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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무사 1차 복수정답 6개

    지난 4일 치러진 제10회 법무사 1차 시험에서 6문제가 복수정답으로 인정됐다. 지난해 부동산등기법 과목에서 단 한 문제만 ‘정답없음’으로 인정된 데 비하면 꽤 많은 편이다.출제가 엉성했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라 오류 인정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출제 오류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질 필요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오류 인정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수험생들의 관심은 합격선 상승과 합격자 수 증가에 쏠리고 있다. 복수정답이 인정된 문제는 ▲상법 1책형 27번(2책형 28번) ▲형법 1책형 19번(2책형 20번)이다.부동산등기법에서는 ▲1책형 3번(2책형 19번)과 ▲1책형 7번(2책형 10번)이,공탁법에서는 ▲1책형 36번(2책형 47번) ▲44번(2책형 33번)이 복수정답으로 결론났다. 주식회사 준비금을 묻는 상법 27번 문제는 3번,5번 모두 답으로 인정됐다.구체적으로 적용되는 죄명을 묻는 형법 19번 문제는 감금죄를 포함한 1번과 포함하지 않은 4번 모두 정답으로 받아들여졌다.말소등기와 등기의 효력에 대해 묻는 부동산등기법 3번과 7번 문제는 각각 1번과 4번이 정답으로 인정됐다.공탁금 지급청구권과 물품대금청구 절차에서 문제를 낸 공탁법 36번과 44번 문제는 3번 5번,1번과 4번이 각각 정답으로 받아들여졌다. 복수정답이 늘자 법무사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의 반응을 엇갈렸다.한 수험생은 “사소한 점수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1차 시험에서 6문제나 출제가 잘못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수험생은 “난이도를 높이려고 객관식 문제를 무리하게 출제했기 때문”이라면서 “출제 자체의 문제보다는 1차 시험의 한계”라고 말했다.반면 복수정답 인정으로 합격권에 가까워졌다며 달가워하는 수험생들은 “수험생 입장을 고려한 결단”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수험전문가들은 복수정답이 늘어남에 따라 올해 문제가 상당히 까다로웠음에도 지난해 비해 합격선이 1∼2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S법학원 관계자는 “올해 응시자들 실력이 높기 때문에 출제가 까다로웠어도 원래 합격선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면서 “복수정답까지 6문제나 인정된 만큼 예상치보다 1∼2점 이상 올라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희대의 증오살인 충격] 다섯가지 의문점

    [희대의 증오살인 충격] 다섯가지 의문점

    19명을 무참히 살해한 유영철의 범행이 속속 밝혀지고 있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남아 있다. 무엇보다 노인들을 상대로 연쇄살인을 저지른 이유가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아무리 부유층에 대한 복수가 목적이었다지만 현장에 있던 거액의 금품을 그대로 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신사동 노교수 부부 살인사건 때는 2층에 1만원권 7400만원이 있었으며,투명한 보석함에 든 사파이어·다이아몬드 등 귀금속과 현금 280만원도 그대로 있었다.삼성동 노파 살인사건 때도 안방에서 현금 135만원과 100만원짜리 수표 3장이 손도 대지 않은 채 발견됐다. 경찰은 “금품을 훔치다 증거가 남을 것을 우려해 손을 대지 않은 것 같다.”면서 “개인 원한에 의한 면식범의 소행으로 가장,수사에 혼선을 빚기 위해 금품을 그대로 놓아두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범행현장에서 쉽게 챙길 수 있는 거액을 모른 체한 유영철이 생활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도 의문이다.경찰관을 사칭,윤락업주 등으로부터 수십만원씩을 뜯어내며 원룸의 월세 35만원을 충당했다지만 설득력은 별로 없다.보도방에서 알게 된 여성과 동거할 때는 그 여성이 생활비를 충당했다고 해도,그 이후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또 당초 여성 출장 마사지사를 감금·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을 때 “여자를 납치한 일은 없고 노인들은 많이 죽였다.사건이 20여개쯤 된다.”며 묻지도 않은 말을 순순히 털어놓은 것도 의문이다. 유영철의 주장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단독범행이었는지도 석연치 않다.지난해 10월 사전답사까지 하며 치밀한 계획을 세워 구기동 일가족 3명을 살인한 점 등 범행의 흉포화와 대담성으로 미뤄볼때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경찰은 “공범이 있으면 발각될 가능성이 있어 혼자 저질렀다.”는 유영철의 진술과 현장검증에서의 정황을 종합해 일단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추가 범죄 여부다.유영철은 인천 월미도 노점상 살인사건을 비롯,적어도 두 건 이상의 살인을 더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인천 사건은 상당부분 진술이 확보돼 가능성이 높아 19일 현장검증 직후 공식발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부산에서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지만,유영철과 하루이틀 같이 지낸 한두 명의 피해자가 보도방에 ‘함께 부산에 간다.’고 둘러댄 진술이 와전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조사 초기 진술 등을 토대로 ‘피해자가 26명에 이른다.’는 설까지 흘러나오는 점은 경찰이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한편 경찰은 서울 서남부에서 일어난 일련의 살인사건과 연관되었는지에는 “유영철이 아직 이들 사건에는 구체적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범행 수법 등이 다르기는 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효용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부자도 싫고 여자도 싫었다”

    “부자도 싫고 여자도 싫었다”

    “부자도 싫고,여자도 싫었다.” 무고한 노인과 여성 19명을 참혹하게 살해한 인면수심의 연쇄살인범이 수사관에게 내뱉은 첫마디였다.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34·전과14범·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의 10개월에 걸친 범죄 행각은 불우한 성장배경과 가족 병력(病歷),가정불화,교도소 생활 등 사회와 개인의 병리현상을 집약해놓고 있어 충격을 던지고 있다.경찰에서 지능적이고 교활한 범행 수법을 태연하게 진술하는 유영철의 모습에 베테랑 수사관들도 아연실색했다. 시민들은 휴일에 터져나온 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범 체포 소식에 경악을 감추지 못했고,19명이나 희생되도록 살인마를 조속히 검거하지 못한 치안당국의 느림보 수사에 분통을 터뜨렸다. ●인면수심의 연쇄살인 행각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는 18일 서울지역 고급 단독주택에 사는 부유층 노인과 여성 출장마사지사 등 19명을 지난해 9월부터 둔기 등으로 무차별 살해한 유영철을 경찰관 사칭과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경찰은 금명간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를 추가키로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늦게 마포구 노고산동 유영철의 원룸을 정밀 감식한 결과,화장실 내 샤워커튼과 슬리퍼,욕실바닥 등에서 혈흔 3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영철이 인천과 부산 등지에서도 범행을 더 저질렀다고 진술함에 따라 추가 피해자를 확인하고 있다.특히 지난 4월14일 발생한 인천 월미도 노점상 살인사건은 유영철의 자백과 현장상황이 거의 일치해 19일 유영철을 현장에 데리고 가 검증작업을 벌이기로 했다.또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의 범행 여부를 추궁하는 한편 다른 추가범행 자백에 대해서도 확인작업을 벌이기로 해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유영철은 전주교도소에서 출감한지 13일 후인 지난해 9월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2층짜리 단독주택에 몰래 들어가 모대학 명예교수인 이모(73)씨 부부를 둔기로 내리쳐 숨지게 하는 등 같은 해 11월18일까지 강남과 서대문에서 4건의 범행을 저질러 노인 등 8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영철은 지난 3월부터 전화방 종업원과 출장 마사지사 등 부녀자를 집으로 불러 살해한 뒤 시체를 토막내 암매장했다.경찰은 서대문구 봉원사 일대와 서강대 뒷산에서 피해 여성들의 시체 11구를 수습했다. ●인천 살인사건도 오늘 현장검증 유영철은 경찰조사에서 “부모 잘 만나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들도,전과자라고 날 버린 여자들도 모두 죽여버리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어린 시절 부모가 노동일을 하는 등 가난한 생활을 했던 유영철은 서울 K공고 2학년 때 절도 혐의로 소년원에 수감되면서 학업을 중단했다.이어 지난 91년 특수절도죄로 구속되는 등 14차례 범죄를 저질러 7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경찰은 편모슬하에서 자란 기억,이혼,정신질환의 병력,교도소 생활 등이 부유층과 여성에 대한 증오를 키우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현금엔 손대지 않아 경찰은 유영철이 경찰을 사칭해 몇십만원씩 뜯어내 생활하면서도 부유층 대상 살인 행각에서는 집안에 있는 수천만원의 현금에 손도 대지 않았다고 밝혔다.범죄의 동기가 ‘금품’이 아니라 ‘증오심’이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유영철이 부녀자 토막살인이라는 엽기적인 범죄까지 이르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전화방에서 만나 동거하던 20대 여성과 헤어진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계획적이고 용의주도한 살인 유영철은 사전에 범행지역을 답사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경찰의 DNA 감식까지 고려, 증거를 인멸하는 고도 살인범의 면모를 보였다.시체를 토막내고,피해자의 지문을 지우는가 하면 범행현장에 흘린 자신의 혈액이 추적당할 것을 우려해 방화하기도 했다.지난 15일 서울 역삼동 한 여관에서 여성 출장마사지사를 감금·폭행해 체포된 그는 간질발작을 일으켜 경찰이 수갑을 풀어준 사이 달아났다가 다시 붙잡히면서 10개월간의 살인극에 종지부를 찍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벨기에대사관저 강도 검거

    주한 벨기에 대사관저에 침입해 대사부부를 감금하고 금품을 턴 범인이 17일 밤 붙잡혔다.서울 용산경찰서는 대사부부가 용의자로 지목한 콩고인 콩가 바칸조(24·무직)를 추적한 끝에 이날 오후 8시40분 용산구 이태원1동 거리에서 검거했다.바칸조는 지난해 12월 대사관저에서 허락없이 파티를 벌였다는 이유로 올해 2월 해고됐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테러 비상경계 속 벨기에 대사관저에 강도

    외교공관이 밀집해 있어 경찰이 특별 경비를 펴고 있는 서울 이태원에서 대사관저에 침입한 강도가 대사 부부를 결박,감금한뒤 금품을 털어 달아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이 일어난 주한 벨기에 대사관저는 경비초소가 정문에서 불과 1.5m밖에 떨어지지 않아,국내외 테러 위협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요인보호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김선일씨 피살사건 이후 서울경찰청이 안전을 우려하는 서울 주재 대사급 외교관들을 초청하여 ‘철통 치안’을 강조한 직후에 일어나 더욱 우려를 사고 있다. 경찰은 대사 부부가 지난 1월까지 관저에서 일한 콩고민주공화국 국적의 잡역부를 용의자로 지목함에 따라 그를 쫓고 있다. ●복면 흑인이 대사부부 감금 금품 털어 16일 오전 1시에서 2시 사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1동 벨기에 대사관저에 강도 1명이 침입,쿤라드 루브루아(58)대사 부부를 전깃줄로 묶고 가둔 뒤 신용카드 2장 등 금품을 털어 달아났다. 루브루아 대사는 “침실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복면을 쓴 흑인 강도가 들어와 칼을 들이대며 위협한뒤 테이프로 입을 막고 손발을 묶어 지하실에 감금했다.”고 말했다.루브루아 대사는 지하 1층 보일러실에,대사 부인은 2층 창고에 각각 갇혔다. 운전기사 박모(62)씨는 “오전 7시15분쯤 출근한 필리핀인 가정부로부터 전화를 받고 달려가 오전 8시10분쯤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면서 “대사 부부는 놀라기는 했어도 비교적 침착한 상태였다.”고 말했다.대사 부부는 정신적 충격으로 인근 순천향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정문 1.5m 옆에 초소… 24시간 경비 구멍 경찰의 비상경계령을 비웃듯 다른 곳도 아닌 외국 공관에서 강도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현재 서울에는 87개국 180여개 대사관 및 관저가 있으며,대부분은 용산구와 중구,성북구에 집중돼 있다. 서울경찰청은 용산서와 성북서에 공관 경비를 전담하는 공관경비대를 배치해 공관주변에 1∼2명씩의 전투경찰이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도록 하고 있다.서울 전체 공관경비 인력은 7개중대 1400여명에 이른다.사건이 일어난 벨기에 대사관저는 100m 떨어진 곳에 태국 대사관저,400m 떨어진 곳에 쿠웨이트·인도 대사관저가 있다.이밖에도 터키·아르헨티나·우크라이나·이스라엘·체코 등 10여개 국가의 대사관저가 주변에 밀집해 있다. 경찰은 “180여명의 용산경비대가 맡고 있는 공관이 80여개”라면서 “공관이 많은 데다 일부 공관은 규모가 커 완전한 경비체계를 갖추기 어렵다.”고 털어놨다.하지만 벨기에 대사관에는 정문 바로 옆에 경비초소가 설치된 점을 감안할 때 경찰 경비는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더구나 대사관에 강도가 든 것은 1964년 체결된 국제협약인 빈협약을 깨뜨린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빈협약은 ‘공관경비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쇠창살 없는 170㎝ 담장 넘어 침입한듯 루브루아 대사는 경찰의 방문조사에서 용의자를 “지난 1월21일까지 관저에서 일하던 콩가 바칸조”라고 지목했다.콩고민주공화국 국적인 용의자는 쿠웨이트 출신으로,2000년 루브루아 대사가 취임하면서 잡역부로 한국에 데려왔다. 루브루아 대사는 “그는 지난해 12월 중순 허락없이 관저에서 파티를 벌이다가 해고돼 그날 강제출국되려다 인천공항에서 도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현장을 감식한 경찰 관계자는 “관저 내부에서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과 지문이 발견됐다.”면서 “높이가 낮은 관저 뒤편 담을 넘어 침실이 있는 2층 창문을 열고 침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담은 높이가 170㎝ 정도로 낮고 쇠창살도 없는 데다,경비초소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 산양부부의 사투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 산양부부의 사투

