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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시대] 외국어 단상/조환복 주멕시코 대사

    [글로벌 시대] 외국어 단상/조환복 주멕시코 대사

    어느 날 대사관 행정원이 취미를 묻기에 사전에서 외국어 단어 찾는 것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지난 외교관 생활 30여년간 영어 사용국은 물론 독일어, 불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여러 언어권에서 근무하였다. 그러다 보니 책장에는 다른 책보다도 각종 외국어별로 사전, 문법책, 숙어집, 회화집 등이 즐비하다. 외교부 생활을 외국어 단어를 찾으면서 시작했는데 지금도 매일 사전을 뒤적이고 있다. 아마도 외교부를 그만두는 날까지 단어를 찾아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때 묻은 사전들을 넘겨보면서 단어 하나하나 찾던 그 옛날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7개 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취미로 하는 선배가 있다. 이들 언어를 모두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가사에 나온 단어의 의미는 이해하며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선배는 7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정통하다. 나의 경우도 여러 나라의 문화를 그 나라 언어를 통해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삶을 풍부하게 하는지를 깨달으면서 그 지루하던 단어 찾는 일이 즐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외출시 자연스럽게 단어장을 갖고 다니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무조건 적고 찾아 보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과거 중남미 역사를 영문 번역서를 통해 읽은 후 스페인어 원본을 통독하고 나니 느낌이 아주 달랐다. 영어 문장을 통해 내용을 이해하는 것과 스페인어 각 단어 단어를 통해 추가로 느껴지는 감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현재와 같은 세계화 시대에서 외국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든 것이 언어를 통해 표현되고 이해되고 공유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에 진출함에 있어서도 시장 조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문화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된다.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사업이 실패하거나 불필요한 수업료를 낸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외국어는 문화에 대한 이해의 첩경이다. 지난 산업화 시대에 우리의 무역 역군들은 잘 준비되지 않은 외국어로 전 세계 시장을 누비고 다녔다. 우리가 당시 외국어를 조금 더 유창하게 구사하며 폭넓게 대화할 수 있었더라면 각종 교섭을 더 스마트하게 하고 상품 값도 조금 더 올려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가 외국어에 쏟는 시간, 경비, 정성 그리고 이에 따르는 스트레스는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이러한 외국어 광풍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보이고 있지만 그만큼 외국어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각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세대만 지나면 외국어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불편함과 왜소함도 많이 해소될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진취적인 기상과 상당히 준비된 외국어 구사 능력을 보면 우리 세대처럼 외국어에 주눅이 들어 살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 이들이 활동할 세상에는 중국어가 영어 못지않게 중요하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 근무할 때 어느 러시아 대학생이 한자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서양 사람들이 중국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영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서양 사람들은 초서체로 쓴 한문 문장을 보면서 추상화를 연상한다고 한다. 그만큼 라틴계 언어와 중국어 언어구조가 근본적으로 상이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내 한국 유학생이 전체 외국 유학생의 4분의1이며 전 세계에서 중국어 어학 검정시험에 응시한 모든 외국인 중 한국인이 절대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을 전 세계에서 한국에 제일 먼저 설립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그만큼 본격적인 중국의 부상에 대비하여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저만큼 앞서 준비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앞으로 우리 젊은 세대가 영어와 중국어로 무장하고 당당히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모습을 미리 그려본다. 조환복 주멕시코 대사
  • 昌 “우리가 한나라 2중대냐” 연대설 일축

    昌 “우리가 한나라 2중대냐” 연대설 일축

    최근 ‘심대평 총리론’ 등으로 정치권에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의 연대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가운데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우리가 한나라당 2중대냐.”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 총재는 1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정책공조 없는 보수대연합이나 총리 제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연대설을 일축했다. ●昌 “우리는 독자적 야당…연대설 오간 일 없다”  그는 “선진당은 독자적인 제3야당”이라고 강조한 뒤 “어떻게 총리를 빼가고 장관을 빼간다는 얘기가 나오느냐.불쾌한 일이다.”라고 비판했다.이 같은 비판은 보수진영 결집을 위해 선진당 심대평 대표를 총리로 추대해야한다는 정부와 한나라당 일각을 겨냥한 것이다.  이 총재는 “다만 정당 사이에 정책공조나 정치연대는 있을 수 있지만 그런 틀이 없이 장관·총리를 기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면서 “정책연대나 정치연대 부분은 빠지고 보수대연합을 하려고 한다는 것처럼 나왔는데,분명히 그런 이야기는 오간 적이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이어 현재 선진당은 정책연대나 정치연대를 말할 상황과 시기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도 “요즘 선진당과 여권 사이에서 충청권 연대니,대연합 같은 말이 오가고 있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그런 말이 오간 일이 전혀 없다.”며 당내 수습에 나섰다.  특히 “여권과 정책공조·정치연대의 틀이 생기면 모르겠지만 한두사람이 총리나 장관으로 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우리 당은 창당 역사가 짧고 작지만 정직하고 원칙과 정도를 지켜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자부심과 자존심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는 한나라당과의 연대설을 놓고 민주당이 거세게 비난한 것과 관련, “우리는 독자적 야당”이라면서 “근거없는 추측으로 우리 당의 정체성까지 헐뜯는 것은 공당으로 지켜야할 자세를 저버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총재가 이처럼 연대설에 선을 긋는 것은 미디어법 등을 놓고 쟁점법안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치 중인 상황에서 ‘한나라당 2중대’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충청권쪽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민주당의 행보도 당내 거부감을 더하고 있다.한 선진당 충청권 인사는 “연대설을 보고만 있으면 지금도 어려운 당의 운신폭이 더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친박 “충청도민 무시하는 처사”…연대설에 불쾌감  한편 한나라당내에서도 선진당과의 연대설을 놓고 친박(친 박근혜) 진영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선진당과의 연대가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겠냐는 의심을 드러내는 것이다.특히 연대설이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와 친이(친 이명박)계가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 보드’를 쥐고 있던 충청권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내 비주류인 친박 진영의 입지를 더 좁힐 수 있다는 계산으로 보인다.한 친박의원은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강조하면서 “충청연대론이 성사된다면 친박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친박 진영의 송광호 최고위원도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대설을 언급하면서 “당 최고위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은 사항이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은 뒤 “만약 사실이라면 충청도민의 인격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이어 “총리 한자리 주고,장관 몇자리 준다고 떠난 민심이 급선회해서 돌아온다면 이는 충청도민 무시하는 것”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Healthy Life] 일정기간 반드시 보조기 착용해야

