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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 마니아 2인] 돌멩이에 호랑이 그리는 김대성씨

    [호랑이 마니아 2인] 돌멩이에 호랑이 그리는 김대성씨

    “호랑이를 그리기 시작한 뒤부터는 좋은 일만 생겨요.” 김대성(40)씨는 호랑이가 자신을 지키는 수호신이라고 믿는다. 김씨가 호랑이를 그리게 된 계기는 ‘꿈’이었다. “6년 전에 호랑이 꿈을 꿨는데, 콧김과 털 하나하나가 느껴질 정도로 생생했어요. 너무 무서워서 호랑이를 죽였어요.” 그 이후 김씨는 하는 일마다 꼬였다. 시각디자이너로 일하던 회사에 어려움이 생겨 그만뒀고, 이후로도 회사를 4번이나 옮겨야 했다. 그러다가 주위의 권유로 호랑이 그림을 그리게 됐고, 미술학원을 여는 등 일이 술술 잘 풀렸다. 김씨가 호랑이 그림을 그리는 건, 꿈에서 죽인 호랑이에 대한 사죄인 셈이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만큼 그림 실력도 남다르다. 김씨는 산과 들에서 주워온 울퉁불퉁한 돌멩이에 그림을 그린다. 김씨는 “깨지고 갈라져 볼품없는 돌에서 다양한 호랑이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면서 “웅크린 호랑이, 뛰어다니는 호랑이 등을 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랑이 그림의 ‘영험’을 느껴서 일까. 주변에서 팔라는 권유도 많았다. 그러나 김씨는 선물을 할지언정 결코 파는 법이 없다. 함부로 팔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이곳저곳에 주다 보니 남은 작품은 50여점 정도다. 김씨의 새해 소망은 호랑이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것. 호랑이 작품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점프 코리아 2010-지방선거] 25곳 기초단체장 출마예상자

    [점프 코리아 2010-지방선거] 25곳 기초단체장 출마예상자

    25명의 기초단체장(구청장)을 뽑는 서울은 벌써부터 긴장감이 팽팽하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강남 3구는 당내 공천을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이 진행 중이다. 반면 야당세가 센 서남권을 중심으로 민주당 출마 예상자들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며 권토중래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중앙권 ●현직 3선·불출마… 중앙권 각축전 치열 서울 은평구와 서대문구, 용산구는 현직 구청장이 3선이거나 불출마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현동훈 구청장이 불출마 의사를 공식화한 서대문구와 노재동, 박장규 구청장이 3선 임기를 마치는 은평구와 용산구는 사실상 ‘무주공산’이다. 서대문구의 경우 박근혜 전 대표 특보인 이윤석(51)씨와 전 서대문구 부의장을 역임한 이문복(62)씨, 시의원 하태종(63)씨가 한나라당 후보군으로 떠오른다. 이해돈(55) 현 부구청장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전 시의원으로 두차례 고배를 마신 문석진(55)씨와 김영일(59) 구의원이 민주당 공천에 도전할 것이라는 설도 있다. 은평구에서는 서울시 부의장인 임승업(55) 의원이 강력한 출마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주호(46) 시의원 역시 한나라당 공천을 노린다. 구 주변에서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본인의 의도과 관계없이 어떤 형태로든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후보로는 전 시의원 출신인 김성호(60)씨와 정당인 안남영(61)씨가 나설 전망이지만, 민주당 측이 상징성을 앞세워 의외의 인물을 공천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특히 지역 주민들이 은평뉴타운 등 정부 정책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어 민주당 후보가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용산구의 경우는 전 구의장 출신인 원건호(67)씨와 정효현(57)씨, 전 구청장인 성장현(53)씨, 구의원인 김근태(67)씨 등이 예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서남권 ●野바람 거센 서남권 실지회복 여부 관심 전통적으로 야(野)세가 강했던 서울 서남권은 구청장 공천을 위해 활발한 물밑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관악구는 박용래 구청장권한대행의 불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갈라지면서 한나라당 후보였던 김효겸 전 구청장이 당선됐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는 야권 단일화가 주요 변수다. 선거마다 많은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던 금천구는 많게는 이번에도 10명 넘는 후보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구로구 역시 양대웅 구청장의 대항마로 전직 국회의원, 서울시 고위공무원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3선을 노리고 있는 양대웅 구로구청장과 한인수 금천구청장은 한나라당에서는 뚜렷한 경쟁 상대가 거론되지 않고 있다. 보궐선거로 구청장을 다시 뽑았던 양천구와 강서구는 현직 구청장의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다. 25개 서울 구청장 중 유일하게 무소속인 추재엽 양천구청장의 행보도 관심사다. 추 구청장이 한나당으로 입성할 것인가, 무소속으로 구청장에 다시 도전할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 나머지 후보들은 한나당 공천을 놓고 원희룡·김용태 국회의원에게 치열한 줄대기가 이뤄지고 있다. 강서구는 김재현 구청장이 후보로 유력시되는 가운데 유영 전 구청장이 민주당 대항마로 거론된다. ▶강남권 ●서울 강남권 한나라 우세 속 민주 약진 관심 서울 강남권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에서는 한나라당의 우세가 예상된다. 반면 강동·동작·영등포 등 범강남권에 속하는 자치구의 경우, 민주당의 약진 여부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강남3구의 경우, ‘한나라당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인식이 대세여서 한나라당 내 공천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 맹정주(62)·서초 박성중(51)·송파 김영순(59) 구청장 모두 재선 도전 의사를 분명히 한 상태지만, 재공천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민주당 후보로 나서려는 이는 송파에서 이용부(57) 전 시의회 의장이 거론되는 정도다. 범강남권에 속하는 강동·동작·영등포의 경우, 강남3구와는 달리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강동구에선 이해식(46) 구청장이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이다. 이에 맞설 한나라당 후보로는 최용호(54) 전 구청장 권한대행, 박명현(59) 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 이지철(51) 시의원 등이 거론된다. 동작구는 야세가 강하지만 지역구 의원인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를 앞세운 지역 발전 공약이 약발을 받으면 승부는 예측불허다. 한나라당에선 장성수(54) 신한은행본부장이, 민주당에선 정한식(53) 시의원과 서승제(49) 당 부대변인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영등포구에선 김형수(60) 구청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가운데 민주당의 대항마로는 박충희(64) 전 부구청장과 조길형(51) 전 구의회 의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서울 시청팀 ▶동북권 ●낙후된 동북권 여당 프리미엄 발휘할까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울 동북권은 각종 개발사업과 관련된 정책들이 여당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선과 3선을 노리는 현역 여당 구청장들이 얼마나 수성에 성공할지도 관심사다. 어느 때보다 여야의 박빙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돼 한나라당은 쉽게 후보를 교체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현직 시의원 10여명이 출마에 관심을 보이며 공천다툼이란 변수도 등장했다. 강북구에선 일찌감치 김기성(61) 서울시의회 의장과 재선인 조천휘(65) 시의원이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3선에 도전하는 치과의사 출신 김현풍(68) 구청장은 지난 6년간 구 발전을 무난히 이뤄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자유총연맹 이사인 김 의장은 국회를 염두에 뒀다가 구청장 출마로 급선회했다. 민주당에선 박겸수(50) 전 지구당위원장과 신승호(59) 전 구의회 의장, 전형문(59) 전 마포구 부구청장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성북구의 서찬교(66) 구청장도 3선에 도전한다. 진영호(65) 전 구청장과 기동민(43) 전 청와대 행정관, 정당인 박순기(51)씨 등이 민주당에서 출마를 노리고 있다. 동대문구는 방태원(51) 구청장 대행이 변수다. 예상대로 다른 자치구에서 출마를 감행할 경우, 박주웅(67) 전 시의회 의장이나 박정철(65) 전 시의원, 김재전(65) 전 시설공단 이사장이 한나라당 공천을 다툴 예정이다. 민주당에선 유덕열(55) 전 구청장과 윤종일(55) 전 시의원의 출마가 예상된다. ‘줏대 있는’ 이노근(55) 노원구청장의 재선도 관심거리다.
  • 발레와 클래식이 만났을 때…

    발레와 클래식의 ‘올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오는 12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에투알 발레 갈라’에서 이런 흔치 않은 기회가 마련된다. ‘에투알(Etoile)’은 ‘별’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발레의 나라’ 프랑스의 파리 오페라 발레단 수석 무용수를 지칭하는 용어로,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무용수들이 그만큼 정상급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발레리노로 불리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호세 카레뇨를 비롯해 슈트트가르트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안나 오사첸코와 이반 질 오르테가가 무대에 오른다.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 무용수 김용걸과 김지영,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최초의 한국인 주역 서희, 로잔 콩쿠르 우승자 강화혜 등도 함께한다.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현웅까지 가세, 그야말로 ‘별 중의 별’을 만나볼 수 있다. 발레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피아니스트인 김선욱, 영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자 장유진이 연주자로 나선다. 춤추는 발레 스타들과 수준급 음악가의 라이브 무대가 펼쳐지는 것. 지금껏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발레와 클래식의 교감으로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는 게 기획사 빈체로 측의 설명이다. 프로그램도 신선하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2악장 등 총 6개 악장을 바탕으로 김용걸이 안무한 ‘산책(La Promenade)’과 쇼팽의 피아노 에튀드(연습곡) Op.25 가운데 7번을 배경음악으로 하는 루디 판 단지흐 안무의 ‘과거(Voorbijgegaan)’가 국내 초연된다. 피아노는 김선욱이 연주한다. 돈키호테, 해적 등의 곡들도 준비돼 있다. 빈체로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일본 공연계가 정착시킨 발레 갈라 공연을 모범 사례로 삼았다.”면서 “한국에서도 발레의 대중적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갈라 콘서트 양식이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김연아 “金 따고 여행 떠날래요”

    김연아 “金 따고 여행 떠날래요”

