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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LG ‘삼성 양키스’ 잡았다

    김광삼(LG)이 최강 삼성을 제물로 팀에 천금 같은 첫 승을 안겼다. 김광삼은 7일 잠실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5이닝 동안 볼넷 4개를 내줬지만 삼진 5개를 솎아내며 2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낚았다. 김광삼은 최고 145㎞의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뿌리며 막강 삼성의 타선을 잠재웠다. 그러나 김광삼은 5회 손톱이 갈라지는 바람에 6회 김광우로 교체됐다. 3연패로 바닥을 헤매던 LG는 김광삼의 호투에 힘입어 4-2로 승리, 연패와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3연승으로 단독 선두를 달리던 삼성은 임창용의 역투에도 불구, 타선의 불발로 첫 고배를 들었다. 임창용은 6이닝 동안 삼진 8개를 낚으며 4안타 3실점으로 버텼으나 패전의 멍에를 썼다. 1회 박용택의 1점포로 기분 좋게 출발한 LG는 1-0으로 리드한 4회 2사에서 이병규의 볼넷에 이은 클리어의 우중간 3루타로 2점째를 올렸다.5회에는 안재만이 볼넷에 이어 2루와 3루를 거푸 훔친 뒤 임창용의 폭투때 홈을 밟아 준족을 뽐냈다. 기아는 문학에서 마해영의 만루포와 홍현우의 1점포 등으로 SK를 7-3으로 물리치고 1패뒤 3연승, 삼성·두산과 공동 선두를 이뤘다. 선발 최상덕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지난해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마해영은 1회 일찌감치 승부를 가르는 만루포를 쏘아올려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두산은 대전에서 안경현의 만루포 등 장단 13안타를 효과적으로 터뜨려 한화를 10-3으로 완파, 올시즌 꼴찌로 점친 전문가들을 머쓱하게 했다. 두산 선발 맷 랜들은 6이닝 동안 삼진 5개를 낚으며 4안타 무실점으로 2승째를 챙겼다. 현대는 사직에서 2-2로 팽팽히 맞선 9회 2사2루에서 전준호의 짜릿한 결승타로 롯데를 3-2로 눌러 공동 4위로 올라섰다. 김수경은 8이닝 동안 7안타 1볼넷 2실점으로 첫승,9회 등판한 조용준은 첫 세이브. 롯데는 또다시 뒷심 부족으로 4패(1승)째를 당해 단독 꼴찌로 추락했다. 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 [기고] 일본우익의 ‘선물’/하종문 한신대 일본지역학과 교수

    2001년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은 0.039%의 채택이라는 참패에도 굴하지 않고 4년 후의 ‘복수’를 공언했다. 이후 고이즈미 내각의 각료를 비롯한 우파 정치가는 노골적으로 새역모 편들기에 나섰다. 게다가 소위 납치 사건 이후 일본 사회에 몰아친 ‘북한 때리기’ 광풍은 새역모와 일본의 우익들에게 애국심과 국가주의를 부추기는 절호의 찬스로 비쳤다. 우리가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동안 새역모의 복수극 준비는 빈틈없이 진행되었다. 4월5일 새역모가 펴낸 후소샤 역사교과서는 재차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했다.4년 전에 137군데의 수정을 거친 누더기 교과서로도 검정에 합격했듯이, 이번에도 120여 군데의 오류가 지적된 함량미달의 교과서였다. 마치 월드컵처럼 4년 뒤에도 우리는 또 후소샤 교과서 등장이라는 뉴스를 봐야 할 것인가? 4년 전의 상황과 비교해 보자. 먼저 한국 정부의 경우,2001년에는 1998년의 한·일 파트너십 선언에서 ‘과거사는 청산되었다.’고 밝힌 것이 결정적으로 정부의 발목을 붙잡았다. 들끓는 국민감정에 떼밀리듯이 주일대사의 소환이나 재수정의 요구 같은 강공책을 뒤늦게 내놓았지만 그 효과는 그다지 없었다. 성급한 미봉책으로 탄생한 한·일역사공동위원회가 역사화해에 기여한 바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올해는 조금 다른 듯하다. 검정 발표 이전에 독도 문제로 양국 관계는 경색 국면으로 접어든 지 오래다. 국가안전보장회의의 대일 신 독트린이나 대통령의 담화에서 나와 있듯이, 인류보편적인 원칙이 한·일관계의 새로운 틀로서 천명된 바 있다. 그 구체적 실천의 장으로 주어진 것이 바로 역사교과서 문제이다. 따라서 분리 대응이라는 원칙이 결코 역사교과서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문부과학성의 생색내기 검정을 통해 2001년도 수준에 턱걸이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일본호의 우향우가 너무 심각하다. 문제가 되는 기술내용에 대한 재수정 요구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일본 정부의 명확한 대처방안을 따지고 촉구할 일이다. 독도 문제와 마찬가지로 역사교과서 문제는 ‘역사 주권’을 위협하는 도발이라는 확고한 인식과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시민사회의 대응도 짚어야 한다. 독도 문제는 뒤틀린 한·일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지만, 우리의 정당한 ‘공분’의 표출이 결코 다케시마를 노리는 일본의 우익과 같을 수는 없다.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내셔널리즘을 선동하는 일군의 한국인들은 작년 내내 친일청산 반대를 부르짖는 대열에 서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 2001년은 국경과 민족으로 갈라진 한·일 양국의 ‘좋은 타자’를 발견하는 기회였으며, 그 결과 새역모의 참패를 이루어냈다. 바람직한 한·일관계와 동아시아의 미래를 걸고 벌어질 올해의 싸움은 ‘한국’이라는 틀에 시선을 가하고 그 외연을 넓히는 일과 결부되어야 한다. 지난 시절의 군사독재가 일본 보수정권과의 야합에서 자양분을 얻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현해탄을 사이에 둔 좋은 일본인과의 연대는 우리 내부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식민지지배와 침략전쟁으로 얼룩진 과거사를 청산하는 작업은 패자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모한 갈등과 대립으로 내몰려야 했던 보통 사람들의 해원이기 때문이다.4년 만에 새역모는 또 우리에게 소중한 선물을 주었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지역학과 교수
  • [우영희의 출동! 요리구조대] 코다리 고추장구이

    [우영희의 출동! 요리구조대] 코다리 고추장구이

    저는 컴퓨터 그래픽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인데 요리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얼마 전, 엄마·아빠 결혼 25주년 기념일이었어요. 아빠가 식성이 까다로우신 편이라 가리시는 음식이 많습니다. 육류는 거의 안 드시고, 심하지는 않지만 당뇨병을 앓고 계셔서 엄마가 요리에 여간 신경쓰시는 게 아닙니다. 엄마 아빠와 주말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상차림을 배워보고 싶어요. 요리에 맞는 상차림도 배워보고 싶습니다. 선생님, 도와주세요. -경기도 수원시 천천동의 문정은 올림 “얼마 전 부모님 결혼 25주년 기념일이 지났어요. 아빠는 식성이 까다로우신데요, 당뇨병까지 앓고 계셔서 어머니가 음식 준비에 무척 힘드세요.”요리연구가 우영희씨를 맞는 문정은씨에게서 효심이 느껴진다. 정은씨 어머니 이경애씨도 나와 우씨를 반겼다.“아주 예쁜 딸이네요. 아버님이 고기를 싫어하신다고 하셨죠?”우씨는 “코다리 고추장구이가 어때요.”라며 제안했다. 정은씨는 “아빠가 생선을 좋아하세요.”라며 환영했다.“저는 우영희씨의 요리는 말할 것도 없고 옷차림, 헤어스타일까지 마음에 들어요.”어머니 이씨는 딸보다 자신이 더 팬이라고 말했다. “코다리는 포를 떠서 준비합시다.”라며 부엌으로 들어선 우씨가 앞치마를 둘렀다.“어머니도 코다리 한마리 손질해 주세요.” “선생님, 코다리가 명태인가요?”살림경험이 없는 정은씨의 질문이다. “네, 금방 잡아 싱싱한 명태는 생태라 하고요, 얼린 것은 동태, 말린 것이 북어,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서 노랗게 말린 것은 황태이지요.”명태에 대한 설명을 숨가쁘게 이어가던 우씨,“보름 정도 꾸덕꾸덕하게 말린 것이 코다리인데요, 명태의 단백질이 마르면서 함량이 배로 늘어난답니다.” 우씨와 이씨는 코다리를 반으로 갈라 포를 뜨고, 머리를 잘라낸 다음 뼈를 제거했다. “어머니의 요리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겠어요. 까다로우신 분의 입맛을 25년 동안 맞춰오신 분이니 오죽하시겠어요?”우씨가 이씨의 요리실력을 인정했다. 이들은 포를 뜬 코다리를 반으로 잘라 올리브 기름을 두른 팬에 살짝 구웠다.“기름을 안 좋아하신다니 기름을 정말 살짝 둘러주세요. 올리브 기름은 감칠 맛이 나고 식물성이어서 건강에도 좋답니다.”우씨의 설명이다. 그리곤 양념장을 만들었다. 고추장·맛술 3큰술씩, 물엿 2큰술, 고춧가루·다진마늘·간장·참기름 1큰술씩, 생강 반작은술, 후추 약간을 넣고 저었다.“단 음식을 싫어하신다니 설탕은 반 큰술만 넣겠어요.” “어머니, 양념장 맛좀 보세요?”라는 우씨의 말에 이씨는 “저는 맛있는데 ‘정은이 아빠가 조금 달다.’고 하실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이에 우씨는 “물엿을 2큰술을 넣었는데 이것을 반큰술로 줄이면 됩니다.”라고 충고했다. 우씨가 불판에 구운 코다리를 놓고 양념장을 발랐다.“생선 그릴에 7∼8분 구워주면 됩니다. 그러면 양념이 저절로 코다리에 스며듭니다.” 다 구운 코다리를 꺼내 송송 썬 실파를 뿌리고 통깨를 뿌려 완성했다. “금방 이렇게 만들다니, 너무 놀라워요. 그리곤 너무 맛있어요.”정은씨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칼칼하고 매콤해서 제 입맛에는 딱인데요, 정은이 아빠에겐 조금 덜 달게 해야겠어요.”이씨도 대만족이다. 우씨가 요리 노하우를 한가지를 덧붙였다. 우씨는 준비해온 더덕을 풀면서 “이 양념으로 코다리 대신에 더덕을 구워 먹어도 맛이 기막힙니다.”고 귀띔했다. ■ 코다리 고추장구이 재료 코다리 2마리, 실파 3줄, 통깨 1큰술, 올리브 기름, 더덕(있으면) 적당량,양념장(고추장·맛술 3큰술씩, 물엿·다진 파 2큰술씩, 고춧가루·간장·다진 마늘·참기름·설탕 1큰술씩, 다진 생강 ½작은술, 후추 약간-모두 넣고 설탕이 녹을 때까지 잘 섞는다) (1) 코다리 두마리는 뼈를 발라 통째로 포를 뜬다. (2) 뼈가 닿는 느낌이 나는 곳에서 밀면서 포를 뜬다. (3) 코다리를 반으로 어슷하게 잘라서 기름 두른 팬에 살짝 굽는다. (4) 분량의 재료를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단맛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설탕과 물엿의 양으로 조절하면 된다). (5) 실파 3줄을 썰어 준비해 놓는다. (6) 불판에 약간 익힌 (2)의 코다리를 얹고, 양념장을 고루 바른다. (7) 오븐에서 양념장을 바른 코다리를 넣고 양념장이 코다리에 스며 들도록 7∼8분 정도 구워준다. (8)송송 썬 실파와 통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푸드채널 ‘우영희의 아름부엌’에서 복습하세요.4월11일 오전 10시30분 방송됩니다. ●이번주 당첨자는 ‘저녁에 데워먹어도 좋은 요리가 뭐 있을까요?’란 글을 올려주신 ‘직장맘’입니다. 직장맘에겐 프랑스제 4인용 디너세트를 선물로 배달해 드립니다. 직장맘은 이메일을 ‘우영희의 출동!요리구조대’ 상담게시판에 올려주세요. 글을 쓰시는 분은 꼭 이메일을 남겨 주세요. 또 한가지 보너스.10일까지 상담게시판에 고등어 조리법을 올려주신 분을 뽑아 녹차 고등어세트를 보내드립니다. 깨끗이 손질된 녹차고등어는 바로 조리해 드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 [조용섭의 산으路] 전남 순천 조계산

