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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김형태·문대성 털고 가는 게 옳은 거 아닌가

    새누리당 일부 비상대책위원들이 4·11 총선에서 당선된 김형태(경북 포항 남·울릉)씨와 문대성(부산 사하갑)씨에 대해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김형태 당선자는 제수를 성추행하려 했다는 의혹을, 문대성 당선자는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을 받았다.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은 “16일로 예정된 비대위 회의에서 두 당선자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이준석 비대위원은 “문제가 확인되면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면서 “과반의석을 무너뜨려서라도 국민의 눈 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을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김형태·문대성 당선자는 선기기간 동안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지만, 새누리당은 총선 당일까지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은 문제삼으면서도 두 당선자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던 것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강조해온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비록 늦었지만 일부 비대위원들이 두 당선자의 도덕성을 짚고 넘어가겠다는 것은 옳다고 본다. 김형태·문대성 당선자는 모두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엄격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상 문제 있는 것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김형태·문대성 당선자가 지역 주민들의 선택을 받기는 했지만, 그렇더라도 잘못이 확인되면 출당조치를 취하거나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152석이나 차지한 데 도취할 때가 아니다. 새누리당이 과반을 이룬 것은 민주통합당이 제대로 하지 못한 자살골 때문이지, 새누리당이 잘해서 제1당이 된 것은 아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털 건 털고 가는 게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강조해온 신뢰와 원칙에도 맞다. 국회의원 2명이 더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과반 의석을 확보했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도 아니다. 국민을 무시하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표를 줄 국민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이번엔 국물맛… 팔팔 끓는 라면전쟁

    이번엔 국물맛… 팔팔 끓는 라면전쟁

    요즘처럼 라면시장이 ‘맛있었던’ 때가 또 있을까. 농심 ‘신라면’의 독주로 지루했던 라면시장에 지난해 7월 팔도의 ‘꼬꼬면’이 출시된 이후 변화가 찾아왔다. 몸집은 1조 9000억원대로 쑥 커져 올 2조원대를 바라보고 있으며, 무엇보다 다양하고 재밌는 신제품들이 쏟아져 라면전쟁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다. 국물색깔이 라면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로 부상해 업체들은 저마다 각양각색의 재료를 사용해 우려낸 국물맛을 선전하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인기 스타가 참여해 제품을 함께 개발했다는 이야기가 첨가되면 금상첨화다. ‘꼬꼬면’의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하얀 국물 라면에 대한 업체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신라면의 아성에 균열을 일으키며 당당히 하나의 제품군을 형성했으니 이 대열에 합류해야 매출은 물론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어서다. 한 유통업체에 따르면 자사 매장에서 ‘꼬꼬면’ 이후 줄곧 20%를 차지하던 신라면의 매출 구성비가 한때 14%대로 떨어졌다가 올 들어서는 16%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식품도 하얀 국물 라면 ‘자연은 맛있다 백합조개탕면’을 선보였다. 바지락, 대합, 백합 등 10가지 해산물과 청양고추 등을 넣어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식품업체로는 네 번째 하얀 국물 라면 출시로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면서도 “후발주자인 만큼 건강한 재료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조라면으로 제품 한 개에 지방은 1.8g, 칼로리는 350㎉에 불과하다. 기존 라면과 비교했을 때 지방은 10분의 1, 칼로리는 3분의 2 수준이다. 풀무원은 이 제품으로 2014년까지 매출 400억원을 올린다는 포부다. 올 들어 ‘하얀 국물 라면 제2라운드’를 주도하는 건 유통업체다. 지난 2월 초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자체상품(PB)인 ‘라면e라면’을 선보였고, 이달 초 롯데마트도 ‘손큰 라면’으로 뒤를 따랐다. 두 제품 모두 각 업체 점포에서 라면 매출 순위 10위 안에 들 정도로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어 관계자들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 편의점 업체 보광훼미리마트도 지난달 하얀 국물 제품인 ‘칼칼한 닭칼국수’를 출시, 매주 20% 매출 신장을 확인할 정도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여세를 몰아 스타마케팅과 스토리텔링 등 ‘꼬꼬면’의 전략을 택한 제품을 새롭게 내놨다. 인기 개그맨 최효종과 손잡고 하얀 국물 라면인 ‘최효종 백짬뽕’과 빨간 국물 라면인 ‘최효종 홍짬뽕’ 용기면을 동시에 출시한 것.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애정남’으로 활약하는 그의 이미지를 빌려 하얀 국물과 빨간 국물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소비자들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보광훼미리마트 관계자는 “맛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다양한 PB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꼬꼬면’ 이후 팔도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치중하고 있다. 빨간 국물 라면 ‘남자라면’으로 새로운 승부를 거는 동시에 최근 ‘놀부부대찌개라면’ 용기면도 내놓았다. 사실 이 제품은 지난해 부대찌개로 유명한 외식기업 ‘놀부’와 공동 개발해 봉지면으로 처음 선보였으나 ‘꼬꼬면’에 치여 마케팅을 소홀히 했다. 올 들어 월 70만개씩 팔리는 등 반응이 좋아 다양한 기호에 맞추고자 큰 컵을 내놓게 됐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정적만 흐르던 새누리 상황실… 개표할수록 “와…”