    모든 수술이 그렇듯 목디스크 역시 수술이 치료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수술은 정상 회복을 위한 첫 단계일 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수술이 잘됐어도 상당 기간 통증이 남을 수 있고, 특히 마비의 경우 신경이 눌려 있던 기간이 길수록 회복에 걸리는 기간도 길다. 수술 후 단계별로 재활을 받아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장지수 원장은 “재발을 막으려면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적절한 운동으로 근력을 강화하는 재활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수술 후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팔다리 힘이 갈수록 떨어지면 이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술 후 일정 기간 보조기를 착용하는 것도 중요한 권장 사항이다. 무리한 관절 움직임을 제한해 손상된 근육과 관절을 보호하고, 바른 자세를 갖게 하며, 디스크의 압력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조기 착용 기간이 너무 길면 역효과가 난다.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내시경 치료는 4주, 현미경 등 관혈적 수술은 4∼6주, 융합술은 3개월 정도가 적당하다. 수술 후 온욕을 자주 하면 혈액순환을 촉진해 팔다리의 저린 느낌이 빨리 가신다. 머리를 감을 때는 고개를 숙이는 대신 샤워기를 벽에 꽂고 목을 바로 세워 감도록 한다. 개인차는 있으나 대부분 수술 후 4∼6주가 지나면 일상생활 및 직장 복귀가 가능하다. 운동할 때도 통증에 주의해야 하며, 가볍게 시작해 서서히 강도를 높이는 식으로 일주일에 3회 이상, 회당 2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열린세상] 출구전략(단기 경기안정화 대책) 추진은 시기상조다/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열린세상] 출구전략(단기 경기안정화 대책) 추진은 시기상조다/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최근 경제기사에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란 용어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출구전략이란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을 추진함에 따라 우려되는 물가급등 등과 같은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제위기 극복 이후에 대비한 단기적인 경제안정화대책을 의미한다. 요즘 출구전략이 등장하는 이유는 금융부문을 중심으로 일부 지표들이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때문인 것 같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원·달러환율이나 회사채(3년, AA-)도 각각 1200원 중후반과 5%대 초반에서 안정되고 있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도 꿈틀거리고 있다. 여기에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 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고 향후 경기전환시점을 예고해 주는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전월차도 금년 1월부터 계속 상승해 국내경기가 하강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더욱이 서비스업생산과 소비재판매가 전년동월대비로 각각 4월과 5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6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석달째 개선되고 있다. 이처럼 상반기 경기바닥론을 지지하는 지표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출구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감세정책기조의 변화를 의미하는 듯해 논란을 부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출구전략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서서히 공론화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금 거시경제정책방향을 긴축기조로 전환하는 출구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기엔 아직 때이른 감이 있다. 우선 세계경제회복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하고 원화가치가 절상되고 있어 우리 경제의 한 축인 수출은 4·4분기는 돼야 기술적 반등에 의존해 증가세로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우리 경제의 다른 한 축인 내수도 자생적인 회복의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재정의 역할을 통해 급락세를 완화하고 있을 뿐이다. 내수와 밀접한 취업자 수는 5월에 전년동월대비로 22만명가량 감소했고 자영업주는 30만명이나 줄었다. 여기에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기업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고 고용은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도 계속 나빠지는 후행지표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내수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 더욱이 출구전략의 최대 관심사인 전반적인 물가급등 가능성도 최소한 금년 내에는 적어 보인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0%에 불과하고 7월에는 환율안정, 경기하강 등에 따라 1%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국제유가 강세나 공공요금 인상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전반적인 물가안정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금융완화정책으로 풍부해진 시중유동성이 부동산 등 일부 자산시장에서 투기적 거품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800조원이 넘는 단기유동성이 실물경제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자금시장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1990년대 경기침체에 헤매던 일본은 일시적으로 경기회복의 가능성이 조금씩 나타나자 소비세 인상 등과 같은 정책기조전환을 성급하게 추진했다. 그 결과로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장기불황의 늪에 빠졌던 역사적 경험을 지금 우리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대다수 전문가들이 향후 국내경기를 V자형 급반등보다는 더블딥이나 바나나형의 완만한 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경기부양적 정책기조를 지속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 시점에선 출구전략을 미리 구상해 볼 수는 있어도 추진하는 것은 한마디로 시기상조다. 더불어 향후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조직이기주의에 매몰돼 섣부른 정책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하진 않을 것으로 믿고 싶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 [무슨 영화 볼까]

    ■ 주온-원혼의 부활(공포/15세 관람가) 감독 아사토 마리, 미야케 류타 줄거리 ‘주(呪):하얀 노파’는 저주 받은 집이 배경이다. 이 집에서 소녀 미라이가 목 잘려 죽는 등 일가족 전체가 처참하게 살해됐다. 어린 시절에 단짝 친구의 끔찍한 죽음을 목격한 아카네(미나미 아키나)는 끝없는 원한의 저주에 휩싸인다. ‘온(怨):검은 소녀’는 원인불명의 환자 후키에가 등장한다. 담당 간호사 유코(카고 아이)는 그녀의 몸속에서 태어나지 못한 채 죽은 후키에의 쌍둥이 자매를 발견한다. 감상 ‘주온’ 탄생 10주년 기념 영화. 시각적 잔인함보다 심리적 섬뜩함이 더 강렬한 공포로 다가온다. ■ 언노운 우먼(미스터리·스릴러/18세)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 줄거리 부유한 아다처 부인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 이레나(크세니야 라포포트)는 기존의 가정부를 사고로 위장 살해한다. 아다처 부인은 요리, 청소는 물론 딸 테아의 유모역할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이레나에게 호감을 갖는다. 그러던 어느날, 정체모를 남자가 이레나를 쫓고, 조용했던 집안에 의문의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진다. 감상 운명의 장난에 희생당한 기구한 인생. 서스펜스에 치중해 온기가 부족하다.
  • [스포츠 라운지] 15일 출범 우리캐피탈 초대감독 김남성

    [스포츠 라운지] 15일 출범 우리캐피탈 초대감독 김남성

    “신바람 나는 배구, 도전하는 배구를 하고 싶습니다.” 삼성화재 이후 13년 만에 탄생하는 남자 (프로)배구팀 우리캐피탈의 김남성(59) 감독은 프로팀 감독으로서는 ‘늦깎이’다. 1981년 성균관대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성대 사령탑에 오른 15년 동안 노진수·마낙길·임도헌·신진식 등 수많은 스타들을 조련한 용장이다. 하지만 그는 “초보 프로감독이어서 신치용 감독(삼성화재)이나 김호철 감독(현대캐피탈)에게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오는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우리캐피탈 창단 출범식을 앞둔 그를 인천 남구에 위치한 선수단 숙소에서 만났다. ●30년 지도자 인생… 신진식 등 스타 배출 그는 전북 익산 중앙초교 5학년 때 골키퍼로 축구를 시작했다. 졸업 후 전주북중에 스카우트됐으나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결국 입시를 통해 남성중에 입학했다. 1학년 말 도에서 주최하는 1·2학년 배구대회에 나갔던 것이 배구인생의 시작이었다. 선수 부족으로 초교 때 배구도 했던 김 감독이 참가하게 된 것. “당시 배구부에 들어가자마자 베스트가 됐죠. 후보생활 한번 안 해봤죠.” 그는 대신고 졸업 후 대한항공행을 택한 동기들과 달리 성균관대에 들어갔다. 집안에서 배구부가 있는 학교 중 명문인 성대에 가길 원했기 때문. 그는 성대에서 일찍부터 지도자의 꿈을 키웠다. 여자 배구계의 거목이던 미도파 이창호 감독과 현대건설 전호관 감독을 보면서 지도자의 꿈을 부풀린 것. 김 감독은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단 적이 없다. 177㎝의 작은 키에 레프트를 맡다 보니, 번번이 대표팀 선발에서 탈락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영웅시하던 두 감독 역시 국가대표 출신이 아니었다. “두 분이 국가대표팀 감독을 16년 동안 번갈아가면서 했어요. 국가대표에 뽑히지 못한 한을 지도자가 돼 풀고 싶었죠.” 졸업과 동시에 육군 보안사 배구단에 들어간 그는 전역을 앞두고 한국도로공사 여자배구팀에서 파견근무를 하게 됐다. 제대 후 3년간 도로공사팀 코치로 생활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아 28세가 되던 해 성균관대 감독으로 부임, 본격적으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15년 동안 삼성화재 임도헌 코치, LIG 김상우·김기중 코치, 대한항공 차해원 코치, KEPCO45 김철수 코치, 우리캐피탈 권순찬 코치 등 스타 제자를 키워냈다. “선수들을 지도할 때 쾌감을 느낀다.”는 그는 감독으로서 나름의 철학이 있다. “대학배구는 우수한 선수를 양성하는 역할도 있지만, 유능한 지도자를 만드는 것도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프로팀 늦깎이 감독… KOVO컵 대회 데뷔 감독 생활 30여년만에 프로팀 감독을 맡게 된 소감에 대해 묻자 “기존 팀에서 제의가 왔다면 망설였을 거예요. 하지만 신생구단이어서 큰 부담이 없었죠.”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시범경기를 통해 “프로배구는 높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어요. 특히 득점을 노리는 공격적인 서브 파워가 대학배구와는 많은 차이가 있더군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선수단을 이끌고 지난 3월5~7일 설악산으로 워크숍을 다녀왔다. 올해부터 정식으로 경기에 참여하는 만큼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였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 울산바위에 올라 “프로 무대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주지시키는 데 매진했다. 오는 24일부터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리는 ‘국제배구대회(KOVO컵)’가 김 감독의 공식 프로 시험무대다. “지금은 체력훈련에 중점을 둬 훈련을 하죠. KOVO컵에 대비해 스피드를 위한 훈련을 점차 늘리고 있습니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때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박상하(센터)의 높은 블로킹과 속공 능력, U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최귀엽(레프트)의 서브리시브·디그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 감독은 “올 시즌에는 욕심 안 부리려고 합니다. 선수들이 제 기량의 80%만 발휘해준다면 아쉬움이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4강에 들 수 있다면 좋겠네요. 이후에는 우승까지 도전해볼 각오입니다.”라면서 “두 시즌 내 삼성화재 못지않은 명문 구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글ㆍ사진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김남성 감독은 누구 ▲출생 1953년 5월6일 전북 익산 ▲체격 177㎝, 86㎏ ▲학력 남성중-대신고-성균관대 ▲가족관계 부인 정춘경(50)씨와 딸 나래(26), 이래(22)씨 ▲지도자 경력 성균관대 감독(1981~96), 현대건설 감독(98~99), 서문여고 감독 (2000~01), 명지대 감독(02~08), 우리캐피탈 감독(08년~현재) ▲주요 성적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우승(1986),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87), 아시아선수권 우승(89), 베이징 아시안게임 준우승(90 이상 코치), 버펄로 U대회 3위(93), 후쿠오카 U대회 우승(95),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 3위(99년 이상 감독)
  • “조성옥 감독님 영전에 우승기를 바칩니다”

