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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리뷰] ‘노트르담 드 파리’ 10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로

    [공연리뷰] ‘노트르담 드 파리’ 10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로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 / 노래해요 나의 에스메랄다 / 함께 갈 수 있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아….” 축 늘어진 에스메랄다를 끌어안은 콰지모도(맷 로랑)의 오열을 뒤로 하고 음악과 조명이 꺼졌다. 숨죽이던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쏟아냈다. 2005년 첫 내한에서 8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아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본국에서도 9년 동안 중단됐던 프랑스어 버전의 세계 투어의 출발점을 한국으로 잡은 것이다. 첫 내한 때의 주요 배우들이 다시 무대에 올라 프랑스어로 노래한다. 2005년 한국 관객들에게 프랑스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줬던 ‘원조’의 귀환에 공연계가 들썩이고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2000년대 후반 국내에 불어닥친 프랑스 뮤지컬 열풍의 시작이었다. 싱어와 댄서가 구분된 독특한 형식, 원작의 메시지를 함축한 상징적인 무대, 고전과 현대가 공존하는 안무와 의상 등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익숙한 한국 관객들에게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성공 이후 ‘십계’ ‘로미오와 줄리엣’ ‘돈 주앙’ 등 프랑스 뮤지컬이 국내에 소개됐고, 뒤이어 오스트리아, 체코 등 동유럽 사극 뮤지컬이 공연계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경북 경주에서 시작해 대구와 대전을 거쳐 서울에 다다른 ‘원조’는 왜 10년 전 한국 관객들이 생소한 프랑스 뮤지컬에 열광했는지를 새삼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전문 무용수들의 군무와 비보이 댄서들의 애크러배틱, 웅장한 듯 간결한 무대 세트와 갖가지 형상을 뿜어내는 조명까지 모든 요소가 무대 예술의 총체를 이뤄 객석을 압도한다. ‘대성당의 시대’ ‘아름답다’ 등 넘버들은 비음과 연음이 많은 프랑스어와 음절 단위로 결합해 중독성을 발휘한다. 배우들의 역량은 명불허전이었다. 맷 로랑의 거친 목소리와 처절한 몸짓은 콰지모도 그 자체였으며, 프롤로 주교 역의 로베르 마리엥은 타락한 성직자의 위선을 선명하게 새겨넣는다. 무엇보다 무대 언어를 통해 빅토르 위고의 원작에 담긴 휴머니즘의 정신을 고스란히 구현했다는 점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빛을 발한다. 신의 시대가 저물고 인간의 시대가 열리는 변혁의 소용돌이에서 무너지는 교회의 권위와 변화를 갈망하는 민중들의 열망 등 당시의 사회상이 시적인 가사와 역동적인 안무로 구현된다. 여기에 인간의 욕망과 타락,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 주제까지 아우른다. 최근 들어 유럽 라이선스 뮤지컬이 호화스러운 의상과 안무, 고음을 넘나드는 넘버에만 치중하는 분위기에서 반가운 작품이다. 오는 2월 2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6만~20만원. 이후 울산, 광주, 부산에서 공연된다. (02)541-6236.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평양 석암리 허리띠 장식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평양 석암리 허리띠 장식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북한 평양 석암리에서 출토된 순금제 허리띠 고리 장식에는 금실과 금 알갱이로 만든 일곱 분의 용이 있는데 그 윤곽은 금실로 둘렀다. 1세기 낙랑 지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길이는 9.4㎝에 불과하나 정교한 솜씨가 극치를 이룬다. 그런데 우리는 솜씨에 놀랄 뿐 그 깊은 상징성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우선 용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요, 다음으로는 크고 작은 금 알갱이가 보주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주(寶珠)란 우주에 충만한 대생명력, 혹은 그것을 가시화한 물(물결)을 응축시킨 모양을 상징한다. 우리는 주변 어디에서나 용을 접하고 보주에 대한 이야기도 듣지만 올바른 내용은 거의 없다. 일반 사람들은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잘못된 내용이 많다. 최고의 사상을 풀어내는 데는 진지한 설명이 있어야 깊은 감동이 뒤따른다. 석암리 허리띠 고리 장식은 용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웅변하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큰 용 한 분과 아기 용 여섯 분이 있다. 존댓말을 쓰는 까닭은 용이 동양에서는 최고의 신(神)이기 때문이다. 찬란한 금빛이 2000년을 무색하게 한다. 한 분 한 분의 용은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금 알갱이로 이뤄져 있다. 용이 보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압축해 웅변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금실로 만들어진 용의 윤곽과 이곳저곳 원칙 없이 배치한 아름다운 터키석에 먼저 쏠린다. 터키석은 표면에 모두 41개가 박혀 있었는데 지금은 7개만 남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금 알갱이에는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국내외 학자들이 이를 어자문(魚子文), 즉 물고기 알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보주란 크건 작건 가치는 같으며 보주 안에는 우주의 바다가 압축돼 있다고 설파해 왔다. 그런 믿음으로 정성스럽게 채색 분석을 했다. 허리띠 고리의 3x2㎝ 남짓한 부분을 선택해 금 알갱이들만 그려 봤다. 그 작은 공간에서 1000개 남짓한 금 알갱이를 헤아릴 수 있었다. 그러니 이 작은 허리띠 고리 전체에 무려 1만개의 금 알갱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가는 윤곽선을 없애고 깨알만 한 원들만을 그려 하나하나 골똘히 칠하고 있자니 질서가 있는 가운데 생명력의 강력한 흐름이 뚜렷이 보인다. 바로 이 수많은 보주가 한데 모여 역동성을 보여주는 게 용의 본질이다. 누금세공(鏤細工)이라는 기법이 있어 이러한 작품을 만든 게 아니라 보주를 표현하기 위해 그런 기법이 개발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놀랐다. 그만큼 예부터 보주의 조형적 표현을 갈망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보주 안에 우주의 바다가 가득 차 있다는 것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고려불화에서 파이프처럼 생긴 관을 통해 물이 화면 전체로 퍼져 가는 상징적인 보주 표현을 보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최근 경남 거창 심우사에서 흰색의 큰 보주에서 넘실대는 바다가 나오는 광경의 불화를 보고 환호작약했다. 사람들에게 보주가 무엇인지 증명해 보일 수 있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 [새 영화] 미라클 여행기

    [새 영화] 미라클 여행기

    구럼비 바위는 산산이 깨졌고, 언론은 일찌감치 무덤덤해졌다. 강정마을의 제주해군기지, 정식 이름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공사’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군 관사 건립을 놓고 다시 팽팽한 긴장감이 마을을 감싸고 돈다. 지금껏 이 마을 1800명 주민 중 665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539명이 기소돼 이 중 204명이 실형, 집행유예, 벌금형 등 판결을 받았다. 강정마을을 둘러싸고 펼쳐졌던 오래 삭은 갈망들과 희망 찾기는 이렇듯 각자의 입장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미라클 여행기’에는 두 가지 인상적인 장면이 슬며시 지나간다. 성체를 들고 미사 집전을 위해 이동하는 천주교 신부의 길을 경찰들은 차도건, 인도건 모두 막는다. 그 틈바구니에서 한동안 실랑이, 몸싸움을 벌인 뒤 겨우 지나간다. 그 뒤로 경찰 한 사람이 보일 듯 말 듯 성호를 긋는 모습이다. 또 다른 장면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강정마을의 한 주민이다. 그는 책마을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마치 해군기지 반대를 위한 책마을처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장훈계를 늘어놓는다. 그러다가 담장 밑에서 키우던, 소담히 자라는 소라껍데기에 담긴 선인장을 선물하는 모습이다. 갈가리 찢긴 것처럼 보이는 제주 강정마을이 희망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들이다. ‘미라클 여행기’는 2013년 10월 17일 인천항을 떠난 배우 지망생 최미라가 강정마을에서 2박 3일을 보내며 겪고, 듣고,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강정책마을 십만대권 프로젝트’ 3만여 권의 책을 실은 배-공교롭게 지난해 4월 16일 참사를 당한 ‘세월호’, 즉 청해진해운의 배-를 타고 떠난 350명의 사람 사이에 섞여 그들이 강정마을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듣고, 각자의 삶과 강정마을의 의미를 한 땀 한 땀 엮어낸다. 최미라 역시 배우를 꿈꾸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는 백수와 같은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강정마을 사람들 사이로 이병률 시인, 문규현 신부,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노종면 YTN 해직기자 등 강정평화책마을을 만드는 데 동참한 이들의 얼굴이 카메라 안팎을 스치듯 드나든다. 다만 다큐 영화로서 형식적 어색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마치 TV ‘여섯 시 내 고향’의 리포터처럼 최미라가 카메라와 서사의 중심이 돼 펼쳐지는 형식은 다큐 영화의 강점인 진실의 힘을 희석시키는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소박한, 소통과 화합의 메시지를 담는 정도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전부터 수난이 이어졌다. 영화에 세월호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네이버 포털사이트 예고편에서 배 옆면에 쓰인 ‘청해진해운’ 글자를 모자이크 처리시키도록 종용받는가 하면,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시사회 대관을 거부하기도 했다. ‘미라클 여행기’는 15일 인디플러스, 아트하우스 모모,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 등 전국 15개 영화관에서 개봉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고래 토사물이 남자한테 좋다고?…용연향의 숨겨진 효능 주목

