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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짝짓기 다 옛말이여 충청은 균형 지킬겨”

    “짝짓기 다 옛말이여 충청은 균형 지킬겨”

    중원(中原)이 달라졌다.‘지가 뭘 아남유∼’라며 막판까지 표심을 꼭꼭 숨겨 후보들의 애간장을 태우던 충청이 아니었다. 김종필·심대평은 가물가물 옛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고, 행정도시 건설도 옛일이 됐다. 대선을 닷새 남겨둔 14일. 표심은 들끓고 있었다. 그만큼 복잡다단했다. 이곳이 17대 대선 최대의 격전지임을 내보이는 징후는 시장에서, 거리에서 거리낌없이 묻어났다. 참여정부 실정에 대한 실망은 경제 회생에 대한 지역의 갈망을 한껏 키워놓았다. 여기에 무소속 이회창 후보에 대한 애증이 맞물리면서 표심은 쉽사리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경제 살리면 누가 돼도 좋다” 무엇보다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 조치원에서 대전으로 회사를 다니는 홍영표(45)씨는 “어제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현장에 자원봉사를 다녀왔는데 공무원들은 하나도 안 보이더라. 나라의 기강이 완전히 상실된 것 같다.”고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현 정부에 대한 실망은 자연스레 정권교체론과 ‘이명박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대전 중앙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곽모씨는 ‘누구를 찍을 것이냐.’는 질문에 “요즘 매출이 지난해 반도 안 된다. 살 수가 없다.”는 말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심지어 주부 이명근(51)씨는 “도덕성이 문제라지만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상관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명박 후보 독주에 대한 견제 기류도 읽혔다. 학원강사 조완재(26)씨는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이명박 후보의 오만과 독선을 막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충청권에서는 균형을 맞춰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BBK 발표후 昌風 주춤 출마와 함께 일었던 이회창 후보 바람은 BBK 수사 결과 발표 이후 한풀 꺾인 모양새다. 자영업을 하는 양모(42·여)씨는 “수사 결과 발표 뒤 이회창 후보 출마의 정당성과 관련해 의구심을 가진 사람이 많다. 대선 판에서 길을 잃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자영업자 김경훈(42)씨는 “주변에서 이명박 후보 지지자를 한 명도 못 봤는데, 대세론에 거품이 심한 것 같다.”면서도 “이회창 후보가 무소속이라서 뽑기가 망설여진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시·도민들은 이회창 후보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관심을 보였다. 옥천에 사는 금종관(52)씨는 “대선이 끝나면 충북 신당 의원 대다수가 당을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회창 후보 지지자인 그는 “박근혜씨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면 광풍이 불 것”이라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반면 회사원 이모(50)씨는 “이회창 후보가 이인제의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 야합에 속을 만큼 충청인은 어리석지 않다.”고 비판했다. ●“鄭후보 공약 현실성 있더라” 뜻밖에 시·도민들은 이회창-심대평 연대와 이명박-김종필 연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영업을 하는 김경훈(42)씨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이명박을 민다고 하니까 배신자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주부 최모(41)씨는 “당시에는 몰라도 지금 JP는 영향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완고한 중장년층에 비해 젊은층에서는 통합신당이 활동할 여지도 엿보였다. 대학생 조모(23)씨는 “TV토론회를 보니 정동영 후보가 공약에 대해 가장 현실성 있게 설명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대전·옥천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클론의 역사

    베른의 ‘달나라 여행’,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같은 미래소설이 어떻게 한 시대를 뒤흔든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을까. 꿈에서 덜 깬 소리에 지나지 않았을 그 이야기들에서 사람들은 무얼 찾고 싶었던 걸까.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인간은 쉼없이 자기복제를 욕망해왔다. 미래소설들이 독자들의 가슴에 두고두고 불을 지펴온 이유를 찾는다면, 그게 바로 답이다. 멀리 돌아볼 것도 없다. 당장 우리에겐 황우석 사건이 있었다. 독일 다름슈타트 공대 생화학 교수였던 한스 귄터 가센과 그의 제자 자비네 미놀이 인류의 ‘인간만들기 프로젝트’의 장구한 역사를 정리했다. 과학문명의 숙명적 딜레마로 떠오른 생명복제 문제에 관한 한 그들의 책 ‘인간, 아담을 창조하다’(정수정 옮김, 프로네시스 펴냄)에는 없는 이야기가 없다. 유전공학과 현대인 사이의 떼려야 뗄 수 없는 뿌리깊은 역사를 조명하느라 고대 신화에서부터 종교, 미술, 문학 등 시대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활강한다. #인간복제, 예술작품의 상상에서 태어나다 이 논의 자체는 이미 진부하다. 오리무중인 해답을 독자가 제각기 판단해볼 수 있게끔 방대한 근거를 제시해주는 배려가 이 책의 최대 매력이다. 무엇보다 신화, 문학작품, 영화 등 익숙한 소재에서부터 논의를 이끌어내는 순발력이 전문식견이 없는 독자들에겐 무척 반가울 듯하다. 자기복제의 열망은 인간에겐 본능 같은 것이었다. 진흙으로 신을 닮은 인간을 빚어 생명을 불어넣은 대가로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힌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 히브리 전설에 나오는 진흙 인간 골렘, 사람의 시체를 짜깁기해 괴물을 만든 프랑켄슈타인 박사…. 자기복제의 인간 욕망이 적나라하게 투시된 주인공들은 헤아릴 수조차 없다. 역사학자는 물론이고 종교인, 문학가, 철학자들이 인간복제의 역사에 기여한 몫이 얼마나 큰지 책은 독자들에게 에둘러 넘겨짚게 만든다. 관련 문학작품들의 내용과 탄생배경도 상세히 소개한다. 읽는 재미를 두배로 부풀리는 ‘이스트’다. 예술가들의 분방하다 못해 “고삐풀린” 상상력은 복제과학의 가장 적극적인 촉매제였다. 예술작품에 담긴 상상화(想像)가 과학자들의 연구 열망을 부추겼다. 반대로, 윤리의식이 결여된 분별없는 과학자들에게 디스토피아적 메시지로 매섭게 경고한 역할자 역시 예술작품이기도 했다. 책이 의미심장한 밑줄을 긋는 부분이 이 대목이다. 메리 셸리의 처녀작 ‘프랑켄슈타인’은 결과를 책임지지 않은 무모한 과학자, 그러니까 “근대의 프로메테우스”였다. 자신의 역할을 대체할 존재에 대한 인간의 갈망은 사이보그의 역사에서도 입증된다. 그리스ㆍ로마신화의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판도라, 영화 ‘스타워즈’의 깡통로봇, 터미네이터, 로보캅, 주나라 무왕 때 등장했다는 인간조각상 등 인간복제를 꿈꾼 사례는 차고넘친다. #유전공학은 은총일까, 저주일까 고대인들이 인형을 만들어 복제의 꿈을 꿨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다. 그리스 여신의 성전이나 무덤에서 관절인형(기원전 5세기)들이 자주 발견되곤 한다. 고대인들은 인간의 초상으로서 인형을 대했던 것이다.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 뱀에서 인간창조의 역사가 이미 시작된 건지 모른다. 복제를 향한 욕망이 이처럼 ‘본능’에 가까운 것이라면 좀더 우호적인 시각으로 생명공학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저자는 제안한다. 여론은 왜 늘 현대기술에 비판적인지, 두루 성찰하게 하는 이 책은 지난해 7월 현지에서 출간됐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드는 뇌의 메커니즘을 완전해부해 ‘인간 만들기’의 고지를 밟는 날이 올까. 그렇다면 우리 욕망은 지금 몇부 능선쯤 넘어서고 있는 걸까.1만 6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데스크시각] ‘경제대통령’ /손성진 경제부장

