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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행하듯 옻칠로 시간을 입히다

    수행하듯 옻칠로 시간을 입히다

     그의 그림은 마크로스코의 평면회화, 혹은 단색조 회화를 떠올리지만 실은 보기에만 그럴 뿐 내용은 많이 다르다. 옻이 물감 대신 칠해졌고, 캔버스가 아니라 자체 제작한 금속 화판을 사용했다. 회화,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 허명욱(50)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에서 12월 4일까지 열린다.  전시명 ‘칠漆 하다’는 면이 있는 사물에 물감 따위를 바르거나 도포하는 사전적 의미에서 더 나아가 작가가 무수히 반복하는 시간의 중첩을 통한 칠을 의미한다. 전통 한국 공예에서 마감 도료에 머물렀던 옻칠은 작가의 평면 회화 화면에서 묵직하고도 엄격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금속 화판 위에 오랜 시간을 두고 각각의 다양한 색들을 서로 중첩시키는 행위를 반복한 결과다. 그 중첩된 흔적들은 오롯이 시간의 무게로 다가온다.  옻칠의 특성상 작가는 30도 이상의 온도와 70% 습도를 유지한 고온다습한 여름과 같은 실내환경에서 생칠에서부터 수십번의 흑칠을 하며 꼬박 서너달을 흘려보낸다. 흑칠 이후 금속 화판에 처음 입힌 삼베를 자르고 그 면에 마감칠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수도자의 수행의 방불케 한다는 점에서 단색화 작가들의 작업과 맥이 닿아있다. 작품들은 대부분 화면이 둘로 나뉘어 있다. 한쪽은 거칠고 다른 한쪽은 반질반질하다. 전시 작품 중 ‘무제’시리즈 3점에서는 순도 99.9%의 금박을 사용하기도 했다. 시간의 제약 앞에서 변치 않는 것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상징하는 금은 옻의 특성 때문에 채도가 높아지고 명 색이 명료해 지는 간색들과 대조를 이룬다. 작가는 “마무리 작업으로 작품의 한쪽에서는 시간이 정지하지만 다른 면에서의 자연적 시간은 계속 소멸을 향해 진행 한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양화의 일반 페인팅 도료가 아닌 한국 옻칠을 택하게 된 2008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작가는 인간이 설정한 인위적인 시간성과 작품 제작 단계에서 개입하는 시간성, 이들이 함께하는 총체적인 시간성을 작업의 주제로 삼아왔다. “마음의 근원을 찾아 수행하듯 수십개의 다른 색을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켜켜이 채워나가며 내면의 정화를 시도한다”는 작가의 사유의 끝은 어디일까. 가장 공들인 작품 ‘무제’를 보면 그가 얻은 답은 ‘공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전시장에는 평면 회화 뿐 아니라 폭 30㎝ 가량되는 옻칠 용기 수백여개를 쌓은 설치작품도 있다. 제각기 다른 성별, 직업, 연령을 가진 180명에 의해 닳고 때가 묻어 돌아 온 옻칠 용기와 자연에 의해 변화된 옻칠 용기를 함께 놓은 것으로 ‘자연에 조응한 조형성’ 혹은 ‘시간’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들여다 보게 해 준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박원순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저승사자 되겠다”

    박원순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저승사자 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들어가 면전에서 즉각 사임하라고 외치겠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저승사자가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26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중소상인 저잣거리 만민공동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그는 “특권 부패 집단 모두가 부역자이며 여전히 3분의 2가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역시 국민 심판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썩어빠진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박근혜와 부역 세력들, 친일 세력들, 부패한 기득권 세력들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평등하고 공정하고 안전한 세상을 갈망하는 광장 국민들에게 답하기 위해 총체적 국정개혁에 나서야 한다”며 “우리 더불어민주당부터 스스로 개혁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WSJ “트럼프 장남, 대선 전 친러 인사들과 시리아 문제 논의”

    WSJ “트럼프 장남, 대선 전 친러 인사들과 시리아 문제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달 친(親) 러시아 성향 인사들과 시리아 문제를 논의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달 11일 트럼프 주니어는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 싱크탱크 정치·외교 센터(CPFA) 주최로 열린 한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행사에는 외교관, 사업가, 정치인 등 30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주니어는 참석자들과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해 러시아와 협력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 의견을 나눴다고 WSJ는 전했다.  싱크탱크 창립자 파비앵 보사르와 그의 부인인 시리아계 란다 카시스는 시리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러시아와 긴밀히 협력해 온 ‘친러’ 인사다.  카시스는 행사에서 트럼프 주니어에게 중동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WSJ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트럼프 주니어를 “매우 실용적이고 유연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또 카시스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의 승리로 러시아와 미국은 시리아 문제에 대해 합의에 이를 것”이라며 “이러한 희망과 믿음이 생긴 것은 10월 파리에서 트럼프 주니어와 개인적으로 만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에게 우리가 어떻게 협력할지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카시스는 트럼프 주니어와의 회동과 관련해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과도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WSJ는 이번 파리 회동을 두고 러시아와의 협력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갈망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시리아 문제 해결과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하고 싶다고 공언해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미하일 보그다노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러시아 정부가 시리아 사태 논의를 위해 트럼프 당선인 측과 접촉을 시도해왔다고 밝혔다.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한 트럼프 당선인 자녀들은 차기 행정부에서 공식 직책을 맡지 않겠다고 했으나 비공식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김현철, 전업할 수밖에 없던 이유 “연기하는 개그맨 자리 없어져”

