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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42곳 민심의 선택은… 내년 총선·대선판세 미리 본다

    전국 42곳 민심의 선택은… 내년 총선·대선판세 미리 본다

    서울 양천구청장 추재엽·김수영 박빙 양강구도 수도권 표심잡기 지도부 지원 서울 양천구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기초단체장을 뽑는 지역이다. 양천구는 이전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번갈아 구청장에 당선된 곳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수도권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이번 재선거에는 후보 5명이 출사표를 낸 가운데 한나라당 추재엽 후보와 민주당 김수영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접전을 펼치고 있다. 민선 3·4기 구청장을 지낸 추 후보가 검증된 행정 능력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고, 이제학 전 양천구청장의 부인인 김 후보는 진보성향의 부동표 획득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최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직접 지원에 나서는 등 여야가 바싹 공을 들이고 있어서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부산 동구청장 텃밭 정영석 vs 돌풍 이해성 박근혜·문재인 잠룡 총력전 4명의 후보가 출마한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는 ‘2강2약’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부산시 환경관리공단 이사장을 거친 한나라당 정영석 후보와 한국조폐공사 사장을 지낸 야권 단일후보인 이해성 후보가 여전히 치열하다. 한나라당은 텃밭으로 여겨온 부산에서 야당에 패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 등이 대거 가세했다. 야당 측도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이 거리유세를 하는 등 부산의 구청장 재선거가 ‘잠룡’들의 대선 전초전을 방불케 한다. 따라서 부동표가 선거의 판세를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대구 서구청장 한나라·친박연합 불꽃 신경전 투표율이 당락 영향 미칠 듯 대구 서구는 TK 텃밭인데도 한나라당이 고전하는 곳이다. 한나라당 강성호 후보와 친박연합 신점식 후보가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선거 초반부터 ‘친박 마케팅’으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자신이 친박이고 상대방은 짝퉁이라고 몰아붙였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4일 서구를 방문, 막판 판세에 미칠 영향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선거지원유세에서 친박연합은 자신과 무관하다며 강 후보 지지를 당부했다. 신 후보 측은 박 전 대표의 이런 지원 유세에 반발했다. 투표율도 당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강 후보는 20% 초반이면 조직력과 여당 지지세로, 신 후보는 25% 이상이면 젊은층의 지지를 얻어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충남 서산시장 한나라 이완섭·민주 노상근 혼전 속 공명선거 공방 치열 충남 서산시장 선거는 우열을 점치기 어려운 혼전 양상이 계속되면서 공명선거에 대한 공방도 치열했다. 이완섭 한나라당 후보는 선거법 위반으로 물러난 전임 시장이 같은 당임을 의식해 “과거의 일이다. 미래만 생각해야 한다.”고 역공했다. 이 후보는 25일 동부시장과 노인이 많은 농어촌 지역을 돌며 “공직생활을 해온 중앙부처에서 예산을 따와 서산을 복지도시로 만들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한나라당 측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반면 노상근 민주당 후보는 지역의 젊은층과 직장인을 공략하며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노 후보는 “한나라당이 재선거를 야기했다.”고 이 후보를 겨냥했다. 민주당 측은 바닥 민심에서 앞질렀다고 자신했다. 박상무 자유선진당 후보도 ‘깨끗한 선거’를 강조했다. 서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충북 충주시장 이종배·박상규 막판까지 접전 보수표 분산 여부가 당락 열쇠 4명의 후보가 출마한 충주시장 재선거에서는 행정안전부 차관을 지낸 한나라당 이종배 후보와 재선 국회의원 출신인 민주당 박상규 후보가 막판까지 접전을 펼치고 있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면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충주를 다녀갔고,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25일에도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과 김부겸 의원이 지원유세를 내려오는 등 중앙당 차원에서도 총력전 양상이다. 최대 변수는 보수 지지층의 분산 여부. 나란히 전 충주시장을 지냈으나 한나라당 공천경쟁에서 탈락한 김호복 후보와 한창희 후보가 미래연합과 무소속으로 각각 출마함으로써 여당 성향의 표심이 얼마나 분산될지가 당락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강원 인제군수 선후배 최상기·이순선 ‘2강’ 헐뜯기 대신 부동층 흡수 온힘 강원 인제군수 선거전은 ‘2강 2약’ 구도를 보이며 근소한 표차로 당락이 갈릴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인제군 기획감사실장을 지낸 한나라당 이순선 후보와 인제군 부군수를 거친 민주당 최상기 후보가 2강 양상이다. 두 후보는 저마다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25일에도 10% 안팎으로 파악되는 부동층을 흡수하는 데 총력전을 펼쳤다. 그럼에도 상대를 헐뜯는 불미스러운 일은 지금껏 없었다. 두 후보가 인제고 2년 선후배 사이인 데다 공직생활도 함께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권자들은 여당 텃밭이라는 이미지를 버리고 인물 중심의 신중한 선택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2명의 군수가 선거법과 뇌물수수로 낙마한 뒤여서 무엇보다 깨끗한 선거를 갈망한다. 인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일본통신] 오릭스, 이대호 탐내는 이유는?

    [일본통신] 오릭스, 이대호 탐내는 이유는?

    오릭스 버팔로스의 박찬호(38)가 결국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오릭스는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찬호를 포함 외국인 선수 3명과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구단으로부터 방출 당한 박찬호는 향후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해 박찬호는 5월 말 2군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7경기에 출전해 1승 5패, 평균자책점 4.29을 기록하며 이후 단 한번도 1군으로 올라오지 못하며 짧은 오릭스 생활을 청산하게 됐다. 이미 이승엽(35)의 한국 유턴이 확정됐고, 오릭스 구단은 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대대적인 외국인 선수 정리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올 시즌 오릭스는 이승엽을 비롯, 아롬 발디리스, 마이크 헤스먼, 프란시스코 카라바이요(이상 타자)와 박찬호, 알프레도 피가로, 에반 마크레인(이상 투수)이 1군 무대를 밟아본 외국인 선수들이다. 그중 이미 이승엽은 스스로 일본생활을 정리하고 팀을 떠났고 한때 이승엽의 빈자리를 메웠던 헤스먼과 독립리그 홈런왕(시코쿠 · 큐슈 아일랜드 리그)출신인 카라바이요는 같은날(24일) 박찬호와 함께 방출됐다. 주목할 점은 그나마 팀내에서 장타력을 보유하고 있던 선수들을 동시에 퇴단시켰다는 점이다. 올해 퍼시픽리그 홈런 3위를 기록한 아롬 발디리스(타율 .267 홈런18개)는 살아 남았지만 한방 능력이 있는 선수들은 모조리 정리했는데 이것은 그만큼 새로운 외국인 거포를 데려오겠다는 구단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도 풀이할수 있다. 특히 카라바이요는 오릭스가 그의 장래성을 크게 사 독립리그부터 꾸준히 키워온 외국인 선수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즌이 끝난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오릭스엔 발디리스를 제외하면 당장 1군 전력이라 할만한 외국인 타자가 한명도 없다고 보면 된다. 일본 스포츠 신문인 ‘데일리 스포츠’는 플레이오프가 한창이던 19일 인터넷판에서 올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가 되는 한국의 이대호(롯데)를 영입하기 위해 오릭스가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일본은 오릭스 뿐만 아니라 올 시즌 도중에도 이대호를 관찰하기 위해 한국을 여러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요미우리의 키요타케 대표는 물론, 한신을 비롯해 오릭스 역시 이대호에 대한 관심을 멈추지 않았다. 일본 구단들이 이대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현상으로 풀이할수 있다. 이미 2번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지난해 연속경기 홈런 세계 신기록은 물론 베이징 올림픽과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와 같은 국제대회를 통해 이대호의 기량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일본야구가 갈수록 스몰볼이 되고 있는 현상, 특히 올 시즌 극심한 투고타저로 인해 홈런타자가 실종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대호는 분명 구미가 당기는 선수다. 그중에서도 오릭스는 올 시즌 좋은 선발전력에 비해 장타력 부족을 실감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기에 어느 팀보다 이대호에 대한 갈망이 큰 구단이다. 재일교포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오사카를 연고지로 하고 있고 한국에 그룹 계열사 지사까지 두고 있다. 또한 큰 돈을 주고 이대호를 데려오더라도 방송 중계권료로 대신할수 있는 메리트도 있다. 이승엽을 비롯해 외국인 타자 3명과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은 이대호 영입을 위한 예비절차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 오릭스는 팀 홈런 76개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주포 T-오카다(16개), 아롬 발디리스(18개), 이승엽(15개)이 두자리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을 제외하고 최다홈런은 주장 고토 미츠타카(8개)다. 내년부터 이승엽이 없고 오카다는 좌타자다. 발디리스를 제외하면 우타 거포가 없는 상태다. 또한 이승엽의 포지션이었던 1루 역시 이대호가 맡아도 충분하다. 외야와 1루를 동시에 볼수 있는 오카다가 있지만 이대호가 1루를 맡으면 오카다는 자연스럽게 외야수로 출전하면 된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비춰보면 오릭스가 이대호를 영입하는데 있어 큰 걸림돌은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대호의 의지다. 올해 팀을 꼭 우승으로 이끌고 싶다던 꿈은 깨졌지만 팀의 간판타자인 이대호를 놓치지 않겠다는 롯데 구단의 입장 역시 단호하다. 하지만 돈 싸움에서 과연 일본 구단을 상대로 이길만한 자신이 있는지는 의문시 된다. 과거 김태균이 그러했듯 이대호의 일본 진출은 11월 말까지 기다려봐야 어느 정도 윤각이 잡힐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잡스 “MS는 비난받아 마땅… 인간애와 인문학이 없다”

    잡스 “MS는 비난받아 마땅… 인간애와 인문학이 없다”