    대공황이 닥쳤을 때 미국의 대통령은 ‘후버댐’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31대 후버다. 후버빌(빈민촌)과 후버담요(노숙자들이 이불 대용으로 쓴 신문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후버가 출마 당시 내건 모토는 ‘경제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그는 경제를 일으키기는커녕 미국을 역사상 최악의 경제위기에 빠뜨리고 말았다. 후버와 비근한 대통령이 외환위기를 초래한 YS다. 안이한 자세로 일관하다가 국민들을 수렁으로 밀어넣은 점에서 비슷하다. 우리에게도 후버빌과 같은 쪽방촌이 생겼고 후버담요와 같은 박스 종이를 덮고자는 노숙자들이 밤거리에 넘쳐나게 되었다. 또 하나,YS도 경제대통령을 부르짖었다는 점도 같다. 경제대통령을 내걸었던 사람은 YS뿐만이 아니다. 카드 사태와 벤처 거품을 만든 DJ 역시 경제대통령이었고 14대 대선에서 정주영 후보도 경제대통령을 외쳤다. 노무현 대통령도 간판만 붙이지 않았지 예외는 아니었으며 17대 대선에서도 이명박 후보가 이 타이틀을 붙이고 나왔다. 다른 후보들도 한 목소리로 ‘경제, 경제’하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이 수식어를 선호하는 것은 국민들의 갈망을 역이용하려는 목적이다. 국민들의 최대의 관심사는 언제나 ‘먹고 사는 것’이다. 그래서 허상에 불과했던 ‘경제대통령’을 좇아 표를 찍어왔다. 결과는 불행했다. 국민들은 일종의 사기를 당한 셈이 됐다. 외환위기와 그 후유증을 10년에 걸쳐 겪어온 국민들은 이번에도 경제대통령에 끌리고 있다. 경제하면 떠오르는 대통령은 박정희다. 진정한 경제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아마도 십중팔구 박정희를 첫손가락에 꼽을 것이다. 생활고에 시달린 국민들은 정치 독재의 과오를 묻어둔 채 그의 경제 치적에 향수를 느끼고 있다. 이런 심리에 편승해 후보들은 박정희를 등에 업지못해 안달이 날 정도며 진보진영의 후보는 박정희를 성공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그렇다. 여러 비판과 반론이 있지만 박정희가 한국 경제를 부흥시킨 ‘경제대통령’이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노조를 짓밟고 재벌을 키웠지만 수출과 성장 드라이브 정책으로 대한민국을 이만큼 키워놓는 데 주춧돌을 놓았음은 사실이다. 박정희를 떠올리며 국민들은, 이번 후보들의 공약이 5년 후에 부도수표로 판명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다시 속지 않기 위해 어느 후보를 고르느냐 하는 것은 결국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경제회복을 열망한다면 유권자 스스로 후보들의 경제공약을 분석하고 비판한 다음에 표를 던지는 주도면밀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명박 후보의 반대쪽에서는 30대에 거대 기업가가 되어 경제대통령을 자처한 후버에 빗대어 경제대통령론을 비판하지만 그 또한 맞다. 박정희가 원래 경제의 문외한이었듯 역사상 경제를 부흥시킨 대통령들이 꼭 경제전문가는 아니었다. 루스벨트나 레이건이 그랬다. 거꾸로 YS가 나라를 궁지에 빠뜨린 것은 경제를 몰라서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후보들의 공약이 얼마나 실천 가능한 로드맵을 동반했는지, 유능한 참모진을 두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더 강조할 것은 후보의 진정성과 투명성이다. 국민들의 희망대로 경제에 몰입할 수 있는 참된 의지력과 금권과 결탁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신념을 지녔는지 검증받아야 한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 시대로 접어들었다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은 몹시 피폐해졌다.2만달러는 평균 통계치가 보여주는 왜곡이다. 성장은 강조되어야 마땅하지만 양극화의 비극은 다음 정권에서는 반드시 치유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진정한 경제대통령이 등장해서 경제 살리기에 대한 염원과 갈증을 해소해 주리라고 기대해도 좋을까? 손성진 경제부장 sonsj@seoul.co.kr
  • IMF10년 확 바뀐 소비자 의식

    IMF10년 확 바뀐 소비자 의식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과 비교할 때 2007년을 살고 있는 요즘 한국 사람들은 정치나 경기 불황과 같은 사회 공통의 영역보다 취미, 여가, 쇼핑, 재테크, 교육 등 개인적인 생활에 더 관심을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일기획은 13∼59세 소비자 3600명을 대상으로 전국 소비자 의식을 조사, 분석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 ‘2007 스위칭 코리아’를 25일 발표했다. 제일기획은 개인적인 영역에 관심을 키워가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하면서 다른 사람도 인정하는 식으로 ‘확 바뀐’ 소비자의 특성을 감안해 올해의 한국인을 ‘스위칭(Swit ching) 소비자’라고 명명했다.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도는 1998년 28.7%에서 올해 13.8%로 낮아졌다. 불황타개·경제살리기(36.6%→17.8%), 범죄·사건·비행(27.6%→20.7%), 물가인상(34.4%→26.8%) 등에 관한 관심도 줄었다. 반면 주식·증권에 대한 관심도는 4.0%에서 9.3%로 늘었다. 사회복지제도(5.9%→12.1%), 부동산·주택·토지(18.2%→32.5%), 교육(25.2%→43.3%) 등도 각각 증가했다.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성형수술도 마다 않겠다는 응답(20.8%→36.3%)이 대폭 늘어 외모지상주의를 반영했다. 반면 유명 브랜드를 입어야 자신감이 생긴다(27.9%→24.3%)는 응답은 다소 줄어 개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 활용이나 소비 생활에서도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기획은 ▲13∼18세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의 S(Speak-up)세대 ▲19∼24세는 변화를 주도하는 W(Why not)세대 ▲25∼29세는 직장동료를 또 하나의 가족으로 여기는 I(Intimacy)세대 ▲30∼39세는 경제·정신적 여유를 갈망하는 T(Task-free)세대 ▲40∼49세는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C(Conscious)세대 ▲50∼59세는 편안한 삶을 염원하는 H(Handy)세대 등으로 각각 정의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팔레스타인 민족시인 다르위시 한국에

    “그 무엇도 우리를 품어 주지 않는다:길도 집도/이 길은 이랬던가, 처음부터/아니면 우리의 꿈이 언덕에서/그런데 무엇을 할 것인가?/무엇을/우리는 할 것인가/유랑이/없/다면?” 팔레스타인 민족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66)는 “우리는 무엇을 할 거냐.”고 묻고 물었다. 삶의 터전을 빼앗긴 민족의 설움을 ‘유랑’이란 단어 속에 응축한 채, 그는 가만가만 읊었다. 자신의 시 ‘유랑이 없다면, 나는 누구란 말인가?’를 낭송하는 그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낮았다. 반면 그의 입에서 발화된 시어는 날카롭고 묵직했다. 팔레스타인의 고난과 무관하게 살아왔던 이들에게 ‘정말 관계없냐.’며 매섭게 도전했다. ●“팔레스타인 문학이 한국인 양심에 도달” 다르위시가 한국을 찾았다.8일부터 전북 전주에서 열리는 ‘아시아·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때에 맞춰 그의 시선집 ‘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아시아 펴냄)이 출간됐다.7일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들을 만난 다르위시는 ‘세계 보편언어를 창조하는 시인’이면서 ‘팔레스타인 현실을 고발하는 투사’였다. 그는 자신의 시가 한국에서 번역된 기쁨을 “마침내 팔레스타인 문학이 한국인의 양심에까지 도달했다.”고 표현했다.“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점령지 팔레스타인에 가해지는 이스라엘의 압박에 계속 저항해나갈 것”이란 다짐을 인사말에서부터 빼놓지 않았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아랍의 대표적 시인 다르위시는 어디서든 팔레스타인 사람임을 자처했고,‘나라 잃은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냈다. ●일곱살 때부터 ‘나그네 삶´ 1941년 팔레스타인의 수니파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난 다르위시는 일곱 살 때 마을을 파괴하고 주민들을 학살한 이스라엘 군대를 피해 레바논으로 건너갔다. 그때부터 다르위시는 줄곧 ‘유랑인’으로 살았다. 팔레스타인의 분노를 시로 폭발시키는 그를 이스라엘 정부는 가택연금했고 수차례 투옥했다.82년 이스라엘의 침략으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쫓겨나자, 다르위시도 PLO를 따라 키프로스로 건너간 후 튀니지, 카이로, 니코시아, 파리 등지를 전전했다.‘나그네 삶’을 살아온 그의 지난 궤적은 곧 팔레스타인 민족의 삶이자 숙명이었다. ●“시는 자유를 향한 거대한 미침” 다르위시는 시를 “자유를 향한 거대한 미침”으로, 시인을 “자유를 갈망하다 미친 사람”으로 정의했다.“삶이 아무리 암흑 같더라도 시인은 그 안에서 빛을 찾아야 한다.”며 시인의 책무를 강조했고,“시가 직접 현실을 바꿀 수는 없지만 외부 세계와의 벽을 허물어 인간의 양식을 바꿀 수 있다.”며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 팔레스타인에서는 4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그가 제시한 해법은 아주 간단했다.“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 이날 기자간담회엔 고은, 이시영, 김정환, 고형렬 시인과 정희성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등이 참석해 그의 방한과 시집 출간을 축하했다. 고은 시인은 “20세기 후반 아시아라는 광막한 공간 이쪽저쪽에서 비슷한 아픔을 가진 친구들이 오늘에야 만났다.”면서 “세계를 떠돌며 잃어버린 땅을 지키려 민족의 아픔을 보듬어온 다르위시 시인이야말로 세계 시인의 전범”이라고 평가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어떤 영화인가

