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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개의 문’ 개봉 한달… 용산참사 그때 그사람의 ‘두 목소리’

    ‘두개의 문’ 개봉 한달… 용산참사 그때 그사람의 ‘두 목소리’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두 개의 문’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진압을 지휘한 최고 책임자였던 김석기(58) 당시 서울경찰청장과 철거민 유가족의 입장은 상반될 수밖에 없다. 같은 사건을 보는 이들의 논리도, 아픔도 여전히 다르다. ‘두 개의 문’은 지난달 21일 개봉된 이래 관객 4만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김 “총선 낙선, 그때 영향 있겠죠” 김 전 청장은 ‘두 개의 문’의 흥행몰이가 불편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김 전 청장은 1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면서 “하지만 언젠가는 봐야 하지 않겠나. 그때 가서 영화에 대한 의견을 정확히 밝힐 날이 올 것”이라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김 전 청장은 도의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회피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정말 불행하고 가슴 아픈 일이라고 생각해 청장을 그만두고 난 이후에도 그분들 명복을 비는 천도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잉진압”이란 지적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법적으로도 대법 판결로 경찰의 조치가 정당했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았느냐.”고 잘라 말했다. 대법원이 철거민들에게 징역 4~5년을 선고한 것을 근거로 들며, “진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나 정부의 입김도 없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은 “경찰이 불법 폭력시위를 진압하고 집행하는데 윗선에 승인받고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우릴 범법자로 보지 말아주길” 3년 6개월 전 일이지만 유가족의 목소리는 아픔 자체다.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목숨을 잃은 그날, 시아버지 이상림(당시 72세)씨를 여의고 남편마저 구속된 유가족 정영신(40)씨는 무리한 진압을 지시한 책임자들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용산참사 진상규명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정씨는 김 전 청장에 대해 “참석했다는 천도재라는 것도 숨진 경찰들을 위한 행사를 했을 때 같이 한 것이지, 철거민 희생자를 위해 별도로 만든 것이 아니다.”면서 “유세현장에 갔더니 용산진압은 정당했다고 말하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씨는 영화를 본 뒤 “현장에 있던 말단 경찰도 결국은 철거민과 같은 희생양일 뿐”이며 경찰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날 일이 떠올라 여러 번 눈을 감았다.”면서 “현장 진압 경찰도 오죽 괴로울까 생각하게 됐다. 우리처럼 하소연할 곳도 없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씨는 “정작 나쁜 건 건설사와 정부, 안전대책 하나 없이 사지에 몰아넣었던 책임자들이지 말단 경찰들이 아니다.”면서 “유가족들의 시간은 2009년 1월 20일에 멈춰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를 도심테러리스트 같은 가해자, 범법자로 보지 않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경제 ‘뻥튀기’ 자유구역

    경제자유구역에 조성되는 산업용지의 원가가 수백억원 부풀려진 채 분양되고 있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식경제부와 6개 경제자유구역청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추진 실태’ 특정감사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도로 건설 등 기반시설 공사에 국고보조금 991억여원을 지원받고도 이를 토지 조성 원가에서 제외하지 않아 1㎡당 1만 5000여원이나 높은 가격으로 토지를 분양했다. 국고보조금은 용지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취지에서 지원되는 만큼 이를 빼고 조성 원가를 산정하는 것이 타당한데도 현재로선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제재할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토지 조성 원가를 과다 산정한 탓에 입주 기업들은 손해를 보고 인천경제청은 331억여원의 수입을 챙겼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공급 예정 용지가 현행 방식대로 분양되면 인천경제청은 442억여원의 추가 수입을 올릴 것으로 파악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내 산업시설 용지를 분양한 부산도시공사도 같은 꼼수를 부렸다. 지난 2월 현재 전체 분양 공고 면적(196만 6000㎡)의 60%(117만 8000㎡)가 과다 산정된 조성 원가로 분양됐고 나머지 40%도 부풀려진 원가 그대로 분양될 예정이다. 이에 감사원은 인천경제청 등 해당 기관에 토지 조성 원가를 재산정하라고 통보했다. 지식경제부 장관에게는 국고보조금을 토지 조성 원가에서 제외하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인천경제청은 건축 허가를 할 수 없는 완충 녹지 지역의 전자도면(면적 1만 7925㎡)이 내부 직원의 사용자 계정(ID)으로 무단 삭제돼 10건의 건축이 부당하게 허가를 받은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문제의 직원에 대해 공용전자기록손상 등의 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부고] 애국지사 김삼 전 국회의원 별세

    [부고] 애국지사 김삼 전 국회의원 별세

    강릉 지역 독립운동가였던 김삼 전 국회의원이 18일 오전 4시 30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95세. 김 전 의원은 강원 동해안 지역의 유일한 생존 애국지사였다. 일제 강점기 때 강릉에서는 처음으로 ‘삼원당’이라는 서점을 내고 독서회를 구성, 징용반대운동 등 항일운동을 전개했다. 1940년 구금돼 7개월간 고문을 당하고 함흥형무소에서 5년간 옥고를 치렀다. 감옥에서 풀려나 고향 강릉에서 광복을 맞은 이후 지역 청년들과 옛 동지들을 규합해 건국청년회, 우국동지회, 한국독립당, 민족통일건국전선 등의 단체에서 활동했다. 제6대 국회의원을 비롯해 초대 강릉시 의원 및 초대 강원도 의원, 윤봉길·김창숙 의사 기념사업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1990년엔 건국훈장(애족장)을 서훈받았다. 유족으로 부인 최완자(82) 여사와 4남 3녀가 있다. 빈소는 강릉 동인병원, 발인은 22일. (033)650-6165.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올 첫 태풍 ‘카눈’ 19일 중부 강타