    [조용섭의 산으路] 전남 순천 조계산

    전남 순천시 승주읍 송광면 주암면에 걸쳐있는 조계산(884m)은 동쪽에는 태고종찰 선암사를, 서쪽엔 승보사찰인 송광사를 품은 명산이다. 백두대간에서 가지친 금남호남정맥에서 다시 갈라진 호남정맥의 산이다.‘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며 정호승 시인이 사뭇 명령조로 읊조린 바 있는 동쪽의 선암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조계산(장군봉)에 오른 뒤, 능선으로 진행하여 연산봉∼송광굴목치에 이르고 홍골을 거쳐 송광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시간이 된다면 문화재 등 볼거리가 있는 두 사찰을 답사하는 것도 좋겠다. 선암사 매표소를 지나면 부도밭, 계곡위에 아름답게 걸쳐있는 승선교, 강선루를 차례로 지난다. 매점 앞의 삼인당(三印塘) 연못과 만세루의 육조고사(六朝古寺) 현판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헤아려 보고, 다닥다닥 복잡한 듯 들어서 있지만 단아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가람 배치, 홍매화, 은목서, 삼나무, 측백나무 등의 수목들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산행 못지않은 답사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으리라. 산길은 사찰 왼쪽으로 나오면 되는데, 매점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갈림길에서는 대각암을 거쳐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을 택한다. 왼쪽의 선암굴목치로 향하는 길은 정상을 거치지 않고 송광굴목치∼송광사로 이어지는 길로서 시원한 편백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산길은 너르게 아주 잘 나있다. 다만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을 띤 조계산의 산자락 중, 이 곳 오름길은 비교적 바위도 많고 가파른 편이다. 1시간여 땀흘려 진행하면 너른 옛 절터 쉼터에 닿는다. 이 곳에는 샘이 있다. 장군봉은 쉼터에서 30여분 오르면 닿는다. 내장산∼무등산을 거치며 남도의 산을 이어달리던 호남정맥이 지나가는 곳으로 이 산줄기는 북쪽 15분 남짓 거리에 있는 865봉에서 접치로 내려서며 백운산으로 향한다. 장군봉에서 펼쳐지는 조망도 막힘이 없다. 남쪽으로는 숨가쁘게 달려오던 남도의 산줄기를 넘겨준 고동산이 가깝다. 큰 오르내림없이 너르고 평탄하게 빙 두르며 이어지는 능선길은 그야말로 마음을 푸근하게 해줄 정도로 여유롭다.865봉 호남정맥 갈림길을 지나 계속 능선으로 나아가면 연산봉에 이른다. 정상에서 40분 소요. 서쪽 산자락 아래 가까이 보이는 호수는 주암호이다. 연산봉에서 30여분 내려서면 3거리가 나오고, 거기서 다시 30여분 나가면 송광굴목치에 닿는다. 오른쪽 길이 홍골로 하산하는 길이다. 산행 종료지점인 송광사 매표소까지 약 1시간10분 소요된다. 호남고속도로 송광사IC나 승주IC에서 나와 22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대중교통으론 순천행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혹은 철도(전라선)를 이용해 순천역이나 터미널로 와서 선암사행 버스(50분 소요)를 타면 된다. 순천시외버스터미널 (061)744-8877. 선암사 주차장 옆 시설지구에는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많다. 그중에 전원가든(061-754-5510)이 많이 알려져 있다. 소설 태백산맥의 중심지 벌교를 비롯한 낙안읍성 주암호 등이 있다.
  • “성직자 결혼·여성 성직자 허용해야”

    차기 교황 선출과 그가 지휘할 가톨릭 개혁에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인 대다수가 새 교황이 사제의 결혼을 허용해야 하며 여성도 성직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AP통신과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미국인 1001명(오차 범위 ±3%P)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6500만명에 이르는 미국 가톨릭 신도 가운데 60%와 일반인 69%가 성직자의 결혼을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견줘 신도 36%와 일반인 25%는 이런 변화가 필요없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일반인 64%와 신도 60%는 여성의 성직자 등록을 허용해야 한다고 답변한 반면, 일반인 32%와 신도 38%는 이런 견해에 반대했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전통과 관습을 중시하는 바티칸의 습성을 고려할 때 이른 시일내에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지만 앞으로 이와 관련한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결혼 금지 탓에 전세계 사제 수가 40만명선에 정체돼 있어 교세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여성 성직자 등록 불허로 말미암아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예수회 신부인 로렌스 매든은 “일요 미사때 영성체를 받고 싶어하는 신도 2만명이 있다면 이중 2000명 이상은 신부가 없다는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험은 성직자 없는 교회가 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정당화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교단과 교황청을 결정적으로 갈라서게 만든 성추행 추문과 관련, 미국인의 86%와 신도의 82%는 차기 교황이 전지전능한 대접을 받고 있는 성직자들의 권능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황청이 극력 반대하고 있는 평신도의 역할 증대에 대해서도 일반인 62%와 신도 63%가 평신도로 하여금 교회 안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미국인 37%와 신도 41%는 차기 교황이 유럽 출신이 돼야 한다고 답변했으며 일반인 36%와 신도 43%는 빠른 교세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출신이 265대 교황에 선출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열린세상] ‘작지만 당당하게 강한 나라’의 역설/김진석 인하대 철학 교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영유권주장은 매우 유치하고 불쾌한 사건이지만, 졸지에 우리를 동아시아의 현실 속으로 홱 던져놓았다. 이 와중에서 평화를 강조하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번 근본적인 고민을 해보자.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평화를 실현할 수 있을까? 되도록이면 그 방향으로 가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되도록이면 평화적인 방향으로 가자.’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평화는 그 자체로 신성한 목적일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문화라고 일컫는 상태는 실제로는 다양한 종류의 갈등과 분쟁의 연속이다.‘문명충돌론’은 다양한 문화관계를 단순화하니 피하도록 하자. 그러나 문화가 세련될수록 폭력적 차이와 차별이 깨끗하게 없어지기는커녕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아픈 역설이다. 교육‘전쟁’도 단순히 탐욕스러운 인간들의 학벌과시 때문에 생긴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근본적으로는 과거처럼 초월적 권위나 전쟁을 통해 진정되거나 해결될 수 없는 사회적 갈등과 차이들이 오히려 문화 안으로 깊이 내면화되고 더구나 정신적으로 심화되면서 생기는 역사적 현상일 것이다. 또 사회구성원들에게 점점 더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해야 하는 복지국가는 크고 작은 무역‘전쟁’에 내맡겨진다. 여기서 절대적으로 공격성을 피할 수 있을까? 국가 관계를 그저 힘을 통한 억지력이나 공포의 균형 같은 방식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구시대적 냉전 모델이었다. 그러나 거꾸로 무조건적인 평화를 절대목표로 삼으면서 마치 갈등과 분쟁이 전혀 일어나면 안 되는 것처럼 이해하는 것도 강박적 근본주의일 듯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두 극단 쪽으로 치닫는다. 사실 이 두 극단은 서로 대립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서로 끈끈한 동반자다. 어디서나 그렇지만 두 극단 사이에서 균형 잡는 일은 힘들어진다. 탈현대 시대에 들어와 과도한 민족주의를 경계하는 이론이 생긴 데에는 물론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민족주의가 배타적 혹은 제국주의적 경향을 띠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이 와중에서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저항적’ 민족주의를 바람직한 모델로 삼았다. 거기엔 지킬 만큼 지키면서도 팽창은 절제하는 미덕이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 정당한 민족주의조차 ‘마약’이나 ‘아편’으로 폄하하는 관념적 탈민족주의 경향이 심한 상황에서 의문이 떠오른다. 단순히 평화나 저항으로 자족하면서 어떤 ‘공격적’ 태도도 무조건 두려워해야 할까? 침략에는 결연히 반대하되, 저항과 공격이 깨끗이 분리된 것이 아님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 경우 절대적으로 평화적 혹은 저항적 민족주의에 그쳐야 한다는 말은 소심함이거나 위장된 강박이 아닐까. 실제로 현재 한국이 국제적 혹은 세계적으로 자부심을 갖는 영역은, 바둑에서 정보산업에 이르기까지, 많건 적건, 그리고 좋건 나쁘건, 공격적 태도나 경영에 기반하고 있지 않은가. 현재 한·중·일의 민족주의는 모두 상승곡선을 그린다. 긍정적이면서도 위험한 국면이다. 일본의 팽창주의야 벌써 오래된 것이지만, 중국은 19세기 이후 오랜만에 다시, 그리고 한국은 어쩌면 유사 이래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 건국 이래 처음일 것이다. 사실 한국사회가 사회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큰 동력도 이 자부심에서 왔다. 이제까지 ‘민족주의’를 둘러싸고 갈라졌던 좌파와 우파들도 갑자기 밀려온 이 당당한 ‘대한민국주의’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러나 이 자부심은 우리를 즐겁게 하는 동시에, 엄청난 긴장과 도전을 가져온다. 왜냐하면 이제 미·중·일에 대해 단순히 소극적 저항을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듯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역동성을 유지하려면 기꺼이 미·중·일 모두에 한 번 맞장 떠보자고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혹은 최소한 이들 나라 사이에서 더 이상 쫀쫀하게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이 균형잡기야말로 힘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보다도 미국박사를 많이 따오고 엄청나게 조기유학을 가는 한심한 나라에서 그런 당당함도 없다면, 사회에 자긍심을 가질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 교수
  • ‘생태계 보고’ 갈라파고스 죽어간다

