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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론을박
    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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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진화하는 3.5인치 세상/류찬희 산업부 부장

    [데스크 시각]진화하는 3.5인치 세상/류찬희 산업부 부장

    휴대전화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에게 요즘 아이폰이 화두다. 우여곡절 끝에 연말쯤 KT를 통해 국내에 상륙하게 될 아이폰의 기능을 놓고 인터넷에서는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신봉론자들은 “이제야 디지털 노마드(유목민)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며 한껏 기대하고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통화요금만 많이 나올 것”이라고 폄하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아이폰의 강력한 위치기반 서비스 문제를 놓고 상임위원회를 열어 법규 적용에 예외를 허락한 것을 보면 ‘센 놈’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정보기술(IT)이 워낙 빨리 진화하다 보니 진화 속도를 아예 무시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초기휴대전화 단말기는 무전기처럼 크고 무거웠다. 수도권을 살짝만 벗어나도 통화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걸어 다니며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개벽’에 가까웠다. 음성통화는 시작에 불과했다.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는가 싶더니 인터넷은 물론 영상통화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조만간 4세대(4G) 기술이 상용화되면 모바일 인터넷이 유선 초고속인터넷보다도 빨라진다고 한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애플이 만든 아이폰이 강력해 보이는 건 바로 이런 인식에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2만~3만원만 더 내면 무선인터넷을 거의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고, 무선랜(와이파이)이 설치된 공간에서는 모바일인터넷전화 프로그램을 활용해 음성통화료를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다. 물론 이메일도 받아 볼 수 있고, 문서 작성이나 프레젠테이션 작업도 가능하다. 초고속인터넷에 연결된 노트북이 휴대전화로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 아이폰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1달러에 사고 팔 수 있는 온라인 오픈 장터인 ‘앱스토어’에 있다. 게임 등 수십만개의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디어와 기술은 있지만 판로와 시장이 없어 고민하던 개발자들에게 앱스토어는 일종의 구세주다. 아이폰의 기능과 효용이 과대포장된 측면이 없는 건 아니다. 삼성의 옴니아도 아이폰 못지않은 기능을 가진 훌륭한 스마트폰이다. SK텔레콤이나 KT, LG텔레콤의 이동통신 서비스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금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평정해가고 있다. 아이폰에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IT 대기업들이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IT 강국 코리아에서 왜 이처럼 많은 아이폰 신봉론자들이 생겨났는가를 곱씹어 봐야 한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왜 삼성, LG, SK텔레콤, KT의 오픈마켓보다 애플 앱스토어 주변을 맴도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참여’, ‘공유’, ‘롱테일 법칙’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나눌수록 커지는 게 바로 IT 생태계다. 국내 소비자들은 그동안 휴대전화에 관한 한 세계 최첨단 제품을 쓴다고 믿어 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다른 국가 소비자들이 훨씬 싼 값에 더 많은 효용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왜 국내에 출시되는 휴대전화에는 무선랜 기능이 빠졌는지, 데이터 요금 폭탄은 왜 발생하는지를 따지게 됐다. 그 과정에서 전세계 90여개국에 판매되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아이폰을 알게 된 것이다. 아이폰의 비밀은 ‘0.5인치 차이’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휴대전화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대부분 3인치였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의 화면을 3.5인치로 늘렸다. 이용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실감나게 모바일 인터넷과 애플리케이션을 쓰고 즐기라는 뜻이 숨어 있다. 국내 기업이 조만간 아이폰을 훌쩍 뛰어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것으로 믿고 있다. 0.5인치의 혁명을 먼저 준비한다면 말이다. 류찬희 산업부 부장 chani@seoul.co.kr
  • 온실가스 감축안 정부내서 갑론을박

    다음달 17일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정부 내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녹색성장위원회, 환경부 등으로 대표되는 ‘급진파’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산업계 등으로 이어지는 ‘신중파’가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30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를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총 세 가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8% 증가 ▲2005년 수준 동결 ▲2005년 대비 4% 감축 등이다. 이 가운데 세번째 안(4% 감축)이 가장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반영하고 있어 녹색위와 환경부가 선호하고 있다. 녹색위 측은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피할 수 없다면 ‘제3안’을 수용하는 것이 국제 사회가 원하는 ‘리더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기업엔 녹색기술 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정부 내 일부 기관을 중심으로 ‘제3안’을 몰아가자 지식경제부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한경 밀레니엄포럼’ 조찬 강연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관련해 “너무 급하게 가고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실물경제와 국가 산업정책을 맡고 있는 책임자로서 실리와 현실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최 장관은 “일자리는 몇 개가 줄어들지, 주력산업 경쟁력은 유지될 것인지 등을 점검해야 하며 감축의 실천 주체들이 과연 (감축 목표에 대해)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는지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세계 동향 등을 점검해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계도 노심초사다. 정부가 가장 강력한 ‘4% 감축’을 선택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기업들에 돌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업종인 철강과 화학, 조선 등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명분도 좋지만 실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기업 설문을 해 본 결과, 10곳 가운데 7곳이 ‘정부의 제1안 이하’를 선택했을 정도”라면서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 할당량에 대해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이 국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산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너무나 서민적인’ 하토야마 총리

    │도쿄 박홍기특파원│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옆에는 ‘항상’ 부인 미유키 여사가 있다. 대체로 집무를 끝낸 이후나 휴일의 생활에서다. 공무 수행 때도 가끔 동행한다. 하토야마 총리는 미유키 여사에게 “나를 비추는 태양”이라고 공공연히 말할 만큼 ‘애처가’다. 지난 3일 저녁 미유키 여사와 함께 패션쇼에 직접 출연한 데다 무대에서 유명가수 미카와 겐이치와 노래를 불렀다. 앞서 지난달 27일 스모 추계대회 마지막날엔 총리 부부가 대회장을 찾았다. 역대 총리들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도 이제 총리가 미유키 여사와 손을 잡고 걷거나 쇼핑하고, 식사를 하는 모습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취임한 지 꼭 한 달인 15일까지 미유키 여사와 10차례 이상 모임에 참석하거나 외출했다. 해외순방 때 세 차례나 동행했다. 지난 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올림픽 유치연설을 위해 왕복 16시간을 다녀올 때도 함께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9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당시 지난달 20일 개막했던 도쿄의 ‘한·일 축제한마당’을 거론하면서 미유키 여사를 화제로 올렸다. “소녀도 아닌데 개막식에 가기 전과 갔다온 뒤에 흥분했었다.”고 이 대통령에게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집무 이후 공개적으로 대중 음식점이나 선술집을 찾고 있다. 만남의 대상은 정치인에 비해 민간인들이 많다. 호텔의 회원제 바를 찾거나 정치인들과 밀담을 나누던 아소 다로 전 총리와는 대조적이다. 지난달 29일 저녁 마쓰지 고지 관방부장관과 식사할 때에는 한 음악평론가의 제의를 수락, 광고회사에서 인터넷으로 현장을 중계하기도 했다. 지난 6일엔 프로야구 요미우리구단의 이승엽 선수와 한국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하토야마 총리의 독특한 행보에 대해 “관저가 숨이 막힌다.”고 종종 토로하는 총리의 서민적·인간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많지만 “가벼운 처신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지적도 있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국정감사] 국감 현장

    ■헌법재판소 5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고를 앞둔 국회 본회의의 미디어법 표결 논란을 놓고 여야 간에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국회의원이 재석버튼을 누르면 그 시간이 컴퓨터에 다 기록돼 자료의 명확한 시간이 매우 중요함에도 국회사무처가 헌재에 제출한 자료를 보니 이는 실제 시간이 표시된 자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결정적인) 증거의 누락에 대해 헌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박지원 의원도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같은 시간에 한나라당 모 의원은 의장석에 있으면서 전광판에는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대리투표의 증거가 밝혀진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우윤근 의원은 “국회 사무처가 당파적 이해관계에 좌우돼 고의적으로 헌재 요청 자료를 누락했다.”면서 “헌재는 법리적인 판단을 하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치적 갈등을 풀어주는 최고의 기관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미디어법 사건에 대해 발언을 다소 자제하면서 할 말은 하는 분위기였다. 이주영 의원은 “미디어법 권한쟁의 사건은 재판이 계류 중이기 때문에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발언을 국감장에서 하는 것은 3권 분립 원칙에 맞지 않다.”면서 자제를 촉구했다. 같은 당 박민식 의원은 “정치권이나 사회에서 갑론을박하다 해결이 안돼 헌재로 공이 넘어오면 정파든 언론이든 자제를 하고 헌재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국방부 국회 국방위원회의 5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은 북한 귀순 선박의 남하에 따른 군의 해상 경계 시스템을 질타했다. 의원들은 북한 주민 11명을 태운 선박이 주문진 앞바다 300m 지점까지 접근한 것과 관련, 해안 경계망이 뚫렸다는 지적을 이구동성으로 했다.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은 “육군과 해경의 실무라인이 공식 지휘라인을 통하지 않고 미확인 선박의 확인 차원에서 정보를 공유하다 현장 출동이 지연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황강댐 무단방류 사태에 이어 군의 대관·대민 공조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례”라고 진상조사를 주문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은 “해경의 즉각적 출동이 없었는데 군의 통지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군과 해경의 감시체계에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은 “해군 레이더는 왜 포착하지 못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김태영 국방장관은 “세계 어느 해군도 22㎞ 밖의 3t짜리 배를 포착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무장공비였으면 어떻게 할 뻔했냐.”고 하자 김 장관은 “어느 해안에서 격멸됐으리라 생각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김 의원과 김 장관은 기무사령부의 골프장 건립 문제를 놓고도 설전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기무사 시설을 짓기로 하고 해당 부지를 협의매수했는데 군 골프장을 짓겠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김 장관은 “양측 합의로 매수한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여야 리더십 해부] 한나라당 정몽준대표 VS 민주당 정세균대표

