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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댄싱슈즈’ AJ “비 선배님이 내 ‘위인’” (인터뷰)

    ‘댄싱슈즈’ AJ “비 선배님이 내 ‘위인’” (인터뷰)

    이순신 장군·세종대왕·유관순 열사·안중근 의사…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창시절을 보내며 일부러 찾아봤던, 어른들의 강요에 못 이겨(?) 읽게 됐던 위인전의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막 청년이 된 AJ(본명 이기광)에게 위인은 존재는 사뭇 달랐다. 그는 흔히들 말하는 위인전집이 아닌 TV 속에서 위인을 찾아냈다. 나만의 위인을 찾다. “어느 날 TV에서 음악 프로그램을 보다가 비 선배님을 처음 봤는데 너무 멋있는 거예요. 터무니없는 자신감으로 그 순간 가수라는 걸 정말 해보고 싶었어요.” ‘나만의 위인’을 찾아낸 기광이는 그날부터 TV와 전신거울 앞을 떠나지 않았다. TV 속에서 본 그를 스스로 발현해 내고 싶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거울 앞에 서서 무작정 따라했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기광이는 남들은 수십 번 떨어진다는 JYP 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3번 만에 덜컥 합격했다. 기광이의 ‘위인’ 비도 20번 만에 합격했던 오디션이다. 하지만 그것은 고난의 시작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성과 없이 5년을 버텼다. 결국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바닥났고 슬럼프가 찾아왔다. “연습생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하나둘 씩 데뷔했죠. 원더걸스 주(JOO) 2PM 2AM 멤버들과 함께 준비했었거든요. 동기들은 다 데뷔하는데 왠지 실력이 늘지 않고 혼자 제자리에 멈춰 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불안했어요.” 어린 나이로 버티기에는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아 응석만 부릴 수는 없었다. 기광이는 집에 가서 연습생 초창기 시절을 떠올렸다. 눈을 감고 처음 시작했을 때 마음가짐을 생각해봤다. ‘내 목소리가 담긴 음반을 녹음하고, 화려한 조명 아래서 나를 주목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노라’고. “다음날부터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연습을 시작했어요. 전 그저 연습생일 뿐 인데 왜 그렇게 많은 생각들을 했던 건지. 그 시간에 차라리 안무연습을 더 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인데요.” 매일매일을 한결 같이 연습했다. 밤새 노래와 춤을 연습하느라 집에 못 들어간 날들도 허다했다. 그럴 때면 기광이는 연습실에서 고작 몇 시간 눈 붙이는 걸로 잠을 대신했다. ‘댄싱슈즈’ 신은 AJ로 변신! AJ를 보고 있노라면 참 많은 연예인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여리고 깨끗한 이미지와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반짝이는 눈동자, 날카로운 콧날까지. 요목조목 어디선가 본 듯한 외모지만 AJ는 누구보다 더 분명 100% 싱싱하고 풋풋한 신인이다. 특히 뭇 누나들의 마음을 훔쳐갈 훈훈한 미소년이었다. “두 가지 매력을 다 보여드리고 싶어요. 미소년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남자냄새가 물씬 풍기는 모습이요. 한마디로 귀여울 때도 섹시할 때도 있는 AJ가 되고 싶어요. 하하” 스타가 된 연예인들은 신인 때 모습을 다시 돌려보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극도의 긴장감으로 노래 한 소절, 대사 한 마디 똑바로 하지 못했던 암울한 과거를 떠올리기 싫은 탓이다. 하지만 AJ는 다르다. 훗날 본인의 데뷔 초 모습을 봐도 전혀 머쓱해 하지 않을 것 같다. 데뷔한 지 이제 한 달 된 이 청년은 무대 위에서 날아다닌다. 센스발휘는 물론 심지어 여유까지 부릴 줄 안다. “너무나 서 보고 싶었던 무대니까 최대한 제가 즐기고 싶어요. 그런 모습을 알아주시는 팬들에게 감사드릴 뿐이죠. 제가 처음보다는 조금씩이지만 더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돼요. 물론 그것 역시 팬들 덕분에 느끼게 되는 거니까. ‘아, 내가 사람들에 좋게 비춰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기죠.” ‘비 선배님’과 한 무대를 서는 그날까지. AJ의 스승이 월드스타 비라는 사실은 꽤 많이 알려져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친분은 아니었다. 하늘 위로 우러러만 보이던 위인에서, 까마득하게 높은 선배로, 이젠 아낌없는 조언과 칭찬을 전해 받는 지훈이 형으로. “춤 뿐만 아니라 의상 콘셉트나 헤어스타일까지 모든 걸 조언해주세요. 가끔씩 정말 뜬금없이 찾아오셔서 도와주고 가세요. 어느 날 갑자기 연습실로 ‘너 보러 왔다’며 오셨어요. 비 선배님 앞에서는 정말 저의 모든 걸 보여드리고자 모든 퍼포먼스를 다 보여드리죠. 처음엔 심드렁하시더니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쳐주셨어요.” 내가 존경하고 우상이던 사람이 자신에 대하 칭찬을 해줬다는 기쁨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뿐만 아니다. AJ는 타이틀 곡 ‘댄싱슈즈’의 도입 부분 안무를 비에게 사사 받는 영광(?)을 누렸다. “무대 오르기 전 너무 긴장해서 가슴이 답답했어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서자 신기하게도 너무 편안해졌어요. 새로운 목표는 계속해서 생기고 있지만 우선은 그동안 제가 준비했던 것들을 보여드리고 더 많은 분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 / 사진=강정화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소녀시대 MBC ‘일밤’ 접수

    소녀시대 MBC ‘일밤’ 접수

    “라이벌은 유리예요. 이유는 방송을 보시면 아실 거예요. 유리는 영화 출연 경험도 있거든요.”(수영) 자신의 연기 라이벌이 유리라는 수영의 장난스러운 답변에 다른 소녀시대 멤버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지만, 유리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오래 전 찍었던 영화 ‘꽃미남 연쇄테러사건’을 들먹인 탓이었다. 23일 열린 MBC ‘일요일일요일밤에’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소녀’들은 매주 벌어질 멤버간의 경쟁을 앞두고도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최근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일밤’의 구원투수로 소녀시대가 나섰다. 이들은 새달 3일 개편 방송하는 일밤의 새 코너 ‘소녀시대의 공포영화 제작소’에서 공포영화 주인공에 도전한다. 매주 영화촬영에 필요한 미션을 수행하며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호러 영화 주인공 자리를 다툰다지만 소녀들은 아직 겁이 많다. 제시카는 “마지막으로 본 공포 영화가 ‘고사’였어요. 그것도 무서워서 눈을 감고 봤어요.”라고 했다. 하지만 제시카 못지 않게 겁이 많다는 티파니는 “진짜 겁이 많으니 오히려 리얼하게 연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라며 오히려 자신감을 드러냈다. 티파니가 찍고 싶다는 호러 영화는 ‘여고괴담’처럼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태연은 역시 리더답게 겁이 없다. 그녀는 “무서움을 느끼지 못해야 연기를 잘하죠.”라고 했고, 곁에 있던 수영은 “호러 영화 주인공이라면 귀신이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어야죠.”라며 직접 겁먹은 표정까지 지어 보였다. 남자주인공으로 바라는 배우를 묻는 질문에는 수영과 서현이 동시에 탤런트 김명민에게 표를 던졌다. 추격자를 인상 깊게 봤다는 유리는 배우 하정우를, 제시카는 다니엘 헤니를 꼽았지만, 곁에서 조혜련이 “일본 배우 기무라 다쿠야를 섭외하겠다.”고 농담을 하자 모두 깜짝 놀라며 반가워 했다. 촬영은 3개월 간 이어지며, 그 이후에는 실제로 소녀시대를 주인공으로 호러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제작을 담당한 MBC 김영진 PD는 “30분 정도의 짧은 영화로 만들어 여름쯤 무료개봉을 할 생각”이라면서 “현재 시나리오 작업과 더불어 감독 섭외를 타진하고 있다.”고 했다. 3일 첫회 방송에는 연기력과 담력 테스트를 받는 소녀들의 에피소드를 그린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프로농구]KCC 강병현, 거인군단 깨웠다