    “올림픽에서 후회없는 연기를 펼친 뒤 여행도 하고 운전면허도 딸래요.” ‘피겨퀸’ 김연아(19·고려대)가 스무살 숙녀다운 깜찍한 새해 목표를 밝혔다. 김연아는 31일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를 통해 “새해 소망 3가지를 꼽자면, 올림픽에서 쇼트·프리·갈라 모두 후회없는 연기를 펼치는 것과 여행가는 것, 그리고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라는 소원을 밝혔다. 수능만 끝나면 이것저것 하겠다고 계획을 세우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같았다. 김연아는 2009년을 ‘롤러코스터’라고 표현했다. 그는 “월드챔피언이 되기도 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그래도 2009년 내내 우승해서 즐거운 한해였으니 ‘롤러코스터’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세계챔피언에 오른 순간. 김연아는 “지난 3월 세계선수권 시상식 때 단상에 올라 조명이 꺼진 관중석을 바라보며 애국가를 듣는데 저절로 눈물이 났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세계챔피언이 된 게 2009년의 가장 큰 변화였다.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린 것도 좋았다.”고 회상했다. 최고의 해를 보낸 김연아에게 새해 역시 ‘희망’만 가득하다. 김연아는 “2010년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 몇 년간 항상 모든 계획은 ‘일단 밴쿠버올림픽까지’였다.”면서 “이번 시즌이 끝난 후에는 무엇을 하든 ‘새로운 시작’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의 밴쿠버행에도 태연했다. 김연아는 “언제나 그래왔듯 결국 내 라이벌은 내 자신이다. 어떤 선수가 출전하든 결국 음악이 나오는 순간 얼음 위에 있는 건 자기 혼자”라면서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집중하겠다.”며 ‘퀸’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밴쿠버 얼음 위에서 가장 빛나기 위해 김연아는 휴일도 잊었다. 1일에도 묵묵히 훈련에 몰두할 예정. 김연아는 “일반분들에게는 1월1일이 휴일이지만 나에게는 그저 평일일 뿐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11시에 집을 나서서 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이라는 가장 큰 무대가 남았기 때문. 김연아는 “밴쿠버올림픽이 몇 년 남았는지 손으로 꼽아본 게 엊그제 같은데 45일도 채 남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꿈의 무대’에 선다는 게 기쁘고 긴장된다.”고 전했다. 김연아는 갈라프로그램을 타이즈의 ‘메디테이션(Meditation)’으로 바꿨다. 기존에 보여줬던 리한나의 ‘돈스탑더뮤직(Don’t stop the music)’도 마음에 들었지만 올림픽 때는 좀 더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아직 프로그램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변신할 모습에 스스로도 기대감은 충만하다. 김연아는 “경기마다 응원해준 팬들께 정말 감사한다. 2010년에도 최선을 다할테니 지켜봐 달라.”고 새해 인사를 전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한·일 100년 대기획] “큰 고통받은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반드시 털고 가야”

    [한·일 100년 대기획] “큰 고통받은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반드시 털고 가야”

