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감금
    2026-06-15
    검색기록 지우기
  • 토요일
    2026-06-15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6-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012
  • [월드 사이언스]

    [월드 사이언스]

    ■ 자기 키 27배 뛰는 메뚜기 로봇 발명 스위스 로잔 아카데미 지능시스템 연구소가 메뚜기처럼 도약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파사데나에서 최근 열린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국제회의에서 발표된 이 로봇은 무게가 7g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키 높이보다 27배나 높은 1.4m를 뛰어오를 수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비슷한 크기와 무게의 다른 로봇보다 10배 이상 높이 뛰는 것이다. 메뚜기 로봇은 보통 로봇이 갈 수 없는 거친 지형을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따라서 소형 센서를 장착해 거칠고 접근이 힘든 땅을 탐사하거나 탐색·구조 작업에 사용될 전망이다. 또 태양전지를 장착해 움직이며, 지구나 다른 행성을 탐사하는 도중에 충전할 수 있어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벼룩이나 방아깨비, 메뚜기, 개구리 등과 같은 동물들은 탄성 에너지를 천천히 충전했다가 한번에 발산하는 방식으로 도약을 한다. 이번에 발표된 메뚜기 로봇도 같은 원리로 도약을 한다.0.6g의 이동모터를 사용해 비틀림 스프링(torsion spring)에 에너지를 저장한 후 장착된 소형 전지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3초 간격으로 320번이나 도약할 수 있다. ■ 전자감시기술 발달이 범죄 막는다 미국 정부의 범죄 모니터링 방식이 새로운 전자감시기술(EST)의 등장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EST 옹호론자들은 새로운 기술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시민의 자유를 침해할 확률이 높아졌으며, 실제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보호받고 있다는 환상을 가질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은 최근 들어 감시기술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GPS 모니터링은 이미 유럽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시행되고 있다. 2006년 GPS 감시체계를 도입한 매사추세츠주는 현재 700여명의 예상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한정된 범위를 벗어나면 위성을 통해 이를 컴퓨터 서버로 전송하는 전자발찌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법에 의해 판사는 감시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전자감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오클라호마 상원은 지난 4월 47대 0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GPS기술을 폭력사건 피해자 방지에 활용하도록 했다.GPS는 형무소에 범죄자를 감금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범죄자를 감옥에 송치해 유지하는 데는 1년에 3만∼4만달러가 든다. 반면에 GPS 유지비는 연간 3400달러면 충분하다. 미국에선 2006년 상반기에만 위스콘신주 등 14개 주가 아동 성범죄자에게 GPS를 의무적으로 착용토록 하는 법안을 입법화했다. 영국, 프랑스, 호주, 일본도 전자감시시스템을 가동 중이거나 도입을 앞두고 있다. 영국의 일부 지역은 2004년부터 상습 성범죄자를 위성으로 24시간 감시하고 있으며, 일본은 성범죄자에게 GPS를 의무적으로 채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정신병원을 가다

    정신병원을 가다

    쇠창살, 감금, 폭언…. 정신병원 하면 으레 연상되는 부정적인 단어들이다. 국내 정신질환자는 200만명에 이르지만 정신병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아직도 ‘언덕위의 하얀집´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신질환을 여전히 고칠 수 없는 병으로 여기며, 정신질환자를 우리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요즘 정신병원의 세계는 어떠할까.1박2일 동안 정신병원에서 함께 생활을 해봤다. 지난 19일 오후 2시쯤, 경기도 광주시 탄벌동의 작은 산자락에 있는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점심식사 시간이 끝난 뒤라 고립된 방에 갇혀 지내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환자들이 병원 마당에 모여 잡담을 하거나 공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생활과 놀이, 치료가 되다 “파란 하늘 위로 훨훨 날아 가겠죠. 어려서 꿈 꾸었던 비행기 타고∼.” 병원 5층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댄스그룹 ‘거북이´의 흥겨운 노래 가락에 맞춰 40여명의 환자들이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사이코드라마(심리극)를 시작하기 전 긴장을 풀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어 여러명의 환자가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 놓더니 30대 남성인 박모씨에게 박수가 쏟아진다. 심리극의 주인공으로 낙점된 것. 심리극은 환자들에게 재미있는 ‘놀이´이지만, 이를 주관하는 의사들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의사들은 재빨리 등장 인물의 발언과 표정을 살피며 머릿속으로 환자의 상태와 극의 진행 방향을 수시로 체크한다. 심리극 책임자인 레지던트 장형윤(27)씨는 “심리극은 병원에 오기 전에 경험했던 정서적 상흔을 다시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치료과정”이라면서 “환자들은 서로를 지지해 주기도 하고, 과거 경험을 떠올리면서 억눌려 있던 감정을 올바로 잡아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주인공으로 무대에 선 박씨는 너무 엄격한 아버지 탓에 정신분열이 생겨 병원에 온 케이스. 그는 10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아버지역을 맡은 환자에게 “당신을 부둥켜 안고 울고 싶었다.”고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박씨는 다시 아버지역을 맡아 “말은 안 했지만 너를 사랑한다.”라고 당시 자신이 꼭 듣고 싶었던 말을 전했다. 이 병원 김어수(36) 교수는 “일반인들이 주로 떠올리는 상담, 약물치료는 수많은 치료과정 가운데 매우 작은 영역에 불과하다.”면서 “의료진과 환자의 공동생활이 곧 치료”라고 설명했다. ●감금치료는 옛말 폐쇄병동의 문은 환자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열쇠를 겹겹이 채워 놓고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단추 몇 개만 누르면 열리는 ‘도어록´ 시스템으로 돼 있다. 출입문의 재질도 금속이 아닌 나무. 의사와 간호사가 수시로 드나들어야 하기 때문에 흔히 영화에 등장하는 철창감옥과 같은 구조는 오히려 불편하다. 사무실 한쪽에서 펜대나 굴리고 있을 것 같은 의사들은 1∼3일 간격으로 환자와 뒤섞여 모임을 갖는다. 바로 환경치료를 뜻하는 ‘밀류 테라피´(milieu therapy)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집단치료 방식은 단순한 ‘수용´의 개념에서 ‘대화´와 ‘토론´으로 바뀌었다. 의료진은 환자와 수시로 대화를 나누면서 치료가 잘 진행되는지 평가한다. 폐쇄병동 환자 최모씨가 “날 감시하고 있는 안기부장이 이 병원이 속해 있는 연세대 출신이라지.”라고 말을 건네자 김어수 교수는 “아니에요. 잘못 아시는 겁니다.”라고 가볍게 받아 넘긴다. 곁에 앉아 있던 환자 김모씨가 기자를 보고 대뜸 “당신 날 조사하러 온 것 아니냐.”라고 묻자 김 교수가 대신 “이분은 병원을 둘러보러 오신 분”이라고 웃으며 대답해 준다. 의료진이 이들에게 늘 친절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난 나가야 한다. 정상인인 나를 왜 잡아 두느냐.”라고 고성을 지르는 조증(병적으로 들뜨고 흥분하는 증상) 환자에게 의료진은 “이제 나도 지쳤다. 뭐가 되든 당신 마음대로 하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환자의 다음 대답을 살펴 감정을 잘 조절하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다. 정신상담과 집단치료는 재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모든 치료는 환자가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즉석에서 실제 사회활동을 지도하기도 한다. 직장생활법에서부터 돈을 관리하는 요령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교육한다. 재활을 담당하는 사회사업사 최유경(27)씨는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도 언젠가는 치료를 받고 사회로 복귀하게 된다.”면서 “그들이 직업을 갖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병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과학으로 무장하다 고소공포증이나 대인기피증, 알코올 중독증 환자에게 실제 상황에서의 대처법을 교육하기란 쉽지 않다. 고소공포증 치료를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라고 환자의 등을 떼밀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진은 ‘가상현실´(VR)을 통해 현실에서 재연할 수 없는 상황을 실제와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보여 준다. 예를 들면 알코올 중독자에게는 가상현실을 통해 친구가 술을 권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기자가 특수 제작된 고글을 쓰자 눈앞에 친구가 등장해 “야 술 한잔 하자. 왜 술을 먹지 않니.”라고 반복적으로 권유하는 화면이 보였다. 이 상황에서 환자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치료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인 것. 대중공포증인 경우 교실에서 수업하는 상황을 설정하기도 한다. VR 치료실을 담당하는 박일호(35) 교수는 “실제 행동으로 보여줄 수 없는 수백가지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면서 “사회복귀 연습과 평가에 효과적이기도 하지만 환자 스스로 가상현실에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아 반응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신질환은 최근들어 극복할 수 있는 병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병훈(57) 병원장은 “정신질환자 중에 병이 만성화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면서 “완치됐거나 증상이 대부분 좋아진 뒤 사회로 복귀한 환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정신병원 오해와 진실 병동마다 인권위 진정함 갖춰… 환자인권 보호 국내에 있는 정신병원은 종합병원 정신과 병동을 포함해 1000곳에 달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한 해 정신병원을 찾는 환자는 2001년 134만 3900명에서 2006년 180만 7762명으로 35%나 증가했다. 한 해 정신질환 치료에 들어가는 건강보험 진료비도 2001년 4474억원에서 2006년 8635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그렇지만 정신병원을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30∼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정신병원을 단순 감금시설로 여기는 편견 탓이다. ●감금방의 진실 정신병원 폐쇄병동을 들어가면 일반인들에게 악명 높은 ‘감금방’이 보인다.2∼3개의 ‘보호실’이 바로 그 곳이다. 하지만 기자가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에 이틀간 머무르는 동안 보호실은 비어 있었다.24시간 상태를 관찰해야 할 환자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죽을 것처럼 심하게 난동을 부리는 ‘혈기 왕성한’ 환자도 안정제를 투여하고 30분이 지나면 대부분 정신을 되찾는다고 한다. 전신을 구속한 상태로 며칠 밤을 보낼 일은 더더욱 없다. 안정을 찾고 1∼2시간이 지나면 의료진이 직접 일반 병실로 돌려 보낸다. ●약에 얽힌 오해들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약을 거부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항정신병약을 먹으면 정신이 흐리멍텅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20여년 전까지 정신병 치료에 주로 사용했던 ‘클로르프로마진’과 같은 일부 항정신병약은 간혹 안면근육이 마비되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해 환자들의 표정이 멍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부작용이 적고 빠르게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들이 개발돼 환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예전처럼 환자에게 강제로 약을 먹이는 일도 많이 줄었다. 약을 입에 넣고 삼키지 않는 환자의 경우, 입에 넣자 마자 녹는 약이 개발됐기 때문에 투약에 어려움이 별로 없다. ●의사도 때론 환자가 된다 담당 주치의의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고 여기는 의심 많은 환자도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의사들도 2∼3일 간격으로 서로 ‘정신분석’을 받기 때문이다. 올바른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지 의료진 스스로가 의식 구조를 평가한다. 아무리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고 해도 환자의 인권은 당연히 보호돼야 한다. 각 병동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함이 놓여져 있어 가족이 관심만 가지면 얼마든지 환자의 인권을 지켜낼 수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정신질환 치료 사례 “지속적인 대화로 먼저 마음의 門 열게해야” 서울에 사는 윤진현(가명·20)씨는 고등학생 때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다가 대학진학 문제로 아버지와 다툼이 잦았다. 결국 대학진학 후에도 음악활동을 계속하다가 아버지에게 수차례 매를 맞게 됐고,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주변 사람을 공격하는 이상징후를 드러냈다.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에 입원,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고 안정을 찾은 그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못한다는 부담감과 강압적인 말투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면서 “치료를 받으면서 가족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됐고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울먹였다. 매일 환자와 생활하는 의료진의 역할도 컸다. 딸 하나를 둔 이미영(가명·33·여)씨는 지방에서 교통사고를 낸 뒤 급성 조증과 정신분열병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이씨는 병원에 올 때만 해도 “전 남편과 국가정보원의 음모”라면서 한사코 치료받기를 거부했다.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질 상황이었다. 그러나 담당 주치의는 끈질기게 상담한 끝에 환자가 대학에서 전공한 ‘플루트’ 연주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악기를 구해준 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연주해 달라고 졸랐다. 이씨는 기자에게 “어렵게 플루트를 가져다 준 의사가 고마워 약을 먹기 시작했다.”면서 “매일 감시만 한다고 생각했지, 나를 진심으로 대할 줄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 놨다. 상황이 많이 좋아진 이씨는 빨리 퇴원해서 사랑하는 딸이랑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했다.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노수정(가명·여·28)씨는 전형적인 정신분열증 환자였다. 노씨는 주변에 말 한마디 건네는 법이 없었고, 눈짓이나 고개를 끄덕이는 의사표현도 하지 않았다. 의료진이 한달동안 끈질기게 “우리는 당신 편이다.”라고 설득하자 그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매일 ‘말을 걸면 상대가 죽는다’는 환청이 들린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치료 경과를 들은 어머니가 느닷없이 화를 내며 “딸을 안정시키라고 했더니 오히려 정신병자를 만들었다.”고 말하곤 환자를 집으로 데리고 가버려 치료에 실패하기도 했다.. 정신질환은 만성질환처럼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따뜻하게 보호해야 재발하지 않는다. 가족과 의료진의 역할은 그만큼 절대적이다. 이 병원의 이강수(35) 교수는 “가족과 의료진이 환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치료 결과가 180도 달라진다.”면서 “환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사회로 복귀하는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강남 재력가 납치 80일간 108억 갈취

