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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년 ‘시민의 종’ 서울시 동장의 꿈

    31년 ‘시민의 종’ 서울시 동장의 꿈

    1987년 서울시 9급 공무원 면접시험에서 ‘시민의 종’이 되겠다고 했던 한 공무원이 31년간의 공직생활을 담은 ‘하위직 공무원을 위한 만가’를 냈다. 박성택(61) 전 서울시 공무원은 2019년 서울 중랑구 망우본동 동장으로 정년퇴임 했다. 그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할 당시는 9급 공무원 시험에 나이 제한이 있어 서울시는 33세 이하만 지원 가능했다. 영어와 수학 과목에서 과락(성적이 합격 기준에 못 미치는 일)이 많아 합격자가 모집 인원에 못 미칠 정도였다고 한다. 면접시험에서 퍼블릭 서번트, 시민의 종이란 자세로 봉사하겠다고 하자 면접관은 “시민의 종이라는 생각만으로 공무 수행을 잘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되물었고 그는 순발력 있게 “공무원으로서의 자부심도 가져야 되겠다”고 대처했다. 박 전 동장은 가난한 시골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9급 공무원에서 시작해 5급인 동장으로 10개월 일했으니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동장으로 일하는 동안에도 올챙이 9급 공무원 시절을 잊지 않았다. 직접 계획서를 만들고 실무를 담당하던 습관이 몸에 배어 문서를 결재하고 지시하는 것이 답답했고, 동네 행사에서 동장으로 예우받는 것이 쑥스러웠다고 돌아봤다. 그가 공문서를 만드는 것처럼 한땀 한땀 진솔함을 담아 써내려간 ‘퍼블릭 서번트의 꿈’에는 30여 년 공무원 생활의 웃지 못할 사연이 한둘이 아니다. 그 가운데 압권은 공직 생활 중 단 한 번의 위법 행위를 저지른 사연이다. 1991년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 업무를 담당할 때 주택청약에 당첨된 여성이 전입신고에 세대주를 남편이 아니라 입주 전에 잠시 함께 살던 형부를 썼다가 아파트가 날아갈 뻔한 일이 생겼다. 역시 공무원이었던 이 여성의 남편은 통제구역인 주민등록표 보관실에 박 전 동장을 완력으로 가두고 기간이 지난 이의신청을 해달라고 졸랐다. 결국 박 전 동장은 주민등록표를 다시 작성했는데 공문서 위조를 한 셈이 됐다. 박씨는 당시 사건을 떠올리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당시 부인의 전화를 받고 현장 검사에게 신속한 수색을 부탁한 장면과 연결지었다. 그는 “자기 부인의 실수를 수습하기 위해 공무원을 감금하다시피 해서 뜻을 관철한 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부인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도 바로 끊지 못했다고 후회하는 법무부 장관이 있다”면서 “세상 참 많이도 변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죽음까지 차별… 인간의 권리 평등한가요, 33년 만에 ‘형제복지원 재판’ 눈물바다

    죽음까지 차별… 인간의 권리 평등한가요, 33년 만에 ‘형제복지원 재판’ 눈물바다

    기록상 12년간 513명 사망 일부 암매장故 박인근 원장, 1989년에 무죄 확정 檢 “특수감금 무죄 파기해달라” 요청대법 “신중하게 재판” 새달 선고할 듯“1987년 사건이 만천하에 공개됐지만, 피해자의 호소는 한 지성인의 죽음과 달리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묻습니다. 인간의 권리는 평등한 것인가요?” 15일 오전 대법원 1호 법정(소법정). 형제복지원 원장 고 박인근씨의 특수감금 혐의에 대한 비상상고 사건 재판이 열렸다. 사건이 외부로 알려진 지 무려 33년 만에 그것도 이미 죽은 이의 잘못을 묻는 이례적인 재판이다.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으로 출석한 박준영 변호사는 “이 사건은 피해자들 아픔을 얘기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화면에 띄운 진정서를 읽기 시작했다. 33년 전 피해자가 작성한 진정서다. 진정서에는 “사람을 이렇게 파리 목숨같이 생각하는 이곳을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국민, 모든 시민이 다 알고 공감을 갖게 할 수 있도록 이 사실을 보도해 줬으면 한다”는 절절한 호소가 담겨 있었다. 당시 박종철군 고문 치사 사건에 밀려 형제복지원 사건이 잊혀지는 것에 대한 서러움도 묻어나 있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6년까지 부랑인 수용시설로 운영됐다. 하지만 부랑인이 아닌 시민을 본인 의사에 반해 불법 감금하고 강제 노역과 구타,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무성했다. 복지원 자체 기록에 따르면 12년간 최소 513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원장 박씨는 긴 재판 끝에 1989년 무죄가 확정됐고 생존 피해자들의 고통은 30여년간 지속됐다. 피해자들에게 희망이 생긴 건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2018년 11월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하면서다. 비상상고는 법원의 심판이 법을 어겼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과거 판결에 법령 위반 사실이 인정되면 원 판결을 파기할 수 있다. 죄가 있다고 한들 죽은 박씨에겐 효력이 미치지 않지만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날 검찰 측에서는 고경순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이 출석해 재판부에 “특수감금 무죄 부분을 파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내무부 훈령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명확성의 원칙을 어겨 위법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 부장은 “사건을 하나하나 밝혀내지 못한 채 특수감금 등 일부 범죄로만 기소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법정에 나온 40여명의 피해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박 변호사는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를 어떻게 기억하고 위로하는가에 따라 새로운 기억과 미래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 생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에 대한 사회적 참회”라고 말했다. 재판부도 “이 사건은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고 사회적, 시대적 아픔이 있는 사건”이라며 “대법원으로서도 신중하게 재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르면 다음달 선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인간의 권리, 평등합니까”…형제복지원의 눈물은 뜨거웠다

