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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거친 입’ 라디오 DJ 돈 이무스, 누구보다 따듯했던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거친 입’ 라디오 DJ 돈 이무스, 누구보다 따듯했던

    입도 거칠고 음탕한 농담을 즐겼지만 좋은 일도 많이 했던 미국 라디오 진행자 돈 이무스가 27일(이하 현지시간)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50년 가까이 여러 라디오 방송에서 ‘이무스 인 더모닝’을 진행해 뉴욕의 아침을 열었던 그가 성탄 전야에 입원한 텍사스주 베일러 스콧 앤드 화이트 병원에서 사흘 만에 25년을 함께 한 부인 데이드레, 아들 와이어트(21)가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고 일간 USA 투데이가 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두 아들, 네 딸이 있다. 재커리는 암과 투병하는 아이들, 백혈병과 싸우거나 이겨낸 아이들을 돕는 이무스 랜치 프로그램으로 처음 이무스와 인연을 맺었는데 당시 열 살이었다. 차츰 가까워져 둘째 아들로 입양된 재커리는 미군으로 해외 근무 중이어서 귀국 길에 올랐다.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이무스는 본명이 존 도널드 이무스 주니어로 캘리포니아와 뉴욕, 클리블랜드에서 마이크를 잡았는데 늘 불뚝거리는 성정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987년까지 플로리다주에서 알코올 재활 치료를 받고 약물 중독을 이겨내 1993년 뉴욕 WFAN 방송에서 ‘이무스 인 더모닝’을 시작하면서 커다란 인기를 끌었고, 3년 뒤 MSNBC에서도 동시에 진행하면서 명성에 날개를 달았다. 논란과 비난을 마다 하지 않은 탓에 그의 프로그램은 워싱턴 정가의 힘있는 인물들과 브로커들이 많이 찾았다. 존 매케인, 존 케리, 팀 러서트, 해리 코닉 주니어, 존 멜렌캠프 등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인물들이 그의 손님들이었다. 두 방송국 동시 진행은 2007년까지 이어졌지만 그 해 룻거스 대학의 여자농구 선수들을 “거친 여자애들”이라거나 “굼뜬이들”이라고 폄하해 평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10년 전만 해도 잡지 타임이 뽑는 25명의 영향력 있는 미국인에 선정됐던 그는 거듭 “생각이 없었고 바보 같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불가촉 천민(pariah) 대접을 받았다. WFAN과 MSNBC 두 방송 모두에서 잘렸고, 당초 CBS와도 계약이 돼 있었지만 이를 빌미로 없던 일로 하자 그는 CBS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법정 밖 화해로 4000만 달러(약 464억원)를 받아냈다. 이와 별도로 룻거스 대학 선수 키아 본이 그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다가 나중에 취하했다. 뉴욕의 다른 방송국에 취업한 뒤에도 이듬해 선출직 관료에 대한 얘기를 공유하거나 미국프로풋볼(NFL) 코너백 애덤 패크맨 존스를 인종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등 잡음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방송에서 지난해 초까지 계속 일했다. 2009년 전립선암 2기라고 고백한 그는 암으로 고통받는 아이들, 이라크전쟁 부상 장병을 돕는 자선재단 활동을 열심히 했다. 영유아 돌연사 증후군을 연구하는 CJ 재단을 위해 4000만 달러 모금에 앞장섰고, 뉴멕시코주의 목장을 경영해 죽어가는 아이들을 돕고, 라디오쇼 게스트들을 곧잘 기금 모금에 유인했다. 또 뉴저지주 해켄색 대학병원에 본부를 둔 ‘내일의 어린이 기금’을 위해 3000만 달러를 거뒀는데 지금의 돈 이무스-WFAN 소아과 센터 전신이다. 폭스뉴스 채널의 스타이자 동료 라디오 진행자인 션 해니티는 “가슴이 찢어진다. 진짜 돈 이무스를 난 잘 아는데 부인과 아들, 입양한 둘째 아들까지 존중했고 따듯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가 암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했던 일들은 영원할 것이다. 그가 내게 보냈던 모든 이메일은 날 웃게 만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2442억원 돈벼락’ 위어 8년 뒤 축구클럽 팬들에 돌려주고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2442억원 돈벼락’ 위어 8년 뒤 축구클럽 팬들에 돌려주고

    유럽 최고의 복권 당첨금을 손에 쥔 지 8년 만에 세상을 등졌다.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에이셔주 라르그스 출신으로 얼마 전 스코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 패트릭 티스틀 구단을 인수한 뒤 팬들에게 지분을 양도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던 콜린 위어가 짧은 투병 끝에 27일(이하 현지시간) 이른 시간에 에이어 대학병원에서 71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고 변호인들이 밝혔다. 물론 사생활을 보호해달라는 당부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2011년 유로밀리언스 복권 1등에 당첨돼 1억 6100만 파운드(약 2442억원)를 횡재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구단을 팬들의 품에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나 38년 가정을 꾸린 부인 크리스와 연초에 이혼한 것이 갑작스러운 죽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8년 전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몇 차례 이월돼 당첨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위어 부부는 자정 무렵 BBC의 레드버튼 문자 서비스로당첨 사실을 확인한 뒤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고 나중에 털어놓았다. 과거 TV 카메라맨으로 일했던 그는 지난달 패트릭 티스틀 구단의 지분 55%와 홈 구장 부지 소유권을 인수했는데 서포터들이 만들고 있는 팬 그룹에 늦어도 내년 3월 30일까지 지분을 모두 넘기기로 했다. 이런 방식은 마더웰 구단의 웰소사이어티 모델을 좇은 것이다. 위어는 지분을 인수하는 데 250만 파운드를 썼고, 600만 파운드는 새로운 훈련 구장 부지를 사들이기 위해 따로 챙겨뒀다. 처음에는 해외 컨소시엄에 가담해 공격적 인수에 참여하려 했지만 지난 8월 불확실한 요소가 많다며 포기했던 그였다. 현재 과도 이사회를 “경륜 있는 기업인과 팬을 뒤섞어” 꾸리는 중이며 패트릭 티스틸(PT)FC 신탁과 티스틀 포 에버(for Ever) 조직이 지분을 인수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퍼힐 개발회사로부터는 남쪽 테라스와 관중석을 매입했는데 10년 뒤에는 이를 티스틀 구단에 넘길 계획이다. 지난달 위어는 “티스틀 포 에버란 팬으로서 최고의 이상은 늘 마음 속에 있었다”며 “이런 일을 기대했던 누구보다 내게 빨리 일어났다. 서너달 여유를 두고 더 잘 준비한 뒤 팬들에게 넘길 것이다. 팬들은 제대로 해달라고 했고, 나 역시 새로운 결사체가 잘 굴러가도록 만들고 싶다. 또 부드럽게 소유권이 넘어오게 해야 한다. 내 영역에서는 주로 재정적 문제지만 팬들이 동전 한푼 내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나중에는 유스 아카데미를 만들기 위한 기금 조성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성한 두 아들이 유족으로 남아 있는데 이들이 부친의 유지를 어떻게 받들지 궁금하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법원, 허인회 구속영장 기각…“피해 근로자 상당수 처벌 불원”

    법원, 허인회 구속영장 기각…“피해 근로자 상당수 처벌 불원”