    서울 수서경찰서는 21일 부동산 재력가를 납치해 80일 남짓 감금하며 108억원을 가로챈 이모(53·무직)씨에 대해 인질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김모씨 등 공범 7,8명을 쫓고 있다. 이씨는 지난 3월1일 밤 술을 마시자며 대학동창인 재력가 김모(53)씨를 용산구 한남동으로 유인해 미리 공모한 일당이 김씨를 납치할 수 있게 했다. 이씨는 몇 달 전부터 김씨의 고급아파트에 함께 살면서 김씨의 생활 유형을 파악해 공범들에게 이를 알려주는 등의 대가로 10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김씨를 2개월 동안 감금하고 위협해 김씨의 부동산을 담보로 78억원을 대출받고 예금 30억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한 김씨가 종종 가족이나 건물 관리인에게 안부 전화를 걸도록 해 의심을 피했다. 하지만 김씨의 여동생은 지난 12일 평소 전화가 없던 김씨가 아침에 전화해 부자연스럽게 통화를 하자 경찰에 납치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신고했고, 경찰은 김씨의 통장에서 78억원이 대출된 것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납치범들은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20일 김씨를 집 근처에서 풀어줬고, 이씨는 같은 날 경찰에 자수했다. 주범 김씨는 이달 중순 필리핀으로 출국한 상태다.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김은국 소설 ‘순교자’ 연극으로

    김은국 소설 ‘순교자’ 연극으로

    ‘무거운 연극의 부재.’ 공연계의 현재를 걱정하는 목소리에 섞여 나오는 오래된 주제 가운데 하나다. 한국 신극 100주년 및 세종문화회관 30주년 기념작인 서울시극단의 ‘순교자’(6월1일까지세종M시어터)는 바로 그 틈새를 의식적으로 파고든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형식에 대한 고민 없는 주제의 진중함’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 묻게 만든다. 촛대가 드리워진 평양 중앙교회.6·25 전후의 쇠락함과 비참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 공간엔 헐벗은 노숙자만 군데군데 앉아 있다. 여기에 육군본부 정보국장 장 대령과 육군특무대로 평양에 파견된 이 대위가 등장한다. 대령은 대위에게 한국전쟁 당시 공산당에 감금된 14명의 목사를 조사하라고 지시한다.12명은 처형당했고 2명은 살아남았다. 죽은 자는 어떻게 죽어 갔으며 산 자는 어떻게 살아났는지 밝히라는 것. 당시 이들을 처형한 공산당의 정 소좌는 목사들이 “개처럼 죽어 갔다.”고 진술한다. 죽음 앞에서 신앙을 부정한 변절자였다고. 살아남은 신 목사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순교자였다고 거짓 고백한다. ‘순교자’는 1969년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김은국의 동명소설을 무대로 옮긴 것. 극은 이 대위의 ‘1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전개된다. 대사로 이미 다 표현한 상황을 주인공의 독백으로 다시 설명하는 식이다. 장면당 10분 이상 끌고 가는, 영화로 말하면 ‘롱테이크’가 많아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뮤지컬과 개그쇼에 익숙한 관객들은 적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목사들의 죽음의 진상’ 장면이 그리 큰 파문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도 아쉽다. 무거운 연극이 자립하는 길은 표현 방식에 대한 고민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난 4월 선보인 미국 연출가 리 바우어의 ‘인형의 집’이나 16∼18일 개막하는 아이슬란드 연출가 기슬리 외른 가다슨의 ‘변신’은 각각 고전에 뿌리를 댔다. 이 작품들은 진지한 주제에 혁신적인 실험을 가미해 관객의 공감을 얻어낸 사례로 꼽힌다. 그런 의미에서 ‘순교자´는 소설이라는 텍스트를 왜 입체적인 무대로 옮기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02)399-1114∼6.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베리타스·에듀PSAT硏과 함께하는 PSAT 실전강좌] 17. 언어논리

    언어논리 시험은 2007년 시험부터 매우 ‘어려운’ 객관식 시험으로 출제되고 있다. 따라서 먼저 행정안전부 사이버국가고시센터(http:///www.gosi.go.kr)에 게재돼 있는 PSAT 안내서를 꼼꼼히 읽어본 후 지금까지 출제된 총 11회분의 기출문제를 반드시 시간을 재고 풀어봐야 한다. 이후 그 결과를 놓고 철저히 분석해 보길 권한다. ☞ [PSAT 실전강좌] 17.언어논리(글읽기의 일상화) 바로가기 실제 시험장에서 풀이가 용이한 문제부터 공략하는 시간조절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며 모의 기출문제 풀이는 이 시간조절의 훈련과정이 돼야 한다.‘글읽기의 일상화’를 권한다. 인문·사회·자연과학 등 각각의 테마에 입각해 가장 흥미있고 쉽게 느껴지는 대학별 권장도서의 독서를 시작으로 관련 개념어를 익혀나가다 보면 어느덧 분석적·체계적인 독해가 가능해지고, 문제풀이도 수월해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예제> 다음 글에서 추론할 수 있는 내용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2008년 입법고시 기출) 현상학의 발견 가운데 논란의 여지가 없는 최초의 두 가지는 생활세계와 삶을 살아가는 육체이다. 그것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다 포함하는 사회문화적 현실 지평으로서의 생활세계는 체현된 주체에 서식했고 서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서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삶을 살아가는 육체는 사회성의 기본적인 문법이다. 육체가 우리를 다른 사람이나 사물들의 세계와 원초적으로 연결시키는 고리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것은 우리가 세계에서 능동적으로 존재하는 양식이라고 말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우리가 우리의 육체로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육체이다. 삶을 살아가는 육체가 없다면 인간은 영원히 수동적인 방관자, 인체해부용 모형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사회성은 결코 탈체현(脫體現)되고 비가시적인 마음이 만나는 장소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상호 육체적인, 즉 체현된 육체가 대결하는 곳이다. 마음은 독백적인 반면 육체는 필연적으로 대화적이다. 삶을 살아가는 육체 때문에 인간은 분리될 수 없도록 사회적인 존재가 된다. 달리 말하면, 육체의 죽음은 사실상 사회적인 것의 죽음이다. 삶을 살아가는 육체 혹은 주체로서의 몸은 푸코의 정치적 육체의 윤리학과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행위 이론에 대한 현상학적 응답이다. 한편으로 푸코의 철학적 공헌은 권력관계로서의 정치적 육체의 윤리학―의학적, 감금된, 그리고 성적 육체―에 대한 심오한 통찰에 있다. 그러나 정치적 육체에 대한 그의 계보학은 사회적 존재론의 중심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몸을 대체하거나 대신할 수 없다. 다른 한편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행위 이론은 절름발이이거나 혹은 기껏해야 우리를 구속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주체로서의 육체에 대한 개념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버마스가 철학적 근대성을 옹호하는 것은 사회적 존재론을 정당화할 수 없는 탈체현된 이성으로서의 마음, 즉 의사소통적 행위 이론을 옹호하는 것이다. 하버마스의 사회에 관한 이론은 여전히 탈체현된 이성이라는 계몽의 감옥에 사로잡혀 있다. 결국 육체 해석학 혹은 그 중심점이 삶을 살아가는 몸에 놓여 있는 정치적 육체의 현상학은 탈체현된 이성으로서의 근대적 마음을 위한 파르마콘, 즉 치료제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대화적, 의사소통적, 공동체적이다. 탈체현된 이성이 근대성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반면 육체 해석학은 하나의 탈근대적인 프로젝트이다. 그것은 탈체현된 이성을 해체한다. 탈체현된 이성의 종말은 근대성의 종말이며 탈근대성의 시작인 것이다. (1) 푸코와 하버마스는 자신의 철학적 체계를 세우는 데 바쁜 반면, 삶을 살아가는 몸의 현상학을 사회세계의 물질적 정박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 푸코와 하버마스는 사회성의 근본이념은 무엇보다도 먼저 상호 육체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 실패하고 만다. (3) 푸코는 평생 동안 정치적 육체(몸의 정치학)의 고고학과 계보학에 몰두했음에도 불구하고 얄궂게도 인간의 육체를 세계의 능동적 존재(체현)로 이해하는 데 실패했다. (4) 푸코와 하버마스는 사회존재론에 대한 현상학적 답변으로서, 몸 자체가 사회적 담론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어떤 종류의 사회존재론이든지간에 삶을 살아가는 몸의 현상학이 그것의 선결조건임을 보여주고 있다. (5) 하버마스는 후설의 생활세계에 관한 근본적 현상학을 기꺼이 재전유하고자 하며, 왜곡되지 않은 대화와 소통의 철학자로서 자기 자신을 옹호한다. 그러나 역시 상호 육체적인 소통 가능성뿐만 아니라 모든 의사소통 행위에 전제된 기초, 즉 삶을 살아가는 육체를 무시한다. 정답 : (4) 이승일 에듀PSAT 연구소 소장
  • [중국의 두얼굴] 또 현대판 ‘노예노동’ 충격

