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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아버지의 안락사를 존중합니다”...남은 가족의 이야기 [금기된 죽음, 안락사]

    [단독] “아버지의 안락사를 존중합니다”...남은 가족의 이야기 [금기된 죽음, 안락사]

    국내 최초 조력사망 유족 인터뷰2021년 호주 국적 한국인, 스위스서 조력사망동행한 아들 한울씨가 회상하는 당시의 감정“자살하는 게 아니다” 수 차례 강조한 아버지“치료 가능성 없던 아버지 선택 존중” 조력사망으로 가족이 떠나면 남은 가족은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갈까. 후회일까. 위안일까. 서울신문은 조력사망 이후 남은 가족의 심경을 듣고자 지난 8개월간 한국인 조력사망자의 가족들을 찾아 나섰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복수의 가족 중 한 분의 허락을 받아 인터뷰할 수 있었다. 한국 언론에서 조력사망자의 가족 인터뷰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8월 26일 호주 국적의 한국인 허모(당시 63)씨가 스위스 바젤에서 조력사망했다. 허씨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폐암 말기 환자였다. 두 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재발했고, 주치의가 말한 기대 여명도 이미 수개월을 넘긴 상태였다. 마지막 순간, 14년 만에 해후한 아들 한울(27·가명)씨가 곁을 지켰다.씨도둑질은 못하는 법 ‘씨도둑질은 못한다’는 속담이 떠오른 건 한울씨가 보여준 한 장이 사진 때문이었다. 이목구비부터 미소까지 부자는 닮아도 너무 닯았다. “아버지는 스위스에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의연하셨어요.” 지난 5월 강원도의 한 소도시에서 만난 한울씨도 그랬다. 2년 전 여름 스위스에 다녀온 일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아버지를 만나고, 떠나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3박 4일의 여정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한울씨의 모습에서 사진 속 그의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다. 한울씨에게 ‘아버지가 곧 죽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2021년 8월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아버지는 기억 속 흐릿한 존재였다.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아버지와는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2007년 아버지를 만나러 호주로 가 한달 간 함께 살았던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늘 그리운 건 아니었지만 마음 한 편으론 ‘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14년 만에 폐암 말기 아버지와의 만남 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 아들을 찾았다. 폐암 말기 환자가 된 아버지는 조력사망을 결정했고, 얼마 뒤 스위스에 ‘죽으러 간다’고 했다. “잘 자라서 고맙다. 이제야 찾게 되어 미안하다. 용서를 빈다. 다만 나는 한시도 너를 잊은 적은 없다”는 메시지에 한울씨는 “전혀 아버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이야기였다. 한울씨는 학교 수업시간에 ‘안락사’나 ‘존엄사’를 둘러싼 찬반 논쟁을 접하면서 ‘이런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 막연히 생각했다고 한다. 그 선택을 아버지가 했다. 무려 1년 전부터 계획한 일이었다. 호주에 살고 있는 아버지와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도 스위스에 함께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버지도 차마 “같이 갈 수 있느냐”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동행을 제안한 건 어머니였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볼 수 없는데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한울씨는 그날로 여권 발급을 신청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끊어주었다. 조력사망 시행을 하루 앞두고 부자는 스위스 바젤에서 만났다. 한울씨는 네덜란드를 경유해 10시간 넘는 비행 끝에 아버지가 머물고 있던 호텔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직접 방문을 열고 아들을 맞이하며 “반갑다”고 말했다. 한울씨는 “스위스에서의 모든 일이 특별했지만 아버지와 처음 만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기억보다 훨씬 나이 들고 살도 많이 빠지고 수척해진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암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구나 싶었다”고 했다.“아들아,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는 스위스에 머무는 동안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했다. 동행한 가족과 친구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아버지는 그 말을 꺼냈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선택을 되돌리길 바랐다. 한울씨와 함께 비행기를 탔던 아버지의 지인은 “아들도 만나게 됐으니 포기하고 돌아가자는 식으로 말려 볼 생각”이라고 했다. 가톨릭 신자인 한울씨가 스위스로 가기 전 가까운 형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털어놓자, 그도 “신앙인으로서 조력사망은 찬성할 수 없다. 네가 아버지를 설득하라”고 했다. 한울씨는 복잡한 마음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말리고 싶은 마음보단 아버지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존중하고 싶었어요. 아버지가 암의 고통이 너무 컸다고 하셨거든요. 남은 치료는 암을 치유하는 게 아니라 연명하는 일 뿐인데 그걸 더 받는 게 맞나 싶으셨대요. 건강한 저는 그 고통을 모르잖아요. 이미 마음을 굳힌 아버지한테 ‘더 참고 치료를 받으세요’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자는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병든 아버지는 못 보는 사이 청년이 돼버린 아들에게 묻고 살았던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놓았다. 이혼하게 된 이유부터 떨어져 지내는 시간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지갑에서 작은 사진 하나를 꺼냈다. 사진 속에는 서너살쯤 되는 어린 한울씨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20년 넘은 오래된 사진이지만 구겨짐 없이 잘 관리된 듯했다. 아버지는 사진을 건네며 “한 순간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힘겹게 병마와 싸워온 이야기와 왜 스위스로 와야만 했는지를 차분히 설명했다. “한울아,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는 이 말을 또 했다. 당신은 끝이 정해진 시한부의 삶이라며 너무 걱정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말라고 당부했다. 그런 아버지에게선 죽음을 눈앞에 둔 자의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넌 아직 젊고, 하고 싶은 것도 많겠지만 나는 더는 삶에 기대가 없단다. 살 만큼 살았어….” 밤은 이야기로 채워졌다.그는 마지막 농담을 던졌다 마침내 26일 아침이 밝았다. 아버지는 전날 밤부터 먹지도 자지도 않았다. 한울씨는 “아버지도 긴장을 많이 하신 것 같았다. 전날 밤 잠을 한숨도 못잤는데도 잠이 안 오더라고 하셨다. 지난 날을 돌아보느라 그럴 수도 있고, 이제 계속 잘 건데 왜 자느냐 싶었을 수도 있고, 여러 생각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바젤 외곽에 있는 조력사 장소로 가기 전 아버지의 호텔방에 사람들이 모였다. 아버지는 “연예인이 된 것 같다”는 농을 던졌지만 분위기는 쉽게 풀어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한 사람씩 시계를 선물했다. 한울씨는 ‘남은 인생의 시간을 소중하게 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조력사 단체에서 준비한 차를 타고 도착한 시설은 언뜻 보면 차고같기도 하고 목공소같기도 한 외관이었다. 아버지가 누운 침대를 빙 둘러선 사람들 사이에서 흐느낌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한울씨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아버지는 눈을 감는 순간까지 감정의 동요를 일절 내비치지 않았다. 아버지는 조력사를 돕는 직원이 약물이 담긴 링거액을 걸고 “준비가 되면 밸브를 돌리라”고 안내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밸브를 돌렸다.그 후 2년…“아버지의 선택을 존중” 그 순간 한울씨는 몇 주 전 군에서 받은 공수훈련을 떠올렸다고 한다. 헬기를 타고 1800피트(548.64m) 상공에 올라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리는 훈련이었다. 차례를 기다리며 먼저 뛴 동료들이 무사히 착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낙하산은 펴질 것이고, 죽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죽을까봐 두려웠다. ‘내가 아버지였다면 저 밸브를 돌릴 수 있을까.’ 울음 소리가 커졌지만 한울씨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더 추억을 남겼다면 좋았겠다는 마음도 있었죠. 하지만 그 시점에선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아버지가 스스로 선택한 대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가신 모습이 고통스러워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냥 잠자듯 떠나셔서 그게 참 다행이에요.” 임종을 함께 지켰던 아버지의 지인들은 그 순간에 대해 “이미 절반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 모습이었다”, “정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다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한울씨는 “어쩌면 더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신 걸 수도 있다. 본인마저 두려워하면 같이 온 사람들은 더 힘들 테니까”라고 말했다. 그 후 2년이 흘렀다. 한울씨는 그날 밤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는 중이다. 장교로 임관해 군 생활을 하고 있다. “치료의 가능성이 있었다면 저도 (조력사망을) 반대했을 수 있겠지만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남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는 것보다 스스로 마무리하겠다는 아버지의 선택을 존중해요. 그리고 제가 아는 누군가가 아버지와 같은 상황에서 동행을 요청한다면 저는 같이 갈 거예요. 마치 멀리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는 마음으로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조력사망 희망자들이 얘기하는 가족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아직 존엄을 지킬 수 있을 때 먼 이국 땅으로 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결정을 지지하는 가족도, 반대하는 가족도, 차마 반대는 못해도 함께 가지는 않겠다는 가족도 있었다. 한울씨는 시간을 되돌려도 스위스에 가겠다고 했다. “남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는 것보다 당신이 할 수 있을 때 마무리하겠다는 선택을 존중해요. 그리고 당신의 마지막 말씀처럼 아버지는 자살한 게 아닙니다.”
  • 세기의 뮤즈 오드리 헵번이 잠들어 있는 스위스 톨로체나즈 [한ZOOM]

    세기의 뮤즈 오드리 헵번이 잠들어 있는 스위스 톨로체나즈 [한ZOOM]