    ‘비무장지대(DMZ)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서울신문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이런 물음을 던졌다.휴전선 155마일을 경계로 남북을 각각 2㎞씩 뒤로 물린 정전협정(1953년 7월 27일)에 따라 포성이 멈추고 DMZ가 생겨났다.그로부터 51년.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DMZ일대에 자연의 생명력은 힘차게 꽃피어 올랐다.남과 북이 세운 철책선은 곧 DMZ 생태계의 삶의 울타리였다.그러나 민족의 환경유산,생태계의 보고(寶庫)란 수식어가 미래의 DMZ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서울신문 탐사대는 민간인이 갈 수 있는 최북단인 남방한계선 일대를 각계 전문가와 함께 보름여동안 샅샅이 훑었다.총 20회의 연재를 통해 펄떡이며 살아숨쉬는 DMZ 생태계의 풍경과 보전대책,바람직한 미래상을 그려본다. (편집자 주) ‘목이 탄다.철책 아래 흘러내리는 물을 들이켜도 갈증은 더해만 간다.자유의 목마름….아내도 지친듯 힘없이 몸을 기대온다.물로 허기를 달랜지 오늘로 나흘째.깊은 밤,네온 불빛에 홀려 이중철책 안으로 뛰어든 것이 실수였다.철망은 물어뜯어도,몸을 부딪쳐도 도무지 끄떡없다.그래,이제는 알겠다.남과 북을 가르는 저 철책의 단단함을,넘지못할 그 높이를….’ ●살아있는 화석,산양을 찾아서 6월 14일 강원도 고성 고진동 계곡.12일간의 탐사활동이 어느덧 끝자락에 이르면서 탐사대의 조바심도 점점 고조됐다.‘끝내 산양을 촬영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건 아닐까….’ 200만년을 내리 살아오면서 여전히 태고적 모습을 간직한 녀석.‘살아있는 고대동물’ ‘화석(化石)동물’이란 별칭이 붙은 건 그런 연유에서다.서울신문 100주년 탐사의 중요 ‘표적’이 아니될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사흘 전 양구군 백암산 자락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어린 산양이 못내 아쉽기만 했다.4륜구동 취재차로 덜컹대며 전방부대 비포장길 커브를 돌자 화들짝 놀라면서 쏜살같이 내빼던 산양….80도는 족히 됨직한 경사진 바위 비탈을 너무도 가뿐하게 뛰어올랐다.놀라기론 탐사대도 못지않았다.취재차에서 내려 부랴부랴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토실토실 살찐 녀석의 모습을 담진 못했다.비명을 지르는 새소리 같은 험악한 울음으로 탐사대를 을러댄 뒤 서둘러 숲속으로 몸을 숨겼기 때문이다. 아쉬운 기억을 떠올리며 육군 ○○사단 ‘율곡부대’에 절박한 취재협조 요청을 냈다.하지만 정훈공보참모 박영희 중령은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이 시기는 힘듭니다.(눈에 쉽게 띄는)겨울철이면 몰라도….” 맞는 말이다.그동안 여러 기관의 수많은 탐사·조사에도 불구하고 ‘여름 산양’의 자태가 제대로 드러난 적은 없었다.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을 순 없었다.“지난 5월 고진동 골짜기에서 산양 10여 마리를 봤다.”는 인근 주민들의 목격담도 힘이 됐다.6월 14일,그런 실낱같은 기대를 안고 고진동 남방한계선을 찾았다. ●철책 안의 산양,운명같은 조우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철책선 수문보강공사 중인 고진동 ‘라맨교’ 옆 GOP 초소.전방을 주시하던 초병에게 “요새 산양을 본 적 있느냐.”고 묻는데 웬일인지 눈길을 피한다.갑자기 바로 옆 이중철책 안에서 ‘두두두’ 땅이 울린다. ●철책 너머엔 어린 산양 한마리가 무언가가 획∼하니 번개처럼 지나간다.산양이었다.이중철책 사이 폭 2m 정도의 좁은 통로를 산양 2마리가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었다.전혀 뜻밖이었다.어떻게 철책 안에 갇혔을까.의문부호와 함께 녀석을 살폈다.잿빛 단단한 몸에 80㎝ 정도의 키다.검은 갈기가 등을 달리고 꼬리와 발굽 털은 새하얗다.‘뿔 나이테’로 추정되는 나이는 4살.암수 한쌍이다. “오늘로 사흘째입니다.어디를 어떻게 통해선지 철책 안으로 들어왔지만 나가는 구멍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양의 불운은 탐사대엔 행운이었다.초병의 설명을 귓전으로 들으며 카메라 렌즈는 연신 녀석의 얼굴과 꽁무니를 좇았다.이중철책 안은 경계를 위해 제초작업을 해 둔 곳이다.그러니 녀석은 꼬박 사흘동안 굶으며 자기 모습을 노출시킨 셈이다.카메라 렌즈에 들어온 산양의 큼직한 두 눈엔 좌절과 당혹감이 묻어났다. 철책 북쪽 너머론 막 돌을 넘겼음직한 어린 산양 1마리가 서 있었다.탐사대와 동행한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가 옆에서 연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아무래도 어린 새끼인 듯합니다.산양은 가족끼리 몰려다니는 습성이 있거든요.” 초병들도 그제야 “새끼 산양이 사흘째 철책 안의 산양들과 보조를 맞추며 근처를 배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그렇다면 녀석들은 또 하나의 이산가족인 셈이다.사람의 간섭을 막는 생명의 울타리였을 철책선이 이제는 분단의 빗장이 되어버렸다. ●나흘간의 사투 그리고 탈출 6월 15일 탐사대는 다시 고진동 현장을 찾았다.철책 안의 산양은 이제 달리기를 멈췄다.며칠동안 통로를 따라 야트막한 언덕을 수백번 오르내리며 탈출구를 찾았단다.철책을 사이에 두고 2m 앞까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던져주는 풀을 받아먹지도 않는다.때때로 멍한 눈길로 철책 너머 새끼를 바라보곤 한다. 십여년 남짓 설악산 속에서 살다시피 하며 산양보호운동을 펼쳐 온 박 대표가 한숨을 섞어가며 뒷말을 이었다. “이 산양들의 처지가 DMZ 생태계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지금처럼 DMZ 안의 야생동물들이 남과 북의 철책을 넘지 못하고 계속 근친교배를 반복하면 열성 유전이 심화돼 멸종의 위험도 점점 높아집니다.특히 산양처럼 개체수가 적은 동물일 경우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죠.남과 북 사이의 야생동물 이동통로 마련 등 실질적인 해결책 고민이 시급합니다.” 하늘이 도운 것일까,산양가족의 애처로움이 수문공사 인부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산양 부부는 감금 나흘째인 15일 오전 ‘우연히’ 생겨난 수중철책 사이의 틈새를 발견하곤,그 사이로 큼직한 몸채를 밀어넣었다.철책 너머 기다리던 새끼와 합류한 이들은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곧장 가까운 산림 속으로 훌훌 사라져 버렸다.나흘동안 가둔 철책을 온전히 남북한 사람들의 숙제로 남기고…. 고성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특별탐사대 명단 ●전문가 김귀곤 서울대 농생대 교수(탐사대장),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신준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장,심재환 광주서강정보대 교수,최승호 전북대 생물다양성연구소 연구교수,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박희정 환경부 자연정책과장 ●기자 염주영 편집부국장,한만교 수도권부 차장,이종원 사진부 차장,손원천 사진부 기자,조한종·채수범 사회교육부 기자,박은호 공공정책부 기자 ■전문가 칼럼 지난해 늦가을 고진동 계곡 철책 앞에 서서 산양 암수 한 쌍이 짝짓기 놀음하는 것을 지켜보았다.쫓기면서도 싫은 기색이 별로 없던 암컷과,죽어라 쫓아가던 수컷의 모습이 떠오른다.올 봄에 태어난 새끼는 지금쯤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면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그 녀석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산양속(屬)은 파키스탄과 인도의 히말라야 지역에서부터 미얀마,태국,중국을 거쳐 러시아 극동지방에 걸쳐 살고 있다.이 곳의 종(種)의 학명은 Naemorhedus caudatus로 4아종을 포함하는데,우리나라와 중국 두만강유역,연해주에 살고 있는 아종은 Naemorhedus caudatus raddeanus다.영명은 Amur goral.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있는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의 부속서Ⅰ에 올라있는 멸종 위기종이다.나라 안에서는 천연기념물 제217호로,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해 1968년부터 보호하고 있다.강원도의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지역,그리고 백두대간을 따라 내려가면서 향로봉·매봉,설악산·오대산,삼척 가곡지역,경북 울진 지역에 걸쳐 600∼700마리쯤 살아가는 것으로 보고된 매우 드문 짐승이다. 산양이 살아가는 곳은 삶터의 바탕이랄 수 있는 바위절벽과 풀밭이 함께 있는 곳이며 여름철에는 그늘진 숲속이나 바위 아래에서 지내고,겨울철엔 쉽게 눈이 녹아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바위 비탈의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살아간다.계절에 따라 옮겨다니며 봄철에서 가을철까지는 주로 초본류를 먹이로 삼고 겨울철에는 목본류를 주로 먹는다.산양은 야생에서 평균수명이 15살쯤이며 수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며 10∼11월에 짝짓기를 하고 이듬해 5∼6월 1마리의 새끼를 낳는다.태어난 새끼는 1년 반에서 2년쯤 어미를 따라 다니며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고 2살쯤 되면 어미 곁을 떠나 독립해서 가족을 이루고 살아간다.가장 많은 수가 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곳은 아무래도 사람들의 간섭이 없는 비무장지대와 간섭이 덜한 민통선 지역이다.그러나 백두대간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다른 산양의 무리들은 사람들의 끊임없는 간섭으로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천적으로는 호랑이,표범,반달곰,늑대,담비,삵이지만 이 종들은 멸종되었거나 매우 드문 종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가장 큰 천적이다.어린 산양의 눈에 비친 세상이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기를 꿈꾼다.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
  • [창간100년-DMZ 51년](1) 산양부부의 사투