    [여야 리더십 해부] 한나라당 정몽준대표 VS 민주당 정세균대표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대표직은 ‘양날의 칼’이다. 정치적으로 도약하는 구름판이 될 수 있지만, 상처와 이름만 남긴 채 뒷무대로 사라질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 기회인 동시에 위기인 셈이다. 어느 쪽이 될지는, 당 대표의 리더십에 달렸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기회를 잡았고,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위기를 맞고 있다. 두 사람의 리더십이 각자의 정치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이들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통해 현 시기의 바람직한 정당 지도자상을 조명해봤다. ■한나라당 정몽준대표 “당 대표실 안에 ‘회장님 비서실’이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의 리더십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당 대표실이 정 대표의 일정을 몰라 허둥대는 일이 흔하다. 대표실에서 다음날 공식 일정을 확정한 뒤 저녁 늦게 다른 일정이 갑자기 추가되기 때문이다. 의원회관 출신 비서들을 통해 정 대표의 일정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 인생의 대부분을 무소속으로 지냈고, ‘재벌가 회장님’ 생활에 익숙한 탓이라는 지적이다. 당내 일각에선 “재벌 출신에 비주류의 티를 지우기가 쉽지 않다.”는 불만이 들린다. ‘굴러온 돌’이라는 시선도 여전하다. 정 대표도 이같은 약점을 의식한 듯 취임 초부터 ‘섬기는 리더십’을 표방하고 있다. 재래시장과 복지시설 등을 찾아다니며 친(親) 서민 행보에 주력하는 것도, 몸에 밴 ‘회장님’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 대표는 소속 의원이나 당직자들과 폭탄주를 즐겨 마신다. 너댓 잔은 기본이다. 스킨십을 위해서다. ‘정씨 의원 모임’에서 정 대표를 만난 한 의원은 1일 “잘 추지 못하는 춤이었지만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맹이 있는 메시지는 없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메시지 관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 당직자는 “박희태 전 대표는 정치적 의미가 있는 메시지를 내놨지만, 정 대표는 모든 것에 일일이 간섭하다 보니 메시지 관리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계파 갈등이나 세종시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정 대표의 소신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초선모임인 민본21 소속 한 의원은 “정치인은 메시지가 생명인데 정 대표는 메시지가 없다.”면서 “측근 의원에게 얘기했더니 ‘정 대표 연설 잘한다.’는 말만 하더라.”고 꼬집었다.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최진 소장은 “정 대표는 진두지휘하기보다 큰 흐름을 만들기 위해 물밑에서 노력하고, 상황이 무르익으면 거기에 편승해 뒤따라가는 신중한 전략가형”이라면서 “당의 강력한 구심점이 되어 대권주자로 거듭나려면 대세지향형보다 대세주도형의 승부사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로서의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주현진 김지훈 기자 jhj@seoul.co.kr ■민주당 정세균대표 “대표를 둘러싼 매파들이 소통을 막고 있다.” vs “당권에 눈이 먼 험담에 불과하다.” 요즘 민주당에선 정세균 대표의 리더십이 최대 화두다. 비주류 의원들은 “정 대표가 당내 소통을 거부하고 독단적으로 당을 끌어 간다.”고 비판한다. 반면 정 대표를 지지하는 그룹에선 “합리적인 리더십 덕분에 그나마 제1야당으로서 면모라도 갖추고 당을 재건하고 있는 것”이라고 옹호한다. 비주류인 한 중진 의원은 1일 “장외투쟁, 단식, 총사직 등 벌여놓은 건 많은데 뭐 하나 건진 게 없다.”고 푸념했다. 다른 의원은 “정 대표 주변에 전술가만 있지, 전략가가 없다.”고 꼬집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장외투쟁, 미디어법 저지를 위한 정 대표의 단식과 소속 의원들의 총사직 결의 등 대여(對與) 투쟁강도는 극한으로 끌어올렸지만, 소득 없는 공염불이 됐다는 허탈감이 묻어난다. 특히 범여권의 중도·실용, 친(親)서민 정책으로 빼앗긴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선 투쟁 일변도로 갈 게 아니라, 대안 제시와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 대표의 한 측근은 “소수 야당의 한계를 정 대표 책임으로 돌릴 순 없다.”고 반박했다. 정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민주개혁 진영의 대통합 작업이 추진되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계파간 이해관계에 따라 대통합 대상이 엇갈린다. 지난달 3일 의원 워크숍에서 정 대표의 대통합론이 집중 포격을 맞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대표가 친노그룹을 통합 우선 순위에 올려 놓은 게 도마에 올랐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과 옛 민주계 인사들은 배제됐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정 대표 고유의 합리적 리더십에 더해 리더십 자체에 일관된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여 관계, 당내 계파 갈등·공천·대통합 등 각종 현안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우선 원칙을 세우고, 돌파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컨설팅업체 포스 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는 “정 대표로선 현안은 현안대로, 근원적인 문제는 근원적인 문제대로 치유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규 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공주형 미술세계]어제의 응달진 역사 미래의 예술로 포용

