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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친 비밀주의가 정책공감대 차단… 제2의 4대강사업 우려

    지나친 비밀주의가 정책공감대 차단… 제2의 4대강사업 우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비밀주의’를 고수하면서 혼란과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일정 부분이라도 국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할 경우 자칫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책 혼선 사례로 꼽히는 4대강 정책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책 혼선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강력한 정보 통제에 나서고 있는 인수위가 정책 검증의 기회를 빼앗고, 새 정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의견 수렴 과정을 혼선과 혼란으로 여기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소통 인식이 반영된 것이어서 인수위 활동 기간 내내 불통과 먹통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인수위 기조가 새 정부로 이어지는 만큼 ‘박근혜 정부’가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정부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지난 11일 업무 보고에 대한 브리핑이 없다고 밝힌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12일 “업무 보고가 끝난 다음에 분과별로 분석하고 진단한 후 공개할 내용은 최대한 공개하겠다”고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깜깜이 보안위’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그러나 공개할 내용도 정부와 인수위 간 이견이 없는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도 인수위의 이 같은 행보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3일 “정보 공개를 안 하면 기존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국민들이 감을 잡지 못한다”면서 “정보를 지나치게 통제하면 오히려 예측 가능성이 줄어든다. 인수위 진행 상황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에서 반면교사를 삼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언론이나 여론의 검증을 받으면 괜찮을 것들도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 통제’와 ‘비밀주의’가 정부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박 당선인 측이 과거 인수위의 폐해를 인식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은 타당하나 이것이 또 다른 편향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을 때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수위가 차기 정부의 큰 그림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론의 반응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어떤 의제를 에드벌룬처럼 띄워 놓고 여론을 수렴해 보는 것도 향후 국정 운영을 위해서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민주통합당은 연일 인수위의 불통 행보에 대한 발언 수위를 올렸다. 특히 윤 대변인이 “부정확하고 흠집 내기식인 보도에 대해 입장을 밝혀 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전형적인 남 탓”이라고 질책했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정확한 보도를 원하면 정확한 설명부터 하는 것이 순서”라며 “부정확한 보도는 인수위의 불통 태도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대체 무슨 일이 인수위 밀실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면서 “당선인부터 시작해 인수위원장, 대변인 모두 합창하듯 결론이 날 때까지 알 필요가 없다는 말만 하니 마치 왕조 시대의 구중 궁궐에서 열리는 ‘어전 회의’를 보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사설] 지자체 백화점식 부패 언제까지 봐야 하나

    감사원이 그제 밝힌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인허가 비리 실태를 보면 과연 이러고도 조직이 제대로 굴러왔나 의문이 들 정도다. 지자체장이 근무성적 평정을 조작해 부당 인사를 하는가 하면 골프장 용도변경 등 인·허가 특혜, 부당 수의계약 등 막장 행태는 끝 간 데를 알 수가 없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109곳의 지자체를 선정해 행정서비스 취약 분야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1차로 점검한 61곳 지자체에서 190건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 대전 중구청장 등 9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자자체의 비리는 그동안 감사원 감사와 지자체 내부감사를 통해 수없이 적발됐다. 하지만 그때뿐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도마뱀 꼬리처럼 자라나는 악순환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만큼 고질적 병폐라는 얘기다. 이번에 적발된 인사 비리를 보면 일부 단체장은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준 측근을 업무 특성과 능력을 따지지 않고 주요 보직에 앉혔다.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기도 전에 승진자를 내정한 사례도 있다. 이렇게 부당한 자리를 차지한 측근이 인사와 예산을 마음대로 주물렀다고 한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단체장 측근을 특정 자리에 앉히기 위해 인사 시스템을 바꾸고 근무성적 평정 시뮬레이션까지 했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지방선거철만 되면 으레 공무원 사회의 정치권 줄서기병이 도지는 것 아닌가. 상대적으로 외부의 유혹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장 업무 종사 공무원뿐만 아니다. 그야말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너나없이 스스로 윤리의식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감사원은 3~5년에 한 번씩 ‘의례적인’ 지자체 정기감사를 벌인다. 지자체의 비리가 이 지경이라면 그와 별개로 비리의 개연성이 큰 분야를 선별해 ‘기획 감사’를 활성화하는 것도 적극 고려할 만하다. 이번 감사에서도 드러났듯 지자체의 부패 구조는 갈수록 교묘화·지능화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담은 백서를 발간해 지자체 등에 배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백서가 한갓 책꽂이용에 그쳐서는 안 된다. 치열한 성찰과 반성의 교본으로 삼기 바란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빨래/김세영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빨래/김세영

    몽돌해변을 바라보면 겨우내 입어서 찌든 내의를 빨래판에 쉴새없이 문지르는 어머니의 흰 손이 보인다 오십 년 넘게 입고 다녀 때에 절고 해어진 속내를 누가 빨아주겠는가 몽돌해변에 눈을 감고 누워서 늑골판에 속내의를 문지르는 마디진 손가락을 온종일 느껴본다 젖은 내의를 입은 채 곰솔 숲길을 걸어가면 어머니 미소 같은 햇살이 솔잎을 흔들듯 말려준다.
  • [사설] 쌍용차 이제 경영정상화에 노사 머리 맞대라

    쌍용자동차 노사가 그제 무급휴직자 455명 전원을 복직시키기로 합의한 것은 늦은 감은 있지만 기나긴 노사 협상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아무쪼록 이번 합의를 계기로 3년 넘게 끌어온 쌍용차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새로운 도약의 초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무급휴직자 전원 복직 합의를 환영하면서도 정리해고자와 희망퇴직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반쪽 조치’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당초 새누리당이 약속한 ‘대선 직후 국정조사’를 무산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정리해고자 159명과 희망퇴직자 1904명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해고 노동자들은 지금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천막을 치고, 평택공장에선 철탑 위에 올라가 농성을 하고 있다. 구조조정 이후 23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스트레스성 질환과 자살로 세상을 등졌고, 지난 8일에도 조합원 류모씨가 평택공장 생산라인에서 자살을 시도해 중태에 빠졌다. 쌍용차 사태는 이미 단순한 개별 기업의 노사문제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통합을 가로막는 갈등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번 노사 합의로 갈등 해소의 단초는 열렸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중국 상하이자동차 같은 견실하지 못한 해외자본이 신규투자도 없이 기술을 빼갔는데도 피해보상이나 재발방지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야당의 주장대로 국정조사를 한다면 그 원인과 대책을 차분하게 따져보는 게 마땅할 것이다. 여야가 책임 전가와 비난전으로 일관하며 기업 신뢰에 타격만 주는 국정조사라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쌍용차 노사도 밝혔듯 기업 이미지 훼손과 국제 신인도 하락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 경쟁력 회복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쌍용차 사태는 거슬러 올라가면 1990년대 말 쌍용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롯됐다. 경쟁력 약화가 근본 원인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쌍용차의 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와 쌍용차는 향후 4~5년 내 신차 개발 등에 9억 달러(약 9500억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국가 브랜드 파워가 괄목할 만큼 강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계획을 앞당기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노도 사도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회사 경영정상화에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노사 공히 더 큰 상생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 “위급할 땐 폰 흔드세요” 서울시, 구조요청 앱 서비스

    서울시는 11일 납치, 폭력 등 위험 상황이 닥쳤을 때 스마트폰을 여러 번 흔들어 경찰청에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기존 ‘서울안전지키미’ 앱을 개선한 이 앱의 주요 기능은 경찰청 자동 신고, 호신용 사이렌, 호루라기 소리, 가족과 친구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 자동 발송 등이다. 시는 경찰청 자동 신고 접수 기능의 경우 감도 센서를 조절해 걸어갈 때 자연스럽게 팔이 움직이는 정도로는 신고되지 않도록 했다. 대신 폭이 넓지 않더라도 상하로 약간 빠르고 세게 0.2초 이상 흔들면 자동으로 신고되도록 했다. 위험에 처했을 때 스마트폰을 흔들면 벨소리 대신 사이렌, 호루라기, ‘도와주세요’ 외침 등 사용자가 선택한 소리로 주변에 위험을 알리게 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지방자치비리단체장…종합감사 결과 190건 적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신의 측근을 승진시키려고 근무성적평정(근평)을 조작한 사실이 감사에서 적발됐다.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자격 기준을 마음대로 바꾸는 것도 예사였다. 감사원은 지난해 5~6월 6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감사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인사, 인허가, 계약 등 지자체의 고질 비리에 초점이 맞춰진 감사에서는 190건의 위법·부당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 결과 지자체장의 제 사람 심기 인사 비리는 도를 넘어섰다. 대전 중구청장은 2010~2011년 세 차례나 측근 인사 두 명의 근평 순위를 높이도록 지시했다. 근평위원회의 심의절차 없이 구청장 지시대로 승진후보자 순위가 정해졌고, 그 결과 5급이던 한 측근은 2010년 9위에서 이듬해 4위로 올라 4급으로 승진했다. 감사원은 대전 중구청장 등 9명을 직권남용,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광주광역시장의 ‘엿장수 맘대로 인사’도 들통났다. 2010년 광주시장은 옛 비서 A씨를 지방계약직 나급으로 채용하려고 A씨의 조건에 맞춰 자격 기준을 바꿨다. 경기도 이천시장도 근평위원회를 열지도 않은 채 2008~2011년 8차례나 5급 직원들의 근평 순위를 마음대로 매겼다. 인허가 비리도 복마전이었다. 광역단체가 기초단체에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부당하게 지시하거나, 토지를 용도 변경해 특정업체에 개발 이익을 몰아주는 짬짜미 병폐가 고질적이었다. 전 아산시장은 2010년 골프장 설치가 금지된 농림지역을 계획관리지역으로 바꿨고, 부산시는 2011년 롯데건설이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도록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줬다. 황수정 기자 sjh@seoul.co.kr
  • 이상득 前의원 징역 3년 구형