    ‘생태계 보고’ 갈라파고스 죽어간다

    1835년 9월 남아메리카 해안을 돌며 생태계를 연구하던 찰스 다윈은 에콰도르 서쪽 1000㎞ 지점에 있는 갈라파고스제도에 도착한다. 다윈은 이곳에서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하며 마침내 ‘진화론’을 탄생시키게 된다. 이처럼 ‘생태계의 보고(寶庫)’였던 갈라파고스가 인간에 의해 파괴되면서 희귀 동물들이 멸종위기에 놓였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31일 보도했다. 갈라파고스는 위협받고 있는 전세계 생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유네스코 10일 긴급 조사단 파견 환경단체 ‘갈라파고스 보존운동’(GCT) 등에 따르면 바다이구아나, 갈라파고스펭귄, 앨버트로스, 부비(가마우지의 일종), 갈라파고스거북 등 이 제도에 주로 서식하는 희귀한 동물들의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1978년 갈라파고스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유네스코는 ‘긴급상황’으로 보고 오는 10일 대표단을 보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GCT는 적절한 보호조치가 없다면 갈라파고스에 서식하고 있는 2909종의 생물 가운데 척추동물의 50%, 식물의 24%가 머잖아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대 위협요인은 인간 갈라파고스를 파괴하는 것은 다름아닌 ‘인간’이다.1960년 2000명에 불과했던 주민이 현재 2만 7000명으로 늘어나면서 생물들을 포획하고 서식지를 파괴했다. 관광객이 몰리고 있는 것도 생태계 파괴의 요인이다. 환경보호론자들은 특히 하나의 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바늘을 달아서 물고기를 잡는 ‘주낙’을 경계하고 있다. 갈라파고스 당국은 이를 금지하고 있지만 어부들은 생계를 위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GCT의 레오노르 스트제픽 사무총장은 “지난해 시범적으로 주낙을 일부 허용한 결과 물고기뿐 아니라 멸종위기에 놓인 다른 동물들도 걸려드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린피스의 공동창설자 폴 왓슨은 “주낙이 사용된다면 갈라파고스는 죽음의 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생태계 60% 파괴 생태계 파괴는 갈라파고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엔 주도로 95개국의 과학자들이 참가,4년 동안의 연구 끝에 30일 발표한 ‘밀레니엄 생태계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물과 공기 등 전세계 생태계의 60%가 오염되거나 과잉개발돼 회복이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인위적 개발은 자연적인 속도보다 1000배나 빠르며 1945년 이후 개간된 농경지 규모는 18,19세기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전세계 양서류의 32%, 포유류의 25%, 조류의 12%가 이미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시론] 스와핑 후에도 마주보고 살수 있나/김영희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시론] 스와핑 후에도 마주보고 살수 있나/김영희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미국과 서구사회의 해괴한 성행위로 여겨지고 있는 ‘스와핑’이 어느새 우리 주변에 밀려와 급속히 확산되면서 범죄를 유발하고 있다. 스와핑 중개 사이트를 개설하여 회원 5000여명을 모아 부부들이 서로 맞바꾸거나 집단으로 성관계를 맺게 한 사이트 운영자가 경찰에서 “스팸메일이나 전화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앞다퉈 회원가입을 해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한다. 또한 며칠 전엔 아내의 스와핑 상대였던 현역 장교와 대기업 간부에게 이 사실을 가족과 직장에 알리겠다고 협박하여 수천만원의 금품을 뜯어낸 남자가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스와핑이 풍속을 해치는 면은 있지만 부부 합의하에 금전거래 없이 성 관계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들을 처벌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는데 더 큰 사회문제가 생기기 전에 법적규제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건전한 성문화를 위해 스와핑을 한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과 스와핑은 개인의 사생활이므로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처벌받는 것은 지나치다는 견해가 네티즌들 사이에 오가고 있다. 부부가 상대를 바꿔 성관계를 맺고도 어떻게 얼굴을 마주하며 살 수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동물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 배우고 못 배우고 빈부의 격차를 떠나 성욕은 인간의 본능인 것이다. 부부에게 성관계만큼 몸과 마음을 하나로 밀착시키는 방법은 없을지 모른다. 만족한 성 생활은 부부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며 생활에 활력이 넘쳐 삶을 즐겁게 해주지만 성생활이 만족치 못한 부부는 몸과 마음이 화합하지 못하고 제 각각이어서 사소한 일에도 불평불만이 쌓여 가정파탄이 나는 경우가 많다. 옛말에 ‘아무리 심한 부부싸움을 했더라도 같은 이불 덮고 자라.’ 했고 ‘부부싸움 칼로 물 베기.’란 말도 있는데 살 섞고 살다 보면 작은 섭섭함과 미움쯤이야 금세 풀어진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결혼은 남녀가 섹스를 즐기기 위해 만나는 인간관계가 아니다. 성생활은 결혼생활에서 있어야 할 하나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부부사이에 존엄성 없이 섹스가 전부라면 하급동물과 인간이 다를 것이 없다. 왜 현대인들은 섹스에 열광들을 하는 것일까? 날로 황폐화되는 도덕성 때문일까. 아니면 각박한 삶에 지쳐 돌파구를 찾기 위한 몸부림 때문일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자에게 섹시하다는 말을 건네면 당사자인 여성은 자신이 천박한 여자로 비하된 것 같아 수치심으로 얼굴이 벌게지며 벌컥 화를 냈었다. 하나 요즈음 젊은 여성들은 섹시하다는 말을 최대의 찬사로 받아들이고 더 섹시한 여자가 되기 위해 몸매 가꾸기에 값비싼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눈물겨운 노력들을 하고 있다. 마약, 알코올, 커피도 가까이 하다 보면 중독이 되어 점차 그 양을 늘려가야 되듯이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권태스럽게 느껴진 부부가 스와핑을 하고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되면서 집단 섹스파티를 하고…. 언젠가 그마저 시들해지게 될 터인데 종내 그들이 갈 곳은 어디일까? 부부는 가슴과 가슴사이에 흐르는 사랑으로 살아야 한다. 젊은시절의 불타는 정열은 잠시잠깐일 뿐,40∼50년을 함께하다가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오순도순 정답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버팀목은 섹스가 아닌 존경과 신뢰다. 스와핑은 분명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서구문화가 아니다. 호기심으로 해 볼 것이 못되며 더구나 권태를 풀어내는 방법이 될 수 없다. 건전한 성생활과 함께 한결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챙기는 부부가 진정 아름다운 부부일 것이다. 김영희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2) 변산에서 만난 정감록과 미륵신앙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2) 변산에서 만난 정감록과 미륵신앙

