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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리뷰/풋루스

    팝의 시대인 198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음악만으로도 가슴 깊이 숨겨둔 추억에 미소짓게 만드는 뮤지컬이 있다. 게다가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하는 흥겨운 춤과 세대간 갈등 극복과정에 사랑을 살짝 곁들인 내용까지.‘풋루스’(연출 이종훈)는 가족끼리든,연인끼리든 누가 봐도 푹 빠질 만한 뮤지컬이다. 자유를 갈망하는 내용의 주제곡 ‘풋루스(Footloose)’가 라이브로 신나게연주되면,등장인물들이 열정적인 춤과 노래를 선사한다.배우들과 함께 전문댄서들이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으로 무대를 압도하면 관객들은 탄성을 지르며 자연스럽게 빨려들어간다. 엄마와 자신을 버린 아버지 때문에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시골 버몬트로이사온 렌(김수용).하지만 버몬트의 어른들은 춤과 로큰롤은 사악한 것으로규정 짓고 금욕만을 강요하고 있었다.이 숨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렌과 학생들은 댄스파티를 추진하는데…. 그리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지만 가치관 차이로 갈등하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현실과 부딪쳐서 자유를 획득하는 과정은 가슴 뭉클한 데가 있다.작품은단지 화려한 춤과 요란한 의상만으로 볼거리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연극성을 살린 아기자기한 연기로 보편성을 띤 주제를 잘 살렸다. 특히 조연들의 감초 연기는 극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렌의 친구 윌라드(추상록)와 러스티(홍지민)의 어벙하며서도 깜찍한 연기는 웃지 않고는 못 배길정도. 하이라이트는 렌과 목사의 딸 에리엘(서지영)이 쏟아지는 별빛 아래에서 부르는 사랑의 테마 ‘Almost paradise’.연인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라고 할만큼 더없이 아름다운 음악과 장면이다. 중극장 규모의 무대는 좁지만 배우들의 숨가쁜 호흡이 그대로 전달돼 오히려 더욱 매력적이다.세트는 정교한 편은 못 되지만 2층으로 만들어 좁은 무대를 적극 활용했다.무엇보다 젊은 배우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열정이 모처럼 스트레스를 확 날려준다.1984년 제작한 동명의 영화를 98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만든 작품.3월2일까지 연강홀. (02)766-8551. 김소연기자 purple@
  • 권영길 대표에 듣는다 - “합리적보수 對 진보 새틀 기대”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뜬 ‘스타’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된다.민노당이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8% 이상 득표한 것을바탕으로 TV토론 등에 있어서는 ‘빅 3’로 대접받았다. 그러나 그는 ‘100만표’의 벽을 깨지 못했다.95만 7148표로 3.9%의 득표율이었다.지난 97년대선 때보다 3배나 많은 득표지만 그로서는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권 대표와 민노당이 올해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거둔 성과를 어떻게 키워 나가느냐는 우리 진보정당의 앞날과 직결돼 있다.대선이 끝났음에도 그의 행보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민노당은 이 정도라면 본격적인 진보정당 운동을 시작하는 데 충분한 득표수라고 보고 있다.2004년 17대 총선에서 10명 정도의 국회의원을 배출한다는목표도 세웠다.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정책 지지율이 10% 안팎까지 나오는만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면 무리한 목표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여전히 난관도 남아 있다.전국연합·전농 등 민족민주(NL) 계열과 당내 후보선출 과정에서 불거졌던 갈등의 앙금이 아직 남아 있다.사회당·한국노총 계열의 민주사회당 등 범 진보계열의 통합 작업도 시급하다.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진정한 대안 세력으로 인식되지 못한다면 명멸을 반복했던 과거 진보정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권 대표는 말수가 적은 편이다.그러나 항상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다소어눌하면서 느린 듯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무게가 실려 있다.다음은 그와의 22일 단독인터뷰 내용. ◆대선 과정에서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NL계와의 갈등이 있었다는데. 이는 전체 진보진영의 문제다.진보진영 안에 대립하는 두 노선을 융합하는것이다.매우 어려운 과제이지만 꼭 풀어야 하고,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또당 주도권에 대한 불만을 그쪽에서 그렇게 나타내는 것 같다. ◆민사·사회당 등 범 진보진영과의 통합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들과의 통합은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다만 전국농민회 등 농민 조직과의 결합은 대단히 중요한 만큼 이 부분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민노당의 정책 수행 능력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는 충분한 국정수행 능력을 갖고 있다.노동단체를 이끌지 않았나.또 노조에서 정책적 대안을 내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우리 당만큼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많이 갖춘 정당도 없다고 자부한다. ◆민주당 내 권력재편이 예고되고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보수 정당의 후보다.따라서 국정수행도 합리적 보수의 시각에서 할 수밖에 없다.합리적 보수와 진보의 구도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이런 점에서 보수 진영 내의 정치개혁이 이뤄지기를 갈망하고 있다. ◆노 당선자가 영남 출신이면서도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선이 지역주의 희석의 물꼬를 텄다는 시각이 있는데. 나는 오히려 우려하고 있다.호남에서의 몰표는 곧 영남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불러오고,이는 영남의 지역적 결집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본다.내가 만난 영남 사람들은 노 당선자를 부산 출신으로 보지 않더라.2004년 총선에서 영남표의 결집이 다시 나타날 것이 우려된다. ◆최근 2003년 한반도 위기설 등 북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데. 대선이 끝났으니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이른바 ‘반창(反昌) 연대’의 핵심적 논리는 이회창 대통령 당선은 곧 남북 관계의 극단적인대립을 불러일으키리라는 것인데 이는 단편적인 시각에 불과하다.이제 대통령은 남북 관계를 평화적·통일지향적으로 풀지 않고서는 국민적인 지지를받을 수 없다.이는 이회창 전 후보가 당선됐어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김대중 대통령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북쪽에 더 많이 줬다.김일성 주석과 정상회담까지 하려고 하지 않았나.둘(김영삼·김일성)이 만났더라도 6·15 공동선언과 같은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노 당선자가 평소 천명해 온 대로 미국에 자유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노당선자는 지금까지 우리 대미 외교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개인적으로 미국이 노 당선자를 선택했다고 본다.대선 직전에 미국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블룸버그 통신이 ‘노무현 후보가 당선돼야 한국 경제가 안정된다.’는 식으로 보도했다.또 SOFA 개정 문제 등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들의 결집된 힘으로 이뤄내야 한다.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도 출마할 예정인가. 아직 당 대표 임기가 남아 있다.앞으로의 다른 문제는 결국 당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를 것이다.최근 중앙당 일과 대선 때문에 지역구에 대해 신경을 못 써서 걱정이다.다음 총선에는 다시 출마할 생각이다. ◆선거운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유세 기간에 환경미화원 한 분을 만났는데 이 분이 내 손을 붙잡고 “서민의 한을 풀어 달라.”고 말씀하시더라.또 자신의 할아버지가 만주에서 독립운동하셨다고 말했다.이는 독립운동가의 자손들은 가난하고 제대로 교육을받지 못해 사회의 소외층으로 밀려난 반면 친일 세력은 중심 세력이 됐다는것을 뜻한다.때문에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은. 합동토론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또 방식도 자로 잰 듯이 시간을 나누는 게 아니라 한 주제에 대해 5분 이상씩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했다.그래야 후보들의 정책과 능력에 대한 판별이가능하다. ◆다른 후보들의 토론을 평가해 달라. 이회창 후보는 실제적인 정치 철학·역사의식이 없는 분으로 평소 생각해 왔다.이런 것은 오랜 생활 속에서의 실천이 있어야만 생긴다.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80년대 후반부터 자주 만나고 개인적으로도 워낙 잘 알고 있다.그래서토론상대로 어려우면서도 편했다.노 당선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95만표는 당초 기대치에 못미치는 것 아닌가. 대선은 지방선거와 완전히 다르다.표현은 안 했지만 사실 대선을 치르면서득표에 대한 압박감을 대단히 많이 가지고 있었다.어쨌든 민노당이 활기차게 활동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은 구축했다는 안도감은 든다.또 이번 선거를 통해 2004년 총선 때 원내에 진출하는 등 선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직접 피부로 확인했다. 이두걸·사진 이종원기자 douzirl@
  • 타임지 선정/올 최고의 영화 ‘그녀에게 말해봐’

