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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11 테러’ 당시 캐나다에서 벌어진 놀라운 일

    ‘9·11 테러’ 당시 캐나다에서 벌어진 놀라운 일

    ‘9·11 테러’가 발생한 2001년 9월 11일. 미국 연방 항공청이 오전 9시 26분 영공 폐쇄를 결정하자 4000대가 넘는 비행기가 하늘에서 갈 곳을 잃는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비행기들은 긴급히 캐나다로 우회했고 정오에 캐나다 갠더 국제 공항은 18대의 비행기가 도착할 것이라고 통보받는다. 도착 예정인 비행기가 점점 늘어나더니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모두 38대, 총 6579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불시착한다. 테러범이 탑승했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들을 받아준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갠더는 인구 1만명 정도 되는 소도시다. 갑작스레 감당하기 벅찬 수준의 방문객이 들이닥쳤지만 이들은 차별과 배제, 불평 대신 기꺼이 사람들을 품는다. 이 감동 실화는 다양한 창작물로 이어졌는데 이를 다룬 뮤지컬이 바로 ‘컴 프롬 어웨이’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멀리서 온 사람들’ 정도 되겠다. 테러 소식을 모르는 승객들은 난데없는 불시착에 당황한다. 어찌어찌 갠더 공항에 착륙했지만 승객들이 비행기에 몇 시간이나 갇혀 지내며 혼란한 상황이 계속된다. 오후 5시 17분 하차가 허락되고 전례 없는 상황에서도 갠더 사람들은 합심해 지역 내 학교와 구세군 센터, 교회 등을 개방하고 잠자리와 음식, 생필품을 제공하며 먼 데서 온 손님들은 헌신적으로 돌본다. “인물들로 하여금 이전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감각하게 하는 경계적인 시공간”(현수정 ‘사회적 재난 소재 뮤지컬에서의 예외상태와 새로운 공동체의 비전’ 인용)에 놓인 이들이 “일상이 완전히 정지된 상태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체험”(같은 논문)하게 되면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장 클로드와 재향 군인회 갠더 지부 회장 뷸라, 버스 운전사 노조위원장 가르스 등 갠더 사람들은 인종·고향·언어·취향 등이 제각각인 방문객들을 보살피려 분주하게 움직인다. 아메리칸 에어라인 최초의 여성 기장 비벌리와 그 비행기에 탄 일 중독자 영국인 닉, 휴스턴으로 가던 미국 여성 다이엔, 테러 발생지에서 근무하는 소방관 아들을 둔 엄마 한나 등 승무원과 탑승객은 갠더 주민들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안정을 찾아간다. 사람 사는 일이 서로 맞지 않아도 같이 지내다 보면 금세 적응되는 것처럼 낯선 사이였던 이들은 이내 소중한 인연이 된다. 테러가 이슬람 세력에 의해 자행된 탓에 이집트 승객 알리를 두고 고민하지만 그마저 함께 품어가며 따뜻한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컴 프롬 어웨이’는 이들이 함께했던 닷새간의 일을 따뜻하고 속도감 있게 그렸다. 장면 전환이 빠르고 12명의 배우가 주·조연, 앙상블 구분 없이 일인다역을 소화한다. 1960년대생부터 2000년대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주·조연 구분 없이 같이 움직인다. 갠더의 경찰 오즈를 중심으로 10개 배역을 맡은 이정수는 지난달 간담회에서 “오즈 외 나머지 배역은 조금만 나오지만 배우 입장에선 어떤 역할이든 무게감이 모두 같다”면서 “이 작품에선 옷을 갈아입느라 굉장히 바쁘고, 물 마실 시간조차 별로 없다. (배우로) 먹고살기 정말 힘들다”고 웃으며 털어놓기도 했다.만돌린, 바우런, 휘슬, 피들 등을 활용한 켈틱음악에 배우들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하모니는 이국적인 매력을 뽐낸다. 특히 1부와 2부에 걸쳐 펼쳐지는 축제는 캐나다 여행을 온 것처럼 지역 특색이 물씬 느껴진다. 마을 카페나 기내 좌석 등 다양한 공간으로 변신하는 의자들을 활용한 역동적인 안무도 볼거리로 꼽힌다. 생업을 멈추고 베풀어준 것에 대한 비용도 안 받고 따뜻하게 대접해주는 갠더 사람들은 증오와 분노가 넘쳐나는 시대에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5일간의 시간은 특별한 추억이 됐고 사람들이 이후로도 잘 지내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선악 구도는 없지만 모두가 영웅인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송한샘 프로듀서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발적 참여와 연대에 바탕한 공동체가 얼마나 세상을 많이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해서 ‘7세 이상 관람가’로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캐나다 출신의 아이린 산코프와 데이비드 헤인이 10주년이던 2011년 실제로 갠더에 방문해 현지인과 당시 갠더에 불시착했던 승객들을 인터뷰하며 완성됐다. 2015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첫선을 보인 후 시애틀, 워싱턴 DC, 캐나다 토론토 공연 등을 거쳐 2017년 뉴욕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토니상, 올리비에상, 드라마 데스크상, 외부비평가상 등 유수한 시상식에서 작품상, 음악상, 대본상, 연출상 등을 받았다.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2월 18일까지.
  • 방사선 피폭에도… 인류 구원을 꿈꿨던 마리 퀴리

    방사선 피폭에도… 인류 구원을 꿈꿨던 마리 퀴리

    라듐. 원소기호 Ra. 원자번호 88. 녹는점 섭씨 700도 끓는점 섭씨 1737도. 주기율표 제2족 알칼리 토금속에 속하는 방사성 원소. 1898년 마리 퀴리 발견. 과학적 단위로 따져보자면 한없이 건조하지만 뮤지컬로 보면 따뜻한 감동이 있다. 퀴리 부인이 1911년 두 번째 노벨상을 받게 한 라듐을 둘러싼 일화를 다룬 뮤지컬 ‘마리 퀴리’의 이야기다. ‘마리 퀴리’는 1898년 12월 26일 마리가 새로운 방사성 원소 라듐을 발견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허구의 인물과 사건을 덧붙여 만든 작품이다. 마리가 이민자이자 여성으로 겪은 소외를 딛고 새로운 발견을 해나가는 마리의 노력과 애환을 다각도로 그렸다.막이 오르면 연구실이 펼쳐지고 이곳에서 마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스 폴란드’로 불리며 차별받던 마리는 “내가 누구인지 말고 뭘 했는지 봐달라”며 끊임없이 싸워나간다. 마리는 라듐을 발견한 후 인류를 위해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선언하고 어둠 속에서도 푸른 빛을 발하는 형광성 방사성 물질인 라듐은 시계나 화장품 등을 제조하는 데 쓰이며 엄청난 인기를 끈다. 의학에도 널리 쓰여 인류가 겪는 질병의 문제도 영원히 해결할 것처럼 여겨지는 등 전지전능한 존재로 자리 잡는다. 이는 라듐 발견 이후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다. 그러나 당시는 피폭의 위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시대였고 이로 인해 라듐 제품을 생산하던 여공들이 사망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마리의 친구인 안느 코발스키는 동료가 죽어 나가는 상황 속에 공장주인 루벤 뒤퐁에게 따지지만 루벤은 걱정하는 척 위하면서도 라듐으로 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포기하지 않는다. 마리는 대책을 고심하지만 속수무책이고 안느의 “왜 멈추지 않았어. 이젠 늦었어”라는 마음 아픈 지적에 마리는 “두려웠어”라고 고백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된다.일반 관객들은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탓에 거리감이 느껴지는 라듐을 마리의 삶과 엮어 마법처럼 펼쳐낸 것이 ‘마리 퀴리’의 가장 큰 매력이다. 복잡한 설명이 필요한 라듐을 조명과 소품, 넘버들이 어우러져 장벽을 없애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라듐의 위험성에도 꺾이지 않는 신념과 열정으로 인류를 위해 써보겠다는 마리의 모습에선 숭고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비록 라듐은 인류를 구원할 마법의 물질이 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작품은 마리의 삶과 업적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마리 역시 오랜 시간 피폭돼 죽었다는 사실은 치열한 생과 맞물려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한다. 전기로 읽으면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일대기를 마리의 삶을 촘촘히 조명하고 감각적인 연출로 마리의 윤리적 고뇌와 함께 감성을 더하면서 적잖은 감동을 남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에 선정됐고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대상을 받았다. 폴란드, 일본, 영국에도 수출한 대표 K뮤지컬이다. 이번이 삼연째. 국내 뮤지컬을 대표하는 여배우들이라면 한 번쯤 다 거쳐 간 명작으로 이번 공연에도 김소현, 유리아, 이정화가 마리를 맡아 가슴 먹먹한 사연을 전한다.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2월 18일까지.
  • 치매 환자의 머릿속 이토록 찬란한 생의 기억