    새누리당은 11일 저녁 개표가 시작되면서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애써 누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수도권을 비롯해 초접전 지역으로 분류된 곳이 60여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사들의 오후 9시 기준 예측 결과 새누리당이 제1당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나타나면서 점차 당직자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한 표를 행사한 뒤 오후 6시 직전 서울 여의도 당사 2층 종합상황실에 도착했다. ●제1당 유지 예측에 화색 돌아 얼굴에 웃음을 띤 채 권영세 사무총장과 이혜훈 종합상황실장, 이상돈·조동성·이양희·조현정·이준석 비상대책위원, 안종범 비례대표 후보 등과 차례로 악수를 나눈 뒤 당직자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결과를 기다렸다. 박 위원장은 이양희 위원의 안부인사에 ”잠을 못 잤다.”고 대답한 박 위원장은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별 말을 잇지 않았다. 상황실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당직자들 사이에선 “어…”하는 탄식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이 굳어졌다. 10분쯤 지나자 박 위원장은 당 관계자들에게 “고생하셨다.”고 인사한 뒤 당사를 떠났다. 박 위원장의 자리에는 뒤늦게 도착한 황우여 원내대표가 앉아 개표결과를 지켜봤다. 황 원내대표는 출구조사 결과부터 민주당 이철기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웃음 띤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 한 당직자는 “새누리당이 160석 넘어간다는 얘기도 있더라.”며 낙관하기도 했다. 당사 2층의 벽면에는 개표 현황판이 붙었고, 당선이 확실시된 후보들에게는 태극기 모양의 스티커가 차례로 붙여졌다. ●선대위 “새롭게 시작하겠다” 그럼에도 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신중했다.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은 “우리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어느 지역의 표가 먼저 개표됐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아직 알 수가 없고, 개표율이 70~80%는 돼야 감이 잡힌다.”면서 “접전 지역이 그만큼 많으니까 더 봐야 된다.”고 밝혔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문화마당] 한류와 레이디 가가/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한류와 레이디 가가/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기억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어느 날 짝이 음반 한 장을 들고 왔다. 주다스 프리스트였다. 모든 음반이 불타고 달랑 한 장 남았다며 피식 웃었다. 집에서 이런 난잡한 음악을 들으면 대학도 못 가고 폐인이 된다며 엄포를 놓았다는 것이다. 이해하진 못 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며 웃어넘겼다. 그렇다고 우리는 집을 나가겠다거나 비뚤어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헤비메탈 음악을 더 열심히 들었다. 그 후로 친구는 대학에 진학해 학군단 장교가 되었다. 대기업에 입사해 결혼했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현재 학원 사업을 하는 어엿한 가장으로 매주 아이들과 캠핑을 다닐 만큼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우리는 2012년 2월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 콘서트에서 주다스 프리스트를 만났다. 20년도 더 된 추억을 공연장에서 끄집어내면서 40대의 두 남자가 감회에 젖었던 일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하지 말라고 성화를 부렸던 어르신 덕에 무엇이든 더 깊이 있게 알려고 했던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한편으로 참 고맙게 여겨진다. 언뜻 보기에 해롭다고 여기신 것들에 대해 무조건 손사래를 친 것이 어찌 나쁘다고만 할 수 있겠는가 하며, 걸러 들었던 삶의 연속이었던 같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가진 10대의 추억은 아마도 그런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학교 앞 만화방에서 도색 잡지를 훔쳐보거나 미성년자 출입 금지였던 동시 상영 영화관에서 에로티시즘 영화를 봤던 것이 인생에서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왔다며 가슴을 치는 40대가 어디 있겠는가. 오히려 그러한 금기의 영역을 넘나들며 호기심과 상상력들을 키워냈고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으로 삼은 예술가들이 참으로 많은데 말이다. 어떠한 일탈도 허용하지 않고 공부만 했던 10대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혜안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레이디 가가 공연이 만 18세 미만 관람 금지 판정을 받은 것은 재미난 일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레이디 가가의 공연 등급을 이같이 판정한 것은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레이디 가가의 노래 ‘저스트 댄스’를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했고, 이 노래가 공연 레퍼토리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유해매체로 지정된 문제의 가사는 ‘나 오늘 좀 많이 마신 것 같아. 모든 사람들이 달려들기 시작하네. 흔들리는 춤 속으로 달려들어 내 술이 없잖아.’였다. 또 공연 영상들의 선정성이 도를 넘었다는 것도 이유였다. 더 재미난 것은 레이디 가가의 아시아 6개 공연국 가운데 유해 공연 판정을 받은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2009년 그녀의 내한 공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말이다. 분류의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로 남는다. 2008년 여름 잠실에서 열린 메릴린 맨슨 무대와 지난달 주다스 프리스트의 공연은 청소년 무해 판정을 받았다. 광기 어린 독설과 공격적인 가사는 오히려 레이디 가가의 선정성을 뛰어넘고도 남지만 일관성과 형평성에 상당한 의혹을 남기고 말았다. 인터넷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낯뜨거운 광고를 즐비하게 방치한 것에 비하면 차라리 세계의 트렌드를 잡아낸 한 아티스트의 무대 퍼포먼스를 보도록 하는 것이 떳떳해 보인다. 이 같은 판정에 레이디 가가는 트위터를 통해 “한국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무엇이 좋은 결정인지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알렸다. 전 세계 2000만명이 넘는 그녀의 팔로어들이 이 글을 보았으니 의미심장하다. K팝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누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가 경쟁력의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지원책을 내놓겠다는 마당에 이 같은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한 불신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한류라 떠들고, 위해라 눈을 감는 오늘의 잣대가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예능은 행정의 잣대가 아니라 감성의 안목이어야 한다. 그렇게 접근해야 한다.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Ji, 모처럼 나왔는데…

    지동원(21·선덜랜드)이 모처럼 출전했지만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선덜랜드는 9일 리버풀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11~1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에서 0-4로 완패했다. 지난달 20일 블랙번 원정 이후 4경기 연속 벤치에 머물던 지동원은 0-1로 뒤진 후반 28분 그라운드를 밟았다. 지난 7일 토트넘전 도중 다리를 다치고도 선발로 나선 리 캐터몰이 다시 다리 통증을 호소하자 절호의 기회를 붙잡았다. 그러나 이틀 만에 경기를 치르는 탓인지 동료들 몸은 무거웠고 지동원은 공을 잡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투입되자 에버턴이 연달아 골을 터뜨려 선덜랜드의 추격 의지를 꺾어 놓았다. 에버턴은 후반 30분 스티븐 피에나르가 오른발 감아차기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렸고 1분도 채 안돼 레온 오스만이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다시 5분 뒤인 36분에 교체 투입된 빅터 아니체베가 첫 슈팅이 수비를 맞고 나오자 터닝슛으로 재차 골문을 열어 순식간에 4-0을 만들었다. 반면 지동원은 후반 29분 상대 골대 바로 앞에서 끈질긴 공중볼 다툼 끝에 공을 문전에 떨궜지만 상대 수비수 욘 헤이팅어가 먼저 걷어낸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한편 토트넘(승점 59)은 노리치시티에 1-2로 무릎을 꿇고 첼시(승점 57)는 풀럼과 1-1로 비기면서 볼턴을 누른 뉴캐슬(승점 59)과 시즌 막판 치열한 4위 경쟁을 예고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朴 “위험한 이념폭주 막자” 韓 “오만한 정권 심판하자”

    朴 “위험한 이념폭주 막자” 韓 “오만한 정권 심판하자”

    ■ “민생 정당 새누리뿐…약속 반드시 실천” 박근혜 위원장의 마지막 호소 “두 당 연대의 위험한 이념 폭주를 막아낼 수 있는 건 오직 새누리당뿐입니다.” 4·11 총선을 하루 앞둔 10일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여의도 당사에서 지지층을 향해 투표를 독려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9일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총선 전 유권자들을 향한 마지막 호소임을 의식한 듯 박 위원장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고 말끝마다 힘이 실렸다. 얼굴 표정 역시 여느 때와 달리 비장했다. 박 위원장은 “오늘 절실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연 뒤 “혼란과 분열을 택할 것인가, 미래의 희망을 열 것인가, 바로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으로 협박하고 있고, 주변국들과의 영토 분쟁, 해상 분쟁도 갈수록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는데, 철 지난 이념 때문에 이렇게 국민의 안전과 국익을 저버려도 되는 거냐.”면서 “이런 세력이 국회의 과반을 차지하게 되면, 우리 국회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선거 연대를 공격했다. 박 위원장이 선택한 마지막 유세 지역은 역시 112개 선거구 가운데 무려 50여곳이 오차 범위 내에서 초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수도권이었다. 박 위원장은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1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서울 북부와 경기 동북부·남부 등 수도권 13곳을 차례로 훑는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박 위원장은 오전 11시 20분쯤 서울 동작구 상도2동 장승배기 사거리에 도착, 마지막 총력 유세를 시작했다. 붉은색 새누리당 점퍼 차림에 오른손에는 여전히 붕대를 친친 감은 채였다. 거리를 빼곡히 메운 1000여명의 시민들은 “박근혜!”를 연호했고, 일부 시민들은 박 위원장에게 장미꽃을 선사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연설에는 이날도 ‘민생’이 빠지지 않았다. 그는 “일자리걱정, 보육걱정, 취업걱정, 노후걱정을 없애기 위한 우리 새누리당의 ‘가족행복 5대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면서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아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정당, 새누리당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오후 서울 마포구 신촌로터리에서 열린 서대문·마포·은평 합동유세 때부터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세장을 찾은 시민들은 자리를 꿋꿋이 지켰다. 박 위원장은 오후 도봉구 차량유세와 노원구 합동유세를 마친 뒤 경기 지역으로 이동해 의정부·구리·용인·수원·화성을 차례로 찾았다. 이어진 박 위원장의 마지막 유세 장소는 역시 ‘정치 1·2번지’인 종로와 중구였다. 당초 일정에는 없었지만, 급하게 일정이 추가됐다. 이날 서울 종로에 출마한 자유선진당 김성은 후보가 사퇴 선언을 하면서 홍사덕 후보로 단일화된 점과 선거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종로와 중구의 ‘상징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비웅·이성원기자 stylist@seoul.co.kr ■ “투표는 밥…與 찍으면 밥상 초라해진다” 한명숙 대표의 마지막 호소 “여러분 모두 투표하십시오. 국민사찰 시대를 마감하고 혹독한 이명박 정권의 추운 겨울을 끝내고 이제 개나리 만발하는 봄을 선사하겠습니다. 오만한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을 반드시 심판해 주십시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4·11 총선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0일 0시부터 선거운동이 종료되는 밤 12시까지 최대 격전지 서울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24시간 ‘무(無)수면’ 투표 독려 지원 유세를 펼쳤다. 한 대표는 이날 하루 동안 무려 23곳 유세라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한 대표의 마지막 유세 일정은 노동계 표심 잡기로 시작됐다. 이날 0시 한국 노동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故) 전태일 열사가 일했던 동대문 평화시장을 전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비례대표 후보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정호준 중구 후보와 함께 찾았다. 오전 3시 30분에는 은평구 수색동의 한 택시운수업체를 찾아 택시기사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한 대표는 오전에는 서울 내 민주당의 불모지 ‘빅3’ 지역인 서초·강남·송파로 달려가 후보들을 지원 사격했다. 오후에는 초접전 지역인 동대문을(민병두 후보), 중구(정호준), 종로(정세균), 영등포을(신경민), 서대문갑(우상호) 등을 차례로 방문해 총력전을 벌였다. 한 대표는 ‘정부심판론’과 ‘투표 참여’에 방점을 찍었다. 송파을(천정배) 유세에서 “투표는 밥이다. 서민·민생 경제를 살릴 사람에게 투표하면 맛있는 밥상이 가정에 오르지만 1% 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쓰는 새누리당에 투표하면 밥상은 초라해질 것”이라면서 “투표하러 가는 길은 봄으로 가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강남을(정동영)·서초을(임지아) 유세에서는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느냐. 새누리당이 표 달라고 하기가 염치 없으니까 간판을 바꿔 단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물이 고이면 썩고 부패한다. 새누리당만 찍으면 일 안 해도 당선되기 때문에 노력을 안 한다.”며 변화를 당부했다. 한 대표는 건국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 대학가 주변에서 투표 참여 캠페인을 열고 “청년, 학생들 투표하고 데이트 가고 여행 가라. 투표하면 반값 등록금, 청년 일자리 반드시 실현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김한길(광진갑) 후보 지원 유세에서는 김 후보 아내인 최명길씨와 황신혜·손창민·정찬 등 연예인이 총출동했다. 한 대표는 “권력을 국민을 위해 쓰라고 줬더니 죄 없는 민간인, 연예인들 뒷조사하고 이메일 뒤지며 괴롭힌다.”면서 “투표하면 국민이 이기고 하지 않으면 이명박 정권이 이긴다.”며 거듭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한 대표는 송파구 지원 유세를 마치고 자리를 옮기려던 순간 전날에 이어 또다시 계란 투척 공격을 받았다. 근처 아파트 베란다에서 날아온 계란은 한 대표가 서 있던 곳 2m 앞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 선대위 대변인은 “백색테러”로 규정했다. 강주리·이범수기자 jurik@seoul.co.kr
  • 감사원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의혹 감사”

