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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관직 물러난 한동훈 “나침반 갖고 끝까지 계속 가보겠다”

    장관직 물러난 한동훈 “나침반 갖고 끝까지 계속 가보겠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서민·약자 편에서 나라의 미래를 대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날 국민의힘이 그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식 추대하면서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는 “저는 잘하고 싶었다. 동료 시민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하고 싶었다”면서 “제가 한 일 중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은 그건 저의 의지와 책임감이 부족하거나 타협해서가 아니라 저의 능력이 부족해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검사 일을 마치면서도 같은 말을 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앞으로 제가 뭘 하든 그 일을 마칠 때 제가 똑같이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가 한 일 중 국민들께서 좋아하시고 공감해주시는 일들은 모두 여기 그리고 전국에 계신 동료 공직자들의 공이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과 함께 사랑하는 법무부 동료 공직자들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추울 때도 더울 때도 고생하신 청사 여사님들과 방호관님들께도 고맙다. 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동료 시민들께 고맙다”며 “고백하건대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행운을 빈다”고 덧붙였다. 이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국민의 상식과 국민의 생각이라는 나침반을 갖고 앞장서려 한다”며 “그 나침반만으로는 길 곳곳에 있을 사막이나 골짜기를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지지해 주시는 의견 못지않게 비판해주시는 다양한 의견도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끝까지 계속 가보겠다”고 말했다.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 장관의 사의를 수용해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대위원장직을 요청받은 상황에서 국무위원으로서 직을 더 유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사의를 수용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게끔 절차를 잘 지켜가며 빈틈없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변화와 쇄신, 미래를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고 당 혁신을 넘어 국회 개혁 등 정치 문화 개혁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 장관이 이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와 검찰 내부에서는 정권이 바뀌지 않은 이상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미 한 장관 취임 이후 제도적으로 변화 가능한 부분은 대부분 바뀐 만큼 정권이 바뀌지 않는 이상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은 발표하지 않았다. 당분간은 이노공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될 방침이다.
  • 윤재옥 “한동훈, 정치 바꿀 가장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

    윤재옥 “한동훈, 정치 바꿀 가장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지명했다. 윤 권한대행은 21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기현 대표 사퇴 이후 최대한 빨리 당을 정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당내) 의견을 종합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윤 권한대행은 “지금 국민의힘을 이끌 비대위원장은 국민 민생과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내년 총선을 이끌 막중한 책임이 있다”면서 “변화와 쇄신, 미래를 갈망하는 국민 기대에 부합하고, 당 혁신을 넘어 국회 개혁 등 정치문화 개혁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정관계에 있어서 신뢰를 기반으로 더욱더 소통에 질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하고, 청년층·중도층의 공감대를 이끌고 보수층도 재결집해야 한다”면서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가장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으로 국민의힘과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꿔 갈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 권한대행은 “한 장관은 차기 지도자 여론조사에서 당내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젊은 세대와 중도층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며 “당원과 보수층의 총선 승리에 대한 절박함과 결속력을 끌어넣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대표 권한대행은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요청 수락과 관련해 “전체적인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된 당 입장을 전달했고 한 장관이 공감하고 수락했다”고 밝혔다.윤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한 장관을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다. 이를 수락한 한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임식을 통해 법무부 장관직에서 공식 사퇴할 예정이다. 윤 권한대행은 지난 13일 김기현 전 대표 사퇴 이후 중진연석회의와 의원총회,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이어 20일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잇달아 열고 당내 의견을 수렴해왔다. 앞서 한 장관은 지난 19일 비대위원장으로서 정치 경험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취지의 기자들의 질문에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며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야당의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 비판에 대해서도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전국위원회 소집 공고를 낸 뒤 오는 25일 전후로 전국위를 개최할 전망이다. 한 장관이 최고위와 전국위 추인을 거치면 다음 주 비대위원장에 공식 선임된다.
  • 송혜교·엄정화에 놀란 BBC…“30살 여배우는 주연 못했던 韓, 달라졌다”

    송혜교·엄정화에 놀란 BBC…“30살 여배우는 주연 못했던 韓, 달라졌다”

    한국 드라마 속 여성 주인공이 사랑에 기대는 신데렐라 캐릭터에서 벗어나 복수·성공·초능력 등의 강렬한 서사를 가진 독창적인 인물로 변모하고 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관련 보도에서 “현재 많은 K드라마(한국 드라마)에는 사회와 미디어 관행의 중대한 변화를 반영하는 복잡하고 강력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BBC는 “K드라마에서 여성의 역할이 항상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다”면서 지난 2009년 방영된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 캐릭터를 예로 들었다. 꽃보다남자는 버릇없는 재벌 상속자와 용감한 서민 소녀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내용을 담은 일본 만화 원작 드라마로 당시 34.8%(TNS미디어코리아, 전국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매체는 K드라마 속 변화된 여성 캐릭터의 대표적인 예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와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꼽았다. BBC는 “올해 최고의 히트작 중 하나인 ‘더 글로리’는 괴롭힘에 맞서 복수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고, 역시 큰 인기를 끌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자폐증이 있는 여성 변호사가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또 매체는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을 언급하며 “요즘 K드라마에서는 폭력을 행사하는 여성도 나온다”고 밝혔다. ‘마이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경찰에 잠입한 딸의 복수를 다룬 드라마로, 여주인공의 강도 높은 액션과 정사 장면도 등장한다. 지난 6월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도 언급됐다. 20년 넘게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가정주부가 의사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과정을 그린 ‘닥터 차정숙’의 주연 엄정화 배우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드라마 속 여성의 역할이 크게 달라졌다는 취지로 말했다. 엄정화는 “(데뷔 당시에는) 30세가 되면 주연을 맡을 수 없었고 35세가 넘으면 어머니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말 재능있고 아름다운 여성이라도 나이 때문에 화면에서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정숙은 ‘엄마로서 몫을 다 했다’고 말하면서 꿈을 찾아가는데, 그의 여정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라고 전했다. 다수의 드라마에서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개척하고, 한국 드라마 최초로 여성 히어로물을 그린 JTBC 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2017)을 집필한 백미경 작가는 BBC 인터뷰에서 “내 드라마 이후로 여성 캐릭터는 더 적극적이고 힘이 넘치며 멋지고 독립적으로 변했지만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판도를 바꾸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의 변화를 두고 BBC는 “경제 발전에 따른 여성의 지위 변화, 향상된 교육 수준, 사회적 성공의 갈망, 자금력이 풍부한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들의 투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 ‘컬러에도 트렌드가 있다’ … 2024 올해의 컬러 ‘피치 퍼즈’ [노승완의 공간짓기]

    ‘컬러에도 트렌드가 있다’ … 2024 올해의 컬러 ‘피치 퍼즈’ [노승완의 공간짓기]