    레만호수에 접해 있는 스위스 보주(Vaud)의 도시들 가운데 모르주(Morges)라는 도시가 있다. 모르주는 한국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도시는 아니지만, 한 여인이 살았다는 이유로 유명해진 도시다. 그 여인의 흔적을 찾기 위해 모르주의 작은 마을 톨로체나즈(Tolochenaz)로 향했다. 세기의 뮤즈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1929~1993), 그녀를 만나기 위해.  불우한 어린 시절과 불행한 결혼생활 오드리 헵번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영국 금융회사 중역인 아버지와 정치인 가문의 딸인 어머니 덕분에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독일 나치에 빠진 아버지가 어린 그녀를 두고 집을 나가버렸고, 독일군을 피해 어머니와 함께 네덜란드로 갔지만 네덜란드마저 독일에 점령당하면서 심각한 가난과 굶주림을 겪어야만 했다. 아버지의 가출과 전쟁으로 겪은 굶주림 때문이었을까? 오드리 헵번은 어릴 적부터 빨리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녀는 1954년 한참 전성기를 달리던 24살의 이른 나이에 12살이나 많은 미국 헐리우드 영화배우 겸 감독 멜 페러(Mel Ferrer)와 첫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멜 페러는 그녀에게 좋은 남편이 아니었다. 그의 오드리 헵번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 그리고 지속적인 외도 때문에 결국 두 사람은 헤어졌다.멜 페러와 이혼한지 1년 후인 1969년 오드리 헵번은 이탈리아 출신 정신과의사 안드레아 도티(Andrea Dotti)와 모르주 시청에서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안드레아 도티는 오랫동안 그녀의 열혈 팬이었다. 그는 ‘로마의 휴일’에 등장한 그녀를 보고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역시 그녀에게 좋은 남편은 아니었다. 그는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연기한 앤 공주를 사랑한 것이지, 현실의 오드리 헵번을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아드레아 도티 역시 지속적인 외도를 저질렀으며 결국 두 사람은 헤어졌다. 오드리 헵번의 흔적을 찾아 두 번째 이혼 이후 오드리 헵번은 1993년 눈을 감을 때까지 이 곳 톨로체나즈에서 두 아들과 함께 살았다. 톨로체나즈에는 오드리 헵번이 살았던 집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집 앞에는 오드리 헵번이 1963년부터 1993년까지 이 집에 살았다는 안내 표지판이 걸려있다. 오드리 헵번 집을 지나 조금만 내려가면 톨로체나즈 마을 중간에 조그만 ‘오드리 헵번 광장’이 있다. 그 곳 한 쪽에는 오드리 헵번의 전성기 때 모습으로 만든 청동 흉상이 세워져 있다. 광장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톨로체나즈 공동묘지가 나온다. 입구는 빗장이 걸려있지만 누구든 빗장을 열고 들어갈 수 있다. 공동묘지 가운데에는 세기의 뮤즈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오드리 헵번이 작고 소박한 무덤이 있다. 은막의 여신에서 헌신과 박애의 아이콘이 되다 영화 팬들에게 오드리 헵번은 여신 그 자체였다. 오드리 헵번은 아름다운과 우아함의 상징이었으며,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이 ‘헵번 룩’과 ‘헵번 스타일’을 따라했다. 그녀가 떠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전세계 수많은 셀럽들이 그녀의 스타일을 따라하고 있다. 영화사를 통틀어 그녀만큼 영향력이 있는 여배우는 아마 없을 것이다. 오드리 헵번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에서 끝나지 않았다. 1989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어두워질 떄까지’를 끝으로 그녀는 영화계에서 은퇴했다. 이후 그녀는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 명예 대사가 되어 병과 굶주림과 죽어가는 전세계 아이들을 돌보는데 모든 삶을 바쳤다. 그녀의 헌신하는 모습에 감동한 많은 사람들이 유니세프에 자원봉사를 지원했으며 성금과 물품을 보냈다. 그녀는 암 투병 중에도 아이들을 돌보며 헌신했다. 유니세프는 그녀의 이름을 딴 ‘오드리 헵번 인도주의상’을 만들었다. 그녀의 흔적으로 뒤로 하고 모든 명성을 뒤로 하고 헌신적인 삶을 살았던 오드리 헵번은 영화 속에서도, 현실의 삶에서도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녀를 추모하는 영화제, 사진전에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 그녀를 기억한다. 그것은 단지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톨로체나즈에서 만난 그녀의 흔적을 뒤로 하며, 그녀가 남긴 말을 떠올렸다.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싶다면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보세요.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다면 친절하게 이야기하세요.”(For beautiful eyes, look for the good in others, for beautiful lips, speak only words of kindness)
  • 노원구, 전 구민 대상 생애주기별 맞춤형 영양 프로그램 운영

    노원구, 전 구민 대상 생애주기별 맞춤형 영양 프로그램 운영

    서울 노원구가 전 구민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맞춤형 영양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24일 밝혔다. 구 관계자는 “기대 수명 증가에 따라 경제적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영양 관리 사업의 대상 범위를 전 구민으로 확대했다”면서 “생애주기 구간별 지원 내용과 방식에 다양성을 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는 현재 ‘감성주방 아이엠’, ‘알쓸신영’(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박한 영양 지식) 등의 영양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감성주방 아이엠은 청장년과 어르신 1인 가구가 건강한 한 끼를 직접 차려 먹을 수 있도록 마련한 조리 교육이다. 매주 금요일 마들보건지소 2층 조리실에서 진행되며 비용은 전액 무료다. 지난해 수료자 3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음식 만들기에 자신감이 생기고 나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의견이 많아 올해는 교육 참여 대상을 20~30대 1인 가구까지 넓혔다. 알쓸신영은 채소 섭취율이 적은 중학생 대상의 영양 교육이다. 전문 강사가 학교를 방문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할 수 있는 체험형 교육을 진행한다. 고기 섭취를 줄이고 채소나 과일을 다양하게 먹는 인증 사진을 공유하는 등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도 선보인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노원구민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체계적인 영양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이번엔 출판계 이권 카르텔?...문체부 “도서전 수익 누락 조사 중”

    이번엔 출판계 이권 카르텔?...문체부 “도서전 수익 누락 조사 중”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출판계에 이권 카르텔이 있는지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부패 카르텔 보조금을 폐지해 수해복구에 투입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서계동 문체부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국제도서전을 감사한 결과 수익금 보고 등 회계 부분이 놀라울 정도로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고, 한심한 탈선 행태도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서울도서전을 주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한 해 10억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정산하면서 2018년부터 지금까지 6년 동안 수익금 상세내역을 감독 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출판진흥원은 확인 과정 없이 이를 그대로 추인했다. 출협은 또 통장에 흰색으로 줄을 그어 수익금 입출금 내역 일부를 지우고 감사에 제출하는 등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상당 부분이 해외 참가 기관으로부터 받은 참가비로 밝혀졌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문체부는 출협과 출판진흥원의 묵시적인 담합이 있었는지, ‘이권 카르텔’ 요인이 작동했는지를 면밀히 추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체부 발표에 대해 출협 관계자는 “애초부터 수익금 상세 내역을 보고하지 않았다가 이번 감사에서 상세내역을 달라고 해 모두 제출했다”면서 “블라인드 처리한 입출금 내역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을 두고 출협과 문체부가 이견이 있었던 차에 박 장관이 갑자기 출협을 나쁜 집단으로 매도하듯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감독 기관인 출판진흥원이 확인 과정 없이 추인한 것을 두고는 “출판진흥원이 매년 문체부에 보고를 했는데, 문체부도 그동안 이를 승인해왔다”고 지적했다. 출판계 일각에서는 이번 감사 발표에 대해 지난달 14일 서울도서전에서 불거진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당시 문체부와 출협 사이에 VIP 의전으로 갈등이 불거졌다는 내용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2021년 제보를 받아 지난해 감사 통보를 했다. 당시 상세내역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출협에서 이를 어겨서 발표까지 하게 된 것”이라며 “도서전 관련 문제와 이번 감사 발표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 “기사님께 마음 전하세요”…한국 택시도 ‘팁 문화’ 도입

    “기사님께 마음 전하세요”…한국 택시도 ‘팁 문화’ 도입

    택시기사에게 팁을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도입돼 화제다. 카카오 T는 지난 19일부터 ‘감사 팁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이엠(i.M)과 타다 등 중소업체나 특수목적 차량의 업체 등에 이어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플랫폼에 팁 결제가 추가된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팁 결제 적용 대상은 블랙, 모범, 벤티, 블루, 펫 택시 등으로 제한됐다.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팁을 받는 경험이 선순환으로 이어져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 도입 취지다. 카카오 T는 공식 채널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팁이지만 카카오T 택시를 이용하고 기사님에게 특별히 감사를 표하고 싶으실 때 이용 요금 외 별도로 감사 팁을 드릴 수 있다”라고 공지했다. 이어 “택시 하차 후 평가 화면에서 별점 5점을 남기면 기사님께 즉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서비스에 만족했을 경우 감사 팁을 이용해보라”라고 알렸다. 감사 팁은 평가 완료 후 제공할 수 있으며, 카드 수수료를 제외한 전액이 결제 즉시 기사님에게 전달된다. 감사 팁은 승객의 자율적인 선택 사항이며, 결제 이후 단순 변심에 의한 환불은 불가하다. 팁 액수는 1000원~2000원 선이다. 단, 강요나 대가성으로 감사 팁을 요구 받은 경우 반드시 카카오 T 고객센터로 제보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강제성도 없고 도움을 받았을 때 소액으로 팁을 드릴 수 있어 나쁘지 않다” “팁으로 수입이 늘면 최저연봉을 받는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더욱 좋아질 수 있다”라는 의견과 “이렇게 팁 문화가 당연해질까봐 겁난다. 택시요금도 부담인데 팁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싶지 않다” “플랫폼이 지불해야 할 비용을 승객에게 전가시키는 것 아닌가”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한편 계산서 금액에 15~25%를 추가하는 것이 관례인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팁 문화와 관련된 논쟁이 뜨겁다. 최근 미국 ‘애플 스토어’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해 팁 제도를 준비중이라는 뉴스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북미에서는 ‘길트 티핑(죄책감으로 주는 팁)’ ‘팁 수치심(팁 금액 때문에 인색한 사람 취급을 받아 생기는 수치심)’ ‘팁플레이션’ 등의 유행어가 통용되고 있다.
  • “조선족 2세, 도박빚, 이혼남” 신림동 범인 추측 난무…신상공개 될까