    감사원이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 감사를 하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9일 “제주 지역 시민단체들이 공익감사를 청구한 내용 가운데 일부에 대해 감사를 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감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고, 감사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환경운동연합, 곶자왈사람들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추진 과정과 투표전화 요금 사용 등에 문제가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청구한 내용은 제주도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세금을 투입한 소요경비와 예산지출 내용, 투표와 관련한 행정전화비 납부명세 및 납부예정액에 대한 예산지출 정당성 여부, 공무원 동원 사례와 그에 따른 위법 또는 공공사무 저해 여부 등이다. 또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KT, 뉴세븐원더스 재단, 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 등 관련 주체들이 맺은 표준계약 내용과 이면계약의 존재 여부, 자생단체와 기업 등에 대한 투표 독려 및 기탁금 사용의 타당성 등에 대한 감사도 요구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시론] 색깔있는 꼼수 심판/김대우 시사평론가

    [시론] 색깔있는 꼼수 심판/김대우 시사평론가

    여당이 빨간색을 심벌 컬러로 선택하기까지 꽤 고심했을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그 색깔을 여당이 채택하게 된 아이러니는, 행여 색깔 논쟁에 휘말릴까봐 지레 겁먹은 야당의 소심함 때문이었다. 2002년 봄 서울 대학로 가로수의 앙상한 가지들에 노란 풍선과 리본들이 포도송이처럼 매달릴 때, 보통 사람들은 그 정치적 전조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지금 하늘에선 황사가, 지상에선 노란 개나리꽃들이 보인다. 총선 기간에 유난히 눈에 띄었던 빨갛고 노란 두 정당의 색깔. 그 점퍼 무리를 보고 정가의 봄소식을 기대하면 오산이다. 문득 한쪽은 ‘새빨간 거짓말’을, 한쪽은 ‘싹수가 노란 거짓말’을 양산했던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유권자는 누가 더 ‘효과적인 거짓말’의 주인공인지 흑백을 가릴 배심원단이다. 출발지는 ‘혹시’란 역이었으나 종착지는 늘 ‘역시’란 역에 도착했던 아픈 기억을 상기해야 할 때가 왔다. 다행히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공방으로 색깔 논쟁이 있었을 뿐, 후반 들어서는 후보들의 신상 까발리기와 비리로 도배되는 네거티브 선거가 되고 말았다. 정책 선거는 진작 물 건너갔고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지는 젊은 집회들도 얼마만큼 투표율을 견인할지 누구도 자신있게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투표를 통해 뭔가는 바꿔져야 한다는 메시지만은 이곳에서도 분명히 던져주고 있다. 혼탁한 선거 과정을 겪으면서 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민간인 불법사찰건은 불법사찰보다 그 은폐 과정이 더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몸통이 불법사찰이고, 은폐는 꼬리에 불과한데 오히려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는 격이다. 누가 몸통이고 어떻게 뒷걸음 수사를 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을 뿐 국민은 다들 짐작한다. 오히려 감추려고 할수록 의혹은 확산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정치적 사건이다. ‘수사가 진행 중이니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하는 게 국민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런데 사안에 떼밀려서 변명하다 명예만 실추시킨 감이 있다. 총선의 호·악재 여부를 떠나서 피해자들에게 사죄해야 할 곳에서 반박 성명을 내며 프레임에 말려 들어갔다. 총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일단 터뜨리고 본 야당의 무차별 기자회견도 언론을 여론 왜곡에 악용한 비겁한 사례다. 때론 뻔한 거짓말을 들고 회견을 자청하는 자들, 이들의 말은 대개 폭로가 아니면 의혹을 해명하기 위한 이벤트다. 자신이나 정당의 인지도를 높일 목적과 더 이상 확전을 막기 위한 계획된 쇼이다. 이 모든 쇼의 끝은 언제나 흥행 여부로 귀결된다. 뜨든지 가라앉든지. 어떤 면에서 보면 유권자들만 농락당하는 셈이다. 꼼수의 일차적 징표가 거짓말인데 제대로 검증도 못한 채 총선 유세는 끝나간다. ‘꼼수’ 하면 생각나는 곳? 이런 질문으로 여론조사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당연히 정치권과 민간인 사찰에 연관된 곳이 상위권에 들 가능성이 크다. 여론 조작의 꼼수, 수사 조율의 꼼수, 몸통 기자회견의 꼼수 등 꼼수 전성시대를 살고 있다. 지역에 살아본 적도 없는 인물을 전략 공천으로 내보내는 정치권의 관행도 낙하산을 매단 꼼수다. 고인을 배려한 미망인 공천, 아버지가 물려준 2세 공천, 감옥에서 추천한 대리인 공천도 그렇다. 일부 지역에서의 특정 후보 공천 대신 그 후보가 당선된 후 영입하겠다는 속셈도 영악한 꼼수에 불과하다. 이미 몇몇 후보는 설사 당선되더라도 씻을 수 없는 불명예와 빈축을 대가로 받은 상태다. 다시 ‘개혁 무풍지대’란 눈총을 받으며 기로에 선 검찰. 애초 그들이 자초한 부실수사 때문에 빚어진 일로 그걸 다시 검찰에서 수사를 하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란 비난 여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의 재수사는 그 자유를 찾기 위한 여정이다. 두 번 만나는 비린 생선과 고양이의 내키지 않은 대면 기회를 검찰이 재차 놓쳐서는 안 된다. 두 정권에 걸쳐 도덕성이 걸린 정치사건이다.
  • [사설] 전교조 시비만 말고 학교폭력 대안 내놓아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최근 이주호 교육과학부 장관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고 한다. 교과부가 지난 2월 내놓은 학교폭력 종합대책 중 하나인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의무화 조치가 학생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전교조는 또 중학교 복수담임제, 체육수업 확대 등 다른 대책에 대해서도 비협조적이라고 한다. 전교조는 학교폭력 대책에 대해 더 이상 어깃장만 놓으려 하지 말고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교과부는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상담, 처벌 등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실은 생활부에 기재하고 초·중학교는 5년간, 고등학교는 10년간 보존해 상급학교 진학 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학교폭력이 급우들 간의 단순한 괴롭힘이 아니라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해서다. 전교조는 학교폭력을 생활부에 기재하면 가해학생들에게 낙인효과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학교폭력이 집단화, 가혹화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학교폭력을 쉬쉬하고 덮어 둘 일만은 아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징계사항을 생활부에 기록하고 있는 만큼 가해학생의 인권을 거론하며 학교폭력을 막자는 것은 너무 한가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교과부의 학교폭력 종합대책은 우리 사회 전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마련한 것이다. 청와대, 국무총리실, 교과부 등 정부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전문가·학생·교사들이 30여 차례의 간담회를 갖는 등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나온 것인 만큼 사소한 트집을 잡아 반대하는 것은 교원단체로서 온당한 일이 아니다. 교과부가 학생상담, 인성교육 등 학교와 교사의 책무성을 강조하면서도 생활부 기재 등 규제조치를 내놓은 것은 학생인권, 선도 등 총론적이고 원론적인 조치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그동안 이념투쟁에만 매몰돼 학교폭력 등 현안에 대해서는 한눈을 감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전교조도 교육의 한 축인 만큼 방관자적 태도에서 벗어나 학교폭력에 대해서 대안을 마련하는 등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 경기청장, 사건발생 6일만에 ‘녹취록’ 보고받아