     2006년 상영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패션지 편집장 비서 앤디(앤 해서웨이)가 미란다(메릴 스트립)와 동료가 비슷한 색의 벨트를 들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다가 피식 웃는다.미란다: 무슨 재밌는 일이라도? 앤디: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저한테는 그냥 그저 똑같은 벨트로 보이는데요. 아시다시피, 전 아직 ‘이런 일’ 배우는 중이니까요. 미란다: 이런일이라..그래, 넌 ‘이런 일’이 너랑은 아무 상관없겠지. 하지만 넌 그 스웨터가 단순한 파란색이 아니란 걸 모르는구나. 그건 터키옥색도 아니고 군청색도 아니고 셀룰리안 블루야. 또 당연히 모르겠지만, 2002년에 오스카 드 라 렌타가 셀룰리안 컬러 가운을 발표했었지. 그 후에 아마 입생로랑이 밀리터리 재킷을 선보였었지? 그리고 다른 여덟명의 디자이너 컬렉션에 빠르게 번졌지.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으로 우리가 단순하게 여기는 색채가 패션 뿐 아니라 여러 산업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며, 나아가 디자이너로서 갖추어야 할 태도와 열정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올해의 컬러(Color of the Year)  팬톤(Pantone)은 인쇄회사 직원이던 로렌스 허버트(Lawrence Herbert)가 인수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색채 전문 기업이다. ‘팬톤 매칭 시스템'을 통해 다른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색을 공유할 일종의 ‘언어’를 만들었다. 즉, 팬톤 고유번호 하나면 세계 어디서든 일관된 색상으로 인쇄가 가능하게 된 것이며,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는 힘을 얻게된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패션, 뷰티, 리빙, 예술, 정치, 사회적 이슈 등을 배경으로 올해의 컬러를 발표해 오고 있다. 올해의 컬러에는 시대정신(zeitgeist)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며, 특히 2021년의 컬러는 코비드19 팬더믹으로 부터 치유받기 위한 회복과 희망, 긍정의 메시지를 담아 옐로우(Yellow)와 그레이(Gray) 두가지를 선정했다.2024년 올해의 컬러는 복숭아 색조인 ‘피치 퍼즈’(Peach Fuzz)“생산성과 외적 성취를 강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내면의 자아를 육성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현대 생활의 번잡함 속에서 휴식, 창의성 및 인간 관계의 순간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2024년 팬톤 올해의 컬러로 선정한 컬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욕구와 우리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만끽할 때 얻는 기쁨을 표현해야 했습니다. 따뜻하고 환영하는 포옹이 연민과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색상이어야 했습니다. 팬톤은 ‘피치 퍼즈’ 색상이 포근한 촉감과 따뜻함의 존재로 우리의 감각을 깨우는 복숭아 색조로서, 벨벳처럼 부드러운 복숭아 톤으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정신이 마음, 몸, 영혼을 풍요롭게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팬톤 컬러 인스티튜트의 전무이사인 리트리스 아이즈먼은 올해의 컬러 선정 배경에 대해 친밀감과 교감에 대한 우리의 타고난 갈망을 반영하는 색조를 찾기 위해 따뜻함과 현대적인 우아함으로 빛나는 색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올해의 컬러는 왜 선정하고 어떠한 영향력이 있는가? 색상은 어떤 사물을 볼 때 우리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팬톤은 이 시각적 언어를 중요한 소통 매체로 보고 성별, 세대, 지역을 초월하여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여긴다. 따라서 글로벌 사회, 문화, 경제, 예술, 나아가 최근에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아울러 이 시대를 대변하는 컬러를 제안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자신의 분위기와 태도를 표현하는 색상,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것을 반영하는 색상,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색상 등을 제안한다. 기업의 경우, 소비자가 무언가를 구매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색상이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하며 디자인과 마케팅의 의사결정 시 참고의 지표를 제시한다. 실제로 팬톤은 시즌별로 열리는 전세계 패션위크의 컬러 트렌드 리포트를 제시하며 업계와 협업하는 등 컬러 트렌드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올해의 컬러는 누가 어떻게 선정하는가? 팬톤 컬러 인스티튜트에는 글로벌 컬러 전문가 팀이 있으며 매년 새로운 컬러 영향력을 찾기 위해 전 세계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및 영화, 여행, 미술 및 아티스트, 패션, 디자인, 여행, 라이프스타일, 사회 경제적 조건 등을 고려하여 선정한다. 특정 시기에 한 번 모여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리적, 문화적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팀원들이 디자인에 대한 전문지식을 지속적으로 논의하여 결정한다. 올해의 컬러 활용방안 팬톤은 매년 소비재, 기술, 패션, 홈 인테리어 분야의 크리에이티브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이 문화적 시대정신을 담아 마케팅 영역과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해마다 올해의 컬러를 발표하면서 각 산업군의 대표 활용사례를 제안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배색 방법과 패션, 인테리어, 뷰티 업계 등 다방면의 활용 예시 또한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마트 진열대에서 제품을 고를 때, 옷을 고를 때, 자동차 색상을 정할 때, DIY를 하며 도배지를 결정할 때 색상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좁게는 나와 잘 어울리는 퍼스널 컬러가 있기 때문이고 넓게는 색상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나 톤이 결정되기도 하며, 내 기분까지도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남들에게 보여지는 나만의 이미지 또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색상 선택의 어려움에 놓였을 때 올해의 컬러를 참고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건축, 인테리어 등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고 제작과정이 길며 변경이 쉽지 않은 산업의 경우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추기 어렵기는 하지만 그 시대를 아우르는 분위기와 문화를 대변하는 색상은 충분히 고려할 이유가 있다. 공간 안에서 조화롭게 변화를 주기 위해 의자, 쿠션, 화병, 포인트 벽지, 침구류, 소규모 가구 등 소품류 위주로 올해의 컬러를 적용하면 센스있는 인테리어를 가꿀 수 있다. 앞으로 올해의 컬러에 관심을 갖고 내 생활에 반영해보며 좀더 아름답고 풍요로운 2024년이 되기를 바란다.
  • 도시를 바꾼 곡선, 인간 삶까지 바꾸다[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도시를 바꾼 곡선, 인간 삶까지 바꾸다[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인간은 건물을 만들어 내지만, 그 이후에는 건물이 인간을 만든다.” 윈스턴 처칠의 명언이다. 과연 그렇다. 건물을 짓는 것은 인간이지만 그 건물에 영향받고, 동선을 바꾸고, 공간의 분위기에 길드는 것도 인간이다. 작게는 방이나 부엌, 서재, 집에서부터 크게는 학교, 병원, 카페, 식당, 도서관,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는 건물들에 얽힌 기억 하나하나가 ‘나’를 만들어 왔다.좁은 원룸에 살 때의 나는 끊임없이 ‘탈출’을 생각하는 외로운 청년이었고, 학교에 다닐 때는 ‘공부’ 외의 다른 목표를 생각하기 어려웠으며, ‘언제든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삶’을 꿈꾸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느낌이다. 당신은 어떤 곳에 있을 때 가장 빛나는가. 당신이 지닌 잠재력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장소는 어디인가. 당신은 어느 장소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미래의 살 집을 보러 다니기도 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하며, 평생 마음 둘 곳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개인에게 딱 맞는 장소를 찾는 일도 어려운데 수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생활하는 거대한 건물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어떨까. 한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수천, 수만명을 위한 공간을 기획하고 창조하는 사람이 바로 건축가다. 때로는 건축가 한 사람이 도시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잿빛 공업도시 스페인 빌바오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야말로 그런 사람이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생기기 전 빌바오는 철강산업으로 유명했지만 관광객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부족했다. 관광지가 되려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매력적인 장소가 필요한데, 빌바오에는 특색 있는 장소가 별로 없었던 탓이다. 게리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하면서 기존의 미술관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여 찬사를 받았다.구겐하임 미술관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는 왜 그토록 네모반듯한 건물들 속에서 평생 살아왔는가’ 하고 한탄하게 된다. 과감한 곡선만으로 이토록 아름다운 건물을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탄을 자아낸다. 중력의 법칙에서 자유로운 듯한 매끄럽고 활기찬 곡선들은 인간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 수 있는지 보여 주는 것 같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각도에 따라 꽃이 피어나는 거대한 꽃밭 같기도 하고, 물속을 헤엄치는 거대한 고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무거운 재료들로 이렇게 가벼운 곡선의 느낌을 살려 낼 수 있다니. 유리, 티타늄,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이 독특한 미술관은 건물 바로 앞 거리보다 네르비온강 쪽에서 바라보면 훨씬 아름답게 보인다. 분명 고체로 만들었는데 액체로 만들어진 것 같은 이 변화무쌍한 건물은 재즈처럼 즉흥적으로 연주되는 자유분방한 음악을 닮았다. 게리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건축은 시간과 장소에 대해 말해야 하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것을 갈망해야 한다고. 구겐하임 미술관은 과연 시대를 뛰어넘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고 공간의 예술이자 시간의 예술이기도 한 건축이 나아갈 방향성을 보여 줬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1997년 처음으로 공개됐을 때 그 경이로운 규모와 과감한 설계는 즉각 선풍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생기기 전인 1995년 연간 2만 5000명에 불과하던 관광객은 2018년 무려 93만 200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구겐하임 미술관 설립 당시 미국 잡지 ‘뉴요커’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20세기의 걸작’이라 예찬했고, 전설적인 건축가 필립 존슨은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건축’이라고 호평했다. 빌바오는 일약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하면서 관광 인구뿐 아니라 도시 인구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제 ‘빌바오’ 하면 저절로 ‘구겐하임 미술관’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미술관은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비평가 캘빈 톰킨스는 ‘뉴요커’에서 구겐하임 미술관을 일컬어 “티타늄 망토를 두른 물결 모양의 환상적인 꿈의 배”라고 묘사했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눈부시게 반사되는 패널이 정말 물고기 비늘처럼 보인다. 처칠의 명언처럼 우리는 장소의 영향을 받는다. 층고가 높고 여백이 많은 공간에 가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좁고 더러운 공간에 가면 의욕과 열정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한때 건축이 너무 눈에 띄고 거대해 정작 안에 있는 작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과감하고 풍요로운 전시 기획이 넘쳐나 오히려 다른 미술관에서 쉽게 시도할 수 없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루이즈 부르주아의 ‘마망’, 제프 쿤스의 ‘퍼피’와 ‘튤립’, 리처드 세라의 ‘시간의 문제’ 등 구겐하임 미술관의 영구 소장 작품들은 이제 미술관뿐 아니라 빌바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특히 ‘시간의 문제’는 거대한 철강 구조물로 빌바오의 정체성, 즉 철강산업의 중심지라는 지역적 특징을 과감하게 드러내면서 예술적인 아름다움도 유감없이 펼친다. ‘시간의 문제’ 속으로 들어가 걸어 보면 설치미술 작품이 또 하나의 새로운 건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시간의 터널로 들어서서 도시의 역사를 더듬어 보는 느낌도 들어 그 자체가 감미로운 타임머신 같다. 보통 미술관에 가면 작품 가까이 가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어 작품을 자세히 감상하려고 조금만 다가가도 ‘삑’ 소리가 나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 구겐하임 미술관은 넓다 못해 광활한 느낌을 주는 장소이기에 그런 민망한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의 문제’처럼 그 속을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고 규모가 큰 작품이 많아 웬만하면 거리를 두고 봐야 작품의 전모가 드러난다. 거대한 거미를 형상화한 ‘마망’ 앞에 서면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이고, 우리는 거미 왕국에 초대된 릴리퍼트 왕국 사람(‘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소인국 사람들)으로 변신한 것처럼 앙증맞은 존재가 된다. 부르주아는 왜 거대한 거미에게 ‘엄마’(마망)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부르주아는 이렇게 말한다. 이 거미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찬가라고. 어머니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거미가 거미줄을 자아내듯 어머니는 쉼 없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부지런하고 총명한 존재였다. 질병을 퍼뜨리는 모기를 잡아먹는 거미처럼 어머니는 자식들을 세상의 숱한 위협으로부터 구해 주는 사람, 끊임없이 자식들을 걱정하고 보살펴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부르주아의 거미가 친근하고 푸근해 보이는 까닭은 ‘마망’이라는 제목에 담긴 따스한 모성의 추억 때문이다. 드넓은 구겐하임 미술관을 천천히 관람하다 보면 미술관은 단지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아름답고 풍요로운 산책의 공간처럼 다가온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관람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 ‘사람이 많아 작품을 감상할 수 없다’는 생각(흔히 오르세 미술관이나 우피치 미술관처럼 늘 인파로 북적이는 장소에 가면 느끼는 안타까움)이 끼어들 틈이 없다.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적이고 조화로우며 생동감 넘치는 건축물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가시적인 신호다.” 작품을 넘어 건축이라는 또 하나의 예술을 관람하면서 우리는 이토록 호방하고 기백 넘치는 공간을 통해 사유의 반경이 넓어지는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된다. 빌바오의 운명을 바꾼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도시의 운명을 바꾸는 눈부신 건축들이 우리 일상 곳곳에서 발견됐으면 좋겠다. 사람을 노동하고 거주하게 하는 기능적인 건축을 넘어 사람을 살리는 건축, 사람과 자연을 눈부시게 이어 주는 건축을 꿈꿔 본다. 사람을 돌보고,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감성을 풍요롭게 만드는 예술적인 건축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지친 도시인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를. 문학평론가·작가
  • 보이지 않는 너머… 우리가 아는 세상은 진실할까