    이상득 前의원 징역 3년 구형

    저축은행에서 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78)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검찰이 징역 3년과 추징금 7억 5750만원을 구형했다.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이 전 의원은 계속 혐의를 부인하다 검찰의 구형이 내려지자 눈을 질끈 감았다. 2주일 뒤인 오는 24일 형이 선고된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이원범)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수수액이 고액인 점, 피고인이 범행을 전부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이렇게 구형했다. 임석(51·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두언(56) 새누리당 의원에게는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억 4000만원이 구형됐다. 이 전 의원은 이날 공판에서도 금품 수수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회장이 자꾸 거짓말을 한다”면서 “그들에게 3억원씩 받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했다. 이 전 의원은 “2007년 11월 27일 김덕룡 전 의원으로부터 만나자는 부탁을 받았고 평소 미안한 마음이 있어 한번 만나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김 전 의원과 함께 김찬경 회장을 만나긴 했지만, 잠시 회사 얘기를 들어줬을 뿐 절대 돈을 받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는 김 전 의원이 지난 3일 공판에서 증언했던 내용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곰팡이 중국산 고추 확인하고도… 향응 눈먼 유통公 고가 수입·유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유통공사)가 곰팡이투성이인 중국산 불량 건고추를 비싸게 수입해 시중에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유통공사는 입고과정에서 제품의 불량상태를 알고서도 곰팡이 수치를 낮춰 검사결과를 조작하기까지 했다. 감사원은 유통공사와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을 상대로 실시한 ‘국영무역 주요 농산물 판매·수입 실태’ 감사 결과를 9일 공개했다. 감사 결과 농산물안정기금으로 외국 농산물을 수입·판매하는 유통공사는 지난해 잔류농약 허용기준을 초과한 1218t을 포함해 중국산 불량 건고추 6600t을 들여왔다. 감사원은 “유통공사가 중국산 건고추에 곰팡이가 17.8%나 들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절개하지 않고 재검사하는 방식으로 결과를 조작해 입고시켰다”며 “이 과정에서 오히려 중국 현지가격보다 35%나 더 비싸게 수의계약을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유통공사 직원들은 중국산 농산물을 거래하는 매개상인이자 퇴직 직원인 A씨에게 특혜를 주는 대가로 마사지 접대 등 향응을 받기까지 했다. 감사원은 “동일인이 2개 이상의 명의로 입찰하면 무효인데도 유통공사는 A씨가 지인 8명의 명의로 전자입찰인증서를 받아 입찰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해 최근 3년간 827억원의 계약 특혜를 줬다”고 말했다. 곰팡이 건고추를 수입한 유통공사는 품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고 중간상인에게 이를 판매함으로써 관리 부실을 덮으려 했다. 지난해 2∼3월에는 불량 양파 비율이 기준치(5%)를 2∼6배나 초과한 중국산 양파 279t을 수입하는 등 1950t을 국내에 들여와 반품불가 조건으로 입찰 공고를 내고 시중에 판매했다. 식약청도 제기능을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09년 이후 곰팡이 과다로 반송한 실적은 1건뿐이었다. 황수정 기자 sjh@seoul.co.kr
  • 인수위 “4대강 사업 직접 점검”… 신구 정권 갈등 불씨 되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사업 타당성과 환경영향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고 있는 4대강 사업을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에 대한 점검 및 평가 결과에 따라 신구 정권 간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현재 경제2분과 간사는 9일 기자들과 만나 “(4대강 문제는) 국토해양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점검해 보겠다”고 말했다. 인수위 관계자도 “인수위에서 짧은 기간에 디테일하게 점검할 수 없기 때문에 정권 출범 이후 과제로 넘길 수 있다”면서 “그렇게 하면 새 정부가 이렇다저렇다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4대강 사업을 검증할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12월 16일 대선후보 3차 TV토론에서 박 당선인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를 알고 있다”면서 “위원회 등을 구성해 잘못된 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4대강 감사 결과 최종 확정 작업을 남겨둔 감사원과 주무부처인 환경부, 국토해양부 등의 업무보고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의견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당 부처에서는 인수위 보고서에 사업의 문제점과 검토 계획 등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국토해양부는 13일 인수위 보고를 앞두고 4대강 사업에 대해 일단 사업 목적의 타당성과 수질·수량 예측상의 문제점 등 전반적인 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인수위가 요청하면 별도 세부 보고도 할 계획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부터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에 대해 14일 인수위에 보고한다. 감사원은 2010~2011년 벌인 1차 감사에서 공사비 5119억원이 낭비될 우려가 있다는 결론만 내렸다. 하지만 이후 2차 감사에서는 수질 등에 종합적인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 결과는 이달 중 인수위 보고와는 별도로 공식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에 그 내용에 따라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17일로 예정된 업무보고에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질 악화 문제에 대한 점검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인수위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 내용에 대한 별도 업무보고 주문은 없었지만 자체적으로 이와 관련된 내용을 그대로 보고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은 4년간 약 22조원을 쏟아부은, 이명박 정부 최대 규모의 토목 사업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업 계획을 세울 때부터 현재까지 4대강 사업 관련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4대강 관련 담합사건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건설사 과징금 부과 의혹, 건설사의 4대강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이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이와 관련, 민주통합당 4대강 사업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이미경 의원)는 이날 4대강 사업의 진실규명과 4대강 복원을 위해 박 당선인과 새 정부가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훼손된 4대강의 생태환경을 복원·재자연화하기 위한 ‘4대강 복원본부 구성’ 등 대책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황수정 기자 sjh@seoul.co.kr
  • [중국통신] 中 9세 소녀가 제작한 ‘난 알아요’ 뮤비 화제

    [중국통신] 中 9세 소녀가 제작한 ‘난 알아요’ 뮤비 화제

    9세 소녀가 자비를 들여 제작한 뮤직비디오가 퍼지면서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고 신화왕(新華網) 등이 9일 보도했다. 자체제작 비용 100만위안(한화 약 1700만원)을 들인 뮤직비디오의 노래 ‘난 알아요’(我知道)는 부모의 맞벌이로 집에 홀로 남겨진 어린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은색 바탕, 홀로 남겨진 어린이의 사진을 배경으로 해당 소녀가 직접 출연해 ‘…눈을 감으면 친근한 미소가 떠올라 눈물을 흘려요.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요. 당신이 어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요’라며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대신해 맑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난 알아요’의 뮤직비디오가 인터넷에 올라온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2만 7000건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면서 누리꾼의 관심은 자연스레 9세 소녀에게 쏠렸다. 소녀는 누리꾼 사이에서 ‘샤오위얼’(小魚兒)로 통한다. 신문은 샤오위얼을 안다는 누리꾼의 말을 인용해 “샤오위얼의 아버지가 현재 지방정부의 요직을 맡고 있다.”고 하면서도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샤오위얼은 평소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을 보며 느낀 점들을 일기에 적었다가 이를 엮어 노래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많은 누리꾼들은 “어린이지만 배울게 많다.”, “마음이 따뜻한 아이”라며 응원의 목소리를 냈고, 일부는 “간단한 뮤비에 100만위안은 지나친 듯”이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강원 폐광지역 관광개발 2657억 투입

    쇠락한 강원 폐광지역을 살릴 종합관광개발 사업이 올해부터 6년간 본격 추진된다. 강원도는 8일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태백·삼척·영월·정선 등 4개 시·군 폐광지역의 경기 활성화를 위해 ‘폐광지역 종합관광개발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미 올해 사업비로 10억원이 반영된 상태여서 올해부터 6년간 총 2657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계획을 수립한 강원발전연구원은 연계형 특화 관광자원 개발,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 강화, 통합형 관광 플랫폼 구축 등 3대 분야 12개 세부사업을 폐광지역 종합관광개발계획으로 제시했다. 연계형 특화 관광자원 개발 사업은 생태산업유산 체험기반 조성(223억원), 항노화 치유관광 기반 조성(160억원), 아리랑철도 여행상품 개발(194억원), 감성 매력물을 활용한 상품 개발(202억원) 등 4개 사업이다.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사업은 축제·이벤트 콘텐츠 개발(202억원), E콘텐츠(199억원), 지역문화콘텐츠화(126억원), 신개념 민속박물관 조성(280억원)이 포함됐다. 통합형 관광플랫폼 구축사업으로는 박물관고을 활성화 프로젝트(88억원), 상징 조형물 조성(350억원), 통합관광지원센터 조성(378억원), 2018평창동계올림픽 배후도시 관광산업기반 구축(231억원) 등을 추진한다. 도는 종합관광개발계획 총사업비를 국비(관광개발진흥기금) 70%와 지방비 및 민간자본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도는 이 계획에 대한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완료되는 즉시 내년 사업비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최문순 도지사는 “폐광지역을 살리겠다고 추진한 오투리조트와 국민체험테마파크가 오히려 지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소규모 사업 위주로 사업을 알뜰하게 펼쳐 나가며 경제 활성화를 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거대 비단뱀 잠자는 2살 여아 칭칭 감고는…

    거대 비단뱀 잠자는 2살 여아 칭칭 감고는…

    거대한 비단뱀이 자고있는 아기를 칭칭 감아 먹이가 될 뻔한 아찔한 사건이 알려졌다. 지난 5일(현지시간) 새벽 3시 경 호주 리스모어의 한 가정집에서 갑자기 요란한 고양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에 주부 테스 거스리(22)가 곧바로 잠에서 깨어났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2m에 육박하는 큰 비단뱀이 2살 난 딸 아이의 팔을 칭칭감고 있었던 것. 엄마 거스리는 “처음에 내가 꿈을 꾸고 있는 줄 알았다.” 면서 “악몽이 현실임을 깨닫고 곧바로 뱀의 머리를 잡고 아이에게서 떼어 놓았다.”고 밝혔다.  아기는 뱀에게 손을 물렸으나 곧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다행히 독이 없어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거스리의 연락을 받고 이 비단뱀을 잡은 뱀 전문가 텍스 틸스는 “뱀이 아마도 아기를 칭칭감아 먹잇감으로 삼으려 했던 것 같다.” 면서 “엄마가 잘 대처해 끔찍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뱀은 5-10년 된 비단뱀으로 엄마가 죽이지 말라고 말해 몇 km 떨어진 숲속에 방생했다.”고 덧붙였다. 천신만고 끝에 아기의 목숨을 구한 엄마 거스리는 “고양이의 이상 행동 덕분에 아기의 목숨을 구했다.” 며 “비록 뱀이 아이를 해치려 했지만 불쌍해 살려줬다.” 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 “머리 비우면 똑똑해지고, 생각 버리면 채워져”