    ‘바다의 로또’ 용연향을 아는가. 1개만 발견해도 그 크기에 따라 억대가 넘는 값어치를 가진 향유고래의 토사물을 말한다. 이는 용연향이 향수를 만드는 데 없어서 안 되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그런 용연향에 또 다른 효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4일(현지시간) 용연향 속에 있는 한 화학물질이 남성의 정력에 가장 좋은 것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용연향 속에 있는 한 화학물질이 수컷 쥐가 생식 활동을 더 갈망하도록 하는 원인이 되는 것을 발견했다. 사실 이 연구는 수년 전에 나왔지만, 최근 미국 과학매체 아이오나인(iO9)의 에스터 잉글리스-아켈에 의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데일리메일은 설명했다. 용연향은 향유고래가 정기적으로 토해낸 것으로 대왕오징어 등을 먹고 소화하지 못해 바다에서 게워낸 것이다. 이런 용연향은 처음에 대변과 같은 악취를 풍기지만, 바다 위를 장기간 부유하며 햇빛에 의해 형태와 성분이 변하면서 달콤하고 사향 같은 냄새를 갖게 된다고 한다. 이런 향을 내는 주된 성분이 바로 암브레인이라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킹사우드대학 연구팀은 이 암브레인을 수컷 쥐에 투여했을 때 그 행동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을 시행했다. 연구팀은 논문에 “수컷 쥐의 성 반응을 기록함으로써 이들의 활동을 측정했으며, 암컷 쥐의 부재 시에도 성욕이 높았다”고 기록했다. 이들은 또 “암브레인은 한 차례 투여만으로 성 기능이 활성화돼 반복적인 활동 능력을 보였다”고 적었다. 연구팀은 암브레인을 사용하면 효과적인 정력 증강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사설] 從北 없는 민주·민생 진보의 길 제대로 가라

    새로운 진보 정당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이 어제 탈당과 함께 재야와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국민모임’에 합류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하나의 기폭제가 될 듯하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특정 정치인의 개인적 선택이 아니다. 그동안 지리멸렬한 양상을 면치 못했던 이 땅의 진보 정치가 어떤 계기로 어떤 미래의 그림을 그려 나갈까 하는 것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림에 따라 우리는 진정한 진보란 무엇이며 그것을 담지할 세력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한층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헌재는 통진당이 지도 이념으로 내세운 이른바 ‘진보적 민주주의’를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위한 과도기적 체제로 규정한 바 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종북세력의 위험을 직시한 것이다. 하지만 통진당이 해산됐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종북 논란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국민모임은 종북주의 배격 등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는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신당 창당 기구를 발족하고 대국민 토론회를 마련하는 등 창당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정 고문도 지적했듯 서민과 중산층이 아니라 ‘중상층’(中上層)을 대변하는 정당인지도 모른다. 그의 말대로 양극화의 심화로 고통받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누군가 대변해 줘야 마땅하다. 가난하고 힘없는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정당의 존재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방점을 두는 진보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갈증은 날로 더해 가는 형편이다. 그러나 새로운 진보 정당을 갈망하면서도 일말의 우려를 지울 수 없는 것은 출발선에서 다짐한 진보의 가치를 과연 끝까지 흔들림 없이 지켜 낼 수 있느냐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종북 문제만 해도 그렇다. 자주파(NL)니 평등파(PD)니 하는 철 지난 이념타령 속에 갈등을 일삼으며 ‘북한맹종주의’조차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채 진보 정당 전체에 종북 딱지를 붙게 만든 게 누구인가. 신당 창당의 모태가 될 국민모임에는 북한 어뢰에 폭침당한 것으로 결론지은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감독도 힘을 보태고 있다. 통진당에서 떨어져 나온 정의당 지도부는 진보 진영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최근 서해 백령도 해병대 부대를 방문, 천안함 위령탑에 참배해 시대 변화를 실감케 했지만 국민은 진보의 안보관에 온전한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천안함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여전히 알 길이 없다. 종북이 진보로 둔갑하는, 진보가 종북에 의탁하는 병통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새 진보 정당 또한 이내 설 땅을 잃고 말 것이다. 진보 정당 부진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운동권적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교조적인 편 가르기 이념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배타적인 운동권 문화를 하루빨리 떨쳐 내고 상생과 포용의 ‘민주진보’ 길로 나아가야 한다. 복지 이슈 하나만이라도 책임지는 진정한 의미의 ‘민생진보’를 실천한다면 이념의 좌우를 떠나 지지를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여성 흡연자, 금연 원한다면 ‘이때’를 공략해야

    여성 흡연자, 금연 원한다면 ‘이때’를 공략해야

    담뱃값 인상 후 금연을 계획한 흡연자들이 많지만 담배를 끊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에 담배를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끊을 수 있는 각종 보조기구부터 민간요법까지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과학자들이 ‘담배 끊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을 연구했다. 특히 이 연구는 ‘숨은 흡연’으로 통계를 내기에도 어려운 여성 흡연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과 달리 호르몬 변화가 나타나는 월경 주기 때문에 금연이 더 어려우며, 특정한 주기에 금연을 시도하면 성공확률이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하루에 15개비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남녀 34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담배와 무관한 사진과 담배를 갈망하는 듯한 사진을 보게 한 뒤 한 장을 선택하게 하고 뇌의 활동을 스캐닝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두 단계의 실험을 더 거쳤는데, 월경주기에 따라 황체기와 난포기에 각각 사진을 선택하게 했고, 이 과정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치도 측정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여성이 월경 후 난포기가 시작되면 호르몬 분비가 변화하고, 호르몬이 금단현상을 느끼는 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연을 더욱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소의 주기는 난포기(Follicular Phase)와 황체기(Luteal Phase)로 나뉘며, 이중 난포기는 난소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증가하고 자궁 내막이 증식해 두꺼워지는 시기를 뜻한다. 황체기는 배란 후 수정에 성공하지 못하면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고 프로게스테론이 증가하는 시기이며, 월경전 증후군도 이 시기에 나타난다. 연구를 이끈 아드리안 멘드렉 교수는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되고 프로게스테론이 증가하는 '중간 황체기'에는 담배에 대한 열망을 다스리는 것이 비교적 수월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여성의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남성보다 금연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쥐를 통한 실험에서도 암컷은 수컷보다 담배에 더욱 빨리 중독되며, 같은 양에도 더욱 강한 중독성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흡연‧금연과 관련한 더 많은 신경학적 정보를 축적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정신의학저널(Psychiatry Journal)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글로벌 시대] 굳세어 주세요, 아버지!/황수정 문화부장

