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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컬 인사이드] 실패할수록 성공률 높아지는 금연의 마법

    [메디컬 인사이드] 실패할수록 성공률 높아지는 금연의 마법

    금단증상 1개월이면 사라져흡연 갈망 3년…3분만 참아라절주·운동·주변인 도움 효과적전문가 상담·약물 활용 유용 지난해 서울의 흡연자 가운데 금연을 시도한 비율이 47.1%나 됐다고 합니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거의 모든 흡연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연초가 되면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이 급증하게 됩니다. 하지만 금연이 쉽다면 누구나 다 끊었겠지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년간 금연에 성공하는 비율은 18.4%, 2년간 금연을 유지하는 비율은 13.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왜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 금연이 어려울까요. 13일 전문가들에게 여러분이 해마다 금연에 실패하는 이유를 물어봤습니다.김열 국립암센터 암관리사업부장은 “니코틴이라는 강력한 중독물질에 의한 신체적 중독과 반복적인 흡연행동으로 인한 심리적 중독,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기대심리가 복합돼 일반적으로 담배를 끊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금연에 실패한 이유로 ‘스트레스’(55.3%)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기존에 피우던 습관 때문에’(30.4%), 금단증상이 심해서(9.0%) 등의 순이었습니다. ●“금연 실패 절반은 스트레스 때문” 술을 자주 마셔도 담배를 끊기 어렵습니다. 술을 마실 때 습관적으로 담배를 많이 피웠기 때문에 몸이 저절로 반응한다는 겁니다. 김 부장은 “술을 마시면 담배가 피우고 싶어지고, 금단증상이 나타나면서 흡연 욕구를 이기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최소 금연 기간은 3개월입니다. 그래서 3개월 이내에는 술자리를 가급적 줄여야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금단증상은 흡연자에 따라 개인차가 있지만 대부분 흡연 기간이 길수록, 1회 흡연량이 많을수록 심해집니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금연을 시작하면 처음 3일이 가장 참기 힘들다”며 “금단증상이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집중이 안 되고 다리에 힘이 풀리며 우울감, 소화 장애, 어지럼증, 심하면 배고픔,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다행히 금단증상은 짧게는 3일, 길게는 1개월이면 사라집니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고 싶은 근본적인 욕구인 ‘갈망’은 3년까지 사라지지 않습니다.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거나 할 일이 없어 심심한 상황이 오면 갈망은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조 교수는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갈망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오해하는데, 실제로는 3분이면 회복된다”며 “그래서 이 시간을 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냉수를 마시면 순간적인 갈망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안 되면 주스를 마시거나 향이 강한 사탕을 사용하면 됩니다. 금연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잔소리를 하며 닦달해 봤자 당장은 큰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금연 의지를 계속 북돋으면 어느 순간 금연에 성공하게 된다고 합니다. 특히 남편이나 아내, 부모가 애연가라면 계속 관심을 갖고 금연을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중요합니다. 김 부장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담배를 끊도록 하는 것은 고구마를 삶는 과정과 같다”며 “처음 찜통에 넣고 익지 않았을 때는 젓가락을 찔러도 들어가지 않지만 계속 찌르면 어느 순간 쑥 들어간다”고 했습니다.●심호흡하고 냉수 마시면 흡연 욕구 줄어 하루에 두 갑씩 피우던 애연가가 갑자기 금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단번에 끊어야 할지, 아니면 흡연량을 줄여 가면서 천천히 끊어도 될지는 의료계에서도 논란이 있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담배를 끊으려고 결심했다면 당장 분명한 금연 시점을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달 1일부터 끊겠다”고 주변에 알리거나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방법입니다. 김 부장은 “명확하게 어느 날부터 끊겠다고 시점을 정하면 흡연량을 점차 줄여 나가는 것도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언젠가는 줄여서 끊겠다’고 애매하게 생각하면 절대로 금연에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교수도 “보통 금연클리닉에서는 2주 이내에 금연일을 정하도록 권유한다”며 “금연일 하루 전에 담배와 라이터, 재떨이 같은 물품을 모두 정리하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여성들은 금연 뒤 체중 증가를 가장 두려워합니다. 군것질을 많이 하면서 금방 2~3㎏이 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금연 뒤 운동이 필수입니다. 김 부장은 “체중 증가를 막을 수 있고, 호흡량과 체력이 좋아지는 기쁨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에 금연을 하는 즉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혼자 금연을 시도하는 것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훨씬 더 금연 확률이 높습니다. 의료기관에서 전문의를 만나거나 금연상담전화(1544-9030)를 이용하면 치료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습니다. 니코틴 패치, 껌 등의 대체재도 자주 사용하면 중독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김 부장은 “약을 먹듯이 처음에는 2시간, 나중에는 3시간 등으로 간격을 넓히며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며 “최종적으로 6~8주를 사용하고 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처방약인 ‘부프로피온’은 우울감이 동반된 환자에게 효과적이지만, 경련 경험이 있는 환자는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 외에는 ‘바레니클린’이라는 약물을 이용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약물을 이용하면 금연 가능성이 82%가량 상승한다고 합니다. 금연에 계속 실패하면 금연 성공률이 낮아질 것이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성공률이 점점 높아진다고 합니다. 김 부장은 “지금까지 실패했더라도 왜 실패했는지 돌아보면 과음 등의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우리결혼했어요 장도연, 남편 최민용에 “진짜 잘 늙은 원숭이” 만족

