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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리뷰] 연극 ‘장수상회’

    [공연리뷰] 연극 ‘장수상회’

    집안에 치매 노인이 있으면 가족들이 웃을 날이 없다고 한다.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기에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가족 간 책임을 떠넘기며 고성이 오가다 종국엔 요양원에 맡겨진다. 연극 ‘장수상회’는 이런 현실과 멀찍이 떨어진 지점에서 시작, 한편의 동화를 펼쳐낸다. 치매를 황혼의 사랑으로 아름답게 버무렸는데 현실에선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서사가 역설적으로 가족의 의미를 더더욱 되새기게 한다. ‘김성칠’(백일섭 분)은 70대 치매 노인이다. 하루하루 옛 기억을 잃더니 아내, 아들, 딸마저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자신이 달동네 구멍가게인 ‘장수상회’ 점장이라는 사실만 기억한다. 어느 날 그런 성칠 앞에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은 여인 ‘임금님’(김지숙 분)이 나타난다. 금님은 장수상회에 딸린 창고를 개조해 꽃집을 연다. 성칠은 첫눈에 반하지만 마음과는 정반대로 행동한다. 금님에게 못되게 굴고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다정다감하게 다가오는 금님에게 성칠도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여생을 함께하기로 한다. 두 노인의 닭살 돋는 연애는 웃음을 자아내게 했고, 오해로 성칠이 금님 곁을 떠날 땐 마음이 짠했다.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한 성칠이 커다란 곰 인형을 어깨에 짊어지고 걷는 모습은 로맨틱하기까지 했다. 이 작품이 이처럼 두 노인의 연애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지 못하고, 젊은 관객들에게도 외면받았을 듯하다. 극에 생명을 불어넣고 오래도록 감동의 여운을 맴돌게 한 건 전적으로 후반부의 반전이다. 성칠과 금님, 장수상회 김 사장, 금님의 딸, 이들을 둘러싼 비밀이 벗겨지면서 감동이 몰아쳤다. 초반에 미용사로 소개된 박양의 변신이 가장 신선했다. 막이 내린 뒤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묵직함이 지속됐다. 연극은 계속 묻고 있었다. 당신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렸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장수상회’는 지난해 4월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겼다. 시공간의 제약에도 영화를 뛰어넘는 감동의 도가니가 연출됐다. 23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노장 백일섭과 김지숙의 열연 덕택이다.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4만~6만원. (02)929-1010.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계춘할망’, 장기흥행 예고 ‘시빌워’ ‘곡성’ 장악 속 박스오피스 역주행

    ‘계춘할망’, 장기흥행 예고 ‘시빌워’ ‘곡성’ 장악 속 박스오피스 역주행

    남녀노소 세대를 뛰어넘어 진한 감동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영화 ‘계춘할망’이 개봉 2주차 월요일부터 동시기 개봉작 중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관객들의 뜨거운 입소문 속에서 장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돌아온 손녀와 오매불망 손녀바보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리며 잊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는 영화 ‘계춘할망’이 지난 5월 23일, 일일 박스오피스에서 동시기 개봉작 중 1위를 차지하였다. 시사회에서부터 진한 감동과 공감으로 호평이 끊이지 않았던 영화 ‘계춘할망’이 이제 관객들의 뜨거운 입소문의 힘으로 박스오피스 역주행 신드롬을 보여주며 본격적인 장기 흥행 태세에 돌입한 것. 5월 극장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뿐만 아니라, 논란과 화제의 영화 ‘곡성’이 스크린대부분을 장악하였다. 이런 시장상황 속에서 개봉 주말 이후, 영화 ‘계춘할망’의 박스오피스 역주행이 안겨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바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진심으로 감동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에게 호평을 아끼지 않는 이른바 입소문, 버즈 효과(Buzz Effect)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영화 ‘귀향’, ‘동주’ 등 진정성 있는 작품들의 의미있는 흥행성적에 이어, 영화 ‘계춘할망’의 박스오피스 역주행 신드롬이 다시 한번 관객의 힘으로 보여주는 장기 흥행의 기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 ‘계춘할망’ 개봉 이후, SNS에는 영화에 대한 호평 뿐만 아니라 할머니와 가족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할머니의 모습을 그린 그림, 할머니와 두 손 꼭 잡고 영화 관람 데이트 사진, 영화 관람 후 할머니와의 통화 등 소중한 사람과의 행복한 순간을 담아낸 게시물들이 눈에 띈다. 배우 류준열, 김기방, 가수 토니안 등 스타들도 자신의 SNS를 통해 ‘계춘할망’을 관람한 후 감동을 나누기도 했다. 관객들의 뜨거운 입소문 속에서 본격적인 장기 흥행을 예고한 영화 ‘계춘할망’은 메마른 사회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가슴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안겨주는 작품으로,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굿바이”…240㎞ 달려 마지막 인사 전한 말(馬)

    “굿바이”…240㎞ 달려 마지막 인사 전한 말(馬)

    자신과 우정을 나눈 한 남성을 위해 무려 240여 ㎞를 이동한 말의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미국 CNN 등 현지 언론의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참전군인인 미국의 로베르토 곤잘레스(65)는 전쟁 당시 부상을 입고 자신의 고향인 미국 텍사스로 돌아온 뒤 약 40년간 말 조련사로 일해 왔다. 하지만 전쟁 당시 입은 부상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고생하던 그는 병세가 악화되면서 10개월 전부터 병원에서만 지내야 했고, 담당의사는 그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렸다. 병세가 악화되고 있음을 느낀 곤잘레스가 아내에게 전한 ‘마지막으로 보고싶은 친구들’로는 ‘슈가’와 ‘링고’라는 이름의 말이었다. 이들은 그가 조련사로 일하면서 가장 애정을 쏟았던 말들로, 곤잘레스는 슈가와 링고가 먼 지역으로 떠난 이후에도 자주 이 말들을 그리워했다. 곤잘레스의 아내는 “남편이 병원에서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는 동안에도 자신이 애정을 쏟았던 말을 보고싶어 했다”면서 “그의 마지막 소원은 슈가와 링고를 한 번 더 보고싶다는 것이었다. 나와 가족들은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곤잘레스의 가족들은 무려 240여 ㎞ 떨어진 슈가와 링고를 찾아 말 주인에게 양해를 구한 뒤 이들을 곤잘레스의 병원으로 데려왔다. 곤잘레스는 침대에 누운 채 병원 바깥으로 이동됐고, 곤잘레스를 본 말들은 즉각적으로 그를 알아보며 애정을 표했다. 비록 곤잘레스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지만, 말들은 이런 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머리를 부비거나 냄새를 맡으며 반가움을 표했다. 곤잘레스의 아내는 “남편에게 말은 인생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비록 남편은 슈가와 링고 앞에서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매우 행복했을 것”이라면서 “남편과 말의 마지막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만큼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특별기고] 파독 간호사 50주년,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며/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특별기고] 파독 간호사 50주년,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며/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독일로 떠난 덕수. 그곳에서 한국 간호사 영자를 만나 서로 의지하고 사랑을 키운다. 머나먼 타국에서 오직 가족만을 생각하며 고된 일을 참아 낸다. 2014년 말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의 줄거리이자 평생 가족만을 생각하며 단 한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 본 적 없는 우리 부모님들의 이야기다. 우리나라가 독일에 간호사를 파견한 지 올해로 50년을 맞는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극심한 실업난을 겪었다. 경제개발 정책에 따라 막대한 외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1966년 정부는 실업 문제를 해소하고 외화를 벌고자 해외에 인력을 파견했다. 10여년간 우리나라가 독일로 파견한 간호사만 1만여명에 이른다. 이분들이 낯선 땅 독일로 건너간 1966년은 우리나라 수출액이 2억 5000만 달러에 불과한 때였다. 파독 간호사가 10년간 국내로 송금한 돈은 1억 달러로 1966년 수출액의 약 40%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우리 간호사들이 독일에서 흘린 땀과 눈물은 한국 경제 발전과 희망의 밑거름이 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난 21일 독일의 작은 도시 에센에서 간호사 파독 50주년을 기념하는 ‘재독 한인 간호협회의 파독 간호사 50주년 행사’가 열렸다. 필자는 이 뜻깊은 행사에 우리나라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다. 이번 50주년 행사는 1966년 우리 간호사들이 낯선 독일에 도착한 이래 지금까지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를 다짐하는 소중하고 감동적인 자리였다. 꽃다운 나이에 독일로 가셨던 분들은 이제 연로한 할머니가 됐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이분들은 여전히 조국을 사랑하고 계셨다. 비록 삶은 고단했으나 한국의 가족들에게 월급을 보내며 외롭고 힘든 생활을 이겨 냈다고 했다. 독일에서의 봉사활동 경험을 살려 노인을 위한 복지사업을 하고 싶다는 분도 있었다. 이분들에게서 ‘우리도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와 격려를 얻었다. 동시에 낯선 타국에서 힘겨운 세월을 보낸 간호사들에게 이제 우리가 따뜻한 손을 내밀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흔히 독일은 선진국으로 복지정책이 잘 갖추어져 있어 살기에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아직도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많다. 파독 근로자 출신인 한인 동포의 평균 연령은 60~70대이다. 20대 중후반에 독일로 건너가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연금 납부 기간이 짧아 독일의 빈곤계층에 해당하는 800유로 이하의 연금을 받으며 빈곤하게 생활하고 있다. 특히 파독 광부 중에는 직업 특성상 진폐증 등 중증 환자가 많지만 언어적 문제로 독일 정부가 운영하는 수발보험서비스와 현지 의료인의 도움을 받는 데 제약이 있어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젊었을 때는 지하 깊숙한 곳에서 육체노동만 했고, 주로 한인 교민 간 집단생활을 해 현지어를 습득할 기회도 적었다. 파독 간호사보다 재취업률과 은퇴 연령이 낮아 미혼으로 홀로 사는 노인이 대다수다. 정부는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공헌에 걸맞게 예우하고 지원하고자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분들의 노고와 희생을 기념하기 위한 역사적 재평가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독일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만나 간담회를 하고 헌신과 희생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재외 교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생활밀착형 영사서비스 제공과 차세대 동포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보건복지부도 파독 근로자 출신 교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2013년부터 재독 한인 간호협회를 통해 방문 수발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업 첫해인 2013년에는 71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올해는 150명으로 지원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 사업이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방침이다. 영화에서 덕수는 아내 영자에게 이렇게 편지를 보낸다. “내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기 참 다행이라꼬….” 이제 우리가 소박하게나마 이분들의 수고에 보답해야 할 때다. 이번 파독 간호사 50주년이 이분들의 헌신과 희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김경호도 복면가왕 음악대장 9연승 저지 불가 “적수가 없다”