    보이지 않는 너머… 우리가 아는 세상은 진실할까

    관성에 젖으면 그때 사는 세상이 삶의 전부가 된다. 그것이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더라도 희망과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그걸 당연하다고, 그게 행복하다고 여기게 된다. 특정한 테두리 안에서 안주한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보면 행복이지만 또 어떤 의미에서는 지극한 불행이기도 하다. 지난 26일 막을 내린 창작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에 등장하는 맹인 학생들이 그랬다. 원작은 스페인 극작가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1916~2000)의 연극으로 이번에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뮤지컬로 제작했다. 작품이 시작하자 선글라스를 쓰고 어딘가 어색하게 행동하는 학생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정체는 돈 파블로 맹인학교의 학생들. 누군가의 배려와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이지만 시각장애가 살아가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는 듯 행동과 말투에 담긴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어느 날 학교에 이그나시오라는 편입생이 등장한다. 이그나시오는 기존 학생들이 버렸던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가지고 나타난다. 지팡이 소리는 자신들이 완벽한 행복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학생들의 세계관에 균열을 낸다.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부족함 없이 살던 학생들은 왜 자신들의 행복을 깨느냐고 따지지만 이그나시오는 끝까지 자신이 맹인이고 불행하다는 현실을, 빛을 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작품은 돈 파블로 맹인 학교의 목표인 ‘철의 정신’을 대표하는 모범생 까를로스와 이그나시오가 대립하는 이야기로 흘러간다. 단순한 대결 구도지만 이면에는 복잡한 이야기와 정서가 녹아 있다. 학생들은 점차 이그나시오에게 마음이 끌리고 신념을 바꿔가지만 기존의 세계관을 지키던 까를로스의 완강함도 만만치 않다. 친구들 사이에 벌어지는 첨예한 갈등에 긴장감도 고조된다.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는 작은 학교의 이야기지만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바예호는 여러 작품에서 장애라는 소재를 통해 사회에서 겪는 부조리함과 불평등함 등을 나타냈다. 이 작품 역시 누군가의 사상 주입에 의해 길들여진 학생들의 모습이 권력에 의해 잘 통제된 사회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사실은 문제투성이임에도 그게 옳은 거라고 강요하는 세상이 얼마나 부조리하고 폭력적인지를 새삼 일깨우는 작품이다. 갈등으로 치닫던 이야기는 이그나시오의 죽음으로 끝나는 파국적 결말로 치닫는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많은 선지자가 그러했듯 그의 죽음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그나시오를 미워하고 대립하던 까를로스 역시 마지막엔 빛을 갈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야기를 통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강요된 가짜 행복에 길들여져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는 무게감 있는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특히 돋보였다. 작은 떨림까지 세밀하게 표현해나가면서 작품 속 시각장애인들이 겪었을 혼돈과 불안함을 관객들에게 전달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제작사 뉴프로덕션은 “첫 공연부터 마지막 공연까지 큰 관심과 아낌없는 사랑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3개월 동안 매 순간이 행복했으며 이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줬다. 이번 시즌은 막을 내렸지만 더 좋은 작품으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인사드리겠다”고 전했다.
  • 당신이 광신적 팬덤에 빠질 위험 ‘○○’는 알고 있다 [달콤한 사이언스]

    당신이 광신적 팬덤에 빠질 위험 ‘○○’는 알고 있다 [달콤한 사이언스]

    팬덤은 특정 분야나 인물을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집단이나 현상을 말한다. 팬덤이 심해지면 다른 집단과 충돌이 발생하거나 대상에 대한 광신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포츠 경기에서 간혹 볼 수 있는 훌리건들은 극단적인 팬덤 상태에 빠진 상태로 진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은 일반인들과 무엇이 다를까. 칠레 산티아고 산 세바스티앙대 의대 연구팀은 광신적 팬덤에 빠지는 이들은 팬덤의 대상을 접했을 때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위가 일반인과 다르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런 특징은 스포츠 경기의 훌리건을 비롯해 정치, 종교 등 다른 분야의 광신도들에게도 똑같이 나타난다. 이 연구 결과는 오는 26~30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 방사선학회 연례회의’(RSNA 2023)에 발표될 예정이다. 스포츠의 역사에서 라이벌 관계는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홈팀이 경기할 때 팀의 성패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득점할 때는 환호하고 오심에는 분노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유럽과 남미 지역에서 축구팬들에게서 극단적 팬덤이 관찰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광신적 팬덤 집단 내외부 경쟁, 공격성, 소속감과 관련된 행동 역학을 밝혀내기 위해 라이벌인 두 팀을 응원하는 신체적으로 건강한 남성 축구팬 43명(각 22명, 21명)을 선정했다. 연구팀은 우선 이들을 대상으로 축구 광팬 점수를 측정하기 위한 설문조사와 심리 평가를 했다. 그다음 이들에게 골이 터지는 순간만을 편집한 영상을 시청하도록 하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활동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성공하거나 실패할 때 뇌 활동은 극단적으로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인들의 뇌 활동과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됐다. 팀이 골을 넣거나 경기에 이기면 뇌의 보상 시스템이 극단적으로 활성화되고 골을 못 넣거나 패배하면 정신화 네트워크가 활성화돼 극단적으로 침울해지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태가 되면 변연계와 전두엽 피질을 연결하는 뇌 허브가 억제돼 인지 조절 능력이 약해지면서 파괴적이거나 폭력적 행동이 쉽게 나타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를 이끈 프란시스코 자모라노 멘디타 교수(영상의학과)는 “사람들은 집단에 소속돼 있기를 갈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사회적 유대는 신념과 가치, 관심사를 공유할 때 강해진다”라면서 “문제는 이것들이 불합리한 신념과 결합되면 극단적인 행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멘디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광신적 팬덤은 지나친 감정의 소비, 공격적 행동, 이성의 장애를 가져온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행동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정치적 입장, 선거 충성도, 지역성, 민족성, 종교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 네덜란드 총선 23.6% 득표에 압승? 26개 정당 난립…유럽 떨게 해

    네덜란드 총선 23.6% 득표에 압승? 26개 정당 난립…유럽 떨게 해

    연합뉴스가 2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조기 총선 개표결과를 전하며 극우 성향의 자유당이 3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압승”이라고 보도했다. 자유당은 개표 결과 득표율 23.6%로 1위를 차지했다. 전체 하원 150석 가운데 37석을 차지했는데 이런 표현을 하다니 거대 양당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정당 구조에 익숙한 국내 독자들로선 의아할 수 밖에 없는 표현이었다. 네덜란드는 지역구 없이 순수 비례대표제를 운용한다. 정당 득표만으로 의석 수를 결정한다. 0.67%만 득표하면 한 석이 보장된다. 그러다 보니 26개 정당 이 난립한다. 이번 총선 결과 17개 정당이 한 석 이상 획득했다. 지난해는 16개 정당이 한 석 이상을 차지했다. 이러다 보니 100년 넘게 연립정부가 구성됐다. 중도 우파와 좌파가 손잡는 일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분극화된 다당제를 유지하는 네덜란드에서는 20% 득표율을 넘기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이번에도 2∼4위는 10%대 득표율에 그쳤고, 뒤이어 11개 군소정당이 한 자릿수 득표율로도 하원 입성에 성공했다 헤이르트 빌더르스(60) 자유당(PVV) 대표가 예상 밖의 압승이 확실해지자 “(꿈인지 생시인지) 나도 팔을 꼬집어봐야 했다”고 털어놓은 것도 자연스러웠다. 네덜란드 정계에서 ‘아웃사이더’(주변인)로 치부되던 극우 성향 자유당의 이번 총선 승리는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로 평가된다. 중도우파나 중도좌파 계열 기성 정당이 아닌 제3당이 1위를 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일부 외신은 짚었다. 초접전일 것이란 예측과 달리 2위(25석)와 큰 격차로 승리한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자유당 내부에서조차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자유당은 선거캠프로 쓸 장소 대관도 불과 사흘 전 예약했다고 한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4위권에 머물다 막판 지지율 상승세를 타자 황급히 ‘자축 장소’를 마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를 두고 이민자 유입 급증, 심각한 주택난, 고물가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분석한다. 비슷한 이유로 스웨덴, 핀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몰아친 극우 돌풍이 네덜란드에도 상륙한 셈이다.13년 동안 연정을 이끌며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마르크 뤼터 총리의 지난 7월 연정 해산 및 정계 은퇴 선언 뒤, 그의 친정인 집권 자유민주당(VVD)에 그를 대체할 인물이 없었다는 점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과거 극우와 협력을 금기시하던 자유민주당이 집권하면 자유당과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자유당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유권자 갈망도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주류 정치인과 달리 배타적인 민족주의 견해를 서슴지 않고,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겠다고 공약한 ‘네덜란드판 트럼프’ 빌더르스 대표가 급부상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그가 실제로 연정을 꾸리고 총리로 집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네덜란드에서는 새 연정 구성까지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이 걸린다. 현재 연정 구성에도 10개월이나 걸렸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자유당 압승은 네덜란드 정계는 물론, 유럽연합(EU)을 떨게 만든다고 영국 BBC는 진단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주장하는가 하면,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적 기후협약 이행에도 반대한다. 그가 총리에 취임하면 단기적으로는 EU 차원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네덜란드를 포함한 ‘우향우’ 바람이 인접 국가는 물론,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단 EU는 애써 표정을 관리하려는 모양새다. EU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우리는 네덜란드의 지속적인 EU 참여를 당연히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회원국 선거 결과에 대해선 논평하지 않겠다며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 쓸쓸한 가을에 한 잔 꺾는다?… 2030 여성 음주 의존증 주의보

