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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용주의 진지한 믿음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황용주의 진지한 믿음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여기 문제적 인간이 있다. 족적만 살펴보자. 대구사범학교를 다니다 사회주의 서적을 읽고 독서회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퇴학당한 뒤 일본 와세다대학 재학 중 학병으로 중국에 끌려간다. 광복군의 일원으로 해방 조국에 돌아와 교육에 매진하다 부산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이 돼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김주열의 시신을 용기있게 보도해 4·19 혁명에 불을 당긴다.   대구사범 동기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시 만나 조국의 암울한 현실에 공분, 5·16 쿠데타와 이후 조국 근대화의 밑그림을 그린다. 미국의 반대 따위는 없을 것이라며 박정희를 부추긴다. 정수장학회를 만들고 방송사 사장에까지 오른다. 곧바로 주체세력의 암투에 휘말려 나락을 경험한다. 1964년에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남북한 상호 체제 인정” 등을 월간 ‘세대’에 실었다가 구속된다. 이후 40여년의 삶은 ‘함께 혁명했던’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추모에 오롯이 바쳐진다.  황용주(1918-2001년) 전 문화방송 사장. 그가 평생 남긴 40여권의 일기를 유족에게서 건네받은 안경환(65) 서울대 법대 교수가 여러 인사의 증언과 자료를 수집해 쓴 인물전기 ‘황용주: 그와 박정희의 시대’(까치 펴냄)를 냈다. 진보진영에 속하며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안 교수이기에 의외로 비칠 여지도 있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만난 안 교수와의 일문일답.    →책을 내겠다는 결심은 어떻게, 10년도 전에 일기를 입수했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산 지식인이 그렇게 무덤도 없이 간 것에 대해 아련한 마음이 있었죠. 우리 문화나 정체성이 4·19 이후에야 시작됐다고 보며 일제시대는 우리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게 대세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윗세대에 대해 우리가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고, 특히나 일제 말기 최고의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 학병 세대들을 전체적으로 엮어서 시대사를 써볼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러려니까 벅차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걸렸어요. 그런데 (황용주씨) 부인(이창희 여사·프랑스 거주) 나이가 90이 넘었으니 기왕 하는 거 10주기에 맞춰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제 평가를 배제하고 그 사람 목소리를, 그 분 입장에서 재현해봐야겠다 그렇게 된 거고요. 그래서 ‘인물전기’라고, ‘평(評)’ 자를 넣지 않은 것입니다. 개인의 기록들을 보니까 다행히 그 시대 분위기를 공부해야 하고, 특히 일본 관련 책들을 많이 봤죠.   일제 말기 사람들의 지적 역량이나 스케일, 능력이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세대보다 훨씬 높더라. 일본 제국의 지적 수준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정하기 싫어하거든요. 그러니 잘못됐다고 생각해버립니다. 후세대들은 내가 모르는 옛날 건 중요하지 않은 거고, 나쁜 거다, 은연 중에 생각하게 됐어요. 후속 세대는 더하더라고요. 심정적으로 동조하면서도 그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많았습니다. 운동가나 정치가는 그럴 수 있겠지만 지식인들이 정보나 지식을 선택적으로 취해 경박하게 판단하는 것을 보고 전 많이 불편했습니다. 요새 말로 좌든 우든 마찬가지입니다. 요새 사람들이 공부를 덜하는구나, 균형 감각이 덜하구나, 우리는 완전히 체화되기 전에 들어오면 말로 다 풀어버리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그렇듯 이 작업에만 매달린 건 아니고 다른 책도 준비하면서 조금씩 하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난해쯤 낼 수 있었는데 박정희 문제가 걸려 있기에 선거전에 이슈가 되는 건 원치 않아 이번에 내게 된 것입니다.  →황용주와의 첫 만남은?  -1987년에 처음 교수가 된 뒤 찾아 뵜습니다. 외국 생활을 하느라 비었던 공백을 채우고 싶은 욕망 같은 게 있을 것 아닙니까. 학생들이 왜 저런 구호를 내걸까 궁금증이 있었고 한국 사회에 대한 총체적 이해랄까, 그런 차원에서 이문열도 그때쯤 다시 만났고요.  당시 이미 황 선생은 형편이 어려워 제가 ‘문예춘추’ 몇개월치 모아서 드리기도 하고 프랑스 문학 얘기도 나누며 일년에 서너 번, 명절 뒤 인사도 드리고 바둑도 두고 했습니다.  →두 분이 (경남 밀양 출신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정치 얘기는 많이 나누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분이 학생 때도 문학을 공부했고, 부산일보 시절 영화제도 만들고 칼럼니스트로 일하면서 제가 공유한 취향을 한 세대 앞서 가지신 분입니다. 난 내 얘기하고, 응 그러냐 그런 거죠. 황용주 하면 떠오르는 게 박정희니까, 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식인으로나 교양인으로서의 제 이미지와 제가 만나본 많은 원로 가운데 가장 잘 맞는 분이었어요.   →역시 자료 수집하고 증언 채취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을 것 같다. 10년 동안 꾸준히 조금씩 하신 것이네요.  -사람들 만날 때마다 묻기도 하고 지나가는 말처럼 던지기도 했습니다. ‘세대’지 관련해서는 많이 증언을 들었습니다. 가능하면 증언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찾으려 노력했고 정 안될 때는 그냥 증언만 실었지만.  인권위원장 그만 둔 뒤인 2010년, 사모님(이창희 여사) 증언 받으러 프랑스를 며칠씩 두 차례 다녀왔죠. 딸(황용주는 프랑스를 동경해 이름을 ‘란서’라 지었다)에게는 단편적으로 한 게 아니라 너 써라, 무조건 써달라고 해서 대학노트 한 권을 받았습니다.  그 양반에게는 단순한 딸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이상의 표현이자 상징이었잖아요. 그런 딸이 문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데도 프랑스에서 이공계를 전공하도록 한 것도 조국 근대화에 기여하라는 뜻이었을 정도였다. 마지막 운명의 순간에 ‘정희야, 란서야’라고 외친 것도 상징성이 크다.  →10년을 매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 시대 사람들의 고민과 열정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는 거겠지요.  -네, 크게 보면 김윤식 교수가 해온 일과 비슷합니다. 제가 진보진영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황용주는 나쁜 인간으로 평가돼 있습니다. 정수장학회를 만들고. 그렇지만 그 사람의 입장을 들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지 않습니까. 만약 법률가로서 누구의 변호를 맡았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 사람의 다른 얘기를, 판사의 판단을 받기 위해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책을 쓰면서 100% 공감이 안 가서 힘든 구석은 없었는지.  -예를 들어 5.16은 어쨌든 헌법학자 입장에서는 쿠데타입니다. 헌법이 그렇게 정리가 되고. 그걸 혁명이란 이름으로 내세워서, 군인이 권력을 잡아 출세를 하겠다, 사심을 채우겠다고 달려든 사람도 있었겠지만, 황용주는 적어도 지식인으로서 가지고 있던, 한 국가를 전체적으로 개발하는 로드맵으로서 높게 생각하고 정당화시키는데 헌법학자로선, 쿠데타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쿠데타의 결과로서 산업화에 기여한 역사는 현 시점에서 인정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또 10월 유신(등에 눈 감거나 박정희가 죽은 뒤에) 추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전두환을 찬양하고 나아가 노태우까지 그러는 건 동의할 수 없었죠.  →다투거나 한 건 아니시죠.  -그러진 않았고요. (웃음) 일제시대의 훌륭한 군인들 얘기 많이 하잖습니까? 그 때 장군들의 스케일과 지적 역량, 신화같은 얘기들. 일정 부분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박정희의 유업을 이어가려면 군인이 더 집권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전혀 용납할 수 없죠. 서로 시대가 다른 사람 얘기하는 거니깐.  그 때마다 바둑이나 두고, 뭐 이렇게 하면서 넘어갔습니다. (웃음) 저도 대학생 때 1급이었는데 나이 차도 있으니까 제가 나을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안 그렇더라고요.  →프랑스를 동경해 딸 이름을 지을 정도로 일반적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확고했던 분이 한국적 민주주의를 얘기한 것은 극히 모순되는데.  -그건 이해가 가는 것이 한국이란 사회가 식민 지배 이후 아무것도 없었지 않습니까. 민족적 민주주의라는 말을 누가 먼저 썼는지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군대가 집권해서 공업화를 서두르고 남북한이 유엔 동시가입한 뒤 통일로 간다, 이런 로드맵을 만든 것은 완전히 황용주의 머릿속에서 나온 겁니다. 사회 변혁을 이끌 지식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룹은 군대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실 신생국가의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고, 그렇게 그 사람은 본 거지요. 4·19 다음에 대한 기대가 많았겠죠. 당당히 4·19의 연장이란 주장을 하게 되고 당시 그런 생각에 호응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지요.    황용주는 평생 ‘국민’이나 ‘시민’이라 하지 않고 ‘한반도 주민’이라 불리길 열망했다. 그렇게 평소에 증오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던 즈음에 그가 흥분했던 모습을 안 교수는 어제 일처럼 떠올렸다.    →책을 읽으면서 1947년 마크 게인(281쪽)과 1979년 황용주(459쪽)의 경고는 지금 정확히 들어맞는데요.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면.  -전 역사를 길게 보고 낙관하는 쪽이에요. 연초에 이문열씨와 한 케이블 채널에 출연해 대담하면서 느낀 건데 결국은 진보와 보수 모두 역사의 완결성을 믿지 않잖습니까. 우리 역사가 이만큼 성공했다고 보는 사람이에요. 지금까지 성공한 양상과 속도는 아닐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더 괜찮은 나라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게 무엇이냐?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옆으로 챙기고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전 박근혜 시대에 반감 같은 건 없어요. 개인적으로 박정희 체제에 당했느냐와 역사적으로 평가하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박정희 시대에 연좌제 피해를 받은 사람이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이니까 안된다’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습니까. 그건 정치적 연좌제인 거죠. 반대로 박근혜씨는 아버지의 영광만 누리려 하지 말고 ‘그늘’도 같이 받아라고 칼럼에 적었던 것이지요.  →이병주(1921~92년) 평전을 내겠다고 했는데 마음의 빚이라도 있나.  -앞에 학병시대를 얘기한 것처럼 그를 작가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평론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읽고 며칠 잠을 못 잘 정도로 큰 감명을 받았는데 지금 보면 문단에 그의 자리는 없다. 중학교 다닐 때 주필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는데 당시 국제신문 주필이 이병주였다. 부산일보 사설과 비교하며 읽고 친구들에게 떠들곤 한 기억이 있다.  대학 때 건방지게 문단에서 대들고 한적도 있는데 다 받아주고 했다. 그런데 5·16 이후 문단이 완전 진보 쪽으로 정리돼 경상도 출신 작가는 모두 전두환과 도매금이 됐다. 또 이병주씨는 문단이나 대학에서 패거리를 이루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우뚝 서 있던 거인이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다. 그를 정리하는 건 좌와 우가 함께 한다는 의미도 있다. 내가 가장 맞춤하다는 데 공감대가 맞춰져 있고 은근히 압력도 가해지곤 한다.    오는 8월 정년퇴임하는 그는 “아무 것도 안하는” 자유로운 삶을 꿈꾸느라 무척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걱정거리라면 그동안 읽은 책들을 처분하는 문제, 저자 서명이 담긴 수천 권의 책을 어떻게 처분하느냐 고민하고 있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인물전기 ‘황용주, 그와 박정희의 시대’ 펴낸 前국가인권위원장 안경환

