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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혁신하는 전북 교육… 교권 확립해 학생 실력·인성 키운다

    변화·혁신하는 전북 교육… 교권 확립해 학생 실력·인성 키운다

    서거석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은 최근 수십 차례 담임 교사 등을 상대로 민원·진정·소송을 제기해 교권을 침해한 학부모 A씨를 무고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대리 고발했다. ‘교권을 바로 세워 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대변혁’을 선언한 전북교육의 혁신이 진화하고 있다. ‘실력과 바른 인성을 키우는 학생 중심 미래 교육’이 나아갈 바다. 교육감이 직접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변화’와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 역량을 기르는 창의적 교육과정은 한국교육의 중심을 지향한다. 교권과 학생 인권의 균형·조화는 전북이 전국적인 흐름을 주도한다.전북교육의 화두는 ‘학력 신장’이다. 기초·기본학력 책임제는 ‘공교육 강화’와 ‘수업 혁신’으로 이어졌다. 교육 현장에서는 잘 가르치는 방법을 공유하는 ‘수업 나눔’ 열기가 뜨겁다. 인공지능(AI)·디지털 기반의 교육활동은 ‘교실 혁명’을 불러왔다. 특색 있는 교육 과정은 기존의 틀을 바꾸는 신선한 충격이다. 전북교육이 학력 신장을 제1 목표로 설정한 이유는 ‘불통’으로 시대적 변화를 읽지 못한 과거의 실책이 ‘학력 저하’라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공교육 혁신은 뒤로한 채 자율형 사립고 죽이기에 몰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민선 8기 전북교육은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기초학력 진단부터 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초중고, 학년, 반을 불문하고 3~20%의 학생들이 기초학력 미달로 나타났다. 일부 직업계고는 50%에 이르렀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서 교육감은 비상 대책을 가동했다. 체계적이고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기초학력 보장 3단계 안전망을 구축했다. ▲1수업 2교사제 ▲학습지원튜터(방과후 예비교원, 강사) ▲교과 보충 프로그램 ▲학력 지원센터 운영 등을 통해 맞춤형 지원을 했다. 기초학력 강화 시책은 큰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3월 검사 시행 후 6·9·12월에 향상도 검사를 한 결과 기초학력 부족 학생이 초등학교 66%, 중학교 37%, 고등학교 31% 감소했다. 학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기초학력 미도달 학생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올해는 기본학력까지 신장시킨다는 목표다. 공교육을 강화하면서 가장 큰 변화는 수업 혁신이다. 학생 자기 주도성을 바탕으로 질문하고 탐구하는 ‘개념 기반 탐구 수업’이 핵심 정책이다. 깊이 있는 학습 실현을 위해 수업 연구·공개·협의를 지원한다.수업 나눔은 수업 수준을 높이는 특수시책이다. ‘단위 학교 수업 나눔 공동체’는 동료 교사들이 함께 연구하며 수업을 공개하고 개선점을 찾는다. 수업 역량 강화를 위해 수업 나눔 선도교사제, 수업 사례 나눔, 수석교사 수업을 한다. 교사들이 다양한 수업을 한자리에서 공유하는 ‘수업 나눔 박람회’도 개최했다. 지난해 말에는 수업 혁신 사례를 나누고 우수 수업 사례를 확산시키기 위한 수업 혁신 발표대회도 열었다.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학력 향상 도전학교’도 관심을 끈다. 학생들이 자기 학력을 정확하게 진단하게 돕고 학업 성취 정도에 따라 수준별 지원을 하는 시스템이다. 초등학교에는 ‘전북형 학력 신장 시스템’이 가동된다. 단위 학교가 중심이 돼 4~6학년을 총괄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학생별로 맞춤형 학습을 한다. 1500명의 학습코칭 실천단이 투입됐다. 지난달부터는 전국 최초로 모든 중고생에게 1인 1학습매니저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원했다. AI 기반 코스웨어 시스템을 구축해 학생별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학습 이력을 관리해 자기 주도 학습을 돕는다. 이런 학습도 전북교육 변화의 현주소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원어민 화상영어(홈클래스)는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취업률이 낮은 직업계고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수십년 동안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지만 재구조화해 학과 명칭부터 손질하고 교육과정도 바꿀 방침이다.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조성에 대비해 이리공고를 에너지고로 교명을 바꾼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다른 직업계고 학과도 신산업·신기술, 지역에 특화된 산업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직업교육 혁신지구 사업도 추진한다. 직업계고를 졸업한 아이들을 지자체, 기업, 대학, 관계기관이 손잡고 취업시키는 정책이다. 올해는 새 학기부터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IB 프로그램은 스위스 국제바칼로레아 본부에서 개발·운영하는 새로운 교육 방법이자 교육 체계다. 지식 전달식 수업, 선택형평가 방법과 달리 과목 간 경계를 넘나들며 진행하는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한다. 개념 이해와 탐구 중심 수업, 논·서술 평가를 위주로 하는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다. 정해진 답을 찾는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이 스스로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교육 방법이다.
  • 北 합작 해킹에 뚫린 방산업체… 수사 전까지 까맣게 몰랐다

    北 합작 해킹에 뚫린 방산업체… 수사 전까지 까맣게 몰랐다

    북한의 대표적 해킹 조직 3곳(라자루스·안다리엘·김수키)이 최근 무기·탄약·군사 장비 등 방산기술 탈취를 목표로 국내 방산업체 10여곳을 조직적으로 공격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국내 방산업체가 83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분의1이 넘는 업체가 해킹 공격을 당한 것이다. 특히 피해업체 대부분은 경찰 수사 전까지 해킹당한 사실조차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 방산업계의 보안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은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방산업체 10여곳이 북한 해킹 조직에 기술 자료를 탈취당했다고 23일 밝혔다. 국수본 관계자는 “새롭게 변형된 악성 코드를 사용하면 기존의 백신 프로그램이 탐지하지 못해 (업체가) 해킹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에는 악성 코드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까지도 기술 탈취 등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감염된 PC에서는 과거 북한 해킹 조직이 사용한 악성 코드가 발견됐고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공격 때 쓰인 IP 주소도 확인됐다. 국수본은 국가 보안 사항이라는 이유로 북한이 탈취한 구체적인 방산기술 유형이나 국가전략기술 유출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그동안 북한 해킹 조직은 ▲김수키-정부 기관이나 정치인 ▲라자루스-금융기관 ▲안다리엘-방산업체나 군 등으로 역할을 나눠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엔 해킹 조직이 ‘방산기술 탈취’에 대거 동원된 것이다. 국수본 관계자는 “여러 조직이 총력전 형태로 공격한 정황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 해킹 조직은 주로 방산업체를 직접 침투했지만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방산 협력업체나 서버 유지·보수업체 등을 먼저 해킹하기도 했다. 안다리엘은 2022년 10월쯤 여러 방산 협력업체의 서버를 원격으로 유지·보수하는 업체부터 공격했다. 이 회사 직원의 업무용 계정을 탈취한 뒤 원격으로 여러 방산 협력업체에 악성 코드를 퍼뜨려 자료를 빼냈다. 김수키는 지난해 4~7월 방산 협력업체에서 사용하는 그룹웨어 전자우편 서버를 해킹해 기술 자료를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국수본 관계자는 “통신 로그 보관 주기가 짧고 탈취 흔적이 삭제돼 전체적인 범행 기간은 특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찰은 방산업체뿐 아니라 방산 협력업체의 내외부망을 분리하고 직원 이메일 계정 등 비밀번호의 주기적인 변경과 해외 IP 차단 등을 권고했다.
  •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페루 첫 안락사 허가받은 여성 사망 [월드피플+]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페루 첫 안락사 허가받은 여성 사망 [월드피플+]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권리를 위해 수년 동안 법적 투쟁을 벌였던 페루의 한 여성이 결국 자신의 소망대로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2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페루의 심리학자인 아나 에스트라다(47)가 이날 안락사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에스트라다는 지난 30년 동안 근육이 약해지는 퇴행성 질환인 다발성근염이라는 희소 난치병을 안고 살아왔다. 그에게 이같은 증상이 나타난 것은 12세 때로 20살 때에는 아예 걸을 수도 없는 상황으로 악화됐다. 놀라운 것은 이같은 병세에도 그는 휠체어를 타고 학교를 다니며 심리학 학위를 취득하고 심리치료사로도 일했다. 또한 모아둔 돈으로 아파트도 사고 부모로부터 독립하며 새로운 삶을 꿈꿨다. 그러나 오랜 병마는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지난 2017년 에스트라다의 병세는 더욱 악화돼 아예 침대에서 일어날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것. 이후 그는 전신이 거의 마비된 채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튜브를 통해 음식을 섭취하면서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생활해야했다. 지난 2021년 초 인터뷰에서 그는 이러한 자신의 처지를 “하루 24시간 내 몸 안에 갇힌 죄수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그의 사연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안락사를 위해 페루 법원과 수년 동안 싸워왔기 때문이다. 특히 페루를 포함한 중남미 국가에서는 가톨릭 전통이 강해 스위스, 벨기에 등 유럽국가와 달리 안락사를 합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이후 소송에 들어간 에스트라다는 지난 2021년 안락사 결정을 존중해야한다는 페루 법원의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또한 이듬해 페루 대법원은 에스트라다가 자신의 삶을 마감할 시기를 결정할 권리와 그를 도운 사람들은 처벌받는 않는다는 하급 법원의 판결을 확정하며 예외적으로 안락사를 인정받았다. 당시 법원에서 에스트라다는 “스스로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바로 죽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언제 내 삶을 끌낼지 결정할 자유를 갖고싶다”면서 “더이상 삶에서 고통을 견딜 수 없을 때 안락사를 받아들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 동네 어르신들 찾아가는 ‘가위손 서비스’…석관동 ‘예쁜손 봉사단’

