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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 북단 고도 백령도를 가다/DMZ 생태계 보존 캠페인

    ◎청정수역 고봉포앞바다는 「물범들의 천국」/이끼 낀 바위주변 1백여마리 유영/길이 최고 2m… 이동경로 확인안돼/천연기념물 장산곶매 목격담만 풍성 동경 124도,북위 37도.무장공비 침투 사건의 파장으로 팽팽한 긴장감에 싸여 있는 백령도는 철책선이 없는 해상 DMZ(비무장지대)가 남과 북을 가르는 서해 최북단의 고도이다.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물범과 장산곶매,노랑부리 백로,검은머리 물떼새 같은 희귀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다.「생태계의 보물창고」로 불리는 백령도를 해상편과 육상편으로 나눠 두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인 백령도는 우리나라에서 8번째로 큰 섬이다.고개만 들면 빤히 보이는 북녘땅 월래도에서 11㎞,장산곶에서 17㎞ 남짓 떨어졌다. 천연기념물 제331호 물범 떼가 유영하는 장관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물때가 무르익기를 끈기있게 기다려야 한다.한 두마리가 헤엄치는 모습은 종종 볼 수 있지만 물이 빠지는 썰물 때만 잠시 군락을 이루기 때문이다. 요즘은 낮 12시 쯤부터 물이 빠지기 시작해하오 7시 쯤이면 다시 물이 찬다. 물범들이 한데 모이는 시간은 하오 1시부터 3시까지 2시간 남짓이다.그렇다고 언제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1년 365일 중 물범무리를 볼 수 있는 날은 50일도 채 안된다고 한다. 물이 빠지기를 기다려 고봉포 포구에서 3t짜리 통통배를 탔다.섬사람들은 물범들의 군락지를 「물개바위」라고 부른다.생김새가 엇비슷한 물개로 잘못 안 탓이다. 물범은 기각류에 속한다.얼추 30종을 헤아리는 기각류는 다시 물범과 강치과,해마과로 분류된다. 강치과인 물개는 뚜렷한 귓바퀴를 가진 점이 특징.주로 지느러미처럼 생긴 앞발로 헤엄을 친다. 하지만 물범은 몸통 앞쪽에 조그맣게 달린 앞발을 거의 쓰지 않는다.허리부분을 좌우로 흔들어 헤엄을 치고 몸 뒤쪽의 물갈퀴가 달린 지느러미발로 노를 젓듯 물살을 가른다.백령도에 사는 물범은 북반구의 찬 바다에서 서식하는 하버물범류에 속한다. ○국내서 8번째 큰 섬 통통배가 출발한 고봉포 앞바다에는 사자갈기처럼 생겼다고 해서 「사자바위」라고 부르는 대여섯개의 바위군이징검다리처럼 수면위에 떠 있다. 바위 위에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는 「바다의 고양이」 괭이갈매기 수백마리가 한창 철인 까나리를 잡기 위해 물밑을 노려보고 있다.알려진대로 서해바다에서 나는 까나리는 백령도의 명물 「까나리액젖」을 만드는 재료이다. 30여분 정도 배를 타고 가자 물위로 머리만 내밀고 유유히 물살을 가르는 물범 몇마리가 포착됐다. 멀리서 바라본 「물개바위」는 크고 작은 여러개의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가장 큰 바위는 우리나라 해양조류의 대명사인 가마우지 수십마리가 점령,젖은 날개를 햇빛에 말리고 있었다. 가마우지의 「화려한 비상」과 「날쌘 잠수」에 잠시 넋을 잃다가 바다위를 보니 100m 전방에 물범 떼가 나타났다. 어림잡아 100여마리 쯤으로 보이는 물범무리는 이끼가 낀 바위들 주변에 떼지어 몰려 있었다.30여마리는 바위마다 3∼5마리씩 나뉘어 올라가 몸을 말리고 있었다. ○썰물때만 군락이뤄 선장 강여림씨(54)는 『물범들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에도 몸을 숨길 정도로 예민하다』며 멀찌감치서 동력선의엔진을 껐다. 가을 햇살의 따사로움을 즐기던 바위 위의 물범들은 배가 다가가자 둔중한 몸을 뒤뚱거리며 부리나케 물속으로 뛰어드는 등 한바탕 난리를 부렸다. 물범들의 천국이었다.마치 「동물 왕국」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포유류 무리의 보금자리가 우리나라에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이 경탄스러웠다. 짙은 회색 바탕에 흰 색깔의 표범무늬를 한 물범 가운데 큰 놈은 길이가 2m 정도는 됐다.20m 가까이 배가 접근해도 달아나지 않고 바위주변에서 『크엉 크엉』하며 물놀이에 정신이 없었다. 머리만 두리번거리며 꿈쩍하지 않고 일광욕을 즐기는 「강심장」도 있었다. 물범들은 이곳에서 조기와 명태를 주식으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정확한 서식지와 이동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물개바위」와 제2의 해금강으로 불리는 두무진 벼랑아래가 그들의 보금자리로 추정될 뿐이다. 최근에 발간된 DMZ의 생태계를 다룬 학술조사서에도 『언제,몇 마리가 관찰됐다』는 케케묵은 이야기만 실려 있을 정도로 물범에 대한 연구는 미개척 상태이다. 선장 강씨는 『몇년전만 해도 300마리 가량이 관찰됐지만 요즘은 100마리 안팎으로 준 것 같다』면서 『물범들이 이곳에서 서식한다면 새끼들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새끼물범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 했다. 물범무리를 뒤로 하고 「장산곶매」의 둥지를 찾아 두무진 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공양미 3백석에 팔려간 심청이가 꽃다운 몸을 던졌다는 「심청전」속의 인당수가 저 멀리에서 검푸른 물결을 일렁이고 있었다.해무에 가린 황해도 장산곶이 지척에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10여분 정도 나아가자 물위로 바위 덩어리가 점점이 흩어져 있는 가운데 우뚝 솟아오른 촛대바위가 시야에 들어왔다.장산곶매가 둥지를 틀고 있다는 곳이다. ○촛대바위에 둥지틀어 장산곶매는 황해도 해주와 백령도에 사는 매를 일컫는다.중국에서는 해동청이라 하여 매사냥의 최고 명품으로 쳤다. 장산곶매는 장산곶에서 바다를 건너 날아온다. 주로 봄이나 가을에 이동하는데 4월쯤에 촛대바위에 새끼를 낳는다는 것이 주민들의 이야기다.이 지역에서는 큰 매 한쌍이 새끼 두 마리를 기르며 촛대바위와 선대바위 사이를 선회비행하는 모습이 여러번 목격됐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탐사팀이 찾은 촛대바위에서는 매를 발견할 수 없었다.배의 접안을 허용하지 않는 촛대바위의 험난한 지형조건 때문에 멀리서 바라본 바위위에서는 둥지의 흔적조차 희미했다.매는 둥지를 촘촘하게 엮지 않고 얼기설기 만들기 때문에 세찬 바닷바람에 날려갈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장산곶매에 대한 주민들의 풍성한 목격담을 확인하지 못한채 뱃머리를 돌리는 탐사팀의 마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특별탐사팀 ▲이승모〈국립식물검역소 곤충담당 자문관〉 ▲이정우〈삼육대 생활환경과 교수〉 ▲노주석·박준석〈사회부 기자〉
  • “국토방위 남자만의 몫 아니다”/백령도 여자예비군 7년째

    ◎89년 창설… 사격 등 강한훈련 소화/“북 남침땐 사선으로” 결연한 의지 『백령도는 남자들만 지키는 곳이 아닙니다』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군사충돌 위험성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 「최북단의 섬」 백령도.이곳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여자예비군중대가 벌써 7년째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3개 소대 98명의 여자 예비군들의 각오는 어느때보다 강하다. 5일 여자 예비군 소대장들은 중대본부에 긴급 집합,북한 도발 위협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고 비상연락망을 통해 유사시 활동지침을 각 소대원들에게 숙지시키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이들은 젊은 남자들이 육지로 떠나 예비군 구성원들이 차츰 줄어들자 89년 4월 여자예비군중대를 창설했다.30∼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주부들로서 군인가족들도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평소 향토방위 훈련때는 남자 대원들과 함께 참호속에 뛰어들어 강도높은 훈련을 받아왔다.지난 4월 북한의 정전협정 무시 선언 때는 두 차례의 사격훈련을 실시했으며 올해 6·25 때도 K2소총으로 실전 사격훈련을 거뜬히 소화해 냈다. 백령도 초대 해병부대장을 역임한 오상규씨(90년 타계)의 미망인 김영숙씨(64·백령면 진촌1리)는 『90년 백령도 초대 해병부대장을 지낸 남편이 타계한 뒤 예비군에 자원했다』면서 『백령도를 공략할 수 있다는 북한군의 망상을 여자 예비군들이 깨부수겠다』고 말했다. 팔각모에 빨간 해병대 명찰을 단 예비군 소대장 윤련옥씨(45·진촌2리)도 『백령도를 지키는 것은 남자들만의 몫이 아니다』면서 『북한군이 쳐들어 온다면 언제라고 총을 들고 전선에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백령도는 인천에서 173㎞나 떨어져 있으나 북한 장산곶의 닭울음소리가 들리는 겨우 12㎞ 거리여서 북한군 쾌속정이 불과 20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서해 군사 전략 요충지인 이곳은 만일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군이 제일 먼저 노리게 될 것임은 불보듯 뻔하다. 『일단 전투상황이 벌어지면 후방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습니다.백령도는 국군과 주민들이 함께 사수해야 합니다』 안개가 자욱한 백령도 주변 바다는 거친 파도만 일렁일 뿐 갈매기도 숨죽인듯 팽팽한 정적에 싸여 있었다.〈백령도=김학준 기자〉
  • 연극연출가 김우옥(이세기의 인물탐구:94)