    [공주형 미술세계]어제의 응달진 역사 미래의 예술로 포용

    서울에서 인천으로 글쓰기 공간을 옮겼습니다. 새 주소지는 인천시 중구 해안동1가 10의1입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낯설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자장면을 만들었다는 공화춘을 비롯한 중국집이 즐비한 차이나타운 바로 옆입니다. 저 역시 자장면을 먹으러 몇 차례 방문했던 곳입니다. 원조 자장면 맛을 보는 데 온통 신경을 빼앗겼던 탓일까요. 여기저기 펄럭이는 차이나타운의 붉은 휘장에 이목을 빼앗겼기 때문일까요. ‘창고 지대’라고 불려서 정말 그런 줄만 알았기 때문일까요. 가슴 아픈 우리 근대의 역사를 간직한 구도심에 관심을 두지 않은 변명 치고는 옹색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지난 25일 인천아트플랫폼(관장 최승훈, www.inartplatform.kr)이 개관했습니다. 제가 무심코 지나쳤던 바로 그 주변을 인천시가 매입하고 구조 변경을 해 조성한 복합 문화 예술 매개 공간입니다. 1886년 세워져 인천시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일본우선주식회사’를 비롯해 ‘삼우인쇄소’(1902), ‘해안동 창고’(1933), ‘금마차 다방’(1943), ‘대한통운창고’(1948) 등 우리 근대를 목격한 건물들이 작가 작업실, 공방, 자료실, 게스트 하우스, 공연장 등으로 용도를 변경했습니다. 리모델링에 2년 8개월이 걸렸습니다. 낡았다고 다 허물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프다고 다 잊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1939년 궁궐이었다가 파리 코뮌 때 불탔고 파리 국제 박람회 때 기차역으로 탈바꿈했지만 이제 더 이상 기차가 오가지 않는 철도역사의 용도를 둘러싸고 격렬하게 논의했습니다. 철거를 주장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 사이의 갑론을박 끝에 프랑스 정부는 이곳을 미술관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합니다. 불운의 천재 화가 반 고흐를 비롯한 19세기 프랑스 미술의 보고 ‘오르세 미술관’의 탄생 배경입니다. 1990년 2월 옛 동베를린 지역의 흉물스러운 건물에 대한 예술가들의 불법 점거가 시작됩니다. 유대인 주거 지역 전체에 대한 독일 정부의 재개발 계획 실행을 두 달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1907년 백화점으로 시작해서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프랑스 전쟁 포로 감금 장소로 나치가 사용했다가 연합군의 폭탄 세례로 엉망이 된 채 방치된 곳이었습니다. 불편한 독일의 역사가 머물렀던 공간을 예술가 집단의 창작촌으로 만든 ‘타클레스’의 시작입니다. 오래된 건물, 아픈 기억을 거름 삼아 미래 세대를 위한 문화의 산실과 요람이 탄생한 셈입니다. 1933년 지어진 건물에서 인생의 시즌2를 시작한 제 마음을 앗아간 것은 ‘오래된 새로움’입니다. 그 어떤 새로움보다 강력한 새로움에 이끌려 바쁜 일을 제쳐 두고 일 없이 신여성이라도 된 듯 구도심의 한적한 골목골목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어제의 기억이 발끝으로 전해집니다. 손끝에 잡힐 듯 생생한 어제가 오늘의 에너지가 됩니다. 내일 할 일을 천천히, 오래 고민해도 차고 넘칠 만큼 충분한 양입니다. 29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옛?국군기무사령부 본관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활용에 대한 타당성 및 방향성 심포지엄’이 열립니다. 모두 헐리고 번듯한 새 건물이 들어서면 미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져서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못난 과거의 상징물을 현대미술의 메카로 재활용하는 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탄약을 만들었던 공장을 미디어아트센터로 전환한 독일의 ZKM처럼 의미있어 더 좋을 것입니다. <미술평론가>
  • 금리인상 올해안에? 내년초?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금융가가 시끄럽다. 인상 시기를 연내로 앞당긴 곳이 있는가 하면, 종전 내년 초 전망을 고수한 곳도 적지 않다. KB투자증권은 11일 한은의 금리 인상 시기를 오는 11월로 점쳤다. 기존 ‘연내 동결’ 관측을 수정한 것이다. 주이환 K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 과열에 대한 한국은행의 강력한 경고가 (전날 이성태 한은 총재의 발언을 통해) 확인됐다.”면서 “이사철이 임박해 주택시장이 냉각되기 어렵고, 하반기 국내외 경기회복세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수정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등도 기존 전망을 수정, 한은이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동욱 현대증권 연구원은 “당초 2010년 1분기 후반을 금리 인상 시기로 예상했지만, 연내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현재 2.0%인 기준금리가 3.00%까지 점진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은 기존 전망대로 금리 인상 시기는 일러야 내년 1분기가 될 것이라고 맞섰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경기가 회복 초입 국면이고, 국내 경기 회복세도 충분치 않은 데다 집값 외에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지 않은 만큼 연내 금리 인상은 어렵다.”며 “이 총재의 발언을 너무 경직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통화 당국이 우려하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이 한계치를 넘지 않는다면 금통위는 경기 회복을 확인한 뒤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 미시적 정책수단이 주택가격 상승도 당분간 억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리가 연내 인상될 경우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주이환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연속적으로 인상하기는 어려운 만큼 금융시장이 받을 타격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은 연내 금리 인상을 사실상 수용하는 모습이고, 금리가 인상되면 주식시장도 큰 폭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한국비하’ 재범 2PM 탈퇴

    한국 비하 논란에 휩싸인 인기그룹 2PM의 멤버 재범(22·본명 박재범)이 8일 팀 탈퇴 선언을 했다.재범은 이날 공식 팬 카페에 “너무나 죄송한 마음에 무대에서 여러분을 뵙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모든 분들께 너무 미안하고, 죄송할 뿐이며 사랑해 주셨던 팬 여러분들께는 더욱더 죄송합니다. 저는 오늘부로 2PM을 탈퇴하겠습니다. 리더로, 형으로서 힘이 되지는 못하고 짐을 지우고 떠나게 돼서 미안합니다.”라고 밝혔다. 미국 시애틀 출신인 재범은 연습생 시절이던 2005~2007년 한국으로 치면 싸이월드격인 사이트 마이스페이스에 한국과 한국인을 비하하는 뉘앙스의 글을 올린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지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재범은 지난 5일 공식 팬 카페를 통해 사과했다. 또 재범을 비난하는 네티즌과 이러한 네티즌을 ‘마녀사냥’이라고 힐난하는 네티즌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 쪽은 “고민을 거듭하며 논의를 했지만 본인 의지로 결국 안타까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면서 “재범은 당분간 미국에 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10월 발매 예정으로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던 2PM의 행보는 소속사와의 추후 협의를 통해 결정될 계획이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서울광장] 안중근 의사 재발견/노주석 논설위원

    [서울광장] 안중근 의사 재발견/노주석 논설위원

    지난 2일은 ‘대한국인’ 안중근의사 탄생 130주년이었다. 다음달 26일은 의거 100주기다. 우리에게 ‘10·26’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10·26사태’로 각인돼 있지만 10·26은 본래 100년 전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자랑스러운 ‘하얼빈 의거일’이었다. 중국 저우언라이 총리가 “중국과 조선인민의 진정한 연대는 안중근 의거에서 시작되었다.”라고 말한 바로 그날이다. 한국인 사업가가 중국 하얼빈의 명동 격인 중앙대로에 11일 동안 세웠던 안 의사의 동상을 국내에 들여왔다. 2006년 1월 저명한 중국인 조각가에게 의뢰해 만든 동상은 공안당국의 지시에 의해 철거됐다. 이후 3년 동안 숨어 있다가 이번에 햇빛을 보았다. 동상을 어디에 세울 것인가를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사유지에 세운다면 꺼릴 것이 없겠지만, 공공장소에 세우기를 원한다. 서울시내 44개의 공공 동상은 ‘동상·기념비·조형물의 건립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통과한 것들이다. 전문가들이 작품성 등을 따져봐야 하겠지만 ‘한·중 합작’ 동상을 공공장소에 세우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입지는 청계천이나 서울광장, 서울역 어디라도 좋을 것이다. 지난해 어느 시사주간지가 자랑스러운 한국인을 조사했더니 1위는 세종대왕, 2위는 이순신 장군, 3위는 백범 김구가 차지했다. 역사 속 인물로 박정희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광개토대왕, 도산 안창호, 다산 정약용이 10위 안에 들었다. 안 의사는 근근이 공동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히려 국가보훈처가 조사한 보훈 인물 중 백범에 이어 2위로 뽑혔다. ‘국민 속의 안중근’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토를 저격한 ‘독립투사’의 이미지가 강해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자쯤으로 비치게 한 탓이다. 안 의사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 같다. ‘동양평화론’과 이토를 처단한 대의가 잊혀지고 있다. 동양평화론은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이 공동군대를 편성하고 공동화폐를 발행하자는 선각자적인 정치사상이다. 국제주의적 민족주의 개념이다. 유럽통합 방식을 100년 전에 주창한 것이다. 안 의사는 학교를 두 개나 세운 육영사업가이며, 200여점의 붓글씨를 남긴 명필이다. 최초의 해외 독립군부대인 ‘대한의군 참모중장’ 신분으로 독립전쟁을 수행한 전쟁영웅이다. 나라 안팎에서 ‘안중근 재발견’이 활발하다. 왜 안중근인가. 뤼순 감옥에서 쓴 ‘안응칠 소회’에 오롯이 담겨 있다. “슬프다! 천하대세를 멀리 걱정하는 청년들이 어찌 팔짱만 끼고 아무런 방책도 없이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옳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생각다 못해, 늙은 도적 이토의 죄악을 성토하여, 뜻있는 동양청년들의 정신을 일깨운 것이다.” ‘안중근전쟁, 끝나지 않았다’를 옮겨 엮은 열화당 이기웅 대표는 “위대한 스승 안 의사의 말씀은 그 시대 청년들에게 머물지 않고, 시대를 넘어 오늘의 우리에게도 매서운 죽비로 다가온다.”라고 평했다. 그렇다. 안 의사는 사표(師表)가 없는 이 시대의 스승될 자격이 차고 넘치는 분이다. 이 땅의 청년들은 안 의사의 당당함과 논리를 배워야 한다. 불멸의 민족혼을 본받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안 의사의 원혼은 100년째 중국 뤼순감옥 사형수 무덤 주위를 떠돌고 있다. 독립된 고국에 묻어달라던 ‘백년원(百年寃)’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재발견은 유해찾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휴대전화에 찍힌 ‘UFO 혹은 유성?’ 진실은…