    어떤 영화인가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중국 출신 이안 감독의 신작 ‘색, 계’가 새달 8일 개봉한다.‘색, 계’는 올해 베니스 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과 촬영상 2개 부문을 석권했다.‘브로크백 마운틴’ 이후 2년 만에 같은 영화제 대상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영화는 “루쉰 이후엔 장아이링”이란 소릴 듣는 중국의 유명 여류 소설가 장아이링의 단편 소설이 원작이다.1940년 일제 치하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뜻하지 않게 스파이가 된 여자와 그녀의 표적이 된 남자의 비극적 운명과 사랑을 다뤘다. 제목의 색(色)은 욕망을 뜻하고 계(戒)는 신중, 경계를 말한다. 홍콩 사업가의 아내 막부인으로 가장한 스파이 왕 치아즈와 친일파의 핵심인물인 정보부 이 대장의 관계 변화를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적을 사랑한 스파이라는 설정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중국 상하이에 거대한 세트장을 지어 완벽하게 재현한 시대 배경, 그 속에 긴장감 있게 녹아든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를 떠받치는 힘이다. 절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이 대장 역의 양조위는 ‘눈빛으로도 연기하는 배우’라는 찬사가 허튼 소리가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미스 베이징 출신으로 이 영화를 통해 데뷔한 왕치아즈 역의 탕웨이는 순수와 관능을 오가는 양면의 매력을 펼쳐보였다. 기자 시사 이후 이 영화를 둘러싼 가장 뜨거운 논란은 실제에 가깝게 연출된 세 차례의 정사 장면이다. 두 배우 모두 온몸을 내던져 찍었기에 ‘실연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사 장면은 파격적이긴 하나 보통의 눈요깃거리를 넘어선다. 한번도 남을 믿은 적이 없는 이 대장과 그를 믿게 만들어야 하는 왕 치아즈가 서로를 향해 쳐져 있던 두터운 경계의 막을 걷어내고 진정으로 소통하게 되는 몸짓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을 만큼 밀착된 상태에서도 끝없이 탐하고 갈망하는 모습은 아름답다기보다 처절하다. 단순히 음모, 성기 노출 몇 회, 몇 분 이런 식으로 재단할 수 없다. 명장의 손길은 아마 이래서 다르리라. 미국에서 제한상영가(NC-17)판정을 받고 1개관에서 개봉했다가 개봉 3주차에 77개로 스크린 수가 늘어날 정도로 큰 반응을 얻었다. 중국에서 30분가량 삭제돼 개봉됐으나 국내에선 가위질을 면했다. 상영시간은 무려 157분. 당연히 어른들만 관람이 가능하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염주영 칼럼] 정치9단보다 정책9단을

    [염주영 칼럼] 정치9단보다 정책9단을

    ‘권위주의 청산’은 노무현 대통령의 자산이고,‘청계천’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자산이다. 필자의 생각으론 ‘권위주의 청산’이 ‘청계천’보다 더 가치 있는 자산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할 것 같다. 그런데 세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노 대통령의 ‘권위주의 청산’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지만, 이 후보의 ‘청계천’에는 열광한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기준이 달라진 것이다. 민주화 시대에 국민들은 정치9단을 갈망했다. 정치9단이 나와 독재세력을 몰아내고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은 비민주적 요소와 군사문화의 잔재들을 깨끗이 청소해주길 바랐다.YS와 DJ의 집권은 다른 요인들도 있었겠지만 크게 보면 이런 시대정신의 표출이었다. 지금은 어떤가.21세기는 산업이 아니라 지식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라고 한다. 우리는 안방에 앉아서 세계와 대화하고 경쟁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식사회를 사는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정치9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 대신 정책9단이 나와주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런 변화를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임기말 대통령의 지지율은 과거엔 하향일변도의 방향성을 보였었다. 퇴임날이 가까워질수록 힘이 빠지고 그에 비례하여 지지율이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하 양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임기가 불과 몇달 안 남았지만 올랐다 떨어졌다를 되풀이한다. 지지율이 대통령의 개인적 인기에 좌우되기보다는 정책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수언론은 노 대통령을 최악의 대통령인 것처럼 몰아붙이지만 실제로 그의 지지율은 YS나 DJ의 임기말 때보다 높다. 그것은 한·미 FTA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두개의 큰 정책을 성공으로 이끌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잘만 하면 우리 정치를 정책경쟁의 장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자면 정치권과 유권자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선거전이 정책경쟁의 장으로 바뀌면 정책오류와 실패 가능성을 사전에 상당부분 걸러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국가의 핵심정책들이 날림으로 입안되어 큰 사회적 혼란과 비용을 치르곤 했던 일들을 더이상 되풀이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12월 대통령선거를 향한 본선 경쟁이 시작됐다. 한나라당 이 후보와 민노당 권영길 후보에 이어 범여권 후보들이 뒤늦게 국민 앞에 섰다. 정동영·문국현·이인제 후보는 아직도 후보단일화라는 관문을 남겨두고 있다. 이도 역시 본선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여론에 따라 향배가 드러날 것이다. 이번에 국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분명한 것은 그 선택이 후보에겐 대권을 안겨주지만, 국민 스스로에겐 5년 내내 무거운 책임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유권자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선택은 자유지만 선택의 결과에는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것이 국민이다. 물건은 샀다가도 싫으면 되물릴 수 있지만 대통령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주화 시대에 정치9단들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들의 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정치9단이라는 간판에 가려진 정책빈곤을 체험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후보의 정책을 꼼꼼히 따져보고 날림 정책들을 걸러내야 한다. 각 후보진영도 내 정책이 타후보와 무엇이 다른가를 보여주는 데 선거전의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논설실장 yeomjs@seoul.co.kr
  • “4자는 6자 선순환 의미” “北개혁 연계돼야…”

    “4자는 6자 선순환 의미” “北개혁 연계돼야…”