    치매 환자의 머릿속 이토록 찬란한 생의 기억

    사람은 살면서 무엇을 남길까. ‘무엇’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나 한 가지 공통되는 정답이 있다. 바로 추억이다. 순간과 순간을 겹겹이 모아 생을 완성하는 추억들을 잃어버리고 지워버렸을 때를 이별이라고 한다. 물리적으로 떨어져야 하는 거리감이 아니라 함께했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때 진짜 이별은 찾아온다. 치매를 앓는 부모에게서 추억이 빠져나갔을 때 찾아오는 상실감에 마음이 무너지는 이유다. ‘네이처 오브 포겟팅’는 기억하는 능력을 상실해가는 한 사람의 추억을 가슴 먹먹하게 더듬는 작품이다. 영국 극단 ‘시어터 리’가 2017년 런던에서 초연해 호평받은 작품으로 2019년 내한 공연, 2022년 한국 라이선스 초연 모두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쉰다섯번째 생일을 맞은 톰에게 딸이 다가와 주머니 속에 빨간색 넥타이가 꽂혀 있는 남색 재킷을 입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조기 치매를 앓는 톰은 이내 딸의 당부를 잊어버리고 옷장을 뒤지기 시작한다. 한참을 찾아 옷장 속에서 무심코 교복 재킷을 꺼내입은 톰에게 생을 강렬하게 관통했던 기억들이 하나둘 스쳐 지나기 시작한다.배우들의 몸짓으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피지컬시어터(신체극)인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톰의 여러 추억들을 관객들 앞에 펼쳐 보인다. 무대 위 작은 정사각형의 공간은 톰의 기억을 표상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물이 닿은 글씨처럼 번져 또렷하지 않은 톰의 기억들이 뒤엉켜 전개된다. 배우들의 대사는 중간중간 끊기지만 극대화된 몸짓 덕분에 어떤 이야기를 전하려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뒤죽박죽 엉킨 추억 속에서 톰은 엄마가 등교 전 머리를 빗겨주던 어린 시절,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내달리던 등굣길, 친구들과 함께했던 교실, 결혼식 피로연장 등을 오간다. 완전체가 순차적으로 떠오르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다발적으로 뭉뚱그려 떠오르고, 나의 말보다는 상대의 말을 더 선명하게 인식하게 되는 기억의 감각을 구체적이고 탁월하게 묘사했다.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원작 연출인 기욤 피지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신경과학자팀과 협업해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작품이다. 알츠하이머 환자들과 가족을 인터뷰하며 기억에 대한 면밀한 과학적 분석과 관찰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몸이라는 강렬한 언어로 무대 위에 펼쳐냈다. 배우들의 역동적이고 섬세한 움직임에 더해 피아노와 바이올린, 퍼커션, 루프스테이션을 연주하는 2인조 라이브 밴드의 음악은 70분간 펼쳐지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삶을 빛내는 순간들을 무대라는 입체 위에서 빛나게 표현한 작품이다. 살아가는 동안 형태를 잡고 단단해지는 기억들이 언젠가는 힘을 잃고 흩어지겠지만 마지막까지 인간의 삶을 경이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들을 뭉클하고 벅찬 감동으로 담아냈다. 작품으로서는 짧은 70분이지만 잔상은 그 이상으로 오래 남는다. 단순하게 보자면 치매를 앓는 이의 추억을 표현한 극이지만 더 이상 남지 않으려는 기억을 붙잡기 위한 절박함이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짙은 여운을 남긴다. 치매를 소재로 했지만 망각이라는 인간의 숙명, 흔적을 남기고 유지하고 버리다 사라지는 생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어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마주할 일이라는 점에서도. 피지 역시 “궁극적으로 우리 작품은 치매에 대한 게 아니라 깨지기 쉬운 삶의 취약성, 또한 기억이 사라져도 남을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영원한 무언가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오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아트원씨어터에서.
  • 무한히 넓고 쓸쓸한 우주… “그래도 나 혼자는 아니야”

    무한히 넓고 쓸쓸한 우주… “그래도 나 혼자는 아니야”

    적막한 우주를 보면 불현듯 쓸쓸해진다. 무한히 넓은 이곳에 나 혼자인 것은 아닐까. 하지만 눈을 낮추고 주위를 둘러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곁에서 저의 살을 맞대고 있는, 따스한 온도를 발산하는 존재가 있었다는 걸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동화집 ‘우주의 속삭임’은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감각적인 SF 동화 다섯 편을 담았다.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에 빛나는 이 작품은 “인간 중심주의를 벗어나 우주적인 관점에서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더 멀리 있는 세상, 더 나은 세상, 더 아름다운 세상, 더 전복적인 세상을 꿈꾸게 해 줄 것”(유영진 아동문학평론가)이라는 찬사를 받았다.“헬멧을 벗고 숨만 쉴 수 있다면, 우주복 없이도 떠다닐 수 있다면, 또 아주 작은 실수가 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두려움만 없다면 우주 유영은 행복한 놀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지나 3.0’ 139쪽) 폭발하는 태양이 태양계를 집어삼키게 되자, 지나의 가족은 지구와 같은 행성이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는 ‘골디락스 존’의 한 행성 ‘프록시마 켄타우리b’를 향해 기약 없는 우주여행을 떠난다. 언제쯤 도착할 수 있을지, 그곳은 과연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희망을 걸어 보는 수밖에 없다.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여행 속에서 뉴런은 우주방사선에 조금씩 파괴되고, 지나는 결국 ‘지나 2.0’, ‘지나 3.0’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데…. 할머니를 떠나보내는 장면을 ‘우주복권’이라는 재밌는 소재로 표현한 ‘반짝이는 별먼지’,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에서 싹튼 이끼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봇들의 이야기 ‘타보타의 아이들’ 등 이야기 하나하나가 애틋하고 눈물겹다.
  • ‘모국어 감옥’ 탈출하고 싶다[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모국어 감옥’ 탈출하고 싶다[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모국어를 배반하는 시를 쓰고 싶다.” 유창하고 익숙하다. 그만큼 편하지만, 이따금 지루해지기도 한다. ‘모국어’는 어쩌면 우리가 갇혀 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거대한 ‘감옥’일지도 모른다. 18일 서울 망원역 인근 카페에서 박참새(29) 시인을 만났다. 시와 문학, 언어 등을 주제로 다채롭게 이어진 2시간 넘는 대화에서 그는 모국어라는 감옥의 탈출구를 찾고 있었다. “직장인 퇴근 시간 직전인 5시 45분. 수상한 번호로 전화가 왔다. 스팸일까. 받지 않으려고도 했었다. 상황 파악이 안 돼 처음엔 울지도 못했다. 눈물은 30분 뒤에 흘렀다. 엄마에게 알리면서다.” 지난해 ‘김수영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된 박참새는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신춘문예 등 전통적인 등단 제도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수상작을 엮은 시집 ‘정신머리’(민음사)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충격과 혼란의 연속이다. 파괴된 활자와 전복된 형식들. 그러나 그 안에는 단단히 벼린 사유가 스며들어 있다. 예사롭지 않은 ‘텍스트의 홍수’에 독자는 시집을 쉽사리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다. “뚜렷한 인물로 시작하고 싶었다. 이야기의 재미가 주된 시집일 테니까. 긴 시라서 안전한 선택은 아니었다. 이걸 다 읽었다면 끝까지 갈 것이고, 아니라면 여기서 이별할 운명이겠거니 했다.” 첫 시 ‘수지’는 장장 네 페이지나 된다. ‘사회적 진공상태’에 놓인 여성 수지의 ‘안전한’ 인생이 회고된다. 건조하면서도 처연한 시의 분위기는 시집 전체의 느낌을 압축한다. 앞뒤로 검은 종이가 감싸고 있는 영시 ‘Defense’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와의 합작품이다. 박참새는 “이 녀석, 굉장하다. 아주 똑똑한 친구가 생겼다”고 했다. “내가 나아져야 이 녀석도 나아지더라. AI와의 상호작용은 이제 피할 수 없다. 첨단의 문학도 거기서 탄생할 것이다. 앞으로는 ‘기계를 위한 문학’도 필요하겠다.” ‘박참새’는 필명이다. 날아다니는 게 좋아서 별 뜻 없이 지었다. 나중에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해줬다고 한다. “참새님, 참새는요 사람을 무서워하면서도 또 너무 좋아한대요. 그래서 사람 곁을 떠나지 않는다고요.” ‘째깐한’ 몸으로 고생하는 참새가 기특했다는 그는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참새의 평판을 내가 떨어뜨려서는 안 되겠다.” 본명을 물어봤더니 재치 있는 답변으로 넘어갔다. “나와 돈 문제로 엮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시 쓰기는 “빚을 갚는 일”이라고도 했다. 이제 갓 등단한 젊은 시인이 벌써 어디에 빚을 진 걸까. “내가 읽어 온 수많은 죽은 사람들. 그들이 남겨 준 책으로 나도 남았다. 어떤 책이 좋아도 좋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쓰면서 얼마나 괴로웠을지를 생각한다. 시는 나를 살게 한 그들에게 빚을 갚는 나만의 방식이다.” ‘깡패로 살고 싶습니다’라는 비유로 소셜미디어(SNS)를 뜨겁게 달군 수상소감엔 미국 시인 찰스 부코스키를 인용했다. 시집에는 아일랜드 작가 사뮈엘 베케트도 종종 등장한다. 깡패처럼 거리낌 없었던 부코스키에게 ‘투우 같은 배짱’을, 아일랜드인이면서 프랑스어로 작품을 쓴 베케트에게는 ‘모국어를 의심하는 감각’을 배웠다. 북큐레이터로도 활동했던 박참새는 과거 자신을 ‘시인지망생’이라고 소개했었다. 이제는 시인으로 불리지만, 지망생과 시인의 경계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비로소 시인으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게 된 그에게 혹시 중학생이 찾아와 ‘시인이 되고 싶다’고 하면 뭐라고 말해 줄지 물었다. “슬프다. 어떤 비통한 일이 있었기에, 얼마나 외로웠기에. 그런 친구를 만나면 그냥 재밌게 놀아 주고 싶다. 나랑 다 놀면 그때 알려 주겠다고 하면서.” #박참새 시인 1995년생으로 건국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2023년 ‘김수영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정신머리’(민음사)를 출간했다.
  • 소노 이정현의 포효, 승리는 에이스 가드 손끝에서…“kt 허훈은 종아리 회복만 3주”