    ◎무대의 타성을 깨는 리버럴리스트/64년 도미… 구조주의 창시 마이클 커비 극단서 활약/청소년 뮤지컬 「별들」 시리즈 수백차례 앙코르공연/대학로연극의 선정주의·한탕주의 강하게 비판 「예술가들은 한결같이 노작의 기념비를 남겨놓고 있지만 명배우의 연기는 무대에서 물러나면 관객의 기억에 의해 전달될 뿐이다」 코미디프랑세즈의 명배우 프랑스와 조셉 탈마의 말이다.과연 불멸의 명작무대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먹빛 어둠이 출렁이는 조명」「끈적한 고뇌가 흐느적거리는 배우의 대사」와 함께 관객의 뇌리에 금빛 모뉴망(표석)을 새겨놓게 마련이다. 우리는 지난 80년 뉴욕으로부터 돌아온 연극연출가 김우옥의 「내(연)·물·빛(광)」을 잊지 못한다.이는 뉴욕대 주임교수이자 미국연극계의 거물인 마이클 커비의 창작희곡으로 물질과 기계문명에 지배당하는 현대인의 단면을 첨단장비와 조명·음향으로 조합시킨 일종의 혁명극이자 구조주의 연극이었다.보트와 모터사이클 자동차가 실물 그대로 등장하기도 하고 3백여장의 슬라이드필름들이 명멸하는 변화를 구사하는 가운데 연극의 조직성과 허위성이 파괴되는 순간을 우리모두는 아연한 시선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연극을 보고난 뒤의 감상은 다만 『이럴수가!』였고 피카소의 흑백 게르니카를 연상케하는 숨가쁜 「혼란의 충격」속에서 지금까지의 연극적 타성이 일시에 깨어져나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연극계 개혁필요성 강조 그러나 서울에 앉아서 뉴욕의 전위성짙은 실험극을 보는 듯한 경이로운 체험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연극이냐 아니냐」는 논란과 함께 연극계는 「연출가의 지적집착」으로 이를 단정해 버렸고 다만 「삼류소설의 입체낭독과도 같은 종래의 연극」에 식상한 일부 지식층만이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미학추구」에 절대적인 호응을 보였다. 이후 그는 한국연극계의 현실을 감안한듯 85년부터 동랑청소년극단을 창단,뮤지컬 「방황하는 별들」「꿈꾸는 별들」등 「별들」시리즈를 통해 「춤과 노래의 속도감」「언어의 조화」로 무대에서의 생동감을 되살리는데 일사불란한 템포를 지켰다.이에 대해 평론가 김방옥은 『사회가 안고있는 문제점과 그 문제점속에서 성장하는 청소년의 일그러진 모습을 생기발랄로 변환시킨 예술성높은 청소년 연극』이자 동시에 『교육적 효과를 얻어내는데 성공적』이었음을 거침없이 호평해주었다.이 연극들은 서울과 각지방의 고교 대학강당,근로청소년의 작업현장에서 끊임없이 공연되었고 일본과 호주지역 순회 등 수백여차례에 이르는 앙코르공연을 기록하고 있다. 김우옥을 사람좋고 원만하며 호방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칼날같은 사람」이자 「젠틀한 도시기질」의 양면성을 지닌 그는 실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리버럴리스트」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재키모에 숄더백,티셔츠에 청바지차림으로 대학가 호프집에서 젊은 연극학도들과 격의없이 어울리기도 하지만 호불호를 선명하게 구별하여 「한번 안하는 것은 안하고야마는 고집」이 대단하다. 한 예를들어 지난해 연말 중견급 연출가들의 「연극의 왜색조」가 연극계에 파란을 일으켰을때도 『일본과의 빈번한 연극교류로 배우들의 발성과 움직임이 자칫 일본적일 수 있다손 치더라도 연극을 색다르게 만들기위한 양식화의 단계에서 우리는 일본의 모방이란 함정에 빠지기 쉽다』(우리극연구 6)고 경고해 마지않았고 서울 동숭동 대학로연극에 대해서도 30여개가 넘는 공연장에서 매일밤 연극이 막을 올리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긴 하지만 그것이 『쇼인지 학예회인지 포르노인지 모를 선정주의와 한탕주의의 저질연극이 판을 친다』고 비판하기를 꺼리지 않았다.『만들다만 것같은 무대장치,적당히 얼버무린 무대의상,연습하다만 연기 등 여건을 채 갖추지 못한 모양새로 관객을 맞거나 관객을 모으기 위해 「배우를 벗기거나」「질낮은 말장난으로 재롱」을 피우는 것은 후진성을 자인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며 「숨가쁜 사회변화와 발전」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연극인들의 작업태도』,『개혁은 정치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연극계에서 더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한 일간지에 공개서한식으로 강변한바 있다. ○숄더백에 청바지차림 그는 종종 그렇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FM음악을 듣다가도 음악의 분위기를 깨트리는 잡다한 잡음이 거슬리면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음악을 음악답게 들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아나운서가 전문용어를 일관성없이 발음하면 당장 시정해 줄 것을 청취자의 권리로 주장한다. 서울출생으로 상업을 하는 가정의 4남3녀중 장남.어릴때부터 자신의 의사를 똑바로 밝혀온 그는 서울고교시절에는 수업시간에 들어온 영어교사가 『나는 영어가 미달이지만 마땅한 후임자가 없어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자 곧바로 교무실로 달려가 『실력있는 교사에게 배우고싶다』고 진언하여 학교측을 당황케한 에피소드를 지니고 있다. 연세대 영문과와 대학원졸업후 경기여고 영어교사로 있다가 64년 도미,하와이 동서문화센터에서 영어교수법을 연수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른 뉴욕을 보고 뉴욕에 와서 연극을 공부할 것을 결심하게 되었고 『팔팔하게 살아움직이는 대도시의 복합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선택하는 순간 나의 인생의 방향도 비로소 또렷하게 방향을 잡았다』고 돌아본다. 구조주의 연극을 태동시킨 마이클 커비와의 만남은 워싱턴대 졸업후 뉴욕대로 오면서 커비의 구조주의 극단인 스트럭추얼리스트 워크숍에서 5년간 배우로 활약,커비는 『내가 찾아낸 배우중 가장 기지가 번뜩이는 캐릭터액터』로 그를 손꼽고 있다.워싱턴대학에서 여성학을 전공한 부인 고석주씨와의 사이엔 남매,장녀 지영(올봄 연세대 졸업)은 주식회사 선경에 근무, 아들 진표(서울예전 1)는 요즘 신세대 스타인 「패닉」의 멤버다. ○「세계연극 축제」 참가준비 그는 누가봐도 「예술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같은 특유의 광기」는 없어보인다.오히려 논리적인듯 하고 드라이한 편이며 권위를 앞세우거나 고정관념에 집착하지 않는 전형적인 「젠틀맨」에 속한다.다만 그만의 공간인 서재에 들어서면 밤늦도록 바하에 심취하거나 「절대고독」과 「혼자 있을 권리」를 철저히 누릴줄 아는 점만이 가장 예술가적일 수 있는 면일 것 같다.그와 절친한 평론가 한상철 교수(한림대)도 『정적이면서도 녹슬지 않는 젊음과 순수무결한 낭만이 그의 실체』이며 『아는 사람이 없는 군중속을 걸어가듯한 낯선 거리의 여행자의 이미지』가 그의 모습이라고조언한다. 어쨌든 아무리 밤새워 술을 마셔도 「정신을 똑바로 차린 사람」이 그의 실상임을 상기하면 틀림없을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예술은 모방이 끝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제 그는 뉴욕의 영향과 「지성이 비늘처럼 반짝거리는 오만의 과정」을 지나 무르익고 거르고 정제된 경지에서 지금은 예술적 재능이 아닌 「자신만의 순수한 영혼의 표현」으로 작업에 접근하려는 시기다. 귀국후 오래 몸담았던 서울예전을 떠나 94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하교 초대 연극원장에 부임,최근에는 연극원 첫작품으로 체호프의 「갈매기」중 「트레플레브의 독백」을 그의 스승이자 친구인 마이클 커비에게 의뢰하여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 연극은 오는 6월 슬로바키아에서 열리는 「세계연극학교 축제」에 참가후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아마도 그때쯤 「신선한 의외성」을 기대하는 그의 지적관객들은 「김우옥 첨단의 캐릭터예술」을 만나게 되고 그리고 또한번 오랜 타성에 가격을 당하면서 그들의 뇌리에 지워지지않는 별빛 모뉴망을 세우게될것이다. □연보 ▲1934년 서울출생 ▲1957년 연세대 영문과졸업 ▲1963년 연세대대학원졸업 ▲1965년 하와이대 동서문화센터 영어교수법이수 ▲1971년 워싱턴대대학원 연극과졸업 ▲1974년 마이클 커비작 「여덟사람」출연 뉴욕연극계데뷔 ▲1975년 전미국실험연극제 참가 ▲1976∼79년 커비의 구조주의연극 「혁명의 춤」 및 「르네상스 베니스의 사건들」등 출연및 음향제작 ▲1980년 뉴욕대대학원서 연극학박사 귀국,커비작「내·물·빛」연출 ▲1980∼93년 서울예전연극과교수 ▲1982∼86년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SSITEJ)감사 ▲1986∼88년 국제극예술협회이사 ▲1986∼89년 한국연극협회부이사장 ▲1986∼92년 ASSITEJ 한국본부이사장 ▲1987년 ASSITEJ 호주본부초청 시드니 등지 「방황하는 별들」공연 ▲1989∼92년 한국연극협회 이사 ▲1991년 ASSITEJ 일본본부초청 도쿄 등지 「방황하는 별들」공연 ▲1994∼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동랑청소년극장 대표, ASSITEJ세계본부 이사 〈대표작〉 「춤」(마이클 커비작)「겹괴기담」「자전거」(오태석작)「도개걸윷모」(김지일작)「꿈꾸는 별들」(윤대성작)「이름없는 별들」(윤조병작)「불타는 별들」(송민호작)「외로운 별들」(유강호작) 뮤지컬「한강은 흐른다」(윤대성작)「아리랑 아리랑」(김진희작)외. 〈수상〉 서울극평가그룹상「내·물·빛」(80년) 「방황하는 별들」(85년) 대한민국연극제연출상 「자전거」(83년) 한국연극영화예술상「자전거」(84년) 91 연극의 해 「사랑의 연극잔치」최우수작품상「외로운 별들」
  • 곽승규독도경비대장 본사와 전화회견

    ◎“독도 넘보는 일의 어떤 흉계도 분쇄” 『일본의 어떠한 흉계도 저지할 수 있도록 철통같은 경비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일본의 「독도 망언」에 온 국민이 분노하는 가운데 서울신문사와 10일 전화통화를 한 경북 울릉경찰서 독도경비대 곽승규대장(46·경사)의 목소리에는 「우리 땅」 독도에 대한 사랑과 일본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곽대장은 지난 83년부터 지금까지 5차례나 독도경비대에서 근무한 베테랑으로 『일본의 헛소리가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총리와 외상이 동시에 망언을 해대는 등 정도가 심하다』며 국민들이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56년 창립,올해로 40주년을 맞은 독도경비대는 모두 26명.총연장 4㎞에 이르는 해안을 경비하며 레이더 관측 등을 통해 일본 어선이나 순시선의 침입을 저지한다. 『광복 50주년을 맞아 전국이 기쁨에 들떠있던 지난 해에도 일본 배들이 9차례나 독도를 침범했습니다.한마디로 파렴치범들이지요』 곽대장은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의 경비망에 포착돼 경고를 받고서둘러 꽁무니를 감췄다』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해송과 향나무,팽이갈매기 등 희귀한 동식물과 벗하며 독도에 대한 애착과 수호 의지를 다진다는 곽대장은 『일본의 망언이 알려진 이후 50여통의 격려전화가 뭍에서 걸려왔다』고 소개하고 『국민의 의지가 이 정도라면 일본의 어떠한 망상도 물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울신문 탐사팀 「철새낙원」 철원평야 가다