    뽀얀 피부와 맑은 미소. ‘완소남’ 강병현(24·KCC·193㎝)의 몸짓과 표정에 소녀 팬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홈, 원정을 가리지 않는 전국구 스타 강병현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여성팬뿐 아니라 허재 감독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갔다. 지난 2월 말 왼쪽 허벅지 바깥쪽 근육이 파열된 탓. 서둘러 복귀하려다가 부상 부위만 키웠다. 6라운드 첫 게임만 뛴 뒤 내내 재활에 몰두했다. 분당의 한 재활센터에서 한 달 동안 산소탱크와 레이저 치료를 받았다. 부상선수 속출로 벼랑 끝에 몰렸던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허 감독은 ‘강병현 카드’를 만지작거렸지만 꺼내 들지 못했다. 지난 8일 동부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강병현을 내보냈지만 화를 불렀다. 10여분 동안 3점 1리바운드. 경기에서도 패했다. 다쳤던 허벅지 근육만 악화됐다. 16일 만인 22일 삼성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허 감독은 1쿼터 2분여를 남기고 강병현을 코트로 내보냈다. 삼성 수비에 막혀 좀처럼 탈출구를 못 찾던 상황. 프로 데뷔 첫 챔프전 출전이라 긴장했던 것일까. 날렵하게 코트를 휘젓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2쿼터에 6점을 넣으면서 서서히 감을 찾았다. 3쿼터는 오롯이 그의 몫. 속공 때 강병현이 찔러준 베이스볼 패스는 거푸 마이카 브랜드의 덩크슛으로 이어졌다. 3쿼터에만 3개의 속공. 이날 KCC는 스피드의 삼성을 상대로 9개의 속공을 만들어 냈다. 반면 삼성은 고작 2개. 부상으로 주전 가드 신명호가 11분밖에 못 뛴 상황에서 강병현(11점 3어시스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4쿼터 막판 결정적인 턴오버를 범해 패배의 멍에를 쓸 뻔도 했다. 아직 경기 감각이 불완전하다는 방증. 허재 감독은 “병현이가 들어와서 팀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마지막 턴오버는 아쉽지만 좋아질 것”이라면서 “4차전부턴 출전 시간을 더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병현은 “긴장도 되고 부담도 있었지만 즐기려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몸상태는 70~80% 정도다. 감각만 찾으면 예전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제 2의 허재’ 강병현이 허 감독에게 우승컵을 안길지 궁금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데스크 시각] 쌀 시장 전면개방 꼼꼼히 따져봐야/오승호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쌀 시장 전면개방 꼼꼼히 따져봐야/오승호 경제부장

    쌀 시장을 조기에 전면 개방하는 문제가 이슈화할 조짐이다. 농어업선진화위원회가 이미 이를 의제의 하나로 설정한 데다 농정당국도 쌀 시장을 앞당겨 완전 개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으로 하여금 다음달부터 지역토론회를 갖게 할 예정이라고 한다. 쌀 시장을 완전 개방하는 것과 지금처럼 관세 없이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쿼터제를 유지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국익과 농민들에게 유리한지 판단하기는 힘들다. 전면개방 찬성론자들 가운데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에 방향을 틀고, 올해부터 실행에 옮겼어야 했다는 의견도 있다. 관세화 전환 시기가 늦어지면서 경제적으로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시각이다. 물량에 구애받지 않고 쌀을 자유롭게 수입하는 것이 부분 개방보다 낫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우리나라는 2004년 쌀 수출국들과 협상을 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쌀 시장 완전 개방을 유예받았다. 대신 2005년 22만 6000t을 시작으로 매년 2만t가량씩 늘려 의무적으로 수입하기로 했다. 올해는 30만 7000t, 내년엔 32만 7000t, 마지막 해인 2014년에는 40만 9000t을 무조건 들여와야 한다. 그런데 원·달러 환율과 국제 쌀 값이 뛰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수백%의 관세율을 적용해 시장 문을 확 열어버리면 앞으로 의무수입 물량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04년 협상 당시 우리나라와 쌀 수출국들은 10년간의 유예기간이 끝나기 이전 완전 개방키로 추후 합의할 경우 의무 수입 물량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해뒀다. 즉 만약 올해 이런 합의를 한다면 내년부터는 올해 들여올 30만 7000t에서 고정된다. 의무수입 물량 이외에는 관세율을 100%만 적용해도 국내외 쌀 값 차이가 없어져 민간업자들이 장사를 하기 위해 추가로 쌀을 들여올 이유가 없어질 것이란 분석을 한다. 관세화 유예기간이 끝나기 이전 높은 관세를 물게 해 시장 문을 다 여는 이른바 ‘중도 관세화’ 협상 전략을 하루빨리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대론자들의 입장은 또 다르다. 쌀 시장을 앞당겨 완전 개방하면 현행 수입 체계에 비해 2000억원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지만 뭘 믿고 수입 물량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하는지, 믿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쌀은 우리의 주식으로 민감한 품목인 데다 세계 각국이 식량 위기에 대비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 논의를 위한 사회적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관세화 유예기간을 2년 남겨 둔 1999년 4월 쌀 시장을 완전 개방했다. 타이완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년째인 2003년 1월부터 관세화 유예를 중단하고 시장 완전 개방으로 전환했다. 그후 일본은 국영무역과 수입쌀 용도 제한 등을 통해 시장이 비교적 안정되는 효과를 봤다. 하지만 타이완은 자국 쌀값이 급락하는 등 부작용이 컸다. 미국이 수입쌀 용도를 제한하려는 타이완에 제약을 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관세율 상한선 등을 정하게 될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남아 있는 등 돌출 변수가 많다. 쌀 수출국인 미국이나 중국 등이 우리 정부의 수입쌀 300~400% 관세율 부과 복안을 용인할지도 미지수다. 미국은 쌀값이 중국에 비해 비싸다. 때문에 쿼터제 폐지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쌀값 등이 지금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할지도 알 수 없다. 정부는 이런 불투명한 미래 상황을 인식하고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한다.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를 통해 정부가 상정하는 경제적 이득보다 더 큰 사회 비용을 치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승호 경제부장 osh@seoul.co.kr
  • 아이들이 50달러에 팔리고 있다

    아이들이 50달러에 팔리고 있다

    ‘노예제는 1863년 미국 링컨대통령의 노예제 해방과 1888년 브라질의 노예 해방령을 마지막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이 명제는 참일까 거짓일까. 혹자는 ‘노예매매를 금지하는 국제협정이 12개이고, 노예제를 금지하는 300여개의 국제조약이 있고, 문명국은 법적으로 노예제를 반대하고 있다.’면서 앞의 명제가 사실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또는 노예를 저임금에 과도한 노동을 하는 막노동자나 성매매를 하는 여성 등을 표현하는 ‘은유’로 인식할 수도 있겠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E 벤저민 스키너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사람들-21세기 노예제, 그 현장을 가다’(유강은 옮김, 난장이 펴냄)란 책을 통해 사람들이 눈감고 귀막은 사이에 서남아메리카인 아이티나 아프리카의 수단, 루마니아 등 동유럽, 인도 등에서 광범위한 노예와 노예제가 존재하고 있다고 고발하고 있다. 저자는 노예에 대해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요나 사기에 의해 ▲생존을 넘어선 보수를 받지 못하고 ▲강제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스키너는 문명사회의 기준으로 현대사회에 사라졌어야 할 노예들이 존재하고, 이들의 존재에 대해 사람들이 침묵하고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르포작가처럼 문제의 나라들을 두 발로 돌아다니며 두 눈으로 목격한 노예제의 참상을 낱낱이 기록했다. 이를테면 그는 서양 관광객들을 잡아다가 몸값을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인 아이티를 방문해 이제 겨우 12살 된 어린아이를 50달러에, 그것도 3일만 있으면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스키너는 아이티에서는 농촌의 부모가 10세 전후의 자식들을 도시의 월 평균 소득 30달러 이하인 하층중간계급에 ‘더부살이’로 맡기는 이유도 분석했다. 인신매매 중개상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주겠다.’는 다이아몬드 목걸이 같은 거짓 약속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부살이들의 80%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 소설가 공지영이 1960, 70년대를 배경으로 쓴 ‘봉순이 언니’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종족 말살이 일어나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푸르에서도 ‘오른손이 소유한 사람들’(쿠란·Koran)이라고 부르는 노예가 넘쳐난다. 수단에서 쿠란은 노예나 전쟁포로로, 195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본격화됐다.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부모들은 자식을 담보로 신용대부를 받는 제도가 있었는데, 1988년 대기근으로 남부부족인 당카족의 부모들은 자식 1명당 100달러씩을 받고 북부 부족인 바가라족에게 저당잡힌다. 이런 남부와 북부 종족 간의 예속관계가 지속되면서, 21세기 최대 종족학살사태인 다르푸르의 비극이 발생했다. 구 소련의 붕괴 이후로 자본주의화하는 루마니아의 인신매매는 역사상 그 어떤 형태의 노예무역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연간 인신매매 거래액은 100만달러에 이른다. 루마니아 주변국들에서 성매매 집결지 한 곳을 폐쇄하면 작은 곳이 2개 생겨난다. 동유럽 인신매매조직에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관광지 파리에서 놀라운 액션을 보여주던 영화 ‘테이큰’의 영상이 떠오른다. 관찰할 뿐 개입하지 않는 저널리스트로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책을 서술하고 있지만, 르포르타주로 진행되는 책은 ‘지금·여기에서’ 노예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착잡함을 느끼게 한다. 암담한 현실에서 견딜 수 있는 힘은 언젠가는 선의를 가진 용기있는 사람들이 함께 힘을 보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감은 눈을 뜨고, 이런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봐야 한다. 1만 68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문화마당] 박지성·이승엽에게 필요한 것/탁석산 철학자

