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025-12-2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7,731
  • 이태원 참사로 딸 잃은 父 전화에…“추모곡 부르겠다” 나선 가수

    이태원 참사로 딸 잃은 父 전화에…“추모곡 부르겠다” 나선 가수

    가수 하림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직접 만든 추모곡 ‘별에게’를 부르게 된 계기에 대해 전했다. 29일 가요계에 따르면 하림은 지난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최유진씨의 아버지 최정주씨로부터 자작 추모곡 ‘별에게’를 불러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림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 무대에 올라 이 곡을 불렀다. 음악가로서, 한 사람으로서 무대에 섰다는 하림은 “어릴 때 함께 일했던 음악 감독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지인이자 동시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최유진의 아버지”라며 “딸을 잃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이태원 참사 2주기에 부를 노래를 한 곡 만들었는데, 주변 이름난 가수들 중 누구도 선뜻 불러주겠다는 사람이 없어, 이미 여러 번 함께 했지만 이번에도 같이 할 수 있을지 미안해하며 물어왔다”고 말했다. 하림은 애초 26일 경남 창원시에서 일정이 있었지만, 일정을 조율해 급히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표를 끊었다. 그의 아내는 표가 없어 틈날 때마다 예매창을 확인하는 남편을 보며 “이제 오빠도 그만하지. 그냥 너무 슬퍼서”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림은 추모 공연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이름을 지키기보단 (이름이) 세상에 녹아 사라졌으면 좋겠다”라며 “대중 가수는 어릴 때는 이름을 알리려고 애쓰다가, 어느 순간이 지나면 기억된 이름을 지키려고 애쓴다. 나는 이름은 지키기보단, 세상에 녹아 사라지는 게 더 아름답지 않나 종종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림은 여러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노래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를 발표했고, 2020년에는 충남 당진에서 용광로에 추락해 숨진 20대 청년 노동자 10주기를 맞아 그를 기리는 제페토 시인의 시에 선율을 붙여 ‘그 쇳물 쓰지 마라’를 만들었다. 그는 “이름이라는 게 우리가 원해서 갖게 된 것도 아니고, 죽고 나면 모든 것은 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라며 “노래도 동시대 사람들의 감정들에 촉매가 되어 함께 사라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잊혀진다’는 그 노래도, 결국은 노래와 함께 잊으라는 이야기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노래가 기억을 저장하는 힘을 가진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함께 붙들고 가려고. 그 일(이태원 참사)이 있고 세 번째 겨울을 앞두고 있다. 올겨울은 또 얼마나 추울까”라며 “바위 같은 슬픔들이 여러 번 얼고 녹음을 반복하다 언젠가 모래처럼 부서져서 결국 바람에 날아갈 정도로 가벼워지면 좋겠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나는 아직 너를 보내지 못한다 / 너는 아직 너는 내안에 숨쉰다 / 이렇게 덧없이 떠날 줄 / 난 미처 알지 못했고 / 눈을 감아도 선명한 네 얼굴 / 나는 네가 있어 웃을 수 있었다 / 너는 오직 너는 내 심장이기에. - 추모곡 ‘별에게’ 가사
  • 내가 좋아하는 이것은 ‘유자’(Yuja)인가, ‘유즈’(Yuzu)인가 [한ZOOM]

    내가 좋아하는 이것은 ‘유자’(Yuja)인가, ‘유즈’(Yuzu)인가 [한ZOOM]

    어린 시절, 지금은 거의 사라진 포니 택시 안에는 언제나 유자나 모과 냄새가 났다. 차량용 방향제가 없던 그 시절 택시기사들은 유자나 모과 열매를 운전석이나 뒷유리 주변에 두곤 했다. 그때는 담배냄새와 섞여 있던 그 냄새가 너무 싫었고, 심지어 택시만 타면 머리가 아프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요즘 택시를 타면 그때 그 냄새가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그렇게 유자와의 첫만남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지만 청소년 시절부터 유자를 정말 많이 좋아했다. 밤 늦게까지 시험공부를 할 때면 따뜻한 유자차를 항상 곁에 두었고, 감기에 걸렸을 때는 유자차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들 정도였다. 대학시절 카페에서 소개팅을 할 때도 커피가 아닌 유자차를 시켜 상대방을 당황하게 했고, 그 사람과 헤어지던 때는 유자차를 마시며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유자가 아니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유자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런데 최근 유자로 만든 술을 만나면서 다시 유자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감기 예방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 유자감기에 걸릴 때마다 유자차가 마시고 싶었던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유자에는 레몬의 3배에 가까운 비타민C가 들어 있기 때문에 기관지 계통의 질병에 좋으며, 특히 감기예방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유자에는 구연산도 많이 들어 있어 피부미용, 노화방지 그리고 현대인의 천적인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칼슘도 많이 들어 있고, 노폐물 방출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만 보면 거의 신화에나 나올 만한 만능열매에 가깝다. 심지어 쓰레기통에 버리기 마련인 씨앗으로도 화장품이나 관절염 약을 만든다고 하니 유자는 아마도 신이 주신 선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840년 장보고가 처음 국내 소개티베트에서 시작해 중국 본토를 지나 상해를 거쳐 동중국해로 흐르는 긴 강이 있다. 길이가 무려 6300㎞인 이 강은 전 세계에서는 세번째, 아시아에서는 첫번째 긴 ‘장강’(長江)이다. 명나라 때 이탈리아 선교사가 배를 타고 이 강을 건너고 있었다. 강의 이름이 궁금했던 선교사가 사공에게 강의 이름을 물었고, 사공은 그 때 건너고 있던 장강 지류의 이름인 ‘양쯔강’을 알려주었다. 이후 선교사가 양쯔강을 그래도 서구에 알리면서 졸지에 장강(長江)이 오랫동안 양쯔강(揚子江)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우리나라 교과서에서도 오랫동안 장강을 양쯔강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유자의 원산지는 바로 이 장강의 상류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840년경 장보고가 처음으로 들여왔는데, 당시 선원들에게 비타민C 부족으로 출혈이 발생하는 괴혈병이 유행하자 이 병을 막기 위해 비타민C가 풍부한 유자를 가져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유자 생산지는 장보고가 주로 활동했던 고흥, 완도, 남해, 거제 등 남해안 일대에 있다. 신라를 통해 일본으로 전해진 유자유자는 신라를 통해 다시 일본으로 전해졌다. 아이러니 하게도 유자의 본고장인 중국에서는 유자가 원래 사용목적인 약재로 많이 사용되는 반면, 동아시아에서 가장 늦게 전달된 일본에서는 유자를 식재료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음료, 주류, 디저트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자를 사용한 향수, 비누도 만들고 있는데, 유자가 피로회복과 혈액순환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만큼 그 인기가 나날이 높아져 가고 있다고 한다. 한편 세계시장에서도 유자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세대 최대 식품 소매업체인 ‘홀푸드마켓’(Whole Food Market)은 2022년 세계 식품 트렌드를 이끌어 갈 10개 카테고리로 유자를 선정한 바 있다. 홀푸드마켓은 보고서를 통해 유자의 맛과 향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으며, 드레싱, 소스 등 유자의 활동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애호가들이 즐기는 유자 사케오랜만에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렸다는 지인은 선물이라며 쇼핑백 하나를 전해주며 이렇게 덧붙였다. “자네가 좋아하는 유자로 만든 술이야” 주량은 적지 않지만 평소 술을 즐기지 않았기에 때문에 술 선물이 반갑지는 않았다. 그러나 워낙 좋아하는 지인이었고, 먼 길을 돌아 선물을 전해주러 온 마음이 고마웠기에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유자사케에 빠져들고 말았다. 유자사케는 술이라고 하기에는 음료 같고, 음료라고 하기에는 술 같은 오묘한 제품이다. 유자 본연의 상큼한 맛과 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으며, 도수도 7~12도로 높지 않기 때문에 좋은 음식과 함께 하기에 더없이 좋아서 불호(不好)가 거의 없다. 일본여행에서 꼭 사와야 하는 아이템이었지만, 요즘에는 국내에서도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 유자사케 애호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대표적인 제품에는 ‘츠루우메 유즈’(Tsuru-Ume Yuzu)가 있다. 일본 리큐르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맛과 향을 인정받았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애호가가 많은데 특히 7도라는 낮은 도수 덕분에 여성 애호가가 많다. ‘초야 유즈’(Choya Yuzu)는 츠루우메 유즈보다 도수가 조금 높아 사케 본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며, 일본 공항면세점 스테디셀러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제품이다. 초야유즈는 지인에게 선물받아 유자사케에 입문하게 된 바로 그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츠루우메 유즈와 초야 유즈 보다는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일본에서 유자사케 판매 1위를 달성했던 ‘사라리토시타 유즈’(さらりとしたゆず)도 있다. 이 제품은 ‘츠루우메 유즈’가 주는 유자 본연의 맛과 ‘초야 유즈’가 주는 사케의 부드러움을 함께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아 최고의 가성비를 얻을 수 있다. BTS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진 한국의 유자유자의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유자를 ‘샹청’(香橙)으로 부르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유자’(柚子)라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자(Yuja)’, 일본은 ‘유즈(Yuzu)’라고 발음한다. 아쉽게도 오랫동안 세계시장에서 ‘유자’가 ‘유즈’로 통했다. 다행히 201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유자에 대한 국제명칭을 일본식 ‘유즈’에서 우리나라 표현인 ‘유자’로 바꾸었다. 그리고 2023년에는 BTS 멤버가 자신의 SNS를 통해 ‘유자차를 마신다’라는 글을 남기면서 우리나라 유자를 전세계 팬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국내산 유자로 만든 화장품, 차, 주류 등 제품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유자사케를 손에서 내려놓고 유자주류를 먼저 찾을 그 날을 기다려본다.
  • M5 릴레이 실적 발표·美 대선까지… 투자자들, 이번 주 내내 피 마른다