    ‘비무장지대(DMZ)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서울신문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이런 물음을 던졌다.휴전선 155마일을 경계로 남북을 각각 2㎞씩 뒤로 물린 정전협정(1953년 7월 27일)에 따라 포성이 멈추고 DMZ가 생겨났다.그로부터 51년.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DMZ일대에 자연의 생명력은 힘차게 꽃피어 올랐다.남과 북이 세운 철책선은 곧 DMZ 생태계의 삶의 울타리였다.그러나 민족의 환경유산,생태계의 보고(寶庫)란 수식어가 미래의 DMZ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서울신문 탐사대는 민간인이 갈 수 있는 최북단인 남방한계선 일대를 각계 전문가와 함께 보름여동안 샅샅이 훑었다.총 20회의 연재를 통해 펄떡이며 살아숨쉬는 DMZ 생태계의 풍경과 보전대책,바람직한 미래상을 그려본다. (편집자 주) ‘목이 탄다.철책 아래 흘러내리는 물을 들이켜도 갈증은 더해만 간다.자유의 목마름….아내도 지친듯 힘없이 몸을 기대온다.물로 허기를 달랜지 오늘로 나흘째.깊은 밤,네온 불빛에 홀려 이중철책 안으로 뛰어든 것이 실수였다.철망은 물어뜯어도,몸을 부딪쳐도 도무지 끄떡없다.그래,이제는 알겠다.남과 북을 가르는 저 철책의 단단함을,넘지못할 그 높이를….’ ●살아있는 화석,산양을 찾아서 6월 14일 강원도 고성 고진동 계곡.12일간의 탐사활동이 어느덧 끝자락에 이르면서 탐사대의 조바심도 점점 고조됐다.‘끝내 산양을 촬영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건 아닐까….’ 200만년을 내리 살아오면서 여전히 태고적 모습을 간직한 녀석.‘살아있는 고대동물’ ‘화석(化石)동물’이란 별칭이 붙은 건 그런 연유에서다.서울신문 100주년 탐사의 중요 ‘표적’이 아니될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사흘 전 양구군 백암산 자락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어린 산양이 못내 아쉽기만 했다.4륜구동 취재차로 덜컹대며 전방부대 비포장길 커브를 돌자 화들짝 놀라면서 쏜살같이 내빼던 산양….80도는 족히 됨직한 경사진 바위 비탈을 너무도 가뿐하게 뛰어올랐다.놀라기론 탐사대도 못지않았다.취재차에서 내려 부랴부랴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토실토실 살찐 녀석의 모습을 담진 못했다.비명을 지르는 새소리 같은 험악한 울음으로 탐사대를 을러댄 뒤 서둘러 숲속으로 몸을 숨겼기 때문이다. 아쉬운 기억을 떠올리며 육군 ○○사단 ‘율곡부대’에 절박한 취재협조 요청을 냈다.하지만 정훈공보참모 박영희 중령은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이 시기는 힘듭니다.(눈에 쉽게 띄는)겨울철이면 몰라도….” 맞는 말이다.그동안 여러 기관의 수많은 탐사·조사에도 불구하고 ‘여름 산양’의 자태가 제대로 드러난 적은 없었다.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을 순 없었다.“지난 5월 고진동 골짜기에서 산양 10여 마리를 봤다.”는 인근 주민들의 목격담도 힘이 됐다.6월 14일,그런 실낱같은 기대를 안고 고진동 남방한계선을 찾았다. ●철책 안의 산양,운명같은 조우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철책선 수문보강공사 중인 고진동 ‘라맨교’ 옆 GOP 초소.전방을 주시하던 초병에게 “요새 산양을 본 적 있느냐.”고 묻는데 웬일인지 눈길을 피한다.갑자기 바로 옆 이중철책 안에서 ‘두두두’ 땅이 울린다. ●철책 너머엔 어린 산양 한마리가 무언가가 획∼하니 번개처럼 지나간다.산양이었다.이중철책 사이 폭 2m 정도의 좁은 통로를 산양 2마리가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었다.전혀 뜻밖이었다.어떻게 철책 안에 갇혔을까.의문부호와 함께 녀석을 살폈다.잿빛 단단한 몸에 80㎝ 정도의 키다.검은 갈기가 등을 달리고 꼬리와 발굽 털은 새하얗다.‘뿔 나이테’로 추정되는 나이는 4살.암수 한쌍이다. “오늘로 사흘째입니다.어디를 어떻게 통해선지 철책 안으로 들어왔지만 나가는 구멍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양의 불운은 탐사대엔 행운이었다.초병의 설명을 귓전으로 들으며 카메라 렌즈는 연신 녀석의 얼굴과 꽁무니를 좇았다.이중철책 안은 경계를 위해 제초작업을 해 둔 곳이다.그러니 녀석은 꼬박 사흘동안 굶으며 자기 모습을 노출시킨 셈이다.카메라 렌즈에 들어온 산양의 큼직한 두 눈엔 좌절과 당혹감이 묻어났다. 철책 북쪽 너머론 막 돌을 넘겼음직한 어린 산양 1마리가 서 있었다.탐사대와 동행한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가 옆에서 연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아무래도 어린 새끼인 듯합니다.산양은 가족끼리 몰려다니는 습성이 있거든요.” 초병들도 그제야 “새끼 산양이 사흘째 철책 안의 산양들과 보조를 맞추며 근처를 배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그렇다면 녀석들은 또 하나의 이산가족인 셈이다.사람의 간섭을 막는 생명의 울타리였을 철책선이 이제는 분단의 빗장이 되어버렸다. ●나흘간의 사투 그리고 탈출 6월 15일 탐사대는 다시 고진동 현장을 찾았다.철책 안의 산양은 이제 달리기를 멈췄다.며칠동안 통로를 따라 야트막한 언덕을 수백번 오르내리며 탈출구를 찾았단다.철책을 사이에 두고 2m 앞까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던져주는 풀을 받아먹지도 않는다.때때로 멍한 눈길로 철책 너머 새끼를 바라보곤 한다. 십여년 남짓 설악산 속에서 살다시피 하며 산양보호운동을 펼쳐 온 박 대표가 한숨을 섞어가며 뒷말을 이었다. “이 산양들의 처지가 DMZ 생태계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지금처럼 DMZ 안의 야생동물들이 남과 북의 철책을 넘지 못하고 계속 근친교배를 반복하면 열성 유전이 심화돼 멸종의 위험도 점점 높아집니다.특히 산양처럼 개체수가 적은 동물일 경우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죠.남과 북 사이의 야생동물 이동통로 마련 등 실질적인 해결책 고민이 시급합니다.” 하늘이 도운 것일까,산양가족의 애처로움이 수문공사 인부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산양 부부는 감금 나흘째인 15일 오전 ‘우연히’ 생겨난 수중철책 사이의 틈새를 발견하곤,그 사이로 큼직한 몸채를 밀어넣었다.철책 너머 기다리던 새끼와 합류한 이들은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곧장 가까운 산림 속으로 훌훌 사라져 버렸다.나흘동안 가둔 철책을 온전히 남북한 사람들의 숙제로 남기고…. 고성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특별탐사대 명단 ●전문가 김귀곤 서울대 농생대 교수(탐사대장),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신준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장,심재환 광주서강정보대 교수,최승호 전북대 생물다양성연구소 연구교수,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박희정 환경부 자연정책과장 ●기자 염주영 편집부국장,한만교 수도권부 차장,이종원 사진부 차장,손원천 사진부 기자,조한종·채수범 사회교육부 기자,박은호 공공정책부 기자˝
  • 사시2차 당락 민법이 가를듯 [문제전문]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동안 치러진 제46회 사법고시 2차 시험의 당락은 ‘민법’ 과목이 가를 것이라는 예상이 높았다.민법 외 다른 과목들로는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이 조금 까다로웠다. 그러나 50점이 배점된 문제 가운데 극히 까다롭다거나,예상치 못했다는 문제는 없었다는 평이다.이 때문에 지난해 행정법 과목처럼 특정과목의 대량 과락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가 쉬웠던 만큼 정확한 개념 정리와 학설,판례 제시가 풍부해야 좋은 점수를 받아 합격권에 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한 수험생은 “2차 시험이 사례에서 문제를 내되 굉장히 포괄적인 논점을 묻는 쪽으로 가고 있다.”면서 “일부 논점이 어긋날 경우 뻔히 아는 문제도 감점당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LEC법학원 관계자 역시 “평이한 문제라 해도 실제 채점 뒤 공개되는 점수를 보면 평균점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서 “문제가 쉬운 만큼 완벽에 가까운 수준높은 답안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이번 시험에서도 재확인된 ‘교과서 위주의 출제’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는 경우도 많았다.사실 학원이 점수따기 위주의 강의로 폄하되고 있다해도 주요한 법률적 쟁점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수업이 이뤄지는 편인데,교과서 위주 출제를 고집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별 비중없는 부분에서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불만이다. 조태성 강혜승기자 cho1904@seoul.co.kr ■ 문제전문 ★헌법 국내 주요 신문사의 기자인 甲은 군사기밀보호법상의 군사 Ⅰ급비밀로 분류되어 극소수의 국가 중요정책 담당자만이 알고 있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甲은 위 군사 Ⅰ급비밀을 담당하는 A와의 인터뷰를 통하여 위 정보가 사실임을 확인하였다.A는 언론사가 위 정보를 보도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국가안정보장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므로 보도하지 말아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그러나 甲은 위 정보를 보도하였을 뿐 아니라,그 과정에서 A와의 인터뷰 내용을 임의로 편집하여 마치 A가 부정한 이익을 취득한 것처럼 기사화함으로써 A의 명예도 훼손하였다.(50점) 가.이 사안과 관련하여 보도의 자유는 어떠한 한계를 가지는가? 나.위 군사 Ⅰ급비밀의 내용을 담은 보도를 사전에 억제할 목적으로 민사집행법상의 가처분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가? 다.A가 취할 수 있는 사후적 권리구제수단을 서술하시오. 재판청구권의 보호범위에 관하여 논하시오.(20점) 국무총리의 부서권에 관하여 논하시오.(20점) 헌법소원에서의 보충성의 원칙 및 그 예외를 약술하시오.(10점) ★행정법 A郡은 포도 등 과일의 주산지로 이들 과일의 생산에 의하여 전체 농가소득의 대부분을 올리고 있다.그런데 관상용으로 주택,가로 또는 묘지 등에 심은 X나무가 포도 등 과일나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X나무의 식재(植栽)를 금지하여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었다. 이에 A郡 의회는 이러한 여론을 수렴하여 “1) A郡에서는 X나무를 심거나 기르지 못한다. 2) 기존의 X나무에 대하여 소유권 등 권리가 있는 자는 1년 안에 X나무를 제거하여야 하며,이를 이행하지 않는 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라는 내용의 ‘X나무 식재 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하였다.(50점) 가.위 의결된 조례(안)에 대한 군수 및 도지사의 통제방법을 논하시오. 나.위 조례가 공포,시행된 후 A郡 관내에서 X나무 묘목을 생산,판매하는 甲이 취할 수 있는 권리구제수단을 논하시오. 사행행위 영업의 하나인 투전기영업허가를 받은 甲은 3년의 허가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아니하여 허가관청에 대하여 허가갱신신청을 하였으나 거부당하였다.이에 甲은 허가갱신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허가갱신거부처분의 집행정지결정을 신청하였다.甲의 집행정지 주장의 당부와 그 논거를 제시하시오.(30점) 담당공무원이 법령의 적용과정에서 법령해석을 그르쳐 행정처분을 함으로써 특정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배상책임의 인정 여부를 논하시오.(20점) ★상법 甲은 A주식회사와 대금 5억원의 상가분양계약을 체결하고 분양대금 중 2억원을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납입하였다.몇 개월 후 A주식회사가 자금부족으로 위 상가건설을 중단하게되자,甲은 위 상가 분양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고 A주식회사에 대하여 납입한 대금의 반환을 청구하였으나 A주식회사의 자산이 전혀 없어서 대금의 반환을 받지 못하였다.그런데 상가분양 당시 A주식회사의 주식은 외형상 丙 등 4인 명의로 분산되어 있었으나,실질적으로는 丙이 발행주식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또한 A주식회사의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의도 외관상 회사로서의 명목을 갖추기 위한 것일 뿐,회사운영에 관한 일체의 결정이 丙 개인의 의사대로 이루어져 왔고,한편 대표이사인 乙은 丙에게 대표이사 직인을 맡긴 채 丙의 의사대로 업무집행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치하였다.위 상가분양도 丙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납입된 분양대금도 丙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었다. 위 사안에서 甲이 취할 수 있는 권리구제방법을 논하시오.(50점) 甲은 乙로부터 컴퓨터 10대를 구입하면서 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주었고,丙은 그 어음에 보증을 하였다.그 후 배송되어 온 컴퓨터를 확인한 甲은 자신이 주문한 사양과 전혀 다른 것을 확인하고 기망을 이유로 위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취소하였다. 이 경우 乙은 丙에 대하여 어음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가? (30점) 영업소의 개념과 법률상 효과를 설명하시오.(20점) ★민법 < 제 1 문> 甲은 乙은행 모 지점 지점장인 丙에게 2002.5.9.부터 2003.7.9.사이에 수차례에 걸쳐서 금 3억원을 乙은행에 예탁하여 달라고 맡겼다.그러나 丙은 甲으로부터 받은 돈을 실제로는 乙은행에 입금하지 아니하고,자신이 경영하던 A회사의 운영자금으로 유용하였다.한편,丙은 甲으로부터 위 돈을 받을 때마다 乙은행의 수기식(手記式) 정기예금증서를 甲에게 교부하고,그에 대한 이자는 자신의 돈으로 乙은행의 금리보다 높은 이율로 계산하여 지급하였다.그런데,乙은행은 1990년도에 업무전산화를 한 이후로는 위와 같은 수기식 정기예금증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그 후 2004.3.경 위 A회사가 도산하자,丙은 甲에게 위 예금의 이자를 지급하지 않게 되었다.이 경우에 있어서 甲,乙,丙의 법률관계를 논하시오.(50점) 다음에 관하여 논하시오.(25점) 가.임야 (가)의 소유자인 甲으로부터 그 임야상의 수목을 매수한 乙이 그 명인방법을 갖춘 후에,甲이 그 수목을 포함한 임야를 丙에게 매도하고 그 임야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이 경우 丙은 乙에 대해 그 수목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만일 乙이 명인방법을 갖추지 않고 있는 중에 丙이 그 수목에 대한 명인방법만을 갖추었다면 어떠한가? 나.임야 (나)의 소유자인 A는 그 임야상의 수목의 소유권을 자기에게 유보하고,그 지반인 토지만을 B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그 후 B는 그 토지와 수목을 C에게 양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이 경우 C는 A에 대해 수목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분할하면서 피상속인이 남긴 적극재산의 분할비율과 소극재산의 분할비율을 달리한 경우,그러한 재산분할의 피상속인의 채권자에 대한 효력에 대해 설명하시오.(25점) ★민사소송법 甲은 乙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丙에게 골동품을 매도하고 그 골동품을 丙에게 인도하였으나 매매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이에 甲은 乙을 상대로 매매대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아래의 각 물음에 답하시오.(50점) 1.가.위 소송에서 乙은,丙에게 위 매매계약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한 바 없어 위 매매계약은 자신과 무관하고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의무없는 자에 대하여 제기된 부적법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이에 대하여 법원은 어떤 판단을 하여야 하는가? 나.甲은 丙이 乙과 무관하다는 乙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에 대비하여,위 소송절차에서 丙에게 손해배상을 구하는 내용의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고자 한다.이와 같이 예비적으로 丙을 피고로 추가하는 것이 가능한가? 가능한 경우 각 청구에 대한 법원의 심판방법은? 2.甲은 1.의 나.항과는 달리 乙에 대하여 매매계약의 무효를 이유로 한 위 골동품의 반환청구를 예비적으로 추가하였는데,법원은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주위적 청구만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다. 이 경우 甲이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증인에 대한 증거조사를 함에 있어서,서면이 이용되는 각 경우를 설명하시오.(25점) 甲이 乙을 상대로 건물철거 및 부지인도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 바,이에 대하여 乙은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에 기한 항변을 하였고,제1심 법원은 충분한 심리를 거쳐,乙의 위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乙이 제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한 후,항소심에서 법정지상권설정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려고 한다.이러한 반소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밝히고,그 근거를 제시하시오.(25점) ★형법 < 제 1 문> 동업관계에 있는 甲과 乙은 2000.3.15.A로부터 대지 50평을 매수하였다.그 후 2002.10.경 甲과 乙이 위 대지에 업무용 빌딩을 신축하려면 위 대지와 인접한 대지 20평(이하 본건 부동산이라 함)도 매수하여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소유자를 확인해보니 등기부상 소유명의자로 되어 있는 B는 2002.5.20.이미 사망하였으며,상속인이 있지만 소재를 전혀 알 수 없고 본건 부동산에 대해서 아무런 관리도 하고 있지 아니하였다.이에 甲과 乙은 B명의의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임의로 작성,B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본건 부동산을 甲명의로 이전하기로 공모하였다.그리하여 甲과 乙은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얻어,필체가 좋은 乙이 계약서의 매도인란에 B,매수인란에 甲,계약자란에 2002.2.10.이라고 기재하여 B명의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다.그런데 乙은 뒤늦게 甲의 사업추진 방식에 불안을 느끼고 소 제기를 만류하였지만,甲이 말을 듣지 아니하자 구두로 동업을 해지하고 자신은 앞으로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그러자 甲은 위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소장에 첨부하여 단독으로 법원에 B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甲과 乙의 죄책은? (50점) A선박회사 연구개발부의 직원인 甲은 입사할 때 회사의 영업비밀에 관한 사항은 회사 밖으로 유출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였다.甲은 A선박회사가 甲을 포함한 많은 연구 인력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고부가가치 선박 설계도면을 A선박회사에서 甲에게 제공한 업무용 컴퓨터에 저장 ·보관하고 있었다.甲은 위 설계도면을 빼내 외국에 있는 경쟁 선박회사에 팔아 한몫 잡기로 마음먹고,회사의 A₃복사지 2장에 위 설계도면을 출력하여 자신의 집에 보관하였다.그 후,甲은 직접 외국으로 가서 위 설계도면을 사용하겠다는 외국의 경쟁 선박회사와 접촉하여 이를 팔기로 합의한 뒤,경쟁 선박회사 사장에게 3억원을 받고 위 설계도면을 건네주었다.한편 甲의 상사인 연구개발부장 乙은 甲의 모든 행위를 처음부터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甲과 乙의 죄책은? (30점)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제 18조(벌칙)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기업의 임원 또는 직원으로서 그 기업에 유용한 기술상의 영업비밀을 정당한 이유없이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된 것임을 알고 제 3자에게 누설한자. 다음 농어촌도로정비법 제33조 양벌규정에서 법인처벌의 근거를 논하시오. “법인의 대표자 또는 법인이나 자연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자연인의 의무에 관하여 제32조에 규정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행위자를 벌한 외에 그 법인 또는 자연인에 대하여 각 본조에 규정한 벌금형을 과한다.다만,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당해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태만히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그 법인 또는 자연인은 벌하지 아니 한다”(20점) ★형사소송법 甲은 2003.5.24.23:00경 서울 소재 골목길에서 피해자 乙(女)을 강도강간할 생각으로 자신의 승용차에 강제로 태워 차에서 내릴 수 없게 한 다음 2003.5.23.01:00경 수원시 소재 아파트공사장에 도착하였다.갑은 그곳 승용차 안에서 을을 위협하여 금품을 강취하고,강간하였다.乙은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승용차 안에 감금된 상태에서 강도당한 사실만을 진술하고 수치심 때문에 강간당한 사실은 숨겼으나,검사는 피의자 甲을 수사하던 중 감금상태에서의 강도범행뿐만 아니라 강간범행도 명백히 밝혀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甲에 대하여 강도죄로만 공소제기하였다.법원은 2003.7.18.甲에 대하여 강도죄로 징역 3년을 선고하였고,甲의 항소포기로 판결이 확정되었다.그 후 乙이 2003.8.11.甲을 강간죄로 고소하자 검사는 2003.8.25.甲을 감금죄와 강간죄의 실체적 경합범으로 다시 공소 제기하였다 이 경우 강도죄로 먼저 공소제기된 부분과 나중에 감금죄 및 강간죄로 공소제기된 부분에 관련된 형사소송법상의 쟁점을 모두 논하시오.(단,법원은 이 사안에서 감금죄와 강도강간죄를 상상적 경합관계로 보고 있음) (50점) 다음은 ‘상습절도’의 범행으로 공소제기된 어느 피고인의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이다. “피고인은 ① 1995.10.5.수원지방법원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같은 해 12.15.위 집행유예의 선고가 취소되어 1996.8.27.안양교도소에서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고,② 2002.8.30.서울지방법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2003.12.8.안양교도소에서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고,③ 1997.3.3.수원지방법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2000.2.1.안양교도소에서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한 외에 동종전과가 5회 더 있는 자로서, ④ 상습으로,2004.1.19.23:00경 서울 소재 ××빌딩에 있는 ○○주식회사 사무실에 이르러 그곳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망치와 드라이버로 뜯어 열고 그 안에 침입하여 그곳에 있는 위 회사소유의 철제 소형금고 1개와 그 속에 들어 있는 돈 200만원을 들고 나와 이를 절취한 것이다.” 1.위와 같이 공소장에 피고인의 전과를 기재하는 것이 허용되는가? ①,②,③ 각 전과기재의 당부를 판단하시오. 2.‘엄격한 증명’과 ‘자유로운 증명’의 개념을 설명하고,위 ①.②,③,④의 각 기재내용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검토하시오. (30점) 현행 ‘피의자보석’에 대하여 논평하시오.(20점) ˝
  • 사시2차 당락 민법이 가를듯 [문제전문]

