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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리과정 ‘치킨게임’ 작년 같은 극적 봉합도 힘들 듯

    누리과정 ‘치킨게임’ 작년 같은 극적 봉합도 힘들 듯

    어린이집 예산을 둘러싼 중앙정부(교육부)와 지방자치단체(시·도 교육청) 간 충돌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이 내년도 누리과정(만 3~5세 공통 교육과정) 보육료 지원 예산 2조 1000억원의 편성을 거부하기로 하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보육 대란’ 발생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서로 ‘네 탓’을 주장하며 ‘치킨게임’을 벌이는 양측이 접점을 찾아 파국을 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21일 충남 부여 롯데리조트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시·도 교육청 재원으로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편성 자체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누리과정 중 유치원 예산만 편성하고 어린이집 예산은 편성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22일 교육감협의회에 따르면 교육청의 예산편성 시한은 11월 말까지다. 올해 기준으로 누리과정 어린이집 유아는 62만 3000여명에 이른다. 현재 유아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는 한 달에 운영지원비 22만원과 방과후 과정비 7만원 등 29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지원이 끊기면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이를 자비로 감당해야 한다. 교육감들은 지난해에도 예산편성을 앞두고 “정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지지 않으면 예산편성을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육부와 대치하다 결국 마감 시한을 며칠 앞두고 교육청별로 일부를 편성했다. 교육부가 국회를 통한 이른바 ‘우회 지원’으로 국고 5600억원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방채 발행으로 나머지 부족분을 메웠다. 지난해에는 극적으로 갈등이 봉합됐지만 올해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교육부가 지난 5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고쳐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 지원은 교육감의 의무’라고 아예 법으로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협상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통보인 셈이다. 이 때문에 교육감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에는 일부 교육감이 보육료 대란의 역풍을 우려해 신중론을 펴기도 했지만, 올해는 예외 없이 전원 ‘강경 모드’다. 박재성 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은 “진보, 보수 교육감을 떠나 모두 단합한 상태”라며 “그만큼 받아들이는 위기의 강도가 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문제에는 ‘법’과 ‘예산’이라는 두 가지의 실타래가 엉켜 있다. 현행 법령체계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보육기관’으로 돼 있다. 그래서 유치원은 교육부 관할,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관할이다. 누리과정이 생겨나면서 이 둘을 합치는 이른바 ‘유·보 통합’ 논의가 나왔지만 어느 부처가 담당할지도 논의가 안 된 상태다. 교육감들은 교부금으로 어린이집까지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근거로 들어 교육감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구별 없이 무상교육·보육을 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전국 시·도 교육청의 예산 구조에서도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교육청의 세입 구조를 보면 중앙정부와 시·도 의존 재원이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자체 재원은 10%에 불과하다. 그나마 자체 재원의 70% 이상이 전년도에 쓰고 남은 불용(不用)예산이다. 세입은 많이 늘어나지 않았지만, 어린이집 예산은 2012년 4452억원에서 올해 2조 142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교육부는 교육청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감사원이 시·도 교육청의 지방재정 운영 상태를 감사해 보니 매년 5000억~8000억원을 절감할 여지가 있다”며 “매년 4조원 이상 불용액도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방만한 운영보다는 예산의 구조적인 문제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며 “정부의 2014년 평균 불용액 5.65%에 비해 교육청의 불용액은 전체의 4% 전후로 더 건전하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실상 법령정비까지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교육부와 교육청 간 협의는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휘국 교육감협의회장(광주시교육감)은 “전국의 교육청이 사실상 파산으로 달려가는 형국인데, 교육부가 교육청에 빚을 떠넘긴 채 대화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박창일 건양대 의료원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박창일 건양대 의료원장

    지난여름 전국이 메르스 확산으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슈퍼 전파자가 입원한 대전 건양대병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 병원에서는 외부 전파를 철저히 막아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메르스 사태 이후 건양대 병원은 유명세를 탔다. 의료 당국과 많은 병원들이 메르스 완벽 방어 비결과 병원 혁신 경험을 듣고 싶어 박창일(69) 의료원장을 찾아오고 있다. 22일 ‘병원 혁신 전도사’로 불리는 박 원장을 만나 병원의 위기탈출 비결과 보건·의료행정에 대한 쓴소리를 들었다. →메르스 슈퍼 전파자가 입원했는데 병원 밖 전파를 완벽하게 막았다. 비결이 궁금하다. -한마디로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 덕분이다. JCI는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는 순간부터 퇴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엄격한 국제 표준의료서비스 심사다. 1228개 항목에서 각각 90점을 넘어야 인증서를 준다. 미국 전문가들이 수개월에 걸쳐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꼼꼼히 살펴 점수를 매긴다. 환자의 안전과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의 능력을 보는 것이다. 메르스 환자 발생처럼 위급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평가하는 과정도 들어 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건양대병원에서 메르스 환자 입원 이후 취한 초동 대처는. -긴박했다. 16번 환자가 우리 병원에 입원하기 전날 국회·정부 관계자들과 메르스 환자 전파 방지 회의차 서울에 있었다. 이 자리에서 ‘경찰을 동원해서라도 환자의 이동을 막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이때 이미 건양대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었는데 모르고 있었다. 이 환자는 입원 당시 평택 성모병원과 대전 대청병원을 다녀온 사실을 숨겼다. 물론 정부도 평택 성모병원 입원 환자에 관해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았다. 환자 상태가 심각해 의료진이 자꾸 캐묻자 뒤늦게 이 환자는 그제서야 평택 성모병원에 입원했었던 사실을 털어놨다. 연락을 받고 즉시 병원 내 비상을 걸었다. 첫 지시는 ‘JCI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병원 밖 감염을 막아라’였다. 서울에 가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대전행 KTX에 올랐다. →의료원장이 자리를 비웠는데 제대로 움직이던가. -처음에는 걱정했다. KTX를 타고 내려오는 한 시간 내내 병원, 보건 당국과 휴대전화 통화를 했다. 18명과 카카오톡으로 병원에 지시하고, 보건 당국과 협의한 내용이 400건에 이른다. 의료진은 훈련한 대로 침착하게 움직였다. 문제는 보건 당국이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 국가지정병원으로 즉각 이송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전 지역은 충남대병원이다. 하지만 지역 보건소에서 앰뷸런스를 보내 주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아무런 지시를 받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야말로 무사안일의 표본이었다. 본부장에게 지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보건소는 연락이 없었다며 뭉개 버렸다. 이게 우리나라 보건행정의 현주소다. →그동안 훈련한 대로 움직였나. -메르스 환자가 들어오기 며칠 전에 JCI 기준에 맞춰 실전 같은 훈련을 했다. 사실상 이용 환자가 없어 빈 방으로 있었던 감압병실을 다시 점검하고 병원 내 시설을 점검한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모든 의료진이 한마음으로 움직였다. 병원 CCTV를 모두 분석하고 의심환자를 모두 찾아내 즉각 격리했다. CCTV는 복지부 관리 체계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사투가 시작됐다. 혼란스러울수록 원칙대로 하자고 했다. 병원 손실을 감수하고 일찌감치 병동을 폐쇄한 것이 지역사회 전파를 막는 데 주효했다. 지역사회 전파는 막았지만 병원은 150억원을 손해 봤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병원에 감사원 감사가 나왔는데, 잘못을 캐러 온 것이 아니고 초동 대처 성공 비결을 듣기 위해 왔다고 하기에 카톡 지시 내용을 비롯해 병원이 취한 CCTV 영상까지 복사해 줬다. →안타까운 상황도 일어났었는데. -의료진 한 명이 감염됐다. 환자가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자 심폐소생술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일반적으로 메르스 환자에게 내시경 검사를 하면 의료진도 거의 100% 감염된다. 하지만 다른 의료진은 메르스 확진 이전에 기관지 내시경 검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음압병실에서 원칙대로 처치해 감염이 안 됐다. →화두를 돌리자. 국내 JCI 인증 도입 선구자다. 왜 인증을 받으려고 했나. -세브란스 새 병원을 짓고 나서 고민했다. 의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소프트웨어는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수술은 잘하는데 환자나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수준은 크게 뒤떨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JCI 인증은 병원이 위기에 처했을 때 취해야 하는 매뉴얼이기도 하다. 그래서 JCI 인증 도입을 결정하고 수년간 준비해 어렵게 인증을 받았다. →웬만한 종합병원은 모두 JCI 인증을 받는 것 아닌가. -그렇게 쉬운 인증이 아니다. 메르스 사태 때 큰 홍역을 치른 서울 모 병원의 경우 아직 JCI 인증을 받지 않았다. 세브란스병원장 시절 국내 처음으로 JCI 인증을 받을 당시 국내 대형 병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불필요한 인증을 굳이 받을 필요가 있느냐며 핀잔을 줬다. 그 병원들은 지금 와서는 땅을 치고 후회한다. 대전 지역에서는 건양대병원이 처음이다. →JCI 인증이 그렇게 까다롭나. 뭐가 달라졌나. -세브란스병원이 처음 인증 기준에 맞춰 조사해 봤는데 50%밖에 통과하지 못했다. 1년 반 준비해 어렵게 통과했다. 건양대도 처음 조사 이후 10개월 동안 준비해 인증받았다. 뭐가 달라졌는지는 메르스 사태 때 잘 드러났다. 의료원장의 주요 임무는 모든 결재 과정에서 JCI 항목에 맞춰 원칙대로 병원이 운영되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환자 모니터링, 중환자실 감염률이 세계 톱클래스로 인정받았다. 항생제 투여율 등 1228개 항목에서 1등급이다. 복지부 공청회에 참석했었는데 응급실 평가 기준이 화두였다. 건양대병원은 응급환자의 95%를 3시간 내에 입원시키는 시스템을 갖췄다. 응급실 면적만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고객국가만족도 조사에서 환자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병원 경영 성과도 양호하다고 들었다. -2011년 건양대병원장 부임 이후 경영 성과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병동 가동률이 95%에 이른다. 90% 이상이면 풀이다. 서울로 갔다가 다시 오는 지역 환자가 증가하고, 전국에서 환자들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지방이라도 훌륭한 의사, 좋은 장비, 좋은 시스템이라는 의료 3박자를 갖췄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희수(건양대병원 이사장·서울 김안과 원장) 총장의 적극적인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했다. 김 총장의 꾸준한 투자 덕분에 국내 최고의 내로라하는 의료진을 모셔 오고 첨단 장비를 들여올 수 있었다. →건양대병원의 미래는. -병원 시스템을 국제 기준으로 바꾸는 게 1차 목표였는데 달성했다. 2차 발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1000병상 규모의 새 병원 신축 설계를 마쳤다. ‘월드 퀄리티, 사랑으로 진료하는 병원’을 내세우고 세계 5대 병원에 드는 게 목표다. 외국인 환자 증가에 대비, 시설을 늘리고 전문 인력도 충원하고 있다. →병원의 공공 역할을 강조하는데. -단순히 운영 주체에 따라 분류해 사립병원이 정부의 지원을 못 받는 것은 잘못이다. 사립병원도 국공립병원과 똑같이 의료부조 대상자를 가리지 않고 받는다. 기능을 따져 공공의 역할을 한다면 국공립·사립병원 구분하지 말고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사립병원이라도 공공의 기능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100세 건강 전도사, 수술 안 하는 의사로 잘 알려졌다. -암의 조기 발견, 뇌졸중 응급치료, 심장마비 조기 진단만으로도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여기에 통증 처방이 이뤄지면 나이가 들어도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흡연은 만병의 원인인 만큼 당장 금연을 실천해야 한다. 요즘 효과 좋은 금연 치료제도 많이 나왔다. 환자의 특성을 무시한 채 무조건 수술을 권하는 일부 의료인도 반성해야 한다. 꼭 수술을 해야 할 환자는 시기를 놓치지 말고 수술대에 올려야 하지만 비수술 치료법으로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다면 당연히 그 길을 택해야 한다. 글 사진 대전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박창일 의료원장은 탁월한 병원 혁신 전도사 이전에 대한민국 명의(名醫) 가운데 한 명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정형외과·재활의학계의 거장이다. 5년 동안 서울 세브란스병원장을 맡아 세계적인 병원으로 키웠다. 세브란스병원장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 치료, 김 할머니 사건 등 이목이 집중된 환자의 상태를 직접 브리핑해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웠던 일도 유명하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이 삼고초려해 대전에 둥지를 틀었다. 박 원장 역시 분야별 국내 최고 의료진을 건양대병원에 영입했다. 지금도 1주일에 두 번은 진료한다. 경쟁 병원으로부터 병원 혁신에 대한 특강 요청과 각종 기관·단체의 건강 특강이 쇄도하고 있다. 정부·국회 보건의료 정책에 대해 따가운 질책도 주저하지 않고, 발전 대안을 내놓는 양심 의사다. ▲연세대 의대 학사·석사·박사 ▲대한재활의학회장 ▲세계재활의학회장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장·의무부총장 ▲옥조근정훈장
  • 일 안 하는 ‘소극 행정’ 공무원 징계 감경 없다