    M5 릴레이 실적 발표·美 대선까지… 투자자들, 이번 주 내내 피 마른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연이은 실적 발표와 미 대선이 일주일 안으로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증시를 이끄는 ‘매그니피센트7’(이하 M7)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 주가가 시장 전망을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급등하면서 각 기업의 실적에 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면서 이번 주가 투자자들에겐 피 말리는 한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M7에 속해 있는 기업 중 5개 기업이 이번 주 3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다. 29일(현지시간)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을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30일), 애플과 아마존(31일)의 실적 발표가 뒤를 이을 예정이다. 이들 종목에 대한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애정은 절대적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M7 기업 주식 보유액은 24일 기준 약 411억 달러(약 56조 9000억원)에 달한다. 한 주 앞서 먼저 축포를 터뜨린 테슬라로 인해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치는 한껏 치솟은 상황이다. 지난 23일 213달러 선으로 거래를 마친 테슬라는 3분기 실적 발표 직후인 24일 무려 21.9%나 오른 260달러대로 장을 마감했다.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 가면서 종가 기준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순이익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전 소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트럼프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 CEO로 인해 테슬라는 트럼프 트레이드의 주요 종목 중 하나로 분류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수혜가 있겠지만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로보택시 운영 승인이 계속 보류되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대선 결과에 따라 단기 주가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실적과 대선 레이스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미국은 물론 국내 증시에까지 적잖은 영향을 미치면서 투자자들의 고심은 갈수록 깊어질 전망이다. 변수가 많다 보니 자본시장이 점점 더 예측하기 힘든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일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과 함께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봤던 국내 2차전지 업종은 테슬라의 선전에 힘입어 이날 일제히 큰 폭의 상승 곡선을 그렸다. 테슬라의 2차전지 공급선상에 있다고 분류되는 엘앤에프와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각각 10.19%와 2.33%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특히 양당 후보자 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주가의 상단을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러軍, 민간 트럭으로 북한군 수송하다 경찰 단속 걸려” …우크라 ‘감청 파일’

    “러軍, 민간 트럭으로 북한군 수송하다 경찰 단속 걸려” …우크라 ‘감청 파일’

    러시아가 민간 번호판이 달린 트럭에 북한군을 태워 나르다 경찰 단속에 걸렸다고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GUR)이 밝혔다. GUR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경찰은 서부 쿠르스크-보로네시 고속도로에서 민간 번호판이 달린 카마즈 트럭을 멈춰 세웠다. 트럭에는 북한 군인이 탑승해 있었으나, 운전자는 전투 명령 관련 문서를 소지하지 않은 상태였다. 러시아가 북한군을 은밀히 쿠르스크 전선으로 배치하려던 정황으로 풀이된다. GUR이 공개한 러시아 제810해병여단 무선 통신 감청 파일에는 장교들이 경찰 단속에 걸린 트럭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감청 파일에서 장교들은 경찰이 쿠르스크-보로네시 고속도로에서 트럭을 정차시킨 배경과 운전자가 적절한 서류를 갖추지 않은 이유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이 부대는 카마즈 트럭을 통해 북한의 지원군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GUR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군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부대로 향하고 있다. 이는 앞서 지난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달 27~28일 북한군이 전투 지역으로 처음 파병될 계획이라고 발표한 것과 일치한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규모는 약 3000명으로 추정된다. 다만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북한군의 전체 파병 수가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북한군 병력이 오는 12월까지 1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했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이 장교 500명과 장성 3명을 포함해 약 1만 2000명의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했다고 주장했다.
  • “생존입니다” K클래식 백수저들이 선보인 ‘음악의 성찬’

    “생존입니다” K클래식 백수저들이 선보인 ‘음악의 성찬’