    사시2차 당락 민법이 가를듯 [문제전문]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동안 치러진 제46회 사법고시 2차 시험의 당락은 ‘민법’ 과목이 가를 것이라는 예상이 높았다.민법 외 다른 과목들로는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이 조금 까다로웠다. 그러나 50점이 배점된 문제 가운데 극히 까다롭다거나,예상치 못했다는 문제는 없었다는 평이다.이 때문에 지난해 행정법 과목처럼 특정과목의 대량 과락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가 쉬웠던 만큼 정확한 개념 정리와 학설,판례 제시가 풍부해야 좋은 점수를 받아 합격권에 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한 수험생은 “2차 시험이 사례에서 문제를 내되 굉장히 포괄적인 논점을 묻는 쪽으로 가고 있다.”면서 “일부 논점이 어긋날 경우 뻔히 아는 문제도 감점당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LEC법학원 관계자 역시 “평이한 문제라 해도 실제 채점 뒤 공개되는 점수를 보면 평균점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서 “문제가 쉬운 만큼 완벽에 가까운 수준높은 답안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이번 시험에서도 재확인된 ‘교과서 위주의 출제’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는 경우도 많았다.사실 학원이 점수따기 위주의 강의로 폄하되고 있다해도 주요한 법률적 쟁점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수업이 이뤄지는 편인데,교과서 위주 출제를 고집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별 비중없는 부분에서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불만이다. 조태성 강혜승기자 cho1904@seoul.co.kr ■ 문제전문 ★헌법 국내 주요 신문사의 기자인 甲은 군사기밀보호법상의 군사 Ⅰ급비밀로 분류되어 극소수의 국가 중요정책 담당자만이 알고 있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甲은 위 군사 Ⅰ급비밀을 담당하는 A와의 인터뷰를 통하여 위 정보가 사실임을 확인하였다.A는 언론사가 위 정보를 보도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국가안정보장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므로 보도하지 말아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그러나 甲은 위 정보를 보도하였을 뿐 아니라,그 과정에서 A와의 인터뷰 내용을 임의로 편집하여 마치 A가 부정한 이익을 취득한 것처럼 기사화함으로써 A의 명예도 훼손하였다.(50점) 가.이 사안과 관련하여 보도의 자유는 어떠한 한계를 가지는가? 나.위 군사 Ⅰ급비밀의 내용을 담은 보도를 사전에 억제할 목적으로 민사집행법상의 가처분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가? 다.A가 취할 수 있는 사후적 권리구제수단을 서술하시오. 재판청구권의 보호범위에 관하여 논하시오.(20점) 국무총리의 부서권에 관하여 논하시오.(20점) 헌법소원에서의 보충성의 원칙 및 그 예외를 약술하시오.(10점) ★행정법 A郡은 포도 등 과일의 주산지로 이들 과일의 생산에 의하여 전체 농가소득의 대부분을 올리고 있다.그런데 관상용으로 주택,가로 또는 묘지 등에 심은 X나무가 포도 등 과일나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X나무의 식재(植栽)를 금지하여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었다. 이에 A郡 의회는 이러한 여론을 수렴하여 “1) A郡에서는 X나무를 심거나 기르지 못한다. 2) 기존의 X나무에 대하여 소유권 등 권리가 있는 자는 1년 안에 X나무를 제거하여야 하며,이를 이행하지 않는 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라는 내용의 ‘X나무 식재 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하였다.(50점) 가.위 의결된 조례(안)에 대한 군수 및 도지사의 통제방법을 논하시오. 나.위 조례가 공포,시행된 후 A郡 관내에서 X나무 묘목을 생산,판매하는 甲이 취할 수 있는 권리구제수단을 논하시오. 사행행위 영업의 하나인 투전기영업허가를 받은 甲은 3년의 허가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아니하여 허가관청에 대하여 허가갱신신청을 하였으나 거부당하였다.이에 甲은 허가갱신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허가갱신거부처분의 집행정지결정을 신청하였다.甲의 집행정지 주장의 당부와 그 논거를 제시하시오.(30점) 담당공무원이 법령의 적용과정에서 법령해석을 그르쳐 행정처분을 함으로써 특정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배상책임의 인정 여부를 논하시오.(20점) ★상법 甲은 A주식회사와 대금 5억원의 상가분양계약을 체결하고 분양대금 중 2억원을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납입하였다.몇 개월 후 A주식회사가 자금부족으로 위 상가건설을 중단하게되자,甲은 위 상가 분양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고 A주식회사에 대하여 납입한 대금의 반환을 청구하였으나 A주식회사의 자산이 전혀 없어서 대금의 반환을 받지 못하였다.그런데 상가분양 당시 A주식회사의 주식은 외형상 丙 등 4인 명의로 분산되어 있었으나,실질적으로는 丙이 발행주식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또한 A주식회사의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의도 외관상 회사로서의 명목을 갖추기 위한 것일 뿐,회사운영에 관한 일체의 결정이 丙 개인의 의사대로 이루어져 왔고,한편 대표이사인 乙은 丙에게 대표이사 직인을 맡긴 채 丙의 의사대로 업무집행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치하였다.위 상가분양도 丙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납입된 분양대금도 丙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었다. 위 사안에서 甲이 취할 수 있는 권리구제방법을 논하시오.(50점) 甲은 乙로부터 컴퓨터 10대를 구입하면서 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주었고,丙은 그 어음에 보증을 하였다.그 후 배송되어 온 컴퓨터를 확인한 甲은 자신이 주문한 사양과 전혀 다른 것을 확인하고 기망을 이유로 위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취소하였다. 이 경우 乙은 丙에 대하여 어음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가? (30점) 영업소의 개념과 법률상 효과를 설명하시오.(20점) ★민법 < 제 1 문> 甲은 乙은행 모 지점 지점장인 丙에게 2002.5.9.부터 2003.7.9.사이에 수차례에 걸쳐서 금 3억원을 乙은행에 예탁하여 달라고 맡겼다.그러나 丙은 甲으로부터 받은 돈을 실제로는 乙은행에 입금하지 아니하고,자신이 경영하던 A회사의 운영자금으로 유용하였다.한편,丙은 甲으로부터 위 돈을 받을 때마다 乙은행의 수기식(手記式) 정기예금증서를 甲에게 교부하고,그에 대한 이자는 자신의 돈으로 乙은행의 금리보다 높은 이율로 계산하여 지급하였다.그런데,乙은행은 1990년도에 업무전산화를 한 이후로는 위와 같은 수기식 정기예금증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그 후 2004.3.경 위 A회사가 도산하자,丙은 甲에게 위 예금의 이자를 지급하지 않게 되었다.이 경우에 있어서 甲,乙,丙의 법률관계를 논하시오.(50점) 다음에 관하여 논하시오.(25점) 가.임야 (가)의 소유자인 甲으로부터 그 임야상의 수목을 매수한 乙이 그 명인방법을 갖춘 후에,甲이 그 수목을 포함한 임야를 丙에게 매도하고 그 임야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이 경우 丙은 乙에 대해 그 수목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만일 乙이 명인방법을 갖추지 않고 있는 중에 丙이 그 수목에 대한 명인방법만을 갖추었다면 어떠한가? 나.임야 (나)의 소유자인 A는 그 임야상의 수목의 소유권을 자기에게 유보하고,그 지반인 토지만을 B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그 후 B는 그 토지와 수목을 C에게 양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이 경우 C는 A에 대해 수목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분할하면서 피상속인이 남긴 적극재산의 분할비율과 소극재산의 분할비율을 달리한 경우,그러한 재산분할의 피상속인의 채권자에 대한 효력에 대해 설명하시오.(25점) ★민사소송법 甲은 乙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丙에게 골동품을 매도하고 그 골동품을 丙에게 인도하였으나 매매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이에 甲은 乙을 상대로 매매대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아래의 각 물음에 답하시오.(50점) 1.가.위 소송에서 乙은,丙에게 위 매매계약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한 바 없어 위 매매계약은 자신과 무관하고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의무없는 자에 대하여 제기된 부적법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이에 대하여 법원은 어떤 판단을 하여야 하는가? 나.甲은 丙이 乙과 무관하다는 乙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에 대비하여,위 소송절차에서 丙에게 손해배상을 구하는 내용의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고자 한다.이와 같이 예비적으로 丙을 피고로 추가하는 것이 가능한가? 가능한 경우 각 청구에 대한 법원의 심판방법은? 2.甲은 1.의 나.항과는 달리 乙에 대하여 매매계약의 무효를 이유로 한 위 골동품의 반환청구를 예비적으로 추가하였는데,법원은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주위적 청구만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다. 이 경우 甲이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증인에 대한 증거조사를 함에 있어서,서면이 이용되는 각 경우를 설명하시오.(25점) 甲이 乙을 상대로 건물철거 및 부지인도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 바,이에 대하여 乙은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에 기한 항변을 하였고,제1심 법원은 충분한 심리를 거쳐,乙의 위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乙이 제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한 후,항소심에서 법정지상권설정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려고 한다.이러한 반소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밝히고,그 근거를 제시하시오.(25점) ★형법 < 제 1 문> 동업관계에 있는 甲과 乙은 2000.3.15.A로부터 대지 50평을 매수하였다.그 후 2002.10.경 甲과 乙이 위 대지에 업무용 빌딩을 신축하려면 위 대지와 인접한 대지 20평(이하 본건 부동산이라 함)도 매수하여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소유자를 확인해보니 등기부상 소유명의자로 되어 있는 B는 2002.5.20.이미 사망하였으며,상속인이 있지만 소재를 전혀 알 수 없고 본건 부동산에 대해서 아무런 관리도 하고 있지 아니하였다.이에 甲과 乙은 B명의의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임의로 작성,B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본건 부동산을 甲명의로 이전하기로 공모하였다.그리하여 甲과 乙은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얻어,필체가 좋은 乙이 계약서의 매도인란에 B,매수인란에 甲,계약자란에 2002.2.10.이라고 기재하여 B명의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다.그런데 乙은 뒤늦게 甲의 사업추진 방식에 불안을 느끼고 소 제기를 만류하였지만,甲이 말을 듣지 아니하자 구두로 동업을 해지하고 자신은 앞으로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그러자 甲은 위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소장에 첨부하여 단독으로 법원에 B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甲과 乙의 죄책은? (50점) A선박회사 연구개발부의 직원인 甲은 입사할 때 회사의 영업비밀에 관한 사항은 회사 밖으로 유출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였다.甲은 A선박회사가 甲을 포함한 많은 연구 인력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고부가가치 선박 설계도면을 A선박회사에서 甲에게 제공한 업무용 컴퓨터에 저장 ·보관하고 있었다.甲은 위 설계도면을 빼내 외국에 있는 경쟁 선박회사에 팔아 한몫 잡기로 마음먹고,회사의 A₃복사지 2장에 위 설계도면을 출력하여 자신의 집에 보관하였다.그 후,甲은 직접 외국으로 가서 위 설계도면을 사용하겠다는 외국의 경쟁 선박회사와 접촉하여 이를 팔기로 합의한 뒤,경쟁 선박회사 사장에게 3억원을 받고 위 설계도면을 건네주었다.한편 甲의 상사인 연구개발부장 乙은 甲의 모든 행위를 처음부터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甲과 乙의 죄책은? (30점)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제 18조(벌칙)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기업의 임원 또는 직원으로서 그 기업에 유용한 기술상의 영업비밀을 정당한 이유없이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된 것임을 알고 제 3자에게 누설한자. 다음 농어촌도로정비법 제33조 양벌규정에서 법인처벌의 근거를 논하시오. “법인의 대표자 또는 법인이나 자연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자연인의 의무에 관하여 제32조에 규정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행위자를 벌한 외에 그 법인 또는 자연인에 대하여 각 본조에 규정한 벌금형을 과한다.다만,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당해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태만히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그 법인 또는 자연인은 벌하지 아니 한다”(20점) ★형사소송법 甲은 2003.5.24.23:00경 서울 소재 골목길에서 피해자 乙(女)을 강도강간할 생각으로 자신의 승용차에 강제로 태워 차에서 내릴 수 없게 한 다음 2003.5.23.01:00경 수원시 소재 아파트공사장에 도착하였다.갑은 그곳 승용차 안에서 을을 위협하여 금품을 강취하고,강간하였다.乙은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승용차 안에 감금된 상태에서 강도당한 사실만을 진술하고 수치심 때문에 강간당한 사실은 숨겼으나,검사는 피의자 甲을 수사하던 중 감금상태에서의 강도범행뿐만 아니라 강간범행도 명백히 밝혀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甲에 대하여 강도죄로만 공소제기하였다.법원은 2003.7.18.甲에 대하여 강도죄로 징역 3년을 선고하였고,甲의 항소포기로 판결이 확정되었다.그 후 乙이 2003.8.11.甲을 강간죄로 고소하자 검사는 2003.8.25.甲을 감금죄와 강간죄의 실체적 경합범으로 다시 공소 제기하였다 이 경우 강도죄로 먼저 공소제기된 부분과 나중에 감금죄 및 강간죄로 공소제기된 부분에 관련된 형사소송법상의 쟁점을 모두 논하시오.(단,법원은 이 사안에서 감금죄와 강도강간죄를 상상적 경합관계로 보고 있음) (50점) 다음은 ‘상습절도’의 범행으로 공소제기된 어느 피고인의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이다. “피고인은 ① 1995.10.5.수원지방법원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같은 해 12.15.위 집행유예의 선고가 취소되어 1996.8.27.안양교도소에서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고,② 2002.8.30.서울지방법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2003.12.8.안양교도소에서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고,③ 1997.3.3.수원지방법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2000.2.1.안양교도소에서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한 외에 동종전과가 5회 더 있는 자로서, ④ 상습으로,2004.1.19.23:00경 서울 소재 ××빌딩에 있는 ○○주식회사 사무실에 이르러 그곳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망치와 드라이버로 뜯어 열고 그 안에 침입하여 그곳에 있는 위 회사소유의 철제 소형금고 1개와 그 속에 들어 있는 돈 200만원을 들고 나와 이를 절취한 것이다.” 1.위와 같이 공소장에 피고인의 전과를 기재하는 것이 허용되는가? ①,②,③ 각 전과기재의 당부를 판단하시오. 2.‘엄격한 증명’과 ‘자유로운 증명’의 개념을 설명하고,위 ①.②,③,④의 각 기재내용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검토하시오. (30점) 현행 ‘피의자보석’에 대하여 논평하시오.(20점)
  • “작년 각국 테러 줄지않고 늘었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국 국무부는 지난 4월의 발표를 번복하며,지난해 전세계에 걸쳐 테러 발생 건수와 부상자 수가 모두 증가했다고 22일 수정,발표했다. 수정 발표에 대해 일부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지난 4월28일 발표된 보고서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목적을 반영했으며,미국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국무부는 지난 4월 ‘세계 테러리즘의 유형 2003’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세계에 걸쳐 테러가 34년 만에 최소로 줄어들어 부시 행정부의 테러 근절 노력이 성공을 거두었다고 주장했었다. 국무부는 그러나 이날 수정 발표에서 지난해 테러 행위가 208건 발생해 전년 198건보다 10건 증가했다고 밝혔다.국무부는 4월엔 테러 행위가 190건 발생해 전년보다 다소 줄어들었다고 발표했었다. 국무부는 테러에 따른 부상자 수도 지난해 3646명으로 전년 2013명보다 크게 증가했다고 이날 수정해 발표했다.국무부는 4월엔 지난해 테러로 1593명이 부상해 전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었다. 국무부는 지난해 테러로 인한 피해자 수는 625명으로 수정해 전년 725명보다 약간 줄었다고 말했다.4월 첫 발표때는 지난해 테러로 불과 307명만 사망했다고 말했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부시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수치를 조작하는 시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이번 착오가 새로운 데이터 시스템에 일부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램 이매뉴얼 민주당 하원의원은 지난 4월 발표된 “첫번째 초안은 행정부의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목적들을 반영했으며,새 보고서는 사실들을 반영한다.”고 말했다.미 의회조사국의 테러 분석가 래피얼 펄은 수정 발표로 “신뢰도가 훼손됐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나,행정부가 깨끗하게 나와 다행히 보고서를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 결과 아라비아 반도는 법치와 인권의 사각지대로 변모,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불법적으로 체포되거나 재판도 받지 못한 채 무기한 감금되는 등 극심한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국제앰네스티(AI)가 22일 강력히 비난했다. AI는 지난 1월부터 두달간의 현지 조사를 근거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대테러전쟁으로 “대대적인 불법 체포와 외부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의 감금,혐의사실도 알려주지 않고 재판도 없이 구속적부심 청구가 차단된 채 무기한 감금이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법치와 인권 회복을 촉구했다. mip@seoul.co.kr˝
  • 한국판 ‘키스 더 걸’ 충격