    ●부안행 버스 속에서 남사고는 먼젓번 내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내 책 ‘남격암’을 살펴보게나. 부안엔 호암(壺岩)이 있고 그 아래 변산 동쪽은 몸을 숨기기에 정말 적합하구나라고 했지.” 나는 이 기회에 변산의 길지를 직접 찾아 나서기로 했다. 서울서 부안까지는 고속버스 편을 이용했다. 서울남부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3시간쯤 지나 삼례를 지난다. 이 때부터 드넓은 호남평야가 눈앞에 가득하다. 지도를 꺼내 살펴보니 부안은 김제 만경평야의 서남쪽 끝에 있다. 그곳은 곡창지대이면서도 서해바다에 연해 있다. 며칠 전 우연히 부안 출신의 한학자 한 분을 만났는데, 그는 예부터 ‘생거(生居) 부안’이란 말이 있다고 자랑했다. 농수산물이 풍족할 뿐만 아니라 변산(邊山)이란 명산이 있어 부안은 무척 살기 좋은 고장이란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부안은 다소 엉뚱한 사건에 휘말려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변산에서 군산까지 이어질 새만금방조제 공사로 인해 생태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될 수도 있다는 염려가 적지 않다. 잠시 옛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송기숙의 대하소설 ‘녹두장군’이 시작되는 백산이란 지역도 지금은 부안군에 속한다. 갑자기 1984년 동학농민군들의 함성이 귀에 들려오는 듯한 착각이 든다. 농민군들은 모두 흰옷에 죽창을 들고 있어 앉으면 죽산, 서면 백산이라고 했다던가? 이런 역사적 격랑의 한복판에 변산이란 길지(吉地)가 있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지난밤 나는 이중환의 ‘택리지’를 꺼내놓고 혹시 변산에 관한 설명을 찾아 볼 수 있을까 해서 좀 뒤적여 보았다.“노령의 한 줄기가 북쪽으로 부안에 이르러 서해 가운데로 파고들어간다. 서·남·북 3면은 모두 바다다. 이곳은 많은 봉우리와 허다한 골짜기로 돼 있는데 변산이라 부른다.” 맞는 말이다. 변산은 3면이 바다에 닿아 있고 봉우리와 골짜기가 유난히 많다. ●변산은 백두대간의 서자 그러나 이중환의 설명과 다른 점도 있다. 자세히 검토해 보면 변산의 멧부리는 노령에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다. 백두대간의 계보를 자세히 적은 ‘산경표(山經表)’에도 변산은 보이지 않는다. 다른 고지도를 보더라도 변산은 홀로 떨어진 외로운 산이다. 말하자면 백두대간의 서자인 셈이다. 정감록의 길지는 대부분 태백산과 소백산 줄기에 확실하게 능선이 닿은 적자(嫡子)들이다. 그렇다면 서자 격인 변산은 무슨 특별한 사정이 있어 길지로 거론된 것일까? 누구도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아 답을 찾아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난 변산의 지리와 역사를 좀더 자세히 조사해야 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버스는 서서히 부안읍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서울을 벗어난 지 4시간 만이다. 읍내 길거리엔 바다 냄새가 물씬하다. 남도의 봄 향기도 객을 반기는 듯하다. ●내변산 우동 정감록서 말한 길지 지인의 소개로 나는 읍내에서 지관 김철수(71·가명)씨를 만났다. 김 지관의 말을 들으니 변산은 길지에 필요한 외형적인 조건을 제법 잘 갖춘 편이란다. 변산의 산세는 용맥이 강이나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갑자기 멈춰선 경우에 해당해, 이른바 산진처(山盡處)의 명당이란다. 김 지관은 서남해안 일대에는 그런 명당이 몇 군데 더 있다며 가야산과 팔령산과 태안반도를 예로 든다. 그 말이 나온 김에 나는 변산의 지세를 좀더 알기 쉽게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 지관의 대답은 이러했다.“변산의 청룡, 즉 동쪽 산세는 사창재, 노승봉(상여봉), 바드재를 건너 옥녀봉으로 이어지다가 잠시 남서쪽으로 흐르는 듯하다가 내소사의 주산인 세봉을 건너서 월명암의 주산인 쌍선봉으로 반원을 그리며 내뻗어요. 그게 학치, 청림리 삼예봉에서 끝나지요. 변산의 백호, 즉 서쪽 산세는 개암사의 주산인 우금산에서 우슬재를 거쳐 의상봉으로 이어진다고 봐야지요. 이 두 흐름을 갈라놓은 것이 그 옛날 백천이었는데, 지금은 부안호가 돼 없어졌어요. 백천의 물길은 본래 우슬재에서 시작됐거든요. 백천도 그렇지만 변산의 청룡과 백호가 그려낸 형상은 결국 산 태극, 물 태극이오. 계룡산과 같다, 이런 말씀이지요.” -그럼 ‘정감록’에 나오는 변산 동쪽의 길지는 구체적으로 어딘가요? “아, 그것은 말이지요. 일단 내변산으로 통하는 입구인 우슬재나 바드재를 좀 잘 봐야 해요. 그저 그 길목만 잘 지키면 인근의 청림리와 중계리는 참 좋은 피난처가 돼요. 거 뭐더라, 정감록에 나오는 호암을 찾으려면 상서면 통정리에서 우슬재를 넘어가면 돼요. 우슬재를 살짝 넘어가면 쇠뿔바위라고 나오지요. 그런데 이게 변산 최고봉인 의상봉의 오른쪽에 있어요. 쇠뿔바위 동남쪽을 잘 살펴보면 산비탈에 실학자 반계 유형원이 우거하던 집이 지금도 있지. 몇 해 전에 복원됐지요. 그 산 아래 마을이 우동이야. 보안면 영전에서 30번 국도를 타고 곰소로 가다 보면 마주치는 동리인데 원래 이름은 우반동이란 말이오. 이 마을서 북쪽을 올려다보면 옥녀봉이 있고 멀리 그 산 끝자락에 굴바위가 보인단 말이지요. 바위 입구가 틀림없는 호리병 모양이에요. 호암이라 이거지요! 우동은 앞이 시원하게 터진 듯하면서도 천마산이 막아주고 있어 삼태기형 명당이 분명하고. 그러니까 뭐냐 하면, 난 우동이 바로 그 ‘정감록’에서 말하는 길지다, 그렇게 봐요. 안 그렇겠어요?” -김 지관님, 그런데요. 역사상으로 볼 때 길지가 있다는 내변산이 외변산보다 훨씬 더 큰 수난을 겪었습니다. 구한말이나 6·25 때도 그랬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내변산의 우동을 길지라고 주장하시겠습니까? “그거야 잘 모르겠소! 누가 그걸 알겠어요? 그래도 옛 말이 조금도 틀린 게 없어요. 우리가 사는 이 변산은 아주 옛날서부터 미륵님이 나타나신 땅이고, 관세음보살님의 성지요. 원효, 진표, 진묵 등 큰 스님들도 많이 오셔서 도를 닦으신 것만 봐도 이게 보통 땅이 아닌 것은 틀림없어요! 근세엔 증산교를 세운 강일순이도, 원불교의 소태산도 다 여기 변산서 도를 닦았단 말이죠. 그 분들이 다 세상을 구하겠다고 나선 분들인데 왜 다른 명당 다 놔두고 부안을 왔겠어요? 정감록에도 길지라고 나와 있단 말이에요. 미륵님이 현신하신 곳이니까 이건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봐요.” 김 지관의 설명을 듣는 순간, 지금까지 내가 궁금하게 여기고 있던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변산은 과연 미륵신앙의 발상이요, 불교의 성지였다. 왜, 그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 점이 중요하게 생각돼 난 서둘러 발길을 현장으로 옮겼다. ●변산의 옛 사찰들 부안읍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는 박재환(45·가명) 선생이 길잡이를 맡아주었다. 나는 박 선생과 함께 내변산 입구에서 잠시 차를 멈추고 대형 지도에서 변산의 유적지를 다시 점검했다. 변산은 제법 큰 산 덩어리여서 변산면(邊山面)·하서면(下西面)·상서면(上西面)·진서면(鎭西面)에 걸쳐 있다. 그런데 최고봉이라는 의상봉 마천대(508m)도 실은 야트막한 편이라 웅장한 느낌은 별로 없다. 이곳 사람들은 서해안을 따라 겹겹이 포개어진 산봉우리를 외변산이라 하고, 내륙으로 뻗은 골짜기와 봉우리는 내변산이라 부른다. 외변산에는 격포리(格浦里) 해안의 채석강(彩石江)과 적벽강(赤壁江)이 특히 유명하다. 이 두 곳의 명칭은 강이지만 실제는 해안의 바위벽이다. 채석강이니 하는 이름은 시선(詩仙) 이태백(李太白)과 대문장가 소동파(蘇東坡)가 노닐던 중국 지명을 본뜬 것이다. 그만큼 경관이 수려하다는 뜻이다. 변산의 해안풍경이 그처럼 절경이라 해도 정작 변산을 전국적인 길지로 만든 것은 산속에 위치한 옛 사찰들이었다. 박 선생이 승용차로 변산을 구석구석 구경시켜 준 바람에 모든 게 뚜렷해졌다. 외변산에 해당하는 상서면 감교리의 개암사(開岩寺)는 백제 무왕 35년(634)에 묘련왕사가 창건했다고 하는데 대웅전(보물 292호)이 참으로 볼 만하다. 개암사에 딸려 있던 원효방이란 암자는 신라 때 명승 원효가 수행한 곳이라 전한다. 그런가 하면 변산면 석포리에 위치한 내소사(來蘇寺) 역시 신라 때의 고찰인데 대웅보전(보물 291호)·고려 동종(보물 277호)·법화경절본사본(法華經折本寫本 보물 278호) 등 문화재가 많다. 내소사 경내의 전나무 숲은 울창하기가 전국 최고라 하고 이 절간의 저녁 종소리는 변산8경의 하나로 친다. 내변산은 나지막한 능선을 따라 깊은 계곡이 여럿이고 나무 또한 울창해 풍광이 곱다. 그 중 산내면 중계리(中溪里)에는 신라 때 창건됐다는 월명암(月明庵)이 있다. 변산의 제2봉인 쌍선봉(498m) 중턱에 자리잡은 월명암에서 바라보는 아침 바다의 물안개는 변산8경의 하나다. 암자 뒤편의 낙조대(448m)에서 서해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도 역시 변산8경으로 손꼽는다. ●불사의방과 영산사, 한국 미륵신앙의 성지 변산에는 위에서 말한 사찰들보다 역사적으로 훨씬 중요해 뵈는 암자 하나가 있었다. 의상봉 꼭대기 있었다고 믿어지는 불사의방(不思議房)인데 이곳이야말로 미륵하생신앙의 진원지였다. 장차 미륵이 이 세상에 내려와 수많은 사람들을 불교적 이상세계로 인도할 거라는 하생신앙이 처음 뿌리를 내린 곳이 변산이라니 신기한 느낌이 든다. 따지고 보면,‘정감록’에 약속된 새 세상도 미륵세상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렇게 보면 미륵하생신앙은 정감록 신앙의 뿌리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불사의방에서 미륵신앙을 체험한 승려는 신라의 진표(眞表)였다. 그는 경덕왕 19년(760)부터 3년 동안 3업(身·口·意業, 몸뚱이·언어·의지의 작용)을 닦았다. 아울러 망신참법(亡身懺法·몸을 희생시키는 참회법)에도 힘써 5륜(두 무릎, 두 손, 머리의 5體)을 바위에 마구 부딪쳐 무릎과 손이 깨져 피가 비오듯 했다고 한다. 진표의 극진한 기도에 감동한 지장보상(地藏菩薩)은 진표에게 모습을 드러내 정계(淨戒)를 주었다. 그러나 진표는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고 부근의 영산사(靈山寺)로 수행 장소를 옮겨 더욱 정진했다. 미륵보살을 친견하는 것이 그의 소망이었다. 마침내 미륵보살이 진표 앞에 나타나 그의 신심을 칭찬하고 점찰경(占察經) 2권과 증과간자(證果簡子·수행으로 얻은 果와 점치는 대쪽) 189개를 주었다. 진표는 미륵보살의 수기(授記)를 받은 셈이다. 경덕왕 21년(762), 진표는 신도들을 이끌고 금산사(전북 김제)에 16척이나 되는 거대한 미륵보살을 조성하기 시작했다.2년 뒤 마침내 미륵상은 완성되었다. 그 때부터 오늘날까지 금산사는 미륵신앙의 중심지가 된다. 진표에 관한 설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변산에서 미륵신앙이 출범했다는 점이다. 그 뒤 우리 역사상 미륵신앙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 특히 난세에 고통을 당하는 민중들에게 많은 위로를 줘왔다. ●월명암, 또 하나의 종교적 성지 알고 보니 변산의 월명암(月明庵) 역시 종교적인 성지로 의미가 크다. 월명암은 관음보살을 모신 곳이라는데 대둔산 태고사, 백암산 운문암과 더불어 호남의 3대 영지라 한다. 월명암에 오르기 위해 나는 남여치에서 차를 내려 쌍선봉 쪽을 바라보며 가파른 산길을 올라갔다. 이 암자는 신라 신문왕 12년(692) 부설거사(浮雪居士)가 창건했다. 그 뒤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진묵대사(震默大師)가 중건했다. 한말엔 의병들이 월명암을 근거지로 삼아 일본군과 싸웠는데 전투에 진 바람에 1908년엔 다시 잿더미가 됐다. 그 후에도 월명암은 몇 차례 심한 몸살을 겪었다. 지금 월명암 옛터에는 대웅전을 건립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월명암을 개창한 부설거사는 매우 특이한 인물이었다. 그의 행적은 ‘부설전’이란 고소설에 상세하다. 경주에서 출생한 부설은 법우(法友)인 영조·영희와 함께 구도의 길을 떠나 변산(능가산)에 들어가 묘적암을 세우고 오직 수도에만 몰두했다. 뒷날 그들 3인은 문수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오대산으로 길을 떠나는데, 부설원(정읍군 칠보면)에 이르렀을 때 부설은 삼생연분(三生緣分)이 있는 묘화를 만난다. 두 사람은 반드시 부부가 돼야 할 운명이었다. 환속한 부설거사는 아들 등운(登雲)과 월명(月明)이란 딸을 두었는데 말년이 되자 변산에 등운암(登雲庵)과 월명암(月明庵)이란 두 암자를 지어 아들딸에게 각기 하나씩 맡겼다. 겉으로 보면, 부설과 묘화 부부는 속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들은 일평생 남몰래 수도에 정진해 도력이 출중했다. 부설거사보다 한 수 낮았다는 묘화만 해도 환한 대낮에 조화를 부려 비나 눈을 내리게 할 정도였다고 한다. 때로 묘화는 빗방울이나 눈송이를 단 하나도 땅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했다고 전한다. 월명암을 중건한 진묵대사도 많은 이적을 남겼다. 진묵은 조선 중기 호남의 대표적인 선승(禪僧)이었는데, 어느 날 탁발을 나갔다가 매운탕 한 솥을 얻어 마셨다. 그 다음 진묵은 물가에 가서 토해냈는데 탕 속에 들어 있던 죽은 물고기들이 전부 살아났다는 전설이 있다. 근대에는 백학명(1867∼1929)과 같은 고승이 월명암에 주석했다. 학명은 불교개혁의 일환으로 선농(禪農)일치를 몸소 실천했다. 그는 참선과 농사를 같은 것으로 파악해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한 것으로 유명하다. 원불교를 개창한 소태산 박중빈도 세상을 구제할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월명암을 찾았다.1919년 소태산은 학명과 더불어 동안거를 했다. 이때 학명의 거처는 법당이었고 소태산은 그 옆방을 사용했다. 원불교의 2대 교조인 정산종사도 한때 학명의 상좌 노릇을 했다. 뿐만 아니라 증산교를 창설한 강일순(姜一淳) 역시 월명암을 찾았었다. 강증산과 소태산은 모두 새 세상을 열기 위해 부심했다고 한다. ‘부설전’을 보면 월명암에서 모두 4성인,8현자,12법사가 나온다고 했다. 월명암 스님들은 부설거사 가족 4명을 성인으로 간주한다. 옛날 이 암자에 주석했던 성암·행암·학명 스님은 3현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5현과 12법사가 더 나올 예정이라는 뜻인데 과연 그 말대로 될지 어떨지 나는 모른다. 장차 지켜볼 일이다. 요컨대 변산은 불보살과 깊은 인연이 있어 정감록이 손꼽는 길지가 되었다. 변산의 경우에서 보듯 때로 민중의 깊은 불심은 풍수조건을 능가하기도 한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지구의 주인은 개미?