    김경호도 복면가왕 음악대장 9연승 저지 불가 “적수가 없다”

    가수 김경호가 ‘복면가왕’ 음악대장과 진검 승부를 펼친 끝에 9연승을 내줬다. 22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서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른 ‘램프의 요정’과 음악대장의 결승이 전파를 탔다. 복면가왕 램프의 요정은 2라운드 대결에서 故 최진영의 ‘영원’을 열창해 감동을 선사했고 준결승전에서는 마그마의 ‘해야’로 락의 진수를 보여주며 폭발적인 성량을 과시했다. 그러나 소름 돋는 무대에도 불구,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를 선곡해 감성을 자극한 음악대장의 9연승을 저지하진 못했다. 복면을 벗은 ‘램프의 요정’은 모두의 예상대로 김경호였다. 김경호는 “목소리만으로 3번째 무대에 날 세워주고 점수를 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준비한 3곡을 다 부른 것만으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복면가왕 MC 김성주는 “목소리가 얼굴인 분인데 출연이 부담되지 않았냐”고 질문했고 김경호는 “나도 제작진에게 몇 번 말해줬다. 가면을 썼을 뿐이지 많은 분들이 내 정체를 알게 될 텐데 무슨 소용 있겠냐고 했다. 최대한 저인걸 감춰보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김경호는 “가장 부담이 되는 건 식상함이다. ‘맨날 저 친구는..’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싫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가 도전하지 않은 음악을 계속 하며 앨범, 프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보여드리고 싶다. 얼굴은 늙겠지만 건강한 목소리를 들려드리는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MBC ‘복면가왕’ 캡처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생명유지장치 단 부부의 ‘마지막 작별인사’ 감동

    한 부부의 안타깝지만 감동적인 생의 마지막 이별 장면이 한 장의 사진에 담겼다.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공영방송 CBC는 온타리오 출신의 남편 짐 민니니(58)가 생의 마지막날, 부인 신디에게 작별하는 눈물의 사연을 보도했다. 24년 전 결혼해 아들 둘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민니니 부부에게 처음 위기가 찾아온 것은 8년 전이었다. 남편 짐이 폐암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은 것. 그러나 부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단 10% 생존확률이라는 절망적인 의사의 진단에도 75차례나 화학 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암과 싸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편 짐은 끈질기게 암과 사투를 벌였지만 지난달 말 다시 병원에 입원하며 결국 생의 마지막 순간에 다달았다. 안타까운 것은 남편의 입원 다음날 부인 신디 역시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고 인근 병원에 실려갔다는 점이다. 졸지에 부모님이 모두 병원에 입원하자 두 아들은 정신없이 두 병원을 오가다 이달 초 아버지가 있는 병원에 어머니를 함께 입원시킨다. 그리고 지난 4일 이별의 순간이 다가왔다. 자신의 삶이 다했다는 것을 직감한 남편 짐은 마지막으로 부인으로 보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두 아들은 병원 측에 도움을 얻어 잠시나마 두 사람을 만나게 한 것이다. 사진 속 장면은 그 상황을 담은 것으로 부부는 모두 생명유지장치를 달고 있는 상태였다. 남편 짐은 마지막으로 부인의 손을 꼭 잡으며 작별인사를 건넸으나 부인은 안타깝게도 의식이 없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남편은 부인을 뒤로 한 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 사연은 지난 20일 아들 크리스(21)가 소셜 뉴스사이트 레딧에 사진과 함께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으며 수많은 온라인 추모열풍이 이어졌다. 크리스는 "다행히 엄마는 의식을 찾았으며 지금은 회복 중에 있다"면서 "깨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아빠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어 "생의 마지막 순간 아빠가 엄마의 손을 잡으며 작별하지 못했더라면 마음 편히 가시지 못했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영상)복면가왕 음악대장 9연승, ‘백만송이 장미’ 촉촉한 감성 공격

    (영상)복면가왕 음악대장 9연승, ‘백만송이 장미’ 촉촉한 감성 공격

    복면가왕 음악대장이 ‘백만송이 장미’로 9연승을 달성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서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른 ‘램프의 요정’과 음악대장과의 결승이 전파를 탔다. 복면가왕 램프의 요정은 2라운드 대결에서 고 최진영의 ‘영원’을 열창해 감동을 선사했고 준결승전에서는 마그마의 ‘해야’로 폭발적인 성량을 과시했다. 이에 맞선 복면가왕 음악대장의 선곡은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였다. 그동안 강렬한 무대를 보였던 그는 이번에는 촉촉한 감성으로 관객들을 감동시켰고 9연승의 주인공이 됐다. 복면가왕 음악대장의 9연승으로 복면을 벗은 ‘램프의 요정’은 모두의 예상대로 김경호였다. 복면가왕 음악대장은 우승을 예상치 못한 듯 얼떨떨한 모습을 보이다 “오늘 노래하신 분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잘 부르는 분이라서 떨어질 줄 알았다. 저를 예뻐해주시고 좋아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다음 경연 때도 좋은 무대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MBC ‘복면가왕’ 캡처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자폐학생과 마주 앉은 경찰관…자살충동 막아

    자폐학생과 마주 앉은 경찰관…자살충동 막아

    자살 충동에 사로잡힌 한 자폐 학생을 차분하게 달래 구해낸 한 경찰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인터넷상에 공개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 ABC뉴스는 18일(현지시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州)에 있는 샬럿-메클렌부르크 경찰청이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위와 같은 장면이 담긴 사진과 사연을 공개했다고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팀 퍼디 경관은 지역 고등학교에서 자폐증이 있는 한 학생이 도망쳤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소년은 지금까지 폭력 행위 등을 보여 자살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었다. 퍼디 경관은 소년을 발견하고 함께 길 한편에 앉아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그러자 소년은 불안감이 사라지고 미소까지 보였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전한 샬럿-메클렌부르크 경찰청 측은 “퍼디 경관과 소년은 신뢰와 유대감을 쌓았다”면서 “이는 소년에게 다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체포하고 법을 강요하는 것만이 경찰이 아니다”면서 “이런 작은 행위는 누군가의 인생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샬럿-메클렌부르크 경찰청의 롭 투파노 대변인은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팀 퍼디 경관이 만났던 18세 자폐 소년은 잠재적 자살 위험이 있었다”면서 “퍼디 경관은 학생과 앉아 15~20분간 대화를 나눈 끝에 학생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게시물은 13일 공개돼 지금까지 65만여 명이 좋아요(추천)를 눌렀고, 25만여 명이 공유했으며 댓글은 3만1000여 개가 달렸다. 한편 최근 스웨덴 캐롤린스카 연구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자폐증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평균 수명이 16년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인은 뇌전증(간질)·자살·심장질환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사진=샬럿-메클렌부르크 경찰청/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호수 위 핀 꽃, 예술을 품다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호수 위 핀 꽃, 예술을 품다