    태양광발전 관련 업체를 운영하며 직원 임금 수억여원을 체불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여권 정치인 출신 사업가 허인회(55)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북부지법 정상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허인회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심문내용 및 수사 진행 경과, 기록에 비춰 검사가 지적하는 사정이나 증거들만으로는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의자는 범행을 자백하면서 미지급 임금, 퇴직금의 지급 및 피해 근로자들과의 합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며 “영장청구 대상 근로자 36명 중 26명이 처벌불원 서면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부장판사는 “본건은 피해 근로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허인회씨는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태양광 발전기 시공 사업을 하는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직원들의 임금과 퇴직금 5억여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허인회씨 측은 ‘임금체불 피해자 대부분에게 이미 변제를 완료해 합의했고, 나머지도 충분히 변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386 운동권’ 출신으로 친여 인사로 분류되는 허인회씨는 해당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서울시 태양광 미니발전소 사업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허인회씨가 운영한 녹색드림협동조합은 2015년 서울시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모집 기간을 임의로 연장받는 등 혜택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협동조합은 서울시 보조금을 받고 시공하기로 한 태양광 미니발전소 물량 다수를 허인회씨가 대표로 있는 중소기업 ‘녹색건강나눔’에 불법 하도급한 사실도 감사원 감사로 확인됐다. 서울시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은 경찰은 허인회씨를 전기공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하고, 무자격 업체에 태양광 설비시공 하도급을 준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허인회씨는 해당 혐의에 대해 이미 별도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허인회씨는 1980년대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이른바 ‘386 운동권’ 출신 친여 인사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2004년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출마했고, 2004∼2005년에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을 지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아내 갈비뼈 부러지도록 구타한 경찰…2심 ‘집유’ 파기하고 징역형

    아내 갈비뼈 부러지도록 구타한 경찰…2심 ‘집유’ 파기하고 징역형

    아내의 목에 전깃줄을 감고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폭력을 가해놓고, 이를 제보한 신고자 색출까지 나선 현직 경찰관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1심의 집행유예 선고를 파기하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범 가능성이 높고 폐쇄성이 높은 가정폭력 특성상 가해자를 피해자들과 분리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이균용)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 협박 등), 특수상해, 특수협박 등 6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정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에게 원심의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 10일 오전 9시쯤 자택에서 부부 싸움을 하던 중 아내 B씨에게 “네가 죽어야 내가 살 수 있다”면서 B씨의 목을 전깃줄로 감고, 온 몸을 구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내 B씨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전치 5주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는 아내의 지인 C씨가 자신의 가정사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지난 5월 21일 A씨는 아내에게 “왜 내 욕을 하고 다니냐”면서 드라이버로 폭행과 협박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A씨는 자신을 말리려던 아내와 딸을 밀쳐, 전치 4주의 새끼발가락 골절상을 입힌 혐의도 받았다. 일주일 뒤인 29일에는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것을 가족들이 발견하고 이를 말리자 A씨는 가족들을 폭행하고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동네 주민이 신고하면서 미수에 그쳤다. A씨는 바로 다음날, 신고자를 색출하기 위해 자신의 사무실에서 신고자를 찾아내 번화번호를 카메라로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를 가족들에게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그 밖에 A씨는 지난 6월 2일 자택 거실에서 가족들의 옷을 쌓아두고 살충제와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지르려고 한 혐의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죄를 예방하고, 수사해야 할 경찰관임에도 불구하고 의무에 위반해 각종 범죄를 저질렀다”며 “피고인의 아내는 4주 이상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해를 두 차례 입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방화미수 범죄는 피고인의 거주지뿐 아니라 인접한 다른 아파트에도 불이 옮겨붙을 수 있어 위험이 매우 높다”며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갈등으로 여러 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며 상당 기간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은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A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넘어왔다. 2심에서 A씨는 “평소 습관에서 비롯된 우발적인 범행에 불과하다”면서 “고령이고, 형사 처벌이 없었던 점을 참작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도 1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가정폭력 특성상 재범의 우려가 높기 때문에 A씨를 가족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피해자들에 대한 접근금지 등을 명하는 임시조치결정이 있었음에도 반성하지 않고 범행을 또 저질렀다”면서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으며, 가정폭력에 지친 피해자들이 구금 등의 엄벌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형법 제 283조 1항 ‘존속협박’에 따르면 본인 혹은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해 협박 등의 범죄를 저지른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처해질 수 있다. 이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협박’보다 무겁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리릭 테너의 최고봉 페터 슈라이어 ‘드레스덴 사랑꾼’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리릭 테너의 최고봉 페터 슈라이어 ‘드레스덴 사랑꾼’

    독일 리트(예술가곡)계의 맥을 잇는 테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성악가 겸 지휘자 페터 슈라이어가 성탄절(이하 현지시간)에 세상을 떠난 사실이 하루 뒤 세상에 알려졌다. 향년 84. 20세기 최고의 리릭 테너로 손꼽히며 옛 동독 출신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몇 안되는 이 가운데 한 명인 고인은 늘 사랑했던 도시 드레스덴에서 당뇨병, 등과 엉덩이의 오랜 통증 등 오랜 숙환과 싸우다 눈을 감았다고 AFP 통신 등이 26일 전했다. 1935년 7월 29일 드레스덴 근처 가우나니츠라는 크지 않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교회 성가대를 지휘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적부터 재능을 드러내 여덟 살에 드레스덴의 명문 성 십자가 합창단에 들어가 본격적인 음악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공습으로 많이 파괴된 성당으로 수업을 받으러 다녔다. 지휘자 루돌프 마우어스베르거가 대번에 그의 목소리를 알아보고 독창을 맡겼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1959년 드레스덴 국립 오페라단의 오디션을 통과했고 1967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에 서면서 세계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는 무대에서 슈베르트와 슈만의 가곡을 부르며 최정상급 테너로 부상했다. 또, 바흐와 모차르트의 음악에 대해 높은 이해력을 보이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베를린 국립 오페라단 단원이 되면 무조건 공산당에 가입해야 했는데 그는 그러지 않고도 당당히 활동했다. 1972년 뉴욕 필하모닉과 빈 필하모닉을 지휘했다. 바리톤 음역이 익숙한 가곡들을 테너 음역으로 선보이며 색다른 분위기와 개성을 선보였다. 특히 1990년대에는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와 함께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겨울 나그네’, ‘백조의 노래‘ 등 슈베르트 3대 가곡집으로 그라모폰상과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슈라이어는 65세이던 2000년 ‘마술피리’를 끝으로 오페라 무대에서 은퇴했으나 70세까지 지휘자와 교육자로서 활동했다. 그는 “음악이 없는 하루는 그저 낭비된 하루일 뿐”이라고 DPA 통신에 털어놓았고 자주 “만약 드레스덴에서 살지 못한다면 늘 뭔가를 그리워하며 살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드레스덴을 사랑했다. 무대에서 60개 이상의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 것으로도 이름 높다. 같은 해 한국에서 독창회를 갖기도 했던 그는 체코 프라하에서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트리오’를 지휘하며 직접 천사 역할을 맡아 노래도 들려준 뒤 공연 활동도 완전히 접었다. 그는 드레스덴 외곽의 별장에서 휴식을 즐기며 아내 레나테를 위해 요리를 하겠다고 독일 매체들에 털어놓았다. “충분히 노래 불렀고 이제는 몇년 더 평안한 세월을 즐기고만 싶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2030 세대] 두 교황/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두 교황/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영화 ‘두 교황’을 보았다. 상영관이 많지 않아 어렵게 찾아 아침 일찍 보고 왔다. 베네딕토 16세와 현재 교황인 프란치스코 두 교황 얘기다. 두 사람의 다름을 다룬 영화다. 두 지성인의 진지한 대화를 듣고 나오니 웬만한 책 한 권을 읽은 기분이었다. 오랫동안 신학 교수였던 베네딕토는 정통을 지키고 싶어 하는 보수의 상징으로, 프란치스코는 수수하고 서민적인 진보의 상징으로 나온다. 호화로운 예복을 갖춰 입고 로마 외곽에 있는 아름다운 여름 별장과 바티칸 사이를 헬리콥터로 오가는 베네딕토를 보고 조용히 미소 짓는 프란치스코에게 카메라의 앵글이 맞춰진다. 감독의 시선은 프란치스코 편에서 베네딕토를 바라보는 것으로 고정돼 있다. 이런 게 순방향일까. 프란치스코의 맑고 진지한 모습에 베네딕토가 점차 동화돼 간다는 건 사실 좀 뻔한 영화 구도다. 같이 탱고도 추고 피자도 시켜 먹고 축구도 본다. 이러한 소박한 모습에 우리는 흡족해진다. 이 기분은 무얼까. 너나 모두 별다를 게 없다는, 같은 인간이라는 공감? 영화에서 프란치스코는 낙태와 동성애 같은 이슈에 진보적인 의견을 보인다. 베네딕토의 답은 묻힌다. 신학 교수로 20년을 지내고 긴 시간 신과 인간에 대해 사색한 ‘실제 베네딕토’는 무어라고 답했을지 알고 싶다. 프란치스코는 말한다. 인류는 거대한 하나다.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는 난민도 도와야 한다. 그럼에도 유럽에 들어오는 난민의 물결을 막고자 하는 사람들 중 누가 이 영화를 보고 마음을 바꿨을지 궁금하다. 12월 치러진 영국의 총선에서 패배한 야당 대표 제러미 코빈은 패배 후 말했다, “우리가 논쟁은 이겼다”고. 영어에 ‘에코 체임버’, 즉 ‘메아리방’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에게 동조하는 주장과 생각에만 귀를 기울이고, 그럼으로써 편견이 더 깊어지는 상황을 말할 때 쓰는 말이다. 다음 학기에 그리스 비극 강의가 있다. 그리스 비극은 어떤 관점도 의도해 이끌지 않는다. 이를테면 반역자인 가족 편을 들지, 조국을 선택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아들이 처형하는 게 옳은지, 존속살해는 잘못인지 묻는다. 이런 이유로 그리스 비극이 민주주의를 막 설립한 아테네 국민들에게 ‘자유 의견’을 훈련할 목적이 있었다는 설도 있다. ‘두 교황’은 따뜻한 영화다. 하나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두 남자와 두 시간 함께하면 잃었던 초심을 바로잡게 된다. 다만 누가 누군가를 흡수하고 하나가 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진정 두 세계가 충돌하는 것, 서로 상충하는 충정 사이의 고난을 보고 싶다. 뱀발 같지만, 그 전날 본 영화 ‘아이리시맨’을 차라리 추천하고 싶다. 노란 불빛이 아름다운 연회장의 왈츠 사이에서 오가며 번민하는 로버트 드 니로의 모습이 두 교황의 번민보다 설득력이 있었다면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환타를 마시며 혼자 식사하던 베네딕토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 도공, 고속도로 135개 휴게소 화장실 공사 예산부족 이유 310억 임대업체에 떠넘겨