    올 첫 태풍 ‘카눈’ 19일 중부 강타

    제7호 태풍 카눈이 서해상을 따라 북상해 19일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감에 따라 서해5도를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18일 밤 제주도와 서해 남부·중부와 남해 서부 전 해상, 남해안 지역 등에 태풍경보가 발효됐다. 카눈은 이날 오후 10시 현재 전라남도 목포 남쪽 94㎞ 해상에서 시속 37㎞의 속도로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다. 19일 오전 3시 군산 서남서쪽 약 50㎞ 해상을 지나고 태안반도를 거쳐 오전 9시 서울 남서쪽 약 20㎞ 부근에 진출할 전망이다. 태풍은 이날 오후 5시 원산만으로 빠져나가면서 소멸할 것으로 기상청은 예측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 태풍경보·비상체제 기상청은 18일 “카눈이 이날 오후 6시 현재 중심기압 990헥토파스칼(h㎩), 최대 풍속 24㎧의 약한 세력의 소형 태풍으로 서해상을 따라 북상하고 있다.”고 예보했다. 19일 카눈은 바닷물 온도가 비교적 낮은 서해상으로 진입하면서 세력이 다소 줄어들겠다. 그러나 카눈의 영향으로 19일 오전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거센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리겠다. 18~19일 예상 강우량은 서울과 경기, 강원 영서, 전남, 경남, 서해안, 제주도, 서해5도에는 50~120㎜다. 제주 산간과 남해안, 지리산 부근에는 200㎜ 이상 비가 오는 곳도 있겠다. 서해안을 제외한 충남·북과 강원 영동 북부, 전북 내륙, 경북 남부에 30~80㎜, 강원 영동 남부와 경기 북부, 울릉도·독도에는 5~40㎜의 비가 내리겠다. ●여객선·항공편 운항도 중단 백령도 어민들은 태풍에 대비해 18일 오후부터 출어를 자제하고 있다. 어선을 대피시키거나 포구에 묶어놓은 채 어선 상태를 수시로 점검했다. 전남도는 일선 시군에 비상근무 특별지시를 내리고 피해 우려 지역에 대한 예방 활동을 펴고 있다. 태풍의 여파로 이날 오전 인천과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도 차질을 빚었다. 3척 가운데 1척은 운항 중단, 1척은 편도로 운항했다. 제주도의 경우, 강풍과 높은 파도로 제주와 다른 지방을 잇는 5개 항로의 여객선을 포함, 모든 뱃길 교통이 통제됐다. 또 제주공항에서는 오후 6시 30분 이후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했다. 기상청은 “그동안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많은 비가 내리는 만큼 산사태 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미군의 민간인 연행’ 보도를 보고/정윤기 행정안전부 정보기반정책관

    [옴부즈맨 칼럼] ‘미군의 민간인 연행’ 보도를 보고/정윤기 행정안전부 정보기반정책관

    평택 미군기지의 제51비행단 소속 미군 헌병이 우리나라 민간인 3명에게 수갑을 채우고 상당거리를 강제연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이 비무장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면 아무리 고마운 친구라도 민족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은 우정과 자존심 사이에서 미묘한 감정과 정서적 혼란을 일으키기 쉬운 민감한 사안이다. 언론매체들이 일제히 며칠간에 걸쳐 이 사건을 보도했는데, 당사자들의 엇갈린 진술 탓에 어떤 매체에서는 앞선 기사와 다른 내용의 기사를 뒤이어 내보낸 것이 눈에 띄기도 하였다. 서울신문도 여러 번에 나누어 기사를 내보냈는데, 기사에 사용된 어휘와 논조에서 객관적이고 일관성 있게 차분한 입장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그럼에도 행정분야의 전문지를 지향하는 서울신문의 위상을 고려해 볼 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보인다.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이 사건을 보면서 2002년도의 효순양과 미선양 사건을 떠올렸던 것 같다. 효순양과 미선양 사건은 일반인의 정서와 법률가들이 지켜야 하는 법 원칙 사이의 괴리를 비롯해서 미국법과 한국법의 차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에 따른 특수성 등 많은 쟁점을 일으켰지만 제대로 된 분석과 논의가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사건에도 같은 쟁점들이 눈에 띄는데, 과거 선례 때문에 이번에는 수준 높은 분석을 통한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12일 자 8면에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에 따라 한국인이 주한 미군의 안전을 위협했으면 미군의 수갑 사용이 가능해서이다.”라고 되어 있는데, 협정의 정확한 조항과 내용을 인용했어야 했다고 본다. 그러지 않으면 해당 기사가 이른바 ‘카더라’ 하는 전언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둘째, 9일 자 8면에는 “미군 헌병 3명은…이 같은 경우에 수갑을 채우라는 매뉴얼에 따라 정당한 공무집행을 했다고 주장했다.”라고 보도했는데, 매뉴얼에 정말로 그렇게 명시되어 있는지, 매뉴얼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에 근거하여 작성된 것인지 여부에 접근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는 해당 진술의 신빙성 외에도 미군 주둔지역의 영외순찰이 양국 간에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 체계를 알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셋째,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이 신병인도를 요구했음에도 미군 헌병들이 150m가량 우리 국민을 연행했다는 부분이다. 서울신문은 다른 언론매체에 비해 이 부분을 소홀히 다룬 감이 있다. 목격자를 통한 당시 상황이 보다 입체감 있게 제공되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다만, 조사가 현재 진행 중임에도 일부 매체들이 경찰이 소극적이었다는 논란을 기사화한 것에 비해 서울신문은 “당시 출동한 경찰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라고 객관적인 입장을 취한 것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다. 넷째, 많은 독자가 한국 경찰과 미군의 합동순찰 체계는 없는지, 그간 미군의 영외순찰은 관행적으로 어떻게 해왔는지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졌을 것 같은데, 서울신문은 이런 궁금증을 해소해 주지 못한 것 같다. 이러한 점들을 알고 기사를 읽으면 보다 명쾌하게 사건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끝으로, 수갑의 사용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 사이에 상당히 큰 정서적·관행적 괴리가 있는 것 같고, 이러한 차이도 이번 사건의 배경 중 하나가 되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수갑의 사용에 관한 양국 간 규정과 관행의 차이에도 관심을 뒀더라면 싶다. 다행히 주한미군사령관과 미7공군사령관이 공식사과했고 양국의 정부당국이 재발방지를 위한 보완책을 모색하고 있어 이 문제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때에 서울신문이 행정뉴스의 권위지로서 수준 높고 심도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면 우정도 지키고 자존심도 살리는 쪽으로 문제해결의 방향이 제시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 “세금 낼 돈도 없습니다 공시지가 좀 내려주세요”