    ◎“두루미 군무는 한폭의 동양화”/창공엔 기러기떼·물위엔 청둥오리 “유유자적”/이방인 침입에 놀란 귀염둥이 쑥새 갈대숲으로 강원도 철원군 최북단의 사찰인 도피안사에서 민통선으로 접어들면서 펼쳐지는 철원평야는 여느 농가와 다름없는 시골풍경이었다.가을걷이를 끝낸 들판 곳곳에 흩어진 잔설이 겨울 정취를 더했다.평온함만이 가득 넘쳐보였다.북으로 불과 몇분만 더 가면 남북이 총구를 맞댄 철책선이 가로 막혀있다는 사실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다.뼈대만 남은 노동당사와 일제때 지어진 농산물 검역소만이 6·25당시 화염에 휩싸였던 이들 지역의 아픈 과거를 새삼 떠올리게 했을 뿐이었다. ○폐허곳곳에 「6·25」 상흔 북쪽으로 뻗은 비포장도로를 따라 차량으로 2분여 들어갔을까.도로 양쪽의 들판에는 겨울철새로는 이 지역의 터줏대감인 큰기러기가 「이방인」의 방문을 반겼다.차량의 소음을 듣자 수십∼수백마리씩 떼지어 앉았다 날았다하며 맴돌았다. 이따금 「끄악」 「끄악」하는 합창이 정적을 깼다.출입영농을 하는 농부의 손길이끊긴지 오래인 겨울 들녘은 철새들의 휴식처였다.충분한 낟알 곡식과 마른 풀등은 그들만의 차지였다. 기자가 차에서 내려 다가가자 한창 먹이를 찾느라 논바닥에 고개를 박고 있던 한떼의 기러기들이 고개를 곧추세웠다.새들을 놀래주고 싶은 짓궂은 마음에 한발 한발 더 다가섰다.불과 20여m로 거리가 좁혀졌다.순간 무리중 대장인듯한 한마리가 날개짓으로 신호를 보냈고 이어 나머지 새들이 지면을 박차고 비상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일찌감치 10월 초순부터 시베리아등지에서 2만여마리의 기러기가 이곳으로 날아들어 남방한계선 부근의 동송 저수지등에 자리를 잡았다.수천마리의 새떼들이 한꺼번에 무리를 지을땐 하늘은 일순간 먹구름 자락이 드리운듯 장관을 이뤘다. 기러기들은 저수지에서 농부들의 추수가 끝나기를 한달여 기다리다 12월이 접어들면서 들판 곳곳을 분할 점령했다. 남방한계선을 가리키는 철책이 멀리 바라보이는 쪽으로 1㎞쯤 더 들어갔다.철새도래지로 지정된 샘통지역의 심장부로 접어들었다.길 왼편 들판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두루미와 재두루미 수십마리가 불과 20∼30m의 거리를 두고 으젓하게 서있었다. 『이놈들 봐라,나 혼자 왔을 때는 그렇게 거리를 안주더니…』 취재팀과 함께 이곳을 찾은 동서조류연구소 이정우(54·조류연구가)소장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두루미들은 다른 새들 보다 특히 예민해 1백m전방의 사람 움직임에도 여지없이 꽁무니를 빼고 날아가는 습성을 가졌다는게 그의 설명이었다. ○길가 양편에 도열하듯 그런 두루미들이 길양편 들판에 도열하듯 서 있는 모습에 30년이상 조류연구를 하고 있는 이소장도 자못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그는 『아예 사파리로군』하며 혀를 내둘렀다. 사진기자가 몰래 모습을 담기위해 카메라를 들이대자 두루미는 마침내 틈입자의 인기척을 발견한듯 성큼성큼 몇걸음 내딛다 눈이 부시도록 흰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았다. 걸음을 내딛는 모습은 마치 체조선수의 유연한 도약처럼 사뿐했다. 사진기자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만난 양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취재진을 태운 차량은 동쪽으로 난 좁은 농로를 따라 「아이스크림고지」로 방향을 틀었다. 평원 한 가운데에 야트막하게 서 있는 이 고지는 6·25당시 남북의 포격으로 정상부분이 마치 아이스크림이 녹아 내린것 처럼 남아있다.주위를 선회하는 새떼와 겹친 고지 참호의 모습은 을씨년스런 난공불락의 요새를 떠올리게 했다. 고지로 향하는 길가의 갈대수풀은 이 지역텃새로 귀엽기가 으뜸인 쑥새들의 서식처.참새와 크기가 비슷한 이 새들은 수풀더미에 몸을 숨기고 풀씨를 따먹다가 차량이 지날때마다 한꺼번에 날아 도망가는 통에 취재진을 놀라게 하곤 했다.길옆 작은 연못에는 녹색의 비단결같은 고운 빛으로 아름답게 치장한 한쌍의 청둥오리가 유유히 물위를 노니는 모습이 보였다.이밖에 철원평야의 식구인 찌르래기,황조롱도 취재진을 반기듯 주위를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남가식·북사숙」 생활 이소장은 『여름이면 이곳에 검은댕기 해오라기,후투티,꼬마물떼새,청호반새 등 수십종에 달하는 철새들로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 고지를 둘러본 뒤 취재진은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서쪽 지평선에 해가 걸릴 즈음 남방한계선 철책 턱밑에 위치한 드넓은 동송저수지를 마주할 수 있었다. 뚝방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자 웅장한 철원평야의 모습이 시야를 꽉 채웠고 때마침 4마리의 두루미 가족이 노을을 받으며 북녘하늘로 비행하고 있었다. 『두루미는 낮에는 이곳에서 생활을 하다가 밤에는 북한쪽 철원평야에서 지내죠』 이소장의 설명이었다. 「남가식 북가숙」하는 이들 철새들이 남북분단의 비원을 풀어줄 전령처럼 가슴에 와닿았다. ◎미리가 본 본사 탐사 예정 지역/강화 말도 유도일대­물새 10종·해오라기 번식지로 유명/파주군 대성동­겨울철새·독수리떼 등 관찰지구로/고성군 명파리­칠성장어 유일한 서식지로 알려져 서울신문이 올해 「비무장지대 인접지역의 생태계 항구보존 캠페인」을 펼치며 탐사 예정인 지역은 원시림등이 보존된 강원지역에서 서해안의 도서까지 인공의 손길이 닿지 않은 광범위한 지역을 망라할 계획이다. 각종 야생동식물의 서실실태와 생태계변화현황 등과 관련한 정보를 독자들과 나누기위해 한햇동안 본사취재팀이 찾을 주요지역 몇곳을 미리 소개한다. ▲경기 강화군 말도·유도·소송도·대송도 등 지역=이 지역은 민통선의 서쪽 끝지점.말도에선 도요새,노랑부리 백로(여름철새) 등 물새 10여종을 볼 수 있으며 해상 비무장지대인 유도는 해오라기(여름철새)의 최대 번식지로 알려져 있다.소송도와 대송도는 천연기념물인 검은머리물떼새(텃새)와 이곳에서 집단서식하는 흰뺨검둥오리(텃새)의 장관을 관찰할 수 있다. ▲임진강 하류=많은 종류의 여름·겨울철새들이 계절별 이동때 들르는 철새경유지로 잘 알려진 곳.이 곳을 지나는 겨울철새로는 개리,기러기,두루미,재두루미 등이 있으며 여름철새로는 후투티,울새,꼬까참새 등 작은 조류가 주를 이룬다. ▲경기도 파주군 대성리일대=두루미,재두루미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겨울철새 관찰지역.특히 이곳에선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독수리떼를 관찰할 수 있다. ▲자유의 다리 건너 왼편 임진강 넘어 펼쳐진 갈대숲 지역=노루,족제비,너구리 등 포유류가 다수 서식하고 있으며 쇠물딱,개개비등 갈대 습지조류들이 살고 있다. ▲사미천 일대(의정부 지나서 적성부근)=노루,고라니 등 포유류 관찰지역. ▲강원도 고성군 명파리일대=동해안에 위치한 해변지역으로 희귀 물고기 관찰지역.칠성장어의 유일한 서식지로 알려져 있으며 연어의 모습도 볼 수 있다.또 조류로는 세가락갈매기,흰갈매기 등이 있으며 인근 화진포에선 혹고니도 관찰할 수 있다.
  • 검은 갈매기와 양식어 떼죽음은(박갑천 칼럼)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 앞서서는 조짐이 나타난다.비가 오려면서 청개구리가 우는 자연현상만이 아니다.그것은 인간관계에서도 혹은 사회현상에서도 나타난다. 조짐이니 징조니 할 때 쓰이는 「조」자는 고대중국의 점술에서 생겨났다.점술가운데 거북등을 태워서 길흉을 아는 방법이 있었다.거북등 안쪽에 구멍을 뚫은 다음 거기 부젓가락을 대면 거북등 겉쪽에는 홈이 패인다.그 모양을 본뜬 글자라 한다.그렇게 점술에서 생겨난만큼 징조나 조짐은 미래를 말해준다.사람의 슬기는 한가지를 보면서도 그 고갱이를 헤아려야 하는 것.헤아리고서 현명하게 그에 대처해야 한다. 은의 주왕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판을 벌인다.날짜 가는 줄을 모를 정도였다.측근 신하들도 모르기는 마찬가지.그는 숙부이면서 현자였던 기자에게 물어보라고 한다.하지만 온조정이 취해 있는데 자신만 날짜를 안다고 하면 일신이 위태로워진다.그래서 모른다고 대답해 보낸다. 비단 이 일뿐 아니라 주왕이 상아젓가락 만드는 걸 보고 기자는 천하의 화를 알았다고 「한비자」(세림상편·유로편)는 써놓고 있다.말하자면 망조를 낌새챘던 것.기자는 이렇게 생각했다.즉,상아로 젓가락을 만들었으니 음식담을 그릇도 물소뿔이나 옥으로 만들 것이다.그럴 때 음식역시 곰발바닥이나 코끼리고기가 아니면 표범고기를 구하게 될 것이고.비단옷을 찾게되면서 사는 곳도 고대광실로 될밖에 없다.어찌 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7년의 왜란을 뼈아픈 마음으로 되돌아보면서 서애 유성룡은 「징비록」을 쓴다.그 첫머리에 다치바나(귤강광)라는 일본사신 얘기를 내세운 점에 주목해야겠다.임란이 일어나기 6년전에 왔던 그는 조정의 개개풀린 기강을 보고 역관에게 탄식한다.『너희 나라는 망하겠구나.이러고서 온전할 리가 있겠는가』.뒤넘스럽다 할 일이 아니다.조선에 호의적이었던 그는 돌아가서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한테 죽는다. 갈매기가 기름을 뒤집어쓰고 있는 사진을 대한다.흑사장으로 개력한 해운대의 사진도 본다.돌고래만 죽은게 아니다.양식장고기는 떼죽음을 했다.가공스런 조짐들이 아프고 절박하게 우리앞에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이대로 간다할때 갈매기나 백사장 모습이 사람모습으로 안된다 할 수 없다.돌고래나 가두리속 고기신세로 안된다 할 수도 없는 일이고.한데 두렵구나.남의 일인양 생각하면서 두려워할줄 모르는 마음들이 더 두렵구나.
  • 돌고래의 죽음(외언내언)

    온 몸에 기름을 뒤집어쓴 채 자갈밭에 뉘어진 돌고래의 모습은 「죽음의 바다」를 실감케 하는 잔혹함이었다. 바다의 독소인 적조와 기름띠에 짓눌려 숨을 거둔 돌고래의 사진은 우리를 망연자실하게 한다.그 전날 신문에 실린 기름통에 빠진 「검은 갈매기」의 처참한 모습의 사진은 또 얼마나 충격적이었는가.기름에 젖어 날지도 못하는 갈매기의 동그란 눈망울이 애처로웠다. 걸프전때 수많은 쿠웨이트유전의 폭파로 페르시아만이 기름에 뒤덮이면서 외신은 기름범벅이 된 처량한 물새 사진을 보도했다.전쟁의 살육과 파괴가 환경마저 황폐화시킨다는 사실을 온 세계에 고발한 생생한 증언이었다.한국 남해안의 돌고래와 갈매기 사진도 전세계 매스컴에 보내졌을 것이다.이들 사진이 지구촌에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돌고래는 지능이 높고 행동이 익살스러워 멋진 수중묘기를 보여준다.물속에서 동료끼리 음파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며 부상당한 동료를 즉각 물위로 밀어올려 숨을 쉬게 할 정도로 영악하다.갈매기는 바다와 항구에서 떼놓을 수 없는 풍경.바다의 여정과 시심을 일깨워준다. 남해안에서 한달째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적조가 연안 양식어장을 망쳐놓고 강원도해안으로 북상하고 있다.침몰된 유조선에서 유출된 기름도 계속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맹독성 적조는 오래전 전문가들이 예견해 온 재난.우리가 강을 통해 내버린 그 많은 양의 생활오염수·공장폐수·축산폐기물등이 쌓인 끝에 바다는 마침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카이저의 것은 카이저에게로」되돌리는 자연의 냉혹한 법칙이다.적조해역에 원유까지 유출시켜놓으니 바다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 황해는 중국연안의 중금속 배출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오염이 심한 바다가 돼버렸다.삼면이 바다인 우리에게 죽은 돌고래와 날지 못하는 갈매기는 생존을 위협하는 경고장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바다가 살지 못하는데 사람이 어찌 살 수 있을 것인가.
  • 무척산의 별/이병기 서울대 교수·전자공학(굄돌)