    LH, 용역 지연보상금 57억 지급 안 해 한전 등 39곳 인지세 43억 도급업체에 한국도로공사는 2016년 3월 고속도로 135개 휴게소 화장실 시설개선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도로공사가 전액 부담하는 것이 타당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전체 사업비 415억여원의 75%인 310억여원을 휴게소 임대 운영업체에 전가했다. 감사원이 4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해 26일 공개한 ‘공공기관 불공정관행 및 규제점검’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협력업체, 하도급업체, 소비자 등을 대상으로 여전히 ‘갑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7년 1월 이후 준공했거나 6월 말 현재 진행 중인 계약금액 1억원 이상의 설계용역 119건을 감사원이 점검한 결과 준공한 용역계약 49건 중 41건에서 발생한 지연보상금 57억여원을 계약 상대자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LH는 현재 진행 중인 용역계약 70건 중 지금까지 지연보상금이 발생한 57건 계약의 지연보상금 111억여원도 지급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한전 등 39개 공공기관은 전자문서로 도급계약 체결 시 계약 상대방으로 하여금 인지세 43억여원을 전액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납품받은 제품을 반품할 수 없도록 한 규정에도 중소업체 제품 4만여개(34억여원)를 반품하는 횡포를 부렸다. 한국서부발전 등 10개 공공기관은 입찰을 위한 예정가격을 산정하면서 원가계산 등으로 산정한 금액을 일률적으로 2∼5.5% 감액해 기초가격을 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입찰 참여 업체들의 낙찰금액이 낮아졌고 부실공사, 저가 하도급 등 저가 낙찰의 폐해가 우려됐다. 코레일은 범죄예방과 시설안전 등 목적으로 전국 207개 철도역사 내 909개 매장에 원격으로 매장 영상을 실시간 열람할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운영하면서 2017년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595건의 개인영상정보를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정보 주체 동의 없이 목적 이외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마사회 등 7개 공공기관은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응모자와 별도 협의도 없이 응모자의 저작권 등 권리를 챙겼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너 표정 안 좋다? 내일부터 해고야!”…멍드는 10대들

    “너 표정 안 좋다? 내일부터 해고야!”…멍드는 10대들

    김미선(18·가명)양은 키즈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부모들로부터 “애들 기저귀 좀 갈아달라”거나 “애가 토했는데 얼른 치워달라”는 요구를 많이 받았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키즈카페에서 놀다가 다쳤는데 김양에게 관리 책임을 물으며 병원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양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마다 사장은 “너 표정 왜 이렇게 안 좋냐”면서 “너 계속 그렇게 하면 시급을 깎겠다”, “그렇게 할거면 내일부터 나오지마”라고 폭언을 했다. 편의점, 카페, 식당 등에서 일하는 10대 청소년 노동자 10명 중 절반 이상이 감정노동을 못한다는 이유로 혼나거나 해고를 당하는 등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정노동이란 고객 응대 시 감정을 절제하고 실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감정을 표현하도록 요구되는 노동을 말한다. 청년유니온의 지부인 청소년유니온은 26일 서울 종로구 대왕빌딩에서 ‘청소년 감정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15~18세 청소년 노동자 25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감정노동을 못한다는 이유로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관리자, 상급자 등에게 ‘혼났다’고 응답한 비율이 58.3%(147명)로 가장 높았다. ‘해고’(3.2%·8명)와 ‘폭언, 폭행 등 직장 내 괴롭힘’(2.4%·6명)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또 청소년 응답자의 30.2%(76명)는 일터에 문제 상황 대처를 위한 고객 응대 매뉴얼이 마련돼 있거나 피해 예방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감당하기 어려운 고객 응대를 지속할지 말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34.5%(87명)는 그럴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이런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52.8%(133명)였다. 송하민 청소년유니온 위원장은 “청소년 노동자 대부분이 고객들의 폭언 등을 겪어도 혼자 참는 것 말고는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면서 사업장의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감정노동자 보호법’(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청소년 노동자들이 폭언, 폭행, 성희롱 등을 당해도 사업주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배경으로 배달앱을 통한 고객 평점 제도 문제가 제기됐다. 이기원 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장은 “개인 사업자일수록 배달앱을 통해 매겨진 평점이 매출과 직결되다 보니 ‘진상’ 손님들의 과도한 요구를 제대로 막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이런 시스템 속에서 노동자 보호 방안이 마련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유니온은 청소년 감정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사업장의 노동자 보호 조치 강화 ▲불합리한 고객 평점 제도 폐지 ▲청소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감정노동 교육 실시 등을 제안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방에 포탄 터지는 소리… 지뢰 폭발로 잃은 다정했던 친구 잊지 못해”

    “사방에 포탄 터지는 소리… 지뢰 폭발로 잃은 다정했던 친구 잊지 못해”