    “조선족 2세, 도박빚, 이혼남” 신림동 범인 추측 난무…신상공개 될까

    4명의 사상자를 낸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의 범인 조모씨(33)를 둘러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21일 사건 발생 후 온라인에는 이름과 나이, 출신학교 등 조씨의 신상정보를 추측한 게시글이 나돌았다. 조씨의 과거 사진과 소셜미디어(SNS) 계정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확산했다. 조씨의 지인을 자처한 이는 그가 외자 이름을 가진 조선족 2세이며, 이혼 후 수천만원의 도박 빚을 떠안고 건설 현장을 전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관련 정보가 사실인지는 이번 주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 결정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행 피의자 신상 공개제도는 2010년 신설된 특정강력범죄법과 성폭력처벌법에 근거한다. 검경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나 성폭력 사건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정유정 살인사건과 강남 납치 살해 사건,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 n번방 성 착취물 제작 유포 사건 등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 바 있다. 일단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 살펴보면 조씨는 폭행 등 전과 3범에다 법원 소년부로 14차례 송치된 전력이 있다. 현재 무직이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는 인천 주거지와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할머니 집을 오가며 생활했고 범행 직전에도 할머니 집에 들른 것으로 파악됐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반성한다”영장심사 10분만에 종료, 구속 수감 조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 7분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80여m 떨어진 상가 골목 초입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살인미수)를 받는다. 길이 100여m인 골목에서 남성 3명을 흉기로 찌르고 골목을 빠져나간 조씨는 인근 모텔 주차장 앞에서 또 다른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했다. 조씨는 첫 범행 6분 만인 오후 2시 13분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앉아 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병원에 실려 간 부상자 3명 중 1명은 퇴원해 통원 치료 중이고 나머지 2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당초 위독한 상태로 알려진 피해자도 고비를 넘겼다. 조씨는 피해자 4명 모두와 일면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구속 후 현재 서울 관악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소준섭 판사는 23일 오후 2시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조씨는 이날 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너무 힘들어서 저질렀다”며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정 앞에서는 “예전부터 너무 안 좋은 상황이었던 것 같다. 제가 너무 잘못한 일”이라며 “저는 그냥 쓸모없는 사람이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도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자신의 처지를 탓했다. 경찰은 조씨를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하는 등 자세한 범행 경위와 배경, 범행 이전 행적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피해자 유족 “모범생, 실질적 가장”“반성 없는 반성문으로 감형 없도록 사형 요청” 한편 조씨의 범행으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의 유족은 같은 날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사형 선고를 요청했다. 자신을 피해자의 사촌 형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신림역 칼부림 사건의 가해자가 다시 사회에 나와 이번과 같은 억울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형이라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요청한다”고 적었다. 청원인은 “악마같은 피의자는 착하고 불쌍한 제 동생을 처음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무참히 죽였다”며 “유족들은 갱생을 가장한 피의자가 반성하지도 않는 반성문을 쓰며 감형을 받고 또 사회에 나올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또 자신의 사촌동생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외국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동생을 돌봐온 실질적 가장이며 과외와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온 대학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이 신림동에 저렴한 원룸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가 일면식 없는 사람에게 13차례 흉기에 찔렸다고 청원인은 말했다.
  • 이상과 김환기, 두 천재를 뒤흔든 ‘한 여인’ 김향안…혹은 변동림