    골프장들이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자 개별공시지가 인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침체로 매출 급감 경기도는 “지난달 말까지 2012년도분 개별공시지가 이의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조사 대상 414만 4186개 필지 가운데 1만 1270개 필지 소유자들이 공시지가를 내려 달라며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골프장들의 이의 신청서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양시 지역에서는 2247건의 하향 조정 신청 가운데 3곳에 보금자리주택단지를 개발 중인 LH가 1769개 필지의 개별공시지가를 내려 달라고 요구했으며 한양CC를 비롯한 3개 골프장이 약 200여개 필지의 공시지가를 내려 달라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LH는 막대한 재산세 부담을 이유로 택지 개발을 위해 수용한 지축동, 원흥동, 향동 일대 토지의 공시지가를 하향 조정해 달라고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또 한양CC는 ㎡당 9만 1000원의 개별공시지가가 결정 공시되자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8만 4540원으로 필지당 6460원씩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화성시에서는 899건의 하향 조정 신청 필지 가운데 200여건을 골프장인 ㈜관악이 제출했다. 이 업체는 매출이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고 지난 5년간의 공시지가 인상률 등을 감안할 때 ㎡당 8만 6000원(2011년도 대비 1000원 인상)은 너무 과다하다며 7만 1000원으로 1만 5000원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지자체 “국토부 결정사항” 난색 이 밖에 포천 포레스트힐과 필로스골프장 측은 ㎡당 5만원인 지가를 전년도 수준인 4만 8000원으로 낮춰 달라는 입장이며 광주 그린힐골프장은 7만 8000원으로 공시된 지가를 1000원 낮춰 전년도 수준으로 동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관할 자치단체 관계자들은 “골프장 개별공시지가는 표준지 공시지가(국토해양부에서 결정)를 기준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내려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글로벌 시대] 밥상과 창의력/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밥상과 창의력/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자문위원

    프랑스 유학 초기에는 한국식으로 서둘러 점심을 끝낸 후 나머지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고역일 때가 많았다. 프랑스의 점심시간은 공식적으로 2시간이다. 주말이나 저녁 식사는 더 길다. 비즈니스로 저녁을 할 때도 보통 오후 7~8시쯤 시작해서 밤 12시 가까이 되어야 끝나기 일쑤다. 저렇게 먹고 즐기면서 언제 일을 할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속도와 무한경쟁을 무슨 전쟁터의 구호처럼 외쳐대는 글로벌 시대를 조롱하듯 프랑스인들은 느긋하게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즐기고, 와인을 음미하며 다양한 주제들을 식탁 위에 올리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자동차에 기름이 떨어지면 주유를 해야 한다. 사람도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행위에는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움직이기 위한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측면에서는 유사하지만, 사람이 먹는 이유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바로 맛이란 요소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맛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표현을 일상적으로 입에 달고 살지만, 막상 맛의 정체가 뭘까 하는 데 생각이 이르면 쉽게 감이 오지 않아 당혹스러운 게 또한 맛이다. 맛이란 단어는 친숙한 만큼 모호하고, 모호한 만큼 신비롭기조차 하다. 국어사전에는 맛을 ‘물건을 혀에 댈 적에 느끼는 감각, 사물에 대한 재미스러운 느낌, 체험을 통해서 알게 된 느낌’ 등으로, 프랑스의 프티 로베르 사전에는 ‘오감 중 하나를 통해 감지하는 느낌, 음식의 맛, 어떤 음식에 대한 끌림, 좋고 아름다운 것 등에 대한 판단이나 감정, 특별히 좋아하는 것’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위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맛이란 단지 먹고 마시는 것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이나 기호, 그리고 심지어는 미적 감각까지를 어우르는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맛이란 결국 이성이나 논리의 범주가 아니라 인간의 감각기관을 통해 느껴지고 감지되는 감정이고 감흥인 것이다. 하지만 맛은 직관을 통해 인간을 어떤 깨달음의 경지로 이끌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맛의 미스터리가 존재한다. 맛이 인간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심오하고 광대하기에, 라이프니츠 이후 많은 철학자들이 맛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이들은 맛 혹은 맛의 비판을 ‘미학’이란 이름으로 철학에 편입시킨다. 맛으로부터 미학이 탄생한 것이다. 맛의 철학은 칸트에 이르러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그에 따르면, ‘맛에 대한 분별력은 인간의 독립성과 도덕적 자유의 상징에 대한 하나의 표현’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런저런 맛을 접하게 된다. 어머니의 손맛에서부터 다국적 거대 식료품기업의 수많은 제품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양하고 새로운 맛에 길들여지며 살고 있다. 효용성과 결과·속도만이 가치의 척도가 되어버린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에 부합하는 규격화된 맛의 대명사인 패스트푸드의 전성시대에, 맛의 본질에 대한 성찰은 다른 어떤 사회적 담론이나 철학적 주제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주희의 근사록에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 가운데서 언어와 식음 이상의 것은 없다.’란 대목이 나온다. 세월이 한참 흐른 오늘날 더욱 곱씹어 볼 가치가 있지 않은가! 이쯤에서 프랑스의 식문화에 대한 나의 의문은 베일을 벗는다.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이와 어울리는 와인을 천천히 즐기는 행위는 언뜻 시간의 낭비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절대 아니다. 맛을 느끼고 즐기는 행위는 그것 자체가 감각을 깨우는 훈련이요, 창의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여기에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 간의 대화와 토론은 창의력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맛에 대한 각자의 표현과 반응은 곧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드러내는 대단히 중요한 행위이다. 뒤늦게나마 창의성을 강조하는 교육당국에 제안하고 싶다. 창의성 교육을 밥상에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맛의 날’을 제정해서 일찍부터 맛에 눈뜨게 하면 어떨까? 왜냐하면 프랑스의 창의성은 밥상으로부터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 [사설] 남발되는 음주정책 정리할 필요 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하루가 멀다하고 설익은 음주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다. 강력한 주폭(酒暴) 척결 의지 표명으로 주목을 받은 서울경찰청은 이번엔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자에 대해 차량 몰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릉 경포해수욕장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해수욕장 음주행위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시작됐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내년부터 모든 공원에서 음주행위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음주에 관대한 나라도 없다. 그렇지만 소수 때문에 다수가 희생될 수는 없는 일이다. 음주문화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유다. 하지만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법적·제도적 뒷받침 없이 즉흥적으로 발표하는 경찰과 지자체의 반(反)음주정책은 혼란과 행정 낭비만 부를 뿐이다. 취지가 좋다고 필요한 절차를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 서울경찰청의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자에 대한 차량 몰수 추진이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고 본다. 경찰이 차량 몰수 정책을 내놓은 것은 음주운전을 못하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민주국가에서 사유재산을 몰수해 공매처분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이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심사숙고했어야 했다. 강릉시가 뒤늦게 관련 조례를 만들겠다고 거들고 있지만 경찰의 경포해수욕장 음주금지도 처벌 근거 마련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 감이 없지 않다. 후진적 음주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관련 부처와 조율도 없이, 법적인 뒷받침도 없이 너도나도 불쑥불쑥 내밀어서는 곤란하다. 인기에 영합한 즉흥적인 행정은 사회적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단속도 중요하지만 계도와 선도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도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무조건 단속하고 금지하는 게 능사는 아니지 않은가.
  • [새 음반] 얼터너티브 록의 대표 ‘스매싱펌킨스’