    김현철, 전업할 수밖에 없던 이유 “연기하는 개그맨 자리 없어져”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23년차 개그맨 김현철이 늦깎이 지휘자로 데뷔한 사연이 공개됐다.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더듬거리는 말투, 독보적인 캐릭터로 꾸준히 사랑받아온 개그맨 김현철. 1995년 MBC 공채 개그맨에 합격한 그는 ‘1분 논평’, ‘PD공책’ 등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개그맨이 천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언제부턴가 TV에서 보이지 않았다. ‘리얼 예능’이 인기를 끌면서 ‘콩트’가 특기였던 그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20일 방송된 ‘사람이 좋다’에서 김현철은 “이제 방송의 흐름이 관찰하는 리얼 다큐가 대세가 되어 버린 거예요. 나는 연기를 하고 싶은데, 이런 걸 하면 피디들이 싫어해요. 그냥 카메라만 놓고, 난 그냥 있어야 되는 거예요. 점점 활동하는 무대가 없어집니다. 그럼 점점 밀려나는 거죠”라고 그가 다른 직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를 털어놨다. 개그맨으로서 공백도 잠시, 김현철이 돌연 클래식 지휘자가 되어 돌아왔다. 어린시절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고 지휘자를 꿈꿨던 그는 데뷔 이후 지휘하는 개그를 종종 선보이기도 했다. 2013년 개그맨 김현철은 지휘자로서 새 삶을 살고 싶게 만드는 사건과 맞닥뜨렸다. 한 청소년 음악회에서 김현철에게 이벤트로 오케스트라 지휘를 제안한 것이다. 그날의 짜릿한 경험을 잊지 못한 김현철은 늦깎이 지휘자로 데뷔하게 됐다. 김현철은 “어렸을 때부터.. 따다다단. 따다다단. 이러면서... 이 일을 내가 나중에 커서 했으면 좋겠다. 이거 진짜 했으면 좋겠다. 진짜로 할 것 같아. 이런 생각을 어렸을 때 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갈망한 거죠. 할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면 못 할 건 없을 것 같아요”라고 지휘자가 된 이유를 설명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김현철의 유쾌한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지도 벌써 2년. 김현철은 클래식 전공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전국의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쉬운 해설과 재밌는 입담, 뛰어난 지휘 실력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그의 공연. 매진 기록을 세우는 유명 지휘자이지만 무대에 설 때마다 ‘지휘자’가 아닌 ‘지휘 퍼포머’로 자신을 소개한다. 금천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최혁재 씨는 “개인적인 욕심은 전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어쨌든 클래식을 재미있게 다가가게 해주시고 쉽게 다가가게 해주시니까... 클래식의 저변 확대나 널리 알리고 있는 건 음악가들이 못하고 있는 거잖아요. 정말 응원하고 계속 롱런하셨음 좋겠어요”라고 김현철을 격려했다. 악보도 못 읽는 까막눈이지만 멋진 지휘 실력을 갖춘 김현철. 그 비결은 연주곡 전체를 통째로 외우는 것인데 바로 스스로 고안한 악보 표기법 덕분이다. 한 곡을 외우기 위해 불철주야 몇 달을 공부하는 그가 이렇게 통째로 외운 오케스트라 연주곡만 30곡이 넘을 정도. 김현철은 “악보를 못 보니까 듣고 외우는 거예요. 이거 은근히 재밌어요. 진짜로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건 너무 재밌어”라며 “학교 다닐 때 공부합니까? 우리 하기 싫었잖아.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는 너무 재밌어”라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애정과 의욕을 드러냈다. 사진=MBC ‘사람이 좋다’ 캡처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독립후보 감시·감금·체포 횡행한 中짝퉁선거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선거가 치러졌다. 시내 각 구(區), 향(鄕), 진(鎭)의 인민대표대회(인대) 대표를 뽑는 선거였다. 한국으로 치면 기초의원을 뽑는 선거인데, 중국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직접선거다. 이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도부 집단 거주지인 중난하이(中南海) 선거구 화이런탕(懷仁堂)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도 화이런탕에서 투표를 했는데, 본인들이 직접 오지 않고 대리인을 시켰다. 중국에선 위임장을 통한 ‘대리투표’가 가능하다. 중국 언론은 전·현직 지도부의 투표 사실과 시 주석의 “구, 향, 진급 선거는 인민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정치적 행사”라는 발언만 보도할 뿐 투표 관련 다른 소식은 전혀 알리지 않았다. 선거 기간에도 토론회나 선거운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조용한 선거’였다. ‘조용한 선거’의 이면에는 감시, 감금, 체포가 횡행했다. 인대 선거 규정에는 당의 추천을 받거나 주민 10명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인민 후보로 나설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당국은 ‘독립후보’를 반체제 세력으로 간주하고 감시해 왔다. 동네 불법 주차와 애완견 배설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자 출마한 후보는 주민에게 자신의 공약을 알리다가 적발돼 강제 여행을 떠나야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독립후보 18명은 베이징시 인대를 방문해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했으나 경찰에 막혀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16일 선거가 치러진 상하이에 독자 출마한 후보들은 공약집을 배포하다가 체포됐다. 은행원 출신의 한 독립후보는 “홍보용 ‘짝퉁 선거’”라고 비판했다. 올해 말까지 중국 전역에서는 250만명이 기초 인대의 대표로 뽑힐 예정이다. 유권자는 9억명에 이른다. 유권자는 후보자가 누구인지 모르고 뽑고, 당선자는 왜 당선됐는지 모른다. 중국의 기명식 투표용지에는 출마하지 않은 사람의 이름도 적어 넣을 수 있는 공란이 있다. 이 공란을 가장 많이 채우는 문구가 ‘장엄한 한 표’(莊嚴一票)라고 한다. 투표용지 상단에 적힌 구호인 ‘민주권리를 소중하게 여기자. 장엄한 한 표를 행사하자’에서 ‘장엄한 한 표’라는 문구를 장난삼아 적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짝퉁 선거’에 대한 조롱이자 ‘진짜 선거’에 대한 갈망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서울광장] 촛불의 이면엔 허기가 있다/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촛불의 이면엔 허기가 있다/임창용 논설위원

    지난 일요일 아침이었다. 세종로 네거리엔 바쁜 일상의 군상들만 가득했다. 간밤에 넘실대던 100만 촛불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북악산을 향해 돌진하던 거대한 함성은 단단한 바위에 부닥쳐 산화하고 만 걸까. 밤새 몰아친 붉은 폭풍의 장엄이 아직 생생한데, 그 흔적은 적막하고 허전했다. 1987년 6월 항쟁 때도 그랬다. 격렬한 시위 다음날 캠퍼스의 아침은 적요했고 우린 늘 무언가에 허기져 있었다. 6월 항쟁은 단순히 박종철·이한열이란 두 젊은이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 이면엔 박정희 정권 이후 20년 넘게 억눌려온 자유와 민주에 대한 갈망과 허기가 있었다. 두 젊은이는 더는 허기를 참지 못한 민초들의 분노에 불을 댕긴 도화선이었다. 광화문에서 촛불에 불을 댕긴 것은 분명히 국정을 자신의 살림살이인 양 농단한 최순실 세력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엔 지난 4년간 쌓인 부조리와 파탄 지경의 민생이 겹겹이 쌓여 있다. 갈수록 피폐해지는 민생과 끝 모를 바닥을 향해 추락하는 삶의 질에 서민들은 이미 탈진 직전에 있다. 촛불은 공정사회에 허기진 민초들의 반란이다. 상식과 합리가 존중되는 사회를 향한 국민의 갈망을 담고 있다. 한국은 각종 삶의 질 지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34개 국가 중 두 번째로 긴데 임금 불평등은 가장 심하다. 노동생산성도 꼴찌 수준이다. 밤낮으로 죽으라고 일을 해도 벌어들이는 돈은 형편없이 적은 노동자가 많다는 의미다. 지난 7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숨진 ‘스무 살 김군’의 가방 속 컵라면은 많은 부모의 눈시울을 적셨다. 김군이 불쌍해서라기보다는 불합리에 대한 분노, 공정사회에 대한 허기 때문이었다. 그뿐인가. 한국인들의 자살률은 10년 넘게 부동의 1위다.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광화문 일대를 뒤덮은 ‘이건 나라가 아니다’라는 구호는 지금까지 누적된 모든 부조리를 포괄하고 있다. 이제 민초들은 더이상 이런 부조리와 불공정을 인내하지 않으려는 듯하다.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하는 60가지 이유’란 콘텐츠는 다소 표현 방식이 거칠기는 해도 부조리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잘 보여준다. 방송뉴스를 캡처해 만든 콘텐츠엔 ‘한국 복지 지출 OECD 꼴찌’,‘“일한 만큼 못 번다”…한국 최하위권’,‘직장인 유급휴가 한국이 꼴찌’,‘유리천장 지수 OECD 최하위’ 등이 줄줄이 나열돼 있다. 촛불시위에 참가한 부모들은 그 이유를 “이런 나라를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없어서”라고 했다. 취업 준비생들은 “열심히 살려고 아등바등하다 허탈감이 너무 커 나왔다”고 했다. “수능이 대순가. 좋은 나라에 사는 게 우선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대입 수험생에게 어른들은 대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가수 이승환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아 마냥 창피하다”며 히트곡 노랫말을 ‘하야하라 박근혜’로 바꿔 불렀다. 이들이 광화문을 찾은 이유는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공정사회에 대한 갈망과 허기로 수렴됐다. 최순실 세력은 지난 4년간 우리 사회에 심화된 부조리현상의 똑 떨어지는 표상과도 같다. 열심히 일해 돈을 벌고, 밤새며 공부해 좋은 대학에 간다는 상식을 간단히 뒤엎어버렸다. 확산 일로의 촛불시위는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 속 상황을 연상케 한다. 1930년대 대공황기, 실업자가 폭증하고 빈곤이 전국을 휩쓸던 미국의 대도시는 살풍경했다. 농촌은 농촌대로, 도시는 도시대로 피폐해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서부로 이동했다. ‘세일즈맨의 죽음’의 작가 아서 밀러는 이 시절을 “모든 게 다 고갈돼 버린 느낌이었다”고 묘사했다. 사람들의 눈에는 좌절의 빛이 떠올랐고, 분노가 알알이 맺혀 포도송이로 영글어갔다. 지난 12일 촛불시위는 ‘고요한 폭풍’ 같았다. 거대했지만 평화로웠다. 하지만 터지기 직전의 포도 알갱이처럼 탱탱하게 영근 분노를 품고 있었다. 누적된 분노는 단순히 최순실 세력이 소탕된다고 해서 가라앉을 거품 같은 게 아니다. 누가 집권하든 새로운 국정의 패러다임이 필요한 이유다. 공정사회,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나라를 위한 패러다임 말이다. sdragon@seoul.co.kr
  • 자본의 불평등이 낳은 파리테러의 교훈