    쓸쓸한 가을에 한 잔 꺾는다?… 2030 여성 음주 의존증 주의보

    가을철 외로운 마음을 술로 달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20~30대 여성의 음주가 위험 수준이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의 음주 심층보고서’에서 그 심각성이 드러났다. 한번 마실 때 7잔 이상(여성은 5잔 이상)을 주 2회 마신 ‘고위험음주율’은 40~50대 남성과 20~30대 여성에서 높았고, 주 4회 이상 술을 마신 ‘지속적 위험음주율’은 50~60대 남성과 30대 여성의 비중이 컸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태영 원장은 7일 “알코올 의존증은 중장년 남성에게 생기는 병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음주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20대야말로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어지는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 다사랑중앙병원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현재까지 이 병원 여성 입원 환자 731명 가운데 108명(14.8%)이 20~29세다. 20대 여성 외래 환자도 2019년 43명, 2020년 67명, 2021년 80명, 2022년 94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음주에 대한 사회·문화적 수용성이 높아진 영향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20~30대 우울증 환자가 급증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최근 5년간(2018~2022년) 우울증 진료 인원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울 증상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100만 744명으로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20대가 18만 5942명(18.6%)으로 가장 많았고, 30대(16만 108명·16%)가 뒤따랐다. 성별과 나이를 함께 봤을 때는 20대 여성(12만 1534명)이 전체의 12.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사랑중앙병원 관계자는 “최근 20~30대 젊은 여성들의 입원 문의가 쇄도해 입원할 자리가 없을 정도”라며 “이 중 다수는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강박증, 식이장애 등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우울과 불안감, 고립감이 술을 부른 셈이다. 여성은 알코올 분해 효소가 남성보다 적어 술을 마시면 빨리 취하고 알코올 의존증도 빨리 진행된다. 과음하지 않더라도 습관적으로 술을 마신다는 것은 이미 뇌가 조건 반사를 통해 계속 술을 찾게 하는 알코올 의존 시작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적은 양으로도 행복감을 느끼지만 알코올에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술을 원하는 중독 상태에 빠지게 된다. 오주영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술 마시는 횟수나 양은 중요하지 않다”며 “술 때문에 신체적·정신적 문제, 가정이나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기는데도 술을 끊거나 조절하지 못하고 계속 마신다면 알코올 중독”이라고 설명했다. 알코올 중독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진행된다. 처음에는 충동적 음주가 늘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마시게 된다. 이후 술을 조절하거나 끊으려 하지만 실패하게 되고 직장이나 대인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괴로워 계속 마시게 되는 강박적 음주로 이어진다. 알코올 중독은 위염·위궤양·췌장염 등 소화기관 장애, 지방간·간염·간경화·간암 등 간 질환, 고혈압·당뇨·성기능장애 등의 신체 질환뿐만 아니라 치매나 정신병적 장애 같은 정신과 질환을 초래한다. 인격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기중심적으로 되고 주변 자극에 예민해지며 심한 자기 연민에 빠져 우울해지기도 한다. 좌절을 견디지 못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능력도 없어진다. 처음에는 음주 후 행동에 대해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갖지만 알코올 의존이 진행될수록 이런 감정조차 느낄 수 없다. 종국에는 가족관계와 사회생활이 무너지게 된다. 오 교수는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려면 먼저 알코올 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 상당수가 중독을 인정하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스스로 술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 신체·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길 때까지 치료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치료를 시작해야 위험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족 중 알코올 중독 환자가 있는 사람은 건전한 음주를 하더라도 중독 위험이 커 특히 조심해야 한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전적 요인이 알코올 중독 발생 위험도의 60%를 차지하고 나머지 40%가 환경적 요인”이라며 “알코올 중독 환자 가족들은 건전한 음주를 해도 심각한 알코올 관련 문제가 생길 위험이 3~4배 높다”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 환자에게는 우선 해독 치료가 필요하다.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 생기는 금단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다. 통상 2주간 수액으로 비타민과 영양을 공급하고 항불안제를 투여한다. 보통 입원 치료가 이뤄지는데 금단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외래 치료도 가능하다. 이후에는 단주(斷酒)를 위한 유지 치료를 한다. 항갈망제를 복용하면서 충동을 억제하고 알코올 중독 교육, 인지행동 치료 등을 통해 고위험 음주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노 교수는 “많은 알코올 중독 환자가 완치되기 전까지 여러 번 재발을 경험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꾸준히 관리하고 치료해 1년 이상 술을 끊으면 회복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술을 끊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집에 있는 술을 모두 치워야 한다. 회식도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다. 술을 사던 상점이나 술집 앞은 지나지도 않는 게 좋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술을 끊었다고 얘기해야 한다. 노 교수는 “어쩔 수 없이 술자리에 갔을 때 거절하는 태도도 중요하다”면서 “술을 권하는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명확한 태도로 거절해야 한다. 미안해하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건강과 가족이 상대 시선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숨가쁜 일정에도 1박 2일…블링컨 美국무장관 방한이 갖는 의미는

    숨가쁜 일정에도 1박 2일…블링컨 美국무장관 방한이 갖는 의미는

    지난 3일 이스라엘 방문을 시작으로 숨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8일부터 1박 2일간 한국을 찾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충돌로 국제정세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뤄지는 단독 방문이 한미 양국 간 공조를 더욱 넓히고 단단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외교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8일 늦은 오후 한국에 도착해 9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는다. 사실상 꼬박 하루 남짓 되는 짧은 일정이지만 그 의미는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3일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면담한 뒤 4일엔 요르단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이집트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5일엔 이라크를 방문하는 강행군으로 중동외교에 힘을 쏟았다. 6일 튀르키예를 찾은 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참석차 일본 도쿄로 이동했고, 한국에는 8일 저녁에 온다. 한국 일정을 마치면 곧바로 인도로 향한다. 블링컨 장관은 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위기에 집중하는 상황에서도 국익 증진을 위해 인도·태평양과 다른 지역에 관여하고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일본과 한국 등을 방문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 정부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인 이번 단독 방한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2021년 3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함께 방한해 한미 외교국방(2+2)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른 나라를 다니며 하루 잠깐 들르는 것이 아니라 살인적인 스케줄에서도 한국을 찾아 한미동맹 간 결속을 다지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에서의 지상전이 확대되며 미국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하고 다음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미중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욱 다양한 현안에 대해 한미가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한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블링컨 장관은 9일 오후 박 장관과 한 시간 남짓 동안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문제를 비롯한 국제 및 지역 정세, 경제 안보 및 첨단기술 관련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도모하고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임박할 것으로 전망되며 한반도 주변 긴장도도 높아졌다. 앞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북러 군사협력의 안보 영향에 대한 대응, 확장억제, 공동의 경제성장” 등을 블링컨 장관이 한국에서 논의할 의제로 거론했다. 블링컨 장관은 국내 대기업 본사 등 경제 현안과 관련된 자체 일정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 간 동맹 공조가 강화됐고, 미국이 오랫동안 갈망해 오던 한미일 간 안보 협력도 두드러지게 된 만큼 이를 더욱 굳건하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일은 이제 한 ‘세트’로 인식이 됐고, 한미동맹은 물론 한미일 간 안보 협력 강화 메시지를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에 일관되게 보내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전날부터 이틀간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의 공동 주최로 첫 한미 우주포럼이 열린 데 이어 이번 주말 오스틴 국방장관도 한국을 찾아 한미안보협의회에 참석하는 등 블링컨 장관의 방문 시기도 매우 상징적이다. 그동안 주력했던 군사·안보 분야를 비롯해 경제 안보, 첨단기술 및 미래 산업까지 다방면으로 한미 양국이 집중적으로 머리를 맞대는 모양새가 됐다. 외교부는 한미 우주포럼에 대해 “한미 우주포럼이 민·관·학계가 함께 뉴스페이스 시대의 한미 우주동맹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며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동맹국으로서 한반도를 넘어선 인도·태평양의 안보와 경제 성장을 위해 우주 분야에서도 전방위적 협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 정통 경제관료 정재룡이 77세에 써내려간 첫 소설 ‘오로라와 춤을’

    정통 경제관료 정재룡이 77세에 써내려간 첫 소설 ‘오로라와 춤을’