    무척산은 김해와 삼랑진 사이에 위치한 조촐한 산이다.과장된 포즈를 취하거나 너른 산자락을 뽐내지 않는 소박한 산이다.그러나 낙동강 들판에서 단숨에 7백m를 치솟아올라 산세가 당당하고 기암절벽이 곳곳에 둘러서 있다.숲이 그윽한 산중턱 골짜기엔 2천년 역사의 모은암이 숨겨져 있고,산정상 평평한 터에는 연못을 벗삼아 기도원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무척산에 밤이 오면 「별천지」가 전개된다.하늘의 별이 총출연하여 여름밤의 향연을 펼친다.북극성·북두칠성·견우성·직녀성·카시오페이아,그리고 그 배경을 수놓은 은하수…. 은하수를 보기가 그 얼마만인가.어린 시절 시골에선 밤마다 보았으나,산업화의 먼지에 밀려나 저 깊은 우주 속으로 잠적해버린 은하수,그러나 지금도 밤이 되면 많은 친구에게 나타나서 옛날과 변함 없는 다정스런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었다. 저 북극성은 8백광년이나 떨어진 곳에 있다 한다.이 순간 보는 저 별빛은 8백년전 고려 중엽,칭기즈칸이 몽고를 통일하던 무렵에 발생한 빛이다.지구가 속해 있는 은하계에는 1천억개정도의 별이 있고,우주에는 이러한 은하계가 1천억개 가량 있다 한다.우리가 알고 있는 셈단위로는 별을 다 헤아릴 수가 없다.이럴 때에 바로 「무한히」 멀고 「무수히」많다는 표현을 쓰는 건가 보다. 저 별의 향연을 서울에 있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책에서 별이 있다는 것은 읽었고,은하수도 이름을 들어보았으나 실제로는 본 일이 없는 아이들,그래서 알게 된 별이란 결국 관념속의 추상개념에 불과한 아이들,이런 아이들이 밤마다 저렇게 아름답게 빛나는 별을 보면서 자랄 수 있다면 얼마나 건강한 꿈을 갖고 삶을 키워나갈 수 있을까. 저 무한한 별세계를 오늘의 정치가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아집과 욕심에 사로잡혀 치국은 커녕 수신조차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먹이를 찾아 뱃전을 맴도는 갈매기처럼 평생토록 물러날 줄 모르고,물러났다가도 이내 되돌아오는 권력편집광들,이러한 정치가들에게 별은 조용히 들려줄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 「어린왕자」 75종으로 최다/교보문고,중복출판실태 조사

    ◎인기편승해 마구출판… 독자들 혼란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는 서점에 75가지나 꽂혀 있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48종,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은 44종이 나와 있어 독자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하나의 책을 여러 출판사에서 내는 중복출판의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교보문고가 최근 매장에 진열한 국내서적 18만여종을 조사,발표한 「중복출판 실태」에 따르면 중복도서는 모두 6백종이나 됐다. 이 가운데 문학작품이 83%로 대부분이었고,이어 인문과학 6.6%,기술과학 5.3%,자연과학 2% 순이었다.경제·경영서나 정치·사회서적,종교 및 예술도서는 각각 10종에 못미쳤다. 가지 수로는 3∼5종이 나온 경우가 37.3%로 가장 많았고 2종이 28.1%,6∼10종이 18%,11∼20종이 11.3%였다.20종 넘게 중복출판된 도서도 5.1%(31가지)에 이르렀다. 도서별로는 「어린 왕자」­「데미안」­「좁은 문」이 1∼3위를 차지한 데 이어 「제인에어」 「이솝이야기」 「갈매기의 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죄와 벌」 「지와 사랑」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이방인」 등이 각각 30종이상 출판됐다. 중복도서 중에서는 출판사들이 멋대로 제목을 붙여 독자들을 혼란케 한 경우도 11건이나 됐다.가령 무라야마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은 「상실의 시대」로 둔갑했으며 시드니 셀던의 「유산 상속인」은 「추적」이란 제목으로 3군데에서 내기도 했다. 셀던의 추리소설 가운데 「신들의 풍차」와 「천사의 분노」들도 다른 이름으로 2∼3군데에서 나와 독자들이 주의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처럼 중복출판이 성행하는 이유는 출판사들이 책 인기에 편승해 나눠먹기 식으로 끼어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교보문고는 중복출판이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며 ▲재고도서의 발생으로 출판 경영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분석하고 이를 막기 위해 중복출판을 일삼는 출판사 명단을 공개하는 등의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원로 연극인 장민호(이세기의 인물탐구:78)

    ◎평생을 연극으로 살아온 연기자의 대명사/파우스트 간판배우… 별명은 “파우스트 장”/이순신서 햄릿까지 어떤 배역도 무난히 소화/칠순이 눈앞에… 식을줄 모르는 열정으로 연기생활 『배우가 해야 할 최대 문제는 관객을 계속 끌고 나가는데 있다』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가수로 활약한 샬리아핀은 말한다.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연기에 대한 끝없는 욕심과 집념어린 정열을 불태우는 이가 있다면 국립극단의 원로배우 장민호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그는 평생을 연극으로 일관한 연기자의 대명사다.양심적이고 본질적인 그의 연기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일시적인 경이감이나 전율만은 아니다.연기를 통한 인간정신의 승화를 그는 무대 곳곳에서 증명해 내고 있다.예의 「배우가 해야 할 최대 문제인 관객을 이끌어 나가는데」 한번의 실수나 실책이 있을 수 없다는 주의다. ○솔직하고 직선적 성격 그는 언제나 의욕적이다.성격은 명쾌하고 성급하며 솔직하고 직선적이다.항상 모범생과도 같은 이런 유의 성격이란 한가지 일에 몰두하면 끝장을 봐야만직성이 풀리게 마련이다.또한 철두철미하고 다혈질적인 기질로 인해 곧잘 흥분하거나 저항하거나 마찰을 빚기 십상일 것이다.그러나 「칼날처럼 날카롭고 정의감에 넘치건만」 막상 결단을 내려야할 순간에는 흑백을 가리거나 정면으로 대결하기보다 우회적인 유연성을 지니는 것이 남과 색다르다.이는 아마도 오랜 세월 어지러운 세파에 시달린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터득한 「삶의 지혜」일지도 모른다.또는 이북에서 혼자 월남해온 그로서는 사방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는 당연한 견제일 수도 있다.그래선지 국립극단에서 40년이 넘게 한 솥밥을 먹은 동료들도 『그의 속마음을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다만 무대에 서면 「온몸의 연기로 관객을 압도」하기 때문에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면 모든 것은 침묵」일수밖에 없다. 그는 해방직후 황해도 신천에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가 연극배우가 된 케이스다.20세되던 해 원예술좌가 공연한 성극 「모세」에서 타이틀 롤을 맡으면서 연극에 입문,그로부터 10년후 하유상의 「딸들자유연애를 구가하다」로 「노역」을 완성시키면서 「성공적인 연기자」의 반열에 올라섰다.이후 「대수양」「세종대왕」「성웅 이순신」에서 완곡하며 기질이 장대한 성군,「오델로」「맥베스」「줄리어스 시저」의 다이내믹한 개성,「밤으로의 긴 여로」「안네 프랑크의 일기」「햄릿」에서의 차분하고 섬세한 내면 연기 등 그에게 돌아오는 모든 배역을 「생생한 극중 인물」로 부각시키는데 한치의 허술함을 보이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역을 최후로 완성시키는 것은 디테일이 아니라 전체적인 진실성」이라고 믿는 그가 평자들에게 어필된 것은 단연 괴테의 「파우스트」를 들수 있다. ○66년에 파우스트 초연 66년 서항석 역 이해랑 연출로 초연된 「파우스트」에서 그는 학문과 지식에 실망한 노박사 파우스트가 현세적 향락에 침몰되는 과정을 고뇌에 찬 연기로 그려내었고 두번째는 8년후인 74년,순결한 헬렌과의 사랑에서 미마저 구하지 못한채 이상향을 꾀하는 허탈한 파우스트,또다시 84년 한독 1백주년 기념공연에서 독일의 저명한 기싱이 연출한 세번째「파우스트」에서는 지금까지 축적된 파우스트의 진면목을 함축하여 관객은 감전된 듯 박수갈채를 멈추지 않았었다.그때 이 연극을 연출한 기싱은 『그는 인물을 스스로 움직이되 얼굴 표정이 아닌 눈빛만으로 이미 단숙을 성립하고 있다』고 했다.즉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을 붙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긴박감에서 그는 감정을 절제하거나 적절히 노출하여 역이 가리고 있던 사상의 베일을 한장 한장 벗겨내고야만 것」이다. ­이것이 수많은 배를 띄우고 그리고 끝없이 높은 탑들을 불태운 얼굴이었던가.사랑하는 헬렌이여 단 한번의 키스로 불멸케 해다오.오! 그대는 무수한 별들의 아름다움으로 치장한 밤하늘보다 더 아름답구나­ 가슴속에 박힌 사랑을 고백하는 이 장면은 「드라마틱한 다이너미즘과 명쾌한 표현적 리듬,응축된 긴장감과 생명의 맥박이 충만」하여 이를 앞서 연출했던 이해랑씨는 『중진 장민호의 연기가 폭풍같은 성공을 거둔 근본 요인은 이러한 관념을 최후까지 지킨 지치지 않은 탐구의 결과』라고 못밖았다.이는 50년대 후반국산 영화붐으로 연극계가 부진하자 전 연극인이 분발하여 만든 「대수양」(김동인 작 박진 연출)을 보고 『그곳에 군계일학이 있었다』고 한 이진순씨의 지적과 맥을 함께하는 찬사이기도 하다.이로써 그는 「파우스트」간판 배우로서 평생동안 영광스러운 「파우스트 장」의 별명을 갖게 되었다. 배우는 무대위에서 기왕에 정해진 다양한 운명을 우리에게 보여준다.따라서 짙은 분장속에 감추어진 배우의 모습은 다시 그 자체가 그의 얼굴일수도 있다. 더구나 그의 묵직한 바리톤의 음색은 푸짐한 볼륨과 풍부한 음조의 변화,감정의 뉘앙스가 격하게 풍겨나와 어느 대목에서도 무기미를 느낄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중후한 음의 압력은 라디오 드라마에서도 특출난 개성을 돋보여 67년부터 그가 해설자로 등장한 대하드라마 「광복20년」은 10년 장기 연속방송으로 장안의 성가를 높인바 있다. ○연출가로도 한때 활동 그는 배우일 뿐만 아니라 유치진의 「소」,체호프의 「봐냐 아저씨」를 무대에 올린 창조적 상상력이 풍부한 연출가이며연극적 감각과 지성을 겸비한 영화배우·TV탤런트이기도 하다.한때는 경화 프러덕션을 설립,그가 제작한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60년대 초반 전례없는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인생만사 만능은 없다」는 교훈과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진리를 절감하고 그는 고향에 돌아오듯 무대로 돌아왔다. 그후 그는 하고싶지 않은 일에 참여한 적이 없다.간혹 주변에서 자서전을 내라거나 대학에서 강의를 부탁해 오거나 방송 대담프로그램등에서 초청하면 일언에 외면한다.「배우는 무대에서 말할 뿐」,연기와 무관한 일은 그에게 모든 것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가족은 산행 동반자인 부인 이영애(63)씨와 출가한 남매가 있다. 지금도 젊은 후배 연극인들 사이에서 대사를 가장 잘 빨리 외우고 「내가 만약 저 역할을 맡으면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를 간파하여 선명하고 강렬한 생명체를 그때마다 새롭게 탄생시킨다.또 주역에서 차츰 비켜나고 있지만 역이 크든 작든 「연기자는 계급이 없는 무관의 제왕」이라는 자부심과 열의로 자신의 위상과 예성을 의식하는 도도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양한 인생편력을 체험하면서 자기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대하려는 생의 충동은 그가 맡았던 파우스트의 일면이며 결국 「연극은 눈과 귀를 통해서 영혼까지 도달해야 된다」는 연극예술과 미와 환희를 이 세상에 가져다준,우리 연극사상 그는 투철한 한 존재에 틀림없다. 그리고 더이상 열띤 대사를 읊조리지 않아도 「오델로」의 이야고나 브루터스의 배반의 이미지를 물흐르듯 되살리는 경지에서 오늘도 그는 그만의 적광의 광채를 어두운 객석에 뿌리고 있다. 기 자 입 력 □연보 ▲1927년 황해도 신천 출생 ▲45년 월남,조선배우학교 졸업 ▲46년 서울중앙방송국 제1기 성우 ▲47년 원예술좌 입단,성극「모세」의 타이틀 롤로 데뷔 ▲50년 국립극장산하「신협」입단,유치진 작 연출「원술랑」 조우 작「뇌우」출연 ▲53년 국립극단 입단,오상원 작 「녹슬은 파편」이후 해마다 출연 ▲62년 드라마센터 개관 기념 셰익스피어 작 「햄릿」출연 ▲66년 괴테 원작 서항석 역 이해랑 연출 「파우스트」초연서주역,일본 일생극장 개관기념공연 참가 ▲67∼71년 국립극단 단장 ▲68∼89년 한국 연극협회 이사 ▲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기념 김의경 작 이진순 연출「북벌」 ▲79∼90년 국립극단 단장 ▲88년 조우 작 이해랑 연출「뇌우」 38년만의 재공연 주역 ▲현재∼예술원 회원,국립극단 원로배우,연극협회 자문위원 제1회 방송문화상(58년) 서울시문화상(63년) 한국연극영화예술상(68·73·78년) 연극평론가 협회상(79년) 대한민국예술상(81년) 목련장(82년) 대한민국 예술원상(88년) 예총예술문화상(89년) 연극­유치진 작 「자명고」(54년)를 비롯,「박쥐」「오델로」「느릅나무 그늘의 욕망」「딸들 자유연애를 구가하다」「인생차압」「시라노드 벨주락」「붉은 장갑」「세자매」「안네프랑크의 일기」「나의 고백은 끝나지 않았다」「뜨거운 양철지붕의 고양이」「빌헤름 텔」「죄와 벌」「결혼중매」「베니스의 상인」「이순신」(신명순 작 66년)「갈매기」「북간도」「수전노」「인종자의 손」「남한산성」「전쟁과 평화」「성웅 이순신」(이재현 작 73년)「세종대왕」「허생전」등 1백70여편과 영화 TV드라마 다수 출연.8월2일부터 「눈꽃」(11일까지 우봉규 작 김석만 연출 국립극장 대극장공연 예정).
  • 서울 상장물(외언내언)