    문화예술 애호가들이나 최신 트렌드를 따르는 멋쟁이들 사이에서 요즘 파리에 가면 꼭 한번 둘러볼 장소로 꼽히는 곳이 있다. 탈구조주의의 대표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1929~)가 디자인한 루이비통재단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이름에서 보듯이 명품 브랜드의 대명사인 루이비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루이비통, 크리스티앙 디오르를 비롯해 70여개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다국적 럭셔리 그룹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베르나르 아르노(1949~) 회장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자본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억만장자의 열정과 건축가의 창의력이 만나다 지난 2014년 10월, 6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개관한 루이비통재단 미술관(이하 루이비통미술관)은 파리의 북서쪽 외곽에 있는 불로뉴 숲의 북쪽 끝 아클리마타시옹 정원에 자리잡고 있다. 미술관은 예술을 사랑하는 억만장자 아르노 회장의 자본력과 열정, 프리츠커 건축상에 빛나는 게리의 창의력이 만나 탄생했다. 아르노 회장은 1990년대부터 20~21세기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미술품 컬렉션을 시작해 주요 작가들의 작품 1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에 걸맞은 미술관을 파리에 설립하겠다는 꿈을 갖고 건축가를 찾던 아르노 회장은 2001년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방문했다. 그리고 바로 뉴욕 출장길에 게리를 만났다. 두 사람은 21세기의 대표적인 걸작을 남기자는 데 의기투합했지만 장소 선정이 쉽지 않았다. 밀고 당기는 지루한 협상과 격론이 오간 끝에 프랑스 정부와 파리 시는 2006년 말 불로뉴 숲의 아클리마타시옹 정원 끝부분 1㏊를 루이비통재단에 내주었다. 시민들이 휴식하는 공원에 극도의 상업주의를 추구하는 명품 브랜드의 건물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많았지만 아르노 회장은 55년 후 파리시에 무상으로 귀속시킨다는 조건으로 허락을 얻었다. 게리의 예술적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 미술관은 건축물이라고 하기보다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합하다. 예술작품을 보는 것만큼이나 인상적이고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건물 측면으로 스펙터클하게 물이 흘러내리도록 만들어 놓은 미술관 건축물은 호수 위에 핀 거대한 꽃 같기도 하고, 돛을 단 배 같기도 하다. 빙산 덩어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보이기도 한다. 독특하고 우아하기까지 한 미술관은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여행 중 비행기 속에서 떠오른 영감을 바탕으로 스케치를 완성한 게리는 “공원을 떠다니는 유리 배를 구상했다”고 한다. 12개의 돛에 해당하는 유리 패널에는 지난 11일부터 프랑스 태생의 설치미술가 다니엘 뷔렝의 ‘빛의 관측소’가 설치돼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초음속 항공기에 쓰이는 첨단기술로 만든 건축물 이 미술관이 일반적인 예술 오브제와 다른 점은 정밀한 공학적 구조물이라는 것이다. 우윳빛이 도는 12개의 유선형 유리패널은 정교한 강철구조와 거미줄처럼 얽힌 나무 프레임에 의해 지탱된다. 각기 다른 기울기와 모양을 한 3584장의 유리판을 끼워 맞춰 만든 패널에는 나무, 구름, 하늘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들이 비친다. 독특한 건축적 경험을 제공하는 이 건축물에는 어마어마한 공학적 기술이 접목됐다. 게리의 머릿속에서 직감적으로 떠오른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건축이 가능한 디자인으로 구현하고, 비정형의 건축물을 이루는 유리패널의 각기 다른 형태와 기울기를 계산해 내는 데에는 초음속 항공기를 디자인하는 데 쓰이는 첨단기술이 사용됐다. 전체 건물면적 1만 1700㎡에 지하부터 지상까지 총 6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지하부터 층층이 총 11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비정형의 외관만큼이나 내부 공간도 비정형이어서 전시실의 생김새가 어느 하나 똑같은 게 없다. 기본적으로 미술과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이 가능한 공간을 지향하고 있는 이곳의 메인 홀(아트리움)은 가변좌석으로 최대 350석까지 가능한 콘서트홀을 만들었다. 각 층에 있는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위로 올라가 보면 3층과 4층이 테라스로 통한다.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패널 사이를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설계된 테라스에선 게리의 건축만이 주는 특이한 건축적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밋밋한 옥상이나 닫힌 공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공간적 해방감이 드라마틱하게 다가온다. ●개관 1년도 안 돼 100만명 찾은 파리의 랜드마크 미술관은 개관한 지 1년도 안 돼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일찌감치 파리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이런 외형적인 수치보다는 파리 시내에 명품의 이미지에 걸맞게 근사한 미술관을 새로 세움으로써 루이비통이 얻게 된 무형의 가치는 수치로는 환산할 수 없다. 가장 앞선 문화마케팅의 사례로 꼽히는 미술관은 예술과 산업의 절묘한 조화, 미래를 위한 가치 투자의 생생한 현장이다. 샹젤리제에서 미술관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거나 파리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사블롱역에서 내리면 도보로 10분 거리에 미술관이 있다.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자살충동 사로잡힌 자폐 학생 구해낸 경찰관 ‘감동’

    자살충동 사로잡힌 자폐 학생 구해낸 경찰관 ‘감동’

    자살 충동에 사로잡힌 한 자폐 학생을 차분하게 달래 구해낸 한 경찰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인터넷상에 공개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 ABC뉴스는 18일(현지시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州)에 있는 샬럿-메클렌부르크 경찰청이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위와 같은 장면이 담긴 사진과 사연을 공개했다고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팀 퍼디 경관은 지역 고등학교에서 자폐증이 있는 한 학생이 도망쳤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소년은 지금까지 폭력 행위 등을 보여 자살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었다. 퍼디 경관은 소년을 발견하고 함께 길 한편에 앉아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그러자 소년은 불안감이 사라지고 미소까지 보였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전한 샬럿-메클렌부르크 경찰청 측은 “퍼디 경관과 소년은 신뢰와 유대감을 쌓았다”면서 “이는 소년에게 다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체포하고 법을 강요하는 것만이 경찰이 아니다”면서 “이런 작은 행위는 누군가의 인생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샬럿-메클렌부르크 경찰청의 롭 투파노 대변인은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팀 퍼디 경관이 만났던 18세 자폐 소년은 잠재적 자살 위험이 있었다”면서 “퍼디 경관은 학생과 앉아 15~20분간 대화를 나눈 끝에 학생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게시물은 13일 공개돼 지금까지 65만여 명이 좋아요(추천)를 눌렀고, 25만여 명이 공유했으며 댓글은 3만1000여 개가 달렸다. 한편 최근 스웨덴 캐롤린스카 연구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자폐증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평균 수명이 16년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인은 뇌전증(간질)·자살·심장질환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사진=샬럿-메클렌부르크 경찰청/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굿바이 미스터 블랙 종영까지 심장 ‘쫄깃’ 이진욱 문채원 ‘미소유발 엔딩’

    굿바이 미스터 블랙 종영까지 심장 ‘쫄깃’ 이진욱 문채원 ‘미소유발 엔딩’

    ‘굿바이 미스터 블랙’ 이진욱 문채원의 로맨스가 기적 같은 해피엔딩으로 종영했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굿바이 미스터 블랙’이 지난 19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마지막 방송에서 블랙 차지원(이진욱 분)과 김스완(문채원 분)의 생사를 두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를 펼쳤다. 결국 두 사람은 모두 살았고, 결혼에 골인하며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이날 시한부였던 차지원은 의식을 잃은 채 수술실로 옮겨졌다. 김스완은 차지원이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를 읽으며 눈물 흘렸다. 그리고 차지원을 이렇게 만든 백은도(전국환 분)를 찾아가 분노를 터뜨렸다. 백은도는 마지막까지 악랄한 모습으로 시청자의 분노를 샀다. 자신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는 김스완을 제거하고자 총으로 쏜 것. 총을 맞은 김스완은 쓰러졌고, 수술을 받던 중 사망했다. 3개월 뒤, 차지원은 성공적인 수술 결과로 눈을 떴다. 가장 먼저 김스완을 찾았지만, 김스완은 이미 죽고 없는 상황. 이에 차지원은 백은도에 대한 최종 복수에 박차를 가했다.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백은도는 중국으로 도주 계획을 짜고 있던 중이었다. 배 위에서 대치하게 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총을 쐈고, 차지원은 정당방위로 풀려날 수 있었다. 이후 차지원은 김스완과 떠나기로 했던 섬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곳이자, 가장 행복한 추억이 있는 장소다. 그리고 그 곳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김스완이 살아 돌아온 것이다. 김스완은 백은도를 완벽히 단죄하고자, 죽음으로 상황을 조작했었다. 두 사람은 추억이 깃든 해변에서 아름다운 재회의 키스를 나눴다. 한국으로 돌아 온 차지원과 김스완은 결혼을 약속했다. 슬프고 아팠던 과거와는 달리, 행복한 미소가 가득한 두 사람의 모습은 감동의 여운을 남겼다. 차지원과 처절한 복수극을 펼쳤던 민선재(김강우 분)의 최후는 연민을 자아냈다. 민선재는 뒤늦게 차회장의 유서를 읽고, 그의 진심을 알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민선재의 곁에는 윤마리(유인영 분)가 남았다. 윤마리는 자신을 속인 민선재가 미웠지만, 그의 진실된 사랑을 믿고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20회 동안 강렬한 복수극과 애틋한 멜로를 동시에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마지막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쫄깃함을 자아냈고, 오랜 아픔 끝에 행복하게 웃는 블랙스완 커플의 모습은 해피엔딩 그 이상의 기쁨을 선사했다. 특히 슬프도록 아름다운 멜로를 완성시킨 이진욱, 문채원의 감성연기는 안방극장에 가슴 설레는 두근거림과 애틋한 눈물을 안겼다. 또 인간의 욕망과 그림자를 선 굵은 연기로 그려낸 김강우는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처연한 여인을 연기한 유인영, 이타적 사랑을 순수하게 표현한 송재림 등 극을 풍성하게 채운 배우들의 연기는 빛을 발했다는 반응이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 후속으로는 황정음, 류준열 주연의 ‘운빨로맨스’가 25일 첫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연극 노장의 귀환