    자본의 불평등이 낳은 파리테러의 교훈

    우리의 병은 오래전에 시작되었다/알랭 바디우 지음/이승재 옮김/자음과 모음/96쪽/1만 2000원 2015년 11월 13일의 파리 테러는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9·11 테러 못지않게 서구사회를 뒤흔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하고 방관해야 할까? 프랑스의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분명한 어조로 “이 대량학살을 현대 세계, 즉 세계 전체가 앓고 있는 중병의 여러 가지 현재진행형 증상의 하나로 다룰 것”을 주지하며 이 병의 장기적 치료에 필요한 것과 실현 가능한 길을 제시한다. ‘우리의 병은 오래전에 시작되었다’는 테러가 벌어진 지 열흘 뒤인 11월 23일 파리의 오베르빌리에 시립극장에서 그가 발표한 특별세미나의 전문이다. 길지 않지만 어려운 내용이고, 그러나 예리하고 통찰력이 있는 진단이다. 바디우는 서두에서 테러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반응이 국가적 정체성으로 드러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정체성의 충동은 정의를 복수로 변질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테러가 프랑스나 파리에 반하는 범죄가 아니라 인류에 반하는 범죄이지만 ‘인류=서구’라는 착각에 빠져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범죄를 계획한 자들이 의도한 대로 정치적 이성이 사라져 공식적인 복수자들(국가)이 무슨 짓을 하든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는 이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선 사유가 필요하며, 이는 “인간이 행한 것 중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없다”는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디우가 제안한 ‘사유 불가능한 것을 사유하기’는 현대 세계의 객관적인 분석으로 시작한다. 바디우는 현대 사회를 30년 전부터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승리와 국가의 약화, 그리고 새로운 제국적 행태로 압축한다. 이런 구조의 영향은 유례없는 불평등 성장으로 나타난다. 세계 인구의 1%가 부의 46%를 차지하는 절대적 불평등이 존재한다.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빈곤층의 60%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인이다. 나머지 40%가 중산층으로 이들은 부의 14%를 어렵게 나누고 있다. 바디우는 자본에 의해 무(無)로 산정된 20억의 인구에 주목한다. 임금 노동자도, 소비자도 아닌 난민들이 그들이다. 바디우는 이런 정황 속에서 “서구사회를 갈망하는 주체성과 복수의 허무주의적 주체성”이라는 한 쌍의 ‘반동적 주체성’이 함께 공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는 파시즘이라는 죽음 충동으로 귀결됐고, 테러의 주체들은 결국 이 같은 파시즘적 주체성의 유산을 물려받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바디우는 파리 테러라는 비극이 “1970년대 중반 무렵부터 지속된 공산주의의 역사적 실패”에서부터 지속된 것임을 역설하면서 “새로운 사유를 통해 허무주의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자본주의의 지배를 넘어설 수 있는 특별한 동맹을 창출하고 다른 차원을 사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김영삼 평전(김삼웅 지음, 깊은나무 펴냄) 한국 현대인물 평전의 대가 김상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쓴 김영삼 대통령 평전. 임기 말 ‘제2의 국치’라는 IMF 환난을 막지 못하고 쓸쓸히 퇴임했지만 민주주의 회복을 갈망하는 현실에서 ‘40대 기수’로서 거침없이 격동의 현대사에서 대도무문을 걸어왔던 ‘정치 지도자 김영삼’에 대한 방대한 통사적 기록이다. 저자는 지난해 11월 서거한 김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전체 6부로 나눠 정치입문 시기와 야당 정치인으로서의 위상을 갖추는 과정, 40대 기수론, 3당 합당, 문민정부의 전광석화 같은 정치개혁, 서거까지 김 대통령의 공과와 그에 대한 정치사적인 의미를 되짚어 본다. 696쪽. 3만 3000원. 약속의 땅 이스라엘(아리 샤비트 지음, 최로미 옮김, 글항아리 펴냄)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저명한 칼럼니스트이자 작가가 쓴 이 책은 시온주의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전제하에 ‘왜 이스라엘이어야 하는가’, ‘무엇이 이스라엘인가’, ‘이스라엘은 존속할 것인가’ 등 세 가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증조부가 영국에서 배를 타고 이스라엘로 건너와 정착한 1897년부터 미국과 이란이 핵 협상을 타결한 2015년까지 120여년간의 역사를 시간순으로 돌아본다. 그는 이스라엘과 유대인이 생존을 위해 피로 얼룩진 길을 걸어왔다고 자평한다. 저자의 가족사뿐만 아니라 심층 면담, 일기와 편지, 각종 문헌 등 개인적 사건들을 통해 현대사를 재구성했다. 696쪽. 3만 2000원.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애덤 니컬슨 지음, 정혜윤 옮김, 세종서적 펴냄) 이 책은 ‘호메로스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호메로스가 중요한가?’라고 묻는다. 문명이 태동한 순간에서 원전이 구전되고 번역되고 서양 정신을 형성하기까지 4000년의 시간을 관통하고 있는 작가 호메로스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저자는 호메로스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들을 추리소설처럼 추적하면서 문학사적 가치를 탐구한다. 문학, 역사, 예술, 고고학, 지리학, 신화학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서술을 바탕으로 욕망, 광기, 명예, 폭력, 사랑, 죽음, 모험, 비극, 복수 등 서양 문학을 규정하는 가치들의 원형을 탐색해냈다. 저자의 박식함과 신중함이 돋보인다. 488쪽. 1만 9500원.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종달새에게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종달새에게