    “인간의 권리, 평등합니까”…형제복지원의 눈물은 뜨거웠다

    박종철 사건에 밀려 잊혀진 서러움 표출노역·구타로 513명 사망·일부 암매장故 박인근 원장, 1989년에 무죄 확정 檢 “특수감금 무죄 파기해달라” 요청대법 “신중하게 재판” 새달 선고할 듯“형제복지원 실체가 만천하에 공개되던 해는 1987년입니다. 그런데 피해자의 호소는 지성인의 죽음과 달리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묻습니다. 인간의 권리는 평등한 것인가요?” 15일 오전 대법원 1호 법정. 형제복지원 원장 고 박인근씨의 특수감금 혐의에 대한 비상상고 사건 재판이 열렸다. 사건이 외부로 알려진 지 무려 33년 만에, 그것도 이미 죽은 이의 잘못을 묻는 이례적인 재판이다.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으로 출석한 박준영 변호사는 “이 사건은 피해자들 아픔을 얘기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화면에 띄운 진정서를 읽기 시작했다. 33년 전 피해자가 작성한 진정서다. 진정서에는 “사람을 이렇게 파리 목숨같이 생각하는 이곳을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국민, 모든 시민이 다 알고 공감을 갖게 할 수 있도록 이 사실을 보도해 줬으면 한다”는 절절한 호소가 담겨 있었다. 당시 박종철군 고문 치사 사건에 밀려 형제복지원 사건이 잊혀지는 것에 대한 서러움도 묻어나 있었다. 법정은 이내 눈물바다가 됐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약 3만 8000명의 부랑인들이 수용됐던 전국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이다. 수용자 대부분은 본인 의사에 반해 불법 감금된 시민들로 강제 노역과 구타 끝에 최소 513명이 사망했다. 일부는 암매장됐다. 그러나 원장 박씨는 1989년 무죄가 확정됐고 생존 피해자들의 고통은 30여년간 지속됐다. 피해자들에게 희망이 생긴 건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2018년 11월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하면서다. 비상상고는 법원의 심판이 법을 어겼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과거 판결에 법령 위반 사실이 인정되면 원 판결을 파기할 수 있다. 죄가 있다고 한들 죽은 박씨에겐 효력이 미치지 않지만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날 검찰 측에서는 고경순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이 출석해 재판부에 “특수감금 무죄 부분을 파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내무부 훈령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명확성의 원칙을 어겨 위법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 부장은 “사건 하나하나 밝혀내지 못한 채 특수감금 등 일부 범죄로만 기소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법정에 나온 40여명의 피해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박 변호사는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를 어떻게 기억하고 위로하는가에 따라 새로운 기억과 미래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 생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에 대한 사회적 참회”라고 말했다. 재판부도 “이 사건은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고 사회적, 시대적 아픔이 있는 사건”이라며 “대법원으로서도 신중하게 재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르면 다음달 선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서울포토]입장문 발표하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

    [서울포토]입장문 발표하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1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원장 고 박인근 씨의 특수감금 혐의에 대한 비상상고심 첫 번째 공판에 참석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 10. 15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靑, CCTV 영상 제공 거부” 보도 후… 文대통령, 수사 협조 지시

    “靑, CCTV 영상 제공 거부” 보도 후… 文대통령, 수사 협조 지시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라임·옵티머스 로비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지시한 것은 권력형 비리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청와대를 향한 의구심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사태가 길어질수록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역 없는 수사’를 하더라도 청와대 고위급이 연루되는 일은 없으리라는 판단을 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지시는 라임·옵티머스 의혹에 대한 문 대통령의 첫 언급이다. 전날 ‘라임 의혹과 관련해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가 청와대에서 강기정 전 정무수석을 만난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요청했다’는 보도를 보고받은 뒤 나왔다. 당초 청와대는 “출입기록은 법률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대통령 지시로 입장을 바꿨다. 다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청와대에 대한 지시다. 검찰 수사에 어떻게 일일이, 법무부와 검찰에 청와대가 개입을 하겠는가”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강 전 수석이 이 대표를 만난 지난해 7월의 CCTV는 보존기한(3개월)이 지나 검찰이 요청한 시점(지난 7월)에는 이미 폐기됐었다. 사실상 청와대가 협조할 부분은 출입기록 정도다. ‘옵티머스 의혹’에 연루된 이모(36)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 대한 자료 요청 가능성도 있지만, 청와대를 나간 지 4개월여가 지나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의혹의 핵심으로 거론된 윤석호(43·구속기소) 옵티머스 이사의 아내인 이 전 행정관이 지난해 10월 인사검증을 뚫고 청와대에 들어간 배경과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고위공무원단(1~3급)이 아니면 검증에 한계가 있다”면서 “경력과 전과, 세평 등은 체크하지만 본인과 남편 재산까지 훑을 수는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제기되는 의혹들은 금융감독 당국 조사를 막거나 유예하도록 해야 설득력이 있는데 금융감독원에 영향을 미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직속상관은 이광철 민정비서관이다. 둘은 2018년 무죄 판결이 난 ‘국가정보원 댓글 직원 감금사건’에서 강 전 수석 등을 변호했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무감사원장 시절 감사위원이던 이 전 행정관과 함께 일했다. 그가 임명되기 두 달 전 민정비서관에서 물러난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그를 전혀 모른다”면서 “내가 나올 땐 인사검증 얘기도 없었다”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발달장애인 신체 사진 유포 협박해 돈 갈취 ‘악질범’ 기승