    [문화마당] 박지성·이승엽에게 필요한 것/탁석산 철학자

    이승엽과 박지성이 각각의 소속 팀에서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이승엽은 왼쪽 투수가 선발로 나오면 선발 명단에서 빠지고 박지성은 중요한 경기에서는 제외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두 선수는 한국의 야구와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인데 거의 같은 시기에 위기라면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을 나는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데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두 선수는 모두 성실함과 노력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진정한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는 이승엽의 성실함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시즌에는 국가대표선수마저 사양하고 어느 때보다 성실히 동계훈련에 임했다. 시범경기에서는 아주 감이 좋았다. 그런데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20일 현재 타율이 2할 2푼에도 못 미치고 있다. 홈런을 4개나 쳤지만 득점권 타율은 12타수 1안타에 그쳐 1할이 되지 않는다. 클린업 트리오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부족한 해결 능력이다. 이승엽 공략법은 잘 알려져 있다. 우선 몸 쪽으로 윽박지른다. 직구든 변화구든 몸 쪽에 약점이 있으므로 파울이 되어도 상관없다. 몸 쪽으로 던져 투 스트라이크를 잡은 후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변화구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이다. 보통 홈런은 몸 쪽 승부를 하다 가운데로 공이 몰린 경우에 나온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이승엽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코치들이 다 지시했을 것이다. 사실 이승엽은 일본 진출 후 타율이 좋지 않았다. 요미우리 이적 첫해 3할 2푼 대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3할을 친 적이 없다. 2할 4푼에서 2할 7푼에 그쳤을 뿐이다. 따라서 타격 솜씨가 있다기보다는 노림수에 강한 홈런 타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즉, 3할보다는 2할 7푼을 목표로 삼고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에서 요미우리로 이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일본시리즈에서 보여 준 결정적 홈런 3방이었다. 이것이 이승엽이 가야 할 방향이다. 즉 이승엽은 타율도 좋은 홈런 타자가 되고자 노력하지 말고 느긋하게 한 방을 치겠다는 자세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승엽은 노리는 공에는 강하지만 생각과 다른 공이 올 때 그에 맞는 스윙을 하는 기술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이런 재능은 아마 타고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야구에서 수비는 노력해서 늘 수 있지만 타격은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자기에게 맞는 목표를 정하고 비장함을 벗어던지고 야구를 즐긴다면 찬스에 강한 강타자가 될 것이다. 비장함에서 박지성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열심히 시합에 임하며 너무나도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빈다. 하지만 골은 터지지 않는다. 퍼거슨 감독도 공개적으로 골이 필요한 시합이라서 박지성을 출전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골이 필요하지 않은 시합이 있단 말인가. 박지성에게 필요한 것은 창의성인데 창의성의 시발은 첫 번째 터치에서 비롯된다. 즉 패스를 받을 때 볼과 발이 어떻게 닿느냐에 따라 플레이가 살아나느냐 아니면 진부한 플레이가 되어 시간만 잡아먹느냐가 결정된다. 박지성의 첫 번째 터치는 가볍지 못하다. 수비수가 예측 가능한 진부한 면이 있다. 따라서 골 에어리어에서 좀처럼 찬스를 잡지 못하는 것이다. 얼마 전 마체다라는 신인 선수가 맨유 데뷔전에서 창의적인 첫 번째 터치에 이은 슛으로 결승골을 만든 적이 있었다. 이 한 방으로 마체다는 맨유에서 미래를 보장받을 것이다. 세상에 축구 팀이 맨유 하나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팀에 가든 즐기면서 해야 창의적인 플레이도 나오고 인생도 즐거워질 것이다. 두 선수 모두 이미 성공하지 않았는가. 이제는 즐겨도 좋을 것이다. 즐거운 게임을!탁석산 철학자
  • [노무현-박연차 게이트] ‘盧 서면질의서’ 내용·배경

    [노무현-박연차 게이트] ‘盧 서면질의서’ 내용·배경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발송한 ‘서면질의서’ 7장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지금까지 나온 의혹이 다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탐색전 겸 정치수사 비판 비켜가기 소환 전 서면조사의 이유는 뭘까.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낸 것은 상대의 의중을 떠보기 위한 탐색전인 동시에 ‘정치수사’라는 일각의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한 다목적 카드로 보인다. 버거운 상대인 노 전 대통령과의 건곤일척(乾坤一擲) 혈투를 앞둔 검찰로서는 노 전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꺼낼지에 대한 감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일정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에 대해서는 일정대로 가고 있음을 알리는 측면도 있다. 예상 질문 1호는 박 회장에게 100만달러를 직접 요구했느냐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긴급한 요구’로 직원 130명의 명의를 빌려 이틀 만에 10억원을 달러로 환전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가 빚을 갚으려고 부탁해 청와대 관저로 돈이 배달됐고, 최근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한다. 100만달러의 쓰임새도 빠질 수 없는 질문이다.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떤 빚을 졌었는지 밝히라고 검찰은 요구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빌려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설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검찰은 돈 전달 직후 노 전 대통령이 과테말라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한 것에 주목한다. 중간기착지인 미국 시애틀에서 자녀들을 만나 유학 비용으로 주지 않았는지 의심한다. 당시 아들 건호씨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사위 곽상언씨는 미국 뉴욕대 로스쿨을 다니고 있었다. ●작년 2월 500만달러 인지 시점은 500만달러와 관련해서는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송금받았다는 것을 언제 알았느냐가 핵심이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지난해 3월에 알았다.”고 말했지만, 검찰은 2007년 8월 박 회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 지원 방안을 논의할 때 알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500만달러의 실질 투자·운영자가 건호씨이고, 처남 권기문씨까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몰랐다.”는 노 전 대통령의 해명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3억+12억 5000만원 용처는 정 전 비서관의 공금 횡령과 권 여사의 거짓말 해명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은 답변해야 한다. 정 전 비서관은 2005년부터 3년간 12억 5000만원을 대통령 특수활동비에서 횡령해 차명계좌로 은닉·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만 사용할 수 있는 돈에 손을 댔다는 점에서 정 전 비서관의 단독 플레이였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 퇴임 후 주려 했다.”고 말했고, 원금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그 의심은 더욱 짙어진다. 노 전 대통령도 “그 친구가 저를 위해 한 일”이라고 일정부분 인정하고 있다. 권 여사는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있다. 2006년 8월 박 회장이 정 전 비서관에게 건넨 3억원을 자신이 받았다고 검찰과 법원에서 진술했는데, 검찰은 그 돈이 정 전 비서관의 차명계좌에서 발견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홍 수사기획관은 “본인이 받지도 않은 돈을 왜 받았다고 진술했는지, 그게 수사의 핵심”이라고 말했었다. 노 전 대통령의 형사처벌을 막으려고 정 전 비서관과 권 여사가 거짓말 맞추기를 하지 않았느냐는 시각이다. 정은주 오이석기자 ejung@seoul.co.kr
  • [EBS플러스]

    ●EBS플러스1 07:50 EBS 기본과 특별한 수학(상) 09:40 수능플러스 탐구영역 10:30 세계테마기행 11:10 역사극장 12:00 내신6감 수학(상·하) 15:20 EBS탐스런 윤리 (재) 18:00 EBS포스 현대문학 (재) 20:00 수능특강 선택 고3 (재) 지구과학Ⅰ ●EBS플러스2 09:20 중1 퍼펙트체크업 과학 10:15 딩동댕 유치원 11:00 일일드라마 깡순이 12:00 TV중학 2학년 영어, 과학 15:30 2009 공인중개사 시험대비 강좌 16:00 10급 공무원 시험대비 강좌 17:00 초등 친절한 선생님 과학 3-1, 4-1, 5-1,6-1 19:00 TV중학 1학년(재) 영어, 과학
  • 행안부 요구 3대 추경예산 어찌돼가나