    2007남북정상 선언 이후 남북관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려와 기대가 혼조된 양상이다. 국내 일각에서는 북방한계선(NLL)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경협 이행에 따른 비용문제가 논란이다. 국제적으로는 3자·4자 정상회담을 둘러싼 긴장감도 적지 않다. 특별수행원으로 이번 정상회담을 직접 지켜본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미국의 대표적인 북한경제전문가인 스테판 해거드 교수로부터 각각 정상회담의 의미와 과제 등을 들어본다. ■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 2007 남북정상 선언에서 정전체제를 끝낼 주체로 나온 ‘3자 또는 4자 정상간 논의’가 중국의 민감한 반응을 낳는 등 외교문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7일 이에 대해 “종전선언은 남북한과 미국, 이 3자가 하는 것이 마땅하나 평화체제를 6자회담과 연동해 선순환 관계로 만들기 위해 4자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며 “이 합의가 외교문제화한다는 시각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로부터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와 방북 뒷얘기를 들어봤다. ●‘3자 또는 4자´ 표현 혼선과 논란 ▶남북정상선언에 종전선언의 주체가 ‘3자 또는 4자’로 표현되면서 혼선과 논란을 빚고 있다. -비핵화를 실현하고 정전체제를 끝내자는 부시 미 대통령의 뜻을 노 대통령이 전달한데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화답으로 3자가 나온 것이다. 다만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4자간 협의’가 언급된 점을 감안, 남북정상간 논의와 6자회담의 틀을 선순환 구조로 연결하기 위해 4자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정전협정의 주체는 북한과 미국, 중국 아닌가. -과거 북한이 줄곧 주장해 온 얘기다. 법적으로 휴전협정 당사자는 북한과 중국, 미국 3자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도 엄밀히 따지면 실제 국가주권을 바탕으로 서명한 나라는 북한뿐이다. 미국은 유엔 참전국 16개 나라를 대표해 서명한 것이고, 중국은 정부가 아니라 북한의 안전을 걱정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비정부적 성격의 의용군 대표로 서명에 참가했을 뿐이다. 다시 말해 휴전협정이라는 건 북한이라는 주권국가와 중국의 의용군, 유엔이라는 국제기구를 대신한 미국이 맺은 협정이다. 따라서 종전선언을 북한과 미국·중국 3자가 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구속력이 없다. ▶공식 수행원에 외교부 장관이 제외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있다. -외교부 장관이 갔으면 더 모양새가 좋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교부 장관이 끼게 되면 자칫 북핵 정상회담으로 비쳐지면서,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남북회담의 기본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이 관계부처 간에 있었던 것으로 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건설 합의의 의미를 꼽는다면. -예상외로 흔쾌히 합의된 사항으로, 대단히 의미가 크다. 비무장지대가 철도와 도로로 연결된데 이어 바닷길에도 직항로가 뚫리는 것이다. 사실 서해 북방한계선(NLL)으로 북한은 많은 고통을 받아 왔다.NLL을 피해 돌아다녀야 했으니까…. 해주에 경제특구를 만들고 평화지대화하면 남북의 민간선박들이 서해 연안을 자유롭게 다니게 된다. 인천-개성, 개성-해주가 육로로 연결되고 인천-해주가 해로로 연결됨으로써 남북 번영을 이끌 황금의 삼각벨트가 한반도 허리에 생기게 되는 것이다. ●서해 북방한계선 무력화 우려에 대해서 ▶NLL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논란도 있다. -군사적 신뢰관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비군사부문, 즉 경제적 협력과 인적 교류, 환경·에너지 등의 협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군사적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와 평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 해주평화특구의 기본 개념이다.NLL은 해양경계선으로 존속될 것이다. 단, 이와 관련된 지역을 번영을 위한 남북 공동의 평화 지대로 전환하고 양측 국방장관 회의 개최를 통해 이 지역에 대한 군사적 안전만 보장한다면 평화와 번영의 선순환 관계가 이루어질 것이다. ▶또다른 퍼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은 어떻게 보나. -북한 사람들이 정말 우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이 퍼주기 논란이 있다. 그들은 “언제 남한이 우리에게 퍼준 적이 있느냐. 개성공단이 퍼주기냐.”라고 생각한다. 이번 남북정상선언 5항에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상호 호혜적 교환 관계를 뜻한다. 사실 안변과 남포에 조선협력단지를 건설키로 한 합의는 북한보다 우리에게 절박했던 사안이다. 일본이 지금 저가(低價) 조선시장을 잡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배를 지을 땅이 없다. 안변, 남포 조선단지를 통해 남북이 협력하면 저가 조선시장도 우리가 잡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중국과 일본의 샌드위치를 극복하는 대안이다. 자꾸 판을 깨려는 쪽이 퍼주기니 뭐니 하고 있다. 경의선 개보수 비용만 해도 철도공사측은 2700억원 정도면 충분하다는데 다른 쪽에선 5000억,6000억원 얘기한다. 비용조달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우선 부총리급 경제협력공동위원회에서 구체적 추진방안을 논의하고, 국제적 타당성 조사를 벌이는 게 먼저다. 이후 민간투자와 해외펀드, 정부예산을 적절히 조합하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파격행보가 외교적 결례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평양에 있던 우리(수행단)는 김 위원장의 회담 연장 제의를 ‘내실 있는 회담을 통해 제대로 결실을 보자.’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사실 3일 오전 1차 정상회담 때 노 대통령이 쏟아낸 의제들이 너무 많았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짧은 시간에 그걸 다 어떻게 검토하느냐 하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 전날, 즉 2일 노 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간의 신경전도 작용했다고 본다. 노 대통령을 방북 첫날 만난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거의 50분 넘게 통일의 3대 저해요인, 참관지 제한 문제 등 북측 고유의 입장을 경직된 자세로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내일 오전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도 이러면 점심 먹고 짐 싸서 내려가야겠네요”라고 은근히 압력을 가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이다. 노 대통령이 ‘점심 먹고 가겠다.’고 하는 발언을 계산하고 하루 더 있으라는 성의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회담 말미에 제안을 스스로 거둬들인 것만 봐도 고도의 계산된 성의표시라고 생각한다. 아리랑 공연도 하나의 이유였다고 본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우리 일행보다 북한 인민들을 더 배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노대통령 개성공단 동행제안에 김정일 “통행증명서 없어…” ▶개성공단에 대한 두 정상의 시각차가 컸나. -마지막날 송별 오찬 때 노 대통령이 ‘개성공단에 한번 가시자.’고 했다. 그랬더니 김 위원장 하는 얘기가 “내가 지금 개성엘 가려면 통행증명서가 필요한데 아직 신청 못했어요. 나오면 그 때 가보겠다.”고 하더라.(통관·통행·통신의 3통 문제 등 더딘 개성공단 진척 속도에 대한 불만을 은유적으로 내보였다는 뜻) ▶남북 정상간 핫라인 설치는 논의되지 않았나. -2000년 정상회담 이후 북한 통일전선부와 우리 국정원 사이에 직통전화가 설치돼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상간 핫라인의 역할을 국정원과 통전부에 준 것이다. 중요한 부서간에 이미 핫라인이 있는데 정상간 별도 핫라인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스테판 해거드 北경제전문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10·4 공동선언’을 통해 남북간의 새로운 경제협력 프로젝트들을 제시했다. 서울신문은 이같은 남북간의 경협 프로젝트들이 갖는 의미와 실현 가능성 등을 ‘제3자의 눈’으로 점검하기 위해 미국 UC샌디에이고 국제관계대학원의 북한 정치경제 전문가 스테판 해거드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해거드 교수는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경협 프로젝트들이 북한의 노동력과 남한의 자본 및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지만 북한 경제의 개혁이 뒤따르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무엇보다 정상회담을 통해 발표된 합의문은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진전을 가져왔다고 본다. 특히 6자회담 ‘10·3 합의’와 연결해서 보면 의미가 크다. 그러나 10·3합의든 10·4합의든 북한과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의 이행 의지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경제협력 프로젝트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남북한의 경제는 분명히 잠재적인 상호보완성을 갖고 있다. 남한에는 자본과 기술이 있다. 북한은 고용을 갈망하는 노동력을 보유했다. 그러나 남북경협과 북한 경제 개발에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남북경협의 성공은 근본적으로 안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이 핵 야망을 계속 갖고 있다면 통상과 투자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 유럽 기업들은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외국의 지원은 북한의 개혁과 연계돼야만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시장경제를 확대하지 않으면 인프라(사회기반시설·제도)에 투자를 해봤자 충분한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다. 셋째, 북한에 대한 지원과 ‘순수 상업거래’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 북한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민간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북한 정권이 개입하는 합동 프로젝트 방식은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한 경협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공동어로수역과 해주경제특별지역 설치를 꼽을 수 있다. 왜나하면 두 프로젝트는 개성공단 모델을 북한의 다른 지역에 확대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동어로수역은 남북간의 중요한 안보문제(NLL 논란)에 접근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인프라 건설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효율성이 뒷받침될 때만 그렇다. 예를 들어 평양∼개성간 신고속도로 건설은 경제활동 확대에 그다지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돈 낭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조선소 건설 프로젝트도 철저한 상업적 원칙을 따르지 않으면 역시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남북경협이 북한의 경제발전과 북한 주민의 생활 개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가. -북한 주민은 절망적인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성장을 하려면 외부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북한 당국은 반드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 주민의 30%는 여전히 농촌 지역에 살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농민을 위한 농업 개혁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다. 농지보유권이나 작물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조치들이 나와야 한다. 많은 북한 기업들이 사실상 도산 상태이다.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외국 기업과의 제휴, 심지어는 민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개혁들이 특별경제구역보다도 중요하다. ●북한 경제를 살리는 최선의 방안은 ▶개성공단 사업이 성공했다고 보는가. 또 성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가공무역지대는 북한 경제개혁의 초기 단계로서 유용한 실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도 1960년대에 그런 지역을 만들었고, 중국도 같은 길을 걸었다. 그러나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가공무역이 큰 전략의 한 요소에 불과했다. 개성공단이 성공하려면 그같은 실험이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돼야 한다. 또 투자자들도 일부 고립된 장소에서 벗어나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경제를 개방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보는가. 북한경제를 살리는 최선의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그것이 바로 결정적인 문제다. 북한의 경제가 개방되고 있다는 신호는 이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은 중국에 국한돼 있다. 중국과의 무역이 한국과의 무역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북한 정권이 남한에 경제를 개방하는 것은 주저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최근 개성공단을 방문했던 한국 기업인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기업인은 개성공단에서 북한 직원들과는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가 대화할 수 있었던 상대는 안내인뿐이었다고 한다. 한국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은 북한 주민들과 접촉할 수 있는 상황이 좀더 낫다고 들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분명히 한국과의 직접 접촉을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투자 여부와 북·미 관계 전망 ▶세계은행(WB)이나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북한 경제 개발을 위한 자금을 지원할 수는 없는가. -미국은 북한이 국제 금융기관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해 왔다. 그같은 정책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관들에 가입하게 되면 북한은 여러모로 배우는 것이 많게 된다. 물론 WB나 IMF가 자선기관은 아니다. 그들은 이치에 맞는 경제 프로그램과 성공여부가 확실한 개발 프로젝트에만 돈을 빌려줄 것이다. 또 투명성을 갖춰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면 미국 기업들은 북한에 투자할까. -모든 글로벌 기업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기업들도 북한에서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이 될 때만 투자할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안보(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또 투자자가 이익을 얻도록 하려면 북한의 법률도 손질해야 할 것이다. 만약 북한의 당국과 사업 파트너들을 신뢰할 수 없다면 미국 기업들이 왜 북한에 투자를 하겠는가. 그것은 한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향후 북·미 관계를 어떻게 보나.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핵 문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어쨌든 현재의 6자회담 과정에는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전환기를 맞을 것인가는 북한의 지도부에 달려 있다. 만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비록 점진적이라고 할지라도 개혁의 길로 들어서면 외부에서도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또 한반도의 미래도 활짝 열리게 된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가 현재의 길을 계속 고집한다면 비참하고 배고픈 상황만이 기다릴 것이다. dawn@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대세론의 함정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대세론의 함정