    한완상 전 부총리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신년특집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서로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부총리는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 교류를 적극 추진하기를 희망했다. 와다 명예교수는 일왕의 방한 문제에 대해 “방한한다면 방문 자체로 그쳐서는 안 되며 역사적이어야 한다.”면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순종의 묘에 참배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전 부총리는 일왕의 방안을 전제로 “100년 전 병탄의 부당성 등 일본의 잘못을 정중하고 솔직히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 고 말했다. 다음은 대담 형식으로 구성한 두 원로의 인터뷰다. │도쿄 박홍기특파원·서울 홍지민·강병철기자│ →한국(일본)에게 일본(한국)은 무엇인가. 한완상 전 부총리 일본은 20세기 초부터 36년간 한국을 식민지로 삼아 억압·수탈·차별한 나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 데다 아시아에 속하면서도 서구 열강에 속해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나라다. 와다 하루키 명예교수 일본과 한국은 무척 깊은 역사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일본은 한국을 침략, 식민지화했다. 반성해야만 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봐도 한국은 일본에게 대단히 중요한 이웃 나라다. →지난 100년간 한·일 관계는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한 전 부총리 1905년 11월 을사늑약이 있었다. 1910년 한일병탄이 이뤄졌다. 늑약의 1조는 ‘통치권을 완전히 영구히 일본 황제에게 이양한다.’이다. 519년 조선 왕조가 끝나는 순간이다. 1936년 일본은 내선일체를 외쳤다. 창씨개명, 한글사용 금지 등도 강요했다. 문화와 민족혼마저 빼앗는 통치를 시도했다. 태평양전쟁에 패전한 일본은 승전국인 미국과 함께 한반도의 분단에 간접적인 책임이 있다. 전범국인 일본은 통일된 자유 국가로 남고, 식민지로 질곡의 세월을 겪어야 했던 한반도는 갈라져 있다. 100년을 되돌아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이다. 와다 명예교수 단적인 예로 조선은 식민지였기에 일본에 저항하지 못하고 침략전쟁에 말려들었다.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가장 큰 죄다. 1945년 한국은 독립을 맞았지만 일본은 침략과 식민 지배에 사과하지 않았다. 역사 자체를 내동댕이쳤다. 때문에 일본은 그때의 역사를 잊고 살아오게 됐다.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을 맺었는데 그 당시에도 과거의 반성 없이 조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한국은 엄청난 노력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일제 강점이 현재 한국인이나 일본인에게 미친 영향은. 한 전 부총리 한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정신적인 상처, 충격을 줬다. 씻기 힘든 수치심과 분노다. 백색(서구) 제국주의의 흐름을 타고 등장한 황색(아시아) 제국주의의 제물이 된 사실에 대한 울분과 함께 민족자주의식이 형성됐다. 해방됐을 때 ‘소련에 속지 말고, 미국을 믿지 말자. 일본이 일어난다. 조선은 조심해라.’라는 민담을 들었다. 백색·황색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일본을 향한 불신과 거부감이 한국인의 성격 속에 내면화된 것이다. 와다 명예교수 일본은 한국에 대한 병합(와다 명예교수의 표현대로)한 사실을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잊으려 했고, 실제 잊어버렸다. 그런 탓에 일본 젊은이들은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었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길 정도다. 반면 한국의 입장에서는 용서할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역사다. 상처를 준 사람은 상처를 받은 사람의 고통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또 지나쳐 버리고 싶어 한다. 한국을 병합했다는 사실 자체가 일본의 생활 속에서는 별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일본인은 분명하게 한국인의 감정을 읽어야 한다. 한 전 부총리 너무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람에게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라는 건 정말 잔인한 일이다. 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가장 큰 고통을 받은 두 부류가 위안부와 강제 노동자다. 합리적으로 털고 가야 한다. 경제적 보상 이전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잘못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시인 받아야 한다. 또 최소한의 경제적 보상도 있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람직한 미래는 가능한가. 한 전 부총리 가능하다. 19~20세기는 서세(西勢)의시대였다. 19세기는 팍스브리태니카 시대, 20세기는 팍스아메리카나 시대였다. 21세기는 동세(東勢)의 시대다. 동세의 기운을 정보기술(IT) 혁명이 활성화시키고 있다. 줄씨알(네티즌)이 국경을 초월하고 있다.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데다 연대 강화도 쉬워졌다. 동세의 기운이 솟구치고 있다. 21세기에 일본과 한국, 중국까지 평화의 중심세력으로 힘을 합칠 수만 있다면 글로벌 이슈, 즉 기후나 테러 등 어떤 문제에서든지 굉장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한·일간 평화 강화에 반하는 열악한 조건의 존재가 냉전벨트다. 한국 정부의 힘만으로 해체할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의 지원이 필요하다. 북한 경제에 대한 대국적인 지원은 한반도 냉전을 해체하는 출발점이다. 그렇게 되면 남·북, 북·일, 북·미 관계 정상화가 쉬워질 것이다. 한국, 미국, 일본 정부가 함께 한반도 냉전 체제를 확실히 깨 21세기에 세계에서 냉전체제가 종식됐다는 선언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와다 명예교수 미래를 생각하면 일본과 한국은 자국의 테두리만이 아니라 지역적인 공동 번영, 공생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만 한다. 동아시아공동체 구축에서도 한국은 중심에 서서 추진자, 대안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일본도 성심성의껏 힘을 보태는 게 한·일의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일본은 섬나라다. 한국은 반도국으로 대륙과 맞닿아 있는 만큼 지리적으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중요한 위치에 있다. 과감하게 말하면 한국과의 협력 없이 일본의 미래는 없다. →국제 사회에서 한·일의 경쟁과 협력은 필연적이다. 한 전 부총리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문화 기술(CT) 분야는 일본과 격차가 없다. 서로 협력하며 경쟁할 수 있다. 협력 없는 경쟁은 금물이다. 21세기는 협력을 통한 경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처럼 서로 먹고 먹히던 때로 돌아갈 수 있다. 실제 엇비슷한 수준의 IT, 동물 복제 등에서 강한 BT, 특히 한류로 대변되는 CT는 일본에 자극을 줄 수 있다. 또 제조업, 조선, 자동차 분야 등도 한국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섰다. 와다 명예교수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서로 이끌고 격려해야 한다. 뒤처진 부분은 서로 배우면서 따라가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서로 돕고 협력하면서 앞으로 나가길 바란다. 달리 말해 모든 것은 한 가지 사안 속에 경쟁, 협력이라는 두 측면이 있다. 어떤 것은 경쟁, 어떤 것은 협력이라는 식으로 이분화할 게 아니다. 조화시키며 동시에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국의 에너지는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한·일 양국의 국민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와다 명예교수 과거 역사에 대해 반성하도록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렸으면 한다. 인내심을 갖고 말이다. 한국의 노력 덕에 일본에도 여러 변화가 가능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흘린 땀에 비해 일본 전체적으로는 크게 변하지 않는 점도 알고 있다. 초조하기도 하고, 불만이 있는 줄도 잘 안다.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한국을 여러 면에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인은 과거의 역사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역사는 역사대로 놓아두고 미래로 나갈 수는 없다. 미래를 위해 더더욱 과거 문제를 인식하려고 힘써야 한다. 한 전 부총리 일본은 한반도에서 저지른 부당한 조치들을, 최소한 독일이 연합국에 보여줬던 수준으로 시인했으면 좋겠다. 독일 정부는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고개를 숙인다. 나치 전범에 대해서는 시효가 없다. 일본이 왜 못하는지 안타깝다. 일본 지식인들의 말처럼 늘 아시아를 넘어 서구를 좇는다면 적어도 독일 수준으로는 가야 한다. 불행한 역사는 청산해야 한다. 양국에는 이를 거부하는 세력이 있다. 한국 쪽에도 식민지는 한국을 근대화시킨 시기라고 긍정하는 일부 지식인·정치인들이 있다. 일본에도 이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우파들이 있다. 친일 세력과 일본의 보수적 민족주의 세력의 냉전적 연대와 연계를 어떻게 성숙하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가가 중요한 과제다. 이런 것을 위해 한·일간 여러 차원에서 교류·협력이 필요하다. 와다 명예교수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뛰어넘는 ‘하토야마 담화’가 발표되기를 희망한다. 무라야마 담화는 침략과 조선지배에 대해 사죄하고 반성하는 내용으로 발표됐다. 담화가 나온 이후 일본 국회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병합을 강제적인 것으로 볼 것인지, 대등한 입장에서 체결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다. 담화로부터 15년이 지났다. 적잖게 훼손됐다. 그러나 식민지화가 왜 일어나게 되었는가 등에 대한 역사연구는 꾸준히 진행됐다. 병합은 한민족의 의지와 상관없이 힘에 의해 강제됐다. 따라서 ‘하토야마 담화’에는 진정한 의미의 역사적 판단을 담아야 한다. 전향적이고 획기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병합 100년은 상징적으로 아주 좋은 계기다. →한·일 양국의 젊은이들이 바른 역사관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 전 부총리 젊은 세대는 조부모·부모 세대가 이룬 성취, 즉 독립운동, 민주화, 인권운동, 평화운동 등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요 문제는 좋은 직장과 안정된 삶 등 개인 중심적인 복지다. 어느 나라나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다. 분단의 아픔, 억울함에 대해 체계화되고 설득력 있는 지식을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볼 수 있게 됐으면 한다. 젊은이들은 지식을 획득하는 속도나 양에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 걸 보면 인터넷 시대에 새로 깨우쳐 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와다 명예교수 젊은이들이 옛일에 대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어느 사회에 있어서든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잊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태평양전쟁을 잊지 않도록 젊은 세대에게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사람들이 역사의 연구, 조사를 계속해야 한다. 역사란 건망증이 심하다. 방치해 두면 잊혀진다. 따라서 자국만이 아닌 넓은 범위에서 지역적 협력을 통해 건망증을 방지해야 한다. 한 전 부총리 일본 젊은이들은 조상들이 제국주의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10여년 전 중국 창춘(長春)에서 겪은 일인데 일본 청년이 위화관에서 인체실험인 마루타 전시를 보고 기절한 일이 있었다. 자기 조상들의 만행을 믿지 못해서다. 일본 교육이 문제다. 불과 할아버지 세대에 있었던 반인류 범죄인데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서대문 역사박물관에 있는 독립투사의 고문받는 모형을 보고도 충격을 받는다. 양국 청년들이 서로 불행했던 과거 역사를 정확하게 알고 서로 용서해 주는 두 민족 간의 정신적 트라우마(충격)를 극복하는 치유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일 청년들의 교류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 추진했으면 한다. 비정부기구(NGO)나 종교단체도 앞장서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왕을 한국에 초청하겠다고 했는데. 한 전 부총리 일왕 초청엔 두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100년 전 병탄의 부당성 등 일본의 잘못을 정중하고 솔직히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 그래야 한·일, 북·일 관계 모두에 도움이 된다. 동아시아공동체에도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일왕의 가계는 한민족의 조상에 닿는다. 종묘에서 경의를 표하고, 특히 100년 전 병탄과 105년 전 늑약 때 가졌던 고종황제, 명성황후, 순종의 아픔 등을 되새기고 참배했으면 한다. 대학생들과 자유로운 간담회를 갖는 것도 좋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일왕 초청은 전적으로 찬성한다. 와다 명예교수 천황은 일본 국민의 상징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전쟁이 끝날 당시 지금의 아키히토 천황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신춘 휘호로 평화를 염원하는 글자를 썼었다. 마음이 깃든 휘호라고 본다. 천황은 히로히토 전 천황이 방문할 수 없었던 중국도 찾았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를 방문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단 한국 방문 자체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역사적이어야 한다.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순종의 묘에 참배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2010년에 실행된다면 매우 뜻깊을 것이다. 2010년은 100년이라는 역사 속에서 마지막 기회의 해다. →북한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문제도 병탄 100년을 맞는 시점에서 중요한 문제다. 한 전 부총리 하토야마 정권이 동아시아공동체를 만들려면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방북 의사가 있다고 했다. 북한 지도자와 허심탄회하게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환경 조성에 앞장섰으면 한다.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하토야마 정권의 노력은 긴요하다. 역사적인 성취를 하려면 대북 관계를 전향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북한과 대화를 통해 두 나라 관계를 개선하면 불가피하게 거쳐야 할 부분이 식민지 청산문제다. 과감한 사죄와 적절한 보상조치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1965년 한·일 기본조약보다 훨씬 평가받는 북·일 기본조약이 나오고, 하토야마 정권이 주창하는 동아시아공동체가 구축될 것이다. 하토야마 정권은 동아시아의 비핵화도 강조해야 한다. 동아시아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는 함께 해야 할 과제다. 와다 명예교수 일본과 북한의 국교 정상화는 실현돼야 한다. 일본이 한국을 병합하고 100년이 된 이때 피해를 입은 국가의 반쪽과 아무것도 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다. 어떻게 해서든 국교를 정상화해야 하는 것이 옳다. 교섭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불행하게도 북한의 핵개발이 국제적인 이슈가 됐다. 그러나 국교 정상화를 절차적으로 본다면 북한의 핵포기와 국교 정상화 추진을 동시에 진행시켜야 한다. 병합 100년이라는 측면에서 절호의 타이밍이다. 일본은 국교 정상화를 한 뒤 과거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경제협력을 약속할 수 있다. 경제 원조를 갑자기 추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국교정상화 뒤라면 자연스럽다. 그러면 남북대화에도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본다. 통일은 필연적인 것이며 머지않은 일이기도 하다. 중요한 전제는 모든 과정이 완전히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 부총리 북·일 관계에서 한국의 역할은 분명하다. 일본이 6자회담 밖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를 꺼낼 경우, 북한이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권고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일본에 대해서도 납치문제가 한반도 평화 정착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6자회담에서 납치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새로운 채널을 가동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hkpark@seoul.co.kr ●한 前부총리는 1980년대 초까지 저항적 지식인의 대표적 인물이다. 제5공화국이 끝나도록 금서였던 저서 ‘민중과 지식인’은 운동권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의 필독서였다. 사회과학자이면서 교육, 정치, 종교계 등을 넘나들었다. 시민단체인 경실련에도 관여했다. 교수 시절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두 차례 해직과 복직을 거듭한 데다 수형 생활을 하기도 했다. 문민 정부와 국민의 정부 등 2대 정권에서 통일부총리, 교육부총리를 역임했다.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한성대 등 3개 대학의 총장도 지냈다. 최근에는 언론, 논객, 시민과 대화한 내용을 묶으며 YS(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MB(이명박 대통령)까지 돌아보는 대담집 ‘우아한 패배’를 출간했다. ●와다 하루키는 일본을 대표하는 진보학자이자 한반도 전문가다. 1960년 도쿄대 문학부를 졸업, 66년부터 도쿄대 강단에 섰다. 소련사와 북한 현대사가 전공이다. 1970~80년대 일본 지식인으로서 민주화 운동 때문에 투옥된 김대중·김지하씨 등의 구명운동에 앞장섰다. 1980년 김대중씨 사형 선고와 관련, 교수 신분으로 주일 한국대사관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조만간 러·일전쟁을 중심으로 1875~1904년의 역사를 다룬 저서를 상·하권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틈나는 대로 대장금, 태왕사신기, 주몽 등 한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혁명 1991’, ‘역사로서 사회주의’, ‘조선전쟁’ 등 30권 이상의 저서를 집필했다.
  • 연말연시 가족·친구와 가볼 만한 곳

