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026-07-18
    검색기록 지우기
  • 청소
    2026-07-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8,240
  • [‘정권 해바라기’ 감사원] 이회창, 율곡사업 특감… 군부에 ‘칼날’

    세계 각국의 감사원과 감사원장은 독립적 지위와 권한을 갖고, 임기가 10년 이상이거나 종신인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국 감사원장의 임기는 4년이고,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 임기와 거의 맞물려 돌아간다. 때문에 ‘정치 감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1993년에 진행한 ‘율곡사업(전력증강사업) 특별감사’도 한 예가 된다. 당시 이회창 원장은 30여년간 성역으로 여겨졌던 군부에 칼날을 들이댔다. 율곡사업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 대통령이 직접 추진한 정책이어서 청와대까지 건드린 셈이 됐다. 감사원의 역량을 확장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배경을 두고는 독립성에 의문을 남긴다. 하나회 해체작업 등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집권 후 취한 ‘정치군인 소탕’의 연장선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감사 중단과 축소 압력도 많았다. 1995년 ‘효산그룹 콘도사업 특혜 감사’의 경우다. 당시 감사원은 효산그룹이 경기 남양주시에 콘도를 건립하려고 YS 정부 실세들과 결탁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공무원들의 금품 수수 혐의를 확인한 현준희(당시 감사원 주사)씨는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 상부는 감사를 중단시키고, 그를 인사이동시켰다. 이듬해 3월 또 다른 권력형 비리인 ‘장학로 사건’이 터지자 상관은 ‘관련 서류를 찢으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그는 공익제보를 했으나 감사원은 오히려 그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10년이 지나서야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해바라기 감사원’의 오명은 더욱 커졌다. 2008년 3월 감사원이 공기업 경영 실태 감사에 들어가자 ‘표적감사’ 논란이 일었다. 감사원은 “정례적인 공기업 감사”라고 강조했지만, 청와대가 노무현 정부 출신 공기업 기관장들에 대해 사퇴 압박을 시작하던 때라 ‘청와대 코드 감사’라는 말이 나왔다. 5월에는 KBS와 정연주 사장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하면서 MB의 국정철학을 홍보하기 위한 공영방송 길들이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정권 해바라기’ 감사원] “공직의 슈퍼甲… 군림·실적주의 없어져야”

    감사원 직원들의 고압적인 태도에 타 부처 공무원들의 불만이 크다. 감사원이 실적주의에 매몰돼 피감기관이 아무리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해도 자신들이 조사한 결과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전청사에서는 감사 결과가 지연되면서 명예퇴직을 하려던 한 고위 간부가 신청 시기를 넘겨 명예퇴직금을 포기한 채 사직한 경우도 있었다. 감사 결과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한 공무원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금융기관을 감사하는 금융감독원 직원들조차도 “감사원의 고압적인 태도는 참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지난해 저축은행 구조조정 사태와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를 받으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라가라 해서 일을 할 수가 없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전남 지역의 한 공무원은 “감사관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다 보면 이들이 제보를 받고 실적 때문에 감사를 진행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지역 사정이나 행사 추진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앙부처에서 감사 업무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감사원뿐만 아니라 감사직렬로 임용된 신임 공무원마저 공직사회의 갑(甲)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신임 공무원 교육을 하다 보면 다른 부처 선배 공무원이나 외부 강사의 수업시간에 유독 태도가 불량한 교육생들이 있는데 그들 대부분이 감사직렬이었다”고 떠올렸다. 감사원은 “피감기관에 대해 군림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국민에게 도움을 주고 배려하는 감사원이 되자”면서 감사 태도의 변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고 느끼고 있다. 부처종합
  • 정교한 아이언 샷…최경주, 감 잡았네

    정교한 아이언 샷…최경주, 감 잡았네

    ‘탱크’ 최경주(43·SK텔레콤)가 티샷, 아이언샷에서 뛰어난 조준 솜씨를 뽐내며 26개월 만의 투어 9승에 도전장을 냈다. 최경주는 12일 미국 일리노이주 실비스의 디어런TPC(파71·7257야드)에서 개막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존디어클래식 1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5개를 뽑아내 4언더파 67타를 쳤다. 공동선두(7언더파 64타) 잭 존슨(미국)과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에게 3타 뒤진 공동 13위.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통산 9번째 우승도 노려볼 수 있는 타수다. 최경주는 올 시즌 18개 대회에 출전해 ‘톱 10’에 든 것은 단 두 차례에 그치고 컷 탈락도 네 차례 당하는 등 부진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티샷의 페어웨이 안착률과 아이언샷의 그린 적중률이 걸출했다. 티샷 비거리는 평균 296.3야드로 156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121위에 그쳤지만 안착률은 92.86%로 6위에 올랐다. 그린 적중률은 더 높아 94.44%로 전체 2위. 다만, 아이언샷으로 버디 기회를 잡은 뒤 시도한 퍼트가 홀당 1.82개로 다소 많았던 게 아쉬웠다.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를 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을 노리는 한국의 ‘영건’들은 성적이 좋지 않았다. 투어 2년차 노승열(22·나이키골프)은 2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41위로 밀렸고 PGA 멤버 두 번째 신고식을 치른 김시우(18·CJ오쇼핑)는 3오버파 74타를 쳐 공동 134위로 부진했다. 최근 2개 대회 연속 ‘톱 10’ 성적을 낸 이동환(26·CJ오쇼핑)도 2오버파 73타로 공동 125위까지 밀려나 컷을 걱정하게 됐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수입금지 작물 재배농에 폐업지원금… 지원금 받은 농민 15%는 다시 경작