    종달새에게(To a Skylark) -퍼시 비시 셸리 …(초략)… 우리는 앞을 보고 또 뒤를 보며, 우리에게 없는 것을 갈망한다: 우리의 가장 진지한 웃음에는 약간의 고통이 배어있고 우리의 가장 달콤한 노래는 가장 슬픈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비록 우리가 증오와 오만과 두려움을 비웃을 수 있을지라도; 우리가 눈물을 흘리지 않는 물건으로 태어난다 하더라도, 그대의 즐거움에 어찌 근접할지 나는 알지 못하네. 기쁜 소리를 내는 어떤 악기보다도 뛰어나고, 책에서 얻는 어떤 보배보다도 좋네, …(중략)… 그대의 머리가 아는 기쁨의 절반이라도 내게 가르쳐다오; 그러면 내 입에서 흘러나올 조화로운 신기(神氣)에 세계가 귀를 기울이리, 지금 내가 그대에게 귀 기울이듯이. We look before and after, And pine for what is not: Our sincerest laughter With some pain is fraught; Our sweetest songs are those that tell of saddest thought. Yet if we could scorn Hate and pride and fear, If we were things born Not to shed a tear, I know not how thy joy we ever should come near. Better than all measures Of delightful sound, Better than all treasures That in books are found, Thy skill to poet were, thou scorner of the ground! Teach me half the gladness That thy brain must know; Such harmonious madness From my lips would flow, The world should listen then, as I am listening now. * 우리는 앞을 보고 뒤를 보고 또 옆을 보지만, 우리가 찾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도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노력을 그만두면 안 되리. ‘종달새에게’는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1792~1822)가 이탈리아에 머물던 1820년에 완성한 105행의 서정시다. 그의 두 번째 부인 메리와 시골길을 산책하다 영감을 얻어 쓴 시라는데, 그 특별했던 날을 메리는 이렇게 기술했다. “아름다운 여름 저녁이었다. 오솔길을 거닐다 즐겁게 지저귀는 종달새의 합창을 들었다.” 종달새의 노래와 시인의 시를 대비시키며, 인간이 만든 예술작품보다 뛰어난 새의 즉흥적인 음악을 찬양하는 것, 자연 예찬은 낭만주의의 한 특징이다. 낭만주의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시대의 양식으로서 낭만주의는 프랑스 대혁명과 산업혁명이 유럽을 휩쓸었던 1800년에서 1850년 사이에 유행한, 이성보다 감성에 의존하던 예술을 일컫는다. 강렬한 정서와 체험에의 욕구,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개성과 창의력 예찬, 자연숭배가 로맨티스트의 삶의 철학이었다. 셸리는 자신보다 네 살 위인 바이런처럼 당대의 관습을 거스르는 충동적이며 비타협적인 삶을 살았다. 셸리는 1792년 영국의 서섹스에서 2남 4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는 상당한 영지를 소유한 귀족이며 하원의원이었다. 이튼칼리지를 거쳐 셸리는 1810년 옥스퍼드대에 등록했다. 옥스퍼드에서 급진사상에 경도된 그는 1811년에 ‘무신론의 필요성’이란 팸플릿을 익명으로 인쇄해 옥스퍼드대의 교수와 성직자들에게 돌렸다. 유럽문명의 오랜 뿌리인 기독교를 공개적으로 공격한 열아홉살의 청년은 며칠 뒤에 학교에서 쫓겨나고, 아버지와의 관계도 틀어졌다. 옥스퍼드에서 쫓겨난 셸리는 16살의 소녀 해리엇과 눈이 맞아 스코틀랜드에서 살림을 차렸다. 해리엇과 결혼한 그는 저명한 사회주의 철학자 윌리엄 골드윈과 친교를 맺은 뒤 사회개혁의 의지를 담은 시를 쓴다. 골드윈의 딸 메리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셸리는 1814년 몰래 메리를 데리고 유럽으로 달아난다. 대륙을 여행하다 돈이 떨어진 이들은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다. 그해 11월에 해리엇은 아들을 낳았고, 이듬해 메리 골드윈이 출산한 미숙아는 2주일 지나 사망했다. 1815년 다시 영국을 떠난 셸리와 메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인 바이런을 만나 가까이 지낸다. 호수에 배를 띄워 놓고 시를 논하다 바이런이 각자 귀신 이야기를 해 보자고 제안했다. 훗날 메리가 발표한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이날의 유령담이 모체가 됐다. 해리엇이 자살을 시도해 그녀의 시체가 런던의 호수에서 발견되고 3주일 뒤에 셸리는 메리와 결혼해 1818년 이탈리아로 이주했다. 1822년 7월 삼십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셸리는 폭풍 속에 배를 띄우고 항해하다 익사체로 발견됐다. 배의 이름은 바이런의 작품에서 따온 ‘돈 주앙’이었다.
  • ‘낭만닥터 김사부’ 서현진, 트라우마에 유연석 앞 자해 시도 “도와주세요”

    ‘낭만닥터 김사부’ 서현진, 트라우마에 유연석 앞 자해 시도 “도와주세요”

    ‘낭만닥터 김사부’ 서현진이 유연석 앞에서 자해를 시도해 충격을 안겼다. 8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서현진이 과거 남자친구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돌담병원에서 5년 째 근무 중인 윤서정(서현진 분)은 전 남자친구가 자신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게 됐다는 트라우마에 갇혀 있었다. 가까스로 극복하고 있었지만 강동주(유연석 분)가 돌담병원에 내려오면서 다시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됐다. 윤서정은 신경안정제를 과다 복용한 탓에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됐고, 결국 메스를 들고 자해를 시도하려고 했다. 돌담병원 식구들은 “지금까지 잘 해 왔잖아요. 그거 어서 내려놔요”라며 설득했지만 윤서정은 “소리(환청)가 멈추지 않아요. 도와주세요”라며 메스를 내려놓지 않았다. 이를 본 강동주는 충격 받은 얼굴로 “선배 왜 이래요? 무슨 일이에요? 위험하게 메스는 왜 들고 있어요? 이리 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서정은 결국 자해를 감행했고, 이를 본 김사부(한석규 분)가 응급처치를 하며 가까스로 살려냈다. 이날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연기 대박 잘한다”, “여기 몰입도 대박 너무 짠했음”, “자기가 원하고 갈망하던 게 모두 부질없음을 느낀 듯 강동주 충격 받았겠네” 등 댓글들을 달았다. 사진=SBS ‘낭만닥터 김사부’ 방송화면 캡처 임효진 인턴기자 3a5a7a6a@seoul.co.kr
  • ‘순실의 시대’ 정치·민주주의 고민하는 청춘들