    1996년 하반기∼1997년 상반기와 2001∼2002년에도 대세론이 있었다. 두 번에 걸친 이회창 대세론이다. 이회창의 첫번째 대세론은 김영삼(YS) 대통령이 96년 3월 15대 총선을 앞두고 그를 신한국당 선대위원장에 전격 발탁한 게 계기가 됐다. 아들 현철씨의 국정농단으로 ‘식물 대통령’이란 소리까지 들었던 YS는 정국 돌파와 총선 승리를 위해 ‘이회창 카드’를 꺼내들었다. 참신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이회창은 인기가 꽤 높았다. 결국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 이회창 대세론으로 이어진 것. 당시 이회창의 지지율은 50%를 웃돌았다. 이회창은 2001년에도 대세론을 이어갔다. 한나라당의 16대 총선과 지방선거 승리로 ‘사실상 대통령’이란 얘기까지 들었다.2002년 3월까지 이회창의 지지율은 50%를 넘나들었다. 노무현 후보가 여당 경선에서 이긴 3월 이후 두 달가량 그에게 1위 자리를 내준 것 말고는 후보단일화가 이뤄진 11월까지 이회창의 대세론은 위용을 떨쳤다. 그러나 두 번의 대세론은 모두 무너졌다. 외연 확대를 외면하고 보수세력 결집에만 신경을 쓴 탓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이명박 대세론이다. 이명박은 50%를 넘는 지지율로 홀로 고공 행진 중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범여권의 단일후보로 누가 되더라도 이명박은 3∼4배 차이로 압도한다. 지금의 대세론과 과거의 대세론은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여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 효과는 공통점이고, 상대 당의 확실한 후보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른 점이다. 지지 기반의 차이도 있다. 이회창은 보수층 강화에 역점을 뒀지만, 이명박은 플러스 알파(20∼40대의 지지)에 초점을 맞춘다. 연대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현 대세론은 2002년보다 상대적으로 견고성을 갖고 있다.”면서 “특히 공식 선거운동기간에 들어가서는 후보간 지지율이 바뀐 사례가 없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범여권의 후보단일화는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확정(10월16일)돼야 가능하다. 범여권에 남은 시간은 달포가량이다. 지지율을 뒤집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대세론 즐기기 또는 대세론 안주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명박 후보가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지도 40일이 지났다. 한데 그동안 이 후보가 내놓은 작품 가운데 떠오르는 게 없다. 전략 역시 경선 전과 경선 후,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외교분야를 빼곤 인재 등용이나 정책개발에서 눈에 띄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선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그렇고 그런 인물들의 하마평만 나온다. 한반도대운하 공약도 어정쩡한 상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피터 슈워츠는 “어떤 경우에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는 생물이다. 불가측성이 특징이다. 이 후보도 30%초반까지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 이 후보에겐 도곡동 땅과 BBK 문제가 여전히 진행형이고, 이것이 지지율 널뛰기의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후보 캠프에서는 이 가능성을 도외시하는 것 같다. 대운하도 고집을 피울 필요가 없다고 본다. 활발한 내부 토론을 거쳐 대운하 공약을 수정한다면 오히려 이 후보의 유연성이 돋보일 수 있다. 대선에선 단순히 이기는 것보다 어떻게 감명 깊은 승리를 거둘 것이냐가 중요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이 후보 진영은 더욱 팽팽한 긴장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 후보가 유력 후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jthan@seoul.co.kr
  • 사랑이 변해도, 있긴 있는 거죠?

    사랑이 변해도, 있긴 있는 거죠?

    가을 하면 역시 멜로 영화다. 한 여자를 위해 순정을 바치는 부산 사나이(곽경택 감독의 ‘사랑’)가 인기몰이 중인 가운데 사랑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줄 한국영화 두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자신을 위해 헌신한 여자를 헌신짝처럼 버린 비열한 남자(허진호 감독의 ‘행복’)와 변덕스런 남자들을 믿지 않는 쿨한 30대 여성들(이언희 감독의 ‘어깨 너머의 연인’)이 잇따라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행복 “은희야, 넌 내가 그렇게 좋으니?” “응. 영수씨는?” “그런 게 있긴 있구나.” 한 이불 덮고 마주 보고 누운 남녀가 사랑의 달콤함을 만끽하는 순간, 묘하게 방향을 돌리는 남자의 말에서 연인의 불안한 운명이 예감된다.‘8월의 크리스마스’‘봄날은 간다’‘외출’ 등 전작에서 한번도 사랑의 완성을 보여주지 않았던 허진호 감독은 네 번째 영화 ‘행복’에서는 아예 사랑의 잔인한 얼굴을 작정하고 드러낸다. 도시남자 영수(황정민)는 방탕한 생활로 간경변 진단을 받고 시골 요양원으로 들어간다. 이곳에서 폐질환을 앓고 있는 순수한 여자 은희(임수정)를 만난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작은 집을 얻어 살림까지 차린다. 은희의 헌신적인 보살핌에 건강을 회복한 영수는 슬슬 도시생활이 그리워진다. 옛 애인 수연(공효진)의 방문에 마음이 흔들린 영수는 결국 은희를 버린다. 삶의 위기에 처하면 사랑이 싹튼다고 했던가. 이 비상한 상황에서 나이, 외모, 직업, 재산 등 현실적인 조건은 뒷자리다. 은희는 건강처럼 사랑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지가 달라지면 균형이 깨지고 균열이 일어난다.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조건들은 이제 큰 걸림돌이 되고 그렇게 사랑은 무너져 내린다.“너 밥 늦게 먹는 거 지겹지 않니? 난 지겨운데.” 아무렇지 않게 툭 뱉는 영수의 말은 사랑이 식으면 얼마나 차갑고 시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에서 시골과 은희는 순수와 휴식의 쉼터로, 도시와 수연은 퇴폐와 타락의 공간으로 대비된다. 단정적인 편가르기가 불편함을 주지만 영수가 내던진 행복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겉모습으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황정민과 임수정은 모순된 사랑과 행복을 말하는 영화이기에 오히려 적절한 배역이라고 할 만하다. 황정민은 비열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나쁜 남자로 제몫을 해냈고, 임수정의 성숙한 연기는 앳된 외모가 주는 불안함을 가뿐히 뛰어넘었다.15세 관람가, 새달 3일 개봉. ■ 어깨 너머의 연인 “왜 결혼하는 순간 섹스가 따분해지는 거지?(희수)” “나, 불륜에 딱 어울리는 애인 아닌가?(정완)” 30대 여성의 성과 사랑을 다룬 영화 ‘어깨 너머의 연인’의 두 주인공이 사용하는 언어는 사뭇 노골적이다.“결혼은 안심보험”이라며 아무도 건드릴 것 같지 않은 남자를 골라 공주처럼 사는 희수(이태란). 사랑을 믿지 않는다며 구속 없는 연애를 부르짖는 정완(미연)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 둘은 속옷부터 남자 취향, 결혼관에 대해 상이한 반응을 보이지만 자유로운 연애에 관해서 만큼은 서로 통한다. 사랑한다면 유부남도 상관 없으며, 남편이 바람나고 나니 오히려 끌린다는 식이다. 세련되고 매끈한 배경, 음악, 의상만큼이나 그녀들의 사고방식은 ‘쿨’함을 과시한다. 사랑에 ‘칼’같던 그녀들은 자를 수 없는 감정도 있음을 확인한 뒤 흔들리기 시작한다. 정완은 “잠만 자려고”만난 유부남에게 진짜 사랑을 느끼고, 희수는 순순히 이혼에 동의해준 남편을 자신이 더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영화는 ‘처녀들의 저녁식사’나 ‘싱글즈’와 같은 범주에 놓인다. 싱글 여성의 대열에 뻔뻔한 유부녀를 동참시키고 무턱대고 홀로서기를 강요하지 않은 결말은 앞선 두 영화와 비슷한 궤적을 밟아 가나 신선함을 준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왜 공허해지는 걸까. 영화에서 성과 사랑에 관한 여성들의 ‘열린 생각’은 거침이 없다. 스크린 밖은 어떤가. 비밀스런 사생활을 공개한(또는 공개당한) 여자들에게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는 게 현실이다. 미국의 인기 시트콤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와 그의 친구들의 자유분방한 삶을 아무리 갈망한다 해도 한국 땅에서 대놓고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명품을 걸치고 브런치를 즐기는 것 정도가 고작 아닌가.18세 관람가,18일 개봉.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독립기념관 ‘세계 반침략 평화선언’ 채택

    독립기념관은 6일 “개관 20주년을 맞아 8∼9일 기념학술회의를 개최하고 세계 6개 평화기념관 대표들과 함께 ‘세계 반침략 평화선언’을 채택한다.”고 밝혔다. 평화선언엔 독립기념관 외에 폴란드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국가기념관, 인도 네루기념관, 러시아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 중앙박물관, 중국 인민항일전쟁기념관, 중국 9·18역사박물관 등이 참여한다. 평화선언서는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을 갈망하는 전 인류의 이름으로 지구상에서 평화를 깨고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전쟁과 테러, 폭력과 인권유린 사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삼웅 독립기념관 관장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 등 21세기 들어 새롭게 감돌고 있는 침략주의 기운에 대해 다시는 과거와 같은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세계 평화기념관들의 뜻을 모은 것”이라고 선언의 의미를 설명했다. 각국 평화기념관 대표들은 또한 9일 독립기념관 ‘통일염원 동산’에서 아프가니스탄 피랍 한국인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염원의 종’을 23회(인질 23명 상징) 타종하고 풍선 4700개(4700만 국민 상징)를 띄우는 행사를 진행한다. 김 관장은 “9일까지 납치된 인질들이 풀려나지 않을 경우 6개 평화기념관 대표들이 모두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전했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문화마당] 서울에 박수근 미술관을/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 영문학