    애플의 공동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가 24일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40여개 나라에서 동시에 발매됐다. 책이 나오기 전부터 잡스가 전기 집필자인 월터 아이작슨에게 직접 전기를 써 달라고 부탁했으며, 아이작슨이 2009년부터 2년간 40여 차례에 걸쳐 잡스를 인터뷰하고 그의 친구, 가족, 동료, 경쟁자 등 100여명의 주변 인물들을 만났다는 사실 등 때문에 화제를 낳았다. 민음사에서 발간된 한국판(2만 5000원)은 925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아이작슨은 시사주간지 ‘타임’의 편집장과 CNN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던 언론인. 그는 철저히 사실과 취재에 바탕을 둔 서술로 신비주의로 자신을 무장하고 세상을 바꾼 스티브 잡스를 조명했다. 잡스의 전기 집필을 두 번 거절했던 아이작슨은 잡스의 아내 로렌 파월을 통해 암 투병 사실을 알고 책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잡스는 집필 과정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해서는 안 되며 사전에 보여 달라고 해서도 안 된다는 조건에 선뜻 응했다고 한다. ●생모에게 “낙태시키지 않아 감사” 잡스의 인생에서 빠지지 않는 중요한 사실은 그가 입양됐다는 것이다. “너네 진짜 부모님은 널 원하지 않았다는 얘기야?”란 동네 아이의 말에 울부짖는 잡스에게 양부모는 “우리가 너를 특별히 선택한 거란다.”고 일러주었다. 잡스는 양부모를 향해 “1000% 내 부모”, 친부모를 향해서는 “나의 정자와 난자 은행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후에 잡스는 생모 조앤 심슨에게 직접 전화를 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는데 “잘 지내고 계신지 확인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책은 “낙태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일이 고맙게 여겨졌다.”고 전했다. 전기는 “버림받음, 선택받음, 그리고 특별함은 잡스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고 자신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잡스는 버려졌다는 사실이 집착을 낳았다는 등의 성격 분석에 대해 “버려졌기 때문에 죽어라 열심히 일한다는 식의 얘기는 어처구니없다. 입양됐다는 사실을 안 것은 독립성을 키워 주었을지 모르지만 버림받았다는 느낌에 빠진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선불교와 채식주의로 영혼 형성 잡스가 미국에서 가장 학비가 비싼 대학이자 히피 생활 방식으로 유명했던 리드 대를 중퇴한 것도 유명한 사실이다. 그는 학비에 ‘노동자 계층에 속하는’ 부모의 돈을 많이 쓰는 것에 죄의식을 느꼈다고 훗날 자퇴 이유를 밝혔다. 홈스테드 고등학교 때 마리화나, LSD(환각제)에 손댄 잡스는 부모의 분노에도 의지를 꺾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훗날 딸 리사를 낳은 크리스앤 브레넌과 부모의 반대에도 야산의 오두막에서 동거하기도 했다. 잡스는 첫 직장인 비디오게임 제조사 아타리에서 시급 5달러를 받고 고용되지만 곧 ‘냄새 나고 건방진 히피 녀석’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일처리만은 똑 부러지게 해냈다. 그리고 유럽에서의 프로젝트를 해결하고 회사 돈으로 인도 순례를 떠난다. 7개월간 인도에서의 시간에 대해 “인도인의 직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직관에는 강력한 힘이 있으며 지력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이 깨달음은 일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술회했다. 평생 야채와 과일만 먹는 강박적 식생활을 고3 때 시작한 잡스는 샤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졌고, 냄새를 풍겼다. ●디자인 열정 어린시절 주택서 유래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로 알려진 이 문구는 애플Ⅱ 팸플릿에 들어가면서 잡스의 디자인 철학이 된다. 깔끔한 디자인을 대중에게 공급하고자 하는 열정은 잡스가 어린 시절 살았던 아이클러 주택에서 유래했다. 1950~74년 캘리포니아 곳곳에 1만 1000채의 집을 세웠던 부동산 개발업자 조셀 아이클러는 깨끗한 디자인과 심플한 취향을 서민에게 선사했다. 잡스는 심지어 투병 중에도 “마스크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며 디자인에 집착했다. 병세가 악화돼 말을 제대로 못하는데도 의사에게 마스크를 다섯 가지쯤 가져오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겠다고 지시했다. 책에는 애플이 아이패드에 삼성의 칩을 사용하게 된 사연도 등장한다. 잡스는 인텔 칩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들은 정말 느리다. 그리고 그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해 삼성이 상대적으로 속도 경쟁력을 갖췄음을 시사했다. ●영속하는 기업이 핵심 “마이크로소프트(MS)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MS의 DNA에는 인간애와 인문학이 존재하지 않았다. 맥을 보고도 제대로 모방하지도 못했다.…월트 디즈니, 휼렛과 패커드, 인텔은 단순히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라 영속하는 기업을 구축했다. 애플 역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나는 내가 사람을 함부로 다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언가가 형편없으면 그저 면전에 대고 얘기하는 것뿐이다.” 책 말미에 실린 잡스가 직접 쓴 글 일부다. 그리고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생들에게 한 유명한 말인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실은 히피족 몽상가 스튜어트 브랜드가 카탈로그에 쓴 문구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인간 심연 들여다본 심리 서적 3권] 의심이 열어준 새세상

    [인간 심연 들여다본 심리 서적 3권] 의심이 열어준 새세상

    신이 없는 세계, 종교적 확실성을 잃은 이 혼란하고 불안한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마음 둘 곳 없는 현대인 덕에 신경정신과 병원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다. 남과 여가 짝을 맺듯 도시인들은 전담 슈링크(shrink·정신분석의)를 둔다. 심리학을 다룬 책들이 봇물 터지듯 하고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장악한다. 의심, 고독, 거짓말, 속임수 등 갈래는 다르지만 인간 심리의 바닥을 들여다본 책들을 모았다. ‘의심의 역사’(제니퍼 마이클 헥트 지음, 김태철·이강훈 옮김, 이마고 펴냄)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2600년 동안 동서양의 종교적 의심을 연대기적으로 살폈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과학사를 전공한 저자는 그리스신화에서부터 유대교,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세계 각 지역종교의 발생과 변천과정을 추적하며 믿음의 역사 이면에 가려진 의심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모교에서 예술창작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역사상 최초의 의심은 2600년 전의 일로서 모든 신앙보다 오래되었다. 신앙은 멋진 것일 수는 있겠지만 유일한 멋진 것은 아니다. 의심은 신앙 못지않은 생동감으로 좋은 삶을, 열정으로 진리를 처방해 왔다. 많은 기준으로 판단하건대, 의심은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이 책은 그 성공의 이야기다.”라고 말한다. 방황하는 인간은 주로 신을 찾는다. 절망에 처했거나 환희에 빠진 자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도 ‘오, 신이시여’다. 프로타고라스의 책 ‘신에 관하여’는 오직 첫 문장만 남아있지만 그 위력은 대단하다. “나는 신이 존재한다, 안 한다 말할 수 없다. 어떤 모습인지도 말할 수 없다. 그 앎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너무 많은데, 그중 논의 대상이 불분명하고 인간 삶이 너무 짧다는 사실도 포함된다.” 이 책 때문에 프로타고라스는 신성 모독으로 기소되었고 재판 전에 바다 건너 시칠리아로 도망가다가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심의 역사는 종교 역사의 네거티브 상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실체 없는 역사의 그림자는 아니다. 종교적 거장들이 위대한 말로 세계를 영원히 바꿔 놓았다면, 의심도 성실하게 진리를 추구해 왔다. 믿음에 거룩한 성인과 순교자들이 있다면 의심에도 소크라테스에서 스티븐 호킹까지 당대의 권력과 사회통념에 도전함으로써 역사를 진전시켰던 위대한 ‘의심의 영웅’들이 있다. 우리의 삶은 불공정하다. 우리는 정의를 갈망하지만, 세상에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고통스러운 일들이 별 이유도 없이 벌어진다. 세상에 존재하는 불의의 문제는 많은 신앙인을 회의에 빠지게 한 민감한 주제였다. 근대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신이 악을 막아내고자 하지만 그럴 능력이 없다면 신은 무능하다. 능력은 있는데 그럴 의향이 없다면 신은 악하다. 능력도 있고 의향도 있다면? 그렇다면 악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라고 의심했다. 저자는 여기서 성서 가운데 ‘욥기’를 의심의 텍스트로 다시 읽는다. 욥은 선량한 사람으로 신에게 축복받았다. 그러나 어느 날 신은 그의 신실함을 놓고 사탄과 내기를 벌인다. 욥에게 갖은 박해를 가하던 신이 욥을 꾸짖고 다시 선물을 주어 화해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인간에게는 정의가 있지만 신에게는 없다. ‘욥기’는 이런 정의 없는 세계에 대한 체념의 우화란 게 저자의 설명이다. 현대 작가 엘리 위젤은 홀로코스트 당시 죽음의 수용소에서 가장 사랑받던 어린아이를 게슈타포가 데리고 가 목매달아 죽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을 보고 누군가가 “도대체 지금 신은 어디 있는가?”라고 말하자 위젤은 중얼거린다. “그는 지금 이곳에 목매달려 있다.” 저자는 우리가 정말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의심뿐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지혜, 지식, 친구, 가족에 헌신하고 지역사회, 돈, 정치, 쾌락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지속적인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마음을 열고 정신을 맑게 유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의심하고 변화를 기대하고 죽음을 수용해야 인생을 즐길 수 있다.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는 “항상 바보처럼 살라.”(Stay foolish)고 말했다. 그도 아인슈타인처럼 가장 위대한 의심가였다. 2만 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헬프’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헬프’

    확실히 예전보다 여자 배우가 중심에 선 영화가 많이 줄었다. 요즘에도 ‘웬디와 루시’(2008)처럼 중요한 여성 영화들이 만들어지기는 한다. 하지만 대중영화의 영역에서 여배우들이 주목할 만한 역할을 창조해낸 작품을 만나기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프레셔스’(2009)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2011)과 ‘헬프’가 차지하는 의미는 적지 않다. 대중영화의 흐름을 바꾸었다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각기 특색을 지닌 세 영화는 여성 영화의 모범적인 예를 남겼다. 대중적인 여성 영화에 대한 희망을 접기엔 아직 이른 것이다. ‘헬프’는 2009년 출간돼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동명 원작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원작을 쓴 캐서린 스토킷과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지낸 테이트 테일러가 연출을 맡았으며, 연기력을 인정받는 신·구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쟁쟁한 액션 블록버스터가 포진한 여름 시즌에 여성 드라마 ‘헬프’는 대중과의 접점을 창출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스타가 없고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됐음에도 ‘헬프’는 북미 박스오피스 수위를 수주간 지켜내며 올여름 가장 성공한 영화 가운데 한 편으로 남았다. 1963년 미국 미시시피주의 잭슨. 갓 대학을 졸업한 스키터(엠마 스톤)는 작가를 꿈꾼다. 경험을 쌓고서 오라는 출판사 편집장의 충고에 따라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지역 신문사의 가사 칼럼을 맡게 됐으나 집안일에 서툰 그녀는 베테랑 가정부 에이블린(비올라 데이비스·오른쪽)에게 도움을 청한다. 에이블린과 대화하다 흑인 가정부의 현실에 눈뜬 스키터는 책을 쓰겠다며 인터뷰를 제안한다. 시민운동이 벌어지던 당시에도 잭슨은 견고한 룰이 버티고 섰던 곳이다. ‘짐 크로 법’으로 불리던 흑백분리 정책이 여전히 흑인들의 삶을 옭아매던 때, 백인의 무관심 탓에 아들을 잃은 에이빌린은 위험한 요청을 받아들인다. ‘헬프’는 20세기 중반 미국 남부에서 벌어졌음직한 소극이다. 괄괄한 성격 탓에 사건의 중심에 선 미니,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인 걸 모르는 인종차별주의자 힐리, 폐쇄적인 백인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하다 미니의 도움으로 새 인생을 시작하는 셀리아 등의 인물이 어우러져 눈물과 웃음을 번갈아 빚는다. 영화의 일등공신은 여러 인물의 앙상블이다. 연륜을 더하면서 보석으로 자리 잡은 중견배우들과 야무진 신성의 조화가 기막히며, 더불어 허투루 버려지는 인물은 한 명도 없다. ‘헬프’는 교훈적이고 계몽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배움의 가치와 자신을 바르게 표현하는 것의 소중함을 깨우치며, 진실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궁금한 건 왜 작금의 미국인들이 20세기 중반이 배경인 교훈극을 사랑하게 됐느냐다. ‘헬프’의 성공은 잃어버린 선을 되찾기를 갈망하는 현대인의 마음을 반영한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 길을 더듬던 그들은 그 안에 빛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모던한 작품을 선호하는 관객은 ‘헬프’를 순진하고 안전하며 고리타분한 작품으로 여길 게다. 그런 사람은 극 중 사용된 밥 딜런의 노래를 새겨들을 일이다. 딜런은 ‘두 번 생각하지 마, 괜찮거든’이라고 일러둔다. 그러니까 옳은 말씀 앞에서 굳이 배배 꼬인 마음을 품을 이유는 없다. 11월 3일 개봉. 영화평론가
  • “어리석을 정도로 꿈 갈망하는 의원 되고파”