    동네 어르신들 찾아가는 ‘가위손 서비스’…석관동 ‘예쁜손 봉사단’

    서울시 성북구 석관동에서 45년째 살면서 이웃들을 살펴온 김희자(67)씨와 ‘예쁜손 봉사단’은 매주 치매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연락을 주면 음식과 가위를 챙겨 집을 방문한다. 김씨는 21일 “우리도 머리를 자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며 “가장 쉽게 그분들의 마음을 변화하고, 기분을 환기시켜주는 게 미용봉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30년 전 의미 있는 나눔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처음 미용사 시험에 도전했다. 이후 2017년부터 이웃 통장 7명과 함께 ‘예쁜손 봉사단’을 만들어서 홀로 거주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을 찾아 머리카락을 잘라주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구청의 한 직원은 그에게 ‘가위손 통장님’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김씨와 봉사단원들은 현재는 통장직을 내려놨지만 여전히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씨가 처음 미용봉사를 위해 댁을 방문하면 노인들은 대개 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김씨는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은 늘 만나면 자기 젊었을 때 얘기를 한다”며 “그러면서 막 우시면서 손을 잡는다. 우리 며느리, 딸, 아들도 나를 안 돌봐주는데 이렇게 머리를 잘라주고 깔끔하게 해줘서 한 달은 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하루에 폐지를 주우면 3000원인데 머리를 자르러 가면 노인이라고 싸게 해줘도 10000원이다”고 덧붙였다. 성북구 석관동 주민센터 보건복지팀에서 관리하는 취약계층 가구들이 주 봉사 대상이지만 혼자 사는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가고 있다. 김씨는 “한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 이발해드렸는데 일주일 후에 돌아가셨다”며 “처음 찾아갔을 때는 다리가 펴지지 않고, 소주병 한 열 몇병만 딱 (바닥) 위에 있었다. 내가 가서 이발해드리면 너무 좋아하시면서 나 같은 사람을 이렇게 멋쟁이로 만들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하시면서 항상 즐거워하셨다”고 했다.무더운 한 여름에 봉사를 위해 반지하 방을 방문하다 보면 선풍기 한 대도 없는 곳도 많아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얼굴 위로는 땀방울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그는 “머리는 쉬지 않고 자란다”며 “이분들이 자르지 않으면 (머리가 길어질 것이고) 여름에 더 더워지니까 우리가 조금 힘들어도 여름일수록 더 (봉사를) 하고 추운 겨울일수록 더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김씨는 봉사를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서 “보통 다들 머리는 한 달에 한 번씩 자른다. 한 달이 넘다 보면 내가 머리를 감을 때도 그 느낌이 오고, 갑자기 자르고 싶다는 생각이 확 든다”며 “근데 노인들은 얼마나 그게 심하겠냐. 그래서 그분들의 기분을 전환해 드리고 마음에 환기를 시켜드리고 싶다”고 했다.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는 김씨는 엊그제에도 봉사를 앞두고 손이 움직여지지 않아 곤혹을 치뤘다. 김씨는 “이게 손이 움직여지지 않고 봉사일은 가까워지니 어떡하나 고민하다가 약을 먹고 침을 맞고 그랬더니 다행히도 손이 움직여졌다”며 “남들은 손을 쓰면 안된다 하는데 모두가 언젠가는 손을 못쓰게 된다. 조금 빨리 못쓰냐. 늦게 못쓰냐 그 차이”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앞으로 김씨는 주민센터에서 진행하는 상담 교육도 받아보고 싶다고 밝혔다. 김씨는 “어르신들을 찾아가면 그분들이 말씀을 하시면서 며느리가 어떻게 했다 막 흉보기도 하신다”며 “단순히 미용봉사 뿐 아니라 상담도 같이 진행하며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 감사원 직원이 감사 내용 조작…감사원, 직원 해임 처분

    공기업 감사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해 거짓 보고한 감사원 직원이 해임 처분을 받았다. 22일 감사원에 따르면 직원 A씨는 지난 2017년 감사 과정에서 한 에너지 공기업이 부품 조달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해 기준 미달의 제품을 납품받았다고 허위 사실을 보고했다. 이는 결국 잘못된 감사 결과가 나오는 결과로 이어졌다. 감사원은 최근 내부 감찰에서 이러한 사실을 밝히고 A씨에게 해임 처분을 내리고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A씨는 공기업에 감사를 나갔던 팀의 최선임자였으며, 성능 시험에서 ‘성능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자 이 사실을 감추고 상급자들에게 ‘성능이 기준 미달인 것으로 측정됐다’고 거짓으로 보고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성능 시험을 참관한 비전문가의 의견을 담은 ‘기술자문서’를 정식 결과지로 둔갑시켰다. 감사원 관계자는 “고도의 감찰활동을 통해 내부 비위를 적발했다”면서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더욱 엄중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잘나가던 ‘뉴진스맘’ 민희진 전격 감사착수…“독립 시도 정황”

    잘나가던 ‘뉴진스맘’ 민희진 전격 감사착수…“독립 시도 정황”