    [저자와의 차 한잔] 인물전기 ‘황용주, 그와 박정희의 시대’ 펴낸 前국가인권위원장 안경환

    여기 문제적 인간이 있다. 족적만 살펴보자. 대구사범학교를 다니다 사회주의 서적을 읽고 독서회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퇴학당한 뒤 일본 와세다대학 재학 중 학병으로 중국에 끌려간다. 광복군의 일원으로 해방 조국에 돌아와 교육에 매진하다 부산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이 돼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김주열의 시신을 용기있게 보도해 4·19 혁명에 불을 당긴다.   대구사범 동기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시 만나 조국의 암울한 현실에 공분, 5·16 쿠데타와 이후 조국 근대화의 밑그림을 그린다. 미국의 반대 따위는 없을 것이라며 박정희를 부추긴다. 정수장학회를 만들고 방송사 사장에까지 오른다. 곧바로 주체세력의 암투에 휘말려 나락을 경험한다. 1964년에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남북한 상호 체제 인정” 등을 월간 ‘세대’에 실었다가 구속된다. 이후 40여년의 삶은 ‘함께 혁명했던’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추모에 오롯이 바쳐진다.  황용주(1918-2001년) 전 문화방송 사장. 그가 평생 남긴 40여권의 일기를 유족에게서 건네받은 안경환(65) 서울대 법대 교수가 여러 인사의 증언과 자료를 수집해 쓴 인물전기 ‘황용주: 그와 박정희의 시대’(까치 펴냄)를 냈다. 진보진영에 속하며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안 교수이기에 의외로 비칠 여지도 있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만난 안 교수와의 일문일답.    →책을 내겠다는 결심은 어떻게, 10년도 전에 일기를 입수했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산 지식인이 그렇게 무덤도 없이 간 것에 대해 아련한 마음이 있었죠. 우리 문화나 정체성이 4·19 이후에야 시작됐다고 보며 일제시대는 우리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게 대세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윗세대에 대해 우리가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고, 특히나 일제 말기 최고의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 학병 세대들을 전체적으로 엮어서 시대사를 써볼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러려니까 벅차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걸렸어요. 그런데 (황용주씨) 부인(이창희 여사·프랑스 거주) 나이가 90이 넘었으니 기왕 하는 거 10주기에 맞춰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제 평가를 배제하고 그 사람 목소리를, 그 분 입장에서 재현해봐야겠다 그렇게 된 거고요. 그래서 ‘인물전기’라고, ‘평(評)’ 자를 넣지 않은 것입니다. 개인의 기록들을 보니까 다행히 그 시대 분위기를 공부해야 하고, 특히 일본 관련 책들을 많이 봤죠.   일제 말기 사람들의 지적 역량이나 스케일, 능력이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세대보다 훨씬 높더라. 일본 제국의 지적 수준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정하기 싫어하거든요. 그러니 잘못됐다고 생각해버립니다. 후세대들은 내가 모르는 옛날 건 중요하지 않은 거고, 나쁜 거다, 은연 중에 생각하게 됐어요. 후속 세대는 더하더라고요. 심정적으로 동조하면서도 그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많았습니다. 운동가나 정치가는 그럴 수 있겠지만 지식인들이 정보나 지식을 선택적으로 취해 경박하게 판단하는 것을 보고 전 많이 불편했습니다. 요새 말로 좌든 우든 마찬가지입니다. 요새 사람들이 공부를 덜하는구나, 균형 감각이 덜하구나, 우리는 완전히 체화되기 전에 들어오면 말로 다 풀어버리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그렇듯 이 작업에만 매달린 건 아니고 다른 책도 준비하면서 조금씩 하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난해쯤 낼 수 있었는데 박정희 문제가 걸려 있기에 선거전에 이슈가 되는 건 원치 않아 이번에 내게 된 것입니다.  →황용주와의 첫 만남은?  -1987년에 처음 교수가 된 뒤 찾아 뵜습니다. 외국 생활을 하느라 비었던 공백을 채우고 싶은 욕망 같은 게 있을 것 아닙니까. 학생들이 왜 저런 구호를 내걸까 궁금증이 있었고 한국 사회에 대한 총체적 이해랄까, 그런 차원에서 이문열도 그때쯤 다시 만났고요.  당시 이미 황 선생은 형편이 어려워 제가 ‘문예춘추’ 몇개월치 모아서 드리기도 하고 프랑스 문학 얘기도 나누며 일년에 서너 번, 명절 뒤 인사도 드리고 바둑도 두고 했습니다.  →두 분이 (경남 밀양 출신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정치 얘기는 많이 나누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분이 학생 때도 문학을 공부했고, 부산일보 시절 영화제도 만들고 칼럼니스트로 일하면서 제가 공유한 취향을 한 세대 앞서 가지신 분입니다. 난 내 얘기하고, 응 그러냐 그런 거죠. 황용주 하면 떠오르는 게 박정희니까, 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식인으로나 교양인으로서의 제 이미지와 제가 만나본 많은 원로 가운데 가장 잘 맞는 분이었어요.   →역시 자료 수집하고 증언 채취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을 것 같다. 10년 동안 꾸준히 조금씩 하신 것이네요.  -사람들 만날 때마다 묻기도 하고 지나가는 말처럼 던지기도 했습니다. ‘세대’지 관련해서는 많이 증언을 들었습니다. 가능하면 증언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찾으려 노력했고 정 안될 때는 그냥 증언만 실었지만.  인권위원장 그만 둔 뒤인 2010년, 사모님(이창희 여사) 증언 받으러 프랑스를 며칠씩 두 차례 다녀왔죠. 딸(황용주는 프랑스를 동경해 이름을 ‘란서’라 지었다)에게는 단편적으로 한 게 아니라 너 써라, 무조건 써달라고 해서 대학노트 한 권을 받았습니다.  그 양반에게는 단순한 딸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이상의 표현이자 상징이었잖아요. 그런 딸이 문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데도 프랑스에서 이공계를 전공하도록 한 것도 조국 근대화에 기여하라는 뜻이었을 정도였다. 마지막 운명의 순간에 ‘정희야, 란서야’라고 외친 것도 상징성이 크다.  →10년을 매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 시대 사람들의 고민과 열정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는 거겠지요.  -네, 크게 보면 김윤식 교수가 해온 일과 비슷합니다. 제가 진보진영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황용주는 나쁜 인간으로 평가돼 있습니다. 정수장학회를 만들고. 그렇지만 그 사람의 입장을 들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지 않습니까. 만약 법률가로서 누구의 변호를 맡았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 사람의 다른 얘기를, 판사의 판단을 받기 위해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책을 쓰면서 100% 공감이 안 가서 힘든 구석은 없었는지.  -예를 들어 5.16은 어쨌든 헌법학자 입장에서는 쿠데타입니다. 