    우리결혼했어요 장도연, 남편 최민용에 “진짜 잘 늙은 원숭이” 만족

    ‘우리 결혼했어요’ 새 커플 최민용-장도연이 설렘과 호감 그리고 놀라운 반전까지 롤러코스터 같은 첫 만남을 가졌다. 최민용과 장도연은 매서운 바닷바람에도 설렘 가득한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했다. 특히, ‘우결’ 최초로 섬 신혼 생활을 시작하게 된 두 사람은 예상 밖의 꿀케미로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최장신 국화도 커플’의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우리 결혼했어요’(기획 최원석, 연출 허항 김선영)에서는 새 커플 최민용-장도연의 첫 만남, ‘직진 커플’ 공명-정혜성의 결혼 100일 기념 스페셜 데이트, ‘국슬 커플’ 이국주-슬리피의 초특급 생일 이벤트 현장이 공개됐다. 12일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우리 결혼했어요’는 수도권 기준 5.0%로 시청률 상승 속에서 동시간대 2위를 기록했다. 먼저, 이날 방송에서는 ‘우리 결혼했어요’ 새 커플 최민용-장도연이 부부로서 처음 만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최민용은 턱시도에 선글라스, 빨간 꽃다발까지 준비하고 뱃머리 위에 당당히 서서 바다를 가르며 항구로 향했다. 항구에서는 칼바람에도 불구하고 꽃하이힐을 신고 한껏 단장한 장도연이 설렘과 긴장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몰랐던 두 사람은 앞서 미션 카드로만 서로에 대해 확인했다. 최민용은 소띠 연하의 아내라는 말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뱀띠와 소띠는 찰떡궁합...진심 행복하다”고 말했고, 평소 원숭이 상을 좋아했던 장도연은 원숭이 상 남편이라는 말에 설렘을 드러냈다. 마침내 푸른 바다 위 섬마을에서 첫 만남을 갖게 된 두 사람은 서로를 확인한 후 한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장도연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진짜 너무 원숭이 상이다. 어쩜 진짜 잘 늙은 원숭이”라며 첫 만남에 홀딱 반한 모습을 보여줘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배를 타고 국화도에 도착한 최민용과 장도연은 대왕 리본이 달린 트랙터 웨딩카를 타고 신혼집으로 향했다. 빨간 지붕이 예쁜 아담한 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어색함을 풀기 위해 서로에 대한 대화를 이어갔고, 두 사람의 역대급 4차원 커플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신혼집에 도착한 장도연은 집을 둘러본 뒤 자급자족해야 하는지 궁금해했다. 이에 최민용은 ’‘수렵면허가 있다’‘고 말해 아내를 놀라게 했다. 또한 대화를 하던 중 장도연은 “배고프다”고 말했고, 최민용은 잔뜩 싸 온 짐가방 속에서 전날 밤 직접 준비한 갈근차와 에너지바를 꺼냈다. 시원한 맥주를 원했던 장도연은 생전 처음 먹어보는 갈근차에 어리둥절했지만 자신의 감기를 걱정하는 최민용의 배려 넘치는 모습에 폭풍 감동했다. 그러나 감동도 잠시, 갈근차와 에너지바 하나로 부족했던 장도연에게 최민용은 “하나 먹으면 충분해요”라며 “내일 아침까지 견딥니다”라고 한 것. 장도연은 최민용의 단호한 말에 “우리 남편은 왜 버틸 생각만 하지?”라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갈근차만 연거푸 마시며 배고픔을 달랬다. 게다가 최민용은 “집 밖으로 안 나가고 싶어요”, “아내가 물질을 좀 했으면 좋겠어요” 등의 ’4차원‘ 폭탄 발언을 이어갔고 장도연은 멘붕 상태에 빠졌다. 결국 장도연은 “집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고 애원해 폭소케 했다. 최민용과 장도연은 연예계 대표 장신, ’복면가왕‘의 출연 인연은 물론 물을 무서워하고, 먹고 남은 에너지바 포장 비닐을 똑같이 리본으로 접는 습관 등 뜻밖의 공통점을 발견하며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새 커플 최민용-장도연은 첫 만남부터 신혼집 입성까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최장신 국화도 특급부부‘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으며 두 사람의 섬 신혼 생활에 대한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 밖에도 직진 커플’ 공명-정혜성의 결혼 100일 기념 스페셜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 ‘국슬 커플’ 이국주-슬리피의 초특급 생일 이벤트 등 감동의 순간들이 공개됐다. 공명-정혜성 커플은 결혼 100일을 맞아 더 나은 부부생활을 위해 부부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해 심리 검사를 진행했다. 심리검사 중 아내 정혜성의 생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공명은 어쩔 줄 몰라하며 진땀을 흘렸고, 정혜성은 “저 집에 갈래요!”라며 서운함을 폭발시켰다. 또한 부부의 성격 검사에서 정혜성은 ’독특녀‘, 공명은 ’야망남‘으로 드러나 예상치 못한 반전 결과에 서로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즐거움의 욕구와 사랑의 욕구가 높은 ‘천생연분’으로 나타나 역시나 ’사랑둥이 커플‘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후 공명-정혜성은 직접 고른 꽃으로 플라워 케이크를 만들러 갔다. 공명은 정혜성을 감동시키고자 함께 만든 케이크에 목걸이를 숨겼고, 어설프지만 진솔함이 묻어난 남편의 이벤트에 정혜성은 행복함을 감추지 못했다. 선물을 따로 준비하지 못했다며 미안해하는 정혜성에게 공명은 “넌 오늘 하루를 준비했잖아”라고 말해 두 사람의 결혼 100일 기념 데이트는 넘치는 사랑으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국주는 결혼 후 첫 생일을 맞이한 슬리피를 위해 취향 저격 특급 이벤트를 준비해 통 큰 아내가 무엇인지 완벽하게 보여줬다. 이국주는 언터쳐블 디액션-베이식-빅트레이-지투까지 남편 절칠들은 물론 남편의 소속사 식구까지 모두 모아 돌잔치 콘셉트의 생일파티를 마련했다. 슬리피는 ‘돌잡이’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선택하며 자유를 갈망해 웃음을 자아냈다. 친구들의 선물과 아내의 진심과 정성이 묻어나는 영상편지에 슬리피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국주는 슬리피와 친구들을 홍대 클럽 앞까지 직접 데려다 주고 자신의 개인카드까지 건네며 남편 슬리피에게 ’클럽 자유‘를 선물했다. 이국주는 슬리피에게 “재밌게 놀다와~”라는 말을 남기고 홀로 돌아서 쏘쿨 아내의 끝판왕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슬리피는 친구들 앞에서 으쓱한 표정을 지었으며 “아내가 만들어준 내 인생 최고의 생일”이라며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우리 결혼했어요’는 운명처럼 부부로 만난 슬리피-이국주, 공명-정혜성, 새 커플 최민용-장도연의 좌충우돌 결혼생활이 격한 공감과 설렘을 안기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MBC ‘우리 결혼했어요’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사설] 사법개혁 요구의 싹부터 자르겠다는 대법원

    대법원이 사법개혁 방안을 고민하는 내부 논의를 시작부터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실이라면 이만저만 심각한 일이 아니다. 사법부를 향한 국민 불신은 더 떨어질 데 없이 추락한 실정이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따져 보자면 대법원이 스스로 조직 쇄신에 소매를 걷어도 만시지탄이다. 그런 마당에 내부의 자발적 고민에 지도부가 나서 발목을 잡았다면 묵과하기 어렵다. 현직 판사들이 회원인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최근 전국의 판사들을 대상으로 사법 독립과 법관 인사제도에 관해 익명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지나치게 대법원장에게 권한이 쏠린 현행 대법관 선출 방식, 눈치 보기 자기 검열 분위기를 조장하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등 민감한 설문 항목이 포함됐다. 그러자 대법원장 직속인 법원행정처가 학술 모임을 정비하겠다고 나선 데다 모임 실무를 맡은 판사를 갑자기 인사 조치했다. 법원 내부는 연일 뒤숭숭하다.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현직 부장판사가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글을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폐쇄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조직이 법원과 검찰이다. 그런 울타리 안에서 현직 판사들이 오죽 위기감이 컸으면 그런 설문 작업을 했겠는가. 양 대법원장과 수뇌부가 독려해도 모자랄 일이다.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 났던 모임의 해당 판사를 부임 첫날 일선 법원으로 복귀시켰다니 누가 봐도 징계성 인사다. 대법원만 지금 딴 나라에 살고 있는 모양이다. 온 나라를 혼돈으로 몰아넣은 국정 농단 사태는 따져 보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사법부의 책임이 지대하다. 법과 원칙의 소신으로 똑바로만 서서 권력을 견제했더라도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다. 자성과 쇄신의 목소리가 아래로부터 터져 나오는 한계 상황이라면 사법부의 수장이 눌러 덮을 게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압도적 여론이 특검의 수사 연장을 갈망했던 까닭이 뭐였겠는가. 우리 사법부의 신뢰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급이다. 국정 농단의 몸통들이 제대로 단죄될 수나 있을까 국민은 당장 그 걱정이 크다. 외풍을 살피는 수뇌부의 찍어 누르기 단속에 판사들이 자기 검열에 빠지게 된다면 괜한 걱정도 아닐 것이다. 대법원장의 과도한 권한에 사법부가 관료화하고 법관 독립성이 흔들리는 문제점은 밖에서 봐도 쇄신이 급하다. 사법 불신의 걸림돌을 스스로 돌아보고 치우지 않으면 조만간 국민적 개혁 요구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 [데스크 시각] 알게 된 것, 알고 싶은 것/최여경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알게 된 것, 알고 싶은 것/최여경 사회부 차장