    [글로벌 시대] 굳세어 주세요, 아버지!/황수정 문화부장

    부정(父情)이란 개념을 막연히 머릿속에 형상화해 본 것은 고등학교 국어 시간이었다. ‘어두운 방 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로 시작되는 시에서는 늙은 할머니 앞에서 어린 목숨 하나가 애처롭게 잦아들고 있었다. 기어이 한밤의 거친 눈바람을 뚫고 눈밭을 돌아온 아버지. 가슴에 뜨겁게 품어진 것이 ‘눈을 헤치고 따 오신 붉은 산수유 열매’였던가. 다들 아슴하게 한 구절쯤 기억하고 있을,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다. 그날 이후 자식을 쓸어안는 부성애는 내게 ‘산수유 붉은 알알’로 새겨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가장 강렬하게 부정의 메시지를 전달받는 장면은 체온을 나눠 주는 ‘복고풍’의 아버지다. 행여 식을세라 외투 깊숙이 군고구마나 붕어빵 봉지를 품은 퇴근길의 아버지 모습인데, 그러고 보면 그것도 못 본 지 오래다. 비싼 원가에 수지가 안 맞으니 군고구마는 거리에서 사라졌고, 붕어빵을 반가워할 요즘 아이들도 아니다. 소박하게 아버지 노릇 하기가 참 힘들어진 세상임이 틀림없다. 체온을 나눠 주는 아버지의 역할을 이 시대는 기대하지 않는다. 가정경제가 굴러가도록 온힘을 짜내 터빈을 돌려야 하는 의무가 있을 뿐이다. 오죽했으면 자녀 교육의 필수 덕목을 꼽는 시중 유머에 ‘아버지의 무관심’이 끼어 있을까. 영화 ‘국제시장’의 인기가 연일 화제다. 가난 극복이 절대 과제였던 시절 가족을 위해 희생한 아버지 이야기가 화두가 되니 아버지 신드롬이라고들 이름 붙인다. 영화는 기실 만듦새가 빼어난 작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거센 흥행세를 이어 가는 까닭은 우리 사회가 ‘부정 결핍 장애’쯤 되는 병증을 앓고 있는 탓이 아닐까 싶다. 어떤 위기에도 외풍을 막아 주는 병풍바위 같은 아버지를 우리는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서울 서초동 세 모녀 살인 사건은 우리를 말할 수 없이 참담하게 한다. 엘리트로 살다가 실직해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40대 가장의 극단적인 선택은 시대가 낳은 기형적인 아버지의 초상 그 자체다. 강남의 고가 아파트에 살면서 6억~7억원의 재산이 남았는데도 희망이 없다고 좌절해 몹쓸 짓을 했다. 우리 시대가 만든 ‘괴물 아버지’다. 경쟁과 엘리트 지상주의, 끊임없이 위쪽만 바라보는 패배주의, 그 한켠으로 여전히 떨치지 못하는 전근대 가부장적 가치관. 이 동떨어진 인식들이 왜곡된 책임 의식을 낳았고, 삶의 고통에 정면으로 맞서는 데 면역이 없는 가장은 결국 참혹한 선택을 했던 것일까.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간다. 물질의 풍요에 가려졌을 뿐 지금의 삶은 영화 속 아수라장 흥남 부두보다 크게 나을 것도 없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돼야 하므로 우리 곁의 수많은 아버지들은 위로받아야 한다. 독립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도 별나게 오래 기억에 꽂히는 대사가 있다. 임종을 앞둔 아버지(할아버지)를 찾아온 장남은 의식마저 희미해져 돌아누운 아버지의 등 뒤에서 울먹인다. “아버지, 일어나세요. 앞으로 잘 해 드릴게요.” 초로의 남루한 장남에게 그것은 쓸쓸하고 무기력한 자기 회한에 다름 아닌 것을. 시름 달래줄 담뱃값마저 다락같이 올라 버린 새해 벽두. 동정 없는 시대, 아버지들을 응원할 시간이다. 굳세어 주세요, 아버지. 흥남 부두의 그 금순이처럼! sjh@seoul.co.kr
  • 女흡연자의 가장 좋은 ‘금연 타이밍’ 찾았다

    女흡연자의 가장 좋은 ‘금연 타이밍’ 찾았다

    담뱃값 인상 후 금연을 계획한 흡연자들이 많지만 담배를 끊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에 담배를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끊을 수 있는 각종 보조기구부터 민간요법까지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과학자들이 ‘담배 끊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을 연구했다. 특히 이 연구는 ‘숨은 흡연’으로 통계를 내기에도 어려운 여성 흡연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과 달리 호르몬 변화가 나타나는 월경 주기 때문에 금연이 더 어려우며, 특정한 주기에 금연을 시도하면 성공확률이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하루에 15개비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남녀 34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담배와 무관한 사진과 담배를 갈망하는 듯한 사진을 보게 한 뒤 한 장을 선택하게 하고 뇌의 활동을 스캐닝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두 단계의 실험을 더 거쳤는데, 월경주기에 따라 황체기와 난포기에 각각 사진을 선택하게 했고, 이 과정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치도 측정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여성이 월경 후 난포기가 시작되면 호르몬 분비가 변화하고, 호르몬이 금단현상을 느끼는 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연을 더욱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소의 주기는 난포기(Follicular Phase)와 황체기(Luteal Phase)로 나뉘며, 이중 난포기는 난소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증가하고 자궁 내막이 증식해 두꺼워지는 시기를 뜻한다. 황체기는 배란 후 수정에 성공하지 못하면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고 프로게스테론이 증가하는 시기이며, 월경전 증후군도 이 시기에 나타난다. 연구를 이끈 아드리안 멘드렉 교수는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되고 프로게스테론이 증가하는 '중간 황체기'에는 담배에 대한 열망을 다스리는 것이 비교적 수월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여성의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남성보다 금연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쥐를 통한 실험에서도 암컷은 수컷보다 담배에 더욱 빨리 중독되며, 같은 양에도 더욱 강한 중독성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흡연‧금연과 관련한 더 많은 신경학적 정보를 축적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정신의학저널(Psychiatry Journal)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올해 계획·실천 잘하는 과학적 방법 6가지

    올해 계획·실천 잘하는 과학적 방법 6가지

    2015년 을미년 새해를 맞아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계획을 혹시 덜 먹고 덜 마시고 덜 쓰고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고 막연하게 세우지 않았는가. 올해 계획 역시 작심삼일로 끝낼 것인가.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일(현지시간) 세계의 저명한 심리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이런 계획과 관해 연구한 결과들을 하나로 모아 소개했다. 이를 통해 계획을 수정하거나 새롭게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1. 대안을 세우지 마라 계획이라고 하면 대안을 세우는 것이 보다 완벽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개인이 세우는 계획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플랜 B라는 대안을 세운 사람들이 하나의 계획을 세운 사람들보다 목표를 덜 성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임지에 공개된 이 연구는 대안이 종종 역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대안이 원래의 주된 목표를 갈망하는 의지를 없애고 어떻게든 계획과 다른 것을 더 허용해 결국 실패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목표 달성이라는 큰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세운 계획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하고 스스로 탈출구를 제공하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 하룻밤 자면서 충분히 생각하라 영국 하트퍼드셔대학의 새 연구로는 수면부족은 자기통제를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수면의 질이 계획을 실천하고 성공하는 데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평소 잘 잤다고 답한 사람 중 60%는 못 잤다고 답한 사람 중 44%보다 계획 실천을 더 잘 했다고 말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리처드 와이즈먼 교수는 “이 결과는 수면부족이 자제력과 의지력을 방해하는 것을 보여주는 기존 연구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3. 안 된다고 하지 마라 심리학자이자 ‘테이밍 더 파운드’의 저자인 킴 스티븐슨에 따르면 계획을 세우는 것은 긍정적인 면에서 목표를 더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계획을 세울 때에는 “돈을 쓰지 마라”, “○○을 먹지 마라”와 같이 부정적으로 세워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 말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도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므로 계획 실천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대신, “○○와 같은 건강 음식을 먹자”, “어디에 돈을 썼는지 확인하자”와 같이 세우는 것이 좋다. 또한 장기적인 계획은 “살을 빼자”, “헬스장에 가자”와 같이 세우는 것보다는 “건강을 챙기자”와 같이 세우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분명히 당신이 세운 목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무언가를 기대하려면 다짐을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4. 쪼개서 세워라 왜 당신은 20가지를 실천할 수 있는데 스스로 한가지만 하기로 정하는가. 잠재적으로 저항하기 힘든 엄청난 계획보다 더 작은 목표를 많이 갖는 것이 더 만족스럽다. 미국 시카고대학 경영대학원 조지 우 교수에 따르면 계획을 쪼깨서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만일 올해 책을 24권 읽겠다고 세웠다고 생각해보자. 이보다는 매달 책을 2권씩 읽겠다와 같이 적은 기간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성공에 더 도움이 된다. 목표를 유지하고 달성하기 위해서는 계획을 쪼개서 세우도록 하자. 5. 유혹은 묶어라 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강한 유혹을 다른 활동과 묶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어구를 만든 캐서린 밀크먼 심리학 교수에 따르면, 이 전략은 두가지 문제를 즉시 해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TV 시청 시간을 줄이겠다는 계획과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겠다는 계획이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당신이 TV를 꼭 봐야하는 것이 있어 줄일 수 없다면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며 TV를 보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죄책감도 들지 않고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6. 돈을 걸어라 체중 감량에 관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돈을 내도록 하자 가장 효과적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목표 매달리기’(stickK.com)라는 웹사이트에서 사용하는 방식과 같은 것으로, 사용자는 자신의 계획을 세우고 만일 실천하지 못하면 특정인에게 벌금을 무는 방식이다. 이 특정인을 자신이 정말로 싫어하는 사람으로 정한다면 목표 달성 확률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계획을 실천해감에 있어 의지가 줄어드는 것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올해 계획, 잘 세우고 실천하는 방법 6가지