    [새 음반] 얼터너티브 록의 대표 ‘스매싱펌킨스’

    ●오세아니아(Oceania) ‘너바나’와 함께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을 대표하는 밴드 스매싱 펌킨스의 새 앨범이다. 극한의 기교와 극한의 쇼비즈니스 양쪽 모두를 배격하면서 등장한 것이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나 퍼포먼스 모두 다소 심심한 감이 있지만, 스매싱 펌킨스는 1995년 3집 앨범 ‘맬론 콜리 앤드 더 인피니트 새드니스’(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를 미국에서만도 900만장 이상 팔아치우면서 록 음악계를 싹쓸이하는 데 성공했다. 그 뒤 엇갈린 평가를 뒤로한 채 밴드는 자연스레 2000년 해체됐다. 몇 번의 멤버 교체 뒤 밴드의 리더 빌리 코건이 새로운 멤버들을 끌어들여 처음 내놓은 스튜디오 앨범이다. 코건은 이 앨범이 3집 앨범의 영광을 재연할 수 있으리라 자신하고 있다. 스매싱 펌킨스는 8월 14일 서울 방이동에서 열리는 슈퍼소닉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열광적인 한국 팬들을 위해 밴드의 역사를 총정리한 하이라이트 무대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소니뮤직.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복지는 세금폭탄? 응원폭탄!

    복지는 세금폭탄? 응원폭탄!

    #농촌에서 태어나 쭉 농사짓고 살았다. 천직이라 생각했다. 30살 때 바깥 세상이 궁금해 한 달 동안 유럽 여행을 다녔다. 그때 눈에 띈 것이 젊은 여행객들 손에 들려 있던 휴대전화. 저걸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서 31살 나이에 공대에 입학했다. 학비는 무료였고 교재 구입 등 부대 비용은 생활비 명목으로 나오는 보조금으로 충당했다. 조금 더 필요하다 싶으면 아르바이트로 보충했다. 대학 3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갔다. 국가는 외국 생활비 수준에 맞게 책정한 저금리 융자금을 내줬다. 귀국 뒤 휴대전화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고 영국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해 아이 둘을 낳았다. #어느덧 나이는 50에 이르러 해외 지사장을 노리는 중견 간부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퇴직 권고서가 날아왔다. 사업부를 재조정하면서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제 머리띠 동여매고 고공 크레인에 오를 시간이던가. 아니다. 일단 테니스 연습에 열중하고 미국과 캐나다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이렇게 재충전하면서 구직에 나서 1년 반 뒤 다른 회사에 취직했다. 1년간 무노동 연봉 제공, 추가 1년 때 연봉의 80% 제공, 실업 기간 동안 각종 융자금 상환 의무 유예, 1년간 공짜로 주어지는 재취업교육 등 ‘백’이 워낙 든든해서였다.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최연혁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는 쇠데르퇸대 정치학 교수로 스웨덴에서 25년간 머물고 있는 저자가 스웨덴 모델을 얘기한 책이다. 사실 스웨덴 모델 얘기는 식상한 감이 있다. 최근 복지 논쟁 때문에 이런저런 논란이 불타올랐지만 여전히 “국가기관, 언론은 물론 국민들마저 알아서 기어 주는 판국에 한국의 재벌들이 뭐가 아쉬워 고개 숙이겠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하는 장하준을 타격하는 한국의 진보학자들의 비판 지점이 여기에 있다. 저자 역시 1938년 살트셰바덴 협약 한 방으로 스웨덴 모델이 탄생했다는 신화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그 협약도 중요하다. 그러나 저자는 스웨덴 모델이란 1930년대 이후 40년간 크고 작은 충돌을 조정한 결과라는 쪽에 선다. 그래서 다른 대목도 추가한다. 하나는 1931년 오달렌 사태다. 파업 노동자에게 정부가 발포해 5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대공황으로 곤궁했던 시절이었으니 사회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경찰서 습격, 방화,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이제 남은 길은 폭력 혁명밖에 없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내전이 눈앞에 닥친 상황이었다. 그때 나선 게 사민당과 노조였다. 그런데 방식이 특이하다. 혁명하자는 노동자들을 앞에 두고 “우리를 믿고 우리에게 해결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설득했다. 저자는 “만약 노동자들이 사민당의 지도로 하나가 되어 총결집하지 않았다면 1932년 이후 지속적으로 사민당이 44년간 집권할 수 있었을까.”라고 되물었다. 1957년 연대임금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무노동 무임금이 황금률이라면 그 원칙과 동전의 양면이랄 수 있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도 황금률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잘나가는 수출 대기업 노동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그런데 스웨덴 노동자들은 해냈다. 고만고만한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껑충껑충 뛰어오르는 동안 잘나가는 수출 대기업 노동자들은 임금이 동결되는 것을 받아들였다. 나 하나 잘 살면 그뿐이라는 태도를 버린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노조의 희생, 노조의 실천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노조의 도덕적 우월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마련됐고 기업에도 사회적 책임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노동자기금을 둘러싼 논쟁, 이에 맞서 우리 귀에도 익숙한 H&M과 이케아의 본사 이전과 자본가들의 항의 시위 등 더 복잡한 얘기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저자가 수행한 인터뷰다. 오랫동안 스웨덴에 살았고 스웨덴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는 이답게(한국식으로 직위에 따른 서열화에 따르자면) 의회 부의장과 각 부 장관에서부터 배관공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어떻게 살아왔는지 얘기를 나눴고 가벼운 필체로 이를 고스란히 담았다. 앞서 소개한 사례뿐 아니라 그 모든 사례는 어디 표창이라도 받은 모범 사례나 숨겨져 있던 아주 극적인 사례를 애써 찾아내고 발굴한 게 아니라 저자가 동네 모임 같은 곳에서 만나 알고 지내는 평범한 사람들 얘기다. 이렇다 보니 저자가 비교연구 수행을 위해 매 학기 강의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미래는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숙제를 내는데 그 대답에는 “국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패가 두렵지 않다.”는 대목이 늘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복지 관련 세금 인상에 75%의 국민이 찬성하고 노인건강과 퇴직연금을 위한 세금 인상에 73%가 긍정적이며 질 높은 무상교육을 위한 세금 인상에는 71%가 동의”하는 것은 낙관적인 미래를 위해서다. 문득 우리 대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뭐라고 답할까 궁금해진다. 또 ‘줄푸세’에서 증세로 돌아선 한 정치인, 그리고 증세 얘기만 나오면 ‘세금 폭탄’이라며 바르르 떨어대던 이들 모두 어떤 실천과 대응을 내놓을는지 궁금해진다. 안 그래도 배 아파 미칠 노릇인데 그래서 기사에서만큼이라도 정치 얘기는 되도록이면 빼고 싶었는데 딱 하나만 붙이지 않을 수 없다. 1946년 46살에 총리직에 올라 1969년에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23년간 집권하면서 11번의 총선을 모두 승리로 이끌어냈고 그 기간 동안 스웨덴 복지 모델을 안착시켜 ‘국민의 아버지’라는 이름까지 얻었던 타게 에를란데르 총리. 국민들은 그의 정계 은퇴 선언에도 경악했지만 물러나서도 돌아갈 집이 없다는 데 다시 한번 경악했다. 적어도 “장기 집권에도 불구하고 청렴했다.”, “원래 꿈이 복지국가 건설이었다.”는 말은 이럴 때나 써야 하지 싶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수백兆 정부 기금 평가 ‘유명무실’