    삶은 새로운 앎의 연속이자 깨달음의 반복이다. 지난 5개월을 떠올려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앎과 깨달음이 몰아쳤다.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언론과 국회의 연이은 문제 제기와 검찰 수사, 130일을 넘긴 촛불 집회,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후 헌법재판소 심리, 특별검사의 수사 등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그사이 아주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지난 4년 우리가 경험한 것은 또 다른 형식의 대의민주주의였다. 우주의 기운을 보여 주듯, 그의 아버지가 일으킨 5·16 군사정변을 상징하기라도 하듯 51.6%의 득표율로 파란 기와집에 입성한 그는 집권 기간 ‘40년 지기 평범한 주부’와 함께 국정을 운영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지하경제 활성화”라고 했던 것을 우리 무녀리는 그저 말실수라고 치부했지만, 그는 ‘대포폰’과 ‘차명계좌’를 두루 활용하는 치밀한 실천가였다. 개성공단 폐쇄와 아프리카 푸드트럭 지원사업 등 맥락 없는 정책도 그들이 ‘키친 캐비닛’이라 부르는 민관 합작의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이 사회는 여성의 사생활을 존중할 준비도 충분히 돼 있다. 여성의 사생활은 국가 안보와 국민 생명보다 상위 개념으로, 최고의 방어막이 될 수 있다. 여성 대통령의 머리 손질과 화장, 휴식 방식 등을 누구도 매뉴얼로 만들어 준 적이 없기 때문에 다소 어설프고 때론 황당해도 품어 주어야 한다는 하해와 같은 아량을 베푸는 이들도 발견했다. 날이 춥고 비가 와도 태극기를 둘러쓰고 탄핵 반대 집회를 찾은 어르신들에게서 노인을 위한 나라를 만들 단서를 엿보았다. 어르신들은 자신을 반겨 주는 곳이 필요했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동체를 갈망했던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기묘한 화합도 보인다. 75년 전 일제에 대항하며 절필한 민족작가 김동리의 아들이 같은 시대에 일본군 장교였던 박정희의 딸을 열정적으로 변호하는 모습은 화합이긴 하다. 역사의 아이러니라는 슬픔을 지울 수 없지만. 지난 시간은 또 내 주변에 있던 수구와 보수를 구분할 수 있게 했고, 거대한 태극기 물결이 2002년과 2017년에 다른 모습으로 표출돼 다른 감정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걸 알게 했다. 하지만 새로이 알게 된 것들을 이리 포장한들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낮밤, 주말 가리지 않고 현장 소식을 생생하게 전한 후배 기자들의 기사 덕에 눈앞에 드러난 진실은, 어떻게 바라봐도 긍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몰라도 될 것을 알려 준 그 시간을 마무리하면서 이젠 진정 알고 싶다. 상식의 승리, 부정부패 척결과 정경유착 철폐, 정의 정립과 만민 평등은 실현될 것인가. 국민주권주의를 유린하고, 무능과 추리(趨利)만 낱낱이 드러낸 권력에게 정의의 칼은 가닿을 것인가.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들은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옷을 벗기고 지원을 끊으면서 끝끝내 이를 ‘비정상의 정상화’였다고 주장하며, 투자를 압박하기 위해 기업을 불러들이는, “제가 대통령 되면 하겠다”던 그것이 ‘반값등록금 공약’이 아니라 저것들이었나 싶은 그런 권력은,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그것조차 권한이었다고 인정받을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사유가 깊어졌다. cyk@seoul.co.kr
  • [프로농구] 전자랜드 “3연승 만세”

    [프로농구] 전자랜드 “3연승 만세”

    전자랜드가 3·1절에 시즌 두 번째 3연승 만세를 불렀다.전자랜드는 1일 부산 사직체육관을 찾아 벌인 kt와의 프로농구 정규리그 5라운드 마지막 대결을 77-72로 이겼다. 커스버트 빅터가 17득점, 정효근이 16득점으로 이끌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갈망하는 전자랜드는 원정 4연패에서 탈출하며 7위 LG와의 승차를 2.5경기로 늘렸다. 지난 시즌부터 첫 3연승을 겨냥하던 최하위 kt와 9위 KCC의 승차는 1경기로 벌어졌다. 리온 윌리엄스가 20득점 15리바운드, LG에서 이적한 뒤 팀 승률을 5할까지 끌어올린 김영환이 3점포 세 방 등 17득점 6어시스트, 이재도가 17득점 6어시스트로 분전했지만 막판 김현민의 두 차례 턴오버에 발목을 잡혔다. 김현민은 종료 2분을 남기고 박찬희에게 2점을 얻어맞은 상태에서 스크린 파울로 공격권을 넘겨줬다. 이재도의 3점슛이 그물을 통과했지만 비디오판독 결과 김현민이 먼저 파울을 저질렀다는 판정을 받아 노골로 선언돼 4점 차를 굳혔다. 36.8초를 남기고는 김현민이 더블드리블로 추격의 동력을 스스로 꺼 버렸다.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을 찾은 모비스는 1쿼터 7점에 그치는 등 공격에 애를 먹으며 활로를 찾지 못한 홈팀 SK를 76-61로 누르고 24승21패를 기록해 동부와 공동 4위로 올라섰다. 이종현이 13득점 11리바운드 더블더블 활약을 펼쳤고 네이트 밀러가 17득점, 에릭 와이즈와 양동근이 11득점씩, 함지훈이 9득점 8리바운드로 뒤를 받쳤다. 테리코 화이트(28득점)를 빼면 아무도 10점 이상 올리지 못한 SK는 3연패 수렁에 빠졌다. 6위 전자랜드와의 승차도 5경기로 벌어져 6강 진입을 꿈꾸기 힘든 처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사설] 대선 주자들, 승복하자고 국민 설득하라

    헌재 결정 불복, 민주·법치 부정 행위… 분열 막는 것은 국가 지도자의 책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최종 변론이 어제 종료됐다. 국회 소추위원들과 대통령 대리인단은 각각 탄핵의 정당성과 부당성을 앞세워 공방전을 벌였다. 국회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파면을 통해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승리했음을 선언해 주시기 바란다”고 최후진술을 했고 직접 변론을 포기한 박 대통령은 대리인단을 통해 “탄핵 소추 사유를 입증할 증거가 없으므로 탄핵 심판을 기각해야 한다”고 맞섰다. 80여일간의 기나긴 변론이 끝나면서 이제 헌재의 최종 심판만을 남겨 뒀다. 문제는 탄핵 정국이 막바지로 가면서 국론 분열이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탄핵 찬반을 둘러싸고 이른바 촛불·태극기 시위 세력들의 갈등과 반목이 도를 넘어섰다. 이들은 혁명과 내란, 피바다 등 섬뜩한 선동성 구호를 외치면서 물리적 충돌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70여년 전 해방 공간에서의 좌우의 극한 대립을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양측이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근거해 존재하는 국가다. 헌재는 국가 최고의 규범인 헌법 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국가기관이다.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된 만큼 찬반 양론은 있을 수 있지만 촛불과 태극기로 대변되는 정치 세력들이 자신들의 요구와 다른 헌재의 결정을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은 민주·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헌법 파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대선 주자들이 앞장서서 헌재 판결의 불복을 선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최근 탄핵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주말 촛불 시위에 참석했고 안희정 충남지사나 이재명 성남지사 역시 탄핵이 기각된다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권 역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자유한국당 이인제 전 의원이나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도 연일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다. 친박 인사들은 한술 더 떠 극한적인 대립을 조장하고 있다. 국가적 리더를 자처하는 이들이 대선 승리를 위해 지지층의 증오를 부추겨 결집을 노리는 것은 바람직한 행태가 아니다. 국가적 위기에서 책임 있는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 여야는 물론 대선 주자들이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무조건 승복하겠다는 합의를 도출해 망국적인 국론 분열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 탄핵 정국에서 드러난 극한 대립과 갈등의 상처를 조속히 치유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것은 국가의 리더로서 대선 주자들의 역사적 책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 [이상열의 메디컬 IT] ‘알파닥’ 실용화의 조건