    경기청장, 사건발생 6일만에 ‘녹취록’ 보고받아

    지난 1일 경기 수원시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 사건과 관련, 경찰이 관할 경찰서장을 비롯해 모두 10명의 경찰을 문책하기로 했다. 경기 남부권에서 통합 운영하던 112신고센터는 4대 권역별로 세분화해 운영하고 112신고센터에 우수 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대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이 7분 36초나 되는 녹취록을 사건이 발생한 지 6일 만에 보고받는 등 조직적인 은폐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서 청장은 8일 감찰 조사 결과 발표에서 “사건 처리 경위에 대해 감찰 조사를 진행한 결과 신고 접수와 지령 지휘, 현장 출동, 수색 활동 등에서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사건 처리 과정에서 지휘·감독에 소홀한 감독자 5명과 신고 접수·지령을 미흡하게 처리한 경기경찰청 소속 112신고센터 관련자 5명 등 모두 10명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밝힌 문책 대상자는 수원중부경찰서장과 112신고센터를 총괄한 경기경찰청 생활안전과장 등 모두 10명이다. 문책 수위는 결정되지 않았으며 향후 징계위원회를 열어 결정할 예정이다. 감찰 조사 결과 112 신고 접수 요령부터 잘못됐다. 경찰은 신고 접수 시 신고자의 위치와 주소를 반복해서 질문했다. 범행 장소가 ‘집 안’이라는 결정적인 내용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피해자의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등 사안이 급박함에도 순찰차들이 들을 수 있도록 신고 내용을 함께 듣는 것을 의미하는 ‘외부 공청’을 실시하지 않았다. 외부 공청을 실시했을 경우 범행 지역 지리에 밝은 경찰들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5명의 경찰이 탐문수색을 벌였다는 당초 경찰 발표에 대해서는 단계별 경력 투입 과정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채 최종 인원만 답변하는 과정에서 생겼다고 해명했다. 문제가 된 112신고센터에 대해서는 상황실의 책임감과 112 지령 요원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112신고센터 및 상황실 근무체계 개선 방안’(표 참고)을 수립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와 별도로 외국인 범죄 예방과 단속 유관 기관과의 네트워크 조성, 체류 외국인 인권 보장 등을 포괄하는 종합 치안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에도 조직적인 은폐 의혹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서 청장이 7분 36초나 되는 녹취록이 있다는 사실을 7일 오전에야 보고받았다는 점은 경찰 보고 체계에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 초기에 신고 녹취록을 1분 20초에 불과한 것처럼 밝혔고 이어 112지령센터에는 4분이라고 하는 등 혼선을 빚었으며 이후 7분가량으로 정정했다. 이를 두고 전체 녹취록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 발견했거나 고의적인 보고 누락이 있었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7분가량의 녹취록을 언제 보고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범인 우씨의 통화 내역 등을 조회해 다른 범죄 피해가 있었는지와 국내에 입국해 거주하던 곳 주변에서 발생한 실종 및 강력 미제 사건과의 관련성을 수사하기로 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서울광장] 복지논쟁에 가린 성장의 그늘/우득정 수석 논설위원

    [서울광장] 복지논쟁에 가린 성장의 그늘/우득정 수석 논설위원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이 뚝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 1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980~1988년 9.1%, 1989~1997년 7.4%, 1998~2007년 4.7%로 점차 낮아지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3.8%로 한 단계 더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추정한 것과 같은 수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보다 낮은 3.7%를 제시했다. 글로벌 경기 후퇴 충격파로 인한 일시적인 뒷걸음질이 아니라 성장 엔진 자체가 식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 및 고령화와 기업의 투자 부진이 1차적인 이유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진전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출산율은 185개국 중 171번째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증가율은 1970년대 3.2%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0.9%로 떨어졌다. 주요 경제활동인구(25~49세) 비중도 2006년을 정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생산요소의 핵심 축인 노동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연평균 17.8%에 이르던 고정투자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후 1.3%까지 추락했다. 체력을 비축하려 해도 자양분이 공급되지 않는 셈이다. 대신 기업들은 글로벌 생산 기지를 찾아 끊임없이 해외로 발길을 돌린다. 수출 주력 상품의 핵심부품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수출은 늘어도 그 부가가치가 국내로 흘러들지 않는다. 수출산업과 내수산업이 따로 논다. 과도한 부채에 짓눌러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탓에 내수산업이 방파제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912조 8810억원, 이자비용은 13.0%나 늘었다. 반면 가계의 실질소득은 1.7% 늘었을 뿐이다. 그 결과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3%에 이른다. 올 초 로널드 만 HSBC 아시아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 연말이면 그 비율이 16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질경제성장률 감소와 실질소득 제자리걸음, 비정규직 확대를 배경으로 꼽았다. 노무현 정부가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던 것은 파이를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가진 자들의 것을 빼앗아 나눠 먹자고 부추겼기 때문이다. 5년 전 대통령선거전에서 이명박 후보가 ‘7-4-7’(연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이라는 슬로건을, 정동영 후보가 300대 정책과제 중 ‘6%대 경제성장 달성’을 가장 먼저 내세운 이유다. 하지만 오늘날 정치적인 담론이 복지로 옮겨지면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내건 공약에서 성장이 사라졌다. 첫째가 일자리 창출이고, 나머지는 복지와 대기업 때리기다.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조사한 중장기 정책과제에서도 1위는 일자리 창출이다. 성장잠재력 확충은 10개 조사 항목 중 꼴찌였다. 모두가 일자리나 복지의 재원이 성장에서 나온다는 상식마저 망각한 것 같다. 성장에 대한 청사진 없이 복지만 마구잡이로 늘렸다가는 머잖아 잠재성장력이 1~2%까지 추락한다는 대재앙에는 눈을 감고 있는 듯하다. 재정 위기로 빈사 상태에 빠진 이탈리아 경제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마리오 몬티 총리는 “이탈리아의 추락에는 국가부채 말고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며 ‘낮은 성장률’을 주범으로 지목했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은 말할 것도 없고 복지 등 다른 경제정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상 시리즈에 이어 퍼주기식 복지 경쟁을 펼치고 있는 우리 정치권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전 세계는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말이 좋아 ‘양적 완화’이지 실은 돈을 풀어 연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외 여건이 이렇다 보니 거짓말이 될 게 뻔한 성장률 목표치를 공언하는 것은 공연히 매를 버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집권하겠다면서 재정건전성, 물가목표치, 성장률 등 국정운영 밑그림을 감추고 사탕발림으로 표를 구걸하는 것은 역사에 더 큰 죄를 짓는 꼼수다. djwootk@seoul.co.kr
  • 비행 중 조종사 난데 없이 나타난 뱀에 ‘위기일발’