    근자에 김홍남 국립중앙미술관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지금 사대문 안에서 열리는 대형 전시 등을 보세요. 모네 전, 비엔나 미술 박물관전, 중국국보전 등 온통 외국 전시 일색입니다. 우리 것은 간 데 없고, 문화 사대주의가 따로 없습니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문화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교류해야 발전한다. 우리가 자랑하는 불교미술도 토착적으로 자생한 것이 아니라 인도 및 중국 등과의 문화 교류에서 얻어진 것이다.‘빛의 화가’ 모네의 그림은 프랑스 파리까지 가서 보아야만 하는 세계적인 유산에 속하는 명화들인데, 우리가 서울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다. 필자는 수련을 그린 모네의 그림을 보면서, 사대주의보다는 자연을 빛의 변화에 따라 다원적 시각으로 포착했을 때 나타난 아름다움이 ‘추상화의 출발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하기에 바빴다.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사대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과 외국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고급한 독립 미술관을 갖는 것이다. 서울에도 물론 경복궁, 종묘, 국립미술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그리고 간송미술관이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국내외의 관객들에게 한국 미술의 정체성이 무엇인가를 쉽게 보여주기에는 미흡할 뿐 아니라, 그것을 다시금 찾아와서 보기를 갈망할 만큼 그들에게 큰 미학적인 충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값진 문화유산이 우리에게 전혀 없는가. 우리에게도 한국인의 특성과 정서를 오롯이 보여주는 세계성을 지닌 미술품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이 박수근 그림이다. 그러나 서울에는 파리의 모네 미술관과 같은, 박수근 미술관이 없다. 박수근 기념관은 강원도 양구에 있지만 아직 그 수집 내용이 너무 빈약하고, 서울에서 너무 먼 거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 정부와 뜻있는 사람의 힘을 모아, 프랑스 파리처럼 서울에 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한곳에 집대성할 수 있는 독립된 미술관을 건립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이러한 사업은 막대한 경제적인 투자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성취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6.25전쟁 때문에 우리가 그의 그림 가치에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암흑기에 미국인 실리아 지머맨과 밀러가 첫 상설 반도 화랑을 세워 그를 후원하는 동안 200점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또 지난 5월 박수근의 유화 ‘빨래터’는 45억 2000만원에 낙찰되었고, 그의 유화,‘앉아있는 아낙과 항아리’가 몇 년 전에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123만 9500달러에 팔렸으니, 위에서 언급한 일이 얼마나 어려울 것이란 것은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수집가들이 그의 그림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생각해 그것을 벽장 속에 사장시키지 않고, 우리 민족은 물론 인류의 공동 유산으로 생각해서 박수근 미술관에 기증해 세상의 빛을 보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 사업은 결코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필자는 미국의 여러 박물관에서 황홀경에 빠져 바라보았던 미술품들이 모두 다 그 작품을 만든 작가의 이름 아래 새겨진 또 다른 이름의 사람에 의해 기증된 것이란 사실을 알고 크게 감동받은 적이 있다. 정부에서 일하는 책임 있는 사람들이 세계화 시대에도 국제 문화교류를 ‘사대주의’란 말로 폄훼할 것이 아니라, 산업화 이전 한국인의 소박함과 성실함을 화폭에 담아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박수근 미술관을 파리의 모네 미술관 못지않게 독립된 형태로 수도 서울에 세우는 일을 계획해야 할 것이다.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 영문학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맨유 내한경기가 남긴 것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아시아투어가 끝났다. 그리고 아시아 시장 개척을 위한 그들의 일차적인 목표는 완성된 듯하다. 지난 20일 FC서울과의 경기 때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편의점이 2억 5000만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런 열풍이라면 아시아팬을 향한 맨유의 마케팅은 더욱 거세질 게 뻔하다. 일부에서는 잉글랜드 축구에 대한 환상의 대가치고는 지출이 너무 크다고 말한다. 더욱이 그같은 열기가 K-리그와는 별 상관없기 때문에 그리 반가운 노릇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실 슈퍼스타들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일견 허전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는 사물의 한 측면만 본 단견일 뿐이다. 무엇보다 맨유는 우리 선수들에게 ‘프로’가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보여줬다. 장기 여행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열심히 그라운드를 질주했고,FC서울의 젊은 선수들은 안방이었지만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피스컵축구대회가 열려 볼턴 원더러스(잉글랜드)와 올랭피코 리옹(프랑스), 라싱 산탄데르(스페인) 등 각국의 빅클럽이 찾아왔고, 브라질의 명문 SC인터나시오날도 방한해 국내 클럽팀과 평가전을 치렀다. 저마다 계기와 목표는 달랐지만 그들은 한가롭게 걷지 않았다. 그들은 ‘프로’답게 심판의 휘슬이 울리면 모든 것을 잊고 경기에 몰입했다. 맨유의 경기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하프타임과 경기 종료 직후의 장면이다. 하프타임 때 호날두는 소매 없는 붉은 셔츠 차림으로 몸을 풀었다. 후반전에 뛰지는 않았지만 완전하게 몸을 푼 다음에야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후반전이 끝난 뒤 스콜스와 긱스도 똑같이 몸을 풀었다. 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시간까지 재가면서 달리기와 스트레칭도 반복했다.90분을 모두 소화한 실베스트르는 맨발로 그라운드를 두 세 바퀴가량을 돌았다. 거창하게 ‘프로정신’을 달리 찾을 것도 없다. 국내 젊은 팬들의 열풍도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맨유 서포터스가 되어 정열적으로 응원했던 세대는 대체로 10∼20대 후반들이다. 이들은 대중문화가 사회적 현상으로 인정받은 뒤 성장한 세대들이다. 이전 세대가 막연하게 갖고 있던 대중문화에 대한 혐오를 이들은 거부한다. 새롭게 떠오르는 문화가 자신이 정열적으로 즐길 만한 것인지, 그리고 그 속에 몰입할 만큼 짜릿한 요소가 있는지가 관심사다. 축구 역시 문화적 욕망의 대상이다. 한·일월드컵과 박지성, 이영표의 유럽 빅리그 진출로 인해 젊은 세대에게 축구는 매력적인 문화로 다가왔다. 문화는 정서적 혈관을 따라 사람의 내면에 스며들기 때문에 한번 관심을 갖게 되면 정열을 쏟게 마련이다. 지금 당장은 이들이 잉글랜드리그에 빠져든 것 같지만 ‘쾌속의 축구’를 갈망하는 열정은 결국 대표팀과 K-리그에 대한 보상심리일 수도 있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기고] 친절도 혁신이다/조윤명 국가기록원장

    클린턴 미 행정부 당시 노동장관을 역임했던 로버트 라이시는 ‘부유한 노예’라는 책에서 혁신의 핵심에는 두 가지 성격의 창의적인 인물이 있다고 했다. 첫째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일에만 몰두하는 유형으로, 자기 관심분야에 전력을 다하는 예술가나 발명가 등 창의력 있는 인물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두번째는 카운슬러나 정신과 의사처럼 사람들이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잠재적으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이끌어내는 유형의 사람이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이런 혁신의 모습을 다양한 분야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음식점이라면 맥도널드나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이런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보통 소변기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성인용으로 높고 다른 하나는 어린이용이라 낮다. 오래 전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아들은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만큼 높은 쪽은 내 차지였고 낮은 쪽은 당연히 아들 차지였다. 10년 후 두번째 미국 생활을 시작할 무렵엔 아들은 고 2년생으로 키가 나를 능가할 정도로 훌쩍 커버렸다. 뉴욕에 도착하던 날 맥도널드 가게 화장실에서 서로 바꾸어선 나의 모습을 보고 아들 녀석이 빙긋이 웃던 기억이 난다. 단 두개의 소변기도 높낮이를 달리할 만큼 세심한 배려가 새롭다. 생활하면서 미국 공무원들이 친절하다고 느껴본 일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자동차등록사업소(DMV)의 근무시간이 하루는 아침 7시에 일찍 문을 열고, 또 다른 하루는 저녁 9시까지 늦게 영업하여 직장인의 편의를 고려하고, 은행지점 역시 소재하고 있는 고객의 특성에 따라 근무하는 요일이 탄력적이었다. 뉴욕 근교에 살며 시내까지 기차로 출퇴근하던 동료 직원이 있었다. 정기권과 당일티켓의 가격 차이가 2배에 가깝다 보니, 월 정액권을 이용하게 되는데 언젠가는 신규 월 정액권을 구입하는 것을 잊고 습관적으로 기차를 탔다고 한다. 검표원은 고객의 예견할 수 있는 착오를 인정하고, 그날 승차요금을 면제하되 착오를 재발하지 않도록 시효가 소멸된 정액권을 회수해 갔다. 검표원의 재량이 아니라 있을 수 있는 착오를 배려해서 시스템으로 설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마 이러한 시스템을 처음 고안해 낸 사람들은 고객이 갈망하는 것을 이끌어낸 두번째 유형의 사람이 아닐까 한다. 얼마 전에 올해 상반기 전화친절도 평가결과가 나왔다. 정부 민원서비스 만족도에서 행정자치부가 전 기관 조사결과 2등을 했다. 부처 내 평가에선 국가기록원이 2등을 했고, 팀 단위 평가결과 1등부터 4등까지 기록원 소속팀이 차지했다. 매번 고객의 소리를 인터넷으로 또는 편지로 받아왔기에, 이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좋은 결과를 낳지 않았나 싶다. 하루 100명 이상의 고객이 찾아오는 서울기록정보센터에는 고객이 앉아서 기다릴 만한 변변한 의자 하나도 놓을 공간이 없으니 직원들의 근무환경이란 말할 것 없다. 그런데도 이런 성과를 만들어 낸 직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다. 지난 몇개월간 고객이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의자라도 놓을 공간을 마련하려 노력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무산됐다. 마음 아파하던 것도 순간이고,1주일에 한 시간만이라도 고객들에게 변호사나 공인법무사의 자문을 받을 기회를 제공해 정직하지 못한 이들에게 사기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친절하고 상냥한 자세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원하지도 않는 부분까지 찾아서 시스템으로 갖추어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바로 체질화된 친절이며 시스템 혁신의 참 모습이 아닐까. 조윤명 국가기록원장
  • [열린세상] 미술붐과 미술관 수출/최병서 동덕여대 문화경제 교수