    여중생을 납치해 12일 동안 ‘성노리개’로 삼았던 인면수심의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 김해경찰서는 22일 여중생을 자신의 집 지하창고에 가둬놓고 성폭행한 노모(49·김해시 명법동)씨에 대해 강간·상해 및 감금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씨는 지난 6일 김해시 전하동 남해고속도로 지하통로 입구에서 친구를 만나러 가던 A양(13·중 2년)에게 “차를 태워주겠다.”며 자신의 승합차로 납치,성폭행한 혐의다. 조사결과 노씨는 납치한 A양을 1평 남짓한 지하창고에 감금,머리카락을 자르고 반항하면 폭력까지 휘둘렀다.일하러 집을 나갈 때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쇠사슬로 발을 묶고 약간의 음식을 두고,밖으로 자물쇠를 채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씨는 집으로 돌아오면 A양에게 밥을 먹인 후 욕정을 채웠으며,특히 A양이 임신할 것을 우려해 성폭행할 때마다 ‘몸에 좋은 것’이라며 피임약을 먹이는 치밀함도 보였다. 노씨는 7년전에 이혼하고,외딴 집에서 혼자 살면서 10여마리의 개를 키우며 노동으로 생활하고 있다. A양은 감금 12일째인 지난 17일 오후 9시쯤 노씨가 술에 취해 지하창고를 잠그지 않은 틈에 탈출,경찰에 신고했다. 한편 경찰은 노씨의 지하창고에 별다른 보관물이 없고,또다른 유사범행이 있었다는 제보에 따라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김해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0)남해 노도(櫓島)의 파도소리