헌법이 그렇게 정리가 되고. 그걸 혁명이란 이름으로 내세워서, 군인이 권력을 잡아 출세를 하겠다, 사심을 채우겠다고 달려든 사람도 있었겠지만, 황용주는 적어도 지식인으로서 가지고 있던, 한 국가를 전체적으로 개발하는 로드맵으로서 높게 생각하고 정당화시키는데 헌법학자로선, 쿠데타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쿠데타의 결과로서 산업화에 기여한 역사는 현 시점에서 인정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또 10월 유신(등에 눈 감거나 박정희가 죽은 뒤에) 추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전두환을 찬양하고 나아가 노태우까지 그러는 건 동의할 수 없었죠.  →다투거나 한 건 아니시죠.  -그러진 않았고요. (웃음) 일제시대의 훌륭한 군인들 얘기 많이 하잖습니까? 그 때 장군들의 스케일과 지적 역량, 신화같은 얘기들. 일정 부분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박정희의 유업을 이어가려면 군인이 더 집권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전혀 용납할 수 없죠. 서로 시대가 다른 사람 얘기하는 거니깐.  그 때마다 바둑이나 두고, 뭐 이렇게 하면서 넘어갔습니다. (웃음) 저도 대학생 때 1급이었는데 나이 차도 있으니까 제가 나을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안 그렇더라고요.  →프랑스를 동경해 딸 이름을 지을 정도로 일반적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확고했던 분이 한국적 민주주의를 얘기한 것은 극히 모순되는데.  -그건 이해가 가는 것이 한국이란 사회가 식민 지배 이후 아무것도 없었지 않습니까. 민족적 민주주의라는 말을 누가 먼저 썼는지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군대가 집권해서 공업화를 서두르고 남북한이 유엔 동시가입한 뒤 통일로 간다, 이런 로드맵을 만든 것은 완전히 황용주의 머릿속에서 나온 겁니다. 사회 변혁을 이끌 지식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룹은 군대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실 신생국가의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고, 그렇게 그 사람은 본 거지요. 4·19 다음에 대한 기대가 많았겠죠. 당당히 4·19의 연장이란 주장을 하게 되고 당시 그런 생각에 호응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지요.    황용주는 평생 ‘국민’이나 ‘시민’이라 하지 않고 ‘한반도 주민’이라 불리길 열망했다. 그렇게 평소에 증오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던 즈음에 그가 흥분했던 모습을 안 교수는 어제 일처럼 떠올렸다.    →책을 읽으면서 1947년 마크 게인(281쪽)과 1979년 황용주(459쪽)의 경고는 지금 정확히 들어맞는데요.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면.  -전 역사를 길게 보고 낙관하는 쪽이에요. 연초에 이문열씨와 한 케이블 채널에 출연해 대담하면서 느낀 건데 결국은 진보와 보수 모두 역사의 완결성을 믿지 않잖습니까. 우리 역사가 이만큼 성공했다고 보는 사람이에요. 지금까지 성공한 양상과 속도는 아닐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더 괜찮은 나라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게 무엇이냐?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옆으로 챙기고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전 박근혜 시대에 반감 같은 건 없어요. 개인적으로 박정희 체제에 당했느냐와 역사적으로 평가하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박정희 시대에 연좌제 피해를 받은 사람이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이니까 안된다’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습니까. 그건 정치적 연좌제인 거죠. 반대로 박근혜씨는 아버지의 영광만 누리려 하지 말고 ‘그늘’도 같이 받아라고 칼럼에 적었던 것이지요.  →이병주(1921~92년) 평전을 내겠다고 했는데 마음의 빚이라도 있나.  -앞에 학병시대를 얘기한 것처럼 그를 작가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평론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읽고 며칠 잠을 못 잘 정도로 큰 감명을 받았는데 지금 보면 문단에 그의 자리는 없다. 중학교 다닐 때 주필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는데 당시 국제신문 주필이 이병주였다. 부산일보 사설과 비교하며 읽고 친구들에게 떠들곤 한 기억이 있다.  대학 때 건방지게 문단에서 대들고 한적도 있는데 다 받아주고 했다. 그런데 5·16 이후 문단이 완전 진보 쪽으로 정리돼 경상도 출신 작가는 모두 전두환과 도매금이 됐다. 또 이병주씨는 문단이나 대학에서 패거리를 이루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우뚝 서 있던 거인이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다. 그를 정리하는 건 좌와 우가 함께 한다는 의미도 있다. 내가 가장 맞춤하다는 데 공감대가 맞춰져 있고 은근히 압력도 가해지곤 한다.    오는 8월 정년퇴임하는 그는 “아무 것도 안하는” 자유로운 삶을 꿈꾸느라 무척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걱정거리라면 그동안 읽은 책들을 처분하는 문제, 저자 서명이 담긴 수천 권의 책을 어떻게 처분하느냐 고민하고 있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감사원, 지자체 고질비리 집중 점검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및 건설 인허가 비리를 집중 점검한다. 감사원은 올해 하반기 주요 감사 대상으로 지자체의 고질적 비리로 꼽히는 교육과 인허가 분야를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각 지자체장과 지방 교육감이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각종 비리 발생 가능성이 더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감사원은 특히 교육감 인사 비리, 사학재단의 경영진 회계부정, 학교 공사·계약 비리 등의 부패 가능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건설 분야에서는 공공 공사 발주기관과 각 지자체가 대가를 제공받고 공사 수주를 돕거나 인허가 편의를 봐준 부정 사례가 있었는지를 주로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방교육과 건설 인허가에 감사의 초점을 맞춘 것은 평소 적발하기 어려운 구조적 비리가 상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감사원은 다음 달부터 교육, 토착, 세무, 건설, 경찰 등 ‘5대 민생비리 감찰’에 본격 돌입한다. 감사원 인력 100여명을 투입해 해당 기관과 지자체의 자체 감사 인력 100여명과 함께 이들 분야를 협력 감사한다는 방침이다. 감사원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고 비리 개연성이 높은 5대 취약분야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부패를 척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황수정 기자 sjh@seoul.co.kr
  • 정부, 日대사 초치 엄중 항의…中도 “日 미래 없을 것” 경고