    연말연시 가족·친구와 가볼 만한 곳

    2009년의 마지막 날이다. 12월 내내 한 해를 정리하는 각종 송년모임들로 분주했을 터. 편히 쉬며 마지막 날을 보내자니 어딘가 허전하고, 뭔가 하려니 막상 뚜렷한 이벤트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찾아봤다. ‘아듀 2009’에 적합한 장소들이다. 가족들과 특별한 장소에서 연말을 보내고 싶은 가장들, 저렴한 비용으로 하루종일 꽉 찬 이벤트를 즐기고 싶은 연인들, 친구들과 수다 떨며 한 해를 마감하고 싶은 싱글족들에게 최적의 대안이 될 듯하다. ●아빠는 스키, 엄마는 스파, 나는 눈썰매! 스키리조트는 스키와 스파, 눈썰매 등 다양한 레저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복합 테마공간. 각 스키리조트마다 연말과 새해 첫날을 앞두고 불꽃축제와 할인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하이원리조트는 31일 ‘레전드 오브 하이원 2010’ 축제를 마련했다. 테마는 ‘상상 이상’. 10만발이 넘는 불꽃쇼와 퍼포먼스(뮤지컬·화고난타) 등 다양한 이벤트로 가득 찼다. 매주 금, 토요일 펼쳐지는 불꽃 페스티벌은 새해 2월 둘째주까지 이어진다. 금요일엔 리조트 마운틴 베이스, 토요일엔 강원랜드 인공호수 앞에서 펼쳐진다. 1588-7789. 한화리조트 설악워터피아는 아쿠아동 이벤트 홀에서 새해 2월15일까지 정통서커스 테마 공연 ‘코믹 아크로바틱&코믹 마술쇼’를 진행한다. 회전목마 쇼와 코믹 저글링, 여성 아크로바틱 쇼 등으로 구성됐다. 새해 1월 말까지는 다양한 경품을 내건 온라인(cafe.naver.com/waterpiastyle) 이벤트도 벌인다. (033)630-5500. 대명리조트 비발디파크는 31일 밤 12시 새해맞이 불꽃축제와 함께 리프트 탑승장 등 고객들이 모여 있는 곳마다 게릴라콘서트, 판타스틱페스티벌, 뮤지컬 등 이벤트를 벌인다. 새해 1월1일에는 매봉산 정상에서 신년곤돌라여행, 소망편지쓰기 등의 행사도 연다. 호랑이띠 방문객에게는 리프트 전 권종을 40% 할인한다. 곤지암리조트는 31일 인기 가수 리쌍의 송년콘서트를 준비했다. 공연 종료와 함께 패트롤 요원 등 50여명의 스키어들이 횃불스키로 신년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매주 금·토요일 오후 1시, 3시 EW 빌리지 로비에서는 ‘마술&요술풍선 공연’이 펼쳐진다. 리조트 내 갤러리 ‘다르’에선 도자예술로 유명한 백정호 작가와 함께하는 ‘나만의 도자기만들기’ 체험행사도 마련했다. (031)8026-5000. 오크밸리는 31일 야외 무대에서 정동하(부활), 길건, 신지(코요테) 등 가수들의 콘서트와 함께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보신각종 타종 중계, 횃불 활강식 등도 준비했다. 새해 첫날 오전 7시 A·C콘도 앞에서 해맞이 행사장까지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033)730-3981. 현대성우리조트는 새해 1월 말까지 횡성터미널에서 리조트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오전 9시~오후 5시 한 시간 간격. 이용객에게는 본인에 한해 리프트 50%·렌털 60% 할인 혜택을 준다. 눈썰매장 이용시엔 동반 1인까지 50% 할인받을 수 있다. (033)340-3000. 휘닉스파크(1577-0069)와 지산포레스트리조트(031-644-1200) 등에서도 31일과 1일 횃불스키, 해맞이 행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 ●허리 시린 ‘골드 미스’들, 지갑 활짝 열다 여성 싱글족들에게 연말연시는‘고민’스러운 대목이다.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우아하게 한 해를 보내고 맞을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호텔 겨울 패키지가 좋은 대안이 된다. 도심 속 특급호텔들은 멀리 가지 않고도 특별한 휴식 공간을 제공해 준다. 패키지 기간은 모두 새해 2월28일까지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이 선보인 ‘윈터 보디 앤드 솔’ 패키지의 테마는 ‘자양(滋養)’. 프랑스 정통 탈라소 테라피 아로마 마사지와 몸속 독소를 빼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방 사우나, 참살이 아침식사에 보양 저녁식사까지. 신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겨울에 꼭 필요한 것들을 한꺼번에 묶었다. 슈페리어룸 1박과 발네오 테라피 아로마 마사지, 조식뷔페 2인권, 사우나 2인 무료 이용권 및 피톤치드 마스크팩 1매, 웰컴드링크 2잔으로 이루어졌다. 26만 9000원. 투숙 7일 전 예약자는 추가 2만원 할인. (02)2270-3111. 밀레니엄 서울 힐튼은 ‘이그제큐티브 패키지’를 출시했다. 귀빈층룸에서의 1박과 귀빈층 라운지 조식 및 해피아워 서비스가 제공된다. 룸서비스로 와인 1병과 치즈 한 접시를 주문할 수 있다. 수영장과 피트니스센터, 에어로빅 클래스(주말 제외) 등은 무료다. 25만 5000원. (02)317-3000. 그랜드 힐튼 호텔은 ‘My Relaxation’ 패키지를 내놨다. 이그제큐티브룸 1박과 이그제큐티브 플로어 라운지 2인 조식, 해피아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핵심은 라 클리닉 드 파리 휴 패키지 1인 이용권이 주어진다는 것. 60분 상당의 수딩 보습 트리트먼트, 숄더 케어, 풋마사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와인 1병과 치즈가 제공된다. 24만 5000원. (02)2287-8400. 서울프라자호텔은 ‘프라자 스파 클럽’의 트리트먼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브런치 딜라이트 패키지’를 선보였다. 딜럭스룸 1박과 인삼 보양 프로그램(60분) 2인 이용권, 샌드위치 세트 2개가 포함된다. 27만원. (02)310-7710. 롯데호텔서울의 ‘더 레이디 패키지’는 여성전용층 객실 1박과 10만원 상당의 버커루 청바지 교환권, 에스티로더 트래블키트, 다비도프 커피 등 5종 선물세트가 포함됐다. 피트니스센터와 실내수영장은 무료다. 24만원. (02)759-7311~5 ●가격 싸고 만족도 높은 테마파크로 1박 2일로 떠나기는 어렵고, 신년타종식을 보러 가자니 고생이 이만저만 아닐 것 같다. 그렇다면 놀이공원은 어떨까. 아침부터 ‘풀코스’로 놀 수 있고,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니 거리에서 시간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에버랜드는 31일 ‘아듀 2009, 웰컴 2010’ 행사를 연다. 올해 인기를 끌었던 공연들을 모은 갈라쇼와 힙합공연 점프업, 6000발의 폭죽이 터지는 불꽃축제 등으로 꾸며졌다. 이날 영업시간은 새해 첫날 오전 1시까지 연장된다. 또 호랑이해를 맞아 새해 1월 한달 동안 12세 이하 어린이에게 백호인형을 선물한다. 홈페이지(www.everland.com)에서 쿠폰을 다운로드받아 어린이 자유이용권과 함께 제시하면 된다. 호랑이띠 고객은 1만 5000원에 입장할 수 있다. 동반자도 30%가량 할인받을 수 있다. 새해 2월15일까지. 롯데월드(www.lotteworld.com)는 31일 ‘카운트다운 대축제’와 새해 1일 ‘해피 뉴 2010쇼’를 준비했다. 수백발의 불꽃을 쏘아 올리는 카운트다운 이벤트와 화려한 무용과 무술이 한데 어우러진 퓨전 뮤지컬 퍼포먼스 ‘카르마(Karma)’ 공연 등이 펼쳐진다. 31일은 영업시간이 밤 12시30분까지 연장된다. 63시티(www.63.co.kr)는 도심에서 해돋이를 즐길 수 있는 ‘해돋이BIG4 패키지’를 내놨다. 새해 1월1일 60층 63스카이아트에서 해돋이를 보며 한 해 소망을 기원하고, 63시티 4대 관람업장인 스카이아트·시월드·아이맥스·왁스뮤지엄을 함께 관람할 수 있는 패키지다. 3만 8000원. 새해 1월1일 오전 9시30분까지 현장에서 패키지를 살 경우 50% 할인된다. (02)789-5663.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올 국내 영화계 ‘관객쏠림’ 심화

    올 국내 영화계 ‘관객쏠림’ 심화

    영화계의 관객 쏠림 현상이 지난해에 비해 올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영화계의 매출(11월 말 기준 9506억원)이 지난해보다 1000억원 가까이 늘었을 정도로 비약적 성과를 냈지만 고질적 문제인 양극화는 해결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그 대안으로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의 관람수익 분배율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매출1000억원 늘었지만 ‘대박’ 아니면 ‘쪽박’ 서울신문이 30일 올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영화진흥위원회의 관객 현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09년 상영작(작년에 개봉돼 넘어온 이월작은 제외) 321편 가운데 10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34편이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놓고 보면 11%로 지난해와 같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월작인 ‘과속스캔들’과 ‘쌍화점’, 12월 개봉돼 벌써 400만명 을 돌파한 ‘아바타’ 등이 포함되지 않아 실제 비중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객 동원수 상위 톱 10 영화의 비중이 지난해 35.2%에서 올해 40.4%로 늘어난 데서도 쏠림 현상 심화를 짐작할 수 있다. 반면 관객 수가 10만명 이하에 그친 영화는 올해 전체 상영작의 61%나 됐다. 10편 중 6편은 흥행 참패를 맛봤다는 의미다. 지난해 10만명 이하 영화 비중(39%)과 비교하면 22%포인트나 높아졌다. 관객수 10만명이면 성공으로 여겨지는 독립영화가 포함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국내 영화계가 ‘대박이거나 쪽박이거나’로 극명하게 갈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화 1편당 평균 관객 수는 지난해 37만 2548명에서 올해 39만 9398명으로 약 2만 7000명 늘었다. ●중소 영화 교차상영으로 내몰려 관객 쏠림현상이 올해 두드러진 배경에는 고질적인 배급사 독과점 문제가 자리한다.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국내 몇 안 되는 배급사들은 수익이 의심스러운 영화들은 상영작 명단에서 배제시켰다. 전반적인 영화계 호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영작 수가 지난해보다 29편 감소한 것은 이 때문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집행자’나 ‘파주’ 등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배급사 횡포로 한 영화관에서 다른 영화와 번갈아 스크린에 걸리는 교차 상영 처지에 빈번히 내몰렸다.”면서 “그나마 이같은 중소 영화의 시련이 여론에 회자되면서 배급사 독과점 문제가 부각된 것은 긍정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배급사·영화사 수익 1:1 분배구조 개선해야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람 수익을 영화사와 배급사가 나눠 갖는 비율인 ‘부율’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 수익의 절반을 배급사가 가져가다 보니 상영관의 힘이 너무 크다.”며 “외국의 경우 개봉 초기에는 제작사가, 중후반기에는 상영관이 점차 많이 가져가는 식으로 배분해 장기 상영을 유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씨는 지금의 분배 형태로는 배급사가 수익을 의식해 흥행이 저조한 작품은 금방 스크린에서 내릴 수밖에 없는 만큼 영화계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부율을 재조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한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서울플러스] 문화예술회관서 송년 특별음악회