    세무 업무를 맡은 A주사는 본부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를 확인해야 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조회한 친·인척 정보만 믿고 한 납세자가 대주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섣불리 판단했다. 결국 양도소득세를 22억원이나 징수하지 못했다. 체납 세금을 거둬들여야 할 마당에 오히려 빤히 눈을 뜨고도 큰돈을 떼인 셈이다. B공단은 내부에서 실시하는 실기시험 응시자를 대상으로 시험 일시와 장소, 지참물 등 수험 사항을 통지하면서 문서 작성용 프로그램으로 ‘한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워드’(MS WORD)를 제공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시험 당일 수험용 컴퓨터에 2가지 문서 작성 프로그램이 모두 설치돼 있는지를 점검하지 않아 말썽을 빚었다. 수험생들은 MS WORD만 설치된 상태에서 그대로 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공단은 물론 공공기관 이미지와 외부 신뢰도에 단단히 먹칠을 한 꼴이다. 반면 C사무관은 너무 공격적이어서 탈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 그가 최근 공정하지 않은 업자로 평가돼 제재 처분을 받은 적이 있는 D업체와 음식물 처리 대행 계약을 맺었다. 제재를 받은 불명예 경력을 지닌 업체이지만 앞으로 잘 관리하기만 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당시 쓰레기 처리 계약을 이른 시일 안에 체결하지 않을 경우 심한 악취 때문에 주민 불편을 가중시킬 게 뻔했다. 지역에 쓰레기 처리를 대행할 수 있는 곳이 D업체뿐인 데다 이웃 지역에 자리한 E업체에선 운반거리 등을 이유로 계약을 꺼리는 상황이었다. 모두 ‘열심히 일하는 공직문화, 날개를 달다’(감사원)라는 책에 나오는 사례다. 앞으로 부작위, 직무 태만 등으로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아 국민과 기업의 불편을 초래한 소극적인 공무원에 대해선 더욱 엄중하게 처분을 내린다. 반면 국민의 편에서 적극적으로 일한 공무원에게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준다. 22일 인사혁신처가 밝힌 방안이다. 소극행정이란 예컨대 곧이곧대로 규정을 지키려다가 손실을 초래한 경우를 꼽을 수 있다. 반대로 적극행정은 규정엔 조금 어긋나더라도 더 큰 효과를 낸 경우다. 인사혁신처는 소극행정에 대해서는 징계를 경감하지 않도록 했다. 현재는 3대 비위(성, 금품, 음주운전)에 대해서만 과거 공적을 반영해 징계 수위를 낮출 수 있다. 적극행정엔 징계 감경 대상을 중앙행정기관장 표창 이상으로 넓힌다. 기존엔 국무총리 이상의 표창을 받은 경우만 대상이었다. 포상휴가, 특별승진 등 인사상 우대도 곁들인다. 정만석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장은 “소극행정에 대해선 기관마다 꾸리는 징계위원회를 통해, 적극행정인 경우 감사원법과 감사원 규칙에 규정한 면책 사유를 검토해 객관적으로 운영하도록 유도하겠다”며 “관련 부처와 협의해 각 민원센터에 소극행정 불편신고 전담반을 구성하는 방안도 찾겠다”고 말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공공기관 감사포럼 정송학 초대회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공공기관 감사포럼 정송학 초대회장