    국문소설 ‘구운몽(九雲夢)’의 작가이자 조선 후기 이름 난 문신(文臣)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1637∼1692)은 경남 남해군 이동면 양오리 백연 마을 건너 노도(櫓島)에서 56세 일기로 생을 마쳤다.그는 서울 태생인 데다 생애 대부분을 서울에서 살았다.그런 그가 한반도의 끝 남해바다에 외롭게 떠 있는 한 작은 무인도에서 숨을 거둔 이유는 정치범이라는 죄를 덮어 쓰고 이곳으로 유배되었기 때문이다. ●역모죄로 유배… 천연의 무인도 특별감옥 노도는 유배지였다.그러나 김만중 이전,또는 이후에 이곳으로 유배된 사람이 있었다는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노도는 김만중 한 사람을 유형시키기 위해 선택된 특별감옥이었던 셈이다. 그의 죄목은 역모와 관련되었다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숙종 임금과 희빈 장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서인(西人)과 남인(南人)의 다툼에서 서인이 패배하게 되자 관직을 빼앗기고 죄인이 되었다.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무거웠다.사람이 살 수 없는 변방으로 끌려갔다가 다시 남해(南海)에 위리안치(圍籬安置),즉 사방에 울타리를 둘러치고 그 안에 감금하는 형벌이었다. 이같은 조건을 잘 갖춘 곳이 노도다.섬의 동남쪽은 가파른 경사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어서 일부러 울타리를 칠 필요가 없다.서쪽도 급경사지여서 탈출이 불가능하다.북쪽으로 난 밋밋한 한 자락만이 간신히 바다에 이르는 길로 이용할 수 있는데,이곳에서 맞은편 남해까지 사이에는 급류가 흐르고 있어 이 또한 천혜의 장애물이다.감옥으로서의 모든 조건을 갖춘 노도에다 김만중을 혼자 몰아 넣어 놓고 숙종은 장희빈과 쾌락의 나날을 보냈고,남인 권력자들의 끝없는 욕망은 조선시대를 비탈로 끌어내렸다. 그리움의 정서가 자주 표출되는 그의 시편들은 그의 생애가 잘 투영된 것들이다.또한 많은 인물 대부분이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는 소설과 시들은 그의 낭만주의 정감을 엿보게 한다.실제로 노도에 유배당한 김만중은 유배지로 찾아온 어머니와 아내와의 피맺힌 해후를 통하여 한글소설 ‘구운몽’을 탄생시켰다. 그가 53세 되던 1689년에 끌려와서 3년 뒤인 1692년 타계할 때까지 홀로 꿈꾸고 절규했던 적소(謫所),노도로 가기 위해 백연 마을 포구에서 고깃배를 빌려 탔다.불과 5분 남짓이면 노도에 닿는 거리다.그러나 노도와 백연마을 사이를 왕래하는 정기 여객선 같은 것은 있었던 적이 없었다.포구의 방파제는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태풍의 패악질로 곳곳이 무너진 채 파도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작은 고깃배를 몰고 가는 초로의 남자가 전해 준 말에 따르면 백연마을이나 노도는 1985년까지도 등잔불을 켜고 살았단다.십여 년 전부터 노도를 찾아오는 이들이 가끔 있어서 기름값이나 받고 손님을 실어다 주기도 한다는데,그 손님들 대부분이 어떻게 노도에서 혼자 3년 동안이나 지낼 수 있었는지 끔찍하다며 말을 잃곤 하더란다. 노도에는 그가 귀양살이 한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북쪽 산비탈에 울창한 동백나무와 비자나무 숲에서 산새 몇 마리가 가는 소리로 울고 있다.김만중의 외로운 넋이런가 싶다.이 섬에서 북쪽 동백나무 숲 아래의 다소 밋밋한 언덕배기가 배를 접근시킬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피눈물로 얼룩진 어머니·아내와의 해후 필자는 배가 닿았던 지점에서 맞은편 백연마을 포구를 바라본다.소리치면 건너편 포구까지 닿을 듯도 싶다.큰소리로 외쳐본다.바람이 그다지 불지 않는 날이어서 그런지 포구에서 그물을 손질하던 마을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보인다.내 목소리가 들린다는 뜻이다.그때 필자는 김만중이 유배생활 중에 겪었던 피눈물로 얼룩진 사건을 떠올렸다.어쩌면 바로 이 자리였을지도 모른다.그가 노도로 유배 온 이듬해 늦은 봄이었다.움막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어디선가 애절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붓을 놓고 귀를 귀울였다.분명 사람 목소리였다.움막 밖으로 나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그의 눈길이 노도 맞은편 백연마을 언덕으로 가 닿는다.세 사람이 언덕 위에 서서 노도 쪽을 바라보고 있다.두 사람은 여인이고 한 명은 남자였다.그 남자가 다시 고함을 쳤다.저쪽 사내는 김만중을 찾고 있었다.놀랍고 반가웠다.되도록 한 발짝이라도 가까운 곳으로 다가섰다.바람이 불고 있었다.저쪽에서 외치는 소리가 바람에 파묻혔다가 토막난 채 들려온다.김만중 자신을 찾는 것이 분명했다.그렇다고 대답했다.그러자 저쪽의 여자 한 사람이 절규한다.김만중의 아내였다.그 옆의 여인은 어머니였다.남자는 김만중의 집일을 도맡고 있는 주석아범이었다. 죄수가 유형생활하는 유배지에 가족이 찾아오는 것은 법으로 엄금했다.그리하여 주변을 지키는 포졸들에게 뇌물을 주고 잠시만 만나기도 했다.노도에 있는 김만중을 만나려면 특별하게 마련된 배가 필요했다.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주석아범은 백방으로 손을 써봤지만 배를 구할 수 없었고,그렇게 먼발치에서라도 소리쳐 이름 불러볼 수 있게 된 것도 여간 공들인 것이 아님을 알렸다.어머니는 자식이 하도 보고 싶어 서울에서 남해까지 왔지만 자식의 적소까지는 다가설 수 없어서 애를 태웠다.김만중은 울음을 참으면서 소리 질러 집안 안부를 물었고 어머니는 주석아범 목소리를 빌려서 부디 몸조심하라 신신당부했다. 늦은 봄날 하루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마침내 어머니가 혼절했다.주석아범은 어머니를 등에 업고,아내는 나귀를 몰고 돌아섰다.아내가 가다 말고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세 사람 모습이 사라진 뒤 김만중은 바닷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오래오래 울었다.늦은 봄밤이 깊어와 파도소리도 따라 울었다. ●소설 못보고 어머니 눈감자 그도 앓다 숨져 그날 이후 김만중은 소설 쓰기에 매달렸다.어머니께 보내드리기 위해서였다.그는 어머니께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었다.지난날 그가 중국 사신으로 가게 되었을 때 어머니는 중국 소설책 몇 권을 구해와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그런데 사신의 임무가 너무 막중하고 분주하여 어머니의 부탁을 그만 잊어버렸던 것이다.그 뒤로 다시는 중국 여행길이 마련되지 않아 늘 어머니께 송구한 마음이었다.김만중은 노도에서 그렇게 어머니와 이별한 뒤로 지키지 못한 어머니와의 약속을 다시 떠올렸다.언제 풀려나게 될지 알 수 없는 절해고도에 갇힌 몸이라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초조함이 더했다. ‘구운몽’은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인생을 특정한 사상의 틀 안에 넣어서 보지 않고 모든 틀을 깨고 나와서 자유롭게 관조한다는 주제로 씌어진 소설이다.그래서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인 금강경의 공(空)을 소설화했다고도 볼 수 있는 소설이다.김만중 자신의 육신이 절해고도에 감금당하고 자신의 삶이 철저한 불행 속에 놓여진 뒤에야 깨닫게 된 정신세계의 변화였다. 세속의 상식으로 볼 때 그의 인생은 끝장난 것이다.남은 것은 외로움에 찢겨 피흘리다 파도소리에 젖은 채 죽는 일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그때 그는 역설의 묘법을 눈치챈 것이다.명예,권력,소유의 욕망을 놓아버리면 한없이 자유로운 자연이 된다는 것을 안 것이다.마침내 자신의 감옥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하면서 ‘구운몽’을 쓴 셈이다. 소설이 완성되었지만 보낼 길이 막연했다.어머니는 그렇게 다녀가신 그 해 가을에 눈을 감았다.소식을 갖고 온 조카에게 완성된 ‘구운몽’을 들려보내면서 장례에도 못 가는 불효자식을 대신하여 구운몽을 어머니 영전에 올려달라며 피울음을 울었다.자식 기다리는 어머니를 위로해드리기 위해 쓴 소설이지만 정작 그 소설을 보지도 못한 채 눈 감은 어머니를 부르며 바닷가를 거닐었다.어머니라는 등불이 꺼지고나자 자신의 삶은 더욱 작고 초라했다. 어머니와 아내가 서 있던 언덕의 느티나무 잎이 지고 파도가 흰 갈기를 세우며 세상을 질타하는 겨울 내내 김만중은 병을 앓았다.그리움은 육신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김만중은 그렇게 앓으며 파도소리에 갇힌 채 유배지 불 꺼진 방에서 홀로 쓸쓸히 숨을 거두었다.육신을 벗어버림으로써 더는 갇힐 것 없는 무애의 빛이 되었을까.구운몽 책갈피가 파도소리에 젖는다. 우리말과 글을 버리고 다른 나라 말로 글을 짓는다면 이는 앵무새가 사람 말을 흉내내는 것과 같다면서 국문가사예찬론을 폈던 서포 김만중의 목소리가 이 여름 노도를 씻어가는 파도소리로 다가온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0)남해 노도(櫓島)의 파도소리