    “아무 걱정일랑 하지 말고 편히 가세요. 가시는 길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이상번 동의대 감독 대행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렸다. 이 감독대행과 함께 마운드에 선 선수들은 눈물샘이 터진 듯 굵은 물줄기를 쏟아냈다. 응원단과 학부모들도 흐느꼈다. 선수들은 마운드 주위에 무릎을 꿇은 채 고인을 기리는 묵념을 했다. 목동구장 전체가 영결식장이 된 듯 숙연해졌다. “우리의 영원한 조성옥 감독을 위하여….” 선수들의 외침이 메아리처럼 하늘 멀리 울려펴졌다. 동의대가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전국대학야구 여름철 리그 결승에서 맞수 성균관대를 2-1로 꺾고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4일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조성옥(1961~2009년) 감독의 영전에 트로피를 바치겠다는 각오로 선수들이 똘똘 뭉친 덕분. 동의대는 봄철 리그에 이어 결승에서 또한번 성균관대를 꺾어 ‘천적’의 면모를 뽐냈다. 최우수선수(MVP)는 4학년 투수 문광은(동의대)에게 돌아갔다. 지난달 대통령배 대회부터 동의대 선수들의 모자에는 ‘81’이라는 숫자가 씌어 있었다. ‘81’은 투병 중이던 조 감독의 등번호. 하지만 스승의 회복을 바라던 제자들의 간절한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부산 대연초와 동성중, 부산고, 동아대를 나온 고인은 한대화의 스리런 홈런과 김재박의 ‘개구리번트’로 팬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1982년 세계선수권 우승 멤버였다. 고향팀 롯데에 입단해 84년과 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모교인 부산고 지도자로 변신해 추신수(클리블랜드)와 백차승(샌디에이고), 정근우(SK), 장원준(롯데) 등을 키워냈다. 2007년 동의대를 맡은 뒤 비교적 약체였던 팀을 단박에 정상권으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9월 종합선수권에 이어 지난 4월 봄철 리그에선 또한번 우승컵을 들어올려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암세포의 공격에 4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과 작별했다. 이상번 대행은 “아이들은 대회를 준비하느라 병상에 있는 감독님을 찾아뵙지도 못했다. 선수들에게 우승해서 감독님이 벌떡 일어나게 해드리자고 했는데 먼저 눈을 감으셨다. 그나마 우승 약속을 지켜 마음이 편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MVP로 뽑힌 문광은은 “지난해 종합선수권 때 몸이 안 좋아 못 나갔다. 감독님한테 4학년이 돼 결승에 오르면 선발로 뛰고 싶다고 했더니 ‘너를 믿는다.’고 하셨다.”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알몸 뉴스’ 앵커 최선이 “저흰 당당해요”

    “저희 방송 보신 적 있으세요?” 네이키드 뉴스 코리아(NNK) 스튜디오에서 만난 최선이(27) 앵커는 마주앉자마자 질문부터 던졌다. 지난달 23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뒤로 무수히 쏟아진 비판에 민감해진 모습이었다. 여성 앵커가 뉴스를 진행하면서 옷을 하나씩 벗는 콘셉트인 NNK는 개설과 동시에 사회적인 이슈가 됐고, 아울러 비판의 표적이 됐다. 노출 수위와 당위성이 도마에 올랐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심의에 착수했다. 회사와 협의만 된다면 ‘올 누드’까지 할 수 있다는 앵커들의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면서 노출 수위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이에 최 앵커는 “노출 자체에 신경 쓰기보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분야를 개척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한다.”고 밝혔다. ▲ 노출에 따른 비판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 비난에 가깝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우리 콘텐츠를 보기는 했는지 모르겠다. 노출 정도나 당위성을 평가하는 잣대는 보는 시각에 달린 건데, 직접 보지도 않고 ‘감으로’ 평가하는 분들이 많다. 언론에 과장되게 나간 부분도 있다. 회사와 조건만 맞으면 ‘올 누드’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오보에 가깝다. 말이 부풀려서 나간 것 같은데 우리끼리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고 회사에서도 그럴 생각이 없는 걸로 안다. 인터뷰를 한 김지원 앵커를 비롯해 모두 억울해했다. ▲ NNK가 어떻게 평가받길 바라나 - 우리는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분야를 개척한다는 당당함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기존 뉴스의 틀보다는) 엔터테인먼트에 뉴스를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으로 접근해줬으면 좋겠다. ▲ 아무래도 노출에 부담이 있을 것 같다 - 개인적인 부담감과 관계없이, 나는 ‘네이키드 뉴스에 소속된 최선이’다. 처음부터 콘셉트를 모르고 들어온 것도 아니고…. NNK 1기 앵커로 이 길을 열어간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 앵커들은 어떻게 뽑혔나 - 나는 케이블 방송에서 모델 겸 연기자로 활동하다가 오디션 소식을 알고 지원했다. 경쟁률이 200대 1 정도였다고 들었다. 당당함이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다. 3차 심사까지 통과한 뒤 트레이닝 과정에서 자질이 있는 사람만 남기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때까지 꽤 많았는데 두 달 간 학원에서 아나운서 과정 트레이닝을 거치고 나니 마지막에 9명이 남았다. 지금도 훈련을 계속 받는다. ▲ NNK 앵커로서 평소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 발음 연습을 계속 한다. 또 방송 뉴스와 신문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 요즘에는 우리 기사가 많다보니 저녁마다 꼭 챙겨 본다. 또 보이는 이미지를 생각해 촬영 앞두고는 음식을 먹지 않고 물을 많이 마시면서 붓지 않도록 조심한다. 글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김상인VJ bowwow@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1607m ‘가장 높은 곳 외줄 타기’ 세계新

    ‘가장 높은 곳에서 외줄 타기’ 세계 기록을 중국서 세웠다. 줄타기 곡예사 아딜리 우셔는 해발 1607m 상공에서 1530m의 외줄을 무사히 건너는데 성공했다. 그는 자신의 제자와 함께 안전장치의 도움 없이 외줄을 건너는 기록과, 줄 위에서 두 명이 교차한 기록까지 모두 2개의 세계 기록을 동시에 세웠다. 그의 도전을 지켜보는 가족들은 눈을 질끈 감은 채 그를 바라보지 못했다.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지나고 1시간 뒤, 그가 무사히 땅을 밟았을 때 함께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편 신화통신은 아딜리가 430년 전부터 외줄타기 곡예를 해온 가문의 6대 손이며, 이 가문은 외줄타기를 예술로 여기고 수련을 해 왔다고 소개했다. ‘외줄 위를 걷는 왕자’라고 부르기도 하는 아딜리는 2002년 35m 높이의 외줄에서 22일간 버텨 ‘공중에서 오래 버티기’ 기네스 세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공주형 미술세계] 르누아르전 ‘목욕하는 여인들’ 리뷰