    세계 무대를 호령하는 K클래식 ‘백수저’ 스타들이 이븐하게 잘 익은 연주로 한국 관객들에게 클래식 음악의 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번 10월은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이끌어가는 백수저 연주자들을 고루 만날 수 있는 무대가 풍성하게 차려졌다. K클래식의 대표 주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30)을 비롯해 김선욱(36), 손열음(38), 선우예권(35), 박재홍(25), 신창용(30),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7), 첼리스트 문태국(30), 한재민(18) 등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빛나는 성적을 거뒀던 음악가들이 무대를 빛냈다. 조성진은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각각 교향악계와 지휘계의 백수저인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45)와 함께했다. 최상의 재료만 모인 이 조합은 클래식 음악계 미슐랭 3스타 같은 연주회를 만들어냈다. 조성진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빈 필과 함께했는데 곡의 익힘 정도와 간이 가장 완벽하게 잡힌 연주로 베토벤도 반할 무대를 완성했다. 2015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연이어 ‘생존’ 선택을 받고 최후의 1인이 된 피아니스트답게 설명이 필요 없는 무대였다. 24~25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롯데콘서트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주미 강과 함께했다. 부모님 모두 음악가이고 클래식 음악 선진국인 독일에서 태어난 주미 강은 2009 서울국제음악콩쿠르, 2010 센다이 국제콩쿠르, 2010 인디애나폴리스 국제바이올린콩쿠르 우승 등을 차지한 클래식 음악계의 대표적인 백수저로 꼽힌다. 주미 강과 서울시향은 초반부터 메인 요리가 나오는 것처럼 강렬하게 시작하는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을 들려줬다. 주미 강과 서울시향은 타이트하게 익힌 소고기처럼 단단하면서도 풍미가 가득한 요리처럼 풍성한 사운드로 관객들도 손을 들어줄 만한 명연주를 선보였다. 다른 연주자들 역시 따로 또 같이 10월의 클래식 음악계를 빛냈다. 첼리스트 문태국은 26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선보였고 2006년생의 어린 나이로 떠오르는 백수저 첼리스트 한재민은 지난 1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정명훈(71)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과 함께했다. 한재민은 정명훈,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37)과 함께 베토벤 ‘삼중 협주곡 C장조’를 선보였는데 세 사람이 이루는 화음은 한 음식에서 여러 가지 맛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파인 다이닝 요리를 맛보는 듯한 다채로운 매력을 뽐냈다. 박재홍은 2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들려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올해 처음 개최하는 공연예술축제 ‘대한민국은 공연중’의 ‘K-클래식’ 프로그램이었던 이날 연주회에서 박재홍은 가장 자신 있는 요리를 내놓은 셰프처럼 눈을 감고도 연주하는 모습으로 남다른 실력을 뽐냈다. 앞서 선우예권은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콘체르토 마라톤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그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연주했는데 유명 맛집보다 더 남다른 인기에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돼 주최 측에서 추가 좌석을 열어야 했다. 이달 초에는 김선욱, 신창용이 해외 단체와 함께 명연주를 선보인 바 있다. 김선욱은 지난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이탈리아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와 함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3번’을 연주했다. 피아노 연주자에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로 거듭나며 클래식 음악계 백수저 중의 백수저로 변신 중인 그는 이탈리아 현지에서 맛보는 미슐랭 식당 요리 같은 무대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신창용은 지난 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체코 제2의 도시에서 온 브르노 필하모닉과 함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을 연주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홀로 나선 손열음도 6일 리사이틀을 열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유명 셰프가 혼자 운영하는 맛집 같은 장소로 만들었다. 메인 요리급인 조성진의 공연마저 끝났지만 아직 더 즐겨야 할 후식이 남았다. 첼리스트 강승민(37)이 29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열고, 올해 롯데콘서트홀 상주음악가로 활동하는 한재민이 3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박재홍,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토프 바라티(45)와 함께 ‘트리오 리사이틀’로 10월 음악의 성찬을 마무리한다.
  • 최고 수령 70년 추정 천종산삼 10뿌리 발견… 감정가 9000만원

    최고 수령 70년 추정 천종산삼 10뿌리 발견… 감정가 9000만원

    최고 수령 70년으로 추정되는 천종산삼이 경남 함양군 덕유산 자락에서 발견됐다. 27일 한국전통심마니협회에 따르면 최근 60대 약초꾼 A씨가 덕유산 자락에서 천종산삼 10뿌리를 채취했다. 감정 결과, 이번에 발견된 천종산삼은 4대를 이은 가족군이다. 가장 어린 자삼(아기 산삼)은 수령 20년으로 확인됐다. 3대와 2대는 각각 35년근과 50년근 이상이고, 모삼(어미 산삼)은 수령이 70년에 달한다. 총 10뿌리 무게는 82.5g이고, 감정가는 9000만원으로 책정됐다. 한국전통심마니협회 관계자는 “계절적으로 가을에 캔 천종산삼이 면역력 강화 등 효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며 “서늘한 날씨에도 험준한 산행을 거듭한 약초꾼들의 성실함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 70년 묵은 산삼 발견, “심봤다!”…“효능 뛰어나” 감정가는?

    70년 묵은 산삼 발견, “심봤다!”…“효능 뛰어나” 감정가는?

    “심봤다!” 경남 함양군 덕유산 자락에서 최고 수령 70년으로 추정되는 천종산삼이 발견됐다. 천종산삼은 자연적으로 깊은 산에서 나는 산삼을 말한다. 26일 한국전통심마니협회에 따르면 60대 약초꾼 A씨는 최근 덕유산 자락에서 70년 추정의 어미 삼과 20년 이상의 아기 삼 등 천종산삼 10뿌리를 채취했다. 감정 결과 이번에 발견된 천종산삼은 4대를 이은 가족군 산삼으로 확인됐다. 가장 어린 자삼(아기 산삼)은 수령 20년으로 확인됐으며, 3대와 2대는 각각 35년근과 50년근 이상으로 파악됐다. 모삼(어미 산삼)은 수령이 70년에 달한다. 10뿌리의 총무게는 82.5g으로, 감정가는 9000만원으로 책정됐다. 한국전통심마니협회 관계자는 “계절적으로 가을에 캔 천종산삼이 면역력 강화 등 효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며 “서늘한 날씨에도 험준한 산행을 거듭한 약초꾼들의 성실함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전했다.
  • 세종시 첫 주민발의 ‘교육활동 보호 조례’ 통과…“주민 발의 취지서 후퇴”

    세종시 첫 주민발의 ‘교육활동 보호 조례’ 통과…“주민 발의 취지서 후퇴”

    주민 4000여명 발의, 15개월 만에 ‘결실’시민단체 “주민 1호 발의 취지 무색” 유감 교사 지원 방안 등이 담긴 세종시 첫 주민발의 조례 ‘세종시교육청 교육활동보호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했다. 반면 주민발의를 이끈 시민추진단은 조례 통과는 환영하지만, 조례안 심의 과정에서 ‘조례명’과 일부 주요 내용 변경에 유감을 표시했다. 26일 시의회에 따르면 제93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교육활동 보호 조례 추진단’이 주민발의를 통해 청구한 ‘교육활동 보호 조례안’을 가결했다. 이번 조례는 지난해 7월 전교조 세종지부 제안에 주민 4000여명이 동의해 발의됐다. 조례안에는 교육활동 중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에 대한 지원, 학칙 개정 시 학생 의견 반영, 보호자와 교사의 정보 공유 보장 등 교육 3주체의 보호 방안이 담겼다.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원·학생·보호자 등 대상별 권리와 지원 사항 등도 규정했다. 교원의 교육활동이 부당하게 간섭·방해받아선 안 되며, 이 경우 교원이 적절한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조례안이 애초 취지에서 후퇴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지역 12개 시민교육단체가 참여한 세종 교육활동 보호 조례 주민발의 추진단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발의의 취지를 외면하고 기관과 시의회가 가지고 있는 인식의 한계를 드러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세종 교육활동 조례’가 ‘세종시교육청 교육 활동 조례’로 변경됐다”며 “세종시 교육활동 보호로 명칭을 정한 건 교육청의 한계를 넘어 세종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를 담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굳이 교육청(명칭)을 사용해 조례의 범위를 축소했다”며 “명칭에서부터 협력보다는 구역을 나누려는 모습은 시민의 눈에선 구태로 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의 교육복지 책무와 교육청과의 협력 강화 내용을 담은 조례 발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 ‘피해자’라는 방패, 방패를 공격무기로 쓰는 이스라엘 [세책길]

    ‘피해자’라는 방패, 방패를 공격무기로 쓰는 이스라엘 [세책길]