    감사원이 우리 정부가 칠레,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의 국내 지원대책을 감사한 결과 폐업지원금을 받고도 계속 경작하고, 수입 금지된 작물에 폐업지원금을 지원하는 등 산업 피해 보완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11일 “미국, 멕시코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EU, 캐나다 등 대다수 국가는 시장개방에 따른 피해 보상을 하지 않는다”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고 예산을 편성하지 말라”고 감사 대상이었던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주문했다. 감사원은 폐업지원금을 받으면 5년 안에 동일 품목을 경작할 수 없는데도 돈을 받은 농민 9792명 가운데 15%가 재경작을 했다고 밝혔다. 특별법은 폐업지원금을 받은 농민이 같은 작물을 다시 경작하면 지원금을 환수하게 돼 있지만, 농식품부가 폐업지원 품목의 재경작 금지 의무 위반으로 돈을 돌려받은 사례는 1건에 불과하다. 농식품부는 한·칠레 FTA와 관련해서만 복숭아, 시설 포도, 키위 등 3개 품목에 대해 2004~2008년 2377억원의 폐업지원금을 지급했다. 특히 사과, 배, 복숭아는 식물방역법상 수입금지 품목인데도 기재부는 FTA 영향 분석에서 이런 과일들이 직접 수입되는 것으로 가정해 국내 생산 감소액을 분석했다고 지적했다. 한·칠레 FTA로 수입 금지된 복숭아는 10년간 273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해 폐업지원금을 지원했는데, 아직도 칠레산 복숭아는 수입되지 않고 있다. 한·미 FTA로 인한 영향 분석에서는 미국산 민어가 거의 수입되지 않는데도 미국산 민어 수입 증가액보다 국내산 민어 생산액이 20배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택지개발에 수용돼 66억원의 보상금을 받고 이미 철거된 강원 원주시의 도축장은 또다시 국고보조금 3억 5000만원을 받는 등 도축장 구조조정 사업도 엉망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파주시의 한 도축장은 폐업 상태의 도축장을 인수해 국고보조금 6억원을 받고 바로 폐업했다. 감사원은 “투기 목적의 도축장 경영자에게 국고가 샜다”며 농식품부 장관에게 주의를 권고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사설] 강제징용 배상 적극적 외교대응 뒷받침돼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서울고법 민사 19부는 그제 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각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1995년 일본에서 처음 소송을 제기한 이후 18년, 한국 법원에 소송을 낸 지 8년 만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물은 역사적 판결을 내렸을 때도 지적했듯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판결을 넘어 어떻게 실질적인 배상 효과를 거두도록 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와 당사자인 신일철주금은 즉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재산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판박이 논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일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배상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내 법원 판결의 영향력이 기본적으로 국내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강제징용이라는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일본 스스로의 각성을 다시 한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은 과거의 죄악을 잊지 않겠다며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노역자 167만명에게 6조원이 넘는 보상금을 줬다. 영국은 제국주의 시절 자국 식민지였던 케냐에서의 과오를 인정하고 본격적인 배상 협상에 나섰다. 일본이 진정 아시아 최고의 문명국이라면 눈을 들어 이웃을 똑똑히 봐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 또한 어정쩡한 자세에서 벗어나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강제징용 피해보상은 단순한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문제에 대해 정부가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강제징용 또한 그에 못지않은 무게를 지닌 국가적 사안이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신고자는 전국적으로 22만여명에 이른다. 이번 판결로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조심스러운 점이 없지 않겠지만 보다 적극적인 외교적 대응이 긴요하다. 기약 없는 소송의 세월을 보낸 징용 피해자들은 “패소보다 무서운 게 사회의 무관심”이라고 증언한다. 정부도, 시민사회도 강제징용 과거사 해법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 [데스크 시각] 책, 불쏘시개 그리고 스마트폰/황수정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책, 불쏘시개 그리고 스마트폰/황수정 문화부장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문득 오래전 읽었던 책을 뒤적인다. 프랑스어권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벨기에 출신의 여성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희곡 ‘불쏘시개’다. 100쪽도 채 안 되는 짧은 작품이지만 기발한 설정이어서 기억에 생생한 책이다. 바깥세상은 피 튀기는 전쟁터, 금세라도 얼어죽을 만큼 혹독한 날씨.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의 집 서재에 교수와 조교 커플이 숨어 지낸다. 갇힌 그들에게 허락된 것은 거대한 서가의 책들뿐이다. 세 남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 생존 앞에서 책은 불쏘시개로 전락한다. 서재의 온도를 1도씩 높이는 가치와 사정없이 저울질당하면서다. 그렇게 점점 비어 가는 서가에 쓸쓸히 공명하는 절규, “문학이 우리 삶에 무엇을 해줄 수 있지요?” (종이)책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웅변한 희곡이다. 책갈피의 먼지를 털어내며 속으로 웃어본다. 이 해묵은 책들을 눈 질끈 감고 이젠 그만 내버릴까, 아니면 이삿짐에 욱여넣을까. 작가의 세계에서 책은 생존의 무게와 팽팽히 가치를 겨루건만, 한낱 이삿짐 덩치나 줄여 보겠다는 얄팍함이라니…. 책꽂이에 빼곡한 아동서들을 보면서 다시 생각은 이어진다. 버릴 요량이라도 해볼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건 그래도 흔감한 일이다, 저 어린이책(엄마표 필독서)들이 치워지고 나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훗날 취사(取捨)를 고민할 책들이 있기나 할까. 최근 여성가족부는 전국의 초등 4학년, 중 1학년, 고 1학년 학생 163만여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이용 습관을 전수조사했다. 결과는 새삼 놀라울 것도 없었다. 열에 두 명쯤(24만여명)이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에 들었다. 스마트폰을 잠시라도 손에서 떼어놓으면 금단현상을 겪는 부류다. 3개 학년의 조사치가 이 정도라면 초·중·고생 전체로 범위를 넓히자면 중독 위험군이 족히 100만명은 된다는 얘기다.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징후는 네 집 내 집 할 것 없다. 컴퓨터 게임을 하든 TV를 보든 이 땅의 아이들은 ‘재미나라 요지경’인 스마트폰을 쉼없이 주무른다. 모처럼 밥상머리에 같이 앉아서도 카톡 대화방을 들락거리느라 안절부절못한다. 가족대화 밥상머리 교육이란 애당초 글러 먹은 상황이다. 이 아이들이 책의 활자를 반길 리 만무한 노릇. 이쯤 되면 21세기 최악의 발명품은 스마트폰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지난해인가. 중학교 교실의 게시판에서 최악의 발명품이 빚어내는 통제불능의 궤적을 확인한 적 있다. 학습 프로그램과는 전혀 상관없는 스마트폰 사용 예절 가이드로 게시판이 꽉 찼다. 언어폭력과 떼카(카톡 왕따)의 괴물을 낳는 스마트폰의 위력에 백기투항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진 교실은 말할 수 없이 초라했다. 어느 통계를 빌리자면 스마트폰을 사용한 이후 사람들의 독서량은 48%나 줄었다. 스마트폰은 힘이 너무 세고, 종이책은 태풍 앞에 비칠댈 여유조차 없는 호롱불이다. 미련한 인류는 스스로 이룩한 진보의 무게에 짓눌려 신음한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성찰과 사유가 전제돼야 함은 만고의 진리다. 사유할 시간을 스마트폰에 모조리 저당잡힌 우리는,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더 노력해야 행복해질까. 코흘리개에게까지 스마트폰을 안겨 주머니를 부풀리는 기업들에 행복저당세를 물리면 좋겠다. ‘부모자식 갈등세’ 내지 ‘스마트 양육세’쯤으로 이름 붙이면 어떨까. 다수의 권리와 이익을 고민한다는 맥락에서 그 또한 경제민주화 아닌가. 황수정 문화부장 sjh@seoul.co.kr
  • 술 취한 남편, 성관계 중 “목 졸라줘”…살인 혐의 40대女 유죄