    재정경제부 차관보를 지냈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으로 일하며 111조원의 금융사 부실 채권을 깔끔하게 정리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 정재룡(77)씨가 첫 소설을 펴냈다. 필명 정다경(茶耕)으로 연애소설 ‘오로라와 춤을’(다산글방)을 썼다. 책장을 넘기면 흠칫 놀라게 된다. 나이 들었다고 지레 포기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뜨거운 사랑을 하자고 말하는 것 같아서다.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경제 관료로 잔뼈가 굵고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탈출하는 데 숨은 공을 세운 이가 꺼낸 얘기가 시쳇말로 신박해서다. 대학 때 미팅으로 만난 남녀가 40년에 걸쳐 두 차례 이별 끝에 세 번째 만남을 이어가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는 줄거리다. 40년 동안 소녀를 잊지 못하고 갈구하는 형벌에 처해진 남성은 다른 이와 결혼했다. 청년이 마음에 들었지만 수동적이었던 여성은 수녀가 돼 가족으로부터도 멀어진다. 상대 얼굴마저 잊었던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옛 기억과 사랑을 축조하는 과정이 흥미로운데 또 이별의 아픔을 겪는다. 이쯤 되면 ‘으이그, 또 꼰대들 얘기구만’ 싶을 것이다. 그런데 아니다. 40년을 돌아 재결합하는 두 사람의 연애는 파격적이며 현대적이며 페미니즘적인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작가의 말에 귀기울여보자. “실버들이 젊었을 때처럼 몸이 따르지 못하더라도 영혼과 감성의 자유를 찾아 용기있는 모험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한 선배 얘기를 해볼까 한다. 파리 유학 중 만난 덴마크 여성과 결혼해 두 자녀를 낳아 행복하게 살았다. 사업으로 만난 한국 여성과 사랑에 빠져 20년을 살아온 덴마크 부인과 이혼하고 선배는 한국 여성과 재혼했다. 전 부인과 덴마크 새 신랑을 한국에 신혼여행 오도록 초청했고 두 커플은 설악산을 함께 다녀온다. 신이 남녀를 갈구하고 갈망하게 만들었으니 우리는 파트너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오래 그리워하며 지내야 하는 운명을 로맨틱하게 극복하는 방법을 슬기롭게 찾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흥미로운 점은 처음 써보는 소설의 뒤로 갈수록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만큼 뜨거워진다는 점이다. ‘그림자 형부’ ‘그림자 언니’ 같은 알듯 모를듯한 표현도 등장하고, 오로라가 춤추는 아래 모닥불이 일렁이는 듯한 농염한 표현들이 넘쳐난다. 작가가 주변 사람들의 연애 얘기를 듣고 구상했다니 이렇게 뜨거운 사랑 얘기를 나눈 중년들의 얼굴이 문득 궁금해진다.
  • 노벨문학상이 일으킨 때 아닌 희곡 열풍, 지만지 연휴에도 자체 제작

    노벨문학상이 일으킨 때 아닌 희곡 열풍, 지만지 연휴에도 자체 제작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4)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때 아닌 희곡 열풍이 불고 있다. 포세의 대표 희곡으로 알려진 ‘가을날의 꿈 외’와 ‘이름/기타맨’은 5일 수상자로 선정된 다음날에만 700권의 주문이 밀려와 이들 책을 출간한 지식을만드는지식(대표 박영률)은 연휴에도 제작 인원을 모두 가동했다. 지만지는 자체 제작 시설을 갖춘 것으로 유명한데 소설 ‘저 사람은 알레스’를 비롯해 국내 출판사 가운데 욘 포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출판한 지만지는 2019년부터 희곡전문 브랜드 지만지드라마를 운영하면서 모든 희곡집을 자체 제작하고 있다. 지만지 관계자는 연휴 이후 주문이 크게 늘 것에 대비해 외주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고 9일 말했다. ‘가을날의 꿈 외’는 이날 현재 교보문고 예술/대중문화 부문 5위, ‘이름/기타맨’은 17위에 올라 있다. 그동안 국내 독자들의 희곡에 대한 관심도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열띤 반응이다. 지만지에서 출간한 욘 포세 작품은 모두 한국외대 정민영 교수가 번역해 원작의 수준 높은 감성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에는 ‘어느 여름날’, ‘가을날의 꿈’, ‘겨울’ 등 욘 포세의 희곡 세 편을 담았다. ‘어느 여름날’은 2000년 북유럽연극상을 수상했다. 1999년 작 ‘가을날의 꿈’은 포세의 극작 특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면서도 연극성이 뛰어나 연극의 정점에 이르렀다는 찬사를 받는다. ‘겨울’은 낯선 두 남녀의 만남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을 담담하게 그렸다. ‘이름/기타맨’은 포세의 전형적인 글쓰기 방식을 보여준다. 인물들은 우리 삶의 주변에서 항상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다. 대부분 이름이 없고 특별한 성격이 없는 단순한 인물들이다.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일상의 갈등과 평범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정신적 번민이 겉으로 드러난다. 여기에서 포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정체성이 분명한 인간 유형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다. 마치 현미경으로 포착하듯 사람들의 관계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포세의 작품 가운데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저 사람은 알레스’는 희곡 ‘어느 여름날’의 연장으로도 읽힌다. 우리가 살면서 늘 만나게 되는, 답을 알 수 없고 따라서 이해하기 힘든 상실, 외로움, 불안 같은 문제를 독특한 형식에 담는다. 주인공인 싱네와 남편 어슬레는 피오르드 근처의 낡은 집에 살림을 꾸렸다. 하지만 어슬레는 언제나 집을 떠나 바다로 나갔고, 그날은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어슬레는 어김없이 바다를 향했고 생사도 불명인 채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싱네의 회상은 어슬레의 고조모 알레스의 기억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알레스 또한 어린 손주를 바다에서 잃었고, 죽은 어슬레의 이름을 싱네의 남편 어슬레가 물려받았다. 상실의 경험이 대를 이어 거듭되고, 남은 이들의 외로움과 불안, 그리움도 이어진다. 자유를 갈망해 바다로 떠난 어슬레는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채로 싱네의 삶을 이루는 부분이 된다. 과거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싱네의 태도는 누구나 겪는 상실의 경험, 그로 인해 당면하게 되는 정서 또한 삶의 일부이자 피할 수 없는 삶의 본질임을 일깨운다.
  • 해낸다! ‘파리의 꿈’

    해낸다! ‘파리의 꿈’

    황선홍호가 일본에 역전승을 거두고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사상 첫 3연패를 이뤄 냈다. 24세 이하(U24) 축구 대표팀이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서며 2024 파리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한껏 키웠다. 한국은 지난 7일 중국 항저우의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에 2-1로 이겼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일본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해결사’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이 전반 27분 헤더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경기를 주도한 한국은 후반 11분 조영욱(김천)의 역전 결승골로 ‘난적’ 일본을 제압했다. 한국은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3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개최국 중국과의 8강전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과의 준결승, 일본과의 결승까지 쉽지 않은 경기를 치렀지만 황선홍호는 27골을 넣고 단 3골만 내주며 7전 전승으로 깔끔하게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결승 한일전’에서 이겨 금메달을 따고 병역 특례라는 선물까지 받은 선수들은 우승이 확정되자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눈 뒤 한국 응원단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대표팀 22명의 선수 중 병역을 이행했거나 면제 판정을 받은 2명(김정훈·이광연)을 제외한 ‘에이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20명은 병역 특례 대상이 됐다. 상병 계급장을 달고 김천 소속으로 뛰고 있는 조영욱은 조기 제대한다. 황 감독은 경기 후 “이게 끝이 아니고 내일이면 뭔가 또 갈망하게 될 것”이라며 의욕을 내비쳤다. 황 감독은 이제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꾸려 2024 U23 아시안컵과 파리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8일 밝은 표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황 감독은 “(이)강인이에게 도장은 받지 않았지만 꼭 같이 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물음표’인 것 같다”며 “아직 확실한 대답은 안 해줬다. 비밀이라고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황 감독은 대표팀에 대한 지원도 요청했다. 그는 “A매치 기간은 당연하고 동계 훈련 시기 2∼3주만이라도 훈련할 기회가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서 “이런 것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 최다 득점(8골) 주인공 정우영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결승전 동점 골의 순간을 꼽았다. 정우영은 “너무 간절했던 상황에서 골을 넣어서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대만 외교부 “통일 외친 시진핑, 대만인 이해 부족” [대만은 지금]

    대만 외교부 “통일 외친 시진핑, 대만인 이해 부족” [대만은 지금]

    중국의 무력 침공 위협을 받고있는 대만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대만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4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대만 통일에 대한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시진핑 주석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을 견지해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이루는 것은 모든 인민의 염원이자 시대의 흐름이며 역사의 필연”이라며 “어떤 세력도 이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신 여정에서 우리의 미래는 밝다. 단결은 우리의 역량이고 자신감은 황금을 뛰어 넘는다”면서 “자신감을 굳건히 갖고 계속 장애물을 넘고 어려움을 극복해 강국 건설과 민족 부흥의 목표를 행해 용감하게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 외교부 류융젠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시진핑 주석이 대만 인민에 대한 염원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시 주석이 대만 인민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류 대변인은 이어 “2300만 대만 인민에게 있어 ‘인민의 염원, 시대의 흐름, 역사의 필연’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견지, 인권 전중, 법치의 요구, 평화의 갈망에 대한 것”이라며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 평화는 근대 인류 문명의 발전 궤적이자 전진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대국이라고 자부하는 중국은 국제적 추세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주류 여론은 통일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발표된 최신 여론조사에서 대만의 미래에 대해 묻는 질문에 양안 통일이 낫다고 답한 이는 11.8%에 그쳤다. 하지만 응답자 48.9%와 26.9%가 각각 대만독립과 현상 유지라고 답했다. 지난 1일 대만 연합보가 발표한 2023년도 양안관계 연례조사에 따르면, 대만인들은 ‘대만 독립’을 양안관계의 가장 큰 변수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양안관계 문제에 대한 처리에 대해 대만인의 49%가 불만족했고 38%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 [최보기의 책보기] 묵직한 검정 화려한 빨갱이