    연극 노장의 귀환

    김정옥 ‘그 여자 억척 어멈’·오태석 ‘태’ 등 다시 무대 올라 “한 시대를 증언하는 작품을 만들겠다.” 김정옥(85), 오태석(77), 하유상(89), 천승세(78) 등 한국 연극사의 산증인들이 뭉쳤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로 다음달 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는 ‘원로연극제’에서다. 원로 작가와 연출가들의 옛 작품이 오늘날 젊은이들의 마음도 움직일지 주목된다. 김정옥 작·연출의 ‘그 여자 억척 어멈’(3~12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과 오태석 작·연출의 태(胎·3~1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가 선봉을 맡았다. ‘그 여자 억척 어멈’은 1951년 1·4 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 여배우 배수련의 기구한 삶을 다룬 모노드라마다. 배우 배해선이 1인 4역을 맡아 전쟁 속에서 겪는 어머니의 아픔을 열연한다. 김 연출가는 19일 서울 종로구 나이트리컨벤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잊어서는 안 될 6·25를 증언하는 작품”이라며 “관객들과 다시 한 번 호흡하는 연극을 만들기 위해 이 작품을 택했다”고 소개했다. 1997년 초연 당시 배우 박정자가 1인 4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김 연출가는 “20대 때 브레히트의 대표작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을 읽고 감동을 받아 연출하고 싶었는데, 50·60년대는 작품으로 만들 수 없었다. 브레히트가 공산주의 시대 작가여서 작품 내용이 공산주의와 관계없어도 공연하지 못했다”며 그 시절 뒷얘기도 들려줬다. 배해선은 “7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50대의 배수련을 연기하다가 지금의 저로 돌아와 연기하기도 한다”며 “어려운 것을 해내는 게 배우가 아닌가 한다”고 했다. 김 연출가는 “모노드라마는 좋은 배우를 만나야 하는데, 배해선은 노래와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좋은 배우를 만났다”고 말했다. ‘태’는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사건을 중심으로 죽음을 초월해 존속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고든 작품으로, 9년 만에 재공연된다. 1974년 초연 이후 국내뿐 아니라 일본, 인도 등지에서 끊임없이 제작됐다. 오 연출가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것에 짓눌리지 않고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얼마나 많은 자산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젊은 관객들과 다시 얘기해 보고 싶었다”며 “이 작품을 통해 남에게 휩쓸리거나 어딘가 소속이 되려는 데서 벗어나 나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생각하고 나를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유상 작, 구태환 연출의 ‘딸들의 연인’(4~12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은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던 1950년대를 자유연애와 결혼에 대한 희극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1957년 초연됐다. 하 작가는 “당초 희곡 제목은 ‘딸들의 연애’였고, 초연은 ‘딸들은 연애자유를 구가하다’라는 제목으로 올렸다. 이후 이해랑 선생의 조언을 받아들여 ‘딸들의 연인’으로 바꿨는데, 그 제목이 대중적으로 통해 서울 일대에서 공연되지 않은 곳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천승세 작가의 신궁(神弓·17~2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이 대미를 장식한다. 천 작가가 1977년 발표한 자신의 중편소설을 직접 극본으로 각색했다. 어촌 무당 왕년이를 통해 악덕 선주와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리는 어촌인의 실상을 잘 드러낸 작품으로, 처음 무대에 오른다. 천 작가는 건강이 좋지 않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연출을 맡은 박찬빈 연출가는 “연극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라며 “인간 천승세, 인간 박찬빈, 작품 속 인물들을 만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석 3만원. (02)3668-0007.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한국 연극계의 거장 원로 극작, 연출가들이 돌아왔다

    한국 연극계의 거장 원로 극작, 연출가들이 돌아왔다

     “한 시대를 증언하는 작품을 만들겠다.”  김정옥(85), 오태석(77), 하유상(89), 천승세(78) 등 한국 연극사의 산증인들이 뭉쳤다. 다음달 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는 ‘원로연극제’에서다. 한 시대를 풍미한 원로 작가와 연출가들의 옛 작품이 오늘날 젊은이들의 마음도 움직일지 주목된다.  김정옥 작·연출의 ‘그 여자 억척 어멈’(3~12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과 오태석 작·연출의 태(胎·3~1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가 선봉을 맡았다. ‘그 여자 억척 어멈’은 1951년 1·4 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 여배우 배수련의 기구한 삶을 다룬 모노드라마다. 배우 배해선이 1인 4역을 맡아 전쟁 속에서 겪는 어머니의 아픔을 열연한다. 김 연출가는 19일 서울 종로구 나이트리컨벤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잊어서는 안 될 6·25를 증언하는 작품”이라며 “관객들과 다시 한 번 호흡하는 연극을 만들기 위해 이 작품을 택했다”고 소개했다. 1997년 초연 당시 배우 박정자가 1인 4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김 연출가는 “20대 때 브레히트의 대표작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을 읽고 감동을 받아 연출하고 싶었는데, 50·60년대는 작품으로 만들 수 없었다. 브레히트가 공산주의 시대 작가여서 작품 내용이 공산주의와 관계없어도 공연하지 못했다”며 그 시절 뒷얘기도 들려줬다. 배해선은 “7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50대의 배수련을 연기하다가 지금의 저로 돌아와 연기하기도 한다”며 “어려운 것을 해내는 게 배우가 아닌가 한다”고 했다. 김 연출가는 “모노드라마는 좋은 배우를 만나야 하는데, 배해선은 노래와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좋은 배우를 만났다”고 말했다.  ‘태’는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사건을 중심으로 죽음을 초월해 존속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고든 작품으로, 9년 만에 재공연된다. 1974년 초연 이후 국내뿐 아니라 일본, 인도 등지에서 끊임없이 제작됐다. 오 연출가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것에 짓눌리지 않고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얼마나 많은 자산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젊은 관객들과 다시 얘기해 보고 싶었다”며 “이 작품을 통해 남에게 휩쓸리거나 어딘가 소속이 되려는 데서 벗어나 나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생각하고 나를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유상 작, 구태환 연출의 ‘딸들의 연인’(4~12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은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던 1950년대를 자유연애와 결혼에 대한 희극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1957년 초연됐다. 하 작가는 “당초 희곡 제목은 ‘딸들의 연애’였고, 초연은 ‘딸들은 연애자유를 구가하다’라는 제목으로 올렸다. 이후 이해랑 선생의 조언을 받아들여 ‘딸들의 연인’으로 바꿨는데, 그 제목이 대중적으로 통해 서울 일대에서 공연되지 않은 곳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천승세 작가의 신궁(神弓·17~2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이 대미를 장식한다. 천 작가가 1977년 발표한 자신의 중편소설을 직접 극본으로 각색했다. 어촌 무당 왕년이를 통해 악덕 선주와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리는 어촌인의 실상을 잘 드러낸 작품으로, 처음 무대에 오른다. 천 작가는 건강이 좋지 않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연출을 맡은 박찬빈 연출가는 “연극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라며 “인간 천승세, 인간 박찬빈, 작품 속 인물들을 만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석 3만원. (02)3668-0007.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윤여정x김고은 ‘계춘할망’, 알고 보면 더 눈물나는 감동포인트 셋

