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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진스·尹대통령, NYT ‘스타일리시’에 선정

    뉴진스·尹대통령, NYT ‘스타일리시’에 선정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걸그룹 뉴진스와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올해의 가장 스타일리시한 인물 71’(71 Most Stylish ‘People’ of 2023)을 뽑았다. 무엇을 입고, 어떻게 살며,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는지에 대한 얘깃거리를 던진 인물을 중심으로 화제가 된 조각, 건축물 등까지 아울러 선정했다. 인물들은 주로 연예인이 뽑힌 가운데 정치인으로는 윤 대통령과 영국 찰스 3세 국왕 등이 눈에 띈다. NYT는 윤 대통령에 대해 “그의 흠잡을 데 없는 ‘아메리칸 파이’ 백악관 공연은 ‘아메리칸 아이돌’에 필적했다”고 평했다. 지난 4월 미 국빈 방문 당시 백악관에서 돈 매클레인의 노래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모습을 언급한 것이다. 뉴진스에 대해서는 “토끼 귀 모자를 쓴 뉴진스 멤버들은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R&B(리듬 앤드 블루스)에서 영감을 받은 사운드로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다”며 “여성 K팝 가수 중 최초로 시카고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에서 공연하는 등 다양한 명성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사람 외에 사물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리는 자선 패션행사 ‘멧 갈라’에 등장한 바퀴벌레, 라스베이거스의 구형 공연장 스피어가 선정됐다.
  • 이스라엘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삼둥이, 전쟁통에 부모와 생이별 석 달

    이스라엘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삼둥이, 전쟁통에 부모와 생이별 석 달

    이스라엘 병원에서 세쌍둥이를 낳은 팔레스타인 어머니가 입국 허가가 만료돼 가자지구로 돌아왔다가 전쟁이 터져 3개월이나 아이들과 생이별한 사연이 알려졌다. 6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하난 베이유크(23)는 고위험 임신부로 분류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입국 허가를 얻어냈다. 그렇게 지난 8월 24일 동예루살렘 마카세드 병원에서 세 딸을 출산했다. 31주 만에 태어난 삼둥이는 출산 직후 인공호흡기를 착용해야 했지만, 베이유크는 출산 후 사흘 만에 입국 허가가 만료돼 아기들을 남겨둔 채 가자지구로 돌아와야 했다. 그 뒤 한 달여 만에 아기들은 퇴원할 준비를 마쳤지만, 며칠 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벌어졌다. 아기들을 데리러 다시 이스라엘로 입국하려던 베이유크는 전쟁으로 봉쇄된 가자지구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아버지인 파티 베이유크는 태어난 지 15주가 된 아기들 얼굴을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다. 부모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의료진이 보내주는 아기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는 것으로 달랜다. 세쌍둥이를 한번에 만나지도 못하고 한 명씩만 본다. NBC 취재진은 지난 3일 칸 유니스에서 부모들, 동예루살렘 병원에서 세쌍둥이의 휴대전화 상봉 모습을 동시에 지켜봤다. 거리는 96㎞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 부모와 삼둥이들은 생이별을 한 것이다. 휴대전화 화면에 담요에 싸인 아기의 작은 얼굴이 보이자 부부는 뽀뽀를 날리고 딸들의 이름을 부르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고 NBC는 전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기들을 안을 수 없다는 현실에 부부의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파티 베이유크는 “아기는 나의 영혼이고 나의 별”이라고 말했다. 하난 베이유크는 “전쟁이 우리를 갈라놓았다. 아기들을 안아주고 싶다”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아기들을 하루라도 빨리 데려오고 싶지만, 전쟁통에 아기들을 데려와도 걱정이라고 했다. 하난 베이유크는 “아기들은 그냥 거기 있는 게 더 안전하다”며 “여기 상황이 너무 나쁘다. 아기에게 줄 우유나 기저귀도 없고 우리가 먹을 음식도 없다”고 말했다. 베이유크 부부가 살고 있는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도 이스라엘군이 진입해 시가전이 벌어졌다. 이들의 집에는 다섯 가족이 머물고 있는데, 먹고 마실 것도 거의 구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가자지구의 병원들은 미숙아를 돌볼 의약품과 전기마저 떨어졌다. 마카세드 병원 신생아실 책임자인 하템 카마쉬 박사도 “아기들이 분유를 탈 물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살 수 있겠나”라며 아기들이 병원에 머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결국 사진과 영상이 가족들의 유일한 상봉 수단이지만, 이마저 언제까지 계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 폭격과 봉쇄로 가자지구의 인터넷과 전화 연결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죄 없는 가족들이 결합할 수 있는 길은 전쟁을 끝내는 것뿐이라고 이들은 호소했다. 파티 베이유크는 “우리는 전쟁 중이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아기들이 그곳에 안전하게 머물게 해줬으면 한다”며 “이 전쟁이 빨리 끝나서 아기들을 데려와 함께 살고 싶다”고 말했다.
  • 올해 스타일리시한 인물에 뉴진스와 윤대통령, 바퀴벌레까지 [월드 핫피플]

    올해 스타일리시한 인물에 뉴진스와 윤대통령, 바퀴벌레까지 [월드 핫피플]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걸그룹 뉴진스와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올해의 가장 스타일리시한 인물 71명을 뽑았다. 선정된 이들은 무엇을 입고, 어떻게 살며,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는지에 대한 얘깃거리를 던진 인물로 주로 연예인이 뽑힌 가운데 정치인으로는 윤 대통령과 영국 찰스 3세 국왕 등이 눈에 띈다. NYT는 윤 대통령에 대해 “그의 흠 잡을 데 없는 아메리칸 파이 백악관 공연은 ‘아메리칸 아이돌’에 필적했다”고 했다. 지난 4월 미 국빈 방문 당시 백악관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모습을 언급한 것이다. 뉴진스에 대해서는 “토끼 귀 모자를 쓴 뉴진스 멤버들은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알앤비(R&B)에서 영감을 받은 사운드로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다”며 “여성 K팝 가수 중 최초로 시카고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에서 공연하는 등 다양한 명성을 얻었다”고 평가했다.사람 외에 사물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리는 자선 패션행사 ‘멧 갈라’에 등장한 바퀴벌레, 라스베이거스의 구형 공연장 스피어가 선정됐다. 고인으로 올해 영화에서 재조명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중절모 패션도 주목받았다.
  • ‘원빈과 열연’ 女 배우, 1천억 자산가와 결혼 직전 파탄

    ‘원빈과 열연’ 女 배우, 1천억 자산가와 결혼 직전 파탄

    일본 배우 후카다 쿄코가 1000억대 자산의 부동산 재벌과 결혼 직전 이별했다. 지난 6일 일본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는 후카다 쿄코가 부동산 사업가 스기모토 히로유키 회장과 결혼 직전에 파국을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애초 두 사람은 지난 11월에 후카다 쿄코의 본가를 방문하는 등, 연내 결혼식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혼을 앞두고 갈라서게 됐다. 보도에 따르면 스기모토 히로유키는 스포니치 아넥스에 “헤어진 것은 사실이다. 더는 말하지 않겠다. 그녀의 행복을 바라고만 있다”고 전했다. 후카다 쿄코의 소속사 또한 “사생활은 본인에게 맡기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후카다 쿄코, 스기모토 히로유키는 2018년부터 교제했다. 2021년 후카다 쿄코가 연예계 활동을 일시 중단했을 때도 스기모토 히로유키는 복귀까지 그를 헌신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후카다 쿄코는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 ‘룸메이트’, 드라마 ‘퍼스트 러브’, ‘세컨드 러브’, ‘처음 사랑을 한 날에 읽는 이야기’에 출연한 일본의 유명 배우다. 2002년에는 MBC에서 방영된 한일합작 드라마 ‘프렌즈’에서 배우 원빈과 연기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 인터넷 통해 유기됐던 ‘투명아동’ 8년 만에 찾았다