    정부, 日대사 초치 엄중 항의…中도 “日 미래 없을 것” 경고

    정부는 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침략 역사를 부인하고 태평양전쟁 전범 위패가 안치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정당화하는 망언을 한 것과 관련해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엄중 항의했다. 한·일 간 갈등이 갈수록 확산되자 일본 정부는 “단편적인 발언이 아니라 전체적인 톤을 보고 우리의 역사인식을 평가해 달라”며 진화에 나섰다. 김규현 외교부 1차관은 오전 벳쇼 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일본 정부와 정계 인사들의 일그러진 역사 인식과 시대착오적인 언행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벳쇼 대사는 새 정부 출범 후 윤병세 외교장관을 예방하기도 전에 자국 총리의 망언으로 외교적 항의 수단인 초치부터 경험하는 굴욕을 맛봤다. 김 차관은 벳쇼 대사에게 ‘시대착오’, ‘극도의 안타까움’ 등의 표현을 쓰며 일본 정부의 몰상식한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일본 사회가 내부적으로 정직과 신뢰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안다”며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 역사에 대해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는 모습은 이해할 수 없고, 과거를 뒤로하고 밝은 미래를 함께 열어가고자 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극도의 안타까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벳쇼 대사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본국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외교부가 일본 대사를 초치한 것은 아베 총리의 도발적 발언과 일본 내 동향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중국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지도자들이 군국주의와 식민 통치를 자랑할 만한 역사와 전통으로 여긴다면 일본은 영원히 역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본과 아시아 이웃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의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회견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가 한국·중국과의 관계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에 큰 손해와 고통을 줬고, 모든 희생자에게 애도의 뜻을 표시한다는 입장은 이전 내각과 마찬가지”라며 “단편적 발언이 아닌 전체적인 톤을 보고 우리의 역사 인식을 판단하길 바란다”고 해명했다. 서울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주먹구구 가스 도입 무엇이 문제인가] 에너지 공기업보다 민간업체서 맡아야

    에너지 전문가들은 셰일가스 수입에 민간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천문학적인 자금을 자원개발 투자에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감사원의 자원개발 실태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등 공기업이 16조원을 투입해 국외 석유·가스 개발 사업을 추진했지만 생산된 자원의 국내 도입 실적은 전혀 없었다. 이처럼 철저한 준비와 점검, 계획 없이 국민의 혈세를 ‘에너지 안보’라는 허울을 쓰고 날려 버린 것이다. 정부도 올해 에너지 공기업들의 국내외 자원개발에 사용할 예산 중 2300억원을 삭감했다. 즉 에너지 공기업의 준비되지 않은 자원개발 투자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25일 “최근 몇년 동안 에너지 공기업의 자원개발이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철저한 감시와 점검으로 공기업의 자원개발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 계열의 대우인터내셔널과 현대상사 등이 셰일가스 수입에 적극적이다. 또 액화석유가스(LPG) 업체인 E1은 내년부터 미국 엔터프라이즈사와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LPG를 도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경쟁업체인 SK가스도 셰일가스 LPG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SK 등 일부 기업들은 단순한 도입을 넘어 광구 지분 참여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기업 관계자는 “민간 기업과 공기업이 컨소시엄으로 자원개발에 나서는 것이 시너지와 위험 분산 등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국내 공개된 갤럭시S4, 26일 세계 첫 시판