    [이상열의 메디컬 IT] ‘알파닥’ 실용화의 조건

    지난해 ‘알파고’ 사건 이후 인공지능은 예상대로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됐고 이를 필두로 로봇, 사물인터넷, 나노 기술 등 소위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다양한 영역에 대한 장밋빛 예측이 계속되고 있다. 아마 국내외 여러 현안 때문에 그리 녹록지 않은 우리나라의 산업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갈망일지 모른다. 지난해 필자는 인공지능을 단기간에 진료실에 도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얻은 정보에 의하면 이런 필자의 예측은 조만간 보기 좋게 빗나갈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암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해외에서도 그 예가 드문 최신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또 최근에는 국제학술지를 통해 안과나 피부과 영역의 진단에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이 풍부한 경험을 가진 전문의보다 우수한 진단율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보기도 했다. 이런 소식을 보면 인공지능 기반의 ‘알파닥’이 의사를 대체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필자는 이렇게 의료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려는 선구자들의 열정과 놀라운 성과에 찬사와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그러나 아직도 필자는 인공지능 기반 의료가 단기간 내 진료실에 확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큰 변화가 없다. 왜 그럴까. 위에 열거한 선도적인 시스템이나 혁신적인 연구 결과물 역시 사실은 전통적 기법으로 수집·저장된 의료 정보를 근거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아무리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만든다 해도 기본적으로 시스템에 입력된 정보가 매우 정확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필자는 현재 우리들이 보유하고 있는 임상 데이터가 일부 영역을 제외하고는 아직 충분히 정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흔한 ‘1시간 대기 3분 진료’로는 의사가 환자의 다양한 임상 양상을 정확하게 담아내기 어렵다. 예를 들어 당뇨병에 같은 약제를 써도 환자들의 임상 양상에 차이가 있는데 그 이유가 약제 때문인지, 생활습관의 문제인지, 환자가 속한 직장이나 가족 구성원 등 사회적 문제에 의해서인지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런 문제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의 한계로, 의사들은 삭감을 회피하기 위해 환자의 진단 코드를 다소 포괄적으로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부정확한 진단 코드는 특정 질환의 실태에 대한 연구 수행 시 결과 해석에 중대한 오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분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실제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일부 연구 결과들은 학계에서 심한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최근 관련 분야 연구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공지능 의료의 실용화를 위한 기술적 어려움은 상당 부분 극복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전 세계를 석권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서비스 창출의 근간이 되는 환자 임상 정보의 수집과 체계적 관리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의의로 매우 부족하다.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의료의 조기 실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자로부터 얻는 정보, 그 자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리고 혁신의 주체로서 의사를 비롯한 여러 의료 전문가들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며, 이런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 탄핵심판 최종변론 6시간 30분 만에 종결…선고는 내달 10·13일 유력

    탄핵심판 최종변론 6시간 30분 만에 종결…선고는 내달 10·13일 유력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최종변론까지 끝내고 선고만 남았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오후 2시부터 대심판정에서 17차 변론을 열어, 6시간 30여분 가량의 최종변론을 마쳤다. 헌재는 이날 심리를 끝으로 모든 변론을 종결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지 81일 만이다. 헌재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이날 선고 기일은 지정하지 않았다.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은 “추후 선고기일을 지정해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 선고 방침을 밝혀 왔다. 다음달 10일이나 13일에 선고할 것이 유력하다. 헌재는 28일부터 최대 2주가 채 남지 않은 선고를 위해 본격적인 평의에 돌입한다. 이날 최후변론에서 국회와 대통령측은 최후 진술로 재판관을 설득했다.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은 “(박 대통령) 파면을 통해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승리했음을 선언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일련의 행위”라고 규정하고 “피청구인(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행위 위반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리를 거친 증거들에 의해 규명됐다”고 의견을 밝혔다. 국회 측은 1시간 14분 동안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에 대한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측은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을 시작으로 15명의 변호사가 5시간여동안 ‘마라톤 변론’으로 탄핵사유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불출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대리인단이 대독한 자신의 의견서에서 “저의 불찰로 국민께 큰 상처를 드리고 국정운영에 부담을 드린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최순실의 국정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단 한 번도 사익을 위해 또는 특정 개인의 이익 추구를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사실이 없다”며 “20여년간 여정에서 단 한 번도 부정과 부패에 연루된 적이 없었다”고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오든, 소중한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위해 갈라진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전문]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권성동 소추위원 최후진술

    [전문]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권성동 소추위원 최후진술

    국회 측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소추위원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국민의 희생으로 세운 대한민국을 ‘비선 실세’에게 넘겼다며 대통령 파면을 헌법재판소에 요구했다. 권 위원장은 27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최종변론에서 마지막 진술을 하며 “대통령 파면을 통해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승리하였음을 소리 높여 선언하여 주시기 바란다”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다음은 권 위원장의 최후진술 전문. 『존경하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님 여러분! 헌법 수호의 사명을 위해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 시간까지 공명정대하게 심판을 이끌어 오신, 재판장님과 재판관님들의 노고에 마음으로부터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이 법정은 대한민국의 법이 최종적으로 선언되는 곳이면서, 동시에 준엄한 역사의 심판대이기도 합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의 마무리를 앞둔 이때, 국회를 대리하는 본 소추위원은 역사와 국민이 부여한 막중한 책임감과 안타까움으로 착잡한 심정입니다. 이번 탄핵심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제1의 공복인 피청구인이,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일련의 행위에 대한 것입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위임한 통치 권력을 공의에 맞게 행사하지 않고, 피청구인과 밀접한 인연을 가진 사람들만을 위해 잘못 사용하였던 것입니다. 지난 몇 달 동안 국민들은 귀를 의심케 하는 비정상적 사건들을 매일 접하면서, 분노와 수치, 그리고 좌절을 경험하였습니다. 그것은 국민이 맡긴 권력이 피청구인과 비선 실세라는 사람들의 노리개가 되었다는 분노였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자부심이 모욕을 당한 수치였으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책임질 줄 모르는 모습에 대한 좌절이었습니다. 이에 주권자인 국민은 피청구인을 대통령의 자리에서 파면할 것을 요구하였고, 국민을 대표한 국회가 234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소추를 의결하여,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준비절차와 변론절차에 제출되어 엄격한 심리를 거친 증거들에 의해 충분히 규명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피청구인 측에서 내세우는 변명은 이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과는 동떨어진 것이거나, 탄핵 사유를 배척하기에는 현저히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최근 피청구인 측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이나 재판부 구성과 관련한 주장을 제기하고 있습니다만, 이것 또한 전 국민이 지켜보시는 가운데 헌법과 법률, 그리고 적정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심판 과정을 애써 외면하는 것일 뿐입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 불행에 대한 한마디 책임도 언급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음모’ 운운한 피청구인의 모습이나, 신성한 법정에서 표출된 일부 지나친 언행으로도 사안의 본질을 가릴 수 없으며, 결코 아름답게 보이지 않습니다. 피청구인은 심판절차의 막바지에 이른 지금부터라도 역사와 국민 앞에 좀 더 솔직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탄핵심판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하고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중차대한 의미를 가집니다. 국민은 선거 때에만 잠시 주권자일 뿐 평시에는 통치의 대상으로 전락한다는 대의 제도의 맹점을 보완하고, 국민을 가벼이 여긴 대의기구에 대한 신임을 거둠으로써, 국민을 다시 주인의 자리로 올려드리는 수단이 탄핵입니다. 그리고 탄핵은 법치주의의 예외 없는 적용을 통해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의 근본 원칙을 확인해주는 장치입니다. 권력에 취해 자신은 법 위에 군림한다고 착각하는 위정자를 겨누는 ‘정의의 칼’이 되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2004년 결정에서 탄핵심판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한 경우,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천명한 것도 그와 같은 취지라 하겠습니다. 나아가 본 소추위원은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의 잘못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을 통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결코 부끄러운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우리 국민은 일본 군국주의와 끈질기게 싸워 독립을 쟁취하고, 피 흘려 공산세력의 침략을 막아냈으며, 세계가 놀라는 한강의 기적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국민은 개인의 안위보다는 공동체를 앞세웠고, 자유와 정의 수호의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왔습니다. 이처럼 고귀한 분투와 희생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의 가치와 질서가 피청구인과 주변의 비선 실세라는 사람들에 의해 도전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공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권력을 남용하고 특권계급 행세를 하면서, 민주주의를 희롱하고 법과 정의를 무력하게 만들었습니다.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던 피청구인에게 기대를 걸고 신뢰를 보냈던 국민들이 받은 상처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이렇게 배신당한 국민들의 마음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으로 피청구인을 측근에서 보좌해온 많은 비서진과 공무원들이 구속되거나 기소되었는데, 그 사람들이 자신의 사욕을 채우려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대체 누구를 위해 불법을 저질렀다는 말입니까. 여기에 우리 국민은 피청구인에게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은 비서진과 공무원들의 맹목적 충성을 이용하였던 것에 대해 기꺼이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국민이 만들어온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의 적(敵)들로부터 지켜주십시오. 실망한 국민들이 다시 털고 일어나 ‘우리나라가 살만한 나라’라는 희망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함께 힘을 모아 통합의 길을 가도록 해주십시오.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을 통해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승리하였음을 소리 높여 선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987년 민주항쟁으로 탄생한 헌법재판소는 지난 30년간 헌법 질서와 인권을 수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자유민주적 헌정 질서가 위기에 처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될 때 헌법재판소가 나섰습니다. 언제나 헌법재판소는 정의의 편이라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탄핵심판에서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국민이 주권자이며,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자명한 진리가 분명한 목소리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 여덟 분 현자(賢者)에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재판관님들의 경륜과 통찰력으로 지혜로운 판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권성동, 탄핵심판 최후진술 중 눈물…“국민이 만든 대한민국 지켜달라”