    일본 반핵단체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히로시마에서 봤던 원폭돔과 평화공원이었다. 히로시마 시내 한가운데 자리잡은 각종 상징물, 전시자료들은 핵폭탄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피해자들이 겪었던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피해자와 공감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치한 공간을 지나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진 곳에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가 있다. 히로시마를 방문했던 2005년 1월에 품었던 의문은 지금도 여전히 해소가 안되고 있다. 히로시마 어디에서도 메이지유신부터 제2차세계대전 패전까지 일본의 중요 군사기지이자 군수공업지대가 밀집한 군국주의를 떠받치는 핵심지역이었던 히로시마는 없었다. 오로지 ‘피해자’가 있을 뿐이다. 일본 근대사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평화롭던 어느날 하늘에서 거대한 폭탄이 떨어진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무엇보다도, 히로시마 전체 피폭자 가운데 10% 가량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원폭희생자들은 과연 온전히 ‘피해자’로 호명되고 있는 것을까. ‘피해자’라는 의식은 뇌리에 깊이 박힌다. 다함께 피해를 입었다는 집단의식은 ‘우리’의 동질감과 단결심은 물론이고 가해자인 ‘저들’에 대한 적대감을 끌어올린다. 어두운 측면 역시 존재한다. 극단으로 흐르면 피해자 의식만큼 위험한 물건도 드물다. 자신들의 ‘가해’는 잊어버리고 ‘피해’만 선별적으로 기억하며 현실에 눈을 감아버리기 십상이다. 한때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지금 가해자가 되는 데 면죄부가 된다는 말도 안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한지 1년이 지났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소속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공격했고 1200여명(군인 381명 포함)이 죽고 250여명이 인질이 되자 이스라엘은 즉각 전쟁을 선포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딱 1년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 4만 1870명이 죽었고 9만 7166명이 다쳤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지난 8월 발표했을 때는 사망자가 3만 4344명이라고 했는데 두 달도 안돼 7000명 넘게 더 죽었다. 3만 4344명 가운데 710명은 첫돐도 안 된 갓난아기였다. 이 기간 이스라엘군 사망자가 347명이었다. 가자지구는 1년 동안 상업시설의 80%와 주거 건물의 60%, 학교 건물의 87%, 도로망의 68%, 경작지의 68%가 파괴됐다. 팔레스타인, 감옥에서 생지옥으로1년 전에는 이스라엘이 만든 고립장벽에 갇힌 세상에서 가장 큰 감옥이었던 가자지구는 이제는 말 그대로 생지옥이 돼 버렸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이란, 예멘까지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주변국에 발신하는 메시지는 한마디로 ‘너희가 이러고도 나랑 싸우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협박하는 것처럼 들린다. 한국어에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정확한 낱말이 존재한다. 깡패. 국어대사전에는 깡패를 이렇게 정의한다. ‘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는 와중에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부들은 제대로 된 조치를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다들 참아라 참아’하며 공허한 휴전촉구만 이어갈 뿐이다. 부조리가 계속되면서 이스라엘이 갖고 있던 ‘피해자’라는 일종의 ‘신뢰자본’은 갈수록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가령 과거 유대인학살에 책임이 있고 현재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전폭 지지하고 있는 독일에선 설문조사 결과 60%가 이스라엘에 무기지원하는 걸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독일 시사매체 슈테른이 최근 보도했다. 한국에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스라엘은 곧 수천년을 쫓기고 핍박받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수천년을 고통받은 끝에 ‘고향’에 돌아왔으니 고향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싸우는 건 신성한 권리 아니냐고 본다. 신이 ‘선택받은 민족’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했다는 설교까지 더해지면 이스라엘은 이교도들의 침략에 맞서 성지를 지키는 성전기사단 같은 존재처럼 돼 버린다. 사실 이런 관점은 이스라엘의 국가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겐 구약성경이 팔레스타인 땅문서나 다름없다. 홀로코스트라는 기억과 결합한 이런 ‘피해자 담론’은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이웃나라를 공격하거나 암살하는 속에서도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강력한 논거가 되는 게 사실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역사학 교수로 일하는 ‘유대인’ 슐로모 산드가 쓴 <만들어진 유대인>(사월의책, 2022)은 한마디로 말해 ‘유대인 피해자 담론’에 주목하는 책이다. 2008년 히브리어로 처음 출간됐을 당시 제목이 ‘유대인은 언제, 어떻게 발명되었는가’인 것에서 보듯 ‘유대국가’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정체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젊은 시절 군대에 입대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한 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이 있는 저자는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의 기원과 실체, 모순을 통해 이스라엘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를 촉구한다. 이 책은 우리가 알던 ‘유대인’이라는 상식을 깨부순다는 점에서 많은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할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책에서 들고 있는 유대인의 기원과 변천에 관해 새롭게 밝혀낸 수많은 최신 연구성과 가운데 상당수가 이스라엘이 1976년 전쟁에서 서안지구를 점령한 뒤 고고학자들이 대규모 발굴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롭게 밝혀진 것들이란 점이다. 이스라엘 정부와 학자들은 십중팔구 솔로몬이 세웠다는 거대한 성전과 황금으로 가득찬 왕궁 유적을 기대했겠지만 실제 발굴 결과는 전혀 달랐다. “새로운 고고학자들 및 성서학자들 대부분이 받아들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즉 (다윗과 솔로몬이 다스렸다는) 거대한 통일 군주국은 결코 존재한 적이 없으며, 솔로몬 왕이 아내 7백명, 첩 3백명과 함께 거주한 장엄한 궁전도 결코 없었다는 것이다. 성서가 그 거대 제국의 이름을 따로 명명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 결론을 강화한다. 유일신의 은총으로 수립된 강력한 통일왕국을 인위적으로 발명하고 영광스럽게 만든 것은 후대 저자들이었다. 그들은 또한 풍부하고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세계 창조, 대홍수, 선조들의 유랑, 야곱과 천사의 씨름, 이집트 탈출과 홍해 기적, 가나안 정복과 기브온 전투에서 해가 멈춘 기적 등과 같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236쪽).” 유대인의 피해자 정체성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이주와 유랑은 어떨까. 먼저 출애굽을 보자. 출애굽이 있었다고 하는 기원전 13세기에 가나안 지역은 이집트 파라오가 확고히 지배하는 이집트 영토였다. “그렇다면 모세는 자유를 얻은 노예들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나와서... 역시 이집트로 갔다는 말인가?(229쪽).” 성경에서 핵심 모티프인 바빌론유수 역시 사실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이다. “우리는 이스라엘 왕국을 멸망시킨 아시리아인들과 유다왕국을 정복한 바빌로니아인들 역시 그들의 정복지로부터 주민 전체를 이주시키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덧붙일 수 있다(249쪽).” 1세기 유대 반란 이후 로마가 유대인들을 강제이주시켰다는 ‘상식’ 역시 저자의 동심파괴를 피해가지 못한다. “유다 지역에서 추방이 있었다는 언급은 로마의 풍부한 기록 어디에도 없다. 반란 후 유다지역 경계선 부근에서 대량의 피난민이 있었던 흔적도 전혀 발견된 적도 없다(251쪽).” 강제이주가 없었다면 세계 곳곳의 ‘디아스포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다소 놀랍게도 저자는 유대인의 확산을 이끈 건 특정 혈통집단의 이주가 아니라 대규모 전도와 개종이었고, 이런 방식을 계승하며 경쟁자로 등장한 그리스도교와 경쟁에서 패하면서 ‘유대인 인구 확산’이 멈췄다고 밝힌다. “장차 그리스도교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그리스도교의 궁극적 승리에 기여하게 되는 모든 관념적이고 지적인 요소들이 당시 유대교의 이 일시적 성공 안에 이미 들어있었다(316쪽).” 유대인 혈통이라는 함정과 자기모순저자가 길게 논증한 것처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 퍼져 있는 유대교 신자들 사이의 세속적인 민족지적 공통분모는 결코 없다(451쪽).” 역사 속에서 ‘유대인’이란 특정한 혈연공동체가 아니라, 특정한 종교를 믿는 공동체(148~149쪽)였다. 간단하게 말해서, 유대인이란 한민족이나 일본민족 같은 개념이 아니라 가톨릭 신자나 불교 신자와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개념이었다. 그렇다면 본질적인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인이란 누구인가. 이는 이스라엘 정부가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국가로 규정하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는 걸 고려하면 이스라엘의 국가 정체성과 직결된다. 사실 이 문제는 이스라엘 정부에서도 수십년 동안 끊이지 않는 논란꺼리였다. 이스라엘 내무부 장관으로 시오니스트 좌파를 대표하던 이스라엘 바르 예후다는 1958년 3월 내무부에 ‘자신이 유대인이라고 진실하게 선언하는 사람은 유대인으로 등록할 수 있으며, 그 밖에 증거는 필요없다’는 지침을 내렸다. 이 조치는 즉각 논란이 됐고, 총리 벤구리온은 이 조치를 뒤집어 버렸다. 이후 내무부를 장악한 유대교 정통파들은 어머니의 정체성을 유대인 등록 기준으로 삼았다. 1970년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인은 유대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자 혹은 유대교로 개종하고 다른 종교에 속하지 않은 자(519~521쪽)”라고 결정했다. 이런 정책에 따라 이스라엘은 국민 4분의1이 아랍계를 비롯한 비유대계다. 심지어 동구권 몰락 이후 이스라엘로 대규모 이주한 옛 소련 출신 유대계 이민자 가운데 30%도 유대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신분증에 자신의 민족명을 기재해야 하는데 옛 동독 출신 중에는 민족명을 ‘동독’으로 쓴 사람도 있다. 왜 이런 모순이 벌어지는가. 19세기나 20세기 초 까지만 해도 유럽에서는 ‘모든 유대인은 자신들만의 기원을 가진 하나의 민족”이라는 주장은 전형적인 반유대주의 논리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주장을 반대한다고 하면 반유대주의자 아니냐는 공격을 받는다. 전세계 유대인들은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같은 민족이라는 근대의 발명품, 신화가 역사가 되고 현실을 재구성하고 규정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현실에 존재할리 없는 ‘유대인’ 혈통을 찾고, 국가 차원에서 유대인 혈통의 우수성을 입증할 증거를 찾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유대인 혈통이 아닌 이들은 이스라엘에서 배제와 차별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정부가 국민의 민족을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군대에 입대할 ‘권리’를 박탈하고,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하는 게 현재 이스라엘이다. 그런 차별과 배제의 극단적인 대상이 팔레스타인인들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을 독립시킬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제대로 된 국민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팔레스타인을 공식 합병하면 유대인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외국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국민으로 대접해 주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20세기에 경험해봤다. ‘나라 잃은 백성’으로 살아야 했던 일제식민지 시기였다. 이런 정치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스라엘 정치체제를 ‘종족정치’(Ethnocracy)라고 규정한다(552쪽). 이스라엘에서는 인사말이 ‘샬롬’이라고 한다. 평화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젖과 꿀이 흐르고 50만명이 넘는 원주민들이 평화롭게 살던 땅을 피와 눈물로 물들인 뒤 세운나라였다. 1948년 아인슈타인과 한나 아렌트 등 유대계 지식인들은 메나햄 베긴을 비롯한 시오니스트 우익이 인종주의적 파시스트 국가론을 신봉한다며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캐나다 국적 의사 가보 마테가 캐나다 일간 ‘토론토 스타’에 기고한 글에서 아프게 지적하는 말을 조금이라도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보 마테는 1944년 헝가리에서 태어났고 외조부모는 아우슈비츠에서 죽었고 아버지는 나치 독일에 강제노역으로 동원됐다. “아우슈비츠에서 우리 할아버지가 죽은 것이 팔레스타인인 사람들을 학살할 명분이 될 순 없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이 대량 학살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하마스의 로켓이나 민간인 테러 공격은 가자지구의 맥락을 떠나서는 이해할 수 없으며, 그 맥락은 근세와 현재에 걸쳐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인종 청소 작전, 즉 팔레스타인 민족을 파괴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정의로운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고 점진적으로 합병하기, 비인도적인 봉쇄, 올리브숲을 파괴하기, 수천명을 임의로 투옥하고 고문하기, 민간인을 모욕하기, 주택 파괴. 이런 정책들은 정의로운 평화를 바라는 어떤 열망과도 함께할 수 없다.”
  • 포스코이앤씨,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 3차’ 내달 분양