    국내 공개된 갤럭시S4, 26일 세계 첫 시판

    삼성전자가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4’를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판매량 목표치인 1억대를 넘겨 애플 아이폰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링 스마트폰’으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5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갤럭시S4 월드투어 2013 서울’ 행사를 열고 새 스마트폰 ‘갤럭시 S4’를 선보였다. 갤럭시S4는 올해 상반기 출시되는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제품답게 역대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사양을 갖췄다. 우선 세계 최초로 풀고화질(HD) 해상도(1920×1080화소)의 5인치 슈퍼아몰레드(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화면 밀도를 뜻하는 인치 당 화소 수는 441ppi로, ‘갤럭시S3’의 306ppi보다 40% 이상 많아졌다. 이로써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의 약점으로 지목되던 화질 문제를 크게 개선했다. 국내에 출시되는 갤럭시S4 모델에는 옥타코어(두뇌가 8개) 프로세서를 장착했다. 해외의 경우 미국 등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이 깔린 국가에는 퀄컴의 쿼드코어(4개) 칩을, 일부 유럽 국가들과 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 3세대(3G) 통신망 위주의 국가에서는 삼성의 옥타코어 칩을 장착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최고급 성능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해 하드웨어 사양을 높였다. 화면 크기와 배터리 용량이 이전보다 커졌지만 두께 7.9㎜, 무게 130g으로 갤럭시S3보다 가볍고 얇아져 휴대도 편해졌다. 최근 스마트폰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사용자경험(UX)도 강화했다. 동영상을 보다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재생을 잠시 멈추는 ‘스마트 포즈’와 스마트폰을 기울이는 각도에 따라 화면을 위아래로 움직여주는 ‘스마트 스크롤’ 등이 대표적이다. 감지기(sensor)를 활용한 건강관리 기능인 ‘S헬스’도 탑재해 식습관·운동 등 일상생활을 관리할 수 있게 했다. 갤럭시S4는 26일 한국을 시작으로 영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 중국, 러시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포함한 전 세계 10개국에서 첫선을 보인다. 갤럭시S4의 전 세계 목표 판매량 1억대는 지금까지 출시된 갤럭시S 시리즈의 전체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SK 역시… 농구 시상식 주요부문 싹쓸이

    ‘폭주 기관차’ 김선형(25·SK)이 프로 데뷔 2년 만에 코트의 ‘왕중왕’으로 우뚝 섰다. 김선형은 25일 서울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2012~13시즌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결과 96표 가운데 84표를 얻어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올 시즌 49경기에서 평균 12.1득점, 4.9어시스트로 팀의 정규리그 1위 등극에 일등공신이 됐다. 김선형은 그러나 챔피언 결정전 패배가 아쉬운 듯 “내년에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 정규리그보다 값진 통합 우승을 꼭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생애 한 번뿐인 신인선수상은 최부경(24·SK)에게 돌아갔다. 건국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1월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입단한 최부경은 올 시즌 54경기에 모두 나서 평균 8.5득점과 6.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감독상은 ‘초보 감독’으로 팀을 9위에서 1위로 끌어올린 문경은(42·SK) 감독이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문 감독은 정식 사령탑에 오른 첫해 정규리그 최다승(44승) 타이를 기록하며 만년 하위팀이던 SK를 강팀으로 변모시켰다.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모래알 조직’이란 비아냥을 들었던 팀의 체질을 완전히 바꿨다. SK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모비스에 4전 전패로 무릎을 꿇었지만 주요 부문 상을 모두 휩쓸었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정규리그 MVP와 신인선수상, 감독상을 한 팀이 휩쓴 건 2001∼02시즌 동양(현 오리온스)에 이어 SK가 두 번째다. 베스트 5에는 가드 부문에 김선형과 양동근(32·모비스), 포워드 자리에 애런 헤인즈(32·SK)와 문태영(35·모비스)이 각각 선정됐다. 센터 부문에서는 리온 윌리엄스(27·오리온스)와 로드 벤슨(29·모비스)이 공동 수상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사설] 국가 현안 초당적 의원외교 절실하다

    동북아가 복잡다기한 대립 구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의 막무가내식 도발 위협 앞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은 큰 틀의 공조 다짐에도 불구하고 저마다의 셈법 차이로 인해 효과적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일 관계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과거사 부정 등으로 인해 갈등 수위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엔저 공세까지 겹치면서 양국의 마찰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열도 분쟁까지 감안하면 남북한과 중국, 일본이 정치·경제적으로 중층적 대결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외교안보상의 이런 난제를 헤쳐 가려면 먼 장래까지 내다보는 고도의 전략과 이를 구현해 낼 다각도의 외교력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비단 정부뿐 아니라 여야 정치권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이다. 한데 지금 우리 내부 상황은 이런 당위와는 거리가 멀다. 그저 외교안보 당국의 몇몇 인사들만 바삐 움직일 뿐 정치권은 뒷짐만 진 채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있을 뿐이다. 어제 우리 정치권은 일본의 외교 도발에 맞서 국회 차원의 규탄 결의안을 추진하는 한편 일본 대사를 소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땅한 외침이지만, 그것뿐이다. 슬기로운 해법을 내놓지도, 스스로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나설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19대 국회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은 147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연맹 간사장인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어제 한 방송에 나와 “지난 1월 연맹 소속 의원들이 일본에 가서 우경화 행보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으나 이렇게 나오니 그저 답답하다”고 했는데 정말 답답한 것은 우리 국민이다. 연맹 회장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양국 의원 간 대화 채널을 가동할 뜻을 밝혔으나 뒤늦은 대응이 딱한 노릇이다. 대미 외교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미 양국 정부가 내년 3월 만료되는 원자력 협정을 2016년 3월까지 2년 연장하고, 3개월마다 정례 협상을 벌이기로 간신히 합의했으나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측면 지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미국에서 우리의 핵 재무장을 주장하는 바람에 한국의 핵 폐기물 재처리에 대한 미 정가의 경계심만 더욱 높이고 말았다. 시기적으로 부적합한 행보였던 까닭이다. 정치권은 실종된 동북아 의원외교의 복원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만 해도 미 정부뿐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 미 의회를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다. 일본의 우경화도 정부의 강경 대응만으론 풀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을 겨냥한 한·중 외교 역시 정치권이 측면 지원할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외교안보에 대한 초당적 협력은 그저 말 몇 마디, 서류 몇 장으로 갈음할 일이 아니다.
  • “브로커·비리 등 검은돈 제보 하루에도 수십 건”