    권성동, 탄핵심판 최후진술 중 눈물…“국민이 만든 대한민국 지켜달라”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 기일에서 최후 진술을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회 측 소추위원인 권 위원장은 27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최종변론에서 심판정 발언대에서 “국민은 피 흘려 공산세력의 침입을 막아냈고 한강의 기적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했다. 국민은 공동체를 앞세웠고, 자유와 정의 수호라는 대의를 위해 희생했다”는 최후진술 구절을 읽던 중 갑자기 울먹였다. 심판정 내 모두가 놀란 듯 권 위원장을 주목했다. 권 위원장은 잠시 낭독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권 위원장 뒤에 앉은 국회 측 대리인들도 그의 예상 밖 모습에 다소 당황한 모습이었다. 권 위원장은 깊게 숨을 내신 뒤 다시 “이처럼 고귀한 분투와 희생 뒤에 세워진 대한민국 가치와 질서가 주변 비선 실세라는 사람들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 권력을 남용하고 민주주의를 희롱하고 법과 정의를 무력하게 했다”며 진술을 이어갔다. 그는 “국민이 만들어온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의 적으로부터 지켜달라. 우리나라가 살만한 나라라는 희망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힘을 모아 통합의 길을 가도록 해달라”며 “파면을 통해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승리했음을 선언해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탄핵심판 최후 변론] 대통령 측 “증거 없어” VS 국회 측 “국민 승리 선언해야”

    [탄핵심판 최후 변론] 대통령 측 “증거 없어” VS 국회 측 “국민 승리 선언해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방어하는 대통령 대리인단이 탄핵소추사유를 입증할 증거가 없으므로 탄핵심판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측은 “(박 대통령) 파면을 통해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승리했음을 선언해주시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27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최종 변론에서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는 명백히 헌법 또는 법률을 위반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하고, 그 위반이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해야 한다”며 “탄핵소추사유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실인정의 문제’”라며 “소추사유가 13개이고 수사기록 5만 페이지가 넘는 복잡한 사건임에도 재판부 구성 문제로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고영태씨가 탄핵심판에 출석하지 않은 점 등을 들며 “탄핵 사건의 사실인정은 엄격한 증명에 의해야 한다. 의심만으로 인정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재단 출연은 뇌물이 아님이 분명하다. 따라서 소추사유에 나타난 일부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고의적, 악의적으로 최순실을 지원한 것이 아니고 통상 민원으로 알아서 의견 제시, 추천, 권유 등을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 변호사는 헌재의 심리가 증인신문 미실시 등으로 충실히 이뤄지지 않았고 ‘8인 체제’도 구성에 문제가 있으며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을 한 사실이 없으므로 탄핵소추는 기각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에 맞서 국회 측 탄핵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박 대통령) 파면을 통해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승리했음을 선언해주시기 바란다”고 최후 진술했다. 그는 탄핵 사유가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일련의 행위”라고 규정하고 “피청구인(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행위 위반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리를 거친 증거들에 의해 규명됐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탄핵 사유에 대한 박 대통령 대리인의 반론이 “본질적인 부분과 동떨어진 것이거나 현저히 부족한 것”이고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헌법과 법률 적정절차에 따라 결정된 것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국회 측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세월호 사고 당시 했어야 하는 일을 안했다. 당시 朴대통령은 전화받을 수 없는 상태로 봐야 한다”며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시 자신의 직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국회 측 최후진술 “朴대통령 파면해 국민승리 선언해달라”

    국회 측 최후진술 “朴대통령 파면해 국민승리 선언해달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국회 소추위원단은 “국민이 승리했음을 선언해 달라”고 최후 진술했다.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은 27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 대통령) 파면을 통해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승리했음을 선언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탄핵사유는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일련의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피청구인(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행위 위반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리를 거친 증거들에 의해 규명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 위원장은 탄핵 사유에 대한 박 대통령 대리인의 반론은 “본질적인 부분과 동떨어진 것이거나 현저히 부족한 것”이고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헌법과 법률 적정절차에 따라 결정된 것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넌센스2, 또 다른 도전의 서막

    넌센스2, 또 다른 도전의 서막

    “제 나이가 이제 오십이 다 되어 가는데 살면서 긴장할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2005년에 발표한 1집 타이틀곡 ‘아나까나’ 첫 무대 이후 이렇게 떨렸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 느낀 신선한 자극 덕분에 다시 신인으로 돌아간 마음입니다.”개그우먼 조혜련(47)이 데뷔 26년 만에 배우 박해미가 연출한 뮤지컬 ‘넌센스2’(3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섰다. 개성 강한 다섯 수녀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조혜련은 장난기 많고 쇼맨십 강한 수녀 ‘로버트 앤’을 연기한다. “다른 수녀들을 지켜 주는 의리 있는 보디가드 같은 수녀예요.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성격 덕분에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웃음으로 승화하는 모습이 저랑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그녀의 연기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연극 무대에 서기 위해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지만 이내 연극이 배고픈 예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가정 형편이 넉넉한 편이 아니었던 터라 그녀는 연극 대신 방송일을 택하게 됐다. 하지만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열정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데뷔 5년 뒤부터 드라마 ‘미스터Q’(1998년), ‘여자 만세’(2000년), ‘때려’(2003년) 등에서 조연으로 얼굴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무대에 대한 갈망도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연극 공연을 했을 때 무대 위에서 내가 아닌 누군가의 삶을 연기하면서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어요. 다른 배우들과 그리고 관객들과 나누는 특유의 호흡이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늘 가슴속에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죠.” 조혜련은 다이어트 비디오, 일본 방송 진출, 중국어 교재 출간, 앨범 발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도전해 왔다. 새로운 도전 속에서 탄탄한 내공을 쌓아 온 그녀지만 뮤지컬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단다. “드라마처럼 대본만 외우면 바로 연기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죠. 무대에 서 보니 생각 같지 않더라고요. 지난 한 달간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루에 9~10시간씩 노래·안무 연습에만 집중했죠.” 부지런히 자신만의 인생 지도를 그려 온 그녀의 다음 도전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일단 뮤지컬 무대에 섰으니 어설프지 않게 제대로 해낼 생각이에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중저음인 제 목소리의 특색을 살려 재즈풍의 노래를 꼭 부르고 싶어요. 지금부터 열심히 연습해서 준비된 뮤지컬 배우로 거듭나면 조만간 또 기회가 닿지 않을까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자메이카관광청, 한국어 웹사이트 오픈