    술 취한 남편, 성관계 중 “목 졸라줘”…살인 혐의 40대女 유죄

    성행위 중 남편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해 무죄를 선고받은 4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광주고등법원 형사1부(김대웅 부장판사)는 1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44·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살인에 고의성이 없었다”면서 1심처럼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통해 예비 적용한 중과실 치사 혐의는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A씨는 남편의 목을 넥타이로 감아 잡아당기다 숨지게 하는 중대한 결과를 불렀다”면서 “평소 술에 취하면 아내를 폭행하고 변태적인 성관계를 요구한 피해자가 목을 졸라달라고 해 어쩔 수 없이 응한 점, 남편이 쓰러지자 A씨가 인공호흡을 하고 112에 신고한 점 등은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7일 오후 4시 45분쯤 광주 북구 자신의 집에서 성관계를 하던 중 혈중 알코올 농도 0.309% 상태인 남편의 목을 넥타이로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 [사설] 4대강·대운하사업 연계설 규명해 책임 묻길

    감사원이 그제 발표한 4대강 사업 감사의 핵심 내용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의 본래 사업 목적이 홍수 예방과 깨끗한 수질·수량 확보에 있다면 수심 2~4m면 충분한데 굳이 화물선이 다닐 정도의 6m까지 깊게 파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하던 감사원이 뒤늦게 이런 감사 결과를 내놓자 그 정치적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차제에 필요하다면 검찰수사를 포함한 보다 전문적·실체적 진실 규명에 나서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이 있는 누구에게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대선 공약이던 대운하 사업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자 2008년 6월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다음 해 6월에도 같은 입장을 재차 강조했었다. 당시 총리·장관 등도 대운하 얘기만 나오면 펄쩍 뛰며 아니라고 손사래를 쳐왔다. 하지만 감사원의 이번 지적에 따르면 이 모두가 ‘거짓말’이고 ‘쇼’였다는 말이 아닌가. 만일 감사 결과가 맞다면 ‘국민을 상대로 한 대사기극이었다’는 야당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수심이 5~6m가 되도록 하라”, “추후 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하라”, “4대강의 물그릇을 더 늘려라”고 주문한 것도 다 청와대라는 감사원의 발표는 주목할 만하다. 4대강 사업은 시작 전부터 찬반 논란이 많았기에 일부 강만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한 뒤 단계적으로 해도 됐을 텐데 무슨 연유인지 강하게 밀어붙였다. 더구나 그렇게 대운하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국민들을 더 설득했어야 했다. 이번 감사 결과처럼 운하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하고 4대강 사업 설계를 하는 바람에 사업비가 13조 9000억원에서 18조 3000억원대로 늘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억울해한다지만 실제로 뒤로 딴짓을 했다면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감사원이 보인 행태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감사원은 4대강과 관련해 3차례의 감사를 벌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감사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정권이 바뀌자 ‘총체적 부실’, ‘대운하 사업’ 운운하며 4대강 사업에 대한 단죄를 내리는 듯한 감사 결과를 내놓은 것은 권력 눈치보기에서 나온 ‘코드 감사’의 전형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권력이 살아 있을 때는 입 다물고 있다가 정권이 바뀌자 전직 대통령의 말씀 자료까지 들춰내며 4대강 사업 죽이기에 나서는 감사원을 보면 과연 이 나라의 공직사회에 희망이 있나 하는 회의마저 든다. 정치권에서조차 감사원 감사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자는 법안까지 발의되는 것도 다 감사원 스스로 불신을 자초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 코끼리 상아 3톤! 죽은 코끼리는 몇 마리?

    코끼리 상아 3톤! 죽은 코끼리는 몇 마리?

    인간의 욕심이 코끼리를 떼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케냐 당국이 올 들어 최대 규모의 상아 밀반출 시도를 적발했다고 에페통신 등 외신이 최근 보도했다. 상아가 발견된 곳은 케냐 2의 도시 몸바사. 케냐 야생동물감시청(KWS)는 컨테이너에 넣어져 외국으로 발송되려던 상아를 무더기로 압수했다. 발견된 상아는 통채로 온전한 것이 382개, 잘린 조각 62개였다. 최소한 코끼리 800여 마리가 무참히 살해됐다는 것이다. 상아의 무게를 재어보니 3287kg였다. 야생동물감시청은 “올 들어 적발한 밀반출사건 중 최대 규모”라며 “발견된 상아 중에는 멸종이 걱정되는 사바나 코끼리의 것도 많았다.”고 밝혔다. 사바나 코끼리는 아프리카 중부, 동부, 남부에 서식하는 종으로 무분별한 사냥으로 멸종위기에 놓였다. 밀엽꾼들은 긴 상아를 가진 코끼리는 나이를 따지지 않고 잔인하게 죽이고 있다. 상아 중 일부는 길이 2m가 넘었다. 외신은 “길이로 추정할 때 최소한 50살 정도 된 코끼리에서 뽑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상아는 의약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매년 상당한 규모의 밀매가 이뤄지고 있다. 수요는 주로 아시아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에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감리교 감독회장 전용재 목사 선출

    감리교 감독회장 전용재 목사 선출

    5년째 공석이던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에 전용재(불꽃교회) 목사가 선출됐다. 지난 9일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된 기독교대한감리회 제30회 총회 감독회장 선거에서 전 목사는 5613표 중 2624표(46.74%)를 얻어, 2055표(36.61%)를 얻은 2위 김충식 목사를 569표 차로 따돌렸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도부 없이 표류하던 감리교가 정상화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리교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당선인은 협성신학대 교수와 기독교대한감리회 중앙연회 감독 등을 지냈으며, 1986년부터 분당 불꽃교회 담임목사로 재직해 왔다. 현재 협성대와 대광고, CTS기독교방송의 재단이사를 맡고 있다. 전 당선인은 10일 서울 광화문 감리교본부에서 총회 실행위원회를 주재하는 등 업무에 들어갔으며 오는 25일 임시총회에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그러나 감리교 일각에서는 전 당선인이 선거 직전까지 ‘감독회장후보자등록효력정지가처분’ 소송에 휩싸여 선거가 끝난 후에도 법적 논란이 일어날 것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감리교는 지난 2008년 9월 감독회장 선거를 열었으나 최다 득표한 김국도 목사와 차점자인 고수철 목사 등 2명의 감독회장으로 논란을 불러왔으며, 법적 공방 끝에 법원이 직무대행을 선임하는 등 비정상적인 총회를 유지해 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前정부 입찰담합 알고도 묵인”