    경제위기 조기 극복을 위해 행정안전부가 요구한 추가경정예산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제공 등 범정부적으로 추진 중인 저소득층 희망근로 프로젝트, 자전거 홍보대회 등이 상임위 통과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방소득세·소비세는 초읽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현재 행정안전부는 10개 분야 28조 9093억원을 요구한 상태로 29일 최종 결론이 난다. ●지방소득세·소비세 새달 공청회 22일 이달곤 행안부 장관은 기자단과의 오찬에서 “지방소득세·소비세 도입에 대해 (기획재정부 등과) 통과시키기로 합의를 했다.”며 지방세법 개정안 등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이는 슈퍼추경과 맞물려 지자체의 지방재정 부담을 완화시켜 주기 위해 지난 15일 국회 행정안전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지방교부금 2조 1989억원을 축소하려는 정부안에 거부 입장을 표한 것과 상통한다. 정부는 내국세 감소에 따라 지방교부세 규모를 ▲보통교부세 2조 78억원 ▲특별교부세 837억원 ▲분권교부세 1074억원 등 당초보다 2조 2000억원가량 줄이는 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예결위는 “지역부담을 덜기 위해 기존 본예산(28조 7673억원)을 유지하고 감액조정은 사후 정산반영하라.”고 의견을 발표했다. 또 지방소득세·소비세를 도입하고 지방채 인수를 위한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이자율 인하, 교부세율도 상향 조정하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지방소득세·소비세 도입과 관련해 다음달쯤 공청회를 거쳐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함께 최종 계획안을 발표하고 이르면 하반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희망근로 프로젝트는 난항 중 희망근로 프로젝트는 난항 중이다. 예결위는 희망근로 프로젝트와 관련 지방재정 부담 경감을 위해 전액 국고보조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현재 프로젝트 관련 국고보조의 경우 서울 40~60%, 기타 지방 70~90% 예정돼 있다. 요구한 추경예산은 국비 1조 9950억원. 행안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가재정도 어려운 상황에서 더 이상 국고를 넣는 것은 무리”라고 난감해했다. ●자전거 홍보행사비 전액 삭감 녹색뉴딜사업의 일환인 자전거 홍보는 행사비 전액 삭감으로 대회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예결위는 각 지자체의 ‘자전거타기실천대회’에 들어갈 예산 5억원에 대해 낭비성과 추경 편성의 부적합성을 들어 모두 삭감토록 의견을 냈다. 행안부 관계자는 “예산이 삭감되면 지자체에서 알아서 지역축제예산 등을 줄여야 되는데 자전거타기 부흥이 가능할지 걱정스럽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나 자전거네트워크 구축사업 관련 국고보조금은 50%에서 70%로 상향조정될 가능성을 보이는 등 370억원 통과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내 약혼녀의 결백 눈물로 증언”

    “그녀는 내 친구이자 약혼녀, 동반자이며, 내가 언제나 존경해온 재능 있고 지적인 여성입니다. 그녀와 모든 순간을 함께했던 저는 지금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녀의 순결과 결백을 증언합니다.” 이란의 유명 감독이 간첩혐의로 이란에서 징역 8년형을 받은 미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31)의 연인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눈물 어린 편지로 연인의 석방을 호소했다. 영화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으로 2000년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감독 바흐만 고바디(40)는 22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보낸 공개편지에서 고국에 억류 중인 사베리 기자와의 관계를 처음 공개하며 절절한 심정을 써내려갔다. “내가 지금껏 침묵한 것은 그녀 때문이었다.”고 말문을 뗀 고바디 감독은 “사베리는 이란의 정치적 게임의 희생양일 뿐”이라며 연인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그녀는 이란을 사랑하는 이란인”이라며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기에는 너무나 순수한 사람이며, 그녀가 체포 전 펴내려던 책은 이란을 찬양하는 내용이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고바디는 또 자신을 항소심 법정에서 증언하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감독은 자신의 생일날 잡혀간 연인을 떠올리며 “내 가슴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 사베리는 이란을 떠나고 싶어 했지만 내가 그녀를 막았다.”고 가슴을 쳤다. .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10대 소말리아 해적 美법정에

    미국 선박 앨라배마호 선장을 억류, 해상 인질극을 벌인 10대 소말리아 해적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법정에 섰다. 미국에서 해적 혐의자가 법정에 선 것은 100년 만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압디왈리 아부디 카티르 무사이는 이날 엄중한 경호 속에 뉴욕 연방건물에 도착, 해적 행위와 인질극 범죄 혐의로 피고석에 앉았다. 통신은 “그는 부상을 입은 왼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으며 흰 이를 드러내며 여러 차례 웃었지만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무사이의 나이가 최대 변수다. 국제법상 18세 이하의 경우 성인들에 의해 쉽게 이용당할 수 있는 나이로 간주, 유죄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까닭이다. 하지만 그의 정확한 나이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소말리아가 지난 20여년 동안 무정부상태였기 때문에 그의 출생 기록은 없다. 법원 관계자는 그가 최소 18세를 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확한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무사이의 어머니는 A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들이 이제 16살에 불과하며 조직폭력배들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이번 행위에 가담한 것”이라고 석방을 요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사법당국은 예외적인 경우를 남기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무사이를 성인으로 규정해 재판 절차를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가르치는 내가 오히려 더 배우죠”

    “가르치는 내가 오히려 더 배우죠”

    21세 여성은 중학교 1학년 영어책을 보고 있었다. 몇년 전 고등학교 과정을 정상적으로 마쳤지만 수능 볼 실력이 안 됐다. 학창 시절 성적은 좋았었다. 고향에선 나름대로 수재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데도 한국 학력 수준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여성은 북한 평안북도 A고등중학교(중학교 3년·고등학교 3년 과정) 출신이다. 김영숙(가명)씨. 2007년 중국을 거쳐 한국에 왔다. “여기에는 many가 아니라 much가 들어가야겠네요.” 김씨 옆에는 과외교사가 함께 있었다. 비슷한 나이대 였다. 고려대 지리교육학과 박기영(25)씨다. 박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김씨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돈은 받지 않는다. “탈북 학생들은 공부에 어려움을 많이 느껴요. 아무래도 한국과 수준 차이가 있으니까…. 그래도 거기에 대한 배려는 아무도 하지 않죠.” 정부는 탈북 학생들의 북한 학력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 현실적인 학력 차이는 고려하지 않는다. 북한에서 중1이면 한국에서도 중1, 북한에서 고3이었으면 한국에서도 고3이다. 당연히 탈북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다 소외되고 학교를 떠나기도 한다. 김씨도 한국에 도착한 뒤 공부를 더 하려 했다. 그러나 고교 과정을 마쳤으니 학교에 올 수 없다고 했다. 검정고시조차 볼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1년 이상을 넋놓고 시간만 보냈다. 박씨는 “김씨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못 잡았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두 사람을 연결한 건 ‘성공적인 통일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단체다. 탈북 대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모여 만들었다. 현재 23명의 탈북 학생들에게 과외 봉사자를 연결해 주고 있다. 박씨는 교육 관련 인턴일을 찾다가 우연히 이 일에 지원하게 됐다. “어릴 때부터 북한 인권에 관심이 많았어요. 공고를 보자마자 바로 연락을 했습니다.” 박씨는 과외 봉사를 하면서 오히려 더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저는 단순히 글자와 수학공식을 가르칠 뿐이지만 김씨는 제게 다른 문화에서 살았던 사람의 고민을 들려주니까요.” 박씨 표정이 밝았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오늘의 눈] 감독 사각지대 새마을금고/이천열 사회2부 차장