    휴대전화에 찍힌 ‘UFO 혹은 유성?’ 진실은…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빛의 사진이 영국 언론에 보도돼 UFO 논쟁을 불러 왔다. 영국 첼튼엄(Cheltenham)에 살고 있는 매튜 핀리스(31)는 두살된 아들과 공원을 산책하다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빛의 덩어리를 발견했다. 빛의 앞부부은 원형으로 밝은 붉은색을 띠고 있으며 길게 늘어진 꼬리 부분은 오렌지 색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 이상한 빛이라 생각한 핀리스는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2컷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수초동안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던 빛은 구름사이로 사라진 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UFO의 존재를 믿지 않는 핀리스는 “처음에는 비행기라 생각했으나, 나중에는 유성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핀리스가 찍은 사진이 영국 언론에 공개되자 UFO라는 설부터 유성이라는 설까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러나 영국 왕립 천문학회의 로버트 마세(Robert Massey)박사는 이 빛의 덩어리는 UFO도 유성도 아니라고 발표했다. 이 현상은 ‘환일’(幻日)이라는 현상. 영어로는 ‘선 독’(Sun dog) 혹은 ‘모크 선스’(Mock Suns)라고 불린다. ’환일’은 순수 우리말로 ‘무리해’라고도 한다. 태양빛이 공기중에 있는 6각형의 얼음입자나 권운에 22도 각도로 굴절되어 보이는 현상이다. 태양 반대편으로 특유의 밝은 긴 꼬리를 가지고 있어 유성이라고도 생각된다. 때로는 마치 3개의 태양이 떠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며, UFO라고 제보된 사진 중에는 이러한 ‘환일’ 현상을 담은 사진도 있다. 사진=South West News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형태(tvbodaga@hanmail.net)@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미리 가 본 33㎞ 군산~부안 새만금 방조제

    미리 가 본 33㎞ 군산~부안 새만금 방조제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했던가. 새만금 방조제는 거대했다. 2년 전 물막이를 끝내고 한창 막바지 도로 공사중인 새만금 방조제는 무려 33㎞에 이른다. 지난달 정부에서는 새만금을 ‘명품복합도시’로 만들겠다며 ‘새만금 종합실천계획’을 확정했고, 전북도지사가 청와대 앞으로 보낸 ‘신 엠비어천가 편지’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갑론을박을 아는지 모르는지 갈매기는 무심히 하늘과 바다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우럭, 놀래미, 꽃게 등 뭇 바다 생명들이 노닐던 서해 앞바다가 이제 옛 지도 속에만 남게 됐다 생각하니 두려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든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인 군산을 들러, 생명의 여탈을 관장하게 된 인간의 지위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곳, 새만금 방조제를 미리 가 봤다. 군산과 부안을 잇는 이 새만금 방조제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국토 4억㎡(1억 2000만평)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바다가 육지가 되고, 섬이 뭍이 되며, 대한민국 해안선 지도를 새로 그리게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어쨌든 산업용지와 농업용지 확충, 관광자원 개발 등 장밋빛 청사진이 속속 제시되면서 전라북도 사람들의 가슴을 한껏 들뜨게 만들고 있으며 전북의 새로운 볼거리가 되고 있음 역시 물론이다. 새만금 방조제는 아직 일반인의 통행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매주 일요일 군산시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 버스를 타면 신시도 전망대까지 무료로 달려 볼 수 있다. 최근 새만금 방조제를 찾는 사람들이 밀려들어 평소 버스 1대로 운영하던 것을 2대로 늘렸다. 군산시청 홈페이지(www.gunsan.go.kr) 또는 관광진흥과(063-450-4554)를 통해 사전 예약해야 한다. 일요일 오전 10시40분 시외버스터미널, 군산역(11시10분)에서 출발한다. 이밖에 야미도, 신시도 현지의 낚싯집, 민박집, 식당집에 사전에 연락하면 새만금 방조제를 밟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매주 일요일 군산시 시티투어 운영 새만금 방조제 둘러보기는 군산 비응도쪽에서 시작했다. 일반인에게 상시 공개되는 부분은 부안군 쪽의 새만금전시관 앞 1㎞ 남짓뿐이긴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의 위용과 서해의 아름다움을 확인하기에 좋다는 전북 사람들의 추천으로 비응도 방향을 선택했다. 군산 쪽은 방조제가 도로보다 높게 만들어진 부안 쪽과 달리 방조제가 도로보다 낮아 좌우의 물길을 함께 볼 수 있어 확 트인 느낌이 좋다. 시인 이재무는 바다를 ‘생명의 자궁’이라고 불렀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산간오지가 자연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듯 바다 또한 사람의 접근성이 떨어지기에 시인의 이런 평가도 가능했으리라. 실제 수천 종에 이른다는 바다 생명들은 물론이고, 사람들도 바다에 의지해 끈질긴 삶을 이어오고 있다. 군산 비응도 어귀에는 고깃배 몇 척이 출렁이고 있었고, 저수지 낚시터 좌대처럼 바다에 집 모양의 배를 띄워 밧줄로 묶어 놓고 뭍과 바다를 오가는 어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 역시 조만간 다른 생명의 자궁을 찾아 불안한 새 삶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황금빛 낙조 꼭 보고 오세요” 사람들이 서해를 찾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황금빛 낙조다. 낙조를 보고 있노라면 쇠락하는 마지막 순간에 아름다워야 진정 아름다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곤 한다. 특히 이 낙조가 더욱 아름다운 까닭은 때로는 비켜서고, 때로는 반사되면서 바다 사이에 점점이 떠있는 사람 사는 섬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서다. 포장도로와 비포장이 반복되는 방조제를 10분 남짓 달리자 야미도(夜美島)가 나타났다. 밤에 더욱 아름답다 하여 붙여진 이름의 섬이다. 하지만 이미 방조제와 조우해 섬의 상당 부분이 파헤쳐진 채로 시뻘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큰 섬인 신시도(新侍島) 역시 마찬가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야미도와 신시도를 여전히 ‘~도’라고 부르며 섬 대접을 해야 할까. 다른 이름을 주는 것이 옳을지, 아니면 이름에서라도 옛 추억을 간직하라며 그대로 놔두는 것이 나을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 군산 앞바다가 자랑하는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 역시 신시도와 다리로 연결되며 섬 아닌 섬으로 변신하게 됐다. 신시도 전망대에 올라서면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조만간 바다와 육지로 운명이 갈릴 좌우 물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시도와 가력도 두 곳에서 썰물 때면 갑문을 열어 새만금의 물을 빼고, 밀물이 되면 갑문을 닫는다. 바다를 육지로 만드는 대역사(大役事)를 차츰 진행하고 있다. 새만금의 주변 군산에는 터벅터벅 걸으며 둘러볼 곳이 지천이고, 서해에 의지한 먹을거리가 많다. 일제 수탈의 전초기지라는 악역을 맡았던 아픈 기억이 묻어 있는가 하면 벌써 수 년째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는 시인 고은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옛 군산세관은 1908년 지어졌다. 대한제국 시절 국내에서 유일한 세관 건물이었으며 일제 강점기 때 남은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일제가 국내 물자를 수탈해 가기 위해 만든 곳이다. 군산세관은 과거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듯 이제는 기념관으로 남아 100년 전의 풍경, 일제의 수탈, 만행 등의 기억을 온 몸으로 품고 있다. 또한 신흥동에 있는 히로쓰 가옥은 전형적인 일본인 무인가옥의 형태를 지니고 있어 ‘장군의 아들’과 같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었던 곳이기도 하다. 국가등록문화재(183호)로 지정됐다. ◆군산 출신 시인 고은 발자취따라… 히로쓰 가옥을 나와 왼쪽으로 20m 남짓 걷다 우회전 하면 불쑥 솟아오른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이곳이 군산중학교 중퇴자에 불과한 고은 시인이 특채돼 영어, 국어를 가르친 군산북중이 있던 곳이다. 뿐인가. 장항과 군산 사이를 오가는 철선을 타곤 했던 소년 고은이 1978년 혼을 토해내듯 써내려간 기다란 시 ‘갯비나리’는 그가 바다를 바라보고 살았던 군산 소년이 아니었다면 나오기 힘들었으리라. 조만간 이곳에 고은의 문학세계를 기리는 ‘만인보문학관’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여행수첩 ▲가는 길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군산 나들목에서 빠지면 된다. 옛 기억과 낭만을 찾아 떠난다면 장항선을 타 보자. 종점인 장항역에서 내려 5분쯤 걸으면 장항과 군산을 잇는 철선 도선장이 나온다. 20분 남짓 올라탄 배가 군산에 도착한다. 금강하구둑이 만들어지며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기에 무용론도 나오고 있어 조만간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두르자. ▲먹을 거리 전국 팔도 간장게장 없는 곳이 없지만, 군산의 간장게장은 특히 유명하다. 대표적인 곳은 군산횟집(063-442-1114)으로 일주일 정도 숙성시켜 내놓는 간장게장이 짜지도 않고 맛있어 맨입으로도 계속 먹게 만든다. 간장게장 백반이 1인분에 2만 5000원이다. 1㎏(큰 꽃게 3~4마리 정도)을 포장해 가면 6만원이다. 글 사진 군산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영화로 진화하는 ‘이끼’ 저도 몹시 궁금”