    이명박 정부가 역점 정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당초 추진하려던 ‘대운하 사업’을 승계하고 서둘러 공사를 끝내느라 비리를 방조한 것으로 나타나 비판에 직면했다. 감사원은 10일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 계약 집행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여론에 밀려 포기했던 대운하 사업을 기반으로 추진된 것임을 확인했다. 앞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2008년 6월 ‘4대강 종합정비 방안’을 설계하면서 당초 민자(民資)로 추진하려던 ‘대운하 사업’ 계획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형 건설사들이 모여 기존 사업에 참여한 경부운하 컨소시엄과 합동으로 추진 방안을 마련했다. 4대강 계획 중 낙동강의 수심(6m)을 경부운하(6.1m)와 유사하게 조정한 것이 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둔 대표적인 경우다. 4대강 사업 재정으로 강을 준설해 놓고 이후 민간 자본으로 낙동강에 갑문과 터미널 등을 설치하는 식으로 운하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분석이다. 이 컨소시엄이 이듬해 5월에야 해체된 것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대운하 포기 후 컨소시엄을 해체해야 하는데 대운하 추진안을 4대강에 반영하라고 하니 컨소시엄이 계속 유지된 것”이라며 “컨소시엄이 유지되는 바람에 참여한 건설사끼리 담합하기가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은 해체 직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회의를 열면서 지분율을 결정하고 1차 턴키(일괄수주 계약)공사의 공구 분할과 낙찰 예정자를 논의하는 등 담합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이런 담합 정황을 파악하고도 2011년 말로 정한 준공 시기를 맞추느라 그대로 턴키공사를 발주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운하를 염두에 두라는 청와대의 ‘요청’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최재해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정황상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은 들지만 업무상 배임이나 직권남용으로 사법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감사에서는 공정위가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봐주기’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감사원 “대운하 포기한다던 MB정부 알고보니…”

    전임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공약’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이후에도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설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운하를 고려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과 관리비용 증가, 수질관리 문제 등을 유발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건설업체들의 담합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유없이 처리를 지연하고, 담합을 주도한 회사에 과징금을 깎아준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10일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감사원이 지난 1∼3월 국토교통부와 공정위 등을 대상으로 담합 의혹과 입찰 부조리를 집중 점검한 결과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 전 대통령의 대운하 중단 선언(2008년 6월) 이후인 2009년 2월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운하가 재추진될 수도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대운하 재추진에 문제가 없도록 4대강 사업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로 구성된 경부운하 컨소시엄이 그대로 4대강 사업에 참여하는 바람에 대형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통해 낙찰 예정자를 사전 협의하는 등 손쉽게 담합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건설사들의 호텔 회동 등 담합 정황이 포착됐는데도 국토부는 별다른 제재 없이 2011년 말까지 준공하기 위해 사업비 4조 1000억원 규모의 1차 턴키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해 담합을 사실상 방조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특히 대운하 추진안을 고려하느라 당초 계획보다 보(洑)의 크기와 준설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수심 유지를 위한 유지관리비 증가, 수질관리 곤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공정위가 4대강 1차 턴키공사 담합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2011년 2월 심사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도 1년 이상 방치하다 이듬해 5월에야 전원회의에 안건을 상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공정위는 12개 건설사에 156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6개사를 고발한다는 사무처 의견을 전원회의에서 8개사에 1115억원의 과징금만 부과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과정을 회의록에 제대로 기록하지 않아 회의 결과에 대한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게다가 담합을 주도한 건설사에는 과징금을 가중 부과(최대 30% 이내)할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한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2차 턴키공사와 총인처리시설 공사에서도 ‘들러리 입찰’ 등 가격담합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공정위원장에게 위반행위를 조사하라고 통보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빗물박사’ 한무영 서울대 빗물연구센터 소장