    국내 1위 가요 기획사 하이브가 걸그룹 뉴진스 소속사인 산하 레이블 어도어 경영진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감사 대상에는 ‘뉴진스맘’이라고 불리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도 포함됐다. 22일 가요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 등이 본사로부터 독립하려 한다고 보고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A씨 등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감사팀 소속 인력은 관련 증거 수집에 나섰다. 이들은 어도어 경영진 업무 구역을 찾아 회사 전산 자산을 회수했고, 대면 진술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 관계자는 “(어도어) 경영권을 가져가려는 정황이 의심돼 어도어 경영진들에 대해 감사권이 발동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A씨 등이 경영권을 손에 넣어 독자 행보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 대표와 A씨가 투자자를 유치하려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하고,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A씨가 직위를 이용해 하이브 내부 정보를 어도어에 넘겼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도어는 민 대표가 지난 2021년 설립한 하이브 산하 레이블로 하이브의 지분율이 80%다. 나머지 20%는 민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보유하고 있다. 민 대표는 지난해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어도어 지분 18%를 매입, 하이브에 이어 어도어의 2대 주주가 됐다. 하이브는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민희진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도 발송했다. 하이브는 이날 확보한 전산 자산 등을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필요시 법적 조치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민 대표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 디자인과 브랜딩을 맡아 독창적인 색감과 표현으로 가요계에서 명성을 얻은 스타 제작자다. 그는 하이브로 이적한 뒤 용산 신사옥 공간 브랜딩과 디자인도 맡았다. 민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데뷔한 걸그룹 뉴진스는 2022년 등장과 동시에 ‘하이프 보이(Hype Boy)’, ‘어텐션(Attention)’, ‘디토(Ditto)’, ‘OMG’ 등 연이어 히트곡을 내며 K팝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각종 음악 시상식에서 대상을 탄 것은 물론,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민 대표는 이러한 성과에 서울시 문화상, 골든디스크 제작자상, 2023 ‘빌보드 위민 인 뮤직’(WOMEN IN MUSIC) 등을 수상했다. 앞서 민 대표는 일본 NHK 다큐멘터리 ‘세계에 울리는 노래-일한(日韓) 팝스(POPS) 신시대’를 통해서도 집중 조명된 바 있다. 당시 민 대표는 뉴진스 탄생 배경에 대해 “기존에 있던 스타일보다는 메인 스트림에서 보이지 않았던 스타일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대중성을 지향하는 큰 시장에서는 히트 공식들을 손쉽게 리바이벌 해서 모방이 나오고, 메인 스트림에서 먹히는 정형화된 스타일이 정해진다. 저는 그걸 좀 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에서 멤버 다니엘은 민 대표에 대해 “모든 일에 110%를 들이는 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 익숙한 듯 낯선, 생경한 듯 푸근한… ‘전원의 삶’ 현실이 되는 풍경[건축 오디세이]

    익숙한 듯 낯선, 생경한 듯 푸근한… ‘전원의 삶’ 현실이 되는 풍경[건축 오디세이]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전원의 삶을 꿈꾸곤 하지만 현실이 잘 따라 주질 않는다. 그래서 잠시라도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며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모처럼 마음먹고 일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은 펜션보다는 좀더 분위기 있고, 호텔보다는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스테이’를 선호한다. 강원도 강릉 시내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연곡면 신왕리 ‘호지’(HOJI)는 호젓하게 힐링하려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 있는 스테이다.●평범함과 특별함 사이… 시골의 재해석 오대산과 동해의 사이, 산도 아니고 바다도 아닌, 특별한 것도 없는 시골 마을에 봄비가 내린다. 촉촉한 비를 맞으며 화사하게 피어난 분홍빛 복사꽃과 하얀 배꽃을 보며 마을에 접어들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왔지만 눈에 띄는 건물은 보이지 않고 회색빛 창고건물이나 비닐하우스, 정자 모양을 한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시골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인 듯 이질감이 없다. 한데 다가가서 보니 아니다. 다섯 채의 독립된 집은 저마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로 각각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호지는 평범함과 특별함 사이에 있다.“주변에 나지막한 산이 있고 파와 배추, 감자 등 농사를 짓는 너른 밭이 있는 그냥 평온한 시골 마을이죠. 스펙터클한 풍경이 없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곳에 무언가를 지어야 한다면 인위적인 무언가를 추가하기보다는 주변의 집들보다 커서는 안 될 것이고 세련되기보다는 둔탁한 것, 시골에서 흔히 보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팔각집, 긴 집, 둥근 집, 창고와 주인집 등 다섯 채의 독립된 구조물로 이뤄진 호지를 디자인한 건축가 서재원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주변에 위화감을 주는 아주 생경한 디자인보다는 익숙한 풍경이 되도록 외형을 구상하되 시골집들을 그대로 본뜬 것도 아닌 디자인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대로 하면 호지의 디자인은 ‘시골 풍경을 재해석한 것’이다. 시골은 도시처럼 빼곡하지 않다. 단순한 형태의 집과 창고, 원두막, 비닐하우스 등이 마치 스스로 자립한 오브제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독립적으로 서 있다. 건물들은 대개가 나지막하고 단순한 모양에 대칭형이다. ●뒷산 배경 삼아 집들의 역할극세 채의 숙박동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팔각집’은 말 그대로 팔각형인데 조금 큰 원두막 혹은 팔각정 같다. 그 옆에 있는 ‘긴 집’은 곡물창고처럼 보인다. 그런가 하면 ‘둥근 집’은 통나무를 비스듬히 잘라 세워 놓은 모양이다.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하는 ‘창고’는 그냥 밋밋한 비닐하우스 모양이다. 방 두 개에 거실과 부엌을 가진 ‘주인집’도 세 개의 천창이 삐져나와 있는 것 말고는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다섯 채의 독립된 구조물은 모두 시멘트로 만든 창고처럼 무채색이다. 지붕도 흔하게 발견되는 아연도금 골강판이다. 주인집의 지붕은 살다가 빗물이 들이치는 것을 막으려고 덧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익숙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주인집 대문 앞에 분홍빛 복사꽃이 활짝 피어 있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고, 비안개가 자욱한 뒷산을 배경 삼아 초대형 레고블록 같은 집들이 무대 위에서 역할극을 하는 것 같다. 서 대표는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허리춤까지 자란 잡풀을 헤집고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 보니 도로에서부터 완만하게 가라앉은 땅이 아늑하게 주변을 끌어안고 있었다”며 “가냘픈 풀 위에 무겁고 딱딱한 콘크리트 구조의 집들이 살포시 떠 있는 느낌이면 좋을 것 같아 도로 면보다 낮은 대지를 그대로 살리고 집들은 한 단 위에 배치하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마당은 한 단 아래에 있고 집들은 마치 상 위에 올려진 오브제처럼 땅에서 살며시 떠 있다. 비가 내려 마당에 여기저기 물웅덩이가 생기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집(오브제)들이 더 도드라져 보일 것 같다. 한겨울 눈이 쌓인 날에도 그런 느낌일 것이다. 합해 봐야 건평이 100평 정도 되는 다섯 개의 건물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면서도 지름 30m의 원형 보행로를 따라 둥글게 배치돼 있다. 그래서 콘크리트 집들이 작은 마을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 같다.“건축은 사실 예술이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기능적이어야 합니다.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물리, 수학과 관련이 있는 공학이기 때문에 과도한 디자인을 시도하거나 감상적인 태도에 빠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있는 것들의 배열을 다시 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만드는 편입니다. 계획할 때는 굉장히 명료하고 엄밀하게 하지만 지어질 때 우연 같은 것들이 개입되지요. 제가 건축 강의를 할 때 ‘건축의 엄밀함과 농담’ 혹은 ‘사랑과 체념’이라는 주제로 얘기하는 것들입니다.” ●무채색 외관… 내부는 아늑 인디뮤직 음반을 기획하던 일을 그만두고 강원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건축가를 물색하던 건축주 부부는 서 대표가 디자인한 충북 음성의 ‘디귿집’이 마음에 쏙 들었다. 논 한가운데 자리잡은 디귿집은 밖에선 단순한 형태로 보이지만 중정이 중심 역할을 하는 순환형 구조를 하고 있다. 아파트를 떠나온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함께,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집은 초록 벽돌과 박공 모양의 벽이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침엽수 산을 배경으로 하는 호지는 평범함과 비범함의 사이에서 익숙한 듯하면서도 생경하다. 독립된 숙소들의 모양은 생경하다가도 어디선가 본 듯하다. 촉촉하게 내리는 봄비 속에서 보니 현실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풍경이다.안으로 들어가 보면 어떨지 궁금하다. 콘크리트 외관에 무채색의 구조물은 밖에서는 딱딱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무척 아늑하다. 벽, 천장, 바닥 모두가 나무로 둘러쳐 있어 무슨 악기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서 대표는 “일반적으로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스테이에 가 보면 대부분 통창을 둬 경치를 바라보게 하고 과한 실내장식으로 힘이 엄청나게 들어가 있는데 그런 것을 지양하면서 어떻게 공간 경험을 만들 것인가에 집중했다”며 “도시에서 쉬러 오는 사람들을 위한 숙박동은 ‘전원의 푸근한 공간’이 되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공간감을 주기 위해 무엇보다 천장을 높게 만들고 천창과 측창을 뒀다. 창은 크지 않게 그리고 의도적으로 낮게 뒀다. 개구부가 상대적으로 작아 내부가 어두운 편이지만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온종일 공간에서 다양한 풍경을 만들며 반사된다. 의자와 테이블 등 새롭게 디자인한 가구도 낮다. 천장의 높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다. 사과 궤짝을 뜯어 만든 듯한 비정형의 테이블이 대칭형의 구조를 한 공간 안에서 파격의 미를 풍긴다.●각자 다른 매력 뽐내는 숙박동 각 숙박동은 저마다 특징이 있다. 먹고 자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를 갖춘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체적은 오감을 충분히 자극할 만큼 풍요롭다. 4인 가족 혹은 두 커플이 머물 수 있도록 설계된 팔각집에는 팔각형의 중정이 있다. 화장실을 사이에 두고 두 공간으로 나뉘지만 중정으로 난 창들이 공간을 느슨하게 연결하고 있다. 긴 집은 길게 난 천창이 집 전체를 가로지른다. 콘크리트 보가 천창을 가로지르고 화장실을 중심으로 침실과 거실 겸 부엌이 나뉜다. 둥근 집은 천장에서부터 매달린 주방 후드가 천창의 빛을 반사하며 내부를 환하게 만든다. 붉은빛의 대리석 벽이 부엌 공간과 침대 사이에 놓여 있는 아기자기한 공간에 오면 대화가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다. 커뮤니티 창고는 말 그대로 창고다. 시멘트벽돌로 쌓아 만든 공간은 아침 식사 장소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공간으로 쓰인다. ●이곳은 하루 종일 ‘호지’(好地) “이곳은 산이 나지막해서 하루 종일 빛이 잘 들고 산이 끄트머리여서 맑은 공기가 순환이 잘되거든요. 아침에 해가 뜰 때 서쪽으로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는 모습은 환상적입니다. 커뮤니티 창고에 앉아 길게 드리워진 초목의 그림자를 보면 현실과 기억들이 뒤범벅됩니다. 조명 시설을 특별히 하지 않아 밤에는 사방이 깜깜하고 별이 정말 잘 보입니다. 풀벌레 소리와 물소리만 들리지요.” 낮에는 어떨까. 나지막하게 설치한 펜스 너머로 계절 따라 다른 농작물이 자라는 자연스러운 풍경을 바라보면서 무념의 상태에 빠진다. 이곳은 하루 종일 호지(好地)다.함혜리 건축 칼럼니스트
  • ‘3高 위기’ 우려 속 추경 갈등… “내수 살려야” “잘못된 처방”