    일시 1999년 5월 16일 장소 인천광역시 남구 숭의동 부산식당 대담 유세원(북구지대 감찰부장) 이경종(인천학생6·25 참전관 설립자) 이규원 치과원장 (이경종 큰아들)1950년 6월 25일 6·25 사변 이전 나는 화수동 281번지에서 살고 있었다. 인천에 인민군이 들어와서 학생이나 젊은이들을 의용군(義勇軍)으로 막 잡아갈 때였다. 그때 나도 신변의 위험을 느껴 화수동에서 친구들과 지하에 숨어 지내게 되었다. 이렇게 인공(人共/인민공화국의 약자)치하때 어려웠던 지하 땅굴 생활로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친구들은 ‘유문길·사철순·문호영·이용운·허용환·김유득·이희중·신현남·정명돌·노영남·주억재·이상순·유세원’ 이었다. 이들이 후일 인천학도의용대 북구지대로 활동한 핵심 멤버들이었다. 1950년 9월 15일 어느 날 하루는 포탄 터지는 요란한 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들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유엔군이 인천에 상륙하기 위해 인천 앞바다에서 쏘아대는 함포탄이 인천 시내에 떨어지면서 터지는 소리였다. 그날이 1950년 9월 15일이었다. 이날 UN군과 국군이 인천에 들어와서 인민군으로부터 해방이 되었다. 인천학도의용대(仁川學徒義勇隊) 북구지대 우리들은 인민군 치하에서 너무 고생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호국활동을 하게 되었고, 인천학도의용대가 창설되어 북구지대 소속으로 활동하였다. 그 해도 다 저무는 12월이 되면서 우리 인천학도의용대는 중공군의 참전으로 단체로 남하(南下)한다는 소문이 들리는 것이었다.1950년 12월 18일 남하(南下) 1950년 12월 18일 남하 행진에 참여한 우리들은 안양, 수원을 거쳐서 기차 화물차 지붕에 올라타서 가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밀양을 지나 마산에 도착 하였다. 마산에 도착해서는 어느 민가에 투숙하게 되었는데 이때 나는 가지고 내려왔던 여비도 다 떨어졌었다. 그런데 “해병대모집이 있다!”라는 소식이 있는 것이었다. 나와 친구들은 그 해병대 모집에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우리들은 해병대 모집장소에 찾아갔다. 1951년 1월 3일 해병대 6기에 지원 해병대 모집 장소는 마산국민학교였다. 그때 시험관들은 우리들을 운동장에 쭉 세우더니 10명씩 조를 짜서 운동장을 한 바퀴 돌게 하고는 1등부터 3등까지만 뽑고 나머지는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그때 간단한 학과 시험도 있었다. 이날이 1951년 1월 3일쯤이었으며 그때 나는 합격 되어 마산에서 진해로 걸어가 진해경화국민학교에 들어갔다. 1951년 1월 24일에 우리들은 정식으로 해병대 6기 입대식을 하였다. 1951년 2월 10일이 되어 우리들 6기생 전 훈련과정을 마쳤으며 6기생 중 반수는 보병으로 가고, 그 당시 처음으로 해병대에 생긴 포병과로 반이 가게 되었다. 이때 나는 포병과로 배치받아 당시 진해에 있던 육군포병학교로 포병교육을 또 받게 되었다. 이때 포병학교를 마친 나는 다시 미(美)해병대에서 또 포병교육을 받게 되었다. 이후 나는 강원도 최전방으로 배치받았다. 처음 우리 해병대 포부대가 올라가 전투한 곳이 김일성고지와 스탈린고지였다. 그 당시 이 2 고지는 적의 수중에 있었는데 이때 우리 해병대가 뺏는 큰 전과를 올렸다. 1956년 9월 21일에 가서야 만 5년 8개월 만에 나의 파란만장한 군 생활을 마감하고 명예제대를 하게 되었다. 6·25 전사 인천학생 윤운철 1933년생으로 인천송현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인천영화중학교(현재 대건중고교) 4학년생으로 마산에서 해병6기 입대하여 1951년 7월 17일 입대한지 6개월 만에 17세로 전사하였다.전사한 동네 친구 윤운철을 추모하며 인천에서부터 같이 학도의용대원으로 내려와 6기생으로 같이 입대한 윤운철은 입대한지 6개월 만에 전사했다. 당시 나는 전포대가 돼서 포를 쏘는 직책이고 윤운철은 포를 수호하기 위해 포 전면에서 보초를 서면서 포를 지키는 임무를 하고 있었다. 이러한 임무를 한 윤운철은 척후 임무를 띠고 전면 숲속으로 가다가 대인지뢰를 잘못 밟고 그 지뢰 폭발로 전사하였다. 윤운철은 성격이 유하고 온순하며 남하고 이야기할 때에는 말을 가려서 하는 아주 다정다감하고 배려 많은 친구였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런 온순한 사람이 왜 먼저 하늘나라로 가야 했는지 안타까운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 부디 이경종 이규원 2부자(父子)께서 하시는 인천학생스승 6·25 참전역사 발굴사업이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란다. 글 사진 제공 : 인천학생·스승 6·25 참전관유세원 ▲인천학도의용대 북구지대 감찰부장 1933년 8월 5일 인천 동구 화수동 출생 1950년 6월 25일 인천학도의용대 북구지대 감찰부장(용산중학교 5학년생) 1951년 1월 24일 해병대 6기로 자원입대 군번 : 9210591 병과 : 해병대 포병 1956년 9월 21일 만기 명예 제대
  • [세종로의 아침] ‘조커’ 따라하기/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조커’ 따라하기/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세밑, 지나온 시간들을 찬찬히 되돌아보는 때다. 저마다 선연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요즘 말로 ‘원 픽’쯤 되려나. 개인적으로는 영화 ‘조커’의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 포스터에도 쓰였던 그 장면. 긴 계단을 내려오던 조커(호아킨 피닉스 분)가 부러져라 허리를 젖히며 웃어대던 그 장면 말이다. 세상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소름이 돋을 만큼 짜릿하고 통쾌했다. 배경음악으로 깔린 타악기의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리듬은 고조되는 흥분의 불쏘시개로 모자람이 없었다. 모딜리아니의 그림 속 인물처럼, 아웃 포커싱된 채 우주인처럼 서 있던 두 형사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는 재미도 각별했다. 이른바 ‘N차 관람’을 통해 다시 확인한 그 장면은 들인 돈과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한 컷 한 컷 완벽한 프레임을 선사했다. 감독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영화팬들 사이에서 그 장면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이어졌다. 가장 설득력이 있었던 건 계단을 오르기는 죽을 만큼 힘들지만 타락하는 건, 혹은 추락하는 건 너무 쉽다는 걸 말하려 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장삼이사들의 팍팍한 삶이 그 장면에 그대로 담겼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다리 아래에서 꾹꾹 눌려지내던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폭동이라도 일으키지 않을까 미국 사회 전체가 전전긍긍했겠지. 한데 타락했기 때문이라고만 보기에는 내려오는 발걸음이 너무 가벼웠다. 타락에 이르는 과정이 그리 쉽지도 않았지만, 설사 타락했다고 해서 그렇게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 같지는 않다. 자신감이 듬뿍 얹힌 그 발걸음을 설명해 주는 단어는 ‘변화’가 아닐까 싶다. 변화는 버려야 할 것을 버릴 때 찾아온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말과도 맥이 통한다. 조커는 다 버렸다. 본인이 원했건 그렇지 않건. 버려야 할 것들에 집착했다면 조커는 변하지도 못했고, 그렇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오지도 못했다. 카드나 화투를 쳐 본 사람은 안다. 조커의 역할을. 뭔가 큰 게 떴을 때, 한결 더 폭을 키워 주지만, 조커 자체로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 조커는 그런 카드다. 그래서 조커에는 어딘가 결여와 결핍의 이미지가 늘 따라다닌다. 영화 속 조커 역시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 그가 그 자체로 중요한 인물로 변한 건 가진 걸 버렸을 때부터였다. 겨울이 다가오면 나무들은 스스로를 비우기 시작한다. 여름 내내 치열하게 키워 낸 잎들도 아낌없이 버린다. 스치기만 해도 살갗을 찢을 만큼 혈기방장했던 억새도 한여름이 지나면 속을 비우고 바람에 몸을 맡긴다. 이쯤 되면 나무나 억새의 처세술이 사람보다 낫지 싶다. 비우는 시기를 놓쳐 애써 쌓아 올린 명망을 잃는 사람들이 하나둘이 아니니 말이다. 세밑이라고 달라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긴 레이스와 다름없는 인생에서 그저 작은 매듭 하나가 묶여졌을 뿐이다. 그래도 평소보다 조금이나마 특별해진 건 조커를 닮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악당 노릇까지 따라하겠다는 건 물론 아니다. 그가 그 자체로 완성된 인간이 되는 과정에서 버려야 할 건 과감히 버렸던 그 결단만은 따라잡고 싶다. angler@seoul.co.kr
  • 0과 1이 두려운 아날로그 시인, ‘키워드’를 던지다