    포스코이앤씨,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 3차’ 내달 분양

    포스코이앤씨가 다음달 충남 아산에서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 3차’를 분양한다고 25일 밝혔다. 단지는 아산탕정지구 도시개발구역 2블록에 위치하며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9개동, 총 1163가구(일반분양 975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세대별 타입은 ▲72㎡A 572가구 ▲70㎡B 186가구 ▲70㎡C 121가구 ▲84㎡A 112가구 ▲84㎡B 86가구 ▲84㎡C 86가구 등이다. 단지가 들어서는 아산탕정지구 도시개발구역은 갈산리, 매곡리 일원, 53만 6900여㎡ 부지에 더샵 브랜드 3개 단지를 포함해 약 4300여 가구 규모의 주거지로 탈바꿈된다. 학교, 녹지, 공공청사 등 입주민들을 위한 도시기반시설들도 건립될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철 1호선 탕정역과 인근 천안아산역의 KTX, SRT 등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순신대로와 당진~청주고속도로도 인접해 있다. 올해 1월 발표된 GTX-C 연장 구간 계획에 아산시가 포함되면서 미래가치도 기대된다. 도시개발구역 내 조성될 탕정8초교(2027년 3월 개교 예정, 가칭)와 조건부 승인된 탕정4중학교(가칭)가 인접해 있으며, 탕정역 일대 학원가로도 이동이 편리하다. 모다아울렛, CGV, 갤러리아 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의 여러 생활 인프라도 잘 갖췄다. 곡교천, 도시개발구역 내 근린공원(예정), 용곡공원, 지산공원 등 녹지도 가까워 쾌적한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다. 내부 설계로는 전 가구 4베이 판상형 맞통풍 구조를 적용해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했다. 남동·남서향 위주 단지 배치로 남측에 위치한 매곡천과 곡교천 조망이 가능하다. 세균 번식을 억제하고, 세대 내 양질의 공기를 공급하는 ‘항균 황토덕트’가 적용된다. 입주민들의 주거 편의를 위한 스마트홈 서비스 ‘아이큐텍(AiQ TECH)’으로 조명, 난방, 가스 차단 및 환기 등을 외부에서도 제어할 수 있다. 주차공간도 가구 당 1.3대로 넉넉하다. 주차장 웰컴라이팅 및 대기전력 차단 시스템 등 효율적인 에너지 설비를 적용했으며 단지 출입부터 주차장, 세대 출입까지 3중으로 지켜주는 ‘3선 보안 시스템’을 도입해 안전한 주거 환경을 제공한다. 단지는 다음달 4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5일 1순위 청약, 6일 2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이번 분양은 도시개발구역 내 마지막 ‘더샵’ 분양으로, 1, 2차 단지에 이어 흥행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청약 대상은 청약통장 가입기간 6개월 이상, 충남 아산시 또는 충남, 세종시, 대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이며, 소득수준, 주택유무, 세대주·세대원, 재당첨 여부와 관계 없이 신청할 수 있다. 전매제한도 적용되지 않는다. 견본주택은 이날 개관한다.
  • 사자는 ‘뒤’가 없다