    [공주형 미술세계] 르누아르전 ‘목욕하는 여인들’ 리뷰

    7월의 게릴라성 폭우였다. 미술관을 코앞에 두고 급습을 당했다. 폭우의 기세에 우산을 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입구를 향해 힘껏 달렸다. 그렇게 도착한 르누아르 전시장 안은 바깥 세상과 달리 적요했다.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며 ‘피아노 치는 소녀’ 앞을 지나, 민트색 치맛자락의 황톳물 얼룩을 신경 쓰며 ‘책 읽는 여인’을 거쳐 비로소 몸도 마음도 폭우의 급습에서 자유로워질 즈음 나는 열세 점의 여성 누드그림 앞에 서 있었다. “만약 신이 여성을 창조하지 않았다면 화가가 되었을는지 모르겠다.” 여성은 르누아르가 열렬히 찬미한 주제였다. 특히 그는 여성의 누드를 도자기 장식가로 활동하던 초기에서 인상주의를 거쳐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향해 나아가던 말기까지 꾸준히 그렸다. 여성 누드는 그에게 예술의 기본이자 실험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장미를 그리면서도 여성의 누드를 위한 피부색을 연습하고 있다고 말할 만큼 이 주제에 대한 화가의 몰두는 대단했다.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르누아르가 사랑했다던 여성은 화가 개인 취향을 반영이라도 하듯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림에 등장한다. 허리는 길고, 엉덩이는 펑퍼짐하며, 근육이 없는 다리는 통통하고, 팔은 두껍다. ‘골반이 너무 과장되었다. 팔다리가 너무 우람하다.’며 동료들과 평론가들은 쉴 새 없이 비난했다. 하지만 그는 양보하지 않았다. 건강한 여체야말로 영감의 근원이었으므로. 르누아르의 비너스와 님프가 서양 미술의 역사상 유래가 없었던 것은 몸집 크기만이 아니다. 이들은 가장 행복하기도 하다. 세상만사 근심 걱정이 하나 없어 보인다. 이 뮤즈들이 현실에서는 허드렛일을 하던 요리사, 청소부, 보모였다는 점이 놀랍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모델과 그림뿐 아니라 화가와 예술 사이에도 존재했다. 1910년 이후 그가 그린 여성 누드화들은 178㎝의 화가가 병마와 싸우며 47㎏의 체구로 완성한 것들이었다. 모델들은 여신의 자세를 취하다 돌연 바지를 다림질했을 것이고 양말을 깁다 물의 요정으로 분했을 것이다. 노년의 화가는 보다 부드러운 선으로 여성의 누드를 그리다 예상치 못한 고통에 호흡을 가다듬었을 것이고 휜 손목 때문에 손톱이 살을 파고들지 않도록 거즈를 감다가 여성의 알몸에 적합한 장밋빛을 떠올렸을 것이다. 현실과 이상은 달랐지만 결코 충돌하지 않았다. 오히려 결핍된 현실을 예술로 채워 지상 낙원을 구현하고자 했던 그의 붓질은 말년에 속도를 더해갔다. ‘고통은 지나간다. 아름다움은 남는다.’ 고통에서 비롯된 아름다움을 잠시 맛본 나에게 현실의 작은 불편함들은 충분히 즐길 만한 것이 되어 있었다. 기세가 여전한 폭우 속에서 머리카락에 감기는 빗방울은 새벽녘의 이슬처럼 영롱했고 치맛자락에 튀어 오르는 황톳물은 쇼팽의 강아지 왈츠처럼 경쾌했다. <미술평론가>
  • 동생 세리나 ‘윔블던 여왕’

    비너스 윌리엄스(3위·미국)의 백핸드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렸다. 세리나 윌리엄스(2위·미국)는 푸른 잔디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눈을 감고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지난해 비너스의 품에 안겼던 윔블던 우승쟁반 ‘비너스 로즈워터 디시’가 올해는 세리나 차지였다. 세리나는 4일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테니스 여자단식 결승에서 언니 비너스를 2-0(7-6<3>, 6-2)으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02년과 2003년에 이은 윔블던 세 번째 정상 등극. 그랜드슬램 우승만 벌써 11번째다. 6년 만에 윔블던 우승을 차지한 세리나는 “우승 트로피를 처음 안는 것처럼 떨리고 기쁘다. 우승쟁반 이름처럼 항상 비너스 차지였다.”며 울먹였다. 이로써 세리나는 지난해 US오픈부터 올해 호주오픈과 윔블던까지 제패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슈테피 그라프(1991~93년 우승) 이후 여자단식 3연패를 노리던 비너스는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개인통산 윔블던 여섯 번째 우승도 내년으로 미뤘다. 여자단식에서 10년 동안 8번의 우승과 5번의 준우승을 합작한 ‘무서운 자매’는 여자복식도 평정했다. 호주의 사만다 스토서와 르네 스텁스(이상 호주) 조를 2-0(7-6<4>, 6-4)으로 가볍게 물리치고 2연패를 차지한 것. 윔블던에서만 네 번째 복식 타이틀이고 그랜드슬램에서는 10번째 우승이다. 세리나는 2관왕에 올랐다. 남자복식에서는 대니얼 네스터(캐나다)-네나드 지몬치치(세르비아) 조가 미국의 밥-마이크 브라이언 형제를 접전 끝에 3-1로 누르고 우승컵을 안았다. 남자단식 결승은 ‘황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 ‘광서버’ 앤디 로딕(6위·미국)이 다툰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할머니는 알도 못 낳잖아요!/안선모