    [김문이 만난사람] ‘빗물박사’ 한무영 서울대 빗물연구센터 소장

    빗물의 맛은 과연 어떨까. 2010년 10월 서울대에서는 물에 관한 흥미로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적이 있다. 한 콜라회사가 했던 챌린지와 비슷한 방법의 시음 조사였다. 수돗물(A형), 빗물(B형), 시중에 파는 병 물(C형) 등 세 가지 물을 시음한 후 가장 물맛이 좋다고 느낀 유형에 스티커를 붙여 달라고 했다. 그 결과 수돗물 6표, 병 물 7표, 빗물 23표로 빗물이 압도적인 승리를 차지했다. 빗물이 가장 맛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빗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깨끗한 물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이참에 빗물에 대한 추억을 하나 떠올려 보자. 어린 시절 마을 뒷동산에서 놀다가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는 날, 마치 ‘구름 주스’를 마시기라도 하려는 듯 고개를 한껏 젖히고 혀를 내밀어 빗물을 마셨던 일이 있다. 또 사랑과 낭만이 담긴 비와 관련된 노래도 많다. ‘비가 오도다’로 시작되는 ‘비의 탱고’, ‘잊지 못할 빗속의 여인, 그 여인을 잊지 못하네, 노란 레인코트’로 시작되는 ‘빗속의 여인’ 등은 비가 오는 날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요즘은 어떨까. 비에 대해 우선 ‘산성비’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는 속설까지 생겨났다. 그뿐만 아니다. 비가 많이 오면 ‘물난리’와 ‘홍수’라는 말로, 비가 안 오면 ‘가뭄’이라는 말로 하늘을 원망한다. 따지고 보면 홍수와 가뭄의 원인은 자연의 순리를 무시한 인간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화가 되면서 거의 모든 땅이 포장되고 각종 개발로 콘크리트화되다 보니 물을 품을 땅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서울 광화문 일대와 강남역 주변이 물에 잠긴 사례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야 하는데 그럴 공간이 없는 데다 흐르고 머무를 곳(저장 시설)마저 없어 빚어진 결과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라고 한다. 정말일까. 물이 부족한 게 아니라 물 관리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대안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빗물을 연구하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대 빗물연구센터다. 지난 4일 오후 이 연구센터의 소장인 한무영(57) 교수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빗물 연구에 푹 빠진 ‘빗물 박사’로 통한다. 원래는 상하수 처리 전문가였지만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빗물 연구에만 매달려 오고 있다. 현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빗물모아지구사랑운동본부’ 공동대표 등을 맡아 빗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새로운 가치 부여를 위한 연구와 홍보에 힘쓰고 있다. 빗물 연구의 첫 사회적 성과물은 2006년 완공된 서울 광진구 주상복합 건물 스타시티의 빗물 저장 시설이다. 이 건물 입주민들은 빗물을 생활용수로 활용하기 때문에 물값을 따로 내지 않으며 한강에서 물을 적게 끌어 와 쓴 덕분에 에너지도 절약하고 있다. 스타시티의 빗물 시설은 2008년 국제물학회지의 커버스토리에 ‘세계적인 미래형 물 관리 모델’로 소개됐다. 이후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 가뭄으로 허덕이는 물 부족 국가들을 방문해 빗물 저장 시설 설계와 그동안의 연구 노하우를 전파해 오면서 빗물을 통해 지구의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의 수자원 전문가들도 학회지 등을 통해 ‘한무영의 빗물’을 칭찬하고 있다. 그가 쓴 여러 저서 가운데 ‘지구를 살리는 빗물의 비밀’은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려 일반인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빗물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한 교수의 연구실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건물에 있다. 이곳에는 특별한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옥상에 있는 녹지 공간이다. 예쁜 꽃이 심어져 있어 경관도 좋지만 건물의 온도를 내려 주고 비가 올 때면 빗물을 아래로 천천히 내려보내는 역할도 한다. 다른 하나는 건물 입구에 있는 ‘빗물저금통’이다. 말 그대로 빗물을 잠시 모아두는 통이다. 한 교수는 빗물저금통 밑부분에 달린 수도꼭지를 틀면서 “요즘 비가 자주 내려 빗물이 많이 모였다”고 설명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옥상에서 물이 내려오는 홈통에 파이프를 연결하면 된다. 빗물 일부는 지표면으로 천천히 내려가고 일부는 빗물저금통에 흘러 들어가 저장되는 것이다. 그는 “건물에 설치된 홈통 하나당 1년에 대략 130t의 물을 커버할 수 있다고 할 때 1t짜리 빗물저금통으로 1년에 60~70%인 약 100t 정도의 물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면서 “따라서 10개의 홈통이 있다면 1년에 1000t의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건물마다 많이 설치하면 홍수 유출 방지 역할까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예술적 감각이나 미적 감각을 활용해 정원의 아름다운 조형물이나 분수 등을 만든다면 건물의 상징물로 승화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타시티의 3000t 규모 빗물 저장 시설도 이 같은 원리로 만들어 홍수 방지용, 수자원 확보용, 비상용 등의 다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그는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건물 지하 주차장의 주차 공간 2~3면 정도를 활용하면 100t짜리 간이 저장조가 금방 만들어진다”면서 물난리를 자주 겪는 동네에 이런 시설을 설치하면 일석이조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빗물저금통을 설치하려 할 때 서울, 부산, 수원의 경우 경비의 90%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조례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비용 부담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광화문이 물에 잠겼던 원인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때 청와대 주변에 커다란 연못이 있었더라면 광화문 일대가 물에 잠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째서일까? “원래 북악산 일대는 녹지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가 들어서고 주변에 군부대 등 여러 건물이 생기면서 대정원이 콘크리트 시설로 덮이고 말았지요. 그러다 보니 당시 한꺼번에 내린 빗물이 아래로 계속 흘러 결국 하류 지점인 광화문 일대가 잠겨 버렸습니다. 홍수라는 것이 정확히 말하면 많이 내린 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한꺼번에 빠르게 흘러 생기는 일입니다. 경복궁에는 경회루지와 향원지 등 두개의 연못이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큰 집을 짓거나 궁을 지을 때 홍수를 염려해 크고 작은 연못을 늘 생각했듯이 지금이라도 청와대 주변에 저류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래쪽에 있는 광화문이 잠기는 일이 또 생기겠지요.” 화제를 돌렸다. 빗물이 산성비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고 하자 한 교수는 그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는 듯이 “도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런 악의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퍼뜨렸는지 모르겠다”고 한 뒤 “빗물이 산성인 것은 맞지만 아무것도 아닌 산성이다. 어떤 사람은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고들 하는데, 그런 사람 있으면 머리카락을 다 심어 드리겠다”며 웃는다. 오히려 머리 감을 때 쓰는 샴푸와 린스 가운데 어떤 제품은 산성비보다 100배쯤, 시큼한 오렌지주스나 콜라 역시 그 정도의 강한 산성을 띠고 있다고 설명한다. 유황온천 물도 마찬가지란다. 아울러 빗물은 땅에 떨어지면 곧 중화된다면서 지난해 9월 보성 녹차 홍보팀과 함께 빗물로 녹차를 만들어 시음을 했을 때도 반응이 좋았다며 이제는 빗물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성비라고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생명의 물로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한다. 토목(상하수도)을 전공한 그가 빗물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0년 봄 전국적으로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였다. 이런 상황을 보고 이제는 상하수도가 아닌 물 부족 현실로 눈을 돌려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일본의 무라세 마코토 박사가 쓴 ‘빗물을 모아 쓰는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라는 책을 접했다. 책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전 세계 빗물 전문가를 만나기 시작했다. 일본에도 가 보고 독일에도 가 봤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와 사정이 달랐다.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던 어느 날 고궁에 있는 연못에서 행정단위를 나타내는 ‘동’(洞)이라는 글자를 보고 의미를 찾았다. 마을 사람들이 같은 물을 마신다는 조상들의 물 관리 철학을 깨달은 것이다. 측우기 발명과 강우 기록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비한 빗물관리법들이 민본사상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알아냈다. 그러던 2004년 서울대 측에 빗물연구센터를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고 이를 성사시키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4년 동안 빗물 관련 논문을 8편 썼다. 세균만 죽이고 마실 수 있는 연구 결과물도 내놓았다. 그러자 세계 학자들이 “빗물을 버리는 것만 알았지, 모아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아무도 생각 못 했다”며 높이 평가했다. 올 2월에는 탄자니아에 가서 빗물 설치 사업에 대해 강연했고 이달에도 케냐, 탄자니아, 코트디부아르 등 아프리카 3개국에서 ‘마시는 빗물’ 등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어떻게 마실까. “페트병에 빗물을 담아 반나절 정도 햇빛을 쪼이면 미생물이 죽는데 그때부터 마시면 된다”면서 “이러한 방법은 돈이 한푼도 안 들어가니 얼마나 좋으냐”며 웃는다. 그의 휴대전화 컬러링은 ‘빗속의 여인’이다. 빗물에 대한 사랑이 널리 퍼졌으면 하는 희망에서다. 선임기자 km@seoul.co.kr ■빗물 연구가 한무영 소장은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복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토목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에서 박사학위(상하수 처리 전공)를 받았다. 이때 쓴 논문이 미국 대학원 교재에 실렸다. 현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서울대 빗물연구센터 소장, 빗물모아지구사랑운동본부 공동대표 등을 맡고 있다. 2006년 서울 광진구 주상복합 건물 스타시티의 빗물 저장 시설을 설계했다. 이 시설은 2008년 국제물학회지 커버스토리로 소개됐다. 주요 저서로 ‘지구를 살리는 빗물의 비밀’ ‘빗물과 당신’ 등 다수가 있다. 주요 수상으로는 대한상하수도학회 우수논문상(2003년), 세계환경공학과학교수협의회 최우수논문상(2005년), 환경부 장관 표창(2005년), 국제물학회 창의프로젝트상(2010년), 대한민국 국가녹색기술대상(2010년) 등이 있다.
  •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한국 언론의 5대 특징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한국 언론의 5대 특징