    기획재정부가 정부 부처들이 운용하는 수백조원 규모의 기금에 대해 매년 평가를 실시하면서도 정작 평가 결과를 기금 운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009~2011년 ‘기금의 자산 운용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3일 밝혔다. 기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특정 사업에 안정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과 별도로 설치·운영되는 것으로 2010년 말 기준으로 19개 부처에서 운용하는 자산은 국민주택기금 등 63개 964조여원 규모다. 감사 결과 기금 관리 주체들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수익률이 낮은 자산을 누락하고 기준과 다른 수익률 계산 방식을 활용한 자료를 제출했다. 그런데 재정부와 운용평가단은 제출받은 자료를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았다. 감사원은 “계량평가에서 9~10% 비중을 차지하는 평가지표 2개에 대해 표본 실사한 결과 36개 기금 중 33개가 기준과 다른 방법으로 자료를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기금 운용을 평가하면서도 사후 관리는 부실했다. 3차례의 평가에서 폐지 판정을 받은 기금 10개 중 3개만 폐지됐고 통합 판정을 받은 기금이 10개였는데도 실제 통합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방과후학교 강사 성범죄경력 조회도 않고 채용

    서울 지역 학교들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고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거나 외부 강사를 채용하면서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지 않는 등 부실 운영 사례가 적발됐다. 또 학습 부진 학생 지도와 학교 폭력 대책도 주먹구구식으로 실시하는 곳이 적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서울시내 초중고 33개 학교를 대상으로 방과후학교, 학습 부진 학생 지도, 학교 폭력 대책, 진로·직업교육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가운데 30곳(91%)에서 지침과 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담당자에 대해 주의·경고 처분 등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위반 사항을 정책별로 보면 방과후학교 부실 운영 사례가 4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학습 부진 학생 지도 20건, 학교 폭력 대책 13건, 진로·직업교육 2건 등이었다. 감사 결과 방과후학교 운영과 관련해서는 강사 채용 과정과 운영비 집행, 수강료 과다 책정 등의 부실 운영 사례가 두드러졌다. 적발된 학교들은 외부 강사를 채용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범죄 경력 조회와 건강진단서 청구, 계약서 작성 등의 절차를 무시하거나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학교 참여를 유도한 뒤 교과목 선행학습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 방과후학교 실무 담당자가 아닌 교사 14명에게 2010~2011년 사이에 1766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도 했다. 학교 폭력 예방 대책 차원에서 개정하도록 한 학칙과 학생선도규정 및 학교폭력처리규정 등을 정비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학교 폭력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도 실시하지 않는 등 학교 폭력 예방 조치를 소홀히 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2012학년도 학습 부진 학생 지도 계획을 세우지 않아 기초학습 부진 학생을 선정해 놓고도 이들을 지도하지 않거나 일주일에 평균 8시간을 상담해야 하는 진로·직업상담 담당 교사의 실적이 0.91시간에 불과한 학교도 있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길섶에서] 신문 보기/주병철 논설위원

    신문기자로서 기사를 쓰는 것만큼 신문을 보는 것도 큰일이다. 아무도 신문을 본다고 옆에서 건드리거나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외부인은 “참 좋은 직업을 가졌다.”며 부러운 듯 쳐다본다. 내심 웃음이 난다. 그런데 신문 보는 걸 업(業)으로 삼다 보면 애환이 있다. 보고 즐기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여러 신문을 보면서 재미있고 정보가 듬뿍 담긴 기사를 읽으면 무릎을 탁 친다. 독자들을 위해 그런 기사를 써야 하지 않겠느냐는 강박관념이 동시에 온몸을 누른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기자 초년 때는 내가 출입하는 곳의 관련 기사만 죽어라고 읽었다. 중견기자 때는 내가 속한 부서와 관련된 기사를 봤다. 이후에는 기고나 칼럼 등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읽는다. 요즘에는 조금 달라졌다. 신문의 본면(本面)보다는 덤으로 끼워주는 간지면(間紙面)에 더 눈길이 간다. 물 제대로 먹는 법, 내 몸에 좋은 음식, 마라톤 제대로 하는 법, 좋은 휴가지를 찾아서 등등.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일상의 삶에 지친 것일까,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것일까.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야유받은 롬니

    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적진’(敵陣)에 뛰어들었다가 야유 세례를 받았다. 롬니는 11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전미 유색인종 지위향상협회(NAACP) 전국회의에서 연설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과 경제 성적을 비판했다가 흑인 청중들로부터 거센 야유를 받았다.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흑인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흑인 단체인 NAACP에 참석하는 게 롬니로서는 편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그가 연설하는 25분 동안 시끄러운 야유가 세 차례나 쏟아지자 롬니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절제된 박수와 태도로 경청하던 흑인들은 롬니가 오바마 건강보험개혁법을 ‘오바마케어’로 지칭하며 반대한다고 했을 때, 오바마의 경제 정책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그리고 자신이 흑인 가족에게 더 나은 대통령감이라고 했을 때 야유를 보냈다. 롬니의 흑인 유권자 담당 고문인 타라 월은 “롬니의 메시지는 대담했고 꼭 해야 하거나 필요한 말을 한 것”이라고 한 반면 오바마 캠프는 “흑인들이 롬니의 경제론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2008년 대선 때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는 이 단체에서 연설하면서 오바마 당시 후보를 치켜세우는 데 주력했다. 이날 발표된 퀴니피액대학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는 흑인 유권자 지지율에서 롬니를 92%대2%로 압도했다. 2008년 대선 때는 출구조사 기준으로 흑인 표 가운데 95%를 얻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세빛둥둥섬 모든 절차 부실… 계약무효 사유”