    이상과 김환기, 두 천재를 뒤흔든 ‘한 여인’ 김향안…혹은 변동림

    ‘나는 이 태엽을 감아도 소리 안 나는 여인을 가만히 가져다가 내 마음에다 놓아두는 중입니다. 이 여인은 내 마음의 잃어버린 제목입니다.’(이상) ‘행복과 기쁨이 있기를 마음으로 바라며 진눈깨비 날리는 성북산협에서 으스러지도록 안아준다 너를. 나의 사랑 동림이.’(김환기) 20세기 한국의 두 천재 이상(1910~1937)과 김환기(1913~1974)가 사랑했던 여자. 그 자신도 수필가이자 화가, 미술평론가였던 예술가. 김향안(1916~2004)이 없었다면 어쩌면 이상과 김환기의 예술세계는 지금과 조금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 모두가 이상의 시를 난해하다 비판할 때 그의 가치를 알아봐 주고 세계적인 화가를 꿈꾸는 김환기가 해외에 나갈 수 있게 길을 열어준 이가 바로 김향안이기 때문이다. 천재 예술가들의 마음을 뒤흔든 사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흐 헤스트’(사진)는 그 절절한 이야기를 그렸다. 제목은 김향안이 남긴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Les gens partent mais l’art reste)란 문구 뒷부분 ‘예술은 남다’(l’art reste)에서 가져왔다. 김향안의 본명은 변동림. 당대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던 낙랑파라에서 이상을 만나 사랑을 키우고 1936년 결혼한다. 이듬해 이상이 동경에서 폐결핵 악화로 사망하면서 짧은 결혼생활은 끝난다. 1944년 김환기와 결혼하면서 이름을 김향안으로 바꾸고 남편의 작품 활동을 돕는다. 이상이 “같이 죽을까?”란 말로 사랑을 표현했다는 이야기, 고백을 주저하는 김환기에게 이름을 바꾸고 따라가겠다고 한 일화, 프랑스 파리에 있을 때 서울신문에 파리 기행을 연재해 생계를 꾸리던 일이나 김환기의 작업실을 구하고 전시를 열게 해줬던 과정 등을 뮤지컬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위대한 경지에 오른 이들의 인간적인 이야기가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애틋하게 다가온다. ‘라흐 헤스트’에서 변동림과 김향안은 각각 두 명이 연기한다. 변동림의 이야기는 시간순대로, 김향안의 이야기는 2004년부터 거꾸로 펼쳐진다. 동림이 예술가의 아내로서 아파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이 말년의 향안이 되돌아보는 추억과 맞물려 교차하면서 그가 살아온 인생의 의미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관객들은 외로운 선택의 순간마다 용기를 냈던 김향안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얻는다. 9월 3일까지.
  • [단독] “죽고 싶다는 건 ‘잘 살고 싶다’는 것… 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단독] “죽고 싶다는 건 ‘잘 살고 싶다’는 것… 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4> ‘조력사망은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없다’ 외치는 사람들 가족이 고통 속에서 죽는 모습은 남은 사람에게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안긴다. 고통뿐인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이 조력사망 제도화에 상대적으로 높은 찬성률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안타깝게 떠나보냈거나 병으로 고통을 받고있다고 해서 모두가 조력사망 도입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절망적인 상황일수록 죽음이 마지막 선택지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또 의료 기술의 발달과 완화의료의 확대 등도 말기 환자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환자 보호자와 암 전문의, 지체장애인 등 각각 다른 자리에 서서 ‘조력사망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토한 항암제 다시 삼킨 아내… 6개월 시한부, 20년 기적의 삶 말기암 환자에게 온 기회획기적 신약 ‘글리벡’ 무상 복용암세포 줄어 이식수술로 새생명 “말기 환자들도 본능적으로 죽음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살 가능성을 찾습니다.” 안기종(53)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에 ‘조력존엄사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반대 의견서’를 보냈다. 그는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근거 중 하나로 의학의 발달을 꼽았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 덕에 기적과 같은 일을 경험했다. 2001년 11월 그의 아내는 우연히 배에서 큰 혹을 발견했다. 아내는 대형병원에서 골수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골수성 백혈병. 만성기를 지나 가속기로 접어든 상태였다. “6개월입니다.” 의사의 입에서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안씨는 정신없는 아내를 대신해 백방으로 신약에 관한 정보를 수소문했고 얼마 후 희망적인 소식을 찾았다. 불과 6개월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난 표적 항암제 ‘글리벡’을 한국에서도 무상으로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글리벡은 당시 전문의들에게 ‘기적의 항암제’로 평가받았다. 몇몇 병원을 중심으로 말기 환자에게 무상으로 약을 공급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여기에 참여했다. 글리벡을 복용하자 아내는 심한 구토와 근육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생존 욕구가 더 강했다. 토사물을 뒤져 가며 글리벡을 다시 삼키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한 달 만에 혈액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석 달이 지나자 암세포가 거의 사라졌고, 열 달이 됐을 땐 골수검사 결과 역시 정상인과 같은 수준이 됐다. 병원에서는 상태가 좋아졌을 때 완치를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자고 권유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내는 2013년부터 약을 중단했다. 6개월 시한부였던 아내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멀쩡히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의학, 더디지만 계속 발달연장된 생명, 말기 판단도 달라져포기하지 않는 한 가능성 있는 것 포기하지 않은 덕에 살아난 아내의 존재는 안씨가 조력사망 제도화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다. 의학 발달로 희귀·난치병의 치료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20년 사이 국내 사망률 1위 암인 폐암의 생존율은 2.6배 이상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조력사망 제도를 시행한다면 자신의 아내처럼 살 수 있는 사람도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로 시한부나 말기 환자를 정의하는 기준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환자들의 삶의 질 역시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는데도 대중의 인식은 과거 고통스러운 기억에만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간병과의 전쟁을 이어 가며 한숨짓는 보호자들의 목소리도 그의 확신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환자가 그냥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지친 간병인들의 호소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런 상황에서 조력사망이 환자를 죽음으로 떠밀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다만 안 대표가 조력사망을 반드시 반대하는 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끝단이 있다. 고통을 전혀 관리할 수 없는 병과 임종을 피할 수 없는 시기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때에는 조력사망을 최후의 수단으로 고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조력사망이 제도화될 것이란 사실은 부인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직도 치료비가 없어서, 병간호에 지쳐서 살인까지 하는 세상이잖아요. 제도 개선과 재정 투입으로 임종 환경을 충분히 개선한 상태가 돼야 다시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병마의 고통 알기에… 내 환자와 가족이 ‘임종의 시간’ 갖게 도와야 해방감보다 죄책감그땐 ‘죽음’ 맞을 준비 못 해 후회호스피스 등 더 나은 마지막 있어 “조력사망이 너무 빨리 고통의 해결책처럼 등장했다는 생각입니다.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은 데도 말이에요. ” ‘O&C’(Open and Closure: 수술 시작 후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 바로 봉합하는 경우. 외과의사가 말하는 가장 허탈하고 안타까운 수술) 김선영(47)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O&C’라는 의학용어를 알게 된 건 중학생 때다. 1990년 가을 40대 중반의 경제학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갑작스레 담낭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위해 배를 열었지만 손을 쓸 수 없었다. 대신 아버지의 몸에는 담즙배액관(PTBD)이 꽂혔다. 어머니는 아버지 곁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 지겨운 것….” 이듬해 12월 아버지의 마지막 숨이 그치자 어머니는 시신에서 관을 빼내며 한숨을 내뱉었다. 길었던 어둠의 터널에서 해방된 듯한, 하지만 고인에게 ‘더 나은 마지막’을 건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담겼다.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임종 과정은 가족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아버지도, 가족들도 온통 고통뿐인 기억으로 남았다. 치료를 위해 노력한 시간이 후회와 죄책감으로 얼룩졌다. “그 당시에는 죽음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나누고 임종 준비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만약 호스피스 제도가 있었고 누군가 임종을 도왔더라면 아버지와 가족에게 많은 도움이 됐을 거예요.” 그는 현재 아버지와 같은 암 환자를 상대하는 종양내과 의사가 됐다. 환자의 고통과 남은 가족들의 후회 등 말기 환자의 투병 과정을 잘 알기에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권하길 꺼린다. 아버지의 임종과는 다르게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를 활용해 임종을 잘 준비했으면 한다. 생존 의지와 의료 복지환자 고통·불안 해소할 시간 필요‘해로운 치료 중단’ 진단 명확해야 하지만 현실에서의 한계는 분명했다. 환자를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바쁜 병원, 부족한 호스피스 인력 문제는 만성적 고질병이다. 21.5%에 그치는 호스피스 이용률(2021년 호스피스 대상 질환사망자 대비)은 호스피스가 충분히 좋은 제도란 것을 강조하기엔 부끄러운 숫자다. 김 교수는 호스피스 제도를 확충해 이용률을 높이고 인식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환자 대부분은 치료에만 집착하는데 의사 입장에선 호스피스 등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할 기회도 시간도 없다. 결국 관성적으로 환자는 항암 치료를 하다가 응급실에서 사망하고 가족들은 큰 트라우마를 겪는다”며 “또 통상 대형병원 진료는 3분 안에 1명의 환자를 처리하는 식이다. 이런 체계에선 의료진이 환자의 외로움과 불안 등을 충분히 해소해주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병원에서 만난 말기 환자들은 대체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밝혔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력사망 찬성 비율이 높은 것은 응답자들이 임종에 대해 구체적이고 깊은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먼 죽음을 생각할 때 ‘건강하게 살다가 깔끔하게 죽어야지’라고 쿨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죽음이 임박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어떻게든 희망을 놓지 않고 조금이라도 가족들과 더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말기 환자와 가족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충분히 준비하려면 의료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이 더이상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항암이 해롭다는 걸 명확히 말해 줄 필요가 있어요. 그게 치료를 선택하지 않은 가족들의 죄책감과 짐을 덜어 주는 일입니다.” 살수록 고통 커지는 장애인… 나처럼 죽음을 강요받을 수도 “저 몸으로 살겠나”소아마비 걸리자 죽음 갈림길에내 죽음에 제삼자 개입은 ‘살인’ 중증장애인 이문희(66)씨는 어린 시절 자신도 모르게 삶의 갈림길에 섰던 사실을 떠올리면 아직도 끔찍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동네에 번진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두 돌이 지나서도 일어서지 못했다. 뒤늦게 병원을 가서 지체장애 진단을 받았다. 어느 날 그의 친척 할머니가 찾아왔다. 할머니는 이씨의 어머니에게 “곡기를 끊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밥을 적게 줘 자연스럽게 굶겨 죽이자는 것이었다. 당시 집안의 수입은 대부분 이씨의 치료비로 나갔다. 건강한 아이도 살기 어려웠던 시절 가족은 이씨가 살아갈 삶을 걱정했다. 다행히 어머니의 강한 반대로 이씨는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이씨는 “할머니는 내 삶을 걱정해 날 죽이자고 했었지만 정작 손주인 내 의사는 물어보지 않고 여생의 기회를 제거하려 했다”면서 “조력사망 제도도 의사소통이 부족한 장애인들의 의사와 반하는 오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력사망을 반대한다. 손주를 죽이려 했던 할머니처럼 제삼자가 사람의 죽음을 결정하는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사람들이 말하는 ‘죽을 권리’란 내 죽음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조력사망 제도는 국가가 개인들의 죽음에 개입하는 것을 넘어 그 절차와 방법까지 탈범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유학 시절 겪었던 크고 작은 경험들 역시 조력사망을 반대하는 이유가 됐다. 이씨는 1998년 도르트문트대에서 장애인 직업재활을 전공했다. 수업에서 지도교수가 중증장애인의 안락사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며 회의에 빠졌다. 안락사가 겉으론 약자를 위한 것으로 포장해도, 실질적으로 약자에게 죽음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가치 없는 삶은 없다생명에 ‘실용의 잣대’ 대면 안 돼신체보다 ‘정서적 해방’ 고려해야 이씨는 조력사망이 자칫 파시즘을 기반으로 한 ‘우생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씨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어느 날 새벽 1시, 바깥이 밝아 문을 열었더니 집에 불이 번지고 있었다. 황급히 화장실에서 물을 길어 뿌렸다. 이웃 주민들의 신고와 도움으로 이씨는 겨우 살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양인과 장애인을 혐오하는 ‘신나치주의자’(네오나치)의 방화 범죄였다. 이씨는 “(세계적으로) 네오나치와 같은 극우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락사는 국가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한테 지지를 받고 있다”며 “사람의 생명이 극대화된 생산성의 논리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안락사를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실용성에 근거한 가치와 철학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방증”이라면서 “어느 것이 더 실용적인가란 고민에서 가치 없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죽고 싶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결국 ‘살고 싶다’는 것임을 사회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말은 죽고 싶다고 하지만 사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살고 싶다는 욕망이 큰 겁니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됐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죽고 싶다는 마음은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서적 외로움, 세상과의 단절 등 심리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말기 환자에게 ‘당신은 어떻게 죽을 건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마음 아픈 건 어때요’라고 먼저 물어봐야 할 때입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단독] 시한부 아내의 기적의 삶…“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