    서울시 청사 현관 위쪽으로 8개의 톱니안에 둥근 원이 그려진 마크가 새겨져 있는 걸 볼수 있다.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서울시의 상징 마크이다. 8개의 톱니는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북악·인왕·남산·낙산등 8개의 봉우리를,그 안의 원은 서울성곽을 상징한 것이다.1946년 미군정하에서 「서울」이란 명칭이 선포된 뒤 이듬해 시민들의 공모로 채택된 휘장이다.이 휘장만으로 보면 서울의 공간을 도성안으로 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도에는 대개 심벌마크와 상징기념물이 정해져 있다.미국 뉴욕의 상징물은 커다란 사과인 「빅 애플」(BigApple)이고 일본의 도쿄도에서는 도민의 새로 철새종류인 붉은부리 갈매기를,도민의 나무로는 은행나무를 지정해 놓고 있다.유럽의 도시들은 깃발을 상징물로 정하고 있는데 파리의 상징은 센강의 배가 그려진 깃발이다. 서울시에서도 서울의 나무와 꽃,새를 지정한지 오래된다.시 나무로 지정된 은행나무는 공해에도 잘 견뎌 가로수로 많이 쓰이고 있는 수종.천년도 더 사는 강인한 생명력을 서울시의 발전에 접목시킨 것이다. 시꽃은 개나리,새는 길조로 통하는 까치로 정해져 있다.그러나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 시민들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홍보부족으로 아직은 시민들의 생활속에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번에 민선시장 시대의 출범을 계기로 수도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물·마크·슬로건 등을 새로 제정할 것이라고 한다.서울의 정체성을 살리고 새로운 이미지를 표현하자는 것이 그 취지. 인구 1천만이 넘는 대도시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거기에다 6백년의 역사를 갖는 고도란 얼마나 희귀한 존재인가.서울을 사랑스러운 도시로 가꿀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친근한 상징물이 제정되기를 기대한다.
  • 아름다운 서울/이태동 서강대 문과대학장(굄돌)

    몇년전 미국 서부에 있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1년동안 머물고 있었을 때,그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아름다운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높은 언덕위에 올라 금문교도 내려다 보고,부둣가 찻집에 앉아 갈매기가 나는 바다를 내다 보기도 했다.그리고 하늘 높이 솟은 금융가 빌딩숲을 지나 화려한 백화점을 돌아다 보기도 했다. 하오 늦게 버스 스테이션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디선가 왁자지껄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려서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험상궂은 동양인의 얼굴을 한 부랑아 두사람이 피투성이가 되어 시멘트 바닥에 뒹굴고 있는 것이 보였다.그들이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던 곳은 지금까지 지나왔던 거리와는 달리 먼지묻은 휴지와 신문지 조각이 바람에 뒹굴고 있었고 때묻은 가게앞의 낡은 스피커에서는 시끄러운 재즈음악이 비명을 지르듯 들려왔다.나는 거리의 부랑아들의 결투와 그 더럽고 먼지나는 차이나타운의 주변환경과 무슨 함수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면 「아름다운 서울」의 경우는 어떠한가.해방 50년동안 우리는 근대화를 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항상 편안하게 안정시켜주었던 한국미를 파괴시키고 하늘을 가릴듯하는 고층건물들을 지어 숲을 이루게 했다.그러나 아직까지 선진국들과는 달리 원색적인 간판들이 보기 흉한 대자보처럼 붙어있고,세련되고 우아한 색채와 도안으로 새로이 도색을 한다고 하던 버스들은 아직까지 칙칙하고 우중충한 모습으로 도심의 거리를 숨막히게 가득 메우고 있다.인간이 환경을 만들고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가 이것을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우리를 후진국병에 얽어매는 타성 때문은 아닐까.세계화의 첫걸음은 주변환경을 세계화 하는데서 부터 시작해야만 된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잘못이 없겠다.
  • 국교4∼6년/“한달 한권이상독서”/교보문고,서울 929명 대상조사

    ◎7권이상 읽는 어린이도 34%나 국민학교 4∼6학년 어린이들은 한달에 책을 한권이상 읽으며 스스로 책을 고른다.즐겨 읽는 책은 소설과 전래동화다. 교보문고가 최근 서울 6개 국민학교 4∼6학년 학생 9백29명을 조사해 공개한 어린이 독서 실태에 따르면 한달에 책을 7권 넘게 읽는 어린이가 34%,4∼6권이 30%,1∼3권이 33%다.곧 97%는 책을 한권이상 읽고 있다고 대답했다. 읽을 책은 부모·선생님의 권유(12%)나 친구 얘기(9%)를 듣고 고르기 보다는 직접 선택(74%)했다.책방에서 사는 경우가 절반이 넘었지만 대여점에서 빌려 읽는 어린이도 33%나 됐다.학교·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는 2%에 그쳤다. 주로 읽는 책은 추리·모험·공상과학등 소설종류(34%)­전래·고전동화(22%)­전기·자서전(10%)순이다.동시·동요가 좋다는 어린이는 4%였다. 최근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남자어린이는 「드래곤 볼」「슬램 덩크」등 일본만화를 압도적으로 꼽았으며,소설 중에서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갈매기의 꿈」이 인기가 높았다.또 위인이야기로는 이순신·유관순을 들었다. 어린이들은 책읽기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먼저 공부·과외·학원 등 학습시간이 많기 때문이라고 응답(41%)했으며 TV시청을 꼽은 경우도 39%나 됐다.
  • 언기국의 고성 사십리성(서역 문화기행:11)