    인터넷 통해 유기됐던 ‘투명아동’ 8년 만에 찾았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에게 생후 닷새가 된 아기를 넘긴 친부모가 적발된 ‘이천 영아유기’ 사건의 피해 아동이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는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이 아동은 8년 전 친부모로부터 버려져 양부모에게 건네진 후 이들을 친부모로 알고 자라왔으나, 결국 복지시설로 넘겨져 또다시 유기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해졌다. 5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0월 A군이 생활하고 있는 아동복지시설에서 A군의 안전을 확인했다. A군이 친부모로부터 버려져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지 8년여 만의 일이다. 이어 경찰은 생사 불명이던 아동의 친부모 이모(41·여)씨 부부와 A군의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친자가 맞다는 결과를 지난달 회신받았다. 이 사건 수사는 2015년~2022년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전수 조사가 한창이던 지난 7월 경기 이천시로부터 “친부모의 자녀 유기가 의심되는 사건이 있다”는 수사 의뢰가 경찰에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당시 경찰은 생사 불명인 아동의 친부모인 이씨 부부를 즉시 형사 입건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씨 부부는 2015년 1월 6일 이천시 소재 한 산부인과에서 남자아기를 출산하고, 이 아기를 인터넷에서 알게 된 최모(49·여) 씨와 B(44 추정·여) 씨에게 건넨 혐의다 A군은 최씨 남편의 성을 따라 ‘A○○’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나, 출생 미신고로 인해 주민등록 자체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제때 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 A군을 맡은 해당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 위반(유기·방임) 혐의로 최씨를 고발하고, 지난 5월 아동복지시설로 A군을 인계했다. 이 아동복지시설 시설장은 A군을 이곳에서 돌보며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A군은 임시 주민등록번호의 일종인 사회복지전산번호를 부여받아 초등학교에도 입학했다. 현재 건강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부부는 현재 완전히 갈라선 상태인 데다가 양육 능력이 없어 A군을 다시 데려갈 수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자신을 키워준 최씨와 그의 남편을 친부모로 알고 있으며, 지금도 자주 최씨를 만나고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은 아동복지시설에서 성인이 되기 전까지 생활하다가 이후 독립할 것으로 보인다”며 “A군을 낳은 생부·생모인 이씨 부부도, A군을 8년간 키운 최씨와 그의 남편도 현재로선 양육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은 이씨 부부와 최씨, B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매매 등) 혐의로 입건하고, 아직 정확한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B씨의 소재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 태국 남부 달리던 이층버스 나무와 충돌, 둘로 갈라져 적어도 14명 숨져

    태국 남부 달리던 이층버스 나무와 충돌, 둘로 갈라져 적어도 14명 숨져

    태국 수도 방콕을 떠나 최남단 송클라주 나타위 지역으로 향하던 이층 버스가 5일 나무와 충돌, 적어도 14명이 숨졌다. 현지 매체 타이 PBS와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현지시간)쯤 태국 남부 쁘라추업 키리 칸주 도로에서 이층 버스가 미끄러져 나무와 부딪히면서 32명이 다쳤다고 경찰이 밝혔다. 버스 앞쪽이 둘로 갈라지는 등 처참한 모습이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버스에는 승객 46명 등 49명이 타고 있었으며, 탑승자 대부분은 태국인과 미얀마인으로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 등을 조사 중인 경찰은 운전자가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상태였을 수 있다고 전했다. 운전자는 다치긴 했지만 목숨을 건졌다고 BBC는 전했다. 쁘라추업 키리 칸 주는 아름다운 해변과 동굴, 트레킹 명소들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어서 외국 관광객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태국은 교통사고 발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태국에서는 매년 약 2만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지난해 한 해는 1만 5000명이 숨졌는데 약간 인구가 적은 영국은 1700명 수준이었다. 2021년에는 전 세계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3분의 1를 차지했다. 지난 7월에도 태국 북동부 푸 싱 지구의 산악도로에서 버스가 굴러 4명이 숨지고 34명이 다쳤다. 2014년에도 동부 프라친부리 지구에서 버스가 대형 트레일러와 충돌해 15명이 숨졌는데 대다수가 어린 학생들이었다.
  • 웃기는 일은 웃기지 않는다… ‘코미디’가 던진 묵직한 현실

    웃기는 일은 웃기지 않는다… ‘코미디’가 던진 묵직한 현실

    ‘웃기는 일은 웃기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6부작 예능 ‘코미디 로얄’ 마지막화의 제목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라는 특전을 두고 코미디언 20명이 경합을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코미디가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그저 ‘웃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그맨들의 시행착오에서 진지한 생각거리도 툭툭 튀어나온다.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유독 ‘출신성분’을 놓고 갈라치기가 공공연하다. 코미디 로얄 첫화에서도 황제성은 “저 친구(나선욱) 어디 출신이야?”라고 묻는다. “출신 없습니다”라고 대답한 김승진에게 황제성은 “아 공채는 아니었어?”라고 수긍한다. ‘구별짓기’ 기제가 발동하는 순간. 황제성과 김승진은 각각 MBC, SBS 공채 개그맨이다. 소수의 방송국이 전파를 독점하던 시절 개그맨이 되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방송사로부터 권위를 인정받는 것. 대중에게도 은연중 전해지는 코미디언들 사이의 기수 문화는 그래서 유효했다. 그러나 이것이 개그맨들 사이의 고유 문화인 것도 아니다. 출신 학교와 지역, 성별, 인종, 종교 등으로 수없이 사람을 가르고 정체성을 재단하는 일은 우리 사회에도 비일비재하다. 코미디 로얄은 여기서 묻는다. 공채라서 더 웃기고, 공채가 아니어서 덜 웃긴가. ‘유튜브 출신’으로 “근본이 없다”고 평가받던 나선욱이 우여곡절 끝에 최종 우승팀에 속한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곽경영’ 캐릭터로 유튜브에서 전성기를 누리는 곽범은 경합 내내 무리수를 두며 헤맨다. 헛발질의 시작은 이선민, 이재율과 함께한 ‘숭간교미’였다. 원숭이로 분장해 개연성 없이 마구잡이로 교미를 묘사하는 장면은 웃기기는커녕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여기서 개그계 대부 이경규와 메타코미디 정영준 대표는 ‘누구를 웃길 것인가’를 두고 의견의 날을 세운다. 이경규는 “코미디의 기본은 공감대”라며 숭간교미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정 대표는 “모두에게 보여 주려는 코미디는 아무도 안 보는 코미디”라며 곽범을 옹호한다. 무작위 공중(公衆)을 향해 개그를 펼쳐야 했던 이경규의 철학과 ‘알고리즘’과 구독자의 선택을 거쳐 시청자를 만나야 하는 정 대표의 고민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반전이 있다. 원숭이로 분장한 이경규가 등장하며 좌중을 초토화한다. ‘누구를 웃길 것인지’를 넘어 ‘웃기는 일이 무엇인지’ 한 수 보여 준 대가의 ‘빌드업’이다. ‘캐릭터 로얄럼블’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이창호와 김두영의 대결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은 웃지 않고 상대를 두 번 웃겨야 하는 게 게임의 규칙. 작정하고 웃지 않으려는 자를 웃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니와 서로의 상대는 코미디 스페셜리스트다. 마지막화의 제목 ‘웃기는 일은 웃기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여기서 크게 와닿는다. “어디 한번 얼마나 웃기는지 보자”고 말하는 사람들 앞에 서서 그들을 기어코 웃기는 일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 [포토] 아카데미 뮤지엄 갈라 레드카펫