    정송학 공공기관 감사포럼 초대회장은 일 욕심만큼 다양한 경력을 지녔다. 청년 시절 외국계 기업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 신화를 썼고, 정당 활동을 하며 서울에서 구청장에 당선됐다. 뒤늦게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대학에서 강의를 했고, 현재는 2년 임기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상임감사다. 그는 공공기관 감사들의 협의체를 이끌면서 지난달에는 ‘대한민국병역명문가회’라는 사단법인의 중앙회장으로도 선출됐다. 첫눈에 봐도 선이 굵은 정 회장을 지난 15일 서울 강남대로 캠코의 서울지역본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몇 해 전 광진구청장 재임 때 하도 바쁘게 일하느라 입술이 몇 번 부르튼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캠코 감사로 와서도 하루 25시간을 사는 것 같다.-30년 회사 생활과 4년의 공직 생활을 했는데, 다시 한 번 공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타고난 성격이 가만히 있지 못해 그런가 보다. 공공 행정에 민간 기업의 경영 기법을 접목한 ‘경영행정’으로 구민들께 봉사했는데, 이를 공공기관 감사 업무에도 도입하고 싶었다.→지난 2월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공공기관 감사포럼은 어떤 성격인가.-대통령이 임명권자인 107개 공공기관의 협의체를 만든 것이다. 민간 기업까지 포함하는 한국감사협회가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지만, 특히 공공기관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곳인 만큼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경영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내부 감사가 기관 운영의 조력자이자 견제자의 책무를 지녔다고 본다.→지난 1년 반 동안 공공기관 감사로서 느낀 감사 분야의 문제점은.-내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 업무는 대체로 충실하다. 다만 외부의 감사 협의체가 일종의 친목 단체에 머물렀고, 또 감사의 임기가 2년에 그쳐서 업무의 지속성이 떨어졌다. 일부 기관에선 경륜과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감사에 임명돼 잠시 머물다 가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전문성 제고와 역량 강화라고 느꼈다. 공공기관 사이의 정보 공유도 절실하다.→감사 업무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감시나 적발은 감사의 기초일 뿐이지 최종 목표는 될 수 없다. 사후 적발보다 미래 위험 예측을 통한 부정부패 예방이 중요하다. 국가보조금 횡령을 용케 적발했어도 이미 국민의 혈세는 날아간 뒤라는 말이다. 적발 위주의 오버사이트에서 예측·예방하는 포사이트로 전환돼야 한다. ‘코칭 감사’, ‘컨설팅 감사’가 필요하다. 기관 내부의 감사도 사장과 경영 책임을 함께 짊어진 제2의 CEO다.→감사 업무 담당자도 가끔 비리에 연루되는 경우가 있던데.-감사 담당자는 우리가 우려하는 것보다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상당히 청렴한 편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일부에서 개인적인 일탈 행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감사 업무에 대한 재교육 차원의 특강과 모임, 교류 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감사 협의체의 활동이 필요하다.→감사 포럼을 이끌며 성과는 있었나.-황찬현 감사원장이 지난 7월 특별공로상까지 수여하며 후원해 준 덕분에 꽤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다. 매월 운영위원회(임원 회의)와 총회를 번갈아 열면서 정보 교류와 정책 논의, 특별 강연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강에는 정의화 국회의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염재호(고려대 총장)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 등이 직접 나섰다.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감사포럼의 상징이 마패의 말 4마리라고 하던데.-(허허) 내부 감사의 위상을 높이려고 상징을 하나 만들었다. 감사원 마패의 말이 5마리인 것을 본떠 우리는 4마리다. 지난 4월 충주 IBK연수원에서 감사원과 기획재정부, 국민권익위원회와 함께 합동 워크숍도 개최했다. ‘공감포럼’(공공기관 감사포럼)이라는 협회보를 창간했다.→캠코의 감사로서도 성과를 냈나.-지난 6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두 단계 오른 A등급을 받았다. 청렴도 조사와 부패방지 시책 평가에서도 우수 등급을 달성했다. 부패 취약 분야에 대한 38개 개선 과제를 발굴해 이행했고, 전국 22개 지역 사무소를 방문해 직원들의 애로 및 건의 사항을 점검했다. 감사 전용 사이버 상담실(e카운셀링)도 운영한다. 경영진과 직원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이다.→바쁜 감사 업무 중에 병역명문가회 회장에도 선출됐는데.-아버지와 본인, 아들 등 집안의 3대가 현역 군 복무를 완수한 가문은 전국에 2871개, 1만 3953명이다. 2004년부터 병무청이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인증해 ‘명예의 전당’에 올리고 있다. 그 1만 3000여명 가운데 정치 활동을 하는 사람은 저 하나밖에 없어서 회장에 뽑힌 모양이다.(허허)→그럼 3대가 모두 현역 복무를 한 것인가.-선친께선 6·25전쟁 당시 지역 방위군의 일선 지휘관을 한 참전 유공자였고, 저는 동해와 인접한 최전방에서, 아들은 강원 지역에서 복무했다. 사실 할아버지 아래로 사촌, 육촌 등 집안의 남자란 남자는 모두 병장 제대를 했다. 지난해 12월 병역명문가회가 현판식을 할 때 수석부회장으로서 이를 주도한 공을 회원들이 인정한 것 같다.→국방 의무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텐데.-나라의 번영은 삶의 질 문제지만, 안보는 생사의 문제다. 또 젊은이들도 병영 생활과 전우애를 통해 사회성과 튼튼한 체력, 인내심, 애국심, 효도심 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한때 병역 기피 풍조가 있었지만, 이제는 입대하려면 경쟁을 뚫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청년들이 대견했다. 특히 지난번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사건이 터졌을 때 고참병들이 스스로 전역까지 미뤘다는 보도를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기특한 대한민국의 미래 일꾼들이다.→그럼에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병역 기피 의혹이 끊이지 않는데.-국가와 사회 지도자로서 존경을 받고 명예를 지키려면 국방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영국 왕실에서 왕위 계승 서열 5위인 해리 윈저 왕자는 목숨마저 위태로운 아프가니스탄 두 차례 파병을 포함해 10년간 군 복무를 마쳤다고 들었다. 미국의 케네디 가문도 네 명의 아들 모두 군 복무를 마쳤다. 국민으로부터 정당한 대접을 받으려면 자신이 누리는 명예만큼 신성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제 병역 기피 문제는 국민이 한마음으로 심판해 주길 바란다.→병역명문가로 선정되면 무슨 혜택이라도 있나.-병역명문가 회원들은 선정된 것 자체를 큰 명예로 여긴다. 그러나 솔직히 혜택이나 대접을 못해 주는 게 아쉽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만들어 지역의 공원이나 공공 이용시설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에서 입법을 통해 그들에게 예우를 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일수록 개인의 희생이 따르는 국가 의무의 이행을 예우하고 또 지도층은 이를 솔선수범하고 있다.→2006년부터 2010년까지 구청장 재직 때 경영행정 때문에 직원들의 고생이 많았다. 구청장이 새벽에 출근하니까 그런 거 아닌가.-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광진구가 성과를 낸 것은 모두 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다. ‘아침형 달인’은 고달프지만 아름다운 법이다. 열정이 시련을 녹인다고 믿는다. 당시 서울의 CEO 출신 구청장은 25개 자치구에서 유일했다. 그래서 민간 기업의 효율성을 행정에 접목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효율성과 생산성, 신속한 행정 등을 강조했다. 지방자치의 주주가 구민이고 종업원이 공직자이며, 고객이 민원인이다.→경영행정이 성과를 냈나.-직무목표관리제와 창의성과관리제를 시행해 만족스런 결과를 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우리땅 찾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시지가 1000억원대의 땅을 되찾아 등기를 완료하면서 광진구의 재정력 지수를 20% 이상 끌어올렸다. 또 이 덕분에 4년 동안 외부의 상을 125회 받았고,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인센티브도 62억 5000만원이나 받았다.→그러나 요즘 광진이 생기 없는 도시가 됐다는 말이 들린다. 왜 그런가.-공직자들이야 늘 열심히 일할 테지만, 본래 광진 지역의 문제점이 있다. 아차산과 한강을 모두 끼고 있어서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곳인데, 다가구·가주택이 상대적으로 많아 개발에 애로가 있다. 경찰 등 치안 수요가 많고, 좁은 골목 탓에 소방 대책도 부실하다. 따라서 중앙 정부와 끊임없이 협의해 도시재생사업과 지역 개발에 나서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구체적으로 어떤 제안을 할 수 있나.-중곡동의 국립서울병원, 동부지청, 군부대 등 이전 예정 부지의 개발이 중요하다. 이 모두 캠코가 관리하고 있는 국가 자산이다. 따라서 현재 캠코 감사로서도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차산 고구려 공원 박물관 건설 사업과 홍련봉 보루 정비 사업도 정부의 도움을 받아 계속 진행되기를 바란다. 자랑스런 선조의 위상을 광진구가 이끌어 가는 측면도 있지만, 지역을 위한 관광 아이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정송학 회장은 ▲전남 함평(63) ▲조선대부고·조선대·한양대 법학박사 ▲한국후지제록스 호남 대표이사 ▲서울 광진구청장 ▲한양대 특임교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상임감사 ▲공공기관 감사포럼 초대 회장 ▲병역명문가회 중앙회장 ▲대한민국 목민관상·행정대상 수상,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공공기관 감사포럼이란국정철학 구현·공공기관 감사 인식 확충 위한 비영리 법인 공공기관 감사포럼은 지난 2월 정송학 초대 회장의 주도로 감사원의 인가를 받아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창립총회를 했다. 2008년 설립된 친목 단체 성격의 선진화 감사포럼을 정식 협의체로 변경한 것이다. 설립 목적은 ‘정부의 국정 철학과 국정운영 방향을 구현하고 실천’, ‘공공기관 감사의 이해와 인식의 폭 확충 및 정보 교류’라고 명시했다. 기존의 한국감사협의회는 공공기관 감사, 민간회사 감사, 내부감사자(CIA) 자격증 소지자, 공인회계사, 퇴직 감사 등으로 구성돼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반영한 지원과 운영에 한계가 있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감사포럼에는 한국거래소, 한국투자공사, SGI서울보증 등 12개 금융기관과 한국국토정보공사 등 국민생활 분야의 10개 공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또 서울대병원 등 13개 병원·의료 분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18개 산업진흥 분야, 한국전력 등 19개 에너지 분야 공기관이 참여한다. 이 밖에 연구·학술, 연기금,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공기관도 있다.감사포럼의 올해 주요 사업은 ▲워크숍, 특강, 교육 등을 통한 감사인에 대한 전문성 강화와 예산 확충 ▲우수 감사인 발굴·포상 등을 통한 독립성·위상 제고 등이다. 또 ▲회원사 탐방, 간행물 발간 등을 통한 정보 교류 및 소통 확대 ▲감사인 지위 향상을 위한 정책 건의 ▲정부기관 간담회 등을 통한 협력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중 공공 감사에 대한 전문교육 프로그램 계획을 수립하고 연말에는 감사인 대회 및 시상식을 열 예정이다. 초청 강연회도 짝수달 3번째 목요일에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황찬현 감사원장은 감사포럼에 대한 격려사를 통해 “우리나라가 일류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와 사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각 기관의 내부 통제 역할을 맡고 있는 감사 기구에서 상시 검증, 예방 활동을 통해 부정부패와 적폐의 구조적 요인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인사행정직 신설… 전문성 강화, 업무 능력 탁월 공무원 특별승진