    [엄마와 읽는 동화] 할머니는 알도 못 낳잖아요!/안선모

    “아함! 잘 잤다!” 뽕나무 그늘 밑에서 낮잠을 자던 거위 꾸룩이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어요. 하품을 하다 문득 아래쪽을 보니 아랫배가 불룩했어요. “어, 이상하다. 배가 고픈데 왜 배가 불룩 나왔지?” 꾸룩이는 고개를 휘휘 돌려 할머니를 찾았어요. 할머니는 빨갛게 녹슨 펌프 정수리에 마중물 한 바가지를 붓고 있었어요. 꺼억꺼억. 펌프에서는 트림하는 듯한 소리만 나왔어요. “할머니, 힘 좀 내봐, 힘 좀. 나 목 마르단 말이야.” 꾸룩이가 뒤뚱뒤뚱 다가가 할머니를 채근하였어요. “오냐, 오냐! 애써 보마.” 할머니의 깊게 파인 이마 주름살 사이로 또글또글 땀방울이 굴러갔어요. 할머니는 있는 힘을 다해 펌프질을 했어요. 펌프는 계속 쪼륵쪼륵 잔기침만 해댔어요. 하지만 잠시 후 콰륵콰륵 긴 기침을 토해 내더니 땅속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물을 끌어올렸지요. 양동이 허리까지 물이 차오르자 꾸룩이는 긴 부리를 집어넣어 꾸룩꾸룩 물을 들이켰어요. “할머니, 밥 언제 줄 거야? 빨리 서둘러. 나 배 고프단 말이야.” 꾸룩이는 부엌에 들어가 할머니 등을 콕콕 찔렀어요. “오냐, 오냐! 서둘러 보마.” 할머니가 눈을 비비며 아궁이에 불을 집어넣고 있는 사이, 꾸룩이는 이 밭 저 밭을 다니며 상추를 뜯어먹었어요. 그랬더니 배가 조금 불렀어요. “꾸룩아, 밥 먹자, 얼른 오렴.” 꾸룩이는 어기적어기적 작은 툇마루로 올라갔어요. 할머니가 댓돌을 놓아주어서 쉽게 올라갈 수 있었어요. “에이, 반찬이 이게 뭐야?” 꾸룩이가 상을 흘낏 보며 말했어요. 꾸룩이는 반찬 투정이 아주 심해요. 할머니가 싱긋 웃으며 생선 한 젓가락을 집어 올려 꾸룩이 입에 넣어 주었어요. “꾸룩아, 이것 좀 먹어 봐라. 너 주려고 내가 아껴둔 거다.” “에이, 맛도 없잖아.” 꾸룩이의 말에 할머니는 그저 빙그레 웃기만 했어요. 투정도 잘 부리고, 게으르고, 버릇은 없지만 그래도 꾸룩이가 있어서 할머니는 외롭지 않아요. “어, 갑자기 배가 아프네. 할머니, 나 배 아파!” 꾸룩이가 뽕나무 밭으로 내려가 납작 엎드렸어요. 앗,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죠? 갑자기 뱃속에서 뭔가가 꾸물꾸물 대더니 커다란 알이 쑥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이게 뭐지?’ 꾸룩이는 덜컥 겁이 났어요. 그런 꾸룩이를 보며 할머니가 기특하다는 듯 등을 쓰다듬어 주며 말했어요. “이게 바로 알이라는 거다. 옛날옛날에 너도 이 알에서 태어났단다. 이 알을 품어 주면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야.” ‘이 알을 품으면 아기가 나온다고?’ 꾸룩이는 갑자기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어요. 할머니가 고추밭에 김매러 간 사이, 꾸룩이는 자기가 낳은 알을 이리저리 쳐다보았어요. ‘그런데 도대체 이 알을 어떻게 품어야 하지? 이렇게? 아니면 저렇게?’ 꾸룩이는 알을 날갯죽지 속에 넣어 보기도 하고, 앞가슴에 넣어 보기도 하였어요. 그러다 꾸룩이는 겨우겨우 알을 품었어요. “꾸룩아, 밥 먹자.” 저녁 때가 되어 할머니가 불렀지만 꾸룩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알을 잘 품어서 꼭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보고 싶었거든요. 어디선가 노랑나비가 날아왔어요. 꾸룩이는 나비를 쫓아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꾹 참았어요. “할머니, 물 좀 갖다 줘.” 꾸룩이가 소리쳤지만 할머니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어요. 꾸룩이는 할 수 없이 잠깐 자리를 떴어요. 물 먹으러 갔다 툇마루에 올라가 잠깐 놀다 오니 알이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꾸룩이는 깜짝 놀라 여기저기 알을 찾으러 다녔어요. “네가 알 가져갔니?” “내가 뭣 때문에?” 수탉이 볏을 세게 흔들었어요. “너니?” “내가 뭣 때문에?” 토끼가 귀를 쫑긋하며 말했어요. 이틀 후, 꾸룩이는 또 알을 낳았어요.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에요. 꾸룩이가 잠깐 자리를 비울 때마다 감쪽같이 알이 없어지곤 하는 거예요. 꾸룩이는 마음속으로 굳게 결심을 했어요. ‘이제는 더워서 알을 낳을 수 없을 것 같아. 이게 마지막 알이야. 잘 품어서 꼭 아기를 태어나게 할 거야.’ 꾸룩이는 며칠 동안 물도 먹지 않고, 밥도 먹지 않고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알을 품었어요. 갑갑했지만 꾹 참았어요. 장이 서는 어느 날 아침이었어요. 할머니가 소쿠리를 들고 나오며 말했어요. “꾸룩아, 장에 갔다 올 테니까 집 잘 보고 있어.” 꾸룩이는 이상한 느낌에 할머니가 들고 있는 소쿠리 쪽으로 달려가 그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소쿠리 안에는 커다란 알이 가득 들어 있었어요. “이, 이거, 혹시?” “그래, 맞아. 모두 네가 낳은 알이다. 장에 내다 팔려고 한단다.” “뭐라고요? 그러면 그 동안 내 알을 훔쳐 간 게 바로 할머니였단 말이에요?” “꾸룩아, 내 말 좀 들어봐. 그 알은 말이야. 아무 소용이 없어. 그래서 내가…….” 할머니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꾸룩이는 꽥꽥대며 소리소리 질러댔어요. “그 알 모두 내놓아요. 내 거예요.” “안 돼! 이 알은 줄 수 없어! 소용도 없는 알을 왜 달라고 하는 거야?” 할머니가 소쿠리를 등 뒤로 감추며 말했어요. 그 말에 꾸룩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쳐 올랐어요. “뭐라고요? 소용이 없다고요? 그러는 할머니는 알도 못 낳잖아요. 나처럼 알도 못 낳으니까 샘나서 그러는 거죠?” “그, 그래. 나, 나는 알도 못 낳는 늙은이다!” 꾸룩이의 말에 할머니는 기운 없이 고개를 푹 숙였어요. “그 알들 내놓으란 말이에요, 당장!” 꾸룩이가 다가오자, 할머니는 재빨리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잰걸음으로 대문을 나갔어요. “네가 아무리 그래도 이 알은 줄 수가 없어!” 할머니 발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꾸룩이는 할머니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어요. 할머니 모습이 사라지자 꾸룩이는 화가 나서 씩씩대며 할머니가 정성껏 만들어 놓은 밭을 죄다 헤쳐 놓았어요. 또 할머니가 아끼는 꽃들도 죄다 꺾어 놓았어요. 그래도 성이 풀리지 않아 꾸룩이는 꾸룩꾸룩 소리를 지르며 마당을 왔다 갔다 했어요. 해가 지고 별이 하나 둘 보이는데도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치, 누가 걱정할까 봐. 나 혼자서도 잘살 수 있다고!” 꾸룩이는 숨겨 놓았던 알을 다시 품었어요. 그러니까 마음이 좀 가라앉았어요. “나는 아기를 낳을 거라고! 아기가 태어나면 할머니랑 안 놀 거야! 할머니는 없어도 된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꾸룩이는 자꾸만 불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여태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혼자 있은 적이 한번도 없었거든요. 꾸룩이는 알을 마른 풀로 살짝 덮어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어요. 아무래도 할머니를 찾아나서야 할 것 같았어요. 꾸룩이는 뒤뚱뒤뚱 마을길로 나갔어요. 저 멀리 어두운 길에서 허리가 굽은 그림자 하나가 느릿느릿 걸어오는 게 보였어요. 꾸룩이는 반가운 생각이 들어 뒤뚱뒤뚱 다가갔어요. 할머니 얼굴을 보자, 꾸룩이는 다짜고짜 소리를 버럭 질렀어요.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야? 나 혼자 하루 종일 놔두고! 밥도 안 차려 주고!”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소쿠리에서 뭔가를 꺼내 땅에 내려놓았어요. “자, 네 신랑이다. 네 신랑을 데려오느라 이렇게 늦었어.” 깨룩깨룩. 소쿠리에서 나온 작고 볼품없는 하얀 거위가 시끄럽게 울어댔어요. “아무리 알을 품어도 혼자서는 아기를 낳을 수 없단다. 내년에는 아기들이 태어날 수 있을 거야.” 땅에 내려놓자마자 작은 거위 깨룩이는 꾸룩이 꽁무니를 졸졸 따라왔어요. 꾸룩이가 깜짝 놀라 도망을 치는데도 깨룩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졸졸 쫓아왔어요. 뽕나무 밑에 오자 꾸룩이가 귀찮은 듯 말했어요. “쪼끄만 게 까불고 있어! 저리 가! 나는 알을 품어야 한단 말이야.” 꾸룩이의 말에 깨룩이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어요. “저런, 쯧쯧. 아직도 몰라요? 그 알에서는 아기가 태어날 수 없어요.” “뭐라고! 너도 할머니랑 똑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 “할머니가 하루 종일 장에 나와 앉아 그 알을 파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그게 다 누구 때문인데……. 신랑이 있어야 알에서 아기가 태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온 거라구요.” 그러면서 꼬마 신랑 깨룩이가 꾸룩이 옆에 다가와 졸린 듯 눈을 감았어요. ‘아, 그랬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꾸룩이는 할머니가 주무시고 있는 안방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어요.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해요. ●작가의 말 예전에는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골살이를 하면서 동물들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고 그들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거위는 하지 때까지 열심히 알을 낳고 열심히 품는다. 신랑이 없으면 알에서 새끼가 태어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채. 장에 나가 꼬마신랑 깨룩이를 사오던 날, 거위 꾸룩이 얘기를 동화로 꾸며 보았다. ●약력 ▲월간 아동문예로 등단 ▲해강아동문학상(신인상), 한국아동문학상 수상 ▲‘마이 네임이즈 민캐빈’, ‘날개 달린 휠체어’,‘소리섬은 오늘도 화창합니다’, ‘우당탕탕 2학년 3반’, ‘딴 애랑 놀지 뭐’ 등의 작품집이 있음. ▲다음 카페 산모퉁이에서 자연과 동물 그리고 책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고 있음 ▲현재 인천연수초등학교 교사
  • 대학 연구윤리 대책 되레 ‘퇴보’

    논문조작, 위·변조 등 국내 과학계의 연구부정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대책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대학은 연구부정의 법적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기존에 운영되던 학술재단의 연구윤리 담당 부서마저 폐지되는 등 오히려 연구윤리정책이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5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작성한 정책연구 보고서 ‘연구진실성 검증의 실제적 문제와 해결방안연구’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연구윤리 부정행위를 단속할 법적장치와 연구윤리 전담기구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2005년 말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이후 과학기술부(현 교육과학기술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과 관련해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훈령으로 제정했다. 각 대학도 자율적으로 연구진실성위원회를 마련하는 등 과학기술계의 자정 노력이 이어지는 듯했다. 문제는 지침이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연구윤리에만 효력이 닿을 뿐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연구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논문의 조작·표절·중복게재 등 연구윤리 부정행위가 대학 내 개인연구에 집중되고 있는 실정에서 지침은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각 대학도 자율적으로 연구윤리를 감시하고 검증·징계하는 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구속력이 없다 보니 유명무실한 상태. 오히려 대학들은 연구자들의 논문에서 위조·표절이 확인돼도 대학에 불명예가 될까봐 감추기에만 급급했다. STEPI가 2007년 2월부터 2008년 말까지 전국 364개 대학·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연구윤리 부정행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연구 부정행위 건수는 단 39건에 불과했다. STEPI 한 관계자는 “이같은 결과는 모든 대학이 연구윤리 위반 사례에 눈 감고, 입 닫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인재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도 “이는 대학의 눈 감아 주기와 느슨한 자체 규제 때문”이라면서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각종 연구를 지원하는 우리나라 연구재단들도 연구윤리에 무감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26일 한국학술진흥재단·한국과학재단 등을 통합해 국내 최대 연구지원 기관으로 출범한 한국연구재단에는 연구윤리 전담부서가 없다. 당초 학술진흥재단에 박사급 1명을 포함한 4명으로 구성된 연구윤리정책팀이 있었지만 통합되면서 폐지됐다. STEPI 한 연구원은 “한국연구재단에 연구윤리를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모든 부처 산하 연구기관에 윤리 전담조직을 두는 것은 어렵지만, 인문사회계 전 영역을 커버하는 통합 재단에는 전담조직을 반드시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열린세상] 지방자치단체 자체감사와 감사원/이기우 인하대 교수

