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카드사태 이후 무분별한 카드 발급은 사라졌고,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개선됐으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카드사들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제살깎기식 경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특정 카드사가 무리한 마케팅을 펼치면 다른 카드사들도 무조건 따라가는 경향이 짙다.”면서 “검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수익성이 훼손될 정도로 경쟁이 과열됐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시정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與 ‘서민경제 박차’ 예고

    “국민과 동떨어져 있었다.”,“민생문제 해결하지 못했다.”,“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없었다.”…. 14일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메이블린호텔에 모인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5·31 지방선거 참패 원인을 지적한 말들이다.당 지도부는 이를 위해 서민경제를 우선순위에 놓고 당 단합에 주력키로 했다. 아울러 정계개편 논의는 정기국회 이후 진행하기로 했다. 지도부는 선거 패배 원인과 당의 진로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하루 종일 워크숍을 가졌다. 김근태 의장은 워크숍에 앞서 “당이 새롭게 일어나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만큼 지도부의 표정은 시종일관 무겁고 진지했다.●선거 패배 “총체적 민심이반” 선거의 패배 원인에 대해 지도부는 갖가지 진단을 내놓았다. 반성문은 민생문제를 소홀히 했고 균열을 드러내는 양상으로 비쳐졌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당정청 혼선에 대한 책임도 곁들여졌다. 우상호 대변인은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은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서민경제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최근 김 의장이 강조하는 서민경제 활성화 방안도 이같은 문제 의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책과 비전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당정청 간 혼선을 빚은 점도 지적됐다. 최근 부동산 정책 수정을 중심으로 확전 양상을 보였던 당청간의 협력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개혁’과 ‘실용’을 구분해 배타성을 보였던 점도 지적 대상이었다. 한 관계자는 “개혁은 우리당의 가치이고 실용은 개혁을 구현하는 방법”이라며 소모적 구분이라고 지적했다. 워크숍에서는 열린정책연구원과 당 전략기획실이 최근 2년치 당 지지율 추이에 대한 기조발제도 있었다. 유재건 열린정책연구원장은 자체 분석자료를 통해 “무능과 오만이 ‘묻지마 투표’로 연결됐다. 신(新) 열린우리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대변인은 “민생에 집중했을 때 지지율이 높았고 갈등 양상을 보였을 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내놓은 진단과 해법이 ‘따로 따로’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형준 국민대학원 교수는 “선거결과 국민 80% 정도가 청와대의 책임을 물을 정도로 서민경제 파탄의 주 책임자는 청와대다. 그럼에도 당청간 협력만 원칙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정계개편 논의는 정기국회 이후 정계개편에 대비한 논의도 비중있게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는 9월 정기국회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초 워크숍에서는 주로 당 수습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피해갈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임이 확인된 셈이다. 우 대변인은 “수습과정에서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갑론을박은 밤늦게까지 계속됐다.구혜영 황장석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패인공방보다 자기성찰이 먼저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집권세력의 자중지란이 점입가경이다. 열린우리당은 중진들의 만류에도 불구, 김혁규 조배숙 두 최고위원의 사퇴로 결국 지도부 공백사태를 맞았다. 그런가 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 패배가 내겐 중요치 않다.”는 말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선거 패배의 책임과 해법을 놓고 당·청간, 당내 계파간 갈등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모습이다. 국민의 호된 꾸지람 앞에서 벌이는 집권세력의 집안싸움에 말문이 막힌다. 엊그제 나온 노 대통령의 발언은 시기와 내용에 있어서 크게 잘못됐다. 노 대통령은 “정책홍보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반발이 있어서 선거에서 패했는지 모르겠으나 그게 내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그 나라 수준이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고도 했다. 선거 결과에 개의치 않을 뿐더러 심지어 선거 민심을 탓하려는 말로까지 들린다. 청와대는 “제도발전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세제개혁을 밀어붙이다 총선에서 참패한 멀루니 전 캐나다 총리를 예로 든 것을 보면 적확한 해명이 아니다.“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는 총선 직후 발언까지 감안하면 다분히 민심과 상관없이 내 뜻대로 밀고 가겠다는 독선적 자세로 읽힌다. 여당의 모습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계파간 이해를 따지느라 며칠째 지도체제 정비도 못하고 있다. 한쪽에선 노 대통령 우선책임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부동산정책 수정론을 꺼내들기도 한다. 그 성급함과 소아적 자세가 어이없다. 지금이 네 탓을 할 때인가. 부동산 정책을 만지작거릴 때인가. 이를 놓고 대통령과 당이 갑론을박할 때인가. 초록동색의 처지에서 책임공방은 어불성설이다. 지금은 민심을 따르고 말고를 논할 때가 아니다. 당과 청와대는 자기성찰을 할 시기다. 왜 민심이 돌아섰는지부터 제대로 따져본 다음 방향을 잡고, 대책을 세우라. 집권세력에 참패를 안긴, 착잡한 민심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주길 바란다.
  • [생각나눔] “학교 정문앞 노점상 철거” 대학생 서명 논란