    중국 산시(山西)성의 ‘현대판 노예 사건’이 발생한 지 1년도 채 안돼 또다시 ‘아동 노예노동’현장이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30일(현지시간)영국 가디언,AFP 등 외신은 중국 현지언론을 인용해 홍콩 인근의 대표적인 경제 성장도시인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 공안이 이날 시내의 공장들을 급습해 강제 노동을 하고 있는 아동 167명을 구출했다고 전했다. 구출된 아동들은 대다수가 13∼15세였으며 심지어 7세 아동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주로 쓰촨(四川)성 량산이주(凉山彛族)자치주 출신으로 인신매매범에 팔린 후 무허가 직업소개소를 통해 공장에 들어가 시간당 2.5∼3.8위안(360∼500원)을 받으며 강제 노동에 시달렸다. 공장들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아동의 나이를 속인 가짜 문서들을 갖고 있었다. 중국에서 16세 이하 아동의 노동은 금지돼 있다. 경찰의 이번 조사는 광저우(廣州)에서 발행되는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의 아동 노예노동 실태 폭로 이후 이뤄졌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부모들은 인신매매범에게 자녀 한명에 500∼1000위안(15만원)을 받고 팔아넘겼고, 인신매매범들은 아이들을 다시 무허가 직업 소개소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은 지난해 6월 산시성 ‘벽돌공장 노예노동 사건’으로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이 사건은 무허가 업주가 지방정부의 비호 아래 미성년자와 농민 300여명을 납치, 사실상 감금상태에서 하루 21시간 이상 1년간 강제적으로 일을 시키다 이중 1명이 사망한 사건이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고려 고분 5기 중장비로 파괴

    문화재 발굴조사 때문에 공장 건축이 늦어진다며 시행업체가 중장비를 동원해 발굴조사 현장을 파괴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문화재청은 반도체업체 S공정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 강경대응한다는 방침이다. 30일 문화재청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반도체업체 S공정은 전날 오후 2시쯤 충남 당진군 신평면 한정리 공장예정지에서 대형 굴착기 1대를 동원해 고려시대 고분 5기를 파괴했다. 이날은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본격적으로 발굴조사를 시작한 날이었다. 관계자들은 업체 측이 조사원들을 협박해 현장에서 몰아내고 사진기도 빼앗아 부수었으며, 현장조사를 나온 충남도 공무원도 사실상 감금상태에서 협박했다고 전했다. S공정은 인천공장이 산업단지 용지로 선정되자 당진에 새 공장 건설을 추진해 왔으며, 미국 업체와 500억원의 수출계약을 맺어 납기일을 맞추려면 10월까지는 공장을 완공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은 최근 한 언론에 이 업체의 사정이 보도되자 “현장조사를 통해 문화재 조사를 즉시 실시토록 현지 지도하고, 시업시행자에 대해서는 문화재 조사지역 이외의 지역은 즉시 공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는 해명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번 일은 업주의 무지에서 비롯된 문화재 테러”라면서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건축주들이 개발의 광풍에 휘말려 소중한 역사문화유산을 무방비로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펀드 날리자 ‘펀치’ 날린 주부들

    서울 양천경찰서는 4일 펀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자 투자를 도맡아 처리했던 중개인을 납치, 감금하고 금품까지 빼앗은 혐의(강도상해)로 김모(63)씨 등 주부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주부들은 지난해 프리랜서 투자상담사로 일하는 김모(49)씨를 통해 펀드에 3억원가량을 투자했다가 원금 대부분을 잃게 되자 같은 해 11월 중순쯤 김씨를 차로 납치한 뒤 2박3일간 끌고 다니며 8000여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에도 김씨를 다시 납치해 7박8일간 경기도 일대로 끌고 다니며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살려두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폭행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또! 그놈 목소리

    또! 그놈 목소리

    가정집으로 전화를 걸어 “당신의 자녀를 납치했다.”고 협박해 몸값을 요구하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잇따라 터진 어린이 유괴·성폭행 사건으로 불안해진 부모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것이다. 더욱이 요즘 발생하는 자녀납치 ‘보이스피싱’ 범죄는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하거나 자녀의 안전을 확인할 틈을 주지 않으려고 유·무선 전화로 동시에 협박하는 등 수법이 지능적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2일 오전 11시20분쯤 서울 역촌동 A씨 부부의 집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당신의 아들을 데리고 있으니 몸값 2000만원을 보내라.”며 수화기 옆에서 “살려달라.”는 아이의 목소리까지 들려줬다. 범인은 A씨에게 “내가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휴대전화를 끊지 말고 주머니에 넣은 채 은행으로 이동해 몸값을 송금하라.”고 시켰고,A씨의 부인에게도 집 전화로 통화상태를 유지하도록 해 경찰에 신고할 틈을 주지 않았다. 부부는 불안에 떨며 휴대전화를 연결한 채 은행으로 이동하다가 도중에 만난 경찰 순찰차에 “아이가 납치됐다.”는 쪽지를 적어 건넸다. 이를 본 경찰이 A씨 부부를 따라가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알아내고 해당 학교에 전화해 아이가 별일 없이 수업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행히 부부는 송금을 하지 않았고, 경찰은 통화내역 추적 등을 통해 범인을 쫓고 있다. 앞서 1일에도 서울 강남의 B씨 집에 비슷한 수법의 ‘자녀납치’ 사기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범인은 다짜고짜 “당신 아들을 납치했다. 아들을 바꿔주겠다.”고 했고, 놀란 B씨가 생각할 틈도 없이 수화기에서는 “아저씨가 요구하는 대로 해주라.”는 아이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범인은 곧바로 B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물은 뒤 휴대전화로도 전화를 걸어 집전화와 휴대전화를 동시에 받게 하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했다. 이어 “은행 예금계좌 번호와 비밀번호를 대라. 주민등록번호를 대라.”는 등의 요구가 이어졌다. 그러나 B씨 집에는 놀러온 이웃 주민 서너명이 함께 있었고 이 중 한 명이 B씨의 아들에게 전화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B씨가 그제야 협박범에게 “우리 아들은 무사한데 납치가 무슨 말이냐.”고 말하자 범인은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3일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해외에 있는 우리나라 유학생 및 여행객을 납치했다면서 이들의 국내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 1월 C씨는 이집트 여행 중인 아들을 납치, 감금하고 있다며 몸값으로 2000만원을 요구하는 국제전화를 받고 국내 은행 계좌로 송금했으나 발신번호를 해외 현지로 위장한 전화 사기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8월 D씨는 미국 한 대학에서 연수 중인 아들이 범죄조직원에 납치됐다는 전화에 속아 국내 은행 지정 계좌에 300만원을 입금했다. 국정원은 “이들 사기조직은 유학생·여행객의 e메일 또는 개인 홈페이지를 해킹하거나 유학원·여행사를 통해 명단을 입수한 뒤 국내 가족에게 전화를 거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녀와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의 불안감을 악용, 돈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전화사기 피해 예방 및 대처 요령으로 송금을 하기 전 반드시 자녀와 통화를 시도해 납치 여부를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또 사기조직들이 자녀의 목소리라며 신음소리를 들려주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자녀와 직접 통화를 요구하는 등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은 이와 함께 전화사기로 의심되는 경우 수사당국 또는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111)에 문의 및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김미경 황비웅기자 chaplin7@seoul.co.kr
  • 법원 “高大 출교생 퇴학처분도 가혹”

    고려대 출교생 7명에게 내려진 퇴학처분은 가혹하다는 법원 결정이 나와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 이동명)는 교수 감금 사태로 출교 조치에 이어 퇴학 처분까지 당한 강영만씨 등 고려대 출교생 7명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본안 판결 전까지 퇴학 처분의 효력을 정지했다고 17일 밝혔다. 강씨 등은 2006년 4월 보건대학 학생들에게 고려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권이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처장단 교수들을 16시간 동안 가로막아 출교 처분을 받은데 이어 퇴학처분까지 받았다. 이에 강씨 등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과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학생들의 교수 감금행위는 중대한 비위행위지만 퇴학 처분은 징계사유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해 무효로 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김한겸 고려대 학생처장은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20일까지 등록이 가능하므로 법적으로 퇴학무효 가처분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복학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홍성규 이경원기자 cool@seoul.co.kr
  • 현대판 ‘노예상인’

    정신지체 장애인 등을 선원으로 모집해 속칭 `노예선´에 팔아넘긴 일당이 해양경찰에 적발됐다. 부산해양경찰서는 12일 장애인과 범죄수배자 등에게 일자리를 구해 주겠다고 속여 노예선에 팔아넘긴 혐의(직업안정법 위반)로 황모(50)씨를 구속하고 최모(45)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황씨 등은 2006년부터 대구, 부산, 마산 등지에서 생활정보지 등에 월 200만∼400만원의 수입을 보장한다는 과대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온 112명을 선원으로 팔아넘겨 1억 400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 등은 이들을 별도로 마련한 집단보호시설에 감금한 뒤 터무니없는 외상 빚을 지게 해 달아나지 못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구직자들에게 휴대전화를 강매해 도주에 대비한 추적장치로 활용했으며, 금액이 적혀 있지 않은 차용증에 강제로 서명을 받아내 보관해 왔다. 황씨 등에게 속아 팔려간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장애인, 범죄 수배자들로 서해안 외딴섬의 양식장과 염전에서 일하거나 이른바 노예선에서 새우잡이 작업 등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노동 강도가 워낙 높아 하선하는 선원이 속출하자 배의 동력을 제거한 뒤 6∼7개월씩 바다에 머물게 해 탈출 시도 자체를 불가능하게 했다. 노예선에 갇힌 선원들은 음식물을 공급하는 배에 의존해 바다에 머물며 살인적인 노동을 견뎌내야 한다. 이들이 6개월 이상 바다를 떠다니며 일을 해 손에 쥐는 돈은 50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해경 관계자는 “이마저도 인신매매 조직에 바가지를 써 일주일 내로 탕진하고 오히려 빚이 늘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해경은 서해안 일대 새우잡이 어선의 50∼60%가량이 노예선인 것으로파악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인신매매 형태로 선원을 충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납치한 정신지체 2급 장애인 권모(27)씨의 행방을 찾던 해경에 꼬리를 잡혔으며 해경의 추적이 계속되자 그해 7월 권씨를 고속도로에 버리고 달아났다. 해경은 달아난 부산지역 모집책 김모(43)씨와 이모(51)씨를 전국에 수배하는 한편 선주들과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펴고 있다.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공포의 巨砲?