    윤여정x김고은 ‘계춘할망’, 알고 보면 더 눈물나는 감동포인트 셋

    윤여정 김고은 주연의 영화 ‘계춘할망’이 19일 개봉했다. 개봉을 맞아 알고 보면 더 눈물나는 감동 포인트 Big 3를 살펴본다. 감동 포인트 1. 손녀를 향한 계춘할망의 무조건적 끝없는 사랑 2년 만에 기적적으로 다시 만난 손녀 혜지를 향한 계춘의 사랑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깊은 울림을 주며 눈물 짓게 한다. 제주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손녀의 거친 태도 마저도 바다와 같은 넓은 사랑으로 감싸 안아주고, 밥을 손수 떠먹여주고 시종일관 손녀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볼을 쓰다듬는 계춘의 모습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은 물론, 관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것. 각자의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계춘을 통해 영화 ‘계춘할망’은 누구나에게 ‘영원한 내 편’은 있음을 알리며 지친 관객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감동 포인트 2. 관객들이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혜지의 성장 과정 혜지는 어린 시절 할머니와 갑작스럽게 헤어진 뒤 12년 만에 서울에서 제주도로 돌아온 손녀로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할머니의 사랑을 점점 깨달아가는 캐릭터이다. 혜지는 다양한 감정 변화를 겪게 되는데, 할머니와 마을 사람들의 관심을 마냥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에서 ‘가족’이란 이름으로 할머니를 이해하고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까지의 심리적인 변화를 함께 지켜본다는 것이 ‘계춘할망’의 또 다른 볼거리이다. 관객들은 혜지의 심리적 성장을 지켜보면서 ‘나도 그랬었지.’ 라며 각자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거나 때로는 혜지가 되어 보기도 하면서 몰입도를 높이며 뭉클한 감동을 즐길 것이다. 감동 포인트 3. 제주도 천연 자연이 안겨주는 황홀한 영상미 영화 ‘계춘할망’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해녀인 계춘할망이 물질을 하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등 아름다운 천연 자연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밭, 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함을 느끼게 하는 샤려니 숲, 풍차가 돌아가는 평화로운 해안도로 등 수려한 영상미는 관객들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며 자연의 아름다움이 주는 황홀함을 선사한다. 인위적인 세트를 배제하고 제주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영화 ‘계춘할망’은 계춘과 혜지의 특별한 이야기를 더욱 따뜻한 감성으로 관객들에게 전해줄 것이다.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와 오매불망 손녀바보 계춘할망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감동 영화 ‘계춘할망’은 절찬 상영을 시작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유기견에 동화책 읽어주는 자폐증 소년의 작은 기적

    유기견에 동화책 읽어주는 자폐증 소년의 작은 기적

    동물보호소의 유기견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자폐증 소년의 사연이 소개돼 누리꾼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ABC뉴스에 따르면, 자폐증을 앓고 있는 소년 제이콥 투마란(6)은 사촌과 함께 캘리포니아주 가데나에 있는 카슨 동물보호소를 매주 방문해 유기견에 동화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이곳을 찾은 지도 어느덧 6개월째. 카슨 동물보호소가 지난 17일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에는 동화책을 읽어주는 제이콥과 철장에서 이를 조용히 듣는 유기견의 모습이 담겨 있다. 실제로 이 유기견은 제이콥이 책을 읽어주면 짖는 것을 멈추고 안정을 찾는다는 게 동물보호소 직원의 설명이다. 긍정적인 효과는 제이콥에게도 나타났다. 유기견에 책을 읽어주면서 읽기 능력이 부쩍 늘었을 뿐만 아니라 자폐증 증상 역시 호전되기 시작한 것. 제이콥의 엄마는 “내 아들은 항상 시끄러운 소음에 노출되면 큰 문제를 일으켜왔다”면서 “봉사를 시작하면서는 꽤 집중력도 좋아졌고 문제 또한 일으키지 않는다”고 놀라워했다. 사진·영상=Saving Carson Shelter Dogs/유튜브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시대의 번역가 김석희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시대의 번역가 김석희