    시사주간지 타임은 19일 인터넷판을 통해 올해 ‘최고의 영화’와 ‘최악의 영화’를 발표했다. 영화 평론가 리처드 시켈과 리처드 코얼리스가 각각 선정한 ‘최고의 영화10’은 모두 첫번째로 ‘그녀에게 말해봐’(Talk To Her·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를 꼽아 눈길을 끌었다.사랑과 죽음이란 장중한 주제를 숭고하고도 인간적으로 그렸다는 평이다. 이에 견줘 ‘디 아워스’는 여성의 희생에 대해 감상적으로 접근했다는 이유로 최악의 영화로 꼽혔다.다음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19편 중 주요 작품. ◆슈미트에 관하여- 연기파 잭 니컬슨이 퇴직한 보험회사 중역으로 열연,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로드 투 퍼디션- 마피아 중간보스인 톰 행크스가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과 맞서는 모습을 침묵과 절제된 연기로 그려냈다. ◆어바웃 어 보이- 휴 그랜트는 시종일관 코믹한 면을 잃지 않으면서도 따뜻함을 지닌 독신 남성을 잘 소화했다. ◆뉴욕의 갱들- 1863년 뉴욕을 배경으로 영국계 갱과 아일랜드 이민자의 사랑과 복수의 서사시를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스크린에 그대로 옮겼다.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 전편 ‘반지 원정대’에 견줘 웅장하고 박진감넘치는 전투 장면이 압도적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흥행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가 범죄를 예측해 범인을체포해야 한다는 9·11테러 이후 미국의 강박증을 해부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평범한 소녀가 펼치는 환상적인 모험담이 주된줄거리로 ‘알라딘’ 이래 최고의 전통 만화영화로 꼽힌다. ◆8마일- 백인 래퍼 에미넴의 전기를 커티스 핸슨 감독이 스크린에 옮겨 스타를 갈망하는 보통 소년의 열정과 꿈을 그렸다. ◆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제자를 사랑하는 여자 스승의 열정과자기파괴적인 애정을 세밀화로 그려냈다. 임병선기자 bsnim@[ ]
  • 책/어플루엔자/소비중독 전염병 치료백신 찾아라

    어플루엔자(affluenza)는 풍요를 뜻하는 어플루언스(affluence)와 유행성독감을 지칭하는 인플루엔자(influenza)가 합성된 일종의 신조어다.우리 말로 옮기면 ‘부자병’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즉, 막대한 재산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정신장애를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 출간된 ‘어플루엔자’(존 더 그라프 등 지음,박웅희 옮김,한숲 펴냄)는 우리에겐 좀 생소한 어플루엔자의 본질을 되새기고 지속가능한 삶의 대안을 제시한다.책에 따르면 어플루엔자는 “고통스럽고 전염성이 있으며 사회적으로 전파되는 병”이다.그 증상은 삶에 대한 무력감과 권태감,과도한 스트레스,많은 것을 소유했으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갈망,쇼핑중독,만성울혈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무엇이든 거머쥐려는 우리 사회의 강박적인 욕망이 초래한 우울한 단면들이다. 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소비중독 사회다.미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5%에 불과하지만 전세계 자원의 25%를 소비하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25%를 배출한다.한 마디로 ‘어플루엔자’의 진원지다.명예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테레사 수녀는 미국사회를 가리켜 “지금까지내가 다녀본 나라 중 가장 가난한 나라”라고 했다.영혼의 가난,영적 굶주림을 지적한 것이다.미국의 소비지상주의 생활방식은 물질적 풍요만을 좇아 영혼을 잃어버리게 되는 파우스트식 거래로 점점 더 공허한 삶에 빠져들게 한다. 저자들은 먼저 광포한 소비병인 ‘어플루엔자’의 사례들을 제시한다.대표적인 것이 쇼핑광이다.2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미국인들은 역사상 유례 없는소비잔치로 흥청대고 있다. 1986년만 해도 미국에는 고등학교가 쇼핑센터보다 많았다.그런데 불과 15년이 채 안돼 쇼핑센터가 고등학교의 두 배를 넘어섰다.어플루엔자 시대에 쇼핑센터들은 교회마저 밀어내고 문화적 가치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새로운메가몰(초대형 쇼핑센터)이 문을 열 때면,으레 중세 노트르담 성당이나 샤르트르 성당에서나 있었을 법한 화려한 의식이 거행된다.일부 항공사들은 포토맥 밀스와 같은 쇼핑 메카를 오가는 일괄 상품까지 내놓았다. 이 책은 이같은 소비중독 증상의 이면도 면밀히 살핀다.저자들에 따르면 ‘어플루엔자’는 전혀 새로운 질병이 아니다.인간에게 고대로부터 내재돼 있던 항바이러스가 “현대의 상업적 압력과 기술적 변화에 침식당함에 따라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전파됐다.”는 것이다.여기에 텔레비전의 보급과 PR산업의 발전은 ‘어플루엔자’의 확산을 부추겨왔으며 병의 심각성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방해해왔다는 설명이다. ‘어플루엔자’는 지구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마저 소비하게 하는 죽음에이르는 병이다.그러나 이 지독한 바이러스는 치료할 수 있다.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친 소유욕을 버리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는 소모적인 경쟁을지양함으로써 풍요로운 삶을 일궈냈다. 이 책이 제시하는 치료법은 검약생활 프로그램,자연에 접하는 야생생활,친환경적 제품개발,공동마을,‘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캠페인 등이다.최근 ‘본질로의 회귀’ 혹은 ‘단순한 삶’이 새로운 반성윤리로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1만 6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책꽂이/아들과 나 外

    ●아들과 나(고원정 지음) 축구를 소재로 가족의 화해과정을 그린 신작 장편소설.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던 조맹달은 고향 선배의 제안으로 작은 행사를준비한다.아버지팀과 아들팀으로 나누어 축구시합을 벌이기로 한 것.가족의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발상이 새롭다.동방미디어 8000원. ●꼬마 푸세의 가출(미셸 투르니에 지음,이규현 옮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프랑스 원로작가의 단편소설 14편을 수록했다.표제작은 숲을 갈망하는어린 소년과 자연을 거세하려는 아버지의 폭력성을 대비시킨 작품.파괴적인현대문명의 탈출구는 자연임을 상기시킨다.현대문학 9000원. ●성별(왕저우셩 지음,박명애 옮김) 50대 중반의 중국 여류작가가 쓴 자전적 소설.문화혁명 등 중국현대사를 거쳐온 여섯 자매의 각기 다른 삶을 그렸다.금토 9800원. ●어시스시리즈1·2(어슐러 K 르 귄 지음,이지연·최준영 옮김) ‘어시스 시리즈’는 현대 판타지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힌다고 한다.1권 ‘어시스의 마법사’,2권 ‘아투안의 무덤’과 과학소설 ‘빼앗긴 자들’ 등 저자의 소설세 권이 동시에 번역,출간됐다.황금가지.시리즈는 각 8000원,‘빼앗긴 자들’은 1만 2000원. ●플랫폼(미셸 우엘벡 지음,김윤진 옮김) 프랑스에서 태어나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작가가 지난해 발표한 장편소설.태국의 휴양지를 무대로 매춘과 섹스관광에 대한 비판,성을 매개로 한 인간의 실존문제,현대문명에 대한 냉소적통찰 등을 담고 있으며 작가의 반이슬람적 입장을 담아 논란을 불러일으킨작품.문학동네 8500원. ●늑대와 춤을(마이클 블레이크 지음,정성호 옮김)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주연한 동명 영화의 원작소설.인디언사회에 동화돼 가는 백인 장교의 미묘한 심리변화와 인디언들의 사고방식 등 영화로 표현하기 힘든 장면과 분위기를 글을 통해 새롭게 느낄 수 있다.아름드리미디어 9500원. ●크리스마스의 악몽(알퐁스 도데 외 지음,고봉만 편역)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삼은 유럽 유명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모았다.알퐁스 도데의 ‘음식을 탐하다’,모파상의 ‘악령에 들리다’,스티븐슨의 ‘사람을 죽이다’,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찰스 디킨스의‘크리스마스 트리’등 7편을 실었다.문학과 지성사 8500원. ●돼지에게 설교하다(아르망 파라시 지음,강주헌 옮김) 프랑스의 저술가가인간세계의 부도덕성과 환경파괴,잔인한 권력자 등을 동물에 빗대 경멸과 비난을 쏟아낸 풍자집.‘네안데르탈인 사건에 대한 짤막한 보고서’ 등 10편의 글이 실렸다.좋은글 7200원. ●크립토노미콘(닐 스티븐슨 지음,이수현 옮김) 책세상이 기획한 ‘메피스토 시리즈’의 여섯번째 소설(전4권).‘아바타’라는 인터넷 용어를 만든 작가가 제2차 세계대전과 현대 기술세계를 오가며 암호풀기 게임을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제목은 ‘암호의 서(書)’라는 뜻이며 1∼2권이 먼저출간됐다.각 9000원.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로저 젤라즈니 지음,김상훈 옮김) 1960년대 이후 판타지문학계에서 커다란 인기를 누렸던 미국 작가의 초기 중·단편 소설집.화성의 무희와 지구에서 온 서정시인의 사랑을 그린 표제작을 비롯,‘그 얼굴의 문,그 입의 등잔’ 등 17편을 실었다.열린책들 9500원. ●천 개의 절망을 이기는 한 개의 희망(김미림 지음) KBS1 FM ‘세상의 모든 음악’의 작가로 활동하는 저자의 산문집.평범한 일상에서 만나는 사소한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짧은 산문 89편이 실렸다.휴먼&북스 8500원. ●장희빈(윤승한 지음) 현재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방영되고 있는 장희빈을소재로 한 역사소설.1940년대 역사소설가로 이름을 떨쳤던 저자(1909∼1950)가 신문에 연재했던 것을 새롭게 엮었다.열매출판사 9000원. ●대산문화 9호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발행하는 문학교양지. 반년간으로 발행되는 이 잡지는 내년부터 계간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 [열린세상] 유권자에게 필요한 지혜