    지구의 지배자는 인간일까, 개미일까. 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부른다. 인간과 유전자의 99%가 일치하는 침팬지조차 국가를 세우거나, 전쟁을 벌이거나, 농사를 짓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같은 인간의 진화 과정은 개미 사회에서도 똑같이 벌어진다. 인간은 600만년전 침팬지와 갈라졌다. 반면 개미의 가장 오래된 화석은 인류 역사의 10배에 달하는 신생대 초기(6000만년전)이며 개미의 출현은 이보다 앞선 중생대 백악기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개체수에서 인간은 약 60억명인데 비해 개미는 1억의 1억배 정도로 월등히 많다. 개미의 크기는 채 1㎜도 되지 않는 것부터 큰 것도 3㎝가량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많은 개미들의 무게를 합치면 인류와 거의 맞먹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지구상에는 1만 4000여종의 개미와 2000여종의 흰개미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150여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10여종은 집개미이다. 이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를 ‘개미의 행성’이라 부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한편 개미는 태어날 때부터 그 역할이 정해지게 된다. 우선 몸집이 크고 가슴에 날개가 달려있는 여왕개미는 번식을 담당한다. 여왕개미가 일정 수 이상의 일개미를 낳기 전에 자신의 영양분을 모두 소모해 버리면 종족 모두가 죽게 된다. 이 때문에 다른 개미 집단에서 알이나 애벌레 등을 훔쳐와 노예로 쓰기도 한다. 또 일개미는 먹이를 모으고 알과 애벌레를 돌보는 역할을 한다. 머리와 턱이 발달된 병정개미는 적의 침입으로부터 보금자리를 지킨다. 수개미는 먹이를 축낼 뿐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번식이 주된 임무이기 때문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儒林(314)-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儒林(314)-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유서를 쓰고 난 후 정오에는 제자들을 만나보았는데, 몸이 편치 못하니 그만두라고 자제가 말렸으나 ‘죽음과 삶이 갈라지는 이때에 마지막으로 만나보지 않을 수 없다.’고 한 후 상의를 벗고 의관을 정제한 후 제생들을 불러 모아 놓고 결별의 말을 다음과 같이 하였다. “평소에 잘 모르는 것을 가지고 제군들과 더불어 날이 저물도록 강론을 하게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연보에 의하면 죽기 사흘 전 12월5일에는 죽은 후 자신이 묻힐 ‘관을 미리 짜라고 명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분매에 물을 주라.’는 최후의 유언은 가족, 그리고 제자들과 차례로 작별의 인사를 나눈 후 마지막으로 자신의 관까지 짤 것을 명령한 후 임종하는 그날 아침에 행한 것이므로 실제로 퇴계의 입에서 나온 가장 마지막 일성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퇴계는 어찌하여 이 분매를 그토록 사랑하였을까. 물론 퇴계 스스로가 표현하였던 대로 이 분매가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퇴계가 그 매화꽃을 빙설(氷雪)에 비유했던 것은 문자 그대로 눈처럼 깨끗하고 결백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빙설은 ‘얼음과 눈’이라는 뜻 이외에 ‘청렴과 결백을 비유해서 이르는 말’이 아닐 것인가. 그러나 이 매화가 한성에서 이별할 때 증답가(贈答歌)를 통해 매화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음은 의미심장한 것이다. “…임이 돌아간 뒤에 천향(天香)을 피우리라.(待公歸去發天香) 원컨대 임이시여, 마주 앉아 생각할 때(願公相對相思處) 청진한 옥설 그대로 함께 고이 간직해주오.(玉雪淸眞共善藏)” 노래에 나오는 임(公)이란 즉 퇴계 자신을 이르는 말. 그러므로 이미 떠난 뒤에도 ‘천향’, 즉 천하제일의 향기를 피우겠다는 말은 바로 매화를 의인화시켜 매화가 퇴계에게 한 맹세였던 것이다. 또한 ‘원컨대 임이시여, 마주 앉아 생각할 때’라는 시 구에서 사용된 ‘상사처(相思處)’란 말을 직역하면 문자 그대로 ‘마주 앉아 생각할 때’란 뜻이 되지만 원래 ‘상사(相思)’라 함은 ‘남녀간의 사랑을 뜻하는 것’으로 의역하면 다음과 같은 뜻을 지닌 것이다. “원컨대 임이시여, 우리 서로 사랑할 때” 또한 ‘천향’이란 말도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원래 ‘천향국색’은 ‘천하제일의 향기와 자색’으로 ‘모란꽃’을 가리키는 말도 되지만 ‘절세의 미인’을 가리킨다. 특히 삼국지에 나오는 왕윤의 가기(歌妓)였던 초선(貂蟬)을 ‘천향국색’으로 불렀던 것이다. 왕윤은 간신 동탁을 죽이기 위해서 초선을 동탁에게 진상하는 한편 동탁의 호위대장이었던 여포에게도 추파를 보임으로써 삼각관계를 만들어 미인계를 통하여 동탁을 제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로써 ‘천향’이라함은 삼국지에 나오는 초선과 같은 절세미인을 가리키는 말로 퇴계가 그 분매를 마치 절세미인처럼 사랑하고 있었음을 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뿐이었을까. 퇴계가 그 분매를 상사하고 그리워하였던 것은 다만 그 매화가 아름답고 향기로웠기 때문이었을까. 그 매화에 얽힌 사연 때문이 아니었을까. 임과 이별을 한 뒤에도 천향을 피우는 것은 매화가 아니라 어떤 여인의 향기가 아니었을까.
  • 儒林(313)-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儒林(313)-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퇴계가 이 매화를 얼마나 사랑하였던가는 8개월의 체경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이 매화와의 이별을 슬퍼하면서 ‘한성우사분매증답(漢城寓舍盆梅贈答)’이란 시까지 남기고 있음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행히 이 매선이 나와 함께 서늘하여 객창이 소쇄하여 꿈마저 향기로웠네. 동으로 돌아갈 제 그대와 함께 하지 못하니 서울티끌 이 속에서도 고이 간직하여다오.” 이 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퇴계는 이 매화를 유독 사랑하여 ‘매화의 신선(梅仙)’으로까지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퇴계는 그 매선을 잊지 못하고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이에 기억되는 것이 있으니 지난봄 서울에서 분매를 얻었는데, 매우 아름다웠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집으로 돌아오고 보니 그 분매생각이 그치질 않는다.” 그러고 나서 퇴계는 다음과 같은 영매시를 짓는다. “잊혀지지 않는구나. 지난해 봄 서울에서 분매 두고 돌아오는 소매 신선바람에 스쳤더니 어찌 오늘에서야 시냇가 나의 서재 속에 황종률(黃鐘律)로 변했으니 그 조화무궁하여라.” 이퇴계가 그처럼 그 매선을 몽매에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나선 사람은 김취려(金就礪). 그는 퇴계가 한양에 머무르고 있을 무렵 가깝게 지내던 문인이었다. 그는 퇴계의 손자 이안도에게 부탁하여 이 분매를 배로 운반하여 안동으로 가져왔던 것이다. 이때가 경오년(1570년) 정월. 퇴계가 숨을 거두던 바로 그해 초였던 것이다. 이 분매를 받자마자 퇴계는 ‘기뻐서 한 구절을 읊다(來喜題一絶云)’라고 시제하고는 다음과 같은 시를 짓는다. “붉은 티끌 일만 겁을 초연히 벗어나 속세 아닌 이곳 찾아 이 늙은이와 벗하니 일을 좋아하는 그대가(김취려를 말함) 나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빙설(氷雪) 같은 그 얼굴 어찌 볼 수 있었으리요.” 퇴계는 유독 그 매분만을 신선으로까지 부르고 있고, 매화의 모습을 빙설로 표현하고 있음인 것이다. 그리고 수명이 다해 임종을 앞두고 있던 퇴계는 이 고고한 능설청향(凌雪淸香)의 벗에게도 작별을 고했던 것이다. 평소 때와 같으면 마지막 고별의 인사로서 손수 물을 주고 싶었을 것이나 몸을 움직일 수 없으므로 시종하는 사람에게 ‘매분에 물을 주라’고 유언하였던 것이다. 이는 4일전 제자들을 불러 죽음과 삶이 갈라지는 마당에서 최후의 고별 인사를 한 것과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연보는 퇴계가 죽기 전의 며칠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데,12월3일에는 퇴계가 ‘자제들에게 명하여 남에게 빌려온 서적을 모두 반환하라 하고 책을 잃어버리지 말 것을 당부하였으며, 이때 아들 준이 봉화현감으로 있었는데, 감사에게 사직서를 내라고 명하였으며, 가족들에게는 기도하는 것을 금하게 하였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죽기 4일전인 12월4일에는 조카 영(寗)에게 유서를 쓸 것을 명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100가지/로버트 해리스 지음

    쳇바퀴 같은 일상에 갇혀 정신없이 내달리다 보면 문득 삶이 공허하게 다가오는 때가 있다. 지금까지 내가 이룬 것이 무엇인 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절실해지면서 가슴 한 구석이 싸해지는 순간. 그럴 때면 새삼 되뇌게 된다.‘지금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살고 있는 걸까.’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100가지’(로버트 해리스 지음, 윤남숙 옮김, 자음과 모음 펴냄)는 삶이 뜻대로 안 풀린다고 자책하거나 혹은 인생이 재미없다고 투덜대는 이들을 위한 유쾌한 인생 안내서다. 제목에 기죽을 필요는 없다. 인류 발전, 지구 평화같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한 행복한 궁리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저자의 약력을 들여다보자.1948년 요코하마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 졸업후 시베리아 철도를 타고 인도까지 여행했다. 대학졸업 후 호주에서 16년간 체류하며 서점과 화랑을 경영했고, 한때 홍콩에서 영화제작일을 하기도 했다. 귀국 후 내비게이터로 활약하면서 음악과 문화를 소재로 한 각종 저서를 집필중이다. 책은 ‘인생을 즐기는 자만이 진정한 승리자다.’라는 모토 아래 세계를 떠돌며 삶의 희로애락을 두루 맛본 저자의 방랑기다. 삶을 즐거운 놀이로 인식하는 저자의 가치관은 책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모티프다. 저자는 열아홉살때 100개의 리스트를 작성했다고 고백한다. 그안에는 ‘1000권의 책을 읽는다.’거나 ‘아마존강을 뗏목으로 건넌다.’거나 ‘모로코에서 폴 보울즈 단편을 읽는다’는 등 문학적이고 낭만적인 행위뿐만 아니라 엉뚱하고, 도발적이며 심지어 부도덕한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이를 테면 ‘유부녀와 사랑을 하다.’‘아편굴에서 하룻밤을 보내다.’‘도박으로 먹고 살다.’같은 것들 말이다. 책에 대한 반응은 두가지일 듯싶다.‘뭐, 이런 인간이 있나’심드렁해할 독자들과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었으면’하고 부러워할 독자들. 그동안 살아온 가치관과 태도가 양쪽을 갈라놓는 잣대가 되지 않을까.1만 37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테니스 ‘철녀’ 나브라틸로바 동성애 전용 여행사와 계약

    여자테니스계의 ‘철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49·미국)가 동성애자 전용 여행업체인 ‘올리비아’와 후원 계약을 맺었다고 AP통신이 25일 보도했다.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으로 익히 알려진 나브라틸로바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레즈비언 골퍼 로지 존스(46·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올리비아와 계약한 스포츠 스타. 메이저대회 16차례 우승과 여자프로테니스(WTA) 통산 167승의 대기록을 보유하며 여전히 선수로 뛰고 있는 나브라틸로바는 “이번 계약이 스포츠무대에 나선 동성애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체코 프라하 출신으로 지난 1981년 레즈비언임을 밝혔던 나브라틸로바는 또 “아직도 많은 게이(남성 동성애자) 운동 선수들이 자신의 성적 성향을 드러내기를 꺼리고 있다.”면서 떳떳한 ‘커밍아웃’을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올리비아’는 지난 1973년에 설립된 레즈비언 전용 크루즈 여행 알선업체로 남극에서 갈라파고스군도까지 여객선을 띄우고 있다. 여행 경비는 수 천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 이명박 시장 홈페이지 글 전문