    공포의 巨砲?

    과거 유명 프로야구 선수가 모녀 일가족 4명의 실종 사건에 연루돼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 경찰은 전 프로야구 선수 L(41)씨가 결혼을 약속한 김모(46·여)씨와 그녀의 딸 3명을 감금하거나 토막살해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경찰은 일가족의 실종 당일 이씨의 행적이 예사롭지 않고, 사전에 실종 사실을 감추려는 듯한 행동을 보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L씨, 5차례 걸쳐 여행용 가방 6개 옮겨 서울 마포경찰서는 9일 창전동 김모(46·여)씨 등 모녀 4명이 20여일째 실종된 사건과 관련,L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출국금지시킨 뒤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와 세 딸이 사라진 것은 지난달 18일 밤. 경찰은 김씨가 사는 창전동 K아파트 폐쇄회로(CC)TV에서 이날 오후 9시50분부터 40여분 동안 L씨로 보이는 남성이 5차례에 걸쳐 여행용 대형가방 6개를 싣고 나가는 장면을 확인했다. 동네 주민들은 경찰에서 “L씨로 보이는 남성이 K아파트 근처에서 SM5 승용차를 세워둔 채 큰 가방을 나르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 소유의 이 자동차가 같은 달 19일 오후 9시53분쯤 광주시 장성 나들목 상행선 교통관제카메라에 포착된 사실과 이튿날 L씨로 보이는 남성이 이 차를 K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하고 사라진 사실도 파악했다. 그의 차 안은 말끔하게 세차된 상태다. 또 김씨 집의 침대 시트와 방바닥, 세면대에서 핏자국도 발견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L씨를 용의자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종을 감추려는 이상한 행적 실종 당일 김씨 집에는 김씨와 둘째 딸(19), 셋째 딸(13)이 함께 있었으며, 같은 시간 큰 딸(20)은 친구 집에서 머물다가 “엄마와 함께 여행간다.”며 사라졌다. 경찰은 실종 다음날인 지난달 19일 L씨의 선산이 있는 전남 화순군 남면 장전리에서 큰 딸의 휴대전화 신호가 감지된 점을 파악해 수색에 나섰다. 은평구 갈현동에서 김씨가 운영하는 식당의 종업원은 “사장님(김씨)이 지난달 17일 ‘3∼4일 동안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나오지 않았다.L씨와 사장님은 결혼할 사이였으며 둘이 함께 여행을 가는 눈치였다.”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L씨가 김씨에 대한 실종 신고를 늦추거나 또는 범행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여행 계획까지 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 등에 대한 신고는 실종 12일이 지난 지난 3일에야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지난달 20일 김씨가 식당 주방장에게 ‘X실장, 잘 챙겨줘’라고 보낸 문자메시지도 L씨가 보낸 위장 메시지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김씨의 휴대전화는 이미 20일 이전에 꺼져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 실종 3일전 1억 7000만원 인출 경찰은 김씨가 실종되기 3일전인 지난달 15일 자신의 통장예금을 해지하면서 잔액 1억 7000만원을 인출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L씨는 2001년 프로야구계에서 은퇴한 뒤 스크린 경마사업을 하다 실패하고 100억원대 빚을 졌다. 현재 사기 혐의로 7건의 기소중지가 내려진 상태다.L씨는 1990년 고향을 연고로 한 H팀에 입단한 뒤 10년이상 홈런 100개 이상을 치며 4번 타자로 명성을 날렸다. 한편 경찰은 L씨로 추정되는 남자의 모습이 찍힌 아파트 CCTV를 수사 착수후 5일 동안 확보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확보하고 수사에 열의를 보이는 등 ‘늑장 수사’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이재훈 황비웅기자 nomad@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 in] ‘잠수종과 나비’

    [강유정의 영화 in] ‘잠수종과 나비’

    화면은 이렇게 시작한다. 두꺼운 막을 거둬 내듯 시야가 밝아지면 두서없는 시각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시계, 천장, 링거액, 햇빛. 당혹스럽다. 그리고 어지럽다. 목소리가 틈입한다. 목소리는 이 순간의 당혹감을 호소한다. 도와달라고 외치지만 가위 눌리듯 관객의 고막을 때릴 뿐 스크린 속 그들은 전혀 듣지 못한다. 목소리는 바로 ‘몸’ 속에 갇혀 버린 한 남자의 절규, 두꺼운 막은 결국 목소리를 내는 주인의 눈꺼풀로 규명된다. 사태를 정리해 보면 이렇다. 한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다. 한 쪽 눈꺼풀 말고는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 단 하나도 없다. 그 남자의 영혼은 영영 육체에 감금되고 말았다. 이제 그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눈꺼풀을 움직이는 것이다. 줄리앙 슈나벨 감독의 ‘잠수종과 나비’(Diving Bell and Butterfly)는 실화를 소재로 삼고 있다. 잘나가는 패션잡지 에디터였던 보비는 갑작스럽게 온몸이 마비되는 상황에 빠진다. 이유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결과는 두렵고 끔찍하다. 하루를 일분처럼 바쁘게 살아가던 그의 일상에 여백의 시간들이 들어찬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자에게 시간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이다. 하루하루, 일분 일초를 견뎌야만 하는 그, 이제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지고 만다. 결론부터 말해 보자면,‘잠수종과 나비’는 관객의 눈물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영화가 주는 감동은 두 가지에 압축되어 있다. 하나는 눈꺼풀 하나로 의사소통을 해 책을 완성한다는 ‘세상에 이런 일이´의 감동 스토리이고 다른 하나는 책이 제본되어 출시되기 직전에 필자가 사망하고 만다는 사실이다. 사고로 인해 전신이 마비되었다는 사실은 비극적이지만 드라마틱한 사건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영화가 이 인생을 해석하는 방법이다. 줄리앙 슈나벨 감독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을 유머러스하면서 로맨틱하게 다룬다. 보비는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애인과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는 눈꺼풀 하나 움직이면서 간호사의 미모에 대해 평가하고 성욕의 곤란함을 고백한다. 보비의 이러한 행동들은 일상적 소소함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들인지 깨닫게 해준다. 마티유 아맬릭의 연기는 이 낙천적 비관론의 훌륭한 알리바이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 그로테스크한 눈꺼풀의 신호로 의사표현을 하는 그는 ‘오아시스’에서 문소리가 보여주었던 것 이상의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가족, 애인 사이에서 환상으로 처리한 보비의 욕망 역시 볼 만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참혹한 사태를 대하는 목소리의 유연함이다. 그 유머는 격한 과장보다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다 보면 결국 내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바닷가에 아이들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나간 남자의 독백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잠수종과 나비’는 쉼표 없이 살았던 인생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마침표에 대한 훌륭한 묘사들로 가득하다. 인생의 일회성과 죽음의 필연성. 때론 사고로 인해 인생이 소중해지기도 한다.
  • “내기 바둑서 3억원 잃어…” 감금·고문 혐의 납치범 구속

    서울 중부경찰서는 5일 내기 바둑으로 3억원을 잃자 돈을 뜯어내기 위해 같은 기원에 다니는 건설업자를 납치·감금하고 고문까지 가한 이모(49)씨를 강도상해 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5시쯤 경기 수원시 H기원에서 건설업자 최모(57)씨를 차에 태워 납치하고 현금 67만원과 신용카드 2개 등을 빼앗은 뒤 6일 동안 모텔에 감금한 채 “3억원을 내놓으라.”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高大 출교생 7명 복학길 열렸다

    천막에서 농성하며 학교의 출교조치에 항의했던 고려대 출교생 7명이 법원의 판결로 3월 봄학기에 다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 김용헌)는 강영만씨 등 고려대 출교생 7명이 학교를 상대로 낸 출교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교수 감금이라는 심각한 비위행위를 징계한 것은 인정되지만 상벌위원회 구성, 의견 진술의 기회 부여 등에서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고, 징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면서 “본안 소송이 진행되는 장기간 동안 출교 처분이 유지되면 학생들이 승소하더라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가 이번 가처분 결정에 항고를 하더라도 항고심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학생들은 학교에 다닐 수 있다. 재판부는 또 학교가 학생들을 상대로 천막을 철거하라며 낸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였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지난해 10월 출교생들이 학교를 상대로 낸 출교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 하지만 학교가 항소해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중이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실종 어린이 왜 못 찾는걸까

    아이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지난해 12월25일 경기도 안양에서 실종된 초등학생 우예슬(9)·이혜진(11)양의 행방이 한달째 묘연하다. 사건 당일 목격자들의 진술도 엇갈리고 뚜렷한 단서나 결정적인 제보도 없는 상태다.23일 오후 11시5분에 방송되는 SBS ‘뉴스추적’에서는 우리나라 실종 어린이 찾기 시스템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지난 2004년 대전의 한 가정집. 집주인은 대문 앞에서 허름한 옷에 삭발까지 한 동자승 차림의 아이를 보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거지 행색을 한 소녀는 바로 2년 전 실종된 자신의 딸이었던 것. 전남 강진에서는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김성주(당시 9세)·김하은(당시 8세)양이 2000년과 2001년,1년 간격으로 차례로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동일한 수법의 범죄에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8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이들의 생사조차 모르고 있다. 한편, 낯선 한 40대 남자에게 끌려가 동네 빈 집에 감금돼 있었던 아이는 범인의 감시망을 피해 탈출에 성공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실종됐다 돌아온 아이들, 과연 그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뉴스추적’ 제작진은 “우리나라는 어린이 실종 사건에서 단순가출과 유괴범죄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경찰의 초동 수사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어린이 실종 문제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실종 전담 수사반’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고대 출교 642일째 새국면 맞나