    [포토] 아카데미 뮤지엄 갈라 레드카펫

    켄달 제너가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에서 열리는 제3회 아카데미 박물관 축제(the third annual Academy Museum gala)에 참석해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교미하는 원숭이’는 웃긴가?…넷플릭스 ‘코미디로얄’이 던진 질문들[다시, 깊이]

    ‘교미하는 원숭이’는 웃긴가?…넷플릭스 ‘코미디로얄’이 던진 질문들[다시, 깊이]

    ‘웃기는 일은 웃기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6부작 예능 ‘코미디 로얄’ 마지막화의 제목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라는 특전을 두고 코미디언 20명이 경합을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코미디가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저 ‘웃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그맨들의 시행착오에서 진지한 생각거리도 툭툭 튀어나온다. “출신성분은 잊어라.”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유독 ‘출신성분’을 놓고 갈라치기가 공공연하다. 옛 MBC ‘무한도전’에서도 박명수는 정준하를 “특채”라고 무시했고, 노홍철은 심지어 “길바닥 출신”으로 명명됐다. 웃자고 한 소리지만, ‘MBC 공채 4기’ 박명수와 나머지 사이에는 묘한 위계가 만들어진다. 코미디 로얄 첫화에서도 황제성은 “저 친구(나선욱) 어디 출신이야?”라고 묻는다. “출신 없습니다”라고 대답한 김승진에게 황제성은 “아 공채는 아니었어?”라고 수긍한다. ‘구별짓기’의 기제가 발동하는 순간. 황제성과 김승진은 각각 MBC, SBS 공채 개그맨이다. 소수의 방송국이 전파를 독점하던 시절, 개그맨이 되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방송사로부터 권위를 인정받는 것. 대중에게도 은연중 전해지는 코미디언들 사이의 기수 문화는 그래서 유효했다. 그러나 이것이 개그맨들 사이의 고유의 문화인 것도 아니다. 출신 학교와 지역, 성별, 인종, 종교 등으로 수없이 사람을 가르고 정체성을 재단하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코미디 로얄은 여기서 묻는다. 공채라서 더 웃기고, 공채가 아니어서 덜 웃긴가. ‘유튜브 출신’으로 “근본이 없다”고 평가받던 나선욱이 우여곡절 끝에 최종 우승팀에 속한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누구를 웃길 것인가.” ‘곽경영’ 캐릭터로 유튜브에서 전성기를 누리는 곽범은 경합 내내 무리수를 두며 헤맨다. 헛발질의 시작은 이선민, 이재율과 함께 한 ‘숭간교미’였다. 우두머리가 보지 않는 사이 몰래 교미한다는 한 원숭이 무리의 습성에서 착안한 개그다. 개연성 없이 마구잡이로 교미를 묘사하는 장면은 웃기기는커녕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여기서 개그계 대부 이경규와 메타코미디 정영준 대표는 ‘누구를 웃길 것인가’를 두고 의견의 날을 세운다. 이경규는 “코미디의 기본은 공감대”라며 숭간교미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정 대표는 “모두에게 보여주려는 코미디는 아무도 안 보는 코미디”라며 곽범을 옹호한다. 무작위 공중(公衆)을 향해 개그를 펼쳐야 했던 이경규의 철학과 ‘알고리즘’과 구독자의 선택을 거쳐 시청자를 만나야 하는 정 대표의 고민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반전이 있다. 원숭이로 분장한 이경규가 등장하며 좌중을 초토화한다. 숭간교미를 ‘극혐’했던 그다. 일찍이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어떤 관념과 관념이 불균형할 때” 웃음이 나온다고 설파했다. ‘누구를 웃길 것인지’를 넘어 ‘웃기는 일이 무엇인지’ 한 수 보여준 대가의 ‘빌드업’이라 하겠다. “웃기는 일은 웃기지 않는다.” ‘캐릭터 로얄럼블’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이창호와 김두영의 대결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은 웃지 않고 상대를 두 번 웃겨야 하는 게 게임의 규칙. 작정하고 웃지 않으려는 자를 웃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니와, 서로의 상대는 코미디의 스페셜리스트다. 마지막화의 제목 ‘웃기는 일은 웃기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여기서 크게 와닿는다. “어디 한 번 얼마나 웃기는지 보자”고 말하는 사람들 앞에 서서 그들을 기어코 웃겨내는 일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권해봄 PD는 이렇게 말했다. “코미디언들이 검열 없이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고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을 드리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마치 자신의 특기를 갖고 하는 종합격투기 같다. 이 무기를 갖고 각 라운드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보시면 코미디의 매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12·12 당시 군 복무 유승민 “‘서울의 봄’ 봤다… 충격 기억 생생”

    12·12 당시 군 복무 유승민 “‘서울의 봄’ 봤다… 충격 기억 생생”

    12·12 당시 군 복무했던 유승민 전 의원이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주도한 군사쿠데타로 희생된 사병들에 대한 명예회복을 요구했다. 유 전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영화 ‘서울의 봄’을 봤다”며 “영화관을 찾는 마음이 무거웠다. 44년 전 1979년 12월 12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현장에서 수도경비사령부 33경비단 일병으로서 현장에서 겪었던 충격적인 기억들이 지금도 가슴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복무한 수도경비사령부 33경비단은 당시 격랑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던 부대다. 경비단장 김진영 대령은 반란에 가담한 핵심 인사였다. 유 전 의원은 “지휘관인 33경비단장은 반란군에 가담해 자기 혼자 청와대 30경비단에 가 있었고, 필동의 33경비단 병력들은 부단장 지휘하에 장태완 사령관의 명령에 따랐다”면서 “그날 밤, 평소 병사들 앞에서 근엄하게 군기를 잡고 군인정신을 외치던 장교들이 편을 갈라 서로 총부리를 겨눈 채 추악한 하극상을 보이고 어느 줄에 서야 살아남을지를 계산하느라 우왕좌왕하던 모습을 고스란히 봐야 했다”고 떠올렸다. 유 전 의원은 당시 사태를 계기로 “정치군인에 대한 환멸”을 느꼈다고 한다. 급박하게 상황이 진행된 끝에 결국 쿠데타가 성공했고 유 전 의원은 “그 이듬해 5월 서울의 봄과 광주의 봄은 그렇게 어긋난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라고 했다.유 전 의원은 2012년 국회 국방위원장이던 시절 마주했던 ‘故 김오랑 중령 무공훈장 추서 및 추모비 건립 촉구 결의안’을 떠올렸다. 김오랑 중령은 12·12 때 반란군에 맞서 전세가 기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사령관을 유일하게 지키려다가 교전 중 전사한 인물이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 국방부와 일부 국방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3년 4월 국회 국방위와 본회의에서 마침내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그 이듬해에 보국훈장이 추서되어 김오랑 그분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지켜드렸던 것은 저에게는 소중한 보람이었다”고 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고 말한 유 전 의원은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44년 전 그날 밤 전사한 故 정선엽 병장, 故 박윤관 일병의 명예를 지켜드리는 일”을 언급했다. 당시 국방부 헌병대 병장으로 제대를 3개월 앞두고 있던 정선엽 병장은 1979년 12월 13일 새벽 국방부 점령을 위해 진입한 제1공수특전여단과 맞서다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박윤관 일병은 수경사 33헌병대 소속으로 신군부 측인 상관의 명령에 따라 육군참모총장 공관 초소를 점령한 뒤 탈환에 나선 해병대가 쏜 총에 맞아 1979년 12월 13일 새벽 순직했다. 상관의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사병들이었던 두 사람에 대한 추모비 건립, 훈장추서 요구가 있었지만 번번이 묵살됐다. 유 전 의원은 “적과의 교전이 아니라 정치군인들의 쿠데타 속에서 명령을 따르다 전사한 이 병사들의 명예를 지켜드리는 일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영화 ‘서울의 봄’의 날갯짓이 정 병장과 박 일병의 명예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박강산 서울시의원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의결 본회의에서 1년 연장해야”