    [열린세상] 지방자치단체 자체감사와 감사원/이기우 인하대 교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제도 개선이 거론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국회에 의한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감독기관에 의한 감사, 자체감사 등 감사기관과 감사횟수가 지나칠 정도로 많다. 여러 기관에 의한 잦은 외부감사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비리와 부패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 사회복지보조금 횡령사건 등으로 인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자체감사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지방자치단체의 자체감사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일반공무원을 감사공무원으로 임명함으로써 보직이 바뀌면 감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가질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에 자체감사기관의 독립성을 높이고 감사담당자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감사원에서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거쳤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적인 감사시스템을 강화하여 자율적인 자기정화장치를 마련하기보다는 감사원 공무원의 자리를 확대하고 자체감사에 대한 감사원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예컨대 감사담당자 및 감사책임자의 임용자격 제한, 감사원규칙으로 감사기준 제시, 자체감사 결과의 감사원 보고, 감사원의 자체감사 활동심사, 감사원장의 자체감사 책임자 교체 요구, 감사원의 자체감사 개선대책 수립 및 권고, 감사원에 의한 공공감사 협의회 구성 등이다. 이 법안에 의하면 감사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감사에 대한 조직과 활동을 총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자체감사활동이 지방자치단체의 합법성 감사뿐만 아니라 합목적성 감사에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사원은 실질적으로 지방자치단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게 된다. 이는 지방자치의 정신에 반하는 것은 물론이고 감사의 독립성을 지키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지방자치에 대한 감사는 법체계상으로도 국가기관에 대한 자체감사와 구분되어야 한다. 대통령소속기관인 감사원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하급기관인 중앙정부의 각부처에 대한 자체감사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를 동일한 법률에 규정하면서 동일한 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방자치권을 존중하여 지방자치법에 별개의 장을 추가, 지방자치단체의 독자적인 감사기관과 그 운영에 대해서 규정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지방자치법에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진 자체감사기관을 도입하도록 하고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안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체감상 관한 부분은 삭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방의 자체감사를 지방자치법에 규정함에 있어서도 전국적으로 획일적인 규정을 할 필요는 없다. 세부적인 것은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위임하여 지방마다 다양한 자체감사제도를 갖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왕 헌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 마당에 감사원의 위상과 권한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헌법상 감사원은 대통령소속의 독립기관이지만, 지난 정부에서 감사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통하여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적이 있다. 감사원을 대통령소속 기관으로 한 나라도 드물거니와 감사원에 회계감사뿐만 아니라 직무감찰권까지 부여한 나라도 없다. 더구나 중앙정부의 감사원이 지방정부를 감사하는 나라는 없다. 감사원은 중앙정부에 대한 회계감사를 통하여 국고의 효율성과 낭비, 부패를 방지하도록 감사원의 소속과 권한에 관한 헌법규정을 손질하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별도의 독립적인 자체감사제도를 도입하여 자율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희망을 위하여/곽재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희망을 위하여/곽재구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팔을 놓지 않으리 너를 향하여 뜨거운 마음이 두터운 네 등 위에 내려앉는 겨울날의 송이눈처럼 너를 포근하게 감싸 껴안을 수 있다면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져 네 곁에 누울 수 없는 내 마음조차 더욱 편안하여 어머니의 무릎잠처럼 고요하게 나를 누일 수 있다면 그러나 결코 잠들지 않으리 두 눈을 뜨고 어둠 속을 질러오는 한세상의 슬픔을 보리 네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가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워진 들판을 이리의 목소리로 울부짖을지라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
  • 生·死 엇갈린 태화·영산강을 가다