    번역을 할수록 내 글이 건강해졌다… 18년 만에 나의 소설을 쓰려 한다 충북 증평군 내성리에 자리한 ‘21세기 문학관’에 도착한 것은 지난 10일 점심시간이 약간 지나서였다. 하늘색 점퍼에 청바지 차림을 한 그가 녹색 철문 뒤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18년 만에 재개한 소설 창작을 위해 얼마 전 제주도 집을 떠나온 그는 이곳을 ‘자발적 유배지’라고 불렀다. 점심 겸 해서 낮술 잔을 기울였다. 적당히 술기운이 올랐지만, 그의 유장한 말투는 빨라지지 않았고 간결한 문장들은 장황해지지 않았다. 중간에 말을 멈추는 때가 잦았는데 적확한 단어나 표현을 고민하는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가 말했다. “기자 양반이나 나나 즐겁게 술 마실 만큼만 건강하게 살면 되는 거요.” 김석희(64)는 ‘구름에 달 가듯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1979년 3월 어느 날 한참을 못 보고 지냈던 친구가 찾아왔다. 국사학과에 다니던 이종범이었다. ‘학생운동 하다가 제적됐다는 소식까지는 들었는데 갑자기 어쩐 일일까.’ 전공은 달랐지만, 중간에 연결고리가 되는 친구들 덕에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 학교에서 잘리고 나서 작은 출판사를 하나 차렸다고 했다. “내가 불문과 다른 애들한테 물어봤는데, 김석희가 프랑스책 최고로 잘 읽는다고 하더라.” 다짜고짜 프랑스 고전을 하나 골라서 번역을 해 달라고 했다. “명색이 출판사이니 책을 좀 내야 하는데, 전문 번역가에게 맡기자니 번역료 줄 능력이 안 된다. 너한테는 술 한잔 사주면 되지?” 황당했지만, 학교에서 잘리고 뭐라도 해 보겠다는 그 친구의 딱한 사정을 안 들어주기가 어려웠다. 곰곰 생각하다가 18세기 프랑스 심리소설의 효시로 평가되는 뱅자맹 콩스탕의 ‘아돌프’를 번역해 주었다. 나는 불어를 말하고 듣는 것에는 약했지만, 독해와 번역에 나름 강점이 있었다. 번역료는 정말 술 한잔이었다. 1980년 이종범이 학교에 다시 돌아오면서 출판사는 소리없이 사라지고 그 책도 절판이 됐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게 내 인생의 이정표를 정한 최초의 순간이었다. 참, 이종범은 현재 조선대 사학과 교수로 박물관장을 하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노동의 대가를 받고 번역한 작품은 1982년 6개월 동안 작업한 영국 작가 존 파울스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였다. 1981년 메릴 스트립과 제러미 아이언스가 연기한 동명 영화가 개봉되면서 갑자기 원작 소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 책은 1997년과 2002년에 다시 번역을 했는데, 내가 전문 번역가의 길을 가게 된 첫 작품이 됐다. -1952년 제주시 무근성(삼도2동)에서 6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공무원이셔서 경제사정이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섬 소년에게 사방에 둘러쳐진 바다는 거대한 장벽이었다. 갑갑함이었다. 섬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서울에 있는 대학 진학이었다. 1970년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재수를 위해 서울로 와서 육십을 바라보는 2009년 4월에 다시 고향에 정착했다. 40년의 타향살이 끝에 그 바다가 그리워 다시 돌아왔다. 나는 변덕을 부렸지만, 바다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를 보듬어준 것이다. -외할아버지께서 초등학교 때 가르쳐 주신 서예로 초등학교 때 웬만한 상들은 휩쓸었는데, 나한테 약간의 글재주가 있다는 것은 중학교 졸업 무렵에 알게 됐다. 제주일고 입학을 앞두고 도내 한 신문사가 주최한 학생 문예작품 공모전에 산문을 출품했다. 아직 고등학교 입학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2, 3학년 형들을 제치고 장원을 차지했다. 이 일로 입학을 하자마자 3학년 형들에 의해 반강제로 ‘향원’이라는 문학서클에 들게 됐다. 2학년 때는 동국대 문예백일장에서 산문부 장원을 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제주도립도서관은 제2의 집이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카뮈의 ‘이방인’을 이곳에서 읽었다. 모두 살인자인 두 책의 주인공이 꿈속에 뒤바뀐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큰 바다를 누비며 글을 쓰는 ‘마도로스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국립해양대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6·25 때 서울 영등포에서 납북된 숙부 때문에 연좌제에 걸려 있어 입학이 불허됐다. ‘마도로스 소설가’의 꿈은 그냥 ‘소설가’로 수정됐다. -1972년 삼수를 해서 대학에 갔다. 그해 10월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을 선포했다. 어떤 친구들은 두 주먹 불끈 쥐고 거리로 나갔고, 어떤 친구들은 술집으로 가 통음을 했다. 어떤 친구들은 캠퍼스 잔디밭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내 속의 울분을 터뜨리고 발산하기 위해 내가 택한 건 글쓰기였다. 일기를 쓰듯 글만 썼다. -수업에 들어간 기억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붕구(1922~1991) 교수님의 수업은 늘 감동 그 자체였다. 보들레르의 시를 설명하기 위해 직접 한시를 써서 읊으시다가 그걸 서양의 역사와 철학으로 이끌고 가셨다. 그러다가는 동양 인문학의 심오한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셨는데, 이야기에 빠져 한참을 넋 놓고 있다 보면 어느새 처음의 보들레르로 돌아와 있었다. 지금도 그렇게 넓고 깊은 인문학 지식을 바탕으로 울림 있는 강의를 하는 교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1979년 2월 졸업과 동시에 국문과에 학사편입을 했다. 소설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 문학을 좀더 배우고 싶었다. 그때부터 등단을 향한 나의 긴 여정이 시작됐고, 그 과정은 1987년 12월 26일에야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끝이 났다. 세상에 대한 풍자와 야유를 담은 ‘이상의 날개’라는 작품이었다. 당선되고 나서 나를 인터뷰한 기자가 ‘칼의 노래’, ‘현의 노래’로 유명한 소설가 김훈이다. 당시 그는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였다. 1시간에 걸쳐 그와 나눴던 대화가 지금도 또렷하다. 그날 진탕 술을 마시고 돌아오던 길에 나는 한겨울 골목길에 주저앉아 목 놓아 울었다. 내 나이 서른다섯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고상한 책만 번역한 줄 안다. 하지만, 내 손을 거친 책들 중에는 일본 잡지의 부록과 같은 것들도 상당수 있다. 번역은 그 자체로 생계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시사영어사 출판부에 다니던 친구가 맡겨 준 연애소설 ‘할리퀸문고’ 시리즈는 지금 생각해도 고맙다. 한 달에 한 권씩 15개월을 번역했는데, 그 돈으로 쌀도 사고 아이들 공부도 시킬 수 있었다. 외국말을 입으로 하는 재주는 없었지만 눈으로 읽는 능력은 남보다 뛰어났다. 불어야 전공이니까 자연히 접할 기회가 많았고 영어는 틈틈이 원서를 읽으면서 번역 실력을 키웠다. 일본어는 학사편입한 국문과에서 현대문학 연구를 위해 일본 문헌을 참고해야 했기 때문에 독학을 했다. -1979년 학사편입부터 신춘문예에 당선된 1987년까지의 시간들은 이제 와서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웃으며 말하지만, 당시는 시쳇말로 ‘장난이 아닌’ 고난의 시간들이었다. 계속되는 탈락에 마음엔 칼바람이 불었고,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제주의 어르신들은 나를 ‘백수’로 생각했다. “백날 써 봐야 안되는 소설, 그만 좀 하고 다른 일 찾아봐라. 서울대를, 그것도 과를 2개(불문과, 국문과)씩이나 나와서 이게 무슨 꼴이냐.” 명절에 고향 내려가는 건 아주 고역이었다. ‘아버지의 감귤밭을 이어받아 농사를 지을까, 일본에서 사업하는 사촌형을 찾아갈까.’ 고민은 계속됐지만, 소설가에 대한 꿈은 결코 포기가 되지 않았다. 안되면 안될수록 갈증은 더 심해졌다. 그러면서도 가족의 생계를 위한 번역은 계속해야 했다. 번역한 책에는 ‘김한경’이라는 필명을 썼다. 나와 아내, 아이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땄다. 내 본명은 내 최초의 소설의 표지를 위해 남겨 두기로 했다. -1987년 재일교포 작가인 김석범의 ‘화산도’를 번역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5권짜리 대하소설이었다. 자유실천문인협회 이호철 대표가 “6월 항쟁을 계기로 4·3 사건을 다룬 책도 나올 수 있는 시대가 올 테니 미리 준비를 하자”고 했다. 마지막 제5권은 이 대표가 번역을 했고 내게는 1권부터 4권까지 번역을 맡겼다. 일본어를 번역하며 곳곳에 제주 사투리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제주 출신 번역가가 필요했다. 제주 출신인 내가 4·3 사건 관련 책을 번역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었다. 처음으로 ‘김한경’이 아닌 ‘김석희’를 역자 이름으로 썼다. 이 일을 계기로 번역료가 크게 올라갔다. 그다음 맡은 일은 2년 6개월에 걸친 영국 브리태니커 사전 한국판 번역이었다. 매월 200자 원고지 1000장씩을 넘겼다. 아내의 가계부에 단비가 내렸다. -1994년 한길사의 김언호 사장이 두꺼운 책 3권을 들고 번역가 정도영·오정환 선생과 함께 나를 찾아왔다. 이 책들을 읽어보고 번역해 출판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했다. 책의 지은이는 당시 무명이나 다름없던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였다. 정도영 선생이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오정환 선생이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를, 내가 ‘로마인 이야기’를 읽었다. 당시 ‘로마인 이야기’는 일본에서 제3권(나중에 총 15권으로 완결)까지 나온 상태였기 때문에 세 명 중 가장 젊은 내가 맡았다. 2주 정도의 검토 끝에 우리 모두 ‘OK’ 사인을 냈다. 그때부터 2009년까지 12년에 걸쳐 번역을 하게 될 줄 몰랐지만 ‘로마인 이야기’의 내용은 상당히 진취적이었다. 대부분의 책이 귀납적 형식을 취하는데 이 책은 제1권 전체를 할애해 ‘국가 크기도, 문화도, 경제도 1위가 아닌 로마가 어떻게 패권(覇權)을 쥐었는지 궁금해 이 책을 쓴다’는 의문을 던지는 게 특별해 보였다. 투박하지만 힘 있는 문체도 흥미를 끌었다. 책은 번역 출간되자마자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베스트셀러 첫머리에 이름을 올렸고 사회적 신드롬으로까지 발전해 나갔다. -“내가 저들만큼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아무리 해도 거장들의 작품과는 차이가 많은데, 이걸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하나.” 힘들게 소설가로 등단을 하고 10여년이 흐른 1998년, 내 인생의 방향을 가르는 큰 선택을 했다. 그해 가을 중편 소설을 하나 냈는데 불현듯 소설에 대한 회의가 밀려왔다. 안되는 걸 들고 끙끙거리는 내가 안쓰러웠다. ‘나를 애먹이지 말자’고 했다. 소설을 중단했다. -2011년엔 ‘모비딕’을 출간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번역이었다. 작가인 허먼 멜빌은 정규 대학교육 없이 선원으로 살다가 작가가 된 사람이었다. 단정하게 완성된 문장이 아니었고, 단축형 비문이 많았다. 간혹 셰익스피어를 따라하는 도치문은 번역으로 그 느낌을 살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번역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단어도 이유 없이 배열될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런 면에서 대학 은사인 이휘영(1919~1986년) 교수님을 존경한다. 그는 1960년대에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의 ‘홍수’를 번역했다. 독해가 번역의 초벌작업이라면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휘력과 문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신 분이다. -나는 ‘888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8시간 자고, 8시간 놀고, 8시간 번역한다. 일은 주로 밤에 한다. 아직 번역하고 싶은 책들이 많다. 특히 판타지의 고전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싶다. 국내에서는 ‘해리 포터’를 어린이들이 먼저 즐기게 됐지만, 사실 판타지 소설의 세계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넓고 심오하다. 할아버지가 되고 보니 다섯 살 손자를 위한 번역에도 욕심이 난다. 하지만,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1998년 절필했던 소설 창작이다. 거의 20년 만에 다시 잡은 소설이다. 수많은 번역의 경험이 소설을 다시 쓸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많은 책을 번역하면서 내 글도 건강해졌다. 그저 예쁘게 다듬기만 한 미문, 추상적인 문장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나타낼 수 있게 됐다고 할까. 젊은 날 나의 명함에는 ‘소설가·번역가’가 동시에 적혀 있었다. 소설가가 되고픈 열망이었다. 정작 등단한 후 소설을 접고는 ‘번역가·소설가’라고 썼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소설가라는 직업을 다시 앞에 두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번역가 김석희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번역가로 통한다. 영어와 불어, 일어로 된 해외 작가들의 소설을 한글로 재탄생시켜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해 왔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허먼 멜빌의 ‘모비딕’, 재일작가 김석범의 ‘화산도’, 쥘 베른 걸작선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는 번역을 ‘장미 가시덤불에서 춤추는 것과 같은 고통 속의 쾌락’이라고 표현한다. 신춘문예 등단 작가이기도 한 그는 최근 18년 만에 자신의 소설 창작을 재개했다. ▲1952년 제주 제주시 출생 ▲제주제일중·고 ▲서울대 불문과·국문과 , 서울대 국문과 대학원 중퇴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소설 ‘이상의 날개’) ▲제1회 한국번역상 대상 수상(1997년) ●주요 작품 ‘화산도’(김석범) ‘아돌프’(뱅자맹 콩스탕) ‘여자란 무엇인가’(비올라 클라인) ‘로마인 이야기’(시오노 나나미) ‘에펠 탑의 검은 고양이’(아라이 만) ‘즉흥시인’(안데르센) ‘시간 박물관’(움베르토 에코 외) ‘인물 삼국지’(이나미 리쓰코) ‘빙벽’(이노우에 야스시) ‘칸의 제국’( 조너선 스펜스) ‘죽음을 삼킨 땅’(조르제 아마두) ‘프랑스 중위의 여자’(존 파울스) ‘지구에서 달까지’(쥘 베른) ‘문명 속의 불안’(지그문트 프로이트) ‘살아 있는 역사’(힐러리 로댐 클린턴) ‘모비 딕’(허먼 멜빌)
  •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달구벌 달굴 ‘뮤지컬 열전’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달구벌 달굴 ‘뮤지컬 열전’