    선거전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불과 일주일 남짓 지나면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지금 유권자들의 지혜가 가장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잘못된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은 후보자가 아닌 유권자에게 있기 때문이다.먼저 부정적 정치광고에 속지 않아야 하고,사실과 추측을 혼동하지 말아야 하며,지역감정을 유발시키려는 전략에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를 헐뜯는’ 전략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일이다.현재 각종 신문과 TV에 후보들의 광고가 나오고 TV토론도 진행되고 있다.그 안의 메시지들을 잘 살펴 어느 쪽이 상대를 비방하는 데 더 열을 올리고 있는지를 잘 파악하고,그쪽에 표를 던지지 말아야 한다.다행히 흑색선전과 폭로전을 중단하자는 선언이 나오고,네거티브 전략이 표를 얻는 데 효과적이지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각 후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둔 긍정적 메시지보다 상대를 비방하는 부정적 메시지를 더 많이 생산해 낸다면,이것은 유권자들을무시하는 처사다.이제 유권자들은부정적 정치광고에 식상해 있다.긍정적인비전을 갈망하고 있다.이러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폭로전에 열을 올린다면,그쪽이 반드시 패배한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이 일깨워 주어야 한다. 지금 과열돼 있는 선거 입후보 당사자들에게 네거티브 전략을 멈추라고 해보아야 먹혀들지 않을 것은 뻔하다.이런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것은 우리 유권자들이 그런 전략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하는 후보가 아닌,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자.누가 폭로전에 덜의존하는지를 살펴보고 그 쪽에 표를 던지는 것이 깨끗한 선거를 앞당기는지름길이다.그 다음 우리 유권자들은 각 진영의 발언에서 사실과 추측을 혼동하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각 후보 진영에서는 불필요한,혹은부정확한 추측을 유발할 수 있는 발언을 삼가야 한다.적극적인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중요한 점은 유권자에게 ‘잘못된 추측’을 유발시키는 말을 하는 것도 소극적 거짓말에 속한다는 점이다. 선거운동 기간중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어떤 식으로든 여론조사 결과를 접할 때에도 겉에 보이는 숫자의 이면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한가지 예로,일부 여론조사 기관이나 언론사가 지지율과 함께 제시하는 당선 가능성이란 실제로는 ‘당선 가능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추측’이지 실제 당선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실제 당선 가능성은 유권자들의지지율로 결정되기 때문이다.유권자 전체를 대표하도록 표본을 잘 뽑았다면,예컨대 전화가 없는 사람이나 시골의 오지에 사는 할아버지·할머니들도 표집될 확률이 모두 같도록 잘 뽑았다면,지지율과 당선 가능성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야 정상이다.‘당선 가능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추측’에는 자신의의견뿐만 아니라 ‘타인의 의견에 대한 지각’이 포함되고,이것은 정확하지않을 때가 많다. 끝으로 지역감정을 유발시키려고 하는 전략에 절대로 넘어가서는 안된다.사람들은 집단 정체감이 뚜렷이 부각되는 상황에서는 실제보다 자기 집단의 의견을 더 극단적인 쪽으로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즉 실제로는 영호남 주민들이 출신지역을 그리 큰 변수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도 자꾸 특정 후보 진영에서 지역 변수를 강조하거나 전략적으로 어떤 지역에서 푸대접받은 것처럼조작한다면,사람들은 자기 집단의 의견을 실제보다 더 과장되게 ‘잘못’ 지각하고,그 결과 두 집단 간의 양극화가 발생한다.언론기관에서 어떤 두 집단 간의 갈등을 강조해 보도해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난다. 지역감정에 의존해 당선되려고 하는 사람은 진정 국가를 위하는 후보가 아니다.진정 국가를 위할 수 있는 대통령은 오직 자신의 당선만을 위해 망국병인 지역감정을 건드리지 않는다.우리 유권자들은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그리고 투표로써 보여 주어야 한다. 나은영 서강대 신문방송학 교수
  • 아미쉬 공동체/자연에 묻혀 사는 사람들...현대사회 미국 한복판서 16세기 농촌의 삶 그대로

    전통적인 검은 옷을 입고 땅을 갈아 농사 지으며 마차를 타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아미쉬(Amish) 사람들.이들은 16,17세기 유럽의 종교개혁 당시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신교도 중에서도 근본주의 경향이 가장 강한 사람들이다.현대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자연과 동화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사회에서는 개인주의보다 공동체 정신이,경쟁보다 협동이,물질적 소유보다 영성(靈性)이,능률적 노동보다 건강한 일이 더 높이 평가된다.그들은 300년 넘게 미국에 살면서도 자신들을 제외한 미국인들을 ‘영국인(English)’이라부르고,자신들의 고향이었던 남부 독일과 스위스의 독일어 사투리를 쓰면서일반 미국인들과 철저하게 다른 삶을 추구한다.그들에게 미국인은 미국이라는 땅에 사는 사람들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현대 문명인을 상징하는 뜻이 한층 강하다.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로 간주되는 아미쉬가 왜 지금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나아가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적 삶의 형식으로까지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최근 출간된 ‘아미쉬 공동체’(브래드 이고 엮음,생태마을연구회 옮김,들녘 펴냄)는 아무런 종교적 편견없이 아미쉬의 본모습을 들여다보게 하는 인생지침서다. 아미쉬가 미국에 건너온 초기,그들의 정착지 가운데 가장 큰 것은 펜실베니아였다.역사가 쌓이고 사람도 늘어나면서 정착지는 여러 곳으로 퍼져나갔다.아미쉬 사람들은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해 오하이오,인디애나 등지에 많이 살고 있다.그밖에 미국 여러 주와 캐나다,그리고 최근엔 남미로 이주해 사는사람들도 꽤 있다.이 책은 이러한 아미쉬 사람들이 직접 쓴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그들만의 희망과 좌절,극복의 드라마가 담겨 있다. 아미쉬에는 여느 종교집단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점들이 있다.그들은 굳이선교활동을 하지 않는다.자기 스스로 신념에 찬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의미있는 선교활동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자신의 육체와 삶이 바로 교회이고 신의 말씀이라고 믿기에 몸과 가정을 올바르게 꾸리는 데 힘을 쏟는다.그래서 그들에게는 교회이기주의가 없다.예배당도 없다.집이 교회이고 일하는밭이 교회이며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 또한 교회다. 아미쉬의 삶은 한마디로 반(反)문명적이다.그들은 자동차 대신 마차를 끌고 다니며,남자는 구레나룻과 수염을 기르고 여자는 미사포 같은 두건을 두르고 다닌다.전기,전화,텔레비전,라디오,신문 등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것은 물론이다.그들은 왜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거부할까.자동차를 예로 들면,그들은 이것을 결코 편리한 도구로 여기지 않는다.자동차가 있으면 먼 데까지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것 때문에 오히려 가지 않아도 될 곳까지 다니느라 연료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고 본다.그들은 세상에서 진정으로 참된 노동은 농사라고 말한다.농사야말로 가장 생산적이고 주체적이며 신에게 근접할 수 있는 가치있는 노동이라는 것이다.그들이 어떤종류의 정부농업보조금도 거부,자신들의 대표를 의회에 보내 사회보장제도의 대상에서 빼달라고 청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미쉬는 이제 세상에 많이 알려져 그들이 사는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다.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영화 ‘위트니스’의 무대도 바로 아미쉬 공동체다.무례한 구경꾼들에 의해 아미쉬는 종종 ‘이상한 동물’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실제로 아미쉬는 비폭력평화주의자다.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뺨을 내놓으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른다.자기들이살기 위해 남을 해치는 법이 절대로 없다.심지어 정당방위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 책은 아미쉬 사람들이 직접 쓴 만큼 무엇보다 그들의 진솔한 목소리를들을 수 있다는데 미덕이 있다.책을 읽다보면 그토록 폐쇄적인 신념을 가진이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이처럼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을까 의아스러울 정도다.그럼 점에서 이 책은 도덕적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준다.지난 99년 미국의 국제매체페스티벌 책부문에서도 그런 면이 고려돼 권위있는 ‘에인절상’을 받았다. 이 책은 또한 아미쉬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털어버리게 만든다.아미쉬 사람들이 냉혹하고 과거지향적인 형식주의와 고루함에 스스로 빠져 있다는 말은어디까지나 편견에 속함을 알 수 있다.물질문명이 고도화할수록 인간은 영적인 삶을 갈망한다.현대인의 정신적 귀의처,생태적인 삶의 본향이 바로 아미쉬 마을이다.1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밀레니엄]水素경제 지구촌 패러다임 바꾸나