    “어리석을 정도로 꿈 갈망하는 의원 되고파”

    “최근 작고한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한 말이 기억납니다. 늘 배고프고, 늘 어리석어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고 했지요. 의원으로서도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수자 서울 중랑구의회 의장이 13일 조금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모자란 듯하지만 항상 꿈을 갈망하는 의원이 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 자치구의 유일한 여성 의장으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을 했는지 스스로 자문한다.”며 “젠더(성별)를 논하며 일하는 시대가 아닌 데다 의원들이 한마음으로 한 곳을 향해 보폭을 맞춰 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난관을 헤쳐나온 것 같다.”고 자부했다. 구의회는 조례제정에 얽매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구민을 위해 조례를 몇건이나 제정했다는 식으로 숫자를 의식하며 일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의원들 개개인의 의견이 다르겠지만, 목표를 향해 논쟁할 때는 열정적으로, 양보할 때는 과감히 합의점을 찾아냈다. 예를 들면 무상급식 투표 때는 열정적이었고, 의정비 동결 때는 과감하게 합의를 도출했다. 집행부와도 상생을 꾀했다. 구의회는 집행부 일을 트집잡는 게 아니라 옳은 길은 함께 열고, 잘못된 길은 바로 잡아주며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그는 ‘교육발전 없이 중랑발전 없다.’는 문병권 구청장의 철학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했다. 최근 문 구청장이 애쓰고 있는 교육특구 추진에 대해 의원들도 모두 공감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지역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도 내놨다. “가로수 특성화 거리를 만들면 좋겠어요. 한쪽엔 메타세쿼이아, 다른 쪽은 벚꽃을 심는 식으로 좋은 수종을 심어 걷고 싶은 명소로 가꾸면 좋겠어요.”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취업면접 구청서 하세요”

    “취업면접 구청서 하세요”

    “우리 구민들이 한 명이라도 더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아예 청사에 면접시험장을 차렸어요.” 13일 오후 2시 노현송(57) 강서구청장은 청사 지하 1층 대강당에 마련된 김포공항 롯데몰 김포스카이파크 채용면접시험장을 돌아보며 구직자들을 격려했다. 그는 일자리를 구하려고 면접장을 찾은 110여명과 일일이 악수하며 “일자리를 찾는 행운을 만나기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면접관들에게도 악수를 청하며 “잘 부탁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구 강당이 기업체 채용시험장으로 변신한 것은 지난해 11월 김포스카이몰을 운영하는 롯데자산개발과 맺은 업무협약 덕분이다. 당시 구는 롯데자산개발과 ‘스카이파크 운영 인력을 채용할 때 구에 구인 일정과 채용 사항에 대한 정보와 구민 채용 기회를 적극 제공한다.’는 협약을 맺었다. 구는 이를 토대로 주민들의 취업을 위해 직원 3000명을 뽑는 김포스카이파크에 흔쾌히 구 강당을 면접 시험장으로 제공했다. 아무래도 구청 안에서 면접을 하면 구민들이 더 자신감을 가지고 면접에 임할 수 있고, 조금이나마 더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구직자 대부분이 40~50대 가장으로, 누구보다 취업을 갈망하는 사람들이다. 이날 면접에 참여한 40대 구직자는 “요즘에는 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고, 자리가 있더라도 임시직이 전부였는데 구의 노력으로 좋은 기회를 얻었다.”면서 “집 근처 기업에 취직해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문을 여는 김포스카이파크는 입점 호텔과 백화점, 쇼핑몰, 영화관, 전시관, 테마파크에서 일할 사람을 뽑는다. 우선적으로 미화원과 시설·보안·주차직에 근무할 직원을 채용하고 다른 직종은 분야별 일정에 맞춰 채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구는 매주 목요일을 ‘구인구직 매칭데이’로 정하고 김포스카이파크 인력이 모두 수급될 때까지 구청에 업체 면접관을 둬 채용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구직을 희망하는 구민은 강서구취업정보센터에 신청서를 내면 면접에 응시할 수 있다. 이날 면접은 구민을 적극 채용하겠다는 조치이지만 다른 지역의 주민들도 신청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구 취업정보센터(2600-6720)로 문의하면 된다. 앞서 구는 지난달 29월 등촌동에 문을 연 NC백화점 강서점의 신규인력 채용을 위해 6월 23일부터 8월 25일까지 ‘매칭데이’를 운영했다. 응시자 607명 가운데 212명이 채용됐으며, 구민도 187명이나 됐다. 노 구청장은 “‘민관 윈·윈’ 전략으로 추진하는 이 같은 일자리창출 노력이 조금씩 열매를 맺고 있다.”면서 “구민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지역 내 기업체 및 신설되는 대규모 민간시설과 업무협약을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WHO&WHAT] 무궁무진한 미래 사극 주역들