    ●행정수도에 관해 저 이명박이 말씀드립니다. -수도분할을 중지하고 통일을 대비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 인터넷에 띄우신 “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은 잘 읽어보았습니다.그 글에서 “행정수도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도 꿈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그렇습니다.저 이명박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저의 꿈은 통일수도입니다.대통령께서는 ‘분할된 수도’를 꿈꾸고 계시지만,저는 ‘통합 된 수도’를 꿈꾸고 있습니다. 충청권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온나라가 함께 잘사는 나라,남한과 북한이 하나 되고 함께 잘사는 나라,남북한 7천만 겨레가 합의하는 통일수도를 꿈꾸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개혁과 국가발전을 위해 애쓰고 계신 것에는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하지만 수도분할은 아닙니다.개혁도 아니고,균형발전도 아닙니다. 사실 수도이전 논의는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나온 것이어서,저는 선거가 끝나면 당연히 국민의 의사를 물어 재고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대통령께서는 ‘수도이전 공약으로 재미 좀 봤다.’,‘한나라당에서도 재미좀 보라.’,‘정권의 명운을 건다.’,‘지배세력 교체를 위해 천도해야 한다.’,‘수도이전에 반대하는 것은 정권 흔들기다.’라고 말씀하시는 등 국가대사를 극단적으로 정치쟁점화하는 것을 보고,국가의 중대사인 수도이전을 오직 정치적 계산에서 추진한 것이지,국가균형발전이나 수도발전을 위해 오래전부터 심각하게 고민하여 추진한 것이 아님이 명백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신행정수도 예정지를 발표하고 후속 조치를 일사천리로 진행시켰습니다.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책은 성공한 예가 없다고 역사는 가르치고 있습니다.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했던 수도이전은 지난해 대다수 국민의 반대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결국 무산되었습니다.저는 그때 국민과 함께 ‘국력낭비를 막았다.’면서 안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도이전이 수도분할의 망령으로 되살아나 또다시 정치에 남용되고 있고,국민을 괴롭히고 있습니다.수도이전보다 더 나쁜 수도분할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성난 민심을 의식하여 “수도권 후속대책”을 쏟아내고 있고,국무총리는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를 만들어 수도분할을 기정사실로 몰아가고 있습니다.수도분할로 충청권 주민을 현혹하더니,이제는 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주민을 현혹하려 하고 있습니다.정말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수도분할은 수도이전보다 더 나쁩니다. 제17대 국회는 2005년 3월 2일 수도를 분할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통과시켰습니다.대통령과 6부는 서울에 남고,국무총리와 12부4처는 충청남도 연기·공주로 이전한다고 합니다.대통령은 3월 18일 이 법률을 공포했습니다. 정말 통탄할 일입니다.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수도를,그것도 행정부를 갈라 나누어 놓은 예는 없습니다.수도분할은 국정운영의 비효율과 국력 낭비,그리고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 명백합니다. 요즘은 치열한 국제경쟁 시대입니다.국정운영의 효율은 국가경쟁력의 기초입니다.대통령과 국무총리,장관들이 서로 120km나 떨어진 장소에서 근무해서는 국정운영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원만한 부처간 협의도,신속한 위기관리도 어려워집니다.수도분할은 국가정체성과 통치의 근본을 쪼개는 것으로서,수도이전보다 더 나쁩니다. 수도이전과 수도분할에 정략적으로 담합한 정치권은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제16대 국회는 2003년 12월 ‘신행정수도건설을위한특별법’을 통과시켰습니다.그때 저는 이 법률의 통과를 막기 위해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국민과 함께 사방으로 뛰어 다녔으나,여·야 정치권은 저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다행하게도 우리의 입헌민주주의는 살아있었습니다.헌법재판소가 2004년 10월 21일 수도이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었습니다.대의민주주의의 타락에 경종을 울리는 역사적 순간이었고,대한민국 헌정사에 한 획을 긋는 잊지 못할 사건이었습니다. 그때 한나라당은 위헌 결정을 환영하면서,수도이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였습니다.그러나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이 또다시 수도분할에 동조했습니다.수도를 두 동강내는 결정에 동조했던 정치권은 역사에 공동 책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중앙정부는 서울시와 단 한번의 사전·사후협의 없이 수도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수도이전은 건국 이후 최대의 국책사업입니다.그런데도 중앙정부는 사전에도,사후에도 서울특별시장의 의견을 구하거나,협의를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작은 프로젝트의 경우에도,이해당사자나 전문가와 오랜 기간 기술적·경제적으로 치밀한 사전 검토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합니다.이것은 최소한의 예의이며,필수적인 절차입니다.수도이전은 작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가 대사입니다.그럼에도 정부에서는 이러한 최소한의 예의와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정치적 담합으로 수도분할을 기정사실화 해놓고,“후속대책을 마련한다.”는 빌미로 사후적으로 지방정부를 불러 무조건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은 ‘참여민주주의’가 아닙니다.민주주의가 아니라 권위주의의 부활이며,참여를 가장하여 지방자치를 억누르는 ‘참여권위주의’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지방자치의 헌법정신을 존중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해야 합니다.시대에 역행하는 ‘권위주의’ 방식의 모양 갖추기에는 결코 승복할 수 없습니다. 수도분할 반대는 수도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제가 수도분할에 반대하는 것은 수도권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반대가 아닙니다.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국가균형발전은 충청권으로의 수도이전이나 수도분할로 이룰 수 없습니다.만일 제가 충청권 시·도지사였을지라도,수도이전의 문제점을 똑같이 지적했을 것입니다. 수도이전 문제는 통일을 대비해서 국민의 뜻에 따라 정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해양수산부 이전 반대 이유는 지금도 타당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해양수산부장관 재직 시에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지금 보아도 아주 잘하신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는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가면 서울에 따로 사무소를 두어야 하고,장관은 거의 서울에 있어야 한다.”,“장·차관이 매주 국무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국회에도 출석해야 하는데,서울에서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지방으로 이전하면 결재 등 업무효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처이전보다는 실질적인 업무와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신 것으로 압니다.참으로 올바른 지적이며,지금도 타당한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나,지금이나 사정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그런데도 대통령께서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앙정부의 “수도권 후속대책”은 국민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이 내놓은 “수도권 후속대책”은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서울시가 이미 계획했거나 추진하는 사업을 자신들이 새롭게 수립한 것인 양 발표하여 사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아무런 사전상의도 없이 서울시의 정책을 복사하여 발표한 것은 명백한 표절입니다. 중앙정부의 뚜렷한 역할이나 예산지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여당에서는 “서울시 청사를 광화문네거리에 대형 건물로 짓겠다.”고 하고,정부에서는 “대학로 발전방안”까지 발표했습니다. 대학로를 꾸미는 일은 기초자치단체인 종로구가 추진하고 있는 고유 업무이며,“청계천 역사문화벨트 조성”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역점사업입니다.그런데도 이러한 사업들을 마치 중앙정부가 마련하고 주도하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며,그간 준비가 안 되어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에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촉구합니다. 정부·여당은 수도분할로 텅 비게 될 정부청사에 “벤처단지 조성”과 “초고층 업무빌딩 유치”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수도권과밀 해소를 위해 수도분할을 한다면서,그 후속대책으로는 오히려 수도권과밀을 부추긴다면,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입니다.정부부처가 떠난 자리에 기업을 유치하겠다면,처음부터 연기·공주에 유치하는 게 훨씬 더 낫습니다. 수도이전과 수도분할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과밀 해소’를 이유로 추진되어 왔습니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저의와 진실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선거 때마다 이용하려는 정치책략임을 모든 국민이 알게 되었습니다.그래서 국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심 쓰듯이 “후속대책”을 급조하고 남발하는 것은 잘못된 수도분할을 더욱 잘못되게 하는 일이며,충청권과 수도권,나아가 국민을 두 번 속이는 일입니다.국민을 두려워한다면,국가균형발전을 원한다면,이제는 진정으로 지방을 도와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수도분할과 “수도권 후속대책”은 바른 길(正道)이 아닙니다.국민의 행복보다 정파의 이익을 앞세우는 그릇된 길(邪道)입니다.정부·여당은 지금이라도 통일한국과 7천만 겨레의 앞날을 걱정하는 바른 길로 돌아와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길로 가기를 호소합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진정한 지방분권과 재정지원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참여정부가 진정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이루려고 한다면,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과 재원을 과감히 지방으로 이양해야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서울집중을 막기 위해 백약을 다 썼으나 무효였다고 하고 그래서 수도이전을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실은 백약 중 가장 효험이 있을 약은 제쳐두고 있었습니다.그것은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에 나누어 넘겨주는 일,즉 진정한 ‘분권’입니다. 중앙집권의 낡은 틀을 그대로 둔 채,수도이전이나 수도분할을 한다고 해서 지방이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균형발전의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지방에 실질적인 결정 권한과 재원을 주면,지방정부는 지역특성에 맞는 발전을 이뤄 나갈 능력이 있습니다.세원이 많은 곳에서 세금을 더 거두어,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수도분할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의 일부를 지방에 지원해야 합니다.그러면 지역별로 특색에 맞는 발전을 이루어 지역균형발전은 빨라질 것입니다. 정부가 중앙행정기관을 인위적으로 강제 배분하는 방식은 구시대적 발상이며,지방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서울의 과밀은 해소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가 표방하는 수도이전 또는 수도분할의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과밀 해소 및 국가균형발전입니다.수도이전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경제·산업·교육의 기능을 분산시키고,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세계화와 개방화의 시대입니다.수도권의 기능을 억제한다고 해서,이것이 곧 비수도권 지역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왜냐하면 자본과 시설,사람이 외국으로 나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지난날 수도권정책이 수없이 반복되었어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시대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수도권 집중을 인위적으로 억제해서 그 반사이익이 상해,동경 등 다른 경쟁도시의 몫으로 돌아간다면,그것은 오히려 서울과 지방을 공멸시키고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하겠습니다.수도권 집중을 억제해도 비수도권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면,비수도권의 발전은 그 지역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수도분할의 이유를 들면서 국가균형발전보다 수도권 과밀을 걱정하셨는데,이것은 인식의 차이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현재 수도권은 과밀화 진행 단계를 지났습니다.서울의 인구는 줄고 있고,서울의 교통,환경,주거 여건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1970∼80년대에는 인구과밀을 걱정했으나,1990∼2000년대에는 인구의 과소를 걱정할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서울시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실제로 구체적인 성과를 착실히 이뤄가고 있습니다.서울에 세계의 첨단기업이 모여들고 있는 것은 그 증거입니다. ●공장의 위치보다 일자리 창출이 더 중요합니다. 정부는 지금 수도권규제완화를 거론하고 있습니다.그렇습니다.일부 규제는 필요하겠지만,수도권의 경쟁력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야 할 것입니다.그간 서울시는 수차례에 걸쳐 지나친 수도권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건의했으나,반영된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요즘은 세계화 시대입니다.세계 각국이 자본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수도권에 공장을 짓지 못하게 하면,지방으로 가는 게 아니라 외국으로 나갑니다. 공장의 위치가 수도권에 있느냐,지방에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일자리 창출이 중요하고,청년실업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수도이전과 수도권규제 완화는 흥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수도이전과 수도권규제 완화는 별개의 사안입니다.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참여정부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전제로 공장총량제 등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대통령께서는 “행정수도이전 정책과 수도권규제 개선은 수도권과 지방의 정치적 빅딜로서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주장하셨습니다. 이는 수도이전과 수도권규제 완화를 “맞교환하자.”는 주장인데,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는 근본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수도이전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국가대사로서,수도권규제 완화와는 그 성격과 비중이 다릅니다. 수도이전을 합리화하기 위해 수도권의 규제 완화가 가능하다는 것은,마치 ‘정치적 흥정’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습니다.수도이전을 해도,지금의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합리적이라면 그 자세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옳을 것입니다.마찬가지로 수도이전을 하지 않더라도,수도권 규제가 합리적이지 않으면 이를 철폐해야 할 것입니다. 그간 서울시가 수도권규제 완화와 수도권발전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지만,중앙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수도분할에 대한 수도권주민의 분노가 들끓자,이를 달래려는 ‘사탕발림’ 식으로 수도권발전을 거론하고 있습니다.국가경영에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시류에 따라,정치 분위기에 따라 오락가락해서는 안 됩니다.중앙정부가 진정으로 수도권발전을 원한다면,서울시가 꾸준히 건의해 온 방안을 검토하기를 바랍니다. ●서울은 지방이 아니라 세계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동북아중심국가’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서울의 경쟁력은 필수입니다.국경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입니다.대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은 주변 강대국의 주요 도시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동경,북경,상해,싱가포르 등 경쟁도시들과 한판 승부를 벌어야 하고,이겨야 합니다.그래야 대한민국의 국력이 커질 것입니다.그런데 멀쩡한 수도를 두 동강낸다면,서울과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일본 도쿄도 수도이전을 추진했던 적이 있습니다.오랜 세월 검토하다가,지난 2003년에 수도이전 논의를 중단했습니다.오히려 도쿄의 도시경쟁력을 키워주고 있습니다.2002년 7월 “수도권·기성시가지의 공업 및 제한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여 동경의 경쟁력이 곧 일본의 국가경쟁력이라는 인식을 토대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럽의 국가들도 20세기에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분산정책을 취했습니다.하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대도시의 경쟁력을 육성하는 새로운 국가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런던,파리,로마,프랑크푸르트,베를린,그리고 브뤼셀 등 유럽 각국의 수도들은 유럽연합(EU)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강력한 집중전략을 다시 펴고 있습니다. ‘수도이전이 국가균형발전과 무관하다’는 사실은 대통령께서도 잘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서울은 부산,대구,대전,광주 등 지방도시와 경쟁하지 않습니다.동북아시아의 주도권을 놓고,도쿄,상하이,베이징,홍콩,싱가포르 등 대도시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아시아 주요 도시와의 경쟁에서 서울이 이겨야 중앙정부가 표방하는 ‘동북아중심국가’도 성공할 것입니다. ●서울과 지방은 상호보완 속에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국가균형발전은 획일적인 형평성을 지향하는 ‘하향평준화’가 아닙니다.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상향일류화’가 되어야 합니다.그러자면,수도권과 지방이 상호보완을 이루어,나라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정부는 서울과 지방을 분열시키지 않아야 합니다.서울과 지방은 서로 돕는 보완관계에 있습니다.예를 들어,전라남도의 관광단지가 발전하면 서울의 시민들이 가서 보고,지방의 무공해 농산물은 수도권시민이 이를 소비합니다. 수도를 약화시켜 다른 지방을 발전시킨다는 전략은 성공한 예가 없습니다.수도를 여러 개 만들어서는 안 되며,서울·대구·광주는 각자 특색 있게 발전시켜 상호보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해야 합니다. ●수도이전에 쓸 재정이 있다면 통일비용으로 아껴 두어야 합니다. 수도이전은 ‘평화통일’이라는 민족의 염원과 통일한국의 장래를 염두에 두고 구상되어야 합니다.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고,경제난이 겹쳐 체제가 내구력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이러한 정세를 감안할 때,통일이 언제 실현될 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그러나,정부가 수도를 분할하여,새로운 행정도시를 완성하는 시기 이전에 통일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도를 온전히 지키는 일은 “통일 다음으로 중요한 이 시대의 애국과제”라고 생각합니다.그 이유는 수도가 국정수행의 중심이자,국가정통성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통일한국과 7천만 겨레,그리고 후손들의 행복을 생각한다면,수도를 두 동강내서는 안 됩니다. 국가경영에는 우선순위가 있습니다.수도분할은 시급하지 않습니다.지금은 수도분할이 아니라,민족통일에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수도이전이나 수도분할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됩니다.남·북한이 통일 후 공동 번영을 이루려면 엄청난 규모의 재정이 필요할 것인데,이렇게 한가하게 국력을 낭비할 때가 아닙니다.수도분할에 사용할 재정이 있다면,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재원으로 아껴 두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100만 명에 이르는 젊은 실업자가 있습니다.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젊은이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입니다.수도이전에 쓸 돈이 있다면,차라리 그 비용으로 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더 현명합니다. ●국익을 위해 결심을 바꾸는 것은 지도자의 진정한 용기입니다. 국가지도자는 결심을 하고 집행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때로는 결정을 취소하고 결심을 바꾸는 용기도 필요합니다.개인적인 차원의 명분보다 국가의 명운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노 대통령께서 지도자로 높이 평가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70년대 말에 추진했던 ‘행정수도이전계획’은 수도의 영구이전이 아닌 임시 행정수도로의 이전계획이었습니다. 이는 당시 미국의 카터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언급하여 한미관계가 어려워지고 안보불안이 커진 상황에서,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나기 위한 국가안보상의 필요에서 추진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현재는 그 때와 모든 국내외 상황과 여건이 판이하게 달라졌습니다.동서냉전 시대가 가고 남·북 긴장이 완화되었으며,이제 세계는 경제적으로 국경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북한의 기습공격을 대비해야 했던 30년 전에는 수도이전이 논의될 만 했을지라도,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 세계와의 경쟁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6년에 ‘제6회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가,경제여력이 없다는 이유로,그리고 소요 재원을 국가적으로 더 시급했던 산업발전에 쓰기 위해 이를 반납했던 적이 있습니다. 행정중심도시는 어차피 성공하지 못할 일입니다.저는 젊어서부터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부터 동토의 시베리아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일해 왔습니다.그러나,세계 어느 곳에서도 수도를 분할한 사례를 본적이 없고,브라질·호주·말레이지아 등 수도이전을 추진했던 나라의 경우에도 수도이전에 성공한 사례를 본적이 없습니다.결국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분할도 국력낭비로 이어질 것이 명백합니다.사정이 이런데도 꼭 해야겠다고 고집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습니다. 국가지도자는 단순히 정책을 수립했다는 사실만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닙니다.때로는 국익을 위해 기존의 정책을 바꾸거나 포기하는 지도자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자신보다 나라를 먼저 걱정하는 혜안과 용기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지도자의 결단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대통령께서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수도분할을 재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만약 생각을 바꾸신다면,우리국민들은 은퇴 후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할 것이라 믿습니다. 2005년 3월 24일 서울특별시장 이명박
  • 이명박“與수도권대책 서울시 사업 표절”