    인사혁신처는 18일 공직사회 인사 업무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인사행정직류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서울신문 10월 14일자 1면> 앞으로 인사행정 담당자는 채용과 인재 개발, 보직 관리와 성과 관리 등 인사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그동안 공직 인사는 일반행정직(류) 등이 순환보직으로 맡아왔다. 하지만 순환근무 방식은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전문성과 상관없이 연쇄적으로 이동하는 ‘땜질 때우기식 인사’로 치우치기 일쑤여서 잦은 교체와 전문성 약화라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인사처는 인사행정직류를 새로 만들어 해당분야 전문가가 채용과 인재개발, 보직 및 성과관리 등 모든 인사과정을 전담하게 하고, 공직 인사업무가 정부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에 부합하도록 전략적 방향으로 운영되게 바꿔 나갈 계획이다. 이번 공무원 임용령 개정령안에는 우수 공무원과 비위 공무원에 대한 신상필벌을 보다 명확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령안에 따르면 업무 능력이 탁월한 공무원은 승진 소요 최저연수와 관계없이 특별승진이 가능해진다. 관리자로 승진하기 위한 이른바 속진 과정이다. 현재 승진 소요 최저연수를 보면 9급에서 8급으로 승진하는 데 1년 6개월, 8급에서 7급은 2년, 7급에서 6급은 2년, 6급에서 5급은 3년 6개월이 걸린다. 반면에 비위 행위를 저지르는 공무원에 대한 제재는 더욱 엄격해진다. 앞으로는 금품을 수수하거나 성범죄를 저질러 검찰, 경찰, 감사원 등의 조사를 받고 있는 공무원에 대해 직위해제를 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비위 공무원이라고 해도 ‘중징계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만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 또 교육 훈련 성적이 나쁘거나 공직자의 품위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공직채용 후보자는 위원회 심사를 거쳐 자격을 박탈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시보 공무원이 법령을 위반하는 등 자질에 문제가 있으면 면직 처리하고 정규 임용 시 적격성 검증을 할 수 있게 된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수중 탐지 못하는 구조함·뚫리는 방탄복… 이름만 첨단무기