    [단독] 시한부 아내의 기적의 삶…“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

    고통의 당사자 3人이 전하는 조력사망 반대 이유의학 기술의 발전, 회복 가능성 차단부족한 호스피스·완화의료부터 보완해야사회적 약자 죽음으로 등떠밀 것 가족이 고통 속에서 죽는 모습은 남은 사람에게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안긴다. 고통뿐인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이 조력사망 제도화에 상대적으로 높은 찬성률을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안타깝게 떠나보냈거나 병으로 고통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조력사망 도입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절망적인 상황일수록 죽음이 마지막 선택지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또 의료 기술의 발달과 완화의료의 확대 등도 말기환자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환자 보호자와 암 전문의, 지체장애인 등 각각 다른 자리에 서서 ‘조력사망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토한 항암제 다시 삼킨 아내…6개월 시한부의 기적 “말기 환자들도 본능적으로 죽음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살 가능성을 찾습니다.” 안기종(53)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에 ‘조력존엄사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반대 의견서’를 보냈다. 그는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근거 중 하나로 의학의 발달을 꼽았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 덕에 기적과 같은 일을 경험했다. 2001년 11월 그의 아내는 우연히 배에 큰 혹을 발견했다. 아내는 대형병원에서 골수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골수성 백혈병. 만성기를 지나 가속기로 접어든 상태였다. “6개월입니다.” 의사의 입에서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안씨는 정신없는 아내를 대신 백방으로 신약에 관한 정보를 수소문했고 얼마 후 희망적인 소식을 찾았다. 불과 6개월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난 표적 항암제 ‘글리벡’을 한국에서도 무상으로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글리벡은 당시 전문의들에게 ‘기적의 항암제’라는 평가받았다. 몇몇 병원을 중심으로 말기 환자에게 무상으로 약을 공급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를 진행하고 있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글리벡을 복용하자 아내는 심한 구토와 근육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생존의 욕구는 더 강했다. 토사물을 뒤져가며 글리벡을 다시 삼키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한 달 만에 혈액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석 달이 지나자 암세포가 거의 사라졌고, 열 달이 됐을 땐 골수검사 결과 역시 정상인과 같은 수준이 됐다. 병원에서는 상태가 좋아졌을 때 완치를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자고 권유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내는 2013년부터 약을 중단했다. 6개월 시한부였던 아내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멀쩡히 회사에 다니고 있다.포기하지 않은 덕에 살아난 아내의 존재는 안씨가 조력사망 제도화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다. 의학 발달로 희귀·난치병의 치료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20년 사이 국내 사망률 1위 암인 폐암의 생존율은 2.6배 이상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 무작정 조력사망을 시행한다면 자기 아내처럼 살 수 있는 사람도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로 시한부나 말기 환자를 정의하는 기준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환자들의 삶의 질 역시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대중의 인식은 과거 고통스러운 기억에만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간병과의 전쟁을 이어가며 한숨짓는 보호자들의 목소리도 그의 확신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환자가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간병인들의 지친 호소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런 상황에서 조력사망은 환자를 죽음으로 떠밀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다만 안 대표가 조력사망을 반드시 반대하는 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끝단이 있다. 고통을 전혀 관리할 수 없는 병과 임종을 피할 수 없는 시기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때에는 조력사망을 최후의 수단으로 고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환자들은 미래에 조력사망이 제도화될 것이란 사실은 부인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직도 치료비도 없어서, 병간호에 지쳐서 살인까지 발생하는 세상이잖아요. 제도 개선과 재정 투입으로 임종 환경을 충분히 개선한 상태가 돼야 다시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외로웠던 아버지의 임종, 누군가 도왔더라면… “조력사망이 너무 빨리 고통의 해결책처럼 등장했다는 생각입니다.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로도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은 데도 말이예요. ” ‘O&C’(Open and Closure: 수술 시작 후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 바로 봉합하는 경우. 외과의사가 말하는 가장 허탈하고 안타까운 수술) 김선영(47)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O&C’라는 의학용어를 알게 된 건 중학생 때다. 1990년 가을 40대 중반의 경제학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갑작스레 담낭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위해 배를 열었지만 손을 쓸 수 없다. 대신 아버지의 몸에는 담즙배액관(PTBD)이 꽂혔다. 어머니는 아버지 곁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 지겨운 것…” 이듬해 12월 아버지의 마지막 숨이 그치자 어머니는 시신에서 관을 빼내며 한 숨을 내뱉었다. 길었던 어둠의 터널에서 해방된 듯한, 하지만 고인에게 ‘더 나은 마지막’을 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담겼다.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임종 과정은 가족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아버지도, 가족들도 온통 고통뿐인 기억으로 남았다. 치료를 위해 노력한 시간이 후회와 죄책감으로 얼룩졌다. “그 당시에는 죽음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나누고 임종 준비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만약 호스피스 제도가 있었고 누군가 임종을 도왔더라면 아버지와 가족에게 많은 도움이 됐을 거에요.” 그는 현재 아버지와 같은 암 환자를 상대하는 종양내과 의사가 됐다. 환자의 고통과 남은 가족들의 후회 등 말기 환자의 투병 과정을 잘 알기에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권하길 꺼린다. 아버지의 임종과는 다르게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에서 임종을 잘 준비했으면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한계는 분명했다. 환자를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바쁜 병원, 부족한 호스피스 인력 문제는 만성적 고질병이다. 21.5%에 그치는 호스피스 이용률(2021년 호스피스 대상 질환사망자 대비)은 호스피스가 충분히 좋은 제도란 것을 강조하기엔 부끄러운 숫자다. 김 교수는 호스피스 제도를 확충해 이용률을 높이고 인식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환자 대부분은 치료에만 집착하는데 의사 입장에선 호스피스 등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할 기회도 시간도 없다. 결국 관성적으로 환자는 항암 치료를 하다가 응급실에서 사망하고 가족들은 큰 트라우마를 앓는다”며 “또 통상 대형병원 진료는 3분 안에 1명의 환자를 처리하는 식이다. 이런 체계에선 의료진이 환자의 외로움과 불안등을 충분히 해소해주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김 교수는 “병원에서 만난 말기 환자들은 대체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밝혔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력사망 찬성 비율이 높은 것은 응답자들이 임종에 대해 구체적이고 깊은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먼 죽음을 생각할 때 ‘건강하게 살다가 깔끔하게 죽어야지’라고 쿨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죽음이 임박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어떻게든 희망을 놓고 않고 조금이라도 가족들과 더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말기 환자와 가족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충분히 준비하려면 의료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이 더 이상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항암이 해롭다는 걸 명확히 말해줄 필요가 있어요. 그게 치료를 선택하지 않은 가족들의 죄책감과 짐을 덜어주는 일입니다.” 조력사망,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죽음으로 내몰 것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저런 몸으로 살겠냐…그냥 보내주자.” 중증장애인 이문희(66)씨는 어린시절 자신도 모르게 삶의 갈림길에 섰던 생각을 떠올리면 아직도 끔찍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동네에 번진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두돌이 지나서도 일어서지 못했다. 뒤늦게 병원을 가서 지체장애 진단을 받았다. 어느 날 그의 친척 할머니가 찾아왔다. 할머니는 이씨의 어머니에게 “곡기를 끊는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밥을 적게 줘 자연스럽게 굶겨 죽이자는 것이었다. 당시 집안의 수입은 대부분 이씨의 치료비로 나갔다. 건강한 아이도 살기 어려웠던 시절, 가족은 이씨가 살아갈 삶을 걱정됐다. 다행이 어머니의 강한 반대로 이씨는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이씨는 “할머니는 내 삶을 걱정해 날 죽이자고 했었지만 정작 손주인 내 의사는 물어보지 않고 여생의 기회를 제거하려 했다”면서 “조력사망 제도도 의사소통이 부족한 장애인들의 의사와 반하는 오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력사망을 반대한다. 손주를 죽이려 했던 할머니처럼 제삼자가 사람의 죽음을 결정하는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사람들이 말하는 ‘죽을 권리’란 내 죽음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조력사망 제도는 국가가 개인들의 죽음에 개입하는 것을 넘어 그 절차와 방법까지 탈범죄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유학 시절 겪었던 크고 작은 경험들 역시 조력사망을 반대하는 이유가 됐다. 이씨는 1998년 도르트문트 대학에서 장애인 직업재활을 전공했다. 수업에서 지도 교수가 중증장애인의 안락사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며 회의에 빠졌다. 안락사가 겉으론 약자를 위한 것으로 포장해도, 실질적으로 약자에게 죽음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이씨는 조력사망이 자칫 파시즘을 기반으로 한 ‘우생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씨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어느 날 새벽 1시, 바깥이 밝아 문을 열었더니 집에 불이 번지고 있었다. 황급히 화장실에서 물을 길어 뿌렸다. 이웃 주민들이 신고와 도움으로, 이씨는 겨우 살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양인과 장애인을 혐오하는 ‘네오 나치’(신나치주의)의 방화 범죄였다. 이씨는 “(세계적으로) 네오 나치와 같은 극우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락사는 국가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한테 지지를 받고 있다”며 “사람의 생명이 극대화된 생산성의 논리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우려스렵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안락사를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실용성에 근거한 가치와 철학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방증”이라면서 “어느 것이 더 실용적인가란 고민에서 가치없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죽고 싶다’고 외치는 사람들도 결국 원하는 건 ‘살고 싶다’라는 점을 사회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말은 죽고 싶다고 하지만 사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살고 싶다는 욕망이 큰 겁니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됐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죽고 싶다는 마음은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서적 외로움, 세상과 단절 등 심리적 원인도 복합적으로 작용입니다. 말기 환자에게 ‘당신은 어떻게 죽을 건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마음 아픈건 어때요’라고 먼저 물어봐야 할 때입니다.”
  • [속보] 신림 흉기난동범 “난 쓸모없는 사람…반성한다”