    “우리나라 언론의 특징이 뭔지 알아?” 올챙이 기자 시절, 선배가 물었다. “글쎄요…”라고 난감한 표정을 짓자, 그 선배는 빙긋 웃으며 5개의 한자성어를 읊어 나갔다. 당시에는 일리 있는 촌평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신문과 방송, 인터넷 기사들을 자세히 읽다 보면 그 선배의 촌평이 자꾸만 떠오른다. 첫째, 거두절미(去頭截尾). 문맥은 다 잘라버리고, 필요한 단어만 짜깁기한다. 최강희 감독이 인터뷰에서 기성용 선수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한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앞뒤를 다 자르고 ‘기성용=비겁자’로 만드는 식의 보도에 대해서는 최 감독 스스로도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둘째, 침소봉대(針小棒大). 작은 사안을 전체인 것으로 과장한다. 얼마 전 ‘어린이집 결핵 집단감염’이라는 기사가 일제히 보도됐다. 그러나 확인한 결과 결핵에 감염자는 면직된 교사 1명뿐. 감염됐다는 20명은 잠복결핵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3분의1 정도는 잠복결핵이 있다고 한다. 셋째, 아전인수(我田引水). 무슨 사안이든지 자기 입맛대로만 맞게 해석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발언을 놓고, 보수적인 언론과 진보적인 언론의 해석이 정반대다.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볼 수 있지만 한 쪽 눈은 감아버린다. 넷째, 용두사미(龍頭蛇尾). 문제를 제기할 때는 요란하지만, 마무리는 늘 흐지부지. 지난 5월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윤창중 사건’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다섯째, 부화뇌동(附和同). 별 고민 없이 남의 주장에 따라가는 것.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밝혀진 사실은 거의 없는데도, 일부에서 제기하는 조종사 과실 쪽으로 대다수 언론이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거두절미와 침소봉대는 정확성, 아전인수는 공정성, 용두사미와 부화뇌동은 사회적 책임성이라는 측면에서 언론의 가치를 깎아내린다. 그런데도 왜 이런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심지어는 갈수록 심화되는 것일까. 거두절미와 침소봉대는 ‘언론의 홍수’ 때문에 가속화되는 것 같다. 이른바 전통 미디어 쪽에서는 경영의 위기와 이에 따른 자본종속 심화 현상이 나타나지만, 한편에서는 소규모 신생 언론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지난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입기자는 228개사 983명. 지난 5월 기준으로 국회 출입기자는 419개 언론사의 1420명에 달한다. 이처럼 많은 언론사와 기자들이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기사는 어떤 식으로든 튀지 않으면, 특히 인터넷 포털에서, 독자의 눈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전인수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양극화된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문 시장에서 아전인수는 거두절미, 침소봉대와는 달리 개선의 대상이 아니다. 이미 양극화되어 있는 독자들도 진보·보수 언론이 제공하는 ‘맵고 짠’ 기사들에 중독돼 있기 때문이다. 중도(中道)를 정도(正道)로 삼는 언론은 바람직하지만 너무 싱겁다고 느끼는 것 같다. 부화뇌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얼마 전 어떤 신문에 ‘××녀’ 기사가 실렸다. 그 신문의 편집국장에게 그런 기사까지 보도할 가치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얘기로 인터넷 세상이 떠들석한데, 작게라도 다루지 않으면 뭔가 세상사에서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 말했다. 요즘 인터넷 댓글을 보면 ‘기레기’라는 단어가 종종 눈에 띈다. 그 뜻을 알고 난 뒤에 충격을 받았다. 언론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위기감도 느꼈다.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은 최근 발간한 저널 여름호에 ‘2013년, 기자로 산다는 것’이라는 특집을 게재했다. 언론 과잉, 신문방송통신 융합, 인터넷 매체의 역할과 한계 등 현재 언론계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다뤘다. 그러나 한국 언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누가 감히 언론의 목에 방울을 달 수 있겠는가. 언론계 스스로 고민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dawn@seoul.co.kr
  • [포토] 장혁·수애, ‘감기’ 고생해서 촬영했던 작년 생각나

    [포토] 장혁·수애, ‘감기’ 고생해서 촬영했던 작년 생각나

    한국 영화 최초로 바이러스 감염을 소재를 다룬 영화 ‘감기’ 가 8월 개봉한다. 이번 영화 ‘감기’ 제작보고회에는 장혁, 수애, 마동석, 이희준, 김성수감독이 참석했다. 영화 ‘감기’ 는 치사율 100%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발생해 무방비 상태로 폐쇄된 도시에 갇힌 사람들의 사투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감기’ 의 배우들 장혁, 수애, 유해진, 마동석, 이희준 등의 감기 바이러스로 탈출하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린다. 영화의 압도적인 스케일과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력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장고봉PD goboy@seoul.co.kr
  • 할례는 죽음의 의식? 소년들 떼죽음