    박강산 서울시의원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의결 본회의에서 1년 연장해야”

    서울시의회 박강산 의원(더불어민주당·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월 일부 보수 단체들의 주민 청구로 수리되고 서울시의회 의장 명의로 발의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의결이 다수당의 일방 독주로 처리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주민청구조례안이 수리된 날부터 1년 이내에 주민청구조례안을 의결해야 하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본회의 의결로 1년 이내의 범위에서 한 차례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박 의원은 “현재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수리·발의에 대한 무효소송이 진행 중이고, 다음 주 시민사회에서 폐지안 상정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예정되어 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의결을 강행하는 것은 여야를 떠나 시민을 대변하는 의회의 책무라고 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박 의원은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다수당의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라며 “주민조례발안 법률이 규정하는 마지노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본회의에서 폐지안 의결의 연장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교육부는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각 시·도교육청에 안내했으나, 해당 내용에는 현행 학생인권조례가 보장하는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와 휴식권 등 기본적인 인권 항목이 빠져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달 30일 261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서울학생인권조례 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시의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인권 퇴행”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박 의원은 “인권은 동전의 양면처럼 나눌 수 없고, 교권과 학생인권은 결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며 “정치권의 갈라치기에 맞서 의회 안팎의 연대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의결의 강행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숨 고른 ‘철기둥’… 연승 끊긴 뮌헨

    숨 고른 ‘철기둥’… 연승 끊긴 뮌헨

    UCL 5차전 코펜하겐전 결장팀 비겨 조별리그 18연승 실패아스널, 6-0으로 랑스 꺾고 16강 ‘혹사 논란’에 휩싸였던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김민재(27)가 약 두 달 만에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뮌헨은 공교롭게도 김민재가 빠진 경기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18연승에 실패했다. 김민재는 30일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4시즌 UCL 조별리그 A조 5차전 코펜하겐(덴마크)과의 홈경기 선발 명단에서 ‘엉덩이 통증’으로 제외됐다. 김민재가 빠진 자리는 미드필더 레온 고레츠카가 채워 다요 우파메카노와 센터백 조합을 이뤘다. 주전 대부분이 출전한 뮌헨은 내내 답답한 경기를 펼치며 득점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0-0 무승부를 기록해 뮌헨의 UCL 조별리그 연승 행진은 ‘17’에서 끝났다. 하지만 39경기 연속 무패 행진(35승4무)은 이어 갔고 조 1위(4승1무·승점 13)를 지켰다. 김민재가 올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너무 혹사당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올해 여름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뮌헨으로 이적한 김민재는 독일축구협회(DFB) 컵대회인 포칼 1라운드 경기만 쉬었다. 뮌헨 유니폼을 입고 18경기, 국가대표로 A매치 6경기까지 모두 24경기에 선발 출전해 대부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은 “누사이르 마즈라위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호텔에 있었으나 상황이 악화돼 집으로 돌아갔다”며 “김민재와 에리크 막생 추포모팅은 2일까지 휴식을 취하면 충분할 것이다. 일단 몸 상태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16강 진출이 확정된 뮌헨을 제외한 A조의 2~4위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 역시 3-3으로 비겼다. 2위 코펜하겐과 3위 갈라타사라이가 모두 승점 5로 같고, 맨유는 승점 4로 4위에 위치하며 A조의 16강 진출 티켓 한 장의 향방은 6차전에서 정해지게 됐다. 한편 아스널(잉글랜드)은 이날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B조 5차전에서 랑스(프랑스)를 6-0으로 대파하고 조 1위(승점 12)로 16강에 안착했다. 프랑스 팀을 상대로 거둔 잉글랜드 팀의 역대 가장 큰 점수 차 승리다. 아울러 아스널의 6골을 모두 다른 선수가 넣고 전반에만 다섯 골 차 이상으로 경기를 압도한 것 역시 UCL 사상 처음이다.
  • 발코니에 기댄 시인 적시는 ‘사회의 파도’

    발코니에 기댄 시인 적시는 ‘사회의 파도’