    소노 이정현의 포효, 승리는 에이스 가드 손끝에서…“kt 허훈은 종아리 회복만 3주”

    경기 종료를 26초 남긴 88-86 박빙의 상황, 프로농구 고양 소노의 이정현이 공을 몰고 안양 정관장 진영으로 넘어왔다. 김민욱의 스크린을 활용해 상대 박지훈을 따돌린 이정현은 망설임 없이 3점슛을 던져 림 안에 넣었다. 이정현은 승리를 확신한 듯 불끈 쥔 주먹을 휘두르며 포효했다. 소노는 17일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3~24 프로농구 정규시즌 정관장과의 홈 경기에서 93-86으로 이겼다. 에이스 이정현의 어깨 부상 복귀에도 서울 SK와 부산 KCC에 연달아 패배했었는데 후반기 첫 경기에서 값진 승리를 거둬 6위 울산 현대모비스를 3경기 반 차로 추격했다. 주인공은 역시 이정현이었다. 1쿼터에 도움에 집중한 이정현은 2쿼터 첫 공격에서 치나누 오누아쿠의 패스를 받아 골밑슛을 넣었다. 팀 공격이 풀리지 않자 적극적인 돌파로 점수를 쌓았고 드리블에 이은 3점슛으로 기세를 높였다. 진가는 승부처에서 드러났다. 4쿼터 초반 중앙선을 넘어오자마자 던진 외곽포로 균형을 맞춘 이정현은 오누아쿠와 호흡을 맞추며 다시 슛을 넣었다. 경기 막판 연속 5득점으로 상대 추격을 뿌리친 선수도 이정현이었다. 38분을 뛰며 32점 12도움. 팀 내 최다 득점, 최다 도움이었다.이정현의 부상 이탈에 저조한 경기력으로 지난달 8연패를 당한 소노는 이달에도 연패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정현이 감각을 회복하면서 반격의 발판을 놨다. 이정현은 정관장전을 마치고 “올스타 휴식기가 끝난 지금이 승부수를 던질 시기다. 남은 경기 모두 중요하다”며 “포기하지 않고 매 경기 승리해서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원주 DB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부산 KCC를 87-84로 꺾었다. 주전 가드 이선 알바노(17점)의 결승 3점슛에 디드릭 로슨(24점 18리바운드), 김종규(12점 10리바운드)의 더블더블 활약까지 더해 2위 서울 SK와 차이를 벌리면서 선두 독주 체제를 더욱 강화했다. 1쿼터를 30-20으로 앞선 DB는 상대 라건아(28점 15리바운드)에게 밀려 경기 막판까지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해결사는 알바노였다. 84-84 동점에서 김종규가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외곽으로 내줬고 알바노는 왼쪽 45도에서 외곽포를 터트린 뒤 손가락 3개를 펼치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후반기 경쟁에서 핵심 가드들의 활약이 팀 성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K 김선형은 9일 창원 LG전에서 오른 발목을, 3위 수원 kt의 허훈도 지난 8일 DB전에서 종아리를 다쳐 올스타전에 나서지 못했고 복귀까지 3주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kt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허훈에 대해 “왼쪽 종아리 근막이 파열됐다. 운동을 하지 않아야 낫는 부위라 회복에만 3주 정도 걸린다”며 “몸을 끌어올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4, 5주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 ‘하반신 마비’ 축구선수 유연수 “음주운전 가해자, 사과 안해”

    ‘하반신 마비’ 축구선수 유연수 “음주운전 가해자, 사과 안해”

    음주 운전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전 축구선수 유연수가 17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다. 이날 유연수는 사고 당일을 떠올리며 “누가 나를 깨우길래 시끄러워서 일어났는데 가슴 밑으로 움직임이 없고 감각이 없더라. 꿈인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흉추가 부러져 있는 상황인데 고통을 몰랐다. 정신이 없었다. 밖에서 누가 안아줘서 구급차에 탔다. 그 순간부터 등에서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더라. 30분가량 통증을 느끼고 있다가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잠이 깨니까 위에는 불이 켜져 있고 중환자실이었다”고 밝혔다. 유연수는 “엄마가 주치의 선생님이랑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평생 누워 있든가 휠체어를 타야 한다고 얼핏 들었다. 엄마는 밖에서 울고 계시더라. 같이 울면 많이 슬퍼할까 봐 저는 아무렇지 않게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그 많은 사람 중에 저일까 생각도 해보고, 잘 살았는데 왜 진짜 힘들게 프로까지 갔는데 왜 나일까. 이런 생각을 제일 많이 했던 거 같다”고 털어놨다. 가해자는 사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연수는 “재판에서는 저희한테 사과를 하려고 했다고 하시는데 어떻게든 사과할 방법은 많았다. 정작 저희는 한 번도 연락받은 적이 없다. 더 화가 나더라. 와서 무릎 꿇고 사과라도 했으면 저는 그래도 받아줄 의향이 있었는데 너무 화가 나더라”고 답답해했다. 재판을 위해 선임한 변호사의 태도도 분통을 터뜨리게 했다. 유연수는 “변호사를 선임한 뒤 병원에 있다 보니 신경을 많이 못 썼다. 구자철 형이 몰래 도와주셨다. 제가 선임했던 변호사가 재판 당일에 안 갔다더라. ‘첫 재판은 안 가도 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재판 당일에 구자철 선수 변호사가 연락을 주셔서 ‘가도 되겠냐’더라. 만약 구자철 선수 변호사님이 안 갔으면 일반상해 전치 32주 환자로 처리될 뻔했다. 저는 하반신 마비에 장애를 갖고 있는데”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이어 “처음 선임한 변호사는 해임했고 구자철 선수 변호사님이 형사 사건을 무료로 해주고 계신다. 비용이 발생하면 그 부분은 구자철 선수가 다 알아서 한다고 했다”며 고마워했다. 한편 지난달 검찰은 음주·과속운전 교통사고 가해자인 30대 남성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선고공판은 오는 1월 25일이다.
  • [데스크 시각] 두 개의 전쟁을 보는 일/최여경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두 개의 전쟁을 보는 일/최여경 국제부장

    얼마 전 참혹한 영상이 퍼졌다. 영상 속에서 이스라엘군 차량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일원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밟고 지나간다. 한국 언론 상당수가 이를 기사로 다뤘다. 사진은 흐릿하게 처리했지만 기사 내용이 너무나 세세해서 연상이 가능했다. 아침 출근길을 찜찜하게 만든 건 댓글이었다. 전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고, 그래서 아군과 적군으로 양분할 수밖에 없다 쳐도 댓글에 담긴 감정은 끔찍했다. 너희들도 잔혹했으니, 작전 중이었으니, 먼저 이스라엘을 건드려(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급습인 듯하다) 일을 자초했으니 당연하다는 식이다. 한국 정치인을 빗대거나 북한을 언급하거나 다른 이념 성향의 사람들을 대입하거나 분노와 비난의 대상은 그곳에서 무한 확장됐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우리는 수많은 소식을 글로, 이미지로 접한다. 지구촌이 두 개의 전쟁을 치르는 이 시대에는 처참하기 그지없는 이미지가 쏟아진다. 한 소셜미디어(SNS) 계정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현실이 실시간 올라온다. 부모를 잃고 울부짖는 소녀, 눈을 뜨지 않는 아이를 안고 절규하는 아버지, 피범벅이 된 채로 다른 시신을 수습하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연민이 밀려온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100일을 넘긴 17일 현재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 기간에 2만 428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 중 어린이가 1만 600명이다. 매일 100명씩 어린 사망자가 나온 셈이다. 전쟁을 치르며 입는 피해는 일방적이지 않다. 이제 곧 꼬박 2년이 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은 어린이 560여명을 포함해 1만여명이다. 양측 군대에선 7만여명이 전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인명 피해뿐 아니라 물적 피해를 봐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은 희미하기만 하다. 이런 참상은 현장을 넘어 매일매일 여러 방식으로 우리에게 전달된다. 미국 평론가 수전 손태그는 저서 ‘타인의 고통’(2003)에서 잔혹한 이미지가 어떻게 우리에게 인식되고 소비되는지 살폈다. 종군기자를 통해 사진으로 전달되던 시대를 거쳐 TV 영상으로 거실에 앉아 참상을 접했다. TV 송출 범위가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1만㎞ 떨어진 나라의 밤하늘을 관통하는 미사일들을 실시간으로 보기에 이르렀다. 그는 책에서 “현대 사회에서는 타인의 고통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셀 수도 없이 많다. (중략) 평화를 주장하는 반응 아니면 복수를 부르짖는 반응을. 아니면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정보를 담고 있는 사진들을 계속 본 나머지 충격에 빠져 의식이 멍해질 수도 있겠다”고 했다. 지금은 손태그의 시대와 또 달라 SNS를 통해 훨씬 많은 이미지가 쏟아진다. 과거에는 이미지를 접한 사람들이 받을 법한 충격을 고민하는 미디어의 자정 작용이 작동했지만, 요즘은 그런 것 따위 버린 미디어가 훨씬 많다. 이미지의 폭탄 속에서 연민의 피로를 느끼거나 무감각해져, 또는 전쟁 속에 있는 사람들의 공포와 고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탓에 공감하기를 포기하고 무차별 비난을 하게 됐을까. 이런 전쟁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 생각하면, 또 어느 권력자의 판단이나 이익이나 욕심으로 국민이 이토록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아찔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저 먼 나라 일이었던 것이 사실은 멀리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데 생각이 가닿는다. 요즘 권력자의 입에서 전쟁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을 꽤나 많이 봤다. 지금도 서로 무력을 과시하며 정밀타격이네, 압도적 대응이네 하며 험한 말들을 주고받는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절대 강자의 평정 아래 평화가 가능했던 로마제국 시절 격언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논리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금은 국민의 불안을 줄이는 권력자의 능력과 책임감을 확인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 [황수정의 인터뷰 진심] “양당 독식 구도가 증오 정치 키워… 다양한 정치세력 등장해야”/수석 논설위원