    [생각나눔] “학교 정문앞 노점상 철거” 대학생 서명 논란

    “학교가 잘 되도록 학생들이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학생들마저 사회적 약자인 노점상들을 외면하면 어떻게 하나.” 대학생들이 학교 주변 노점상 추방운동에 나서자 학교 안팎에서 지지와 비난이 엇갈리고 있다. 숭실대 학생 30여명은 지난 18일 ‘숭실 이미지개선 학생운동본부’를 만들었다. 이들은 22∼24일 학생 1100명으로부터 정문 주변 노점상 철거 지지서명을 받았다. 이는 전체 학생 1만 2000여명의 약 10%로 한 곳에서 사흘간 받은 것치고는 상당한 규모다. 운동본부는 이를 학교와 구청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학교·구청에선 반색 숭실대는 지난해 9월13일 학교 주변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문을 새로 만들었다. 기존 정문이 학교를 대표하기엔 너무 빈약하고 주변 노점상들로 면학 이미지를 헤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학교측은 정문 주변을 ‘걷고 싶은 거리’로 정비, 담길도 화사하게 단장했다. 하지만 곧 노점상 10여개가 학생들이 더 많이 다니는 새 정문 쪽으로 옮겨왔다. 학교측은 지난 3월23일 관할 동작구청에 노점상 정비를 요청했고 구청은 일주일 뒤 철거작업을 했다. 그러나 노점상들은 하루 만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학교와 구청은 철거작업을 계속 밀어붙이기가 난감해졌다. 노점상들도 그렇지만 학생들이 노점상의 생존권을 옹호하고 나서면 사태가 복잡해질 것 같아서였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서명운동에 학교측은 깜짝 놀랐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서명까지 해가면서 노점상을 없애자고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학교 이미지 위해 생존권 짓밟나” 노점상들은 학생들의 움직임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떡볶이·어묵 등을 파는 노점상 이모(44·여)씨는 “학생들은 우리처럼 못사는 사람들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1000명이 넘게 서명을 했다니 실망스럽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학생들은 우리가 남아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숭실대 홈페이지(www.ssu.ac.kr) 자유게시판에서는 갑론을박이 불붙었다. 찬반이 팽팽하다. 운동본부 소속 이모(24)씨는 “학교 이미지가 학교생활은 물론 졸업 후 학교에 대한 자부심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 노점상 철거는 숭실대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학생은 “노점상을 쫓아 내면 오히려 학교와 학생들의 이미지가 실추된다. 이미지개선 학생운동본부가 학교가 만든 어용단체 아니냐.”고 비난했다. 숭실대 관계자는 “서명운동이 일단 학교측에 긍정적인 움직임이어서 반갑긴 하다.”면서도 “정치·사회 등 문제는 외면하지만 자기 이해관계에 직접 맞닿아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요즘 학생들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다.”고 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사설] 집행유예 선고된 강정구 교수

    동국대 강정구 교수가 어제 열린 1심 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징역2년에 자격정지 2년도 함께 선고했다.‘6·25전쟁은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취지의 글을 언론매체 등에 실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게 골자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제3자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부의 판결은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보수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강 교수에게 적용된 죄목은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등)이다.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상황에서 ‘케케묵은’ 잣대를 엄격히 들이댄 것이다. 재판부는 “사상은 자유로운 사상의 시장에서 검증되는 게 바람직하고 우리 사회가 이를 검증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해져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재판부가 보다 전향적인 판결을 내리지 않은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 물론 현행 실정법상 무죄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도 정치·사회적 공론화는 가능하지 않았겠는가. 강 교수 사건은 여러가지 파장을 낳았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보수·진보단체가 힘겨루기도 지겹게 했다.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이 같은 일은 또다시 생길 개연성이 크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의 대체입법을 주장한 바 있다. 정치권은 지난해 이 문제를 가지고 갑론을박만 하다가 슬그머니 꽁무니를 뺀 상태다. 올 정기국회에서는 국가보안법 개폐문제를 매듭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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