    수중 탐지 못하는 구조함·뚫리는 방탄복… 이름만 첨단무기

    군의 무기체계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이 출범한 지 다음달로 1년이 된다. 그동안 방탄복·소총 같은 개인장비부터 잠수함·헬기 등 첨단 무기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부정부패가 속속 실체를 드러내며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지금까지 66명이 비리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 정옥근(63) 전 해군참모총장 등 전·현직 장성 10명을 포함한 군인이 40명에 이른다.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도 50여명을 헤아린다. 우리의 영토와 영공, 영해를 지키는 든든한 수호자가 되지 못한 채 국민 세금이 허투루 쓰인 표상으로 전락하고 만 방산 비리 연루 무기들은 어떤 것들이었는지 16일 알아봤다. ●통영함의 자랑 ‘소나’ 알고 보니 어군탐지기가장 먼저 수사선상에 올랐던 무기는 최첨단 수상구조함(ATSII)이라던 해군 통영함이었다. 우리 기술로 제작된 첫 구조함으로 2010년 10월 건조에 들어가 2012년 9월 경남 거제 대우해양조선 옥포조선소에서 진수됐다. 1590억원의 비용이 들었다.해군은 1996년 미 해군이 사용하던 구조함 2척(평택함·광양함)을 300억원에 인수해 사용해 왔다. 하지만 고성능 ‘소나’(음파탐지기) 등 전문 수중 탐지장비가 없어 선체 수색엔 어선의 어군탐지기를 동원해야 했다. 통영함의 수중 탐지장비는 물밑의 물체 탐색이 가능해 전시 수중 기뢰 등을 찾아내 제거할 수 있는 조건으로 납품됐다. 그러나 감사원과 합수단 등 조사 결과 통영함 음파탐지기 성능은 고작 물고기 잡는 데 쓰이는 정도로 1970년대 기술 수준이었다. 원가도 방위사업청이 지급한 41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2억원대였다.해군은 음파탐지기 관련 장비가 성능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인수를 거부했고 그 결과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때 투입이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전·현직 장성 등 14명이 구속 기소됐다. ●해상헬기 ‘와일드캣’ 어뢰 한 발밖에 못 실어김양(62) 전 국가보훈처장 등 8명이 도입 과정의 비리로 구속 기소된 해상작전헬기의 이름은 ‘와일드캣’(AW159)’. 약 6000억원을 들여 적 수상함과 잠수함에 맞서 작전을 펼 수 있는 헬기 8대를 올해와 내년에 걸쳐 구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형편없는 성능 탓에 인수가 불투명해졌다.와일드캣은 현재 해군에서 운용하는 ‘링스’ 헬기의 후속 모델이지만 실제로는 대함·대잠 작전 투입이 불가능한 상태다. 광범위한 해상을 탐색하려면 ‘디핑 소나’(수중 음파탐지기)와 ‘소노부이’(부표형 음파탐지기) 등의 장착이 필수적이지만 헬기의 추진 동력이 약해 무거운 소노부이는 아예 싣지도 못할 정도다. 체공 시간은 요구 조건의 50%에도 못 미치는 79분에 불과했고 어뢰도 단 한 발만 장착이 가능하다.2012년 구매 시험평가를 하기 위해 제작사가 있는 영국까지 평가팀이 파견됐지만 육군용 헬기에 실제 장비 대신 모래주머니를 채워 시험비행을 하는 것만 보고 ‘요구 성능 100% 충족’이라고 하는 등 엉터리 평가를 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아군 피해만 입힌 ‘K11 복합소총’육군에도 부실한 무기가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사례는 특수전사령부에 보급하겠다던 ‘K11 복합소총’과 ‘다기능 방탄복’이다. K11 복합소총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2000년부터 8년 동안 185억원을 들여 개발했다. 5.56㎜ 자동소총과 20㎜ 공중 폭발탄 발사기가 결합됐다.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이용해 조준점을 잡으면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거리를 탄환의 회전수로 환산해 적의 상공에 공중 폭발탄을 터뜨리는 무기다.1정의 가격이 무려 1530만원. 그러나 2011년 10월 야전 운용성 확인 사격 중 20㎜ 공중 폭발탄이 총기 내부에서 터져 병사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핵심 장비인 사격통제장치에 문제가 있었다. 충격시험 장비의 재질과 센서 위치 변경으로 실제 사격 시 충격량의 30% 정도만 주는 방법으로 품질 검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다.●대전차 무기 ‘현궁’ 부실 평가로 수사선상에휴대용 중거리 대전차 유도무기로 내년에 육군에 배치할 예정이던 ‘현궁’ 역시 비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스라엘 ‘스파이크’ 미사일 등을 참고해 개발이 추진돼 대전차, 대엄폐호, 대헬기 공격을 목표로 했다. ADD가 개발을, LIG넥스원이 생산을 맡았다.합수단은 일부 성능시험 장비에 문제가 있는데도 ADD가 합격 판정을 내린 정황을 포착했다. 현궁의 파괴력을 측정하는 내부 피해계측 장비에 일부 부품이 빠져 작동할 수 없는데도 ADD는 ‘작동 상태 양호’라며 합격 판정을 내린 것으로 합수단은 보고 있다.●다기능 방탄복은 북한 소총에 관통가슴뿐 아니라 목, 어깨, 낭심 부분의 방탄 기능을 더한 ‘다기능’을 내세우며 특전사에 2000여벌이 납품된 ‘특전사 방탄복’은 최소한의 성능 기준도 충족하지 못했다. 북한군의 신형 개인화기인 ‘AK74 소총’ 탄환에 힘없이 뚫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 납품 실적 등이 모두 허위로 작성됐지만 방사청 소속 장교들은 이를 적발해 내기는커녕 방탄복에 대한 부대 운용시험에서 ‘부적합’ 결과가 나왔음에도 이를 빠뜨리고 보고서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공군 훈련장비 국산화… 연구·개발은 0%공군의 비리로는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납품 대금 편취가 대표적이다. EWTS는 조종사의 안전을 위해 대공미사일 회피 방어·훈련을 하는 장비다. 국방부는 1997년 북한의 지대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EWTS를 수입하기로 했다.총사업비 1101억원의 절반 정도가 기술의 국산화 연구·개발(R&D)에 쓰이는 것을 전제로 사업이 추진됐다. 하지만 실제 연구·개발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무기중개상 이규태(65) 일광공영 회장이 비리의 중심에 있었다.아직 합수단의 수사 대상은 아니지만 개발비용 8조 5000억원, 양산비용 9조 6000억원 등 전체 사업비가 18조원을 넘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애초 우리 정부는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35’를 도입하면서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으로부터 KFX 사업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 그러나 위상배열 레이더, 적외선 탐색추적장비 등 4개의 핵심 기술은 미국 정부가 기술 보호를 이유로 수출 승인을 거부했다.지난해 9월 방사청이 록히드마틴과 F35 도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술이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합의각서에 따라 항공기 제작사에 이행보증금을 몰수하겠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이 핵심 기술 4건에 대해선 이행보증금을 면제해 준 것으로 드러나 청와대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지자체 25곳 ‘졸속’ 생태공원 3655억 날릴 판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졸속으로 생태공원 조성을 추진해 3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낭비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15일 경기도 등 전국 11개 지자체를 상대로 토목·건설 사업 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 같은 56건의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남 양산시 등 3개 지자체(4개 사업)는 정부의 하천기본계획에 따른 하천 폭 확장 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생태공원을 조성해 245억원을 낭비했다. 해당 생태공원들은 철거가 불가피하다. 경기 오산시 등 25개 지자체(31개 사업)는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생태공원이 설계대로 시공되면 하천정비법에 따라 철거가 불가피해 3655억원을 허공에 날릴 처지에 놓였다. 또 경기 광주시 등 6개 지자체(7개 사업)도 공원이 설계대로 시공되면 홍수 피해를 피할 수 없어 902억원을 낭비하게 된다. 감사원은 또 충북도가 2000억여원을 들여 추진하는 지방도로 건설공사 6건의 경우 교통량이 적어 불필요하다며 사업 추진을 재검토하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자체가 타당성이나 시급성이 없는 건설 사업을 단체장·지방의원의 공약 사업이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추진해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지자체 25곳 ‘졸속’ 생태공원 3655억 날릴 판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졸속으로 생태공원 조성을 추진해 3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낭비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15일 경기도 등 전국 11개 지자체를 상대로 토목·건설 사업 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 같은 56건의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남 양산시 등 3개 지자체(4개 사업)는 정부의 하천기본계획에 따른 하천 폭 확장 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생태공원을 조성해 245억원을 낭비했다. 해당 생태공원들은 철거가 불가피하다. 경기 오산시 등 25개 지자체(31개 사업)는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생태공원이 설계대로 시공되면 하천정비법에 따라 철거가 불가피해 3655억원을 허공에 날릴 처지에 놓였다. 또 경기 광주시 등 6개 지자체(7개 사업)도 공원이 설계대로 시공되면 홍수 피해를 피할 수 없어 902억원을 낭비하게 된다. 감사원은 또 충북도가 2000억여원을 들여 추진하는 지방도로 건설공사 6건의 경우 교통량이 적어 불필요하다며 사업 추진을 재검토하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자체가 타당성이나 시급성이 없는 건설 사업을 단체장·지방의원의 공약 사업이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추진해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군대 안 가려고 국적 포기… 몰래 출입국한 ‘검은 머리 외국인’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우리나라 국적을 포기한 뒤 출입국 관리의 허술함을 틈타 공항을 드나들던 ‘검은 머리 외국인’(한국계 외국 거주인)들이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국적 포기 이전에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경우다. 감사원은 13일 법무부와 전국 출입국관리소를 상대로 감사한 결과 지난 5월부터 병역법을 위반한 외국 국적 재외 동포 25명 가운데 18명이 출입국 규제 기간인데도 45차례에 걸쳐 국내외를 오갔다고 밝혔다. 한국계 A씨는 병역법을 위반해 출입국 때 경찰에 통보돼야 하지만 출입국 관리 소홀로 캐나다 여권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등 8차례나 멋대로 출입국을 했다. B씨의 경우 출입국관리소 측이 검찰로부터 출입국 동향 통보를 사전에 요청받고도 그가 두 차례 공항을 드나들 때까지 방치했다. 감사원은 또 법무부가 국내에 90일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 109만 1000여명 가운데 6만 9000여명(6.3%)의 지문을 규정대로 등록하지 않아 사건·사고 발생 때 신원 확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수 국적자가 기초연금을 받는 경우 외국 체류 기간이 60일 이상이면 연금을 주지 말아야 하는데 출입국 기록이 보건복지부에 제대로 통보되지 않아 33명에게 5100여만원이 지급됐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기준으로 불법 체류자의 차량 2232대 가운데 61.6%인 1374대의 차량이 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사고 발생 때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한 외국인 불법 체류자는 2년 동안 86차례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과태료 438만원을 체납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군대 안 가려고 국적 포기… 몰래 출입국한 ‘검은 머리 외국인’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우리나라 국적을 포기한 뒤 출입국 관리의 허술함을 틈타 공항을 드나들던 ‘검은 머리 외국인’(한국계 외국 거주인)들이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국적 포기 이전에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경우다. 감사원은 13일 법무부와 전국 출입국관리소를 상대로 감사한 결과 지난 5월부터 병역법을 위반한 외국 국적 재외 동포 25명 가운데 18명이 출입국 규제 기간인데도 45차례에 걸쳐 국내외를 오갔다고 밝혔다. 한국계 A씨는 병역법을 위반해 출입국 때 경찰에 통보돼야 하지만 출입국 관리 소홀로 캐나다 여권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등 8차례나 멋대로 출입국을 했다. B씨의 경우 출입국관리소 측이 검찰로부터 출입국 동향 통보를 사전에 요청받고도 그가 두 차례 공항을 드나들 때까지 방치했다. 감사원은 또 법무부가 국내에 90일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 109만 1000여명 가운데 6만 9000여명(6.3%)의 지문을 규정대로 등록하지 않아 사건·사고 발생 때 신원 확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수 국적자가 기초연금을 받는 경우 외국 체류 기간이 60일 이상이면 연금을 주지 말아야 하는데 출입국 기록이 보건복지부에 제대로 통보되지 않아 33명에게 5100여만원이 지급됐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기준으로 불법 체류자의 차량 2232대 가운데 61.6%인 1374대의 차량이 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사고 발생 때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한 외국인 불법 체류자는 2년 동안 86차례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과태료 438만원을 체납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수임료 공개 불가” 법무공단, 정부 상대 소송