    [오늘의 눈] 감독 사각지대 새마을금고/이천열 사회2부 차장

    충남 홍성 광천새마을금고의 고객예탁금 횡령사건은 새마을금고가 감시의 사각지대로 방치됐음을 보여준다. 아무리 ‘예상치 못한 수법’이라고 해도 임직원 전부가 한통속이 돼 10년 가까이 적발되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일은 허술한 감시체계 말고는 달리 이해할 길이 없다. 그런 줄도 모르고 다른 금융기관보다 이자가 1~1.5% 포인트 높다는 이유로 금고에 돈을 맡긴 서민들만 날벼락을 맞았다. 새마을금고는 마을 주민들이 조합형태로 만들어 이사장도 손수 뽑는 서민들의 금융기관이다.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시골에 있는 광천금고는 이사장, 전무, 상무, 대리, 여직원 등 8명에 불과했다. 이들이 돈을 빼돌린 별도 전산시스템 이름처럼 ‘화목한 가정’을 만들 수 있는 아기자기한 조직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를 악용, ‘음흉한 가정’을 만들었다. 전문 범죄단처럼 치밀했다. 직접 금고를 찾아 현금으로 예금하고 다른 점포는 거의 가지 않는 노인이나 시장 상인의 정기예금을 노렸다. 인사권을 가진 이사장은 “내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써주며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고참 임직원은 이렇게 돈을 챙겨 나갔고, 신참은 이런 과정을 거쳐 범행에 가담했다. 신참도 이골이 나자 윗사람을 속였다. 20대 처녀 직원 둘은 이런 수법으로 각각 1억원 안팎의 고객 돈을 빼돌려 명품가방을 사거나 결혼비용으로 썼다. 감사는 새마을금고연합회, 감독은 행정안전부가 하지만 ‘있으나 마나’였다. 광천의 다른 금융기관 직원은 “사건이 터지기 2~3개월 전부터 광천새마을금고에서 대규모 인출사태가 벌어졌지만 아무 조치도 없었다.”면서 “감사가 오면 술 먹이고 하는데 제대로 될 리 있겠느냐.”고 혀를 찼다. 검찰도 이 부분을 추가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시체계가 이 정도라면 전국 1518개 새마을금고에서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천열 사회2부 차장 sky@seoul.co.kr
  • 매머드 류바의 편지 “제게 궁금한 게 있으시면…”

    매머드 류바의 편지 “제게 궁금한 게 있으시면…”

    제 이름은 류바(Ryuba)입니다.전 지금으로부터 약 4만년 전에 태어났습니다.네,여러분이 영화에서 보시던 바로 그 매머드입니다.저희 종은 적어도 20만년 전부터 1만년 전까지 유라시아와 북미 대륙의 서부에서 살았지요.저희는 털복숭이 매머드로 학명은 ‘Mammuthus primigenius’랍니다.  암컷으로 난 지 한달도 안돼 전,그만 죽고 말았습니다.꽤나 건강한 편이었는데 지구를 덮친 빙하기 재앙에 그만 목숨을 빼앗겼던 겁니다.  여러분께서 보시는 사진은 지난 2007년에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에서 다른 10여마리의 매머드와 함께 완벽한 미라 상태로 발견된 제 몸을 여러 과학자 선생님들이 들여다보고 계신 겁니다.제 이름은 저를 발견한 러시아인 코신트세프의 부인 이름을 땄답니다.  제 몸을 가장 열심히 들여다보신 미시간 대학의 댄 피셔 교수님은 “류바 그놈은 참 건강하게 자랐는데 끔찍한 변을 당한 것이 틀림없습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지금까지 발견된 매머드 가운데 가장 완벽하게 보존됐다고 선생님들은 입을 모으시더군요.  거죽과 몸 속의 장기도 깨끗하게 남아있고 심지어 제 위에는 엄마 젖까지 남겨져 있었거든요.어깨 높이가 90㎝였고 몸무게가 50㎏였던 제 몸에 남겨진 유일한 상채기라곤 개들에게 물어뜯긴 자국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매머드라면 조금 더 덩치가 커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시는 것 같던데요.저와 제 동족들을 유심히 관찰한 과학자들은 저희 혈통이 아프리카 코끼리보다 아시아 코끼리에 더 가깝다고 결론을 내리셨어요.그러니까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것만큼 ‘한덩치’ 하진 않는다는 거죠.  피셔 교수님과 동료 분들은 빙하기 때 무슨 이유에서인지 찰흙과 미사(微砂,광물의 퇴적물 입자)가 쏟아져내려 절 질식사시킨 뒤 마치 오이절임처럼 제 몸을 쪼그라들게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계신답니다.  ’매머드-빙하기 거인의 부활’이란 책을 내신 리처드 스톤 님은 “류바가 너무나 잘 보존돼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합니다.영구동토층이란 아이스박스에 괄목할 만한 정보들을 집어넣고 문을 잠근 것과 같습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참고로 스톤 님은 피셔 교수팀에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제 저,류바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대충 감이 오시는 건가요?  이처럼 소중한 저를 관리할 권한은 어느 국가가 갖고 있을까요? 네,여러분이 짐작하셨듯이 제가 발견된 러시아랍니다.러시아가 저나 동족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할 때 공식적으로 마이크를 잡게 된답니다.  제게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USA투데이 기자 댄 베르가노 기자에게 물어보세요.친절히 답해드린답니다.물론 질문은 영어로 해주셔야겠지요.아래 주소를 꾹 눌러주세요. ☞바로가기  전,TV에도 출연해요.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다음달 일요일 밤 9시면 제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케이블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통해 방영된답니다.  한국에 있는 분들도 나중에 보실 수 있겠지요?  자 그럼 그때까지 안녕.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정윤수의 종횡무진] 히딩크가 박지성처럼 느껴질 때

    밤새워 해외 축구를 시청하다 보면 가슴이 울컥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강슛을 방불케 하는 쾌속의 패스, 이 공을 스펀지처럼 흡수해 재빨리 사각의 모서리로 쏘아버리는 강렬한 슛, 그러나 어김없이 저 멀리 화성으로 쳐내버리는 골키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더 감동적인 것은 우리 선수들의 빛나는 운행을 볼 때다. 박지성·이영표·박주영 등이 잉글랜드·독일·프랑스라는 유럽 최고 리그에서 저마다의 위치에서 한 발짝도 후퇴하지 않는 장면들 말이다. 한 사람을 더 추가하고 싶다. 거스 히딩크. 그는 한국인과 ‘혈연’의 관계는 아니지만 2002한·일월드컵으로 인해 한국축구사에 빛나는 성취를 거둔 인물이다. 그 후로도 인연이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시각장애인 전용축구장인 ‘드림필드’를 포항과 충주에 건립하였고 머지않아 수원 장애인종합복지관 안에 3호구장을 또 세운다고 한다. 아울러 한국축구의 중장기 발전에 도움이 될 ‘히딩크축구센터(HSC)’를 건립할 예정이다. 이 센터가 건립되면 히딩크는 총괄 감독을 맡고 유럽축구연맹 1급 지도자들이 상주해 한국 유망주들을 가르치게 된다. 그는 ‘잇속만 챙기고’ 떠난 감독이 아닌 것이다. 바로 그 히딩크가 지금 잉글랜드 축구장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상위권 유지조차 힘들 것으로 예상되었던 첼시가 지금 잉글랜드 FA컵 결승에 진출하면서 ‘트레블(유럽챔피언스리그, 정규리그, FA컵 동시 우승)’을 꿈꾸고 있다. 히딩크 이후 첼시는 황금으로 변한 셈인데, 아닌 게 아니라 네덜란드 출신으로 아스널의 공격수인 반 페르시는 “히딩크가 손을 대면 모든 것이 금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축구의 연금술사인 것이다. 히딩크의 용병술이 주효한 두 달이었다. 그는 전임 스콜라리 감독이 방치해 버린 드로그바와 말루다를 중용했다. 올 시즌 드로그바의 12골 가운데 9골이 히딩크 부임 이후 터졌다. 경기 중의 전술 변화 역시 현란했다. 아스널과의 FA컵 4강전에서는 발락, 램파드, 에시앙의 위치를 수시로 변화시켜 아스널의 허리를 꺾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로 유명한 특유의 장외 설전에서도 히딩크는 앞서가고 있다. FA컵 준결승에서 나란히 패배한 맨유의 퍼거슨 감독과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 “웸블리스타디움의 잔디는 재앙”이라면서 잔디 상태를 책망했을 때, 히딩크는 “유럽이나 아프리카에 가보면 웸블리스타디움보다 훨씬 열악한 경기장도 많다.”고 응수했다. 히딩크는 “5월의 마지막 주는 샴페인의 향연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물론 첼시가 샴페인의 향연을 누리기 위해서는 한 경기를 덜 치른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따라잡아야 하고, 유럽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상대인 무적의 바르셀로나를 넘어야 한다. 앞으로 한 달가량이 설레는 것은 바로 그 위업을 향해 히딩크 감독이 부릴 주술과 마법 때문이다. 맨유의 전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나 ‘리그 무패 우승’으로 빛나는 아르센 벵거 감독의 어깨를 툭툭 치는 히딩크 감독의 모습을 보면 그가 꼭 우리나라 출신의 감독처럼 느껴지면서, 가슴까지 울컥해지는 것이다.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 [EBS플러스]