    “영화로 진화하는 ‘이끼’ 저도 몹시 궁금”

    흥부와 춘향이를 비틀어 바라본 ‘연씨별곡’과 ‘춘향별곡’.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했던 ‘야후’. 노인들의 사랑을 익살스럽게 다룬 ‘로망스’. 그리고 한국 만화에서 보기 드물게 스릴러 장르를 내세우며 독자들의 소름을 돋게 했던 ‘이끼’…. 뜨거운 관심 속에서 지난달 ‘이끼’를 마무리한 윤태호(40) 작가를 7일 서울 신사동 누룩미디어 사무실에서 만났다. 누룩미디어는 강풀, 양영순, 윤 작가 등이 뭉쳐 설립한 만화 전문 에이전시다. ‘이끼’에는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는 정의를 고집하다 모든 것을 잃은 주인공이 나온다. 산골마을에서 떨어져 살던 아버지의 부고를 접하고는 그곳에 내려가 아버지의 죽음과 마을 사람들에 얽힌 음모를 파헤치게 된다. 사회가 허용하는 용납이나 관용의 폭이 어느 정도인지 다뤄보고 싶었다는 게 윤 작가의 설명이다. ‘이끼’는 씨줄날줄로 촘촘하게 엮은 스토리, 섬세한 심리 묘사, 영화 같은 장면 구성,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연출력, 밀도 있는 대사로 큰 인기를 끌었다. 독자들이 댓글로 해설하고, 토론을 벌일 정도. ‘이끼’를 비롯해 그의 작품 전반에는 사회 고발적인 시선이 관통하고 있다. 윤 작가는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6·29선언 등 민주화 과정을 경험했죠. 비슷한 나이의 작가 가운데 대한민국의 사회성이 각인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그러한 시대를 거쳐온 사람으로서 당연히 갖고 있는 자세와 트라우마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에서 실패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실패하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읽혀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인지 모른다. 편하고 친철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 것도 윤 작가의 특징. 내러티브보다 캐릭터에 집중하며 인물 내면의 변화무쌍함과 다양성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명쾌하지 않고 모호해 독자들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선명한 사건만으로는 요즘 독자층에게 감동을 이끌어내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풍성한 그림체와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을 과시해 스승인 허영만 작가의 뒤를 이어 한국 대표 만화가가 될 것이라고 평가받으면서도, 스승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지점이다. 윤 작가가 자신과 스승의 스타일을 비교하는 이야기가 흥미를 끈다. “선생님이 불끈 튀어나온 힘줄을 그린다면, 저는 그 밑에 깔린 실핏줄을 탐닉합니다. 불륜 사건으로 치면, 선생님은 3자가 대면하는 커피숍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시작할 것 같아요. 그러나 저는 세 명이 각각 커피숍에 나오기 전까지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그리죠.” 그는 출판만화 시장이 열악해지며 힘겨운 시기를 거쳤다. 3~4년 정도 눈에 띄는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하고 독자들과 멀어졌던 것. 웹툰은 새로운 돌파구가 됐다. “‘이끼’가 출판만화였다면 소수만 아는 안타까운 작품이 됐을 것 같아요.”라고 토로하는 그는 출판만화에 견줘 소재와 표현의 폭이 넓은 점을 웹툰의 장점으로 꼽았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곳이라 퀄리티가 보장되지 않은 아마추어적인 작품도 많다는 지적에 대해 윤 작가는 “독자와 시장이 판단해야 할 몫”이라면서 “독자가 자신들의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해 좋은 작가를 살아남게 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이끼’는 영화로도 진화한다.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만간 크랭크인한다. 정재영, 박해일, 유선 등이 나온다. 독자들 사이에서는 강 감독이 연출을 맡은 게 적절한지, 정재영이 이장 역에 어울리는지 갑론을박이 무성하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이야기. 윤 작가는 “영화가 만화와 동일하거나 엇비슷하다면 별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감독이나 출연진 모두 제가 상상할 수 있는 조합을 넘어섰죠. 그래서 더욱 궁금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결과가 기다려집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그의 독특한 시선은 어디로 향할까. 바둑과 인천상륙작전이다. 바둑의 경우 아직 아이템만 있고 아이디어는 영글지 않은 상태. 요즘 열심히 바둑 관련 책을 들여다 보고 있다. 2년가량 구상했다는 인천상륙작전은 2년 정도 뒤에 독자들에게 꺼내놓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제가 바라보는 한국 근대사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가 생존해 있을 때는 힘들었겠지만 이제는 세대가 교체돼 이승만, 맥아더 등의 인물을 객관화·기호화시켜 저만의 시선으로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ㆍ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사설] 인권위와 인권단체 모두 반성해야

    국가인권위원회가 그제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의장직을 포기해 국민들 낯을 뜨겁게 만들었다. 대륙별 순환 원칙에 따라 후보만 내면 내년 3월부터 3년 임기의 ICC 의장직을 맡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이를 걷어차 버림으로써 인권위의 내홍을 만천하에 알리는 망신을 자초한 것이다. 인권위측은 “지금은 국내 인권현안 해결에 힘을 쏟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해명했다. 그 군색함이 실소를 자아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동안 인권위는 신임 현병철 위원장이 인권활동 경력이 일천하다는 이유로 갑론을박을 거듭해 왔다. 특히 인권위에 포진한 다수의 진보진영 인사들은 현 정부의 인권정책이 크게 후퇴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현 위원장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행보를 보여왔다. 그의 영어실력이 부족해 국제기구 의장으로 부적합하다는 인신공격성 비판을 내놓는가 하면 몇몇 인권단체들은 현 위원장의 의장직 선임을 반대하는 서한을 ICC측에 보내기까지 했다. 이 같은 반발에 밀려 정부 일각에서 한때 다른 인물을 의장 후보로 내세우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이마저도 내부 진통 끝에 접고 말았다.ICC 의장직 포기는 일차적으로 인권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 수렴하지 않은 현 정부에 책임의 일단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 정부의 인권정책이 못마땅하다고 해서 이렇듯 국제적으로 제 살 깎아먹기식, 누워 침 뱉기식의 행태를 보인 인권위와 인권단체들 또한 비판을 면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현 정부의 인권정책을 재단함과 동시에 인권위와 인권단체 스스로도 이념 과잉에 함몰돼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시점이다. 인권은 이념을 뛰어넘는 가치라는 기본인식을 정부와 인권위가 공유할 때 비로소 오늘의 망신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다.
  • [서울광장] 한국개발연구원의 용기 있는 반란/박정현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국개발연구원의 용기 있는 반란/박정현 논설위원

    헷갈린다. 출구전략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주장과 “출구전략을 검토할 시점”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미국과 중국은 전략경제대화에서 출구전략에 유보적인 입장을 확인했지만, 유럽에서는 “출구전략을 명확히 해야 할 때”(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라는 발언이 나온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출구전략은 자칫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경고가 한편에서는 나온다. 다른 쪽에서는 오히려 출구전략의 때를 놓치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1988년 경기 회복 이후 일본 중앙은행이 낮은 금리를 정상화하지 못하는 정책 실패에 빠진 탓에 부동산 버블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혼란스럽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려고 뿌려놓은 돈줄을 조이는 출구전략의 핵심은 금리인상이다. 엇갈리는 주장에 가계들은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국내에서 출구전략 주장을 편 곳으로는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유일하다. 낙관적인 경기진단을 하는 곳이 KDI뿐일까. 기획재정부는 얼마 전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출구전략’ 관련 보고서를 내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출구전략을 검토해야 할 때’라는 보고서를 준비하던 민간경제연구소는 곧장 보고서를 폐기처분한 것으로 알려진다. 출구전략이라는 단어는 금기가 됐다. 며칠 뒤 KDI는 ‘경제환경 변화와 정책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런 금기를 깨고 말았다. KDI는 보고서에서 ‘출구전략’이라는 단어 하나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출구전략을 공론화했다. KDI 연구위원은 “응급실에서 환자에게 부착했던 산소호흡기를 이제는 뗄 상황이 됐다는 얘기”라고 말한다. KDI는 현재 2.0%의 금리는 충분히 낮은 수준이고 부분적인 금리 인상이 이뤄진다 해도 긴축기조로의 전환이라기보다는 부양 강도의 조정 정도로 이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리정책 변화의 시기에 대해서는 “당장 금리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며 자산시장의 위험 증대를 들어 하반기쯤 금리인상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 시장에서 미세적인 출구전략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한국은행은 경제위기 이후 시중에 공급한 27조원의 유동성 가운데 17조원을 이미 회수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출구전략을 검토한다는 선언이 살아나는 경기의 불씨를 꺼트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현재는 출구전략보다 확장기조를 이어갈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쓸 돈은 이미 바닥났다. 정부의 히든 카드는 2차 추경이지만 늘어난 국가 채무를 감안하면 2차 추경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재정확장정책은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688조원이나 되는 부채를 끌어안고 있는 가계들은 금리가 인상되면 파탄날 수 있다. 빚 내서 아파트 사고 주식에 뛰어든 이들은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할지 모른다. 우리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지, 출구전략 시기를 앞당길 정도로 빠른 속도로 회복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하지만 KDI는 현 시점에서 출구전략에 무게를 두고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경제주체들에 보내고 있다. KDI가 금기를 깨면서 보낸 경고음을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G마켓 쿠폰오류 후폭풍