    올해 계획, 잘 세우고 실천하는 방법 6가지

    2015년 을미년 새해를 맞아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계획을 혹시 덜 먹고 덜 마시고 덜 쓰고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고 막연하게 세우지 않았는가. 올해 계획 역시 작심삼일로 끝낼 것인가.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일(현지시간) 세계의 저명한 심리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이런 계획과 관해 연구한 결과들을 하나로 모아 소개했다. 이를 통해 계획을 수정하거나 새롭게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1. 대안을 세우지 마라 계획이라고 하면 대안을 세우는 것이 보다 완벽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개인이 세우는 계획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플랜 B라는 대안을 세운 사람들이 하나의 계획을 세운 사람들보다 목표를 덜 성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임지에 공개된 이 연구는 대안이 종종 역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대안이 원래의 주된 목표를 갈망하는 의지를 없애고 어떻게든 계획과 다른 것을 더 허용해 결국 실패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목표 달성이라는 큰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세운 계획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하고 스스로 탈출구를 제공하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 하룻밤 자면서 충분히 생각하라 영국 하트퍼드셔대학의 새 연구로는 수면부족은 자기통제를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수면의 질이 계획을 실천하고 성공하는 데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평소 잘 잤다고 답한 사람 중 60%는 못 잤다고 답한 사람 중 44%보다 계획 실천을 더 잘 했다고 말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리처드 와이즈먼 교수는 “이 결과는 수면부족이 자제력과 의지력을 방해하는 것을 보여주는 기존 연구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3. 안 된다고 하지 마라 심리학자이자 ‘테이밍 더 파운드’의 저자인 킴 스티븐슨에 따르면 계획을 세우는 것은 긍정적인 면에서 목표를 더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계획을 세울 때에는 “돈을 쓰지 마라”, “○○을 먹지 마라”와 같이 부정적으로 세워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 말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도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므로 계획 실천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대신, “○○와 같은 건강 음식을 먹자”, “어디에 돈을 썼는지 확인하자”와 같이 세우는 것이 좋다. 또한 장기적인 계획은 “살을 빼자”, “헬스장에 가자”와 같이 세우는 것보다는 “건강을 챙기자”와 같이 세우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분명히 당신이 세운 목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무언가를 기대하려면 다짐을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4. 쪼개서 세워라 왜 당신은 20가지를 실천할 수 있는데 스스로 한가지만 하기로 정하는가. 잠재적으로 저항하기 힘든 엄청난 계획보다 더 작은 목표를 많이 갖는 것이 더 만족스럽다. 미국 시카고대학 경영대학원 조지 우 교수에 따르면 계획을 쪼깨서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만일 올해 책을 24권 읽겠다고 세웠다고 생각해보자. 이보다는 매달 책을 2권씩 읽겠다와 같이 적은 기간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성공에 더 도움이 된다. 목표를 유지하고 달성하기 위해서는 계획을 쪼개서 세우도록 하자. 5. 유혹은 묶어라 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강한 유혹을 다른 활동과 묶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어구를 만든 캐서린 밀크먼 심리학 교수에 따르면, 이 전략은 두가지 문제를 즉시 해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TV 시청 시간을 줄이겠다는 계획과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겠다는 계획이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당신이 TV를 꼭 봐야하는 것이 있어 줄일 수 없다면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며 TV를 보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죄책감도 들지 않고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6. 돈을 걸어라 체중 감량에 관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돈을 내도록 하자 가장 효과적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목표 매달리기’(stickK.com)라는 웹사이트에서 사용하는 방식과 같은 것으로, 사용자는 자신의 계획을 세우고 만일 실천하지 못하면 특정인에게 벌금을 무는 방식이다. 이 특정인을 자신이 정말로 싫어하는 사람으로 정한다면 목표 달성 확률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계획을 실천해감에 있어 의지가 줄어드는 것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열린세상] 대통령 후보의 재수, 삼수를 경계하라/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대통령 후보의 재수, 삼수를 경계하라/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훌륭한 지도자에 대한 갈망은 동서고금을 통해 변함이 없다. 춘추시대 위나라 장군 오기는 위왕 무후가 아름다운 산천을 위나라의 보배라고 감탄하자 나라의 보배는 군주의 덕행이지 산천의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군주는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군주로 교체되므로 산천처럼 한결같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조선시대의 우리 조상은 세습에 의한 군주는 지도력이 항상 우수하다고 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이를 보완하는 제도와 관행을 확립해 500년이라는 조선 왕조를 유지했다. 이러한 노력은 근대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이 발달한 이후에도 지속됐다.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및 지방의원들을 바르게 선출하기 위한 선거제도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리더십이 국가 발전에 미치는 중요성이 매우 큰 만큼 대통령 선거 제도는 민주주의를 향한 모든 국가의 관심 사항이다. 그중에서도 대통령 재임 횟수의 제한이 내용의 핵심이다. 선거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은 선거의 관행을 통해 이를 보완하고 있다. 미국의 헌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대통령의 재임 횟수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 초대 대통령이었던 워싱턴은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3선 출마를 거절하고 “미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1인의 장기 집권을 경계하라”는 고별사를 남겼다. 그 이후 미국의 유권자는 어떤 대통령에게도 3선의 기회를 주지 않는 관행을 수립했으며 이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4선에 당선될 때까지 유지됐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4선 당선에도 비판적 시선이 존재한다. 미국의 헌법 개정은 연방정부의 2개와 주정부 차원의 99개 의회 중 4분의3 이상 의회의 의결정족수 3분의2의 의결이 있어야 하는 등 대단히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뒤를 이은 트루먼 대통령이 1951년 대통령 3선 금지를 규정하는 헌법을 개정한 것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4선에 당선된 것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미국의 유권자가 고려하는 또 하나의 관행은 특정 인물을 2회 이상 대통령 후보자로 선정하는 데 매우 신중하다는 점이다. 20세기 들어 28번의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동안 대통령 후보자로 선정돼 본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된 이후 정당에서 재차 후보자로 선정된 사례는 무소속 후보 1명을 제외하면 세 차례밖에 안 된다.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는 닉슨 대통령뿐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러한 관행을 극복한 닉슨 대통령의 지도력에도 궁금증이 커진다. 1960년 아이젠하워 정부의 부통령으로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닉슨은 케네디 당시 당선자에게 0.2% 포인트라는 근소한 차로 패배했다. 그런데 케네디 당선자가 승리했던 텍사스와 일리노이주에서 부정선거의 시비가 제기됐다. 만약 닉슨 후보자가 선거 불복종을 선언하고 선거의 부정 여부를 조사하는 데 동의했다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당시 닉슨 후보자는 선거의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깨끗한 패배를 인정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민주적 지도자의 이미지와 진한 감동을 남겼다. 훌륭한 지도자로서 결단력, 친화력, 추진력, 직관력 등의 자질 외에도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능력을 보여 준 것이다. 왜 미국 유권자는 대통령 후보의 재수, 3수를 경계하는지 우리도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훌륭한 대통령일지라도 그 역시 인정에 약한 인간이다. 특정 자연인이 재수, 삼수에 걸쳐 대통령에 도전하다 보면 주위에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어떤 사람들은 10여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특정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그들의 시간을 사용하기도 한다. 특정인이 대통령이 되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들이 권력을 향유하고 그간의 보상을 받는 데 급급했다는 것은 우리의 현대사가 적절히 보여 준다. 미국의 유권자들이 대통령 후보를 선정하면서 재수, 삼수한 후보를 선호하지 않는 관행은 이러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처방이었다. “눈동자는 자기의 속눈썹은 보지 못한다”는 격언과 같이 킹메이커들이나 측근들의 비리를 사전에 경계한 것은 아니었을까.
  • 대중문화계에 부는 ‘아버지 신드롬’, 왜?