    정부의 ‘법적 대리인’ 역할을 하는 정부법무공단(법무공단)이 ‘의뢰인’에 해당하는 법무부와 환경부를 상대로 법적 소송에 나서 집안 싸움이 본격화됐다. 법무부와 환경부가 법무공단이 대리한 소송과 수임료 내역에 관한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공개 방침을 정하자,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법무공단은 ‘2012~2014년 지출하거나 책정, 지급 예정인 소송대리인의 사건별 수임료 내역’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법무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이달 초 정보공개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무공단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관련 소송을 대리하고 법률자문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공 로펌’에 해당한다. 이번 소송과 가처분 신청은 변호인이 자신의 수임료를 공개하려는 고객에게 건 소송과 비슷하다. 법무공단 측은 소송 취지에 대해 “법무부와 환경부의 공개 결정은 공단의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기관의 정보 공개 결정은 이미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심위)의 재결(판결)을 거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보공개센터는 이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법무부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벌여 지난 8월 재결을 받았다. 중앙행심위는 “사건별 소송대리인과 수임료 내역은 재판의 심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생산·판매·영업 정보인 영업비밀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재결 취지를 설명했다. 정보공개센터는 같은 달 중앙행심위의 결정을 판례로 삼아 25개 정부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이달 초까지 대통령비서실, 감사원, 금융위원회, 고용노동부를 제외한 21개 기관이 공개를 결정했다. 대부분의 정부기관이 중앙행심위의 판단을 받아들였지만 법무공단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정보공개를 결정한 21곳 중 18개 기관의 공개 내역에 공단이 관여하고 있는 소송이 포함돼 있다. 정보공개센터 강성국 활동가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정보공개를 하려는 정부의 입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인 법무공단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공공기관임을 망각하고 공익 차원의 알권리보다 공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아전인수”라면서 “향후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보공개청구와 제3자 소송참여를 하는 등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정부, 갈등·안일주의·비협조에 정책 실패 거듭”

    “정부, 갈등·안일주의·비협조에 정책 실패 거듭”

    서울대 행정대학원 한국정책지식센터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실패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 ‘실패한 정책들-정책학습의 관점에서’를 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대표 집필한 280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금융·경제·산업 ▲사회간접자본(SOC)·지역개발 ▲교육 등 3개 부문에서 선정된 11개의 정책 실패 사례를 다뤘다. 연구대상 기간은 1990년부터 2011년까지다. 지식센터는 금융·경제·산업 부문에서는 외환은행 매각, 저축은행의 잇단 파산, 중소기업 고유업종제, 발신전용 시티폰 도입, 발전차액지원제, 바다이야기 사태 등 6가지를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았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문제와 관련해 조선일 순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시적으로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가져왔지만 해외 자본에 대한 특혜 논란, 감사원 감사 및 검찰 수사에서 관료들의 준비 부족 등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SOC·지역개발 부문에서는 용인 경전철 사업과 태백 오투리조트 사업, 서울 뉴타운 사업이 실패한 정책으로 꼽혔다. 태백시 1년 예산의 2배에 이르는 4000여억원이 투입된 오투리조트 사업은 경영부실로 현재 파산 위기에 놓여 있다. 교육 부문에서는 두뇌한국(BK)21 사업과 사교육비 경감 정책이 낙제점을 받았다. 한국정책지식센터는 언론에서 실패로 평가한 9개 분야 41건의 정책을 수집한 뒤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책 설문조사(복수응답) 결과를 토대로 11건을 선정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실패한 정책으로 부동산, 사교육비, 비정규직, 뉴타운 등 순으로 답했다. 집필진은 “정부는 성공을 확신하지만 많은 정책들이 실패를 거듭한다”면서 그 이유로 ▲정책 결정자들 간의 갈등 ▲공무원의 무사안일주의 ▲정책 실행집단 간의 비협조 등을 꼽았다. 이어 “정책 실패는 금전적 비용 낭비뿐 아니라 정책 참여자 사이의 책임공방,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면서 “실패한 정책에 대한 세밀한 복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11개 정책 외에도 쌍용차 사태, 청년 실업 문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자율형사립고, 도로명 사업 등도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로 언급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생각나눔] 초교 정원 기준 4분의1 → 8분의1 “학령 인구 감소·지역형평

    [생각나눔] 초교 정원 기준 4분의1 → 8분의1 “학령 인구 감소·지역형평

    올해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문을 연 공립 서울솔가람 유치원은 지난해 말 7개 학급 168명의 신입생을 모집했다. 여기에 무려 1만 2700여명이 지원했다. 신입생은 추첨으로 뽑았다. 경쟁률이 76대1. 이른바 ‘유치원 로또’였다. 위례신도시 22단지에 사는 김모(36)씨는 추첨에 떨어졌다. 그는 “길 건너 유치원을 놔두고 성남까지 다니고 있는 딸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정부의 공립유치원 설립 기준 완화 정책을 놓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17일 택지개발지구 등 인구유입 지역의 공립유치원 설립 비율을 신설 초등학교 정원의 4분의1 이상에서 8분의1 이상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는 신도시에 36학급(전국 평균) 규모의 초등학교를 개교할 때 9학급 이상의 공립유치원을 세워야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 절반인 4.5학급만 신설하면 된다. 서울솔가람 유치원의 경쟁률이 150대1로 뛰는 셈이다. 교육부는 개정안 추진 이유를 “‘수요 예측을 통해 유치원을 설립해 예산을 절감하라’고 감사원이 지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형평성을 개정안 추진의 근거로 제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국 공립유치원 수용률이 22.7%인데 신도시에만 초등학교(6개 학년) 4분의1의 유치원 학급(3개 학년)을 설치하면 수용률이 50%가 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며 “또 동일 연령대의 어린이들을 수용하는 어린이집과 사립 유치원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계의 생각은 다르다. 6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유아교육법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 유아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전국학부모모임 회원 300여명은 “공립유치원 정원을 반 토막 내 유아들의 공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개정안은 국가의 유아 교육 책임을 사교육 시장으로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부모 입장에서 공립이 사립에 비해 더 저렴할 뿐 아니라 시설이나 프로그램도 더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 알리미에 따르면 정부지원금을 제외하고 실제 학부모가 부담하는 한 달 유치원비는 사립이 21만 4900원, 공립 단독설립은 2만 5900원, 공립 병설은 9600원이다. 지성애(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한국유아교육학회 회장은 “영국과 네덜란드가 유아교육 민영화에 실패해 다시 국가가 나서는 등 유아교육 공교육화는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공립유치원 수용률(68.6%)에 한참 못 미치는 우리나라가 무슨 이유로 이런 정책을 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부에 유아교육법 개정안 추진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예산절감과 사립유치원의 불만을 이유로 공립유치원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결국 유아들의 질 좋은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스스로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통영함 비리 의혹’ 황기철 前 해참총장 1심 무죄