    국문소설 ‘구운몽(九雲夢)’의 작가이자 조선 후기 이름 난 문신(文臣)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1637∼1692)은 경남 남해군 이동면 양오리 백연 마을 건너 노도(櫓島)에서 56세 일기로 생을 마쳤다.그는 서울 태생인 데다 생애 대부분을 서울에서 살았다.그런 그가 한반도의 끝 남해바다에 외롭게 떠 있는 한 작은 무인도에서 숨을 거둔 이유는 정치범이라는 죄를 덮어 쓰고 이곳으로 유배되었기 때문이다. ●역모죄로 유배… 천연의 무인도 특별감옥 노도는 유배지였다.그러나 김만중 이전,또는 이후에 이곳으로 유배된 사람이 있었다는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노도는 김만중 한 사람을 유형시키기 위해 선택된 특별감옥이었던 셈이다. 그의 죄목은 역모와 관련되었다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숙종 임금과 희빈 장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서인(西人)과 남인(南人)의 다툼에서 서인이 패배하게 되자 관직을 빼앗기고 죄인이 되었다.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무거웠다.사람이 살 수 없는 변방으로 끌려갔다가 다시 남해(南海)에 위리안치(圍籬安置),즉 사방에 울타리를 둘러치고 그 안에 감금하는 형벌이었다. 이같은 조건을 잘 갖춘 곳이 노도다.섬의 동남쪽은 가파른 경사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어서 일부러 울타리를 칠 필요가 없다.서쪽도 급경사지여서 탈출이 불가능하다.북쪽으로 난 밋밋한 한 자락만이 간신히 바다에 이르는 길로 이용할 수 있는데,이곳에서 맞은편 남해까지 사이에는 급류가 흐르고 있어 이 또한 천혜의 장애물이다.감옥으로서의 모든 조건을 갖춘 노도에다 김만중을 혼자 몰아 넣어 놓고 숙종은 장희빈과 쾌락의 나날을 보냈고,남인 권력자들의 끝없는 욕망은 조선시대를 비탈로 끌어내렸다. 그리움의 정서가 자주 표출되는 그의 시편들은 그의 생애가 잘 투영된 것들이다.또한 많은 인물 대부분이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는 소설과 시들은 그의 낭만주의 정감을 엿보게 한다.실제로 노도에 유배당한 김만중은 유배지로 찾아온 어머니와 아내와의 피맺힌 해후를 통하여 한글소설 ‘구운몽’을 탄생시켰다. 그가 53세 되던 1689년에 끌려와서 3년 뒤인 1692년 타계할 때까지 홀로 꿈꾸고 절규했던 적소(謫所),노도로 가기 위해 백연 마을 포구에서 고깃배를 빌려 탔다.불과 5분 남짓이면 노도에 닿는 거리다.그러나 노도와 백연마을 사이를 왕래하는 정기 여객선 같은 것은 있었던 적이 없었다.포구의 방파제는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태풍의 패악질로 곳곳이 무너진 채 파도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작은 고깃배를 몰고 가는 초로의 남자가 전해 준 말에 따르면 백연마을이나 노도는 1985년까지도 등잔불을 켜고 살았단다.십여 년 전부터 노도를 찾아오는 이들이 가끔 있어서 기름값이나 받고 손님을 실어다 주기도 한다는데,그 손님들 대부분이 어떻게 노도에서 혼자 3년 동안이나 지낼 수 있었는지 끔찍하다며 말을 잃곤 하더란다. 노도에는 그가 귀양살이 한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북쪽 산비탈에 울창한 동백나무와 비자나무 숲에서 산새 몇 마리가 가는 소리로 울고 있다.김만중의 외로운 넋이런가 싶다.이 섬에서 북쪽 동백나무 숲 아래의 다소 밋밋한 언덕배기가 배를 접근시킬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피눈물로 얼룩진 어머니·아내와의 해후 필자는 배가 닿았던 지점에서 맞은편 백연마을 포구를 바라본다.소리치면 건너편 포구까지 닿을 듯도 싶다.큰소리로 외쳐본다.바람이 그다지 불지 않는 날이어서 그런지 포구에서 그물을 손질하던 마을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보인다.내 목소리가 들린다는 뜻이다.그때 필자는 김만중이 유배생활 중에 겪었던 피눈물로 얼룩진 사건을 떠올렸다.어쩌면 바로 이 자리였을지도 모른다.그가 노도로 유배 온 이듬해 늦은 봄이었다.움막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어디선가 애절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붓을 놓고 귀를 귀울였다.분명 사람 목소리였다.움막 밖으로 나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그의 눈길이 노도 맞은편 백연마을 언덕으로 가 닿는다.세 사람이 언덕 위에 서서 노도 쪽을 바라보고 있다.두 사람은 여인이고 한 명은 남자였다.그 남자가 다시 고함을 쳤다.저쪽 사내는 김만중을 찾고 있었다.놀랍고 반가웠다.되도록 한 발짝이라도 가까운 곳으로 다가섰다.바람이 불고 있었다.저쪽에서 외치는 소리가 바람에 파묻혔다가 토막난 채 들려온다.김만중 자신을 찾는 것이 분명했다.그렇다고 대답했다.그러자 저쪽의 여자 한 사람이 절규한다.김만중의 아내였다.그 옆의 여인은 어머니였다.남자는 김만중의 집일을 도맡고 있는 주석아범이었다. 죄수가 유형생활하는 유배지에 가족이 찾아오는 것은 법으로 엄금했다.그리하여 주변을 지키는 포졸들에게 뇌물을 주고 잠시만 만나기도 했다.노도에 있는 김만중을 만나려면 특별하게 마련된 배가 필요했다.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주석아범은 백방으로 손을 써봤지만 배를 구할 수 없었고,그렇게 먼발치에서라도 소리쳐 이름 불러볼 수 있게 된 것도 여간 공들인 것이 아님을 알렸다.어머니는 자식이 하도 보고 싶어 서울에서 남해까지 왔지만 자식의 적소까지는 다가설 수 없어서 애를 태웠다.김만중은 울음을 참으면서 소리 질러 집안 안부를 물었고 어머니는 주석아범 목소리를 빌려서 부디 몸조심하라 신신당부했다. 늦은 봄날 하루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마침내 어머니가 혼절했다.주석아범은 어머니를 등에 업고,아내는 나귀를 몰고 돌아섰다.아내가 가다 말고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세 사람 모습이 사라진 뒤 김만중은 바닷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오래오래 울었다.늦은 봄밤이 깊어와 파도소리도 따라 울었다. ●소설 못보고 어머니 눈감자 그도 앓다 숨져 그날 이후 김만중은 소설 쓰기에 매달렸다.어머니께 보내드리기 위해서였다.그는 어머니께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었다.지난날 그가 중국 사신으로 가게 되었을 때 어머니는 중국 소설책 몇 권을 구해와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그런데 사신의 임무가 너무 막중하고 분주하여 어머니의 부탁을 그만 잊어버렸던 것이다.그 뒤로 다시는 중국 여행길이 마련되지 않아 늘 어머니께 송구한 마음이었다.김만중은 노도에서 그렇게 어머니와 이별한 뒤로 지키지 못한 어머니와의 약속을 다시 떠올렸다.언제 풀려나게 될지 알 수 없는 절해고도에 갇힌 몸이라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초조함이 더했다. ‘구운몽’은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인생을 특정한 사상의 틀 안에 넣어서 보지 않고 모든 틀을 깨고 나와서 자유롭게 관조한다는 주제로 씌어진 소설이다.그래서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인 금강경의 공(空)을 소설화했다고도 볼 수 있는 소설이다.김만중 자신의 육신이 절해고도에 감금당하고 자신의 삶이 철저한 불행 속에 놓여진 뒤에야 깨닫게 된 정신세계의 변화였다. 세속의 상식으로 볼 때 그의 인생은 끝장난 것이다.남은 것은 외로움에 찢겨 피흘리다 파도소리에 젖은 채 죽는 일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그때 그는 역설의 묘법을 눈치챈 것이다.명예,권력,소유의 욕망을 놓아버리면 한없이 자유로운 자연이 된다는 것을 안 것이다.마침내 자신의 감옥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하면서 ‘구운몽’을 쓴 셈이다. 소설이 완성되었지만 보낼 길이 막연했다.어머니는 그렇게 다녀가신 그 해 가을에 눈을 감았다.소식을 갖고 온 조카에게 완성된 ‘구운몽’을 들려보내면서 장례에도 못 가는 불효자식을 대신하여 구운몽을 어머니 영전에 올려달라며 피울음을 울었다.자식 기다리는 어머니를 위로해드리기 위해 쓴 소설이지만 정작 그 소설을 보지도 못한 채 눈 감은 어머니를 부르며 바닷가를 거닐었다.어머니라는 등불이 꺼지고나자 자신의 삶은 더욱 작고 초라했다. 어머니와 아내가 서 있던 언덕의 느티나무 잎이 지고 파도가 흰 갈기를 세우며 세상을 질타하는 겨울 내내 김만중은 병을 앓았다.그리움은 육신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김만중은 그렇게 앓으며 파도소리에 갇힌 채 유배지 불 꺼진 방에서 홀로 쓸쓸히 숨을 거두었다.육신을 벗어버림으로써 더는 갇힐 것 없는 무애의 빛이 되었을까.구운몽 책갈피가 파도소리에 젖는다. 우리말과 글을 버리고 다른 나라 말로 글을 짓는다면 이는 앵무새가 사람 말을 흉내내는 것과 같다면서 국문가사예찬론을 폈던 서포 김만중의 목소리가 이 여름 노도를 씻어가는 파도소리로 다가온다.˝
  • [무슨 영화 볼까]

    ●올드보이 장르/예매율 미스터리 스릴러/0.3%(18세) 감독/배우는 박찬욱/최민식·유지태·강혜정 어떤 줄거리 15년을 감금당한 남자와,그를 가둬야만 했던 남자의 비극. 이래서 좋아 공포물보다 더 섬짓한 반전. 이래서 별로 두고두고 께름칙한 소재. 홈피 반응은 “…” ●효자동 이발사 장르/예매율 휴먼드라마/0.6%(15세) 감독/배우는 임찬상/송강호·문소리·이재응 어떤 줄거리 대통령 이발사가 된 한 소시민의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 이래서 좋아 밀도있는 송강호의 부성애 연기. 이래서 별로 굴절된 현대사가 픽션에 애매하게 가려졌네∼ 홈피 반응은 “온국민이 봐야 할 영화같네요.” ●옹박-무에타이의 후예 장르/예매율액션/0.8%(15세) 감독/배우는프라차 핀캐우/토니 자·파놈 이럼 어떤 줄거리사라진 불상의 머리를 찾아나선 젊은 무예가의 활약상. 이래서 좋아와이어,CG,스턴트가 없는 100% 리얼액션. 이래서 별로갈수록 긴장미가 떨어지는 단선적 내러티브. 홈피 반응은“토니 자의 액션 빼면…허무합니다.” ●데스티네이션2 장르/예매율공포/2.4%(18세) 감독/배우는데이비드 R.엘리스/알리 라터·A.J.쿡 어떤 줄거리고속도로 연쇄충돌사고의 생존자들이 예견된 죽음에 맞서는 이야기. 이래서 좋아있음직한 사고의 연결고리를 찾는 즐거움. 이래서 별로오싹한 공포보다는 요란하기만 한 폭파신. 홈피 반응은“무섭기보다는 시원시원하네요.” ●페이스 장르/예매율공포/15.4%(15세) 감독/배우는유상곤/신현준·송윤아 어떤 줄거리사체 복안전문가를 둘러싼 미스터리 공포. 이래서 좋아공포물에 도전한 송윤아,두개골 복원이라는 새로운 소재. 이래서 별로‘강약’없이 기계적으로 남발하는 굉음. 홈피 반응은“그냥 ‘악!’ 한마디면 될 것같네요.” ●트로이 장르/예매율서사액션/19.8%(15세) 감독/배우는볼프강 페터슨/브래드 피트·에릭 바나·올란도 블룸·다이안 크루거 어떤 줄거리신화 속 트로이 전쟁을 멜로와 액션으로 포장. 이래서 좋아‘마초영웅’이 된 근육질의 브래드 피트. 이래서 별로신화에 충실한데,스토리 압축미는 떨어지네. 홈피 반응은“…” ●투모로우 장르/예매율SF드라마/33.5%(12세) 감독/배우는롤랜드 에머리히/데니스 퀘이드·제이크 길렌할·에미 로섬 어떤 줄거리지구온난화로 빙하기를 맞은 위기의 지구. 이래서 좋아‘규모’로만 따지면 최고의 재난블록버스터. 이래서 별로특수효과에 흔적도 없이 녹아버린 드라마. 홈피 반응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장르/예매율 멜로/26.6%(15세) 감독/배우는 곽재용/전지현·장혁 어떤 줄거리 터프한 여경찰과 순진한 여고 교사의 애틋하고 슬픈 로맨스. 이래서 좋아 감각적인 영상,감성적인 음악. 이래서 별로 ‘엽기적인 그녀’도 아니고,‘클래식’도 아니고. 홈피 반응은 “전지현이 어떤 영화에서보다 예쁘게 나와요.” ˝
  • 아리랑 TV ‘영상으로 읽는 한국문학’