    현대인들은 아웃 사이더가 되길 원치 않으며 늘상 비웃음과 창피함, 평가·평판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산다. 그 ‘소외의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소통과 정보에 집착한다. 스마트폰 이용자 중 60% 이상이 하루 평균 30회 이상 휴대전화를 들여다 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최소 6분에 한 번 꼴로 휴대전화를 접속하는 셈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휴대전화 과다 접속에 수반되는 뇌의 자극을 우려한다. ‘멍 때려라’(신동원 지음, 센추리원 펴냄)는 인간관계의 원초적 요건인 접촉보다 접속에 의존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뇌의 휴식’을 상기시킨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기기가 쏟아내는 정보 탓에 1분 1초를 제대로 쉬지 못하는 뇌를 위해, 책 제목 그대로 ‘멍 때리는’ 시간을 만들어 즐기라고 권한다.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저자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원칙은 ‘머리는 비울수록 똑똑해지고, 생각은 버릴수록 채워진다’는 것이다. 그 ‘머리 비우기’의 이론은 명쾌하다. 인간의 뇌는 휴식을 취할 때 내측 측두엽과 내측 전두엽, 후측 대상 피질 등 이른바 DMN으로 불리는 부위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뇌가 휴식을 통해 정보와 경험을 정리하고 기억을 축적하는 숙고의 시간을 갖고, 이때 불필요한 정보를 과감하게 삭제해 새 생각을 채울 여백을 만든다는 것이다. 뇌가 주입된 정보를 제대로 인식하고 처리하기도 전에 쉼 없이 들어오는 정보가 바로 사람의 판단과 선택을 흐리게 하고 정신적 에너지의 고갈을 불러온다는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컴퓨터가 과부하에 걸리면 다운되듯, 끊임없이 오감을 자극하는 단순한 정보야말로 뇌를 바보로 만들어가는 원인이다. 그래서 그 반대로 뇌가 휴식하는 ‘멍 때리는’ 시간에 중대한 발견과 전환의 역사를 이룬 사례들이 설득력 있게 소개된다. 사과나무 아래 멍하니 있다가 만유인력의 실마리를 알아챈 뉴턴, 목욕탕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던 중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 산책과 대화를 통해 머리 비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독일 철학자 칸트며 프랑스 천재 시인 랭보, 음악가 베토벤…. 그러면 그 ‘멍 때리는’ 머리 비움의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가 제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생각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다. 머리가 무겁거나 멍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단 1, 2분이라도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한다. 지하철을 타거나 거리를 걸을 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지 않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 디지털 기기를 멀리해 뇌에 대한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찌 보면 불교의 ‘무념무상’과도 맥이 닿아 있는 듯한 저자의 주장은 단순한 뇌 휴식을 넘어 사람에 대한 관심과 접촉의 확대로 뻗쳐 흥미롭다. 저자는 결국 이렇게 말한다. “매혹적인 생각, 치명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인생을 바꾼 만남은 언제나 모니터 밖의 세상에서 창조됐으니 지금 당장 당신에게 멍 때림을 허락하라.” 1만 4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국회, 김윤옥 여사 ‘한식 세계화’ 감사 요구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적극적으로 추진해 ‘영부인 프로젝트’로 알려진 한식 세계화 사업이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한식 세계화 사업에 대한 감사 요구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해 통과시킨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감사 대상에는 한식 세계화 사업을 주도한 농식품부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식재단,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등이 포함됐다. 국회 농식품위는 한식 세계화 사업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예산 769억원을 투입하고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한식재단이 2011년 뉴욕에 ‘플래그십 한식당’(한식 홍보를 위해 설치하는 상징적 매장)을 개설하려다 무산되자 관련 예산을 연구사업 등에 돌려 쓰는 등 자금 운용을 방만하게 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감사 요구안 의결을 주도한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한식 세계화는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사업 집행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사업 전반을 살펴봐 향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사를 실시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 요구안은 여야 합의를 거친 만큼 이달 중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임시국회에서 가결이 확실시된다. 감사원은 감사 요구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 감사를 마무리하고 국회에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제주 세계경관 전화 투표 해외 착신번호는 없었다”

    제주도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국민들이 참여해 투표한 국제전화가 갈수록 ‘미스터리’다. 전화 한 통에 180원, 문자 메시지는 150원을 내고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한 투표가 이뤄졌지만, 실제로 전화를 받은 국제전화 번호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투표 결과는 문자전송시스템을 통해 투표 집계에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4일 KT가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과 관련된 전화투표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을 위반했는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를 내버려 뒀다며 방통위에 주의 통보를 내렸다. KT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한 국제전화투표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단축번호(001-1588-7715)를 사용해 실제 착신번호로 이어지도록 했다. 2010년 12월 29일부터 2011년 3월 31일까지 1차 투표서비스 기간에는 영국 전화투표번호(001-44-20-3347-0901)로 음성투표가 연결됐다. 하지만 음성과 문자메시지를 함께 제공한 2011년 4월 1일~11월 11일 2차 투표 서비스 기간에는 투표집계 시스템이 위치한 일본에 실제 착신번호가 없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KT는 2011년 3월 투표집계시스템을 개발, 일본 도쿄에 이를 설치했다. 지난해 7월 9일부터 3일간 감사관 4명을 투입한 감사원은 KT가 이 과정에서 실제로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즉 KT가 제공한 단축번호(001-1588-7715)가 국내전화인지 국제전화인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KT가 사실상 국내전화에 국제전화 요금을 매겨 부당이득을 챙겼는지는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다. KT는 국내전화에 국제전화 요금을 매겼다고 폭로한 내부고발자를 해고했으며 감사를 청구한 시민단체도 ‘면죄부적 결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 측은 “KT가 국내전화에 국제전화 요금을 매겼는지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해 검찰 수사 이후 사법부가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수사 중인 사항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3일 TV 하이라이트]

    ■한국인의 밥상(KBS1 밤 7시 30분) 험하디험한 산길에 ‘인제 가면 언제 오나’라는 한 맺힌 가락이 전해오는 백두대간의 첩첩산중 강원 인제 용대리. 이곳에는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추위와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바람을 축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한편 용대리에서 처음으로 황태덕장을 연 최귀철씨는 올해 50년째 덕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의뢰인 K(KBS2 밤 8시 50분) 평소처럼 집으로 가려고 택시를 탄 한 여자. 그런데 택시기사가 다짜고짜 피해자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고 한다. 기사는 여자의 휴대전화를 숨긴 뒤 차문을 잠가버린다. 남자는 택시기사로 위장한 납치범이었던 것. 그렇게 여자를 협박하며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려는 남자. 이에 여자는 당황했지만 기지를 발휘한다. ■일일연속극 오자룡이 간다(MBC 밤 7시 15분) 공주는 자룡에게 첫사랑 마리와 재회했는지 묻는다. 그리고 자신이 자룡을 좋아하는 것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자룡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한편 신제품 아이템으로 떡볶이를 내세운 공주. 레시피와 시장 파악을 위해 자룡네 떡볶이 포장마차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밤 8시 50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직 한 스타일로 등산한다는 남자가 있다. 도대체 어떤 스타일로 등산하는지 궁금하던 찰나, 갑자기 신발을 벗고 맨발로 산에 올라가는 오늘의 주인공 윤영창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등산용 신발에 아이젠까지 착용한 등산객들보다도 빠르게 산에 오르며 제작진을 놀라게 하는데…. ■다문화 휴먼다큐 가족(EBS 밤 12시 5분) 5년 전 한국으로 시집 온 네팔인 라마 다와돌마. 지금은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함양에서 곶감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감 깎는 작업이 힘들어 혼자 우는 날도 많았던 그녀. 그럴 때마다 항상 옆에서 보듬어 주는 남편의 사랑은 힘이 되었고, 어느덧 동네에서 예쁨받는 며느리가 되었다. ■올리브(OBS 밤 11시 5분) ‘2013년 사상체질로 건강 계획 세우기’를 주제로 성대현과 더불어 올리브 식구들의 체질을 진단한다. 이에 한의학 박사 김수범 원장은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으로 나뉘는 체질의 각 특성에 따라 건강계획도 달리 세워야 한다고 권장한다. 한편 성대현은 신혼 초부터 지금까지 각방을 쓰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 [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새해 마그네슘 덕담

    [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새해 마그네슘 덕담

    상상의 동물 용의 해는 가고, 현실의 동물 뱀의 해 태양이 높이 솟았다. 뱀은 난생이고 둥글고 긴 선형이며, 발이 없고 허물을 벗는다. 다른 10간지 동물들과 생김은 다르나 생태적 덕목은 교훈적이고 상징적이다. 뱀은 많은 알을 낳는 다산(多産)으로 풍요와 번영을 상징한다. 발이 없는 선형이라 직선에서 곡선, 그리고 원으로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는 유연함에서 변화에 잘 대처한다는 교훈을 준다. 의신(醫神) 아스클레피우스의 지팡이를 감은 뱀은 허물벗기로 치유를 나타낸다. 탈피(脫皮)는 불사와 재생은 물론 혁신을 뜻한다. 세상이 어지럽고 혼탁했다는 거세개탁(擧世皆濁)의 지난해 허물을 벗고 올해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 땅은 넓고 인구는 적고, 규제는 많고 타당성은 수요 논리에 밀려온 강원도의 경제는 오랜 세월 위축의 길을 걸어왔다. 1980년대까지 전국의 4%대를 유지해 오던 경제는 2000년 2.9%, 2005년 2.7%, 2010년에는 2.5%로 떨어졌다. 에너지 수입으로 무연탄이 퇴출되고, 환경기준이 강화되면서 국산 시멘트 소비가 감소한 것이 주원인이었다. 1990년대 이래 지금까지 힘들고 어려운 산업 조정기를 겪어오고 있다. 최근 들어 신소재·바이오·의료기기·콘텐츠 등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를 집중 발굴하고, 소홀했던 제조업의 육성으로 눈을 돌리면서 광업과 관광업의 역할이 컸던 산업지형에 변화가 나타났다. 강원도 경제가 전향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강릉 옥계에서 포스코가 생산을 시작한 마그네슘은 동해안경제자유구역의 기반이 되고 산업의 체질을 바꾸며, 강원도의 성장과 도약에 전기를 열어 가고 있다. 마그네슘은 철과 합금되어 강판을 경량화하고 자동차 연비를 높이는 데 쓰이는 핵심 비철 소재로 전기차량과 정보기술(IT) 분야 등에 널리 쓰인다. 충전하는 데 오래 걸리고 부존량이 부족해 문제가 있는 리튬전지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게 바로 마그네슘 전지다. 가볍고 단단하며 고열에 견디는 소재인 지르코늄이나 티타늄을 생산하려면 마그네슘을 환원제로 써야 한다. 사진관에서 섬광을 만드는 데 쓰이다 퇴출된 것으로 알았던 마그네슘의 변신과 진화가 놀랍기 그지없다. 마그네슘의 원료인 마그네사이트는 세계 매장량의 50%가 북한의 함북 단천지역에 묻혀 있다. 중국은 세계 마그네슘의 87%를 생산하면서 사실상 독점 공급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강원도의 돌로마이트 원료를 이용하여 포스코가 생산하는 마그네슘은 전략 희소금속 확보의 안전판일 뿐만 아니라, 세계 마그네슘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일이다. 자국 내 마그네슘 생산이 없는 일본의 자동차업계가 동해안 자유경제구역으로 진출을 모색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남북 경제협력이 원활해져 북한의 마그네사이트가 옥계의 첨단 생산능력과 결합하면 시너지는 매우 커질 것이다. 이는 7000조원이 넘는 북한의 자원을 남북이 본격적으로 합작 개발하는 서곡이 되고, 동북아 산업지도의 강원도발(發)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원도는 2013년 성장률이 전국 평균 전망치 3.1%보다 2.1%p 높은 5.2%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2년 성장률은 전국 평균 2.3%보다 1.7%p 높은 4.0%를 달성한 것으로 추계됐다.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전국 평균을 앞지른 성장이다. 국내외가 유럽의 경제위기로 고전하는 가운데 달성된 이 성과는 유의미한 일이다. 2013년의 전망과 2012년의 성취는 소득 2배, 행복 2배, 하나된 강원도의 지향에 대한 청신호로 읽힌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연 10% 이상 7년 넘게 지속성장하며 지역 총생산을 2배 이상 달성했다. 뱀이 지닌 덕목처럼 유연하게 변화를 수용하고 성장을 위해 껍질을 벗는 혁신을 통하여 마그네슘의 섬광처럼 빛나게 웅비하는 강원도를 그려 본다. 날아라 강원도, 마그네슘과 함께!
  • 눈에 띄는 ‘고연봉’ 눈 감아주는 ‘책임’… 대통령 눈 딱감고 ‘보은’