    [최보기의 책보기] 묵직한 검정 화려한 빨갱이

    100세 시대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당구가 부활했다. 은퇴한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시간 보내기에 당구장만큼 가성비 높은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서너 명이 모여 짜릿한 승부와, 적당히 운동도 하는 게임을 반나절 즐기는 데 필요한 돈이 1인당 채 만 원이 안 된다. 당구게임에서 눈이 적록색약인 사람은 불리하다. 당구대 바닥 색깔이 녹색이고 공 색깔이 빨간색이라 얇게 맞추는 것이 정상인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때 장래희망으로 의사가 돼 왕진 가방을 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순진한’ 꿈을 꾸었다. 교과서에서 슈바이처 박사와 나이팅게일을 배운 탓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단체 영화를 보던 날 그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절망했다. 화려한 카드섹션이 각종 구호를 펼치는 장면에서 친구들은 환호하는데 필자 눈에는 그 구호들이 보이지 않아 당황했다. 알고보니 적록색약이었고, 이과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색맹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란 우리 속담이 있듯이 모든 감각 중 중요하기로는 시각이 으뜸이다. 서양 철학을 지배하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모든 인간은 천성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데, 이에 대한 증거는 우리가 감각들로부터 취하는 즐거움에 있다. 다른 무엇보다 시각이 그렇다. 모든 감각들 중에 시각이 가장 우리에게 사물들 사이의 여러 차이점을 드러내 주고,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며 ‘시각은 인간이 지식과 지혜를 갈망하는 제1증거’라 했다. (‘철학 브런치’, 사이언 정 지음, 부키 출판, 2014). 색깔의 구별이 이렇게나 중요한데 일반 지인들끼리 벌이는 행사에 ‘드레스 코드’라는 낯선 용어가 등장해 민망했던 때가 불과 20여 년 전이었다. 무조건 흰색을 신던 양말을 바지 색깔과 일치시켜 신는 문화도 그 즈음 대중에게 널리 퍼졌던 것 같다. ‘당신의 퍼스널 컬러가 매번 다른 진짜 이유’는 양말을 넘어 남들에게 돋보이도록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색깔로 머리 염색, 화장, 옷 매무새 등을 사계절에 맞춰 갖추기 위한 전문가의 조언을 담은 책이다. 저자 한지운은 디자인학 박사인데 ‘컬러 & 뷰티로 나를 디자인하라’는 주제의 ‘길 위의 인문학’ 강연으로 이미 이름이 났다.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웜톤, 쿨톤, 뮤트톤’ 같은 낯선 용어를 따라가다 보면 성격유형을 진단하는 MBTI만큼 금새 익숙해진다. 자기에게 맞는 색깔을 고르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가 싶은데 저자는 ‘컬러에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해소해주는 다음 세 가지 힘이 있다’고 한다. 첫째, 조화로운 컬러의 활용은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 둘째, 새로운 컬러는 변화를 추구하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셋째, 긍정적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자신만의 색깔(퍼스널 컬러)를 잘 선택해 활용하면 멋지게 보임으로써 기분전환도 하고 당당한 자신감도 표출할 수 있다는 말이겠다. 메이크업, 헤어 디자인(파마와 염색), 의복, 액세서리 등 멋을 판매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 것을 권장하며, 베스트드레서(Best dresser)로 꼽히고 싶은 멋쟁이, 블랙보다 화이트가 더 관리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반인 역시 읽어보면 좋겠다. 자, 이제 집에 있는 옷으로 퍼스널 컬러를 확인해보자. 그 방법은 이 책 138페이지에서 시작한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정재정의 독사만평] 88올림픽, 그날의 도전 정신을 기리며/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정재정의 독사만평] 88올림픽, 그날의 도전 정신을 기리며/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1988년 9월 17일부터 10월 2일까지 서울에서 제24회 하계올림픽이 열렸다. 이른바 88올림픽인데, 한국 현대사의 분수령을 이룬 쾌거였다. 그런데 아무도 그 35주년을 언급하지 않아 여기서 짧게나마 88올림픽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보겠다. 우선 88올림픽은 160개국에서 23개 경기 종목에 2만여명의 선수·임원이 참가해 가장 성대했다. 동서냉전의 격화로 직전의 모스크바·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연속해 반쪽 진영만 참가했다. 88올림픽은 국제정치가 스포츠 제전을 오염시켰다는 반성 위에서 열려 북한 이외 거의 모든 나라가 선수단을 파견했다. 88올림픽 공식 노래인 ‘손에 손잡고’와 ‘벽을 넘어서’는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며 인기를 끌었다. 한국은 종합성적 4위를 차지해 스포츠 강국으로 부상했다. 둘째, 한국 정부와 서울시는 명운을 걸고 88올림픽을 성공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기업과 시민도 적극 협력했다. 한국은 88올림픽에서 1960년대 이후 20년 동안 지속한 고도 경제성장의 정점을 찍었다. 아울러 정치에서도 대통령을 직접 뽑는 민주화를 이룩했다. 한국은 마침내 가난하고 억눌린 모습에서 부유하고 활달한 모양으로 탈바꿈했다. 셋째, 한국은 88올림픽을 전후해 중국·소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와 수교했다. 남북 교류도 추진해 북한과 유엔에 동시 가입하고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을 마련했다. 이로써 한국의 활동 무대와 국가 위상은 훨씬 넓어지고 높아졌다. 한국인도 어깨를 펴고 자유롭게 세계를 누비게 됐다. 넷째, 한국 정부와 서울시는 88올림픽을 대비해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라는 표어 아래 서울을 선진 국제도시로 개조했다. 잠실과 몽촌토성에 최고 수준의 경기장과 선수촌을 세웠다. 사대문 안과 강남·한강 일대를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항공로와 지하철을 잇따라 개통했다. 공원과 고궁 등을 정비해 서울은 깨끗하고 화려한 역사문화 도시로 거듭났다. 다섯째, 88올림픽을 계기로 서울시민의 생활과 의식은 빠르게 국제화됐다. 경제발전과 민주회복을 동시에 이룬 자부심과 애국심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질서와 예의를 지키고 봉사와 청결을 실행했다. 차량 운행까지 자제해 공기를 맑게 만들었다. 한뜻으로 뭉친 서울시민은 국가 대사이자 세계 축제에 직접 기여한다는 들뜬 기분을 뿌듯하게 느꼈다. 여섯째, 88올림픽은 한국과 서울의 발전을 국제사회에 각인하고 한국인과 서울시민의 신뢰도를 높였다. 올림픽 기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한국과 서울의 산업화·현대화를 상찬했다. 아울러 한국인과 서울시민의 높은 교육 수준과 평화 애호를 평가하고 한국의 국제 역량과 경제규모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곱째, 88올림픽은 한국이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북한은 88올림픽을 막기 위해 미얀마 아웅산 묘소 폭발사건(1983. 10)과 대한항공 858편 폭파사건(1987. 11) 등을 저질렀다. 또 88올림픽에 맞서기 위해 세계청년학생축전(1989.7)을 개최했다. 이런 무모한 대응들은 오히려 북한의 쇠락을 재촉해 남북한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88올림픽 이후 국내외 정세의 격렬한 변화 속에서도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발전하고 서울은 세계 유수의 첨단 국제도시로 성장했다. 그런데 요즘에 이르러 정부는 물론이고 한국인과 서울시민에게서도 88올림픽 때의 도전 정신과 공민 의식이 많이 사라진 느낌을 받는다. 정치의 타락이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88올림픽 35주년을 맞아 민관 모두에서 청신한 기풍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한다. 특히 정치에서 국민을 계도하고 국력을 결집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가 출현하기를 갈망한다.
  • 로맨스 사기에 2억 털린 英 여성 “가스라이팅에 잠시 혼이 나갔다”

    로맨스 사기에 2억 털린 英 여성 “가스라이팅에 잠시 혼이 나갔다”