    박경리의 ‘토지’,조정래의 ‘태백산맥’,서정주의 ‘질마재신화’….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 속 배경지에는 어떤 한국적 정취와 문학의 향기가 숨어있을까. 아리랑TV는 11일부터 ‘영상으로 읽는 한국문학’(금 오전 10시50분)에서 스무편의 문학작품 배경지를 찾아간다.작품이 쓰여질 당시의 삶과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현장에서 문학작품 속 주요 장면을 살아있는 드라마로 재연해낼 예정이다. 첫회는 한센병자들의 아픔을 다룬 이청준의 장편 ‘당신들의 천국’을 잉태한 소록도의 현장에 발을 디딘다.환자들이 만든 중앙공원과 일제시대에 수용된 환자들의 상황을 증언하는 감금실과 검시실 등이 소개된다. 18일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는 단 두 행의 시로 주목받은 정현종 시인의 쉼터인 신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그밖에 김용택의 ‘섬진강’,채만식의 ‘탁류’,양귀자의 ‘천년의 사랑’,김승옥의 ‘무진기행’,신경숙의 ‘외딴 방’ 등 근현대문학을 탄생시킨 20곳에서 작품의 배경과 당시 한국상황 등을 짚어본다. 이 프로그램은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된 것을 기념해 전세계적으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노벨 문학상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동 제작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국제플러스] 이스라엘軍 아라파트 본부 봉쇄

    |라말라 AFP 연합|이스라엘군 지프 20대가 간밤에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의 본부를 봉쇄했다고 팔레스타인 보안 소식통들이 2일 말했다.이스라엘 군대는 팔레스타인 임시행정수도인 라말라에 있는 아라파트 근거지의 접근로 5곳을 차단,이스라엘군에 의해 2년반 동안 자택과 사무실에 사실상 감금돼온 아라파트를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냈다.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4월 자신이 아라파트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측에 한 약속에 더이상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개인정보 빼돌린 경찰 파면

    경기도 성남 남부경찰서는 31일 “성매매 피해여성의 증언과 관련,당사자로 지목된 A경사에 대해 경기지방경찰청에서 중징계 통보를 해와 지난 29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파면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감찰 결과 A경사가 친구인 유흥주점 업주에게 100여 차례에 걸쳐 여종업원들의 기소중지 여부 등 개인정보를 알려준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단속정보 사전유출 등 업주와 다른 유착관계는 없었다.”고 말했다.A경사는 징계에 불복,소청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성매매 피해여성 7명은 지난 17일 “성남 중동의 윤락업소에 감금된 채 성매매 및 변태행위를 강요받는 등 인권을 유린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억원,업주를 상대로 1인당 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선불금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피해여성 A씨는 “경찰관이 찾아오면 술대접은 물론 성관계를 가져야 했다.”고 증언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흥행·작품성 겸비… 세계적 감독으로

    |칸(프랑스) 이종수특파원| “박찬욱은 가장 흥미로운 액션영화 감독 가운데 한 사람이 될 것이다.” 심사위원장 쿠엔틴 타란티노의 예언은 마침내 현실이 됐다. 다섯번째 장편영화인 ‘올드보이’로 처음 진출한 칸영화제에서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쥔 박찬욱(41)감독.그는 이제 세계적인 감독으로 부상했다.시상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상 받을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영화제가 임박하면서 ‘올드보이’의 수상은 차근차근 현실로 다가섰다. 14일(현지시간) 기자시사회, 15일 기자회견과 공식 상영때 드러난 ‘올드보이’의 열기는 ‘올드보이’ 시상식의 예고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강대 철학과 재학 때 영화패를 창단할 만큼 영화광인 박 감독은 할리우드 B급 영화를 좋아하는 취향을 살려 컬트풍 영화 ‘달은 해가 꾸는 꿈’‘3인조’를 만들어 흥행엔 실패했으나 두꺼운 마니아층을 확보해 왔다.세번째 영화인 ‘공동경비구역 JSA’로 583만명의 관객을 불러들이며 흥행에도 솜씨를 보인 뒤 ‘복수 3부작’인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를 연출하며 우뚝 섰다.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개봉된 ‘올드보이’는 33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영문도 모른 채 15년동안 감금된 오대수(최민식)와 그를 가둔 남자 이우진(유지태)의 과거사가 물고 물리며 벌어지는 복수 이야기이다.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근친상간’이라는 극단적 반전을 삽입해 복수의 강도를 더했다. 박찬욱 특유의 연출력과 작품성에 힘입어 ‘올드보이’는 미국 인기 인터넷 사이트 에인트잇쿨 닷컴의 ‘2003 세계 10대영화’에 뽑히는가 하면 220만달러에 일본으로 수출되는 등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미국 메이저 영화사 유니버셜 픽처스에 리메이크 판권을 팔아 일찍부터 어떤 식으로든 수상이 점쳐졌던 작품이다.˝
  • [오늘의 눈] 한국판 ‘베니스의 상인’/안동환 사회교육부 기자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는 샤일록이라는 고리대금업자가 등장한다.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려주고 한달 안에 갚지 않으면 1파운드의 생살을 베어낸다는 계약으로 악랄한 사채업자의 대명사가 됐다. 신용불량자 400만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생존법은 전화 한통으로도 현대판 샤일록과의 계약을 가능케 한다. 사채업자의 배후에는 더 지독한 전주가 있다.19일 한 사채업자의 전화를 받았다.그는 ‘야반도주하는 사채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본지 기사(5월19일자)를 업자들 끼리 돌려봤다고 했다.그는 전주가 더 지독하다면서 “사채업자들의 감금,폭력,납치,신체포기 요구 등 무자비한 불법 채권추심 행위 뒤에는 전주들이 있다.”고 항변했다. 전주-사채업자-소비자로 구성된 먹이사슬에서 결국 희생양은 서민이라는 점을 업자들도 인정했다.전주들이 1부를 부르면 사채업자는 2부,3부를 챙긴다. 사채업계 주변을 취재하면서 카드사와 정부에 서민은 ‘만만한’상대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내수를 진작한다는 명목으로 정부는 카드 사용을 장려하지 않았던가.그래서 한도를 대폭 늘렸다가,연체자와 신용불량자의 양산이 문제가 되자 별안간 한도를 축소했다. 하루아침에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진 연체자들이 사채업자를 찾은 건 어쩌면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사채업자도 돈이 떼이면서 전주를 피해 숨어버리는 현실이다. 20일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기 위한 배드뱅크가 공식 출범했다.원금 3%만 갚으면 신용불량자 딱지를 뗄 수 있다.그러나 발빠른 사채업자들은 벌써부터 현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신불자들이 3%의 선납금을 빌리기 위해 사채업자를 찾는다면,13% 이상의 선불이자를 고스란히 남길 수 있어서다.서민들이 사채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길은 있는 것일까. 안동환 사회교육부 기자 sunstory@˝
  • 돈줄막힌 서민들 카드결제일 줄서

    “죽는 소리를 해서 대출해 줬더니 이제와서 무슨 헛소리야.” 지난 17일 오후 2시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허름한 빌딩 4층에 자리잡은 사채업자 사무실.신모(48·여)실장은 전화기를 투박하게 내려 놓으면서 “재수가 없다.‘신용’이 있어야지.”라고 투덜댔다.이날은 LG카드사의 결제일.옆자리의 김모(46)실장은 “결제일엔 평소보다 2배 정도 고객이 몰린다.”면서 “하루종일 ‘돈 빌려달라.’,‘돈 갚으라.’는 악다구니로 시끄럽다.”고 말했다. 사무실 책상에는 은행·카드사별로 대출 및 가입신청서가 가득 쌓여있었다.벽에 걸린 화이트보드에는 ‘최 실장’,‘박 여사’등 고객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빽빽이 적혀 있었다.두 실장의 휴대전화와 사무실 전화는 연신 불이 나고 있었다. ●‘카드마감일 증후군’에 쫓기는 벼랑끝 사람들 서울 용산에서 옻닭식당을 운영하는 윤모(41·여)씨는 카드사가 독촉 중인 결제대금을 막기 위해 이 사채 사무실을 찾았다.카드깡을 위해 사채 사무실을 찾은 것이 벌써 7개월째.윤씨는 “지난해 7월 식당을 확장하면서 광고업자에게 500만원을 사기당하고,경기 불황까지 겹쳐 돈줄이 막혔다.”고 털어놨다.그때부터 윤씨는 신용카드 4장으로 돌려막기를 했다.윤씨는 “결제일이 다가오면 하늘이 노래지고 손이 떨리며 심장이 뛴다.”면서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벌어서 막아보려고 했지만 또 사채에 손을 벌리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김 실장이 갑자기 윤씨를 불러 세우면서 사무실 분위기는 싸늘해졌다.윤씨가 보증금으로 맡긴 통장 잔액을 조회하다 이상을 발견한 것.김 실장은 “통장에 있는 돈이 아까 얘기한 126만원이 아니라 116만원”이라고 따지자 윤씨는 “일부러 속인 건 아니었다.”고 식은 땀을 흘렸다.사채를 안고 잠적하는 고객이 늘면서 사채업자들이 자구책으로 보증금을 요구하면서 생긴 진풍경이다.윤씨는 가까스로 387만원의 금액을 결제할 수 있었다.387만원에서 116만원을 뺀 271만원이 윤씨가 갚아야 할 원금이다. 아파트경비원으로 신용카드 연체자인 박모(66)씨는 은행 마감시간 직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 사무실 문을 열었다.박씨는 “집안 일로 돈을 쓰다 보니 연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박씨로부터 카드와 비밀번호를 건네받은 김 실장은 카드한도를 체크하기 위해 카드사에 ARS전화를 걸었다. 김 실장이 확인한 현금서비스 한도는 1만 8000원.김 실장은 박씨에게 “한도가 없어 카드 대납은 불가능하다.”고 큰소리쳤다.박씨는 “34만원이 부족한데 그 정도는 대납이 될 줄 알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박씨는 “신용불량자가 되면 아들과 며느리를 볼 면목이 없다.”며 김 실장에게 매달렸다.김 실장은 13%의 선불 이자를 뗀 뒤 박씨의 연체를 막아줬다. ●사채업자에게도 결제일은 ‘공포’ 전주에게 빌린 돈을 제때 갚아야 하는 사채업자도 ‘마감 증후군’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사채업자 서모(38·여)씨는 최근 악몽같은 경험을 했다.서씨는 1년전 2명의 전주로부터 하루 1%의 이자로 각각 5000만원과 8000만원을 빌렸다.그러나 불황에 본인도 고객에게 돈이 떼이면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서씨는 5000만원에 대한 이자 상환은 매달 초순으로,8000만원은 월말로 결제일을 조정,돌려막기로 버텼지만 역부족이었다.지난 9일 전주와 연락을 끊은 서씨는 4일 만인 12일 경기 시흥시의 한 우체국 앞에서 전주가 고용한 ‘주먹’에게 붙잡혔다.인근 모텔에 감금된 서씨는 4시간 동안 폭행을 당한 끝에 각서를 쓰고 겨우 풀려났다.혼쭐이 난 서씨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떼인 돈을 되찾겠다.”고 고객 수첩을 뒤지고 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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