    ‘3高 위기’ 우려 속 추경 갈등… “내수 살려야” “잘못된 처방”

    중동 리스크 확대로 세계 경제가 ‘시계제로’ 상황에 놓이고 한국 경제에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만간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편성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당에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근시안적 시각”이라며 보편적 현금성 지원에 대해 선을 긋는 상황이다. 21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추경 규모는 15조원이다.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13조원, 소상공인 대출·이자 부담 완화에 1조원, 소상공인·전통시장 지원에 4000억원 등이다. 민주당은 재정을 풀어 국민 실소득이 늘고 소비가 확대되면 내수가 회복되고 우리 경제가 고물가·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재정 확대로 경기가 살아나면 지난해와 같은 최악의 세수 펑크도 회복될 것이란 논리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 악화와 물가 상승을 우려한다. ‘나랏빚’인 국가채무가 지난해 1126조 7000억원으로 불어났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50.4%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50%를 돌파했다.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국고채 규모는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더군다나 추경 재원을 마련하려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채권 시장이 약세인 상황에서 국가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들썩이는 소비자 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있다. 시장 유동성 확대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경제학의 ‘과잉유동성 이론’에 근거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상승률은 6.95%로 35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았다. OECD 평균 5.32%를 크게 웃돌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추경은 경기 침체가 올 때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우리 성장률 전망을 봤을 때 재정은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한 타깃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현재 재정이 좋다고 해도 고령화 복지 비용으로 고려하면 (추경은) 근시안적 시각”이라고 했다. 추경 필요성에 대해서는 학자들도 찬반이 엇갈린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이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순 있지만 미국은 물가 상승 국면인데도 활황”이라며 “우리는 실질임금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소득 감소로 소비가 일어나지 않아 내수가 둔화했기 때문에 소득 보전 측면에서 추경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수를 살리려면 추경 편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3조원 이상 풀리면 물가가 상승해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오르고, 적자 국채 발행으로 국채 가격이 떨어지며, 수익률이 상승해 시장금리도 오른다”면서 “추경은 3고 대책으로 완전히 잘못된 처방”이라고 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도 “물가가 오르더라도 경기 회복 모멘텀으로 삼을 것인지 선후를 따져야 할 문제이지만, 현재 경제 상황상 물가 안정이 선행돼야 돈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 재고떨이에 인도 진출도 안갯속… 최악 위기 막혀 후진하는 테슬라

    재고떨이에 인도 진출도 안갯속… 최악 위기 막혀 후진하는 테슬라

    글로벌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거듭되는 악재에 휘청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최근 인력 감축에 나선 데 이어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모델Y 등 주력 제품들의 가격을 낮췄다. 당초 일론 머스크(사진)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인도를 방문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신시장에서 돌파구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마저도 연기된 상황이다. 머스크는 오는 8월 ‘로보택시’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하며 반등을 모색하고 있지만 본업인 전기차 실적에 대한 대책 없이 전환점을 맞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테슬라 웹사이트에서 연방 세금 공제(7500달러)를 적용하지 않은 모델Y의 기본 트림 가격은 기존 4만 4990달러(약 6204만원)에서 4만 2990달러(5928만원)로 2000달러 인하됐다. 모델S와 모델X의 기본 트림 가격도 각각 2000달러 낮아진 7만 2990달러(1억 65만원)와 7만 7990달러(1억 755만원)가 됐다. 중국에서도 테슬라 모델3의 기본 트림 가격이 24만 5900위안(4670만원)에서 23만 1900위안(4400만원)으로 1만 4000위안(270만원) 인하됐다. 모델Y와 모델S, 모델X 가격도 1만 4000위안씩 떨어진 24만 9900위안(4740만원)과 68만 4900위안(1억 3000만원), 72만 4900위안(1억 3760만원)이 됐다. 1분기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늘면서 가격 인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테슬라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인도량(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8.5% 하락한 38만 6810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 14일 비용 절감을 위해 전 세계 사업장의 인력 10% 이상을 감원한다는 방침을 알리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테슬라의 직원 수는 정규직과 계약직을 포함해 약 14만명에 달한 만큼 이번 감원 규모는 1만 40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감원 대상에는 고위급 임원 2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전의 기회로 여겨졌던 인도 진출도 연기되는 분위기다. 머스크는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안타깝게도 테슬라의 매우 무거운 의무로 인해 인도 방문이 연기됐지만 올해 말 방문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게시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의 인도 진출 계획을 주도하던 임원 로한 파텔도 최근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머스크는 21일 인도를 찾아 3선 연임에 도전하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나 현지에 20억∼30억 달러(2조 7600억∼4조 1400억원)를 투자해 연간 생산량 50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눈길을 끌었다. 인도는 2022년 미국, 중국에 이어 전 세계 3위 자동차 판매 시장에 오른 완성차업계의 ‘블루오션’이다. 특히 정부의 전동화 전환 의지가 강력한 만큼 전기차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위기가 이어지면서 주가도 휘청이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해 15개월 만에 최저치(147.05달러)로 내려앉았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수요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는 등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머스크는 23일 장 마감 후 테슬라의 1분기 영업 실적을 발표한다.
  • 尹대통령, 이재명과 통화… “다음주 용산에서 만나자”