    건축 전문 기자로 장소에 예민해파묵의 발코니 사진서 영감 얻어안도 밖도 아닌 공간서 현실 관찰 제목이 정직하다. ‘오늘 사회 발코니’. 수록된 시들은 ‘오늘 사회’에서 마주한 일들을 늘어놓는다. 시인은 이렇게 해명한다. “아마 제가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매립한 상태에서 썼던 시가 일부 있기 때문일 거예요.”박세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오늘 사회 발코니’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박 시인의 시집은 2019년 ‘내가 나일 확률’(문학동네) 이후 4년 만이다. “철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것은 / 빛이 아니라 / 목 잘린 발들이 일으키는 먼지 //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고 / 외부가 한낮으로 향해 갈 때 / 어둠이 숨어드는 / 모두가 짙어지면 홀로 더 깊이 짙어지는, 땅보다 낮은 땅에서 // 절대 상하지 않겠다”(‘일조권’) 건축 전문 기자로 활동하는 박 시인의 시는 장소와 공간을 예민하게 들여다본다. 햇빛과 반지하의 관계를 조명한 시 ‘일조권’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떠올리게 한다. 반지하 창문의 방범용 창살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다. 어딘가 재단되고 갈라져 왜곡된 세계. 반지하에 사는 이는 그렇게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화이트 셔츠 공장”에서는 “검붉은 피가 번지”거나 “옆자리의 동료가 사라지”기도 한다(‘생산 라인’ 부분) 어느 “국숫집의 주인”은 “기계가 그의 손을 반죽인 양 빨아들”이기도 한다(‘일’ 부분) 이토록 끔찍한 고통에도 화자는 당황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빵 만드는 공장에서 잇따라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 돌아가는 현실처럼. 죽음에 무감각해진 시대를 직시하는 시인의 눈은 다소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비로소 기계와 손이 분리되었을 때 / 세 마디로 이루어진 희망은 / 생각보다 더 잘게 부스러지고 굽어지고 있었다”(‘일’ 부분) 시집에서 자주 인용하는 예술가가 장 폴 사르트르인 점은 공교롭다.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문인인 그는 지식인의 사회참여를 뜻하는 ‘앙가주망’을 공공연히 강조했다. 제목의 일부이기도 한 ‘사회’와 묘하게 겹친다. 시인은 사르트르의 소설 ‘벽’에 쓰인 문장을 시 ‘서프라이즈 박스’에서 한 번, ‘살아 있는 작은 안개가 하는 일’에서 또 한 번 옮겨 적었다. 이 밖에도 ‘장식과 범죄’의 아돌프 로스를 비롯한 미학·건축 거장들이 시 안에서 재치 있게 변주된다.시집의 하이라이트인 것 같은 시 ‘Balkon’은 튀르키예의 지성 오르한 파묵에게서 받은 영감으로 출발한다. 파묵은 소설 쓰기가 막힐 때마다 발코니에 서서 풍경을 찍었다고 한다. 2012년 12월부터 2013년 4월까지 5개월간 8500여장의 사진을 찍고 이 중 일부를 모아 책으로 내기도 했다. 그래서 ‘발코니’는 어떤 곳인가. 생지옥과도 같은 현실에서 벗어날 구원의 공간인가. “그저 제가 살고 있는 집의 발코니입니다. 구조적으로 볼 때 건물에 부가적으로 매달려 있는 것이면서 안에도 속하지 않고 밖에도 속하지 않은, 안과 밖의 자장에서 벗어난 무중력의 시간입니다. (…) 제 앞에 펼쳐진 것은 그저 바다. 아름답고 무섭고 아득한 사회의 바다. 파도가 밀려오면, 발코니가 흔들거립니다.”(시집에 수록된 시인의 인터뷰 중에서)
  • ‘엉덩이 타박’ 김민재 휴식하자 승리도 쉬어간 뮌헨

    ‘엉덩이 타박’ 김민재 휴식하자 승리도 쉬어간 뮌헨

    엉덩이 타박상을 입은 김민재가 약 두 달 만에 휴식을 취한 바이에른 뮌헨(독일)이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18연승에 실패했다. 뮌헨은 30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4시즌 UCL 조별리그 A조 5차전 홈 경기에서 코펜하겐(덴마크)과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뮌헨은 2020~21시즌부터 이어오던 UCL 조별리그 연승 행진을 17연승에서 마감했다. 그러나 2017~18시즌부터 시작한 무패 행진은 39경기 연속(35승 4무) 이어갔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4연승 하며 일찌감치 조 1위 및 16강 진출을 확정했던 뮌헨은 4승1무로 승점 13점을 쌓아 1승2무2패(5점)로 2위에 자리한 코펜하겐과 8점 간격을 유지했다. 뮌헨은 이날 혹사 논란을 받는 김민재를 출전 명단에서 제외했다. 엉덩이 타박상 때문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뮌헨에서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라운드 경기를 제외하고 분데스리가 정규리그 12경기, UCL 4경기 등 18경기, A매치 6경기 등 24경기를 대부분 풀타임으로 소화한 김민재는 두 달 만에 휴식을 취했다. 김민재의 빈자리는 미드필더 레온 고레츠카가 채웠다. 뮌헨이 슈팅 9개, 코펜하겐이 8개를 날렸으나 서로 상대 골문을 열지 못했다. 유효 슈팅은 코펜하겐이 4개로 2개에 그친 뮌헨보다 많았다. 뮌헨은 경기 막판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추가 시간 페널티 박스 내에서 코펜하겐 피터 안커센의 팔에 공이 닿아 핸드볼 파울이 선언됐지만 비디오 판독(VAR)을 거친 끝에 의도성이 없다는 판단이 나와 판정이 취소됐다. 경기 종료 직전에도 미드필드에서 코펜하겐 오스카 회이룬이 공을 트래핑하다가 팔로 건드렸지만, 이 역시 파울로 선언되지 않았다. 뮌헨 선수들이격렬하게 항의했지만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같은 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는 난타전 끝에 3-3으로 비겼다. 갈라타사라이는 1승2무2패로 코펜하겐과 승점이 같았으나 골득실에서 밀려 3위에 자리했다. 맨유도 1승1무3패(4점)로 4위에 자리해 A조에 걸린 16강 진출 티켓 2장 중 1장의 주인은 최종 6차전에서 정해지게 됐다.
  • 앤트맨 돌발 부상에도…미네소타 늑대들의 1위 질주는 계속, 서부 1, 2위 대전 승리

    앤트맨 돌발 부상에도…미네소타 늑대들의 1위 질주는 계속, 서부 1, 2위 대전 승리

    만년 하위권 이미지를 털어내고 있는 늑대군단의 포효가 계속되고 있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가 서부 콘퍼런스 1, 2위 맞대결에서 승리해 선두를 지켰다. 미네소타는 29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 센터에서 열린 2023~24 미국프로농구(NBA)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에이스 앤서니 에드워즈의 부상 변수를 딛고 오클라호마시티 선더를 106-103으로 물리쳤다. 2연승으로 13승4패를 기록한 미네소타는 서부 1위를 유지했다. 오클라호마시티의 패배로 2위로 자동 승진한 덴버 너기츠(12승6패)와는 1. 5경기 차다. 2연패 한 오클라호마시티(11승6패)는 3위로 한 계단 내려섰다. 미네소타는 에드워즈가 3쿼터 막판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기 전까지 21점을 넣었고 ‘트윈 타워’ 뤼디 고베르(17점 16리바운드)와 칼 앤서니 타운스(13점 10리바운드)가 더블더블을 합창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가 32점으로 맹위를 떨쳤으나 리바운드에서 47-62로 뒤지는 등 골밑에서 열세를 보인 게 아쉬웠다. 특히 4쿼터가 그랬다. 2쿼터 중반 12점 차까지 밀렸던 미네소타는 3쿼터 들어 12점을 몰아친 에드워즈의 활약에 분위기를 되돌렸다. 그러나 에드워즈는 3쿼터 종료 3분 33초 전 덩크를 시도하다 상대 수비와 겹치며 코트에 모로 떨어져 부상을 당했다. 에드워즈는 조금 더 경기를 뛰며 자유투 1개를 추가했으나 결국 벤치로 물러났다. 4쿼터 초반 타운스의 자유투 2개가 림을 갈라 80-79로 역전에 성공한 미네소타는 이후 5점 이내 접전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끝까지 리드를 지켜냈다. 벤치 멤버 트로이 브라운 주니어(17점)가 4쿼터에만 3점슛 2개 포함 12점을 쓸어 담으며 버팀목이 됐다.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하며 만년 하위 이미지를 털어내고 있는 미네소타의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다. 1989년 창단한 미네소타는 NBA 중에서 우승하지 못한 10개 팀 중 하나다. 2003~04시즌 케빈 가넷을 앞세워 서부 콘퍼런스 결승에 오른 게 역대 최고 성적. 이후 13시즌 연속 하위권을 전전하다 14시즌 만에 맛본 플레이오프(PO)에서 1라운드 광속 탈락했고, 다시 3시즌 연속 하위권에 머물렀다. 2020년 전체 1순위 에드워즈, 2015년 전체 1순위 타운스를 중심으로 전력을 재구축한 데 더해 지난해 7월 유타 재즈에서 뛰던 대형 센터 고베르를 영입해 최근 2시즌 연속 PO에 올랐으나 역시 1라운드에서 거푸 탈락했다.
  • [서울광장] 조지 오웰과 최강욱/박현갑 논설위원