    ‘통영함 비리 의혹’ 황기철 前 해참총장 1심 무죄

    ‘통영함 장비 납품 비리’에 연루돼 구속 기소된 황기철(58) 전 해군참모총장에게 1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비리의 최고 정점으로 지목됐던 황 전 총장이 무죄로 석방되면서 검찰 수사의 적절성과 역량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황 전 총장이 방위사업청에 압력을 넣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며 유죄 판결을 자신하던 검찰은 충격 속에 즉각 항소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는 5일 “검찰의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배임 등 황 전 총장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황 전 총장과 함께 음파탐지기 평가 결과를 위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오모(57) 전 대령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감사원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통영함 비리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황 전 총장은 2009년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소장)으로 근무하며 통영함에 탑재할 음파탐지기 구매 과정에서 H사의 제품이 납품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올 4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황 전 총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달리 “시험평가 주관 부서인 방위사업청 통합시험평가기획팀에서 절차에 따라 ‘전투용 적합’으로 최종 판정을 내린 이상 문제점을 인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황 전 총장이 H사 제품에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하고도 국가에 손해를 입힐 생각으로 임무에 위배되는 행동을 했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황 전 총장이 부하들에게 ‘정옥근 당시 해군참모총장의 동기인 김모 전 대령이 참여하는 사업인 만큼 도와줘야 한다’, ‘H사가 참여해야 내가 승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검찰의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방사청 일부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렇게 진술했지만 이후 재판에서 말을 뒤집어 신빙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황 전 총장의 해군사관학교 선배이자 정 전 해참총장의 동기인 김모(62) 전 대령은 H사에서 4억여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 4년에 추징금 4억 80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H사의 부탁을 받고 장비 성능조건이 명시된 서류를 변조해 준 혐의로 기소된 최모(47) 전 중령에게는 징역 7년에 벌금 1억원, 추징금 1억원이 선고됐다.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H사 대표 강모(43)씨는 징역 2년 6개월, 군수품 중개업체 김모(40) 이사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통영함은 좌초하거나 침몰된 함정을 구조·인양하는 구조전문 함정으로 1600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돼 건조됐다. 하지만 부실한 음파탐지기 탓에 해군 인수가 늦춰졌고, 지난해 세월호 사건 때도 아무런 구실을 하지 못하면서 ‘방위사업 비리’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날 황 전 총장에 대한 무죄 판결로 관련 수사를 진행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초비상이 걸렸다. 통영함 비리가 ‘책임자 없는 비리’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합수단은 황 전 총장 외에도 관련자 10여명을 기소했지만 장성 출신은 황 전 총장이 유일하다. 합수단은 “이번 판결은 국방력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한 방위사업비리 주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면서 “피고인들의 변명만을 신뢰한 판결인 만큼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무기체계 도입의 문제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무기체계 도입의 문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지난 3월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이 회장은 2009년 방위사업청과 터키 방산업체 하벨산사가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를 납품하는 계약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비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방사청을 속여 납품 대금 9617만 달러(약 1101억원)를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EWTS는 조종사의 안전을 위해 대공미사일 회피 방어·훈련을 하는 장비다. 합수단은 이 가격이 원가보다 두 배가량 부풀려졌으며 이 회장 등이 500억원 이상의 부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두 배나 비싸게 주고 산 EWTS가 정작 전투기 조종사의 안전훈련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성능 미달 장비라는 점이다.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실에 따르면 EWTS는 2012년 7월 이후 안테나 제어 장치와 신호 전송 장치 등 주요 장비와 소프트웨어에서 329건의 결함이 발견됐다. 허술한 계약 탓에 군 당국은 툭 하면 고장 나는 ‘애물단지’를 안게 됐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납세자인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 셈이다. 군의 무기체계 획득 비리와 부실 무기 도입은 더이상 놀랍지도 않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사청 국정감사에서 ‘방산비리의 대표 사례’를 묻는 질문에 “하도 많아서…”라는 웃지 못할 답변을 했다. 합수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7월까지 수사한 결과 밝혀진 비리와 연관된 사업 규모는 총 9809억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방위력개선사업 예산 11조 140억원의 8.9%에 해당하는 수치다. ●방위사업청 전문성, 국제경쟁력에 회의론 확산 방사청은 2006년 1월 방위사업의 투명성과 효율성, 경쟁력 제고 등을 목표로 국방부에서 분리돼 신설됐다. 그러나 개청 10년을 바라보는 현재 조직 자체의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군의 무기체계 획득은 각 군에서 소요를 제기하면 합동참모본부가 이를 조정한 뒤 방사청에 요청하고, 방사청이 실무를 추진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방사청은 무기체계의 성격에 따라 연구 개발을 진행하거나 국내외 방산업체 등에서 구입 또는 임차해 각 군에 배치한다. 하지만 무기체계 관련 비리는 개발·구매 시 부품 시험평가 과정에서 성능 관련 서류를 조작하거나 가격을 부풀리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3500t급 구조함 ‘통영함’ 납품 비리는 실제로는 2억원에 불과한 음파탐지기를 41억원에 납품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군의 부실한 무기체계 획득은 오랫동안 전면전을 치르지 않은 군 당국이 ‘실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안이한 태도와 불감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명감을 갖고 무기 도입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방산비리 업무를 담당하던 감사원 관계자는 4일 “불량식품 업자도 자기 자식은 불량식품을 먹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듯 전쟁에 쓸 일이 없다는 생각으로 무기를 도입하는 게 문제”라며 “몇 년 버티다 신무기가 나오면 대체된다는 식으로 부실이 구조화됐다”고 지적했다. 안보를 앞세워 보안을 강조하는 무기체계 획득의 구조적 특성상 폐쇄적 의사결정 과정도 구조적 원인으로 꼽힌다. 국방 분야, 특히 무기체계 획득은 여전히 군과 관료집단이 독점권을 행사해 시민 사회의 감시를 받기 어렵다. 방사청은 방산업계에 취업한 예비역 군 출신(군피아)과 유착된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2017년까지 전체 직원 중 현역 군인의 비중을 50%에서 30%로 축소하는 ‘문민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평가다. 우리 방사청 조직의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종하 한남대 정치언론국방학과 교수는 “군 출신이냐 관료 출신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는 획득 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져 국방과학연구소(ADD) 같은 기술 집단에 휘둘리기 쉬운 구조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에서 획득 업무를 담당했던 채우석(예비역 육군 준장)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방위사업청이 방산비리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해군이 맡는 잠수함사업팀장에 공군 출신을, 상륙함사업팀장은 육군 출신을 앉히지만 오히려 전문성만 떨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무기체계 편중… 협상력 떨어뜨려 비리 문제 이외에도 방위력 개선이라는 본질과는 별개로 한·미 동맹 관계 등 정무적 판단이 무기 도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전투기나 미사일방어체계와 같은 대규모 무기체계 도입은 외교 관계나 산업 확산 효과까지 고려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군이 수입한 무기의 89%는 미국제로 나타났다. 외교가에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문제 역시 작전의 효율성보다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 차원에서 정리될 여지가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미국 무기 편중 현상은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 외에도 이미 도입한 미국 무기체계와 호환성, 미군의 전시예비비축물자 사용 등이 명분이다. 작전 수행 시 동맹군인 미군과 탄약을 공유하거나 정밀유도무기 사용 시 같은 전자장비를 사용해야 효율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미국 일변도의 무기체계 도입은 결국 우리 협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에서 불거진 기술 이전과 관련한 부실 계약 논란도 애초부터 군이 7조 3000여억원을 들여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 40대를 차기전투기로 도입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의 기술 이전 효과를 과대 선전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김종하 교수는 “유럽이 유로파이터 전투기를 개발할 때 거의 30조원 가까운 돈을 투자해 4개국 이상이 동참해서도 20년이 걸렸다”며 “우리가 7조원을 들여 핵심 기술 연구개발을 성공시키고 국산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정감사에서 “방사청을 해체하고 모든 업무를 다시 국방부로 가져오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 발언은 그 타당성은 차치하고서라도 현재 우리 방사청이 보다 강도 높은 혁신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인식을 반영한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설] 국민 속인 KFX 사업 진상 밝혀 엄벌해야

    청와대가 18조원대의 예산이 투입되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부실 의혹에 대한 전면적인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민정수석실의 사실관계 확인에서 관련자들의 비위 단서가 포착된다면 군검찰 또는 검찰 고발 등을 통해 본격적인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혈세가 투입되는 단군 이래 최대 국책 사업인 만큼 진상을 밝혀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엄벌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현재로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조사 주체로 나섰지만 감사원이나 검찰 등 사정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사실만으로도 KFX 사업은 사실상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나 다름없다. 2025년까지 KFX 개발을 마치기로 했지만 난망하다고 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조차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시기를 보장하기는 어렵다”고 발뺌하고 있다. 유럽의 내로라하는 기술 강국들조차 20~30년 걸린 전투기 개발을 독자적으로 전투기 한번 만들어 보지 않은 우리가 10년 만에 마치겠다는 계획 자체가 무리수였다. 꼭 검은돈이 오가는 비리가 아니더라도 이 같은 ‘아니면 말고’ 식 무책임 의식은 혈세와 안보를 좀먹는 안보비리 차원에서 뿌리를 뽑아야 한다. 규명해야 할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지부진하던 KFX 사업이 돌연 활기를 띠게 된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 KFX 사업은 2003년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2020년대에 노후화된 F4, F5 100여대를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해 대체하기보다는 기존 전투기를 구매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2009년 방사청이 민간기관인 건국대에 또다시 사업 타당성 분석을 의뢰했고, 이번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그 후 KFX 사업은 다시 탄력이 붙었다. 이 같은 의사 결정의 배경을 면밀히 따져 봐야 할 것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를 차기전투기(FX)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절충교역 협상 역시 핵심 규명 대상이다. 지난해 9월 우리 군과 방사청 등은 절충교역 형식으로 KFX 개발에 필수적인 기술을 포함해 25건의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 거짓말로 드러났다. 동시에 여러 목표물을 감시할 수 있는 고성능 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4개 핵심 기술의 이전을 미국 정부가 불허했다. 애당초 록히드마틴은 AESA 레이더 등의 기술 이전은 정부 승인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밝혔다고 한다. 우리 군과 방사청이 F35A 구매를 위해 국민들을 속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유럽 기술을 이전받고, 일부는 독자 개발하겠다는 게 군과 방사청의 설명이지만 전문가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최신형 전투기에 구형 레이더를 장착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어선용 음파탐지기를 장착한 통영함이나 마찬가지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부실협상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하고, 더 나아가 KFX 사업 추진 및 F35A 구매 과정에서의 비리가 있다면 그 배후까지 낱낱이 색출해 엄벌해야만 한다.
  • 靑, 방사청에 KFX 자료 제출 요구… “문제 있으면 사정 당국 조사시킬 것”