    사자는 ‘뒤’가 없다

    박진만 감독 “홈런으로 반전 시작”3차전 KIA 선발 라우어에 자신감 한국시리즈에서 하루에 2경기를 내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25일부터 홈인 대구에서 펼쳐지는 3~4차전을 모두 잡아야만 역전 우승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애초 광주에서 1승1패를 목표로 했지만 이루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대구에서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23일 “우리가 이기는 패턴은 장타가 나와야 한다”며 “타자 친화적인 대구에 가니 거기서 장타력으로 분위기를 바꿔보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 2차전에서 각각 홈런 3개와 5개로 LG 마운드를 폭격하며 승리를 거뒀다. 팀홈런 1위(185개)인 만큼 KIA 마운드를 홈런포로 공략해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절실하다. 마운드에서는 5일의 휴식기를 갖게 된 3차전 선발 데니 레예스(오른쪽)의 역할도 중요하다. 레예스는 지난 19일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한 뒤 충분하게 휴식한 상황이다. 레예스는 플레이오프서 2경기 13과3분의2이닝 동안 2승 평균자책점 0.66으로 완벽한 투구를 한 바 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은 레예스가 정규시즌 KIA와 3차례 만나 2패, 평균자책점 8.31로 부진했다는 점이다. KIA전 피안타율은 0.365로 매우 높았고 홈런도 4개나 허용했다. 그렇지만 삼성에게도 희망은 있다. KIA의 3차전 선발로 낙점된 대체 용병 에릭 라우어(왼쪽)에 대해 삼성 타선이 강점을 보인다는 점이다. 정규시즌 7경기에 나선 라우어는 삼성과는 단 한 차례만 만났다. 8월 11일 등판해 3과3분의1이닝 동안 7피안타 2홈런, 평균자책점 10.80으로 두들긴 만큼 타선이 폭발하면 의외로 손쉽게 끝날 수도 있다. 라우어는 24일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올라오길 바랐다“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가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인 것은 잘 알고 있다. 장타보다는 빗맞은 타구를 유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쓸쓸한 사람 뒷모습 그린 다섯 편의 풍경화

    쓸쓸한 사람 뒷모습 그린 다섯 편의 풍경화

    1980년대 기찻길 마을 배경‘성장통’ 아이들 이야기 담아처음 맞닥뜨린 슬픔의 순간지도 그리듯 담담하게 묘사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한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소설가는 소설 쓰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가 더는 비참한 곳이 아니게 될 때까지 소설가는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2018년 중편소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로 이상문학상을 받은 손홍규(49) 작가는 당시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의 비참과 동행해 세계가 더는 비참해지지 않는 곳에서 사라질 운명”을 감당하겠다던 작가는 다시 한번 쓸쓸한 사람의 뒷모습이 그려진 다섯 편의 풍경화를 펼쳐 놓는다. 연작소설 ‘너를 기억하는 풍경’을 통해서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모두 1980년대 기찻길 마을을 배경으로 성장통을 겪는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사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작품 ‘기찻길을 달리는 자전거’의 수는 치매를 앓던 할머니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허둥거리고, ‘어느 날 대숲에서’의 준은 울창한 대숲에 웅크리고 앉아 가느다랗게 우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버지를 미워해도 되는 건지 자문하게 된다. ‘가난한 이야기’의 영은 자신을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두고 간 엄마가 사실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 곳으로 갔다는 것을 알게 되고, ‘소가 오지 않는 저녁’의 민은 대공분실에서의 고문으로 마음이 다친 형과 무덤덤하기 그지없던 가족들이 사실은 어딘가에서 얼굴을 돌린 채 울면서 살아왔음을 알게 된다. ‘손금’의 희는 미국에 입양된 아픈 동생을 그리워하는 요한을 통해 그리움이란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자 잃어버리고 없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섯 이야기에 모두 등장하는 인물은 ‘수’라고 불리는 진수다. 소설 읽기를 좋아하고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수는 다섯 편의 이야기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한다. 아이들이 삶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슬픔의 첫 순간들을 작가는 담담한 어조와 지도를 그리는 것 같은 묘사로 아련한 풍경과 함께 그려낸다. ‘기찻길을 달리는 자전거’에서 수의 상실을 위로하는 것은 자전거를 타고 레일을 따라 높은 철교를 건너고 마는 명호 형과 마을 앞을 듬성듬성 지나는 기차다. ‘어느 날 대숲에서’의 준에게는 대숲 소리가 그런 존재다. “대숲 앞에 멈춘 준은 주전자를 높이 들어 올려 꼭지에 입을 대고 한 모금 마셨다. 입안이 텁텁해지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준은 눈을 감고 대숲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쌀독에 쌀 붓는 소리 같기도 했고 주전자에 막걸리 붓는 소리 같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소리는 어느 정도…울음을 닮은 듯했다.”(83쪽) 친구 선의 손가락이 잘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도 준은 대숲을 찾는다. ‘가난한 이야기’의 영에게는 ‘이야기’가 있다. 다음 순간이 궁금해질 때 책 읽기를 미루는 방법으로 영은 슬픔의 시간을 견딘다. “영이 몰랐던 적은 없었다.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인정하기를 유예한 거였다. 삶은 신비로 가득하므로 섣부르게 인정했다가 후회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굴지 않고 삶의 신비가 다가올 수 있도록 기다려 주기.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자신에게 허락하기. 삶이 슬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그 슬픔을 미루고 미룰 뿐.”(151쪽) ‘소가 오지 않는 저녁’의 민은 큰 눈을 가진 소에게서 위안을 얻으며, ‘손금’의 희에게는 요한이라는 존재가 있다. 작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시대를 등한시하지 않는다. 도시로 사람들이 떠나면서 소슬해진 농촌의 모습을 그리고, 시위에 나갔다가 고문으로 이상해져서 돌아온 형, 미국에 입양된 아픈 동생을 그리워하는 오빠를 등장시킨다. 또 광주에서 2000여명의 시민이 민주주의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학살된 사건을 언급해 시대의 굴곡과 아픔을 상기시킨다. 이제 막 슬픔의 첫 순간을 맞이하는 아이들에게, 캄캄하고 두려운 길로 나서는 모든 이에게 이 다섯 이야기는 작가가 보내는 응원이다.
  • ‘30억 빚 파산’ 윤정수 “자존심 중요해 강남에 집 샀다”

    ‘30억 빚 파산’ 윤정수 “자존심 중요해 강남에 집 샀다”