    눈에 띄는 ‘고연봉’ 눈 감아주는 ‘책임’… 대통령 눈 딱감고 ‘보은’

    공공기관 감사에 유독 ‘낙하산’이 범람하는 이유는 권한은 막강하면서도 책임은 적게 지기 때문이다. 조직 내 ‘2인자’인 만큼 연봉도 높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이 부족해도 ‘나눠먹기’나 ‘보은’ 성격의 자리 배분이 곧잘 이뤄진다. 감사 본연의 기능인 견제와 감시 기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권 교체기 때마다 매번 지적되는 문제이지만 쉽사리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낙하산 근절’ 발언에도 회의적 반응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와 관가 등에 따르면 한국석유관리원,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 감사의 임기가 막 끝났거나 곧 끝나 낙하산 인사들이 대거 ‘막차’를 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유정권 한국감정원 감사 등 청와대 출신들이 현 정부 말년인 지난해 12월 자리를 옮겨 이 같은 걱정을 부추긴다. 공공기관 감사가 낙하산 자리로 ‘상종가’인 까닭은 기관장보다 업무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세간의 주목도 덜 받기 때문이다. 책임은 무겁지 않지만 권한은 강하다. 감사가 하는 일이 기관장을 견제하고 기관업무 전반을 감시하는 것이라 누구도 쉽게 간섭하지 못한다. 보수도 기관장 못지않게 높다. 최근 바뀐 9개 공공기관의 감사 연봉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1억 3491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한국감정원이 1억 2321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1억 2162만원), 국립공원관리공단(1억 1710만원), 대한지적공사(1억 850만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1억 98만원) 등 순으로 많았다. 낙하산 감사에 비판이 집중되는 것은 상당수가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현국 전 대통령실 정보분석비서관은 군 출신인데도 KOTRA 감사가 됐다. 박병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사는 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지구촌빈곤퇴치 시민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해 왔다. 사정이 이런데도 감사들에게는 책임을 묻기 어려워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상임감사의 경우 2008년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상임감사의 업무추진 실적이 추가됐고, 매년 직무수행자격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평가 결과는 상임감사의 성과급 지급과 인사 참고 자료로 활용될 뿐이다. 비상임감사는 평가에서 제외된다. ‘숨겨진 신의 보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공기업 낙하산 인사가 역대 정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법이나 제도가 미비해 낙하산 감사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청와대의 선택’이 선임을 좌우하기 때문에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 2007년 제정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사는 해당 공공기관이 공모를 거쳐 3배수를 추천하고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검토를 거쳐 2배수를 추천한다. 이후 재정부 장관이 임명하거나 장관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제도상 3차례의 절차를 거치게 돼 있지만 결국 선택은 대통령의 몫인 셈이다. 정치권이나 다른 부처 공무원 출신 감사가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외부 인사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내부의 굳어진 관행을 고치면 투명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도 겪고 있는 문제”라면서 “역량이 철저히 검증된 사람이면 문제가 없겠지만 검증 없이 보은 인사로 일단 자리에 앉힐 경우 국민 세금만 낭비하기 때문에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2013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하트/김보름