    신세기 벽두에 전쟁 소문이 무성하다.테러리즘을 박멸하겠다고 부시가 나섰다.그러나 전략가들은 본심이 석유에 있다고 꼬집는다.‘자원전쟁’이 핵심이라는 이야기다.지구 온난화로 곧 재앙이 닥친다고도 한다.20세기 들어 지표면 온도가 화씨(℉)로 1도 이상 올랐다.킬리만자로 정상의 만년설도 75%나 녹았고,15년 내에 완전히 사라진다고 한다.북극의 빙하도 계속 녹고 있다. 정말 신세기는 어지럽다.그런데도 베스트셀러 저술가 제레미 리프킨은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모든 문제를 수소(水素)가 해결해 줄 것이라고 자신있게말한다. 수소경제는 중앙집권적 권력시스템과 에너지 갈등체계를 바꾼다. 에너지 전쟁은 사라지고 평화의 시대가 도래한다.발전도상국들에게도 경제적 기회가도래할 것이다.빈국과 부국의 경제적 격차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우선 기로에 선 화석연료 시대를 진단한다.첫째,화석연료의 시대가 종언(終焉)을 고하고 있다는 것이다.전문가들에 따르면 원유의 매장량은 2010년쯤 벨 커브의 정점을 지난다.따라서 이 시점부터 유가는 급상승할 것이다.천연가스도 2020년쯤 정점을 통과한다.게다가 지금처럼 에너지를 소비하면 2040∼2060년 유정(油井)은 동이 난다.둘째,더욱 치명적인 것은 원유 매장량의 65%가 중동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이 지역은 이슬람근본주의가 기세를 더하고 있는 터여서 구미 각국의 이해와 관계없이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독재와 부패한 왕정이 지배하는 이 지역은 선거정치와 민주화가 진행된다고 해도 그것은 신정(神政)국가화를 위한 이행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구미 전략전문가들의 고민이다.이런 두가지 조건때문에 구미 각국이 당장이라도 쓰러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아직 석탄,중유,타르모래와 같은 ‘더러운 화석연료’는 충분히 있다.기름 대신 석탄으로 발전소를 돌리고,가스난방 대신에 구공탄을 때면 된다.하지만 문제는 지구가 견딜 수 없다는 데 있다. 번째 문제로 넘어가보자.리프킨은 20세기 인류의 최대 성취가 지구온도를 1도 이상 높인 것이라고 비꼰다.‘온실효과’로 일컬어지는 지구 온난화는 수만년 동안인류가 할 수 없었던 일을 100년 내에 완수한 쾌거라고 한다.빙하가 녹아서 수면도 10∼20㎝ 상승했고,기후대도 전체적으로 북상하고 있다.농업을 따지면 북반구는 이득이고 남반구는 손해지만,문제는 대지 ‘가이아’가 신음을 하고 있어,맘모스가 사라졌던 시절처럼 기상급변에 따른 재앙이초래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기로에 서있는 인류에게 전혀 해결책이 없는 것일까? 그는 ‘수소경제’야말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비방(^^方)이라고주장한다.1874년 쥘 베른은 소설 ‘신비의 섬’에서 “석탄시대가 끝나면 물이 미래의 석탄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쓴 바 있다.수소와 산소의 결합체인 물을 분해해서 에너지로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다.석탄시대 다음에 석유시대가 왔으니 베른의 예견은 빗나갔지만,‘물의 시대’가 실현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석유시대의 영웅 헨리 포드의 증손자인 빌 포드도 최근자신있게 “수소-연료전지가 내연기관이 지배한 100년의 역사를 종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미 자동차 업계는 수소와 연료전지로 달리는 차세대 자동차의 시제품을 출하하며 개발경쟁에 돌입했다.수소와 연료전지로 에너지체계를 다시 짤 경우 이득은 막대하다.수소는 무한정 널려 있기 때문에 공급 애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클린에너지이므로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걱정도 필요없다.그렇지만 현 단계의 애로사항은 수소 생산가격과 수소경제로 이행하는데 소요되는 인프라 구축비용이리라. 현재 수소를 생산하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은 천연가스에 증기를 쏘는 것이다.이보다 깨끗한 방법은 전기분해법이다.전기분해법을 수소 대량생산에 응용하려면 전기를 값싸게 공급해야 한다.이를 위해 대체에너지로 각광받는 풍력,태양광,수력,지열,바이오매스 등을 이용한 저렴한 전력생산 기술이 나와야 한다.아직은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비용이 훨씬 싸다.하지만 유가가 오르고 매장량이 고갈될수록이 분야에 투자와 개발이 활기를 띨 것이고,생산비는 급속도로 떨어질 것이다. 프킨은 ‘수소 문제’는 ‘닭과 달걀의 문제’라고 요약한다.수소의 생산과분배 흐름을 담당할 인프라 구축에 정부가 적극 나선다면 기업과 소비자들이 따라갈 것이라고 말한다.미국의 경우 1000억 달러가 소요될 인프라 구축에정부가 앞장서야만 한다.그러나 유럽과 달리 미국 정부는 냉담하다.자동차업체들도 수소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하므로,일단 하이브리드(혼합)형 자동차개발에 주력한다.거액을 투자해 순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생산해도 불편없이 이용할 인프라가 없다면 누가 사겠느냐고 반문한다.여기서 리프킨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그 다음 이야기는 수소경제가 도래하면 생길 수 있는천국의 풍경이기 때문이다.그래도 흥미로우니 계속 들어보자. 1999년에 아이슬랜드는 2020년을 목표로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대체에너지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실천에 옮기고 있다.하와이도,EU(유럽연합) 국가들도 대체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몇몇 나라는 조만간 성과를 보게 될 것이다.리프킨이 주목하는 것은 수소경제가 화석연료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문명사적인 혁신 가능성이다.주지하다시피석탄과 철도,석유와 자동차는 놀랄만큼 시간과 공간을 압축시켰다.이 속에서 근대국가와 기업은 위에서 아래를 통제하고 지도하는 고도의 중앙집중적 권력장치로 자리잡았다.국민국가들은 문명의 밥줄이라고 할 수 있는 자원의 지배를 둘러싸고 각축을 벌였다.그것이 곧 전쟁으로 점철된 20세기,곧 ‘지정학의 시대’였다. 그러나 수소경제는 이런 중앙집권적 권력시스템과 에너지 갈등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꾼다.수소와 연료전지를 결합한 자동차는 수송기기 개념을 넘어선‘달리는 발전소’이기도 하다.평균 20㎾를 생산하는 이 발전소는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꾼다.사람들은 인터넷 월드와이드웹(WWW)처럼 자신이 생산한 전기를 주차중인 시간에 팔 수도 있고,집에 저장할 수도 있다.지구상의 자동차 7500만대가 모두 소형 발전소라고 생각해 보라.이를인터넷 WWW과 같이 수소에너지웹(HEW)에다 집어넣고 서로 교환한다고 해보자.끊어지지 않는 에너지는 정전의 위험을 없애 줄 것이고,지구온난화도 사라질 것이다.더 이상 중동 산유국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된다.에너지 전쟁은 사라지고 평화의 시대가 도래한다. 명의 패러다임도 바뀐다.HEW로 에너지를 상호교환,판매하는 민주적 체제가도래한다.소비자들은 자신에 맞는 에너지 생산 및 소비체계를 주문할 수 있을 것이고,전세계 에너지 시장을 농단하는 국제석유 메이저들이나 대형 발전회사들은 연료전지나 팔고 수소통이나 교환해 주는 서비스 업체로 전락할 것이다.수소의 생산비는 100년 내에 거의 제로수준에 도달할 것이라 한다.그렇다면 에너지 결핍에 허덕이던 발전도상국들에게도 훨씬 많은 경제적 기회가도래할 것이다.빈국과 부국의 경제적 격차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리프킨은 수소경제가 내부적으로는 아래로부터 위로 향한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고,대외적으로는 자원의 지배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을 종식시킬 것이라 본다.또 ‘바이오권력정치’(Biospherepolitics)의 시대가 도래하리라 예견한다. 리프킨은 석유전쟁에 나선 부시를 과거집착형이라고 비판하지만,아직까지‘지정학의 종언’은 슬로건에 불과하다.바이오권력정치는 바람직한 미래이지만,여전히 생산비용을 따지는경제논리가 우리를 잡아당긴다.다만 “수소는 새로운 에너지”라고 착각하지 말 일이다.수소는 에너지를 담는 그릇(Energy Carrier)일 뿐이라는 것이다. 리프킨이 그리는 ‘수소혁명’이 과연 20∼30년 내에 도래할까?자원과학자들은 회의적이다.그러나 2020년쯤이면 수소-연료전지,풍력 터빈,태양광 전지가 생산하는 에너지의 비중이 제법 높아져 있을 것이다.이 책은 현실과 갈망이 뒤섞인 분석이지만,탁월한 통찰력과 문명사적 비전 제시로 독자들을 매료시킬 것이다. 이성형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제레미 리프킨/'엔트로피'등 저술 미래학자,경제학자,환경전문가,과학기술저술가,사회운동가,사상가 등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에게는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지구의 미래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위해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천착해온 그의 왕성한 활동 때문이다. 경제동향재단(The Foundation on Economic Trends·FOET)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다작(多作)으로도 유명하다.20여권의 저서중 대부분이 베스트셀러반열에 들었다. ‘엔트로피’ ‘노동의 종말’ ‘생명권 정치학’ ‘바이오테크 시대’ ‘소유의 종말’ ‘육식의 종말’ 등은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소유의 종말’에서 인터넷혁명으로 소유보다 접속이 더 중요한 시대로 바뀌고 있으며,이런 문화자본주의가 인간관계를 상업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육식의 종말’에서는 육식이 가져오는 지구 황폐화를 경고했다.채식주의자인 그는 25년전부터 육류와 생선을 먹지않고 있다. 그의 저작과 연설은 항상 뜨거운 논쟁을 일으켜 왔다.평가도 극단적으로 엇갈린다.그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논리적 근거가 약하고,대안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급진적으로 대중을 선동한다고 말한다. 미래의 정보·과학 사회를 지나치게 잿빛으로 본다는 비난도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과학계에서 가장 증오받는 인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1945년생으로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등에서 경제학·국제관계학 등을 전공했으며 77년 FOET를 세웠다. 김태균기자 windsea@
  • 문학사상사 올해 문학상 받은 재미작가 오정은 “이민생활 정체성 찾으려 소설 몰입”