    자메이카관광청, 한국어 웹사이트 오픈

    자메이카관광청이 공식 한국어 웹사이트(www.visitjamaica.com/kr/)를 열었다. 자메이카는 천혜의 자연과 독특한 문화를 자랑하는 중남미 카리브해의 섬나라다. 독특한 향미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블루마운틴 커피가 생산되고, 육상스타인 우사인 볼트와 레게 스타인 밥 말리의 모국이기도 하다. 한국어 웹사이트는 자메이카의 유명 해변, 바다가 보이는 골프 코스, 현지 요리 등 다채로운 정보를 담고 있다. 아울러 자메이카의 예술과 축제, 지역별 여행 가이드, 자메이카에서의 결혼식과 신혼여행, 비즈니스 회의 등에 관한 각종 정보도 제공한다. 자메이카 관광청의 폴 페니쿡 이사는 “자메이카는 늘 새로운 여행지를 갈망하고, 해외 여행지 선택에 있어 안목이 높은 한국 여행자들이 원하던 그 곳” 이라고 말하며, “이번 한국어 웹사이트 오픈을 시작으로 자메이카만의 매력을 한국 시장에 알릴 생각에 매우 설렌다” 라고 전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역적’ 이하늬 “가장 아껴둔 패” 요염 장녹수 본격 활약

    ‘역적’ 이하늬 “가장 아껴둔 패” 요염 장녹수 본격 활약

    요염한 입꼬리에 은근한 눈빛, MBC 월화특별기획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 연출 김진만 진창규, 제작 후너스엔터테인먼트)이 장녹수로 변신한 이하늬의 모습을 공개했다. 오늘(20일) 방송되는 7회에서는 조선 시대 기생 중 유일하게 후궁이 된 여인, 장녹수의 매력이 듬뿍 담긴다. 양반들의 괄시에도 기세를 꺾지 않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 예인의 모습은 물론, 기생이 될 수밖에 없었던 기구한 삶도 공개된다. ‘역적’ 속 장녹수는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열패감으로 능상(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업신여김) 척결을 잔악무도하게 휘둘렀던 연산(김지석 분)의 지배 아래서 인간으로 대우받길 갈망하는 인물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길동을 향한 연정을 억누르고 연산과 연을 맺은 장녹수를 통해 우매한 지도자의 백성은 당연한 것을 위해 스스로를 어디까지 몰아쳐야 했는지를 보여준다. 이하늬는 국악을 전공한 몇 안 되는 예인 출신 배우인 만큼 그가 그릴 녹수에 기대감이 쏠린다. 연기 생활을 하는 동안 꼭 해보고 싶은 캐릭터로 장녹수를 꼽았던 이하늬는 자신에게 쏠린 기대감을 정확히 알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열을 올리는 중이다. 출연을 확정 지은 후부터 창과 전통무용 수업을 다시 받았고, OST ‘길이 어데요’도 흔쾌히 가창, 한국적 느낌을 듬뿍 담아 드라마에 꼭 어울리는 음악을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내 전공이 전공인지라 기생 역할이 종종 들어왔지만 나에게 가장 소중한 패였기에 아껴왔다. 그 패를 ‘역적’에서 쓰게 된 만큼 뭐가 달라도 다른 장녹수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장녹수를 눈으로 보여주기에 앞서 OST로 귀를 먼저 사로잡은 행보부터 확실히 뭔가 다르다. 연출을 맡은 김진만 감독은 “장녹수 역의 이하늬는 국악을 전공한 몇 안 되는 예인 출신의 배우인데 배우 본인이 연기 생활을 하는 동안 꼭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장녹수라고 말했을 만큼 기대에 차 있다. 국악을 접목한 음악프로그램 ‘판스틸러’를 통해 보여준 매력을 유감없이 드라마에서 보여줄 것 같다. 여성 해방운동가로서의 면모를 실현하기 위해 권력자 옆에서 그 힘을 이용해 주체적 삶을 영위하려는 녹수를 그려보고자 한다”고 했다. 이하늬의 열정과 재능으로 뭔가 달라도 다르게 만들어질 장녹수는 오늘(20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역적’ 7회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돈을 탐해 위조한 게 아니다…천재 못지않게 나도 천재다