    0과 1이 두려운 아날로그 시인, ‘키워드’를 던지다

    0과 1, 디지털로 모든 현상을 표현하는 시대. 아날로그의 문법을 따르는 시집이 출간됐다. 2007년 ‘월간문학’, 201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최은묵(52) 시인의 ‘키워드’(문학수첩)이다.2014년 첫 시집 ‘괜찮아’(푸른사상)를 내기도 전에 수주문학상, 천강문학상, 시산맥작품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던 시인의 시집은 아날로그의 온기를 전하는 데 특화됐다. 태생이 ‘모노타입’이라고 밝힌 시인은 “점심을 굶고 구입한 건전지 두 개로는 뇌를 작동할 수 없어” 수시로 “태엽을 감”는다. “0과 1이 두려워서”라고 고백했지만 실상은 체온을 잃고 싶지 않아서다. ‘디지털은 눈물이 없다/눈물은 아날로그의 오류//좌표를 지운 섬에서 살았다/0과 1이 두려워 세상의 모든 질문에 아날로그로 대답했다’(92쪽, ‘아날로그의 뇌’ 일부) 첫 시집에서부터 누워야만 목소리가 들리는 바닥의 존재들에 관심을 가져온 시인은 이번에도 바닥 너머로 시선이 향한다. ‘개미굴의 아침은 등 굽은 수드라처럼 쉬 펴지지 않지 직립보행을 꿈꾸던 일개미들이 기지개를 켜네’(118쪽, ‘황금배열 몬스터’ 일부)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개미굴에서 쪽잠을 자고 일어나 서둘러 집을 나서는 일개미들의 자화상이다. 이들을 구원할 출구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시인은 암담한 현실에 맞서 희망을 찾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늘을 화장으로 덧씌우지 않아도 좋은 당신의 계절을 향해/계단이 새로 돋고 있었다’(135쪽, ‘다행이다’ 일부)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9초 악수→11분 환담→45분 ‘솔직한 대화’… 진일보한 文·아베

    9초 악수→11분 환담→45분 ‘솔직한 대화’… 진일보한 文·아베

    한일 정상의 24일 만남은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와 비교하면 한결 누그러지고 솔직해진 분위기였다. 하루 동안 두 정상은 한중일 정상회의, 환영오찬을 포함해 여섯 차례나 동반 일정을 소화하며 근래에 보기 드문 모습을 연출했다. 지난 6월 G20 당시 두 정상은 굳은 표정으로 9초간 악수만 나눈 뒤 말없이 헤어졌다. 이후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때는 정상 대기장에 뒤늦게 도착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해 즉석에서 11분간 환담했다. 이날은 아베 총리가 회담장에 먼저 도착했고, 곧이어 입장한 문 대통령이 다가가 웃으며 악수를 청하자 굳은 표정이던 아베 총리 역시 살짝 미소를 보였다. 문 대통령이 모두 발언에서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통역을 통해 듣던 아베 총리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회담 장소인 샹그릴라호텔은 아베 총리가 묵은 일본 측 숙소다. 한일 정상회담 시 번갈아 상대 측 장소에서 회담을 진행해 온 데 따른 것이다. 한일 정상회담 직후 3국 정상은 한중일 20주년 기념행사로 두보초당을 방문해 식수에 흙을 뿌리고 물을 줬다. 문 대통령은 이날 귀국길에 오른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청두를 떠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아베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도 매우 유익한 진전이었다고 믿는다”며 “양국 국민들께 희망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한일 정상이 회담에서 구체적인 의견을 주고받지는 않았으나 조속한 양국 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후지TV는 “(징용 배상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다”며 “예상대로 큰 틀의 해결 방안보다 대화의 중요성을 확인한 정도에 그쳤다는 견해가 많다”고 평가절하했다. 일부 일본 언론은 한국이 일본에 수출 규제 완화를 사정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행태를 보였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에서는 경제 악화에 따라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며 “일본이 일방적으로 취해 온 수출 규제와 관련해 당장 뭐라도 해 주기를 바라는 생각이 강하다”고 전했다. 서울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수명 연장 뒤집은 원안위… ‘경제성 부족’ 월성1호기 사망선고

    수명 연장 뒤집은 원안위… ‘경제성 부족’ 월성1호기 사망선고

    원안위 3차 회의서 찬성 5·반대 2로 통과 7000억 들인 안전성 강화 조치도 물거품 감사원 경제성 평가 따라 후폭풍 거셀 듯 내년 2월 법원 수명 연장 2심 판결도 남아 “에너지 정책 정권 입맛 따라 춤춰” 지적도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영구정지 결정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월성1호기가 박근혜 정부 시절 안전성 강화 조치를 마친 뒤 연장 운영 승인을 받았던 만큼 에너지 정책이 정권 입맛에 따라 춤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월성1호기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거액의 예산이 투입됐던 터라 혈세 낭비 논란도 예상된다. 1982년 가동을 시작한 월성1호기는 2012년 설계수명(30년)이 종료됐으나 당시 정부는 경제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수명 연장을 결정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7000억원을 투입해 배관 교체 등 안전성 강화 조치를 했고,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2022년까지 연장운전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한수원은 기존 논리를 뒤집어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월성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지난 2월에는 원안위에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이어 10개월 만인 24일 원안위가 전체회의에서 표결에 부쳐 찬성 5, 반대 2로 영구정지가 결정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선 찬성과 반대 측 입장이 팽팽히 엇갈렸다. 이병령 위원은 “국회의 경제성 평가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월성1호기 가동이 가능하다고 해서 7000억원을 투입했는데 국가 자산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반대했다. 이경우 위원도 “월성1호기 수명이 끝나지 않은 만큼 재가동할 때를 대비한 조사 보고서도 필요하다”며 “앞으로 다른 원전의 영구정지 신청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데 단순히 한수원이 경제성만을 이유로 신청했다고 해서 승인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엄재식 위원장은 “원전의 재가동 여부나 안전성 강화 비용 7000억원 등은 우리가 책임질 영역이 아니다”라며 찬성에 손을 들었다. 장찬동 위원도 “월성1호기 수명이 3년이 채 안 남아 있는 만큼 이번에 정지해 소모적 논쟁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지난 10월과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월성1호기 영구정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월성1호기가 아직 경제성을 갖고 있는 만큼 영구정지는 의문을 낳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문가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속도 조절론이 나오고 있다”며 “이렇게 빠른 속도로 탈원전이 진행되면 전기요금 부담 문제가 불거진다”고 우려했다. 감사원은 현재 월성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감사하고 있다. 향후 감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는 한수원이 월성1호기의 자료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을 과소평가하며 조기 폐쇄 결정을 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다. 원안위의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을 무효로 할 수 있는 2심 판결도 내년 2월 남아 있다. 한편 원안위는 이날 회의에서 방사선 피폭 사고를 낸 서울반도체에 1050만원의 과태료와 과징금 3000만원을 부과하는 행정처분도 결정했다. 지난 7월 서울반도체에선 용역업체 직원 7명이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 중 2명은 손가락에 홍반과 통증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이들은 방사선 발생 장비의 안전장치를 해제한 상태로 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한일 정상 “솔직한 대화”…수출규제·강제징용 타결은 없어