    “날지 못하는 펭귄을 통해 자아를 확인하려 고뇌하는 교포들의 갈망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문학사상사의 올해 장편소설 문학상은 의외로 ‘펭귄의 날개’(문학사상사)를 쓴 재미교포 여류작가 오정은(36)씨에게 돌아갔다.더 놀라운 것은 그가 이 작품 이전까지 단 한 편의 소설도 발표하지 않은 신진이라는 점이다.실제로 그는 “따로 소설수업은 받지 않았으며,한국에서 살았던 초등학교 시절,주변에서 글쓰는 데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15살 나던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뒤 모든 교육과정을 미국에서 마쳤다.뉴욕 폴리테크닉 공대를 거쳐 시러큐스대 대학원을 마치고 지금은 IBM 본사 금융지원사업부에 근무하는,엔지니어 출신 프로젝트 매니저이다. 시상식 참석차 서울을 찾은 그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가끔 영어 산문을 쓴 적은 있으나 소설은 이번 수상작이 첫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20년이 넘게 미국에서 생활하면서도 그는 모국어를 잊지 않았을 뿐 아니라 끈질기게 소설문학을 천착,국내의 기성작가들도 다다르지 못한 장편소설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그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기쁘다.언어와 관습이 다른 미국에서 힘겹게 글을 쓰는 제게 큰 격려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가운 것은 국내 신진 작가들이 대부분 시류에 반한다며 애써 기피하거나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기 일쑤인 장편소설에서 새로운 재원을 발굴했다는 점.심사를 맡았던 김윤식 교수는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근원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유려한 문장으로 완화시킨,강렬하고 은밀한 매력을 갖춘 작품”이라고 평했다. 소설을 창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냐는 물음에 “소설의 배경이 미국이고 등장인물이 교포 2세여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미국적 정서를 우리말로 정확하게 끄집어내는 일이 어려웠다.”는 오씨는 “그동안 많이 달라진 한글 맞춤법과 부쩍 늘어난 외래어를 소화하기도 무척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소설속 주인공인 한국인 2세 예리는 탁월한 실력으로 미국 사회에서도 촉망받는 대기업의 프로젝트 매니저. 그러던 어느날 그녀의 열정과 열망은 ‘펭귄 콤플렉스’(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새)로 바뀌고,이런 혼란 중에 약혼자가 뜻밖의 죽음을 맞게 된다.이런 왜곡된 상황 속에서 예리는 점차 사랑의 의미를 깨우치고 또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 간다. 오씨는 자전적 소설이냐는 물음에 직답은 피했지만,그에게도 ‘펭귄 콤플렉스’는 전혀 다른 사람의 일일 수 없지 않을까.대답은 의외로 긍정적이었다.“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인종 편견이 덜한 나라”라는 그는 “한국 어린이들이 처음에는 백인과 똑같은 조건에서 생활하다가 나중에 피부색까지 같을 수 없다는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으나 어쩔 수 없는 차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이민자들이 느끼는 콤플렉스는 자신이 생활하는 동부보다 중·서부 쪽이 더 심한 것 같다.”는 그는 “아직도 KKK단 같은 극단적 인종차별집단이 존재하지만 그들로부터 생활이 직접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당사자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에 집착하고 또 열정적인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30대를 갓 지나면서 한차례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으며,이것이 문학으로 몰입하게 된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고 털어놨다.“그냥 살면 괜찮은 삶인데도 뭔가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느낌을 견디기 어려웠다.”며 “문학을 통해 직장이나 가정에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확인하는 일이 기쁘다.”고 말하는 그다. 오씨는 “직장 때문에 주로 밤시간을 토막내 글쓰기를 하고 있으며,남편도 자신의 일을 잘 이해해줘 가정적으로는 힘들지 않다.”고 말하고 “돌아가서는 자아발견을 다룬 단편을 써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펭귄의 날개는 ‘절망’의 상징이지만 적어도 그는 그 날개에서 ‘희망’을 본다.그의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펭귄은 새지만 펭귄이기에 날지 못한다.하지만 펭귄은 날개를 움직여 빠르게 거센 물결을 헤치고,빙하 위로 미끄러지며 남극을 가로지른다.매년 두 달동안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방랑의 길을 떠나지만 언제나 사랑하는 짝을 찾아 다시 남극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펭귄에게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 2002 한국시리즈/ 삼성, 또 KS 징크스 ?

    삼성의 한국시리즈 악몽이 또 꿈틀거리고 있다. 21시즌 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첫 정복을 노리는 삼성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지난 3일 1차전에서 4-1로 승리할 때만 해도 “드디어 우승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그러나 2차전에서 1-3으로 패하자 모든 사람들이 삼성의 한국시리즈 징크스를 들먹였다. 승부의 세계에선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경기 내용이 문제였다.페넌트레이스 동안 막강 화력을 자랑한 삼성의 타선은 2차전에서 단 1개의 안타밖에 뽑아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삼성 관계자들은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추위 때문이라고 자위했지만 개운치가 않다. 특히 지난해와 상황이 너무나 비슷해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1,2차전 경기 상황도 그렇고 상대 팀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친 팀이라는 것도 지난해와 같다. 지난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홈구장에서 열린 1,2차전에서 낙승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두번째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결국 이게 빌미가 돼 2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당시 삼성은 ‘우승제조기’ 김응용 감독을 영입했고 전력에서도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징크스 앞에선 맥을 추지 못했다. 삼성 김응용 감독은 2차전 패배 뒤 “지난해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며 말문을 막았다.삼성 관계자들도 “그래도 올해는 다를 것”이라면서 자위했다.그렇지만 얼굴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징크스는 프로야구 원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지난 82년 두산(당시 OB)에 1승1무4패로 무너지면서 악몽은 시작됐다.이후 지난해까지 통산 7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번번이 우승문턱에서 주저앉는 불운을 겪었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용병 투수 나르시소 엘비라의 선전이다.1차전 선발로 나온 엘비라는 9회 1사까지 던지면서 단 1실점으로 버텨 팀에 기분좋은 첫 승을 안겼다.지난해에도 발비노 갈베스라는 걸출한 용병 투수가 있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방어율 15.00이라는 최악의 투구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엘비라는 4차전과 7차전에서도 선발로 나설 예정이다.삼성으로서는 ‘엘비라=승리’라는 등식이 성립되길 간절히 갈망하는 눈치다. 여기에다 페넌트레이스 이후 긴 휴식으로 타격감이 떨어졌던 선수들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제페이스를 되찾을 것으로 믿고 있다. 매년 우승후보로 꼽히면서도 단 한 차례도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지 못한 비운의 호화군단 삼성.삼성이 올해는 ‘7전8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준석기자 pjs@
  • [씨줄날줄] 백야