    [속보] 신림 흉기난동범 “난 쓸모없는 사람…반성한다”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모(33)씨가 23일 “너무 힘들어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날 오후 1시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관악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이 범행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조씨는 눈을 감은 채 ‘피해자와 유족에게 할 말 없느냐’ 등 다른 질문에는 “죄송합니다”라고만 말하고 호송차에 탔다. 이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뒤 ‘어떤 점이 그렇게 불행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 모든 게 예전부터 너무 안 좋은 상황이 있었던 것이 너무 잘못한 일인 것 같다”면서 “저는 그냥 쓸모없는 사람이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남성만 노린 이유가 있는지’, ‘범행은 왜 하셨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엔 “죄송합니다”라고만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소준섭 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씨의 영장심사를 한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오후 결정될 전망이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 7분쯤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80여m 떨어진 상가 골목 초입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남성 3명을 흉기로 찌르고 골목을 빠져나간 조씨는 인근 모텔 주차장 앞에서 또 다른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했다. 조씨는 첫 범행 6분 만인 오후 2시 13분쯤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앉아 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병원에 실려 간 부상자 3명 중 1명은 퇴원해 통원 치료 중이고 나머지 2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당초 위독한 상태로 알려진 피해자도 고비를 넘겼다. 조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조씨는 피해자 4명 모두와 일면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국적인 조씨는 과거 폭행 등 범죄 전력이 3회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외 소년부로 송치된 수사경력자료는 1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당시 조씨는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마약검사도 실시했는데, 간이시약 검사 결과로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조씨는 경찰 조사 당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번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 ‘신림동 범행 영상’ SNS 통해 무차별 확산…시민들 불안감 호소

    ‘신림동 범행 영상’ SNS 통해 무차별 확산…시민들 불안감 호소

    1분 이내 짧은 영상 ‘쇼츠’ 형식으로 노출경찰 “심각한 2차 피해 우려, 형사 처벌” 흉기난동범 “너무 힘들어서 범행…반성”23일 서울중앙지법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의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사건 당시 범행과 검거 모습이 담긴 인근 가게의 폐쇄회로(CC)TV 영상이 1분 이내 짧은 영상 쇼츠(shorts) 형식으로 이용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 영상을 접한 이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유튜브 쇼츠를 둘러보다 우연히 해당 영상을 클릭했다는 한준호(30)씨는 23일 “뭔지도 모르고 봤는데 처음에는 현실감이 없었지만 점점 충격이 커지더라”면서 “이태원 참사 때도 그렇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이런 영상들은 공유되지 않도록 플랫폼 차원에서든 정부 차원에서든 규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상이 확산하는 현상 자체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직장 동료가 영상 링크를 공유해줘서 봤다는 이모(27)씨는 “업무 관련된 건가 해서 클릭했다”며 모자이크도 안 된 적나라한 영상에 동료에게 한 마디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묻지마 범죄’라는 점에서 특정 범죄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공유된 건지부터가 의문이다. 영상을 어디서 보면 되냐고 묻는 사람들도 이해가 안 간다”며 불안감에 밤잠을 설쳤다고 하소연했다.현재 유튜브 차원에서는 확신을 막을 별다른 장치가 없는 상황이다. 관련 영상에 ‘일부 사용자에게 부적절하거나 불쾌감을 줄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문을 띄우고 있지만, 쇼츠 형식으로 모자이크 처리돼 있지 않은 영상이 개인 유튜버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살인사건의 범행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등이 무분별하게 유포·게시되고 있어 유족과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행위는 형사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비방을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범행 영상을 메신저 등을 이용해 타인에게 반복적으로 도달하게 하는 행위 역시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모니터링 과정에서 범행 영상이 반복적으로 유포·게시하거나 타인에게 전달하는 행위 등이 확인되는 경우 수사에 착수하겠다”며 “영상물이 반복적으로 게시되는 온라인 게시판 등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 및 접속 차단 조치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하게 사건 및 사고 영상에 노출됐을 때의 ‘누적 효과’를 우려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당장은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호소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영상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정신적으로 입는 피해가 누적될 수 있다”며 “폭력에 둔감화되는 부작용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피의자 조모(33)씨가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를 나서면서 “너무 힘들어서 범행을 저질렀다.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눈을 감은 채 ‘피해자와 유족에게 할 말 없느냐’ 등의 질문에는 “죄송합니다”라고 한 뒤 호송차에 탔다. 서울중앙지법 소준섭 판사는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조씨에 대해 심문을 한 뒤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 감사원, ‘통계조작 지시 의혹’ 장하성 조사…文정부 정책실장만 3명째

    감사원, ‘통계조작 지시 의혹’ 장하성 조사…文정부 정책실장만 3명째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국가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문 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전 고려대 경영대 교수를 21일 소환해 대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감사원은 전날 장 전 실장을 소환해 대면 조사를 실시했다. 장 전 실장은 문 정부 초대 정책실장으로 ‘소득주도성장’ 등 주요 경제 정책의 기틀을 잡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국토교통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을 대상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실지감사(현장감사)를 벌여왔다. 감사원은 문 정부 당시 주택가격동향이 공표되기 전,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이 한국부동산원 내부에서만 공유되는 통계 잠정치를 미리 청와대에 보고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문 정부에서 통계 잠정치 사전 보고가 수년간 장기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번 조사에서 장 전 교수에게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다른 청와대 참모와 함께 국토부 등 관계 부처에 부적절한 지시를 내렸는지 여부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감사원은 김수현 전 정책실장, 김상조 전 정책실장까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총 3명을 조사했다. 황수경·강신욱 전 통계청장,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등도 대면 조사했다. 감사원은 또 부동산 통계뿐 아니라 소득·고용 통계에서도 이 같은 사전 보고와 개입이 있었던 정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 [포토] 채 상병 어머니, 동기 안고 오열

    [포토] 채 상병 어머니, 동기 안고 오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소속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이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해병대장(葬)으로 열렸다. 영결식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친지, 이종섭 국방부 장관,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해병대 장병,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국회의원,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고인 영현 입장을 시작으로 개식사, 고인에 대한 경례, 고인 약력 보고, 조사, 추도사, 헌화 및 분향, 조총 발사 및 묵념, 유족 인사, 영현 이동 순으로 이어졌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조사를 통해 “지켜주지 못한 것에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부모님께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고인이 남겨준 소중한 사명, 국민을 보호하는 데 목숨을 다했던 그의 헌신과 충성스러운 모습은 영원히 우리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병대 동기인 진승현 일병은 추도사에서 “중대에 하나밖에 없는 동기를 다시 볼 수 없다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며 “모든 일에 앞장서던 너는 내가 봤던 그 누구보다 진정한 군인이었다. 부디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영결식이 진행되던 도중 채 상병의 가족과 친척들은 오열하거나 눈물을 흘려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진 일병 추도사가 끝난 뒤 안아주며 한참 동안 울었고 끝내 실신해 응급치료를 받았다. 유가족 대표는 인사를 통해 “신속하게 보국훈장을 추서해줘서 국가유공자로서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게 해주고 장례를 무사히 치를 수 있게 해준 수많은 관계자에게 감사하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수근이가 사랑한 해병대가 원인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같이 비통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마련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결식 이후 채 상병 영현은 함께 근무했던 장병들 도열 속에 운구차로 이송됐다. 동료 해병대원을 비롯해 많은 참석자는 눈을 감거나 눈시울을 붉히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채 상병 영현은 화장을 거쳐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치된다. 채 상병 분향소에는 해병대 장병을 비롯해 이웃 주민과 포항시민 등 4천여명의 조문객이 찾았고 ‘사이버 추모관’에는 많은 사람이 추모글을 올렸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오전 9시께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국방부와 해병대는 순직 장병을 예우하기 위해 일병에서 상병으로 한계급 추서 진급시켰고 순직 결정과 함께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여했다. 보국훈장은 국가안전보장에 뚜렷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훈장으로 광복장은 보국훈장 중 병사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훈격이다. 채 상병은 전북소방본부에서 27년을 몸담은 소방대원의 외아들이다. 전북 남원이 고향으로 전주에서 대학에 다니다가 1학년을 마친 뒤 올해 3월 27일 해병대에 입대했고 올해 5월 1사단으로 전입했다. 함께 근무한 통신부소대장 김한나 상사는 “채 해병은 부대에 전입한 지 얼마 안 된 일병인데도 믿음직스러웠다”며 “업무를 가르쳐줄 때마다 항상 밝은 얼굴로 감사 인사를 하던 게 기억나는데 그 밝은 웃음을 다시 못 본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 눈 감기 며칠 전 피아노 앞에서 노래했다는 토니 베넷 96세에 [메멘토 모리]

    눈 감기 며칠 전 피아노 앞에서 노래했다는 토니 베넷 96세에 [메멘토 모리]