    ‘순실의 시대’ 정치·민주주의 고민하는 청춘들

    ‘대통령의 글쓰기’ ‘정의란 무엇인가’ 인기 팟캐스트 100위 내 대부분 시사 분야 무관심했던 청년도 ‘진실 갈망’ 변화 2008년 ‘BBK 사건’과 2014년 ‘십상시 문건’에 이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바로 국민의 의식과 관심도 변화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가 국정을 농단했다는 ‘최순실 게이트’로 노력 사회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서 분노와 실망이 들끓고 있다. 정치에 환멸과 냉소를 보였던 젊은층에는 진실에 대한 갈망과 지식으로 무장하려는 분위기가 폭넓게 번지고 있다. 이는 서점과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4일 교보문고와 YES24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 보도가 시작된 지난달 10월 24일부터 31일까지 사회·정치 관련 서적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1.3~78% 증가했다. 특히 젊은층의 구매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YES24에서는 20대 여성의 사회·정치 분야 신간 구매율이 폭발적으로 오르며 지난해 동기 대비 303%가 늘어나는 등 급속한 증가세를 보였다. 20대 남성 구매는 23%, 30대 남성 역시 66%가 많아졌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씨가 쓴 ‘대통령의 글쓰기’는 지난주 판매가 급증했다. 교보문고에선 이전(10월 14~23일) 판매량 대비 무려 76.6배가 늘었다. YES24에서는 인문 1위, 종합 베스트 5위에 올랐다. 대학 도서관에서 인기 있는 책도 이런 정서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 기간 서울대 학생들이 학교 중앙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여한 책은(교양수업 교재 제외)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각종 정치 관련 팟캐스트도 인기가 높다. 4일 오후 4시 현재 팟빵(팟캐스트 포털 서비스) 순위를 보면 100위권 안에 시사 분야 에피소드가 대부분이다. 경제, 과학, 교육 등에 대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프로그램 순위 10위를 봐도 양상은 같다. ‘백반토론’이나 ‘지대넓얕’은 각각 코미디와 취미 분야이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풀이하면서 10위 안에 올라와 있다. 박 대통령의 하야 정국의 전망과 해법을 다룬 팟캐스트 ‘정치 알아야 바꾼다’는 순식간에 12계단 상승해 9위에 들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과연 국가가 무엇인가, 민주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젊은이들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최손실이 ‘정의’를 판다니..이건 또 무슨 막장 드라마야

    최손실이 ‘정의’를 판다니..이건 또 무슨 막장 드라마야

    2008년 ‘BBK 사건’과 2014년 ‘십상시 문건’에 이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바로 국민의 의식과 관심도 변화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가 국정을 농단했다는 ‘최순실 게이트’로 노력 사회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서 분노와 실망이 들끓고 있다. 정치에 환멸과 냉소를 보였던 젊은층에는 진실에 대한 갈망과 지식으로 무장하려는 분위기가 폭넓게 번지고 있다. 이는 서점과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4일 교보문고와 YES24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 보도가 시작된 지난달 10월 24일부터 31일까지 사회·정치 관련 서적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1.3~78% 증가했다. 특히 젊은층의 구매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YES24에서는 20대 여성의 사회·정치 분야 신간 구매율이 폭발적으로 오르며 지난해 동기 대비 303%가 늘어나는 등 급속한 증가세를 보였다. 20대 남성 구매는 23%, 30대 남성 역시 66%가 많아졌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씨가 쓴 ‘대통령의 글쓰기’는 지난주 판매가 급증했다. 교보문고에선 이전(10월 14~23일) 판매량 대비 무려 76.6배가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도 25.5배 판매량이 늘었다. YES24에서는 인문 1위, 종합 베스트 5위에 올랐다.  대학 도서관에서 인기 있는 책도 이런 정서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 기간 서울대 학생들이 학교 중앙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여한 책은(교양수업 교재 제외)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전주(10~23일)에는 과학 분야의 도서인 ‘이기적인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였다. 각종 정치 관련 팟캐스트도 인기가 높다. 4일 오후 4시 현재 팟빵(팟캐스트 포털 서비스) 순위를 보면 100위권 안에 시사와 정치 분야 에피소드가 대부분이다. 경제, 과학, 교육 등에 대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프로그램 순위 10위를 봐도 양상은 같다. ‘백반토론’이나 ‘지대넓얕’은 각각 코미디와 취미 분야이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풀이하면서 10위 안에 올라와 있다. 박 대통령의 하야 정국의 전망과 해법을 다룬 팟캐스트 ‘정치 알아야 바꾼다’는 순식간에 12계단 상승해 9위에 들었다. 이 팟캐스트는 ‘순실을 상실한 박근혜, 나 어떡해?’, ‘이명박이 만든 칼에 박근혜가 찔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야당은 어떻게 풀어 가야 하나?’ 등 에피소드를 하루 단위로 올리면서 수천건의 ‘좋아요’를 받고 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과연 국가가 무엇인가, 민주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젊은이들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여성이 사건의 중심이 되면서 여성들이 자녀나 가족 등 사적 담론을 넘어 정치나 민주주의에 대한 공적 영역에 더 민감하게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SNS통해 셀카 사진 자주보면 삶의 만족감 떨어져”(연구)

    “SNS통해 셀카 사진 자주보면 삶의 만족감 떨어져”(연구)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셀카(selfies) 사진을 자주 보면 삶의 만족감은 물론 자존감마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팀이 알아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왕뤄쉬 박사과정 연구원은 “SNS에 관한 대부분 연구는 포스팅과 좋아요(추천)라는 콘텐츠에 관한 동기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제 우리는 ‘뷰잉’(감상) 행동의 영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행동은 또한 ‘러킹’(lurking)이라고도 부르는 데 한 사람이 SNS에서 포스팅이나 좋아요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엿보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SNS에서 이 같은 참여 방식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 연구는 그 반대라는 것을 보여준다. 매스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인 왕뤄쉬 연구원은 같은 전공 동료 양판 연구원과 함께 온라인을 통해 설문조사를 시행했고, 셀카와 ‘집단 셀카’(groupies)을 포스팅하고 감상하는 것이 미치는 심리학적 영향에 관한 데이터를 모았다. 두 연구원은 왕 연구원의 지도 교수인 마이클 헤이 커뮤니케이션스학과 조교수와 함께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헤이 교수는 이번 연구에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분석 결과, 포스팅 행동은 설문 참가자들에게 심리학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반면 뷰잉 행동은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셀카를 자주 보는 사람들은 삶의 만족감이 낮고 자존감도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왕 연구원은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행복하거나 즐거울 때 셀카를 포스팅한다”면서 “이는 이런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 게시자들만큼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게 만든다”고 말했다. 심지어 자신이 인기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갈망하는 참가자들은 셀카 및 집단셀카를 감상하는데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경우에서 사진을 보는 행동은 이들 참가자의 자존감과 삶의 만족감을 높였는데 연구팀은 아마 이런 활동이 이들 참가자가 인기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원하는 욕구를 만족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사람들에게 SNS 사용과 감상이 주는 영향에 관한 인식을 높여주길 바라고 있다. 양 연구원은 “종종 우리는 자신의 게시물이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다”면서 “난 이번 연구가 사람들이 자신의 포스팅 행동의 잠재적 결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는 상담가의 일처럼 외로움을 느끼거나 자신이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고 또는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텔레매틱스 앤드 인포매틱스’(Journal of Telematics and Informatics) 8월 3일 자에 실렸지만, 펜실베이니아주립대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냈고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스데일리가 이날 보도했다. 사진=ⓒ tunedin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SNS 셀카 보면 삶의 만족감과 자존감 떨어져”(연구)