    05:00 사회문화 06:00 현대문학 07:50 특별한 수학(상) 09:40 수능 플러스 외국어영역 10:30 세계테마기행 11:10 역사극장 12:00 내신 6감 수학(상)(하) 15:20 사회문화(재) 18:00 현대문학(재) 20:00 수능특강 선택 고3생물(재) 21:50 수능플러스 외국어영역(재) 09:20 중 3 기술·가정 10:15 딩동댕 유치원 11:00 일일드라마 깡순이 12:00 중 2 영어, 한문 15:30 2009 공인중개사 시험대비 강좌 16:00 10급 공무원 시험대비 강좌 17:00 초등 친절한 선생님 사회 3-1, 4-1, 5-1, 6-1 19:00 중 1 영어, 도덕(재) 23:00 중 3 영어 01:00 매직중학영문법
  • [데스크 시각] 글로벌 시대의 ‘언론 외교’/황수정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글로벌 시대의 ‘언론 외교’/황수정 국제부 차장

    글로벌 금융위기와 핵 문제가 전 지구적 핫이슈로 떠올라 있다. 이 수상한 시절, 시시각각의 변화상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창구역할을 언론이 자임하고 있음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국제부에서는 온종일 수없이 다양한 해외 언론매체들을 접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진실이 하나 있다. 막강 파워의 글로벌 매체일수록 국익 앞에서는 놀랍도록 신중한 보도자세를 취한다는 사실이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도 의도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로 포장되어 나오는 뉴스들이 한둘 아니다. 지난달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문제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비밀편지를 다룬 뉴스가 그랬다. 오바마 대통령이 보낸 편지 내용인즉, 이란의 핵탄두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 노력을 저지하는 데 러시아가 협조한다면 동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오바마가 보낸 편지에 메드베데프가 보인 반응을 다음날 외신들은 어떻게 요리했을까.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제목은 ‘러시아가 오바마의 편지를 환영했다’. 반면,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드베데프가 미사일방어 시스템 거래를 거절했다’로 대문짝만 하게 제목을 뽑았다. 얼핏 봐선 전혀 다른 뉴스 같았다. 비밀편지에 대한 메드베데프의 공식 반응은 없었다. 그러나 FT는 메드베데프측의 미온적인 태도를 액면 그대로 보도한 데 반해 NYT는 취임 초기에 ‘사기충천한’ 자국 대통령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했다. 대통령과 미국의 자존심에 행여라도 금이 갈까 열심히 주판알을 튕긴 흔적이 역력했다. 정말이지 신기하게도 대통령의 ‘딱지맞은 비밀편지’에 대한 시비는 그날 이후 미국 주요매체들에서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언론 외교’의 단면이 아닐까 싶다. 만약 똑같은 상황에서 우리 언론이었다면 어땠을까. 모르긴 해도 “섣불리 저자세 비밀외교를 하다가 (대통령이) 보기 좋게 당했다.”는 논조의 신랄한 비판 글들이 몇날며칠 불꽃경쟁을 했을 게 뻔하다. 자국에 득될 게 없으면 약속이나 한 듯 함구하는 미국의 언론외교 행태는 번번이 맞닥뜨리게 된다. 최근 미국 여기자들의 북한 피랍 사건도 그랬다. 당시는 북한 미사일 발사가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 있었다. 때가 때인 만큼 연일 대서특필할 만도 했다. 그럼에도 현지 언론들은 담합으로 수위조절을 끝낸 듯 ‘냉정 모드’로 일관했다. 흥분할수록 북한에 우위를 더 많이 내준다는 계산에 암묵적 동의를 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미국의 건재를 과시할 기회가 오면 절대로 어물쩍 넘어가는 일이 없다. 오랫동안 국제적 골칫거리였던 소말리아 해적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 국적의 선박을 납치하자 언론들은 일제히 용암이 끓듯 했다. 미국의 힘을 쉼없이 다양한 목소리로 웅변했음은 물론이다. 억류 닷새만에 풀려난 선장을 서슴없이 ‘영웅(hero)’이라 이름 붙여 일약 월드스타로 띄워 올리는 기민함도 자랑했다. 철저히 국익 중심의 ‘언론 플레이’를 지향하는 미국에 비하면 우리 언론은 순진하다 못해 딱하기 짝이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는 단적인 사례다. 미 정부의 공식적인 재협상 요청이 없었음에도 현지 미국 외교관리를 익명으로 인용하면서까지 재협상 가능성을 앞질러 떠벌리는 속없는 보도경쟁을 벌이기 일쑤였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글로벌 경쟁 시대다. 정확하고도 빠른 셈법이 돋보이는 언론 외교가 절실해졌다. 언론의 외교력을 분별할 줄 아는 눈 밝은 국민들이 먼저 있어야 한다. 황수정 국제부 차장 sjh@seoul.co.kr
  • [제20회 김달진문학상] 시인 황동규 “삶과 부딪쳐 작품 만들겠다”

    [제20회 김달진문학상] 시인 황동규 “삶과 부딪쳐 작품 만들겠다”

    올해로 20년째를 맞는 김달진 문학상이 최고의 문학상을 향한 진화(進化)를 거듭하고 있다. ‘김달진문학상 운영위원회’와 서울신문이 공동 주최하는 제20회 김달진 문학상 시 부문에는 황동규(71·서울대 명예교수)의 시집 ‘겨울밤 0시 5분’이, 평론 부문에는 최유찬(58) 연세대 국문과 교수의 평론집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이 각각 수상작으로 뽑혔다. 올해 심사위원회는 김달진 문학상 심사를 앞두고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 번째로 비슷한 연배나 특정 경향의 문인들을 중심으로 수상자를 결정해온 문단의 관행을 깨보자는 것이고, 두 번째로 최고의 문학상의 권위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뽑자는 것이었다. 시 부문 상금이 2500만원으로 상향조정(종전 2000만원, 평론은 2000만원)된 배경이고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인 ‘황동규’라는 원로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근거가 됐다. 또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우직하게 매진하며 평론에서 일가를 이뤄낸 최 교수가 수상자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시 부문-시인 황동규 ‘겨울밤 0시 5분’ “끊임없이 삶과 부딪쳐 작품 세계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삶과 부딪칠 때는 늙음도, 젊음도 따로 없습니다. 사람과 삶, 세상에 대해 애정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시집 ‘겨울밤 0시 5분’으로 제20회 김달진 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한 황동규(71·서울대 명예교수)의 51년 시 세계에는 매너리즘이 끼어들 틈이 없다. 화려했던 어느 시절을 돌이켜보거나, 나이가 많다고 하여 삶을 관조하는 듯한 작품은 책상에 눌러 앉아 머리로만 시를 쓰는 이들의 몫이라고 잘라 말한다. 황동규의 시가 가진 미덕은 추상적 사유에 구체성을 불어넣는 것, 세상을 관조하지 않지만 관조되어지는 것, 그래서 자연스러운 시 읽기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삶과 부딪쳐 쓴 ‘현장파’ 시집 원로급인 황동규의 수상은 김달진 문학상이 주로 중견 시인들이 받아 왔던 전례에 비춰 이례적이다. 하지만 오로지 삶과 부대끼며 사람과 세상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와 서정의 샘을 파헤쳐온 ‘현장파’의 시집이 이견없이 수상작품으로 뽑힌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도 하다. 그는 “시집 낸 직후 독자들과 선후배 동료들이 이메일 등을 보내 잘 읽었다고 하더라.”면서 “그동안 냈던 14권의 시집 중 반응은 제일 좋았고 김달진 문학상까지 받게 돼 더욱 흐뭇하다.”고 말했다. ●사랑의 정신으로 시어 이끌어 특히 그가 강조하는 점은 ‘계획없이’ 얽매이지 않고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어느 후배에게 이제 시집 1, 2권 더 내고 끝내야겠다고 했더니 79살 된 미국 영화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영화 제목을 줄줄이 들이대며 혼내키더라. 죽을 때까지 계속 써야겠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말했다. 시 부문 심사를 맡은 이숭원(서울여대 교수) 문학평론가는 “사소한 자연의 변화, 사람 마음의 미세한 기미까지 놓치지 않고 관찰하여 ‘몸의 맛’과 ‘삶의 맛’, 그리고 ‘시의 맛’을 살려내려는 사랑의 정신이 그의 시를 이끈다.”고 평가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시인 황동규 ▲1938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58년 ‘현대문학’에 ‘시월’, ‘즐거운 편지’, ‘동백나무’가 추천되어 등단 ▲시집으로 수상작 ‘겨울밤 0시 5분’(2009)을 비롯해 ‘꽃의 고요’(2006), ‘풍장’(1995) 등 14권이 있음 ■평론 부문 - 최유찬 교수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 ‘소설 토지’와 ‘게임서사’,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이 두 개의 키워드를 붙잡고 꽤 오랫동안 작업을 해왔다. 둘 사이에 연결점을 찾기가 힘들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문학평론가 최유찬 연세대 교수는 그 작업의 결실 중 하나인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서정시학 펴냄· 2008)으로 이번 제20회 김달진 문학상(평론부문)을 수상했다. ●토지 독법 게임서사에도 적용 소설 ‘토지’에 대한 최 교수의 애정은 십년 세월을 넘어섰다. 1996년 ‘토지를 읽는다’부터 시작해 지난해까지 토지 관련 서적을 꾸준히 내고 있는 그는 “토지를 통해 작품을 읽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체득했다.”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소포클레스’로, 루카치가 ‘도스토예프스키’로 문학이론을 정립했듯이 최 교수는 토지로 작품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 셈이다. 실제로 그 방법을 다른 작가와 작품에 적용한 대표적 예가 2006년 나온 채만식론인 ‘문학의 모험’을 비롯, 수상작에 수록된 ‘신석정론’과 ‘오영수론’이라고 한다. 최 교수는 토지의 독법을 문학작품을 넘어 게임서사에도 적용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게임서사는 그가 토지를 통해 정립한 ‘상(象)을 읽는 독법’을 적용하기에 가장 알맞은 서사 형태다. ●우리 비평 너무 서구이론에 경도 그는 “이 독법은 텍스트를 읽은 후 눈을 감고 차례로 전체 텍스트를 떠올릴 때 남아 있는 영상의 형태를 연구하는 방법으로, 게임서사가 그런 식의 지각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앞으로도 이 방법으로 문학작품과 게임서사 등 폭넓은 분야를 연구해 갈 생각이다. “동·서양 전통을 융합한 비평방식을 개척하고 싶다.”는 그는 최근의 비평 경향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서양에서는 오히려 동양 전통의 이론을 발전시키고 있는 상황인데, 최근 우리 비평들은 너무 서구 이론에 경도돼 있다.”고 비평계의 각성을 요구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평론가 최유찬 ▲1951년 전북 부안 출생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저서로 ‘한국근대문화와 박경리의 토지’(2008), ‘컴퓨터게임과 문화’(2004), ‘문학텍스트 읽기’(2004) 등 ▲2007년 연세대학교 학술상, 1996년 간행물윤리위원회 저작상 등
  • 유명 격투 게임 3총사 스크린서 ‘맞짱’