    올해 열 번째를 맞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비욘드 대구! 글로벌 딤프!’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음달 24일부터 7월 11일까지 18일간 열린다. 공식초청작 5편 등 모두 21편의 엄선된 해외 초청작과 국내 창작 뮤지컬이 선보인다. 개막작은 영국의 ‘금발이 너무해’이다. 리스 위더스푼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한 ‘금발이 너무해’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후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작품으로 2009년 한국에서도 공연됐다. ●10주년 개막작 루시 존스 주연 ‘금발이 너무해’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X-팩터’의 스타이자 뮤지컬계의 스타로 급부상하는 루시 존스를 앞세워 DIMF 10주년의 개막을 장식한다. 자신의 꿈을 좇아 노력해 나가는 이야기인 이 작품은 재치 넘치는 재미로 가득 차 있다. 러시아 뮤지컬 ‘감브리누스’는 1988년에 초연된 작품으로 음악극, 뮤지컬로는 러시아에서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모스크바 니키트스키 극장’의 작품이다. 러시아 남부 한 도시에 있는 선술집 ‘감브리누스’에서 모두에게 사랑받던 악사 ‘사슈카’의 이야기를 통해 혼란스러웠던 러시아의 시대상을 표현했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연주되는 러시아 집시 바이올린 선율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장하는 중국 뮤지컬시장의 새로운 작품인 ‘해상 음’은 중국 최고 권위의 예술대학 ‘상하이음악원’ 출신 아티스트들이 뭉쳐 제작했다. 음악교사인 남자 주인공과 성악과 학생인 여 주인공의 항일 전쟁 속에서의 러브스토리를 화려한 군무와 중국 특유의 색채를 살려 완성했다.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함께 중국만의 색채로 완성도를 높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DIMF 창작뮤지컬 수상작인 ‘지구 멸망 30일 전’은 갑작스러운 지구 멸망 소식에 모든 사람들이 충격과 공포에 빠졌지만 단 한 사람, ‘미스터 큐’만은 의연한 모습으로 지구의 최후통첩을 맞이한다는 국내 작품이다. 특별한 임무를 받은 그는 모두가 혼란한 틈을 타 아주 치밀하게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계획을 실행해 나간다. 평범한 듯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간들이 지구멸망에 대처하는 30일을 그렸다. 독특한 발상의 코믹 뮤지컬로 11명의 배우가 관객들을 정신없이 웃게 한다. ●중국 등 세계의 뮤지컬 한자리서 만나다 폐막작은 슬로바키아 창작뮤지컬인 ‘마담 퐁파두르’이다. 달콤하지만, 전쟁 같았던 18세기 프랑스 궁정 내의 음모와 암투, 사랑과 질투, 예술과 철학이 함께하던 소용돌이 속에서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던 여인 ‘마담 드 퐁파두르’의 이야기를 그렸다. 18세기 프랑스 시대와 현대적 사운드의 조화가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슬로바키아 국민 여배우이자 국민 가수인 시사가 매력 넘치는 왕의 여인 마담 드 퐁파두르로 변신한다. 그녀는 제8회 DIMF ‘마타하리’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특별공연 작품으로 ‘투란도트’, ‘최치원’, ‘원이 엄마’, ‘개구리 원정대’ 등 4편이 무대에 오른다. 중국 작품인 ‘개구리 원정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3편은 대구·경북 지역 작품이다. 대구시와 DIMF가 공동 제작한 ‘투란도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관객들을 만난다. 2011년 초연 이후 2012년과 2014년에는 중국 둥관, 닝보, 상하이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동아시아 시장 공략에 매진한 작품이다. 올해 2월부터 3월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28회에 걸쳐 장기 공연해 관객과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하얼빈 오페라하우스’ 개관 작품으로 러브콜을 받아 오는 8월 중국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지난 3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창작지원작 ‘로렐라이’, ‘선택’, ‘우당탕탕 열애기’, ‘조선연애술사’, ‘장 담그는 날’ 등 5편도 선보인다. DIMF는 이 작품들을 공연하는 단체에 창작지원금과 공연장 대관료를 주고 홍보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시상식인 ‘DIMF 어워즈’에서 ‘창작뮤지컬 상’을 받는 작품은 내년 제11회 DIMF 공식초청작으로 다시 공연할 기회를 얻는다. ●끼·열정 넘치는 대학생 출전작 7편도 선봬 끼와 열정이 넘치는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출전작 7편도 만나볼 수 있다. 시민과 방문객들을 주인공으로 모시는 부대행사도 풍성하다. 신진예술가와 관객이 거리에서 호흡하는 ‘딤프린지’,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 ‘DIMF 뮤지컬 스타’, 뮤지컬 전문가가 현장에서 무대의 뒷이야기를 들려주는 ‘DIMF 백스테이지 투어’, 찾아가는 뮤지컬 공연 ‘찾아가는 딤프’ 등이다. ‘DIMF 뮤지컬 스타’는 방송사와 연계한 전국적 홍보와 방송을 하게 돼 또 하나의 콘텐츠로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DIMF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딤프지기’ 모집도 끝냈다. DIMF가 10주년을 맞아 더욱 성대하게 열리는 만큼, 딤프지기 선발 인원도 220여명(예년 150~180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공연장 및 사무국 지원, 홍보, 의전, 통역 등을 한다. 또 올해는 UCC홍보단, 해외 및 전국에서 활동할 딤프 특파원 등이 추가됐다. 딤프지기는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행정자치부 1365자원봉사’ 센터에서 자원봉사 확인서를 발급받는다. 또 DIMF 공연 특별 할인 및 DIMF 공연 이후 대구에서 열리는 뮤지컬 공연에 대한 연계 할인 혜택을 얻는다. 우수 활동자에게는 포상과 함께 기념품도 증정한다. ●한국 창작뮤지컬, 세계무대 진출 밑거름 DIMF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DIMF 10년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특별 세미나도 했다. 그동안 DIMF가 이룬 성과와 해결 과제를 짚어보고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지난달 7일에는 전문가 포럼도 열었다. 다음달 22일에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해 DIMF가 이뤄 온 성과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토론한다. 여기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DIMF 어워즈’에서 DIMF 향후 10년에 대한 비전 선포식도 한다. DIMF는 2007년 제1회부터 지난해 제9회까지 9년간 197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130만여명에 이르는 누적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각국 뮤지컬을 국내에 소개하고 한국 창작뮤지컬을 외국에 알렸다. 또 창작뮤지컬 지원사업,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 등으로 뮤지컬 제작 환경을 조성하는 밑거름 역할을 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빈민에겐 ‘엄마’… 軍 통합훈련장 건립 반대엔 ‘전사’

    [자치단체장 25시] 빈민에겐 ‘엄마’… 軍 통합훈련장 건립 반대엔 ‘전사’