    [WHO&WHAT] 무궁무진한 미래 사극 주역들

     등장인물이 칼에 찔리거나 물에 빠진다. 거의 매회 생명의 위기를 맞고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장면이 되풀이되지만 보는 사람들은 이미 그가 역경을 극복하고, 죽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심지어 그가 품은 꿈이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지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반면 때가 되면 누가 원해도 주인공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비극을 희극으로 바꿀 수도 없고, 삼각관계의 결말도 정해져 있다. 드라마라면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시청자의 요청’이나 ‘여론’도 통하지 않는다. 바로 끝이 정해진 드라마 사극의 운명이다.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엮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극은 줄타기에 가깝다. 김종서와 수양대군이 사실은 사돈이었다는 줄거리로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렸던 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김종서의 손자와 수양대군의 딸이 연인이었다는 몇 줄의 야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그들 가문의 족보로 보면 엄연한 허구다.  이순신 장군을 한산대첩에서 미리 전사시키거나 명성황후가 사실은 살아있다는 식의 무리수만 두지 않는다면 사극은 무한한 상상력이 보장된다. 특히 주인공을 바꾸거나 조금만 틀어본다면 무궁무진한 시나리오를 얻을 수 있다. 역사는 승자의 시각에서 쓰이지만, 사극은 그렇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왕의 여자, 왕이 되지 못하고 스러져간 세자는 물론 아무런 공헌도 남기지 못하고 살다갔다는 기록만 남긴 사람도 얼마든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 사극이다. 수백년간 ‘성춘향과 이몽룡’의 시각에서 쓰인 춘향전이 방자의 시각에서 쓰이기만 해도 얼마나 달라지는지 이미 영화 ‘방자전’을 통해 입증되지 않았는가.  이번주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에서는 미래에 영화나 드라마의 중심이 될 사극의 주인공들을 찾아봤다. 시놉시스를 통해 이미 만들어진 사극에서는 주인공의 주변인, 엑스트라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졌던 그들의 시각에서 역사를 한번 들여다보자.  드라마나 책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세종의 둘째딸 정의공주는 한글 창제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는 얘기가 그녀의 시가였던 죽산 안씨 문중 문헌에 기록돼 있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의 공으로만 알고 있는 한글 창제에 조선시대의 공주가 관여했다는 것은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한 소재다. 정의공주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지 않는가.  조선왕조 518년간 27명의 왕이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왕이 되지 못한 세자 11명이 있었다. 장자 계승을 토대로 한 유교적 사상이 지배했지만, 정작 맏아들이 왕위를 이은 것은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등 6명에 불과하다. 순종은 요절한 형이 있는 차남이었다. 왕후 자리는 ‘국모’로 불리며 절대 비워서는 안 되는 자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29년이나 세자의 자리에 있었던 문종은 세자 시절 두 명의 세자빈을 폐위시켰고, 홀로 왕위에 올라 세자빈을 왕후에 추증한 유일한 홀아비 왕이었다. ‘왜’라는 궁금증을 품으면 스토리가 될 소재는 얼마든지 있다. 여기 세 가지의 스토리를 꺼내봤다.    [심양의 왕자들] 청나라 볼모 8년… 소현·효종 형제와 그들 부부의 불운했던 삶  ●주요 등장인물  소현세자 이왕/세자빈 강씨/효종/효종비 인선왕후/인조/인조의 후궁 조소용  ●극적 요소  조선의 세자 27명 중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우유부단한 형 소현세자와 강인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동생 효종 형제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 남편만큼 불행했던 소현세자빈 강씨와 남편보다 더욱 강건했던 인선왕후의 시각에서 풀어간다.  ●시놉시스  스물네 살이 되어서야 세자로 봉해진 소현세자는 결혼 8년 만에 후사를 보지만 불과 몇 달 뒤 병자호란이 터진다.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의심 많은 아버지 인조는 전쟁 과정에서 신하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무책임한 군주의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고, 세자에게도 항상 짜증 섞인 태도로 일관한다. 삼전도의 굴욕과 함께 세자는 아버지와 대신들의 강권에 의해 “자진해서 적국에 볼모로 가겠다.”고 말해버린 후 울음을 터뜨리는 유약한 모습이었다. 세자 부부는 동생 봉림대군(훗날의 효종) 부부와 함께 볼모살이를 떠난다. 가는 길에 청나라 군대가 조선의 여러 고을을 약탈하고, 백성들을 노비로 끌고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세자는 무력감을, 봉림대군은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정작 청나라에 도착한 후 세자는 돌변한다. 이국에서의 고생으로 몸은 무너져 갔지만 조국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세자로서의 책임감은 점차 커져간다. 반면 세자빈은 오랜 타국생활을 겪으면서 조선에서 건너온 물건을 팔아 재산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인조는 아들과 며느리를 불신하고 점점 더 싸늘한 시선을 보내게 된다. 볼모살이 8년 만에 돌아온 세자를 인조는 ‘오랑캐 물이 들었다.’며 만나 보려고도 하지 않았고, 급기야 황제의 하사품이라며 세자가 내민 벼루를 세자의 머리를 향해 집어던졌다. 결국 귀국 두 달 만에 세자는 인조와 애첩인 조소용에 의해 독살당하고 만다. 인조는 예비 국모의 체통을 내팽개친 며느리도 가만두지 않았다. 인조의 수라상에 오른 전복구이에 독이 들었다는 누명을 씌워 세자빈 강씨를 폐위시켜 죽이고 만다.  청나라의 문물에 관심을 두고 배우려고 했던 형과 달리 봉림대군은 오로지 병자호란의 복수에만 관심이 있었다. 형의 죽음 이후 세자에 책봉되어, 효종이 된 봉림대군은 북벌을 위해 궁중 살림을 극도로 긴축했고, 인선왕후 역시 이에 앞장섰다. 인선왕후는 병자호란 당시 피신한 강화도에서 오랑캐에게 잡힐 처지가 되자 자결하려고 했고, 볼모살이 후 돌아와 왕후가 되자 청나라의 첩자 노릇을 하던 김자점과 조소용의 역모를 밝혀내 처단한 여걸이었다. 하지만 효종은 순치제의 등장으로 청나라가 더욱 강해지면서 북벌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죽었고, 인선왕후는 아들 현종이 그 뜻을 이루기를 바랐지만 현종은 그럴 뜻이 없었다. 결국 8년간이나 굴욕의 세월을 보낸 왕가의 형제와 그 부인들은 마지막까지 뜻하는 바를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들이 되고 만다.    [7일의 행복, 영원한 이별] 7일만에 폐위 단경왕후… 50년 넘도록 중종만을 그리며  ●주요 등장인물  단경왕후 신씨/중종  ●극적 요소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왕후로 단종비 정순왕후와 중종의 첫 번째 부인 단경왕후 신씨를 꼽는 이들이 많다. 왕의 이복동생에서 한순간 왕이 된 남편과, 남편을 왕으로 만든 세력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왕후 자리를 내놓아야 했던 비운의 여성. 그리고 그녀를 향한 임금의 순애보가 담긴 치마바위 이야기.  ●시놉시스  성종은 왕비였던 윤씨가 연산군을 낳고 폐위된 후 세 번째 왕후로 정현왕후 윤씨를 맞아 진성대군을 낳았다. 진성대군은 12살 때 13세인 신수근의 딸과 결혼했다. 왕이 되지 못하는 대군의 생활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아야 하는 것이었고, 이들 부부 역시 이를 충실하게 지켰다. 특히 연산군이 폭군으로 변하면서 사람들은 진성대군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진성대군은 더욱 은인자중했다. 어느 날 밤, 여러 장수와 조정 대신들이 진성대군의 집에 들이닥쳤다. 횃불을 켜 든 이들은 “반정을 일으켰으니, 대군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알게 된 대군 부부는 조용히 결과를 기다렸고, 그 결과 하루아침에 왕좌에 올라 중종이 됐다. 왕비가 됐다는 기쁨을 누리고 있던 다음 날 아침, 단경왕후에게 급작스러운 소식이 날아든다. 아버지 신수근이 전날 밤 반정군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신수근의 여동생은 연산군의 비였고, 폐주의 처남인 아버지가 죽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했다. 모든 가족들이 반정군에게 죽임을 당하고, 노비로 끌려가는 와중에도 단경왕후는 정신을 추스르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중종이 보위에 오르고 7일이 지나자 반정 공신들은 단경왕후의 폐위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중종과 단경왕후는 보기 드물게 의좋은 부부였지만 칼로 정권을 잡은 반정 공신들 앞에서 그는 무력했다. 결국 단경왕후는 폐위돼 사가로 나가야 했고, 이때 중종은 19세, 왕후는 20세였다. 중종은 새로운 왕비 간택을 1년 가까이 미뤘지만, 신하들의 압박에 장경왕후 윤씨를 새 왕비로 맞았다. 그러나 중종은 항상 인왕산 산자락을 바라보면서 단경왕후를 그렸다. 이를 전해들은 신씨는 인왕산 바위에 자신의 분홍치마를 펼쳐놓고 남편이 자신을 잊지 않기를 바랐다. 10년 후 장경왕후가 원자를 낳고 죽자 일부 대신들이 다시 단경왕후를 불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반정 공신들의 힘은 여전히 막강했고, 결국 신씨는 잊혀졌다. 고작 7일간의 왕후 생활을 하고 스무 살에 왕궁에서 쫓겨난 단경왕후는 무려 71세까지 50년 넘게 남편만을 그리며 살았다.    [왕궁의 스캔들] 조선 최초 세자 이방석은 여색에 빠지고 세자빈은 불륜을  ●주요 등장인물  이방석/이성계/태종/정도전/세자빈 유씨/이만  ●극적 요소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와, 국정의 기틀을 잡은 강인한 왕 태종과의 관계에서 희생양이 된 조선 최초의 세자 이방석. 어린 나이에 형에게 목숨을 잃기까지 자신의 의지는 아무것도 없었던 불운한 그와, 조선왕실 최초의 스캔들을 일으킨 세자빈 유씨를 통해 왕실의 비틀어진 모습을 들여다본다.  ●시놉시스  북방의 무인 이성계는 두 번째 부인 강씨(신덕왕후)와의 사이에서 48세에 막내아들을 본다. 방석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아이는 조선이 개국했을 때 11세였고, 한 달 만에 조선 최초의 세자에 책봉된다. 어머니 신덕왕후와 개국공신들이 장성해 사병을 가진 이방원(태종)과 이방간 등을 경계한 덕분이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군이 되겠다는 꿈을 꿨던 방석은 본인의 자리를 탐탁지 않아 했다. 총명하지 않은 방석은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고, 어느새 여색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궁궐을 나서 기생집에 가고, 사냥 대신 민간의 가축을 쏘아 죽이는 일도 허다했다. 한편 방석에게는 나이가 한참 많은 세자빈 유씨가 있었다. 어린아이와 결혼해 억지로 궁궐에 끌려온 유씨는 마음 줄 곳을 찾지 못하다가 궁궐의 내시 이만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철없는 망나니 방석보다는 정감 있고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이만에게 마음이 끌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개국 초기, 궁궐 안팎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몰래 불륜을 이어가던 이들의 행동은 결국 태조에게 발각되고, 끝을 맞게 된다. 태조는 이만을 참수하고 세자빈은 폐서인해 사가로 내쫓았다. 조선왕조에 처음으로 기록된 불륜스토리의 결말이었다.  방석을 앞세운 정도전 등 일부 개국공신들은 태조의 장성한 왕자들이 거느린 사병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결국 정도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요동 정벌을 기획했고, 왕자들이 사병 차출을 거부하자 관직을 빼앗고 사병까지 몰수했다. 그러나 불과 17일 만에 이방원은 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켰고, 태조에게 세자 폐위를 요구했다. 경각에 달린 방석의 목숨을 살려 주는 조건으로 태조는 영안군(정종)을 세자로 삼았다. 그러나 방석은 대궐 밖으로 나서는 순간 이방원 일가의 칼을 맞고 스러졌다. 임금의 적자였던 방석이 ‘대군’의 위치를 돌려받은 것은 그로부터 270여년이 흐른 숙종 6년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올라, 자유로움을 갈망하던 철부지 세자는 ‘조선왕조의 첫 세자’이자 ‘권력투쟁의 희생양’으로만 남았다. 폐서인된 세자빈 유씨가 그 후 어떻게 살았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왕후들(이수광·다산북스)  왕을 낳은 후궁들(최선경·김영사)  왕이 못된 세자들(함규진·김영사)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박영규·들녘)  정의공주(한소진·해냄출판사)  소현세자(박안식·예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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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혁신적 사업가의 길/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 종양학 교수

    [열린세상] 혁신적 사업가의 길/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 종양학 교수

    스티브 잡스! 21세기 최고의 정보기술(IT) 혁신가이며 사업가인 애플 컴퓨터의 창업자가 56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오래전부터 병에 시달리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유명을 달리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전세계인들이 슬퍼하며 애도하고 있다. 과학자뿐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동경하는 가장 큰 영예가 노벨상 수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잡스와 같은 혁신적인 사업가를 꿈꾸기도 한다. 잡스는 많은 과학자들이 본받고 싶은 인물이다. 양부모의 집 주차장에서 친구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1976년 애플사를 설립한 뒤 애플 컴퓨터,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다양한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으며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노키아, 삼성 등을 제치고 최고의 IT 회사 애플을 만들어 냈다. 우리나라 정서상 양부모 슬하에서 자랐고 대학을 중퇴해 정식 이공계 교육과 경영수업을 받아 본 경험이 없는 그가 외부의 도움 없이 세계최고의 CEO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어느 누구도 독선적인 성격과 괴짜 성향의 스티브 잡스가 첨단 기술 산업 최고의 혁신적인 사업가이며 전략가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우리는 잡스의 일생을 돌이켜 보면서 과연 최고의 혁신 사업가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자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우선 기본적으로 인류발전을 선도하는 최고의 기술자적 자질을 보유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한 기술자만이 자기가 만들어 내는 상품이 세상에 어떤 충격과 변화를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자기 제품에 혁신적 영감을 불어넣는다. 대학을 중퇴한 잡스도 최고가 되었으니 대학교육이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애플을 있게 한 데는 최고의 컴퓨터 기술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함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둘째, 과학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예술적 감각이 있어야 한다. 현 시대는 기술과 디자인의 융합이 매우 중요한 시대이다. 고객 자신도 상상할 수 없는 기능과 마음을 빼앗는 디자인이 융합되어야만 고객의 궁극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이라도 중간에 타협하지 않는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추구하는 성향을 가져야 한다. 버튼이 하나만 있는 아이폰 개발에 대해 모든 기술자들이 어렵다고 했지만, 결국 잡스가 주도한 애플은 버튼이 하나만 있는 디자인의 휴대전화를 출시했다. 하나의 버튼만 있는 것이 아이폰의 성공 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매우 큰 차별화 포인트였으며 고객에게 애플사의 비전과 정신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였다. 마지막으로 죽음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현재의 삶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 잡스는 췌장암에 걸리고 치료하면서도 애플의 성장과 혁신에 온 힘을 쏟았다. 자신의 죽음을 제3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인생관을 가지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죽음 직전까지 매진했다.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과정과 도전, 그로부터 오는 자신의 존재감과 기쁨이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잡스로부터 배운다. 오늘의 삶을 사는 과학자들과 우리의 젊은이들이 인류 발전을 위해 해결할 숙제는 너무나 많이 남아 있다. 그렇게 유명한 잡스도 암이라는 질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한참 활동 할 수 있는 나이에 사망했다. 과학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아직까지 완벽한 암의 진단과 치료는 과학자 그리고 젊은이들이 해결해야 하는 하나의 과제이다. 인류 발전을 위해 우리 앞에 놓인 그 많은 숙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잡스의 예에서 보듯이 최고의 기술을 갈망하는 혁신적 개척 정신, 예술적 감각, 타협하지 않는 의지와 끈기, 성공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다. 혁신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늦은 밤까지 자신의 현재 삶에 최선을 다하는 과학자와 젊은이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우리나라 과학의 발전이 있을 것이고 우리 국가의 미래도 있을 것이다. 바보처럼 우직하게 갈망하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이 생각난다.
  • [WHO&WHAT] 미래 사극의 주인공을 만나다