    “SNS 셀카 보면 삶의 만족감과 자존감 떨어져”(연구)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셀카(selfies) 사진을 자주 보면 삶의 만족감은 물론 자존감마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팀이 알아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왕뤄쉬 박사과정 연구원은 “SNS에 관한 대부분 연구는 포스팅과 좋아요(추천)라는 콘텐츠에 관한 동기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제 우리는 ‘뷰잉’(감상) 행동의 영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행동은 또한 ‘러킹’(lurking)이라고도 부르는 데 한 사람이 SNS에서 포스팅이나 좋아요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엿보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SNS에서 이 같은 참여 방식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 연구는 그 반대라는 것을 보여준다. 매스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인 왕뤄쉬 연구원은 같은 전공 동료 양판 연구원과 함께 온라인을 통해 설문조사를 시행했고, 셀카와 ‘집단 셀카’(groupies)을 포스팅하고 감상하는 것이 미치는 심리학적 영향에 관한 데이터를 모았다. 두 연구원은 왕 연구원의 지도 교수인 마이클 헤이 커뮤니케이션스학과 조교수와 함께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헤이 교수는 이번 연구에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분석 결과, 포스팅 행동은 설문 참가자들에게 심리학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반면 뷰잉 행동은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셀카를 자주 보는 사람들은 삶의 만족감이 낮고 자존감도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왕 연구원은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행복하거나 즐거울 때 셀카를 포스팅한다”면서 “이는 이런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 게시자들만큼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게 만든다”고 말했다. 심지어 자신이 인기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갈망하는 참가자들은 셀카 및 집단셀카를 감상하는데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경우에서 사진을 보는 행동은 이들 참가자의 자존감과 삶의 만족감을 높였는데 연구팀은 아마 이런 활동이 이들 참가자가 인기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원하는 욕구를 만족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사람들에게 SNS 사용과 감상이 주는 영향에 관한 인식을 높여주길 바라고 있다. 양 연구원은 “종종 우리는 자신의 게시물이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다”면서 “난 이번 연구가 사람들이 자신의 포스팅 행동의 잠재적 결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는 상담가의 일처럼 외로움을 느끼거나 자신이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고 또는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텔레매틱스 앤드 인포매틱스’(Journal of Telematics and Informatics) 8월 3일 자에 실렸지만, 펜실베이니아주립대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냈고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스데일리가 이날 보도했다. 사진=ⓒ tunedin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30년간 바뀐 감독 韓 23명 vs 獨 6명… ‘독만’ 든 성배인가

    30년간 바뀐 감독 韓 23명 vs 獨 6명… ‘독만’ 든 성배인가

    한동안 뜸했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경질’ 목소리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갓틸리케’로 칭송받던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은 요즘 남의 탓만 한다는 ‘탓틸리케’로 불리며 경질 여론에 시달리는 신세가 됐다. 27년 만에 한국을 아시안컵 결승까지 올려놓았고 K리그 경기를 꼼꼼히 챙기며 한국 축구 분위기를 일신했던 업적은 잊은 듯 보인다. 사실 한국에서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 논란은 연례행사였다. 오히려 슈틸리케 감독이 2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이례적일 정도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잔혹사를 짚어 봤다. “지난 12년 동안 대표팀 감독이 몇 번이나 바뀌었나. 평균 15개월 정도다. 항상 감독을 새로 선임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감독들이 바뀌면서 경기력 향상이나 K리그 발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나는 내일이라도 나가면 그만이지만 새 감독을 선임할 때는 그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에서 이란에 0-1 패배를 당한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13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최종예선 4경기에서 2승1무1패(승점 7)로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에 밀려 A조 3위를 기록 중인 대표팀을 향한 질타가 쏟아지는 와중에 경질설까지 나온 데 대한 반응이었다. 경기에 진 뒤 선수들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 되긴 했지만 냉정히 보면 ‘말실수’가 없더라도 경질 논란은 나올 법했다. ‘FC코리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축구 국가대표팀은 ‘5000만 축구 전문가’들의 관심에 1년 내내 노출돼 있다. 찬사와 비난은 숙명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국가대표 주전급 선수들은 명단에 들지 못하면 그만이지만 감독은 얘기가 또 다르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창 ‘갓틸리케’로 칭송받던 지난해 11월 18일 기자회견에서 “내가 축구인으로 살아온 지 40년이 넘었다. 아마 앞으로 2연패만 당해도 이런 평가는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슈틸리케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그동안 아시아 최강을 자부해 왔다. 1954 스위스월드컵에 출전하며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월드컵 진출을 이뤄 냈다. 그리고 1986 멕시코월드컵을 시작으로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1986년부터 1998년까지 월드컵에서 치른 12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2002 한·일월드컵에선 4강에 올랐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16강을 이뤘다. 아시아에선 전무후무한 대기록인 건 분명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두운 그림자 역시 짙게 드리워 있다. ●5000만 축구전문가 1년 내내 찬사·비난 무엇보다도 한국 대표팀에선 월드컵이 끝난 뒤 선임된 감독이 다음 월드컵에 나간 적이 한번도 없다. 한국 축구는 4년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지금은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거스 히딩크 전 감독조차 ‘오대영’이라는 비아냥 속에 빗발치는 경질 요구를 들어가며 월드컵을 준비했다. 전문가들조차 ‘한물간 감독’, ‘언제까지 실험만 할 거냐’, ‘체력훈련은 뭐하러 하느냐’ 등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앞서 차범근 전 감독은 1998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5 대패를 당하자 곧바로 경질되는 치욕을 겪었다. 히딩크 감독 이후로도 악순환은 계속됐다. 히딩크 감독에 이어 대표팀을 맡은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1년 1개월 만에, 이어 요하네스 본프레러 감독 역시 1년 3개월 만에 경질됐다. 2006 독일월드컵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긴급히 선임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9개월간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결국 ‘첫 원정 1승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2006 독일월드컵이 끝난 뒤 대한축구협회는 장기적인 안목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히딩크·아드보카트 감독 당시 코치로 일했던 핌 베어벡 감독과 4년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1개월 만에 물러나야 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대표팀의 강력한 수비 전술을 조련한 데다 2007 아시안컵에선 6경기 3실점을 기록하는 등 4백 수비 전술을 완성했다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성적 부진이란 화살을 비켜 가지 못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준비 과정은 더욱더 심각한 난맥상을 보였다. 축구협회는 최종예선을 앞두고 성적 부진을 이유로 조광래 전 감독을 급작스레 경질했다. 조 전 감독은 언론 보도를 통해 자신이 경질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결국 최강희 전북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겼다. 하지만 애초에 국가대표팀 감독에 마음이 없었던 최 감독은 최종예선까지만 감독을 맡겠다고 공언했고 본선 진출을 이루자마자 물러났다. 축구협회로선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쓴 홍명보 감독 말고 달리 대안이 없었다. 냉정히 보면 1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 목표를 이루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시간이 부족했던 홍 감독은 자신이 조련했던 20세 이하(U20) 대표팀과 런던올림픽 대표팀 위주로 팀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홍 전 감독은 최근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에서 “단기간의 성적을 통해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충분히 감독으로서의 기량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미덕도 필요할 것”이라는 말로 논문을 마무리 지었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뒀던 2002년과 2010년, 그리고 저조한 결과가 나왔던 2006년과 2014년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2002년과 2010년에는 히딩크와 허정무 두 감독이 협회의 지원 아래 장기적인 목표 속에서 월드컵을 준비했고 각각 4강과 16강 진출을 이뤘다. 반면 2006년과 2014년은 모두 4년 동안 감독 세 명이 맡으며 대표팀이 표류했고 성적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 선수들을 소집해 훈련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짧아 긴 호흡을 갖고 준비를 해야 하는 걸 감안하면 예정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독이 든 성배’를 넘어 ‘독만 든 성배’ 소리를 듣는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처한 현실은 축구 강국과 비교해 보면 더 분명히 드러난다. 슈틸리케 감독이 히딩크 이후 9번째 감독이고, 최근 30년간 대표팀 감독을 23명이 거쳐 갔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 영국은 지난 30년 동안 대표팀 감독이 각각 6명과 9명, 13명에 불과하다. 요아힘 뢰프 독일 대표팀 감독은 2006년부터, 디디에 데샹 프랑스 대표팀 감독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일본만 해도 최근 30년간 감독이 12명이다. ●“실언으로 경질?… 축구발전 도움 안돼”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한국 축구는 아직까지 4년을 한 감독에게 맡기고 월드컵을 준비해 본 적이 한번도 없다”면서 “대표팀 감독을 그렇게 자주 바꿔서 우리가 얻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문제가 된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비난 발언 문제에 대해서도 “그건 본질적인 접근이 아니다. 특정한 발언을 비판하고 경질 여론이 높아지는 전개는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베어벡 전 감독이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나면서 했던 쓴소리는 지금도 유효하다. “한국 국가대표 축구 팬이라 주장하는 몇몇 사람은 정말 말도 되지 않는 환상에 젖어 있다. 그들은 평소 축구를 위해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대표팀은 언제나 브라질처럼 플레이하기를 원한다. 또 자국 리그는 외면하면서도 세계적인 선수가 나오길 갈망하고 선수들이 목표점에 다다르지 못하면 그들을 범죄자보다 더욱 혹독하게 비난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들의 태도가 굉장히 정당한 것이었다고 믿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中 화상채팅 손님은 다 한국사람”…탈북여성의 희망 분투기