    대중문화계에 부는 ‘아버지 신드롬’, 왜?

    대중문화판에 ‘아버지 바람’이 불고 있다. 영화는 물론 TV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시대 아버지들의 삶과 부성애를 조명한 작품들이 뜨고 있다. 최근 영화와 TV의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중장년층과 가족에 주목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부성애 코드가 가장 각광받고 있는 장르는 영화계다. 부성애 메시지는 개봉 9일 만에 관객 25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국제시장’을 비롯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외화 ‘인터스텔라’, 새달 개봉할 국산 화제작 ‘허삼관’ 등을 관통하고 있다. ‘국제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가족을 위해 희생한 이 시대 아버지인 덕수(황정민)의 이야기로 그가 가장으로서 삶의 무게를 떠올리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어려운 과학영화 ‘인터스텔라’의 국내 흥행 비결도 딸을 위해 희생하는 부성애가 큰 줄기를 이룬다. 중국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허삼관’은 피를 팔아 세 아들을 키우는 철없는 아버지의 가족애에 초점이 맞춰졌다. 모성애 중심이던 드라마나 예능 쪽 역시 무게중심이 아버지 코드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KBS 주말 연속극 ‘가족끼리 왜이래’는 아버지 차순봉(유동근)이 자식들에게 ‘불효소송’을 한다는 설정으로 방송 초반에는 거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결국 위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의 속깊은 배려라는 설정이 밝혀지며 오히려 시청률이 올랐다. KBS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세 쌍둥이 아빠 송일국의 다정다감한 부성애뿐만 아니라 최근 이휘재가 아버지와 함께한 여행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MBC ‘아빠 어디가’를 제쳤다. 부성애는 최근의 국내 사회현실에서 모성애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사회적 안전망이 무너지고 경제불황이 심해지면서 세대를 막론하고 묵묵히 변치 않는 속깊은 부성애의 가치가 더 큰 울림을 가져온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은 “‘국제시장’이나 ‘인터스텔라’는 누군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이야기인데, 사회가 각박하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아버지의 사랑이 관객들에게 울림을 주는 힘이 크다”고 말했다. ‘허삼관’을 제작한 장원석 프로듀서는 “부성애는 모성애에 비해 소외된 사랑을 상징하고 덜 보편적이라는 특징이 있다”면서 “가족해체가 가속화되는 요즘 이상적인 가장은 일종의 판타지”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TV 드라마에서 부성애는 ‘대발이 아버지’(사랑이 뭐길래)처럼 가부장적 캐릭터로 변주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2012년 아버지와 딸의 화해를 그린 ‘내 딸 서영이’가 큰 인기를 모으면서 대중적 파급력을 확인한 것. 절제된 부성애를 그리는 ‘가족끼리 왜이래’의 경우 발산형 모성애 드라마들과는 또 다른 소구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대중문화계의 시각이다. 문보현 KBS 드라마국장은 “실직, 감원 등으로 가정이 흔들리는 세태가 심화되는 가운데 아버지라는 존재가 흔들리지 않고 잘 버텨 줬으면 하는 갈망이 곳곳에서 표현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든든히 곁을 지켜주고 의지할 존재로서 아버지는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몰아닥친 ‘아버지 신드롬’은 가장의 권위보다는 인간적 면모나 연민을 자극하는 부분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IMF 등 경제불황 때 가정의 구심점인 아버지를 통해 가족의 가치를 되새기는 콘텐츠가 늘어났고, 올해는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면서 그런 요구는 더 커졌다”면서 “과거에는 명예퇴직 등 아버지의 슬픔 자체를 조명했다면, 최근에는 권위를 벗어던진 아버지의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짚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시인 김명원이 묻고 시인 40명이 답하다… 시인에게 시란 무엇인가?

    시인 김명원이 묻고 시인 40명이 답하다… 시인에게 시란 무엇인가?

    “시나 작품 세계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만 시인들의 숨은 뒷얘기나 삶의 역정은 쉽게 찾아낼 수 없습니다. 시를 연구할 후학들에게 사료로 남기고 싶습니다.” 김명원(55) 시인이 국내 시인들의 삶을 집대성하는 작업을 5년째 묵묵히 해 오고 있다. 2009년 2월 나희덕 시인을 시작으로 대장정에 돌입한 이후 지금껏 40여명의 시인을 직접 만나 그들의 알려지지 않은 삶과 작품 세계를 촘촘하게 그려 내고 있다. 그 첫 성과물로 대담집 ‘시인을 훔치다’(지혜)를 펴냈다. 김 시인은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한미약품에서 근무했다. 1995년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5년간 혹독한 항암치료를 받으며 기적적으로 생을 되찾았다. 암 투병 중이던 1996년 ‘시문학’으로 늦깎이 등단했다. 지금은 대학교수가 돼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살게 되면서 주위 시선에 의한 삶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싶었다. 늘 갈망해 왔던 문학을 하고 싶었고 시인이 되고 싶었다.” 김 시인은 새 인생을 시작했을 때 시적 영감을 주고 시에 대한 열망을 불어넣었던 시인들을 우선적으로 인터뷰했다. 이번 대담집엔 고은 유안진 오세영 이가림 나태주 윤상운 김백겸 정희성 이은봉 도종환 장석주 양애경 공광규 나희덕 송재학 이성렬 신현림 김요일 김경주 박진성 손미 등 21명의 시인이 수록돼 있다. “시란 무엇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과 닿아 있는 분들을 먼저 인터뷰하다 보니 초반에는 원로·중진 시인들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2000년대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는 신진 시인들도 만나며 균형을 갖췄다.” 김 시인은 송재학 시인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송 시인은 시를 지망하는 문학도로서 문학적인 삶을 어떻게 견지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 준다. 시 정신이 확고하다. 정말 치열하게 시를 쓴다. 문장 하나하나를 끝까지 붙들고 자신의 사유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길어 올려 질문에 충실하게 답변하던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그의 눈에 비친 시인들의 삶은 어떨까. “정말 행복해했고 정말 고통스러워했다. 가난하지만 시를 쓰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숙명적인 아픔들이 있었다. 시는 자본주의 속성과는 거리가 멀다. 시를 쓴다고 재산이 불어나는 것도 아니고 권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비자본적인 시에 매달리면서 굉장히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그 고통을 관통한 이후 느껴지는 최후의 행복도 갖고 있었다.” 그는 대담 끝머리에 시란 무엇인가를 꼭 물었다. 시인들마다 다른 답변을 내놨다. 그에게 시란 무엇일까. “절대로 무게를 줄일 수 없고 짊어지지 않을 수도 없는 십자가인 것 같다. 끝끝내 짊어지고 가게 되면 삶의 극지에 이르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십자가인 듯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열린세상] 오징어와 신춘문예/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오징어와 신춘문예/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제자들이 신춘문예에 투고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 대학교수로 임용되었을 때, 스승에게 앞으로 삼 년 안으로 신춘문예에 제자를 등단시키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그런 지가 벌써 15년이 흘렀건만 아직까지 한 명의 제자도 등단시키지를 못했다. 그래서 늘 스승 뵙기가 면구스러울 뿐이다. 그런데도 한 달 전 스승에게 지키기 어려울 듯한 약속을 또 했다. “선생님, 올해는 꼭 제 제자가 등단할 겁니다, 그때 선생님 모시고 제자 등단 축하 여행을 가겠습니다”라고. 올 일년 내내, 제자들에게 만약 등단 못하면 문학 때려 치워라 협박도 하고, 등단하면 일년 내내 밥과 술을 사 주겠노라고 어르기도 하면서 작품을 쓰도록 다그쳤다. 제자들은 지금쯤 아마 전화기에 목매고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신문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못 받아서 당선 취소가 되면 어떡하느냐라는 걱정 아닌 걱정으로. 내 제자만 그러겠는가. 이번 신춘문예에 응모한 모든 이들 또한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연말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며칠 전, 속초에 살면서 소설을 쓰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속초에 도착해 약속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바닷가로 향했다. 한적한 겨울 바다를 거닐다 보니 후회가 밀려왔다. 올 초 청마(靑馬)의 해를 맞아 말(馬)처럼 문학만을 향해 땀을 흘리며 달려갈 것을 결심했건만, 한 해를 보내는 자리에서 보니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우연히 오징어 가공 공장을 지나게 되었다. 바람막이도 없는 공장 마당 작업장에 생물 오징어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수십명의 사람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하루 작업량이 한 사람당 수백 마리는 될 듯해 보였다. 겨울 해풍이 몰아치는데도 아주머니들은 난로 하나 없이 쪼그리고 앉아, 연신 차가운 물에 오징어를 씻어가면서 칼로 오징어 배를 가르고 내장을 분리하고 있었다. 그 손놀림에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가히 오징어 손질의 달인이라 할 만했다. 나는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잠깐 휴식을 취하는 한 분에게 다가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네며 말을 걸었다. 연세가 무척 든 할머니였는데, 추위 탓인지 얼굴이 몹시도 꺼칠꺼칠하고 푸르죽죽했다. 힘들지 않느냐고 여쭙자, 할머니는 뭐가 힘드냐며, 평생을 해 온 일이라면서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답했다. 저녁 무렵 친구를 만나 시원한 맥주 한 잔에 마른오징어 구이를 뜯어 잘근잘근 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겨울 밤바다와 친구와 한 잔의 술에 가슴이 확 트였다. 자리를 옮기기 위해 일어서는데 접시에 남은 오징어 다리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같으면 그냥 두고 나왔겠지만 나는 그것을 소중한 보물인 듯 싸서 들고 나왔다. 친구와 방파제에 앉아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으로 반짝이는 밤바다를 보다가 ‘백문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제자들에게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놈만 연락하고 떨어진 놈은 일절 연락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는데, 그럴 것이 아니었다. 당선되든 떨어지든 제자 모두를 데리고 올해가 가기 전에 이 속초 바다를 다시 찾아 달인 할머니를 뵙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자들은 깨달을 것이다. 평생을 바쳐 맛있는 오징어를 만든다는 의식으로 살아온 저 할머니처럼, 삶의 전부를 바쳐 인간다운 삶을 갈망하는 작품을 쓰겠다는 의식을 가지고 치열하게 문학을 할 때, 작가가, 그것도 달인의 경지에 오른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런데 내 얼굴이 먼저 확 달아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온종일 쪼그리고 앉아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오징어 손질을 하는 저 할머니처럼, 나는 그렇게 올 한 해를 보내지 못했다.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소중한 문학과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내 삶의 귀중한 시간을 저 멀리 내팽개쳐두고 마냥 늘어져 있었다. 스승 뵙기가, 또 제자들 보기가 부끄럽기 그지없다. 바닷바람이 자꾸 내 볼을 세차게 때렸다. 친구는 연말에 소설집을 낸다면서 내게 해설을 부탁했다. 소설책을 내는 친구와 문학을 멀리한 나. “이 친구가 한 수 가르쳐주려고 나를 부른 것인가”라고 생각하면서 아까 가지고 나온 오징어 다리를 씹었다. 단물이 입안에 가득 고였다.
  • 당신은 어떤 환경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으세요