    “브로커·비리 등 검은돈 제보 하루에도 수십 건”

    “벌써부터 검은돈에 대한 제보가 쏟아집니다. 탈세가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었다는 방증이죠” 박근혜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한 오호석 한국시민사회연합 공정거래감시본부 상임대표의 말이다. 감시본부는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유권자시민행동을 비롯해 150여개 직능·자영업자 단체, 종교계,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출범할 예정이다. 25일 ‘지하경제 양성화 자정 결의대회 및 시민 감시단 출정식’을 앞둔 가운데 오 대표는 24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시민들이 먼저 자성하고, 정부가 보지 못한 탈세의 내면까지 들여다보며 직접 현장을 감시해 국가 정책에 이바지하고 혈세 낭비를 막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출범하기 며칠 전부터 하루에도 최대 수십건의 제보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부산에 사는 한 남성은 개인택시 면허를 사고팔도록 다리를 놔주는 불법 브로커 때문에 피해를 입어 전화를 걸어왔다”며 “소개 수수료가 수백만~수천만원일 정도로 부르는 게 값인데 경제가 어려운 데다 정부에서 추가로 면허를 내주지 않자 이 같은 악질 브로커가 사기까지 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감시단은 다음 달부터 활동에 들어가 한 달간의 계도기간을 거칠 예정이며 6월부터는 탈세 현장을 적발하면 곧바로 관련 기관에 고발할 방침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친인척 인턴채용하고 정부보조금 15억 타내

    자신의 아들을 인턴으로 채용하고 정부 지원금을 타낸 사업주와 외국에 나가지 않고 해외 취업 지원금을 챙긴 연수생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1~12월 ‘청년·여성·장애인 고용정책 추진실태’를 감사한 결과, 청년취업 인턴 제도를 악용해 정부 지원금을 챙긴 사례가 드러났다고 24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광주고용센터는 2009년 9월~2010년 2월 A약품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B씨가 사업주의 아들인데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중소기업 청년취업 인턴제’에 따라 정부 지원금 908만원을 지급했다. 감사원은 “사업주와 직계존비속이거나 직전 3개월 이내에 정규직으로 근무한 경력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야 했는데도 B씨를 포함해 사업주와 직계비속인 인턴 102명 등에 대해 정부 지원금 15억 6753만원이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해외 취업 연수제도를 악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C씨 등 2명은 해외 취업 연수사업을 통해 모두 871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았지만 연수 기간에 출국한 사실이 없었다. 해외 취업 연수생 34명은 해외취업 연수 기간과 출입국 기록이 일치하지 않아 허위 신청을 통한 지원금 부당 지급이 의심됐다. 감사원은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에게 대학 평생교육원의 ‘일본 취업 전수학교 자기주도과정’ ‘호주 호텔리어 연수과정’ 등 5개의 연수과정에 대한 지원금 3500여만원을 환수하도록 통보했다. 또 근로기준법상 출산 전후 해고제한기간에 해고된 여성 근로자는 2009~2012년 269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경영상 필요’나 ‘회사 사정’ 때문에 해고됐고 2518명은 90일의 출산 전후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채 복직하거나 해고 등으로 퇴사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씨줄날줄] 감정노동& 집단지성/정기홍 논설위원

    2009년 개봉작 ‘핸드폰’은 서비스업 종사자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른 채 고객들을 대하는 고통을 그려내 주목받았다. 대형마트의 주임(박용우 역)은 웃음이란 마스크를 쓰고 언제나 손님을 살갑게 맞이한다. 어느 날 손님이 두고 간 꺼진 휴대전화를 찾아주려고 전원을 켜는 순간 “돌려줄 거면 전화를 받아야 할 거 아냐”라는 어처구니없는 목소리를 듣게 되고 그에 상응한 화풀이를 한다는 내용이다.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의 애환을 리얼하게 그려낸 영화다. 멀티소비의 시대, 어느 직종에서나 손님은 왕이고 종사자는 시녀처럼 행동해야 살아남는다.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는 1983년 자신의 저서 ‘통제된 마음’(The Managed Heart)에서 델타항공 여승무원들의 고통지수를 조사한 뒤 이를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이란 용어로 정의했다. 감정노동자는 배우가 연기를 하듯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항시 웃어야 한다. 1970년대 이후 서비스업의 번창으로 산업에서 행동과 말이 중요 변수로 등장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감정노동 직종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승무원과 은행원, 간호사, 식당 종업원, 텔레마케터, 마트 점원 등 매우 다양하다. 가사노동을 하는 주부의 ‘돌봄 노동’도 넓은 의미에서 감정노동에 속한다. 기업체 못지않은 지방 관청 창구의 친절도 ‘행정 권위’가 ‘공적 웃음’으로 옷을 갈아입은 감정노동의 또 다른 일면이다. 문제는 성희롱과 욕설을 견뎌내며 미소를 머금고 나긋나긋한 말과 몸짓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최근 사회복지사들의 잇단 자살은 이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감내해 왔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전국 콜센터 상담원 2명 중 1명이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의 증상을 보인다니 그야말로 억지 웃음을 짓다가 병을 얻은 꼴 아닌가. 며칠 전 대기업 임원이 항공사 여승무원을 폭행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기업은 당사자의 사표를 수리하는 등 뒷수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 황당한 사건 이후 네티즌들이 신상털기에 나서 파장을 더하고 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성의 힘이 기업의 사과를 받아내는 데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게 사실이다. 차제에 감정노동자의 방어권과 휴식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선진 외국에서는 감정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상처를 산업재해로 인정한다. 우리는 관련 법안이 국회에 몇 달째 계류돼 있다. 입법화를 서둘러야 한다. 인간의 감정까지 상품화하는 우리 사회의 천박함이 부끄럽기는 하지만.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대전외청 차장 ‘내부 승진’ 정착