    [황수정의 인터뷰 진심] “양당 독식 구도가 증오 정치 키워… 다양한 정치세력 등장해야”/수석 논설위원

    둘 중 한 명만 살자는 ‘극단 정치’상대방 ‘악마화’하는 데 사활 걸어지금의 선거제는 양당 독식 보장비례제 논의 유불리 따지면 안 돼타협·연합의 정치 토대 만들어야 국민들은 무능·혐오 모두 싫어해투표율은 앞으로 점점 더 낮아져손쉬운 증오 정치 더 기승 ‘악순환’국회 문제, 국회서 결정하지 못해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기구 필요 현실 정치의 아이러니. 정치를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싶은 이들은 기를 쓰며 남겠다 하고, 아직 보여 줄 게 많은 이들은 떠나겠다 하고. 판사 출신의 초선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두 거대 정당이 싹쓸이하는 선거제도만은 안 된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지난해 11월. 어쩌면 달걀로 바위를 쳤을지도 모르는 그날 이후 그에게 쏟아진 응원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컸다. “양당이 독식하는 지금의 정치 구도를 깨지 않으면 누구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그를 지난 15일 여의도 의원실에서 만났다.-불출마 선언에 주변에서 많이들 아쉬워했을 듯하다. “정치판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고 그 결정에 후회는 없다. 지금 같은 정치판이 계속돼서는 22대 국회에 입성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차라리 초선이어서 미련 없이 가진 것을 던질 수 있었다.” -불출마 생각은 언제 굳혔나. “정치 구조를 바꿔야 제대로 된 정치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한 지는 오래됐다. 대선 직후인 2022년 4월 국회 앞에서 농성했던 것도 그래서다. 지난 대선 때 똑똑히 봤다. 상대방에 대한 증오심을 서로 부추겼을 뿐 공동체의 비전을 보여 주는 정책 선거와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 아니라 더 악화할 것이라는 데 있다.” -현실 정치에서 좌절하게 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었나. “증오의 정치였다. 증오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숙주 삼아 몸집을 키운다. 그 사실을 지난 의정활동 내내 목도했다. 두 개의 정당이 서로 상대방을 어떻게 더 악마화하느냐에 사활을 건다. 이쪽이 잘하니 지지해 달라는 게 아니라 저쪽을 떨어뜨려야만 하는 증오 정치를 부추겼다. 한 명만 살리고 한 명은 죽이자는 극단의 정치다.” -직을 걸었는데 미련은 조금도 없나. “전혀 없다.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이 터지면서 내 생각은 오히려 더 뚜렷해졌다. 눈앞의 현실이 계속 악화일로 아닌가. 면도칼(박근혜 전 대통령 피습)에서 시작해 망치(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이번에는 더 끔찍하고 치밀하게 계획된 흉기로 진화했다. 과연 여기서 끝날까. 포퓰리즘을 동원한 증오 정치의 끝은 아무도 모른다. 전기톱을 들고 다니던 정치인이 급기야 대통령(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되는 지경까지 왔다.” -선거제의 형태가 증오 정치에 제동을 걸 수도, 더 심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물론이다. 증오 정치의 반대말은 연합 정치라고 본다. 기능 부전에 빠진 우리 정치가 제 기능을 회복하려면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등장하는 것만이 해답이다. 지금의 우리 정치 구도로는 대통령 한 사람이, 압도적 의석의 정당 하나가, 혹은 거대 양당이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먹고사는 문제를 결코 해결해 줄 수 없다.” 이 의원은 국회 다양성을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천해야 한다고 당에 촉구하며 지난해 11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에게는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반드시 지키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지난 총선 때의 위성정당 폐단이 다시 없도록 위성정당 금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자는 주장이다. -정치 개혁을 주장해 왔다. 양당 독식의 정치 구도를 막는 것이 전제 조건이란 뜻인가. “정확히 그렇다. 선거법이 병립형으로 회귀할 경우 2020년 총선 득표율로 계산하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두 당에서 290석을 갖게 된다. 두 개의 대형 정당이 제3, 4, 5당이 가질 의석을 싹쓸이해 버리는 거다. 양당의 독식은 지난 총선 때보다 더 심각해진다. 쉽게 표현하자면 골목상권의 씨를 말리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양당 독식이 심해질수록 상대 당에 증오를 부추기는 손쉬운 정치는 더 심해질 것이고 22대 국회도 기능 정지에 빠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총선에서 자질 있는 의원들이 국회를 물갈이해 정치를 바꿀 수는 없을까. “756명. 지난 20년간 국회에 들어온 초선 의원의 숫자다. 지금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이니 국회를 두 개 반 만들고도 남는 엄청난 숫자다. 그런데 뭐가 바뀌었나. 증오 정치는 썩은 그릇을 깨는 일에서 시작돼야 한다. 양당 독식을 보장해 주는 선거제는 썩은 그릇인 셈이다. 그래서 비례대표제 논의는 여야의 유불리를 따져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타협의 정치, 연합의 정치를 위한 토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그것에만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양당 독식의 정치 구도에 가장 큰 벽을 느낀 때가 언제였나. “물난리에 신림동 반지하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을 때 국회가 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공공임대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해 예산에서 관련 예산은 되레 역대 최대로 감액되고 말았다. 국민의힘은 부자 감세, 민주당은 서민 감세를 주장했다. 양쪽 다 감세를 밀어붙이니 세원은 부족했고 절대 손대지 말아야 할 공공임대 예산을 줄이기로 합의했던 거다. 만약 그때 여러 정당이 연합 정치를 할 수 있는 구도였다면 결코 그런 어이없는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총선의 캐스팅보터인 무당층이 30~40%나 된다. 여론조사를 보면, 무능한 정치인보다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인이 더 싫다고 답한다. “국민은 무능한 것도 혐오 조장도 둘 다 끔찍하게 싫을 거다. 증오 정치에 투표율은 앞으로도 점점 낮아질 것이고, 그러면 손쉬운 증오 정치는 더 기승을 부릴 것이고…. 반복될 악순환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최근 탈당하면서 ‘지금의 민주당은 민주당의 가치를 잃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이 180석일 때 당대표를 지냈던 분이다. 개혁 입법도 실패했고 당의 신뢰도도 추락했었다. 되레 180석의 독주 프레임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프레임 전쟁만 했을 뿐 성과를 내지 못했던 성찰과 반성을 먼저 하셨어야 한다.” -‘개딸’ 등 당내 강성 지지자들 문제는 그 무엇보다 심각하지 않나. “강성 지지자들에게 편승하는 정치야말로 가장 쉬운 정치다. 아무리 강성이라고 해도 지지자들을 설득하며 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땠었나. 한일협정 때도, 3선 개헌 때도 사쿠라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지지자들을 설득하는 정치를 했다. 그런 어려운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국회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주장을 했다. (공황장애로) 의정활동을 잠시 쉴 때 세비를 반납하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이 워낙 특권을 무감각하게 누리다 보니 특별해 보였다. “두세 달 의정활동을 못 했던 상황에서 가장 정직하게 대처하는 방식이 세비 반납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국회의원 세비가 우리처럼 1인당 GDP의 3배가 넘는 나라는 드물다. 국민 평균소득보다 훨씬 높은 세비를 받으면 국민 생활감각과 동떨어진다. 그래서야 한 사람 한 사람을 지켜주는 ‘수호자 정치’를 할 수가 없다.” -과도한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하자는 요구가 높다. “선거제, 의원 정수, 세비, 특권 같은 국회의 문제는 국회에서 결정하기 어렵다.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기구를 조직해 대안을 만들어 국민투표에 부쳐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국민 안건을 국회가 법안으로 승인하는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뉴질랜드, 칠레 등이 이런 방식으로 선거제 개혁 등 성과를 거뒀다. 국회는 결코 스스로 제 머리를 못 깎는다.” -총선에 올드 보이들이 귀환하고 민주당 내에도 586 운동권 세력들이 버티고 있다. “국민이 판단하실 것이다.”(웃음) ■이탄희 의원은 1978년 서울. 서울대 법학과, 하버드대 로스쿨. 서울중앙지법 판사,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사법농단 재판 개입 판사에 대한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 주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 “모국어를 의심하는 감각…시 쓰기는 빚 갚는 일”[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모국어를 의심하는 감각…시 쓰기는 빚 갚는 일”[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모국어를 배반하는 시를 쓰고 싶다.” 유창하고 익숙하다. 그만큼 편하지만, 이따금 지루해지기도 한다. ‘모국어’는 어쩌면 우리가 갇혀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거대한 ‘감옥’일지도 모른다. 18일 서울 망원역 인근 카페에서 박참새(29) 시인을 만났다. 시와 문학, 언어 등을 주제로 다채롭게 이어진 2시간 넘는 대화에서 그는 모국어라는 감옥의 탈출구를 찾고 있었다. “직장인 퇴근 시간 직전인 5시 45분. 수상한 번호로 전화가 왔다. 스팸일까. 받지 않으려고도 했었다. 상황 파악이 안 돼 처음엔 울지도 못했다. 눈물은 30분 뒤에 흘렀다. 엄마에게 알리면서다.” 파괴된 활자에 녹아든 단단한 사유 지난해 ‘김수영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된 박참새는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신춘문예 등 전통적인 등단 제도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수상작을 엮은 시집 ‘정신머리’(민음사)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충격과 혼란의 연속이다. 파괴된 활자와 전복된 형식들. 그러나 그 안에는 단단히 벼린 사유가 스며들어있다. 예사롭지 않은 ‘텍스트의 홍수’에 독자는 시집을 쉽사리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다. “뚜렷한 인물로 시작하고 싶었다. 이야기의 재미가 주된 시집일 테니까. 긴 시라서 안전한 선택은 아니었다. 이걸 다 읽었다면 끝까지 갈 것이고, 아니라면 여기서 이별할 운명이겠거니 했다.” 첫 시 ‘수지’는 장장 네 페이지나 된다. ‘사회적 진공상태’에 놓인 여성 수지의 ‘안전한’ 인생이 회고된다. 건조하면서도 처연한 시의 분위기는 시집 전체의 느낌을 압축한다. 앞뒤로 검은 종이가 감싸고 있는 영시 ‘Defense’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와의 합작품이다. 박참새는 “이 녀석, 굉장하다. 아주 똑똑한 친구가 생겼다”고 했다. “내가 나아져야 이 녀석도 나아지더라. AI와의 상호작용은 이제 피할 수 없다. 첨단의 문학도 거기서 탄생할 것이다. 앞으로는 ‘기계를 위한 문학’도 필요하겠다.” 박참새는 필명…“시는 빚을 갚는 것” ‘박참새’는 필명이다. 날아다니는 게 좋아서 별 뜻 없이 지었다. 나중에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해줬다고 한다. “참새님, 참새는요 사람을 무서워하면서도 또 너무 좋아한대요. 그래서 사람 곁을 떠나지 않는다고요.” ‘째깐한’ 몸으로 고생하는 참새가 기특했다는 그는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참새의 평판을 내가 떨어뜨려서는 안 되겠다.” 본명을 물어봤더니 재치 있는 답변으로 넘어갔다. “나와 돈 문제로 엮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시 쓰기가 “빚을 갚는 일”이라고도 했다. 이제 갓 등단한 젊은 시인이 벌써 어디에 빚을 진 걸까. “내가 읽어온 수많은 죽은 사람들. 그들이 남겨준 책으로 나도 남았다. 어떤 책이 좋아도 좋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쓰면서 얼마나 괴로웠을지를 생각한다. 시는 나를 살게 한 그들에게 빚을 갚는 나만의 방식이다.” ‘깡패로 살고 싶습니다’라는 비유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군 수상소감엔 미국 시인 찰스 부코스키를 인용했다. 시집에는 아일랜드 작가 사무엘 베케트도 종종 등장한다. 깡패처럼 거리낌 없었던 부코스키에게 ‘투우 같은 배짱’을, 아일랜드인이면서 프랑스어로 작품을 쓴 베케트에게는 ‘모국어를 의심하는 감각’을 배웠다. 북큐레이터로도 활동했던 박참새는 과거 자신을 ‘시인지망생’이라고 소개했었다. 이제는 시인으로 불리지만, 지망생과 시인의 경계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비로소 시인으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게 된 그에게 혹시 중학생이 찾아와 ‘시인이 되고 싶다’고 하면 뭐라고 말해줄지 물었다. “슬프다. 어떤 비통한 일이 있었기에, 얼마나 외로웠기에. 그런 친구를 만나면 그냥 재밌게 놀아주고 싶다. 나랑 다 놀면 그때 알려주겠다고 하면서.”*편집자 주: ‘노이즈캔슬링’은 요즘 이어폰에 탑재되는 신기술입니다. 외부 소음을 차단해 음악이나 내면에 온전히 집중하게끔 해주죠.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2030 젊은 예술가들이 문화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과거와는 질적으로, 양적으로도 차원이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죠. 범람하는 콘텐츠의 홍수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젊은 예술가들의 초상을 서울신문 지면과 온라인에 소개합니다. 바깥의 소음은 잠시 차단하고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해보시길.
  • 한국 찾는 다저스·파드리스…LG·키움·대표팀과 평가전