    [서울광장] 조지 오웰과 최강욱/박현갑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 논란을 계기로 내년 총선 후보자의 막말이나 부적절 언행 검증을 강화한다고 한다. 당의 공직 후보가 되려는 사람은 부정부패, 성폭력, 입시부정, 공직윤리 위반 등을 검증받겠다는 서약서를 내야 한다. 이후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 후보 사퇴나 당선 뒤 의원직 사퇴 등 당의 결정을 지켜야 하는데 막말과 설화도 추가해 ‘거친 입’은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공언대로 거친 입은 걸러 내기 바란다. 전략공천이나 예외 조항을 만들어 약속을 흐지부지 만드는 꼼수를 고민 중이라면 역풍만 초래할 것이다. 우리 정치는 국민을 끌어당기는 화합의 언어가 아닌 밀어내는 혐오 언어의 생산지가 된 지 오래다. 원색적 망발에 노인, 여성, 청년을 비하하는 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온다. 그제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한 강연에서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며 “부모의 잘못이 큰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치 혁신이 뭐길래 남의 부모까지 들먹이는지 놀랍다. 더 유감스러운 건 인권 신장을 강조해 온 민주당에서 이런 막말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지난 7월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은 미래가 짧은 분들이 미래가 긴 젊은이들과 똑같이 1대1 표결하느냐는 노인 비하 발언을 했다. 2004년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의 “60ㆍ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는 노인 폄하 발언의 재현이었다. 이달 들어서는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 20·30세대를 돈만 많으면 장땡인 세대 취급한다는 청년 비하 현수막도 나왔다. 정치권의 막말 퍼레이드는 작금의 정치 구도와 관계 있다. 민주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기반으로 일방적 법안 통과에다 국무위원 탄핵 카드를 흔들고, 대통령실은 이에 거부권 행사로 맞선다. 서로 아쉬운 상황이라 양보하며 머리를 맞댈 법하건만 기 싸움만 한다. 최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은 사회의 성차별주의를 강화할 위험한 발언이었다. 그는 지난 19일 광주 과학기술원에서 열린 민주당 민형배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사회자가 현 정치 상황을 언급하며 “이제 검찰 공화국이 됐다고 봐야죠”라고 하자 “공화국의 핵심은 권력 견제와 균형에 있다고 배웠다. 그런데 지금 어느 부분에 견제가 있고 균형이 있느냐. 동물농장에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거는 잘 없다”면서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남녀를 갈라치는 위험한 발언이었건만 현장에서는 웃음소리 외 제지 움직임이 없었다. ‘동물농장’을 쓴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이 이 말을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오웰은 ‘정치와 영어’라는 글에서 정치인들이 본심을 숨기려 애매하고 쓸데없이 장황한 미사여구를 늘어놓는다며 명료한 글쓰기를 강조했다. 은유·직유 등 수사적 표현 사용하지 않기, 짧은 단어를 사용할 수 있으면 긴 단어 사용하지 않기, 잘라 낼 단어는 잘라 내기, 되도록 능동태 사용하기, 일상어 사용하기 등이다. 오웰이라면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며 고상한 척하는 표현 대신 비판하려는 대상의 문제점을 직접 거론했을 것이다. 정치인의 혐오성 막말은 본인뿐 아니라 소속 정당, 그리고 듣는 국민과 국가의 품격도 해친다. 여야를 막론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막말 정치인은 공천에서 배제하고 화합의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질 게다. 선거철만 되면 북콘서트에다 의정 보고회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다 당선 이후에는 각종 비하나 혐오 발언으로 주권자를 능멸하는 정치인들이 허다하다. 막말 정치인은 유권자가 표로 심판해야 한다. 정치인 막말보다 더 위험한 건 유권자의 침묵일 것이다.
  • 부산 북항, 첫 근대 무역항에서 엑스포 주 무대로… ‘오늘 결전의 날’ 시민 1000여명 성공 유치 응원전