    [WHO&WHAT] 미래 사극의 주인공을 만나다

     등장인물이 칼에 찔리거나 물에 빠진다. 거의 매회 생명의 위기를 맞고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장면이 되풀이되지만 보는 사람들은 이미 그가 역경을 극복하고, 죽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심지어 그가 품은 꿈이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지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반면 때가 되면 누가 원해도 주인공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비극을 희극으로 바꿀 수도 없고, 삼각관계의 결말도 정해져 있다. 드라마라면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시청자의 요청’이나 ‘여론’도 통하지 않는다. 바로 끝이 정해진 드라마 사극의 운명이다.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엮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극은 줄타기에 가깝다. 김종서와 수양대군이 사실은 사돈이었다는 줄거리로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렸던 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김종서의 손자와 수양대군의 딸이 연인이었다는 몇 줄의 야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그들 가문의 족보로 보면 엄연한 허구다.  이순신 장군을 한산대첩에서 미리 전사시키거나 명성황후가 사실은 살아있다는 식의 무리수만 두지 않는다면 사극은 무한한 상상력이 보장된다. 특히 주인공을 바꾸거나 조금만 틀어본다면 무궁무진한 시나리오를 얻을 수 있다. 역사는 승자의 시각에서 쓰이지만, 사극은 그렇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왕의 여자, 왕이 되지 못하고 스러져간 세자는 물론 아무런 공헌도 남기지 못하고 살다갔다는 기록만 남긴 사람도 얼마든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 사극이다. 수백년간 ‘성춘향과 이몽룡’의 시각에서 쓰인 춘향전이 방자의 시각에서 쓰이기만 해도 얼마나 달라지는지 이미 영화 ‘방자전’을 통해 입증되지 않았는가.  이번주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에서는 미래에 영화나 드라마의 중심이 될 사극의 주인공들을 찾아봤다. 시놉시스를 통해 이미 만들어진 사극에서는 주인공의 주변인, 엑스트라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졌던 그들의 시각에서 역사를 한번 들여다보자.  드라마나 책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세종의 둘째딸 정의공주는 한글 창제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는 얘기가 그녀의 시가였던 죽산 안씨 문중 문헌에 기록돼 있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의 공으로만 알고 있는 한글 창제에 조선시대의 공주가 관여했다는 것은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한 소재다. 정의공주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지 않는가.  조선왕조 518년간 27명의 왕이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왕이 되지 못한 세자 11명이 있었다. 장자 계승을 토대로 한 유교적 사상이 지배했지만, 정작 맏아들이 왕위를 이은 것은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등 6명에 불과하다. 순종은 요절한 형이 있는 차남이었다. 왕후 자리는 ‘국모’로 불리며 절대 비워서는 안 되는 자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29년이나 세자의 자리에 있었던 문종은 세자 시절 두 명의 세자빈을 폐위시켰고, 홀로 왕위에 올라 세자빈을 왕후에 추증한 유일한 홀아비 왕이었다. ‘왜’라는 궁금증을 품으면 스토리가 될 소재는 얼마든지 있다. 여기 세 가지의 스토리를 꺼내봤다.    ##심양의 왕자들  ●주요 등장인물  소현세자 이왕/세자빈 강씨/효종/효종비 인선왕후/인조/인조의 후궁 조소용  ●극적 요소  조선의 세자 27명 중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우유부단한 형 소현세자와 강인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동생 효종 형제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 남편만큼 불행했던 소현세자빈 강씨와 남편보다 더욱 강건했던 인선왕후의 시각에서 풀어간다.  ●시놉시스  스물네 살이 되어서야 세자로 봉해진 소현세자는 결혼 8년 만에 후사를 보지만 불과 몇 달 뒤 병자호란이 터진다.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의심 많은 아버지 인조는 전쟁 과정에서 신하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무책임한 군주의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고, 세자에게도 항상 짜증 섞인 태도로 일관한다. 삼전도의 굴욕과 함께 세자는 아버지와 대신들의 강권에 의해 “자진해서 적국에 볼모로 가겠다.”고 말해버린 후 울음을 터뜨리는 유약한 모습이었다. 세자 부부는 동생 봉림대군(훗날의 효종) 부부와 함께 볼모살이를 떠난다. 가는 길에 청나라 군대가 조선의 여러 고을을 약탈하고, 백성들을 노비로 끌고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세자는 무력감을, 봉림대군은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정작 청나라에 도착한 후 세자는 돌변한다. 이국에서의 고생으로 몸은 무너져 갔지만 조국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세자로서의 책임감은 점차 커져간다. 반면 세자빈은 오랜 타국생활을 겪으면서 조선에서 건너온 물건을 팔아 재산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인조는 아들과 며느리를 불신하고 점점 더 싸늘한 시선을 보내게 된다. 볼모살이 8년 만에 돌아온 세자를 인조는 ‘오랑캐 물이 들었다.’며 만나 보려고도 하지 않았고, 급기야 황제의 하사품이라며 세자가 내민 벼루를 세자의 머리를 향해 집어던졌다. 결국 귀국 두 달 만에 세자는 인조와 애첩인 조소용에 의해 독살당하고 만다. 인조는 예비 국모의 체통을 내팽개친 며느리도 가만두지 않았다. 인조의 수라상에 오른 전복구이에 독이 들었다는 누명을 씌워 세자빈 강씨를 폐위시켜 죽이고 만다.  청나라의 문물에 관심을 두고 배우려고 했던 형과 달리 봉림대군은 오로지 병자호란의 복수에만 관심이 있었다. 형의 죽음 이후 세자에 책봉되어, 효종이 된 봉림대군은 북벌을 위해 궁중 살림을 극도로 긴축했고, 인선왕후 역시 이에 앞장섰다. 인선왕후는 병자호란 당시 피신한 강화도에서 오랑캐에게 잡힐 처지가 되자 자결하려고 했고, 볼모살이 후 돌아와 왕후가 되자 청나라의 첩자 노릇을 하던 김자점과 조소용의 역모를 밝혀내 처단한 여걸이었다. 하지만 효종은 순치제의 등장으로 청나라가 더욱 강해지면서 북벌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죽었고, 인선왕후는 아들 현종이 그 뜻을 이루기를 바랐지만 현종은 그럴 뜻이 없었다. 결국 8년간이나 굴욕의 세월을 보낸 왕가의 형제와 그 부인들은 마지막까지 뜻하는 바를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들이 되고 만다.    ##7일의 행복, 영원한 이별  ●주요 등장인물  단경왕후 신씨/중종  ●극적 요소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왕후로 단종비 정순왕후와 중종의 첫 번째 부인 단경왕후 신씨를 꼽는 이들이 많다. 왕의 이복동생에서 한순간 왕이 된 남편과, 남편을 왕으로 만든 세력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왕후 자리를 내놓아야 했던 비운의 여성. 그리고 그녀를 향한 임금의 순애보가 담긴 치마바위 이야기.  ●시놉시스  성종은 왕비였던 윤씨가 연산군을 낳고 폐위된 후 세 번째 왕후로 정현왕후 윤씨를 맞아 진성대군을 낳았다. 진성대군은 12살 때 13세인 신수근의 딸과 결혼했다. 왕이 되지 못하는 대군의 생활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아야 하는 것이었고, 이들 부부 역시 이를 충실하게 지켰다. 특히 연산군이 폭군으로 변하면서 사람들은 진성대군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진성대군은 더욱 은인자중했다. 어느 날 밤, 여러 장수와 조정 대신들이 진성대군의 집에 들이닥쳤다. 횃불을 켜 든 이들은 “반정을 일으켰으니, 대군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알게 된 대군 부부는 조용히 결과를 기다렸고, 그 결과 하루아침에 왕좌에 올라 중종이 됐다. 왕비가 됐다는 기쁨을 누리고 있던 다음 날 아침, 단경왕후에게 급작스러운 소식이 날아든다. 아버지 신수근이 전날 밤 반정군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신수근의 여동생은 연산군의 비였고, 폐주의 처남인 아버지가 죽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했다. 모든 가족들이 반정군에게 죽임을 당하고, 노비로 끌려가는 와중에도 단경왕후는 정신을 추스르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중종이 보위에 오르고 7일이 지나자 반정 공신들은 단경왕후의 폐위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중종과 단경왕후는 보기 드물게 의좋은 부부였지만 칼로 정권을 잡은 반정 공신들 앞에서 그는 무력했다. 결국 단경왕후는 폐위돼 사가로 나가야 했고, 이때 중종은 19세, 왕후는 20세였다. 중종은 새로운 왕비 간택을 1년 가까이 미뤘지만, 신하들의 압박에 장경왕후 윤씨를 새 왕비로 맞았다. 그러나 중종은 항상 인왕산 산자락을 바라보면서 단경왕후를 그렸다. 이를 전해들은 신씨는 인왕산 바위에 자신의 분홍치마를 펼쳐놓고 남편이 자신을 잊지 않기를 바랐다. 10년 후 장경왕후가 원자를 낳고 죽자 일부 대신들이 다시 단경왕후를 불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반정 공신들의 힘은 여전히 막강했고, 결국 신씨는 잊혀졌다. 고작 7일간의 왕후 생활을 하고 스무 살에 왕궁에서 쫓겨난 단경왕후는 무려 71세까지 50년 넘게 남편만을 그리며 살았다.    ##왕궁의 스캔들  ●주요 등장인물  이방석/이성계/태종/정도전/세자빈 유씨/이만  ●극적 요소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와, 국정의 기틀을 잡은 강인한 왕 태종과의 관계에서 희생양이 된 조선 최초의 세자 이방석. 어린 나이에 형에게 목숨을 잃기까지 자신의 의지는 아무것도 없었던 불운한 그와, 조선왕실 최초의 스캔들을 일으킨 세자빈 유씨를 통해 왕실의 비틀어진 모습을 들여다본다.  ●시놉시스  북방의 무인 이성계는 두 번째 부인 강씨(신덕왕후)와의 사이에서 48세에 막내아들을 본다. 방석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아이는 조선이 개국했을 때 11세였고, 한 달 만에 조선 최초의 세자에 책봉된다. 어머니 신덕왕후와 개국공신들이 장성해 사병을 가진 이방원(태종)과 이방간 등을 경계한 덕분이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군이 되겠다는 꿈을 꿨던 방석은 본인의 자리를 탐탁지 않아 했다. 총명하지 않은 방석은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고, 어느새 여색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궁궐을 나서 기생집에 가고, 사냥 대신 민간의 가축을 쏘아 죽이는 일도 허다했다. 한편 방석에게는 나이가 한참 많은 세자빈 유씨가 있었다. 어린아이와 결혼해 억지로 궁궐에 끌려온 유씨는 마음 줄 곳을 찾지 못하다가 궁궐의 내시 이만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철없는 망나니 방석보다는 정감 있고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이만에게 마음이 끌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개국 초기, 궁궐 안팎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몰래 불륜을 이어가던 이들의 행동은 결국 태조에게 발각되고, 끝을 맞게 된다. 태조는 이만을 참수하고 세자빈은 폐서인해 사가로 내쫓았다. 조선왕조에 처음으로 기록된 불륜스토리의 결말이었다.  방석을 앞세운 정도전 등 일부 개국공신들은 태조의 장성한 왕자들이 거느린 사병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결국 정도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요동 정벌을 기획했고, 왕자들이 사병 차출을 거부하자 관직을 빼앗고 사병까지 몰수했다. 그러나 불과 17일 만에 이방원은 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켰고, 태조에게 세자 폐위를 요구했다. 경각에 달린 방석의 목숨을 살려 주는 조건으로 태조는 영안군(정종)을 세자로 삼았다. 그러나 방석은 대궐 밖으로 나서는 순간 이방원 일가의 칼을 맞고 스러졌다. 임금의 적자였던 방석이 ‘대군’의 위치를 돌려받은 것은 그로부터 270여년이 흐른 숙종 6년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올라, 자유로움을 갈망하던 철부지 세자는 ‘조선왕조의 첫 세자’이자 ‘권력투쟁의 희생양’으로만 남았다. 폐서인된 세자빈 유씨가 그 후 어떻게 살았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왕후들(이수광·다산북스)  왕을 낳은 후궁들(최선경·김영사)  왕이 못된 세자들(함규진·김영사)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박영규·들녘)  정의공주(한소진·해냄출판사)  소현세자(박안식·예담)
  • 세상을 바꾼 남자 Logout