    발달장애인 신체 사진 유포 협박해 돈 갈취 ‘악질범’ 기승

    지난 3월 중증 지적장애인 안모씨는 연애 등을 목적으로 하는 한 채팅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해 A씨를 알게 됐다. 그리고 둘은 카카오톡으로 옮겨 대화를 이어 갔다. 그러자 A씨는 안씨에게 성관계 얘기를 꺼내며 먼저 벗은 몸 사진을 안씨에게 보냈다. 그리고 안씨에게 신체 사진을 촬영해 자신에게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안씨는 이를 의심 없이 받아들였고 자신의 벗은 몸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A씨에게 보냈다. 그러자 A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안씨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3만원을 요구하더니 그다음엔 10만원을 보내라고 했다. 안씨가 이를 거절하자 A씨는 안씨가 전송한 신체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겁을 먹은 안씨는 A씨에게 자신의 통장 계좌번호와 카드번호 및 각각의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일체의 개인정보를 알렸다. 안씨는 또 은행 2곳에서 총 1400만원을 대출해 전달했다. 이후 A씨는 안씨에게 자신과의 카톡 대화 내용을 삭제하도록 강요했다. 범행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안씨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친구에게 알린 뒤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경찰에 형사입건돼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안씨는 “대출금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했다. ●작년 발달장애인 학대 사례 680건 지적·자폐성 장애인인 발달장애인을 노리는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장애인 학대 사례 가운데 10건 중 7건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이 의사 결정 등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피해를 당하고 있더라도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범행 대상으로 쉽게 노출되고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등록장애인은 261만 8918명이며 이 중 발달장애인은 24만 1614명으로 전체 등록장애인의 9.2%를 차지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2018년 처음 발간한 ‘장애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학대 의심 사례(1835건) 중 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889건이다. 이 중 발달장애인 학대 사례가 70.4%(626건)를 차지할 만큼 가장 많았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에 대한 신체적·정신적·정서적·언어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 경제적 착취, 유기 또는 방임을 장애인 학대로 정의하고 이를 범죄로 규정한다. 장애인 학대 사건은 지난해 더욱 늘었다. 지난해 장애인 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전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접수한 학대 의심 사례(1923건) 중 945건이 학대 사례로 판정됐다. 물론 이 가운데 발달장애인 학대 사례는 72.0%(680건)였다. 발달장애인 학대 사례만 놓고 봐도 지난해 발생 건수(680건)는 2018년 발생 건수(626건)와 비교해 8.6% 늘었다. 학대 유형별로 보면 지난해 기준 여러 학대가 동시에 일어나는 중복 학대(244건·25.8%) 다음으로 경제적 착취(231건·24.4%)가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일선에서도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학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앞선 안씨의 피해 사례처럼 가해자가 피해 장애인에게 신체 사진을 요구하여 명의 도용 등의 방법으로 돈을 갈취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채팅 앱 통해 접근해 신체 사진 요구 중증 지적장애인 김모씨는 지난해 5월 같은 복지관을 다니며 알게 된 송모씨로부터 B씨와의 채팅을 권유받았다. 앞선 사례의 안씨처럼 김씨도 친밀감을 형성한 B씨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신체 사진을 B씨에게 전송했다. 이후 B씨는 김씨의 신체 사진을 유포할 것처럼 김씨에게 겁을 주면서 80만원을 송금하라고 했다. 혼란에 빠진 김씨는 송씨에게 도움을 청했고, 송씨는 김씨에게 광주시로 가서 돈을 벌자고 말했다. 그런데 김씨는 광주에 가서 또 다른 범죄 피해를 당했다. 송씨는 김씨에게 두 명의 협박범을 소개하며 ‘말을 듣지 않으면 장기를 팔 것이다’라는 식으로 김씨를 협박했다. 협박범들은 김씨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여관에만 머무르게 해 김씨를 사실상 감금했다. 또 김씨를 데리고 다니면서 김씨 명의로 고가의 휴대전화 4대를 개통했다. 김씨는 나중에 경찰에 의해 발견돼 가까스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피해는 끝나지 않았다. 김씨의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의 미납부 할부금 약 800만원을 김씨가 내야 할 판이다. 그러나 김씨는 현재 직업이 없고, 가해자들은 자취를 감췄다. 김씨를 대리해 통신사 2곳을 상대로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청구한 유창진 변호사(법무법인 명천)는 “각 계약서는 김씨의 관여 없이 협박에 의해 무단으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김씨는 혼자 계약서를 쓴 적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서 “그럼에도 통신사들은 각 계약의 유효함을 근거로 김씨에게 채무 변제를 독촉하고 있고, 일부 채무에 대해 추심업체에 넘겨 채무 독촉을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은 의사소통이나 판단 또는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어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그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한다. 가족이나 또래 친구, 교사 등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경험으로 인해 상대방이 관심을 보이면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친밀한 관계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고, 문제 제기를 했다가 주변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피해 사실을 침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8년 12월 발간한 ‘장애인 범죄피해 실태와 대책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장애인 피해 범죄 1302건 중 재산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14.4%(187건)였다. 성폭력범죄(615건·47.2%), 폭력범죄(301건·23.1%)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특히 재산범죄 중 사기(145건·77.5%) 유형이 가장 높았다. 아울러 재산범죄는 상습적이었다. 강력범죄와 성폭력범죄, 폭력범죄 등은 피해 경험이 1회인 경우가 가장 많았으나 노동력 착취와 재산범죄는 ‘5회 이상’인 경우가 최다일 정도로 상습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국장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들도 대부분 명의 도용 피해를 경험했다”면서 “지적장애인들을 유인해 염전주에게 알선한 직업소개소가 피해자들에게 신분증을 맡기라고 한 다음 피해자들 명의로 통장을 여러 개 개설해 나중에 피해자들이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된 일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채무불이행자가 되면 일자리를 구해도 임금이 모두 압류될 수밖에 없다. ●장애인 전담경찰관 제도 유명무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학대를 막으려면 금융기관 종사자를 장애인 학대 신고의무 대상자에 추가해야 한다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 국장은 “미국 등 해외에서는 장애인 통장에 있는 돈 전액이 인출되거나 타인 계좌로 이체되는 등 장애인 계좌 내역에 갑작스러운 변동이 생기는 경우를 학대 징후로 보고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장애인 사용 계좌에서 이런 의심스러운 거래 행위가 발견됐을 때 금융기관 종사자가 수사기관 또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전문성 강화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형사정책원구원 연구진은 “발달장애인 전담경찰관 제도가 운영 중이기는 하나 실제 전담경찰관에게 장애인 사건이 배정되는 예는 많지 않고, 전담경찰관이 잦은 보직 변경으로 전문성을 쌓을 시간도 없이 교체되는 경우가 많아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면서 “장애인을 조사한 경험이 부족한 수사관이 배정되는 경우 장애인과 수사관 모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훈련을 받은 수사관이 장애인 조사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수사기관 내에도 장애인 전담부서를 신설해 효과적인 조사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기소유예’ 성매매 태국여성, 헌재서 구제받아

    ‘기소유예’ 성매매 태국여성, 헌재서 구제받아

    성매매 피해를 주장한 외국인 여성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기소유예 처분한 검찰 결정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태국인 여성 A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6월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기 위해 한국에 입국했다가 취업 알선자 등으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200만원의 소개비를 갚을 방법이 없던 A씨는 결국 네 차례 성매매를 했다. 이후 A씨는 알선자에게 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200만원을 변상하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원룸에 감금됐다. 하지만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A씨를 성매매 알선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이에 A씨는 “성매매 피해자에 해당돼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성매매 과정에서 알선자 등의 직접적 협박이나 A씨의 적극적 거부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서 자발적 성매매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성매매 직후 방콕행 항공권을 전달받고 출국하려다 감금된 점, 마사지 업소 주인이 A씨를 인신매매의 피해자로 인정한 점 등도 헌재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속아서 마사지업소 취업” 검찰, 성매매 인정…헌재의 판단