    21일로 천막농성 642일째를 맞는 고려대 출교 사태가 이기수 총장의 선출을 계기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총장은 지난 17일 선출 직후 “출교생들이 사죄하고 교수들이 이를 받아들이자는 내용의 총학생회 제안에 적극 동의한다.”고 밝혔다. 출교생들이 먼저 사과하면 징계를 약화시키겠다는 의미로 그동안의 학교측 입장보다 완화됐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는 ‘출교생에 대한 징계가 가혹했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 교내 학생상벌위원회가 재심절차를 밟고 있다. 상벌위원회는 조만간 사과를 권고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만들어 출교생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출교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출교생들의 손을 들어줬던 법원이 출교생들이 다시 제기한 출교조치무효 가처분 신청에서 ‘화해 권고’ 결정을 내린 것도 관심을 끈다. 법원은 지난 16일 출교생들이 교수 감금에 대해 사과하고, 학교도 출교처분을 더 가벼운 징계로 변경할 것을 동시에 권고했다. 그러나 출교생들은 학교측이 지난해 항소하면서 학생들의 진보성향을 문제 삼은 것은 ‘보복징계’로밖에 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화해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출교생 안형우(23)씨는 “항소장에 ‘삼성 회장의 명예박사 수여 반대 시위에 가담했다.’,‘반(反)자본주의적 시각을 가진 학생들’이라고 적시한 것은 명백한 보복징계”라면서 “이 상태에서 먼저 사과를 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교생들은 학교 측에서 보내올 ‘사과 권고 성명서’를 검토한 뒤 공개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현재 농성 중인 학생 7명은 2006년 4월 고대 병설보건전문대 총학생회 투표권 문제로 본관을 점거하고 교수를 감금했다는 이유로 개교 이래 처음으로 출교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동행명령제 빠진 ‘李 특검법’] 헌재 최단기 결정 왜?

    [동행명령제 빠진 ‘李 특검법’] 헌재 최단기 결정 왜?

    헌법재판소가 10일 ‘이명박 특검법’ 헌법소원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3일 만이다.1995년 6월 공직선거법 53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접수 4일 만에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기록이 있긴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때 신속 심리를 천명하고도 63일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초단기 결정이다. 헌재의 이같은 신속 결정 배경에는 이명박 당선인을 겨냥한 특검의 진퇴를 빨리 결정해줌으로써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김복기 헌재 공보관은 “법리적 논쟁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는 책무를 재판관들이 느꼈다.”고 말했다. 헌재는 신속처리 방침에 따라 지난달 28일 사건이 접수되자마자 재판관과 사건 검토 연구관을 지정하고 연구에 착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접수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연구관들이 휴가를 내고 연말 가족 여행 등을 떠나는 분위기였는데, 미처 휴가를 떠나지 않았던 A연구관은 사건 검토 임무를 맡아 휴가를 반납하기도 했다고 한다.A연구관은 13일 동안 밤 늦게까지 보고서와 씨름을 벌여야 했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사실상 감금과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재판관들도 자신의 견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설전까지 벌여가면서 논쟁에 논쟁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국 헌재 소장 비서실로부터 “차 준비됐습니다.”라고 평의 참석을 통보하는 암호를 받으면 재판관들이 속속 평의실로 모여들었다. 회의실에서는 간간이 문 밖으로 고성이 새어 나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헌법에 있는 ‘당선자´로 써 주세요” 한편 김복기 헌재 공보관은 이날 헌재의 결정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가급적이면, 특히 헌재 결정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당선인’보다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표현을 써 달라.”고 취재진들에게 요청해 눈길을 모았다. 이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최근 ‘당선인’이란 용어를 쓰도록 언론에 협조를 요청한 것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당선작] ‘여수’에서 식물성의 세계로, 그 타자 찾기 - 한강론/주지영