    세상을 바꾼 남자 Logout

    한달 반 전, 애플은 그를 잃었다. 이제, 세상이 그를 잃었다. ‘혁신의 아이콘’, ‘디지털 혁명가, ‘정보기술(IT)의 제왕’으로 불렸던 애플의 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5일(현지시간) 숨졌다. 지난 8월 24일 애플의 CEO직을 사임할 때 남겼던 “불행히도 그날이 왔다.”는 그의 말이 세상과의 마지막 작별 인사가 됐다. 분신과도 같았던 회사를 떠나게 만든 병마가 그의 개인적 불행이라면 잡스의 혁신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게 된 현실은 시대의 불행일지 모른다. 롤러코스터 같은 56년의 삶이었다. 미약한 시작이 창대한 끝을 예고하고, 실패는 성공을 낳는다는 명언을 온몸으로 보여준 인생이었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양부모 아래서 자랐다. 사고뭉치 청소년이었고, 대학을 중퇴했으며, 밑바닥 삶을 전전했다. 애플을 창업해 개인용 컴퓨터(PC)의 대중화에 성공했지만 쫓겨났다. 애플로 복귀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일련의 히트작을 냈다. 성공의 정점에서 췌장암이라는 복병과 마주쳤고, 처절하게 싸웠지만 끝내 물리치지 못했다. 그는 단지 잘팔리는 제품만 만드는 기업인이 아니었다. 세상이 열광한 것은 그가 제시하는 창의와 혁신의 가치였다. 제품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를 바꾸는 천재성이었다. ‘늘 갈망하고, 우직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흔들림 없는 신념, 언제나 검은 터틀넥 상의와 청바지를 고수하는 데서 드러나는 단순함과 집중의 미학은 잡스를 디지털 시대를 이끄는 위대한 사상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의 사망 소식은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에는 전 세계 애플 사용자들의 추모글이 넘쳐났다. 바로 전날 애플이 공개한 아이폰4S가 ‘for Steve’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인터넷에 퍼지며 잡스의 유작을 소장하겠다는 네티즌들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잡스가 끝까지 애플에 선물을 남기고 떠났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애플은 이날 성명서에서 “애플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천재를 잃었고, 세상은 경이로운 인간을 잃었다.”면서 “그는 자신만이 세울 수 있는 회사를 남겨두고 떠났지만 그의 정신은 애플의 바탕으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로렌과 1남 2녀가 있으며, 결혼 전 사귄 여자친구가 낳은 딸이 하나 있다. ‘매일을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아가라.’고 강조했던 그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일상처럼 평온하게 마무리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박원순 “변화에 대한 갈망이 승인… 안철수와 함께 가고 싶다”

    박원순 “변화에 대한 갈망이 승인… 안철수와 함께 가고 싶다”

    범야권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야권 통합 경선에서 승리한 것에 대해 ‘변화에 대한 갈망의 표출’이라고 규정했다. 박 후보는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의도 정치가 시민들의 소박한 소망조차도 반영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힘이었다.”면서 “이번 선거는 기존 정치의 부정적 행태와 시민들의 새로운 정치와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패배한다면 모두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범야권의 지지를 호소했다. 인터뷰 도중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경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민주당 입당을 저울질하고 있는 박 후보는 “대표 공백이 생기면 나로서도 힘든 일“이라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언제쯤 이길 것 같다고 생각했나. -오전에는 안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11시 반쯤 나와 보니 가족이나 연인, 유모차 끌고 오는 사람들이 3분의2로 바뀌었다. 조직도 없고, 동원력도 없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동인을 만들어 낸 것 같다. →큰 격차를 예상했나. 승리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비중이 컸던 참여 경선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라 불안했던 부분이 있었다. 감동을 연출한 시민들의 참여는 결국 변화에 대한 갈망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시민들의 소박한 소망조차도 반영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힘이었다. →깨야 할 낡은 정치는 무엇이고 새 정치의 실체는 무엇인가. -낡은 정치는 시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스스로 창피하게 느끼는 것들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다양한 집단들의 갈등과 대립이 정치라는 용광로를 통해 해소돼야 하는데, 오히려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또 네거티브 방식의 선거에 너무 질려 있다. 그런 변화에 대한 바람이 새로운 정치다. →민주당 입당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변화와 혁신을 내걸었는데, 조건이 충족되면 입당도 가능한가. -처음부터 무소속이 되겠다고 하진 않았다. 민주당의 존재, 위상을 무시하고 가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한 적이 없다. 민주당을 넘어서서 새로운 정치의 변화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저를 통해 투영됐다. 민주당 스스로 미래 비전을 짧은 시간이지만 고민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무소속이나 제3의 정당은 양대 정당에 익숙한 한국 사회에서 쉽지 않다. →야권 연대, 통합이 중요한데, 이를 주도할 복안이 있나. -혁신과 통합, 연대는 우리 시대 화두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인천 지역에선 비교적 완벽한 연대가 이뤄졌다. 이번 선거와 내년 총·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하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공동선거대책본부를 만들고, 승리하면 시정운영협의회를 만들어야 한다. →범야권 지지층을 결집하는 문제가 관건인데. -제 정치력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여기서 승리해야 내년 총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나머지가 원만하게 이뤄진다. 여기서 만약 패배한다면 모두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시장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소통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 일방적으로 토해 내고 공무원 닦달하는 것보다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또 협치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시민들의 아이디어도 힘이 크다. 결국 공무원인데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상향식 의사전달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 →통합 경선 과정에서 신상에 대한 의혹 제기가 많았는데 심경은. -정치란 이런 거구나 새삼 깨닫게 됐다. 공공기관의 장이 되려면 검증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근거도 없고, 상식에도 맞지 않는 의혹들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름다운 재단에 대한 의혹은 기부 문화를 일궈 온 국민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다. 대기업 기부는 재단에 한 것이고, 풀뿌리 단체에 전달되게 한 것이다. →재벌 문제가 핵심인 것 같다. 서울시 경제 비전과 맞물려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21세기는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원칙 범위에서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 →시민후보 타이틀로 선거를 치를 것인가, 범야권 후보로 정권 심판론을 들고나올 것인가. -지난 10년이 기본적으로 심판돼야 한다. 10년을 분석해 보면 새로운 리더십의 문제와 과거 리더십의 문제가 일치한다. 한나라당의 10년이 어떻게 됐는지 시민들이 안다면 한나라당보다는 범야권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과거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 (나 후보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른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인연이 없어 연구는 해야 할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표가 나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힘에 따라 중도층의 이동이 예상된다. -야권이나 진보 진영에서 날 공격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는 스펙이 넓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입장을 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선거의 패러다임은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편과 구시대를 바라는 편의 싸움이고, 기존 정치의 부정적 행태와 새로운 정치, 시민들의 정치와의 싸움이다. 깊이 개입하면 한나라당이 지거나 하는 상황이 됐을 때 본인의 위상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박 후보를 도와줬으면 하는 정치인이 있나. -좋은 정치인들과 함께 가야 한다. 내가 안착하면 좋은 분들이 정치권으로 들어와서 정치가 시민 한가운데로 들어갈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안철수 원장 같은 사람이 그렇다. →후보 확정 후 안철수 원장과 통화했나. -오늘 아침 이메일을 보냈다. 아직 답장은 안 왔다. 서울시장을 꿈꿨다면 여러 정책적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여기 와서 펼칠 수 있도록 장을 만드는, 협치하는 과정에서 돕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안 원장과 단일화를 약속하는 과정에서 박 후보는 서울시장, 안 후보는 대선을 주고받았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그런 양보를 못 한다. 안 원장에게 더 이상의 요청을 한다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제 힘으로 선거를 잘 치르는 것이 제 의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경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당원에게 책임감을 느끼겠지만 민주당이 거대 정당인 만큼 함께 가야 하지 않겠나. 대표 공백이 생기면 힘들다. 나로서도 너무 힘든 일이다. 당 대표로서 공조직이 함께 움직이는 것과 손 대표 개인이 도와주는 것이 같겠나. 구혜영·윤설영기자 koohy@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라이프 인 어 데이’ 짜깁기한 24시, 그 이상은 없다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라이프 인 어 데이’ 짜깁기한 24시, 그 이상은 없다