    “세빛둥둥섬 모든 절차 부실… 계약무효 사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상징물인 서울 반포한강공원 세빛둥둥섬 조성사업이 총체적 부실 속에 추진된 것으로 서울시 자체 감사결과 드러났다. 시는 감사결과를 토대로 불공정·부당 사업 협약을 삭제하거나 수정하고, 위법·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한 관련 공무원 15명을 비위 경중에 따라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불공정·독소 조항 수정 불가피” 시는 지난 1월 말부터 5개월간 ‘세빛둥둥섬 특별감사’를 한 결과 세빛둥둥섬 사업자인 ㈜플로섬과 체결한 사업협약이 지방자치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한 시의회 동의절차를 무시하는 등 중대한 하자 속에 진행돼 무효 사유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12일 밝혔다. 김상범 시 행정1부시장은 “세빛둥둥섬은 (시에서 추진한) 민자사업 중 가장 문제가 있는 사업으로 기록될 만큼 사업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절차가 총체적 부실”이라면서 “이를 정상적으로 다시 돌려놓는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계약 내용을 이행할 수 없으며 잘못된 계약 내용을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지방자치법에 중요 재산을 취득하거나 매각할 때 관리계획을 수립해 시의회 의결을 받게 돼 있으나 이를 어겼고, 공유재산심의회가 공유재산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심의를 보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또 사업협약 내용 측면에서도 두 차례나 협약을 변경해 총투자비를 늘리고 무상사용기간을 무리하게 연장하는 등 계약이 민자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체결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시와 플로섬은 협약 변경을 통해 총투자비를 662억원에서 1390억원으로 2배 이상 증액하고 무상사용 기간을 20년에서 30년으로 10년이나 연장했다. 이와 함께 사업자가 의도적인 경비 부풀리기를 시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플로섬은 연간 1억원 이하가 적정한 하천준설비를 매년 1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10배가량 부풀렸으며, 주차장 운영 등으로 세빛둥둥섬 운영 개시 전에 발생한 수입 49억원을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 플로섬과 시공사가 공사비 다툼으로 발생한 비용 78억원을 총사업비에 부당하게 포함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시는 앞으로 독소 조항과 불공정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하고 10명 안팎으로 법률·회계 자문단을 구성해 절차상 하자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사업자에 운영 개시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92억원을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민자사업 중 가장 문제 많아” 징계에는 당시 주무부서인 한강사업본부 소속 기획단과 SH공사 관계자 등 15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징계대상자 등의 소명을 들은 뒤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시가 세빛둥둥섬 사업 추진에 관여한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를 추진한 것에 대해 전임 시장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수행한 업무에 대해 과도한 제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당시 관련 부서에 근무했던 한 공무원은 “시장의 역점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토목, 건축 등 기술적 분야에만 치중하다 보니 규정이나 절차는 제대로 검토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한·미 FTA 이후 美 적자 증가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국제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한국으로부터의 상품 수입액은 총 54억 6700만 달러(약 6조 29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전달(54억 7600만 달러)과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같은 달(51억 9800만 달러)과 비교하면 5.2% 증가한 것이다. 반면 한국으로의 상품 수출액은 총 34억 6800만 달러로 전달(37억 600만 달러)보다 6.4% 줄었으며 지난해 같은 달(38억 9800만 달러)에 비해 11.0%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한국 무역 적자는 총 20억 달러로, 전달(17억 7000만 달러)에 비해 13.0%, 지난해 같은 달(13억 300만 달러)에 비해서는 53.5%나 각각 증가했다. 이로써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61억 1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8억 1900만 달러)보다 26.9% 늘어났다. 한·미 FTA가 3월 15일 공식 발효된 이후 미국의 4, 5월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가 증가세를 이어감에 따라 일단 협정에 따른 이익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5월 미국의 대한국 무역 적자는 전달에 비해 13.0%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일본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는 2%, 중국에 대해서는 6% 증가에 그쳤다.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 폭은 5월 13억 3300만 달러, 4월 13억 3500만 달러로 오히려 줄었다. 그러나 계절적 요인과 협정 시행 과정 등을 지켜보면서 장기적으로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티베트 무인구 첫 횡단 박철암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티베트 무인구 첫 횡단 박철암 교수