    27일 부산 동구 부산항전시컨벤션센터 옥상에 있는 하늘공원.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성공할 경우 박람회장으로 쓰일 부산 북항 재개발 구역이 한눈에 보였다. 바다를 보고 왼쪽으로 눈에 들어오는 곳은 재개발 1단계 구역이다. 엑스포 개최에 성공하면 이곳은 각종 문화 공연 등이 열리는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된다. 현재 19만 6000㎡ 크기의 친수공원 조성이 완료돼 시민에게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2단계 구역은 현재도 무역항이 운영 중이다. 그런 만큼 높이 쌓인 컨테이너와 대형 크레인 등으로 빼곡하다. 엑스포가 열리면 엑스포 역사와 관련된 각국 전시관 등 엑스포 관련 시설이 들어선다. 특히 해상에는 기후난민을 위한 솔루션을 제안하는 2만 1000㎡ 면적의 해상도시도 조성된다. 북항은 1876년 개항한 우리나라 첫 근대 무역항이다. 오랫동안 시민에게 금단의 땅이었지만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시민에게 열린 미항으로의 변신을 준비 중이다. 부산시는 북항과 원도심을 갈라놓았던 고가도로, 철도 조차장, 컨테이너 야적장 이전을 예정보다 2년 앞당겨 2027년 완료하고 2028년부터 엑스포 관련 시설 설치를 시작할 계획이다. 엑스포가 ‘부산 대개조’의 시작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부산 지역에서는 막판까지 엑스포 유치 염원이 이어지고 있다.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하루 앞둔 이날 부산역에서는 부산 동구 주최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염원 결의 대회’가 열렸다. 해운대해수욕장 광장에서도 엑스포 응원 이벤트가 진행됐다. 시민들은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릴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 조형물과 부산시 갈매기 캐릭터 ‘부기’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메시지월에 ‘2030년 부산에 엑스포 보러 꼭 오겠다’ 등 빼곡한 응원 문구를 남겼다. 28일에는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1000여명이 참석하는 ‘2030월드엑스포 부산 성공 유치 시민 응원전’이 열린다.
  • 수천년 공존 역사에 그은 국경선…서구 열강이 낳은 ‘세계의 화약고’[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수천년 공존 역사에 그은 국경선…서구 열강이 낳은 ‘세계의 화약고’[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에 긴장감이 더해 가고 있다. 바로 옆 나라인 레바논이 1970~80년대에 내전을 겪었고 시리아도 2011년부터 내전에 휩싸이면서 이곳은 세계의 ‘화약고’로 이목이 쏠리던 터였다. 언뜻 봐서는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 간의 고질적인 종파 분쟁 같지만 사실 이 지역은 생각보다 많은 공동의 역사적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개방·관용의 장소였던 예루살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는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 땅을 의미하는 ‘레반트’로 불린다. 이들 국가는 수천 년 동안 분리되지 않은 채 같은 정치 조직에 속해 있었다. 역사적으로 해양과 대륙의 세력이 지중해와 서아시아가 접경하는 지역인 이곳을 번갈아 장악했기 때문이다. 기원전 6세기부터 기원후 20세기 초까지 바빌로니아-페르시아-알렉산드로스 제국-로마-우마이야-오스만 등 일련의 제국들이 이 지역을 통치했다. 그래서 레반트 지역은 광대한 영역을 다스렸던 제국의 한 속령으로 독립적인 국가를 형성하지 못하고 제국의 대리인인 총독의 위임 통치를 받아야 했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에 황제를 대신해서 이 지역을 통치했던 총독들이 자주 언급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그만큼 레반트 지역은 정치적으로 오랜 세월 공동 운명체로 묶여 있었다. 종파 간 관계도 오늘날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 1300년간 이 지역을 통치한 이슬람 세력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을 믿는 경전의 백성인 유대인과 그리스도교인을 역사적 기원이 같다며 종교적 동반자로 여겼다. 레반트에서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의 공존은 일상이었으며 대립이 오히려 비정상적이었다. 시장터와 같은 일상의 삶이 반복되는 곳일수록 공생 관계는 더욱 두드러졌다. 유럽에서 박해받다 쫓겨난 유대인 ‘난민’을 기꺼이 받아 주고 환대한 것도 이슬람 제국이었다. 이렇듯 과거의 중동은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면서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문화의 차이점을 존중하던 곳이었다. 유럽에서 박해를 피해 온 마이모니데스라는 유대인은 이집트에 정착한 뒤 이슬람 통치자 살라딘의 주치의이자 유대 공동체의 수장으로 임명되었다. 요셉 나시 역시 16세기에 유럽의 그리스도교 사회에서 모진 박해를 견디다 못해 오스만 제국으로 망명한 수많은 유대인 중 한 명이었다. 사업가로도 성공한 그는 술탄의 신임을 얻어 특사로 활약했다. 오늘날 중동 지역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 분쟁 역시 과거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현대의 언론은 두 종파가 항상 갈등을 빚었던 것처럼 보도하지만 이는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많은 수의 시아파 성소가 수니파의 재정 지원으로 조성되었고 상대방의 성지를 순례하는 것도 가능했다. 시리아 알레포에 있는 ‘알 후세인 성소’는 시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교 건축물로 평가된다. 이곳은 무함마드의 손자이자 시아파의 종교 지도자인 후세인에게 봉헌되었다. 당시 시리아의 수니파 총독도 성소 조성을 후원했다. 2010년 시리아 내전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순례자가 이곳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이슬람의 시작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두 종파의 오랜 반목’, ‘종파 전쟁의 역사’라는 역사적 오류가 수정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예루살렘은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 모두의 성지이다. 이슬람의 지도자 무함마드가 죽은 뒤 그의 계승자인 칼리프들은 638년에 아라비아반도를 넘어 북쪽에 있는 예루살렘을 점령했다. 이때부터 예루살렘은 현대 이스라엘이 건국되는 1948년까지 1300년 동안 대부분 이슬람 세력의 통치를 받았다. 이슬람이 태동한 7세기에는 무슬림들이 예루살렘의 그리스도교인들과 같은 교회를 이용하면서 그곳에서 예배를 보기도 했을 정도로 두 종교 사이에 적대감은 표출되지 않았다. 무슬림들은 예루살렘 근처에 있는 카티스마 교회에서도 예배를 드렸다. 카티스마는 ‘의자’라는 뜻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가 임신한 몸으로 갈릴리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다가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이러한 사실을 기념하려고 팔각형 모양으로 지어진 그리스도교 교회에서 초기 무슬림들이 예배를 드린 것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이 동정녀 마리아를 수십 차례 언급하면서 신앙의 표본으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슬림 통치자인 칼리프들은 그리스도교인과 무슬림이 함께 예배 보는 것을 금지하지 않았다. 예루살렘은 정치적으로는 정복되었지만 종교적으로는 개방과 관용의 공간이자 공존의 장소가 될 수 있었다. 아랍인들은 그들이 정복한 예루살렘의 초대 총독으로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유대인을 임명하기도 했다. 칼리프는 유대인 지도자와 가족들을 초청해 예루살렘에 정착하도록 하는 포용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슬람 통치자들은 지속적으로 유대인들의 예루살렘 이주를 장려했다. 1900년경 이슬람이 통치하던 예루살렘의 거주민 4만 5000여명 중 절반 이상이 유대인이었다. 이렇게 해서 예루살렘은 유대인·그리스도교인·무슬림이 어깨를 맞대고 뒤섞여 사는 접경 공간이 될 수 있었다. 오늘날까지도 예루살렘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래된 아랍 가문이 둘 있는데 이들은 638년에 아라비아반도의 메카에서 이주한 아랍인의 후손이다. 이 두 가문은 지금까지 대대로 그리스도교의 가장 중요한 성지인 예루살렘 성묘교회의 관리를 담당해 왔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 제국은 동맹국(독일, 합스부르크 제국) 편에 서서 연합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에 맞서 싸웠다. 하지만 영토가 광대한 오스만 제국은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쟁의 이러한 혼란을 틈타 오스만 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아랍인들이 통치의 주체가 되는 옛 아랍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세력이 등장했다. 아라비아반도 서부 헤자즈 지역의 샤리프 후세인 빈 알리였다. 영국은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잘 알려졌으며 아랍어에 능통했던 젊은 아랍 전문가 T E 로렌스를 파견해 아랍 군대와 함께 오스만군을 상대하도록 했다. 영국·아랍 동맹으로 전황이 바뀌면서 영국이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프랑스도 이 지역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중앙아시아에 진출하는 데 전략적 교두보인 이곳을 차지하고자 했던 프랑스는 중세 십자군 원정 시대부터 이 지역을 지배했기 때문에 당연히 역사 주권을 갖고 있다고 공언했다. 영국은 유럽의 서부 전선에서 독일과 싸우는 프랑스의 불만을 달래야 했다. 이렇게 해서 영국과 프랑스 간에 ‘사이크스·피코 비밀협정’이 맺어졌다. 영국의 마크 사이크스와 프랑스의 프랑수아 조르주 피코가 양국을 대표해서 1916년 비밀리에 레반트 지역의 영토를 분할한 것이다(‘사이크스·피코 국경선’). 오랜 세월 뒤섞여 살던 아랍인들을 갈라놓고 현대 중동 국가의 탄생을 강제했던 일방적 결정으로 중동 정세는 더욱 가파른 국면으로 치달았다.●서구 열강, 중동 전통질서 파괴 영국과 프랑스의 제국주의적 야망, 특히 이 지역의 석유 자원에 욕심이 앞서면서 지역민의 의사는 물론 현지의 역사·종교·문화에 대한 고려 없이 자의적으로 급조된 국경선이 획정되었다. 기어이 영국은 팔레스타인과 요르단 지역을, 프랑스는 오늘날의 레바논과 시리아 지역을 차지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중동 국가들은 국경선이 먼저 획정되고 국가와 국민 정체성이 형성되는 굴곡진 역사를 경험하게 된다. 영국은 유대인들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막대한 전비를 제공해 준 대가로 그들의 팔레스타인 이주를 허락했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수십만 명이 자신들의 고향 땅에서 쫓겨났고 새로 이주한 유대인들은 이들이 살던 집과 마을을 차지했다. 이는 오늘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문을 여는 판도라의 상자였다. 1948년의 이스라엘 건국은 유대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었겠지만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에게는 재앙의 시작이었다. 프랑스는 그리스도교인이 집단으로 거주하던 지역을 별도로 분리해서 레바논이라는 국가의 탄생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가 그리스도교 세력과 결탁한 결과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던 무슬림의 정치적 불만이 커지게 됐다. 이는 결국 현대 레바논 내전의 원인이 되었다. 프랑스는 시리아에서 전형적인 분리 통치 전략을 구사했다. 주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수니파를 견제하려고 소수 종파였던 알라위파와 결탁해 이들을 군부 엘리트로 양성한 것이다. 프랑스가 1946년 시리아를 떠난 뒤에도 알라위파는 군부를 장악하고 지금까지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하고 있다. 중동은 수천 년 동안 포용적 가치관을 간직한 다종족·다종교적인 제국적 질서를 유지했고 주민들은 자신들의 조상 아브라함과 마찬가지로 광야에서 초원을 찾아다니며 유목 생활을 하던 베두인이었다. 초경계적 삶과 이동의 자유를 추구하던 유목민들에게 영토적 경계를 구획하는 국경선은 삶의 구속을 의미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중동의 전통 질서를 파괴하면서 재앙의 씨앗을 뿌렸다는 역사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서구 제국주의 열강이 지도에 자의적으로 그은 국경선은 중동을 비극적인 분쟁의 장소로 만든 원죄가 되었다. 중앙대 교수·작가
  • “교전 48일 만에 가자 여성·아동 1만명 희생…유례 없는 이스라엘의 학살”