    ‘라이프 인 어 데이’는 유튜브가 포함된 제작진의 프로젝트로 시작한 작품이다. 그들은 익명의 다수를 향해 ‘2010년 7월 24일’ 하루 동안 찍은 영상을 유튜브 사이트에 올려주기를 부탁했다. 수많은 사람이 그들의 요청에 답했다. 197개국에서 총 4500시간에 달하는 영상이 도착했고, 제작진은 8만여개의 클립 가운데 1125편을 모아 한 편의 영화를 구성했다. 그 결과 330여명의 사람이 영화의 감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지간한 영화의 관객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이 UCC 영상을 클릭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소수의 카메라가 다수의 눈을 지배하던 시대가 언젠가는 종말을 고할 것인가. ‘라이프 인 어 데이’는 영화 제작 방식의 혁명을 이끌어 낸 작품일까.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오가며 명성을 쌓은 케빈 맥도널드는 장기를 살려 시간과 주제별로 영상을 연결해 하나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라이프 인 어 데이’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비슷하고 다른지, 동떨어진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각자 갈망하는 대상은 무엇인지, 어떨 때 어떤 감정을 분출하는지 묻고 대답을 듣는다. 비슷하나 산만한 영상을 주제별로 엮으려고 몇몇 영상은 별도 제작된 것으로 짐작되며, 주제마다 어울리는 음악을 입혀 삶의 리듬과 감동을 도모했다. 다수가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만드는 과정은 대규모 공장의 생산라인과 얼핏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다. 카메라를 든 주체는 스스로 주인공이 되고 작품 안에 자기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달빛이 한창 밝은 시간, 술에 취한 남자가 7월 24일의 시작을 알린다. 그는 대단한 하루가 될 거라고 장담한다. 아기와 엄마는 평화롭게 잠을 자는데, 어떤 사람은 벌써 새벽기도 길에 오른다. 새벽 야시장의 활기찬 장면은 사람들이 기상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갓 출산한 여자의 기쁜 표정과 수술대에 오른 남자의 얼굴을 대비하고, 음식을 먹는 사람들과 가축을 도축하는 자를 병치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사이, 누군가는 어디론가 떠나거나 휴식을 취한다. 행복과 사랑에 취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독과 두려움에 떠는 사람이 괴로워하기도 한다. 이윽고 자정이 임박한 즈음, 한 여자가 퇴근하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슬프다.”고 말한다. 그녀의 눈물은, 무의미해 보이는 하루를 보낸 평범한 사람들의 기분을 대변한다. 어렵지 않게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자신과 같은 삶을 유지하며 다양한 감정에 젖은 사람을 보면서 누구의 마음인들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타임캡슐의 용도에 더 어울리는 이 영화의 영화적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 미디어의 권력을 이용해 다수 영상을 양손 한가득 쥐었을 뿐, 제작진은 UCC의 진정한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했다. 통제받지 않은 다수가 소통하고 집중하는 UCC와 달리, ‘라이프 인 어 데이’는 제공받은 영상을 제작진의 의도와 선입견에 맞춰 재가공한 것 이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그들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삶을 드라마화해 현실을 긍정하려고 한다. 새로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도였으나 새로움은 없었고, 카메라를 든 사람들도 진정한 의미에서 작가의 이름을 구하지 못했다. 영화평론가
  • 벽돌을 ‘초콜릿’처럼 먹는 3세 희귀병 여아

    전구와 벽돌 등을 두려움없이 ‘섭취’하는 3세 여자아이의 사연이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6일자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 사는 나탈리 헤이허스트는 지난 2월 보호자가 한눈을 파는 새 침실의 전구를 빼 이를 먹다가 목숨이 잃을 뻔한 위기에 처했다. 당시 빠른 응급치료 등으로 생명은 건졌지만 나탈리에게는 희귀한 증상이 발견됐다. 전구와 벽돌 등 먹지 못하는 음식들을 마구 갈망하기 시작한 것. 나탈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벽돌을 집어 마치 초콜릿쿠키처럼 자연스럽게 먹었고, 아이의 가족들은 이 같은 모습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엄마인 콜린(31)은 “전구와 벽돌을 먹게 해달라는 아이와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면서 “지난 2월 심하게 다친 이후 전구보다는 벽돌에 더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깨진 전구 또는 벽돌을 섭취할 경우 독소 등 유해성분이 나탈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위기가 계속되자, 콜린은 응급센터번호를 긴급전화번호로 지정하고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영양소가 들어있지 않은 물질에 식욕을 느끼는 나탈리의 증상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나탈리의 엄마는 “가족 모두가 나탈리의 건강을 위해 애쓰고 있다.”면서 “아이가 호전될 수 있게 도와줄 전문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울광장] 이젠 청춘들을 보듬을 때다/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젠 청춘들을 보듬을 때다/최광숙 논설위원

    누구나 한번쯤 깜깜한 긴 터널의 한복판에 갇힌 적이 있을 거다. 차가 앞뒤로 꽉 막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답답함. 언제 뚫릴지 기약없음이 더 힘들기만 하다. 언제 햇빛을 볼 수 있으려나…. 지금 우리 젊은 청춘(靑春)들이 처한 상황이 딱 그래 보인다. “청춘!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렌다.”는 ‘청춘예찬’이 무색하기만 한 그들이다. 생활고에, 비싼 등록금에, 아르바이트에 허덕이다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해도 기다리는 것은 취업난. 그걸 뚫고 나가도 비정규직 인생일 뿐. 88만원짜리 비정규직 일자리도 못 구해 결혼도 못하고, 결혼해도 출산하기 겁난다는 가여운 청춘들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그런가. 유독 이 시대에 ‘청춘’이 난무한다. ‘청춘 콘서트’에 열광하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책이 날개돋친 듯 팔려 나간다. ‘힘내라 청춘’ ‘열혈청춘’ ‘청춘불패’ ‘청춘 문학기행’…. 출판계만 하더라도 청춘이 대세다.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이나 연애, 뭐하나 되는 일이 없는 29세 백수인 철수. 전자제품처럼 성능을 따져 값을 매기는 이 사회, 낙오자들의 삶을 그린 소설 ‘철수 사용설명서’와 같은 ‘루저 문학’까지 등장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등장 닷새만에 대권후보로 훌쩍 떠오른 것도,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책이 8개월 만에 100만부를 돌파한 것도, 아름다운 청춘을 잃어버린 청춘들의 성원에서 비롯됐다. 젊은이들의 응원에 나섰던 두 교수가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들 덕에 스타가 된 이 세상. ‘청춘의 멘토’로 불리는 안 교수가 일으킨 안풍(安風)을 놓고 한창 정치공학적인 분석이 분분하다. 하지만 그 바람의 정체를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강남좌파냐 아니냐.”는 등 순전히 여의도 시각으로만 이를 바라본다면 이 시대 허덕이는 청춘들의 문제를 또다시 외면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춘 콘서트’는 청년들을 향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였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짓눌려 어깨를 펴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돕고 용기를 불어넣고 싶었다.”는 안 교수의 말이 ‘청춘 콘서트’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그 알맹이가 빠진 채 ‘안철수 현상’을 논하고, 그의 거취를 좇아 정치권의 지형만을 그리는 세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김 교수 역시 불투명한 미래를 품고 힘들게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꿈과 도전을 외쳤다. “책이 예상외로 많이 팔리는 것을 보면서 짠하고 안타깝다.”는 김 교수의 소회에 우리 청춘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두 교수가 ‘누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혹자는 “과거 세대들도 어렵고 힘든 ‘맨발의 청춘’ 시절을 보냈다. 지금만 그런 게 아니다.”고 할지 모르겠다. 틀린 말이 아니다.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배고픔의 가난을 이기고자, 민주화 운동의 물결 속에 젊음을 다 빼앗긴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고난을 뚫고 나오면 기회는 있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학교를 졸업하면 취직을 했고, 월세방에서 시작한 결혼 생활이지만 방 한칸 내 집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낳아 힘겹지만 학교 보내고, 어렵사리 할 것은 다했다. 하지만 지금 청년 세대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이미 치워진, 출구가 없어진 세상에 놓여졌다. 더 이상 정부가 청년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희망과 도전을 꿈꿀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말로만 청년 문제를 떠들었지 그들의 현실에 진정 가슴 아파한 적이 있던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2011 고용전망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전체 고용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 가고 있으나 올 1분기 청년 고용은 3년 전보다 5.4%나 감소했다. 청년층이 무너지면 우리의 미래도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허약한 청년층으로 이 나라가 강한 체력을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청년 세대들을 보듬는 실질적인 대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할 때다. bori@seoul.co.kr
  • [與野 서울시장 보선 ‘안갯속 레이스’] 이석연 범여권 ‘시민후보’ 확정

    [與野 서울시장 보선 ‘안갯속 레이스’] 이석연 범여권 ‘시민후보’ 확정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19일 보수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지원하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시민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이 전 처장은 무소속 시민후보로 출마하며, 범여권 내부에선 한나라당 후보와 대결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보수성향의 시민사회단체 ‘8인회의’는 이날 모임을 갖고 이 전 처장을 추대하기로 합의했다. 8인회의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이후 결성된 모임으로, 6개 시민사회단체 대표 또는 사무총장과 류석춘 연세대 교수, 이명희 공주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는 “8인회의 멤버들이 오늘 회동을 갖고 이 전 처장을 시장 후보로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이 같은 결정사항을 20일 공식 발표하고 21일 추대행사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공동대표는 “이 전 처장은 무소속 시민후보로 출마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해 정당 후보로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8인회의 관계자는 “형식은 8인회의지만 사실상 100개가 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지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전 처장은 “시민사회단체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변화를 갈망하는 요구가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 정치권도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겸허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추대식이 끝나면 곧바로 예비후보자 등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처장이 범여권 시민 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이 전 처장을 ‘흥행 카드’로 뽑아든 한나라당 지도부는 치명상을 입게 됐다. 가뜩이나 불리한 선거 지형에서 보수 진영의 분열까지 더해져 최악의 선거를 치를 처지에 놓였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19일부터 23일까지 후보 공고를 거쳐 다음달 4일 후보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해, 이 전 처장 없이 자체 후보로 선거를 치를 방침임을 밝혔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연구 지속성 보장… 국내 선호”