    비행 중 조종사 난데 없이 나타난 뱀에 ‘위기일발’

    ”뱀이다~!” 비행기를 조종 중이던 파일럿 앞에 갑자기 뱀이 나타나 긴급 회항하는 황당한 소동이 일어났다.  지난 3일(현지시간) 호주 조종사인 브래이든 브레너하셋(26)은 비행기에 화물을 싣고 다윈공항을 이륙한 지 10분만에 아찔하고 황당한 상황을 겪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뱀이 조종석 계기판을 기어다니고 있었던 것. 심지어 뱀은 조종사의 다리도 감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소동에 조종사는 식은땀을 흘렸고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다윈 공항 관제탑에 연락을 취했다. 결국 관제탑과의 원활한 협조로 비행기는 긴급 회항해 무사히 공항에 착륙했다. 브레너하셋은 “비행기 조종석에 뱀이 나타나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면서 “가슴이 뛰며 긴장됐지만 다행히 뱀에게 물리지는 않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공항 착륙후 긴급 출동한 소방관들은 사고를 일으킨 뱀 외에 개구리도 발견했으나 잡는 데는 실패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을 찾은 야생동물 구조 전문가는 “이 뱀은 황금나무뱀으로 보이며 독은 없다.” 면서 “개구리 때문에 이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터넷뉴스팀       
  • [영화프리뷰] 조디 포스터·멜 깁슨 ‘비버’

    요즘 현대인들이 앓는 가장 심각한 병의 하나인 우울증.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사회 속에 무거운 짐을 진 채 자신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비버’는 이처럼 점차 지쳐 가는 현대인에 대한 냉철한 보고서이자 연출은 물론 직접 출연까지 한 조디 포스터의 진심 어린 위로가 담긴 영화다. 예상하는 바대로 영화의 제목인 ‘비버’는 툭 튀어나온 두 개의 앞니가 인상적인 동물 비버를 뜻한다. 영화 속에서는 우울증에 걸린 월터 블랙(멜 깁슨)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한때 잘나가는 장난감 회사 사장이자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월터 블랙은 우울증에 걸리면서 삶의 모든 의욕을 잃는다. 과거와 마주하는 것이 겁이 나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그는 손인형 비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밥을 먹고 샤워를 할 때도, 회사에 갈 때도 늘 손에 비버 인형을 끼고 다니는 월터 블랙.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그를 정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리가 없다. 하지만 어떤 약이나 상담도 듣지 않았던 그에게 비버는 유일한 멘토이자 희망이다. 그는 비버를 통해 자신을 객관화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점차 삶의 활기를 찾아간다. 하지만 월터 블랙은 분신처럼 여기던 비버에게 점차 의존도가 높아지는 자신에게 또다시 실망감을 느낀다. 그에게 또 다른 위기가 닥친 것이다.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영화 ‘매버릭’(1994) 이후 감독과 배우로 18년 만에 다시 만난 조디 포스터와 멜 깁슨의 찰떡 호흡이다. 조디 포스터는 현대인들의 아픔과 치유를 섬세한 연출로 잡아내고, 멜 깁슨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인 역할과 책임에 따르는 심리적인 부담으로 우울증에 걸린 중년 남성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 영화는 가족 영화로서 미덕도 잃지 않는다. 우울증으로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남편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워커홀릭이 된 메러디스(조디 포스터), 그런 아버지를 증오하고 닮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큰아들 포터 블랙(안톤 옐친) 등 붕괴된 가정이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영화를 통해 그려진다. 감독 데뷔 작인 영화 ‘꼬마 천재 테이트’에서 비범한 어린아이의 삶을 이야기하고, 차기작인 ‘홈 포 더 할리데이’에서는 미국의 30대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영화에 담았던 조디 포스터는 이번 영화에서 현대인들의 외로움과 아픔을 통찰력 있게 바라본다. 그녀는 자신의 고민마저 스스로 해결하려는 이들에게 주변 사람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해결해 나가라고 조언한다. 힐링 무비 성격의 영화이기 때문에 극적인 재미나 눈에 띄는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잔잔한 마음과 눈으로 바라보며 조용히 곱씹어 볼만한 여운을 남긴다. 12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세종시 9월 첫 입주 ‘총리실동’ 완공

    세종시 9월 첫 입주 ‘총리실동’ 완공

    세종시에 건립 중인 정부청사 중 국무총리실동 시설공사가 5일 마무리된다. 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세종시 청사 1단계 1구역인 총리실동은 2008년 12월에 착공해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4만㎡ 규모로 완공됐다. 일반 사무실 외에도 대·중·소회의실 등 업무공간과 다목적홀, 강당, 휴게실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건물 중앙 마당에는 중앙호수공원, 근린공원 등 녹지공간을 만들어 쾌적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자전거 전용도로와 샤워시설 등도 마련했다. 또 영상회의 시스템과 스마트워크센터를 설치해 다른 지역에 있는 부처와의 연계를 강화했고 태양광발전 등을 도입, 건물 에너지 효율 1등급을 취득해 친환경 건축물 최우수등급 인증을 받았다. 총리실은 내부 사무실 배치작업 등을 거쳐 9월 입주를 시작한다. 기획재정부 등 5개 부처는 11월 말까지 공사를 마친 뒤 연말까지 이전을 완료할 예정이다. 감종훈 행안부 정부청사관리소장은 “세종시 정부청사 건립사업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번에 국무총리실동 시설공사 마무리로 세종시 이전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우리 음식 연구가 이종국씨