    서초구(구청장 박성중)29일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송년특별음악회를 연다. 방송인 김혜영씨의 사회로 서초구 홍보대사 위촉식과 뮤지컬 갈라 콘서트로 나뉘어 진행된다. 한국의 대표 뮤지컬배우 남경주와 최정원, 뮤지컬 ‘명성왕후’에서 왕후역할을 맡고 있는 이태원씨 등이 출연해 ‘맘마미아’, ‘시카고’, ‘캬바레’, ‘올슉업(All Shook Up)’ 등 인기뮤지컬의 하이라이트 부분만 모아 공연한다. 선착순으로 900명까지 무료 입장할 수 있다. 문화행정과 2155-6223.
  • [엄마와 읽는 동화(끝)] 다람쥐 무이의 봄/오주영

    [엄마와 읽는 동화(끝)] 다람쥐 무이의 봄/오주영

    다람쥐 무이는 창을 활짝 열었어요. 향긋한 봄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왔어요. 무이는 바람을 흠뻑 들이켰어요. “킁킁, 달콤한 제비꽃 냄새랑…. 킁킁, 기분 좋은 냄새가 섞여 있어.” 무이는 갑자기 배가 고팠어요. 제비꽃 요리가 먹고 싶었어요. “그게 어디 있더라…” 무이는 책장에서 책을 찾았어요. “찾았다!” ‘다람쥐를 위한 간단 봄 요리 100가지’라는 책이었어요. 무이는 책에 쌓인 먼지를 팡팡 털었어요. 콜록콜록 기침을 했어요.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쳤어요. “새봄에 먹는 제비꽃 무침, 35쪽.” 무이는 35쪽을 폈어요. “재료. 2인분. 뿌리를 뗀 제비꽃 줄기 한 움큼, 참깨 가루 한 숟갈, 간장 한 숟갈, 맛술 약간, 소금 약간.” 무이가 볼을 긁으며 말했어요. “맛술 약간과 소금 약간? 약간이 얼마큼이지?” 무이는 다음 쪽의 ‘만드는 법’을 읽었어요. “첫째, 제비꽃 줄기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뺍니다. 둘째, 참깨 가루 한 숟갈에 간장을 한 숟갈 섞고, 맛술과 소금을 적당히 쳐서 소스를 만듭니다. 셋째, 제비꽃 줄기에 소스를 뿌려 먹습니다. 맛술과 소금을 적당히 치라니, 적당히는 얼마큼이람.” 무이는 책을 덮었어요. 까딱까딱 의자를 흔들며 중얼거렸어요. “요리책은 정말 어렵구나.” 무이는 요리를 그만둘까 생각했어요. 그때 다시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왔어요. 무이는 홀린 듯 의자에서 일어났어요. 파란 웃옷을 입고 밀짚모자를 썼어요. “제비꽃 무침에 들어갈 맛술이랑 소금의 양을 알아봐야겠어.” 무이는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향했어요. 무이가 한 번도 다니지 않았던 길이었어요. 무이는 냇가를 따라 길을 걸었어요. 보송보송한 새싹이 발밑을 간질였어요. “이봐, 이봐. 멈춰!” 다급한 소리가 들렸어요. 무이가 깜짝 놀라 멈춰 섰어요. 무이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어요. “움직이지 마!” 다시 소리가 들려왔어요. 무이가 하늘을 보았어요. 갑자기 무이의 모자가 하늘에 딱 달라붙었어요. “어? 뭐지?” 깜짝 놀란 무이가 바닥에 쿵 주저앉았어요. 모자는 여전히 대롱대롱 떠 있었어요. 노란 줄무늬 거미가 투덜거리며 줄을 타고 내려왔어요. “이것 봐. 내 소중한 끈끈이 끈에 네 모자가 걸렸잖아. 난 짚으로 만든 모자는 안 먹는데.” 가만히 보자, 투명한 거미줄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무이가 말했어요. “못 봐서 미안해. 너 제비꽃 무침에 맛술과 소금을 얼마나 쳐야 하는지 아니?” “제비꽃 무침? 난 몰라. 그렇지만 옆 나무의 거미 아가씨는 알지도 몰라.” “물어봐 줄 수 있니?” “좋아. 우선 벌레가 잡힐 때까지 기다려. 거미 아가씨는 맛있는 선물을 좋아하거든.” 무이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어요. “그럼 안 되겠다. 나는 지금 배가 고픈걸.” 무이는 다시 냇가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어요. 햇볕이 점점 뜨거워졌어요. 바람이 잠시 멈추었어요. 무이는 풀숲의 그늘로 들어갔어요. 그늘 속에는 초록 개구리가 앉아있었어요. “좋은 날씨지?” 무이가 인사했어요. 개구리가 쉰 목소리로 말했어요. “하늘은 맑고, 햇살은 밝아. 켁, 그러니 정말 나쁜 날씨야.” “맑은 날을 싫어하니?” “구름이 잔뜩 끼는 날이 좋아. 거기다 비까지 내리면 더 좋고.” 개구리는 힘없이 덧붙였어요. “이런 날에는 목이 아파서 노랫소리가 갈라져버리는 걸, 켁켁.” “저런.” 개구리가 너무 구슬피 말해서, 무이는 제비꽃 무침에 맛술과 소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아냐고 물을 수 없었어요. 풀숲이 바스락거리더니, 꽃 모자를 쓴 개구리 아가씨가 얼굴을 내밀었어요. “얘, 더운데 뭐하니?” 개구리가 까슬까슬 갈라진 목소리로 노래를 했어요. “뜨거운 해보다 뜨거운 마음, 켁. 내가 누굴 기다리고 있었게? 켁켁.” 개구리 아가씨가 빙긋 웃으며 개구리 옆에 앉았어요. 무이는 다시 냇가를 따라 걸어갔어요. 나뭇잎이 바람에 파르르 떨었어요. 냇물도 파르르 떨었어요. 꽃다지가 살랑살랑 몸을 흔들었어요. 무이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걸었어요. 무이는 하늘을 빙빙 돌며 춤을 추는 얼룩 나비를 보았어요. “나비야, 혹시 제비꽃 무침에 넣을 맛술과 소금의 양을 아니?” 나비가 외쳤어요. “저리 가. 말 시키지 마. 나비 아가씨한테 춤을 보여드려야 해.” 그래서 무이는 꽃다지 위에 앉아있는 나비 아가씨에게 물었어요. “제비꽃 무침에 맛술과 소금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알고 있니?” “음, 글쎄….” 얼룩 나비가 무이의 코앞까지 날아와 화를 냈어요. “저리 가. 말 시키지 마. 나비 아가씨는 내 춤을 봐야 해.” “아, 알았어.” 무이는 나비를 피하다 발을 헛디뎌 냇가로 주르륵 미끄러졌어요. “어어어어?” 무이가 냇물에 텀벙 빠져버렸어요. 무이는 떠내려가며 팔다리를 허우적댔어요. 다행히 무이의 앞발에 나무뿌리가 잡혔어요. 무이는 뿌리를 붙잡고 엉금엉금 뭍으로 올라왔어요. “휴, 내일 할 목욕을 오늘 해 버렸네.” 무이는 철퍼덕 주저앉았어요. 눈앞에 제비꽃이 가득 핀 벌판이 펼쳐졌어요. 벌판 한 가운데 둥근 바위집도 보였어요. “저 집 주인은 제비꽃 무침에 넣을 맛술과 소금의 양을 알 거야!” 무이는 바위집 앞으로 뛰어가 외쳤어요. “계세요?” “잠깐만요.” 바위집의 문이 열리고, 걸레를 쥔 다람쥐 아가씨가 걸어 나왔어요. 무이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어요. 아가씨에게서 마음이 붕 뜨는 신비하고 기분 좋은 향기가 났거든요. 무이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어요. “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비꽃 무침이, 그러니까…” 다람쥐 아가씨가 팔짱을 끼고 무이를 지긋이 보았어요. 무이의 배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어요. “꼬르륵, 꼬르륵, 꼬르르르륵!” 다람쥐 아가씨가 킥 웃었어요. “새봄맞이 청소가 끝나면 맛있는 점심을 만들 거예요. 청소 좀 도와주실래요?” 무이는 서둘러 외쳤어요. “예, 좋아요. 좋습니다.” 무이는 멋지게 청소를 도왔어요. 앞으로 뒹구르르,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 거실 바닥을 찰박찰박하게 만들었지요. 아가씨는 걸레로 바닥을 깨끗이 닦아냈어요. 청소가 끝나자 다람쥐 아가씨가 들판의 너른 바위 위로 제비꽃 무침을 내왔어요. 무이는 다람쥐 아가씨와 제비꽃 들판에 앉아 점심을 먹었어요. 민들레차도 함께 마셨어요. 따뜻한 햇볕이 무이를 뽀송뽀송하게 말려주었어요. 무이는 다람쥐 아가씨와 인사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했어요. 돌아오는 길에는 저절로 어깨가 들썩여졌어요. 보드라운 바람이 무이의 등을 밀어주었어요. 무이는 얼룩 나비 둘이 함께 팔랑팔랑 춤추는 걸 보았어요. 개구리 둘이 더위를 피해 헤엄치는 것도 보았어요. 거미줄은 텅 비어 있었어요. 무이는 집으로 돌아와 파란 웃옷을 옷걸이에 걸었어요. 그러고 나서야 무얼 깜박했는지 깨달았어요. “앗, 제비꽃 무침에 맛술과 소금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물어봐야 하는데!” 무이는 흐뭇하게 중얼거렸어요. “내일 다시 가서 물어봐야겠는 걸.” ●작가의 말 겨울이 깊어지고 있다. 아니, 봄이 가까워지고 있다. 단단하던 땅이 푸슬푸슬해지고, 초록 잎이 곰실곰실 돋아날 봄이 기다려진다. 봄이 오면 모두들 움츠리고 있던 어깨를 펴고 기지개를 켜겠지. 동물들은 제 짝을 찾아 부지런히 돌아다닐 거다. 생동하는 봄을 동화에 담고 싶었다. ●약력 창비 제13회 좋은 어린이책 창작동화 저학년부문 대상. 현재 단국대 대학원(문예창작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저서: 동화집 ‘이상한 열쇠고리’
  • 청소년밴드 즐기고 불우이웃 돕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을 위해 그동안 갈고 닦은 음악 실력을 유감없이 펼쳐 보이겠습니다.”연말연시를 맞아 불우한 이웃도 돕고 청소년들의 끼와 재능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문화의 장’이 마련된다.강남구는 서울종합예술학교와 공동으로 29일 저녁 7시30분 역삼1문화센터 공연장에서 ‘청소년 밴드 페스티벌-비상구’를 개최한다. 27일 구에 따르면 방학을 맞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현대고를 비롯, 중동고, 경기여고, 진선여고, 단대부고, 청담고 등 지역 내 고교 청소년 밴드 6개 팀이 참여한다. 이밖에도 서울종합예술학교 SAC밴드, 홍대클럽 인디밴드 ‘레빗보이’·‘브리즈웨이’의 열정적인 무대와 뮤지컬 ‘진짜 진짜 좋아해’ 팀의 황홀한 갈라공연 등도 펼쳐진다. 특히 구는 공연관람료 대신 기부도서 1권을 입장료로 대신 받아 지역내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또 이번 행사를 공동개최한 서울종합예술학교도 지역내 불우 청소년을 위한 장학금을 전달하기로 했다.구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열정이 가득한 신나는 무대도 감상하고, 불우이웃도 돕는 이번 행사에 구민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송구영신-해넘이·해돋이 숨은 명소 8選