    “20년 가까이 임상에만 매달리면서 기초의학 연구에 대한 갈망이 컸다. 국내에서는 못 이룰 꿈이라고 여겼는데, 생각을 조금 바꾸니 어떤 해외 기관보다 좋은 연구 기회가 생기더라.” 고려대 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장인 신혜원(46·여) 교수는 연구년을 맞아 이달 초부터 서울 홍릉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경과학연구센터로 출근하고 있다. 신 교수는 2007년부터 연구년을 잘 보낼 방안을 고민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자녀 문제와 학교 연구 때문에 해외로 떠날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국가과학자인 신희섭 KIST 센터장을 만난 뒤 ‘국내 연수’로 결심을 굳혔다. 신 교수는 “신 박사 연구실이 세계적 수준인 데다 고작 1년간 생활할 집을 구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 없이 곧바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면서 “덕분에 해외 연수자들이 겪는 연구 지속성에 대한 고민까지 덜게 됐다.”고 덧붙였다. ●교수들 정부출연硏 발길 잇따라 국내 교수들의 안식·연구년 해외 러시 관행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 출연 연구소를 찾는 대학교수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해외 연수’ 대신 국내에 있는 세계 수준의 연구실을 찾아 ‘심도 있는 연구’를 하려는 현실적인 욕구 때문이다. 국내 출연연들도 산·학 협력 차원에서 유명 교수의 연구 유치를 환영하고 있다. 7일 KIST에 따르면 안식년을 맞아 이곳을 찾은 국내 대학교수는 2006년 1명에서 2007년 7명, 2010년 26명 등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20명에 이른다. 출신 학교도 연세대·고려대·가천의대·숭실대·포스텍 등 다양하다. 2000년 국내 대학교수로는 처음으로 KIST에서 안식년을 보낸 이긍원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연구할 경우 연구 성과가 해외 연구소에 귀속될 뿐 아니라 추후 연구의 연속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었다.”면서 “당시 산·학 협력 모델을 만들어 지금까지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연구성과, 해외연구소 귀속 이런 추세에 맞춰 기초과학지원연구원도 지난해부터 ‘방문연구원 지원제도’를 도입해 연구 교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준정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유인석 서울대 물리천문학과 교수, 오창현 고려대 전자정보공학과 교수 등 지난해 9명, 올해 16명의 교수들이 기초연을 찾아 연구를 마쳤거나 진행하고 있다. 한의학연구원과 생명공학연구원 등에도 국내 교수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문길주 KIST 원장은 “과거처럼 해외에서 어학 연수를 하고 선진 연구문화를 체험하는 식의 안식·연구년에 대한 인식이 국내 과학기술 수준이 향상된 지금은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확실한 연구 성과를 얻고 이후에도 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선호도가 계속 증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대한민국 유권자는 피곤하다/이연주 한국청년유권자연맹 운영위원장

    [옴부즈맨 칼럼] 대한민국 유권자는 피곤하다/이연주 한국청년유권자연맹 운영위원장

    서울시 주민투표로 정국이 요동친 게 엊그제인데 이제는 10·26 보궐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서울신문은 연일 서울시장 후보군을 지면에 쏟아내더니 9월 3일 자부터는 무소속을 표방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관련기사로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5일 자는 ‘안철수 돌풍’이란 1면 톱기사에 이어 2, 3면까지 기사가 이어졌고 9면과 18면에까지 관련 기사가 등장, 마치 ‘안철수 신문’ 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지방자치에 중앙정치를 끌어들여 단순한 정책투표가 보수와 진보의 이념투표로 변질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나쁜 투표’와 ‘나쁜 정책’의 혼란만 남긴 채 전 국민을 선거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무상급식 찬반 투표와 서울시장직 사퇴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투표행위 자체가 공개적으로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매우 ‘이상한 선거’를 치러야 했건만, 선관위를 비롯한 어느 기관에서도 왜 이런 이상한 선거를 치러야 하는지, 앞으로도 이런 이상한 선거가 계속될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다. 그저 10월 26일에 서울시민은 공석인 서울시장을 다시 선출해야 한다는 공지만 있을 뿐이다. 이어서 터진 서울시 교육감 부정의혹 수사는 또 다른 선거를 예고하는 듯하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후보가 누구인지 다 알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의 광역·기초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 교육위원 선거를 치른 후 올 4월 또다시 재·보궐선거를 치르느라 해당 지역주민도 아닌 전 국민이 홍역을 치러야 했다. 선거 결과 참패한 한나라당의 지도부 선출로 당원도 아닌 일반 국민은 정당 내 선거과정을 또다시 지켜봐야 했다. 내년은 총선과 대선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번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 태풍 속으로 정국이 빨려들어 가게 될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모든 일상이 정지되고 안철수 원장의 움직임과 그것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려 있는 듯하다. 어느 날 갑자기 터져 나온 무소속 후보 신드롬은 사실은 ‘갑자기’가 아니다. 지난해 선거에서 나타난 젊은 세대의 투표바람과 함께 이미 예고되었던 것이다. 시대와 가치가 변하고 있는데도 우리 정치권은 여전히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논쟁에 파묻혀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시대적인 정치행태만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기대와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단지 정치공학적인 생각에 가득 찬 정치인들을 보면서 유권자들은 이미 마음속으로 정당을 부정하고 정치를 부정하고 있었던 거다. 기존 정치권에 더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불신감은 진보와 보수가 아닌 탈이념의 정치와 기성 정당구도와 다른 제3의 세력이나 시민사회세력 등의 새로운 대안 정치를 기대하게 한다. 여기에 참신한 인물을 바라는 유권자의 갈망이 더해지면서 무소속의 비정치적인 인물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 혜성처럼 등장한 정치 신인을 상대할 마땅한 후보군을 갖지 못하고 외부영입을 해야 한다며 우왕좌왕하는 양대 정당의 소동을 보면서 언제쯤 우리는 예측가능한 정치를 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대의민주주의의 위기가 맞다. 수년 전부터 시작된 ‘바람’과 ‘이미지’가 곧 표로 연결되는 정치 풍토는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사람 중심이다. 사람만 바꾸면 된다는 인식은 새로운 정치 세력과 영웅의 출현을 갈망하게 한다. 지금 우리는 어쩌면 그런 영웅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른다. 다수를 차지하는 정치적 무관심층과 부동층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움직이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정치도 고도의 독자적인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란 것과 신념과 가치가 분명한 인물인가라는 검증과정이 필수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유권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피곤한 일이다.
  • 안철수,’무릎팍도사’ 나갔다온뒤 사람이 변해

    안철수,’무릎팍도사’ 나갔다온뒤 사람이 변해

    한국 사회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이들은 요즘 ‘안철수’를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다. 안철수를 매개로 그동안 쌓아 놓았던 제도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키려는 조짐마저 보인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안철수,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안 원장에게 매료돼 늦깎이로 그가 재직했던 카이스트에서 석사과정을 밟았고, 여전히 가깝게 지내는 한 벤처기업인은 5일 카이스트에서 있었던 몇 가지 일화를 들려줬다. “안 교수에게 기술경영 수업을 들었는데, 나는 A플러스를 자신했다. 그런데 B마이너스를 받았다. 연구실로 찾아가 항의했더니 아무 말 없이 컴퓨터 모니터를 보여 줬다. 거기에는 모든 수강생들의 발표 횟수, 출석 일수, 수업 태도, 과제 완성도, 시험 성적 등이 빼꼭하게 적혀 있었다. 한 번은 새벽 3시에 교내 횡단보도 앞에서 안 교수가 혼자 서 있더라.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었다.” 카이스트에서 수업을 들은 또 다른 인사는 안 교수가 ‘무릎팍 도사’에 출현한 뒤 “학생 50명을 상대로 내 생각을 전파하는 데 많은 한계를 느꼈는데, TV에 한 번 나가니 엄청난 반향이 일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아마 이때부터 안 원장은 ‘청춘 콘서트’와 같은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고민했을 것이라고 이 인사는 예상했다. 그동안 안 원장 강의를 들었던 이들은 대부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공한 기업인, 사회 변화를 갈망하지만 기존 정치 구도를 거부하는 지식인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5일 안 교수가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현재의 집권 세력이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며 ‘반(反)한나라당’을 분명히 한 것에 대해서는 “그를 알게 된 뒤 처음으로 듣는 직설적인 ‘정파성’”이라며 놀라워했다. 학자들은 안 원장을 어떻게 평가할까. 일단 ‘안철수 바람’의 원인으로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 ▲보수 대 진보의 대립구도에 대한 피로감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분석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안 원장의 정체성은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새로운 중도’로 봐야 한다.”면서 “넓은 의미의 중도층, 20~30대 온건 진보층이 그의 핵심 지지기반”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안 원장은 대중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능력과 수단을 지녔고, 과거 대중과 현재의 대중이 질적으로 다른 만큼 ‘박찬종 신드롬’보다는 파괴력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안 원장 스스로가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중도’라고 자기 규정을 한 셈”이라면서 “청년들의 고통과 분노가 그를 밀어주는 가장 큰 힘”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보수는 물론 진보 진영도 그의 ‘주변 인물’들에 대해 의심하는 만큼 멘토가 아닌 본인 스스로가 결단하고 세력을 움직일 수 있어야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혁재 경기대 교수는 그를 ‘합리적 보수’로 분석했다. 손 교수는 “그동안 안 원장이 보여 준 것은 진보적 이념이 아니라 합리적인 태도였다.”면서 “기존 틀과 자기 영역에서 성실성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에 대중이 환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인간 안철수’와 ‘정치인 안철수’는 다르다.”면서 “높은 지지율이 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남북 문제 등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 그 입장과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은 조금씩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창구·강주리기자 window2@seoul.co.kr
  • [사설] 안철수 ‘돌풍’에 걸맞은 진정성 보여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26 서울시장 재·보선전에 돌풍을 몰고 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는 물론 외부 인사들을 제치고 서울시장 후보감으로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그의 등장은 국민의 정치 불신을 상징하기에 신선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기성 정치와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제3의 정치세력으로 끝까지 갈 것인지, 기득권 세력과 손을 잡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안 원장이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진로를 분명히 해야 한다. 노선과 정체성을 확실히 밝히고 그에 합당하게 처신해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여론조사 내용을 보면 안 원장은 강남·북 등 지역은 물론 연령, 계층을 뛰어넘어 서울시민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지지층 상당수가 포함돼 있다. 이는 국민이 기성 정치권을 얼마나 불신하고 있으며, 동시에 얼마나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안철수 바람’은 기존 정치에 식상한 지지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안 원장이 초심을 유지할 때만이 그 기능을 할 수 있다. 안 원장은 상식과 비상식의 2분법을 정치 기준으로 제시한다. 진보냐 보수냐의 이념적 잣대를 거부한다. 참신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다. 그런 그를 놓고 보수진영은 제3세력으로 남기를 바라고, 진보 진영은 연대하기를 원한다. 안 원장은 반(反)한나라당을 기본 전제로 깔았는데 정치적 자유이자 권리다. 그러나 그 명분을 빌미로 일단 무소속으로 출마하되 여의치 않으면 야권 후보 단일화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기존 정치인들의 행태와 다름없다. 양줄타기식 정치 술수로 비쳐지지 않으려면 상식의 행보를 먼저 보여야 한다. 안 원장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곧 만나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출마를 결행할지, 박 이사에게 양보할지는 본인의 몫이다. 후자로 결론 나면 더 큰 꿈에 도전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을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당당하게 처신해서 검증받아야 한다. 우리 정치의 또 다른 한계는 불확실성이다. 안 원장은 그런 정치를 혁신하겠다고 나섰다. 자신의 불확실성부터 제거해 예측 가능한 정치를 구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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