    한일 정상 “솔직한 대화”…수출규제·강제징용 타결은 없어

    15개월 만에 만나…예정보다 15분 길게 회담文대통령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야”강제징용 ‘입장차 확인’…아베 “한국이 해결책 달라”“뜻깊은 만남” vs “빈손 회담”…여야 평가 엇갈려文 “한중일, 과거 직시하며 미래지향적 협력해야”15개월 만에 마주 앉은 한일 정상이 양국 관계개선을 위한 ‘솔직한 대화’를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다만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라는 전향적인 결과가 나오지는 못했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도 재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이 취한 조치가 지난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되어야 한다”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관심과 결단을 당부했다.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쓰촨성 청두를 방문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24일 아베 총리의 숙소인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만났다. 지난달 방콕에서 11분 동안 ‘즉석환담’을 하긴 했지만, 공식적인 정상회담장에서 한일 정상이 마주한 것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정상회담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모두 ‘솔직한 대화’를 강조했다. 먼저 모두발언을 한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을 바라보며 “중요한 일한(한일)관계를 계속 개선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아주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려면 직접 만나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힘”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한일은)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언급하자, 아베 총리는 통역을 통해 이 말을 들으며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이날 회담은 애초 예정됐던 30분보다 15분 더 긴 45분 동안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조속히 회복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3년 반 만에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유익하게 진행됐다고 들었다”면서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당국 간) 실무협의가 원활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도록 아베 총리와 함께 독려하자”고 하면서 “이번 만남이 양국 국민에게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최근 일본이 취한 일부 수출규제 조치 완화를 설명했고, 문 대통령은 “나름의 진전이고 대화를 통한 해결에 성의를 보여줬다고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강제징용 해법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문제 등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서는 서로의 입장만을 확인한 채 진전을 보지 못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양 정상은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했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의 결과에 따른 지소미아 연장 여부 결정 시기를 묻는 말에 “구체적 기한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무작정 계속 길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답했다. 일정 시한까지 수출규제 문제가 끝내 해결되지 않으면 지소미아를 종료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답이다.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과 ‘지소미아 종료 검토’는 각각 일본이 취한 수출규제 조치의 원인과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 해법과 지소미아 연장 여부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않고서는 이와 맞물린 수출규제 문제의 해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아베 총리는 징용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 측이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회담 직후 가진 현지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에게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에 관한 우리나라(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국교정상화의 기초가 된 일한(한일)기본조약, 일한청구권협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나라와 나라의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나라와 나라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책임으로 (징용 관련)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계기를 한국 측이 만들도록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국내 정치권은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뜻깊은 만남’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실질적 문제 해결 없이 빈손으로 끝났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양국 현안에 대한 진솔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두 정상이 함께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도 그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반면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게 없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했던가. 오늘 한일 정상회담에 딱 어울리는 말”이라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새로운 것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에 대한 해결도,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진전도, 지소미아 연장에 대한 협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일본 언론도 징용 및 수출규제 등 핵심 현안을 놓고 양측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징용 관련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1965년에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에 위배된다며 한국 측 책임으로 해결책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문 대통령은 문제 해결의 중요성에 이해를 표하면서도 새로운 제안은 하지 않았다. 수출규제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철회를 요구했지만, 아베 총리는 안전보장의 관점에서 규제를 강화한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교도는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징용 문제는 서로의 입장을 말하는 것에 그쳐, 외교 당국 간 협의 지속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1박 2일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귀국길에 오른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청두를 떠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중일 3국은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일 3국은 불행한 과거의 역사로 인해 때때로 불거지는 갈등 요소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오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어느 나라든 홀로 잘 살 수 없다. 이웃 국가들과 어울려 같이 발전해 나가야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3국은 수천 년 이웃”이라면서 “우리는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하고 협력 속에서 함께 잘 사는 것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밝혔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文 “수출 규제, 7월 전으로 회복해야”…아베 “대화로 풀자”

    文 “수출 규제, 7월 전으로 회복해야”…아베 “대화로 풀자”

    “솔직한 대화 나누자” 양국 정상 교감문 대통령 모두 발언 중 취재진 퇴장 혼선도15개월 만에 회담을 가진 한일 정상은 예정된 시간을 15분이나 넘기며 45분간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이어가는 과정에 일본 측이 양국 취재진을 갑자기 퇴장시키면서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쓰촨성 청두를 방문한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4일 아베 총리의 숙소인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만났다. 지난달 방콕에서 이뤄진 11분간의 즉석 환담 외에 공식적인 회담을 가진 것은 지난해 9월 뉴욕 정상회담 이후 15개월 만이다. 뉴욕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 숙소에서 열려 순번에 따라 이번에는 아베 총리의 숙소에서 회담을 열게 된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아베 총리가 먼저 회담 장에 도착해 뒷짐을 지고 문 대통령을 기다렸고, 1분 뒤 도착한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두 정상은 밝은 표정으로 양국 국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고 이후 본격적인 회담이 시작됐다. 먼저 모두발언을 한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을 바라보면서 “중요한 일한관계를 계속 개선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아주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도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려면 직접 만나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힘”이라고 화답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일은)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했고, 아베 총리는 통역을 통해 이 말을 들으며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최장수 총리가 되신 것과 레이와 시대의 첫 총리로 원년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계시는 것을 축하드린다”며 “‘레이와’의 연호 뜻과 같이 아름다운 조화로 일본의 발전과 번영이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덕담을 하기도 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일한 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해소에 화제를 집중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취한 조치가 지난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되어야 한다”면서 아베 총리의 관심과 결단을 당부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유익하게 진행됐다고 들었다”며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룰 풀어나가자”고 답했다. 또 “우리는 이웃이고 서로 관계가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도 했다.아베 총리는 “북한 문제를 비롯해서 안전보장에 관한 문제는 일본과 한국, 그리고 일본, 한국, 미국 간의 공조는 매우 중요하다”며 안보협력에 무게를 뒀다. 수출규제 문제를 촉발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 양 정상은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했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필요성에 공감대 이뤘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회담에는 한국 측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남관표 주일대사 등이 배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모테기 외무상, 오카다 관방부장관, 기타무라 국가안보국장, 하세가와 총리보좌관, 이마이 총리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다만 회담 과정에 문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는 도중 일본 측 관계자가 갑작스레 취재진을 퇴장시키면서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갑자기 취재진이 나가는 모습을 보고 문 대통령 및 한국 측 참모들은 잠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이후 회담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원안위, 7000억 들인 수명연장 뒤집고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결정