    송구영신-해넘이·해돋이 숨은 명소 8選

    시나브로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야 할 때지요. 기축년(己丑年)의 붉은 해가 펼치는 마지막 빛의 축제에 아쉬움만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빈자리에 새로운 것을 채울 때, 가슴 벅찬 환희와 감동도 함께하지 않겠습니까.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옛것을 털고 새것을 맞는 송구영신 의식을 치르기 적합한 장소를 모았습니다. 해마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일출·일몰 명소들은 배제하고, 접근하기 쉽고 덜 알려진 곳들로 골랐습니다. 다만, 최근 화재로 사라진 전남 여수의 향일암은 예외입니다. 오르기는 다소 힘들어도 해넘이와 해돋이를 함께 볼 수 있는 ‘랜드마크’와도 같은 곳이었지요. 향일암을 잃은 비통함에 해질녘 여수 앞바다는 얼마나 붉디붉은 빛깔을 토해 낼까요. ●넉넉한 가슴으로 지는 해를 보내다 망해사 하늘과 땅이 맞닿은 풍경을 볼 수 있는 내나라 안 유일한 곳이 김제·만경평야다. 그 지평선의 끝자락, 그리고 막 수평선이 시작되는 곳에 망해사(望海寺)가 있다. 극락전과 낙서전, 범종각 등이 전부일 정도로 작은 절집. 하지만 뜨락만큼은 세상 어느 거찰보다 넓다. 서해-새만금간척사업이 바다를 갈라 놓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히는 육지 속 바다-를 앞마당 삼고 있기 때문이다. 절집 앞 범종각에 걸린 해넘이 풍경이 일품이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온 절집의 연륜만큼이나 깊고 웅장하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너른 바다와 단절된 탓일까, 광대하기는 하나 한켠에선 쓸쓸함도 묻어 난다. 대해의 위세를 잃어버린 바다 아래로 몰락하는 해가 여느 곳보다 붉다. 백합조개 산지로 유명한 인근 심포항도 둘러볼 만하다. 전북 김제에 있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서김제 나들목→우회전→29번 국도 만경 방향→만경고 삼거리→좌회전→702번 지방도 심포항 방향→망해사(063-543-3187). 궁평항 경기도 화성8경의 하나로 꼽히는 것이 ‘궁평 낙조’다. 길이 2㎞, 폭 50m에 달하는 백사장과 수령 100년이 넘는 해송 500여그루가 어우러져 빼어난 경치를 펼쳐낸다. 궁평항의 자랑은 길이 193m짜리 ‘피싱피어’(Fishing Pier)다. 뭍에서 바다까지 긴 나무다리를 설치하고 끝부분에 넓은 휴식공간인 ‘파고라’를 만들어 휴식과 산책, 낚시 등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이 나무다리에서 바라보는 해넘이 풍경이 그만이다. 인근 화옹방조제는 반드시 들를 것. 서신반도와 우정반도를 잇는 4차선 도로로, 일직선으로 달리는 드라이브의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송산면 고정리에는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공룡알 화석지도 있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비봉 나들목→306번 도로→20㎞ 직진→309번 도로→궁평항. 화성시청 (031)369-2114. 천수만 해거름. 노을이 만든 붉은 하늘과 한낮의 기운이 여전한 파란 하늘이 팽팽히 대립하는 시간. 그 경이로운 하늘 위로 먹물 번지듯 검은 물체들이 퍼져 간다. 가창오리 수십만마리가 펼치는 군무(群舞)다. 충남 서산의 천수만에서는 이처럼 ‘겨울 진객’ 철새와 해넘이가 어우러지는 풍경과 만날 수 있다. 특히 일몰 전후로 벌어지는 가창오리의 ‘에어 쇼’는 감동적이다. 가을걷이 끝난 너른 간척지 들녘을 자분자분 걷는 맛도 각별하다. 인근 안면도 일대에는 꽃지해수욕장 등 일몰 명소가 가득하다. 서해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부석사와 옛 정취 물씬 풍기는 해미읍성도 둘러볼 만하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홍성나들목→28번 국도→서산·해미 방향 좌회전→40번 국도→안면도 방향 좌회전→천수만. 서산시청 (041)660-2498. ●가슴 열어 오는 해를 맞다 함백산 일출산행을 말할 때 가장 앞줄에 세울 만한 산이 강원도 태백과 정선 등에 걸쳐 있는 함백산(1573m)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 높은 산. 정상까지 포장도로가 생기면서 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산이 됐다. 겨울이면 설경과 일출이 어우러져 선계가 따로 없을 비경을 펼쳐 낸다. 눈이 많이 오면 길이 통제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38번국도→석항→31번국도→화방재(어평재)→414번 지방도→함백산. 고한읍사무소 (033)560-2615. 오도산 경남 합천의 오도산(1134m)은 작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너른 풍광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멀리 지리산 등 명산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해돋이는 오래전부터 근동의 사진작가들 입에 오르내릴 만큼 유명하다. 수십개의 봉우리가 넘실대는 ‘산들의 바다’를 눈으로 따라잡기 벅찰 지경. 정상까지 도로가 나 있다. 다소 폭이 좁은 것이 흠. →가는 길 88고속도로→해인사 나들목→1084번 지방도(야로·합천 방향)→26번 국도→묘산면 소재지→묘산초등학교→오도산 중계소→오도산. 묘산면사무소 (055)930-4031. 백운산 강원도 정선의 백운산(1376m)은 특유의 고원지형과 백두대간 전경을 굽어볼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장(2832m)의 곤돌라를 타고 은색의 태백준령을 발 아래 두는 맛이 각별하다. 백운산에서는 아기자기한 눈꽃보다 산들의 파노라마에 주목해야 한다. 내로라하는 백두대간의 마루금들이 주름 접힌 채 다가서는 장면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풍광이 아니다. 설경이 아름다운 산 중턱의 도롱이연못을 반드시 찾을 것.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제천나들목→영월→사북→하이원리조트. 관광곤돌라 어른 1만 2000원, 어린이 1만원.1588-7789. ●뜨고 지는 해를 한자리에서 만난다 향일암 지난 20일 화재로 소실된 비운의 절집. 아침 해를 향한 암자라는 이름만큼 다도해 너머 펼쳐지는 해돋이 풍경이 장관이다. 향일암으로 향하는 산길은 제법 가파른 편. 중간쯤에 암벽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암자 근처에선 집채만 한 바위 사이로 난 석문을 통과해야 한다. 암자 오른쪽 기암괴석 너머로 사라지는 해넘이 풍경도 처연한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일출제 행사는 규모를 축소해 예정대로 새해 1일 오전 6시 열린다. 여수시청 관광진흥과 (061)690-2037. →가는 길 남해안고속도로→광양 또는 순천 나들목→여수→돌산대교→17번 도→16㎞→죽포→7번 국도→9㎞→임포→향일암(061-644-4742). 홍포 경남 거제 앞바다는 넓고 웅장하다. 특히 남쪽 홍포의 빨려들 듯 망망한 바다는 거제 바다의 본성이라 할 만하다. 여차~홍포간 해안도로는 거의 전 구간이 일출·일몰 전망대나 다름없다. 대·소병대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주르륵 펼쳐져 있고, 멀리로는 일본땅 대마도가 아련하다. 해가 대·소병대도 사이에서 떠 통영 쪽으로 질 때면 홍포(紅浦)란 이름에 걸맞은 풍경이 펼쳐진다. 거제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며 한려수도에 대비해 혁파(赫波)수도, 혹은 적파(赤波)수도라고 부르기도 했다. 상동동 계룡산(566m) 자락의 포로수용소 유적지도 유명한 해넘이 전망 포인트다. →가는 길 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거제도. 거제관광안내소(055)639-3399.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메시 “내겐 월드컵 징크스 없다”

    ‘마라도나의 재림’ 리오넬 메시(22·FC바르셀로나)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까지 휩쓸었다. 메시는 22일 스위스 취리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FIFA월드플레이어 갈라’에서 2009년의 선수로 뽑혔다. 1991년 이 상이 제정된 이후 첫 아르헨티나 수상자다. 전 세계 147개국 대표팀 감독과 주장이 한 표씩 행사한 투표에서 메시는 총 1047점을 획득, 지난해 수상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2점·레알 마드리드)와 사비 에르난데스(196점·FC바르셀로나)를 제치고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 한국대표팀의 허정무 감독과 주장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메시를 1순위로 꼽았다. 이로써 메시는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선수와 프랑스풋볼이 선정하는 발롱도르에 이어 FIFA 올해의 선수까지 유럽축구 3대 개인상을 싹쓸이했다. 그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2008~09시즌 프리메라리가 27경기에서 23골 11어시스트를 뽑았고, UEFA챔스리그에서는 9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스페인 축구사상 최초였던 바르셀로나의 트레블(UEFA챔스리그·정규리그·스페인 국왕컵)도 메시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메시는 “꿈꾸지도 못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바르셀로나와 함께 최고의 해를 보냈다.”면서 “다른 대표팀 동료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메시는 기쁘면서도 찜찜하다. FIFA 올해의 선수에 따라다니는 ‘월드컵 징크스’ 때문. 1993년 수상자 로베르토 바조(이탈리아)는 이듬해 미국월드컵 결승에서 페널티킥을 실축, 우승을 날려 버렸다. 97년 수상자 호나우두(브라질)는 98프랑스월드컵에서 준우승에 그쳤고, 2001년 수상자 루이스 피구(포르투갈)는 한·일월드컵에서 16강조차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메시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바란다.”면서 “B조는 의심할 여지 없이 어려운 조다. 월드컵에 약팀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수”라고 경계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서울광장] 갈등 DNA/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갈등 DNA/진경호 논설위원