    유명 격투 게임 3총사 스크린서 ‘맞짱’

    유명 격투 게임들이 영화시장에서 뒷심을 과시한다. 이들 격투 게임은 ‘스트리트 파이터’와 ‘철권’ 그리고 ‘킹 오브 파이터즈’ 등으로 스크린에서 맞짱을 뜬다. 포문은 맏형 격인 ‘스트리트 파이터’가 열었다. 지난 2월 해외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춘리의 전설’이란 이름으로 개봉된 이 영화는 게임의 여자 주인공인 춘리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 속 ‘춘리’는 어린 시절 납치 당한 아버지의 행방을 찾기 위해 범죄조직에 맞서 싸운다. 춘리 역은 캐나다 벤쿠버 출신 여배우 크리스틴 크룩이 맡아 열연했다.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최신작인 ‘스트리트 파이터 4’의 흥행과 맞물려 이 영화의 개봉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 개봉은 미정이다. ‘철권’은 ‘버추어 파이터’와 함께 3D 그래픽 격투 게임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렸다. 영화는 근 미래를 배경으로 게임의 주인공인 카자마 진이 헤이하치에게 죽음을 당한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대회에 참여하는 것을 다뤘다. 감독은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 ‘24’를 제작했던 드와이트 H. 리틀이 맡았으며, 올해 하반기쯤 개봉될 예정이다. 영화 ‘킹 오브 파이터즈’는 일본과 대만이 공동제작하고 할리우드가 배급을 맡았다. 홍콩 영화 감독 진가상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한국계 배우 윌 윤 리가 주연급인 이오리 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11월부터 캐나다 밴쿠버에서 촬영을 시작해 오는 2010년경 개봉될 예정이다. 영화의 원작인 ‘더 킹 오브 파이터즈’는 일본의 게임 회사 SNK가 개발한 격투 게임으로 그동안 2D 그래픽 격투 게임 분야에서 ‘스트리트 파이터’와 쌍벽을 이뤘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게임이 영화의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며 “게임 속 주인공들을 은막 위에서 만난다는 점은 장점이나 게임의 내용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경우 혹평을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shai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030] 당신의 중간고사 에피소드는