    [2013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하트/김보름

    “그럼 내일 감정 실기시험 잘 보세요.” 거실 벽 스크린 속에서 감정 과외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선생님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내 왼쪽 가슴에 달린 ‘하트’ 배지엔 초록색 불이 들어와 있다. ‘적정 감정 수준’ 차분하고 안정된 감정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20년에 나온 감정 조절기 ‘하트’는 이제 초등학생들에겐 제2의 심장이나 다름없다. 중학생이 되기 전에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내 하트는 계속 초록빛이다. 후훗, 나도 이제 감정 조절의 대가가 된 건가. 1학년 때부터 5년째 하트를 사용한 보람이 나타나는가 보다. 앗, 괜히 기분이 좋아 하트를 만지작대다 뒷면의 단추를 눌러 버렸다. 음성 녹음된 하트 사용 설명서가 흘러나온다. 하트는 가슴에서 나오는 감정의 파장을 실시간 감지해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 중 하나로 나타냅니다. 빨강은 가장 흥분된 감정, 보라색은 가장 침체된 감정입니다. 초록은 기준이 되는 색으로서 편안하고 쾌적한 기분을 나타냅니다. 화가 나거나 마음이 들뜨면 그 정도에 따라 노랑, 주황, 빨강 순으로 색깔이 올라갑니다. 반대로 기분이 가라앉으면 파랑, 남색, 보라색 순으로 내려갑니다. 가장 위험한 상태인 빨강 단계에 이르면 경보음과 함께…. 나는 다시 단추를 눌러 음성 설명을 껐다. 엄마가 거실로 나왔다. “은찬아, 내일 하트 정기 점검하는 날인 거 알지? 이번엔 꼭 점검 받아. 벌써 두 달이나 미뤘잖니.” “알았어요, 엄마.” 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정기 점검은 딱 질색이다. 가슴에 달린 하트에 푸른 광선을 쬐는 것인데, 아무리 정신 건강에 좋은 알파파가 나온대도 난 속이 메스껍다. “은찬이 너 대답만 하지 말고…. 하트가 개발된 시대에 사는 걸 복인 줄 알아. 엄마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하트 같은 건 상상도 못했어. 애들이 욱하는 성질을 못 참아서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 알아? 만날 학교 폭력이 일어나고, 전쟁 게임을 실제로 따라 하기도 하고, 심지어 초등학생들이 노인을 폭행하기도 했어. 정말 무서운 시절이었지. 하트가 나오고 나서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엄마의 잔소리는 언제나 하트 예찬으로 시작된다. 엄마는 얼마 전 하트사랑학부모위원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요즘 애들은 얼마나 침착하고 세련됐니? 그게 다 하트 덕이야. 마음이 차분한 아이들이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잖아. 이번에 전교 1등한 규빈이는 벌써 명상전문가 자격증도 땄다더라. 마음공부가 자기 계발의 기본이 된 이 시대엔, 감정 통제력이 성공의 밑바탕이라는 거 항상 명심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다. 엄마는 벽에 설치된 가훈 액정 화면을 눈으로 가리켰다. 거기엔 엄마가 존경하는 세계적인 리더, 수잔나 윌파워의 명언이 적혀 있다. 세상을 다스리려면 먼저 자신을 다스려라. 자신을 다스리려면 먼저 감정을 다스려라. 엄마는 자동명상소파에 앉아 스크린을 텔레비전 모드로 바꿨다. 뉴스가 나왔다. 허름한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경찰서에 들어가고 있었다. “오늘 오후 서울 ○○동에 사는 일흔두 살 한모씨가 소주를 마시고 시위를 하다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한씨는 인근 초등학교를 돌며 하트를 부수라고 고함을 질러….” “어머, 우리 동네잖아!” 엄마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세상에, 정말 정신없는 양반이네. 소주까지 마셨다니….” 알코올 도수가 1도 이상인 술은 금지돼 있다. 1도가 어느 정도인지 난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허가를 받아야 구할 수 있는 소주라는 술은 알코올이 20도나 된다고 한다. 엄마는 소주를 마시면 미치광이가 된다고 했다. “은찬아, 너 저 할아버지 보면 얼른 피해. 저런 사람은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야.” “네, 엄마.” 하지만 나는 그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 같지 않았다. 얼마 전에 길에서 만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어렸을 땐, 재미있는 놀이 기구가 많았어. 너희들은 그네, 시소, 미끄럼틀을 책에서만 봤지? 할아버지는 그런 것들을 다 타 봤단다. 가장 재미있는 건 퐁퐁이었어.” “퐁퐁이요? 그게 뭐예요?” “넓고 쿨렁쿨렁한 매트에 올라가 퐁퐁 뛰는 거야. 정식 이름은 트램펄린인데, 한때는 올림픽 경기 종목이기도 했지. 퐁퐁이 불법이 되기 전까지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퐁퐁을 태워 주는 일을 했단다.” “와, 그런 직업도 있었어요?” “그럼. 퐁퐁은 마법의 기구란다. 퐁퐁을 타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져 하늘로 날아오를 듯 행복해지지.” 할아버지는 퐁퐁을 타던 옛날 어린이들 얘기를 해 주었고,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나는 ‘사라진 놀이 기구들’이라는 책에서 그 기구를 본 적이 있다. 거기서 트램펄린은 위험한 놀이 기구로 소개되어 있었다.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이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할아버지 말을 듣고 보니 퐁퐁이 그렇게 나쁜 기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차, 뉴스를 보다 딴 생각에 빠졌구나.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내일 보는 감정 실기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나는 방에 들어가 매직북을 켜고 ‘감정의 스펙트럼’을 클릭했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단계로 배열된 감정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실기시험에선 ‘빨강’에 해당하는 감정들을 평가한다고 했다. 선생님이 어떤 상황을 이야기해 주면, 그때 일어나는 기분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연기해 보이는 것이다. 나는 빨강에 속하는 감정들을 읽어 보았다. “도취, 광란, 분개, 분노, 북받침, 극도의 흥분, 가슴이 터질 듯함….” 가슴이 터질 듯함? 이건 못 보던 거다. 이번에 업데이트된 감정인가 보다. 그런데 가슴이 터질 듯한 게 뭐지? 심장병이라도 일으키는 기분인가? 다음 날, 나는 가슴이 터질 듯한 감정이 어떤 건지 짝 미루에게 물어보았다. “나도 몰라서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그건 아주 많이 기쁘고 행복한 기분이래.” 미루가 말했다. 나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쁘고 행복한 기분이 왜 빨강이야? 빨강에 속한 건 위험한 감정들이잖아. 조절이 어려울 정도로.” “나도 그게 이상해서 엄마한테 다시 물어봤더니,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큰 기쁨은 좋지 않대. 그렇게 마음이 들뜨면 평소에 안 하던 행동도 하게 된다고.” “그렇구나. 기쁨도 나쁜 감정이 될 수 있구나….” 나는 조금 의아했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감정의 스펙트럼’을 열어 보았다. 다른 행복한 감정들은 초록이나 노란색에 들어 있었다. 만족감, 뿌듯함, 유쾌함, 즐거움, 쾌적함, 편안함, 흐뭇함…. 그런데 빨강에 속한, 가슴이 터질 듯한 기분은 얼마큼 큰 기쁨일까? 이것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강렬한 걸까? “야, 우리 감정 실기 연습해 보자.” 생각에 잠겨 있던 나를 미루가 툭 쳤다. “그래. 네가 먼저 상황을 말해.” “음, 오늘은 너의 결혼식 날이야. 네가 예복을 잘 차려입고 집을 나섰는데, 갑자기 위층에서 물 폭탄이 떨어졌어. 너는 쫄딱 젖어 버렸지. 그럼 기분이 어떨까?” “화가 욱 치밀겠지. 하지만 그 순간 하트가 찌릿찌릿 신호를 보내주니까,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뭐야, 이건 네가 어른이 됐을 때 얘기잖아. 넌 결혼할 때까지 하트 달고 다닐래?” “아차! 그렇지, 참.” 나는 멋쩍어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휘성이가 실실 웃으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얘들아, 나 어제 재밌는 일 있었다.” “무슨 일?” “내가 얼마 전에 최신형 하트로 바꿨잖아. 근데 그걸 달고 나서 어제 처음으로 빨간불이 들어왔거든.” “왜? 어쩌다가?” “우리 형이랑 해적판 만화영화를 보는데 너무 웃겨서 배를 쥐고 웃다가.” “어, 정말? 너무 웃어도 빨간불이 돼?” 나는 조금 놀랐다. 지금껏 웃다가 빨간불이 들어온 일이 내 기억엔 없다. “그것도 몰랐어? 넌 실컷 웃어 본 적도 없냐, 이 감정 샌님아!” 휘성이가 약을 올렸다. “하트는 감정의 파장만 읽어 내니까, 웃는 것도 심하면 빨간불이 되지. 그건 아마 ‘극도의 흥분’에 포함될걸.” 앞자리에 있던 솔비가 돌아앉으며 말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갑자기 머릿속이 뒤죽박죽된 기분이었다. 심하게 웃어도 빨간불이라니? 웃는 것도 잘못인가? “야야,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 휘성이가 말을 이었다. “하트가 빨갛게 삐삐거리는데, 내가 웃느라고 하트를 끄지도 못하고 한참 데굴데굴 굴렀더니….” “어떻게 됐어?” “병원에 가라고, 이 똑똑한 신형 하트가 정신과 전화번호를 불러주는 거야.” “하하하하.” 아이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하트들이 줄줄이 노랑, 주황으로 물들었다. 그런데 나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야, 강은찬! 넌 왜 그래? 재미없어?” 내 굳은 얼굴을 본 휘성이가 물었다. “아, 아냐. 재밌어.” 나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 하지만 하트를 속일 수는 없었다. 나는 파랗게 질린 내 왼쪽 가슴을 손으로 감싸고 복도로 나왔다. 하트를 점검 받을 때처럼 속이 메슥거렸다. 뭔가가 잘못된 것 같았다. 며칠 뒤였다. 수업이 끝나고 미루, 솔비, 휘성이와 함께 우주 체험관에 가는 길이었다. 저만치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퐁퐁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나는 얼른 인사를 드렸다. 할아버지 얼굴이 전보다 많이 수척해 있었다. “은찬아, 너 저 할아버지 알아?” “우리 엄마가 저 할아버지한테 가까이 가지 말랬는데….” 미루와 솔비가 속닥거리며 물러섰다. 휘성이도 놀란 눈치였다.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어서 가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다시 꾸벅 절하고 돌아섰다. 그런데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마음이 자꾸 할아버지 쪽으로 향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야윈 등이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 나는 몸을 홱 돌려 할아버지한테 뛰어갔다. 뒤에서 아이들이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오냐. 무슨 일이냐?” 할아버지가 푸근하게 웃으며 물었다. “할아버지, 아직도 퐁퐁 가지고 계세요?” “으응? 아, 아니….” 할아버지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퐁퐁 있는 거 맞죠? 저 퐁퐁 한 번만 태워 주세요.” 나는 할아버지 팔을 붙잡고 매달렸다. “할아버지, 제발요. 정말 꼭 타 보고 싶어요.” “흠….”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할아버지는 말없이 앞장서 걸어갔다. 할아버지의 왜소한 등이 장군처럼 당당해 보였다. 나는 할아버지를 뒤따랐다. 아이들도 멀찍이서 주춤주춤 따라왔다. 할아버지의 집은 낡은 주택이었다. 대문을 열고 뒷마당으로 들어갔다. 거기에 크고 둥근 퐁퐁이 있었다. 가슴이 콩콩거렸다. “얼마 전에 수리하고 용수철도 다 고쳤다. 허름해 보이지만 타 보면 괜찮을 게야.” 나는 신발을 벗고 조심스레 매트에 발을 디뎠다. 올라서자마자 몸이 저절로 출렁거렸다. 퐁퐁이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너희도 올라와!” 나는 아이들에게 손짓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던 미루, 솔비, 휘성이도 머뭇머뭇 퐁퐁에 올라왔다. 우리는 힘차게 발을 굴렸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방방 뛰기만 했다. 몸은 점점 더 높이 튀어 올랐다. “와우!” “와하!” 우리는 신이 나서 맘껏 소리쳤다. 말할 수 없이 커다란 기쁨이 온몸을 감쌌다. 하늘까지 날아오를 듯 짜릿한 기분이었다. “삐삐삐삐….” 빨갛게 흥분한 네 개의 하트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그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우리는 가슴에서 하트를 떼어 던져 버렸다. 검게 죽은 하트들이 땅바닥에 뒹굴었다. 맨가슴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가슴이 터질 듯했다. ■당선소감 세상에 따뜻한 빛 전하고 싶어 우리의 얼어붙은 마음을 치유하고 인간을 내면의 고향으로 안내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한낱 ‘동화’에 불과한 것만은 아니라고 믿는다. 마법과 환상이 자재로이 활개 치고 영혼이 굴레 없는 자유를 누리는 이상향은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린, 그러나 결코 쇠하거나 사라지지 않는 무엇이어서, 인간은 삶과 노동을 통해 자기 안의 낙토를 조금씩 넓혀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짧지 않은 시간을 홀로 방황하였다. 그리고 그 길에서 동화를 만났다. 동화는 어둠 속의 불빛이었다. 어둠은 크고 짙었지만 끝내 작은 빛을 이기지는 못하였다. 어둠은 빛에 의해 흐려졌고 빛은 어둠에 아랑곳없었다. 그렇게 우주의 밤하늘에 촛불 한 자루 세우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러나 처음에는 문학이 아니었다. 고민과 잡념을 내리 쓴 일기였다. 내부에서 들끓는 무언가를 꺼내 놓지 않을 수 없어 하릴없이 적어 온 일기들이 창작의 밑거름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동화를 습작하면서, 흔히 비현실적이라고 여기는 완전하고 이상적인 진리들이, 어떤 면에서는 눈에 보이는 현실보다 더 생생한 리얼리티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맑고 밝은 기운이 나 자신과 이 세계를 조용히 감싸고 있음을 느끼면서, 주변을 좀 더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비전이 담긴 아름다운 작품으로 세상에 따뜻한 빛을 전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더 많이 사랑하고 부딪치고 끌어안아야 할 것이다. 졸고를 너그러이 거두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서울신문사, 그리고 힘이 되어 주신 분들께 가슴 깊이 감사드린다. 부단한 정진으로 모든 분들의 후의에 보답하고 싶다. ●약력 ▲1981년 경기 부천 출생 ▲한양대 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심사평 시의성 띠고 상상력 출중해 요즘 같은 팍팍한 시기에 과연 좋은 동화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신춘문예에 응모한 수많은 동화작가 지망생은 물론이고, 당선작을 고르는 심사위원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232편의 응모작 모두가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들이다. 아직도 그렇게 많은 동화를 이 땅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가 썼다는 사실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공모이기에 몇 가지 기준을 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고의 회장’과 ‘춤추는 수건’은 둘 다 휴대전화와 수건이라는 사물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끌어간 공통점을 가진 수작이었다. 하지만 전자는 동화에 담기에는 부적절한 몇몇 표현 때문에 탈락했다. 후자는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기 힘들게 감동적이고 뛰어났다. 결정적으로 어린이들이 읽고 자신의 이야기로 느낄 수 있는 동일화의 덕목을 놓쳐 어른들의 동화가 되어버린 것이 치명적 결함이었다. 결국 우리는 다른 작품 ‘하트’를 골랐다. 후반부에 급박하게 대화 위주로 사건을 전개해 서술이나 묘사가 좀 부족하다는 흠은 있었다. 하지만 시의성을 잘 띠고 있으며, 동화적 상상력이 출중하고, 동일화의 덕목도 지켜냈다. 재치 있는 이야기 구사 능력에서 보여주는 대성할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며 축하해마지 않는다. 사족으로 ‘속담왕’ ‘엄마의 별’ ‘짜잔 정훈이’ ‘꿀벌이 되면’ ‘길잃은 아이’ ‘까마귀와 배시시’ ‘자귀나무 이야기’ 등도 아까운 작품들이었음을 밝히고 싶다. 더욱 분발하여 ‘낭중지추’(囊中之錐)의 미덕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 [2013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들/유인혁