    갈등 DNA라는 게 있다면, 적어도 우리 한국인들만큼 차고 넘치는 갈등 DNA를 지닌 족속을 찾기 힘들 겁니다. 그렇지 않고는 지금 세밑을 쩍쩍 갈라 놓은 저 대립과 분열, 그리고 그 속에 붉은 용암처럼 웅크린 적의(敵意)를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세종시와 4대강, 이건 갈등의 편린에 불과합니다. 그 밑에, 정권을 주고받으며 권력의 단맛에 눈뜬 좌·우 세력의 헤게모니 싸움이 바위처럼 떡 받치고 있습니다. 정책 갈등의 껍질 안에 이념 대립의 속살이 들어 있고, 또 그 속엔 권력 다툼의 씨앗이 숨겨져 있음을 우리는 압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정·관계, 법조계, 학계, 교육계, 언론계가 세포 분열하듯 쪼개졌습니다. 국회 예결특위 회의장에서는 이미 세계 5대 난장판 의회로 꼽힌 18대 국회의원들의 활극이 어김없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닌 갈등 DNA의 흔적은 교수신문이 2001년부터 꼽아온 사자성어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리무중(五里霧中), 이합집산(離合集散), 우왕좌왕(右往左往), 당동벌이(黨同伐異), 상화하택(上火下澤), 밀운불우(密雲不雨), 자기기인(自欺欺人), 호질기의(護質忌醫). 안갯속에서 갈팡질팡하며 편을 갈라 싸우고는 폭발할 것 같은 분노에 짓눌린 채 남을 속이다 못해 제 자신까지 속이는, 그런 극한의 불신 속에서 끝내 귀마저 닫아버린 8년이었습니다. 올해는 뭘까요. 소통 부재의 꽉 막힌 정국이고 보면 그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을 듯합니다. 무가내하(無可何)나 노발충관(怒髮衝冠), 당랑규선(?螂窺蟬) 정도가 아닐지요. 덩치 큰 네안데르탈인의 등 뒤에다 활을 쏠 줄 알았던, 그래서 그들을 멸종에 이르게 한, 독한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들입니다.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슨은 다른 사람을 돕는 것조차 자기 자신과 종족 번식을 위한 유전적 본능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고, 땅과 대기·생명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본 가이아 이론이 옳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건 어떨까요. 지금 이 땅의 악다구니들도 결국은 좁은 땅덩어리에 사는 한국인들의 생존과 번영, 번식을 위해 갈등을 마다않는 유전자들의 전쟁이라고. 그리고 그 싸움이 치열한 것은 그만큼 유전자들이 강하다는 뜻이며, 따라서 밖에 나가 다른 유전자들과 싸워 이길 확률도 그만큼 높은 것이라고. 갈등은 곧 에너지라고. 허튼소리만은 아닐 듯도 합니다. 숱한 갈등 속에서도 우리는 올해 2차 세계대전 이후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첫 나라가 됐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경제가 성장했습니다. 세계 176개 나라에 나가 열사와 혹한, 차별을 마다않는 680여만명의 그 악착을 보면, 갈등으로 허비되는 사회 비용이 한해 300조원에 이른다는 연구보고서가 그저 답답하지만은 않습니다. 잃어버린 10년을 벌충하려는 우파 정권의 갈증과, 정권을 내주고 두 명의 대통령을 떠나보낸 좌파 진영의 허기가 지금 우리의 힘일지 모릅니다. 어떻게든 상대를 꺾고 살아남겠다는 그들의 유전적 본능이 서로를 강하게 만들고,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고 믿습니다. 아니, 그리 믿고 싶습니다. 그래야 지금 새해 예산안을 초읽기에 몰아넣은 여의도의 드잡이를 참아낼 듯합니다. 한숨과 분노로 새해를 맞을까 두려워 이렇듯 애써 자위합니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이런 제야음악회 어때요?

    이런 제야음악회 어때요?

    12월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엔 가족은 가족대로, 연인은 연인대로 한 해의 아쉬움을 달래고 새해를 축복하기 바쁘다. 매서운 추위를 감수하며 서울 종로 보신각의 타종을 듣기도 하고 새해 첫 일출을 구경하기 위해 밤기차에 몸을 맡기기도 한다. 하지만 몸고생은 감수해야 한다. 몸고생은 덜한 대신 새해의 여운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제야 공연’에 가보는 건 어떨까. ●오페레타·성악·뮤지컬 등 다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은 이날 방송인 진양혜의 진행으로 ‘2009 제야음악회’를 연다. 서울바로크합주단의 연주와 합주단 음악 감독인 김민의 지휘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 등을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자카르 브론이 라벨의 ‘치간느’를 협연한다. 4만~7만원. (02)580-1300.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의 ‘2009 제야음악회’는 소리꾼 장사익과 바리톤 고성현, 뮤지컬 배우 윤항렬 등 장르를 막론한 출연진들이 흥을 돋군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 서울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한다. 장사익이 직접 카운트 다운을 외친다. 2만~5만원. (02)399-1114~6. 경기 고양 마두동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도 ‘아람누리 제야음악회’를 연다. 최선용의 지휘로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소프라노 이화영, 테너 김남두, 팝페라 가수 박완 등이 성악과 뮤지컬 갈라콘서트를 한다. 1만~7만원. 1577-7766. 경기 성남 야탑동의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은 ‘60인조 남성앙상블과 함께하는 2009제야음악회’를 진행한다. 60인의 남성 성악인으로 구성된 모스틀리 보이시스의 목소리로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등 합창곡을 선보인다. 3만~5만원. 1544-8117. ●김창완·김장훈 등 대중음악도 대중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김창완밴드는 경기 화성아트홀에서 팬들과 함께 2009년을 보내고 2010년을 맞는다. 오후 10시에 시작한다. 2만~4만원. (031)267-8888. ‘완타치’라는 이름으로 전국투어를 함께하고 있는 국내 최고의 공연꾼 김장훈과 싸이는 오후 10시부터 부산 KBS홀 무대에 오른다. 6만 6000~11만원. 1600-1716. 전국투어를 하고 있는 MC몽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오후 11시부터 공연을 펼치며 올해 마지막 밤을 서울에서 보낸다. 4만 4000~8만 8000원. 1544-1555. CGV 서울 영등포점에 있는 신개념 문화공간 ‘펍 프로젝트’에서는 31일 오후 10시 ‘플라이 미 투 2010’ 공연을 펼친다. 빼어난 가창력이 돋보이는 여성 보컬 BMK와 다이나믹 듀오가 키운 힙합 듀오 슈프림팀 등이 역동적인 새해 맞이 공연을 선보인다. 4만원. (02)2638-2626. 서울 W호텔,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등에서는 2009년 마지막 밤과 2010년 첫 새벽을 잇는 음악 파티가 열린다. 홍지민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판다 친척은 개? 게놈지도 완성… 유전체 개와 유사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자이언트 판다의 유전체가 현존하는 동물 가운데 개와 가장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사는 판다의 상세한 게놈 지도가 중국 연구진에 의해 완성됐으며, 그 결과 판다의 유전체가 개와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중국 국가임업국 소식통의 말을 인용, 14일 보도했다. 연구 결과 판다의 게놈은 지금까지 게놈 지도가 완성된 동물 가운데 가장 복잡하며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높고, 개의 게놈과 가장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다는 21쌍의 염색체와 24억개의 크고 작은 유전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선전 유전연구원 주도로 진행됐으며 중국과학원 쿤밍(昆明)동물연구소, 청두(成都)판다번식연구기지 등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자이언트 판다와 개 사이의 유전적 유사성과 관련, “이는 자이언트 판다가 곰과(科) 동물에서 진화된 아종(亞種)일 것이라는 지배적인 가설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전학적으로 곰과 동물은 마이오세(약 2600만~700만년 전) 초기에 개과에서 갈라져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판다의 낮은 번식률 등을 연구하는 데 게놈지도가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국보로 사랑받고 있는 판다는 현재 야생을 포함해 1800여마리 정도만 남아 있는 멸종위기 동물이다. stinger@seoul.co.kr
  • 우즈 스폰서이탈 도미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에 대한 후원 중단이 도미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혼설까지 제기되고 있다.세계적인 금융 컨설팅 회사 액센추어는 메이저 후원사 가운데 처음으로 14일 “신중하게 고려하고 분석한 끝에 더 이상 우즈가 액센추어의 광고를 대표할 인물이 아니라고 결정했다.”며 결별을 선언했다.우즈의 에이전트인 마크 스타인버그는 “액센추어가 후원을 중단하기로 한 데 대해 실망했지만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는 우즈를 후원해 온 질레트가 13일 “우즈가 등장하는 광고를 무기한 방송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게토레이도 지난 11일부터 웹사이트에서 우즈 사진을 빼는 등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공식적으로 처음 나온 결별 결정이다. AT&T 역시 “우즈와의 후원 관계를 재평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액센추어의 결정이 본격적인 ‘발빼기 도미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혼설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뉴스 오브 더 월드’는 14일 “부인 엘린 노그데그린이 크리스마스 이후 우즈와 갈라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엘린이 이미 이혼 전문 변호사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무기한 골프 중단을 선언한 우즈로서는 골프와 후원사, 가족까지 모두 잃게 될지도 모르는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한편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우즈가 앞으로 1년 동안 골프를 중단할 경우 골프대회 입장권 판매율이 약 25% 하락하는 등 골프계에 3억파운드(약 5680억원)의 손실이 있을 것으로 보도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열린세상] 수상한 시국/윤성이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 수상한 시국/윤성이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시국이 시끄럽고 참으로 수상하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 사회를 갈라놓았던 것은 진보 대 보수의 싸움이었다. 그들의 싸움은 처절했다. 둘은 한 하늘 아래 같이 할 수 없는 존재였다. 자신만이 절대선(絶對善)이었고 정의였다. 양보란 있을 수 없는 불퇴전의 싸움이었다. 지금의 시국을 살펴보자. 4대강, 세종시 문제, 그리고 노·사·정 협약 등 숱한 난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 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어떻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4대강 개발이 한강과 청계천과 같은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인지, 시화호와 새만금같이 우리에게 또 다른 근심거리가 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세종시는 어찌할 것인가? 신뢰가 중요한지, 현실적 효율성이 중요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어느 것 하나도 버리기엔 그 대가가 너무나 무섭다. 그럼에도 세종시 문제는 우리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지난 정권이 그랬고, 이 정권도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약속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판단하기를,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라 한다. 인기 영합을 위해서는 애초 약속한 대로 해야겠지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다고 한다. 노사문제는 어떠한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과 복수노조 문제 둘 다 향후 노사관계를 결정할 핵심 사안들이다. 노·사·정 타협을 이뤄냈지만 민주당과 민주노총 그리고 일부 기업의 반대는 여전하다. 그런데 쟁점을 둘러싼 갈등 양상을 볼 때 참으로 수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4대강은 어떻게 의견이 갈려 있는가? 이 정권과 한나라당이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극구 반대이다. 대조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광주와 전남의 자치단체장들은 대통령의 ‘탁월한 영도력’을 찬양해 마지않는다. 민주당과 그 지지기반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선의 구도를 보니 정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민주당의 호남세력이 한편이 되어 있다. 이들이 한편이 되리라 상상이나 할 수 있었나? 세종시 사업을 보자. 이 정부가 밀어붙이는 세종시 계획 수정의 최대 난관은 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 내 친박 세력이다. 세종시 문제에 있어서 정부와 한나라당 내 친이 세력이 한편이고, 그 반대편에 민주당과 친박 세력이 있다. 이 역시 처음 보는 갈등구도이다. 다음으로 노·사·정 협약도 수상하기 짝이 없다. 노동세력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갈라져 있다. 아마도 서로가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을 해야 할 성싶다. 기업도 희한하게 나뉘기는 마찬가지다. 경총과 현대자동차가 서로 반대편에 있다. 노·사·정 협약에서 경총이 전임자 임금지급에 대해 한 발 물러선 데 비해, 경총의 핵심 멤버 가운데 하나인 현대는 불만이 가득하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지난 10여 년간 진보와 보수가 이전투구의 싸움을 벌였다. 한나라당과 재벌기업 그리고 영남이 한편이었고, 민주당과 노동세력 그리고 호남이 그와 대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갈등구도는 뒤죽박죽이다. 한나라당 정권과 호남세력이 한편이 되어 있고, 민주당과 영남의 터줏대감인 친박세력이 한 배를 타고 있다. 그리고 노동세력의 한쪽이 재벌기업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체 지난 10여 년간의 싸움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던가? 양보할 수 없는 절대선과 지고지순의 가치를 위한 것이었는가? 지금의 형국을 보니 그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합종연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결국 그들이 목을 맨 것은 절대선도 무엇도 아닌 그때그때의 현실이었다. 이제 그들에게 요구하고 싶다. 그들의 싸움이 철저한 이해타산의 싸움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의 수상한 형국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윤성이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 [메트로플러스] 광화문광장 ‘서울 스노잼 2009’