    G마켓 쿠폰오류 후폭풍

    할인쿠폰 발행 오류를 일으켰던 G마켓이 28일 사태 수습에 곤욕을 치르는 모습이다. 잘못 발행된 할인쿠폰을 활용해 물품을 산 100여명 가운데 대부분이 물품구매 취소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정당한 구매”였다고 주장했다. 할인쿠폰이 발행될 때 G마켓이 공지한 내용을 둘러싸고 ‘진실게임’도 벌어지고 있다. G마켓측은 “27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당초 16개 바캉스 관련 품목에 한정한 할인쿠폰이라는 점을 발행할 때 밝혔다.”면서 “바캉스 관련 품목이 아닌 제품을 이 쿠폰을 사용해 30% 싸게 샀을 경우에는 거래 취소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G마켓은 전날부터 전화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알리고 취소에 동의한 고객들에게 1만원짜리 상품권을 발행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쿠폰을 발행할 때 쿠폰이 16개 품목에 한정된다는 공지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쿠폰으로 100만원대 냉장고를 30% 가까이 싸게 구매한 한 소비자는 “인터넷으로 구매를 한 뒤 G마켓측에 연락해 30% 할인쿠폰을 적용할 수 있는 게 맞다는 대답도 들었다.”면서 “G마켓측 실수임에도 무조건 구매를 취소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쇼핑후기 등을 공유하는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G마켓의 할인쿠폰 발급 오류와 대처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G마켓의 실수인지 모르고 정당하게 할인쿠폰을 발급받아 물품을 샀기 때문에 G마켓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과 G마켓도 착오로 인해 피해를 본 만큼 물품구매를 취소하는 게 정당하다는 의견이 맞섰다. 당일배송으로 이미 배송이 완료된 제품의 경우 물품이 이미 개봉돼 손상된 경우도 일부 발생했다.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오픈마켓이기 때문에 G마켓으로서는 판매자와 조율해야 하는 문제도 안고 있다. G마켓 관계자는 “배송이 안 된 물품의 경우 구매취소 원칙을 세웠고 배송이 완료된 물품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판매자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강지원 좋은세상] ‘中向 ~ 中 리더십’ 어디서 찾나

    [강지원 좋은세상] ‘中向 ~ 中 리더십’ 어디서 찾나

    우린 소싯적부터 우향~우(右向~右), 좌향~좌(左向~左) 소리를 귀 아프게 들어 왔다. 우렁찬 구령에 따라 오른쪽, 왼쪽으로 일제히 돌았다. 간혹 실수를 하여 반대편으로 돌았다가는 혼찌검이 났다. 획일성을 훈련받은 것이다. 그러나 다양성의 세상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일부는 우향우하고 일부는 좌향좌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대열의 절반을 갈라 한편은 우향우, 다른 한편은 좌향좌했다고 하자. 이때에는 두 가지 경우가 나타난다. 하나는 서로가 완전히 등을 돌리고 각자 반대편을 바라보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서로 마주보고 눈을 마주치는 경우다. 전자는 서로 쳐다보지도 아니하므로 대화도 없고 타협도 없다. 그러니 일방처리, 결사투쟁, 적개심 등등의 외침만이 난무한다. 후자는 중향~중(中向~中)이다. 모든 대인경기, 이를테면 테니스, 축구, 농구, 권투 등등은 모두 서로 마주보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반드시 규칙이 있다. 코트 밖으로 나가지 말라든가 급소를 치지 말라든가 욕지거리, 싸움질을 하지 말라는 등등이다. 지금 이 나라는 서로 등짝을 돌리는 사회다. 저 국회 정치판의 꼬라지는 실로 개탄을 금치 못한다. 여의도 의사당을 몽땅 한강에 빠뜨려 버리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더욱더 가관인 것은 이 나라 지식인, 언론인, 운동가들이다. 여론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이들이 완전히 극과 극으로 등을 돌린 채 막말을 내뿜고 있는 것이다. 선전선동, 나팔수, 앞잡이 노릇이 극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매일같이 표독한 막말을 쏟아부으면서도 자신의 몰골을 되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감정 일변도의 싸움을 억제하고 조금 더 이성과 조화를 이루는 자세를 보일 수는 없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우선 무조건 서로 마주 보아야 한다. 우선 무조건 눈을 마주쳐야 한다. 그러곤 입을 열어야 한다. 그 말도 가급적이면 따뜻해야 한다. 자기 말 하기보다 상대 말 듣기에 주력해야 한다. 추임새를 넣어 줄 줄도 알아야 한다. ‘포지티브 리스닝(positive listening) ’이다. 서로 공감하는 부분부터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상대의 속마음도 알게 되고 최소화된 차이점도 발견하게 된다. 언젠가 ‘좌파와 우파는 서로 사랑하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렇게 서로 마주하다 보면 상대에게서 배울 점도 발견하게 된다. 필요에 따라 상대의 이론을 차용해올 수도 있게 된다. 자신의 이론과 잘 융합해서 더 좋은 창조적인 것들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제3의 길이 따로 없다. 때에 따라 그 시대에 맞는 노벨상감 같은 이론들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게 서로 하다 보면 서로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파를 사랑하는 좌파’, ‘좌파를 사랑하는 우파’가 많이 나올 수 있다. 성별이 다른 남녀가 서로 사랑하듯이 좌우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음양이 조화되는 이치가 아닐까. 자연의 순리가 그런 것 아닐까. 현실정치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대화정치는 물론이다. 탕평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우파정권인 경우 경제부처 장관에 성장주의 인물을 앉혔다면 복지부장관 같은 자리에는 진보적 전문가를 기용하는 것이다. 그들이 국무회의에서 갑론을박을 하여 조화로운 정책을 도출해 낸다면 그것이 바로 탕평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절실한 것은 ‘중향중의 리더십’이 아닐까. 일제침략과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던 국민들을 구출해 낸 우리가 너무도 갈가리 찢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도자들부터 바뀌어야 한다.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다시는 꼴 보지 않을 것처럼 등 돌리는 지도자가 아니라 힘들수록 중앙을 향해 웃음을 보내는 지도자가 필요한 것 아닐까. 우리 국민에게 ‘중향~중’ 하고 구령 부르는 넉넉한 지도자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 강지원 변호사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초대 이사장 이현세 화백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초대 이사장 이현세 화백