    1.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서 우리네 일상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경계의 반복적인 명멸과 대면하는 자리에 인간을 위치시킨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힘들에 의해 일상의 공간은 구획되고 짜여진다. 주어진 공간의 구획을 넘어서는 순간에도 경계 짓기는 끝없이 지속된다. 안주와 일탈의 길항은 일상의 작은 균열들 속에서 내파되고, 일탈의 가능성을 지속시키는 새로움을 향한 갈망조차 이미 기획된 미시적인 욕망의 파편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기에 ‘가지 않은 길’을 향한 욕망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하다.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한다면 일상을 전복시킬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그 위험을 고스란히 떠맡은 것, 그것이 소설의 운명이 아닐까? ‘길이 시작되자 여행은 끝났다.’는 루카치의 명제는 소설의 발생론적 배경을 논하는 자리에서 도출된 것이지만, 그것은 현대의 소설이 처한 위상을 거론할 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 소설의 문법 속에는 고향으로 가는 길을 비추는 작가의 ‘별빛’이 있어야 하고, 또한 현실사회의 고해를 건너는 ‘모험’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모험을 통한 별빛 찾기, 이를 달리 잃어버린 타자 찾기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적 인식이 현실을 지배하기 시작한 후, 인간은 이가 빠진 동그라미 같은 불구자로 전락해 버렸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는 자신의 반쪽을 찾아 끊임없이 벌판을 방황한다. 그 벌판은 근대자본주의로 인해 황폐화된 불모지이다. 그곳은 산업사회일 수도 있고, 후기산업사회일 수도 있다. 동그라미는 그런 삭막한 곳에서 자신의 반쪽인 타자(the other)를 찾아 온전한 존재가 되고자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반쪽을 찾지 못하는 한 동그라미는 영원한 불구자일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나서는 고독한 탐험가, 그가 작가이다. 잃어버린 타자는 인간이 황폐화시킨 자연일 수도, 남성에 의해 도구화되어 억압받는 여성일 수도, 도시에 의해 황폐화된 농촌일 수도, 자본가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자일 수도, 이성에 의해 감금된 비이성일 수도 있다. 소설은 잃어버린 타자를 되찾고 타자와의 합일을 이뤄내고자 하지만, 당연히 그러한 지향은 실패한다. 그러나 실패할 줄 알면서도 그 세계를 강렬하게 지향한다. 그래서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이 얼마나 황폐한가, 또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하고, 어떠한 삶을 영위해야 하는가를 뼈저리게 깨우쳐 주는 것, 그것이 소설이 짊어져야 할 비극적 운명이다. 어떤 타자를, 어떻게 지향하는가, 바로 그 점에서 소설의 색채와 작가가 이뤄내고자 하는 세계는 다른 빛깔을 띠게 된다. 소설사적 흐름에서 위대한 작가로 평가받는 이들은 바로 이 잃어버린 타자를 찾기 위해 모험을 시도했고, 그 모험의 결과로 산출된 별빛들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 앞에 빛을 밝혀준다. 인간에게 불을 내어 준 프로메테우스가 그 대가로 자신의 심장을 독수리에게 내맡기듯 그들은 우리에게 ‘지금, 여기’를 밝혀 줄 소설을 쓰기 위해 벌판을 고독하게 방황한다. 그렇다면 최근 소설에서 프로메테우스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천형으로 짊어지고 가는 작가는 얼마나 되는가.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소설의 운명을 포기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고 있지는 않은가.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매스미디어적 메시지들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재생산함으로써 소설의 고독한 운명을 방기하고 현상적이고 피상적이며 찰나적인 것에 쉽게 자리를 내어주는 작품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결여한 채 일상에 안주하여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쾌락들을 경탄해마지 않는 그런 소설들을 대하는 일은 무척이나 고통스럽다. 프로메테우스의 천형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짊어지고 고독한 방랑의 길을 떠나는 작가가 더욱 고귀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강은 ‘모험을 통한 타자 찾기’에 충실한 작가이다. 한강의 ‘모험’은 현실사회 모순의 해부보다는 그 현실사회에서 불구자로 전락한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작품은 죽음과 광기, 소통의 법칙을 뒤집는 침묵이나 몸짓, 욕망의 금기를 위반하는 근친상간, 동물성에 대비되는 식물성 같은 언표들을 공적인 영역 속에서 가시화한다. 뼛속부터 밝음의 영역에 속해있던 기획된 욕망들을 삭제하려는 충동질로 가득한 그의 소설에서 인위적인 모든 것들은 부정된다. 제도나 관습 일반에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하고, 획일화된 것들을 거부한다. 먹고 마시는,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욕망들조차 깡그리 부정하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인간존재의 진정한 의미들을 힘겹게 터득해 나간다. 폭력적인 일상에 휘둘릴수록 본래의 육체에 깃들이고 있었을 법한 영혼에 대한 갈급이 더욱 증폭되는 것이다. 그 공간에서 가라앉았던 감정의 앙금들을 분출하고, 토해낼 때 비로소 영혼의 정화는 일단락된다. 의식(儀式)과도 같은 파토스가 지나가고 난 빈 자리에 ‘타자’를 향한 존재의 갈망이 채워진다. 그렇다면 한강 작품에 나타나는 ‘모험’은 무엇이며, 그 모험을 통해 찾고자 하는 ‘타자’는 무엇인가. 초기 작품에서는 죽음의 기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가 설정된다. 타자의 자리가 설정된 이후 그 타자와의 합일 방법을 탐구하는 쪽으로 나아가는데, 그것이 ‘가면벗기와 맨얼굴 찾기’에서부터 출발하여 ‘언외언과 관의 사유’를 거쳐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욕망’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이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문학과지성사,1995)에서부터 ‘내 여자의 열매’(창작과비평사,2000)를 거쳐,‘채식주의자’(창비,2007)로 전개되는 바, 이에 대한 검토를 통해 한강 작품의 의의를 탐색하고, 나아가 ‘지금 여기’에 대해 고민하는 소설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지평이 무엇인지를 점검하고자 한다. 2. 관념으로서의 여수(旅愁), 행(行) 일곱 편의 단편이 실린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일상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병적 징후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자살 같은 극단적 행위를 통해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한강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죽음은 인간의 육체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생물학적 의미의 죽음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죽음은 그 기억 속에 유폐된 인물들이 좌절하고 절망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면서, 한편으로는 그 인물들이 삶의 영역으로 나오도록 이끄는 통로이다. 그 통로의 끝에서 인물은 좌절과 절망 같은 심리의 장막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타자와 조우한다. 그런데 여기서 작중 인물의 병적 증후나 자살 등을 유발하는 가족의 죽음을 두고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물음으로써 현실에 내재한 모순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일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죽음의 기억은 인물의 내면에 일상에 적응할 수 없을 만큼의 정신적 상흔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어린 시절 농약을 먹고 자살한 아버지와 동네 아이들에게 매맞아 죽은 동생 진규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질주’의 인규, 생모의 죽음에 대한 기억으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저녁빛’의 제헌,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동반 자살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심각한 결벽증을 앓는 ‘여수의 사랑’의 정선 등을 보면 그렇다. 누군가의 죽음이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부적응이라는 요인을 촉발하는 정신적 상흔으로서 작동한다면, 그것은 작가의 인식이 현실의 모순에 대한 인식이 아닌 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조건을 문제 삼는 쪽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말하자면 한강의 관심은 불행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드러내는 측면에 놓인다. 따라서 작가는 가족의 죽음을 인물의 기억 속에 저장해 두고,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용서와 증오 등과 같은 보편적 주제와 연결시킴으로써 특정 시대, 특정한 상황을 뛰어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을 탐색하려 한다.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과 관련된 기억, 그러한 정신적 상흔으로 인한 병적 징후, 죽음과 같은 음울한 기운이 만연한 일상에의 부적응, 기억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 등으로 구성된 서사가 ‘여수의 사랑’ 전편을 관통한다. 이러한 서사구조를 깔고 작가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어둡고 침울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설정된 타자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 안에 오롯이 담긴다. 가령,‘여수의 사랑’을 보자. 이 작품에서는 정선과 자흔이라는 두 명의 인물이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 먼저, 정선의 경우. 여수에서 보낸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는 술에 찌들어 살다가 결국 정선과 어린 동생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어 동반자살을 꾀한다. 혼자 살아남은 정선은 서울에 살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으로 인해 일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정선은 서울을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이 만연하고, 온갖 병균이 득실한 곳으로 여긴다. 그곳에서 정선은 ‘결벽증’과 같은 병적 증세에 시달린다. 다음 자흔의 경우. 그녀는 두 살 때 서울역에 버려져 고아가 된 뒤 보육원 생활을 거쳐 입양이 된다. 돈에 대한 욕심도, 행동거지에 조심성도 없다.‘모든 것을 생각 없이’ 다루는 그녀는 아무 희망도 없이 도시를 옮겨 다닌다. 자흔은 일상의 ‘나’와 또 다른 ‘나’의 두 가지 모습으로 존재한다.‘핏기가 없는 데다가 입가와 뺨에 온통 하얗게 버짐이 피어 흡사 분가루를 뒤집어쓴 광대 인형’ 같은 것이 일상의 ‘나’이고, 늘 떠돌아다니면서 세상사에 무관한 채 ‘견고한 평화가 어른거리는 얼굴’,‘무구하고도 빛나는 웃음’,‘천진한 영혼’을 가진 것이 또 다른 ‘나’이다. 또 다른 ‘나’는 여수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고향도 모르는 자흔은 성인이 되어 문득 찾게 된 여수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여수를 고향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상의 ‘나’를 버리고 또 다른 ‘나’로 거듭 태어나고자 한다. 그녀에게 여수는 풍경이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품은 공간으로 인식된다.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 온갖 병균으로 득실한 ‘서울’에 대비되는 여수란 과연 어떤 곳인가. 길 여기저기에 소들이 쟁반만 한 똥을 갈겨놓은 진짜 시골이었어요.(중략) 그냥 ‘아름답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길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마을 앞 버려진 부두에는 누더기 같은 천막이며 더러운 판자때기들이 뒹굴고, 검푸른 물결은 갯벌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가 밀려가고……염소 울음 소리, 새소리, 바람, 두엄 냄새, 일하는 아낙네들……그 가운데 어느 하나도 낯익은 것이 없었는데도 마치 내가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 품속에 돌아와 있는 것 같았어요.(‘여수의 사랑’,50∼51쪽) 따뜻한 산수화 한 폭을 보고 있는 듯한 여수의 풍경은 자흔에게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으로 각인된다.‘푸른 실 하나하나를 촘촘히 엮어 놓은 것같이 잔잔한 만’에 염소 울음소리와 새소리가 있고, 바람이 불고, 두엄 냄새가 나며, 그런 자연적인 것들과 어우러져 백발 성성한 노인과 머릿수건을 쓴 아낙네, 상고머리 소년들이 일을 하는 곳,‘무덤’마저 ‘착하고 둥글둥글’하게 생긴 곳, 그곳이 바로 자흔의 기억 속에 자리한 ‘여수’이다. 고향도 모른 채 고아로 자란 그녀에게 여수는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의 고향으로 살아 숨쉰다. 여수로 표상되는 이 세계야말로 자흔에게 인간다운 삶을 가능토록 하는 타자이다. 그녀가 여수를 갈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는 도시의 삶을 견디기 위해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기 시작한다. 그녀가 물고기 키우는 일에 정성을 들이는 까닭은 자신이 물고기가 되고 싶어서이다.“세상에 있는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그 바다는 여수 앞바다하고 섞여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서 물고기가 되고자 하는 일이란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로 흘러들어 가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일상의 ‘나’를 거부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와 일체가 되고자 하는 또 다른 ‘나’를 지향하는 자흔을 통해, 정선은 어린 시절의 정신적 상흔으로부터 힘겹게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정선에게 죽음의 기억이 서린 여수는 병적 증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자흔은 그런 정선에게 여수를 이야기하고, 그럴 때마다 정선의 결벽증은 심해진다. 그러다가 정선은 차츰 자흔을 통해 환기되는 여수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자흔이 그녀의 곁을 떠나자 정선 역시 여수행 기차를 탄다. 정선의 여수행은 자흔처럼 일상의 ‘나’로부터 벗어나 아름다운 여수를 사랑하는 ‘나’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여행이다. ‘여수의 사랑’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타자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여기’라는 현실에 작가가 천착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인간은 불행한 존재다.’라는 관념의 영역에서 설정된 것이어서 이 작품은 삶에 대한 리얼리티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여수’라는 타자가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몸피를 얻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천착이 심화되어야 하며, 더불어 그렇게 얻어진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탐구해 들어가야 한다. 3. 맨얼굴에 담긴 관(觀)의 사유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타자’가 되기 위해 작가의 인식이 구체적인 현실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어둠의 사육제’와 ‘아기부처’에서 이뤄진다. 이들 작품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향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대신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는 데 주력한다. 그 방법은 ‘가면 벗기를 통한 맨얼굴 찾기’와, 용서라는 마음이 우러나오도록 하는 ‘관’의 사유로 구체화된다. ‘어둠의 사육제’를 보자. 먼저 주목할 것은 ‘서울’을 바라보는 작가의 인식이다. 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여전히 ‘어둠’이자,‘인간들의 더러운 그림자’가 지배하는 ‘무덤’으로 인식한다. 죽음의 기억이 이러한 인식을 이끌어내었던 초기작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서울의 구체적 현실에 천착하여 그 속에 내재된 동물적 폭력성을 감지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인식이 현실에 밀착해 있음을 보여준다. 얼마나 세상에 밟히고 뒤둥그러지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여자의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을, 번들거리는 눈과 기차 화통 같은 목소리를, 그 이상 철면피할 수 없을 되바라진 억양을 묵묵히 관찰하며 나는 연민이나 환멸이라고만은 설명하기 힘든 야릇한 슬픔에 사로잡히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0쪽) 중년 여자는 자신의 얼굴을 실수로 때린 여대생에게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전철에서 뻔뻔스럽게 자리 양보를 요구한다. 비단 중년 여자뿐만이 아닌 이 작품의 여러 인물들에게서 모두 감지되는 동물적 폭력성은 이후 전개되는 한강의 소설에서 현실 인식의 한 증좌가 된다. 나(영진)와 인숙 언니는 같은 고향 사람으로 둘 다 서울로 상경한다. 영진은 ‘세상에 대해 좋은 것만 생각’하고 ‘착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인숙 언니는 ‘커다랗고 감정이 풍부했던 눈이며 부드럽기만 했던 입매’를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로 올라와 변화한다. 여직공이던 인숙은 ‘거친’ 말씨를 내뱉고 ‘나쁜 쪽만 생각’하는 ‘독한 사람’으로 변한다. 무역회사 경리를 하면서 돈을 모아 대학 영문과에 진학할 생각을 하던 영진은 인숙이 전세금을 빼들고 도망가자,‘악하게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잘 벼린 오기 하나만을 단도처럼 가슴’에 품고 ‘인간에게 살의를 느끼는 사람’으로 변한다. 명환 역시 ‘본래 선한 사람’이었으나, 교통사고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잃고 ‘모든 인간들에게 살의’를 품는다. 간암을 치료하기 위해 전세금을 갖고 도망간 인숙이나, 그 인숙으로 인해 ‘독기’를 품은 ‘나’나, 돈으로 용서를 구해온 가해자에게 복수를 꾀하는 명환이나, 모두 중년 여인처럼 동물적 분노와 보복심으로 폭력을 휘두른다. 어둠 속에 꼿꼿이 네 발을 세운 채로, 경련하는 암고양이의 모습을 소리없이 주시하고 있는 검은 수고양이의 모습은 흡사 악령 같았다.(‘여수의 사랑’,223쪽) 쥐약을 먹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암고양이를 냉혹하게 주시하는 악령 같은 수고양이는 동물적 폭력성이 난무하는 현실을 환유하는 장치이다. 영진과 인숙, 명환 등은 바로 이 동물적 폭력성에 길들여진다. 이러한 동물적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가면을 벗음으로써 맨얼굴을 찾는 것이 그 첫 번째 방법이다. 동물적 복수심으로 남을 괴롭혀 온 명환이 결국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빈손’,‘완전한 빈 몸뚱이’가 되기 위해 자살하는 모습을 보고, 영진 역시 그런 복수심을 버리고 간암 치료를 받는 인숙 언니의 행동을 이해하고 용서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가면 벗기와 맨얼굴 찾기가 이뤄진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객실의 음산한 풍경 속에 내 얼굴은 어딘가 낯설어 보였다. 나는 그 가면 같은 얼굴을 뒤집어쓴 사람이 더 이상 눈물 따위를 흘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1쪽)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일상에 길들여진 자들의 뻔뻔스러운 얼굴을 표상하는 ‘가면 같은 얼굴’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은폐한다. 그 얼굴은 인간의 것이라기보다는 폭력적인 동물성을 표상하는 수고양이의 것에 가깝다. 작가는 가면을 쓴 비정한 일상의 인간들에게서 발견한 물질만능주의, 출세지향주의, 가족이기주의와 같은 현실의 모순을 비판의 목록에 등재한다. 동물적 폭력과 복수심에 길들여진 일상의 가면을 벗고 또 다른 ‘나’의 맨얼굴을 획득할 때 비로소 용서와 화해를 품을 수 있고, 또한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하다. 요컨대, 맨얼굴 찾기가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일차적 방법인 셈이다. 맨얼굴로 도심의 일상에 나서는 영진에게서 현실을 향한 적극적인 대응 의지가 엿보인다. ‘어둠의 사육제´가 동물적 폭력성이 길들여진 가면을 벗고 그것에 오염되지 않는 맨얼굴을 되찾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아기부처´는 그 맨얼굴이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를 ‘언외언(言外言)´과 ‘관(觀)´의 사유를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두 번째 방법이다. 