    정부대전청사 각 기관의 차장에 젊은 내부 인사가 파격적으로 발탁되면서 후속 인사에서도 연공서열을 파괴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현재 대전청사 8개 기관 중 차장이 임명된 6곳 중 문화재청을 제외한 관세·조달·통계·산림·특허청 등 5개 기관 차장이 내부에서 승진했다. 중소기업청 등은 아직 차장이 임용되지 않았다. 내부 출신이 1급인 차장에 중용된 이유로는 외청장이 외부 수혈로 안살림을 챙기기에는 내부 인사가 적격이기 때문이다. 또 외청의 전문성이 강화되면서 상급기관 밀어내기 인사의 역할 무용론이 확인됐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5개 기관의 차장 인사에서 내부 승진 외에는 뚜렷한 규칙을 찾기 어렵다. 당초 대전청사에서는 행정고시 20기 후반 기수가 차장에 임명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전통적으로 보수적 인사를 고수하는 조달청은 행시 25회인 구자현(55) 차장, 산림청은 기시 18회인 김용하(53) 차장이 임용된 정도다. 반면 행시 31회인 이준석(48) 특허청 차장의 발탁은 상당한 파격으로 인식된다. 현 정부에서 청장으로 승진한 김영민(55) 특허청장은 행시 25회다. 행시 29기는 차장을 고사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고시 선배 기수들을 제치고 40대인 이 차장이 임명되면서 나이 많은 선배 기수들은 좌불안석이다. 대규모 인사 태풍이 예상된다. 행시 27회인 천홍욱(53) 관세청 차장 기용도 화제가 됐다. 당초 행시 25~26회가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천 차장이 낙점되면서 변화가 예고됐다. 지난 19일 단행된 고위공무원 인사에서 본청은 천 차장보다 고시 후배 국장들이 전면 배치됐고, 선임 국장들은 본부세관장으로 발령했다. 통계청과 문화재청은 각각 비고시, 상급 부서에서 임명됐다. ‘인력풀’이 부족해 내부 승진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 출신이 청장에 임명된 중소기업청 역시 차장은 내부 몫으로 간주되고 있다. 대전청사 관계자는 “일부 기관에선 차장이 지나치게 연소화된 감이 있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대한체육회 늑장 추천 탓에… 양학선 등 메달 연금 덜받아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체육 당국의 늑장 업무 탓에 런던올림픽 남자 체조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 선수 등이 연금 일부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체육회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체육진흥시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감사 결과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연금 지급 대상자 추천업무를 지연하는 바람에 그 기간만큼 월정금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 많았다. 체조 스타 양학선은 2011년 10월 기계체조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따고도 대한체육회가 9개월이 지나서야 연금 지급 대상자로 추천해 360만원의 연금을 받지 못했다. 유승민, 주세혁 등 국가대표 탁구선수 4명도 당국의 업무 소홀로 피해를 봤다. 감사원은 “대한체육회가 2006년 세계탁구단체선수권대회부터 2011년 세계탁구개인선수권대회 등 7개 대회의 수상 실적을 한꺼번에 모아 2011년 12월에야 이들을 연금 지급 대상자로 추천했다”면서 “그런 탓에 이들은 정상 절차로 추천됐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577만원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에게 미지급된 월정금을 소급 적용해 해당 선수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할 것을 통보했다. 황수정 기자 sjh@seoul.co.kr
  • [관가 포커스] “미혼 직원, 짝 찾아 드립니다”

    [관가 포커스] “미혼 직원, 짝 찾아 드립니다”

    “일에 대한 열정 때문에 배우자를 못 찾는 직원들 걱정하지 마세요. 원장이 직접 나서서 찾아주겠습니다.” 각종 연구와 데이터 분석 등 연장 근무가 많은 환경산업기술원의 윤승준 원장이 직원들을 위해 이색 이벤트를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혼 직원들이 바쁜 업무로 배우자감을 만날 시간이 없다는 소식에 지난달부터 ‘선남선녀 짝짓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4회 주선에 4곳의 공공기관 미혼 남녀 40여명이 맞선을 봤다. 맞선 이벤트는 윤 원장과 직원들 간 간담회에서 시작됐다. 간담회에서 직원들은 “야근이 많아서 데이트할 시간도 없고 교제 중인 친구와도 헤어졌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에 윤 원장이 “맞선 프로그램을 마련해서라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을 챙기겠다”고 화답한 것. 맞선에는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신한은행 등의 미혼 직원들이 릴레이로 참여했다. 지난주 말에는 보디가드를 연상케 하는 건장한 청와대 경호원들과 8쌍의 맞선이 이뤄져 큰 관심을 끌었다. 맞선에 참석했다는 한 여직원은 “회사에서 마련한 뜻밖의 이벤트를 통해 무료했던 직장생활에 활력소가 생겼다”면서 “유관기관 직원들과 친분도 생겨 앞으로 업무에도 큰 보탬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맞선 프로그램에는 기술원 소속 미혼 남녀 중 30% 이상이 신청을 한 상태다. 아직 기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맞선을 통해 결혼 발표를 한 커플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첫 결혼 발표를 하는 직원에게 포상금을 내걸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면서 “앞으로도 일하기 좋은 직장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직원들의 직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건강주치의, 심리상담 치료 등 복지 서비스도 실시 중이라고 덧붙였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사설] 무자격 관광 가이드 강한 처벌 마땅하다

    여행업계가 무자격 관광 가이드를 처벌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은 유유히 헤엄치는 강 복판의 큰 물고기를 보지 못하고 발밑의 송사리만 쫓는 단견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자격증 없는 관광통역 안내사, 즉 관광 가이드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행업계는 필답고사를 중심으로 합격자를 가리는 자격증의 유무로 처벌 대상을 정하는 것은 여행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여행산업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관광 가이드가 나라 이미지에 먹칠을 해 한국을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나라로 인식하게 하는 사례를 적잖이 보아 왔다. 그런 만큼 최소한의 기준에 맞는 관광 가이드에 한해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법 규정을 손질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관광 가이드의 자격증 의무화는 새로운 제도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1962년부터 관광통역 안내사 제도를 운용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규제 철폐 논의가 이어졌고, 결국 자격증 의무화 제도는 1999년 폐지됐다. 이후 4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3년 자격증 권고화 제도로 완화됐다. 이로 인한 가장 뚜렷한 변화는 내국인의 자격증 취득이 줄어드는 대신 외국인 관광 가이드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중국동포와 중국인 유학생이 관광 가이드로 대거 진출했다. 이 같은 사정은 영어권과 일본어 관광 가이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가이드가 관광산업과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관광산업은 이미지 산업이다. 우리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자격 없는 가이드에게 맡기는 것은 품질이 뛰어난 한국산 제품에 촌스러운 포장지를 씌우고 엉터리 사용 설명서를 첨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행업계는 자격증 의무화로 당장의 비용 부담을 걱정하는 듯하지만 장기적으론 관광 한국의 이미지를 높여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상생의 길임을 알아야 한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보리밭/진동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보리밭/진동규

    보리밭/진동규 겨울을 감 잡아내는 보리밭 얼었다 녹고 헐어 부풀어 오른 땅 지그시 밟아 부스럼 같은 것들 가만가만 땅바닥에 다독인다 땅 맛을, 땅 맛을 알아야 하지 발등을 덮어오는 황토 부풀었던 것들 보리밭에 보릿대로 나를 세운다 덧나지 말아야지, 잔등을 넘어 푸른 이내 마을로 내린다
  • 교육행정 운영실태 감사 결과