    [열린세상] 미술붐과 미술관 수출/최병서 동덕여대 문화경제 교수

    최근 국내 미술시장이 급속하게 활기를 띠고 있다. 몇몇 유망작가의 경우는 국내시장에서뿐만이 아니라 아시아와 국제 경매시장에서도 상당한 값으로 팔리고 있다. 이러한 추세의 배경은 무엇인가? 이러한 현상은 단지 국내 경제에서, 특히 실물시장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넘쳐나는 유동자금의 증가에만 원인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수준은 멀지 않아 일인당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소득수준 상승으로 사람들이 이제는 단지 물질적인 욕구와 수요를 충족시키는 소비지출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문화적 소비에 대한 갈망은 점차 늘어나게 되고 따라서 문화예술에 대한 소비지출을 늘리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작금의 미술품에 대한 소비욕구 확산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최근에 부쩍 외국 유명 미술관 전시회가 늘어나고 있다. 오르세 미술관 소장품 전시나 빛의 화가 모네전, 그리고 렘브란트 특별전 같은 전시회에 사람들이 연일 몰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현상이다. 미술품과 같은 재화는 수요가 급증한다고 해도 그 생산을 늘릴 수 없는, 공급이 완전 비탄력적인 재화의 특징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가령 고흐의 그림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지불하고 구입하거나 아니면 그 그림을 소장한 미술관에 가야만 그 소비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그러한 미술품을 소장한 미술관이 없는 곳에서는, 많은 미술애호가들에게 감상 기회를 주기 위해 유명 작가의 작품을 대여 형식으로 일정 기간 임대료를 지불하고 수입해 와야만 하는 것이다. 개별 미술작품들은 이처럼 대여라는 방식을 통해서라도 수출입이 될 수 있지만 그많은 미술품을 소장한 미술관 자체는 수출이나 대여가 불가능하다. 이와 같이 교역을 통해서 국가간 이동이 불가능한 재화를 무역이론에서는 비교역재(非交易財)라고 부른다. 박물관은 대표적인 비교역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수많은 미술품, 조각품 및 예술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박물관 루브르 미술관의 경제적 가치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고흐 작품 한점이 거의 1억달러에 이르니 추산조차 불가능할 정도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를 가늠해 볼 만한 이벤트가 생겼다. 올해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는 아부다비에 루브르 분관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것은 프랑스가 미술관을 수출한다는 의미이다. 비교역재의 전형으로 간주되는 미술관이 교역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쁘게 말하면 프랑스 자존심의 상징인 루브르미술관도 팔아먹은 것이다. 사실 프랑스 문화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합의에 저항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받은 것일까? 그 내역을 보면 루브르 소장품들의 장기 임대와 수시로 여는 특별전과 미술관 경영 자문, 그리고 미술관 설계와 공사비를 포함해서 10억달러 정도를 받기로 했는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루브르측은 아부다비 미술관이 ‘루브르’라는 이름을 30년간 사용하는 대가로 5억 200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즉 프랑스는 루브르 미술관의 일부분을 수출함으로써 1조 3000억원을 벌어들였다. 문화는 이처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문화예술의 가치는 자동차나 선박을 만들어내듯이 단시간에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연륜과 전통 그리고 자유로운 사고와 유연한 사회조직에서 생겨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최병서 동덕여대 문화경제 교수
  • [정책선거 원년으로] ‘말싸움’ 대신 공약 듣고 싶다

    서울신문은 창간 103주년을 맞아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와 공동으로 역대 대선공약을 대해부한다. 역대 대선공약 점검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쏟아져 나올 공약이 실현성이 있는지를 국민들이 판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대선평가교수단이 참여한 역대 대선 공약 대해부는 10여회의 시리즈로 나눠 싣는다. 12·19 대선을 꼭 5개월 남겨놓고 있지만 예비 후보들의 공약을 찾아보기 어렵다. 검증공방과 통합논의 과정에서 정책선거는 실종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공약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던 데 비하면 ‘공약 기근’이라는 희한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18일 “야당은 사생결단식 ‘검증 공방’을 벌이고, 범여권은 ‘대통합’만 외칠 뿐 아니라, 전·현직 대통령까지 선거판에 뛰어들어 정책이 끼어들 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김수진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회 양극화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은 이를 완화할 정책을 갈망하고 있지만 후보들은 이에 화답할 자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려대 행정학과 염재호(한국정책학회장) 교수는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제시할 마당도 펼쳐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전이 뜨거워지면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이나, 선심성 개발공약, 예산을 고려하지 않는 주먹구구식 공약들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역대 대선에서 공약 마련의 핵심역할을 맡았던 이들은 ‘공약(空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97년 대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는 “더 이상 포퓰리스트 대통령이 나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노태우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입안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현 통합민주당 의원)은 “당선을 위해 급조된 공약을 다 지키면 나라가 거덜날 것”이라고 공약(空約)의 폐해를 지적했다. 1992년 당시 민자당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황인성 전 총리는 “3∼4개월 만에 공약 최종안이 나왔다.”면서 “세금은 줄이면서 돈은 많이 쓰겠다는 억지스러운 공약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정무담당특보를 지낸 이강래 의원은 “선심성 공약은 결국 특정 이해집단을 위한 것”이라면서 “국민들도 핵심이슈나 정서를 바탕으로 투표해 정책선거는 사실상 힘들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선이 검증공방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공약 대결로 가야 하고, 매니페스토(참공약실천) 운동을 통해 공약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희대 김민전 정치학과 교수는 “목표와 우선순위, 재정조달 등을 제시한 매니페스토 운동이 절실하다.”면서 “기존 공약이 심판받기도 전에 해체와 창당을 거듭하는 이합집산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 수에 따라 나눠주는 국고보조금 배분방식을 개혁하고, 미국처럼 경선일정을 법으로 정해 경선을 둘러싼 이전투구를 막고 정책개발을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구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매니페스토(Manifesto) 라틴어의 ‘손(manus)’과 ‘치다, 빠르게 움직이다(fendere)’가 합성된 말로 책임있는 약속·계약이란 뜻이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참공약실천운동으로 풀이된다. 영국에서 시작된 매니페스토 운동이 우리나라에 발을 붙인 것은 2년 전이다. 지난해에는 지방선거 직전에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사무총장 유문종)가 발족돼 공약의 이행가능성을 짚어보고, 정책선거가 되도록 하는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 [취임 1주년…단체장 인터뷰] 박광태 광주시장