    2023시즌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오지환(LG 트윈스)이 우승의 기쁨을 함께했던 마무리 투수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상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오는 3월 한국을 찾는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연습 경기 상대로 지난해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통합 우승팀 LG,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연고로 하는 키움 히어로즈, 그리고 새 사령탑 선임과 함께 곧 출범할 국가대표팀이 나선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2024 정규 시즌 개막전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주관 중계권자이자 마케팅 파트너 쿠팡플레이는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연습 경기 상대가 LG와 키움, 그리고 대표팀으로 확정됐다고 16일 발표했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는 고척돔에서 오는 3월 20~21일 MLB 정규 리그 개막 2연전을 치르는데 그 전에 한국 팀과의 연습 경기로 경기 감각을 조율한다. LG는 지난해 KBO리그 통합 우승팀 자격으로, 키움은 고척돔 주인 자격으로 각각 MLB 팀과 맞붙는다. 또 KBO 전력강화위원회가 조만간 선임할 예정인 국가대표 전임감독은 MLB 팀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르게 된다. KBO 사무국은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야구대표팀이 1라운드 참패의 굴욕을 또 겪자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대표팀 운영을 위해 전임감독제를 부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선임될 감독은 올해 11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와 2026년 출범 20주년을 맞는 WBC까지 대표팀을 지휘한다. 프로 10개 구단이 스프링 캠프를 마치고 귀국해 시범 경기 등으로 오는 3월 23일 KBO리그 개막전을 준비하는 만큼 새롭게 구성될 국가대표팀은 한껏 올라온 경기 감각을 살려 MLB 팀과의 대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습 경기 대진 날짜와 시간은 나중에 발표될 예정이다. LG와 키움은 각각 한 번, 국가대표팀은 두 번 MLB 팀과 상대할 것으로 보인다. MLB 서울시리즈 주관 중계권자인 쿠팡플레이는 스페셜 게임 4경기와 개막전 2경기를 합쳐 6경기를 모두 중계한다. 경기 티켓은 오는 26일부터 쿠팡플레이에서만 판매한다.
  • 사랑은 18세기 발명품이다?

    사랑은 18세기 발명품이다?

    “사랑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어요. 우정, 아름다운 사교, 감각적 욕망과 열정, 이 모든 것이 사랑 안에 있어야 해요.” 독일 초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문인이자 철학자 프리드리히 슐레겔은 1799년에 쓴 소설 ‘루친데’에서 이렇게 말한다. 소설 ‘루친데’는 육체적 사랑을 스스럼없이 다룬 실험소설이다. 낭만적 사랑이라는 소재로 파격적인 내용을 담아 당대에 큰 파란을 일으킨 작품이다. 요즘 나오는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나 영화는 낭만적 사랑을 주제로 한다. 그런 낭만적 사랑이 유럽, 특히 18세기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발명품이라고 한다면 믿어질까. 한국18세기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14명이 이런 내용을 포함해 ‘사랑’을 키워드로 18세기 사랑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를 탐구한 학술서 ‘18세기의 사랑: 낭만의 혁명과 연애의 탄생’(문학동네)을 내놨다.연구자들에 따르면 18세기는 ‘빛의 세기’이자 ‘철학자들의 세기’로 이 시기의 사랑 개념은 혁명적 변혁을 통해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영혼과 육체를 분리해 바라보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온전한 개인으로 존재하며 ‘영혼의 반쪽’을 만남으로써 합일의 관계를 꿈꾸는 낭만적 사랑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이경진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낭만적 사랑의 혁명’이라는 논문에서 슐레겔의 소설 ‘루친데’가 사랑과 우정 사이의 우열 관계에 대한 오랜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루친데’는 사랑이 인간관계 가운데 가장 총체적인 것이자 가장 배타적인 것으로 격상하는 낭만적 사랑이라는 이데올로기 형성 과정을 보여 준다”고 말한다. 정희원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는 18세기를 기점으로 낭만적 사랑 이야기와 판타지가 대중화됐다고 밝혔다. 낭만적 사랑의 표식 중 하나인 ‘첫눈에 반하는 것’은 18세기 감성주의적 맥락과 연결되면서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계몽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소설 ‘쥘리, 신 엘로이즈’는 낭만적 사랑과 감성주의가 결합한 대표적 작품이라고 정 교수는 말한다. ‘쥘리, 신 엘로이즈’는 12세기 파리를 떠들썩하게 만든 세기의 스캔들인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이 사건은 2004년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18세기의 사랑’ 프로젝트를 이끈 한국18세기학회장 이영목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사랑의 다양한 표현에서 어떤 인간의 본성을 읽기에는 우리의 이성이 너무 제한적”이라며 “현재로서는 알려는 용기를 가지고 ‘우리의 정원을 경작’할 뿐”이라고 말했다. 사랑이라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노력한다는 지적 겸손이 사랑을 사랑하는 마음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 전성현 빠진 소노, ‘이정현 복귀’에 반등 희망…정관장 ‘올스타’ 먼로는 “아직”

    전성현 빠진 소노, ‘이정현 복귀’에 반등 희망…정관장 ‘올스타’ 먼로는 “아직”