    홍미영(61) 인천 부평구청장의 삶은 ‘소외된 사람들과 동행’으로 집약된다. 정치인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을 보란 듯이 드러내지만 ‘말의 향연’에 그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홍 구청장은 살아온 과정으로 얼마나 치열하고 한결같이 약자의 편에서 실재했는지를 증빙하고 있다. 서울이 고향인 그는 사업하던 아버지와 어머니 슬하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사회학과에 입학한 그는 1학년 때 서울 중랑천 뚝방촌에 빈민 봉사활동을 나갔다가 큰 충격을 받는다. 지저분한 공동 화장실은 물론 최소한의 주거환경을 갖추지 못한 곳에서 아이들은 신발도 없이 맨발로 뛰어다녔다. 아이들의 부모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사회구조가 불평등하다는 사실에 눈을 떴다. ‘금수저’로 태어나 ‘흙수저’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삶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 “다들 부모 덕에 어느 정도 살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철없음을 절감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받은 몫이 이 사회에서 덜 가진 다른 사람들이 받아야 할 몫이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 그 인식은 더 받은 몫을 사회에 돌려줘야겠다는 성찰로 이어졌고, 60이 넘어선 지금까지 이를 실천하는 삶이 됐다. 육아와 노동을 병행하는 빈민 여성들에게서 한국사회의 모순이 집약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1983년 일곱 살, 다섯 살배기 딸 둘을 데리고 인천 동구 만석동으로 이사 왔다. 서울토박이가 서울을 떠나 인천 부둣가 판자촌에 살기로 한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후 인천 최초 비영리 공부방인 ‘큰물공부방’을 차렸다. 엄마들이 조개·굴을 캐거나 공장 일을 하러 나간 사이 지저분한 골목과 어두운 방에 방치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그의 차지였다. 모든 게 어려운 상황이었다. 공부방이 자리를 잡아가던 중 만석동 판자촌이 철거되자 인천의 또 다른 달동네인 부평구 십정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방 두 칸짜리 전셋집을 얻어 한 방은 유아놀이방, 다른 방은 초등학생 공부방을 운영했다. 도시빈민과 같은 삶을 살아야 그들을 주체로 세우는 빈민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공부방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공장을 다니거나 우유 배달, 가내 부업을 하는 평범한 아줌마로 변신했다. 거리에서 시위하는 것보다 더 치열한 ‘운동권’이었던 셈이다. 주민들과 지역모임을 만들어 산동네 쓰레기수거, 가로등·공중전화 설치, 상하수도 정비 등을 논의하는 한편 동네신문을 찍고 주민자치회, 바자회 등을 주도하면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던 그에게 ‘정치’는 운명적으로 다가왔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자 주민들과 공부방 교사들, 자원봉사자들이 구의원 출마를 권유했다. 낙후된 십정동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동네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출마해야 한다며 등을 떠밀었다. 그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신뢰에 힘입어 십정동으로 이사 온 지 5년 만에 당시 인천 최다 득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인천 북구(현 부평구) 의원에 당선된다. 한국여성운동의 대모였던 고(故)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은 “초대 기초의원선거 유세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당시의 감동을 절대 잊을 수 없다. 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구체적인 문제를 소상하게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실천방안을 또박또박 제시함으로써 유권자의 갈채를 받았다. 참다운 의미에서의 생활정치인 탄생이 확실시되는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홍 구청장의 구의원 활동이 소외된 자들을 대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음은 물론이다. 역량과 진정성을 인정받은 그는 재선 인천시의원과 17대 국회의원을 거쳐 재선 구청장이 됐다. 그래서 지방자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는 여전히 가난한 자들의 이웃이다. 한국 정치인들은 체급(?)이 올라가면 초심을 벗어나기가 다반사지만, 홍 구청장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등식이다.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생활자치’ 영역이란 철학을 가지고 주민들의 일상적인 문제를 세심하게 살피고 해결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부평구는 요즘 통합예비군훈련장 문제로 시끄럽다. 국방부가 산곡동에 통합훈련장을 만들어 인천 주안·계양·공촌·신공촌훈련장은 물론 경기 부천과 김포에 있는 훈련장까지 합치는 방안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합훈련장 예정지 반경 3㎞ 이내에 20여만명이 거주하고 31개의 유치원 및 초·중·고가 밀집해 있다. 주민들은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벌여 지금까지 24만명이 서명을 했다. 부평구는 인천시에 대체부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마땅한 대체부지를 찾기 어려운 데다 부지를 확보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예상된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 역시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 홍 구청장은 “현재 14개의 군부대가 부평지역 330만㎡를 점유해 군부대 이전이 시급한 상황에서 통합예비군훈련장까지 들어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평4동에 있는 미군부대 ‘캠프 마켓’ 이전을 서두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대가 경기 평택으로 이전하는 방안은 수년 전 결정됐으나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홍 구청장의 마음은 다급하다. 홍 구청장은 부대가 이전하면 공원 외에 풍물전시관 등 문화역사공연장을 만들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캠프 마켓은 일반 군부대가 아니라 빵을 만들어 전국 미군부대에 공급하는 일종의 군수기지인데 예정보다 이전이 늦어져 2018년쯤 이전이 완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승만의 독재정치에서 희생된 ‘1950년대 진보정치’의 대명사 조봉암 선생의 동상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조봉암은 부평을 기반으로 했던 정치인으로 이곳에서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지내고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다. 부평을 가로지르는 굴포천과 그 주변을 생태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도 홍 구청장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굴포천은 인천가족공원(부평동)에서 시작해 계양구, 경기 부천·김포를 거쳐 한강까지 흐르는 서부 수도권의 대표적인 하천이다. 구는 인천가족공원부터 부평구청까지 3.4㎞에 대한 단계적 개발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굴포천 복원과 연계되는 국비사업에 응모, 3개 분야에서 870억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홍 구청장은 “사람 사는 곳에 물길이 있다는 것은 큰 복”이라며 “굴포천 복원으로 30여 전 물놀이를 하고 물고기를 잡던 시냇물을 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낙후지역이 많은 부평에서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수많은 재개발사업이 부동산경기 침체로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뉴스테이는 사업 속도가 빠르고 재정착 주민들에게 혜택이 많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청천2구역과 십정2구역인데 2019년 말쯤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홍 구청장의 행정 화두는 단연 서민경제 활성화다. 서민들이 많이 사는 곳의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운명이기도 하겠지만, 평생을 약자의 편에서 살아온 만큼 당연한 행정철학이기도 하다. 홍 구청장은 “부평은 대체로 못사는 지역이지만 소통을 잘하는 공동체이고, 역동적이면서 민주주의적 자질이 강한 시민들로 가득하다”면서 “단체장이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슈가맨’ 김정은 깜짝 등장에 유미 눈물..무슨 사이길래? 결혼식 축가까지

    ‘슈가맨’ 김정은 깜짝 등장에 유미 눈물..무슨 사이길래? 결혼식 축가까지

    ‘슈가맨’에 가수 유미가 소환된 가운데 배우 김정은이 지원사격을 위해 출연해 화제다. 17일 방송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에서는 2002년 발표된 곡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로 큰 사랑을 받았던 유미가 출연했다. 유미는 최근 김정은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는 등 우정을 과시한 바 있다. 유미는 김정은과의 친분에 대해 “김정은이 드라마 ‘나는 전설이다’를 할 때 보컬 디렉팅을 내가 맡았다. 만나면 8시간 정도 연습했다”고 인연을 밝혔다. 이어 유미는 김아중, 성준, 이준혁의 보컬 트레이닝도 맡았다고 덧붙였다. 이때 김정은은 ‘백만송이 장미’를 부르며 스튜디오에 깜짝 등장했다. 이 사실을 몰랐던 유미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김정은은 “결혼한 지 4일 됐다”고 밝히며 “원래 방청객석에 앉아서 불을 키려고 했는데 차태현 씨가 노래를 부르면서 등장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김정은은 지난 달 서울 삼청동의 한 한옥 레스토랑에서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한 가운데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사진=JTBC ‘슈가맨’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순천시, 사회적 경제 배움의 열기 ‘후끈’

    순천시, 사회적 경제 배움의 열기 ‘후끈’

    “막연하게 창업을 생각하다 체계적으로 돈 버는 법을 배우는 것 같아 아주 재밌게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저녁 8시 전남 순천시 중앙동 천태만상 창조센터에서 귀를 쫑긋하게 세우고 강의를 듣고 있는 김모(55)씨는 “처음엔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내용을 열심히 듣고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시가 지난 4월 19일부터 사회적경제에 관심 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사회적 경제 아카데미 기초과정’이 시민들의 열띤 참여 속에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사회적경제 아카데미에는 청년 창업을 준비하는 20대부터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은퇴자까지 다양한 연령층 50여명이 배움의 열정으로 매주 화요일 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다음 달 7일까지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 동안 매주 1회 총 8회에 걸쳐 진행된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이론 강의와 현장 경험을 토대로 쉽고 다양한 내용을 들려준다. 현재 3강까지 진행된 사회적경제 아카데미 기초과정은 사회적경제의 철학적 이해부터 시작해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과정을 수강한다. 또 틈틈이 수강생들의 계획과 포부를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 등 적극적으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철 한국사회적경제 문화연구소장은 “강의를 하러 올 때 이런 분위기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는 수업에도 불구하고 수강생들의 반짝거리는 두 눈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교육에 참여한 수강생 박모(26)씨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젊은이들이 무슨 일을 할지 엄두를 못 내는데 청년 창업의 새로운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 아주 재밌게 수업을 받는다”고 미소지었다. 순천시 관계자는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일자리 창출, 창업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육성에 더 노력하겠다”며 “하반기부터는 장거리 읍면동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맞춤형교육 및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 교육도 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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