    이명박“與수도권대책 서울시 사업 표절”

    이명박 서울시장이 24일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2일 인터넷에 띄운 ‘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시장은 ‘행정수도이전에 관해 저 이명박이 말씀드립니다.’는 제목의 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때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반대한 것은 지금에 와서도 옳은 판단이었다.”며 수도이전 후속대책 철회를 호소했다. 그는 이어 정부여당이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 계획의 일환으로 제시하고 있는 수도권 후속대책을 “서울시 사업을 표절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수도분할을 중지하고 통일을 대비해야 합니다.’라는 부제를 단 이 공개서한은 A4용지 11쪽으로 200자 원고지 60장 분량이다. 이 시장은 “대통령은 2000년 당시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옮기면 서울에 따로 사무실을 두고 장관은 거의 서울에 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부처이전보다는 실질적인 업무와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한 것은 타당했다.”고 상기시킨 뒤 “사정이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대통령이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게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또 노 대통령이 인터넷 글을 통해 “행정수도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도 꿈이 있을 것”이라고 적은 데 대해 “이명박에게는 7000만의 염원인 통일수도라는 꿈이 있는데 대통령은 분할된 수도를 꿈꾼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이어 “작은 일에도 이해당사자나 전문가와 오랜 기간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면서 “그러나 중앙정부는 국가대사인 이 문제에 대해 단 한번도 서울시장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이에 따라 정치적 담합으로 수도분할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후속대책을 무조건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은 ‘참여권위주의’”라고 비판한 뒤 정부의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에 참여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이 시장은 또 “행정중심복합도시 발표 뒤 수도권 지역에서의 공동화 비판이 일자 벤처단지 조성, 초고층 업무빌딩 신축 등을 공약한 것은 수도권 과밀해소를 위해 행정수도 대책을 내놓았다는 주장과는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국회에서 지난 3월2일 행정수도복합도시건설법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정말 통탄할 일이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수도를, 그것도 행정부를 갈라 나누어 놓은 예는 없다.”면서 “수도분할은 국정운영의 비효율과 국력 낭비, 그리고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 명백하고, 국정운영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등 국가의 정체성과 통치의 근본을 쪼개는 것으로 수도이전보다 더 나쁘다.”고 강조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그 영화 어때?]‘윔블던’-팡팡 튀는 사랑랠리

    [그 영화 어때?]‘윔블던’-팡팡 튀는 사랑랠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노팅힐’‘러브 액츄얼리’의 제작사인 영국의 워킹타이틀이 이번에도 한 건 올렸다.25일 개봉하는 영화 ‘윔블던(Wimbledon)’은 재밌고 유쾌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이 살아있는 전형적인 워킹타이틀표 로맨틱 코미디의 장점에다 스포츠 영화의 짜릿함까지 더했다. ‘사랑의 힘으로 역경을 극복한다.’는 인류 역사상 가장 뻔하디 뻔한 소재를 다뤘지만, 전혀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자기 성찰을 그치지 않는 캐릭터의 생생함 때문이다. 그리고 그 캐릭터를 바탕으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관객 역시 서서히 모든 상황에 빠져들게 만든다. 한때는 세계 랭킹 11위였지만 지금은 한물간 테니스 선수 피터(폴 베타니). 운좋게 번외선수로 윔블던 대회에 출전하게 된 그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결심한다. 서른한 살에 자신감도 잃고 되는 일도 없는 피터의 신세한탄식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브리짓 존스‘의 남성판 버전이라 할 만하다. 우연히 호텔 방 열쇠를 잘못 건네받는 바람에 세계 최고의 테니스 스타 리지(커스틴 던스트)와 데이트 행운을 거머쥔 피터.“시합전의 섹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당돌하게 다가오는 이 아가씨에게 마음을 빼앗긴 피터는, 지던 시합에서도 그녀의 모습에 힘을 얻어 승리하는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사랑의 달콤함과 긴장감을 녹이는 유쾌한 유머,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의 긴박한 순간에 흘러나오는 피터의 ‘엉뚱한’ 내레이션 등 영화는 능수능란하게 관객의 마음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이들의 사랑과 윔블던의 생생한 현장에 동참하게 한다. 영화적 재미와 함께 사랑의 힘과 가족의 응원으로 잊었던 자신의 참모습을 하나 둘 끄집어내며 경기에 대입시키는 주인공의 모습은, 열정을 잃어버린 세대들에게 가슴 벅찬 환희를 경험하게 할 듯싶다. 조연 캐릭터가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형의 경기에서 꼭 상대편에 돈을 거는 동생, 으르렁대다가 피터의 경기로 화합하게 되는 피터의 부모, 사랑을 갈라놓으려 하지만 피터의 진심을 알고 승낙하는 리지의 아버지 등 풍성한 캐릭터가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영화의 주제를 확고하게 굳힌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헤로인이 리지로 출연했고,‘리차드 3세’로 96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고 TV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연출한 리처드 론크레인 감독이 연출했다.15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獨공연 뮤지컬 ‘아이다’ 관람기

    獨공연 뮤지컬 ‘아이다’ 관람기

    신시뮤지컬컴퍼니와 CJ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오는 8월 라이선스 공연으로 선보일 초대형 뮤지컬 ‘아이다’. 국내 공연 사상 처음으로 8개월간 장기 공연이라는 과감한 기획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낳은 ‘아이다’를 현재 라이선스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독일에서 먼저 봤다. ●2000년 브로드웨이서 초연… 500만 관람 17일 오후 8시(현지시각) 독일 중서부 루르공업지대의 중심도시 에센에 있는 콜로세움 시어터. 제2차세계대전 당시 대포 공장으로 사용되다 극장으로 개조된 콜로세움 시어터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로 붐볐다. 대표적인 공업도시이지만 최근 새로운 문화도시로 부상하고 있는 에센에서 ‘아이다’는 지난 2003년 막을 올린 이래 꾸준히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날 공연은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를 비롯해 이석준·이건명(라다메스), 배혜선(암네리스), 문혜영(아이다) 등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 4명도 함께 관람했다. ‘아이다’는 2000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2004년 9월 막을 내릴 때까지 전세계 5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화제작. 이번 독일 공연은 라이선스 무대지만 작곡상, 무대디자인상, 조명디자인상, 여우주연상 등 토니상 4개 부문과 그래미상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 수상이라는 브로드웨이 공연의 공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이다’는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지 않은 작품으로, 디즈니에 의해 이전에 만들어졌던 ‘라이언킹’‘미녀와 야수’와는 전혀 색다른 맛이다. 비극적 사랑이라는 흡입력 있는 드라마, 팝의 거장 엘튼 존과 유명 작사가 팀 라이스가 빚어낸 뛰어난 음악,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의 무대 등 관객들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이집트관. 돌무덤 앞의 두 남녀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서로를 마주한 순간, 현재 시간은 멈추고 유리 진열장 안에 있던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공주가 걸어나오면서 극은 시작된다. 그가 부르는 오프닝곡 ‘모든 이야기는 사랑이야기(Every Story Is A Love Story)’를 따라 무대도 관객도 고대의 전설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다. 운명적 사랑을 거스르지 못한 라다메스와 아이다는 함께 돌무덤에 묻히고 마지막 장면은 박물관의 첫 장면으로 이어진다. 비로소 알아본 두 남녀, 라다메스와 아이다가 서로를 향해 다가가면서 막이 내린다. ●디즈니 제작… 토니상 등 수상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이 주된 줄거리지만 예기치 않은 사랑에 자신의 삶과 목표에 의심을 품게 되는 라다메스, 조국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사랑을 버려야 하는 아이다, 사랑의 상처를 통해 인생을 배우는 암네리스 등 주인공들이 성숙해가는 과정은 작품을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현대적 시각에서 풀어낸 무대도 전형성을 벗어던졌다. 세트, 의상, 조명, 노래 등 무대 위에서 표현된 모든 것은 시대의 감각을 리드했다.‘아이다’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원색의 의상과 조명이 만들어내는 색의 향연이다. 무대와 의상을 동시에 제작한 밥 크로울리의 천재성이 빛을 발한 장면은 암네리스와 시녀들이 펼치는 패션쇼 장면.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신나는 음악과 원색의 의상에 맞춰 빨강, 녹색, 노랑, 분홍 등 카멜레온처럼 변화하는 현란한 무대는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8월27일부터 8개월간 국내 장기공연 단순하지만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무대 장치도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힘을 보여줬다. 커다란 붉은 돛만으로 4000년전 이집트 노예선을 재현해내고, 흰 천으로 만든 물결을 배경 삼아 와이어를 매단 배우들이 헤엄치듯 무대 위 아래를 오가는 수영장 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 세 명의 주인공을 감싼 삼각 레이저빔은 피라미드를 연상시켜 시대적 배경을 나타내는 동시에 이들이 처한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돌무덤에 갇힌 라다메스와 아이다의 모습을 카메라의 조리개가 닫히는 것처럼 사라지게 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총 120억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뮤지컬 ‘아이다’는 LG아트센터에서 8월27일 첫 막을 올린다. 한국 공연에서는 브로드웨이 공연 때 사용됐던 무대와 의상을 그대로 올릴 예정이어서 오리지널 무대의 완벽함도 확인할 수 있다. 에센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서울에도 집성촌 10여곳 있다