    [김문이 만난사람] 우리 음식 연구가 이종국씨

    봄바람이 밤새 새싹을 찾아간다. 화들짝 놀란 새싹들은 수줍은 듯 봄바람과 함께 은밀한 춤을 춘다. 그렇게 돌고 돌더니 어느새 푸르름과 꽃, 생명과 향기를 노래한다. 비로소 ‘봄의 왈츠’가 시작됐음을 세상에 알린다. 잠자던 만물도 다들 깨어나 봄을 맞이한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이 꿈틀대는 것 또한 이런 까닭이겠다. 하여 누구나 기다려온 ‘봄의 맛’에 설레는 요즘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제대로 즐길까. 지난해처럼 그저 그렇게? ‘우리 음식 연구가’로 알려진 이종국(53)씨는 서양화가 출신답게 한식에 그림과 스토리를 그려내는 특유의 스타일링을 구사한다. 다시 말해, 자연에서 채집된 식재료, 전통 그릇, 예술적 상상 기법으로 만든 요리를 통해 한 폭의 그림과 스토리, 그리고 향기를 담아내는 것. 이러한 그의 스타일링은 얼핏 보기에 그래픽 작품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매우 자연스러우면서 진한 마음의 여운을 남긴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아티스트의 창조적 감성과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음식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전통과 새로움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거침없이 선보여 주목을 끈다. 특히 지난해에는 배상면주가와 함께 막걸리식초를 비롯, 매운 식초, 간장식초 등을 개발해 내 화제가 됐다. 이런저런 까닭에 내로라하는 명가의 ‘사모님’과 여러 대학 조리학과 교수들 사이에서도 명성이 자자하다.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조리연구가들도 이씨에게 한 수 배우러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이런 그가 요즘에는 어떤 ‘봄의 요리’를 빚어내고 있을까. 지난 3일 오전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음식발전소’에서 이씨를 만났다. ‘~연구소’대신 왜 ‘~발전소’라고 했을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일으키자는 뜻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리에 앉으면서 “우리 음식에는 이렇다 할 디저트가 없다. 헤어질 때 마지막 키스를 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송이차 한 잔을 권한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디저트에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시대에 와서 우리 음식이 뭉쳐버렸습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고 있지만 스토리 전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지요. 조리과 교수들이 이곳에 와서 수업을 할 때에도 저는 이런 점을 강조하곤 합니다.” ●“이른 봄에 나는 어린 풀 최고의 보약”그는 한식을 연구하면서 우리 음식의 조형성과 함께 ‘푸드 아트’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푸드 아티스트’라는 말을 듣는 까닭이기도 한다. 이어 봄 요리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봄에 나는 온갖 것들은 오랫동안 추위를 견디며 뚫고 나왔기에 다들 신성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기나긴 겨울을 지내며 잃어버린 미각을 되찾게 해주는 봄의 전령사인 나물은 나른하고 무기력함에 지친 우리에게는 더없는 건강 지킴이인 셈이지요. 이른 봄에 나는 어린 풀들은 그 어떤 것을 먹어도 보약입니다. 우리가 겨울 내내 김치만 먹다가 신선한 봄나물을 만난다는 것은 큰 축복이지요.” 그는 해마다 이맘때면 노지(地)에서 자란 봄나물을 만나기 위해 전국 각지를 다닌다. 최근에는 김해에서 부추를 구해왔다. 크기가 10㎝인 노지 부추는 하우스의 것과 달리 맛과 향기가 특별하며 요즘 제철인 주꾸미와 함께 요리하면 환상적인 맛을 연출해내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직접 채집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들에게 부탁을 해 봄나물을 사들인다. 봄나물 요리할 때의 주의할 점은 원래의 향이 식탁에도 고스란히 유지하도록 신경 쓰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원추리, 쑥부쟁이, 쑥, 고들빼기 등을 요리할 때 마늘 양념이 들어갈 경우 나물이 간직한 순수한 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아울러 봄나물 무침의 경우 양념을 최대한 줄이고 집안에서 가장 귀하게 여기는 접시에 적은 양으로 살짝 얹혀주면 더욱 맛있고 멋진 봄나물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봄나물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꽃은 말려서 전을 부치거나 고명으로 올리고, 잎은 무쳐 먹고 데쳐 먹고 뿌리는 말려 먹으면 좋지요. 약효를 가진 봄나물들, 즉 삼나물, 명이, 취나물, 원추리, 부지깽이나물 등의 경우 새순을 잘라 요리하면 향과 맛이 일품입니다. 요즘 쑥이 제철인데 쌀가루와 밀가루만 뿌려 튀김기름에 튀겨내어 콩가루를 뿌려먹으면 영양적으로도 아주 우수한 음식이 됩니다. 문어 삶은 물에 녹두를 넣고 원추리를 넣어도 향이 뛰어나고, 된장과 들기름으로 살짝 무친 쑥부쟁이 나물도 잃어버린 미각을 찾는 데 좋습니다.” ●“봄나물, 소금물에 데친 후 냉동보관” 그렇다면 봄 요리를 여름이나 가을에는 먹을 수 없을까. 이에 대해 그는 “싱싱한 봄나물을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서 물기를 짠 후 냉동실에 보관하면 사계절 봄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봄나물 장아찌도 추천한다. 명이, 방풍나물, 두릅, 엄나무순, 가죽, 산초잎 등의 향이 좋은 나물을 선별해 국간장에 물로 희석한 후 조청을 넣고 끓여 식힌 후 저장하면 된다는 것이다. “제가 봄나물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기억’과 ‘추억’에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머니가 캐다준 봄나물에 대한 추억은 지금도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듯이 지금 제철에 나는 봄나물을 구해다가 아이들에게 먹여줄 때에도 하나의 시 한 편, 소설 한 편을 들려준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봄 도다리와 쑥국을 만났을 때’처럼 음식에 대한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도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게 해주지요. 외국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면 매우 놀라워하더군요. 한식의 세계화와 그 격을 높여주는 것도 바로 이런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외국의 유명 셰프들은 한국의 식초를 으뜸으로 여깁니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음식발전소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최근에 만든 ‘봄의 풍류를 즐기다’라는 스토리북 메뉴판을 보여준다. 병풍 모양의 메뉴판 맨 겉장에는 ‘땅의 기운으로부터(地)/자연, 그 신비의 약성·향의 음식(風)/불의 조화와 기의 생성(火)/흐르는 아름다움의 여운(水)/봄을 그리며 노래하며 춤추다(夢)’라고 썼다. 여기에 50년된 된장, 10년된 고추장 등을 합해 ‘100년의 밥상’을 맛볼 수 있다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아울러 도예가 이세용씨에 의해 특별히 만들어진 전통 도자기 그릇으로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그는 요리할 때 ‘간’이 아닌 ‘감’으로 종결짓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때의 음식을 떠올리며 마음과 스토리가 얼마나 정성껏 들어가 있는지를 항상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른바 ‘마음 요리’인 셈이다. 서양화가인 그가 어떻게 해서 요리와 인연을 맺었을까. “대학 다닐 때 창원에 잠깐 가 있던 적이 있었지요. 이때 입시생 아이들에게 밥을 해주게 됐습니다. 쑥무침이나 쑥국 등의 요리도 해주었어요. 어머니가 제게 해주셨던 요리를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미혼? 우리 음식과 결혼했는데…” 이씨는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굳이 스승이라고 한다면 첫번째는 어머니요, 그 다음은 시장과 여행이다. 어머니는 시장 갈 때마다 막내인 이씨를 데리고 다니면서 일일이 재료와 맛을 가르쳐주었다. 특히 아버지가 제철 음식에 까다로워 어머니는 평소 이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이런 어머니를 보면서 이씨는 요리의 끼와 손맛을 저절로 익혔다. 명절 때면 떡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형과 누나들을 위해 손수 밥상을 차려주기도 했다. 그러던 20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짐 정리를 하다가 항아리 안에 고사리, 도라지, 무말랭이, 고춧잎 등이 어머니의 정성으로 저장된 것을 보고 한참을 울었고, 어머니의 음식을 잇는 아들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요리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인테리어 사무실을 차린 그는 매일 아침 10명 남짓한 직원들의 밥을 차려주는 등 숨은 요리 실력을 발휘했다. 또한 10년 전 유명 잡지에 음식칼럼을 연재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본격적으로 우리 음식 연구를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이어 2005년 서울 성북동에 ‘이종국의 음식 발전소’를 열어 자신만이 갖고 있는 ‘푸드 아트’를 선보였다. 올여름에는 우리 음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담은 책 ‘푸드 아트’와 한림성심대학교 관광외식조리과 김복남 교수, 경희태암한의원 마해진 원장, 그래픽디자이너 정혁과 함께 준비한 ‘한국의 야채류들’이란 책을 펴낼 예정이다. 그는 미혼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우리 음식과 결혼했는데 미혼은 무슨 미혼이냐.”며 웃는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봄은 봄답게 풀어야 향기가 있듯 우리 음식은 우리 것으로 풀어내야 귀하고 우수해진다.”면서 우리 음식이 세계 3대 음식으로 뽑힐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이종국은 서양화 전공하다 ‘끼’ 못 버려 한식연구가 ‘유턴’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한테 제철 음식 요리를 배웠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타고난 요리의 끼를 버리지 못해 ‘우리 음식 연구가’의 길로 들어섰다. 2005년 서울 성북동에 ‘음식발전소’를 연 이후 주요 경력은 이렇다. 디자인 하우스 30주년 창립행사 케이터링(2006), 코엑스 한스타일전 한식 초대 전시회(2009), 세계인테리어협회 디자이너 초청 케이터링(2009), 까사리빙 홈데코 초대부스 전시(2009), 한림성심대 음식전시 예술감독 및 푸드 스타일링(2010), 국토해양부 어딤채 예술감독 및 푸드 스타일링 (2010), 행복이 가득한집·까사리빙·설화수 등에 음식 칼럼 연재(2001~현재), 까사스쿨 한식·라퀴진 등에 클래스 강의(2008~2010), 한식세계화 프로젝트 디자인센터 강의(2011), 배상면주가 전통식초 공동 개발 및 출시(2011), 이종국 쿠킹클래스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음식’ 진행(2008~현재).
  • 석유관리원 직원 21억 횡령… 이사장 도장 도용 계좌개설