주인공 선희는 프라임타임의 앵커인 남편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한다. 남편은 어릴 적에 입은 화상 흉터를 감추려고 철저하게 긴 옷을 입는다. 선희가 감기에 들자 자신에게 감기를 옮길까봐 병원에 가보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그는 말실수 하나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이고, 독단적인 인물로서 출세를 위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 선희는 처음엔 남편의 흉터를 보고 고됐을 그의 삶을 연상하지만, 결혼 후 이기적이고 권위적이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남편의 실체를 알고부터는 남편의 화상 흉터를 싫어하게 된다. 자신의 흉터를 보듬어 줄 사랑을 찾아 남편은 외도를 하고 선희는 남편으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는다. 나는 한갓 짐승이었다. 땀에 젖어 산비탈에 엎드린, 누더기 같은 한겹 가죽만 남은 병약한 짐승이었다. 그 가죽 안에서 악취나는 거품처럼 부글거리고 있는 것은 오래 묵은 분노와 후회와 증오, 억울함과 자책감과 부끄러움이었다. 그것들이 내 살을 속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부식시켜 왔다(‘내 여자의 열매’,111쪽) 현실의 동물적인 폭력성에 선희는 철저히 희생당한다. 그 결과 남편과 세상을 향해 분노와 증오를 쌓아간다. 그렇지만 분노와 증오는 앞서 ‘어둠의 사육제’의 인물들처럼 스스로를 동물적 존재로 만들 뿐이다. 그런 동물적 삶으로 인해 선희는 황폐해져 간다. 그 삶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선희의 모습은 꿈 속 아기부처의 얼굴에 비춰진다. 아기부처가 짓는 표정들은, 음흉한 입꼬리와 날카로운 눈초리를 하거나, 차갑게 빈정대는 눈꼬리를 한 그녀의 내면과, 진흙이 끈적이며 달라붙기도 하고, 모래가 되어 부서지기도 하는 남편과의 현재 관계를 거울처럼 되비친다. 아기부처의 얼굴은 선희가 병약해가는 것이 “마음속에 맺힌 악취 나는 감정들” 때문임을 깨닫게 하는 경고의 스크린인 셈이다. 그렇다면 아기부처로부터, 동물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그것은 ‘말’이 아니라 ‘침묵이나 몸짓’ 속에 현현하는 ‘언외언’에 있다.‘몸짓’으로서의 ‘언외언’은 ‘말’이 야기하는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남편, 어머니, 아기부처와 선희는 ‘말’이 아니라 ‘몸짓’으로 소통함으로써 화해한다. 어머니의 불화 그리기, 아기부처의 얼굴 빚기, 혹은 언어 장애 아동을 위한 삽화 그리기 등이 ‘언외언’의 도정에 가로놓인다. 아이, 까르르 웃는다. 처음으로 입을 열어 외친다. ‘가자!’ (중략) 아이의 손을 번쩍 들게 하고 엉덩이도 약간 띄워서 아이가 펄쩍 날아오르는 것처럼 해야겠다. 아빠의 몸까지 함께 날아오르려는 것처럼 해야겠다.(‘내 여자의 열매’,102쪽) 언어장애아동처럼 언어를 거부하는 것은 말의 논리와 체계, 즉 말을 배우면서 사회로 편입되는 사회화과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말하자면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일상 현실의 ‘말’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아버지의 노력에 힘입어 자기 안의 성벽을 허물고 드디어 입을 연다. 선희는 그들이 느꼈을 법한 기쁜 감정을 몸짓에 담아 삽화로 그려내야 한다. 아이와 아버지의 “날아오르는” 듯한 몸짓에 ‘기쁘다’는 말로는 전할 수 없는 마음이 담긴다. 삽화를 그리며 깨닫게 된 ‘언외언’은 남편의 흉터를 어루만지는 몸짓에 담긴다. 남편이 다른 여자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고 머리를 짓찧을 때 선희가 남편의 머리를 감싸안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몸짓’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다. 그 마음은 ‘말’ 그 자체에는 은폐된 ‘무엇’이며,‘침묵’의 빈 공간에, 말없이 이루어지는 ‘몸짓’ 속에 실재한다. 결국 언표화 되지 않는 마음을 환기시키는 방법은 ‘언외언’에 있다. 그러나 단지 그뿐인가. 이 작품에서 ‘언외언’의 심층을 ‘관(觀)’의 사유가 가로지른다.‘말’의 폭력성 때문에 갇혀 있던 용서와 화해의 마음은 ‘관’의 사유에서 풀려난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나누는 구분 자체를 초월한 곳에, 그리고 속물적인 욕망을 넘어선 자리에 “관”의 사유가 존재한다. 일상을 지배하는 논리규범에는 담길 수 없는 진정한 마음이 “관”의 사유 속에서 우러나온다. (i) “그 스님이 그러더라. 관세음보살은 내 속에 있다고. 내 몸이 용서하는 마음으로 그득해지면 그게 바로 관세음보살이라더라.” (‘내 여자의 열매’,104쪽) (ii) 관음의 입술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귀가 퍽이나 예민한 이인가 보았다. 빗소리를 듣다가 깨달음을 얻었고, 늘 세상사람들의 소리를 관(觀)하고 있어 괴로이 부르는 음성을 듣는 즉시 곧 구제해 준다고 어머니는 말했다.(‘내 여자의 열매’,105쪽) 삶의 고통을 인내하고, 마음속에 관세음보살을 잉태하듯 용서와 사랑과 화해의 마음을 잉태하는 것, 그럼으로써 일종의 해탈의 경지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관’의 사유이다. 선희는 남편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자신이 바라는 진정한 부부 관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깨닫는다. 자신이 그동안 봐왔던 남편의 모습은 실은 화상을 입은 그의 껍질에 지나지 않음을, 정작 남편의 마음은 화상으로 일그러진 피부 밑에 고통스럽게 감추어져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런 마음을 가질 때,“목련은 나무에 핀 연꽃이라 목련(木蓮)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올려다보자, 하오의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그 봉오리들은 마치 꽃잎 안에 흰 등불들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117쪽)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며, 나아가 겨울 나무에서 봄의 생명력을 감지할 수 있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 겨울부터 저 날카로운 솔잎들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같은 푸른색이지만 분명히 달랐다. 방금 나온 어린 싹 같은 연푸른빛이 생생하게 차올라 있었다./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내 여자의 열매’,125쪽) ‘아기부처’의 마지막 장면이다. 겨울 지나 봄으로 가는 문턱에서 자연을 보고 느낀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같은’ 푸름에서 ‘다른’을 간취하고, 겨울부터 ‘지속’되는 것들 가운데 ‘방금 나온’ 생명의 시작을 발견한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낙엽이 떨어진다는 획일적인 공식이 아닌, 한 나무 안에서도 서로 다른 색의 잎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긍정하는 사유, 앙상한 겨울나무에서도 미세한 생명의 떨림과 그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사유, 그것이 바로 ‘관’의 사유이다. 이 관의 사유를 마음속에 지닐 때,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의 삶을 극복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보다 인간다운 삶을 지향할 수 있다.‘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라는 잠언과 같은 감탄은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4. 식물성을 향한 욕망의 존재론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서의 맨얼굴과 ‘관’의 사유는 작가가 죽음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구체적 현실의 삶에 뿌리내리면서 발견한 중간 경유지이다. 이 방식들은 의식의 층위, 마음의 층위에서 이루어진다. 이 층위는 평면의 동심원에서, 외원을 이루는 동물적 폭력성이 강렬한 외파로 밀고 들어올 때 위태롭게 흔들리는 내원과도 같다. 그 어떤 외파도 견딜 수 있기 위해서는 의식과 마음이라는 동심원의 평면 저 아래 깊은 심연에 자리한 무의식의 영역으로 그것을 심화시켜야 한다. 요컨대 타자와의 합일을 향한 무의식의 강렬한 욕망이 있다면, 그래서 의식의 수면을 꿰뚫을 정도로 강렬하다면, 그럴 때 현실의 외파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한강은 ‘내 여자의 열매’를 거쳐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 연작에 이르는 도정에서 욕망의 영역으로 작가 인식을 심화시킨다.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이 그것이다. 이 순간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 무의식의 심연에 자리한 욕망의 영역이 설정되고, 그 결과 관념에 지나지 않았던 ‘여수’ 대신 ‘식물성’의 세계가 새로운 타자의 자리에 위치한다. 이 타자는 여수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진, 현실 저 너머의 또 다른 공간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욕망 속에 살아 꿈틀거리는 것이자, 현실 속에서 실현 가능한 타자이다. ‘내 여자의 열매’는 식물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식물적 상상력이 길어내는 삶의 진실은 그 힘이 아직 미약하다. 현실도피의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일상이 싫어서, 도심의 똑같은 아파트가 싫어서, 지긋지긋한 피를 갈고 싶어서, 어머니처럼 되기 싫어서, 어디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없어서 결국 식물이 된다는 가정이 단순한 현실도피를 방증한다. 그리고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인물의 욕망 역시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식물성의 세계를 강렬히 욕망하는 인물에 의해 식물성의 세계가 온전히 개화하는 작품은 ‘몽고반점’이다. 이 작품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와, 몽고반점을 가진 처제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근친상간을 예술적 시선과 현실 윤리의 시선 속에서 포착해낸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처제의 욕망과 그의 욕망이다. 우선 처제의 욕망을 보자. 그 욕망은 그의 눈에 포착된 몽고반점 속에서 엿볼 수 있다. 약간 멍이 든 듯도 한, 연한 초록빛의 분명한 몽고반점이었다. 그것이 태고의 것, 진화 전의 것, 혹은 광합성의 흔적 같은 것을 연상시킨다는 것을, 뜻밖에도 성적인 느낌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식물적인 무엇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채식주의자’,101쪽) 처제의 몽고반점은 ‘순수성’ 혹은 ‘순수한 영혼’을 표상한다. 곧 ‘어린아이’처럼 처제는 일상의 폭력성에 물들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의 붓칠에 의해 ‘순수한 영혼’이 육체에 새겨진 ‘몽고반점’으로 가시화된다. 꽃을 그려 넣는 행위는 폭력적인 일상에 의해 상처받은 인간의 몸에 ‘순수한 영혼’이라 할 수 있는 식물성을 부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처제는 “뱃속의 얼굴”에 대한 무서움을 이겨낸다.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얼굴”은 그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었던 진정한 욕망을 의미한다. 뱃속의 얼굴이 낯설고 무섭게 느껴진 까닭은 일상의 질서에 자신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질서로부터 벗어날 때 그 얼굴은 자신의 본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처제는 자신의 “순수한 영혼”을 가시화한 꽃 그림에 힘입고, 그녀 자신에게 내재해 있던 진정한 욕망을 발견함으로써,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로 풍겨 나오는 처제의 “배냇내”는 타자와의 합일이 뿜어내는 식물성의 ‘향기’인 셈이다. 몽고반점, 즉 꽃잎 그림자로서의 순수한 영혼과, 몸 혹은 꽃으로서의 진정한 욕망이 유기적 통일성을 이루는 세계, 그것이 ‘색채의 세계’로서의 식물성의 세계이다.“색채의 세계”는 “격렬한 세계”이자,“마술적” 세계이고,“전혀 다른 세계”이다. 식물성에 대비되는 동물성의 세계는 일상에 만연해 있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폭력성을 함축한다. 그것은 육식성, 적자생존, 약육강식 등으로 점철된 일상이자 문명의 세계를 표상한다. 반면에 식물성은 순수성과 공존의 세계이자, 가족의 윤리마저 붕괴되는 탈일상이자 탈문명의 세계로 압축된다. 인간의 몸과 꽃, 그리고 짐승이 뒤섞인 교합에서도 드러나듯, 식물성의 세계는 “추악하면서도 아름답고” 동시에 “삶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하고,“모든 것이 담겨 있는” 동시에 “모든 것이 비워진 곳”이기도 한, 차별상을 가진 일체의 것이 존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공간인 것이다. 하기에 처제가 욕망하는 식물성의 세계는 처제와 형부의 불륜관계처럼 제도의 금기마저 초월한 곳에 있다. 현실 제도의 금기를 위반하는 욕망이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은 오로지 ‘죽음’과 ‘광기’의 영역 안에서이다. 곧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은 금기의 위반에서 맛본 죽음과도 같은 향유(jouissance)를 안은 채 죽음을 향해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광기’로 내몰려 사회로부터 배제당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그것이 어떤 선택이건 모두 일상에서의 ‘죽음’과도 같은 귀결로 치닫는다. 처제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끝까지 치열하게 표출한다. 그렇다면 그의 욕망은 어떠한가. 그의 욕망은 육체적 욕망과 예술적 욕망 사이의 긴장 속에서 유동한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모되고 찢긴 인간의 일상”을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강직한 성직자”로 불릴 정도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그러다가 처제의 자해사건을 겪으면서 그가 작업했던 것들 역시 일상에서 자행되는 폭력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그가 찾았던 “더 고요한 것, 더 은밀한 것, 더 매혹적이며 깊은 것”으로서의 실재를 현현하고 있었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에게 이미지가 갖는 재현의 한계를 깨닫게 한다. 그는 지금까지 작업해 온 일상의 폭력성을 담은 이미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현했든 간에 상관없이, 실재의 고통과 감정을 사라지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한계는 삶의 여러 국면에서 용솟음치는 욕망과 대면할 때마다 현실과 욕망의 경계 선상에서 그가 느꼈을 법한 환멸과도 같다. 그는 근친상간이라는, 현실의 금기를 위반하며 욕망의 극단에 잠시 도취된 결과, 잡으려 했던 욕망의 실재가 허망하게 스크린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아야 한다. 그의 욕망은 처제가 보여주었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온 욕망의 시선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 욕망은 현실과 예술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자신의 육체적 쾌락 앞에 예술적 욕망을 무릎 꿇린 결과를 낳고 만다. 여기서 ‘그’의 욕망을 작가 한강의 글쓰기의 욕망과 연결시킬 수 있다. 처제와의 근친상간을 통한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애초의 글쓰기의 의도이다. 이 의도대로라면, 작중 인물은 ‘그’와 처제만으로 충분하다. 두 인물의 근친상간을 담은 캠코더의 화면처럼, 근친상간 그 자체만을 다루면서 식물성의 세계를 오롯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본래 기획이고,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그것은 밀실에서나 가능하다. 그것이 공적인 장으로 나올 때(발표될 때), 현실로부터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로 집중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비난을 피하고, 작가가 생각한 본래의 의도를 어느 정도 형상화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아내’이다.‘아내’는 현실 사회의 제도적이고 관습적인 윤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아내’의 등장에 의해 ‘그’와 ‘처제’의 근친상간은 작품 속에서 불륜으로 비판된다. 작가는 ‘아내’를 작품 결말 부분에 등장시켜 이 작품이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이라는 비판을 비껴나가게 하고, 그러면서 자신이 본래 지향하는 예술(식물성의 세계를 형상화한 것)의 측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한편으로는 작가 한강의 영민한 균형 감각에 기인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화한 예술을 공적 영역으로 드러내기에는 아직도 현실의 억압과 금기가 완강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작가의 비판 의식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본래적 욕망과 안전장치가 균형을 이루면서,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으로 이어지는 연작이다. 이들 소설에서 영혜라는 인물은 그녀의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 속에서 포착된다. 세 인물은 각각 독특한 인물형을 표상하며, 그 인물형이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드러낸다.‘채식주의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녀의 남편(나)은 속물을,‘몽고반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형부(그)는 예술가를, 그리고 ‘나무불꽃’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언니(그녀)는 일상에 함몰되어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인간을 표상한다. 그들은 모두 길들여진 욕망에 사로잡힌 채 진정한 욕망을 추구하려는 영혜를 경계 밖으로 일탈한 인물로 취급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광인으로 내몰리는 가운데 영혜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라도 자신의 욕망을 지켜내려 한다. 연작에서 교직된 인물들이 그려내는 삶의 진실은 무엇인가. 그들은 어떠한 삶이 진정한 삶이라고 인식하는가. 혹시 그것은 우리에게 진정한 욕망이란 ‘광기’와도 같은 것, 정상의 영역을 벗어난 것, 그래서 죽음과도 같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로 영혜는 죽음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간다. 그런 영혜에게 작가 한강의 깊고 고통스러운 숨결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한강의 고민이 바로 진정한 욕망의 탐구 위에 있음을 방증한다. 5. 텍스트의 독법, 타자를 향하여 한강의 소설은 탄탄한 서사구성으로 인정받는다. 거기에 더해 텍스트 간의 긴장관계까지도 탄탄하게 조여 낸다. 그런 까닭에 한강의 소설 전체를 하나의 텍스트로서 파악하는 독법이 필요하다. 일종의 텍스트 간 소통의 재구성 방식이다. 그 하나로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내밀하게 파헤치는 방식.‘여수의 사랑’에서 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둘, 둘 이상의 고통스러워하는 인물들이 서로의 고통을 마주 보기.‘저녁빛’이나 ‘진달래능선’,‘어둠의 사육제’에서는 서로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보듬어주는 중층적인 시선들이 교직된다.‘내 여자의 열매’에서는 식물 되기를 꿈꾸는 인물의 내면을 편지 형식으로 삽입하고 지켜보는 시선에 남편을 배치한다. 셋, 동일한 사건을 겪는 인물들의 다중초점화.‘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이 만드는 연작 형식. 영혜라는 인물을 중심에 두고 ‘채식주의자’는 그녀의 남편의 시선에,‘몽고반점’은 형부의 시선에,‘나무불꽃’은 언니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고, 영혜를 바라보는 중층적인 시선들을 세 작품에 나누어 배치한다. 그럼으로써 식물성의 세계를 지향하는 영혜의 욕망을 보여주고, 그녀의 욕망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부각시킨다. 더불어 텍스트마다 화자를 바꾸어 조명함으로써 각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고 그 인물이 다른 인물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 결과 각 인물들은 세 텍스트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선에 의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면서 ‘지금, 이곳’의 리얼리티를 무수히 직조한다. ‘여수의 사랑’에서 자흔이 꿈꾸는 ‘여수’에서부터 출발하여 ‘채식주의자’ 연작에서 영혜가 꿈꾸는 ‘나무 인간의 세계’로 나아가는 한강의 소설들은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에게 결여된 빈 공간이자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가는 지난한 행보를 보인다. 한강은 그러한 타자와의 합일을 지향함으로써 폭력적인 일상 속에서 위협당하는 나약한 인간 존재를 보듬고자 한다. 작가 한강이 어두움의 세계, 즉 은밀하고도 사적인 영역들에 은폐되어 있는 죽음, 성, 욕망 등을 공론화의 장으로 내어 놓고, 그럼으로써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더욱 값진 의미를 갖는다.
  • 천막서 2번째 새해맞이 고대 출교생들