    生·死 엇갈린 태화·영산강을 가다

    최대 국정 현안 가운데 하나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운하 포기선언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4대강 정비사업은 그동안의 임기응변식 치수정책이 아닌 수량과 수질, 환경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종합 처방이라고 정부는 설명한다. 여름에는 물난리로, 겨울엔 물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서울신문은 오염이 심각해 ‘죽음의 문턱’에 선 나주 영산강과 ‘생명의 강’으로 부활한 울산 태화강을 다녀왔다. ■ 생태복원 모범 울산 태화강 수중보 철거… 수달·철새 돌아와 “냄새 나는 썩은 강물에 빠질라 조심해라.”(1990년 7월) → “더운데 멱감으면서 고기나 잡자.”(2009년 7월) 울산 도심을 흐르는 태화강은 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고기잡이와 물놀이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후 급격히 진행된 산업화와 도시화로 ‘죽음의 강’으로 전락했다. 2000년까지 생활하수를 비롯한 각종 오폐수가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물고기는 떼죽음을 당하기가 다반사였고, 시민들은 강을 외면했다. 이런 태화강에 기적이 일어났다. 연어가 돌아오고, 철새가 몰려들었다. ●바닥 걷어내고, 오·폐수 차단 울산시는 2000년부터 태화강의 수질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강으로 유입되는 생활 오·폐수와 축산폐수의 차단에 나섰다. 시는 용연하수처리장 등을 지속적으로 건설하고, 축산농가 등에 하수관을 설치했다. 주거지역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를 한 방울도 강으로 보내지 않았다. 또 2002년부터 2007년까지 국비 등 총 350억원을 들여 하류지역인 삼호교~명촌교 8.8㎞ 구간의 강바닥에 50㎝ 이상 쌓였던 오염퇴적물 67만㎥를 걷어냈다. 여기에다 곳곳에 있던 수중보를 철거해 강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했다. 시민단체와 기업체들도 태화강 살리기 운동에 가세했다. 태화강 곳곳에는 어느 기업, 어느 단체가 가꾸는 곳이라는 푯말이 설치돼 있다. 요즘도 주말이면 기업체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나와 지정된 구간을 순찰하고, 환경도 가꾼다. 이같은 노력으로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은 1996년 ‘생명체가 거의 살 수 없는’ 수준(11.3㎎/ℓ)에서 2004년 보통 수준(3.2㎎/ℓ)을 회복했다. 현재 1급수(Ib등급) 어류가 돌아왔다. BOD 기준으로 한강과 영산강, 낙동강 등 도심을 관통하는 전국의 강 가운데 최고의 수질을 자랑한다. ●한강·낙동강 비해 수질 월등 수질개선 성과로 태화강에는 2003년 연어 5마리가 처음 돌아왔다.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60~80마리씩 회귀하고 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갈겨니·꼬치동자개·수수미꾸리·납자루 등 1~2급수 어류가 돌아왔고, 서식 어종만 버들치·붕어·동자개·피라미·숭어·누치 등 68종에 이른다. 또 천연기념물(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수달도 산다. 바다와 만나는 하류에는 산업화로 사라졌던 친환경 수생식물인 잘피(일명 진저리 또는 몰)가 복원됐고, 전국 최대의 바지락 씨조개 생산지로 바뀌었다. 모래톱에는 실지렁이 등 각종 먹이가 풍부해지면서 떠났던 새들도 날아와 철새 도래지로 변모했다. 남구 삼호동 대숲은 매년 여름 백로 4000여마리가 날갯짓을 하는 국내 최대의 백로 서식지가 됐다. 고니·황로붉은갈매기·청둥오리 등 총 52종 8만 6370여마리의 철새가 태화강에 둥지를 틀고 있다. 태화강 복원사업은 2005년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와 전국체전을 통해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라디오 연설에서 “완전히 죽었던 태화강을 준설 등 친환경적으로 정비해 생명력이 넘치는 울산의 보물로 만들었다.”며 태화강을 4대강 정비사업의 모델로 제시했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생태복원 절실한 나주 영산강 하구둑에 강 막혀 썩는 냄새 풀풀 강물은 한마디로 녹조공장이었다. 물속이 온통 녹조띠로 뒤덮였고, 물결이 일 때마다 속에서 한꺼풀씩 더 나왔다. 속이 메스꺼울 정도였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물속 곳곳에서 부영양화로 물거품이 부글부글 일었다. ●30㎞ 강 따라 녹조 덩어리 둥둥 지난 2일 오후 전남 영산강 하류에서 함평천이 합류하는 동강대교 아래까지 75리길(30여㎞)을 3시간 가량 배를 타고 돌아봤다. 이대로 방치하면 죽음의 강이 될 게 뻔할 정도로 심각했다. 배의 스크루에 밀려 올라오는 흙탕물에서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영산강 뱃길탐사는 하구둑 인근인 영암 나불도 선착장에서 시작됐다. 선착장 바지선에는 물 속에서 건져낸 폐어망 등 쓰레기가 한 무더기다. 3㎞에 이르는 강폭, 10m 넘는 물 속에는 상류에서 30년 가까이 밀려와 쌓인 쓰레기가 켜켜이 묻혀 있다. 배를 모는 전도영(54) 선장은 “1995년 이전에는 녹조 현상이 전혀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강물이 오염되면서 붕어와 메기 등 토종 어류가 사라지고 배스가 점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기잡이 주민들도 거의 모두 강을 등졌다. 한창 건설 중인 멋진 사장교가 보였다. 이곳은 영산강에서 강폭이 가장 좁은 협곡이다. 수심도 25m로 가장 깊다. 10㎞쯤 올라가니 상사바위다. 탐사길 내내 강에서 고기잡이 배도, 그 흔한 새 한 마리도 볼 수 없었다. 강의 현주소다. 간혹 갈대 속에 빈 배만 한두 척 매여 있다. 2㎞를 더 가니 오른쪽에서 영암천이 합쳐졌다. 강물 위로 솟아 있는 ‘멍수바위’에 등대가 있다. 바로 옆에서는 환경정화선이 한창 쓰레기를 건져내고 있다. 조금 더 오르자 삼포강이 합쳐졌다. 삼포강을 따라가면 마한시대 권력집단임을 알려주는 나주시 반남면 반남고분군에 이른다. 몽탄대교 지점부터는 강폭이 크게 좁아졌다. 다리 아래로는 산이 없어 물길이 일직선이다. 하지만 다리 위로는 산이 많아 물길이 뱀처럼 두세 번 구부러졌다. 강폭도 하천처럼 좁아졌다. 선상에서 수질분석을 하던 이해훈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은 “몽탄대교 바로 지난 지점의 용존산소량은 2.4㎎/ℓ로 나타났고 2㎎/ℓ 이하는 물고기조차 살기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용존산소량 2.4㎎/ℓ… 물고기도 도망 바람이 불자 시큼한 냄새가 실려왔다. 굽이굽이 돈 물길은 무안군 몽탄면 이산리 느러지 마을을 만들어냈다. 이 마을은 안동 하회마을처럼 아름답다. 관광 개발대상 ‘0순위’라고 한다. 함평천이 합류하는 사리포 앞에서 탐사선이 멈췄다. 옛날 명산 장어로 유명한 곳이다. 배 스크루에 폐그물이 걸렸다. 배를 옮겨 타고 동강대교 포구에서 내리면서 탐사를 끝마쳐야 했다. 영산강은 상류에 4개 댐이 생기고 1981년 하류에 하구둑(4351m)이 생기면서 강물로서 생명을 다하고 영산호가 됐다. 수면 면적도 109㎢에서 35㎢로 줄었다. 둑 안에 갇힌 강물은 2억 5000만t으로 영암과 해남지역 간척지 논 540만㏊에 물을 공급한다. 국토해양부는 2011년까지 영산강 살리기에 2조 6000억원을 들여 수자원 1억t 추가 확보하고 수질을 2급수로 복원할 계획이다. 글 사진 나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31년만의 부활’ 우포늪 따오기 4남매 성장기 14세 이하 성매매 급증 왜 55세 새내기 공무원 나올까 “갱년기 부인에 과도한 성관계 요구 이혼사유” 수천마리 벌 공습에 미프로야구 경기 52분 중단 잭슨 마지막 리허설 동영상 “멀쩡했네”
  • [무슨 영화 볼까]

    ■ 킹콩을 들다(드라마/전체 관람가) 감독 박건용 줄거리 88올림픽 역도 동메달리스트였던 이지봉(이범수). 그는 부상을 입고 운동을 그만둔 후 시골여중 역도부 코치가 된다. 시골 소녀선수들의 실력은 처음부터 가르쳐야할 정도로 형편없다. 하지만 열정에 감복한 이지봉은 본격 훈련을 시작하고 오갈 데 없는 제자 영자(조안)를 위해 합숙소를 짓는다. 마침내 어엿한 역도선수가 된 이들은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게 된다. 감상 충무로에 뜬 간만의 100% 대중영화. 하지만 시도때도 없는 눈물 바람에 눈살 찌푸릴 사람도 있겠다. ■ 애니 레보비츠: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다큐멘터리/15세) 감독 바바라 레보비츠 줄거리 샌프란시스코의 평범한 학생이었던 애니 레보비츠가 조지 클루니, 커스틴 던스트를 촬영하는 유명한 포토그래퍼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롤링스톤’, ‘베니티 페어’, ‘보그’를 거치며 기념비적 사진을 남겨온 과정, 그녀의 카메라 앞에 섰던 인물들 및 가족들의 인터뷰가 생생함을 더한다. 감상 포토그래퍼 애니 레보비츠의 성공과 실패, 공적 행보와 사적 기록이 한데 모인 입체적 다큐멘터리. ■ 링스 어드벤처(애니메이션/전체) 감독 라울 가르시아, 마누엘 시실리아 줄거리 실수 잦고 운도 없는 살쾡이 링스(은지원)는 사고를 당해 동물보호소에 갇힌다. 그리고 여기서 만난 랑세트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 못간다. 랑세트가 사냥꾼 뉴먼에게 납치당하고 만 것이다. 카멜레온 친구 거스(왕석현)가 구출작전을 함께 도와준다. 감상 자연과 동물 보호 메시지를 담은 교훈적 애니메이션. ■ 약탈자들(드라마/15세) 감독 손영성 줄거리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은 ‘상태’라는 선배의 기묘한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상태라는 인물은 역사학과 교수로 강의하던 대학교에서 성추행 혐의를 받아 퇴출당했다. 게다가 할아버지가 창씨개명을 했다는 죄의식으로 역사 공부를 그만둬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동창들의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감상 뒷담화 속에서 싹트는 진실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 ‘조라이더’가 온다

    2004년 11월1일. 삼성-현대의 한국시리즈 9차전. 현대 마무리투수는 퍼붓는 빗속에 삼성 타자들과 사투를 벌였다. 8-7로 쫓긴 9회말 2사 만루에서 강동우(현 한화)를 잡아낸 뒤 두 손을 번쩍 들었다. 프로야구사에 남을 명장면. 한국시리즈 7경기에 등판해 12와 3분의1이닝을 2실점(비자책)으로 틀어 막고 3세이브를 올려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176㎝, 72㎏의 깡마른 체구. 타자를 압도하는 눈매를 지닌 그는 웬만한 투수의 직구보다 빠른 140㎞대 초반의 ‘면도날’ 슬라이더로 데뷔와 동시에 프로 무대를 접수했다. ‘조라이더’ 조용준(30·히어로즈)이 주인공이다. 2002~05년 4년 동안 115세이브(23승16패)에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했다.하지만 2005년 9월 미국으로 날아가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은 뒤 그라운드에서 사라졌다. 재활이 순탄치 않았다. “태만하다.”, “불성실하다.”는 얘기가 잇따랐다. 지난해 히어로즈가 창단하면서 계약을 하지 않았다. 방황이 길어지면서 야구와 연을 끊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다시 공을 쥐었다. 11월 히어로즈와 계약한 뒤 제주도 마무리 훈련에 합류했다. 허리 디스크 증세 탓에 미국 전지훈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줄곧 2군과 함께 움직였다.4년 가까이 팬들의 시야에서 자취를 감췄던 조용준이 이르면 6일 1군에 합류한다. 당장 엔트리에 등록하는 것은 아니다. 등판 시점은 올스타브레이크가 끝나는 이달 말 쯤. 워낙 공백이 길었던 터라 ‘1군의 감’을 되찾도록 김시진 감독이 배려했다.조용준은 지난달 10일 LG전을 시작으로 2군에서 11경기에 나와 1패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5.94.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 투구수와 연투 능력, 공끝의 위력을 감안해 복귀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판단이다. 김 감독은 “재활은 다 마쳤다. 이틀 연속 25개를 던질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최대 35개까지 연투해도 무리 없을 수준이어야 한다. 오랜 공백이 있었던 만큼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복귀시키겠다.”고 말했다.롯데, 삼성과 치열한 4위 다툼을 벌이는 히어로즈는 조용준의 공 하나하나에 숨죽이고 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장자연 사건으로 본 연예부 기자의 5대 원죄