    尹대통령, 이재명과 통화… “다음주 용산에서 만나자”

    尹대통령·이 대표 오후 3시30분 5분간 통화尹 “일단 만나 소통을 시작하고 자주 만나자”李 “마음 내줘 감사… 대통령 일에 도움돼야”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고 “다음 주에 형편이 된다면 용산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양측은 비서진 협의를 통해 만남 시간과 대화 의제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윤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일단 만나서 소통을 시작하고 앞으로는 자주 만나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또 통화도 하면서 국정을 논의하자”고 말했다고 이도운 홍보수석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이 대표와 민주당 후보들의 국회의원 당선을 축하했다. 이에 이 대표는 초청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대통령께서 마음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 저희가 대통령께서 하시는 일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통화는 오후 1시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대표 측 천준호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제안했고, 그 결과 3시30분에 통화가 성사됐다. 통화는 약 5분간 진행됐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무총리 및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인사가 빨리 이뤄졌으면 통화도, 만남 제안도 빨리했을 것 같은데 좀 늦어진 감도 있다”면서도 “인사 때문에 한없이 늦출 수는 없기 때문에 통화하게 된 것이다. 그런 상황을 대통령이 이 대표에 설명했다”라고 밝혔다. ‘통화에서 총리 인선 관련 양해나 협조 요청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 尹, 이재명에 “용산서 만나자” 李 “마음 내줘 감사”

    尹, 이재명에 “용산서 만나자” 李 “마음 내줘 감사”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다음 주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동하자고 제안했다. 영수회담이 성사되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이 대표와 통화를 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일단 만나서 소통을 시작하고, 앞으로는 자주 만나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통화도 하면서 국정을 논의하자’고도 제안했다. 이에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초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 뒤 ‘대통령이 마음의 뜻을 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대통령이 하는 일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통화는 오후 1시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대표 측 천준호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제안했고, 이후 3시 30분에 통화가 성사됐다. 통화는 약 5분간 진행됐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인사가 빨리 이뤄졌으면 통화도, 만남 제안도 빨리했을 것 같은데 좀 늦어진 감도 있다”면서 “인사 때문에 한없이 늦출 수는 없기 때문에 통화하게 된 것이다. 그런 상황을 대통령이 이 대표에 설명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화에서 총리 인선 관련 양해나 협조 요청이 있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 [지방시대] ‘지방시대’ 외면하는 포스코의 교육 인식

    [지방시대] ‘지방시대’ 외면하는 포스코의 교육 인식

    “포스코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교육 사업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걱정했어요. 포스코가 수도권에만 치중하고 지역 학교 안배는 등한시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포스코가 포스코교육재단에 출연하던 교육기금을 2022년부터 3년째 중단했다는 점을 취재하는 도중 교육청 공무원이 포항제철고에서 들었다며 전해준 얘기다. 포스코 경영진이 교육 사업을 외면하다 보니 이들 학교에 대한 지원이 줄었고, 포스코는 학교 운영 책임을 학교에 전가하게 된다. 학교가 알아서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식이다. 결국 자사고인 포항제철고의 경우 학교 운영을 위해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를 인상해야 했고 이는 결국 학부모 부담 가중으로 이어졌다. 2012년 분기당 27만원이던 이 학교 수업료는 올해 70만원까지 올랐다. 학교운영지원비는 분기당 105만원이나 된다. 포항제철고 재학생을 자녀로 둔 한 학부모는 “돈은 돈대로 내는데 교실 모니터는 10년은 더 돼 보이는 구형”이라며 “교육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포스코는 모르는 모양”이라는 원성을 쏟아내기도 했다.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 인천에서 12개 유치원과 초중고를 운영하는 포스코교육재단에 2012년엔 385억원을 출연했지만 2022년부터는 아예 출연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가 지역 교육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은 포스텍 의과대학 신설을 두고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포항시는 포스텍 의대 설립을 지역의료 여건을 개선할 기회로 삼는 동시에 이를 시대적 대세인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소멸 극복의 새로운 모델로 보고 전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텍의 행보는 반대다. 소극적이다 못해 양쪽 눈을 모두 감은 모양새다. 포스텍의 한 교직원은 이 상황을 한마디로 “포스코의 압력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포스텍 의대 설립은 병원 건립과 맞닿아 있는 사안이어서 포항 지역에 돈을 내놓는 데 인색한 포스코가 대놓고 반대한다는 것이다. ‘제철보국(製鐵報國), 교육보국(敎育報國)’은 포스코 창업주 고 박태준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그는 1973년 포항제철소를 만들 당시 포항시 남구 지곡동에 직원용 주택단지를 건설했다. 그 안에 당시 최고 수준의 유·초·중·고교를 만들었고 1986년에는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공대인 포스텍도 지었다. 지역 인재 육성과 기술 개발, 산업 발달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교육을 통한 기업과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꾀한 것이었다. 그런데 미래기술연구원 성남 분원에는 1조 9000억원을 투자하면서 포스코교육재단에는 단돈 10원도 내놓지 않는 지금의 포스코를 보면 오히려 지방소멸을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장인화 회장은 ‘최정우 전 회장의 잘못된 판단을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한 포항시의원의 충고를 귓등으로 들어서는 안 된다. 김상현 전국부 기자
  • 올 2분기 수도권 아파트 4만 4700가구 쏟아진다

    올 2분기 수도권 아파트 4만 4700가구 쏟아진다

    올해 2분기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지난해의 2배가 넘는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지난 3월 청약제도 개편과 더불어 4월 국회의원 선거 여파로 분양이 뒤로 미뤄진 탓이다. 특히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가 대거 분양에 나서 눈길을 끈다. 18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4~6월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물량은 4만 470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 1517가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전국(8만 5153가구) 역시 지난해 동기(3만 6199가구) 대비 2.3배 분양 물량이 공급을 앞두고 있다. 당장 4월부터 ‘벚꽃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 경기 광명 ‘광명 롯데캐슬 시그니처’(1509가구), 오산 ‘오산역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730가구), 인천 ‘계양 롯데캐슬 파크시티 3·4블록’(3053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5월에는 경기 고양 ‘고양장항지구 주상복합’(1694가구), 용인 남동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1단지’(1681가구) 등의 분양이 예정돼 있다. 서울에는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1101가구), 성북구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1637가구)의 분양이 예고됐다. 6월에는 고양 ‘고양장항(B3)’(760가구), 성남 ‘산성역 헤리스톤’(3487가구), 파주 ‘파주운정 한신더휴’(520가구), 과천 ‘과천지식정보타운 디에트르’(740가구), 화성 ‘동탄역 대방엘리움 더 시그니처’(722가구) 등이 시장에 나온다. 인천에서는 연수구 ‘힐스테이트레이크 송도 5차’(722가구), 미추홀구 ‘시티오씨엘6단지’(1734가구) 등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최근 수도권에서는 무순위, 선착순 청약에 돌입했던 단지 중 일부가 완판되면서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파주에서 ‘힐스테이트 더 운정’이 최근 계약 시작 석 달 만에 모두 주인을 찾았고 안양 ‘안양자이 더 포레스트’도 이달 초 100% 계약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는 분양가에도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개월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556만 8620명으로 전월(2556만 3099명) 대비 5521명 늘어났다. 2022년 6월 이후 올해 2월 들어 20개월 만에 가입자 수가 늘어난 이후 2개월 연속 상승세다. 지난 2월 청년 혜택 폭을 넓힌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이 시행되고 지난달 청약홈 시스템이 개편됐기 때문이다. 부부 중복 청약도 허용되고 신생아 특별·우선공급 신설, 다자녀 특별공급기준 완화 등 혜택이 커졌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현재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보다 수억원 싼 로또 수준으로 공급되지는 않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가격이라는 인식이 수요자들 사이에서 확실하게 자리잡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재판 5회 미루더니 ‘노쇼’까지…수임료만 꿀꺽, 변호는 없었다