    “어느덧 나이가 들어 저 개인이 아니라 만화라는 장르와 만화계, 동료와 후배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입장까지 왔다는 게 대견스럽습니다.” ‘까치 아버지’ 이현세(55) 화백을 최근 서울 개포동 화실에서 만났다. 27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초대 이사장 취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한국 만화 100주년으로 새로운 100년을 시작해야 하는 올해 중책을 맡게 된 것. 진흥원은 만화 콘텐츠 인프라 구축과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한국만화 발전을 목표로 오는 9월 문을 연다. 부천만화정보센터가 그 전신이다. “걱정이 태산”이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여러 갈래로 벌여 놓은 작품 활동을 이어 가야 하고, 세종대에서 후진도 양성해야 하고 그야말로 금쪽 같은 시간을 보내며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기 때문. 늘 혼자 ‘독립만세’를 외치던 사람이 조직에 몸담게 된 점도 걱정거리다. 그러나 집중과 몰입으로 태산을 털어버리겠다며 눈을 빛낸다. 머릿속으로는 어느 정도 로드맵을 짜놓은 분위기였다. ●국내 만화계는 온·오프라인 과도기 “우리나라의 여러 분야에 진흥원이 많지요. 왜 이 시점에서 만화영상진흥원이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어요. 정체성을 빨리 찾는 게 최우선 목표입니다. 인재 채용, 정책 개발, 연구 활동,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 할 일이 많습니다.” 국내 만화계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혼란의 과도기다. 이 화백은 양쪽의 장단점을 살펴보면 길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은 콘텐츠 실험성에서 최적의 요건을 갖췄다. 다만 아마추어리즘이 짙어 가볍게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인지도를 볼모로 원고료 면에서 제대로 대우받는 경우가 드물고, 독자와의 소통이 원활하지만 시시각각 피드백을 따라가려다 보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게 쉽지 않다. 반면 전통적으로 양질의 콘텐츠와 그에 걸맞은 대우에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던 기존 오프라인 작가들은 시장이 좁아지며 위기를 맞았고, 온라인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당수가 현업을 떠났다. “갑론을박 시기는 지났습니다. 온라인이 대세라면 적극 활용해 어떻게 수익을 올리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급선무죠.” 조만간 이 화백도 생애 처음으로 온라인 만화를 지면과 동시에 연재할 예정이다. 격투기 선수가 정치인으로 커가는 대하 드라마식 작품이란다. 상투적일 수도 있지만 이현세적인 스타일을 아우르는 작품이며 그의 페르소나 오혜성은 등장하지만 엄지는 나오지 않는다는 귀띔. 1978년 월남전 소재의 ‘저 강은 알고 있다’가 공식 데뷔작이니 만화가 인생도 벌써 30년을 넘겼다. “100타이틀 정도 될까요?” 몇 작품을 했는지 일일이 세지 않아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껄껄 웃는 그는 오늘날 이현세를 있게 한 ‘공포의 외인구단’을 기억나는 작품으로 첫손 꼽았다. 스토리는 물론 지우개 작업까지 혼자했던 ‘국경의 갈가마귀’는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라고. 사전 심의 없는 세상에서 마음껏 그리고 호쾌한 즐거움을 줬던 ‘아마게돈’과 ‘남벌’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시련의 순간도 많았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뒤엉킨 ‘천국의 신화’가 우선 떠오른다. 음란물 시비에 휘말렸고, 재판을 받는 6년 동안 40대의 열정을 빼앗긴 작품이라고 했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가 크게 실패한 ‘아마게돈’은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없어 배임죄를 저질렀다고 돌이켰다. ‘동경 4번지’ 송의성, ‘도전자’ 박기정 작가 등의 작품을 즐기며 만화가의 꿈을 키웠던 이 화백. 그의 작품을 보고 만화가가 된 후배들도 부지기수다. 그러한 후배들에게 지구력을 강조한다. “선배보다 재능이 뛰어나며 체계적으로 공부해 철학도 분명한 후배들이 많아요. 하지만 쉽게 싫증 내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아쉽지요. 지구력만 갖추면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나올 겁니다.” ●후배작가들 지구력 갖춰야 만화 콘텐츠에 진지하게 접근해 달라며 독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소설,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의 창작자에 견줘 고뇌와 열정이 결코 뒤처지지 않지만 만화가는 작가로서 무게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프랑스나 벨기에 등에서 만화 장르가 예술이 된 것은 독자들이 만화를 어떻게 대했느냐를 살필 수 있는 좋은 사례입니다. 초·중·고등학교에 만화 커리큘럼이 있을 정도로 진지한 접근이 이뤄진다면 만화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창천수호위’를 통해 한국적인 그래픽 노블에 도전했고, 웹 게임 원작 만화 제작에도 뛰어든 이 화백은 근래 들어 역사 학습 만화에도 붓을 대고 있다. 마지막 꿈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예순이 넘어서는 손자 손녀들을 위해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동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마지막 삶은 그렇게 애들을 위해 살았으면 합니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갈 곳 잃은 노 前대통령 추모 표지석 은행 연차쓰면 보너스 휴가 英 동성애 군인이 표지모델로 인터넷 시세 300만원짜리 팔러가니… 박물관·미술관으로 ‘문화 피서’ 떠나요 올여름 한옥마을서 “1박2일”
  • [Healthy Life] (25) 침술

    [Healthy Life] (25) 침술

    침술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있다. 효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과학성을 규명하지 못했을 뿐 인간의 지혜가 농축된 결과”라며 신봉론을 펴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미혹의 의술”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운다. 이런 가운데 유럽과 미주 등지에서 최근 들어 ‘동양의학의 정수’라는 침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학성을 중시하는 서구인들이 눈여겨보는 침술의 효용은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 대해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침구과 박동석 교수로부터 듣는다. ●‘도태되는 의술’이라는 관점과 ‘엄연한 과학’이라는 시각 때문에 침술은 경계의 의술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한의학이 긴 세월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관념적이 아니라 실제로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한의학에서 침술은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중풍을 비롯해 내과·외과·심인성 질환 등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실제 임상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한 효과를 보일 때가 많지만 이를 체계적·과학적으로 정리하고 입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한의학의 장점은 개인의 특성에 맞게 치료한다는 점인데, 이런 특성이 과학화에 어려움을 주었다고 본다. 이런 각성 위에서 많은 한의사들이 침술의 효과와 기전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성과도 좋다. ●확인된 성과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골관절염과 류머티즘관절염·강직성척추염·두통·안면신경마비 등 많은 질병 치료에서 침술의 효용이 입증되고 있다. 침술의 효능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런 내용이 서양의학 교재에도 게재돼 있다. ●침술은 어떤 원리를 갖고 있는가. 침술은 경혈(經穴)이라는 체표상의 부위에 침으로 물리적 자극을 가해 질병을 예방·완화·치료한다. 치료 원리는 다양하지만 크게 ‘조화음양(調和陰陽)’ ‘부정거사(扶正去邪)’ ‘소통경맥(疏通經脈)’을 들 수 있다. 조화음양은 인체 기능의 균형을 꾀한다는 뜻인데, 침을 이용해 기(氣)가 경락(經絡)을 원활하게 흐르도록 함으로써 인체의 불균형을 바로잡는다. 부정거사는 인체의 생리조절력과 면역력을 키워 질병의 원인인 나쁜 기운을 내친다는 뜻이다. 한의학에서는 정기(正氣)라는 인체의 정상적인 활동력·저항력과 사기(邪氣)라는 나쁜 기운(세균·바이러스·외부 환경 등)의 균형이 깨지면 질병이 생긴다고 본다. 침은 이 과정에서 부족한 기운은 보태고 사기를 제거하는 도구가 된다. 소통경맥은 경락으로 기혈이 잘 흐르게 한다는 뜻이다. 경락은 몸의 안팎을 연결하는 통로로, 기혈을 운행시켜 인체의 기능을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 이런 경락이 막히거나 이상이 생기면 생리기능에 문제가 생겨 질병이 오는데, 침으로 막힌 경락을 뚫어 질병을 치유한다. ●침이 인체에 작용하는 경로와 기전을 설명해 달라. 경혈에 침을 놓으면 경락을 통해 병소에 자극이 가해진다. 경락계에는 십이경맥·십이경별·기경팔맥 등 많은 통로가 있는데 이곳을 따라 자극이 병소에 전달된다. 침은 자극 부위의 근육과 신경조직의 말단 등 연부조직을 직접 자극, 근육의 경결을 완화하고, 혈류를 개선하며, 통증을 억제해 준다. ●침의 효능은 무엇이며, 어디까지 과학적으로 검증됐는가. 효능은 진통·항염·면역조절 등 무척 다양하다. 세계보건기구는 안면 신경마비·두통·치통·딸꾹질·위경련·오십견 등 47개 질환에서 침의 치료효과를 공인했고, 미국국립보건원(NIH)은 침이 수술 후 화학요법에 따른 구역·구토와 수술 통증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으며, 중풍 재활·섬유근통증후군·요통 등의 질환에도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침의 과학성을 입증하려는 연구가 많은 나라에서 진행돼 골관절염·요통·안면신경 마비·파킨슨병 등에 대한 치료효과 임상보고에 이어 최근에는 암 등 난치병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그런가 하면 경희대 침구학교실에서는 침의 자극이 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 계통 등을 통해 신경성·염증성 통증을 효과적으로 진통시킨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구미에서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미국의학협회에서는 침술을 정식 치료방법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독일 의사의 70% 이상이 통증 치료에 침을 사용하고 있다. 서양의학이 세계 의학의 주류임은 틀림없으나 만능은 아니다.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서양의학자들이 침술을 포함한 대체의학 및 전통의학에 관심을 갖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침치료에 대한 연구와 임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의학에 밀려 침술 선호도가 점차 위축되고 있다. 침술이 가진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런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한국은 물론 중국·일본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많은 연구 결과가 축적돼 침술이 과학적임을 확인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근거가 발굴되리라 본다. ●침 치료가 특히 유효한 질환은 무엇인가. 특히 골관절염·류머티즘관절염·오십견·안면신경마비·중풍 등의 근골격계 통증 및 마비 질환, 심인성 질환 등에서 나타나는 효과가 탁월하다. 한의학의 비증(痺症)에 해당되는 골관절염·류머티즘관절염은 고령화와 함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비증은 빠른 치료 못지않게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환자가 대부분 고령이고 진통소염제 등의 부작용을 감안할 때 침술은 부작용 없이 고통을 경감시켜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준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한의학의 견비통(肩臂痛)·견불거(肩不擧)에 해당되는 오십견은 주원인인 담습과 어혈을 제거해 치료한다. 안면마비로 불리는 구안와사는 기혈이 부족하고,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찬기운이 경락을 침범해 기혈 순환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때는 침술로 바람(風)·찬 기운(寒) 등 나쁜 기운을 없애고 기혈의 조화를 꾀해 치료한다. 한방 침구과와 양방 이비인후과 협진제도를 도입한 우리 병원의 경우 초기에는 한방 집중 치료와 물리치료로 마비 증상을 다스리며, 만성기에는 봉침·전기침·안면성형침 등으로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있는데,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법관신분 보장 싸고 치열한 논쟁