    후반기 초반 반등을 노리는 프로농구 고양 소노와 안양 정관장의 입장이 엇갈렸다. 소노는 에이스 이정현이 돌아와 희망의 등불을 밝혔고, 정관장은 여전히 대릴 먼로의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정관장 먼로는 지난 14일 올스타전에서 코트를 밟아 12득점, 복귀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보였으나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먼로는 2쿼터 초반에 심판 호루라기를 들고 경기장을 누비며 관중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정관장 관계자는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올스타전에서 뛸 몸 상태가 아닌데 본인이 가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른 선수들이 많이 빠져서 출전한 것 같다”며 “정규시즌엔 바로 복귀하긴 어렵다. 나이도 많고 부상 부위에 재발 우려도 있어서 신중하게 조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먼로는 지난해 12월 18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 도중 햄스트링에 통증을 호소해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관장도 내리막을 탔다. 12월 12경기에서 단 1승만을 거뒀고, 먼로가 다친 가스공사전부터 31일 원주 DB전까지 7연패를 기록했다. 새해 첫 경기인 2일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승리했으나 곧바로 다시 2경기를 연달아 졌다.소노도 연말 연초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정현이 지난달 10일 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 어깨를 다쳐 전열에서 이탈했고 전셩현은 허리 부상으로 극심한 야투 난조에 시달렸다. 이에 8일 가스공사전부터 8연패 수렁에 빠졌다. 이달 2일 리그 선두 DB를 94-88로 제압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시 연패했다. 그러나 이정현이 돌아오면서 후반기 반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5일 서울 SK전에서 30분 가까이 소화하며 11점으로 적응을 마친 이정현은 7일 부산 KCC전에서는 39분 동안 팀 내 최다 23점 8도움 맹활약했다. 다만 2경기 3점슛 성공률은 11%(18개 던져 2개)에 머물렀고 팀은 패배했다. 김승기 소노 감독은 남은 시즌 전성현을 기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정현의 복귀와 함께 6강 경쟁에 뛰어들겠다고 공언해왔다. 김 감독은 지난 5일 SK와의 경기를 마치고 이정현에 대해 “(오랜만에 뛰어서) 힘들어하는데 감각을 찾는 게 우선이다. 올스타 휴식기를 통해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소노와 정관장은 17일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2023~24 정규시즌 후반기 첫 맞대결을 펼친다.
  • 사랑은 인간 고유 감정이 아닌 18세기에 발명된 것?

    사랑은 인간 고유 감정이 아닌 18세기에 발명된 것?

    “사랑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어요. 우정, 아름다운 사교, 감각적 욕망과 열정, 이 모든 것이 사랑 안에 있어야 해요.” 독일 초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문인이자 철학자 프리드리히 슐레겔은 1799년에 쓴 소설 ‘루친데’에서 이렇게 말한다. 소설 루친데는 육체적 사랑을 스스럼없이 다룬 실험 소설이다. 낭만적 사랑이라는 소재로 파격적인 내용을 담아 당대에 큰 파란을 일으킨 작품이다. 요즘 나오는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나 영화는 낭만적 사랑을 주제로 한다. 그런 낭만적 사랑이 유럽, 특히 18세기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발명품이라고 한다면 믿어질까. 한국18세기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14명은 이런 내용을 포함해 ‘사랑’을 키워드로 18세기 사랑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를 탐구한 학술서 ‘18세기의 사랑: 낭만의 혁명과 연애의 탄생’(문학동네)을 내놨다. 한국18세기학회는 한국의 18세기를 비롯해 세계의 18세기를 다채롭고 참신한 시각으로 연구하는 인문학자들의 모임이다.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어 연구하고 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18세기는 빛의 세기이자 철학자들의 세기로 이 시기의 ‘사랑’ 개념은 이전과 다르게 혁명적 변혁을 겪었다. 영혼과 육체를 분리해 바라보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온전한 개인으로 존재하면서 ‘영혼의 반쪽’을 만나는 합일의 관계를 꿈꾸는 낭만적 사랑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이경진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낭만적 사랑의 혁명’이라는 논문에서 슐레겔의 소설 ‘루친데’가 사랑과 우정 사이의 우열 관계에 대한 오랜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루친데는 사랑이 인간관계 가운데 가장 총체적인 것이자 가장 배타적인 것으로 격상하는 낭만적 사랑이라는 이데올로기 형성 과정을 보여준다”라고 말한다.정희원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는 11~12세기 중세 프랑스와 영국에서 등장하는 궁정 연애나 기사도적 사랑을 예로 들면서 낭만적 사랑이 18세기 발명품으로 볼 것인가에는 이견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18세기를 기점으로 낭만적 사랑 이야기와 판타지가 대중화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낭만적 사랑의 표식 중 하나인 ‘첫눈에 반하는 것’은 18세기에 감성주의적 맥락과 연결돼 확산했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계몽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소설 ‘쥘리, 신 엘로이즈’는 낭만적 사랑과 감성주의가 결합한 대표적 작품이라고 정 교수는 말한다. 신 엘로이즈는 12세기 파리를 떠들썩하게 만든 세기의 스캔들인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이 사건은 2004년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18세기의 사랑’ 프로젝트를 이끈 한국18세기학회장 이영목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사랑의 다양한 표현에서 어떤 인간의 본성을 읽기에는 우리의 이성이 너무 제한적”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알려는 용기를 가지고 ‘우리의 정원을 경작’할 뿐”이라고 말했다. 사랑이라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노력한다는 지적 겸손이 사랑을 사랑하는 마음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 제자리인 듯 1위 DB… 그 자리 쫓는 SK·KCC… ‘뒷자리’ 싫다는 가스公

    프로농구 서울 SK와 부산 KCC가 시즌 초 부진을 털고 우승 후보의 위용을 되찾으면서 후반기 상위권 순위표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재정비를 마친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앤드류 니콜슨, 김낙현을 앞세워 공고한 6강 체제를 깨기 위한 반격에 나선다. 올스타 축제를 끝낸 프로농구는 17일 KCC-원주 DB, 고양 소노-안양 정관장 경기를 시작으로 2023~24 정규시즌 운명의 후반기를 맞는다. DB는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 KCC는 상승세를 이어 가기 위해 승리가 필요하다. 하위권에 처진 소노와 정관장은 각각 이정현, 대릴 먼로의 부상 복귀를 원동력 삼아 중위권 도약을 노린다. 전반기 리그 최고의 팀은 단연 DB였다. DB는 경기당 평균 득점(22.29점)·도움(4.84개) 4위 디드릭 로슨을 필두로 강력한 공격력을 뽐냈다. 팀 평균 득점이 90점을 넘는 팀은 DB(91.2득점)가 유일하다. 야전사령관 이선 알바노도 지난 시즌보다 한층 발전된 기량으로 도움 1위(7.00개), 강상재는 정확한 외곽슛으로 국내 선수 득점 3위(14.3점)에 올랐다. 그러나 2위 SK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 SK는 주장 김선형이 오른쪽 발목을 다쳤지만 에이스 자밀 워니가 팀 공격을 이끌고 안영준이 뒤를 받치면서 지난 9일 창원 LG전까지 12연승을 달렸다. 득점 1위(26.10점) 워니가 51득점으로 올스타전 MVP에 등극한 기세를 후반기 초반에 이어 간다면 DB와의 3경기 차 간격을 빠르게 좁힐 수 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11일)에서 SK의 연승 행진을 가로막은 5위 KCC도 본격적인 순위 싸움에 뛰어들었다. 라건아가 골밑 장악력을 회복하자 최준용과 허웅의 외곽 공격까지 살아났다. 전창진 KCC 감독은 SK전에서 3연승한 뒤 “올 시즌 가장 잘한 경기다. 공수 균형이 맞았고 수비, 리바운드도 만족스럽다”며 “중간에 투입된 식스맨들도 제 역할을 해 줬다. 부진한 선수 없이 고르게 잘했다”고 말했다. 하위권에선 8위 가스공사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시즌 첫 3연승으로 전반기를 마친 가스공사는 8일 서울 삼성전에서 56점을 합작한 니콜슨, 김낙현 원투펀치가 매서운 득점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6위 울산 현대모비스와는 4경기 차다. 강혁 가스공사 감독대행은 삼성과의 경기를 마치고 “후반기엔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먼저 첫 경기인 수원 kt와의 18일 홈경기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 빛을 쬐니 살이 빠지고 당뇨도 사라지네

    빛을 쬐니 살이 빠지고 당뇨도 사라지네

    빛을 쬐 비만과 당뇨 등 대사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내분비내과, 가톨릭대 바이오메디컬화학공학과 공동 연구팀은 내시경으로 십이지장에 빛을 쬐어주는 치료 방식으로 생쥐의 몸무게와 지방량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생체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즈’에 실렸다. 일반적으로 비만 관련 수술을 위를 줄이거나 영양분을 흡수하는 소장의 길을 바꾸는 소장우회술이다. 당뇨와 비만 치료 효과가 크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고도 비만을 동반한 당뇨 환자에게는 수술을 허가한 상태다. 그렇지만 음식물이 지나가는 소화기관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소화 과정이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구토, 어지럼증, 식은땀 등 덤핑 증후군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위 폐쇄, 영양실조도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연구팀은 내시경을 통해 빛에 반응하는 광감각제에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해 주변 세포를 사멸시키는 광역동치료(PDT)의 대사질환 치료 효과에 관한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당뇨를 일으킨 비만 생쥐에게 내시경 광역동치료 실험을 했다. 치료를 위해 조준한 세포는 십이지장에 분포하는 K 세포다. K 세포는 위 억제 펩타이드를 분비해 대사질환을 악화시킨다. 반면 L 세포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을 분비해 식욕을 줄이고 체중과 혈당을 떨어뜨려 대사질환을 호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K 세포가 주로 분포하는 십이지장 내부에 광감각제를 주입한 다음 특정 파장의 빛을 쬐어 K 세포를 제거하고 L 세포를 늘렸다. 그 결과, 체중은 7%, 지방량은 6% 줄어들고 당뇨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정문재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광역동치료는 외과수술에 비해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만큼 인체 적용을 위해 다양한 조건에서 실험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철룡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도 “이번 연구는 광역동치료가 비만 치료 약제 대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동언의 공연예술 이야기] 남산 국립극장 50년/경희대 문화예술콘텐츠학과 교수