    돈을 탐해 위조한 게 아니다…천재 못지않게 나도 천재다

    위작의 기술/노아 차니 지음/오숙은 옮김/학고재/352쪽/2만 2000원“멈추어라! 그대 교활한 자들이여, 노력을 모르는 자들이여, 남의 두뇌를 날치기하는 자들이여! 감히 내 작품에 그 흉악한 손을 대려는 생각은 하지도 말지어다.” 미술품 위조꾼들을 겨냥한 이 선전포고가 등장한 건 500여년 전 유럽에서다. 주인공은 ‘독일 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 중세 말과 르네상스 전환기에 활약한 그의 판화는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들끓는 복제품, 모사품들에 시달려야 했다. 참다못한 뒤러는 위조꾼 라이몬디와 이를 찍어 판 달 예수스 출판사를 상대로 베네치아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최초의 미술품 지적재산권 소송 사건이었다. 하지만 “복제품이 나올 만큼 인정받았다는 데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판결은 뒤러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시대의 천재 화가가 베네치아를 떠난 이유였다. 이 ‘세기의 소송’에는 예술품 위조를 바라보는 복잡다단한 시각들이 얽혀 있다. 대표적인 게 미술품 위조범들의 주요 동기가 돈이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아니’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위조꾼들이 위대한 걸작을 베끼는 데는 경제적인 이유보다 다른 충동들이 우선한다. 천재의 걸작을 베끼면서 자신도 대등한 위치임을 과시하려는 ‘천재성’, 자신을 퇴짜 놓은 미술계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기 위한 ‘복수심’,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고 대중에게 인기까지 끌려는 ‘명성’에의 욕구 등이다. 르네상스 거장인 미켈란젤로도 고대 로마 석상을 모사하던 위조꾼으로 경력을 시작해 추기경까지 속였다. 천재성과 범죄성을 가르는 선이 얼마나 흐릿한지 보여 주는 사례다.‘위작의 기술’은 위조의 대가들이 벌인 대담한 모험과 불운에 대한 흥미진진한 스토리다. 저자는 위조꾼들이 어떤 동기와 방식으로 미술계를 속였는지, 어쩌다 덜미가 잡혔는지, 또 미술판의 속성이 어떻길래 이들이 쳐 놓은 덫에 덥석 걸려들었는지 등을 방대한 사례로 풀어놓는다. 영국 화가 에릭 헵번은 자신의 작품을 헐값에 사들여 수천 파운드에 판 런던 유명 갤러리 콜나기에 복수하기 위해 위조의 길로 들어섰다. 특히 거장들의 회화 밑그림으로 보일 만한 위작 드로잉이 그의 장기였다. 영국 박물관은 그의 그림을 반다이크의 진작으로 알고 사 가기도 했고 학자들의 반다이크 연구에 포함돼 미술사를 왜곡시켰다. 세기의 위조꾼은 1996년 로마에서 살해되며 끔찍한 종말을 맞았다. 영국 화가 톰 키팅은 미술품 복원가에서 위조꾼, 텔레비전 방송 명사로 위조가 발각된 이후에도 인생 역전에 성공한 드문 인물이다. 전문가들을 골탕 먹이려 17세기 회화에 20세기 물건을 그려 넣는 등 미묘한 단서를 위작에 집어넣어 온 그는 자신이 그린 위작 2000여점(화가 100여명)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화가들을 희생시켜 배를 불린 미술판에 저항하기 위해서”라며 위작 목록도 만들지 않았다. 위작이 기승을 부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대부터 1900년까지 작품의 진위와 작가를 판별하는 데 국제적인 기준 없이 전문가와 감정가에 의존해 온 미술계의 오랜 관행도 있다. 사라진 걸작을 갈망하는 미술계의 탐욕이 ‘위작의 성공’을 부추기기도 한다. 진작 확인에 기득권을 쥐고 있는 수집가, 학계, 기관 등은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고의적으로 오류를 불러오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장 폴 게티 미술관이 대표적인 예다. 게티 미술관은 빠른 시간에 소장품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꼼꼼한 검증 없이 작품을 대거 사들여 위작 논란에 수차례 휘말렸다. 1993년 게티 미술관의 유럽 드로잉 큐레이터로 발령을 앞둔 니컬러스 터너는 라파엘로의 ‘티비아를 든 여인’ 등 옛 거장들의 드로잉을 살피다 위작 여섯 점을 찾아냈다. 지금까지 에릭 헵번의 위작으로 의심받고 있다. 게티 미술관은 위작 검증을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실수를 인정하면 미술관이 무지해 헛돈을 썼다는 불명예를 얻게 되니 차라리 진실을 봉인한 것이다. 미술품 위작은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도 아니고 소유주와 일부 기관에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중범죄’로 인식되는 경우가 드물다. 더구나 대중은 위조꾼들을 부자들을 보기 좋게 골려 준 ‘로빈 후드’로 떠받드는 이상심리도 보인다. 하지만 한번 위작으로 오염된 미술사는 되돌리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미술계에서 위작을 진작으로 판정하는 건 과거를 왜곡하는 중대한 죄악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20세기 들어 과학수사, 작품에 대한 기록 출처 조사가 발달하면서 위작이 진작 행세를 하기는 힘들어졌다. 그러나 ‘함정’은 여전하다. 위조꾼들은 자신이 만든 위작이 어떤 검사를 받을지쯤은 이미 알고 있다. 따라서 목적에 맞게 연대와 증거를 조작하는 등 과학 검증을 무력화할 방법을 언제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에 저자는 두 가지 대안이 절실하다고 제안한다. 첫째는 경매 회사, 갤러리, 중개상 등 전문기관이나 전문가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작품의 판매와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 출처조사원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이 악문 장하나 “가자, 메이저 우승”

    이 악문 장하나 “가자, 메이저 우승”

    어느덧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3년차를 맞은 장하나(25·비씨카드)가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2017 첫발을 내디딘다.장하나는 16일부터 호주 로열 애들레이드 골프장(파73)에서 나흘 동안 열리는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 나서 새해 데뷔전을 갖는다. 장하나는 지난해 시즌 초 싱가포르에서 예기치 않던 ‘흉사’에 시달렸다. 몸이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해 한 달 넘게 투어를 쉬었다. 그토록 갈망하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도 접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승수인 3승을 올렸다. 이제 혹독한 1년을 꿋꿋하게 이겨 낸 장하나에게 부활이니, 재기니 하는 말은 더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장하나는 긴 겨울 무더운 베트남에서 40일 동안 전지훈련을 가뿐하게 소화했다. 옛 스승 김종필 코치가 차린 동계훈련 캠프에 합류해 쇼트 게임 위주로 맹훈련을 치렀다. 그는 올해 목표를 딱히 몇 차례 이상 우승이라고 매기진 않았다. 대신 눈길은 메이저대회에 꽂혔다. 최정상급 선수로 인정받으려면 메이저 타이틀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하나는 올해부터 2년 동안 2차례 이상 메이저대회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이번 호주오픈에서 발판을 단단히 다지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장하나는 지난 10일 일찌감치 애들레이드로 건너갔다. 장하나는 지난해 4위, 2015년 7위 등 호주여자오픈에서 늘 상위권 성적을 거뒀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데스크 시각] 자유의 여신상과 에마 래저러스/이제훈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자유의 여신상과 에마 래저러스/이제훈 국제부 차장

    미국 뉴욕항에 있는 리버티섬에는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프랑스가 기증한 자유의 여신상이 우뚝 서 있다. 무게 225t에 높이만도 46m나 되는 거대한 동상은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자유를 찾아 고국을 떠난 이민자에게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물이다. 자유의 여신상 오른손에 들고 있는 횃불은 자유의 빛을 상징하고 왼손에 있는 책자는 독립선언서로 독립일인 1776년 7월 4일이 새겨져 있다. 여기에 왕관에 달린 7개의 가시는 북극해와 남극해,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 등 전 세계 바다와 대륙을 의미한다. 여신상의 몸을 감싸고 있는 옷은 민주주의를 실행했던 로마 공화국풍의 의상이며 여신상이 밟고 있는 쇠사슬은 노예제도 폐지를 상징한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사람이 자유의 여신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거대한 모습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가족과 형제를 잃은 사람과 가난과 독재 정권에서 고통받은 사람, 절망 속에서 살았던 사람에게 자유의 여신상은 자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상징물이다. 그런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섬 바로 앞에는 온통 바위로 이뤄진 엘리스섬이 있다. 1892년 1월부터 1954년 11월까지 미국으로 들어가려는 이민자가 반드시 거쳐야 했던 이민국이 있던 곳이다. 초기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출신 이민자가 많았다면 이후 중국과 중동,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가 이곳을 거쳐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엘리스섬 이민국의 심사가 어찌나 까다로운지 많은 유색인종이 이곳에서 미국에 입국하지 못하고 되돌아갔다는 얘기도 전한다. 그런데 이런 과거의 슬픈 역사가 현실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만에 리비아와 소말리아, 수단 등 7개국 출신의 미국 입국을 막는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부터다. 합법적인 비자를 갖고 있더라도 입국을 금지한 행정명령에 워싱턴주 등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문제는 법정 다툼으로 비화됐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법무차관을 해임했지만 시애틀연방지법과 제9 연방항소법원은 모두 워싱턴주 등의 손을 들어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연방대법원까지 끌고 가는 한편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동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4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금발의 한 남성이 한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자유의 여신상 머리를, 다른 한 손에는 피 묻은 칼을 든 모습을 표지 그래픽으로 사용했다. 제작자인 쿠바계 미국인 예술가 에델 로드리게스는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 역사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신성한 상징의 참수는 민주주의의 참수”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자유의 여신상을 떠받치는 기단에는 미국 작가 에마 래저러스의 소네트(시) ‘새로운 거상’이 새겨져 있다. 소네트에는 “자유롭게 숨쉬길 갈망하는/너의 지치고 가난한 무리를 내게 보내다오/네 풍요로운 해안의 가엾은 찌꺼기를/집 없고 세파에 시달린 이를 내게 보내다오/내 황금의 문 옆으로 등불을 들어 올리리니”라는 구절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할아버지인 프리드리히 드룸프(Friedrich Drumpf)가 1885년 독일에서 미국으로 입국하면서 자유의 여신상과 이민국을 바라보며 느꼈을지 모르는 감정을 트럼프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이해했으면 좋겠다. parti98@seoul.co.kr
  • 대선 때마다 북풍 영향권…위력 줄어 미풍 그칠 수도