    ◎비바람에 크게 훼손… 한·수 유물 출토/당대부터 관개시설 발달… 보리·배·사과 등 풍성/인근엔 거대한 담수호… 연간 4백여t 고기잡아 서역에 오직 하나뿐인 지방철도 남강선은 우루무치에서 동남쪽으로 천산산맥의 북록을 넘어 쿨라까지 4백70㎞.쿨라는 그 남강선의 종점이며,서역의 몸통격인 타림(탑리목)분지의 동북단에 위치한 시발점이기도 하다. 그곳은 서한때 서역에 열립했던 36국중의 하나인 거리의 도읍이었지만 동한때엔 언기나라에 합병되었던 곳이다.한·당의 서역도호부였던 오루(오뢰)·윤대·쿠차 등이 모두 쿨라의 남쪽에 위치했다. 언기는 쿨라의 서북 50㎞밖에 있었다.오늘은 비록 쿨라가 이 지역 몽골자치주의 도읍으로 그 정치적인 위상이 높지만 청나라 이전까지만도 언기의 지위가 높았다.따라서 한나라때는 「언기」,위진때는 「오이」,당나라때는 「아기니(아기니)」,송원대에는 몽골사람과 위구르족이 정착하면서 「카라사알(객라사이)」로 불리었던 언기에는 역사의 유적도 많았다.그것은 한나라때 언기국의 세가 거리국의 그것보다 우월했음을 말해주었다. 현장법사가 쓴 「대당서역기」에는 언기를 국방에 유리한 요새지요,관개가 발달하여 보리 기장 대추 포도 배 사과가 풍성한 농산지요,가람이 10여곳에 승려가 삼천을 넘는 불교의 본산이라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오늘의 언기읍은 이슬람교를 믿는 회족의 취락일뿐 아무런 역사 유적이 없었다.가장 상징적인 유적은 언기현에서 중국 최대의 내륙 담수호인 보스텅(박사등)호로 가는 길옆의 「사십리성」이었다. ○개원통보가 당대확인 그것은 필자가 서역에서 보았던 많은 고성중에선 가장 규모가 작고 풍화와 손괴의 정도가 심한 데다 출토된 유물조차 적어서 그 연대를 단정하기에 어렵게 했다.필자는 정문을 통해 고성에서 불룩한 언덕으로 올랐다.둘레의 길이가 3㎞ 남짓한 정방형의 고성,성안에는 비록 그 형체를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부서졌지만 판축된 토벽의 두께와 높이로 보아 장대한 요새는 아닐지언정 어느 관아의 건축이나 창고등의 용처로 보였다. 19 63년,「사십리성」의 탐사 발굴때 출토되었던 도기 동경 철검 동전 등으로 이 땅이 한대로부터 북조를 거쳐 수당에 이르기까지 그 역사와 생활이 묻혔던 현장임을 믿게 되었다.특히 그속에는 당대의 주전인 「개원통보」가 그러한 확신을 주기도 했었다. 청대 서송이 쓴 「서역수도기」는 이곳을 한대에 존립했던 언기국의 도읍지인 「원거」성으로 추정한 바 있었다. 그 「원거」는 둥근 도랑이란 뜻,지금 황막한 사막속에 당치도 않은 말로 보이지만 지금도 사십리성의 둘레를 살피면 지형이 움푹한 데다 멀지 않은 곳에 관개의 수로가 출렁거려 어쩌면 당시의 호성하였을지도 모른다.더구나 여기서 불과 20리밖 남쪽엔 58㎞의 길이에 28㎞ 너비의 호수,그래서 「서해」로 불리는 보스텅호가 있었다. 보스텅호 선착장.우거진 갈대숲에 서서 함박눈처럼 분분한 갈매기를 보면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쯤 서 있노라는 착각을 오래 오래 씻을 수 없었다. 연간 4백여t의 어획고를 자랑하는 선창.거기엔 갈대의 늪을 이어주는 판교도 여러 군데 있었다. 옳지! 여기서 정동으로 4백㎞를 훌쩍 날면 거기엔 또 하나의 담수호 로프·노오르(나포박)늪이 있다.거기는 비록 중국이 첨단무기를 시험하는 척박한 땅이지만 그 언저리엔 지금부터 기원전 1세기부터 기원 330년까지 4백년동안 선선의 왕조가 떵떵거리고 영화를 누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몰아닥친 풍사에 덮인 채 춘몽처럼 사라진 누란의 땅이 아닌가? 필자가 연민하는 그 누란의 유적지,그 길은 너무 험했다.다만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서방기선 통천하 기록 보스텅호에서 쿨라로 돌아가는 황혼,다시 언기현을 관통,언기산을 굽어 돌 때 휘몰아치는 가을 바람에 뽀얗게 모래가 일면서 시야가 흐렸다.이 때 10세기 말 송나라 시인이었던 심료의 시 「언기행」이 생각났다.세월은 천번이나 바뀌었어도 이 계절 이 고장을 그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언기산두모연자. 오량성단행인지. 평사풍급권한봉, 천사궁로월여수」(후략) (언기산 산마루엔 자줏빛 저녁연기, 소·염소 움막 들고 인기척도 끊겼네. 사막에 모진 바람,쑥풀을 날리고, 하늘은 천막이요 달빛은 물이네) 언기산 너머로 서울의 안양천만한 강이 흘렀다.이름하여「개도하」.비록 천리를 굽이치는 장강은 아닐지라도 수십m의 강폭에 훤칠한 다리.그것은 공작강(공작하)에 합류되어 로프·노오르로 유입하는 강줄기였다.이를 두고 사람들은 「서유기」에 나오는 「통천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명작을 남긴 현장으로 「철문관」만한 곳이 없다.당대의 변새시인 참삼(음참·714 ∼ 770)은 여기서 「철문관누각에 쓰노라(제철문관루)」와 「철문관 서관에 자면서(숙철문관서관)」등 두편의 명시를 남겼다. ○3층누각 철문관 우뚝 철문관이란 언기현과 쿨라를 연결 짓는 협곡인 바,공작강 상류에 있으면서 망망 수천리의 타림분지로 들어가는 목이다.그래서 「철관곡」으로 불리는 험관이다.무엇보다 참삼의 「철문관누각에 쓰노라」가 12 00년전의 당시를 생생하게 투시해서 철문관 시로는 아무도 그를 따르지 못한다. 「철관천서애,극목소행객. 관문일소이,종일대석벽. 교과천인위,노반양애착. 시등서루망,일망두욕백」 (철관 서쪽으로 아득한 하늘/눈을 휘둥거려도 사람 그림자 뜸하네. 관문에 문지기,해 지도록돌벼랑 마주보네. 천길 낭떠러지에 놓인 다리와 두 벼랑 사이에 가물거리는 길. 어렵사리 그 서루에 올라,휘­둘러보면 머리조차 희겠네) 철문관은 쿨라시 북쪽 10㎞지점.쿨라시의 오아시스를 벗어나자 키질천불동이나 자오후리사원유적을 찾았을 때나 마찬가지의 숨막히는 적갈색 암벽의 산들.협곡을 돌고 돌아 차가 멈춘 곳엔 웬걸 즐비한 청사들,한눈에 무슨 관아의 건물 같았다.공작강 수력발전소요 공작강 댐의 관리 사무소였다.거기서 왼쪽으로 냇물이 흐르고 그 냇물위쪽으로 3층 누각이 보였다.그게 「철문관」이란다. 철문관뒤로 정말 천길 낭떠러지가 공작강을 중심으로 양쪽에 깎아세운듯 했다.그 동쪽이 쿠루크산(고로극산),서쪽은 허라산(하랍산).지금은 그 협곡을 잇는 다리와 낭떠러지에 가물거리는 길은 물론 온 종일 석벽을 마주 보던 문지기를 만날 까닭은 더구나 없었다. 필자는 중국문학에 출현하는 관문중 최서단의 철관문과 거리의 도읍이었던 쿨라를 떠나면서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인양 아쉬웠다.그것은 쿨라나 언기가 누란의 인근이었고,필자에게도 당나라의 유명한 변새시인 왕창령(692∼757)이 그의 「종군행」에서 「누란을 공략하지 못하면 돌아가지 않으리(불파루란종불환)」하면서 비장하게 그 개선을 맹세했던 마음이 있었기에 말이다.
  • 남극 펭귄/먹이없어 굶어 죽는다/호주 모슨기지 2㎞내 전멸

    ◎해류 일시적 변화… 크릴새우 사라져/하루 50마리꼴 1천8백마리 아사 호주의 모슨 남극기지 인근이 요즘 식량이 사라진 「해양의 사막기지」로 변해 애덜리 펭귄 새끼들이 굶어죽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남극지역을 연구하고 있는 호주의 생물학자 스티브 니콜은 『베처베이즈 섬의 펭귄새끼들 전부를 포함해 모슨기지 부근에 있는 서식처에서 펭귄새끼 1천8백마리가 아사했다』고 밝혔다. 지금도 펭귄새끼들은 매일 50마리 꼴로 죽어가고 있다. 새끼 펭귄들이 죽어가는 이유는 서식지 인근에 갑각류의 일종인 크릴새우가 고갈됐기 때문.현재 이곳 일대에서는 3천6백마리의 성인 펭귄들이 인근해역에 서식하고 있는 크릴새우를 식량원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서식지로 되돌아 와서는 먹이를 토해내 새끼들에게 먹인다. 펭귄들의 행태를 연구해 보면 그들이 꽤나 멀리,심지어는 1백90㎞까지 먹이를 구하러 헤엄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펭귄들이 빈손으로 되돌아 오는 경우도 흔하다는 것이 니콜의 설명이다. 또 어미 펭귄들은 바다갈매기들이 호시탐탐 새끼들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무한정 새끼들을 방치한 채 자리를 비워둘 수만도 없다. 호주의 모슨기지 인근에 있는 서식지에 사는 모든 펭귄들이 다 굶어죽는 것은 아니다.모슨기지로부터 2㎞밖에 떨어지지 않은 베처베이즈 섬에서는 새끼펭귄들이 거의 다 굶어죽었으나 동쪽으로 7㎞ 떨어진 다른 서식지에서는 많은 새끼들이 죽긴 했어도 일부 살아남은 것들도 있다.또 25㎞ 떨어진 곳에서는 꽤많은 새끼들이 살아남았지만 몸무게가 25%나 감소했다. 펭귄들은 지방을 비축하고 있어 일시적인 식량부족을 견딜 수 있다. 니콜은 모슨기지 주변에서의 식량부족이 일시적인 자연현상이며 내년에는 펭귄의 숫자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크릴새우가 상업적으로 어획되지만 지금까지 모슨기지 부근에서는 어로 작업이 없었다.니콜은 동쪽으로 더가면 어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1년에 1천t가량의 새우를 잡는다고 말했다.남극해양에는 5억t의 크릴새우가 살고 있다 니콜은 모슨기지인근에 크릴새우가 크게 줄어든 것은 크릴새우를 담고 있지 않은 해류가 이곳으로 흘러들어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그는 『해양과학선이 크릴새우가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현지에 파견됐다』면서 『이런 현상은 특정지역에 한정된 일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 마녀·괴물 동화주인공 한자리에/이서 어린이 위한「환상의 이미지」전

    매부리코의 마녀,뚱뚱한 진흙 괴물,왕자와 공주,마법에 걸린 물고기,난쟁이,백조,공작,갈매기,쥐와 고양이….어린이들의 동화속에 즐겨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다.텔레비전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동화속 주인공들이 한데 모여 전시회를 갖는다.오는 27일 이탈리아의 트레비소에서 막을 올리는 「환상의 이미지」전이 바로 그것.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의 표지 또는 책속의 삽화들을 모은 이 전시회는 2월26일까지 한달간의 전시가 끝나면 곧이어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와 독일의 에센 등지로 다음 일정이 잡혀 있다.이 전시회의 또다른 특징은 어린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워크숍도 함께 열고 있는 것.따라서 어린이들은 물론 부모들로부터도 꾸준한 관심을 모아왔다. 올해로 열두번째가 되는 이 전시회는 프라하 태생의 스테판 자브렐이 지난 83년 이탈리아의 사르메데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그린 아동용 삽화들을 모아 전시회를 가진 것이 기원.자브렐의 삽화전에 국제아동도서위원회(IBBY)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이탈리아 파두아대학의 동화전문연구소가 즉각 큰 관심을 표명하면서 후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고 84년부터 순회전시회가 열리게 됐다.또 85년부터는 의류제조업체인 스테파넬이 전시회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또 사르메데는 이 전시회 하나로 동화책의 표지나 삽화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메카로 떠올랐다.사르메데시가 해마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을 대상으로 여는 여름학교는 전세계에서 많은 동화작가들 또는 삽화 화가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룬다.이들은 모두 다음 세대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동화에 자신의 삶을 바치려는 각오를 다진 사람들이다. 전시회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첫번째 부분은 주로 유럽과 캐나다·남아공 출신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두번째는 중국과 일본·대만·베트남 등 아시아 출신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이 둘째 부분에선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국 문물의 수입으로 전통 문화가 질식사하기 일보직전에까지 몰렸던 이 아시아국가들이 새롭게 찾은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분명히 볼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부분은 옛 페르시아 문명의 미니어처 화법을 새롭게 부활시킨 이란의 피루제 골모하마디(여)의 작품으로만 구성돼 있다.그녀 작품의 특징은 세부 부분을 정확히 묘사하지 않고 암시하는 선에서 그치는데 있다.그녀의 기법은 오히려 보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여러 관점에서 자신을 동화속의 나라로 몰입하게 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어린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어른들도 마찬가지다.「환상의 이미지」전이 의도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 동물이 천재지변 예감하는 까닭은(박갑천칼럼)

    며칠전의 아침 서울에 눈이 내렸을 때 조금전의 방송은 날씨가 좋을 것이라고 예보했다.그렇건만 눈은 적잖이 내렸다.인지의 현주소를 잠시 조롱해본 조화옹의 짓궂음이었다고나 할까. 그래도 기상예보는 적중률이 높다.하지만 지진의 경우 현재의 첨단장비로는 정확한 예보가 「거의」불가능한 것으로 돼있다.75년 중국 하이청(해성)지진과 78년 멕시코 지진의 예보가 맞았다 해도 그많은 지구상의 지진을 생각할 때 『소경 문고리 잡기』였다고 해야겠다.과학수준 높은 일본인데 예보능력이 있었다면 어찌 이번과 같은 큰피해를 내면서 곱송그리겠는가.제아무리 깝죽대봐야 섭리의 영위를 구극 인지가 헤아릴수 있는 것은 아니구나 싶다. 이럴때 사람들은 천재지변에 대한 동물들의 예지능력을 생각한다.우리 고로들이 말해온 까치집의 얘기도 그중 하나이다.까치가 집을 낮은데 짓는 해에는 반드시 큰태풍이 몰아친다는 것이 아니던가.갈매기도 그렇다는 기사가 「어우야담」에 보인다.제주판관으로 벼슬이 깎인 남봉김치가 추자도에 들렀을 때 사공이 말하기를몇해에 한번씩 갈매기가 안보이는데 그해에는 태풍이 거세다는 것이었다. 지난 연말연시 중국의 지진 때도 닭·돼지·쥐·고양이 따위 동물이 기이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으로 보도된다.지진발생전 쥐들이 날뛰면서 서로 꼬리를 문채 한줄을 이루는가 하면 고양이·돼지는 비명을 지르며 날뛰고 닭들 또한 원을 이루면서 한곳에 뭉쳐 있었다는 것이다.정말로 예지한 것일까,아니면 사람들이 그렇게 의미부여한 것일까. 임진왜란 같은 국난도 「조선의 동물」들은 예감했던 모양이다.선조24년 청봉 윤승훈이 강릉부사가 되었는데 이해 흰개미와 검정개미떼가 바다 쪽에서 밀려와 싸움으로 해서 주검이 언덕처럼 쌓였다.그이듬해 왜병이 쳐들어온다(김시량의 「자해필담」).이보다 좀 앞서서는 서울 경복궁 성아래서 이변이 일어났다.몇천마리인지모를 개구리들이 새끼를 업고 우글거리는 것을 성안사람들이 떼지어 보았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는 어린애를 업고 피난하는 형상이라 상서롭지 못하다』(윤국형의 「갑진만록」). 비단 동물만이 아니다.지능이 낮은 사람의 경우도 예언능력을 보이는 사례가 더러 있다.지식이 없고 욕망도 없이 섭리의 영위에 순응하는 삶을 살때 섭리의 주파가 와닿는다는 걸까.
  • 볼링그린공원/뉴욕첫공원…각종조형물의 천국(브로드웨이“새바람”:2)