    [김동언의 공연예술 이야기] 남산 국립극장 50년/경희대 문화예술콘텐츠학과 교수

    공연예술은 인간의 본능을 바탕으로 생겨나 유구한 인류 역사에 문명의 꽃을 피워 왔다. 공연예술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원시 형태의 제사, 종교적인 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제의 기원설, ‘놀이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표현한 요한 하위징아의 호모루덴스 관점의 유희기원설,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표현을 통해 재미, 공감, 감동을 느낀다는 스토리텔링 기원설 등이 학자들의 견해가 모아지는 대체적인 가설이다. 이는 제사를 지내거나 함께 모여 놀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행위 등에서 공연예술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공연예술의 태생적 속성으로 인해 극장은 권력자의 위상을 과시하고 국민을 통합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구현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됐다. 고대 그리스 때부터 주요 도시에 건립된 극장들의 건립 의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나폴레옹 3세는 파리 오페라극장을 건설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중앙집권형, 방사형 도시로 파리를 정비했다. 제정 러시아의 볼쇼이극장과 마린스키극장 역시 예술의 옷을 입은 정치적 산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박정희 정권은 국립극장과 세종문화회관을, 전두환 정권은 군사정부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예술의전당을 건립했다. 설립 목적이 어떠하든 극장은 공연예술을 꽃피우고 시대정신과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확산시키는 중심 기지다. 공연예술의 근원적 힘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1973년 남산 국립극장의 건립은 북한이 체제 선전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던 공연예술 인프라를 따라잡기 위한 치열한 남북 체제경쟁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대 공연예술이 발전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 종합민족문화센터로서의 비전에 어울리는 무대 공간을 마련하고 시설 및 장비를 구비했다. 국립극단,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교향악단, 국립가무단, 국립합창단 등 8개 전속단체가 공연을 하는 등 공연예술의 상징적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지금은 서양예술 장르와 연극 등 전속단체가 법인화와 재편 과정을 거치며 독립하거나 이전했고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 3개 전속 예술단체가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사흘 동안 남산 국립극장 개관 50년 기념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 공연에는 국립극장 예술단체와 300명의 예술가가 참여했다. 서양 칸타타 형식에 악(樂), 가(歌), 무(舞)의 전통 공연예술 원형질을 배합해 K컬처의 원류이자 산파로서 국립예술단체가 지닌 역량을 보여 주려는 각오를 담아낸 작품이다. 이제는 남산 국립극장 50년의 예술적 성과가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은 동시대의 문화 콘텐츠로 더욱 발전해야 한다. 문화민주주의적 시대정신과 감각에 맞게 변용한 전통 공연예술이 세계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젊은 연출가와 기획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극장의 기능과 역할에도 공공성이 강조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즐기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국립극장이 국민들의 자부심이 되고 문화 놀이터가 되며 나아가 우리의 춤, 노래, 음악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새로운 K컬처 시대를 펼쳐 가기를 기대한다.
  • 韓 걸음, 첫 걸음, 큰 걸음