    천막서 2번째 새해맞이 고대 출교생들

    “새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힘을 내야죠.” 고려대 출교생들이 천막 안에서 두 번째 새해를 맞았다. 출교 622일째. 이들에게 2008년은 ‘햇수로 3년째’라는 안타까움만 남길 뿐이다. 농성중인 학생 7명은 2006년 4월 고대 병설보건전문대 총학생회 투표권 문제로 본관을 점거하고 교수를 감금했다는 이유로 개교 이래 처음으로 출교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1심서 “징계절차에 문제” 판결 법원은 지난 10월 ‘학생들이 교수들을 감금할 의도가 없었고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어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학교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더불어 법원이 지적한 ‘절차상의 문제점’을 수용해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상벌위원회를 병행했다. 학교는 상벌위원회의 결과를 심의하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다소 희망적이었다. 이들은 학교에서 개최한 상벌위원회에서 충분한 소명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출교생 김지윤(23·여)씨는 “이전 상벌위원회보다 분위기가 덜 강압적이라 진술할 수 있는 시간적 기회가 많았다.”면서 “학교 측이 진술 시간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수용해 6명이 1∼2시간씩 충분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측 “퇴학마저 이들에겐 큰 훈장” 항소 그러나 학생들의 기대는 학교가 법원에 제출한 항소장 내용이 알려지면서 무너져 버렸다. 항소장에는 ‘출교생들은 자본주의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려는 생각을 가졌다. 출교생 모두가 민주노동당 당원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선배들에게 말로만 듣던 ‘사상 검열’식 문구를 접한 학생들은 당혹스러웠다.‘퇴학마저 이들에게는 큰 훈장이 될 뿐’이란 과격한 표현을 읽을 때는 가슴이 저렸다. 출교생 안형우(24)씨는 “학교가 학생들의 진보적 성향을 문제삼고 있다.”면서 “이는 학교가 학생을 상대로 감정싸움을 하고 있는 꼴”이라며 못내 서운해했다. 출교생들은 2008년이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이들의 거취가 결정되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출교생 7명 가운데 6명의 입대문제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너무 죄송해요. 영장은 계속 날아오고, 입대 연기만 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돼 당당히 입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안씨의 목소리가 칼날 같은 바람에 흩어졌다. 글 사진 이경원 장형우기자 leekw@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