    서울에도 집성촌 10여곳 있다

    특별시에 집성촌?서울 양원리등 10여곳 수십 가구씩 오순도순 유영규(42·대구시 남구 대명동)씨는 어려서 자신보다 나이는 적지만 항렬이 높아 아저씨뻘 되는 아이에게 ‘꿀밤’을 먹였다가 집안 어른들로부터 꾸지람을 들은 적이 있다. 이어 눈을 피해 이 아이를 또 혼냈다가 들통이 나는 바람에 더 큰 야단을 맞기도 했다. 유씨로서는 어린 마음에 억울한 일이 줄을 이었다. 시골지역의 집성촌(集姓村)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서울특별시에 아직도 ‘아랫집은 사촌 형님, 윗집은 숙부, 옆집은 조카, 앞집은 당숙’ 하는 식으로 친인척끼리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는 마을이 10여곳 있다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러한 집성촌들은 그린벨트로 묶이고, 세태의 변화에 밀려 점차 사라지고 있다. 서울 중랑구 망우1동 259 일대에는 서울이라고는 얼른 떠올려지지 않는 ‘양원리’라는 마을이 있다. 이곳에는 동래 정씨들이 38가구나 모여 산다. ●조선 태조가 하사한 땅 이 마을 정수선(71·새마을금고 운영)씨는 “조상님들이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가 서울을 도읍으로 정한 1394년보다도 3년 전에 이곳에 터를 잡아 살기 시작했으니 벌써 610년을 넘겼다.”고 말했다. 정씨 말대로 이성계가 고려 말 역성혁명에 성공하자마자 일등공신인 정구(鄭)에게 이 일대의 토지를 하사한 인연으로 지금까지 24대째를 내려오고 있다. 마을 이름도 태조와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다. 태조가 자신이 묻힐 무덤자리를 보러 가는 길에 고개를 넘으면서 모든 근심을 잊었다고 해서 망우(忘憂), 고갯마루에서 쉬다가 마신 우물물의 맛이 너무 좋았다고 해 양원리(養源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아무래도 개발제한이 풀리면 집성촌 유지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마을사람들이 내놓는 대답은 ‘천만에’였다. ●사라져가는 집성촌 정씨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건물을 못 짓고, 땅값이 주변의 10분의1밖에 안되는 등 불이익(?)에 따른 불만도 불만이지만, 무엇보다 건물을 짓지 못하는 불편 때문에 후손들이 고향을 떠나고 있다.”고 허탈해했다. 개발이 늦어져 오래 모여 살아오기도 했지만, 똑같은 이유로 세월에 떠밀려 사라질 위기에 놓인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정수선씨는 또한 “집을 팔고 이사하는 바람에 다른 성씨가 10가구 들어와 집성촌이라는 명맥은 이어가지만 이미 순수혈통 마을에서는 약간 벗어난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한 핏줄끼리 옹기종기 모여 산다는 자부심도 있긴 하지만….”이라며 씁쓸해했다. 정씨는 슬하에 7남매를 뒀다. 막내아들 민섭(28)씨를 빼면 모두 서울에 살고 있지만 집성촌에서 나와 사실상 ‘타향 살이’를 하고 있다. 민섭씨 또한 아버지의 마을금고 사업을 도와주려고 머무는 것이니 ‘동거’는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여기는 눈치다. ●“죄다 믿음이 간다오” 정씨의 집 앞에는 7촌 조카, 그리고 바로 옆에는 6촌 동생이 살고 있어 “이곳이 과연 집성촌이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에 따르면 망우동이 서울로 편입되기 전인 경기도 양주군 구리면(九里面)일때는 집성촌이 10개나 있었다. 현재 구리시로 한 단계 뛰어오른 구리면은 망우·상봉·중화·묵·신내·교문·토평·갈매·수택리 등 9개 마을로 이뤄졌는데, 바꿔 말하면 한 마을에 두 가지 성씨의 집성촌이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 마을에서 북부간선도로를 가로질러 자동차로 10분쯤 가면 구릉산 아래로 신내1동 산6 일대에 경주 임(林)씨 30여가구가 모여 사는 능말(큰 능이 있다고 해서 붙은 능마을의 준말)이 나타난다. 임씨 집성촌이 처음으로 들어선 것은 선조 36년인 1603년쯤이라는 기록이 전해진다.400년 남짓한 전통으로 정씨네 집안에는 ‘한끗발’ 뒤지지만 결코 녹록하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다. 대부분 직장인들인 양원 마을과는 달리 전체의 절반인 15가구가 아직도 이 지역의 특산물인 ‘먹골배’를 생산하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종친회 총무 임현만(59)씨는 “하루 온종일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조상들의 묘를 지키며 오랫동안 ‘모여 사는 정’에 익숙해져 좀처럼 외지로 나가기가 힘들었다.”고 귀띔했다. 함께 사는 임씨의 아들 준성(29)씨도 “아무래도 집안 어르신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예의범절이 절로 몸에 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의 범절 저절로 배워요” 강동구 강일동 ‘벌말’ 청송 심(沈)씨네는 50여가구가 모여 사는 서울에서 가장 큰 집성촌이다.410여년 전인 조선시대 선조 25년(1592년) 임진왜란 중에 충청도 예산에서 피란온 선조들의 후손이다. 벌말이란 벌판에 마을이 섰다고 할 정도로 너른 땅을 말한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어 지명에는 평촌(坪村)이 있다. 벌말에서는 나이는 어려도 항렬이 높은 이에게 존칭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함부로 호칭하다가 혼이 나는 일도 적지 않다. 서로 새해인사를 하는 경우 나이는 자녀뻘이지만 항렬이 높은 이에게 머리를 숙여야 한다. 강동구의회 의장을 지낸 25대손 심재풍(69)씨는 “10대 할아버지께서 정착한 이래, 마을 규범 때문에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성씨가 같아서인지 금방 화목을 되찾는다.”며 마을 자랑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어 “최근 다른 성씨들이 마을로 들어오고 10촌 이상 촌수가 벌어지면서, 명절이면 친척들이 모두 모여 집집이 옮겨다니며 차례를 지내는 데만 하루 종일 걸리는 옛 풍습이 사라져 아쉽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무슨 사연·어떤 자랑거리 있나 서울 시내엔 10여가구가 모여 작은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 모두 6곳이 있다. 도봉구 방학4동 ‘원당마을’에는 파평 윤(尹)씨, 강서구 외발산동 ‘광명마을’에는 경주 최(崔)씨, 강동구 강일동 ‘가래여울’(한강으로 흘러드는 두 여울이 갈라져 흐르는 곳이란 뜻)에는 남평 문(文)씨 집안이 있다. 또 창녕 조(曺)씨들이 대대로 일군 서초구 염곡동 ‘염통골’(마을 생김새가 염통 모양)과 경주 김씨의 내곡동 ‘능안마을’에다 아예 성씨를 따 ‘홍씨 마을’이라고 부르는 남양 홍씨 집성촌이 있다. 집성촌 속에는 깊은 역사만큼이나 자랑거리도 수두룩하다. 먼저 도봉구 방학동 원당마을에 있는 서울시의 보물덩어리가 된 830살짜리 은행나무가 손꼽힌다. 서울시 지정 보호수 1호다. 높이가 24m, 둘레는 9.6m나 된다. 관악구 신림동 산112의1에 있는 굴참나무(천연기념물 271호·수령 1010년)와 종로구 삼청동 106 총리공관 등나무(천연기념물 254호·수령 920년)에 이어 ‘수령’이 서울에서 세 번째다. 원당마을 은행나무는 옛날부터 스스로 몸에 불을 질러 나라의 큰 변고를 알리는 등 신통을 지녔다고 전해지고 있다. 예컨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직전 이 나무에 까닭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나 소방차가 출동, 진화했다고 한다. 마을사람들은 해마다 2월 중순이면 이곳에 30여명씩 모여 떡과 술을 놓고 나라의 안녕을 비는 ‘행목대신제’(杏木大神祭)를 올리고 있다. 은행나무 옆에는 조선시대 비운의 임금인 연산군(1476∼1506년)의 묘가 있다. 이 무덤이 중종반정 이후 연산군의 유배지였던 강화도에서 옮겨오면서 파평 윤씨들이 뒤따라와 정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록으로 찾아볼 수 없어 언뜻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원당마을 윤주현(71)씨는 “정치적으로 억울하게 죽은 연산군의 경우 3족이 멸문지화를 당했고, 연산군이 어머니 폐비 윤비(尹妃)에 대한 효성이 지극해 외척들이 돌봐야 한다고 여겨 이 곳으로 온 게 아니냐는 추측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곳엔 또 마을과 역사를 함께 해온 ‘원당천’이라는 우물이 있다. 태조가 물맛을 본 뒤 칭찬했다는 망우동 양원마을 우물과 비슷한 사례다. 피란민이 숨어들었을 정도로 외진 곳이어서 자연부락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 청송 심씨들의 마을에도 흥미 넘치는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심재익(67)씨는 “옛날 한 백성이 산에서 도적을 만났는데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나 화를 면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로 앞 바위의 모양이 호랑이와 똑같이 생겨 그 사건 이후에 그 바위가 마을을 지켜주는 산신령이라고 믿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해마다 음력 7월 초하루에서 사흘 사이에 길일(吉日)을 가려 ‘큰말(벌말의 딴 이름으로, 큰 마을이란 뜻) 산신제’를 지낸다. 앞산 꼭대기에 올라 집집마다 추렴한 쌀로 떡과 술을 빚고 소머리를 제단에 올린다. 서울시내에서 행하는 유일한 산신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마파도(11일 개봉) 장르/예매율 코미디/20.31%(15세) 감독/배우는 추창민/이정진·이문식 어떤 줄거리 160억원에 당첨된 복권을 찾아 다섯 할매들이 사는 마파도로… 이래서 좋아 웃지 않고 못 배기게 하는 연기자들의 힘 이래서 별로 ‘복권 찾기’와 관계없는 에피소드들의 잔치 홈피 반응은 “실컷 웃을 수는 있습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장르/예매율 드라마/32.66%(12세) 감독/배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클린트 이스트우드·힐러리 스왱크·모건 프리먼 어떤 줄거리 여성복서와 늙은 트레이너의 진한 교감 이래서 좋아 삶을 통찰하는 깊은 시선과 긴 여운 이래서 별로 숨가쁜 휴먼드라마와 권투영화를 기대했다면 홈피 반응은 “오랜 연륜이 만들어낸 감동” ●레이 장르/예매율 드라마/1.98%(15세) 감독/배우는 테일러 핵포드/제이미 폭스·게리 워싱턴 어떤 줄거리 맹인 천재음악가 레이 찰스의 일대기 이래서 좋아 거친 영혼의 숨결까지 느껴지는 연기의 힘 이래서 별로 전형적인 전기영화의 틀 그대로 홈피 반응은 “역시 레이 찰스는 훌륭했습니다.” ●인게이지먼트(11일 개봉) 장르/예매율 드라마/2.59%(15세) 감독/배우는 장 피에르 주네/오드리 토투·가스파 울리엘 어떤 줄거리 전쟁조차 갈라놓지 못한 두 연인의 애틋한 사랑 이래서 좋아 독특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영상미 이래서 별로 복잡한 이야기 구조에 자칫 길을 잃을 수도 홈피 반응은 … ●쏘우 장르/예매율 스릴러/6.21%(18세) 감독/배우는 제임스 완/캐리 엘위스·리 와넬 어떤 줄거리 지하실에 감금된 두 남자를 둘러싼 연쇄 살인 미스터리 이래서 좋아 관객을 서서히 몰입시키는 스릴러로서의 묘미 이래서 별로 반전에 대한 지나친 강박 홈피 반응은 “반전은 강하나 표현은 약하다” ●여자, 정혜 장르/예매율 드라마/7.7%(15세) 감독/배우는 이윤기/김지수·황정민 어떤 줄거리 평범한 여자 정혜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 이래서 좋아 현실적인 캐릭터와 섬세한 심리묘사 이래서 별로스크린에서까지 일상과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홈피 반응은 … ●Mr. 히치(11일 개봉) 장르/예매율 로맨틱코미디/19.74%(12세) 감독/배우는 앤디 테넌트/윌 스미스·에바 멘데스 어떤 줄거리 뉴욕의 유명한 데이트 코치, 사랑에 빠지다 이래서 좋아 여성이 남성에게 끌리는 상황을 어쩜 그렇게 정확하게… 이래서 별로 … 홈피 반응은 “히치와 함께 연애공부를” ●말아톤 장르/예매율 드라마/6.82%(전체) 감독/배우는 정윤철/조승우·김미숙 어떤 줄거리 마라톤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자폐아 초원의 이야기 이래서 좋아 감동과 웃음이 교차하는 순수 무공해영화 이래서 별로 … 홈피 반응은 “조승우의 백만불짜리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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