    원안위, 7000억 들인 수명연장 뒤집고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결정

    한수원, 당초 7000억 들여 원자로 등 월성 1호기 핵심 시설 전면 교체한수원 “계속 운전해도 안전 문제 없다”2015년 원안위, 10년 수명연장 결정2017년 탈원전 공약 내세운 文정부 출범한수원, 경제성 없다며 작년 조기폐쇄국회, ‘원전 경제성 과소평가’ 감사 청구감사원서 ‘한수원 경제성 축소’ 결론시한수원 이사회 檢 수사 등 장기화 예상원안위, 세 차례 격렬 논의 끝 표결 처리7000억원을 들여 ‘심장’인 원자로 시설 등을 전면 교체해 2015년 수명연장이 결정됐던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지난해 조기폐쇄에 이어 24일 영구 정지가 표결로 확정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현재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 결정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112회 전체 회의에서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안’을 심의·의결해 고리 1호기에 이어 두번째로 영구 정지를 결정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위원간 견해차가 심해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진상현 위원이 이 안건에 대한 표결 처리를 제안했고, 7명의 참석 위원 가운데 이병령 위원만 표결에 반대했다. 표결은 출석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가능하다. 7명의 위원 중 엄재식 위원장, 장보현 사무처장, 김재영·장찬동·진상현 위원은 영구정지에 찬성했다. 이병령·이경우 위원은 반대 의견을 냈다.김호철 위원은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취소 소송의 변호사로 활동한 만큼 이날 회의에서 월성 1호기 관련 안건 논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 2월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안위에 월성 1호기의 영구 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원안위는 9월 27일 회의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으로부터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 심사결과’를 보고 받았다. 원안위는 앞서 10월과 지난달 각각 109회, 111회 회의를 열고 이 안건을 논의했으나, 위원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이후 회의에서 다시 다루기로 결정했다. 이병령, 이경우 위원 등은 앞선 회의에서 한수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끝날 때까지 이 안건에 대한 심의 자체를 멈추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지난 9월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이 문제가 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었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자료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원전의 경제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원안위 사무처는 ‘경제성 평가’를 확인하는 감사원 감사와 별개로 ‘안전성’을 보는 영구정지(운영변경허가안)를 안건으로 심의할 수 있다면서 이날 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1982년 11월 21일 가동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1983년 4월 22일 준공과 함께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30년의 설계수명이 지난 2012년 이후 수명연장 심사에 들어갔다. 당시 한수원은 월성 1호기에 총 7000억원을 들여 원전의 심장인 원자로의 압력관(연료다발 4560개)을 전량 교체해 계속 운전에 있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당시 월성 1호기 제작사인 캐나다 캔두에너지의 프레스톤 스와포트 사장은 “원자로 자체와 압력관을 교체한 월성 1호기는 새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또 60년간 운영이 가능하도록 원자로가 설계됐다고 덧붙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1조 1000억원을 들여 전원이 필요 없는 수소제거설비, 이동형 발전차량도 마련했다. 이후 2015년 2022년까지 10년 연장운전 승인을 받았다. 원안위는 국내외 안전진단과 압력관 전량 교체 등 대규모 설비개선을 통해 월성 1호기의 안전에 무리가 없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폐로하는 것보다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많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탈원전 공약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가 2017년 들어서고 반(反)원전 시민단체들의 월성 1호기 가동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면서 지난해 6월 한수원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조기 폐쇄를 결정했었다. 이번 회의에서 원안위가 월성 1호기의 영구정지를 결정했지만, 감사원이 ‘한수원의 경제성 축소’라는 결과를 내놓는다면 한수원 이사회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는 등 한수원 월성 1호기 이슈는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원안위의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을 무효로 할 수 있는 2심 판결도 내년 2월 남아 있다. 원안위는 앞서 2015년 월성 1호의 10년 연장 운영을 결정했고, 원전에 반대하는 시민 2000여명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2017년 2월 서울행정법원은 “수명연장 처분을 취소하라”며 주민의 손을 들어줬지만 원안위는 1주일 뒤 항소했다. 당시 원안위는 “계속 운전을 위한 운영 변경 허가에 문제가 없었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원안위 관계자는 “원자력 규제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므로 원안위 처분의 적법성에 대해 다시 한번 사법적 판단을 받아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안위는 “감사원 감사, 법원 판결과 이번 영구정지 심의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日아베, 잇단 스캔들에 지지율 흔들...최대 정적 인기 급상승 ‘비상’

    日아베, 잇단 스캔들에 지지율 흔들...최대 정적 인기 급상승 ‘비상’

    ‘벚꽃을 보는 모임’ 파문 등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심각한 타격을 받은 가운데 국민들의 정권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졌다. 동시에 아베 총리의 최대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의 차기 총리 후보로서 지지도가 급등했다. 24일 공개된 아사히신문의 12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지난달 조사 때보다 6%포인트 떨어진 38%로 나타났다. 아사히 조사를 기준으로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진 것은 모리토모, 가케 등 사학재단 비리 의혹으로 정권이 휘청거렸던 지난해 8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벚꽃을 보는 모임’ 파문은 아베 총리가 매년 4월 도쿄 신주쿠교엔에서 개최되는 벚꽃놀이 교류행사에 자기 지역구 후원회 관계자들을 대거 초청해 물의를 빚은 사건을 말한다. 국민 세금이 들어간 정부 행사를 사적 용도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에게 큰 피해를 안긴 다단계 판매업체 회장과 폭력단체 관계자가 아베 총리 명의로 초대된 사실도 드러났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포인트 상승한 42%로 나타났다. 정권에 반대하는 여론이 지지 여론보다 높아진 것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1년 만으로, 앞서 교도통신의 12월 여론조사에서도 내각을 지지하지 않다는 응답(43.0%)이 지지한다는 응답(42.7%)을 웃돌았다. 이와 맞물려 차기 총리감으로 누가 적합한지에 대한 물음에서도 아베 총리와 자민당 총재직(총리)을 놓고 2차례 격돌했던 이시바 전 간사장의 지지도가 크게 뛰었다. 아베 총리가 2021년 9월 자민당 총재 임기 종료 후 한 번 더 총재를 하는 데 대해 63%가 반대한 가운데 그 후임으로 이시바 전 간사장을 꼽은 응답이 23%로 가장 많았다. 현 정부 2인자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6%)과 아베 총리가 자신의 후임으로 강하게 미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5%), 아베 총리의 신임이 두터운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1%) 등 정권의 중핵에 있는 인사들의 지지율은 저조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한혜진 공식입장 “행사 불참 2억원 배상? 항소 준비 중”[전문]

    한혜진 공식입장 “행사 불참 2억원 배상? 항소 준비 중”[전문]

    배우 한혜진 측이 행사 불참과 관련 공식입장을 밝혔다. 한혜진 소속사 지킴엔터테인먼트 측은 23일 공식입장을 통해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행사 불참 보도와 관련 항소를 준비 중이라고 알렸다. 소속사 측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입찰 공고를 낸 제안서는 위원회와 SM C&C간의 약속인 바, 당사와의 계약과는 분명히 다름을 알려드린다”며 “문제제기가 되었던 1년간 3회 이상 행사 참여에 대해서는 단순, 3회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이 또한 정확한 행사 명칭이나 날짜가 명시되지 않았다. 기사화된 잔여 1회 불참에 대한 1심 판결은 나왔으나 이를 당사는 위와 같은 이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항소를 준비중이라는 한혜진 측은 “변호사를 통해 제출 기한을 조율 중에 있다”며 “분명한 사실 관계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선희)는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한혜진과 SM C&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한씨는 위원회에 2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위원회 측은 한우 홍보대사 모델 계약을 맺은 한혜진이 기성용의 영국 이사를 이유로 한우데이 행사에 불참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한혜진은 이사 5개월 전부터 참석을 요구받았지만 가족 이사를 이유로 행사에 불참하는 것은 부득이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하 한혜진 소속사 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지킴 엔터테인먼트입니다. 금일 보도된 광고 관련 기사에 대한 정확한 사실 관계와 공식 입장을 전달 드립니다. 먼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입찰 공고를 낸 제안서는 위원회와 SM C&C간의 약속인 바, 당사와의 계약과는 분명히 다름을 알려드립니다. 문제제기가 되었던 1년간 3회 이상 행사 참여에 대해서는 단순, 3회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이 또한 정확한 행사 명칭이나 날짜가 명시되지 않았음을 말씀드립니다. 기사화된 잔여 1회 불참에 대한 1심 판결은 나왔으나 이를 당사는 위와 같은 이유로 인정할 수 없는 바임을 알려드립니다. 이에 항소를 준비중이며 변호사를 통해 제출 기한을 조율 중에 있습니다. 당사는 이번 일로 인해 소속 배우가 전면에서 악의적인 댓글과 부정적으로 이슈화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분명한 사실 관계를 당사는 바로 잡을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아울러 정확한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확대해석 보도 및 근거 없는 허위 사실 유포를 자제해주시길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김금숙의 만화경] 23살, 프랑스에서 첫 크리스마스