    지구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가 얼마든지 많을 것이다. 하여 그곳을 탐험하는 것은 새로운 역사를 쓰는 일이다. 무인구(無人區)라는 말을 들어봤을까. 티베트 장북고원(藏北高原) 해발 5000m 지점에 있다. 인류 문명의 모든 기기가 정지되는 곳이다. 잘 가던 시곗바늘이 멈춰버린다. 나침반도 작동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발사된 총알도 날아가지 않는 ‘수수께끼의 땅’이다. 티베트 무인구는 국가금구(國家禁區) 지역으로 지도에서조차 지명을 찾을 수 없는, 세상과의 만남을 거부하는 곳이다. 수억 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묻혀 있는 심오한 곳이다. 말 그대로 자연의 장엄함과 태고의 신비가 펼쳐진다. 티베트 사람들은 현세나 내세에서도 인간이 어떠한 방법으로도 생존할 수 없는 땅으로 여긴다. 한반도 면적과 비슷한 22만㎢의 광활한 규모임에도 사람이 살지 않는 오지다. 대신 스라소니, 곰, 늑대, 황양, 야생 당나귀 등이 천국처럼 살고 있다. 원로 탐험가 박철암(88) 경희대 명예교수(중문학)는 2007년 세계 최초로 티베트 고원지대 무인구 2200㎞를 횡단했다. 1990년 한국 최초로 티베트에 들어간 이후 30차례나 다녀왔고 무인구 횡단은 11번 도전 끝에 성공했다. 중국 정부에서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곳이지만 그의 끝없는 집념에 탄복해 중국 측 지질학 박사 1명, 의사 1명, 통신원 1명, 티베트 지질학 연구원 1명, 호수학 박사 1명 등 9명의 수행원과 함께 탐험대를 조직해 마침내 평생의 꿈을 이루며 새 역사를 썼다. 그는 2007년 12월 티베트 과학조직위원회로부터 ‘장북고원 무인구를 세계 최초로 탐험한 과학자’라는 호칭과 함께 표창까지 받았다. 그런데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다시 한번 무인구를 꿈꾸고 있다. 다음 달 티베트에 가서 무인구 출입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남·북극 이어 제3극 무인구 그는 1962년 한국 최초로 히말라야 원정에 나서 당시 화제가 된 주인공이다. 그때 다울라기리 2봉(네팔과 티베트 접경지역 위치)에 도전했고 1971년에는 로체샤르에 도전한 경력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티베트 고원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티베트 무인구만 생각하면 지금도 어린 소년처럼 마음이 막 설레지요. 더 늙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무인구에 가고 싶습니다. 미지에 도전한다는 것은 늘 행복이자 즐거움입니다. 북극과 남극은 난센과 아문센이 탐험했고 제3의 극인 무인구는 박철암이 탐험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요. (잠시 생각하더니) 1988년 중국이 티베트를 개방했다고 했거든요.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 티베트에 처음 갔을 때를 잠시 회고한다. “해발 5250m 히말라야를 넘어 티베트에 들어가 한 고원지대에서 잠시 앉아 쉴 때였죠. 마침 유목민 아가씨가 양 떼를 몰고 가고 있었습니다. 17살 정도 됐나요. 그런데 그 아가씨가 꽃을 입에 물고 그걸로 피리 소리를 내는 것이에요. 꽃 이름을 물었더니 파파화(巴巴花)라고 하더군요. 얼마나 아름답던지 별천지에 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티베트의 꽃을 수집하고 연구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지요.” 박 교수는 당시 한 명언을 떠올렸다고 한다. ‘누가 말했던가, 누구라도 티베트 창탕고원에 단 1분만이라도 설 수 있으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이후 티베트의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500여종의 식물을 수집, 1998년에 ‘티베트의 꽃과 생물’이라는 책을 세계 최초로 발간하게 된다. ●대륙의 버뮤다 삼각지 무인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6년 6월이었다. 티베트 라싸대학 총장을 만났을 때 박 교수는 무인구 얘기를 처음 듣게 됐다. ‘과거에도 사람이 전혀 살지 않았고 앞으로 100년 후에도 사람이 살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또 ‘국가금구 지역이니 절대 가면 안 된다.’라는 말을 듣고 더욱 궁금해졌던 것. 이때부터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무인구 탐험이라는 목표를 세우게 된다. 무인구에는 정말 모든 기기가 정지되는 곳일까. 그러자 지체없이 무인구의 위치부터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티베트의 아리(阿里)고원 일부 지역과 장북고원의 서북부, 동북부의 광대한 지역을 창탕고원이라고 합니다. 창탕은 북방의 하늘이라는 뜻이지요. 무인구는 그 창탕고원의 최북쪽에 위치하며 쿤륜(崑崙)산맥, 커커씨리(可可西里)산맥과 인접하고 있습니다. 서남으로 히말라야산맥과 깡디스(崗底斯)산맥, 넨칭탕구라(念靑唐古拉)산맥, 그리고 헝뚜안(橫斷)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지요. 무인구의 장서깡르산(藏色崗日山)과 서우깡르산(色烏崗日山)의 중간 지역에 이르면 모든 기기의 작동이 정지됩니다. 시계가 멈추고 라디오 소리도 정지되며 자동차 엔진도 꺼진다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지요. 마치 남태평양의 버뮤다 해협을 지나는 배들이 가라앉듯이 말입니다.” 정지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시 말해 지구상에는 북극과 남극, 그리고 제3의 극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무인구이며 극 중의 극이다.”고 강조하면서 “알 수 없는 광물체와 수많은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고 설명한다. “한번은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티베트에 같이 갔던 한 대원이 호수에 물을 길으러 갔다가 개울에서 머리를 감았는데 귀국해서 얼마 되지 않아 머리털이 귀 뒷부분만 남겨놓고 몽땅 빠져버렸습니다. 머리가 다시 자라기 시작한 것은 3개월 후였습니다. 또 고원지대를 지날 때였는데 땅속에 있는 흑사(黑沙)를 발견한 적도 있었지요. 놀라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무인구는 1억년 전에는 바다였고 그래서 신비한 화석과 호수가 많습니다.” ●경희대 산악반 이끌고 히말라야 첫 등반 그가 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어릴 적부터였다. 해발 2000m가 넘는 평안북도 낭림산맥의 동백산 밑에서 자랐다. 어른들로부터 ‘동백산 위에 뱃조각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래서 하루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동백산으로 올라갔다. 마타리꽃이라는 야생화 속을 걷는 산길이 무척 좋았다. 산을 처음 알았고 이후 산을 좋아하게 됐다.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 스승한테 ‘옥배에 술을 마시고 타클라마칸 사막을 넘어 곤륜산에서 포부를 펴라.’는 말을 듣고 히말라야에 대한 야망을 키워나갔다. 1947년 북한산 백운대에서 열린 한국산악회 주최 등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학우 두 명과 팀을 이룬 것이 나중에 경희대 산악부의 시초가 됐다. 이후 1950년 안나푸르나와 1953년 에베레스트 등정에 이어 1956년 마나슬루를 오르는 일본과 유럽의 산악인들의 성공 소식을 전해 듣고 히말라야 진출의 의지를 더욱 다지게 됐다. 경희대 산악반을 이끌고 한국 산악 사상 첫 히말라야 등정에 나서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던 것. 하지만 출발부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당시 정부에서는 ‘가면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위험한 곳’이라고 하면서 선뜻 허가를 해주지 않았다. 결국 ‘등정대’가 아닌 ‘정찰대’라는 이름으로 출발해야 했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할 수 없이 집을 팔아 비용을 마련했다. 또 현지 지도를 구하지 못해 일본에 들러 손으로 그린 약도를 받아들고 떠나야 했다. 다시 무인구 얘기로 돌아온다. “1년 중 8개월은 매우 추우며 특수한 자연 환경 덕분에 무인구는 신비스러운 면모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과 고원, 신비스러운 소금호수, 그곳에만 서식하는 야생동물과 조류, 고산식물들이 태초의 모습 그대로 펼쳐져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지요.” 노() 탐험가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히말라야에는 6000m급 이상 봉우리가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 이는 앞으로 후배들이 오를 산이다.”면서 “인류의 역사는 그 시대를, 특출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개척돼 왔다. 지구상에는 어느 분야에서든 미지가 있다. 그 미지를 알아내는 일 또한 우리 후배들의 몫이다.”라고 강조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원로 탐험가 박철암 경희대 명예교수는] 평남 낭림산맥 동백산 자락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일제 때 만주에서 독립단을 찾아갔다가 광복 후 월남했다. 경희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중어중문학과 교수, 한국특수체육회 이사, 대한산악연맹 이사, 한국대학교수협의회 이사, 경희대 기획관리실장, 한국히말라야클럽 초대회장, 한국티베트탐험협회 초대회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 탐사기(山群 探査記)’, ‘티베트의 꽃과 생물’, ‘지도의 공백지대를 가다’ ‘티베트 무인구 대탐험’ 등이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명예교수로 한국히말라야클럽 명예회장, 한국티베트탐험협회 명예회장 등을 맡고 있다. 1962년 한국 최초로 히말라야에 진출했으며, 1971년 최초로 8000m급 로체샤르를 원정했다. ‘무인구’라는 말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한 탐험가로 2007년 세계 최초로 티베트 무인구 횡단에 성공했다. 무인구의 생태계 연구자료를 수집한 공로를 인정받아 티베트 과학조직위원회로부터 ‘장북고원 무인구를 세계 최초로 탐험한 과학자’임을 증명하는 인증을 받기도 했다.
  • 부산·울산 비리 공직자 적발