    당신은 어떤 환경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으세요

    “아버지의 심박조율기가 멈추는 순간을 갈망해 오기도 했습니다. 아버지와 가족이 받는 고통이 갈수록 깊어져 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원할 자유’의 저자 케이티 버틀러의 회고담이다. 15일 밤 11시 40분에 방영되는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TV 책을 보다’에서는 케이티 버틀러의 작품 세계를 다룬다. ‘죽음을 원할 자유’는 어느 날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와 그의 간병으로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어머니, 그런 부모님의 고통을 지켜봐야 했던 딸 버틀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버지의 ‘노화’된 심장을 고쳐야 할 ‘질병’으로 진단하고 최첨단 의료기기인 심박조율기를 이식하게 만든 현대의학을 비판하고 무리한 연명치료로 빼앗긴 인간의 죽을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제작진은 저자를 직접 만나 현대의학의 문제점과 느린 의학의 필요성,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들어 봤다. 미국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서 12년간 근무하며 의학전문 기사를 써 온 버틀러는 “첨단 의학기술은 죽음을 막아 주지만 진짜 삶을 되찾아 주지 않는다”면서 “더 큰 문제는 과잉 치료이며 죽음으로 가는 길에서 불필요한 고통을 겪게 한다”고 말한다. 이날 강연에서는 강유정 문학·영화평론가와 ‘어떤 환경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도 가진다. 그녀는 나의 이름과 병명, 혈액형만 아는 의료진에 둘러싸인 현실 속의 죽음과 영화 속 이상적인 죽음의 순간 등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9. 정관수술, 과연 정력에 이상 있나?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9. 정관수술, 과연 정력에 이상 있나?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과거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정부의 가족계획 포스터입니다. ‘저출산’이 국가적 재앙으로까지 얘기되는 요즘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에게 언제 저럴 때가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아이를 너무 안 낳아 문제가 된 게 아주 오래 전 얘기인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아주 먼 과거 얘기는 아닙니다. 지금의 어지간한 40대만 해도 과거 20~30대 시절 예비군이나 민방위 훈련장에서 정관수술 받는 대가로 조기 귀가의 혜택을 준다는 등 달콤한 제안을 받아본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과거 많은 남성들이 겁먹고 꺼렸다는 정관수술. 1973년 여성단체가 주관한 행사에서 남성들의 이런 인식이 잘못된 것이라며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 [정관수술(精管手術), 과연 정력(精力)에 이상 있나?강해졌다 약해졌다 말도 많은데]-선데이서울 1973년 7월 22일자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 10일 코리아나호텔에서 국내 24개 여성단체 대표와 각계 인사 40여명이 모인 가운데 가족 계획에 있어서의 남성의 역할이란 주제로 공개 세미나를 가졌다. 이 세미나는 처음으로 여성들이 남성에게 과감하게 문제를 던졌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학계,가족계 획사업 관계자와 정치•문화계 인사 등 다채로운 각 분야 남성들이 초빙된 것도 이날 행사의 특징이었다. 토론의 취지 설명에서 이화여대 이효재 교수는 ”우리나라의 여성은 그동안 출산의 노예로 살아왔다. 자녀를 낳는 것도, 안낳는 것도 그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 것처럼 몰려 왔다”면 어떻게 하면 단산(斷産)의 책임만이라도 남성에게 맡길 수 있느냐는 문제를 던졌다. 특히 근래의 여성들은 인구 조절이라는 과제 앞에 피임약을 먹고 루프 등 피임기구를 몸 속에 끼우고 살아야 하는 불안, 인공유산을 해야 되는 위험을 홀로 감수하고 있다고 강조. ”낳는 것은 여자가, 안낳는 것은 남자가” 이 교수의 설명은 피임에서부터 단산에 이르기까지 그 실천을 남성이 솔선해서 해달라는 애절한 호소와도 같았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강갈원 박사는 ”이상적인 피임 방법이 개발되었다면 이 세미나가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실패율이 전혀 없는 것은 남성의 정관 절제와 여성의 난관 결찰(結紮) 수술뿐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토론은 남자 쪽이 수술하는 편이 훨씬 간편하다는 정관절제(불임수술)에 대해 집중되었다. 한국의 피임은 전체 대상 인구의 25%가 실시하고 있다고. 선진국의 60% 이상인 것에 비하면 너무도 낮은 비율이고 그 가운데 남자 불임수술은 2%, 여자의 난관 결찰률이 0.5%이다. 나머지는 콘돔과 투약 등 재래식 방법과 자궁내 장치(루프) 등으로 대부분 여자쪽에서 실시하는 것. 남성이 피임에 참여하는 비율은 고작 20%에 그치고 있다.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부인들은 인공유산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기 때문에 한해 약 30여만명이 이 수술을 받고 있으며 그 중 60%에 해당하는 18만여명은 수술 이유가 ‘가족수 제한’이었다. 3명 이상의 자녀를 두어 더 낳고 싶지 않으면서도 대부분의 부부가 불임수술을 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부작용이 많고, 수술 비용의 부담을 가지고서도 이를 감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성들의 횡포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게 여성 쪽의 불만이다. 아이를 낳는 고통과 수술의 고통 등 위험을 맛보지 않은 남편들은 좀더 가정의 행복을 위해 봉사하는 ‘봉처가’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는 것. 이러한 갈망 속에서도”남성들의 불임수술이 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느냐”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구구하다. 최선의 방법이라는 남자 불임수술이 도입된 1962년 이래 수술을 한 남성은 모두 33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구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것이다. 가족계획협회 측은 뒤떨어진 이유를 불임수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이뤄지지 못한 탓이라고 보고, 수술의 영향에 대한 엉뚱한 기우가 곁들여져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고 말했다. 수술 대상이 되는 남성들은 우선 ‘수술’이라는 이름 때문에 겁을 먹고 정상을 비정상화 한다는 생각을 갖고 크게 꺼린다. 마치 불임수술이 옛날 궁중의 내시처럼 거세(去勢)를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며 정력이 쇠퇴되는 등 남성의 구실을 제대로 못하게 될까봐 심리적으로도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 견해다. 남자 불임수술에 대한 걱정은 남성 자신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왔다. 한 여성단체의 대표로 참석한 박모 여사는 ”아내 쪽에서도 남편의 수술이 달갑지 않은 경우가 있더라”며 수술 후 남편의 기능이 달라졌다는 어느 부인의 예를 들었다. 정력이 감퇴됐다는 경우였다. 이희영 교수는 ”그 부인의 경우는 남편이 탈선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씨 없는 수박이 되었으니 마음 놓고 방종을 하는 거죠. 다른 젊은 여자를 보고 있을 지도 모르니 착실히 뒷조사를 하도록 귀띔해 주세요” 정관 수술로 이상이 생길 리 없다는 확답이다. 이 교수가 수술을 받은 남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술의 정신적인 영향 문제에 대해 전체의 70%가 “아무 변함 없다”로 절대적이고, 20%는 오히려 “좋아진 것 같다”고 답했다. 나머지 10%만 “나빠진 것 같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정관을 잘라 버리는 이 불임수술은 거세와는 전혀 다른 것. 이 수술의 원리는 정자가 나오는 정관만을 묶거나 자르는 것. 몇해 전에는 복원의 미련 때문에 정관을 아주 자르지를 않고 묶어 두는 벙법도 썼으나 최근에는 그 방법을 쓰지 않고 아예 잘라 놓는 수술을 한다. 그렇다고 영원히 잘린 것은 아니다. 다시 필요하게 되면 언제든지 복원이 가능. 복원수술의 성공율(률)도 크게 기술이 늘어 희망자의 70%는 성공한다고. 수술비는 무료에서 최고 5000원까지다. 수술에 소요되는 시간은 2~3분. 부작용은 4% 미만. 출산은 여자, 단산은 남자가 하자는 운동을 벌이기로 한 50만 여성단체 회원들이 소리가 바야흐로 메아리치고 있다. <투투 클럽의 정관 수술 캠페인> ”공처가가 됩시다”라는 이색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난 1971년 12월 발족한 ‘투투 클럽’(TWO TWO CLUB)이 이번에는 ”행복을 무료로 나눠 드립니다”라는 구호를 들고 나와 남성 정관수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투 투 클럽이란 ”딸 아들 구별 없이 둘만 나아 기르자”는 세계적인 추세에 절대 호응, 자녀 둘만 가진 부부 500쌍의 모임. 이들은 ”수고하고 짐진 자여, 모두 바스토닉 왕국으로 모여라”는 유머스러한 현대판 성경 구절을 창작, 남성 피임을 적극 권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해 10월에 이어 두번째로 내주부터 연말까지 500명의 남성에게 수술비용 일체 및 사후관리까지 책임지고 정관 수술을 해주겠다는 계획. 애처가나 공처가(恭妻家)이면 누구나 무료시술한다는 김영목 회장의 말. 희망자는 투 투 클럽으로 문의하면 피부비뇨과, 외과 등 전문의들의 친절히 안내와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정리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은 1960~70년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다양한 기사들을 새로운 형태로 묶고 가공해 연재합니다. 일부는 원문 그대로, 일부는 원문을 가공해 게재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린이·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 당시의 우리 사회 모습을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원문의 표현과 문체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는 오늘날에 맞게 수정합니다. <편집자註> *서울신문이 발간했던 ‘선데이서울’은 1968년 창간돼 1991년 종간되기까지 23년 동안 시대를 대표했던 대중오락 주간지입니다.
  • “연기에 대한 갈증·갈망 무대서 채울래요”