    방송인 윤정수가 22년 전 강남에 마련한 첫 번째 집을 떠올린다. 24일 방송되는 MBC ‘구해줘! 홈즈’에서는 서울에서 ‘생애 첫 집 매매’를 주제로 알짜배기 꿀팁과 다양한 가격대의 매물을 소개한다. 이날 방송은 가을 이사철을 맞이해 ‘생애 최초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꾸며진다.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모델 겸 방송인 정혁, 방송인 남창희 그리고 양세찬이 서울 2~6억원대 다양한 매물을 임장한다. 세 사람은 첫 번째 매물이 있는 노원구 상계동으로 향한다. 양세찬은 “이곳은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3개의 산과 개천을 두루 갖춘 동네이다.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대단위 아파트촌으로 개발된 곳”이라고 소개한다. 장동민은 “제가 이 동네에서 20년 이상 살았다. 대치동을 방불케 할 정도로 학구열이 높은 동네다”고 말한다. 이들이 소개한 아파트는 신혼부부가 거주를 목적으로 올 수리를 한 곳으로 감각적인 인테리어는 흠잡을 곳이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거실 통창으로 도봉산 뷰와 중랑천 산책로가 내려다보여 눈길을 끈다. 아파트 뷰를 감상하던 정혁은 “저는 18살에 자취를 시작했는데, 창문도 없는 지하 방이었다. 화장실이 문밖에 있었는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인근 동사무소 화장실을 사용했다”고 말한다. 세 사람은 두 번째 매물이 있는 성북구 정릉동으로 향한다. 양세찬은 “오늘 이 집을 계약하겠다는 마음으로 살펴보자”며 오늘 임장의 포부를 밝힌다. 내부 순환로 옆에 위치한 1975년 준공된 구옥 아파트로 올 리모델링된 거실은 따듯한 감성을 자아낸다. 또, 주방 창문으로는 정릉동 초록 뷰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부동산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낀 세 사람은 김구라, 윤정수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정릉동 아파트에 대한 비전을 물어본다. 전 남편 윤정수의 등장에 김숙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전화할 사람한테 전화를 해야지”라며 고개를 흔든다. 윤정수는 “나는 집을 경매 당한 사람인데, 나한테 물어봐도 되냐”라고 말한 뒤, 실패에서 온 경험으로 찐 조언을 전한다. 앞서 윤정수는 지난 2011년 지인의 보증 등으로 빚을 져 당시 18억원에 달하는 집을 경매로 넘긴 적이 있다. 2013년엔 30억원 빚에 개인 파산신청을 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22년 전 첫 집을 마련했다. 그땐 자존심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얼어 죽어도 강남’에 집을 샀다”고 말해 눈길을 끈다. 이어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역세권 5억원대 1인 가구 맞춤 집’을 소개한다고 전해져 기대를 높인다. ‘생애 최초 내 집 마련’ 특집은 24일 목요일 오후 10시 MBC ‘구해줘! 홈즈’에서 공개된다.
  • 소나무재선충병 신규 발생 지역 10곳 중 6곳은 ‘인위적 감염’

    소나무재선충병 신규 발생 지역 10곳 중 6곳은 ‘인위적 감염’

    최근 3년간 소나무재선충병(재선충병) 신규 발생지역 대부분은 인위적 확산으로 나타났다. 감염목의 이동 차단 등 부실 관리 및 무단 이동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 재선충병 방제에 대한 경각심이 낮다는 지적이다.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이 산림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재선충병이 신규 발생한 14개 시·군 중 64.3%인 9개 지역이 감염목을 화목·용재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위적 확산이 추정되는 지역은 대전 동구와 경기 과천·안산, 전남 화순·나주, 경북 청송, 강원 화천·철원, 충남 당진 등 9개다. 연간 100만그루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사라지는 현실에서 확산 차단의 기본인 무단 이동 단속은 줄고 있다. 적발 건수가 2019년 160건, 2020년 76건, 2021년 96건, 2022년 57건, 2023년 52건, 2024년 3월 기준 15건으로 집계됐다. 조치는 방제 명령이 전체 96.5%(440건)를 차지했고 벌금 및 과태료 부과는 각각 9건, 7건에 불과했다. 산림청은 소나무류 취급 업체에 단속 계획 및 소나무류 무단 이동 시 처벌될 수 있다고 알린 후 소나무류 생산·유통에 대한 자료 비치 여부와 소나무류 미감염(생산) 확인증·영수증 등 관련 서류 확인을 통해 무단 이동 및 취급·활용 여부를 단속한다. 김 의원은 “재선충병 감염목이 제한 없이 이동하면서 인위적 확산 원인으로 지적된다”라며, “감염목의 무단 이동을 철저히 차단하고 엄하게 처벌해 재선충병 확산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평택,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앞장

    평택,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앞장

    “평택시는 경제적으로 성장해온 만큼 탄소중립에 의무감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의 산업단지,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을 최소화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해서 나무 심기 사업을 시작했고, 수소경제에 뛰어들었습니다.” ‘탄소중립 시장’을 자임한 정장선 경기 평택시장의 민선 8기 핵심 시정목표가 담긴 발언이다. 평택시는 곳곳에 ‘도시 숲’을 조성해 대기의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도시 열을 낮추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2019년부터 약 8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현재 나무가 빽빽이 심어진 평택시 내 공원은 471개로, 경기도 기초지자체 중 가장 많다. 평택시는 2026년까지 1000개의 공원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도시 숲 조성과 함께 평택시는 수소로 탄소배출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먼저 모빌리티 분야에 수소를 도입했다. 수소전기차, 수소 버스, 수소 트럭 등 수소 모빌리티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수소의 생산과 가공, 유통과 활용까지 모두 아우르는 미래형 수소복합지구도 평택항에 조성 중이다. 청정수소를 바탕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위한 환경도 조성하고 있다. 청정수소를 평택항 에너지 부두를 통해 수입하고, 평택항 인근 발전소에서 청정수소로 친환경 전기를 생산해 이를 기업에 공급하는 체계를 2028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평택시는 2026년까지 지역의 화력발전을 수소에너지발전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평택 화력발전의 연간 발전량은 6291GWh으로, 257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정 시장은 “탄소중립의 핵심은 탄소배출 제로다. 이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수소경제에 뛰어들었다. 늦은 감은 있지만, 평택을 중심으로 수소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산업단지, 도시, 항만을 연계하는 수소에너지 기반의 탄소중립지구 조성으로 기후변화와 산업전환에 대응하고 태양광 등의 친환경 에너지를 확대해 탄소중립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 “58일 병가 내고 프랑스 여행 다녀온 제주경찰”…징계는?

    “58일 병가 내고 프랑스 여행 다녀온 제주경찰”…징계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제주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제주 경찰의 각종 비위가 도마에 오르면서 공직 기강이 무너졌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23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은 “전국 시도 경찰청 공직기강 특별점검 결과 제주 경찰관 4명이 병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며 “58일 병가를 내고 한 달 동안 프랑스를 갔다 오거나 29일 병가를 내고 열흘간 유럽 여행 갔다 온 식이지만 징계는 4명 중 2명에 대한 주의 조치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수영 제주경찰청장은 “징계는 본청 차원에서 이뤄졌다. 2명은 공상 또는 심인성 질환에 의한 병가 사유로 징계 처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은 “지금 제주 경찰 기강이 엉망인 것 같다”며 “파출소장이 근무 중에 수시로 술 먹다가 정직되고 같이 마신 경찰관도 동료랑 몸싸움하고 해임됐다”며 “동료 여자 경찰관을 성폭행하려다 직위해제된 경찰관이 시민을 또 추행해서 구속됐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최근 5년간 기소된 제주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36명”이라며 “전국 18개 시도청 중에 제주청이 가장 비율이 높다”며 “경찰관 수가 훨씬 더 많은 광주청, 충북청, 대전청보다도 기소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음주운전, 폭력은 물론 성매매·성폭력 등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공직기강에 각별히 신경을 쓰셔야 될 것 같다. 기소자 중 경징계 이하의 처분을 받은 경찰관이 20명, 55.6%였다. 국민 눈높이에 봤을 때 이게 맞지 않는다는 의식이 있다. 더 엄격하고 강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수영 제주경찰청장은 의원들 지적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 ‘MB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별세