    “속아서 마사지업소 취업” 검찰, 성매매 인정…헌재의 판단

    검찰이 ‘성매매 알선 혐의’ 인정한 태국여성“기소유예 처분 취소해달라” 헌법소원 청구헌재, 인용 결정…“평등권·행복추구권 침해” 성매매 피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성매매 알선 혐의를 인정한 검찰의 처분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태국인 여성 A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태국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기 위해 취업 알선자가 보내준 항공권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그러나 알선자를 따라간 곳은 태국 마사지 업소가 아니었다. 성매매가 이뤄지는 퇴폐 마사지 업소였다. 알선자는 A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했고 소개비를 갚을 다른 방법이 없던 A씨는 결국 네 차례 성매매를 했다. A씨는 마사지 업소 주인과 알선자로부터 소개비 200만원을 성매매 1회당 4만원으로 계산해 50회까지 채워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으나 소개비를 줘야한다는 알선자의 말에 동의하고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A씨의 성매매 알선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은 피해자라며 처분에 불복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A씨의 경제적 여건, 언어장벽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알선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고 해서 자발적 성매매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A씨가 성매매 직후 방콕으로 출국하려다가 알선자에게 잡혀 감금된 점, 마사지 업소 주인이 A씨가 ‘인신매매 피해자’임을 인정한 점 등에 비춰 성매매 피해자라는 A씨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런 정황을 무시하고 A씨의 범죄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이는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수사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이 성매매 피해자임을 적극적으로 주장했으므로, 검사는 A씨가 성매매 피해자가 아니라고 증명할 자료를 수사했어야한다”면서 “검사가 추가적인 수사 없이 청구인의 성매매알선법 혐의를 인정하고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중대한 수사미진 및 증거 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곤란하고 법 제도에 대한 이해 및 접근성이 낮은 외국인 여성”이라며 “알선자 등의 직접적인 협박이나 A씨의 적극적인 거부가 없더라도 성매매 여부를 자유의사로 선택했다고 보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또 “일련의 행위들은 외국인 여성으로서의 취약성을 이용해 그 자유 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해 위력으로 성매매를 강요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디즈니 ‘뮬란’ 논란에 “중국 촬영 분량은 78초, 뉴질랜드서 찍어”

    디즈니 ‘뮬란’ 논란에 “중국 촬영 분량은 78초, 뉴질랜드서 찍어”

    중국의 전설적 여전사를 그린 영화 ‘뮬란’을 제작한 미국 월트 디즈니사가 중국 공산당과 협력했다는 비판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 디즈니가 위구르족의 인권을 탄압하는 중국 신장 지역 정부와 협력했다는 비난에 영화 촬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디즈니 영화 스튜디오 대표인 숀 베일리는 지난 7일 영국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중국에는 모든 외국 영화 제작업체가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규제가 있다”면서 “외국 회사들은 단독으로 중국에서 일할 수 없고, 모든 영화 내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중국 회사와 함께 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뮬란’은 1998년 제작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로 다시 만들었으며, 디즈니플러스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미국에서 약 30달러의 가격에 공개됐다. 영화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뮬란’의 제작진은 신장지역의 공산당 부서와 위구르족 수용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투루판 공안국에 감사 표현을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들은 중국으로부터 분리 독립 운동을 벌인다는 이유로 수용소에 감금되어 인권 탄압을 받는다는 것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주장이다. 이러한 논란에 영국 하원의원인 이안 던컨 스미스와 상원의원 헬레나 케네디는 디즈니사에 편지를 보냈고, 스미스 의원은 디즈니사의 답장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했다. 디즈니는 ‘뮬란’이 1500년전 중국 고대 설화에 기반한 것으로 여성의 힘을 찬영하는 영화라며, 중국 신장 자치구에서의 촬영 분량은 영화에 단지 78초만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 지역의 드라마틱한 사막 풍광과 역사적인 실크 로드를 담기 위한 것으로 영화는 대부분 뉴질랜드에서 촬영됐다고 디즈니사는 강조했다. 또 중국은 ‘뮬란’의 촬영 허가를 2017년 내줬고, 이는 미국이나 영국 정부가 신장 지역에 대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기 전이라고 덧붙였다. 디즈니의 베일리 대표는 이어 “영화는 중국 지방정부로부터 어떤 영향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뮬란’은 미국 외 지역에서 6680만 달러(약 770억원)의 수익을 거뒀으며 이의 3분 2는 중국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해 디즈니의 또 다른 실사영화 ‘라이온 킹’도 중국에서만 1억 1600만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우리 동네 이거 알아?] 남영동에서 민주와 인권을 생각하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민주인권기념관이 지난달 말 재개관했습니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지 수개월 만이네요.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운영을 재개한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그동안은 온라인과 VR(가상현실)로만 관람객을 맞이했습니다. 민주인권기념관은 지하철 1호선 남영역 뒷골목에 위치했습니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새롭게 꾸민 곳입니다. 서슬 퍼렇던 박정희 정권 말기, 1976년 건립 이후 치안본부 대공수사 기관으로 악명을 떨쳤지요. 공식 기록으로 알려진 고문 피해자만 384명에 달합니다. 이곳이 일반에 알려진 건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때문입니다. 당시 대공분실 위장 명칭은 ‘OO해양연구소’라고 하네요. 경찰 측은 “턱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는 궤변을 늘어놨습니다. 하지만 곧 진상이 드러났고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지요. 영화 ‘1987’에서 당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6·10 민주항쟁 33주년인 지난 6월 10일, 이곳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민주인사들이 독재와 폭력의 공간을 민주화 투쟁의 공간으로 바꿔냈다”며 “이제 남영동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주주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인권기념관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 사이에 개관합니다. 현재는 국가보안법을 주제로 한 특별전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을 운영 중입니다.
  • [단독] 가족에게 뜯기는 노인 55만명