    울산시 시설관리공단 직원이 공단 수익금 수천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부산시 동구에서는 건설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직원이 적발됐다. 감사원은 11일 ‘부산·울산시 기관운영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이들을 횡령과 금품수수 혐의로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울산시 시설관리공단의 수입금 출납원 보조자로 일하고 있는 A씨는 2009년 한 스포츠센터 수영장의 카드 수입액 1300여만원을 처리하면서 980여만원만 울산시 금고로 세외수입 조치하고 남은 돈은 몰래 인감을 찍어 출금전표를 조작한 뒤 200만원을 현금으로 뽑아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했다. 이런 수법으로 2009~2011년 37차례에 걸쳐 4400여만원을 횡령했다. 한편 부산시 동구 직원 B씨는 건설업체로부터 2000여만원을 받고 해당 업체가 불법하도급 공사를 한 사실을 눈감아 준 사실이 들통났다. 감사원은 “부산시 방송통신 담당부서 직원 2명이 방범용 폐쇄회로(CC)TV 시스템 구축사업과 관련, 입찰공고일 기준 3년 이내 실적만 인정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과거 실적도 임의로 적용해 우선협상 대상자를 바꿔 62억여원에 계약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한국학중앙연구원, 인건비 부풀려 6억 펑펑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이 6억원이 넘는 인건비를 과다 책정해 직원들끼리 나눠 갖고 학생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교수를 뽑는 등 방만한 운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4월 23일부터 5월 4일까지 한중연에 대해 종합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부당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고 11일 밝혔다. 한중연이 정부 감사를 받은 것은 2002년 감사원 종합감사 이후 10년 만이다. 감사 결과 한중연은 직원들의 명예퇴직 등으로 인건비가 남자 2009년에 성과상여금을 이미 지급했음에도 ‘2008년도 추가 성과 상여금’ 명목으로 1억 9992만원, 봉급 조정수당으로 2억 581만원을 나눠 가졌다. 또 부설 한국학대학원 소속 교수의 경우 연가보상비 지급 대상이 아님에도 2010년에 9098만원, 2011년에 1억 294만원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자들의 외출·조퇴 등을 차감 산정하지 않아 2055만원이 부당 집행되기도 했다. ●3년간 강의 안한 교수 수십명 돈잔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근거도 없이 부원장과 대학원장의 호봉을 올려 8831만원을 추가 지급했는가 하면 수탁연구사업 간접비에서 4억 1657만원을 빼내 교직원들에게 선택적 복지비로 나눠줬다. 지난해 퇴임한 김정배 전 원장은 재임 중 백두산 관련 종합연구를 수행해 연구를 마무리하고도 이후 다시 연구비를 들여 백두산에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종결된 연구비로 백두산 여행도 교과부는 적발 사항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 전 원장 등 관련자 5명을 경징계 및 경고처분하라고 한중연에 요구했다. 또 부당하게 지급된 6억 2021만원은 회수조치하도록 했다. 방만한 조직 구성과 운영도 문제였다. 한국학대학원은 교수 16명이 적정 인원임에도 4배가 넘는 69명을 직제규정에 반영해 뽑았는가 하면 교수의 주당 수업시간수조차 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09년부터 올 1학기까지 강의를 한 시간도 하지 않고 봉급을 받은 교수가 27명, 고등교육법이 정한 주당 9시간 이상 강의를 하지 않은 교수가 연인원 240명에 달했다. 또 종합연구동을 지으면서 승인 연면적보다 넓은 면적에 대해 설계용역을 의뢰했다가 수정했으며, 주차장과 저수조 등의 추가 증설도 부적절하게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3심 뒤집는 ‘4심’… 최고 사법기관 위상 신경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두 최고 기관은 위상을 놓고 오랫동안 신경전을 벌여 왔다. 김능환 대법관의 10일 퇴임사는 이러한 갈등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법 해석에 헌법적 문제 제기땐 법적 혼란 불가피 현행법 체계상 법률의 최종 해석권은 대법원에 있기 때문에 법원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재판소원’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헌재가 법원의 법 해석에 대해 헌법적 문제를 제기하면 법적 혼란은 피할 수 없다. 또 법을 놓고 여러 해석이 가능할 때 특정한 해석 기준을 내놓는 ‘한정 위헌’과 같은 헌재의 변형 결정을 법원이 따를지에 대해서도 양측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1996년 양도소득세 산정 기준 관련 한정 위헌 결정과 2001년 국가배상법 관련 한정 위헌 결정 등은 양 기관의 이러한 견해차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법원은 이들 사례에서 헌재 결정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법 개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특히 헌법학자들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라도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해 논란을 막자는 견해도 있다. 제한적으로 법원의 판결에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면 헌재에 심판을 제기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다. 김 대법관은 “헌재가 가진 법률의 위헌 여부 심사권과 법원의 법률 해석 권한을 하나의 기관에 통합시켜 관장하게 하는 것이 국민 전체의 이익에 유익하고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겠냐.”며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퇴임사는 두 기관의 갈등과 마찰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표출한 첫 사례로 꼽힐 만하다. 김 대법관은 퇴임사에 앞서 “말이 길어질지도 모른다.”고 전제한 뒤 헌재를 비판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김 대법관의 퇴임사를 듣는 내내 굳은 표정을 지었고 일부 대법관은 눈을 지그시 감기도 했다. ●김능환 대법관 퇴임사 법원 내부 인식 드러내 대법원은 김 대법관의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지난달 초 GS칼텍스 등의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재가 문제 삼은 대법원 판례의 주심 재판관이 김 대법관이었기 때문에 그로서는 사법부에 몸담은 마지막 날 법복을 벗는 자리에서 ‘자기 해명’을 한 셈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법관 개인 생각이라고는 해도 헌재의 반론이 어떤 식으로든지 표출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헌재에서도 재판관 4명이 임기를 마치는 9월 퇴임식 등에서 이번 발언에 대한 반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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