    재판 5회 미루더니 ‘노쇼’까지…수임료만 꿀꺽, 변호는 없었다

    사업가 A씨는 최근 채권자와 소송을 하면서 인터넷상에서 이름난 B 변호사를 선임했다. A씨는 당시 수임료 400만원에 부동산 감정료로 300만원을 내면서 저렴한 가격에 좋은 변호사를 구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B 변호사는 무슨 일인지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A씨가 사건 진행 상황을 문의하려고 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남겨도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B 변호사는 재판을 다섯 번이나 미루더니 재판정에도 3회나 불출석했다. 알고 보니 B 변호사는 부동산 감정도 진행하지 않았다. 화가 난 A씨는 B 변호사에게 항의했으나 감정료도 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18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지난 2월 B 변호사에게 ‘기일 불출석 및 감정료 미반환’을 이유로 정직 6개월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징계는 ‘재판 노쇼’로 지난해 정직 처분을 받았던 권경애(58·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 이후 ‘먹튀 변호사’에 대한 첫 정직 처분이다. 변협은 B 변호사에 대한 의뢰인들의 진정서 제출로 추가 징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B 변호사는 2019년 12월에도 비슷한 이유로 200만원의 징계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은 이에 대해 B 변호사에게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A씨 사례처럼 권 변호사 사태 이후에도 변호사의 ‘불성실한 변호’로 피해를 입고 분통을 터뜨리는 의뢰인들이 여전히 많다. 의뢰인들은 “일부 변호사들이 사건을 선임한 이후에는 태도가 180도 달라져 돈은 돈대로 잃고, 소송 과정에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한다. 폭행 피해자로 형사사건을 진행 중인 C씨는 “사건 진행 상황을 상의해야 하는데 변호사가 선금을 받은 뒤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에도 응답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일주일 뒤 재판이 열리는데 개인 사정으로 갑자기 못 하겠다고 연락이 온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에서 욕설과 폭행을 당해 변호사를 선임한 D씨도 돈을 받은 뒤 연락을 끊은 변호사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을 고민 중이다. 변호사가 기일 내 재판부에 낼 서류조차 준비하지 못하겠다고 해서 D씨는 직접 관련 서류까지 작성해야만 했다. 상대방이 모욕죄로 맞고소한 소송에서 별다른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벌금까지 물기도 했다. D씨는 “돈을 받고 계약을 했으면 책임을 가져야 하는데 연락조차 없다”며 “전화까지 차단한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의뢰인들이 ‘먹튀 변호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피해가 생겼을 때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의뢰인 입장은 공감하지만 실상 손해배상 책임을 입증하긴 쉽지 않다. 의뢰인들이 변호사가 하는 업무나 일정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변협에 진정서를 내는 방법 정도가 있는데 자신의 사건을 맡은 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거나 항의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더욱이 불성실한 변호사에 대한 징계 수위도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협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 3월까지 변호사가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것은 총 144건이다. 과태료가 101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직 27건, 견책 21건이었다. 제명은 3건, 영구제명은 0건이었다. 변협 관계자는 “변협에서도 일부 변호사의 무책임한 행태에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고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변호사 징계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먹튀 변호사 논란은 지난해 4월 학교폭력을 당한 뒤 사망한 박주원양의 소송이 변호사의 소 취하로 허무하게 끝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소송대리인이었던 권 변호사가 재판에 세 차례 출석하지 않아 항소가 취하된 것으로 밝혀졌다. 변협은 지난해 6월 권 변호사의 자격을 1년 정지하기로 의결했다. 박양의 어머니 이기철씨는 권 변호사를 상대로 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제기했고, 소송 1심 결과는 오는 6월 나올 예정이다. 이씨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변호사를 써 본 사람들은 불성실한 변호사들이 얼마나 많은지 안다. 전문가의 영역이라 항의하기 어려운 게 일반인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패소 후 권 변호사가 맡았던 사건 기록을 다 뽑아서 살폈다. 지난 7년간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여러 차례 권 변호사에게 호소했는데 믿는 것 외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면서 “무책임한 변호사 때문에 2차 가해를 당한 우리 같은 의뢰인은 어떻게 하나”라며 “우리 주원이 억울함을 풀어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국회가 법을 고쳐서라도 방법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 [르포] 인사처장 “MZ공무원 민원 스트레스 강도 더 커… 마음건강센터 상담자 57%가 MZ”

    [르포] 인사처장 “MZ공무원 민원 스트레스 강도 더 커… 마음건강센터 상담자 57%가 MZ”