    [2013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들/유인혁

    1 이야기의 끝, 혹은 끝없는 이야기 이집트의 영조(靈鳥) 피닉스는 수명이 다하면 헬리오폴리스에 있는 태양의 신전으로 날아가 스스로 불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피닉스는, 이윽고 새로운 생명을 얻어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이 영조는 불사조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보르헤스는 불 속에서 파괴되며 재생하는 이 영원한 순환을 묘사한 적이 있다. ‘원형의 폐허들’의 주인공은 ‘불의 신전’에서 한 소년을 만들었다. 그는 꿈속에서 소년의 폐동맥과 심장, 뼈대, 눈꺼풀, 셀 수 없이 많은 머리카락 등을 눈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생생하게 떠올렸다. 정교한 상상 속에서, 소년은 마침내 실체가 되어 현신했다. 그런데 이 창조자는 소년이 언젠가 자신이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챌 것이라 걱정했다. 불의 신전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비밀을 누설하는 것은 결국 불이 될 것이다. 환영은 불에 탈 리가 없으므로, 언젠가 소년은 불에 닿았을 때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고민으로 천일 하고도 하루 동안 노심초사하다가 불타는 신전으로 뛰어들었다. 이 기나긴 고민을 끝내줄 죽음을 기다리면서. 그러나 불타는 폐허 안에서, 그는 자신이 불에 타지 않음을, 그러니까 자신도 누군가의 환영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소년 또한 먼 훗날 환영을 만들 것이다. 이 과정은 영원히 반복 되리라…. 피닉스와 보르헤스의 환영은 모두 반복을 통해 영원을 성취한다. 그것은 끝없이 뻗어나가는 직선이 아니라, 영구히 되돌아오는 원환이다. 그러니까 끝이 무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시작이 펼쳐진다는 뜻이 아니다. 이 이야기의 진정한 메시지는 바로 반복이다. 끝에 도달했을 때, 모든 것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끝과 무한(無限). 최근 소설쓰기 자체를 주제로 삼은 일련의 메타픽션 속에서 발견되는 문제는 참으로 이렇다. 한유주는 “내가 쓰고 싶었던 문장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다. 나는 읽어본 적이 없는 문장들을 베끼고 또 베낀다”(한유주, ‘농담’,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30쪽)고 말한다. 이때 새로운 글쓰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제시된다. 대홍수가 인간의 문명을 송두리째 박살낸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의 세계에서, 창작의 가능성은 이 세상과 함께 종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한유주는 끈질기게 자신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 한유주는 자기 글쓰기의 한 조건으로 ‘이야기의 끝’을 상정하고 있다. 이미 “이야기는 오래전에 모두 매진되” (한유주, ‘죽음의 푸가’, “달로”, 문학과지성사, 2006, 48쪽)어서 그 어떤 처녀작도 새로 쓰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최제훈은 끝없는 이야기의 모델을 보여준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은 오히려 충만한 자유를 제공한다. ‘괴물을 위한 변명’에서 “프랑켄슈타인”을, ‘퀴르발 남작의 성’에서는 흡혈귀 전설을, ‘셜록 홈스의 숨겨진 사건’에서는 셜록 홈스의 이야기를 솜씨 있게 패러디했던 그는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 애거사 크리스티, 에도가와 란포, 오스카 와일드, 스티븐 킹, 로베르트 비네 등을 종횡무진 누빈다. 기성의 작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최제훈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한유주에게 제약이었던 것이 그에게는 기회요,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최제훈은 바로 이러한 조건 아래서 “완성되는 순간 사라지고, 사라지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영원한 이야기” (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82쪽)를 상상했다. 2 플롯 없는 소설들 왜 차라리 ‘소설의 끝’이 아니라 ‘이야기의 끝’인가.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에서 진실로 끝나버린 것은 바로 플롯이다. 바꿔 말해 시작과 끝을 유기적으로 형성하는 서사가 부재하고 있다. 한유주의 소설에서 내용이 짐작 가능한 이야기는 드물게 출현한다. 한유주의 소설은 대부분 그녀의 의식을 (불)투명하게 묘사하는 데 진력할 뿐이다. 무엇인가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그 진위는 참으로 모호하다. ‘흑백사진사’에서 ‘아이’는 유괴당한 지 일주일 만에 목이 졸려 살해됐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 소설의 화자는 납치된 지 나흘 째 되는 날 풀려났고 중학생이 되어 사건을 회상하고 있다. 이 의도적인 교란은 화자의 모든 진술을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때 이야기는 진술들의 나열일 뿐이지 통일되고 연속적인 흐름을 형성하지 못한다. 심지어 한유주의 소설에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단위로서의 사건(event)도 없다. 그녀의 소설에서는 사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한유주는 어떤 행위를 묘사하거나 진술한 다음, 곧바로 그것을 부정한다. 누군가 담배를 피웠는데 “연기는 나지” 않고 “재는 떨어지지”(한유주, ‘재의 수요일’, “얼음의 책”, 문학과지성사, 2009, 208쪽) 않는다는 식이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소설 속의 내용이 사실 허구(虛構)라는 점을 계속해서 인식시킨다. 이것은 부정문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테면 ‘허구0’에서 한유주 본인으로 짐작되는 화자는 현재진행형 시제의 문장을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 행동, 계획들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허구0’이라는 제목은 이 모든 진술들이, 그러니까 가장 투명하게 작가의 머릿속을 베껴낸 이 문장들이 모두 거짓이라고 암시한다. ‘불가능한 동화’ 역시 같은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부정문, 혹은 명명(命名)을 통해 이루어졌던 일들이 이제 소설의 형식 자체를 통해 실천된다.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우선 앞에서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소녀의 테러리즘을 다룬다. 이 소녀는 반 급우들의 일기에 “나도 죽여보고 싶다”, “바늘 끝은 뾰족하다”, “불은 뜨겁다” 따위의 문장들을 몰래 적어 넣었다. 선생님은 이 테러의 진의를 알 수 없다. 그는 아이들에게 성을 내지만, 이것이 왜 나쁜 행동인지는 좀처럼 설명할 수 없다. 이 교실에는 “없어진 것도, 사라진 것도 없”으므로. 그저 “의미도 불분명하고 출처도 없는 문장들이 있을 뿐”이므로(한유주, ‘불가능한 동화’, “문학과 사회” 2011년 겨울호, 165쪽) 이것은 타인의 문장에 가해진 목적이 불분명한 테러인 것이다. ‘불가능한 동화’는 이렇듯 모호한 폭력을 가한 소녀를 중심으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발아시킨다. 이름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소녀의 정체는 미스터리이다. 그녀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도 알 수 없다. 한편 소녀는 미아라는 급우가 자신의 범행을 알고 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소녀는 미아를 살해하고 도망친다. 이제 우리는 미스터리의 해결(소녀는 누구인가)과 서스펜스의 지속(소녀는 잡힐 것인가)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한유주는 어느 대학의 문예창작학과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을 조명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수업 도중 강의실 뒤편에서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크게 놀란다. 그 아이는 바로 ‘소녀’. 자기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아이는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처럼 자신의 창조주를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왜 자신을 끔찍한 모습으로 창조했는지 따져 묻는다. 이제 한유주는 앞선 이야기가 모두 허구였음을 고백하고, 허구란 대체 무엇인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한유주 소설의 시그니처와 같은 부정문은 형식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그녀는 말한 다음, 바로 부정한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제시한 다음 그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노라고 고백한다. 이것은 마치 만다라와 같은 작업이다. 형형색색의 모래를 뿌려 만들어지는 이 신성한 그림은, 완성과 동시에 물에 씻겨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유주가 가지고 있는 언어에 대한 회의 때문에 생겨났다. 그녀는 언어가 현실을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좀처럼 갖지 못한다. 이는 사전에 대한 불신 속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K에게’에서 사전은 “모두 다섯 권이었지만, 첫 번째 사전부터 마지막 사전까지 합친 두께가 손바닥 한 뼘을 넘지 않”는 “무성의한 생일 선물”에 불과하다. 그것은 “조야한 방식으로 선별된 하나의 작은 세계”를 펼쳐 놓고, “수수께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낼 뿐 아무런 해답도 내어놓지 않는”다. 그래서 한유주는 “백과사전이라는 이름은 틀린 것”이라고 진술한다(한유주, ‘K에게’, “얼음의 책”, 문학과 지성사, 2009, 72~73쪽). 사전이 결코 세계를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언어는 현실을 투명하게 재현할 수 없다. 플라톤이 말한 바와 같이 문학은 세계를 열등하게 모사한 것에 불과하므로, 우리는 문학에서 삶과 현실을 찾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한유주는 자신의 글이 “아무것에도 봉사하지 않을 것이”(한유주, ‘허구0’, “얼음의 책”, 문학과 지성사, 2009, 19쪽)라고 선언한다. 언어는 그런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어는, 소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한유주의 해답은 바로 메타픽션이다.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다. 언어는 결코 현실을 적절히 재현할 수 없으므로 차라리 언어 자체를 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유주에게 ‘이야기의 끝’이란 단순히 모든 이야기가 이미 쓰였다는 인식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야기가 현실을 재현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시대가 이미 오래전에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때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도대체 이야기를 쓸 수 있는지 의심하는 행위가 된다. 이러한 한유주 소설의 특징은 좀처럼 요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오이디푸스왕’을 오이디푸스에게 일어난 몇몇 사건들을 중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라이오스왕의 죽음, 이오카스테와의 결혼, 모호하면서도 분명한 신탁…. 하지만 한유주의 소설을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수고롭게 그러한 작업을 한다고 해도 그녀 소설의 특징은 하나도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요약할 수 없다는 것은, 최제훈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최제훈이 한유주처럼 사건을 부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최제훈의 소설에서 사건은 너무 많이 일어난다. 다만 그것들은 좀처럼 결말을 향해 회수되지 않는다. 최제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장편소설’로 소개되고 있지만, 실은 ‘여섯번째 꿈’, ‘복수의 공식’, ‘π’, ‘일곱 개의 고양이 눈’ 네 편의 소설이 느슨하게 연결된 연작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여섯번째 꿈’에 나오는 민규, 현숙, 세나, 연우, 영수, 태식 등의 인물들은 뒤의 세 작품 안에서 조금씩 설정과 역할을 달리하여 변주된다. 예를 들어 ‘여섯번째 꿈’의 연우와 ‘π’의 M은 동일인물로 보인다. 연우와 M은 모두 번역가인데, 자기가 번역을 맡은 소설에서 등장인물의 운명을 바꾼 일이 있다. 비중이 거의 없는 인물을 슬그머니 죽은 것으로 오역했던 것이다. 하지만 연우가 스페인어 번역가인 데 반하여 M은 일본어 소설을 번역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죽음을 맞는다. 연우가 눈이 오는 산장에 고립되어 수수께끼의 살인마에게 살해당했다면, M은 소설을 쓰다가 탈진해 쓰러졌다.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는 탐욕스러운 셰헤라자드에게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은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58쪽). 한 편의 장편소설에서 인물이 복수(複數)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사실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소설은 인간의 삶을 재현한 것이고 어떠한 인간도 두 번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죽음은 삶의 의미를 확정하는 사건이다. 발터 벤야민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는데, “소설에 나타나는 인물들의 삶의 의미는 오로지 그들의 죽음에 의해서만 비로소 해명될 수 있다.”(발터 벤야민, 반성완 편역, ‘얘기꾼과 소설가’,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민음사, 1983, 185쪽). 많은 소설들이 등장인물의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적과 흑”은 줄리앙 소렐의 죽음으로 끝나며, “레미제라블”은 장 발장의 죽음으로 끝나고, “보바리 부인”은 엠마 보바리의 죽음으로 끝난다. 그들의 죽음이 삶과 소설의 의미를 확정짓는 것이다. 하지만 최제훈의 소설에서 인물들은 여러 겹의 삶을 살아가고, 복수의 죽음을 맞이한다. 그것은 삶이 아니라 차라리 연극이다. 예컨대 햄릿의 죽음은 연출가의 각색에 따라 매번 달라지지 않는가. 이러한 최제훈 소설의 특징은 그가 중심적으로 사용하는 기법에 의해 촉발되었다. 바로 패스티시다. 한유주 소설이 부정문의 특징을 형식적 차원에까지 확장한 결과라면, 최제훈은 패스티시의 가능성을 극단까지 활용하여 “일곱개의 고양이 눈”을 쓴다. 예를 들어 ‘여섯번째 꿈’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쥐덫’,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을 인용하고 있다. ‘여섯번째 꿈’에서 민규, 현숙, 세나, 연우, 영수, 태식 등은 연쇄 살인범의 세계를 탐구하는 ‘실버 해머’라는 인터넷 동호회의 회원들이다. 이들은 어느 겨울 ‘악마’라는 별명을 가진 회장의 초대장을 받고 산장에 모였다. 그런데 정작 ‘악마’는 나타나지 않고, 회원들은 폭설로 고립된 산장에서 하나씩 하나씩 살해당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 안에 ‘악마’가 숨어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는 판사, 사업가,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열 명의 사람이 외딴섬에 모인다. 그들은 어느 사업가에게 초대 받았다. 