    [취임 1주년…단체장 인터뷰] 박광태 광주시장

    “첨단 산업과 문화가 어우러진 멋진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박광태 광주광역시장은 6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가장 살고 싶어하는 ‘1등 광주’를 만드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민선 3기와 4기 첫해 동안 소비도시를 생산·수출도시로 변모시킨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1년 31억달러에 불과하던 수출액이 지난해말 92억달러로 늘었다. 올해는 1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의 수출 증가율,5인 이상 제조업체 수 증가율, 최근 2분기 연속 산업생산 증가율이 각각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박 시장은 “이런 외형적 경제 지표는 시민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생산도시의 꿈을 실현해 가는 청신호”라고 자평했다. 그는 “이같은 결과는 ‘경제가 살아야 시민이 산다.’는 일념으로 지역 산업 기반을 꾸준히 다져온 덕택”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선거 공약으로 제시한 13만 4000개의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올 1·4분기까지 2만 7000개를 만들어 20%를 달성했다. 특히 지난 4월의 취업자는 63만 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만 4000여명이 증가했다. “2009년 국제 광(光)엑스포와 빛의 축제를 열어 광주를 아시아 최고의 광산업 메카로 만들겠습니다.” 그는 경쟁력 없는 부문은 축소하고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을 키우는 데 ‘올인’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광산업을 비롯해 첨단부품, 디자인, 신재생 에너지, 문화콘텐츠 등의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 그는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아시아 문화전당의 랜드마크 기능 보강과 국립아시아현대미술관 설치 등을 문화관광부에 건의했다. 또 문화복합산단·문화전당 주변 도심 리모델링 사업을 위한 국비 확보도 추진 중이다. 박 시장은 최근 불거진 ‘특급호텔 인센티브 논란’에 대해 특1급 호텔을 짓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실련 등에서 말하는 500억,1000억 특혜는 터무니없다며 전문가들로 하여금 호텔건축 업체에 돌아가는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소상히 밝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는 10월 제88회 전국체전 준비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그는 “기초질서지키기 운동 등 작은 일부터 챙기고 점검해 성공적인 대회를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도곡동 땅 논란에 “할말 없다” 박 시장은 현재 한나라당 대선주자 사이에서 설전이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논란과 관련,“1997년 국회의원 시절 통상산업위원회의 포항제철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땅에 대한 ‘특혜매입’을 추궁한 기억은 나지만 세월이 지나 구체적인 것은 잘 모르겠다.”며 “이 사안에 대해 할말은 전혀 없다.”고 짤막하게 대응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최태환칼럼] 대통령의 모노드라마/수석논설위원

    [최태환칼럼] 대통령의 모노드라마/수석논설위원

    연극배우 추송웅을 기억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1970∼80년대 우리 연극의 자존심이었다.‘우리들의 광대’는 ‘빨간 피터의 고백’과 함께 추송웅 브랜드의 모노드라마였다. 그는 온몸으로 열연했다.‘우리들의 광대’는 보컬그룹 리더인 김혁진이라는 젊은이를 통해 암울했던 당시를, 아프지만 무겁지 않게 그려냈다. 김혁진은 음악을 잃어버린 세대에게 우리 음악을 찾아주겠다는 꿈에 부푼다. 성취 강박관념에 빠진 그다. 그룹 멤버들과 열심히 연습을 한다. 하지만 불협화음이다. 자신의 음이 반음 높기 때문이다. 그는 “누가 음을 제대로 못 맞추느냐.”라고 목청을 높인다. 막무가내였다. 그가 열성일수록 반목은 더했다. 그의 꿈은 끝내 좌절한다. 80년대 중반 명동의 소극장 ‘떼아뜨르 추’에서 ‘우리들의 광대’를 만났다. 무대가 5평 남짓 됐을까. 말이 소극장이지 작은 레스토랑이었다. 추송웅은 1인6역이었다.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연일 만원사례였다. 그는 500회이상 무대에 올랐다. 음습했던 시절 많은 젊은이들은 이 드라마를 통해 김혁진류(流)의, 막무가내의 벽이 무너지는 새 날을 갈망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를 보며, 문득 ‘우리들의 광대’를 떠올렸다. 불경스러운 연상이다. 고군분투,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마치 일인다역의 추송웅 같기도 하고, 극중의 주인공 김혁진 같기도 해서다. 노 대통령의 모노드라마는 끝이 없다. 언론을 바로잡아야 하고, 야당 후보들도 비판해야 한다. 대선후보 선거공약도 검증해야 한다. 그런데 중앙선관위는 이런 충정도 모르고 선거법 위반이라는 훈수를 뒀다. 그는 지난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계급장을 떼고 제대로 따지겠단다. 국민으로선 그가 반음 높아 보이는데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이웨이만이 보인다. 대선에 올인하는 대통령 모습이 날이 갈수록 결연하다. 전방위로 대선 예비후보들과 전선을 넓힌 지 오래다. 그럼에도 정치권내 친노 세력은 더욱 위축되는 형국이다. 범여 통합이 지지부진이다. 열린당내 친노그룹 배제 여부가 지지부진의 한 축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게 해야 한다. 친노 멤버들이 나서야 한다. 명확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의 가치와 이념을 함께했던 이들이다. 김혁진처럼 노 대통령이 반음 틀렸다면 고치자고 건의하고, 옳다고 확신한다면 국민 동의를 얻어내는 데 함께 나서야 한다. 전도사로 나서는 방법을 모색할 때다.‘김혁진류’의 좌절을 방관해선 안 된다. 하지만 열린당내 친노인사들은 무대 뒤에서 좌고우면이다. 진작 행동으로 나서야 했다. 범여권 통합에 기대를 걸어서일까. 하지만 ‘도로열린당’으로의 재탄생을 꿈꾸는 것은 떳떳하지도 않고, 명분도 없다. 확신이 있다면,2개의 범여 조직으로 심판받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 과정에서 후보단일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평가포럼도 마찬가지다. 친노 정치세력의 일부로 분명히 자리매김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노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다. 국민은 정치조직으로 치부하는데도 아니라고 손사래친다. ‘우리들의 광대’의 교훈은 어디 갔는가. 무대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 추송웅과 함께 흘려 보내긴 너무 아쉽다.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잠재된 고객 불만도 꼼꼼히 체크해야”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26일 “고객의 요구를 가장 먼저 고려할 때 비로소 기업의 가치도 높아진다.”고 ‘고객가치 우선론’을 폈다.김 사장은 10조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하고 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고객 중심 경영이 뿌리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화두가 고객가치(CV)혁신이다. 하지만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얼마 전 휴대전화 통화 품질에 불만을 품은 고객이 승용차를 몰고 본사 사옥으로 돌진하는 사건이 터졌다. 김 사장은 당시 “CV혁신을 한다는 회사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밤잠을 이룰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김 사장은 25일 하반기 경영전략 발표회에서도 이런 속내를 털어놨다.그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크고 작은 고객불만 사항들 특히 지난 4월 발생한 벤츠승용차 돌진사건을 바라보면서 경영을 맡은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이번 일은 자신을 철저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객지상주의를 실천할 인재도 갈망했다. 김 사장은 “글로벌 인재는 ‘T-DNA’를 갖춰야 한다.”면서 “T-DNA란 목표를 높게 잡는 진취적인 자세와 강인한 도전정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가리킨다.”고 설명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씨줄날줄] 관타나모의 詩/진경호 논설위원

    아랍어에 대한 아랍인들의 사랑은 상상을 넘는다.‘신이 내린 언어’이고,‘모든 언어의 어머니’다. 지금의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뿐 아니라 인접지역의 페르시아어, 말레이어, 스와힐리어 등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으니 틀린 말도 아닌 듯하다. 쌀(rice), 커피(coffee), 레몬(lemon), 설탕(sugar), 알코올(alcohol) 같은 말도 아랍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슬람 성전인 ‘코란’은 아랍어로 ‘읽혀야 할 것’이라는 말이고, 아랍인들은 이런 아랍어를 코란, 그리고 민족과 하나로 본다. 종교와 민족, 언어의 삼위일체인 것이다. 다른 어떤 언어보다 표현력이 풍부하고 뛰어나서일까. 아랍인들의 시(詩) 사랑 또한 남다른 모양이다. 아랍의 여러 부족이 오랜 세월 하나일 수 있었던 것이 시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도 북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 등 중동의 많은 도시에서는 시 낭송회가 활발하게 펼쳐지고, 유명 시인들은 지도층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코란 자체가 산문시이고, 이를 낭송하는 것이 노래가 될 정도다. 아랍인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시가 멀리 쿠바 관타나모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테러 혐의로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힌 아랍인들의 절규가 머잖아 시집으로 출간된다고 한다. 미국이 쿠바에서 빌린 땅 관타나모에 지은 이 수용소엔 테러와의 전쟁 이후 40여개국 800여명이 마구잡이로 수감됐고, 지금도 400명 남짓이 갇혀 있다. 미군의 혹독한 고문과 폭행, 그리고 이런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수감자들의 자살과 단식투쟁이 이어지면서 ‘인간우리’‘인권 블랙홀’로 불리는 곳이다. 생지옥의 그 고통 속에서도 수감자들은 사랑하는 아랍어로 시를 썼다고 한다. 종이가 없어 스티로폼 컵에 돌조각으로 시를 새겼고, 치약을 잉크 삼아 시를 썼고, 이를 돌려봤다고 한다. ‘비 온 뒤 풀이 다시 자란다는 게 사실일까.’ 삶을 갈망하는 한 수감자의 시 첫 구절엔 더없는 말의 무게가 담겨 있다.“말의 무게가 없는 언어는 메아리가 없다. 인간의 말이 소음으로 전락한 것은 침묵이 없기 때문이다.” 법정스님의 말이다. 청와대에 ‘수감’된 채 ‘말할 자유를 달라.’고 외치는 노무현 대통령의 기본권 쟁취 투쟁이 자꾸만 어른댄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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