    김승호 인사처장 상담사 등과 간담회6~9급 67%·여성 80% 상담 비중 차지“폭언·고성 다수, 새내기 MZ 상담 늘어”“극단 선택자, 기관·재직연수 분석할 것”상담건수 4년 만 2만→7만 5000건↑“공무원 건강해야 행정서비스 좋아져”金, 특성화고 재학생 200명과 정책 소통“공무원 115만명 평균 월급 550만원” 최근 경기 김포시청 9급 공무원 등 악성민원인에 데인 저연차 공무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공무원 마음건강 회복을 지원하고 있는 제주 마음건강센터를 찾았다. 김 처장은 “20~30대 MZ 공무원들의 마음건강센터 상담건수가 57%, 6~9급 실무직 공무원의 상담건수가 67%에 달한다”면서 “마음건강센터의 상담 통계를 바탕으로 (민원 스트레스로 인한)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들을 기관, 연령별, 재직연수를 분석해 더 좋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이날 제주지방합동청사 내 있는 제주 마음건강센터를 방문해 운영 현황을 보고 받고 상주 상담사 등 실무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처장은 “민원 스트레스 강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공정·수평·자율을 중시하는 사회적 환경에서 자란 MZ공무원들이 불공정하고 일방적인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 강도가 더 큰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공무원들이 많아 상당히 안타까운데 사전 예방 차원에서 마음건강센터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건강센터는 공무원(공무원과 그 가족, 순직공무원 유족 등)들의 마음건강 증진을 위해 2008년 서울에 첫 개소한 뒤 지금까지 해마다 2만~3만명의 공무원들이 민원 등 직무 스트레스와 직장 내 갈등 등 직무수행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을 상담하고 있다. 올해 1월 문을 연 제주는 9번째 센터다.제주센터에서 진단검사 등 프로그램 운영사인 천정현 휴노 대표는 김 처장과의 간담회에서 “3개월 간 감정노동을 하는 세무, 민원 담당 공무원 등 360명 이상(364명)이 참여할 정도록 빠르게 공무원 상담 건수가 늘었다”면서 “특히 신규 공무원들이 많이 오는데 MZ세대들이 공직 내 연착륙을 어려워해 의사소통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했고 장기적으로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는 민원 스트레스로 센터를 방문하는 공무원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폭언과 고성이 굉장히 심해 민원 담당 공무원 옆에 앉은 공무원이 외상을 입거나 분노조절장애를 입은 민원인 분들은 특정 공무원을 찍어놓고 계속 찾아와 감정을 쏟아내기도 한다”면서 “이는 비인격적 행위로 민원 담당 공무원들은 ‘내가 잘못했다’고 자책하는데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얘기해주고 있다. 기관 내에 해당 공무원을 지지해주는 체계가 있어야 하고 필요한 경우 본인 동의 아래 해당 기관 의뢰는 물론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마다 늘고 있는 저연차 MZ공무원의 이직 행렬이 공직 조직문화에 대한 부적응과 민원 스트레스 등이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김 처장은 “제주 마음센터의 상담 실적을 보니 3개월 만에 256건으로 매달 ‘더블’로 상담이 늘고 있고 전체적으로 20~30대 57%, 6~9급 실무 직원 67%, 여성이 79.3%로 젊은 신규 MZ공무원들의 스트레스로 더 많은 상담을 받았다”고 설명했다.인사처는 최근 공무원의 감정노동·심적 부담 등의 문제가 지속됨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를 연계하고, 외래진료비와 약제비 등을 1인당 최대 50만원을 지원하는 ‘공무원 마음건강 진료비 지원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악성민원 담당 공무원에게 3만원의 수당을 더 지급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김 처장은 일각에서 악성민원 기준과 수당의 실효성 논란에 대해 “악성민원 기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면서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 등 개인별로 (체감이) 크게 다를 수 있고 새내기 공무원들은 민원 담당을 맡았을 경우 관련 지식이나 대인 관계 스킬이 부족해 더욱 부담을 느낄 수 있어 면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건강센터 상담·심리검사 이용건수가 2019년 2만건에서 지난해 7만 5000건으로 많이 늘었는데 남녀, 연령대, 재직연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좀 더 타깃을 명확히 해서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2019년 마음건강센터 상담·심리검사 이용건수는 2만 79건(2만 2116명)에서 지난해 7만 5938건(3만 5510명)으로 크게 늘었다.김 처장은 간담회 뒤 마음센터 내부를 둘러봤다. 센터 내부는 연두색과 브라운, 흰색 등 비교적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색상들로 인테리어가 돼 있었다. 나무로 만든 책상과 선반, 다양한 식물들도 곳곳에 보였다. 상담을 하러 온 공무원들의 심리를 고려해 설계된 것이다. 내부를 둘러보던 김 처장은 “상담사 보호를 위해 (상담자 돌발 행동 등에 대비한) 비상벨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하자 천 대표는 수긍하며 “(위협 등) 만에 사태에 대비해 상담사는 대피가 용이한 문 앞에 자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 처장은 “공무원들이 출근하고 싶고 행복해야 더 좋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라면서 “홍정연 제주마음건강센터장을 비롯해 상담자분들이 애를 많이 쓰는데 마음건강센터가 더 활성화돼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이날 김 처장은 청년세대 공직 유치 등 청년과의 현장 소통 강화를 위해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제주 관내 8개 특성화고의 재학생 200여명과 교사 등을 만나 청년세대의 공직진출, 공무원 채용의 미래 등을 주제로 ‘찾아가는 정부인사 정책토론회 청년공감’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지역인재 9급 등 지역 내 공직에 접근할 수 있는 창구 마련과 공무원연금, 공무원처우 등 구체적인 질문들을 쏟아냈다. 김 처장은 “공무원이 115만명인데 계산해보면 1인당 평균 550만원을 받는다. 일각에서 적다고 하지만 실제 수당 등을 다 합쳐보면 그렇지 않다.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 공직은 근무여건이 좋다”면서 “공무원연금은 2015년 개정되면서 개선 여지의 폭이 좁지만 국회에서 국민연금 비롯해 개정 논의가 추진 중이고 여전히 국민연금보다는 공무원연금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사처는 ‘청년에게 공무원이 다가감’ 줄인 ‘청년공감’ 정부인사 정책토론회를 오는 6월까지 총 30회 일정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13회, 전국 사회과학대학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지만 올해는 횟수는 두배 이상 늘리고 대상도 이공계, 특성화고로 확대했다. 인사처장을 비롯해 본부 국장급 이상이 동행한다.
  • “한전공대 잔여부지, 용도변경 타당성 재검토해야”

    “한전공대 잔여부지, 용도변경 타당성 재검토해야”

    감사원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이하 한전공대) 설립 과정에서 나주시가 부영골프장(CC) 잔여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임의 가공된 통계수치를 반영하는 등 업무에 소홀히 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적받은 부영CC 잔여 부지는 부영그룹이 한전공대 캠퍼스로 제공하고 남은 용지다. 해당 용지는 자연녹지(체육시설 부지)로 부영주택이 아파트 신축이 가능한 ‘제3종 주거지구’로 용도변경을 추진 중이다. 앞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는 감사원에 ‘한전공대 설립 예비타당성조사 미실시·출연 검토과정의 적정 여부’와 ‘한전공대 설립 관련 인허가의 적정 여부’, ‘한전공대 부지로 부영CC가 선정된 과정의 적정 여부’, ‘부영CC 잔여부지 용도변경의 적정 여부’에 대해 감사를 청구했었다. 그 결과 감사원은 16일 한전공대 예타조사, 출연 검토 과정, 인허가, 부영CC 부지 선정과 관련해선 문제점을 확인할 수 없어서 감사를 종결처리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다만 ‘부영CC 잔여부지 용도변경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선 일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감사원은 “나주시가 부영CC 잔여부지에 대한 용도 변경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용역업체가 임의로 가공한 통계수치 등을 기초로 작성해 제출한 용역 결과에 대해 검토를 소홀히 했고 수정·보완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용역서에는 부영CC 잔여부지에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수준인 8100명의 인구가 혁신도시 생활권 내로 유입된다는 결론을 만들어 놓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부양가족 수를 중복해서 산정하거나 관련 개발 면적 수치를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나주시장은 앞으로 임의로 가공된 통계 수치 등에 기초해 잘못 작성된 용역 결과를 도시기본계획안에 반영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향후 나주 도시기본계획 수립 시 부영CC 잔여부지 용도변경의 타당성을 재검토하는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 “철아~ 깨어나라” 외쳤던 어머니, 아들 곁으로

    “철아~ 깨어나라” 외쳤던 어머니, 아들 곁으로

    전두환 정권 당시 경찰의 고문으로 숨져 6·10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91)씨가 17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정씨는 박 열사를 먼저 떠나보낸 지 37년 만에 아들 곁으로 가게 됐다. 유족 등에 따르면 정씨는 이날 오전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정씨는 남편인 박정기씨가 2018년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부산에서 홀로 지내다가 2020년쯤부터 서울의 요양병원에서 지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의 죽음 이후 전국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는 남편을 옆에서 묵묵히 도우며 정씨도 뜻을 함께했다. 박 열사의 친형 종부(66)씨는 “어머니는 특별한 유언 없이 웃으며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면서 “아들 옆으로 간다고 생각하셔서 그랬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박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31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 주요 수배자를 파악하려던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은 박 열사는 강제 연행된 다음날 숨졌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발표하는 등 고문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전두환 정권을 무너트린 6·10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가족들과 함께 경찰의 사건 조작에 맞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던 정씨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추모식에 가려다가 부산역에서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후 정씨가 딸과 함께 부산의 한 사찰에서 “철아, 이 종소리를 듣고 깨어나라”고 외치며 끊임없이 종을 치던 모습은 당시 민주화 항쟁의 힘을 결집하는 요인이 됐다. 아들의 시신을 붙들고 “내 아들이 대체 왜 죽었소? 못돼서 죽었소? 똑똑하면 다 못된 거요?”라고 외친 독백은 아직도 회자된다. 박종철기념사업회는 “정 여사는 박 열사가 고문당하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인권의 메카로 거듭나기를 염원해 왔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 장지는 박 열사의 가묘가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모란공원이다.
  • [문화마당] 향, 항아리, 김소진