    영화 ‘백야’(white night·1985년작)는 공연 여행 중 러시아에 불시착한 소련 출신의 망명 발레리나와 인종 차별이 싫어 소련을 택했던 미국 출신의 흑인 탭 댄서의 운명적 조우와 우정,그리고 극적인 탈출 등의 구도가 아름답고 긴박감 넘치게 펼쳐진다.배신한 조국 러시아에 다시 갇힌 발레리나의 절망과 갈등이 질식할 것 같은 순백의 ‘백야’ 이미지와 맞물려 묘한 긴장감을 더하게 했다.특히 주연을 맡았던 소련 출신의 세계적인 망명 발레리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흑인 탭 댄서 그레고리 하인즈의 남성미 넘친,격정적이고 현란한 춤의 경연은 영화 팬들에게 깊고 긴 잔영을 남겼다. 하얀 밤속에 자신의 내면을 풀어 낸 전시회가 서울 인사동의 한 화랑에서 열리고 있다.청송 교도소 장기수 8명이 꾸민 ‘백야 2002’이다.밤새 불을 켜 놓는 장기수 감방의 상황을 은유해 작품전 이름을 달았다고 한다.유리병 속에 갖힌 자신과 목탁 안에서 고개만 내민 다람쥐,창살에 걸린 시계,탁자에서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붉은 사과 등 60여점의 그림엔 자유에 대한 갈망이 담겼다.그림은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 갇힌 심상이 투영된 데다 연필(콘테)만으로 그려져 다소 음울하고 경직된 느낌을 준다.하지만 진솔한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는 게 평론가들이나 관람객들의 평이다. 이들 작품은 다음 달 초 광주 나들이에 이어,내년엔 뉴욕 화랑가에 전시된다고 한다.전시회는 3년여 그림 지도를 한 캐나다 교포의 노력으로 이뤄졌다.그는 “이들이 훌륭한 화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도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들과 미술의 만남은 우연이었을까,필연일까.그림이라는 통로를 통해 자신을 세상에 드러낸 이들의 정진이 기대된다.먼 훗날 전시회에 자유롭게 자리를 할 수 있게 될 때 이들에게 ‘백야’는 절망의 긴 터널에서 만난 길잡이로 기억될지 모르겠다.시인 이응준은 20대의 어두웠던 방황의 극복을 ‘그대’에서 함축적으로 표현했다.‘밤은 검어야 할 텐데/그래야 될 텐데/오늘은 이상하다/너무 환해서 눈이 멀 것만 같다/백야에서 나는/수만 그루의 흰 빛 나무들로 서 있는/오직 하나의 흰빛 나무만을 본다.’ 최태환 논설위원
  • [열린세상] 브라질 룰라의 도전과 희망

    아직도 그에겐 넘어야 할 봉우리가 하나 남아 있다.지난 일요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에서 노동자당의 후보 룰라는 예상대로 47%를 얻었다.2위를 기록한 여당후보 세하가 얻은 표의 두 배다.이어 가로팅유 후보는 17%,고메스 후보는 12%를 얻었다.룰라는 야당 전체의 표 76%를 목표로 결선투표에 임하겠다고 선언했고,후보들과 협상에 들어갔다.중도좌파인 고메스는 이미 룰라 지지를 표명했다고 하고,가로팅유는 룰라가 보수우파 출신인 부통령을 배제한다면 지지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오는 27일 결선투표의 관건은 룰라가 어느 정도 압승을 거두느냐가 될 것이다. 세계의 좌파들은 이번 선거가 신자유주의 기류에 대한 거부표시로,‘좌파정치의 부흥’이라고 해석하고 싶어한다.그러나 룰라와 노동자당이 진정 이룩한 것은 정치,문화적 차원의 혁신이다.그들은 브라질에서 가장 근대화된 정당을 만들었고,그동안 지방정치에서 이룬 성과로 신뢰도를 높였다.그런 점에서 47%의 지지도는 정치혁명의 표현이자,‘신뢰감의 투표’이다. 오랫동안 커피생산이 주였던상 파울루와 리우 데 자네이루,목축업이 강했던 리우 데 그란두술이 대권을 나누는 식의 ‘커피와 크림의 정치’가 지배했던 나라였다.뒤이어 대중 선거가 활성화된 민중주의 시대에는 선동가들과 나눠먹기식 분배 규범이 정치를 지배했다.정당은 정치인들과 선동가들의 카페였고,거래소였다.결국 혼란을 종식시키고자 군부 엘리트들이 개입했다.이들은 성장을 담보로 권력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려 했던 군부 권위주의 체제를 제도화했지만 대중들의 민주화 열망을 꺾지 못했다. 민선정부의 정치는 역설적이지만 퇴행성 징후를 보였다.엘리트들의 해묵은 나눠먹기 정치가 부활되었다.1998년 외환위기도 대통령과 주지사 사이의 힘겨루기의 결과물이었다.선거는 엘리트들만의 축제였다.선거 때마다 대중매체와 기득권층은 바깥 세계와 시장의 압력을 핑계삼아 국민을 위협하는 ‘협박의 정치’를 적절히 활용했다.그리고 나서는 국부를 나눠 먹었다.국부를 내외 민간기업으로 넘기는 메커니즘으로 민영화가 활용되었다.반면에 룰라와 노동자당은 강령에 입각한 깨끗한정치로 국민들을 설득해 갔다.이들이 장악했던 주,시의 지방행정은 괄목할 만큼 개선되었다.보건,교육,복지 부문에서큰 성과를 내었다.룰라의 이번 득표는 국민들이 그와 노동자당에 보인 신뢰감을 반영한다. 두 번째,이번 득표는 ‘거부의 투표’가 반영됐다.집권여당의 후보 세하는 카르도주가 8년 간 실천했던 신자유주의 개혁노선의 연장을 의미한다.8년 동안 브라질 경제는 개방과 개혁을 거듭했지만 결국 내외 금융권만 살찌웠고,생산자와 소비자들은 별로 혜택을 보지 못했다.엘살바도르만한 크기의 라티푼디움을 소유한 대지주들이 여럿 있지만,농촌은 가난한 무토지 농민과 노동자들로 들끓고 있다.좌파 종속이론가로 이름을 날렸던 카르도주대통령도 자신이 학자시절 외친 농지개혁을 실천할 수 없었다.집권여당 후보의 지지도가 24%에 머물고,근본적인 변화를 갈망하는 표가 76%에 이른 것은 바로 ‘거부의 투표’가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세 번째,‘자부심의 투표’이기도 했다.그는 1억 6000만 브라질 국민들에게 잠재화된 민족주의 심리를 자극했다.미국이 주도하는 ‘미주자유무역협정’에서 떳떳이 협상하여,받아낼 것은 받아내겠다는 자신감에 찬 발언으로 표를 모았다.남미남부공동시장(메르코수르)을 강화하여 지역 헤게모니의 입지에서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아이디어는 내수시장의 대기업인들까지 감동시켰다.기업인 500인은 그의 비전과 리더십에 반하여 지지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그에게는 견뎌야 하는 연옥의 18일이 남아 있다.1월에 달러당 2.3헤알 하던 것이 ‘룰라변수’를 반영했다고 하는 3.4를 넘어 4헤알에 이르리라고 한다.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투기꾼들의 공세가 이미 시작되었다.그 가운데는 “룰라는 곧 디폴트”라고 공격한 조지 소로스의 돈도 숨어 있을 것이다.27일까지 기다려 보자. 이성형 세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 책/ 롤프 하우블 지음,시기심-‘시기심’ 꼭 나쁘기만 한걸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누군가가 나보다 잘 되면 시기심을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일 터.하지만 그 시기심이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독일의 심리학자인 지은이는 이 단순해 보이기만 하는 ‘시기심’에 돋보기를 들이댄다.시기심에 관해 뭐 그리 할 말이 많을까 싶지만,저자는 정의부터 그 감정을 이용하는 법까지 400쪽 가까운 분량으로 시기심론(論)을 주절주절 풀어낸다.도덕이 아닌 과학으로서의 시기심이다. 그러다 보니 시기심은 감추어야 할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다.‘나는 시기하지 않는다’라는 부제처럼 사람들은 대부분 남을 시기한다는 사실을 부인하거나 숨기지만,저자는 시기심이라고 다 똑같지는 않다고 주장한다. 시기심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적대적인 시기심’은 자신이 갈망하는 재산을 타인이 소유한다는 사실에 화를 내는 경우.‘우울한 시기심’은 상대방이 정당하게 재산을 소유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신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고 생각할 때 생긴다.‘야심에 찬 시기심’을 가진 사람은 상대를 인정하면서 자신도 그처럼 되고자 노력한다.마지막으로 ‘분노에 찬 시기심’은 상대방이 재산을 정당하지 않게 소유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을 때 나타난다. 이러한 분류를 토대로 저자는 역사·문학·종교·신화·광고 등에 나타난 온갖 시기심을 분석해 낸다.예를 하나 들어 보자.바그너는 1850년 갑자기 유대인의 전통음악을 비방하는 글을 출판한다.명예욕이 강한 그는 당시 비평가들에게서 호평을 받지 못했다.반면 유대인 출신인 작곡가 마이어베어는 바그너가 꿈꾸던 성공을 이루었다.바그너는 적대적인 시기심으로 실패에 따른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낸 것. 이처럼 시기심은 원한·복수·냉소 등 주로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이런 감정의 표출이 적대적인 시기심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이를 참는 힘을 키우거나 어떻게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긍정적인 시기심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처럼 시기심의 다양한 성향을 파악해 이에 맞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책의 핵심.적대적인시기심과 달리 야심에 찬 시기심을 가졌다면 이를 정당한 자기발전의 계기로 삼으면 되고,근거를 보여줄 수 있다면 분노에 찬 시기심을 보여주는데도 인색할 필요가 없다. 이같은 시기심에 대한 다층적인 분석은 사회현상을 하나의 잣대로 해석하면서도 단순 도식에 빠지는 오류를 피해간다.보수주의자들은 계급투쟁을 못 가진자의 시기심으로 해석하지만,저자의 논리에 따른다면 이는 오히려 분배가 정당하지 못할 때 이를 바꾸는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책은 다양한 독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매력을 지녔다.시기심은 적든 크든 누구나 갖는 감정이기 때문에 저자의 분류는 자신의 마음상태를 탐색하고 처세술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다양한 학문과 예술을 아우르는 박학다식함은 지적 만족감을 채워줄 수 있다.인간이란 복잡한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까지도 가능하다.1만 6500원. 김소연기자 purple@
  • 18일 개봉 몬스터 볼/ 가슴이 턱 막히는 슬픔 아픔뒤 만나는 ‘삶의 진실’