    韓 걸음, 첫 걸음, 큰 걸음

    클린스만 “첫 경기는 매우 중요해어떤 상대도 과소평가하지 않아”피파 랭킹 크게 앞서지만 패배 경험손흥민·이강인 골 감각에 큰 기대 “대회에서 첫 경기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상대도 과소평가하지 않겠다. 우리는 오직 첫 상대인 바레인만 생각하겠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을 지휘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14일 카타르 도하의 메인미디어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첫 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수 대표로 황희찬(울버햄프턴)도 자리해 선수들의 각오를 전했다. 대표팀은 15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바레인과 E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클린스만 감독이 첫 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바레인이 ‘복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바레인을 만나는 건 이번이 네 번째로 이전 3경기에선 2승1패로 앞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보면 한국은 23위로 바레인(86위)보다 훨씬 높지만 방심할 수 없다. 한국은 2019년 대회 16강에서 연장전까지 가서야 2-1로 이겼다. 2011년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 승리를 기록했지만 2007년 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선 1-2로 패한 기억도 있다. 바레인의 아시안컵 최고 성적은 2004년 기록한 4위다. 1988년 대회를 통해 아시안컵에 처음 출전했고 이번 대회까지 6연속 본선 무대를 밟는다. AFC 홈페이지에서 꼽은 바레인의 주목할 선수로는 알 아스와드(리파SC)가 있다. A매치 12골을 기록한 그는 2019년 대회에서 한국을 상대하기도 했다. 공격수 압둘라 유수프 헬랄은 체코 1부리그에서 뛰는 유일한 유럽파다. 지난해 7월 바레인 사령탑이 된 스페인 출신 후안 안토니오 피시 감독은 빠른 축구를 추구하는 특성상 조직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9년 대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을 맡아 16강에 올려놓았던 피시 감독은 이날 “우리의 목표는 16강 진출”이라며 “중원에서 빠른 연계로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에게 한 경기 한 경기 치르면서 다음 경기를 생각하자고 이야기한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클린스만 감독은 공수의 핵인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조규성(미트윌란), 황인범(즈베즈다), 설영우(울산), 김승규(알샤밥) 등 최정예 멤버로 바레인전 선발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황희찬은 “1년 만에 카타르에 왔다. 팀적으로, 선수 개개인으로도 준비가 잘돼 있다”며 “많은 팬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경험을 살리겠다.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걸 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이 큰 대회”라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은 토너먼트에서 우승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춘 팀이다. 대회는 아주 긴 마라톤이 될 것이고 드라마가 될 것”이라며 우승 의욕을 내비쳤다.
  • 아늑함 품은 화려한 龍… 관광지가 된 한 사람의 집 [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아늑함 품은 화려한 龍… 관광지가 된 한 사람의 집 [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살아 있는 듯한 가우디의 작품나의 ‘드림하우스’ 밀실의 건축아름다움 과시하기보다 성찰내부는 푸른 바다를 떠도는 ‘배’ 외관은 높은 하늘을 날으는 ‘용’‘깨진 벽돌’ 실수 끌어안는 여유도 아름다움을 한껏 바깥으로 내보이면서도 내향적인 느낌을 간직한 공간이 있다. 시각 이미지는 본질적으로 외향적인 인상을 주지만, 아름다움을 과시하기보다 아름다움에 관해 성찰하도록 유도하는 이미지도 있다. 르코르뷔지에나 미스 반데어로에의 건축,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이 바로 그렇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나 구엘 공원은 워낙 유명해져 이제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좋을 관광 명소가 됐지만, 최근 다시 가 보게 된 카사 바트요는 더 많은 사람이 방문했으면 좋겠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나 구엘 공원이 공공건축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면 카사 바트요는 우리 모두의 집,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하는 ‘드림하우스’의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나 구엘 공원이 도시의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공공건축이라면, 카사 바트요는 우리 모두가 돌아가야 할 저마다의 아늑하고 따사로운 집에 대한 사유를 촉발한다. 즉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광장의 건축, 카사 바트요는 밀실의 건축이다. 그런데 이 밀실의 건축이 일종의 박물관이 되면서 또 하나의 광장의 건축으로 탈바꿈했다. 건물 전체가 굽이치는 파도 같은 과감한 디자인으로 돋보이면서도 유독 차분하고 단단한 느낌을 주는 건물이 카사 바트요다.카사 바트요는 내게 세 가지 성찰의 화두를 던져 줬다. 첫째, 직선으로 둘러싸인 우리 일상의 공간들, 그래서 그 답답한 직선이 우리의 행동과 사유를 제한하는 주변의 공간을 생각하게 된다. ‘공간과 장소’를 쓴 이푸 투안은 공간과 장소의 차이를 이렇게 요약한다. 공간은 움직이고 싶은 곳이고, 장소는 머물고 싶은 곳이라고. 가우디는 머물고 싶은 장소의 이상향을 디자인한 게 아닐까. 가우디의 건축을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의 과도한 직선들이 우리의 사유를 틀 지우고 있음을 느낀다. 왜 이렇게 멋대가리 없는 건축들이 우리 삶을 구성하도록 내버려 뒀을까. 편리함이나 비용만 생각하는 건축은 건축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일 수도 있다. 가우디의 건축은 얼핏 복잡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막상 그 안으로 들어가면 신비로운 아늑함을 느끼게 된다. 곡선이 주는 부드러움, 감성의 근육을 이완시켜 주는 듯한 원초적인 안락함이 인간을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 가우디의 건축은 건물 자체가 살아 있는 생물 같다. 카사 바트요 중앙에는 거대한 타일로 이뤄진 중정이 있는데, 이 중정은 건물 전체를 세로로 관통하면서 위로 올라갈수록 짙은 푸른색이 점점 파스텔톤 하늘빛으로 바뀌는 아름다운 색채 스펙트럼을 보여 준다. 그래서 건물 자체가 푸르른 바다를 떠도는 커다란 배처럼 느껴진다.건물 안에서는 ‘물의 건물’이라는 느낌을 받는데, 옥상에 올라가면 이 건물이 실은 ‘용’(dragon)임을 알 수 있는 멋진 구조물이 있다. 굴뚝들의 곡선이 용의 커다란 등처럼 구불구불하게 넘실거리는 것이다. 바닥에 윤슬이 반짝이는 거대한 바다를 품은 채 하늘 높이 불을 뿜으며 날아오르는 용이라니. 신화의 한 장면으로 성큼 들어온 듯하다. 이 굴뚝이 형상화한 용이 바로 성경 속 세인트 조지의 용이다. 용이 지켜 주는 건축, 용이 돼 날아갈 듯한 건축, 용의 상서로운 기운이 흘러넘치는 건축이라니. 신명 나지 않는가. 거대한 용이 돼 하늘로 날아오르는 카사 바트요를 생각하니 건물 전체가 신화 속을 걷는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띠는 공간이 됐다. 건물 자체에 스토리텔링이 있고, 건물 자체가 복잡한 사연을 품은 캐릭터처럼 느껴진다. 개인의 재산과 프라이버시만 지키려는 요새 같은 건축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살아 움직이는 아름다운 용처럼 따스하게 안겨 오는 카사 바트요는 자연의 품에 안긴 인간의 축복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셋째, 가우디의 건축은 우연과 실수조차 아름다움의 일부로 끌어안는 여유를 일깨운다. 당시 가우디가 주문한 전구가 운송 과정에서 파손됐는데, 가우디는 깨진 벽돌의 미학이 마음에 든다며 깨진 조각을 석회 모르타르로 붙이고 황동 고리로 고정하도록 요청했다고 한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연과 실수 속에서도 기어이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그 마음이 좋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완벽한 계획을 빈틈없이 실행하는 치밀함이 아니라 우연과 실수와 피치 못할 사정 속에서 발하는 임기응변, 뜻밖의 창조성, 신기한 우연이 빚어내는 숱한 가능성의 모자이크가 바로 삶 아닐까. 물론 ‘큰 그림’은 필요하다. 그러나 인생의 큰 그림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큰 그림의 미세한 틈새나 부족함을 메워 주는 아름다움이 바로 우연, 결핍, 알 수 없는 가능성들의 모자이크 아닐까. 카사 바트요뿐만 아니라 구엘 공원이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곳곳을 바라보면 일부러 깨뜨린 듯한 타일들이 매우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모습을 볼 수 있다. 네모반듯하고 매끈하게 잘린 타일들이 아니라 자연의 잎사귀나 나뭇가지처럼 둥글기도 하고 울퉁불퉁하기도 하고 삐뚤빼뚤하기도 한 그 불규칙한 선들. 가까이서 보면 깨지고 울퉁불퉁한 이 선들이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조화로운 모양이 된다. 화가 클림트에게도 영감을 준 이탈리아 라벤나의 완벽한 모자이크와 달리 가우디식 모자이크는 엉성하면서도 화려하고 불규칙하면서도 조화롭다. 인공과 자연의 행복한 조화는 가우디 건축이 지닌 또 다른 묘미다. 이 건물은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꼭 다양한 전기 조명을 쓰지 않아도 자연 채광만으로도 집 안의 아름다움을 구석구석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참으로 좋았다. 건물 중앙에는 깊은 우물처럼 디자인된 커다란 통창들이 있는데, 이 창문들이 어우러져 건물 곳곳을 비추는 하나의 거대한 조명이 되도록 설계한 점도 기발하다. 가우디는 자연의 은유와 상징을 최대한 ‘우리 인간의 집’으로 초대하는 데 인색함이 없었다. 자연이 인간을 품어 주듯 인간도 자연을 밀어내지 않고, 자연을 이기려고만 하는 대신 우리 스스로 서서히 자연을 닮아 가는 건축 속에 기거하고 싶어진다. 나는 가우디가 이전의 건축을 파괴하지 않고 원래 있었던 집을 리모델링한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건축가로서 더 많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완전히 새로운 건축이겠지만, 기존 건축에 대한 경의와 존중을 담으려는 가우디의 노력 아니었을까. 기존의 건축을 파괴하는 건축이 너무 흔한 요즘, 환경과 비용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건축가의 마음가짐이 더욱 소중한 가치로 다가온다. 이렇게 그 자체로 예술로 승화된 건축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가우디의 건축은 그 안을 걷고, 앉고, 만져 볼 때 비로소 그 깊고 따스한 인간적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구엘 공원을 걷는 것도 좋았지만 공원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바르셀로나 전경을 바라볼 때 타일로 만든 벤치가 이토록 편안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유명한 도마뱀 상도 사진만 찍을 때보다 직접 만져 볼 때 더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건축은 미술과 달리 누구나 만질 수 있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우리를 단지 ‘관객’으로 만들지 않고 그 속의 ‘주인공’처럼 느끼게 한다. 화가 파울 클레는 ‘사람처럼 그림에도 골격, 근육, 피부가 있다’고 했다. 건축은 더더욱 그렇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 그 골격과 근육을 만져 볼 수는 없지만, 건축은 얼마든지 내부로 들어가 골격과 근육은 물론 속살까지 만져 볼 수 있기 때문이다.카사 바트요는 바로 그런 골격, 근육, 피부를 더 생생하게 감각할 수 있는 건축이다. 계단 하나하나를 밟고 올라가면서 피로감이 들지 않는 적절한 높이와 부드러운 곡선을 느꼈고, 계단 난간의 풍만한 곡선이 눈맛을 시원하게 해 줬으며, 저마다 다른 모양과 빛깔로 반짝이는 타일들에서 인간의 풍요로운 상상력이 지닌 최고봉의 자유를 맛봤다. 가우디가 제작한 의자는 나무로 만들었음에도 소파 못지않게 푸근하고 안락했다. 이렇듯 건축은 매일 만지는 가구들, 매일 오르내리는 계단들, 매일 바라보는 타일과 벽돌, 매일 발 딛고 있는 바닥까지 아름답게 설계해 일상 자체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예술이 돼야 하지 않을까.
  •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 900년 만에 스스로 양위…맏아들 프레데릭 10세 새 국왕에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 900년 만에 스스로 양위…맏아들 프레데릭 10세 새 국왕에

    마르그레테 2세(84) 덴마크 여왕이 14일 52년간 지켜온 군주에서 물러나고 맏아들 프레데릭 크리스티안(56) 왕세자가 프레데릭 10세로 새 국왕에 오른다.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이날 오후 2시(한국시간 오후 10시) 수도 코펜하겐의 의회에서 자신의 왕위 퇴위 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프레데릭 10세는 그로부터 1시간 뒤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에서 즉위식을 갖는다.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거의 900년 만에 처음으로 덴마크 왕위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군주가 된다. 이전에 덴마크 군주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군주는 수도원에 들어가기 위해 물러난 에릭 3세(1120~1146·재위 1137~1146)가 마지막이었다.아버지 프레데릭 9세(1899~1972·재위 1947~1972)의 서거로 즉위해 현존하는 세계 최장수 군주인 마르그레테 2세는 새해 전야인 지난달 31일 건강 문제를 언급하면서 사임을 발표해 사망할 때까지 여왕직을 지킬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지난해 2월 허리 수술을 받았고 4월에야 업무에 복귀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조차도 발표 직전까지 여왕의 퇴위 의도를 알지 못했다. 프레데릭과 그의 동생 요아힘(55)에게 불과 3일 전 자신의 퇴위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덴마크 왕실 전문가 토마스 라르센은 “마르그레테 2세는 매우 존경받고 인기를 누렸다. 사람들은 여왕의 퇴위를 예상하지 못했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영국과 달리 대관식을 따로 치르지 않아 프레데릭센 총리가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발코니에서 프레데릭 10세를 새 국왕으로 선포하기만 하면 즉위식이 끝난다. 수천명의 덴마크 국민들이 왕궁 발코니 아래 모여 이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여왕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마르그레테 2세는 여전히 타이틀을 유지할 계획이어서, 호주 출생으로 프레데릭과 결혼한 메리(52) 왕비와 함께 2명의 왕비가 공존하게 된다. 프레데릭 10세와 메리 사이의 장남 크리스티안(18)이 왕위 계승 서열 1위의 왕세자에 오른다. 1972년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서 태어난 메리 왕비는 덴마크에 온 지 몇 달 만에 덴마크어를 익히는 등 적극적이고 서민 친화적인 행보로 국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영국의 케이트 미들턴(42) 왕세자빈과 비교되기도 한다. 여권 신장, 왕따 문제, 가정 폭력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으며 남편과 함께 크리스티안 왕세자와 이사벨라(16) 공주, 쌍둥이인 조세핀(13) 공주와 빈센트(13) 왕자 등 4명의 자녀를 주로 공립학교에 보내는 등 평범하게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AFP 통신은 소개했다. 새 국왕 부부는 마차로 왕궁을 떠나 왕실 거주지 아말리엔보르로 돌아간다. 코펜하겐의 티볼리 정원에서는 이날 오후 180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꽃놀이가 펼쳐져 새로운 왕과 왕비의 탄생을 축하하게 된다. 프레데릭 국왕 부부는 2012년 한국을 공식 방문한 데 이어 2019년에도 한·덴마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방한했다. 부친이 2002년부터 3년간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해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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