    [단독] 가족에게 뜯기는 노인 55만명

    돈·부동산 털린 고령층 급격히 증가피해 알고도 가족 상대로 신고 꺼려WHO “노인인구 6.8% 착취 경험”금융위, 피해규모 제대로 파악 못해 ‘동생이 무섭다. 자식에게 가고 싶다.’ 노인의 삐뚤빼뚤한 서체에서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청각장애인 윤석진(73·가명)씨가 여동생 눈을 피해 써 내려간 문장이다. 그는 지난해 6월 납치당하듯 동생의 집으로 끌려갔다. 고령 탓에 인지·판단 능력이 떨어진 윤씨는 저항 한번 못하고 1년간 갇혀 지냈다. 동생은 지난해 12월 윤씨의 토지 800㎡를 자기 이름으로 옮겨 놨다. 1억 2000만원(공시지가 기준)짜리 땅은 윤씨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주인이 바뀌었다. 동생의 착취가 꼬리를 밟힌 건 지난 5월이었다. 동생은 오빠 윤씨를 데리고 서울 한 구청에 장애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하러 갔는데 복지정책과 직원이 윤씨의 실종 접수 사실을 인지해 두 사람을 떼어놓았다. 이후 필담을 나눠 동생의 범행을 확인했다. 윤씨는 다시 자녀의 품으로 돌아갔고, 경찰은 동생을 감금과 노인 학대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윤씨가 겪은 ‘경제적 착취’의 비극은 힘없는 노인이라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인지·판단력이 떨어지면 착취의 대상이 되기 쉽다. 범인은 형제자매나 아들·딸, 며느리, 사위, 친척, 간병인 등 주로 노인 곁에 있는 이들이다. 일선 복지 현장에서는 7일 “가족 등에게 돈이나 부동산을 빼앗기는 고령층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심각한 현장 분위기와 달리 정부는 경제적 착취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지난해 접수하거나 상담한 피해 건수는 426건뿐이었다. 이 숫자가 현실을 온전히 반영한다고 믿는 전문가는 없다. 금융위원회도 고령층 금융 착취를 막겠다며 ‘노인금융피해방지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노인 피해자가 매년 몇 명쯤 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해자가 가족이나 지인인 사례가 많다 보니 피해 본 노인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신문이 인터뷰한 착취 피해 노인들은 “자식이 가져간 돈을 갚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거나 “늙은이를 돌봐 준 대가”, “내가 돈을 빼가라고 했다”며 가해자를 오히려 감쌌다. 딸이 명의를 도용해 대출받는 바람에 2000만원의 빚을 지게 된 한 할머니는 전화 인터뷰 도중 “내 새끼 흉보는 건 못하겠다”며 끊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의 노인학대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 학대 가해자는 아들(44.9%), 딸(12.2%), 배우자(11.5%) 등 친족인 경우가 10건 중 8건이었다. 이 때문에 ‘학대를 당해도 참는다’고 답한 비율이 36.3%나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노인인구의 약 6.8%가 경제적 착취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우리나라(노인인구 815만명)에 적용하면 55만명 정도가 착취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급속한 고령화 속도나 부실한 예방체계 등을 감안하면 서둘러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ikik@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보험·은행·증권사 등의 불완전 판매, 보이스피싱·유사수신 등 범죄, 금융사가 고령 고객에게 금리 등 불합리한 조건 제시하는 행위, 유사투자자문사의 위법한 투자 자문 행위 등을 취재해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고령층을 기만하는 각종 행위를 경험하셨거나 직간접적으로 목격하셨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영국,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가능성

    영국,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가능성

    정부·야당의원 “중국, 위구르족 탄압 말라” 영국 정부가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 의혹을 이유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불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이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있는 무슬림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억누른다며 보이콧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라브 장관은 “심각하고 지독한 인권탄압의 증거가 있다는 게 명백하다”며 “일반적으로 말하면 체육을 외교, 정치와 따로 보는 게 내 본능이지만 그게 불가능할지도 모를 지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증거를 수집하고 국제사회의 파트너들과 공조하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추가 조치가 무엇이 있는지 다함께 검토해보자”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영국은 첫 올림픽이 개최된 이후 단 한 차례도 올림픽 참가를 거부한 적이 없다. 독일 나치 정권 하에서 개최된 1936년 베를린 하계 올림픽, 소비에트연방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이어 열린 1980년 모스크바 하계 올림픽 때에도 영국은 대회에 참가했다. 영국 야당인 노동당 의원에게서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불참 검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레이엄 스트링어 의원은 라브 장관에게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때 마거릿 대처(당시 영국 총리)의 문제를 다시 알려주고 싶다”며 “대처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이 같은 행보는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 의혹을 둘러싼 서방의 압박이 노골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영국은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다른 38개국과 함께 유엔에서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국가는 “신장에 있는 거대한 정치적 재교육 캠프의 존재를 심각히 우려한다”며 “거기에 100만명이 넘는 이들이 임의로 감금돼 있다는 신뢰할 만한 보고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라브 장관은 위구르족에 대한 감금, 차별 대우, 인구 증가 억제를 위한 불임 강요 등은 영국이 단순히 외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사안이 국제사회를 이끌어가는 일원에게 부여되는 책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가 중국에 분명하게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라브 장관은 윌리엄 왕세자에게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불참하라고 조언하겠느냐는 말에 “그런 것은 (위구르 인권 탄압에 대한) 증거를 검토하고 국제사회 파트너들과 공조하는 절차를 확대하면서 어떤 추가 결정이 나오든 간에 필연적으로 나타날 결과”라고 말했다. 중국은 위구르 탄압설을 강력한 어조와 함께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류샤오밍 영국 주재 중국대사도 신장 지역의 인권탄압 의혹을 “세기의 거짓말들”이라며 일축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여행 가방에 아이 가둬 살해” 의붓엄마 항소심, 다음달 시작

    “여행 가방에 아이 가둬 살해” 의붓엄마 항소심, 다음달 시작

    동거남의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40대 여성의 살인 등 혐의 사건 2심이 오는 11월 시작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오는 11월 11일 오전 10시 316호 법정에서 살인·아동복지법상 상습 아동학대·특수상해죄 피고인 성모(41)씨 사건 항소심 첫 공판을 연다. 성씨는 지난 6월 1일 정오쯤 천안 자택에서 동거남의 아들 B군을 가로 50㎝·세로 71.5㎝·폭 29㎝ 크기 여행용 가방에 약 3시간 감금했다가, 다시 4시간 가까이 가로 44㎝·세로 60㎝·폭 24㎝의 더 작은 가방에 가둬 결국 숨지게 했다. 기소 당시 검찰은 성씨가 피해자인 9세 아동을 가방 2개에 잇따라 감금한 뒤 위에 올라가 짓누르거나 안으로 뜨거운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불어 넣고, 가방 속에서 움직임이 잦아든 피해자에 대해 적극적인 구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채대원 부장판사)도 지난달 16일 “아이에 대한 동정심조차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분노만 느껴진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성씨에 대해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성씨는 “살인 고의성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주장과 함께 양형 부당을 이유로 변호인을 통해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에서 “피고인을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한 검찰 역시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취지로 항소장을 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량을 요구할 전망이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데이트폭력으로 매년 9500명 검거…살인·살인미수 200여건