    [2030] 당신의 중간고사 에피소드는

    화사했던 벚꽃의 물결도 사그라들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 왔다. 대학가는 지금 상반기 통과의례인 중간고사 기간이다. 어느 때보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학생들은 저마다 조금이라도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20대들과 시험의 악몽마저 추억이 된 30대들의 ‘중간고사 에피소드’를 들어봤다. 박성국 오달란 유대근기자 psk@seoul.co.kr ■ 시험과 함께 찾아온 인연 노트 빌려준 그녀와의 사랑 밤샌 커닝페이퍼 무용지물 3년 전 대학을 졸업한 기업 홍보실 직원 고모(27·여)씨는 중간고사를 계기로 풋풋한 연애 경험이 있다. 02학번인 고씨는 평균 학점 4.0에 수업을 한 번도 빠지지 않은 기록을 3학기째 보유한 모범생이자, 전설적인 ‘필기의 여왕’이었다. 교수가 중구난방으로 설명을 해도, 수업이 아무리 어렵고 지루해도 그녀의 노트에는 핵심만 콕콕 쓰여 있었다. 시험에 나올 만한 부분은 보충 설명과 함께 색 볼펜으로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그려서 강조했다. 친구들은 그녀의 노트만 보면 교수가 무슨 말을 했는지 좌르르 그림이 그려진다며 극찬했다. 친구와 선배들은 시험기간 1주일 전부터 그녀의 노트를 빌리기 위해 줄을 섰다. 고씨는 자신의 노트가 인기 절정인 것에 우쭐하기도 했지만 빌려주기 싫은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정성들여 만든 노트를 몇 초만에 복사해 가고, 그 복사본이 또 학과 전체를 떠도는 모양이 달갑지 않았다. 그런 그녀 앞에 00학번 복학생 김모씨가 나타났다. 전공수업을 같이 들어 안면이 있던 김씨는 다른 사람들처럼 노골적으로 노트를 빌려 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주에 몸이 아파 수업을 듣지 못했는데 그 부분만 잠시 볼 수 없겠느냐.”고 정중히 물었다. 김씨는 또 노트를 돌려주면서 음료수 한 잔도 함께 건넸다. 그 후로도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듣고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를 하면서 친해졌고, 기말고사가 끝날 무렵 연애를 시작했다. “노트 하나가 이어준 인연이었죠. 공부도 하고 애인도 만들고, 이런 게 일석이조 아닐까요.” 직장인 김모(28·여)씨는 대학 때 시험 기간이 그립다. 다시 한 번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다. 김씨는 2001년 서울의 한 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거나 세상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좋았다. 시험 기간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씨는 중간고사 때면 어김없이 친구들과 도서관에서 밤을 새웠다. 하지만 공부는 뒷전이었다. 우선 저녁 7시가 되면 ‘밤샘 공부’를 위한 체력을 비축한다는 명목 아래 학교 앞 분식점을 휘젓고 다녔다. 떡볶이, 순대, 라면, 만두 등을?두루 포식한 뒤 학교로 돌아왔다. 그러고서는 학교 잔디밭에 퍼질러 앉아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남자친구, 진로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보면 3~4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새 자정이 넘었다. 깜짝 놀라 도서관으로 돌아가지만 무겁게 내려앉는 눈꺼풀을 도무지 감당할 수 없었다. 잠깐 눈을 붙이기 위해 책상에 엎드린다는 게늘 깨어나면 오전 7시였다. 2~3시간 요점만 후다닥 훑어본 뒤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다. “학점이 그다지 좋지 않아 안타깝긴 하지만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보낸 그 시절이 못내 그립네요.” ■ 커닝, 그 피할 수 없는 유혹 회사원 박모(39)씨는 ‘대학시험’하면 ‘커닝 페이퍼’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박씨는 1991년 서울의 한 대학교 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그래픽 등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거금 340만원을 들여 매킨토시 컴퓨터도 구입했다. 하지만 정작 매킨토시는 디자인 공부보다는 정교한 커닝 페이퍼 제작에 애용됐다. 아주 작은 크기의 커닝 페이퍼를 만드는 데 매킨토시는 진가를 발휘했다. 손 안에 쏙 들어올 정도의 크기여서 실제 시험에서도 유효했다. 그래도 양심에 걸려 전 과목의 커닝 페이퍼는 작성하지 않았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과목만 골라 큰 뼈대만 추린 페이퍼를 만들었다. “당시 부모님을 졸라 고가의 장비를 샀는데, 하라는 디자인 공부는 하지 않고 효과적인 커닝페이퍼를 만드는 데 주로 활용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런 ‘일탈’마저 즐거웠던 그 시절이 그립네요.” 고등학교 사회 교사인 이모(31)씨는 지난해 기말고사 시험 감독을 하면서 적발한 커닝 수법을 잊지 못한다. 고2 교실에 음악시험 감독으로 들어간 이 교사는 교탁 앞에서 날카로운 눈으로 교실 이곳저곳을 살폈다. 시험 시작 뒤 15분 정도가 흐르자 교실 스피커에서 듣기 평가를 위한 클래식이 흘러 나왔다. 그윽한 선율에 취해 잠시 긴장이 풀린 이 교사는 눈을 감았다 떴다. 순간 교실 중간에 앉아 손을 휘저으며 음악에 맞춰 지휘를 하는 학생이 보였다. 반에서 1, 2등을 다투는 변모군이었다. 이 교사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곧 교실 안 분위기가 수상함을 느꼈다. 다른 학생들이 변군의 지휘가 끝나면 일사불란하게 답을 적었던 것.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이 교사는 시험이 끝난 뒤 변군을 교무실로 데려가 추궁했다. 마음 약한 모범생이었던 변군은 이 교사가 언성을 높이자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이 학생들의 커닝을 도왔다고 실토했다. 기가 막힌 건 커닝 수법이었다. 한번 지휘하면 1번, 두번 지휘하면 2번 하는 식으로 뜻을 모았다는 것이었다. “기가 막혀 웃음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그 머리로 공부를 하면 다들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텐데요.” 커닝의 쓰라린 실패를 아련한 추억으로 간직한 이도 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강모(32)씨는 학창시절 학사경고 두 번을 받은 것을 자랑스러운 훈장처럼 생각한다. 선후배들과 어울려 술로 밤을 새우고 아침 내내 잠을 자다가 느즈막한 오후에 하숙집에서 나와 내기 당구를 치고 또다시 술집으로 향하는 게 그의 대학 1, 2학년 시절 일상이었다. 수업에 들어간 횟수를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런 그도 군대를 갓 제대하고 복학한 2000년에는 철이 들었는지 눈에 불을 켜고 공부했다. ‘구멍’난 학점을 메우기 위해 3과목을 재수강하고, 나머지 3과목은 전공으로 채웠다. 결석도 거의 하지 않고, 맨 앞줄 책상에 앉아 교수의 침 세례를 고스란히 받아내며 수업을 들었다. 중간고사 기간에는 새벽같이 일어나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밤늦게까지 공부했다. 그렇게 공부했지만 강씨는 시험에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공부했는데 결과가 안 나오면 어쩌나 불안했다. 자신의 ‘개과천선’을 지켜보는 선후배들의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결국 강씨는 첫 과목 시험 하루 전 커닝 페이퍼를 만들기 시작했다. A4 용지를 세 번 접어 8개의 칸을 만들고 예상문제와 답을 깨알같이 적었다. 장장 5시간에 걸친 작업이 끝나자 마음 한켠이 든든해졌다. 시험 당일 조교가 칠판에 문제를 적기 시작하자 눈앞이 깜깜해졌다. 예상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문제가 출제됐기 때문. 강씨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대충 말을 지어 갈겨쓰고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그 때 느낀 배신감과 허탈감이란 말로 표현 못하죠. 제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던지. 그 후론 커닝은 생각조차 안 했죠.” ■ 이런 사람 꼭 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팀프로젝트 불참 얄미워! 지난 3월 대학을 졸업한 최모(26·여)씨는 “팀프로젝트로 시험을 보는 과목은 1학년 1학기 이후로 절대 수강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의 악몽은 성의 없는 선배들 때문에 학점이 엉망이 된 데서 비롯됐다. ‘한국 민속문화의 이해’란 교양과목을 신청했던 그는 5명이 한 조가 돼 팀 리포트를 중간고사 시험 대신으로 제출해야 했다. 자신을 제외한 4명은 모두 4학년 2학기 다른 학과 선배들이었다. 그런데 취직 면접을 핑계로 1주일에 두 번씩 모이기로 했던 약속을 모두 하나같이 깨버렸다. 설마하며 4월 한 달을 흘려버린 그에게 리포트 제출 시한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급한 마음에 연락을 돌려봤지만 선배들에게선 “면접 때문에 리포트에 참여할 수가 없다.”면서 “교수님에게 이미 양해를 구해놨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혼자서 부랴부랴 1인용 리포트를 작성해 제출했지만 씁쓸한 맘은 지울 수가 없었다. “취업이 아무리 급하다지만 학점이 중요한 후배도 있는데 연락 좀 미리 주면 어디 큰일나나요.” 직장인 최모(33)씨는 재수 끝에 대학 경영학부에 입학한 뒤 처음 치렀던 교양과목 중간고사를 잊을 수가 없다. 남들보다 1년을 더 고생하고 들어온 상아탑이기에 더 가슴 벅찼던 그는 입학식을 치르기도 전부터 선배들을 쫓아다니면서 음주가무에 젖어 지냈다. 반별로 수업하는 교양과목 수업이 어느 건물에서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두 달 내내 열심히 놀았다. 첫 시험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시험지 구경은 해 보자며 친구들을 따라 들어간 시험장이었지만 백지를 내기엔 창피했다. 그래서 그는 생각나는 대로 엉터리 시를 지어서 제출했다. “꽃 피고 새 우는 아리따운 봄에 청춘 잡는 시험이 웬말인고, 한 잔 술에 인생 배우고 너털웃음에 꽃이 지네.” 시험이 끝난 뒤 담당교수가 최씨를 불렀다. 특별면담을 하자고 한 것이다. 교수님은 “교수직 20년에 너 같은 학생은 처음 봤다.”며 호기롭게 웃음을 터뜨렸지만 다음 순간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 후로 최씨는 학기가 끝날 때까지 교수의 특별 출석관리를 받으며 수업에 꼬박꼬박 나갈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의 감시에 중간고사 이후는 ‘올 출’(모두 출석)을 기록했어요. 때로는 귀찮기도 했지만 교수님이 직접 신경써 주셨는데 학생의 도리는 지켜야죠.” 대학생 김모(25)씨는 지난 가을 복학하며 목표를 세웠다. 다름 아닌 전액 장학금을 받는 것. 경기불황 탓에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더 이상 부모님께 기댈 수 없게 된 김씨는 장학금을 받아 학비를 충당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명 ‘벼락치기 고수’였던 김씨는 중간고사에서 시험 전날 밤샘공부로 전과목 A학점을 받으며 장학금의 꿈을 키워갔다. 기말고사가 다가오자 김씨는 다시 ‘벼락치기 전술’을 시작했다. 시험 첫날 본 과목을 만족스럽게 치른 김씨는 여유롭게 다음날 과목을 확인해보니 비교적 자신있는 교양과목 시험만 예정돼 있었다. 김씨는 여유를 부리며 늦은 시간까지 TV를 시청한 뒤 다음날 늦게 일어나 오후 1시로 예정된 시험을 치르기 위해 교실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부랴부랴 시험일정이 적힌 수첩을 확인한 김씨는 곧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수요일 시험 일정을 화요일 일정으로 착각했던 것. 김씨가 듣는 전공과목 시험은 이미 오전에 끝났던 터였다. “전공과목에서 C학점을 받았으니 장학금은 물건너갔죠.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나요.”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미네르바 “정치·사회분야 글도 쓰겠다” 노무현 소환 늦추는 검찰의 속뜻 마오도 200점 돌파…겨울올림픽의 여왕은? 이건희 퇴진1년…끄떡없는 비결은? 경찰대 합격생 재수성공기 최고 100만원 ‘뺑파라치’ 뜬다 차 429만km 달린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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