    한국석유관리원의 회계담당 직원이 2006년부터 4년간 석유품질검사 수수료 21억여원을 횡령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9~11월 실시한 ‘지식경제부 산하 공공기관 회계관리실태’ 감사 결과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석유관리원의 직원 A씨는 관리원 이사장 도장으로 관리원 명의의 은행계좌를 개설한 뒤 정유회사들로부터 7차례에 걸쳐 수수료 21억여원을 입금받아 주식투자 등 개인용도로 썼다. 관리원은 시중에 유통되는 석유와 석유 대체연료 등의 품질을 검사하는 곳으로, 정유사들은 석유제품 검사를 받을 때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감사원은 “A씨가 잔액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관리원 이사장의 도장을 손에 넣어 은행계좌를 만든 뒤 수년간 거액을 횡령했다.”면서 A씨에게 횡령한 21억여원을 변상하고 관리원장에게는 그를 파면할 것을 통보했다. 또 감사원은 지경부가 한국세라믹기술연구원 등 산하 공공기관의 예산 편성 및 집행에 대한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원의 경우 연구과제 인건비 39억원을 과다지급받아 이를 기자재 구입 등 엉뚱한 용도로 썼는데도 지경부는 이를 몰랐다. 가족동반 골프와 요트 등 오락성 프로그램이 절반이나 되는 교육과정의 참가비로 직원 한 사람에 수백만원씩 퍼 썼는데도 이 사실 역시 감독기관인 지경부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전자부품연구원,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지경부 산하 13개 기관은 2009년부터 3년간 한국표준협회가 개최한 ‘하계 CEO 포럼’ 참가비로 직원 1인당 최고 400여만원씩 모두 9600여만원을 교육비 예산으로 집행했다. 이에 감사원은 지경부 장관에게 이들 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요구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시범경기 때 하도 맞아서…” 찬호, 폭소 직구

    “시범경기 때 하도 맞아서…” 찬호, 폭소 직구

    “팬들에겐 환영받았는데 다른 팀 타자들에겐 호된 신고식을 치렀네요.”(박찬호) “지난해 제가 우승한 것도 아닌데 관심을 많이 받아 동료들에게 미안합니다.”(이승엽) “저희 야구장은 목동에 있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많이 와주세요.”(김병현) ‘해외파 3인방’의 귀환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진 2012 팔도 프로야구가 3일 미디어데이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 이승엽 “관심 많이 받아 미안” 박찬호(39·한화)와 이승엽(36·삼성), 김병현(33·넥센)을 포함해 8개 구단 대표선수(SK 정근우, 롯데 홍성흔, KIA 윤석민, 두산 김현수, LG 이병규)와 감독, 신인 선수들이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 모여 화려한 입담 대결을 펼쳤다. # 김병현 “저 지금 떨고 있어요” 감독들이 입을 모아 올 시즌 우승 후보로 손꼽은 삼성 타선을 이끌 이승엽은 시종 진지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이승엽은 “이기는 것보다 지키는 게 어렵지 않나. 최선을 다해 최고의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고 올 시즌 각오를 밝혔다. 그런가 하면 박찬호는 맏형답게 노련한 입담을 과시했다. 껄끄러운 타자를 묻는 질문에 “시범경기에서 너무 혹독하게 당해 모든 선수들이 다 어렵다.”고 말해 미디어데이에 초청받은 팬 700명의 웃음을 자아냈다. 올 시즌 10승을 목표로 삼은 김병현은 특유의 엉뚱한 답변으로 팬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김병현은 “시범경기이지만 우리팀이 2등을 했다. 말보다 행동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다가 “제가 지금 떨고 있습니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 이병규 “응원으로 의자 부숴야” 전력 평준화로 올 시즌에 임하는 다른 팀 선수들의 각오도 대단했다. 지난해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의 맏형 이병규는 “윤석민은 KIA가 우승을 10번 했다지만 우리는 10년째 못하고 있다. 10년 채우면 안 된다. LG 팬이 잠실구장에 와서 격렬한 응원으로 의자를 부숴 달라.”고 읍소했다. # 홍성흔 “세류성해 아시죠” 롯데 홍성흔 역시 “롯데 팬들이 사직구장의 의자를 얼마나 부숴 주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작은 물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세류성해’란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이대호와 장원준은 떠났지만 작은 물들이 똘똘 뭉친다면 큰 업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KIA의 우완 에이스 윤석민은 “감독, 코치들은 우승을 많이 해봤다. 그 경험을 토대로 저희도 많이 배우고 우승할 수 있는 팀이 되겠다.”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 정근우 “통장 돈 많이 불도록”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지난 시즌 준우승에 그친 SK 정근우는 “지난해 겨울 통장에 들어온 돈의 액수가 다르더라.”면서 “올겨울에는 통장에 돈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꼭 우승하겠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두산 김현수는 “지난 시즌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하다. 선수들 모두 각성하고 최선의 몸 상태를 만들었다. 제가 부진해 팀 성적이 떨어진 면도 있는데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7일 오후 2시 잠실(두산-넥센), 사직(롯데-한화), 문학(SK-KIA), 대구(삼성-LG) 주말 2연전을 시작으로 대장정의 막이 오른다. 김민희·조은지기자 haru@seoul.co.kr
  • [AFC 챔피언스리그] 좀처럼 못 이기는 성남 ‘신공’

    프로축구 성남이 에벨찡요의 페널티킥 실축으로 역전 기회를 날리고 3연속 무승부의 늪에 빠졌다. 성남은 3일 호주 고스퍼드의 블루텅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센트럴 코스트와의 G조 3차전에서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전반 중원다툼으로 고전했던 신태용 성남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홍철을 투입해 분위기를 바꿨다. 하지만 후반 6분 센트럴 코스트의 애덤 크와스니키가 선제골을 넣으며 1-0으로 앞서갔다. 가만히 있을 신 감독이 아니었다. 선취골을 허용하고 5분 뒤 이번엔 한상운을 빼고 전성찬을 투입하는 카드를 꺼냈고, 이것이 적중했다. 전성찬은 투입되자마자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 있던 에벨톤에게 헤딩 패스로 연결했고 에벨톤이 상대 수비수를 완벽하게 따돌리면서 환상적인 오른발슛을 성공시켰다. ‘신공’(신나게 공격)의 위력이 바로 불을 뿜었다. 에벨톤은 후반 17분엔 수비수 조슈아 로즈를 퇴장시키는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하지만 키커로 나선 에벨찡요가 찬 볼이 불행히도 크로스바를 때리며 조 1위로 올라설 수 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한편 E조 포항은 이날 포항스틸야드에서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2승)와의 홈경기를 1-0으로 이겼다. 후반 23분 프리킥 찬스에서 황진성이 감아 찬 슛을 골키퍼가 잡다가 놓치자 김대호가 번개같이 달려들면서 차 넣은 공이 수비수 브루스 지테의 발에 맞고 들어가 지테의 자책골로 인정됐다. 이로써 포항은 조별리그 전적 2승1패(승점 6)로 애들레이드와 같아졌지만 승자승 원칙에서 앞서 조 1위로 올라섰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영화프리뷰] ‘헝거게임:판엠의 불꽃’

    [영화프리뷰] ‘헝거게임:판엠의 불꽃’