    서울시는 11~13일 광화문광장에서 ‘서울 스노잼 2009’ 행사를 연다고 9일 밝혔다. 특히 이번 행사의 마지막 날인 13일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대회의 빅 에어 경기가 열린다. 11~12일에는 스키점프 및 스노보드 갈라쇼 등 이벤트 대회가 열리며 13일에는 월드컵 예선전과 결승 경기가 치러진다. 이를 위해 경기 기간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뒤편 플라워카펫이 있던 자리에는 높이 34m, 길이 100m의 점프대가 등장한다. 13일 월드컵 예선전과 결승 경기는 일본 후지TV, 미국 ESPN 스타 스포츠, 유로스포츠 등 국내외 10개 방송사가 참여해 유럽과 미주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 방송할 예정이다.
  • [뉴스&분석] 세종시 출구전략은 박근혜 퇴로 터주기?

    [뉴스&분석] 세종시 출구전략은 박근혜 퇴로 터주기?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 친이(친 이명박)와 친박(친 박근혜) 세력 간 대립이 누가 더 안전하고 유리하게 ‘출구’를 통과하느냐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른바 ‘MB 출구전략’과 ‘박근혜 출구전략’이 서로 충돌하거나 조응하는 어지러운 그림이다. ●친이 “박 전대표가 출구 찾아야” 정부가 세종시 수정 관련 출구전략을 가동한 것 같다는 관측은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지난주 초 완강한 수정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발언이 잇따라 나왔을 때다. 그런데 이번 주 들어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9일 기자에게 “지금은 박 전 대표가 오히려 출구전략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몇가지 시나리오를 거론했다. 우선 정부가 다음달 수정안 최종본을 발표했을 때 충청 여론이 의외로 호전되는 경우다. 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로 보면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국민과의 약속”을 이유로 원안을 고수하는 박 전 대표로서는 가장 난감한 시나리오다. 목청을 높이던 친박 의원들도 이 대목에 이르면 말을 얼버무린다. 반면 충청 민심이 끝내 호응하지 않을 경우 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수뇌부는 최선을 다해 국민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회에 수정안을 제출하게 된다. 물론 야당과 친박이 공조해 수정안을 부결시킬 것이다. 이 경우 얼핏보면 이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가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는 것 같지만 의외로 박 전 대표에게 더 큰 내상이 갈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이 사력을 다한 수정안을 충청표를 의식해 야당과 손잡고 저버렸다.”는 여당 지지층의 비판과 함께 대선의 가장 큰 ‘표 덩어리’인 수도권 민심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도 박 전 대표는 수도권에서 밀린 게 직접적 패인이었다. 일각에서는 당론 채택과 국회 표결 과정에서 친이와 친박이 정면충돌하면서 당이 쪼개지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과격한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그동안 ‘이혼’할 명분을 찾지 못했던 양측이 갈라서기에 좋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들은 유·불리를 확신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에게 ‘최선’이 될 수는 없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박 전 대표의 협조 아래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게 가장 마음 편한 그림이다. 이 때문에 친이 쪽에서 나온 출구전략성 발언이 실은 박 전 대표에게 퇴로를 열어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친박 홍사덕 “중용의 묘” 거론 최근 원안(9부2처2청 이전)과 유력 수정안(행정부처 이전 백지화)의 절충형인 2~5개 부처 이전 안이 청와대를 중심으로 흘러나온 것을 놓고도 친박계에 물러설 명분을 주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침 완강한 원안 고수론자였던 친박 홍사덕 의원은 9일 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중용의 묘” 운운하며 “국민과 정부 사이에 있는 당 특위에서 모든 지혜가 담긴 타협안을 내놓을 때까지 언행을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가 열어준 퇴로에 친박이 호응한 것인지 주목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신경민 못다한 클로징 글로 말하다

    신경민 못다한 클로징 글로 말하다

    “권력과 검찰, 언론이 압박을 했더라도 우리 사회에 여론을 조성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더라면 그가 어떤 결심을 했을지를 물었을 것이다. 미디어법과 관련해 왜 헌법재판소가 애매하게 말했는지, 언론의 취재와 편집 구조에 무슨 문제가 있어 집단 오보를 냈는지 등을 되돌아보는 말을 하고 싶었다.” 신경민 MBC 선임 기자가 지난 4월 갑작스레 뉴스데스크 앵커에서 물러나지 않았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어떤 클로징 멘트를 했을까. 또 미디어법 처리 과정을 놓고는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마지막 방송에서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힘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 뉴스데스크를 마치겠습니다.”라고 토로했던 그. 비판적인 클로징 멘트로 유명했던 신 기자는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참나무 펴냄)에서 지난해 3월부터 2009년 4월까지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면서 남긴 클로징 멘트와 그에 관련된 사건들, 또 갑자기 앵커에서 하차하게 된 비화, 기자 생활과 라디오 뉴스광장을 진행하며 경험했던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그는 “편집과 제작에서 빠진 중요한 세상사와 시각을 앵커의 관점에서 보완하자는 생각으로 클로징 멘트를 시작하게 됐다.”면서 “2년 동안의 멘트는 그날그날 중요하다고 생각한 토픽과 시각을 나 자신의 판단과 문제의식, 경험의 그물코를 통해 열심히 건져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내 멘트를 놓고 회사 안팎의 평가는 찬사와 비난으로 극명하게 갈라졌다. 이는 앵커 역할을 적극적인 해설자 혹은 단순한 진행자로 보느냐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면서 “앵커가 보도의 한복판에서 언론인의 기본 의무를 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앵커가 중립적으로 진행이나 잘하라고 말하는 측은 앵커의 임무에 대한 상식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 보도는 사실을 나열하고 전달하는 일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실 뒤에 숨은 원인의 상관관계를 따져 설명하고 비판하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2007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자신을 ‘반노’(反)로, 이명박 후보 측은 ‘반이’(反李)로 여기는 등 반대파로 생각하고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돌이켰다. 고향과 출신 학교 등을 근거로 하는 ‘술자리급 추론’을 공식적인 자리에서까지 확대 재생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지만 그는 “오랜 기간 내 멘트를 따라가 보면 역대 모든 정권과 권력에 대해 비판적이었고 현재의 살아있는 권력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자신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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