    대선 때마다 북풍 영향권…위력 줄어 미풍 그칠 수도

    대선주자 대북정책 관심 쏠려 보수 유권자 결집 계기로 작용북한이 지난 12일 기습적으로 동해를 향해 미사일 도발을 하면서 이번 대선도 북풍(北風)의 영향권에 놓일지 관심이 쏠린다. 과거보다는 북풍의 위력이 많이 약화했지만, 어느 정도의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변화가 예상되는 지점은 통일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정치권의 의제 설정이다.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유권자의 선호가 커지면서 불확실성과 유동성이 증대한 동북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중도 실용적인 대북 정책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 주자들의 대북 정책과 위기관리 능력을 가늠해 보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투표 심리가 달라질 수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의제 설정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비중이 커지고 개혁의 급진성은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야당이 13일 강력 대응 기조를 밝힌 것도 ‘종북 프레임’을 탈피해 안보불안증을 해소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아직도 이런 방식이 먹힐 것으로 판단해 트럼프 취임 초기에 도발 정책을 쓴 것은 유치하고 한심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며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다. 크든 작든 북한 문제는 유권자들의 안보의식을 어느 정도 자극하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일단 보수 진영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 문제가 지속적으로 부각되면 중도층 일부가 보수로 이동하고, 보수 유권자가 더 결집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선 정국을 바꿀 ‘변수’가 될 만큼 북풍의 파괴력이 과거처럼 강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트럼프 행정부와 거래하기 위한 카드 성격이 강한 데다 대선까지 아직 시간이 많아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줄 만큼 프레임이 안보 이슈로 완전히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과거만 해도 북풍은 총선과 대선 등 주요 선거에 메가톤급 변수를 몰고 왔다. 1996년 15대 총선 직전에는 북한이 비무장지대에서 사흘 연속 무장시위를 벌여 수도권에서 당시 야당인 국민회의의 우세가 순식간에 뒤집히기도 했다. 2012년 연달아 실시됐던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앞두고도 북한은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와 ‘은하 3호’를 연달아 발사해 안보 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최근엔 국민의 대북 피로감이 쌓이며 관심도 시들해졌다. 나아가 북풍이 오히려 선거에서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2010년 천안함 사건이란 대형 안보 이슈 속에 치러진 6·2 지방선거만 해도 ‘북풍=보수에 유리’란 공식을 깨고 야당이 승리했다. 최 교수는 “미사일 발사의 역작용으로 평화에 대한 갈망이 커져 극단적 강경 대북 정책을 제어하려는 여론이 확산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당신은 ‘도박 중독자’가 아니라 ‘피해자’입니다

    [메디컬 인사이드] 당신은 ‘도박 중독자’가 아니라 ‘피해자’입니다

    문제성 도박자, 성인의 1.3% ‘49만명’참아도 한계는 90일…의지 부족 아냐복귀 의지 북돋우고 대안 취미 모색을우리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들은 대부분 소액을 걸고 큰 부담 없이 잠깐 동안의 쾌감을 위해 도박을 합니다. 그렇지만 병적 단계에 들어서면 일상생활을 제대로 이어 갈 수 없게 되거나 타인에게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바로 ‘도박 중독’입니다. 지난해 한국갤럽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의뢰로 작성한 ‘2016년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가운데 5.1%가 도박 중독 유병자로 추정됐습니다. 197만명입니다. 이 가운데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는 ‘문제성 도박자’는 1.3%, 49만명 정도로 분석됐습니다. 적지 않은 규모입니다. 도박 중독을 치료하기 어려운 이유는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오해가 많기 때문입니다. ‘병원 가라’고 압박한다고 환자들이 정말 병원을 찾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계속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12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도박 중독과 치료 과정을 좀더 자세히 알아봤습니다.●도박 중독, 의지의 문제 아냐 도박 중독을 습관이나 의지의 문제로 여기는 분들이 많지만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은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중독과 같은 ‘뇌 기능장애’로 분류합니다. 도박을 하면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빠르게 분비되고, 이 물질이 떨어지면 다시 뇌는 신호를 보냅니다. 손실이 커지면 만회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추격 매수’를 하게 되고 내성과 금단증상, 통제력 상실로 이어집니다. 장기간 이어지면 전두엽을 포함한 주요 뇌 조직의 변화로 연결됩니다. 일반적으로 10~15년의 오랜 기간 동안 만성화되는 과정을 거치지만 1~2년 만에 병적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사춘기, 여성은 중년 때부터 단계가 시작됩니다. 뇌공학 박사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이재원 이지브레인 원장은 “뇌기능 이상이 오래 지속되면 뇌 조직이 조금씩 퇴화되고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특히 도박은 전두엽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부위이기 때문에 전두엽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전두엽은 나이가 어릴수록 중독에 더 취약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지만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이고 엄청난 빚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환자가 병원을 찾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수억원의 빚을 지고도 자신은 중독자는 아니라고 우기기도 하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칩니다. 거짓말은 어느새 생활습관처럼 굳어지기 마련입니다.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굳게 마음먹으면 일정 기간 끊을 수 있지만 불행히도 이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그래서 우리는 도박 중독을 ‘90일병’이라고 부른다. 한계가 오는 데 90일 정도 걸린다는 의미”라고 지적했습니다. 도박 중독자의 유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자극을 추구하는 사람이 흔하지만, 현실을 도피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자극추구형은 젊은 남성, 현실도피형은 중년 여성이 많습니다. 신 교수는 “딱히 취미도 없고 세상 사는 재미를 잘 모르는 사람인데 우울하고 불안한 기분을 잊기 위해 도박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중독에는 단계가 있다고 합니다. 이 원장에 따르면 1단계는 기쁨과 재미를 느끼는 단계로,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2단계는 행복하지는 않지만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단계, 3단계는 스스로 조절 불가능한 수준이며 병원을 직접 찾는 확률이 높아지는 단계입니다. 이 원장은 “가족과의 불화가 커지는 2단계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강요하면 환자 취급 받는 것이 싫어서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병을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인생에서 값진 경험을 했으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복귀 의지를 북돋는 것이 훨씬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도박 치료는 ‘가족 교육’과 동시에 진행합니다. 환자의 의지가 약해서,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닌 ‘피해자’라는 개념을 교육합니다. 아울러 도박 중독은 만성질환처럼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는 점을 환자와 가족이 모두 깊이 이해하게 합니다.●도박 앞에 무력함을 인정해야 치료는 도박에 대한 갈망을 줄이는 약물치료와 상담, 도박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인지행동치료’가 핵심입니다. 신 교수는 “도박 중독자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기술로 도박 확률을 조절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며 “돈을 잃으면 운이 나쁘거나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고, 과거의 승리만을 기억해 발걸음이 늘 도박장으로 향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런 잘못된 생각과 믿음을 인지행동치료로 체계적으로 교정해 충동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생활 속에서의 치료도 중요합니다. ‘나는 도박 앞에 무력함을 시인한다’는 문구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도박을 2년간 끊은 사업주 A씨는 늘 지갑에 1000원만 넣고 다녔습니다. 지인이 차비를 빌려 달라고 하자 부끄러운 내색 없이 빈 지갑을 보여 주곤 “1만원만 있어도 도박장을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신 교수는 이것을 ‘36계 전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가족이 이것을 도와야 합니다. 신 교수는 “병원에 거부감이 있다면 먼저 단도박 모임(www.dandobak.co.kr)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도 좋다”고 했습니다. 대안 활동도 필요합니다. 이 원장은 “자꾸 주변에서 도박을 하지 말라고만 하면 유혹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된다”고 했습니다. 패스트푸드 가게가 문을 닫으면 먹고 싶은 갈망이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 원장은 “도박을 줄이려고 노력하기보다 재미를 얻을 수 있는 대안 활동을 더 찾아서 늘리는 게 좋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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