그런데 ‘여섯번째 꿈’과 마찬가지로 초대장의 주인은 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의 노랫말에 맞추어 한 명씩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한편 ‘쥐덫’에서도 사람들은 밀실에 갇혀 있다. 이들은 ‘여섯번째 꿈’과 마찬가지로 폭설이 내리는 산장에 고립된 것이다.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에서 ‘붉은 방 클럽’은 ‘실버 해머’처럼 극단적이고 파격적인 취미에 빠진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때 ‘여섯번째 꿈’은 애거사 크리스티와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인용하고, 수정하는 가운데 쓰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여섯번째 꿈’은, 그리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인간의 삶이 아니라 다른 소설을 재현하는 글쓰기이다. 소설의 인물이 두 개의 죽음을 경험하는 이유는, 그들이 각각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제훈의 소설에는 이야기만 있을 뿐 그 이야기가 재현하는 인간의 삶이 없다. 그런 것은 도무지 중요하지가 않다. 이야기가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인물들이 선택되는 것이다. 이때 소설에서 인간적 삶의 내용은 사라지고 주인공은 그저 한 기능으로 퇴락한다. 그러니까 “돈키호테”에서 이 우스꽝스러운 기사는 다만 “무관한 일화와 에피소드의 모음으로 떨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것에 통일을 주기 위해”(프레드릭 제임슨, 윤지관 옮김, “언어의 감옥”, 까치, 1977, 61쪽) 고안되었다는 식이 된다. 소설은 한 인간의 삶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야기 재료들의 짜깁기가 되는 것이다. 3 전문가로서의 작가 그래서 패스티시의 소설은 반인간적이다. 소설 속의 인간에게 고유한 삶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패스티시는 소설 바깥의 인간에게서도 존엄성을 빼앗는다. 그러니까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에게서 창조주의 권위를 앗아간다. ‘π’에서 M은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직업은 소설가가 아니라 번역가이다. 즉, 그는 타인의 언어를 거쳐야 비로소 무엇인가를 쓸 수 있는 존재이다. 이는 M이 결코 글쓰기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다. M은 어느 날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밤마다 M에게 으스스한 이야기를 속삭인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M이 쓰고 있는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이 된다. 그러니까 그녀는 M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셰헤라자드이자, M의 영감의 원천이 되는 뮤즈이기도 하다. 그런데 셰헤라자드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소설이 되기 위해서, M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이는 맵시벌의 다큐멘터리에서 우의적인 방식으로 설명된다. 맵시벌은 거미의 몸에 알을 깐다. 세월이 흘러 다 자란 “유충은 쓸모없어진 거미의 몸을 뚫고 밖으로” 나간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 숙주의 목숨이 희생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M은 “맵시벌 다큐멘터리를 전에도 본 것 같았다”(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44쪽). 채널을 돌려도 화면에는 계속 맵시벌만 나타났다. 여기서 M은 사실 환상적인 방식으로 자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 그의 배역은 다름 아닌 거미인데, 이야기가 완성되자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은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M의 운명은 롤랑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이라고 지칭했던 현상에 대한 알레고리이다. 바르트가 주장한 바, 근대적 글쓰기는 “수많은 문화의 온상에서 온 인용들의 짜임”(롤랑 바르트, ‘저자의 죽음’,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1997, 32쪽)이다. 이때 작가는 작품의 유일하고도 온전한 ‘아버지’가 아니다. 그는 마치 신이 인간을 창조하듯이 소설을 쓰지 않는다. 그는 다만 다른 소설을 베끼는 필경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저자의 죽음은 단지 M의 운명을 통해 우의적으로 표현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문학론은 실제 ‘π’의, 그리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작법(作法)을 통해 실현된다. ‘π’는 그 자체로 “인용들의 짜임”이다. 우선 우리는 “천일야화‘의 이야기꾼인 셰헤라자드의 흔적을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일 표현주의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의 영향을 감지하게 된다. ‘π’의 액자 속 주인공 하루는 어느 터널에 49일이나 갇혀 있었고, 결국 미쳐버렸다. 그는 이제 정신병원에 있다. 그리고 정신병원의 의사, 간호사, 동료 환자들을 상상 속에서 변형시키며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로베르토 비네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 한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프란시스는 박람회에서 칼리가리 박사의 상자를 보게 된다. 그 상자에는 체사레라는 몽유병 환자가 누워 있다. 체사레는 프란시스의 약혼녀인 제인의 죽음을 예언하는데, 칼리가리 박사는 이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해 제인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이상의 이야기는 매우 기이하다. 비현실적이며 악몽을 닮아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정신병원에 수감된 프란시스가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칼리가리 박사는 정신병원의 원장이며, 체사레는 병원의 직원이다. 제인은 프란시스와 마찬가지로 정신병을 앓는 환자였다. 프란시스는 자신의 망상 속에서 이들 인물을 변주하여 이야기를 자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이러한 아이디어는 이미 대중문화 안에서 여러 번 변주된 바 있다. 최근에는 리들리 스콧의 ‘토탈 리콜’(1990)이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오픈 유어 아이즈’(1997),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마틴 스코세이지의 ‘셔터 아일랜드’(2010)에서 활용되었다. 요컨대 이미 널리 알려진 수법이라는 뜻이다. 그런 만큼 최제훈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지 않다는 것을 넌지시 인정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데 있어서 작가의 역할은 사실 보잘 것 없는 것이다. 작가는 이제 독창적인 트릭을 고안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의 트릭에 의존한다. 다만 그 트릭을 끊임없이 변주한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붉은 방’을…. 이때 최제훈은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창조자라 할 수는 없다. 그는 저자가 아니다. 자기 작품의 “유일하고 동일한 목소리”(롤랑 바르트, ‘저자의 죽음’,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1997, 28쪽)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타인의 언어와 아이디어를 활용하고 있으므로 자기 작품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돈키호테가 서로 다른 우스꽝스러운 사건에 통일을 부여하는 기능인 것처럼 그는 서로 다른 이야기의 묶음에 통일을 부여하는 기능이다. 이제 소설의 인물과 작가는 모두 하나의 기능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최제훈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마 창조는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의 피조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노동일까? 그는 문화산업의 많은 ‘크리에이터’(creator)들이 하고 있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불가사리’(1962)가 ‘고질라’(1956)를 참조하고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 ‘지상 최후의 사나이’(1964)를 차용하는 것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다만 진귀한 구경거리(spectacle)를 생산하고 있는 것인가? 반쯤은 옳다. 그는 창조하기보다 생산한다. 그것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부품을 조립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비유할만한 것이다. 아마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아버린 M의 모습은 초과노동에 시달리는 어느 현대 노동자의 비유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는 좀처럼 잠을 자지 못하지 않는가. 하지만 최제훈은 뒤샹이 예술가인 만큼은 예술가이다. 레디메이드를 활용하더라도 그것을 조합하는 방식은 자유에 맡겨진다. 아무리 풍부한 재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아무나 그것에 형식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뉴욕의 어느 배관공이 ‘샘’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정말이지 없다. 뒤샹 스스로 인정했듯이, “당신의 가능성은 나의 가능성과 같지 않은 것이다”(“Your chance is not the same as my chance.” (Calvin Tomkins, The Bride and the Bachelors: Five Masters of the Avant-Garde, Penguin, 1968, p.33)). 여기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전문가(specialist)로서의 작가이다. 무엇인가 짜깁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 재료를 많이 구비해 두어야 한다. 그러니까 이야기의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짜깁기의 예술은 풍성해질 수 있다. 이것은 규칙을 잘 알고 있는 사람만이 참가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최제훈은 자신의 생산물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노동자로 볼 수 없다. 자기가 조작하는 이야기의 관습을 썩 훌륭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유주는 이러한 점을 좀처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다. 한유주는 ‘저자의 죽음’을 자신에게 주어진 문학적 조건으로 뼈아프게 인식하고 있다. 이미 “문장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기 때문에 심지어 미리 “읽어본 적이 없는 문장”들을 적을 때도 그것은 베끼기에 지나지 않는다. 한유주는 “모든 사물들은, 혹은 모든 사물화 된 문장들은, 일종의 자연사 박물관에 귀속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인식에 따르면 도서관의 어느 서가에 진열된 책들은 모두 일종의 “전시된 죽음들”이며, “검은 플라스틱판에, 흰 글씨로 이름을” 새겨 넣은 명패가 달린 박제이다(한유주, ‘자연사 박물관’,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87쪽). 한유주는 이러한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녀가 누구를 참조하고 있는지, 도대체 누구를 ‘베끼고’ 있는지 알아채기 어렵다.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다. 예컨대 ‘허구0’이라는 제목은 “픽션들”이라고 하는 보르헤스의 단편집 표제를, 그리고 “얼음의 책”이라고 하는 표제는 ‘모래의 책’이라고 하는 보르헤스 단편의 제목을 떠올리게 만든다. 허구의 영점(零點)과 허구의 복수형은 분명한 대비를 형성한다. 거기에 만들어지자마자 모두 녹아 사라지는 얼음의 책과, 영원히 모래처럼 변화하며 두 번 다시 같은 페이지를 펼칠 수 없는 모래의 책은 모두 의미가 고정되지 않거나, 아예 사라지는 책을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추측에 지나지 않으며, 그녀는 주의 깊게도 단서를 남겨놓지 않았다. 이것은 한유주 스스로 어떤 작품을 베끼고 있다고 주장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유주는 ‘자연사 박물관’,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인력이거나, 척력이거나’ 세 편의 작품을 통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끼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상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것은 오히려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와 달라지려 하는 한유주의 부단한 노력이다.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는 연극에 대해 논문을 쓰려는 한 사내가 어느 광인을 만난다는 이야기이다. 이 광인은 자신이 22년 전에 살해한 여성의 옷과 구두를 몸에 걸치고 있다. 한유주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이 짤막한 이야기의 틈을 헤집고 억지로 자신의 언어를 밀어 넣는다. 한유주는 이 사내와 광인을 각각 트리스탄과 햄릿이라 명명하고, 그들의 조우에 복잡한 운명을 부여한다. 그런데 아마 한유주가 토마스 베른하르트라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면,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의 흔적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 두 소설의 공통점이란 시간을 물어보는 행위, 다리 위에서의 대화 등 몇몇 지점에서 눈치채기 어려운 방식으로만 나타난다. 아무리 주의 깊은 독자라도 이 정도의 단서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그림자를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흔적을 알아채는 것은 훨씬 어려워진다. 주인공 하령은 대재앙이 닥쳐 대륙의 절반이 물에 잠기고, 인구의 절반이 죽어버린 세계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 그녀는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껴서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를 쓰려 한다. 하지만 그녀가 베끼려고 하는 소설은 책장에 없거나, 아니면 물에 젖어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다. 무엇인가 베끼는 것이 도무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189쪽). 하령은 무엇인가 참조할 때마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결말과는 다른” 페이지들을 마주하게 된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203쪽). 그래서 하령의 베끼기는 계속해서 원작과 달라진다. 이것은 굉장히 수고로운 작업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이야기와 언어의 관습들을 익혀야 한다. 이미 모든 이야기들은 다른 사람에 의해 기록되었으므로, 잠깐의 방심은 ‘베끼기’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은 표절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모든 멜로디를 검토하는 작곡가나, 신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기존의 특허를 검토하는 기술자의 태도에 비견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한유주는 이러한 자신의 노력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한유주는 담담하게 토로하고 있는데, “언어는 진화하지 않고, 문학은 진보하지 않”는다. 