    18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지만 정작 미국으로부터 핵심 기술이전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과 관련해 청와대가 사업 계약 관련 자료 제출을 방위사업청에 요구하는 등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장명진 방사청장이 핵심 기술이전 거부 사실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적이 없다고 밝혀 핵심 기술이전 보고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민정수석실에서 전투기 개발 사업의 사실관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KFX 기술이전 관련 절충교역의 추진 경과와 현황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절충교역은 군수품 수출국이 수입국에 제공하는 기술이전 등의 혜택을 포함한 교역을 말한다. 방사청은 청와대에 제출할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직접 KFX 사업에 관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면서 KFX 계약 과정에서 부실이나 비위 혐의가 발견될 경우 사정 당국의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일차적으로 서류를 보는 것으로, 초동 조사 단계”라며 “결과를 예단할 수 없으나 문제가 있으면 (검찰이나 감사원에) 조사를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은 지난해 9월 차세대 전투기로 F35 40대를 도입하기로 확정하면서 제작사인 록히드마틴과 KFX 사업에 들어가는 21가지 기술을 이전받기로 계약했다. 여기에 차세대 전투기의 핵심 기술인 고성능 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4가지 기술도 이전받는 것을 추진하기로 옵션조항을 체결했다. 그렇지만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 록히드마틴이 ‘미국 정부의 불허’를 이유로 4가지 기술은 자국 기술 보호 차원에서 이전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나 ‘먹튀’ 논란이 일었다. 장 청장은 이날 “KFX 사업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한 것은 올 3월이 마지막”이라며 “그 이후로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핵심 4가지 기술이전 승인을 거부한 것이 올 4월인 점을 감안하면 중요한 사실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지 않은 것이 된다. 다만 장 청장은 파문을 우려한 듯 “내가 직접 보고한 적은 없다”며 실무진이 다른 경로로 청와대에 보고했을 개연성은 남겨 뒀다. 장 청장은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잘돼야 현재 운용 중인 KF16을 비롯한 전투기 후속 물량을 국내 기술로 개발할 수 있다”며 “믿어 주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靑, 방사청에 KFX 자료 제출 요구… “문제 있으면 사정 당국 조사시킬 것”

    18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지만 정작 미국으로부터 핵심 기술이전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과 관련해 청와대가 사업 계약 관련 자료 제출을 방위사업청에 요구하는 등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장명진 방사청장이 핵심 기술이전 거부 사실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적이 없다고 밝혀 핵심 기술이전 보고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민정수석실에서 전투기 개발 사업의 사실관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KFX 기술이전 관련 절충교역의 추진 경과와 현황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절충교역은 군수품 수출국이 수입국에 제공하는 기술이전 등의 혜택을 포함한 교역을 말한다. 방사청은 청와대에 제출할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직접 KFX 사업에 관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면서 KFX 계약 과정에서 부실이나 비위 혐의가 발견될 경우 사정 당국의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일차적으로 서류를 보는 것으로, 초동 조사 단계”라며 “결과를 예단할 수 없으나 문제가 있으면 (검찰이나 감사원에) 조사를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은 지난해 9월 차세대 전투기로 F35 40대를 도입하기로 확정하면서 제작사인 록히드마틴과 KFX 사업에 들어가는 21가지 기술을 이전받기로 계약했다. 여기에 차세대 전투기의 핵심 기술인 AESA 레이더 등 4가지 기술도 이전받는 것을 추진하기로 옵션조항을 체결했다. 그렇지만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 록히드마틴이 ‘미국 정부의 불허’를 이유로 4가지 기술은 자국 기술 보호 차원에서 이전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나 ‘먹튀’ 논란이 일었다.  장 청장은 이날 “KFX 사업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한 것은 올 3월이 마지막”이라며 “그 이후로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핵심 4가지 기술이전 승인을 거부한 것이 올 4월인 점을 감안하면 중요한 사실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지 않은 것이 된다.  다만 장 청장은 파문을 우려한 듯 “내가 직접 보고한 적은 없다”며 실무진이 다른 경로로 청와대에 보고했을 개연성은 남겨 뒀다. 장 청장은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잘돼야 현재 운용 중인 KF16을 비롯한 전투기 후속 물량을 국내 기술로 개발할 수 있다”며 “믿어 주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사설] 청탁 창구된 공기관 특채, 절차 투명히 하라

    취업 절벽의 시대에 공공기관은 선망의 직장이다. 치열히 경쟁하지 않아도 높은 보수를 받고, 공적 업무 특성상 외부 견제를 받는 일도 거의 없다. ‘신의 직장’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지 않는다. 그런 곳들이 채용 비리를 밥 먹듯 일삼고 있다면 그냥 넘어갈 일이 더는 아니다. 직원 특별 채용에 편법을 동원한 공공기관이 10곳 중 3곳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지난 1~7월 47개 공기관을 감사했더니 채용 비리를 저지른 곳이 14개였다. 1~2년에 한 번꼴인 기관운영감사 결과치다. 중앙 부처나 광역자치단체가 아닌 대부분의 공기관들은 순서대로 기껏 몇 년에 한 번 감사를 받는다. 그런 결과가 이 정도라면 감독망 밖의 현실은 어떨지 짐작이 된다. 공공기관의 인사운영 지침에 따르면 특수 분야, 전문 직종 등에 한해서만 제한경쟁시험을 치르는 특별 채용을 할 수 있다. 소수만 시험을 보는 데다 채용 기준을 그때그때 정할 수가 있다. 그러니 청탁을 들어주려고 작정하면 어려울 게 없는 구조다. 실제 사례들을 보면 특채가 눈먼 채용 창구로 뿌리를 내렸다는 느낌마저 든다. 사내외에서 인사 청탁을 받은 부산항만공사는 공고도 내지 않고 계약직 3명을 채용했다. 이듬해에는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전환 특혜까지 줬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1명을 미리 내정하고서도 65명을 들러리로 지원하게 했다. 사기 공고로 취업이 간절한 사람들을 우롱한 셈이다. 이런 꼼수를 한두 곳만 부리고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농어촌공사의 ‘간 큰’ 편법 채용은 이미 지난 5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최근 2년간 채용 공고나 공개경쟁 시험조차 없이 직원들 연줄로만 무려 504명이나 뽑았다. 공공기관의 특채 비리 수법은 예나 지금이나 새로울 것이 없다. 이게 더 답답하고 한심한 노릇이다. 관행적인 정기감사에서 따끔한 처벌 없이 번번이 주의 지침을 받는 정도에 그치니 공기관들이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 낙하산 기관장을 둔 곳에서는 이런 도덕 불감증이 더욱 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청년 실업이 유사 이래 최대라는 마당에 두고 볼 수 없는 사회악이다. 지침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모집 공고에서 면접까지 특채의 전 과정이 정규 공채보다 몇 배 더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법률로 단속하고 감독해야 한다. ‘뒷문 채용’에 계속 솜방망이질 시늉하면서 공기업 개혁을 외쳐서는 소가 웃는다.
  • [공무원 민간근무휴직제 확대] 민간근무휴직제 논란사

    민간근무휴직제도는 김대중 정부에서 2002년 처음 도입했다. 민·관 인사교류를 확대해 공직에 민간의 경영기법과 업무수행 방식을 도입하자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일부 공무원들이 민간기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등 정부정책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재취업을 위한 ‘적응훈련’”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2006년 9월 감사원이 발표한 공정거래위원회 기관운영감사결과보고서는 당시 민간근무휴직제도의 약점이 잘 드러난 사례다. 감사원과 국회 국정감사 지적사항 등에 따르면 공정위 소속 민간근무 휴직자들은 규정을 위반해 약정보수 외 금전을 수령하고 복직 후 민간기업과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있는 부서에 복귀했다. 심지어 민간근무 이후 복직한 공무원 중 일부는 1년 이내에 민간근무를 했던 회사와 관련된 업체에 재취업하기도 했다. 논란 끝에 정부는 2008년 민간근무휴직제도를 중단했지만 4년 뒤인 2012년 부활시켰다. 대신 ‘공직유관단체’라고만 돼 있던 취업 제외 대상을 대기업과 금융지주회사, 로펌 등으로 적시했다. 과도한 급여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급여 수준도 더욱 제한했다. 재취업 문제에서도 규제를 강화했다. 이후 민간근무휴직 제도는 2002~2008년에 비해 매력이 떨어졌다는 게 공무원들의 전언이다.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에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민간근무휴직 대상을 확대키로 한 이번 공무원임용령 개정이 관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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