    사립학교 교원 채용시 금품수수나 시험문제 유출과 답안지 바꿔치기, 친·인척 부당 채용 등 교육행정의 비리 관행이 뿌리 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18일 공개한 ‘지방교육행정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교육청의 인사담당 직원 A씨는 2011년 배우자가 교육행정직 7급에서 6급으로 승진될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에 입력된 전년도 상반기 근무평가 점수를 2점 높게 조작했다. 경기교육청의 인사담당 직원 B씨는 2010년 승진후보자 순위가 8위여서 승진임용이 어려웠던 전산 7급을 1위로 끌어올려 승진될 수 있도록 전년도 근평점을 10점이나 올리고는 부교육감 도장까지 몰래 찍었다. 사립학교의 교원 채용 과정은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었다. 경기도교육청 관내 사회복지법인 모 학원의 이사장 C씨는 2009년 교장과 짜고 특수교사 자격증도 없는 자신의 딸과 예비사위, 청탁받은 장학관의 아들 등 8명을 합격자로 내정한 뒤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주고 답안지를 제출받아 이를 시험장에서 작성된 답안지와 바꿔치기 하는 수법을 썼다. 감사원은 “C이사장은 기간제 교사들이 채용비리를 신고할까봐 입막음용으로 지난해 지필고사 점수를 동점 처리한 뒤 면접점수를 높게 부여하는 방법으로 기간제 교사 12명을 모두 정규 교사로 채용했다”고 말했다. C이사장은 또 특수학교 교사를 채용하면서 뒷돈으로 4000만원을 받았다. 부산시교육청 관내 모 재단 소속 중학교에서도 미술교사를 뽑으면서 학교법인 설립자의 장녀이자 법인 상임이사를 합격자로 내정했다가 들통났다. 재단 설립자의 아들인 행정실장을 윤리교사로 뽑은 고등학교도 있었다. 감사원은 “부정 행위자에 대해서는 사후에라도 합격을 취소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는 처벌 규정이 없다”면서 “이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수정 기자 sjh@seoul.co.kr
  • [사설] ‘대학의 죽음’ 부르는 교수사회 도덕불감증

    지식인의 위기다. 지금 우리 사회의 지식인, 특히 대학교수들은 과연 학문 공동체, 지성 공동체의 일원으로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 거짓과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 도저한 비판정신을 찾아볼 수 없다면 진정한 지식인, 진짜 교수라고 하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위에는 무늬만 그럴듯한 ‘유사 교수’들이 넘쳐난다. 교수사회의 표절은 새삼 거론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그제 교수신문이 전국 4년제 대학 전임교수 6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교수 중 86%가 동료 교수의 표절행위를 조용히 처리하거나 묵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적 발언에는 그토록 비판의 날을 세우면서 자신이 속한 사회의 지적 절도행위에 대해서는 눈을 질끈 감고 있다니 야누스의 몰골과 다를 게 없다. 지난주에는 어느 대학 교수가 표절을 비판하는 글을 쓰면서 남의 글을 훔쳐 써 망신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이쯤 되면 표절불감을 넘어 표절망국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서울대가 연구윤리 규정을 대폭 강화키로 한 것이나, 고려대가 석·박사 논문 표절 검증 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은 대학 사회의 표절을 막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치라고 본다. 하지만 당사자 개인의 지적 각성이 전제되지 않는 한 표절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학문하는 것 자체가 좋아서 교수직을 택한 이들이라면 표절을 하라고 해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밀린 숙제하듯 마지못해 쓰는 ‘논문 아닌 논문’이 굴러다니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더욱 엄정한 표절기준을 마련하고 학위논문심사위원회 설치 등 제도적 개선책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교수사회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교수들 스스로 ‘무분별한 정치 참여’를 꼽은 이번 교수신문 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의 죽음’의 주된 원인이 지각머리 없는 폴리페서 행태임을 자인한 셈이니 부끄러워해야 마땅한 일 아닌가. 철밥통 같은 교수 자리를 베이스 캠프 삼아 끊임없이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정치교수들에 대한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 ‘폴리페서금지법’이 시급하다. 이 땅의 많은 교수들은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 팬택 ‘애플보다 나은 기술’ 베가 아이언 공개

    팬택 ‘애플보다 나은 기술’ 베가 아이언 공개

    팬택이 세계 최초로 ‘일체형 금속 옆면’ 디자인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내놨다. 팬택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사에서 5인치 스마트폰 ‘베가 아이언’을 공개했다. 베가 아이언은 앞면과 뒷면에는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했지만 옆면은 하나로 이어진 금속 재질을 채택했다. 제품 이름에 아이언(철)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이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 커버에 금속 재질을 쓰면 플라스틱에 비해 견고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자칫 무선 수신 감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의견에 따라 ‘아이폰4’ 옆면에 금속 재질을 썼다 수신율이 떨어져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팬택은 “금속 재질을 쓰면서도 수신 감도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고 안테나 성능을 향상시켰다”면서 자신감을 표시했다. 팬택은 이 제품이 5인치 스마트폰이지만 손에 쥐기 쉽도록 테두리(베젤) 두께를 2.4㎜로 줄여 제품 앞면에서 실제 화면이 차지하는 비율이 75.5%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강조했다. 촬영 환경을 자동으로 인지해 최적의 촬영 모드를 결정해 주는 ‘인텔리전트 카메라’ 기능과 제품 분실 시 데이터 유출을 막는 ‘V프로텍션’ 기능을 비롯해 음성·시선 인식 기능 등을 탑재했다. 팬택은 이 제품이 앞서 출시된 베가 레이서의 국내 판매량(180만대)을 넘어서 올해 초 LG에 뺏긴 스마트폰 국내 2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베가 아이언 출시...갤럭시S4 대항마

    베가 아이언 출시...갤럭시S4 대항마

    팬택이 갤럭시S4 대항마를 선보였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일체형 금속 옆면(Endless Metal) 디자인을 채택한 스마트폰 베가 아이언이다. 팬택은 18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인치 베가 아이언을 공개했다. 베가 아이언은 앞면과 뒷면은 플라스틱이지만 옆면은 금속으로 하나로 이어졌다. 제품명에 아이언(IRON)을 쓴 것도 이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금속 재질을 쓰면 플라스틱에 비해 견고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이동통신 수신 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관련 팬택은 “금속 재질을 쓰면서도 수신 감도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고 안테나 성능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제품 오른쪽 윗부분에는 양방향 발광다이오드(LED) ‘주얼리 라이팅’을 달아 전화·메시지·배터리 상태에 따라 다른 색으로 빛을 내도록 했다. 베가 아이언은 5인치이지만 손에 쥐기 쉽도록 테두리(bezel) 두께를 2.4㎜로 줄여 제품 앞면에서 실제 화면이 차지하는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75.5%이다. 환경을 자동으로 인지해 최적 촬영 모드를 결정해 주는 ‘인텔리전트 카메라’ 기능과 제품 분실 시 데이터 유출을 막는 ‘V프로텍션’ 기능을 비롯해 음성인식 기능, 시선인식 기능 등을 탑재했다. 흰색과 검은색 두 가지 모델로 나오며 출고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출시 시기는 이달 말과 5월 초를 놓고 이동통신사 등과 협의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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