    ‘아이 레프트 마이 하트 인 샌프란시스코‘로 유명한 미국의 전설적 가수 토니 베넷이 21일(현지시간) 고향인 미국 뉴욕에서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홍보 담당인 실비아 웨이너가 베넷의 별세를 확인했다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고인의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성명은 그가 눈 감기 며칠 전까지 “피아노 앞에서 노래했다. 그의 마지막 노래는 첫 번째 넘버원 히트 곡인 ‘비코즈 오브 유’여다. 토니, 당신의 노래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가슴에 영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고인은 지난 2016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70년 넘게 활동하며 미국을 넘어 세계 음악팬들의 가슴을 울린 베넷은 20세기 중반 활약한 ’살롱 가수‘ 마지막 세대로 꼽힌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재즈 풍의 달콤한 사랑 노래로 큰 인기를 모았던 그는 생전에 70장이 넘는 앨범을 냈고, 2010년대까지도 레이디가가 등 젊은 세대 가수와 함께 작업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더 웨이 유 룩 투나잇’과 ‘바디 앤드 솔’ 등이 유명하다. 그가 받은 19개의 그래미상 가운데 17개는 60대 이후에 받은 것이라고 AP는 전했다. 평생공로상까지 합하면 그래미상은 모두 20개였다. 가수 폴 영, 배우 조지 타케이, 뮤지션 닐 로저스, 최근 고별 투어 공연을 마친 엘튼 존, 캐럴 킹, 힐러리 클린턴, 빌리 조엘, 영화감독 마틴 스콜시지, 오지 오스번, 키스 리처즈 등이 명복을 빌었다. 앤서니 도미닉 베네데토란 이름으로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열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온 가족이 가난에 던져졌다. 10대 시절 노래하는 웨이터로 일한 뒤 뉴욕 예술학교에 입학해 음악과 그림 공부를 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일년 앞둔 1944년 프랑스와 독일에서 싸우겠다며 미육군에 자원 입대했다. 그는 2013년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를 통해 “살인을 합법화한 것”이라고 전쟁에 대한 끔찍했던 기억을 돌아봤다.귀국 후 다시 가수 일을 계속했는데 조 바리란 예명으로 활동했다. 1951년 ‘비코즈 오브 유’로 첫 넘버원을 기록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를 클럽에서 발견해 오프닝 공연에 데려오려 일생일대 기회를 준 사람이 코미디언 밥 호프였다. 호프는 이탈리아식 이름 대신 미국인 같은 이름 토니 베넷으로 개명하라고 했다. 베넷은 곧바로 10대들의 우상으로 떠올랐고, 이듬해 첫 앨범을 발표했다. 이 무렵 결혼식장에 몰려든 여성 팬들이 흐느끼는 등 법석을 떤 일도 유명하다. ‘블루 벨벳’과 ‘랙스 투 리치스’ 히트곡을 내며 10년마다 한 번씩 미국 차트 넘버원을 기록하는 진기록을 이어갔다. 또 스윙잉 팝과 쇼 무대, 빅밴드 넘버들까지 끊임없이 노래했다. 1962년 ‘아이 레프트 마이 하트 인 샌프란시스코’는 그를 확고한 스타덤에 올려놓았지만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가 미국에 상륙하면서 그의 이름값은 내리막을 걸었다. 여기에다 두 차례 결혼 실패와 약물 중독까지 겹쳤다. 통증을 견디며 노래했고,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와 두 장의 레코드를 녹음했다. 그는 자신을 재즈 가수로 여겼다. 아들 대니를 매니저로 고용하고 피아니스트 랄프 샤론과 재결합하면서 그의 운은 바뀌었다. 대니는 그에게 젊은 팬들을 발굴하는 것이 좋겠다며 젊은 가수들과 협업을 적극 주선했는데 주효했다. 1986년 컴백 앨범 ‘디아트 오브 엑설런스’를 발표한 뒤 라스베이거스에서 뉴욕으로 돌아왔다. 프랭크 시내트라 추모 음반 ‘퍼펙틀리 프랭크’와 1994년 MTV 언플러그드는 그에게 그래미 올해의앨범 상을 안겼다. 2006년 에이미 와인하우스, 퀸 라티파, 캐리 언더우드 등과 듀엣 활동을 했으며 그 전에는 폴 메카트니, 스티비 원더, 조지 마이클 등과도 어울렸다. ‘솔의 여왕‘ 어리사 프랭클린, 컨트리 스타 윌리 넬슨, U2의 보노, 존 메이어 등에게도 기꺼이 마음의 문을 열었다.2008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뷰를 통해 그는 60대 접어들어 그래미상을 휩쓰는 것에 대해 “좋은 음악은 좋은 음악”이라면서 “내 마음을 듣는 사람이 늙었는지 젊었는지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젊음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다. 나이에 대해선 관심 있다. 사람은 일정한 나이가 돼야 적절히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돌아가신 듀크 엘링턴은 한때 내게 카테고리란 단어 때문에 상처 받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음악에는 카테고리가 없다.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음악만 있다. 나는 최고의 작곡가들이 쓴 좋은 노래, 위대한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오래 가게 만드는 것은 일종의 퀄리티다. 날 믿어라, 사람들은 이런 노래들을 영원히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레이디가가와 함께 앨범 ‘칙 투 칙’을 발표, 넘버원을 다시 차지했는데 88세 때였다. 자신의 현역 최고령 넘버원 기록을 스스로 넘어섰다. 90회 생일 직전 NYT에 “16년 전에 은퇴할 수도 있었는데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할 뿐”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과 5년을 싸운 뒤인 2021년 레이디가가와 마지막 무대를 가진 뒤 소셜미디어에 “인생은 알츠하이머를 간직한 순간에도 은총”이라고 말했다. 늘 그림을 가까이 해 갤러리에 작품들을 내걸곤 했다. 퀸스 지역에 프랭크 시내트라 예술학교를 세웠다. 네 아들 대니, 데, 조아나, 안토니아와 부인 수전 크로를 남겼다.
  • 오송 지하차도 오인 출동?…“경찰, 아예 출동 안한듯”

    오송 지하차도 오인 출동?…“경찰, 아예 출동 안한듯”

    국무조정실은 21일 폭우로 인한 침수 과정에서 다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충북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경찰관 6명을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 국조실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감찰 조사 과정에서 경찰의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조실은 감찰 결과, 112 신고 사건 처리 과정에서 중대한 과오를 발견했으며, 사고 발생 이후 경찰의 대응 상황 파악 과정에서 총리실에 허위 보고까지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참사 발생 1시간 전에 긴급 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찰은 인근의 다른 사고 현장 출동으로 참사 현장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고 소명했으나, 이러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의혹도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처음에는 긴급 통제를 요청하는 신고에 ‘궁평 제1지하차도로 잘못 출동했다’고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지하차도 출동 자체가 없었던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보고에 대상자들의 진술이 모순·충돌되는 데다 허위가 발견된 만큼 증거 인멸 우려에 따라 신속하게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감찰 조사 종결 전 이례적으로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조실은 또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데 대해서는 경찰 수사본부가 경찰관을 수사하면 그 결과에 대해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조실은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권이 없는 만큼 수사기관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국조실은 참사 발생 이틀 만인 지난 17일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 원인을 밝히겠다”며 감찰에 착수했다.
  • 올 상반기 수출, 中·아세안 20% 넘게 줄어…美·EU 소폭 증가

    올 상반기 수출, 中·아세안 20% 넘게 줄어…美·EU 소폭 증가

    올해 상반기 수출 상황이 중국과 아세안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20% 넘게 감소했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1일 ‘제7차 수출 지역 담당관 회의’를 주재해 주요 지역별 수출 상황을 점검하고 수출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중국, EU, 아세안 등 우리나라의 4대 수출시장 중에서 올해 상반기엔 중국(-26.0%), 아세안(-20.4%)이 1년 전보다 20% 이상 줄었다. 미국(0.3%), EU(5.7%) 수출은 소폭 늘었다. 특히 중국은 IT 업종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출 부진이 중간재 수입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39.8%)·디스플레이(-47.9%)·석유화학(-23.9%)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우리 기업의 전자제품 글로벌 생산기지가 밀집한 베트남 수출 역시 IT 업황 부진으로 반도체(-29.1%)·디스플레이(-17.0%) 등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미국과 EU에 대한 자동차 수출 호조세는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대미 자동차 수출은 54.2%, 대EU 자동차 수출은 55.6% 급증했다. 산업부는 하반기에 지역별 수출 흐름을 정밀 분석해 무역구조 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신흥국과의 통상 네트워크를 확대해 새로운 수출 기회를 창출할 계획이다. 정상 세일즈 외교를 통해 발굴한 수출·수주 프로젝트도 집중 지원해 성과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안 본부장은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수출 확대”라면서 “신흥국들과의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구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환경부 “文정부 보 해체 결정 성급… 세종·공주보 정상화”

    환경부 “文정부 보 해체 결정 성급… 세종·공주보 정상화”

    환경부는 20일 문재인 정부에서 결정된 ‘금강·영산강 보 해체·상시 개방 결정’ 재심의를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보 대대적 복구 필요한 상태 감사원이 이날 금강·영산강 보 해체·개방 결정에 대해 “국정과제로 설정된 시한에 맞춰 무리하게 마련된 방안”이라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내놓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또 금강·영산강 보 해체·상시 개방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잘못된 경제성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보 해체 결정을 내렸고, 보 처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구성도 불공정했다고 지적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1월 18일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서 세종보·죽산보는 해체하고,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환경부는 보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국가물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변경하기로 했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환경부 장관이 10년마다 수립하는 물 분야 최상위 계획으로, 2021년 6월 처음 수립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는 보 해체 등의 계획이 반영돼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정부의 보 해체 결정은 성급하고 무책임했다”며 “4대강 보를 존치하고, 세종보·공주보 등은 정상화해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 16개 보 가운데 한강(이포·여주·강천)과 낙동강(상주·낙단·구미·칠곡)은 미개방해 관리 수위에 맞춰 운영 중이고 금강 1개(백제)와 낙동강 4개(강정고령·달성·합천창녕·창녕함안), 영산강 2개(승촌·죽산)는 수문을 부분 개방해 관리 수위보다 낮춰 운영하고 있다. 금강 세종보와 공주보는 수문을 개방했다. 이 중 세종보는 대대적 복구가 필요한 상태다. ●댐 건설·하천 준설 등 정비 추진 환경부는 집중호우로 불거진 치수(治水) 대책으로 과감한 하천 정비를 추진하기로 했다. 중소형 댐 건설과 지방하천의 국가하천 전환, 취약 하천에 대한 준설·제방 축조, 하천 폭 확대 등이다. 한 장관은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물관리를 추진하겠다”면서 “이를 뒷받침할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도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4대강 반대 단체 평가단 선정 개입” 16개 보 모두 존치