    ‘죽고 죽이는 생존 게임이 24시간 생중계된다면?’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이하 ‘헝거게임’)은 이처럼 다소 끔찍한 발상에서 시작된 판타지 영화다. 모든 것이 무너진 뒤 폭력과 힘이 지배하는 무정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신비한 마법이나 초능력 등을 등장시키는 기존의 판타지물과는 궤를 달리한다. 오히려 TV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앞세워 현실성을 띠면서도 기괴한 분위기를 풍긴다. ‘헝거게임’이란 독재국가 판엠이 혁명을 견제하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생존 전쟁이다. 12개 구역에서 추첨으로 두 명씩 선발된 총 24명의 소년·소녀들은 최후의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 이들의 사투는 TV로 생중계되고 12곳의 빈곤 지역 주민들도 긴장 속에 이들의 게임을 지켜본다. 동명의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일단 ‘헝거게임’이라는 설정을 통해 독특함과 흥미를 유발시킨다. 이 속에서 동생을 대신해 참가를 자청한 여주인공 캣니스(제니퍼 로렌스)의 서바이벌 스토리 역시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참가자들의 처절한 생존 경쟁이 진행자까지 갖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형태로 방송된다는 점. 판엠의 수도 캐피톨에서는 마치 이들의 목숨을 건 사투를 하나의 오락 게임처럼 흥미롭게 바라본다. 이는 요즘 국내에서도 유행하는 TV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흡사하다. 무엇보다 현실을 손쉽게 조종하는 이들은 냉혹한 무한 경쟁에 내몰린 현대인들의 자화상과 자본주의 논리로 강대국에 휘둘리는 약소국의 비애를 떠올리게 한다. ‘헝거게임’은 분명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을 내세운 판타지 영화는 아니지만 리얼리티를 살리는 방식으로 차별성을 뒀다. 영화 속 독재 국가 판엠은 과거 러시아의 붉은 광장과 부란덴부르크문의 분위기를 살린 고전 건축 양식으로 사실적인 면을 강조했고, 액션 장면도 다양한 무기와 신체를 활용한 액션으로 리얼리티를 살렸다. 원작자인 수전 콜린스는 9년에 한번 소년·소녀의 무리를 죽음의 미로로 보내 괴물과 싸우도록 했다는 고대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헝거게임’을 만들어 냈고 총 세 권으로 구성된 원작은 4부작의 영화 시리즈로 제작된다. 영화는 그 시리즈의 첫편으로 충분히 완결성은 갖췄지만, 절반 이상을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기 전 서론에 할애해 다소 지루한 감은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10대를 주인공으로 하는 판타지영화 ‘트와일라잇’을 떠올리게 하는 흥미진진한 전개는 장점이지만,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5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2년만에 3배 불어난 빚… 캠코 도움받아 5분의1로 줄였죠”

    “2년만에 3배 불어난 빚… 캠코 도움받아 5분의1로 줄였죠”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여러 곳에 동시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가계부채 붕괴의 뇌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11곳에서 빌린 부채에 눌려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한 성실상환자가 빚의 굴레에 빠진 이들을 위해 힘들게 탈출에 성공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또 다중채무자의 길로 가지 않는 ‘금융 습관’을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전문가를 통해 알아본다. “2005년 겨울, 단칸방에서 딸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세상에서 사라지자고. 아프지 않을 거라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과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채무추심업자를 영원히 피하자고. 아이가 ‘엄마 나 죽기 싫어’라고 말하더군요. 순간 아이를 방 밖으로 밀어내고 문을 잠갔습니다. 손목을 그었고, 눈을 감았습니다.” 1일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서 전명진(36·여)씨 부부가 운영하는 차광택전문업체를 찾았다. 그는 첫 남편의 죽음과 아버지 사업의 실패로 생긴 1300만원의 빚이 2년 만에 4300만원으로 불어난 이야기를 힘들게 털어놓았다. 지금은 자산관리공사의 신용회복프로그램을 통해 800만원을 남기고 빚을 모두 갚았지만 그래도 아픈 기억의 편린을 꺼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전씨는 “내 경험을 나눠 한명이라도 가계부채의 늪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1999년 8남매의 장녀인 23세 전씨는 학원 상담직으로 일했다. 전씨가 임신 7개월째 됐을 무렵에 남편은 양육비를 벌겠다며 인천 영종도 공사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다가 사고로 숨졌다. 2000년 출산 후 남편의 사망보상금으로 비디오 대여점을 시작했다.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3년 만에 대여점은 적자를 냈고, 친정아버지의 영세 사업도 망했다. 동생 7명의 생활비도 책임져야 했다. 대여점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의 사업 부채를 갚기 위해, 동생들의 생활비를 위해 전씨는 빚을 내기 시작했다. 전씨는 “2003년 카드 하나를 발급받자 다른 카드들은 소득 검사도 없이 마구 내주었다.”면서 “5장의 카드로 돌려막기를 했고, 카드 한도를 채울 때까지 ‘카드깡’을 했더니 빚이 1300만원이 됐다.”며 한숨지었다. 그해 9월에는 카드 돌려막기를 또 막기 위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 빚을 내기 시작했다. 이듬해 초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에 아예 채무변제를 포기했다. 그리고 2005년 2월 새벽 아이와 동반자살을 시도했다. 아이를 밀치고 손을 그었다. 그는 “잠이 왔고 깨어났을 땐 병원이었다.”면서 “다가구주택에서 애가 너무 우니까 문을 부수고 날 병원으로 옮겼다고 하더라.”고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어린 딸의 눈을 보면서 ‘죽을 용기로 살리라.’고 다짐했다. 빌딩 청소를 하며 월 80만원을 벌었다. 20만원으로 한 달을 살고 나머지는 빚을 갚았다. 2년 만에 빚은 4300만원으로 늘어 있었다. 카드사 5개, 저축은행 3개, 새마을금고 1개, 대부업체 2개 등 11개 금융회사의 한달 이자만 각 20만원으로 모두 220만원 가량이었다. 살려고 마음먹고 자신의 상황을 주변에 알리자 친구가 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그는 “이전에 누군가 옆에서 신용회복프로그램을 알려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면서 “창피해도 주위에 자신의 부채를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캠코에서 대부분의 이자는 탕감받았고 빚은 3700만원으로 조정됐다. 매달 40만원씩 8년간 갚게 됐다. 어두운 생각을 버리기 위해 여가 시간을 없앴다. 감자 1개라도 사러 매일 시장에 갔다. 희망을 품고 일을 적극적으로 찾자 청소일 2곳과 식당일까지 월 수입은 250만원으로 늘었다. 신용회복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아 이자가 빨리 늘어나는 대부업체 빚부터 갚았다. 전씨는 “빚을 갚으면 반드시 팩스로 완납증명서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대부업체에는 170만원의 빚을 모두 갚고도 이듬해 다시 갚아야 했다. 받은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데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 적극적으로 빚을 갚으려 하자 대부업체와도 변제 금액을 두고 협상이 가능해졌다. 원리금이 300만원이면 일시불로 갚는 조건에 200만원만 받기도 했다. 빚을 갚아 나가면서 생활의 여유가 생겼다. 딸아이가 인연이 되어 새 남편을 만나 2005년 말 결혼을 했고, 차광택전문업체를 차렸다. 직원을 둘 정도로 사업은 안정돼 갔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캠코에 3개월을 초과해 원리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신용회복자 지위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3개월마다 조금씩만 변제를 했다. 다시 빚이 쌓여갔다. 그해 말 캠코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담당자를 피하려던 전씨에게 오히려 채무재조정 기회가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전씨는 “채무재조정을 다시 하니 향후 8년간 월 17만원씩만 갚는 것으로 조정됐다.”면서 “신용회복 프로그램 담당자를 추심업자가 아니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씨 부부의 사업은 다시 정상화되고 있다. 4300만원의 빚은 이제 800만원으로 줄었다. 전씨가 전하는 신용회복프로그램 이용방법은 매달 정해진 액수만 갚지 말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16만 5000원을 갚아야 한다면 17만원을 상환하라는 것. 전씨는 “매달 갚을 때는 5000원밖에 안 되는 적은 돈일 수 있지만 채무상환 통장에 쌓이다 보면 한달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요즘 뉴스에서 가계부채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보면 과거가 생각나곤 한다. 2004년 뉴스와 너무 닮았다고 했다. 그는 “우선 당신의 빚을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면서 “나도 비난을 받을까 말을 못했었지만, 그리고 가족도 내 빚을 갚아줄 능력은 없었지만, 끈기 있게 부채를 갚아나가는 데 가족은 가장 큰 의지가 된다.”고 전했다. 글 사진 아산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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