    데이트폭력으로 매년 9500명 검거…살인·살인미수 200여건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4년간 4만3046명이 데이터폭력으로 검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간 9566명, 하루 평균 26명이 데이트폭력으로 검거 됐다는 것이다. 경찰청 현황 자료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실에 제공)에 따르면 지역별 데이트폭력 검거 현황은 서울이 1만798명으로 (전체의 25%) 1위였고, 경기가 9010명(20.9%),인천 3758명(8.7%),부산 2524명(5.9%),경남 2433명(5.7%) 순으로 많았다. 데이트폭력 유형을 보면 폭행·상해가 3만1304명으로 72.7%에 달했고 감금·협박·체포 등이 4797건으로 11.1%,성폭력 571건,살인미수 144건, 살인 69건으로 나타났다. 지역·범죄유형별 검거 순위를 보면 폭행·상해는 서울·경기·인천, 감금은 경기·서울·인천, 살인은 경기와 서울·경남,살인미수는 경기·서울·경남,성폭력은 서울·경기·대전 순 이었다. 2019년 대비 2020년 상반기 데이트폭력 검거인원은 4273명으로 1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러아 대전(15.2%)과 대구(11.1%)는 전국적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증가했다. 소병훈 의원은 “데이트폭력은 연인이라는 관계성 뒤에 숨어 거리낌 없이 행해지는 범조”라면서 “데이트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피해자와 주변인의 적극적 신고를 유도할 수 있는 관계당국의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우리 학교 교감 선생님인데?” 日여학생 납치·감금한 교감

    “우리 학교 교감 선생님인데?” 日여학생 납치·감금한 교감

    일본서 10대 여학생을 납치· 감금한 혐의로 체포된 범인이 중학교의 교감인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일본 외신에 따르면 후지시에 거주하는 교원 A씨(53)를 10대 여학생을 납치·감금한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놀랍게도 A씨는 누마즈시립중학교의 교감이었다. 후지시에 거주 중인 53세 남성 A씨는 미성년자유괴 혐의로 체포됐다. A씨는 지난달 말 시즈오카 동부에서 10대 여학생을 차에 태워 유괴하고 차 안에 감금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에게서 별다른 상처는 발견되지 않았다. 피해자의 부모가 “딸이 귀가를 안했다”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용의자와 피해자와의 관계를 아직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가방감금·라면형제’ 막기위한 아동학대 방지 예산 40% 증액

    ‘가방감금·라면형제’ 막기위한 아동학대 방지 예산 40% 증액

    최근 천안 가방 감금 사건과 인천 라면 형제 사건 등 아동학대 및 방치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정부가 관련 예산을 40% 증액한다.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을 더 빨리 찾아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강화한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아동 학대 예방·보호 예산을 올해 347억원에서 내년 485억원으로 40% 증액했다. 이번 4차 추가경정예산에서 47억원도 더 늘렸다. 해당 예산은 사각지대에 방치돼 학대받는 아이들을 발견하고 조치를 취하는데 쓰인다. 재정 당국 기재부와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와 경찰·법무부 등이 공동 대응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먼저 복지부는 ‘e아동행복 지원시스템’을 개편해 위기 아동 예측률을 높이기로 했다. 이는 과거 부처별로 관리되던 아동·청소년 정보를 복지부에서 일률적으로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한다. 또한, 위기 아동을 찾아내는 시스템은 공공화한다. 기존에는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민간 영역에서 진행했지만, 이제는 해당 업무를 지자체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수행해 조사의 강제성을 높인다. 이에 따라 민간에서 학대·방치 여부를 조사할 때 부모가 조사를 거부하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는 118개 시군구에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추가 배치해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담당하게 할 예정이다. 내년에 배치하기로 했던 아동보호전담요원은 이번 추경 예산을 투입해 투입 시기를 올해로 앞당기기로 했다. 올해와 내년에 각각 53명, 281명을 순차 투입해 보호자가 없거나 학대·빈곤 등 사유로 방치된 아동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 이 외에도 내년에는 학대피해아동쉼터(76→86곳)과 아동보호전문기관(71→81곳)이 늘어난다. 학대 아동 상담실 개선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심리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도 예산을 투입한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유상호 경기도의원 연천 가정폭력상담소 애로사항 청취

    유상호 경기도의원 연천 가정폭력상담소 애로사항 청취

    경기도의회 유상호(더불어민주당·연천) 도의원은 지난 28일 경기도 연천상담소에서 연천가정폭력상담소 소장으로부터 상담소 운영과 홍보에 대한 애로사항을 청취했다고 29일 밝혔다. 유 도의원실에 따르면 연천가정폭력상담소는 지난해 7월에 설립해 3명의 직원이 자원봉사로 가정폭력사건 피해자 지원과 상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상담소 측은 “일상 생활에서 자신도 모르게 행해지고 있는 경제적·정서적·신체적 폭력으로 무시, 물건 던지기, 억압 욕설, 의심, 감금 등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작은 행동들도 폭력이 될 수 있다”면서 “교육과 상담을 통해 폭력을 예방하고 인간을 존중하고 건강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연우 상담소장은 “사설기관으로 자원봉사로만 운영하다보니 인력과 정보 부족이 생겨 관계 기관의 연계와 협조가 어렵고 홍보 또한 부족해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며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유 도의원은 “어려움 속에서도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애쓰고 있는 관계자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다”면서 “피해자들의 정서 치유와 회복을 위해 예술 공연과 연극 등 문화 행사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회 회의 방해죄’ 판례 없는데,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