    “4대강 반대 단체 평가단 선정 개입” 16개 보 모두 존치

    환경부가 금강·영산강 보(洑) 해체 결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4대강 조사·평가단 기획·전문위원회 구성에 4대강 사업을 반대한 시민단체가 개입하는 등 위법·부당 행위가 있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감사원은 이를 지시한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환경부는 즉각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을 되돌리고 보를 존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공익감사 청구’ 주요 감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보 해체의 경제성 분석이 불합리하게 됐다며 과학적 분석이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환경부에 통보했다. 환경부는 2018년 4대강 조사평가단을 구성해 세종보·죽산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백제보·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이듬해 마련했다. 이 방안은 2021년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확정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문위원회 43명의 민간위원 중 25명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한 A시민단체가 추천한 인사들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기획위원회 15명 중 8명을 차지하는 민간위원은 A단체가 추천한 인사로 구성됐다. 감사원은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A단체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한 181개 시민단체가 모여 재자연화를 주장한 곳이다. 특히 김 전 장관은 A단체와 간담회를 한 뒤 조사·평가단 B팀장에게 A단체와 협의하도록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이후 B팀장은 전문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유관기관·단체로부터 추천받은 전문가 169명 이상의 명단을 시민단체에 이메일로 유출했고 A단체는 4대강 사업에 찬성·방조했다고 판단한 후보 41명에게 ‘No’를 뜻하는 ‘N’을 표기해 회신했다. 41명은 모두 전문위원에 포함되지 않았다.조사·평가단 C단장은 이 같은 개입을 인지하고도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감사원은 김 전 장관과 함께 C단장과 B팀장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감사원은 또 환경부가 경제성 분석을 불합리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에서는 보 해체의 비용·편익 분석을 위해 ‘보 해체 후’ 수질·수생태계를 추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보 설치 전’과 ‘보 개방 후’ 측정자료가 활용됐는데 모두 실제 상태를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 내부에서도 “불확실성이 크다”는 등의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한 과학적,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국정과제에서 설정된 시한에 얽매여 무리하게 추진했다고도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당시 홍수 피해 예방과 수자원 확보를 위해 추진됐지만 사업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지금까지 다섯 번의 감사가 진행됐다. 47개 환경단체 연대체인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정권 코드 맞춤형 감사”라고 반발했다. 반면 4대강 국민연합은 기자회견문에서 “일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 보인다”며 “미온적 감사”라고 지적했다.
  • 감사원 “보 해체 결정 과정에 反 4대강 단체 개입”

    감사원 “보 해체 결정 과정에 反 4대강 단체 개입”

    환경부가 금강·영산강의 보(洑) 해체 결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4대강 조사·평가단 기획·전문위원회 구성에 4대강 사업을 반대한 시민단체가 개입하는 등 위법·부당 행위가 있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감사원은 이를 지시한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환경부는 즉각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을 되돌리고 보를 존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공익감사 청구’ 주요 감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보 해체의 경제성 분석이 불합리하게 됐다며 과학적 분석이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환경부에 통보했다.환경부는 2018년 4대강 조사평가단을 구성해 세종보·죽산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백제보·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이듬해 마련했다. 이 방안은 2021년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확정됐다. 다만 아직까지 보가 실제 해체되지는 않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문위원회 43명의 민간위원 중 25명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한 A시민단체가 추천한 인사들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기획위원회 15명 중 8명을 차지하는 민간위원은 A단체가 추천한 인사로 구성됐다. 감사원은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A단체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한 181개 시민단체가 모여 재자연화를 주장한 곳이다. 특히 김 전 장관은 A단체와 간담회를 한 뒤 조사·평가단 B팀장에게 A단체와 협의하도록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이후 B팀장은 전문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유관기관·단체로부터 추천받은 전문가 169명 이상의 명단을 시민단체에 이메일로 유출했고 A단체는 4대강 사업에 찬성·방조했다고 판단한 후보 41명에게 ‘No’를 뜻하는 ‘N’을 표기해 회신했다. 41명은 모두 전문위원에 포함되지 않았다. 조사·평가단 C단장은 이 같은 개입을 인지하고도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감사원은 김 전 장관과 함께 C단장과 B팀장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감사원은 또 환경부가 경제성 분석을 불합리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에서는 보 해체의 비용·편익 분석을 위해 ‘보 해체 후’ 수질·수생태계를 추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보 설치 전’과 ‘보 개방 후’ 측정자료가 활용됐는데 모두 실제 상태를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 내부에서도 “불확실성이 크다”는 등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한 과학적,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국정과제에서 설정된 시한에 얽매여 무리하게 추진했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청와대의 부당한 압박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아울러 감사 결과에는 보 개방으로 녹조 저감 효과가 일부 확인됐다는 내용도 담겼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당시 홍수 피해 예방과 수자원 확보를 위해 추진됐지만 사업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지금까지 5번의 감사가 진행됐다. 다섯 번째인 이번 감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대표로 있는 ‘4대강 국민연합’이 2021년 공익감사를 청구하며 시작됐다. 47개 환경단체 연대체인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정권 코드 맞춤형 감사”라고 반발했다. 반면 4대강 국민연합은 기자회견문에서 “일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 보인다”며 “미온적 감사”라고 지적했다.
  • 영등포구청장 주민들에게 사과한 까닭은…“민생예산 삭감돼 약속 못 지켰다”

    영등포구청장 주민들에게 사과한 까닭은…“민생예산 삭감돼 약속 못 지켰다”

    서울 영등포구는 지난 1주일 간 구민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는 구의회의 추경예산안 23.1% 삭감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구민들에게 꼭 필요한 민생예산을 지키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관련 단체 등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20일 영등포구에 따르면 구는 민생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 현안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지난 6월 올해 첫 추경예산으로 1609억원을 편성해 영등포구의회에 제출했다. 구의회는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추경예산안을 심사하고, 1609억원 중 약 23.1%에 해당하는 372억원을 삭감했다. 이번 조정 규모는 최근 다섯 번의 추경예산안 평균 조정비율인 0.49%의 5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열악한 경로당 시설 개선과 보훈대상자 장례지원 예산 등 7억 2600만원 ▲코로나 이후 구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와 활력증진을 위한 문화예술·생활체육 관련 예산 7600만원 ▲구민의 발인 마을버스 적자업체 지원 예산 1억 4000만원 등은 현장방문 등 ‘발품행정’으로 구민들의 의견을 들어 편성한 예산이었다.하지만 구의회는 이번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관내 모든 경로당(170개소)을 직접 발로 뛰며 사각지대를 발굴한 예산안을 두고 ‘선심성 예산’이라는 사유로 전액 삭감했다. 정례회 개회 일주일 전 예산안과 사업설명서를 제출하고 심사 전 제안설명한 사업들은 ‘사전설명 부족’이라는 이유를 들어 제외했다. 조례안과 동시 상정된 6건의 예산안은 구의회사무국 제출 1건만 통과시키고 구청 관련 5건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라는 이유로 전액 삭감했다. 구는 “삭감 사유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이번 추경예산안 삭감으로 영등포의 미래 준비와 어르신의 풍요로운 노후를 위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라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구는 지난 10일 한국마사회 영등포지사 2층 대강당에서 약 140여명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인사드린 것을 시작으로 문화·예술분야, 교통분야, 호국보훈단체, 체육분야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연달아 개최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관내 170개 경로당을 발품팔며 모두 다녀보니 경로당마다 사정이 다 다르더라. 현장 방문과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받아 맞춤형 예산을 편성하여 구민의 뜻을 반영하고자 하였으나 결국 약속을 못지킨 셈이 됐다. 간담회를 통해 급한 마음을 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노인회 영등포구지회 관계자는 “사실 경로당이 열악한 곳이 많은데 구청장이 전부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게 뭔지, 뭘 개선하면 좋은지 물어보더라. 그러면서 ‘어르신들의 요구 사항을 꼭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구의회에서 거의 다 삭감해버렸다”면서 못내 아쉬워했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관내 마을버스 업체 중 한 곳은 “구민의 발인 마을버스가 멈추지 않게 추후 반드시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영등포예술인총연합회 관계자는 “서울시 유일한 법정 문화도시인 영등포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고 지역주민과 어르신이 함께 즐기는 문화예술 행사 개최가 절실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사업 운영․지원 활성화를 위한 예산 편성이 시급하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관내 보훈단체인 고엽제전우회 영등포구지회 관계자는 “구청장이 ‘국가보훈대상자들의 숭고한 헌신과 희생에 보답하겠다’며 마지막 가는 길을 예우하기 위해 편성한 장례지원비였다”라며 이를 전액 삭감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최 구청장은 “간담회에서 논의된 사안들을 적극 반영하여 구민들의 바람이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번 추경예산은 아쉽게 삭감되었지만 늘 그래왔듯 구민들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민생경제를 챙기고 영등포의 미래 준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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