    할례는 죽음의 의식? 소년들 떼죽음

    남아프리카에서 소년들이 할례의식을 하다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성인이 되려면 치러야 하는 할례의식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으로 성인이 되어 보지도 못하고 눈을 감는 소년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할례의식시즌이 한창인 남아공 이스턴 케이프에서 소년 30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당국이 최근 밝혔다. 목숨이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각종 부작용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미성년자도 293명에 이른다. 탈진, 괴저, 감염 등 부작용도 다양하다. 이스턴 케이프에서 발생한 사건에 앞서 5월에도 남아공에선 할례의식을 치른 소년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2개 주에서 최소한 34명이 할례 부작용으로 사망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남아공에선 할례의식을 치른 소년 수백 명이 각종 부작용으로 사망했다. 부족의 전통의식이라 할례를 막기 힘들어지자 남아공 당국은 최소한 위생과 청결이라도 지켜달라면서 메스를 잡는 의식집행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의식부족으로 위생규정이 지켜지지 않아 인명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남아공 집권당인 아프리카 민족회의는 할례의식으로 인한 소년들의 사망을 재앙으로 규정하고 의식집행자 등록제라도 시행해 철저하게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그렇다면 그 많은 장물들은 모두 어디다 갈무리했더란 말이오?” “장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 없으나, 때때로 저희들끼리 희희낙락하며 적지 않은 복물을 털었다고 야단들 하였습니다만, 복물을 산채로 가져오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 두령은 어땠소?” “머지않아 이 산채를 하늘 아래 따로 없는 별천지로 만들겠다고 벼르곤 하였습니다.” “그 별천지가 순식간에 상전벽해가 되어 버렸소. 석쇠 짚신에 구슬 달기지 그놈 또 어디 가서 감언이설로 별천지 타령하고 다닐까.” 월이는 너덜너덜해진 저고리 끝동으로 눈가에 번진 눈물을 훔쳤다. 듣고 보니 말씨는 차분하고 공손하였다. 산기슭 어디선가 사람의 울음소리와 흡사한 승냥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정한조는 몇 걸음 비켜 앉아 졸고 있는 곽개천을 가만히 불렀다. “저놈들을 닦달해 보았나?” “임시처변으로 둘러대면 물고를 내서 육포를 뜨겠다고 강다짐을 했습니다만, 놈들이 인질로 잡아간 동무의 행방을 알고 있는 놈은 없었습니다. 여러 놈이 한 잎에서 난 듯 똑같은 말로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답니다.” “그럼, 우리 상단의 목숨을 요절낸 놈은?” “역시 없답니다.” “그렇다면, 내성 색주가에서 잡은 놈들이나 말래 도방에 잡아 둔 놈들 중에 끼어 있을 테지. 도둑들의 두령을 잡지 못했으나 우리 동무를 살해한 궐놈만은 여축없이 찾아내어 필경 분풀이를 해주어야 하네. 그러지 않고는 행중에서 헛고생만 사서 했다는 원성이 자자할 것이야.” 곽개천은 천봉삼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나직하게 물었다. “저놈은 어떻게 할까요?” “결박을 했으면 내성 임소까지는 끌고 가야지. 인질로 잡혀 있었다지만, 그동안 궐자가 저지른 죄업도 없지 않았을 것이니, 계집의 말만 곧이듣고 덜컥 놓아 주었다가 후환이 생기면 그때는 누가 감당하겠는가.” 일행은 발행하여 곧은재 독자골 지나고 맷재 넘어 현동장에서 하룻밤을 하처 잡았다. 갈숲이 흔천으로 깔린 씨라리골을 지나 설피재와 검은돌마을 지나 내성장에 당도한 것은 그날 해 질 무렵이었다. 임소에서는 저들의 산채를 접수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권재만과 낯익은 공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장문을 내린 것은 소굴에서 잡아 온 산적들이 아니었다. 임소 앞마당에 장문을 세우고 결박한 윤기호를 잡아 꿇리었다. 보부상들이 임소에서 장문을 세우면 어느 누구도 장문 안으로 범접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담 너머에서 훔쳐보는 것조차 용납되지 못할 만큼 혼금(?禁)이 엄중했다. 장문법이란 지난날 보부청에서 전래되어 온 사형 풍속이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당연한 것처럼 굳어진 형벌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설령 지방의 수령이나 호령하는 양반이라 할지라도 보부상들이 벌이는 장문 형벌에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간섭하지 못했다. 장문 아래 멍석을 깔고 홀딱 벗긴 사람을 눕힌 다음 물 먹인 멍석으로 둘둘 말아 그 위에다 몽둥이찜질을 내리는 이 형벌은, 속에 누워 있는 당사자가 누가 자기에게 몽둥이질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무릿매를 내리는 사람은 나중에 보복당할 걱정이 없었다. 당장은 뼈가 부러지는 듯한 치명상을 입지는 않으나, 멍석말이를 당하고 난 뒤부터 그 목숨이 다할 때까지 골병이 들어 평생 동안 굴신을 못 하고 포병객으로 누워 지내야 한다.
  • 내년 예산절감액 수조원 기대