    ‘국회 회의 방해죄’ 판례 없는데,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

    “민의의 전당으로서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국회는 주요 쟁점사항이 있을 때마다 의사를 관철시키거나 저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부적절한 행태를 보여왔다. (중략)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국회 회의장 건물 안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관한 처벌을 강화하고, 폭력 행사로 처벌받은 자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등 국회 폭력을 강력하게 제재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2012년 7월 20일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국회 폭력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에 적혀 있는 법안 제안 이유입니다.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2013년 7월 2일 ‘국회 회의 방해 금지’ 의무 조항과 ‘국회 회의 방해죄’ 조항 등이 신설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13년 8월 13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국회 파행 요인 중 하나였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및 각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합의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도록 하고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패스트트랙) 절차를 도입한 국회법(2012년 5월 25일 개정)과 함께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선진화법 제정 취지가 무색하게 지난해 4월 국회 안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4당(당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제도 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과 관련한 법안을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국당은 이를 막기 위해 국회 회의장과 법안을 접수하는 의안과를 점거했습니다. 회의 개최와 법안 제출 저지에 나선 한국당과 이 저지선을 뚫으려고 한 민주당 사이에서 결국 물리적 충돌히 발생했고, 이 사건으로 올해 1월 기준 현직 국회의원 총 28명(한국당 23명, 민주당 5명)이 기소됐습니다. 국회법에 명시된 국회 회의 방해죄 조항(제166조) 문언을 보겠습니다.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 체포·감금, 협박, 주거침입·퇴거불응, 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런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 집행을 방해한 사람은 징역 5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일 유형력 행사 유형이 사람을 상해한 경우,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을 폭행하거나 재물을 손괴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징역 7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이 조항을 위반하여 최소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면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이 경과할 때까지 피선거권은 박탈, 즉 공직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습니다.’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기소될 때 국회 회의 방해죄(국회법 위반)가 적용된 사람들은 보좌진을 제외하면 옛 한국당의 황교안 전 대표 1명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포함한 전·현직 의원 22명 등 총 23명입니다. 검찰이 국회 회의 방해죄로 의율해 기소한 사건은 이 사건이 처음입니다. 때문에 법원도 이런 종류의 사건을 심리하는 일이 처음입니다. 이 사건 담당 재판부 입장에서는 심리 과정에서 검토할 선례(국회 회의 방해죄로 기소돼 법원의 판단을 받은 사건)가 없는 것이지요. 이렇게 판례가 없는 사건을 심리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들에게 물었습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먼저 법률에 사용된 문언이 갖고 있는 의미를 충실하게 해석하고, 그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해당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및 제·개정 연혁 등을 고려한다”면서 “만일 문언에 적힌 범죄의 구성요건이 애매한 경우에는 국회에서 그 문언이 들어간 법을 만들 때 어떤 취지와 목적으로 만들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회 회의록을 참고한다. 또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참고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장판사 출신의 다른 변호사도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대해 우선 생각을 한 뒤에 사건을 구성하는 사실관계가 그 문언에 포섭되는지를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두 변호사는 “비록 선례는 없지만 재판부가 국회 회의 방해죄 사건을 심리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밝혔습니다. 국회법 제166조 문언이 구체적이고, 또 이 문언을 구성하는 각 범죄 유형들에 대한 판례는 “차고 넘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첫 번째 변호사는 “입법 취지와 목적을 굳이 보지 않아도 될 만큼 문언이 구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변호사는 “폭행, 체포·감금, 협박, 주거침입·퇴거불응, 재물손괴 등의 폭력행위는 이미 형법에 명시된 범죄 유형들”이라면서 “국회 회의 방해죄 조항으로 의율된 사건이 그동안 없었다는 의미에서만 선례가 없을 뿐이지 이 조항 문언에 명시된 유형력 행사로 형사처벌된 판례는 무궁무진하다. 재판부가 이 사건을 심리하는데 법률 검토 면에서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옛 한국당 쪽 변호인단은 지난달 21일 열린 첫 공판에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절차 자체가 부당하고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변호인단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불법 사보임’(바른미래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을 패스트트랙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제한 일)에서 시작된 국회에서의 불법 상황에 맞선 정당행위였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법(국회법)에서 정한 330일(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데 걸리는 최장기간)의 숙려기간도 충분히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이렇게 소수의 의견이 묵살되고 있는 현실에서 제1야당이 가만히 있는 것은 저희의 직무를 포기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회의실·의안과 등에서 한국당 의원·당직자들을 폭행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폭행)로 기소된 민주당 전·현직 의원 5명의 변호인들도 지난달 23일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쪽 변호인단은 “이 사건의 본질은 한국당이 물리력을 동원하여 국회의원의 직무인 회의 개최와 법안 제출을 막은 사건이라는 점“이라면서 “의원으로서 정당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벼운 충돌이 있었다고 해도 이를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이 사건에 대해 앞으로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할지 계속 지켜볼 일입니다. 부디 이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국회 안에서의 폭력 행위를 근절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인질 외교’를 통해 상대를 압박하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인질 외교’를 통해 상대를 압박하는 중국