    ‘MB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별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이자 제17대 국회에서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상득 전 의원이 2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89세. 이 전 부의장의 측근은 “이 전 부의장이 그동안 지병을 앓아 오다 오늘 눈을 감으셨다”고 말했다. 이 전 부의장은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영일 출신인 고인은 1955년 포항 동지상고와 1961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9년 미국 캠밸대 명예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61년 코오롱 1기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고인은 초고속 승진해 17년 만에 코오롱 대표, 코오롱상사 대표 등을 역임했다. 1988년 민주정의당 경북 영일·울릉 지역구 13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진출했다. 14대(민주자유당), 15대(신한국당), 16·17·18대(한나라당)까지 경북 포항남·울릉에서 내리 6선했다. 의정 활동 중에는 국회부의장, 국회 운영위원장·재정경제위원장, 한일의원연맹회장, 한나라당 최고위원·원내총무·사무총장·정책위의장 등을 지냈다. 유족은 부인 최신자씨, 자녀 이지형·이성은·이지은씨, 며느리 조재희씨, 사위 구본천·오정석씨가 있다. 장례식장은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졌고, 발인은 26일 서울 소망교회 선교관에서 엄수된다.
  • 진격의 광주… 亞정상 향한 거침없는 3연승

    말레이 강호 조호르 3대1로 제압아사니 킥오프 6분 만에 2골 넣어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FC가 처음 출전한 아시아 무대에서 기분좋은 3연승을 달리며 K리그 위력을 과시했다. 광주는 22일 경기 용인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3차전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를 3-1로 이겼다. 올 시즌 처음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광주는 1차전에서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를 7-3으로, 2차전에선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를 1-0으로 이긴 데 이어 3차전까지 승리하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ACLE는 24개 팀이 동·서아시아로 나눠 12개 팀씩 리그 스테이지를 치른 뒤 각 그룹 상위 8개 팀이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동아시아 12개 팀 가운데 가장 먼저 3승을 올린 광주는 16강 가능성을 높였다. 광주는 아사니가 킥오프 3분 왼쪽 구석에서 각이 좁은 상황에서도 왼발로 감아 차 반대편 골대 구석을 정확히 노리는 슛으로 선제골을 터트리며 일찌감치 분위기를 띄웠다. 아사니는 3분 뒤에는 상대 수비를 압박해 공을 빼앗은 뒤 추가골까지 넣었다. 연달아 두 골을 실점한 조호르는 광주를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고 결국 전반 28분 코너킥 상황에서 추가골을 넣었다. 광주는 불안한 우위가 이어지던 후반 43분 아사니의 왼발 크로스가 허율의 머리를 거쳐 조호르에서 뛰는 한국인 센터백 박준형의 자책골로 이어지면서 쐐기골로 승리를 굳힐 수 있었다. 당초 이날 경기는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잔디 상태가 엉망이라는 아시아축구연맹 지적에 따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수백 ㎞ 떨어진 대체경기장인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축구 실력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지만 경기장 잔디상태는 아시아 무대에 내놓기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K리그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준 셈이 됐다.
  • 성북 6개 대학 “강북횡단선 재추진해야”

    성북 6개 대학 “강북횡단선 재추진해야”

    서울 성북구의 대표 대학들이 강북횡단선 신속 재추진 서명운동에 동참한다. 성북구는 지난 21일 국민대, 고려대, 동덕여대, 서경대, 성신여대, 한성대와 간담회를 열고 강북횡단선 재추진에 뜻을 모았다. 간담회에는 정승렬 국민대 총장, 김동원 고려대 총장,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 김범준 서경대 총장, 이성근 성신여대 총장, 이창원 한성대 총장이 참석했다. 강북횡단선은 청량리역에서 성북구 정릉, 길음, 서대문구 홍제, 마포구 디지털미디어시티 등을 거쳐 양천구 목동역까지 이어지는 경전철 노선이다. 도로 의존 비중이 높은 성북구 주민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했다. 성북구 관계자는 “계획에 의하면 정릉3동역, 정릉역, 길음역, 종암사거리역, 월곡역 5개 역이 예정돼 있고 4개 노선과 환승해 그 파급효과가 성북구 전역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강북횡단선 신속 재추진 필요성에 공감했다. 강북횡단선 노선에 대학이 인접해 있어 약 10만명의 대학생들의 통학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다. 대학 측은 재학생과 교직원이 함께 캠퍼스에서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교우회를 대상으로 온라인 서명운동도 나설 계획이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강북횡단선을 중심으로 성북구 소재 대학이 밀집해 있어 재학생의 통학 편의 제공은 물론 대학과 지역의 동반 성장에도 기여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학과 긴밀하게 협조해 지역 구성원의 열망을 서울시와 정부에 전하겠다”고 말했다.
  • ‘1등 공연’의 황홀함…촉촉한 가을밤 적신 낭만 선율

    ‘1등 공연’의 황홀함…촉촉한 가을밤 적신 낭만 선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밤을 낭만으로 가득 채우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국립심포니는 2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라흐마니노프&베토벤’을 선보였다. 라흐마니노프와 베토벤은 클래식 공연에서 설명이 필요 없는 작곡가로서 이날 공연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 베토벤의 ‘교향곡 제6번 전원’이 연주됐다. 이번 연주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올해 처음 개최하는 공연예술축제 ‘대한민국은 공연중’의 ‘K-클래식’ 프로그램이다. 국립심포니가 시리즈 전체 포문을 열었고 23일 국립발레단, 25일 국립국악관현악단, 26일 국립오페라단, 27일 KBS교향악단이 뒤를 잇는다. 특히 국립심포니는 ‘K-클래식’을 넘어 ‘대한민국 공연중’ 전체 공연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이견의 여지 없는 축제의 주인공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은 올해만 해도 여러 피아니스트가 도전했던 곡이다. 이날 협연자로 나선 피아니스트 박재홍을 비롯해 이달에도 지난 2일 신창용, 지난 15일 선우예권 등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이 곡을 연주한 바 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러시아 음악 황제’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하면서 국내 관객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박재홍은 이 곡을 지난 5월 국립심포니와 선보인 적 있는데 이미 맞춰봤던 조합답게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의 명민한 지휘하에 국립심포니와 박재홍은 마치 같은 악단처럼 하나가 됐고 곡이 품은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해냈다. 특히 박재홍은 때로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보고 때로 눈을 감기도 했는데 피아노를 보지 않고도 척척 연주하는 모습은 그가 이 곡을 얼마나 닳고 닳도록 연습했는지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은 엄청난 함성을 보냈고 박재홍은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아 라흐마니노프의 ‘악흥의 순간’으로 화답하며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2부에서 들려준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갈증을 풀어준 무대였다. 자주 연주되는 작곡가로 빼놓을 수 없는 베토벤이지만 그의 작품 중 많은 사랑을 받는 제3번~제9번 교향곡 중 제6번 교향곡만큼은 최근 몇 년간 서울에서 거의 연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 2024’ 무대에서 보여준 게 최근에 베토벤 ‘교향곡 제6번’이 연주된 희귀 사례였다. 국립심포니는 곡에 담긴 경쾌한 정서와 따뜻한 분위기를 오롯이 담아내며 말 그대로 전원 풍경을 보는 듯한 연주를 들려줬다. 공연장 바깥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음악을 통해 따뜻한 봄과 눈부신 초여름 그 어디쯤 와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관객들의 마음에 설렘을 줬다. 국립심포니는 앙코르로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를 연주하며 다시 계절을 가을로 돌려놨다.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연주가 듣는 이의 심금을 깊이 울렸고 관객들은 짙은 여운을 안고 공연장을 나섰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