    아픔만큼 성숙해진다는 오래된 유행가 가사처럼,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은 인간을 변하게 만들기 마련이다.하지만 그 가슴이 턱 막히는 고통 없이도 인간이 성숙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흑인배우 할리 베리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몬스터 볼’(Monster’s Ball·18일 개봉)은 끝없는 절망의 깊은 우물을 휘젓고 다니는 영화다. 인생이 마냥 즐겁기만 한 사람이라면 발길을 돌려라.하지만 기억하기조차 싫은 슬픔을 가슴에 꾹꾹 눌러 담고 사는 사람에게는,생채기를 끄집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영화다. 사형수인 남편 로렌스(퍼프 대디)를 11년째 면회해 온 레티샤(할리 베리).이젠 지쳤다며 쌀쌀맞게 남편을 대하지만 속마음은 다르다.불안하게 담배를 피우며 다리를 떠는 레티샤의 모습은 초조하기만 하다.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남편.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대를 이어 사형집행관이 된 행크(빌리 밥 손튼).흑인을 경멸하고 아들을 나약하다고 구박하는 전형적인 남부 출신 사내다.하지만 로렌스의 사형집행날 구토를 한 아들을 나무라다가,눈 앞에서 아들이 자살하자 그의 삶은 바뀐다. 어찌 보면 신파인데다,지나치게 우연에 의존한 스토리 전개는 느슨하다.레티샤의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날 하필이면 그 자리를 지나간 사람은 행크였고,그 행크는 하필이면 레티샤 남편의 사형집행관이라니.게다가 둘 다 아들을 잃은 슬픔까지 공유하니 기막힌 우연의 연속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영화는 그 우연을 운명으로 뒤바꿀 만한 힘을 가졌다.둘의 만남은 우연일지 모르지만,둘을 연결하는 감정의 소통은 그 어떤 영화보다 강렬하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달라고 애원하는 레티샤와,같은 무게의 슬픔을 안고 사는 행크가 벌이는 거칠고도 슬픈 섹스는,양념처럼 가미되는 보통의 섹스 신과 차원이 다르다.둘의 섹스는 모든 가식을 집어던진 가장 정직한 소통이자 갈망이요 위로다. 이후 레티샤와 행크가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은 로맨틱 영화처럼 알콩달콩하게 그렸다.영화적 재미를 고려한 셈.하지만 그보다는 흑인을 경멸하다 흑인여자와 몸을 섞고 사랑을 느끼는 행크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더 흥미롭다. 비싼 대가를 치른 뒤에야 얻게 된 진실.결코 깨질 것 같지 않은 독단과 편견의 껍질에 갇혀 살아가는 인간이란 존재에 관해 성찰하게 한다.저런 아픔을 겪지 않고도 성숙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아쉽게도 인간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그 쉽지 않은 변화를 표현해 낸 빌리 밥 손튼의 연기가 완벽에 가깝다. 아들에 관한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웃다 울다 섹스로까지 이어지는 장면에서 할리 베리의 연기도 숨이 막힐 정도로 실감난다.이 둘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을 영화. ‘몬스터 볼’은,영국에서 사형 집행 전날 밤에 사형수에게 열어주는 파티를 뜻한다.선댄스영화제 출신의 서른한살 젊은 감독 마크 포스터가 연출을 맡았다. 김소연기자 purple@
  • 편집자에게/ 선관위 공영제안은 시대착오적

    -‘새 선거법 후보차별 논란’기사(9월8일자 1면,5면)를 읽고 지난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선거공영제안은 한마디로 선거 자체를 죽이고 민주노동당을 고사시키겠다는 폭거와 다름없다. 지난 7월28일 발표된 전향적인 개정의견과는 달리 정당의 정강정책 신문광고의 국가부담 대상과 공영방송사 무료 연설 대상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으로 제한한 것은 기성정당만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선거 후보의 기탁금을 현행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은 돈많은 후보에게만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이는 우리 정치의 근본적 개혁과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여망을 정면으로 짓밟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2% 이상의 득표를 한 정당에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상황에서 선관위가 선거공영제의 적용 대상을 사실상 원내교섭단체로만 한정한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고 시대착오다. 만약 중앙선관위의 의견대로 정기국회에서 입법화가 된다면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8.13%의 지지율로 당당히 제3당으로 부상한 민주노동당은 원내교섭단체가 아니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선거공영제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실상 대선을 포기해야 하는 비극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축제의 날에 자행된 이 정치적 폭거를 분쇄하기 위해 나설 것이다. 이상현/ 민주노동당 대변인
  • “깊은 러프를 극복하라”,APGA 신한동해오픈 내일 티 오프

    국내 남자골프대회 가운데 메이저급으로 꼽히는 제20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5억원)이 29일부터 4일간 경기도 안산시 제일CC(파72·6978야드)에서 열린다. 올해부터 아시아프로골프(APGA)정식 투어에 편입된 이 대회의 우승상금은 1억원이며,유럽과 아시아 투어 등에서 활약하는 156명이 출전한 칼텍스 싱가포르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APGA 상금랭킹 1위에 나선 아준 아트왈(인도)과 상금 2위 타마눈 스리로즈(태국)가 상금왕을 겨냥,우승에 욕심을 내고 있다. 국내 선수로는 박도규(테일러메이드) 최광수(코오롱) 강욱순(삼성전자) 신용진(LG패션) 등이 우승을 호언한다. 또 일본프로골프(JPGA) 투어 히로시마오픈을 정복한 허석호(이동수패션)와 데뷔 첫 우승을 갈망하는 김대섭(성균관대) 등도 우승 후보로 꼽힌다. 국내골프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깊고 질긴 러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주최측은 이 대회를 위해 지난 6월부터 페어웨이 바로 옆 러프를 10㎝이상 길렀고 헤비러프에는 무릎까지 빠지는 50㎝ 길이로 ‘특별관리’했다.공이 러프에 빠지면 웨지나 쇼트아이언이 아니면 빼내기 어려워 1∼2타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주최측은 러프에 빠진 공을 찾아주는 ‘포어캐디’를 코스 곳곳에 배치할 계획이다. 또페어웨이는 폭 10∼20야드로 좁혀 정확한 티샷이 아니면 파세이브를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코스를 악조건으로 세팅한 것은 메이저급 대회로서의 위상을 확립하자는 주최측의 의도 때문이다. 특히 파5홀에서 손쉽게 세컨드샷을 그린에 올리고 이글을 노리는 현상을 없애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이기철기자 chuli@
  • 탈북7명 中외교부 진입 시도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탈북자 7명이 26일 중국 외교부에 난민신청서를 제출하려다가 중국 공안에 전원 체포돼 연행됐다.탈북자가 중국 정부에 정식으로 난민 신청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이들 탈북자는 이날 오후 1시55분(한국시간 2시55분)쯤 베이징(北京)시 차오양취(朝陽區)의 중국 외교부에 난민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진입하려다 현장에서 경비를 서던 무장경찰에게 모두 체포돼 중국 공안의 조사를 받고 있다. 체포된 탈북자는 김모(60·남)씨와 그의 조카 부부 등 남자 4명과 여자 3명 등 7명이다. 이들은 ‘자유를 갈망하는 탈북자청년동맹’이라는 단체 명의로 난민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정문 4명,서문 3명으로 나뉘어 동시 진입을 시도했으나 외교부 주위를 지키고 있던 무경 10여명에게 즉각 체포돼 외교부의 안내실로 각각 연행됐다. 이들이 중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출하려던 문건의 명칭은 ‘난민보호신청서’로,이들은 신청서에서 “자유를 얻기 위해 북한을 탈출했기 때문에 북한으로 돌아간다면 반드시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난민 지위를 인정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특히 이날 동문 앞에서 난민신청을 하려던 탈북자 한명은 미리 준비해온 하얀색 천의 플래카드를 펼치려다가 몰려온 3명의 무경들에게 뒷덜미를 잡혀 곧바로 안내실로 끌려 들어갔다.이들은 10분쯤 지나 중국 공안들에 의해 외교부 건물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이번 사건은 탈북지원 단체들이 탈북자 문제를 국제사회에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가 강한 만큼 사건 해결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이번 사건은 탈북자들이 중국 정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외국 공관이 아니라 중국 정부 청사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다른 나라와 협의 등을 거칠 필요가 없다.”며 “국제 여론을 의식해 중국 정부가 석방하거나 제3국으로 추방할지,아니면 북한에 강제 송환을 단행할지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행된 탈북자 7명은 김씨와 조카 김정남(36·남)씨,정남씨 부인 김미영(37)씨,이들의 친척 조성혜(27·여)씨 등 일가족과 친지 4명이며,나머지 3명은 안철수(40·남),김별(30·여),고대장(54·남)씨다. 이들은 현재 베이징 시내 모처에서 중국 공안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hkim@
  • 탈북7인 中에 난민지위 요구 ‘한국行 허용할까’ 촉각