    ◎맨해튼 남단 1번지… 역사의 자리/각국 문물수용… 스스로 변신추구/북쪽보도 거대한 황소상­배터리파크의 한국전참전비는 관광명소 「볼링 그린」.브로드웨이 대장정의 출발점인 이 물방울 모양의 작은 공원에 서면 브로드웨이는 무성한 가지를 뻗어낸 거대한 나무로 치솟아 있다. 이 수령 3백년의 나무를 키워낸 볼링 그린은 미국민들이 자랑하고 있는 자유와 평등의 시민정신 발상지자 아메리칸 드림의 시발역 이라는 역사의 무게로 오늘날의 브로드웨이를,그리고 맨해튼을,뉴욕을,미국을 떠받치고 있다. 뉴욕 최초의 공원이기도 한 볼링 그린을 중심으로 남쪽의 배터리 파크와 북쪽으로 월스트리트가 갈라지는 곳에 위치한 트리니티 교회를 포함,브로드웨이 1백번지까지 반원형의 도입부는 브로드웨이가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는 자양분 역할을 해온 역사의 거리다.부두에서 연결되는 배터리 플라자,스테이트 스트리트,화이트홀 스트리트등 세갈래 길을 통해 겉잡을 수 없이 밀려들어오는 유럽 문물을 볼링 그린이 수용하여 새로운 길 브로드웨이로 쏟아내고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브로드웨이가 오늘날 세계 문화 예술의 수도로 희망의 도시,가능성의 도시로 성장해올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이 출발점이 품고 있는 다양한 자양분에서 비롯되고 있다.브로드웨이 또한 스스로의 끊임없는 실험과 변신의 노력으로 갈수록 생명력을 더해가고 있다. ○관광객 필수 코스 볼링 그린 남쪽에 1907년 건립된 대표적 건물인 세관 건물이 지난해부터 아메리칸 인디언 박물관(조지 구스타프 헤이 센터)으로 새출발하게 된 것은 브로드웨이에 풍요를 더해 줄 하나의 사건으로 기대된다.브로드웨이 문화의 출발점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이 건물에 이질적인 인디언 문화가 이식되는 것은 브로드웨이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이다. 또 볼링 그린의 북쪽 보도 한가운데는 커다란 청동 황소 한마리가 눈을 부라리며 마천루 사이로 뻗어나간 브로드웨이의 소실점을 응시하고 있다.긴꼬리를 하늘로 치켜세운채 앞다리를 약간 낮추고 금방이라도 들이받을 자세로 서있는 이 황소 역시 새로운 도전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유명해지고 있다. 조각가 아투로 미도디카의 작품으로 1987년 10월에 세워진 높이 1·8m에 무게 5t인 이 황소상은 공원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어느날 밤에 이곳에 가져다 놓은 것으로 도로 가져가라는 당국과 이곳에 기증해야겠다는 작가와의 입씨름이 수년간 계속되는 동안 황소상은 어느새 이 거리의 명물이 되고 말았다.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줄서서 기다려 사진찍는 필수 코스가 됐으며 그 많은 사람들이 뿔에 매달리고 올라타고 두드려도 이 황소상은 우그러지거나 손상되기보다는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반들거릴 뿐이다. 볼링 그린 남쪽 배터리 파크의 클린턴성(성)옆에 세워진 한국전참전비도 이 지역 또하나의 명물로 되어가고 있다.자유의 여신상을 향해 배 타러 가는 길목에 지난 91년 세워진 이 기념비는 검은 화강암에 총을 메고 행군 하는 병사의 모습을 파내어 뻥뚫리게 만들었다.기단부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비롯,참전(의료지원단 포함) 22개국 국기를 새겨놓았으며 바닥에는 빙둘러서 각국의 참전병사수와 사망자수를 새겨놓았다. 한쪽에서 보면 자유의 여신상과 뉴욕만의 푸른 바다가 병사의 가슴속에 들어와 있고 다른 쪽에서 보면 맨해튼의 마천루가 병사의 온몸에 들어차 있는 이 절묘한 조각품은 새세기를 맞는 브로드웨이와 한국과의 새로운 연계의 상징물로 보여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 지역은 원래 17세기초 네덜란드인들에 의해 뉴암스테르담으로 건설되었으나 점차 지배권이 영국인들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1664년부터는 뉴욕으로 이름이 바뀌고 영국의 아메리카 식민지 경영 창구로 발전했다.볼링 그린은 당시 영국의 절대군주 조지 3세가 말을 타고 출정하는 동상이 세워져 있던 식민통치의 상징적인 곳이었다. 그러나 1776년 7월4일 필라델피아에서 전해진 독립선언의 소식은 영국의 압제에 시달리던 이 지역 주민들에게 충격을 주었으며 닷새후인 7월9일 성난 군중들은 볼링 그린 한복판에 서있던 조지 3세의 동상을 무너뜨리고 독립운동의 대열에 참여했다.그들은 이 동상을 녹여 4만2천개의 총알을 만들었으며 이 총알로 맨해튼 전투에서 4백여명의 영국군을 전사시켰다. ○세계적 금융가 형성 볼링 그린의 획기적인 역할 변화와 함께 바로 옆의 브로드웨이 1번지는 당시 영국인 사교클럽 케네디하우스가 있던 곳이었으나 독립선언후 조지 워싱턴 장군의 사령부가 들어서 영국군과의 싸움을 독려했다고 건물 벽면에 크게 붙여진 동판이 말해주고 있다. 이 건물은 1921년 새로 지은 것으로 과거 대서양을 주름잡던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라인사가 자리잡고 있다가 현재는 시티뱅크가 들어있다.또다른 대표적인 건물로는 호화건물의 극치로 1920년대 이 지역의 건축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쿠나드빌딩(25번지,현재 우체국)과 존 록펠러가 자신의 부를 쌓아올렸던 스탠더드 오일 빌딩(26번지,금융역사박물관)등이 15m폭 브로드웨이의 양쪽으로 높게 솟아 있다. 볼링 그린을 출발한 브로드웨이는 오른편으로 골목길인 익스체인지 플라자를 만나고 이어 다음 블록에서 월스트리트를 만나며 그 일대에 세계적인 금융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건너편에 위치한 트리니티교회와 교회묘지는 맞은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갈색벽돌의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이 교회의 첨탑은 주변의 마천루숲과 어우러져 기묘한 스카이라인을 이룬다.1693년 영국왕 윌리엄 3세때 처음 세워졌던 이 교회는 1776년 화재로 소실됐고,1839년에는 설계 잘못으로 붕괴된후 현재는 1846년 리처드 업존에 의해 세번째 건축된 것이다. ○묘비문에 역사가 이 교회는 신성모독의 도시로 자리잡혀 가던 초기 뉴욕의 주민들에게는 신성회복의 경고였으며 그후 3백년이 넘도록 뉴욕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특히 교회를 둘러싸고 있는 교회묘지는 마천루숲 사이의 오아시스 구실을 하고 있으며 명재상 알렉산더 해밀튼,보스턴 티파티의 주역 새뮤얼 애덤스,불후의 해군함장 제임스 로렌스등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묻혀 있어 이들의 묘비명을 차례로 읽어 나가노라면 미국 역사의 한페이지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마저 느끼게 된다. 이 지역의 남쪽으로는 배터리 파크가 자리잡고 있다.바다로부터의 침략을 막기 위해 대포를 설치해 놓은 곳이라는 뜻에서 배터리(포대)라고 이름지어진 이 공원은 맨해튼섬의 남단에 위치해 브로드웨이의 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중앙부의 클린턴성을 중심으로 많은 기념물들이 이곳저곳에 위치해 있으며 자유의 여신상과 이민국이 있던 엘리스섬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곳이다. 배터리파크 북부의 스테이트 스트리트 17번지는 소설 「백경」의 저자 허먼 멜빌의 출생지로 유명하다.오늘날 그곳에는 뉴욕굴착박물관이 위치해 있어 3백년전부터 뉴욕의 도시계획 지하시설물 설치·철거등 지하공사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모든 것이 역사가 되고 그것은 보존되며 현재의 거울로 활용되고 있다. 볼링 그린을 중심으로 한 브로드웨이의 출발점은 이같은 끊임없는 거듭남으로 브로드웨이의 풍요를 약속하고 있다.중앙 분수대에서 뿜어내는 소담스런 물줄기를 감도는 바다 갈매기와 육지 비둘기의 평화로운 만남처럼 브로드웨이 1번지는 소박한 모습으로,그리고 넓은 포용력으로 조용하게 마천루 숲을 향해 그 문을 열고 있다.21세기를 향한 새로운 자양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 새해 시단에 거센 여성파워/작가 나름대로의 독특한 시세계 구축

    ◎황인숙·정은숙·최정례·정화진씨 새시집 선보여/섬세한 감성·필력으로 다양한 삶 노래 새해 시단에 여성시인들의 시집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황인숙씨의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와 민음사에서 각각 출간된 정은숙씨의 「비밀을 사랑한 이유」,최정례씨의 「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정화진씨의 「고요한 동백을 품은 바다가 있다」가 그것으로 시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 시집들은 여성시인들이 갖는 섬세함을 무기로 다양한 삶의 경험과 의식을 각자의 방식으로 변주하며 나름대로의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해 보이고 있다.황인숙의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와 정은숙의 「비밀을 사랑한 이유」가 현실세계와 맞부딪치면서 겪은 시인의 고통을 외부적으로 표출하며 세상과 끊임없이 교섭하고 있다면 최정례의 「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과 정화진의 「고요한 동백을 품은 바다가 있다」는 과거의 고통스런 기억을 시인의 내면에 침전시키고 이를 승화시키는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먼저 「우리는 철새…」는훼손된 바깥세상과 대결하는 시인의 치열함이 돋보이는 시집이다.『…/아,다시 봄이라는데/갈라진 마음은 언청이라서/휘파람을 불 수 없다』(「사랑의 구개」중) 척박하고 황폐한 세상과의 전면적인 대결 앞에서 시인은 때로 절망하고 좌절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우리」와 「내면」의 힘을 새로 깨닫고 꿈속에서도 세상과의 싸움을 그치지 않는 치열한 시정신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문학평론가 성민엽). 발랄함이 전편에 배어있는 「비밀을 사랑…」은 역시 세상과의 불화가 기본틀이지만 화해의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세상의 억압은 시인에게 자의식의 고뇌를 느끼게 하지만 시인은 때로 유부남과의 사랑 등 위반을 꿈꾸면서 현실을 견디어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시인 김승희).일탈을 꿈꾸지 않을 수 없는 삶을 통해 역설적으로 현실의 억압을 고발하는 시집인 셈이다. 늦깍이 시인 최정례씨(40)의 첫 시집인 「내 귓속의…」는 시골에서의 어린시절,언니의 죽음 등 시인의 과거와 밀착되어 있다.그 과거는 시인으로 하여금 순수에의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한편현실적으로 삶의 고통과 연결되어 서글픈 인간의 실존을 노래하게 만든다.어디에도 희망은 보이지 않지만 그 노래는 부드럽게 들린다.이같은 부드러움이야말로 과거를 게워내고 시인의 새출발을 가능토록 한다는 게 평자들의 분석. 정화진의 「고요한 동백…」 역시 유년기의 상처를 보듬고 세상과 마주친 시인의 암울한 심정을 노래한 시집이다.대부분의 시편에서 시인의 절망과 막막함을 비·강·바다 등 비의 이미지를 빌어 표현하고 있다.그러나 『…/끼루룩 죽어간 혼들이 갈매기떼로/그 검은 무대 위에 뜬다/핏빛 동백 한 송이가 물의 끝가지 위에서 피어 올랐다』(「동백 그리고 기이한 바다」중)처럼 동백의 이미지를 빌어 시인이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암시하고 있다.
  • 오염실태와 정화대책 점검(심층취재)