    감사원은 8일 방위사업청의 군함 계약 등 지난해 감사 결과 가운데 57건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기로 해 수조원의 예산 절약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와 가진 ‘예산반영협의회’에서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감사결과를 예산 심의에 반영하기로 했다. 감사원과 기획재정부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자 지난 2004년부터 매년 이 회의를 열고 있다. 지난해 시행한 감사로 예산 심의에 반영되는 것은 방위사업청이 노무비를 부풀린 업체와 군함 건조계약을 체결해 324억원을 낭비한 사례, 보건복지부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각각 운영해 연간 2000억원의 건보재정이 낭비될 우려가 있다는 감사, 타당성 검사를 소홀히 해서 다른 부처와 예산 562억원이 중복된 안전행정부의 도서종합개발 10개년 계획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사업 추진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지방도, 국도, 철도 등의 45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사업도 사업타당성과 수요 재조사 등을 통해 예산절감이 기대된다. 총사업비 1616억원의 국가지원지방도 등 45개 사업의 사업비는 모두 30조원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올해는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데다 국채 발행으로 추경예산을 편성해 재정 건전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글로벌 시대] 다문화 사회와 국가품격/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글로벌 시대] 다문화 사회와 국가품격/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한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으면서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길은 국가의 품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격은 그 나라의 소프트 파워이자 경쟁력 그 자체로 오늘날 세계 각국은 트리플에이(AAA) 국격 등급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국가의 품격을 재단하는 데는 여러 잣대가 있다. 국제사회에서 광범위하게 통용되는 글로벌 표준이 국민생활 속에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리고 있느냐 하는 점 또한 국격 판정의 중요한 바로미터일 것이다. 이제 문화다양성 수용은 국가의 품격을 가늠하는 시대적 척도가 되었다. 오늘날 국가·지역 간 통합과 상호 의존이 심화되어 감에 따라 인구 이동 또한 더욱 활발해져 국경 개념이 무색해졌다. 어느 나라에 사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거주 외국인 150만명의 다인종·다문화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수많은 글로벌 시민들이 ‘기회의 땅’ 한국행 티켓을 차지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이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땅을 선택한 이 시민들이 지닌 ‘다름’과 ‘차이’가 더 이상 장애 또는 곤란이 아니라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자 국가발전의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시대임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을 포용하여 문화융성을 향한 동반자의 여정을 함께 가야 한다. 국민 인식 및 법·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합치시키고 동시에 사회적 캠페인을 부단히 전개해 나가야 한다. 유엔은 세계 193개 이질적 회원국 간 화합과 조화를 추구하는 지구촌의 대표적 결집체다. 한국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사는 국제사회 흐름의 축소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유네스코는 다문화 현상의 범세계적 확산을 일찍이 내다보고 2001년 채택한 ‘세계문화 다양성 선언’ 제1조에 ‘교류·혁신·창조의 근원으로서 문화다양성은 인류에 필요한 것’이라 명시했다. 우리는 바로 이웃한 아세안이 ‘다양성 속의 조화’라는 기치 아래 모범적인 다문화·다인종사회를 발전시켜 가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5년 공동체 출범을 목표로 지역통합을 가속화하고 있는 아세안은 다양한 민족, 언어, 종교, 정치체제 및 경제발전 차이 등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괄목할 만한 공동체를 건설함으로써 유럽연합(EU)에 이어 가장 성공한 지역협력체의 모범사례로 칭송받고 있다. 한-아세안센터는 최근 ‘다문화 국제워크숍’을 개최하고 한국 다문화사회 발전에 대한 아세안의 기여와 미래 파트너십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바 있다. 아세안 출신 국내 이주민 수의 급속한 증가추세 속에 현재 15만명의 노동 이주민과 7만명의 결혼 이주여성이 동남아 출신이며, 특히 다문화가정 출생 자녀 둘 중 한 명은 동남아 출신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이런 동남아 이주민들이 대한민국의 다양한 문화 얼굴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사회 통합의 상징적 역할을 하고 한국과 동남아를 매끄럽게 연결시켜 주는 끈끈한 고리가 되도록 국민적 관심을 기울이자. 지난 반세기 동안 불굴의 투지와 성취욕으로 무장한 우리 국민들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는 신화를 창조했다. 전세계 개도국들에 오늘의 한국은 자신들이 닮고 싶은 내일의 자화상이라는 꿈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우리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숙한 다문화사회 정착을 통해 지구촌의 행복을 이 땅에서 실현할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품격의 나라가 될 것이다.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안 뜰 것 같은 영화 ‘흥행 미스터리’… 말랑말랑한 10대들을 자극하라!

    지난해 6월 영화 ‘연가시’의 시사회 직후 언론과 평단의 반응은 싸늘했다. 영화에 대한 혹평은 물론 “휴가철을 코앞에 두고 기생충을 소재로 한 영화는 무리수”라며 요령부득의 마케팅까지 지적됐다. 하지만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가볍게 제압하고 전국 450만 관객을 동원했다. 1년 뒤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영화 전문가들에게 ‘연가시’보다 더 낮은 평점을 받았지만 670여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이는 배급, 홍보 등 관계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이 ‘미스터리 흥행’의 배경은 과연 뭘까. 무서운 10대들이다. 이들이 영화 관객 구성에서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이 흥행 주도 세력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맹목적인 ‘충성도’와 입소문을 전파시키는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10대는 40~50대 부모 관객의 영화 관람 패턴까지 좌지우지한다. ‘연가시’는 어른들에게는 생소했지만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크게 유행했던 꼽등이, 연가시 괴담을 기초로 만들어져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은밀하게’는 원작 웹툰이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면서 일찌감치 이들 사이에서 필수 관람 영화가 돼 있었다. 주연배우 김수현, 이현우 등 미소년 스타들도 흥행에 불을 질렀다. 한 영화 관계자는 “김수현을 보러 왔던 10대 관객이 이현우의 팬이 되어 나왔고 10대들은 같은 영화를 두세 번 다시 볼 정도로 열정적”이라고 말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들은 좀비, 귀신, 로봇 등 특이한 소재에 열광한다. 지난봄 사랑에 빠진 로맨틱 좀비를 앞세운 ‘웜 바디스’가 150만명을 동원하며 깜짝 흥행을 한 것이나 좀비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 ‘월드워Z’가 거뜬히 400만명 기록을 돌파한 데도 10대가 큰 몫을 했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 2’도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더 웹툰:예고살인’도 순항하고 있다. 로봇 군단이 총출동하는 ‘아이언맨 3’가 900만명을 동원한 데는 12세 관람가로 연령대가 낮았던 것이 흥행의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쯤 되니 요즘 영화사들은 10대 관객 잡기 전략에 사활을 걸었다. 로봇과 괴물의 대결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퍼시픽 림’은 중·고교 시사회를 계획 중이고 최근 개봉한 윌 스미스 부자 주연의 ‘애프터 어스’는 홍보대사로 10대 아역배우 여진구와 김유정을 내세웠다. 10대 시청자가 높아 이광수를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만든 SBS 예능프로 ‘런닝맨’은 영화 홍보를 앞둔 배우들이 자주 찾는다. 요즘 20대보다 10대들의 연애 판타지를 더 자극한다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 중인 2AM의 정진운도 애니메이션 ‘에픽:숲속의 전설’의 한국어 더빙을 맡았다. 10대 관객이 ‘큰손’으로 떠오른 것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주 5일제 수업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거기에 최근 12세, 15세 관람가 영화가 급증한 것도 한몫했다. 영화마케팅 담당자들은 “시간과 돈에 제약을 받는 10대들은 영화 정보 수집에 훨씬 더 적극적이고 입소문에 민감하며, 반응도 즉각적”이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영화의 흥행 지표는 말랑말랑한 10대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는 얘기다. eri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