    남편과 이혼한 지 24년이 되던 해, 영국 여성 린다 영은 바닷가 마을의 작은 집에 홀로 남겨져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다 큰 아이들은 모두 대학까지 마친 상태였다. 자신의 주위에 몇 명이나 남아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어 온라인 데이트 앱(어플리케이션)에 가입했다. 아주 바쁜 특수교육 행정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멋진 남성을 소개받았다. 눈치챘는지 모르겠는데 영은 반 년도 안 되는 사이에 12만 유로(약 1억 9800만원)를 뜯겼다. 매일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밤늦게 달콤한 말들이 오갔다. 린다는 반려견을 끔찍히 사랑한다는 점을 공통 분모로 그와 “곤두박이하듯(head-over-heels) 사랑에” 빠졌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너무도 사랑스러웠고 다정다감했다. 나는 아드레날린을 주체할 수 없었다. 중독돼 버렸다.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거나 문자메시지가 날아오면 온 세상이 밝게 빛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적어도 그녀 생각에, 함께할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투자할 곳이 있다며 돈을 요구해 올 때까지도 그랬다. 처음에는 그녀도 그에게 송금하는 일이 옳지 않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가 “우리는 지금 우리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라고 안심을 시키고 감정적으로 통제하자 무너지고 말았다. 린다는 “그의 말만 믿고 잠시 넋이 나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자선단체 ‘빅팀 서포트(Victim Support)의 로맨스 사기 전문가 리사 밀스는 가스라이팅이란 누군가를 조작해 스스로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착각하고 의문을 품게 하는 행동을 의미한다며 사람들을 속여 돈을 빼앗을 때 흔히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규정했다. 이 기술에 걸려든 이들은 엄청난 정신적, 신체적 손상을 경험한다. 영국 BBC가 오는 19일(현지시간) 밤 9시부터 매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스릴러 5부작 ‘The Following Events Are Based on a Pack of Lies’를 방영한다고 16일 소개했다. 로맨스 사기(romance scam)에 얽힌 속임수와 거짓들을 풀어 헤치는데, 영을 비롯한 피해 사례들을 관통하는 중심 주제는 가스라이팅이란 “심오하게 끔찍한 경험”이라고 작가 중의 한 명인 긴니 스키너는 말했다. 리사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로맨스 사기꾼들에게 돈을 보내지 않겠다고 버티면, 종종 ‘당신이 진정 나를 사랑한다면 왜 내가 이만큼의 돈을 빨리 필요로하는지 묻지 않을 것’이라거나 ‘당신이 날 돕고 싶다고 전에 말했다. 무엇이 변했는데?’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녀는 로맨스 스캠이 “특별히 사악한 것은” 사랑받고 연결되고 싶은 기본적인 갈망을 파고들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로맨스 사기를 인식하는 사람조차 ‘사랑이란 거품’에 에워싸여 있으면 현실 감각이 흐트러지고 취약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돈을 한 푼도 찾지 못한 린다는 “수치심을 이겨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다.공동 작가인 긴니와 페넬로페 스키너 자매는 어떤 하나의 실제 사건에 바탕한 것이 아니라면서도 폰지 사기로 악명 높은 금융인 버니 메이도프, 간단한 혈액 검사로 미래에 걸릴 질병을 모두 예측할 수 있다는 테라노스의 사기꾼 엘리자베스 홈즈, 파이레 페스티벌의 빌리 맥팔런드 등에 확 끌렸다는 점을 인정했다. 페넬로페는 가짜 인보이스 영수증까지 첨부한 사기 이메일을 받은 뒤 사기꾼을 직접 맞닥뜨린 일이 있었다. “나는 쫓기고 있었고, 돈에 관련된 일이었다. 걱정도 많이 돼 클릭을 했더니 내 모든 개인 정보가 좌르르 나왔다.” 리사는 피해자를 탓하는 잘못된 시선을 거둬야 한다고 말한다. “언어는 중요하다. 사람들은 종종 피해자가 사기에 걸려들었다고 표현한다. 현실에서 그들은 농락당한 것이다. 사람들은 누군가 강도에 걸려들었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배우 알리스테어 페트리는 “사기를 당할 때에도 우리 모두는 ‘오, 내게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거야’ 생각하는데, 장담하건대 우리 모두에게 이런 일은 정도의 차이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기꾼이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 로맨스 스캠을 피하는 방법 직접 만나지도 않은 누군가, 특히 최근에야 온라인으로 만난 사람이 돈을 요구하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알려 조언을 구한다. 프로필 사진이 진짜가 아닐 수 있다. 먼저 스스로 찾아봐라. 검색 엔진을 통해 샅샅히 뒤져보면 어딘가에 다른 이의 사진이 튀어나올 것이다. 로맨스 스캠에 당한 사랑하는 이를 지원하는 방법 사랑하는 사람을 도우려 당신이 있으며 그들의 잘못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알려준다. 로맨스 스캠에 대해 당신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당신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라. 로맨스 사기에 당한 누군가를 지원하는 일은 때로는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자료: ActionFraud / Victim Support
  • 개전 560일 앞둔 올레나 젤렌스카 “아빠 기다리는 아들 지켜보기 힘드네요”

    개전 560일 앞둔 올레나 젤렌스카 “아빠 기다리는 아들 지켜보기 힘드네요”

    한 나라의 퍼스트레이디이기 이전에 아내이자 엄마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전쟁에 온통 집중해야 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가정을 나홀로 지켜야 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개전 560일째를 앞둔 시점에 러시아 침공과 전쟁이 가정과 자녀들에게 미친 영향을 5일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가감 없이 털어놓아 눈길을 끈다. 이렇게 내밀한 속내를 털어놓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녀는 가장 힘든 일을 묻는 질문에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자신들의 미래를 계획하지 못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라고 답했다. “많이 이기적인 일일텐데 내겐 남편이 필요해요.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내 옆을 지켜줄 남자 말이에요.” 지난해 2월 러시아 군의 침공 이후 몇 달 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비밀 장소에 숨어 있었다면서 “늘 아드레날린을 뿜어내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필요한” 일로 여겨졌고 “엄존하는 여건”에서 살아가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숨어 있던 장소에서 나온 뒤 이 전직 극작가는 스포트라이트로 이끌려 나와 세계를 돌며 지도자들을 만나고 연설을 하기에 이르렀다. 젤렌스카 여사는 “우리는 남편과 함께 살지 않는다. 가족이 흩어져 있다”면서 “서로 볼 기회는 있지만 우리가 만나고 싶은 만큼 자주 보지 못한다. 아들이 아빠를 무척 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 우리는 감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강인하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헤쳐나갈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쟁 통에 살아가는 일의 불확실성 때문에 아이들의 정서를 많이 해친다고 걱정했다. “우리 아이들이 아무 것도 계획하지 못하는 것은 내게 고통이 된다. 그런 나이에 어린 아이들이다. 우리 딸은 열아홉 살이다. 여행이나 새로운 유행을 좇고 감상적이기 쉬운 나이다. 그런데 그 아이는 그러지 못한다. 때에 따라 한계를 뛰어넘어야 할 때도 있기 마련인데 우리는 어떻게든 그 안에서만 살아가려 한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이 부부는 고교 때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웠고, 코미디 무대와 TV 스튜디오에서 동고동락했다. 남편은 배우, 아내는 극작가로 활동했다. 지금 그녀는 남편이 이렇게 역사적인 인물이 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던 시절을 돌아본다며 남편이 그립고, 그저 평범한 남편으로 자신 곁에 머물러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기적인 갈망일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정말로 에너지와 권력의지, 영감, 고집스러움을 갖고 전쟁을 뚫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는 그를 믿어요. 그리고 지지해요. 나는 그가 충분히 강인하다는 것을 알아요. 내가 아는 다른 사람이라면 이런 여건에서 훨씬 힘들어했을 거에요. 그는 정말로 강인하고 잘 이겨내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 복원력이 지금 당장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랍니다.” 최근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전쟁의 심리적 상흔을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했다. 수도 키이우에서 정신건강과 복원력에 대해 집중 논의하는 회의를 개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정말로 내가 누군가를 고취시키고, 누군가에게 희망과 조언을 안기고, 우리가 살아가고 일하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사례가 되길 바란다. 누구도 앞에 벌어질 일을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유럽 한복판에서 이런 전쟁이 벌어져 이렇게 잔인해질지 알았느냐. 핏빛 전쟁이다. 해서 이 시기에 내가 이런 역할을 하게 될지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내일을 확신할 수 없거니와 미래에 확신을 가질 수 없지만 희망은 있다고 영부인은 말했다. “우리는 승리를 위한 커다란 희망을 갖고 있다. 언제 올지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오랜 기다림은 스트레스 가득이며, 희생이 따른다.”
  • “4·19 발포 특종은 발 빨라서” 황경춘 전 AP 서울지국장 별세 [메멘토 모리]

    “4·19 발포 특종은 발 빨라서” 황경춘 전 AP 서울지국장 별세 [메멘토 모리]