    중국의 ‘인질 외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방송국(CCTV)의 영어방송채널 중국국제방송(CGTN)의 중국계 호주인 유명 앵커가 별다른 이유 없이 중국에서 구금된 지 1개월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청레이(程雷·49) CGTN 앵커의 구금 사태 계기로 “중국의 ‘인질 외교’ 위험성과 이중 국적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이 부각되고 있다”고 지난 21일 보도했다. 청레이는 8월 중순부터 중국에 구금돼 주거 감시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금 이유는 즉각 공개되지 않고 있다. SCMP는 청레이 앵커가 중국계 호주 소설가겸 시사평론가인 반체제 인사 양헝쥔(楊恒均)을 접촉했다고 전했다. 주거 감시는 공식적으로 체포나 기소되기 전까지 변호사 없이 최대 6개월 간 지정된 장소에서 가두는 구금의 한 형태다. 중국에서 태어난 청레이는 10살 때 박사과정을 밟는 아버지를 따라 호주 멜버른으로 이주했다. 멜버른에서 금융 관련 일을 했던 그는 2000년 자신의 2개 국어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중국으로 귀국해왔고 2003년부터 CCTV 영어채널에서 언론인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9년 간 미국 경제매체 CNBC의 베이징 특파원을 일하다가 2013년 CGTN에 들어가 ‘글로벌 비즈니스 쇼’의 진행해 왔다.양헝쥔은 지난해 1월 18일 부인과 자녀 등 가족과 함께 미 뉴욕에서 출발해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 도착한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광저우를 경유해 상하이에 있는 친척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중국 외교관 출신인 양헝쥔은 시드니 기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0년 호주 국적을 취득했다. 소설가인 그는 중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유명 블로거이자 호주와 미국에서 중국 공산당 체제를 비판하고 민주화 개혁을 주장해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중국계 청년들이 성화 봉송을 명분으로 내세워 중국 국기 오성홍기(五星紅旗)를 들고 호주 수도 캔버라에서 시위를 벌이자 중국이 호주 내정에 간섭하는 증거라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이중 스파이를 주제로 한 소설 ‘치명적 약점‘(Fatal Weakness)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2011년 3월에도 중국을 방문했다가 일시 억류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두 사람의 구금 사건은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중국과 호주관계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호주가 ▲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조사 요구 ▲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의 5세대 이동통신(5G) 인프라 배제 ▲ 코로나19 발원지 조사 요구 ▲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공동성명 발표 ▲ 미군의 남중국해 군사훈련 참여 등으로 중국을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에 중국은 ▲호주산 쇠고기 수입 금지 ▲ 호주산 보리 고율 관세 부과 ▲ 호주 관광 자제 ▲ 호주산 화신 반덤핑 조사 등 경제 분야로 보복조치를 취했다. SCMP는 청레이의 구금은 수개월 간 이어진 중국과 호주의 갈등 시기에 이뤄진 만큼 앞으로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주 정부는 양헝쥔과 청레이의 구금 사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이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 정부는 중국 출신 호주 시민권자에 대한 호주 정부의 영사 서비스 접근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발표하며 일축했다. 현재 호주에 거주하는 중국계 시민은 120여만 명이고 이중 41%가 중국에서 태어났다. 캐나다 싱크탱크인 맥도널드-로리에의 찰스 버튼 선임 연구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국이 외국인 구금을 외교 전술로 활용한다”고 지적했다.중국의 인질 외교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구 국가들에 대해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카드로 줄곧 이용해 왔다. 중국이 2018년 해외로 도피한 경제사범을 귀국시키기 위해 미 국적의 가족들을 억류한 것이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그해 6월부터 경제사범 류창밍(劉昌明)의 아내 산드라 한, 아들 빅터 류, 딸 신시아 류를 사설 감금 시설인 이른바 ‘흑감옥’(黑監獄)에 감금했다. 중국 교통은행 광저우지점장 출신인 류는 98억 위안(약 1조 7000억원) 불법 대출에 연루된 뒤 2012년 미국으로 도주했다. 그의 가족들은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중국에 방문했다가 억류됐다. 신시아와 빅터는 미 국적 보유자이고 아내 산드라도 미 시민권자로 알려졌다. 이들이 중국 국적을 포기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중국 외교부는 이들이 중국 시민이라며 외국인 불법 억류는 오해라고 주장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캐나다 정부가 미 정부의 요청으로 2018년 12월 화웨이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을 이란 제재위반 혐의로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한 직후 중국은 외교관 출신 마이클 코브릭과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 등 캐나다인 2명을 잇달아 체포해 구금했다. 이후 벨기에 폴란드가 미 정부 요청으로 중국인을 억류하고 러시아와 이란이 미국인을 구금하며 ‘인질 외교전’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중국은 캐나다인을 13명이나 억류하고 한 명에게는 사형 선고를 내렸다. 이중 사형이 선고된 로이드 셸렌버그는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됐는데 멍 부회장 체포 뒤에 혐의가 바뀌었다. 갑자기 종범이 아닌 주범으로 바뀌더니 새 혐의를 적용해 사형을 선고한 것이다. 중국은 법을 준수하는 서방 국가에서는 무고한 중국 시민을 자의적으로 구금하는 ‘맞대응 보복’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런 만큼 중국 정부의 자의적 구금 앞에서 서방 국가들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8일 청레이의 구금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조사 중”이라며 “청레이의 법적 권리와 이익을 전면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인질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을 강력히 부인했다.그러나 청레이의 구금은 공교롭게도 호주와 중국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와중에 벌어졌다. 호주 라트로브대 아시아 전문가 벡 스트레이팅은 “중국 공산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자의적 구금을 포함해 강압적인 외교술을 쓰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캐나다가 미 정부의 요청으로 멍완저우 부회장을 체포하자 중국이 2명의 캐나다인을 간첩혐의로 기소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캐나다가 멍 부회장을 석방하면 중국도 두 캐나다인에 대해 대화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가 지난 1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부터 유럽연합(EU)과 27개국을 상대로 무역과 투자, 관광 분야에서 152건의 강압적인 외교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외교 전술이 목적을 달성하기 보다 중국의 대외적 평판과 위상만 해칠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대 폴 에반스 교수는 “중국에 억류된 두 캐나다인 사례만 봐도 캐나다 정부가 그것에 굴복해 멍 부회장을 석방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반면 중국계 캐나다인들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인질 외교’에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의 대(對)중국 기구인 대륙위원회의 천밍퉁(陳明通) 위원장은 앞서 7월 “홍콩보안법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이용해 인질외교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보안법은 홍콩이나 중국 본토 밖에서 법 위반 행위가 이뤄졌거나 외국인이 이 법을 위반했을 경우에도 기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체제를 비판하는 외국인이 홍콩으로 여행을 하거나 홍콩을 경유할 때 이 법에 따라 중국 사법 당국에 의해 기소되거나 중국으로 송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마음으로부터 응원을”…‘서울대 무림사건’ 피해자들 40년만에 무죄

    “마음으로부터 응원을”…‘서울대 무림사건’ 피해자들 40년만에 무죄

    1980년 서울대에서 일어난 반독재 학생시위의 주모자로 경찰에 불법 연행돼 감금·고문을 당했던 ‘서울대 무림사건’ 피해자들이 4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이관용)는 25일 반공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했던 김명인 인하대 교수와 당시 서울대 학생 박용훈(민청학련 민사재심추진위원)씨의 두 번째 재심에서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에도, 그 이후에도 피고인들은 사회적·개인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웠을 것이고 이 과정 역시 힘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음으로부터 응원을 보냅니다. 돌아가세요”라고 말했다. 1980년 12월 국문과 재학생이었던 김 교수는 동료 학생들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알리고자 교내 집회 유인물을 만들었다가 교내 시위의 배후로 지목돼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관들에게 불법 연행됐다.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간 김 교수는 35일 동안 감금돼 고문을 받았는데 고문했던 경찰 중 한 명은 ‘고문기술자’로 알려진 이근안이었다. 박씨 역시 영장없이 체포돼 26일 동안 구금된 상태로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김 교수는 이듬해 1월 계엄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박씨 역시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두 사람은 각각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 징역 1년 6개월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동양사학과 학생이던 박씨는 앞서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제적됐다가 1980년 3월 복학한 상황에서 다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김 교수와 박씨 등이 참여한 학내 시위와 전두환 정권의 불법 연행·고문 사건은 서울대 학내 운동세력을 일컫던 ‘무림’에서 이름을 따 ‘서울대 무림사건’으로 불려왔다. 세월이 흘러 1999년, 두 사람은 5·18 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상 특별재심을 청구했고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아냈다. 그러나 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유지됐고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김 교수와 박씨는 2018년 다시 재심을 청구했고 40년 만에 완전 무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다. 재판부는 이날 “여러 증거를 비춰보면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서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면서 “진술의 임의성을 배제할 사정은 있지만 그 의문을 없앴만한 증명을 검찰이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원심에서 죄를 인정하는 듯한 진술도 했는데, 불법 구금 상태에서 자백이 강요된 것으로 의심된다”고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법정을 나선 뒤 취재진에게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는데, 지연됐더라도 이렇게 되니 고맙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민주적 신념과 권리에 따른 행동을 한 것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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