    ■정부 입장과 파장 또다시 국제사회 이목을 집중하며 이뤄진 탈북자 7명의 중국 외교부 진입시도 사건으로 한·중간 외교적 파장이 예상된다. 이들은 한국행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 정부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난민지위’ 인정을 요구했다.게다가 주중 한국 대사관이나 외국 공관이 아닌 중국 외교부,즉 정부에 정면 도전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탈북자 처리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 6월23일 탈북자 처리 원칙에 중국과 합의한 이후 “탈북자 문제에 관한 한 한·중간 공식 ‘터널’은 뚫렸다.”며 내심 안도하고 있었던 정부는 탈북자들의 중국 외교부진입 사태가 발생하자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탈북자들은 진입에 앞서 배포한 ‘난민보호신청서’에서 “우리는 서울에서의 자유를 원한다.중국 공안이 우리를 체포하려 했기 때문에 이곳(중국 외교부를 지칭)으로 왔다.”고 말했다.난민지위 인정을 중국 정부와 국제사회를 상대로 이슈화하는 동시에,최소한 한국행을 보장받기 위해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차원의행동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의 입장은 “탈북자들은 생계를 위해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월경자로 정치난민이 아니며 피해자는 중국”이라는 것이다.이달 초 방한했던 탕자쉬안(唐家璇)중국 외교부장도 이를 거듭 확인했다. 탈북자 7명이 ‘자유를 갈망하는 탈북자 청년동맹’이라는 단체이름으로 ‘거사’를 단행했다는 점도 이들의 신병처리와 관련,주목해야 할 사항이다.불법 단체 결성을 금하고 있는 중국 당국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또 이 단체가 자생적이라고는 하나 한국 비정부기구(NGO)가 배후에 있을 개연성도 높다는 점이다.중국측은 NGO의 강력한 단속을 요구해 왔다. 중국으로선,이들의 신병을 빨리 석방하거나 제3국행을 허용하는 것이 난민문제 이슈화를 최소화하고 국제 사회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안이다.그러나 이 경우 중국 공권력에 대한 도전을 용인하는 선례를 만들 수있다는 점에서 난감한 입장에 놓인 셈이다.분명한 것은 중국 정부가 이들을 북송하거나,법적인 처벌 조치를 취할 경우 한·중 관계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탈북자 청년 동맹' 어떤단체/ 올초 베이징 젊은 탈북자 20명 결성說 26일 중국 외교부 앞에서 집단 시위를 시도하다 체포된 탈북자 7명이 소속돼 있다고 밝힌 ‘자유를 갈망하는 탈북자 청년 동맹’이 어떤 단체인지가 관심사다. 자생적인 순수 탈북자 단체냐,아니면 한국의 탈북자 지원 비정부기구(NGO)의 후원을 받고 있는 단체냐에 따라 향후 중국 정부의 사건처리 방향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한국내 탈북자 지원 단체들에 따르면 ‘…탈북자 청년동맹’은 올 초 베이징의 젊은 탈북자들 20여명이 결성했다.이 조직 구성원중 김영남 등 6명이 베이징 시내 은신처 등에서 지내다 지난주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지난 3월 중국 주재 스페인 대사관을 통해 탈북자 25명이 한국행에 성공한 이후 한국의 북한 인권 단체에 자신들을 소개하고 재정지원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지원 단체 관계자는 “그러나 탈북자 중 젊은이들이 최근 중국당국의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자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위해 자발적으로 ‘거사’를 일으켰다고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수정기자
  • 오피니언 중계석/ 최장집교수 고대 특강-한국정당 ‘有이념 대중정당’ 바람직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소장 최장집)가 일반 시민들을 위해 마련한 ‘최장집의 민주주의 특강’이 지난 21일 제6강을 끝으로 종강했다.최 교수는 이날 한국 정당체제가 내포한 문제점과 그로 인한 부작용,노무현·정몽준 현상의 실체,한국교육의 계급구조화 등에 관해 강의했다.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최장집교수 고대 특강 한국정치는 냉전·반공주의적 정당체제 속에 이어져 왔다.냉전·반공주의는 증오와 배제,비인간성을 조장하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사회구조와 만나면서 더욱 증폭된다. 이러한 정당체제는 서민·노동자 배제-민의 괴리 증대-투표 불참-기득권 유지-좁은 참여와 넓은 배제의 악순환을 낳았다. 정치인들은 항상 대안으로 ‘사회적 통합’을 강조하나,내용을 들여다 보면 지역적 통합밖에 없고 사회·경제적 근본문제는 도외시한다.사회적 갈등에 관한 근본적인 개념조차 없다. 1948년 이후 정당이 수없이 생기고 사라지면서 한국 정당정치는 결빙상태에 있으며,정당 제도화 수준은 아주 낮다.우리 정치의 쟁투를 보면 소수 엘리트의 단기적 정치목표를 위한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이에 따라 정치인들은 아무런 정치철학이나 이념적 정체성 없이 이전투구식으로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을 되풀이하고 있다.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거론되는 합종연횡 시나리오는 거의 인내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을 보여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을 혁명적으로 바꾸어야 한다.한국 정당의 특징은 무(無)이념의 포괄적 간부정당인데,이를 유(有)이념의 대중정당으로 바꾸어야 한다. 개선도 필요하다.대표체계를 어떻게 민주화하고,서민 대중의 이익이 어떻게 대표될 수 있느냐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며,승자 독식의 현행 선거구도가 변해야 한다. 만약 대통령중심제를 유지해야 한다면 프랑스나 브라질처럼 2차 결선투표제가 바람직하다.이는 다당제와 정치연합을 가능케 하고 프랑스식 여야당 동거정부가 가능하게 한다. 아니면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하는 의회중심제도 고려해볼 만하다.이렇게되면 군소정당도 입지를 갖게 돼 사회다원화에 기여할 수 있다.민주노동당등 군소정당이나 시민단체들도 제도적으로 권익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바꾸는 데 먼저 나서야 한다. ‘노풍’과 최근 정몽준 의원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한국적 정당체제에서만 가능한 현상이다.국민이 기존 정당과 정치인에게 신물을 내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새롭고 신선한 것에 쏠린 에너지 폭발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즉,해결자·영웅 갈구현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해결자’가 엄청난 국민적 갈구를 일정 시간 내에 채워줄 수는 없다.노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이런 측면에서 해석하면 된다.정몽준 의원도 월드컵 이후 노풍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으며,그가 자신에게 쏠린 국민적 갈망을 현실적으로 채워주지 못할 경우 지지도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사회의 근본 이슈는 중앙집중 완화,사회다원화,하위조직 민주화등이라고 할 수 있다.한국사회는 급속하게 계급구조화하고 있다.재벌 집중도 심화,금융자율화와 지식정보 산업화에 따른 새로운 계층구조가 형성되고 있으며,이는 실업과 노동문제를 야기해 서민생활의 열악화를 낳는다. 특히 교육이 계급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한국교육은 최근 신자유주의식 교육을 추구하고 있으며,경쟁원리에 의해 모든 정책이 정해진다.이는 대학서열화를 부추기고 계급구조의 문제를 낳았다. 군사정권의 정책 중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제도가 학력고사제 도입이다.학력고사제는 고액과외를 받거나,좋은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열심히 공부하면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해 계급구조를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그러나 다시 입시제가 변하면서 지역·직능 등 환경에 의해 형성된 계급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대학교육을 맡은 교수들의 보수화도 문제다.현재 충원되는 대학교수는 대부분 한국 명문대를 나와 미국 명문대에서 석·박사를 하고,부유한 가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에 따라 대학교수들은 동질적으로 엘리트화했고,사회 개혁을 위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하는 현상을 초래했다. 정리 임창용기자 sdragon@
  • [2002 길섶에서] 피서

    피서(避暑)를 떠날 때는 좋았지만,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며칠 못가 집이 그리워 진다.곰곰 생각해보면 피서 때뿐 아니라 우리 인생이 그런 것 같다. 헤르만 헤세가 스위스의 테신에 머물 때인 1919년에 쓴 산문 ‘빨간집’을 읽으면 그런 마음을 어찌 그리 잘 표현했나 싶을 정도다. ‘여행을 하려는 충동과 고향을 갖고 싶다는 소망 사이에서 나의 인생은 흘러가리라.여기선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저기선 여정에의 그리움.여기선 고독과 수도원에 대한 갈망,저기선 사랑과 공동 생활에 대한 충동!…’ 언제든지 돌아갈 고향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헤세는 ‘마음 속에 고향을갖게 되면 삶이 중심을 잡게 될 것이요,그 중심으로부터 힘이 솟아날 것’이라고 했다.그는 한때 소유했던 ‘정원이 있는 빨간집’을 그리워했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요즘 세대들이 아파트를 돌아갈 고향으로 여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우리 모두 마음 속 삶의 중심인 고향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황진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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