    “내가 다른 외신기자들보다 빨랐다. 그 기사는 우리 도쿄 지국을 통해 나갔는데 엄청난 세계의 반응을 얻어냈다.” 1960년 4·19 혁명 때 경찰의 발포 사실이 해외에 타전돼 정권이 붕괴하는 데 기여한 황경춘 전 AP통신 서울지국장이 지난해 매일경제신문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은 일화다. 당시는 다방에 달려가서 전화를 붙들고 송고하던 시절인데 자신의 발걸음이 경쟁자보다 빨랐기 때문에 특종할 수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무려 60년이나 저널리스트로 살면서 30년 동안 그야말로 격동의 현대사를 몸소 지켜본 황 전 지국장이 지난달 31일 9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 3일 발인까지 마쳤는데 AP 통신의 부음 기사를 보고서야 뒤늦게 알게 됐다. 고인은 2년 전부터 신장 투석을 해오다 지난달 31일 오후 5시 30분 숙환으로 눈을 감았다. 1924년생인 고인은 진주고를 졸업하고 일본 주오(中央)대 전문부 법학과에 진학했으나 곧 학도병으로 징집됐다. 일본 패전 후인 1945년부터 미국 군정청에서 통역관으로 일했다. 그 뒤 부산제1공중 교사, 생필품관리원 부산사무소 통역관, 주한 미대사관 신문과장으로 활동하다 6·25 발발 후 코리아타임스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1957년 AP통신으로 이직한 뒤 서울 지국장을 역임했고 외신기자클럽 회장, 타임 서울지국 특파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고인은 한국전쟁, 민주화운동 등 현대사의 증인이며 4·19 혁명 때는 경찰의 발포 사실이 해외로 타전되도록 역할을 했다. 군사정권 시절 김영삼 등 야권 정치인을 곧잘 취재했으며 김대중 납치 사건 때는 활발하게 기사를 썼다. 나중에 한양대 교수를 지낸 리영희(1929~2010) 당시 합동통신 기자와 가깝게 교류했다.언론이 군사정권의 탄압을 받던 시절에는 남영동에 3박 4일 구금돼 조사받기도 했는데 외신 기자들이 몰려가 항의한 끝에 풀려나기도 했다고 차녀인 황옥심 씨가 전했다. 고인은 2006년 책 ‘Korea Witness’를 펴내며 “한 나라에서 이 모든 역사적 사건들을 기자로서 취재할 수 있었던 것은 드물게 운이 좋은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박정희 정권 때도 수시로 정보기관 요원들이 AP 사무실에 찾아와 자신과 동료 한국인들에게 애국자가 되라고 강요했다고 털어놓았다. 1980년 7월의 어느날 보안사령부에 끌려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연계된 사실을 자백하라는 강요를 받고 사흘 뒤 겨우 풀려났다는 사실도 밝혔다. 아들 윤철 씨는 부친이 생전에 한국 기자들보다 더 정확히 사실을 보도할 수 있었던 사실을 자랑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나중에 모두 대통령에 오른 김영삼, 김대중의 측근들이 수시로 자신의 집에 찾아와 해외 동향에 대한 정보를 구하고 아울러 우호적으로 기사가 실리도록 설득하곤 했다고 돌아봤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기자로서 일한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 기사를 CBS 뉴스에 타전한 것이었다고 했다. 퇴직한 뒤에도 프리랜서로 계속 글을 썼으며 2008년부터 칼럼 전문 사이트인 자유칼럼그룹 홈페이지에 한 달에 한 차례 정도 ‘황경춘의 오솔길’이라는 코너로 칼럼을 게재했다. 고인은 외신 기자로 활동하며 평생 영어로 기사를 썼기 때문에 한글로 글을 쓰고 싶은 갈망을 지니고 있어서 자유칼럼그룹에서 모국어로 집필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황 전 지국장은 임종 며칠 전까지도 칼럼을 걱정할 정도로 마지막까지 저널리스트의 면모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황윤옥(아시안타이거스 상무)·황옥심(미국호텔협회교육원 한국교육원장)·황윤철(전 오리콤 국장)·황윤미·황윤희 씨 등 1남 4녀가 있다.
  • 머나먼 땅 몽골에서 독립운동을 하며 의술을 펼친 ‘신의’(神醫) 이태준 [한ZOOM]

    머나먼 땅 몽골에서 독립운동을 하며 의술을 펼친 ‘신의’(神醫) 이태준 [한ZOOM]

     “여기 이태준 기념공원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방문하는 모든 한국인들이 꼭 가봐야 하는 곳입니다. 이태준 선생은 한국인들에게는 독립투사이지만, 몽골인들에게는 수많은 생명을 살린 은인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으로부터 2300㎞ 떨어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는 한국인을 기념하는 공원이 세워져 있다. 그는 대암(大岩) 이태준(李泰俊·1883~1921) 선생이다.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안창호(安昌浩·1878~1938), 김규식(金奎植·1882~1931) 등과 함께 목숨을 바쳐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들어 간 독립투사이다. 이태준 선생은 몽골에서 근대 의술을 펼치며 각지에 퍼져 있는 애국지사들과 긴밀한 연락망을 구축해 항일 독립자금 조달 등 외곽에서 폭넓은 독립운동 지원활동을 펼쳤다.안창호 선생을 치료한 의사(醫師) 이태준 이태준 선생은 1883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다. 독립운동을 위해 서울로 가서 우연한 기회에 세브란스의학교에 입학해 의사가 되었다. 1909년 안중근(安重根·1879~1910) 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자, 일제는 도산 안창호 선생을 안중근 의사의 배후로 지목하고 모진 고문을 가했다. 이때 도산 안창호 선생을 치료한 의사가 이태준 선생이었다. 일제는 도산 안창호 선생을 치료했다는 이유로 이태준 선생을 체포하려 했다. 1912년 일제의 탄압을 피해 중국 난징으로 망명한 이태준 선생은 의사로 활동하던 중 처사촌인 김규식 선생의 권유로 몽골로 간다. 이태준 선생은 동지들과 함께 몽골에 군관학교를 세우려했지만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그때 이태준 선생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당시 창궐하던 ‘화류병’(성병)으로 고생하는 몽골인들이었다. 이태준 선생은 세브란스의학교에서 배운 근대의술로 그들을 치료하기 위해 동의의국(同義醫局)이라는 병원을 세워 7년간 몽골인들을 치료했다. 이태준 선생은 몽골인들로부터 ‘몽골의 슈바이처’로 불릴 정도로 존경을 받았고, 몽골의 국왕 보그드 칸(Bogd Khan)도 이태준 선생에게 ‘에르덴닌 오치리’라는 국가 최고 훈장을 수여하고 국왕 주치의로 임명했다. 의사 수입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전달 이태준 선생은 의사 수입의 전부를 독립운동 자금으로 전달했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명의의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파리강화회의에 참가한 김규식 선생에게 자금을 대기도 했다. 김규식 선생은 군관학교를 세우기 위해 이태준 선생과 함께 몽골에 왔던 동지이자, 이태준 선생의 아내 김은식의 사촌 오빠였다. 이태준 선생은 러시아 레닌 정부가 상해임시정부에 전달하는 독립운동 자금을 전달하는 역할도 했다. 1920년 레닌 정부가 준 금괴를 가지고 상해를 방문한 이태준 선생은 북경에서 약산 김원봉(金元鳳·1898~1958)을 만났다. 당시 김원봉은 의열단을 조직해 국내외 일제 수탈기관을 파괴하고, 요인을 암살하는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다. 무력투쟁에 사용할 폭탄의 성능 때문에 고민하던 김원봉은 이태준 선생에게 폭탄전문가 소개를 부탁했다. 후에 이태준 선생이 소개하려고 했던 헝가리인 ‘마자르’가 이태준 선생이 죽은 후 홀로 김원봉을 만나 고성능 폭탄제조법을 알려줬다. 일제와 손잡은 러시아 백군에 의해 피살된 이태준 선생  20세기 초까지 몽골은 외몽골(현재 몽골)과 내몽골(현재 내몽골 자치구)로 분리되어 중국 청나라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1911년 중국에서 신해혁명으로 중화민국이 들어서자, 외몽골은 이 기회를 이용해 자치를 인정받았으나 내몽골은 여전히 혼란한 상황이었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1917년 11월 볼셰비키 혁명으로 세계 최초로 공산주의 정권이 수립되었다. 외몽골에 공산주의가 퍼질 것을 염려한 중화민국은 외몽골의 자치를 철폐하고 다시 점령했다. 이때 나타난 인물이 바로 ‘미친 남작’이라 불렸던 웅게른(로만 폰 웅게른슈테른베르크)이었다. 러시아에서는 볼셰비키 혁명을 지지하는 혁명세력(적군·Red Army)과 반대세력(백군·White Army) 간에 적백내전이 일어났다. 1920년 적군에 쫓기던 웅게른의 백군은 몽골로 들어왔다. 웅게른은 ‘몽골을 중화민국으로부터 해방시키겠다. 몽골에 자치정부를 만들고 보그드 칸을 다시 국왕으로 복위 시키겠다. 몽골의 내정에는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중화민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갈망한 몽골인들은 웅게른을 환영했다. 몽골의 지지를 받은 웅게른은 중화민국 군대와 싸웠지만 패했다. 그러나 두 번째 전투에서는 죽음을 각오하고 참전한 몽골 병사들의 노력으로 중화민국 군대를 몽골에서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몽골을 접수한 미친 남작 웅게른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점령한 후 외국인 주거지역에 사는 외국인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하고 그들의 재산을 강탈했다. 그리고 몽골 전역에서 대대적인 학살과 약탈을 자행했다. 이때 이태준 선생과 가족은 외국인 주거지역에 살고 있었다. 그날은 이태준 선생과 헝가리인 마자르는 상해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전달하기 위해 떠난 날이었다. 웅게른 부대 병사들이 이태준 선생의 집에 쳐들어와 이태준 선생의 아내와 갓 태어난 어린 딸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이태준 선생과 헝가리인 마자르도 국경을 넘지 못하고 백군에게 붙잡혔다. 웅게른 부대에 있던 일본인이 이태준 선생을 볼셰비키의 스파이라고 지목하면서 이태준 선생을 1921년 일본과 손잡은 러시아 백군에 의해 38세의 나이에 피살된다. 가까스로 풀려난 헝가리인 ‘마자르’는 무작정 북경으로 가서 의열단 김원봉을 만나 폭탄제조법을 전달했다.이태준 기념공원에서 차를 타고 약 15분쯤 가면 울란바토르 시청 옆에 커다란 광장이 나온다. 이 곳의 이름은 ‘수흐바타르 광장’이다. 이 광장의 한 쪽에는 말을 타고 있는 동상이 있다. 그가 바로 몽골의 독립을 이룩한 ‘담딩 수흐바타르’(1893~1923)다. 그는 레닌의 도움을 받아 몽골에서 백군을 축출하고 독립을 이룬 인물이다. 그래서 몽골에서는 혁명의 아버지로 불린다. 수흐바타르 동상을 보면서 그가 조금만 일찍 웅게른의 백군을 몰아 냈다면 이태준 선생은 살아 남아 독립된 대한민국의 땅을 다시 밟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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