그저 베끼는 와중에 조금씩 변화할 뿐이다. 그것은 진화의 개념이 사라진 돌연변이와 같다. 대재앙 이후의 세계에서 호랑이는 아가미를 발달시켰다. 물에 잠긴 세계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것이 “진화인가 퇴화인가” 말할 수 없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201쪽). 한유주의 소설 역시 ‘자연사 박물관’에 박제된 모습과는 다른 형태로 제시된다. 그녀의 ‘베끼기’가 박제를 변형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이 문학을 ‘진보’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노력이 다만 돌연변이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 그친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끝’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의 세계에서 새로운 글쓰기의 가능성은 인류와 함께 절멸했다. 이 ‘끝’에서 문학은, 그리고 글쓰기는 과거의 박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창조의 엿새는 오래전에 지나가 버렸으므로. 4 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이야기의 끝’이거나 ‘끝없는 이야기’이거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새로움’의 쇠퇴이다. 이제 작가는 매우 제한적인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만든다. 그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으며, 다만 기왕의 설계도를 다소 변형시키는 선에서 만족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한유주와 최제훈의 작품이 새롭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이 타자의 언어를 베끼고 있음을 드러내지만, 그들의 작품은 전에 없이 독특하다. 우리는 아무렇게나 펼친 페이지에서도 한유주의 문체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부정문을 사용하는 방식은 참으로 고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제훈은 기성의 관습들을 짜깁기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마치 괴물처럼 낯설다. 이것은 개인의 창조성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예술가들이 역설적인 방식으로 창조적이라는 아이러니와 무관하지 않다. 존 케이지는 문자 그대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4분33초’를 만들었으며, 앤디 워홀은 대중문화 속의 이미지를 조합해 자신의 작품을 만들었다. 여기서 예술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새로운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작업은 파천황의 것이며 예술의 경계를 도전적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움은 공허한 것이다. 마치 ‘4분33초’처럼 덧없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하지만 그 다음은? ‘4분33초’는 결코 녹음되거나 재연(再演)될 수 없다.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의미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앤디 워홀의 작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워홀의 유명한 병뚜껑, 혹은 메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바라보며 이것이 어째서 예술인지 질문하고, 대체 예술이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깥으로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다. 이 새로움은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걸지 않는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의 공허함을 다음과 같이 간파했다. “앤디 워홀의 ‘다이아몬드 가루 신발’은 반 고흐의 신발이 가진 직접성을 전적으로 결여한 채 우리에게 말을 건다. 정말이지 나는 그것이 우리에게 실제로 어떤 말도 걸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프레드릭 제임슨, 강내희 옮김, ‘포스트모더니즘 ― 후기자본주의 문화논리’, 정정호·강내희 편, “포스트모더니즘론”, 문화과학사, 1989, 150쪽)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분명 새롭다. 그들은 우리에게 소설이란 무엇인지, 소설쓰기란 무엇인지 질문한다.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소설은 “아무것에도 봉사하지 않”으며 어디에도 “사용되지 않”(한유주, ‘허구0’, “얼음의 책”, 문학과지성사, 2009, 19쪽)기 때문이다. 이때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모든 책무로부터 자유롭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용한 형식이 된다. 즉, 자족적인 동시에 자기폐쇄적인 형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유주와 최제훈 소설의 공간들이 감옥을 닮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자연사 박물관은 모든 생명들이 박제되어 진열된 공간이며,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에서 사람들은 온통 물에 잠겨버린 건물에서 고립되어 살아간다. ‘불가능한 동화’에서 선생님은 마치 취조실의 형사처럼 아이들을 겁주고 추궁한다. 최제훈을 살펴보면, M은 맵시벌의 둥지에 갇혔고, 하루는 동굴 속에 갇혔으며, 영수는 산장 안에 갇혔다.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 액자 속의 미미는 스토커에게 납치당해 갇혔고, 액자 바깥의 ‘나’는 망막박리에 걸려 눈이 먼 채 병실에 갇혔다. 모두가 갇혀 있다.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메타픽션이며, 이들은 모두 알레고리 속의 인물이다. 이들을 가두고 있는 감옥은 사실 상징적인 방식으로 글쓰기 자체를 가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이것은 바로 언어의 감옥이다. 한유주와 최제훈의 글쓰기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들이 단지 타인의 언어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마치 모든 발화가 랑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소설 역시 글쓰기의 관습이나 전통 바깥으로 벗어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타인을 흉내 내며 말을 배운다. 소설이 그러지 않으리란 법이 어디에 있는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은, 소설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폐쇄적인 형식이 된다는 뜻이다. 이때 언어는 자기를 가리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영원한 동어반복과 다름없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목적을 위해 말을 사용하는 것이며, 작가란 발언을 하는 사람(parleur)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요구하기 위해, 혹은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심지어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 글을 쓴다(장 폴 사르트르, 정명환 옮김,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민음사, 1998, 27쪽). 그러니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세계를 향해 말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소설의 책무가 다만 다른 소설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 되었을 때, 글쓰기는 베끼기가 된다. 이때 독서란 소설 안에 존재하는 다른 소설의 흔적을 찾는 놀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이라는 것을 그렇게 높이 평가할 수 없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수용 옮김, “파우스트” 1부, 책세상, 2006, 78쪽). 오직 언어로 이루어진 곳을 헤매는 것이 독서라면, 그것은 언어로 이루어진 테마파크를 유람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그렇다면 언어의 감옥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얼마나 지나야 그곳이 감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 그러니까 “폐쇄된 미로에 갇힌 사람은, 얼마나 헤매야 그 미로가 폐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될까?”(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179쪽). 그리고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파우스트는 평생에 걸쳐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게다가 신학까지 열성을 다하여 연구”한 끝에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탄식했다. 그가 마술의 세계에 몸을 맡기기로 결심했던 것은, 정통한 지식들이 세계에 대해 조금도 알려주지 않는 “부질없는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수용 옮김, “파우스트” 1부, 책세상, 2006, 31~33쪽). 그가 악마와 계약하여 처녀를 희롱하고, 신화 속의 전쟁에 뛰어들고, 바다를 메우는 개간사업을 시작했던 것은 ‘태초에 말이 있었다’는 세계관을 거부하고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고 선언한 후였다. 가장 열심히 말의 세계를 믿었던 자가, 행동의 세계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아마 파우스트와 같은 모험이 필요할 것이다. 파우스트가 자신의 서재를 벗어나 시공을 뒤집는 모험에 나섰던 것처럼, 한유주와 최제훈도 이야기의 끝, 혹은 끝없는 이야기라는 감옥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때 소설 역시 감옥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엄을 되찾을 것이다. ■당선소감 책은 끝없는 미로… 내 모든 단어 빚지고 있어 아직 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은데 덜컥 당선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더듬더듬 잘 모르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문득 어지럽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길은 앞이 명확했던 적이 없었다. 책을 한 권 읽으면, 세상은 그만큼 분명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두 권의 책을 숙제로 남겼다. 그러니까 이 길은 목적지가 분명한 대로가 아니라,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미로이다. 이 미로를 열심히 헤매고 싶다. 고마운 사람이 너무 많다. 사실 나는 그들이 전해준 것을 비로소 적었을 뿐이다. 나는 모든 단어들을 빚지고 있다. 그래서 당선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는 말은 단순히 수사가 아니다. 우선 나는 박광현 선생님에게 글쓰기의 모든 것을 배웠다. 내가 지키고 있는 규칙들은 전부 선생님에게 받은 것이다. 황종연 선생님은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주셨다. 한만수 선생님은 어떻게 학문이 정의로워질 수 있는지 알려주셨다. 그리고 김춘식 선생님께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배웠다. 더불어 오랫동안 함께 공부한 ‘책읽기의 즐거움’의 멤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허병식 선생님, 복도훈 선생님, 서희원 선생님, 조형래 선배, 김민선, 박진솔, 임세화, 전호성, 한정현, 홍덕구 등 모두들 내게 큰 도움을 주었다. 나는 이들에게 동의하거나, 혹은 반박하면서 비로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내 글을 가장 먼저, 그리고 아마도 가장 즐겁게 읽어준 경연에게 감사한다. 너에게는 늘 고마운 마음뿐이다. 고집 센 아들의 선택을 지금까지 지지해주신 부모님께는 가장 큰 감사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많이 부족한 글에서 가능성을 보아주신 두 심사위원 선생님께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싶다. ●약력 ▲1983년생 ▲ 2002년 동국대 국문과 입학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심사평 균형적 함의 도출 … 평론가로서의 앞날 기대 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모두 17편이었다. 심사위원 두 사람은 이들 작품을 통독하고 그 가운데 최종 논의 대상으로 4편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다시 이를 정독한 후 장시간의 논의를 거쳐 당선작을 확정하였다. 심사기준으로는 응모 평론이 기본적으로 작품의 가치를 잘 부각시키고 이를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가에 두었으며, 글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비평적 견식을 담보할 수 있는 문장력도 면밀히 살펴보았다. 대체로 올해의 평론 응모작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 성향에 있어서도 여전히 세부적 탐색과 분석에 치중하고 동시대 사회 속에서 해당 작품이 가진 의미를 구명하는 데는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평론이 단순하게 한 작품의 성과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배태하고 산출한 환경과 문학사적 친연성 등을 두루 고찰하고 있을 때 객관적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터이다. 마지막까지 논의의 대상이 된 4편의 평론 가운데 이은이의 ‘희미해져가는 인간다움에 대하여’는 유연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장이 뛰어났다. 하지만 보다 정치한 시각과 정론적 방식으로 대상 작품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정영의 ‘비린내, 혼종의 정체성에 저항하는 존재성’은 후각적 관점을 중심으로 작품을 규정하는 독창성이 참신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독창적 사유가 총괄적 해석력을 확보하는 데 미흡했고 비린내와 혼종성의 상관관계도, 좀 더 명료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만영의 ‘유령의 서사, 열림의 정치’는 시종일관 무난하고 균형성 있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분석 대상이 된 두 작품의 저변을 보다 치열하게 드러내고 그 상관성에 대해서도 입체적 조명이 있었으면 하는 후감이 있었다. 당선작이 된 ‘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는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이 가진 문학적 함의를 비교적 정확하고 균형성 있게 도출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에 있어서도 폭넓은 공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는 또한 평론가로서의 앞날에 대한 기대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낙선한 분들께는 따뜻한 위로와 함께 다음 기회의 분발을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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