    “中 화상채팅 손님은 다 한국사람”…탈북여성의 희망 분투기

    탈북여성 서씨(30)의 삶은 기구했다. 여러 나라의 국경을 연신 넘어야 했다. 모멸감 속에서도 살아야 했다. 악착같이 삶에 집착했던 건 아기에 대한 모성과 새로운 세상, 새 희망을 향한 본능적 갈망이었다. 얼마 전까지 그는 아이들을 모두 재운 뒤 밤중에 집에서 일을 했다. 춤추고, 교태 부리는 듯한 여러 몸짓을 보여주는 건 차라리 쉬웠다. 남자들은 때로는 얼굴을 보여달라고 했고, 때로는 몸의 특정 부위를 보여달라고 했다. 이른바 '음란 화상채팅'이었다. 그때마다 애써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컴퓨터 카메라 앞에 서서 그들의 요구에 기꺼이 응했다. 그게 목숨을 부지하며 하루 몇 달러 푼돈이나마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음란화상채팅에는 미국과 아프리카에서도 접속하곤 했지만, 절대다수의 주고객은 남쪽의 한국 남성들이었다. 서씨는 어디에 있는지 모를-있는지조차 궁금한-희망을 찾아 북한 고향땅을 떠났지만 중국에서의 삶은 더 가혹했고 더욱 치욕스러웠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라오스비엔티안에서 만난 한 탈북여성 서씨의 기구하고도 험난했던 삶의 역정과 함께 탈북자 중에서도 더욱 소외되는 여성들의 삶의 양태를 들여다봤다. 그는 중국에서 화상채팅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실제로 다른 사람과 잠자리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제 착각이었죠. 그곳은 짐승 같은 남자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이었어요." 그는 2008년 탈북했다. 그리고 중국에서 사실상 인신매매되듯 팔려가 중국인 남편을 만났다. 건설 노동자로 일하는 남자였다. 서씨는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주먹을 휘두르는 일도 몇 번만 있을 뿐이었고요"라고 남편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수입은 변변치 않았다. 아이를 둘씩이나 낳으면서도 하릴없이 몇 년 동안 '온라인 성노예'로 살아야 했다. 아이를 재워놓고 방안에서 일을 시작한 첫 날 3달러를 벌었다. 그리고 이력이 붙은 어떤 시기에는 한 주에 많으면 120달러까지도 벌어봤다. 하지만 더이상 그렇게 살 수는 없었다. 고향을 등지며 바랐던 삶이 아니었다. 서씨는 "왜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다. 나도 인간이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인간이다. 그리고 딸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시 이 곳을 떠나자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5살 먹은 첫째 딸은 중국인 남편 곁에 재운 뒤 야심한 밤에 18개월 된 둘째딸 지연이(가명)만 등에 업고 도망쳤다. 아이는 남편 호적에 등록했기에 중국인으로 살 수 있지만, 둘째는 달랐다. 무적자, 불법인생으로 살아야할 처지였다. 그의 인생에서 두 번째 탈출이다. 끊을 수 없는 모정 앞에 눈을 질끈 감은, 첫 번째 탈출 때보다 더 가슴 미어지는 발걸음이었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신세인 탈북여성 2명과 함께 버스와 차를 갈아타며 며칠 동안 대륙을 가로질렀고, 어둑한 밤을 틈타 불법으로 라오스 국경을 걸어 넘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도착한 뒤에야 두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비엔티안에서 꼬박 이틀 동안 이들과 인터뷰를 가진 워싱턴포스트는 "자신의 사연을 자극적인 표현과 내용으로 부풀리곤 하는 다른 탈북자들과는 달리, 이들은 그들이 직접 겪은 일을 때로는 별 것 아닌 듯, 때로는 부끄러워 하면서 풀어냈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중국에 머무는 탈북 여성 20% 정도는 음란화상채팅에 동원되곤 한다. 온라인성노예인 셈이다. 아니면 1만 달러(약 1200만원)에 중국남성에 팔려가 사실상 감금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서씨와 함께 라오스로 온 두 김씨 여성은 모두 한국행을 원했다. 하지만 서씨는 달랐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나라인 미국으로 가고 싶다"면서 "내 딸은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며, 그동안 겪은 모든 고생 또한 보상이 있을 것이고, 우리의 운명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스스로 자기암시를 하듯, 주술을 걸듯 끊임없이 되뇌었다. 보상이 없다면 모든 고생이 헛된 꼴이 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세 번째 탈출을 감행했다. 라오스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향했다. 탈북자들이 가장 흔히 이용하는 루트였다. 하지만 그날 하필 큰 비가 내리며 메콩강에서 이동을 안내해주기로 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이들은 결국 경찰에 붙잡혀 태국 방콕의 한 수용소로 가야 했다. 서씨는 미국으로 망명을 신청한 상태다. 워싱턴포스트가 인용한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미국 대사관 관계자는 서씨와 그의 딸 면담을 가졌고, 앞으로 최소 네 달 정도 걸려야 망명신청 수용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류준열, 런던 근황 공개..스폰지밥 덕후? “발목을 잡힘”