    [김금숙의 만화경] 23살, 프랑스에서 첫 크리스마스

    “펑” 소리와 함께 목이 긴 크리스털잔에 따라진 샴페인에서는 기포가 하염없이 올라왔다. 이자벨은 그녀의 잔을 내 잔에 부딪치며 “조아이유 노엘”(Joyeux Noel)하고는 윙크를 해 보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이자벨이 혼자 있는 나를 알자스 지방에 사는 그녀의 엄마 집으로 초대했다. 이자벨은 알프스산 아래에 위치한 사보아대학 학생으로 나와는 하숙을 함께 했다. 하얀 테이블보 가장자리에는 이 지방의 상징인 황새가 금색 실로, 냅킨에는 초록색과 빨간색실로 크리스마스 장식이 수놓여 있었다. 나는 앞에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나이프와 포크, 포도주 잔들과 접시들을 바라보았다. 이자벨의 오빠인 파트리크가 적포도주를 권했다. 나는 머뭇거렸다. 잔을 들자니 포도주 잔이 세 개여서 어떤 잔이 물 잔이고 어떤 잔이 적포도주 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자벨이 내 마음을 알았는지 “이거야” 하고 그중 가장 평범하게 생긴 잔을 가리켰다. 손잡이가 초록색인 것은 백포도주 잔이고 물 잔은 가장 큰 잔이라고 했다. 물을 와인잔에 따라 마시는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 적포도주는 잔의 반이 조금 못 되게 따라 주었다. 곧이어 이자벨의 엄마인 프리다가 전채요리를 가지고 왔다. 반쪽씩 구운 사과 위에 치즈를 얹은 음식이 내 접시에 놓여졌다. “본아페티”(잘 먹겠습니다)를 외치고 포크로 치즈를 떠서 입으로 가져가려다가 멈췄다. 보기와는 달리 코를 찌르는 냄새가 역했다. 조금 맛을 보았다. 퀴퀴했다. 상했나? “염소치즈야.” 이자벨이 말했다. 염소치즈!!! 갑자기 술기운이 확 올라오며 얼굴이 시뻘게지는 게 느껴졌다. 못 먹겠다. 어쩌지? 당황스러웠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프리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입에 넣을까 말까 하고 있는 염소치즈 한 조각을 그녀는 마치 신선한 굴을 넣어 이제 막 버무린 김장김치 맛보듯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양 입에 넣었다. 이자벨도 파트리크도 그의 부인인 안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외계인이다. 나는 지금 어느 별에 와 있단 말인가. 절망스러웠다. 그렇다고 그런 표정을 지으면 안 되는 거다. 두 개의 구운 사과에 잘 올려진 나의 염소치즈를 내려다보았다. 어떻게든 먹어야 했다. 한국에서 살 때는 음식을 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나는 내게 최면을 걸었다. ‘맛있다. 맛있다. 맛있다.’ 하지만 현실은 목구멍으로 넘기려고 하면 할수록 입안에서 이리 돌고 저리 돌아 더 넘어가지 않았다. 간신히 포도주의 도움으로 눈 딱 감고 꾸욱 꾹 밀어 넣었다. 염소치즈를 입안으로 가져갈 때마다 포도주의 도움을 받았다. 이제 내 얼굴은 홍당무가 아니라 잘 삶아진 비트가 돼 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안이 내게 물었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때 뭐 먹어?” 대답하려고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에서 이때 딱히 먹는 게 없었다. 크리스마스 때는 주로 친구들과 어울렸던 것 같다. “우리는 설에 떡국을 먹어.” 갑자기 튀어나온 내 대답에 내가 더 당황했다.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명절이 아니다. 그래서 프랑스처럼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밥을 해먹지는 않는다. 우리는 설과 추석에 그렇게 한다’라고 말했어야 했다. 안이 계속 물었다. “프랑스엔 왜 왔어?” 내 입에서는 느닷없이 “화가가 되려고”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샴페인 때문일까. 포도주 때문일까. 아니 나는 염소치즈에 취한 것 같다. 안은 아마도 ‘한국에선 화가가 될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설명을 했어야 했다. ‘20세기 초 세계의 많은 화가들이 프랑스에서 활약을 했다. 나도 그들처럼 빈손이어도 열정과 노력과 재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프랑스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의 프랑스어 실력은 그런 걸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나는 그날 밤 ‘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를 되뇌며 잠이 들었다.다음날 이자벨과 프리다는 내게 구경을 시켜 준다며 알자스 지방의 전통 도자기 마을로 데리고 갔다. 하얀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얀 눈꽃이 내 손에 닿으며 녹았다. 어제의 후회도 자책감도 눈꽃송이처럼 스르르 녹았다. 1994년 스물세 살, 무작정 홀로 떠난 프랑스에서의 첫 크리스마스였다. 올겨울, 그날처럼 화이트 크리스마스면 좋겠다. “2019년 모두 조아이유 노엘(메리크리스마스)!”
  • “나이스 가이가 아니다” 올해만 레드카드 3장… ‘참을 忍’ 잊은 손흥민

    “나이스 가이가 아니다” 올해만 레드카드 3장… ‘참을 忍’ 잊은 손흥민

    첼시 수비수 뤼디거 가슴에 발 뻗어 VAR 끝 주심 퇴장 선언… 팀도 패배 국내외 축구팬들 비판적 반응 쏟아내 감정 조절 필요… 경기 뒤 “죄송합니다”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축구 스타 손흥민(27·토트넘)이 또 비신사적 플레이를 범해 레드카드를 받았다. 올해에만 세 번째로,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해 세 번의 레드카드는 2010년 선덜랜드의 리 캐터몰 이후 9년 만에 나온 불명예 기록이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 월드클래스 실력을 뽐내며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주고 있는 손흥민이지만 진정으로 역사에 남는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그라운드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는 등 정신적으로 더 성숙해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손흥민은 23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에서 후반 17분 첼시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를 고의적으로 가격했다는 이유로 퇴장당했다. 손흥민이 뤼디거와 공을 경합하다 넘어진 상태에서 발을 위로 살짝 더 뻗었고, 발이 가슴에 세게 닿은 것 같지 않았지만 뤼디거는 곧바로 그라운드를 굴렀다. 비디오 판독(VAR) 끝에 주심은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반에만 두 골을 얻어맞았던 토트넘은 동력을 잃고 0-2로 주저앉았다.경기 후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부당한 판정이라며 손흥민을 두둔했다. 그는 “뤼디거는 분명히 갈비뼈가 부러졌을 것”이라며 뤼디거의 ‘할리우드 액션’을 비꼬았다. 하지만 손흥민의 발짓이 실제 뤼디거에게 충격을 줬는지와는 별개로 분명 비신사적 플레이였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현지 중계 해설진도 “불필요한 폭력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손흥민은 지난달 에버턴전에서 안드레 고메스에게 백태클을 가해 레드카드를 받은 바 있다. 고의는 아니었다는 판단이 내려졌지만 고메스는 큰 부상을 당했다. 손흥민은 2018~19시즌 막바지이던 올해 5월 본머스전에서도 경기 내내 자신을 거칠게 수비하던 헤페르손 레르마를 거세게 밀쳐 넘어뜨렸다가 퇴장당했다. 이 때문에 2018~19시즌 최종전 및 2019~20시즌 첫 두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상대팀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손흥민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감정 조절을 못하고 반칙을 저지르는 선수로 이미지가 각인되는 것은 본인은 물론 그가 대표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국 현지 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고메스에게 태클을 했을 때 크게 자책하는 모습을 보여 “손흥민은 나이스 가이”라는 동정을 샀던 손흥민이지만, 이날은 첼시 팬들을 중심으로 “손흥민은 이제 나이스 가이가 아니다”라는 힐난이 나왔다. 중국 시나스포츠도 “손흥민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겸손, 친절, 좋은 성격이지만, 얼굴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대다수 국내 축구팬들도 비판을 쏟아냈다. 한 축구 팬은 “손흥민의 플레이를 보고 부끄러웠다”며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경기장에 돌아오길 바란다”고 했다. 또 다른 팬은 “전후 사정이 어떻다 해도 그라운드에서는 일단 화를 참아야 하는 게 축구인데 그렇지 못했다는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앞으로도 그런 모습이라면 팬들도 등을 돌릴 것”이라고 썼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장에서 레드카드를 받았을 때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는 잘못을 인정한 듯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합니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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