    14일 열린 서울남부지법과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판사들이 신영철 대법관의 거취 문제를 어떻게 결론 낼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한 판사들도 이 사안을 논의의 주제로 할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15일 0시10분까지 마라톤회의를 한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도 이 문제로 갑론을박했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자정쯤 회의가 열리는 중앙지법을 전격 방문,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판사는 “논의 결과와 관계없이 이틀만에 이렇게 많은 판사들이 모인다는 게 감개무량하다.”면서도 “다른 법원에서 우리 회의 결과를 보고 판사회의를 추진할지 결정하겠다는 말이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판사회의를 가장 먼저 연 서울남부지법이 ‘신 대법관 거취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회의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용퇴를 촉구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지만 이론도 만만치 않다. 한 판사는 “신 대법관 문제로 판사회의를 소집하는 요구서에 서명한 것 자체가 용퇴에 대한 연판장에 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대법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 평판사들이 논의를 갖겠다는 것은 스스로 물러나라는 취지의 가장 점잖은 표현”이라고 말했다. 남부지법에 이어 열린 서울중앙지법 판사회의에서도 신 대법관 거취문제가 핫이슈였다. 신 대법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에 ‘헌법에 신분이 보장된 법관을 압박해 사퇴시키는 것 역시 법을 어기는 행위’라는 의견도 제기됐다.이와 함께 신 대법관과 같은 관리자의 입장에서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던 고법 부장판사들이 이제는 신 대법관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는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1년에서 2년 내에 법원장으로 나가 사법행정을 하게 될 고법 부장판사들의 변화는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게다가 판사회의에 앞서 ‘총대’를 멘 소장 판사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 대법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판사가 근무하는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에서는 신 대법관이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직접적인 사퇴권고를 할 수 없게 됐지만 스스로 사퇴할 때까지 ‘긴 호흡’으로 판사들의 생각을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물론 신 대법관에 대한 반대여론을 이데올로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판사들도 적지 않다. 게다가 ‘신 대법관 한 명을 밖으로 내몬다고 해서 과연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이 지켜질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에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편의점 끝없는 진화

    편의점 끝없는 진화

    야채와 과일을 파는 편의점, 커피를 마실 공간을 마련한 편의점, 사람 없이 운영하는 편의점…. 편의점들이 무한 변신 중이다. 상권마다 특성을 살린 매장들이 출현하는가 하면, 자체 브랜드 상품(PB)을 통해 이른바 ‘밑바닥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해 말에는 ‘1000원 김밥’ 가격 인상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을 정도다. 이동통신사나 카드사와 제휴를 맺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24시간 영업이라는 ‘편의성’을 무기로 마트 등에 비해 고가 가격정책을 실시하던 모습도 희석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성장률이 정점을 찍고 올해부터 둔화될 것이라는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의올해 초 분석은 편의점의 변신을 설명할 도구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신규 점포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폐점 또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실제로 편의점 업체들은 올해 들어 목표로 삼았던 신규 점포수를 순조롭게 달성하고 있지만, 상권이 거의 포화 상태에 도달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전국에 4300여개 점포를 보유한 보광훼미리마트는 올해 들어 3월까지 175개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38개)에 비해 26.8% 증가했다. 3500여개 점포를 갖춘 GS25측도 8일 “창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를 마구잡이로 열 수는 없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GS25는 올해 700개점 가량을 새롭게 낼 계획이다. 훼미리마트는 최근의 불경기가 오히려 편의점 업계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자영업 등의 폐업 신고는 늘고 있지만, 경기 상황에 덜 민감한 생필품을 취급하는 편의점은 오히려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 투자비용이 일반 자영업이나 프랜차이즈보다 적고, 대기업 운영체제인 점도 매력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GS25 창업자들의 전직 분포를 보면 회사원 33.1%, 자영업 27.7%, 주부 20.4%, 학생 7.3%, 기타 11.5%로 나타났는데, 회사원은 2007년에 비해 6.5% 감소한 반면 자영업자는 2.3% 증가했다. 자영업자 유입 비율이 늘고 있는 셈이다. ●“올해부터 편의점 성장률 둔화” 편의점의 외형 확장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차별화가 새로운 화두가 됐다. 최근 자체브랜드(PB) 상품이 ‘효자 상품’으로 떠오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GS25는 담배와 서비스를 제외한 상품 매출액 가운데 2006년 14.5%에 불과하던 PB매출이 지난해 25%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PB와 구별되는 지점도 찾아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대형마트 PB상품이 주로 대량 구매를 목적으로 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동일한 품질에 저렴한 가격을 갖춘 상품 개발에 힘쓰는 반면 편의점 PB상품은 개개인이 소량 구매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높은 품질·소용량 등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테라로사 커피·스테프 핫도그·빨간모자 피자 등을 일부 매장에서 유치한 바이더웨이의 전략도 넓은 의미에서 편의점 PB의 새 영역으로 분류된다. ●불황에 PB매출 성공모델 구축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편의점의 변신은 매장 그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편의점 업체마다 가진 특성에 따라 ‘색깔’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훼미리마트는 서울 청담동·종로·목동 등에 일반 매장의 3분의1 크기인 23~26㎡(7~8평)의 미니 매장을 운영한다. 취급하는 상품 가짓수도 800여개로 제한했다.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한 업체답게 시장을 쪼개 매장수를 더 확보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신규 빌딩이 들어서면서 상권에 맞춘 매장도 나왔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지하에 있는 훼미리마트는 프리미엄 생수·웰빙떡·명함 케이스·경영 및 경제 관련 베스트셀러 서적 등을 구비했다. 서울 왕십리역사점은 카페형 점포로 꾸며, 구매 고객에게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고 여성 고객을 겨냥해 파우더룸 등을 갖췄다. GS25는 슈퍼형 편의점·베이커리형 편의점·인천공항 내 무인편의점 등 상권 맞춤형 점포를 개발했다. 특히 슈퍼형 편의점은 2006년 5월에 도입해 현재 15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도 150여개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일반 편의점 상품 1800개뿐 아니라 야채·과일 등 100여가지가 넘는 신선식품을 취급하고 있다. GS25 관계자는 “GS슈퍼 등을 운영한 경험에서 신선식품 조달에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포화 직전… 무제한 변신 중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고유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전략이다. 상권별로 고객의 수요에 맞춘 상품을 도입하고 진열해 판매하는 데 중점을 둔다. 바이더웨이는 카페형 편의점·셀프바 편의점 등 직장인 활용도가 높은 점포 개발에 신경쓰고 있다. 오피스촌 매장 비율이 높은 특성을 살려 특화 전략을 폈다. 특히 지난 2월 강남역을 시작으로 홍대점·가톨릭병원점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 셀프바 편의점은 즉석 먹거리를 다양하게 만드는 한편 점주의 일손을 덜어주는 효과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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