    “교전 48일 만에 가자 여성·아동 1만명 희생…유례 없는 이스라엘의 학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교전 48일 만에 일시 휴전에 들어간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따른 가자지구 여성과 어린이 사망자가 1년 9개월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곱절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공습 사망자의 증가 속도가 21세기에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적인 집계로도 대략 여성과 어린이 1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사망자는 지난 23일 기준 1만 4854명으로 이 중 여성이 4000여명, 아동이 6150명이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집계하는 사망자는 일반적으로 믿을 만하다고 각국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어린이 사망자 수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세계 전쟁·분쟁 국가 24개국에서 사망한 어린이 2985명를 압도한다. 더욱이 이번 전쟁의 교전 기간이 불과 48일밖에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사망자 규모는 더욱 놀랍다. 현대전 전문가인 네타 크로퍼드 미국 브라운대 교수는 이스라엘군 공습 사망자 규모가 20년 가까이 지속해온 아프간전에서 미군 측에 의한 사망자 1만 2400명에 육박한다면서 “매우 짧은 기간에 다른 전쟁보다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마스 무장대원 대다수가 남성인데도 가자지구 전체 사망자 중 여성과 어린이의 비중은 69%에 이른다. 과거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사례만 봐도 이 비율이 2021년 무력충돌 때는 41%, 2014년 전쟁 때는 38%, 2008∼2009년 전쟁 때는 39%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는 통상적인 추세와 반대되는 “예외적인 통계”라고 세계보건기구(WHO)의 동지중해 지역 담당자인 릭 브레넌은 NYT에 밝혔다. NYT는 유례 없는 사망자가 쏟아져 나오는 배경으로 이스라엘군이 인구 밀집 지역인 가자지구에 초대형 폭탄을 이용한 공습을 엄청나게 벌이고 있는 점을 들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전쟁에서 가자지구 내 1만 5000곳 이상의 표적에 대해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익명의 미군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개전 이후 첫 2주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투하한 폭탄의 약 90%가 1000∼2000 파운드(약 454∼907㎏) 규모의 대형 위성유도 폭탄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이 아파트도 무너뜨릴 수 있는 2000 파운드 크기의 초대형 폭탄을 인구가 밀집된 도심에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군이 이슬람국가(IS)와 벌인 이라크 모술·시리아 락까 전투에서 가장 흔한 500파운드(약 227㎏) 폭탄을 사용했다가 지나치게 크다는 자체 평가가 나온 일이 있는데 이스라엘 폭탄 크기는 그 4배에 이른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민간인 주거지·시설 바로 옆 또는 지하에 땅굴 등 인프라를 구축했다면서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최소 크기의 화력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 선임정보분석가를 지낸 마르크 갈라스코는 “내가 그 동안 일하면서 봐온 어느 것도 뛰어넘었다”면서 이처럼 좁은 지역에 초대형 폭탄이 대량으로 쏟아진 비슷한 사례를 찾으려면 “베트남전이나 2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공군 폭발물 처리반 출신으로 국제앰네스티(AI) 무기 조사관인 브라이언 캐스트너도 이스라엘이 “인구가 극도로 밀집된 지역에서 초대형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여러 요소의 가능한 최악의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전국적인 규모로 전투가 벌어진 우크라이나·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달리 가자지구는 아주 작을 뿐만 아니라 국경이 모두 봉쇄돼 있어 민간인이 피신할 곳도 없는 상황이다. 또 이스라엘군은 앞서 가자지구 북부 민간인들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발표했지만,가자지구 남부 등 다른 곳에서도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캐스트너는 또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에는 너무 빠른 속도로 공습을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군은 통상 공습을 실행하기 전에 표적인 건물에 민간인이 사는지 판별하기 위해 식수와 음식을 확보하려 드나드는 인원이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캐스트너는 이스라엘군처럼 단기간에 엄청나게 많은 공습을 실시하는 경우 이렇게 평가하고 따지는 일은 “글자 그대로 가능하지 않다”고 캐스트너는 강조했다.
  • [속보] ‘지하철 시위’ 전장연 대표, 퇴거 불응으로 현행범 체포

    [속보] ‘지하철 시위’ 전장연 대표, 퇴거 불응으로 현행범 체포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시위 원천 봉쇄 조치에 반발해 기자회견을 하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24일 서울 혜화역에서 경찰에 전격 연행됐다. 전장연은 24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기자회견을 열던 중 경찰의 퇴거 조치에 응하지 않으며 충돌을 빚다가 오전 8시 40분쯤 퇴거불응 혐의로 연행됐다. 박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의 이번 조치에 대해 “장애인 이동권을 원천 봉쇄하는 불법적인 조치”라며 “시민과 장애인을 구분하고 갈라치는 혐오 정치의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과 지하철 선전전에는 전장연 활동가 10여명이 모였다. 박 대표는 경찰의 호송 과정에서 바닥에 누워 장시간 대치를 벌였고, 이후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전날 “전장연의 시위를 원천 봉쇄할 것”이라며 최고 수위 대응을 선포했다. 구체적으로 공사는 이들이 고의로 열차를 지연시킬 수 없도록 ▲역사 진입 차단 ▲진입 시 승강장 안전문의 개폐 중단 등 승차 제한 ▲모든 불법행위에 법적 조치 등을 골자로 하는 3단계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전장연이 지하철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승차를 시도하면 경찰과 협력해 승차를 막고, 반복된 제지에도 시위를 중단하지 않을 때는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하기로 했다. 한편, 전장연은 지난달 20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56일 만에 탑승 시위를 벌인 데 이어 다음달 1일 혜화역에서 또다시 탑승 시위를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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