    장자연 사건으로 본 연예부 기자의 5대 원죄

    故 장자연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소속사 전 대표 김모씨가 오늘 국내 송환된다. 지난 4월, 분당경찰서는 김대표가 입을 열지 않는 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상당부분 내사를 종료해버린 상태였다. 경찰은 김씨 진술을 바탕으로 남아 있는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얼핏 복잡해 보이는 사건이지만, 사건 개요는 간단하다. 피해자가 한 명 있고 다수의 가해자들이 있다. 가해자들 가운데 누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느냐 하는 판정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가해자 집단은 누구인가? 우선 고인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였던 전현직 연예기획사 대표들이 있다. 그리고 문건에 등장하는 이들이 있다. 방송 제작진과 기업가, 그리고 언론인 등 우리 사회의 특권층이다. 여기까지는 우리 국민 모두가 아는 얘기다. 그런데 가해 집단 가운데 한 부류가 빠졌다. 이 점은 우리 국민들이 잘 모르는 바다. 바로 연예부 기자들이다. 물론 모든 연예부 기자들이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상당수 기자들이 기자로서 저널리즘의 본령에 서기보다는 연예계 종사자로 연예 산업의 첨병 노릇을 한 게 사실이다. 이번에 이 점을 바로잡지 않으면, 이번 사건과 흡사한 사건은 언제고 또 벌어진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과 배경에 대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알고 취재하는 연예부 기자들이 과연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첫째 죄가 바로 그 점과 관련이 있다. 알고도 눈 감은 죄다.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연예계에서는 성 접대설을 포함해, 연예 기획사의 횡포에 관한 풍문이 많았다. 방송 제작진에 대한 로비설도 끊이지 않았다. 단순히 설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검경이 첩보를 바탕으로 수사를 해 일부 로비설은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 어디 그 뿐인가? 일부 연예부 기자들은 대접이나 로비의 자리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걸 자랑삼아 입에 올리는 연예부 기자들도 봤다. 연예 기획사의 횡포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이 그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눈을 감았다. 그게 첫 번째 죄다. 둘째, 진실 보도보다 연예인과 기획사 변명에 더 열을 올린 죄다. 연예계에 중대한 사건만 터지면 연예부 기자들은 연예인이나 기획사의 입장을 대변하느라 바쁘다. 이런 기사에는 어김없이 연예인의 측근과 연예 기획사의 관계자라는 익명의 소식통이 등장한다. 이들이 해당 연예인의 매니저와 소속 기획사 경영진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짤막하게 처리하는 반면 이들의 해명에 대해서는 장황할 정도로 길게 서술한다. 그 해명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려는 생각은 없다. 그저 일방적 주장을 전할 뿐이다. 연예인이나 기획사가 연예부 기자들을 통해 노골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연예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물론 기자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처지는 아니다. 어려운 시기에 연예인과 기획사를 도와야, 나중에 스타들에 접근할 수 있다. 일종의 거래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내보내더라도, 사실 여부는 확인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게 언론의 초보적 임무다. 셋째, 특정 연예인과 기획사와 지나치게 밀착한 죄다. 단순히 연예인과 기획사의 입장을 전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그들의 장학생 노릇을 자처하는 기자들마저 있다. 연예부 경력이 오랜 기자 가운데 더러 그런 경우가 있다. 이번 사건만 해도 그렇다. 갈등을 벌였던 두 연예 기획사 가운데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에 따라 묘하게 기사의 논조가 갈렸다. 인터뷰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에 있던 고인 소속 기획사 김모 대표는 일부 언론과만 전화 인터뷰를 했다. 철저하게 이번 사건을, 고인을 빼가려던 기획사 유모 대표의 자작극으로 몰고 가는 내용이었다. 그런가 하면 고인의 문건을 쥐고 있던 유모 대표 입장에서 김 대표를 공격하는 기사도 적지 않았다. 연예부 기자들의 편 가름이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사건 관련자들의 이해에서 초월해, 사건을 총체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넷째, 기자로서 본연의 임무인 취재를 소홀히 한 죄다. 이번 사건에서 故장자연 문건을 특종 취재한 것은 KBS의 사건 담당 기자다. 이번 사건의 이해 당사자들을 가장 가까이 에워싸고 있던 연예부 기자들이 아니다. 물론 문건의 입수 경위와 내용 공개 순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소각돼 휴지통에 버려진 것을 주웠든지, 관련자로부터 건네받았든, 아니면 양자 모두 다 해당되든 상관없다. 워낙 많은 연예부 기자들이 사건 초기부터 달려들었다. 한결 같이 노련한 기자들이었다. 연예 저널리즘을 표방한 케이블 채널의 연예 담당 PD들도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그러나 정작 문건을 구한 것은 신예 사건 기자였다. 연예부 기자와 PD들은 특종 보도 후 입수 경위에 대한 의혹이나 제기하고 있을 따름이다. 민망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죄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죄다. 최근 몇 년간 유독 연예인의 자살 사건이 많았다. 연예계 관련 의혹도 많이 제기됐다. 그러나 연예부 기자들은 연예계의 잘못된 구조와 관행과 관련해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연예계에 정통한 그들이 누구보다도 더 해법을 잘 알았을 텐데 말이다. 정작 다른 분야 언론인들이나 경제학자들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매니저나 연예 기획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이들과 연예인간의 계약을 제대로 규제하면 된다. 미국의 경우만 봐도 1930년대까지 연예 기획사의 횡포가 기승을 부렸다. 그러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개입으로 정화된 예가 있다. 우리의 경우도 이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법’ 입법을 준비중이다. 정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도 연예인과 기획사간의 계약과 관련해 표준 약관을 제시할 방침이다. 연예부 기자들이 잘못된 연예계 구조와 관행의 수혜자라서 그럴까? 해결책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다. 이번 사건은 연예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돼야 하지만, 동시에 연예 저널리즘이 거듭나는 계기도 돼야 한다. ※ 이 글은 외환 위기 직후 재정경제부 출입 기자였던 <중앙일보> 손병수 기자가 쓴 ‘재경부 출입 기자의 5대 원죄’라는 기사를 원형으로 한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현재 우리 연예계상황과 연예부 기자들의 처지가, 외환 위기 당시 경제부 기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서울신문NTN 이여영 기자 yiyoy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감사원 방만경영 공기업 왜 감싸나

    감사원이 어제 밝힌 ‘공공기관 경영개선 실태 점검’을 들여다보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선진화가 공염불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공기업 23곳과 종업원수 1000명 이상 준정부기관 18곳, 기타 공공기관 19곳 등 모두 60개 주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선진화계획 이행실태와 인건비·복리후생 등 경영개선 실태를 점검한 결과 드러난 ‘주인 없는 회사’의 행태는 해도해도 너무했다. 사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불합리한 노사관계와 이면합의를 통한 방만경영이 이뤄지고 있었다. A기관의 경우 각종 명목의 과도한 특별휴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덕분에 한 25년 근속자의 지난해 휴가일수는 무려 171일에 이르렀다. B기관은 연간 2호봉씩 올라갈 수 있는 규정을 무시하고 노조위원장 등 2명에게 1년에 5~8호봉을 올려줬다. C기관은 전임자가 아닌 노조간부의 근무성적 평가는 부서장 등이 상대평가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왕적’ 노조위원장이 절대평가로 전원에게 만점을 주기도 했다. 감사원은 문제 공공기관의 기관명은 밝히지 않았다. 자체 시정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개선되지 않으면 향후 특별감사를 통해 엄정조치한다는 것이다. 60개 기관을 정식으로 감사하려면 몇 년이 걸리므로 내사개념의 실태점검을 실시했으며, 피감기관의 확인서를 받는 등의 감사절차를 밟지 않아 기관명을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감사원의 이같은 온정적인 조치에 반대한다. 문제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는 엄포성 경고에 그칠 일이 아니다. 자체 해결의 수위를 넘어섰다. 오히려 기관명을 공개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주인은 회사가 아니라 국민이다. 감사원은 문제 공공기관의 실명을 국민에게 알릴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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