    류준열, 런던 근황 공개..스폰지밥 덕후? “발목을 잡힘”

    배우 류준열의 근황이 공개됐다. 18일 류준열의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현장에서 잡힘. 발목을 잡힘”이라는 글과 함께 류준열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애니메이션 스폰지밥 캐릭터 인형들이 진열된 곳 앞에서 인형 하나를 손에 쥔 채 갈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류준열의 모습이 담겨 있다. 남자다운 외모와 달리 캐릭터 인형에 관심을 보이는 의외의 취향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류준열은 영화 ‘더 킹’과 ‘택시운전사’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최대 20% 낮은 가격 공급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분양 전부터 수요자 관심↑

    최대 20% 낮은 가격 공급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분양 전부터 수요자 관심↑

    조합원아파트는 분양아파트에 비해 최대 20%정도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무주택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조합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은 지난해 106건으로 2012년 26건에 비해 5개가량 늘어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울 전세난에 벗어나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많은 수요자들이 서울과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편리한 생활인프라까지 누릴 수 있는 경기도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부평 부개역 건영 아모리움’은 부평 부개동 일대에 부족한 소형위주의 평형대로 견본주택을 오픈하기 전부터 수요자들과 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부평구 부개동 일대는 2007년 1,054가구 공급 이후 공급물량이 저조하였으며 대부분 10년이상된 노후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새 아파트에 대한 인근 주민들 갈망이 높았던 지역이다. 또한 인근 부천상동지역의 풍부한 생활인프라는 물론 1호선 부개역 환승부평역, 서울외곽순환도로 송내IC를 통해 서울권으로 쾌속이동이 가능하다. 이 아파트는 지하 1층~지상26층, 6개동, 전용면적 59㎡ 361세대, 84㎡ 8세대로 수요자들에게 선호도 높은 소형평형 중심으로 총 369가구를 공급한다. 소형평형임에도 4BAY특화설계를 통해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했다. 또한 바로 옆에 동수초등학교와 부개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있어 아이들의 안전한 도보통학이 가능하며 명문 중·고등학교 또한 많은 우수 학군지역으로 학부모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인근의 인천가족공원, 상동호수공원, 웅진플레이도시 등 쾌적한 자연환경과 휴식, 놀이문화시설과 부천 중동, 상동지역의 현대·롯데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 뉴코아아울렛 등의 생활 쇼핑인프라도 함께 누릴 수 있다. 홍보관은 부평구 장제로에 마련되어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까매서 더 아름답다…역경 이기고 모델 된 ‘멜라닌의 여신’

    까매서 더 아름답다…역경 이기고 모델 된 ‘멜라닌의 여신’

    많은 여성이 아름다워지기 위해 하얀 피부를 갈망하지만, 현재 국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 여성은 정반대의 아름다움으로 화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코우디아 디오프(Khoudia Diop)라는 이름의 한 세네갈 여성이다. 갈색을 넘어 칠흑같이 검은 피부와 흑발, 그리고 날씬한 몸매를 소유한 그녀는 현재 ‘멜라닌의 여신’(Melanin Goddess)으로 불리며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패션모델로 맹활약하고 있다. 물론 그녀에게 검은 피부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지만, 사실 어린 시절에는 이 때문에 검둥이나 흑탄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등 피부색 때문에 왕따를 당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피부색에 자부심을 느끼고 계속 긍정적으로 살아왔다. 이처럼 그녀의 올바른 마음가짐은 이제 사진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자신감 넘치는 그녀의 표정 역시 매력 중 하나라고 한다. 그야말로 그녀의 검은 피부에 패션계가 매료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코우디아 디오프 / 인스타그램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1순위 잡은 유재학 최대어 이종현 품나

    1순위 잡은 유재학 최대어 이종현 품나

    모비스, 아시아 챔피언십 우승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이종현(고려대·203㎝)를 품에 안을 수 있게 됐다. 모비스는 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진행한 신인 드래프트 지명 순위 추첨을 통해 2012년 김시래를 지명한 지 4년 만에 다시 1순위를 잡았다. 이에 따라 이종현, 강상재(고려대), 최준용, 천기범(이상 연세대) 등 대한민국농구협회에 소속된 33명과 일반인 5명 등 모두 38명이 참여하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팀에 가장 맞는 선수를 폭넓게 따져 낙점할 기회를 잡았다. 평소 상위 순번을 잡고 싶다는 갈망을 드러냈던 유 감독은 정작 추첨 행사가 끝난 뒤에는 “둘을 생각하고 있는데 구단과 상의해 최종 선택하겠다”고 밝혀 ‘역시 만수’라는 반응을 이끌어 냈다. 둘은 이종현과 최준용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종현을 길들이는 측면과 어느 사령탑보다 재량권을 갖고 있는 유 감독이 구단과 결정권을 나눠 갖는 모양새를 취해 실리를 최대한 챙기려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풀이다.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데 행사장에 얼굴을 내민 이종현은 “유 감독님은 대표팀 시절 제가 성장하도록 도와주신 분”이라며 “(모비스에) 가면 힘들겠지만 더 좋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설렘을 드러냈다. SK가 2순위 지명권을, 전자랜드가 3순위, 삼성이 4순위, LG가 5순위, kt가 6순위, 동부가 7순위, KGC인삼공사가 8순위를 뽑았다. 9순위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PO) 준우승 KCC, 10순위는 PO 우승 오리온이다. 18일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진행하는 구단 지명까지 보름 동안 구단들은 가장 적합한 신인선수를 저울질하게 된다. 지명권을 트레이드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한편 아시아 챔피언십 마지막 날 모비스가 쓰촨(중국)을 77-74로 누르고, 웰링턴(뉴질랜드)이 KCC를 86-80으로 물리쳐 쓰촨을 뺀 세 팀이 2승1패 동률이 됐다. 골 득실에서 가장 앞선 모비스가 우승하고 KCC가 준우승했다. 세 경기 평균 42.3득점 11.3리바운드로 활약한 안드레 에밋(KCC)이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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