    [문화마당] 향, 항아리, 김소진

    “다 나에게 맡기고 이제 편안하게 눈을 감아.” 그는 다시 한번 있는 힘을 다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어떻게 저녁이 오고 밤을 맞았는지 기억할 수 없다. 다만 벽이 갈라지듯 세상이 쪼개지듯 쩡! 하는 소리만이 귀에 선연히 남아 있을 뿐이다. 새벽이 되자 그의 혼은 한 마리 새가 되어 어둔 허공 속으로 날아갔다.(함정임 소설 ‘동행’ 중에서) 소설가 김소진의 27주기를 맞이해 매우 특별한 전시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향사 김태형과 센트 온 블랭크(Scent on Blank). 다소 익숙한 이름과 생경한 장소의 조합이었다.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스무 살 적의 기억들이 감자 줄기마냥 넌출거렸다. 현대한국문학사와 문학사회학 강의에서 종종 소설가 김소진을 언급하던 서영채 교수님, 그가 이르는 대로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던 중에 소설집 ‘동행’을 마주했던 시간, 앉은 자리에서 밤을 새워 그 책을 읽으며 한나절 전까지는 알지도 못했던 작가의 소설과 가족사 그리고 그의 이른 죽음과 남겨진 이들의 애통함에 대해 뒤늦게나마 아주 멀리서 슬퍼했던 일들이 바로 그것이었다. 스무 살의 내 뇌리에 그렇게 각인된 김소진의 문장들을 그야말로 흠향하는 일이라니 당연히 가 봐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김태형은 김소진의 아들이다. 프랑스에서 조향(調香)을 공부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느새 돌아와 아버지의 문장에 향기를 입히는 작업을 한단다. 조향사 김태형은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지만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은 조금 늦게 도착했다. 얼마나 고심하며 답변을 골랐을까. “제가 하는 일은 향에 메시지를 담는 것입니다. 부모님의 삶은 언제나 문학 속에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것으로 저를 키우셨지요. 저는 그 방식을 때론 부정하고 받아들이기를 반복했어요. 이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을 채웠던 문장들에 제가 조합한 향을 입히고, 또 그것으로 가득 채운 공간을 이끄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향기가 먼저 사람을 맞이하지만, 곧 그 향기의 주인은 맡는 이가 되지요. 향수 본연의 일입니다. 또 향과 책을 읽기에 앞서 그것을 창조한 이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작가의 오브제들을 옮겨 놓았습니다. 그에 걸맞은 음악들도요. 이와 같은 작업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가 보내온 답변이 이상하게도 문학적으로 들리는 것은 비단 나만의 일일까. 부부 소설가 김소진과 함정임은 ‘오래된 항아리’(함정임), ‘파애(김소진)’ ‘열애’(함정임)‘,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김소진) 등과 같이 ‘항아리’를 매개로 한 화답형 소설들을 번갈아 가며 썼다. 그러니까 센트 온 블랭크, 그 텅 빈 항아리. 밑바닥이 깨지고 금이 간 항아리를 부모가 애써 문장으로 여미고 아들이 향으로 안을 채운다. 센트 온 블랭크에서 기획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김소진 소설가의 27주기에 맞춘 제의의 방식이지만 모두 함께 시향과 흠향할 수 있는 그야말로 다채로운 카니발이다. 나는 기꺼이 이 문장을 향유하는 공간의 가장 첫 번째 독자이자 매우 오랫동안 찾아가는 객이 되겠다. 머지않은 옛날에 김소진이 촉발한 문장의 향이 기꺼이 지금의 독자들에게 어우러지는 향은 어떤지를 꼭 맡아 보고 싶다. 이은선 소설가
  • 안갯속 3高… “금리인하 빨라야 4분기”

    안갯속 3高… “금리인하 빨라야 4분기”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면서 한국경제도 움츠러들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대한 피로감이 쌓인 상황에서 유가가 들썩이고 환율까지 급등하자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다. 서울신문이 17일 인터뷰한 경제학자 10명 가운데 9명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는 한 중동발 리스크가 우리 경제를 ‘퍼펙트스톰’(복합위기)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선 빨라야 4분기, 상황에 따라선 연내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단기변동성이 확대되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상승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불러올 최대 불안 요인으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을 꼽았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당분간 물가 상방 압력이 높을 것”이라면서 “체감 물가 부담이 커져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현 산업연구원장도 “물가상승률이 당초 정부의 기대처럼 2%대로 내려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은 당국의 구두 개입 등에 힘입어 전일보다 7.7원 내린 1386.8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당분간 ‘강달러’(달러화 강세)는 물가 상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물가가 높아져 소비자 물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향후 중동 사태 양상에 따라 환율의 단기 변동성은 커질 전망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쏠림이 심화하면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대를 돌파해 이전 고점인 1440원(2022년 11월)까지 갈 수 있다”면서도 “불안 심리가 빠르게 안정되면 1350~1360원 선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3.1% 올랐던 소비자물가는 4월부터 소폭 상승하겠지만 4%대를 찍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가격이 오르고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 최종 제품인 생산 원가도 자연스레 오를 것”이라면서도 “물가상승률이 3%대 초반이기 때문에 4%대까지 오를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전망했다.고금리 기조 유지도 불가피하게 됐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빨라야 4분기”라고 전망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하는 빨라야 4분기, 상황에 따라 연내 못할 수도 있다”면서 “미국이 내려야 우리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도 “미국이 고금리 장기화를 내다보는 마당에 우리도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융통화 정책을 예측하는 건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김홍기 한국경제학회장도 “국제 정세가 워낙 변수가 많아 전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는 내수 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 기업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가계부채가 불어 소비 심리도 얼어붙게 된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은 금리만 조금 낮아지면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질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궁지에 몰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한국은행이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고, 기획재정부는 PF 대출, 가계부채 문제를 재정으로 지탱하면서 겨우 버티고 있다”면서 “돌려막기로 버티는 상황인데 건설사가 무너지면 하청업체를 포함해 부동산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경기는 기준금리가 낮아져야 소비나 투자가 살아날 것 같다. 그 전까진 회복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치권에선 야당을 중심으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민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13조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정부는 확장 재정이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문정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채우기 위한 추경이 불가피하다. 다만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정훈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조를 보면 물가부터 잡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단 물가 안정이 선행돼야 돈 풀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급락해 수출이 다시 꺾이면 1%대 초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국내외 주요기관이 내놓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1~2.3%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상승은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이 더 큰 양상으로 번지지 않으면 성장률은 1% 후반에서 2.1% 정도로 수렴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여러 악재가 겹친 경제 위기를 뜻하는 ‘퍼펙트스톰’까지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석병훈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나 퍼펙트스톰에 대한 우려는 이른감이 있다”고 말했다. 전광우 이사장도 “분기별 마이너스 성장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얘기하긴 이르다”고 밝혔다. 반면 안동현 교수는 “중동발 충격도 수요 측면 충격이 아니라 공급 측면 충격이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고 성장은 더뎌지는 것”이라면서 “이게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다. 퍼펙트스톰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 ‘6월 항쟁 촉발’ 고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씨 별세

    ‘6월 항쟁 촉발’ 고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씨 별세

    전두환 정권 시절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사실이 드러나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고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씨가 17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91세. 유족 등에 따르면 정씨는 이날 오전 5시 20분쯤 서울 강동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정씨는 박 열사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박정기씨가 2018년 먼저 세상을 떠난 후 부산의 자택에서 홀로 지내다 건강이 악화해 2019년부터 요양병원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열사의 형인 박종부(66)씨는 연합뉴스에 “어머니가 특별한 유언 없이 빙긋이 웃으시며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면서 “아들 옆으로 간다고 생각하셔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박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13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주요 수배자를 파악하려던 경찰에 강제 연행돼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받다가 다음날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박 열사의 죽음에 대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며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한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열사의 죽음과 경찰의 은폐 시도는 6·10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2018년 7월 89세를 일기로 별세한 아버지 박정기씨는 아들의 죽음 이후 이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정씨는 그런 박씨를 옆에서 묵묵히 도우며 뜻을 함께했다. 빈소는 서울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종부(66)씨와 박 열사의 누나인 은숙(62)씨가 있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 후 모란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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