    ◎마산 앞바다 다시 죽어간다/해저서 독성물질까지 검출… 수질 더 악화/하수처리장 용량 부족… 하루 12만t 방류/경남도·시 “99년까지 하수처리장 확충… 방식도 변경” 『내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노산 이은상은 고향인 마산 앞바다를 그리며 「가고파」를 노래했다.그 무대가 됐던 마산 앞바다는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나면서 죽음의 바다로 변했다.눈이 시리도록 푸르던 물색은 검붉게 변했고,하얀 갈매기는 중금속에 오염돼 신음하고 있으며,이곳 명물 「꼬시래기」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전국의 연안중 가장 심각하게 오염된 마산앞바다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회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정부는 마산만 오염방지를 위해 국내 유일의 연안하수종말처리장의 건설과 함께 88년부터 마산만 준설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한때 개선되던 수질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마산만 오염의 실태와 원인·문제점·대책등을 진단해 본다. ▷실태◁ 16일 마산시와 창원시 경계인 봉암교밑에서 만난 최상길씨(58·마산시 봉암동)는『마산수출자유지역과 창원공단이 조성되기전인 70년대초까지만 해도 물이 맑아 이곳에서 꼬시래기와 도다리등을 낚아 회쳐 먹었다』며 『특히 간조때는 창원천 하구에서 바지락을 주웠다』고 지난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나 지금 창원시내를 가로지르는 남천을 흐르는 물은 창원공단을 거치면서 먹물같이 변한채 창원천과 합류,마산만으로 유입된다. ○공단거쳐 오수로 하늘에서 바라본 마산만과 진해만이 맞닿은 창원군 구산면 옥계리 앞바다는 바다색깔이 주변과 확연하게 구분된다.주변은 푸른데 반해 이 일대는 검은 색을 띠고 있다.올들어 가동된 마산·창원하수처리장의 방류구가 이곳 해저에 설치됐기 때문이다.이곳으로 나오는 방류수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무려 1백㎛.마산시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방류수가 희석된 부근 바닷물의 수질은 COD 25∼30㎛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져 마산만 수질개선을 위해 건설된 하수처리장이 오히려 오염을 부채질하고 있음을 알수있다. 어민 강종호씨(46·창원군 구산면 )는 『마산만이 오염됐다고는 하지만지난해까지 이곳에 그물을 놓아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며 『하수처리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지난 봄부터는 고기가 잡히지 않을 뿐만아니라 심한 악취까지 난다』고 말했다. ○악취까지 코 찔러 낙동강환경관리청이 지난 8월 조사한 마산만의 수질은 COD 7.4ppm으로 해수 3등급 기준 4.0ppm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같은 시기 남해연안중 비교적 오염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인근 진해만 2.4ppm,행암만 2.6ppm,옥포만 1.7ppm,온산만 2.8ppm,울산만 2.0ppm등과 비교해 볼때 오염정도가 어느정도인지 쉽게 알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산만 밑바닥에서 독성유해물질인 PCB와 다이옥신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이들 화학물질은 체내에 축적되면 암을 유발하고 기형아를 출산하는등 유독물질이다. 경남대 환경연구소 민병윤교수(47·농학박사·환경보호학과)팀이 지난해 마산만의 퇴적층을 조사한 결과 염소유기화합물인 PCB의 경우 해역에 따라 최소 0.008ppm에서 최고 0.15ppm까지,그리고 고엽제 원료인 다이옥신은0.0012∼0.0153ppm까지 검출됐다.특히 이 해역에서 채집된 담치에서 0.033ppm,전어 0.091ppm이 검출됐고 마산만에서 서식하는 괭이갈매기에서는 무려 11.36ppm이나 조사돼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민교수는 『PCB와 다이옥신은 중금속과 함께 미량이라도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기 때문에 미량이라도 검출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원인◁ 쪽빛 물색을 자랑하던 마산앞바다가 물고기조차 사라져버린 죽음의 바다로 변하게 된 근본원인은 해수이동이 원활하지 못한 반폐쇄성 내만이라는 특성 때문이다.70년대초 창원공단과 마산수출자유지역이 조성되면서 산업폐수와 생활하수가 정화되지 않은채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다.또한 창원시 귀산동 석교마을과 마산시 덕동 막개동이 마주 보고있는 만 입구를 진해시 모도가 가로막고 있어 오염을 가중시킨다.이런 지형상 특성 때문에 오염된 바닷물이 먼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만내에서 맴돌게 돼 결국 자정력을 잃고 마는 것이다. ○3등급 물도 안돼 ▷문제점◁ 정부가 마산만을 살리기 위해 1천억원이상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있는 것은 당국의 정책자체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건설부는 마산만의 수질보전과 쾌적한 도시환경조성을 목적으로 마산·창원하수처리장을 건설했다.지난 84년 사업비 7백84억원으로 착공된 하수처리장 건설공사는 당초 5개년사업이었지만 예산부족을 이유로 9년만인 지난해 완공됐다.공사기간이 거의 갑절로 늘어난 셈이다. 설계당시 창원·마산지역에서 발생된 오·폐수는 하루 20만t이었다.완공예정일로 잡았던 지난 89년의 오·폐수 발생량을 25만t으로 추정,처리용량을 28만t으로 잡았다.그러나 현재 이 지역의 인구는 80만명으로 늘었으며,폐수발생량도 하루 40만t에 달하고 있어 풀가동하더라도 매일 12만t은 그대로 방류해야될 형편이다. ○환경정책에 문제 그러나 실제로는 25만t이라는 엄청난 양의 폐수가 정화되지 않고 마산만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마산시내의 오수관로중 44%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게다가 신항매립지에 부설된 관로가 지반침하로 균열돼 상당량의 폐수가 바다로 스며들어 하수처리장에 유입되는 오·폐수는 15만여t에 불과한 실정이다.그나마 하수처리시설이 침전식으로 설계돼 있어 처리된 38%도 COD 1백ppm으로 방류되므로 수질개선에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마산시는 지난 88년 창원공단과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배출된 산업폐수가 퇴적,마산만의 수질을 오염시킨다고 보고 오니준설사업에 착수했다.준설사업은 국비 1백99억4천2백만원과 시비 88억2천4백만원등 2백87억6천6백만원의 사업비를 투입,올해까지 퇴적오니 2백11만1천t을 준설할 계획이다. ○단속인력도 부족 준설사업기간동안 낙동강환경관리청이 조사한 마산만의 수질은 사업착수 연도인 88년 COD 4.7ppm,89년 7.0ppm,90년 5.4ppm,91년 4.3ppm을 기록,여전히 해수 3등급 기준을 넘었다.92년 3.3ppm으로 떨어져 봉암교근처에서 물고기가 잡히는등 개선될 기미를 보였다.그러나 93년 4.0ppm으로 다시 상승,3급수를 겨우 유지하다 올들어 급격히 악화됐다.지난 2월 4.1ppm,5월 8.1ppm,6월 9.8ppm까지 치솟아 준설이전보다 오히려 수질이 악화돼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성용덕 마산시하수과장은 『지난 여름 가뭄과 무더위로 수질이 다소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개선됐다』며 『준설사업의 효과는 사업이 마무리된후 2∼3년이 지나야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대책◁ 마산만을 살리기 위해서는 하수처리장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경남도와 마산시는 올해부터 6백20억원의 사업비로 오는 99년까지 처리능력을 하루 50만t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처리방식도 현재의 침전식에서 활성오니법으로 바꾸며 방류수의 수질도 COD 20ppm까지 끌어내릴 복안이다.도와 시가 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용역기관에 의뢰한 「생분해 모형실험」의 용역기간은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선진국의 경우,대개 3년정도 실험을 거쳐 하수처리방식을 결정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배출업소 지도단속권은 시·군으로 이관돼야 한다.지난 연초 낙동강 상수원 오염사고이후 지도단속권이 환경처로 이관됐으나 인력부족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주기적인 연안청소작업도 실시해야 한다.그리고 무엇보다 마산항 활성화를 위한 개발계획을 수립할 경우 관계당국은 철저한 검토끝에 결정하고,환경영향평가에 따른 적극적인 오염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마산만 살리기 범시민운동도 끊임없이 추진돼야 한다.생활하수를 줄이고 합성세제 덜쓰기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마산만이 살아나고 떠났던 물고기들이 다시 찾아올 것으로 환경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 의견/문병윤교수/바다밑 유독물질 조속히 제거해야/PCB 등 분해 잘 안되고 인체잔류성은 강해/조류·어패류 등 생태계에 영향 최소화 노력을 인간과 생물은 처해있는 환경에 의존하며 산다.지구표면의 약 71%는 바닷물로 덮여 있으며,이러한 바다는 생물권을 구성하는 중요한 공간의 하나이고 인간과 생물을 유지하게 하며 자원을 공급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좁은 국토에 부존자원이 제한돼 있는 반면,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라는 점에서 해양의 중요성은 더욱 절실하다.폭발적인 인구의 증가와 산업활동에 의한 오염물질들은 궁극적으로 모두 해양으로 모이게 된다.따라서 해양은 오염물질에 의해 날이 갈수록 오염되고 있으며,특정 해역은 이미 그 정화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마산만의 경우 해수의 유동이 적은 반폐쇄성 해역이어서 수질이 악화되기 쉬운 지역이다.또 마산·창원이 공업적지인 관계로 지난 70∼74년사이 마산수출자유지역과 창원공단이 조성되어 인구는 급격히 증가하고 도시화되었다.산업활동및 해상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생활하수·산업폐수·해상폐기물등이 대량 배출되고 오염물질이 적절히 처리되지 않은채 마산만에 유입돼 전국최고의 오염농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일대 해역이 PCB와 다이옥신같은 특정유해물질에 오염돼 있다는 사실이다.이들 유해물질은 인간이 만들어낸 화학물질중 최고의 독성을 함유하고 있는데다 난분해성으로 잔류성이 강하다.따라서 일단 체내에 축적되면 배출되지 않으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일본을 예로들면 지난 73년 6월 수산청이 어류에 PCB오염이 심하다고 하여 외획규제를 함으로써 물고기 파동이 발생,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바 있다.이에 일본정부는 같은 해에 PCB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이듬해인 74년에는 이를 특정화학물질로 지정했다.이어 78년부터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대기·수질등의 무기적 환경및 어패류와 조류등에 대해 PCB와 다이옥신의 오염도를 전국적으로 조사해 인간을 포함한 생물체및 생태계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마산만 주위는 지난 72년 일본에서 폐쇄된 PCB사용 공장들이 마산수출자유지역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으며 또 창원지역에도 대단위 공단이 형성돼 현재 마산만 해저의 PCB 오염농도는 지난 75년 일본에서 가장 심각하게 오염됐던 오사카만의 해저농도와 비슷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특히 마산만 해저의 PCB농도는 지역에 따라 오염물질이 여러 종류여서 오염분포도 다양한 것으로 조사됐다.한편 마산만에서 서식하는 어패류및 야생조류에서도 고농도의 PCB와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현재 이들 독성물질에 의한 오염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으며,마산·창원시민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되고 있다.이에대한 정확하고 철저한 현황조사가 시급히 요구된다. 결국 우리가 생활하는 이 지역이 안전하게 살수 있는 지역인지 다시 한번 점검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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