    “연기에 대한 갈증·갈망 무대서 채울래요”

    배우 강하늘(24)의 행보는 급하지 않다. 2007년 드라마 ‘최강 울엄마’로 데뷔한 그는 중앙대 연극학과에서 연기의 기초를 다지며 드라마와 뮤지컬에서 작은 배역부터 하나씩 해 나갔다. 조연으로 출연한 SBS 드라마 ‘상속자들’(2013)이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지만 한류 스타의 대열에 뛰어들지 않았다. 대신 단막극과 공포영화, 주인공의 아역 등을 오가며 차분한 발걸음을 이어 갔고 마침내 tvN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 역으로 여느 스타 배우 못지않은 주목을 받게 됐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미생’ 촬영으로 바쁜 그를 만났다. 9일에는 철강팀이 떡볶이와 소주로 회식을 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 대리님(배우 오민석)이 ‘인터뷰를 하면서 네 이야기 좋게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기분이 좋았다”는 그는 강대리를 멘토 삼아 성장해 나가는 장백기의 모습 그대로였다. 뮤지컬에서 기량을 갈고닦은 그는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었어도 여전히 무대 연기에 강한 애착을 보인다. “대중매체에서 연기를 한 것도 연극과 뮤지컬을 위해서였다”고 당당하게 말할 정도다. “연극과 뮤지컬에서는 배우들이 열심히 연습을 했는데도 관객이 7~8명밖에 오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작품을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릴 수 없다는 데 화가 났죠. 그래서 제가 조금이라도 얼굴이 알려져서 관객들이 좋은 공연과 좋은 선후배들을 알아 갔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미생’에 연극배우들이 조연, 단역으로 출연해 주목받는 것도 그에게는 큰 기쁨이다. “잠깐 나와 에피소드를 이끄는 이들은 김원석 감독이 무대에서 찾아준 배우들”이라고 치켜세웠다. 그의 다음 선택은 연극이다. 다음달 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해롤드 앤 모드’에서 자살을 꿈꾸며 죽음을 동경하는 19세 소년 ‘해롤드’ 역으로 처음 연극 무대에 도전한다. 그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80세 할머니 ‘모드’를 맡은 배우는 연극계의 대모로 불리는 박정자다. 콜린 히긴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 ‘19 그리고 80’이라는 이름으로 공연돼 온 연극은 2003년 초연을 시작으로 6번째 무대에 오른다. 영화와 드라마에 연이어 출연한 게 오히려 무대 연기에 대한 갈증으로 돌아왔단다. “연기를 가다듬어 비어 있는 갈망을 채우고 싶었어요. 매체(TV, 영화) 연기를 계속했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걸 금방 만들어내야 했어요. 제 연기를 계속 깎아 먹는 느낌이 들었죠. 이러다 밑천이 드러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차기작으로 영화 3편이 줄줄이 대기 중인 데다 ‘미생’의 인기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새롭게 떠오른 이 ‘대세남’은 아직도 종종 버스를 타고 다닌단다. 그는 “작품이 좋은 작품인지를 볼 뿐 내 배역을 보고 작품을 고르지는 않는다”면서 “내가 참여한 작품이 보는 이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 28일까지. 3만~6만원. (02)6925-5600.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100년 만의 격변기, 한국 정치/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100년 만의 격변기, 한국 정치/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최근 일본 교토와 고베·시가현·고치현 등 간사이 지역 대도시와 소도시, 농촌 지역을 돌아보면서 자민당 아베 신조 총리 정권의 ‘아베노믹스’ 현주소를 살펴봤다. 많은 지역을 두루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일본 경제는 빛과 어둠이 교차하고 있었다. 대도시 고베는 단골집 예약이 불가능할 정도로 흥청거렸다. 반면 소도시 지역은 냉랭해 보였다. 이동 활성화를 위해 주말에 통행료를 30% 할인해 주는 고속도로는 이틀간 교토에서 기후·시가현, 교토에서 시고쿠 고치현까지 열몇 시간 달려도 한산했다. 업종별 명암도 엇갈렸다. 20년 장기불황기 혁신을 단행한 편의점들은 연매출 90조원대로 유통업 왕자로 등극했다. 저출산 고령화, 1인가구 증가 등 사회구조 변화에 잘 대처해 가능했다. 반면 슈퍼·백화점 등은 혁신책을 못찾아 고전 중이라고 한다. 아베노믹스는 수치로도 기로에 섰다. 엔저로 주가는 오르고 수출형 기업은 휘파람을 불었지만, 수입물가 상승으로 중소기업·서민은 어려웠다.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10월 약 7조원 등 무역적자는 1979년 이후 최장인 28개월간 계속됐다. 오는 14일 아베노믹스 심판 중의원선거가 치러진다. 여론조사에서는 연립 여당이 3분의2 의석을 얻는 대승을 예상한다. 그런데 아베노믹스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여론이 60%대로 아베에 대한 불만도 꽤 높다. 민주당 등 야당들이 취약해 여당이 버티는 형편이다. 계기만 되면 국민들의 불만이 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새해 아베가 국민 불만을 한국 때리기 등 외부 공격으로 돌릴 수 있다. 동시에 러시아·중국 등의 지도자들이 계속 민족주의를 강조할지도 관심사다. 미국이 에너지 자원 안보정책에 대해 대전환 중이라는 분석도 심상찮다. 경제 전망은 불투명하다. 저유가로 세계 경제가 좋아질 것이란 진단도 있지만, 지금이 100년 전인 1914년 민족주의 경쟁으로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전후 수습 과정에 대공황으로 이어졌던 상황과 유사하다는 주장도 있다. 세밑 서점가에는 새해 정치·경제 전망 서적이 넘친다. 하지만 국내 및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시원한 답은 안 보인다. 한국 경제가 성장시대를 지나 성숙경제·저상장 시대로 패러다임을 전환 중이라는 진단이 눈에 띈다. 저성장 시대에 적응하라는 권고가 많다. 새해에는 유효수요 창출에 애를 먹는 각국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100년 만의 경제 위기라는 긴 터널 속에 진입했다는 진단도 있어 시민들은 편하지가 못하다. 국가적으로도 외교안보·경제 정책 좌표 설정이 쉽지 않다. 새해는 낙관과 비관이 교차할 힘겨운 한 해로 예상된다.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현 위기는 1997년 금융위기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심각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위기를 과장해서는 안 되지만, 국민과 정치권이 합심해 국가적 대응력을 강화해야 할 때다. 이럴 때는 특히 정치가 중요하다. 격변기엔 국민적 역량을 모아 줄 정치인의 지도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불신의 정치를 회생시켜 위축된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국민들은 100년 만의 대격변기를 이끌어 줄 정치력의 재건을 갈망하는 분위기다. taein@seoul.co.kr
  • “팔순 앞둔 어르신들 한글 공부·일기 쓰기 도와요”

    “팔순 앞둔 어르신들 한글 공부·일기 쓰기 도와요”

    “늦깎이 한글학교 학생들이 처음 쓴 일기에는 그분들의 평생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정년 퇴임한 교장선생님 15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사랑의일기연구회’의 권정숙(65·여)씨는 3일 강성복(72·택시 기사)씨 등 특별한 제자 5명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이들은 4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2014 사랑의 일기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는다. 3년 전 경기 고양시 가람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난 권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고양시 행신동 하림교회 인근에 거주하는 노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먹고살기에 급급해 배움에 대한 갈망이 한이 된 이들이었다. 권씨는 “한글학교를 시작했을 때 딱 2명이던 학생이 지금은 10명으로 늘었다”며 “여든을 앞둔 나이에 이분들이 한글 공부에 매달리는 이유는 제각각”이라고 설명했다. 하림교회 한글학교의 청일점인 강씨는 6·25전쟁 때 개성에서 서울로 피란을 왔다. 강씨는 버스 조수, 신문팔이, 구두닦이 등 안 해 본 일 없이 살았다. 실기시험만으로 개인택시 면허를 따던 시절 택시 기사가 됐지만 죽기 전 초등학교 졸업장을 따는 것이 소원이었다. 권씨는 “강 선생님은 청일점이면서 우등생”이라고 칭찬했다. 또 다른 만학도인 이여순(67·여)씨는 “아들, 딸 집에 갈 때 버스 노선도만이라도 혼자 힘으로 읽고 싶다”며 지난 4월 하림교회 한글학교 문을 두드렸다. 지병으로 당뇨를 앓는 데다 최근 신장수술까지 받았지만 아무리 아파도 수업을 빼먹는 법은 없다고 권씨가 설명했다. 권씨는 “한글 자모, 단어 하나를 배울 때도 다들 정말 기뻐하신다”며 “학습 속도가 천차만별이라 개인 지도도 해 드린다”며 웃었다. 늦깎이 학생들은 문법에는 약하지만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표현력은 남다르다. 권씨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일기를 쓰기도 한다”며 “시골에서 새를 쫓다가 어머니가 삶아 오신 고구마를 먹은 기억을 떠올려 시를 쓰는 분도 있다”고 했다. 시민봉사단체인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는 일기 쓰는 삶을 독려한다는 취지에서 1991년부터 25년째 ‘사랑의 일기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에는 하림교회 한글학교 학생 5명 등 6명의 특별상 수상자를 포함해 전국 17개 시·도의 초중고교생 2060여명이 상을 받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神을 의심하는 모세 神이 되려는 람세스

    神을 의심하는 모세 神이 되려는 람세스

    인간은 부족하고 현실에 내몰린 존재이기에 늘 신의 존재를 갈망한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절대 권력 역시 마찬가지다. 제어할 수 없는 자연현상 앞에 무기력해진다. 그러나 신은 전지전능할지언정 늘 만인에게 자애로운 것도 아니고 뭇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 또한 아니다. 오히려 400년에 걸친 억압과 박해에 대한 증오로 불타올라 이집트인들에게 닥치는 대로 재앙을 퍼부으며 마구 복수하는 존재다. 신의 아들 파라오와 특정 민족의 유일신이 벌이는 대결은 증오와 살육 잔치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영화 ‘엑소더스-신들과 왕들’은 신성(神性)을 최대한 빼고 히브리족 신의 대리인인 모세와 스스로 신을 자처하는 람세스 간 대결에 집중했다. 형제처럼 함께 자랐지만 왕이 될 운명의 남자와 비천한 이들의 지도자가 되는 남자의 삶의 역정은 적대적이 될 수밖에 없다. 적대적 관계 속에 두 남자의 우정과 애증의 끈이 끊어질 듯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미묘한 심리묘사도 섬세하다. 특히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규모 전투 장면 등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규모의 화려한 화면이다. 특히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3D 입체 화면으로 보면 볼거리의 매력은 극대화된다.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등 공상과학(SF)영화의 대가이자 대형 역사물 ‘글래디에이터’의 연출자인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들어 낸 수레바퀴에 부딪쳐 튀어오르는 모래 알갱이, 갈매기의 날갯짓, 산등성이에서 멀리 내려다보는 바다, 수천 명이 펼치는 전쟁 장면 등은 3300년 전 이집트 어느 벌판을 헤매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생생하다. 3000년 전 구약성경에 기초한 모세 이야기야 뻔하다. 400년 동안 이집트에서 노예로 박해받던 히브리인들은 신이 보낸 열 가지 재앙으로 이집트인들을 응징하고, 모세가 40만여명의 사람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해 ‘신이 약속한 땅’인 가나안(지금의 팔레스타인)으로 가기 위해 홍해를 갈라 건넜다는 이야기다. 영화 역시 성경 속 모세의 이야기를 꽤 충실히 따라간다. 그러나 영화 속 모세는 끊임없이 신을 의심한다. 강물이 피가 되고 메뚜기떼와 파리떼의 출현, 전염병 창궐 등 열 가지 재앙이 돌며 파괴가 계속되자 모세는 신을 향해 “도대체 누구를 벌하는 것이냐”고 원망한다. 또 신에게서 계시를 받으며 십계명을 돌판에 새길 때 신이 곁에서 “나를 못 믿겠거든 행동을 멈춰라”고 말하자 잠시 멈칫거린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홍해를 건넌 모세는 자신을 가까이 따르는 여호수와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그들은 우리를 침략자로 여길 거야.”(모세)/ “그들과 우리의 목적이 같은데도요?”(여호수와)/ “과연 우리가 자유를 얻은 뒤에도 그럴까?”(모세) 침략과 학살이 그치지 않는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염두에 둔 ‘면죄부적 발언’이거나 자기합리화에 갇혀 성찰하지 않는, 유대인의 조상인 히브리인의 오만한 모습에 대한 예언이기도 하다. 요즘 한국 영화 시장의 위력을 확인해 주듯 ‘테스트베드’ 성격으로 개봉한다. 3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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